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본능의 미래

인문 2021. 2. 19. 20:34

- 일단 동물 성체에서 줄기세포를 떼어낸다. 자라고 분열해서 지방과 근육이 될 능력을 갖춘 이 세포 를 시작 세포starter cell' 라고 부른다. (칼에 베었을 때 상처를 재생시키는 게 바로 이 세포다.) 처음에는 시작 세포가 아주 조금만 있어도 된다. 참깨 씨앗만큼만 채취해도 상관없다. 원한다면 마취 상태로 살아 있는 동 물에게서 떼어낼 수 있다. 시작 세포를 접시에 놓고 영양분과 성장인 자가 든 용액에 담근 뒤 생물 반응기에 넣고 분열하기를 기다린다. 세 포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여덟이 되고, 마침내 수조 개의 세포가 된다. 그다음에 겔 형태의 틀에 정렬해 근섬유 모양을 이 루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것을 겹겹이 쌓는다. 햄버거 하나를 만들 정 도의 양으로 자라는 데는 약 10주가 걸린다. 하지만 세포 성장이 기하 급수적이기 때문에 햄버거 10만 개 분량을 만드는 데는 12주밖에 걸리지 않는다. (포스트에 따르면, 소 한 마리로 만드는 햄버거는 2,000개이며, 적어도 18개월은 기른 뒤에 도살해야 한다.) 햄버거와 크로켓, 소시지용 고기는 구조랄 게 별로 없어서 비교적 만들기 쉬운 편이다. 하지만 지방 과 연골, 근육을 제대로 된 질감과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 채끝 스테이 크는 상당한 연구가 필요하다. 섹스로봇 시장 때문에 인공지능의 발 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직 배양 기술도 고깃덩어리 를 만들 잠재성 덕분에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동물 고기와 달리 깨끗한 고기는 세포 하나하나까지 완전하게 관 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 잠재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동물성 지방이 유발하는 심장병을 줄이기 위해 오메가3 지방산을 늘린 고기, 내장도 없고 도살될 때 두려움에 똥을 지리는(복지시설이 잘된 농장에서도 일어 나는 일이다) 일도 없는 덕분에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의 위험이 없는 고기, 동물 스스로 만드는 게 불가능한 질감과 맛과 형태를 지닌 고기, 강제로 먹이지 않고 만든 푸아그라, 돼지고기 맛이 나는 코셔 (전통 유대교 율법에 따라 선택하고 조리한 음식,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 돼지는 코셔에서 제외돼 먹지 않는다 옮긴이) 베이컨 등
- 현재 물고기에만 집중하는 깨끗한 고기 기업은 세 곳뿐이다. 육류 문제보다 어류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고기가 살해라고 한다면, 물고기는 학살이다. 나날이 탐욕스러워지는 상업적 어업을 수십 년 동안 해온 결과 우리 바다에서는 생태적 재앙 이 일어났다. 모든 물고기의 3분의 1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빠른 속 도로 사라졌다. 과도하게 잡아들인 나머지 개체수 회복이 안 되고 먹 이사슬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나머지 60%는 이미 한계에 이를 정도 까지 잡히고 있다. 지금 수준보다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는 없다. 그러면 오직 7%만이 어업의 대상이 되지 않고 살아남는다. 이들은 종종 육지에서 너무 멀어서 상업성이 떨어지거나 정치적인 분쟁이 있는(항해해 들어가면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는) 해역에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바다에서 잡을 수 있는 물고기를 이미 거의 다 잡는 셈이다. 이제 어선들은 더 많은 연료를 태워 더 먼 곳으로 나가서 전보다 더 작은 물고기를 더 적게 잡아온다. 그러고도 상업 어선이 잡는 물고 기의 40%는 그대로 버려진다. 이를 부수 어획물이라 하는데, 의도치 않게 그물에 걸려서 죽은 채로 버려지는, 필요 없는 물고기와 거북, 새, 해양 포유류 등이다. 우리는 다른 어떤 동물 단백질보다 물고기를 많이 먹으며, 십억 명이 단백질을 물고기에 의존한다. 생존을 위해 어업에 의존하는 가난한 바닷가 마을 사람들은 이 생태적 재난의 영향을 우리보다 더 많이 체감하고 있다.  양식이 바다 생태계 파괴에 대한 해결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집중적인 축산업과 똑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좁은 영역에 갇힌 대량의 물고기는 곧 똥으로 가득 찬 거대한 통을 뜻했다. 이런 환경에서도 번 성하는 바닷물이sea lice를 죽이기 위해 살충제와 살균제를 써야 했다. 게다가 상당수의 물고기는 통 안에서 살지 못한다. 블루핀 참치는 아주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통 속에 든 정어리 떼처럼 뭉쳐 있으면 죽고 만다.
- 깨끗한 고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나쁘다. 붉은 고기를 산더미처럼 먹었을 때 위험한 일이 벌어진다는 건 실험실에서 기른 고기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암과 심장병에 걸릴 것이고, 언젠가는 건강에 좀 더 낫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콜레스테롤 과 지방은 있을 것이며, 섬유질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먹는 고기가 깨끗하다'는 말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허락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러면 식물 유래 고기가 정답일까? 그 피 흘리는 임파서블 버거 와 축축한 비욘드 버거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식물 유 래의 동물 모방 식품은 눈이 아파서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은 성분 으로 만들어진 고도의 가공식품이다. 내가 먹은 저스트 에그의 성분은 마치 화학 실험 기구 목록을 읽는 것 같다. 각종 분리 성분과 껌기 초제에 오일에 추출물에 착향료, 테트라쇼듐 파이로포스페이트, 트 랜스글루타미나아제, 구연산칼륨 등, 비욘드 버거는 완두콩 단백질 과 코코넛오일로 만들었다고 광고하지만 메틸셀룰로오스, 말토덱스 트린, 식물성 글리세린, 아라비아검, 숙신산 같은 성분도 들었다. 식 물을 동물성 식품 비슷하게 만들려면 건드려야 할 게 아주 많다. 게다. 가 이 모든 성분을 공장으로 운송하려면 먼 거리를 움직여야 하고, 고기인 척하지 않는 채식 요리와 비교해서 무엇이 있고 없고를 떠나 어차피 누구나 뒷마당에서 기른 재료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뭐하러 그렇게 바보같이 고생하는 걸까 싶다. 인공고기는 인류에 관한 비관적인 관점에 의존한다. 우리가 식습관을 바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식품이 지구를 대가로 삼지 않도록 확실히 보장할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고기에 대한 입맛을 잃는 것뿐이다. 결국, 진짜 문제는 축산업이 아니다. 인간의 식성이다. 
- 깨끗한 고기는 인간의 의미를 바꾸어놓을 것이다. 그러나 고기가 자연스럽다기보다는 문화적인 것이라면,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문화를 바꾸는 것도 우리 힘으로 가능하다. 우리 문화는 이미 바뀌었다. 이제는 불을 피우고 죽이는 능력으로 남성성을 정의하지 않는다. 섹 스로봇이 성범죄자에게 진통제 역할을 할지 모른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깨끗한 고기는 우리가 동물을 죽이지 않도록 하는 과도기적 제품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고기 중독을 유지시켜 우리가 얼굴 없는 다국적기업에 의존하게 할 수도 있다. 고기를 포기해 동물을 지배할 힘을 버리는 대신 멀리 있는 기업에게 우리를 지배할 힘을 더 주는 것이다.
- 우리가 계속 고기를 먹는 한 깨끗한 고기는 미래의 여러 가지 가능 성 있는 식품 중 하나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고기를 원하지 않거나 훨씬 적게 원할 힘이 있다. 진짜 힘은 바로 거기, 기술을 익히는 게 아니 라 우리의 욕망에 재갈을 물리는 데 있다. 그렇게 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가 먹는 식품이 나오는 곳으로부터 더욱 멀어질 것이며, 책임감도 훨씬 덜 느낄 것이다. 애초에 고기를 둘러싼 이 야단법석을 초래한 사고방식을 영원히 가져갈 것이다.
- 대리모 출산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아무리 대리모가 의욕적 이고, 난임 전문 의사가 뛰어나고, 행정 처리가 빠르다고 해도 대리모 출산은 육체적, 감정적, 법적으로 가장 난잡한 형태의 제3자 생식 행 위다. 그러나 그건 인간이 여태껏 겪어왔던 임신과 출산이라는 문제 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전통적인 대리모 출산은(대리모가 임신한 아이의 유전적인 어머니지만 부모의 권리는 포기하게 되는) 창세기부터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창세기) 16장에  사라와 아브라함이 자손을 갖지 못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라는 아브라함에게 자신의 이집트인 시녀 하갈과 동침하라며 “내가 혹 그 로 말미암아 자녀를 얻을까 하노라”라고 말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하갈은 아들인 이스마엘을 잉태했음을 알게 되자마자 자신의 여주 인을 멸시' 했다. 14년 뒤 스스로 생물학적인 아들, 이사악을 낳은 사라는 하갈과 이스마엘을 사막으로 내쫓아버렸다. 어떤 형태로든 수천 년 동안 이어져왔지만, 전통적인 대리모 출 산은 불임이라는 금기, 사생아라는 낙인, 이런 방식으로 아기를 만들 기 위해 해야 하는 그 간단한 행위 때문에 대개 드러나지 않았다. 인공수정은 전통적인 대리모 출산의 기분 나쁜 요소를 없앴지만, 나름의 어두운 역사가 있었다. 기록에 남은 최초의 사례는 1884년 필라델피아에서 윌리엄 팬코스트William Pancoast 교수가 불임인 남성과 아내 가 임신하게 도왔던 일이다. 팬코스트는 고무 주사기를 이용해 자신 의 제자 중 가장 잘생긴 남성의 신선한 정액을 클로로폼으로 기절시킨 여성의 자궁경부에 주입했다. 그 여성은 아홉 달 뒤에 아이를 낳았다. 자신이 아이를 갖게 된 과정이나 남편이 아이의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에 관해서는 전혀 듣지 못한 채 말이다. 팬코스트가 개척한 기술은 아기를 만든다는 개념을 바꾸어놓았다. 이제는 임신하기 위해 이성과의 성관계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동 성애 커플에게는 매우 좋은 소식이었지만, 남성 동성애 커플은 여전히 아이를 임신하고 낳아줄 여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전통적인 대리모 출산이 선택지의 하나로 남아 있다. 대리모로 아이를 갖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기도 하다. 게다가 대리모가 부모 예정자 중 누군 가의 친척이라면 아이와 유전적인 연결고리를 가진다는 장점도 있다.
- 아무리 세계 곳곳의 여러 기꺼워하는 대리모가 다른 사람의 아이 를 대신 낳아 아이를 절실하게 원하는 사람에게 부모가 되는 선물을 안겨줄 수 있다고 주장해도 대리모 출산은 엄연히 여성을 그릇이나 인큐베이터로 사용하는 행위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아이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대리모 출산은 대리모 가 스스로 착취당한다고 생각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여성의 임신 능력을 착취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2015년 12월 유럽 의회는 여성의 '인간 존엄성을 해친다'며 모든 형태의 대리모 출산을 비난했 고, 그중에서도 생식을 위해 인간의 몸을 착취하고 이용한다'는 이유 로 체외수정 대리모 출산을 콕 집어서 거론했다. 그러나 대리모 출산을 금지한다고 해서 수요가 사라지지는 않는 다.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다. 임신하지 않고도 유전적인 자손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이제 그 문을 간단히 치워버릴 방법은 없다. 사하키안의 고객 목록이 불어난다는 사실이 보여주듯 임신하지 않고 부모가 되려고 하는 이유는 매년 새로 나타난다.
- 부분적인 체외 발생은 향후 몇 년 안에 가능해질 전망이지만, 수정 에서 탄생에 이르는 완전한 체외 발생은 현실적으로 아직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수정 이후 몇 주 동안 자궁 밖에서 배아의 생명을 연장 하는 기술이 점점 더 좋아지면서, 점점 더 미성숙한 아기의 생명을 유 지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언젠가 이 두 지점이 만나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는 매년 그 순간에 점점 더 가까워진다. 원래 자궁 밖에서는 인간의 배아를 수정 이후 일주일까지만 기를 수 있다는 게 통념이었다. 보통 그 시기에 자궁내막에 배아를 이식했다. 그러나 2016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막달레나 제르니카 겟츠 Magdalena Zernicka- Goetz,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인간의 배아를 특수 배양액에 담가 길러 인체 밖에서 13일 동안 온전하게 생명을 유지시 키는 데 성공했다. 성장인자를 올바로 섞어주자 접시 바닥에 이식한 배아와 초기 태반 세포가 발달했다.? 과학자들은 체외수정으로 만든 인간 배아의 생명을 14일 동안만 유지할 수 있다. 15일째에 생기는 원시선조(향후 뇌와 척수가 될 부분이 생기기 시작함을 알려주는 세포의 구조)'가 나타나기 전에 연구를 중단해 야 한다는 윤리 규정 때문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진도 이 14일 규정 때문에 배아를 죽여야 했다. 실험을 계속할 수 있었다면, 아마 한참 더 생존했을 것이다. 인체 밖에서 배아의 발달 과정을 자세히 관 찰할 수 있다면 과학적인 잠재성이 엄청나기 때문에 2016년 이후 이 제한을 21일이나 심지어는 28일로 늘려야 하는지를 놓고 광범위한 논쟁이 벌어졌다. 14일이라는 데드라인은 고작 17개국만이 공식적으 로 준수하는 자발적인 윤리 규정이다. 북한이나 러시아 과학자들이 사람의 배아를 기르고 싶은 만큼 기르는 일을 막을 방법은 없다. 동물 실험으로는 이보다 좀 더 나아갔다. 2003년 코넬 대학교의 생 식의학 & 불임센터 헬렌 훙-칭 리우Helen Hung-Ching Liu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생체공학으로 만든 자궁 조직을 올린 장치를 이용해 수 정된 쥐의 배아를 거의 출산에 가까운 시기까지 기르는 데 성공했다. 깨끗한 고기 산업에 연구개발 비용을 계속 쏟아붓는다면, 조직 배양 능력을 자궁 조직을 기르는 데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배아의 발달 방식은 아직 블랙박스 안에 들어 있다. 임신 1분기 (임신 기간을 삼등분한 것, 각 분기는 3개월에 해당한다 - 옮긴이)와 2분기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 지금보다 많이 알아야 한다. 하지만 배아를 인체 밖에서 더 오랫동안 기르게 되면서 블랙박스의 뚜껑이 열리고 있다. 생식의학은 야망 있는 의사와 연구자들이 주도하고, 번식하려는 인간 의 강력한 욕구가 뒤를 받치며, 그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고객층이 비용을 댄다. 우리가 더 많이 이 해할수록, 완전한 체외 발생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일이 일 어나지 않기에는 과학적인, 의학적인, 그리고 역시 상업적인 압력이 너무 크다. 장애물은 기술이 아니라 윤리와 법일 것이다. 체외수정은 한때 SF의 소재였다가 윤리적 난제가 되었고, 이어서 첨단 생식 보조 기술이 됐다. 이제 체외수정은 가정을 만드는 평범한 방식이다. 누구나 알며, 유튜브에서 광고를 할 정도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방법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도 자궁 밖에서 아기를 만들 권 리를 인정하며, 이 방법으로 생물학적 자녀를 임신하려고 시도하는 부부에게 비용을 지원한다. 한때 부자연스럽게 보였던 일도 쉽게 평 범한 일이 될 수 있다. 비닐팩과 관이 자궁을 대체하기만 하면, 임신과 탄생의 정의는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임신이 여성의 몸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더 이상 여성의 일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분유가 남성도 똑같이 아기에게 젖을 줄 수 있게 만들었던 것처럼 체외 발생은 임 신과 출산이 더 이상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뜻한다. 그러면 모성의 의미 역시 바뀔 것이다. 영원히..
- 신생아를 돌볼 수 있다는 믿음을 못 주는 엄마가 있다면, 임신을 대체할 방법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그 엄마를 믿고 임신하게 할 수 있 을까? 자식을 돌보기에 부적합한 엄마가 애초에 책임감 있는 인큐베 이터가 될 수 있을까? 탄생의 미래가 체외 발생과 자연스러운 임신 사이의 선택을 뜻한다면, 자연스러움'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완전히 변할 것이다. 이미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곳에서 직원들이 가장 생산적인 시기에 일에 집중하도록 난자 냉동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들이 임신과 출 산 기간 내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인공자궁에서 아기를 기르게 해주는 서비스도 지원하는 미래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몸 안에 있는 진 짜 자궁을 이용한다는 건 궁극적으로 하위 계급, 빈곤, 혼란스러운 삶, 계획하지 않은 임신, 혹은 위험의 경계를 넘나들 정도로 다산하는 엄마를 뜻하는 표식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임신과 출산에 아무 런 의학적 도움도 받지 않으려 하는 자가 분만 여성'에 대해 생각하 는 것과 똑같다. 자연스러운' 출산 자체가 무책임하고 무모한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영국인에게는 죽을 권리가 없다. 자기 살해'는 13세기 중반에 영국 관습법에서 범죄가 되었고, 자살은 1961년에야 비범죄화되었다. 다른 사람이 목숨을 끊도록 돕는 일은 여전히 범죄이며, 감옥에서 최대 14년을 보낼 수 있다. 영국 국민의 84%가 죽을 권리를 원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의회는 6개월 이하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의사 두 명의 감독하에 도움을 받아 생을 마치게 해주는 법안을 압도적 반대로 거부했다. 그러나 자발적인 안락사(요청에 따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목숨을 끊 어주는 것)는 조력에 의한 죽음(요청에 따라 남은 생이 몇 달밖에 되지 않 는 사람이 목숨을 끊게 돕는 것)이든 조력 자살(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든 세계적으로 죽을 권리가 점차 법으로 보장되는 추세다. 스위스는 1942년에 조력 자살을 허용했고, 350명 정도의 영국인이 취리히의 디그니타스 병원에 가서 죽었다. 안락사는 네덜란드에서 2001년부터 합법이었고, 벨기에에서는 2002년부터, 룩셈부르크에서 는 2008년부터 합법이었다. 이들 국가에서는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 니라 '견딜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까지 대상을 넓혔다. 즉 알코올 중독자나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 사람도 합법적으로 도움을 받아 죽을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일어나는 죽음의 약 4%가 안락사다.) 북 아메리카에서는 조력에 의한 죽음이 1997년 오리건주에서, 2008년 워싱턴주에서, 2016년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에서 합법화됐다. 사람들이 더 오래 살지만 그게 반드시 더 나은 삶이라고는 할 수 없는 시기, 만성적이고 고통스럽고 몸을 피폐하게 만드는 질환, 치매, 자립 능력과 존엄의 결여를 겪으며 살 가능성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도 큰 노년을 맞이하는 시기에는 부유한 국가에서 죽을 권리를 요구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도미노 효과로 언젠가는 죽을 권리가 당연해 질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죽을 권리는 의사와 정신의학자의 승인에 달려 있다. 그러면 평범한 사람들이 권위를 거부하고 전문가에게서 등을 돌리는(기후 변화부터 백신, 브렉시트까지) 시기에 의료계 종사자가 전보다 더 큰 힘을 얻게 된다. 필요한 걸 온라인에서 다 찾 을 수 있는데 굳이 이름에 호칭 몇 글자 더 붙은 사람의 의견에 따를 필요가 있을까?
- 기대수명이 짧고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시절에는 죽음이 삶의 일부였다. 죽음을 자주 접했다. 1945년에는 대부분의 죽음이 집에서 일 어났지만 1980년에는 17%에 불과했다. 오늘날 우리는 죽음이 다가 오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죽음을 경험할 일이 거의 없는 삶을 산다. 과거보다 죽음이 훨씬 무섭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고통 없고, 품위 있고, 통제된 죽음을 약속할 수만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거대한 시장이 열려 있다. 실제로 제공할 수만 있다면.
- 남성은 기술 산업을 지배했다. 남성이 만든 발명품은 남성의 자아 와 욕망을 반영했다. 반면 섹스로봇이나 인공자궁뿐 아니라 내가 직접 본 모든 기술에 영향을 받는 건 여성이다. 케보키언의 기계를 이용해 죽은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전반적으로 자살은 남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현상임에도 도움을 받아 죽는 게 합법인 곳 어디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그 길을 선택했다. 여성은 배우자보다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고 돌봄을 받기보다 돌보는 데 더 익숙하다. 짐 이 된다는 두려움을 여성이 훨씬 강하게 느낄 가능성이 있다. 또 마크 포스트가 말했듯이 '고기는 언제나 힘과 연관이 있었다. 고기는 '남 자답게 먹는 것'과 관련이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고기는 남성적이며, 많은 해를 끼치는 왕성한 과잉 섭취로 이어진다. 그 해결책이 실험실에서 기른 고기라면 우리가 한때 자급자족했던 욕구를,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 특화된 기술에 의존할 것이다. 그리고 여성도 고기를 향한 본연의 욕구와는 상관 없이 기술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혁신은 식품과 섹스에 대한 남성의 기호에 관해, 탄생과 죽음을 통제하려는 남성의 욕망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 모두 무질서와 무력함을 두려워한다. 인간은 환경을, 우리 식품을, 우리 몸과 상대방을 통제하기를 원한다. 섹스로 봇은 인간관계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자율성이 없는, 배우자의 대체 물이다. 깨끗한 고기는 똥과 질병, 우리를 멸종으로 이끄는 오염이 없 는, 동물의 대체물이다. 인공자궁은 고장 나기 쉬운 몸과 엄마답지 못 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없는, 임신부의 대체물이다. 죽음의 기계는 예 측할 수 없고 존엄하지 못한 죽음의 대체물이다. 이들은 우리를 우리 본성으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서로로부터 떨 어뜨려 놓는 대용물이다. 우리가 통제한다는 환상을 갖기 위해 식품과 섹스, 탄생, 죽음을 기계에 청부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공감력, 우리의 불완전함, 우리의 능동성, 우리 존재의 우연성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기술은 우리를 비인간화한다. 아무리 지구를 구하자! 조그만 아기를 구하 자! 외로운 사람들에게 반려자를 제공하자! 아픈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자!' 라는 고귀한 의도를 가지고 개발했다고 해도 우리는 이런 발명품이 어떤 사람의 손에 들어갈지, 그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사용할지, 그게 궁극적으로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전혀 모른다. 이 책에서 다룬 혁신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애초에 기술 때문 에 생겨났다. 기업형 농업은 동물 고기가 지속가능하지 않게 만들었고, 의료 행위는 여성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임신이 더욱 위험한 것처 럼 보이게 했으며, 의학의 발전은 노화와 질병, 죽음이 끔찍해 보이게 했다. 우리가 기술적인 해결책에 의존할 때마다 우리가 언제나 자연 스럽게 할 수 있었던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차원의 복잡성에 의지하는 위험을 무릅써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부를 잃 는다.
- “지난 세대가 꿈도 꾸지 못했던 계획이 우리의 직계 자손을 집어삼킬 것이다. 무시무시하고 파괴적인 힘이 그들의 손안에 들어갈 것이다. 안락함, 활기, 쾌적함, 즐거움이 그들에게 밀어닥치겠지만, 물질적인 것을 넘어서는 통찰력이 없다면, 그들의 가슴은 아프고, 삶은 황폐할 것이다.” (처칠, 에세이 50년 후)
- “윤리적인 개혁, 혁명, 폭동이 아니라 기술로 고쳐보겠다고 생각하 면... 기술이 윤리를 대신하려고 할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 학대하는 거예요. 우리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버리는 거죠.” (비건 사회학자 매튜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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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부모라면 놓쳐서는 안 될 유대인 교육법'의 임지은 작가가 쓴 책이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학부모용 책으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책 전체를 읽어보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내용이 실려 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예를 들어 영업분야라면 3년간 열심히 일 배워서, 20년간 써먹고 은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는 어림도 없는 말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온 정신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고, 늘 자신을 새롭게 리뉴얼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불과 5년전만 해도 우리의 업무환경 속에 빅데이터나 AI, 혹은 4차산업혁명, 스마트팩토리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온 것보다 그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과거의 학습방식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존 듀이의 말처럼 어제 가르친 그대로 오늘도 그대로 가르치는 건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는 짓이다.

책의 부제는 '디지털 금수저를 물려줘라'이다. 얼핏 생각하면 컴퓨터 코딩이나 IT 관련 교육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여겨질 수 있다. 물론 코딩교육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기능의 습득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힘,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연습, 건강한 자존감,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구나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인성을 갖추는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부모가 밥을 떠먹여 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시대다. 그리고, 진짜 위기는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이 아니라 배움을 멈추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부모도 스스로 배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한 '부모력' 배양에 힘써야 겠다.
첫째, 아이가 진짜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둘째, 아이의 개성과 강점을 최대치로 이끌어 주고 있는가? 
셋째, 주입식 교육 대신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고 있는가? 배움 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고 있는가?
넷째, 아이에게 비교와 경쟁 아닌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가? 다섯째, 아이에게 실패를 두려워 않고 도전하며, 끝까지 해내는 힘을 길러 주고 있는가?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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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5당신의 주의력 지속시간은 금붕어보다 짧다 제목의 기사를 적이 있습니다. 금붕어는 9 동안 기억력을 지속할 있는 반면, 사람은 8초가 지나면 집중했던 사물에 대한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디지털화한 생활방식이 뇌에 영향을 탓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한 2000년부터 인간의 평균 주의력 지속시간이 12초에서 8초로 떨어졌다 조사결과를 내놨습니다.

한국경제신문 25일자 A31 새벽까지 공부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기사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출신 교육전문가 3명이 제시하는집중력 높이는 방법 소개했습니다. “하버드 입학생들은 지능수준과 가정환경이 각기 달랐지만 성적은 결국 집중력에 의해 갈렸다.” 이들은집중하기 전에 감정부터 가라앉혀야 한다 말합니다.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구체적으로 깨닫고 통제하라. 감정을 정리하고 우선순위에 맞춰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중요하다.”

감정을 가다듬고 집중력을 끌어올리려면 먼저주의력 주권(主權)’부터 되찾아야 합니다. “15초짜리 짧은 영상을 보는데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시간짜리 자연 다큐멘터리에 흥미를 갖기 어렵다. ‘너무 느리군. 장면이 이렇게 거야!’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자신의 주의력을 컨트롤할 없어 주도권을 넘겨버린다면 외부 자극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로 전락한 셈입니다.

한꺼번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멀티태스킹(multi-tasking)’ 삼가는 좋답니다. 영국의 옥스퍼드 러닝(Oxford Learning) 사이트에는멀티태스킹은 아이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학습능률을 떨어 뜨린다 글이 있습니다. “ 가지에만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면 모든 과제를 수행할 집중력을 키울 있다.”

주의력과 집중력을 키우는데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뚜렷한 목표의식입니다. 하버드대학교가 어느 해의 졸업생들을 25 간격으로 조사한 결과는인생목표 갖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졸업 당시 인생목표가 없는 학생이 27%, 모호한 목표를 가진 사람이 60%, 분명하고 단기적인 목표를 가진 졸업생은 10%였다. 분명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가진 졸업생은 3% 불과했다.”

25
년이 지나 졸업생들을 추적조사한 결과 분명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가졌던 3% 졸업생들은 방향을 향해 부단히 노력했고, 대부분 사회에서 높은 지위에 올랐습니다. 관련분야의 엘리트나 정계 지도자가 사람이 많았습니다. “분명하고 단기적인 목표를 가졌던 10% 대부분 업계에서 전문인재가 됐고 사회적 위치도 중상위를 차지했지만, 나머지는 성공한 비율이 떨어졌다.”

확실한 목표는 학습과정에서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게끔 이끌어줍니다. “효율을 극대화해야만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있고,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수준의 많은 일을 완수할 있다.”

한국경제신문 상임논설고문
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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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미래

과학 2021. 2. 17. 20:06

- 에지 컴퓨팅에서 데이터는 클라우드가 아 니라 데이터가 발생한 원천에서 처리된다. 이론적으로는 여러분 가정의 스마트 냉장고가 데이터를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에지 컴퓨팅이 본격화되기에는 상대적으로 이르지만,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 사물인터넷 장치들은 막대한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런 데이 터가 모두 대단히 중요한 것도 아닌데, 이로 인해 네트워크가 붐벼 처리 시간과 의사 결정 과정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만약 알렉사 에 날씨를 묻는 정도라면 데이터 처리가 지연된다고 해도 별일 아 니지만, 자율주행차를 타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에지 컴퓨팅에서는 네트워크가 덜 붐빈다. 데이터 원천에서 중요 한 데이터가 빨리 취급되기 때문이다.
- 우리에게는 이미 인간의 팔과 다리를 대신 할 수 있는 로봇 팔과 다리가 있다. 또한, AI 덕분에 단지 생각만 으로 이를 움직일 수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신체적 증강만을 목표 로 삼지 않는다. 두뇌 능력 향상을 위한 AI가 이미 개발 중이며, 페 이스북 같은 기업은 손가락이 아니라 생각으로 페이스북을 이용 할 수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애매한 기술 용 어로 표현하자면, 텔레파시 타이핑telepathic typing이다.) 마찬가지로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Neuralink는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사람 들을 도울 수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계가 점점 지능화되면서 인류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일론 머스크는, 기계와 결합해 인간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똑똑해진 기계에 의해 인간이 제거되거나, 아니면 기계의 '반려동물 이 되는 것을 막는 최선의 길이라 믿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는 우리 몸에 스마트폰이 영구적으로 부착될 수 있다. 말 그대로인데, 기술이 우리 몸에 이식되어 끊임없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생체정보를 스캔해 우리가 다음 행동으로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두뇌에 이식된 AI 칩은 더 스마 트하고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또한, 신체적 증 강은 우리를 더 강하고 민첩하게 만들 것이다. 인간은 주변 세상을 조종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인간 자신을 조종하려 하고 있다.
- 페이스북이나 뉴럴링크가 개발하고 있는 '생각을 읽는 기술이 성공한다고 해도, 사생활 보호에 큰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진정으로 AI가 우리의 생각을 읽기를 원하는가?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페이스북 같은 영리 목적 기업의 손에 넘기기를 바라 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런 기술이 표준화되기 이전에, 사람 들이 자신과 관련한 데이터의 보호에 관해 먼저 깊이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내 경험으로는 요즘 사람들 대부분이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이미 알고 있는 개인정보에 대해 상당히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은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윤리를 어떻게 취급할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우리는 더 심각한 부의 양극화를 경험할 수 있다. 기술은 우리에게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약속한다. (심지어 영원히 살 수 있게까지.) 그러나 이런 혜택은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돌아간다. 부자는 슈퍼맨이 되어 영원히 살고, 그밖의 모두는 유익을 누리지 못하는 사회를 상상해보라. 불행하지 않은가? (또 하나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는, 지구에 가해지는 부담을 고려할 때 우리가 대단히 장수하는 삶을 ‘꼭 원해야 하는가이다.)
- 좋은 데이터 전략이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 사업적 필요. 실제 가치를 더하기 위하여, 데이터는 구체적인 사업적 필요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즉, 여러분의 비즈니스 전략이 여러분의 데이터 전략을 필요로 해야 한다. 여러분의 비즈니스가 달성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데이터가 어떻게 사업 목표 달성을 도울 수 있는가? 데이터가 1) 어떻게 전략적 목표를 이루도록 돕 고, 2) 사업상의 질문에 답하며, 3) 주요 도전 과제를 극복하게 할 것인지에 관한 세 가지에서 다섯 가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 명하다. 그 후, 세 질문에 대한 각각의 데이터 사용에 관해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 데이터 요구사항 Data requirements. 목표를 성취하려면 무슨 데이터가 필요한가? 그리고 그 데이터를 어디서 얻을 것인가? 혹시 필 요한 데이터를 이미 갖고 있는가? 회사 내부 데이터를 외부 데이터로 보충할 필요가 있는가? 만약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 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데이터베이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체계 옮긴이). 데이터 거버넌스는 여러분의 데이터가 심각한 골칫거리가 되지 않게 하며, 데이터 품질, 데이터 보안, 프라이버 시, 윤리, 그리고 투명성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여러분의 데이터가 정확하고, 완전하고, 최신의 것으로 업데이트되었는지 확인하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하기 위해 어떤 허가를 받아야 하는가?
* 기술적 요구. 아주 간단히 말해서 이것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정리하고, 분석해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얻을 수 있기까지 필요한 하드웨어적, 소프트웨어적 요구에 귀 기울이는 것을 뜻한다.
* 기량 및 역량. 여러분은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공백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 예를 들어, 새로운 인재를 고용할 것인가? 아니면 외부 데이터 제공 업자와 협력할 생각인가?
- 결국 블록체인은 비즈니스에 여러 유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다음을 살펴보자.
* 비용 감소, '중개인'의 필요를 줄이거나 없앰으로써 거래를 성사시키고 기록하는 데 드는 재정적인 부담을 덜 것이다.
* 추적 가능성 향상. 이론적으로는 공급망의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에 확실히 기록된다.
* 보안 강화. 블록체인의 암호화 덕분에,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고 보호하는 일이 훨씬 쉬워질 수 있다.
블록체인이 널리 퍼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기업들로서는 차세대 기술 때문에 곤란해져서는 안 된다. 블록체인이 완 전히 유행하게 되면 그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인터넷이 그랬듯 말이다. 그러므로 내가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블록 체인 기술 관련 소식을 계속 접하고, 여러분의 비즈니스에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계속해서 고민하라는 것이다.
- 클라우드의 의미는 기업이 직원들에게 '가상 데스크톱 환경 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접속 할 수 있다. 직원들이 각자의 컴퓨터나 기기에 (보안상의 위협을 감 수하고 직접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다운로드받도록 하는 게 아 니라, 사설 클라우드 서비스에 앱과 데이터를 저장하여 가상 데스 크톱으로 접속하게 하는 것이다. 에지 컴퓨팅은 데이터를 수집한 원천의 처리 능력을 활용한다. 그 럼으로써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전송하고 처리하는 데 필요한 주파수 대역폭을 절약할 수 있다.
* 에지 컴퓨팅의 단순하고 훌륭한 예로, 각자의 콘솔에서 실행하는 온라인 게임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클라우드에 전송되는 데이터는 게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일부에 불과하다. 대개 게임상의 다른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이터 정도다. 반면에, 대부분의 데이터 프로세싱은 이용자의 콘솔에서 이루어지며, 이렇게 생성된 영상 데이터는 이용자 개인의 화면에만 보인다.
*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할 수있다. 자율주행차는 충돌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에 의존하며, 그에 따라 회피 동작을 취한다. 이와 같이 생사가 달린 시나리오에 서 자율주행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경우,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보내 위험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고 이 결과를 자동차 모터 를 제어하는 컴퓨터에 다시 전달한다는 생각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카메라와 레이더/라이다 LIDAR, Light Imaging Detection and Ranging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하기 전에 먼저 분석한다. 적절한 데이터만 클라우드에 전달되며, 클라우드 에서는 시간에 덜 민감한 판단, 즉 운행 경로 계획, 연료 최적화, 차량 성능 등을 고려한다.
* 스마트 시티는 도시 환경의 유용성을 향상하는 기술을 사용하며, 에지 컴퓨팅이 배치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차량 흐름과 혼잡을 모니터하고 반응하는 시스템은 카메라에 탑재된 이미 지 프로세싱 기술에 의존해 상황 변화에 반응하고, 교통 신호를 바꾸거나 일시적인 속도 제한을 걸기도 한다. 이산화탄소를 모니 터하는 시스템은 특정 지역의 CO2 배출 정도가 심각한 경우 차량의 경로를 바꾸며, 폐기물 처리 시설은 폐기물 처리 시설이 완전 가동하는 상황이 오면 알림을 보내 빨리 비워질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일들이 데이터 발생 원천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중앙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 데이터를 전송하고 요청하는 다른 시스템과 함께 동작이 멈출 수 있다.
* 산업계에서 에지 컴퓨팅은 온라인 서비스에 거의 접속할 수 없는 환경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외지의 광산이나 연안 석유 시추 시설 등의 현장에서 분초를 다투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데 이터 분석이 이루어진다.
* 제조 공장 역시 에지 분석을 이용하여 장비가 어떻게 운용 중인지 이해하고, 예측 정비를 할 수 있다. 즉, 기계적인 문제가 언제 발생할지를 예상해 사전에 수리한다.
- 확장현실 기술을 통하면 우리 의 사적 행동(예를 들어,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며, 어디로 가고, 심지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이 매우 상세하게 추적될 수 있다. 이렇게 고도로 개인적인 정보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또, 이런 정보가 비윤리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개인정보는 오용과 절도, 조작에 노출될 것이며, 어쩌면 극 단적인 수준의 신원 도용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범죄자가 여러 분의 신용카드 정보를 훔친다는 생각은 잊어라. 앞으로 범죄자는 여러분의 디지털 도플갱어를 만들어, 디지털 세상에서 당황스럽 고 불법적인 일을 저지를 것이다. 또한, 이용자의 정신 건강에 잠재적인 충격을 줄 수도 있다. 확장 현실을 사용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 고 있다. 현재로서는 과잉 의존이 주요 관심사다. 확장현실을 더 오래 사용할수록 현실과 가상을 분간하기 어렵다. 소셜 미디어는 이미 사람들의 실생활과 온라인에서 보이는 모습 사이에 불일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확장현실이 이런 괴리를 더 넓힐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한번 상상해보라. '완벽한 온라인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어지러운 현실로 돌아오면 어떻게 반 응할까? (전쟁, 빈곤, 오염 등등. 현실 세계를 덜 완벽하게 만드는 몇 가지 만 언급했다.) 사람들이 과연 가상의 천국 속에 머물려 할까, 아니면 현실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려 할 까? 대부분은 아마 전자에 베팅할 것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확장현실 중독자가 실생활로부터 점점 더 동떨어지고, 새로운 정신 건강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 놓고 있다. (이 얘기가 너무 지나치게 들린다면, 2019년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정신 건강 장애로 인정한 것을 생각해보라. 가상현실은 점점 더 몰입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또 다른 우려는 온라인 괴롭힘이 가상 세계에서 점점 더 심각해진다는 사실이다. 결국, 악플러는 사람들 에게 욕설을 날리는 대신에, 디지털 공간에서 피해자들을 물리적 으로 괴롭히고 위협할 수 있다. 한편,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육체적 건강과 안전도 고려해야 한 다. 예를 들어, 증강현실 헤드셋은 현실 세계 위에 정보를 덧입히 므로, 운전자나 보행자의 주의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 특히 해킹에 취약하다면 더욱 그러하다. 미래에 우리가 증강현실 안경을 끼고 주위를 돌아다닐 때, 해커가 끔찍한 이미지를 덧입혀 공포나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 게다가 확장현실 헤드셋을 너무 오래 사용하면 신체적 부작용도 겪을 수 있다. 제조업체 대부분은 이용자에게 정기적인 휴식을 취 해 부작용을 피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공간인식 능력 상실, 어지러 움, 방향 감각 상실, 메스꺼움, 눈 따끔거림, 심지어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 디지털 트윈은 클라우드 및 에지 컴퓨팅 7장에서 일어나는 프로세 싱 양쪽 모두에 의존한다. 모델에 입력되는 데이터는 에지의 스캐 너, 센서 또는 단말기 앞에서 근무하는 직원에 의해 수집되는 반면 모델 시뮬레이션은 클라우드에서 돌아간다. 즉, 어디서든 접속하 고 사용할 수 있다. 2020년,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2퍼센트는 디지털 트윈 기술의 도입을 진행 중이거나, 혹은 빠른 시일 안에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켓앤드마켓MarketsAndMarkets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 솔루션 시장은 2019년 38억 달러(약 4조 5천억 원)에서, 2025년 358억 달러(약 43조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최대 사용처는 헬스케어, 자동차, 항공 우주 산업, 그리고 국방 부문이다. 디지털 트윈 솔루션은 가까운 시일 내에 더 많은 기업의 주요 IT 인프라가 될 예정이다. 즉,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이 비즈니스 에 더 깊이 뿌리내리며, 더 널리 퍼질 것이다. 현시점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이 여러분의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는 것은 매우 나쁜 판단일 가능성이 크다.
- 속도가 더 빨라진 만큼, 네트워크는 더 스마트해졌다. '메시 네트워크mesh network'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 덕분이다. 메시 네트워크란 각각의 노드node(그래프는 점과 선으로 구성되는데, 이 점을 노드 또는 절 점이라 한다. 정보 통신 분야에서는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장치를 의 미한다 옮긴이)가 다른 모든 노드와 연결되어 서로 직접 통신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네트워크는 다수의 장치가 단 하나의 라 우터나 네트워크 어댑터에 연결되었다. 이로 인해 처리 속도에 병목 현상이 일어나거나 단일 장애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한 곳만 고장 나면 전체 시스템이 동작하지 않는 부분 )이 나타났다. 위성 기술도 혁신을 맞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궤도 위성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즉, 더 빠르고 신뢰할 수 있도록 지구의 가장 외진 곳까지 전파될 수 있다. 사실 한 분석가가 내게 말 한 바에 따르면, 위성을 발사하는 평균 비용이 스마트폰 앱을 출시 하는 평균 비용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이제는 약 10만 달러(약 1 억 2천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 5G는 현재 몇몇 주요 도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지금의 5G 네트워크는 4G 네트 워크의 데이터 전송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는데, 인증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때 그렇다. 즉, 네트워크 속도가 병목 현상 때문에 느려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더 많은 네트워크가 완전한 5G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사라질 것이다. 여러 기관이 가까운 미래에 결정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빠른 속도의 로컬 네트워크를 위해 기존 와이파이를 사용하느냐, 아니면 5G로 교체하느냐의 문제다. 당장의 5G는 높은 건물에 막혀 전파 가 차단된다거나, 실내에서 잘 터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5G의 속도라는 장점과 이런 단점을 잘 저울질해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어떤 필요가 있는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오픈로밍OpenRoaming 같은 아이디어는 앞선 결정에 들일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 오픈로밍은 최적의 연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서 로 다른 네트워크를 끊김 없이 전환한다. 5G 네트워크 접속 비용은 현재로선 꽤 비쌀 수 있다. 통신 회사가 고액의 요금을 부과할 수 있고, 5G에 호환되는 기기가 가장 최근 에 출시된 고급 휴대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자 수가 늘어나 면 상황은 확실히 바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더 빨라진 속도뿐 아니라 네트워크 쪼개기 같은 더 수준 높은 기술로부터 어떻게 이익을 얻을지 고민해야 한다. 다른 모든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여러분의 전략이 단지 기존에 하던 일 을 그대로 처리하기 위해 5G를 남들보다 더 빨리 도입하는 것이 라면 승산이 없다. 그러다가는 5G로 완전히 새로운 프로세스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혁신적인 경쟁사에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 물론, 보안 위협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5G 네트워크의 힘과 속도는 암호화, 익명화, 가상현실화 같은 보안 조치가 데이터 스트림에 쉽게 표준으로 통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떤 네트워크의 보안은 그 네트워크의 가장 취약한 부분만큼만 강하다. 그리고 연결되는 기기가 늘어날수록 해커가 접속 지점을 찾을 수 있는 선 택의 폭은 그만큼 넓어진다.
- 미국의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 Linus Pauling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폴링은 공동 수상하지 않은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유일한 사람이다.) “만약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습니다.” 인간은 정교한 판단을 내리며, 뜬금없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뛰어난 반면, 다양하고 풍부 한 선택 사항을 만드는 데는 그렇지 못하다. 사실 우리는 더 많은 선택권을 마주하면 오히려 더 결정을 못 내리는 경향이 있다. 여기 에 공동 창의성이 개입할 수 있다. 기계는 무한한 수의 해법을 제 시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점점 범위를 좁혀 최선의 답안, 즉 인간 의 '시각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향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기계 창의성과 인간 창의성을 합치면 인간이나 기계 혼자서는 불가능 했던 완전히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낼 수 있다. 생성적 디자인Generative design이 바로 인간과 기계의 창의성을 결합 한 예다. 이 최첨단 분야에서는 인간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똑똑 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써 업무를 향상한다. 아주 간단히 말 해, 인간 디자이너가 디자인 목표, 세부 사양, 그리고 다른 요구 조 건을 입력하면, 소프트웨어가 이를 넘겨받아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디자인을 탐색한다. 
- 성공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시도가 이내 실패 한다. 실패한 플랫폼을 조사한 연구자들은 플랫폼의 평균 수명이 5년 이하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252개의 플랫폼을 살펴봤고, 그중 209개가 성공하지 못한 4가지 이유를 밝혔다.
* 현실과 맞지 않는 가격 정책. 플랫폼은 종종 적절한 가격 정책으로, 사람들이 그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품의 가격을 낮춘다든가 수수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마존이 어떻 게 공격적인 할인 정책으로 빠르게 지금의 위치에 올랐는지 생각 해보라. 그렇다면 가격 정책을 어떻게, 얼마나 할 것인가? 선택을 잘못 내리면 여러분의 플랫폼은 오래도록 생존할 수 없다.
* 플랫폼 이용자의 신뢰를 쌓는 데 실패. 고객 평가 방식, 안전한 결제 시스템, 관리 정책을 통한 신뢰 쌓기는 플랫폼 성공에 필수적이다. 플랫폼을 신뢰하지 않는 이용자는 다른 곳으로 떠나고 만다.
* 경쟁 무시. 여러분이 시장에 제일 먼저 진입했기 때문에라든지, 시장 선도 업체가 되기 위해 다른 플랫폼을 인수했다든지 등의 이유만으로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많은 플랫폼이(또 한 많은 비즈니스가)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다 실패한다. 연구자들 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를 예로 든다. 한때 브라우저 시 장의 95퍼센트를 장악했으나, 이후 파이어폭스 및 크롬에 많은 점유율을 빼앗겼다.
* 너무 늦은 시장 진입. 훌륭한 플랫폼도 시장에 너무 늦게 진입했다면 발 디딜 곳을 찾기 어렵다. 물론 시장에 일찍 진입하는 것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지만, 늦으면 더 어렵다.
이런 4가지 이유에 덧붙여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플랫폼 모델 을 위협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6장의 부상이다. 우버를 예로 들 어보자. 우버는 어쩌면 차량 공유 업체로서의 현재 위치에 자신할 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사람들이 중개 플랫폼 없이 곧바로 운전자 들과 연결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다가오는 미래에 블록체인이 이런 일을 가능케 할 수 있다.
- 새로운 종류의 컴퓨터 프로세서가 등장하면서 풀어야 할 큰 숙제 중 하나는 특별히 프로그래밍이 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는 점이다. 즉, 여러분이 양자 컴퓨터 CPU나 나노 광학 CPU를 구 해 노트북에 설치한다 해도, 여러분의 윈도는 대단히 빨라지기는 커녕 제대로 작동조차 하지 않는다. 최근의 컴퓨터를 보면, CPU의 클록 속도clock speed가 멀티코어 구 조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프로세서에 코어를 더 많이 탑재하면 여 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으며, 이는 엄청난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멀티 코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프로그 래밍한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데이터 프로세싱 기술이 출현하면, 그 이점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툴과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기 전에, 먼저 새로운 소프트웨 어 아키텍처가 요구된다. 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기본으로 돌아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양자 역학의 기초를 다져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한 엔지니어들이 이런 기술을 익히느라 시간을 보낼 만큼 상업적인 가치가 생기기 전까지는, 양자 컴퓨팅이나 그 외의 컴퓨 터 프로세싱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 양자 컴퓨팅으로 돈을 만지려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어려움이 있 다. 분명한 상업적인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구글이 최초로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 13를 달성했다고 발표하기 전만 해도, 양 자 컴퓨터가 가져다주는 유익은 없었다. (양자 우위란 양자 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넘어서는 현상을 말한다.) 즉, 연구에 투입되는 시간과 자원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여러분이 20년 후에 여러분의 산업계에 일어날 일을 정확히 예측한 다 해도, 그 일을 앞당기기 위해 현재 여러분의 모든 자원을 쏟아 붓는다면 단기적인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 로 미래를 무시하면 누군가가 양자 컴퓨터의 활용 가능성을 이해 했을 때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에 기반한 서비스형 양자 컴퓨터quantum-as-a-service가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에서 이용 가능하다. 즉 필요한 사람은 전산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의 덫을 피하면서도, 여러분이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여러분이 현재 이용 가능한 50 큐비트의 전산 능력 이상을 탐 구하길 원한다면, 먼저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있다. 양자 컴 퓨팅은 (그 외에 다른 발전된 컴퓨팅도) 대단히 비싸고 까다롭다. 양자 컴퓨팅은 극단적으로 추운 환경에서만 작동한다. 디웨이브 2XD-Wave 2x 같은 기계 내부는 절대온도 0.015도에서 돌아간다. 절대온도 1도가 채 안 되며, 별 사이 공간보다 180배 더 차갑다. 14 원자보다 작은 입자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정상 상태 stationary state(물질계의 상태가 시간에 의해 변화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옮긴이)에 가까워야 하기 때문이다. 오직 세계에서 재원이 가장 풍부한 기관과 연구소에서만 이런 연구가 가능하다. 물론 기술에 대 한 이해가 높아지고 상업적 가능성이 명확해지면 상황은 뒤바뀔 수 있다.
-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새로운 프로세스 전체로 바라보면 안된다. 이것은 프로세스의 한 단계'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어떤 이유로 작동이 멈추면 인간 근로자가 대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물론 로봇보다 느리고 실수가 잦겠지만 말 이다. 집 짓기의 예에서 인간 근로자는 로봇이든, 누가 작업했든지 간에 모든 구성 요소가 제자리에 제대로 놓인 것처럼, 소프트웨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자동화되는 작업은 벽돌을 나르기와 같은 중간 업무인 셈이다.
-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기술이 진화 함에 따라 컴퓨터 비전12장이나 자연 언어 처리같은 인지 컴 퓨팅 기술이 더 발전할 테고, 그러므로 더 많은 업무를 더 간단하 게 자동화할 수 있다. 손으로 쓴 글씨, 카메라나 센서로 수집한 자 료에서 자동으로 데이터를 읽어내는 능력은 수많은 기회를 열 수 있다. 미래의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툴은 여러분이 하는 업무를 어 떻게 도울지 판단하기 위해, 처음에는 단지 여러분을 빤히 지켜보 기만 할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여러분을 대신해 이메일을 보낸 다. 나는 컨설팅이나 연설과 관련한 요청이 들어오면 매우 비슷한 내용으로 답장을 보내곤 한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대화도 매번 매우 유사하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툴은 내가 일반적으로 어떻게 답변하는지 학습함으로써, 나를 대신해 이메일 초안을 잡거나 이메일 전체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이크로 모먼츠라는 용어는 구글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 져 있다. '욕구를 해소하는 짧은 순간'을 일컫는 말로, 마케터는 오늘날 24시간 연결된 문화가 만들어낸 이 현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대량 개인화 및 마이크로 모먼츠는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가?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그리고 스포티파이 같은 인터넷 거인들은 고객이 원하는 때에 맞춤형 추천을 하는 법을 학습함으로써, 개인화와 마이크로 모먼츠라는 트렌드를 선도했다. 여러 페이지가 얼마나 많이 특정 페이지에 링크되어 있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지표 외에도, 여러분의 개인적인 사항, 즉 위치, 인적 사항, 검색 기록 등이 검색 결과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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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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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카피어블

경영 2021. 2. 17. 20:04

- 피라미드는 신용카드를 받는 가맹점들을 규모에 따라 나눈 것이고, 가운데의 역피라미드는 가맹점이 신용카드로 처리하는 금액이다. 오른쪽 피라미드는 순수익, 즉 신용카드 산업이 올리는 이익을 나타낸다. 이 피라미드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겠는가? 몇 가지 비율이 범죄 현장을 훤히 드러내준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대형 가맹점에서 결제되는 1달러당 0.04센트를 벌었다(3억 달러 나누 기 7880억 달러) 그에 반해 그들이 소형 가맹점에서 얻는 이익은 1달 러당 1.8센트다(24억 달러 나누기 1300억 달러), 작은 기업에서 얻는 수 익률이 10억 달러 규모의 대기업에서 얻는 수익률보다 45배나 높았 던 것이다. 계산을 세 번이나 다시 해봤다. 영세기업이 대기업보다 45배나 높은 수수료를 내다니. 우리가 발견한 커다란 문제는 창업을 할 좋은 이유가 되었다.

- 잭도 트위터 이름을 지을 때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원래는 새로 운 메시지가 도착해 휴대전화가 울릴 때 사람들이 움찔한다는 점에 착안해 트위치 (twitch, 씰룩거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라 명명했지만, 어쩐지 신경성 장애를 연상시키는 이름이었다. 물론 몇 년 후에 그 이름을 가진 회사가 등장하기는 했다. 잭과 팀원들은 사전의 같은 페이지에 나오는 트위터라는 단어를 발견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았다.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기로 한 잭은 사전을 펼쳐 스쿼럴(squirrel)부터 시작해 결국 스퀘어(square)에 이르렀다.  이 스퀘어'라는 단어는 명사로는 긍정적이고 모범생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동사는 더욱 마음에 들었다. 스퀘어 업(square up)은 빚 을 청산하다' 혹은 '무언가를 공정하게 만들다'라는 뜻인데 그게 바 로 우리가 하는 일이었다. 스퀘어업닷컴(Squareup.com)은 그렇게 우 리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나중에는 도메인을 스퀘어닷 컴(Square.com)으로 바꾸었지만 이메일은 여전히 스퀘어업닷컴으로 전송된다. 신용카드 세계를 공정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찾은 완벽한 문제였다.

- 기존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에서 배제당한 영세상인들을 위해 그 세계를 공정하게 바로잡겠다는 결정은 기존 시장을 떠나야 한다는 뜻 이기도 했다. 기존 시장은 기존의 해결책을 복제하는 데 필요한 자원만 제공할 뿐이니까. 그 경계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창조가 아니라 모방이 전부였다. 잘 알지 못하는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저 성공적인 방법을 모방한다. 하지만 모방이 불가능하다면 성벽 밖으로 나가야 하고 그럼 게임 자체가 바뀐다. 모든 선택이 열려 있고 거의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시작 단계에서는 자유와 공포가 동시에 느껴진다. 거의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이 눈앞에 놓여 있고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하는 분명한 기준도 없으니까. 아무도 없는 곳이기에 모방도 불가능하다. 눈앞에 놓인 산더미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우리는 성벽 밖에 있다는 사실이 두 가지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는 기존의 전략으로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모방은 궁지를 벗어나게 해줄 수 없었다. 우리에게는 다른 기업들의 해결책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나 자원도 없었고 남들의 해결책이 우리에게 맞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당시에는 이것이 이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기존의 해결책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으면 편할 텐데 그게 아예 불가능했으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답을 고안해야 했다. 두 번째 이유는 뭐든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원하면 무조건 시도해볼 수 있었다.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누군가의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 기업가' 말고도 원래의 의미가 퇴색된 영단어는 또 있다. 바로 아웃로(outlaw)다. 오늘날 이 단어는 범죄자 혹은 범법자를 뜻하지만 몇백 년 전에는 단순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했다. 법의 보호를 못 받는 것은 징벌에 따른 결과였다. 법을 존중하지 않 은 이들은 법이 주는 혜택도 박탈당했다. 사형제도가 없는 사회에서 아웃로가 되는 것은 대개 사형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왔다. 성벽 바깥에 있는 사람은 전통적인 의미의 아웃로가 된다. 시장의 법칙에 묶여 있지도 않고 그 법칙에 따라 보호를 받지도 못하니 말이다. 이런 자유는 속도를 선물한다. 저녁거리를 직접 사냥해야 하지만 적어도 뷔페에서처럼 줄을 서서 기다리지는 않아도 되는 것이다. 효 과적인 방법을 신중하게 모방하는 경우와 비교해보면 그리 대단한 이점은 아니지만 얼마 되지 않는 이점이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스퀘어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싹트고 빠르게 진화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생존이 위협받으면 창의성이 보수주의를 지배한다. 조합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빠르게 시도되고 실험되었다. 이는 발명과 반복의 조합이었다. 이 두 요소는 서로를 훌륭하게 보 완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또 새로운 것을 시 도한 덕분에 우리는 업계의 다른 기업들이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굉장한 이점이다. 실리콘밸리에는 '빨리 실패하라'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새로운 아이디어는 대부분 실패하거나 확연한 결 함을 갖고 있다. 신용카드 리더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심박수 측정기가 만들어졌다? 새로 만들면 된다. 지금 당장.

- 기존 시스템의 바깥에서 기업을 운영하려면,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한두 가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존재하지 않던 시장 으로 확장해가려면 일련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설명한 요소 들 중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가 내린 결정들은 대부분 필요에 의해 연쇄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결정들을 이해 하려면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만 한다. 라이트 형제가 만든 첫 비행기를 생각해보면 쉽다. 비행기는 단 하나의 발명품이 아니라 여러 혁신이 모여 이루어진 커다란 덩어리였다. 오빌 라이트(Orville Wright)와 윌버 라이트(Wilbur Wright)는 물체를 공중으로 띄워 날게 하는 방법만 찾아내야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프로펠러를 돌릴 만큼 충분한 마력을 갖췄으면서도 가벼운 그때까지 만들어진 적 없는 엔진이 필요했다. 비행기가 공중에 뜬 다음에는 어떻게 조종해야 할까? 오랫동안 공중에 머물러본 사람이 없 으니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알아내야 했다. 하늘을 나는 기계를 착륙시킬 수 있는 방법도 알 수 없었다. 고민해본 이가 그때까지 없었으니까. 비행기 날개의 모양 을 두고 영감에 의한 발명품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비행기 자 체는 어마어마한 혁신 쌓기 전략으로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소개한, 서로 연결된 스퀘어의 열네 가지 발명이 어떤 계획이나 의도하에서 된 것 같다면 그건 과거를 뒤돌아보며 얘기했기 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각각의 요소들에 하나씩 번호를 매긴 뒤 정리해서 읽으면 그 과정을 순간순간 겪었을 때보다 훨씬 체계적으 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스퀘어는 혁신을 추구한 것이 아니었음을 기억하라. 우리는 기존의 해결책을 찾으면 기꺼이 모방했다. 스퀘어 가 갖춘 시스템의 나머지 요소들이 앞에서 언급되지 않은 이유는 그것들이 업계의 보편적인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개인은 혁신을 목표로 삼고 혁신하려 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그렇게 나온 혁신은 실패한 성형수술 같을 때가 많다. 기껏해 야 그런 혁신은 업계에서 급속도로 모방되어 점진적인 개선이 늘어나게 할 뿐이다. 전에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려면 열쇠를 넣어 돌려야 했는데 언젠가부터 버튼을 사용하는 화려한 차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제는 거의 모든 자동차에 시동 버튼이 있다. 그래서 어떻단 말인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혁신은 계획하는 것, 원하는 것, 열망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니까 하는 것이다. 혁신은 혁신만이 유일한 대 안인 상황에 부닥칠 때 시작된다.

- 예술가와 수학자에게는 복잡한 주제나 개념의 본질을 포착하는 영리한 비책이 있다. 바로 정반대의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수학자가 '간접증명(indirective proof)'이라고 부르는 것과 예술가가 '네거티브 스페이스(negative space, 예술에서 어떤 형상이 적극적으로 드러나지 않 는 공간을 일컫는 말, 이를 이용해 형상을 강조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활용 하기도 한다 - 옮긴이)'라 일컫는 것은 사실 그 개념 자체가 똑같다. 주 제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그와 정반대되는 것에 집중하기가 더 쉽다. 는 것이다. 나는 답답한 나머지 독창적인 그 무엇을 찾으려는 시도를 멈추고 정반대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답은 주변에 많았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라 사방에 그득했다.

- 학교에서는 '어떻게'를 가르친다. 우리는 언제나 '언제'가 아닌 '어떻게'에 중점을 두고 효과적인 방법을 모방하라고 배운다. 나는 복잡한 수학 모델을 만드는 방법은 배웠지만 그런 모델이 언제 부적합한지 배운 적은 없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은 배웠지만 언제 논리가 상대를 불쾌하게 하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계약하는 법은 배웠지 만 그냥 악수만 하면 되는 때가 언제인지에 대해서도 배운 적이 없다.  사실 '언제'를 배우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우므로 어떻게'를 강조 한다는 이유로 학교를 탓할 수는 없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려면 성공적인 결과에 이를 때까지 무수히 반복해야 한다. 우 리가 무언가를 하는 방법을 배우면 형식적인 학습은 보통 중단된다. 그런 뒤 우리는 다른 일을 하는 방법을 배운다.  우리는 항상 '어떻게'를 먼저 배워야 하기에, 똑같은 일이라도  떻게 보다 '언제'를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어떻게'를 먼저 배워야만 매번 정확하게 일을 해낼 수 있고, 그래야만 비로소 그 일을 여러 번 해보며 타이밍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볼 수 있다

- 세계 최초의 소셜 네트워크가 무엇인지 아는가? 당신이 생각하 는 그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최초의 것은 1995년에 나온 지오시티(GeoCities)다. 그다음으로 2002년에 나온 프렌드스터(Friendster)는 성과가 좀 더 나았고, 2003년부터는 마이스페이스(MySpace)가 프렌 드스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페이스북이 시장을 장악했다. 왜 지오시티는 세상 모두를 연결해주지 못했을까? 지오시 티와 프렌드스터, 마이스페이스는 모두 모바일 컴퓨팅이 보편화되기 전에 나왔기 때문이다. 24시간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소셜 네트워크의 매력이 떨어진다. 또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도 않았다. 모바일 기기를 어디에서나 보게 되리라는 사실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 지오시티와 프렌드스터, 마이스페이스의 잘못일까? 당시에는 이 기업들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다만 페이스북의 타이밍이 가히 환상적이었을 뿐이다. 모바일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당시 페이스북이 쌓아놓은 혁신의 요소는 열 가지가 넘었고, 모바일에서 앞서가기 시작하는 인스타그램도 재빠르게 사들였다. 

- 올바른 타이밍은 이른 것처럼 느껴진다. 적절한 시기처럼 느껴진다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다른 사람들과 동시에 할 때 옳다고 느낀다. 어떤 혁신 쌓기 전략의 아이디어가 옳다고 느껴진다면 이미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낀 후일 것이다. 내 경험상 너무 이르다고 느껴질 때야말로 성벽 도시를 떠날 최적의 타이밍이다. 미지의 요소가 언제 도착할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신의 생각보다는 일찍 도착할 것이다.

- 스퀘어의 고객은 대부분 손님으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본 적 없는 영세상인들이었다. 이케아의 고객은 대부분 새 가구를 사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다. 뱅크 오브 이탈리아의 고객은 은행에도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시장이 확장되어 그 안에 포함되기 전까지 통계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관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장은 매우 거대할 수도 있다. 다만 모든 측정 기준이 현재 시장에 최적화되어 있으므로 미리 드러내 보이기가 거의 불가능할 뿐이다.

- 어떤 시장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은 선입견이 별로 없다. 이는 혁신을 통해 산업을 크게 확장할 때의 커다란 장점이기도 하다. 새로운 소비자들은 자신들을 시장으로 처음 인도한 기업을 통해 시장에 들 어오게 된다. 해당 기업의 입장에서는 혁신 쌓기 전략과 경쟁우위 선 점에 엄청나게 유리한 일이다. 이러한 첫 번째 소비자 그룹은 전통적 으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라 불리지만, 혁신 쌓기 전략의 세계 에서는 그들을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라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 다. 적응력 강한(adapt) 새로운 고객들이 비행기에 일괄 탑승하고, 가 구를 직접 조립하고, 흔들리는 카드를 리더기에 긁어야만 가능해지 는 혁신도 있다. 초창기에 스퀘어의 고객 대다수는 신용카드 결제를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영세상인들이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단순하고 낮은 수수료를 기대하도록 가르쳤다. 실시간 고객지원 서비스 없이 제품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쳤다. 결제 대금이 업계 평균보다 사흘 빠르게 입금 된다는 것과 거래 수수료와 결제 취소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가르쳤다. 여러 해에 걸친 의무약정을 거부하도록, 또 무료 하 드웨어와 멋진 소프트웨어를 기대하도록 가르쳤다. 사우스웨스트는 고객들에게 일괄 탑승한 뒤 기내에서 좌석을 직접 고르도록 가르쳤다. 고객들은 비행기에 타기 전에 미리 식사하고 거 점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지 않아도 되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들 은 수화물 요금과 취소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웠다. 나아가 사우스웨스트는 고객들에게 자사 홈페이지에서만 비행기표 를 구매하도록 가르쳤다. 고객들의 기대는 사우스웨스트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일치한다. 사우스웨스트의 관행에 따라 시장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허브는 이렇게 설명했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우스웨스트의 고객이 되도록 사람들을 교육했다.. 지금까지 가장 큰 고객 불만은 좌석을 지정해주지 않는다는 거였지. 이해는 돼. 사람들은 자신의 작은 보금자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니까.” 하지만 사우 스웨스트의 고객들은 보금자리보다 비행을 중요시한다. 이케아는 대형 전시장을 방문하여 무수히 많은 선택지 가운데서 물건을 고르도록 고객들을 가르쳤다. 가구를 직접 조립하게끔, 몇 주 동안 배송을 기다리지 않고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가져가게끔 가르쳤다. 또한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디자인을 기대하게끔 가르쳤고, 아이들도 데려와 온 가족이 함께 쇼핑하는 경험을 하도록 가르쳤다. 이케아가 하지 않은 일이 딱 하나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회사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것뿐이다.

- 전문성 숭배의 문제는 '난 너무 몰라..........' 같은 마음속 핑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 핑계는 다음의 말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더라도 속으로 속삭이게 만든다. 그러니까 도전하면 안 돼. 나는 사람들이 대신 이렇게 생각하길 원한다. 그래도 성공한 후에는 잘 알게 될 거야.' 당신은 자신이 기업가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가? 나도 마찬가지다. 자격은 오직 성공 경험에서 비롯되는데,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성공의 경험이 존재할 수 없다. 자격은 모방의 세계에서만 중요할 뿐 기업가 정신의 세계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자격이 갖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가? 그럼 벌써 누가 해봤던 일에 도전할 자격만 얻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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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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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식사

인문 2021. 2. 17. 20:02

- 17~18세기에 중국에서 국수를 빼는 국수틀이 한반도로 전해진 이 메밀국수로 만든 음식의 종류가 늘어났다. 18세기 이후 메밀국수 사리에 동치미 국물을 부은 물냉면이 평양과 해주에서 유행했다. 순조(純祖, 1790~1834, 재위 1800~1834) 때가 되면 서울의 궁궐 근처에 메밀국수를 만들어 판매하는 국숫집이 여러 군데 생겼다. 한여름에 일부 지역에서만 수확하는 밀과 달리, 메밀은 여름에 파종해 2~3개월만 지나면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생육 기간이 짧고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이처 럼 메밀이 밀보다 공급이 원활한 까닭에 18세기 후반이 되면 국수틀에 메밀가루 반죽 덩어리를 넣고 내린 메밀국수를 많이 먹었다. 겨울에 동치미나 배추김치가 있으면 그 국물에 메밀국수의 사리를 말았고, 다른 계절에는 간장·참기름과 후춧가루 혹은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해 비빔냉면을 만들었다. 소고기를 삶은 국물에 메밀국수의 사리를 말아서 온면을 만들기도 했다. 고종이 즐겨 먹었던 골동면을 대접받은 앨리스 루스벨트의 반응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그리고 이미 7월 27일 미국 육군 장관 윌리엄 태프트(William Howard Taft, 1857~1930)는 도쿄로 가서 일본 총리 가쓰라 다로 (桂太郞, 1848~1913)와 미국의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조선 지배를 상호 인 정하는 비밀조약을 맺었다. 그런 상황을 잘 몰랐던 고종 황제는 앨리스 루스벨트가 귀국하여 그녀의 아버지에게 대한제국의 사정을 알려 “일 본의 마수를 떨쳐버리고 해방되길” 도와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고 종 황제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미국 대통령 딸과의 오찬은 단지 최초의 외국인 숙녀와의 식사로 끝나고 말았다.
- 1900년대부터 서울에는 온갖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고급 음식점인 조선요리옥(조선요릿집)을 비롯해 술집·전골집 · 냉면집 · 장국밥집 · 설렁탕 집 비빔밥집 등이 있었다. 조선 음식점은 조선인 신사, 노동자 등 계층 과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했다. 심지어 술집과 중 하급 음식점의 손님들은 한 식탁에 차려놓은 음식을 자리를 가리지 않 고 앉거나 서서 먹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조선 사회에서는 계층과 남녀 구분이 엄격 했기에 이런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20세기 초반 식민지 한반 도에서 기존의 사회적 관념이 무너져갔다. 서울의 중하급 조선 음식점 메뉴 중에서 인기가 많았던 음식은 설렁탕이었다. 하지만 일부 양반 출 신들과 근대적 취향을 가진 모던보이(modern boy)와 모던걸(modern girl)은 설 렁탕을 먹고 싶어도 직접 음식점에 가서 먹는 것을 꺼렸다. 양반 출신들은 여전히 계층과 남녀 구분을 따졌고, 모던보이와 모던 걸은 자신들도 식민지 국민이면서 하층민을 경멸의 대상으로 여겨 설 렁탕집 출입을 삼갔다. 서울의 설렁탕집 주인 중에는 이런 '별난' 고객 을 위해 배달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국밥집이 서민을 상징한 음식점이라면, 조선요리옥은 부유층과 권력자가 드나들던 고급 음식점이었다. 조선요리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손님을 접대하는 기생이 있었다는 점이다. 
- 카페 vs 선술집 
1920~1930년대 도시의 모던보이들은 근대적 유흥 공간인 카페(cafe) 를 즐겨 찾았다. 일본을 통해 서울에 유입된 카페는 커피하우스이자 술을 마실 수 있는 바(bar)였다. 1920년대 말이 되면 웨이트리스를 두고 남 성 손님을 접대하는 카페가 성행하게 된다. 당시 카페의 주된 메뉴는 양주, 칵테일, 맥주였다. 카페의 웨이트리스는 조선요리옥의 기생 같은 남성 손님의 접대부였다. 1932년 9월 1일자 한 잡지 기사에서는 최근 몇 해 사이에 카페가 서 울 청계천 북쪽에 많이 생겼다고 하면서, 울긋불긋 단장한 2층, 3층 양옥에서 레코드의 재즈 음악이 울려 퍼진다고 했다. 1920~1940년대 초반,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카페와 선술집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러 한 공존은 식민지 조선에 근대(modern)와 전통(tradition)이 마구 뒤섞여 있 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근대와 전통의 뒤섞임뿐만 아니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조선인과 일본인도 뒤섞여 살았다. 식민지 조선에 거주했던 일본인은 1910년 17만 명 정도에서 1920년대 중반에 40만 명, 1930년대 50만~60만 명, 1944 년 5월 약 71만 명으로 증가했다. 제국의 중심부에서 왔다는 의미로 내지인(內地人)'이라고 불렸던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은 행정관료·군 인 경찰관 교사로 일하거나 각종 기업을 운영했다. 그중 농어업 · 식품 제조업·음식업 등에 종사하는 일본인은 조선과 일본 내에서의 유통은 물론이고, 유럽과 북아메리카 지역으로까지 유통망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식민지 시기 조선인의 식생활은 점차 세계 식품체제에 편입되 어갔다.
- 우동은 일본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말이 일본어이 기 때문에 '가락국수'라는 순화한 용어를 써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 나 우동'을 '가락국수'라 부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심지어 한국의 중 국 음식점 메뉴판에서도 가락국수가 아니라, 우동' 이라고 적힌 메뉴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한국의 일본 음식점 우동과 중국 음식 점 우동은 요리법에서나 맛에서 같은 음식이 아니다. 다만 밀가루를 반 죽해 만든 굵은 가락의 국수를 사용하고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맑은 국물을 낸다는 점이 같다.  일본에도 중국 음식점이 많이 있지만 그곳에서 우동을 팔지는 않는 다. 중국 대륙과 타이완의 중국 음식점에도 우동이란 메뉴는 없다. 그런 데 왜 한국의 중국 음식점에만 우동이란 음식이 있을까? 그 이유는 식민지 시기 중국 음식점에서 국수류의 음식을 일본식 표현으로 우동이 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 오늘날 일본 장유의 기초는 농학자 도가노 메이지로(梅野明三郞, 1882~1940)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1913년에 거의 900쪽이 넘는 《최신 장유양조론(最新醫油諫造論)》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장유를 빠른 기간 에 발효하는 속양법(速法)을 제시했다.46 이 속양법의 바탕에는 제조공 장의 청결과 발효균의 제어, 그리고 기계적 생산이 있었다. | 조선의 간장은 대두(大豆)라고 불리는 황색의 큰 콩을 쪄서 직사각형 이나 원형의 메주를 만들어 실외에 두고 띄운 다음, 메주를 깨끗하게 씻어 소금물을 담은 항아리에 넣고 발효해 만든다. 5개월쯤 지나서 메 주 건더기와 간장을 가른 뒤 간장을 솥에 넣고 끓인 다음 다시 항아리에 담아 숙성한다. 일본 장유의 주재료도 대두이다. 그런데 도가노가 제 시한 속양법 공정에는 밀가루를 볶아서 찐 콩과 섞어 누룩실에서 발효 해 메주를 만든다. 이것을 발효 통에 넣고 숙성한 다음 짜서 생(生)장유를 추출한다. 생장유를 두 번에 걸쳐 끓이면 시판할 수 있는 장유가 완 성된다. 한편, 1887년에 결성된 노다장유양조조합(野田醬油壤造組合)에서는 온도 조절을 통해 황국(黃) 미생물을 배양해 대두와 밀로 만든 메주에 접종 한 후 석탄으로 불을 때서 온도를 높여 발효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1917년 노다장유주식회사로 전환되면서 장유 생산은 본격적 인 공업화의 길을 걸었다. 1920년대 도시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은 대부 분 공장에서 생산된 장유를 구매했다.
- 《동아일보》 1935년 5월 16일자 석간 4면의 가정 일용품 상식이란 칼럼에 '진간장의 좋은 것을 가리는 법'이란 글이 실릴 정도로 이미 일본식 장유는 필수품의 위치에 올랐다. 조선의 부유층 주부들은 일본 식 장유를 '왜간장' 혹은 '진간장' 이라고 부르면서 일본 음식은 물론이 고 조선 음식에도 사용했다.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면서 일본의 장유회사에서는 주원료인 콩 과 밀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개발된 장유가 산분해(酸分解) 장 유 혹은 아미노산 장유이다. 이 장유의 주재료는 콩과 밀이 아니라, 콩깻묵 ·땅콩깻묵·비지 등이다. 이 재료를 식용 염산으로 가수분해하여 단백질 성분인 아미노산을 추출한 다음 식용 수산화나트륨(caustic soda, 가성소다)이나 탄산나트륨(sodium carbonate, 탄산소다)을 넣어 중화한다. 여기에 기존 장유의 색과 맛과 향을 내는 화학약품을 추가하면 산분해 장유가 완성된다. 이 방식은 콩과 밀이 아닌 곡물의 부산물을 사용하고,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아 단기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제조 원가가 저렴 하다. |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그 많던 일본식 장유회사는 한국인 손 에 넘어갔다. 그러나 일본인 장유 기술자들은 자신들 밑에서 일하던 조 선인 노동자들에게 산분해 장유의 생산 기술을 알려주지 않은 채 일본 으로 돌아갔다. 해방 후 2년여가 지난 1948년 4월에야 일본인이 남겨 놓고 간 장유회사의 실험실에서 한국인이 산분해 장유 생산에 성공했 다. 식민지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적산(敵産, 일본인이 남긴 재산)으로 남은 장유공장에서 한국인이 생산한 일본식 장유와 산분해 장유가 음식점은 물론이고 가정의 부엌으로 진하게 스며들었다. 
- 명란젓은 조선시대 함경도 사람들이 먹던 음식이다. 조선시 대 사람들은 생선의 알을 소금에 절여 햇볕에 반쯤 말린 어란(魚卵)을 만 들어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먹었다. 명란젓은 어란의 한 종류였다. 다만, 명란은 알집이 단단하지 않아 겨울이 아니면 상온에서 쉽게 썩어서 명 태를 잡자마자 명란을 소금에 절여두었다. 명태에 관한 기록은 17세기 문헌에서부터 나온다. 문헌에서는 북쪽 에서 나는 생선이라서 '북어(北魚)'라고 적었지만, 민간에서는 명씨(明氏) 어부가 잘 잡아서 명태라고 불렀다는 주장이 있다. 조선 후기 함경도 어부들은 초겨울에 명태를 대량으로 잡아서 관찰사에게 세금으로 냈 다. 함경도 관찰사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명태를 수레에 실어 서울의 왕실로 보냈다. 거의 한 달이 넘는 동안 함흥에서 서울로 옮겨지면서 명태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했고, 서울에 도착하면 꾸덕꾸덕 마른 상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명태의 살이 연해져 맛이 좋았다.
- 멸치는 조선 후기부터 강원도의 동해안 일대에서 많이 잡혔던 생선 이다. 당시 조선 어민들은 멸치 떼를 횃불로 유인해서 그물로 떠내 통 째로 말려서 식재료가 아니라 거름으로 사용했다.14 1900년대 한반도 로 이주한 일본 어민들은 조선 어민과의 충돌이 적은 경상남도 남해안 일대에서 멸치를 전문적으로 잡았다.15 일본 어민들은 멸치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말리거나 한 번 찐 뒤 말려서 유통했다. 또, 생멸치를 소금 에 절이거나 젓갈로 가공해 판매했다. 식민지 시기 조선인들이 멸치를 식재료로 여기지 않은 반면, 일본인 은 말린 멸치를 국물 요리의 육수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했다. 김복인 은 일본인의 멸치 사용법을 가지고 와서 조선인도 소고기 대신에 찌개나 국에 넣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지금이야 말린 멸치를 고추장에 찍 어 먹거나 기름에 볶거나 육수를 내어 먹지만, 이런 멸치 식용 방식은 해방 이후에 생겨난 것이다.16 해방 이후 멸치 어획량은 날로 증가했지 만 일본 수출 길이 원활하지 않았다. 1960년대부터 언론에서 멸치의 영 양과 맛과 요리법을 소개하면서 멸치 소비를 장려했다. 멸치는 1970 년대 이후 한국 음식의 중요한 식재료가 되었다.
- 식민지 시기와 해방 직후에 활동했던 국어학자 방종현(方鍾鉉, 1905~1952) 은 해방 후에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음식으로 빈대떡을 꼽았다. “그전 에는 거리에서 이것을 구해 먹을래야 힘들던 것인데, 해방 후에는 이것 이 방 안에서는 물론 노상(路上)에서까지 거의 도처 어느 곳에서나 아니 볼 수 없으리 만큼 성행하여졌다. 처음에는 골목 안에서 간혹 그 간 이라기보담은 그저 조그만 종잇조각에 '빈대떡' 이라는 석 자를 겨우 보 일 정도로 써 붙이었더니, 그 후 점차 일반의 환영을 받음인지 골목에 서 넘쳐서 큰 길 정면인 가두(街頭)에까지 뚜렷한 간판을 가지고 진출하 게 되었다.” 빈대떡은 녹두를 맷돌에 갈아서 부친 음식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돼지고기 · 숙주 · 고사리 등 다른 부재료를 더 장만하여 녹두 반죽 에 넣는다. 빈대떡은 다른 이름으로 빈재떡, 빈자(貧者, 가난한 사람)떡, 빈대(賓待, 손님 접대)떡’, 지짐, 문주, 녹두떡 등으로 불린다. 그중 가난한 사람을 뜻하는 '빈자' 혹은 손님을 접대한다는 '빈대에서 유래되었다는 견해 가 우세하다. 하지만 조선시대 문헌 자료를 뒤져보면, 병저(?鮮)의 중국 어 발음 '빙져'에서 생긴 이름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한자를 모르고 중국어 발음만을 흉내 내서 '빈대' 혹은 '빈재' 따위로 부르다가 음식 임을 밝히기 위해 끝에 '떡' 자를 붙여 '빈대떡'이 되었다는 것이다. 빈대떡집은 그다지 많은 자본이나 특별한 요리 기술이 없어도 차릴 수 있는 음식점이었다. 특히 빈대떡의 주재료인 녹두는 1960년대 중반 까지만 해도 쌀보다 월등히 값이 쌌다. 그래서 수중에 돈이 얼마 없던 사람들은 번철을 하나 구해 골목 입구나 큰길가에 자리를 잡고서 빈대 떡을 지졌다. 특히 사람들이 와글와글했던 청계천 변에는 겨울뿐 아니 라, 여름에도 빈대떡을 파는 부인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빈대떡' 이란 이름을 써 붙인 음식점도 있었지만, 대포'라고 써 붙이고 막걸리와 함 께 빈대떡을 파는 곳도 있었다.
- 부산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구호물자로 들어온 밀이 풍부해서 길거리 에서 풀빵을 파는 사람도 많았다. 철로 된 틀에 묽은 밀가루 반죽과 팥 소 따위를 넣어 구운 풀빵은 식민지 시기 일본인이 들여온 길거리 음식 이었다. 가난한 피란민들은 길거리에서 풀빵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부산에는 식민지 시기 대용식운동 때 생긴 소규모 식빵공장과 밀가루로 건면을 만드는 소규모 제면공장도 많았다. 피란민들이 많이 모여 살던 영도의 어시장 근처에서는 어묵을 생산 하는 소규모 공장도 여러 곳 있었다. 식민지 시기에 일본인이 만들었던 가마보코(蒲鮮)는 흰살생선의 살을 가지고 수분을 짜내고 으깬 다음 소 금과 달걀흰자를 넣고 모양을 만들어 익힌 음식이다. 이에 비해 한국형 어묵은 생선의 살과 부산물에 밀가루를 섞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만든 다. 당시 사람들은 이 어묵을 일본어로 '오뎅(Th, 여러 가지 가마보코를 무·우무 등과 함께 국물에 삶아낸 일본 음식)' 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일본 음식 가마보코 가 임시수도 부산에서 한국형 어묵으로 바뀌게 된 계기는 바로 미국과 유럽에서 구호물자로 들어온 밀이 결정적이었다. 한반도의 식생활 역사에서 1937년부터 1953년은 중일전쟁·태평양 전쟁·한국전쟁으로 인해 식량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때였다. 이 시기에 정권을 장악했던 조선총독부, 미국과 소련의 군정, 그리고 남북 한의 정부는 식량 부족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었다. 오히려 통치 자들은 식량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해 앞선 정권들이 행했던 조치들을 그대로 따르는 선택을 자주 했다. 조선총독부가 시행했던 절미운동, 혼식과 분식 장려운동, 대용식운동 같은 정책은 미군정기, 대한민국의 이승만과 박정희 통치 시기에도 계속되었다.
- 잉여농산물은 미국 농촌에서 대량으로 수확한 밀·보리·콩 같은 양 곡 중 자국에서 소비하지 못하고 남은 농산물을 가리킨다. 1954년 미국 정부는 자국의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고 농산물 교역을 증진하는 한편, 저개발국의 식량 사정을 완화하기 위해 PL480(Public Law 480, 미공법 480호) 이란 국내법을 만들었다. PL480 법안은 미국 내 밀의 주생산지인 미네 소타(Minnesota)주 출신의 휴버트 험프리(Hubert Horatio Humphrey, Jr. 1911~1978) 상원의원과 세계적 곡물회사인 카길(Cargil)의 합작품이었다. 한국 정부 는 1955년 미국 농업 교역 발전 및 원조법 제1관(款)에 의한 협정'을 미 국 정부와 체결해 1956년부터 잉여농산물 원조를 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잉여농산물 원조는 공짜가 아니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협정을 체결할 때, 도입 농산물의 판매액을 한국 통화로 적립하고, 그 중 일부는 한국에 있는 미국 원조기관의 비용으로 충당하며, 나머지는 한미 간의 합의에 따라 한국의 경제개발과 군사력 지원에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미국의 밀 생산 농민들은 폐기할 뻔한 남아도는 밀을 한국 같은 저개발 국가에 판매하여 수익을 올렸고, 미국 정부는 원조 명분을 내세워 한국 정부와 군사적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구축했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부는 미국의 잉여농산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1950년대 혼분식 권장을 쌀 절약과 미국의 원조 밀을 통한 식생활 개선 정책으로 바꾼 박정희 정부는 밥만 쌀로 짓게 하고, 막걸리 · 청주·소주·떡볶이 등을 미국산 밀가루나 외국산 곡 물로 만들도록 강제했다. 강력한 행정력이 동원되어 시행되었던 혼분식 장려운동은 198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인의 분식 소비가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 밀막걸리의 등장은 막걸리 제조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본래 양조장에서는 직접 제조한 재래식 누룩을 사용했는데, 1966년부터 일 본 누룩 코우지)와 비슷한 아스페르길루스균(Aspergillus shirousami)을 사 용하기 시작했다.46 주재료가 쌀에서 밀로 바뀌면서 막걸리 제조업자들 은 막걸리에는 재래식 누룩을 넣어야 한다는 인식을 버리고 편리성에 무게를 더 두게 되었다. 밀막걸리는 제조 시간도 짧은 편이었다. 쌀막걸 리를 제조하는 데 120시간이 걸렸지만, 밀막걸리는 70시간이면 가능했 다. 제조 시간 단축 등으로 제조 원가가 낮아지자 막걸리 제조업자들은 밀막걸리 제조를 더 반기는 분위기였다. 한편, 제조업자들은 밀막걸리의 단맛을 유지하기 위해 완전히 발효 되지 않은 술을 소매점에 팔았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완전히 발효되지 않은 상태였던 밀막걸리가 유통 과정에서 발효되면서 탄산이 생겨 예상치 못한 막걸리 맛을 내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쌀막걸리 맛을 잊어버린 듯 탄산의 톡 쏘는 맛에 금세 익숙해졌다. 정부의 쌀막걸리 금지 조치가 오히려 밀막걸리 붐을 일으켰다. | 1975년 가을, 새로 개발한 통일벼로 사상 최고의 쌀 수확량을 얻자, 정부는 1977년 12월 15일 막걸리 제조에 쌀을 넣지 못하도록 했던 행정 조치를 폐지했다. 그런데 부활한 쌀막걸리에서 탄산의 톡 쏘는 맛이 나지 않자, 소비자들은 사이다를 섞어 마셨다. 그만큼 밀막걸리의 맛이 강렬했던 것이다.
- 막걸리와 함께 소주도 양곡관리법의 규제 대상이었다. 정부는 양곡관리법에 따라 1964년 12월 21일 “주정(酒精)과 소주 제조에 있어 백미 및 잡곡 사용을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일절 금지하고 국산 서류(類, 감 자나 고구마처럼 덩이줄기나 덩이뿌리를 이용하는 작물)로 대체토록 결정했다.” 고려 말 원나라에서 들어온 소주는 멥쌀로 만드는 술이다. 멥쌀로 막걸리를 만든 다음, 항아리 위에 뜬 맑은 술을 떠내서 솥에 담고, 솥 위에 소줏고 리를 올린 뒤 알맞은 온도로 불을 때서 맑은 술에서 나온 수증기가 찬 물이 담긴 그릇 아래에 닿아 맺힌 이슬을 병에 모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멥쌀 대신에 감자나 고구마로 소주를 제조하라고 했다. 이미 1930년대 후반에 고구마로 알코올을 만드는 방법이 창안되었다. 먼저 고구마를 기계로 분쇄한 후 물을 붓고 소량의 염산을 혼합하여 삶아 풀처럼 만든 다음, 여기에 효모를 넣어 알코올 당화 발효를하면 흑갈색의 탁주가 만들어진다. 술지게미를 걸러낸 맑은 술을 연속식 증류기에서 증류하면 알코올 도수 95~96퍼센트의 주정을 만들 수 있다. 이 주정에 물을 부으면 알코올의 농도가 묽어진다. 여기에 감미료를 첨가한 술이 희석식 소주다. 정부는 1964년 12월 21일의 조치에서 주세 행정 개혁과 외환 절약을 내세워 주정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당밀(糖蜜)의 수입도 금지했다. 당밀은 사탕무나 사탕수수에서 사탕을 뽑아내고 남은 검은빛의 즙액이 다. 이 당밀에 물과 효모를 넣어 발효해 밑술을 만든 다음, 연속식 증류 기에서 증류하면 알코올 도수 40~94퍼센트의 '럼(rum)'이 완성된다. 50 이 '럼'에 물을 부어 알코올 도수를 30~40퍼센트로 낮추면 희석식 소주가 된다. 당밀은 국내산 고구마나 감자와 비교하면 값이 싸서 그동안 주정회사는 대부분 당밀을 수입해 사용해왔다.
- 1920년대만 하더라도 조선의 양계업은 산업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영세했다. 주로 가정에서 닭을 키워 달걀을 시장에 내다 파는 수준이었 다. 조선총독부는 품질이 좋은 달걀을 생산하는 서양과 일본의 닭 품종을 보급했지만 성과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러한 사정은 1950 년대까지 쭉 이어졌다. 1960년대 들어와서도 사람들은 사료 값이 비싼 데 비해 달걀 값이 싸서 양계업을 하면 큰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인식 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1960년대 후반부터 소고기 위주 육식 소비로 인해 소고기 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 안으로 질 좋은 닭고기 생산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북아메리카의 양계업자들은 닭고기 판매를 목적으로 할 경우, 브로일러(broiler)라고 불리는 육계(肉鷄)를 키웠다. 브로일러는 부화한 지 8~10 주쯤 된 무게 15~2킬로그램의 닭을 가리킨다. 1970년대 초반 한국의 양계업자들도 정부의 닭고기 생산 장려로 브로일러를 키우고 있었다. 브로일러의 사료로는 미국산 옥수수, 페루산 어분(魚粉, 생선을 찌거나 말려서 만든 가루), 그리고 단백질을 강화하기 위해 대두박 등을 섞어서 만든 배합사료를 썼다. 다 자란 브로일러는 주로 통닭구이용으로 소비되었다. 1969년 소고 기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육류 파동이 일어나자 대체재로 브로일러 소비가 늘어났다. 마침 콩기름을 비롯하여 식용유 생산이 늘어나 이 전에 비해 식용유 가격이 낮아져 닭을 통째로 기름에 튀긴 통닭을 판매 하는 가게가 생겨났다. 일명 '통닭집'이 시장 안, 닭이나 오리를 판매하 는 가축전 근처 곳곳에 들어섰다. 사람들은 고온의 기름에 튀긴 바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고기 맛을 즐겼다. 이 통닭 튀김은 국내에 주둔한 미군들이 즐겨 먹던 프라이드치킨을 모방한 음식으로,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실제로 그리 좋 은 음식이라 할 수는 없었다. 특히 식용유 가격이 그리 싼 편이 아니어 서 통닭집에서는 2~3일 동안 같은 기름을 계속 사용했다. 당시 사람들 은 산패된 기름으로 튀긴 통닭을 먹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미 야유회나 가족 모임, 소풍이나 휴가를 갈 때 통닭을 싸가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퍼졌다. 1970년대 중반이 되면 콩기름이 식용유의 대표 자리를 차지했다. 길 거리에는 파배기를 비롯해 빈대떡, 호떡에 이르기까지 기름에 튀기거 나 지진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이 늘어났다. 게다가 인스턴트라면이 선 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식용유 수요가 날로 증가했다. 국내산 식용유 공 급이 달리자 결국 정부는 외국산 식용유를 수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73년부터 미국 정부는 자국의 옥수수기름, 해바라기기름, 콩기름을 한국 수출 상품으로 내세웠다. 국내 식용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입양은 해마다 증가했다. 냉전의 경계선에 있던 한국 사회는 미국산 식용유 수입과 함께 미국식 통닭을 한국 음식으로 진화시켜나갔다.
- 통일벼의 재배지 확산은 정부와 농민이 앞장서서 한발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보온 못자리를 도입해 병충해를 예방한 결과였 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이유는 정부가 주도하여 통일벼와 통일벼 계통 의 재배를 확대한 데 있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통일벼의 밥맛이 좋 지 않다며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다만 그 당시 유신헌법의 독재체제 아래에서 이런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는 사람은 드물었다. 인디카 계통의 쌀은 자포니카 계통의 쌀에 비해 밥을 지으면 찰기가 매우 적다. 그러다 보니 12분도의 백미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통일벼의 밥맛이 좋을 리가 없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통일쌀을 가정에 보급하기에 앞서 이미 1972년 10월에 통일쌀로 밥을 맛있게 짓는 요령을 홍보한 바 있었다. 쌀 1리터를 기준으로 일반미는 밥을 지을 때 물1.8리터를 넣지만, 통일쌀은 2리터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쌀은 물을 많이 먹기 때문에 일반미로 지은 밥에 비해 용량은 7퍼센트, 중량 : 은 3.6퍼센트가 늘어난다고 했다. 또 가볍게 씻어 비타민 B1의 손실을 막아야 하며, 끊을 때까지는 센 불에서, 일단 끓으면 약한 불에 뜸을 푹들인다는 점도 알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통일벼의 밥맛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1977년 초 새로운 벼 품종인 수원264호와 이리327호를 개발하여 재배 를 장려하고 기존 통일벼 계통의 벼는 재배지를 축소해나갔다. 통일벼는 수확량 면에서는 두드러졌지만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1981년 전두환의 군사정부는 통일벼 장려 정책을 폐지했다. 그리고 1992년 정부는 추곡 수매 품목에서 통일벼를 제외했다. 한편, 1965년경 도입된 일본 벼 품종 아키바레(秋晴)는 밥맛이 찰진 편이라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쌀이 되었다. 농민과 소비자 들은 통일벼와 아키바레벼의 밥맛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아키바레를 훨씬 높 이 쳐주었다. 심지어 통일벼는 '정부미라 낮춰 부르고 아키바레벼는 일반미'라고 부르면서 경기미의 대표'로 꼽았다. 농민들은 논에다 반 반씩, 즉 논의 반은 일반미를 심고, 나머지 논에 통일벼 계통의 개량종 을 심었다. 1970년대 중반경, 농촌에서는 “반은 내다 팔고 반은 (자신이) 먹을 것”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농촌진흥청에서는 1980년대 이후 자포니카계의 신품종 육성에 열중했고, 다수확이 가능한 품종을 계속해서 육성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아키바레와 함께 1956년 일본에서 개발된 고시히카리(越光)94 품종의 벼를 1990년대 이후 즐겨 먹고 있다.
- 1979년 10월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아케이드 에서 문을 연 일본 롯데그룹의 롯데리아(Lotteria) 1호점이 국내 첫 패스 트푸드 매장이다. 1983년 던킨도너츠(dunkindonuts), 1984년 버거킹 (Burger King),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 웬디스(Wendy's), 1985년 피자헛(Pizza Hute), 피자인(Pizza Inn), 1986년 배스킨라빈스(Baskin Robbins), 1988년 맥도날드 (McDonald's) 등 미국 패스트푸드 기업의 매장이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대도시 번화가에 자리를 잡아갔다. 미국식 패스트푸드 기업의 국내 진출은 한국 소비자들의 넉넉해 진 주머니를 노린 외국 업체들의 노림수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전두환 군사정권 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세계인이 모이는 체육행사에서 낙후된 한국 음식점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해 미국식 패 스트푸드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미국식 문화를 소비했다
- 19세기 말 소 도살과 소고기 판매가 자유로워진 이후에 사람들이 가 장 좋아했던 소고기 부위는 갈비였다. 갈비는 소·돼지·닭 따위의 가슴 통을 이루는 좌우 열두 개의 굽은 뼈와 살을 식용으로 부르는 말이다. 소비자들은 소갈비를 갈비의 으뜸으로 여겼고, 소갈비 요리 중에서 갈비찜을 특히 좋아했다. 1980년대까지도 서울의 부유층 가정에서는 설 날이나 추석, 잔치나 손님 초대에 갈비찜을 올리는 것이 일종의 문화였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부터 갈비구이가 갈비찜의 인기를 넘어섰다. 갈비구이는 일반 가정에서는 먹기 힘든 고급 음식점의 메뉴였다. 음식 점의 구이용 갈비는 소고기 부위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구워 서 먹기 편하게 다시 손질을 해야 하는데,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들 었다. 하나는 1960년대부터 유명세를 떨쳤던 경기도 수원의 수원식 갈 비다. 수원식 갈비는 갈비의 뼈에 붙은 양쪽 살코기를 그대로 잘라낸 것처럼 뼈에 살을 양쪽으로 붙여서 요리했다. 그래서 '양쪽 갈비'라고 불렀다. 요사이는 '왕갈비'라고 부르는 수원식 갈비는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 하다. 다른 하나는 갈비의 뼈를 두 쪽으로 잘라 뼈 한쪽에만 살코 기를 붙이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갈비는 1980년대 초반 서울의 강남 에 자리 잡은 갈비구이 전문점에서 이문을 많이 남기려고 갈비의 뼈를 나누어 사용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 LA식 갈비'는 흔히 'LA갈비’라고 부르는 것으로, 미국에 사는 유대인들이 먹는 소갈비인 프랑켄 스타일 립(Flanken Style Ribs)을  리킨다. 앞에서 소개한 한국의 '양쪽 갈비'나 '한쪽 갈비'는 갈비 옆에 붙은 살을 칼로 넓게 펴낸 형태지만, 프랑켄 스타일립은 갈비뼈 전체 를 뼈의 직각 방향으로 잘라서 갈빗살 사이사이에 조그마한 갈비뼈가 붙어 있는 형태다. LA갈비의 유래에 관한 주장은 여럿이 있지만, 아직 정설은 없다. 그중 1960년대 중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한국인 이 당시 유대인이 운영하는 정육점에서 판매하고 있던 프랑켄 스타일립을 좀 더 얇게 잘라 달라고 주문하여 한국식 소갈비찜과 소갈비구이 를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다. LA갈비의 요리법은 한국산 소갈비구이와 비교하면 매우 간단하다.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서 핏물을 뺀 후 가볍게 물기를 없애고 양념장에 재웠다가 구우면 된다. 음식점에서 파는 LA갈비는 대체로 단맛이 강해 서 어린이나 젊은 층이 좋아한다. 그러나 LA갈비는 1990년대 초반에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 해가 갈수록 값이 올라서, 지금은 한국산 갈비에 버금갈 정도로 비싸다.
-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농가마다 돼지가 한두 마리씩 있어서 전용 사료가 아닌 주로 음식물 찌꺼기를 먹여 키웠다. 이렇게 키운 돼지의 고기 에서는 고약한 비린내가 났다. 그래서 부유층에서는 돼지고기를 선호 하지 않았다. 그런데 1960~1970년대 소고기 가격이 폭등하는 바람에 정부에서는 육류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대체재로 닭고기와 함께 돼지 고기 식용을 적극 권장했다. 식품학자와 요리학자까지 동원하여 돼지 고기의 영양학적 가치와 요리법을 홍보했다.19 | | 그러나 한국인의 소고기 선호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농가에서는 홍 콩이나 일본에 돼지고기를 수출했지만, 품질 면에서 전문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비싼 값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양돈업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들에 축산업 진출을 권유했다. 1976년 삼성그룹의 제일제당(지금의 CJ)은 경기도 용인(지금의 테마파크 에버랜드 자리)에 기업형 양돈장을 열었다. 제일제당과 롯데그룹의 롯데햄(지금의 롯데푸드)은 1980 년 대단위 육가공 공장을 건설하여 한국산 돼지의 뒷다리 고기로 햄 제품을 생산하여 국내에 유통. 80년대 중반에 이르면 한국 양돈업체는 품질개선을 위해 돼지 품종을 식용에적당한 개량종으로 바꾸고, 배합사료를 먹이는 등 돼지고기생산에 많은 자본과 기술을 투여했음. 돼지고기 부위 중 안심과 등심은 주로 일본에 수출했고, 나머지부위는 국내에서 유통. 그중 삼겹살은 국내 소비자들이 구이로 즐겨 먹었음. 80년대 삼겹살구이의 유행에는 소고기보다 값이 월등히 싸다는 점이 중요한 원인이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80년 6월 한국에 출시된 일본의 휴대용 가스버너와 일회용 부탄가스가 큰 역할을 했다. 경제성장으로 생활의 여유가 생기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야외로 나들이를 가는 일이 잦아졌다. 이때부터 야외에서 휴대용 가스버너로 삼겹 살을 구워 먹는 게 유행했다. 결국, 1990년대 이후 삼겹살구이는 한국 인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 요리 중 하나가 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삼겹살구이를 먹고 나면 남은 삼겹살을 잘게 썰 어서 배추김치, 그리고 취향에 따라 대파·양파·마늘 등과 쌀밥을 넣고 볶음밥을 만들어주는 음식점도 생겼다. 삼겹살구이는 양돈업의 현대화 와 외식업의 확대,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욕구 증가, 그리고 한국인의 고기구이와 비빔밥 선호 취향 등이 결합하여 1980년대에 새로 만들어진 음식이다.
- 1980년대에도 강남의 아파트값은 폭등했고, 강남의 신흥 중산층은 그 어느 때보다 지갑이 든든했다. 그러나 강남에는 신흥 중산층이 가족 들과 함께 여가를 보낼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이후 1981년 11월에 개 업한 신사동의 삼원가든을 필두로, 논현동의 늘봄과 서라벌, 서초동의 초성공원과 신라정 같은 초대형 고급 음식점은 휴일 가족 나들이의 명 소가 되었다. 주로 갈비구이와 냉면을 판매한 초대형 고급 음식점은 '호 화 갈비타운', '전원 갈빗집', '공원식 갈빗집'으로 불렸다. 공원식 갈빗 집이란 말에 어울리게 이런 음식점은 1,000여 평의 광대한 대지에 고급 관상수, 인공폭포, 구름다리, 물레방아, 정자, 석탑, 분수대, 연못, 수족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공원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1983년 강남에는 공원식 갈빗집을 비롯하여 양식·한식·일식·중식 음식점이 무려 2,390여 곳이나 들어섰다. 이 중 주차장 시설을 갖춘 대 형 음식점도 100여 군데나 되었다. 3저 현상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갑자기 큰돈을 움켜쥔 거부들은 뚜렷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던 참에 “그래도 먹는장사가 제일이라는 경험적인 장사 원리에 편승해 음 식점 개업에 나섰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강남이 개발되기 전에 땅 값이 오를 거라고 예측한 부자들이 200평이 넘는 땅을 사서 빈터로 두다 공한지세(空閑地稅, 이용하지 않고 내버려둔 대도시 내의 토지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를 물게 되자 이를 피하려 음식점 개업에 뛰어들었다. 1980년대 초·중반 강남의 대형 음식점은 기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대규모였다. 삼원가든은 강남의 대지주 K씨 소유의 땅 1,200평을 빌려 2억여 원의 시설비를 들여 개업한 곳이었다. 1983년 상반기 손님 수는 평일에는 200여 명, 휴일에는 350여 명이나 되었다. 삼원가든은 휴일 하루 동안 1,500만 원의 최고 매상액을 올릴 때도 있 었으며, 평일에도 하루 매상액이 400만~500만 원이었다. 1982년 한국은행이 집계한 음식숙박업의 성장률은 10.4퍼센트로, GNP 성장률 5.4퍼센트의 거의 두 배에 가까웠다. 당시 사람들이 먹는 데 엄청나게 많은 돈을 쓴 셈이다. 이런 초대형 음식점의 번창은 한식음식점의 음식 맛과 서비스, 설비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데 이바지했 을 뿐 아니라 먹는장사가 제일'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다.
-  식민지 시기와 해방 직후만 해도 도시 생활 개선론을 강조한 지식인 들은 고추나 마늘처럼 자극적인 맛의 양념이 들어간 음식을 원시적 식 생활'이라고 하면서 비판했다.85 서양인과 일본인이 한국인의 입에서 나는 마늘과 파 냄새를 불쾌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마늘과 파 냄새는 문명국의 냄새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일부 지식인들의 계몽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부터 고추와 마늘·파가 많이 들 어간 음식들이 음식점과 가정에서 많이 소비되었다. | 이후 설탕 가격이 내려가자 설탕과 고추를 주양념으로 한 음식들이 유행했는데, 그중 서울 무교동 낙지볶음과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가 대 표적이다. 1970년대 무교동의 낙지볶음을 먹은 사람들은 맛이 칼칼 하다'라고 표현했다. 낙지볶음의 칼칼한 맛은 마늘·파와 함께 고춧가루 와 설탕이 만들어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무교동 낙지볶음의 양념 은 더욱 매워졌다. 마침 시중에 시판된 청양고추는 낙지볶음에 매운맛을 한층 더했다. 청양고추는 1983년 당시 한국 최대의 종묘회사인 중앙종묘에서 개 발한 품종이다. 중앙종묘에서는 커리(curry) 제조에 필요한 캡사이신 (capsaicin) 추출용으로 타이 재래종과 제주도 재래종을 잡종 교배하여 신품종을 만들었는데, 예상보다 캡사이신 추출률이 높지 않아 경제성이 없었다. 중앙종묘는 이 품종을 버리기 아까워 시험 재배에 참여한 경상 북도의 청송과 영양 농민들에게 무료로 씨앗을 주었다. 농가에서는 그 씨앗을 재배해 풋고추를 인근 횟집에 제공했는데, 횟 집에서 매운탕에 넣었더니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 사실이 중앙종묘에까지 알려져 신품종 고추는 청송의 '청'과 영양의 '양'을 따서 '청양고추'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러 나 중앙종묘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1998년 7월 멕시코 종자회사인 세미니스(Seminis)에 인수·합병되었다. 세미니스는 다시 미국 종자회사 몬산토(Monsanto)에 넘어갔다. 오늘날 청양고추의 재산권은 몬산토가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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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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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세균의 역습

과학 2021. 2. 17. 20:01

- 배 속이 불편할 때 머리가 멍해지는 대표 원인으로 저혈당증을 꼽을 수 있다. 과민성 장증후군을 앓는 대부분의 환자가 탄수화물을 섭취한 후 가벼운 저혈당 증상을 겪는다. 이런 환자를 대상으로 수소 호기 검사를 실시하면 소장 내 수소 농도의 상승 여부를 알 수 있다. 참고로 수소가스는 입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 라 거의 100% 장내세균이 당을 분해할 때 발생한다. 검사를 통해 소장 내 장내세균이 과도하게 증가한 SIBO 상태 에 있다는 사실도 확인 가능하다. 저혈당 증상 정도는 SIBO 중 증도에 비례하는데, 이는 과증식한 장내세균이 저혈당증을 야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SIBO가 발병하면 소장 내에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세균이 지질 다당류(Lipopolysaccharide, LPS)라고 불리는 독소(엔도톡신)를 내뿜는데, 이 독소가 장에서 혈액으로 흡수되는 질환을 내독소 혈증(엔도톡신 혈증)이라고 한다.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에게 나타나는 집중력 저하와 흐리멍덩한 정신 상태가 SIBO로 인한 내독소 혈증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SIBO 치료 후 뇌 기능 저하가 개선됐다는 보고와 이를 뒷받침할 의학적 소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담당 환자가 SIBO를 치료한 뒤 머릿속이 멍해지는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를 일상적으로 목격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간 질환으로 뇌증(Encephalopathy)이 발병한 환자다. 뇌증이란 정신 착란(섬망)을 비로 한 뇌 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증상이다. 간경변 환자의 예를 살펴보자. 환자의 장에서 장내세균이 생 성한 독소가 혈액을 타고 간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를 간에서 해독하지 못했을 때 뇌증이 발생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간이 독소를 제거하는 필터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지만, 간경변으로 간부전이 온 환자는 독소를 해독할 수 없는 상태이다. 결국 장내세균으로 인해 생성된 독소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며 심장, 신장, 간을 포함해 신체 모든 부위에 영향을 끼치다가 급기야 뇌 기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환자는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고 의학계에서는 이런 상태를 간성 뇌증'이라 부른다.
- 여성은 하복부 통증이 있는 경우 주로 부인과를 찾는다. 하지만 만성 골반통이 반드시 부인과 질환 때문에 일어난다고 단언 할 수는 없다. 물론 골반통이 자궁 내막증이나 복강 내 유착 또는 골반 내 울혈 등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과민성 장 증후군 같 은 소화기 질환이나 간질성 방광염 같은 비뇨기과 질환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의사가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를 부인과 증상으로 오진한다. 부인과적 통증은 자궁 내막증, 난소낭종, 골반 내염증성 질환 그밖에 각종 부인과 질환에서 원인을 찾는다. 따라서 환자는 수술과 같은 침습적인 치료를 받게 된다. 하지만 통증 의 원인인 과민성 장 증후군이 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인과진료 및 치료 후에도 환자의 복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쓸데없이 효과도 없는 치료를 받은 셈이다. 복통을 지닌 여성과 그 주치의는 부인과 증상과 과민성 장 증후군 증상이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지금까지 환자가 겪은 장 증상을 의사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골반통이 혈변이나 변비 등 장 증상과 함께 왔다면 통증의 원인은 실제로 장에 있으며, 이럴 때는 과민성 장 증후군을 의심하는 게 현명하다. 특히 통증이 원활한 배변 활동으로 나아진다면 더욱이 과민성 장 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과민성 장 증후군과 자궁내막증 둘 다 매우 일반적인 질환이므로 양쪽 질환이 다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전체 역사를 진화생물학 관점으로 살펴보면 뇌, 그중에서도 대화, 언어, 추론 등 고등 신경 활동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가장 최근에 진화했다. 그에 비해 소화관은 발달 역사가 깊고 그만큼 복잡한 기관계다. 놀랍게도 장은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한 신경망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뇌와 연결된 신경을 모두 제거한다 해도 소화관은 독립적인 기능이 가능하다. 전형적인 예로 미주신경 절단술을 들 수 있다. 뇌와 장의 연결을 끊는 수술인데, 운동 기능과 감각 기능을 담당하는 미주신경을 절제하는 것이다. 꽤 오래 전 난치성 소화성 위궤양 환자의 미주신경 절단술을 집도한 적이 있다. 위산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인 약이 없던 당시에는 뇌에서 위로 위산을 분비하도록 명령하는 미주신경을 절단하는 게 소화성 위궤양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절단 수술 후 미주신경의 활동이 멈췄어도 소화관은 독립적으로 제 기능을 했다. 즉, 장은 뇌에서 명령을 받지 않아도 자생활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장내세균은 인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장'에 꿋꿋하게 생존 거점을 마련했다.
- 뇌가 위장 등 소화관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 결과로 충분히 알려졌다. 가령 기분 변화는 위액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 불량, 식욕부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이와 정반대로 장내세균이 뇌에 영 향을 준다고 발표했다. 손상을 입어 혼란에 빠진 장내세균이 뇌에 강한 스트레스를 줘서 정신적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이로써 뇌와 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쌍방향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종류의 자폐증(대화 능력에 지장을 초래하는 정신 질환의 일종)은 장내세균의 불균형 즉, 디스바이오시스(Dysbiosis)와 관련이 깊다. 이 질환은 의학적 효과를 기대하고 섭취하는 유산균의 일종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로 치료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약을 실험용 쥐에 주사하면 자폐증과 상태가 같은 쥐를 만들 수 있 다. 이 자폐증 모델 실험용 쥐는 현재 장내세균이 교란된 상태이다. 실험용 쥐가 낳은 새끼도 어미와 마찬가지로 자폐증 증상을 보이는데, 유산균 등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하면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장내세균 폭주로 생긴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문제는 그 자 체로 소장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등 악순환을 낳는다. 그렇다면 왜 소장의 움직임이 나빠질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시상하부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부신피질 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Corticotropin-releasing hormone, CRH)을 분비하는데, 이 CRH가 장에 전달되면 장의 연동 운동이 억제된다. 연동 운동이 느려지면 소장 점막에 장내세균이 달라붙어 균총을 형성하고 세균이 증식하 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소장은 원래 격렬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때문에 소장에는 세균이 정착하지 못하고 증식도 많이 할 수 없다. 게다가 영양분 흡수 역할을 담당하는 소장에 세균이 너무 많이 증식하면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세균에게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대장에 비해 소장의 세균 수가 월등히 적은 것이다. 인체는 소장 내에 세균이 많이 존재할 수 없도록 끊임없이 제어한다. 빠르고 격렬한 소장의 연동 운동은 말 그대로 인체의 방어 기전인 것이다. 그러나 장내세균 균형이 깨지면 스트레스를 받은 뇌는 CRH를 분비하고 소장의 움직임은 둔해진다. 소장의 연동 운동이 느려지면 장내세균이 균총을 이루기 쉬워 결국 세균이 과하게 증식한다. 이는 인체 내에서 자가 복제를 통해 조금이라도 스스로의 DNA를 늘리고 증식하려는 장내세균의 이기적인 행동이다. 장내세균은 자기 멋대로 장의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은 소장내 세균 과잉 증식 즉, SIBO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 인간이 먹은 음식물 속 영양소는 소장에서 대부분 소화·흡 수된다. 음식물이 장 속으로 들어오면 인간의 소장 세포와 장 속 장내세균은 서로 먼저 영양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장내 세균은 지금껏 생존을 위해 인간의 흡수 시스템과 싸워온 셈이 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장내세균에게 영양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내세균보다 먼저 영양분을 흡수하는 분자 메커니즘으로 발달했다. 긴 시간 동안 공존하며 장내세균과 인체 다른 세포는 차츰 타 협을 한다. 서로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장내세균은 원래 자기 편의대로 인간을 통제하곤 했다. 그러나 애초에 인간이 죽으면 장내세균도 살아남을 수 없는 법,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기적인 장내세균은 자신이 올라탄 인간이란 배에 되도록 해를 끼치지 않는 방향을 선택한다. 정상적으로 균형을 이룬 장내세균이라면 위의 가정이 성립한다.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불균형에 빠진 장내세균 즉, 교란된(디스바이오시스) 장내세균은 오히려 폭주를 선택해 우리를 질병으로 이끈다. 그렇다면 장내세균의 정상적인 균형 상태란 무엇일까? 되도록 다양한 종류의 장내세균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장내 세균총이란 꽃밭에 다양한 꽃이 어우러져 있듯이 여러 종의 장내세균이 함께 존재하는 형태인데, 장내세균의 균형이 깨지면 특정 소수의 세균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균의 다양성을 잃게 된다. 장내세균은 인간이 섭취한 음식물 찌꺼기를 먹고 살아간다. 세균마다 선호하는 음식물이 다르기 때문에 다종의 장내세균을 늘려 균형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만큼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섭취하면 그에 맞는 다양한 종의 장내세균이 증식한다. 서른 가지 식품을 먹자는 주장이 한 때 유행했는데, 장내세균 종류를 늘리기 쉽다는 점에서 유용한 제안으로 여겨진다.
- 20여 년 전 호주 병리 의사 로빈 워런과 소화기 전문의 배리 마셜이 “소화성 궤양의 90% 이상은 소화관 내에 서식하는 세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을 때 의학계는 크게 놀랐다. 나중에 이 두 사람의 가설은 타당성을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고, 지금은 만성 소화성 궤양의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 항생제라는 사실에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환자는 스트레스로 쉽게 소화성 궤양에 걸린다. 하지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표면이 조금 붉어지는 정도의 위장염만 앓게 된다. 즉, 스트레스와 식생활이 궤양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그것 자체가 원인이 될 수는 없다. 가령 몇 년 동안 위 점막이 헐어버릴 정도로 소화성 궤양이 심각했던 환자도 일주일 정도 항생제를 복용하면 거의 치료된다. 게다가 헬리 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거하면 소화성 궤양은 90% 이상 재발하지 않는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소화성 궤양의 원인을 '헬리코박터 파일 로리균 또는 약'이라고 규정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약은 아스피린이나 진통제(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약, NSAIDS)를 의미한다. 한때는 스트레스나 유전을 원인으로 꼽던 위암 역시 99% 이상이 헬리코 박터 파일로리균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위암 환자 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관련 없는 위암 비율은 1% 이 하, 정확하게는 0.66% 정도이다. 말 그대로 위암은 '감염병’ 인 것이다.
- 과민성 장 증후군의 원인을 신체가 아닌 정신에서 찾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과민성 장 증후군 연구가 급증한 것은 1970년대인데, 그 시기는 내시경 검사의 적정성을 재평가하던 때였다. 내시경 검사는 장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신축성 광섬유 기술이 도입된 이래로 점차 인기가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내시경 기술이 진보한 덕에 정밀한 장을 시각화하는 게 가능해졌으며, 소화기학계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질병에 급 관심을 돌리게 됐다. 이는 의사들에게 있어서 놀라움과 감동 그 자체였다. 그 이전에는 환자를 진찰할 때 주로 생리 기능 검사'를 시행했는데, 내시경 기술의 진보는 각종 검사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대 전환과도 같았다.  이후 조작이 간단하고 결과가 바로 나오는 내시경 검사는 주요 진찰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한 가지 부작용이 있었다. 내시경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질환 원인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 검사로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환자는 원인을 규명하 는 데 수고가 들었고, 열심히 찾아도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성가신 환자 취급을 받았다. 위의 과정이 의사가 환자를 바르게 진단하는 바람직한 예는 아니다. 단적인 예로 JMMS(Japan mosapride mega study) 연구 보고에 따르면 위내시경으로 환자의 증상과 명확한 질환을 연결할 확률은 겨우 9% 남짓이다. '위가 아프거나 더부룩한 증상' 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눈으로 확인 가능한 질환은 소화성 궤양이나 위암 등 극히 일부이다. 실제로는 위의 움직임이 나빠지거나 위산에 대한 민감도가 상승(지각 과민증)해서 기능 이상이 발생하고, 그게 증상(기능성 소화 불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진료를 통해서도 눈에 보이 는 질환(기질성 질환)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환(기능성 질환)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그럼에도 과민성 장 증후군의 원인을 스트레스라 오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가 장 기능과 배변 빈도에 어느 정도 영 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민성 장 증 후군이 아닌 사람도 설사 혹은 구토, 그밖에 다른 소화기 관련 질환이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스트레스가 장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에 힘을 보태준 것은 결국 1970년대 내시경 검사의 재평가였다. 그때부터 20년 동안 과민성 장 증후군을 심리학 및 스트레스와 연결하려는 연구 무대가 펼쳐진 셈이다.
- 최신 연구에 따르며 무산소 환경에서 메탄을 생성하는 세균 (고세균·메타노젠)만 없애면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의 변비가 해소된다고 한다. 하지만 항생 물질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세균의 과도한 증식이 정말로 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항 생 물질 투여 후 다시 호기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단, 교차 연구 로 메탄을 발생하는 세균이 모두 근절됐는지 확인하지 않는 이 상 변비 완치를 말하기란 매우 어렵다. 메탄이 변비를 일으키는 기전은 매우 흥미롭다. 그중 메탄가스가 장의 움직임을 매우 활발하게 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호기 검사를 했을 때 메탄 농 도가 높은 환자는 수소 농도가 높은 환자에 비해 소장의 움직임이 약 2배 정도 활발했다. 하지만 소장의 움직임은 배변에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 변을 정상적으로 배설하는 방향의 움직임 즉, 소장에서 대장으 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활동해 배설 과정에 문 제가 생겨 '변비'가 되는 것이다. 변이 소장 내에 정체하는 시간 이 길어질수록 탄수화물과 같은 음식물이 장내세균과 접촉해 발 효하는 시간은 늘 수밖에 없다. 장내세균은 주로 탄수화물을 원료로 가스를 생성하기 때문에 결국 가스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져 환자는 복부 팽창으로 고통받게 된다. 장내세균으로 발생하는 가스는 복부 팽창뿐 아니라 숙주인 인간의 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메탄가스가 많은 환자에게는 변비가 주로 나타난다. 메타보 체형에 당뇨병 증세가 심한 경우 가 많고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만성 변비인 사람은 수명이 짧은 편인데, 발병 15년 후의 생존율 이 약 4분의 3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파킨슨병이나 치매 발병위험도 매우 높다. 하지만 변비를 제대로 치료하면 10년 후 사망률이 약 12%로 감소한다는 것이 다양한 비교 연구로 드러났다. 즉, 장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장내 가스를 다스리는 게 예방 의학의 핵심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소장 내에서 수소가 발생하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에게는 설사 증상이 생긴다. 이 환자는 대게 마른 체형이다. 수소가스는 거의 모든 세균이 만들어내지만 메탄가스와 달리 소장 운동 같 은 생리 기능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설사 증상의 중증 도는 소장 내에서 수소를 발생하는 세균 수와 더 관계가 깊다. 수소가스 생산량이 많을수록 설사 증상이 심하다. 메탄가스가 많으면 대사증후군을 앓기 쉬운 것과 마찬가지로 수소가스 발생이 많은 심부전 환자는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이 최근 보고됐다. 그리고 섬유 근육통과 비슷한 증상(전신 통증)이 있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를 검사한 결과 수소 농도가 매우 높다는 게 밝혀졌다. 수소가 섬유 근육통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수소 농도가 높을수록 세균 수가 많아져 환자의 증상이 심해지기 쉽다.
- 소장에 찬 과도한 가스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를 살펴보려 한다. 본래 가늘고 긴 형태를 띤 소장에 가스가 차면 풍선처럼 부푼다. 식사를 하면 소장 내에 과증식한 장내세균이 음식물을 먹이 삼아 대량의 가스를 생성하는데, 그 가스로 인해 빵빵하게 부푼 상태가 된다. 물론 가스가 소장을 다 통과하면 원래 상태로 줄어든다. 그러나 식사를 하면 다시 풍선처럼 부풀 었다가 또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풍선도 바람이 들었다 빠졌다. 를 반복하면 막이 얇아지듯이 소장도 마찬가지이다. 점막 벽이 얇아지거나 구멍이 생기기 쉬워지고 이로 인해 소화 흡수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알다시피 소장은 영양분을 흡수하거나 면역력을 좌우하는 등 인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소장을 최대 면 역 기관이라고도 칭한다. 실제로 온몸에 있는 약 2조 개의 면역 세포 중 70%가 소장의 융털 바로 안쪽에 있다. 앞장에서도 설명했지만 소장이 약해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나 독감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되기 쉽다. 인간을 나무에 비유하면 소장은 뿌리에 해당하는 셈이다. 제 능력을 상실하면 온몸에 그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 SIBO는 치료하기 힘든 새는 장 증후군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SIBO가 되면 세균 독소(LPS, 내독소)가 장에서 새어 나와 혈액으로 들어가는데, 미생물을 포함한 이런 유독 물질을 MAMPs'라 한다. 인체의 장벽(腸壁)은 겨우 수십 미크론(m) 밖에 안 되는 얇은 단 일층 구조인데, 이를 장관 상피세포 층이라 부른다. 이 내막이 몸외부와 내부를 구분하고 물 한 방울도 새지 않게 지탱한다. 본래 장은 세균이나 소화가 덜 된 단백질이 장에서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지키는 방어벽 기능'을 담당한다. 우선 대장 점액은 장내세균의 공격으로부터 장 점막을 보호한다. 장내세균의 역습 으로 인한 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 방어벽 기능을 높여 야 한다. 대장 점액층은 신기하게도 2층 구조를 이룬다. 장 점막 쪽(안쪽)은 뮤신 으로 이뤄진 점액층(내층, Inner layer)인데, 이곳은 장내세균이 서식하지 않는 일명 '비무장 지대이다. 그리고 그 바깥쪽인 점액층(외층, Outer layer)은 특수 세균만이 서식할 수 있다. 아마도 인간을 돕기 위해 이곳에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내세균은 외층으로는 갈 수 있지만 내층으로는 이동할 수 없다. 안팎을 구 성하는 2층 점액층은 몸 안으로 세균이 접근했을 때, 이들이 장점막 내부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인체의 장을 지켜주는 점액층(뮤신층)은 서양식 식습관으로 점 점 얇아지는 특징이 있다. 이는 서양식이 고지방식'이기 때문이다. 지방은 뮤신층을 얇게 만든다. 그러면 장내세균과 장 점막 상 피세포의 거리가 좁아져 세균이 몸속과 더 가까워진다. 세균이 장 점막과 가깝다는 것은 위험 신호이다.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일수록 장 환경이 열악해 뮤신층이 얇고, 세균과 장 점막 사이 거리가 가깝다고 보고된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약 24%가 균혈증(혈액 속에서 세균이 검출됨) 증상을 보인다. 서양식 식사는 지방 함량이 높다는 것 외에 섬유소가 적은 것도 문제가 된다. 장내세균의 먹이는 식사에 포함된 식이섬유인데, 서양식만 계속 섭취하면 너무도 당연하게 식이섬유 섭취율 이 떨어진다. 장내세균의 영양원이 줄면 어떻게 될까? 장내세균 이 굶어 죽는다. 굶주린 장내세균이 가장 먼저 먹으려 하는 것은 점액에 들어있는 뮤신이다. 식이섬유의 구조와 뮤신이 지닌 당 사슬 구조가 닮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으로 결국 뮤신층이 허물어진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뮤신층이 파괴되면 점액층은 더욱 얇아지고 장내세균이 내뿜는 유해한 독소(MAMPs)는 장 점 막 상피세포를 공격한다. 그 결과 장 점막세포와 세포 사이의 접착(Tight junction, 밀착 연접)이 약해져 장 세포에 틈이 생기게 된다. (장관 투과성 항진' 즉, 새는 장 증후군이 발생하는 것이다. 장내세균은 결국 장 점막으로 침투해 혈액으로 흡수된다.
- 프로바이오틱스는 만능이 아니다.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 중에는 소장 속에 세균이 과다 증식한 SIBO 환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장 움직임이 나빠서 가만히 있어도 세균이 마구 증식하는데, 유익균까지 추가로 먹었으니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아무리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해도 움직임이 나쁜 소장에 들어가면 소장에 그대로 머물러 더 증식한다. 결과적으로는 가스나 대사물이 이전보다 더 많이 생겨서 장 트러블이 악화된다.
- 낫토, 요구르트 같은 음식은 고포드맵 식단 구성 식품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아서 세균의 먹이가 되기 쉽고 장속에서 급격한 발효를 일으킨다. 사람에 따라 가스, 복통, 설사, 변비 등 장 트러블이 나타날 수 있으니 극단적인 식습관은 삼가도록 한다. 원래부터 장이 안 좋은 SIBO 또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는 고포드맵 식단을 먹으면 오히려 증상이 더 나빠진다. 필요한 사 람에게는 적절한 양의 프로바이오틱스 세균 섭취가 소화관 건 강에 득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장에 세균이 과도한 상태라면 복부 팽만, 가스의 과도한 생성, 머리가 멍해지는 현상 등을 일으킬 확률이 높으니 주의하자. 소화관에는 300~500종의 서로 다른 세균이 상호작용한다. 그런데 한 종류의 세균을 투여해 다른 세균의 영향을 상쇄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결과이다. 장내세균은 공생 관계에 있는 세균이 끝도 없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어떤 소화기계 질환이라도 여러 세균 중 한두 개가 변한다고 하루아침에 치료되지는 않는다. 바다에 콜라 한 컵을 붓는다고 바닷물 수질이 변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소장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아서 쉽게 세균의 먹 이가 되고 급격한 발효를 일으키는 당질을 포드맵(FODMAP)' 이라 한다.  포드맵은 장내세균에게 있어서 패스트푸드와도 같다. 그리고 이 포드맵을 피한 식사법을 '저포드맵 식사'라고 부른다. 저포드 맵 식사는 항간에 퍼진 '장내세균에게 먹이를 줘 장내세균을 늘리자'라는 일반적인 장 활성화 방식과 반대되는 주장을 한다. 지금까지 의사는 배가 부풀어 오르거나 설사를 하는 등 장 트러블로 고민하는 환자에게도 “요구르트를 마시고 우엉이나 아스파라거스 같은 식이섬유를 많이 드세요. 낫토와 김치 같은 발효식품도 꼭 챙겨 드시고요”라며 한결같은 처방을 내려왔다. 그러나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에게 이런 음식들은 소장의 장내세균 증식을 거드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이 영양소가 모두 장내세균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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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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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복리가 됩니다

etc 2021. 2. 17. 19:59

- 당신은 성공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더 이상 무언가를 배울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이 더 많은 정보'라면, 인터넷을 검색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두 대저택에 살고 강철 같은 복근을 자랑하며 더없는 행복을 누려야 마땅하지 않은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 실천에 필요한 새로운 '계획'이다. 이제 성공으로 이끄는 새로운 행동과 습관을 창조할 때가 온 것이다.
- 컴파운드 이펙트는 작지만 현명한 일련의 선택들이 엄청난 보상을 낳는 원리를 일컫는다. 이 프로세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 결 과가 아무리 클지라도 초기에는 각 단계가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 관계, 재산 등 자신에게 중요한 부분을 개선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하든 간에 초기의 변화는 아주 미세해서 감지조차 어렵다. 즉, 이 작은 변화들이 즉각적으로 뚜렷한 결과를 내지 않기에, 선뜻 대단한 이득이라고 여길 만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성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거부하는 일을 성공한 사람들은 기꺼이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 라스베이거스의 수많은 카지노가 어떻게 많은 돈을 버는지 아는가? 모든 테이블, 그리고 돈을 따는 모든 사람을 매시간 추적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대표팀의 트레이너들은 왜 높은 연봉을 받을까?
- “저는 업계의 거물들이 자신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과 초조함, 공포 속에서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토록 성공한 사람들이 대체 무엇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걸까요? 바로 성취감이 아니라 업적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왔기 때 문입니다. 아무리 엄청난 업적을 이뤘다고 해도 기쁨, 행복, 사랑, 의 미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성취감이 배제된 성공은 실패나 다름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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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발견

경영 2021. 2. 17. 19:58

- 난 그들이 파리에 매우 익숙해져서 간지러움을 덜 느낄지 모 른다고 생각했다. 또 위생 개념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파리가 붙어 있는 마사이족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마사이족이 위생과 경제적 차원에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느낄 것이다. 비즈니스 감각을 타고난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살충 제를 팔 기회를 발견했을 것이다. 과연 마사이족들은 살충제를 기꺼이 구매할까? 배리 페이그 Barry Feig의 저서 《핫 버튼 마케 팅Hot Button Marketing》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반 유목 생활을 하는 마사이족은 식량과 가죽을 제공하는 소와 양 을 매우 중시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가축을 보유하느냐가 부 富의 기준이다. 가축이 많을수록 부유하다. 그런데 가축은 파리 떼를 동반한다. 주로 가축을 돌보는 아내의 얼굴과 머리에는 파리가 꼬인다. 파리가 없으면, 가축도 없고, 신분도 높지 않다 No flies, no cattle, no status. 그러니까 가축을 기르는 마사이족 누군가 에게 파리는 부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맥락이 있는 데, 누군가 와서 파리를 없앤다면 반가워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사이족에게 '에프킬라 F-Killer'는 분명 반가운 아이템이 아닐 것이다. 
- 실제로 제임스 다이슨 회장은 국내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 서 “마케팅은 포장 또는 술책”이라며 “진공청소기는 먼지를 잘 빨아들이고 청소만 잘하면 됐지 어느 브랜드에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명가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다이슨은 허황된 포장을 하지 않았고 기술 자체로 인정받은 제품이라는 의미다. 그의 말대로 제품을 브랜드 로고만 보고 구매하는 시대는 물 론 아니다. 하지만 그가 동의하는 하지 않는 그의 코멘트 역시 브랜딩 활동에 해당하며, 소비자들은 이 때문에 다이슨을 기술 덩어리가 아니라, '혁신 기술을 지닌 세련된 브랜드'로 인식한다. 그리고 마케팅을 혐오한다던 다이슨 회장의 말과는 달리, 다이슨은 이미 2012년 미국에서만 6,700만 달러 한화 약 833억 원 를 브랜드 마케팅 예산으로 집행했다. 글로벌 미디어 집행 예산은 이미 오래 전에 1억 달러약 1,244억 원를 초과했다. 이런데도 다이슨은 브랜딩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나? 브랜드를 제품으로만 인식하고, 심지어 제품만 잘 만들면 브랜드는 필요없다고 믿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아직도 상표를 등록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하다가 상표권을 침해당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제품 스펙을 아무리 나열해도 고객 가치로 전환되지 않을 때가 많다. 제품을 팔지만, 제품을 넘어서야 한다. 제품을 넘어설 때 비로소 브랜드를 만나게 된다.
- 브랜드, 네 가지 관점으로 분석하기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브랜드 네임이나 브랜드 로고 디자인' 정도로만 생 각한다. 브랜드와 제품에 부착하는 상표를 구별하지 못한 탓이다. 브랜드에 대 한 정확한 인식은 '브랜드는 제품 이상의 것 Brand is more than a product'이라는 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브랜드를 제품 이상의 존재로 바라보고 제품 외적인 혜택과 조직, 사용자 이미 지 등을 고려하면, 브랜드를 다음 네 가지 관점으로 분석할 수 있다.
1) 브랜드의 제품 차원 Brand as a Product
브랜드를 제품 이상의 것으로 인식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제품과 관련된 의미
나 연상 이미지를 무시할 수는 없다. 제품의 차원은 브랜드를 선택하고 사용경험을 창출하는 데,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제품 차원으로 분석할 땐 '제품의 적용 범위', '제품과 관련된 속성', '품질/가격, 사용 상황 Time. Place, Occasion', '사용자 이미지' 등을 함께 분석할 수 있다. 많은 브랜드들이 제 품 차원에서 포지셔닝을 기획한다. 풀무원의 '바른먹거리가 그러했고, 볼보의 '안전safety)' 철학이 이에 해당한다. 코카콜라의 '컨투어 보틀Contour Bottle' 디자 인은 코카콜라만의 제품 속성이 됐다.
2) 브랜드의 개성 차원 Brand as a Person
브랜드를 인격화하는 관점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브랜드를 자기 개성 표현 의 수단으로 삼는다. 또한 창업가나 기업의 브랜드 매니저는 브랜드 개성의 방 향을 설정하여, 고객에게 다가가는 태도나 말투 등을 정할 수 있다. 브랜드의 개성 표현은 기업 내 대표적인 인물이나 캐릭터가 맡을 수도 있다. 버진Virgin 그룹의 리차드 브랜슨 Richard Branson은 독특하고 유머가 넘치는 CEO로서 버진이라는 브랜드의 개성을 전달한다.
3) 브랜드의 조직 차원 Brand as an Organisation
상품이나 서비스의 속성보다 조직의 속성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이다. 조직의 고유한 문화나 가치, 독특한 프로그램 등 조직을 브랜딩할 수 있다. 조직의 브 랜딩은 일단 구축이 되면 제품 차원의 브랜딩보다 더욱 지속적이고 경쟁력이 있다. 제품 모방은 쉽지만, 조직 모방은 어렵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침대와 탁 구대, 직원 뷔페, 서서 일하는 책상을 도입한다고 해서 구글의 사내 문화를 체 화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4) 브랜드의 상징 차원 Brand as a Symbol
네임, 슬로건, 디자인, 징글ingle 등 브랜드의 가치를 눈에 보이게 드러낸 감각적 요소를 의미한다. 다른 관점에 비해 브랜드를 상징 차원에서 관리하는 일은 쉽다.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브랜 딩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상징 차원에서 네임을 만들거나, 슬로건을 정립하고, 디자인 정도를 매만지는 작업으로만 이해한다. 제품, 개성, 조직 차원의 이미지 관리가 잘되어 있다고 해서 브랜드의 상징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은 눈에 보기 좋은 것을 더욱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상징은 브랜드의 의미와 연상 이미지를 강하게 결집시키고, 소비자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펭귄북스는 글로벌 출판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출판사 고유의 표지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다. 보통 책의 표지 디자인은 제목과 저자 성향에 따라 바뀌고, 출판사 브랜드는 구매 선택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펭귄이 그려진 책은 무엇이든 읽을 만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펭귄북스는 상징 차원에서 자기다움을 잘 관리한 브랜드다.
- 애플 Apple 아이덴티티 분석
브랜드 자산이 큰 브랜드는 네 가지 차원의 자산을 모두 갖추고 있을 때가 많다. 애플을 예로 들어 보자.
1) 제품 관점: 애플하면 아이팟, 아이폰, 아이맥, 에어팟 등의 제품이 떠오른다. 그 외 주변 장치 역시 제품 포트폴리오로 보유하고 있다. 제품 차원에 서는 이음새 없는 매끈한 디자인과 초기부터 선보인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의 디자인 철학이 이어져 오고 있다. 미니멀한 감성으로 적게 많이 Do more with less' 구현하려는 철학이 돋보인다.
2) 개성 관점: 애플의 브랜드 개성을 상징했던 건 독단적이고 고집불통의 이미지였던 스티브 잡스였다. 탁월한 마케터 기질과 시장의 마음을 꿰뚫 어 보는 통찰을 지닌 사람으로, 혁신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애플은 '혁신가적 개성을 지닌 브랜드다.
3) 조직 관점: 구글이 외부에 자유로운 이미지로 각인됐다면, 애플은 폐쇄 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누군가에게 이는 매력이다. 구글은 직원 모두를 '스마트 크리에이티브Smart Creative'로 정의하여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조직으로 운영했지만, 애플은 잡스라는 혁신적 리더의 강력한 통치로 운영됐다.
4) 상징 관점: 애플을 상징하는 두 가지 상징 요소는 한 입 베어 먹은 사과'심벌,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라는 슬로건이다. 한 입 베어 먹은 사 과는 창세기에서 선악과를 한 입 베어 먹고 지성을 얻은 인류의 모습을 암시한다. Think Different는 기존 관습에 도전하는 혁신적 발상과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이미지는 공동체가 브랜드를 존경하거나 사랑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 네슬레는 일본 커피 시장에 진입했으나 통성 과가 나오지 않았다. 여러 원인과 소비자를 분석하니 일본인들 은 차茶에 정서적으로 강하게 연결돼서 다른 음료를 쉽게 받아 들이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문화적 코드가 지속된다면 네슬레의 시장 진출은 실패로 끝날 게 뻔했다. 네슬레는 전략을 수정했다. 커피 판매를 밀어붙이는 대신, 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커피 맛 디저트를 만들었다. 물론 카페인 없이. 어릴 적부터 커피 맛에 긍정적 감정을 갖는다면 이 아이 들이 성인이 되어 커피와 마주할 때 커피 맛 디저트를 먹었던 '어릴 적 향수'를 떠올리며 커피를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 했다. 네슬레는 '차'의 맥락을 지우고 디저트'의 맥락으로 의미를 이동시켰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판매가 거의 이뤄지 지 않던 일본 커피 시장은 현재 대단한 규모로 성장해 있다. 네 슬레의 디저트 전략은 일본 커피 시장의 역사에 분명 의미 있 는 족적을 남긴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두 번째는 소비재 시장에서 탁월한 마케팅 역량을 펼치고 있 는 지인의 이야기다. 이분은 한때 막걸리 사업을 한 적이 있었다. 일본에 지점을 열어 사업을 하는데, 좀처럼 막걸리 소비 회전율이 올라가지 않아 고민이었다. 일본인들이 막걸리를 너무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 마치 차를 마시는 것처럼. 그래서 바로 막걸리 잔을 맥주 잔' 으로 바꿨다고 한다. '차'의 맥락이 '맥주' 의 맥락으로 바뀌었고, 막걸리는 매우 젊은 술이 됐다. 그러자 소비 회전율이 높아졌고 매출이 증대됐다.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건, 제품이 사용되는 맥락만 바꿔도 소비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앞의 경우에서 소비자들은 커피나 막걸리를 어릴 적 향수'나 '젊은 술'이라는 의미 때문에 구매했다고 할 수 있다. 의미 맥락을 변경하여 세일즈에 성공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어느 생식 제품을 팔던 분은 사업 초기부터 장사가 잘되자 신이 나 있었다. 그런데 며칠 뒤 상당수 구매자들이 회사에 전화 를 걸어 “설사가 심해졌다”고 항의하며 환불을 요구했다. 사장님은 여러 고민을 하다가 평생을 사업만 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사장님은 그 친구를 통해 답을 얻었고, 이후 생식 을 판매할 땐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거 드시고 일주일 내에 설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 다. 반드시 설사를 해야 효과가 있는 겁니다.”
구매자들은 또다시 전화를 걸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달랐다. “제가 아직도 설사를 하지 않아서 큰일이에요. 어떡 하죠? 좀 더 많이 먹어야 할까요?” 설사는 부작용'에서 '명현 현상'으로 탈바꿈됐다. 이후 판매는 증대됐고,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 2015년 가을, 경기도 한 대형 창고에서 이상한 세일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예인을 포함하여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인산인해를 이뤘고, 행사 전날에는 2030 청년 50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이날 행사의 명칭은 '공식적인 짝퉁 Official Fake'. 그 주인공은 패션 브랜드 '베트멍 Vetement, 프랑스어로 '옷'을 의미한다. 이었다. 2014년 론칭해서 가장 짧은 기간 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오버핏 Overfit의 끝판왕', DHL 로고로 디자인된 일반 티셔츠를 33만 원에 판매하여 매진시킨 브랜드, 국내에서는 G드래곤 등 많은 스타들이 입어서 화제가 됐다. 베트멍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자 그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거나 모방한 옷들이 등장한다. 동대문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 는데, 베트멍은 동대문에서 제작된 '짝퉁'들을 모두 구입해서 그것들을 다시 모방하고 디자인적으로 재해석했다. 이른바 '공식적인 짝퉁’ 베트멍은 '공식적인 짝퉁'을 기획함으로써, '원본'의 우월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소송이나 지적 재산권 침해 등 의 권위적이고 진부한 방식에서 벗어났다. 이 한 번의 액션으로 베트멍은 위트와 유머, 심지어 여유까지 겸비한 브랜드로 진화했다. 많은 소비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 련했고, 더 많은 입소문을 유발할 수 있었다. | 모방과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한 기업들의 일반적인 대응은 '소송', '판매 금지' 등의 법적 조치다. 브랜드는 기업의 사적 소유물이고 경쟁자들은 모두 '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소비 시민의 것으로 생각하고, 어느 누구나 그것을 베끼고, 변형하고,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허락하는 여유를 가질 수 는 없을까? 이러한 오픈 마인드는 브랜드의 진화를 위한, 어쩌 면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기업이 제품/마케팅/브랜드를 통제하는 대신에 소비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브랜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브랜드 하이 재킹 Hijacking, 납치이라고 한다. 베트멍에는 '브랜드 하이재킹' 을 허락할 여유가 엿보인다. 이 브랜드는 베트밈 Vetememe'이라 는 미국의 패러디 브랜드에 대해서도 이미 이렇게 이야기했다. “마음껏 베끼고 즐기세요.” 마치 우리 기업들에게 보란 듯이..
- CSR 하면 떠오르는 건 빈민촌에서의 봉사 활동이다. 하지만 CSR은 '연탄 나르기'가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기 업의 브랜드가 상징하는 의미를 실천하는 방향으로 기획돼야 한다. 맥도날드의 CSR은 얼핏 보면 일반적인 봉사 활동 같지만, 사실은 맥도날드의 존재 증명' 활동에 가깝다. 맥도날드는 스스로를 브랜드'로 인식하고, 자신이 상징하는 바를 '가족'으 로 설정했다. 맥도날드가 흑인 사회에 농구장을 설치하고, 무료 커피를 나눠 준 행위는 계산을 하며 기획한 활동으로 보기에는 매출 상관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행동은 '가족'을 챙기는 책임 활동으로 보는 게 더 자연스럽다. 이처럼 기업의, 혹은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은 자기 본질에 입 각한 공동체 기여 활동이어야 한다. 그리고 '책임Responsibility' 이 라는 건, 기본적으로 '응답Response'할 수 있는 '능력Ability' 이다.
- A에서 B로 이동해야 하는 여정이 있다고 치자. 그 사이 장소의 문제 때문에 이동 수단을 다양하게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모빌리티 산업은 이동 수단의 교체에 따른 불편한 상황들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각 이동 경로상 위치해 있는 호레카 HoReCa: Hotel, Restaurant, Cafe 비즈니스와의 컬래버레이션 역시 필수적이다. 호레카 비즈니스 종사자들 역시 모빌리티 산업과의 연계 방향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 앞으로의 세계는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이상을 지원하며, 그들에게 최적의 삶을 살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적절한 즐거움과 미적 감각을 제시하는 브랜드들로 가득 찰 것이다.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이상적인 메시지와 의미는 점점 힘 을 상실하게 될 것이며, 소비자를 위한 모든 가치는 브랜드의 개인화를 통해 각자가 감당 가능한 수준의 의미로 전달될 것이 다.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 Building Strong Brands하려는 과거의 모든 시도는 유연한 브랜드를 구축 Building Soft Brands 하려는 시도 앞에서 좌절될 것이다. 수백억 원의 광고와 캠페인으로 한 방에 브랜드를 키워 왔던 방식은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근육을 키 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설적으로 브랜드에서 힘을 빼고 개인 소비자에 맞춰 유연하게 관리하면 할수록,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권은 강화될 것이고, 브랜드가 제안하는 다양한 가치는 공동체의 삶에 더욱 내밀하게 흡수되어 삶의 다양한 의 미를 생산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의미의 다양성은 공동체가 건강해지기 위한 기본 요건이자, 브랜드를 건강하게 키우는 필수 조건이다. 브랜드의 책임감이 개인의 행복감으로 연결되는 시대. 그런 시대는 이미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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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의 발견

경영 2021. 2. 17. 19:56

- 본원적 실체에 대한 비즈니스 혁신이 없는 상태에서 차별화 된 인식을 만들어야 하는 작업은, 심할 경우에 지나친 포장주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많다. 비즈니스 자체에 대한 실질적인 차별화를 꾀하지 않은 채 포장의 차별화를 도모한 탓에, 성공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차별화의 함정이다. 기업과 일을 하다 보면, 제품과 서비스 경험 자체를 혁신하기보다 컨 셉이나 마케팅 차원의 톡톡 튀는 표현에 집중한 논의가 많다. 실체 자체에 대한 토론보다 표현의 엣지 Edge 나 참신함만을 두고 논의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탓에 프로젝트가 다 끝났는데도 실체 자체가 정말 무엇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도 많다. 그들이 말하는 차별화의 영역이 매우 협소한 탓이다. 구매깔때기’라는 믿음에 근거한 그들의 차별화'는 '인지 - 차별화 함정'에 빠져 있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차별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차별화. 그러면 자연스레 인지-구매 시퀀스를 따라 구매가 늘어난다고 믿어버리는 그런 차별화. 하지만 '온리 원'을 위한 진정한 차별화는 비즈니스의 차원에서의 본질적인 혁 을 의미해야 한다.
브랜드들의 정신 없는 포장주의를 비판하면서 2000년 중반에 등장한 브랜딩의 트렌드가 'RAW Branding'이다. 제품, 서비스 자체의 혁신만 있을 뿐, 그것을 감싸는 불필요한 모든 것을 벗어 던지겠다는 것이다. 포장을 발가벗긴 '날것'에 가까운 제품과 서비스 자체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다. 일본의 ‘무인양품 無印良品, 브랜드가 없는 좋은 제품'이 그런 트렌드의 선두에 있었다. 하지만 브랜드를 포기하겠다는 '무인 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무인양품'이라는 말 자체가 브랜드'가 돼 버렸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무비판적으로 모방하는 브랜드들도 많아졌다. 마케팅의 수사는 덜 화려하게, 본질로 승부를 보는 듯한 느낌의 담백한 문장들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실체 혁신이 없는 상태에서 그러한 비포장의 포장' 은 여전히 포장일 뿐이다. 비포장의 포장'은 '날것의 브랜딩'이 담고 있는 정신을 읽지 못하고 표면만 담아내는 모습이다. 아 직 우리 시장은 차별화의 함정을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본질의 혁신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 제대로 된 컨셉션은 '소비자’, ‘업業의 본질'이라는 두 축을 강력한 버팀목으로 상정해야 한다. 업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소비자를 위한 컨셉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소비 시민을 위한 본질적인 컨셉이 필요하다. 언급한 두 축의 개념은 자연스레 다음의 질문들로 이어진다.
1. 해당 업業의 본질은 무엇인가?
2. 목표 소비자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3.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4. 최적의 컨셉은 무엇인가?
- 사전보험思前保險의 핵심은 평소에 고객들을 돌보라는 것이 다. 컨셉은 다르지만, 실제로 스위스 최대 보험사인 취리히 보 험사Zurich Insurance Group'는 '헬프포인트 HelpPoint'를 설치하여 고객 및 일반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편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상 생활에서 평소에 고객을 보살피기 때문에 고객 및 지역 사회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으로 유명한 보험사다.  헬프포인트는 2008년에 진행한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으로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설 고객 케어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취리히 보험사는 헬프포인트를 통해 크고 작은 사건과 손실로부터 고객들을 보살펴 왔다. 2009년 여름, 우박을 동반한 폭풍으로 스위스 지역에 수천 대의 차량이 우박 피해를 입자, 126개의 상설 헬프포인트 외 14개 헬프포인트를 추가로 설치해 우박 피해 차량을 가져오면 흠집을 제거해 주고, 그 사이 차량을 무료로 빌려주는 등 적극적인 고객 케어를 실시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취리히 헬프포인트 어드보킷Zurich HelpPoint Advocate을 론칭하여 긴급 상황에 어떻게 대 응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평소에 제공해왔다. 가령 공장에 불이 나지 않게 보호하는 법이라든지, 토 네이도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법 등 고객들에게 실질적으로 필 요한 대처 방안을 일상적으로 안내해왔던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로 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해 런던 히드로 공항에 '헬프포인트'를 설치해 인터넷, 휴대폰 충전, 인 쇄 등 고객의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2010년에 강도 높은 지 진이 칠레를 강타했을 때, 취리히 보험사는 24시간 안에 재난 구조팀을 보내 인명 구조 활동을 펼쳤으며 물, 필수품, 상비약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헬프포인트를 통한 취리히 보험사의 고객 케어는 일반 소비자의 69퍼센트가 타 보험사보다 취리히 보험사에 더 만족한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취리히 보험사의 사전보험思前保險, 지금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컨셉인가? 지극히 현실적인 컨셉인가?  순진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취리히 보험사가 실천하고 있는 일들이 마냥 이상적이어서 다가서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 지는 않는다. 미리 헤아리고,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보살펴주는 그런 보험. 가능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유명 인들을 광고에서 활용하는 집행 비용들을 아껴서 이런 실질적 인 캠페인을 조금씩이라도 실천해 볼 수는 없을까? 처음엔 규모가 작더라도 말이다. Why not?
- 지나친 시장 쪼개기의 결과,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기 어 려울 정도로 매우 미세한 차이마저도 '차별성' 이라는 명분을 갖고 출시된다. 그렇게 출시된 상품들이 한데 모여 진열돼 있 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 회사에서 만든 제품들이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상품 자체의 차별화가 부족하니 자연스레 상품들 간의 가격 경쟁이 시작된다. 상품들의 가치는 하락한다. 가치 를 상실한 제품들은 쉽게 버려지고, 결핍은 또 다른 욕망을 만 들어낸다. 사물은 과잉 소비되고, 애당초 가치가 떨어진 상품들은 쉽사리 폐기된다. 버려진 사물들은 환경 공해를 유발한다. 인간의 값싼 욕망은 사물의 과잉 생산을 낳고, 과잉생산된 사물들은 쓰레기 더미가 되어 인간을 잡아먹는다. 원래 사물은 주인의 애착에 따라 빛을 발하기도 한다. 고유한 아우라가 생기는 것이다. 원시부족사회에서는 특정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에는 그 사람의 영혼과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유명 연예인이 쓰던 물건이 경매에서 높은 값을 차지하 게 되는 건 바로 이러한 심리에 따른 결과다. 물신物神까지는 아 니더라도 내가 아끼며 사용해온 5년된 샤프 펜슬이 교보문고 매장에 진열돼 있는 새 제품보다 훨씬 좋은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애당초 애착 따위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물들로 넘쳐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 또한 그렇다. 업무 외에 특 별한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대다수 직장인들의 경우 동료가 그 만두면, 아쉬운 마음도 잠시, 일손이 모자란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내 팀에서는 업무가 많으니 일손을 뽑아달라' 고 요청한다. 서로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도반道伴으로 생각하 지 않고 '일손'으로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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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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