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금융위원회에서 서기관으로 복무하고 있는 강성호님이 지은 책이다. 정책학 석사, 국제개발학 석사를 가진 분이 지은 책이라 좀 어렵고 학술적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불과 몇 페이지를 읽지 않아 자연스레 해소되었다. 경제학이나 플랫폼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도 네트워크 경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일상의 용어를 통해 서술하고 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플랫폼 경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렸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지인들과 소통을 하고,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고 또 물건을 사기도 한다.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쿠팡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하며, 카카오택시나 카카오대리를 휴대폰으로 손쉽게 이용하고 있다.

어쩌면 이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행위도 플랫폼 경제 속에서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읽었던 책에 대해 기록하고, 나중에 필요할 때 찾아보기 위해 블로그라는 인터넷 저장소에 저장해 두는 행위는 개인적인 행위이기도 하지만, 이 글이 블로그 독자들에게 공유되는 순간 플랫폼 경제 내부의 네트워크 행위가 되는 것이다. 

"내가 작성한 리뷰글 이라는 데이터는 나의 노동행위인가? 아니면 플랫폼 사업자가 축적한 자본인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데이터를 자본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데이터를 혁신을 위한 자원의 일부로 여기게 된다. 그리고 무상으로 더 많은 데이터가 공급되어야 혁신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반면 데이터를 노동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데이터를 작성한 노동자들이 소유권을 지녀야 하며, 데이터를 취득하는 플랫폼 기업은 임금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는 단순히 플랫폼 기업에 리뷰를 게시하거나, 별점을 매기는 행위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좋은 데이터나 컨텐츠에 대한 포인트 혹은 광고기반 수수료를 얻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이 책은 네트워크 경제가 어떻게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지, 네트워크가 어떻게 경제권력을 재편하고 있는지, 플랫폼 경제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도전을 겪고 있는지를 쉽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트워크가 만드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 대한 전망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이라는 것은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독자들에게 무언가 더 생각할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는 앞으로 어떤 경제질서를 구축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네트워크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슨 일을 할 것인가? 플랫폼 기업이 정보를 독점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혁신을 가로막는 경제제도와 사상 대신 어떤 새로운 사회적 계약에 합의할 것인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은 지금 당장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 답을 하기 위해 우리가 기본적으로 가정하고 있어야 할 것은 새로운 질서 속에서 어떻게 인간적인 측면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본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경제이론으로서 '양면시장 이론'은 최근 경제학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구주제 중 하나였다. 양면시장 이론의 시초였던 로셰와 티롤이 2003년 이 이론을 발표한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양면시장 이론을 다루었고, 그만큼 연구논문들도 쏟아졌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오랫동안 이 이론이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양면시장 이론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기존의 법질서와 상충되는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독점을 판단하는 공정거래법 영역은 양면시장 이론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대표적인 분야였다. 양면시장 이론은 서로 다른 두 시장을 하나로 묶어서 취급하자는 것인데, 서로 다른 두 시장을 하나로 묶으면 기업의 독점이나 갑질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 예를 들어 쿠팡이라는 플랫폼 기업이 소상공인인 판매자들에게 갑질을 하거나, 횡포를 부리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양면시장 이론은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양면시장은 원래 한쪽이 다른 쪽을 위해 희 생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삼기 때문이다. 소상공인(판매자)들에 대한 갑질이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이러한 갑질과 독과 점은 정당화될 수도 있다는 함의가 양면시장 이론에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면시장의 논리적 귀결을 납득할 수 있을까? 사 실 이러한 결론은 심정적으로 선뜻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쿠팡과 네이버가 소상공인들을 쥐어짜는 행위를 양면시장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용서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도 분명 공정한 시장질서라는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미국 신용카드 시장에서는 빅4인 비자(in, 마스터카드Mastercard, 아멕스카드 American Express, 디스커버 카드Discover가 경쟁하고 있었다. 후발 주자로서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아멕스카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사용했다. 가맹 점에 아멕스카드 이외의 카드는 사용하지 말라는 '아멕스카드 강제 사용Anti-Steering' 의무를 1990년대 중반부터 부과한 것이다. 아멕스 는 가맹점들이 만약 강제 사용 의무를 어기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해 버리는 강력한 페널티도 부과했다.
이에 미국 법무부POS는 아멕스카드의 강제 사용 의무는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위배할 수 있다며 아멕스카드의 마케팅 전략에 제동을 걸 었다. 하나의 카드만을 강요하는 것은 가맹점에 대한 갑질이라는 것이다. 또한 카드 강제 사용 의무는 가맹점들이 다른 신용카드사를 원천적으로 선택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신용카드사 간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미국 법무부는 아멕스카드 회사를 상대 로 2010년 소송을 제기했다. 법리 다툼은 치열했다. 1심은 법무부가 이겼으나 2심에서는 아멕스카드가 이겼다. 결국 재판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으며, 2018년 연방대법원은 5 대 4의 차이로 아멕스카드의 손을 들어 주었다.
연방대법원이 아멕스카드의 손을 들어준 근거는 양면시장 이론이었다. 신용카드 시장은 양면시장이기 때문에 카드 소지자와 카드가 맹점을 묶어서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요지였다. 아멕스 카드가 경쟁사보다 카드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 것은 사실 이지만, 이것만으로 아멕스가 시장 지배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가맹점에서 그 수수료 수입을 카드 소지자들을 유치하는 데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은 높은 수수료 수입이 카드 소 지자들에 대한 혜택과 리워드로 돌아간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취했다. 
이처럼 양면시장 이론은 한쪽 시장에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카드 사용을 강제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될 수 있다. 이 아멕스카드 사건은 미국 경쟁법 영역에서 양면시장 이론이 인용된 최초의 판결이었다.
- 그러나 소수의견을 제시한 4명의 대법관은 의견이 달랐다. 이들은 양면시장 이론을 지지하지 않았다. 굳이 두 시장을 하나로 묶어 볼 만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수많은 양면시장이 존재한다. 그런데 왜 하필 신용카드 시장만 두 시장을 하나로 묶어 특별 취 급을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계에서도 어디까지를 양면시장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일치된 합의가 없다. 양면시장에 대한 추상적 정의만 있을 뿐이다.
양면시장 이론은 한쪽의 희생을 정당화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쪽은 수혜를 누리고 한쪽은 피해를 보는데, 어떻게 이것이 과연 상쇄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다. 서로 다른 두 주체의 이해득실을 하나로 합쳐서 생각하자는 주장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적 관점에 기반한다. 그러나 어느 일방에 피해를 전가하고 더 큰 이득을 본 집단이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은 현실에서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우리 모두는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 네트워크 경제는 '더 많은 노동시간 = 더 많은 소득' 이라는 공식도 붕괴시킨다. 노동과 소득 간의 비례 관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전통적 경제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버는 구조였다. 그러나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놀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 유명 연예인들과 유튜브 크리에이터, 스포츠 스타들, 인기 학원 강사의 수입이 일반 노동자보다 매우 높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들은 노동을 통해 돈을 벌지 않는다. 이들은 최소한의 노동력만 투입할 뿐 소득은 TV, 인터넷 등의 네트워크가 스스로 창출한다.
- 블록체인의 채굴과정은 매우 비생산적이다. 유효한 논스값을 가장 먼저 찾아내기 위해 수많은 컴퓨터가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많은 사람에게 이러한 현상은 매우 모순적으로 보인다. 거래내역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을 연결하는 데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는 엄청난 수준이다. 비트코인 거래 한 번을 위해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는 300kg이며, 이는 비자카드를 한 번 긁는 것보다 75만배 많은 양이다.
- 왜 블록체인 시스템은 블록을 연결하는 작업을 비생산적이고 낭비적인 숫자 끼워 맞추기'로 만들었을까? 이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블록체인은 블록연결 작업을 통해 장부조작 여부를 발견한다. 숫자 끼워 맞추기 작업을 통해 가짜 거래기록을 밝혀내고, 진짜 거래 기록만 남게 된다.
- 블록체인은 데이터 보관의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다. 수많은 기록 보관소를 두고, 동일한 기록을 분산 저장하기 때문이다. 기록 속도도 매우 느리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중앙결제방식은 초당 3,200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으나, 비트코인은 초당 4건의 거래 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그만큼 느리고, 많은 저장 공간을 요구하는 비효율적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술적으로 완벽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신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적으로는 복잡하더라도 신뢰를 강제하는 기술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신뢰기계 the Trist Machine" 다. 블록 체인 시스템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항상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이 는 미래가 예측 가능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만 들어내는 도구이며,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대체하는 기계다.
블록체인은 단순 반복적인 거래가 많이 일어나는 곳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거래구조가 복잡하면 블록체인이 주석을 달고 추적을 하는 과정이 매우 번거로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업, 물류, 수송 등 단순 반복적이지만 거래량이 많은 공급망upply chain' 관리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 경제 권력은 자본파업의 가능성을 통해 힘을 휘두른다. 노동자의 본래 역할이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면, 자본은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투자하여 공장을 짓고 이윤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자본가들이 공장을 짓지 않는다면, 이를 '자본파업’이라 한다. 기업가들이 기존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일종의 자본파업이다.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시키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은 자본파업의 전형이다. 
- 자본파업은 일자리만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다. 자본파업이 발생하면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다. 전통적 제조업의 일자리는 해외로 나가버리는 대신, 그 기업이 빠져나간 빈자리에는 바이오, 게임 등과 같은 신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는 고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저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 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즉, 자본파업은 현 정부가 가장 두려 워하는 일자리 감소와 소득 양극화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가져온다.
- 우리는 개인정보를 소중하다고 인식하지만, 실제 행동은 개인정보 제공에 매우 관대하다. 이처럼 개인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현상을 '프라이버시 역설privacy Paradox' 이라고 한다. 프라이버시의 역설이 존재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기업들은 우리의 개인정보를 손쉽게 얻고 있는 것이다.
- 뉴파워는 구권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작동한다. 17 네 트워크를 통해 확산되고, 흐르는 물결처럼 작용한다.
제러미 하이먼즈는 신권력은 'Current(흐름)', 구권력은 'Currency(화 폐)'라고 표현한다. 구권력은 소수만 가지고 있으며, 폐쇄적이고 접 근하기 어렵다. 리더가 주도하며, 상명하달의 원리로 움직인다. 강 한 유대감과 권위hierarchy도 구권력의 특징이다. 정당이나 기업이라 는 조직을 만들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구권력의 작동방식 이다.
그러나 뉴파워는 흐름이다. 다수가 만들어내고, 개방적이면서 참여적이다. 물이나 전기처럼 흐름이 급증할 때 가장 강력해진다. 뉴 파워는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 도록 결집하는 것이다. 뉴파워는 지도자가 부재한 상황, 즉 아나키 anarchy에 가깝다. 이들에게는 조직도, 리더도 없다. 이들을 움직이는 힘은 참여, 공감, 확산이다. 네트워크에서 공유되는 메시지는 모두 수평적으로 움직이며, 많은 대중의 공감을 받은 메시지가 뉴파워가 된다.
- 인터넷 사용에는 '1대 9 대 90의 법칙' 이라는 게 있다. 인터넷 이 용자의 90퍼센트는 단순히 관망할 뿐이며, 9퍼센트는 재전송이나 댓글로 확산에 기여하고, 1퍼센트만이 콘텐츠를 창출한다는 법칙이 다. 이 법칙은 인터넷에서 영향력 있는 소수(1퍼센트)에 의해 인터넷 여론이 좌우되거나, 의견이 일방향으로 흐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수많은 사람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인터넷상의메시지를 무비판적으로 소비, 확산할 뿐 사실을 검증하지는 않는다.
- 뉴파워는 항상 선善한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연결 그 자체는 가짜뉴스에 취약하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자극적인 뉴스에 민감하다. 특정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유명세를 바탕으로 저품질의 상품을 판매하여 이득을 챙기거나, 고의로 대중을 선동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나는데, 이들은 모두 뉴파워를 특정 개인의 이해관계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 웹2.0의 개념이 처음 제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웹을 통한 소통과 참여를 기대했다. 웹2.0은 모든 것이 양방향으로 연결된다는 자유정신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웹2.0은 상업화의 논리에 의해 지배당했다. 참여와 동료생산의 원리를 상업화하는 데에 성공한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한 것이다. 네이버쇼핑은 마케팅에 사람들의 자발적인 리뷰를 활용하고, 배달의 민족은 별점으로 식당 정보를 제공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사진과 이야기들을 상업화했다.
즉, 플랫폼 기업은 동료생산과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동료생산의 원리를 상업화하는 데에 성공한 기업이 바로 플랫폼 기업이며, 이들은 웹 2.0을 이끌어 가는 주역이 되었다.
- 사람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현상을 '멀티호밍multi-homing' 이라고 부른다. 여러multi 채의 집home을 두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멀티호밍이 나타나는 산업에서는 여러 플랫폼이 공존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플랫폼과 플랫폼이 만나 경쟁하는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승자독식이 불가능하다.
- 멀티호밍 현상은 플랫폼 '유지비용'이 낮을 때에 발생한다. 신용카드의 경우 연회비(유지비용)가 매우 저렴하기에 소비자가 여러 카드를 동시에 사용하더라도 부담이 없다.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탈 때 '전환비용'이 거의 없는 경우에 발생한다. 만약, 플랫폼을 갈아타는 데에 엄청난 위약금이 부과된다면 멀티호밍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 멀티호밍이 어렵다는 것은 후발주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싱글호밍 환경에서 사람들은 기존의 플랫폼에 안주해 시장의 집중도를 높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후발주자로서 안드로이드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스마트폰OS 시장에 뛰어든 적이 있다. 2010년, 윈도우폰Windows Phone이라는 OS를 출시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냉정했다. 멀티호밍이 어려웠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까지 인수했으나, 윈도우폰의 판매량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미국 시장점유율 0.01%에 그쳤던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모바일 OS에서 손을 떼게 된 다. 이것이 바로 '멀티호밍' 의 힘이다. 플랫폼 시장을 독점 구도로 가느냐, 경쟁 구도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 기업 경영 전략도 플랫폼 시대를 맞아 변화할 수밖에 없다. 과거 파이프라인 산업 (pipeline business, 전통적 기업을 플랫폼 기업과 대비해서 부르는 말)에서 통하던 경영 전략은 플랫폼 경제에서 경쟁력을 잃 어가고 있다. 파이프라인 산업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제품을 (1)더 싸게 만들거나(원가절감), (2)경쟁자와 다르게 만들거나(차별화), (3)특정 소비자만을 겨냥하는(집중화) 전략이 대세였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더 많은 자본을 끌어와 더 큰 갤럭시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짓고,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객들의 니즈를 분석하고, 새 로운 스마트폰을 애플이나 샤오미보다 더 빠르게 출시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에서 중요한 경영 전략은 소비자들의 '멀티호밍을 막는 것이다. 다른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의 상품 구매를 막고, 자사 플랫폼을 통해서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플랫폼 기업들의 최우선 전략이다. 고객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아 독점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아멕스카드 강제사용 의무 부과 Anti-Steering는 소비자들의 멀티호밍을 막기 위한 전형적인 전략이었다. 아멕스카 드는 선발주자였던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를 따라잡기 위해 가맹점 에 아멕스카드 사용을 강요했으며, 이후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유사 한 강제사용 전략을 도입했다. 이는 가맹점이 특정 카드만을 취급하도록 강제하여, 플랫폼 간 대결에서 우위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 스티브 잡스가 플래시를 거부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플래시가 멀티호밍 현상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플래시는 기기를 가리지 않고 작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애플, 안드로이드, 맥, 윈도우를 가리지 않고 플레이된다. 한마디로, 플래시 로 만든 콘텐츠는 애플뿐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다른 기기에서도 구동이 된다. 따라서 플래시를 통해 만들어진 앱은 아이폰만의 특수성을 없애버리는 셈이었다. 이는 애플이 만들어온 고유한 생태 계를 위협하는 도전이었다. 그래서 잡스는 표면적으로 보안 문제를 내세워 플래시 프로그램을 거부했지만, 속내는 다른 플랫폼의 부상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 쿠팡도 다른 플랫폼의 부상을 막기 위해 장벽을 친 적이 있다. 2016년, 쿠팡은 네이버에서 쿠팡의 상품이 검색되지 않도록 상품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었다.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 다. 네이버 검색을 통해 쿠팡으로 유입되는 소비자도 많을 텐데, 이 를 차단해 버렸다니 말이다. 쿠팡의 이러한 의사결정 이면에는 네이버라는 초대형 플랫폼에 대한 견제가 숨어 있었다. 네이버가 쇼핑 시장의 플랫폼이 되는 것을 막고, 쿠팡 스스로 플랫폼이 되어 직접 고객을 모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당장은 네이버를 통한 고객 유입이 감소하더라도, 네이버와 쿠팡으로 양분되어 있는 상품검색 시장의 멀티호밍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 쇼핑 플랫폼과 검색 플랫폼의 경쟁은 쿠팡과 네이버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구글은 검색 시장의 최대 라이벌로 '아마존' 을 지목하고 있다. 사용자가 구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아마존에 접속하여 쇼핑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알리바바Alibaba와 텐센트 Tencent도 중국 검색포털 사이트 바이두Baide에서 자사의 제품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차단했다. 고객이 이탈하여 경쟁 플랫폼이 하이퍼플랫폼 (hyper-platform, 플랫폼의 플랫폼)이 되는 현상은 반드시 막겠다는 의도이다.
- 재능을 뜻하는 영어 단어 탤런트talent는 무게를 뜻하는 그리스어 탈란톤에서 유래했다. 탈란톤은 성경에서 '달란트’로 번역되는데, 달란트는 그 무게에 해당하는 동전의 가치를 가리키면서 자연스레 화폐 단위가 된다. 즉, 돈(달란트)과 재능(탤런트)은 같은 어원에서 나온 말이다. 한마디로 돈이 곧 재능이다. - 적절한 금융의 수준은 얼마큼일까? 2012년, IMF는 민간 부문에 대한 대출이 GDP의 110퍼센트를 넘으면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금융의 크기가 110퍼센트라는 문턱을 넘어서면 유익한 대출보다는 불필요한 대출이 많아진다는 분석이다. 이미 한국은 2016년 기준 민간신용 대 GDP 비율이 143퍼센트에 이르렀다.28 양적인 측면에서 IMF의 기준점을 넘어 투머치 파이낸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사실 IMF 경제학자들의 정교한 분석이 없더라도 우리는 빚이 과 도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2020년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 는 8,256만 원이다. 가구당 평균 소득은 5,924만 원이니 1년 소득 보다 훨씬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빚이 있어서 부동산 가격과 주식가격이 유지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전세 자금과 주택 구입 자금을 빚으로 조달하고, 자영업자들도 사업 자금을 조달한다. 대학생들 역시 사회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학자금 대출 부담을 진다.
그러나 한국이 '투머치 파이낸스 사회가 되었다는 것과 별개로, 여전히 사람들은 더 많은 대출을 원한다. 부동산과 자산 가격이 폭 등하자 영끌과 빚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벼락거지가 되는 상황이 되었다.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자, 저금리를 잘 활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레버리지(Leverage, 기회를 넓혀주는 도구로서의 부채를 일컫는 말)' 시각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 금융회사의 브랜드가 사라지는 현상은 이미 일부 금융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버리고 배달의 민족, 스타벅스, 이베이와 같은 사업자들의 브랜드를 단 신용카드를 출시하고 있다. 이렇게 출시된 카드는 브랜드가 자체적인 라벨을 붙 인 카드라는 의미에서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라고 한다. 플랫폼 회사들은 브랜드와 마케팅을 맡고, 카드회사는 카드발급과 결제 시스템을 담당한다. 
- 싱가포르 DBS, 보이지 않는 은행이 되다
은행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 은행이 있다. 바로 싱가포르의 'DBS' 은행이다. DBS는 전통적인 은행 개념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은행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DBS는 굳이 DBS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은행 네트워크를 개방하고, 핀테크 회사들이 네트워크를 활용하도록 협업하는 전략을 세웠다. 보이지 않는 은행이 되기 위해 DBS는 은행 서비스를 오픈 APIT의 형태로 외부에 개방했다. 오픈 API를 통해 핀테크 회사들은 DBS의 은행 시스템에 연결되고, 은행 서비스를 DBS 대신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A은행의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A은행의 앱을 이용 해야 하지만, DBS의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DBS와 연결된 핀테 크 업체의 앱을 활용할 수도 있다. DBS는 200개 이상의 오픈 API를 제공하고 있다. - DBS는 간편결제 사업에도 재빨리 뛰어들었다. 은행이 간편결제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은행은 이미 나름의 결제망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금융그룹 내에 신용카드사가 존재하 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카드사를 보유한 은행의 입장에서 간편결 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카드사의 먹거리를 스스로 위협하는 셈 이다. 그래서 간편결제 서비스는 주로 핀테크 기업이나 쇼핑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DBS는 뼛속까지 디지털로 변신Become Digital to the Core 했다
- 슈퍼 인텔리전스에 기반한 계획경제가 탄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에 있다. 네트워크 경제는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과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냉장고에도 인공지능과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필요한 반찬과 과일 수 요에 대한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다. 자동차에도 네트워크가 연결되 어 가솔린 소비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다.
이처럼 사물인터넷T은 모든 사물을 데이터 생산자로 만든다. 그 리고 이 데이터는 중앙정부로 보고된다. 중앙정부가 데이터를 수집 하고 분석하는 관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소유한 슈퍼 인텔리전스는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한 미래 예측을 할 것이다.
- 미래에는 누가 금융의 역할을 할까? 누가 유망한 기업을 골라내서 투자하는 역할을 담당할까? 이 질문은 자본주의 이후 시대에는 “누 가 정보와 데이터를 보다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같다. 만약 금융보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구가 등장한다면, 이 기구가 자원 배분이라는 금융의 기능을 맡게 될 것이다.
금융을 대체할 가장 강력한 후보는 바로 정교화된 계획경제다. 언 젠가는 계획이 금융보다 정확하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대가 올 것 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서 보았듯이, 인공지능의 정보처리 능력은 어떤 영역에서는 인간을 넘어섰다. 그리고 인공지 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영역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먼 미래에 금융보 다 우수한 미래 예측 능력이 있는 슈퍼 인텔리전스가 탄생한다면, 이 슈퍼 인텔리전스가 세우는 계획에 자원 배분을 맡기는 것이 낫다.
- 계획경제가 금융을 대체하리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부 부문에 자금이 남아돌 가능성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고율의 소득세와 법인세가 도입되면, 정부는 많은 조세수입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조세수입은 정 부 지출로 사회 곳곳에 쓰이지만, 네트워크 시대에는 정부가 막대한 잉여자금을 바탕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정교화된 계획경제가 탄생하 는 것이다.
네트워크 그 자체는 금융을 대체할 수 있는 두 번째 후보다.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된 집단지성은 금융회사보다 미래 예측력이 뛰어날 수도 있다. 
- 집단지성과 결합한 블록체인도 금융 이후의 금융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본래 은행이라는 중개인을 배제하는 탈중앙화의 알고 리즘이다. 블록체인 참여자들은 투표(합의)로 투자할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이 투표에 기반해 코인을 추가 발행하거나 대출하는 방법이다. 
- 고가의 자금을 투자해 택시면허권을 구입한 택시 기사들은 타다라는 새로운 생산양식의 등장에 더욱 격렬히 거항 할 수밖에 없었다.
이마트와 타다의 사례는 생산수단을 사유재산'으로 두면, 혁신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과거의 생산수단을 소유하 고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생산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과거의 생산수단에 이미 막대한 투자를 해두고, 이 생산수단을 통해 밥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유재산 제도에 기반한 오늘날의 자본주 의는 변화와 혁신에 저항하려는 성질이 내재되어 있으며, 변화의 폭과 속도가 빠를수록 저항은 커진다.
- 불구하고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승자독식의 자본주의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인간다움과 정의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이후의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위해 일하고, 돈보다 사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제의 틀을 만드는 작업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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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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