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8'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24.03.18 불변의 법칙
  2. 2024.03.18 헤르만 헤세 인생의 말
  3. 2024.03.18 물욕의 세계 1
  4. 2024.03.18 20240318

불변의 법칙

인문 2024. 3. 18. 07:15

- 사실 우리의 삶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다. 수십만 년 동안 인간을 움직인 생리적, 심리적 프로세스가 지금도 여전히 작동 중이다. (카를 융(Carl Jung))
- 어느 시대건 현자들은 항상 같은 말을 하고, 어리석은 대다수 사람은 하나같이 그 반대로 행동한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이 반복되는 것이다. (볼테르(Voltaire))

- 역사를 들여다볼 때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있다. 스토리가 어떻게 끝나는지는 대개 알지만 그 스토리의 시작점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무엇이 2008년 금융 위기를 일으켰을까?
그 답을 알려면 먼저 모기지 시장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모기지 시장에는 무엇이 영향을 미쳤을까?
그걸 이해하려면 이전 30년간 금리가 하락한 과정을 알아야 한다.
금리 하락을 초래한 요인은 무엇일까?
그걸 이해하려면 먼저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을 알아야 한다.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왜 일어났을까?
그걸 알려면 1970년대의 통화 제도와 베트남전쟁의 영향을 들여다봐야 한다.
베트남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그걸 이해하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거치며 미국인들이 공산주의에 공포심을 갖게 된 과정을 알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짚어 올라가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계속된다.
- 흔히들 "미래를 알려면 먼저 과거를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음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를 보아 도 미래는 알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세상 모든 일은 예측 불 가능한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혼합되고, 그 결과가 증폭되기 때문이다.
운과 우연에 이토록 취약한 세상에서 나는 두 가지를 늘 기 억하려 애쓴다.
하나는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토대 로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 책의 전제이기도 하다. 앞으로 50년 후에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는 불가능 하다. 그러나 그때도 여전히 사람들이 탐욕과 두려움에 지배 당하고, 기회와 리스크, 불확실성, 집단 소속감, 사회적 설득에 반응할 것이라는 사실은 장담할 수 있다.
사건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후엔 어떻게 될까?"라 는 질문을 건너뛰기 때문이다. "기름 값이 올라가면 사람들이 운전을 덜 할 것이다"라는 말은 얼핏 옳아 보인다. 하지만 그 후엔 어떻게 될까?
기름이 비싸도 어쨌든 차는 몰아야 하므로 사람들은 연료 효율이 높은 차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이 정치가에게 불 만을 토로할 것이고, 정치가는 연료 효율이 높은 차를 구매 하는 사람에게 세금 우대 조치를 제공하는 정책을 실행할 것 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은 석유 공급량을 늘리라는 압박 을 받을 것이고, 에너지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추진할 것이다.
- 그리고 석유 업계는 호황과 불황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경 향이 있다. 따라서 아마도 필요 이상으로 많은 석유를 생산할 것이다. 그러면 이후 기름 값이 떨어질 것이다. 연료 효율이 높은 차를 가진 사람이 늘어난 상태에서 말이다. 고효율 차량 덕에 통근 비용이 낮아지므로 교외 인구가 늘어날 테고, 사 람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운전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찌 예측이 쉽겠는가.
세상의 모든 사건은 나름의 후속 결과를 낳고, 이는 또다시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앞일을 예측하기가 지독히도 어려운 것이다. 예측 불허의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연결된 과거 사건들을 보면, 미래 사건을 정확 히 예측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접을 수밖에 없다.
내가 기억하려 애쓰는 또 다른 하나는 열린 상상력을 지녀 야 한다는 점이다. 즉 현재 상황을 뛰어넘어 늘 다양한 가능 성을 고려해야 한다.
오늘의 세상 모습이 어떻든, 무엇이 당연해 보이든, 내일이 되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작은 우연 때문에 모든 게 달 라질 수 있다. 돈과 마찬가지로 사건도 복리 효과를 낸다. 그 리고 복리 효과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미약하게 시작된 뭔가 가 나중에 얼마나 거대해질 수 있는지를 처음에는 직관적으 로 느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 알다시피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형편없다. 하지만 이것은 중요하고 미묘한 차이를 놓친 말이다. 사실 우리는 미 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꽤 뛰어나다. 다만 뜻밖의 일을 예측하 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좌우하곤 한다.
언제나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리스크 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므로 아무도 대비할 수 없기 때문 이다. 그리고 전혀 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리스크가 현실이 됐을 때 피해가 엄청나기 마련이다.
-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는 매년 1월 발간 호에 그해에 대 한 예측을 싣는다. 2020년 1월에 발간된 <이코노미스트>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다. 2022년 1월 발간 호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게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두 사건 모두 잡지 간행을 준비하고 있을 때는 알 수 없는 사건이었다. 바로 그것 이 포인트다. 가장 큰 뉴스, 가장 큰 리스크, 가장 중대한 결 과를 초래하는 사건은 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다.
바꿔 말하면 이렇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거나 낮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잠재 리스크를 파악하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가장 큰 리스크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은 발생했을 때 가장 놀랄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일 가장 큰 리스크가 뭔지 안다면 뭔가 대비책을 세울 테고, 대비책을 세우면 그 일은 덜 위험한 것이 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은 곧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리스크를 결코 완전히 정복할 수 없는 것이다.
장담하건대, 앞으로도 여전히 그럴 것이다. 향후 10년간 나 타날 가장 큰 리스크와 가장 중요한 뉴스는 지금 아무도 언급 하지 않는 무언가일 것이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있는 때가 몇 년도이든 마찬가지다. 내가 이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 는 이유는 지금까지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다는 속성이 리스크를 위험한 것으로 만든다.

- 대공황은 거대한 사건이었음에도, 그리고 그 재앙이 이미 꽤 진행된 상태에서도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우리가 아는 바에 따르면 대공황은 1929년에 시작됐다. 하 지만 1930년 미국경제연맹National Economic League의 똑똑한 회원 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 조사에서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 요한 문제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나온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1위 - 사법 정의 구현
2위 - 금주법
3위 - 법을 무시하는 세태
4위 - 범죄
5위 - 법 집행
6위 - 세계 평화
그리고 '18위'가 실업률이었다.
1년 뒤인 1931년, 그러니까 대공황이 시작되고 2년이 지났을 때 여론 조사에서 실업률은 금주법, 사법 정의 구현, 법 집 행에 뒤이어 고작 4위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공황이 끔찍했던 것이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으므로 아무도 대비하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사람들 은 재정적으로나(부채 증가) 심리적으로(갑작스러운 손실이 가져 온 충격과 고통)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미래에 대해서뿐 아니라 과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역사가 아는 것은 세 가지다.
1) 사진으로 남은 것
2) 누군가가 기록한 내용
3) 역사학자나 저널리스트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사람들이 한 말
지금껏 일어난 중요한 모든 일 중 몇 퍼센트가 이 세 범주 중 하나에 들어갈까?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아주 극미한 퍼센트일 것이다. 게다가 위의 세 자료는 모두 잘못된 해석, 미 완성, 윤색, 거짓말, 선택적 기억을 겪는다.
세상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과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관 점과 지식이 매우 제한적이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현재 자신이 모르는 어떤 일이 진행 중일 수 있는지, 상상하지 못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과소평가하기 쉽다.
- 상상할 수 없는 일의 대비책을 세우기는 불가능하다. 상상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했다고 믿을수록, 그 경우의 수 에서 벗어난 일이 발생했을 때 충격만 더 커진다.
하지만 아래 두 가지를 기억한다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지진을 바라보는 것처럼 리스크 를 바라보라. 그들은 대규모 지진이 언제고 반드시 일어날 것 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강도로 일어날지는 모른다. 비록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구급 대원들이 준비 돼 있고, 어쩌면 지진이 100년 동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 만 건물이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나심 탈레브 Nassim Taleb는 말했다. "예측이 아니라 준비성에 투자하라."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정확한 예측이 있어야 대비를 하겠다고 생각할 때 리스크 는 위험한 것이 된다. 오로지 예측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를지라도 리스크가 언제고 반드시 올 것이라 고 예상하고 있는 편이 낫다.
사실 예측은 헛소리이거나 이미 누구나 아는 내용인 경우 가 대부분이다. 예상과 예측은 다르다. 그리고 다가오는 리스크를 알 수 없는 세상에서는 후자보다 전자가 더 유용하다.
둘째, 상상할 수 있는 리스크만 대비하면 상상하지 못한 리스크는 준비되지 않은 채로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러니 개인 재정을 관리할 때는 너무 많다 싶은 액수가 적절 한 저축액이라고 생각하라. 저축액은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 가 돼야 한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채 액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선을 어느 정도로 생각했든, 실제로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액수는 그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당신의 현재 대비 수준이 합당하게 느껴져서는 안 된다. 세상을 뒤 흔든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은 그 일이 실제로 터지기 전에는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는 시나리오로만 보였다는 점을 떠올 려보라.
- 몽테스키외 Montesquieu는 275년 전에 말했다. "그저 행복해지고 싶다면 그 목표는 쉽게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남들 보다 더 행복해지길 원한다. 이는 언제나 어렵다. 왜냐하면 우 리는 남들이 실제보다 더 행복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존 록펠러John D. Rockefeller는 페니실린도 자외선 차단제도 애 드빌도 없는 시절을 살았다. 하지만 오늘날 저소득층 미국인 이 대부호 록펠러도 누리지 못했던 애드빌과 자외선 차단제 를 누린다고 해서 록펠러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 말할 수는 없 다. 인간의 머리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남들과 비교해 평가한다. 주변 사람 들이 잘살게 되면 사치품으로 간주되던 것이 놀랍도록 짧은 기간 내에 필수품이 된다.
투자자 찰리 멍거 Charlie Munger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탐욕이 아니라 시기심이라고. 

-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중위소득은 외벌이 가구(대개 남편이 돈을 벌고 아내는 전업주부였다)에서 자녀 셋을 키우는 것 을 가능하게 했다. 사람들은 적당한 수준의 주택을 구매하고 최신 모델과 조금 철 지난 모델로 자동차를 두 대 장만할 수 있었다. 또 차를 몰고 휴가를 떠났으며 수입을 잘만 관리하면 저축까지 할 수 있었다.
1950년대 삶의 풍경에 대한 이런 그림은 맞다. 실제로 중위 소득 구간의 미국인 가정에는 셋쯤 되는 자녀와 애완견과 공 장에서 일하며 돈을 버는 남편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만일 당시의 일반적인 가정이 오늘날보다 더 잘살았다고 말한다면, 그 말은 쉽게 논박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중위가계소득은 1955년에 2만 9,000달 러, 1965년에 4만 2,000달러, 2021년에 7만 784달러였다. <라 이프>는 1920년대 사람들이 1950년대의 부를 보면 놀라 입 을 다물지 못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1950년대와 오늘날을 비 교해도 마찬가지다. 1950년대 사람들은 손자가 자신보다 두 배도 더 넘게 돈을 벌게 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득 증가는 노동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도 아니고, 여성의 노동 참가율이 늘어났기 때문만도 아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중위시급은 현재 1955년보다 약 50퍼센트 더 높다.
1950년대 사람들이 오늘날 사람들이 경제를 걱정하는 소 리를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1950년에 주택 보유 비율은 오늘날보다 12퍼센트포인트 낮 았다. 당시의 평균적인 주택은 요즘 주택보다 3분의 1 더 작았 다. 그럼에도 그 안에 사는 식구 수는 더 많았다. 1950년 평균 가계 예산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9퍼센트였고 오늘날 은 13퍼센트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오늘날의 세 배였다. 그 런 시대를 그리워하다니, 이해가 되는가?

-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 사회에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러 큰 흔적을 남겼다. 일례로 1942년에서 1945년 사이에 는 거의 모든 임금 수준을 미국 전시노동위원회 National War Labor Board에서 정했다. 이 위원회는 평등한 임금 체계를 지향했다. 즉 저소득 노동자와 고소득 노동자의 격차를 줄이고자 했다. 이런 접근법은 임금 규제 시스템이 폐지된 이후에도 계속됐 다. 그러면서 전쟁 전에 존재했던 계층 간 소득 차이가 크게 줄 었다. 전쟁이 끝나고 몇 년 후 역사가 프레더릭 루이스 앨런Frederick Lewis Allen이 밝힌 바에 따르면, 퍼센트로 따질 때 가장 큰 소득 증가를 경험한 것은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의 사람들 이었다. 따라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사람들이 1950년대가 좋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고 묻는다면, 그 답의 일부는 적어도 여기에 있다. 나와 주 변 사람 대다수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는 기대치가 쉽게 높아지지 않는 시대였다. 주변에 나보다 훨씬 더 잘사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다수 미국인이 풍족한 삶을 살았을 뿐 아니라, 자신과 주변 이들을 비교해도 그 풍족함의 수준이 비슷했다. 그것이 1950년대가 다른 시대와 달랐던 점이다. 따라서 오늘 날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소득은 더 적었지만 사람들은 만 족했다. 남들도 역시 그만큼 벌었기 때문이다.
오늘날보다 작은 집도 만족스러웠다. 나뿐 아니라 남들도 그 정도 되는 집에 살았기 때문이다.
의료 서비스가 부족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뿐 아니라 이웃 사람도 같은 상황이니까.
-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사람들이 소셜 미디 어를 이용해 소통하기보다는 서로를 위해 공연을 한다고 지 적한다. 우리는 남들이 모는 근사한 자동차를, 남들이 사는 멋진 집을, 남들이 다니는 좋은 학교를 본다. 요즘은 "나도 저 게 갖고 싶어. 나한테는 왜 저게 없을까? 왜 저 사람은 갖는데 나는 못 가질까?"라고 생각하기가 불과 몇 세대 전보다 훨씬 더 쉬워졌다.

- 98세의 찰리 멍거에게 "당신은 매우 행복해 보입니다. 삶에 만족하는 것 같군요. 행복한 삶의 비결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제1원칙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입니다.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갖고 있으면 평생 괴로워집니다. 합리적인 기대치를 갖고, 당신이 맞이한 결과가 좋든 나쁘든 침착함과 평정심을 갖고 받아들이십시오.
- 기대치를 관리해야 한다고 여러 번 언급했지만 사실 어려움이 있다. 높은 기대치와 동기를 구분하기 힘들 때가 많다. 또 낮은 기대치는 마치 포기를 뜻하는 것처럼, 자신의 잠재력 을 눌러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난점을 감안한다면 다음 두 가지를 명심하는 것이 좋다.
첫째, 부와 행복은 두 가지 요소로 이뤄진 등식임을 항상 기억하자. 두 가지란 당신이 '가진 것'(현실)과 '기대하는 것'(기 대치)이다. 이 둘은 똑같이 중요하다. 따라서 가진 것을 늘리 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을 쏟으면서 기대치를 관리하는 데에 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특히 우리가 훨씬 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현실이 아닌 기대치이므로 더욱 그렇다.
둘째, 기대치 게임의 원리를 이해하라. 기대치 게임은 결국 멘탈 게임이다. 누구나 낙담하고 스트레스를 겪는다. 동시에 모두가 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게임의 규칙과 전략을 알아둬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자신과 세상을 위해 발전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대개의 경우 사실이 아니다. 정말로 원하는 것은 기대한 것과 실제 결과의 차이를 경험하는 일이다. 즉 우리는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만족과 성취감을 느 낀다. 그리고 이 등식에서 기대치 부분은 중요할 뿐 아니라 현 실 상황보다 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 어떤 한 가지에서 비정상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다른 어떤 것에서는 비정상적으로 형편없는 경향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 면 그런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치 그들의 뇌는 지식과 감정을 수용하는 용량이 제한돼 있어서, 한 부분에서 비정상 적으로 뛰어난 능력이 발휘되는 대신 성격의 다른 부분이 희 생되는 것 같다.
일론 머스크 Elon Musk를 보라. 어떤 종류의 서른두 살 인간이 GM과 포드Ford, NASA 모두와 맞붙어 경쟁할 생각을 할까?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는 인간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 반적 한계가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 인간이다. 오만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트위터 에티켓을 신경 쓰지 않는 인간이다.
- 사람들은 천재적이고 대담한 비전가로서의 머스크를 좋아 한다. 하지만 사회적 관습과 상식을 무시하고 독선적으로 행동 하는 머스크는 싫어한다. 하지만 그 두 모습을 분리할 수는 없 다. 그 둘은 리스크와 수익의 트레이드오프 관계와 비슷하다. 존 보이드도 마찬가지다.
천재인 동시에 끔찍한 상사였던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높은 포부 탓에 자신과 관계 맺은 많은 회사를 파산 위기로 몰아넣은 월트 디즈니 Walt Disney도 마찬가지다.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맥조지 번디McGeorge Bundy는 언젠가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에게 인간을 달에 보내는 것은 무리한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자 케네디는 이렇게 대답했다. "배짱이 없는 사람이라면 40대에 대통령에 출마하지도 못했 을 겁니다."
- 엄청난 성취를 이뤄내는 사람은 엄청난 실패를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곤 한다.
어떤 사람이 성공한 기업 또는 위대한 국가의 리더가 될까? 단호하고, 낙관적이고, '노'라는 답을 허용하지 않고, 자신 의 능력을 무조건 확신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무모한 열정으로 도를 넘어서고, 욕심에 휩싸이고, 남들 눈에는 뻔히 보이는 리스크를 무시할까?
단호하고, 낙관적이고, '노'라는 답을 허용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무조건 확신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평균으로의 회귀'는 역사 속에서 대단히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제, 시장, 국가, 기업, 직업 등 모든 영역에서 나타난다. 평균으로의 회귀가 일어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누군가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는 그의 성격적 특성이 동 시에 그를 위험에 빠트릴 가능성 또한 높이기 때문이다.

- 포인트는 이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미래를 바라보는 정확한 관점을 원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확실성이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경기 불황이 시작될 확률이 몇 퍼센트다"라는 말은 고통을 별로 줄여주지 못한다. 어쩌면 오히려 고통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에 경기 불황 이 찾아올 것이다"라는 말은 사람들에게 꽉 붙잡고 의지할 수 있는 뭔가를 제공한다.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 지금까지 지구에 산 인간은 대략 1,000억 명이다. 그들의 평 균 수명을 약 30세로 잡으면 그들이 산 날의 수는 약 1,100조 일이다. 그 시간 동안 발생 확률이 10억분의 1쯤 되는 놀라 운 사건이 수백만 번은 일어났다.
그런데 오늘날은 끔찍한 재앙을 접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십중팔구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 지역 뉴스 매체의 감소는 여러 중요한 결과를 낳는다. 그중 하나는 뉴스 보도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더 부정적이고 비관 적인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아래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좋은 뉴스보다 나쁜 뉴스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나 쁜 뉴스는 사람들을 더 쉽게 끌어당기고, 비관적 뉴스는 낙관적 뉴스보다 더 시급한 무언가로 느껴진다.
*어느 특정한 때에 당신이 사는 동네에 나쁜 사건(사기, 부정부패, 재앙)이 발생할 확률은 낮다. 대상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면 그 확률이 더 높아진다. 대상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면 어느 때라도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100퍼센트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이렇다. 지역 뉴스에서는 소프트 볼 경기를 보도하지만, 글로벌 뉴스에서는 비행기 추락 사고 와 집단 학살을 보도한다.

- 찰리 멍거는 1990년대에 '오의 심리학 The Psychology of Human
Misjudgment'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여기서 잘못된 판단을 초래하는 심리적 편향 25가지를 소개했는데, 그중 하나인 '불 확실성 회피 경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의 뇌는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하고 결정을 내리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동물들은 오랜 세월 진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제거 하는 쪽으로 발달했다. 포식자를 맞닥뜨린 동물에게 전혀 도 움이 되지 않는 행동은 어떻게 할지 결정하느라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 심리학자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k 교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자칭 또는 타칭 전문가들의 예측을 연구했다.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상당히 많은 전문가가 정치와 경제를 예측하는 능력이 형편없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앞으로는 전문가를 무시하는 쪽을 택할 까? 테틀록 교수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이 세상이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곳이라고 믿고 싶어 한 다. 따라서 그 욕구를 채워줄 것 같은 권위 있어 보이는 이들에게 의지한다."

- 뛰어난 스토리가 승리한다. 뛰어난 아이디어나 옳은 설명, 또는 합리적인 이론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공감을 끌어내는 스토리를 들려주는 사람이 대개 성공한다.
탁월한 아이디어도 형편없는 방식으로 전달하면 실패할 수 있고, 낡았거나 엉뚱한 아이디어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 혁 신을 일으킬 수 있다. 중후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목소리를 지 닌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은 식료품 목록을 읽는 것으로도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 떨어지는 과학자는 획기적인 질병 치료법을 발견하고도 그 업적이 묻혀버릴 수 있다.
- 언제나 훌륭한 스토리가 차디찬 통계자료보다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
당신이 옳은 답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당신이 틀린 답을 갖고 있지만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면 (당분간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당신이 옳은 답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100퍼센트다.

- 유발 하라리를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리는 이들은 하라리의 저서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느라 여념이 없다. 머스크 역시 사람들에게 당혹감과 경멸이 섞인 시선을 받는다.
완벽한 세상에서라면 정보의 중요성이 그 정보 전달자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사람들은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인내심이 부족하며,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고, 복잡한 정보가 마치 스토리의 한 장면처럼 이해하기 쉬워지기를 원한다.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자. 정보가 오고가는 어떤 상황에서 든, 즉 제품, 기업, 정치, 지식, 교육, 문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 서든 뛰어난 스토리가 승리한다.
- 모든 책은 무조건 새롭고 독창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모든 기업은 이전에 없던 혁신적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고 생 각한다면, 책을 쓰거나 창업을 하기도 전에 좌절부터 맛볼 것 이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와 같은 관점으로 본다면 훨씬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만드느냐 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질문을 던져보라. 중요한 질문이다. 맞는 말을 하고 있지만 스토리텔링이 형편없어서 당신이 귀 기울이지 않게 되는 누군 가가 있는가? 당신이 진실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영리한 마케팅 의 결과에 불과한 것은 무엇인가?

- 히틀러는 이성적 인간이 아니었다. 현실과 이성에서 동떨어 져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미치광이였다. 부하 사령관들이 전 투에 사용할 연료를 어디서 구해야 하느냐고 묻자, 히틀러는 미군에게서 훔쳐오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에게 현실은 중 요하지 않았다.
역사학자 스티븐 앰브로즈Stephen Ambrose는 1944년 말 당시 미군 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와 오마 브 래들리 Omar Bradley가 전시 전략 수립에 필요한 최고의 이성적 판단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딱 한 가지 디테일을 놓쳤다고 말한다. 그것은 히틀러가 얼마만큼 미치광이였느냐 하는 점이었다.
브래들리의 한 측근은 당시 이렇게 말했다. "만일 우리가 합리적 인간들을 상대로 싸웠다면 그들은 이미 한참 전에 투 항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합리적 인간이 아니었다. 그리 고 그 사실, 즉 논리와 이성으로 측정하기 힘든 그 사실이 모 든 것을 좌우했다.

- 운동선수의 기록은 단순히 신체적 능력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뇌가 특정 순간에 리스크나 잠재적 보상을 고려해
얼마만큼의 고통을 기꺼이 견디기로 선택하는가도 선수의 기 록에 영향을 미친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우리의 생존을 돕는 것이다. 따라 서 마치 자동차의 속도 제한 장치처럼, 뇌는 몸이 성능을 최 대치로 발휘해야 할 만큼 중요도나 위험이 충분히 높은 상황 이 아닌 한, 그 최대치를 발휘하게 놔두지 않는다(신체적 힘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녹초가 되면 여러 모로 취약한 상태가 된다). 성능을 최대로 발휘할 경우의 리스크를 정당화할 만큼 잠재적 보상이 크지 않다면, 뇌는 성능 발휘의 '한계'를 그보다 낮은 수 준으로 설정한다.
테스트 트랙에서 발휘되는 달리기 능력의 최대치는 올림픽 결승전에서 발휘되는 최대치와 다를 수 있고, 또 이 후자는 도끼를 든 살인자에게 쫓기고 있을 때 발휘되는 달리기 능력 의 최대치와 다를 수 있다.
이는 사람이 자동차에 깔려 목숨이 위험할 때 누군가가 자 동차를 들어 올려 구해내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설 명해준다. 사람의 능력은 그 순간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 투자자 짐 그랜트Jim Grant는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보통주의 가치가 순전히 금리와 한계세율을 감안한 기 업 이익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이 마녀사 냥으로 무고한 이를 화형에 처하고, 충동적으로 전쟁을 벌이 고, 스탈린을 열렬히 지지하고,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했다는 오슨 웰스Orson Welles"의 말을 믿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 과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다. 인간은 늘 감정과 비합리성에 지배당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떤 투자 대상이나 기업이든, '현재의 숫자'에 '미래에 관한 스토리'를 곱한 결과가 그것의 가치다.

- 1920년대는 광란의 황금기였다. 
1930년대는 패닉 그 자체였다. 
1940년대에는 세상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듯했다. 
1950년 대와 1960년대, 1970년대에는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반복됐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가득했다. 
2000년대는 마치 TV 리얼리티 쇼를 보는 것 같았다.
수치 데이터와 논리에만 의지해 경제와 사회를 이해하려 는 사람이라면 100년 내내 혼란과 충격에 빠져 허우적댔을 것이다.

- 기업가정신 및 경제학 전문가인 페어 바일런드Per Bylund는 말했다. "경제적 가치라는 개념은 간단하다. 어떤 이유로든 사람 들이 원하는 것이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유용성이나 이윤이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들이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가 중요하 다. 경제와 관련한 수많은 행동 및 의사결정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결국 인간의 욕구와 감정이다. 때때로 그러한 감정 요 인을 분석하거나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측정할 수도, 예측할 수도, 모델을 수립할 수도 없는 그 한 가지가 모든 비즈니스와 투자 활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다. 군에서도, 정치에서도, 직업 선택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통계와 계산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
투자 활동에서 종종 목격되는 위험 하나는 맥나마라 같은 접근법에 치우치는 것이다. 즉 통계와 데이터를 최우선시하고 그런 모델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실수나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날 여지가 없다고 믿는 것이다. 터무니없고 기가 막 히고 설명 불가능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혼란이 한동안 계속 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 일이 왜 일어났지?"라 는 질문에 늘 합리적인 답이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심지 어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자신의 예상과 맞아떨어지 는 결과라고 착각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은 이 세상이 불합리성과 혼란, 골치 아픈 인간관계, 불완전한 인간들로 들끓는 곳이라 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다.

- 평화가 혼돈의 씨앗을 뿌렸다. 그리고 그런 일은 수시로 일어난다.
우리 삶에서는 다음과 같은 아이러니가 흔하게 목격된다. 편집증적 불안은 성공을 낳는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경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집증적 불안은 스트레스가 된다. 따라서 성공하고 나면 즉시 그것을 버린다.
성공의 동력이었던 것을 버렸으므로 이제 퇴보하기 시작 한다. 그리고 그것은 훨씬 더 큰 스트레스가 된다.
비즈니스, 투자, 일, 인간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그렇다.
터질 때까지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알고 싶어 하는 시장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다 음 두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시장이 미친 듯이 과열되는 것은 뭔가 고장 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친 듯이 과열되는 것은 정상이다. 더 미친 듯이 과열되는 것도 정상이다.
몇 년에 한 번씩은 시장이 더 이상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시장이 투기적 행동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또는 펀더멘탈 지표들과 동떨어진 채 돌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은 늘 그래왔다.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것이 아 니다. 그들은 다른 투자자들이 믿는 스토리의 한계를 확인하 고 싶은 것뿐이다.
둘째, 충분함의 미학을 깨닫자 사인펠드처럼 생각하자. 투 자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bapitiya는 누군가가 최고 수 익을 내는 방법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연간 수익률이 15퍼센트만 되어도 좋겠습니다. 그렇 게 50년이 쌓이면 엄청난 수익이 될 테니까요. 나는 어려움 에 맞서면서 그저 천천히,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 기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스타벅스Starbucks는 창업하고 23년 후인 1994년에 매장이 425개였다. 1999년에는 한 해에만 625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2007년경에는 1년에 매장 을 2,500개씩 열고 있었다. 매장이 약 4시간마다 하나씩 생긴 셈이다.
하나의 결과는 또 다른 결과를 낳았다. 성장 목표 수치를 달성하려는 욕구가 결국 합리적 분석과 판단을 밀어냈다. 스 타벅스 매장의 포화 상태는 도를 넘었다. 경제 호황기였음에 도 동일 매장 매출 성장률이 50퍼센트 감소했다.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2007년 경영진에게 보낸 메일에 이렇게 썼다. "1,000개도 안 되던 매장이 1만 3,000개로 늘어 나는 동안 우리는 일련의 결정을 내렸고 지금 되돌아보면 그 결정들이 스타벅스 경험'을 희석했습니다."
- 2008년 스타벅스는 매장 600개를 폐점하고 1만 2,000명의 종업원을 해고했다. 스타벅스 주가는 73퍼센트 떨어졌다. 2008년임을 감안하더라도 끔찍한 하락이었다.
슐츠는 2011년 자서전 《온워드Onward》에 이렇게 썼다. "성장 은 전략이 아니라 전술일 뿐이다. 무분별한 성장이 전략이 되 었을 때 우리는 방향을 잃고 헤맸다."
스타벅스에는 가장 알맞은 규모가 있었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그 선을 넘어가면 매출은 증가할지 몰라도 실망 한 고객 수는 더 빠르게 증가한다. 로버트 워들로가 거인이 됐 지만 제대로 걷기 힘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 타이어 재벌 하비 파이어스톤Harvey Firestone은 1926년에 이렇게 말했다.
단번에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첫 째, 대개 그것은 불가능하므로 많은 비용을 날리게 된다. 둘 째, 설령 가능하다 해도 생산 시설이 감당하지 못한다. 셋째, 설령 가능하다 해도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 너무 단기간에 거 대해진 기업은 하루아침에 큰돈이 생긴 소년처럼 행동하기 십상이다.
- 나심 탈레브는 자신이 연방 차원에서는 자유주의자이고 주 차원에서는 공화당 지지자이며 자신이 사는 도시 차원 에서는 민주당 지지자이고 가족들 사이에서는 사회주의자라 고 말한다. 집단 크기가 4명에서 100명, 10만 명, 또는 1억 명 으로 커지면 그때마다 사람들이 리스크와 책임을 다루는 방 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기업 문화도 그렇다. 10명 규모의 회사에서 효과가 있는 경 영 스타일을 1,000명 규모의 회사에 적용하면 경영을 망칠 수 있다. 이는 단기간에 빠르게 커진 기업이 종종 깨닫는 아픈 교훈이다.
- 우버 Uber 창립자이자 전 CEO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 ick o] 대표적인 예다. 우버 초창기에는 캘러닉만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지만, 회사가 성숙해감에 따라 캘러닉이 아닌 다른 누 군가가 필요해졌다. 그것은 캘러닉의 잘못이 아니다. 때로 어떤 것(즉 리더십)은 규모를 확대할 수 없음을, 즉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리더십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자연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숱하게 많다. 좋은 것이라도 무리하게 속도를 내면 문제나 재앙이 초래되곤 한다.
- 대개 어린 나무는 커다란 엄마 나무의 우거진 가지들이 만 든 그늘에서 수십 년을 보낸다. 햇빛을 적게 받으므로 천천히 자란다.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밀도 높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 그런데 만일 탁 트인 들판에 나무를 심으면 얘기가 다르다. 주변에 큰 나무들이 없으므로 어린 나무는 햇빛을 듬뿍 받고 빠르게 성장한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면 무르고 밀도가 낮 은 나무가 된다. 밀도가 높아질 시간이 없는 탓이다. 그리고 이런 나무는 곰팡이류가 잘 번식하고 질병에 취약해진다. "빨 리 자라는 나무는 쉽게 썩으므로 어른 나무로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라고 산림 전문가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은 설명 한다. 서두르면 망치는 법이다.
동물의 경우를 보자. 어린 물고기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비정상적으로 차가운 물에, 다른 그룹은 비정상적 으로 따뜻한 물에 넣는다. 이때 차가운 쪽과 따뜻한 쪽 모두 특정한 온도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한다. 차가운 물 속의 물고기는 일반 물고기보다 느리게 자라고, 따뜻한 물 속의 물 고기는 일반 물고기보다 빨리 자라는 것이다. 그런 뒤 두 그룹 의 물고기를 다시 정상 온도의 물에 넣으면 결국에는 모두 정 상적인 어른 물고기로 성장한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어린 시절에 일반 물고기보 다 느리게 성장한 물고기는 평균 수명보다 30퍼센트 더 오래 산다. 반면 일반 물고기보다 빨리 성장한 물고기는 평균 수명 보다 15퍼센트 일찍 죽는다. 이는 글래스고대학교 생물학자 들이 발견한 사실이다.
그 이유는 별로 복잡하지 않다. 연구팀의 설명은 이렇다. 인위적 성장 촉진은 조직 손상을 가져올 수 있고 "손상된 생 체 분자의 관리 및 회복에 쓰일 자원이 대신 빠른 성장에 사 용될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느리게 성장한 경우에는 "관리 및 회복에 할당되는 자원이 증가한다.
연구팀의 일원인 닐 멧칼프Neil Metcalfe는 이렇게 설명했다. "급하게 만든 기계는 신중하게 공들여 만든 기계보다 더 빨리 고장 나는 법이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생명체의 몸도 마찬가 지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성장은 좋은 것이다. 왜소하고 약한 개체는 결국 강자에게 잡아먹힐 테니까. 그러나 강제적인 성장, 지나치게 빠른 성장, 인위적인 성장은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로버트 그린은 말했다. "창의성 발현을 막는 가장 큰 장애 물은 조급함이다. 중간 과정을 신속하게 끝내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결과물을 빨리 내놓고 싶은 그 불가피한 욕망 말 이다."
이번 장을 끝내며 이것만은 꼭 말해두고 싶다. 사랑이든 일 이든 투자든,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은 이 두 가지가 있어 야 가치 있는 뭔가가 된다. 인내심과 희소성이다. 인내심을 지 녀야 그것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고, 희소성이 있어야 그것의 소중함을 느끼며 감사할 수 있다.

- 나심 탈레브는 말했다. "역경에 과잉 반응할 때 분출되는 엄청난 에너지가 혁신을 만들어낸다."
고통은 평화와 달리 우리의 집중력을 발휘시킨다. 늑장과 망설임을 허용하지 않는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우리의 턱밑 에 들이밀어 당장 그리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해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한 미국 병사가 신문 기자의 인터뷰에 응했다. 전투 중에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자 병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계속 두려움에 떨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것 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그리고 경솔한 실수를 막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많은 것에도 적용 가능한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 1930년대는 미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암울한 시기였다. 1932년에는 미국인의 거의 4분의 1이 일자리를 잃었다. 주식 시장은 89퍼센트 폭락했다. 1930년대와 관련해서는 늘 이 두 가지에 관심이 쏠린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의 언급되지 않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1930년 대가 미국 역사상 가장 생산성이 높고 기술적으로 발전한 10년 이라는 점이다. 그 시기에 수많은 문제를 해결했고 물건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잊혔다. 이 잊힌 스토리는 이후 나머지 20세기 동안 엄청난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준다.

- 몇 가지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1930년대의 총요소생산성 total factor productivity(자본, 노동, 에너지, 원재료, 서비스 등 모든 투입 요 소를 고려한 생산 효율성 지표)은 전무후무하게 높은 수준이었다. 경제학자 알렉스 필드Alex Field의 말에 따르면 1941년 미국 경제는 1929년에 비해 노동 시간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음에 도 40퍼센트 더 많은 산출물을 생산했다. 한마디로 생산성이 월등히 높아진 것이다.
1930년대에 일어난 몇 가지 일에 주목해보자. 그것들이 생산성 증가가 일어난 이유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1920년대는 자동차의 시대였다. 미국 도로 위의 자동차 수 는 1912년에 100만 대였지만 1929년에는 2,900만 대가 되었 다. 하지만 도로는 다른 얘기였다. 1920년대에 자동차가 판매 되는 속도는 도로가 건설되는 속도보다 더 빨랐다.
그러다 1930년이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뉴딜 정책이 실시 되면서 공공사업청 Public Works Administration의 주도 하에 수많은 도로가 건설되었다.
도로 건설에 지출하는 비용은 1920년에 GDP의 2퍼센트였지만 1933년에는 6퍼센트가 넘었다(오늘날은 1퍼센트 미만이다).

- 제품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공장은 처참한 매출 수치를 보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결과 많은 공장이 헨리 포드Henry Ford가 과거 자동차 생산 에 도입했던 조립 라인을 갖추기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이 21퍼센트 증가했다. 프레더릭 루이스 앨런은 이렇게 썼다. "많은 공장이 문을 닫거 나 시간제로 가동됐던 1930~1940년 대공황 시기에는 효율성 과 경제성에 대한 큰 압박을 받았다. 결국 생산성이 41퍼센트 나 향상됐다."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은 말했다. "대공황의 트라 우마는 미국이라는 혁신 기계의 속도를 늦추지 못했다. 오히려 혁신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또 1930년대에는 지식 노동이 크게 증가했는데, 취업이 힘 들어 달리 할 일이 없는 젊은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많 아졌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 대공황 기간에 고등학교 졸 업률은 1960년대가 되기 전까지는 보기 힘든 수준으로 치솟 았다.
이 모든 것, 즉 생산성이 높아진 공장과 새로운 혁신 아이 디어, 교육받은 인력은 1941년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 해 연합국의 군수물자를 지원하는 핵심 엔진이 되는 데에 결 정적 역할을 했다.
- 여기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대공황이라는 비극이 없었더라도 1930년대에 기술적 도약이 일어났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만큼의 도약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심각하게 망가진 경제를 살려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뉴딜 같은 정책을 끝까지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힘들다. 줄줄이 파산하는 회사를 목격하지 않았다 면 기업들이 그토록 절박하게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제가 호황이고 장밋빛 전망이 가득할 때는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새로운 걸 시도해봐. 정해진 매뉴얼 따 위는 갖다 버려. 상관없으니까"라고 말하지 않는 법이다.
- 필요에 의해 절박해져야 거대하고 신속한 변화가 일어난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39년에는 말 탄 기병이 싸웠 지만 마지막인 1945년에는 핵폭탄이 투하됐다.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하고 얼마 안 있어 1958년 NASA가 설립되었으며, NASA는 불과 11년 후 인간 을 달에 보냈다. 두려움이라는 동기가 작동하지 않으면 이런 단기간 내의 혁신은 일어나기 힘들다.
민간 항공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행기가 무엇보다 안전 한 교통수단이 된 것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는 강력한 프로세스가 가동되어 미래에 비슷한 사고 가 일어날 가능성을 낮췄기 때문이다.
-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이들은 프랑스 남부 해안이나 미국의 뉴포트, 팜스프링스, 팜비치 같은 유명 휴양지를 쫓아 다니는 사람들이다. 밤이면 파티를 즐기고, 낮에는 골프를 치 고, 흥청망청 마시고 떠들며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 은퇴하고 아무 목적의식 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물론 누군가는 내 말에 격하게 반대하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 다. “백만장자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거야말로 최고의 인생이지!" 날마다 일할 필요가 없다면, 그저 낚시나 사냥, 골 프, 여행이나 하며 산다면 최고의 인생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인생을 알지 못한다.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목적의식이기 때문이다. 목표, 치열한 싸움, 고군분투이기 때 문이다. 설령 승리하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 좋은 일은 시간이 걸리지만 나쁜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워런 버핏은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이 무너지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세상의 많 은 일이 그렇다.
좋은 일은 작고 점진적인 변화가 쌓여 일어나므로 시간이 걸리지만, 나쁜 일은 갑작스러운 신뢰 상실이나 눈 깜짝할 새 에 발생한 치명적 실수 탓에 일어난다.

- 만일 내가 "50년 후에 평균적인 미국인들이 지금보다 두 배 부유해질 가능성이 얼마일까?"라고 묻는다면 가당찮은 얘기 로 들릴 것이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낮아 보인다. 지 금보다 '두 배'나 부자가 된다고? 재산이 '절'로 늘어난다고? 너무 야심 찬 목표 같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50년 동안 평균 연간 성장률 1.4퍼 센트를 달성할 가능성이 얼마일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비 관론자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1퍼센트? 고작?"
그러나 위 둘은 똑같은 얘기다.
우리는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다.

-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모두를 지혜롭게 다루기는 꽤 어렵다. 비관론은 낙관론에 비해 지적인 관점에서 더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들리므로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당긴다. 또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게 하므로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낙관론도 똑같이 중요하다. 당장은 상황이 암울해 보일지라도 앞으로 분명 나아지리라는 믿음은, 단단한 인간 관계를 유지하는 일부터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일에 이르기 까지 삶의 모든 부분에서 꼭 필요하다.
우리는 이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발전을 위해서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가 공존해야 한다.

- 최고의 재정 전략은 비관론자처럼 저축하고 낙관론자처럼 투자하는 것이다. 앞으로 잘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현재에 서 그 미래로 가는 길에서 실패와 절망, 충격을 끊임없이 만날 수밖에 없는 현실. 이 둘의 조합은 역사 곳곳에서 그리고 삶 의 모든 영역에서 목격된다.

-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극단적 낙관론자가 있다. 이들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 생각 하며, 모든 부정적 태도를 성격적 결함이라고 본다. 또 자신감 이 너무 강해서 일이 잘못될 리 없다고 믿는다.
다른 한쪽 끝에는 극단적 비관론자가 있다. 이들은 모든 것 을 부정적으로 보고, 모든 일이 망할 거라고 생각하며, 모든 긍정적 태도를 성격적 결함이라고 본다. 또 자신감이 너무 낮 아서 일이 잘될 리 없다고 믿는다. 이들은 극단적 낙관론자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는 극단적 낙관론자와 마찬가지다.
둘 다 똑같이 위험하다. 낙관론과 비관론을 흑백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이성적인 판 단이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 중간이다. 나는 그것을 합리 적 낙관론자라고 부른다. 합리적 낙관론자는 인간의 현실이 언제나 문제와 절망과 실패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그런 장애물도 결국엔 발전을 막을 수 없다고 믿으며 낙관적 시각을 유지한다.
어쩌면 위선자나 변덕쟁이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대개 그들은 남들보다 훨씬 더 멀리 내다보고 있다.

-  "큰 수익을 내는 것보다 재정적 파산을 겪지 않고 버티는 힘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힘을 키우면 가장 큰 수익을 얻게 된다. 복리 효과가 기적을 일으킬 만큼 오랫동 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면 한 가지 중요한 점을 깨닫는다. 장기적으로는 대개 좋은 결과에 이르고 단기적으로는 대개 나쁜 상황을 겪 는다는 사실이다. 단기적 역경과 장기적 관점을 균형 있게 관 리하는 법을 깨달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대개 결국 비참한 비관주의자가 되거나 파산한 낙관 주의자가 된다.

- 많은 이들이 효율적인 삶을 살려 애쓴다. 시간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아모스트버스키Amos Tversky는 언젠가 이런 말을 했 다.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는 비결은 항상 조금씩 덜 일하는 것이다. 몇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 결국 몇 년을 낭비하게 된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해변을 오래 산책한다.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다. 연구가 풀리 지 않을 때는 방 안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응시하면서 머릿 속 상태를 마음속에 시각적으로 그려본다.
모차르트도 비슷한 말을 했다.
마차를 타고 이동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산책할 때, 밤에 잠이 오지 않아 그냥 누워 있을 때, 그럴 때 가장 뛰어 난 음악적 영감이 가장 풍부하게 찾아온다.
- 유용한 비효율성에 관한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기업의 운영 프로세스에서 약간의 느슨함을 허용하는 것이다. 적시 생산시스템Just-In-Time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미리 쌓 아두지 않고 제조라인에 투입하는 시점에 맞춰 그때그때 납 품받는 방식이다. 이것은 지난 20년간 효율적인 경영 방식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자 공급망은 붕괴했다. 거 의 모든 제조 기업이 부품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2022년 소비 경기가 아주 양호해진 후에도 자동차 회사들은 칩과 브레이크, 도료가 부족하단 이유로 공장을 가동할 수가 없었다. 적시생산시스템에만 맞춰진 그들은 부품 공급의 차질 이란 변수에 대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기업들의 '목표'는 오류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 것 이었다. 그리고 이는 완전히 역효과를 냈다. 공급망 전반에 약 간의 비효율성이 허용됐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오류의 여지를 허용하는 것은 종종 비용을 발생시키거나 사업을 지체시키는 요인, 또는 비효율적인 전술로 여겨지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큰 이로움을 가져올 수도 있다.
투자에서도 비슷하다. 현금은 강세장에서는 비효율적인 짐이지만 약세장에서는 산소만큼 소중하다.
레버리지 투자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지만 모든 것을 잃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집중 투자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분 산 투자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소유할 가능성을 높이 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잘 생각해보면 약간의 비효율성을 허용하는 것이 이상적임을 알 수 있다.
- 사인펠드는 말했다. "그렇다면 필요 없습니다. 효율적으로 돌아간다면 잘못하고 있는 겁니다. 힘든 길이 옳은 길입니다. 그 시트콤이 성공한 것은 내가 모든 걸 챙기며 관리했기 때문 입니다. 모든 대사, 장면, 편집, 캐스팅까지 전부 말입니다." '효율적으로 돌아간다면 잘못하고 있는 겁니다.
직관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말은 지름 길의 위험성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성공에 비용 이 따른다는 당연한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제프 베이조스는 현실적인 관점으로 일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자기 직업에서 하는 일의 절반만 즐길 수 있어도 그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런 사람은 매우 드물다. 모든 것에는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게 현실이다. 어떤 일에든 싫은 측면이 있기 마련이다. 대법원 판사도 자기 일에서 싫은 부분이 있다. 대학 교수도 참석하기 싫은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모든 직업에는 싫은 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직업의 일부다.
그렇다. 그것도 직업의 일부다. 사실 모든 것의 일부다. 베 이조스의 말은 직업 이외에 다른 많은 영역에도 똑같이 적 용된다.

-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법칙이 있다. 목표로 삼을 가치가 있는 것 중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모든 것에는 비용이 따르며, 대개 그 비용은 잠재적 보상 의 크기와 비례한다.
하지만 가격표가 달린 경우는 드물다. 비용을 현금으로 치 를 수 없다는 얘기다. 목표로 삼을 가치가 있는 것은 대부분 스트레스, 불확실성, 까다로운 사람 상대하기, 관료주의, 나와 상충하는 타인의 인센티브, 귀찮고 번거로운 일, 부조리한 상황, 기나긴 시간, 끊임없는 회의감 등의 형태로 우리에게 비용을 청구한다. 그것이 발전과 성공을 위한 비용이다. 많은 경우 그 비용은 치를 가치가 있다. 그러나 에누리 없이 반드시 전부 치러야 하는 비용임을 기억하라. 여기에는 쿠폰도 없고 할인도 없다.

- 생물체의 몸 크기는 투자의 레버리지와 비슷하다. 이익을 증가시키지만 손실도 증가시킨다. 한동안은 별문제가 없지만, 이익이 있더라도 손실이 치명적인 수준에 이르는 시점이 되면 커다란 역효과가 발생한다.
부상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몸집이 큰 동물은 부상에 취약 하다. 개미는 자신의 키보다 1만 5,000배 높은 곳에서 떨어져 도 죽지 않는다. 쥐는 자신의 키보다 50배 높은 곳에서 떨어 지면 뼈가 부러진다. 인간은 자신의 키보다 10배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죽는다. 코끼리는 자신의 키보다 2배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물풍선처럼 터져버릴 것이다.
또 큰 동물은 단위 개체당 서식지 면적이 더 많이 필요하 다. 이는 서식지가 부족해지면 가혹한 특징이 된다. 큰 동물 은 작은 동물보다 단위 몸무게당 먹이도 더 많이 필요하므로 기근이 닥치면 큰 몸집이 결정적 단점이 된다.
큰 동물은 쉽게 숨을 수 없다. 움직임도 느리고 번식도 느 리다. 먹이사슬 최상위에 위치하므로 대개 적응과 변화가 필 요 없지만, 그것이 필요한 때가 되면 그런 적응 능력 부족이 생존에 불리한 특성으로 작용한다.
- 가장 지배적인 종이 몸집이 더 큰 경향이 있지만, 가장 오 래 견디는 종은 크기가 더 작은 경향이 있다. 티라노사우루 스보다는 바퀴벌레가, 바퀴벌레보다는 박테리아가 생명력이 더 끈질기다. 역설적이게도 진화는 개체의 크기가 커지도록 부추겨놓고선 이젠 크다는 이유로 가혹한 형벌을 내린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삶의 많은 영역에서 목격되는 현상과 도 일맥상통한다. 경쟁 우위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경쟁 우위를 얻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것을 잃지 않는 일이다. 

- 때로 성공은 마침 그 시기에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덕분에 찾아온다. 성공을 경험하고 있을 때는 모르다가 그것이 행운 덕이었다는 사실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누군 가는 그런 깨달음 앞에서 겸손해지고, 누군가는 그런 사실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 제자리라도 지키려면 '계속 달려야 하는 것, 그것이 진화의 원리다. 삶에서 대부분의 것도 그렇지 않을까? 비즈니스도? 제품도? 일도? 국가도? 인간관계도? 맞다. 전부 그렇다.
진화는 가차 없고 냉혹하다. 앞서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이 아니라 뒤처지는 것을 멸종시킴으로써 가르침을 준다. 두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한 시대를 지배하는 무언가가 다음 시대에 사라지더 라도 놀라지 마라. 그것은 역사에서 늘 반복된 스토리다. 기 업도, 제품도, 음악가도, 도시도, 작가도 수십 년 넘게 정상을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경우(비틀스, 리바이스, 스니커즈, 뉴욕시)는 극히 예외에 속한다.
둘째, 계속 달려라. 이미 거둔 성공에 마음 놓고 안주해도 될 만큼 확실한 경쟁 우위란 없다. 오히려 그렇게 보이는 경쟁 우위가 대개는 몰락의 씨앗을 품고 있다.

- 대다수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두려움을, 마음속 불안함을, 정말로 행복한지 아닌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남들에게 결점이 나 실패를 솔직하게 밝히는 경우도 거의 없다. 대개는 멋지게 꾸민 모습만 타인에게 보여준다.
전문가는 언제나 다른 지역 출신이라는 말이 있다. 성경에 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그 누구도 자기 고향에서는 선지자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앞의 말에는 다른 더 깊은 의미 도 있지만, 어쨌든 이 두 말에는 공통적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담겨 있다.
사람들이 나의 특별하지 않은 모습과 못난 구석을 눈치채 지 못한다면,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매 우 쉽다는 사실이다. 일이나 사업, 개인적 삶에서 당신 자신을 남들과 비교할 때 이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 우리는 누군가에 대해 깊이 알고 나서야, 특정 분야에서 뛰어나면 다른 분야에서는 서투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의 특별한 재능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것과 그의 의 견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둘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오렌지를 먹을 때 껍질은 버려야 한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누구나 이런저런 문제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 당신이 상대방을 깊이 알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그러니 그것을 잊지 말고 당신 자신과 타인에 대 해 더 너그러워지길 바란다.

-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는 전업 작가가 걷는 세 가지 길을 이렇게 말한다.
1. 거짓말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
2. 진실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주면 먹고살 수는 있다.
3. 거짓말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주면 깡통을 차게 된다.

- 역사가 스티븐 앰브로즈Stephen Ambrose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자신감과 허세로 가 득한 채 신병 훈련소에서 나온 군인들은 전의를 불태우며 전선에 투입됐다. 그러나 총탄을 맞아 부상을 당해보면 모든 게 바뀐다.
앰브로즈는 "훈련으로 실제 전투에 대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고 썼다. 훈련으로 총 쏘는 법과 명령을 따르는 법은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기관총 사격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파편 세례를 맞으며 공포와 무력감에 압도당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가르칠 수 없다."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 상황이 어떤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 나는 엄청난 성공을 이룬 뒤 남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성공이 자부심이나 만족 감, 자유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성공한 뒤에 느끼는 것, 그리고 자신의 반응은 성공하기 전에 상상한 것과 다른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배우 짐 캐리Jim Carrey는 말했다. “나는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고 꿈꾸던 걸 이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그게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테니까요."
성공과 명예를 얻은 뒤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하기 힘든 것 도, 반대로 리스크가 현실이 됐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 하기 힘든 것도 결국은 같은 이유에서다. 직접 겪어보기 전까 지는 그 상황 안에서 일어날 감정적, 심리적 반응을 완벽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호화 저택에 사는 사람도 독감에 걸리고, 건선에 시달리고, 소송에 휘말리고, 배우자와 싸우고, 불안감으로 괴로워하고, 정치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어느 때라도 이런 것들이 물질적 부에서 오는 만족감을 밀어낼 수 있다.
우리는 미래의 성공과 행복을 상상할 때 현실적 측면은 쏙 빼놓고 이상적인 그림만 그린다. 그러나 실제로 삶에서는 언 제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뒤섞여 공존하면서 우리에게 영향 을 미친다.
당신은 어떨지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직접 경험하고 나면 '아, 이런 거구나' 하고 깨닫는다. 상황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 다 훨씬 더 복잡하다. 요컨대, 겪어봐야 안다.

- 장기적 목표는 자신하기 쉽지만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투 자나 일, 인간관계에서 장기적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대 다수 사람이 안다. 그러나 "장기 전략으로 갈 거야"라고 말하 는 것은 에베레스트산 밑에서 정상을 가리키면서 "저기에 올 라갈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음, 멋진 생각이다. 그리고 이제 수많은 시험과 고난이 시작된다.
장기전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또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보상을 안겨준다.

- 뭔가를 장기적으로 계획하거나 실행할 때는 다음을 기억해 야 한다.
장거리 달리기는 당신이 견뎌야 하는 단거리 달리기들의 집합이다.
당신이 투자 기간을 10년으로 잡는다고 해서 10년 동안 일 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누 구나 경기 침체와 하락장, 대폭락, 뜻밖의 사건, 또는 밈 같은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를 겪어야 한다.
따라서 장기적 목표를 세우면 단기적 예측 불가능성과 위 기를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대신, 이런 질문을 던져 라. "끝없이 나타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하면 견 딜 수 있을까?"
- 장기적 사고는 기만적인 안전 담요가 될 수 있다. 즉 사람들 은 장기 전략을 세우면 고통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단기적 사 건을 피해갈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오 히려 반대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더 많은 재앙과 비극을 경 험하기 마련이다. 야구 선수 댄 퀴즌베리Dan Quisenberry는 말했 다. “미래는 현재와 매우 닮았다. 단지 더 길 뿐이다."
장기적 계획과 실행을 위해서는 단기적 리스크도 간과하지 않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 세상은 계속 변한다. 따라서 생각을 바꾸는 일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때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는 일은 어렵다. 자신을 속여 틀린 생각을 믿는 것이 실수를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기 때문 이다.
장기적 전략은 잘못 생각하고 있음에도 그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지하는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과거에 옳았지만 세상이 변해서 더는 옳지 않은 무언가를 계 속 붙들고 있으면서 "아직 초반이라 내 견해가 옳다는 게 증 명되지 않고 있을 뿐이야" 또는 "나만 빼고 전부 잘못 생각하 고 있어”라고 말한다.
- 진정한 장기적 사고를 하려면 인내심과 고집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그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이 것이다. 당신의 업계에서 절대 변하지 않을 소수의 것들을 파 악한 뒤, 그 외의 나머지는 전부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수정이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렇게 파악된 변하지 않 는 것들이 장기 전략을 적용할 대상이 된다. 그 외의 나머지 에는 유통 기한이 있다.

-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 영속성 지식과 소멸성 지식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를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답은 영속성 지식이고, "마이크로소프 트는 2005년 2분기에 얼마의 수익을 냈는가?"에 대한 답은 소 멸성 지식이다.
소멸성 지식은 그 가치에 비해 더 많은 관심을 받는데,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런 지식은 도처에서 등장해 우리의 주의력을 빼앗으려고 애쓴다.
둘째, 우리는 그런 지식을 추구하면서 그것이 의미 없는 정보가 돼버리기 전에 최대한 이용하려 애쓴다.
- 영속성 지식은 발견하기가 더 어렵다. 시끄러운 신문 헤드라인이 아니라 책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은 어마어마하다. 영속성 지식은 유효 기간이 없 으므로 축적될수록 그 가치를 발휘한다.
또 영속성 지식은 당신이 이미 가진 지식과 합쳐지고 상호 작용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일종의 복리 효과를 낸다. 소멸 성 지식은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말해주지만, 영속성 지식 은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 어째서 또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를 말해준다. 그 이유가 당신이 지닌 다른 주제들에 관한 지식과 영향을 주고받을 때 지식의 복리 효과가 발생한다.

- 컴퓨터 과학자 에츠허르 데이크스트라Edsger Dijkstra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진실은 단순함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지식 노동자인 우리는 그 사실을 더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늘 복잡한 것에 병적으로 끌린다. 학계 종사자들로 이뤄진 청중 앞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명료하고 이해하기 쉬운 강연을 하 면 청중은 실망해서 강연료가 아깝다고 느낀다. ......씁쓸한 진실은 이것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것이 더 가치 있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 존 리드John Reed는 저서 《석시딩Succeeding》에서 이 렇게 말했다.
 어떤 분야를 처음 공부할 때는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을 암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필요가 없다. 당신이 해 야 할 일은 그 분야의 토대가 되는 핵심 원칙(일반적으로 3~12 개 정도다)에 주목하는 것이다. 당신이 외워야 한다고 생각한 그 수많은 것은 그 핵심 원칙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조합한 결 과일 뿐이다.
- 마크 트웨인은 아이들에게서 가장 솔직하고 흥미로운 정보 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자기가 아는 것만 말한 뒤 입을 닫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그 능력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또는 새로운 기술을 획득한다. 온갖 복잡하고 장 황한 언어로 말을 꾸미는 기술 말이다.
스티븐 킹 Stephen King은 그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 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짧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대개 헛소리로 가득하 기 때문이다. 나는 책이 짧을수록 헛소리도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 우리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기분, 두려움, 희망, 원망, 목표, 동기, 기대는 그럴 수 없다. 부분적으로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역사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 이다.

- 사람들은 기억력이 좋지 못하다. 대개 나쁜 경험도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과거에 배운 교훈도 곧 잊어버린다. 그러 나 강렬한 고통과 스트레스는 흉터를 남긴다.
눈앞의 비극을 마주한 채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 뭔가를 경험하고 나면, 기대치와 목표 가 완전히 재설정되고 이전까지 당연한 듯 몸에 뱄던 행동 방 식이 바뀔 수 있다.

- 미국 연방 대법관 올리버 웬들 홈스 주니어liver Wendell Holmes Jr. 는 "새로운 경험에 의해 확장된 정신은 절대 과거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라고 말했다. 대공황을 경험한 세대는 돈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들은 평생 더 열심히 저축했 고, 부채를 덜 만들었으며, 리스크를 신중하게 경계했다. 이런 변화는 대공황이 끝나기 전에도 나타났다.
역사가 프레더릭 루이스 앨런은 1936년도 <포춘 Fortune> 기사를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운명론적 태도를 보인다. 그들은 위 험한 모험을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지출을 피하고, 자존감을 잃지 않고, 힘든 시기를 묵묵히 견딘다. 평균적으로 볼 때 그 들은 신중하고 차분하며 모험하지 않는 세대다.

- 개인이나 집단 간의 견해 및 시각 차이로 인한 충돌은 역사에서 늘 있어온 인간의 기본적 행동 패턴이다.
"왜 저 사람은 나와 의견이 다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무수히 많다. 저 사람은 이기적이니까, 멍청하니까, 분별력이 없으니까, 무식하니까 등등.
그러나 대개는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 현명하다. “저 사람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무엇을 경험했기에 그런 견해를 갖고 있 을까? 만일 저 사람과 같은 경험을 한다면 나도 저렇게 생각 하게 될까?"
대부분의 경우 이 질문은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진짜 이유를 일깨워준다. 하지만 이 질문을 생각해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 대부분의 경우 이 질문은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진짜 이유를 일깨워준다. 하지만 이 질문을 생각해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가 내 견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 은 심리적 불편함을 초래한다. 내가 무지하고 뭘 제대로 모른 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신 나와 의견이 다 른 사람은 나보다 생각이 짧은 것이라고 믿는 것이 훨씬 더 쉽고 속 편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의견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의견 충돌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질지 모른다. 기술 트렌드 분석가 베니딕트 에번스 Benedict Evans가 말했듯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더 많이 접할수록 사람들은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더 분노하기" 때문이다.
의견 충돌은 사람들이 가진 지식이 아니라 경험과 더 크게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경험은 언제나 다르기 마련 이므로 의견 충돌도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 제2차 세계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 시작되기 전날 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아내 엘리너Eleanor에게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알 수 없는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녀는 대답했다. "나이 예순에 아직도 불확실성이 끔찍하게 싫다는 게 참 우습지 않아요?"
맞는 말이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늘 그랬고,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다
- 일반적으로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확실한 것으로 바꾸고 싶어서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앞을 응시한다. 더 많은 데이터 로, 더 정확하게, 더 똑똑하게 미래를 예측하려 애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은 사실 그 반대다. 뒤를 돌아보고 넓은 시야를 갖는 것이다.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알아내려고 하는 대신, 과거의 역사가 피해가지 못한 굵직하고 중요한 일 들을 공부하는 것이다.
십여 년 전 나는 역사를 더 많이 공부하고 예측 자료를 덜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결정은 내 인생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를 알면 알수록 미 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고 편안해졌다.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 에 집중하면, 불확실한 앞날을 예측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대 신 세월이 흘러도 유의미한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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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 아름다운 사람
장난감을 선물 받아
그걸 바라보고, 껴안고, 이내 망가트리고,
다음 날이면 이미 그걸 준 사람을
잊어버리는 아이처럼
당신은 내가 건넨 나의 마음을
예쁜 장난감처럼 작은 손 안에서 가지고 놀면서 
괴로움에 경련하는 나의 마음을 눈여겨보지 않네

- 자신이 인생에서 이룬 일, 쌓아 올린 일, 행한 일에 대해 다른 훌륭한 사람에게 인정받으려는 마음을 버리게나. 또 세상의 기준에 맞춰 점수를 매기는 것도 그만두고, 자신이 행한 일은 자기만의 척도로 재어야 한다 네. 항상 그렇게 하면 남을 흉내 낸 것이 아닌 자 신의 진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1949년의 편지)
- 너는 불안하니?
불안하다면, 그건 지금의 자신을 진짜 자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증거야.
언제나 진짜 자신으로 있으면 불안 따윈 싹트지도 않겠지. 그러니 진짜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일치 하도록 살아가면 돼. (데미안)
-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은 스스로에게 지나치 게 관대해지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사랑하는 일 이며, 당연히도 그건 자신의 운명까지 사랑하는 일이다. 운명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까지 사랑 해야 한다. 설령 지금은 그것의 의미를 알 수 없다 해도, 아무리 애를 써도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거 부하지도 멀리하지도 뒷전으로 돌리지도 말고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이며 미소를 띠고 사랑하라. (사랑의 길)
- 젊은이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진지하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낯빛을 살피지 마라. 정치가의 말 에 귀를 기울이지 마라.
이름 말고 직함을 대며 대단한 인물인 척하는 어 른에게서 영향을 받지 마라. 유명인이나 백만장자 가 되는 것을 목표로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자를 무시해라. 정의를 내세우는 집단이나 단체에 휘말 리지 마라. 자기네처럼 살면 반드시 구원받는다고 말하는 종교에 속지 마라. 돈 때문에 비굴하게 움 직이지 마라.
그 누구도 따르지 마라. 하지만 자기 안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따라라. 그 목소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면 그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대가 자신의 길을 걷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차라투스트라의 귀환)
-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아무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고요한 산장 같은 장소를 준비해둬라.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자신의 길을 확인해야 할 때, 그곳으로 돌아가 참 된 자신의 마음과 천천히 대화를 나눠라
그곳은 너만의 신비로운 피난처이며, 네가 다시 새롭게 태어날 소중한 장소다. (싯다르타)
- 두꺼운 줄기를 가진 나무처럼 살아라. 혹은 저 의연한 산처럼 살아라. 또는 고고한 야수처럼 살아라.
때로는 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처럼 살아라.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든, 늘 자기 자신으로 사는 사람이 되어라. (클라인과 바그너)
- 나도 마찬가지다. 너처럼 수없이 도끼로 베였다.
세상 사람들에게 비난받아 고뇌했다.
그럼에도 참나무여, 너처럼 포기하지 않고 새 잎을 틔웠다. 이렇게 괴로워하면서도 이 세상을 여 전히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베인 참나무)
- 고독해져라. 거리의 화려함에서 벗어나 혼자가 되어라. 웃음소리와 흥청거림, 달콤한 유혹에서 멀 리 떨어져 그대 자신이 되어라. 부모로부터도 멀 리 떨어져라. 지금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말 해두겠다. 고독은 외로운 것이 아니다. 그대가 진 실로 고독해졌을 때, 그대는 자기 운명의 빛나는 얼굴을 처음으로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제야 그대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발 견할 것이다. 그때 그대는 스스로를 알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참다운 어른이 되는 일이다. (고독에 대해)
- 고뇌하고 있군. 슬픈 일이 많군. 가슴이 자주 아프 기도 하겠지.
하지만 기뻐하세. 기쁨은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갑 자기 경사스러운 일을 가지고 올 때 샘솟는 감정 이 아닐세.
기쁨은 지금의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지금의 자 신을 꾸밈없이 순순히 인정하는 데서 생겨나는 감정이라네. 그러니 고뇌해도, 슬퍼해도, 그것에 자 신이 동의한다면 기쁨은 저절로 솟아날 걸세. (1922년의 편지)
- 자신의 일이나 생활이 앞으로 영원히 편안해지는 건 있을 수 없다.
마음의 평온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마음이 이제부 터 쭉 편안해지는 경우는 없다. 마음 하나를 평온 하게 만드는 것도 일일이 싸워서 얻어내야 한다. 심지어 그 싸움은 매일 이어진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지금 이 눈에 보이는 것, 지금의 이 현실, 이는 자신이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것과 똑같다.
이미 마음속에 없는 현실이란 존재할 수 없다. (데미안)
- 아무리 애를 써도 낫지 않는 우울에 잘 듣는 약이 있다. 그 약은 바로 이것이다.
노래하는 것. 신 혹은 거대한 존재가 이 세상에 숨 어 있다고 믿는 것. 와인을 조금 마시고 음악을 듣는 것. 기쁨의 시를 짓는 것. 걸어서 멀리까지 나가 보는 것. (흐린 하늘)
- 그렇게 격렬하게 원하면 원할수록 너는 그걸 찾지 못할 거야. 만약 운명의 장난으로 우연히 그것 을 접한다 해도, 완전히 다른 것으로 착각하고 금 세 놓아버리겠지. 바라는 것을 쉽게 찾아내는 이 는 격렬하게 욕망하는 사람이 아니야. 전혀 격렬 하지 않게,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누구에게나 무 엇에나 자신을 열어놓는 사람이지. 또한 '이게 아 니면 안 된다' 하는 식의 조건 따위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고, 그 무엇에 대해서든 손톱만큼의 고집도 가지지 않는 사람이야. (싯다르타)
- 당신은 자신의 그것을 뭐라고 부릅니까? 성격? 인격? 캐릭터? 개성? 아니면 자기다움?
어느 쪽이든 간에 그것은 당신이 족쇄를 차고 수감되어 있는 감옥입니다. (황야의 이리)
- 진실로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여태 의지해온 마법의 지팡이를 버려라. 다시 말해 시간이라는 관념 을 깨끗이 버려라.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야. 아직 내일이 안 됐잖아. 벌써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버렸어. 이 나이에 뭘 또, 이런 생각들을 낳는 시간을 가장 먼저 버려야 한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이 지금 해야 하는 일에 만 집중해라. (클라인과 바그너)
- 젊었다느니 늙었다느니, 그런 감각과 사고방식은 엇비슷한 나날을 지루하게 살아가는 흔해빠진 사 람들의 전유물일세.
적잖이 재치 있고 세련된 사람은 그때그때에 맞춰 젊어지거나 늙는 법이지. 마치 경우에 따라 기쁨이나 슬픔이 솟아나는 것처럼. (1930년의 편지)
- 젊었다느니 늙었다느니, 그런 감각과 사고방식은 엇비슷한 나날을 지루하게 살아가는 흔해빠진 사 람들의 전유물일세.
적잖이 재치 있고 세련된 사람은 그때그때에 맞춰 젊어지거나 늙는 법이지. 마치 경우에 따라 기쁨이나 슬픔이 솟아나는 것처럼. (1930년의 편지)
- 사람의 일생이란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을 홀로 걷는 것이다. 그 길 끝에는 완전한 자신이 서 있다.
하지만 누구나 거기까지 도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데미안)
- 여행의 참맛은 다름 아닌 길 위에 있다.
서둘러 목적지로 돌진하지 마라. 방랑해야 한다.
방랑의 달콤함을 맛봐야 한다. 그것은 청춘의 나
날의 기쁨이다. 인생의 나날의 기쁨이다. (시 <여행>)
-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은 일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네. 그야말로 일을 신처럼 숭배하지.
또 어쨌든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되도록 많은 돈 을 얻기 위해 고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부자 가 되는 것을 인생의 성공이라 부른다네.
한데 정말로 그런 일이나 돈이 우리에게 필요한 가. 우리에게 부족한 건 바쁜 스케줄이나 돈벌이 에 허덕이는 일상이 아닐 걸세. 일테면 그것은 아 주 소소한 무언가를 그때그때 즐기는 마음이 부족 한건 아닌가.
또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성가신 트러블로 여겨 피하지 않고, 달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 운명이 어떻게 굴러가든 조금도 주춤거리지 않고, 인생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유지하는 것. 그런 것이 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닌가. (1925년의 편지)
- 어른의 마음속에도 있는 천진함을 계속 소중히 여기게. 그것이야말로 청춘이기 때문이지.
그 천진함이 앞으로 인생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어 줄 걸세. (1912년의 편지)
- 인생에는 엄숙한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늘 감동
적인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사이에는 웃을 일이 아주 많이 끼여 있다. (페터 카멘친트)
- 처음에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다음으로 아버지를 사랑하고, 나아가 가까운 사람들을 사랑하고, 다 정한 것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고 향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이윽고 껄끄러 운 사람까지 사랑하며, 게다가 이 인생도 완전히 긍정하고 사랑하듯이, 우리는 결국 죽음까지 사랑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죽음은 마침내 인생 최대의 행복이 된다. (《황야의 이리>)
- 자신의 인생이 마치 카오스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하찮은 잡무나 고민거리, 또는 자신에게 전혀 맞 지 않는 일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거나 정신을 빼 앗기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인생을 그런 혼돈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음악의 감성이 필요할 겁니다. 즉 자신이 주로 관계해야 할 일에 몰두할 때, 마치 서로가 공명하는 듯한 감 각을 맛보는 것입니다.
그 감각을 알고 나면, 일테면 자신의 일을 할 때는 조화가 절로 이루어져서 일이 나를 흔쾌히 받아들 여준다고 느낍니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는 순풍에 돛단배입니다. 인생은 그 쾌감을 중심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면 인생이 단단한 심으로 지탱되어 외부의 소음에 괴로워하지 않게 됩니다. (1910년의 편지)
- "사랑하라"라는 예수의 말에 감명받았다 한들 실 제로 자신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바꾸려고 노력하 는 사람은 드물다네. 또 시인과 철학자, 사상가의 사고방식에 감동을 받아봤자 자신의 생활 방식을 조금이나마 바꾸려 하는 사람도 없지.
그런데도 약간의 돈이나 이익, 명예를 위해서라면 무언가를 곧장 찬성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전쟁도 그런 식으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일세. (1929년의 편지)
- 아이들은 모두가 각자 자신만의 새로운 영혼을 지 니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그 사실을 조금도 깨닫지 못한 다. 그러기는커녕 자기 자식이라는 이유로 영혼도 대대로 이어진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아이가 자신들과 너무 다르게 생각하거 나 행동한다고 느끼면 그것을 어린애의 천진함이 나 격세유전, 혹은 단순한 우연 탓으로 치부해버린다. 부모들은 그것이 새로운 영혼의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 길이 없다. (《크눌프》)
- 여자들이 너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고?
그야 그렇겠지. 원인은 너한테 있어. 네가 여자들
한테 지나치게 많은 약속을 했기 때문이야. (크눌프)
- 이 세상에서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이름 없는 무수한 소시민이라는 작자들은 어떤 경우라도 여하 튼 본인만 안전한 장소와 위치에 있으려고 한다. 그래서 언제나 적당한 것만 가지며, 본인한테 유 리한 환경에서만 산다.
그들은 만사에서 극단적인 것을 피한다. 그러니 사실은 예술이 뭔지도 모르고, 성스러운 것에 대 해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며, 건전한 사람에게도 이따금 생겨나는 타락이나 방탕조차 자신과 인연 이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주제에 권력을 한 조각이라도 손에 쥐고 싶 다는 욕심으로 다수결 제도를 만들었다. 또 자기 안의 폭력을 권리로 정당화하기 위해 법률을 만들었고, 저 자신은 책임을 지기 싫기 때문에 투표 제도를 만든 것이다. (황야의 이리)
- 이른바 멀쩡한 사람이란 재능이 없는 자다. 그들은 건전하고 정상적인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가 가진 광기가 없으며, 오히려 광기를 꺼림칙하게 여긴다.
본디 재능과 광기는 처음부터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공상)
- 예술가는 자신이 파멸하기 바로 직전까지 창조의 힘을 쥐어짜내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그것은 매우 냉혹한 혼자만의 전쟁터에서 벌이는 싸움과 비슷하다. 그런 창조의 나날은 사람다운 생활의 평온함과 행복을 희생시켜야 할 정도로 가 혹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게르트루트)
- 단체를 만들어서 무리 짓는 사람들. 단체로 뭉치고 결속을 맹세하는 사람들. 뭉쳐서 행동하려고 하는 사람들. 그들은 왜 모이고, 얼굴을 맞대고, 서 로의 동향에 신경 쓰는 걸까. 사실 그 이유는 한심 한 것이지. 그들은 서로가 두려운 거야. 그래서 뭉 쳐 있으면서도 마음은 뿔뿔이 흩어져서 서로를 진 심으로 믿지 않아. 또 자신이 시대에 뒤처진 폐물 이라는 사실을 내심 알고 있기도 해. 그러니 적어 도 모여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같은 소리라도 내 지 않으면, 작은 의견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거야. (데미안)
- 어른이 된다는 건 사회제도가 정해놓은 나이에 이르는 것이 아니다. 부모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것 이다. 어린 시절을 버리는 것이다. 고독해지는 것 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중대한 첫걸음을 제대로 내딛지 못한다. 한쪽 발만 앞으로 내밀고 다른 한 발은 뒤편에 남겨둔다. 내심 언제까지나 가족과 고향, 과거와 연결되어 있고 싶은 것이다. (차라투스트라의 귀환)
- 아름다운 것을 보려면, 가장 좋은 것을 느끼려면, 사랑을 만나려면 대가가 필요하네.
그 대가란 돈이 아닐세. 자네의 마음을 써야 하지.  (어떤 이에게 보내는 편지)
- 두 사람이 힘을 합칠 수는 있다. 추운 날 둘이서 바짝 붙어 있을 수도 있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영혼을 하나로 녹여서 섞을 수 는 없다. 각각의 영혼은 그대로 각자의 것이다. 그 것은 괴로운 일일까? 비극일까?
꽃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꽃과 맺어지기 위해 향 기와 꽃가루를 바람에 실어 날릴 수는 있다. 하지만 뿌리는 원래의 땅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 뿌리가 꽃의 영혼이다. (크눌프)
- 사랑은 왜 존재하는 걸까.
사람을 행복한 기분에 젖게 하려고? 아니,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는 행복 같은 게 아니다.
고뇌하고, 고통받고, 번민하고, 슬퍼하고, 헐떡이 고, 계속 참고, 그러면서 자신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똑똑히 가르쳐주기 위해 존재한다. (페터 카멘친트)
- 오래된 사랑은 고요한 숯불과도 같다.
더는 격렬한 열정의 불꽃을 내뿜는 일 없이, 지금은 그저 가만히 타고 있다. 그 따스함이 마음에 약간의 젊음을 부여하며, 겨울밤에는 손끝을 살짝 덥혀준다. (페터 카멘친트)
- 이 사랑이 저를 행복하게 해주냐고요? 설마. 그런 말은 좀 이상하네요. 원래 사랑은 우리를 행복하 게 해주려고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랑은 행 복하고는 관계없는걸요.
그게 아니라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얼 마나 깊게 고뇌할 수 있는지, 얼마나 인내심이 강한지를 사무치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페터 카멘친트)
- 마음의 깊은 아픔은 물론, 자기 자신조차 잊어버릴 듯한 아름다움을 만나둬라. 예술이든 자연이든 상관없고, 찰나라도 좋으니 아름다운 것을 봐둬 라. 이 인생에는 반드시 비애가 있다. 비참함도 있 다. 그들은 소나기처럼 다가왔다가 떠난다.
하지만 그대가 본 아름다운 것은 그대 안에 오래도록 남아서 사라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것의 지속)
- 독서의 최고 단계에 이르면 어떻게 되는가. 더없이 자유롭고도 거칠 것 없이 책을 읽게 된다. 그렇 게 된 누군가가 동화 한 편을 읽는다면 어떤 때는 그 동화를 심오한 철학서로 읽을 테고, 또 어떤 때 는 우주론으로, 또 다른 때는 향기롭고 에로틱한 문학으로 읽을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침대를 눈 덮인 산이나 바위 동굴, 드넓은 정원이라고 상 상하며 끝없이 노는 것처럼. 요컨대 그는 모든 연상을 총동원해서, 세상을 통째로 그곳에 전개시키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독서에 대해)
- 노인이여. 미련 없이 땅에 묻히시게.
힘이 없어도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서 그대가 지금껏 쭉 앉아 있던 자리를 흔쾌히 젊은이에게 양보하시게. 그리고 먼지만큼도 겁내지 말고 조용히 눈을 감으시게. (시 <봄의 말>)
- 이 세상을 개선하자는 멍청한 소리는 하지 말기 바란다.
세상은 정치가나 당신들의 장난감이 아니며, 애초 에 지금 세상이 좋니 나쁘니 하는 판단 자체가 터 무니없이 오만하지 않은가.
어린아이나 젊은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 들을 개선시키자고 생각하는 멍청이들이 수없이 많다. 그들이 말하는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하는 건 대체 뭐란 말인가.
세상의 틀에 집어넣고 강제로 짓누르는 게 정말로 좋은 일인가. 젊은이들이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인가. 개선이라느니 개량이라느니 큰 소리로 외치는 바보들이여. (차라투스트라의 귀환)
- 세상에는 화가 나는 일이 가득한 법이지. 추악함도 셀 수 없이 많고, 너무나 하찮은 것, 비열한 것 도 넘쳐난다네. 그렇다고 그것을 비난하거나, 경 멸하거나, 그 때문에 일일이 불쾌해져서 어쩔 셈 인가.
그런 것도 분명 이 세상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 하세.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은 아니지. 흐름 속에 는 혼탁한 부분도 있기 마련일세. 그러니 그런 것에 구애되지 말고, 차라리 웃어넘기세 (평범한 이에게 보내는 편지)
- 행복했던 때를 돌아보면 저절로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런데 어째서 어린 시절일까.
행복을 느끼려면 시간의 지배를 전혀 받지 않아야 하고, 두려움이나 소망에도 지배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조건을 만족시켰던 것이 우리의 어린 시절이다. (행복)
- 자신이 행복한지 그렇지 않은지 묻는 동안에는 아직 행복해질 수 없다.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전부 손에 넣었다 해도 여전히 행복해지지는 않을 수 있다.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하거나 그것을 떠올리는 동 안에는 안 된다.
원하는 것이 있는 동안에는 행복의 평온에 도달할 수 없다.
그대의 소망이 전부 휘발되어 행복이라는 말조차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을 때, 모든 일이 있는 그대 로 발생하며 그것이 완벽한 자연의 도리로 보일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그대의 영혼은 행복의 끝없는 평온 속에서 잠시 눈 붙이겠지. (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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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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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의 세계

심리 2024. 3. 18. 07:12

-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아드 레날린 전 단계 물질이고 흥분을 일으킨다. 즉 도파민은 최 고의 행복 호르몬으로, 우리가 보상을 기대할 때 분비된다. 이를테면 어떤 일을 감행한 뒤 즐거움을 느끼거나, 등반할 때의 두려움이 순수한 쾌감으로 바뀌는 것은 도파민 때문이 다. 그리고 나쁜 예로는 도박이 있다. 그땐 이길 가능성이 있 다는 기대만으로도 흥분이 되고, 이 기대 때문에 카드를 계 속 뽑아들게 된다. 사람들이 중독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돈 을 딸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우리도 쇼핑하러 갈 때 보상을 기대하거나 스스로에게 보 상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구입 가능한 세일 상품, 즉 보상을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이것은 쇼핑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킥에 중독될 수 있다. 도파민은 최고의 행 복 호르몬으로,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 도파민 체계는 우리가 돈을 절약하려는 것을 방해한다. 이것이 뇌의 교활한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신발을 살까 말 까 고민할 때 우리는 지금 구입하는 것이 이성적인 행동인지 처음부터 의식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반면 무의식은 훨씬 전부터 준비 태세를 갖추고, 그 신발을 신을 때 어떤 기분이 될지를 미리 느낀다. 트래킹화를 신고 돌로미트에 가서 해돋 이를 보며 감탄하는 모습이나, 섹시한 하이힐을 신고 캔들라 이트 디너에 앉아 있는 모습을(그곳에서는 일어설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아, 하이힐!) 상상한다. 만약 기분이 좋다면 도파민 이 야기한 행복감은 상식과 절제와 통장 잔고를 이기고, 결 국 우리는 그 신발을 사게 된다. 우리는 그 순간에 느끼는 기 분에 따라 물건을 구입하며, 그럼으로써 그 기분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려고 한다.
- 말하자면 이러한 킥은 이미 쇼핑 전부터 자동적으로 시 작되고 재현된다. 연구자들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인 간의 뇌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쇼핑을 할 때 (카운터에서 돈을 지불할 때가 아닌 상점에서 구경할 때부터 이미) 대뇌 변연계의 측좌핵이 매우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 다. 그곳은 우리의 보상 체계를 담당하는 뇌 영역으로, 중 독일 때도 마찬가지로 활성화된다. 연구자들은 이런 사실 을 이미 1950년대에 발견했다. 그들은 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한 후 단추를 누를 때 보상 중추가 자극받을 수 있게 했다. 그다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쥐들은 단추를 누를 때마다 최상의 기분을 느낀다는 것을 배웠고, 이후 중독되 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쓸데없는 물건을 사게 되는 원인은 이러한 직접적인 충족감 때문이다. 
- 나는 우리를 쇼핑으로 이끄는 생화학적 과정을 추적하던 중 흥미로운 것을 하나 더 발견했다. 신경과학자 브라이언 넛 슨(Brian Knutson)'은 한 실험에서 어떻게 구매 결정이 이루 어지는지를 연구했다. 참가자들이 제품 사진을 보고, 이어서 가격을 보는 동안 뇌파가 측정되었다. 그런 다음 그 제품을 살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했다. 이 실험에서 제품을 볼 때는 뇌의 보상 센터가, 가격을 볼 땐 뇌의 전혀 다른 영역인 뇌섬(insula, 뇌섬엽)이 자극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 섬은 몸에 통증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곳으로, '아프다'는 신 호를 보낸다. 실험 참가자들의 구매 결정은 행복과 고통 사이 의 균형 잡기였다. 만약 제품을 볼 때 느끼는 행복이 가격을 보았을 때 느끼는 고통보다 크다면 우리는 그것을 산다.
- “동독 출신의 한 할머니가 이야기하기 를, 옛날 구동독에서 셀룰라이트는 전혀 이야깃거리도 아니 었다고 했다. 여성은 누구나 셀룰라이트가 있고, 추하거나 예쁘다기보다는 단순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 러다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사정은 달라졌다. 안티셀룰라이트 크림 광고가 동독 땅에 들어오자 지금까지 자신의 정상적 상태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여성들이 대부 분 자기 허벅지를 결점으로 보기 시작했다(그리고 당연한 말이 지만 수많은 여성이 그 크림을 샀다).  즉 광고를 통해 셀룰라이 트의 존재가 알려지자 사람들은 그것을 약점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 사사키 후미오는 자신의 저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2015)에서 비싼 물건이 더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점을 매우 근사하게 기술했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100유로의 반지를 사든, 500유로 혹은 3,000유로의 반지를 사든 상관없다. 행복의 크기는 매번 똑같다. 500유 로 하는 반지가 이보다 싼 반지보다 다섯 배 더 행복하게 만 들어주진 않는다. 우리는 다섯 배 더 많이 웃지 않고, 다섯 배 더 오래 행복하지 않다. 사치품의 가격에는 상한선이 없 지만 행복감은 한계가 있다. 만약 500유로 반지가 100유로 반지보다 다섯 배 더 행복하게 해준다면, 행복에 이르는 길 은 돈과 소유를 통해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부자가 되고 아무리 많은 물건을 쌓아놓고 있더라도 당신의 소유물이 당신을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는 못할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쁨에는 한계가 있다."
- 불안 광고는 1920년대에 '발명'되었다. 기민한 광고업자들은 구매 전에 불안을 조장하는 말을 들려주면 물 건이 훨씬 더 잘 팔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여성들 에게 가장 쉽게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 은 바로 나이들어 가며 추해지고 매력을 잃는 자신의 모습이 다(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외모와 더불어 여성에게 관심이 있 는 것이 대체 뭘까?). 여성들은 얼굴에 생긴 주름, 뱃살 그리고 셀룰라이트가 모든 불행의 시작이라는 말을 들었다. 안티링 클 크림과 수상한 체중 감량 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소비를 이 렇게 핵심적으로 요약했다. “소비는 고도의 외로운 활동으 로, 지속적인 유대감을 형성하지 않는다.” 우리는 가장 외 로울지도 모를 활동을 통해 소속감을 구입한다. 아이폰이나 브랜드 청바지, 프라이탁 가방도 우리의 내적 공허와 친밀 감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바 우만은 관계 자체도 점점 교환이 가능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데이팅 앱 '틴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유감스럽게도 이 철학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 다). 2017년 작고한 바우만은 냉정하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소비주의 문화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부수적 인 피해는 바로 사회적 연대다."

- 슈퍼마켓 실험
*모든 것은 매장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고객이 구입할 물 건을 담는 쇼핑카트와 장바구니의 크기는 지난 몇 년 사이 계속 커졌다. 여기엔 심리학적 트릭이 숨어 있다. 단지 두세 가지만을 사는 고객의 쇼핑카트는 텅 빈 것처럼 보이고, 이 렇게 빈 공간은 아직 사야 할 것이 더 남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것을 마케팅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도 책 『바이올 로지(Buyology)』에서 언급했는데, 쇼핑카트를 두 배 더 크게 만든 후에 조사한 슈퍼마켓의 매출액은 19퍼센트나 증가했다
*슈퍼마켓 입구에는 소위 '스토퍼(stopper)'가 놓여 있는 경우 가 흔하다. 매장 입구에 세워둔 탁자나 선반을 가리키는데, 이 때문에 걸음 속도를 늦추고 거기 진열된 상품들을 둘러 보게 된다. 도시의 소형 매장의 경우, 손님들은 가게 안쪽까 지 잘 들어가지 않고 늘 가던 방향으로 가서 물건을 산다. 하지만 보행 속도가 느려질 때 상품에 대한 주의력은 높아 진다.
*매장에서 풍기는 냄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업체도 점점 늘고 있다. 갓 구운 빵 냄새가 얼마나 더 매출을 늘리고 다른 품목의 매출까지 증가시키는지를 실험한 연구들이 있다. 냄 새는 식욕을 돋우고 침샘을 자극한다. 이는 왜 호퍼(Hofer)36 가 지난 몇 년간 새로 빵 코너를 설치해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굽고 있는지의 확실한 이유가 된다(냉동 생지든 매장에서 직접 만든 빵이든 별 상관없다. 일반 사람들은 냄새로 구분하지 못한다). 가 고플 때 쇼핑하는 사람은 더 많이 사게 되고, 무엇보다 더 충동구매를 한다. 슈퍼마켓은 고객들이 "머리가 아닌 배 로 쇼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마케팅 연구자 파코 언더 힐(Paco Underhill)은 그의 책 쇼핑의 과학(Why We Buy)』(2021) 에서 매우 멋지게 표현했다.
*무료 시식은 판매율을 높인다. 현장에서 시식을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맛본 상품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와인이나 냉동식품 같은 제품에서 특히 성공적이다.
*수많은 슈퍼마켓에는 음악이 흐른다. 심지어 오스트리아에 는 오직 대형 유통업체 레베(Rewe) 그룹의 자회사 이를테 면 메르쿠르(Merkur), 빌라(Billa), 페니(Penny), 비파(Bipa)- 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자체적인 라디오 방송이 있다. 또 슈퍼 마켓 체인 슈파(Spar) 역시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게 편성한 자체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혼잡한 시간대, 즉 아주 많 은 손님이 일시에 몰려드는 시간대에는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오전과 이른 오후에는 느린 음악이 매장에 흐른다. 여기엔 다 이유가 있다. 대개 보행 속도는 음악을 따라간다. 빠른 음악이 나오면 발걸음도 빨라지고, 느린 음악 을 들으면 매장 입구의 스토퍼와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좀 더 느리게 걸으며 29퍼센트 이상 더 구매한다.
*슈퍼마켓의 선반 높이는 그 자체로 과학이다. 상품 배치도 그렇다. 눈높이에 진열된 상품들이 가장 잘 팔린다(제조업체 들은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돈을 더 낸다). 가장 안 좋은 자리는 머리 위쪽이다. 고객들은 대부분 진열대 위쪽에 놓인 제품 에 손이 닿을 정도로 키가 크지 않다. 어린 꼬마 고객은 엄 두조차 못 낼 것이다. 진열대 높은 곳에 있는 상품은 마진이 별로 크지 않다. 사고 위험을 막기 위해 중량이 가벼운 상품 들이 그곳에 배치된다. 가장 주목을 받는 품목은 언제나 눈 높이 선반에 안착된다. 낮은 선반에 진열된 상품보다 사람 들의 관심을 35퍼센트 이상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또 당연한 말이지만 슈퍼마켓에 커다란 마진을 가져다주는 제품도 그곳에 자리잡는다. 세일 상품을 찾는 고객이라면 시선을 아래에 두는 것이 좋다. 종종 그곳엔 저렴한 상품들이 진열 돼 있고, 이는 꼬마 손님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상품 배치도 우연이 아니다. 몇몇 제품은 의식적이든 무의식 적이든 서로 연상된다. (바질로 만든) 페스토 소스와 스파게티 소스는 항상 누들 선반 바로 옆에 있고, 치약 옆자리는 늘 칫솔이 자리잡고 있다. 나는 최상의 결합을 어느 이탈리아 슈퍼마켓에서 보았다. 그곳엔 수많은 종류의 다이어트 제 품이 다양한 초콜릿너트 크림 옆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이것 이 의도한 게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웃기는 일이다. 하지만 의도한 것이라면 존경을 보낸다!). 마찬가지로 나는 늘 비파(Bipa) 에서 오로팍스 귀마개 옆에 매달려 있는 콘돔을 보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역시 비파는 이웃들도 생각한다.
*이에 반해 정말로 중요한 품목, 다시 말해 가장 잘 팔리는 상품들은 나란히 배치하지 않고 매장 곳곳에 진열해놓는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흔히 누들에서 맥주 코너로(수요가 많은 이 두 제품은 식료품 카테고리에 같이 모여 있다) 이동하려면 온 매장을 가로질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냉장 장치는 대개 매장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업체는 고객들이 되도록 매장 구석구 석을 돌아다니며 가능한 한 많은 제품을 볼 수 있게 배치한 다. 이렇게 하면 경우에 따라 더 많은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색깔은 우리의 구매 행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자세히 들 여다보면 상품의 세일, 품절 표지판이라든가 특별 세일을 알 리는 광고는 모두 빨간색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붉은빛을 볼 때 좀 더 빠르고 활기차게 반응 하기 때문이다. 태고 이래로 색은 우리에게 경고 신호로 자 리잡았고, 우리의 주의력을 높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 도 흥미진진한 것은, 파란색이 믿음과 신뢰를 주는 색으로 간 주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은 이 컬러를 자주 사용한다. 초록색은 좀 의외로, '친환경과 건강'을 연상시키는 색이다.
*쉽게 쓰고 버리는 일회용 사회(throwaway society)는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포장 상품은 지난 몇 년 새 엄청나게 증가했다. 정육점 판매원이 소시지를 직접 기계로 정교하고 깔끔하게 썰어주는 것보다, 마트 냉장고에서 플라스틱 용 기에 포장된 소시지를 사는 것이 더 위생적이라는 느낌이 든 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위생적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다. 플라스틱 포장의 경우, 저온 유통이 중단되면 기름과 외부 열의 노출로 인해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를 교란하는 화학 물질(연화제)이 용기에서 분해되어 나와 포장 음식에 들어간 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재활용 포장 상자도 사정은 다르 지 않은데, 이 역시 포장재에 함유된 인쇄용 잉크에서 나온 미네랄 오일이 음식물 안으로 들어간다는 의심을 받는다.  포장은 여러 이유에서 도입되었다. 그중에 몇몇은 관련이 있고(예를 들어 식품 보존상), 그외 다른 이유는 대부분 적절치 않은 것들이다(이를테면 내용물은 적게, 포장은 크게 하는 과대 포장이 그렇다. 나는 새로 산 티백 상자 안이 반이나 비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놀란다)
*조명은 구매 행동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드럭스토어 매장 안은 매우 밝은데, 조명은 최대한 일광과 비슷해야 한다. 이와 달리 슈퍼마켓에선, 특히 과일과 채소 같은 신선식품 코너의 경우 부드러운 노란색 조명을 설치하는데, 색온도와 컬러 필터가 과일과 채소를 더 싱싱하고 신선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반면 육류 진열대는 붉은색 비율이 높은 필터가 삽입된 조명을 쓰고, 생선은 오히려 냉백색 조명을 사용한다.  특히 뉴욕의 고급 슈퍼마켓들은 과일과 채소 를 마치 무대 조명처럼 눈부시게 밝은 빛 아래 진열해놓고 그 주위는 살짝 어둡게 조절한다. 나도 이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틸로 보데(Thilo Bode)는 소비자의 권리와 식품의 질을 둘러 싼 문제를 다루는 비정부기구(NGO) 푸드워치(foodwatch)의 설립자로, 2009년 출간한 책에서 대부분의 슈퍼마켓은 진열 대를 주기적으로 재정비하는 것을 지침으로 하고 있다고 밝 혔다. 그 이유는 "고객이 구매하려는 것뿐 아니라 다른 제품들도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구매 행동을 통해 자신의 현재 사회적 위치와, 자신이 속하고 싶은 사회 집단을 드러낸다. 독일 경제학자 니코 패히 (Nico Paech)도 이렇게 말했다. "인 간으로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이 되고 싶고, 또 어 떻게 인정받고 싶은지를 표현하기 위해 소비를 필요로 한 다. 물질적 형태의 모든 기본 욕구들은 이미 수없이 충족되 었기에, 물질적 과잉이 지배적인 세계에서는 상징적 표현을 위해 물건을 산다."
-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는 1970년대 말에 프랑스인들의 정치 성향과 예술 취향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했다. 이 경험적 연구 결과는 그리 놀 랍지 않다. 자본의 다양한 형태, 즉 경제, 사회, 문화 자본은 개인이 속한 사회 계급을 정의한다. 부르디외는, 취향은 개 인적이며 개인이 활동하는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개인이 속한 계급은 그가 어떤 교육 과정을 밟았고, 어떤 문 화적 경험을 했고 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얼마나 돈이 많은지를 결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무엇에 돈을 지출하는지 또한 결정한다. 바로 이 점이 내가 무척 흥미를 느낀 지 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사는 것을 통해 어떤 사 회 계급에 속하는지 그 신호를 남들에게 보낸다.
- 면화 재배는 까다롭다. 목화는 매우 예민한 식물로,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할 때도 있고 한 방울도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추정상 99.5퍼센트가 유전자 조작 종자이며 한 해살이 식물이다. 즉 해마다 농부들은 새로운 씨앗을 사야 한다. 95 전 세계 살충제 생산량의 30퍼센트는 목화 재배에 사용된다. 이렇게 해서 목화는 수확 전에 바싹 마르고 섬유 질 많은 꽃봉오리는 더 쉽게 분리될 수 있다. 또 다량의 글 리포세이트glyphosate, 제초제의 주성분를 함유할 수밖에 없다. 심 지어 탐폰에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된 일도 있다.
연구자들은 살충제 사용량이 총생산량(살균제와 제초제 포함) 의 20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목화 재배 면적은 농 업에 사용되는 총면적의 약 2.5퍼센트에 달하는데, 여기에 전 세계에서 생산된 살충제의 20퍼센트가 살포된다. 이러니 면 제품은 얼마나 깨끗할까!
- 옷을 버리는 대신 기부하는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 이 유는 첫째, 기부 장소는 옷들로 넘친다. 둘째, 활용자 수가 지나치게 많다. 그들은 유럽에서 더 이상 팔기 어려운 옷들 을 묶어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팔고, 그곳 사람들은 옷 꾸 러미들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닥치는 대로 중고 시장에 내 다 판다. 그 후폭풍은 이렇다. 한때 크게 번창하던 동아프 리카의 섬유 산업은 곤두박질쳤다. 엄청난 양의 기부 옷(마 찬가지로 점점 늘고 있는 중국에서 수입된 매우 값싼 옷들)과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 “마음챙김 운동은 이미 트렌드가 되 고 있다. 당신이 충분히 마음챙김을 연습하고 당신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알아차린다면, 그리고 사물과 세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 라고 말한다. 성공적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는 문제에 대해 서는 전적으로 개인의 성격적 특성에 달려 있다고 여긴다. (중략) 실제로 사람들도 그것을 경영인 혹은 성공한 엘리트 들이 찾고 실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극단적인 예로 '사람들을 해고하고 양심의 가책과 많은 어려움을 겪은 뒤 마음챙김을 수행하고 훨씬 편안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즉 사람들이 보는 것은 마음챙김 논리의 기능화다. " 우리는 이 모든 마음챙김 소란 덕에 인간 상호 간의 책임감 있는 교제를 윤리적으로 잊어버렸다.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 교수인 로 널드 퍼서(Ronald Purser)는 더 극단적으로 본다. 그는 저서 『마음챙김의 배신 (McMindfulness)』 115의 서두에서 바로 설 명하고 있다. "나는 회의적이다. 우리가 사는 불공평한 사회 에서 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 없이 성공을 보여주는 것은 혁명적이지 않다. 단지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게만 유익할 뿐이다. 하지만 이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정치, 경제적 기본 조건에 과감한 조치를 요 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 퍼서 교수는 이렇게도 말한다. "사 람들은 마음챙김을 그만둬선 안 되고, 이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모두 세속을 벗어났다고 말할 수도 없다. 물론 목표는 언제나 개인의 스트레스나 고통을 줄이는 것이다. 또 마 음챙김과 요가를 통해 이를 달성하는 것도 좋다.” 훌륭한 말 이다! 다만 개인의 스트레스는 대개 사회적 원인에서 비롯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회와 정치 시스템에서도 시작되어 야 한다는 것 역시 알아야 한다.
산업이 마음의 평안을 원하는 인간의 바람을 이용하는 것 은 마땅히 비난받을 만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은 부 조리하다. 우리가 쇼핑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며, 자신을 증 명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임금은 점점 줄어들어 우 리는 일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서는 점점 이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진실은, 우리 모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그것이 오롯이 우리 책임이며 완전히 혼자 힘으로 비참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설득한다. 이를 위해 향 혼합물을 사서 피우고 복식호흡을 해서 해결할 수 있다면 인생은 얼마나 간단할까? 마음챙김의 방법들은 대 부분 불교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교 승려들조차 매우 언짢게 생각한다. 미국 승려 빅쿠 보디 (Bhikkhu Bodhi) 는 불교가 의심 없이 소비주의를 받아들였다며 이렇게 경고 했다. "날카로운 사회 비판 없이 이루어지는 불교 수행은 현재 상태를 정당화하고 안정화시키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이 렇게 해서 손쉽게 소비자본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 
나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진정 우리가 모두 잘 살기 위해 서는 이제 '나'만의 관점에서 빠져나와 공동체를 생각하고, 좀 더 인도적이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을 위해 노력해야 하 지 않을까? 주관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정치학자 웬디 브 라운(Wendy Brown)은, 연대감 없는 개인화로 인해 정치적 통합은 더 이상 없고 오직 “개인 사업가와 소비자 집단”만  존재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꼬집었다.
- 설문지에서 늘 발견하는 것은, 사람들이 공정한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사기 위해 몇 퍼센트 더 비싼 가격을 치를 수 있다는 응답이다. 또 내가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패스 트 패션 소비가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에 있는 동일한 연령 의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할 때에도 반 응은 언제나 똑같다. 그들은 다시는 패스트 패션을 사지 않 겠다고 말한다. 또 탄소발자국과 관련해, 몰디브행 비행기를 딱 한 번 타는 것만으로 평생 해온 쓰레기 분리 배출이며 자전거 타기, 비건 식사 등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비행기라는 교통수단이 환경에 그렇게 나 쁜지 몰랐다며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러면서도 주말을 이용 해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간다.  사람들이 양심과 윤리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소비를 할 것이라고, 또 실제로 실행한 다고 확실하게 증명한 연구는 지금까지 하나도 없다. 130
이런 모순과 인지부조화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 답은 다 시 뇌의 생화학 작용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본래 기분 좋은 것을 찾는다. 그리하여 소위 '가치 행동 격차 (value- action gap)'라는 것이 발생한다. 우리는 빈병 보증금 반환 제도가 환경을 위해 매우 좋다고 생각하지만, 계산대 앞에 있는 500밀리리터짜리 플라스틱 병에 든 물을 산다. 빨리 갈 증을 해소해줘서 간편하기도 하고, 마신 후 처리를 크게 신 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물건을 사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좋은 기분을, 도파민 킥을 주기 때문이다.
방금 언급한 모순을 아주 잘 설명해주는 예가 있다. 1월에 마트 과일 코너에서 볼 수 있는 그 유명한 딸기가 그것이다. 딸기는 멀리, 사람들이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남아메리카 의 어느 나라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딸기를 1월에 멀리 떨 어진 나라에서 사가지고 오는 것을 정신 나간 일이라고 여기 는 사람도 많다. 여름이면 이 땅에서 수확할 수 있는데, 굳이 플라스틱 용기에 셀로판지에 둘둘 말아서까지 들여와야 하 냐며 못마땅해 한다. 하지만 마트에 나온 딸기를 보자마자 입 안 가득 풍미를 맛보고 싶어지고 한겨울에 여름의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들은 겨울에 운전자 들이 추위 때문에 정차 중 자동차 엔진을 끄지 않는 것을 보고 화를 내는 사람일 수도 있다.
- 인지부조화는 매일 일어난다. 사람들은 대부분 끊임없이 해명하고, 무엇보다 스스로 납득시키기 위해 내적으 로 다그친다. 두 가지 행동이 서로 모순이라는 것을 인정하 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말한다. '딸기를 산 것은 예외다, 단지 여름을 느껴보고 싶어서다, 어찌됐든 딸기는 사라고 있는 것이니 상하기 전에 사야 하지 않느냐'라고 해명한다. 눈 깜짝 할 사이에 그 자리를 합리화가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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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 of the day 2024. 3. 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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