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NO LOGO

저자
나오미 클라인 지음
출판사
살림Biz | 2010-06-09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기업은 질문하는 소비자를 가장 두려워한다."공간을 장악하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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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자들과 연예인들은 서로 역할을 바꾸고 브랜드 거품으로 가득한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고자 함께 움직임. 이에 발맞추어 나이키 경영진은 앞으로 나이키의 경쟁자는 리복이 아니라 디즈니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음. 나이키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자 이 업계 거물들이 운동화 사업에 손을 뻗기로 한 것도 꽤 그럴 듯함. 실제로 97년 워너브라더스는 저가 농구화를 출시하고 샤킬 오닐을 모델로 기용했음.

- 학교 스스로 기업인 체 하는 사이 순수한 교육과 연구라는 대단히 고풍스러운 생각, 학교가 브랜드 꼬리표가 붙어서는 안되는 공간이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없음. 여러가지 면에서 학교와 대학은 공공성과 공동책임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화 공간임. 특히 학생들과 도서관, 녹지공간, 자유롭고 서로 존중하는 담론이 있는 대학교정은 상징적으로나마 중요한 역할을 함. 학생들이 살아 있는 진짜 공적 생활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함. 그러므로 현시점에서 교육을 브랜딩 확장의 전승지로 내주지 않으려면 국립공원이나 자연보호 지역에 대해 격론하듯 이에 대한 논의를 멈추지 말아야 함. 과거에 우리가 이 기관을 완전하게 보호하지 못했을지라도 말이다. 조금은 성스러운 이런 공간들은 우리에게 브랜드가 없는 공간도 아직은 꿈꿀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줌.

-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세계시장에 다가가는 것이 꿈이었던 1983년에 하버드대 시어도어 레빗 교수는 시장의 세계화라는 글에서 지역적 습관이나 기호에 맞추려 했던 기업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주장. "지금 세계는 동일한 니즈와 욕망을 가지고 있다"라는 그의 말은 곧 글로벌 마케팅 선언서가 되었음. 시어도어 레빗 교수는 국가에 따라 다르게 운영하는 다국적 기업과 어디서든 일관성을 유지하는 글로벌 기업을 분명하게 구분했음. "다국적 기업은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벌이되 많은 돈을 들여 제품과 사업관행을 일일이 해당 국가에 맞춤. 반면 글로벌 기업은 전세계가 하나인 것처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일관성 있게 사업을 진행함. 글로벌 기업은 어디서나 같은 방법으로 같은 물건을 팜. 사업을 벌이는 데 있어서 국가의 취향이나 분위기의 차이는 예전에 사라졌음." 레빗 교수가 말하는 글로벌 기업은 당연히 미국 기업이고 그들이 선전하는 동일한 이미지 역시 미국의 이미지임. 일본 텔레비전에서는 금발에 푸른눈의 아이들이 켈로그 시리얼을 먹고, 말보로맨은 미국 목초지대를 아프리카 마을로 옮겨오고,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는 미국 입맛에 맞춘 제품을 전세계에 팔고 있음. 터무니 없는 꿈이었던 세계화가 현실로 다가오자 이런 무법자식 마케팅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음. 20세기의 고민거리였던 미국 문화 제국주의를 프랑스에서는 문화적 체르노빌이라며 반발했고, 이탈리아에서는 슬로푸드 운동을 시작했음. 인도인들은 처음 문을 연 KFC 매장 앞에서 닭을 불태우기도 했음.

-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윈도우 운영체제에 포함된 핵심 제품과 서비스 패키지를 설명하면서 번들이라는 표현을 씀. 이것과 똑같은 일을 두고 버진은 시너지라 부르고, 나이키는 브랜드 확장이라 부름. 시스템 소프트 웨어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 인터넷 익스플로러 소프트웨어를 윈도우 제품에 묶어 판매함으로써, 인터넷으로 통하는 유일한 관문이 되려 하는 것임.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는 모든 시너지 요소가 결합해 기업안에서 제대로 굴러가는 때가 바로 소비자의 선택이 가장 엄격하게 통제되는 때라는 것을 보여줌. 이는 소비자의 힘이 가장 약해지는 때이기도 함. 이와 유사하게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업계에서는 사업부서를 모두 성공적으로 통합해 한 제품의 각기 다른 버전을 만들어냄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 시너지 효율성은 한 제품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님. 그보다는 기업의 다양한 사업영역을 통해 각각의 제품이 얼마나 잘 이동하느냐에 달려 있음.

- 앞으로도 미디어 재벌들은 자회사를 통해 자기 검열을 벌이며 여기저기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 기자와 편집자, 프로듀서들이 해외 사건을 다룰 때마다 모회사의 야심찬 사업계획을 일일이 고려해야 한다면, 이는 비단 중국에서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 것임. 모회사가 거대한 인구를 거느린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벌이려 한다면, 동티모르에서 행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량학살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수단에서 사업 수행중이라면? 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미디어 재벌들이 앞 다투어 자기 공이 크다고 허풍을 떨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임. 이들은 이윤을 좇는 이기심 때문에 언론이 가져야 할 마땅한 책임을 내던질 뿐만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권위주의 독재정권에도 기꺼이 충성을 바치려 하고 있음.

- 상거래만큼이나 오래된 자유무역지대라는 개념은 물자 하나를 수송하려면 여러번 멈추어 쉬어야 했던 고대에 더 어울리는 개념임. 로마제국 이전의 도시국가는 스스로 자유도시라고 선언함으로써 무역을 장려했는데, 이곳에서는 수송중인 물자를 세금없이 보관할 수 있었고 상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했음. 이 면세 지역은 식민지 시대에 경제적 중요성이 더욱 커졌음. 홍콩, 싱가폴, 지브롤터 등 도시 전체를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해서 낮은 수입관세만 내면 식민지에서 얻은 약탈품을 영국이나 유럽, 미국으로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게 한 것.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 변형된 형태의 면세지역이 많이 남아 있음. 공항 면세점과 케이먼 군도의 자유금융지역, 운송중인 물자를 보관하고 분류하고 포장하는 보세창고와 항구가 이에 속함.

- 예전에는 고용창출, 특히 적절한 보수를 받는 안정된 정규직 창출이 기업의 의무였음. 하지만 이제 기업들은 이 문제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지 않음. 노동력을 경영의 중요한 일부라기보다는 피할 수 없는 짐처럼 취급. 정치인들은 고용문제가 최우선 순위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대규모 정리해고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즐거워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침울해 함.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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