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나비효과

인문 2021. 5. 30. 20:07

- 체계적 위험이란 “개별 부분과 요소의 붕괴가 아니라 전체 체계가 붕 괴할 위험 혹은 확률을 의미하며 대부분 혹은 모든 부분 간의 동행성 (연관성)으로 입증"44된다. 체계적 위험'이라는 용어의 정확한 의미 는 여전히 분명히 규정할 수 없지만, 그 주요한 징후 세 가지는 다음 과 같다.
1. 비교적 사소한 티핑 포인트나 한계점, 또는 체제 변환이 역치에 이르러 체계 대부분 혹은 전반에 크고 연쇄적인 장애를 유발할 때 발 생하는 커다란 충격인 '거대 충격’..
2. 위험 분담(전도) 혹은 전염(전파 및 증폭)을 통해 네트워크를 타고 퍼지는 충격.45 후자는 연쇄적인 장애 즉 “체계를 구성하는 일련의 기관이나 시장을 따라 잇따른 손실을 일으키는 사건에서 생기는 누적 손실"을 포함한다.
3.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간접적인 영향의 결과인 공유 충격’. 이런 간접 영향은 직접 영향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다. 체계적 실패는 회복탄력성이 훨씬 낮고 때로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유발하는 '이력현상hysteresis' 이라는 특징을 나타낸다.
- 요컨대 세계 경제 성장을 촉진한 바로 그 기술 진보가 세계, 구체적으로 세계 경제를 복잡계'로 간주할 수 있는 체계로 바꿔놓았다. 복잡성은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합리적인 개인이 리카도가 말하는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나 타난 총체적 결과 혹은 외부효과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서로 단절 상태였던 통상적인 위험을 통합함으로써 우리는 “결과와 영향을 결정하는 요인이 대개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체계적 위험 환경을 만들었다. 이 체계가 촉진하는 위기는 예측하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겉보기에 혼란스럽게 전개될 것이다. 2007~2008년 금 융위기를 적시에 파악하고 억제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주로 선형적이고 일차원적인 생각이 거버넌스에 대한 접근법을 유도했기 때문이었다. 복잡하고 대단히 비선형적인 세계에서 그런 사고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체계적 위험은 현대판 공유지의 비극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체계적 위험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유명한 대니 로드 릭Dani Rodrik의 제안을 넘어선다. 체계적 위험은 국경을 넘어서 세계 공유지에 영향을 미치며 간접적인 인과관계로 인해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21세기의 새로운 체계적 위험에 대처 하려면 글로벌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개혁과 맞물린 더 큰 책임이 필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이전 위기에 대응해 생겨난 시대에 뒤떨어진 체계 대신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는 권한과 출자, 기술의 갱신 같은 철저한 변화가 필요하다. 
- 극단적 통합이란 네트워크 중 노드 하나가 붕괴(예를 들어 리먼 브라더스)하면 다른 노드들도 영향을 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극단 적 '복잡성'이란 그 효과를 쉽게 가늠할 수 없고 상응하는 위해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를 가리킨다. 금융위기 이전 시기에는 이런 외 부효과를 설명하지 못했으므로 기업의 위험관리 전략은 사실상 무익했다. 이런 주장에 비춰볼 때 복잡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확률에 근거한) '위험' 관리가 적절한지 아니면 은행이 '불확실성' 관리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로 이어 지는 요인들을 되돌아보면 규제기관과 감독기관이 금융 부문 탈 바꿈에 따른 체계적 위험을 감지하거나 억제하지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 시장 참여자와 규제자 모두 복잡성과 동질성이 본질적으로 네트워크를 얼마나 취약하게 만드는지를 알고 있지는 않았다. 모든 데이터와 자원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급격한 성장을 뒷받침했던 연결성이 난데없이 체계적 위험을 증폭 하고 전파하는 사태에 이르자 가장 노련한 은행가들조차도 놀라 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설사 규제기관이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특히 강대국(미국 등)과 거대 은행을 통제할 권한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과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 유럽중앙은행은 체계적 위험을 측정하고자 지표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현재 체계 내 불안정 상태를 측정하는 금융 안정성 동행 지표, 둘째는 체계적 위험의 고조를 감지하는 조기 경보 모형, 셋째는 총 거시 충격에 대한 금융 체계의 회복탄력 성을 평가할 수 있는 거시 스트레스 테스트, 넷째는 위기가 금융 체계 안정에 미치는 충격을 분석할 때 사용하는 오염 및 누출 모 형이다. 중앙은행과 규제 당국들은 이런 지표를 활용해서 체계 적 위험의 다양한 차원을 평가하고자 한다. 체계적 위험을 측정하 는 데 유용한 척도가 되려면 체계적 위험의 모든 차원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며, 적어도 몇 가지 체계적 위험 지표를 결합해야 한다. 현재까지 주요 문제점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정보 전염을 나타 내는 믿을 만한 지표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체계적 위험 을 평가할 때 상당한 불확실성 요소가 발생하게 된다.
체계적 위험에 대한 논의를 보면 체계적 위험이 복합적인 현상 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란 매우 어렵 고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는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 지 않은 상황에서 그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 기한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때 행위자에게 조치를 취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는 법적 문제이지만 동시에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2007~2008년 금융위기로 많은 국가에서 정치 시위가 발생했다. 아이슬란드의 총인구 32만 명 중 약 6,000명이 레이캬비크에서 정부의 책임감 부족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그런 대중의 분노는 대개 오래가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의 더 큰 위험은 불만으로 향하는 좀 더 미묘하고 조용한 추세, 증가하는 불평등 그리고 위기에서 비롯한 다른 사회적 결과에서 발생한다. 
- 공급망을 아웃소싱 지역으로 분절화하는 전략은 높은 수익성이 증명돼 지금은 많은 제조업에서 경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태국 홍수 사례는 아웃소싱 중심지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코노미스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급망이 끊어진 경우 28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홍수로 그토록 다양한 업계가 극 심한 피해를 입은 이유는 태국처럼 비용을 최소화하는 지역이 다 양한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는 듯 보이는 경향에 있다. 낮은 세율 과 낮은 임금, 관대한 규제를 비롯한 여러 인센티브가 다양한 산 업이 특정 지역에 이끌리는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세계화라고 하 면 지역의 다양성을 포함하는 과정, 즉 위험을 지리적으로 분산하 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위험과 불안정을 집중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런 복잡한 연계가 발생하도록 함 으로써 세계는 말 그대로 달걀을 전부 한 바구니에 담고 대단히 파괴력이 강한 위해에 취약한 상태로 노출됐다.
-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의 체계적 위험을 밝히는 사례연구 역할을 수행했고 태국 홍수가 아웃소싱과 분절화의 위험을 입증했듯이 토요타 역시 토요타 방식의 위험을 여실히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2009년부터 아무런 흠잡을 데 없어 보였던 토요타가 문제 를 겪기 시작했다. 말썽의 첫 번째 징후는 2009년 10월 바닥 매트 문제로 대량 리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나타났다. 효율성의 귀감이 었던 토요타는 완충재고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로 매트 장당 비용 을 10달러 미만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2010년 1월 토요타는 '가속 페달의 고착'을 수리하고자 차량 230만 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함으로 의도하지 않은 가 속이 발생해 운전자가 페달에 압력을 가하지 않을 때도 자동차 속 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나 결함이 발생한 페달 공급 업체인 CTS의 생산능력 제약으로 교체 부품 납품이 완료되기까 지는 수개월이 걸렸다. 이 작은 공장에서 필요한 부품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토요타의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멈출 수밖에 없었 다. 1월 말, 토요타는 해당 모델을 전 세계 시장에서 무기한 판매 중단하고 생산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비용 최소화 기법을 개척 한 기업인 토요타는 '매일' 5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에 이르 는 수익 손실을 겪었다. 이는 린 경영에 따르는 예측 가능한 결과 였다. 아웃소싱한 작은 공장에서 자재가 기일에 맞춰 도착하고 있 었고, 완충재고를 낭비라고 여겼다. 이런 경영진의 선택이 체계적 불안정을 조성한 원인이었다.
- 진화생물학, 특히 해양 연구 분야에서는 탄탄한robust 구조와 회복탄력성 있는 구조를 구분한다. 산호초는 악조건에 견디는 내재된 힘에 의존하는 탄탄한 구조의 표본이다. 반면에 플랑크톤은 회복탄력성 있는 구조로 분류된다. 회복탄력성 있는 구조도 가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지만, 이런 생물은 조정하고 적응하는 능력 으로 살아남는다. 이런 구분을 공급망 영역에 적용해서 유추해 보면 체계적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탄탄한 접근법은 완충재고를 충분히 축적하고 외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한함으로써 자급자족 단위를 생성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산호초가 위해를 견디는 방법과 닮았 다. 그러나 탄탄한 구조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손실이 크다는 문제 가 있다. 토요타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낭비(무다)처럼 보이는 요소를 줄이기 시작한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이런 기회비용 때문에 특히 글로벌 경쟁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나 지불 능력 문제에 부딪힐 수 있는 기업들은 탄탄한 접근법 을 고수하기 어렵다. 탄탄한 구조에 따르는 비용은 또한 그런 구 조가 알려졌거나 적어도 예상되는 위험에만 탄탄한 주요 이유이 기도 하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탄탄함은 대개 위험이 충 분히 구체적이거나 그에 따르는 위해가 충분히 위협적일 때만(원 자로의 경우처럼) 제공될 수 있다.
반면에 회복탄력성 접근법은 알려지지 않은 위험에 용이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플랑크톤이 나타내는 회복탄력성을 창조적으로 경영방식에 구현했다고 볼 수 있는 모듈러 설계가 그런 사례다. 플랑크톤은 악조건에 견디는 대신 적응하는 능력을 길렀다. 다양한 구조를 만들고 위험관리에서 이질성을 수용하는 방법이 공급망 관리에서 이런 적응력에 해당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접근법 중에서 회복탄력성 접근법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실행 가능한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한동안 회복탄력성을 저해하는 모범 사례를 모방하는 관행이 널리 퍼지고 표준 경영교육이 급증했다.
- 2013년 런던 히스로 공항은 제설 및 제빙 장치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한 까닭에 2인치(5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강설로 대규모 지연과 결항 사태를 겪었다. 히스로 공항은 최대 수용력의 98퍼센트 수준으로 운영되므로 공항이 재개됐을 때도 인력이나 장비, 항공편 배치에 발생한 사소한 동요가 연쇄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 생물다양성 손실은 두 가지 방식으로 글로벌 위험을 유발한다. 첫째, 균질화를 통해 충격의 강도를 높인다. 지역 생물군의 다양 성이 줄어들고 유사성이 증가하면 이전에 제한됐던 피해(질병이나 해충, 포식종이 유발했던 피해)가 더 쉽게 확산될 것이다. 둘째, 생물다양성이 줄어들면 기후 변화와 폭풍을 비롯한 재해 같은 예 기치 못한 위험 사건에 대처하는 대응력이 약화되면서 체계적 취 약성이 증가한다. 이런 맥락에서 《바이오사이언스BioScience》에 발 표된 한 연구는 제1차 역학적 변천이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전 환을 유발했고 제2차 역학적 변천은 산업혁명 과정에서 일어났지만 “세계화와 생태계 파괴가 신종 전염병뿐만 아니라 예전에 통제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전염병의 재등장과 관련이 있는 것" 으로 보이면서 지금 우리는 제3차 역학적 변천 단계에 진입한 듯하다고 주장했다.
- 오염 피난처는 적어도 두 가지 이유로 체계적 위험에 해당한다. 첫째, 오염을 수출하는 경향은 부유한 국가가 청정 기술과 효율성 높은 폐기물 처리 체계에 투자할 인센티브를 낮춘다. 둘째, 가난 한 국가가 오염을 수입해서 경제적 이득을 얻고 환경 쿠즈네츠 곡 선을 따라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라는 진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오염 피난처는 다른 곳보다 낮은 비용으 로 더 적은 규제 아래 더 많은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므로 가장 효 과적인 폐기물 처리 기술에 투자하거나 좀 더 엄격한 규칙을 시행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 텔레비전과 인터넷 덕분에 가난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부유한 국가와 도시의 좋은 생활 여건을 계속해서 접하는 세상에 서 이런 격차는 이주를 통하지 않고는 실현할 수 없는 갈망과 포 부를 만들어낸다. 이 자체는 위험이 아니며 사실 이주는 끈질긴 세계 불평등을 해결할 가장 유망한 해결책 중 하나다. 밀라노비치 는 이주를 “세계 빈곤과 불평등을 줄일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보며 “가난한 국가에서 성장에 현저한 가속이 붙지 않는 상황”에서 이주는 “위대한 21세기의 조정 기제라고 규정한다. 우리 저자들 처럼 밀라노비치도 “원조와 이주는 세계 불평등과 세계 빈곤 감소를 달성하기 위한 상호 보완적인 수단으로 간주해야 한다.” 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최근 유럽(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헝가리, 그리스, 영국 포 함)에서 일어난 사건과 선거를 볼 때 세계 불평등을 줄이는 데 이 주라는 접근법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기란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이주민을 받는 국가들이 증가하는 불평등에 시달리고 경제 위기를 견디는 상황에서는 다른 때보다도 이민자를 받아들이려는 의향이 한층 약해지는 듯하다.
- 완충 장치와 안전망, 비상조치 역시 필요하다. 위험관리에 신중한 접근법을 채택하려는 정부와 기업은 예비 체제를 비생산적 자본'이나 불필요한 투자로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릴 때는 린 경영이 유익할 수 있다. 그러나 상호연결과 상호의 존성, 위험도가 증가하는 세상에서는 유휴 생산능력이 필요하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투자금은 그저 삭감해야 할 비용이 아니라 대차대조표에 강점을 제공하는 원천으로 봐야 한다. 위험관리나 예비 전략에 할당된 운전자금이 항상 부채인 것은 아니며 최악의 상황에서는 그 조직이 지닌 최대 자산이 될 수 있다. 공익 기업체의 경우 재고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막는 회계 규칙이 회복탄력성을 갉아먹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재고란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를 보완하는 인공호흡기, 중환자실 침상, 항생제, 백신부터 얼 어붙은 도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데 필요한 모래와 소 금 공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런 경우 린 경영은 기를 쓰고 효율성을 확보 하는데 그치지 않고 충격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지나치게 빠듯하고 불안정한 체계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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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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