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쟁탈의 세계사

역사 2022. 10. 13. 12:58

- 석탄은 고문서에 등장할 정도로 옛날부터 사용되어 왔는데, 어째서 철 제조에 석탄을 사용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탄을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석탄으로 철을 제련하면 석탄에 함유된 유황의 영향으로 철이 물러진 다. 이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오랜 기간 기술개발에 힘썼지만 좀처럼 해결 되지 않았다.
16세기부터 이어져온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영국의 에이브러햄 다비 1세다.
공기를 차단한 상태로 석탄을 가열하면 유황 함유율이 낮은 코크스라 는 연료를 얻을 수 있다. 다비 1세는 코크스를 이용한 제철법을 1709년에 개발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다비 2세가 1735년 코크스 용광로로 강철의 원료 가 되는 선철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면서 석탄을 사용한 철의 제조는 더욱 진화했다. 석탄을 코크스로 만들어 이용하는 다비 가문의 기술개발 덕분에 오랜기간 목탄이라는 자원에 의존하고 있던 제철 분야는 석탄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해갔다.
기술의 진화가 목탄이라는 자원을 석탄이라는 자원으로 전환시킨 계기가 된 것이다.
- 석탄이 목적이었던 페리 제독의 내항
당시 구미 각국에서는 양초나 등유, 윤활유를 제조하는 데 고래에서 얻을 수 있는 유분 경랍을 사용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기름을 얻기 위한 포경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페리 제독이 내항한 것도 일본을 포경선의 중계기지로 삼는 것이 하나의 목적이었지만, 필모어 대통령의 국서에 나와 있듯 석탄 확보 역시 중요한 목적이었다.
당시 일본 염전에서는 소금을 제조할 때 바닷물을 끓이기 위해 장작을 사용했다. 그 결과 유럽과 마찬가지로 삼림 벌채가 횡행했고 일본도 장작 이 점차 고갈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자 장작을 대신할 연료로써 야마구치현 우베 지방과 후쿠오카현 지 쿠고 지방에 있는 석탄이 주목받았고, 18세기 후반에는 제염을 하기 위해 석탄 채굴이 성행했다.
일본에 석탄 자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은 일본을 아시아 무역의 중계기지로 삼고자 했다.
- 미국에서 아시아까지 기나긴 여정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석탄을 싣고 가야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화물을 실을 공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일본 에서 석탄을 보급할 수 있다면 석탄량을 줄이고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페리 제독은 1854년 1월 16일 7척의 함대를 이끌고 또다시 일 본에 내항해 화친조약의 체결을 압박했고, 도쿠가와 막부는 3월 3일 요코 하마에서 12개조의 미일화친조약(가나가와조약)을 체결했다.
페리 제독은 일본에서 석탄을 확보하는 것이 곧 미국의 번영에 기여하 는 일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극동의 소국인 일본의 개항을 고집한 이유였다.
- 유럽연합 설립의 계기가 된 석탄
석탄을 위해 페리 제독이 일본에 개항을 압박했듯 석탄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제관계에 다양한 영향을 미쳐왔다. 현재 유럽의 정책을 움직이고 있는 유럽연합의 설립도 사실은 석탄의 영향이 컸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52년에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베네룩스 3국(벨 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이렇게 6개국은 석탄·철강의 생산을 공동관리 하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설립했다. ECSC를 결성한 목적은 독일과 프랑스의 석탄·철강 자원을 공동기관 관 리하에 두고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군사적 대립을 영구히 회피하는 데 있었다.
- 석탄과 철강은 군사 산업의 중핵이었다. 탄광이나 제철소가 집중되어 있 던 독일과 프랑스 국경 부근의 알자스, 로렌, 자르, 루르 지방의 영토적 귀 속을 둘러싸고 양국은 여러 차례 전쟁을 일으켜 왔다. 그래서 군사적 수단 이 아니라 국제적 패러다임의 구축이라는 규칙을 설정해 그 원인을 제거 하기로 한 것이다.
ECSC는 그 효과를 발휘했고 가맹국도 6개국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증 가해 27개국이 되면서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ECSC는 이후 유럽공동 체(EC), 나아가 현재의 유럽연합(EU)으로 발전하는 유럽 통합의 기반이 되 었다.
이렇게 세계는 석탄이라는 자원이 번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조건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을 컨트롤하는 것이 국제관계를 좌우한다는 점을 직접 경험하고 자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 3종 기술로 실현된 셰일가스 생산 
셰일가스는 석유나 가스의 근본이 되는 유기물이 많이 포함된 점토암 지 층에 매장되어 있는 비전통 천연가스의 일종이다. 점토암 중에서도 특히 단단하고 층상구조로 쪼개지기 쉬운 성질의 셰일층에 매장되어 있기 때문 에 셰일가스라고 불린다.
전통 천연가스는 드레이크의 기계 굴착법을 이용해 원형으로 채굴한다. 굴착지점에 철탑 같은 구조물을 세우고 회전하면서 암반을 파고 들어가는 '드릴 비트(구멍을 파는 끝날)로 공극이 넓고 천연가스가 모여 있는 수천m 기하 거류층을 향해 수직으로 구멍을 뚫으면서 '드릴 파이프'를 삽입해 채굴이 이루어진다.
한편 셰일가스는 전통 천연가스처럼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땅 속에 수평으로 퍼져 있는 셰일층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수직으로 구멍 을 뚫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채굴이 어렵다.
셰일가스는 북미를 중심으로 그 존재가 알려져 있었는데, 채굴 기술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던 탓에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수평시추', '수압파쇄(fracking)', '미소진동 (micro-seismic)'이라는 3종 기술을 응용한 혁신적인 방법이 개발되면서 셰일가스를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수평시추'란 수평으로 퍼져 있는 셰일층을 수평으로 굴착하는 기술을말한다.
전통 가스전은 채굴할 때 수직으로 유정을 파고 들어가지만, 셰일층에 분포된 셰일가스와 접촉면적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평으로 굴착해야 한다. 수평시추' 기술이 개발되면서 기존 수직시추법에 비해 유정 하나당 천연 가스 생산량이 3~5배 늘어났다. | 수압파쇄'는 '수평시추'로 파낸 유정에 물 등을 압축시킨 액체를 흘려보 내 압력을 가함으로써 셰일층에 인공적인 균열을 만들어 셰일에 갇혀 있 던 가스가 쉽게 흐르도록 하는 기술이다.
미소진동은 수압파쇄'로 인공적인 균열을 만들어낼 때 발생하는 지진파를 관측·해석해 균열의 진도를 탐지함으로써 가스 회수율을 향상시키 는 기술이다(도표8). 이 같은 3종 기술을 응용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지금껏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셰일가스의 채굴이 가능해졌다.
- 셰일오일로 원유 생산 1위가 된 미국 
미국에서 셰일가스 생산이 성행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셰일층에 존재하는 원유도 채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렇게 셰일가스에 이어 셰일 층의 원유, 셰일오일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 2017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3위였 지만, 셰일오일이 생산되면서 2018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17년 대비 17% 증가한 하루 평균 1095만 배럴이 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러시아의 1075만 배럴, 사우디아라비아의 1042만 배 럴을 앞지르며 세계 1위 원유 생산국이 되었다. 미국이 45년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 2019년 9월 미 에너지정보국(EIA)은 미국의 9월 원유 수출량이 수입량을 하루 평균 8만 9000배럴 웃돌아 순수출국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월간 기준으로 수출이 수입을 넘어선 것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3년 이래 첫 쾌거였다.
원유 생산 세계 1위가 된 2018년에 EIA는 2020년까지 원유 수출이 수입 을 상회하는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9월 월간 기준 순수출국 으로의 전환은 2020년 연간 기준 순수출국 전환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 같은 미국산 셰일오일의 대두는 이후 역사상 첫 원유 마이너스 가격 이라는 사태를 일으키는 등 지금껏 원유 가격 지배권을 쥐고 있던 석유수 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에 위협이 되어갔다.
- 일본 기업이 세계 점유율에서 밀린 이유 가운데 하나로 태양전지의 원 재료인 실리콘 원료 조달에 실패한 점을 꼽는다. 당시 세계적으로 실리콘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태양전지와 반도체의 수 요가 확대되자 실리콘 원료의 수급 핍박이 이어졌고 가격이 상승했다.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실리콘을 계획대로 조달하지 못한 일본 기업은 생산 규모를 확대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샤프의 2007년 생산량 은 전년 실적을 한참 밑도는 데 그쳤다. 반면 실리콘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장기 구매 계약을 맺었던 기업들은 생산 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고, 독일의 큐셀(Q-cells) 등이 세계 점유율을 늘려갔다. 게다가 2008년 무렵부터 중국·대만계 태양전지 제조사들은 당시 수요가 증가하고 있던 유럽 시장을 겨냥해 양산 시설을 늘리는 등 시장 획득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일본계나 유럽계 태양전지 제조사는 이들의 재빠른 움직임에 뒤처졌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제조 비용에서도 차이가 발생했다. 중국 기업은 단결정 실리콘보다 비용이 저렴한 다결정 실리콘으로 태양 전지를 제조했고, 값싼 인건비 덕분에 대규모 생산이라는 방식으로 생산 비용을 낮추어왔다.
한편 일본 기업은 높은 에너지 변환율이나 실리콘 비율을 낮추는 등의 고부가가치화기술 개발에 힘써왔기 때문에 중국 기업보다 비용 부담이 커 져 있었다.
일본이 개발한 고부가가치 태양전지는 일반주택 지붕 등 소규모 태양광 발전에는 적합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던 대규모 태양광 발전 소 등에는 에너지 변환율이 다소 낮더라도 비용이 저렴한 태양전지 쪽이 메리트가 있다. 이러한 점도 일본 기업이 시장을 획득할 수 없었던 이유로 꼽힌다.
그 결과 2012년 태양전지의 생산량 기준 점유율은 중국·대만 기업이 62%를 차지했고 일본 기업은 6%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 대규모 화석연료, 원자력을 분리하는 대형 전력회사
전력 도매시장 거래에서 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높여가자 전통적인 원자 력, 화석연료 같은 대규모 발전에 주력해온 전력회사의 비즈니스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2014년 11월 30일 독일의 4대 전력회사이자 EU에서 발전 규모 4위(2013년 시점)를 자랑하는 에온이 지금까지의 대규모 중앙집중형 원자력 발전과 갈탄, 석탄 등의 화력 발전 사업 등 전통적인 발전 사업을 본사에서 분리 한다고 발표했다.
- 재생에너지 사업, 분산형 발전을 도입하기 위한 스마트그리드 사업, 그리 고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전력공급서비스 사업 세 부문을 본사의 기간 사 업으로 삼는다는 비즈니스 전략의 대전환을 꾀한 것이다.
에온은 분사함에 따라 종업원 6만 명 가운데 2만 명을 새롭게 설립한 유 니퍼(Uniper)로 이동시키는 동시에 원자력과 갈탄, 석탄 등의 대규모 중앙 집중형 발전 사업을 맡기는 체제로 전환했다. 에온의 이 같은 비즈니스 전략의 대전환은 세계 각국에 충격을 안겼다. 어째서 에온처럼 큰 전력회사가 비즈니스 전략을 180도 전환한 것일까? 그것은 앞서 말했듯 한계비용이 없는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중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 아우디는 2013년부터 독일 작센주 남부 베르테에 있는 자사의 P2G 플 랜트에서 풍력 발전 잉여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H)를 생성하고, 그 수소를 이산화탄소(CO)와 화학반응시켜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가 스(CH)를 제조하고 있다.
천연가스 자원이 없는 국가라도 재생에너지 전력과 이산화탄소를 이용 하면 천연가스를 제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메탄가스 제조를 메타네이션이라고 하며, 아우디는 자사의 P2G 플랜트에서 만든 인공 메탄가스를 아우디 e-가스(Audi e-gas)라고 부른다.
앞서 말했듯 메탄가스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이기 때문에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주입할 수 있다.
e-가스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주입되어 가정에서 소비되며, A3 스 포츠백 g-트론' 유저는 독일 전역에 설치된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에서 아우디 e-가스 카드를 사용해 e-가스를 구매할 수 있다.
아우디 e-가스 카드를 사용해 e-가스를 구매하면 아우디는 카드의 구 매 정보를 바탕으로 같은 양의 e-가스를 독일 국내 천연가스 공급 네트워 크에 공급한다. A3 스포츠백 g-트론'은 e-가스를 연소시켜 달리는 천연가스 자동차이므로 주행 시 CO,를 배출하지만, e-가스를 생산할 때 거의 같은 양의 CO, 가 소비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CO, 배출량은 제로가 되는 만큼 탄소중립이라고 할 수 있다.
- 게다가 아우디의 P2G 플랜트는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5분 이내에 6MW의 전력을 전력계통에 공급하는 테스트에 합격하면서 전력 수급 균 형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아우디의 P2G 플랜트는 재생에너지 잉여전력 제어에도 공헌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아우디 A3 스포츠백 g-트론'이 달리면 탄소중립 천연 가스의 공급과 재생에너지 발전의 수급 균형 제어라는 두 가지 효과를 일 으키는 셈이다.  지금껏 자동차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주체였으며, 에너지 시스템에서는 독립된 존재였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은 V2G나 P2G 같은 형태로 자동차 가 에너지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에너지의 신조류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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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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