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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 of the day 2024. 2. 1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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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흑역사

역사 2024. 2. 16. 07:25

- 유대인은 경제 사회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유대인은 그들의 정교한 금융 구조, 비즈니스 구조를 이용해 전 세계 각국 경제에서 중추 역할을 맡아 왔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여러 경 제 대국의 이면에는 반드시 유대인이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서 유대인은 교활한 고 리대금업자로 묘사된다. 근대 상업 은행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 스차일드 Rothschild 역시 유대인이다. 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금 융업, 대부업에 종사했다. 기록에 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부업체는 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의 '무라슈 상회'이다. 여 기에 자금을 댄 유대인 70명의 이름이 아직도 남았다. 기원전 5세기 이집트의 오래된 파피루스 문서에도 유대인들이 대부업 을 했다고 기록되었다.
유대인들은 고대부터 환전, 환율 등의 분야에서도 크게 활약 했다. 이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로, 오늘날에도 금융의 핵 심이다. 전설적 투자자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역시 환 차익(환율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어떻게 유대인은 전 세계 금융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 게 되었을까? 이는 그들의 '이산', 즉 '전 세계로 흩어짐'과 관 련된다.
유대인들은 고대부터 율법에 따라 1년에 반 세겔을 교회에 헌납해야 했다. 이는 《구약 성경》에 '가난한 자에게 베풀어라', '수확물 10분의 1은 신의 것' 등으로 기술된 내용에서 비롯된 규 칙이며, 나중에는 기독교의 '십일조'로 이어지는 제도이다.
- 유대인은 방랑생활을 하면서 무역업과 금융업에 뛰어난 능 력을 발휘했다. 그들에게 무역업은 천직이었다. 친척과 지인이 전 세계로 흩어져 거래처를 만들기도 쉬웠다. 또 세계 각지를 오가는 무역상이라는 직업은 박해를 받으면 바로 도망칠 수 있 었다. 상당수의 유대인이 무역업에 종사하게 된 이유였다.
중세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격렬하게 대립하는 동안 유대인들 은 양측을 오가며 무역을 했다. 유대인 무역상들은 대체로 양 측으로부터 온당한 대우를 받았다. 유대인은 무역 중개업자로 서 양측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기독교권과 이슬람권은 표면적으로 대립했기 때문에 직거래를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무역은 양측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유대 상인의 중개로 무역을 했다. 유대 상인들이 양측을 오가며 물품을 교역시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 전세계 무역의 중심이 되다
유대인은 서구 여러 나라에 아랍 국가들의 진귀한 물품을 들 여왔고, 아랍 국가에는 비단, 향료 등을 들여왔다.
서유럽에서 추방된 유대인들은 13~15세기에 걸쳐 네덜란드 에 도달했다. 네덜란드의 세계 진출과 함께 유대인들도 중남미 의 브라질에 진출했다. 중남미의 설탕, 커피 무역에는 유대인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유대인의 활약은 북아메리카와의 무역에서도 두드러졌다. 1701년 미국 인구의 1퍼센트밖에 안 되는 유대인들이 무역업자 의 12퍼센트를 차지할 정도였다. 유대인들은 보석, 산호, 직물, 노예, 코코아 등의 무역을 주도했다.
이처럼 그들은 세계 무역사의 거의 모든 장면에서 등장한다.
- 유대인 무역상들은 때때로 밀수에도 손을 댔다. 유대인 부자들 중에는 밀수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도 많다. 로스차일드 가 문도 그중 하나이다.
근대 유럽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이다. 각국은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고, 전쟁 중에는 당연히 물자의 수출입을 금지했다.
이는 이내 각국의 물자 부족을 불러왔고, 밀수를 막대한 이익을 낳는 장사로 만들었다.
나폴레옹이 이끌었던 프랑스와 영국 전쟁 당시 로스차일드가 밀수로 큰 이익을 얻은 사례는 매우 유명하다. 프랑스와 영국 은 서로 경제적 봉쇄를 펼치고 있었는데, 로스차일드는 양측에 뇌물을 주면서 봉쇄 조치를 비껴 나갔다. 로스차일드는 이때의 자산을 밑천 삼아 세계적 은행가가 되었다.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유대 상인의 밀수가 횡행했다. 남북 전쟁에서는 당연히 남부와 북부 사이에 물자 이송이 금지였다.
그 때문에 북부에서는 남부에서 생산되는 면화가 크게 부족했고, 남부에서는 북부 공산품과 커피가 부족했다. 이러한 물자를 밀수하면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기에 밀수업자가 수도 없이 생겨났다.
밀수업자 중에는 유대 상인들이 많았다. 당시 유대교의 랍비 (종교 지도자)는 '밀수는 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행위'라고 거듭 비 난했지만, 이는 거꾸로 당시 유대인의 밀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를 보여 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시기 미국에서는 반유대주의가 강했다.
- 현재 사용되는 금융 제도 중에는 유대인이 개발하고, 발명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에 없어서는 안 될 '유가증권'을 발명한 사람도 유대인이다.
이미 말했다시피, 유대인들 중에는 금융업자가 많았는데 그 들은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서를 채권으로 유통했다. 차용증 서를 팔거나 할인을 한 것이다. 이것이 서양 유가증권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다.
유대인에게 유가증권은 매우 중요한 재산이었다. 언제 추방 당할지, 언제 재산을 몰수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산을 '현물' 로 가지는 일은 위험했다. 현물은 한번 빼앗기면 되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증권은 그것을 가진 본인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빼앗길 염려가 없었다. 또 추방당할 때도 종이 한 장만 가지고 가면 된다. 유대인에게 유가증권은 여행자용 수표와 같았다.
그래서 증권거래소가 설치됐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들은 유대인이었다. 그들은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와 서인 도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했다. 영국 최초의 전문 주식 중개인도 유대인이라고 한다. 또 무기명 채권을 만든 사람도 유대인이었다.
-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대인이 갑자기 재산을 몰수 당하는 일은 종종 벌어졌다. 특히 지중해 무역을 할 때 스페인 해군 등은 배나 선적물이 유대인의 소유임을 알게 되면 합법적 으로 몰수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해상 보험을 포함해 무역과 관련된 모든 서류에 허위로 기독교인 이름을 기재했다. 이것이 나중에 무기명 채권으로 발전하게 된다.
신용 대출을 시작한 사람도 유대인이라고 한다. 신용 대출은 담보를 잡지 않고 돈을 빌려 주는 제도이다. 담보의 가치로 대 출할 금액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 금액과 이자를 결정한다. 이로써 담보가 없는 사람 도 사업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 각종 복음서에는 교회를 불편하게 하는 내용도 많았다. 따라 서 교회에서는 그런 복음서를 거두어들여 가능한 한 세상에 퍼 지지 않도록 해야 했다. 180년 무렵에는 '너무 많은 복음서가 세상에 나돌고 있다'는 이유로 주교 에이레나이오스는 몇몇 복 음서를 정리한 문헌을 만들었다. 그것이 오늘날 《신약 성경>의 기원으로 여겨진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로부터 정통으로 인정받은 아타나시우스 는 367년 당시 떠돌던 책자 가운데 스물일곱 권을 선별해 그의 부활절 편지에 제시했다. 이것이 393년 히포 공의회를 거쳐 397 년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신약 성경》으로 정식 인정받는다. 즉, 《신약 성경>은 기독교 종파 중 하나가 만든 문서이다. 물론 신약 성경》에는 아타나시우스파의 생각이 강하게 반영되었다.
- 교회에 가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
<신약 성경>은 편찬될 당시부터 교회의 의도가 깔려 있었다. 세상에 나도는 숱한 복음서 중 마태(가톨릭은 마태오), 마가(마르 코), 누가(루카), 요한 네 사람이 쓴 것만 정통 복음서로서 《신약 성경》에 실었다. 그밖의 복음서는 모두 배제되었다.
- 《신약 성경>에는 철저한 '편집 방침'이 있었다. 기독교교회로 서는 가급적 많은 신도를 확보해야 하고, 신도들을 교회로 끌어 들여야 한다. 그래서 신을 매우 무서운 존재로 만들고 교회에 오지 않으면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신약 성경에는 죄를 지으면 지옥 불에 던져진다는 구절이 거듭 나온다. 그러나 《신약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복음서 (도마 복음, 유다 복음 등)에는 그런 기술이 별로 없다. 이 부분은 교회가 의도적으로 써넣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다.
- 《신약 성경>은 교회에 유리하게 작용하게끔 만들어졌다. 그 런데도 편찬의 통일성이 불충분했는지 성경 속에도 모순점이 많다. 가령 <마태복음>에서 예수는 고귀한 집안의 출신으로 묘사되었는데, <누가 복음>에서는 서민 계급이 되고, <마가 복 음>에서는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기록되어 있다.
각각의 복음서에서 저자의 의도에 따라 예수의 출신이 서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신약 성경>을 편찬할 때 확인과 조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실어버린 탓이다. 즉, 예수가 어떤 집안에 서 태어났는가 하는 정보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호한 정보를 모아 《신약 성경>을 편찬한 것이다.
- 신자 수를 늘리기 위한 교회의 전략
앞서 말했듯이 신약 성경>은 누군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면 밀히 구성해서 쓴 책이 아니라, 수십 명, 수백 명이 쓴 문서를 모아 묶은 책이다. 교회에 유리한 문헌만 모았을 것이 분명하 지만, 전체 내용을 세세하게 확인하지는 못했던 듯하다.
일단 정식 성경으로 인정되어 세상에 퍼지고 나면 그 뒤에 수 정하기는 훨씬 더 어렵다. <신약 성경>에는 '수정하지 못한 부 분'이 꽤 있다. 그러한 부분은 교회의 의도에서 벗어난 사실이 며, 본질은 그리스도의 참된 가르침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신과 연결되려면 굳이 교회를 통할 필요가 없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기도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 회는 '교회는 신과 연결하는 유일한 창구'라는 방침을 취해 왔 다. 이는 신자 수를 늘리고, 신자를 교회에 묶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이었을 뿐이다.
- 교회세는 기독교 보급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바꿔 말해 유럽의 여러 나라가 세계를 침략하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교회 를 만들면 지역에서 교회세를 징수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교회 가 없는 '미개척지'에 점점 더 많은 교회가 세워졌다.
교회를 세우는 측에게는 '이것은 기독교 포교를 위한 것이다 라는 대의명분이었다. 교회세라는 이권을 얻기 위해 교회를 세 우면서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라며 스스로에게도 핑계를 댈 수 있었다. 그래서 양심의 가책 없이 탐욕스럽게 교 회를 세워 나갔다.
'교회를 세우면 징세권이 생긴다'라는 '교회세 시스템'은 곧 인류에게 큰 재앙을 가져왔다.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유럽에 만족하지 못하고 전 세계에 교회를 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알 려진 바와 같이 15세기부터 17세기에 걸쳐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한다. 이른바 '대항해 시대'이다.
대항해 시대는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의 향료를 구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동기였다. 또 하나는 '기독교 포교'였다. 15세기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나침반, 조선기술이 발달하면서 세계 각 지의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 나갔다. 대항해 시대는 포르투갈의 왕자이자 항해왕 엔히크 Henrique의 후원 등 국가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들에게 대항해는 곧 국가사업이기도 했다. 국가 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늘 기독교 포교가 따랐다.
- 유럽의 왕들은 생각보다 가난했다
중세 유럽의 국왕이라고 하면 '절대 왕정'이라는 말이 떠오르 며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넉넉한 경제력을 갖추었으리라 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십일조 때문에 중 세 유럽 국가들은 큰 부담을 안았다. 대부분의 시민이 교회에 이미 세금을 냈기 때문에 국가에 세금을 낼 여유가 없었던 것이 다. 그래서 중세 유럽의 왕들은 재정적으로 매우 궁핍했다. 중세 유럽 국가에서는 국가 전체가 왕의 영토가 아니라 교회, 귀족, 제후가 각각 영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세수는 국왕 이 직접 통치하는 영토인 '직할령에 의존해야 했는데, 이 영토는 결코 넓다고 할 수 없었다. 귀족이 통치하는 영토는 '귀족령' 이라고 했다.
국왕은 재원이 부족하면 직할령을 팔기도 했다. 게다가 중세 부터 근대에 걸쳐 유럽의 국왕들은 쉴 새 없이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전쟁 중에 특별히 세금을 걷기도 했지만 서민과 귀족, 제후들의 반발이 심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따라서 중세 유럽 국가들의 세금은 주로 관세나 간접세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는 세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은 어떻게든 교회세를 회피할 방법이 없는지 모색하게 되었다.

-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촉발되어, 국가 단위로 가톨릭교회에서 떨어져 나오는 경우도 생겼다.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나라 들은 교회세 부담 때문에 고통을 겪어 종교 개혁은 뜻밖에 찾아 온 행운과 같았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이다.
헨리 8세 Henry Vill가 다스리던 16세기 초반, 영국 기독교인들 은 성경을 따라 십일조를 냈다. 십일조는 4등분이 되어 일부가 로마 교황에게 보내졌다. 세수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던 헨리 8 세는 종교 개혁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534년 '영국 국교회'라는 새로운 교회를 만들고 '국왕지상법'에 따라 스스로 영국 국교회의 수장임을 선언했다.
이로써 헨리 8세는 영국 기독교교회의 재산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십일조도 자신에게 내도록 했다.
- 헨리 8세의 이혼문제
기존의 세계사 교과서에서는 이렇게 배웠을 것이다.
헨리 8세는 스페인 왕녀 캐서린과의 이혼 문제로 교황에게 파문을 당한다. 그래서 영국 국교회는 가톨릭교회로부터 떨 어져 나왔다.
그러나 사실 헨리 8세의 파문은 단순한 구실이었다. 간단히 말해 가톨릭교회로부터 파문당하도록 일부러 가톨릭교회와 영국의 관계를 끊고 가톨릭교회의 수입을 빼앗은 것이다.
실제로 헨리 8세가 캐서린과의 이혼을 인정하도록 교황에게 요구했을 때, 이미 헨리 8세와 교황의 관계는 악화되어 있었다. 국왕 자신은 가톨릭교회에 대한 십일조 헌납을 중단한 상태였 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는 교황에게 좋은 대답을 들을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혼은 인정되지 못했고 파 문을 당하고 말았다. 헨리 8세가 의도한 결과였다.
- 고대부터 근대까지 유럽에서 절대적인 재정 권력을 쟁취한 로마 가톨릭교회는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Napoléon Bonaparte 의 등장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재정 권력 또한 크게 약화되었다.
프랑스 혁명이라고 하면 흔히 '사치를 일삼던 왕실'에 분노 한 '과도한 세금에 허덕이던 민중'이라는 구도로 설명된다. "빵 을 달라”라며 외치는 민중을 향해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Maria Antonia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했다 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그러나 이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실제로 한 말이 아니라고 알려졌다).
- 어쨌든 막대한 재물과 권리를 가진 프랑스 국왕과 고통을 받 는 민중이라는 이미지는 우리의 역사관 속에 깊게 자리 잡았 다. 그리고 프랑스 국왕이라고 하면 '절대 왕정'이라는 말이 떠 오르듯 절대 권력을 거머쥐고 국민을 괴롭혔다는 인상이 있다. 하지만 사실 프랑스 국왕은 그 정도로 막강한 권력도, 막대한 재산도 없었다. 도리어 역대 프랑스 국왕들은 여러 차례 파산 을 하기도 했다. 유럽의 다른 국왕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 유산으로 빚을 물려준 프랑스 국왕들
프랑스 국왕은 왜 몇 차례나 파산 지경에 몰려야만 했을까? 바로 재정 기반이 약했기 때문이다. 성직자(교회)와 귀족은 막 강한 힘을 지녔고, 이들은 국가에 대한 세금을 면제받았다.
프랑스 혁명 이전의 프랑스 인구는 2,300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중 성직자는 10만 명에 불과한데도 그들이 소유한 토지는 전 국의 10분의 1에 이르렀다. 성직자들은 정해진 세금을 내는 대 신 자신들이 정한 금액을 국가에 납부했다.
귀족 또한 40만 명이 채 안 되었지만, 프랑스의 90퍼센트 이 상의 부를 독차지했다. 즉, 당시 프랑스에서 성직자와 귀족을 제외한 민중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태였던 것이다. 국왕은 그런 민중에게 세금을 징수하고 주변국과 전쟁을 치르는 데 필요한 비용 등을 확보해야 했다.
프랑스 혁명 당시 국왕 루이 16세 Louis XI도 엄청난 빚을 안고 있었다. 전임 국왕의 7년 전쟁과 미국의 독립전쟁 지원 등의 전 쟁 비용 때문에 프랑스의 빚은 30억 리브르(한화 약 8천 억)에 달 했다.
그때까지 몇 차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던 프랑스는 금융가로 부터 신용을 잃었다. 이 때문에 이자는 5~6퍼센트로 높았고, 이 자만 해도 연간 2억 리브르 가까이 지급해야 했다. 당시 프랑스 의 국가 수입이 2억 6,000만 리브르 정도였고, 세입의 대부분이 이자를 무는 데 쓰였다.
- 사실 루이 16세는 상당히 국민을 염려했던 왕이었던 듯하다. 재정 위기 때 국민에게 더 이상의 세금은 걷지 않고, 귀족이나 교회(성직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역대 프랑 스 국왕들도 사실은 귀족이나 교회에 세금을 더 내라고 압박하 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왕이 귀족과 교회의 심한 반발 로 과세를 포기하고 말았다.

- 초기 불교 경전에 따르면 붓다는 제자들에게 어려운 가르침 을 설파하거나 수행을 시킨 일도 없었으며, 누구나 알기 쉬운 말로 세상의 도리를 설명했다. 붓다는 죽기 직전에도 제자들에 게 “앞으로는 세상의 도리와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하며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붓다는 생전에 누구에 게도 엄격한 수행과 어려운 교리로 짐을 지우지 않았으며, “누 구나 자기 자신을 믿고 살아가면 된다"라고 전했다.
- 초기 불교 경전에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가르침이 담겼다는 사실은 예로부터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불경에 기록된 설화 가운데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가르침이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후세의 불교 교단은 이를 불교의 본질로 삼지 않았 다. 불교의 본질은 '오랜 수행 끝에 터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내 세웠다. 붓다의 가르침처럼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바로 실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불교 교단과 승려들은 더 존재할 의미가 없어진다. 누구나 바로 실천할 수 있다면 지도하는 승려가 필 요 없기 때문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설령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불교는 어렵고 엄격해야만 했다. 이후 붓다의 제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교단을 만들었고, 경제 규모가 커져감에 따라 교리는 점점 어려워졌다. 엄격한 수행도 하게 되었다.
신도를 확보하고 기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불교의 가르침에 '고마움'을 느끼도록 해야 했다. 고마움을 한층 더 크게 만들려 면 불교의 가르침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인 편이 유리했다. 승 려들은 교리를 어렵게 만들고 엄격하게 수행함으로써 자신들 에게 위엄을 부여하고 신도와 기부를 늘리고자 했다.
기독교에서 '교회를 통해서만 신과 연결될 수 있다', '교회는 신과 연결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는 방향으로 기울어진 논지 와 흡사하다. 종교는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화 되어 간다. 전통 이 깊은 종교든 신흥 종교든 종교 비즈니스화의 기본 구조는 앞 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돈이 돈을 벌게 만든 기부문화
사찰은 어떻게 이토록 막대한 재력을 지닐 수 있었을까? 중세 부터 사찰은 농지와 금전 등을 기부받았는데, 그것이 장원으로 발전해 갔다. 그러한 장원만으로도 넓이가 상당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사찰은 '신의 사자'이기도 했으므로 많은 사 람들이 '사찰에 기부하면 구원을 받는다'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 어, 교토의 니치렌 종파의 사찰 16곳의 회합 기록에는 1576년 기부를 요청한 지 불과 열흘 만에 1,200관문이 모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200관문은 쌀로 치면 1,000석(석은 다이묘나 무 가의 봉록 단위로 성인 한 명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쌀의 양에 해당한 다) 안팎이다. 그만한 양이 불과 열흘 만에 모였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광대한 장원을 이용해 대부업도 겸했다. 장원 에서 나는 쌀이나 기부된 쌀은 전부 다 사찰에서 소비하기에는 양이 많았다. 그래서 남은 쌀을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출거'를 했다. 출거는 원래 국가가 가난한 농민에게 벼를 빌려주고 가 을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도록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처음에는 빈민 대책이었지만 점차 이자 수입에 무게가 실리면서 어느새 국가의 중요한 재원이 되었다.
그러다가 개인이 출거하는 일도 생겨 이를 '사출거'라고 불렀 다. 사출거는 이자가 매우 높았다. 즉, 고리대금이다. 이 고리대 금을 대대적으로 행했던 곳이 사찰 세력이었다. 그중에서도 히 에이잔은 중심적인 존재였다.
- 전국 시대의 일본은 불교 외에 또 다른 종교 문제를 안고 있 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의 기독교 비즈니스가 일본에도 밀려왔 던 것이다. 기독교 비즈니스가 대항해 시대를 가져왔다는 사실 은 앞에서도 말했는데, 유럽의 대항해 시대는 일본의 전국 시대 와 시기적으로 거의 겹친다.
1543년부터 1587년 반세기 동안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에 서 온 무역선, 이른바 '남만선'들은 일본 각지에서 활발하게 교 역을 했다. 그때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예수회 선교사의 국외 추방을 명령한 '바테렌(신부) 추방령'을 내리기 직전이었다.
'남만무역'이라고 하면 유럽의 희귀한 생산품을 실어 오는 '특별한 무역'이며, 이들 '외래품은 일부 다이묘나 부유한 상인들 손에만 들어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남만무역으로 들어온 수입품은 당시 일본 사회에 깊숙이 파 고들었다. 특히 무기, 군수물자는 다이묘에게는 꼭 필요한 물품 이었다. 총포는 일본에서도 만들었지만, 총탄을 만들 때 사용되 는 납과 탄약의 원료가 되는 초석은 당시 일본에서 생산이 되지 않아 해외에서 수입해 올 수밖에 없었다. 남만무역을 거치지 않고서는 총포의 탄약, 화약의 원료 같은 물품은 구할 수 없었 다. 당시의 남만무역상들은 독점적으로 총포 관련 군수물자를 전국 시대 다이묘들에게 공급해 이익을 챙겼다고 할 수 있다.
- 남만선이 한 차례 뜨면 유럽의 무역상들에게는 막대한 부가 굴러들어 갔다. 당시 일본과 포르투갈의 무역 거래액은 1570년 대부터 1630년대까지 290~440만 크루자도(당시 포르투갈의 독자 적 화폐 단위)였다. 쌀값으로 치면 200만 석에서 400만 석 정도 로, 도쿠가와 정권의 1년 치 세금 수입에 버금가는 액수이다. 남만무역은 그 정도로 막대한 이익을 봤기 때문에 당연히 의무 도 따랐다. 앞서 언급했듯이 로마 교황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전 세계에 기독교를 포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에 따 라 양국은 전 세계에 식민지를 가지는 대가로 각지에 선교사를 파견해 교회를 세워야 할 의무를 지었다. 그 결과 양국이 세력을 넓힐 때마다 기독교 또한 그만큼 퍼지게 된 것이다.
기독교 포교와 '무역'은 표리일체,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선 교사가 각지에 파견되면 상인들도 함께 건너가 교역을 했다. 교역으로 얻은 이익의 일부는 교회에 환원되었고, 교회는 그 수 익으로 선교사들을 각지로 더욱 파견했다. 일본에 온 남만선도 마찬가지였다.
남만선이 일본에 왔을 때, 거래하는 조건으로 반드시 기독교 의 포교를 허가하라고 요청했다. '우리와 무역을 하고 싶다면 기독교 포교를 허가하라'라는 뜻이었다. 남만선과 교역을 하기 위해 다이묘들은 기독교의 포교를 인정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일본에 기독교가 급속하게 퍼져 나간 것이다.
- 남만무역이라고 하면 아주 먼 유럽에서 물자를 싣고 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은 마카오나 중국 항구에서 물자를 실어 왔다. 유럽의 물자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의 화물은 아시 아에서 조달했다.
왜 아시아의 생산품을 남만선이 실어 왔을까? 남만선이 등장 하기 전, 일본의 해외 무역은 왜구(일본 해적)가 지배하고 있었 다. 다만, 명나라 조정의 강력한 진압으로 16세기에는 왜구 세 력이 급속히 쇠퇴했다. 이 왜구를 진압하는 데 도움을 준 나라 가 바로, 포르투갈이었다. 포르투갈은 1510년 인도의 고아를 점령하고, 고아를 근거지로 삼아 이듬해에는 말라카를 손에 넣으면서 동남아시아에서 본격적인 무역에 나섰다. 1513년에는 명나라와 통상 관계를 맺었다.
1557년에는 해적을 토벌한 보상으로 명나라로부터 마카오를 임대받았다. 그리고 마카오를 거점으로 일본을 포함한 동남아 시아 일대에서 무역을 했다. 즉, 포르투갈은 왜구를 대신해 일 본의 해외 무역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전 세계에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 오스만 제국을 우회해 아시아와 교역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 다. 이로써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오스만 제국을 한 방 먹였다고 생각했으나 오스만 제국도 가만히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오스만 제국은 1535년 프랑스와 특별 협정을 맺고 통상 특권 을 부여했다. 이는 프랑스 상인이 오스만 제국에서 장사를 할 경우에는 치외법권, 영사재판권, 개인세 면제, 재산·주거·통행 의 자유 등을 인정한 것이다. 관세도 일률적으로 부과했다. 결 과적으로 향신료에 붙던 특별 관세가 없어진 셈이다.
- 왜 기독교 국가인 프랑스가 오스만 제국과 협정을 맺었을까? 당시 프랑스는 스페인과 적대적 관계였기 때문에 '적의 적은 아 군'이라는 의미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후 오스 만 제국은 1580년에 영국, 1612년에 네덜란드와 이와 유사한 특별 협정을 맺었다. 이처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에는 향신 료를 싸게 팔아 스페인과 포르투갈 세력의 향신료 무역을 방해 하려고 했다.
- 7세기 '알리'라는 인물이 칼리프가 되었는데, 이를 인정하는 파와 인정하지 않는 파로 분열했다. 알리를 인정하는 파가 '알 리를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시아파'가 되었다. 그리고 시 아파에서는 알리의 후손이 칼리프에 올랐다. 알리를 인정하 지 않는 파는 '이슬람의 관행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수 니파가 되었다. 이후 시아파와 수니파는 서로 적대하는 관계가 된다.
시아파는 10세기 무렵에 세력이 약해졌으나 16세기에 이란 지방에서 일어난 사파비 왕조Safavid dynasty가 시아파를 국교로 정하면서 부활했다. 사파비 왕조는 1501년, 이란 지방에 들어 선 이슬람 왕조이다. 오스만 제국의 강력한 대항 세력이었으며, 한때 이란 지방은 물론 아제르바이잔, 이라크 남부까지 넓은 영역을 점령했다. 자연히 사파비 왕조의 영향력은 컸다. 지금도 시아파의 총본산은 이란인데, 이는 사파비 왕조에서 유래한 것 이다. 그리고 오스만 제국은 수니파였다.
- 오스만 제국과 사파비 왕조는 사사건건 대립했으며, 소규모 충돌이 영유권 문제로 발전하기도 했다. 특히 티그리스강과 유 프라테스강의 하류에 있는 샤트 알 아랍 수로의 영유권을 놓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다. 샤트 알 아랍 수로는 메소포타미아 문 명의 발상지인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합류하는 곳으로 길이 200킬로미터, 가장 넓은 지점의 폭은 800미터에 이른다. 샤트 알 아랍 수로의 영유권 문제는 지금으로부터 400~500년 전에 시작되었다.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양쪽은 오 래전부터 아무런 득도 없는 소모전을 끝내고 싶어 했다. 1639 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처음으로 국경선이 정해졌다. 이때는 샤트 알 아랍 수로의 동쪽 지역에 국경선이 그어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지역에서는 끊임없이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국경이 확정되고서 200년 뒤, 근대에 접어들어 사파비 왕조 의 뒤를 이어 카자르 왕조가 등장했다. 하지만 국경 분쟁은 끝 나지 않았다.
당시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던 영국의 중개로 1847년 다시 국 경 확정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샤트 알 아랍 수로 동쪽 연안이 국경으로 정해졌다. 이로써 국경이 약간 서쪽으로 옮겨 지면서 언뜻 카자르 왕조에는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샤트 알 아랍 수로의 영유권은 오스만 제국에게 있어서 카자르 왕조는 사용할 수 없었다. 이처럼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결과에 카자 르 왕조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 이 문제는 끝나지 않고 현대로 넘어왔다. 현재 카자르 왕조는 이란으로, 오스만 제국은 이라크로 계승되었지만, 샤트 알 아랍 수로의 영유권을 둘러싼 양국의 대립은 계속된다. 고작 수로 하나로 400년이나 싸움을 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페르시아만으로 흘러들어가는 샤트 알 아랍 수로는 양 쪽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이다.
페르시아만은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동서양을 잇 는 물류 거점이었다. 샤트 알 아랍 수로는 내륙과 페르시아만 을 연결하는 통로였기 때문에, 통로를 사용할 수 있고 없고는 차이가 컸다. 더구나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석유가 채굴되면서 샤트 알 아랍 수로의 가치는 한층 더 높아졌다.
- 지금도 계속되는 수로 분쟁
긴 싸움은 마침내 타협점을 찾아 1937년, 이란과 이라크는 국 경 조약을 체결했다. 종전대로 샤트 알 아랍 수로의 동쪽 연안 이 국경선으로 정해졌지만, 이란도 샤트 알 아랍 수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사람들은 이로써 양국의 국경 분쟁이 마무리되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1970년대 이란은 미국을 등에 업고 이라크에 국경선을 조정하라고 압박했다. 당시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친미 국 가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라크도 저항할 수 없었고 1975년 샤트 알 아랍 수로의 중앙선을 국경으로 하는 데 합의했다. 결 과적으로 이라크는 샤트 알 아랍의 영유권을 절반은 빼앗긴 셈 이었다. 이라크는 이 원한을 풀기 위해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무너졌다. 이슬람 원리주의자 호메이니 Ayatollah Ruhollah Khomeini가 이끄는 새로운 정권은 반미 노선을 강화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급격히 냉각되었다.
1980년 미국이 이란을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계산 아래 이라크는 이란을 선제공격했다. 이란·이라크 전쟁의 시작이었다.
이때 미국은 이라크 편에 섰다. 당시의 이라크 지도자는 사담 후세인 Saddam Hussein 이었다. 즉, 미국은 과거에 사담 후세인을 지원했던 것이다.
이란과 이라크 전쟁은 8년 동안 이어지며 100만 명 이상의 사 상자를 냈다. 이처럼 큰 희생을 치렀지만 막상 국경선은 전쟁 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지금도 샤트 알 아랍 수로를 둘러싼 이 란과 이라크의 충돌은 이어지고 있다.
- 밸푸어 선언과 이스라엘의 탄생
현재 중동 지역의 갈등과 혼란은 이때 영국이 오스만 제국을 해체하며 남긴 불씨로 인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서로 다 른 세 가지를 약속했다. 먼저, 아랍 사회에는 팔레스타인을 포 함해 중동 전체에서 오스만 제국을 대신할 아랍 왕국을 수립해 주기로 한다(후세인-맥마흔 서한, 1915년).
앞서 설명했듯이 당시 이슬람 세계는 대부분 오스만 제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싶은 부족도 있었기에 전후 독립을 조건으로 각 부족이 반란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또 하나는 동맹국 프랑스를 상대로 한 약속이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중동 전체를 분할 통치하자는 비밀 약속이다(1915년, 사 이크스-피코 협정). 제1차 세계대전의 동맹국이자 당시 세계적 강 국이었던 프랑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은 유대인에게 약속한 유대인 내셔널 홈(민족적 고향) 건설이다(1917년, 밸푸어선언),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현 재 이스라엘이 있는 팔레스타인 지방도 오스만 제국이 지배했 던 곳이었다.
당시 유대인 사회에서는 독일과 오스만 제국이 속한 동맹국 진영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때 가장 가혹하게 유대인을 박해했던 나라는 러시아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박해한 러시아와 싸우는 독일을 지지했던 것이다. 여러 번 말했다시피 유 대인은 고대부터 금융 분야에 뛰어난 민족이었다. 유명한 부호 로스차일드 가문도 18세기 독일에서 세력을 키운 유대인 은행 가 가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금융 권력을 잡은 유대인 사회가 어느 진영을 지지할지 주목되었다. 물론 두 진영 모두 유대인 사회 를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 유대인을 아군으로 두면 전쟁 비용 을 조달하는 데 꽤 유리하기 때문이다. 고전하던 연합국 측 영 국이 꺼낸 비장의 무기는 유대인 사회에 달콤한 사탕 같았다.
- '밸푸어 선언'이라고 불리는 이 약속은 당시 영국의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 Arthur Balfour가 유대인 사회를 대표하는 로스차일드 가문에 보낸 편지가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전쟁이 끝나면 팔레 스타인 지방에 유대인의 내셔널 홈의 건설을 지지한다는 내용 을 담았다. 영국은 유대인의 돈을 빌리기 위해 팔레스타인 지 역을 유대인에게 내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영국의 제안은 유대인 사회의 오랜 열망을 잘 읽어 냈다고 할 수 있다.
밸푸어 선언에는 '유대 민족을 위한 내셔널 홈 national home 을 팔레스타인에 수립하는 것을 적극 찬성한다'라고 되어 있으며, 유대인의 국가를 세운다고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유대 인들은 이를 자신들의 국가를 세울 수 있다고 해석했다.
- 제1차 세계대전에서 어렵사리 연합국 측이 승리를 거뒀지만, 전후 중동의 상황은 혼란스러웠다. 특히 팔레스타인 지역은 더 없는 혼란에 빠졌다. 아랍 세계와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이 싹 탔기 때문이다. 이는 영국의 삼중 외교가 뿌린 씨앗이었다. 팔레스타인 지역은 국제연맹의 결정에 따라 영국의 위임통치 령으로 지정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팔레스타인에 는 약 75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으며 그중 65만 명이 아랍인 이었다. 유대인도 거주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아랍인과 유대 인은 서로 친밀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대체로 평온하게 공존하 는 사이였다.
그러나 밸푸어 선언이 알려지면서 그들의 사이는 틀어졌다.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으로 대거 이주했다. 제1차 세계대전 종 료 후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는 유대인은 5만 명 정도에 불과했 으나, 1931년부터 1935년 사이에 무려 15만 명이 이주한 것이 다. 이를 두고 아랍인 사회는 크게 반발했다. 팔레스타인에서 는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에 충돌이 잦았고 종종 대참사로 발전 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팔레스타인을 둔 유대인과 아랍인의 대립은 한계점에 다다랐다. 영국은 마침내 위임통치를 포기하 고 이 문제를 국제연합에 넘겨 버렸다. 국제연합은 논의 끝에 팔레스타인 지역을 셋으로 분할하여 유대인 자치구, 아랍인 자 치구, 그리고 각 종교의 중요한 성지가 있는 이스라엘의 일부는 국제연합의 관리 아래에 둔다고 제안했다. 독립 국가 건설을 갈망하던 유대인 측은 마지못해 국제연합의 제안을 받아들였 지만 아랍인 측은 이를 거부했다. 유대인 측은 얻는 것이 있지 만 아랍인 측은 잃을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원수가 된 유대교와 이슬람교
1948년 5월 14일, 영국의 위임통치가 종료되자 팔레스타인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팔레스타인 지역에 원래 거주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웃 아랍 국가들도 이스라엘의 국가 수립에 반대하며 전쟁이 시작 되었다. 이것이 제1차 중동전쟁이다.
아랍 측에 이집트, 시리아, 모로코, 레바논, 이라크,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예멘이 참전했으며 영국군 장교들도 다수 아 랍군에 동참했다. 수적으로도 아랍군은 15만 명인데 비해 이스 라엘군은 많아야 3만 명이었다. 아랍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해 보였다. 아랍 측은 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었으나 긴밀한 연계 부족과 내부 균열로 말미암아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이스 라엘군에 패배를 거듭했다. 이스라엘군에는 종군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많았던 데다 아랍군 내부의 응집력이 부족했던 탓에 도리어 이스라엘의 반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 결국 제1차 중동전쟁은 1949년 휴전협정을 체결하며 종결되 었다. 먼저 공격을 시작한 아랍 측이 더 많은 것을 잃었다. 이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국제연합이 정한 유대인 자치구 이상의 지역을 지배하게 되었다. 휴전협정에서 정해진 경계선이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이스라엘의 국경선이다.
전쟁 중에 주변국으로 피신했던 팔레스타인의 아랍인들은 스라엘 정부로부터 귀환을 허가받지 못했다. 그 때문에 수십만 명이 넘는 난민이 생겨났다. 그들 중에는 지금까지 몇 대에 걸 쳐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후 이슬람교인과 유대교인은 철천지원수 관계가 되고 말았 다. 처음에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영토 문제'로 출발한 이스라엘 문제가 이슬람교와 유대교의 종교적 대립으로 발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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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는 어떻게 창조되었나?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생명의 본질은 무엇인가?"와 같은 보편적 질문 대신 "돌은 어 떻게 낙하하는가? 관 속에서 물은 어떻게 흐르는가? 피는 혈관 속 에서 어떻게 순환하는가?" 같은 제한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때 를 현대 과학의 출발점으로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질문을 바꾸자 경이로운 결과가 나왔다. 보편적 질문은 제한적 답으로 이어졌던 반면, 제한적 질문은 오히려 점점 더 보편적인 답을 내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수아 자코브, 1977년)

- <의존하는 유전자》를 쓰던 1990년대 말에 나는 아버지와 발달의 본질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아버지가 처음에 이 문제에 흥미를 느낀 이유는 본인이 의사이기 때문이었지만, 이후에도 동 시대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질문에 꾸준히 관심을 기 울였다. 하지만 내가 '후성유전epigenesis'이라는 생물학적 과정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그 용어가 어쩐지 못마땅하다 고 하셨다. 'epi'라는 접두사가 그리스어로 '위에', '겉에', '위쪽에' 라는 뜻임을 알고 있는데, 유전자 '위에 뭔가가 있다는 개념을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나는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는 발달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그 러니까 은유적 의미에서 유전자 위에 어떤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포착한 단어라고 응수했다. 과학자들이 후성유전 에 관해 이런 식으로 말할 때는, 한 유기체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비유전적 요인들, 예컨대 호르몬이나 동물이 살아가는 사회적 맥 락 등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의사인 아버지는 이런 은유적 설명을 부적절하게 여겼고, '후성유전적epigenetic'이라는 단 어를 쓰려면 그건 물리적으로 유전자 위에 존재하는 것만을 지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 당시 후성유전에 관한 나의 이해 는 잘 봐주어도 어렴풋한 수준이었으니, 아버지에게 이 이론을 납 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그로부터 2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 후성유전학은 생물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했고, 후성 유전학자들의 새로운 발견은 종양학, 영양학, 심리학, 철학 등 여 러 다양한 학문 분야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의 DNA 위 에 있는 혹은 DNA에 달라붙은 뭔가(이를 '후성유전적 표지'라 부른 다)가 실제로 존재하며, 이들이 DNA가 기능하는 방식에 결정적 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이유로 후성유전 과정은 우 리의 거의 모든 특징에 영향을 미친다. 아직은 과학자들이 후성유 전적 표지에 관해 알아야 할 사실들을 막 알아가기 시작한 단계지 만,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확실히 획기적이다. 경험(그리 고 우리가 처한 환경 속 여러 상황)이 일부 후성유전적 표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일란성 쌍둥이 사이의 차이, 식생활이 건강에 미 치는 영향, 어머니의 행동이 성인이 된 자녀의 스트레스 상태에 미 치는 영향 등 아주 다양한 것들을 후성유전적 표지로 설명할 수 있 다. 후성유전학의 이런 발견들은 본성 대 양육 논쟁을 뿌리째 뒤흔 드는 데 일조했다. 요컨대 후성유전적 사건들은 DNA와 환경의 접 점에서 발생하므로 이를 알면 우리의 특징들이 언제나 본성과 양 육 두 가지 모두의 결과라는 것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식민지 주민들과 그들이 처한 상황 두가지 모두가 최초의 아메리카 식민 지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했던 것처럼.
- DNA와 표현형의 관계
BRCA1에 관한 연구 결과를 집중적으로 읽으면 얻을 수 있 는 더 포괄적인 메시지가 하나 있다. BRCA1 유전자라는 DNA가 유방암을 유발하지 않는 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어 떤 DNA도 단독으로는 그 어떤 질병도 유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DNA는 우리의 그 어떤 특징도 단독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이 말 이 놀랍게 들릴 수도 있겠다. 사람들은 대부분 DNA 속 유전자들 이 우리의 일부 표현형(우리의 특징이나 성격을 일컬어 생물학자들이 사용하는 단어다)을 만들어낸다고 분명히 배웠으니 말이다. 표현형 은 신체적인 것일 수도 있고 심리적인 것일 수도 있으며, 눈동자 색과 머리 크기부터 음악적 재능, 주의력 지속 시간, 술에 잘 취하 는 성향 그리고 그 사이 모든 것을 포함한다. 하지만 유전자가 표 현형을 결정하지 않는데도, 세상에 나와 있는 다수의 생물학 교과 서는 여전히 유전자가 표현형을 결정하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고, 그렇게 일종의 유전자 결정론을 유포하고 있다. 눈동자 색은 특히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다수의 생물학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눈 동자 색이라는 표현형이 유전적으로 단순한 방식으로 결정된다 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국립보건원 암 연구소에서 일하는 정상급 유방암 전문가들이 펴낸 BRCA 유전자 변이에 관한 자료 속 다음 구절을 읽어보면, 우리가 그런 종류의 예측치를 대할 때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특별히 주의 해서 보아야 할 부분은 강조 표시를 했다).
BRCA1과 BRCA2 변이와 관련하여 유방암과 난소암이 생길 위 험의 예측치는 [암에 걸린 사람이 많은 대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연 구 결과로 계산한 것이며 (...) 이는 꼭 지적해야 할 중요한 사항 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 일정 부분 유전자를 공유할 뿐 아 니라 환경도 공유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가족들에게서 나타난 다수의 암 발병 사례는 어느 정도는 다른 유전 요인이나 환경 요인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1] 위험 예측치는(...) 전체 인구에서 BRCA1과 BRCA2 변이 보유자들의 발병 위험 정도를 정 확히 반영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더욱이 전체 인구에서 [대조군 을 제대로 사용하여 암 발병 위험성을 연구한] 장기 연구에서 나온 데이터가 없으므로, (・・・) 위에서 제시한 확률 수치는 더 많은 데 이터가 나오면 달라질 수 있는 추정치다."
- 후성유전이란 다양한 맥락 또는 상황에 따라 유전 물질이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되는, 즉 발현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DNA는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전등 스위치처럼 작동 한다고 말이다. 아니, 조명을 약간만 밝히거나 적당한 밝기로 맞추 거나 눈이 부실 정도로 밝게도 조절할 수 있는 조광기처럼 작동한 다고 보는 게 더 낫겠다. 어떤 DNA 분절DNA segment (유전자)이 얼 마나 활성화되는가는 그 분절의 후성유전적 상태에 달려 있고, 그 상태는 그 분절이 처한 맥락 등의 요인에 달려 있다.
이런 정의는 유전자 및 유전자의 작용을 바라보던 관점에 상당히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려준다. 전통적 관점에서는 우리가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 관점에 따르면 당신의 눈이 파란 것은 파란 눈과 관련된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방암과 관련된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유방암이 발병할 위험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후성유전의 정 의에 따라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을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 유전자의 활동 정도가 다양한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 을 감안하면, 정말로 중요한 것은 우리의 DNA가 무엇을 하는지다.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질 수 있다면 그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아 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볼 때 특정 유전자를 가진 것은 열쇠 하나를 가진 것과 비슷한 일이며, 딱 맞는 열쇠구멍이 없다면 그 열쇠는 있어도 무용지물이라는 말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해보자면, 그런 유전자는 “광산에 묻혀 있는 은"과 같아서 별 의미가 없다.

- 후성유전의 작동 방식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예로 '잘 놀라는 쥐들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몬트리올의 어떤 과학자들은 아주 주 목할 만한 연구에서 어미 쥐의 행동이 새끼 쥐의 스트레스 반응 조 절을 담당하는 일부 유전자의 활동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새끼를 핥아주고 털을 다듬어주는 데 많은 시간을 쏟은 어미 쥐는 그 행동으로 새끼 쥐의 특정 유전 자들을 효과적으로 '고', 이 유전자들이 켜진 결과 새끼 쥐는 스 트레스가 심한 일에도 여유롭게 반응하는 성체 쥐로 자랐다. 헌신 적이지 않은 어미 쥐의 새끼는 스트레스에 훨씬 건강하지 않은 방 식으로 반응했다. 사람의 신경계도 쥐의 신경계와 매우 유사한 방 식으로 스트레스에 반응하기 때문에 이 발견이 지닌 의미는 대단 히 중요한 것으로 인정된다.
- 일단 우리는 DNA가 맥락의 영향을 받으며 환경이 DNA에 중요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됐다. 하지만 DNA와 맥락이 어떻게 기계적인 방식으로) 함께 작동하여 현재의 우 리를 만들어내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미 1960년대 중반 즈음 일부 발달생물학자들은 유전자가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도 우 리는 환경이 어떻게 우리 몸속 분자들에 영향을 미치고 유전자와 협력하여 우리를 형성하는지 이제 막 어렴풋이 알아가는 수준이 다. 앞으로 이 책에서는 그 모든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 살펴볼 것이다.
-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후성유전적 이상 때문에 생긴 질병에 시달리면서 후성유전에 관해 알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 다. 후성유전 현상은 암 외에도 몇몇 자가면역질환 그리고 프레더 윌리증후군과 엔젤만증후군 등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에 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조울증) 등 몇 몇 정신장애도 후성유전적 이상과 연관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학습 및 기억 형성, 우리가 잠들고 깨어나게 하는 하루 주기를 만들어내 는 것 등 일상적인 기능에서 담당하는 역할 때문에 후성유전을 알 게 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후성유전의 대물림이 진화에 관한 현재 생물학자들의 이론, 즉 신다윈주의 혹은 '현대' 종합설이라 불리 는 이론에서 갖는 의미 때문에 후성유전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지난 60년 동안 생물학에서 진행된 거의 모든 연구의 밑바탕을 이 루는 신다윈주의 종합설은 우리가 살면서 획득하는 형질, 즉 경험 의 결과로 얻게 되는 형질은 절대 유전될 수 없다는 주장을 견지한 다." 하지만 후성유전의 대물림 현상이 발견되면서 그 주장이 사 실과 어긋난다는 것이 밝혀졌고, 따라서 생물학의 기본 견해 일부 를 재고할 수밖에 없다. MIT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 교수인 이블린 폭스 켈러에 따르면 "그 사실이 발견되고 유전학에 통합되면서 주 류 유전학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아마도 후성유전학은 질병 치료법의 개발, 구체적으로는 후성유전적 표지를 표적으로 하는 식이요법이나 약물요법 개발 분 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적용될 것이다. 예컨대 현재 후성유전학 분 야에서는 아동기에 경험한 트라우마와 관련된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맞춤 의약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연 구가 진행 중이다. 이런 치료법이 발견된다면 그야말로 획기적이 고 기념비적인 일이 될 것이다. 행동 후성유전학의 이런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의미에 관해서는 뒤에서 더 살펴볼 것이다.

- 후성유전학의 등장
새 배아가 어떻게 이렇게 작동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까지 는 수십 년이 걸렸지만, 오늘날 우리는 드리슈가 발견한 현상을 가 능하게 하는 것이 후성유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의 선구적인 연구 이후, 우리는 아주 어린 배아의 세포들이 '다능성' 세포임을 알고 있다. 즉, 이 배아세포들 각각은 간세포, 피부세포, 뇌세포 등 몸을 구성하는 서로 무척이나 다른 다양한 세포 중 어떤 세포로도 발달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머리를 만드는 데 필 요한 자원과 꼬리(그리고 신체의 다른 모든 부위)를 만드는 데 필요 한 자원 모두가 어린 배아를 이루는 모든 세포 각각에 분명히 존재 하며, 이 세포들을 일컬어 이른바 배아줄기세포라고 한다. 이 세포 들이 다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세포 속에서 서로 다른 DNA 분절들(발달 자원들)이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됨으로써 그 각각의 세포가 결국 서로 다른 종류의 세포로 발달하게 하는 후 성유전 과정이, 생물 발생의 핵심임을 의미한다. 후성유전이 우리 몸속에서 하는 일 가운데 가장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역할은, 처음 에는 서로 구별되지 않는 똑같은 줄기세포들이 각자 독특한 형태 와 기능을 갖춰가며 다양한 세포로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 드리슈의 연구에서 나온 중요한 통찰 하나를 꼽자면, 세포의 발달은 그것이 처한 맥락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이다. 완전히 똑 같은 세포라도 다른 상황에 두면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발달할 수 도 있다는 말이다. 어느 줄기세포 하나를 그냥 두면 그것이 독립적 인 한 사람으로 발달할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세포를 다른 세포에 붙여 두면 예컨대 우리 뇌 속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세포인 뉴런으 로 발달할 수도 있다. 태아가 자궁 속에서 발생 과정을 거치는 동안 우리의 뇌와 심장(각자 고유한 뇌세포와 심장세포들을 지녔다)은 바로 이런 식으로, 원래는 정확히 똑같았던 줄기세포로부터 분화된다.
이처럼 발달은 세포와 맥락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 세포들이 하는 어떤 작용은 그 세포 속에 들어 있는 것 때문이고, 또 어떤 작용은 세포 밖에 있는 것 때문이다. 표현형(이 말이 세포의 특징 을 일컫는 것인지 전체 사람의 특징을 일컫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을 결정하는 것은 내부에 있는 것 또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부와 외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크 리스티아네 뉘슬라인 폴하르트가 2006년에 잘 요약한 것처럼, '세 포질'이라는 세포 속 물질은 “환경으로부터 신호와 정보를 받는데, 이 환경에는 이웃한 세포들도 포함된다. 이 정보는 이어서 유전자 로도 전달된다. (...) 이렇듯 한 세포의 운명은 세포질과 외부 영향 력 둘 다에 의존한다."

- 좀 어처구니 없지만, 대부분의 서로 다른 스플라이싱 산물은 한 사람의 서로 다 른 세포 유형 사이에서 발견되지만, 어떤 차이는 개인과 개인 사이 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믿기 어렵지만 이런 발견은 험프리 보가트와 프랭크 시나트라의 정확히 똑같은 유전자가 뭔가 다른 일을 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의 데이터는 선택적 스플라이싱이 경험에 따라 유도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새로운 환경을 학습할 때 쥐의 뇌세 포들은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특정 DNA 분절을 사용하여 그 경 험을 기억으로 만든다. 그런데 쥐들이 전기 충격에 노출되면, 마 치 징벌 같은 이 경험을 환경과 결부시켜 기억을 형성하는 동안 바로 그 전에 사용한 것과 똑같은 DNA 분절을 사용하여 다른 종류 의 단백질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니까 DNA 분절 하나, 즉 유전 자 하나로 특정 경험에 반응해서는 특정 산물을 만들고, 그와 약간 다른 종류의 경험에 반응해서는 또 다른 산물을 만든다는 말이다. 따라서 후성유전학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맥락과 무관하게 항상 특정 표현형만을 초래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말은 미심 쩍어 보일 수밖에 없다.
1999년에 생물학자들은 선택적 스플라이싱이 우리 DNA 가운데 많아야 3분의 1 정도의 전사 과정에서 일어날 거라고 생각 했고, 당시에는 그것도 꽤 높은 비율처럼 보였다. 하지만 알고 보 니 이건 심하게 과소평가한 수치였다. 2003년에 한 연구팀은 “인 간의 멀티 엑손 유전자 중 적어도 74퍼센트에서 선택적 스플라이싱이 일어난다""라고 결론지었고, 그로부터 5년 후의 여러 연구 는 선택적 RNA 스플라이싱이 "실제로 인간 유전자의 보편적 특 징"22임을 보여주었다. 연구소에 따라 인간 유전자의 92퍼센트23 내지 95퍼센트24에서 선택적 스플라이싱이 일어난다고 밝힌 것 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성숙한 RNA 중 어떤 것은 하나 의 DNA 가닥 상에서 서로 꽤 멀리 떨어진 DNA 분절들로부터 만 들어진 둘 이상의 RNA 전사물이 이어 붙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 보다 더 놀라운 건, 현재 분자생물학자들이 서로 완전히 다른 두염 색체에서 추출된 RNA 전사물들을 스플라이싱하여 하나의 단백질 부호화 서열을 만들 수도 있음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ENCODE 프 로젝트를 이끄는 과학자들은 부분적으로는 이런 현상의 발견 때 문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유전체 전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DNA 서열들에 의해 부호화되는 이런 유전자 산물에는, 유전 자를 '하나의 위치(즉 염색체상의 특정 자리)'로 보는 고전적 개념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

- '유전자'를 정의하려는 최근의 시도들은, 유전체가 "생명이 있는 존재를 위한 운영 체제" 28 같은 것이라는 생각으로까지 나아 갔다. 이 직유를 따른다면 유전자를 컴퓨터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일종의 '서브루틴'으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전자를 정의하려는 시도 역시 ENCODE 프로젝트 이후에는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ENCODE팀도 자신들만의 (그리 직관 적이지는 않지만) 새로운 정의를 내놓았는데, "유전자란 잠재적으 로 중첩될 수 있는 기능적 산물들의 일관된 집합을 부호화하는 유 전체 서열들의 연합체"라는 것이다. 어쩌면 다소 불명료한 이 정 의가 결국.... 최종적인 정의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로서 는 정통한 생물학자들의 공동체에서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유전자'라는 단어를 정의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지 아직 알 수 없다.

- 가장 잘 연구된 히스톤 변형은 아세틸기라는 원자 무리와 연 관된다(그림 6.1) 16 히스톤 메틸화는 히스톤에 메틸기가 부착되는 현상이듯, 히스톤 아세틸화는 히스톤에 아세틸기가 부착되는 과 정이다. 히스톤 아세틸화와 DNA 메틸화는 기본적으로 정반대의 효과를 낸다. 히스톤 아세틸화는 아세틸화된 히스톤 근처에 있는 DNA 부분이 열려서 접근 가능해지게 만든다. 따라서 DNA 메틸 화가 일반적으로 DNA를 접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으로 여겨지 는 반면, 히스톤 아세틸화는 유전자 활성화와 관련된다. 이 아세틸 화 과정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DNA가 아니라 히스톤이지만, 그래도 히스톤 아세틸화는 유전자의 발현 증가와 연관된다. 그리고 히스톤 아세틸화는 거의 항상 유전자 활성화와 연관되기 때문 에, 앞으로 이 책에서 자주 이 과정을 만나게 될 것이다.
DNA 메틸화이든 히스톤 변형이든, 이 과정들은 DNA의 특 정 분절에만 영향을 미치고 나머지 다른 분절에는 영향을 주지 않 는다. 그러므로 염색질의 서로 다른 각 부분은 각자 독립적으로 '열리'거나 '닫힐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부분들은 읽힐 수 있는 상 태가 되는데 다른 부분들은 전사 장치에서 아예 숨겨진 상태로 남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후성유전적 변형 시스템은 특정 유전자로부터만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식으로 정밀하게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아마도 DNA 메틸화와 히스톤 변형 사이의 가장 중요한 차 이는 DNA 메틸화가 훨씬 더 안정적이라는 점일 것이다. 히스톤 변형과 달리 DNA 메틸화는 유전체에 표지를 남길 수 있어서 한 세포의 표현형이 그 유기체의 평생에 걸쳐 유지될 수 있다. 이처 럼 장기간 지속 가능하다는 점에서 DNA 메틸화는 '후성유전의 프 리마돈나'라 불린다. 물론 히스톤 변형도 유전자 조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DNA 메틸화와 비교하면 훨씬 가변적이다. 두 경우 모두 그 과정의 효과는 염색질의 조성을 바꾸고 그럼으로 써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 가령 당신에게 천 개의 세포가 있고, 그 모든 세포에는 접근 가능하며 따라서 연관된 단백질을 마음껏 만들 수 있는 특정 유전 자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경우 세포들은 단백질을 아주 많이 만 들어낼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포들 모두가 유전자를 억제했다면, 단백질을 아주 조금만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나 만약 5백 개의 세 포는 유전자에 접근할 수 있고 나머지 5백 개의 세포는 접근할 수 없다면, 이 세포군은 모두가 활성화된 세포군이 만들어낸 것과 모 두가 침묵화된 세포군이 만들어내는 것의 중간 정도 되는 양의 단 백질을 만들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유전자가 정말로 '전부 아니면 무'의 양자택일적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유전자 활성화 에는 단계적인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 2005년, 마드리드 소재 스페인 국립암센터는 전 세계의 공 동연구자들과 함께) 일란성 쌍둥이 40쌍의 후성유전적 상태에 관한 중요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이 쌍둥이들의 유전 체 전체에서 일어난 DNA 메틸화와 히스톤 아세틸화를 모두 검토 하여 젊은 일란성 쌍둥이들이 서로 극히 유사한 후성유전적 표지 패턴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했다. 하지만 쌍둥이들이 나이 들면서 각자 삶에서 서로 다른 경험이 쌓일수록 그들의 후성유전적 상태 도 서로 달라졌으며, "나이가 더 많고, 서로 다른 생활방식을 영위 하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쌍둥이에게서는 유전체 전체 에 나타난 DNA 메틸화와 히스톤 아세틸화에서 현저한 차이의 증 거가 보였다. 이 연구에 담긴 의미는 살면서 겪은 경험들이 DNA 에 '표시'를 남기며 이 표시들이 우리의 유전체가 발현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2005년 이후로 다른 일란성 쌍둥이 연구들도 진행되었지 만, 모두 같은 결론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두 건의 연구 는 일란성 쌍둥이들이 서로 다른 후성유전 프로필을 갖고 태어나 며, 어떤 경우에 그 차이는 쌍둥이의 태내 환경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고했다. 게다가 한 연구는 마드리드 연구와 달리, 출 생 시점에 존재한 후성유전의 차이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지 않 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최소한 다섯 건의 연구는 DNA 메틸화 패턴이 나이가 들면서 분명 변화했음을 발견했다. 그러므로 일란 성 쌍둥이의 후성유전 프로필이 출생 시 정말 다르다고 하더라도 스페인 국립암센터의 연구가 제시했던 경험이 유전자가 하는 일 에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는 여전히 유효하다.

- 여왕님의 식사와 그 후성유전적 효과를 논하기 전에 우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라는 말과 '결과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말 사이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이 런 상황, 그러니까 A 먹이를 먹으면 일벌이 되고 B 먹이를 먹으면 여왕벌이 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먹이 하나만으로 일벌에게 꽃가 루 바구니와 벌침이 발달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싶어진 다. 결국 모든 벌은 유전적으로 동일하고 벌들의 환경에서 유일한 차이는 먹이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A 먹이가 단독으로 꽃가루 바 구니를 발달시킨다는 말이 사실일 가능성은 없다. 만약 내가 갑자 기 암꿀벌 애벌레를 일벌로 키운 먹이를 먹기 시작한다고 해도 내 다리에 꽃가루 바구니가 발달할 리는 없으니 말이다! 꽃가루 바구 니가 생기는 것은 먹이와 꿀벌의 유전체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이 다. 그러므로 여왕벌과 일벌의 차이는 먹이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 먹이 자체가 단독으로 벌들의 행동이나 표현형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여기서 이 점을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이 유는, 차이를 만드는 것이 이 예시의 먹이처럼 환경 요인일 때 어 떤 특징을 초래한다는 것과 특징의 차이를 설명할수있는 요인이라는 것이 서로 다른 일임을 머릿속에 새겨두기가 더 쉬울 듯해서다. 상 황이 반대여서 차이를 만드는 것이 유전자라면, 우리는 이 상황의 차이를 놓치고서 유전자만이 원인을 제공할 능력을 지녔다고 가 정하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유전학자가 X라는 질병이 있 는 모든 사람에게는 존재하지만 그 병이 없는 사람에게는 존재하 지 않는 유전자 하나를 발견했다고 상상해보자. 이 경우, 많은 사 람이 단독으로 그 병을 초래하는 유전자가 발견되었다고 결론지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발견된 이 유전자가 그 병의 표현 형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이 유전자가 환경 요인과 무관하게 그 표현형을 초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섭식이 단독으로 한표 현형의 발달을 초래할 수 없듯이 유전자 역시 그럴 수 없다. 정말 복잡하지만, 유전 요인도 환경 요인도 독립적으로 표현형을 초래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먹이가 꿀벌의 몸에 미치는 영향 연구 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전반적인 교훈은, 각각의 특징들이 현재 와 같은 상태를 갖춘 것은 환경적 원인과 유전적 원인 둘 다 때문 이라는 것이다.
먹이가 꿀벌에게 중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암벌의 생애 중 애벌레 초기 단계에, 일벌은 각자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샘에서 분비되는 로열젤리라는 물질을 애벌레들에게 먹인다. 이렇게 사흘을 먹인 뒤 보모 벌들은 대부분의 발달 중인 꿀벌의 먹이를 다른 '일꾼 먹이'"로 바꾸지만, 여왕이 될 애벌레들에게는 엄청난 양의 로열젤리를 계속 공급한다. 계속 로열젤리를 먹는 암컷 애벌레는 여왕벌로 분화하고, 이들은 남은 긴 생애 동안, 자신들의 쌍둥이 자매들이 (그리고 대부분의 자손까지) 죽은 뒤로도 오랫동안 계속 로 열젤리를 먹는다.
이 과정에 관해서는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지만, 계속되는 연구로 그 이야기가 더 명확히 규명되기 시작 했다. 로열젤리 안에 들어 있는 어떤 단백질이 암컷 애벌레가 여왕 별로 분화되는 데 이바지하는 호르몬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 다. 하지만 어떻게 특정 동물이 먹는 한 가지 단백질이 그것을 먹지 않는 경우와 그토록 다른 모습으로 발달하게 만드는 것일까? 10년 전, 발달 중인 여왕벌과 일벌의 유전자 발현을 검토하던 연구 자들은 암벌들이 동일한 유전체를 공유하지만 여왕벌이 될 운명 인 애벌레들은 일벌이 될 애벌레들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자신 들의 유전체를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섭식 요인 이 애벌레에게 유전자 발현을 바꾸는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그럼 으로써 다른 경로를 따라 발달이 추진되도록 했을 가능성을 암시 했다.
사실 지금은 거기서 놓치고 있던 고리가 바로 후성유전이라 는 것이 명백해졌다. 과학자들이 특수하게 설계한 분자들을 직접 주입함으로써 후성유전적 상태를 조작하자 애벌레들은 꼭 로열젤리가 풍부한 먹이를 먹은 것처럼 확실히 여왕벌로 발달했다." 결 정적으로 이 연구가 증명한 사실은 여왕벌이 되려면 일반적으로 일벌들에게서 메틸화되어 있는 DNA가 탈메틸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 꿀벌 퍼즐에는 아직도 다 맞춰지지 않은 조각들 이 남아 있다. 예컨대 로열젤리에 들어 있는 특정 단백질이 만들 어내는 후성유전 효과가 직접적인 방식인지 간접적인 방식인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섭식이 후성유전 메커니즘을 통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꿀벌의 몸과 행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 후성유전적 변형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유전자 전사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알아야 한다. 전사는 '전사인자'라 는 분자들이 DNA의 '조절 부위'라는 곳에 달라붙을 때 시작된다. 조절 부위 자체도 DNA 분절이므로 조절 부위는 전사인자와 '결 합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전사인자가 부착될 수 있는 특별한 뉴클 레오타이드 염기서열로 이루어져 있다. 전사인자가 조절 부위에 결합하면 그 부위와 관련된 유전자의 전사가 시작된다. 그러므로 조절 부위라는 이름은 아주 적절하다. 각 조절 부위가 특정 유전자 의 발현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조절 부위들이 항상 자신이 조절하는 유전자들 근처에 있기만 하다면 상황이 훨씬 단순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조절 부위들은 조절하는 유전 자 가까이에 있지만 일부는 DNA 가닥 상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기도 하다. 놀랍게도 어떤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들은 다른 염색 체상의 조절 부위와 짝을 이뤄 조절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때로는 한 염색체에 있는 조절 부위가 완전히 다른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의 활동을 조절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 정도로는 충분히 복잡하지 않다는 듯, 자연선택은 전사인자와 조절 부위를 단순한 열쇠와 자물쇠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 지 않았다. 즉, 하나의 열쇠가 단 하나의 유일한 자물쇠를 열 수 있 고 하나의 자물쇠가 단 하나의 유일한 열쇠로만 열리는 식과는 다 르다는 말이다. 오히려 상황은 몇 개의 열쇠가 몇 가지 자물쇠를 열 수 있고 몇 개의 자물쇠가 여러 종류의 열쇠로 열리는 것과 더 비슷하다. 현재 생물학 교과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하나의 유전자는 다양한 전사인자들과 결합하는 여러 DNA 조 절 부위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 반대로 하나의 전사인자는 유 전체의 여러 부위에 부착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
-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하려는 건지, 일부 전사인자들은 어떤 DNA 가닥 위에서 서로 가까이 있을 때 상호작용하기도 하는데, 이 상호작용은 유전자가 전사되는 방식에 한층 더 영향을 미친다. 다시 한번 교과서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찾아보자.
유전자의 조절 부위는 유전자 발현을 위한 일종의 통합 센터로 생각할 수 있다. 세포들은 서로 다른 자극들에 노출되면 서로 다른 전사인자들을 합성함으로써 그 자극에 반응하며 (...) 특 정 유전자가 전사되는 정도는 추정컨대 [그 유전자의 조절 부위 혹은 부위들에 존재하는 전사인자들의 특정 조합에 달려 있는 듯 하다.
- 히스톤 아세틸화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일반적으로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내는지에 관한 논쟁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한 가지 가설은 특정 히스톤의 꼬리에 있는 특정 아미노산에 아세틸기가 더해지면 그 히스톤의 양전하 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그 히스톤과 가까이 있는 DNA는 그 히스톤에 '자기적으로 덜 끌리게 되고, 이렇게 DNA가 히스톤 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전사인자들이 접근하기가 더 쉬워져 RNA/단백질 생산 과정이 개시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은 아 세틸기가 일종의 도킹 스테이션처럼 작용하여 그 부위로 또 다른 단백질들을 끌어들이고 그 단백질들이 염색질 리모델링에 기여한 다는 것이다.
아세틸기를 정확한 히스톤 꼬리에 있는 정확한 아미노산에 붙인다는 것이 내가 말한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히스톤은 네 가지 종류고, 히스톤 꼬리를 이루는 아미노산도 라이신, 아르기닌, 세린 등 여러 종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나의 히스톤 꼬리 에 있는 아미노산의 종류도 다양하다. 하나의 꼬리에 특정 종류의 아미노산이 여러 개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는데, 같은 종류라도 어 떤 아미노산을 아세틸화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 다. 예를 들어 H3 히스톤의 꼬리에는 아세틸기가 붙을 수 있는 라 이신이 최소한 일곱 개 있으며, 각 라이신은 서로 똑같기는 하지 만 각자 다른 위치에 있다는 사실도 큰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라 이신이 몇 개 변형되는가 하는 문제 못지않게 어느 라이신이 변형 되는가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는 메틸화되는 라이신이 하나인가 둘인가 셋인가에 따라 서로 다른 생물학적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 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므로 후성유전 표지들이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효과는, 어느 히스톤이 변형되는가(H3인가, H2A인가), 어느 화학물질기가 일으키는 변형인가(아세틸기인가, 메틸기인가), 어느 아미노산에 결 합되는가(H3의 꼬리 9번 위치에 있는 라이신인가, 같은 꼬리의 27번 위 치에 있는 라이신인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아미노산이 변형되는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단메틸화인가, 삼중메틸화인가) 등에 따라 결 정된다. 그리고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이 벌어 지고 있을 것이다. 다양한 변형의 조합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아세틸화 같은 과정들이 닥치는 대로 일어나게 그 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현재 행동 후성유전학자들 사이에서는 생애 초기 경험이 다양한 뇌 영역 속 광범위한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며, 그 경험을 한 이후 여러 해가 지난 뒤에도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는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쥐의 스트레스 반응에 관한 미니 연구팀의 발견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와 포유류 친척들이 진화를 통해 갖춰온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은 매우 복잡 해서, 그 모든 것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해서는 아직 알아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경험이 몸과 뇌, 마음에 미 치는 영향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후성유전학 연구가 바꿔 놓으리 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의 스트레스 시스템이 경험에 반응한다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진 지도 수십 년이 되었고, 경험에 반응하는 것은 애초에 스트레스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유다. 이 장에서 논한 설치류 연구 는, 경험의 영향이 꼭 실시간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새로운 증 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오히려 삶의 어느 시점에 한 경 험이 이후 다른 시점에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 는 어떤 후성유전적 변화들이 사실상 이전 경험을 간직한 기록 역 할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경험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 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 안에 새겨 질 수도 있다.
- 후성유전적 변형은 자연이 기억 시스템을 창조할 때 선택했을 법한 바로 그런 종류의 메커니즘이다. 어찌 보면 후성유전적 변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기억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분화된 세포가 다른 세포들과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 이 유는 후성유전 상태가 반영된 특유의 유전자 발현 프로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분화된 세포들이 분열할 때는 항상 그 특유의 후성유전 상태를 각자의 '딸세포'에게 전달함으로써 딸 세포들도 모세포와 동일한 유형의 세포가 되도록 한다." 예컨대 간세포가 분열하여 두 개의 새로운 간세포를 만들 때, 간세포 안 에서는 어떤 유전자들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어떤 유전자들은 활 성화되면 안 되는지에 관한 정보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세포분열이 이루어진다. 이는 바로 간에서 새로 만들어진 세포는 모두 반드시 간세포가 되고, 우연히라도 위 내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 를 만드는 일이 (이건 계획에서 대단히 어긋난 일일 테니까) 절대 벌어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새 세대 세포들 속 후성유전적 표지는 앞 세대 세포 속에 존재하던 정보를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세포의 '정보 보유'는 일종의 세포 '기억'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후성유전적 표지가 운반하는 세포 '기억'과, 우리 뇌가 사실 정보와 자전적 정보를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심리적 기억 사 이에는 중요한 차이점들이 있다. 하지만 자연선택은 아마추어 실 험가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자연선택은 세포분열의 맥락에서 정보를 보유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점을 잘 활용해 다른 맥락에도 그 시스템을 가져다 쓸 가능 성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식의 전략은 자연선택에서는 워낙 전형 적이어서, 진화생물학자들은 이 전략에 따로 굴절적응 exaptation 이 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제는 고전이 된 한 논문에서 스티븐 제 이 굴드와 엘리자베스 브르바는 굴절적응을 현재는 적응에 유리 한 특징이지만 "자연선택이 현재의 역할을 위해 만든 것은 아닌" 특징이라고 정의했다." 그들이 제일 먼저 제시한 예는 깃털이다. 오늘날의 새들에게 날개는 날 수 있게 해주므로 적응에 유리하다. 하지만 깃털은 날지 않는 일부 공룡들에게도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이론가들은 깃털이 원래는 비행이 아닌 다른 용도를 위해, 아마도 공룡의 체온 조절을 돕기 위해 진화했으리라고 주장했다. 깃털은 다른 이유로 나타났지만 이후에는 비행을 위한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으니 굴절적응의 전형적인 예가 되었고, 자연선택이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한 특징을 전혀 다른 문제에 직면했을 때도 재사용하는 방식의 실례를 보여주었다.
진화의 작동 방식이 이러하므로 세포 '기억'과 인지 행동적 기억은 단순히 유사한 것 이상일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동일한 세 포 시스템에서 진화한 결과 중요한 특징을 공유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실 세포분화를 조절하는 일에 관여하는 몇 가지 분자 메커니즘은 기억의 저장에서도 사용되기 때문에, 20 어쩌면 기억을 정말로 굴절적응 중 하나로 보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신경생물학자 데이비드 스웨트는 동료 조너선 레븐슨과 함께 기억 형성의 후성유전 메커니즘을 다룬 2005년 논문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뇌가] 장기기억 을 형성할 때 유전체의 후성유전 표지 붙이기 메커니즘을 가져다 썼다는 결론을 제안한다." 그 개념을 자세히 풀어 설명하는 와중 에 그들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발달 과정에서 정보를 저장하는 데 중요한 기본적 후성유전 메 커니즘은 성인기에 행동으로 표출되는 기억들을 저장하는 데도 중요할까? 우리는 이 메커니즘이 성인의 신경계에 보존되어 있 으며, 신경계가 그 메커니즘들을 행동 기억의 형성에 활용하기 위해 가져다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 

- H.M. 이 초기 기억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은 새로운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뇌 영역과 기억 저장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다름 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해마는 새로운 기억의 형성에서 결정적으 로 중요하지만, 기억이 장기적으로 저장되는 장소는 아니라는 말 이다. 오히려 해마에 의지해 형성된 기억은 응고화라는 별도의 과 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저장되는 장소인 대뇌피질의 영역들 에서 장기적인 의탁 상태로 넘어가며,  몇 주 뒤에는 기억을 유지 하는 데 해마의 참여는 필요하지 않다.

- 생쥐의 기억 만들기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스웨트와 동료들은 쥐들의 장기기억 형성에 히스톤 아세틸화가 관여하는지 알아보려 했을 때, 해마 세포의 핵 속에 존재하는 히스톤을 살펴봐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기억 형성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쥐의 뇌에 새 기억을 심는 효과적인 기술을 갖춰야 했다. 군소나 쥐나 마찬가지다. 쥐들에게 자기 할아버지의 기억에 관해 그냥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연구자들이 설치류의 기억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주된 방법은 '맥락적 공포 조건화 패러다임'이다. 듣기에는 끔찍해도(그리고 나처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실제로도 끔찍하다),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아주 유용하다. 이 실험 패러다임의 기반이 되는 개 념은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에서 파생된 것으로 비교적 단순 하다. 쥐 한 마리를 중립적이고 무섭지 않은 '훈련실'에 집어넣고 그 안을 탐색하게 둔 다음 몇 분 뒤 전기 충격을 가한다. 이 쥐의 기 억을 검사하려면 24시간 뒤 훈련실에 다시 들여보내기만 하면 된 다. 만약 훈련실(맥락)에 들어갔을 때 쥐가 공포를 암시하는 경직 반응을 보이면, 이 쥐는 그 훈련실과 전기 충격을 연관 짓는 일종 의 기억을 형성한 것이 분명하다. 레븐슨과 동료들은 실험한 쥐들 의 해마 세포 속 염색질을 검토하여, 이런 종류의 연상 기억을 형성하는 과정에 히스톤 아세틸화 및 그와 연관된 염색질의 구조 변 화가 수반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니까 후성유전적 사건은 생애 초기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과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일 에 관여하는 것처럼 기억 형성 과정에도 관여한다는 이야기다.
연구자들은 또 다른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 설치류의 학습 과 기억의 후성유전적 효과를 테스트했다. 한 방법은 쥐들에게 미 로 속을 달리게 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쥐들의 공간 기억을 연구할 수 있다. 또하나는 잠재적 억제라는 방법이다. 여러 면에서 이 방법은 맥락적 공포 조건화와 아주 비슷해 보인다. 동물 들을 중립적인 공간에 집어넣고, 충격을 가하고, 그런 다음 그 공 간에 재노출한다. 하지만 잠재적 억제에서는 쥐들이 뭔가 다른 것 을 학습한다.

- 건강과 질병의 발달상 기원
20세기가 끝날 무렵 영국의 임상역학자 데이비드 바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종합하여 오늘날 DOHaD, 즉 '건강과 질병의 발달상 기원developmental origins of health and disease'이라고 알려진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그는 출생 시 체중이 낮은 아기들이 "관상 동맥성 심장질환 및 연관 질환, 뇌졸중, 고혈압,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의 발병률이 높은"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잘 입증되어 있던 사실에서 출발하여, DOHaD를 출생 전 자궁 내 경험이 표현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연구하는 분야로 확립 하는 데 일조했다. 이 연구의 핵심에는 사람들이 생애 초기에는 가 소적이며 발달 환경에 잘 반응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바커 는 이런 현상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신체가 발달기에 가소성을 유지하는 것이 진화의 관점에서 유리하다고 볼 충분한 이유가 있다. 가소성은 모든 환경에서 동일 한 표현형이 만들어지는 경우보다 각자의 환경에 더 잘 맞는 표 현형을 만드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 (...) 자궁에서 사는 동안 동 물이나 사람이 자기 어머니에게서 '기후에 대한 예고'를 듣고, 그 예고를 통해 자신이 살아갈 세계의 유형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은 가소성 덕분이다. 영양 상태가 저조한 임신부 어머니는 뱃 속 아기에게 아기가 곧 혹독한 환경으로 들어가리라는 신호를 보낸다. 아기는 그 신호에 반응하여 몸의 크기를 줄이고 대사를 변화시키는 식으로 적응하며, 이는 아기가 출생 후 식량 부족에도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식으로 가소성은 한 종이 한 세대 안에서 단기적 적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그러므로 임신한 여성의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자녀 에게 장기적 영향을 초래하듯이, 임신한 포유동물에게 고지방 먹이" 혹은 특정 영양소가 결핍된 먹이를 주는 것 역시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자손이 태어난 후 만난 환경이 엄마가 임신 중에 경험한 환경과 다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 경우, 태아는 자신이 만나게 될 거라 '예상한 환경에 걸맞았을 적응 방 식으로 발달했지만, 실제로 만난 환경에서는 그 적응이 결과적으 로 부적응이 된다. 임신기 동안 겪었던 환경과 태어난 후 살게 된 환경 사이의 '발달 불일치"가 네덜란드 겨울 기근 동안 엄마 배 속에 있었던 아이들의 특징적 경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섭식 조절로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의 발견은 음식과 건강의 관계에 관심 있던 연구자들에게 연구의 봇물을 열어주었다. 현재까지 몇몇 연구가 비타민 B군과 콜린 외에 다른 식이 인자들이 내는 후성유전적 효과를 보여주었다. 예 를 들어 인도 요리에서 즐겨 쓰이며 생강과에 속하는 향신료인 강 황의 특정 성분은 히스톤에 아세틸기를 전달하는 단백질들(그러 니까 앞 심층 탐구 장에서 이야기한 히스톤 아세틸 전이효소)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유사하게 녹차 등 다른 몇몇 식품은 DNA에 메틸기를 전달하는 단백질들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 그밖에 알코올이나 아연처럼 우리가 섭취하는 다른 물질들 도 SAM 형성에 사용되는 몇 가지 메틸기에 영향을 줌으로써 DNA 메틸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발견들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예를 들자면, 어미 생쥐가 섭취한 알코올이 생쥐 배아의 후 성유전적 상태(그리고 결국 성체가 된 후의 표현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는 임신부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실 경우 인간 태 아에 어떻게 태아 알코올 스펙트럼 장애 fetal alcohol spectrum disorder, FASD가 생기는지에 관한 우리의 이해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이 분야의 연구는 기근, 알코올, 영양부족 같은 자극들의 파괴적인 영향만이 아닌 그 이상을 밝혀낼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즉, 특정 식품의 잠재적인 이점에 눈뜨게 할 뿐 아니라 다양한 질 환의 치료법을 찾는 연구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계속 나아갈 힘 을 줄 수 있다.
- 중력, 공동우물, 안전한 집, 특정 유전체 등 이 모든 요인은 사람이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영향을 주므로, 그 원천(부모, 공동체 의 다른 구성원들, 자연)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발달에 중요한 자원이 다. 그리피스와 그레이의 관점에서 볼 때, 자식 세대는 항상 자신들 에게 제공된 맥락 안에서 발달하며, 이 맥락이 그들의 표현형 발달 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자식들 역시 성장하여 번 식할 때는 자신의 성공적인 발달에 기여한 것과 같은 종류의 맥락 안에서 자기 자식들을 기르게 된다. 이런 세대 간 환경의 대물림을 이해한다면 경험이 만드는 후성유전의 효과 중 일부가 어떻게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확실히 넘어갈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 우리의 형질 중 그 무엇도 '유전적'이 기만 한 '기반'을 지닌 것은 없으므로, 다른 종류의 유전과 구별되 는 유전의 한 유형으로서 '경성' 유전이란 개념은 이미 무너졌다. 유전의 개념은 단 하나이며, 그것은 유전적 발달 자원과 비유전적 발달 자원 모두의 대물림을 포함한다." 다윈도 인정했듯이, 특정 형질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한결같이 복제된다면, 그 일이 어 떻게 일어났든 간에 그 형질은 자연선택의 대상이며 진화적으로 의미를 지닌다. 그러한 형질은 비유전적 요인들에 의존해 발달한 것이라 해도 '유전될 수 있다.
- 이 관점에서 보면 매우 실질적인 의미에서 모든 형질은 '획득 형질이다. 왜냐하면 그 형질들은 모두 접합자 안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발달 과정을 통해 후천적으로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이 다. 그렇다면 이런 의미에서, 부모가 '획득한 형질을 자녀가 '물려 받을 수 있다는 발견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특히 부모가 경험했 던 발달상의 사건들과 유사한 일을 자녀가 경험하는 경우라면 더 욱 그러한데, 이런 종류의 일은 말 그대로 항상 일어난다! 그러니 라마르크의 생각은 바이스만과 20세기 생물학자 대부분이 우리에 게 심어준 믿음만큼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
실제로 자녀가 자기 부모를 닮게 되는 방식에는 몇 가지가 있으며, 후성유전적 표지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 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경우에 따라서 후성유전의 효과가 생식계열을 통해서도 대물림된다는 탄탄한 증거가 존재한다." 하지 만 미니의 연구에서 관찰된 후성유전적 효과는 그와 다르다. 쥐들 이 태어날 즈음이면 그들의 생식세포는 오래전에 체세포와 분리 된 상태이며, 따라서 신생아 쥐들에게 핥기와 털 고르기가 미치는 후성유전적 효과, 즉 쥐들 뇌의 (체)세포 속에 있는 DNA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정자나 난자를 통해 대물림될 수 없다. 그러나 다음 장 에서 이야기할 연구들은, 유아기에 핥기와 털 고르기를 받은 쥐들 의 뇌 속에 있는 관련 DNA가 어미의 뇌 속 DNA와 후성유전학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므로 후성유전적 표지가 생식계열을 통해 대물림될 수 없다고 해도, 후성유전적 효과는 '대물 림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진화에서는 대물림이 어떻게 이루어 지는가와는 무관하게 형질들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경험이 만든 후성유 전적 효과가 생식계열을 통해 대물림되든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대물림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 지는지는 상관없이, 현재 분명한 것은 후성유전적 효과가 세대에서 세대로 대물림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전달되는 대물림의 특별히 흥미로운 한 예는 경험의 후성유전적 효과가 생식세포의 DNA에는 후성 유전적 영향을 입히지 않으면서도 '유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10장에서 보았듯이 새끼를 많이 핥아주고 털을 골라주는 암 컷 쥐(즉 높은 LG 어미)가 키운 딸 쥐는 자신도 LG가 높은 어미로 자라는데 이때 그 딸을 키운 어미가 생모인지 양모인지는 상관 없다. 그 효과는 높은 LG 양육자에게 받은 딸의 경험에서 나온 것 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양육 스타일의 세대 간 전달에 필 요한 것은 행동 메커니즘이다." 행동을 매개로 한 후성유전적 대 물림에 관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어떤 후성유전적 상태가 부모 의 행동에 영향을 주며, 부모의 이 행동이 이어서 자녀에게 영향을 끼쳐 동일한 후성유전적 상태를 갖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밝혀졌 다." 이런 상황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질 패턴을 설정한다고 볼 수 있다.
- 이 현상을 탐구하기 위해 프란시스 샹파뉴가 이끄는 연구팀은 생모가 아니면서 LG가 높은 어미 쥐 또는 낮은 어미 쥐에게 양육된 암컷 쥐의 뇌 속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연구했다. 28 에스트 로겐 수용체는 암컷 포유류의 주된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모 성 행동 자극을 포함해 제 기능을 수행하게끔 하는 필수 요소다. 29 에스트로겐과 LG는 둘 다 모성 행동에 영향을 주므로, 샹파뉴 연 구팀은 LG가 에스트로겐 수용체 생산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예상대로 그들은 높은 LG에 노출된 쥐들에게 더 많은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생성됐음을 발견했다. 핥기와 털 고르 기를 많이 받은 쥐들은 연구에서 살펴본 뇌 영역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만드는 DNA에 메틸화가 상대적으로 덜 일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핥기와 털 고르기는 암컷 새끼 쥐들에게 뇌 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 수를 증가시키는 후성유전적 효과를 만 들어내고, 이렇게 증가한 수용체는 이 새끼 쥐들이 어미 쥐가 되었 을 때 자기 새끼를 더 많이 핥아주고 털을 골라주게 유도했다. 이런 방식으로 높은 LG 표현형은 다음 세대로 효과적으로 전달됐다." 어미의 모성 행동 자체가 새끼의 모성 행동을 유발하는 DNA 분절 의 메틸화에 영향을 줌으로써 그 행동이 세대를 넘어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그림 18.1). 생식계열은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음에도, 딸 쥐들이 결국 제 어미 쥐와 같은 메틸화 패턴과 행동 패턴을 지니게 되므로 이는 자식의 경험에 의존하는 세대 간 후성유전 효과의 예 라고 할 수 있다.
- 30년 전, 생물학자들의 '상식'은 이랬다. 첫째, 후성유전적 표지는 세대와 세대 사이에서 완전히 지워지므로' 세대 간 후성유 전적 대물림은 불가능하다. 둘째, DNA 서열정보만이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대물림될 수 있다. 셋째, 따라서 '경성' 유전만이 유일 한 유전이다. 이런 상식에는 라마르크주의를 향한 바이스만의 불 신이 잘 담겨 있다. 바로 부모는 자기가 살면서 한 경험의 결과를 자녀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1997년에 생쥐의 생식계열을 통한 후성유전적 대물림이 발견된 뒤 " 이 이야기에는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해졌다.
- DNA 메틸화는 경험에서 영향을 받는 것"과 생식계열을 통한 대물림이 둘 다 가능하므로, 이제 획득 형질이 유전될 수 있 다는 라마르크의 생각을 다시 검토해봐야 할 때다. 대부분의 진 화생물학자들처럼 리처드 도킨스는 "모든 증거가 이 개념이 한마 디로 틀렸다는 걸 시사한다"라며 획득 형질이 유전될 수 있음을 힘주어 부인했다. 만약 '획득'이라는 말을 꼭 꼬집어 바이스만이 생쥐에게 가했던 꼬리 절단 같은 것을 가리키는 뜻으로 정의한다면, 도킨스의 말이 옳다. 한 세대가 경험한 절단이 다음 세대에도 나타 나리라고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다(다음 세대도 앞 세대가 한 것과 똑 같이 절단을 경험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러나 지금쯤이면 ‘획득’과 '유전(대물림)'이라는 단어를 정의하는 방식이 단 한 가지가 아니 라는 것과 다른 정의는 다른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명백히 이해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유전의 넓은 정의, 즉 어떤 표현형이 이어지는 세대들에서 한결같이 복제되는 한 그 표현형은 '유전' 것이라고 보는 정의를 채택한다면, 다양한 경험이 유전되는 표현 형에 기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어떤 대물림, 이를테면 LG가 높은 어미 쥐의 딸 쥐들 역시 높은 LG 어미 쥐가 되는 대물림, 또는 인간의 내장에 건강을 증진하는 박테리아를 제공하는 유 형의 대물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넓은 정의가 필요하다. 좁은 미로만 대물림을 정의한다면 이런 특징들이 어떻게 가족의 내력 으로 이어지는지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심지어 대물림은 필히 생식계열을 통해야만 한다는 좁은 의미의 정의를 채택한다 하더라도, 획득 형질이 유전될 수 있 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다음 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일부 표현형은 조상의 표현형에 기여한 것과 같은 경험을 후손들이 하지 않 았을 때조차 후손에게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획득 형질의 유전을 덮어놓고 부인하는 것은 '획득'과 '유전'을 극단적으로 협소한 방식 으로 정의할 때만 가능한 일이며, 이 솔직히 이렇게 협소한 정의는 수많은 세대 간 영향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21세기 생물학이 유전 전반에 관한 사고를 어디까지 수정해야 할지에 대해 아직은 현대 이론가들의 합의가 이루어지 지는 않았지만, 유전자가 결정한 형질만 유전될 수 있다는 생각 을 철저히 고수하는 사람에게 거대한 격변이 몰아치고 있음은 분 명하다.

- 진화에 관해 생각할 때조차 어느 표현형의 발달이 생식계열을 통해 전달된 정보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 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원숭이들이 조상들에게서 고구마 씻는 행동을 어떻게 물려받았는지 이해하려 할 때 생식계열을 고려해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하지만 사회적 학습을 통해 전달되는 이런 행동도 진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띨 수 있다. 고구마를 씻는 원 숭이들은 바다에 더 익숙하며, 먹이로 해양 생물을 더 많이 (더 다 양하게) 먹고, 수영 같은 해양 활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며, 이 런 행동을 한다면 그중 한 하위집단이 이전에는 서식한 적 없던 섬 을 새로운 서식지로 삼고 원래 무리와는 떨어져 새로운 삶을 시작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일종의 번식적 격리 현상이 발생 할 것이며, 그 현상은 진화상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부모와 조부모에게 배우는 새로운 행동들도 유전자 변이 못지않 게 진화적 변화를 추동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의미에서, 세대 간 표현형의 전달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이 무엇인 지 반드시 알아야만 진화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면 우리는 이를 예상했어야 한다. 다윈은 DNA뿐 아니라 그것이 유전 의 메커니즘에서 담당하는 역할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진화 에 관한 올바른 이야기를 알아냈으니 말이다.
반면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질이 어떻게 발달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부모의 목숨을 앗아간 비만을 미리 피하도록 어느 건강한 청년을 돕거나 학대적 양육의 세대 간 대물림을 멈추고 싶다면, 조상의 행동이 어떻게 후손들에 게 다시 나타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파괴적인 생물학적 또는 심리적 상태에 시달리는 사람을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 은 그러한 상태를 초래하는 메커니즘에 계속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 정도로 상세한 수준에서 이해해야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발달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여러분도 분명히 느끼겠지만, 나는 우리가 후성유전학(유전학과 심리학 그리고 그사이 모든 단계의 분석들 역시 말할 것도 없이)을 더 깊이 연구하도록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분자 수준의 정보에 관한 지식을 기 반으로 어떻게 하면 발달에 유익한 조작을 쉽게 할 수 있을지에 집 중해야 한다. 한편 우리는 생식계열을 통해 전달되는 분자적 정보 한 가지 (그것이 DNA 염기서열 정보든 조상의 경험 때문에 변화한 후성 유전적 정보이든)가 우리의 신체나 마음에 관한 무언가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 전반적으로 저메틸화는 종양 형성을 유도하지만, 놀랍게도 특정 유전자들의 과메틸화도 암과 연관된다. 얼핏 느껴지는 것과 달리 이는 이치에 닿지 않는 일은 아니다. 정상적인 세포에는 세포 증식에 기여하는 유전자뿐 아니라, 보통은 암을 저지하는 단백질 생산을 돕는 이른바 종양억제유전자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종양 억제유전자를 억제하는 것은, 위험한 과정의 속도를 더 높이게 되는 것이니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고장 내는 일과 비슷하다. 그러니 까 종양억제유전자가 과메틸화되고 따라서 발현되지 않는다면, 종 양발생 확률이 더 높아진다. 암 발생 초기에 후성유전적 변화가 중 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 저술가 중 적어도 한 사람은 발 암 요인을 "후성유전적 조절을 변화시키는 무엇이라고 정의했다."
- 텔로미어는 구조상 메틸화될 수 없지만 텔로미어가 감고 있는 히스톤은 아세틸기를 더하거나 떼어냄으로써 변형될 수 있다.  이렇게 텔로미어의 기능은 후성유전적 사건에서 영향을 받는다. 과학자들은 포유류의 세포에 존재하며 히스톤에서 아세틸 기를 제거할 수 있는 시르투인6(sirtuin-6, SIRT6)라는 단백질을 발견 했는데, 아세틸기 제거는 텔로미어의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분자에서 아세틸기를 제거할 수 있는 단백질이 시르 투인6만은 아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단백질들은 상당히 많으며 이 부류를 탈아세틸화효소라고 총칭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탈 아세틸화효소는 히스톤뿐 아니라 다른 분자들에서도 다소 무차별 적으로 아세틸기를 제거한다." 시르투인의 특별한 재주는 텔로 미어와 관련된 히스톤들만 콕 집어 탈아세틸화한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시르투인6는 텔로미어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히스톤을 탈아세틸화한다. 우리가 이를 아는 이유는 실험적으로 시르투인6을 고갈시킨 인간 세포에서 텔로미어 손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르투인6는 그 후성유전적 작용을 통해 수명을 조절하는 일에 관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실험 연구들은 유전자 조작으로 시르투인이 결핍되었으나 나머지는 정상인 생쥐들에게서 일찍 노화의 징후가 나타난다 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 발견은 시르투인이 젊음을 부여하는 속 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그야말로 세상 을 놀라게 한 연구가 있었다. 이스라엘의 한 연구팀이 유전자를 조 작하여 시르투인6을 과발현시킨 생쥐를 만들었더니 아니나 다를 까, 이렇게 유전자가 조작된 수컷 생쥐는 일반 생쥐에 비해 유의미 하게 수명이 더 길어졌다. 연구자들은 "[시르투인6]에 의한 포유류 수명 조절은 (...) 노화 관련 질환 치료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라 고 결론지었다. 27. 28 분명 이는 대단히 흥미로운 연구다. 

- 만성적 사회적 패배 스트레스 프로토콜에서는 수컷 실험생쥐를 매우 공격적인 생쥐와 함께 두는데, 그러면 실험 생쥐는 전 형적으로 달아나려 시도한다. 그리고 달아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 면 보통은 비명을 질러대다가 결국 굴복하는 상태가 된다. 공격적 인 생쥐와 10분 동안 함께 두었다가 그 우리 안의 분리된 칸으로 실험 생쥐를 옮기는데, 여기서 이 생쥐와 공격자 생쥐를 분리하는 것은 구멍이 뚫린 투명한 플라스틱 칸막이뿐이다. 다음 24시간 동 안 실험 생쥐는 자기를 괴롭혔던 생쥐가 바로 옆 칸에 있는 걸 보 고 듣고 냄새를 맡으며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로 지낸다. 다음 날에 도 이 전체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번에는 괴롭히는 생쥐가 새로운 생쥐로 바뀌어 있다. 이어서 열흘 연속으로 매일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이 실험 프로토콜은 사람의 우울증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증상과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패배자' 동물을 만들어 낸다. 
텍사스주 댈러스의 나디아 찬코바 연구팀은 이 처리법을 사용한 획기적인 연구에서 참담한 경험을 한 지 4주가 지난 패배 자생쥐에게서 꺼낸 해마를 검토했다. 연구팀은 해마 조직의 염색 질에서 특정 유전자들과 관련된 특정 히스톤들의 특정 위치에 더 많은 메틸기가 있음을 발견했고, 이로써 사회적 경험이 포유류뇌 에 장기적인 후성유전의 효과를 남길 수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해 주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에 관해 이렇게 썼다. "우리의 발견은 히스톤 과메틸화가 해마에서 스트레스로 유도된 잘 변하지 않을 분자 수준의 흉터를 나타내는 것일 수 있음을, (...) 또한 억제된 유 전자들의 히스톤을 탈메틸화하는 데 효과적인 물질을 찾아내면 그것이 새로운 항우울 물질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

- 전자에 관한 은유는 부정확하다
후성유전학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유전체에 관해 사용하는 몇몇 은유가 우리의 형질을 초래하는 것에 관한 왜 곡된 관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적 후성유전학 연구 시 기보다 훨씬 전부터 많은 이론가가 이런 은유들에 경종을 울렸으 며, 후성유전학 데이터는 그들의 주장을 한층 더 보강한다. 노스캐 롤라이나대학교 그린즈버러 캠퍼스의 심리학자 티머시 존스턴은 25년도 더 전에 그러한 염려를 표하며 "혼동으로 가는 길은 설득 력 있지만 부정확한 은유들로 포장되어 있다"라고 썼다.
존스턴이 우려를 표현한 구체적인 은유는 노벨상 수상자인 콘라트 로렌츠가 제시한 은유인데, 로렌츠는 "자연선택이 제공하 는 (...) 정보[는] (...) 유전자 청사진으로서 유전체에 부호화되어 있다"라고 생각했다. 이를 비판하며 존스턴은 이 은유가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성격을 심각하게 [오도한다]"고 강력히 주장했 다. 하지만 청사진 은유는 계속해서 인기를 누렸고, 그러자 다 른 비판자들도 이 논쟁에 가담했다.28 그래도 인기가 누그러들지 않자 뉴욕시립대학교의 과학철학자 마시모 필리우치는 2010년에 청사진 은유가 "한탄스러울 정도로 부적절하며 적극적으로 오해 를 유도한다"라고 썼다. 2
물론 2010년 즈음에는 몇몇 다른 이론가들도 비판적 관점 을 취하면서 다른 좋은 은유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한 과학자는 2006년에 "유전체는 청사진이라기보다 뜨개질 도안 이나 조리법에 훨씬 더 가깝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타깝게 도 '조리법' 은유도 청사진 은유보다 그리 나을 게 없는 것이, 여전 히 부정확하게" 맥락과 별개로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자연선택 이 우리 유전체 안에 부호화해서 저장해두었다고 암시하기 때문 이다. 후성유전적 표지가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는 발견 때문에 그 러한 은유들은 한층 더 쓸모없어졌다.
또 하나 '정보 은유' 역시 유전체가 발달 사건이 일어나는 순서를 통제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것처럼 암시한다. 이 은유는 적어도 유전체가 유전체 이외의 것에서 들어오는 입력들에 반응 한다는 사실은 받아들이는 것이니 청사진이나 조리법 은유보다는 나아진 편이다. 하지만 다른 면들에서는 이 역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은유의 최근 버전 중 하나는 우리가 유전자를 "거대 한 운영 시스템 속 서브루틴들"로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33 그 러나 ENCODE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ENCODE 의 데이터는 "유전자가 거대한 운영 시스템에서 단순히 불러낼 수 있는 루틴이라는 은유와 맞지 않으며"3" 따라서 이 은유 역시 타당 하지 않다. 현재 우리가 후성유전학에 관해 알고 있는 바를 고려할 때, 이러한 은유의 공백을 채워줄 새로운 비유가 있을까?
후성유전학을 다룬 아주 훌륭한 책"에서 네사 캐리는 DNA를 대본과 유사한 것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생각해보자. 1935년에 조지 큐커 감독은 영화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레슬리 하워드와 노 마 시어러의 연기를 연출했다. 그로부터 60년 후, 배즈 루어먼 감독은 또 다른 영화 버전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 어 데인스의 연기를 이끌었다. (...) 두 편 다 셰익스피어의 대본을 사용했지만, 두 영화는 완전히 다르다. 출발점은 같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 신다윈주의 종합설은 수정돼야 한다
후성유전학 연구에서 얻은 둘째 교훈은 신다윈주의 진화론(엄격히 유전자 변이 빈도의 관점에서만 진화를 정의하는 이론)은 적 응적 형질을 만드는 일에서 발달이 하는 역할을 무시하기 때문에 생물학의 통합 이론으로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 서 잊지 말아야 할 아주 중요한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여기서 필 요한 수정은 일부 지적설계론자의 주장과 달리 창조론의 관점 을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후성유전 연구는 사람이 다른 영 장류와 무관하다는" 신빙성 없는 관념 그리고 생물학적 시스템은 "환원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다윈주의의 관점으로 는 설명할 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관념을 전혀 뒷받침하지 않는다. 또 하나, 신다윈주의에 필요한 수정을 실행하고 나면 사실상 우리 는 다윈이 원래 제시했던 개념들과 일치하는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한 지 80년쯤 지났을 무 렵, 다윈의 개념들을 전통적 유전학과 통합하려 시도하던 신다윈 주의 종합설의 설계자들은 유전자만의 관점에서 진화를 정의했 고, 그럼으로써 발달이라는 단순치 않은 문제는 무시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모든 적응적 형질은 발달에 의존하여 생겨나기(유 전자가 미리 정해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그러한 처사는 여러 문제의 소지를 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발달을 배제한 유전 자 이론으로 진화를 설명하려 한 신다윈주의의 시도는 '획득한 형 질은 '유전될 수 없다는 가정에 근거한 것이었지만, 우리가 살펴 보았듯이 '유전된' 형질과 '획득한 형질을 칼로 자르듯 구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일부 획득 형질들이 일관적으로 세대를 넘어 대물림될 수 있다는 생각을 편하게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다윈의 원래 관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치에 맞아 보인다.
발달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신다윈주의 종합설을 수정해야 만 한다는 생각은 최근의 후성유전학에서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 기 전부터 있었으며, 후성유전학의 증거들은 신다윈주의 종합이 론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한층 탄탄히 해주는 것일 뿐이다. 에바 야블론카와 매리언 램은 정곡을 찌르는 논리로 이 상황을 잘 표현했다.
후성유전적 대물림은 (...) 진화론에 새로운 개념들, 현재의 신다윈주의 관점에서 보면 전복적인 개념들을 도입한다. 후성유전학보다 문화를 먼저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상징적 문화에는 의심의 여지없이 늘 진화적 변화 가 일어나고 있다. (...)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인들로 이루어진 세계에서조차 우리는 진화적 과정이 여러 다양한 문화를 만들 어내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문화적 변이는 적어도 어느 정도는 DNA 변이와 별개로 분리된다. 그리고 문화적 진화를 이해하려 면 변이의 이러한 자립적 측면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후성유전 의 변이에 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유전 가능한 후성유 전적 변이는 그 말의 정의상 유전자 변이와는 분리된다. 따라서 DNA 변이와는 별개로 진화에 선택될 수 있는 후성유전적 변이 들이 존재하며, 후성유전의 축에서 진화적 변화가 일어나는 일 은 불가피하다.
그러니 후성유전이 진화에 하는 기여를 한마디도 설명하지 않는 진화론은 필연적으로 불충분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수정이 필요하다. 야블론카와 램은 다음과 같이 후성유전이 진화에 관해 암시하는 의미를 요약하며 논문을 마무리했다.
후성유전학은 유전 개념을 확장할 것을, 또한 자연선택을 작동 시키는 유전 가능한 변이에 서로 다른 몇 가지 유형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유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다윈주의, 즉 신다윈주의는 라마르크주의와 양립하지 않지만, 다윈주의는 그렇지 않다. 과거에는 라마르크주의와 다윈주의가 항상 상호배타적인 대안으로 여겨졌던 것은 아니며, 서로 완전 히 양립 가능하며 상보적인 것으로 인정되었다.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보면 그 둘의 관계는 여전히 그렇다. 후성유전 체계가 진화에서 하는 역할을 인정한다면 발달과 진화를 더욱 밀접히 통합하는, 더욱 포괄적이며 강력한 다윈주의 이론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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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항상 감시당하고 있거나 감시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이나 다 름 없다. 다시 말해 간섭의 위험이 있다는 사실로, 즉 소극적 자 유가 박탈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행동을 규율하기에 충분하다. 같은 상황이 교도소와 수용소 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직원들의 업무 수행을 관찰하기 위해 작 업 상황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대다수의 경우 감시는 은밀히 진 행된다. 알고리즘과 데이터,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이용하는 사 람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블룸(Bloom 2019)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측면 때문에 '가상 권력virtual power'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다 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 권력은 실제로 존재한다.
- 특히 인공지능과 관련된 경우가 많고 평등 및 정의와 관련하여 야기하는 한 가지 문제는 편향이다.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 지로 인공지능은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기계학습의 형태로 편향을 가져와 계속 악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인종이나 젠더 관점에서 정의 된 특정 개인이나 집단한테 불이익을 주고 차별하는 행위가 그에 해당할 것이다. 편향은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할 수 있다. 학습 데 이터, 알고리즘,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데이터, 기술을 기획하는 팀 속에 편향이 있을 수 있다.
잘 알려진 사례로는,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보호 관찰에 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이용되는 위험 평가 알고리즘인 콤파스 (COMPAS) 알고리즘 사건이다. 이 컴퓨터 프로그램은 재범 위험 (재범 경향)을 예측한다. 한 연구(라슨 외Larson et al, 2016)는 콤파스가 흑인 피고인의 경우 실제 사례보다 재범 위험이 더 높다고 본 반 면, 백인 피고인은 실제 사례보다 재범 위험이 더 낮다고 예측한 사실을 확인했다. 아마 그 알고리즘은 이미 결정이 난 사건 데이터로 학습한 결과, 과거에 행해졌던 인간의 편향을 재생산하고 심지어 강화하기까지 했을 것이다. 나아가 유뱅크스(2018)는 인 공지능 같은 정보 기술과 "새로운 데이터 체제"가 종종 빈곤층과 노동계층에게 혜택이나 권한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상황을 더 어 렵게 하는 까닭에 경제적 평등과 정의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주 장한다.(8~9) 이를테면, 신기술은 혜택을 받을 자격과 그 결과에 대한 자동화된 의사 결정 방식으로 가난한 소외 계층을 조종하 면서 감시하고 처벌하여 "디지털 구빈원digital poorhouse" (구빈원은 과 거 서구에서 스스로를 부양할 수 없는 자들을 수용하여 거처와 일자리를 제공 한 공적·사적 시설 - 옮긴이)으로 내쫓는 데 이용된다.(12) 자동화된 의사 결정과 데이터 예측 분석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관리되고 교화되며 처벌받기까지 하는 것이다. "디지털 구빈원은 가난 한 사람들이 공공자원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그들의 노동과 지 출, 성생활 및 양육을 감시한다. 또 그들의 미래 행동을 예측하 려고 애쓰며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고 범죄자로 만 든다." (16) 유뱅크스는 이런 행위가 자유를 훼손시키는 동시에 불 평등을 계속해서 야기하고 사라지지 않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일 부 사람들(가난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치가 적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 같은 문제는 전반적으로 온라인 정보의 불 평등한 이용 및 접근성 (이른바 디지털 격차)에 더해져서 일어난다.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기회가 줄어드는 것"(세게브segev 2010, 8)도 편향의 문제로 볼 수 있는 한 예이다. 유 뱅크스(2018)의 분석은 또한 디지털 기술 사용이 특정 문화와 관 련되어 있음을 나타내는데, 여기서의 사례는 "가난에 대한 징벌 적, 도덕주의적 관점”(16)을 가진 미국문화를 말한다. 정부가 인 공지능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이러한 일들 은 편향을 영속화하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인공지능 및 데이터 과학에 관련된 불평등과 불공정 의 문제는 사법제도, 치안유지, 사회복지관리 등 국가제도 밖에 서도 발생한다. 대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은행의 경우가 있다고 해보자. 이 결정을 알고리즘이 하도록 외부 업체에 일감을 주는 아웃소싱으로 자동화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알고리즘은 대출 신청자의 재정 상태 및 고용 기록 외에 그 사람의 우편번호와 이 전 신청자들의 통계 정보를 바탕으로 재무적 위험까지도 계산할 것이다. 만약 어떤 대출자가 살았던 특정 우편번호와 대출 미상 환 간에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면, 해당 지역 거주자는 그 사람 개인의 위험 평가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찾아낸 패턴에 기반 해 대출이 거부될 수도 있다. 그 사람의 개인 위험도가 낮을 경우, 이런 결과는 부당하게 보일 것이다. 더욱이 알고리즘은 유색인종 에 대한 편견의 경우처럼, 예전에 결정자였던 은행 관리자의 무 의식적인 편향을 재생산할 수도 있다. 자동 신용점수 평가의 경 우에 대해 벤저민 (Benjamin 20196, 182)은 "어떤 식으로든 점수가 매겨지는 것은 불평등을 일부분 고안해내는 '점수사회'라고 경 고한다." 점수가 낮은 사람은 처벌받기 때문이다. 혹은, 성별 영 역에서 볼 수 있는 (비표준) 사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성별 과사고 accidents 간의 상관관계를 기반으로 젊은 남성 운전자의 자 동차사고 위험이 통계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온다면, 모든 젊 은 남성 운전자가 한 개인으로서의 위험도는 낮은 데도 단순히 남성이라는 이유로 자동차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알고리 즘이 결정하는 것은 과연 공정한 일일까? 가끔은 데이터가 불완 건할 때도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특히 유색인종 여 성과 장애 여성, 노동계급 여성에 관한 불충분한 데이터로 학습 된다면, 크리아도 페레스(2019)가 주장한 것처럼 편견과 성 불평 등의 형편없는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더 많은 문제들, 조종과 대체와 책임 그리고 권력
인공지능은 사람을 조종할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결정을 내 리는 데 영향을 미치는 넛지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 있다.(1장 참조) 인공지능은 다른 디지털 기술과 마찬가지로 인 간의 경험과 생각을 형성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 라니어(Lanier 2010)는 과학 기술자들을 대신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인지적 경험을, 간접 방식이 아닌 직접 조작으로 논쟁 을 하는 철학을 어설프게 만든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전체 인간 의 미래 경험을 형성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데는 아주 작 은 엔지니어 집단만 있으면 된다." (7) 인공지능과 또 다른 디지털 기술은 대의 민주주의의 투표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개인화 된 광고 등을 통해 유권자가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야조프(2019)는 이것이 소수(부동층 유권자들)의 횡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잘 알려진 사례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1장 참조)은 사람들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 과 관련이 있다. 당시 이 기업은 수많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 인 데이터를 동의 없이 수집한 다음,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 선 캠페인 같은 정치 과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이용했다. 조 작에 인공지능을 이용한다면 벨(Bell 2016)의 정치 리더십 기준으 로 볼 때 지성과 사회적 기교와 미덕을 갖춘 리더라고는 볼 수 없 을 것이다. 따라서 벨은 인공지능이 정치적 리더십을 넘겨받는 경우, 과연 요구되는 지적 능력과 사회적 기교, 미덕을 갖출 수 있 을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 전체주의의 기원과 악의 평범성에 관한 아렌트의 연구
1951년에 처음으로 출간되고 나치 독일과 소련의 전체주의를 배경으로 쓴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2017)에서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구체적인 형태를 설명한다. 동시에 그녀는 사회를 전체주의로 이끄는 조건에 대한 조사 내용을 제시한다. 그녀는 "일관된 거짓말로 허구의 세계를 설정하고 지켜내는 탁 월한 능력" (499) 과 "현실 세계의 전반적인 구조를 경멸하는" (xi) 움직임이 전체주의 사회로 탈바꿈하고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미 그런 사회에 필요한 조건을 근대 사회가 잘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스스로 만든 그런 세계에서 근대인은 이전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살아가지도, 그런 세계를 이해하지 도 못한다고 그녀는 지적한다. (i) 무엇보다도 그녀는 어떻게 고 독이, 즉 "고립되어 평범한 사회적 관계가 결핍된" 사람들을 폭 력적인 국가주의에 취약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이것을 히틀러와 같은 전체주의적 지도자들이 어떻게 이용하는지 강조한다.(415) "공포는 서로 대립하면서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만 완전히 지배 할 수 있다"는 것이 보다 일반적인 말일 수 있다. (623) 개인의 삶 이 "끔찍하고 야만적이고 부족할 때만이, 고립되고 서로 다툴 때만이, 권위주의적인 검sword의 통치를 리바이어던이 확립할 수 있다는 홉스의 추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문제는 권위주의와 전체주의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연대와 집단행동이 부재하고 종국에는 정치영역 자체를 파괴하여 더 깊은 상처를 안게 된다는 점이다. 아렌트가 말했듯이, "고립은 사람들이 공동 관심사를 추 구하기 위해 함께 행동할 때, 그들 삶의 정치적 영역이 파괴될 때 몰리게 되는 그런 막다른 골목이다." (623) 이것은 신뢰가 없는 세 상, "아무도 신뢰할 수 없고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는" 세상을 의 미한다.(628)
오늘날 자기 자신과 추종자를 “사실에 따른factuality 영향으로 부터 "(아렌트 2017,549) 방어하는 움직임은 트럼프를 추종하는 행 위Trumpism와 가짜 뉴스와 (비정부) 테러리즘을 감안할 때 꽤 익숙 한 현상이다.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고독을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교육이 부족하거나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 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중산층이다. (렌 쉬Rensch 2019) 또 이들 모두는 혼자이거나 친구가 없다는 의미에서 외롭다거나 외로웠다는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이 들에게는 연대하고 신뢰하는 세상이 없다는 아렌트의 의미에서 정치적으로 외롭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고립과 신뢰가 사라진 세상은 한편으로는 편향과 착취, 신식민지주의 (2장 및 4장 참조) 같은 문제들과 관련 있고, 포플리스 트와 우익의 선전 및 이데올로기가 역할을 했으며, 다른 한편으 로는 권위주의의 부상을 위한 이상적인 토양을 형성하는 데 도 움을 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렌트의 말이 옳다면, 권위주의와 전체주의는 파괴된 사회구조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이미 파괴된 구조 위에서 성장한다. 아렌트의 관점에서 전체주의는 엄밀히 말 해 정치적 움직임이 아니라 정치영역을 파괴하는 활동이다. 권위주의적이라는 점에서 반민주적인 동시에 "조직적인 고독organized loneliness" (아렌트 2017, 628) 이고, 서로에 대한 신뢰의 파괴이며, 진실 및 사실에 대한 믿음의 약화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술에 관한 문제를 다음과 같이 반드시 다시 물어야 한다. 인공지능 같은 현대사회의 기술이 전체주의의 조건의 원인이 되고, 또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가? 원인이 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 가?

- 어떤 데이터 세트를 연구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사람들이 결정한다. 주관적인 결정이고 정치적인 결정이다. 일단 데이터 세 트에 입력된 각 개인은 그것들 간에 그리고 그것들을 데이터 세 트에 집어넣고 그 데이터 세트를 이용해 알고리즘을 훈련하고, 궁극적으로 그것들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보이지 않는 힘 간의 새로운 거래의 일부가 된다. 이는 권력의 비대칭을 나타내며, (선택과 권력의 결과인) 이러한 비대칭은 데이터 정치학과 궁극적 으로 데이터 경제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데이터 경제는 모든 수 준에서 정치적이다. 그 이유는 대체로 일부 조직이 누가 데이터 세트에 들어가고 누가 제외되는지 결정함으로써 다른 조직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결정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르톨레티 2020, 38)

- 한병철은 금지와 명령이 현대사회에서는 “프 로젝트, 주도권, 동기부여로 대체된다고 주장한다.(9) 규율 사회 는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 데 반해, "성과 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9)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 신이 되는 것에 힘들어한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일을 수행하고 완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착취한다. 이들은 기계가 된 다. 하지만 착취자와 피착취자가 같으므로, 여기서 저항하는 일 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즉 "과도한 업무와 성과는 자동 착취 로 확대된다." (11) 우울증은 "성과 주체chievement-subject가 할 수 있 는 것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생긴다.”(“nicht mehr konnen kann" 10; 한병철의 독일어본 강조) 마르크스주의 분석과 연관 짓는다면, 자본주의 체제는 이러한 자기 착취를 요구한다. 자본가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일의 성과를 충분히 올리지 못하고 스스로가 만족할 만 큼 향상되지 못할 때, 자신만을 탓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멋 진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우리는 사적 영역에서조차 끊 임없이 자기 향상을 위해 분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과 관련 기술은 업무 성과를 높이는 데 사용되지만 스스로를 향상시 키는 데도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때까지 활용한다. 심지어 자기 자 신을 구성하는 일조차 더 이상 성과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지칠 때까지 모니터링하고 분석하여, 끌어 올리는 기술에 의해 부추겨지 는 성취 문제가 되었다. 자기 향상을 위해 적절한 앱을 활용하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책임이 오로지 자 기 자신한테 있는 듯하기 때문에, 그러한 권력과 통치성 시스템 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다. 우울증에 빠지거나 지친다면 자신의 잘못이며 성취에도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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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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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일반적인 사업 보고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이 두 보고서의 차이점은 크게 네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글로벌 표준을 기반으로 작성했다는 점이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자랑하고 싶은 내용 또는 마케팅을 위한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글로벌 표준을 기준으로 조직의 지속가능 경영 전략 및 경제, 사회, 환경 등의 성과를 공개하는 보고서이다.
두 번째, 이해관계자 참여(Stakeholder Engagement)를 통하여 조직이 당면한 핵심 이슈를 발 굴하고, 이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 케이션과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이 생각하는 이슈 사항에 관하여 파악하고 이슈 사항 중 핵 심 이슈를 선별하여 보고서에 반영한다.
세 번째, 중대성 평가(Materiality Analysis)를 통해 조직이 관리해야 할 핵심 이슈의 우선순위 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대성 평가란 각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슈가 무엇인지 선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안에는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 게 되는데 기업의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영향을 반영하거나 이해관계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 을 미칠 수 있는 주제 중에서도 중요성에 따라 다뤄질 주제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거쳐 보고 서 내용이 결정된다.
네 번째로는 제3자 외부 검증(External Assurance)을 통해 보고 내용 및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사업 보고서는 기업의 재무적인 사항을 중심으로 작성이 되기 때문에 외부에 대한 검증이 필요 없지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자료에 대한 정확성과 신뢰 성 확보를 위해 기업과 연계성이 없는 전문가 또는 기관에 검증을 의뢰하여 검증 절차를 거 치게 된다는 것이 사업 보고서와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ESG 보고서 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되면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답하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해석이 다. 실질적으로 수익률만 높으면 되는 투자기관들이 왜 지속가능 경영에 관심이 있는지를 생 각해 본다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단순 환경적인 문제만을 거론한 보고서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사회적, 환경적 문제 인식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여부를 판 단하고, 그에 따른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반면 문제 해결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 (1) GRI
GRI 표준은 모든 조직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정보 공개 기준과 경제, 환경, 사회 분 야의 지표를 구체화하여 제시하고 있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것이 특징 이며, 중대한(Material) 주제를 선별하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는 가장 이상적인 표준 이다.
GRI 표준은 200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준으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중 약 70~80%가량이 이 기준을 활용하고 있다. GRI에서는 총 6회의 가 이드라인을 발표하였으며, 이는 각각 G1(2000), G2(2002), G3(2006), G3.1(2011), G4(2013)로 정보 공개 지침 및 지표를 점진적으로 고도화하여 발표하였다. 2016년에는 지표를 모듈식으로 확 장한 GRI 표준을 발표함으로써 가이드라인(Guideline)을 표준(Standards)으로 변경하였다. 2016년 발표한 GRI 표준은 조직 프로필, 전략 윤리성 및 청렴성, 지배 구조 등 3개의 공통 표준과 GRI100과 경제 관련 GRI200, 환경 관련 GRI300, 사회 관련 GRI400으로 총 34개의 특정 주제 표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10월 5일에는 기타 글로벌 가이드라인들과의 호환성 강화를 위해 공통 표준 3개, 산업 표준 40개, 주제 표준 31개로 구성된 GRI Standards(2021)를 발표하였다. 만약 GRI 표준을 활용하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2023년 1월 1 일 이후부터 업데이트된 표준을 적용하여 보고서를 공시해야만 부합 보고서로 인정된다.
- (2)SASB
SASB(The 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는 2011년 Bloomberg, Rockefeller Foundation 및 Generation Foundation의 재정 지원으로 시작된 비영리 재단이다. 지속가능 회계기준위원회라고도 불리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할 기업의 비재무 평가지표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이다.
SASB에서는 2018년 11개 산업군과 77개 세부 산업별 표준으로 구성된 SASB 표준을 발표 함으로써 산업별 중대 이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SASB 표준은 2020년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SASB와 TCFD를 공개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주목받게 되었다. 발 언 이후에는 해당 기준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SASB 표준은 기업의 재정 및 영업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ESG 정보 식별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ESG와 관련된 데이터들을 회계 보고 기준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투자자 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SASB 표준은 GRI 표준처럼 보편적 분류 기준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별 중대성 지도(Materiality map)를 통해 산업별로 가장 중요한 이슈들이 해당 산업군 내에서 중요한 이슈
로 선택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고, 같은 산업군 내 다른 기업과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경제, 환경, 사회 세 가지 측면을 강조하는 GRI 표준과 달리 환경, 사회 이외에도 인적 자 본, 비즈니스 모델, 리더십 등 5가지 측면을 포함하여 지속가능을 파악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 며, 2020년 11월 IIRC(국제통합보고위원회)와 합병 후 2022년 8월 1일부로 국제지속가능표준위원 회(ISSB)를 설립한 IFRS 재단으로 통합되었다.

- G20 국가 중 15개 국가가 기업의 기후 변화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 다. 하지만 기존의 제도는 에너지 사용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 등 대부분이 기술적인 정보에 만 편향된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었으며, 기후 변화가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기후 변화는 장기적인 대처가 필요한 특성을 갖는 만큼 그에 따른 금융 리스크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다. 2015년 4월 G20은 금융 부문이 향후 기후 변화 관련 문제를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이 필요하다 하여 이를 금융안정위원회(FSB)에 개발을 요청했 다. 이후 FSB는 2015년 12월 기후 변화가 미치는 기업의 재무적 영향 공개를 위한 프레임워 크 및 권고안을 만들기 위해 TCFD (기후 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Task Force on Climate- 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를 설립하였다.
- TCFD에서는 2016년 12월, 재무 보고서(Financial fillings)를 통한 기후 변화 관련 정보 공개 프레임워크를 담은 권고안 초안을 발표하였으며, 2017년 6월 29일 최종 권고안 및 관련 추가 지침을 발표하였다. TCFD 권고안은 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후 변화의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정량적으로 수치화하고 이를 재무적으로 통합해 공개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 으며, 지배 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목표 설정이라는 틀로 만들어졌다.
2021년 10월 기준으로 전 세계 89개 국가, 2,600개의 금융·비금융기관이 TCFD 지지를 선 언했으며, 국내에서는 2020년 5월 28일,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을 중심으로 TCFD 지지를 선언했다.

- MSCI는 주식, 채권 등 금융 시장 지수 산출을 하는 인덱스 사업자로 1999년부터 기업의 ESG 평가를 시행하고 있으며, 매년 8,500여 개의 기업에 대한 ESG 지수를 공개하고 있다.
MSCI의 평가 체계는 총 10가지 테마와 35개의 핵심 이슈로 환경 부문 13개, 사회 부문 16 개, 지배 구조 부문 6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가 방식은 자신들이 보유한 35개의 평가 항 목을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아닌 대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특성에 따 라 6~10개의 중점 항목을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영역별 가중치를 달리해서 평가를 진행 한다.
핵심 이슈에 대한 정보는 기업과 관련되어 있는 공개 자료를 포괄적으로 검토하며, 이해관 계자가 확인할 수 없는 비공개 정보를 제외하고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및 정부나 언론 지적 사항, 기업 공시 자료, 정부·학계·NGO 자료, 미디어 자료 등의 공개 정보를 활용하여 조사 및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 평가 과정은 총 4단계에 거쳐 이뤄진다. 가장 먼저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군과 관련된 ESG 분야 주요 핵심 이슈 선정과 이슈별 비중 등을 정한다. 산업마다 ESG 이슈별 비중 차이가 발 생하기 때문에 해당 핵심 이슈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이슈의 이익 혹은 비용에 영 향을 미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따져 비중을 정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기업별 ESG 점수를 부여를 위한 평가 기준을 선정하게 되는데, 해당기업이 노출된 주요 ESG 리스크 요소는 무엇인지 그리고 동종 기업과 비교하여 리스크 관리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 ESG 관련 기회 포착 정도는 어느 정도 인지를 통해 평가 기준을 선정한다.
위 과정을 거쳐 평가 기준을 선정한 후, 해당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 구조 분야별 개별 점 수를 책정하게 되며, 이후 다시 한번 가중치를 적용하여 평가 진행에서 부여된 점수들을 통 해 마지막으로 등급 부여 과정을 진행한다. 이후 산업별 점수의 평균 분포도를 작성하고 각 각의 기업별 점수를 0~10까지 매기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친 후 CCC에서 AAA까지 ESG 등급을 부여하게 된다.

- MSCI ESG 평가 항목 중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지배 구조라 할 수 있다. 이사회 구조, 급여, 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 오너십 구조, 회계, 기업 윤리, 투명한 납세 등 지배 구조를 평 가하는 6개 항목은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산업 특성과는 관계없이 가장 핵심 기준 으로 선정하고 있으며 10점에서 감점 요인을 제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산출한다는 것이 특징 이다.
등급표에 대해서는 ESG 등급을 발표하기 6~8주 전부터 평가 근거가 되는 정보가 무엇인 지를 해당 기업은 확인할 수 있으며, 등급이 확정되는 즉시 해당 기업에 알려준다. 이후 등급 책정에 대한 근거를 질의 또는 소명할 수 있으며, 공식적인 ESG 업데이트 주기는 연 1회로 보 통 알려져 있다.

- DJSI
글로벌 신용평가 회사인 미국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1999년부터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2,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가치를 재무 정보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성과와 종합적으 로 평가하여 각각의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를 발표하고 있다. 현재는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하고 있으며, 역사가 오래된 평가 지표이기 때문에 DJSI 지수에 편입되는 것만으로도 '우량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상징성 이 매우 크다.
평가 방식으로는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을 대상으로 80~120문항에 달하는 설문과 회사 발간 자료 등을 바탕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설문 항목은 공통 항목과 산업별 항목으로 구분하여 가중치를 적용한 평가 점수로 산출하게 된다. 기업이 제출한 설문 응답지를 기반으 로 지수 편입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다른 평가 지표 대비 관리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DJSI 평가는 DJSI World, Asia-Pacific, Korea 모두 한 번에 진행된다. DJSI 평가에 한 번 참여하는 것으로, 시가총액 순위에 따른 평가 대상 여부, 평가 점수 결과에 따라 DJSI World, Asia-Pacific, Korea 편입이 결정된다.
- 평가는 대부분 3월 중순쯤 기업을 대상으로 DJSI 참여 여부에 대한 초청장으로 발송하면 서 시작된다. 참여 여부가 결정되면 이후 온라인 설문, 회사 발간 자료, 공시 정보 등을 토대 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들은 산업별, 항목별 가중치가 적용되어 평가 및 분석이 진행되며, 평가 및 분석을 바탕으로 한 모니터링 단계까지 거치게 되면 산업별 편입 기업을 선정하고 선정된 기업을 중심으로 9월 초 DJSI 편입 기업을 발표한다.
2021년 이전에는 해당 기업에 개별 안내했지만, 2021년부터는 S&P Global 홈페이지에 상세 ESG 평가를 공개하고 있다. 이전에는 ESG를 종합한 평가 총점만 홈페이지에 공시되었으 나, 현재는 ESG 분야별 점수와 지배 구조, 윤리 경영 등 항목별 점수까지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  KCGS
KCGS(한국ESG기준원)은 한국거래소 산하 비영리 단체로 2002년 6월 설립 후 한국기업지배 구조원이라는 명칭에서 2022년 9월 한국ESG기준원으로 개칭했다. 2003년부터 국내 기업 지 배구조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는 기존 기업 지배 구조 평가에 지속가 능 경영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ESG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국내 상장 회사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평가하고 있으며 이를 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KCGS는 비재무적 위험과 기회를 관리함으로써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고 책임 투자 시장 에 대한 자복의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평가 목적으로 ISO26000, OECD 기업 지배구조 원 칙 등 국제 기준과 국내 법제 및 경영 환경을 기반으로 한 ESG 평가 모형을 자체 개발하여 사용 중에 있다.
- ESG 평가 모형의 기본 평가는 기업 특성별로 분류 후 가점 방식으로 진행되며, 심화 평가 는 부정적 ESG 이슈에 대한 가점 방식을 정용하고 있다. 총 18개의 대분류와 265개의 핵심 평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상세 평가 문항은 평가 대상 기업만 확인할 수 있다.
평가 순서는 가장 먼저 3월에 지배 구조, 금융사 지배 구조 평가를 시작으로 6월에는 환 경, 사회 평가가 시작되고 이 모든 평가와 등급 부여는 10월에 완료되게 된다. 평가가 완료된 이후 다음 연도 1월, 4월, 7월에는 ESG 등급위원회를 개최하여 ESG 이슈를 반영한 등급으로 수시 조정하게 된다.

- KCGS의 ESG 평가 단계는 크게 4단계로 분류되어 진행된다. 1단계인 평가 준비 단계에서는 우선 평가 기업을 선정 후 사업 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홈페이지, 기업 공시 자료 등 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초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이후 2단계에서는 18개 대분류, 265개 핵심 평가 항목을 기반으로 평가를 수행하게 된 다. 평가 방법에는 기본 평가와 심화 평가 두 가지가 있다. 기본 평가에서는 KCGS에서 만든 ESG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이 갖춰진 여부를 평가하는 281개 핵심 평가 항목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심화 평가에서는 기업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는 ESG 관련 이슈 여부 검증으로 58개 핵심 평가 항목을 심사하고 있다. 평가가 완료된 후에는 기본 및 심화 평가 데 이터 수정 요청 등의 ESG 평가 피드백 절차가 진행된다.
3단계에서는 2단계까지의 평가를 통해 총 7단계(S, A+, A, B+, B, C, D)의 등급을 부여하게 되 는데 평가 항목별 개별 등급과 ESG 통합 등급을 부여하게 된다. 등급 부여가 완료된 후에는 KCGS 평가 사이트 내에서는 기본 보고서를 제공하며, KRX ESG 홈페이지 내에서는 요약 보 고서가 공개된다.

- 서스틴베스트
2006년 설립된 서스틴베스트는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ESG 관점에서 포 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책임 투자 운용 전략을 자문하는 영리 기관이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ESG 평가 모델 ESGValueTM을 활용하여 상장 기업의 ESG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ESGValueTM는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설계가 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자를 포함한 각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어떠한 외부 효과를 발생시키는지 친환경 특허, 온실가스 관리, 공정거 래 프로그램, 노사 관계 관리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두루 살핌으로써 평가 이외에 자산 규모 별 단계를 세분화해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평가 항목은 ESG 기본 항목인 환경, 사회, 지배 구조를 평가하고 있다. 환경 영역은 혁신 활동, 생산 공정, 공급망 관리, 고객 관리 총 4개의 카테고리 7개의 KPI, 21개의 Data Point로 구성되어 있고, 사회 영역은 인적 자원 관리, 공급망 관리, 고객 관리, 사회 공헌 및 지역사회 총 4개의 카테고리 13개의 KPI, 34개의 Data Point로, 지배 구조는 주주의 권리, 관계사 위험, 이사의 보수, 이사회의 구성과 활동, 정보의 투명성, 지속가능 경영 인프라 총 6개의 카테고리 와 18개의 KPI, 41개의 Data Point로 구성되어 있다.
ESGValueTM는 분야별 가중치를 활용하여 평가를 진행한다. 가중치는 각 지표가 반영하 는 핵심 ESG 이슈에 대한 산업별 리스크 노출도 수준과 핵심 ESG 이슈가 기업의 재무적 성 과에 미치는 영향, 기업 자산 규모를 고려하여 지표 간 상대적 중요성을 근거로 가중치를 결 정하게 된다.
- ESGValueTM의 평가는 총 6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쳐 진행된다. 가장 먼저 평가 모형 개선 및 업데이트가 진행되는데, 이 단계에서는 지표 추가 및 지표별 평가 기준의 개선, 가중치 업 데이트됨으로써 평가 착수 전 작업이 진행된다. 다음 단계는 데이터 수집 단계로 사업 보고 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홈페이지, 기업 공시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여 데이터를 취합한다. 데이터 취합이 완료되면 이를 바탕으로 ESG 평가 단계를 거치게 된다. 여기서 ESGValueTM를 통하여 평가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각 기업이 ESG 리스크 관리를 통해 지속가능 경영을 얼마나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다음 단계인 Verification 단계에서는 Verification 리포트를 발송하는 것으로 매년 9월에 시행된다. 이는 기업의 평가 결과에 대한 기업 측의 검증 절차로써 평가 대상 기업들은 데이 터 오류를 검증하고, 기업 내부적으로는 진행되었으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지속가능 경영 활동에 대한 정보를 반영하기도 한다.
다음은 점수 산출 및 등급 부여 단계로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평가 대상 기업들을 대기업 (연결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중견기업(5천억 원 이상 2조 원 미만), 중소기업(5천억 원 미만)으로 구분해 규 모별로 차등화된 기준에 따라 점수를 산출한다. 산출된 점수에 따라 7개(AA, A, BB, B, C, D, E) 의 등급으로 등급이 부여되며, 부여하는 '규모별 등급'과 규모 구분 없이 절대 기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전체 등급'을 발표한다. 평가 결과 공개는 상반기 6월, 하반기 11월에 각각 발표된다.
마지막 단계는 등급 조정 단계로써 평가 모형에 기반하여 산출된 ESG 등급은 합리적 이유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만 등급 조정이 가능하며, 조정이 필요 없는 경우에는 진 행되지 않는다.

- 제3자 검증은 기업이 지속가능 성과에 대한 공시 기준을 준수하여 작성했는지에 대해 점 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보고서의 정보에 대한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 함으로써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요구를 부합하는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검 증된 정보를 통해 보고 조직과 관련된 의사 결정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또한, 기업에서는 검증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활동 및 운영 시스템 점검 및 평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전략 및 방침에 대한 개선 을 할 수 있다. 특히 검증기관이 보고서에 대한 보증 역할을 수행하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의 내용과 관련된 규제 기관이나 이해관계자로부터의 법적 문제 등 관련된 문제 발생 시기 업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보고서를 검증하는 기준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기준은 Accountability의 AA1000 시리즈와 국제회계사연맹(IFAC)의 ISAE3000이 대표적이다.

- 최근 지속가능 경영이 대두되면서 ESG 측면에서 공급망 내 지속가능과 리스크 관리를 위한 네트워크 시스템에 관한 중요성이 커졌다. 따라서 국가별로 점차 제도화하는 움직임을 보 이고 있으며, 특히 수출이 주를 이루고 있는 기업의 경우 국가별 제도에 대해서 대응이 필요 하다.
실질적으로 EU에서는 공급망 실사법을 2022년 2월 23일 공식화하였으며 기업이 공급망 내 인권 및 환경 보호 등에 대한 사항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지속가능 실사 지침(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을 발표하였다. 공급망 실사법은 EU 내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 그들과의 협력, 납품 업체들의 인권 현황, 환경 오염, 온실가스 배출량 등 을 자체 조사해 문제 발생 시 해결을 의무화하는 법이다.
공급망 실사법은 발효일 기준 2년 후부터 직원 수 500명 초과, 매출 1억 5,000만 유로를 초 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이며, 약 9,400여 개의 기업이 속할 전망이다. 시행 2년 후에는 순매출의 50% 이상이 섬유와 광업, 농업 또는 광물 자원 채굴의 고위험 산업(high-risk sectors) 기업 중 직원 수 250명, 매출 4,000만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확대 적 용될 예정이다.
EU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외국 기업도 마찬가지로 공급망 실사법에 영향을 받게 된다. 단 근로자 수에 대한 기준은 미적용되며, 매출은 연간 순매출이 1억 5,000만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이 대상이 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기업은 약 3,400여 개의 기업이 해당할 것으로 전망하 고 있으며, 이후에는 매출 4,000만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이 대상이 된다.
기업에서는 점차 공급망 실사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업별 자체적인 공급망 실사 기준을 만들어 활용하거나 공급망 실사 이니셔티브를 활용하여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은 회사에서 입맛대로 작성해 오던 사업 보고서나 회사 소개서 와는 달리 작성 기준과 검증 기준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기업들이 GRI 표준을 채택하여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외에도 ISO26000, SDGs(지속가능 발전 목표), SASB(지속가능 회계기준위원회),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등 다양한 기준들이 보고서 작성에 활용되고 있다.
보고서는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기업과 관련된 지속가능 정보에 대한 모든 내용을 이해관 계자에게 제공하여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보고서는 유용하고 신뢰 성 있는 정보와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보고서가 작성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보고서 작성 시에는 워싱 방지 및 검증 기준에 부합되기 위해 포괄성, 중대성, 대응성, 임팩트 등의 기준을 염두하여 작성해야 한다. 

- 보고서 작성의 시작은 보고서 기획 단계부터 시작한다. 보고서 작성 전 보고서 구성에 관 하여 결정하는 단계로 여러 프로세스 과정이 포함된다. 가장 먼저 보고서 기획에 앞서 TF- Team 또는 전담 인력을 지정하게 되는데 TF-Team 구성 시에는 가능하면 부서별로 대표 한 명씩을 선발하여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TF-Team 또는 전담 인력이 정해진 후에는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분석하고 정의하 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해관계자는 기업을 둘러싼 모든 관계자를 의미하며, 기업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고객부터 임직원 및 기업 대표까지를 범위로 한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분 석 및 정의가 모두 완료되었다면 기업과 관련된 대내외적인 자료들을 수집하여 기업과 관련 된 이슈를 파악한다.
이슈 파악 단계에서는 기업과 대내외적으로 관련된 모든 Issue Pool 구성 단계를 진행한 다. Issue Pool 단계는 보고서 작성에 대해서 어떤 이니셔티브의 기준을 따를지, 대외 평가기 관 요구 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고 이해관계자 관심 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기업 내부 현 황은 어떠한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단계로 이는 외부, 내부 환경 분석을 통해 진행한다.
외부 환경 분석은 미디어 리서치, 유사 기관 벤치마킹 등으로 파악하며, 내부 환경 분석은 회사 소개서,경영 계획 자료, CEO 신년사, 전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활용한다. 기업 과 관련된 Issue pool이 결정되면 이들을 카테고리화하여 분류하고 분류된 이슈들은 추후 진행하게 될 중대성 평가의 소스로 활용한다.
이후에는 이슈 파악 단계를 거쳐 분류된 이슈들을 활용한 중대성 평가 또는 중요성 평가 를 진행한다. 중대성 평가는 지속가능 경영 관련 핵심 이슈를 반영하기 위한 단계로 평가를 통해 산업이 직면할 미래 트렌드, 비즈니스 리스크 및 기회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중대성 평가는 재무적, 운영적, 전략적 영향에 대한 비즈니스 영향도(Business Impact)와 이 해관계자 관심도(Influence Stakeholders) 등을 활용하여 이슈별로 평가를 진행하고 이들을 우 선순위화한다. 우선순위화된 주제들은 그 중요도에 따라 핵심 보고 주제로 도출하게 된다.
기획 단계에서 진행한 활동(이해관계자 분석 및 파악, 중대성 평가 결과 등)은 보고서 작성 시 이와 관련된 모든 자세한 내용을 첨부할 수 있도록 하며, 보통 기획 단계는 약 1~1.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다음 작성 단계는 보고서 작성에 있어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단계이다. 대부분 2~3 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이는 내부 사정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실질적인 작성에 앞서 먼저 보 고서 목차를 도출한다. 목차는 콘텐츠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매우 직관적인 목차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목차는 기업 내부 설정 또는 동종 업계 작성 우수 사례들을 벤치마킹하여 작성하는 방법이 있다. 목차 구성은 중대성 평가에서 도출된 중요 이슈 강조를 통한 방법과 ESG Framework를 활용한 구성 등을 활용하여 구성할 수 있다.
보고서의 목차를 선정한 후에는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 취합 및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 단계는 유관 부서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단계로 관계자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게 내용 작성 템플릿과 가이드라인을 먼저 작성하여 배포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부서별로 관련된 이슈를 전달하고 유관 부서에서 보내온 데이터를 취합한다. 취합한 내용에 대해서는 유관 부서에 내용 사실 유무 확인 및 오류 사항 등을 확인하는 단 계를 거치게 되며, 부서별 담당자와의 인터뷰도 이 단계에서 함께 진행된다. 인터뷰 질의에 대 해서는 담당자에게 먼저 질문지를 전달한 후 자료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도록 한다.
- 작성 단계와 함께 보고서 디자인도 함께 진행한다. 보고서 디자인의 경우 가장 먼저 보고서의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을 구상하고, 기업 이미지와 콘텐츠에 가장 적합한 디자 인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한다.
작성 단계가 모두 마무리되면 자료가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보고서 회람 및 수정 단계를 거 친다. 작성 기간 중 변경된 데이터는 없는지 유관 부서에 검토를 다시 한번 요청하고 변동 사 항에 관하여 체크 한다. 검토하는 단계에서는 디자인이 적용되기 전에 PPT 또는 PDF로 자료 검토를 1차적으로 먼저 요청하고 이후 디자인이 적용되면 다시 검토를 요청하는 등 수정이 최대한 적게 진행될 수 있도록 검토가 진행되어야 한다. 만약 수출도 함께 진행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영문 번역 버전도 따로 만들 수 있도록 한다.
- 보고서 작성이 완료된 후에는 보고서의 객관성과 데이터 신뢰도를 얻기 위해 기업과 연계 성이 전혀 없는 곳에 제3자 검증을 의뢰해야 한다. 제3자 검증은 검증 기준 자격 요건을 획 득한 기관에 의뢰하여 진행하며, 보고 내용에 대한 검증과 검증 의견 사항은 모두 보고서에 반영하도록 한다.
제3자 검증기관에서는 먼저 보고서에 적용된 이니셔티브를 확인하고 문서 심사, 현장 심사 를 통해 검증을 진행한다. 시정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 고, 시정할 사항이 없는 경우에는 검증 의견서를 발행하여 보고서에 대한 보증 역할을 수행 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친 후에는 기업이 원하는 기간에 맞춰 보고서를 발간하며, 기업 홈페이지 및 공시 사이트 등에 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한다.

- GRI에서는 중소·중견기업(SMEs)을 위한 보고서 작성 프로세스 및 체크리스트를 제공하 고 있다. 해당 보고서 작성 프로세스는 기업 규모와는 상관없이 해당 프로세스를 적용하도 록 명시하고 있으며, 프로세스를 참고하여 실무적으로 세분화한 후 작성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제안하고 있는 보고서 작성 프로세스는 총 5단계로 보고서 작성 계획 수립을 위한 준비 (Prepare), 이해관계자들 참여 과정인 연결(Connect), 보고서 내용 결정 및 중대성 평가 과정의 정의(Define), 보고서 작성 과정인 모니터(Monitor), 보고서 점검 및 소통 과정인 보고(Report) 순서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보고서 작성 프로세스에서 2단계인 이해관계자 참여는 모든 과정에 이해관계자를 포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 프로세스 1단계 준비 단계에서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부서별 대표 한 명씩을 선발하여 보 고서 작성 팀을 조직하는 것을 보고서 작성의 시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후 경영진의 관심 사, 회사 전략과 연관된 지속가능 주제 및 보고서 일정, 자원 배분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 게 되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단독으로 발간할지, 또는 기존에 기업에서 발간하던 보고서 (사업 보고서 등)에 포함할지를 정하게 된다.
1단계는 위에서 언급한 보고서 기획 단계와 비슷하며 기업의 이슈 파악과 현황 분석 등이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내부 경영 현황 파악과 함께 글로벌 이니셔티브 표준 및 동향에 대한 조사, 동종 업계 벤치마킹, 미디어 조사, 이해관계자 관심 사항 분석 등이 보고서 작성 전이 뤄지게 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시 1단계 준비 단계와 2단계 이해관계자 참여 단계는 함께 이뤄 진다. 이해관계자 분석을 통해 우리 회사의 핵심 이해관계자는 누구인지, 핵심 이해관계자와 는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정한다.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들을 조 사하여 조사 내용 내에서 지속가능 주제를 도출하는 단계까지 모두 진행하도록 한다.
3단계 중대성 평가 단계에서는 1단계에서 파악했던 이슈 및 현황 등을 활용하여 우리 기 업의 지속가능 주제들을 파악한다. 지속가능과 연관된 다양한 이슈들을 종합하여 기업의 Issue Pool을 구성하고 해당 이슈들을 각각 카테고리별로 나누게 된다. 카테고리 분류 기준 은 정해진 사항은 없으나 ISO 26000을 참고하여 거버넌스,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 운영 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 등으로 카테고리를 선별할 수 있다.
카테고리를 선별한 후에는 글로벌 표준 및 이니셔티브, 대외 평가 요구 사항, 대내외 이해 관계자 관심 사항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이슈 풀 안에서 중요한 핵심 이슈들을 우선순위화 하고 최종 핵심 이슈를 도출해 낸다. 도출된 이슈들은 최종적으로 기업 내 의사 결정권자의 결정을 받도록 한다.
3단계 중대성 평가까지 모두 완료되면 4단계 보고서 작성 단계에 들어간다. 작성 단계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에 있어서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단계이기도 하다. 데이터를 취 합하고 보고서 작성을 위해서 필요 정보를 모을 수 있는 내부 시스템 및 외부 정보 방법이 있는지 확인한다. 만약 중요 주제로 선별한 이슈에 대해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정책이 없고 데 이터 수집이 어려운 경우 정보 공개 범위를 재정의하도록 한다. 또한, 해당 내용에 대해 보고 할 수 없는 이유를 보고서에 설명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5단계는 보고서를 만들고 제3자 검증을 통해 보고서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이 를 배포하는 단계이다. 외부 검증은 보고서 작성 중 사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데 이터 오류를 검토해 줌으로써 발견하지 못했던 오류를 찾아낼 수 있으며, 외부적인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보고서 검증 단계는 꼭 필요하다.

- 이해관계자 파악 검토리스트
- 누구에게 법적 의무 사항이 존재하는가?
- 누가 조직의 활동에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받는가? 
- 누가 조직의 의사 결정과 행동에 대해 영향을 주는가?
- 누가 조직의 활동 및 이슈가 다뤄질 때 개입했었는가?
-누가 조직의 특정한 활동 및 이슈를 다루는 것을 도울 수 있는가? 
- 누가 조직이 목적의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주는가? 
- 누가 가치사슬, 조직 전반의 활동에서 영향을 받는가?

- GRI는 보고서 작성 시 중대성(Material) 주제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가이드하고 있으며, 투자자를 위한 보고서가 아닌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발행할 것 을 권장하고 있다. GRI 표준은 기업이 경제,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을 공시하기 때문에 외부 지향(outward looking)적인 관점을 띤다고 할 수 있다.
2021년 10월 GRI에서는 기존의 공시 표준을 업데이트하여 발표하였다. 2022년까지는 일반 표준 6개와 특정 표준 34개로 구성된 GRI Standards 2016을 적용하며, 2023년부터 작성되는 보고서의 경우 일반 표준(Universal Standards) 3개, 산업 표준(Sector Standards) 40개, 주제 표준 (Topic Standards) 31개로 구성된 GRI Standards 2021의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 새롭게 발표된 GRI Standards 2021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인권이다. 인 권에 대한 부분을 모든 토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토픽으로 분류하고 있을 만큼 인권 영 향 평가를 의무화하였다는 점에서 기존 버전과 큰 차이점이 있다.
또한, 글로벌 가이드라인(UNGPS, OECD의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이나 책임 있는 기업 행동 등의 지침과 도 구, ICGN의 국제 지배 구조 원칙)들과의 연계 및 호환성을 강화했으며, SASB와 같이 40여 개의 산업 별 표준을 개발함으로써 가이드라인으로의 영향력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는 미국 재무회계기준위 원회(FASB)에서 기업의 비재무적 공시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1년 설립하였다. 이 후 2018년 이사회에서는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속가능 주제를 식별, 관리, 보고하는 것에 도움을 주기 위해 11개 산업군 총 77개 세부 산업으로 구분된 ESG 정 보 공개 지표를 'SASB Standards'라는 이름으로 발표하였다.
SASB 표준은 전 세계 기업들이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지속가능 주제에 대해 보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표준으로 재정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징은 회계 지 표의 특성처럼 산업별 중대성 이슈(Materiality)를 규명하고 분야별로 관련 정보를 공개 매트릭 스와 회계 기준 및 기술적인 프로토콜과 관련된 토픽을 함께 제시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이다. SASB 표준은 경제, 사회, 환경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나타낸 것으로 내부 지향 (Inward looking)적인 관점의 성향을 갖고 있다.
- SASB 표준은 투자자들이 재무적 중대성 이슈 파악을 통해 기업의 재무 상태 또는 운영 성과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투자자를 고려한 지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총 10개 산업별 기준이 공개되어 있으며, 가정 및 개인용품, 산업용 기계, 상업은행, 전력 발전, 주택 건설, 철강 제조, 전기 및 전자장비, 투자은행 및 중개, 하드웨어, 화학 등이 공개되 어 있다. 현재까지 SASB 표준처럼 산업별 차이를 다양하게 제시한 이니셔티브가 없어 향후 산업별 표준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ASB에서 말하는 지속가능의 의미는 '기업이 장시간에 걸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 을 유지 또는 향상시키는 기업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SASB 표준을 활용한 보고서는 '지속가능 회계 보고서'라고도 불린다.
지속가능 회계 (Sustainability accounting)란 재화와 용역의 지속가능 회계(Sustainability accounting)란 재화와 용역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및 사회적 영향에 대한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수적인 환경 및 사 회적 자본에 대한 경영을 반영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지속가능에 대한 혁신, 비즈니스 모델, 기업 지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과 반대 경우도 모두 포함된다.
지속가능 회계 보고서는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인적 자본(Human Capital),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Business Model & Innovation), 리더십과 지배 구조(Leadership & Governance) 등 다섯 가지 포괄적 지속가능 범주를 기준으로 구성되어 중대성 이슈를 규명하 게 된다.
- 최근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는 작성 기준도 함께 다양해졌다. 하지만 정보 이용자의 입장에서 기업은 이런 다양해진 기준 을 모두 다 수용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며, 어떤 기준으로 작성해야 할지에 대한 혼란 이 가중되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21년 4월,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국제회계기준) 재단에서는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단일 지속가능 기준을 제정하기 위 해 ISSB(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를 설립하였다.
이후 2022년 3월 ISSB에서는 투자자의 정보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두 가지의 기준에 대한 공개 초안을 발표하였다. 설립 후 1년도 걸리지 않은 시간에 빠르게 공시기준을 발표할 수 있 었던 이유는 ISSB에서 기존에 있던 공시기준들을 통합했기에 가능했다.
ISSB의 구성인 [그림 24]를 살펴보면 먼저 기존의 SASB, IR 등 기존의 재무적 가이드라인 들이 IFRS로 통합되었다. 공시 초안은 기후 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인 TCFD의 공시 권고안을 기반으로 작성되어 있으며, GRI와는 Collaboration을 통해 비재무적인 내용을 담 고 있다.
- 그렇다면 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GRI는 ISSB와의 통합 을 추진하지 않고 협약을 통해서만 참여하게 되었을까? 이는 각각의 가이드라인이 추구하 는 보고서 공개 범위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IFRS에서 보고한 Statement of Intent to Work Together Towards Comprehensive Corporate Reporting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는 3가지의 영역[그림 54]으로 보고서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가장 작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재무제표에만 반영된 보고를 의미하며 이는 회계 기준에만 속한 내용 을 보고하는 것으로 투자자를 중심으로 보고가 이루어지는 범위이다. 다음은 중간 범위로 기업 가치 창출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지속가능 항목에 대한 보고 부분이다. SASB가 여기 에 해당하게 되며, 해당 범위 또한 투자자를 중심으로 보고가 이루어진다.
-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기업이 경제, 환경, 사람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보고하는 영역으로 투자자를 포함한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범위이다. 현재 나온 공개 초안의 경우에는 광범위를 대상으로 하 는 보고서가 아닌 투자자만을 중심으로 한 보고서가 목적이기 때문에 GRI와는 협약 관계를 맺어 진행하고 있다. 이는 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이 재무 정보 중심이냐 비재무 정보 중심 이냐에 따라서도 구분할 수 있다.

- AA1000AS는 보고서 검증 원칙의 준수 사항(특성, 범위)에 대해 평가를 할 수 있는 방법론으 로 재무적 영역과 비재무적 영역까지 포괄하는 기준을 제시하며 지속가능경영보고의 목표 달성을 위한 신뢰성을 보장한다. 특히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검증은 AA1000AS 기준에 따라 검증 유형(type) 및 검증 수준(level)을 결정하여 검증을 수행한다.
검증 유형은 Type 1과 Type 2로 나뉘며, Type 1은 기업의 내부 자료로만 검증을 진행하 게 된다. 검증의 4대 기본 원칙에 대한 충족 여부와 조직의 지속가능경영 성과 및 지속가능 경영보고에서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있는지를 검증하며, 특정 정보에 대한 신뢰성은 검증하지 않고 AA1000 준수 근거 및 범위에 대한 검증 결과를 제시하게 된다. 기업에서 공개한 정보에 대한 증명은 요구하지 않으며, 경영자에게 명확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지 않는 등 검증이 까다 롭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반면 Type 2의 경우 외부 자료를 포함한 검증을 진행하며, 검증 원칙에 대한 충족 여부와 특정 지속가능 경영 성과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 여기서 특정 지속가능 경영 성과란 중대성 평가 결과와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의사 결정에 필요한 가치 있는 내용을 의미한다. 특정 성과 정보에 대한 신뢰성 검증의 경우 정보의 완전성과 정확성을 포함한 자료와 증거가 충분히 포함되어야 하고, 검증 보고서에는 검증 결과에 관한 확인 사항과 결 론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AA1000AS의 검증 수준은 중간 수준(Moderate Assurance)과 높은 수준(High Assurance)으로 나뉜다. 중간 수준의 검증은 검증 결과에 대한 오류나 편견을 줄이기 위해 제한적인 범위 내 에서만 검증을 진행하며, 기업 내부의 자료와 관리 수준에 중점을 둔 검증을 진행한다.
내부 자료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료 수집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며 표본 추출 범위가 작 고 정보의 신뢰성보다는 개연성을 중시하게 된다. 일반 검증을 통해 작성된 검증 보고서는 검증인의 검증 작업 범위가 내부 자료에만 한정되어 있어 결론 또한 매우 한정적이며, 좁은 검증 작업 범위에 근거한 신뢰성만을 제공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높은 수준의 검증은 검증 결과에 대한 오류가 없을 정도로 매우 높은 신뢰수준의 검증 단계가 진행되며, 내부적인 자료는 물론 조직의 이해관계자들을 통한 외부적인 자료들까지 모두 수집이 되고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한 증거가 수집된다. 방대한 자료를 통 해 충분한 자료의 표본 추출이 이뤄질 수 있으며, 모든 자료가 증거 확보 및 조사를 통해 이 뤄지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신뢰성과 타당성을 중시한다. 높은 검증을 통해 작성된 검증 보 고서는 수집한 내·외부 자료를 토대로 검증 특성 및 범위에 대한 결론을 제시하며 자료에 대 한 신뢰성도 매우 높다.

- PwC에서 발표한 Sustainability Reporting tips-Simple actions to make your reporting more accessible and effective을 참고하여 총 13개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에 관한 팁을 전달하고자 한다. 작성 팁을 공개한 PricewaterhouseCoopers(PwC)는 영국 런던에 본사 를 두고 있으며, 세계적인 회계·경영 컨설팅 업체이다. KPMG, Deloitte, EY 등과 함께 세계 4 대 회계법인에 속하기도 하며,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유엔책임투자원칙(PRI), GRI와 협력하 여 기업별 SDGs에 대한 지원을 협력하고 있다.
해당 내용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작성하기 위한 참고용 으로 활용될 뿐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1) 장면을 설정하라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기업의 비지니스와 시장 환경의 개요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보고서 의 맥락 구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상세히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2) 상황에 대해 유동적으로 보고하라
기업의 비즈니스에 대한 지속가능 전략을 단기, 중기, 장기로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또 한, 기업은 전반적인 비즈니스에 대한 핵심적인 협력 전략 사업이 어떠한 방식으로 융합되는 지 증명해야 하며, 위기 관리 및 기회 등에 관한 내용도 상세히 작성하도록 한다.
3) 측정할 수 있는 것들은 측정하라
지속가능 전략이 기업과 직접적으로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핵심 성과 지표를 확인하고 설명해야 한다. 핵심 성과 지표 설정에 대한 이유와 타당성을 설명해야 하며, 실현이 가능한 목 표를 기준으로 성과 측정과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4) 잘한 점, 못한 점, 미비한 점들을 모두 공개하라
균형 있고 투명한 방식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잘한 점에 대해서는 칭찬하면서도 지속 가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과 성과가 저조한 부분에 대해서는 결과를 은폐하지 않도 록 한다. 현재 미비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 방향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모든 정보는 투명 하게 공개해야 한다.
5) 리스크와 기회를 식별하라
지속가능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 발생하는 주요 전략적 리스크와 기회들을 도출하여 상 세히 설명해야 한다. 기업과 연관된 핵심 전략 부분들의 적합성과 그에 따라 초래할 수 있는 결과들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하고,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6) 중요성 평가
기업과 관련하여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관련된 지속가능 문제에 대해 도출된 결과를 입증해야 한다. 중요성 평가를 위해서는 동종 업계 내에서 발행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참고하여 벤치마킹하고 중요성 평가에서 선택된 사항들에 대해서는 선택 과정과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7) 수익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라
기업에서 설정한 지속가능 전략의 수익성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전략이 끼치는 영향과 그 에 따른 향후 경제적 이익을 확인하고,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적 수단에 대해서 파악하 고 구체화한다.
8)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고려 범위를 넓혀라
기업과 관련된 비즈니스의 모든 환경, 사회, 경제 영향을 고려하기 위해 관련된 긍정적 또 는 부정적인 부분의 가치 사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위해서는 재무적인 부분과 비재무적인 부분까지도 고려하여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9) 보상 체계를 확실히 하라
이사진들과 직원들에게 기업에서 산출한 지속가능 전략과 목표를 달성 시 어떠한 보상이 제공되는지와 이를 어떻게 달성했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보고서 관련 이해관계자가 임직원과 직원들이 받는 보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실제 성과와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 지에 대한 보상 체계도 명확히 해야 한다.
10) 많은 곳에 물어 봐라
주요 이해관계자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협력했는지 그리고 이런 것들이 지속가능 전 략 보고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관한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이해관계자 분 석에 관한 내용과 그에 따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과정을 설명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연결 관계에 따른 각자의 역할은 어떻게 되는지도 설명한다.
11) 증명하라
독립적인 연구, 외부 벤치마킹, 전문가 검토 패널 또는 기존 검증을 통해 보고된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보장해야 한다. 기업과 직접적인 연결성이 없는 곳을 선정하여 제3자 검증을 진 행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보고서에 대한 보증의 경우 보고서에 대한 검토 범위도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
12)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고려하라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이들에게 전달할 메 시지에 적합한 내용과 매체, 스타일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어떠한 형태,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고려해야 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각각의 포맷 에 맞춰 내용 작성 후 전달해야 한다.
13) 빅 브라더
지속가능 경영 시스템의 운영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지속가능 경영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임원진에 대해 파악해야 하며, 구현된 정책을 설명하고 성과 에 대해서는 어떻게 경영진들이 그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템플릿
이 장에서는 보고서 작성 템플릿에 대하여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작성 템플릿은 GRI Standards 2021 부합 보고서 기준으로 구성하였으며, 최소한의 틀을 제공하는 것으로 추가 적인 내용은 기업 환경에 맞춰 작성할 수 있도록 하며, 템플릿은 참고의 목적으로 활용할 것 을 권장한다.
1) 목차 및 작성 기준
(1) Intro
1.1 보고서 표지
-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 선택
1.2 About This Report (GRI 2-3)
-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전반적인 내용을 서술
1.3 CEO 메시지 (GRI2-22)
- CEO의 지속가능 경영에 관한 실천 의지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CEO의 의지 표명 관련 내용 서술
1.4 목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관련 전체적인 목차
(2) Overview
2-1 Overview 표지
-Overview 관련 이미지와 목차
2-2 회사, 기업 소개 (GRI 2-1)
-기업와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 서술
2-3 회사 연혁
-회사 연혁 표 또는 이미지로 삽입
2-4 경영 철학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미션, 비전, 전략, 경영 목표 및 우선순위 핵심 가치에 대해 서술
2-5 운영 국가(GRI 2-1)
- 기업 서비스 및 운영 국가에 대한 이미지 또는 내용 서술
2-6 핵심 사업 (GRI2-6)
-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및 핵심 사업
-사회 혹은 환경적 가치 등을 고려한 제품/서비스 제공 여부에 대해 서술
2-7 협력사 및 가입 협회 (GRI 2-2, 2-28)
-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포함된 기업 현황 서술
-협력 기업에 관한 리스트와 기업이 속한 산업 협회, 단체 리스트
2-8 공급망 (GRI 2-6)
-협력 업체 선정에 대한 공정성 여부 서술
-협력 업체 선정 시 지속가능 경영 요소 고려 여부
- 협력 업체 지속가능 경영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운영 여부
-친환경적 공급망 관리를 위한 제도 운영 여부와 그에 따른 환경 및 경제적 가치 창출 기여여부 서술
-공정 경쟁 실천 여부
2-9 고용안정 (GRI 2-7, 2-8)
-고용 창출을 위한 제도 마련과 운영을 통한 사회 기여 여부 서술
-출산, 보육 지원 근무 제도 및 경제적 지원 여부, 보육 여건에 관한 세부 사항 서술
2-10 지역별 근로자 (GRI 2-7)
-지역 상생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지역 고용 창출을 위한 제도 및 운영에 관하여 서술
2-11 이해관계자 (GRI 2-29)
-기업이 정의하고 있는 이해관계자 범위 및 커뮤니케이션 방법 서술
- 이해관계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한 의견 수렴 및 결과 반영 여부 서술
2-12 중대성 평가 (GRI 3-1, 3-2, 3-3)
-지속가능 경영 주요 이슈 파악과 관리 및 대응 방침 공시 여부
- 중대 이슈 파악 방법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여부
(3) Sustainability
3-1 Sustainability 표지
-지속가능 경영 관련 이미지와 목차
3-2 경제 성과(GRI 2-2)
-매출 및 경영 현황, 기술력, 인력 등 개괄적인 내용 서술
3-3 이사회(GRI 2-9, 2-10, 2-11, 2-12, 2-15, 2-16, 2-17)
-주주 및 기업 집단, 이사회 구성 및 권한, 책임 등 지배 구조와 관련된 내용 서술
-이사회 선임 관련 안내 및 프로세스 서술
-이해관계 상충 방지 안내에 관한 안내 및 프로세스 서술
3-4 관리 체계(GRI 2-13, 2-14)
- 이사회 내에 지속가능 경영 사안을 다루는 조직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관리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서술
- 주요 정보 검토 및 승인 관련 프로세스 안내
-지속가능 경영 추진 전담 부서 및 인력 서술
3-5 성과 측정(GRI 2-18, 2-19, 2-20, 2-21)
-경영 활동으로 창출된 경제적 가치에 대한 분배 관련 기본 정보
- 이사회 성과 측정 및 보상 안내
-성과 평가 프로세스와 이사회 보상 비율
- 보상 관련 사항을 대내외적으로 공시하고 있는지 서술
3-6 리스크 관리 (GRI 2-25)
-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및 분석, 담당 부서 안내
-리스크 관리를 통한 예상되는 기회 및 기대효과 안내
-리스크에 대해 예방 원칙 유무
3-7 기업 윤리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 (GRI 2-26)
- 기업의 행동 강령, 윤리 헌장 등 윤리 경영 지침 제정 현황 및 공시 여부
-부패 방지 안내 및 방지 프로세스
-컴플라이언스 관리 체계 및 기업 윤리 처리 프로세스
3-8 법률 및 규정 준수 (GRI2-27)
-기업의 법률 및 규정 준수 현황
-위반 법률 및 규정에 관한 대처 및 극복 방안
3-9 인권 (GRI 2-23, 2-24)
-고용 정책 중 인종, 종교, 성, 장애 등 불합리한 차별에 관한 차별 금지 조항 여부 및 관련 정책 실천 방법
-최근 1년 동안 차별 문제 발생에 대한 현황 및 점검, 개선 계획 실행 여부, 내부 관리 프로세스 서술
-안전 보건 담당 부서 설치 여부 및 활동 현황
-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안전 보건 교육, 훈련 실시 여부 및 상담 제도에 관해 서술
3-10 노사 관계 및 고충 처리 (GRI 2-30)
-노사 또는 유사 기구 설립 운영 여부
-노사 운영 현황 및 경영 활동 반영 여부, 결과 공시 여부
(4) Appendix
4-1 보고서 Index
-보고서의 전체적인 Index 제공
4-2 GRI Index
보고서의 GRI 표준 여부를 Index로 제공
4-3 ESG 성과표
4-4 TCFD 대조표
4-5 SASB 대조표
4-6 외부 검증 의견서(GRI 2-5)
- 제3자 검증을 통한 검증 결과 의견서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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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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