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한 날이 있습니다. 힘들거나 지치는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마음이 가라앉고, 그런 모습이 스스로에게도 낯설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가까운 누군가의 위로나 응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생각이 든다면 마음에 기울여야 순간이라는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26일자 A30 인생 0순위나부터 위로를서점가 마음 돌보기바람 기사는 우리가 스스로와 얼마나 대화를 하며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해줍니다. 작가투에고 최신 저서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에서남의 눈에 비치는 대로, 남이 판단하는 대로 살아가지 말아야 한다 강조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마음 먼저 물어봐야 한다.”

투에고 자아(自我) 충만해야 당당한 삶을 있음을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일화를 통해 일깨워줍니다. “ 여인이 레스토랑에 앉아있던 피카소에게 다가와 냅킨에 무엇이든 좋으니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적절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했다.” 피카소는 쓱싹 그림을 그려준 다음 1만달러를 요구했습니다. 여인이불과 30초만에 그렸잖아요라며 항의하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실력을 얻기까지 40년이 걸렸습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예민한 성격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승화시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치열한 성찰 꼽습니다. “스티브 잡스와 윈스턴 처칠, 아이작 뉴턴, 로베르트 슈만은 매우 예민한 성격을 지녔지만, 예민함을 다스려 디자인과 과학, 음악 등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뒀다.”

작가 김재식 씨는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기보다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 말합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는 없고, 100% 좋은 관계를 만들 수도 없다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만큼 자기 자신을 위해 크게 애쓰지는 않는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내가 나의 소중함을 다른 사람에게도 존중받을 있다.”

김수현 작가는 한국어 고유의 표현인눈치 극복해야 과제로 제시합니다. “우리는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도록 교육 받기보다는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도록 교육을 받았다. 영어에는 대응할 단어조차 없는눈치 한국인은 유난히 발달한 것도, 서양인이 보기엔 자기비하에 가까운 겸손도 이런 문화에서 나온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것의 위험성도 경고합니다. “ 많고 잘나가는 타인의 SNS 훔쳐보며 비참해질 필요 없고, 스스로에게 변명하고 모두에게 이해받으려 애쓰지도 말라 강조합니다. “밥벌이 때문에 참는 것에 자책하지 말고, 타인의 삶과 나를 비교하지도 말자. 그들과 내가 다르다고 함부로 평가하거나 부끄러워 하지 말자.”

한국경제신문 상임논설고문
이학영

Posted by dalai
,

- 비즈니스 SNS이자 구인·구직 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은 아이 러브스쿨, 프리챌과 같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 다. 그러나 링크드인은 전 세계 5억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도 승승장구하 고 있습니다. 가상 커뮤니티 모델에 Freemium 모델을 접목시켰기 때문입니다. 링크드인에 가입하여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고 동종 분야에 종사하는 다른 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하는 비용은 무료입니다. 그러나 구직 정보를 열람하거나 구직 솔루션을 제공받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요즘 Freemium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모바일 서비스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 스마트폰을 켜고 앱스토어에 접 속해 보시기 바랍니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카테고리에 속한 대부 분 모바일 앱들에 '인앱 구매(안드로이드) 혹은 앱내 구매(iOS)'가 표시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의 98%,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95%가 Freemium 모델을 채택한 앱으로부터 발생하 고 있습니다. 어느새 Freemium 모델은 사실상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의 표 준이 된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Freemium 모델이 기본적인 것은 무료로 제공하고 추가적인 것을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면, 앞에서 설명한 질레트 모델과 대체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두 모델은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면도기는 면도날 없이는 쓸 수 없습니다. 레이저 프린터는 토너가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그러나 드롭박 스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2G만으로도 유용할 수 있습니다. 밤낮으로 열 심히 게임에 열중한다면 현질 없이도 높은 승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즉, 질레트 모델에서의 보완 아이템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반드 시 갖추어야 할 필수 아이템인 반면, Freemium 모델의 추가 기능은 굳이 없어도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고 해서 반드시 단 한 명의 승자만이 존재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 오픈 마켓은 네트워크 효과가 매우 크게 작 용하는 시장입니다. 구매자가 많아야 판매자도 많아지고, 판매자가 많 아지면 구매자가 더 늘어납니다. 국내 오픈 마켓 시장에는 11번가, G마 켓, 옥션, 쿠팡 등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오픈 마 켓만을 사용하기보다는 최저가 검색을 통해 그때 그때 가장 저렴한 곳 에서 구매를 합니다. 사용자들이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멀티호밍(multi-homing)이라고 합니다. 멀티호밍이 가능한 이유는 각 서비스들이 차별화된 영역을 보유하고 있거나,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와 구글을 동시에 사용합니다. 맛집을 찾거나 뉴스 검색을 할 때는 네이버를 쓰지만, 전문 정보를 찾을 때면 구글을 사용합니다. 친구들과 의 소통은 페이스북으로 하되, 동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네트 워킹은 링크드인을 사용합니다. 국내에 있는 가족 및 친구들과 메시지 를 주고받을 때는 카카오톡을 쓰지만 해외에 있는 친구 및 동료들과의 연락은 왓츠앱을 이용합니다. 멀티호밍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용자 가 여러 개의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크 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서비스별로 네트워크 효과를 유발시킬 수 있을만큼의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어야 하겠죠.
- 인터넷 출현 초기 웹 브라우저 시장은 1994년 출시된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 (Netscape Navigator)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한 것, PC의 용도가 업무용에서 인터넷을 서핑용으로 바 뀐 것도 넷스케이프 덕분이었습니다. 웹 브라우저 시장의 잠재력을 파악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뒤늦게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를 출시했지만, 당장은 넷스케이프의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95에 익스플로러 4.0을 끼워 팔기 시작하면서 판세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윈도우를 설치하면 익스플로 러가 함께 설치되니 굳이 넷스케이프를 따로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지요. 게다가 넷스케이프는 유료였던 반면에, 익스플로러는 무료였 습니다. 대안 탐색 비용과 구매 비용을 0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전환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 익스플로러는 2000년대 초반 웹 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때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했던 익스플로러는 승리에 취해 성능 업그레이드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새롭고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기보다는 과거 기술 지원에만 급급했습니다. 이 틈을 타고 구글의 크롬(Chrome)이 대안으로 급부상합니다. 빠른 속도와 군더 더기 없는 기능을 내세워 익스플로러를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크롬이 매력적이라고 하더라도, 익숙한 익스플로러를 버리고 크 롬으로 갈아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브라우저 사용법을 익히 는 학습 비용도 문제였지만, 그동안 저장해 놓은 즐겨찾기 목록이 눈에 밟혀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에 크롬은 익스플로러의 즐겨찾기 목록을 그대로 크롬의 북마크로 이식해 주는 기능을 제공함 으로써 전환 비용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즐겨찾기 자동 이식이 크롬이 웹 브라우저 전쟁에서 승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인터넷 접속을 위해 주로 사용하는 도구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기 때 문입니다. 스마트폰 OS 점유율 1위 안드로이드를 보유한 구글은 안드로 이드용 크롬을 출시하여 PC와 스마트폰을 쉽게 연동시켜 주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누구나 지메일 아이디로 로그인만 하면 PC와 모바일 간에 즐겨찾기, 방문기록, 캘린더, 연락처 등이 동기화가 되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사용자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크롬을 사용하면 할수록 잠금 효과가 더욱 커집니다. 이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도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 이 많습니다. 크롬으로 바꾸기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많은 인터넷 서비 스들이 익스플로러에 맞춰서 개발되었기 때문에 다른 브라우저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그 주범은 바로 액티브 X입니다. 액티브 X는 서비스 제공자의 편의성 향상 측면에서는 유용한 기술일지 모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짜증이 나는 기술입니다.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뭐 좀 하려고 하면 자꾸 뭔가를 설 치하라고 하고, 실컷 진행하다 또 설치를 클릭하면 처음으로 다시 되돌 아가기를 계속합니다. 대체 어쩌라는 것일까요? 게다가 액티브 X는 PC 를 악성코드에 감염시키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2015년도에 정부 차원 에서 액티브 X 퇴출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많은 금융 및 공공 서비 스가 액티브 X 환경에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익스플로러를 써야만 하는 것이죠. 액티브 X가 우리나라 사용자들의 전환 비용을 크게 만들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익스플로러에 잠금되어 있는 것입니다.
- SNS 역시 전환 비용이 상당히 큰 서비스입니다. 사용자들이 그동안 올려놓은 사진과 댓글, 사람들과 주고받은 정보가 쌓여 있기 때문에 이 를 포기하고 쉽사리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SNS를 사 용하면 할수록 전환 비용이 커져 가는 것이죠. 그러나 사진과 글들을 그대로 옮길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싸이 월드는 프리챌 커뮤니티에 있던 모든 게시물을 쉽게 옮겨올 수 있게 하 여 프리챌 회원들의 갈아타기를 도와주었습니다. 후발 주자라 하더라도 고객들이 지불해야 하는 전환 비용의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다면, 기존의 승자를 끌어내리고 새롭게 왕좌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기능을 향상시키고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을 전환 비용을 낮추는 데 쏟는 것이 어떨 때는 더 현명한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 플랫폼 비즈니스에서의 네트워크 효과는 반대편 그룹의 네트워크 크기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를 교차 (cross-side)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릅니 다. 한 그룹의 참여자가 늘어나면 다른 그룹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증가하 여 더욱 많은 참여자를 끌어들입니다. 더 많은 참여자가 플랫폼에 진입하면, 반대편 그룹이 느끼는 가치 또한 더욱 증가하는 것이죠. 선순환 단계에 이르 면 게임 끝입니다. 양쪽 그룹이 서로 경쟁하듯 참여자를 끌어들이게 되 면서 플랫폼의 가치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버립니다. 아무리 자금 력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뒤늦게 뛰어든다고 해도, 이미 탄탄하게 형성된 네트워크 효과를 이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핵심 자산은 제품도 서비스도 아닌, 참여자들의 네트워크 그 자체입니다.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 닙니다.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택시의 예를 들어 봅시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 보고 택시 기사들도 재빨리 가입하기 시작합니다. 가입된 택시가 많아지니 승객들은 더 넓은 지역에서 더 신속하게 택시를 잡을 수 있게 됩니다. 밤 12시 강남역 부근에서 택시를 못 잡아 발을 동 동 구르던 사람들도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면 금방 택시를 잡을 수 있다. 는 소문을 듣고 너도나도 가입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순간 직접 택시를 잡는 승객보다 카카오택시로 호출하는 승객이 더 많아집니다. 주저하던 기사들도 어쩔 수 없이 가입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카카오택시에 가입한 택시 숫자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승 객 유치 경쟁이 일어납니다.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콜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점점 콜 잡기가 어려워지자 택시 기사들은 티맵 택시로 이탈하거나 현장 승객을 태우는 데 주력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택시보다 승객이 더 많아지자, 이제는 승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택시가 배정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아예 잡히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을 몇 번 경험하다 보면 결국 타다나 티맵 택시와 같은 다른 차량호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겠죠. 부정적 네트워크 효과는 긍정적 네트워크 효과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확산됩니다. 따라서 플랫폼 사업자는 긍정적 네트워크 효과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초기에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정 수준의 네트워크가 갖춰지면 부정적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할 낌새는 없는지 항상 주시해야 합니다. 
- 쇼루밍과 역쇼루밍,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cross-over) 쇼핑이 널리 확산됨에 따라, 기존의 유통업체들도 이를 회 피하기보다는 새로운 기회로 삼고 적극적인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습니 다. 이른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입니다. 옴니는 라틴어로 '모 든이라는 뜻입니다. 클릭과 회반죽 모델에서처럼 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 인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는 멀티채널(multi-channel)'이 아닙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비롯하여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고객들에게 일정한 소비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것이 옴니채널의 목적입니다.
- 롯데백화점은 회원들에게 스마트 쿠폰북을 제공합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스마트 쿠폰북을 다운로드받아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에서 할 인을 받습니다. 매장에 부착된 NFC 태그를 스마트폰에 읽히면 온라인 쇼핑몰인 엘롯데의 상품 구매 페이지로 바로 연결되어 쇼루밍을 도와주 기도 합니다. 신세계는 백화점, 아울렛,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모든 오 프라인 유통 채널을 쓱(SSG)이라는 하나의 온라인 사이트로 통합했습니다.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루밍과 역쇼루밍 등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그때그때 가장 만족스러운 구매를 할 수 있는 채널이 곧 구매 채널이 되는 것입니다.
- 구독경제가 급속히 확산되는 이유를 경제적 · 사회적 변화에서 찾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만족스럽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얻는 혜택은 명확합니다. 정기배송형은 귀차니즘을 해소해 주고, 렌털형은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며, 무제한형은 건 당 이용료를 지불할 때보다 훨씬 비용 효율적입니다. 그렇다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수요예측입니다. 얼마나 팔 수 있을지 알아야 생산 계획도 세우고 투자 계획도 세웁니다. 하지만 수요예측은 대부분 잘 안 맞습니다. 어떤 달은 생각보다 잘 팔리는가 싶더니, 예기치 못한 이유로 죽을 쑤기도 합니다. 들쑥날쑥한 현금 흐름은 기업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독 비즈니스의 경우 이미 확보한 고객들로부터 대략 얼마만큼의 매출이 발생할 것인지를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꾸준한 수익이 발생하니 불확실성이 사라집니다. 더 이상 불확실한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쏟지 않아도 됩니다. 일회성 거래로 제품을 파는 경우, 한 번 팔았다고 해도 또 팔아야 합니다. 살지 안 살지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꾸준히 지출해야 하는 것이죠. 반면 구독 고객들은 집토끼입니다. 산토끼를 잡는 것보다 집토끼를 지키는 것이 쉽습니다.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마케팅 비용은 줄어들지만 기회는 늘어납니다. 한 상품을 구입한 고 객에게 연관된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교차판매(cross-selling)는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기술입니다. 버거킹이 제공하는 매일 한 잔 무료 커피 를 먹기 위해 매장에 들른 고객들은 햄버거 냄새를 맡고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데일리 샷의 공짜 맥주 한 잔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한 잔만 마시고 갈까요? 안주도 시키고, 같이 온 친구들도 한 잔 더 시킵니다. 구독이 이루어지면 큰 노력 없이도 교차판매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이러한 이유로 신선한 아이템을 내세운 스타트업들이 구독경제에 앞 다투어 뛰어들고 있습니다. 소유 경제하의 전통 강자들도 구독 비즈니 스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구독 비즈니스 결제 시스템을 만드 는 주오라(Zuora)의 창업자이자 '구독경제'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티엔 추오(Tien Tzuo)는 이 세상에 구독할 수 없는 제품은 없다고 주장합니 다. 그러나 무작정 구독경제에 동참하기에는 고려할 사항이 많습니다. 첫 번째는 물론 가격입니다. 초기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너무 저 렴한 금액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됩니다. 한계비용이 제로인 디지털 콘텐츠는 비교적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서비스가 제공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자에 허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택배 한 번 보내 는 비용보다도 저렴한 2,900원으로 한 달 내내 당일 배송과 새벽 배송 을 무제한 무료로 제공하는 로켓 와우 멤버쉽은 단기간에 100만 명 이 상의 국내 고객을 유치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수 조 원의 누적 적자에 서 탈출해야만 하는 쿠팡을 수렁 속으로 계속 밀어 넣고 있는 중입니다. 원래 월 50달러에 영화관에서 하루 한 편씩 무제한으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던 미국의 무비패스(Movie Pass)는 요금을 10달러도 안 되 는 금액으로 내리자마자 1년 만에 300만 이상의 신규 회원을 유치합니다. 그러나 회원들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마다 무비패스는 영화관에 티켓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사실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던 것이죠. 누적된 적자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월 3회로 관람 횟수를 제한합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실망한 고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바람에 회원수가 월 50달러 시절 수준으로 줄어들고 말았 죠. 결국 2019년 9월에는 모든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릅니다. 구독경제 전환을 위해서는 계산기를 신중하게 두드려 봐야 합니다.
- 구독료와 구독자 수의 상충 관계를 고려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요금을 가늠해 볼 수 있어야 하고, 감당이 안 된다면 뛰어들지 말아야 합니다. Freemium 모델을 도입하여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여 고 객을 확보하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대상으로 월정액 구독료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구독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은 고객 유치가 아닌 고객 유지입니다. 잡아 놓은 물고기라고 방심하면 언제 변심해 어장 밖으로 도망갈지 모릅니다. 어장 안에서 계속 머무르게 하려면 저렴한 가격 혜택만으로는 부족합 니다. 고객이 싫증 내지 않도록 항상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야 합니다. 기업이 구독경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자신의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통업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한 번 팔고 나면 관계가 끊겼던 과거와는 달리, 온라인 구독 플랫폼을 통해 회원의 개인 정보는 물론이고 어떤 제품을 어떤 주기로 구매하는지, 어떤 서비스를 좋아하고 싫어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불특정 다 수를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기존의 방식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것이죠. 구독경제에서는 고객의 성향과 취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고객별로 맞춤화된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항상 새로운 경험과 지속적인 감동을 제공해야만 합니다. 추천의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잠금 효과는 커지고, 어장 밖으로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국내에도 렌트더 런웨이를 모방한 의류 구독 서비스들이 등장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얼마 못 가 문을 닫고 말았죠. '월정액 무제한 렌털'이라는 비즈니 스 모델에만 매몰되어 제대로 된 큐레이션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가 구독경제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결코 월정액 무제한 요금제 때문만이 아닙니다. 우수한 성능의 추천 알고리즘 을 통해 계속해서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함으로써 고객이 넷플릭스에 오래오래 머무르게 했기 때문이죠. 구독경제의 핵심은 무제한이 아니라 큐레이션입니다.
- 혹시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짧은 생을 마감한 시티폰을 알고 계시나요? 1997년 전성기를 구가하던 개그맨 김국진이 시티폰을 들고 당당하 게 “여보세요"를 외쳤던 CF는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시티폰은 발신 전용 휴대전화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화를 걸 수만 있고 받지 는 못하는 전화가 왜 필요했을까 싶겠지만, 그 당시 유행했던 삐삐(무선호출기)와 시티폰은 찰떡궁합이었습니다. 집 밖에서 삐삐를 통해 호출 을 받거나 음성메시지를 받으면 연락을 하거나 확인할 방법은 공중전화 밖에 없었죠. 공중전화에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누군가 시티폰 으로 여유롭게 통화하는 모습을 보면 “와우”하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 니다. 시티폰은 얼리어답터에게 매우 매력적인 신제품이자, 일종의 부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데서나 전화를 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직 공중 전화박스 근처에서만 발신이 가능했죠. 와이파이 존에 들어가야 인터 넷 접속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시티폰의 시티를 도시(city)로 알고 있 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무선전화(cordless telephone)를 줄여서 CT 입니다. 즉, 시티폰(CT-2)은 휴대전화라기보다는 가정용 무선전화(CT1)를 확장한 수준이었죠. 그러다 보니 시티폰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가성비가 떨어지는 제품이었습니다. 결국 초기 시장의 얼리어답 터들에게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캐즘을 건너는 데에는 실패합니다. 시티폰이 사라진 결정적인 이유는 이후에 출시된 PCS폰(2G)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초기에 하루 5,000명씩 가입자가 늘어나던 시티폰의 기세 는 PCS폰 출시 이전에도 이미 수그러든 상태였습니다. 캐즘이 생기는 원인은 얼리어답터와 전기 다수의 성향 차이 때문 입니다. 얼리어답터가 선도자(visionary)라면, 전기 다수는 실용주의자 (pragmatist)입니다. 선도자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새 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포착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신제품을 채택합니다. 기술적 결함과 제한된 용도에도 불구하고 시티폰을 채택한 것이죠. 그러나 실용주의자는 위험을 싫어하기 때문에 제품이 아무리 매력적이더 라도, 쓸모가 있다는 완전한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구매하지 않습니다. 시티폰은 전기 다수에게 쓸모 있다는 확신을 주는 데 실패한 겁니다.  두 집단 간의 차이는 흔히 하이테크(high-tech)라고 부르는 첨단기 술을 활용한 제품 또는 서비스에서 더욱 크게 나타납니다. 새롭고 복잡 한 기술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사용해 보지 않고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고, 과연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 이 잘 서지 않습니다. 따라서 캐즘을 건너 주류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서는 얼리어답터와는 전혀 다른 실용주의자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 필 요합니다. 이것이 하이테크 마케팅이라는 분야에서 다루는 핵심 주제입니다.
-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활동을 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이라고 합니다. 사용자는 곧 제 품을 구매한 소비자이기도 하죠. 그런데 소비자 혁신이라고 부르지 않 고 사용자 혁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비자(consumer)는 기업이 의도한 대로 구매한 제품을 사용하는 수동적인 존재인 반면, 사용자 (user)는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학습을 하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 는 능동적인 개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혁신의 개념은 개방 형 혁신이 출현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 한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혁신의 원천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음
- NPE의 무차별 공습이 확산됨에 따라 기업들은 방어 전략 수립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어, 경쟁 기업들이 함 께 NPE 특허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2014년 구글의 주도하에 결성된 LoT(License on Transfer) 네트워크는 요즘 기업들이 특허 괴물의 위협에 어떻게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 다. 구글 외에도 우버, 드롭박스, GM, 넷플릭스 등 이 책에 사례로 언급 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회원으로 가입된 LOT 네트워크의 목적은 특허 괴물의 공격에 대한 면역 체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회원 기업 중 누군가 가 특허 괴물에게 특허를 양도하게 되면, 이 특허는 LoT 네트워크에 가입된 모든 회원에게 자동으로 크로스 라이선싱됩니다. 따라서 특허 괴물이 특정특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이미 회원 기업들은 해당 특허에 대한 합법적인 사용권리가 있기 때문에 절대 시비를 걸 수가 없습니다. 역시 싸움을 많이 하다 보면 맷집이 생기는 법입니다. 
- 시장에 이미 진출한 기업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구축한 특허 전선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에게는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특허 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너도나도 닥치는 대로 일단 내놓고 보자는 식으로 특허를 등록하다 보니, 조금씩 다른 비슷한 특허를 여러 기업이 여러 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제 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개의 유사 특허가 거미줄처럼 서로 촘촘히 얽혀 특허 덤불(patent thickets)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죠.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입니다. 스마트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 기 속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과 더불어 무선통신 기술, 그리고 디자인까지 광범위한 종류의 특허가 필요합니다. 그 수는 무려 25만 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생 기업이 획기적인 기능을 추가한 스마트폰을 새 롭게 만들려고 한다면, 원칙적으로는 25만 개가 넘는 특허의 주인을 일 일이 찾아내어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혼자서 헤쳐나가기에는 너무나 촘촘하게 얽힌 덤불입니다. 특허 괴물과 더불어 특허 덤불의 문제는 많은 이들이 특허 제도 자체 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래된 경제학 이론 중에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 있습니다. 주인이 없는 광 활한 목장에 사람들이 하나씩 자신의 소를 초원으로 데리고 나와 풀을 뜯게 합니다. 주인이 없다 보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소들을 풀어 놓습니다. 아무도 뜯어 먹는 풀의 양을 제한하지 않다 보니, 결국 풀은 다 사라지고 소들은 굶어 죽습니다. 공유 자원을 제한 없이 자유 롭게 이용하다 보면,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결국 모두가 쓸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비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anticommons)은 이와 반대입니 다. 훌륭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발전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너무 많아 아무도 쓸 수 없습니다. 결국 사회 전체 관점에서 보면 손해입니다. 특허 덤불은 비공유지의 비극 그 자체입니다. 
- 제품과 서비스의 통합을 넘어 순수 서비스 비즈니스에 손을 대기 시 작한 애플의 전략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최악의 선택으로 남을지는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은 애플뿐만 아니라 이미 다수의 글로벌 제조기업이 선택한 길입니다. PC를 처음으로 만들었던 IBM은 더 이상 PC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백색 가전' 시장 을 열었던 GE는 더 이상 가전제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이들 기업의 매 출액에서 서비스의 비중이 제품을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입니다. 제품을 만들던 제조 기업이 서비스를 판매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하는 것 은 '제조업의 서비스화(manufacturing servitization) 입니다.
- 세탁기는 제품이지만, 세탁기를 사면 1년간 무상 A/S 서비스가 함께 제공됩니다. 세탁방은 사용 중심(use-oriented) PSS 입 니다. 어차피 필요한 것은 세탁이라는 기능이고, 굳이 제품을 직접 구매 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만 요금을 지불하고 필요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탁소는 결과 중심(result-oriented) PSS입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깨끗하게 세탁된 옷이니 중간 과정이야 어찌 됐든 요금을 지불하고 결과만 얻는 것이죠. 여기서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들이 있 을 것 같습니다. 세탁기는 그냥 제품입니다. 세탁소는 그냥 서비스죠. 
-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서비스화가 이루어지고 있네요. 세상의 모든 제 품이 서비스화될 세입니다. 이른바 모든 것의 서비스화(Everything-as-aService, XaaS)입니다. 그런데 왜 요즘에서야 서비스화가 급속히 진행되 고 있는 것일까요? 예전에는 이러한 생각을 못했던 걸까요? 문제는 기술에 있었습니다. 기술이 따라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항공기 엔진, 타이어, 식기세척기의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에 하고 싶어도 못했던 것이죠. 전기 검침하듯 매 월 식기세척기 사용량을 확인하기 위해 검침원들이 일일이 고객을 방문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생각만 했던 것들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제품 이 하늘 위를 날고 있든,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먼 거리에 설치되어 있 든, 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제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활용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사물인터넷 기술이 없었다면 모든 것의 서비스화는 여전히 상상 속 에서나 존재했을지도 모릅니다.
- 넷플릭스 추천 시스템만의 고유한 강점은 사실 내용기반 필터링에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무려 7만 6,897개의 장르(genre)로 영화를 구분합니다.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netflix,com/browse/genre/n(n 은 최대 다섯 자리 자연수)이라고 입 력하면 각 장르에 속하는 모든 영화가 나타납니다(넷플릭스 로그인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n이 2129이면 1930년대 출간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로맨틱 드라마, n이 2134이면 소름 끼치는 영국 심리 스릴러 입니다. 사용자가 높은 평점을 부여한 영화와 같은 장르에 속하는 영화를 추천하는 것은 가장 간단한 내용 기반 필터링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정도로 만족하지 않음. 새로운 영화가 추가될 때마다 수십명의전문가가 꼼꼼히 영화내용을 분석하여 일일이 태그를 단다. 영화가 얼마나 잔인한지, 얼마나 로맨틱한지,성적 수위는 어느정도인지 등을 36쪽 분량에 달하는 매뉴어을 활용하여 1~5점으로 점수를 매김. 영화의 속성을 더 이상 나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세세하게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넷플릭스 양자이론이라고도 부르는 이 작업을 통해 내용기반 필터링을 수행하기 위한 입력변수가 생성됨. 굳이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지 않고, 영화의 속성점수를 바탕으로 유사도를 측정하여 추천을 할 수도 있음.. 하지만 수많은 속성변수 중에 실제 평점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몇 개안됨. 따라서 사용자가 기존에 본 영화의 속성변수와 평점의 관계를 학습시켜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면 훨씬 정확한 예측이 가능. 예를 들어, 어떤 사용 자는 로맨틱한 정도가 높고, 성적 수위가 낮으며, 잔인함의 수준이 낮을 수록 낮은 평점을 부여한다는 관계가 학습을 통해 발견되었습니다. 이 사용자가 아직 보지 않은 영화들의 로맨틱한 수준, 성적 수위, 잔인함 수 준의 값을 모델에 입력하면 곧바로 평점을 예측할 수 있죠.  영화, 음악, 도서, 의류 등 상품의 종류는 다를지언정 추천 방식은 모두 비슷합니다. 기업들이 현재 활용 중인 추천 시스템은 세부 알고리즘은 조 금씩 다를지라도 추천 방식 자체는 협업 필터링과 내용 기반 필터링이 기본입 니다. 대부분 두 방식을 조합해서 사용하되, 고도화된 머신러닝 모델을 활용해서 성능 향상을 꾀하고 있는 것이죠(협업 필터링과 내용 기반 필터링 자체는 추천 알고리즘일 뿐, 머신러닝 기법이 아닙니다). 요즘은 사용자와 상품 정보뿐만 아니라 위치, 시간, 의도, 채널 등 사용 맥락(context)까 지 고려하는 형태로 추천 시스템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 딥러닝이 강력한 이유는 사람이 알려 주지 않아도 기계가 스스로 어떤 특성(feature)을 집중적으로 학습해야 하는지를 찾아낸다는 데에 있습니다. 기 존의 머신러닝은 기계가 학습해야 할 특성을 사람이 일일이 뽑아 줘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머신러닝을 통해 고양이를 판별하려면 귀의 생김 새와 수염 유무, 털의 형태 등을 집중해서 보라고 사람이 지정해 줘야 합 니다. 반면 딥러닝은 겹겹이 쌓인 은닉층을 통해 자동으로 중요한 특성 을 찾아내 주기 때문에, 그냥 고양이 사진을 통째로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사람이 족집게 과외 교사가 되어 시험에 나올 부분을 알려 주고 공부를 시 키는 것이 머신러닝이라면, 딥러닝은 사교육의 도움 없이 야간 자율학습만으 로 시험을 잘 보는 학생입니다. 인간의 개입이 훨씬 줄어든 딥러닝이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딥러닝의 이러한 특성은 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와 같은 분야에서 특출난 성과를 보 여 주며, 인공지능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딥러닝이 곧 인공지능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인 공지능의 발전은 딥러닝이 견인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전문가 시스템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 아들은 아침마다 네이버 인공지능 스피커 클로바(Clova)에게 “오늘 급식 메뉴는 뭐야?”라고 물어 봅니다. 질문을 알아듣는 방식은 음성 인식 딥러닝입니다. 식품의약품 안전처의 식품안전나라에 접속하여, 회원가입 시에 입력해 놓은 초등학 교 이름을 검색해서, 급식 메뉴를 추출하는 것은 규칙 기반의 인공지능 이죠.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딥러닝은 머신러닝의 한 종류입니다. 요약하면,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의 관계가 성립합니다.
- 동영상에 삽입된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키워드 검색 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곧바로 찾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음성 인식 스타트업 오디오버스트(Audioburst)는 오디오 파일로부터 직 접 정보를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오디오 파일을 매우 잘게 나누어 각 구간마다 자동으로 태그를 다는 방식입니다. 구글 검색하듯 키 워드를 입력하면 키워드가 음성으로 포함된 라디오와 팟캐스트가 검색 될 뿐만 아니라, 키워드가 출현하는 지점까지 알려 줍니다. 바로 해당 지점으로 이동하여 필요한 정보를 들을 수 있는것이죠. 이 기술이 좀더 고도화되어 유튜브에 적용된다면 유튜브는 곧 구글을 제치고 최강검색 포털로 등극하게 될지도 모름
- 현재의 IoT의 모습을 처음으로 가장 그럴듯하게 예견한 사람은 제록스부설 팔로알토 연구소의 과학자 마크 와이저(Mark Weiser)입니다. 그는 1991년 발표한 21세기 컴퓨터(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라는 논문에서 “가장 완벽한 기술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컴퓨터는 조 명 스위치, 온도 조절기, 오븐에 내장되어 세상이 돌아가도록 돕는다”며 미래의 컴퓨터를 예견했고, 이를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라고 불렀습니다. 네, 맞습니다. 2000년대 초반 떠들썩하게 회자되다가 이제는 기억 속 에 잊혀져 간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유비쿼터스는 어디에나 있는(everywhere)'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입니다.  마치 공기와 같이 어디에나 있기에 눈에 드러나지도 않고 인식하지도 못합니다. 즉,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합니다. 언뜻 들어서는 IoT와 거의 비슷하지 않나요? 그 때문에 IoT라는 용 어가 처음 출현한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IoT가 유비쿼 터스에서 말만 바꾼 IT 업계의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했 습니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래도 두 개념 간에는 관점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유비쿼터스는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사람의 입장에서 정의되었다면, IoT는 사물 과 사물이 연결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사물을 중심으로 한 개념입니다. 집 안에서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에어컨으 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 유비쿼터스 관점입니 다. 반면, 스마트폰으로 에어컨을 켜고 끄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IoT 관 점인 것이죠. IoT를 사물 간의 연결로만 본다면 또 다른 조상이 있습니다. M2M(machine to machine, 사물지능통신)입니다. 주로 통신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M2M은 사람의 개입 없이 기기 간에 통신과 제어가 이루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IoT와 M2M의 관계는 명확합니다. M2M이 확장 된 것이 IoT입니다. M2M이 개별 기기들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유무선 네 트워크를 사용한다면, IoT는 각 기기가 인터넷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네 트워크에 연결되어 다른 모든 기기들과 다대다로 연결이 가능합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스마트폰 뮤직앱으로 음악 을 듣는 것이 M2M이라면, 커넥티드카(connected car)가 5G 무선 인터 넷망에 연결되어 주행 중에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고, 이동 경로상의 카페에 커피를 주문하며, 실시간 교통상황을 수집하여 경로를 변경하는 것은 IoT입니다.
- 엣지 컴퓨팅을 클라우드 컴퓨팅과 대비하여 포그(fog) 컴퓨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구름이 높은 하늘 위에 떠 있는 반면, 안개는 지표면 바로 위에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구름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클라우드 기기"로 구성되어 있다면, 엣지 컴퓨팅은 “클라우드 엣지 기기, 구조를 의미합니다. 기존의 구름과 땅 사이에 안개가 새로 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그러고 보면 컴퓨팅의 역사는 집중과 분산의 반복입니다. 처음 컴퓨 터가 탄생했을 때는 그 크기가 웬만한 건물보다 커서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중앙에서 모든 것 을 처리했던 것이죠. 이후 PC가 보급되고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가정과 사무실로 컴퓨팅 자원이 분산됩니다. 그러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또다시 중앙으로 집중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한곳에 모아서 처리했다가 다시 내보내다 보니 속도가 느려진다는 문제가 생깁 니다. 또다시 엣지 컴퓨팅을 통해 가장자리로 분산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엣지 컴퓨팅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단점을 보완하고 보다 정교하게 발전시킨 모델로서 제2의 클라우드 혁명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디자인 도구들  (0) 2021.02.06
핫한 그 회사 진짜 잘나갈까  (0) 2021.02.06
기획자의 습관  (0) 2021.01.21
반도체 제국의 미래  (0) 2021.01.17
리스토어  (0) 2021.01.09
Posted by dalai
,

이 책은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고민에 대한 대처와 위로를 제시하는 명언을 수록한 책이다. 처음에 명언모음이라고 해서 뭔가 뻔한 말들이고, 딱딱하고, 고리타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여러 고민의 내용 자체가 단순하게 괴로울 때, 외로울 때와 같이 두루뭉술한 상황이 아니라, "한 발짝만 더 나아갈 것을 응원하는 명언", "매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생각을 전환해주는 명언", "목표를 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명언" 등과 같이 구체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내용으로 구성된 점이 좋았다.

또한, 격언의 출처가 무척 다양한 점이 특징인데, 고대와 중세 사상가, 철학자뿐만 아니라, 소설/에세이, 방송인, 운동선수, 정치인, 심지어 라디오 방송 멘트 중에서 명언을 뽑아내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나의 미숙한, 서투름에 실망할 때 보면 좋은 명언" 중에는 라디오 방송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에 나왔던 멘트를 소개하기도 한다. 
"오늘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처럼 시작은 모두가 서툴죠. 서투름은 능숙함의 전 단계일 뿐, 전혀 다른 길에 놓인 낭떠러지가 아니에요. 당연히 거쳐야 하는 지점에 선 당신, 발 돌려 주저앉진 말아요.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제 TV도 지겹다. 
이 책의 "읽으면 행복이 찾아오는 명언"의 내용이 요즘의 나에게 가장 마음으로 다가온다.
* 행복이란 넘치는 것과 부족한 거의 중간쯤의 간이역이다. 사람들은 너무 빨리 지나치기 때문에 이 작은 역들을 보지 못한 채 지나간다 (C. 폴록)
* 행복은 나비와 같다. 따라가려 하면 자꾸 손아귀를 벗어난다. 하지만 당신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마 당신 위에 살포시 앉을 것이다. (나타니엘 호손)

위로와 위안은 장황한 스토리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짧고 간결한 명언 한마디가 지치고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걱정이 많다면, 이 책에 나온 다음 티벳 속담을 떠올려 보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피식 하고 웃는 사이에 마음 속의 걱정을 잠시나마 잊어버리지 않았는가?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아이의 첫 미래교육  (0) 2021.02.19
백년식사  (0) 2021.02.17
진실의 흑역사  (0) 2021.01.28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  (0) 2021.01.27
기억하는 인간  (0) 2021.01.27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