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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 링크

과학 2024. 3. 25. 07:31

- 살아 있는 예쁜꼬마선충은 불과 302개의 신경세포만으로 다 양한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일반화해 새로운 상황에도 적절히 대응하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자율주 행 분야의 연구자들이 예쁜꼬마선충의 이러한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2021년, IST 오스트리아의 마티아스 레치너 Mathias Lechner 교수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커넥톰 구조를 활용해 자율주 행 시스템을 위한 인공지능을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레치너 교 수의 연구에 따르면, 예쁜꼬마선충의 커넥톰 구조를 모방해서 만든, 고작 19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된 인공신경망이 돌발 상황 에도 잘 대처하는 훌륭한 자율주행 성능을 보이는데, 이 인공신 경망 구조는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 neural network, CNN 구조보다 무려 63배나 간단한 구조다. 오랜 시간 가 장 효율적인 형태로 진화해 온 생명체의 커넥톰이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을 압도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 버스바이스나 레치너의 연구는 인간의 커넥톰을 컴퓨터 안에서 구현했을 때 인간과 유사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 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현재의 기술로는 302개의 신경세포와 7,000여 개의 시냅스를 가진 단 순한 선충조차 완벽하게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없는 수준이니, 86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조개에 달하는 시냅스로 구성된 인 간의 뇌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 인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인류가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과학사를 돌이켜 보면 단 1퍼센트의 가능성만을 바라보고 자신의 일생을 바친 수많은 과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1997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신경생물학과에 부임한 양 댄Yang Dan 교수는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 로 일하는 동안 포유류의 뇌에서 시각 정보가 처리되는 원리에 대해 연구했다. 그녀가 특히 주목한 뇌 부위는 측면슬상핵 lateral geniculate nucleus, LGN이라는, 포유류의 뇌 중앙에 위치한 작은 시각 중추로서, 망막 시신경이 뇌로 보내는 전기신호가 가장 먼저 도 달하는 뇌 부위로 알려져 있다.
댄 교수는 뇌의 시각 정보 처리 과정에서 관찰되는 시각위상 visuotopy (혹은 망막위상retinotopy)이라고 불리는 특성에 주목했는데, 이는 눈앞에 펼쳐진 어떤 장면이 작은 화소pixel들로 구성되어 있 다고 가정할 때 화소 하나하나가 측면상에 있는 신경세포 하나하나에 대응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녀는 곧 측면슬상 에 위치한 신경세포들의 활동 신호를 읽어내면 눈앞에 있는 장면을 그림의 형태로 복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댄 교수는 자신의 박사후 연구원이었던 개럿 스탠리 Garrett B. Stanley 박사와 함께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댄 교수는 고양이의 측면상에 바늘 모양의 전극 177개를 꽂아 넣고 177개의 신경세포가 고양이 망막의 어느 위치에 대응 되는지를 알아냈다. 이를 위해 그녀는 고양이 눈앞의 여러 위치 에서 밝은 빛을 보여준 다음 어떤 신경세포가 반응하는지 관찰 했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고 나자, 그녀는 고양이 눈앞에 흑백 동 영상을 여러 개 보여주고 고양이의 측면상에서 측정되는 신 경신호를 이용해 영상을 복원했다.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고양 이에게 보여준 영상과 비슷한 윤곽의 영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 댄 교수의 연구 결과는 많은 뇌과학자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기에 충분했다. 인간의 시각중추, 예를 들어 대뇌의 시각 피질visual cortex에 전극을 조밀하게 삽입하고 신경세포의 활동을 기록하면 꿈을 저장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뜻 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물을 볼 때뿐만 아니라 꿈을 꿀 때, 심 지어는 상상을 할 때도 대뇌 시각피질을 사용한다. 따라서 대뇌 시각피질의 활동을 정밀하게 읽어낼 수만 있다면, 아침에 일어 나 밤새 꾸었던 꿈을 재생해 보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 니다.
- 우리 뇌는 몸보다 더 빠르게 반응한다. 뇌파를 측정하 는 동안 팔을 움직이면, 우리 뇌에서는 실제 팔이 움직이기 수백 밀리초에서 1초 전에 '준비 전위readiness potential'라는 뇌파가 관 찰된다. 준비 전위는 그 이름처럼 우리의 뇌가 팔을 움직일 것이 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준비하는 과정이 뇌파에 반영되는 것이다. 만약 자동차 운전자의 뇌파를 계속해서 측정한다면, 준비 전 위로부터 핸들을 꺾어 방향을 바꾸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급정거하려는 의도도 미리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닛산의 시스 템은 이처럼 운전자의 뇌파로부터 급회전이나 급정거 의도를 미리 알아내, 보다 부드러운 주행을 가능하게 하거나 사고를 미 연에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크고 복잡한 뇌파 측정 장치다. 닛산의 시스템은 아직 실험실 안의 차량 시뮬레이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운전자 의 머리에는 뇌파 측정을 위한 전극 캡(모자)이 쓰여 있고, 수많 은 뇌파 전극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하지만 실제 운전자가 탑승할 때마다 이런 뇌파 측정 시스템을 머리에 뒤집어쓸리는 없지 않겠는가.
- 물론 최근에는 간편하게 착용 가능한, 헤드밴드headband 형태 나 이어버드ear-bud 형태의 뇌파 측정기도 출시되고 있다. 하지 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 운전자가 어떤 형태든 머리에 무언가를 착용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이 기술을 꼭 써야만 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먼저 개발되어야 하지 않을까?
- "수업 시간에 배운 것들을 잊지 않고 모두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중고등학교 강연을 다니다 보면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렇다. 우리 인간은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물론 잊는 것이 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때로는 괴로운 기억은 잊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을 마치 사진을 찍듯이 기억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공부가 아주 쉬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망각이라는 것을 할까? 우리 뇌에 860억 개에 달하는 신경세포가 있는데도 말이다.
인간이 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억을 만들 때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장기 기억을 뇌에 각인할 때 단백질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뇌가 쓸 수 있는 에너 지와 영양분은 제한되어 있기에, 우리가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기억하고 어떤 것을 망각할 것 인지는 대체 무엇이 결정하는 것일까?
- 우리는 종종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손이 입이나 코를 만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손을 움직여 입이나 코를 만진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처럼 행동이나 생각을 우리가 인지하는 것을 '의식'이라고 하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무의 식'이라고 한다. 의식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인 'consciousness'는 무언가를 안다는 뜻을 지닌 어원 'sci'에서 유래했고, 과학을 의 미하는 'Science' 역시 여기서 유래했다.
그런데 우리가 의식적이라고 믿는 행동들도 사실 우리 뇌의 무의식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인간의 식 연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 교수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뇌과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실험 으로 꼽히는 '리벳 실험'을 고안했다. 우리 뇌에서는 신체 일부 를 움직이기 전에 준비 전위라는 뇌파가 발생한다. 움직임을 준비하는 뇌파인 셈이다. 그런데 리벳 교수가 의아하게 여긴 부분은 이 준비 전위가 팔을 움직이기 무려 1초 전에 발생한다는 점 이었다. 여러분이 실제로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면, 의식적인 생각과 거의 동시에 팔이 움직인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리벳 실험에서는 실험 참여자들이 손을 움직일 때마다, 손을 움직이겠다고 마음먹은 시점, 준비 전위가 발생한 시점, 실제로 손을 움직인 시점을 정확하게 측정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손 을 움직이겠다고 마음먹은 시점보다도 준비 전위가 더 빨리 발 생한다는 결과가 관찰되었다. 우리의 의지에 앞서 뇌가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리벳 실험의 결과에 수많은 뇌과학자들이 충격을 금하지 못했다. 리벳 교수의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우리가 의식적으로 행한다고 믿은 많은 행동들이 실제로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 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의 '자유의 지free will'를 부정하는 데 쓰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인간 이 저지르는 실수와 범죄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리벳 교수가 세상을 떠난 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존 딜 런 헤인즈John-Dylan Haynes 박사 등이 리벳 교수의 이론을 계승했다. 헤인즈 박사는 2007년에 사람이 의식적인 선택을 내리기 10초 전부터 이미 뇌가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다소 파격적인 연구 결 과를 발표해 뇌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인간이 자유의지 를 갖고 있는지 아닌지는 아직 결론나지 않았지만,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이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 어 보인다. 우리 뇌의 주인은 사실 우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 사람의 감정을 실시간적으로 가장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뇌파를 이용하는 것이다. 뇌파에는 사람의 긍정/부 정상태나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같은 감정 상태뿐만 아니라 집 중도나 지루함, 이해도 등과 같은 뇌의 다양한 상태 정보가 포함 되어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캐나다 뉴펀들랜드메모리얼대학 교의 마샤 바게리 Masha Bagheri 교수와 세라 파워Sarah Power 교수는 뇌파를 이용해 사용자의 인지 부하cognitive load *와 스트레스 정도 를 높은 정확도로 알아내는 기계학습 기술을 발표했다. 그녀들 은 피실험자 18명을 대상으로 특정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면서 실시간으로 인지 부하와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했는데, 개인 의 주관적인 평가 결과와 80퍼센트 이상의 일치도를 보였다. 우 리 연구팀에서 같은 해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머리둘레를 따라 10여 곳에서 측정된 뇌파에 기계학습을 적용했을 때 긍정 또는 부정 감정을 90퍼센트 이상의 정확도로 분류해 낼 수 있었다. 이처럼 뇌파로부터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는 수동형 뇌-컴퓨 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가상 비서 서비스와 결합되어 기존에 없 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찜찜하게 남아 있는 문제가 있다.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서 는 여전히 머리에 무언가를 뒤집어써야 한다는 것이다. 손목시 계조차도 거추장스럽다며 착용하지 않는 이들이 많은데, 과연 가상 비서에게 자신의 감정을 알려주기 위해 뇌파 측정 장치를 머리에 쓰고 다닐까? 이는 실용성과 관련된 어려운 문제다.
- 나를 비롯한 일부 뇌공학자들은 인공지능의 미래가 인공 감정artificial emotion에 있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교류하 고 함께 살아가려면 인간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 만 아직 인간의 뇌에서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뇌과학의 발전이 지속되어 인간의 감정에 대 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그에 따라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 하는 인공지능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심지어 우리가 말을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 도대체 왜 건강식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작업기억 과제를 수행한 이후에 건강식을 선택하는 성향이 높아진 것일까? 우 리 연구팀은 이를 '점화 효과priming effect'로 설명했다. 점화 효과 란 심리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개념으로, 앞서 접한 정보가 이후 에 접하는 정보의 해석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빵'이라는 단어보다 '의사'라는 단어를 먼저 접하면 이후에 등 장하는 '간호사'라는 단어를 인식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인간의 뇌에서도 이에 대응되는 비슷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배외측전전두피질은 우리 뇌에서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 활동하는 영역으로, 하전두회는 인간의 행동을 억제하는 일 종의 브레이크 시스템의 일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뇌 영역들이 작업기억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활발히 활동하게 되 자 작업기억 과제 이후에 진행된 건강식 선택 과제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말하자면, 뇌 영역에서의 점화 효과인 셈이다. 라 면을 끓이기 위해 물을 데우면 금방 식지 않는 것처럼, 우리 인 간의 뇌도 한번 활발하게 활동한 영역은 관성에 의해 그 활동성 이 금방 줄어들지 않는다. 작업기억 과제 도중 활발했던 배외측 전전두피질과 하전두회 부위가 건강식 선택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점화 효과에 의해) 활성화 상태를 유지하면서, 순간적인 쾌락은 억제하는 한편 이성적인 의사결정은 더 잘 내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실험 결과를 설명할 때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여러분, 다이어트를 하고 싶으면 입으로 먹지 말고 뇌로 마음 의 양식을 드세요." 실제로 마음의 양식인 책을 많이 읽으면 배 외측전전두피질을 포함한 전전두엽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런 활동에 의한 점화 효과는 점차 길어지며 결국 전전두엽의 전반 적인 활동성을 높일 수 있다. 평소 책을 읽고 깊이 사색하는 습 관을 들이면 치매가 예방될 뿐만 아니라 정크 푸드에 대한 욕구 도 줄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양식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실제로 이런 뇌의 점화 효과를 이용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도 있다. 바로 '뉴로피드백'이라고 불리는 자가 뇌 조절 기술로, 뇌의 특정 영역의 활동을 억제하거나 강화하는 훈 련을 지속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뇌의 상태나 기능을 변화시키는 훈련 방법이다. (특정 뇌 영역의 활동을 잘 조절하고 있는지를 다양 한 피드백을 통해 알려주기에 '뉴로피드백'이라고 부른다.) 뉴로피드 백에서 사용되는 관찰 방법으로는 뇌파, 근적외선분광법, 기능 적 자기공명영상 등이 있는데, 이들은 이미 국내 대형병원의 정 신건강의학과나 재활의학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의료기기이 기도 하다.
- 신경가소성은 뇌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 다. 예를 들어, '중풍'이라고도 불리는 뇌졸중이 오른팔의 움직 임을 담당하는 왼쪽 운동영역에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뇌졸 중으로 오른팔을 움직이기가 어려워진 환자에게는 마비된 오른 팔을 계속해 움직여 주는 것만으로도 오른팔의 기능을 회복하 는 데 도움이 되는데, 오른팔의 움직임에 의해 고유수용감각이 느껴지면 뇌에서는 손상된 왼쪽 운동영역을 계속 호출하기 때 문이다. 왼쪽 운동영역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면, 왼쪽 운동영역의 기능이 다른 인접한 뇌 영역으로 옮겨 가 회복 가능성 을 높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재활 과정에서는 단순히 수동적 으로 로봇에게 팔을 맡기는 것을 넘어 오른팔을 움직이는 상상 을 함께 진행하면 재활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오른팔을 움직 인다고 상상할 때도 왼쪽 운동영역을 호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활 훈련을 장기간 하다 보면, 집중력과 의지가 점차 낮아지며 로봇에게 다시 수동적으로 몸을 맡기게 될 수 있다. 하 지만 이때 왼쪽 운동영역에서 발생하는 뇌파나 근적외선분광 신호를 측정해 재활 훈련 중인 환자에게 막대그래프로 보여준다면? 환자는 막대그래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왼쪽 운동영역의 활동을 높이기 위해 다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와 비슷한 방식으로, 초기 치매 환자의 인지재활 훈련 과정에서 환자들이 인지재활 훈련에 얼마나 집중해 참여하고 있는지 모 니터링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에 는 감정과 관련된 정서 질환의 치료 과정에서 치료 대상의 감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 뉴로피드백 기술 이 활용된다. 가까운 미래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웨어러블 뇌파 기술의 도움으로 뉴로피드백을 통한 뇌 질환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미니어처 뇌, 뇌 오가노이드
1920년대 초, 독일의 동물학자인 한스 슈페만Hans Spemann은 발 생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실험이자 그에게 노벨 생리의학 상을 안겨준 위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슈페만은 도롱뇽의 알이 분화하는 과정에서 원래 뇌가 되어야 하는 부분의 세포를 잘라 다른 부위에 붙여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세포를 붙인 부위 에 새로운 신경관이 만들어지더니, 머리가 둘 달린 '괴물 도롱 뇽'이 탄생했다. 중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이 유명한 실험은 세포의 발생 과정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런데 도롱뇽 알의 경우와 비슷하게, 우리 인간의 수 정란에서 생겨나는 배아줄기세포도 주변 환경을 적절하게 조절 해 원하는 형태의 세포로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줄기세포로부터 특정 신체 기관을 유도하는 연구는 2000년대 후반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신체 기 관은 '유사 장기' 또는 '오가노이드organoid'라고 불린다. 2000년 대 후반, 생물학자들은 소장이나 신장의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기관인 뇌 오가노이드는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래서 2010년대 초까지도 수많은 뇌과학 자들이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해 밤을 지새웠다. 그런데 과 학의 역사에서 숱한 발견들이 그러했듯이, 뇌 오가노이드도 아 주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2013년,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MBA에서 박사후연 구원으로 일하던 젊은 여성 뇌과학자 메들린 랭커스터 Madeline Lancaster 박사는 쥐의 줄기세포로부터 신경세포를 발생시키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실험 도중 자신이 관리하던 배양접시에 지름이 2밀리미터 정도인 희고 둥근 물체가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도 처음에는 그 물체가 무엇인지 전 혀 짐작하지 못했고, 배양접시가 오염된 것으로 여기고 접시째 버리려고 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물체를 한번 잘 라보았는데, 놀랍게도 그 물체 안에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뭉 쳐진 뇌 조직이 들어 있었다! 랭커스터 박사는 이 결과를 즉시 <네이처에 발표했고, 곧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뇌과학자가 되었다.
- 인간이 만들어 낸 이런 미니어처 뇌, 뇌 오가노이드는 생물학적 신경망과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연구에도 쓰일 수 있 다. 그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연구는 2022년에 발표되었 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 있는 뇌과학 스타트업, 코르티컬 랩스Cortical Labs의 공동창업자인 브렛 케이건Brett Kagan 박사는 영 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칼 프리스턴Karl Friston 교수 연구팀 과 함께 생물학적 신경망을 컴퓨터와 연결해 간단한 게임을 수 행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케이건 박사 연구팀은 먼저 신경세포의 활동을 정밀하게 읽어 들일 수 있는 2차원 고밀도 마이크로 전극 배열 위에 신경세포를 배양했다. 이때 신경세포 는 전극 배열 위에서 이웃한 신경세포와 새로운 시냅스 연결들을 만들어 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우 복잡한 생물학적 신경망 구조를 형성한다. 이런 배양법은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이 발 표되기 전부터 생물학적 신경망을 관찰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 방식인데, 반도체 칩 위에 신경세포를 배양한다고 해서 '뉴런 온 어칩 neuron-on-a-chip'이라고도 불린다. 마이크로 전극 배열은 신 경망을 구성하는 개별 신경세포의 활동을 정밀하게 측정할 뿐 만 아니라 특정한 신경세포에 전기 자극을 가함으로써 활동을 유도할 수도 있다.
- 해마 칩처럼 머릿속에 삽입하는 브레인 칩을 구현할 때 가장 큰 이슈는 배터리다. 커넬은 사람의 두개골 자리에 배터리와 신 호 측정, 신호 변환, 전기 자극이 모두 가능한 전자회로를 삽입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뉴럴링크가 만든 '링크'와 비슷한 방식 이다. 하지만 뉴럴링크가 개발 중인 신경 인터페이스와는 달리 커넬의 해마 칩은 깨어 있는 동안 연속적으로 전기 자극을 해야 하기에 배터리 소모량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용량 배터리를 삽입하는 수술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향후에는 브레인 칩에 자체적으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는 연구자가 많다.
에너지 하베스팅이란 문자 그대로 에너지를 수확한다는 뜻이 다. 사람이 움직일 때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거나, 두피 표면에 태양전지를 부착해 수집한 전기에너지를 배터 리에 전달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 로는 에너지를 상시로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항상 일정한 전기에너지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는 생체연료전지biofuel cell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인간의 뇌와 두개골 사이를 채우고 있는 액체인 뇌척수액에 는, 다시 인체로 재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는 글루코스가 다량 존 재한다. 글루코스는 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아데노신 3인 ATP)를 생산하는 포도당을 의미한다. 글루코스는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데, 체내의 글루코스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글루코스 연료전지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연구된 글루코스 연료전지는 해를 거 듭할수록 작은 크기와 높은 효율을 경신해 가고 있다. 2022년 미국 MIT와 독일의 뮌헨공과대학교의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글루코스 연료전지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수준인 400나노미터의 두께로, 제곱센티미터당 43마이크로와트의 전 기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인체에 삽입되는 임 플란트가 소모하는 전력량이 수백 밀리와트 수준이므로, 연료 전지의 면적은 최소 100제곱센티미터는 되어야 한다. 정사각형 형태로 제작한다고 가정하면 한 변이 10센티미터는 되어야 한 다는 것인데, 이는 아직 뇌에 삽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 렇지만 현재 기술로도 충전식 배터리와 동시에 사용할 경우 배터리의 크기를 줄이거나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연료전지의 효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 기 때문에, 머지않아 외부에서 배터리를 충전할 필요 없이 인체 내에서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브레인 칩이 개발될지도 모른다.

- 우리 뇌에 질환이 생기면 대체로 수술이나 약물로 치료한다. 그런데 퇴행성 뇌 질환의 일종인 파킨슨병 환자들 중에는 약물 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환자를 대상으로 '심부뇌자극deep brain stimulation, DBS'이라고 불리는 장치가 머릿속 에 이식되고 있다. 이 장치는 뇌의 깊은 곳에 가늘고 긴 바늘을 찔러 넣고 펄스 형태의 전류를 흘려보내 뇌 활동을 조절한다. 이 미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고 사람의 뇌에 이식되 기 시작한 지도 30년이 넘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의료 기기 다. 뇌 속에 전자 장치를 삽입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환자들이 심부뇌자극 장치를 머릿속에 삽 입하는 수술을 받는다. 심부뇌자극 장치는 전 세계적으로 10만명이 넘는 이들의 머릿속에 이식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적지 않은 이식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파킨슨병의 경우에 는 뇌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동안 손의 떨림이 멈추고 걸음걸이 도 정상으로 돌아오는 극적인 효과가 관찰되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뇌의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흑질substantia nigra 이라는 영역의 도파민 뉴런이 손상되어 도파민이 잘 분비되지 않는 장애와 관련 있다. 심부뇌자극 장치는 이 부위에 전기 자극 을 가해 인위적으로 도파민 생성을 유도한다. 그런데 이 긴 바늘 처럼 생긴 전극을 자극하고자 하는 뇌의 위치에 정확하게 집어 넣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전극을 몇 번이나 머릿속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데 신기하게도 우리 몸의 모든 감각 정보를 수용하는 뇌 자체에 는 정작 통각수용기가 없어서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의 뇌 수술이 국소마취만 한 상태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뇌 수술을 하는 도중 언어 영역이나 운동영역과 같은 중요 영역을 잘못 건드릴 수도 있는데, 이런 뇌 부위를 아주 조 심스럽게 자극하면서 언어 기능이나 운동 기능이 달라지는지를 관찰하기도 한다.
이렇게 깨어 있는 상태에서도 뇌 수술이 가능하기에, 긴 바늘 형태의 전극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여러 전기 자극을 가해보면 서 파킨슨 환자의 증상이 좋아지는 자극 깊이나 위치를 찾아낼 수도 있다. 초기 심부뇌자극 수술을 시행하던 신경외과 의사들 은 이 과정에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는데, 흑질 부근의 특정한 뇌 영역을 자극했을 때 환자들이 갑작스레 이유 없이 행 복한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어떤 환자는 심지어 소리 내어 웃음 을 터뜨리기도 했다. 자신의 머리를 열고 뇌 수술이 진행되는 동 안에 말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특정한 뇌 영역이 다름 아닌 보상중추의 핵심 부위인 측좌핵이었다.

- 2012년,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저명한 정신과학자 토머스 슐래 퍼Thomas Schlaepfer 박사는 우울증 환자들의 측좌핵에 심부뇌자극을 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영역을 자극할 때 자극 전류 의 강도를 점차 높여가면서 자극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정도에 서 시작한 만족감이 나중에는 행복감을 넘어 쾌락에 가까운 감 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뇌를 직접 자극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중독 대상에 노출되거나 중독 관련 행동을 할 때 측좌핵이 활동하고 많은 양의 도파민이 분비 되는데, 이는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쇼핑 중독 등 중독 대상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런 외부 자극 없이도 심부뇌자극을 통해 이 영역에 직접 전류를 흘려 뇌 를 자극해 주면 마치 중독 대상이 주어진 것처럼 도파민이 분비 되고 쾌감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토머스 슐래퍼 박사 연구팀은 한 신경과학 학술지에 '얼마나 행복한 것이 아주 행복한 것인가? 행복감, 신경윤리, 그리고 측좌핵의 심부뇌자극How Happy Is Too Happy? Euphoria, Neuroethics, and Deep Brain Stimulation of the Nucleus Accumbens'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 다.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중요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행복 이라는 것이 버튼을 한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쉽게 얻어진다면 이는 과연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또한 “행복감을 만들어 내는 심부뇌자극 기술이 정신질환 환자가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쓰인다면 예상치 못한 사회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저자들은 사람들이 그저 순수하게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이 기 술을 사용하는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그들은 뇌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행복감을 높이는 것이 비윤리적이지 는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행복의 '적절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 지, 그리고 행복의 수준을 너무 높일 경우 어떤 위험이 따를지는 한번 따져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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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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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술 혁명

사회 2024. 3. 25. 07:30

- “선을 계획하면 악이 방해한다. 선은 비효과적이지만, 악은 효과적이고 완강하다.” (디에고 우르타도 데 멘도사 Diego Hurtado de Mendoza, 1503~1575)
- “과거와 현재에 대한 지식이 쌓일수록, 역사가 인간의 계획을 얼마나 손쉽게 따돌리는지 감탄하게 된다." (타키투스 Tacitus)

- 기원전 2세기 초반, 로마는 사회적 타락을 막으려고 과도한 소비를 금지하는 사치 금지법을 통과시켰으나 의도했던 효과를 얻지 못했으 며 로마인들은 계속해서 타락해갔다. 기원전 1세기 초반, 로마가 정치적 으로 불안정해지자 루시우스 코넬리우스 술라Lucius Cornelius Sulla는 자신 의 군대를 이용해 수도를 점령하고, 반대파들을 처형하고, 안정적인 정부 를 복구하고자 개혁 정책들을 펼쳤다. 하지만 술라가 “합법적인 정부를 수호하던 사람들을 죽이고, "귀족정을 꽃피우게 했던 공공 봉사 정신과 는 정반대 성향의 무책임한 사람들로 원로원을 채워 넣었기 때문에 상 황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로마의 정치 체제는 계속해서 망가져 갔으며, 기원전 1세기 중반에 이르러 로마의 공화정 전통은 사실상 무너졌다.
- 1953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국제기구를 통해 전 세계에 원자력에 관련 지식과 물자를 나누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평화를 위한 원자력 Atoms for Peace" 정책을 추진했다. 1957년, 평화적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증진하기 위해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가 설립되었고, 1968년 UN총회는 “핵확산 방지" 조약에 서명해 핵무기 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국가들에 원자력 기술을 전수해주는 것을 승인했다.22 이 정책 관계자들이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해봤다면, 국가 들은 대개 조약이 자신에게 단기적으로 이익이 될 때만 조약을 지키며 그 마저도 금방 어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을 추 진한 사람들은 국가들이 원자력 기술을 전수받으면 너무나도 고마운 나 머지 원자력 기술을 평화적 용도로만 사용할 것이며, 역사적으로 파괴적 인 무기 개발의 원동력이었던 권력에의 욕망과 치열한 경쟁을 영원히 중 단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 따라서 인류가 역사를 통해 얻은 경험과 인간 사회의 복잡성, 혼돈이론, 논리적 역설들을 고려하면 인간 사회는 절대 자기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으므로 어떤 형태의 사회도 자신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계획 할 수 없다.
이 결론은 특이하지도 않고, 놀랍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다. 지식인 들은 옛날부터 인간 사회가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서스턴Robert W. Thurston은 이렇게 적었다. "어떤 정부도 국가를 물 리적으로 완벽하게 관리할 수 없었으며 중앙 정부가 내린 결정에 따르 는 부작용들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었다."
헨리 키신저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실패한 노력과, 실현되지 않은 열망과, 실현되었으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던 소망들의 이야기이다."
노버트 엘리어스 Norbert Elias는 이렇게 적었다. "전체로서의 실제 역사의 경로는... 누구의 의도도, 계획도 아니다. ... 문명은... 맹목적인 움직임이며, 관계망의 역학의 자율성에 따라 움직인다. 
- "우리가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이 무엇인지 누가 정하는가?"라 는 질문에 인류가 보편적 합의를 얻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1890년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역사의 최종 결과는 언제나 수많은 의지들의 투쟁 결과로서 결정된다. 각 각의 의지는 삶을 결정하는 수많은 조건을 통해 형성된다. 세상에는 무수 히 많은 힘이 교차하고 평행하며 여기서 역사적 사건이 태어난다. 다른 측 면에서 보면, 전체로서는 무의식적이고 누구의 의지도 따르지 않는 하나 의 힘으로 볼 수 있다. 각각의 개인은 다른 모든 이들의 의지에 반해 움직 이며, 그 결과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 등장한다.
- 노버트 엘리어스는 맑스주의자가 아니었지만, 엥겔스와 대단히 유 사한 주장을 했다.
서로 협력하거나 반목하는 무수히 많은 개인들의 이익과 의도가 엮어진 결과, 누구도 계획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은 무언가가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모두의 의도와 행동으로부터 나타난 것이다.
심지어 모두가 특정 정책에 동의해도 "공유지의 문제" 때문에 정책 을 효과적으로 실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유지의 문제”는 모두가 따르면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각각의 개인에게 있어서는 따르지 않는 게 이익일 때 벌어진다. 예를 들어 현대 사회에서는 모두가 세금을 내면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으나 개인에게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이 익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세금을 자진해서 내거나 초과해서 내는 사례를 찾기 힘든 것이다.
예상되는 반론은, 바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 체제가 존재 한다는 것이다. 사회를 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결정들은 수많은 의지들 의 투쟁 결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선거 등의 방법을 통해 공적으로 권 력을 부여받은 소수의 정치지도자들이 개인들에게 전체의 복지를 위한 행동을 강제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내려진다. 소수의 정치지도 자들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공유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정치지도자들의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도자들 사이의 의견 차이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으므로 사회 발전을 충분히 합리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
- 미국 대통령 중 가장 강한 권력을 갖고 있던 프랭클린 D. 루즈벨트 Franklin D. Roosevelt는 이렇게 불평했다.
재무부는 너무나 방만하고 관습에 젖어있어서, 재무부를 움직여 내가 원 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재 무부는 국무부에 비하면 양반이다. 무엇 하나라도 바꾸기 위해서는 외교 전문가들을 하나하나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재무부와 국무부를 다 합쳐 도 해군에 비하면 양반이다. 제독들을 상대하는 것이 이토록 힘들다는 것 을 미리 알았어야 했다. 해군을 바꾸는 것은 마치 깃털 침대에 주먹을 휘 두르는 것과 같다. 왼쪽 주먹과 오른쪽 주먹을 번갈아 가며 지쳐 쓰러질 때까지 휘둘러도, 그 빌어먹을 침대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 닫게 된다.
- 루즈벨트의 후임자, 해리 S. 트루먼 Harry S. Truman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대통령의 권력이 얼마나 강한지, 최고통수권자가 얼마나 강하 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떠든다. 경험자로서 말해주겠다. 미국 헌 법과 미국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은 강한 권력을 가질 수도 있 다. 하지만 대통령의 핵심 권력은 사람들을 모아두고 원래 설득하지 않았 어도 해야 했을 일을 하게끔 설득하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 시간을 그렇게 보낸다. 그게 바로 대통령의 권력이다.

- 그래도 태양 에너지는 괜찮겠죠? 그렇죠? 글쎄, 아닌 것 같다. 태양광 패널은 생명체들에게서 햇빛을 차단한다. 앞서 지적했던 바, 기술 체제는 언제나 가용 에너지가 다 떨어질때까지 확장하고서는, 더 많은 에너지를 달라고 요구한다. 만약 화석 연료와 원자력 에너지가75 기술 체제의 무한한 에너지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없으면, 햇빛이 닿는 모든 장소에 태양광 패널들이 설치될 것이다. 태양광 패널들이 점차 자연 서식지들을 파괴할 것이고, 햇빛을 차단하고, 대부분의 생명체들을 죽일 것이다. 지 금도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멸종 위기 동식물들 의 주요 서식지였던"76 미국 서부 사막에 “대규모 태양 에너지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77 2011년 Western Lands Project의 상임이사쟈닌 밸로 치Janine Blaeloch는 이렇게 말했다. "태양 발전소는 공유지, 서식지를 심하 게 훼손할 것입니다." 밸로치의 예측은 사실로 밝혀졌다.그리고 기술 체제의 에너지 욕구는 무한대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기술 체제는 농경지 를 제외한 모든 지표면에 태양광 패널들을 설치할 것이며 결국 지표면의 자연 서식지들을 모조리 파괴할 것이다.
- 현재 파트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기술적 세계체제가 그 논리 적 귀결점에 도달하도록 내버려두면, 지구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고 등 생명체들이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필자의 개인 적 의견에 불과하며 이를 증명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여기서 제 시한 사실과 주장들은 충분히 설득력 있으며, 충분한 근거 없이 우리가 마주한 종말이 지구 역사에 수차례 있었던 과거의 대멸종들보다 더 심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짓는 태도야말로 경솔한 것이다.
기술 체제의 발전이 그 논리적 귀결점에 도달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생물권은 철저하게 파괴될 것이며, 지금 진행 중인 여섯번째 대멸종이 공룡을 절멸시킨 백악기 멸종보다 심각하지 않다면 그것만큼 좋은 소식이 또 없을 것이다. 여섯번째 대멸종과 함께 기술 체제는 당연히 무너질 것 이며 인류가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 숫자는 대단히 작을 것이다.
하지만 앞선 진술의 유보조항, “기술 체제의 발전이 그 논리적 귀 결점에 도달하도록 내버려 둔다면"에 주목하라. 필자는 가끔 이런 질문 을 받는다. “기술 체제가 어차피 스스로 무너진다면, 뭐하러 무너뜨리나 요?" 당연히 기술 체제를 지금 제거하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 문이다. 기술 체제가 발전할수록, 생물권과 인류는 더 큰 피해를 입을 것 이고, 지구가 죽음의 행성이 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 "두 개 이상의 모순이 존재하는 복잡 과정을 연구할 때는, 가장 주된 모순을 최선을 다해 찾아내야 한다. 일단 주된 모순이 해결되면, 모든 문제들이 동시에 해결된다.” (마오쩌둥)
“목표가 단순해야 인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언제나 명쾌한 거짓말이 불분명진실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질 것이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

- 1949년 3월, 중국 공산당이 승리를 앞두고 있을 때 마오쩌둥은 경고했다.
승리와 함께, 오만함, 영웅심리, 타성, 무사태평함이 당 내부에 자라고 있다. 동지들은 반드시 겸손하고 신중하게 남아있어야 하며, 오만함과 경 솔함을 경계해야 한다. 동지들은 반드시 검소하고 투쟁적 삶을 유지해야 한다.
당연히 마오쩌둥의 경고는 무의미했다. 이미 1957년 그는 불평했다.
최근 우리 동지들 사이에 인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지 않고,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려는 위험한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오늘날 중국 공산당 정권은 그 부패로 악명높다. 당원들과 관료들은 공산주의 이상보다는 그들의 경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중국 정부 내 부는 노골적인 부정행위로 가득차 있다.
- 미국 독립 전쟁이 끝나기 직전, 토마스 제퍼슨은 이렇게 적었다.
모든 법률적 기본권들을 수정할 최적의 시간은 우리 지도자들이 정직하 고 우리가 단결하고 있는 지금이라는 사실을 몇번이고 지적해도 지나치 지 않다. 일단 이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다.
실제로 전쟁이 끝나자 마자 13개 주 사이에서 신생국가가 분열될 정 도의 불화와 다툼이 터져나왔다. 1787년 헌법 제정을 통해 미국 혁명가 들은 연방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으나 1798년 반자유주의적 법률 이민- 소요죄법 Alien and Sedition Acts  제정은 기존 혁명가들도 혁명적 이상을 잃 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기존 혁명가 대부분이 죽고난 후 미국 정치에 는 일말의 이상도, 진실성도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수십 년 후 기술 진보로 인해 인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어 선진국들이 심각하고 만성적인 실업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고 가정해보 자. 46만성적 실업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무관심과 냉소로 일관할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반드시 기술 체제의 존속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위기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분노한 사람들이 2011년~2012년 스페인과 그 리스에서 발생한 것과 유사한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으나, 이것은 비조직 적인 절망감 분출에 불과했으며 거의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비효과적이었던 스페인, 그리스 폭동을 2011년 이집트의 “아랍의 봄”과 비교해보자. 아랍의 봄은 지적인 지도자들이 대중의 분노를 활용 해 권력구조로부터 중대한 양보를 얻어냈다. 결과적으로 이집트 혁명은 실패했으나 지금의 논점과는 무관하며, 요점은 유능한 혁명가들이 대중의 분노와 절망을 이용해 유익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기술 혁명가들은 권력구조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 것에서 만족해서는 안되며, 권력구조를 무너뜨려야 한다. 위에서 가정한 것처럼, 기술적으로 진보한 국가들이 만성적인 실업문제에 시달리게 된다면 여 전히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을까봐 겁에 질려있 을 것이며 기술 체제에 대한 존중을 상실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직업 을 최대한 오래 붙잡을 궁리만 할 것이며, 실업자들은 냉소에 빠지거나, 분노하거나, 절망할 것이다. 광범위한 폭동이 발생한다면 권력구조는 압박을 받겠지만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잘 준비된 혁명가들은 분노하고 절망한 사람들을 조직하고 지도해서 단순 폭력 사태를 넘어 유의미한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입장에서 유의미한 행동은 추측의 영역일 수밖에 없지만, 한번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반기술 혁명가들이 이집트인들처럼 권력구조에게서 양보를 받아낼 수도 있을텐데, 이집트와의 차이점은 그 양보가 너무나 중대해서 권력구조가 큰 수치심을 느끼리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권력구조 구성 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권력구조 내부에 심각한 분열과 갈등을 유발 시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일단 이 단계에 도달하면, 권력구조를 붕괴 시킬 전망은 밝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시나리오는 설명을 위해 제시한 가상의 사례임을 명심하자. 현실의 혁명은 전혀 다른 노선을 걷게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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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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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테러범

사회 2024. 3. 25. 07:29

- 플라스틱 오염과 벌이는 전쟁, 그리고 생산량을 두 배로 늘 리려는 막대한 투자. 이런 불편한 모순에서 관심을 돌리려면 교 란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40년 동안 재활용이라는 최후의 교 활한 계략을 내놓았다. 일부 미국 산업체 경영진은 재활용을 촉 진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죄의식을 덜어 주고 소비에만 집중하도 록 장려하기 위해 그들이 고안해 낸 전략에 불과하다는 걸 인정 했다. 실제로, 발표된 기적은 신기루에 가까웠다. 1950년 이후 생 성된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단지 9퍼센트만이 재활용되었으 며, 12퍼센트는 소각되었고,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자연 속에 버 려졌다. 제조업체는 재활용을 열렬히 옹호하고, 다수의 비정부기 구NGO는 완전히 혼란에 빠진 소비자에게 재활용은 성공할 수 없 다는 걸 설명하려고 애쓰는 전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 석유 산업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산업도 의혹을 바꾸고 조작하는 데 능숙하다. 의혹을 방어하려고 이 분야에서 펼치는 로비는 꽤나 강력하다. 플라스틱은 새로운 담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석면이 될 것인가? 담배가 20세 기에만 1억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동안 반세기에 걸쳐 담배 회사 는 담배의 유해성을 부정하고, 이 산업이 계속 번창할 수 있도록 담배와 폐암의 연관성을 강력하게 부인하는 전략을 펼쳤다. 19세 기 후반에 널리 사용되었던 석면을 생산한 업계도 길을 열었다. 1930년에 영국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석면 먼지와 폐 질환 사이의 <반박할 수 없는 연관성>이 드러났다. 업계는 알고 있었지 만 직원들에게 계속 이 사실을 숨겼다. 1970년대가 되어서야 그 속임수를 폭로하기 위해 미국에서 소송이 제기되었다. 플라스틱 테러범들은 그 피고석에 앉게 될까?

- 수천 가지의 폴리머가 발명되었지만, 단지 여섯 가지가 시장의 90퍼센트가량을 차지한다. 그것들은 모두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새로운 용도를 위해 다시 녹일 수 있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 렌, 폴리스티렌, PVC,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직물에 사 용되는 합성 섬유(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등)가 그것이다. 그러 나 각각의 물질은 추가하는 첨가제에 따라 수천 가지의 제형을 생성한다. 폴리에틸렌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폴리에틸렌이 있다. 일곱 번째 폴리머는 폴리우레탄인데 이것도 비교적 널리 보급되어 있다. 제조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며 신발 밑창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6종의 플라스 틱과는 달리 폴리우레탄은 열경화성 수지라는 다른 범주에 속한다. 

- 플라스틱 제조업계가 그렇게 투자를 한다는 건 시장이 있다는 이야기다. 기후 보호가 비상사태가 되고 열을 동력으로 하는 자동차가 사라지려는 세상에서 그들은 화석 연료가 반드시 새로 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맹신 하는 재료가 계속 세상을 뒤덮고 자신들의 미래를 보장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의 계산은 단순하고 정확하다. 더 많은 사람 과 더 많은 수입은 곧 더 많은 플라스틱을 의미하는데, 특히 동남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그렇다. 10년 전부터 연간 4퍼센트씩 성 장해 왔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면 향후 30년 동안 2~4퍼센트 성 장이 가능하다.
미국 화학협회가 의뢰한 연구는 포장재를 많이 소비하는 온라인 상거래와 음식 배달의 지속적인 증가, 플라스틱이 편재하는 (변기, 파이프 등) 분야에 해당하는 개발도상국의 <화장실 혁명>, 주택 단열재, 전자 장비나 태양 전지판처럼 에너지 전환에 필수 불가결한 플라스틱 재료 등을 통해 그런 예측이 타당하다는 걸 증명했다. 영국의 시장 조사 회사 IHS마킷IHS Markit의 연구 사무 소는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스포츠와 여 가활동에 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기능성, 충격 내성, 중량감소가 가능해진 플라스틱 소재의 다양한 제품에 대한 소비로 이어질 것 이다. 말하자면 카약, 헬멧, 운동장, 경기장 좌석 같은 스포츠 장 비, 보호 장비, 지원 플랫폼과 설비 등 몇 가지 실례를 들 수 있 다.>" 플라스틱 제조업자들은 자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동남아 시아, 그리고 특히 인도와 아프리카에 주력하여 가장 많이 투자 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신흥 중산층이 <생활 수준의 향상>을 추 구하며 점점 더 도시화가 진전되고 있는 곳이다.

- 배럴당 10~80퍼센트를 플라스틱 생산에
결론을 말하자면, 정유 업체들은 대개 원유 배럴당 10퍼센트 미 만에 해당하는 양을 우선 플라스틱 생산을 위한 화학 유도체로 전환했지만, 현재는 40~80퍼센트 수준으로 추출할 수 있는 새로 운 공정을 실험하고 있다. 전례가 없던 일이다.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은 이것을 배럴당 수익성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혁신 적인 기술>로 보고 있다. 엑손모빌이 운영하는 이런 종류의 정유 소중 하나는 이미 싱가포르에서 가동되고 있다. 인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최대 다섯 배 크기의 정유소가 건설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대기업 사우디아람코는 이런 새로운 기회를 개발하려고 향후 10년에 걸쳐 1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 획을 세웠다. <화학 제품의 놀라운 성장은 우리에게 근사한 기회 의 창을 제공한다. 그러나 당연히 그런 창구는 신속하게 행동하 는 사람들에게만 최고의 혜택을 줄 것"이라고 사우디 아람코는 내다보았고, 행동으로 옮겨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의 미래를 보 장받기 몇 달 전, 2018년에 플라스틱 챔피언인 동료 기업 사빅을 장악했다.
- 모래와 화학 물질이 담긴 물을 땅속에 주입하여 천연가스를 추출 하는 수압 파쇄법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이 기술을 사용하면 극 도로 심각한 오염을 일으킬 뿐 아니라 심각한 메탄 누출이 일어 난다. 메탄은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메탄이 대기에 유출된 후 첫 20년 동안 온난화를 발생시키는 능 력은 이산화탄소의 그것에 비해 80배에 달한다. 그리고 2008년 이후 대기의 메탄 농도가 급증했는데, 북아메리카의 셰일가스 추 출과 함께 등장한 현상이다. 미국 코넬 대학교의 생태학자 로버 트 하워스Robert Howarth에게 이 현상은 우연이 아니었다. 2019년 그는 메탄가스의 급격한 증가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소의 사 육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캐나다와 미국에서의 셰일가스 생산이 원인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하워스에 따르면 메탄 의 대기 유출이 셰일가스 생산량의 3.2~6.4퍼센트를 차지하며, 지난 10년 동안 기록된 새로운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35퍼센트 에 기여했을 수 있다. 유독성을 띠는 데다 지진 발생의 원인이기 도 한 파쇄법은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되거나 중지되었다. 

- 상징적인 물건이 되어 버린 비닐봉지는 화석 에너지로부터 비롯된 기적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다. 간혹 폴리프로필렌으로 만 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폴리에틸렌으로 만든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보급되는 폴리머인 폴리에틸렌은 뜻하지 않은 실수로 발명 되었다. 1933년, 영국의 화학자들이 조작을 잘못하는 바람에 흰 색의 밀랍 같은 잔여물을 얻게 되었는데, 이 물질의 성질이 아주 주목할 만한 것으로 드러난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군은 통신 케이블을 강화하려고 비밀리에 폴리에틸렌을 사용했고, 그 결과 독일보다 한발 앞선 위치를 점하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첫 번째 성공은 훌라후프다. 1958년, 폴리에틸렌은 소녀들의 허리주변을 열광적으로 도는 유색의 원형 틀을 만드는 데 쓰였다. 훌 라후프의 열광적인 인기는 이후에 재미는 덜하지만 돈벌이는 훨 씬 더 잘되는 비닐봉지로 이어진다. 1950년대부터 몇몇 기업이 이런 유형의 포장재를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1965년에 스웨덴 회사 셀로플라스트Celloplast가 멜빵 형태의 손잡이 두 개가 달린 일체형 주머니의 특허권을 소유하게 된다.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 해진 그 비닐봉지다. 이 신제품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 다. 비닐봉지는 불과 몇 년 만에, 한 세기가 넘게 훌륭하고 충실한 임무를 수행한 자신의 조상 종이봉투의 자리를 빼앗고, 재사용이 가능한 가방도 퇴장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유럽이 이 유행을 창출했으며, 1970년대 후반에는 이를 미국으로 전파 했다. 어디서나 플라스틱은 계산대에 등장한다. 무료로 끊임없이 말이다. 20년 동안 소비자와 비닐봉지 사이의 러브 스토리에는 거의 불화가 없었다.

- <생분해성> 봉지의 유혹에 대해 경고한다. <생분해성>이라는 용 어는 예를 들어 가정에서 퇴비를 만드는 것처럼, 자연 환경 속에 서 저절로 빠르게 분해되는 봉지를 지칭해야 할 것이다. 유엔은 <실제로 대부분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매우 높은 온도에서만 분 해가 된다>고 경고한다. 달리 말하면 여러분의 정원이나 발코니 가 아니라 소각로에서나 분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옥수수 전분, 카사바 뿌리, 사탕수수, 지질이나 당분의 미생물 발 효물질(PHA)처럼 재생 가능한 소재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도 환경 속에서 저절로 분해되지 않으며, 특히 바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석유에서 추출한 기존 비닐봉지를 바이오 성분 의 비닐봉지로 대체한다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닐 수 있다. 유 엔에 따르면, 이는 <식량작물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근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플라스틱 업계가 대 안을 늘리면서 소비자에게는 혼란만 일으킨다. 소비자는 결국 재 활용이 가능하지도 않고 실제로 생분해되지도 않는 봉지를 빈번 하게 분리배출장으로 보내게 된다.
- 플라스틱이 가볍다는 장점으로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한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한다면, 물질의 독성과 플라스틱의 환경 유출에 관한 질문은 생략하고 몇 가지 질문만 하면 되는 것이다. 플라스틱 업계가 그렇게 한다. 그러면 평가는 매우 과학적 관점에 따른 근거를 제시해 줄 것이다. 「수명 주기 평가, 이건 깜깜이 블랙박스입니다. 즉 자신에게 맞는 대로 자신 이 원하는 모든 것을 넣을 수 있습니다. 연구의 진정성으로 평판 이 높은 영국 환경 단체, 켐 트러스트CHEM Trust의 이사이자 생화 학자 마이클 워허스트 Michael Warhurst는 이렇게 확신한다.
- 이런 평가 분석을 우리가 사용하는 비닐봉지에 적용해 보면, 비닐봉지가 면으로 만든 재사용 가방보다 탄소의 영향이 적다고 나온다." 제작과 운송에 에너지가 적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 만 환경 공학자이자 환경 디자인 전문 조직인 쉐이핑 인바이런먼 털 액션Shaping Environmental Action의 설립자 율리엔 부셔 Julien Boucher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짓는 것은 그 재료보다는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입니다. 면으로 만든 가방은 10년 동안 1,000번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설정이라면, 당연히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영향을 덜 미치게 되겠죠.」 업계에서 떠벌리는 비닐봉지의 축소된 영향은 오로지 <쓰레기들 이 완전히 수거되고 재활용되거나 소각되어 에너지를 생산하 라는 이상적인 시스템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생산 규모를 축소 하면 기후 정책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이 방법을 사용하는 플라스틱 업자들도 이미 잘 알고 있다. 유엔조차도 이 분석에 대해 경계할 것을 요구하며, 결국에는 <환 경에 가장 영향을 덜 주는 쇼핑백은 소비자들이 이미 집에 가지 고 있는 장바구니다>라고 결론짓는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뉴저 지주는 2020년 가을, 플라스틱이든 종이든 모든 일회용 봉지를 금지하는 조치를 표결에 붙여, 이 방면으로는 가장 야심찬 법안 가운데 하나를 채택했다. 3회 위반하면 벌금이 약 4,800달러 정 도 부과된다.

- PVC 같은 폴리머에는, 종종 첨가제가 플라스틱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아 눈에 띄지 않지만, 첨가물의 세계 시장 매출 규모는 600억 달러 이상이다.
플라스틱의 경우 다양한 구성에서 독성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모노머: 그 자체로 폴리머를 구성한다. 폴리카보네이 트 조성에 들어가는 비스페놀A 즉 BPA가 이에 해당한다. 
*첨가물: 플라스틱에 주입하여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하고, 착색과 착향을 가능하게 하며, 열, 물, 기름 등에 내구성을 갖도록 그 성질을 변화시킨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들로는 프탈레이트, 과불화 화합물, 브롬화 난연제가 있다.
*NIAS: Non-intentionally added substances에서 나온, 전혀 끌리지 않는 이 약자는, 의도적으로 첨가된 물 질들이 아닌, 불순물 또는 제조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산물을 말한다.
*마지막으로는 그 표면인데, 플라스틱 표면은 화학 물질과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세균들을 옮길 수 있다. 해양학자들은 플라스틱을 바이러스와 세균을 수천 킬로미터까지 운송하는 뗏목이라고 말하곤 한다.

- 환경 단체 티어펀드TearFund의 조사에 따르면, 개발 도상국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질병으로 30초마다 한 명이 숨진다고 한다. 또한 유엔에 의하면, 사업장에 서 유독성 제품에 노출되어 15초마다 근로자 한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 보건 기구WHO는 연간 인류 사망자 수의 4분의 1, 즉 1300만 명의 죽음이 환경과 관련 있다고 추정한다. 플라스틱에서 방출되는 내분비 교란물질을 포함한 독성 화학물 질이 이 사망률에 일조한다. 그럼 플라스틱으로 인한 전체 사망 자수는 얼마나 되는 걸까? 정확히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 법정에 선 과불화 화합물
사실, 이미 터졌다............. 그것은 바로 미국 파커스버그에서 판결이 난 과불화 화합물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16년에 「뉴욕타임스」 에서 냉담한 어조의 기사로 다루었고, 2019년에는 영화 「다크 워터스Dark Waters」에 등장했다. 폴리 및 퍼플루오로알킬Poly-and perfluoroalky|이란 물질은 1940년대부터 제조되었고, 영어 약자인 PFAS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 물질은 과불화 화합물이라는 용 어로 분류되는데, 방수성을 가진 데다가 오염과 기름기에 강하고 눌어붙지 않는 등 기적적인 특성을 지닌 4,700개 이상의 분 자들이 그룹을 이루고 있다. 이동성이 매우 뛰어나며 거의 파괴 되지 않는 과불화 화합물은 80년 동안 환경과 먹이 사슬 도처로 퍼져 나갔다. 브레스트에 살든 보고타에 살든 그 어디에 살든 간에, 우리는 이를 수돗물로 마시고, 먹고, 들이마신다. 그리고 이 물질들은 우리 신체 기관에 축적되어 몇 년 동안 머무르게 된다. 지금은 <불멸의 화학 물질Forever chemicals>이라는 별명을 달고 과 학 문헌에 등장하기까지 할 정도다. 가장 잘 알려진 것들은 PFOA 와 PFOS로, 좀 더 난해한 말로는 퍼플루오로옥탄산 및 퍼플루오 로옥탄술폰산이다. 2015년에 200명의 과학자들은 대안으로 제 시되었던 <짧은 사슬> PFAS의 위험성을 세심히 경고하면서, <이 물질들의 생산과 사용을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과불화 화합물 제조업자들을 대변하는 미국 화학 협회 산하 지부인 불소 협회FluoroCouncil는 곧바로 반박했다. 대안 물질에 관해 표명된 우 려가 충분히 <강력하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비행기, 자동차, 스마트폰>은 이런 물질들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물질들이 <현대 생활에 필수가 된 것뿐이라고 한다. 현대 생활에는 그럴 수도 있겠으나, 삶에서는 아닐 수 있다. PFAS는 고환암, 신 장암, 간 기능 장애, 면역 체계 약화, 생식력 감퇴 등과 연결되어 뒤죽박죽 엉켜 있다.
요약하자면, 파커스버그 사건은 미국 기업 듀폰이 코팅제인 테플론, PFOA가 함유된 대표 프라이팬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 서 나온 잔류 물질을 자연환경에 방출하자, 이로 인해 40년간 7만 명의 웨스트버지니아 주민들이 어떻게 독성에 노출되었는지 밝 혀 가는 내용이다. 또한 200년 된 기업이 <그런 방법이 위험하다 는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출해 버렸다>는 사실을 입증해 내는 데 성공한 로버트 빌롯Robert Bilott이라는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듀폰 그룹은 희생자들과 암, 간질환, 심장에 문제가 생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수억 달러를 쏟아부어야 했다. 분위기가 좀 누그러지자, 듀폰은 2015년에 <케무어스>라고 이름 을 붙인 새로운 독립 법인에 논란의 대상인 제품의 생산을 위탁 하는 것으로 이 문제에서 적당히 빠져나왔다. 케무어스는 PFAS 오염과 관련된 30여 개의 소송을 수습했다. 인간과 동물 건강 보 호를 목표로 하는 영국 환경 단체, 켐 트러스트의 이사 마이클 워 허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런던에서 로버트 빌롯과 마주쳤을 때, 그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즘 듀폰에 파커스버그 오 염 문제에 대해 문의하면 이를 케무어스의 책임으로 돌리고, 케 무어스는 또다시 듀폰에 떠넘겨 버립니다. 참 편리하죠. 믿기 힘 들지만 이런 방식으로 기업들은 언제나 모든 책임에서 성공적으 로 빠져나가곤 합니다.」

- 토양은 해양보다 4배에서 23배까지 더 오염됐을 수 있 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앤더슨 아벨 지소자 마샤두Anderson Abel de Souza Machado는 <이 분야에 관해서는 거의 연구가 행해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얻은 결과만으로도 걱정스럽다. 플라스틱 조 각들은 실제로 세계 도처에 존재하며, 수많은 해로운 결과를 유 발할 수 있다>라고 정리한다. 주요 원인은...... 하수구에서 찾을 수 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폐수에 존재하는 미세 플라스틱, 특 히 세탁기에서 나온 직물 섬유의 80~90퍼센트는 하수 처리장의 필터를 통과해 폐수 찌꺼기에 남는다. 폐수 찌꺼기들은 종종 비 료로 들판에 흘려보내지는데, 그 속에 든 수천 톤의 미세 플라스 틱도 함께 끌려가는 것이다. 여기에다 농업에 사용되는 플라스틱도 더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중 하나는 비료인데, 매 우 작은 플라스틱 껍질 속에 비료를 캡슐화하는 것은 높이 평가 받는 기술이다. 이는 비료를 토양에 서서히 퍼트리는 장점을 가 진 반면, 미세 플라스틱을 토양 속에 잔류시키고 농축시키는 단 점이 있다. 또 다른 것은 습도 유지와 잡초 방지를 위해 경작지에 덮는 비닐 덮개다. 프랑스, 독일, 스웨덴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폴 리에틸렌으로 된 이 비닐을 재활용하지만, 유럽 전체에서 그러지 는 않으며, 나머지 지역들에서는 더욱 그러지 않는다. 종종 방수 포는 거둬지지 않고 방치되어, 결국 토양과 섞여 버리게 된다. 일 부 파급 효과들이 이미 관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렁이들은 토양에 미세 플라스틱이 있을 때 땅굴을 다르게 판다. 지렁이의 생태 특성과 토양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라고 독일의 연구는 지적한다. 다른 연구들에서는 이 입자들이 식물 자체에 미치는 영향을 증명한다. 그 예로 중미 합작 연구팀은 나노 플라 스틱이 식물 내에 축적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결과는 식 물들의 발육 상태가 나빠지고 뿌리가 짧아진 것이다. 이는 식물 의 영양가치 하락과 전 세계적인 식량 안전에 대한 위협이다. 이 후, 이탈리아 카타니아 대학교 연구원들은 플라스틱 미세먼지들 이 현재도 과일과 채소 속으로 침투해 사과, 당근, 상추 등을 오염 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했다. ''
- 우리는 자주 로비 황금률인 <3D> 원칙을 언급한다. 영어로 <Deny, Delay, Deflect>, 즉 <부인하라, 지연시키라, 주의를 돌리 라〉다. 담배, 석면, 화석 연료 회사이건 오늘날 플라스틱 회사이 건 간에, 이 원칙을 쓰면 이미 이긴 게임이며, 더욱이 몇 년간의 수익을 절대적으로 보장한다.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산업계가 이 원칙을 적용했기에, 이제 3D 원칙은 꽤 많이 노출되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은 여전히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 왜냐 하면 원칙이 절대로 저지받을 위험 없이, 무한히 반복될 수 있도 록 규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비스트들은 기계에 기름칠을 하고, 글자 그대로 로드맵을 따르는 일상을 수행하는 정비사들인 것이다. 3D 원칙 첫째, 부인하라. 보건 위협을 부인하 고, 과학자들을 분열시키고, 진실한 연구원들에 대한 신뢰를 훼 손하고, 안심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르기 위해, 돈으로 산 진짜 내 편인 -사이비 전문가들을 동원해 연구를 완성한다. 둘째, 지 연시키라. 모든 수단을 써서 규제와 금지 조치를 지연시킨다. 끝 없이 긴 법적 절차를 진행하며, 해당 물질이 현대적 생활에 필수 적이라는 걸 주장하며, 보건 의료 기관에 잠입하고, 요청받은 자료를 제출하는 데 늑장을 부리며, 이런 자료들은 기밀이며, 경제 가 무너지고 일자리가 없어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영업 기밀 에 대한 존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며 지연시키는 것이다. 세 번째, 주의를 돌리라. 기술의 발전 그리고 아직 존재하 지는 않지만 장차 우리 모두를 구하게 될 해결책에 대해 떠벌리 며, 언론에 거짓을 말하고, 대중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아무 변화도 없는 것 같지만 모든 게 변하고 있다는 암시를 주기 위해, 이를 믿는 사람들에게만 유효한 자발적 약속을 하며, 의혹, 또 의혹, 계속해서 의혹을 만들어 가며 주의를 분산시킨다. 이런 애매모호한 불확실성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그동 안 기업은 대체 물질, 아마도 전과 마찬가지로 위험성을 띨 물질 을 개발하고, 그럼 다시 순환의 원점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과 화학적으로 묶여 있지 않아서 쉽게 스며 나와, 환경과 인체에 침투할 수 있다. 이 분자들은 빠져나 오면서, 일부 플라스틱에서 나는 새 제품 냄새에 일조한다. 소변, 혈액, 모유,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이 합성물은 엄청난 단점을 지 니고 있는데, 그 일부가 내분비 교란 물질이라는 점이다. 내분비 교란물질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성장에도 필수적 호르몬인 테 스토스테론 생산을 방해한다. 남성 생식력이 이례적으로 감소한 현상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 전염병학자 샤나 스완Shanna Swan 이 2017년 발표한 연구는 많은 독자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서양 남성들의 정액 속 정자 수가 불과 40년 만에 60퍼센트가 줄 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 연구자는 2021년 2월에 이 민감한 주제와 인류를 짓누르는 위협을 다룬, 『정자 0 카운트다운 Count Down』이라는 매우 기대되는 책으로 돌 아올 예정이었다. 이 흥을 깨지 않으려는 건지, 프탈레이트는 암 (특히 간암과 고환암), 비만, 당뇨, 천식의 발병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의심된다. 유럽연합은 1999년부터 DEHP와 그 동종 일부 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는 2008년 이후로, 특히 장난감과 유아들이 입으로 가져가기 쉬운 물건들에 사용을 제한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발암 가능 물질>로 간주되는 DEHP는 2008년 유럽에서는 <생식에 유해한 물질>로도 분류되었다.
- 그런데 어떻게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일회용 마스크가 팬데 믹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을까? 제네바 대학교의 과학사 학자 두 명이 던지는 질문이다. 마스크 품귀 현상 속에서, 브루 노슈트라서 Bruno Strasser와 토마스 슐리히Thomas Schlich는 세계 교 역의 실패보다는, 사회 다른 분야처럼 1950년대부터 소비 문화 에 사로잡힌 <현대 의학의 취약점>을 읽는다. 의료진들이 세균에 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마스크를 착용한 것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후 1918년에, 스페인 독감이 유행할 당시 미국 샌 프란시스코에서 대중이 마스크를 사용했다. 1930년대까지 모든 마스크는 천으로 만들어져서 재사용이 가능했다. 이후 일회용 종 이 마스크로 대체됐으며, 1960년대에 들어서 합성 섬유로 된 마 스크가 등장했는데, 살균 과정에서 천이 손상되기 때문에 일회용 으로 제작됐다. 슈트라서와 슐리히는 이렇게 분석한다. 일회용 마스크로 옮겨 간 것은 위생을 고려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건비를 절약하고, 공급 관리가 쉬우며, 너무나 편리한 일회용 마스크에 매료된 의료 종사자들을 향한 공격적 마케팅이 빚어낸 일회용품 의 수요 증가와 그에 부응하기 위한 업계의 열망> 때문이라고 설 명된다.
두 역사학자는 합성 섬유로 된 마스크가 전통적인 면 마스크 보다 우수하다는 걸 증명하는 당시의 연구들은 <업계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고 폭로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재사용 가능 마스 크는 <비교 연구에서 가장 많이 누락>되었다. 1975년, 산업적으 로 생산된 면 마스크가 포함된 마지막 테스트 중 하나에서, 실험 자는 구조만 잘 설계된다면, <4겹의 면 모슬린으로 된 재사용 가능 마스크가 일회용 종이 마스크나 합성 섬유로 만든 새로운 마 스크보다 우수하다>고 결론지었다. 일부 연구는 재활용 가능 마 스크를 세척하면 섬유를 수축시켜서 세균을 거르는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고 제안하기까지 한다. 안타깝게도, <한때 의료 장비의 핵심 부분이었던>, 신중하게 제작되고 테스트를 거친 재사용 가 능 마스크는 1970년대 이후 사라졌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마스크에 대하여 1918년에 의료 연구원들이 써놓은 것, 《마스크는 여러 번 세탁해도 되고 영구히 사용할 수 있다》를 언젠 가 다시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두 학자는 말을 맺는다.
- Tatiana Santos도 이에 동의한다. 「플라스틱 대부분은 재활용되어 서는 안 되고, 독성 폐기물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브뤼셀에 기반 을 둔 유럽 환경국의 관점에서는, <진정한 순환 경제를 원한다면, 플라스틱은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 유리나 강철 같은 금속은 더할 나위 없는 대상이지만 플라스틱은 아니다. 왜냐하면 설계 부터가 유해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석유로부터 추출되고, 불안정 하며, 수천 가지의 첨가제를 함유하고 있다.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특히 이것과 접촉한 식품을 섭취하거나 아이들이 흔히 장난감을 입에 넣어 오물거리며 씹을 때 위험 하다. 이는 국제오염물질제거네트워크IPEN가 연구에서 내렸던 결론이다. 연구원들은 전자 장비를 재활용해 만든 장난감에 높 은 수치의 다이옥신과 브롬화 난연제가 함유된 걸 확인했다. 전 화기와 컴퓨터의 인화성을 낮추기 위해 사용하는 난연제는 <잔류 성 유기 오염 물질> 혹은 <POP>라고 부르는 물질에 속한다.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며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인 POP는 2004년 스톡 홀름협약Stockholm Convention on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에 등재되었 다. 협약 채택 당시, 목록에 기재된 초기 12가지 물질에 <12개 악 당들Dirty Dozen>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이후로, 5개 물질이 목록에 추가되었다. 이 목록에 올라가기 위해 물질이 갖춰야 할 조 건으로는, 인간이나 환경에 유해하고, 오랜 시간 잔류해야 하며, 쉽게 옮겨 가고 먹이 사슬을 따라 살아 있는 유기체 안에 축적되 어야 한다. 이 혼합물들은 암을 유발할 뿐 아니라 신경계와 호르 몬에 연관한 문제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된다.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던 프랑스 정부도 <POP의 잔류성과 독성은 그 배출원에 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확산되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지 않는 지 역까지 포함해 전 세계적 차원에서 보건과 환경에 위협이 된다> 라고 인정한다.
대다수 플라스틱은 재활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지만, 무슨 상 관이겠는가. 이는 플라스틱 산업계가 계속해서 플라스틱을 팔려 고 한다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다. 게다가, 제재 를 피하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기업들은 잘 알고 있다.
-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은 아직 실제하지도 않는데도, 이미 전쟁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좌측에는 산업계가, 우측에는 비 정부기구가 진을 치고 있으며, 이 전쟁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 인다. 양 진영에서는 저마다 주장에 날을 세운다. 무기를 들기 전 에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은 명확히 확인하고 시작해보자. 재 활용을 떠올릴 때, 우리는 직관적으로 기계적 재활용, 예를 들면 하 나의 병을 다른 하나의 병으로 재활용하는 것을 생각한다. 그렇 지만 현재, 업계는 완전히 다른 방식인 화학적 재활용에 대해 떠 벌린다. 플라스틱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포장재들을 분류, 세척, 분쇄, 용해한 뒤 재사용하는 기계적 재활용과 달리, 화학적 재활 용은 폴리머를 분해하는데, 좀 더 짧은 분자 상태로 변형시켜 모 노머로 되돌리는 것이다. 열과 화학 용매를 이용하는 이 방식은 더 많은 종류의 플라스틱, 심지어 오염되거나 혼합된 것까지도 재활용할 수 있고 새 플라스틱만큼이나 질이 좋은 폴리머를 생산 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기술은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즉 PET(오래전부터 기계적 재활용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에 적용 이 가능하게 보인다. 왜냐하면 PET 내부의 모노머들을 연결하는 화학적 결합이 대체로 깔끔하게 분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 만 이건 예외적 경우이고, 〈PVC, 폴리스티렌, 폴리프로필렌과 같이 그 구조가 훨씬 《가단성>이 적은 다른 폴리머들의 경우는 훨 씬 위험할 수 있다>. 환경단체 네트워크 유럽 환경국의 화학자 장뤼크 비토르 Jean-Luc Wietor는 이렇게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2017년 이후로 이 프로젝트는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세 계 곳곳에서, 특히 유럽에서는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과 시범 공 장시설의 건설이 발표되고 있다.
- 미국에 이어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두 번째로 많은 일본 의 예를 들어 보자. 이 섬나라는 연간 약 900만 톤의 플라스틱 쓰 레기를 배출하는데, 그중에서 40퍼센트 이상이 일회용 식품용기 와 포장재다. 80퍼센트에 근접하는 높은 재활용률로, 좋은 사례 로 자주 인용되는 일본은 훌륭한 재활용 수거 시스템과 국민의 철저한 준수 정신으로 평판이 높다. 그러나 소각되는 플라스틱을 제외하면, 재활용률은 실제로 23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네덜 란드의 체인징 마켓 재단은 조사 보고서에 이렇게 서술한다. 〈그 런데 이 수치도 문제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이는 중국, 말레이 시아, 태국과 같은 국가로 수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14퍼센트가 -매립하거나 소각하거나 자연에 버려지는 게 아닌 - 재활용 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예는 <플라 스틱의 진정한 운명을 밝히기 위해서는 공개된 통계 수치 너머의 현실을 살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효과적으로 재활용이나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전혀 없이 포장재를 대량수거해, 결국은 소각, 가스화, 쓰레기 수출과 같은 해결책을 쓰면서 문제를 소비자들에게 숨기면, 이후 소비자는 기업과 공권력의 변화에 대한 요구를 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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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 of the day 2024. 3. 2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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