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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안다는 것

심리 2024. 3. 31. 09:30

우리는 누구나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지식이나 사회경험이 많다면 현명해지기 쉬울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여는 일은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학교에서는 입시와 취업을 위한 기술만을 가르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삶의 가장 중요한 활동을 수행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외로워졌고, 깊은 우정의 결핍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서서히 비인간화 되어가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사회적 기술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관계의 기술말이다. 우리가 일상의 미세한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를 얼마나 잘 대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이 크게 좌우된다. 이런 사회적 기술의 기본은 다른 사람이 지금 겪고 있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을 온전한 못ㅂ 그대로 바라보는 일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일종의 기량이고, 구체적인 기술의 총합이며,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는 이것을 눈치라고 부르며, 독일사람은 헤르젠스빌둥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는 다른 사람의 온전한 인간성을 바라보도록 마음을 훈련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알기 위한 탐구를 시작했다면,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혹은 이 사람의 이력서는 무엇을 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 그는 일어난 일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 그는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 그는 자기의 현실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이런 질문이야말로 어떤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을 때 알고 싶어하는 궁금한 것들이다.

어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일반적인 대화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대화를 정말 잘하기는 어렵다. 다음은 좋은 대화를 나누는 기술이다.
- 주의를 100% 기울여 집중해라
- 능동적으로 대꾸해라
- 친숙한 화제를 꺼내라
- 상대방을 관객이 아닌 작가로 만들어라
- 대화가 끊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상대의 말이 끝난 것을 충분히 기다린 후 대꾸하는 것이 좋다.)
- 루핑(상대가 한 말을 반복하면서 의미를 재확인)해라
- 조산사가 되라
- 보석진술(의견이 다른 두 사람이 공통으로 갖는 의견)로 돌아가라
- 드러나지 않은 차이를 찾아라
- 상대방의 말에 숟가락을 얹지 마라

사람들은 깊이 있는 대화가 사람을 고통스럽거나 취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럴까? 깊이 있는 질문은 사람들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 당신이 변화에 적응했던 시기는 언제인가?
- 당신이 인생에서 정말 잘 되어가는 것은 무엇인가?
- 가장 자신있는 것은 무엇인가?
- 오감 중에서 어느 감각이 가장 강력한가?
- 외롭게 지내면서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은 적이 있는가?
- 나이가 들면서 한층 분명해진 게 무엇인가?

자기와 인생경험이 다른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개개인마다 겪는 수많은 인생경험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개인에게는 신비로운 깊이가 있다. 서로 다른 문화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므로, 낯선 문화 앞에서는 존중하는 마음과 경외감을 품어야 한다. 그럼에도 타인을 바라보고 타인의 말을 듣는 능력을 높이는 기술을 연마하는 데 힘쓰면 타인의 관점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사람을안다는것 #데이비드브룩스 #인간관계 #인생책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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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스턴 처칠을 낳기 전의 제니 제롬Jennie Jerome 이야기도 유명하다. 젊은 시절의 제니는 영국의 정치가 윌리엄 글래드스턴 William Gladstone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가 영국에서 가장 영리한 사람이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글래드스턴의 경쟁자인 벤저민 디즈레일 리Benjamin Disraeli와 저녁 식사를 한 뒤에 제니는 자기 자신이 영국에 서 가장 영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래드스턴 같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디즈레일리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좋다는 이야기다.
-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망상 하나는 모든 사람을 특정한 유형 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친절한 사람, 사악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열정이 넘치는 사람, 주변에 무관심한 사람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물론 어떤 사람을 두고 잔인하기보다는 친 절하다거나 어리석기보다는 현명하다거나 무관심하기보다는 열정 이 넘친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반대로도 말할 수 있고....... 그러나 어 떤 사람을 친절하거나 현명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 악하거나 어리석거나 둘 중 하나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 은 늘 인간을 이런 식으로 분류한다. 이는 잘못이다. 사람은 강과 같다. 물은 늘 똑같다. 그러나 모든 강은 어떤 데서는 폭이 좁고 물살이 빠르 다. 또 어떤 데서는 폭이 넓고 수면이 잔잔하다. 맑기도 하고 차갑기도 하고 진흙탕이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다. 사람도 똑같다. 모든 사람 은 모든 성품으로 성장할 싹을 가지고 있다. 그런 싹을 언제는 하나만 드러내고 언제는 두 개 드러낸다. 어떤 사람이 어떤 때는 전혀 그 사람 같지 않을 때가 자주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동일한 사람이다.' (톨스토이)
- 뇌 과학을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개인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구축 과정이 얼마나 근본적인지 보여주겠다. 어떤 방을 둘러보는 것과 같은 아주 간단한 행동을 예로 들어보자. 이 행동은 자기가 무 언가를 창조한다는 느낌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듯 느낄 뿐이다. 자, 이번에는 눈을 뜬다. 빛의 파 도가 밀려온다. 당신의 뇌는 당신이 본 것을 기록한다. 의자가 있고, 그림이 있고, 바닥에 먼지 뭉치 하나가 굴러다닌다. 마치 옛날식 카 메라 같다. 즉 카메라 셔터가 열리고 빛이 밀려 들어와서 필름에 영상이 기록된다.
그러나 이는 인지 과정이 실제로 진행되는 방식이 아니다. 인간의 뇌는 두개골이라는 뼈로 만들어진 어두운 금고 안에 갇혀 있다.
- 뇌가 하는 일은 망막과 시신경을 거쳐서 시각 피질의 통합층에 다 다른 매우 제한된 양의 정보를 가지고 세상을 최대한 이해하는 것 이다. 한 사람의 감각이 세상의 한 장면을 찍은 저해상도 스냅 사진 을 제공하고, 이 사람의 뇌는 그 허접한 사진 한 장으로 고화질의 장편영화를 만든다.
이를 위해서 시각계는 그 사람이 이미 아는 것을 그 앞에 놓인 장 면에 적용하는 식으로 세상을 구축한다. 즉 이 사람은 '이것이 무엇 과 비슷할까?'나 '지난번에 내가 이것과 똑같은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그다음에 내가 무엇을 보았지?'와 같은 질문을 쉬지 않고 던지고 또 자기가 바라보기를 기대하는 일련의 모델들을 투사한다. 그 런 다음에 눈은 마음이 기대한 바를 제대로 바라보는지 확인하고 그다음에 그 내용을 보고한다. 요컨대 사람이 무언가를 바라보는 행동은 데이터를 받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예측하고 수정하는 능동적인 과정이라는 말이다.
신경 과학자인 아닐세스Anil Seth는, 인지는 "생성적이고 창의적인 행위"이며 "객관적인 외부 현실을 수동적으로 등록하는 것이 아 니라 행동 지향적으로 구축해나가는 것"이라고 썼다. 또 다른 신경 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이 언급했듯이 "과학적인 증거에 따르면,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는 것들은 대체로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지 세상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소수의 신경 과학자를 제외한 사람들은 그 모든 과정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뇌는 마르셀 프루스트가 썼음직한 방대하고 복잡한 소설을 쓰는데, 우리는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 아서 밸푸어 Arthur Balfour는 영국의 정치가로 밸푸어선언 Balfour Declaration으로 유명하다. 밸푸어의 친구 존버컨John Buchan은 밸푸어 를 두고 "말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망설이지 않고 지목할 수 있 는사람"이라고 했다. 밸푸어의 특별한 화술은 멋진 문구나 경구를 줄줄이 읊는 게 아니다. 그는 “토론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타 인에게서 잠재력을 발견해 대화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칭찬은 계 속 이어진다.
밸푸어는 수줍은 사람이 머뭇거리며 뱉은 말에서도 예상치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파고들어서 자기가 인류의 지혜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느끼게 했다. 전쟁이 끝나던 해에 나는 가끔 미국인 방문객을 칼튼가든으로 데리고 가서 밸푸어가 주최하는 점심 식사에 함께했는데, 그즈음의 일을 지금도 감탄하며 기억한다. 그는 손님이 하는 말의 뜻 을 헤아리고, 손님이 우연히 뱉은 단어의 중요한 의미를 포착했으며, 손님이 최선으로 발언하게끔 격려했다. 그렇게 해서 손님의 발언은 주최자의 도움으로 무한하게 확장되었다. 그렇게 손님들은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신체적인 존재감을 제공할 수 있다. 컬럼 비아대학교의 의사이자 연구원인 마사 웰치 Martha Welch는 나와 대 화를 나누던 중에 '협력적 조절co-regulation'의 힘을 강조했다. 두 사 람이 신체적으로 가까이 있고 또 서로를 믿을 때, 그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가볍게 껴안았을 뿐인데도 서로의 몸과 몸 사이에 무언가가 전달된다. 몸속 내장기관들이 진정되고 심박수 가 조절되며, 웰치가 높은 수준의 미주신경 긴장도higher vagal tone '라 고 부르는 상태가 된다. 이는 내장이 안정적일 때 나타나는 자연스 러운 현상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높은 수준의 미주신경 긴장도를 즐기는 사람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구성하게 된다. 은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그렇다. 신경 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How Emotions Are Made』에 썼다.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는 것이 당신이 느끼는 것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 반대다. 당신이 느끼는 것이 보고 듣는 것을 바꾼다.'
똑같은 장면이라도 잔뜩 겁을 집어먹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 람은 장면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우리의 귀는, 인간의 목소리를 포 함하는 중간 범위의 진동수가 아니라, 진동이 높거나 낮은 음, 즉 날 카로운 비명이나 낮은 으르렁거림에 즉각적으로 초점을 맞추도록 조정돼 있다. 불안은 주의력을 특정한 영역으로 좁히고 시야의 폭 도 줄인다. 이와 다르게 행복한 감정은 시야를 넓혀준다. 그렇기에 타인을 신뢰하고 공감할 만한 존재로 보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세상을 한층 개방적이며 행복한 곳으로 바라본다."
효과적으로 공감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고통을 받아들이면서 이 해와 신뢰를 얻었다. 극작가 손턴 와일더 Thornton Wilder는 이런 사람 이 세상에 드러내는 강렬한 존재감을 묘사한 바 있다.
예전에 받은 고통의 상처가 없다면 당신의 힘이 지금 어떻게 존재 하겠는가? 당신의 낮은 목소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을 파고들어 진 심으로 떨리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이 느낀 회한이다. 아무리 많 은 천사라도 지상에서 비참하게 실수하는 아이들을 설득하는 데는 인 생의 시련으로 단련된 지상의 한 명 인간보다 못하다. 사랑의 봉사는 오직 부상당한 병사만이 할 수 있다.
- 작가 C.S. 루이스는 "슬픔은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말했다. 슬픔은 기나긴 계곡을 흐르는 강이며, 한 번씩 굽이칠 때마다 늘 새 로운 풍경을 드러내는데, 이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슬픔과 고통의 시기에는 우리가 알던 가설이 통하지 않는다. 자기가 누구이 며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설정한 가설들이 산산조각 나고 만다. 우리는 세상이 자비롭다고, 인생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세상의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또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므 로 좋은 일만 일어날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통과 상실 은 이 모든 믿음을 박살 낸다. 이와 관련해서 작가 스티븐 조지프 Stephen Joseph는 저서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 What Don't Kill Us』에서 말한다.
"트라우마는 우리의 의미 체계에 맞선다. 트라우마는 이 체계와 모순되는 삶에 대한 실존적 진실을 증거로 우리에게 맞선다. 우리가 설정한 가정적인 세계를 붙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는 그 진실을 더욱더 부정하게 된다."
트라우마로 영구 손상을 입은 사람은 이미 일어난 일을 자기가 가진 심리 모델에 동화시키려고 한다. 반면 성장하는 사람은 새로 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이미 일어난 일을 수용하려고 한다.' 동화 시키는 사람은 뇌암을 이겨냈으니 앞으로도 건강하게 살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수용하는 사람은, 그 일이 자기를 바꾸어놓았다고, 즉 자기는 이제 암 생존자라는 새로운 지위를 얻었다고 말한다. 이 런 변화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식까지 바꾸어놓을 것이다. 자기가 가졌던 심리 모델을 재구성할 때는 아래의 질문들을 떠올려야 한다.
*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 안전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안전하지 않은가?
*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나는 누구인가?
* 세상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 나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 내가 정말로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 어떤 신이 이런 일을 허락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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