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반도체 제국

경영 2021. 6. 23. 22:18

- TSMC는 웨이퍼 파운드리Wafer 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 2위 기업 글로벌파운드리 Global Foundries와 3위 기업 UMC를 합쳐도 20퍼센트가 채 안 된다. 이것이 TSMC의 대체 불가한 세계적 위상이다. 대만에 지진과 단전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국제통신사가 총통부를 제치고 TSMC부터 급 히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TSMC는 대만에 실리콘 장벽을 구축했다. 호주의 전략가 크 레이그 애디슨 Craig Addison은 실리콘 위주의 반도체 제품은 석유와 같은 전략적 위상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으로 전 세계 IT 제품의 공급체인이 끊어질 것을 우려했다. 따라 서 이 실리콘 장벽은 대만해협의 평화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발휘한다.
- TSMC 약진의 비밀은 모리스 창의 600일 개혁전략에 있 다. 이 이야기는 그의 복귀 한 달 전부터 시작된다. 2009년 5월 TSMC 본부에서 지인들과 회동한 모리스 창은 우려하는 목소리 로 말했다. “회사에는 깊은 사고deep thinking가 필요하다.” 세계경제포럼과 같은 국제회의에 다녀온 모리스 창이 새로운 기류를 감지한 것이다. 그는 외국기업들이 현재 제2의 공급업체second source를 양성하고 있으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경우 오더의 일부를 TSMC 외에 삼성 등 기타 업체에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자들은 TSMC에 대항할 새로운 세력을 키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 CEO 자리에 복귀한 그는 전략을 180도 수정했다. “당시 모든 사람이 2차 경제 침체를 얘기하고 있었다.” 제이피 모건 체이스 J.P. Morgan Chase의 반도체 분석가 쉬웨이청徐成은 당시 주문량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모리스 창이 이사회에서 자본지출을 제안해 소극 일변도의 정책에서 공격적 투자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TSMC는 거의 모든 수익결산 콘퍼런스콜conference call에서 자본지출을 상향 조정했다. 모리스 창이 복귀한 후 한 달 만에 열린 제1차 수익결산 콘퍼런스콜에서 외자법인은 반대표를 던졌다. 씨티은행 Citi bank, 메릴린치Merrill Lynch 등 외자 법인들은 TSMC의 자본지출 확대에 회의를 표하며 TSMC의 목표 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스위스은행 보고서도 반도체 산업의 공급 초과를 우려하며 '중립적 입장을 유지했다.
모리스 창의 고민은 적정 규모를 어떻게 정할까에 있었다. 그 의 판단에 1,000억 NTD의 투자 확대와 삭감 여부가 달려있었다. TSMC는 웨이퍼 파운드리 제조 서비스를 강화하는 기업이므로 포괄적인 제조공정 기술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 “고객은 TSMC가 투자를 확대하여 더 많은 선택지를 만들어주길 원할 것이다. 이는 한 반도체 산업 관련자의 분석이다. TSMC는 어떤 공정을 언제쯤 제시해야 고객의 수요를 맞출 수 있을까? 시장이 성숙하기도 전에 신기술을 너무 미리 제시하면 이익 창출이 어려워 주주들에게 수익을 선사할 수 없다. 신기술 발표가 늦어지면 시장에 뒤처져서 역시 고객의 수익 창출이 어렵 다. 게다가 일단 개발하기로 약속한 이상 변경은 곤란하며,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모리스 창은 첫 단계에서 가속화를 조심스럽게 타진했다. “나는 계산된 위험만 감수한다.”는 그의 명언이 이를 말해준다. 복귀한 직후에는 TSMC의 자본지출을 전년도와 같은 수준인 18억 달러(한화 약 2조 331억 원)로 발표했다. 국제 반도체 시장의 호전 상황을 지켜보다가 2009년 말에는 실제 자본지출을 27억 달러까지 추가했다.
쉬웨이청의 분석에 따르면 모리스 창은 당시 경쟁자들이 금융 위기의 압박 속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웨이퍼 팹을 점차 폐쇄하 려는 움직임을 간파했다. 보수적인 시류에 편승하여 무조건 자본 지출을 동결하다가는 갑자기 쏟아지는 주문을 경쟁자에게 빼앗 길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 로버트 몽크스 Robert Monks 와 넬 미노우 Nell Minow가 공동으로 저술한 《기업통치 Corporate Governance)는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요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기업통치는 기업의 방향과 성과에 참여하는 상이한 사람들 간의 관계를 결정한다. 주로 참여하는 주 주, 이사회, CEO를 위시한 경영층이다.” 일반적으로 주주가 이사 를 선출하고 매년 한 차례 주주총회를 개최한 후 무대 뒤로 사라 지는 수순을 밟는다. 따라서 기업통치는 주로 이사회와 경영층 간의 관계다. 그런데 경영층은 이사회가 임면권을 가지므로 이사회가 기업통치의 주축이 된다.
- 훌륭한 기업통치의 첫걸음은 독립적이고 진지하며 능력 있는 이사회의 구성이다. 여기서 독립이란 대주주와 경영층으로부터의 독립'이며 전체 주주에 충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립 이사의 '독립'도 이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이사회는 최소한 과반수 이상 의 이사가 독립 이사로 구성되어야 한다. 사실 서양의 이사회는 대부분 CEO를 제외한 모든 이사가 독립 이사로 구성된다.
독립 이사회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소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사회는 대주주들이 보유 지분 이상의 이익을 챙기지 않도록 한다. 이와 동시에 경영층도 투명한 보수를 제외하고는 기업 경영으로 창출한 이익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
- 이사회의 가장 큰 책임은 감독에 있다. 회사가 법을 준수하는지, 재정상태가 투명한지, 중요한 정보를 제때 전달하는지, 내부 횡령은 없는지 감독해야 한다. 이런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사회는 조직과 채널을 구축해야 하며, 여기에는 회계감사위원회, 이 위원 회에 속한 재무 전문가, 외부 감사원, 내부 고발 채널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사회의 두 번째 책임은 경영층을 지도하는 것이다. 나는 1867년 월터 배것Walter Bagehot이 쓴 《영국 헌정 The English Constitution)에 소개된 빅토리아 여왕의 권리에 관한 논조를 좋아한다. 비록 현대 기업의 이사회가 19세기 영국 여왕이 아니고 현대 기 업의 경영층도 19세기의 영국 총리가 아니지만, 월터 배전의 말 은 현대의 기업 이사회가 경영인을 지도하는 관계에 적용할 만한 것이다. 월터 배정은 “여왕에게는 자문을 받고, 격려하며, 경고할 수 있는 세 가지 권리가 있다(the right to be consulted, the right to encourage, the right to warn).”라고 했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지도하는 책임에 도 이 세 가지 권리가 있다. 자문 받는 것은 하나의 권리이자 책 임이라는 사실에 주의하기 바란다. 결코 “경영인이 우리에게 묻 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세 가지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이사회는 상당히 많은 시간 을 들여 경영진의 보고를 청취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사회 의 권력은 실제로 빅토리아 여왕을 능가한다. 빅토리아 여왕은 총 리를 임명하거나 파면할 수 없지만, 이사회는 경영인의 임면권을 갖는다. 경영인의 임면은 곧 이사회의 세 번째 책임이다.
- 능력 있는 이사가 한 사람의 리더, 즉 이사장을 추천하면 곧 능력 있는 이사회가 된다. 능력 있는 이사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이 사의 업계 경력과 성취는 CEO의 업계 경력이나 성취와 최소한 엇비슷하거나 CEO의 성취를 능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영인에 대한 감독, 지도, 임면이라는 이사회의 세 가지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
이사장은 이사회를 이끈다. 이사장은 이사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으며, 그들을 파면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사장은 자신의 지혜와 판단력, 설득력으로 이사회를 이끌어야 한다. 리더가 없는 이사회는 선장 없이 표류하는 배와 같아서 전체 주주에 충성하는 책임을 이행할 수 없다. 따라서 이사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 국내외 수많은 기업이 기업전략 구상을 이사회의 권리와 책임으로 삼는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이사회는 충분한 시간을 투입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충분한 전문지식과 정보흐름 information flow 이 없기 때문에 전략을 구상해서는 안 된다. 전략 구상은 CEO를 비롯한 경영인의 책임이어야 한다.
그러나 전략은 비할 데 없는 중요성이 있어야 한다. 나는 “나의 전략은 성공의 절반”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경영인은 이사회 에 반드시 전략의 초안을 제시하고, 이사회는 그 전략의 성공 가 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이사회는 또한 전략의 진전을 계속 체크하 고 필요 시 경영인에게 조정을 촉구해야 한다. 경영 부문이 전략 을 추진할 때 이사회는 내가 방금 말한 '지도 삼권', 즉 자문, 격려, 경고를 충분히 운용해야 한다.
- 내가 GE 후계자 계획을 정하는 데 약 7년에서 8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22명을 선정하고, 그중 6명을 가능성이 가장 큰 팀'으로 분류하고, 4명은 ‘뚜렷한 가능성을 보이는 팀으로 분류했다. 나머지 12명은 '관망팀ong-shot' 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6~7년간 그들이 스스로 어떻게 개선하고 발전하는지 지켜보았다. 최종적으로 3명이 선정되었는데, 뜻밖에도 전원이 관망팀에서 나왔다.
우리는 그 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이미 뉴스 보도가 되 었다. 인선 결정을 6개월 앞두고 그들을 사무실로 불러 말했다. "당신들은 6개월 후 현재 직위에서 해지될 것이다. 당신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서 후계자로 정했다.” 당시 세 명의 신임 COO를 임 명했는데, 이는 완전히 미국식이었으며 중국 스타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중 1명을 최종 선택해 '해고 후 승진fire up' 을 통해 내 자리를 물려줬다. 나머지 두 사람은 사직을 요구받았 다. 후보 세 사람을 세운 것은 마지막 6개월간 승계 불발에 대비 한 대체 방안이었다. 최종 선택에서 탈락한 두 사람이 회사에서 사직하고 나갈 때는 패배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나는 두 사람이 회사에 남기를 바라지 않았다. 새로 부임한 CEO가 구조조정을 할 때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선에 탈락한 사람들을 기업에 붙잡아두는 승계 방식도 많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설사 남게 되더라도 업무에 임하는 사기가 저하될 뿐 아니라 동료들 사이에서도 패배자로 낙인찍히기 쉽다. 차라리 회사를 떠나 다른 기업에서 새 출발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잭 웰치)
-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미래에 대비하여 기업 리더는 어떤 태도로 대응해야 할까? 모리스 창은 상업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리더는 방향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 직원, 경영팀은 모두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균형을 취해야 한다. 패배를 인정해야 역경에서 넘어지지 않고 상황이 좋아졌을 때 다시 일어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모리스 창은 영어 'hunker down'을 사용해 기업 리더가 잠시 웅크리고 있되, 언제라도 도약할 준비를 하는 태도를 묘사했다. 변화무쌍한 시대에 승리는 끝까지 버티는 자에게 돌아가는 법이다.
- 예를 들어 나의 성장 가능성이 플러스 5퍼센트에서 마이너스 5퍼센트 사이라면 나는 플러스 2 퍼센트 성장을 선택할 것이다. 인력을 몇 사람 배치하고 자본지출 을 얼마나 할지는 성장률 2퍼센트 계획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행 동을 취하기 전에 미리 생각해 둘 것이 있다. 즉 성장률 2퍼센트 에 입각해 인재를 모으고 자본을 지출했다가 최종 성장률이 마이너스 5퍼센트까지 내려간다면, 자본지출을 어떤 식으로 할지, 그리고 패배를 감당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둬야 한다.
그러니까 패배할 준비를 하라는 말인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는 얘기다. 리더가 그 길이 옳다고 여겨 선택했는데 나쁜 결과가 나왔다면 이를 수긍해야 한다.
- 기업 리더에게는 일정 범위 내에서 발생 가능한 일을 예측할 책임이 있다. 또 기업을 그 범위 내에서 가장 가능성이 좋은 길로 이끌고 갈 책임도 있다.
- 선생이 경제발전 단계를 연극의 3막에 비교한 것이 재미 있다. 마지막으로 그 이유를 말해줬으면 한다.
처음부터 그리스 비극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이 거 의 정해졌다는 것이 그리스 비극의 가장 큰 특징이다. 모든 배역 이 목숨을 걸고 운명을 바꿔보려고 하지만 불가능하다. 이번 금융 위기를 바라보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도 그것이다. 이 연극의 서막은 방종의 시대이며, 따라서 비극이 불가피하다. 나 자신은 이 점을 크게 느꼈다. 아주 크게 말이다. 그리스 비극은 2000년 전에 발생했지만, 인류는 다양한 국가와 시대를 거치며 이런 비극을 반복해왔다.
- 학교에서 배운 것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과학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진리(교육)가 절대적인 측면도 있다. 나의 선생님들은 늘 “너는 독립적으로 사고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하셨다(웃음). 물론 과학의 최고 경지에 이르면 반드시 독립적 사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벨상을 탈 수 없을 테니 말이다(웃음).
그러나 역사, 경제, 법률 같은 인문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사고 할 공간은 매우 크다. 결론적으로 나는 하나의 습관을 길러왔다. 자연법칙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글을 읽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 면서 자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이 한 말에는 어떤 입장이 있을까? 그가 증거로 든 사실이 과연 모두 사실일까? 이는 멈춰서 생각할 필요도 없으며, 읽으면서 생각하고, 들으면서 사고할 수 있다.
- 승계와 관련된 일은 너무 일찍 발표해도 안 되고 너무 임박해서 발표해서도 안 된다. 너무 일찍 발표하면 장시간 레임덕 현상이 발생할 것이고, 임박해서 발표하면 사람들이 무슨 일이라도 발생했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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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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