탤런트 코드

심리 2020. 4. 7. 12:27

- 탤런트 코드는 미엘린myelin 이라는 신경 절연 물질을 비롯하여 과학계의 여러 가지 혁명적인 발견을 바탕으로 수립된 개념이다. 요즘 스킬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 중에는 미엘린을 성배처럼 떠받드는 사람이 많다. 야구 선수는 바흐 연주자든 간에, 모든 사람의 스킬으 미세한 전기신호가 사슬처럼 연결된 신경섬유 회로를 통해 이동함으로써 습득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엘린은 신경섬유를 감싸는 역할을 한다. 마치 전기신호가 새지 않도록 구리선을 고무 피복으로 감싸서 신호를 더 강하고 빠르게 만드는 원리와 같다. 야구 스윙을 연습하거나 바흐의 곡을 연습할 때 회로에 정확한 신호가 발사되면, 미엘린이 신경 회로 주위를 겹겹이 감싸면서 절연층을 만든다. 한 겹 한 겹 늘어날 때마다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고 속도도 빨라진다. 미엘 린층이 두꺼워질수록 절연 효과가 커지며, 우리의 생각과 동작도 더 빠르고 정확해진다.
- 미엘린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중요하다. 일단 그것은 보편적이다. 즉, 모든 사람이 미엘린층을 두껍게 만들 수 있다. 대개 성장기에 가 장 빨리 두꺼워지지만 평생 이 과정이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미엘린은 무차별적이다. 미엘린층이 두꺼워지면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모든 활동과 관련하여 스킬이 향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엘린이 중요한 이유는 스킬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생생하고 참신한 모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킬은 신경 회로 를 감싸고 있는 세포질로 된 절연층이며, 특정한 신호에 반응할 때 두꺼워진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 제대로 된 연습을 많이 할수록, 요컨대 회로에 정확한 신호가 발사되어 클라리사 구간에 오래 머물수록 스킬은 더욱더 향상된다. 혹은 약간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미엘린층이 더욱더 두꺼워진다. 모든 스킬의 사례와 재능의 용광로 가 아무리 다양해 보일지라도 실은 똑같은 행동 원칙을 바탕으로 작용한다. UCLA의 신경과학자이자 미엘린 연구자인 조지 바조키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기량 · 언어 · 음악 · 동작 은 살아 있는 회로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회로는 특정한 규칙에 따라 증식됩니다.”
- 피렌체의 예술가들은 무엇을 했는가? 그들은 어떻게, 또 얼마나 오래 연습했는가? 역사적으로 드러난 바와 같이, 피렌체는 장인 길드라는 강력한 사회현상이 발생한 진원지였다. 길드(guild : 금을 의미하는 단어)는 방직 공·화공 · 금세공인 등 다양한 종류의 장인이 경쟁을 조절하고 품질을 관리하고자 만든 조합이었다. 길드는 사원들이 소유한 기업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 길드에는 회비와 관리자 및 후원자가 있었고, 해당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결정하는 엄격한 허가 정책이 있었 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길드가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했던 역할은 인재 양성이었다. 길드는 도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운영되었다. 일곱 살가량의 소년들이 5년에서 10년 정도까지 일정 기간 스승과 함께 살며 기술을 배웠다. 도제는 스승의 후견과 감독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스승은 아이의 법적인 보호자로서 권리를 갖는 경우가 빈번했다. 도제는 기초적인 기술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강의나 이론이 아니라 실무를 통해서 배웠다. 물감을 섞고 캔버스를 준비하고 끌을 갈았다. 그들은 계급제도 안에서 협동하고 경쟁했으며, 몇 년이 지나면 기능공으로 승격되었고, 충분한 기량을 쌓으면 결국 스승이 되었다. 이 시스템은 연쇄 적인 멘토링 체계를 만들어냈다. 다빈치는 베로키오에게 배웠고, 베로키오는 도나텔로에게 배웠고, 도나텔로는 지베르티에게 배웠다. 또 미켈란젤로는 기를란다요에게 배웠고, 기를란다요는 발도비네티에게 배웠다. 이들 모두는 협동적인 동시에 경쟁적인 관계로서 서로의 작업실을 자주 방문했는데, 요즘 식으로 말하면 긴밀히 연결된 인 간관계의 네트워크였다. 이 시스템은 새롭고 강력한 민족국가가 등 장하면서 길드와 더불어 르네상스의 심층 연습 체계가 종말을 고한 150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한마디로 도제는 체계적으로 탁월한 명인을 생산하는 한정된 세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또 시도하면서 수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의 생활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으며 10년 동안 세트장에 페인트칠을 하고 스토리보드에 스케치를 하거나 카메라를 설치하면서 지내는 열두 살짜리 인턴의 생활과 거의 흡사했다. 그 인턴이 언젠가 훌륭한 영화감독이 된다고 해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피할 수 없는 당연한 결과에 가까 울 것이다. 미켈란젤로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여섯 살부터 열 살까지 석공 기 술자의 가족과 함께 살면서 읽고 쓰기를 배우기도 전에 망치와 끌 다 루는 방법을 배웠다. 잠깐 동안 학교에 다니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하고 난 후, 위대한 스승 기를란다요의 도제로 들어갔 다. 그는 스승에게 의뢰된 굵직굵직한 작업을 도우면서 스케치를 하거나 모사를 했고, 피렌체에서 손꼽히는 교회에 사용할 프레스코를 준비하는 일도 했다. 그는 당시 조각의 명인인 베르톨도 Bertoldo di Giovanni의 가르침을 받았고, 로렌초 데메디치 Lorenzo de Medici의 집에서 여러 권위자에게서 개인 교습을 받기도 했다. 미켈란젤로는 열일곱 살 때까지 메디치의 집에서 살았다. 그는 스물네 살에 〈피에타 Pieta)를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전도유망하지만 거 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였다. 사람들은 피에타를 가리켜 순수한 천 재의 솜씨라고 말했지만, 막상 만든 이의 의견은 달랐다. 미켈란젤로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내가 거장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안다면, 사람들은 별로 대단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브루스 콜Bruce Cole은 《르네상스 예술가의 작업실The Renaissance Artist at Work)에서 이렇게 썼다. "도제 시스템에 들어가면 오랜 기간 훈련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일 찌감치 다양한 재료와 모사 및 협동 작업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상당히 평범한 편이었을지도 모르는 소년들이 높은 수준의 예술적 기량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안료 빻기에서 시작하여 모사를 하고 스승의 밑그림을 가지고 작업하다가 자기만의 그림이나 조각 작품을 창작하는 데 이르기까지, 일련의 점진적인 단계 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예술이었다.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은 그 렇게 믿었다.”
- 우리는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들이 동질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무작위로 선택된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가난하거나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고, 성격은 가지각색이었고, 서로 다른 스승에게 배웠고, 동기도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젊은 시절에 심층 연습 실험실에서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안, 정확한 신호를 발사하여 회로를 최적화하고 실수를 교정하고 경 쟁하면서 실력을 연마했다. 그들은 몹시 위대하지만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예술 작품을 제작했다. 바로 자기 자신의 재능이라는 건축물이었다.
- UCLA의 신경학과 교수인 조지 바조키스는 때때로 자신을 미엘린 박사 라고 소개한다. 50대의 바조키스 박사는 침착하고 기품 있는 연구자이자 교수다운 분위기를 풍긴다. 단정한 셔츠에 넥타이, 깔끔하게 빗은 머리, 공손한 몸가짐이 그의 특징이다. 그런데 그가 미엘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의 안에 있는 뭔지 모를 것이 빨라진다. 눈을 번득이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갑자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날 것처럼 보인다. 그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모양이다.
- "왜 10대 청소년은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요?” 그는 질문을 던지고도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뉴런은 똑같지만 완전히 절연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회로 전체가 절연되기 전까지는, 회로에 능력이 있을지라도 충동적인 행동을 곧바로 저지할 수가 없어요. 청소년들 도 옳고 그름을 알아요. 하지만 그것을 분간하는 데 시간이 걸리죠."
“왜 대부분의 경우에 나이 든 사람들이 더 지혜로울까요? 그들의 회로는 완전히 절연되어 있어서 얻제든 즉시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양한 단계에서 매우 복잡한 프로세싱을 할 수 있어요. 그게 진정한 지혜라는 겁니다. 뇌에 있는 미엘린은 대략 쉰 살까지 계속 양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미엘린은 살아 있는 물질이란 점을 기억해야 해요. 그것은 분해되기도 하고 다시 생성될 수도 있어요. 대개 미엘 린층이 두꺼운 사람들이 나라를 통치하거나 소설을 쓰는 등의 복잡 한 과제를 더 잘 완수합니다."
“왜 원숭이는 우리와 똑같은 뉴런과 신경전달물질을 갖고 있는데도 우리처럼 언어를 사용할 수 없을까요? 우리에게는 20퍼센트 더 많은 미엘린이 있습니다. 인간처럼 말을 하려면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속도가 따라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원숭이에겐 광대역이 없 어요. 물론 세 살짜리 수준으로 의사소통을 가르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힘들어요. 그들은 구리선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바조키스 박사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기를 반복한다.
* 왜 모유를 먹은 아기의 IQ가 더 높은가? 모유의 지방산이 미엘린을 구성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FDA는 분유에 오메가 3 지방산 )을 추가하도록 승인했다.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을 많이 먹으면 기억력 상실, 치매, 알츠하이머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왜 체격이 크고 힘이 세며 뇌가 큰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고, 허약한 크로마뇽인은 생존했을까? 크로마뇽인에게 더 많은 미엘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네안데르탈인보다 사고력 및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났고, 궁극적으로 경쟁력이 월등했다.
* 왜 인간은 생후 1년이 지나서야 걸을 수 있고, 말은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는가? 말은 날 때부터 미엘린층이 두껍고 활성화되어 있으며,걸을 준비가 완료된 근육을 가지고 있다. 반면 신생아의 근육은 충분히 튼튼하지만, 1년이 지나서야 미엘린이 생긴다. 그리고 회로는 연습을 통해서만 최적화된다.
- 읽기 능력이란 본질적으로 덩어리를 뭉치거나 해체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혹은 미엘린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번개 같은 속도로 회로들 의 패턴에 정확한 신호를 발사하는 능력이다. 청킹은 이상한 개념이다. 물 흐르듯 유연하고 우아하며 하나도 힘 들어 보이지 않는 스킬이, 별개의 작은 회로가 착착 포개져 형성된 것이라는 설명은 아무리 생각해도 직관에 반하는 것 같다. 그러나 스 킬이 그런 식으로 습득될 뿐 아니라, 체스 같은 인지 활동 외에 신체 활동 또한 덩어리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들이 엄청나게 많다. 체조 선수가 마루운동 동작을 연습할 때도 덩어리를 뭉치는 작업을 한다. 작은 덩어리들이 모여 큰 덩어리를 구성한다. 우리가 에베레스트 산 이라는 단어를 인식하기 위해 문자를 묶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근육 동작이 합쳐진다. 체조 선수가 작은 덩어리들 을 좀 더 큰 덩어리 하나로 처리하는 방법을 파악할 만큼 자주 동작 을 반복하면, 마침내 완전히 능숙해진다. 이 과정은 문장을 처리하는 방식과 완전히 똑같다. 어떤 단어를 이 해하려고 문자 하나하나를 처리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체조 선수가 뒤공중돌기를 하려고 신호를 발사할 때도 '좋아, 이제 다리를 들어올리고 등을 활처럼 휘게 한 다음 머리를 어깨 뒤로 밀면서 엉덩이를 돌려야지'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심층 연습을 통해 설계하고 연마한 뒤공중돌기 회로에 신호를 발사하기만 하면 된다.
- “연습만으로 완벽해질 수는 없다. 완벽한 연습을 해야 완벽해진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집중해서 반복하는 연습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말하기·읽기 · 생각 · 상상 등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신경섬유에 신호를 발사하고 실수를 교정하고 회로를 연마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 미엘린은 살아 있는 조직이다.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이 그렇듯이, 미엘린 역시 끊임없이 소멸과 회복의 주기를 거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매일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중요성은 훨씬 더하다. 80대에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거장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Vladimir Horowitz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 연습을 빼먹으면 내가 압니다. 이틀 연습을 빼먹으면 아내가 압니다. 사흘 연습을 빼먹으면 온 세상이 압니다.”
- 미국과 노르웨이의 학자들은 아기의 걷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실험을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키, 몸무게, 월령, 뇌 발달단계 등 기타 선천적인 특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게도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아기가 걸으려고 애쓰면서 회로에 신호를 발사하는 데 소비한 시간의 양이었다. 이러한 발견이 우리의 논지를 뒷받침하는 데 얼마나 쓸모 있는지는 제쳐놓더라도, 심층 연습을 하면 실제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생생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준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그것은 비틀거리는 아기가 되는 느낌이다. 서툴고 위태로지고 골똘히 목표를 향해 다가가다가 몇 번이고 넘어지는 느낌이다. 분별있는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어 할, 불안정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그러나 아기가 그런 상태에 오래 머물수록, 즉 기꺼이 인내 하고 거리낌 없이 실패를 허용할수록 미엘린층은 더욱 두꺼워지고, 스킬은 점점 더 향상된다. 비틀거리는 아기는 심층 연습의 본질을 구 체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다. 정말 잘하고 싶다면 못하는 상태를 기 꺼이, 심지어 열렬히 받아들여야 한다. 아기의 걸음마가 스킬을 습득하는 비결이다.
- 사람들 대부분은 모든 종류의 학습·행동 · 반응에 핵심적인 역할 을 하는 것은, 뇌신경계의 기본단위인 뉴런과 불안정한 그물 형태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신경섬유들, 그리고 그 신경섬유들이 서로 접촉하여 자극을 전달하는 통로로 알려진 시냅스라고 막연히 알고 있다. 그러나 필즈 박사와 바조키스 박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뉴런과 시냅스도 여전히 매우 중요하지만, 전통적인 뉴런 중심적 세계관은 코 페르니쿠스 혁명에 맞먹는 대대적인 사고 혁명을 통해 변화하고 있 다고 알려주었다. 새로운 사고방식에 따르자면, 우리 뇌의 기능, 특히 스킬 습득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이 시시해 보이는 절연 물질이다.
- 새로운 아이디어는 세 가지 단순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첫째 인간의 모든 동작 ·사고 · 감정은 신경섬유 회로인 뉴런 사슬을 통해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이동하는 미세한 전기신호다. 둘째, 미엘린은 그러한 신경섬유를 감싸고 있는 절연 물질로서 신호의 강도 · 속도· 정확도를 증가시킨다. 셋째, 특정한 회로에 신호가 많이 발사될수록 미엘린은 해당 회로를 더 완벽하게 최적화하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하는 동작과 사고의 강도·속도·정확도는 더욱 향상된다. 필즈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뉴런이 모든 일을 하죠. 뉴런이 하 는 일은 상당히 빠릅니다. 스위치가 탁 켜지는 것과 같아요. 그러나 우리가 뭔가 배울 때는 스위치가 켜지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습 니다. 피아노를 잘 치거나 체스 또는 야구를 잘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엘린이 잘하는 게 바로 그거예요.” 바조키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실력이 뛰어난 운동선수들이 훈련할 때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그들은 전선(신경섬유)에 정확한 자극을 보냅니다. 즉, 전선을 미엘린으로 감싸라는 신호를 주는 거죠. 그 런 식으로 훈련을 반복하면, 결국 대역폭이 넓은 초강력 전선을 갖게됩니다. 고속 전용선 같은 거예요. 바로 그 때문에 그들이 보통 사람들과 다른 겁니다.”
- 신경 회로에 신호가 발사되면 미엘린층이 두꺼워지고, 미엘린은 자극의 속도를 제어하며, 자극의 속도가 바로 실력의 실체다. 미엘린은 시냅스의 중요성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필즈 박사와 다른 신경과학자들은 여전히 시냅스의 변화가 실력 향상의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력 자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결 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미엘린이다. 필즈 박사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신호는 딱 맞는 속도로 이동 해야 하고 딱 맞는 시간에 도착해야 합니다. 뇌는 미엘린층을 두껍게 만들어 그 속도를 제어합니다.”
- 사람들은 대개 톰 소여 이야기의 이 대목을 솜씨 좋은 사기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영리한 톰 소여가 어수룩한 촌뜨기들을 속여서 따분한 일을 하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원초적 암시의 심리학은 이야기를 약간 다른 식으로 보게 해준다. 벤이 생각 없는 얼간이라서 톰의 신호가 먹힌 것이 아니었다(실제로 생각 없는 얼간이라면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수영하러 갔을 것이다). 톰의 신호가 먹혔던 이유는 마크 트웨인이 설명했듯이, 벤이 “그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점점 그 일을 하고 싶어졌고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벤은 톰 소여가 하는 일에서 뭔가 매력적인 것을 보았고, 주의 깊은 아이가 점화되었을 때 보이는 반응을 보였다. 그것은 한국이나 러시아의 주의 깊은 아이들이 보였던 반응과 다르지 않다. 혹은 언니들이 자기보다 빨리 달리는 것을 본 우리 집 막내 조이의 반응과도 같다. 점화는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규칙을 따르도록 설계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화는 우리가 선택한(혹은 운명이 우리를 위해 선택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만 작동할 뿐이다.
- 마스터 코치는 대통령이 아니다. 망망대해에서 우리를 인도하는 선장이나 복음을 전파하는 목사와도 다르다. 그들의 성격은 농부에 더 가깝다. 한스 젠슨 같은 코치들은 신중하게 심사숙고하여 재능을 경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현실적이고 절제할 줄 안다. 그들의 지 식 체계는 광대하고 심오하다. 그 넓고 깊은 지식을 꾸준히 점증적으 로 스킬 회로를 증식하는 일에 사용한다. 궁극적으로 그 과정은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젠슨 선생은 내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상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씨앗 두 개를 보고 어느 것이 더 크게 자랄지 미리 안다는 게 가능하겠는가? 그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아직 이르죠. 어쨌든 둘 다 자랄 겁니다.”
- 갈리모어와 타르프는 이렇게 기록했다. “존 우든은 바쁘게 뛰어다니는 선수들과 똑같은 속도로, 그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티칭은 절대로 임시변통이 아니었 다. 그는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팀 전체와 개개인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염두에 두고 말했다. 한마디로 우든 코치는 연습 시간을 알차 게 구성된 농구 커리큘럼으로 만들었고, 학생들이 최대한 많이 배울 수 있도록 정확한 순간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했다.”
- 존 우든이 훌륭한 코치인 이유는 칭찬이나 비판을 잘해서가 아니었고, 용기를 북돋우는 말 을 잘해서도 아니었다. 그의 진정한 스킬은 선수들에게 정확히 목적 에 맞는 정보를 개틀링 기관총처럼 빠른 속도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 이었다. "이거야.” “그게 아니고.” “여기야.” “거긴 아냐.” 이런 단순 한 말과 몸짓은 선수들에게 올바른 방법을 보여주는 짧고 날카로운 자극의 역할을 했다. 그는 실수를 찾아내어 교정하고 회로를 연마했다. 존 우든은 1인 링크 트레이너였다. 우든 코치는 미엘린에 대해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마 스터 코치와 마찬가지로, 미엘린의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 었다. 우든 코치는 특정한 동작을 덩어리로 가르쳤다. 그는 이런 방법을 전체와 부분 기법whole part method 이라고 불렀다. 전체 동작을 가르친 다음, 그것을 분해해서 각각의 성분이 되는 행동을 다루는 방식 이다. 그는 학습 법칙을 자기 나름대로 정의했다. 그가 정의한 학습 은 설명 · 시범·모방·교정·반복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자서전인 《우든 Wooden》에 이렇게 썼다. “빠르고 대단한 발전을 추구하지 마라.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해라. 그것이 실력을 습득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렇게 얻은 실력 은 오래 유지된다. 또한 존 우든의 제자였던 스웬 네이터swen Nater와 갈리모어가 함께 쓴 《학생이 배우지 못했다면 제대로 가르친 게 아니다 You Haven't Taught Until They Have Learned》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자동적으로 될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 나치지 않다. 반복은 학습의 열쇠다.” 사람들 대부분은 우든 코치의 성공이 사려 깊고 겸손한 인품과 남 한테 용기를 주는 성격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갈리모어와 타 르프는 그가 교사로서 성공한 까닭이 성품 자체보다는 그 성품을 바탕으로 개발된 훈련 방식, 즉 철저히 계획적으로 실수에 집중하면서 풍부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처음에 우든 코치가 갈리모어와 타르프의 실험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것도 그런 학습 방식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우 든 코치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그는 실험에 참여한 경험을 이용해 자신이 개발한 코칭 방법의 결점을 개선하고 싶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마법사의 비결은 르네상스 예술가 혹은 Z 보이스가 발견한 진실과 똑같았다. 심층 연습을 많이 할수록 점점 향상된다는 것이 바로 그 비결이었다.
- 위대한 티칭 역시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스킬이다. 그저 마술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티칭은 여러 가지 스킬의 조합이다. 현재 UCLA의 명예 교수인 론 갈리모어는 일목요연하게 교사 의 스킬을 설명한다. “훌륭한 선생은 학생이 하는 말이나 행동 하나 하나에 집중합니다. 그러한 집중력과 해당 분야에 대한 풍부한 지식 이 바탕이 되어야, 실력을 향상시키려는 학생의 비틀거림과 어설픈 노력을 파악할 수 있죠. 그뿐만 아니라 정확히 목적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의 핵심 단어는 지식 · 파악 · 전달이다. 갈리모어가 말하는 것, 혹은 한스 젠슨 · 존 우든 · 메리 에퍼슨이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논지와 다시 연결된다. 스킬은 신경 회로를 감싸고 있는 절연층이며, 그것은 특정한 신호에 반응할 때 두꺼워진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 서, 마스터 코치는 신경 회로가 증식할 수 있도록 연료를 공급하고 방향을 안내하는 신호 전달 시스템이다. 그들은 언제 신호를 발사하고 언제 발사하지 말아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려준다. 코칭은 친밀하 고 긴 대화이며,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는 연속적인 신호 및 반응이 다. 마스터 코치는 모든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혜를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의 진정한 스킬은 학생 개개인이 본인의 능력이 닿을락 말락 한 곳까지 끈질기게 밀어붙이도록 스위트 스팟을 찾아 주고, 목적에 딱 들어맞는 신호가 반복적으로 발사되도록 정확한 암시를 보낼 수 있는 유연한 능력이다.
- 일선에 있는 훌륭한 교사를 묘사할 때 흔히 사용하는 단어는 인내심이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인내심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전 략적인 조바심에 가까웠다. 내가 만난 코치들은 항상 투입하는 정보 를 바꾸었다. A가 효과가 없으면, B와 C를 시도했다. 그것이 실패하 면 또 시도할 D, E, F 등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외부인에게 단순히 인내심 있는 반복처럼 보였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미묘하게 변형된 정보들이 연속적으로 투입되고 있었다. 각각의 정보는 실수의 지적과 교정을 적절히 혼합하여 정확한 신호를 발사하면서, 미엘린층을 두껍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했다.
- 재능의 용광로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잘했어 조아. 이제 ~를 해봐” 였다. 코치는 학생이 새로운 동작이나 테크닉을 터득하자마자, 바로 이 말을 사용한다. 학생이 새로운 과제를 잘해내 면, 코치는 곧바로 더 어려운 과제를 제시한다. "잘했어. 좋아. 이제 더 빨리해봐. 이제 더 그럴듯하게 해봐.” 작은 성공은 정지선이 아니 라 디딤돌이었다. 셉티엔이 말한다. “지난 세월 동안 배운 게 있다면, 밀어붙여야 한다는 거예요. 학생이 여전히 서툴더라도 가까스로 새로운 지점에 도 달하기가 무섭게, 곧바로 다음 단계로 밀어붙입니다.” 랜스도르프가 말한다. “버튼을 누르고 또 누르면서 어떻게 하는지 를 살핍니다. 인간의 정신은 끊임없이 건드리고 만지작거려야 해요.
- 글쓰기 · 코미디 · 축구 같은 스킬의 회로는 유연하다. 이러한 스킬 을 향상시키려면,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장애물에 대처하기 위해 그 때그때 적당한 회로를 골라낼 수 있는 수천 개의 회로가 있어야 한다. 반면 바이올린 연주 ·골프·체조 · 피겨스케이팅 같은 스킬의 회로는 일관적이다. 이러한 스킬은 이상적인 동작의 기본적인 요소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탄탄한 테크닉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골프 · 스케이트 · 체조 분야에서 독학한 사람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가 · 코미디언 · 축구 선수는 독학으로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 보편적인 규칙은 여전히 동일하다. 요컨대 좋은 코칭은 회로를 반영한다. 수동적인 브라질 코치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스즈키 교사는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들의 목표가 존 우든이나 메리 에퍼슨 등 다른 마스터 코치와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목표는 심층 연습 구간에 들어가는 것, 혹은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만큼 미엘린을 늘리고자 최대한 많은 신호를 발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코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 스스로 본인의 코치가 되게 만드는 것이다.
-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심층 연습이 그렇 듯이, 문제를 얼버무려 대충 수습하려는 본능적인 경향부터 극복해야 한다. 그런 습성은 비즈니스의 경우에 특히 곤란하다. 현재 도요타의 총무부 책임자인 제임스 와이즈맨 James Wiseman 상무는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도요타에 왔을 때 느낀 점 을 이야기했다. “예전 회사에서는 항상 묘안을 찾곤 했어요. 큼직하고 드라마틱하 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죠. 그런데 도요타에 와서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어느 금요일이었는데, 당시 진행하고 있던 시설 확장 건에 대해 보고했죠. 아주 긍정적으로 말했고, 약간 뻐기기도 했던 것 같아요. 2~3분쯤 지난 후 자리에 앉았어요. 그러자 미스터 조(현재 도요타 회장인 조 후지오)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더군 요. 그가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 죠. 제임스 씨, 당신이 좋은 관리자라는 건 우리 모두가 잘 알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을 고용하지도 않았겠죠. 하지만 부디 당신의 문 제에 대해서 말해줘요. 그래야 우리가 함께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인지 및 노화 분야의 연구는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모든 연구는 똑같은 후렴을 복창한다. 즉, 인지능력 저장소cognitive reserve' 에 비축된 것을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줄어든다는 것이다. 조지 바조키스 박사는 이 추상적인 말의 의미를 실감 나게 보여주려고, 냅킨으로 펜을 단단히 감았다. 펜은 신경섬유이고 냅킨은 미엘린이다. 바조키스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냅킨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할 때 뇌의 노화도 시작된다.
- 바조키스 박사가 말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말 그대로 미엘린이 벌어지기 시작해요. 그래서 노인들은 젊었을 때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겁니다. 그들의 근육은 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근육에 보낼 수 있는 자극의 속도가 변했죠. 미엘린이 나이를 먹기 때문이에요.” 불행 중 다행으로, 자연스럽게 미엘린이 급증하는 현상은 30대에 끝나지만 전반적인 미엘린의 양은 50대까지 꾸준히 증가한다. 심층 연습을 열심히 하면, 미엘린층을 두껍게 만드는 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바조키스 박사가 말한다. “미엘린이 살아 있는 물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항상 생성되고 소멸하죠. 마치 전쟁 같아요. 젊었을 때는 미엘린이 쉽게 생겨요. 50대가 되면 전반적인 균형이 소멸 쪽으로 기울죠. 하지만 미엘린이 계속 생길 수는 있어요. 미엘린의 해체가 진행되고 있더라도 여전히 새로 생길 수 있어요. 우리 생이 끝나는 날까지 가능하죠.” 이런 이유 때문에 교육 수준과 알츠하이머 발병률은 상당한 관련 이 있다. 바조키스 박사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회로가 두껍고 강력하므로, 알츠하이머의 초기 징후를 저지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동일한 원리를 바탕으로 한 논문이나 저서, 비디오게임 등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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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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