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비극, 다른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는 비극이다.” (조지 버나드 쇼)
- 최근 발표된 몇몇 연구에서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뚜렷하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우울한 전망을 제시했다. 미래 신기술이 만들어낼 멋진 신세계가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클린 미트'라 불리는 인공 배양육은 기존 축산업보다 환경을 더 많이 오염시킨다고 한다. 식물성 고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와인을 만들 때 화학 비료나 농약, 제 초제를 쓰지 않는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을 활용하면 살충제 사용은 줄 일 수 있으나 노균병 방지를 위해 구리를 더 많이 써야 한다.19 구리 사용은 환경에 심각한 오염을 불러온다. 결국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구 리 사용을 금지했다. 마지막으로 매우 상징적인 최근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하겠다. 2019년 스웨덴의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의 해안 도시 플리머스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는 기후 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항공기나 유람선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았고, 친환경 탄소 제로'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것을 택했다. 그는 15일 만에 항해를 마치고 뉴욕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런데 독일의 한 일간지에서는 그레타 툰베리의 요트 횡단이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배를 이동 수단으로 선택하면서 안전을 위해 그와 함께 여러 명의 선원이 동행해야 했다. 선원들이 돌아올 땐 항공편을 이용할 예정이었다.
- 중국은 오늘날 우리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28개 자원의 최대 생산국일 뿐 아니라, 이 자원들의 전 세계 생산량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은 모든 광물을 적어도 15퍼센트 이상 생산하 는데, 백금과 니켈만이 예외다(2011년 세계 광물과 금속 생산량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기 위해서는 부록 4를 참고하라).
이처럼 놀라운 성과의 이면에 물론 반대급부가 따랐다. 경제 덤핑 과 환경 덤핑이라는 임의적 선택이 생태계에 미치는 결과는 대부분 무시되었다. 기업가들은 눈치 보지 않고 대도시의 대기를 오염시켰고, 중금속으로 토양 침식을 가중했으며, 광업 폐기물을 하천에 그대로 흘려보냈다. 성장을 위해 모든 수단이 동원되었고 오로지 정글의 법칙만이 판을 지배했다. 다시 말해, 닥치는 대로 행동한 것이다.
이로 인한 대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제1의 온실가스 발생국 이 된 중국에서는(2015년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28퍼센트를 차 지했다) 지금도 계속해서 걱정스러운 통계가 나오고 있다. 가령 중국 국토 가운데 경작 가능한 면적의 10퍼센트는 이미 중금속에 오염되었으며, 지하수의 80퍼센트는 사용할 수 없이 불결한 상태다. 중국 내 500대 도시 가운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대기 질을 유지하는 곳은 다 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며,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 는 해마다 300만 명에 이른다.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의 유명 환경 운 동가 마준은 “이는 가히 기념비적인 실수”라고 설명했다.
- 한 통의 이메일은 약 1 만 5,000킬로미터를 빛의 속도로 주파하는 셈이다. 이 모든 과정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다큐멘터리 해설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의 계산에 따르면, 첨부 파일이 붙은 한 통의 이메일을 수신자에게 전달하는 데는 작은 전구 하나를 한 시간 동안 켜 놓을 수 있는 만큼의 전력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에서 매 시 가 발송되는 이메일의 양은 무려 100억 통이다. 이는 곧 우리가 주고, 받는 이메일에만 시간당 50 기가와트의 전력이 소모된다는 뜻이다. 50기가와트는 한 시간 동안 원자력 발전소 15개가 생산하는 전력과 같다. 그리고 단 한 개의 데이터 센터가 데이터 운반을 관리하고, 기기의 열을 내리는 냉각 장치를 가동하기 위해 매일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은 인구 3만 명 규모의 소도시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과 같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세계 전기 생산량의 10퍼센트를 소비하며, 해마다 항공업계가 배출하는 양의 절반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밝혔다.24 환경 관련 시민단체 그린피스는 '클 라우드가 하나의 국가였다면, 전력 수요 면에서 세계 5위에 올랐을 것' 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수많은 위성을 하늘 높이 띄워야 한다(실리콘 밸리의 거인들은 이미 지구 전체에 인터넷을 연결하겠다며 위성을 띄우기로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릴 발사체가 필요하며, 적정한 궤도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파동을 송신하며 디지털 기기의 통신 내용을 암호화할 수 있는 막대한 수의 컴퓨터도 필요하다. 물론 폭주하는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사단도 동원되어 야 한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 차원의 해 저 케이블 망,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지상 지하 전기망, 수백만 개의 정보 처리용 단말기, 무수히 많은 데이터 저장 센터, 수십억 개의 태블릿 PC, 스마트폰을 비롯한 온갖 사물인터넷과 배터리와 충전기 등을 갖춰야 한다. 비물질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토록 커다란 물리적 영향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이른바 비물질화 시대로의 행복한 전진은 기만에 불과하다. 
- 태양광, 바람, 조수를 활용해 만든 에너지는 우리가 무한히 누릴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재생 에너지로 불린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재생할 수 없는 자원을 소비해야 한다. 지하자원은 유한하다. 게다가 지하자원이 형성되는 데는 몇십억 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든다. 반면 우리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 로 증가하고 있다. 
'녹색' 또는 탈탄소’ 에너지는 사실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활동들에 토대를 두고 있다. 광산에서 광물을 채굴하고 제련하여 이것을 풍력 발전기나 태양 전지로 제조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필 요하다. 전기차 덕분에 대도시에서는 대기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다.
- 전기차 제작에 필요한 자원을 채굴하는 광산 지대는 오염으로 고통받는다. 오염의 총량은 줄지 않고, 단순히 자리만 이동했을 뿐이다. 기막힌 아이러니가 아닌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만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 다.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도심의 오염을 없애는 대신, 도심보다 열악하고, 보는 눈이 많지 않은 지역으로 그 부작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탄소 경제의 주역들은 그들이 오염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 친환경 세계의 핵심 자원인 희귀 금속의 재활용 과정은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 게다가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원료를 혼합하여 다양한 합금 을 개발하고 있고, 이런 경향은 희귀 금속 재활용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든다. 그러므로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업계는 근본적인 모순에 봉착하 게 될 것이다. 그들이 추구해 온 지속 가능한 세계라는 것이 친환경 순 환 경제의 출현을 막는 결과를 불러온 셈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후손들은 우리에 대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21세기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 아, 그분들은 희귀 금속을 한 구멍에서 꺼내 다른 구멍으로 집어넣은 어리석은 사람들이었지.”
- 2017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 쇼에서 PSA(프랑스 자동차 그룹)의 대표 카를로스 타바레스가 전기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 부가 기업에 전기차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릴 거라면 정부는 그 지시에 따르는 환경적 결과까지 책임져야 한다. 나는 앞으로 30년 후에도 배 터리 재활용이며 희귀 자원 사용, 충전 중인 배터리의 전자파 발생 같 은 것들로 고통받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미래엔 어쩌면 디젤게이트 때처럼 일종의 전기게이트'가 터지고 전 세계에서 줄소송이 잇따를지 모른다. 우리는 이토록 명백한 사실들 앞에서 어떻게 이토록 오랜 시간 맹목적일 수 있었는지 자문하게 될 것이고, 정·재계는 물론 수많은 환경단체가 지지해 온 합의가 오히려 모순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가리고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차라리 핵에너지가 이것을 대체하기 위해 고안한 신기술보다 덜 해로우며, 우리의 에너지 믹스에서 핵에너지를 배제하긴 곤란하다고 실토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날이 오면, 친환경 세상을 만들겠다는 막연한 일념이 빚어낸 엄청난 문제들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기적의 기술을 개발하려 안간힘을 쓸 것이다.
그런데 중국과 콩고, 카자흐스탄이 무책임한 광업으로 환경을 피폐화하는 동안 미국과 유럽 등 서양 국가는 무얼 한 걸까?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과연 중국과 콩고, 카자흐스탄만의 잘못일까? 아니, 다시 질문해야겠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이나 콩고, 카자흐스탄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이들 국가가 열악한 환경에서 금속을 채굴하고, 환경을 파괴할 줄 뻔히 알면서도 그들 손에 일을 맡긴 것은 누구였을까?
- 세상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주로 강력한 두 세력의 대립으로 세계의 혼돈을 해석해 왔다. 남반구와 북 반구, 베를린 장벽으로 분리된 동구와 서구, 신흥국과 선진국, 동양과 서양, 자유 세계와 악의 축, 구대륙 유럽과 신대륙 아메리카 등. 그러 나 30년 전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재편할 가장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립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베르사유 조약이나 빈 회의, 얄타 회 담 같은 곳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것은 중국 과 서양 사이의 산업 질서에 관한 대립이다.
1991년 세계은행의 수석 경제학자였던 로렌스 서머스가 그해 작성 한 '서머스 메모를 보면 이러한 대립이 공공연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서머스는 이 내부 문서에서 '경제 선진국은 공해를 일으키는 산업을 가난한 국가로, 특히 인구 밀도가 낮고 오염이 심각하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로 수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것을 흠잡을 데 없는 경 제 논리'라고 설명했다. 문서가 유출되자 서머스는 다급히 해명하며 자신의 글이 다분히 풍자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풍자는 현실을 과장하여 부조리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의 글은 현실과 너무도 완벽히 일치했다. 실제로 프랑스를 포함한 서양 전체가 공해 산업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거의 모든 공업 활동을 점진적으로 금지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 마운틴 패스 광산과 라로셸 공장 이야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것이다. 서양은 희귀 금속 광산과 제련 공장을 중국으로 옮겼고 동시에 환경 오염의 짐까지 옮겼다. 미국과 유럽은 자신들이 싼 똥을 최대한 먼 곳으로 치워버리기 위해 끈기 있게 시스템을 갈고 닦았다. 그리고 중국은 서양의 전략을 두 팔 벌려 환영 했다. 희귀 금속 분야에 종사하는 한 캐나다 출신 사업가는 “우리는 중국이 우리 대신 희귀 금속을 생산하며 생태계 파괴를 겪은 데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통 큰 도량을 보였다.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국가들은 철저히 자본주의적 논리와 자유의사에 따랐다. 이모저모를 모두 따져본 뒤 자국의 경제 체제를 전문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기대했던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시장의 세계화는 많은 이들에게 이득이었으며 진일보였다. 그런데 중국은 이제 와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예컨대 지금 소개하려는 이 중국인 학자처럼. “사람들은 중국이 당시 서양이 주도하던 세계 질서를 따랐 던 게 좋은 선택이었다며 추켜세우죠. 그런데 중국은 고통도 겪었습니다. 비용 대비 이득을 분석해보면, 중국이 정녕 이득을 보는 거래를 한 건지 확실치 않습니다.” 서양 국가들과 맺은 협약에 따라 중국 정부 는 말 그대로 더러운 광물을 깨끗하게 세탁했다. 금속 자원의 출처를 슬쩍 숨겨둔 덕분에 녹색 기술과 디지털 기술은 긍정적인 명성을 얻었 다. 이는 확실히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그린워싱 작전이다.
- 서양은 마치 카리브해의 작은 섬에 숨겨둔 자회사에 빚을 몽땅 달아둔 다음, 주주들에게는 화려한 매출만 보여주는 기업처럼 행동한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생태계 보호 관련법을 제정하고 이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만, 등 뒤로 숨긴 손으로는 자신들이 만들어 낸 전자 쓰레기들을 가나의 유독성 폐기물 하치장으로 슬그머니 옮기고 있다. 자국에서 발생한 방사능 찌꺼기는 머나먼 시베리아의 동토로 수출하고, 공 해 산업은 다른 나라에 떠밀면서, 서양은 그들의 순손실을 순이익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다.
-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단 하나의 법칙이나 관념도 3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뒤에는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각국은 국력 강화를 위해 자국 내에서 필수 자원을 개발하거나, 그게 불가능하다면 다른 국가와의 거래를 통해 자원 수급이 차 질 없이 이루어지게 하려 애썼다. 가령 석유를 예로 들어 보자. 20세기 초,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영국 해군이 석탄 대신 중유를 사용 하도록 전략을 바꾼 뒤 지중해 동부 연안에서 충분한 석유를 공급받을 곳을 찾아다녔다. 영국 정부는 그리하여 앵글로 페르시안 석유 기업의 대주주가 되었으며, 페르시아 지역에 선박의 항로와 연결되는 거대한 송유관을 촘촘히 세웠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은 자국의 석유 비축량으로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은 엄청난 양의 원유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쪽을 타진했고, 1945년 2월 14일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이븐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은 퀸시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워싱턴은 리야드에 군사적 보호를 제공하는 대신 리야드의 석유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받는 특권을 누리게 되 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자원 확보를 위해 알제리와 가봉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자국 내에서 자원을 개발하기, 또는 타국에서 자원 조달을 보장받 기. 이것이 지난 수천 년 동안 각국이 실천해 온 에너지 독립 전략이었 다. 그러나 희귀 금속 자원에 대해서는 두 전략 중 어느 것도 활용하지 않고 있다. 희귀 금속이 다른 금속보다 상대적으로 소량만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 희귀 금속은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소금과 같다. 전세계 시민들 이 한 해에 각자 소비하는 희토류의 양은 고작 17그램이다. 그렇지만 이 소량의 원소가 없다면 세계의 흐름은 크게 늦춰질 것이다. 서양은 1970년대부터 디지털 기술 발전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정작 기술의 핵심이 되는 희귀 금속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다. 
타국에 완전히 의존하면서 요구하기. 거의 자멸적 정책처럼 보이 는 이것이 오늘날 가장 많은 나라가 채택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변화 는 즉각적 이득을 추구하는 시장 논리가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시작됐 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서양은 이제 장기 전략 따 위는 세우지 않는다. 희귀 금속도 예외는 아니다. 
- 현재 서양 국가들은 '화물 숭배cargo culte'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말에서 1940년대까지 멜라네시아(뉴칼레도니아, 피지 등지를 일컫는다)의 많은 원주민은 갑작스럽게 백인들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정복과 이익 창출에만 혈안이 된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주의자들이었 다. 그 뒤로는 태평양 전쟁에 참전 중인 미국 군대와도 만났다. 그들이 차례로 만나본 백인들에게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으니, 바로 정기적 인 식량과 장비의 공급이었다. 백인들은 원주민을 동원해 섬에 비행장 을 짓고 보급망을 구축했다. 원주민들은 짐칸에 물건을 가득 싣고 도착하는 선박과 비행기를 놀란 눈으로 바라 보았다. 무전기 마이크에 대고 필요한 것을 말했을 뿐인데 마치 마법처럼 약품이며 식량, 무기가 바닷가 모래밭에 도착하거나 하늘에서 내려왔다. 원주민들은 이러 한 마법 뒤에 촘촘하게 엮인 공급망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 러나 따라는 할 수 있었으므로, 그들은 백인을 흉내 냈다. 진짜처럼 꾸민 무전 시설을 만들어 거기에 대고 주문을 했으며, 비행장과 관제탑 을 세웠다. 화물 숭배는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유물론적인 21세기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도 화 물 숭배에 빠져 있다. 우리 조상들은 7만 년 동안이나 결핍의 두려움을 안고 살았지만, 우리는 이런 두려움을 모르는 세대다. 우리는 산더미 같이 쌓인 물건들을 보면서 그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일에 대가가 따른다. 공급망의 세계화로 우리는 구매력을 얻었지만 동시에 산지에 관한 지식은 잃었다. 1억 6,000만 명의 미국인(성인들)이 초콜릿 우유는 초콜릿 빛깔 암소에서 나온다고 철석 같이 믿는다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서양은 희귀 금속 생산을 타국으로 이전했고, 이는 후대에 21세기 의 석유라는 짐을 물려주는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서양은 잠재 적 경쟁 상대의 품에 귀중한 독점권까지 안겨 주었다.
- 우려되는 지점은 바로 자원 분포 현황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 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인듐의 44퍼센트, 바나듐의 55퍼센트, 형석과 흑연의 65 퍼센트, 게르마늄의 71퍼센트, 안티몬의 77퍼센트를 한 나라가 생산한다. 바로 중국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중국이 전 세계 규소 생산량의 61 퍼센트, 게르마늄의 67퍼센트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지질조사국의 보고서 내용과 거의 같다. 또한, 중 국은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84퍼센트, 희토류는 무려 95퍼센트를 차지한다. 브뤼셀 정부는 담담하게 결론지었다. “중국은 주요 원자재 공급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다.”
- 희귀 금속 시장의 몇 가지 특수성은 문제를 한층 심각하게 만든다.
희귀 금속 시장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철이나 구리, 알루미늄, 납 같은 주요 광물에 비하면 희귀 금속의 생산량은 터무니없이 적다.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강철 생산량의 0.01 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시장은 지극히 은밀하다. 소수의 구매자와 판매자만이 시장에 관여하므로, 희귀 금속 시장은 비밀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참여자가 적을수록 환경은 불안정해진다. 한두 명의 참여자가 시장 전체를 교란할 수도 있다. 공급자가 한 명만 줄어도 수요자 측에서는 순식간에 공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테면 희귀 금속을 소비하는 아주 작은 신기술이 하나만 출현해도 돌연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희귀 금속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불투명성이다. 이곳에서는 재량권이 원칙이고 규칙이 없는 게 게임의 규칙이다. 따라서 런던 금 속거래소LME에 상장된 소수의 금속을 제외하면 공식적인 가격 고시는 없다. 모든 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구매자는 대개 전문 잡 지나 웨이보(중국의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에 의존한다. 중간 브로커들 이 웨이보를 통해서 찔끔찔끔 그들이 최근 거래한 가격을 흘리기 때문이다.
- 희귀 금속 시장은 광업국에 매우 유리하다. 중국은 일부 희귀 금속 생산 정보를 국가 비밀로 간주하며, 노골적으로 제공을 꺼린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축분이나 지정학적 요인, 외교 전략 등 불확실한 요 인들 때문에 가장 뛰어난 전문가들조차 희귀 금속 시장을 판독하기 어 려워한다. 
이기적인 이익 창출에만 골몰한 민간 투자자들의 개입도 희귀 금 속 시장의 자유로운 수요와 공급 작용을 망치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 다. 한 전문가는 “민간 투자자들은 오늘날 10년 전보다 60배나 커진 원자재 시장을 주무른다”고 귀띔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이들로 인한 가격 불안정성도 커졌다. 과거에는 주요 금속만이 투기 대상이었 지만, 점점 희귀 금속도 그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한 금융분석가는 민간 투자 신탁인 미국의 튜더 펀드, 네덜란드의 PGGM 같은 투자사 그리고 하버드나 프린스턴 같은 미국 유수 사립대학의 금융 담당자들 이야말로 희귀 금속 시장의 투기 주역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나친 투기는 당연히 엄청난 가격 상승을 불러온다.40 예컨대 2017년 민간 투 자자들은 코발트 수천 톤가량을 사들였다. 이는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17퍼센트에 달하는 양이었다. 코발트 가격은 곧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희귀 금속 시장에서 예견이란 불가능하다. 비비안 우는 “희토류 시 장은 안정적이지도, 예측이 가능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국가 혹은 업계가 희귀 금속과 관련한 먼 미래 전략을 세우거나 가격 을 예측하려 드는 건 완전히 무의미한 일이다. 프랑스 지질자원연구원 의 한 전문가가 말했듯 “희귀 금속은 위기의 금속이다.”
- 희토류 자석이 나오자 모바일업계에서는 너도나도 전자 기기의 무게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 경쟁을 시작했다. 가장 가볍고 작은 모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모터의 크기를 줄일 수 있 다면 당연히 그 모터를 장착한 물건의 크기와 무게 또한 줄일 수 있고, 크기와 무게를 줄이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 진보는 모두 희토류 자석 덕분에 가능했다. 이 초강력 자석을 직접 사용해 본 독자도 있을 것이다. 벽에 자석으로 주방 칼을 부착해 두었다면, 그게 바로 희토류 자석이다. 작은 자석 하나가 20센 티미터가 넘는 무거운 주방 칼을 지탱해 허공에 떠 있게 한다면, 그건 페라이트 자석이 아니다. “같은 힘을 내는 페라이트 자석과 희토류 자석의 크기를 비교하면, 희토류 자석이 100배는 작습니다. 한 업계 인사는 흥분한 어조로 설명했다. “요컨대 소형화가 가능해졌다는 말입니 다. 희토류를 활용하면 모든 물체를 더 작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희토류 자석은 전기 모터의 힘을 배가시킨다. 그래서 전기 모터는 열 모터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이렇게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은 더할 나위 없이 순조롭게 가속 페달을 밟는 듯 보였다. 그러나 모든 게 완벽해 보이던 어느 날 문제가 발생했다.
- 때는 1980년대 말. 희토류 자석은 세계의 모든 제조 부문을 장악하며, 그야말로 벼락같은 성공을 거두는 중이었다. 이 자석의 특허는 일본 전자 그룹 히타치가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은 제조업 부문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그 위세가 어찌나 등등 했던지 일본은 심지어 이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일본이 기술 수출 금지령을 내리자 베이징은 그들에게도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첸잔 형은 이때 이미 중국이 자국 산업 발전에 희토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 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자석 생산업체들은 주로 일본에 있었고, 이들이 전 세계 에 공급되는 자석 대부분을 생산했다. 중국은 바로 이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자석 생산업체에 자석을 제조하는 힘들고 단순한 일은 자기들에게 넘기고 노동의 부담을 줄이라고 제안한 것이다. 오스트레일리 아 출신 자문가는 이 일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중국인들은 이렇게 말했죠. 광둥성으로 오십시오! 희토류 자석 제조 공장을 광둥성으로 옮기십시오. 단순 제조 공정은 우리가 처리하겠습니다!”
즉, 자석 제조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기만 하면 낮은 생산 비용을 보장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이렇게 하면 일본 기업의 영업 이익은 더 늘어날 터였다. 일본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이 무렵 일본은 완전 고용에 엔화 강세 상태였으니 중국의 제안을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만했다. 
- 서양과 중국은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사이좋게 걸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2000년대 들어 희귀 금속 수출 한도량을 정하더니 갑작스레 방향을 틀었다. 이로 인해 공장을 (그리고 기업 기술까 지) 중국으로 옮기지 않은 자석 제조업자들은 곧 원자재 수급에 차질 이 생겼고 사업이 불안정해졌다. 희토류 공급 문제에 부닥친 제조업자 들은 가고 싶지 않은 2가지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원활 하지 않은 원자재 공급과 느린 가동 속도를 무릅쓰면서 공장을 그대 로 유지하거나, 혹은 무제한으로 원자재를 공급받는 대신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길이었다. 
- 서양은 그들에게 일어난 일을 이제야 제대로 파악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광물을 지배하는 국가가 제조업을 지배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국가가 천연자원에 대해서만 중국에 의존했으나 이제는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 기술까지 그들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그 기술들이 전부 광물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났던 미국의 한 희귀 금속 전문가는 “우리는 비군사적인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진 걸까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잠시 뒤 “질문의 답은 물론 그렇다'가 되겠 죠.” 하고 스스로 답했다. 그 분쟁에서 서양이 이기고 있는지, 아니 면 불리한 상황인지를 묻자 프랑스의 한 광업 전문가는 조금의 망설임 도 없이 즉시 이렇게 대답했다. “그 전쟁에서 우리는 아예 싸워보지도 못했습니다.”
- 희귀 금속과 상관없이 서양은 탈산업화로 인한 치명적인 결과를 감당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화석 연료를 대체할 원료를 독점하고, 그 원료에 의존하는 녹색 산업을 장악하면서 서양의 경제, 사회, 정치 위기는 한층 증폭됐다. 그러나 프랑스의 한 전문가는 “반대로 생각하면 유럽식 기술, 사회, 경제 모델이 기득권을 보존할 수 없을 정도로 턱없이 무능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 마디 더 덧붙였다. “결국 유럽 민주주의의 생존 여부는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중국 산업이 얼마나 부상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는 다음 한 세 대에 선조들이 2,500세대를 거치며 7만 년 동안 소비한 광물보다 더 많은 광물을 소비할 예정인 것이다. 이제까지 지구에 살았던 1,080억 의 인간들보다 우리 75억 동시대인들이 더 많은 광물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거라는 뜻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비달의 연구에는 빠진 것 들도 많았다. 녹색 에너지 전환이 남길 생태 발자국을 제대로 가늠하 기 위해서는 원자재 수명 주기에 대한 훨씬 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 하다. 예컨대 광업에 드는 물 사용량, 에너지 운송과 비축, 활용 과정 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녹색 기술 재활용에 관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과 에너지 전환 활동이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크고 작은 영향까지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자. 광산의 확산은 희토류를 장악한 중국의 독점적 지위를 무력화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그렇게 되는 걸 가만히 지켜보려 할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 공산 국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한다. 광업 활동의 무거운 짐은 나누면서 전략 자원을 쥐락펴락하는 패권은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 “중국의 목적은 모든 대안 사업을 죽이는 게 아닙니다. 그냥 지지 부진한 상태로 유지되길 바라고 있죠.” 크리스토퍼 에클스턴이 주장했 다. “일단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광산을 헐값에 차지하는 게 그들의 속 셈입니다.”  중국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서양은 또다시 함정에 빠진 것이다. 단기적인 이득에 눈이 멀어 섣불리 광업 활동을 재개했다가는 중국의 계략에 빠져 낭패만 보고 끝날 수 있다. 희토류가 자본주의의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광산 개발을 위 해서는 철두철미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과연 서양은 실수를 통해 배울 준비가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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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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