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미국의 기준금리인 Fed Fund Rate(연방기금금리)에 대해서 살 펴볼 필요가 있어. 사실 이 금리는 연준이 정한 요구지급준비율 Reserve Requirement(지준)에 맞도록 은행 간에 차입 가능한 1일물Overnight 금리를 의 미해. 중요한 것은 그다음인데.
그럼 연준이 이렇게 기준금리를 정하면 모든 게 끝나느냐? 아니지. 이 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게 돼. 이 조치를 시행하는 기관이 바로 뉴욕 연방준비위원회 New York Federal Reserve Bank (뉴욕 연은)야. 여 기서 이 기준금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공개시장에서 단기 국채의 공급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 이것이 바로 공개시장조작이라고 하지.
즉 기준금리를 4.75~5%으로 25bp를 올리게 되면, 뉴욕 연은은 25bp가 인상하는 정도로 채권의 공급을 늘려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기능을 하게 되는 거지. 그래서 실제 은행 간 차입이 가능한 1일물 Fed Fund Rate를 '유효 연방기금금리Effective Fed Fund Rate'이라고 해."
-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지준율과 역레포 금리가 동시에 올라가게 되고 안전하게 예치 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게 됩니다. 단기 금리가 상승하니 자연스럽게 만 기가 점차 길어지는 금리들이 높아지고, 금리가 높아지고 돈이 흡수되 니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개인이나 대출을 통한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등 경기 성장 둔화, 나아가서 침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돈도 못 버는데 사람이 뭐가 필요하냐면서 해고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게 되고, 그러면 대출 조건도 까다롭고 가계소득 도 줄어드니 소비가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는 결 과를 낳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 금리 는 하락하게 되어 장·단기 채권 금리 간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요."
1) 채권시장: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당연히 채권 및 돈의 공급과 수요라는 단일요인에 영향을 받는 단기(주로 3년 이내) 금리가 인플레이션, 경제 성장, 비체계 적 외생변수 등의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장기 금리 상승 속도보다 빨리 올 라갑니다. 금리 인상 초기, 중기에는 채권 금리 상승으로 크레디트 채권 수요도 감소하며 크레디트 스프레드도 확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 말기에는 침체 우려로 장기 금리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입 니다. 즉 장·단기 금리 역전 차가 최대가 되고, 이것이 향후 경기침체, 그리고 이 것을 막기 위한 금리 인하 기대감도 생기게 되어 장·단기 금리 차이는 다시 정 상화되는 과정으로 돌아갑니다.
2) 주식시장: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어느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 오 히려 이롭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인플레이션, 그리고 이어 나오는 급한 긴축정 책은 주식시장에 해롭습니다. 2022년에 주식시장 하락 전환(S&P 500 기준 약 -19% 하락)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준금리 인상 후기, 그리고 장기간 유지는 경기침체를 불러일으켜 주식시장의 급락을 예고할 수도 있습니다.
3) 외환시장: 단기 금리가 상승하면 달러 가치가 같이 상승하게 됩니다. 사실 기준 금리 인상의 가장 큰 목적은 물가 안정 아니겠습니까? 미국은 대표적인 수입국 이어서 수입 물가도 상당히 중요한데요.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상대방 국가의 통화 기준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의 달러 기준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를 갖게 됩 니다. 반면에 미국으로 수출하는 해외 기업들,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하락하여 그들의 수익성에는 악영향을 미칩니다. 왜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지는 이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지난 2007년 2월 일드커브를 토대로 예측한 2008년 2월 경기침체 확률이 41%였는데, 내년 2월은 54% 수준이네요. 그리고 지난주 에 실리콘밸리 은행이 파산했고요. 이번에도 이 지표가 대략 맞을 거 같 은데요?"
테드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을 합니다.
"부장님, 그러면 이럴 때는 어떤 금융상품을 준비해야 할까요?"
마이클이 현실적인 질문을 합니다.
"네, 어쨌든 현재 일드커브를 기준으로 예측할 때, 경기침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상황입니다. 이럴 때에는 채권, 주식, 달러시장이 다음과 같이 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채권: 안전자산 선호현상 강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단기 금리 급락, 일드커브 스티프닝
*주식: 주가 급락 가능성 큼
*달러: 안전자산 선호로 강세. 그러나 연준의 완화정책 기대 반영 시 급락 가능성 상존
가장 확실한 것은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을 줄여야 합니다. 
- "주식시장은 요즘 주가흐름 보면 알겠지만, 경기침체는 결국 주가 하 락을 동반하겠지. 지금도 주가가 내려가잖아. 온갖 지표가 안 좋으니까. 그런데 경기침체가 일어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지? 고용이 둔화하고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한다는 거잖아? 그러면 연준 설립 목적의 한 축 인 완전고용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인플레이션 걱정 없는 성장이 무 너지는 거지. 그래서 참여자들은 페드 풋FEDPut'을 기대하고 오히려 주가 가 반등할 수 있는 거지.
- 예를 들어 지난 주에 미 재무부와 연준, 그리고 예금보험공사가 실 리콘밸리 은행SVB,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등 지역 은행 구제방안으로,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 (은행 기간 펀딩 프로그램)이니 전액 예금보호 등 의 구제책으로 주가를 부양시키는 것 등은 일종의 페드 풋이라고 하겠지. 결론을 말하자면,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 초기에는 위험자산이 내 려가나, 페드 풋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 도 있어. 그러니까 중·장기적 관점에서 꼭 경기선행지수의 지속적인 마 이너스 성장이 주가에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지?
외환시장은 미국의 경기침체는 곧 전 세계의 경기침체니까 안전자산 선호현상 발동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가다가, 페드 풋 기대감이 높아지 면 달러 가격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일 거야.
- 사실 우리나라의 침체 가능성이 커진다고 해봐. 그러면 외국인 투자 자들이 한국에 발을 빼고 돈을 유출할 거고, 그러면 원화 가치가 떨어질 거 아냐? 다만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특성상, 경기침체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불러일으켜 가치가 올라간다는 예외를 말하고 싶었어.
지금 상황을 빗대어 보면, 작년 3월부터 계속 기준금리를 올려왔잖아. 그래서 달러 가치도 엄청 상승하고 말이야.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지 만, 작년보다는 내려오는 상황이고. 이렇게 금융시장 혼란이 지속되면 결국 연준은 적어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지? 그러면 달러 가치는 떨 어지는 거야. 그래서 경기침체가 일어나면 단기적으로 달러 가치는 상 승할 수 있지만, 결국은 하락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 "부장님께서 말씀 주신 내구재 신규주문 지표는 전형적인 성장지표입니다. 경기확장기에는 성장하고 침체기에는 수축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따라서 내구재 신규주문이 잘 나올 경우에는,
1) 채권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축소합니다. 특히 항공기 및 방산을 제외한 자본재의 추이를 같이 봐야 합니다. 경기침체가 올 경우에는 이 지표 중심으로 급속도로 하락하고, 이에 채권 금리 또한 하락합니다. 이는 경기 침체에 대한 안전자산 선호로 크레디트 채권의 스프레드는 확대될 것입니다. 이 후 연준이 통화정책을 변경, 완화정책으로 금리는 추가로 하락하고 스프레드는 축소 전환할 것입니다.
2) 주식시장: 내구재 주문이 잘 나오면 기업 실적 향상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은 긍 정적인 영향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같이 통화정책을 긴축 모드로 가져 갈 경우에는 연준 당국자들이 '내가 이렇게 돈줄을 죄었는데도 주문이 잘 나와? 경기가 여전히 확장 국면이구나'라고 생각하여 기준금리 인상이나 양적 축소를 더 세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는 위험자산에 오히려 악영향을 줍니다. 마치 'Good News may be Bad News to investors(좋은 뉴스는 투자자에게 나쁜 뉴스일 수도 있다)'입니다.
3) 외환시장: 미국의 경기확장, 그리고 연준의 금리 인상을 동반하므로 달러 가치는 오르게 됩니다.

- 정리해보겠습니다. 매월 첫 번째 영업일에 발표하는 ISM 제조업 PMI, 그리고 제조업 발표 후 일반적으로 2영업일 후 발표하는, 미국 경제 규모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업 PMI는 다음과 같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발표 시기를 감안할 때, 지표의 적시성이 뛰어나다.
2) 건강검진처럼 미국 경제를 검진하는 종합 지표로서 세부 항목인 고용, 신규주문, 물가 등의 선행지표의 역할을 한다.
3) 서베이 항목이 직관적(3지선다) 이어서, 수치를 이해하기 쉽다. 즉 50을 기준으 로 그 이상이면 경기확장, 그 미만이면 경기수축을 의미한다.
4) 종합 지표 기준으로 상승 추이 및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 경기에 대한 낙관론 이 커져서, 주가 상승, 채권 금리 상승 및 크레디트 스프레드 축소 현상을 보인 다. 지금 같은 둔화 국면에서는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점에서 연준의 통화정책과 연계하여 생각한다면 'Bad News is Good News' 인식으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 대로 위험자산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론이 우세한다면 4)의 현상처럼 위험자산 가격 하락, 채권금리 하락, 그리고 달러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 GDP가 예상치를 상회하면, 경기가 확장국면이기 때문에, 현재 인 플레이션이 상당기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할 겁니다.
1) 채권시장: 따라서 연준은 긴축을 당분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금리는 상승할 것입니다.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연준의 긴축이 심화되어 경기침체에 대 한 우려가 커질수록 확대될 것입니다. 다만, 긴축을 해도 경기지표가 당분간 이 렇게 견고하다고 판단되면 위험자산 수요는 증가할 수 있습니다.
2) 주식시장: 크레디트 스프레드 움직임과 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연준이나 미 재무부에서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이것이 주식시장이 적어도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 음을 확산시킨 계기입니다. 사실 GDP 성장은 경제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GDP가 예상치를 상회한다면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입 니다. 다만 긴축 우려가 얼마나 커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3) 외환시장: GDP 지표 호조는 달러 가치를 상승시킬 것입니다. 적어도 연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희박해지기 때문입니다.

- 1) 고물가 시대, 기대인플레이션은 향후 CPI, PCE 등 주요 지표의 중요한 선행지표로서 최근 발표 수치에 따라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2) 인플레이션은 채권 금리 등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명목금리 = 실질금리 + (기 대)인플레이션)로서, 최근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은 금리 자체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3) 위험자산의 경우, 인플레이션 하락 요인에 따라 등락이 결정되는데 연준이 기 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상승하고, 경기침체에 따른 하락이라면 위험자산 하락 요인이 된다.
4) 경기침체는 안전자산으로 취급받는 달러로의 쏠림이 심화되어, 단기적으로 달 러 가치 상승을 불러온다. 그러나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 또는 인하 등 이른바 통화정책의 피봇이 이뤄지면 달러 가치는 급락한다.
5) 기대인플레이션은 응답자의 주관적인 답변을 기초로 작성된 정성적 통계자료이므로, 실생활을 가장 잘 반영하는 수치로 연준에서 비공식적이지만, 관심 있 게 모니터링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 일단 2% 목표 문구는 2012년 1월 FOMC성명서에서부터 등장한 거야. 우선 고용과 물가라는 두 가지 지켜야 할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하 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대표하는 지표는 Core PCE야. 몇 번 설명한 적이 있지만, PCE는 CPI에 비해서 주택 비중이 훨씬 낮아서 지표 발표 기준 월 물가 상황을 보다 적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 주택 임대료는 장기 계약이라서 당장의 물가에는 반영 되지 않다는 특성을 감안해서 말이야.
그러면 이 물가안정목표제를 미국이 제일 먼저 실시했느냐? 그건 아 니고,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1990년에 최초로 물가 목표 2%를 중앙은행 목표로 설정하는 데서 시작한 거야. 그래서 주요 중앙은행들이 이 물가 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그러면 2012년 당시 의장이던 버냉키가 왜 2%를 목표라고 명시했는 가? 그가 저술한 책'을 인용하자면, 인플레이션은 가격 안정성을 지속 할 수 있는 한 충분히 낮은 수준이자, 기준금리 하한(당시 0%) 이하로 떨 어지지 않고도 금리를 낮출 여지를 제공함으로써 완전고용을 추구할 수 있는 연준의 능력을 지킬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이라고 정의하고 있지.

- PPI는 1902년 처음 발표된 물가지표계의 단군 할아버지입니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매월 약 1만 개 이상의 개별상품과 상품군의 PPI 를 발표합니다. 처음에는 PPI가 광산Mining, 제조업의 모든 산업에서 생 산하는 모든 제품을 포함하다가 서비스, 건설 산업의 생산가격을 포함 하여 지표 산출을 하였습니다. 2023년 1월 현재, 미 인구조사국 2017년 측정기준, 약 69%의 서비스 산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SET의 구분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최종재 중간재: 생산단계, 구매층, 제작 정도 등으로 구분
2) 원자재: 최종 사용 방법, 상품의 유사성 정도로 구분
3) 순산출분: 산업, 산업군의 순산출량 가격 지표 산출을 위해서, 다양한 산업군에서 샘플링

- Bad News is Good News'라는 말이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앙은행의 적극 적인 개입을 보았습니다. 즉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들이 개입할 것이기 때문에 원래는 침체 우려가 나올 만한 경기지표가 나오 더라도 주가는 상승하고, 도리어 채권 금리도 같이 올라가는 현상을 자 주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고용지표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면, 과거에 는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어 국채 금리는 하락하 고 주가 역시 하락하게 됩니다. 반면에 달러 가치는 상승하게 됩니다. 그 러나 이제는 연준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막을 내리고 금리 인하로 피 봇pivot하게 될 것이므로 금리는 하락하지만, 주가가 오히려 올라가고 달 러 가치는 떨어지는 현상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월스트리트에서는 금리 인하 소식이 주식시장을 상승시켰지만, 금리 인하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리라는 예상이 나와 시장은 다시 하락 했습니다. 그러나 금리 인하로 부진한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인식이 다시 시장을 상승시켰고, 이에 경제가 과열되어 금리를 더 높일 수도 있 다는 우려가 제기돼 시장은 결국 하락했습니다(BobMankoff.com).
그야말로 '한 지표 두 해석'의 시대입니다. 특정한 지표 하나에만 과도 하게 해석하여, 마치 공식에 대입하듯이 금융시장을 예측해서는 안 되 는 시기입니다. 지표로 인하여 통화정책은 어떻게 변할 수 있으며, 다른 경제 및 금융지표를 함께 고려하여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이제 1 더하기 1은 2라는 단 하나의 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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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경제전쟁의 흑역사

경제 2024. 2. 4. 17:44

- 실로 황당하지 않은가? 지도에 선 하나 그어 놓고 세상을 절반으로 나눈 뒤 자기들끼리 "왼쪽은 에스파냐 땅, 오른쪽은 포르투갈 땅"이라 고 선언했다. 이 희대의 기하학적인 영토 조약 이후 유럽 백인들은 지구의 절반을 에스파냐 땅, 절반을 포르투갈 땅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은 신의 명령(!)조차 무시하는 모양이다. 사실 교황의 명령은 매우 단순했다. 직선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있는 아프리 카는 포르투갈이 차지하고, 왼쪽에 있는 아메리카는 에스파냐가 차지 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면적의 두 배나 되는 아 메리카를 모두 에스파냐에 넘겨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포르투갈이 교황에게 강력히 항의했고, 이 항의가 받아들여져 1494년에 두 나라는 새로운 기하학적인 영토 조약을 맺었다.
그것이 바로 기존 기준선을 서쪽으로 1,300킬로미터 더 이동하는 토르데시야스조약(Treaty of Tordesillas)이다. 기준선이 아메리카 대륙 안 쪽으로 더 들어오는 바람에 아메리카 대륙에서 동쪽으로 튀어나온 브 라질이 기준선 동쪽, 즉 포르투갈 땅으로 편입됐다. 남미 지역 대부분 의 국가들이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아 지금도 에스파냐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만, 브라질만이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아 포르투갈어를 공용 어로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토르데시야스조약에는 맹점이 있었다. 대서양 한가운데 그 은선 하나만으로는 아시아에서 경계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부 지런히 식민지를 개척하다 아시아에서 딱 마주친 포르투갈와 에스파
나는 치열하게 무역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가 태평양에도 경계가 필요 하다며, 1529년 에스파냐의 사라고사에서 기하학적인 영토 조약을 다 시 맺었다. 마치 수박을 반쪽으로 쪼개는 것처럼 토르데시야스조약 때 그은 금의 반대편에 남북으로 선을 쭉 그은 다음 그 서쪽은 포르투갈 이, 동쪽은 에스파냐가 차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사라고사조약(Trea- ty of Zaragoza)이라고 한다.
사라고사조약대로라면 조선과 일본도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된다. 16세기 중반 일본인에게 조총을 전해 준 사람은 포르투갈 상인들인데, 이들은 자기가 일본을 언제든지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 영란전쟁은 오로지 무역이라는 이슈만으로 벌어졌던 세계 최초의 전쟁으로 꼽힌다. 말하자면 이 전쟁이 무역 전쟁의 시발점인 셈이다. 여기에는 묘한 경제학적 아이러니 하나가 숨어 있다. 전쟁이 발발한 이 유인 크롬웰의 항해조례는 중상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영국의 보호 무역 정책이다. 그런데 중개무역의 강자 네덜란드는 영국과 달리 자유무역의 지지자였다. 두 나라가 충돌한 근본적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네덜란드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고 바다의 지배자가 된 영국은 이후 열렬한 자유무역의 수호자가 된다. 다음 장에서 자세히 살 펴보겠지만, 당시에는 그게 영국에 더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즉 영국은 때에 따라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을 자국의 이익에 맞게 제멋대로 사용 했다는 뜻이다. 이현령비현령(耳鈴鼻懸鈴), 그러니까 '귀에 걸면 귀걸 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경제학이 사용된 셈이다.
-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몰두해 왔기 때문에 영국의 이런 태세 전환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문 제는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변신한 영국이 “자유무역은 우리만의 이익 을 위한 것이에요."라고 솔직히 말하는 대신 “자유무역은 선진국인 영 국과 후진국인 식민지 모두를 위한 것이에요."라고 뻥(!)을 치고 다녔 다는 데 있었다. 영국의 이중성, 나아가 영국에서 발전한 경제학의 위 선은 자유무역이라는 이름 아래 선진국들의 식민지 착취를 정당화하 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공업 강국의 길을 개척한 19세기,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 1세 Napoléon(프랑스 제1제국 초대 황제, 재위 1804~1814-1815) 라는 걸출한 군사 지휘관이 정권을 장악했다. 유럽 대륙의 지배자가 된 프랑스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해상무역의 강자 영국은 유럽 의 주도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 둘은 1805년 지브롤터 해협 북서쪽 트라팔가르곳 앞바다에서 운 명을 건 일전을 벌였다(트라팔가르해전). 프랑스는 바다에서 영국에 연 전연패 중이었지만, 한때 무적함대 '아르마다 인벤시블레'(Armada In- vencible)를 이끌던 에스파냐와 연합해 자신 있게 전투에 나섰다. 그러 나 이 싸움에서도 프랑스-에스파냐 연합함대는 명장 허레이쇼 넬슨 Horatio Nelson 제독의 영국 함대에 참패하고 말았다.
- 분통이 터진 나폴레옹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륙봉쇄령 (Conti- nental System)을 들고나왔다. 1806년 나폴레옹이 베를린 점령 후 "유럽 대륙에서 프랑스와 동맹을 맺은 모든 국가는 즉각 영국과 무역을 중지 해야 한다."라고 칙령을 내린 것이다. 이를 베를린칙령이라 하는데, 경 제적으로 영국을 고립시켜 트라팔가르해전에서 당한 패전의 치욕을 앙갚음하려는 의도였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상대국과 무역을 단절하는 사상을 보호무역 주의라고 부른다. 영국이 주도한 자유무역주의에 대항하는 보호무역 주의의 반격이 드디어 시작됐다!

- 보호무역주의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 독일의 경제학자가 있었다. '보호무역의 옹호자'로 불리는 프리드리히 리스트 Friedrich List가 그 주인공이다. 리스트는 “자유무역을 받아들이면 프랑스와 에스 파냐, 포르투갈은 최고급 포도주를 생산해서 영국인들에게 내주고, 자 기들은 저질 포도주나 마시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라는 말로 자유 무역을 저주했다.
리스트가 살던 시절,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농업 국가였다. 리스트는 후진국 독일이 공업이 발달한 영국과 자유무역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는 영국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어마 어마한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물론 극단적인 보호무역을 펼치면 효율성이 낮아져서 국민들이 고 통을 겪는다. 내가 직접 양파도 재배하고, 토마토도 키우고, 소도 길러 서 햄버거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 울 테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자유무역을 용인하면 후진국은 영원히 선 진국이 되지 못한다. 진정한 공업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 어려움을 인내해야 한다. 리스트가 그의 저서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Das nationale System der politischen Ökonomie, 1841)에 남긴 말을 살펴보자.
보호관세를 실시하면 초기에는 저렴한 수입 제품을 사용할 수 없 어 그 제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서 그 나라가 온전히 제조업 역량을 향상시킨다면 나중에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더 싼 비용으로 국내에서 그 물건을 생산할 때가 올 것이다. 초창기 보호관세로 손실을 입긴 하지만 그 민족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며 전쟁에 대비한 산업적 독립성을 키우는 것은 초창기 손해를 감당할 만한 충분한 보상이라는 이야기다. 게 다가 산업적 독립성을 갖추면 그 민족은 이를 기반으로 내부적 번 영을 이뤄 내고 문명을 증진하며, 국내 제도를 완성하고 세력을 대 외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2장 '생산 역량의 이론과 가치 이론' 중에서 (직접 번역)

- 많은 사람이 남북전쟁을 노예해방 전쟁으로 알고 있다. 노예제에 반대한 북부의 지도자 에이브러햄 링컨이 노예제를 수호하려 한 남부 를 물리쳐서 노예해방을 이뤘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링컨은 적극적인 노예해방론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남북전쟁의 원인 자체도 노예제가 아니었다. 물론 북부가 노예제에 반대했고 남부가 옹호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전쟁의 원인은 관세, 즉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에 세금을 얼 마나 매길 것인가'에 관한 분쟁이었다. 그 당시 미국 북부와 남부의 경 제구조는 완전히 달랐다. 북부는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아 공업이 매우 발달한 지역이었다. 이런 공업 사회에서는 노예제가 매우 비효율적이 다. 북부가 남부보다 이른 시기에 노예제를 폐지한 이유가 여기에 있 다. 반면에 남부는 드넓은 대지를 활용한 면화 농업으로 먹고사는 지역 이었다. 여전히 중세 농업 사회가 유지됐기 때문에 노예제는 이 지역의 중요한 경제적 기반이었다.
- 이 시기 미국 사회에서는 '영국으로부터 물건을 수입할 때 세금을 얼마나 매길 것인가'에 관한 논쟁이 시작됐다. 공업 사회인 북부는 영 국 수입품에 막대한 관세를 물리자고 주장했다. 그래야 영국 공산품의 가격이 뛰어 미국 내에서 자기들이 만든 상품을 더 많이 팔 수 있기 때 문이다.
하지만 농업 사회인 남부는 영국에서 수입한 물건의 가격이 뛰면 치명타를 입는다. 남부에서는 공산품을 거의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주 민들이 대부분 영국 제품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관세를 높여 수입 제 품 가격이 올라가면 남부 주민들은 과거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생필품 을 사야 했다. 당연히 남부는 관세를 높이는 데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남부는 이런 식이면 우리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묶일 이유가 없다 며 독립을 요구했고, 북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북전쟁이 벌어 진 원인이 바로 이것이다. 이 전쟁에서 노예제가 이슈로 떠오른 이유 는, 노예가 별 필요 없던 북부가 남부를 비난하기 위해 그 문제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노예해방이라는 명분까지 확보한 북부는 결국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남부의 패배로 그 지긋지긋한 노예제는 현대사 에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노예제가 폐지된 이유는 백인들이 인권 에 눈을 떴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벌인 전쟁은 경제적 이권을 위한 것이었고 노예제 폐지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구호였을 뿐이다.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노예제는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이유는 노예제가 더 이상 돈을 잘 벌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 다. 그런데 이런 비인간적인 제도를 수 세기 동안 운영한 자들 가운데 피해자들에게 사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잡식동물인 인간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인간에게 낙관과 비관이라는 묘한 딜레마를 선사한 다. 우선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을 매우 진취적인 동물 로 만든다. 내가 살던 안정적인 거처를 떠나도 어디에서든 먹을 것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이동을 하고 모험을 한다. 신대륙을 발견 하러 떠나기도 하고, 북극이나 남극도 탐험한다. 정 먹을 게 없으면 물 고기라도 잡아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잡식성이라는 사실은 인간에게 새로운 공포를 안겨 주기도 한다. 사자나 코알라는 늘 먹던 것만 먹기 때문에 '이걸 먹으면 탈이 나지 않을까?'라는 공포가 없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예를 들어 산에 갔더 니 버섯이 있었다. 사자나 코알라는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 인간은 속 으로 '저것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리고 버섯을 실제로 먹어 본다. 그러다가 독버섯을 집어 먹어 탈이 난다. 이때부터 독버섯은 공포의 상징이 된다.
- 그래서 로진은 "잡식동물인 인간은 평생 두 가지 동기가 엇갈리는 삶을 산다."라고 표현한다. 첫 번째 동기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도전 이다. 이게 바로 인간의 낙관주의를 상징한다. “그까짓 것 한번 도전해 보자고!"라는 용기는 바로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어!"라는 낙관에 기 반을 둔 것이다.
반면 두 번째 동기는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혐오다. "저거 도전하면 죽을지도 몰라!"라는 공포가 도전에 대한 욕구와 변화를 막는다. 잡식 동물이 아니면 이런 공포가 생길 리 없는데, 인간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잡식동물이기에 "저건 먹으면 죽을지도 몰라."라는 공포를 품게 된 것이다.
- 미국 뉴욕대학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이 사실을 이렇게 해석한다. 이 두 가지 성향 중 새 로운 것에 대한 도전 욕구가 더 강한 사람은 진보적 성향을 갖고, 새로 움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은 보수적 성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즉 진보는 용감하고 보수는 조심스럽다는 이야기인데, 인류는 이 두 가 지속성을 모두 품고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이유는 비관주의보 다 낙관주의가 강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내가 하는 일이 모두 잘 될 거라고 믿는 낙관주의가 없었다면 인류가 어떻게 농사를 지었겠는 가? 농사라는 게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곡물을 수확하는 것이다. 즉 결과물을 얻기 위해 무려 6~7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그 긴 기간 동안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 고 농사를 짓는단 말인가? 막말로 그동안 맹수한테 물려 죽을 수도 있고, 홍수나 가뭄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류는 비관보다 낙관을 선호한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내다 버리고! "내가 뿌린 씨는 잘 자라 서 가을에 풍족한 곡식을 만들어 낼 거야."라고 낙관하는 것이다. 농사 기술이 발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냥 기술이 발전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수백 마리의 버펄로 떼가 초원을 질주한다. 사실 거기에는 사자도 함부로 뛰어들지 못한다. 그곳 에 뛰어 들어가면 십중팔구 성난 버펄로들의 뿔에 받혀 죽는다. 하지만 인간은 그 짓(!)을 한다. "우리가 저기 뛰어들면 반드시 사냥에 성공해 오늘 밤에는 맛난 소고기를 배 터지게 먹을 거야!"라는 낙관으로 무장 한채 말이다.

- 인지신경과학자 탈리 샤롯Tali Sharot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는 저서 『설계된 망각』 (The Optimism Bias, 2012)에서 "낙관주의가 없었다면 최초의 우주선은 뜨지 못했을 것이고, 중동의 평화도 결코 시도되지 못 했을 것이고, 재혼하는 사람도 전무할 것이고, 우리 조상들은 감히 부 족을 떠나 멀리까지 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럿거스대학 인류학과 라이어널 타이거Lionel Tiger 교수도 낙관주의 의 문명사적 의미를 이렇게 정리한다. "인간이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 는 낙관적인 환상 덕분이다."

- 운하가 국유화된 이후 3개월 만인 10월 29일, 영국과 프랑스는 이집트와 앙숙 관계였던 이스라엘과 동맹을 맺고 이집트를 침공했다. 제 2차 중동전쟁 (Second Arab-Israeli War, 1956), 혹은 수에즈전쟁(Suez War) 이라 불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아랍 국가들과 사이가 나빴던 이스라엘은 이집트가 운하를 국유화하며 자국 선박의 해상 운송로를 막자 지체 없이 이 전쟁 에 뛰어들었다. 이스라엘이 시나이반도를 침공하며 개전의 나팔을 울렸고, 일주일 뒤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즉각 수에즈운하로 진격했다.
제1차 중동전쟁(1948~1949) 때 혈혈단신으로(미국의 강력한 무기 지원 이 있기는 했다) 아랍의 여러 적대국들을 격파했던 이스라엘의 화력에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가세한 이 전쟁의 결과 는 너무나 뻔해 보였다. 이집트의 나세르는 운하를 통과하던 배를 침몰 시키고 운하를 봉쇄하는 등 격렬히 저항했지만 전황은 나아지지 않았 다. 이집트의 참패는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 그런데 이때 뜻밖의 변수가 등장했다. 사회주의국가들의 맹주 소련이 전쟁에 개입한 것이다. 소련은 핵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영 국과 프랑스를 비난하며 이집트에서 철수할 것을 압박했다. 당시 이집 트가 친소(親) 경향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집트를 보호하기 위 해 소련이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진짜 뜻밖의 일은 소련의 대척점에 있던 자유 진영의 맹주 미국의 태도였다. 미국은 불과 8년 전 벌어졌던 제1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나라였다. 영국 및 프랑스와도 자유 진영 의 동맹이었다. 당연히 미국이 이 전쟁에서 영국-프랑스-이스라엘 삼각동맹을 지원할 것이라고 예상되던 찰나, 미국은 되레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에 철군을 압박하고 나섰다.
- 미국은 왜 이런 태도를 보였을까? 일단 첫째로, 당시 미국 입장에서는 수에즈운하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유럽의 여러 나라와 달리 미국 은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뱃길로 동양을 오갔기 때문이다.
둘째,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Dwight Eisenhower (미국 제34대 대통령, 재 임 1953~1961)는 고작 수에즈운하 따위(!)로 소련과 핵전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싶었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핵전쟁이라 는게 인류의 존망을 걸고 벌이는 전쟁인데, 미국 입장에서 별로 중요 하지도 않은 수에즈운하 때문에 핵전쟁을 한다? 아이젠하워가 바보가 아닌 한 미국은 이 전쟁을 감당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19세기까지 세계의 최강대국은 단연 영국이었다. 그리고 영국에 대항하는 강력한 대항마는 프랑스였다. 하지만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이들의 시대는 저물었다. 미국이 두 나라에 당장 이집트에서 철수 하라고 압박하자 영국과 프랑스는 이를 거스를 힘도, 용기도 없었다. 결국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의 강력한 협박에 못 이겨 이집트에서 군대를 철수시켰다. 전쟁은 고작 열흘(1956년 10월 29일~11월 7일) 동 안 진행됐는데, 영국-프랑스-이스라엘 3국 동맹군은 철수하기 직전 까지 260명가량의 사망자만을 남긴 반면, 이집트군의 사망자는 무려 1,650~3,000명으로 추정됐다. 한마디로 일방적인 전쟁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일방적인 전황에도 불구하고 영국-프랑스-이스라엘 3국 동맹군은 이 전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전투에서는 밀렸지 만 수에즈운하를 봉쇄하면서까지 결사 항전의 의지를 다졌던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의 위상은 오히려 높아졌다.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의 한 마디에 찍소리도 못하는 쫄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무역로를 두고 벌어진 이 전쟁은 과거 의 강자 영국과 프랑스의 시대가 저물고,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패권국의 지위를 상실했고, 세계는 미국과 소련의 양대 축 아래 새로운 국제 관계를 추구하게 되었다.

- 베르사유조약은 독일 경제를 아예 파탄 내 버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승전국인 연합국 측이 책정한 전쟁배상금은 무려 1,320억 마르크, 요즘으로 치면 우리 돈 300조원이 넘는 거액이었다. 이 거금을 갚을 기간으로 30년이 주어졌다.
1,320억 마르크를 30년 안에 갚으려면 독일 국민들은 그야말로 허 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1922년 독일의 국민소득이 350억 마르크였으 니 1,320억 마르크는 독일 국민들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3년 8개월 동안 일해야 겨우 모을 수 있는 큰돈이었다. 그런데 연합국은 독일에 허리띠를 졸라맬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당시 독일이 유일하게 외화를 벌 수 있는 방법은 철과 석탄을 수출하는 것이었는데, 연합국 측에서 독일이 무역할 수 있는 배를 전부 압류해 버렸기 때문이다. 독일은 연합국에 배상금을 꼬박꼬박 갚아나갈 형편이 도무지 되지 않았다. 그러자 연합국 측은 배상금을 석탄으로 갚으라고 강요했다. 배상금이 연체 되자 프랑스와 벨기에는 군대를 동원해 독일의 루르 지방을 점령했다. 그 지역에서 나는 지하자원이라도 퍼 가야겠다는 것이었다. 유일한 돈 벌이 수단인 석탄마저 빼앗긴 독일 경제는 그야말로 박살이 났다.
독일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엉뚱한 방법을 동원했다. 배상금 물 어 줄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돈을 인쇄기로 왕창 찍어서 달러와 교환해 갚아 버리기로 한 것이다(당초 독일이 갚아야 할 1,320억 마르크는 금, 또는 외환으로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발전 없이 돈만 왕창 찍 으면 당연히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른다. 이 때문에 당시 독일의 물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등했다.

- 평화의 경제적 결과
프랑스와 영국의 감정 배설은 훌륭하게 성공했다. 원수 독일의 경 제를 박살 내야 한다는 그들의 목표도 달성했다. 그런데 그 대립의 이 데올로기가 경제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게 중요한 포인트 다. 경제적으로 프랑스와 영국은 배설한 감정의 수백, 아니 수천 배에 이르는 곤경에 빠졌다.
독일 경제가 박살이 나면서 이웃한 프랑스와 유럽의 경제가 흔들 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1929년 미국에서 촉발된 대공황이 유럽을 덮쳤다. 심지어 재기 불능의 경제적 파국을 맞은 독일은 아돌프 히틀러 Adolf Hitler를 새 지도자로 선출했다. 그리고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 으키는 방식으로 궁지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 제2차 세계대전은 제1차 세계대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프랑스와 영국 경제를 파탄으로 내몰았다. 심지어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완전히 미국에 넘겨줬다. 영국과 프랑스 는 독일을 파멸시켰다는 감정의 배설에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계산할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사태를 미리 예견한 경제학자가 있었다는 것이 다. 세계 대공황을 극복한 수요주의 경제학의 창시자 존 메이너드 케 인스John Maynard Keynes가 그 주인공이다.
케인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19년 열린 파리강화회의에 영국 대표단 일원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파리강화회의가 평화의 유지가 아니라 독일을 압살하는 보복적 방식으로 결론을 맺자, 실망한 채 런던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 달 만에 『평화의 경제적 결과』 (The Eco- nomic Consequences of the Peace, 1919)라는 명저를 남겼다.
케인스는 이 책에서 “감정을 잠깐 접어 두고 냉정하게 경제적 현실 을 직시하자."라고 주장했다. 만약 독일을 거덜 내서 망하게 하면 독일 혼자 망하지 않는다는 게 케인스의 예측이었다. 당시에도 유럽은 지리 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공동체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한 곳 이 망하면 반드시 경제적 여파가 이웃 나라로 번지게 된다는 것이 케 인스의 시각이었다.
케인스는 독일에 가혹한 배상금을 물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정치 논리를 앞세워 경제를 내다보지 못하 는 각국 정치인들의 행태에 강하게 분노했다. "불행하게도 정치적 고 려가 경제적 고려를 방해하고 있다. (...) 진실을 말하자면, 인간은 스스 로를 빈곤하게 만들고 서로를 빈곤하게 만들 방법을 고안해 낸다. 개 인적 행복보다 집단적 증오를 더 선호한다." 무엇이 국민들에게 더 경 제적으로 도움이 될지 냉정하게 판단하지 않고 “야, 이 원수들아!"라고 감정을 배설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빈곤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 미국은 언제 무기를 많이 팔 수 있을까? 그들에게 가장 좋은 상황은 1 전 세계가 팽팽한 긴장 상태라 너도나도 무기가 필요 할 때, 2 전쟁이 벌어져서 무기 수요가 급증할 때다. 그래서 미국 군수 자본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평화는 무기 판매량을 줄이는 최대의 적이다.
미국 군수 자본은 인위적으로라도 긴장과 전쟁을 부추겨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최고의 방법은 미국 군부, 그리고 그 군부의 지지를 받는 강경파 정치인을 구워삶는 것이다. 혹여 정치인 가운데 평화를 지 향하는 자가 있다면 군수 자본은 군부와 강경파 정치인을 앞세워 "평 화는 무슨, 무력으로 제압해야지!"라는 여론을 조성한다. 군수 자본은 군부와 강경파 정치인에게 거금을 들여 로비한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이익을 주고받으며 공생의 길을 걷는다. '군부-강경파 정치인-군수 자 본'의 삼각 공조를 일컫는 말이 바로 군산복합체다.
군산복합체가 끊임없이 전쟁과 긴장을 조장하는 상황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경고한 이는 역설적이게도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군인 출신으로 미국 제34대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다. 그는 1961년 대통령 퇴임식에서 다음과 같은 경고를 남겼다.
우리가 연간 군사 안보에 쓰는 돈은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방대한 군사 체계와 방대한 군수산업의 결합 이라는 것은 미국에 새로운 경험이다. (...) 우리는 그 안의 어두운 함의를 놓쳐서는 안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군산복합체가 통제 불 가능한 영향력을 갖게 될 수도 있으므로 정부의 여러 협의회들은 그 영향력을 경계해야 한다.
- 아이젠하워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군산복합체라는 거대하고 음험한 세력으로부터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군산복합체가 존재하는 한 미국은 늘 전쟁의 위협에 놓이게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미국 군산복합체는 전쟁을 만들어 낸 전력이 있다. 미국의 베트남 침공 이 그것이다. 1964년 미국 정부는 통킹만에서 북베트남 어뢰정이 미국 의 구축함에 포격을 가했다는 이유로 베트남을 침공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 1971년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이른바 '펜타곤 페이 퍼'(Pentagon Papers)로 불리는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 한 바에 따르면 북베트남의 공격을 받아 전쟁에 가담하게 된 미국이, 사실은 베트남전쟁 (Vietnam War, 1960~1975)에 개입하기 위해 통킹만 사건을 조작했다고 적혀 있었다. 베트남전쟁 당시 국방장관이던 로버 트 맥너마라Robert McNamara는 1995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베트남전쟁은 '미국의 자작극'이었음을 시인했다. 
- 국제 망신에서 벗어날 또 다른 전쟁이 필요했다
10년 넘게 진행된 베트남전쟁 동안 미국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엄 청난 양의 무기를 사들였다. 미국 군수 자본은 무기를 팔아 어마어마한 이익을 챙겼다. 문제는 그 전쟁이 미국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는 데 있 었다. 군산복합체는 이익은 챙겼지만, 명분을 잃었다. 세계 최강대국이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참패한 이 전쟁은 군산복합체의 위신을 땅바닥으로 추락시켰다.
게다가 1990년대 들어서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이 몰락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국가의 몰락은 동서 냉전 시대의 종식과 평화 시대의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군산복합체는 결코 평화를 원하지 않았다.
군산복합체는 두 가지 이유로 전쟁을 원했다. 첫째, 베트남전쟁의 참패로 땅에 떨어진 위신을 회복해야 했다. 둘째, 동서 냉전이 종식되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된다면 무기를 대량으로 팔 방법은 전쟁밖에 없 었다.

- 군산복합체의 좋은 먹잇감이 등장했으니, 1990년 8월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 saddam Hussein (이라크 제5대 대통령, 재임 1979~2003) 이 이웃 나라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이다. 애초에 이 전쟁은 상대가 되 지 않는 싸움이었다. 이라크군은 무려 30만 명의 최정예 부대를 내보 냈지만, 쿠웨이트의 병력은 3만 명에 불과했다. 쿠웨이트는 삽시간에 무너졌다.
후세인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는 여러 가지다. 당시 이란과 8년간 의 긴 전쟁을 치른 직후였던 이라크는 석유를 팔아 나랏빚을 갚기 위 해 석유 가격이 오르기를 바랐지만, 쿠웨이트가 석유를 너무 많이 생산 하는 것이 큰 불만이었다. 유가를 하락시킴으로써 이라크를 경제 위기 에 빠뜨리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쿠웨이트와의 오랜 영토 분쟁 도 전쟁의 빌미가 되었는데, 특히 국경 지대에 걸쳐 있는 유전이 문제 였다. 그러니저러니 해도 분명한 점은 후세인이 쿠웨이트가 보유한 막대한 양의 석유를 탐냈다는 사실이다. 그는 당시 미국이 석유의 보고인 중동 지역에 감히 쳐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 듯했다. 게다가 100만 명이 넘는 정규군을 보유했던 후세인은 베트남에서 참패한 미 국을 얕잡아 보기까지 했다. 사막에서 소모전을 벌이면 자신들도 베트 남처럼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후세인의 생각은 오판이었다. 미국 군산복합체는 앞서 말한 두 가지 이유로 전쟁을 열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베트남전쟁 이 후 절치부심하여 놀라울 정도로 전력을 향상했다. 미국은 소련 등 국제 사회의 중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1991년 1월 '사막의 폭풍 작전'(Op- eration Desert Storm)이라고 불린 놀라운 작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걸프전쟁(Gulf War, 1990~1991)이 이때부터 본격화되었다.
- 물론 미국이 걸프전쟁을 벌인 원인은 단지 전 세계에 자신들의 무기를 홍보하고 군수 자본의 무기를 팔아 치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석유를 공급받고 싶었다. 그를 위해 서는 친미 성향의 쿠웨이트 정부를 보호하고 반미 성향의 이라크를 제 압해야 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미국 제37대 대 통령, 재임 1969~1974)도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가 쿠웨이트의 민주주의를 위해 전쟁을 벌였다고 주장하는 것 은 위선이다. (...) 사담 후세인이 잔인한 지도자이기 때문에 전쟁 을 벌였다는 것도 정당화될 수 없다. (...) 잔인한 지도자를 처벌하 는 게 우리 방침이라면, 우리는 시리아의 하페즈 알아사드 Hafez al- Assad 대통령과 동맹을 맺지 말았어야 했다. (...) 이 전쟁은 후세인이 우리의 석유 생명선을 쥐고 흔들지 못하게 막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론 미국이 걸프전쟁을 벌인 까닭이 잘 설명되 지 않는다. 왜냐하면 압승을 거둔 이후에도 미국은 이라크의 독재자 사 담 후세인을 잠시 살려 뒀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전쟁은 독재자 후세인 제거가 목표라기보다, 베트남전쟁으 로 땅에 떨어진 미국 군수 자본의 재기전 성격이 강했다. 그리고 그 재 기전은 성공적이었다. 실제로 당시 합참의장이던 콜린 파월Colin Powell은 전쟁이 끝나자마자 "미국은 마침내 베트남 증후군을 이라크 사막에 묻 었다."라며 기뻐했다.

- 금융 자본, 전쟁의 전면에 서다
이라크전쟁이 과거의 전쟁과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다. 미 국의 금융 자본이 전쟁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미국은 군 수 자본과 금융 자본, 그리고 IT(정보기술) 자본이 이끄는 나라라고 해 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미국은 제조업이 그다지 발달한 나라가 아니 다. 1970년대까지 미국은 철강이나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 강했지만, 1980년대 이후 그 자리를 독일, 일본, 한국, 중국 등에 조금씩 넘겨줬다. 그런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삼각 축이 군수와 금융, IT다. 이 가운 데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미국의 금융 자본은 세계경제에 실로 막강 한 영향력을 미치는 세력이다. 그런 금융 자본이 전쟁 국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쟁이 아직 한창이던 2003년 4월,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CNN머니 (현재 CNN비즈니스)는 "월스트리트가 전쟁 종료를 선언했다."라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 금융 자본은 이때부터 "전쟁은 사실상 끝났으며, 우 리는 이라크 재건 사업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공공연히 떠들었다. 월스트리트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제통화기금은 그해 10월 "이라크 재 건 사업에 500억 달러(약 62조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 월스트리트의 금융자 본이 재건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바그다드 재건 사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미국 금융 자본은 열 배에 가까운 투자 수익을 올렸다. 심지어 폭격이 끝난 뒤 건물에 붙은 불을 끄는 소방 업무도 미국 기업들이 차지했다. 그리고 이들은 그 대가를 석유로 받았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비용을 이라크가 석유로 물어 주는 구조였다.
게다가 미국은 이 전쟁에 반대했던 나라들이 이라크 재건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빗장마저 걸었다. 이라크와의 전쟁에 반대했던 프 랑스, 독일, 러시아, 캐나다 등이 이라크 재건 사업 참여로부터 배제된 것이다. 이건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 논란은 있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1929년을 미국의 경제 대 공황이 시작된 해로 본다. 그런데 대공황 직후, 그러니까 경제가 악화 일로에 접어든 1930년,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지켜 경제를 살리겠 답시고 강력한 보호무역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바로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이라는 것이었다.
대공황이 시작될 당시 미국의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의 허버트 후버 Herbert Hoover (미국 제31대 대통령, 재임 1929~1933)였다. 후버는 대공황이 일 어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1928년 민 주당의 앨 스미스Al Smith 후보와 대선에서 맞붙었는데, 당시 미국 경제 가사상 최고의 호황을 계속 이어 갈 것이라 확신했다. 선거 때 후버가 유권자들에게 외친 구호는 "모든 미국인의 차고에 자동차를! 모든 미 국인의 식탁에 닭고기를!"이었다.
대선에서 승리한 후버는 1929년 3월 대통령에 취임했는데, 이때까 지도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후버는 취임식에서 자신 있게 말했다. "빈곤에 대한 최후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다."라고 말이 다. 하지만 역사는 그의 기대를 그야말로 박살 냈다. 그가 "빈곤에 대한 최후 승리"를 외친지 고작 7개월 뒤인 그해 10월 29일, '검은 목요일'로 불리는 주가 대폭락 사건이 벌어졌다. 대공황이 시작된 것이다.
이듬해인 1930년 후버는 해결책이랍시고 당시 미국이 수입하던 물 건에 관세를 대폭 올리는 전략을 들고나왔다. 관세를 높이면 당연히 수 입품의 가격이 오른다. 100원짜리 물건에 10원 관세를 물리면 시장에 서는 110원에 팔리는 것이다. 가격이 오를수록 물건이 잘 안 팔리는 것 은 당연지사다. 따라서 관세 인상은 외국 물건의 수입을 막고 싶을 때 그 나라 정부가 빼 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후버의 생각은 이랬다. 당시 미국은 주로 영국 등 유럽에서 물품을 수입했는데, 이 수입품의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미 국 국산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안 돌아가던 공장이 돌아 갈 것이고,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살아날 것이다.
후버의 생각을 이어받아 공화당 소속 상원 의원 리드 스무트Reed Smoot와 역시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 윌리스 홀리Willis Hawley가 이를 법안 으로 만들었다. 그 법에는 2만여 개가 넘는 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을 인상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법안으로 관세 부과 품목의 평균 관세율이 1929년에는 40퍼센트였다가, 1932년에는 무려 59퍼센트까 지 올라갔다. 현대 경제사에서 가장 아둔한 보호무역 법안으로 불리는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등장이었다.
- 사실 스무트와 홀리가 처음 법안을 만들 때만 해도 이게 이렇게 커 질 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법의 초안은 미국 농가를 보호하기 위 해 수입 농산품에만 관세를 올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안 내 용이 알려지자 미국 기업들이 정부와 의회에 강력한 로비를 펼치기 시 작했다. "농업만 산업이냐! 우리도 보호해 달라."라고 징징거린 것이다. 여기에 후버 대통령이 적극 동조하면서 이 법은 온갖 민원을 다 구겨 넣어 무려 2만여 개에 달하는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내용으 로 탈바꿈했다.
이 법안이 가져온 후폭풍은 처참했다. 유럽에서 수입되던 물품의 가격이 15퍼센트 가까이 오르자 당연히 미국 국민들은 국산품을 쓰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에 격분한 유럽 국가들이 미국 수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던 북아메리카 대륙의 캐나다에 이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열강마저 미국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대열에 합류했다. 가격경쟁력을 잃은 미국 제품은 유럽에서 죽을 쑤기 시작했다. 1932년 미국의 대유럽 수출은 1929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나마 미국 국민들이 자국산 제품을 더 줄기차게 사 주면 상황은 좀 나았을 텐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미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는 당시 텅 비어 있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 통과 직후 반짝 살아나는 듯 보였 던 미국 국산품의 내수는 이후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망하니 기업들이 견딜 방법이 없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유발한 경제 악화는 보호무역이라는 최악의 무역정책이 더해지며 대공황을 가속화했다.
이후 사태는 잘 알려졌다시피 1933년 새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미국 제32대 대통령, 재임 1933~1945)가 취임하며 진정됐 다. 루스벨트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급 중심 경제(감세, 규제 완화 등의 조치로 기업을 돌봐 주는 정책)에서 수요 중심 경제(소비자들의 지갑을 먼저 두둑하게 만드는 정책)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며 위기를 돌파했다. 유명한 공공사업 정책인 뉴딜 정책이 등장한 것도 이 때의 일이다.
루스벨트는 또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망쳐 놓은 보호무역의 비 효율도 해소했다. 루스벨트는 1934년 6월 12일 '호혜관세법'으로도 불 리는 「상호무역협정법」(Reciprocal Trade Agreement Act)을 통과시켜 「스 무트-홀리 관세법」을 폐지했다. 새로운 법에는 상대 국가가 미국에 대 한 관세를 낮춰 줄 경우 미국도 그 나라 물건에 대한 관세율을 최고 50퍼센트까지 낮추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국이 다시 자유무역 시장으로 복귀한 것이다.
이후 미국은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 무역 시장에서 자유무역의 전도사 역할을 했다. 대공황 당시 보호무역의 지 독한 비효율을 경험했던 데다가, 이후 미국이 자유 진영 최강대국의 지 위를 공고히 하면서 자유무역이 미국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 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자 미국은 전 지구적인 자유무역 시스 템을 구축하는 데 골몰했다. 1947년 미국의 주도 아래 스위스 제네바 에서 23개 국가가 모여 GATT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즉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이라는 것을 체결하면서 인류는 전 지 구적인 자유무역의 시대를 맞았다. 중상주의 시대 이후 치열하게 전개 됐던 자유무역 대 보호무역의 경쟁이 마침내 자유무역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 바나나가 세계적(?) 과일이 된 때는 20세기 초반이었다. 미국은 19세기 중후반 벌어진 미국-멕 시코 전쟁 (1846~1848)과 미국-에스파냐 전쟁(1898)의 연이은 승리로 중남미 (중앙아메리카·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한 상태 였다.
그런데 이 시절 미국 사업가 마이너 키스Minor Keith 라는 자가 코스타 리카로 건너가 철도를 깔고 그 주변의 부지를 모조리 바나나 농장으로 바꿔 버렸다. 처음에는 철도 건설 인부들의 밥값을 아끼려고 철도 노 선을 따라 바나나를 키우던 것이, 어느새 커다란 수익을 안겨 주는 사업으로 발전했다. 키스가 설립한 과일 무역 회사 이름이 유나이티드프루트컴퍼니(UFC, United Fruit Company)였는데, 이 회사가 바로 바나나 4대 메이저 중 하나인 치키타브랜즈인터내셔널의 모태다. UFC는 코 스타리카에 이어 과테말라의 땅도 싹쓸이해 바나나 플랜테이션 농장 으로 만들었다.
알다시피 바나나는 무르기 쉬운 과일이다. 따라서 과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운송을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UFC는 바나나 를 잘 운송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코스타리카와 과테말라의 철도 부설권까지 꽉 쥐고 있었다. 땅도 땅이지만, 철도 부설권은 그 나라의 젖줄이다. 일제가 조선을 강점한 뒤 제일 먼저 철도 부설권부터 챙긴 이유 도 그것이었다. 이 때문에 어떤 경우도 철도 부설권은 외국 기업에 함 부로 넘겨서는 안 된다. 하지만 코스타리카와 과테말라 정부는 이 중요 한 권리를 UFC에 덜컥 넘겼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첫째, UFC는 철도 부설권을 얻기 위해 이들 나라의 독재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둘째, 이게 더 중요한 이유인데,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개입을 하기 시작했다. 19세기 후 반부터 중남미 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미국은 UFC 같은 자 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중남미 독재자들과 손을 잡고 내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이를테면 온두라스에서 바나나 무역 회사 쿠야멜프루트컴퍼니 (나중에 UFC에 인수된다)를 운영하던 미국의 사업가 새뮤얼 제머리 Samuel Zemurray라는 자는, 자신의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자 용병 을 고용해서 온두라스 대통령을 끌어내리기까지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미국은 자국의 바나나 기업을 보호한 다는 명목으로 쿠바, 푸에르토리코, 온두라스, 니카라과, 아이티 등에 거침없이 군사를 파견했다. 군대를 동원해 바나나 농장 노동자들의 파 업을 진압하기도 했다. UFC뿐 아니라 하와이를 기반으로 출범했던 과 일 업체 돌(설립 당시 '하와이언파인애플컴퍼니)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 쳐 중남미 지역을 장악했다. 미국은 미국에스파냐 전쟁의 승리로 에 스파냐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을 차지했는데, 필리핀에서도 이 짓을 반 복했다. 1920년대부터 필리핀의 바나나 플랜테이션 농업을 주도한 회 사는 델몬트푸즈(설립 당시 '캘리포니아패킹코퍼레이션)였다. 1898년 미국-에스파냐전쟁이 끝나면서 시작되어 35년이 넘게 이어진 이른바 '바나나 전쟁'의 추악한 실체다.
미국의 비도덕성을 만천하에 드러낸 중남미 지역 바나나 전쟁은 1934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중남미 지역에 군사개입을 중단하고 선린 외교를 펼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중 남미 땅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야욕은 멈추지 않았다. 냉전 이후 미국은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중남미 정치 에 개입해 민주 정부를 붕괴시켰고,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독재자를 지 원했다.
간혹 이들 나라에서 국민들의 열망으로 민주 정부가 수립되기라도 하면 미국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 나라의 내정에 개입해 민주 정 부를 무너뜨렸다. 당시 중남미의 민주 정부들은 미국 기업들이 점유한 광활한 토지를 되찾기 위해 토지개혁을 추진했는데, 이때마다 미국은 전가의 보도인 "저들은 빨갱이다!"를 내세우며 쿠데타를 부추겨 민주 정부를 붕괴시켰다. 합법적인 선거로 출범한 과테말라의 하코보 아르 벤스Jacobo Árbenz(과테말라 제25대 대통령, 재임 1951~1954) 정부가 1954년 군 부 쿠데타로 무너진 것도 이 때문이다.

- 소련 붕괴 후 러시아 행정부에서 재무장관과 총리 대행을 지낸 예고르 가이다르regor Gaidar는 2006년 미국기업연구소를 대상으로 한 연설 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소련 붕괴의 시작점은 1985년 9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우 디아라비아가 석유 정책을 급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한 바로 그 날이다. (...) 그 후 6개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량은 네 배 증가했고, 석유 가격도 실질 가격 기준으로 4분의 1로 폭락했다. 소련 으로서는 매년 200억 달러의 손실을 보게 된 것인데, 그 돈이 없으면 소련은 살아남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가이다르의 말처럼 소련은 당시 입은 내상을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붕괴됐다. 1922년 12월 30일에 건국된 소련은 건국 69주년을 4일 앞 둔 1991년 12월 26일 마침내 해체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유 전 발굴과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소련이, 바로 그 석유를 집중 공략한 미국의 전략에 대응하지 못하고 패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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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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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곡선을 설명하면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이 당연한 이치가 요즘 같은 때에는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물가가 비싸도 소비자들은 그냥 삽니다. 노동에 대한 수요가 워낙 강하니까. 그래서 앞으로 임금이 더 오를 거니까, 돈을 좀 헤프게 써도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거지요.
- 고용주들은 고용주들대로 계획이 있습니다. 임금이 많이 올랐는데도 계속해서 사람을 뽑습니다. 인건비가 늘겠지만 판매가격을 인상하면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거지요.
그래서 이렇게
'고임금→ 고물가→ 고임금'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겁니다. 그게 바로
'임금-물가 상승 소용돌이'입니다.
지금 미국 경제의 상황입니다.
- '잠재 GDP'라는 것은 경제가 무리 없이 생산할 수 있는 최대치를 뜻합니다. 노동력의 양과 생산성에 의해서 이 잠재능력이 결정됩니다. 실제 생산이 이 잠재능력을 초과하면 과부하가 걸립니다. 임금이 뛰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합니다. 실제 생산이 이 제한속도보다 적으면 가동되지 않는 노동력이 생깁니다. 실업이지요. 실업이 많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아지는 압력을 받게 됩니다.
- 미국 '실제 GDP'와 '잠재 GDP' 그래프를 보겠습니다.
앞서 잠재 GDP는 노동력과 생산성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노동력이 팬데믹 이후 대폭 줄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잠재 GDP가 당초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낮아졌다고 판단을 수정했습니다.
즉, 그래프의 파란색 선이 아래로 쑥 내려갔다는 겁니다. 시속 100킬로미터이던 제한속도가 80킬로로 낮아진 셈입니다. 그렇다면 120킬로로 달리던 차는 속도를 얼마나 줄여야 할까요? '20' 만큼만 줄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40'을 줄여야 겨우 균형을 맞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실제 GDP가 그냥 좀 감소하는 게 아니라 대폭으로 수축하는 현상, 굉장히 심각한 수준의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인플레이션이 잡힌다는 것입니다.
- 지난 2020년 팬데믹 침체 직전에도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리세션이 긴축 때문에 온 건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팬데믹 셧다운 때문에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것인데, 그건 좀 예외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례는 논외로 해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 보겠습니다.
잊을 만하면 발생했던 미국의 리세션은 대개 인플레이션 때문이었습니다. 물가가 너무 오르지 않도록 연준이 금리인상으로 긴축의 고삐를 계속 조였더니 경제가 결국 침체에 빠지더라는 겁니다.
'침체를 감수하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파이팅에 나섰다!'
이렇게도 볼 수 있겠습니다.
- 지난 2000년대 초에 발생했던 미국의 리세션, 그리고 지난 2000년대 후반에 있었던 경기침체 사례는 좀 다른 특징이 있었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한 끝에 침체가 발생하는 패턴은 예외 없이 반복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사이에 다른 이벤트가 끼어 있었습니다. 자산시장의 붕괴입니다.
금리인상이 자산시장 거품을 붕괴시키고, 그 거품붕괴의 충격이 실물경제를 강타해서 리세션을 불러왔다는 것이지요.
즉, 팬데믹 리세션 이전에 미국 경제가 겪었던 두 번의 침체는 모두 자산시장 거품붕괴로 인해 촉발됐다는 특징을 공통점으로 갖고 있습니다.
- 거품이 형성되고 무너지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미국의 주식과 주택가격은 매우 높은 수위까지 올라왔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에 중앙은행들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장기간 제공했지요.
팬데믹 쇼크에 대응해서는 훨씬 더 강력한 재정, 통화 부양정책이 가동돼 돈이 시중에 그야말로 천문학적으로 풀렸습니다. 실물경제에서만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게 아니라, 자산시장에서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격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실물과 자산시장 모두에서 동시에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이례적인 현상을 지난 몇 년 사이에 우리가 겪은 것입니다.
- 그렇다면, 과도한 달러화 강세가 미국 바깥에는 왜 문제인가? 이것부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그보다 먼저 환율을 읽고 쓰는 법, '환율 표기법부터 정리를 해두는 게 좋겠습니다. 환율을 표기할 때에는 기준이 되는 통화를 앞에 두는 게 원칙입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환율은 '달러-원'이라고 표기합니다. 달러가 앞에 갑니다. 1달러에 1400원 이런 식이지요. 달러가 기준입니다. 그래서 달러 다음에 원, 이렇게 표기합니다. '원-달러'라고도 많이 표현하는데 잘못된 표기법입니다. 대부분의 환율은 이렇게 달러를 기준으로 삼아서 달러를 앞에다 놓고 표기를 합니다. 달러-엔, 달러-위안, 달러-프랑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몇몇 예외가 있습니다. 유로, 영국 파운드 그리고 호주의 달러, 뉴질랜드의 달러는 미국 달러보다 앞에 표기합니다. 이 때 기준통화는 달러가 아닙니다. 1유로에 0.99달러, 1파운드에 1.16달러 이런 식이 됩니다. 예외가 되는 이 통화들 말고는 모두 달러가 기준통화로 앞에 온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 환율이 짧은 기간 너무 급하게 많이 변동하면, 오르든 내리든 대개 좋지 않습니다.
환율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지극히 불확실해지면, 무역활동이 크게 위축되기 때문입니다. 수출을 하거나 수입을 하는 과정에서 환율 때문에 뜻하지 않게 큰 손실을 볼 수 있으니 몸을 사리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생산과 고용, 투자도 위축됩니다.
- 달러가 너무 강해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는 물가, 수입물가 입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파란색 선은 국제유가, 브렌트 원유 선물가격 입니다. 1년 전을 100이라고 치면, 2022년 10월 초는 112.5가 됐습니다. 국제유가가 1년 동안 12.5% 올랐습니다. 기름 값을 달러로 지불하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요. 그런데 이 그래프에서 빨간색 선은 숫자가 다릅니다. 1년 사이에 약 37% 뛰었습니다. 우리나라 원화로 환산을 하면, 국제유가는 훨씬 많이 올랐다는 겁니다. 국제유가는 달러로 표시됩니다. 달러의 가치가 오르면,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 국제유가가 가만히 있는다 해도 우리 입장에서는 수입원유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수입원유 가격은 국제유가에 환율을 곱한 것이라서 그렇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거래되는 다른 모든 수입물가 역시 이런 식으로 일제히 급등하게 됩니다.
- 미국과 독일, 영국과 일본 국채시장은 제법 대체관계에 있기 때문에 한 쪽에서 크게 움직이면 다른 쪽으로도 파장이 쉽게 전달됩니다. 한쪽이 채권을 싸게 팔면(높은 이자를 주면), 다른 쪽도 싸게 팔아야 하는 경쟁관계이기도 합니다. 만약 일본 국채 금리의 닻이 풀릴 경우 전 세계 국채 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영국과 일본 국채시장에 가해진 직접적인 또는 잠재적인 압박은 엔화, 파운드화에 가해진 달러의 압박과 연결돼 있다는 겁니다.
-달러화 가치가 갑자기 너무 강해지면 생기는 문제가 또 있습니다. 달러로 빌린 돈을 갚기가 너무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A기업이 1년 전 환율이 1170원일 때 100만달러를 빌렸다고 가정합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1억7000만원입니다. 그런데 2022년 10월 말에 만기가 됐습니다. 원금 100만달러를 갚아야 합니다. 다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4억2000만원이나 됩니다. 환율이 22% 올랐으니까, 달러로 빌린 돈의 원금도 우리 원화로 계산하니 단 1년 사이에 22%나 늘었습니다. 1년 전에 아무리 낮은 금리로 달러를 빌렸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원금의 22%나 되는 비용이 마치 이자처럼 새롭게 붙어버렸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금리 그 자체를 통해서, 그리고 또 환율을 통해서 추가적으로 미국 바깥의 금융환경을 급격하게 긴축합니다.
달러 빚이든, 자기나라 통화로 된 빚이든 부채를 많이 짊어지고 있는 경제주체는 지금 상당히 힘든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빨리 안정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 우리는 미국과 달리 에너지를 모두 수입해야 합니다. 에너지 가격이 대폭 오르면 수입물가도 크게 상승해 교역조건이 나빠집니다. 원가가 대폭 상승하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서 버는 돈이 줄어듭니다.
-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우리 원화의 가치가 미국 달러에 대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무역환경입니다. 그렇게 해서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더욱 비싸집니다. 수입품 소비를 더 많이 줄이게 됩니다. 그러면 무역수지가 개선됩니다. 높은 환율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라'는 시장의 경고음이기도 합니다.
- 국제경제에는 '불가능한 삼위일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트릴레마(trilemma)'라고도 하지요.
1 자유로운 자본이동. 2 안정된 환율, 3 통화정책의 주권,"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을 자유롭게 개방한 나라입니다. 자연히 요즘 같은 때에는 환율이 뜁니다. 낮고 안정된 환율을 유지하고 싶다면 낮은 금리를 포기해야 합니다. 금리를 미국보다 훨씬 많이 올려야 요즘 같은 때 낮고 안정된 환율을 가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교적 낮은 금리를 유지하려면 안정된 환율을 포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환율과 금리를 적절히 나눠서 희생하는 전략입니다.
- 달러와 미 연준의 과거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앞날을 미리 가늠할 수 있습니다. 향후에 연준이 금리인하로 돌아서더라도, 달러가 당장 따라서 내리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참 묘한 특성을 가진 게 바로 달러의 환율입니다.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있어서 달러가 미국의 금리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미국 금리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달러의 가치, 달러 환율입니다.
- 달러화 약세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전 세계 금융환경을 대대적으로 완화합니다. 달러가 약해지면, 미국의 자본은 미국 바깥으로 몰려갑니다. 미국 바깥 경제와 통화가 더 강하고, 투자수익률도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 바깥 통화는 더욱 강해지고 미국 달러는 더욱 약해집니다. 대표적인 시기가 지난 2000년대였습니다.
- 어쨌든 그 대대적인 달러화 약세 이전에는 아주 대대적인 달러화 강세 사이클이 있었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금융시장 격언이 그래서 나옵니다. 이번에도 달러는 아주 대대적인 강세 사이클을 타고 있습니다.
나중에 때가 돼서 내리게 된다면, 그 하락 사이클 역시
굉장히 크고 길 거라고 예상합니다.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기회는 미국의 금리인하가 충분히 이뤄졌을 때 열릴 것이다! 그 기회를 여는 힘은 달러의 대대적 약세에서 나올 것이다!
- 일본은 이미 지난 1990년대에 일찌감치 국가부채 비율 100%선을 넘어섰습니다. 50%를 좀 웃돌던 게, 100%로 올라가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멀쩡해 보입니다. 여전히 많은 빚을 내서 돈을 쓰고 있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파란색 선, 바닥에 딱 붙어 있는 국채 금리입니다. 국채를 발행해서 돈을 빌려도 정부가 물어야 하는 이자는 거의 0%입니다. 따라서 빚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빨간색 선, 국가부채 비율이 쉼 없이 증가했지만 파란색 선, 일본 국채금리는 계속해서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국가부채 비율은 더욱 더 쉼 없이 계속 증가했겠지요. 그렇다면 일본의 이 초저금리는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을까요? 그 비결은, 바로 일본의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입니다.
- 인플레이션이 길어진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아마도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제대로 긴축하지 않은 결과일 것입니다. 그러면 중앙은행은 왜
그런 실수를 하게 될까요? 아마도 '고용' 때문일 것입니다. 실업이 너무 많이 발생할까 두려워 긴축을 소홀히 하다가, 결국 인플레이션이 뿌리를 내리도록 방치할 위험이 있습니다. 지난 1970년대가 그랬습니다.
- 연준 통화정책 위원들은 이 실업률이 4.0% 정도 되는 게 정상이라고 봅니다. 지난 번 강의 때 개념을 소개했지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실업률, 그 '자연실업률이 4.0%라고 보는 겁니다(152쪽).
그런데 이미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버렸습니다. 그걸 뿌리 뽑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자연실업률보다 더 높은 실업이 필요하다고 연준 정책위원들은 말합니다. 그래서 요구되는 실업률이 대략 4.6%라고 합니다.
- 그런데, 3.5%까지 내려갔던 실업률이 4.6%까지 올라간다면 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실업률이 1%포인트 넘게 오르고도 리세션을 모면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경제는 관성이 있습니다. 실업률이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상당한 수준까지 그 추세를 지속하다가 멈추게 됩니다. 비교적 완만했던 지난 2000년대 초의 리세션 때도 실업률은 6%대 초반으로 뛰었습니다. 지금 미국의 경제활동인구는 1억6500만명입니다. 실업률이 5%대로 지금보다 2%포인트만 높아져도 330만명의 실업자가 새롭게 발생합니다.
- 이 필립스곡선은 대체로 좌상향, 그리고 우하향하는 특성을 갖습니다. 좌상향, 실업이 낮으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집니다. 우하향, 실업이 높으면 인플레이션은 낮아집니다. 이론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아주 상식적인 얘기입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실업률을 높이는 게 불가피합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을 좀 감수하면 실업을 크게 줄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그런 상황이지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냥 좀 참으면 안 될까? 실업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물가가 좀 오르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오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게 많은 경제학자들이 오랜 연구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상태를 오래 방치하면 시간이 지나서 결국 고용도 나빠져 실업이 증가한다는 겁니다. 좌상향, 우하향하는 이 필립스곡선 이론은 단기적으로는 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 1970년대에 인류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하는 아주 낯선 경제현상을 경험하면서 얻어낸 아주 값진 교훈입니다.
- 단일 통화를 쓰고 있는 유로존 19개 국가 모두가 스스로 그렇게 운명 공동체가 되기로 선택했습니다. 한 나라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단일 통화 시스템 전체가 무너집니다. 따라서 화폐제도가 붕괴되면 그 어떤 나라도 온전하게 남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중앙은행은 자칫, 인플레이션 파이팅보다는 국채시장의 안정에 더 관심을 기울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아주 고삐가 풀리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지만, 긴축을 좀 느슨하게 전개해 나감으로써 이탈리아 국가부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높은 인플레이션은 장기화, 만성적 현상으로 지속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될 거라고 전망하기보다는 그런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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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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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자본의 탄생

경제 2024. 2. 4. 12:02

-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2001년 경 노르웨이 정유업체인 에소(ESSO)사의 부사장이었던 오이슈타인 다힐(Øystein Dahle)은 ESG 경영의 본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산주의는 시장가격이 경제적 진실을 은폐했기 때문에 붕괴했 다. 자본주의는 시장가격이 생태적 진실을 은폐하고 있기 때문에 붕괴하게 될지 모른다."
여기서 '생태적 진실'이란 자연환경만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생명을 가진 모든 동·식물들이 생태계에서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SG적으로 표현하면, 환경도 살리고 이해관계자들과 공존하면서 이러한 것들이 잘 유지되고 진화하도록 이른바 '거버넌스(Governance, 지 배구조)'를 제대로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 ESG 개념의 혼선은 'E'를 어떤 품사로 사용할지에서부터 나타난다. 명 사(Environment)와 형용사(Environmental)가 혼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런데 E를 명사로 표기할지, 아니면 형용사로 표기할지에 따라 거버넌스 (Governance)의 판단기준 및 역할(의미)이 달라질 수 있다.
S(사회적 가치 창출)를 'Social(형용사)'로 표현하는 경우 S가 명사 인 G(거버넌스)를 수식하듯이, E도 G를 수식하는 구조로 보아 형용사 (Environmental)로 표현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이 경우 '친환 경적이고(E)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S) 거버넌스(G)'가 됨에 따라, G가 E와 S를 규정(컨트롤)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SG 용어는 2004년 UNGC(UN Global Compact)에서 발간한 <Who Cares Wins>이라는 책자에서 처음으로 정확히 규정되었다. 보고서에서는 환경적(-al), 사회적(-al), 거버넌스적 이슈를 통합(integration, 명사)하는 게 'ESG 경영'이라고 명시함에 따라, Environmental(형용사)로 분명히 표기하 고 있다. 다시 말해 친환경적 경영, 사회적 가치 창출, 합리적 거버넌스 운영을 통합해서 평가 · 판단 · 투자하는 데 ESG의 핵심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G의 경우 영어식 표현의 발음대로 '거버넌스(Governance)'로 호칭 하는 경우와 아예 우리식으로 '지배구조'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흔치 않지만 '정부(Government)'로 이해하는 슬픈 사례도 있다). 아무튼 한국에서는 G를 가리켜 '지배구조'로 부르는데, 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 기업의 이사회를 비롯한 지배구조가 후진적인 점을 강조한 번역의 영향으로 보 인다.
- 유엔개발계획은, "거버넌스란 한 국가의 여러 업무를 관리하기 위하여 정치, 경제 및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거버넌스는 또한 시 민들과 여러 집단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밝히고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 을 다하며, 서로 간의 견해 차이를 조정하는 기구나 제도로 구성된다”라 고 정의했다. 즉, 유엔이 밝힌 장문의 개념정의를 포괄하는 단어가 마땅 찮아서 통상 '거버넌스'로 부르게 된 것이다.
- E. S, G를 각각 독립된 이슈로 판단해서 평가할 경우, 평가항목도 독립 적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반면, 형용사 E와 S가 명사 G를 수식하는 것으 로 해석하면 평가항목의 배점이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거버넌스(정부, 기 업 등의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크게 바뀌고, 포괄하는 범위도 확연하게 넓 어진다.

- 우리나라의 자연조건을 고려하면 그나마 유의미하게 키울 수 있는 재 생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다. 그런데 이 마저도 유럽 등지에 비 하면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의 '정격용량 대 비 이용률'은 하루 3.6시간(15%)이다. 이탈리아는 무려 20.1%, 프랑스는 20%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풍속은 초당 6.2m인데 독일은 초당 7.6m이다. 유럽에 비해 자연 조건이 뒤처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재생에너지 를 생산하기에 부적합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규제로 인해 땅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를 얻으려면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발전소를 건설할 땅이 필요한데 '이격거리'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지자 체 조례에 따라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주민 생활시설과 일정거리를 둬야 한다. 2018년 보성군은 태양광 설치를 위해 주 택과 도로의 이격거리를 500m에서 200m로 완화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 하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실패한 바 있다. 그 해 주민들은 토사 유출, 자연 경관 훼손,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인근 야산에 들어설 10MW(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 시설의 설치를 강력히 반대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태양광 발전 설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고흥군은 태양광 설치를 위한 도로와 주택과의 이격거리를 100m에서 500m로 강화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규제나 주민 반대로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짓는 것조 차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발전소를 짓는 데 직접 참여 하는 주민참여형 사업도 일부 있지만 극히 드물어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지었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재생에너지 운영 시스템이 복잡해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 을 내기가, 기업과 같은 전기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발전소를 포함한 대규모 발전사업자에게는 재생에너지 의무량 (RPS)이라는 게 있다. 이를 위해 대규모 발전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재생에 너지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민간이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사들인 다. 이를 '재생에너지인증서'(REC, 1REC=1MWh)라고 하는데(35쪽),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은 이 REC를 구입해 RPS를 맞춘다.
- 문제는 이 REC가격이 정부에 의해 왜곡돼 있다는 점이다. 2017년 12만 8585원이었던 REC가격은 정부 정책으로 민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늘어나면서 2021년 11월 기준 3만8846원으로 70% 하락했다. 이에 기존 민간사업자들의 수익이 확 줄어들자, 문재인정부는 RPS 비율을 대폭 상 향해 가격을 급등시켰다.
당시 정부는 2021년 9%이던 RPS 비율을 2022년 12.5%로, 이후 매년 2.5%씩 올려 2026년 26%로 설정했다. 그 결과 2022년 2월 기준 재생에 너지 구입비용(수력 제외)은 4561억 원으로 원자력 (9048억 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런데 이 기간 재생에너지 구입량은 2243GWh로 원자력 (1만 3307GWh)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를 KWh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재생에너지는 106.88원, 원자력은 56.28원이다. 가격이 올랐지만 민간 재 생에너지 사업자를 늘리지도 못했다.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일 정해야 신규 투자나 재투자를 하는데, 가격이 정부에 의해 왜곡되면서 수 익성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또 대규모 발전사업자의 REC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져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커지게 되었다.
재생에너지 보급과 기업의 RE100을 위한 제도인 전력구매계약(PPA)도 되레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이다. PPA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기업 전기 소비자와의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인데(135쪽), 한국전력이 국 내 전력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 소비자가 한전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입할 때 한전은 전력망 사용료(KWh당 8~24원) 등을 포함한 부대비용을 받아간다. 이 때문에 전기 소비자가 한 전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면 비용 부담이 일반 전기요금의 두 배 가 까이 된다. 그러다 보니 기업을 위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이 용하는 기업이 없는 것이다(2021년 11월 기준).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자연조건이 열악할수록 기술 개발과 시 장 운영시스템은 중요하다. 지금까지 운영되어온 RPS 및 PPA 제도처럼 현실을 무시한 재생에너지 정책은 탄소중립의 길을 요원하게 만든다. 특 히 RPS, PPA 모두 계약단가가 실시간 전력도매가격(SMP)에 각종 부대비 용이 추가됨에 따라 변동성이 심하고 실제 원가보다 비싸지는 것이다. 결 국 시장참여자들은 경쟁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보다는 잿밥(제도 이용)에 주목하게 되고, 한전 독점 하에서 모든 비용을 보장해주는 '총괄원가주 의'는 두부(전기요금)값보다 싼 콩(원료)을 구할 동기 부여가 없게 된다.
- 2022년 한국전력은 약 32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유인즉 국제 연료가 격(LNG) 상승으로 전력 도매가격(SMP)은 급등하는데 소비자가격은 동결되 어 그 갭을 고스란히 한전이 부담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SMP(System Marginal Price, 계통한계가격)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SMP는 한 국전력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 가격으 로, '전력도매가격'이라고도 불린다. 단위는 kWh로 환산한다.
SMP는 전력산업 민영화를 전제로 2001년 도입한 제도이다. 한국전력 의 발전 부문을 6개 사로 분할하고 전력거래소를 개설했다. 전력거래 방 법은 발전원가를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눈 다음, 고정비는 사전에 평가한 금액으로 지급하고, 변동비는 발전 하루 전 결정한 시간대별 발전계획에 따라 지급한다. 문제는 변동비가 가장 싼 발전기부터 가동을 하는데, 매시간대별 가장 늦게 가동한 발전기(변동비가 가장 비싼 발전기)의 변동비가 SMP가 된다는 점이다.
2000년 당시 발전연료별 변동비(원/kWh)는 원자력 4원, 석탄 13원, 유류 52원, ING 87원이었다. 어떤 시간에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LNG발전 기를 마지막으로 가동하면 그 전부터 발전한 모든 발전기에도 87원을 준 다. 그러면 원자력은 83원, 석탄은 74원, 유류는 35원의 '횡재(windfall)'를 얻게 된다. 2021년의 경우 가장 비싼 LNG 발전이 SMP의 90.2%를 결정했 다. 이는 횡재가 늘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 이러한 SMP 제도는 1990년 전력산업을 민영화한 영국에서 도입했는데, 당시 영국은 자국 내에서 원자력, 석탄, 석유, ING가 다 생산되므로 장 기적으로 시장에서 균형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SMP를 시행하면서 여러 제도적 결함이 속출하자 결 국 2001년 폐지했다. 그런데 우리는 2001년 이 제도를 도입해 지금까지 도 운영하고 있다. 문제가 많음에도 근본적인 개폐(改)를 못하고 계속 해서 수정·보완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전 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석탄 발전사에 횡재 가 몰리다보니 2008년에 이들의 이익을 강제로 빼앗는 '정산조정계수'를 도입했다.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ING가격이 급등하 자 SMP가 290원까지 올라가 발전사 이익을 환수하는 'SMP상한제'를 마 련하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삼척블루파워 투자와 삼성물산의 에코파 워 투자(강릉)도 이러한 '횡재(!) 시스템'을 보고 결정한 것이다.
- 문제는 또 있다. 발전 하루 전 SMP가 결정되는데, 다음날 실제 발전과 차질이 생겨 보상해준 돈이 2019년의 경우 무려 1조2500억 원이나 되었 다. 이러한 비용은 앞으로 이런저런 명분을 만들어 줄일 계획이다. 시장 을 만들어 놓고 반(反)시장 행위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순수 토종 발전인 재생에너지가격도 SMP와 연동되어 있 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RPS(대규모 전력 생산 자의 재생에너지 의무 생산량)와 PPA(한전을 통한 재생에너지 거래 계약)인데, 두 제도 모두 가격이 SMP에 각종 부대비용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결정되고 있다.
RPS 해당 발전사는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전기를 REC(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입해서 충당한다. 1RPS가격은 'SMP+1REC'로 구성된다. 또한 기업은 RE100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PPA를 이용하게 되는데, PPA가격은 '계약단가+망이용료+ 전력산업기반 기금 + 제비용'이 된다. 이때 계약단가는 'SMP+REC'가 기준이 되고, 망 이용료는 한전의 기존 비용보다 2배 가까이 비싸게 부과된다. 이렇게 불 안정한 SMP에 연계되고 다양한 부대비용으로 재생에너지가격은 실제보 다 훨씬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 그런데, 문제점이 속출하는 SMP 제도가 전력시장의 가격결정 원리로 지속되는 이유는 왜일까? 제도 도입의 전제인 발전 민영화에 대한 미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전기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위원회의 존재 목적은 전력산업 구조 개편과 공정한 경쟁질서 조성에 있다('전기사업법' 제56조). 시장감시자의 부재도 심각한 문제이다. 담당 공무원과 국회 상임위는 2년마다 교체되 니 굳이 나설 필요도 없다. 이런 가운데 복잡한 제도를 오히려 고수익 기 회로 이용하는 시장참가자들은 늘고 있다.
결국 시민단체가 철저하게 분석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혁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구호'는 '제도'로 완성되어야 의미가 있다. 재생에너지는 반 드시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의 50%는 다양한 연료와 원료를 조합해 무쇠를 만드는 과정에서, 30%는 필요로 하는 철강소재의 성분을 만드는 제강에 서, 20%는 나머지 공정에서 나온다. 한국의 철강산업이 세계 최고의 경 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연료 및 원료의 투입부터 최종 제품까지 한 공장에 서 일관되게 생산하면서 공정별로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그린수소가 없어 해외에서 HBI를 수입해야 한다면 철강 경쟁력의 50%는 사라지게 된다. 특히 철광석을 그린수소로 환원해 생산하는 초기에 '수소 HBI' 생산기술을 해외에 의존한다면 경쟁력 대부 분을 상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문제는, 자원보유국은 물론이고 자금을 무기로 한 종합상사들이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광석 산지 인근의 광활한 부지에 서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고, 그린수소를 만들어 수소환원제철로 쇳물에 서 슬라브까지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해수담수화 기술이 발 전해 수전해에 필요한 물 확보가 쉽다는 건 그들에게 있어서 더없이 유리 한 조건이다. 반대로 우리나라 철강산업 경쟁력의 80%는 날아가게 된다. 연쇄 작용으로 국내 제철소 종사자의 절반 이상은 일자리를 위협받 게 될 것이다. 후방산업의 위축에 이어 자동차·조선·기계 등 전방산업의 경쟁력 또한 급격히 상실될 것이 뻔하다. 보통 고객사는 철강사와 자 동차 강판의 경우 신차 기획 단계에서부터 조선은 수주를 할 때부터 소 요 철강재 개발을 협의하고 시생산과 테스트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EVI(Early Vendor Involvement) 과정을 통해 고객은 최고의 제품을 가장 저 렴하고 원하는 타이밍에 공급받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강점이 사라 지는 것이다. 국내 기간산업들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 재생에너지 원년이었던 2004년 이후 19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8% 수준에 그치고 있다. 태양광은 물론 풍력도 국내 제조 기반과 기술 경쟁력을 대 부분 상실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재생에너지를 판매할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없으니 경쟁이 없고, 경쟁이 없으니 노력 할 필요가 없다. 노력을 안 하니 쇠락할 수밖에 없다.
- 정부도 이를 모르는 건 아니다. 정부는 매번 전기 판매시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PPA(전기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 제도) 등 일부 전기 판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흔적도 있긴 하다. 하지만 PPA마저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있고, 이 경우 한 전이 전기요금과는 별도로 전력망(grid) 이용료를 받고 있어 사실상 실적 이 없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판매시장을 활성화하려면 한전의 송·배전 전력망을 개방 하면 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전의 민영화라고 주장하는데, 민영화 를 하라는 게 아니라 돈을 받고 민간에 빌려주라는 제안이다. 한전의 망 을 민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 민간 발전사업자 사이에 판매 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이 경쟁 속에 재생에 너지 발전량이나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ESS 관련 기술도 획기적으로 개 선될 것이다. 이를테면 전기차용 배터리만 해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 술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의 질도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정부는 한전의 전력망 개방을 망 설이고 있다.

- 전기요금은 전기 '세가 아니다
전기요금은 1 기본요금, 2 전력량요금, 3 연료비조정요금, 4 기후환경 요금 등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1 기본요금은 전기공급 설비의 고정비 를 회수하기 위한 것으로, 전기를 사용하든 안 하든 내야하는 요금이다. 2 전력량요금은 사용하는 전력량만큼 내는 요금이다. 이는 다시 기준연 료비와 기타비용으로 나뉘는데, 전년도(2021년) 연간 연료비(석탄, 천연가 스, 유류) 증감에 따라 kwh당 5원까지 인상 또는 인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2022년 3 연료비조정요금은 분기별 연료비 증감에 따라 kwh당 5원까지 인상 또는 인하해야 한다. 4 기후환경요금은 깨끗하고 안전한 전기 제공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1년에 한번 조정된다. 2022년에는 kwh 당 7.3원을 부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의무구입비용(RPS), 배출권거래비용(ETS),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석탄발전 중단 비용으로 이 뤄져 있다.
한편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기요금은, 이러한 4가지 요금의 합계금액(A)에 부가가치세(A의 10%) 및 전력산업기반기금(A의 3.7%)을 더해서 책정 된다.
-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과정도 중요하다. 한전 전기요금 조정안을 만들어 이사회 승인을 받아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전기위)에 신청을 한다. 이때 전기는 소비자보호전문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물가안정법' 에 의거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한다.
문제는 관례적으로 여당과도 협의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요 금이 이해집단의 요구를 감안하는 등 정치적으로 조정을 받는다. 전기요 금이 '정치요금' 혹은 '전기세(稅)'란 별칭을 갖게 된 이유다. 즉, 전기요 금은 용도에 따라 산업용, 빌딩.상가) 일반용, 교육용, 주택용, 농업용, 가 로등용, 심야요금 등 7가지가 있는데, 국회의원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 계자들의 민원이 개입되어 한전의 요청대로 전기요금이 결정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다시 한전의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 용한다.
- 전기의 용도별 분류 방식(용도별 요금제)은 거의 모든 나라가 대동소이한 데,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부터 채택해 적용해오고 있다. 이처럼 전기요 금의 용도별 구분이 오랜 세월 이어져온 이유는 왜일까? 한마디로 전기 요금을 정책적 수단으로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전기요금은 가격 말고 차별화 요소가 없다보니, 정부 입 장에서는 가격으로 정책적 배려를 하게 된다. 즉, 저소득층이나 농.어민 보호 차원으로 주택용 요금과 농업용 요금을 싸게 해주고, 물가안정을 위 해 어느 순간 인상을 억제하기도 한다. 또 에너지소비 절약을 위해 피크 시간대에 누진제를 도입하게 된다.
- 정부는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용 요금에도 혜택을 주 었다가, 2003년부터 2013년 동안 지속적으로 인상한 바 있다. 그리고 지 금은 오히려 주택용이나 농업용에 교차보조를 해주고 있다. 좀 더 구체적 으로 살펴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산업용 요금은 총 12회, 누계로 80.6%를 인상했다(같은 기간 주택용 요금은 6회 인상, 3회 인하 누계로 4.2% 인 하했다). 지난 2022년 10월 인상 때도 주택용은 kwh당 2.5원 올린 데 비해 산업용(고압)은 거의 5배인 11.7원을 올린 바 있다.
산업용 전기의 특징은 고압전기를 사용하므로 송·배전 원가가 저렴하 고 전기 수요(부하)가 24시간 일정해서 피크관리를 위한 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주택용은 저압으로 산업용보다 송전 손실이 많고 가가호호까지 전선을 연결해야 한다. 따라서 전봇대, 변압기, 계량기 설치비용과 유지보수비, 관리비, 검침 인건비 등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또한 주택용은 전기 수요가 계시별 변화가 심해서 피크에 대비한 예비 전 력발전소 건설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이들 특징을 각각 송·배전 원가에 반영하면, 산업용 원가가 주택용보 다 kwh당 10원 정도 더 낮다. 또한 산업용은 대량 수요(전체 전기사용량의 54.7%)로 인해 단위당 고정비가 주택용보다 역시 kwh당 10원 정도 저렴 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 전기요금 원가가 안정 적이던 2018년 자료를 보면, kwh당 주택용은 공급원가 129.21원에 판매 단가 106.87원으로 원가회수율이 82.71%였고, 산업용은 공급원가 109.04 원에 판매단가 106.46원으로 원가회수율이 97.63%였다.
- 정부는 대체로 2010년 전까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보다 싸게 공 급했다. 당시는 산업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정책적 배려로 가능했지만, 이제는 어렵게 되었다. 그럴 경우 보조금으로 간주되어 교역상대국으로 부터 상계관세(CVDs, Countervailing Duties) * 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주택용 요금 판매단가가 산업용보다 비싸기 때문에 주택용 소비 자가 산업용에 교차보조해 준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는 산업용 전기의 공급원가가 주택용보다 kwh당 약 20원 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면적인 단가보다는 원가회수율을 봐야 한다. 농업용의 경우 원가회수율이 47.43%에 불과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를테면 국 내 건고추 유통량 가운데 40% 이상이 중국산이다. 중국산이 20년 사이 40배 증가한 것이다. 가격은 국산의 절반을 좀 넘는 수준이다. 원래 건고 추는 국내로 수입되기 힘들다. 270% 고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런데 고관세를 피하는 방법이 있다. 고추를 냉동 상태로 들여와 해동시킨 후, 전기로 작동하는 고추건조기로 말려 건고추를 만드는 것이다. 냉동고 추관세는 27%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요즘에는 암호화폐 채굴에도 농 업용 전기가 동원된다. 농민을 보호한다고 싸게 해준 전기요금 제도가 오 히려 농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용도별 요금제는 지금까지 나름 제 역할을 해왔지만, 날로 부작용이 심 각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용도별 요금제를 폐지하고 원가가 제대로 반 영되는 '전압별 요금제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적 배려 가 필요한 부분은 전기요금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지원해주면 된다. 예 를 들어 저소득층에게는 에너지바우처 제도를 확대하고, 독일의 사례처 럼 자원재활용 산업에는 전기요금을 다 받되 그 절반 가까이를 별도로 보 조해주는 방식도 있다.

- 인류는 구리, 납(B.C. 6500), 은(B.C, 5000), 금(B.C. 4700), 주석(B.C. 3300), 철(B.C. 2100), 수은(B.C. 1500) 순으로 금속류를 사용해왔다. 이렇게 된 데 에는 원료 산지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열을 높이는 기술이 결정 적으로 작용했다. 인류의 기술 진보가 열(熱)처리 기술의 과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 구리의 녹는점은 1084°C, 철은 1538°C다. 454°C를 높이는데 무려 7400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열을 높이는데 석탄을 구운 코크스를 쓰 지만, 산업혁명 이전에는 나무를 가마 속에 넣어서 구워낸 목탄炭)을 사용했다.
한편, 광석에서 금속을 골라내는 야금술을 이용하는 모든 곳에 서는 어김없이 환경 파괴가 일어났다. 연료 소비는 삼림 벌채라는 심각한 문제를 유발했다. 제철소의 입지를 결정한 것은 철광석이 아니라 나무의 존재였는데, 그 이유는 먼 거리에 나무나 목탄을 운송하는 것보다 광석을 운송하는 것이 더 값쌌기 때문이었다.
- 산업혁명 이전 영국의 용광로 1기(당시 약 200m2. 현재는 5500m2 규모)가 1년 동안 소비하는 목재는 약 100만m2의 숲에 해당했다. 축구장 면적이 8,250m2이니, 1년 내내 용광로 1기를 달구는 데 축구장 121개 면적의 울 창한 숲이 훼손되었다. 결국 1574년경 51기였던 용광로가 1717년에는 14 기로 줄어들고 말았다. 계속된 삼림 벌채로 용광로에 사용할 목재를 충당 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영국은 서유럽, 스웨덴, 미국, 러시아에서 제련한 철을 수입하게 되었다.
금속제련으로 인한 심각한 산림 훼손은 영국 등 몇몇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18세기 중국 청나라의 왕태악(王太岳)이란 시인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노래했다.
"베어 쓸 나무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으니, 죄수의 머리마냥 숲은 대머 리가 되었네. 벌거숭이가 되었네. 이제야 비로소 후회하네. 이젠 장작조차 구할길이 없어졌네."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는 우리 시대의 고전 「총, 균, 쇠에서 숲으로 덮여 있던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자멸하는 과정을 가리켜 '생태학적 자살'이라 표현했다.
"농업을 위해 개간하고, 건축을 위해 벌목을 하며, (고대의 시멘트라고 할 수 있는) 회반죽을 만들기 위해 태우는 바람에 그들 자원의 기반을 스스로 파괴하는 생태학적 자살을 저질렀다. 나무가 자라는 속도가 파괴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 코크스(C)는 구울 때 산소(O)를 얻어 일산화탄소(CO)가 되고 철과 산 소의 화합물인 철광석(Fe2O3)을 고로 내에서 녹이는 훌륭한 열원(源)인 동시에 철분(Fe)을 철광석에서 분리시키는 환원제(산소를 잃는 반응) 역할 을 한다. 즉, 코크스의 일산화탄소(CO)가 철광석(Fe2O3)의 산소(O3)를 가 져와 철(Fe)을 남기고 이산화탄소(CO2)를 발생시킨다. 이때 불안정 상태 의 일산화탄소가 안정된 이산화탄소로 전환되기 때문에 반응열이 매우 크고, 전체 산화철의 환원반응이 쉽게 일어나서 코크스가 훌륭한 열원 역 할을 하는 것이다.
목탄(C)도 공기 중에서 연소하면 이산화탄소(CO2)를 발생시킨다. 하지 만 나무는 공급이 제한적인 반면, 석탄(코크스)은 무궁무진한데다 목탄보 다 열을 더 오래 유지시켜 쇳물의 이용도를 높여준다.
다비의 성공은 쇳물 생산지를 삼림에서 석탄 지대로 이동시켜서 쇳물 생산을 획기적으로 용이하게 해주었는데, 유레카! 무엇보다도 코크스는 증기 사용을 보편화하는데 필요한 연료를 제공해주었다.
- 철강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용광로 공법의 원료이자 환원제인 코크스를 수소로 전환하는 '수소환 원제철 공법'이다(129쪽). 그러나 상용화까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당장 은 용광로에 고철 투입량을 늘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미 용광로에 고철 투입 비중을 15%에서 20%까 지 올려 조업을 하고 있고, 2025년까지 3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제철 또한 고철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용광로 공법 생산량 4900만 톤에는 고철이 735만 톤(15%) 포함되어 있 는데, 10%를 증가시키면 연 490만 톤의 고철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렇게 될 경우 철근과 형강을 생산하는 전기로에 필요한 고철은 또 어떻게 확보 할 것인가? 이래저래 고철가격이 급등할 것이 뻔하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20년 7월 말 기준 톤당 25만 원이던 고철가격은 2021 년 7월 말 기준 60만 원으로 140%나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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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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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쇼펜하우어와 관련된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철학자들의 철학자로 불리웠으며, 늘 그에게는 비관론자, 비평가, 아웃사이더 등의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삶의 진리를 추구하던 사람이었다. 같은 시대 철학자인 헤겔에 비해 쇼펜하우어의 저서들은 주장이 매우 명쾌하고 지시성이 있어, 요즘에 읽어도 머리에 잘 들어오기 때문에 대중이 찾고 있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1820년대 동양학자 프리드리히 마이어를 통해 힌두교와 불교에 관해 알게 되었고, 서양에서 최초로 동양철학의 세련된 점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쇼펜하우어는 서양철학과 동양찰학간의 유사성을 말한 철학자이자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표명한 독창적인 철학자로 꼽힌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토론술은 필수적이다. 취직과 승진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시장에서 물건값을 흥정할 때에도 우리의 의지를 상대에게 설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철학이 아닌 토론술을 다룬 책이다. 객관적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고상하고 점잖은 토론지침서라기보다 토론에서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기술을 가르쳐 준다. 자신이 틀렸음을 알고 있음에도 모든 청중들에게 자신이 정당하게끔 보여주는 기술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논쟁에서 이기는 기술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쇼펜하우어는 이 책을 통해 논쟁과 토론에서 쏟아져 나오는 간계의 실체를 속속들이 들춰냄으로써 누구나 실제의 논쟁과 토론에서 부정직한 기만들을 금방 알아차리고 나아가 그것들을 물리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토론을 칼 대신 머리로 하는 검술이라고 정의한다. 토론에서는 결투에 임한 검객처럼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칼로 찔러 쓰러뜨리는 것이다.

이 책은 100여년 전에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충분히 시사성을 가지며, 오히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요구에 더욱 부응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 논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논쟁의 본질, 즉 논쟁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상대방의 주장을(혹은 우리가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 반박하는 수단으로는 두 가지 화술과 두 가지 방법이 있다.
- 우선 두 가지 화술에는 '논쟁의 내용과 연관된 화술과 논 쟁상대방과 연관된 화술이 있다. 전자의 경우, 우리는 절대 적이며 객관적인 진리와 상대방이 주장하는 내용이 일치하 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후자를 택할 시에는 상대 방이 이미 인정했거나 주장한 내용이 상대적이며 주관적인 진리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두 가지 방법에는 '직접반박'과 '간접반박'이 있다. 직접반박은 상대방 주장의 근거를 공격하는 방법이고, 간접반박은 상대방의 주장이 몰고 올 결과를 공격하는 방법이다.
- 다시 말해 직접반박은상대방의 주장이 옳지 않음을 보여준다. 반면에 간접반박은 상대방의 주장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직접반박은 다시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주장이 의존하고 있는 여러 근거들이 틀렸다는 것 을 보여주거나(상대방 주장의 대전제와 소전제를 문제 삼음), 근거는 인정하되 해당 근거로부터 그의 주장이 도출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상대방의 추론과정을 문제 삼음). 다시 말 해 우리는 상대방이 결론을 이끌어낸 추론형식을 공격하는 것이다.
간접반박에는 '간접증'과 '단순반증'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 간접논증은 일단 상대방의 주장을 옳다고 받아들인다. 그 다음에 옳다고 인정된 상대방의 또 다른 주장과 연결하여 이를 특정한 결론을 위한 전제로 사용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주장이 자가당착에 빠져있거나 그의 또 다른 주장과 배치되기 때문에 그 결론 이 분명한 거짓임을 밝혀낸다.
이로써 그의 주장은 내용상으로나 그가 인정한 다른 사 실과의 관계에서나 모두 거짓이 된다. 따라서 우리가 처음 에 옳다고 인정한 그의 주장 역시 틀린 주장이 된다. 잘못된 전제로부터 나오는 주장이 항상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올바른 전제에서는 오직 올바른 주장만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반증은 상대방이 주장한 개념에 포함되는 여러 개별 적인 경우(사례)들을 직접 증명함으로써 그의 주장의 보편 성을 반박한다. 즉 상대방의 주장이 이 개별적인 경우에 들 어맞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 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 여준다.
- 이것이 모든 논쟁의 기본골격이자 뼈대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논쟁의 기본구조를 알게 되었다. 모든 논쟁은 근본 적으로 이런 기본구조로 소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쟁은 참된 근거를 가지고 진행될 수도 있고 거 짓된 근거를 가지고 진행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이 참된 근거이고, 무엇이 거짓된 근거인지는 쉽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논쟁이 길고 집요하게 늘어지는 것이다.

- 지금까지 상대방이 내세운 주장이 아무리 옳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주장이 앞에서 예로 든 종파 나 직업 등의 공동 이익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암시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청중은 상대의 논리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근거가 없거나 불충분한 주장이라고 생각할 것 이다.
반면에 우리 주장은 아무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것이 라고 할지라도 올바르며 정확하다고 생각하며, 우리 의견 에 동조하는 합창을 목청껏 부를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상대방은 창피해서라도 자기 입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 이때 대부분의 청중은 자기 확신에서 나온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의 견해에 동조했다고 생각한다.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대개 이성적인 시선에서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처 럼 보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베이컨(Baco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성은 기름 없이 메마른 상태에서 세상을 비춰줄 수 있는 빛이 아니다. 이성은 의지와 욕망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그냥 받아 들인다."

-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많은 사람들은 모두 자기 나름대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선택받은 소수뿐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머릿속에 든 것이라고는 허튼 생각뿐이므로 이부 분을 공략하면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므로 특정한 견해가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 의견의 참에 대한 증명은커녕 그것이 참이 될 개연성의 근 거도 될 수 없다.
만일 그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면 다음의 사실을 수용해야만 한다.
1) 시간상의 거리가 보편성이 가지고 있는 증거력을 빼앗는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한때 보편적 진리로 간주되었던 잘못 된 생각들을 다시 진리라고 주장해야만 할 것이다. 프톨레마 이우스의 천동설, 혹은 모든 프로테스탄트 국가에서 카톨릭을 다시 재건하려는 것 등이 그 예다.
2) 공간상의 거리 역시 이와 동일한 기능을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신도들이 생각하 는 보편적 종교관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그들을 당황스럽 게 만들 것이다.
우리가 보편적 견해라고 부르는 것도 잘 살펴보면 두세 사람의 견해에 불과하다. 보편적 견해가 어떻게 형성되는 지 잘 관찰해 보면 이런 사실을 확신할 수 있다.

- 우리는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순환논법을 사용할 수 있다.
순환논법이란 선제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는 주장을 기정 사실화하여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허구적 논증 기술이다. 즉 증명되지 않거나 앞으로 증명되어야 할 명제를 이용하여 다른 명제를 증명하려는 방법이다.
이처럼 아직 논증되지 않은 내용을 기정사실화하는 방법에 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서로 다른 명칭을 자의적으로 혼용하거 나(예 : '기사의 명예'를 '좋은 평판'으로, '처녀의 순결성'을 '미덕'으로 바꿔서 사용) 서로 바꿀수 있는 개념을 자기 마음대로 혼용하 는 것(예: '척추동물'을 '적피동물'로 바꿔서 사용)이다.
두 번째 방법은 개별적인 문제를 보편적인 문제인 것처럼 확대해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학의 불확실성을 증명하면서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은 모두 불확실하다고 기정사실 화 해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두 가지 사실이 대립할 경우, 한 가지 사실만을 증 명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다른 사실도 기정사실로 만들 수 있다.

- 상대방이 우리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는 원래보다 더 불합리한 반대 주장을 함께 제시하여 선택하도록 해야한다.

- 주장의 정당성을 논증하기 위해 상대로부터 '예'라는 대답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에 상대가 의도적으로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 같은 분위기를 눈치챘다면 처음 의도와는 정반대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물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에게 마치 우리가 원래 의도한 것과 반대되는 내용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얻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상대방이 두 가지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 는 고민에 빠지게 만듦으로써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긍정적 인 답변을 얻으려고 하는지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 질문이나 논거에 대해 상대방이 직접적인 대답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다른 내용을 질문하거나 간접적인 답변이 나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는 말로 피해나가면서 다른 곳으 로 화제를 전환하려고 할 때가 있다. 이는 우리가(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렸다는 확실한 신호다.
즉 이것은 우리의 질문이나 논거 때문에 그의 말문이 막혔다는 증거다. 그러므로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상 대방이 이 약점으로부터 도망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건드린 약점이 무엇인지 잘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마찬가지다.

- 동일한 낱말로 지칭되는 개념들이 유사관계에 있거나 서로 중첩되는 경우, 토론에서 상대방을 속이는 기술로 이용할 수 있다.

- 상대방의 논거를 역이용하는 기술을 쓰면 효과적으로 반박할 수 있다. 이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용하려고 하는논거를 역이용하여 상대를 공격하는 기 술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그는 어린아이입니다. 그러므로 정상 참작이 필요합니다."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상대방의 이 논거를 역이용하여 다음과 같은 역공을 펼 수 있다.
"바로 그가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따끔하게 혼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런 나쁜 버릇에 물들지 않을 테니까요."

- 상대방이 자신의 주장 중 어떤 특정한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보라고 분명하게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특별한 이의 제기 거리가 없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사안을 일 반화하여 보편적인 관점에서 반박하면 된다.
예를 들어 왜 특정한 물리학 가설을 믿지 않는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면 우리는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의 허위성에 대해 말하고 잡다한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면 된다.

- 유사성이 있거나 느슨하게나마 연관성이 있다면, 상대방의 주장을 사람들이 혐오하는 범주 속에 넣는다.

-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질문들은 체계적이며 질서정연하게 할 것이 아니라 중구난방으로 하라. 그러면 그는 우 리가 그 질문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채지 못할 것이 며, 이에 대해 아무런 사전대비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로부터 얻어낸 대답들을 이용해 여러가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우리는 그의 대답을 이용하여 정반대의 결론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 상대방에게 우리 주장의 전제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상대방의 시인을 받아냈다면, 더 이상 물어볼 것 없이 이 대답을 근거로 하여 곧바로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심지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전제들 가운데 아직 한두 가 지 전제에 대해서 시인을 못 받았다 할지라도, 우리는 29번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시인한 것으로 간주하고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것도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을 근거로 간주하여 상대방을 기만하는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 상대방이 반증거리를 제시하며 우리를 궁지로 몰아갈 경우, 우리 주장을 다시 세밀하게 구분함으로써 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이 기술은 토론의 쟁점이 이중적인 의미나 이중적인 경우로 해석될 때 사용할 수 있다.

- 상대방이 우리 주장을 물리칠 만한 논거를 손에 쥐었다는 낌새를 포착했다면, 그가 자신의 논증을 끝까지 밀고 가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적절한 때를 잡아 논쟁을 중단하거나 논의를 다른 방향으 로 돌려놓아야한다. 관련해서는 34번 기술을 참조하면 된다.

- 상대방이 제시한 근거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방법이 없을 경우, 미묘한 반어법을 이용하여 자신이 무식해서 무슨 소 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해라.
"지금 당신이 말씀하신 것은 저의 형편없는 머리로는 도 저히 이해할 수 없군요. 당신 말씀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저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그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우리는 청중들에게 상대방이 한 말이 모두 허튼소리라고 중상모략할 수 있다.
칸트(I. Kant)의 『순수이성비판』 출판되고 높은 명성을 누리기 시작할 무렵, 고루한 철학교수들은 "무슨 소린지 하 나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칸트가 주장하 는 내용들을 모두 물리친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칸트를 따르는 몇몇 젊은 철학자들이 이 고루한 교수들이 털어놓았던 것처럼 그들이 실제로 칸트철학을 하 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했을 때, 이 교수들은 매우 씁쓸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이 기술은 우리가 청중으로부터 상대방과는 비교되지 않 을 정도로 존경을 받고 있다는 확신이 설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이를테면 교수 대 학생의 관계 같은 경우다. 원래 이 기술은 2번에서 설명한 기술에 속하며, 합당한 근거 대신 자신의 권위를 악의적으로 이용한다.
이에 대한 반격은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무슨 말씀을 하 시는 겁니까? 당신의 탁월한 통찰력에 비춰봤을 당신이 제 말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모두 제가 설명을 잘못드린 탓이겠죠."
이렇게 하면 상대방은 이 사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좋든 싫든 간에 이것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 로써 그가 애당초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분명 하게 드러난다.
상황은 다시 역전된다. 즉 상대방이 우리 주장을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매도하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가 우리 주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2번과 마찬가지 로 이 기술은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사용해야 한다.

- "그것은 이론상으로는 맞지만, 실제로는 틀립니다."
이와 같은 궤변을 통해 우리는 상대방 주장의 근거는 인정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있다.
이것은 '논리적 추론은 당연히 근거로부터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규칙과 모순된다.
그러므로 이런 주장은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론상 으로 옳은 명제는 실제로도 올바른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 다. 이것이 맞지 않다면 이론의 어딘가에 오류가 있든지, 아 니면 무언가가 간과되거나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이론상으로도 틀렸다.

-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처럼 상대방을 화나게 만드는걸까? 영국의 철학자 홉스(Hobbes)는 『시민론』에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인간이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훨씬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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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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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성된 글로벌 저금리 기조는 2022년 연준의 고강도 긴축을 시작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봐야 한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연준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어느 정도 경기가 회복되었다고 판단한 연준은 긴축을 시작했지만 3% 수준에서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다시 완화로 돌아서게 되었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것이다. 

10년 이상 저금리가 지속되다보니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실제 미국 S&P500 지수는 09년 1월부터 21년 12월까지 5배나 넘게 올랐다. 

코로나 종식 이후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5.5%까지 올렸고,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 24년부터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 그러나 제로금리 수준의 저금리 시대는 상당기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미-중 패권다툼으로 인한 경제블록화로 인해 자국에 직접 생산공장을 짓는 리쇼어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생산의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생산비용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금리인상의 주범인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기 어렵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중금리, 중물가 시대가 오리라는 것이 지배적 전망이다. 이런 시대에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는 신념은 매우 위험하다.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자금이 주식시장이 아니라 여러가지 다른 대체자산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주식시장에서는 개별 주식종목 중심으로 옥석가리기가 진행된다. 어느정도 높은 금리도 견뎌내고, 적당한 인플레이션을 가격에 전가해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성장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인덱스를 따르는 투자보다는 성장하는 산업이나 기업을 잘 고르는 것이 투자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책은 전작이었던 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보강한 책이다. 
산업별로 각 산업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매출성장률/시장규모/이익안정성/고마진/주주환원율의 다섯가지 투자매력도를 통해 평가했다.
산업의 개요를 통해 산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산업별로 제시하는 투자포인트를 통해 언제 어떤 종목이 유망할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산업의 흐름뿐만 아니라 2000여개가 넘는 대한민국 상장사의 투자포인트를 이해하고, 투자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이래학 #산업지도 #투자가이드 #투자 #업종별투자가이드 #경제전망 #재테크 #금융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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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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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입맛이 된 어른 입맛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디저트 문화 트렌드 중 하나는 할매니얼이다. 할매니얼은 실버 세대의 감성을 즐기는 젊은 층의 문화를 의미 한다. 아직 20~30대에 불과하지만 스스로를 할머니 입맛, 할머니 취향 이라고 말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젊은 층과 거리가 멀어 보였던 흑 임자, 쑥, 인절미 등을 활용한 디저트를 즐긴다.
- 영국의 복식학자인 제임스 레이버(James Laver)는 유행과 관련해 '레이버의 법칙'을 주장했다. 유행이 1년, 10년, 20년씩 지나갔을 때는 한 물간 유행처럼 느껴지거나 끔찍하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유행이 30년이 지나면 흥미롭게 느껴지고 그보다 더 지나면 고풍스럽 고 매력적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100년이 지나면 낭만적으 로, 150년이 지나면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했다. 유행이 일정 시점이 지 나고, 더 오래되고, 나와의 접점이 없어질수록 더 미화된다는 것이다. 제임스 레이버는 복식학자지만, 그의 이론이 패션에만 국한되는 것 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레이버의 법칙'에 따라 과거의 문화가 주목받 는 이유를 해석해보면 새로움과 호기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의 젊은 세대는 과거 문화를 어렴풋이 기억하거나 경험해보지 못하였 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문화라고 해서 무조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 하지 않고, 내 취향에 맞는다면 신선하다고 생각하며 호기심을 느낀다.
- 디지털 아카이빙의 발전으로 우리는 과거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여, 경험 해보지 못한 과거와도 친숙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는 더이상 고루한 것만은 아니다. 일상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과거 문화라면 언제든 계승할 수 있는 헤리티지가 될 수 있다.
헤리티지가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새롭되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 가야 한다. 젊은 세대가 과거 문화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공감대 를 형성할 수 있는 친숙한 형태로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재밌 게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헤리티지는 역사가 있는 브랜드라면 활 용하고 싶은 매력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오랜 시간 역사와 함께 브랜드가 버텨왔다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잘 대응해왔고 존재 이유를 잘 지켜왔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고 브랜드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헤 리티지는 유용한 도구다.
과거에 브랜드가 헤리티지에 접근한 방식은 브랜드의 역사를 나열하는 박물 관과 같았다. 이런 방식은 브랜드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되겠지만, 소 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소비자 들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혹은 경험했더라도 새롭게 느껴지는 전통과 과거 에 흥미와 호기심을 느낀다. 브랜드 역시 이 지점을 고민하여 소비자에게 다가 가야 할 것이다.

- 댄스 챌린지는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이 잘 적용된 콘텐츠로 2 세대의 흥미를 유발한다.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은 재미, 즉각적인 미션 과 피드백을 필요조건으로 하는데 댄스 챌린지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댄스 챌린지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친구들과 춤을 연습하고 즐겁게 촬영한 후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좋아요'나 댓글 등 의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다. 또한 원본 콘텐츠를 자기만의 방 식으로 변형할 수도 있고 플랫폼의 다양한 특수효과를 활용하여 자신 의 취향대로 꾸밀 수 있는 재미 요소도 있다. 한 가지 예로 블랙핑크 지수의 <꽃>챌린지의 안무를 활용하여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댄스 챌린지를 찍는 '꽃개 챌린지'가 있다. 누군가 <꽃> 챌린지를 변형하여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찍은 챌린지 영상을 공유했고, 이 영상이 사람 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원본 챌린지만큼의 바이럴을 만들었다. 이처럼 댄스 챌린지는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이 적용되면서 2세대가 더욱 즐기 게 되었다.
- 마케팅 수단으로서 댄스 챌린지의 강점은 기존의 광고 방식과 달리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댄스 챌린지에 참여함으로써 홍보 효과가 발 생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적은 비용으로 엄청난 바이럴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많은 기업이 댄스 챌린지를 홍보 수단 으로 고려한다. 지금까지 성공한 댄스 챌린지를 살펴보면 기업 이미지 안에서 재미를 추구하고 빠른 모방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효과 적인 댄스 챌린지 마케팅을 위해서는 무작정 댄스 챌린지 트렌드를 따 르기보다는 지금까지의 마케팅 맥락과 기업 이미지의 방향성을 고려한 기획이 필요하다.

- 축구 유니폼을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여 캐주얼한 일상복 으로 착용하는 스타일을 '블록코어룩'이라고 한다. 블록코어룩은 해 외 패션업계도 주목하는 트렌드로, 최근 발렌시아가, 구찌, 슈프림 등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도 유니폼을 모티브로 한 컬렉션을 연이어 선보 이고 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블록코어룩이 패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축구 유니폼을 구매하는 여성들이 모두 축구에 관심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블록코어룩이 단순한 패션 아이템 중 하나일 뿐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2022 카타르 월드 컵이나 2022 잉글랜드 여자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보듯이 여성들 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으며, 이 같은 관심은 단순히 축구 장 안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축구장 밖 일상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 운동을 하기로 마음 먹었더라도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하버드 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 다니엘 리버만(Daniel E. Lieberman) 박사의 최근 저서 『왜 건강한 행동은 하기 싫은가Exercised: Why Something We Never Evolved to Do is Healthy and Rewarding, 면, 인류의 신체 활동은 '필요'와 '즐거움'에 반응하도록 진화해왔다고 한다. 생존을 위한 활동이나 즐거운 놀이를 제외한다면, 여분의 에너지 를 낭비하는 운동과 같은 신체 활동은 진화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운동을 하기 위한 강력한 동기는 운동이 정말 필요하거나 즐겁다고 느껴야 한다는 뜻이 기도 하다.
- 매년 새해 계획으로 운동을 결심하는 것만 봐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 기 위해 운동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 렇다고 운동이 누구에게나 즐거운 행위는 아닐 것이다. 다니엘 리버 만은 운동이 즐겁지 않다는 심리적 거부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여럿이 함께 모여 운동을 하는 것이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뜻이다. 다수의 사람이 모여 소통하며 관계를 쌓고 소속감을 느끼게 되면 운동은 더욱 즐거운 행위가 될 수 있다. 최근 건강을 위해 러닝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는데, 이들이 러닝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으로 러닝 크루를 결성해 함께 달리는 이유도 여럿이 함께할 때 더욱 즐겁기 때문이다.
풋살을 즐기는 여성들이 증가하는 이유도 이러한 사회적 요인의 맥 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개인 스포츠와 달리 풋살은 다수의 인원이 팀 을 이뤄 경기를 치르는 팀 스포츠다. 좋은 플레이에 팀원들의 환호를 받거나, 실수하더라도 격려를 받을 수 있는 경험은 개인 스포츠를 통 해서는 느끼기 어려운 매력이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함께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들고, 골을 넣었을 때의 짜릿함은 한번 느끼면 쉽사리 끊기 어렵다.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운동이라는 느낌이 강 한 개인 스포츠와 달리 놀이에 가까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팀 스포츠인 풋살에 빠지는 이유다.

- 호텔은 이제 숙소만 제공해서는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스테이케이션이 트렌드로 부상함에 따라 여행객들은 호텔에서 머무 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엔데믹 으로 인해 대부분 사무실로 복귀하며 이전 대비 시간이 부족해진 현대 인들은 근교에서 짧고 굵은 경험이 가능한 가심비 높은 여행을 추구하 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숙소 관점에서 과거에는 피곤한 투숙객들의 질 좋은 숙면을 위해 매트리스, 이불, 베개, 침대 등 숙박에 신경을 많 이 썼지만, 이제 안락한 쉼을 제공하는 요소는 필수가 되었다. 다양하 고 새로운 경험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은 편안한 숙면 외에 이국적 느낌을 얻고, 취미를 즐기며, 해보지 못했던 라이프스타일을 즐 기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호텔 자체가 여행지가 된 것이다.
과거에는 조식 뷔페를 즐기고, 풀장에서 수영을 하며, 피트니스 센 터에 가서 체력을 다지거나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으며 힐링을 하는 등 부대시설을 이용하면서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호캉스'가 주류였다. 하지만 점차 개념이 확장되어 '워케이션이나 숙박 없이 반나절 동안 호텔에서 제공하는 이벤트를 즐기는 '반캉스', 호텔에서 스포츠를 즐 긴다는 의미의 '스포츠케이션(스포츠+베케이션)' 등의 신조어가 등장 했다. 이처럼 호텔은 다양한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대시설과 이벤트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 면, 이제 고객들은 호텔의 테니스 코트에서 파트너와 가볍게 랠리를 하고, 맑은 공기를 즐기기 위해 호텔에 마련된 숲에서 트래킹을 하며, 객실에서 넷플릭스를 보고, 수영장에서 플로팅 요가를 배운다. 굳이 호 텔에서 숙박하지 않더라도 객실과 시설만을 빌려 개인에게 필요한 취 미활동을 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호텔은 취미생활의 장(Field)으로 거듭난 것이다.
호텔에서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는 이유는 고객들의 생 활 방식과 취향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는 호텔마다 차별적으로 구비된 다양한 시설을 통해 충족 된다. 예를 들어 해비치, 워커힐, 하얏트, 롯데 등의 호텔에는 테니스장 이 구비되어 있어 테니스 관련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 소셜미디어의 일상화로 인해 관심사와 취향으로 연결된 느슨한 연대가 익숙 해진 시대다. 사람들에게 오픈채팅방은 단순히 모르는 사람들과 특정 관심사 를 주제로 채팅하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 되었다. 내가 원하는 주제 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관계가 형성되는 커뮤니티의 세계가 된 것이다.
오픈채팅의 세계에서는 모든 관심사가 곧 하나하나의 커뮤니티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쉽고 빠르게 내가 원하는 커뮤니티를 찾거나 직접 만들 수 있고, 관 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채팅에 매력을 느낀다. 오픈채팅 커뮤니티로 만들어진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 하고, 커뮤니티 구성원으로부터 공감과 위로를 받거나 서로의 유머와 위트를 공유하며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오픈채팅 커뮤니티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진화할 것이 다. 기본적인 수준의 챗봇이 아닌 보다 다양한 능력을 지닌 AI가 커뮤니티 구 성원으로서 함께 어울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카카오와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기업만이 아닌 다양한 영역의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오픈채팅 플랫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소비자들은 보다 전문화되 고 특색 있는 오픈채팅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0'이라는 숫자가 주는 힘은 강력하다. 아무리 더해도 합이 늘어나 지 않는 이 마법의 숫자는 배달시키거나, 메뉴를 하나 더 추가할 때도 '음료는 제로 칼로리니까 괜찮다'는 위안을 주었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날, 후식으로 '마지막 양심' 아메리카노를 챙겨 마음의 평안을 찾 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는 스스로에게 주는 면 죄부로서 사람들이 탄산음료를 마시고 싶다는 욕구를 억제하던 길티 센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자연스럽게 제로 제품 소비량이 급 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코카콜라 제로의 "이 순간, 자유로운 짜릿 함"이라는 캠페인 슬로건은 제로 슈거 제품을 통해 소비자가 느끼는 해방감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건강과 맛은 반비례한다'는 공식이 깨지면서 소비자 들은 거리낌 없이 건강과 맛의 즐거움 둘 다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 제로 트렌드는 초기에는 탄산음료의 성분에 기반한 저칼로리 제품 선호 현상을 의미했지만, 점차 헬시 플레저에 기반한 식품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낸다'는 가치 소비 트렌드의 상징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설탕이나 칼로리를 줄인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와 알코올을 제거한 무알코올 주류는 맛만이 아닌 소비자들의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으며, 무라벨 제품은 불필요한 포장재를 최소화하 거나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하는 업계의 노력을 투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로 트렌드의 확산은 단순한 식음료 선택의 문제를 넘어 이제는 우 리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연스럽 게 조금이라도 더 건강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을 포함한 시장마저 변화하고 있다.
- 술에서는 알코올, 커피에서는 카페인, 음식에서는 열량, 포장에서는 라 벨이 빠지고 있다. 기존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팥 빠진 붕어빵'이 저 절로 떠오를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붕어빵을 팥이 아니라 겨울 정취를 즐기기 위해 먹는다면, 붕어빵에 슈크림이나 누텔라가 들어가도 괜찮 다. 식음료의 목적에 대한 규정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면서 소 비자가 식음료를 섭취하는 목적이 변하고, 그에 따라 배제할 수 있는 요소 또한 변화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모임에서의 대화, 즐거운 분위기, 좋아하는 맛, 먹는다는 느낌 그 자 체를 새로운 식음료의 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다음 날의 숙취가 부 담되지 않는 술, 많이 마셔도 쉽게 잠들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커피,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패키징으로서 제로는 소비자에 게 가치를 더해주는 근거가 된다. 겉으로는 제로가 설탕, 알코올, 카페 인과 같은 물성적 요소의 배제를 의미하지만, 실질적으로 제로라는 단 어가 빼는 것은 소비자의 마음속 불편함이다. 얼핏 봐서는 달라 보이는 제로 식음료와 가치 소비가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것은 그런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일상 속 머뭇거림이나 고민 이다. 그 속에서 나타나는 불편함의 정체에 대해 명확히 규명할 수 있 다면, 넥스트 제로 트렌드의 실마리까지도 찾아낼지 모를 일이다.
- 무알코올 맥주는 미국의 금주법으로 처음 생겼고,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21세 기 이전부터 시작되었으며, 앞서 언급되었듯 국내 첫 제로 탄산음료인 코카콜 라 제로는 2006년에 출시되었다. 서로 다른 시기에 나왔던 다양한 제품과 사 회적 운동이 팬데믹을 통해 제로 트렌드라는 하나의 흐름을 낳았고, 이러한 트 렌드는 우리 일상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제로 트렌드는 좋은 제품이나 아이디어도 대중의 니즈와 만날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니즈를 온전히 이해할 때 제품에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닌 빼는 방식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 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제로 칼로리를 통해 건강과 즐거움 중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듯 한 번에 여러 가지 욕구를 동시에 추구하고,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서는 더 많은 비 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오늘의 소비자들. 넥스트 제로 트렌드를 주 도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소비 방식을 오롯이 이해하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불 편함을 발견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 기성세대와는 달리 MZ세대에게 평생 직장과 사회 주류라는 개념은 거의 사라졌다.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이직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면 장기적인 휴식기를 가지는 것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인정하는 MZ 세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번아웃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갭 이어나 갭먼스를 가지면서 본인의 일이나 삶에 대한 가치관을 들여다 보고, 진짜 원하는 일을 찾아 삶의 방향성을 재정비하고자 하는 청년 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갭이어 프로그램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휴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있는 것 으로 보인다. 바쁘게 열심히 살면서도 잘 놀고 잘 쉬는 일상의 균형을 통해 자신을 돌보고 나다움을 유지하려는 MZ세대에게서 Post-갓생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휴식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 최근 해외에서는 번아웃을 호소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퇴사한 후에도 새 로운 일자리를 찾지 않고 아예 일하지 않는 '안티 워크(Anti-work)'나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3년 통 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하지 않고 쉬는 20~30대가 66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취업 시장의 위축과 번아웃을 겪은 MZ세대의 증가로 인해 그냥 '쉬는 청년'의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곁을 지나간 욜로도 플렉스도, 현재 진행중인 갓생도 모두 개인의 행복을 위한 몸부림이었고, 시대 상황에 따라 그 방향성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 다. 최근 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결국 지속가능한 갓생을 위한 MZ 세대의 새로운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바쁜 일상과 경쟁 상황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외면하다가 번아웃으로 인해 영구 정지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해, 일상에 서 적극적으로 휴식을 취하여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려는 것이 갓생을 지속가 능케 하려는 MZ세대의 노력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이들을 응원하는 휴식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가 향후 몇 년간 마케팅 시장의 핵심이 될 것 으로 전망된다.

- 소셜미디어 콘텐츠의 변화
완벽한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운 포스팅을 추구하는 '캐주얼 포스팅'이 트렌드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필터링과 편집 없 는 사진처럼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콘텐츠를 업로드하 던 인스타그램의 초창기를 지향하는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미적 완성도를 중심으로 꾸며진 것과는 반대인 캐주얼 포스팅은 인플 루언서들의 큐레이션된, 완벽하게 포즈를 취하고 본질적으로 비현실 적인 하이라이트 신을 거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궁극적으로 캐주얼 포스팅을 통해 필터링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진짜 정체성과 성격을 나누고자 한다.
- '포토 덤프' 트렌드는 캐주얼 인스타그램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문 화다. 인스타그램에 #Photodump 해시태그를 사용한 게시글이 2023년 10월 기준 359만 개나 업로드되었을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에 서는 '짤털'로 번역되는 이 트렌드는 사진 여러 장을 한 게시글에 업 로드하는 일을 뜻한다. 2세대는 사진첩의 여러 사진 중 남들이 보기에 잘 나온 A컷 한 장을 성심성의껏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보기에 는 독특해 보이고 이상해 보일지라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고,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장을 모아서 업로드한다. 보통 캡션은 매우 짧으며, 필터나 편집 없이 일상을 담은 사진들의 모음을 올린다. 꾸미지 않는 모습을 추구하고, 주위 풍경이나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의 사진들이 모인 포토 덤프가 더 매력적이라고 여긴다.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기에 하나의 완벽한 사진을 업 로드해야 한다는 부담 또한 줄일 수 있다.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흔들리거나 번 진 사진을 업로드하는 행위도 대중화되고 있다. 흐릿한 사진은 삶의 솔직한 순간들을 포착한 것처럼 보이며, 움직여서 흐릿한 사진은 각 잡고 포즈를 취하는 것과 반대되는 느낌을 준다. 현재의 순간을 즐기 고 있음과 포즈를 취하려고 멈추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흐릿함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사진이 뿌옇게 나올 수 있도록 일부러 카메라에 핸드크림 또는 아이섀도를 발라 비슷한 감성을 연출하는 촬영 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이제 미디어를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로 한정하여 보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자체의 영향력과 의미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일찍 이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1964년 『미디 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에서 "미디어가 메시지다"라고 했다. 유명한 이 문구는 미디어가 정보 를 전달하는 도구로서의 역할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이 있으며, 인간 의 생각과 문화, 세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 다. 매클루언의 이론은 크리에이티브 생태계인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도 적용될 수 있다.

- K-브랜드에 닥친 악재
K-컬처는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적인 히트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출 경 제는 녹록지 않았다. 2022년 472억 달러의 역대급 무역 적자를 기록하 며 'K'의 승승장구에 적색 불이 켜졌다. 수출 적자에는 여러 요인이 복 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특히 주요 시장인 중국 기업의 제품력 상 승과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 소비 성향 증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등이 한국 브랜드 부진의 직격탄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삼성 갤럭시가 아닌 화웨이와 샤오미로, 가전제품은 세계 1위를 다투는 LG와 삼성보다 하이얼, 메이디, 샤오티엔어 등의 가성 비 좋은 자국 브랜드나 프리미엄 가전이라는 인식이 강한 독일의 지멘 스로 양분화되고 있다. 뷰티 시장 역시 유럽, 미국, 일본 브랜드 중심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자국 브랜드 및 동남아 브랜드 등 가성비 브랜드로 소비 심리가 양극화되어 국내 브랜드의 입지가 사라졌다. 아모레퍼시 픽은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의 로드숍 매장을 철수하며 비용을 절감하 고 온라인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 'K' 색채 없이 승승장구하는 K-브랜드들
중국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킨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젠틀몬스 터'다. 2013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젠틀몬스터가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하기 전부터 이미 '천송 이 선글라스'로 중국에서 유명해져 젠틀몬스터에게는 자연스럽게 'K' 라벨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으 로 소비자 사이에 반한 정서가 확산되면서 위기를 맞았고, 이후 젠틀 몬스터는 브랜딩 활동에서 철저히 한국 색채를 빼기 시작했다. 한국 셀럽 등 한국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모든 브랜드발 콘텐츠를 중단하고, 젠틀몬스터가 가장 잘하는 파격과 혁신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 새로 운 승부수를 띄웠다. 한국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과감한 매장 공간을 선 보이면서 가장 유명한 럭셔리 상권과 최고급 쇼핑몰에만 입점하였고, 의도적으로 럭셔리 브랜드 옆에만 매장을 오픈하며 중국 소비자들에 게 자연스럽게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라는 인상을 남겼다. 2021년에는 젠틀몬스터가 지향하는 퓨처 리테일의 모습을 담는 '하우스(HAUS)' 프로젝트의 두번째 공간을 상하이에 오픈했다. 서울의 하우스 도산보다 더 웅장한 '하우스 상하이'는 4개층 약 1,000평 (3,270m2) 규모의 공간 으로 구성되었는데, 주일룡, 오양나나 등 중국의 셀럽들이 방문하며 이 슈를 끌었다. 2022년에는 베이징 쇼핑가인 산리툰에 3개층에 약 400평 (1,340m2) 규모의 젠틀몬스터 단일 브랜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오프라 인 매장을 오픈했다. 그 밖에도 화웨이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스마트 안경 출시 등 다양한 혁신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젠틀몬스터를 한국 브랜드가 아닌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하는 중국 소비자가 늘었 고, 중국의 궈차오* 열풍을 뛰어넘는 브랜드가 되었다. 젠틀몬스터 제 품은 중국에서 한국 대비 30~40%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중 국 사업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은 젠틀몬스터에게 주요한 시장이 되었다. 'K'의 위기를 계기로 삼아 더욱 젠틀몬스터다운 브랜딩을 전개하게 되었고, 국가 정체성을 넘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 세계인의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또다른 브랜드는 '헬리녹스'다. 요즘 특정 카테고리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은 신생 브랜드에 'OO계의 에르메스'라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헬리녹스는 '캠핑계의 에 르메스'라는 타이틀을 얻은 한국 브랜드다. 헬리녹스의 대표 제품 '체 어원'은 개당 가격이 10만 원대, 텐트는 200만 원대이지만 품절 사태 가 끊이지 않는다. 헬리녹스의 성공 이유로는 가장 먼저 혁신적인 제 품력을 들 수 있다. 체어원은 접으면 30cm가량의 크기에 1kg도 안 되 는 무게로 145kg을 지탱할 수 있다. 이러한 제품력은 전 세계 텐트폴 시장의 90% 점유율과 18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한 모기업 동아알루미 늄(DAC)의 기술력으로 가능했다. 

-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늘 소비자에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하지만, 지 금까지는 대부분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어떻게 하면 잘 알릴 수 있을까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브랜드가 강점이나 가치를 직접적으로 알리려 는 의도가 보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브 랜드 체험이지만 브랜드 자체가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콘텐츠들 속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어우러져 있을 때 소비자들도 마음 을 열고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경험의 가치가 중요해진 시대인 만 큼, 소비자의 일상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그 속에 자연스럽게 침투할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 코카콜라는 오픈AI, 베인앤컴퍼니와 함께 생성형 AI를 활용한 공동 창작 실험, '크리에이트 리얼 매직(Create Real Magic)' 캠페인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며 AI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했다. 오픈AI의 텍스트 기반 GPT-4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달리를 최초로 결합한 플랫 폼을 통해 코카콜라 이미지 아카이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샌드 박스를 배포한 것이다. 사용자가 AI를 이용하여 코카콜라 창작물을 자 유자재로 만들면서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콘텐츠 제작 자체를 넘어 AI가 창의성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인공지능의 무한한 가 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크리에이티브 실험이기도 했다. 코카콜라의 유리병, 로고, 산타클로스, 북극곰 등 독특한 브랜드 요소들을 활용한 12만 개의 사용자 생성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몇몇 우수한 콘텐츠를 선정하여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런던 피커딜리 서커스의 디지털 빌보드에 전시하기도 했다.

- 하인즈(Heinz)는 달리를 활용해 '케첩 AI'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는 하인즈와 케첩의 강력한 연관성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 차원이었다. 케 첩 관련 수많은 키워드를 프롬프트로 입력하여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 지는지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중 대다수가 하인즈 케첩을 연상시키 는 이미지들이었다. 여기에 재미 요소를 더하여 '르네상스 케첩병', '케 첩 타로카드', '우주에 있는 케첩' 등 신박한 케첩 키워드를 입력해도 역시 AI는 하인즈와 비슷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다. 인공지능도 '케 하면 하인즈'라는 것을 이미지 결과물로 입증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 어진 다수의 케첩 이미지들은 캠페인에 활용되어 인쇄물, 옥외, 소셜미 디어 등에 게재되었다.

- 4년간 쿨함에 대해서 알아본 결과를 종합해보면, 사람들은 쿨한 브랜드를 기 본기에 충실하면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본업 존잘'인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많이 쓰는 '핫한'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한눈에 끌 수 있는 트렌디하고 힙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기본기를 잘 다져서 매력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쿨한' 이미지 또한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식 및 구매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소임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현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세대, 향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세대의 쿨 브랜드 인식을 확인하여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는 것은 여전히 필요한 일이며, 앞으로도 이노션은 쿨함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시대 변화에 맞는 쿨함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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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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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클래스

경영 2024. 2. 4. 06:43

- 이제는 더 넓은 범위에서 인재를 구할 수 있게 됐다. 현명한 기업이라 면 이를 활용해 글로벌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런 기업은 원격 팀을 비 용 센터가 아니라 혁신을 가능케 하는 현지의 창조 조직으로 바라본다. 글로벌 확장에 성공한 기업은 팀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5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한국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어느 한국 기업의 직원들은 고작 3개 국어를 사용한다. 이렇게 다양성이 부족하면 한국 시 장만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조직이 굳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다른 나라에 있는 지사에 대해, 예를 들어 현지 리더가 엔지니어링 팀, 인사팀 등 본사 부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현지 리더의 아이디어는 얼마나 높은 우선순위를 확보하게 될까? 십중팔구 현지보다는 한국 시장을 우선시할 것이다.
반면 유럽의 스마트 기업 결제 플랫폼인 플레오Pleo는 직원이 21명뿐 인데도 사용 언어가 18개나 된다. 덕분에 글로벌 기회를 이해하고 활용 하는 데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두 회사의 관점과 시각은 크게 다르 다. 앞서 말한 한국 기업은 국지적인 기회만 바라보지만, 플레오는 글로 벌 문제에 관한 솔루션 구축에 집중한다.
-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가 발간한 '비즈니스 퓨처스Accenture Business Futures'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진의 71%는 이미 일부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의사결정을 분산화했거나 분산화할 계획"이며, 82%는 "점점 더 파편화되는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할 때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광범위한 기업 연합처럼 운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간단히 말해, 비즈니스 운영의 초점이 하향식 중앙 집권적 본사 모델에서 분산화된 성공 과 현지화된 사명 및 초점을 추구하는 '팀 기반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도 다르고 고객도 다르며, 기업과 그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도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모든 기업이 채택할 수 있는 일률적인 솔 루션이나 정확한 단계별 가이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유럽에 비해, 대다수 아시아 국가 사람들은 오랜 시간 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에 현지의 비즈니스 문화, 관 습, 행동, 구매 기준 등이 달라진다. 일의 역할과 사회적 안전망의 존재 여부로 인해 현지 문화에 따라 고용의 안정성을 다른 맥락으로 바라보게 된다. 글로벌 성장과 관련된 마인드셋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새로운 시 장을 평가하고 시장 진출 계획을 수립하는 일을 경영 컨설턴트에게 아웃 소싱했다. 이제는 규모를 키우려고 하는 기업에 자신의 스킬과 글로벌 마인드셋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전문가 계층이 부상하고 있다.
- 제품시장 최적화와 회사 시장 최적화
제품-시장 최적화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제품이나 서비스가 확장 가 능하고 수익성 있는 방식으로 그 니즈를 충족시키는지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둔 다. 제품 시장 최적화는 현지화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마일스톤이지만, 규모 를 확장하려는 기업은 적절한 조직 역량과 문화적 적합도를 구축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한 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 
- 제품시장 최적화라는 용어는 기업이 초기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검증할 때 사용하는데, 신규 시장에 진출한 직후 초기 견인력을 확보하려는 시작 단계를 뜻한다. 반면 회사-시장 최적화는 장기적 목표로, 새로운 국가에서 시장 진출 및 운영 모델을 검증하기 위한 마일스톤을 의미한다. 회사-시장 최적화에는 신규 시장에서 규모를 확장하도록 조직 구조를 구축하는 동시에 회사와 현지 문화간에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도 포함된다.
- 두 곳 이상의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구축한 블라블라카
글로벌 클래스 마인드셋에서 '초기 시장'이란 개념은 다소 추상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도약을 이뤄내는 매우 구체적이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 로 '두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나의 시장을 가정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그 기반이 한쪽으로 편향될 수 있다. 의도적으로 두 곳 이상의 시장을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를 구축하면 현지화 요소의 고유 특성을 고려해서 보다 보편적으로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제품, 절차, 문화를 설계할 수 있다. 이런 마인드셋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강력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두 곳 이상의 시장 진출을 의식하고 비즈니스를 구축하 면 특정 시장 한 곳의 편견과 독특한 상황에 얽매이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 있 다. 또한 비즈니스가 한 가지 방식에 얽매이지 않으면 현지화 프로세스에서 골 치아픈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규 시장에 진출하여 더 빨리 비즈니스를 확 장할 수 있다. 두 곳의 시장에 비즈니스를 구축하면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 다. 따라서 단일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에 회사의 미래가 좌우되지 않는다. '두 곳 이상의 시장에 비즈니스를 구축한다'는 프레임워크는 블라블라카BlaBlacar의 창립자이자 사장인 프레데리크 마젤라Frédéric Mazzella가 창안했다. 초기 시장을 프랑스로 설정한 세계 최대의 카풀carpool 플랫폼 블라블라카 는 처음부터 두 시장을 가정하고 비즈니스의 모든 측면을 구축했다. 바로 프랑 스와 스페인이었다.
블라블라카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로 팀을 구성했는데, 모두가 영어 에 능통해서 잠재적인 소통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향후에 진출할 예정인 시 장에서 직원을 채용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 회사의 원래 브랜드는 카풀을 뜻하는 프랑스어 '코아튀라주Covoiturage'였 는데, 프랑스 사람들이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즉각 알 수 있게 지은 이름이 었다. 프레데리크의 목표가 프랑스 시장만을 위한 회사를 키우는 것이었다면 이 이름은 이상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기부터 두 시장에 초점을 맞춘 프레 데리크는 이 이름이 프랑스 국경 너머의 많은 이들에겐 와닿지 않을 거라고 생 각했고, 언어를 초월하는 보다 보편적인 이름인 블라블라카를 채택했다.
- 지원 및 방향 설정의 구조를 확립하는 것 외에도, 본사는 글로벌 성장단계의 진전을 촉진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하고 팀의 노력을 한곳에 집중할 수 있는 명확하지만 사용자에 맞춘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회사는 본사라는 말을 아예 없애버리려고 한다. 패트리온의 최고 인사 책임자 티파니 스티븐슨은 본사라는 말 대신 '허브'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가 현지 팀과 여러 기능 간에 새로운 역학을 창출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녀는 "허브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허브는 특별한 임무를 갖고 있으며, 여러 허브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모델에서는 팀이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어 본사의 마인드셋으로부터 벗어나 더 큰 팀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본사에 대한 정의
본사가 현지 시장에서 회사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목적인 분산된 자원이 되면서, 본사의 전통적인 지시 및 통제 역할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일부 기 업들이 전통적인 계층적 조직도보다는 소셜 네트워크 맵과 비슷한 형태의 허 브 또는 팀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기업의 조직 구성 방식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회사의 목표와 문화를 관리하고 의사결정을 촉진하려면 중앙 집중의 위임 및 지원 구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본사라고 언급할 때는 지시 및 통제 같은 기존의 단일 화된 본사의 개념이 아니라, 위임 및 지원에 집중한 새로운 개념의 본사를 의 미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바란다. 본사는 전반적으로 전자의 개념으로 이해되 고 있고, 후자의 개념은 아직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본사 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식'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본사 방식'에만 의존하는 기업의 시대는 지나갔다. 글로벌 클래스 기업은 '현지 방식', 즉 회사 의 원칙에 충실하면서 현지 시장에 적합하게 비즈니스를 현지화하는 식으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마인드셋을 확립한다는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많은 기업에 무척 이나 어려울 수 있다. 우리의 조사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문화가 모든 것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기업 문화는 규모 확대로 이어지지 만, 글로벌 시장 각각의 현지 문화가 지닌 고유 특성으로 인해 본사 방식 은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각 글로벌 시장마다 비즈니스 문화가 다른데, 첫 번째 시장만을 기준으로 회사의 핵심 가치를 구축했다면 보편적인 공 감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 프레디와 공동 창립자 네이선 야노비치Nathan Janovich는 직장에서 영 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영어 학습의 중요도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 들은 영어만 사용하는 '해피 아워 Happy Hours'와 '영국식 조식의 날English Breakfast Days' 같은 행사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언어 학습을 기 업 문화로 정착시켰다.
블라인드의 공동 창립자 김겸은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 그 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한국인 창업자가 글로벌 창업자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한다. 블라인드는 한국이 근거지이기 때문에 목표 사용자를 잘 이해한다. 이 점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글로벌 창업자가 되려면 글로벌로 진출하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잘 이해해야 한다. 블라인드 창립자들이 이 교훈을 깨 닫기까지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글로벌로 진출하면 게임의 양상이 달라진다. 김겸의 말처럼 미국에서 그의 사회적 자본은 0으로 초기화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인맥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기가 아주 쉬웠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미국에 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고 이 낯선 나라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파악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 책에서 소개한 글로벌 클래스 팀 구축 프레임워크 같은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미국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다.
고투마켓 플레이북을 변경하기 전에 회사 최고경영자 및 다른 최고 경영진의 마인드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조직 전체를 탈바꿈하려면 반 드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블라인드의 김겸이 지적하듯이, 기업은 창립자와 최고 경영자의 확장된 형태이기 때문에 최고 경영진이 먼저 바 뀌어야 변화를 이룰 수 있다.
- 김겸은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비즈니스를 변 화시키기 위해 본인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가?", "당신의 한계는 무엇이 고 그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가?" 자기 인식은 글로 벌 성공의 기본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이고, 그 결정을 글 로벌 상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 "그 결정은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 탕으로 내린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반 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지 않는다면, 성공을 위 한 준비가 아직 미흡한 것이다.
- 효과적인 자원 할당
기업들은 글로벌 확장을 위한 자원 정렬의 핵심을 종종 잘못 이해하곤 한다. 글로벌 성장 이니셔티브에 할당된 자원의 총량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더 중 요한 고려 사항은 시간에 따라 자원을 어떻게 할당하는가다. 이런 계획을 추 진할 때는 추진 시작 전후의 몇 개월간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자원을 확보하 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치 메트릭스Branch Metrics의 글로벌 확장 및 영업 책임 자였고 포트 오브 엔트리 파트너스Port of Entry Partners의 창립자인 램지 프라 이어 Ramsey Pryor는 현지 팀이 마일스톤에 도달할 때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이 팀의 역량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는 매출 마 일스톤 외에도 강력한 영업 파이프라인 구축, 현지 정부의 승인 확보 또는 현 지의 새로운 주요 계획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자금 투입 수준을 예측하는 방법 을 고안했다. 그것은 많은 기업이 제품 판매에 사용하는 '총 소유 비용 Total cost of ownership' 공식과 유사한 총 진입비용Total cost of entry: TCE' 공식이다. 
- 글로벌 시장 진출은 3단계로 구성되고, 각 단계마다 고유의 핵심 목표가 있다.
1) 시장 진입: 이 단계는 출시 전 계획과 제품시장 최적화가 달성될 때까지 새로운 시장에 안착하는 과정을 말한다. 팀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방법 과 시장 진출 방법의 현지화 버전을 검증하여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성과 확장성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한다.
2) 시장 성장: 이 단계에서는 글로벌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지나치게 복잡하 게 만들지 않으면서 글로벌 입지를 구축하고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는 모멘텀과 규모를 달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단계에서 기업은 회사-시 장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고 이를 달성한다.
3) 시장 성숙: 기업은 이 단계에서 기존의 현지 시장에 더 많이 침투하기 위 한 활동을 전개한다. 시장 진입과 시장 성장 단계에서는 기업이 깊이 침투 하지 못하거나 시장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 계의 목표는 추가적인 현지화를 통해 보다 지배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 하는 것이다.
- 기업이 글로벌 성장 이니셔티브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4가지 핵심 약속이 있다.
a. 자원 정렬- 글로벌 클래스 기업은 장기간에 걸쳐 글로벌 성장 이니셔티브
에 재무적 자원과 인적 자원을 투입하고, 경영진이 그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한다.
b. 신뢰와 자율성- 글로벌 클래스 기업은 자율성 곡선을 기준으로 특정 확 장단계(시장 진입, 성장, 성숙)에 따라 현지 팀에 적절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하여 본사와 현지 팀 간의 신뢰를 조성한다.
c. 소통과 명확성- 글로벌 클래스 기업은 피드백 루프를 구축하여 글로벌한
수준으로 양방향 소통과 혁신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d. 글로벌 애자일 방법론 글로벌 클래스 기업은 여러 국가에 걸쳐 회사-시장 최적화를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을 반영한, 수정된 버전의 애자일 방법 론을 사용한다.
이 4가지 약속은 본사와 현지 팀 간의 가교를 구축하고 상호작용과 전략 실행을 촉진한다.
- 언어 번역 이상의 현지화
기존 기업들 중 상당수는 언어 번역이 신규 시장을 위한 비즈니스 현지 화의 거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업들은 신규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를 고려하기보다는 초기 시장(보통은 자국 -옮긴이)과 동 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를 우선시하는 등 진출하기 가장 좋은 글로벌 시장에 관해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들의 표준 시나리오를 따르면 현지 시장의 목표 고객에게 공 감을 얻지 못하는 지나치게 단순한 내용으로 언어를 번역하게 된다. 타 블로Tableau는 현지화 작업을 서두르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직접 목격했다. 독일어로 번역된 웹사이트 콘텐츠가 공개되자마자 독일 고객들은 "우리말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하면서 당신네 제품을 구매할 것 같은가?" 라는 수정 요청을 회사에 보내며 불만을 터뜨렸다. 월마트 역시 현지 시 장에서 성공하려면 독일 소시지처럼 모양, 맛, 냄새가 좋아야 한다는 교 훈을 얻은 바 있다.
신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는 끝이 없고,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을 만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고객의 호의가 비판으로 바뀔 수 있 다. 고객과 소통하려고 노력할 때 고객은 반응하는데, 이를 위한 가장 간 단한 방법이 콘텐츠를 고객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슬랙의 현지화 팀은 "현지화는 고객이 이해하는 언어와 고객에게 친숙한 문화적 대상을 통해 고객과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언어 번역은 시작일 뿐이다.
- 현지화를 언어나 문화적 관점으로만 정의하지 말고 결과물outcome로 정의하는 것이 좋다. 닌자 밴의 최고 경영자이자 공동 창립자인 창 웬 라 이는 이렇게 말한다. “현지화는 현지 수요를 확보하는 방법(고투마켓 전략을 뜻함-옮긴이)과 현지에 적합한 운영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 이 2가지 형태 로 이루어진다."
창 웬이 말한 2가지 핵심 영역(고투마켓과 운영)은 다음 장에 소개할 현 지화 프리미엄 분석 프레임워크의 구조와 일치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현지화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물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 문화는 제품의 핵심 기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제품을 변화 시킨다.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기 전, 슬랙의 메시징 플랫폼에는 '보내기 Send' 버튼이 없어서 사용자는 키보드의 엔터키를 눌러야 했다. 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비즈니스맨들이 단문 메시지보다 아주 상세한 지침이나 설명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미리 준비된 상세하고 긴 메시지를 보내 는 것이 현지 비즈니스 문화였기 때문에, 비즈니스맨들은 보내기 버튼이 없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다. 실수로 엔터키를 눌러 메시지가 잘못 발 송되면 상대방에게 전문가답지 못한 인상을 줄까 봐 염려했다. 메시징 프로세스에 한 단계를 더 추가하는 것은 소통 속도를 개선하는 데 역점 을 둔 슬랙의 노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슬랙에겐 보내기 버 튼을 추가하는 것이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에서 사용 자가 실수로 메시지를 발송하는 경우가 급증함에 따라 슬랙은 보내기 버 튼을 추가했다. 이후 제품 팀은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엔터키 혹은 보내 기 버튼을 디폴트로 설정했으나,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모든 사용자에게 두 기능을 모두 제공하여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했다.
- 문화는 가격 책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멕시코의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구매 제품에 대해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일본의 비즈니 스 문화에서는 가격 협상이 표준 관행이기 때문에 (최대 90%까지 할인하는 것이 일반적임) 정가를 일부러 높게 책정하곤 한다. 중국의 B2B 산업에서 는 마지막 청구서에 대해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공 급업체가 향후의 파트너십을 약속한다는 의미로 이루어지는 관행이다. 공급업체는 최종 청구서를 보내지 않음으로써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러한 관행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 하지 않으면 수익성을 보장하지 못한 채 비즈니스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 다. 쏘트웍스 팀은 이 관행을 힘들게 배워야 했다.
- 아마존의 킨들 태블릿Kindle Tablet용 앱스토어 부문 부사장을 지낸 이 선 에반스Ethan Evans는 아마존은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 multinational company 이라고 지적하면서, 엄밀히 말해 준독립적인 비즈니스 를 각기 운영 중이고 국가별로 상품 배송의 운영 전략이 다르다고 설명 한다. 아마존은 한 국가에서 실물 상품으로 시작한 다음 다른 국가로 비 즈니스를 확장해갔다. 그렇기에 아마존은 하나의 운영 모델과 기본 원 칙을 따르지만, 국가별로 온라인 소매 비즈니스를 다르게 운영한다고 말 할 수 있다. 이렇게 고도로 현지화된 접근 방식은 현지 법인이 민첩하게 현지 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 해주고(회사-시장 최적화 달성에 긍정 적), 동시에 비즈니스의 다양한 부분을 운영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창출 할 수 있게 한다(현지화 프리미엄 증가).
애플은 하나의 애플One Apple'을 추구하지만, 아마존에는 Amazon. com뿐 아니라 Amazon.jp, co.uk 등 국가별로 다른 도메인 네임을 쓴 다. 사이트의 외형과 느낌은 비슷하지만 제공하는 제품과 프로세스가 다르다. 아마존은 실물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웹사이트를 현지화 해야하고 국가마다 물리적 실체(사무실, 물류센터 등-옮긴이)가 있어야 한다. 아마 존과 같은 현지화 모델을 운영하려면 제품 수출입, 기업 부동산, 현지 노 동법, 정치적 현안, 현지 규정 등에 따라 맞춤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마존의 서비스를 살펴보면, 약 15~20개의 주요 현지 시장에서 국가 별로 현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그 외의 국가에 대해서는 미국의 온라인 경험을 글로벌하게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아마존 은 20개의 마켓플레이스와 나머지 국가' 그룹으로 나뉜다. 아마존은 나 머지 국가 그룹에 속한 몇몇 국가들을 점차 개별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 다. 기술 기반 비즈니스(프라임 게이밍 Prime Gaming과 킨들 태블릿)는 이론적으로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업이지만, 이선은 국가별로 법인을 운 영하고 온라인 경험을 맞춤화해야 했기에 신규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복 잡성 증가를 피할 수 없었다. 인프라, 문화적 특성, 현지화, 현지 시장의 규제가 각기 다르므로 여러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은 여간 번 거로운 일이 아니다.
이선은 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마존은 집, 지역사회, 도시를 건설했 다. 거기에 있는 구조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피할 수 도 없다. 기존 구조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는 이것이 단점이지만, 아마존이 규모와 유통에서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복잡 성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블라인드는 한국 앱의 UI/UX가 미국의 목표 고객에게는 적합하지 않 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 사용자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스 크롤을 많이 하는 데 익숙했다. 게다가 동질성이 강한 한국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유의미했고 사용자 각자에게 개인화돼 있었다. 반면 미국의 직장인들은 스크롤에 시간을 소모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어 버전 앱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던 검색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 국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현지의 선호에 맞게 앱을 변경하느라 제품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변경은 현지 시장에서 고객 행동의 특이점을 파악하여 이를 반영한 양방향 혁신의 좋은 예다. 이것이 조직의 전환점이 되었다. 창립자들은 미국으로 날아가 사용자들을 만났 고, 사용자들의 사용 사례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했다. 그 후 회사는 현지 화에 더 많이 투자했다.
핑크퐁은 현지 시장의 관습에 맞도록 캐릭터와 캐릭터의 행동을 변경 해야 했다. 아랍 국가로 진출할 때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식사 방식도 신경 써야 했다. 아랍 문화에서는 양손으로 빵을 떼는 것은 허용되지만, 음식을 먹을 때는 오른손만 사용해야 하고, 가급적 오른손의 엄지, 검지, 중지만으로 음식을 집어야 한다. 핑크퐁은 이런 문화적 규범에 맞도록 식사할 때의 캐릭터 행동을 현지화했다.
- 새로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팀은 초기 시장과 지리적으로 인접하 거나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시장이 진출하기 좋은 곳이고, 회사-시장 최 적화에 도달하기까지 적응할 필요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것은 일종의 친숙성 편향이다. 이런 편향이 위험한 가정을 불러온다. 영 어를 주로 사용하는 국가들은 문화가 서로 비슷할 수는 있지만, 여러 가 지 현지화 프리미엄 카테고리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핵심 비즈니스 모 델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어권 국가의 기업이 다른 스페 인어권 국가로 확장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를 친숙성 편향 Familiarity Bias이라고 부르는데, 같은 언어를 사용하거나 지리적으로 가깝 다는 이유로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오류를 일컫는다.
- 새로운 네스트 제품을 개 발하기 위해 통찰을 수집하던 중에 엘리스는 일본에서 신선한 공기의 개 념은 창문을 열어 외부 공기를 집 안에 들이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반면 한국인들에게 '신선한 공기는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 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들은 중국과 몽골 사막에서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yellow dust('아시아 먼지asian dust'라고도 불림)' 때문에 대기오염 에 아주 민감하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중국의 산업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중국의 공장과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오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제품이 되었 고 한국인들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많다.
- 글로벌 성장 피치 덱
스타트업 투자자 대상의 전통적 피치 덱처럼 글로벌 피치 덱은 글로벌 성장 전략과 회사-시장 최적화에 도달하기 위한 현지화 노력을 이해하 기 쉽게 요약하고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이 프레젠테이션은 현지화 조 사과정에서 발견한 통찰을 포함해야 한다. 짧고 직설적으로 작성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조사 결과와 고객의 목소리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확장 전략을 보다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데 피치 덱을 사용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이때 목표국가마다 별도의 덱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라.
(슬라이드 1) 왜 이 시장인가? - 시장의 배경 정보, 주요 지표, 트렌드,
현지 시장의 역학관계에 관한 세부 사항을 포함하여 진출하려는 국 가를 소개하라.
(슬라이드 2) 현지화 요소 발견의 시사점 - 현지화 요소 발견 중에 찾아 낸 사항을 공유하라. 해당 국가의 문화, 전반적인 시장 기회, 성공을 위해 현지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요소 등을 강조하라. ・(슬라이드 3) 고객 - 고객의 유형, 고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치 제 안의 유형, 고객의 구매력을 간략하게 설명하라. 목표 고객을 특정 개인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고객의 행동 패턴과 의사결정 기준을 보여주는 문화적 요소를 그 인물에 담아 표현하라.
(슬라이드 4) 현지화 프리미엄 분석 - 회사-시장 최적화를 위해 현지 모
델을 기존의 고투마켓 및 운영 모델과 얼마나 달리해야 하는지 현지 화 프리미엄 분석LPA 프레임워크를 통해 파악하라. 복잡성을 최소 화하고 모니터링하는 방법, 복잡성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세부적 으로 설명하라. 이 슬라이드가 현지화 프리미엄 분석의 내용을 상세 히 설명하는 다음 두 슬라이드의 개요가 되도록 하라.
(슬라이드 5) 회사 - 시장 최적화를 위한 경로: 고투마켓 전략-유통 채 널 계획과 마케팅 전략의 개요를 설명하라. 고객은 어디에서 사람 들과 어울리는가?'(즉, 어디에서 정보를 얻는가?) 어떤 유통 채널이 고객 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수요 창출의 요인은 무엇인가? 고객에게 마 케팅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고객에게 제품을 어떻게 전 달할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을 현지화 프리미엄 분석 그래프의 윗부분(판매, 제품, 마케팅 프리미엄)에 표시하라. 5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비즈니스 모델 현지화 캔버스에서 도출한 관련 가설을 개괄적으로 설명하라.
(슬라이드 6) 회사 - 시장 최적화를 위한 경로: 운영 모델-급여, 세금, 인프라 등의 운영 방식과 함께 법적 고려 사항을 간략하게 설명하 라. 자국 시장과 다른 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공정책의 위협 요소, 리스크, 복잡성을 제시하라. 이는 현지화 프리미엄 분석의 아 랫부분(관리, 인프라, 조직 프리미엄)에 해당한다. 앞으로 테스트하고 반복해야 할, 비즈니스 모델 현지화 캔버스에서 도출된 관련 가설을 여기에서도 개략적으로 설명하라.
(슬라이드 7) 팀 구축 전략 - 현지 시장에서 어떤 구성원을 채용해야 하는지, 본사에 요구할 자원의 양과 조직 구조(기능별 보고 체계, 중앙 집 중화할 기능과 현지화할 기능의 구분)를 설명하라.
(슬라이드 8) 모멘텀 빌더 - 신규 시장 진입에 활용할 기존의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를 간략히 설명하고, 지원과 필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구축해야 하는 새로운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를 제시하라. 여기에서 현지화 자원 팀과 글로벌 성장 플레이북(다음 섹션에서 설명함) 및 기 타 모멘텀 빌더에 대해 논의하라.
(슬라이드 9) 총 진입비용 - 총 진입비용 공식을 사용하여 이 확장 계획 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자원을 계산하라. 6장에서 설명했듯 이 중요도 혹은 실행 단계별로 구분하여 진입비용을 설명할 수 있다. 계획의 일정을 강조하고, 우선순위 혹은 실행 단계에 따라 공식적인 과업을 표현하라.
(슬라이드 10) 성공적인 글로벌 성장을 위한 4가지 약속 - 성공적인 글로벌 성장을 위한 4가지 약속을 강조하고, 각 약속이 해당 국가에 어 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각 약속에 대해서 경영진의 동의와 참여를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설명하라.
이 책의 웹사이트인 www. GlobalClassBook. com에서 글로벌 성장 피치 덱의 예시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 현지화 자원 팀
현지화자원 팀 Localization Resource Team:LRT('현지 팀'이라는 용어와 혼동을 우려하여 이하 약자인 LRT로 표기함 - 편집자)은 다양한 기능 및 부서의 대표로 구성된 다기능 팀cross-functional team이다. 이 팀은 장애물을 제거하고 모범 사례 를 공유/구현함으로써 모멘텀을 창출한다. LRT는 현지 팀이 핵심 교훈 을 소통하고 현지화를 구현하도록 도움을 주고, 글로벌 조직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범 사례를 취합한다. 위 다이어그램 왼쪽의 큰 원 안에 작은 원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각각 LRT'에 속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 은 보고 체계상 각 부서에 속해 있지만, 다기능 팀과 함께 각 부서를 대 표하고 각 전문분야로 현지 팀을 지원한다.
LRT의 임무는 현지 팀에 지시 사항을 하달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와 현지 시장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슈와 현지화 아이디 어를 공유하는 창구이자 보다 많은 시장에 진출할 때 무엇이 효과가 있 고 무엇이 효과가 없는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전문가 집단이 될 수 있다. 이 팀은 방향을 설정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의사결정을 촉진하는 것이 이 팀의 역할이다.
실무적으로 현지 시장에 본사가 가장 잘 해결할 만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그리고 제품 또는 운영 모델의 특정 측면을 현지화해야 할 경우, 현지 시장의 리더는 LRT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LRT에 요청 하면 관련 작업을 바로 진행할 수 있기에 제품 현지화를 위해 신규 기능 을 개발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개념적으로 LRT의 구성원은 현지 시장의 리더보다 빠르고 효율적으 로 그런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LRT가 현지 팀의 부담을 덜어주면 팀원들은 새로운 통찰을 발견하고 견인력을 확보하며 회사-시장 최적화를 달성하는 등 더 중요한 과제에 집중할 수 있다.
- LRT가 조기에 구축되면 이 팀은 전면적인 출시를 위한 테스트와 준비 작업을 주도할 수 있다. 출시 후에는 전술적 지원 역할을 수행하고 장애 물을 제거함으로써 현지 팀이 회사 시장 최적화를 달성하고 견인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일부 조직에서는 이 팀을 '고투마켓' 팀 혹은 '국제화' 팀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 팀의 핵심 기능과 목적을 최대한 잘 설명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자원resource'이라는 단어 를 사용하고자 한다.
유능한 LRT는 피드백 루프를 촉진하여 본사의 핵심 가치를 현지 팀에 전달하고 현지 팀의 핵심 통찰을 본사에 알려줌으로써 문화적 특성을 파 악한다. 현지 팀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면서 본사에 보고하기 때문에 LRT 구성원은 경쟁의 우선순위와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적 갈등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발견할 수 있다.
LRT는 균형 있는 의사결정을 촉진하고 본사와 현지 팀 간의 트레이드오프와 경쟁의 우선순위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모멘텀을 창출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LRT 멤버들은 본사와 현지 팀 사이의 가교이자 완충제 역 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LRT는 분산이 심화되는 조직을 하나로 묶는 가 교이자 접착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서로 다른 팀들이 같은 목표에 집중 하도록 한다.
능력 있는 LRT는 문화적 호기심과 문화적 감수성을 적절하게 지닌 인 터프리너로 채워져 있다. 그들은 현지화 필요성을 파악할 줄 아는 공감 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조직 구조의 한계를 뛰어넘어 일을 완수할 수 있는 민첩한 마인드셋과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다. 이 팀의 멤버들은 경영진의 동의와 참여를 확보해내는 글로벌 성장 이니셔티브 의 '영업사원이고 전도사이며 대변자다. 그리고 글로벌 확장 계획과 관 련된 모든 담당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치어리더의 역할을 한다.
- 경영진의 지원은 LRT의 성공에 아주 중요하다. 회사에 국제화 팀을 만들지 않았거나 국제화 책임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타 부문의 임원들로 부터 후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옹호하고 대변해줄 임원급 인사가 있으 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맡은 임원은 종종 좋은 질문 을 제기하기는 하지만, 다른 업무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항상 글로벌 성장 노력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슬랙의 글로벌 제품 확장 책임 자였던 캐스린 하임즈는 말한다. 전담 임원의 지원이 중요한데, 가급적이면 여러 임원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
모든 기업이 이런 수준의 자원이나 경영진의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슬랙은 글로벌 성장에 초점을 맞춘 2개의 다기능 팀을 구성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팀은 전략 설계보다 실행에 중점을 둔다는 LRT의 개념이 반영된 그룹이었다.
두 번째 팀은 슬랙에서 '국제 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라고 불리는 조직 이었는데, 제품, 마케팅, 운영을 담당하는 임원들이 참여하는 다기능 그 룹이었다. 이들은 전략을 결정하고 자체 LRT에 책임을 부여했다. 이들 임원급 전문가 집단은 시장 진입과 시장 성장에 필요한 체크리스트의 주 요 항목 모두에 대해 윤곽을 제시해줬고 실행을 추진하도록 힘을 실어줬 다. 가능별 리더들은 이와 같은 핵심 질문을 던졌다. "마케팅 팀은 일본 에서 슬랙이 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하길 원하는가?" 그들은 최고 경영진 과 이사회에 올라가는 질문을 관리했고 실무그룹, 즉 LRT와 현지 팀에 위임된 과제도 관리했다.
- 너무 많은 프로세스를 너무 빨리 만들면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회사가 확장을 꾀할 때 글로벌하게 기능을 수행하고 글로벌 운영을 지원할 목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캐스린 하임즈는 기업이 자사 규모를 실제보다 더 크다고 착각 하는 바람에 별로 필요치 않은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관료주의를 강화하고 의사결정 단계를 추가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만 명 규모의 회사와 200명 규모의 회사는 프로세스가 서로 다르다. 전자에는 후자보다 훨씬 더 많은 구조와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이 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복잡성을 가중시키고 성장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구현할 리스크가 있다.
- 글로벌 성장 플레이북
글로벌 성장 플레이북은 신규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단계를 모두 담은 자원으로서, 시장 진입 및 시장 성장의 모범 사 례를 포함하고 있다. 이 플레이북은 LRT와 출시 팀원 모두가 교훈을 참 고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중앙 집중의 디지털 데이 터베이스여야 한다. '시장 진출 플레이북'이라고 하지 않고 '글로벌 성장 플레이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플레이북의 범위가 신규 시장에 진출하 는 것 이상이 돼야 하고 현지 팀이 신규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지속적으 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글로벌 성장 플레이북은 협업을 추구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 라 역동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여러 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제품과 회사 운영을 최적화하듯이 글로벌 입지가 성숙해짐에 따라 각 시장의 모 범 사례와 핵심 교훈을 반영해 모든 요소를 반복 시도하고 최적화해야 한다. 이 플레이북은 현지 팀이 시장에서 견인력을 확보하는 속도를 가속화하고 복잡성을 제한하며 여러 지역에서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 도록 보장한다.
여러 당사자들이 기여하는 중앙 집중의 플레이북은 모범 사례 공유를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버는 지역 간 공유 체계를 완벽하게 구현함으로써 모든 지사에서 모범 사례를 참고해 실행할 수 있도록 했 다. 경영진의 관점에서 이런 소통 채널은 성과 달성 여부를 파악하고 지 리적으로 분산된 그룹들과 함께 회사의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가 되었다. 이런 벤치마크와 소통 채널이 없었다면 우버는 '그냥 하 Just Do It'라는 자기네 원칙에 따라 한꺼번에 많은 지사를 설립하여 현 지화 프리미엄을 엄청나게 키우고 말았을 것이다.
- 인터뷰에서 링크드인의 상카르 벤카트라만은 글로벌 확장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적시에 적합한 역할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것"이라고 말 했다. 세일즈포스의 최고 채용 책임자인 폴리 섬너Polly Sumner는 “인재 측 면의 차별화 요소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적합한 팀을 구성하고 현지 시장에 팀원을 배치하는 일은 상당히 복잡하 고 비즈니스의 다른 측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현지화 프리미 엄분석LPA에서 조직 프리미엄이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현지 법률에 따라 퇴직금 같은 고용 조건이 정해지지만, 실제로는 물 리적 거리와 문화 및 마인드셋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이 발생한다. 멀리 떨어진 곳과 신뢰를 쌓기란 매우 어렵고, 언어와 문화가 중간을 가로막 고 있을 때는 더더욱 어렵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인간적 측면은 이미 바뀌었다.
- 전용 운전기사와 판공비 계좌를 보유한 해외 주재원이 새로운 땅을 개척하며 새로운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 력을 발휘한다는 낭만적인 이미지는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라 는 현실과 거리가 먼, 이미 과거의 일이다.
팀이 전 세계에 분산돼 있는 새로운 현실에서 기업들은 현지 시장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춘 팀원을 보유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이 해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클래스 기업은 중앙 집중식 또는 클러스터형 채용 전략이 유능한 인재풀 구성을 제한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업이 현지 팀을 구축할 때 사용하던 기존의 기준이 점점 더 무용해 지고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 파트너스Globalization Partners의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니콜 사힌Nicole Sahin은 신규 시장으로 확장 중인 많은 미 국기업들이 직무능력을 충분히 갖춘 지원자를 뽑기보다는 영어 말하기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를 선택한다고 지적한다.
- 동시에 "문제에서 멀어질수록 해결책은 멍청해진다"라는 멜트워터 Meltwater의 최고 경영자이자 창립자인 요른 리세겐Jorn Lyseggen의 말처럼, 본사는 현지 팀보다 문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해결의 책임과 권한을 현지 시장으로 이전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현지 시장에서의 확장을 위해 변경 사항을 결정할 때 더 그렇다. 강조하건대, 본사는 지휘자가 아니라 조력자가 돼야 한다. 싱가포르 에 본사를 둔 닌자 밴의 최고 경영자이자 공동 창립자인 창 웬 라이는 "본사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회사 운영을 돕는 지하 케이블 같은 존재 다"라고 말한다.
- 본사와 지사 모두에서 리더십은 소통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명확한 메시지와 함께 유능한 관리자가 올바른 소통 분위기를 잘 조성하는 또 다른 방법은 '얼굴을 보이는 것이다. 애플의 글로벌 담당 부사장이었던 존 브랜든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감독하면서 다양한 가상 채널을 통해 분산 팀들과 소통을 촉진 했지만, 대면 소통도 활발히 했다. 존의 전략에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직접 대면 방법이 있었는데, 이 방법을 통해 그는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창출 하는 글로벌 조직을 운영할 수 있었다.
1. 분기별 방문 - 존의 말처럼 "신발에 진흙을 묻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분기마다 주요 시장 모두를 직접 방문하기 위해 노력했다.
2. 팀 주도의 비즈니스 리뷰 - 그는 영업재무 팀의 직원을 대동하여 현지 팀 에 최신 정보를 제공했고, 총괄 관리자GM뿐만 아니라 현지 팀원 모두가 그 자리에 참석하도록 함으로써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었다.
3. 연례 직원 전체 회의 - 그는 전체 조직이 함께 모일 때 최고 경영진의 주요 메시지가 중간에 왜곡되지 않고 직접 전달되는지 확인했다.
4. GM과의 주간 일대일 미팅 - 존은 모든 GM과 매주 정해진 시간에 회의를 진행했다. 어떤 시간대에 있든지 매주 동일한 시간에 회의를 진행함으로 써 존과 GM들은 일정상의 혼란을 없앨 수 있었다. 이런 정기적인 미팅에 서 GM이 비즈니스 운영상 도움을 요청하는 의제를 논의함으로써 그는 현지 지사의 문제를 깊이 파악할 수 있었고, 조언과 함께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여 그들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런 강력한 소통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생산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존은 각 시장의 문화와 회사의 핵심 가치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현지 팀에 자신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직원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상기시켰다.
*도전과 장애물을 예고하는 징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본사에 알려주고, GM의 직속 직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다.
디지털 도구는 분산 인력을 참여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물리적으로 대면 하는 것이 여전히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적인 관리 전략이다. 글로벌 클 래스 기업은 디지털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분산 팀을 연결하고 참여시 키지만, 현지 팀이 회사 지식을 습득하고 본사가 현지 지식을 학습할 때 여전 히 대면 상호작용의 가치가 크다. 가상 팀 혹은 분산 팀이 성공하도록 지원하 는 효과적인 기술적 도구들이 많지만, 그래도 몇몇 업무는 직접 대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 센드버드의 김동신은 비즈니스 문화에서 큰 차이는 지역의 주요 작물에서 잘 드러난다고 설득력 있게 말한다. 아시아에서는 쌀이 주요 작물인데, 쌀은 재배하기가 쉽지 않고 수확량을 늘리려면 많 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서양의 주요 작물인 밀은 재배가 쉽고 별다른 신 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잘 자란다. 아시아에서는 근무 시간이 길고 프 로세스가 체계적이며, 디테일을 중요시하고 협업과 사회적 인식을 요구 하며 완벽함을 목표로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 6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었다. 시간 엄수를 중요시하고, 윗 사람이나 타 부서가 찾으면 곧바로 응해야 한다는 것이 비즈니스 문화였 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유동적인 업무 일정과는 아주 다르다. 만약 아 시아의 업무 방식을 미국인들에게 적용한다면 '빅 브러더Big Brother'라고 느낄 것이다. 말하자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처럼 모든 것을 감시하 는 억압적인 국가의 폭정을 떠올릴 것이다.
- 아시아에는 집단주의 문화가 보다 많이 존재한다. 이는 경영진이 다 른 구성원들로부터 어떤 의사결정자로 인식될지 염려하는 한국의 비즈 니스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인사 정책이나 계획 을 추진하고자 할 때 임원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는 모든 구성원에게 세 부 사항에 관해 질문함으로써 가능한 한 많은 예외 사항을 검토하곤 한 다. 조화로운 관계 유지를 위해 공정성과 형평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 다. 알다시피 이런 과정은 시간이 꽤 걸린다.
김동신은 미국에서 보다 큰 규모의 센드버드 팀을 구축하면서 미국의 비즈니스 문화가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의 비즈니스 문화는 전문성, 결과, 속도를 강조한다. 리더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여러 가지 사항을 숙고하느라 시간을 소요한다면 미국 직원들은 리더를 우유 부단한 사람으로 인식할 것이다. 이외에도 비즈니스 문화의 차이가 많 이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직원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해고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반면 한국 문화에서는 같은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는 경 우가 거의 없고, 회사와 직원이 서로 '체면을 유지하며 헤어지기 위해서 는 상호 합의가 필요하다.
회의에는 시장 나름의 규범과 의식이 있다. 아시아에서 근무한 경험 이 있는 여러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출장을 갈 때 상대방에게 줄 작은 선 물을 준비한다든지, 꼭 두 손으로 명함을 건넨다든지 등의 관습에 익숙 하다. 글로벌 고객을 방문할 때 샌프란시스코 기라델리Ghirardelli 초콜릿 이 가득한 여행 가방을 들고 가는 것도 그런 관습 때문이다. 이러한 관습 을 따름으로써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시장에 헌신한다는 점을 현지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고 비즈니스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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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결과의 법칙

etc 2024. 2. 4. 06:41

- 마음의 자세는 특히 그것이 사람들을 향해 있을 때, 반응이 훨씬 빨리 당신에게 되돌아온다. 당신이 지금 맺고 있는 인간관계 는 자신이 이제까지 가꿔온 마음 자세의 결과다.
당신이 내보내는 불순한 생각들이 결국 당신의 인생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재앙으로 되돌아온다. 당신이 내보내는 정겹고 깨 끗한 생각들은 당신의 인생을 밝게 해주는 충만한 은혜로 되돌 아온다.
당신의 환경은 자기 내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의 '결과' 다. 당신은 자신의 생각을 낳는 부모이며 자신의 환경과 인생을 만들어내는 손이다.
자신의 마음과 인생에 관한 지식을 깊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인생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이 '정의의 저울'로 정확하게 계량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불변의 법칙을 이해하는 순간부터 당신은 자신이 허약하고 맹목적인 '환경의 노예'가 아닌 강인함과 예리한 통찰력을 지닌 '환경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걸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인간은 자신의 행복과 불행의 창조자이다. 자신의 행복과 불 행을 지속시키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행복과 불행은 외부적으로 강요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내면의 상태로 신도 악마도 환경 도 아니고 바로 생각이 원인이다. 행복이나 불행은 행위의 결과 이며, 행위는 생각이 외부로 드러난 현상이다. 고정된 사고방식 이 행동 방식을 결정하고 행동 방식으로부터 행복과 불행이라고 불리는 반작용이 나온다. 사정이 그러하기 때문에, 반작용인 결 과를 변화시키려면 작용의 원인인 생각을 변화시켜야 한다. 불 행을 행복으로 바꾸려면 불행의 원인인 고정된 사고방식과 습 관적인 행동 방식을 반대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렇게 하면 반대의 결과가 마음과 삶에 나타날 것이다. 

-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가하는 행위에서 발견하는 해악은 예 를 들자면, 비방이나 명예훼손 그 행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 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의 마음 자세에 있다. 손해와 불쾌함은 그 자신의 생각이 만들어낸 것이며, 행위의 본질과 힘에 관한 그 의 무지에 기인한다. 그는 그 행위가 자신의 인격을 영구히 손상 시키거나 훼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행위는 그럴 힘 이 조금도 없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 행위는 오직 그 행위자만 해치거나 파멸시킬 수 있다.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함으 로써 그 사람은 짜증 나고 불쾌해지며 그 피해를 무마하기 위해 힘들게 수고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수고는 그 비방이 사실인 것처럼 보이게 하여, 명예훼손을 저지하기보다 오히려 돕게 된다. 그가 느끼는 모든 짜증과 불안은 그 행위 자체 때문에 실제 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가 그 행위를 받아들이는 자세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의로운 사람들은 비방이나 중상을 당하더라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실을 증명해왔다. 의로운 사람은 이해하기 때문에 그것을 무시한다. 그것은 의로운 사람이 더 이상 거주하 지 않는 영역에, 그가 더 이상 약간의 호감도 갖지 않는 의식 세계에 속한다. 의인은 비방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인은 그런 행위가 번성하는 정신적 어둠을 초월하여 살아간다. 그런 행위가 의인을 해치거나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린 소년이 태양에 돌을 던져서 태양에 해를 입히 거나 진로를 바꿀 수 없는 것과 같다. 부처는 생애의 마지막 날 까지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거듭 반복해서 강조했 다. 그것은 어떤 이가 “나는 피해를 입었다", "나는 사기를 당했 다", 또는 "나는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일어날 수 있는 한, 그는 아직 진리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우리를 속박하거나 자유롭게 하는 것은 외부 상황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우리는 자신의 굴레를 만들고 감 옥을 짓고 자신을 죄수로 만들기도 한다. 또는 자신의 속박을 풀 고 자신의 궁전을 짓거나 모든 사건과 상황을 통해 자유롭게 돌 아다니기도 한다. 만약 나의 주변 상황이 나를 속박할 만큼 강 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이 나를 속박할 것이다. 만약 내가 주변 상황을, 내 생각과 실제 삶 속에서, 극복하고 벗어날 수 있 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이 나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점검해봐야 한다. '내 생각들은 속박으로 향하고 있는가, 해방으로 향하고 있는가?' 그러고 나 서 속박하는 생각들은 버리고 자유롭게 해주는 생각들을 선택해 야 한다.

- 환경은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내면의 생각이 외부로 흘러 나 갈 수 있게 할 뿐이다. 순수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환경이 좋지 않아 나쁜 길에 빠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불온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그저 좋은 환경 덕에 고매한 목표를 달성하며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일 또한 절대 일어날 수 없다. 사람은 자기 생각의 주인이다. 자기 인격의 창조자이며 환경 의 설계자이다. 사람은 자신이 바라고 있는 대로가 아니라 자신 이 현재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생각과 같은 모습으로 드러나게 된 다. 입에 발린 소리나 단순히 꿈같은 이야기는 성장에 한계가 있 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 담고 있는 진실한 생각이나 염원은 그것 이 순결한 것이든 더러운 것이든 자기 자신이라는 양분을 거름 으로 삼아 자라난다.

- 집중력을 완성한 사람
집중력의 네 단계는 각각 특정한 힘을 갖고 있다. 첫 단계가 완성되면 유능함을 발휘하게 되고, 두 번째 단계가 완성되면 기 술과 능력과 재능을, 세 번째 단계가 완성되면 독창성과 천재성 을 발휘하게 된다. 한편 네 번째 단계가 완성되면 지배력과 힘을 갖게 되고 사람들의 지도자나 스승이 된다.
다른 모든 성장 과정과 마찬가지로, 집중력의 발달 과정에서 도 다음 단계는 그 이전 단계들을 자체 속에 완전히 포함한다. 숙고 속에는 주의가 포함되어 있고, 몰입 속에는 주의와 숙고 둘 다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사람은 숙고의 행위 속에서 네 단계를 모두 활동시킨다.

- 부처는 이렇게 말했다. "허영에 빠져서 인생에 진정한 도움이 되는 것을 잊은 채 쾌락만 좇으면서 명상을 등한시하는 사람은 명상을 위해 노력한 자를 부러워할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 부 처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중요한 명상을 가르쳤다. 
첫째, 명상은 사랑의 명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자기 원수의 행 복도 포함해서 모든 존재의 행복과 번영을 간절히 바라도록 마 음을 조절한다.
둘째, 명상은 연민의 명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괴로움을 느끼 는 모든 존재를 생각하고 그들의 슬픔과 근심을 자신의 상상 속 에 생생히 떠올려서 그들에 대한 깊은 동정심이 마음속에서 일 어나도록 한다.
셋째, 명상은 기쁨의 명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다른 이들의 성공과 번영을 생각하고 다른 이들의 기쁨을 함께 기뻐한다.
넷째, 명상은 불순함에 대한 명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타락의 나쁜 결말, 죄와 질병의 결과를 깊이 생각한다. 또한 순간의 쾌 락이 얼마나 하찮은지, 그리고 그 결말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깊이 느낀다.
다섯째, 명상은 평정에 대한 명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사랑과 미움, 학대와 억압, 부와 가난을 초월하고, 자신의 운명을 편견 없는 냉정함과 완벽한 평정심을 가지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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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Quote of the day 2024. 2. 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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