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조직

경영 2021. 6. 13. 09:10

- 실패했다고, 모든 힘을 헛된 일에 낭비했다고 한탄해서는 아무 소용 없다. 오직 역경을 이겨낸 사람만이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한 번도 실수를 해보지 않은 사무라이는 실수에서 비롯된 지혜를 절대 배우지 못할 것이다. 《하가쿠레(葉德)》, 야마모토 쓰네토모(山本常朝)
- 문화는 사명 선언문과는 전혀 다르다. 문화는 한번 만들고 끝나버리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군대에 이런 말이 있다. “표준 이하의 뭔가 를 발견하고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으면 그것이 또 다른 표준을 만든 다.” 문화도 똑같다. 문화와 어긋나는 뭔가를 보고도 무시한다면, 새 로운 문화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비즈니스 환경이 변하고 전략이 진화함에 따라 그것에 맞춰 문화도 지속적으로 변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랑은 움직인다는 말처럼 목표도 언제나 움직이는 법이다.
- 울프는 에스콰이어>에 기고한 기사에서 “인텔에서는 모두가 '인텔 문화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했다. 노이스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특히 신입 직원들에게는 앤디 그로브가 직접 나서서 인텔의 문화를 교육시켰다. 훗날 인텔의 CEO에 오르고 뛰어난 문화 혁신자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그로브가 직원들에게 이렇 게 물었다. “여러분은 인텔의 접근법을 어떻게 요약하겠습니까?” 그 러면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대답했다. “인텔에서는 다른 사람이 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직접 공을 잡고 띕니다.” 그로브 가 대답했다. “틀렸습니다. 인텔에서는 공을 잡아 바람을 뺀 후 접어 서 주머니에 넣습니다. 그런 다음 다른 공을 잡아 들고 달려가 골라인 을 넘었을 때 주머니에 있던 바람 빠진 공을 꺼내 다시 부풀립니다. 그 렇게 해서 6점이 아니라 12점을 따냅니다 
- 계층적 위계 구조가 가진 장점 하나는 명백히 나쁜 아이디어를 제거하는 데 매우 탁월하다는 점이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계층 구조의 맨 꼭대기에 다다랐다는 것은 그동안 각 단계를 거치면서 다른 모든 아이디어와 비교되고 검증되는 과정에서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누가 봐도 좋은 확실한 아이디어만이 살아남는다.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니 냐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되는 문제가 있다. 명백히 좋은 아이디어가 진정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동의어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가끔은 진정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 가 처음에는 아주 허접한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업계의 어떤 전설적 인 사건들을 떠올려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전기통신 회사 웨스턴 유니언(Western Union)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의 전화기 관련 특허와 기술들을 품에 안을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제발로 뻥 차버렸다. 웨스턴 유니언은 그동안 전보 사업을 운영하면서 통 신 사업의 수익성은 정확성과 광범위한 도달 범위에 달려 있다는 사 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전화는 정확성과 도달 범위에서 완전히 낙제점이었다. 전화 통화는 소음이 너무 심하고 끊기기 일쑤였으며 장거리 전화는 꿈도 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손가락질 받았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또 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도 미운 오리 새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농담 취급을 받았을 정도였다. 전문성이라곤 없는 대중이 작성한 글 따위가 세계 최고 석학들의 작업을 대체하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그런데 어떻게 됐는가? 오늘날 위키피디아는 역사상 어떤 사전보다 훨씬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유일한 백과사전으로 생각하는 수준이 됐다.
- 기업은 갱단, 군대, 국가와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의 일상적인 아주 작은 행동들로 이뤄지는 커다란 조직이며, 따라서 구성원들의 사소한 행동에 기업의 존망이 결정된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 성공하는 근원 적인 이유가 자사의 문화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지 알아 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경영 서적들은 광범위하고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문화를 고찰하지 않을뿐더러 성공한 기업들에만 현미경을 들이대고 성공적인 기업 문화를 분석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게 만든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했음 에도 견고하지 못하거나 일관성이 없고, 심지어 해로운 문화를 가진 기업들이 아주 많다. 실제로도 '잘 키운 효자 제품 하나로 비참한 문 화적 환경을 거뜬히 극복하는 회사들이 있다. 하지만 결코 오래가지 는 못한다. 
- 마지막으로 실망스러운 말을 해야겠다. 위대한 문화가 꼭 당신의 회사를 위대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당신의 제품이 월등히 뛰어나 지 않다면 또는 시장이 당신의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회사 는 아무리 사내 문화가 훌륭해도 실패할 것이다. 기업과 문화의 관계 는 운동선수에 비유하면 영양과 훈련의 관계와 같다. 기량이 출중한 선수는 영양 공급이 다소 부족하고 훈련 기법이 약간 미진해도 성공 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재능이 부족한 선수는 완벽히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고 죽을힘을 다해 훈련해도 올림픽 경기에는 출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영양을 섭취하고 양질의 훈련을 받으면 어떤 선수든 기량이 향상된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이제 이런 생각이 들지 싶다. 훌륭한 문화가 성공을 보장하지 못할진대 굳이 문화에 신경 쓸 이유가 있을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더 멀리 보자. 당신의 직원들은 언젠가 당신의 회사를 칭찬하는 언론 보도나 회사가 받은 상들을 잊게 된다. 또한 분기별 실 적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당신 회사의 제품들에 대한 기억도 갈수록 흐릿해진다. 그렇지만 그들이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 있다. 당신 회사에서 일하면서 어떤 기분을 느꼈고 그 회사에서의 경험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됐는지는 영원히 그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 이렇듯 회사의 성격과 정신은 영원히 그들과 함께한다. 그런 것들은 일이 잘못될 때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강력한 접착제가 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매일 소소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길잡이가 되어주며, 그런 결정들이 모여서 진정한 목적의식이 된다.
- 잡스는 애플이 직면한 문제가 PC 산업의 경제학 구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애플이 할 일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들면 그만이었다. 물론 더 나은 제품을 만들려면 애플의 문화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을 터였다. 그리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방법은 딱 하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니라 애플의 강점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은 언제나 애플이 가장 잘하던 일이었다. 최고의 전성기 시절 애플은 프로세서 속도와 스토리지 용량 같은 업계의 벤치마크들이 아니라, 매킨토시처럼 사람들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제품들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통합에 있어서는 정말이지 애플을 따를 기업이 없었다. 그리고 애플이 통합의 1인자일 수 있었던 이유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며 컴퓨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 및 장치 - 옮긴이)부터 하드웨어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색상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 는 능력을 소유한 덕분이었다. 잡스는 이런 자사의 강점을 정확히 이 해하는 직원들을, 다른 말로 자신처럼 사용자 경험을 총체적으로 통제하고자 했던 완벽주의자들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천재 디자이너로 나중에 아이폰, 맥북 등 애플의 간판 제품들을 디자 인하는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도 그런 직원 중에 하나였는데, 잡스는 '영혼의 단짝’ 아이브에 대한 믿음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그는 우리 일의 핵심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 절대 잊을 수 없는 규칙을 세운다
수년간 조직 문화를 이끌 강력한 규칙을 세울 때에는 따라야 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 단순 명료해서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사람들은 규칙을 잊을 때 문화도 함께 잊는다.
* 사람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 규칙은 엽기적이고 충격적이어서 모든 사람이 “진심이에요?" 라고 반문하게 만들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 '왜?'에 대한 답은 그 규칙의 문화적 의미를 오해의 여지없이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 구성원들은 거의 매일 그 규칙을 맞닥뜨려야 한다 아무리 기억하기 쉬워도 구성원들이 1년에 한 번 마주칠까 말까 하는 상황에만 적용된다면 빛 좋은 개살구다.
- 루베르튀르가 프랑스와 스페인의 백인 장교들을 받아들였을 때 노예 출신 병사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하나하나 세세히 기록한 문서는 없지만,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한껏 당긴 활시위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됐으리라. 외부에서 리더들을 영입하면 내부에 있던 모두가 매우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문화가 바뀔 때의 느낌이다.
- 루베르튀르는 생도맹그 주민들에게 농업이 최우선이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별다른 소득도 없이 입만 아플 거라는 사실을 정확히 간파했다. 오히려 농업이 최고의 우선순위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 그는 극적인 뭔가를, 그것도 모든 사람이 똑똑히 기억할 어떤 행동을 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노예 주인들을 용서했고 그들이 자신의 땅을 계속 소유하도록 허락했다. 그의 농업 우선주의 정책을 이보다 더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행동은 없었을 것이다. 헤이스팅스의 입장 도 루베르튀르와 비슷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우선순위라고 백날 천 날 말로만 해서는 헛수고였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든 그것을 행동으로 명확히 보여줘야 했다. 결과적으로 말해, 헤이스팅스의 과감한 결정 덕분에 넷플릭스는 경이로운 성과를 달성했다. 2010년 말 넷플릭스는 거대 언론들의 조롱 감이었다. 일례로 다국적 언론 기업 타임워너(Time Warner)의 CEO 제프리 뷰커스(Jeffrey Bewkes)는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하는 것에 대해 “굳이 비유하자면 알바니아 군대가 세계를 정복하려는 것과 같다”고 대놓고 비웃었다.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 는다”라고 그는 단언했다. 그런데 오늘날 넷플릭스는 어떤가? 시가총액이 무려 1,500억 달러가 넘는다. 
- 사무라이의 정신과 지혜를 담은 가장 유명한 고서로 야마모토 쓰네토모가 지은 《하가쿠레》를 보면 “그 사람이 용기 있는지, 비겁한지를 평상시에는 알 수 없다. 일이 생겼을 때에 모든 것이 드러난다”는 구절이 있다.
- 리더로서 당신은 도덕적으로 모호한 사고방식 속에 편안히 숨어 지낼 수 있지만 영원히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에는 달라져야 한다. 당신은 진화하든가 아니면 도덕적 타락의 벽 속에 자신을 가두든가, 둘 중 하나밖에 취할 수 없다.
상고르는 영리하게도 그 사건을 진화의 촉매제로 사용했다.
- 때로는 리더로서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원칙을 채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인텔은 능력주의를 촉진하기 위해 평상복 근무를 복장 규정으로 채택했다. 인텔의 리더들은 최고급 정장을 차려 입은 최고 경영진의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누가 제안하는 최고의 아이디어가 승리해야 한다고 믿었다. 오늘날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그런 역사는 모른 채 또한 그 규정을 뒷받침했던 능력주의는 채택하지 않은 채, 평상복 근무 규정만을 받아들인다.
-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이자 세계적인 칭기즈칸 전문가인 잭 웨더퍼드(Jack Weatherford)는 저서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에서 그 경험이 테무친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씨족이 아니더라도 마치 가족처럼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이 그 에게 생겼다. 훗날 테무친은 혈연으로 맺어진 유대가 아니라 대개는 자신에게 보여주는 태도와 행동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이것은 초원 사회에서는 혁명적인 개념이었다.” 차차 살펴보겠지만, 행동을 주된 근거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오늘날의 많은 기업 문화에서도 혁명적인 발상이다.
- 부족이나 씨족이 아니라 칸에 대한 충성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리고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만 그런 충성이 보장될 수 있었다. 칭기즈칸은 자신이 건설한 초(超)대국을 지탱하기 위해 부(富)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필요가 있었고, 그것은 끊임없는 정복과 전쟁을 의 미했다. 평화 시기가 너무 길어지면 가뜩이나 좌절감에 빠져 있던 강력한 제국의 통치자들이 본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만 집중하다가 결국에는 서로를 반목하게 될 터였다.
- 행정적인 관점에서 보면 칭기즈칸은 올바른 결정을 했다. 그의 제국 은 너무 광활한 데다가 일사불란한 통제가 힘들어서 고도로 중앙 집중화된 체제에 입각해 한 명의 통치자가 다스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아주 커다란 실수였다. 종국에는 그의 제국이 정확히 각 울루스의 경계선을 따라서 분리의 길을 가게 되리라는 점은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 없었다. 게다가 그 문제는 몽골이 다른 문화들과 통합됨으로써 더욱 심화됐다.
- 톰슨은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후 우연찮게 새로 맡은 업무들이야 말로 자신이 CEO가 될 수 있었던 가장 유익한 밑거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는 그 경험을 통해 소수자로서 조직에서 성공하는 법에 관한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마라. 그리고 당신의 자기 연민 파티에 다른 사람들을 절대 끌어들이지 마라. 
* 옷깃 말고는 아무것도 접어버리지 마라. 어디서든 기회가 나타 날 수 있다. 전기 공학자라고 평생 감자 튀김기에 사용할 온도 조절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 기획 회의 를 위해 플립 차트를 들고 다닐 수도 있다. 나는 내게 찾아온 기회마다 퇴짜 놓을 수많은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기회들이야말로 나를 CEO로 만들어준 가장 핵심적인 원동력이었다.
- 대규모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수없이 많은 업무들을 정확 히 수행할 필요가 있을 때는 모든 대화에서 모든 사안의 모든 측면을 샅샅이 파헤칠 시간이 없다. 그것은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대화 중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내 성격의 단면은 극도로 불리할 수 도 있었다. 비록 나 스스로는 지금도 그 성향을 호기심이라고 주장하 고 싶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의 그런 성향이 회사 발전에 걸림돌이 되 지 않도록 그것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문화를 구축해야 했다. 어떻게 했을까?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 나와 정반대의 성격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로 내 주변을 채웠다. 그들은 가능한 일찍 대화를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어 했다. 
* 나를 통제하기 위해 유익한 자기 관리 규칙들을 만들었다. 단계별로 엄격하게 서면으로 작성된 안건과 희망하는 결과가 없는 회의가 소집되면, 우리는 그것을 취소했다.
* 나는 전 직원에게 우리 회사는 회의를 능률적으로 운영하는 데에 전념한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내가 행동으로 실천하고 싶지 않은 것을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그런 다음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방법이었다.
-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유명한 말이 있 다. “문화는 아침식사로 전략을 먹어치운다.” 정말이지 멋진 발언이고 나 또한 매우 좋아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드러커의 주장에 동의 한다는 뜻은 아니다. 솔직히 나는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드러커의 논리를 좋아하는 까닭은 엘리트 의식에 놀랄 만큼 정면으로 역행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숨은 뜻은 이렇다. 경영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마라. 중요한 것은 그들의 행동이다. 완 벽히 옳은 말이다. 또한 드러커가 그 발언에서 문화를 우선적인 고려 사항으로 올려놓는다는 점도 아주 마음에 든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 면, 문화와 전략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먹어치우 는 사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문화와 전략 둘 중 하나가 성공 하려면 둘은 반드시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 칭기즈칸의 군사 전략은 거의 모든 병사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했다. 바로 자급자족하는 기병이었다. 따라서 그의 평등주의적 문화는 그의 전략적 니즈에 완벽히 부합했다. 샤카 상고르의 전략은 교도소 내의 다른 갱단들보다 규모는 작아도 좀 더 엘리트다운 정예 갱단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동지애를 중심으로 문화를 구축했고, 이는 대형 갱단들이 꿈도 꿀 수 없는 문화였다.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아마존의 장기적인 문화를 구축했을 때 핵심적인 요소 하나는 저비용 구조였다. 고로 아마존의 문화가 근검절약에 우선적인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근검절약의 가치가 모든 기업에게 효과적일 거라고 속단하지마라. 쉬운 예를 보자. 애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하게 디자인된 제품들을 만드는 것에 집착한다. 따라서 그런 기업에게는 근검 절약 문화가 되레 역효과를 불러왔을 것이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를 CEO에서 끌어내리고 애플의 총 사령관에 오른 존 스컬리(John Scully)가 애플을 거의 공중분해 직전까지 몰고 갔던 부분적인 이유는 비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였다. 아무리 좋은 덕목이라도 모든 조직에 정답인 것은 아니다.
- 미국의 장수 드라마 시리즈 (24)의 주인공인 대(對) 테러요원 잭 바우어가 테러범을 심문할 때처럼 당신 은 진실을 끄집어내야 한다. 영업 부문에서 만약 고객의 말을 액면 그 대로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오래지 않아 짐을 싸야 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기술자에게 무언가를 물으면 그는 아주 정확하게 대답 해야 한다는 본능적인 충동을 느낀다. 반면 영업 직원에게 질문하면 그는 당신의 그 질문 이면에 있는 질문 즉, 질문의 숨은 의도를 알아내 려고 할 것이다. 예컨대 고객이 “X라는 기능이 있습니까?”라고 물으 면 유능한 기술자는 “예” 또는 “아뇨”로 정확히 대답할 것이다. 한편 유능한 영업 직원은 절대 그런 식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에 스스로에게 자문할 것이다. 그 기능에 대해 왜 묻는 거지? 그 기능을 보유 한 경쟁 업체는 어디일까? 음, 나와 거래할 생각이 있는 게 틀림없어. 정보를 좀 더 알아내야겠어.' 그래서 이런 식으로 되묻는다. “x 기능 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처럼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방식은 기술자들을 시쳇말로 '돌아버리게 만든다. 기술자들은 즉각적인 답을 원하고 그래야 자신의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성공하 기 바란다면, 다른 말로 회사가 번창하고 그래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유능한 영업 직원이 자신의 제품을 잘 팔아주길 바란 다면, 기술자는 자신과 영업 직원들과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인내심 을 가질 필요가 있다.
- 순조롭게 굴러가는 조직이라면 기술자들은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얼마나 잘 팔리는가가 아니라 제품 자체가 얼마나 훌륭한가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시장에서는 때때로 기술자가 통제할 수 없는 커다란 위기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기술자들은 무언가를 만드는 일 자체를 즐기고 가끔은 업무 외적으로 부수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 그램을 작성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취미 활동인 셈이다. 따라서 기술 자들에게는 낮이든 밤이든 원할 때면 언제라도 프로그래밍에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 이런 연유로 기술자 문화는 종종 편안한 복장, 늦은 출근, 야근, 철야 근무 등으 로 특징지어진다.
- 훌륭한 영업 직원은 권투 선수를 좀 더 닮았다. 그들이 자신의 일을 즐길지는 몰라도, 취미 삼아서 주말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하 는 영업 사원은 없다. 프로 권투 시합과 마찬가지로 영업 활동의 목적 은 돈과 경쟁이다. 상금이 없으면 싸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영업 조직들은 수수료, 판매 경진 대회, 판매왕 클럽 등을 비롯해 상 금 지향적인 보상 형태에 초점을 맞춘다. 영업 직원들은 외부 세상에 보여주는 회사의 대표 얼굴이므로 비록 고객들은 정시에 도착해도 그 들은 적절한 복장을 갖춰 입고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것이 바 람직하다. 훌륭한 영업 문화는 경쟁적이고 저돌적이며 보상에 커다란 초점을 맞춘다. 그렇지만 과정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오직 결과로만 말한다.
- 누군가가 선을 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어느 정도는 당신의 문화가 그런 행동이 용납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 당신의 의사결정 과정이 어떻든 상관없이, '동의하지 않아도 결정을 따른다' (disagree and commit)는 엄격한 규칙을 고수하는 것 은 건강한 문화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지위고하를 떠나 관리자는 마땅히 이미 내려진 결정을 지지해야 하는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물론 회의에서는 의견을 달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결정이 내려진 후 에는 최종적인 결정을 지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결정이 내려진 근 거들을 설득력 있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의사결정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마지막 요소는 속도와 정확성 중에서 무엇을 얼마만큼 더 중시하는가?'다. 이에 대한 대답은, 조직의 본질과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아마존이나 GM 같이 직원이 수만 또는 수십만에 이르고 매일 수천 건의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대기업에서는 속도가 정확성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많은 거대 조직에서는 가끔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가 그것이 잘못된 결정임을 깨닫고 올바른 결정으로 전환하는 편이, 처음부터 올바른 결정을 하느라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속도 면에서는 더 유익할 것이다.
- 권한 위임이냐 통제냐에 관한 문제에서 마지막으로 고려할 사항은 지금이 평시(peacetime)인가 아니면 전시(wartime)인가이다. 회사가 순 항 중이고 그래서 조직을 확대할 창의적인 방법에 초점을 맞추는가? 아니면 회사의 존망이 달린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는가? 내가 하 드씽》에서도 설명했듯 '평시의 CEO'와 '전시의 CEO'는 경영 방식이 전혀 달라야 한다.
평시 CEO는 규약을 적절히 지킴으로써 승리에 이를 수 있음을 안다. 전시 CEO는 승리하기 위해 규약을 위반한다.
평시 CEO는 큰 그림에 역점을 두고 세부적인 결정은 직원들이 할 수 있게 권한을 위임한다. 전시 CEO는 가고자 하는 주된 방향에 방해가 된다면 깨알만 한 사항까지도 신경 쓴다.
평시 CEO는 대규모 직원 모집을 단행한다. 전시 CEO도 대규모로 직원을 모집할 때도 있지만, 정리해고를 단행할 인사관리 부서도 구성한다.
평시 CEO는 기업문화 조성에 시간을 할애한다. 전시 CEO는 위기상황이 문화를 규정하게 한다.
평시 CEO는 항상 비상 대책이 있다. 전시 CEO는 때로 무리수를 둬야만 한다.
평시 CEO는 남보다 크게 우세한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 전시 CEO는 편집증 환자와 비슷한 면이 있다.
평시 CEO는 비속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전시 CEO는 경우 에 따라 의도적으로 비속어를 쓴다. 
평시 CEO는 경쟁을 대양에 떠 있는, 서로 교전을 벌일 가능성이 없 는 배들과의 경주로 여긴다. 전시 CEO는 경쟁을 남의 집에 몰래 들 어가 아이를 유괴하려는 것과 같은 행위로 여긴다. 
평시 CEO는 시장 확대를 목표로 한다. 전시 CEO는 시장 쟁취를 목표로 한다.
평시 CEO는 노력과 창의성이 수반된 경우라면 회사의 계획에서 벗어나더라도 용인하려 한다. 전시 CEO는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
평시 CEO는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전시 CEO는 보통 수준의 목소리로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평시 CEO는 갈등을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전시 CEO는 논쟁을 부 추긴다.
평시 CEO는 폭넓은 동의를 얻으려 노력한다. 전시 CEO는 합의 형 성도 좋아하지 않고 의견 차이도 용납하지 않는다. 
평시 CEO는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를 세운다. 전시 CEO는 적 과 싸우느라 너무 바빠서, 일상이 전투인 노점 상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는 컨설턴트가 쓴 경영서 따위는 읽을 시간이 없다. 
평시 CEO는 구성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경력 개발을 돕기 위해 직원 교육을 실시한다. 전시 CEO는 직원들이 전쟁에서 전사하지 않게 하기 위해 교육을 실시한다. 
평시 CEO는 '우리 회사는 업계 1위나 2위가 아닌 사업 부문은 모두 철수한다' 같은 규칙이 있다. 전시 CEO에게는 대개 업계 1위나 2위를 점하는 사업이 없기 때문에 그런 사치스러운 규칙을 지킬 여유가 없다.
- 조직을 평시에서 전시 태세로 전환시키기가 더 쉽다. 가령 평시형 CEO가 생산 지연에 관해 매일 회의를 소집하는 것처럼 특정한 세부사항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 회사는 곧바로 그것에 신속하게 반응하고 모두가 전시 태세로 정신을 무장할 것이다.
거꾸로 전시형 조직을 평시 태세로 전환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전시형 CEO는 의사결정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CEO가 최종적인 결정권자가 아니더라도, 결정 권을 가진 사람들은 CEO의 눈치를 살피게끔 돼 있다. 그래서 CEO의 의견이나 CEO의 의중을 짐작해 그것을 지침으로 결정 내린다. 이렇듯 전시 상황에서는 개인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문화가 위축된다.
- 나쁜 소식이 있는데 직원들이 알게 되어 동요할까봐 두려울 때는 게티즈버그 연설을 기억하라. 큰 거래가 불발됐든, 분기 실적이 저조 하든 아니면 정리 해고든, 이는 비단 그 사건만이 아니라 당신 회사의 성격을 정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게다가 당신이 얼마나 일을 엉 망으로 망쳤든 적어도 수천 명의 병사들을 사지로 내몬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개중에는 신뢰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기업들이 있다. 또한 조직 내부의 경쟁을 일부러 부추기는 리더들도 있다. 그들은 직원들을 서로 경쟁시키고 최고의 직원이 경쟁에서 이기도록 한다. 이런 역학 관계는 주로 직원 대부분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들에서 만연 해 있다. 벤처캐피털, 금융, 텔레마케팅 영업 등의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런 업무 환경은 절대로 협업적이지 않고 가끔은 '등급을 매긴 후 퇴 출되는 경쟁에 의존하기 때문에 내부적인 신뢰는 아예 꿈도 꿀 수 없 다. 모두는 자신이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슨 말이 든 서슴지 않는다.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이런 유형의 역학 관계가 회사에는 높은 수익성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라면 절대로 그런 조직에서 일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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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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