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역사

인문 2021. 5. 30. 20:12

- 나는 인간의 행동을 비웃거나 미워하거나 혐오하지 않았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조심하고 또 조심했을 뿐이다. (바뤼흐 스피노자(『정치학 논고』, 1677))
- 인간은 다른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과 에너지를 주고받으 며 정보를 교환한다. 따라서 당면한 현실과 자연환경이 같을 수는 있어 도 모든 생물은 그 조건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자기만의 생 태적 지위, 즉 자기 '세계에서 살아간다. 야콥 폰 윅스퀼이라는 저명한 과학자에 따르면, 개의 세계와 개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진드기의 세계는 매우 다르다(그는 진드기가 무려 18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생존할 수 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 인간의 세계와 대조되는 통찰을 제시한다- 역주), 또한 제롬 레트빈Jerome Lettvin 은 1959년에 개구리 눈이 개구리 뇌에 해 주는 말이라는 제목의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하여 개구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가 얼마나 협소한지 증명한 바 있다. 개구리는 자기 활동 반경에 나타나거나 움직이는 그림자만 겨우 식별할 수 있다. 심지어 먹이인 파리나 공생하는 다른 개구리조차 볼 수 없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개구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움직이는 그림자뿐이다.
-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생각한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쓴 것을 생각하게 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시각적인 기호를 이용해서 생각하는 기법인 비주 얼 씽킹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음악도 그렇다. 기보법이 없었 다면 천하의 베토벤이라도 그 찬란한 교향곡들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귀가 완전히 먼 말년에는 음표 소리를 오선보에서 눈으로 확인해야 했으니 말이다.
- 오래전 사피엔스는 그들을 둘러싼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기이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인류의 역사는 대부분 이러한 가상의 이야기들을 과학 이론으로 대체해가는 과정이었다. 신화에서 과학으로, 상상에서 이성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인간 지능을 길들이는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해하고 설명을 구했던 인류의 열망이야말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근원적 동력이 아니었겠는가.
- 어떤 형태로든 종교를 가지지 않았던 인간 사회를 찾을 수 없었다. 여기서도 평행한 발명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모든 문화는 그들만의 신, 종교 의식, 신앙, 천상의 제도를 만들어 향유했다. 물론 차이가 있지만, 모든 종교는 두 세계의 분리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구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세계가 더 강하다는 믿음. 한 가지가 더 있다. 설령 자신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더라도 결코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매우 특별한 신념. 무엇이 사피엔스에게 동기를 부여했는지 알고자 하는 열망이 다시 한 번 꿈틀댔다. 사피엔스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은 무언가를 설명하 려고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테면 자연의 존재 같은 것 말이다. 
- 뇌의 크기가 커질수록 소화 기관은 더 작아져야 한다. 유일한 해결 작은 음식의 품질을 향상하는 것이다[레슬리 아이엘로(L. Aiello), 피터휠러(P. Wheeler), 『비싼 조직 가설』, 최신 인류학(Current Anthropology), 36, 1995, pp. 199-221].
- 아이를 돌보는 역할을 공유하면서, 우리 선조들은 공동체라는 그룹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큰아이들도 동생을 돌보는 일에 손을 보탰을 것이다[아구스틴 푸엔테스 Agustin Fuentes, 『창조적 기지(La chispa creativa)』, 아리엘, 바르셀로나, 2018, p.126].
- 상징적인 사고에 의해 기호 위에 새로운 기호를 발명하는 것이 가능해져, 현실 위에 건설한 세계가 무한대로 확장된다. 그로 인해 사피엔스는 표상이 영구히 과잉 팽창하는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 영적인 동물인 사피엔스는 말하는 동물이다. 사피엔스는 말함으로써 현 상황과 이미지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매우 추상적인 생각들을 조종할 수 있고, 지식을 전달하고,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내고, 거짓말하고, 명령하고, 유혹하고, 열정을 발휘한다. 그렇게 그들은 자극의 폭정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한다.
- 해 질 무렵에 바닷가를 거닐며 저무는 해를 바라보다가, 문학과 예술이 다 망쳐 놓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이토록 찬란한 자연 경 관을 자연 속에서 경험하기보다 그림이나 시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석양을 보면 문학 작품에서 경험한 석양을 떠올리게 된다. 바다와 해거름은 이제 책에서 얻은 경험이 되었으 며, 그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일종의 내적 수치를 느끼게 한다. 두번째 자연이어야 할 문화는 그렇게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우리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글과 시를 만들었지만 그런 우리는 이제 바다를 바라보며 글을 떠올리고 있다.
-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모어 패퍼트Seymour Papert는 그의 저서 『마인드스톰』에서 이렇게 말한다. “수학적 작업은 하나의 진리에서 다른 진리, 그리고 또 다른 진리로 가는 좁다란 논리의 오솔길을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하지도 완벽히 맞지도 않은,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완벽히 틀리지도 않은 정리의 늪을 통해 대담하게 혹은 더듬거리며 일탈을 계속한다."
- 강박 장애는 매우 똑똑한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사례로는 에디슨의 경쟁자이자 전기를 상업화한 니콜라 테슬라 Nikola Tesla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3의 배수에 집착했었다. 매일 정확히 18개의 수건을 썼으며 한 블록을 3바퀴씩 돌았고, 호텔에서 숙박하면 꼭 207호에 서만 묵었다. 모두 3으로 나누어지는 숫자이기 때문이었다. 환각도 두 가지 지능의 관계에서 기능 장애를 나타내는 사례다. 환각에 빠진 관리 지능은 생성 지능이 생산한 목소리나 이미지를 외부에서 온 것이라고 잘못 판단해 버린다. 이를 두고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들이 현실을 평가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중독도 우스벡이 말하는 이중 구조로 설명할 수 있는 병리학적 현상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 나타나는 기계적 행동이나 틀에 박힌 행동도 마찬가지다. 전두엽이 많이 손상되면 계획된 행동이나 주의, 충동 억제 등이 방해를 받는다. 우울증, 조증, 양극성 장애 등은 생성 지능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 발생하 는 질환이다. 이때 약리학적 치료로 기대하는 효과는 생성 지능의 교란 또는 관리 지능의 향상이다. 이는 정신요법이 의도하는 바와 같다. 예컨대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 행동 장애가 암페타민 같은 자극제 투여로 개선되는 모습은 일견 모순적이기도 하다. 이에 가능한 설명은, 다른 기능을 제어하는 관리 시스템이 강화되어 그와 같은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스벡이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문화가 정신 장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울증이 증가하는 원인이 현재 삶의 조건 중 일부에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문화가 병리학적 증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문화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이 등장했다.
- 예를 들어 환각을 조현병의 증상이라고 정의하는 정신의학과 교과서의 설명은 최소한 멕시코의 어떤 원주민 부족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 게 환각은 슬픔을 표현하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일부 문화 정신과 의사 들은 인도에 병리학적 우울증이 없다고 말한다. 인도인이 가진 기본적 인 믿음이 우울증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 들이나 중남미 국가들의 과학자들은 서양에서 폐경으로 발생하는 질환 이 그들 국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곳 여성들은 폐경을 일종의 해방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 아이가 말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아이의 생성 지능이 문장 만드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이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련의 움직임'을 형성하는 것과 같다. 아이는 자신의 울음이나 움직임을 관리하는 것과 같은 활동 센터에 그러한 표현 능력을 접목한다. 먼저 “나 다쳤어”라고 말해야지'라고 생각한 뒤에 적합한 단어를 찾아 그 생각을 발화 하는 게 아니다. 그 어떤 준비 단계도 없이 말을 한다. 우스벡의 기억에 저명한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가 쓴 매우 흥미로운 글이 떠올랐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말을 하기 전에 말하는 의도가 어떤 유형 의 심리적 행동인지 스스로 질문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가? 단어들이 우리 마음에 떠오르면 앞서 생각했던 의도, 추측은 사라진다. 따라서 생각을 대신할 단어들이 떠오르면 두 팔을 벌려 환영하며, 그것이 당신의 의도와 일치하면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으면 거부하면 될 것이다.” 말 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혀끝에서 뱅뱅 맴돌 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 다. 무슨 말인지는 안다. 하고 싶은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으니까. 그런데 매우 이상하게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다 알지는 못한다. 우스벡은 기억 속에서 관련 사례를 찾기 시작한다.
- 소설가 EM, 포스터E.M. Forster의 작품 속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내 말이 아직 들리지 않았는데 내 생각이 무엇인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 막스 아웁Max Aub은 말했다. “글쓰기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는 농담 같은 말을 남겼다. “글쓰기는 무엇을 쓸지 알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 후안 헬만 Juan Gelman은 이렇게 말했다. “알면서 알지 못하는 것은 시의 특징이다. 시인은 자신이 쓴 것에 놀라고 자신이 쓴 것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 언어는 인간 지능의 가장 깊은 베틀에서 나온다. 후안 루이스 비베스Juan Luis Vives는 몇 세기 전 『수사학De ratione dicendi」에서 이와 유사한 맥락의 말을 한 바 있다. “언어는 영혼의 표현이다.”
- 언어학자들은 언어의 생성 구조에 대해 논한다.
- 인간 지능 모델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난다. 사회는 사피엔스의 뇌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 사피엔스를 길들였다. 인간 종은 자기 자신을 길들였으며, 그 메커니즘의 하나는 자기 제어 체계를 개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유전학자 드미트리 벨라예프 Dmitri Beliayev는 1959년에 시베리아에서 여우를 길들이는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기준은 단 하나였다. 대담하되 공격적이지 않은 행동으로 그가 뻗은 손에 가장 가까이 닿는 어린 여우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몇 년이 지나자 선택 과정에서 여우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마치 길들여진 개처럼 달라진 것이었다. 여우들은 인간의 몸짓에 길들 여져 날쌔게 반응했다. 이 사례를 통해 유전학 자들은 유전적 변화라는 것이 몇 세대에 걸쳐서야 비로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흥분했다. 반면 인간은 빠른 학습 능력과 자기 제어, 이타심 등의 경쟁력 있는 장점들을 살려 자기 도태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는 우스벡의 말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현대 인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란츠 보아스Franz Boas의 논문에서 여실히 증명되었음을 확 인했다. 하버드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은 인간 또한 자신의 생물학적 특성을 변형시키는 길들임의 과정을 겪었지만, 그 것은 같은 종인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었다고 주장한다. 진화심리 학자인 마이클 토마셀로Michael Tomasello 의 의견도 이와 같다. 토마셀로는, 우리 진화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인간에게 일종의 자기 제어라는 사건 이 발생했으며, 집단은 매우 공격적이고 독점적인 개인들을 제거했다고 말한다. 감정적이고 동기 부여적 관점을 감안한다면, 인간 진화의 초기 단계에 그런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위대 한 유인원에서 멀어지고 협력 활동에 유용하고 공유된 의도에 도움이 되 는, 복잡하고 실용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적응 공간으로 내 던져졌다. 이것이 인간의 진화를 가속화시켰을 거라고 말한다. 베르나르 빅토리Bernard Victorri는 네안데르탈인이 역사에서 사라진 사건(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에 관해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본능에 따른 자연발생적 폭력성이 통제되지 않고, 문화적 통제 메커니즘이 아직 충분 히 발달하지 않았던 진화의 결정적인 순간에 살았기 때문에 자멸했을 거라는 것이다.
- '문명은 채집 수렵 생활자의 뇌가 자기 자신을 재구성하는 법을 배우는 일련의 기술이다. 이처럼 높고 낮은 뇌 기능 사이에 존재하는 불안한 균형은 인간의 가장 잔인하고 원시적인 본능이 드러나고 절도, 폭력, 살인이 일상이 되는 살상 전쟁이 발생하면 깨지기 마련이다. 뇌는 유연하기에 결합된 기능이 언제든지 다시 분리되도록 만들 수 있고, 야만주의로의 회귀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또한 문명 은 언제나 연약하고 취약한 것이어서, 각 세대는 마치 새로운 어떤 것을 대하듯 그것을 배워야 한다. [노먼 도이지, 『기적을 부르는 뇌』, 지호, 2008)
- 사람을 한정되고, 다소 통합적이며, 동기 유발적이고, 인지적이며 유일한 하나의 우주로 보는 서구의 개념은, 그것이 우리에게 자명한 진리처럼 보일지라도 세계 문화의 맥락에서 고려하면 상당히 특이한 사고다.
우스벡의 기억은 더 혼란스러운 자료를 내놓는다. 일부 학자들은 서구의 심리학이 편향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그들이 진행하는 실험이나 자료들이 서양의, 교육을 받은, 산업화한, 부유한, 민주주의 문화에 속한 사람이라는 매우 작은 부분 집합에 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각각 형용사들의 앞글자를 줄여 영어로 표현하면 'WEIRD('기이한 기괴한이라는 뜻)'라고 쓸 수 있다. 학자들은 수많은 연구를 검토한 결과, 사피엔스가 'WEIRD' 할수록, 관계의 세계가 아닌 분리된 객체의 세계를 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I. Heinrich et al., 「The Weirdest People in the World?」,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33, 2010, pp. 61-83].
‘WEIRD'한 사상가들은 칸트나 스튜어트 밀과 같은 개인주의적 도덕 성의 경향을 보이고, 다른 사상가들은 공자가 제안한 도덕성에 더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 그리스 철학자인 플루타르코스Plutarchos는 피로스Pyrros 장군에 관한 일화를 남겼다. 어느 날 피로스 장군은 정복 계획을 짜고 있었다. “먼저 그리스를 정복하자.” 피로스가 말했다. “그런 다음에는요?” 부하인 시네아스Cineas가 물었다. “아시아로 가서 소아시아, 아라비아를 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요?” “인도로 가자.” “인도를 정복한 다음에는요?” “아! 그만 쉬련다.” 피로스가 대답하자 시네아스가 물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쉬지 않는거죠?"
- 그로부터 2,500년이 지난 지금, 경영학 수업 시간에 참여하면 이런 일 화를 들을 수 있다. 훌리안은 카리브해의 작은 마을에 사는 행복한 어부 였다. 그는 가재 떼가 모여 있는 장소를 누구보다 잘 찾아내는 솜씨 좋은 어부였다. 훌리안은 매일 아침 바다로 나가 가재 몇 마리를 잡고선 시장 에 내다 팔았다. 그런 뒤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놀다가 볕이 드는 자리 에 앉아 쉬거나 기타를 치기도 했다. 저녁이 되면 친구들과 만나 농담을 주고받거나 카드 게임을 즐겼다. 어느 날 마을에 경영 전문가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훌리안의 기술을 알고 찾아온 그는 훌리안에게 사업 제안을 했다. “당신은 가재를 지금 보다 더 많이 잡아서 대출을 받은 뒤 배를 몇 척 더 사시오. 잡은 가재를 마이애미에 가져다 팔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요. 가재 시장도 세울 수 있을 거요. 그렇게 돈을 벌어 가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배를 보내 잡아 옵시다. 회사가 커지면 주식거래소에 상장기업으로 만들고 당신은 부자가 되는 거요!” 훌리안은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물었다. “그런 다음에는 뭘 하죠?” 전문가가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지. 여기서 살면서 잠시 바다에 나가 낚시나 하고, 또 식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친구들과도 즐기고...” “그런 거라면 지금도 충분하다오, 친구."
- 우스벡은 이 두 가지 사례에 흥미를 보였다. 피로스 장군과 경영 전문 가는 인간의 커다란 욕망을 대변했다.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욕망,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 것, 나를 확장하는 것. 많은 사람에게 그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행복에 관한 가장 명확한 콘텐츠다. 우스벡은 20세기의 유명한 경제학자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의 말을 기억한다. 그린스펀은 현대 경제를 비이성적 과열' 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우스벡은 이것이 모든 인간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표현이라 생각했다.
- 선사시대 전문가인 마르셀 오트Marcel Otte는 인간 종을 특징짓는 것은 자연을 극복하고 자신의 힘을 키우려는 프로메테우스적인 열망에 있다고 본다. '인간 운명의 열쇠는 신체나 다른 사회, 자신의 과거와 같은 한계 극복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이다. 우스벡은 이 지배적이고 지치지 않는 열망이 많은 사피엔스를 불안하게 만들었음을 깨닫는다. 동양의 사상가들(특히 불교와 유교)은 욕망을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도 같은 말을 했다. 오만함'을 뜻하는 'hybris'는 결국 사람을 광 기로 몰아간다고 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욕망을 줄이라고 권했으며 지나치게 많이 가지는 것은 불만족과 부정을 낳는다고 했다. 기독교는 인간의 오만함과 야만을 비난하면서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이라는 미로에 정통한 셰익스피어는 '거인의 힘을 가진다는 것은 황홀하나 그 힘을 거인처럼 쓴다는 것은 끔찍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거인은 어떤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힘을 쓸 수 있을까? 우스벡은 자문했다.
- 페리클레스는 아테네를 성찰했다. 페리클레스는 근본적으로 도시의 영광을 열망했고, 그것을 이루려면 자신의 힘을 무한대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폴리스 전체에 대한 헌신을 위해 싸웠다. “너희들은 당연히 도시의 명예, 자랑스러운 제국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권력이 인정을 받으려면 증대하는 지배력과 끝없이 지배하고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실현돼야 한다. 따라서 도시에 바치는 불후의 명성은 영토 확장, 전쟁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 돈은 여러 시대, 여러 장소에서 발명되었다. 돈의 발전 과정에는 그다지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순전히 심리적인 혁명이었다. 돈은 사람들의 공유된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상호주관적인 현실의 창조물 을 의미했다. 신뢰가 바탕이기 때문이다. 기원전 600년경, 리디아에서 무게를 보증하려는 목적으로 금속 조각을 주조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또 평행한 발명이 발견된다. 화폐 주조는 중국 북부의 대평원, 갠지스 계곡, 그리고 리디아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군대는 12만이 넘는 군사들에게 급료를 주기 위해 매일 0.5톤의 은을 소비했다.
- 돈은 집단적 창조물이다. 작가가 없는 창조물이다. 돈은 매일의 거래에서 만들어지고 단단해졌으며 수십억 건이 넘는 교환을 하며 의미를 공고히 해 왔다. 우스벡은 인간이 돈의 유용성이 지닌 가치에는 중요성을 부여하지만 돈을 발명해 낸 지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돈은 미터와 같은 측정 단위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추상화를 요한다. 다시 말해, 물물 교환을 할 때처럼 교환의 기능이 있는가 하면, 모든 사물로부터 분리된 가치를 측정하는 단위가 되었다. (우스벡은 바로 이 점이 놀라웠다). 돈은 어떤 사물이든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하나의 상징이다. 그래서 매우 일상적이기도 하다. 가격 을 계산해 주고, 거래 중개인 역할을 하고 저축도 할 수 있다.
- 세 번째 축의 시대에 발생한 위대한 변화는 사피엔스가 자유롭고 자주적인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며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시작된 움직임이다. 그때 인문학이 성서와 구별 되는 것을 의미하는 휴머니즘이 나타난다. 이성이 신앙으로부터 독립한 다. 기독교 내부에서 일어난 개신교 개혁은 위계에 대한 반란이었다. 인 간은 신에게 닿기 위해 인간 중재자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성경을 어떻 게 해석하는지 권위 있는 누군가가 말해줄 필요도 없다. 콜린 모리스 Colin Morris는 개인의 발견은 1050년~1200년에 발생한 가장 중요한 문화적 발전 중 하나였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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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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