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워크

인문 2020. 3. 8. 18:40

- “두뇌를 렌즈로 만들어 주의를 모으고, 무엇이든 머릿속에 떠오는 생각에 온전히 정신을 집중하라.” 이는 도미니크회 수도사이자 도덕철학자로서 20세기 초에 『공부 하는 삶The Intellectual Lij』이라는 얇지만 영향력 있는 책을 쓴 앙토냉 세르티양주Antonin-Dalmace Sertillanges의 조언이다. 세르티양주는 이 책을 사상의 세계에서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신의 개발과 심화를 위한 지침서로 썼다.
- 인지적으로 어려운 일을 습득하려면 구체적인 형태의 수련이 필요하다. 타고난 재능에 해당하는 예외는 거의 없다.(세르티양주는 이 점에서도 시대를 앞선 듯하다. 그는 『공부하는 삶』에서 "천재적인 사람은 완전한 능력을 보여 주기로 작정한 부분에 전력을 기울임으로써만 뛰어났다.” 라고 주장했다. 에릭슨도 이보다 요점을 잘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사실은 계획적 수련에 실제로 무엇이 필요한지 물음을 제기한 다. 계획적 수련의 핵심 요소는 대개 다음과 같다. (1) 향상시키려는 능력이나 습득하려는 사고에 주의를 집중한다. (2) 피드백을 통해 접근법 을 바로잡으면서 가장 생산적인 부분에 초점을 유지한다. 우리의 논의 에서는 첫 번째 요소가 특히 중요하다. 계획적 수련은 산만함과 공존할 수 없으며, 방해받지 않는 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 조사 과정에서 높은 학점을 받는 50명가량의 명문대 학부생을 상대로 인터뷰를 했다. 거기서 내가 알게 된 사실은 우등생들이 학점 기준으로 바로 아래 그룹에 속하는 학생들보다 공부 시간이 적다는 것이었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원인 중 하나가 앞서 제시한 공식이었다. 우등생들은 생산성에서 집중 강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알았으며, 집중력을 극대화 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성과의 질을 낮추지 않고도 시험을 준비하거나 과제를 하는 데 드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애덤 그랜트의 예는 이 공식이 학점뿐만 아니라 다른 인지적 과제 에도 적용됨을 말해 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네소타 대학의 경영 학 교수인 소피 리로이Sophie Leroy가 흥미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리로이 는 2009년에 발표한 「왜 내 일을 하기가 너무나 어려울까Why Is It So Hard to Do My Work?」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논문에서 주의 잔류물attention residue 이 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녀는 머리말에서 다른 연구자들이 멀티태스 킹(복수의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왔 지만 현대의 지식 노동 환경에서는 높은 자리에 오른 다음부터 복수의 프로젝트를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녀는 “연이어 회의를 갖고, 한 프로젝트를 마친 후 바로 다음 프로젝 트로 넘어가는 것은 조직 생활의 일상이다.” 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이 지니는 문제점은 A작업에서 B작업으로 넘어갈 때 주 의력이 바로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즉, 주의의 잔류물이 A작업에 계속 남는다. A작업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집중 강도가 약할 때 특히 그렇다. 또한 B작업으로 넘어가기 전에 A작업을 마친다고 해도 한동안 주의가 계속 분산된다. 리로이는 강제로 과제를 전환하는 실험을 통해 주의 잔류물이 성 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가령 한 실험에서는 피실험자들에게 낱말 풀이를 시켰다. 그러다가 중간에 이력서를 읽고 가상의 채용 결정을 내리는 과제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다른 실험에서는 피실험자들이 낱 말 풀이를 끝낸 후 다음 과제를 맡겼다. 이때 두 과제 사이에 간단한 어 휘 문제를 내서 첫 번째 과제에서 남은 잔류물의 양을 파악했다. 이런 실험들을 통해 명확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과제 전환 과정에서 주의 잔류 현상을 겪은 피실험자들은 다음 과제에서 부실한 성과를 냈다.” 잔류물이 많을수록 성과가 나빴다.
- 잭 도시는 우리의 논의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집단, 딥 워크를 하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의 집단을 대표하 기 때문이다. '잭 도시의 경우는 어떨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은 바로 '딥 워크가 그토록 중요하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데도 성공하는 사람들 은 왜 생기는가?'라는 보다 일반적인 질문의 구체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지금부터 딥 워크라는 주제를 더 깊이 파고들 때 계속 신경이 쓰이 지 않도록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려 한다. 우선 잭 도시는 대기업(사실 두 대기업)의 고위 경영자라는 점을 감 안해야 한다. 이런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딥 워크를 하지 않고도 성공 하는 범주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들은 널리 알려진 대로 어쩔 수 없이 산만한 생활을 한다. 비메오Vimeo의 CEO인 케리 트레이너Kerry Trainor는 이메일을 쓰지 않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토요일...... 낮 시간에는...... 그러니까 확인은 하는데 꼭 답장을 보내지는 않아요.” 물론 이런 경영자들은 오늘날의 미국 경제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나은 보상을 받고 더 높은 중요성을 지닌다. 최고 직위에 오른 경영자 들 사이에서는 잭 도시처럼 딥 워크를 하지 않고도 성공하는 경우가 흔 하다. 그러나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이런 현실을 수긍한다고 해서 딥 워 크의 일반적인 가치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최고위 경영자 의 업무에 필요한 산만성은 그 직위에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최고 임원은 근본적으로 자동화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기계와 같다. 그래서 퀴즈쇼에서 사람을 이긴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과 크게 다르 지 않다. 그들은 힘겹게 경험을 쌓았으며, 시장에 대한 직관을 연마하 고 증명했다. 그들에게는 종일 이메일, 회의,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처리 하고 실행해야 하는 정보가 주어진다. 네 시간 동안 한 문제를 깊이 민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그들이 지닌 가치를 낭비하는 결과를 부른다. 그보다 똑똑한 참모를 세 명 채용하여 깊이 고민한 다음 해결책을 제시 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 이 특수성은 중요하다. 대기업의 고위 임원이라면 앞으로 제시하는 조언들이 필요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특수성은 임원에게 해당되는 접근법을 다른 직위에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잭 도시가 언제든 업무를 방해하도록 권장하고 케리 트레이 너가 이메일을 항시 확인한다고 해서 그들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이 성 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행동은 경영자라는 특정한 직위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 요컨대 현재 기업계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추세들은 딥 워크를 수행하는 능력을 저하함. 이 추세들이 제공하는 혜택(우연적 협업의 증가, 요청에 대한 빠른 대응, 노출 기회 증대)은 딥 워크가 제공하는 혜택(어려운 일을 신속하게 익히고 최고 수준에서 성과를 내는 능력)보다 작다. 이 장의 목 표는 바로 이 역설을 설명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딥 워크의 희소성 은 습관에 내재된 약점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산만하게 일하 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자의적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이면에는 종종 지식 노동을 정의하는 모호함 및 혼란과 결합한 잘못된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나의 목표는 현재 산만하게 일 하는 것이 실질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불안정한 토대 위에서 진행되 고 있으며, 딥 워크를 추구하기로 결심하면 이 토대를 쉽게 무너트릴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 최소 저항의 원칙: 기업 환경에서 여러 행동들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히 드러내는 정보가 없을 때 현재 가장 쉬운 행동을 취하는 경향. 최소 저항의 원칙에 따르면 상시 접속 문화가 지속되는 이유는 쉽기 때문이다. 이 말이 옳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필요에 대한 응답성과 관련된다. 필요할 때 질문에 대한 답이나 특정한 정보 를 즉시 얻을 수 있다면 적어도 그 순간에는 일이 수월해진다. 이처럼 빠른 응답을 얻지 못하면 사전에 업무를 계획해야 하고, 더욱 조직적이 어야 하며, 필요한 대상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일을 제쳐 두고 다른 곳 에 주의를 돌릴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은 일상적인 업무를 더 어렵게 한다.(장기적으로는 만족도를 높이고 성과를 높인다고 해도 말이다.) 앞 서 소개한 업무용 인스턴트 메신저의 부상은 이런 태도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예로 볼 수 있다. 한 시간 안에 이메일의 답신을 받는 일이 생 활을 수월하게 만들어 준다면 1분 안에 인스턴트 메신저로 답신을 받 는 일은 편익을 몇 배로 키워 준다. 상시 접속 문화가 생활을 수월하게 만들어 주는 두 번째 이유는 쌓여 가는 이메일에 신속하게 답신을 보내면서 생산성에 만족을 느끼 는 가운데(이 문제는 잠시 후 다룰 것이다.) 수신함에서 일과를 보내는 것이 용인되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메일을 일과의 주변부로 옮기려 면 어떤 일을 얼마나 오래 해야 할지 파악하는 세심한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는 일은 어렵다. 가령 업무를 영리하게 관리하 는 수단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 데이비드 앨런David Allen의 업무 완수 Getting Things Done 체계를 살펴보자.” 이 체계는 다음 할 일을 정하는 데 15가지 요소로 구성된 순서도를 동원한다! 그냥 방금 참조로 들어온 이메일에 말을 보태는 편이 훨씬 쉽다.
-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고故 리처드 파인만은 한 인터뷰에서 두드러진 생산성을 발휘하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물리학 연구를 잘하려면 절대적으로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 다. ...... 많이 집중해야 합니다. ...... 행정 업무를 맡으면 그럴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일부러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퍼뜨렸죠.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무책임했습니다. 모두에게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죠. 가령 입학위원회에 들어와 달라는 요청
을 받으면 “난 무책임해서 안 돼요.”라고 말합니다.
파인만은 직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 “물리학 연구를 잘하는 일을 하는 능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한사코 행정 업무를 맡지 않았다. 아마 그는 이메일에 대한 답도 잘하지 못했을 것이며, 개방형 사무실이나 트위터 활동을 강요했다면 다른 대학으로 옮겼을 것 이다. 중요한 일이 명확하면 중요치 않은 일도 명확해진다. 앞서 교수들을 예로 든 이유는 지식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다소 예 외적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지식 노동자들은 일을 얼마나 잘하 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사회 평론가인 매튜 크로포드Matthew Crawford는 이런 불확실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관리자들은 당혹스러운 심리적 환경에서 살아가며, 대응해야 하는 모호한 책무에 불안감을 느낀다.”
- 항시 이메일을 보내거나 답하고, 끊임없이 회의를 잡아 서 참석하고, 누군가 질문을 던졌을 때 바로 인스턴트 메신저로 말을 보태며, 개방형 사무실을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들 려주는 등의 행동은 공개적으로 분주한 모습을 드러낸다. 분주한 모습 을 생산성의 대리 지표로 삼으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 이런 행동들을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런 태도가 반드시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분주하게 움 직여야 하는 일자리도 있다. 가령 2013년에 야후의 대표 머리사 메이 어Marissa Mayer는 재택근무를 금지했다. 직원들이 집에서 회사 서버에 원 격으로 접속하는 데 쓰는 가상 개인 네트워크의 서버 기록을 점검한 결과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녀는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회사 서버에 접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화를 냈 다. 이 결정은 어떤 의미에서 (회사 서버에 접속하는 주된 이유로서) 이메일을 확인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은 데 대한 처벌이었다. 말 하자면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생산성이 낮다고 간주 한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이 조치는 시대착오적이다. 지식 노동은 조립 라인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보에서 가치를 추출하는 일은 종 종 분주하게 해서는 안 되며, 분주한 활동으로 뒷받침되는 것도 아니 다. 가령 앞 장에서 소개한 대로 저술에 집중하려고 자주 세상으로부 터 고립되는 방식으로 와튼의 최연소 정교수가 된 애덤 그랜트를 떠올 려 보라. 그가 쓰는 방식은 분주해 보이려고 애쓰는 방식과 상반된다.
- 딥 워크는 오늘날의 사업 환경에서 우선시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이 역설을 설명하는 여러 이유들을 정리 했다. 가령 딥 워크는 어려운 반면 피상적 작업은 쉽고, 직무에 따른 명 확한 목표가 없는 상황에서는 피상적 작업을 통해 분주하게 보이는 일 이 자리 보존에 도움이 되며, 우리의 문화가 가치 있는 것을 창조하는 능력에 미치는 영향과 무관하게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것을 좋게 보 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 모든 추세가 형성된 이유는 몰입하는 데서 나오는 가치나 몰입하지 않는 데서 생기는 대가를 직접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몰입의 가치를 믿는다면 이런 현실은 가치 생산을 크게 늘릴 잠재 력을 잃게 하므로 대개 기업에게 나쁘다. 그러나 개인으로서 당신에게 는 좋은 소식이 기다린다. 동료들과 고용주들의 근시안은 개인적으로 큰 우위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앞서 제시한 추세들이 계속 된다면 몰입은 갈수록 드물어져서 갈수록 귀중해질 것이다.
- 두뇌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을 토대로 세계관을 형성한다. 그래서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집중하면 삶 이 어둡고 불행해지지만 저녁에 즐기는 마티니에 집중하면 삶이 더욱 즐거워진다. 두 상황에서 주어진 여건이 같다고 해도 말이다. 갤러거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실행하고, 사랑하는 지는 집중하는 대상의 총합이다.” 라고 지적한다.
- 신경과학적 측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유로 노동(특히 지식 노동)에서 몰입 상태로 보내는 시간을 늘리면 두뇌의 복잡한 작동 방식을 활용하여 직업적 삶에서 찾는 의 미와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갤러거는 책에서 이렇게 결론짓는다. “(암에 대한) 힘든 실험을 진행한 후 나는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 목표를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다. ....... 그다음 거기에 골몰할 것이다. 요컨대 집중하는 삶을 살 것이다. 그것이 최선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 딥 워크와 몰입의 연관성은 명확하다. 딥 워크는 몰입 상태를 만들기에 적합한 활동이다.(칙센트미하이가 몰입을 이끌어 내는 조건으로 제시한 내용. 즉 어떤 활동에 집중하여 무아지경에 빠지도록 정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인다는 내용은 딥 워크에도 해당된다.) 그리고 앞서 살핀 대로 몰입은 행복감을 낳는다. 이 두 가지 개념을 합치면 심층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심리학적 논거를 얻는다. 칙센트미하이가 경험 표집법 실험 이후 수십 년 동안 진행한 연구 결과는 몰입 행동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방식으로 의식 을 이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칙센트미하이는 나아가 현대 기업들이 이 사실을 받아들여서 “최대한 몰입 활동과 유사하도록 직무를 재설계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재설계가 어렵고 파괴적이라는 사실(앞 장에서 제시한 나의 주장을 참고할 것)을 감안하여 개인이 몰입의 기회를 찾는 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는 실험심리학의 세계를 간략하게 살펴서 얻을 수 있는 궁극적인 교훈이 다. 딥 워크를 통해 몰입의 경험을 중심으로 직업 생활을 구성하는 것 은 깊은 만족감을 얻는 검증된 길이다.
- 드레이퍼스와 켈리는 결론에서 장인 정신이 책임감 있는 방식으 로 신성성에 대한 감각을 다시 여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그 예로 든 것 이 지금은 사라진 직업인 수레바퀴 장인의 이야기이다. 두 사람은 수레 바퀴를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는 구절에 이어 다음과 같이 쓴 다. “나무토막은 저마다 다르고 그 나름의 개성을 지닌다. 그래서 목공 은 작업하는 나무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나무가 지닌 은근한 미덕은 키우고 보살필 것을 요구한다.” 이처럼 재료의 “은근한 미덕”알기에 장인은 계몽 시대 이후의 세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 바로 개인의 바 깥에 존재하는 의미의 원천과 마주친다. 수레바퀴 장인은 작업하는 나무의 어떤 미덕이 귀중하고 귀중하지 않은지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이 가치는 나무와 기능에 내재되어 있다. 드레이퍼스와 켈리가 설명하는 대로 이런 신성성은 장인의 세계에 흔하다. 그들은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의미를 파 악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 이 장인의 일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점은 의미로 이루어진 질서 있는 세계를 부여하여 자율적 개인주의에 따른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해 준다. 게다가 이 의미는 앞선 시대에서 언 급된 원천들보다 안전해 보인다. 수레바퀴 장인이 소나무에 내재된 가치를 이용하여 전제 군주를 정당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로이 바우마이스터가 쓴 선도적인 논문들에서 시작하여 지금 까지 상당히 누적된 연구 결과는 의지력에 대해 중요한(그리고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한) 진리를 말해 준다. 의지력은 한정되어 있고, 많이 사용하면 고 갈된다는 진리 말이다. 다시 말해서 의지는 성격에 따라 무한하게 발휘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 많이 쓰면 지치는 근육과 같다. 호프만과 바우마이스터의 연구 에 참가한 피실험자들이 욕구를 이기는 데 큰 애를 먹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해 요소들은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을 때까지 한정된 의지력을 고갈시킨다. 의도와 무관하게 당신에게도 같은 일이 생길 것이다. 습관을 현명하게 관리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 하나의 큰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수도승 방식
우선 도널드 커누스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그는 알고리즘의 성능 을 분석하는 엄격한 접근법을 비롯하여 컴퓨터공학 부문에서 일으킨 여러 혁신으로 유명하다. 동시에 동료들 사이에서는 전자통신을 꺼리 기로 악명이 높다. 그의 이메일 주소를 찾아보려고 직장인 스탠퍼드 대학의 웹 사이트를 방문하면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접하게 된다.
나는 이메일 주소를 없앤 1990년 1월 1일 이후로 행복하게 살아왔다. 대략 1975년부터 이메일을 썼지만 15년이면 쓸 만큼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메일은 일을 장악하려는 사람에게는 멋진 도구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나의 역할은 근원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은 오랜 공부와 방해받지 않는집중을 요구한다.
- 커누스가 제시하는 직업적 목표는 “컴퓨터공학의 특정한 영역을 철저히 익힌 다음 공부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도 취할 수 있는 형 태로 지식을 소화하는 것”이다. 그에게 트위터를 통해 관심을 모으는 일이 주는 비가시적 보상이나 이메일을 더욱 자유롭게 활용하는 데서 나오는 예기치 못한 기회를 홍보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이런 일들은 컴퓨터공학의 특정한 영역을 철저히 익힌 다음 대중적인 내용으로 정리한다는 목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나의 경험에 따르면 수도승 방식은 여러 지식 노동자들을 방어적으로 만든다. 이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구현하는 가치 를 드러내는 명확성은 더욱 복잡한 방식으로 정보 경제에 기여하는 사 람들의 신경을 긁는다. 물론 '더욱 복잡하다고 해서 기여하는 정도가 '덜한 것은 아니다. 가령 고위 관리자는 개별적인 일, 가령 소설을 완성 한 일을 들어서 올해 이룬 성과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대 기업의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도적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사람 들은 제한적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 집단에 포함되지 않아도 크게 부러 워할 필요가 없다. 다른 한편 이 집단에 포함된다면, 즉 개별적이고, 분 명하며, 개인화된 형태로 세상에 기여한다면 수도승 방식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평범한 경력과 오래 기억될 경력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여러 목표를 병행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이원적 방식
이 책의 서두에서 혁명적인 심리학자이자 사상가인 카를 융의 이 야기를 소개했다. 융은 스승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넘어서려고 시도 하던 1920년대에 볼링겐이라는 소도시 외곽의 숲속에 지은 소박한 돌 집으로 자주 떠나기 시작했다. 거기서 그는 매일 아침 최소한으로 꾸민 방에 들어가 아무런 방해 없이 글을 썼다. 그리고 명상과 산책을 통해 다음 날 쓸 글에 대한 생각을 다듬었다. 내가 보기에 이런 노력은 프로 이트 및 많은 추종자들과 맞서는 지적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수준으 로 딥 워크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 이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중요한 점이 있다. 융은 수도승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도널드 커누스와 닐 스티븐슨은 직업 생활에서 방해 요소와 피상성을 완전히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반면 융은 돌집에서 글을 쓸 때만 방해 요소를 제거했다. 취리히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전혀 수도승 같지 않았다. 그래 서 종종 늦은 밤까지 환자를 보며 바쁜 임상 활동을 했고, 취리히의 커 피하우스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취리히에 있는 명문 대학들 에서 많은 강연을 했다.(아인슈타인은 취리히에 있는 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다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흥미롭게도 그도 융을 알았다. 두 사람은 여러 번 저녁을 함께 먹으며 특수상대성이론의 핵심 개념들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다시 말해서 취리히에서 보내는 융의 생활은 항상 통신 수단에 연 결되어 있는 디지털 시대의 전형적인 지식 노동자와 여러모로 비슷하 다. 그래서 취리히'를 '샌프란시스코'로, '편지'를 '트윗으로 바꾸면 기 술 기업의 유명 CEO와 다를 바 없다.
- 어려운 일을 꾸준히 계속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운율적 방식
딥 워크를 지속하는 가장 쉬운 길은 단순하고 꾸준한 습관으로 바꾸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딥 워크를 하려고 마음먹기 위해 기운을 쓸 필요 없이 리듬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슬 방법론은 단순한 일정(매일 작업)과 쉽게 상기할 수 있도록 달력에 그리는 크고 빨간 엑스 표시를 결합하기 때문에 운율적 방식의 좋은 사례다. 운율적 방식을 적용하는 다른 흔한 사례는 사슬 방법론에서 쓰는 시각적 보조 수단을 매일 딥 워크를 시작하는 정해진 시간으로 대체하 는 것이다. 진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를 활용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언제 시작할지 결정하는 간단한 절차를 없애는 일도 딥 워크의 난관을 낮춰 준다.
- 빠르게 딥 워크로 전환할 수 있는 프로를 위한 기자 방식
아이작슨은 체계적인 방식을 썼다. 즉 자유 시간이 날 때마다 딥 워크 모드로 전환하여 글을 써 내려갔다. 결국 이런 방식이 최고의 잡 지사 기자로 일하는 와중에도 900쪽에 육박하는 책을 쓸 수 있도록만들었다. 나는 이렇게 일과 중에 시간이 날 때마다 딥 워크를 하는 방식을 기자 방식이라고 부른다. 이 명칭은 월터 아이작슨 같은 기자들이 마감 시간을 지켜야 하는 일의 속성상 언제든 집필 모드로 전환하도록 훈련 받는다는 사실에 따른 것이다. 이 방식은 딥 워크 초심자들에게는 적합지 않다. 앞서 밝혔듯이 피 상적 모드에서 심층적 모드로 신속하게 바꾸는 능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훈련을 거치지 않으면 이런 전환은 한정된 의지력을 심각하게 고갈한다. 또한 기자 방식은 능력에 대한 자신감, 자신이 하는 일이 중 요하며,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필요로 한다. 이 확신은 대개 기존에 거둔 직업적 성과를 토대로 삼는다. 가령 아이작슨은 인정받는 저술가라는 입지에 올라서 있기 때문에 초심자보다는 저술 모드로 전환하기 가 쉬웠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훌륭한 전기를 쓸 수 있으며, 그 일이 직 업적으로 진전을 이루는 데 핵심적인 과제임을 알았다. 이런 자신감은 어려운 일을 시도할 동기를 부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 지성을 통해 가치 있는 대상을 창조하는 사람들과 관련하여 종종 간과되는 사실은 무계획적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전기 작가인 로버트 카로Robert Caro 도 그렇다. 2009년에 그를 소개한 기사에 따르면 “뉴욕에 있는 사무실의 모든 공간은 규칙에 따라 통제되어 있다.14 책을 놓는 위치, 노트를 쌓는 위치, 벽에 거 는 장식, 심지어 사무실에서 입는 옷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긴 경력을 이어 가는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일과에 따라 정해진다. 그는 “체계적으로 사는 법을 나 자신에게 훈련시켰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찰스 다윈도 『종의 기원』을 마무리하는 동안 마찬가지로 엄격한 구조를 일에 적용했다. 나중에 아들인 프랜시스가 회고한 바에 따르 면 다윈은 정확하게 7시에 일어나 짧은 산책을 했다. 그다음 혼자 아침 을 먹은 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서재에서 글을 썼다. 9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은 전날 온 편지들을 읽는 데 할애했다. 그리고 정오까지 다시 서재에 있었다. 집필을 마친 다음에는 온실에서 시작하여 집을 한 바퀴 도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 걸으며 어려운 개념들을 구상했다. 그의 일과는 만족스러운 생각이 나온 후에야 끝이 났다. 5년 동안 유명한 사상가와 저술가들의 습관에 대한 자료를 모은 저널리스트 메이슨 커리(그의 블로그를 통해 앞의 두 사례를 접했다.)는 이런 체계적인 경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예술가들은 영감에 따라 일하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창의성이 벼락이나 번개처럼 내리치거나 샘솟는다는 통념이 있다. ......그러나 (나의 작업을 통해) 영감이 찾아오기를기다리는 것은 끔찍하고도 끔찍한 계획임이 분명하게 드러나기를 바란다. 사실 창의적인 작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영감을 무시하라는 것이다.
같은 주제를 다룬 《뉴욕 타임스》 사설에서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더욱 직설적으로 “(뛰어난 창의성을 지닌 사람들은) 예술가처럼 생각하되 회계사처럼 일한다.”라고 밝혔다.
- 제2차 세계대전 후 수십 년 동안 벨 연구소는 최초의 태양 전지 레이저, 통신 위성, 무선통신 시스템, 광섬유 네트워크를 비롯한 여러 성과를 냈다. 동시에 이론가들은 정보이론과 코딩이론을 정립했고, 천문학자들은 빅뱅이론을 경험적으로 증명하여 노벨상을 받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성취로 물리학자들이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다. 이처럼 우연적 창의성 이론은 역사적 기록을 통해 잘 검증된 듯 보인다. 트랜지스터가 발명되기 위해서는 고체 물리학자와 양자 이론가 그리고 세계적인 수준의 실험 전문가들을 한 건물에 모아서 우연한 만 남을 통해 다양한 전문성을 배울 여건을 조성하는 벨 연구소의 역량이 필요했다. 트랜지스터는 과학자 한 명이 카를 융처럼 돌집에서 생각에 골몰한다고 해서 발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빌딩 20과 벨 연구소 같은 곳에서 진정으로 혁신을 촉진한 요소가 무엇이었는지 더욱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시 MIT에서 겪은 나의 경험담으로 돌아가 보자. 2004년 가을 박사과정 학생으로 MIT에 입학했을 때 나는 빌딩 20을 대체하는 스 타타 센터에 처음 들어가는 일원이었다. 스타타 센터는 신축 건물이었기에 신입생들에게 내부를 견학할 기회가 주어졌다. 설계자인 프랭크 게리는 공용 공간을 중심으로 연구실을 배치했고, 층 사이에 개방형 계 단통을 도입했다. 모두 빌딩 20의 특징이었던 우연적 만남을 뒷받침하 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당시 내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게 리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 교수들이 고집해서 근래에 추가한 방음용 특수 문틈 차단재였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 전문가들이 포함된 MIT 교수들은 개방형 업무 공간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외부와 차단된 공간을 원했다.
- 방음 처리된 연구실을 대형 공용 공간과 연결한 거점식 구조는 우 연적 만남과 개별적인 심층적 사고를 모두 뒷받침한다. 한쪽 극단에는 외부에서 얻는 영감으로부터 고립된 대신 방해 받는 일 없이 독자적으 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쪽 극단에는 개방된 공간에서 영감을 얻는 대신 그 영감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깊은 사고를 하는 데 애 를 먹는 협력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다. 빌딩 20과 벨 연구소도 이런 구조를 활용했다. 두 건물은 현대식 개방형 구조를 제공하지 않았다. 대신 개별 연구실을 공용 복도로 연결 하는 구조로 건축했다. 두 건물에 넘쳤던 창의성은 소수의 긴 연결 공간을 공유하는 구조 때문에 연구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서 대형복도가 대단히 효과적인 축 구실을 한 것이다. 따라서 혁신을 일으키는 우연적 창의성을 배제하지 않고도 몰입 을 방해하는 개방형 사무실 개념을 버릴 수 있다. 핵심은 거점식 구조를 통해 두 요소를 모두 유지하는 것이다. 즉 거점에서 꾸준히 아이디어를 얻되 분지分枝에서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깊은 사고를 할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 고차원적 결정에는 의식이 개입해야 한다. 가령 수학 문제를 풀 때는 의식만 이 정확성을 기하는 데 필요한 수학적 규칙을 따를 수 있다. 반면 대량 의 정보와 모호하며, 심지어 상충하는 복수의 제약을 수반하는 결정에 는 무의식이 적합하다. 그 이유는 무의식을 담당하는 두뇌 부위가 더 넓은 대역폭을 지녀서 의식을 담당하는 두뇌 부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더 많은 잠재적 해결책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의식은 세심하게 만든 프로그램을 돌려서 한정된 문제에 대 해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는 가정용 컴퓨터와 같은 반면, 무의식은 통 계 알고리즘을 통해 테라바이트 단위의 구조화되지 않은 정보를 훑어 서 어려운 문제에 대해 놀랍도록 유용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구글의 방대한 데이터 센터와 같다. 이런 연구 결과가 말해 주는 사실은 의식에 쉴 시간을 주면 무의식 이 교대하여 대단히 복잡한 문제들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식을 차단하다고 해서 생산적인 일을 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의 유형을 다양화한다고 볼 수 있다.
- 여가 시간을 체계적으로 계획하는 일은 휴식이라는 목표에 어긋난다고 우려할 수도 있다. 흔히 휴식을 취하려면 계획이나 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방식으로 저녁 시간을 보내면 (재충전이 되지 않아) 다음 날 직장에서 피곤하지 않 을까? 베넷은 용하게도 이런 반론을 예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런 우려는 정신에 활력을 부여하는 방식을 잘못 안 데서 기인한다.
열여섯 시간 동안 온전히 기운을 쓰면 일하는 여덟 시간의 가치가 줄어든다고? 그렇지 않다. 확신하건대 오히려 그 가치가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핵심적인 사실은 정신이 어려운 일을 지속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정신은 팔이나 다리처 럼 지치지 않는다. 정신이 원하는 것은 잠자는 경우를 제외하고 는 휴식이 아니라 변화다.
나의 경우에 비춰 보면 이 분석은 정확하다.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정신에 의미 있는 과제를 부여하면 반쯤 깨어 있는 상태로 무작정 인터 넷 서핑을 하는 것보다 더욱 충만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을 더욱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다. 요컨대 오락용 사이트가 지닌 중독성 강한 인력을 제거하려면 두뇌에 양질의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방해 요소에 저항하고 집중하는 능력을 보존하는 동시에 단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아널드 베넷의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 월터 아이작슨이 《하버드 가제트 Haroard Gazette) 2013년 9월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게이츠는 이 두 달 동안 코드를 짜다가 키보드 위에 쓰러져 잠들 만큼 집중적으로 일했다. 그는 이렇게 한두 시간을 잔 후 일어나 그 자리에서 다시 작업을 이어 갔다. 폴 앨런은 지금도 게이츠의 집중력에 감탄하며 “신동 수준의 능력”이라고 표현한다. 아이작슨은 나중에 펴낸 『이노베이터에서 게이츠가 지닌 특별한 몰입 능력을 이렇 게 설명했다. “게이츠와 앨런이 다른 한 가지 점은 집중력이었다. 앨런 은 여러 아이디어와 관심사를 오갔지만 게이츠는 연쇄적으로 한 가지 문제에 집착했다.
- 딥 워크에 헌 신하는 것은 도덕적 입장이 아니며 철학적 선언도 아니다. 다만 집중력이 가치 있는 일들을 해내는 능력이라는 실용적인 깨달음에 따른 것일 뿐 이다. 다시 말해서 딥 워크가 중요한 이유는 산만함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빌 게이츠가 한 학기가 채 안 되는 기간에 10억 달러짜리 산업을 촉발할 수 있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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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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