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6.03.27 유혹하는 플라스틱
  2. 2016.02.10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이해
  3. 2014.12.10 신용카드제국

유혹하는 플라스틱

사회 2016. 3. 27. 08:58

- 우리는 우리가 플라스틱을 이용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다. 플라스틱을 주무르는 소수의 사람들이 우리를 노예로 부리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플라스틱은 우리들 대부분이 갈수록 가난해지는 반면 소수의 사람들은 갈수록 부유해진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
- '과소비하는 미국인'의 저자 줄리엣 스코어에 따르면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대부분의 중산층 미국인들은 이전세대의 그 어떤 중산층보다도 훨씬 더 높은 비율로 물건을 사들이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구매는 더 고급이다. 같은 맥락에서 성형수술은 디자이너 의류나 카리브연한 휴가처럼 또 하나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되었음. 팽창일로의 수요와 욕구는 미국 가정의 평균부채를 세후소득의 약 124%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인들이 매년 500억불을 금융수수료로 지불하고 1인당 평균 8562불의 신용카드 부채를 안게 된 원인 또한 이것이다. 08년에 신용카드 소지자 중 파산을 신고한 사람이 100만명을 넘었다. 줄리엣 스코어는 현재 미국인들은 79년보다 소득이 적음에도 그때보다 70%이상을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성형 또는 소성될 수 있으며 조소물의 특성을 갖고 있다. 또 틀에 맞추기 좋고, 쉽게 영향을 받으며, 파열이나 이완없이 지속적인 변형을 견뎌낸다. 인공성 또는 피상성을 갖고 있고 신용카드로도 이용된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점점 이런 특성을 닮아가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플라스틱으로 성형되며, 플라스틱처럼 가짜고, 플라스틱에 의해 변형되고, 플라스틱으로 아름다워지며, 플라스틱으로 지불한다. 우리는 플라스틱의 시간과 공간에 살고 있는 플라스틱들이다.
- 일부 역사가들은 기원전 600년경 고대 인도에서 행해졌던 미용수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시 간통에 대한 가장 흔한 형벌은 간통자의 코를 자르는 것. 따라서 예전에는 코가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외과의사들은 이마의 피부를 잘라내어 코가 있어야 할 자리에 붙여줌. 이 수술은 물론 마취제의 도움없이 실시되었다. 하지만 애당초 코를 잘라낼 때 역시 그랬으니 환자들이 불평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으로 미적수술 또는 미용수술이란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르네상스시기 이탈리아 외과의사들이었다. 그러나 이때의 미용수술은 매독 때문에 뭉개져버린 코를 재건하는 등의 수술이었다. 이처럼 얼굴에 코를 다시 붙이는 수술은 근보적으로 미용보다는 재건에 가깝다. 정상인 육체를 바꾸는 순전히 미용상의 이유만을 위한 수술은 1800년대 말엽에 시작됨. 오늘날 성행하는 미용수술의 관행은 사고나 질병으로 형태가 무너진 몸을 재건하는 것이 아님. 오히려 다양한 육체들을 표준화하기 위한 것. 미셀 푸코가 표현했듯 '고통을 완화하고, 치료하고, 위안한다는 명목으로, 그러나 사실상은 표준화의 힘을 행사하려는' 다양한 근대적 제도와 관행들이 있었다. 순수한 의미의 미용수술은 철저히 근대적 현상이다. 그리고 그것의 목적은 육체들을 표준화하려는 것이다. 근대 이전에는 남들과 다른 육체가 평균적인 육체보다 더 강력하거나 종종 더 위험하다고 인식되었다. 따라서 기이한 육체에는 합당한 해명이 필요했다. 예컨대 태어나면서부터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구개열은 수다에 대한 벌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접착쌍둥이는 마을에 행운을 가져올 징조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처럼 이례적 육체는 신의 분노 또는 은총의 신호로 해석되었다. 진화생물학자 아만드 마리 르로이는 그의 저서 돌연변이에서 이렇게 적었다. "16세기와 17세기에는 괴물들이 도처에 흔했다. 왕자들은 그들을 끌어모았다. 박물학자들은 그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신학자들은 그들을 종교적 선전도구로 이용했다." 이례적 육체에 대해 어떻게든 이를 해석하고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충동은, 그 육체를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그런 기이함을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려는 충동으로 이어짐. 이례적 육체의 소유자들이 신의 신호등에서 혐오의 근원으로 옮겨가는 바로 그 순간, 문제의 미용성형이 태어남. 장애연구학자인 로즈마리 갈런드 톰슨이 설명한 대로, '한때는 계시로서 추구되던 것이 이제 공포를 일으킨다. 한때는 전조로 받아들여지던 것이 진전의 작용저믕로 바뀌었다. 간단히 말해서 경이는 오류가 되었다.' 근대성을 가진다는 의미의 바로 그 핵심에 '기이한 육체를 표준화'하려는 이러한 욕구가 놓여 있다.
- 한세기 전만해도 군중들은 기이한 볼거리를 구경하고자 모여들어 넋을 잃었고, 인간형상의 놀라운 본보기를 보기 위해 기꺼이 한푼씩을 지불했다. 그보다 한세기 전의 사람들은 교회 앞이나 장터에 모여 인간육체의 한계에 나타난 신성함을 보라는 목사의 설교를 들어야 했다. 30년대가 되자 과학과 미용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신흥종교가 나타나 기이함을 잘못된 것으로 지목하기 시작. 미용자본주의란 우리의 평범함을 무언가 더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고자 하는 욕망을 심어주고 그 욕망으로부터 이익을 뽑아내는 장사를 말한다
- 기이한 육체를 표준화하고 사라지도록 하려는 충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강해짐. 그리고 그것은 드디어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창출했다. 우생학과 같은 인종적 이데올로기가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표준적이지 않은 육체를 지닌 사람들은 모두 비정상이었고, 어떻게든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했다. 이처럼 기이한 육체들이 점점 표준적으로 바뀌자, 이어 다른 육체들이 검토대상이 되었다. 뚱뚱한 육체, 늙은 육체, 완전히 희지 않은 육체들이다. 근대적 육체는 생산적이고 건강한 듯 보여야만 하고, 더 나아가 지배적 인종과 경제집단에 속한 듯 보여야 한다. 이것이 아름답다는 단어의 의미로 굳어졌다. 한편으로 근대성은 산자들 뿐만 아니라 죽은자들까지도 아름답고 건강하게 보이도록 만들 것을 요구했다. 미용수술 이야기의 일부는 장례산업과 더불어 발달해 왔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미용자본주의와 더불어 미용수술을 만들어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체방부 처리기술과 죽음의 사업가들은 시체를 멋지게 보이는 육체로 바꾸어 놓았다. 이렇듯 1880년 무렵부터, 죽었든 살았든, 근대적 육체는 전문가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가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 생에서는 수술을 받고, 다음 생에서는 방부처리를 받아야 했다.
- 아름다움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는 관념은 산업화 및 자본주의 발달과 더불이 일어난 특별한 혁명의 결과다. 이 독특한 혁명은 쇼핑이라는 행동과 관계가 깊다. 쇼핑의 탄생과 변화를 계기로 미용성형이 탄생했고, 백화점도 등장했다. 이 두가지는 미국인들이 자기 자신을, 자신의 행복을 규정하는 방식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되었다. 우리는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이 소비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쇼핑을 통해 우리 자신을 형성했으며 타인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생산에서 해방되어 쇼핑잔치로 달려간 첫번째 계층은 중산층 백인 여성이었다. 뉴욕에 처음 들어선 쇼핑거리의 이름이 '레이디스 마일'이었던 이유가 이것이다. 이 여성들은 더이상 집에서 비누나 옷 따위의 물건들을 만들지 않게 되었따. 대신에 욕망의 궁전이 백화점에 드나들었다. 오늘날 소비자본주의라고 불리는 혁명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무렵 여성들이 즐긴 쇼핑의 중심에는 새로 출시된 어느 상품에 대한 욕구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 바로 아름다움이다. 여성들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자신의 역할을 바꾸고 가정의 영역에서 쇼핑이라는 새로운 공공영역으로 자리를 옮긴 그 순간이 성형수술의 역사에서도 극히 중요한 시점이다. 미를 사고파는 쇼핑은 오로지 이익에 의해서만 좌우되지는 않았다. 거기에는 미용산업에 대한 놀라운 낙관주의가 존재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어떤 민주적 정신되 들어 있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아름다움은 타고난 특징 또는 유전자 추첨에 의한 일종의 행운이 아니라, 개인이 여러 상품들의 도움을 받아 꾸밀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었다. 몸통을 조르는 코르셋에서부터 루즈, 20세기부터의 성형수술에 이르기까지 선택은 무궁무진했다.
-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우리가 영화스타들처럼 보이려고 노력할 때 모방하는 대상은 실제의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표상, 즉 고유성이 없는 복사물일뿐이라고 지적. 나는 제니퍼 로페즈처럼 보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내가 제니퍼 로페즈의 실물을 만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운이 좋아 가까이 볼 수 있다 해도 어쩐면 그녀를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결국 내가 닮고자 하는 것은 우리 문화와 내 상상에 녹아 있는 제니퍼 로페즈의 이미지일 뿐이다. 사진과 광고와 미용수술이 같은 시기에 산업화되었다는 사실은 역사적 우연이 아니라 하나의 인과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 성형외과 의사들의 첫 공식모임과 첫 미스 아메리카 대회가 열린 것은 1921년 늦은 여름의 일. 두가지 모두 같은 것을 원했으며, 그것은 성적으로 계급적으로 인종적으로 완전한 미인들이었다. 여성의 육체에 대한 집착은 20세기 내내 미용수술계를 지배했다. 대공황이 닥쳤다가 물러갔지만 여성들을 겨냥한 미용산업계의 성장세는 늦추지는 못했다.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에게서 시작된 미용수술은 계속 확산되어 중상류층에까지 퍼짐. 2차대전은 큰 가슴에 대한 동경을 여파로 남김. 이는 유방확대수술의 증가로 이어짐. 미국인들이 어째서 큰 가슴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두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의 박탈감이 성숙하고 풍만한 여성들에 대한 욕구를 유발했다는 이론도 있음. 또 다른 사람들은 파운데이션 속옷업체들 때문이라고 주장. 1930년대 처음으로 브래지어가 고안되면서 여성들은 업계가 만든 컵 사이즈에 몸을 맞추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불편하게 느껴야 했다. 확실히 50년대에는 정상적인 아가씨가 되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젊은 아가씨들의 큰 가슴에 대한 욕구를 점점 부추겼고, 이른바 스웨터걸에 대한 집착을 만들어낸 것이 사실. 59년은 미용수술의 역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된 해였다. 바비인형이 미국 장난감 시장에 등장하며 거의 대부분의 소녀들에게 수술의 도움 없이는 이루기 불가능한 체형에의 동경을 심어준 것.
-  여성들이 가슴수슬을 가장 많이 원하는지는 분명치 않음. 미국 미용성형외과협회 회장 앨런 골드는 패션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음.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12년만에 처음으로 지방흡입이 대중성에서 유방확대에 밀렸습니다. 아마도 가슴을 훤하게 드러내는 데 꼴다쥬 스타일 같은 패션의 변화 때문 아닐까요?"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경기하강 국면에서 일어난 여성의 심리변화 때문일수도 있다. 이처럼 경기 하강기의 여성들이 작은 사치를 통해 미에 집착하는 현상을 립스틱 효과라 부른다. 그런데 어려운 시기일수록 왜 여자들은 립스틱과 유방성형을 위해 돈을 들이고 남자들은 넥타이를 구입할까. 남자들의 경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잘나가고 있다고 보일 필요가 있는 때문일 것이다. 반면 여자들의 경제적 안정이란 온전히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말했듯이, "화장은 꾸밈만이 아니라... 여성의 사회적 상황을 나타낸다."
- 앤서니 앨리엇은 '커트라인 통과'에서 미용성형이 세계화의 직접적 산물이라고 주장. 완벽한 육체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새로운 집착은, 최근 직장과 집에서 직면하게 된 급격한 불안정의 결과라는 것. 이 같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속에서 우리의 보잘것 없는 위상이 "미용수술 문화를 과잉, 공포, 근심, 우울의 하나로 만들고 있다. ... 세계적 전자 경제로 촉진된 거대하고 단기적 문화는 ... 개인이 점점 더 육체적 차원에서 해소해야 하는 근본적 근심과 불안을 가져왔다."
- 더 나은 삶을 위한 쇼핑은 하나의 경제적 전략으로서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합리적 반응일수도 있따.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구매하려고 나선 뒤, 쇼핑은 재정 불안정에 대한 비효율적 반응이 되고 말았다.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는 이렇게 말했다. "적당한 옷을 입고 적당한 차를 몰고 적당한 시계를 차고 적당한 동네에 사는 정도라면, 적당한 직업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순수한 소비라기보다는 투자에 가깝다. 그러나 집단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것들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투자다. 우리 모두가 동시에 더 소비하면 거기서 돌아오는 수익은 제로에 가깝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짜 유방과 주름없는 얼굴을 사면 살수록, 그런 투자가 우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는 점점 작아진다.
- 신자유주의의 강인한 개인은 미용수술로 표준화된 육체 속에 녹아들어 갔다. 보다 표준화된 따라서 덜 개성적인 육체가 더 나은 직업과 더 나은 남편과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다는, 이상하게 왜곡된 신자유주의적 신념 속에서 새로이 플라스틱화한 미국인들이 살아가고 있다.
- 궁극적으로 구조적 제약들이 대한 개인적 해법의 추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라이트 밀스는 사회학적 상상력에서 말했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역사적 변화나 제도적 모순이라는 측면에서 규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은 항상 그러한 더 큰힘들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밀스에 따르면 한사람의 실직은 한 개인의 문제지만 1500만명의 실직은 사회적 이슈다. 한사람의 늘어지고 나이든 가슴은 한개인의 문제지만, 온 국민의 늘어진 가슴은 사회적 이슈다. '내가 더 멋진 가슴을 가졌더라면, 내 월급이 이렇게 최저수준으 아니었을 거야'라는 생각은 호모 에코노미쿠스로서 합리적 인간이 가질 만한 생각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실을 다르다. 플라스틱 가슴이건 아니건, 개인의 소비패턴과 몸 가꾸기 덕분에 불공정한 급여와 불공정한 기회구조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수많은 학자들이 지적한 대로 미용과 다이어트 산업은 미국 여성들을 육체 프로젝트에 팔아넘겼다. 여성들은 자신들이 가진 대부분의 자원을 외모에 투자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 육체 프로젝트는 우리들을 더욱 더 많이 팔아먹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로 하여금 더욱 더 열등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미용의 요구수준이 올라가기만 할 뿐 절대 내려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역사학자 노앤 제이콥스 브럼버그는 소비자본주의가 우리로 하여금 예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문제들에 열중하게 만들고 있는 한, 육체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며 그 확고한 증거들을 제시했따. 그는 한세기에 걸친 젊은 여성들의 일기들을 읽고, 그녀들에게 기대되는 것들이 시간이 흐를 수록 오로지 늘어만 가는 이유를 보여주었다. "오늘날의 미국 여자들은 과거의 젊은 여성들이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육체를 소비 일변도의 프로젝트로 만들고 있다." 물론 한 세기 전에도 젊은 여성들은 자의식이 있었고, 항상 사회의 기준에 의해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이때으 기준은 그녀들의 육체적 아름다움이라기보다 행동이었다. 여자들에게 있어 육체의 아름다움이라는 지상명령은 최소한 19세기 까지는 도덕적 품성에 대한 평가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다. 많은 부모들이 머리모양이나 드레스, 허리 사이즈 같은 것들에 대한 딸들의 과도한 관심을 억누르려 했다. 부모뿐 아니라 사회 역시 아름다움보다는 품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품성은 극도로 개인주의적인 육체 프로젝트 따위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자기조절과 타인에 대한 봉사, 그리고 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길러진다고 여겨졌다.
- 육체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갈 뿐 아니라, 그 기준역시 계속 변화. 오늘날 아름다운 것은 내가 젊던 시절에는 아름답지 않았다. 오늘날 중학교 소녀들은 눈썹을 가느다란 아치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털을 뽑는다. 우리 때에는 모두가 브룩쉴즈 처럼 굵은 눈썹을 원했다. 때로는 작은 가슴이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때로는 풍만한 가슴이 그러기도 했다. 크고 무거운 엉덩이와 다리가 표준이었던 때도 있었고, 가는 다리와 좁은 엉덩이가 그럴때도 있었다.
- 육체 프로젝트에 대하여 그보다 특히 더 미국적인 프로젝트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자기개선 프로젝트다. 이는 우리의 육체와 정신이 끝없이 바뀔수 있으며 나아질 수 있다는 신념에 바탕을 둠. 우리가 언제나 우리 자신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이 뿌리깊은 생각은 미국인이 된다는 의미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일 자체를 위한 일을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라 불렀다. 1905년에 나온 그의 저작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그는 미국에서 자본주의가 일어난 것은 미국의 구조 때문이 아니라 문화 때문이라고 주장.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필수 요소들은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화폐, 교환, 교역로, 기계들은 신세계에서 제조업이 출현하기 몇세기 이전에 이미 중국과 베니스 등지에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그런데 이러한 지역들에서 자본주의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자이트가이스트, 즉 시대정신이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에너지를 일에 투자하도록, 그리고 다시 모든 이윤을 남김없이 재투자하여 더 많은 이윤을 만들어내도록 조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 땅에서 번성했던 프로테스탄트 교파는 개인의 일생을 산업과 이윤에 바치는 것이 좋을 뿐만 아니라 경건한 일이라고 믿었다. 이런 정신이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었따.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인의 노동윤리는 종교적 뿌리를 상실했지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재정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개념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따.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삶과 육체를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 일하고 또 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미국인의 노동윤리는 스스로 돕는 자조적 산업으로 변모해 감.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중요한 겡 아니다. 우리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해 짐. 그리하여 자기개선에 대한 욕구들은 수많은 자조 구루들에 의해 돈벌이의 기회로 전락해감.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에서부터 수전 소머즈의 사이마스터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미키 맥기는 '자조주식회사'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자기창조와 개선이라는 이상은 무한한 가능성의 개념과 함께 오래전부터 미국문화속에 스며들어 왔다. 미용과 다이어트 산업 역시 미국식 자조정신의 일부다. 못생긴 여자도 립스틱만 잘 바르면 훨씬 예쁘게 보일 수 있다. 머리카락이 백발이면 염색을 해서 더 젊게 보일 수 있다. 육체가 완벽하지 않다면 다이어트를 하고 체육관으로 가라. 아님 성형외과 의사와 상담을 신청하라! 그러나 이는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중년의 백인여성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다. 소비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판다. 그것이 원래 목적이다. 소비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더 나은 버전의 우리를 판다. '정신적 안정을 얻으려면 요법 치료사에게 돈을 지불하라! 재정적으로 건전해지려면 재정상담가에게 돈을 지불하라!'
- 잭팟을 터뜨리겠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미국인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여전이 믿고 있다. 1980년에는 60%에 약간 못미치는 미국인들이 가난하게 시작해도 열심이 일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가능성이 훨씬 적어진 2005년에는 인구의 80%이상이 가난뱅이에서 부자로 바뀌는 스토리가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고 있따. 열심히 일하면 가난뱅이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프랑스나 영국 사람들의 숫자보다 서너배 높은 수치다. 그러나 열심이 일하는 것은 우리를 그리 멀리 나아가게 해주지 않는다. 유일한 탈출구는 위험을 떠안는 것이다. 도박을 거는 것이다. 경제가 붕괴하자, 우리는 육체적 변신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살려 나갔다.
- 미용수술 산업에 규제가 가해지도록 우리는 힘을 모아야 함. 이 모든 것 뒤에 숨어 있는 돈과 권력도 더 이상 간과하지 말아야 함. 규제 없는 은행은 더 이상 안된다. 고이율의 학자금 대출은 더이상 안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건, 고이율 학자금 대출이건,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유방성형이건, 더 나은 미래라는 꿈을 위해 부채를 안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경제과 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해야 함. 더 이상 우리의 머리를 모래속에 처박거나 또는 욕실에 쌓아둔 미용잡지 더미 속에 파묻지 말아야 함. 경제와 국가는 우리가 거울 속에서 보고 있는 모습과 결코 별개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미래에 대해 현실적이어야 함. 주름제거수술이나 유방성형이 우리의 경제와 사회의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 대다수 미국인들의 계층이동성 하락, 똑같은 일인데도 여성을 차별하는 불평등한 임금, 가난한 노동자계층의 미국인들에 대한 기회의 결여 등을 개인적 소비행태만 갖고 해결할 수는 없음. 구조적 문제에는 구조적 해법이 필요. 유방성형과 지방흡입은 경제와 사회의 정의를 절대 가져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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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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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당사자 거래구조는 3당사 거래구조의 카드사가 카드발급사와 전표매입사로 분업화되어 카드회원, 카드발급사, 전표매입사의 4개 당사자 중심으로 신용카드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구조. 예를 들면 4당사자 거래구조의 과정은 카드회원이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로 물품 또는 용역을 구매하는 경우 매입사가 가맹점 수수료를 공제한 결제대금을 가맹점에 지급하고 발급사는 정산수수료를 차감한 결제대금을 매입사에 지급한 후 결제일에 회원으로부터 결제대금을 회수.
- 4당사자 거래구조의 경우 3당사가 거래구조와 달리 정산 수수료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카드발급사가 카드발급 및 회원모집 마케팅 비용, 신용공여에 대한 자금조달비용, 부도위험 등의 리스크 관리비용에 대한 대가로 매입사로부터 받는 일종의 보전 수수료라 할 수 있음. 따라서 매입사는 정산수수료에 해당하는 만큼 가맹점 수수료에 포함하여 가맹점에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임. 정산수수료가 클수록 발급사는 유리한 반면 가맹점이나 매입사로서는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회사는 정산수수료의 결정과정에 참여하여 발급사와 매입사의 가격결정을 중개하는 역할을 함.
- 미국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가 대표적인 4당사자 거래구조인데 비자와 마스타는 브랜드회사(association)로서 발급사와 매입사에 카드거래의 결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카드발급 및 매입, 라이센스 인가 등의 서비스를 지원. 발급사는 카드회원에게 카드발급(계좌신설), 카드대금 청구, 대출 서비스 및 카드이용에 따른 부가가치 서비스 부여 등 회원관리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매입사는 가맹점을 모집하고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여 카드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처리해주며, 발급사로부터 전달받은 거래대금을 가맹점에게 전달해주는 업무를 수행하는 등 가맹점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함
- 4당사자 거래구조에서는 카드발급사가 카드발급 및 회원모집 관리 등 핵심업무에 집중하고 가맹점 모집관리, 매입업무 등 여타 업무는 전문 매입사나 프로세싱 전문업체 등 카드 주변산업에 아웃소싱을 도입함으로써 분업화를 통해 전문화와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카드발급 및 회원모집 관리업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는 매입전문업체, 프로세싱업체, 연체채권회수업체, 신용정보회사, 가맹점서비스업체, 텔레마케팅회사 등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일반적
- 그러나 국내 카드시장은 현재 3당사자 거래구조로 되어 있고 아직까지 전문매입사나 전문화된 프로세서가 업는 실정으로 분업화와 전문화가 덜 되어 있다. 따라서 신용카드사가 카드발급, 매입업무를 비롯해서 카드관련업무의 대부분을 직접 수행. 다만 외국의 프로세서에 해당하는 VAN사가 카드사의 거래승인, 매입업무의 일부를 수행하고 있음. 다시 말해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전문 프로세싱 업체(third party processor)나 가맹점 서비스업체(service provider)가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의 네트워크 연결 및 거래승인, 거래내역전송(front end processing) 등의 업무를 특화하고 결제정보의 가공 및 전산자료 변환(back end processing) 업무까지도 처리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국내의 VAN사업자는 아직 front end processing 만을 수행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어 외국의 프로세싱 업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
- 국내 매입업무의 특징
(1) ON US 매입 : 가맹점의 매출전표를 카드발급사가 직접 매입하는 형태. 발급사와 매입사가 동일한 경우에 일어남.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과 달리 카드사가 발급업무와 매입업무를 겸영하다 보니 1개 가맹점에 다수의 카드사들이 중복하여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고 동시에 중복하여 관리하는 구조
(2) 가맹점 공동이용제 매입방식 : 가맹점의 중복모집과 다수의 신용카드 발급에 따른 사회적 중복투자를 막고 신용카드 가맹점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99년 도입. 동 제도는 가맹점이 1개 이상의 신용카드업자와 가맹계약을 체결하면 다른 카드회사가 발행한 모든 신용카드를 수용할 수 있고, 신용카드 이용자는 1개의 신용카드로 모든 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러나 최근 매출전표의 매입방식 발전에 따라 DDC, EDC, EDI 등 특약가맹점이 가맹점 공동이용대상에서 제외되며, 타사가드의 매출전표 매입시 가맹점 대금입금지연, 가맹점 공동망이용수수료 부담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사실상 가맹점공동이용제도의 실효성은 낮은 수준. 더구나 금융감독위원회는 가맹점 공동이용제가 진입제한과 불공정 거래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가맹점 공동망 이용을 자율화하여 동 제도는 더욱 유명무실하게 됨. 이에 따라 대부분의 신용카드사들은 개별적으로 신규가맹점을 모집하거나 특약가맹점을 체결하여 직접 ON US 매입방식을 취하고 있는 현실
(3) 매입업무대행방식(비씨카드사 회원은행방식)
- 회원은행은 각 회원은행이 모집한 가맹점을 수수료 지불없이 상호공동으로 이용하며 회원은행들은 회원관리, 가맹점모집 및 연체 관리등을 하고, 비씨가드사는 가맹점 관리, 대금결제업무 등을 수행. 비씨카드사는 98년부터 자체카드를 직접 발행하기 시작하였으며 또는 06년 3/4분기부터 회원은행들이 하던 가맹점 계약을 비씨카드가 직접 체결하는 방식을 전환
(4) 가맹점 제휴관계를 이용한 매입방식 : 신규 또는 소형은행 신용카드업자가 신용카드 매출전표 매입을 위하여 기존의 대규모 신용카드업자가 구축해 놓은 가맹점을 상호공동으로 이용하고 그에 따라 일정한 매입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 현재 가맹점 제휴관계를 이용한 매입방식에는 국민제휴계, 외환제휴계, 신한제휴계 등이 있음
- 가맹점 수수료의 개념 : 신용카드 시장은 회원과 가맹점으로 구성된 multisided platform이기 때문에 카드회원의 신용카드 사용이라는 동일한 거래로부터 신용카드사는 거래 당사자인 회원과 가맹점으로부터 소정의 카드수수료를 부과하여 주요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음. 즉 카드회원이 가맹점에서 카드로 결제한 경우, 신용카드사는 해당가맹점의 매출전표를 매입하고 카드대금을 가맹점에 미리 대지급해준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후불결제기간까지 금융비용의 일부와 자사회원의 물품구매에 대한 로열티 성격인 일정한 수수료를 가맹점에게 받음. 다시 말해 가맹점 수수료는 회원이 가맹점에서 물품 및 용역을 구매할 때 사전거래약정에 따라 카드사가 회원을 대신해어 가맹점에 결제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그 대가로 가맹점으로부터 수취하는 일종의 금융거래 수수료이다. 발급사와 매입사가 분리되어 있는 4당사자 거래구조에서는 매입사가 카드발급사에게 지급하는 정산수수료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발급과 매입이 같은 카드사에서 이루어지는 3당사자 거래구조에서는 정산수수료가 존재하지 않음. 한편 회원관련 수수료에는 신용카드사가 카드회원에게 신용판매 및 현금서비스 즉 신용공여에 대한 대가로 회원에게서 받는 각종 수수료 (APR annual percentage rate 현금서비스수수료 할부수수료 등)와 연회비(annual fee)가 있음
- 흔히 신용카드에 대한 유효가격 통제는 커피전문점의 가격정책에 비유됨. 커피전문점에서는 가격적 요소와 비가격적 요소를 적절히 구사하면서 가격에 대한 규제에 대응할 수 있음. 가격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커피판매업자는 예를 들어 커피컵의 크기를 조절하던가 커피원료의 질이나 서비스의 질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커피의 유효가격을 하향조절할 수 있음. 이와 마찬가비로 신용카드업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유효가격을 조절할 수 있음. 회원에 대한 현금서비스나 카드대출은 무담보, 신용조건으로서 차입시기나 차입규모가 매우 유동적 특징을 가짐. 따라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입감소에 대응하여 직접적 가격인상을 하거나 아니면 연회비나 현금서비스수수료 선취, 제휴 마일리지나 서비스 방법의 변경 등을 통해 회원에 대한 서비스 유효가격을 인상할 수 있음.
- 원가회계 관점에서 보면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원가항목에는 가맹점에 대한 대지급금 조달(통상 30일) 금리, 채권회수비용 및 대손처리비,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및 전산처리비 등 카드매출처리 관련 비용, 결제대금 청구 및 입금비용, 가맹점의 모집관리비, 일반관리비 등이 포함됨. 다만 신용카드 거래가 신용카드 회원, 가맹점 및 카드사간 어느 한 당사자가 없이 이루어질 수 없고, 가맹점 매출증대에는 카드사들의 회원망 확보가 기여한 부분을 배제할 수 없으며 카드사들의 비용성격상 엄밀하게 가맹점 수수료 원가로 구분하기 여려운 항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등의 특성으로 인해 가맹점 수수료원가를 엄밀하게 산출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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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신용카드제국

경제 2014. 12. 10. 21:49

 


신용카드 제국

저자
로버트D.매닝 지음
출판사
참솔 | 2002-06-2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최초로 신용카드 문제를 분석하고 포괄한 책 이제 대한민국도 '신...
가격비교

1. 신용카드 없이는 집을 나서지 못한다 - 소비자 신용과 채무
- 회전결제채무가 늘어났다는 사실은 은행이 만기를 연장할 때마다 이자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급격하게 높일 수 있다는 점과 회전결제의 단골고객인 저소득층과 중산층으로부터 거둬들인 이자와 수수료로 고소득층의 카드사용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 후기산업사회의 불평등을 조장했다는 점.
- 미국사회가 고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한 70년대까지만 해도 가정경제의 기본적 원칙은 저축을 강조하는 청교도주의였음. 지역은행들은 은행계좌를 새로 개설할 경우 토스터나 전기 캔오프너 등을 선물하면서 저축을 장려하기도 했고, 장기채무를 다 갚을 경우 가족, 친구들과 어울려 채무증서를 불태우며, 부채로부터의 탈출을 자축했음. 저축은 미국의 범국민적 운동이었음. 전쟁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저축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 즉 미국적 가치를 지키는 애국적인 일로 받아들여졌음. 두 자리수의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한 70년대 이후 상황은 돌변. 채무와 저축에 관한 중산층의 생각이 바뀌기 지작. 인플레이션이 연 15%에, 심지어 나중에 20%까지 치솟는 마당에 겨우 이자율 5%짜리 우체국 예금을 하고 앉아 있을 중산층은 거의 없었기 때문. 또한 화폐가치의 하락에 따라 채무의 부담이 줄어드는 때에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의 구입을 미룰 이유가 없어진 셈.
- 미국의 80년대의 특징은 신용카드의 일반화와 엄청난 규모의 부채누적임. 부채의 시대인 이 시기 미국경제의 3대 주체인 정부, 가계, 기업은 경쟁적으로 빚츨 끌어다 썼음. 연방정부의 천문학적인 부채, 인수합병 등에 따른 기업 부채비율의 급증, 가계의 할부와 회전결제 채무의 폭증 등으로 신용카드 제국의 부채의 트라이앵글이 형성됨. 미국 역사상 가장 보수적이고 인색한 정부였던 레이건 행정부 시대에 연방정부의 채무가 급등했다는 사실은 하나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음.
- 은행카드가 80년대 들어 미국사회에 널리 보급되자, 신용카드 회사는 카드의 쓰임새와 가치를 과장하기 위해 복잡하고 상충되는 이미지를 만들어냄. 실직한 노동자나 서민층에게는 일시적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한 원죄를 고민하게 했고, 고소득층에게는 카드가 현금없이도 일상생활을 즐길 수 있는 편리한 금융도구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음.
- 89년 경기침체를 맞아 시민들이 사회적, 경제적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틈을 이용해 카드회사는 재빠르게 마케팅 전략으 수정했음. 불안심리를 이용해 회원확장에 나선 것.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신용카드는 단순히 편리함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금융적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요긴한 수단임을 강조하는 이미지 광고를 내보냈음.
2. 부채의 트라이앵글 - 부채사회의 원인
- 청교도 정신은 열심히 살면 최소한 천형과도 같은 계층의 한계를 뛰어넘어 잘 살수 있다는 개인주의와 기존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 대한 순종주의를 낳은 것보다 훨씬 더 큰 중요성을 가짐. 자본을 스스로 조달해 경제적 발전을 이뤄야 하는 신생미국으로서는 국민의 근검과 절약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임. 한마디로 자본축적기에 강조된 미덕 이었고 실제로 그 미덕 덕분에 미국은 자본축적을 통해 산업혁명을 거쳐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음. 따라서 전 국민적인 근검절약은 초기 자생적인 금융시스템의 주춧돌이 되었고, 결국에는 독립전쟁 이후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영국의 경제적 사슬에서 미국이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음. 미국은 20세기 초반 청교도 정신으로 무장한 국민들이 한푼두푼 아끼면서 열심히 일한 덕분에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고도성장을 이뤄냈음. 그때까지는 수입(소비)보다 수출(저축)이 많았음. 국민들이 일할줄만 알고 쓸줄 모르는 바람에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자본주의 세계의 리더로 떠오를 수 있었고, 세계경제의 중심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셈. 냉전시대가 열리면서 자본주의의 항성인 미국은 정치적 기구로는 유엔을, 군사적 지렛대로는 나토를, 경제적 도구로는 GATT를, 금융수단으로는 세계은행을 설립해 세계자본주의를 장악했음.
- 50~60년대 값비싼 소비재를 외상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경제의 번영이 계속되어 꾸준한 실질임금 상승과 같은 실업률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백화점 몽고메리 워드, 정유회사 모빌 원, 재봉틀 제조업체 싱어 등 소비재 메이커의 극성스런 마케팅에 영향받은 탓이기고 함. 또한 할부판매는 소비욕구에 불을 당겨 민간소비가 45년 26억 달러에서 60년 450달러로, 70년 1093억 달러로 급증. 활발하게 확대된 할무판매는 이후 신용카드 등장과 남발의 전조였으며 중산층의 본격적인 채무자화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었음.
- 70년 이후 총생산과 교역에서 미국의 몫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미국내에서 중요한 두가지 경향이 나타남. 첫째, 미국기업들은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으로 무장한 유럽과 개도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세계시장에서 물러나 구매력이 높은 국내시장에 초점을 맞춰 생산과 마케팅을 지가. 이는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 행정부가 왜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 자국기업의 진입을 제한한 나라에 대해 반덤핑관세와 수입제한을 실시했는지 설명해주는 대목임. 둘째, 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군사, 우주부문을 제외한 미국기업들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벗어나 소매, 금융, 의약, 여가, 정보 등 서비스 산업으로 급속하게 진입.
- 미국이 70년대 세계경제의 헤게모니를 놓친 이후 세가지 현상이 두드러졌음. 첫째는 기업 순이익의 급감이었고, 둘째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의 고조였으며, 셋째는 포스트 냉전 체제 이후 급증하는 국제적, 국내적 긴장을 완화, 중재하는 데 어려움이 커졌다는 점.
-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국사회를 지배했던 논리는 친자본적인 산업구조조정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음. 인플레를 억제하면서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여줬고, 기업의 인수합병을 촉진하기 위해서 독점금지법을 무력화시켰으며,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풍토를 만들어 나감. 특히 레이건 행정부는 노동세력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을 뿐만아니라 자산을 지키기 위한 의도적 파산도 묵인했고,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를 통해 총유동성을 급증시켰음. 게다가 밀물철머 밀려오는 해외자본 덕분에 기업들은 엄청난 양의 채권을 발행하고도 쥐꼬리만한 이자비용만 부담. 기업들이 앞다투어 차입에 열중해 미국경제는 그 시기 이른바 차입호황을 누릴 수 있었고, 결국에는 부채의 트라이앵글 가운데 두번째 축인 빚투성이 기업이 형성됨.
- 레이건은 법인세 감면조치가 쇠잔한 미국경제를 살리는데 가장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정책이라고 자랑했지만, 기업들은 감면받은 세금으로 생산설비의 현대화에 투자해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음. 대신 여유돈을 주식투자, 경쟁기업과의 합병, 우량기업 매입, 다각화를 명목으로 이질업종 기업에 대한 적대적 매수 등을 벌여 단기적 수익을 올리는데 몰두.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광적인 인수합병, 차입매수 열풍이 80년대 미 대륙을 뜨겁게 달궈 놓았던 것임.
- 차입매수는 월스트리트 플레이어들에게 상당한 노다지 였음. 적은 돈을 투입하기 때문에 위험도는 낮으면서, 성공한 뒤 얻은 보수는 막대했음. 레이건 행정부가 기업이 안고 있는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만큼 세금을 면제해줬고, 주가가 급등해 포획한 기업을 나중에 팔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으며, 레이건 행정부의 신자유주의 혁명 덕에 노동시장이 유연해져 노동자들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등 차입매수를 위한 황금기회가 열려 있었음.
3. 신용카드 제국의 출현 - 시티그룹의 성장과 신용카드
- 90년대 은행의 비즈니스 양태를 보면 규모가 작은 금융회사들이 거대회사들보다 더 효율적이고 수익성도 높았음. 따라서 금융자유화가 규모의 경제에 따른 높은 수익을 낳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효용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던 신자유주의 금융학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름.
- 신용카드는 금융산업 변화의 상징으로서 중요한 구실을 했음. 금융회사가 신용카드로는 기존의 규제를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은행자동화의 효율적 수단이었기 때문. 80년대 인플레가 하락하면서 정부가 과도한 이자징수를 금했던 규정이 완화되자 신용카드는 은행의 수익을 올려준 효자였음. 여기서 벌어들인 수익은 80년대말과 90년대 초에 BIS 자기자본비율의 기준치인 8% 이하로 떨어진 은행들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는 역할을 했음.
- 인플레와 고실업, 기업구조조정 시대가 시작된 70년대 중반 이후 저축보다 빚을 끌어 쓰는게 합리적 선택이 되어버렸음. 이에 따라 미국인의 경제적 윤리의식도 변하기 시작. 벤저민 프랭클린 이후 가슴속을 차지하던 한푼을 절약하는 것이 한푼을 버는 것이라는 윤리가 흔들리면서, 지불을 늦추는게 미래의 위기를 위해 좋은 것으로 둔갑. 경제윤리의 변화는 또한 인구학적 변화에 의해서도 유발됨.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미국인은 대공황이나 2차대전 때의 어려움을 경험하지 못해 부모들과 씀씀이가 달랐을 뿐 아니라 집값 등이 올라 독립가정을 꾸리는데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했음.
- 신용카드 회사에게 70년대말과 80년대 초 사이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대였음. 회원의 급증과 인플레 시대를 맞아 금검, 절약 정신의 퇴조 등에 힘입어 카드사용이 급증했지만,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 대부분의 회사가 79~81년 사이에 연 수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공시해야 했음. 카드사가 은행으로 부터 차입하는 비용이 인플레 때문에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회원에게 부과할 수 있는 이자율은 주정부가 정한 이자율제한선을 넘을 수 없었기 때문. 역설적으로 인플레는 미국인을 신용카드의 세계로 끌어들이는데 일조했으면서도 카드회사의 수지는 악화시키는 구실을 했음.
4. 신용카드가 낳은 사회적 불평등 - 청교도윤리의 해체와 소비지상주의의 등장
- 신용카드 제국을 지탱한느 이데올로기의 버팀목은 개인주의와 선택의 자유임. 빚을 개인의 낭비벽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미국인의 전통적인 도덕관념임. 그러나 이 관념은 신용카드 빚을 제때 갚지 못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회전결제 채무자에게 징계차원에서 높은 수수료를 물리고, 신용카드로 일시불 구매를 즐기는 부유층을 보상하는 신용카드 회사를 옹호해주는 이데올로기임. 저축은 사회적 미덕이고, 부채는 개인의 부도덕이라는 이 윤리적 이분법은 신용카드 회사가 자신의 고리대금업을 미화하기 위한 수단임. 그러나 카드사는 사회적으로 건전한 시민이라고 칭송받는 일시불 이용자를 선물 등 각종 공짜 서비스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경제적 무임승차꾼이라며 뒤에서 욕하고 있음.
- 20세기 들어 미국이 급속하게 산업화하고 부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인이 어려운 때를 대비해 오늘의 한푼을 소중하게 저축했기 때문임. 그러나 이 시기의 윤리의식은 척박하고 각박한 산업사회와 도시생활을 반영한 것이기도 함. 급속하게 산업화한 도시에서는 빈번한 경기침체, 파업, 작업장 사고, 전염병, 환경재앙 등으로 본토박이과 신규 이민자는 모두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 더우기 실업, 보건, 은퇴 등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미비 때문에 미국인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칠 경우 가족이나 상조회, 민간자선단체 등에 의존해야 했고, 그때를 대비해 도시에 살고 있는 토박이의 80%와 이민자 90%가 보험에 가입했음. 도시생활의 또다른 고통은 먼저 이민온 사람들이 나중에 이민온 아일랜드 출신의 노동자와 뒤이은 중국계를 이방인 취급하면서 백안시한데서 왔음. 그래서 이민자는 기를 쓰고 저축하려했고, 미국에 머물러 있는 동안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모아 귀국하려 했음. 흥미롭게도 이민자의 이런 삶의 태도는 마치 문화적 융합처럼 기존의 청교도 윤리를 강화하는 구실을 했음.
- 대공화, 미국인의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상태를 악화시켰던 이 사건은 절정으로 치닫던 소비지상주의의 흐름을 한순간에 뒤바꾸어 놓았음. 전통적 윤리를 고수하면서 과소비의 충동을 억제했던 일부 사람들은 대공황에 따른 극단적 경제파멸을 피할 수 있었지만 푼돈을 아껴 맡겨둔 저축이 은행파산으로 하루아침에 허공으로 사라져 심각한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였음. 이에 따라 미국인은 30년대 심각한 혼돈기를 거치면서 가난과 부채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꾸기 시작. 그들은 인간이 가난해지고 부채의 덫에 걸려들게 된 것이 개인적인 일이라기 보다는 사회적이고 구조적 요인이 큰 힘을 발휘한 때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
-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자 미국이 또다른 공황을 이겨낼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다시 되살아났음. 이에 따라 케인즈주의 경제학자들과 기업 경영자들은 저축은 악덕이라고 공격하면서 임금과 생산성이 향상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풍요의 시대가 왔다고 목소리 높이기 시작. 바야흐로 미국에서 새로운 소비지상주의 시대가 도래한 셈. 대량생산체제와 세계경제에서 패권장악 등에 힘입은 경제적 번영와 정치적 안정이 이뤄지면서 미국사회가 급격히 변하기 시작. 밀집한 도심이 쇠퇴하고 여유있는 생활공간에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베드타운이 본격적으로 건설됨. 연방정부도 장기, 저리 주택자금인 모기지 메커니즘을 활용해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했음. 교외 도시의 확대는 대중교통수단보다는 자동차가 미국인의 주요 이동수단을 자리잡게 했고, 공원대신 개인의 정원이 각광받는 시대의 문을 열었음. 또한 신속하게 보급된 각종 전자제품은 여성을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음. 또한 교외 도시의 확대는 안면과 친분에 의존했던 구멍가게를 대신해 대형 쇼핑몰이 유통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됨.
- 윤리적 이분법 면에서 신용카드는 더 이상 거래의 편리함을 높여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님. 또 과거에는 대출이나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던 사람에게 신용을 제공해준 민주적인 금융수단도 아님. 은행이 소매금융시장에 침투해 순이익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며, 다양한 사람을 채무의 덫으로 끌어들이는 미끼일 수 있음. 또한 미국사회가 후기산업사회의 불평등 구조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신용카드는 중산층과 상류층의 생활수준 차이를 모호하게 만드는 구실을 했을 뿐만 아니라 착한 채무자와 나쁜 채무자를 구분했던 전통적 기준도 흔들어 놓았음. 한마디로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도구였던 셈.
5. 한도초과 인생들 - 카드로 카드 돌려막기
6. 캠퍼스의 신용카드 - 대학생 부채의 사회적 파장
- 아메리칸 드림은 2차대전 이후 두개의 기둥에 기반을 두고 있음. 그 하나는 전문적 직업교육, 전문대학, 대학교 등 고등교육 이었고, 또다른 하나는 내집갖기였음. 두가지를 모두 갖기 위해서는 개인적 희생과 인내가 오랜기간 필요했고, 장기적 계획이 필수적이었으며, 채무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감수해야 했음. 사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서 장기적 채무는 불가피하고 가치있는 투자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중산층의 상징인 대학졸업장과 내집마련은 이루기 힘든 유토피아 였음.
- 카드사 임원들은 70년대 사회경험이 부족하거나 실직상태인 사람과 대학생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무보증 대출장사를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영업행태라고 비판했음. 욕망을 절제하는 훈련이 덜된 그들에게 힘들여 벌지 않은 돈을 맡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로 비쳐져 80년까지 대학생의 신용카드 시장은 철저히 무시되었음. 그러나 80년대 금융산업의 자유화는 급격한 변화를 불러왔음. 특히 카드사는 컴퓨터의 발달로 그 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시장에도 진입할 수 있게 됨. 또 기업대출이나 국제 자금중개에서 상당한 손실을 본 은행이 소비자를 상대로 돈놀이에 나섰고, 인플레가 급격히 진행되어 소매금융과 신용카드가 훌륭한 달러박스가 되었음. 파산의 벼랑끝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은행은 부채의 10년을 특징지은 두가지 마케팅을 펼침. 기업의 인수합병에 뒷돈을 댔고, 소매금융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듬. 특히 그들은 81~82년 경기침체를 겪은 뒤 소매금융 가운데 신요카드 부문을 공격적으로 확대. 이에 따라 80년대말에는 은행 사업부문 가운데 신용카드 부문이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부문으로 떠오르게 됨. 그러나 은행의 공격적인 신용카드 마케팅은 업체간 경쟁을 심화시키면서 심각한 수익성 저하를 불러옴. 기존시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임. 은행은 이에 만족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활로를 뚫어야 했음. 그때부터 유행에 민감한 대학생과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실직자들을 신용카드 시장에 끌어들이기 시작.
- 카드사가 캠퍼스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먼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번만큼 쓴다는 윤리의식을 쉽게 벗어던지고 카드사가 기대하는 대로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때문. 또한 그 시기 젊은이들에게 기업이 상품의 이미지 등을 심어놓을 경우 단골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중산층 대학생들이 대학사회에 존재하는 계층격차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도 상당함. 신용카드사는 이들에게 부모의 족쇄로부터 해방 등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어느정도 성공함.
7. 사채의 덫 - 최악의 신용등급 인생들
- 최근 인수합병으로 빨라지고 있는 금융산업의 통합에도 불구하고 빈자와 부자 금융시장으로 이분화 되어 있는 현재, 금융시장이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은 낮아보임. 금융시장이 이분화한데는 저소득층이나 노동자 계층의 취향 때문이 아니라 우량은행들의 마케팅 전략이 큰 구실을 하고 있음. 하루가 멀다하고 상향조정되는 각종 수수료와 최저잔고기준은 저소득층이나 새로 이민온 사람들의 은행접근을 가로막고 있음. 은행들이 오랜기간 동안 자리잡고 있던 지역사회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저소득층의 금융서비스 수요가 줄어서가 아님. 사실상 이들 은행이 떠난 자리에는 고율의 이자를 요구하는 고리대업자들이 들어서고 있음. 이들은 우량은행 등에서 조달한 자금을 서민들에게 대출해주고 높은 이자를 받음.
- 제도권은행과 고래대금업체의 제휴는 단순 자금제공단계를 넘어 수익성을 이유로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에 지점을 설치할 수 없는 은행들이 고리대금업체의 창구나 현금자동지급기를 공유하는 단계로 발전. 캘리포니아 유니언은행은 고리대금업체인 닉스 체크 캐싱의 지분을 40% 확보해 이 회사의 창구를 간이지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음. 유니언 은행은 저소득층 60만명이 밀집한 LA중남부와 산타나 지역에 단 몇명의 직원을 파견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게 됨 셈. 또한 고리대금업체들은 파견된 은행직원으로부터 체계적인 금융서비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수적 이득도 누림.
- 고리대금업자들에게는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폭력도 불사하며 탐욕으로 빈자들을 강탈한다는 비판도, 빈자들을 위한 마지막 대부자로 구실하고 있다는 말도 적절치 않음. 업자들은 강제로 대출금을 회수해야 할 때 기존 법률시스템을 이용해 적절한 시기에 대출자를 공개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기 때문. 고리대금업이 이렇게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두말할 것없이 금융산업 규제완화라고 할 수 있음. 이를 계기로 대출상품도 아닌 것이 대출상품 노릇을 하는 다양한 변종상품이 창궐하기 시작했기 때문.
- 고객이 고등교육을 받았거나 다른 신용수단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리대리스업체는 자신들의 영업행태를 설득하는데 애를 먹을 수 밖에 없음. 다행히 교육수준이 낮고 한푼이 아쉬운 사람들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해 터무니 없는 고리대리스업이 성업할 수 있음. 그들이 터무니없는 계약조건 때문에 고객이 빌린 물건을 소유하게 되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할 수 있음. 물론 고객이 최저임금을 받고 의료보험 혜택조차 받을 수 없는 것이 고리대 리스업체의 잘못은 아님. 그들은 그저 고객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을 뿐임.
8. 현금서비스 창업 - 벤처.중소기업의 자금난
- 신용카드사는 기존시장이 포화가 되어 수익률이 낮아진 위기를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상대로 마케팅하는 것으로 돌파하고 있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비자카드는 90년대 후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저희 카드로 사무용품 등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결제하세요 라고 광고함. 카드사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상대로 카드마케팅을 하면서 대학생을 상대로 전파했던 경제적 독립과 자유를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음. 월급쟁이 신세를 훌훌 털어버리고 평생에 한번뿐인 기회를 적극적이면서도 공격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기업을 이루라고 부추김.
-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정신에서 경영, 조직상의 약점까지 벤처기업들에 관한 보고서를 엄청나게 쏟아내고 있음. 그렇지만 이들은 부채의 시대에 벤처기업이 번성할 수 밖에 없었던 요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함. 벤처기업의 기대이익률이 대기업보다 낮다는 사실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것. 대기업은 부채의 시대에 턱없이 높아진 이자율, 경영진/주주의 압력 등으로 더 높은 투자이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돈이 되지 않는 부문은 과감하게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 밖에 없음. 자기자본이익률이 연 12% 수준이 되지 못할 경우 주가가 급락하고 결국 경영진들이 떨려날 수 밖에 없음.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ROE차이가 클수록 대기업이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시장을 노린 창업이 증가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벤처기업인의 신용카드나 친인척 등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것으로 보임.
9. 황혼기에 찾아온 채무 위기 - 노인들의 신용카드 문제
- 카드사의 공격적 마케닝은 자의시기 강하지 않은 서민출신이고,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 엄청난 위력을 발휘. 비록 노인들이 근검절약과 부채혐호 등의 윤리의식을 체질화 했다지만 그들도 중산층이 누리는 소비와 생활수준에 대한 동경심을 지니고 있음.
- 노인들의 신용카드 사용은 앞으로 20년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카드사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은 대략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음. 첫째,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 노인들은 전통적 근검절약 윤리나 빚에 대한 혐오감을 버리고 신용카드 빚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음. 노인들이 의존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은 연방정부의 보조금이나 개인적 저축이지만, 80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경향을 보임. 둘째, 부채를 혐오하는 연령층이 서서히 사라지고, 빚의 두려움을 모르는 연령층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 새롭게 노령층에 진입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선배와는 달리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현금서비스를 받아 소비욕망을 채우려는 사람들임. 따라서 카드사가 현재 겪고 있는 노인 시장의 포화상태는 새로운 노인들이 진입하면서 해결될 가능성이 높음. 여기에다 신용카드사의 교묘한 마케팅 기술까지 덧붙여진다면 노인의 카드사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임.
- 여성노인이 남성노인보다 일자리 사정이 좋아지고 있고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님. 높은 지위를 보장해줄 필요도 없고 낮은 임금과 적은 연금, 또 남성노인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 특히 여성노인은 배우자가 숨진 뒤 삶을 대비해 오랜기간 일하면서 저축을 늘려 놓아야 함.
- 노인들은 매달 신용카드대금을 결제하는 것을 단순히 근검절약 때문만이 아니라 도덕적 책무로 느끼고 있음. 신용카드를 몹쓸 것이라고 보는 그들의 시각에는 몇십년 동안 체질화한 도덕적 원칙이 자리잡고 있음. 카드사는 노인들의 이런 도덕적 원칙을 흔들어 놓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들의 광고에는 노인들이 사회적 활동은 왕성하지만 경제적 문제나 건강상의 문제로 충분한 역량을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음.
10. 신용카드 없이는 집을 나서지 말라 - 신용카드 제국의 미래
- 제도적관점에서 카드문제를 다룰 경우 금융회사가 현란한 최첨단 마케팅 수법을 동원해, 개인이 빚에 대해 지니고 있는 생각을 뒤바꿔 놓은 점이 가장 중요한 문제임. 특히 시티그룹이 소니와 손잡은 것처럼 은행들이 유명 제조업체와 제휴해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음. 이는 후기산업사회의 가장 역동적 측면이기도 함. 부채는 이런 관점에서 볼때 결코 개인적 문제라고 할 수 없고, 대신 후기산업시대의 사회적 불평등과 개인적 욕망을 최우선시하는 Just do it 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낳은 문제점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음.
- 금융산업 규제완화는 은행간 인수합병을 촉진했음. 75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등록된 은행은 14600개였는데, 2000년에는 9000개로 줄었음. 대신 인수합병을 통해 시티그룹과 같은 대형 금융사가 등장했음. 결과는 주주들의 수익률 상승과 최고경영자에 대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상이며, 반면 소비자들이 얻은 것은 높아진 각종 수수료였음. 실제로 95년 인수합병된 은행의 평균적 시장가치는 장부가보다 1.7배에서 1.9배로 높아졌고 몇몇 은행은 장부가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려나가기도 했음.
- 은행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과 함께 카드사도 돈되는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제휴나 합병을 서둘렀음. 이에 따라 20년전에는 다양한 카드사가 영업을 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현재는 인수합병을 통한 독과점화 현상을 보이고 있음. 80년대 상위 50개 카드사의 회원비중이 전체 60%이하였지만, 2000년에는 상위 5개사가 전체회원의 57%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고, 상위 10개사는 77%를 지배. 카드시장의 독과점은 금융산업을 자유화할 경우 경쟁이 치열해져 소비자들이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했던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거짓말임을 보여둠. 인수합병이후 수수료와 이자율이 높아졌기 때문.
- 전세계의 신용카드시장 확대는 기술적으로 효율적이고 뛰어난 결제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흐름과는 별 상관이 없음. 오히려 미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위기에 몰린 중산층 등이 생활수준 하락을 막기 위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 한마디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신용카드 확대를 낳고 있는 셈. 유럽의 복지시스템이 신자유주의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개도국은 구제금융을 받은 대가로 IMF로부터 요구받은 구조조정 때문에 중산층이 실직 등으로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고, 의료비와 퇴직연금 삭감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음. 미국 이외의 대학생들도 미국식 스타일의 소비생활이나 효율적 결제수단을 바라기 때문이 아니라 중산층 면허증인 대학졸업장을 받기 위해 카드를 사용하고 있음.
- 미국사회가 신용카드 때문에 앓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문제는 이제 전지구화하고 있음. 따라서 반세계화 운동과 함께 신용카드에 대한 저항운동도 지구촌 곳곳으로 조만간 확산될 가능성인 높음. 연회비, 수수로 거부운동에서 카드빚 탕감요구까지 해당국가의 사정에 맞게 벌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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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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