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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 바이러스에 작용해서 감기를 치료하는 감기약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열을 낮추는 해열제나 기침약 등 불쾌한 증상 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의 약'은 몸을 잠시 편 하게는 해주겠지만 회복은 오히려 더디게 한다.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은 전부 우리 몸이 바이러스를 몰아내려고 싸우고 있는 신호이 다. 대증요법 약은 이런 우리 몸의 치유력을 방해할 뿐이다.
독감 백신(예방접종)이나 리렌자(Relenza : 입안에 뿌려 들이마시는 세계 최초의 흡입식 독감 전문 치료제) 같은 치료약은, 실제로 독감을 예 방했다거나 치료했다는 의학적 증거가 없다. 기껏해야 효과가 기대 된다'는 수준이다. 한편 감기약이나 독감 백신의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상당수에 이른다.

- '이 정도부터는 치료하는 편이 좋다'라는 고혈압의 진
단 기준이 특별한 근거도 없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160mmHg였던 최고혈압(수축기)의 기준이, 2000년에는 140mmHg 로, 2008년의 대사증후군 검진에서는 130mmHg까지 내려간 상태 이다.
나이가 들면 대개 혈압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50세가 넘으면 '최고혈압 130mmHg'는 일반적인 수치이다. 하지만 현행 기준에 따 르면 이 수치로도 고혈압 환자가 되어 혈압 강하제로 치료받는 처지가 된다.
- 그 결과, 약품 업계는 큰 이익을 보게 되었다. 1988년에 약 2,000억 엔이었던 혈압 강하제 매출이 2008년에는 1조 엔을 넘어섰다. 20년 동안 매출이 무려 6배나 뛰어오른 것이다. 그야말로 혈압 상술의 대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마찬가지이다. 이 수치가 높은 편이 오래 산다는 것은 이미 10년 전에 밝혀졌지만, 기준치는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스타틴(Statin) 계열의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연간 2,600억 엔에 달하는 물량이 판매되고 있다. 콜레스테롤 관련 의료비는 그 금액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혈압 강하제나 콜레스테롤을 약으로 낮추면 수치는 개선되어도 생명을 단축할 위험이 높아진다 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실시된 수만 명 규모의 추적 조사에 의 해 명확히 밝혀진 사실이다.

- 사실 위암, 식도암, 간암, 자궁암 같은 암은 방치하면 고통을 겪지 않는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는 이유는 불필요한 '암 치료' 때문이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찾아온 환자들에게 "암은 무서 운 병이니, 즉시 치료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이는 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건강검진에서 대사증후 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조깅을 시작했다가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하거 나, 뇌 검사에서 동맥류가 발견되어 수술을 했는데 전신마비가 되는 등 병원에서 검사나 치료를 받고 수명이 단축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어찌 보면 의사는 폭력배나 강도보다 무서운 존재이다. 폭력배는 보통 일반 사람들을 죽이거나 신체 부위를 절단하지는 않는다. 강도 도 대개는 돈만 빼앗는다. 하지만 의사들은 환자를 위협해서 돈을 내 게 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몸을 상하게 하거나 생명까지 잃게 한다.
-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죽는 것은 암 때문이 아니라 '암치료'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는 무조건 암 때문이라고 말한다. 바로 그 점에 속지 말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각 증상이 없고 식사도 맛있게 할 수 있다면, 의사에게 "어디가 좋지 않다"라는 말을 듣거나 암이 발 견되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때 서둘러 치료를 하게 되면 그 만큼 수명이 단축된다. 지금은 의학 정보를 찾아보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얼마든지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병에 대해서 의사만을 믿고 따랐 다면 생각을 전환해 의사를 의심하고, 스스로 병에 관해 찾아보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방법을 습득해 자신의 것으 로 만들어 무의미한 죽음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 의 생명, 나의 몸, 나의 인생은 하나뿐이니까 말이다.

- 대부분의 약은 병을 고치는 힘은 없고 부작용은 크다. 감기약이나 해열제라도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 치명적인 쇼크 증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폐암 치료용 항암제 이레사(Iressa)의 경우, 승인 후 3년 동안 이 약을 복용한 약 8만 6,800명의 환자 중 588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암보다 약이 훨씬 무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개복 수술을 할 때 복막을 건드리면 즉시 상처가 생겨 유착 이 일어난다. 그로 인해 장이 막히면 굉장히 고통스럽고, 정상 세포 의 경계가 무너진 곳에 암세포가 끼어들어 증식하기 쉬워진다.
내가 의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암은 수술이나 항암제로 '치료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환자를 지켜보면서 장기를 절제해도 암은 낫지 않고, 항암제는 고통을 줄 뿐이라고 생각 하게 되었다.
"믿는 자는 구원을 받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의료 행위에 대해서만큼은 '믿지 말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나이가 들면 혈관은 탄력이 떨어지고 딱딱해지기 때문에 혈압이 조금 높아야 혈액이 우리 몸 구석구석까 지 잘 흘러간다. 몸에 적절한 혈압을 유지하려면 평소 많이 걷는 것 이 좋다. 혈액이 하반신에 머물러 있지 않고 원활하게 우리 몸 전체 를 순환하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를 튼튼하게 해주기 때문에 줄이지 않는 것 이 좋다.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오래 산다. 스 테이크나 생선의 뱃살 같은 음식을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일부러 피할 필요는 없다.

- 약으로 혈당을 관리하는 경우, 항상 몸이 나른하거나 초조하고 분노 조절이 잘 안 된다. 약을 사용하는 경우 특히 다리가 휘청거리 거나, 치매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약의 부작용을 의심해 봐야 한다.
당뇨병은 무서운 병이기는 하지만, '당뇨병 예비군 2,000만 명'은 지나치게 과장된 수치이다. 일본 당뇨병학회는 1999년에 진단 기준 인 공복 시 혈당치를 140mg/dL에서 '126mg/dL'으로 변경했다. 특별 한 근거도 없이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치가 바뀌었다고 이를 따라 기 준을 엄격히 하여, 당뇨병 환자를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당뇨병에 관한 운동 치료 데이터에 의하면 '걷기, 자전거, 수 영, 스트레칭' 등의 유산소 운동이 혈당치를 떨어뜨리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몸을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혈당치가 높은 편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일 단 부지런히 걷기부터 시작해 보자.

- 진짜 암세포는 숙주의 정상 세포가 변이하여 만들어지며, 주변의 조직에 침입(침윤)하고 멀리 떨어진 조직에 전이하는 성질을 갖고 있 다. 그리고 숙주를 죽일 때까지 계속 증식해서 숙주와 함께 자폭한다. 한편 생명을 빼앗지 않는 암은 암과 비슷한 것, 즉 '유사암'에 지나지 않으며 진짜 암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증상도 없는데 검진에서 암이 발견되면, 의사는 "조기에 절제하 면 거의 100퍼센트 완치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암이 아니라 유사 암으로, 잘라내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나도 유방암의 경우 '피부를 뚫고 나오는 암은 전이가 있는 진짜 암'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피부를 뚫어도 주변으로 퍼져 나가지 않고, 암 덩어리가 부분적으로 그 위의 피부만 뚫고 나오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피부에 침투하는 것은 '침윤'인데, 침윤은 되어도 전이는 되지 않는 유사 암이 있는 것이다.
자궁암이나 폐암은 침윤이 되면 요독증이 일어나거나, 숨이 막 혀 생명을 잃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를 하거나 국소 수 술을 하면 낫고 전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이 역시 유사 암이다. 위(胃)의 악성 림프종 가운데 어떤 종류는 항생제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균하면 암이 소실된다. 따라서 이 경우는 암이 아니 라 '만성 변화'나 '만성 염증'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웬만히 성장한 뒤에도 암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든 유사 암은 상당히 많다. 반면에 갑자기 흉포한 모습을 드러내는 진짜 암도 있 다. 또한 '중간기 암'이라는 것도 있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지 만 다음 검사 전에, 즉 검진과 검진 사이에 느닷없이 발병한다고 해서 중간기 암으로 불린다. 이 암은 악성이 많아서 발병이 된 환자들은 대개 얼마 안가 사망한다.

- CT 검사는 X선 발생 장치가 360도 회전하며 몸에 X선을 투과시켜 촬영하는 것으로, 검출 결과를 컴퓨터로 재구성하여 인체의 단 면 영상을 얻는다. CT 검사의 피폭선량(인체가 받는 방사선 양)은 일 반 X선 촬영의 200~300배나 된다. 단 한 차례의 CT 촬영으로 발 암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45세 성인의 경우 전신 CT를 한 번 받는 것만으로 1만 명 중에 8명 (0.08퍼센트)이, 30년 동안 매년 CT 검사를 받는다면 1만 명 중에 190명(1.9퍼센트)이 '피폭에 의해 발암 사망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흉부에 국한된 CT 검사에서 도 의료 피폭선량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국가가 피난 기준치로 설정한 '연간' 피폭선량은 20밀리시버트(mSv)이다. 그런데 흉부 CT 검사의 경우, 1회 검사를 하면 그 절반에 해당하는 10밀리시버트에 해당하 는 수치에 노출된다. 게다가 '조영 CT 검사의 경우는 1회 촬영한 뒤 조영제를 정맥에 주사하면서 다시 한 번 촬영을 하기 때문에, 2회 촬 영을 하게 되어 결국 20밀리시버트에 노출된다. 복부와 골반 CT 검 사의 경우는 피폭량이 더 많아 1회 촬영만으로 20밀리시버트에 노 출된다. 여기에 조영 CT 검사까지 받으면 그 배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 행해지는 CT 촬영의 80~90퍼센트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엑스레이 검사는 병원에서 받을 때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회사나 지역에서 편이를 위해 검진 차에서 받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 검진 차의 엑스레이 장치는 간접 촬영 장치이므로, 병 원에 설치되어 있는 직접 촬영 장치에 비해 피폭선량이 3~10배나 많다. 

- 나는 모든 환자들에게 "한 번에 3종류 이상의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믿지 말고, 5종류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먹는 행위는 상당히 위 험하다"라고 누누이 강조하곤 한다. 약을 몇 종류나 복용하면서도 늘 몸이 좋지 않다는 환자나 고령자 중에서 치매나 현기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약을 전부 중단하라"고 조언한다. 약의 복용을 그만둬도 약 효는 얼마간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므로 금단증상이 일어나 는 일 없이 몸 상태가 거의 호전된다.
약은 ‘독’이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소량을 단기 간 복용하는 정도라면 간이나 신장이 약의 독성을 처리해 주는 경우 가 많지만, 약의 복용이 습관화되면 틀림없이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 리고 단기간이나 소량이라도 약이 독인 이상 복용하는 사람의 건강 상태에 관계없이 언제 부작용으로 나타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 서양 의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의사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의사의 규칙(A Little Book of Doctors' Rules)》(1992년) 이라는 책이 있다. 일본의 의사나 환자들이 이 책을 보면 뒤로 나자 빠질 만한 내용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것이 다음과 같은 약에 대한 경고이다.
“가능한 한 모든 약의 사용을 중단하라.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약을 줄여라."
“먹는 약의 수가 늘어나면 부작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4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의학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에 있다."
"고령자 대부분은 약을 중지하면 몸 상태가 좋아진다."

- 시한부 선고와 같은 의사의 '여명' 진단이 믿을 것이 못 되는 첫번째 이유는 암의 성장 속도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암 병 소가 발견되었을 때 그것이 크다 해도 오래 사는 사람도 있고, 나이 가 들수록 무조건 암의 진행 속도가 느려진다고 말할 수도 없다.
두 번째는 암 병소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성장하려 면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암은 보통 직경 10센티미 터 정도가 되어야 사람을 죽게 할 수 있다. 암세포가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개월 이상이다. 1센티미터의 암이 10센티미터 가 되는 데는 20개월 이상 걸리는데, 사실 이 정도의 앞일이라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암이 커지면서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진행 암뿐만 아니라 조기 암에도 나타나는 경향으 로, 발견되었을 때보다 더 커지지 않는 조기 암도 드물지 않다.
여명 진단을 어느 정도 정확히 내릴 수 있는 것은 뇌, 폐, 간 등의 중요 장기가 손상되어 기능이 떨어졌을 때다. 예를 들어 폐암이 커져 서 호흡이 힘들어지고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는 "이제 몇 개 월 안 남은 것 같다"라고 예측하게 된다.
- 중요 장기에 전이가 발견되어도 자각 증상이나 기능 부전(조직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이 없으면 그보다 훨씬 오래 살 수 있다. 이때도 항암제 치료를 하게 되면 바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즉 '시한부 몇 개월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체력이 암을 당 해내지 못해서 운신을 못하거나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이다. 병원에 두 발로 멀쩡하게 걸어서 왔는데도 "몇 개월 안 남았다" 라고 시한부 선고를 내리는 의사에게는 자신의 목숨을 맡겨서는 안 된다. 더욱이 "항암제 치료를 받지 않으면 3개월밖에 못 살고, 항암제 치료를 받으면 1년은 살 수 있다"라는 식으로 치료까지 권하는 의사 라면 당장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나오길 바란다.

- 통증에 대한 공포는 죽음의 공포만큼이나 엄청나다. 하지만 통증을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죽음도 평온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 직전에 격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경우는 뼈로 암이 전이되었을 때이다. 전이한 암이 증식해 암 덩어리가 커 지면 골막(뼈를 감싸고 있는 두꺼운 막)이 내부에서 팽창된다. 이때 어 떤 화학적 물질이 나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골막이 늘어나 서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그로 인한 통증은 환자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다. 그러나 그런 통증을 겁낼 필요는 없다. 현재 통증 을 없애는 방법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방법은 진정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비마취 계열의 진정제를 복용한다. 그래도 통증이 가시지 않으면, 두 번째 방법으로 약한 마취 계열의 진정제를 사용한다.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세 번 째 방법으로 모르핀을 복용하거나 이를 좌약의 형태로 투여한다.
-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만들어낸 의료 처치가 오히려 문젯거리가 되는 일이 흔히 있다. 콧구멍을 통해 위까지 튜브를 삽입해 영양분 을 주입하는 '비강 영양(튜브 영양)'이나, 배에 구멍을 내어 위에 직접 튜브를 삽입해 영양과 수분을 주입하는 '위(胃)'도 그런 경우이다. 이처럼 강제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이 없었던 시대에는 사 고나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면 그것으로 사람의 목숨은 끝이었 다. 몇 년씩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가는 일은 없었다. 입으로 먹을 것 을 억지로 흘려 넣으면 그것이 폐로 흘러들어가 폐렴으로 목숨을 잃 게 된다. 영양을 공급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아사(餓死)로 생을 마 무리하게 된다. 재택 의료를 선택하면 현대 의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을 수 있다. 편안하게 죽는다는 것은 자연스럽 게 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장기는 보존해야 한다
위암 수술의 큰 문제는 위 주변의 림프절을 절제하는 '림프절 박 리'가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위 주변에는 많은 림프절이 있는데, 위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1군, 2군, 3군 림프절로 분류한다. 진행 위암의 경우, 위를 절제하면서 2군 림프절까지 박리하는 'D2 위 절제'가 일반적이다.
D2 위 절제 수술은 환자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온다. 복부의 내장에 분포하는 자율신경도 잘려나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먹으 면 바로 설사를 하거나 먹는 양이 줄고, 본래 체중으로 돌아오지 않 거나 복부 팽만감, 체증, 가슴 쓰림, 식후 불쾌감, 식후 졸음 등의 후 유증이 나타난다.
이런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뭔가 좋은 점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 미 영국과 네덜란드의 임상실험에서 "D2 위 절제는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지 못한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으로 암 수술은 가능한 한 장기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나 아가고 있다. 쓸데없이 광범위하게 절제 수술을 해도 환자를 고통스 럽게만 할 뿐,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A씨의 사례처 럼 '치료하지 않고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장기 보존요 법이라 할 만하다.
- '면역'이라는 이름이 붙은 암 요법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흔히 "인간의 몸속에는 하루에 약 5,000개의 암세포가 생기지만, 면역세포가 그것들을 없애준다"고 한다. 물론 독감 바이러스처럼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의 경우 면 역세포가 이를 붙잡아 제거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몸속의 정상 세포 가 변이를 일으킨 것이다. 몸속의 단백질을 사용해 성장한 '자기 자 신'이므로 면역세포는 이를 이물질로 인식하지 못한다. 면역요법 자체가 모순이라는 말이다.
- 분자생물학 연구를 통해 “암은 만들어진 당초부터 전이할 능력을 갖고 있다. '암이 커지고 나서 전이한다'는 설은 잘못되었다"라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현재 의학으로 아무리 조기에 암을 발견한다고 해 도, 직경 1센티미터 전후부터이다. 이때는 이미 암세포가 최소한 10억 개 정도는 되고, 전이도 벌써 끝난 상태이다. 흔히 말하는 '조기 암'은 암의 일생으로 보면 이미 원숙기로 접어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면역세포는 자신이 아닌 다른 개체, 즉 비자기(自己)로 인식한 이물질을 없애는 세포이다. 암이 직경 1센티미터 크기로 발견된다는 것은, NK세포가 암세포를 비자기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것 이 바로 '면역계로는 암을 퇴치하지 못한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  왜 콜라겐이나 글루코사민은 피부나 무릎 같은 목표 부위에 직접 닿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먹은 것은 일단 장 속에 서 분해되거나 혈액으로 들어가, 아미노산이나 당의 형태로 이용되 기 때문이다. 콜라겐은 단백질의 일종이며, 글루코사민은 당의 일종이다. 따라서 보조식품으로 콜라겐이나 글루코사민을 섭취한다는 것은 단백질이나 당을 조금 섭취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체내에 흡수된 아미노산의 일부는 콜라겐이나 글루코사민으로 합성된다. 그러나 콜라겐은 피부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의 모든 조직에 존재하면서 몸이나 피부, 장기의 형태를 유지해 주는 구조재 역할을 한다. 나이를 먹으면 이 콜라겐 합성 능력이 저하되는 데, 눈에 띄는 변화로는 피부의 탄력이 없어지거나 수분을 유지하는 힘이 떨어져 주름이 쉽게 생긴다.
글루코사민은 온몸의 연골이나 결합조직에 분포하며, 연골세포 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 중 하나이다. 콜라겐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으면 합성 능력이 떨어지고 연골은 닳으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무릎에 통증과 부종 등이 생긴다.

- 일반적으로 정제염은 "미네랄을 함유하지 않은 소금이므로 소금이라고 할 수 없다"라거나 "몸에 나쁘다"며 무조건 깎아내리는 사람 들이 많다. 반면에 천일염은 덮어놓고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는 1971년에 이온 교환막법(交換膜法)이라는 기술이 보 급되면서 전국에서 전통적인 염전이 사라졌다. 그리고 바닷물로 소 금을 만들 때, 바닷물 속의 PCB(폴리염화바이페닐)나 다이옥신 같은 위험한 물질을 완전히 제거한 소금을 국민에게 공급하게 되었다. 이 소금이 바로 염화나트륨 99.5퍼센트 이상의 아주 순도 높은 정제염 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천일염은 오히려 '불순 물질이 잔뜩 섞여 있는 소금'이라고 할 수 있다.
설탕, 쌀, 빵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얗게 정제한 식품을 마 치 독이라도 되는 양 혐오스러워하고 반면에 흑설탕, 현미, 검은 빵은 무조건 치켜세우는 것도 비과학적인 태도이다. 양쪽 모두 장 단점이 있으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균형 있게 먹으면 된다.

-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의 유명한 시 '청춘(Youth)'에는 청춘과 늙음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 
굳은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정열, 꺾이지 않는 용기, 만족할 줄 모르는 모험심이야말로 청춘이다.
인간은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이 아니라 꿈을 잃었을 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더하지만, 정열을 잃으면 마음이 시들게 된다.

- 치매는 흔히 '고독병'이라고 불린다. 하루 종일 혼자서 텔레비전 만 보는 일상이 계속되면 순식간에 치매가 온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 을 때의 뇌는 완전히 수동적이 되어, 멍하니 앉아 있는 것과 똑같은 상태이므로 점점 퇴화된다. 또한 손발을 거의 움직이지 않으므로 몸 도 쇠약해진다.
반면에 똑같이 혼자서 생활해도 손자에게 줄 스웨터를 짜거나, 경품 응모하는 것을 좋아해서 시간만 나면 응모 엽서를 쓰거나, 과자 를 구워서 친구에게 선물하는 등 취미 생활이나 소일거리로 손발과 머리를 자주 쓰는 사람은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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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Quote of the day 2024. 2. 2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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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로마 신화의 근간이 되는 역사적 사실은 제우스와 그 가족 및 후손들의 권력투쟁과 패륜, 욕망과 폭력, 사랑과 증오, 전쟁과 모험에 관한 것이다. 이를 신화적 요소와 문학적 요소로 미화해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이야기로 포장하고 있다. 한 문장으 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암투와 패륜, 욕망과 폭력으로 얼룩진 제우스 와 그 가족 및 후손들의 행위를 신화와 문학의 이름으로 미화한 우 상화 작업의 결정체다.

- 제우스는 크로노스와 레아 슬하의 3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나 21명의 여인에게서 18남 25녀를 낳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80퍼 센트는 이들 제우스의 형제자매와 여인들, 그 여인들에게서 태어 난 자녀들 이야기다. 나머지는 제우스의 후손이 세운 그리스 왕 가와 민간 전설에서 차용한 인물과 괴물 이야기다. 이를 간단한 등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등장인물= 제우스의 형제자매 및 여인들과 자녀들 + 제우스의 후손이 세운 왕가의 주요 인물+ 민간 전설 속 인물과 괴물

-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고대의 건국신화들은 모두 역사적 요 소와 신화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기 마련이다. 제우스의 건국신화 도 예외는 아니다. 거기다 제우스의 건국신화는 후대 작가들이 많은 설정과 이야기를 보태면서 문학작품으로 승화되었다. 그 때 문에 다른 어떤 나라의 건국신화보다도 복잡하고 세밀하며, 다양 한 문학작품을 낳았다.
이런 까닭에 그리스 신화는 역사적 요소, 신화적 요소, 문학적 요소로 이뤄지게 되었다. 역사적 요소는 사실에 근거한 사건에 관한 기록이고, 신화적 요소는 종교적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신앙으로서의 기록이며, 문학적 요소는 백성의 교육을 위해 의도 적으로 창작된 기록이다. 따라서 그리스 신화를 제대로 읽기 위 해서는 세 가지 요소를 구분해야 한다.
- 이 세 가지 요소를 구분하기 위해 첫 번째로 파악해야 하는 것은 역사적 요소, 즉 사실에 근거한 사건이다. 신화적 요소와 문학적 요소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사실적인 사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제 우스가 나라를 건국했다는 것과 그를 건국시조로 삼는다는 점이 다. 그리스 신화는 제우스의 왕권 확립 과정과 국가 지배 구조, 주 변 국가와의 관계 등 부수적인 역사적 사실 또한 담고 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제우스에 대한 신격화와 우상화 작업이 이뤄졌는데, 이것이 곧 신화적 요소다. 물론 제우스를 신 격화하고 우상화한 것은 그를 신앙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 신화에서 묘사되는 제우스의 가계를 살펴보면, 제우스의 아버 지는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6남 6녀 중 막내아들 크로노스다. 이들 12티탄 남매는 오케아노스, 히페리온, 코이오 스, 크리오스, 이아페토스, 크로노스 등 6남과 테티스, 테이아, 포 이베, 레아, 므네모시네, 테미스 등 6녀로 이루어져 있다. 막내아 들 크로노스는 누이인 레아와 부부가 되었다. 둘은 하데스, 포세 이돈, 제우스 등 세 아들과 헤스티아, 헤라, 데메테르 등 세 딸, 즉 3남 3녀를 낳았는데, 그중 막내가 제우스다.
그런데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레아가 자식을 낳는 족족 삼켜버린다. 크로노스의 이런 행위는 아버지 우라노스의 행동과 매우 유사했다. 우라노스는 아이들이 태어날 때마다 그들을 대지 깊숙한 곳에 감춰버렸는데, 자신과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 이들이 한결같이 드세고 괴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다. 하지만 가이아는 우라노스가 자신의 아이들을 감춘 데 분개 해남편을 내쫓기로 결심했고, 이를 실행한 아들이 바로 제우스 의 아버지 크로노스였다.
- 그리스인은 왕 제우스를 신앙의 대 상으로 추앙하기 위해 그를 우상화했는데, 제우스를 신으로 격상 시킨 수단은 그를 우주와 연결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제우스를 조물주, 즉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자손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처음에 세상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 았고, 오직 카오스라는 혼돈만이 있었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는 우주에서 가장 먼저 생긴 것은 카오스이고, 이어서 대지의 신 가이아와 흑암의 구렁텅이인 타르타로스, 그리고 에로스가 생겨났다고 쓴다. 카오스는 다시 에레보스(저승)와 어두운 밤을 낳았고, 밤과 에레보스가 결합해 아이테르(창공)와 낮을 낳았다. 한편 가이아는 우라노스를 낳았고, 우라노스는 모든 신에게 안전 한 거처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가이아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탄생시켰고, 다시 우라 노스와 결합해 6남 6녀의 12티탄 남매와 키클롭스 3형제, 헤카톤 케이트 3형제를 낳았다. 이 가운데 12티탄 남매의 막내인 크로노 스와 넷째 딸 레아가 결합해 3남 3녀를 낳았다. 크로노스와 레아 의 3남 3녀 중 막내가 바로 제우스다. 그러니 제우스는 창조주에 해당하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신 가이아의 손자로 태 어난 셈이다. 이렇게 인간의 아들이자 그리스 올림포스의 왕 제 우스는 명실공히 신으로 승격되어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이후 제우스는 기원전 5세기까지 무려 800년 동안 그리스 사람 들의 신으로 군림한다.
- 이런 신들의 계급을 현실적으로 해석하자면, 이른바 종주국 의 왕인 제우스와 그의 형제자매, 직계 자녀는 순수 혈통인 종주 국의 왕족이라 할 수 있고, 그 아래 신은 방계 혈통의 왕족이거 나 종속국, 즉 티탄이나 여타 나라의 왕족이라 할 수 있다. 또 왕 족과 일반 신하가 결합해 낳은 자는 주로 영웅으로 묘사되고, 왕 족과 전혀 관련 없는 자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이 것이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와 그의 일족 및 당시 왕족을 신격 화한 체계다. 말하자면 그리스 신화는 종주국과 종속국의 왕족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기 위한 우상화 작업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 이런 체계 속에서 신으로 승격된 인물에게는 모두 특별한 능 력이 부여된다. 이를테면 제우스는 번개나 비 같은 기상 현상을 주재하고, 세계의 질서와 정의 그리고 각 나라의 왕권과 사회의 위계질서를 유지할 능력이 있는 존재다. 그의 형제 포세이돈은 바다를 지배하는 동시에 지진을 주관하며, 하데스는 저승 세계를 다스린다.
제우스의 누이와 자녀 역시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헤스티아는 화덕의 신, 헤라는 가정의 신이며, 데메테르는 곡물과 수확의 신 이다. 제우스의 자녀를 살펴보면 아폴론은 태양의 신, 헤파이스 토스는 대장장이의 신, 아레스는 전쟁의 신, 헤르메스는 상업의 신, 아테나는 지혜의 신, 아프로디테는 미의 신, 아르테미스는 달 의 신이다.
이렇듯 제우스의 형제자매와 자녀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위대 한 신으로 묘사되고, 동시에 그 능력으로 인간을 지배하고 응징 하며 때로는 초월적 존재로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우상 화를 통해 제우스와 그의 가족은 신앙의 대상으로 발전한다.
-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내쫓고 왕이 된 뒤, 크로노스의 형 제인 티탄족과 10년 동안 전쟁을 치렀다. 티탄 형제는 모두 6명 으로, 크로노스를 제외하고 오케아노스, 히페리온, 코이오스, 크 리오스, 이아페토스 등 다섯이 있었다. 제우스는 이들과 싸우기 위해 키클롭스와 헤카톤케이르 세력과 연합 전선을 펼쳤고, 결국 은 티탄을 물리친다.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아페토스의 아들 프로 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는 티탄의 후손임에도 제우스 편에 섰 다. 하지만 그들의 형제 아틀라스와 메노이티오스는 끝까지 제우스와 맞서 싸운다.
제우스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티탄 세력과 결혼 동맹을 맺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데, 프로메테우스, 아틀라스, 에피메테 스, 메노이티오스 형제는 제우스에게 거만하게 굴며 그의 위상 흠집을 낸다. 이에 제우스는 그들을 제압하는데, 그 과정에서: 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아틀라스, 메노이티오스에 관한 5 가지 에피소드가 생겨난다. 

- 그리스인의 시조, 헬렌
한편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 사이에는 피라라는 딸이 태어났다. 피라는 프로메테우스의 아들인 데우칼리온과 결혼했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가 인간에게 분노해 홍수로 세상을 쓸어버리려 할 때 데우칼리온은 프로메테우스의 조언에 따라 방주를 만들어 온 갖 생필품을 실어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우스가 내린 홍수 때 문에 온 세상이 물바다가 되자 그는 아내 피라와 함께 방주에 들 어가 살아남았고, 9일 밤낮을 떠돌다가 포키스의 파르나소스산 에 도착했다(데우칼리온의 방주 이야기는 기독교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 주 이야기와 매우 흡사하다.
데우칼리온과 피라는 아들 헬렌을 낳았는데, 그는 고대 그리스 인이 시조로 삼는 인물이다. 헬렌은 산의 요정 오르세이스와 결 혼해 아이올로스, 크수토스, 도로스 등 3형제를 낳았다. 이들 역 시 각각 그리스인의 시조가 된다. 아이올로스는 아이올리스인의 시조, 크토스의 아들 이온과 아카이오스는 각각 이오니아인과 아카이아인의 시조, 도로스는 도리스인의 시조다.
이들 네 부족은 고대 그리스 문화를 이룩한 주요 부족으로, 자 신들을 헬렌의 후손이라고 해서 '헬레네스'라 불렀다. 이 헬레네 스가 곧 그리스인을 통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헬레니즘이라는 용 어 또한 헬렌에서 유래한다.
그리스인이 헬렌을 자신들의 시조로 삼았다는 것은 제우스가 아닌 프로메테우스를 자신의 근원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는 제우 스 중심의 그리스 신화가 아닌 프로메테우스 중심의 그리스 신 화가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 제우스가 메티스를 몸속에 넣어버렸다는 것은 결혼 후 그가 변심해 메티스를 궁지에 몰았다는 뜻이다. 제우스가 메티스를 어 딘가에 가뒀거나 내쫓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메티스는 그런 상 황에서도 제우스를 비난하지 않고 제우스의 몸속에서 그에게 지 혜를 빌려줬다고 한다. 그 덕분에 제우스는 풍부한 지혜를 갖추 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유추해볼 때 제우스에게 배신당해 임신 한 상태로 쫓겨난 메티스가 홀로 아테나를 낳았고, 이후 아테나 가 성인이 되어 제우스를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아테나 는 메티스가 낳은 제우스의 장녀로 인정받았고, 신화 속 올림포 스 12신 가운데 하나가 된다.
- 이렇듯 신화는 아테나가 지혜로운 여인 메티스의 딸로 제우스 의 머리에서 태어났다고 묘사한다. 이는 아테나가 메티스의 지혜 를 유전적으로 이어받음과 동시에 제우스의 지혜까지 함께 물려 받았음을 의미한다. 거기다 태어날 때부터 투구와 갑옷, 창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으니, 태어나면서부터 전쟁의 여신도 겸했던 것이다
- 이후 아테나는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가 되었는데, 대개 갑옷과 투구로 무장하고 창과 방패를 든 모습으 로 그려진다. 아이기스라는 방패에는 메두사의 머리를 달았다. 그녀의 방패 아이기스는 원래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제우스에 게 바친 것인데, 제우스가 아테나에게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방 패를 장식한 메두사의 머리는 메두사를 죽인 영웅 페르세우스가 그녀에게 바친 것이다.
- 검투사 모습을 한 그녀는 신화에서 헤라클레스, 오디세우스, 이아손 등 영웅들의 조력자로 등장하는데, 이는 일종의 문학적 장치로 영웅의 행적에는 여신의 신령한 힘이 작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인 듯하다.
대개 아테나를 상징하는 동물은 올빼미, 나무는 올리브나무다. 올빼미는 지혜를, 올리브나무는 비옥함과 평화를 상징하는데, 그 녀가 곧 지혜와 비옥함, 평화를 수호하는 신인 까닭이다.

- 무사이 자매는 제우스와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이며, 신화에서는 음악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묘사된다. 무사이는 무사 (영어식: 뮤즈)의 복수형이다.
무사이 자매의 어머니인 므네모시네는 흔히 기억의 여신으로 불리는데, 이들 자매는 어머니의 기억 능력을 물려받아 기억을 통해 올림포스와 인간세계의 음악과 시를 담당하게 되었다. 기억 이란 문자가 생기기 이전에 문화를 전승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었고, 음악과 시는 기억을 통해 탄생했다. 그래서 문자가 발명되 기 이전 시대에는 음악과 시를 창작하고 전하는 데 기억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당시에는 기억술이 유행했는데, 기억을 기술적 능력으로 봤다는 뜻이다. 무사이 자매의 어머니 므네모시네는 아 마도 이 기억술의 달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어로 기억을 '므네메'라고 하는 것도 므네모시네의 이름에서 기인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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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8

Quote of the day 2024. 2.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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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역학에 따르면 전자는 띄엄띄엄한 에너지만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타원 궤도의 크기가 띄엄띄엄한 것은 아니다. 전자는 궤도 자체를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이 독자를 혼란에 빠뜨릴 거 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동안 지구가 지나는 경로를 궤도라 한다. 전자도 원자핵 주위를 도니까 궤도가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전자 의 궤도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핵심이다. 어차피 이책 에서 양자역학을 다루지 않기로 했으니 궤도가 없다는 말의 의미를 설 명하기보다 궤도 없이 전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있는지에 주목할 거다. 즉 양자역학은 전자의 '위치'가 아니라 '상태'를 기술한다.
- 수소 원자에는 전자가 하나 있다. 이 전자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수소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다. 전자가 가질 수 있는 가 능한 상태를 원자호텔의 비유로 설명해보자. 전자가 투숙객이라면, 상태는 호텔 객실이다. 호텔 객실은 층과 호수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2층 3번째 객실이면 203호다. 전자가 어떤 상태를 갖는다는 것은 그 객실에 들어간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수소 원자를 이루는 한 개의 전자는 객실 하나에 들어가야 한다. 이 호텔에서는 층이 높을수록 전 자의 에너지가 크다. 보통의 호텔은 층마다 객실의 개수가 같지만 이 호텔에서는 층마다 객실의 개수가 다르다. 1층에 1개, 2층에 4개, 3층에는 4개의 객실이 있다. 이 수들이야말로 원자, 나아가 세상 만물의 특성을 결정짓는 마법의 수다. 차차 이야기하겠지만 이 숫자가 조금만 바뀌어도 세상의 모습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진다.

- 지구상의 다세포 생물은 대개 산소 호흡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앞서 이야기한 탄수화물, 지질을 산소로 태워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호흡의 부산물이다. 우리가 탄소를 자연에 되돌려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 같은 동물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을 먹어서 탄소를 얻는다. 식물도 생물이니 탄소가 필요하다. 식 물은 동물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에서 탄소를 얻는다. 원자는 영원불멸 한다. 생명의 원자인 탄소는 동물과 식물 사이를 오가며 여러 가지 물 질의 일부가 될 뿐 결코 사라지거나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물과 식물 은 이산화탄소를 통해 탄소를 주고받는다. 동식물 간 원활한 탄소 교 환이 가능한 것은 이산화탄소가 기체이기 때문이다.
- 규소 기반 생명체가 있어서 탄소 기반 생명체와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이산화탄소 대신 이산화규소(SiO2)를 통해 규소를 교환해 야 할 거다. 하지만 이산화규소는 상온에서 기체가 아니라 고체다. 이 산화규소 기체를 얻으려면 무려 2950도의 온도가 필요하다. 고체로 자유로이 물질을 교환하기는 힘들다. 규소 기반 인간은 쉴 새 없이 이 산화규소 알갱이를 입 밖으로 뿌려대거나 수시로 배설해야 할 거다. 더구나 이것들은 무거워서 땅으로 떨어질 테니, 식물은 땅에서 규소를 흡수한 뒤 중력을 거슬러 몸의 각 부분으로 이동시키는 수밖에 없다. 이산화탄소는 잎에서 기공이라는 작은 구멍을 열어두기만 하면 공기 에서 얻을 수 있다. 원자의 특성은 생명의 형태를 결정한다.

- 2개의 질소 원자가 결합하면 질소 분자(N2)가 만들어진다. 이것은 3개의 팔로 강하게 결합된 분자다. 그래서 삼중결합이라 부른다. 탄소 의 경우도 탄소 2개로 분자(C2)를 형성할 수 있지만 3642도 이상의 높 은 온도에서만 가능하다. 반면 질소 분자는 상온에서 존재할 뿐 아니 라 그 결합이 산소 분자나 수소 분자의 결합보다 두 배 가까이 강하다. 지구에서 보통의 생물이 이것을 깨기는 대단히 힘들다.
질소는 생물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단백질 골격의 절반이 질소 다. DNA의 코드인 염기를 만드는 데도 질소가 꼭 필요하다. 이 정도만 말해도 충분하리라. 그런데 공기의 80퍼센트가 질소다. 질소는 주위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식물의 탄소 공급원인 이산화탄소가 공기의 0.03퍼센트라는 걸 고려하면 질소는 거의 무한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생물은 공기 중의 질소 분자를 활용할 수 없다. 질소 분자의 삼중 결합을 깰 수 없기 때문이다. 집에 쌀이 배달되었는데 특수 강철 상자에 담겨 있어 쌀을 꺼낼 수 없는 거랑 비슷하다. 질소가 삼중결합이 아니라 한두 개의 팔로 결합된 상태에 있을 때 '고정 질소'라고 부른다. 생물은 질소 분자는 이용할 수 없지만 고정 질소가 되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고정 질소는 단백질이나 염기, 암모니아 등의 여러 형태로 변화하 다가 일단 삼중결합의 질소 분자가 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생물은 점점 줄어드는 고정 질소를 놓고 서로 피비 린내 나는 전쟁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자연에서 질소 분자로부 터 고정 질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우선 번개다. 번개가 칠 때 그 엄 청난 에너지 때문에 삼중결합이 깨질 수 있다. 사실 드물지만 질소 분 자의 결합을 깨는 생물도 존재한다. 질소고정박테리아인데 질소고정 효소라는 특별한 단백질을 가진다(단백질 만세!). 콩과 식물의 뿌리에 기 생하여 살기 때문에 뿌리혹박테리아라고도 부른다." 이 두 가지 과정이 거의 전부다. 그렇다면 지구상 생물의 총량은 번개 치는 횟수와 뿌리혹박테리아의 주당 근무 시간에 의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
몇 년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작물로 농사를 지으면 밭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농부들은 지력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그 런데 몇 년에 한 번씩 콩을 심어주면 그런 문제가 사라진다. 이제 당신 은 이유를 알 수 있으리라. 생산성이 떨어진 것은 밭의 질소가 고갈되 었기 때문이다. 농작물이 밭에 있는 고정 질소를 모조리 훑어 먹어버린 것이다. 질소가 부족하면 탄소나 산소가 아무리 많아도 생물은 생존할 수 없다. 라면을 끓이려면 면, 스프, 물이 필요하다. 스프와 물이 아무리 많아도 면이 없으면 라면을 먹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콩을 심으 면 콩과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는 질소고정박테리아가 공기 중의 질소 분자를 고정 질소로 바꾸어준다. 우리는 이런 땅을 비옥하다고 한다. 물론 고정 질소가 들어 있는 물질을 직접 땅에 뿌려도 효과가 있다. 바 로 인간과 가축의 배설물이다. 물론 동물을 죽여서 땅에 뿌려도 된다. 동물의 몸에도 질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여서 땅에 뿌릴 동물이 있다면 일단 그 동물을 맛있게 먹고 소화되어서 나오는 배설물을 뿌리 는게 현명할 거다.

-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모습은 따지고 보면 원자의 특성에서 그 기 원을 찾을 수 있다. 지구상 생명체는 수소 이온을 배터리로 사용하여 에너지를 저장한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수소 이온을 모으고, 동물 은 호흡을 통해 수소 이온을 모은다. 동물의 호흡은 식물이나 다른 동 물을 먹이 삼아 얻은 음식을 연료로 이용하니까 결국 그 근원은 식물 이다. 식물의 광합성이 태양 빛을 이용하고, 태양이 수소 핵융합 반응 으로 빛을 낸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수소는 지구상 모든 생명 에너 지의 근원이라 할만하다. 이는 수소가 양성자와 전자를 하나씩만 가진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탄소는 양자역학으로 이해되는 4개의 팔 을 이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분자를 만드는 뼈대가 되는데, 이렇게 생 명이라는 건축을 디자인한다. 질소는 공기 중에 널려 있지만 3개의 전 자가 만드는 양자역학적 삼중결합 때문에 쉽사리 재활용되지 못한다. 하버 - 보슈법이 아니었다면 인류는 맬서스의 암울한 예측을 현실로 마 주했으리라. 산소는 독이다. 비어 있는 전자의 자리를 채우려는 산소 의 양자역학적 욕망 때문이다. 하지만 산소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존재 할 수 없다. 2장에서 다룬 수소, 탄소, 질소, 산소는 당신의 몸을 구성하 는 원자의 99퍼센트를 이룬다.
세상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 세상 모든 것을 원자로 환원할 수는 없지만 원자는 세상이 왜 이런 모습인지 알려준다.

- 사람의 혀는 나트륨 이온이 닿으면 짜다고 느낀다. 맛을 느끼는 과정은 복잡하지만 혀가 감지하는 것은 원자가 아니라 전하다. 나트륨 이온과 똑같은 전하량을 가지는 리튬 이온이나 칼륨(K) 이온 모두 짠 맛이 나는 이유다. 물론 같은 전하량을 가지더라도 루비듐(Rb)이나 세슘(ssCs)처럼 이온의 크기가 너무 커지면 다른 종류의 짠맛을 느끼게 된다. 나트륨 이온과 칼륨 이온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지금 이순 간 당신이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눈으로 얻은 시각 정보가 뇌 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몸에서 정보는 전기 신호로 전달되는데, 정확 히 말해서 나트륨 이온과 칼륨 이온이 세포막을 이동하며 만드는 전 류 신호다.' 이런 이온들이 없으면 신호가 멈출 것이고 우리는 바로 죽 을 것이다. 숨을 쉬려고 해도 숨 쉬기에 관여하는 근육을 움직일 신호 가 필요하다.
나트륨이 생존에 중요하기에 우리는 짠맛에서 행복을 느끼고 쉽게 중독된다. 아니, 짠맛에 심드렁했다면 생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 가끔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 자동차 부동액으로 사용되는 에틸렌글리콜(C2H4(OH)2)을 실수로 마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이냐는 생각이 드셔도 좀 참으시라. 답은 에탄올 (C2H5OH), 그러니까 술을 퍼마시는 거다. 에틸렌글리콜은 몸의 효소와 반응하여 옥살산(C2H2O4)을 만들어내는데 이 녀석이 콩팥에 해를 입힌 다. 에틸렌글리콜은 탄소, 산소, 수소 10개가 모인 분자다. 이 분자는 산 소와 수소로 구성된 -OH 작용기를 가지고 있다. 에탄올도 마찬가지 다. 에틸렌글리콜이 몸에서 처음으로 반응하는 효소는 '알코올탈수소 효소'다. 에탄올을 잔뜩 마시면 에탄올이 탈수소효소를 독점하게 되므 로 에틸렌글리콜은 몸에 해를 끼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배설된다. 탈수 소효소가 에탄올과 에틸렌글리콜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 설파제 sulfanilamide는 연쇄상구균 감염에 효과가 있는 항생제다. 설파제가 개발되기 전 치러진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총에 맞아 죽은 사람 보다 세균 감염으로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 세균은 파라아미노벤조산 이라는 화합물에서 엽산이라는 물질을 만든다. 이 물질은 생명체의 생 존에 꼭 필요하다. 인간은 비타민B의 형태로 엽산을 섭취해야 한다. 설 파제의 구조는 파라아미노벤조산과 유사하다. 세균이 항생제 설파제와 파라아미노벤조산을 놓고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결국 세균의 엽산 생산이 방해를 받고 성장이 둔화된다. 이렇게 설파제는 세균을 퇴치한 다. 분자에서 중요한 것은 원자들이 배열된 구조, 특히 작용기의 구조다.

- 원자를 기술하는 양자역학으로 돌멩이 같은 일상적 크기의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려고 시도해볼 수는 있지만(물리학자들은 그렇게 해도 뉴턴 역 학과 같은 결과라 나올 거라 믿는다) 그냥 뉴턴 역학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이 두 가지 방법이 연속적으로 연결되는지, 불연속적인지 아직 불분명 하지만 대상에 따라 두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를 골라 사용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돌멩이의 낙하를 설명하기 위해 양자 역학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면 우리는 돌멩이가 언제 떨어질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원자를 설명하려면 양자역학이 반드시 있어 야 한다. 그렇다고 자유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의 행동을 원자로부 터 이해하려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자에서 분자, 분자에서 세포, 세포 에서 인간으로 층위가 바뀔 때마다 이전 층위에서 없던 새로운 성질이 창발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층위에 따라 다른 법칙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많은 것은 다르다More is different.

- 축의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2500년 이전의 시기다. 하지만 우 리는 지금까지 축의 시대가 보여준 통찰을 넘어선 적이 없는 것 같다. 축의 시대 현자들은 하나같이 공감과 자비를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을 친절히 대하고 관대하게 행동하면 세상은 좋아진다. 다른 사람은 다른 생명으로 나아가 우주 전체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이런 깨달음을 얻 기 위해 신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문화적으로도 상이한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은 축의 시대의 깨달음이 인류의 본성에 대해 뭔가 심오한 이야기를 해준다고 볼 수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인과율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 인간에게 세상을 인과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많은 부 분이 '신'의 의도로 채워졌다. 신이 인간에게 내리는 규율은 이기적이 고 호전적인 호모 사피엔스가 그나마 서로 죽이지 않고 협력하는 기반이 되었으며,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신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었다. 신에 대한 탐구는 축의 시대를 거치며 상이한 문화 권에서 비슷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바로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과 자 비다.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지만 신이라는 초월적 존재에 이르는 길에는 왕도가 있었던 거다. 이후 종교는 세속화되기도 하고 권력과 더 긴밀히 결탁하기도 했지만, 그 핵심 내용은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은 채 전해지고 있다. 결국 신은 인간이 다른 인간과 함께 조화롭게 살기 위해 만들어낸 궁극의 상상력이었던 것이 아닐까.

- 산소와 알루미늄은 만나면 쉽게 결합한다. 그렇다면 녹이 잘 슨다는 말이다. 알루미늄이 잘 녹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단단하고 치밀한 알루미늄 산화물의 특성 때문이다. 알루미늄은 표면 에만 녹이 슬고 멈춘다. 표면을 뒤덮은 단단한 산화알루미늄 막이 내 부의 금속 알루미늄을 지켜주는 것이다. 녹으로 녹을 막는 셈이다. 창 틀에 있는 알루미늄새시는 이 정도 방어막으로 충분하지만 음료수 캔 은 그렇지 않다. 추가로 캔을 코팅해줘야 한다.
맥주는 화학 반응성이 크지 않아 캔을 코팅하지 않아도 된다. 맥주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산소를 용해시켜 알루미늄과 반응하는 것을 막는다. 오렌지주스도 비타민C가 산소를 제거하여 알루미늄 캔이 산화 되는 것을 방지한다. 다른 과일에 비해 오렌지주스가 비교적 일찍 캔 의 형태로 판매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콜라는 다르다. 콜라는 녹을 생기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음료다. 그래서 맥주 캔이 나오 고수십 년이 지나서야 콜라 캔이 나오게 된다. 필자가 어릴 적 콜라는 유리병에만 담겨 있었다. 콜라 캔의 알루미늄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플 라스틱 막으로 코팅되어 있다. 부식만 생각한다면 맥주 캔에 코팅할 필요는 없지만 요즘은 맥주 캔도 코팅을 한다. 부식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녹이 슬지 않아 도 김이 빠지면 맥주의 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 지구 표면에서 가장 많고 중요한 원자는 산소 다. 지각의 거의 모든 물질은 산화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산화는 생명 이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규소는 무생물의 뼈대이고, 탄 소는 생물의 뼈대다. 규소와 탄소가 모두 14족 원자인 것은 우연이 아 니다. 게르마늄도 14족 원자이지만 지각에서 그 양이 규소의 100만분 의 1에 불과하다.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단언 할 수는 없지만 규소로 된 땅바닥, 그 위에서 살아가는 탄소 생명체, 그 리고 모든 물질을 넘나들며 변화를 일으키는 산소라는 구도는 생명체 가 존재하는 지구형 행성의 보편적인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 자연에서 큰 결정이 저절로 만들어지기는 매우 어렵다. 쉽게 말해서 귀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정도 크기가 되는 결정을 보통 '보석'이라 부른다. 지각에 가장 흔한 산소와 규소가 만나 결정을 형성 하면 '수정'이라는 보석이 된다. 이 과정에 수분이 더해지면 수정이 무 지개 색을 띠게 되는데, 이것이 '오팔'이라 불리는 보석이다. 지각에 가장 많은 금속인 알루미늄과 지각에 가장 많은 원자인 산소가 결합 한 산화알루미늄이 결정으로 성장할 때 크로뮴 원자가 약간 첨가되면 붉은색 '루비'가 되고, 타이타늄과 철 등이 더해지면 파란색 '사파이 어'가 되며, 베릴륨, 크로뮴이 더해지면 초록색 '에메랄드'가 된다. 결 국 보석을 이루는 원자는 지각을 이루는 흔한 원자들이다. 보석이 귀 한 것은 그것을 이루는 재료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보석의 색이 아름다운 것은 소량의 불순 물 금속 원자 때문이다.

- 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려면 경쟁하는 두 가지 힘을 알아야 한다. 첫째, 별은 수축하려고 한다. 별을 이루는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 는 중력 때문이다. 중력은 서로 당기는 힘이므로 한 점으로 모여든다. 둘째, 별은 팽창하려고 한다. 원자핵의 융합으로 방출된 에너지는 막 대한 열이 되어 입자들을 격렬하게 운동시켜 바깥쪽으로 밀어낸다. 별 은 이 두 힘의 평형으로 존재한다. 균형이 깨지면 수축하거나 팽창하 게 된다. 팽창을 막지 못하면 초신성처럼 폭발하게 되고, 수축을 막지 못하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
태양의 사진을 보면서 격렬한 핵융합 반응으로 표면이 폭발하듯 이글거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태양의 표면 온도는 5500도 정도로 핵융합이 일어날 만큼 뜨겁지 않다. 핵융합은 태 양 중심에서 일어나는데 온도가 1000만 도에 달한다. 수소가 융합하 면 헬륨이 된다. 수소가 무한정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결국 중심부 의 수소가 모두 헬륨으로 바뀌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태양은 꺼 지는 걸까? 상황은 다소 복잡하다. 이때가 되면 중심 근방에 수소는 없 고 헬륨뿐이다. 수소가 융합하여 모두 헬륨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 만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여전히 수소가 있다. 그곳은 온도가 중심보다 낮아 아직 융합 반응이 시작되지 않아서 그렇다. 태양이 복숭아 라면 헬륨은 복숭아씨에 해당하고 복숭아 과육에 수소가 있는 셈이다. 이제 이 부분의 수소가 융합하며 탄다. 중력이 충분히 강하다면 헬륨 도 짓눌려 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제 헬륨도 수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심에서는 헬륨이 융합하고 그 바로 바깥쪽에서는 수소가 융합하 는 것이다. 이제 태양은 부풀기 시작하는데 안타깝게도 결국 엄청나게 커져서 지구를 삼켜버릴 것이다. 50억 년 이상 지나야 올 일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이때의 태양을 적색거성이라 부른다. 2번 헬륨이 융 합되고 있는 중심에서는 6번 탄소와 8번 산소가 만들어진다. 이 탄소 와 산소는 먼 훗날 우주의 어딘가에서 탄소 기반 유기 생명체의 일부 가 될지도 모른다.
태양보다 더 무거운 별은 이런 융합으로 모두 철이 될 때까지 반응이 계속된다. 철보다 무거운 원자핵은 철보다 불안정하므로 이런 방식 으로 만들 수 없다. 핵융합으로 철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별의 종말 이 온 것이다. 더는 탈 것이 없으므로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사라지고 중력만 남는다. 그러면 별이 급작스럽게 수축하다가 폭발하게 되는데, 바로 초신성이다. 엄청난 폭발 속에서 철보다 불안정한 원자들도 서로 융합할 기회를 얻게 되고, 이때 철보다 무거운 원자들이 만들어진다. 초신성 폭발 이후 남는 물질은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된다.

- 표준 모형에 중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비극이다. 중력은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발견된 힘이다. 물리 학은 뉴턴이 중력을 설명하며 탄생했다. 그 이후 발견된 모든 힘과 입 자는 하나의 통합된 시각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데 중력만 예외다. 거의 모든 중국요리를 할 줄 아는 인공지능 로봇이 짜장면을 만들 줄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중력은 시공간과 관련한 힘이며 우주의 거대한 규모에서만 중요성을 갖는다. 원자 규모에서 중력 효과는 무시 할만한 수준이다. 표준 모형의 힘은 물질을 설명하며 원자 규모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하지만 시공간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을 해주지 못한 다. 표준 모형이 중력을 포함하도록 확장되는 날, 우주의 모든 것을 명 징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표준 모형의 내용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물리학자인 나도 답하기 어렵다. 양자역학이 탄생했을 때, 인류는 비로소 원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원자의 집합체이며 그 자신의 존재가 원자, 분자들의 생화학 과정에 의존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자연 현상도 분자들 사이의 화학 반응으로 일어난다. 지구 표면에서 흙, 암석, 생명체 등을 이루는 분자들은 안정된 원자구조를 이룬다. 이 들의 결합을 깨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태양에서 온 빛 에너지 다. 다행히 태양에서 온 빛의 에너지는 원자구조를 깰 정도로 크지 않 다. 우주선이라 불리는 높은 에너지 입자가 지구로 쏟아지고 있지만 지구 자기장이 이를 막아준다. 따라서 지구 표면에서 원자는 쪼개지지 않는 물질의 최소 단위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은 전자가 이동하거나 원자들이 뭉쳤다가 흩어지는 것이다. 원자를 이해하면 지구에서 일어나는 세상만사를 이해하는 것 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원자를 이해하자 인류 문 명의 모습 자체가 바뀌게 된다. 19세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컴퓨터, TV, 플라스틱, 스마트폰, 인터넷, 형광등, 합성 섬유, 항생제, 인공위성, 생명 공학 기술 등이 20세기에 나타난 것은 20세기 초 인간이 원자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표준 모형은 원자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원자핵의 세부 사항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핵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표준 모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표준 모형의 이해 자체가 인류 문명의 기술적 진보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준 사례는 아직 없는 듯하다. 우리 주변에서 원자력 발전을 제외하고 원자핵을 깨뜨릴만한 에너지를 쉽게 얻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표준 모형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인터넷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HTTP 통신 규약이 발명되었 고, 거대 가속기를 건설하는 동안 부산물로 수많은 기술적 진보가 있 었다. 하지만 쿼크나 글루온을 이용한 새로운 통신이나 에너지원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인류 문명이 태양계 내에 머무는 한 이 런 지식이 직접적으로 인류의 편의를 위해 사용될 날이 올지는 불확 실하다.

- 생명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자로 되어 있지만,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다. 생명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이니 (지금까지는 지구 밖에 서 생명이 발견되지 않았다) 우주 전체를 통해 보면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 고 생명이야말로 부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으로 충만한 우 주에 홀연히 출현한 생명이라는 특별한 상태. 어쩌면 우리는 죽음이라 는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잠시 생명이라는 불안정한 상태에 머무는 것 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죽음은 이상한 사건이 아니라 생명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생명이 부자연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고통으로 가득한 것은 아닐까? 물리학자의 눈으로 죽음을 바라보면 생명 은 더없이 경이롭고 삶은 더욱 소중하다. 이 기적 같은 찰나의 시간을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낭비하거나 남을 미워하며 보내고 싶지 않다.
죽음이 우주에서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이야기는 막상 사랑하는 이 의 죽음을 마주한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생명이 없는 우주 에서는 생명이 놀라운 일일지라도, 이미 생명을 가진 존재에게 생명은 당연한 것이라 죽음은 인간에게 속수무책의 재앙일 뿐이다. 하지만 누 군가는 물리학적인 죽음에서 소소한 위로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죽음으로 모든 것이 소멸된다는 생각에서 벗어 날 수는 있다. 죽음 이후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남기고 또 무엇이 된다.

- 지금으로부터 약 35억 년 전, 그러니까 지구상 생명이 탄생한 지 몇 억 년 지나지 않아 시아노박테리아가 광합성을 시작했다. 산소는 광합 성의 쓰레기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수십억 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을 했고, 그 결과 지구는 산소로 가득한 행성이 되었다. 산소 호흡하는 생 물들에게는 천국이 구현된 것이지만 산소를 이용하지 못하는 생물에 게는 재앙이었을 것이다. 산소는 반응성이 강한 원자다. 만약 외계인 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유독가스로 가득한 위험하기 그지없는 행성이 라 생각할지 모른다. 물리학자의 눈에 광합성이란 물을 분해시키는 것이다. 반응성 강한 산소에 찰떡같이 들러붙은 수소를 떼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빛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호흡은 탄소와 수소가 천천히 연소되는 현상으로 등불이나 촛불이 타는 것과 모든 면에서 흡사하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숨을 쉬고 있는 동물은 살아 있는 연소체다.
1790년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프랑스 왕립 아카데미에 보낸 논문에 나오는 글이다.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성경에도 신 이 아담에게 숨을 불어넣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호흡은 신성한 것이 다. 호흡은 생명 그 자체다. 그런데 호흡이 연소 현상에 불과하다고? 당시 시인들이 라부아지에의 이론에 크게 반발한 것은 이해할만하다. 라부아지에가 이야기한 연소 현상이 허파가 아니라 모든 세포에서 일 어난다는 사실은 1870년이 되어서야 밝혀진다. 그렇다면 세포 내부 정확히 어디에서 호흡이 일어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1949년에야 얻어진다.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 양자역학에 따르면 산소는 전자를 좋아한다(사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중요한 일의 원인을 추적해보면 대개 산소가 범인이다). 다른 원자에 비해 전 자를 강하게 당겨서 전자가 원자핵에 가까이 있게 된다. 전자기학에 따르면 양전하(원자핵)와 음전하(전자)는 가까이 있을수록 에너지가 낮 다. 서로 당기기 때문인데 중력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보다 지면에 있는 인간의 에너지가 낮다. 인간이 인공위성보다 지구 중심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당신이 인공위성의 위치에 도달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인공위성을 그 위치에 올려놓기 위해 로켓에 실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며 날려 보내는 이유다.
호흡에서 일어나는 일은 간단하다. 탄소 주위에 있던 수소를 싹 걷어 내서 (전자라면 환장하는) 산소 원자에게 던져주는 것이다. 수소의 전자를 산소가 차지하면 전기력에 의해 에너지가 낮아진다. 산소가 전자를 가 까이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또 탄소 주위에 산소가 하나(포도당)에서 둘 (이산화탄소)로 늘어나는데, 역시나 산소가 탄소의 전자쌍을 빼앗아 에너 지가 낮아진다. 결국 산소가 전보다 전자를 더 가까이 가져가서, 즉 전자 가 원자핵에 더 가까이 낙하하면서 에너지가 낮아진 것이다. 에너지 보 존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바뀔 뿐이다. 포도당 과산소가 반응하여 물과 이산화탄소가 되면서 처음보다 에너지가 낮아 졌으니 처음과 나중의 차이에 해당하는 남는 에너지가 존재한다. 바로 이 남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동물은 생존한다.
-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아세틸 COA는 시트르산 회로라고 불리는 연쇄 화학 반응을 점화시킨다. 옥살로아세트산이 아세트산으로 변하 면서 시작되는 이 반응은 7단계를 거쳐 다시 옥살로아세트산으로 돌 아온다. 세포 호흡의 과정에서 최종 산물의 하나인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아세틸 COA가 공급되는 동안 이 연쇄 반응은 지속된다. 마치 물 (아세틸 COA)이 쏟아지는 동안 물레방아(시트르산 회로)가 도는 것과 비슷 하다. 물레방아는 피스톤을 움직여 밀을 빻아주지만 시트르산 회로는 ATP 2개와 두 종류의 분자를 만든다. 이 두 종류의 분자야말로 호흡 에서 최대의 부가가치를 갖는 물질이다.
우선 두 종류의 분자는 전자를 내놓고 양이온으로 변한다. 분자에 서 나온 전자는 전자 전달계라 불리는 단백질 집단을 거치며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전자전달계는 말 그대로 전자를 전달하는 장치다. 전자전달계를 지난 전자는 최종적으로 물을 만드는 데 쓰인 다. 전자가 전자전달계를 지나는 동안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어낼까?
이 문제는 생물학의 오랜 난제였다.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ATP의 개 수는 일정하지 않다. 세베로 오초아Severo Ochoa (1959년 노벨생리의학상 수 상)가 38개라는 숫자를 처음 알아냈지만 이후 실험마다 28~38개까지 다른 숫자들이 나왔다. 숫자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골칫거리였다. 이게 뭐 대수냐 할 사람도 있겠지만, 화학을 배운 사람은 이것이 재앙 이라는 것을 안다. 중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하는 일은 대부분 화학 반 응의 반응물과 생성물의 양을 계산하는 것이다. 회계 장부에서 수입과 지출이 딱 맞아야 하듯이 화학 반응의 반응물과 생성물의 양도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1961년 피터 미첼 Peter Mitchell (1978년 노벨화학상 수상)은 놀라운 제안을 한다. 사람들이 10년 가까이 그의 이론을 철저히 무시한 것만 봐도 그의 이론이 정말 놀라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첼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막스 플랑크Max Planck의 말을 인용했다. "새로운 과학 개념 은 반대자들이 설득되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죽기 때문에 정착된다." 10년 동안 겪었을 내면의 고통이 느껴진다.
이제 미첼의 아이디어를 살펴보자. 미토콘드리아는 이중의 세포막 을 가지고 있다. 내막內膜과 외막外膜이라 불리는 두 개의 막사이 공간 에 비밀이 숨어 있다. 전자전달계는 사이토크롬이라 불리는 단백질들 의 집단으로 내막에 박혀 있다. 전자가 전달되는 동안 사이토크롬들이 순차적으로 산화-환원 반응을 거듭하게 된다. 산화-환원 반응이 전자 를 잃거나 얻는 것이니 전자가 이동할 때 산화-환원 반응이 연쇄적으 로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흥미롭게도 이때 나오는 에너지로 곧장 ATP를 만들지 않고 세포 내부의 양성자를 막 사이의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데 사용한다. 이것이 바로 미첼의 핵심 아이디어다. 결국 전자 전달계는 막 사이 공간으로 양성자를 펌프질하여 농축시킨다. 물건을 팔 고돈(ATP)이 아니라 쿠폰(양성자)을 받는 셈이다. 왜 이러는 걸까?
우리 주변의 공기 밀도는 균일하다. 안방이 거실보다 공기가 희박 하거나 하지 않다는 말이다. 열역학 제2법칙 때문이다. 풍선 내부의 공 기 밀도를 주위보다 높게 하려면 뭔가 일을 해줘야 한다. 입으로 불거 나 공기 주입기로 공기를 주입해야 한다. 아무튼 그렇게 하면 주위보 다 풍선 내부 공기의 압력이 커진다. 이제 풍선을 열면 공기가 뿜어져 나온다. 여기에 바람개비를 놓으면 회전할 것이다. 전자전달계에 의 해 농축된 양성자가 정확히 이렇게 사용된다. 막 사이 공간에 농축된 양성자는 내막에 구멍이 생기면 풍선 내부의 공기가 뿜어져 나오듯 세 포 내부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실제로 'ATP합성효소'라는 단백질 은 원통 모양의 구멍을 가지고 있어 양성자가 구멍으로 통과한다. 양 성자가 이동할 때 바람개비처럼 생긴 회전자 단백질이 돌아가며 ATP 가 만들어진다. 바람개비가 돌아간다는 것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 벌어지는 일이다. 양성자가 이동할 때마다 회전자는 120도씩 회전한다.
처음 120도를 돌 때 ADP가 효소에 결합한다. 다음 120도 도는 동안 ADP에 인산이 붙어 ATP가 만들어진다. 마지막 120도 회전할 때 ATP 가 떨어져 나온다.
전자전달계는 전자가 지나가는 동안 ATP를 만들지 않고 양성자 저수지에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쓴다. 더구나 저장된 양성자는 ATP 생성만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사용된다. 그래서 산화 적 인산화 과정에서 생성되는 ATP의 개수가 들쭉날쭉했던 것이다. 정 리해보자. 포도당은 해당 과정을 통해 피루브산으로 바뀐다. 피루브산 은 미토콘드리아 내부로 들어가 시트르산 회로를 점화시킨다. 여기서 만들어진 물질이 전자전달계에 전자를 준다. 전자전달계는 미토콘드 리아 내막과 외막 사이에 양성자를 농축시킨다. 농축된 양성자가 내막 을 가로질러 이동할 때 ATP가 만들어진다.

- 생물은 원자로 만들어진 화학 기계다. DNA, RNA, 단백질 모두 원 자로 되어 있고, 이들 사이의 화학 반응은 양자역학에 따라 작동한다. 화학 반응을 지시하는 존재는 따로 없다. 충분히 많은 분자가 빠른 속 도를 갖고 무작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원자 수 준에서 이것을 위한 어떤 의도나 목적은 없는듯하다. 하지만 수많은 원자들이 모여 생명의 몸체를 이루는 순간, 외부 변화에 저항하며 자 신을 유지하고, 나아가 자신의 복제품을 만드는 '것'이 탄생한다. 적어 도 현재의 물리학으로 원자 수준에서 생명이 있어야 할 필연성을 끌어 낼 수는 없다. 물리학은 이미 존재하는 생명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생명도 물리 법칙에 따라 작동된다. 하지만 생명을 설명하려면 우리는 원자의 층위에서 한 단계 올라가야 한다. 생명을 원자의 집단이라고 말하기는 쉬워도 생명을 단순히 원자의 집단으로 환원하기는 힘들다. DNA는 유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원자구조인가? 아미노산 가운데 생명의 단백질로 20개만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명의 에너지 대사에 사용되는 화학 반응 이외에 다른 가능성은 없었나? 우 리는 이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기 힘들다. 따라서 지구 밖 우주의 어 딘가에 생명이 있다면 그것을 이루는 분자가 지구의 생명과 얼마나 다 를지 예상할 수 없다.
생명은 자신을 복제한다.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DNA에 저장하 고 이것을 복제한다. 복제의 전 과정은 물리적이다. DNA로부터 자신 을 만드는 과정 또한 물리적이다. 과정에 참여하는 개별 원자와 분자들은 열운동을 할 뿐이다. 모든 과정은 양자역학에 따라 진행된다. 하지만 생명이 왜 자신을 복제하려고 하는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복제하려는 어떤 의도나 목적이 이런 원자 구조물을 만들었을까? 아 니면 우연히 만들어진 원자구조물이 복제의 특성을 얻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끝없이 복제하고 있는 것일까? 물리학은 우주에 의도나 목 적이 없다고 말해준다. 그렇다면 생명은 우연히 생겨난 자기 복제 기 계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지구 밖에서 다른 생명체를 발견하는 날 이 문제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외계 생명체 의 화학 체계가 지구의 생명과 유사하다면 생명의 보편 원리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보편 생명에 대한 이론을 구축해야 한다. 지구 밖에 생명체가 없다는 것은 우주 전체를 샅샅이 확인할 때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외계에 생명체가 없다고 가 정하면 우리는 그냥 엄청난 우연의 산물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 아마도 최초의 생명체는 열수분출공 기둥 내부의 기포와 같이 작 은 공간에서 탄생했을 것이다. 생명체가 외부 환경과 구분되기 위해서 는 외부와 격리된 공간이 필요한데, 기포 공간이 그 역할을 한 거다. 에 너지는 양성자의 형태로 외부에서 공짜로 공급되니까 이것으로 당장 생명에 필요한 물질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물질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그리고 어찌어찌하여 기포 공간을 대체 할 세포막이 형성되자 생명체는 자유를 찾아 열수분출공을 떠나게 된 다. 독립에는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제는 스스로 양성자 농도차 를 만들어야 한다. 호흡이나 광합성 장치를 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포 공간은 변형이 일어나기 힘들지만 세포막은 유동적이라 둘로 나 뉘는 것도 가능하다. 자신을 둘로 분열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면 이제 DNA만 있으면 복제도 가능하다. 이 이야기에는 허점이 많다.
하지만 열수분출공에서 출발한 생명은 처음부터 광합성이나 호흡 같 은 복잡한 생화학 과정의 발명 없이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최초 생 명체의 강력한 후보로서 많은 과학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것은 아직 그럴듯한 가설일 뿐 최초의 생명체가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럼 자신을 유지하며 복제하는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하자. 그다음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 공생, 진화를 추동하다
최초의 생명체인 원핵생물은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세포질 내에 각종 단백질 및 DNA가 뒤섞여 존재하는 형태였을 것이다. 하지만 진핵생물은 핵막, 미토콘드리아, 소포체와 같은 소기관을 가지며 그 크기 와 복잡성에 있어 원핵생물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진 핵생물이 부서별로 방이 따로 할당된 사무실로 구성된 대기업 건물이 라면, 원핵생물은 칸막이도 없이 모든 부서가 한 방에 모여 있는 원룸 오피스텔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진핵생물은 단순한 원핵생물들의 공생으로 탄생했다는 것이 현재의 정설이다.
21억년 전 어느 날 원핵생물 하나가 또 다른 원핵생물인 산소 호 흡하는 호기성 프로테오박테리아를 집어삼켰다. 이유는 모르지만 프 로테오박테리아는 소화되지 않고 원핵생물 내에 살아남았다. 프로테 오박테리아 입장에서 볼 때 소화되지 않을 수만 있다면 포식자 원핵생 물 내부에 있는 것이 안전했다. 밖에 나가봐야 다른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테오박테리아를 삼킨 원핵생물 입장에서 도 내부의 프로테오박테리아는 유용했다. 프로테오박테리아는 점차 적응하여 미토콘드리아가 되었을 것이다. 당시 산소 농도가 증가하고 있었는데, 산소는 반응성이 강한 원자다. 쉽게 말해 '독'이다. 미토콘드 리아는 산소호흡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내부의 미토콘드리아가 산 소도 제거해주고 에너지도 만들어주니 일석이조라 할만하다. 숙주인 원핵생물이 할 일은 먹이를 공급해주는 것이다. 아마도 원핵생물-미 토콘드리아 연합체는 다른 원핵생물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식 세포가 되었을 것이다. 식세포가 움직이는 데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 는 미토콘드리아가 공급했을 것이다. 참고로 오늘날 세포 하나당 대략 2000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이 정도면 원시 지구에서 무적의 원 자력 항공모함 전대라 할만하다. 엽록체도 미토콘드리아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공생의 산물이다.
공생설의 중요한 증거 중 하나는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모두 고 유의 DNA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원래 DNA는 핵 안에만 있어야 한 다. 핵이야말로 세포의 중앙 정보 보관소 아닌가. 하지만 미토콘드리 아와 엽록체는 핵과 별개의 DNA를 독자적으로 보유한다. DNA야말 로 그 세포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신분증이며 복제의 주인공이다. 따라 서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한때 독자적으로 복제를 했을 것이다. 초 기원핵세포 내부에서 공생하던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가 죽었을 때, 몸이 분해되며 그 DNA도 숙주 세포 내에 흩어졌을 것이다. 이런 쓰레 기 DNA와 숙주의 DNA가 한동안 뒤섞였다는 증거가 현재 진핵세포 의 DNA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 결국 숙주가 자신의 DNA를 지키기 위 해 핵막을 만드는 진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핵막으로 둘러싸인 핵은 진핵세포와 원핵세포를 구분 짓는 특성으로 세포 내에서 DNA를 격리 해 보관하는 특별 창고다.
- 핵막이 없는 원핵생물, 즉 세균은 다른 죽은 세균들의 DNA를 받아들여 쉽게 변이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인간과 병원균의 전쟁에서 신 약이 개발되는 속도보다 세균의 돌연변이가 빠를 수 있다. 진핵생물 은 핵막을 만들어 공생 개체들의 DNA로부터 자신의 DNA를 보호할 수 있었지만 다른 개체의 DNA를 바로 자기 DNA에 삽입하여 빠른 변 이를 일으킬 수 있는 원핵생물의 장점은 잃어버렸다. 좀 더 다양한 유 전 정보를 갖는 자손을 얻기 위해 진핵생물이 고안한 발명품은 성性을 통한 유성생식이었다. 공생이 아니었으면 성sex의 기쁨도 없었을 거란 이야기다.
- 정리해보자. 단세포 생물이 함께 공생하여 진핵생물이 탄생한다. 단세포 진핵생물이 모여 군락을 이루다가 해면동물이 탄생한다. 해면동물은 조직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자포동물이 되면 촉수와 입. 항문 의 조직을 갖게 된다. 조직을 운용하기 위해 원시적인 신경계가 나타 난다. 자포동물은 방사형 형태를 가지나, 운동성이 중요해지자 좌우대 칭 동물이 탄생한다. 좌우대칭 동물은 머리와 꼬리, 분리된 입과 항문, 조직화된 신경계와 뇌를 가진다. 운동하는 좌우대칭 동물은 포식자가 되어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일으킨다. 뇌에서 등을 따라 뻗어나가는 신 경삭을 등뼈에 넣은 척추동물이 등장하자 동물은 육지로 여행을 떠난 다. 체외 수정하는 양서류를 거쳐 알을 낳는 파충류로 진화가 일어나 고 새끼를 낳는 포유류가 탄생한다. 포유류 가운데 완전한 형태의 새 끼를 낳는 태반류 영장목의 동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간이다.

- 1939년 영국의 앨런 호지킨Alan Hodgkin과 앤드루 헉슬리 Andrew Huxley"는 대왕오징어의 신경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왕오징어는 이름 그대로 눈에 보일 만큼 큰 신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신경이 클수 록 다루기 용이하고 신호 전달 속도가 느려서 실험하기 쉬웠다. 이들이 대왕오징어로부터 알아낸 신경 신호 전달의 원리는 놀라운 것이었 다. 우선 신호 전달에 사용되는 전하는 전자가 아니라 나트륨 이온이다. 나트륨 이온'은 신경을 따라 직접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파도 타기를 하듯이 신호를 전달한다.
신경세포의 외부는 내부보다 나트륨 농도가 대단히 높다. 신경세 포의 막에는 나트륨 이온만 통과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 파이프같이 생긴 신경이 피리라면, 채널은 피리에 뚫린 구멍이라고 볼 수 있다. 나 트륨이 통과하는 구멍, 즉 채널은 조건에 따라 열리고 닫힌다. 신경세 포의 막을 따라 늘어선 채널들에 차례로 1번, 2번 같은 번호를 붙여보 자. 1번 채널이 열리는 순간, 외부의 나트륨이 채널을 통해 신경세포 내부로 쏟아져 들어간다. 나트륨을 먹물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 하다. 파이프 외부에 먹물이 가득하고 내부는 깨끗한 물만 있을 때, 깨 끗한 물을 감싸고 있는 벽에 구멍을 뚫으면 외부의 먹물이 내부로 쏟 아져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이번엔 2번 채널이 자동으로 열린다. 2번 채널이 열리면 이제 3번 채널이 자동으로 열린다. 이어서 4번이..., 즉 이 채널들은 내부의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열리는 거다. 물론 열린 채널은 잠시 후 자동으로 닫힌다. 일단 하나의 채널이 열리면 눈사태 가 일어난 것처럼 연쇄적으로 이웃한 채널이 열리게 된다. 이렇게 나 트륨이 쏟아져 들어가는 양상은 신경을 타고 이동한다. 마치 야구장에 서 관중들이 파도타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신경세포는 내부로 들어 온 나트륨을 끊임없이 외부로 퍼낸다. 이걸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채 널이 열려도 나트륨이 쏟아져 들어오지 않을 거다. 나트륨을 퍼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 때문에 인간의 뇌가 몸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소모한다. 호지킨과 헉슬리는 신경 신호 전달의 원리를 밝 한 공로로 196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 다시 이야기하지만, 뇌는 신경세포들이 모인 집단일 뿐이다. 신경세포의 집단이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신경세포가 서로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 다. 신경세포들 사이에 전기 신호만 이동한다면 그냥 파이프 같은 통 로로 연결되어도 무방할 거다. 하지만 신경세포들은 시냅스라는 좁은 간격을 사이에 두고 연결되어 있다. 이 간격은 20~40나노미터 정도에 불과해서 바이러스 하나가 들어가기에도 좁다.
1920년대 오토뢰비 Otto Loewi와 헨리 데일Henry Dale은 신경을 타고 이동한 전기 신호가 시냅스에 이르러 화학 신호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 아냈다. 나트륨 이온의 파도로 진행하는 전기 신호가 신경세포의 한쪽 끝에 있는 시냅스에 도달하면, 시냅스에서 화학 물질이 분비되기 시작 한다. 화학 물질의 이름은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다. 아세틸콜린이 시냅스를 지나 상대 신경세포에 도착하면 그쪽 신경세포에 전기 신호 가 만들어진다. 비유를 하나 들어보자. 편지를 전달하는 전령이 '나트륨 이온'이라는 말을 타고 도로를 달린다. 도로 끝에서 시냅스 강을 만나면 아세틸콜린이라는 사공에게 편지를 넘긴다. 사공은 배로 강을 건 너 건너편 나루터에서 대기하고 있는 새로운 전령에게 편지를 전달한 다. 전령은 다시 말을 타고 도로를 내달린다. 뢰비와 데일은 시냅스의 화학 작용을 밝힌 공로로 193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자,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자. 신경세포는 왜 시냅스라는 것 을 만들어서 전기 신호를 화학 신호로 바꾸는 걸까? 시냅스로 인해 신 호 전달이 지체될 뿐 아니라, 괜히 구조만 복잡해지는 것 아닐까?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면 시냅스야말로 자연의 중대한 실수일터다. 시냅스의 놀라운 점은 유연하다는 것이다. 시냅스를 통한 신호 전달의 크기는 조건에 따라 변화한다. 앞에서 사용한 배와 사공의 비 유를 재활용해보자. 편지가 자주 시냅스 강을 건넌다는 것은 배와 사 공의 수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시냅스 강을 자주 건너지 않으 면 사공이 줄어든다. 즉 자주 사용하는 시냅스 연결은 강화되고 사용 하지 않는 연결은 약화된다. 이것이야말로 기억과 학습의 근본 원리로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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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을 만드는 것 자체가 아니라 예술을 만들 수밖에 없는 멋진 상태에 놓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라. (로버트 헨리 Robert Henri)
- 바깥세상을 작은 꾸러미들이 가득 놓인 끊임없이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라고 상상해보자. 가장 먼저 할 일은 컨베이어 벨트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든지 원할 때 꾸러미 하나를 집어 포장을 풀고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도움이 될 만한 한 가지 방법은 책을 아무 페이지나 펼 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장을 읽는 것이다. 거기에 적힌 내 용을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연관성이 발견되어도 그저 우연일 수 있지만 우연만 은 아닐지 모른다. 내가 충수염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는 당 장 맹장을 제거해야 한다고,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했다. 나 는 근처 서점에서 앞쪽 테이블에 진열된 앤드루 웨일Andrew Weil 박사의 신간을 보게 되었다. 책을 집어 들고 아무 페이지나 펼쳤다. 눈에 띈 첫 구절은 이런 내용이었다. "만약 의사가 아무 기능도 하지 못한다고, 신체 일부를 제거하라고 하면 믿지 말라." 필요한 정보가 시간에 딱 맞춰서 생겼다. 내 맹장은 지금까지 그대로 잘 있다.
단서가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은 시계의 섬세한 작동 원 리와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마치 우주가 내 편이고 내가 사명을 완수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내어주겠다고 작은 알람 들을 울려서 알려주는 것 같다.

- 일본에는 도자기를 수선하는 '긴츠기'라는 기법이 있다. 도자기가 깨졌을 때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 하지 않고 금가루 로 틈을 메워 완전하지 않음을 오히려 부각시킨다. 아름다운 금색 라인이 시선을 잡아끈다. 결점이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 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심점이 된다. 물리적으로나 미학 적으로나 강력한 포인트가 된다. 흉터가 작품의 과거를 기록 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기법을 우리에게도 적용한다면 우리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가 가진 모든 불안을 창의성을 이끄 는 힘으로 새로이 해석할 수 있다. 불안은 우리가 우리 마음 에 가장 가까운 것을 세상과 나눌 수 없게 가로막을 때에만 방해물이 된다.
- 우리의 목표는 남들과 잘 섞이는 것이 아니다. 다른 점, 섞이지 않는 부분,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특별함을 더욱더 넓히고 키우는 것이 목표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말하지 말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높여라. 더욱더 가다듬고 소중히 여겨라.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어떤 관행이 자리잡히자마자 그 관행을 따르지 않는 작품이다. 예술을 만드는 이유는 혁신과 자기표현이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내면의 것을 공유하고 나만의 독특한 관점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 인내심의 발달 과정은 인식과 매우 비슷하다. 즉, 있는 그대로를 수용함으로써 발달한다. 조급함은 현실과 벌이는 논쟁이다. 지금의 경험이 그대로가 아니기를, 달라지기를 바 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내일이 더 빨 리 오기를, 어제가 반복되기를, 눈을 감았다가 뜨면 다른 곳 에 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는 시간을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인내는 자연스러운 리듬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조급함은 자연스러운 리듬을 건너뛰고 속도를 높여서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처 럼 보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한다. 헛수고다.
창조 과정에서 인내는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이 우리
의 통제를 벗어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위대함은 강요로 일어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위대함을 초대하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위대함이 겁먹고 도망칠 수도 있으니 절대로 초조해하면 안 된다. 그저 끊임없이 위대함을 환영하는 상태에 머물러라.
작품의 발달 공식에서 시간을 빼면 인내가 남는다. 작품 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온전한 발달을 위해서도 인내심은 꼭 필요하다. 촉박한 일정 속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명작 은 사실 작가가 수십 년 동안 인내심을 갖고 다른 작품들을 만들며 쏟은 노력의 총합이다.
창의성에 관한 가장 깨지기 어려운 법칙이 있다면 인내심이 항상 필요하다는 것이다.
- 영감의 순간은 특별하므로 가장 큰 헌신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순간 반짝였다가 사라져버리는 빛과 같은 영감이 찾 아오면 모든 일정을 제쳐두어야 한다. 타이밍이 그리 좋지 않더라도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에는 힘을 내서 모든 관심을 쏟아야 한다. 스스로를 진지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면 이것 은 의무이다.
존 레논John Lennon은 노래를 작곡하기 시작했으면 그자리에서 끝까지 쓰라고 조언했다. 초기의 영감에는 당신을 작 업의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 완벽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도 걱정하지 말고 끝까지 나아가 대략적인 초안을 완성하라. 완벽하지 않은 전체 버전이 완벽해 보이는 조각보다 더 유용하다.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거나 후크를 썼을 때, 암호를 해독 했고 나머지는 알아서 될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때 물러나서 처음의 불꽃이 사라지게 내버려두면 다시 불 붙이기 어렵다

- 길을 잃으면 그렇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 예술의 목표는 완벽함을 얻는 게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른 이들에게 공유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알지만 미처 보지 못 하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우리와 전혀 다른 독특 한 세계관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기적처럼 내 관점과 똑같 을 수도 있다. 마치 예술가가 내 눈을 빌리기라도 한 것처럼. 어느 쪽이든 예술가의 인식은 우리가 누구이고 누가 될 수 있는지를 일깨운다.
예술이 가슴에 와닿는 한 가지 이유는 인간이 서로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품 속에 담긴 공통적인 경험에 끌린다. 그 안의 불완전함까지도 포함해서 자신의 일부를 발견하고 이해받는 기분, 연결됨을 느낀다.
- 완성된 작품을 내보내는 과정은 자신 또는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 기도 하다. 예술 작품을 만들 때 관객은 가장 나중에 고려해 야 할 부분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그 작품 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어떤 식으로 세상에 내놓아야 할지 는 생각하지 말자.
- 작품이 완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참여한 그 어떤 작품을 보더라도 결점이 보일 것이다. 완성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은 보인다. 바꿀 부분은 언 제까지나 생길 것이다. 올바른 버전은 없다. 모든 예술 작품 은 하나의 버전에 불과하다.
예술 작품을 만드는 가장 큰 보상은 작품을 공유할 수 있 다는 것이다. 받아줄 관객이 없어도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근육을 단련한다. 작품을 끝내는 것은 성장을 위한 좋은 습관이다. 그것은 자신감을 높여준다. 비록 지금 불안 하더라도 작품을 내놓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불안감의 무게 는 줄어든다.
-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라. 완성된 작품이 만족스럽고 친구에게 보여줄 정도라면 세상에도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이 마지막 단계는 새로운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비옥한 시 간이다. 다음 작품에 대한 흥분감이 현재의 작품을 마무리하 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가져다줄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 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현재의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이 힘 들 수도 있다. 행복한 고민이다. 다음 프로젝트에 담긴 생명 력은 종종 우리를 현재 작품의 황홀경에서 깨어나게 한다. 다른 아이디어가 나를 비춰주고 있어서 지금 이 작품을 빨리 끝내고 싶어진다.
- 규칙의 부과는 이미 작품을 어느 정도 만들어 본 기성 예술가에게 가장 효과적이다. 당신이 이미 어떤 분야에서 활동 하고 있다면 임시 규칙이 패턴을 깨뜨리는 데 유용할 수 있 다. 그것이 당신으로 하여금 개선과 혁신에 도전하고, 자아 나 작품의 새로운 면을 끌어내도록 해준다.
거장 아티스트들은 별로 친숙하지 않은 악기나 매체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이러한 도전이 그들의 기교를 방해하지 는 않으면서 예술가로서 진정한 면모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 이다.
안전지대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강제하도록 변수를 설정해보자. 항상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면 노트에 팬으로써 보자. 오른손잡이라면 왼손으로 그림을 그려보자. 악기를 사용하지 말고 아카펠라로 노래를 만들어보자. 전문 장비로 촬영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영화를 만들어보자. 캐릭터를 미리 연구하지 말고 즉흥적으로 연기 해보자.
정상적인 리듬을 깨뜨리는 새로운 틀을 시도해보고 어 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지켜보자. 제약의 존재만으로도 작업 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예전보다 더 나은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목적은 자기 발견이니까.
글을 쓸 때 보통 문단을 짧게 쓰는 편이라면 긴 문단을 실험해볼 수 있다. 새로운 양식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 그 과정에서 짧은 문단을 개선시킬 무언가를 배울 것이다. 규칙을 어겨보면 예전의 선택이 더 잘 이해된다.
성공한 예술가들이 스타일이나 방법에 변화를 줄 때고 민하는 한 가지는 팬이다. 그들이 과연 마음에 들어 할까? 새로운 영역을 탐구할 때 일부 팬을 잃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팬이 생길 수도 있다. 어쨌든 익숙한 영역으로만 예 술을 제한하는 것은 결국 예술가 본인을 위한 일도 관객을 위한 일도 아니다. 계속해서 같은 길만 걸어가면 경이와 새 로운 발견의 에너지도 사라질 수 있다.
- 당신이 겪는 하나의 경험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연습은 열린 가능성과 평온이 있는 삶을 살도록 도와줄 것이 다. 사건들 자체에 집착하면재앙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더 거대한 삶의 작은 측면일 뿐이고 멀리서 볼수록 더 작아진다. 줌인하면 집착하게 되고 줌아웃하면 관찰할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지면 절망감을 느낄 것이다. 눈앞의 이야 기에서 물러나라 거리를 두면 도전과 그 주변의 새로운 길 이 보인다. 그 쓸모는 무한하다.
이 원리를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하자. 우리를 집어삼킨 거미줄과도 같은 개인적, 문화적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예술은 우리를 마비 상태에서 끄집어내서 가능성에 마음을 열고 만물을 누비는 영겁의 에너지와 다시 연결시킬 힘을 갖고 있다.

- 예상 속에서 살기보다 새로운 발견 속에 사는 것이 언제나 더 낫다.
- 당신이 가진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해라. 더는 필요하지 않다.
- 의식적인 마음의 스위치를 끄고 충동을 따르는 것이 목표다. 아이들은 유난히 이것을 잘한다. 판단이나 집착 없이 순식간에 여러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나이가 들면서 우 리는 그런 반응을 숨기거나 덮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내 면의 민감성이 약해진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운다고 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본성에 따라 행동하는것을 방해하는 어떤 믿음이나 짐이나 교리로부터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아이처럼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상태에 가까워질수록 테스트가 더 순수해지고 우리의 예술도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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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 38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트위터 인플루언서인 토미가 지은 책이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 방송매체에 다수 출연하기도 했으며, '정신과 의사 토미 시리즈'는 일본에서 3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잡지나 방송에서 일반인들의 고민을 날카로운 말을 하는 언니같은 캐릭터로 냉정히 쳐낼 사람은 쳐내고, 고민하는 어린 양은 구하기 위해 활동 중이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특성상 한정된 시간에 많은 환자들을 만나야 한다. 그러면서도 천천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제한된 상황에서 환자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한마디 조언'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한마디 조언을 환자에게 던질 수 있다면, 그 순간 환자의 마음이 풀리고 부드러워질 수 있다.

저자 스스로도 젊은 시절부터 많은 정신적 괴로움을 겪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동성파트너의 죽음으로 괴로워할 때 메모해둔 한마디 말들이 저자를 지켜주었다고 한다. 또 그 경험 속에서 많은 말들이 떠올랐고, 트위터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나누기 시작했다. 

저자는 환자들의 고민을 완화하는데 효과가 좋은 문장들을 발견하면, 꾸준히 메모해 두었고 메모노트를 사용해서 트위터를 시작했다. 이 책은 15년 넘게 환자들을 상당하면서 경험한 정서적 치료방법과 트위터 글에서 엄선한 잠언 221가지를 모아 놓은 책이다. 

인생은 언젠가는 끝이 나게 마련이고, 자신의 마음은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을 더욱 쉽게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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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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