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흑역사

인문 2021. 1. 28. 21:14

- 좀 똑똑한 동물들은 의도적으로 용의주도하게 기만을 저지른다는 증거 역시 넘쳐난다. 특히 흥미로운 예로는 기호학자 토머스 A. 세복이 동물도 거짓말할 수 있을까?Can Animals Lie?」라는 책에서 언급한 취리히 동물 원의 '잘생긴 호랑이'를 들 수 있다. 이 호랑이는 “일련의 흥미로운 동작”을 수행하여 의도적으로 방문객들을 우리의 난간 쪽으로 유 인하는 재주가 있었다. 감탄한 방문객이 가까이 다가오면 호랑이는 - 이건 어떻게 완곡하게 말하고 싶어도 말할 방법이 없는데 - 강력한 오줌 줄기를 발사하여 홀딱 젖게 만들었다. 호랑이가 이 짓 을 어찌나 즐겼던지 동물원 관리자는 결국 경고판을 내걸어 방문객들에게 호랑이의 꼬임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해야 했다. 이런 호랑이만 있는 게 아니다. 미시시피의 한 연구 시설에서 사육하던 돌고래는 생선을 주면서 풀장 바닥의 쓰레기를 집어오도독 훈련해놓았더니 쓰레기를 돌 밑에 숨겨놓고는 출출하면 물고 떠올 라 생선을 타가곤 했다. 또 침팬지의 기만행위는 이미 다양한 형 태로 기록된 바 있다. 침팬지는 불안하면 자기도 모르게 씩 웃는 습 성이 있다. 한 침팬지는 등 뒤에 있는 다른 침팬지에게 위협을 받고는 일부러 입술을 내려 이빨을 덮고 돌아서서 겁먹지 않은 것처럼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집단에서 서열이 가장 낮 은 한 수컷 침팬지가 평소에는 자기가 넘보지도 못할 암컷을 몰래 유혹하려고 한 일이 있다. 서열 높은 수컷이 다가오자 그 침팬지는 자신의 발기한 성기를 손으로 얼른 가렸다. 마치 1970년대 영국 섹 스 코미디의 한 장면 같다.
- 기만은 자연적인 현상일 뿐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점차 발전한 능력인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모든 영장류를 관찰한 결 과 대뇌 신피질(포유류에서 언어 등 복잡한 기능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 의 크기와 그 종의 기만 빈도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즉, 뇌가 클수록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것. 복잡한 사회집단 속에서 살다 보면 남들을 속여야 한다든지 하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테니, 그 때문에 뇌가 점점 크고 복잡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인지 능력과 기만 능력이 함께 발달하는 현상은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도 반복된다. 인간의 아이는 보통 두 살 반쯤 되었을 때 처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말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 았을 때다. 처음 하는 거짓말은 단순한 '소망 충족형’ 거짓말이다. 예를 들면 '내가 과자를 먹은 사람이 아니면 좋겠다' 와 같은 바람 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지적 능력이 커가면서 타인 의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남들과의 상호작용에서 벌 어지는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거짓말 솜씨도 이에 발맞춰 일취월장한다.
- 우리가 진실과 허위를 잘 가려내지 못하게 만드는 뇌의 작용은 여러 가지가 있다. 동기에 의한 추론motivated reasoning'이니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이니 하는 다양한 용어로 불리지만, 본질적으로 는 다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무언가를 참이 라고 믿고 싶으면, 우리 뇌는 그 진위를 가리는 일에 굉장히 낮은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이유는 우리의 정치관과 잘 맞아서일 수도 있고, 우리가 가진 편견에 들어맞아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소망을 충족해줘서일 수도 있다. ( '혹 시 내가 스페인에서 파는 복권에 당첨됐을지도 몰라. 구입한 적은 없지만 하는 수준의 허황된 소망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어떤 사실을 믿고 싶으면 뭔가 구실을 만들어서 허황된 주장도 그럴싸 하게 포장하곤 한다.
- 당시엔 뉴스를 갈구하는 사람들을 이처럼 어이없게 바라보는 시선이 팽배했을 뿐 아니라, 인쇄물의 폭증이 인간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리라는 불안감도 만연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정보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고, 불길한 말들이 나돌았다. 1685년 프랑스 학자 아드리앵 바예는 이렇게 암울하게 예측했다.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기세로 폭증하는 서적으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수백 년은 로마제국 멸망에 뒤이은 수백 년에 못지않은 야만시대로 퇴보 하리라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한 가지 더 오늘날과 똑 닮은 점은, 그러한 정보 과잉이 마치 그 시대  읽을거리가 너무 많다는 하소연을 수천 년간 해왔다. 심지어 성서에도 그런 말이 등장한다. 구약의 전도서 12장 12절에는 “책을 쓰려면 한이 없는 것이니, 너무 책에 빠지면 몸에 해롭다” 라는 글귀가 나온다. 서기 1세기의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책이 넘쳐나면 정신이 산만해진다”라고 불평하기도 했다.)
- 요즘은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말이 어디서나 흔히 들린다. 그 리고 그 말뜻도 단기간에 어이없이 바뀌어버렸다. 원래는 (2016년 까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뉴스처럼 가장한 허위 기사'를 뜻했다. 면, 지금은(2017년부터) 정치인에 관한 내용인데 그 정치인의 마 음에 들지 않는 모든 글'을 뜻하고 있다(2017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를 시작한 해 - 옮긴이). 그렇지만 'fake' 라는 단어가 언론 분야에서 의 미가 바뀌어버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 단어가 언론계에 처 음 등장했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에도 아주 비슷한 일이 일어난 적 있다. 보통 '날조, 위조, 가장'을 뜻하는 faking' 이라는 단어는 그 이전 까지 주류 담론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도둑, 사기꾼, 배우 등 일부 불미스러운 직업군에서 쓰이는 은어였을 뿐 이다. 앞서 뱀 기사를 연구했던 언론사학자 터커에 따르면, 그 용어는 1880년대 말 바야흐로 새로운 직업군으로 발돋움하고 있던 언론인 업계에 상륙했다. 그런데 그 말뜻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 다. '저지르면 업계에서 매장당하는 죄악' 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몇몇 연구자들에 따르면 'faking' 즉 '꾸며내기는 언론인의 필수능력으로 여겨졌다.
- 보스턴 헤럴드가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난 1926년 7월, 멘켄은 거기에 착안해 후속 기고문을 썼다. 거기서 그가 남긴 말로 답을 대 신하는 게 최선일 듯하다. 멘켄이 남긴 말은 언론업의 생리를 꽤 신 랄하게 꼬집으면서, 동시에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꿰뚫고 있다. 거짓이란 현실의 따분한 제약에 얽매일 필요가 없기에 본래 진실 보다 유리하다는 것. 멘켄은 이렇게 적었다. “진실의 문제는 대체로 불편한 데다가 따 분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는 뭔가 더 재미있고 위안을 주는 것을 추구한다. 욕조의 실제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것을 파헤치는 일은 끔찍한 작업일 테고, 그렇게 고생해 봤자 나오는 건 아마 일련의 평범한 사건들일 것이다.” “내가 1917년에 지어낸 허구는 최소한 그보다는 나았다.”
- 엉터리 지리 정보는 과거에 아는 게 부족했을 때나 판쳤던 것이지 위성사진과 구글 지도가 있는 오늘날과는 무관한 먼 옛날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게, 과거에 잘못 알려졌던 정보가 오늘날까지 살아남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그런 정보가 구글 지도에 버젓이 들어간 사례가 적어도 한 건 있었 다. 그 주인공은 오스트레일리아 앞바다 수천 킬로미터 해상에 있 다고 알려졌던 '샌디섬' 이다. 100년 넘게 지도에 그려져 있었는데, 2012년 오스트레일리아 측량선이 이 섬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나 가다가 섬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일대에 수심 1,000미터 이내인 지점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구글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이 섬을 지도에서 황급히 지웠다고 한다. 이렇게 허구의 땅이 생명력을 지속하는 것도 어찌 보면 놀랍지 않은 게, 인간은 땅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땅은 생활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돈이 될 수 있다. 그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멕시코만의 유카탄반도 북쪽 바다에 있다고 했던 베르메하섬 이다. 16세기에 처음 지도에 등장해 20세기 초에 이르러서는 지도 에서 거의 사라졌던 조그만 섬인데, 갑자기 운명의 반전을 겪게 된 다. 멕시코 정부가 그 섬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멕시코만 유전에서 꽤 넓은 구획의 채굴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것이 다. 그래서 멕시코 선박들이 여러 해 동안 상상의 섬을 열심히 찾 았지만 허사였고, 결국 섬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 러나 현재까지도 많은 멕시코인들이 그 자리에 섬이 한때는 있었 던 게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몇몇 멕시코 국회의원은 CIA가 섬을 폭파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간의 땅에 대한 착각은 '동기에 의한 추론 motivated reasoning'에 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워낙 강해 증거를 결론에 끼워 맞추는 것이다.
- 보스턴대학교 법학 교수 타마르 프랭클은 『폰지 사기의 수수께 끼The Ponzi Scheme Puzzle」(2012)라는 책에서 금융 사기꾼들의 이모 저모를 살펴보았다. 그들이 공통으로 보이는 성격적 특성은 대부분 놀랍지 않았다. 이를테면 공감 능력 부족, 강한 자기애, 과한 탐욕, 자기 정당화 성향 등이었다. 사기꾼들은 범행이 발각되면 부인하고 발뺌하면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일을 남들 탓으로 돌린다. 자기도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행동을 했다고 믿으며 자신의 행동을 옹호하기도 한다. 즉, 남들도 하나같이 다 사기꾼이고, 피해자들 역시 탐욕스럽고 부도덕한 자들이니 당해도 싸다는 것이다. “정직한 사람에게 사기 못 친다” 라는 옛말처럼 말이다. (물론 틀린 말이다. 얼마든지 칠 수 있다. 정직한 사람 중에도 못 말리는 호구가 많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사기꾼들은 그 밖에도, 프랭클의 말 을 빌려 말하자면 “비현실적인 꿈과 강렬한 야망에 중독”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프랭클은 사기꾼의 기술을 배우의 기술에 빗대어 “사기꾼은 자신이 오래도록 꿈꿔왔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라고 주장한다. 나라 하나를 통째로 그려낸 맥그레거의 꿈은 보통 사람의 꿈과 비교할 때 조금 더 비현실적이고 강렬했을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는 같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기꾼이 자기 거짓말을 정말 스스로 믿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사기꾼 본인의 행동을 잘 설명해줄 뿐 아니라, 사람들이그를 믿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스스로 믿으면 남들도 믿게 된다"라고 프랭클은 말한다.
- 디매러가 신분을 밥 먹듯 바꾸고 중책을 쉽게 맡을 수 있었던 것 은 당시 미국 사회의 구조적 특성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 교나 지역 유지 등 알 만한 사람들에게서 (자기가 사칭하는 가짜 인물 에 대해) 추천서를 매번 다발로 받아낸 덕분에 쉽게 뜻을 이루어나갈 수 있었다. 추천서는 모두 그대로 받아들여져 그의 신분 증명이 되었다. 일단 조직에 발을 들여놓고 나면, 어떤 행동을 해야 자리를 확실히 보존할 수 있는지 잘 알았다. 크라이튼의 『위대한 사기꾼』 에 적힌 구절을 빌리면, 디매러의 가장 중요한 통찰은 “어느 조직에 나 쓰이지 않고 남아도는 권력이 있기 마련이며, 그것은 누구도 적 으로 만들지 않고 손에 넣을 수 있다”라는 사실이었다. 비단 사기꾼의 전기뿐만이 아니라 회사에서 잘나가기 위한 처세술 책에도 아주 잘 들어맞을 원리다.
- 대다수 정치인은 거짓말을 하더라도 가끔씩만 한다.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는 여느 사람과 똑같이 단순하고 바보 같은 이 유에서 할 때가 아주 많다. 이를테면 불편한 대화에서 발을 빼려고, 자기의 직무 능력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아니면 열애 사실을 무슨 이유에서건 감추려고 말이다. “범죄가 아니라 은폐가 문제다it's not the crime, it's the cover-up”라는 말이 닳아빠진 경구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즉, 정치인이 몰락하는 이유는 기껏해야 좀 부끄러울 만한 일이 대중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고 한 거짓말 때문인 경우가 아주 많다. (오해할까 봐 덧붙 이자면, 그 구절은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잠시 후에 간단히 살펴보겠지만 그 사건은 물론 은폐 공작도 있었으되 범죄자체가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그렇다면 우리의 통념 속에 정치와 거짓말이 그렇게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하게 엮여 있는 이유는 뭘까? 문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 문제는, 정치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을 꼭 더 높은 비율로 끌어들이지는 않는다 해도(그런 내용의 연구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누가 좀 해주기 바란다), 일단 그런 성향이 있는 사람에 게 그 재주를 아주 공공연하게 펼칠 기회가 한껏 제공되는 장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벽촌의 작은 영농 지원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은 일어나서 아침밥 먹기 전에 여섯 번은 거짓말할 기회 가 있다. 그뿐 아니라 거짓말하기 좋은 무대와 잘 들어주는 청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항상 듣기 좋거나 화를 돋우는 거짓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곧 좋은 시대가 온다거나, 우리가 고생하는 게 누군가의 탓이라거나, 세상은 복잡하거나 애매하지 않고 흑과 백으로 시원하게 가를 수 있다거나 하는 말들 말이다. (방금 얘기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는 독자가 있다면, 본인 얘기일 가능
성이 높다.) 두 번째 문제는, 나랏일을 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안 하는 게 정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누구나 마주치는 '정직이냐 거짓말이냐'라는 선택의 갈림 길에서, 정치인은 정직을 택했을 때 손해를 볼 만한 요인이 훨씬 많 다. 벽촌의 작은 영농 지원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이 고객의 이메일 에 깜박하고 답장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래 봤자 양 몇 마리가 어디 갇혀서 못 움직이는 사태가 초래될 뿐이다. 물론 양을 키우는 농장주에게는 나쁜 소식이고, 회사는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 직원은 경 위서나 시말서 따위를 써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거짓말하기보다. 는 잘못을 깨끗이 털고 혼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반면, 내무부 장관이 출입국관리 관련 이메일에 답장하는 것을 깜박했다면, 14만 명의 성난 유권자들이 공항에 발이 묶일 수도 있 고, 황색신문들은 난리를 칠 텐데, 그럴 때 “뭐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지요. 앞으로는 잘해야지요” 한다고 사태가 좋아지진 않을 것이 다. 우리는 말로는 늘 정치인들이 더 정직해지면 좋겠다고 하지만, “아이고, 제가 사고 한번 크게 쳤습니다. 이번에 많이 배웠고 다음 부터는 더 잘하겠습니다” 하고 솔직하게 나오는 정치인이 있다면 국민들이 딱히 칭찬해줄 것 같지는 않다. | 그뿐 아니라, 지도자가 거짓말을 하면 정말로 엄청나게 많은 사 람이 죽기도 한다. 전쟁 등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일은 대중의 뇌리에서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다.
- '일단 된다고 우기기' 자세는 경영 분야에서 용납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업가 정신의 필수 덕목으로 꼭꼭 가르칠 정도다. 제일 좋아하는 SNS가 링크드인LinkedIn인 부류의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맨손 창업 성공담 따위와 함께 말이다. 한 예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생한 계기는 빌 게이츠가 (같이 일하던 친구 폴 앨런인 척하면서)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로 알려진 '알테어’ 의 제조사 사장에게 전화한 일이었다. 게이츠는 알테어에서 구동되 는 소프트웨어를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게 있다고 했다. 사장 에드 로버츠는 감탄하며, 와서 시연해달라고 했다. 계획 성공이었다. 문 제는 게이츠가 한 말이 전혀 사실무근이었다는 것. 게이츠와 앨런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놓기는커녕 만들려고 아직 시작도 하지 않 은 상태였다. 두 사람은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시연 날짜까지 남은 두 달 동안 미친 듯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알테어 컴퓨터가 없 어서 소프트웨어가 잘 돌아가는지 테스트도 못 해봤지만, 약속 장 소에 가서 시연에 성공했다.  '일단 된다고 우기기' 작전의 성공 사례는 그 밖에도 물론 많다. 범위를 '세계 유수의 미국 IT 회사'로만 한정해도 그렇다.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아이폰을 선보여 세상을 감탄시켰던 순간도 그런 예다. 전화기의 개념을 바꾸어놓을 “혁신적이고 마술 같은 제품”이 라고 당당히 선언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애플에서 그때까 지 아직, 제대로 작동하는 아이폰을 만들지 못했던 것. 시제품이 있 었지만 계속 다운되고, 작동이 멎고, 전화가 끊기곤 했다. 샌프란시 스코의 모스코니 컨벤션 센터를 가득 메운 열광적인 관객 앞에서 생중계로 시연에 나선 잡스는 이 앱 저 앱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실 행해가며 아이폰의 획기적인 성능과 사용성을 여유롭게 뽐내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정확히 짜인 순서에 따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기기를 조작했을 뿐이다. 그것은 애플의 엔지니어들이 고민 끝에 찾아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조작 순서였다. 물론 게이츠와 잡스가 오늘날 전 세계의 경영대학원 수업 자료에 꼭꼭 이름이 올라가는 이유는, ‘우긴' 다음에 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단 직감적으로 결단을 했는데, 실제로 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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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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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잉 대출은 과잉 생산을 초래하여 대출의 질을 악화시킨다. 결코 모호하지 않다. 너무나 많고 많은 새 주택이나 사무실 빌딩 혹은 다른 어떤 것'이 생겨났다면 위기가 뒤따른다. 방대한 과잉 건축과 과잉 역량은 마찬가지로 방대한 양의 과잉 대출을 통 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과잉 건축과 과잉 역량은 금융 위기의 핵심에 있다. 금융 위기는 거의 항상 몇 년간의 짧은 시기에 발생한다. 한 해에 특정 동네에 하나의 새로운 고층 콘도미니엄이 지어졌다면 문제가 되 지 않지만 그것이 10개라면 짧은 기간에 그 초과분을 소화할 세입자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과잉 대출은 과잉 역량을 초래하여 처음에는 건전했던 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다. 이 책에서 검토한 거의 모든 금융 위기는 그에 앞서서 GDP 대비 비율로 민간 부채의 비약적인 증가가 선행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1960년대 후반의 미국, 1990년대의 영국, 1970년 대의 프랑스, 1980년대의 독일과 같이 원만한 민간 대출의 증가의 시기는 금융 위기를 촉발하지 않았다. 특히 주요 선진국의 정부 (혹은 공공) 부채는 지난 위기 이후까지 금융 위기의 큰 요인이 아니었다. 위기가 발생하면 수습은 시간과 새로운 자본을 통해서만, 즉 자연스런 성장이 과잉 시설을 흡수할 시간과 타격을 입은 대출 기관과 회사를 회생시킬 새로운 자금을 통해서만 수습될 수 있다.
- 위기는 확실하기보다는 불가피하다. 경제학자들이 파괴적인 요소를 기술하기 위하여 널리 사용하는 문구인 '외부 충격’은 종종 나타난다. 하지만 과잉 생산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시점에서 위기를 촉발하 는 데 외부 충격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과잉 대출과 과잉 생산만으 로 위기는 일어날 수 있다. 어느 시점에서 비극은 시작되도록 되어 있다. 시장의 참가자들은 대출 중 너무 많은 금액이 상환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점차 인식한다. 대출이 줄어 든다. 건설이나 다른 기업 활 동이 둔해진다. 대출 기관은 곧 위기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격을 지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가치 평가를 높게 하여 부동산 대출을 계속하는 것이지만 대출을 계속하면 더 나쁜 부채를 만들어낸다. 그러 나 대출이 줄어들면 가치가 하락하여 문제 대출을 노출시킨다. 대출 붐이 가져오는 좋은 시절은 너무 좋고 반전이 가져올 나쁜 시기는 너무 나 빠서,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사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뉴스를 받아들이기를 주저한다.
- 대출의 빠른 증가는 금융 위기의 최선봉이다. 우리들이 완전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1945년 이후의 금융 위기를 검토해 본 결과 GDP 대비 민간 부채 비율이 5년에 걸쳐서 15~20% 이상 증가하고 GDP 대비 전체 민간 부채 비율이 150%에 이르거나 초과하면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이 과거의 검토와 미래의 판단에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지표이다. 더 중요한 사안은 과잉 시설이나 과잉 생산이 얼마나 있는가와 해당 국가의 대출 기관에 대한 정책적 통 제 능력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이 임계치를 훨씬 초과했지만 정부가 위 기와 관련된 모든 구성 요소(대출 기관, 차입자, 규제 당국)를 소유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상대적으 로 완전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전후의 시기에 47개국의 데이터베이 스에 이 거친 공식을 적용해보면 이 간단한 공식이 그 시대의 약 80% 의 '재난'을 예측할 수 있었다. 여기서 재난은 금융 위기 혹은 GDP의 2% 감소 또는 둘 다를 의미한다. 부채의 빠른 증가는 형성되고 있는 과 잉 생산 역량에 대한 측정 가능한 지표이다. 심각한 금융 위기는 대부분의 경우에 그에 앞서서 신용붐이 일어났다. 드문 경우지만 민간 부채가 앞서서 빠르게 증가하지 않았을 때에도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특히 1800년대의 사례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듯이 부채가 아주 빠 르게 증가하면 GDP 대비 민간 부채의 비율이 150% 미만이라도 생산 설비의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부채 비율이 낮으면 민간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더라도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 면 전체 부채의 비율이 낮다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처럼 그 사회에 과잉 생산 역량이 초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 문이다. 다시 말해 부채의 급속한 증가가 위기를 초래할 것인가의 여부는 대출 붐 이전에 존재하는 사회의 생산 역량(그것이 주택이나 사무실 공 간이든 다른 범주이든)과 관련이 있다. 민간 부채의 수준이 GDP 150% 이 상인 경우는 기존의 생산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과 대출 붐이 일어나 생 산 역량이 추가되면 쉽게 과잉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스티브 킨 Steve Keen 이 보여준 것처럼 민간 부채가 전반적으로 높을 때 새로운 대출이 감소하면 경제의 총수요를 감소시킨다. 민간 부채가 낮을 때는 그렇지 않다.
- 민스키의 견해에 따르면 대출 기관은 먼저 '헤지(hedge) 대출에서, 즉 원금과 이자를 현금 흐름으로부터 상환할 수 있는 대출에서 출발한 다. 그 다음에는 현금 흐름으로는 원금이 아니라 이자만 갚을 수 있는 '투기적’ 대출로 이동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금 흐름으로는 이자와 원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자산이나 기업체를 팔 아야 하는 '폰지(Ponzi)’ 대출로 이동한다. 경제의 한 부문에서 대출의 경향이 폰지 범주에 가까워지면 위기의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 시스템 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취약한 상태로 이동하고 위기를 촉발시키는 급 작스러운 붕괴가 일어나는 순간은 종종 민스키 순간Minsky Moment 이라 불 린다.  나는 민스키의 생각에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겠다. 대출 기관이 이 같은 투기적인 폰지 유형의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각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들이 행복감에 빠져서 차입자의 미래 현금 흐름을 너무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는 경우나 대출을 실행한 후 경쟁 여건이 불리하게 변하는 경우에도 그들은 진심으로 헤지론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을 수도 있다.
- 미국의 스카이라인 구조는 대공황이 드리운 검은 그림자를 상징 적으로 보여준다. 뉴욕의 크라이슬러 빌딩(Chrysler Building), 엠파이 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 RCA 빌딩, 시카고의 머천다이 즈 마트(Merchandise Mart), 리글리 빌딩(Wrigley Building), 트리뷴 타워 (Tribune Building), 필라델피아의 PSFS 빌딩(PSFS Building), 로스앤젤레스의 시티 홀(City Hall), 달라스의 코턴 익스체인지 빌딩(Cotton Exchange Building), 디트로이트의 피셔 빌딩(Fischer Building), 휴스턴의 걸프 빌딩 (Gulf Building), 이 건물들은 1920년대에 이루어진 건축적 위업이자 경제 붕괴 이전에 일어난 부동산 분출의 산물이다. 많은 건물들이 부동산의 실제적인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추진되었던 투기적 프로젝트의 유산이다. 이 건물들은 대출이 여전히 가능했던 1920년대 말에 건설되기 시작했고 경제 붕괴 이후 대출 기관들이 공사의 완공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돈을 댔거나 그렇지 않으면 대출이 이미 부실화된 상황에서 완공되었다. 어떤 것도 투자자들이 처음에 가졌던 생각에 비춰볼 때 사업적으로 성공적이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그 빌딩들은 완공 이후 10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에 일부 혹은 거의 전부가 비어 있었다. 대출 기관들도 희열에 도취되어 있었다. 부동산에 대한 엄격한 수요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대출이 이루어졌다. 사실 그랬기 때문에 건설될 수 있었다. 건설 붐이 일어나면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서 고용이 늘어난다. 하지만 너무 많은 건설이 실제적인 수요보다는 자금 조달 능력에 기반해 있었기 때문에 유효 수요가 뒷받침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동자가 고용되었다. 플로리다에서는 사기로 얼룩진 악명 높은 부동 산 열풍이 불었다가 1926년의 허리케인 때 처참한 종말을 맞았으며 그와 비슷한 일들이 미국의 많은 주요 도시, 특히 뉴욕과 시카고에서 일어 났다. 
- 대출과 다른 부채의 축소(강제적이든 아니든)는 이 시기에 가장 파괴적인 사건이었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지출을 붕괴시켰 다. 지출과 투자를 급격히 위축시킴으로써 건전한 수천 개의 기업에게 도 타격을 가했고 결국 GDP가 큰 손상을 입었다. 예를 들어 은행이 건전한 소매점에게도 대출을 조기 상환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재고 대출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매출은 직접적인 타격에 더해서 추가적으로 절반가량 더 줄었다. 재고 대출이 적을수록 재고를 줄일 수 밖에 없고 이는 매출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건전한 소매상이라 하더라 도 재고 대출을 완전히 상환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대개 문을 닫아야 했 다. 이로 인해 수천 개의 주택과 기타 자산이 어쩔 수 없이 매각되었다. 그래서 가정들은 겁을 집어먹고 지출 행동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그로 말미암아 부채 부담이 없는 사람들까지 두려움을 느꼈고 많은 사람들 이 현금을 비축했다. 이 설명이 바로 어빙 피셔 Irving Fisher가 제시한 부채 디플레이션의 이론이다. 
-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1980년대 초 시행했던 저축대부조합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특히 그 업계가 곤 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대출 권한을 부여한 것은 결국 1980년 대 중반의 무분별하고 잘못된 대출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1980년대 후 반과 1990년대 초반에 8백 개의 주택대부조합이 파산했고 거의 5천 개 의 주택대부조합이 부실해지거나 자본 부족의 상태에 빠졌으며 결국 1,600억 달러의 구제 비용이 들었다.  규제 완화 혹은 보다 정확히 말해서 규제의 조정은 저축대부조합 위기뿐만 아니라 여러 위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1824년에 주식회사의 설립을 허용한 영국의 법률은 1825년 위기를 일으켰다. 어느 나라에서든 대출과 관련된 법률 및 규정의 변경은 항상 일어나고 있으며 기업 및 대출 공동체는 항상 더 다양하고 확장된 유형의 대출을 수행하기 위하여 '규제 완화'의 시도를 한다. 성장은 기업의 필수 요건이며 대출은 그 수단이다. 새로운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이 반드시 위기를 운명처럼 만드는 것은 아니며 많은 위기는 그것 없이도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산업계는 대체로 금지를 우회하여 자신의 길을 혁신할 수 있다. 문제는 규제 완화 가 위험한 신용을 용이하게 하는가의 여부와 그 정도이다.
- 위기 이후에 대출과 관련한 법률이나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경우 가 자주 있지만 위기 이후의 많은 입법은 대체로 사실상 이미 뒤늦은 사후약방문이다. 월드컴 Worldcom 및 엔론 Enron 사태 이후에 등장한 2002년의 사베인스 옥슬리법 Sarbanes-Oxley Act 과 대불황 이후 등장한 2010년 도 드-프랭크법 Dodd Frank Act 이 그러한 사례이다. 그 입법들은 직전에 일어났던 위기를 막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며 다음에 일어날 위기의 양상을 예견하지는 못한다. 이 두 법은 도움이 될 만한 조항만큼이나 부담스럽고 불필요했을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이 통과되면 업계는 신속하게 그 중 많은 것을 뒤엎거나 피해가려고 하며 그렇게 해서 종 종 성공한다. 이 줄다리기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어 왔으며 항상 있을 것이다.
- 1991년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무용 건물, 아파트, 호텔, 주택, 콘도미니엄, 아니면 대지이든, 부동산 가격 은 1991년 초부터 다음해 3월까지 평균 15.5% 하락했다. 이 추세는 1993년까지 계속되었는데 가격은 1993년까지 추가적으로 18% 하락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종종 대출 급증이 불러온 사태의 본질이 드러나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가격은 약 300% 올랐다. 그 같은 가격 상승은 호황 이전의 가치로의 복귀도 그만큼 극적일 것이라는 의미했다. 물론 문제는 은행이 부동산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담보로 사용했 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가치가 하락하는 순간부터 대출은 더 이상 완전 히 담보되지 않았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수록 은행의 부실 채권은 쌓여갔다. 가격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부동산 가치를 계속 높 이 평가하며 대출을 계속 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위기의 함정이다. 대출이 지속되는 동안 부동산 가치는 뒷받침되지만 부동산 대출이 느슨해 지면 가격은 하락하고 대출은 손상을 입는다.  이 지점에서 (아마도 1990년대 초), 일본의 금융 위기는 불가피했다. 대출과 채무증서는 1985년부터 1990년까지 340조 엔 이상 늘어났다. 당시의 달러로 계산하면 대략 2.4조 달러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90조 엔 이상이 부실 대출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은행 산업의 자본과 지준금은 단지 35조 엔에 불과했다. 엄청난 수의 빌딩과 주택이 텅 비었고 대출에 대한 심판의 날은 다가왔다. 정부도 재앙을 막을 수는 없었고 단지 나쁜 뉴스가 전해지는 속도와 최종적인 피해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이었다.
- 일본의 은행 산업과 정부는 1930년대의 미국보다 더 오랫동안 그리고 더 철저히 문제의 인식을 거부하는 태도를 취했다. 일본은 자산 가치가 다시 반등하고 경제 활력이 되살아날 것으로 정말 믿고 싶어했다. 이러한 태도와 정부의 암묵적인 지원 때문에 산업 부문의 자금 조달은 지장을 받지 않았고 정부는 또한 예금 보험을 전략적으로 부각 시켰기 때문에 어떤 '예금 인출 사태'도 없었다. 자산 가격의 붕괴가 1990년과 1991년에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1998년까지 은행 산업에 개입하여 자본을 충당하지 않았고 2000년대 중반에 가서 야 이 과정을 완료했다. 거의 15년이 걸렸다.  이렇게 현실 인식을 거부하는 태도의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 다. 자산 가격 하락의 속도와 규모가 인식 능력을 훨씬 넘어섰다는 것이 다. 혹은 그것을 파악할 수 있었더라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금융 위기를 불러오는 악성대출의 규모는 거의 언제나 막대해서 손쉽게 흡수하기가 힘들다. 만약 일본(중앙)은행이나 규제 당국의 누군가가 은행 산업의 향후 8년간 손실이 65조 엔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면 자산 가치 하락에 대한 정확한 계산의 결과라고 해도 정신 나간 이야기로 묵살되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관련자들은 땅값이 반등하지 않거나 순조로운 상승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91년 붕괴 이전까지는 부동산 가치의 하락은 없었으며 많은 땅을 소수가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판매 가격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가치는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 었다.  일본인들 스스로가 기록적인 월등한 경제적 성공을 계속 이어 나갈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고 그런 요구를 받고 있는 분위기에서 전반적인 사회적 압력은 그들이 계속 성장을 추구하도록 박차를 가했다. 어떤 은행도 대출과 수익 하락의 첫 사례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은행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나 다른 불투명한 관행을 통해서 대 출 손실의 인정을 지연하는 방법을 배웠다.
- 1990년대에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라오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많은 아시아의 소국들은 급속한 GDP 성장과 함께 각자의 방식대로 경제적 기적을 경험했지만 그 나라들의 통화와 증권 시장이 1997년 7월을 시작으로 무너지면서 경제의 급격한 단절을 겪었다.  이 위기는 종종 외환 위기 혹은 심지어 국가 부채 위기로 특징지어 지지만 아시아 위기는 거의 모든 금융 위기와 마찬가지로 우선 무분별 한 민간 부채의 위기이다. 1997년 위기가 시작될 즈음에 한국의 GDP 대비 민간 부채의 비율은 5년 만에 28%나 증가했고 GDP 대비 민간 부채의 전체 비율은 164%에 달했다. 정부 부채는 단지 GDP의 12%에 불과했다. 한국의 통화인 원(Won)은 몇 년 동안 큰 변동 없이 거의 같은 범위 내에서 움직였다. 그런데 대출이 걷잡을 수 없이 수년에 걸쳐 일어난 후 투자자, 예금자, 거래상들은 차입 비율이 과도하 게 높은 한국의 기업 차입자들이 부채를 제대로 상환하지 못해서 그들 에게 대출해준 은행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파편적인 여러 증거들을 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외국 투자자들과 대출 기관들은 자신들의 자금을 빼내서 해외로 옮겼다. 이런 일이 일어나자 한국의 통화는 폭락 하고 금융 파산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일은 이미 수년간에 걸쳐 무분 별한 대출이 이루어진 한참 후의 일이었다. 은행들이 대출을 너무 많이 해주었고 기업 차입자들의 부채 부담 이 과다하다는 인식이 널리 공유되었다.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민간 부채는 1992년부터 1997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부채보다 훨씬 규모가 컸던 기업 부채가 주범이었다. 일본 산 업과 연관된 기업들이 이 대출의 상당 부분을 가져갔기 때문에 일본의 성장 둔화에 따른 위험에도 노출되었다. 
- 일본이 그렇게 오랫동안 관용을 보이다가 은행들을 구제했다는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면 파산했을 수 있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영업을 함으로써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인들은 항상 가장 높은 가치를 사회적 통합에 부여하며 이것은 90년대를 지탱해온 바로 그 요소이다. 거의 사회적 단절이 없었다. 위기의 정점기에 실업률은 일본에게는 예외적으로 높은 수치였지만 다른 주요 위기를 기준으로 하면 여전히 낮았다.  일본이 침체에 빠지자 정부의 세수는 줄었고 지출은 증가했으며 그 시기 이래로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36%까지 치솟았 다. 이 수치는 미국의 2배가 넘는다. 일본의 대규모 정부 적자는 어떤 의 미에서 역사상 가장 큰 케인스주의적 실험을 의미한다. 수요 진작을 위한 정부 지출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GDP 성장이 반응을 했지만 정부 지출 증가의 규모를 고려하면 희망했던 수 준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일부 저명한 일본인 경제학자들은 최근에 일본의 은행 산업 구제 방식이 2008년 미국의 방식에 비해서 성공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보다 압축적인 시간 일정에 따라 문제를 처리했지만 더 큰 GDP 위축과 높은 실업을 경험했다.ㅜ일본의 방식이 이미 정해진 것이었는지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계 획한 것이었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그 방식은 결과적으로 단절과 실업을 완화했지만 일본 경제가 매우 높은 수준의 민간 부채로 고심 하게 만들었다. 어느 경우나 마찬가지겠지만 더 나은 방법은 처음부터 1980년대 후반의 무분별한 대출을 억제하거나 완화하는 방법이었다.
- 2008년 위기를 사후에 분석하는 과정에서 '신용 평점', 특히 FICO 점수로 알려진 산업 표준의 용도에 대해서 분석이 많이 이루어졌다. 일 반적으로 FICO 점수가 670 이상인 주택 담보 대출 차입자들은 '우량 (prime)' 차입자로 간주되었고 그보다 낮은 점수의 차입자들은 '저신용(subprime)'으로 분류되었다. 많은 대출 기관들은 FICO 점수를 차입자위험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로 해석하는 실수를 범했다. 그것은 결코 그 렇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실제적인 위험은 수많은 요인에 따라서 변한다.
한가지 예를 들면 FICO 점수가 700이면서 착수금을 내지 않은 차입자와 FICO 점수가 700이면서 30%의 착수금을 낸 사람은 위험의 정 도가 다르지만 대부분의 대출 기관들은 그 차이에 주목하지 않았거나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높은 착수금이 요구되고 총부채 상환 비 율(debt-to-income ratio: DIR)이 낮다면 대출 기관은 지급의 원천이 두 개 이기 때문에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는 차입자의 소득으로 매달 지불을 하는 것이 충분할 수 있고, 두 번째는 집의 매각 대금이 대출금을 감당하고 남을 수 있다. FICO 점수는 이 차입자가 과거에 신뢰할 만 했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준다.  그러나 착수금이 업소 압류와 매각을 실행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택의 매각은 실제로 손실을 낼 수 있으며 직업이나 소득에 대한 증명이 없다면 차입자의 소득으로 변제할 수 있는지를 확 신할 수 없다. 더욱 문제가 복잡한 것은 신용 조사 기관의 서류에 기록 된 것이 드문, 이른바 '금융 정보가 부족한(thin files)’ 젊은 신규 차입자는 출발할 때 상당히 높은 점수를 할당 받았다. 그렇지만 그 점수는 실 제적인 신용 활동을 하게 되면 빠르게 변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우 량'으로 평가를 받은 상당수 대출이 정당하게 평가한다면 우량에 미치 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맹목적으로 신용 평점에 의존함으로써 주택 담보 대출 시장은 근본적인 실수를 범했고 이 실수는 최종적으로 수십 억 달러의 손실을 낳았다.
-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2008년의 글로벌 대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 예측 실수의 사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미연준의 의장인 앨런 그 린스펀과 전 미국 재무장관 티모시 가이트너 Timothy Geithner 를 포함한 정 책 입안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위기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불가능하다. 고 서둘러서 주장했다. 일부 사람들은 대재앙을 예측하기 너무 힘들다. 는 의미에서 2008년을 검은 백조에 비유했다. 벤 버냉키가 이 무지몽매함의 전형이다. 2004년 2월, 그는 '대완화(The Great Moderation)'라는 연설을 했다. 그 연설은 열정적으로 수용되었고 그 뒤 자주 언급되었다. 그는 그 연설에서 “지난 20년 동안 경제적 풍경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거시 경제적 변동성이 실질적으로 감소한 것이며 내 입장에 서는 통화 정책을 개선한 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아마도 대완화 의 중요한 요인이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까 | 그가 이런 말을 하고 있던 시점에 주택 대출의 열풍은 거세게 불고 있었다. 그가 인용한 지난 20년간의 대완화는 결코 온화하지 않았다. 여 기에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고공 행진을 하던 인터넷 주 식의 첫 번째 붕괴뿐만 아니라 저축대부조합 위기, 정크 본드 위기 및 1980년대의 많은 위기들이 포함된다. 버냉키의 망각은 그 후 3년간 계속되었다. 그는 집값이 떨어지고 대출 산업이 무너지기 직전인 2005년 7월에 “주택 가격은 전국적으로 하락한 적이 없다”고 말 했다. 그의 연설은 대공황기에 있었던 주택 가격의 급락을 아주 편리 하게 무시해버렸다. 3개월 후인 2005년 10월 20일, 그는 주택 부문에서 '투기적 활동'이 늘고 있음을 인정했지만 "전국적 차원의 가격 상승은 대체로 강한 경제 기초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1 얼마 후 2006년 2월 15일에 그는 “주택 시장은 약간 냉각되고 있다. 우리의 기대는 활 동 감소 또는 활동둔화가 완만해져서 주택 가격이 아마도 계속 오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5월 28일에 또 다른 연설이 있었다. 그는 “그러나 이 상황에서 비우량 주택 시장의 문제가 전체 경제 및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마도 수습될 것 같다”고 말했다. (sy 2008년 1월 10일은 우리가 이후에 경제 침체가 이미 시작된 때로 파악하고 있던 시 점이다. 그때 버냉키는 “연준은 현재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 고 읊조렸다. 어쨌든 2008년 위기를 예측하고 전망하거나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예측할 수 있으려면 일반적인 모델에 포함 되지 않은 데이터인 민간 부채를 다른 곳에서 찾아봤어야 했다. 실제로 스티브 킨 Steve Keen, 윈 고들리 Wynne Godley, 앤 페티포 Ann Pettifor 등과 같은 이단적 경제학자들의 작은 집단은 정확히 그렇게 했다. 그러나 그들의 분석과 경고는 무시되었다.
- 정책 입안자와 규제 당국은 부동산, 에너지, 학생 대출을 포함하 여 대출 영역의 신용 확장을 개별적으로 추적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역사적 분석에 기초하여 우려의 징후를 나타내는 임계치를 설정해 야 한다. 이것은 중앙 당국이 모든 대출 활동의 기록들, 다시 말해서 대 출에서 파생된 금융 수단에 대한 전체 및 개별 영역별 정보를 계속적으 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도 영역별 정보 와 파생 상품에 대한 정보가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기록하는 총 대출 정보에 포함되지 않는 새로 등장한 대출 형태가 있다. 규제 당국의 최우선 임무의 하나는 대출 및 파생 상품의 정보를 포괄적이고 완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역사를 재검토하면서 불건전한 대출 관행이 개입되지 않은 금융 위기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불건전한 대출 관행은 중요하고 분명했을 뿐만 아니라 터무니없이 경솔했으며 결코 사소하거나 분간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2008년 미국 위기를 초래했던 2003년부터 2005년까지의 주택 담보 대출 정책은 필수 계약금을 약간 낮추거나 차입자의 소득 증명을 조 금 완화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 대신에 필수 계약금과 수십억 달러 대출 에 대한 소득 증명을 완전히 없애 버렸다. 1920년대와 1980년대에 부동 산 개발업자들이 자신들의 부동산 개발 계획에 대출을 해주기 위해서 저축 기관을 매입하는 것은 최악의 이해 충돌이었다. 그러한 예는 수없이 많다. 이 위험을 감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출 기관의 신용 정책의 세세한 항목이나 증권화와 담보의 정확한 구조를 해부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것들은 항시 변동해서 그것들을 억제하는 법규와 규정 의 효력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체적으로 그리고 영역별로 대출 총계를 측정하는 것이다. 대출 증가가 GDP에 비해서 예외적인 곳에서는 거의 확실히 대출 기준이 완화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문제에는 규제 당국이 필요에 따라 개입해야 한다. 
- 일부 독자들은 높은 민간 부채 비율을 가진 나라는 어떻게 그 비율을 줄일 수 있는지(기술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어떻게 부채 감축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할 수도 있다. GDP 대비 민간 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는 이 론적으로 간단히 절제를 하면 부채가 GDP보다 빠르게 증가하지 않도 록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그 비율은 개선된다. 그러나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장기적으로 보면 그러하다. 그 대신에 한 나라의 민간 부채 감축은 항상 세 가지 수단 중 하나 를 통해서 일어난다. 첫째, 공공 부채의 증가로써 상쇄하는 것. 이 방법 은 그 자체의 문제를 낳는다. 둘째, 매우 높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이 것은 매우 고통스런 방법이다. 셋째, 대규모 수출 흑자를 내는 것. 이것 은 무역의 반등 없이는 유지하기 힘들다. 이 세 요인의 어느 것도 없는 조건에서 민간 부채를 줄이는 것은 자산 가치의 하락을 가져오고(왜냐하면 부채 증가가 자산 가치를 증가시킨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결국 GDP를 축 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부채는 채무 조정이나 탕감이라는 포괄적인 전략을 통해서 감축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매우 논쟁적이며 정치적으로 공정성과 재분배 문제를 동반한다. 그래서 이 방법은 널리 사용된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2009년에는 대출 기관이 주택 담보 대출의 잠식 부분을 탕감해주는 포괄적인 조치를 실행할 수 있었다. 이 조치는 대출 기관이 미래의 매각 이득에 참여하는 것을 대가로 차입자를 지원하고 그와 동시에 회계 및 규제 혜택을 통해서 대출 기관의 피해를 줄여주는 것 이다. 만약 이 조치가 실행되었다면 경기 회복의 속도나 정치적 환경면에서 크고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 상업은행은 신용 화폐의 창조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교과서는 예금이 대출을 낳는다고 상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출 이 예금을 일으키고 화폐를 창조한다. 그 반대가 아니다. 현실의 신용 화폐의 창조 과정에서 상업 은행은 금리, 경제 조건, 다른 투자 대상 등 을 고려하여 특정 고객에게 대출할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은행 이 고객에게 신용을 주기로 결정하면 현금의 형태로 대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예금 계좌에 금액을 기록한다. 그 금액은 곧 수표, 계좌 이체, 현금 카드 등을 통해 지불 행위에 이용된다. 이처럼 신용 창조와 함께 예금과 화폐가 창조된다. 현실에서 은행가들이 지불 준비금의 상태를 확인하고 대출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 빈James Tobin 1978-2002)은 “은행장의 펜에 의해서 창조되는 만년필 화폐”라고 불렀다. 그는 은행장이 대출을 승인하고 차입자의 요구불 예금 계좌에 입력하면 화폐가 창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화폐는 창조되지만 은행의 대차대조표나 본원 통화는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상업 은행이 대출할 때 반드시 새로운 저축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리고 상업 은행은 지급 준비금을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릴 수 있다. 앞서 언급 했듯이 은행은 지급 준비금의 양을 확인하고 대출하지 않는다. 은행도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 기업이기 때문에 이윤 전망이 높으면 먼저 대출 을 하고 이후 지급 준비금을 맞춘다. 중앙은행은 상업 은행의 최종 대부자이기 때문에 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정확히 인용했듯이 이 과정을 가장 잘 해명한 학자는 하이만 민스키 Hyman Minsky (1919~1996) 이다. 민스키에 따르면 '경제를 피할 수 없는 위기로 몰아넣는 메커니즘은 민간 부문(투자자, 은행, 기업)의 걷잡을 수 없는 투기와 부채 누적이다.
- 저자는 채무 면제를 통한 민간 부채의 청산이 고대 문명(바빌론, 이집트, 이스라엘 등)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문명에서 평민들의 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않는 수준으로 늘어났는데, 이 상황은 통치자의 입장에서 용인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채무에 시달 리는 평민들이 바로 세금을 내고 병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 었다. 그래서 새로운 왕이나 정복자는 인민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부채를 탕감하는 정책을 자주 선택했고 이스라엘에서는 그 정책은 희년 (jubiliee)이라고 불렸다. 그리고 저자의 관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이뤄진 일종의 '희년'이 독일의 경제 기적의 토대가 되었다. 저자는 이 같은 관점에서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선진 경제권의 경 제적 성과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에 충분할 정도의 민간 부채 탕감의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현재 논의되 는 부채 경감의 여러 방안들을 검토한다. 우선 파산법(bankruptcy law)을 차입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개정하는 것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법이 파산에 관대하다면 대출 기관들은 대출에 보다 신중할 것이고 그 결과로 GDP 대비 민간 부채 비율이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다른 부채 경감의 방 으로서 금융 위기 시에 대출 기관과 차입자의 사정을 감안하는 법규 제정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2008년 위기 때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을 때 정부와 규제 당국은 대출 기관들이 차입자의 대출 원금을  보 가치 수준으로 낮추도록 하고 차입자는 그 대출을 장기간(예를 들어 30년)에 걸쳐 갚을 뿐만 아니라, 만일 이후에 차입자가 집의 매각을 통해 서 이익을 얻게 되면 그 일부를 대출 기관과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만 약 이 같은 계획이 2008년 위기 때에 입법화되었다면 수백만의 차입자 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며 미국의 회복 속도는 훨씬 나았을 것 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학자금 대출을 경우에는 차입자들이 상환 기간 을 10년으로 늘려주고 그 대신에 사회 봉사 활동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최근 제안하고 있는 '헬리콥터 머니'도 하나의 방안으로 본다. 그는 개인에게 직접 주어지는 헬리콥터 머니가 지출 의 증가와 민간 부채 감축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정부나 중앙은행이 민간 부채를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은 정부 부채를 늘리거나 중앙은행의 자산 손실을 야기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래서 그는 최종적이고 가장 근본적인 방안으로서 정부에 의한 국가 화폐(Sovereign Money) 혹은 공동 화폐(Common Money)의 발행을 제안한다. 그는 책 전체에 걸쳐서 정부 부채는 민간 부채에 비해서 큰 문 제가 아니라는 관점을 견지한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 부채의 감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면 정부 부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부채를 경감시킬 방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 방안으로서 '부채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화폐를 창조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사실 이 방안은 매우 급진적인 것으로서 영국에서 중앙은행이 확립된 1800년대 초반 이전에 정부가 직접 화폐를 발행하던 국가 화폐 발행 체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영국에서 중앙은행 체제가 확립되고 다른 나라들이 이 체제를 도입하고 난 이후에 모든 정부는 세수 이상의 지출 이 필요할 경우 국채를 발행하여 재원을 마련했다. 그리고 대공황 이후 대다수 국가가 금 본위제에서 벗어난 이후 정부가 발행한 국채가 중앙 은행이 본원 통화를 공급할 때 매입하는 자산의 유일한 원천이 되었다. 저자의 제안대로 정부가 공동 화폐를 발행하면 정부는 더 이상 정부 부채를 질 필요가 없다. 정부가 세수 이상의 화폐가 필요할 경우에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를 직접 발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현재에도 미국과 영국에서는 재무부가 전체 통화량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주화를 발행한다. 정부가 주화를 발행하면 중앙은행이 자신이 발행한 은행권으로 정부로부터 주화를 매수해서 통화 정책을 실행하면서 경제 내로 공급한다. 저자는 (미국과 영국이) 주화를 발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공동 화폐를 직접 발행하여 정부의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즉 정부가 민간 부채를 인수해서 민간의 부채를 줄이고 그로 인해 늘어난 정부 부채를 공동 화폐로써 청산하자는 것이다. 저자의 제안은 아주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 만 그의 방안은 200년의 금융 위기 역사를 심층적으로 연구한 이 책의 자연스런 결론이다. 그는 최근 논문의 결말 부문에서 자신이 발전시킨 화폐와 부채에 대한 이론'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1) 오늘날 주요국 경제에서 모든 화폐는 부채에 의해서 창조된다. 2) 경제 성장은 새로운 화폐의 창조를 필요로 한다. 3) 따라서 모든 경제 성장은 높은 수준의 부채를 불러온다. 4) 부채는 이자가 붙기 때문에 항상 GDP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다. 5) 따라서 현재 경제 체제에서는 민간 부채의 탕감 방안을 성공적으로 도입하지 않는다면 금융 위기이든 장기 침체이든 경제적 재앙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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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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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자본전쟁

경제 2021. 1. 28. 21:12

- 2018년 IMF가 전망한 것처럼 글로벌 GDP는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가? 이에 대해 로버트 고든 등 많은 경제학자는 일찍이 장애요인들을 지적하고 나섰다. 첫째,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령화 추세다. 고령화는 일인당 노동시간을 줄이고, 결국 일인당 생산성을 떨어 뜨릴 것이라는 우려다. 둘째,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등교육 수요 감소 추세다. 교육비 상승이 고용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셋째, 소득 불평등 심화이다. 미국에서 1993년부터 2008년 사이 평균 가계소득 성장률은 1.4%였으나 소득 하위 99%의 성장률은 0.75%에 불과했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52%를 점유했다. 넷째, 오프쇼어링의 확산이다. 저임금 기반의 오프쇼어링은 선진국 생산기반의 공동화를 초래했다. 다섯째, 에너지 소비와 환경오염 문제다. 규제가 신흥개도국의 성장을 막을 것이라는 우려다. 여섯째, 가계부채의 증가이다. 2020년 현재 전 세계 가계부채는 GDP 대비 60% 수준으로 무려 47조 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조 달러 증가한 수치다.” 
- 사실 일본의 급성장이 1985년 이후 꺾인 이면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그룹의 환을 전쟁이 있었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까지 미국 의 성장을 이끈 것은 금융자본이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시동을 걸기 시작한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의 IT산업이 2004년 이후 성장세를 가속화 하면서 2009년 주저앉은 미국의 경제성장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신성장엔진으로 부상했다. 미국의 성장 독점은 미국경제 자체보다는 금융산업 과 IT산업이 바톤을 주고받으며 이끌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성장 독점에 대한 가치적 도의적 판단은 무의미하다. 어찌 보면 성장 독 점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진정한 성장엔진인지도 모른다. 현대 자본주의의 기반을 마련한 2차 산업혁명 시대의 힘의 원천이 자연독점에 의한 거대 기업의 탄생이었듯이, 세계화된 지구촌 경제에서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끄는 힘이 성장 독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국가 내에서 발생하는 독점의 폐해는 독과점방지법이나 공정거래규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로 통제할 수 있지만, 글로벌 지배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국제 교역과 글로벌 가치사슬에서는 힘과 힘이 부딪칠 뿐 합리적 통제 메커니즘이 작동할 리 만무하다.
-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경영학 분야에서 가장 모범적인 기업으로 회자되었던 GE seneral Electrie 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GE는 복 합기업으로서의 특성상 금융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이다. GE의 시가총액은 금융위기 때 가장 극적으로 하락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E의 재무적 성과로부터의 기대는 2007년 이래 2017년까지 2 내외에서 안정세를 보여 왔다. 그리고 PSR은 금융위기 때 를 제외하고는 동기간 동안 재무적 기대를 상회하는 선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 그런데 2017년이 지나면서 이러한 추세는 급반전을 이루면서 급락하 게 된다. 재무적 기대가 하락하면서 비즈니스 컨포먼스가 크게 하락하 고, 다시 시가총액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최근 3~4년간의 GE의 위기 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 내용을 재무적 관점에서만 보면, 첫째 GE의 매출은 2009년 1,825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서서히 하 락, 2019년에는 1,216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그런데 더욱 최악인 것은 2018년 처음으로 78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더니 그 규모가 2019년 에는 224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 GE의 사례는 기업가치와 관련해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그것은 자본시장이 기업에 대해서 갖는 기대가 좋은 시절에는 상당한 비재무적 프리미엄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상황을 만드는 가장 기 본적인 전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 기업의 존재 이유인 창출가치, 즉 매출이 감소하면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 어떤 상황에서도 손실을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은 일시적 손실은 참으나 지속되는 손실은 참지 못한다.
- 가치창출은 새로운 가치 영역을 발굴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을 통해 가치가 유통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가능하다. 아미트와 조트는 일찍이 가치창출 메커니즘, 즉 비즈니스 모델로서 네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첫째가 '새로움'으로, 과거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제품은 2000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제품이다. 둘째, 효율성'이다.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시간, 자원, 돈을 절약해주면 소비자는 가치를 느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6시간 걸리는 기차와 2시간 걸리는 기차가 있을 때 소비자는 세 배 빠른 기차를 선택한다. 셋째, '보완성이다. 케이블TV와 인터넷을 묶음 구매하면 각각을 따로 구매할 때보다 30% 저렴한데, 묶음 구매를 안할 이유가 없다. 이를 보완성이라고도 하고 시너지라고도 한다. 마지막은 '단골 효과다. 단골가게를 정하면, 믿고 살 수 있으면서 할인도 되고 마일리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처음 가는 가게보다 단골가게를 선택하는 이유이다.
- 세계경제는 1990년대까지 저성장 단계에 머물러 있었지만, 안으로 인터넷 기반 세계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내부에너지를 축적해 왔다. 그렇게 축적된 에너지는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을 쌓아갔고, 2000년 4월 이 버블이 꺼지면서 세계경제는 약 2년간 자숙기를 갖는다. 자숙기가 끝나자 2003년부터 세계경제는 인터넷 기반의 글로벌 아웃소싱과 오프쇼어링 이라는 세계화 바람을 타고 급성장기로 접어든다. 급성장기는 인터넷 경 제라는 엔진을 달고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고 그렇게 축적된 부는 고성장기 후반인 2006년~2008년간 금융거품을 만들어낸다. 2008년 고위험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하늘로 치솟던 금융 부문의 거품이 일시에 터지면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이는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어 2009년의 GDP를 크게 떨어뜨린다. 그러나 이후 대대적 양적완화 등으로 실물경제의 회복은 빠르게 이어지나 후유증으로 발생한 유럽 지역의 재정위기는 2015년 결국 그리스 국가부도로 이어진다. 2000년부 터 2019년까지 두 번의 외부충격을 겪으면서 세계경제의 급성장세는 충 격을 받을 때마다 탄력을 잃어갔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성장 단계별 평균 연간 성장액은 점차 줄어들었다.
- 이런 와중에 새로운 외부충격의 에너지가 세계경제 내부에 축적되고 있었는데, 2017년 이후 트럼프가 주도해 온 미국기업의 리쇼어링 확산과 노골화된 미중 무역분쟁이 그것이다. 사실 돌이켜 보면, 2000년 이후 세 계경제 성장을 떠받친 힘은 이른바 세계화에 의한 IT 기반의 국제 분업과 이 과정에서 유럽의 독일, 아시아의 중국, 일본, 한국 등이 형성한 글로벌 공급사슬(Global Streply Chain 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의 역할과 비중은 매우 커서 이 시기 중국은 일명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의 금융산업과 제조업이 오프쇼어링된 저임금 기반의 '세계 공장' 을 통해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었고, 이는 다시 세계경제 성장의 중국의 존도를 크게 높여 갔다. 2018년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새로운 세계적 추세는 리쇼어링과 미 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탈세계화의 분위기이다. 2019년 말, 2020년 초에 들어서자 이들 추세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글로벌 팬데믹의 발생이다. 누구도 상상 못했던 일이 세 계경제의 방향 전환 국면에서 발생하여, 2000년 이후 약 20여 년 동안 지 속되어 온 세계경제의 성장 패러다임 자체가 붕괴될 위기를 맞은 것이다. 미래 부의 향방을 모색하면서 과거의 연장선을 그릴 수 없는 이유는, 이번 충격이 우리가 과거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충격이 면서 이 충격이 상태 전이'라고 부를 만큼 커다란 경제성장 패러다임의 전 환기와 함께 나타났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 세계경제의 향방과 이에 따른 글로벌 부의 재편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 탈세계화와 글로벌 공급사슬 재편은 코로나 사태처럼 단기적이며 즉 각적인 충격은 아니다. 다소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중장기 패러다임 전환에 가깝다. 그러나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리쇼 어링에 의한 세계 공장의 탈중국화와 중국경제와 세계경제 간 디커플링을 가속시킨다면, 그 여파는 즉각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최선의 시나리오는 미중 갈등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면서 중국이 새로운 체제하에서 세계 공장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한편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중 갈등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중국의 정치경제체제가 서방 세계와 극한적인 대척점에 서고 그 여파로 중국이 세계 공장의 지 위를 완전히 잃는 것이다. | 결국 우리가 향후 맞을 미래의 세계경제는 이 두 가지 환경요인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 시나리오 1. 노 스완
노 스완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2020년 내 종식되고 세계 공장으로서의 중국의 역할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 리오하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2020년 2분기에 정점을 찍고 하반기 에는 점차 수그러진다. 2020년 상반기에 렘데시비르를 비롯해 일부 치료 제가 FDA의 승인을 받고, 백신은 2020년 말까지 가시화된다. 그 결과 세 계경제는 2021년부터 코로나 사태 이전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복귀한다. 2020년 전반기에 전 세계가 입은 경제적 손실로 인해 미중 간 무역대 립은 2019년 말 체결된 무역합의를 상호 준수하는 선에서 봉합된다. 양국간 무역합의는 순조롭게 실행되어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는 수년에 걸쳐 점차 완화된다. 미국의 GDP는 무역적자 해소에 따라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중국의 GDP는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여기에 중 국의 금융시장 개방 확대로 미국의 대중국 투자와 자본이동도 증가한다. 이 시나리오하에서 세계경제는 기본적으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되어 온 경제회복의 트렌드를 유지한다. 다만 코로나에 의한 충격으 로 2020년 글로벌 GDP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보다 크게 역성장을 하 고, 실물경제가 입은 상처를 회복하는 데 2년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 코로 나 사태로 인한 충격의 강도는 선진국과 개도국에게는 크게, 중국에게는 작게 나타나지만 세 개의 경제권 공히 2008년, 2015년의 충격보다는 더 크게 타격을 입는다. 이 시나리오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중국제조 2025 전략의 골격은 그게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반도체, 소 프트웨어/서비스, 정보통신서비스 등 일부 가산업 분야에서 중국은 서 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거나 일부 분야에서 추월하기도 한다.
* 시나리오 2. 화이트 스완 
화이트 스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2020년 내 진정되고 2021년 초에 는 세계경제가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복귀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중국 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의 책임을 놓고 갈등이 심화 확대된다는 시나리오다. 갈등은 코로나 사태의 책임공방으로 시작되나 피해국들의 법적 제소와 중국의 반발이 커지면서 점차 대치 국면으로 확대된다. 예 컨대 미중 간 무역합의가 천재지변을 이유로 깨지고 미중 간 관세전쟁은 재점화된다. 디커플링은 중국에 대해 주요 선진국이 갖게 될 감정에서 비롯되어 국제교역 파트너로서의 중국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린다. 그러나 공급선을 바꾸고 자국에 생산기반을 다시 구축하는 것, 중국시장 공략을 목적으로하는 직접투자를 되돌리는 것은 선진국에게 막대한 비용과 기회손실을 유발한다. 따라서 디커플링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생산기반 재구축, 제조 업 부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의해 주도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과 손실은 디커플링을 지체시킨다. 디커플링에 의해 중국경제와 선진국 경제 간 무역이나 직접투자, 기술 이전 등은 중장기적으로 점차 축소되고, 이 빈 곳은 선진국의 리쇼어링과 공급선 다변화, 그리고 인도, 베트남, 멕시고 같은 개도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으로 채워진다. 그 결과 중국 이외의 개도국에게는 해외직접투자와 일자리 증가, 이로 인한 GDP 성장 등 새로운 성장기회가 열리는 반면 선 진국에게는 저임금 기반의 오프쇼어링을 대체할 새로운 생산시스템 구축압박이 증가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재정과 금융권의 부담은 증가하나 선진국과 개도국에게는 새로운 투자기회가 발생하여 장기적으로 경기활성화로 이어진다.
* 시나리오 3. 그레이 스완 Stay Seun
'그레이 스완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2020년 중에 진정되지 않고, 2020년 겨울을 지나 2021년 초 재확산함으로써 경제활동에 대한 제약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하에서 세계 공장으로서 중국의 역할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생산저하 및 원상회복의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2019년 말 체결된 미중간 무역합의가 계속 유 효한 상태에서 양국간 갈등은 표면화되지 않는다. 급증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반감과 법적 제소에 대해 중국이 채택한 여러 가지 눈에 보이지 않는 무마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에 따라 많은 국가의 이기적 행위나 독자 정책이 표면화되면서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코로나 사태의 책임을 놓고 중국에 대한 비난이 증가하고 법적 책임공방이 격렬해지나 현실적으로는 단기적 경기부양, 급증한 실업의 해소, 재난지원금 지급 등 국가재원이 단기 처방에 집중, 소진됨에 따라 디커플링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장 기적 과제로 남는다. 코로나 사태가 2020년 후반은 물론 2021년까지 진정되지 않음에 따 라 2020년 글로벌 GDP는 노 스완 시나리오에 비해 3~4%포인트 더 하 락한다. 회복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도 늘어난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로 국가재정이 취약한 국가에서부터 재정위기가 불거지기 시작하며 이는 다시 선진국의 부담을 증가시켜 세계경제의 성장기반을 약화시킨다. 그 결과 세 개의 경제권 중 중국경제는 작게나마 성장하는 반면 선진국과 개 도국의 경제는 성장 정체 또는 일부 역성장으로 전환된다. 세계경제가 바야흐로 성장 정체 시대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 시나리오 4. 블랙 스완 Hack. Swan
'블랙 스완'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생각과 달리 쉽게 증식되지  않고 오히려 2020년 겨울 재확산돼 풍토병으로 자리를 잡는데 더해 이 사태를 종식할 백신과 치료제는 여러 가지 부작용과 효과 검증의 어려움으 로 난항을 겪는 시나리오다. 코로나 사태가 지루하게 지속되면서 각국이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중국을 향한 선진국의 비난 은 중국과의 거래 회피나 단절, 법적 분쟁으로 확대된다. - 그 결과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중국에게 책임을 묻고 탈중 국화 정책이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되면서 수입선 전환이 대대적으로 진행 된다. 이 움직임에 대응하여 중국은 중국으로 진출한 선진국 공장에게 불이익을 주고, 이는 다시 선진국 오프쇼어링 공장의 대대적 중국이탈을 가속화시킨다. 이 시나리오하에서 리쇼어링에 의한 탈중국화는 코로나 사태로 입은 경제적 손실에 추가해서 이전 비용과 재훈련 비용 등 막대한 전 환 비용을 발생시킨다. 코로나 사태의 심화로 인한 경제위기는 재정이 취약한 국가에서부터 나타나 일부 국가에서 모라토리엄이 이어지고, 이에 대한 IMF 등 국제금 융기구의 지원 역시 예전 같지 않아 코로나 사태는 제2의 글로벌 금융위 기로 번진다. 결국 블랙 스완 시나리오에서 세계경제는 2008년 세계 금 융위기와 2015년 그리스 국가부도 사태가 겹친 정도의 충격을 입으며 경제대공황의 위기에 직면한다. 이 시나리오하에서 가장 크게 경제적 타격을 입는 경제권은 중국이다. 세계 공장으로서의 중국의 입지는 대폭 축소되고, 중국경제는 세계경제 와 완전히 분리된 독립경제로 운영된다. 중국과의 무역은 내수 용도의 제 품과 서비스 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개도국은 국가마다 입장이 갈리는데, 인도, 베트남, 멕시코와 같은 국가는 글로벌 공급 사슬의 재편 과정에서 성장기회를 갖는 반면, 태국처럼 관광, 컨벤션, 엔터테인먼트 등을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하던 국가는 수요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선진국은 코로나의 장기화로 대량실업과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대공황의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나 대대적 재정투자를 통한 경기회복이 필요한 만큼 디커플링에 따른 글로벌 공급사슬 재편을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게 된다. 즉 중국으로부터 리쇼어링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저임금 인력 중심의 해외 오프쇼어링 공장을 리쇼어링 하면서, 고생산성의 로봇공장 인프라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한다. 이는 물론 재정 여력이 있는 선진국에게 해당하는 전개다. 결국 블랙 스완 시나리오하에서 세계경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 운 패러다임의 경제체제로 전환되며, 이 전환을 주도하거나 전환에 동참 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 부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독일, 한국, 대만, 멕시코, 인도 등이 대표적인 수혜국가로 부상하는 반면 중국은 세계 공장의 지위를 완전히 잃고 파워 국가에서 보통국가로 전락한다. 블랙 스완 시나리오하에서 새로운 세계경제 체제가 자리잡기까지 는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그 이전까지 즉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일종의 구조개편 과정으로서 세계경제는 큰 고통을 겪으나 2025년 이후부터 새로운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세계경제 는 새로운 재도약의 기회를 잡게 된다.
- 한가지 주목할 것은 바로 디커플링의 장기적 효과이다. 디커플링은 탈 세계화와 글로벌 공급사슬의 재편을 상징하는데, 디커플링의 장기적 결 라는 탈세계화 56 보다는 재세계화에 가까울 것이라 는 점이다. 따라서 디커플링은 단기적으로 상당한 전환 비용을 발생시키 지만 전환기에 구조조정이 완료되고 나면 세계경제는 다시 성장 국면으 로 걸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림 46)에서 디커플링이 진행되지 않는 노 스완과 화이트 스완의 경우 회복은 빠르나 장기적으로는 성장에너지가 약화되는 반면, 디커플링이 진행되는 그레이 스완과 블랙 스완의 경우에는 회복세는 더디지만 구조조정 효과와 성장 에너지의 축적으로 2025년 이후 새로운 재도약의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국제분업 구조의 변화와 함께 리쇼어링에 의한 글로벌 공급사슬 재편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새로운 시장수요를 만들어낼까? 이를 상상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단 소비지 중심으로 입지된 생산 공장의 경우 리쇼어링에 의한 변화는 미미할 것이다. 단 소비지의 경제상황이 중 장기적으로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는 필요하다. 예컨대, 미국에 건립된 현대나 기아의 자동차공장, 유럽의 체코나 터키에서 운영되고 있는 자동 차공장의 경우 시장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 한 입지 변경까지 고려할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소비지 시장을 쫓아 입지했던 곳이 중국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정치경제적 탈중 국화, 즉 디커플링의 신전으로 자발적이든 타의 에 의하는 중국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요시장을 타겟으로 설립한 현지 공장이 정치적 불이익이나 새로운 규제로 제약을 받는 경우 비즈니스 여건은 급격히 나빠진다. 이 경우 소비지에 입지된 공장이나 제3국으로의 수출을 위해 설치된 저임금 해외 오프쇼어링 공장은 공급사슬 재편 과정에서 이전용역, 물류수송, 전기가스와 같은 인프라 시장수요를 리쇼어링 현지에 만들어낸다. 이 동기에서는 리쇼어링을 추진하는 국가 금융 부문의 투자수요가 증가하나 그 부담은 정부재정이 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식량안보, 자원안보, 건강안보 차원에서 독자적 생산역량을 갖추고자 하는 동기의 리쇼어링 수요는 과연 어느 산업군의 성장을 자극할 까? 이를 추진할 선진국들은 저임금 오프쇼어링 공장과 비교하여 생산효율이 낮지 않은 자동화 공장을 원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두 가지 새로운 경영혁신이 필요해지는데, 하나는 공장이전과 함께 제품혁신으로 오프쇼어링 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의 하이엔드 대제품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임금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생산시스템과 비즈니스 운 영체제를 새롭게 구비하는 것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4차 산업혁명기반 경영혁신이 공급 주도가 아니라 시장수요 주도로 전환될 가능성이 이 과정에서 크게 증가하게 된다. 결국 디커플링의 진전은 초기에 많은 일회성 자원투입과 비용증가, 교 체비용을 발생시키지만 일단 4차 산업혁명 기반, 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 선 기반의 경영혁신이 실질적 시장수요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크다.
- 제철강, 내구소비재, 화학, 생활용품, 자본재, 항공우주, 건설), 3차 산업군(은행, 금융서비스, 전기수도가스, 보험, 소매유통 미디어, 물류수송, 푸드마켓, 호텔/레스토랑/레저, 무역상사)과 상생결합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 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앞서 제시한 재세계화 전략인 'GVC의 다각화를 통한 성장의 분점은 코로나 이후 시대의 강력한 신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북남모델로서는 개도국이 강한 1차 2차산업과 선진국이 강한 IT 등 첨 단혁신기술을 융합하는 수직결합형 GVC'를 추구하고, 새로운 북북모델 로서는 선진국이 강한 3차산업과 첨단혁신기술 간 융합을 추구하는 수 평결합형 GVC'를 새롭게 다양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전통 적으로 생산과 소비로 구분되었던 성장 독점형 GVC는 다양한 다수의 산 업군 또는 소비시장별 GVC 체제로 재편된다. 1차산업과 2차산업이 결합한 기계화 영동, 1차산업과 3차산업이 결합 한 기계위탁영농, 1차산업과 4차산업이 결합한 GMO/영농물류와 스마 트영농, 2차산업과 3차산업이 결합한 서비타이제이션, 2차산업 과 4차산업이 결합한 스마트팩토리, 3차산업과 4차산업이 결합한 스마트 인프라와 스마트 소사이어티는 모두 선진국과 선진국, 선진국과 개도국이 영역별로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성장 분점형 GVC'의 후보들이다. 이렇게 재편된 다자에 의한 성장 분점형 GVC 체제에서는 개별 국가들 이 유망한 GVC에 참여하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되고, 이는 다시 GVC 간 경 쟁으로 이어진다. 이 성장 분점형 GVC 간 경쟁이 코로나 이후 시대를 이 끌 새로운 신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신체제가 갖는 좋은 점은 코 로나 이전 시대의 성장 독점형 GVC와 다르게 소수 국가에 의해 지배되는 위험이 적으며, 그 폐해를 규제하기 위한 강력한 중앙집중형 지배구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GVC 간 자유경쟁 촉진, 개별 GVC의 집단 재산권 중시, 그리고 중앙에서 GVC 간 경쟁에 개입하는 그 어떠한 권력도 배제한다는 측면에서 성장 분점형 GVC 체제는 세계경제에 적용된 포스트 신자유주의의 모델 이다. 탈세계화를 추진하면서 GVC 대신 지역적 속성이 강한 RVC를 추진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새로운 교역질서로서 재세계화 전략을 지원하면서 지구촌 전체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한다는 점은 성장 분점형 GVC 전략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이다. 성장 분점 형 GVC의 프레임워크하에 기업들이 정교한 성장 모델의 개발에 지금부터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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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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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거절하기

etc 2021. 1. 28. 21:10

- 재활용이 일회용보다 생태환경적으로 낫다는 점은 원칙적으로 분명했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부분적으로 꼭 그렇게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생산방식과 수송 과정, 리필 횟수, 상품의 지역성, 몇몇 다른 요인에 따라 생태 결산표는 달라졌다. 나는 출발 질문과 세부 결과가 지극히 다른 수많은 연구 결과를 읽고 난 뒤 다음 결론에 이르렀다. 이 문제는 결국 출 구가 보이지 않는 딜레마일 뿐 아니라 슬기로운 장보기 습관으로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과학적으로 따지고 들면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리를 생산하려면 에너지와 자원이 무척 많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일회용 유리의 생태 결산표는 최소한 페트병만큼이나 나쁘거나, 아니면 수송 과정이 어떠냐에 따라 심지어 더 나쁘기도 하다. 다만 유리의 장점은 원칙적으로 재활용 비율이 무척 높다는 것이다. 한 예로 오스트리 아에서는 전체 유리 생산의 약 3분의 2가 재활용 유리로 이루어 진다. 물론 재활용 유리에다 음료를 다시 채워 넣기 위해 기나긴 길을 이동하는 것은 생태 결산에 좋지 않다. 게다가 유리라는 재 료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어쨌든 재활용 유리병이건 페트병이 건 재활용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이 길수록 환경에는 좋지 않다. 다만 유리는 페트병보다 더 자주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에 더 낫다. 하지만 이것도 전체 논쟁에서 보면 몇 가지 측면일 뿐이다. 아무튼 맥주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명확한 결론이 나 있다. 환경 단체가 시장 조사한 것을 보면 맥주 캔은 재활용 병보다 기후에 세 배나 해롭고, 심지어 일회용 유리병에 든 맥주는 재 활용 병보다 온실가스를 다섯 배나 더 내보낸다고 한다. 이건 재활용과 씻는 과정을 모두 고려해서 나온 수치다. 나는 이 자료를 읽으면서 이것이 단순히 맥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 로 다른 모든 음료에도 해당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환경적 인 면에서 재료를 따질 때는 내용물을 몇 번이나 더 채울 수 있느냐가 결정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음료를 많이 마시는 낭비 습관은 그대로 두면서 단순히 포장 재료만 바꾸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1년에 약 32억 리터의 음료를 마신다. 음료의 포장과 수송 과정에는 에너지와 원료가 막대하게 소비되고 그와 함께 기후에 굉장히 해로운 결과가 생겨난다.
- 짧은 유통기한과 현대인의 시간 부족이 음식 쓰레기와 포장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간식을 직접 만들어 먹지 않는다. 빵 속의 내용물도 직접 채워 넣지 않고, 대신 가게로 달려가 미 리 만들어 놓은 규격형 상품을 집어 든다. 시간을 아끼기 위 해서다. 만드는 양도 문제다. 샐러드의 경우 어차피 소비자마다 먹는 양이 다른 만큼 거기에 맞출 수 없으니 일률적으로 정해진 양만큼 썰어서 팔고, 나머지는 버린다. 레스토랑에서도 사람들은 메뉴판에서 음식을 고른 뒤 요리사가 조리할 때 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곧장 간편식 상점에 들어가 따 뜻하게 데워 놓은 뷔페 음식을 먹고 부리나케 다음 일정을 향해 달려간다. (...) 이 모든 예를 보면 완전히 다른 폐단도 보인다. 노동력에 더 이상 돈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 차라리 쓰레기를 감수하고, 음식을 더 빨리 준비하려고 요리사를 하나 더 고용하느니 차라리 음식을 버리고, 고향의 빵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새벽 3시에 출근해 빵을 굽는 전문 제빵사를 쓰기보다는 차라리 중국에서 대량 생산된 빵을 쓰고(소비자 처지에서는 장거리 수송을 위해 넣은 화학물질 의 섭취를 감수해야 한다), 오븐을 따로 장만해 비전문적인 직원에게 그냥 빵을 데우게 하는 식이다.
- 세계적으로 생산된 식품의 3분의 1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었다. 유럽연합에서는 1인당 1년에 평균 173킬로그램의 오스트리아에서는 약 80만 톤이 버려졌다. 주된 원인은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된다. 소비자들의 계획적이지 않은 장보기 습관, 겉으로 보기에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식품을 버리는 관행, 그리고 유통기산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참고로 유통기한은 생산자가 제품의 안전성을 책 임지고 보증하는 기간일 뿐 상품의 실질적인 보관 기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에서 버려지는 식품의 53퍼센트는 개인 가 정에서 나온다. 그러니까 일반 가정에서는 구매한 식품의 4분의 1을 먹지 않고 버린다. 그중 상당수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이고,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것도 많다. 그 밖에 버려지는 식 품의 30퍼센트는 농장이나 생산자에 의해 버려지고, 12퍼센트는 음식점에서, 5퍼센트는 상점에서 버려진다. 정말 미친 짓이다! 그런데 더 나쁜 것이 있다. 이러한 믿기 어려운 작태가 낳은 생태학적 결과가 그렇다. 면밀히 들여다보면 식품 낭비만으로 해마다 추가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3.3기가톤이나 된다. 그와 함 께 이런 잘못된 식품 관리는 기후에 해로운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내는 데 세 번째로 큰 원인이다. 버려지는 식품 때문에 생기는 물 소비와 토양 오염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나쁜 것은 또 있다. 육류와 동물성 식품의 환경 결산표가 그렇다. 왜냐 하면 동물 사육은 그 자체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4분의 1 정다. 생선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 잡혔다가 죽은 채로 다시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 동물은 평균 10킬로그램이나 된다.
- 종이를 생산하려면 나무를 소비해야 된다. 재생지는 유해 물 질과 중금속이 남아 있을 때가 많고, 유리는 생산과 재활용 과정 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데다 무겁다는 단점이 있으며, 바이오플 라스틱은 원료로 식품을 자주 사용하고, 알루미늄은 생산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쓸 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독성 쓰레기 를 만들고 거기다 건강에 해로운 온갖 문제까지 일으킨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처럼 우리가 물질과 관련해서 몰랐던 사실은 많다. 심지어 재활용 유리에도 모든 과학적 평가들에 역행하는 끈질긴 소문이 따라다닌다. 재활용 유리의 생태 결산표가 씻는 과정 때문 에 오히려 일회용 플라스틱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다. 어떤 물질을 다른 물질로 무작정 바꾸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쉽게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소비하거나 사용하는 모든 물건 중에서 지난 50년 동안 진행되어 온 과잉상태에서 자유로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위기는 낭비적 소비와 낭비경제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나는 본질적인 지점에 이르렀다. 내가 플라스틱 과 관련한 조사를 하면서 늘 관심을 가졌고, 나를 매우 중요한 깨 달음으로 이끌어 준 지점이다. 원칙에서 본다면 '좋은' 또는 '나쁜’ 물질은 없다는 것이다. 핵심은 우리가 그 물질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특히 얼마만큼 사용하는지, 그리고 그게 더 이상 원래의 목적을 상실하면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 100% 유해물질이 없는 플라스틱이 존재할 수 있다면, 게다가 그게 완벽하게 재활용되거나 여러 번 다시 쓴다는 확실한 보장만 있다면 그것에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리고 내가 가끔 치즈를 살 때 가져가는, 벌써 25년 넘게 쓴 낡은 알루미늄 통도 분 명 문제가 없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오늘날에는 25년이나 쓰도 록 만들어지는 것은 거의 없고, 설사 그렇게 수명이 길다고 하더 라도 사람들이 그만큼 오래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아직 세계적으로 완전하게 합의한 것은 아 니지만, 만일 현재의 기후 위기와 점점 증가하는 환경 파괴, 생활 공간의 파괴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해결책은 어쨌든 우리가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어떤 특정한 물질을 기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물질 과 에너지를 아끼고 지혜롭게 쓰는 데 있다.
- 비행기를 탈지 말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사람도 이건 알아야 한다. 겨우 3퍼센트의 인간만 비행기를 타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퍼센트에 이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비행기를 타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 될 수 없다. 비교가 안 될 만큼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면서 비행기를 타지 않는 사람들한테까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때문이다.
- 나는 물건들을 의미 있게 계속 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고, 그래서 그냥 버릴 수 없었다. 그러 다 보니 나중에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우리에게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남이 거저 주더라도 명확하게 거절해야만 책임감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타인이 소유하고 있을 때 는 책임도 그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물건을 남 에게 넘길 때 그에 대한 책임도 함께 떠넘기려는 마음이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다. 어쨌든 앞으로는 가능하면 그런 일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 없는 물건을 더 이상 사지 않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2009년 우리 집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치우면서 얻었다. 그런데 창고 물건들을 살펴보면서 여기서도 충 분히 더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순간 “적을수록 좋다”는 오랜 금언이 다시 떠올랐다. 그렇다면 적을수록 왜 더 편하게 느 껴지고, 그럼에도 우리는 왜 늘 더 많이 가지려고 할까? 어쩐지 모순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내면의 목서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우리 안에는 두가지 측면이 다 있었다. 처음 하나는 캠핑 휴가에서 경험한 것인데, 우리는 무척 적은 것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살면 의외로 마음이 아주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아무것도 사러 갈 필요 없이 그냥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갖고, 식구들과 함께하고, 자연 속에서 지내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 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 쇼핑몰에 처음 갔을 때 경험한 것 인데, 그때 나는 마음에 드는 건 모두 써 보고 싶었고, 아니면 최소한 갖고 싶다는 감정에 걷잡을 수 없이 빨려 들어갔다. 예전에는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이 두 측면은 어떤 식으로 든 인간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하나는 현재가 아무리 과잉 상 태라고 하더라도 비축해 두려는 심리이고, 다른 하나는 남아도는 짐을 버리려는 심리다. 이 두 심리는 아마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 럽게 만들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처럼 만성적인 과잉 상태에서는 남아도는 짐을 버리든지, 아니면 최소한 더 이상 쌓아 두지 않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쓸모없는 짐을 치우는것을 기분좋게 느끼는 이유는 아마 너무 많은 것이 장기적으로는 '너무 적은 것’만큼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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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저명한 정신의학자인 피에르 자네는 여성이 지금까지 두드러진 명성과 권력을 향유하지 못한 이유는 불필요한 일에 자신의 활력과 신경을 허비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자도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여왕처럼 대접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에워싸고 있는 안전지대에서 과감히 탈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 "고개를 들어라. 각도가 곧 태도다.” (프랭크 시나트라 Frank Sinatra)
자존감이란......내 삶의 규정을 과감히 밀쳐내는 용기, 가장 허름한 상황에서도 나만은 나를 따뜻하게 지켜봐주는 것.
- "인생에서 여러 번 낙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실패가 아니다. 다른 사람 탓을 하고 모든 시도를 멈추는 순간이 바로 실패다.” (존 버로우 John Burroughs)
- "행복과 성공의 공식은 단순하다. 단지 자기 자신이 될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스스로의 방식을 찾을 것.” (메릴 스트립)
- “우리 부모님이 생각하듯이, 여자는 이기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바로 그 생각이 수많은 부부를 갈라서게 만들고 있 어. 당연히 기대되는 것에 매여 대부분의 아내들은 진정한 자신을 숨기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 자책을 하지. 나중에 남 자가 얻은 결과가 무엇이든 여자는 자신의 빛을 잃게 돼.”
"맞아, 자기 자신을 포기해야 한다면 어머니라는 훈장만 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어둠이 평생 여자의 가슴에 드리워지 게 돼. 내겐 한 번뿐인 인생이야. 내 마음이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젠은 남편의 응원에 힘입어 가수의 길을 계속 걷게 되었 다. 오늘의 선택이 먼 후일 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그로 인한 해답은 오로지 젠의 몫이 될 것이다.
- 섣부르게 타인의 요구를 들어주다 갈등의 늪에 빠지지 않게 다음 일곱 가지 원칙을 살펴보자.
1. 끝끝내 생각해도 자신의 힘으로 해낼 수 없는 일은 결코 맡지 마라.
2. 지금의 상황이 어떤지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판단하라.
3. 갈등은 아무도 몰래, 소리 없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커져버린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4. 자신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함을 인정하라. 
5. 번거로운 일이 생기기 전에 거절하는 용기를 가져라. 6. 직감적으로 거슬리는 부분을 누군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해도 믿지 마라. 
7. 주변의 일이 커지면 단념하고 빠져나와라. 조금만 더 있으면 빠져나갈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머무르면 그때 는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 "당신의 행동으로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연연하지 말라. 그들은 그렇게 당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엘리너 루즈벨트Eleanor Roosevelt)
- "당신이 어느 날 마주칠 불행은 당신이 소홀히 보낸 지난 시간의 보복이다." (나폴레옹)
막연히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들에 얽매여 삶의 어디선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 당신에게도, ‘나' 아닌 것들을 과감히 버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 최악의 고독이란, 지금의 나 자신과 불편한 상태로 지내는 나날이다.” (마크 트웨인)
- "결혼을 결심할 땐,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라. 나이가 들어서도 이 사람과 과연 대화하며 지낼 수 있을까?' 결혼 생활에서 이 점을 제외하고는 다 변하기 마련이다." (니체)
-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겪는 대부분의 트러블이 당사 자의 내적인 불안에 의해 일어난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당면하고 있는 문제로부터 잠시 떨어져보라 고 권한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게임을 하거나, 사교적인 모임에 나가 대화를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요컨대 자신을 스트레스로부터 해방시키고, 그 문제를 마치 다른 사람의 것인 양 바라보라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숱한 선택의 문제에 처하게 된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성공한 사람도 실패한 사람도, 학식이 많은 사람도 무지한 사람도 살아 있는 한 이 곤경을 피할 수 없다. 이때 자기 존중이 없으면 아주 단순한 문제에도 갈등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못난 내면이나 결점이 드러날까 봐, 갈등의 본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빨리 갈등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상황에서조차 위선과 '척' 하는 것을 풀어헤치고, 그것에 당당히 맞서라. 밑바닥의 본심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회피 하지 마라. 자존감에서 발로한 선택이 당신에게 최대의 보상을 안겨주지 못할 지라도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고통스런 후회를 가장 줄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기에 인생이란 시간은 짧다. 그렇기에 선택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당신의 선택이 내가 진정 누구인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느낌에 기반을 두었기를 희망한다." (프레드 로저스Fred Rogers)
- 부정적인 사람은 당신에게 반대하고 당신을 비난하고 당신이란 존재를 위축시킨다. 그러나 언제나 기억할 것.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한 이 세상 그 누구도 당신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다.” (엘리너 루스벨트 Eleanor Roosevelt)
- 늘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 여덟 가지 행동 방침이다.
1. 이미 발생한 문제에 저항하지 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라.
2. 곤경의 원인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라. 그들을 최대한 부드럽게 받아들임으로써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다.
3. 가능한 한 일찍 문제에 익숙해질 것. 익숙해지면 일의 세부 맥락이 자세히 보인다.
4. 우리들은 기쁨만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서도 성장한다. 대부분의 딜레마는 말끔하게 타개할 수 없지만 빠져나올 수는 있음을 기억하라. 
5. 극지를 모험하는 탐험가는 냉혹한 추위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쪽을 택한다. 극복할 수 없다면 차라리 상황을 즐겨라.
6. 자신이 생각만큼 정말로 동요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라. 
7. 곤경 안에서 재미를 찾아보라. 어떤 곤란한 상황에도 유머러스한 면은 있으므로, 
8.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자기 자신과 다른 이를 존중하는 마음이야말로 천하무적이라는 사실을 잊지마라.
- 낮은 자존감이란 끊임없이 브레이크를 밟으며 인생을 운전하는 것과 같다. (맥스웰 말츠 Maxwell Maltz)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선 자신이 이룬 일과 성취에 집중하라. 삶에 밀고 들어오는 실패와 부정적인 말들은 깨끗이 잊어버려라.
-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이 사랑하는 삶을 위해 탐욕스러워지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마야 안젤루 Maya Angelou)
- 단언컨대,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무시한 채 사회에서 요구하는 선을 행하다 보면 후회만 남는다. 자기를 위해 뻔뻔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깨달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도 가져야 한다. 지금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자기 존중'이  생각만큼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담론이 아니다. 인간의 성욕이나 식욕 같은 철저히 기본적인 욕구 그대로를 행동으 로 옮기라고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요즘 시대에 범람하고 있는 광란에 가까운 이기주의를 정당화하려는 것도 아니다. 만을 위해 남을 짓밟아버리라는, 오늘의 사회적인 분위 기에서 쉽게 피부에 와 닿는 야만적이고 난폭한 처세술을 변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멋대로 방종하는 오만이나, 끓어오르는 반항심만으로는 긍정적인 자기존중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존감은 나로부터 시작되어 타인에게 전파되고 흡수되는 따뜻한 자기애에서 비롯된다.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이 사회의 관습적 의무에 저항하면서, 자신의 삶 을 구축하고 있는 것들을 최우선적으로 사랑하는 일, 진정 한 자존감은 바로 이것에서 출발한다.
- "내가 나를 위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그래줄 것인가?" (랍비, 힐렐 Hillel the Elder)
- 세상에는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생을 위협하는 문제들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공통된 원칙이 있다. '어떻게 하면 전체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 알게 될 때까지 처음 한동안은 곤란한 상황에 의식을 집중하지 마라.”  이는 전쟁터에서 의사가 환자의 부상을 다루고, 엔지니어 가 기계의 결함을 처리하는 방법과 똑같다. 처음부터 열을 올리며 상황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우선 구급차를 부르고 출혈을 막고 버팀목이나 받침대를 넣는 것과 같은 당장 해 야 할 일부터 하여 한숨을 돌리고 보는 것이다. 이를 객관 적인 대처'라고 한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수용의 원칙' 과, 그 일에 대해 감정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보는 객관화의 원칙'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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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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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인간

인문 2021. 1. 27. 21:14

- 젠틸레스키는 여성이 미술 교육을 받을 수조차 없던 시대에 매우 이례적인 존재였는데, 만약 아버지와 남편이 화가가 아니 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일이다. 아버지에게 그림을 배웠고, 다소 실력 없는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꾸려야 하는 상황 덕분에 화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압도적 실력으로 17세기 유럽 화단을 휘저은 젠틸레스키에 대한 평가는 '회화를 아는 유일한 여성'이라는 데 그쳤다. 물론 당대로서는 최고의 극찬이었다. 이후 수세기 동안 여성 예술가 들에게 내려지는 최상의 평가이기도 했다.  1990년대까지 한국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사용하던 '여류'라 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여성이지만 예술을 할 줄 아는, 예술을 하지만 여성이라는 한계가 있는 ...... 등등의 의미가 함축된 수식어 로 주류가 될 수 없는 특정한 지류에 갇힌 예술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문학청년에 대비되는 문학소녀라는 표현 역시 여성의 예술가적 소양을 축소하고 폄하한다는 혐의가 짙다. 젠텔레스키만큼이나 불가능의 시대에 맞서 예술가로 살았고 한국 예술사에 한 획을 그은 나혜석(1896~1948)과 전혜린 (1934~1965)은 상당히 오랫동안 이질적인 존재 또는 '나쁜 여자'라는 이미지로 소비되었다. 전혜린은 자의식 과잉, 지적 허세로 뭉 친 미숙한 문학소녀'의 아이콘으로 조롱받아왔으며 (김용언, 『문학 소녀』, 반비, 2017),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인인 나혜석은 작품보다는 이혼과 불륜이라는 개인사로 더 유명했다. 여류라는 지칭은 이들의 작품 자체를 가려버렸다.

- BBC의 초대 사장 존 리스가 “방송은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평등하게 향유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정의했고, BBC는 100년간 이 이념을 계승하고 있다. 이로써 BBC의 역사에서 정치 적 독립성을 위한 투쟁은 필연이 된다. BBC가 정부와 가장 많이 부딪친 부분은 전쟁에 관한 보도였다. 1956년 영국 총리는 BBC에 영국과 프랑스가 이집트를 공격 해서 수에즈운하를 점령해야 하는 당위성을 보도해달라고 요청 한다. 다음 날에는 야당 대표가 수에즈운하 점령에 반대하는 이 유를 방송해달라고 부탁한다. BBC는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두 입장 모두를 보도했다. 그러자 정부와 여당은 BBC가 국익을 외 면한다고 비판했고, BBC와 정부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1982년 포클랜드섬을 놓고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영토 분쟁을 벌이던 중 아르헨티나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 당시 보수당 정부는 마거릿 대처 총리의 업적을 다룬 특집 프로그램 을 방송하라고 했지만, BBC는 이를 거절한다. 게다가 전쟁 보도 에서 '우리 군대'나 '우리 함대'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영국 군대’나 '영국 함대' 또는 영국 측' 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대처 총리와 여당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BBC는 “객관적 보도 입장을 살리고 전 세계 시청자에게 의미상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영국' 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반박했다.

- 우리가 모두 같이 꾸는 꿈은 현실이다. (존 레넌)

- 1968년 소련에 저항하던 체코슬로바키아 곳곳에는 저항 십계명이 붙었다. 마지막 계명은 항상 대문자로 썼다.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의 매개체가 필요하다. 1980년 존 레넌의 죽음과 그가 남긴 노래 (Imagine)이 그 역할을 했다. 당시 공산 정권은 존 레넌의 초상을 그리며 벽을 통해 저항하던 젊은 이들을 '레넌주의자'라고 불렀다. 알코올중독자부터 서구 자본 주의의 간첩까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명칭이었다. 1989년 벨벳혁명 성공 이후 '레넌 벽'은 관광 명소가 되었고, 혁명 기념비는 전 세계인의 자유로운 낙서판으로 쓰였다. 2014년 벨벳혁명 25주년에 한 행위예술가는 벽을 하얗게 칠하고 존 레넌의 노래 〈War is over(전쟁은 끝났다)를 패러디해 'Wall is over' (벽은 끝났다)라 고 적기도 했다. 그러나 벽이 지닌 상징성은 그후로도 유효하다. 2016년 11월에는 한국 사회를 뒤흔든 구호 '하야'가 등장했다. 2019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기후 위기'가 적혔고, 7월에는 송환법 반대 시위를 하다 추락 사망한 홍콩 시민을 추모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뒤덮은 2020년 4월에는 존 레넌의 얼굴에 비틀스의 노래 <All you need is love)의 가사가 적힌 마스크가 씌워졌다. 프라하의 레넌 벽은 전에 없던 현상이나 문화가 아니다. 체코 슬로바키아 저항 십계명의 확장판이기도 하고, 우리 식으로는 1980년대 대학가에 넘쳐나던 대자보이기도 하다. 대자보大字報라 는 명칭의 기원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문 화혁명의 선전 도구로 쓰이면서부터 현대적 의미를 갖게 되었 다. 영어 사전에도 일반명사 'dazibao’로 올라 있다. 한국에서는 저항의 의미가 더욱 강하다. 화장실에 반정부 낙서만 써도 문제가 되던 유신 시대를 지나 언론 탄압이 극에 달했던 1980년대, 대자 보는 속보 전달부터 선전 선동까지 두루 담당하는 유일무이한 매체였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는 그 기능과 정신이라고 할 만 한 것들이 PC 통신과 모바일로 이전되거나 소멸했다. 일시적이나마 형태로서 복원되기도 했다. 2013년 12월 10일 대학생 주현우 씨가 학교 후문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 '안녕들 하 십니까?'로 시작해 한 자 한 자 공들여 손으로 써내려간 대자보 는 온라인에는 없던 진정성과 호소력을 얻었고, 이내 대학가를 넘어 사회 곳곳으로 퍼졌다. 겨우내 초등학생부터 국회의원까지, 사적인 고백부터 국정 홍보까지 '안녕들 하십니까?'를 첫머리로 삼은 대자보를 썼다. 안녕하지 못한 시대의 안녕을 물은 대자보가 현상이었다면, 모바일 시대를 관통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포스트잇 post it' 이다. 2016년 5월 강남역 10번 출구, 이어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뒤덮은 포스트잇은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들에 가장 적극적인 의사표시와 강력한 공감의 매개체였다. 2018년 미투Me Too운동에서도, 2014년에 이은 2019년 홍콩의 민주화운동에서도, 그것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전 세계 레넌 벽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곳에 집중적으로 또는 여러 곳에 분산해서 붙일 수 있고 SNS에 활용하기에도 최적화된 형태. SNS에 서는 해시태그가 접착제 역할을 한다. #’는 다시 물리적 세계의 벽, 대자보, 포스트잇에서 소통, 지지, 연대를 상징하는 기호로 쓰인다.

- 책 100만 권 분량의 데이터를 1테라바이트에 담을 수 있는 시대에 양적인 면에서 종이와 디지털이 대결할 이유는 없다. 2012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종이책 절판 선언이 사건’ 이었던 이유 는 위키백과에 추월당한 정보량과 갱신 속도가 아니다 (2020년 현재 307개 언어판으로 총 4000만 개 이상의 지식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15판 기준 참여한 전문가만 누적 4,000여 명, 그 가운데 100여 명이 노벨 상을 수상했다. 이런 막강한 지성과 불특정 다수, 익명의 아마추 어들이 경쟁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서였다. 이른바 집단지성의 힘이다. 오픈소스로 운영되는, 열린', '빠른' 백과사전, 누구나 작성할 수 있고, 수시로 수정과 검토가 가능하며, 다른 의견이 부딪힐 때 는 커뮤니티의 토론을 거쳐 합의하거나 양립된 상태 그대로 게재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금전적 대가는 없다. 문제는 지식의 품질, 신뢰도, 영향력 등인데 위키백과는 지식을 생성하는 과정 자체가 품질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영향력은 당장 온라인에서 서비스되는 수많은 콘텐츠로도 가늠된다. 기성 언론의 기사에서 도 출처: 위키피디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달 10억 개 이상 의 기기에서 접속하고 방문자 수는 4억 명 이상이다.  그러나 이 혁명적인 지식 생산 시스템 역시 백과사전 편찬자 들이 수백 년간 겪은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다. 첫째, 지식의 편 향과 독점이다. 위키백과 편집자의 85퍼센트가 남성 (위키재단보고 서, 2015) 이고, 영어판의 경우 80퍼센트가 백인 남성이다. '우리 모 두의 백과사전' 이지만 사용자의 1퍼센트가 절반 정도의 정보를 생산한다(《타임》지 그래픽 편집자 크리스 윌슨의 분석, 2008). 둘째, 사이버 반달리즘 vandalism 이다. 전통적 백과사전이 검열과 금서 지정 등 외적 탄압을 겪었다면 위키백과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악의적 편 집과 왜곡에 훼손된다. 가짜 정보를 올리는 일반인뿐 아니라 일본 궁내청, 미국 중앙정보국, 로마 교황청, 한국 국정원 등이 관련 문서를 삭제하고 조작했다는 폭로(BBC, 2008)가 있었다.  이 문제들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모든 집단지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참여 속도가 느려질수록 소수의 영향력이 커지는 지식의 독점화가 점점 심해지며, 이것이 가짜 뉴스와 여론 조작에 취약한 구조를 낳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KISTI, 2018). 그래서 위키피디아의 공동창업자 래리 싱어는 2006년 시티즌디움 en.citizendium.org을 따로 창립해서 위키백과 영어판을 박사 학위 소지자나 유명 대학 교수 등 200여 명의 전문가에게 재검토하게 했다. 이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결과, 2020년 6월 기준 전체 문서 개수는 1만 6,978개에 불과하다. 위키백과는 인류의 지식 생산력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2019년 이스라엘이 추진한 달 도서관 프로젝트’ (핵전쟁 등으로 인류 가 멸망해도 문명을 복원할 수 있도록 인류의 지식과 지혜가 담긴 백업 자료를 달에 보관한다는 프로젝트로 2019년 3월 달 착륙에 실패했으나 재추진 중이다)에는 위키백과 영어판이 통째로 실렸다. 서구에서 개발된 인공지능 서비스의 대부분이 위키백과를 지식 베이스로 삼고 있다. 그러나 위키백과가 지식을 추구하는 우리 모두의 미래인 것은 아 니다. 비영어권 사용자들이 겪는 어색한 뉘앙스, 부족한 정보량을 굳이 위키백과를 통해 해결할 필요는 없다. 위키백과가 인류에게 선물한 위대한 지식은 참여하기를 멈추지 않는 집단지성만이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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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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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 힘

경제 2021. 1. 27. 21:12

- 전 세계가 2008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할 때, 미국은 중국이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분야들에서 시장을 독식하기 전에 그 지배력을 낮출 방안을 모색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미국은 태평양에서 주요 FTA를 체결해 해당 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은 배제되었고, 세계 경제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12개 국가가 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했다. 이는 중국 주변국의 제품이나 서비스, 시장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반면 미국과의 경제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 무역은 도덕적 리더십의 수단이라는 케네디 대통령의 전망을 다시 상기해보면, TPP 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인권, 노동권, 환경 기준과 관련해 국제 무 역 규칙을 제정하도록 보장해주었다(지역 내 강국으로 남기를 원한다면 중국도 이 규칙을 준수해야만 했다). 미국 경제와 세계 노동 환경, 그리고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의 미래를 생각할 때 TPP는 매우 중요했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를 생각해보자. TPP에 대해 양당 모두 썩 내켜 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지지했다. 한편 20년 넘는 세월 이 흘렀음에도 NAFTA의 상처는 아직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태였다. 미국 국민에게 세계화, 자동화, 그리고 경제가 어떻게 변화했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진솔해지는 어려운 정치적 작언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각 정당의 보호무역주의자들은 백악관 입성을 위해 미국의 일자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TPP를 비난하고 미국의 고립주의를 부추겼다.  좌파 진영에서는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이 기업의 이익 이 권력을 공고히 하고 노동자를 복속시키는 데 사용된다며 자유무 역협정을 폄하했다. 비록 그는 민주당 경선에서 떨어졌지만, 샌더스 의 자유무역 반대 주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해지자 당시 대통령 후 보이자 전 국무장관이었던(그리고 전에 TPP 지지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역시 협정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우파 진영에서는 트럼프 가 당에 맞서 TPP는 비회원국인 중국과 인도가 '미국을 이용하게' 허락하는 '나쁜 거래'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2016년 6월 오하이오 세인트클레어스빌의 유세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TPP는 재앙입니다. 특정 이해관계를 지닌 세력들이 우리 나라를 강간하기 위해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 대한 강간 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죠. (...)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험한 말로, 그것은 우리 나라를 강간하는 것입니다.” 6주 후 트럼프는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2017년 1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행보로 행정명령을 내려 미국 무역대표부에 TPP 탈퇴를 지시했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갑작스럽게 물러난 것을 계기로, 중국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나아가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이라는 새로운 자유무역협정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었다. RCEP에는 TPP 회원국이었던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베트남, 싱가포르,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 더불어 인도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태평양 경제블록으로 중국의 패권을 막겠다는 미국의 꿈은, 미국이 배제된 채 중국이 이끄는 블록으로 대체되 었다. 미국은 다시 고립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했는 데, 그중 첫걸음을 뗀 것이다. 중국이 아시아와 개발도상국을 중요시하며 이들에게 더 집중하는 행보를 보일 때, 미국은 (한마디 덧붙이자면, 미국의 이익을 희생하며) 글로벌 리더로서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을 비롯한 제품들에 과도하게 높은 관세를 부과함 으로써 유럽과 중국, 캐나다와의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게다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NATO와 서방 동맹을 공공연하게 약화시켰다. 이런 협정들이 미국 자신과 다른 나라들에 크게 이득이 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와 안보, 성장을 촉진해왔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 그렇게 전후 세계 최대 경제강국이자 군사강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중국이라는, 미국과 깊이 얽혀 있어 때론 협력하고 때론 맞서야 할 새로운 유형의 경쟁 상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 알려진 것처럼 NAFTA는 원래 대서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설되었다. 냉전 시대의 실질적 위협이 점차 사라지자 당파에 상관없 이 정치인들은 모두 우방의 경제적 성공이 미국에게 가장 위험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에서 일본에게 한 방 크게 얻어맞은 경험이 있었기에 미국은 그게 어떤 건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길게 이어진 평화 속에서 재건되고 강성해졌으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대륙을 가로지르며 진정한 경제 통합을 방해하는 요소는 거의 사라졌다. 장벽이 무너지기 몇 년 전부터 이미 통합의 조짐이 보였는데, 유럽연합이 곧 출범한 것이다. 1992년 2월 마스트리히트 조약 Maastricht Treaty에 서명함으로써 유럽연합이 공식 출범했다. 5억 인구를 아우르는 새로운 유럽연합의 등장은 미국이 지금까지 만난 적 없는 강력한 경제적 라이벌의 출현이었다.
- NAFTA 성공의 판단 기준은 전적으로 여러분이 무엇을 보고 싶은지에 달려 있다. 만약 우리가 협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체적으로 정한 여섯 가지 목표에만 집중한다면, NAFTA는 그 목표를 제대로 달성했다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 GDP 기준으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는 이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 지대가 되었고, 협정 체결 이후 각국은 세계 시장에 서 확실히 더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었다. 지난 25년 내내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었고, 미국 역시 그들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었다. 지역 내에서 자유롭고 순조롭게 교역이 이루어지는 동안 세 나라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졌다(나중에 이야기할 테지만, 물론 얼마 전까지다). 실제로 NAFTA 시행 후 10년 동안 3국 간 총무역액 은 3060억 달러에서 6210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고 각국 경제는 성장했으며 새로운 수입품의 유입으로 미국 소비자 물가는 하락했 다. 수확량의 20퍼센트 이상을 세계로 수출하게 된 미국 농민들 (NAFTA 및 다른 무역협정을 지지했던 선거구)에게 이는 특별히 환영할 만한 성과였다. NAFTA가 글로벌 리더십이라는 비명시적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 음을 입증하기란 역시나 어려운 일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서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유럽연합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왔고, NAFTA 회원국 모두 수년 동안 주요 수출국으로 번영해왔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마침내 세계 10대 수출국 대열에 합류했고, 이를 기반으로 각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지역 내 역량과 안정에 힘입어 미국은 세계무대에서 경제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고, 새로운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세계로 확산시킬 수 있었다. 1994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은 중앙아메리카 5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중미-도미니카공화국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하여 한 국,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모로코, 콜롬비아, 페루, 파나마, 요르단, 오만, 바레인, 싱가포르와 각각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들은 미국의 기업과 농민 앞에 수백만의 새로운 소비자를 데려다놓았 고 노동권과 환경권, 인권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미국의 가치를 4대 륙에 전파할 기회를 열어주었다. NAFTA를 체결할 당시 미국은 시대를 앞서가고 있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발효된 자유무역협정은 12개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확실히 뒤처져 있다. 미국은 20개 국가와 협정을 맺었지만, 세계적으로 400개 이상의 협정이 발효 중이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게을렀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NAFTA와 그것이 촉발한 자유무역의 흐름이 없었다면 미국은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참여자로서 중국이나 유럽과 보조를 절대로 맞추지 못했을 것이다.
- 논쟁의 여지가 없는 총일자리, 임금, 제조업 생산량 등 NAFTA 체결 이후 대체로 증가한 주제부터 시작해보자. 1994년부터 10년 도이 미국 제조업 분야의 임금은 14.4퍼센트 상승했다(이해를 돕자면, 협정 체결 전 10년 동안은 임금이 6.5퍼센트 상승해 그 절반에 못 미쳤다). 값싼 멕시코산 제품이 시장에 물밀듯 들어왔음에도 제조업 생산량은 2000 년에 44퍼센트나 급증했고 미국 전역의 고용은 NAFTA 시작부터 세기말까지 20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고인이 된 로스 페로가 지금 이 사실을 안다면, 아마도 벽에 머리를 찧으며 1990년대 경기 호황 은 모두 컴퓨터 시대 때문이지 NAFTA 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외칠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그 말이 대체로 맞는다. 미국 경제가 주목할 만한 성장을 한 것은 닷컴 경제와 인터넷 기반 금융 서비스 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승자와 패자에 관한 NAFTA 함수에는 저임금·로테크 분야를 내어주는 대신 고임금·하이테크 분야를 성장시키는 것이 미국 경제 전체를 위한 최선이라는 믿음이 내재되어 있었다. 전기가 발명되면서 경제 발전이 가능해졌 지만 양초 제조업자는 타격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좋든 싫든 1990년대의 번영은 미국 무역정책이 전통 산업보다 신흥 산업에 더 치중했을 때 경제가 어떻게 되는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제조업 생산량과 달리 NAFTA가 제조업 일자리에 미친 영향력은 아주 명확하지 않다. 
- 현재 미국 석탄산업 종사자 추정치가 5만 800명 이고 철강 노동자는 14만 명 이라는 사실이 놀라운가? 그런데 미국 일자리 중 1600만개를 차지하면서도 정치적 논쟁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소매업에서 2017년 한 해만 해도 12만 9000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다. 여기 추악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실직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쏟아질 때 그 대상은 언제나 백인 남성이라는 사실이다. 백인남성은 수년 동안 제조업 일자리를 거의 독점해왔지만 여성과 유색인종이 교육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되면서 제조업으로 진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독점은 깨졌다. 이러한 변화는 임금 상승이 멈춘 때의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백인 남성은 무너진 지위와 권력을 되찾고자 노력했고,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람이 임금 정체만을 의협으로 봐야 하는 상황에서 두 가지 현상을 하나로 보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오 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무역과 자동화에서 비롯된 경제적 응어 리와 여성, 소수자, 이민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에서 비롯된 문화적 응어리를 동일시하는 수많은 백인 남성 노동자 계급의 마음 속에서는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사실 여성과 유색인종은 변화하는 경제를 훨씬 더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그들의 역경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백인 남성 특권 사회는 “난 적응할 필요가 없어. 세상이 나한테 적응해야 해!”라고 말한다. 공정하지 않지만, 공장 하나가 폐업하는 것과 12개 아울렛이 폐업하는 것 사이에는 관심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한 나라를 진정한 정치적 적수이면서 동시에 경제적 적수로 맞닥뜨리고 있고, 그래서 대응하기가 훨씬 더 복잡하다. 양국의 경제는 상호 의존적이어서 협력하는 법을 알아야만 한다. 미국은 원한다면 그 들에게 악당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줄 수 있다. 그런데 이 악당은 금세기 동안 진화하면서 그들 스스로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챙긴 그런 악당이다. 그리고 최대 교역 상대국의 주요 고객이 되어 생활비를 절감 시켰고, 인플레이션도 억제해주었다. 그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앞으로 더 살펴보겠지만, NAFTA 이후 계속되는 불만은 미국 정치 에 줄곧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가 그 불만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이용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 불만들이 모두 말도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기업들은 전보다 쉽게 세계화되었고 자국 내 투자가 확실히 감소했다. 기업들은 노사간 협상이 싫다면 해외 이전이라는 카드로 상대를 더 확실히 위협할 수 있게 되 었다. 한편 세계화로 인해 지역 학교, 4-H 클럽(head, hands, heart, health (지성, 근면, 덕성, 건강)를 모토로 하는 미국 농촌 청년 교육 기관), 교회 조직 등과 기업의 관계는 약화되었고, 결과적으로 지역사 회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이 이야기에 대한 모든 진실을 밝히지 못한 우리의 실패는 현재 우리가 가장 중요한 통상 이슈, '중국의 부상'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친다. 앞으로 어떤 운명이 펼쳐지는 NAFTA는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변곡점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의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우리는 NAFTA 이전에도 자유무역주의자였고 앞으로도 계속 자유무역주의자일 것이다), 전과 달리 일자리가 대화의 주제가 되었고 미국인의 무역에 대한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 “동맹과 싸우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동맹 없이 싸우는 것이다.” (처칠)
- 미국인의 절대다수가 부모 아니면 자녀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일용품 중 하나가 바로 아동 신발이라는 사실은 이해하기 쉽다. 지역이나 인종, 사회적 계급, 그 밖에 어떤 차이가 있든 모두 아동 신발을 산다. 어린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다들 이해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아이의 발 또한 커져서 공교롭게도 신발을 재구매해야만 한다(신발은 옷과 다르게 물려주기에 마땅찮다). 역사적으로 제화산업은 미국에서 중요했지만 현재 미국인이 구매하는 신발의 98퍼센트가 해외에서 수입한 제품이다. 설사 '미국 제품'을 사고싶다 하더라도 선택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다. 미국 내 제화 생산량은 매우 적어 보호무역론자의 관세 정책이 미국인의 구매 습관을 바 꾸어놓지 못한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미국인은 아동 신발에는 관세 를 부과하지 않거나 아니면 수입 차나 수입 완구에 통상적으로 부과 하는 1~2퍼센트 수준으로 관세가 최대한 낮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국인이 아동 신발을 구매할 때 지불하는 관세 는 최고 67퍼센트에 이른다. 수입 신발, 다시 말해 기본적으로 제화 전체에 부과되는 평균 세금은 11퍼센트로 이 역시 무척 높고, 모든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의 약 10배다. 아동 신발에 부과된 관세는 본질적으로 부모가 납부하는 세금이고, 비싼 신발일수록 관세가 보통 떨어진다는 점에서 역진세의 성격을 띤다. 이는 저소득 가구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는 뜻이다. 부모에게 부과하는 세금이 가장 번복 하기 쉬운 세금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아동 신발에 부과된 관세로 미국 정부 재정 수입의 120억 달러를 채우는데, 관세가 없다면 이 돈은 지출 삭감이나 다른 세금으로 메워야 할 테고 그건 정 치인들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일이다. 이 모든 역설이 누구에게서 시작되었을까? 바로 트럼프다. 그가 당선되기 전만 해도 TPP는 중국 다음으로 미국에 신발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베트남과 미국 간의 거의 모든 관세를 없애려던 차였다. 그런데 트럼프가 TPP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미국 가정들은 돈을 저 축하지 못하고 신발에 지출하게 되었다. 그렇게 중국이나 다른 나라 사람이 아니고 바로 미국인이 신발 관세를 계속 부담하고 있다. 
- 정부가 드러내놓지 않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 한다면, 라벨부착요건, 기록관리규정, 환경과 노동 규정 등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외국 기업과의 경쟁을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자국 농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볼 리비아 농산품의 진출을 막으려고 남미 토양에서 발견되는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없는) 특정 광물을 금지하는 국내법을 제정했는데, 이 법이 볼 리비아 농산물에 대한 관세나 쿼터제처럼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관세나 쿼터와 달리 특정 광물 금지는 적대적인 조치라기보다 건강에 관한 주제로 다루어질 수 있다. 국제 무역을 제한하는 것을 국내안전이나 국가 안보를 위한 염려로 가장함으로써, 국제 감찰 조사를 치밀하게 피하는 것이다. 미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미국에는 '바이 아메리칸 Buy American’, 즉 자국 물자 우선 구매 정책이 있어서 암트랙 노선이나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베이교처럼 인프라 건설에 들어가 는 외국산 원자재의 수량을 제한한다. 일본 같은 국가들도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냉동 쇠고기 위생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는 이런 관행들을 잡아내고 제한하는 것이 TPP의 또 다른 목표였다.  TPP 같은 현대 무역협정이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서비스 무역 의 활성화다(주의: 일자리 얘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경제, 특히 미국 경제는 물리적 상품보다는 서비스 중심으로 진화해왔고, 금융 분야, 마 케팅과 엔터테인먼트 관련 법률 분야에 속한 기업들은 국경 너머에 살고 있는 절대다수의 잠재적 소비자에게로 눈을 돌렸다. 서비스업 이 경제 레이더망에 제대로 잡히기 전에 대부분의 무역 규칙이 만들 어졌기 때문에, TPP 같은 새로운 무역협정의 주요 목표는 과거에 제철소나 제재소에 문호를 개방했듯이 컨설턴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IT 지원, 엔지니어에 문호를 개방하는 데 있다.
- 대체로 세계화는 부자 나라의 부유한 사람, 가난한 나라의 부유한 사람,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 세 부류의 사람들을 돕는다. 부자 나라의 가난한 사람을 위해 세계화를 승리의 명제로 만드는 일에 우 리는 취약하다. 이는 대기업, 정치적으로 강력한 이익단체, 부유층처 럼 영향력 있는 집단들이 무역협정에 너무나 자주 영향을 주기 때문 이기도 하다. 애초에 세계 무역 흐름에 직격탄을 맞을 사람들이 협상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꼭 이렇게 될 필요는 없다. 무역 반대론자들이 세계적인 바닥 치기경쟁이 비경제적 기준을 바람직하지 않은 수준으로 추락시키는 현상― 옮긴이)을 비난하는 것은 마땅하다. 어떤 나라는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법인세는 최저 수준으로 부과해 세계 경제의 이득을 축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이 미국 인구 대다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 국의 저소득 노동자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한 말은 옳다. 트럼프가 이런 문제를 만든 것도 아니다. 그저 화려한 표현으로 드리워진 커튼을 젖힌 것뿐이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 서, 국가들은 법과 정책이 어떻게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무역의 긍정적 영향을 감소시키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각국은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 미국은 국내에서 생산된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쇠고기를 소비한다(예상했겠지만 미국은 사육과 소비 모두 세계 1위다). 따라서 미국은 타코샐러드에 쇠고기를 충분히 집어 넣기 위해서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에서 쇠고기를 수입 한다.” 또 미국은 매년 대략 1만 4000톤의 블랙빈과 45만 톤의 양 파를 수입한다. 양파의 경우 대부분 FTA 상대국인 페루와 칠레, 멕 시코에서 온다. 옥수수의 경우 재밌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은 옥수수 생산량이 단연코 세계 1위로, 전용 재배지가 9000만 에이 커가 넘는다. 매년 무려 3억 6000만 톤 이상을 재배하는데 그중 대부분이 유전자 조작 옥수수다. 미국에서 재배한 옥수수는 거의 대부분이 동물 사료(미국이나 해외에서), 기름, 연료, 옥수수 시럽 같은 감 료로 쓰인다. 미국 소비자들은 유전자 조작 식품에 비판적이어서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루마니아, 터키, 네덜란드 등지에서 옥수수를 수입해야 한다. 조개 모양의 토르티야에 사용되는 옥수수 역시 수입산이다. 사워크림과 치즈의 경우 수입량이 확실히 적다(적어도 타코샐러드에 들어가는 치즈라면 그렇다). 한편으로는 미국 내 우유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낙농업이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정부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관세가 대체로 환영받지 못하게 된 와중에도 미국은 외국 소와의 경쟁을 물리치기 위해 창조적인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미국이 주로 사용한 방법 중 하나는 TRQ 관세율 할당’ 이다(어려운 용어들을 계속 나열해서 미안한 마음이다). 특정 상품에 대해 할당량을 정해 매우 낮은 관세를 부과하지만(그래서 노골적인 보호주의 로 보이지 않는다) 할당량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매우 높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수입산 버터는 세금이 전혀 없 다가 할당량을 초과하면 파운드당 80센트의 세금을 부과하는데 이 는 시장 가격의 3분의 1을 웃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미국 낙 농 시장에서는 TRQ를 초과하면 근본적으로 수입품의 유입을 차단 한다. 할당량도 유제품 생산량의 2퍼센트 정도로 상당히 낮은 수준 을 유지해, 수요가 많은 외국 치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유제품이 미국 항구와 상점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 성공의 선두에 서고 싶다면, 다양성, 힘, 행복한 삶의 선두에 서고 싶다면, 국경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 수입을 해야 한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최상의 요소를 통합함으로써 얻는 강점과 유연성이 있다. 이는 아무리 자급자족하 거나 완강한 국가라도 자국 내에서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아이 오와 옥수수, 몬태나 쇠고기, 캘리포니아 토마토, 그런 것들로 만든 미국식 타코샐러드라는 개념에는 무언가 애국적인 요소가 담겨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석탄을 포기하고 석유를 선택한 영국 군함처럼, 지금의 결과물이 더 났다. 루마니아 옥수수, 멕시코 토마토, 페루 양파, 기타 등등을 사용하면서 더 구하기 쉽고 가격이 더 적당하며 더 믿을 만한 타코샐러드가 되었다. 가장 좋은, 그리고 공급이 유연한 재료들을 세계 각지에서 가져와 한데 섞었기에, 모두가 선택의 자유와 다양성을 누리게 되었다. 이보다 더 미국적인 게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 우리가 세계 경제의 흐름을 틀어막고 싶다 하더라도 사실상 그렇 게 할 수 없다. 오늘날 미국의 모든 산업은 세계 다른 나라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얽혀 있다. 포드, GM 등 자동차 회사들은 외장 도색에 사용하는 검은색 페인트조차 일본 후쿠시마에서 수입한다. (2011년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수입이 잠시 중단되었다). 모든 외국 회사의 진입을 금지하고 외국 철강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보호무역주의를 실행하고 일시적으로나마 미국 자동차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다면 손쉬울 것이다. 그러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금속에 많이 의존하는 곳은 혼다와 닛산이 아니라 포드와 쉐보레다. 또 켄터키주 조지타운에서 생산되고 금세기 들어 거의 매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순위에 오르는 토요타 캠리가 다른 어떤 자동차 회사보다 국내 조립라인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으 로 보인다. 2011년 ABC 뉴스 조사 결과, 캠리가 100대 팔릴 때마다.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가 20개씩 생겨나는 반면 포드 이스케이프의 경우에는 13개씩 생겨난다고 한다. 또한 '외국 자동차 기업이 약 13만 명의 미국인을 고용했는데, 대부분 켄터키, 오하이오, 미시간,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집중되어 있다. 만약 수입을 제한하거나 세계와 거리를 둔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까?
- 미국 내 일자리를 지키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면, 현대 상품을 구성하는 사슬의 모든 연결고리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혼다 오딧세이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또한 경제를 더 이상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경쟁자가 타격을 입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다. 항구에서 영국 선박을 돌려보내거나 중국산 철강을 수입 금지하는 식으로 미국 산업의 이익을 증대시키던 단순한 시대는 끝이 났다. 이제 경제 세계화가 계산을 바꾸어놓았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다른 국가와 경쟁하며 살지만, 점점 더 많이 그들의 성공에 우리의 성공을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호 의존성 때문에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경제적 부를 함께 일궈간다는 생각이 안정과 평화를 증진시 켰다. 세계 2위의 수출국인 미국은 다른 나라의 성공으로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이 많아질수록 그들은 미국에서 더 많은 것을 사고, 이는 미국 내 일자리와 부의 증가로 이어진다. 최상의 경우 무역은 모든 배를 띄우는 만조滿潮와 같다는 점을 전제 로 할 때, 오늘날 국제 공급사슬은 서로의 배를 묶어둠으로써 그 효과가 더 확실히 나타나게 한다. 품질과 가성비가 향상된 자동차도, 성능이 좋아진 미국 연필도, 이러한 연결성이 강점임을 보여준다.
- 기름값을 생각해봅면 우리는 커다란 게시판에 가격을 붙여놓고 10센트 오를 때마다 초조해하고 가격이 찔끔 내려갈 때마다 축하하며, 정치인들에게 그들과 가장 무관 해 보이는 유가 변동에 대해 설명하라고 추궁한다. 하지만 그 밖의 우 리가 구매하는 모든 것들에는 똑같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이 점을 생각해보자. 1900년에 미국인은 가계 소득의 57퍼센트를 식료품과 의류를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 서구 경제 통합이 시작되고 몇 년이 흐른 1950년에는 그 비중이 42퍼센트로 떨어졌다. 새천년이 되고 몇 년이 지나자 그 수치는 무려 17퍼센트까지 하락했다. 어떻 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아마도 자동화를 비롯해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테지만, 나프타같은 무역협정의 첫물결과 중국의 WTO가입, 세계 전반의 관세 철폐 등도 확실히 역할을 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식료품과 의류 가격의 하락은 단순히 세계 무역의 '혜택'이라고만 볼 수 없다. 이것은 진정한 혁명이었다. 미국이 임금 정체, 과도한 의료비, 주택 위기, 극심한 소득 격차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수입이 중단된다면 삶이 얼마나 힘들어질지 상상해보라. 값 싼 과일과 채소, 티셔츠, 야구 글러브, 백팩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들어온 물품들을 살 수 없다면, 서민 가정의 삶은 어떤 모습이 될 까? 정치인들이 무역에 쏟는 관심 대부분은 수출을 향하지만, 오늘날 미국인이 살아가는 모습에 진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나나를 선두로 한 무서운 수입품 군단이다.
- 아이폰 가격은 모델, 메모리, 특성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그중 일반적인 제품이 999달러에 팔린다고 가정해보자. 2017년 약 6900만 대의 아이폰이 미국에서 판매되었다. 무역적자에서는 수입품의 가치를 소매 가격 이 아닌 공장도 가격으로 매기기 때문에, 이 경우 아이폰으로 인한 대중국 무역적자는 160억 달러 정도가 된다. 사실 애플 소유이기에 정확한 값은 알 수 없고 매년 판매되는 휴대전화들의 실제 가격에 따라 이보다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그 값이 100억 달러대로, 이 금액 전체가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함으로써 발 생한 무역적자 3780억 달러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론 999달러 아이폰이 미국 소비자에게 팔릴 때마다 그 돈이 베이징에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 분석 업체 IHS 마킷 IHS Markit은 아이폰 X이 한 대 팔릴 때마다 110달러는 아이 폰의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한국의 대기업 삼성(갤럭시 시리즈 제작사 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막강한 경쟁 상대다)으로 보내진다고 추산했다. 또 44.45달러는 메모리칩 공급업체인 일본의 도시바와 한국의 SK하이닉스의 몫이다. 반면 중국은 노동력과 부품 공급으로 8.46 달 러만 버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일부는 싱가포르로 가고, 일부는 브라질로 가고, 일부는 이탈리아로 가고, 일부는 뉴욕주 코닝사로 가 며... 상당 부분은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로 간다. 아이폰은 중국의 수출품으로 계산되지만 미국인이 지출한 돈의 대부분은 미국 현지에서 멀리 가지 않는다. 따라서 사실인즉슨, 대중국 무역적자가 인위적으로 상당히 부풀려진 것은 중국이 한 제품의 기나긴 공급사슬에서 마지막 종착역이기 때문일 뿐이다.
- 옐친이 온갖 상품 을 갖춘 휴스턴의 한 슈퍼마켓을 방문하고 압도당한 뒤 소련을 해체하기 위해 서둘러 고국으로 날아가게 한 것이 소프트파워다. 김정일의 할리우드 영화 사랑이, 그의 아들 김정은의 미국 농구 스타에 대 한 사랑이 소프트파워다. 1978년 베를린 장벽 안 수십만 명의 동독 인들이 리바이스 청바지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서게 했던 것이 소프트파워다. 문화의 모든 면면이 소프트파워가 될 수 있다. 햄버거, 팝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미국을 친숙하게 여기게 하고 미국의 명성을 드높인다. 소프트파워의 수단으로 미국의 교육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 미국의 모든 것을 알고자 찾아온 외국 학생들에게 우리에 대한 경의와 믿음을 갖게 해줄 수 있기 때문. 이는 장기적으로 외교나 경제관계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주는 수출품임. 일반적으로 품질에 대한 명성 때문에 미국제품이 인기가 많다고들 한다. 그러나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지만, 문화적 이미지 덕분인 경우도 많다. 이러한 이미지는 경험없이 구축되지 않는다. 경험이 있기에 코카콜라 캔, 양키스 모자, 비욘세의 메조소프라노, 자유의 여시낭이 바로 인식되고 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17-18년도에 미국대학에 등록한 유학생의 수는 110만명에 달했는데, 이는 미국 다음으로 유학생이 많은 나라인 영국의 2배 이상임.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했던 측정할 수 없는 장기이익과 더불어,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외국 학생들이 매년 미국 경제에 총 420억 달러를 투입하고 45만 개 일자리를 지원한다고 한다. 유 학생들 대부분은 미국의 학자금 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교육 원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대학생의 82퍼센트가 집에서 지원을 받거나 스스로 벌어서 학비를 충당한다고 한다) 학교 측은 미국 학생에게 더 많은 재정 지원 및 학자금 부채 탕감을 해줄 수 있다. 다시 말해 유학생이 학비 전액을 낼 때마다 미국 내 저소득 가구 학생이 지원을 받아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 아예 세계 경제의 흐름을 틀어 잠그고 우리의 규칙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면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는 언제나 나올 것이다. 위로가 되는 주장이고, 많은 사람이 피난처 삼아 그 주장을 수용하고 싶어 할 만 하다. 문제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바꿀 필요 없어, 내가 고칠게'라는 말이 듣기에는 더없이 편하다. 하지만 세계 경제로 부터 우리 자신을 차단하는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확실히 차단된 삶은 우리를 편안하게 해준다. 그러나 우리 삶을 활기 넘치고 번창하도록 이끌지 못한다. 게다 가 세계화는 죽을병이 아니다! 사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상황 이 더 낫기 때문에, 약을 먹고 운동을 하며 섭식에 주의하고 삶을 건 강하게 바꾸어나갈 의지가 있다면 과거보다 더 강력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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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표적인 주가상승 시그널 20가지를 사례와 함께 정리한 책이다. 기업이 돈 잘벌고 실적 좋으면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기업이 맞닥뜨리게 되는 경영환경과 이것들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복잡하다. 

책의 구성은 주가상승을 일으키는 스무가지 급소를 공시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구조이다. 작전주니 세력이니 하는 말에 익숙한 투자자라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격언을 들면서, 이미 공시나 뉴스에 나온 내용을 가지고 투자하면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어설픈 소문을 믿고 매매를 했다가 큰 피해를 보는 것보다는 공시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단타중심으로 치고빠지는 전략을 채택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음은 이 책에서 말하는 20가지 급소와 그에 따른 폭발력 지수이다. 책에서는 5가지 주제로 4가지 급소씩 묶어서 설명하고 있다. 앞 글자를 따서 외워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1. 흑자전환 :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때를 노려라 (7)
2. 인물 : 회사에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에 주목하라 (6)
3. 대체효과 : 대체재를 찾아라 (5)
4. 리스크 해소 : 리스크가 사라지면 크게 오른다 (9)
5. 상폐모면 :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회사를 노려라 (10)
6. 투자유치 : 투자를 유치했다면 무조건 잡아라 (7)
7. 인적분할 : 회사를 쪼갠다면 분할비율을 따져라 (7)
8. 지분가치 상승 : 회사가 보유한 지분에 주목하라 (5)
9. 지배구조 : 지배구조가 탄탄해지면 주식은 든든해진다 (7)
10. 인수합병 : 인수당하는 회사에 주목하라 (9)
11. 반사이익 : 악재가 호재인 회사를 찾아라 (6)
12. 기술개발 : 신기술은 주가를 올리는 비밀병기다 (6)
13. 구조조정 :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들면 주가는 오른다 (5)
14. 정부정책 : 정부정책에 쾌재를 부르는 기업이 있다 (6)
15. 수주 : 납품계약은 주가를 날게 한다 (5)
16. 경영권분쟁 : 고래싸움에 주가는 튀어오른다 (7)
17. 대박상품 : 히트상품은 주주도 웃게 한다 (6)
18. 주주친화정책 : 주주에게 선물을 주는 기업이 매력적이다 (5)
19. 실적개선 : 전년보다 성장한 실적은 주가가 오르는 사다리다 (6)
20. 신사업진출 :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는 회사는 성장한다 (6)

키워드만 봐서는 너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는 해당 재료를 읽고 해석하는 방법과 매매기법을 사례를 통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급등이후 조정이 올 수 있으니, 단기간만 보유하고 수익이 나면 빠져나올 것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책속의 책에 소개된 업종별 매매기법은 반도체, 통신, 건설 등 10개 업종에 대하여 업종의 맥을 잡고 주가상승 및 하락요인, 그리고 관련기업을 소개하고 있는데, 업종별 순환매 장세에 들어가는 시기에 매우 유용한 매매기법이라 할 수 있겠다.

책 제목은 '주가폭등 20가지 급소_기본편'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앞으로 실전편이나 고급편을 통해서 더욱 세부적인 매매기법을 소개하는 책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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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출판사 편집장은 팀원이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본인이 직접 다시 씁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마감을 맞출 수가 없다 이유를 댑니다. 본인이 보기에는 완벽에 가까운 원고가 될지 모르겠지만, 팀원은 일에 대해 아무것도 배울 없습니다. 자괴감과 팀장에 대한 반발 심리가 생깁니다.

한국경제신문 122일자 A30 기사 칭찬도권력의 부산물 소통을 하라>는 조직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는 시대에 맞춰 리더십도 달라져야 함을 일깨웁니다. “리더에게 천재적인 유능함이나 카리스마는 불필요하다. ‘미움받을 용기 갖지 말아야 한다.” 일본 심리학 전문가 기시미 이치로는직원을 힘으로 누르려고 하면 소통의 창구가 막혀버린다미움받을 용기는 리더의 눈치를 살펴가며 해야 말을 못하는 직원에게 적용되는 이라고 말합니다. “올바르게 운영되는 조직에는 리더의 배짱이 아니라 유연함과 직원과의 소통, 협력, 존중이 있다.”

기시미는코로나19 조직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변화, 일하는 방식과 가치관이 달라진 젊은 세대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시대에는심리학을 기반으로 민주적 리더십 필요하다 강조합니다. “조직 안에서 리더와 직원은 대등한 관계이며, 리더는 힘이 아닌 대화를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독일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사람이 유일무이한 존재, 다른 누군가로 대체될 없는 존재임을 알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말했습니다. 직원이 실수를 거듭하거나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온전히 직원의 문제라고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리더가 직원에게 업무에 몰두할 용기를 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리더가 혼낸다는 것은 직원을 자신과 대등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이라는 말도 새길 만합니다. 혼내지 말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무엇이 문제인지 말로 설명하면 된답니다. “무능한 리더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직원을 업무가 아닌 다른 일로 불합리하게 꾸짖는다.”

자신이 리더라는 직책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맞는다고 여기는 사람이 오히려 문제일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업무상 문제가 발생했을 자신의 리더십이 아니라 다른 것에서 문제를 찾는다.”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지적받지 못하고 리더 스스로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서중대한 위험요소라는 것입니다.

직장에서 존경받는 리더라면 가정에서 가족과 소원하게 지내는 일은 있을 없으며, 리더와 직원은 직함만 다를 대등한 관계라는 민주적 리더십 핵심입니다. “우리는 일해야 할까? 리더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행복 목표라면 달성한 것이 부족하더라도 일하고 있는 지금 순간을행복하다 느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상임논설고문
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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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쉬운 주식

경제 2021. 1. 24. 10:59

최근 주식투자 열풍을 타고 새로 만들어진 신조어가 있다. 바로 '주린이'라는 말인데, '주식+어린이'의 합성어다. 그만큼 주식 초보가 많이 주식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방증일 터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린이들은 주식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그저 증권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통장에서 증권계좌로 자금을 이체한 후에 주변사람들이 이런 게 좋다, 저런게 좋다고 하면 충동적으로 매수하기 일쑤다. 운이 좋아 주가가 상승하면 다행이지만, 잘못 선택한 경우 계좌에 (-) 부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주린이를 위한 책이기도 하고, 주식투자 경험은 있으나, 체계적인 공부가 부족했던 독자를 위한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책의 시작을 주식이란 무엇이며, 주식공부가 왜 중요한지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주식투자에 있어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한 뒤, 그에 맞게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간단한 예/아니오 질문 리스트를 통해서 자신이 손절형인지, 만족형인지, 눈치형인지, 고수익형인지 투자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각 투자성향에 따른 투자방법에 대한 가이드 역시 제공된다. 

주식은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각종 지표 즉, 금리, 환율, 통화량, 인플레이션 등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거 추세를 통해 설명한 다음에야 비로소 주식매매를 하기 위해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즉, 경제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주식투자에 임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 경고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미수는 하지 말라"이다. 많은 주식관련 서적에서 미수를 레버리지 활용의 일환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다.

책의 절반 정도를 주식투자를 위한 준비로 할애하고 나서야, 기본적 분석이나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투자할 종목을 고르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리고 나서야 기술적 분석을 통한 매매타이밍 기법을 소개한다. 

책 전체적인 구성은 마치 수능대비 참고서와 흡사하다. 그리고 챕터마다 중요한 내용에 대한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바로 유튜브와 연결하여 저자직강을 볼 수 있다. 투자에 뛰어들기 전에 공부를 먼저해서, 돈을 잃지 않는 투자자가 되길 바란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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