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이콥의 법칙.
사용자는 여러 사이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여러분의 사이트도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다른 사이트들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길 원한다.
핵심 요약
* 사용자는 자신에게 익숙한 제품을 통해 구축한 기대치를 그와 비슷해 보이는 다른 제품에도 투영한다.
* 기존의 멘탈 모델(mental model)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새 모델을 익히지 않아도 바로 작업에 돌입할 수 있는 뛰어난 사용자 경험이 완성된다.
* 변화를 꾀할 때는, 사용자에게 익숙한 모델을 한시적으로 이용할 권한을 부여해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라.
- '인터넷 사용자 경험에 관한 제이콥의 법칙' 이라고도 알려진 제이콥의 법칙 Jakob's law은 사용성 전문가인 제이콥 닐슨Jacob Nielsen이 2000년에 제창했다. 사용자는 다른 웹사이트를 통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 관례에 대한 기대치를 형성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내용의 법칙이다. 제이콥 스스로 인간 본성의 법칙이라고 평하기도 한 제이콥의 법칙은 디자이너들이 일반적인 디자인 관습을 따를 것을 권장한다. 그러면 사용자는 사이트의 콘텐츠나 메시지, 혹은 제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특이한 관습을 적용하면, 사용자는 불만과 혼란을 느껴서 작업을 포기하고 떠날 공산이 크다. 어떻게 작동해야 한다고 예상하는 사용자의 기대를 인터페이스가 저버리기 때문이다. 닐슨이 말한 축적된 경험'은 사람들이 새로운 웹사이트나 제품을 접할 때 도움이 된다. 이러한 경험은 해당 웹사이트나 제품의 작동 방식과 기능을 이해 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듯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요소는 사용자 경험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는 멘탈 모델mental model 이라고 알려진 심리학 개념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2. 피츠의 법칙
대상에 도달하는 시간은 대상까지의 거리와 대상의 크기와 함수 관계 에 있다.
핵심 요약
* 터치 대상의 크기는 사용자가 정확하게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커야 한다.
* 터치 대상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 터치 대상은 인터페이스상에서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에 배치해야 한다.
- 피츠의 법칙은 1954년 미국의 심리학자 폴 피츠 Pau Fitts가 터치 대상까지 움직 이는 데 드는 시간을 대상까지 거리와 대상 너비 간의 비율에 관한 함수를 통 해 예측하면서 탄생했다(그림 2-1), 오늘날 피츠의 법칙은 인체 움직임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수학적 모델로 여겨지며, 인체 공학,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Human - Camputer Interaction, HCl' 분야에서 실제로든 가상으로든 대상을 가리키는 행동에 관한 모델을 만드는 데 널리 쓰인다.

3. 힉의 법칙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은 선택지의 개수와 복잡성과 비례해 늘어난다.
핵심 요약
* 의사결정 시간이 반응 시간에 큰 영향을 받을 때는 선택지의 개수를 최소화하라.
* 인지 부하를 줄이려면 복잡한 작업을 잘게 나눠라.
* 추천 선택지를 강조해서 사용자의 부담을 줄여라.
* 신규 사용자의 인지 부하를 줄이려면 온보딩(onboarding)을 점진적으로 진행하라.
* 추상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단순화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 힉의 법칙은 1952년 심리학자 윌리엄 에드먼드 William Edmund Hick 과 레이 하이먼Ray Hyman이 자극의 개수와 자극에 대한 반응 사이의 상관관계에 관해 진 행한 실험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 실험을 통해 선택지의 개수가 늘면 의사정에 걸리는 시간이 로그 함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시 말 해, 선택지가 늘면 사람들이 결정하기까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나타내는 공식인 RT = a + b log(n)도 탄생했다

4. 밀러의 법칙.
보통 사람은 작업 기억에 7(+2)개의 항목밖에 저장하지 못한다.
핵심 요약
* '마법의 숫자 7'을 내세워서 불필요한 디자인 제약을 정당화하지 마라.
* 사용자가 쉽게 처리하고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게 콘텐츠 덩어리를 작게 나눠 정리하자.
* 단기 기억 용량은 사람에 따라, 그리고 기존 지식과 상황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 밀러의 법칙은 1950년 인지심리학자 조지 밀러George Miller가 「마법의 숫자 7, 더하거나 빼기 2: 정보 처리 용량에 관한 몇 가지 한계The Magical Number Seven, Plus or Minus Two: Some Limits on Our Capacity for Processing Information」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제창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시절 발표한 이 논문 에서 밀러는 일차원 절대 판단의 한계와 단기 기억의 한계 사이에서 발견되는 우연의 일치에 관해 논했다. 밀러는 자극에 포함되는 정보의 양에 큰 차이를 줘도 청소년의 기억 범위는 대략 7 정도로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 고 기억 범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정보의 기본 단위인 비트bit의 양이 아 니라 정보 덩어리 chunk의 개수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지심리학에서 '덩어리’ 란 한 그룹으로 묶여서 기억에 저장되는 기본 단위를 뜻한다. 간혹 밀러의 논문을 보통 사람이 단기 기억에 저장할 수 있는 객체의 개수가 7±2라는 주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마법의 숫자 7'이라는 표현을 오로지 수사적으로 사용한 밀러로서는 자신이 이런 오해를 받는다는 사실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단기 기억, 작업 기억에 관해 이뤄진 후속 연구에서는 '덩어리’ 단위로 측정하더라도 기억 범위가 일정치 않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 간혹 밀러의 법칙이 의미하는 바가 단기 기억이 한 번에 저장되고 처리될 수 있는 항목의 개수가 7+2개밖에 되지 않으므로 연관된 인터페이스 요소의 개수를 그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내비게이션 링크처럼 여러 항목을 가까이 모아 두는 요소에 관해 이야기할 때 흔히 이 법칙을 잘못 인용한다. 여러분도 밀러의 법칙을 근거로 내비게이션 링크에 포함되는 항목의 개수를 7개로 제한하자는 주장을 과거에 한 번 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내비게이션 메뉴 같은 디자인 패턴은 항상 눈에 보이는 위치에 있으므로 굳이 사용자가 기억해둘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내비게이션 링크 개수를 제한 해도 사용성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메뉴를 효율적으로 디자인하면 사용자는 필요한 링크를 빠르게 알아낸다. 이때 사용자가 기억해야 할 건 자신의 목표뿐이다.
- 단기 기억에는 한계가 있으며, 정보 비트를 유의미한 덩어리로 정리하면 단기 기억을 최 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 밀러 연구의 핵심이다. 저장되는 덩어리 개수의 진짜 한계는 해당 분야에 관해 각자가 지닌 배경지식에 따라 달라지며, 평균 개수는 밀러의 연구에서 제시 된 수보다 작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도 있다.

5. 포스텔의 법칙
자신이 행하는 일은 엄격하게, 남의 것을 받아들일 때는 너그럽게.
핵심 요약
* 사용자가 어떤 동작이나 입력을 하든지 공감하는 태도로 유연하고 관대하게 대처하라.
* 인터페이스의 안정성과 접근성을 보장하되, 입력, 접근성, 성능 면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자
*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잘 예측하고 대비할수록 디자인 회복탄력성은 좋아진다.
* 사용자의 가변적인 입력을 수용해서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석하라. 입력의 한계를 정의하고 사용가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하라.
- 조 포스텔Jon Postel은 후일 인터넷을 형성한 여러 프로토콜을 체계화하는 데 크 게 이바지한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다. 그는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반인 전송 제어 프로토콜Transmission Control Protocol, TCP 의 초기 모델을 구현했다. 포스텔은 스스로 견고함의 원칙robustness principle이라고 명명한 법칙을 TCP 명세에 도입했다. “TCP 구현은 견고함의 원칙을 따른다. 자신이 행하는 일은 엄격하게 하고, 남에게 받는 것은 너그럽게 받아라.” 다른 기계로, 혹은 같은 기계에 있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보내는 프로그램은 명세를 준 수해야 하며, 데이터를 받는 프로그램은 의미만 명확하다면 명세를 따르지 않 는 입력이라 해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구문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포스텔의 원칙은 원래 컴퓨터 네트워크상 데이터 전송과 관련된 네트워크 엔 지니어링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졌다. 견고함의 원칙을 근거로 도입된 장애 허용 fault tolerance 시스템 덕에 초기 인터넷 노드 통신은 안정성을 얻었다. 하지만 이 원칙은 컴퓨터 네트워크 엔지니어링 분야를 뛰어넘어 그 밖의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분야도 이 원칙의 영향을 받았다. HTML, CSS 같은 선언형 언어를 예로 들어보자. 이런 언어는 오류를 느슨하게 다룬 다. 다시 말해 제작상의 실수나 브라우저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 등의 문제 를 브라우저는 너그럽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브라우저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도 무시하고 넘어간다. 그 덕분에 이들 언어는 엄청난 유연성을 얻어서 인터넷 세계를 제패하기에 이르렀다. 포스텔의 법칙에 담긴 철학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나 사용자의 입력과 시스템의 출력을 다루는 방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훌륭한 인간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뜻이다. 인간 과 컴퓨터가 정보를 소통하고 처리하는 방법은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디자인 이 이 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스타일과 인터랙션을 점진적으로 쌓아가는 웹디자 인 전략인 점진적 향상progressive enhancement도 포스텔의 법칙 사례로 볼 수 있다. 2003년 스티브 챔피언Steve Champeon과 닉 핀크Nick Finck 의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 콘퍼런스 강연인 “미래를 위한 포괄적인 웹 디자인 Inclusive Web Design For the Future"에서 처음 소개된 점진적 향상 전략에서는 모든 사용자가 브라우저 기능 지원, 기기 기능이나 성능, 인터넷 연결 속 도에 상관없이 기본적인 콘텐츠와 기능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 한다. 부가적인 스타일이나 인터랙션은 기능 지원이나 성능을 탐지해 점진적 으로 추가한다. 그러면 핵심 콘텐츠의 접근성을 저해하지 않고, 새로운 브라우 저, 더 좋은 기기, 혹은 더 빠른 망으로 접속한 사람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장애 허용을 강조하고 더 좋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추며, 나머지 사용자에게는 차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아한 성능 저하 graceful degradation' 전략과 대조를 이루는 방식이다. 점진적 향상 전략의 강점은 브라우저의 기능이나 기기의 성능, 연결 속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사용자를 관대하게 수용하는 능력에 있다. 핵심 콘텐츠를 지키면서 향상된 기능을 보수적으로 추가하기 때문에 누구의 접근성도 저해하지 않는다. 검색 상자를 예로 들어보자. 누구나 상자를 선택하고 검색 질 의를 입력할 수 있다. 단, 음성 인식 기능을 지원하는 기기에는 음성 입력을 허용한다. 기본 검색 상자는 모두에게 기본으로 제공되므로 누구나 쓸 수 있다. 여기에는 스크린 리더 같은 보조 기술을 이용하는 사용자도 포함된 다. 하지만 음성 인식 기능이 탐지되면 부가 기능을 추가한다. 마이크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해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음성 보조 기능을 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핵심 기능이 손상되지 않는 선에서 검색 상자의 입력 방법이 확장될 수 있다.

6. 피크엔드 법칙
인간은 경험 전체의 평균이나 합계가 아니라, 절정의 순간과 마지막 순간에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경험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핵심 요약
* 사용자 여정 중 가장 강렬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을 세심하게 신경 쓰자.
* 제품이 사용자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순간, 혹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순간,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순간 등을 알아내라.
* 사람들은 긍정적인 순간보다 부정적인 순간을 더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7. 심미적 사용성 효과
사용자는 보기 좋은 디자인을 사용성이 더 뛰어난 디자인으로 인식한다.
핵심 요약
* 보기 좋은 디자인은 인간의 뇌에 긍정적 반응을 일으켜서 사용자로 하여금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 제품이나 서비스의 디자인이 보기 좋으면, 사용자는 사소한 사용성 문제에 비교적 관대해진다.
*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디자인은 사용성 문제를 가리고 사용성 테스트 중에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 심미적 사용성 효과의 사례는 심미성을 업무의 중심에 두었던 두 회사를 자세 히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첫 번째는 독일의 전자회사인 브라운Braun 이다. 브라운은 디자인 세계에 불멸의 업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보기 좋은 제품이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기는지를 입증했다. 브라운은 수석 디자이너 디터 람스 Dieter Rams의 지휘 아래 기능적 미니멀리즘과 시각적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제품을 출시하며 여러 세대의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미쳤다. 디터 람스는 형태 가 기능을 따를 것을 강조하는 "less but better(더 적게, 그러나 더 낫게)”라는 원칙을 제시했는데, 이 원칙을 따라 역사상 가장 훌륭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제품들이 탄생했다.

8. 폰 레스토프 효과
비슷한 사물이 여러 개 있으면 그중에서 가장 차이가 나는 한 가지만 기억할 가능성이 크다.
핵심 요약
* 중요한 정보나 핵심 동작은 시각적으로 눈에 띄게 하라.
* 시각적 요소를 강조할 때는 제한을 두어서, 각 요소 간 경쟁을 피하고 가장 중요한 항목이 광고로 오인되지 않게 하라.
* 특정 요소를 강조할 때 색상에만 의존하면 색맹이나 저시력인 사용자가 배제된다는 사실을 유념하라.
* 움직임을 활용해서 대비를 전달할 때는 움직임에 민감한 사용자를 주의 깊게 고려하라.
- 폰 레스토프 효과von Restorff effect라는 용어는 독일의 여성 심리학자이자 소아과 의사였던 헤드윅 폰 레스토프Hedwig von Restorff 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레스토프는 1933년 격리 효과를 이용한 연구에서, 참가자에게 유사한 항목으로 구 성한 목록을 보여주고 사람들이 그중 뚜렷이 구분되는 항목을 가장 잘 기억한 다는 사실을 밝혔다. 다시 말해 인간은 다른 요소와 시각적으로나 개념적으로 분리된 항목을 더 잘 기억한다는 뜻이다.

9. 테슬러의 법칙
복잡성 보존의 법칙이라고도 알려진 테슬러의 법칙에 따르면, 모든 시 스템에는 더 줄일 수 없는 일정 수준의 복잡성이 존재한다.
핵심 요약
* 모든 프로세스에는 디자인시 처리할 수 없는 기본적인 복잡성이 존재하므로, 시스템이나 사용자 중 한쪽이 감당해야 한다.
* 내재된 복잡성을 디자인과 개발 과정에서 처리하면 사용자의 부담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
* 추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 테슬러의 법칙Tesler's law 은 1980년대 중반 제록스 파크Xerox PARC에서 컴퓨터과 학자 래리 테슬러 Larry Tesler가 인터랙션 디자인 언어 개발 업무를 수행하던 시 절에 탄생했다. 여기서 인터랙션 디자인 언어란 데스크탑 및 데스크탑 퍼블리 싱 개발의 핵심인 인터랙션 시스템의 구조와 기능을 정의하는 원칙, 표준, 모범 사례 모음집을 가리킨다. 당시 테슬러는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과 인터렉션하는 방식이 애플리케이션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따라서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양쪽의 복잡성을 줄이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테슬러는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프로세스에는 완전히 없애거나 감출 수 없는 일정량의 복잡성이 존재함을깨달았다. 이렇게 남은 복잡성은 개발(혹은 디자인) 과정이나 사용자 인터랙션 | 단계 중 어느 쪽에서든 처리해야 한다.

10. 도허티 임계
컴퓨터와 사용자가 서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속도(0.4초 이하)로 인터랙션 하면 생산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핵심 요약
* 사용자의 주의가 분산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생산성도 향상시키려면 시스템 피드백을 0.4초 이내에 제공하라.
* 반응 시간을 개선하고 체감 대기 시간을 줄이려면 체감 성능을 활용하라.
* 애니메이션은 로딩이나 프로세싱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한 가지 방법이다.
* 설사 정확하지 않다고 해도 진행표시줄을 보여주면 사용자는 대기 시간에 좀 더 관대해진다.
* 실제 작업이 훨씬 빨리 완료되더라도, 의도적으로 작업 완료를 늦게 알리면 체감 가치를 높이고 신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 PC가 등장한 초창기에는 PC가 작업을 수행하는 반응 시간의 임계값이 2초로 여겨졌다. 당시에는 이를 사용자가 그다음 작업에 대해 생각할 시간으로 쓸 스 있다고 간주되어 널리 표준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1982년 IBM 직원 2 명은 반응 시간이 0.4초 이하일 때 “생산성은 반응 시간 감소의 정비례 이상 으로 증가한다.”고 명시한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이러한 표준에 이의를 제 기했다. 또한 이 논문에서는 “컴퓨터와 사용자가 서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속도로 인터랙션할 때 생산성은 급격히 높아지고, 컴퓨터로 하는 작업에 드는 비용도 크게 줄고,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향상되며, 작업 결과의 품질 도 개선된다."라고 주장했다. 컴퓨터 반응 시간이 생산성에 불균형한 영향을 미친다는 도허티Doherty의 발견을 바탕으로 도허티 임계Doherty threshold 라고 알 려진 새로운 표준이 탄생했다.
-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서 흔히 보이는 사례로 콘텐츠를 로딩하는 동안 표시 하는 뼈대 화면skeleton screen이 있다. 뼈대 화면이란 콘텐츠가 로딩되는 동안 콘텐츠 영역에 임시로 자리표시자placeholder 블록을 표시하는 것을 가리키는 데, 이 기법을 쓰면 사이트가 더 빨리 로딩되는 것처럼 보인다. 블록은 실제 테 스트와 이미지가 로딩되면서 차츰 채워진다. 그러면 사용자는 콘텐츠 로딩 속 도가 느려도 기다린다는 느낌이 덜해서 속도와 반응성이 실제보다 더 낫다고 인지한다. 게다가 뼈대 화면이 있으면 각 항목의 자리가 미리 확보되므로 로딩 상황에 따라 각 콘텐츠가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현상도 방지된다.
- 로딩 시간을 최적화하는 '블러 업blur up' 이라는 기법도 있다. 이미지가 웹이나,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의 로딩 시간을 지나치게 증가시키는 주범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이미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실제 큰 이미지를 표시할 공간에 먼저 아주 작은 크기로 이미지를 로딩한 후 크게 확대해 표시하는 기법이다. 이때, 저해상도 이미지가 커짐에 따라 이미지가 픽셀 단위로 깨지고 노이즈가 생기는 문제는 가우시안 블러를 활용해서 감춘다. 그리고 실제로 표시 할 큰 이미지의 로딩이 완료되면 저해상도 버전을 뒤로 감추고 페이드 효과와 함께 실제 이미지를 표시한다. 이 기법은 콘텐츠보다 성능을 우선시해 빠른 로딩을 보장할 뿐 아니라, 이미지 영역을 미리 확보해서 고해상도 버전 로딩이 완료되기 전에 페이지 레이아웃이 깨지는 것을 방지한다.

- 다크 패턴dark pattern은 기술이 사용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자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 이상의 구매, 불필요한 정보 공유, 마케팅 정보 수신 허용 등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나 그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가리킨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기만적인 기법은 인터넷 곳곳에서 횡행한다. 2019년 프린스턴대학과 시카고대학의 연구진은 11,000개의 웹사이트를 분 석해 다크 패턴의 증거를 수집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결과는 무서울 정도였 다. 이들이 찾아낸 다크 패턴 사례는 1,818개였고, 인기가 많은 사이트일수록 다크 패턴을 활용하는 비율도 높았다. 일례로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인 6pm. com에서는 재고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더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 용해, 제품 재고가 제한적임을 표시하는 희소성 패턴scarcity pattern을 활용한다. 사용자가 제품 옵션을 선택할 때 재고 부족 메시지를 표시해서 금방이라도 매진될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 이제 디자이너는 이런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사용자의 목표와 행복에 도움이 되는 제품과 경험을 만들 소임이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경험을 가상의 인터랙션이나 보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경험을 더욱 증강시키는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윤리적인 디자인 결정을 내리는 첫 단계는 인간의 마음이 부당하게 이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 다. 우리는 자신이 만드는 기술에 책임을 지고 그러한 기술이 사람들의 시간이나 관심, 그리고 디지털 생활 전반의 균형에 해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기술 을 만들 때 “망가져도 좋으니 빠르게 움직여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라는 모토를 외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기술을 만들 때 속도를 늦추고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까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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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 IT 산업은 6개월 뒤의 모습만 예측할 수 있어도 대박이 난다고 이야기할만큼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도 빠릅니다. 따라서 IT산업은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다른 산업과 완전히 다릅니다. 만약 IT 산업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면, 자동차의 완벽한 기획에서 출발 해선 안 됩니다. 왜냐하면 지금 떠올린 자동차의 모습이 6개월, 1년 뒤에도 완 벽한 자동차의 모습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동수단이라는 '핵심기능'에 중점을 두어서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자동차를 만듭니다. 이후 꼭 필요한 기능들을 붙여서 킥보드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죠.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기술과 기능들이 탄생하게 되고, 이러한 것들을 차차 반영하여 자동차의 모습으로 만들어 나갑니다. IT 산업에서는 이런 식으로 점진적 발전만 있을 뿐입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를 정해놓고 만드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대체로 다른 산업은 A~Z까지 정해진 완벽한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그 프로세스만 잘 따라가면 어려울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IT 서비스는 그렇지 않 습니다. 완벽한 프로세스가 없고, 고객의 니즈와 회사의 사정에 맞춰 그때그때 서비스가 계속 ‘발전’ 되어 나갑니다. 서비스가 발전하는 이 흐름이 바로 기획입니다. 그래서 기획자는 항상 고객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 구성원들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 애플의 운영체제 위에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Objective-C 혹은 스위프트라는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구글 운영체제 위에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자바 혹은 코틀린(Kotlin)이라는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애플 회사의 운영체제에 올라가는 프로그램은 원래 Objective-C라는 언어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애플은 스위프트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기로 합니다. 처음 스위프트가 나왔을 때는 언어 자체에 낯선 개념들, 불안정한 요소 들이 많았기 때문에 많은 개발자가 불만을 표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버전 2.0, 3.0 등이 나오며 개선되었고 지금은 아주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지금처럼 스위프트를 계속 발전시킨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Objective-C에 대한 지원을 점차 줄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Objective-C를 쓰던 프로그래머들은 모두 스위프트로 넘어와야 합니다. 이처럼 운영체제 회사들은 개발자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과거에는 운영체제의 종류가 훨씬 다양했습니다. 따라서 개발자가 배워야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도 굉장히 많았죠. 문제는 각기 다른 언어를 모두 배운다고 해도 프로그램 버그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늘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10개의 운영체제가 있다고 하면, 같은 작업을 10번씩 해야 하니까요. 이 문제는 자바라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해결합니다. 자바를 만든 팀은 각 운영체제 위에 JVM(Java Virtual Machine)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습니다. JVM 위에서 자바 언어로 만든 프로그램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것은 혁명적인 시도였습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컴퓨터에 JVM을 설치하기만 하면, 운영체제별로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 없이 자바로만 만들면 되니까요. 즉, 자바로만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모든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사용자가 귀찮게 JVM을 왜 깔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JVM을 설치해왔습니다.
- 리눅스에도 다양한 버전이 있습니다. 리눅스의 유명한 버전 중 하나는 우분투(Ubuntu)입니다.
‘우분투는 리눅스다’
즉, 리눅스는 하드웨어를 관리해서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쉽게 도와주는 윈도우나 맥 OS 같은 운영체제이고, 우분투는 그런 리눅스 버전 중 하나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또 다른 유명 버전으로는 레드햇(Red hat) 리눅스가 있습니다. 레드햇은 리눅스를 개량해서 유료로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유료로 판매한다니 조금 의아 합니다.
'아니 리눅스는 공짜니까 서버에서 쓴다고 했는데, 그걸 유료로 팔면 누가 사지?'
생각보다 다양한 회사에서 구매합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죠. 금융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라면 안정적인 서비스가 필수입니다. 서버가 멈춘다거나, 고장나면 어마어마한 손실이 발생합니다. 만약 무료 운영체제를 사용하다 고장이나면 어떻게 될까요? 누군가에게 AS 요청을 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회사에서 운영체제의 품질을 보장해주면 어떨까요? 이게 바로 레드햇을 유료로 이용하는 이유입니다. 또 다른 리눅스의 유명한 개량 버전에는 안드로이드가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리눅스를 모바일 운영체제 형태로 개량해서 발전시킨 운영체제입니다. 이렇듯 운영체제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발전합니다. 마치 언어의 발전 과 같습니다. C 언어가 발전해서 C++, Objective-C, 파이썬 등의 언어가 되었던 것처럼, 리눅스가 발전해서 안드로이드가 되었습니다.
- 만약 서버 컴퓨터가 심각하게 고장 나서 저장장치도 복구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전원이 꺼지는 것과는 비교할수 없습니다. 이미 저장된 모든 데이터가 날아갔으니까요. 회원 정보, 결제 정보, 배송 정보, 상품 정보 등을 모두 복구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개인이 서버를 운영하면 여러가지 리스크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모든 일들을 대신해주는 서비스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호스팅 업체'라고 부릅니다. 국내에는 대표적으로 Cafe 24, 가비아 등의 회사가 있습니다. 한편 외국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해외의 공룡 기업들이 서버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에 투자하기 시작했죠. 대표적으로 아마존의 AWS(Amazon Web Services)를 꼽을 수 있습니다.
- API는 클라이언트, 서버와 같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에서 요청과 응답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만든 체계입니다. API는 이렇게 진행이 됩니다. 요청을 보내는 쪽과 응답을 주는 쪽이 나뉘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스마트폰은(클라이언트 컴퓨터) 요청을 보내고, 서버 컴퓨터는 요청을 받아서 응답을 줍니다. 이렇게 하려면, 응답을 주는 쪽에서 사전에 여기로 요청을 보내면 이러한 응답을 주고, 저기로 요청을 보내면 저러한 응답을 줄께'라고 정해놔야 합니다. 그래야 요청하는 쪽에서 정확한 곳에 요청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정확한 곳'에 해당하는 주소는 서버주소/A'의 형태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서버 주소'는 서버 컴퓨터가 위치한 곳의 주소입니다. 네트워크에서 언급한 IP 주소이죠. 그 주소 뒤에 어떤 문자를 쓰느냐에 따라 다른 기능을 수행하도록 정의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서버주소/A'라고 신호를 보내면 서버가 '로그인 기능'을 수행하고 응답합니다. 혹은 서버주소/B'라고 신호를 보내면 서버가 '회원 가입 기능'을 수행하고 응답합니다. 잘 되었는지, 혹 문제가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는지 등등을 알려주죠. 이러한 기능은 서버 개발자가 만 들며, 그 결과물이 서버 프로그램입니다. 서버 주소 정의 역시 서버 개발자의 주도하에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은 정해진 주소에 요청을 보냅니다. 즉, API는 서버 개발자가 개발하고, 클라이언트 개발자는 그 ADI를 사용합니다.
- API를 제공해주는 '다른 소프트웨어'를 SDK라고 부릅니다. SDK는 Software Development Kit의 약자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즉, '○○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도움을 주는 다른 소프트웨어'입니다. 보통 다른 회사와 협업할 때, SDK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구글 지도는 구글에서 만든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때 다른 회사들도 구글에서 제공하는 지도 SDK를 설치하면 자신의 소프트웨어에 구글 지도 기능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 SDK에서 제공해주는 API들을 통해 구글 지도에 요청을 보낼 수 있습니다.
- HTML(Hyper Text Markup Language)의 시작은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 였습니다. 당시 연구소에서 일하던 '팀 버너스리'는 연구소 내의 직원들이 수많은 정보들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직원들이 서로 다른 운영 체제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윈도우 사용자와 맥 사용자가 각각의 운영체제(OS)에서만 호환되는 파일을 주고받는다면 서로 파일을 열지 못해 문제가 생기겠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는 운영체제나 프로그램에 상관없이 일정한 형식이 언제나 동일하게 보이도록하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일정한 형식(HTML)으로 작성한 문서를 제안합니다. HTML 문서는 운영체제에 상관없이 브라우저만 있으면 스마트폰에서도, PC에서도, 노트북에서도, 윈도우에서도, 맥에서도, iOS나 안드로이드에서도 모두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동일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이를 통해 팀 버너스리는 모든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되는 세상, 즉 웹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오늘날의 위키백과 같은 모습을 꿈꿨습니다. HTML 코드들을 보면 위키백과와 같이 정보를 체계화하는 코드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는 Header(대제목)를 의미하죠.

는 Paragraph(문단)를 의미합니다.

      은 Ordered List(순서가 있는 목록)를 의미하고,
        은 (Unordered List(순서가 없는 목록)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정보를 표현하기 위한 코드를 '태그'라고 부릅니다. '태그'는 HTML을 구성하는 코드입니다. 태그중에는 한 HTML 문서에서 다른 HTML 문서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a〉라는 태그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링크'라는 개념입니다. 정보를 자유롭게 나눌 목적에 딱 맞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HTML이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는 점입니 다. HTML은 컴퓨터에게 특정 일을 시킬 수 있는 언어가 아닌 단지 브라우저가 볼 수 있는 문서를 적는 언어입니다
        - iOS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스위프트, Objective-C입니다. 안드로이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자바, 코틀린이죠. 이 언어들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합니다. 원래 정해놓은 언어들을 사용해 운영체제 자체의 기능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주민'이란 뜻을 가진 '네이티브'가 붙게 됩니다. 하지만 운영체제 안에 브라우저가 내장되자 새로운 방식으로도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바로 애플리케이션의 특정 부분에 브라우저'를 올리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HTML 파일을 불러올 URL을 설정해두는 거죠. 그럼 브라우저가 뜨고 그 브라우저는 HTML과 HTML에 연결된 파일들을 불러와서 보여줍니다. 그 부분은 HTML, CSS, JavaScript로 구성되어 있죠. 네이티브와 브라우저가 혼합된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이렇게 웹과 애플리케이션이 혼합된 애플리케이션을 '하이브리드 애플리케이션' 이라고 합니다. 이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수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브라우저 위에서 돌아가는 부분은 서버에 있는 원본 HTML, CSS, JavaScript를 수정하면 바뀝니다. 이 부분은 보통 앱 화면이 뜰 때 바뀌죠. 반면 네이티브인 부분은 운영 체제별로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수정한 뒤 심사를 신청해야 합니다. 심사 신청 뒤에도 사람들이 바뀐 애플리케이션으로 업데이트해야 하죠.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까다롭습니다. 애플리케이션에 브라우저를 올리는 것과 네이티브로 개발하는 것의 장단점을 조금 더 살펴보죠. 이는 이전에 말씀드린 웹과 애플리케이션의 차이와 맥락이 닮았습니다. 먼저 브라우저를 통해 HTML, CSS, JavaScript를 가져와서 보여주는 방식의 장점은 수정하기 좋다는 점입니다. 서버의 HTML, CSS, JavaScript만 수정하면 따로 심사를 받거나 설치할 필요 없이 새로 고침할 때 반영됩니다. 하지만 네트워크에 종속되기 때문에 와이파이나 모바일 네트워크가 느린 공간에 가면 HTML, CSS, JavaScript를 모두 다운로드하는 동안 사용자들은 기다려야 합니다. 한 화면이 5~6초 동안 뜨지 않는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매우 불편하다고 느끼겠죠. 사용하기 불편해지면 사람들은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네이티브로 만들면 수정하는 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iOS 심사는 큰 장벽 중 하나입니다. 더불어 심사가 끝나도 사용자들이 직접 업데이트를 해줘야 합니다. 사용자들 입장에서 너무 잦은 업데이트는 귀찮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잘 만든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네트워크를 최소한으로 이용하도록 코딩한다면 인터넷이 느린 환경에서도 빠르게 동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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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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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력 코드

IT 2020. 11. 20. 21:39

- 실패를 각오하고 있지 않으면 기존 틀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새로 창조할 기회가 될 위험을 무릅쓸 수 없다. 그래서 실패를 몹시 꺼리는 우리 교육제도와 사업 환경은 창조력을 키우기에 매우 나쁜 환경이다. 나는 학생들에게서 창조력을 끌어내려면 실패를 성공 못지않게 축하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실패담을 박사 학위 논문에 넣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실패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학생들과 면담할 때 나 는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가 남긴 당부의 말을 누누이 전하곤 한다.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더 낫게 실패하라.” 이런 전략들을 코드로 변환할 수 있을까? 이전까지 통용되었던 코딩에 대한 하향식 접근법에서는 코드가 독창적 결과를 내놓을 가망이 거의 없었다. 프로그래머들은 자기가 만든 알고리즘이 내놓은 어떤 결과에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 결과에는 실험이나 실패의 여지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코드에 기반을 둔 어느 알고리즘이, 새로울 뿐만 아니라 개발자에게 도 충격적이며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그 알고리즘은 많은 사람이 기계가 절대 마스터할 수 없다고 믿었던 게임에서 승리했다. 반드시 창조력이 발휘되어야만 하는 게임이었다.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인간은 알고리즘이 무엇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러브레이스처럼 당시 사람들은 기 계에서 우리가 입력한 것 이상을 뽑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믿 었다. 그런데 새로운 종류의 알고리즘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바로 데이 터와 상호작용하면서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이제 프로그래머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만든 알고리즘의 의사 결정 과정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놀라움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계 스스로 우리가 입력한 것 이상을 뽑아낼 수 있고 점차 더 창조적으로 변해 간다. 이 알고리즘은 딥마인드가 바둑에서 인공 지능으로 인간을 꺾을 때 활용했던 바로 그 알고리즘이기도 하다. 새로운 알고리즘이 새로운 기계 학습 시대를 연 것이다.
- 알고리즘은 우리 자신에 관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려 줄 잠재력을 품고 있다. 어떻게 보면 딥러닝 (deep learning) 알고리즘은 인간 코드에서 우리가 지금껏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특징들을 집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마치 색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빨강과 파랑을 구별할 말조차 없었는데, 알고리즘이 우리의 호불호 표현에 근거해 여러 물체를 빨갛고 파란 두 종류로 떡하니 나눠 놓은 것과 같다. 우리가 특정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까닭은 그런 취향에 결 정적 영향을 미친 매개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취향과 관련된 인간 코드는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다. 하지만 컴퓨터 코드는 우리가 직감하기는 하지만 표현하지는 못하는 우리의 취향적 특징들을 식별해 냈다.
-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리 (No free lunch theorem)를 이야기 해야겠다. 이것은 어떤 상황에서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만능 학습 알고리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수학적 정리다. 이 정리에 따르 면 우리가 학습 알고리즘에 데이터의 절반을 입력한 어떤 경우라도 나머지 미입력 데이터를 적당히 조작하면, 알고리즘이 이미 입력된 훈련 용 데이터에 대해선 괜찮은 예측을 내놓더라도 나머지 미입력 데이터 에 대해서는 헛다리를 짚게 만들 수 있다. 결국 데이터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데이터와 지식을 병용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상황 변화에 대처하고 전체적인 상황을 조망하는 일에는 인간 코드가 더 적합한 듯하다, 적어도 지금은.
- 인간은 지금까지 바둑을 수없이 많이 두었고 대국 내용은 온라인상에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되어 왔다. 이 데이터는 알고리즘이 샅샅이 훑어보며 승자가 어떤 수 로 우위를 차지했는지 알아낼 수 있는 굉장한 자료다. 방대한 기보 데이터베이스 덕분에 알고리즘은 특정 형세에서 각 조치가 승리로 이어질 확률이란 개념을 확립할 수 있었다. 그 정보의 양은 각 대국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온갖 경우의 가짓수를 고려해 보면 결코 많은 편이 아니지만 경 기를 풀어 나가는 좋은 기반이 된다. 물론 알고리즘이 맞붙을 상대가 데이터 속 패자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데이터 세트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터였다.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둘째 단계는 알고리즘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만든 방법이다. 이 단계에 접어든 알고리즘은 자 신과 대국하기 시작하여 매번 자신이 만들어 낸 새로운 대국 내용에서 무언가를 배워 나갔다.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듯했던 특정 조치들이 패 배로 이어지자 알고리즘은 그 조치가 승리로 이어질 확률을 수정했다. 이런 강화 학습 과정에서는 막대한 양의 새로운 기보 데이터가 기계적 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바로 이 자가 대국 과정에서 알고리즘은 스스로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강화 학습의 위험 요소 중 하나는 그 방법이 편협하며 자기 강화적인 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계 학습은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오르 려는 시도와도 비슷하다. 눈가리개를 한 사람이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야 할 때 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지금 서 있는 곳에서부터 계속 잔걸음을 치며 발을 내딛을 때마다 자기 위치가 더 높아지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 방법을 쓰면 결국 근방에서 가장 높은 곳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꼭대기에서 어느 쪽으로든 조금이라도 이동하면 자기 위치가 도로 낮 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골짜기 너머에서 훨씬 더 높은 봉우리를 찾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바 있는 국소최대점과 관련된 문제다. 국소최대점에 해당하는 꼭대기에 도착하면 자신이 가장 높은 곳에 도달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곳은 우뚝 솟은 산맥에 둘러싸인 자잘한 언덕에 불과하다. 만약 알파고가 바둑 실력 을 최대한 키운 결과가 실은 그런 국소최대점에 도달한 것에 불과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 같다. 아마 이세돌과의 대국을 며칠 앞두고 알파고와 대국한 유럽의 고수 판후이가 약점을 발견했을 때가 바로 그런 경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알고리즘은 일단 이세돌의 바둑 방식을 새로 접하자 곧 승산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의 조치를 재 평가하는 법을 다시 배웠다. 새로운 상대를 만난 덕분에 알파고는 언덕 에서 내려와 또다른 꼭대기에 오르는 방법을 찾아냈다. 딥마인드 팀은 이제 원조 알파고를 완파할 수 있는 훨씬 나은 알고리 즘을 가지고 있다. 이 알고리즘은 인간이 바둑 두는 방식을 보고 배울 필요가 없다. 아타리 알고리즘처럼 이 알고리즘은 19 ×19 격자 모양을 이룬 픽셀과 점수에 대한 정보만 입력받고서 게임을 시작해 갖가지 조치를 실험했고 그러면서 알파고 개발 과정의 둘째 단계였던 강화 학습 의 힘을 활용해 실력을 키워 나갔다. 이는 이른바 '타불라라사' (tabula Trasa) 학습, 즉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학습에 가까웠는데, 심지어 딥마 인드 팀도 새로운 알고리즘의 엄청난 능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알고리즘은 더 이상 인간이 생각하고 경기하는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사흘간의 훈련 동안 무려 490만 판의 자가 대국을 치른 그 알고리즘 은 이세돌을 꺾었던 버전의 알파고에 100전 100승을 거두었다. 인간이 3,000년 걸려 해낸 일을 단 3일 만에 해치운 셈이다. 40일째가 됐을 무 렵에는 천하무적이었다. 그 알고리즘은 심지어 체스와 일본식 장기 쇼기(將棋)를 단 여덟 시간 동안 배우고서 두 개의 최상급 체스 프로그램을 이길 만큼 실력을 키워 내기도 했다. 이 무섭도록 다재다능한 알고리즘 의 이름은 알파제로(Alphazero)다. 이 프로젝트의 수석 연구원 데이비드 실버는 타불라 라사 학습 방식 이 다양한 영역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타불라라사 학습을 구현할 수 있다면, 바둑에서 그 밖의 어떤 영역으로든 옮겨 심을 수 있는 동인(動因)을 확보한 셈입니다. 저희는 지금 다루고 있는 영역의 세부 사항에서 벗어나, 보편성이 워낙 높아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저희가 알파고를 개발한 목적은 기계가 인간을 패배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 학을 연구하는 일의 의미를 발견하고 프로그램 혼자서 지식을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딥마인드의 목표는 지능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그 밖의 온갖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런 기술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앞으로 기계가 일류 수학자의 창조력에 필적할 수 있을까? 미술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곡을 쓸 수 있을까? 인간 코드를 해독할 수 있을까?
- 예측 불가능한 일과 미리 결정된 일이 함께 펼쳐져서 모든 것이 이치대로 돌아가는 겁니다. (톰 스토파드 Tom Stoppard)
- 신경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구글의 생성적 적대 신경망뿐 아니라 우리 뇌에도 서로 경쟁하는 두 가지 시스템이 있다. 하나는 무언가를 창조하고 표현하며 자신을 자랑하듯 내보이려는 욕구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기 생각을 의심하고 비판하며 그런 욕구를 억제하는 또 다른 자아다. 우리가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려면 두 시스템의 균형을 아주 잘 잡아야 한다. 창조적 생각은 그 생각을 평가하는 피드백 순환 고리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그 생각이 개선되고 또 다른 생각이 형성될 수 있다.
-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는 것은 그 전에 오랫동안 무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다는 명백한 증거다.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
- 일반적으로 알고리즘이 대가에게 무언가를 배우게 하는 일의 주요 난점은 데이터 부족이다. 코랄 389곡은 꽤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컴퓨터가 간신히 학습 대상으로 삼을 만한 양에 불과하다. 컴퓨터 비전 같은 성공적인 기계 학습 분야에서는 알고리즘이 수백만 개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훈련을 쌓는다. 이에 비하면 바흐의 코랄은 389가지 사례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작곡가 대부분은 작품 수가 그에 훨씬 못미친다. 그럼에도 바흐 코랄은 한 가지 현상의 매우 비슷비슷한 변형 이라는 점에서도 특히 유용하다. 보통 한 작곡가의 작품 세계는 전체적 으로 너무나 다채로워서 기계가 학습 대상으로 삼기 버겁다. 어쩌면 결국은 바로 이런 점이 인간의 예술 영역에 기계가 쳐들어오 기 못하게 막아 주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훌륭한 작품의 수가 워낙 적 어서 기계가 그런 것을 만드는 법을 배울 수가 없는 것이다. 기계는 단조 로운 음악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아직 훌륭한 음악은 만들지 못한다.
- 우리가 음악을 만드는 이유
음악은 본래 알고리즘성을 띠므로 온갖 예술 형식 중에서 인공 지능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음악은 구조와 패턴을 이용하는 가장 추상적인 예술 형식인데 바로 그 추상성 때문에 수학과 밀접히 연관된다. 이는 음악이란 영역에서 알고리즘이 인간 못지않게 활개를 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음악이 구조와 패턴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음악은 연주되어야만 생기를 띨 수 있다. 인간은 의식을 올릴 때 사용하려고 음악을 만 들기 시작했다. 고고학자들은 원시 시대의 우리 조상이 벽에 물감을 칠 한 동굴 안에서 악기로 볼 만한 유물도 발견했다. 독수리 뼈로 만든 피 리, 나팔처럼 불 수 있는 동물 뿔, 연결된 끈을 잡고 빙빙 돌리면 웅웅 소 리가 나는 울림널 등. 어떤 사람은 그런 원시 악기가 의사소통 수단으로 쓰였을 수도 있다. 고 보지만, 어떤 사람은 이 악기들이 우리 조상이 만든 의식 (ritual)의 중 요한 요소였으리라고 믿는다. 의식을 올리려는 욕구는 아무래도 인간 코드에 포함돼 있는 듯하다. 의식은 몸짓, 말, 물체를 쓰는 일련의 활동으로 신성한 장소에서 격식에 따라 치러진다. 그런 활동은 외부인에게 는 이치에 맞지 않는 행위처럼 보일 때가 많지만, 내부인에게는 집단의 결속을 다지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의식에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 는 경우는 매우 많다.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밴드에서 악기를 연 주하는 것은 제각각인 사람들을 단합시키는 방법이다. 운동 경기가 벌 어질 때 관중석에서 부르는 노래는 상대 팀 팬에게 맞서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한다. 그렇게 집단을 결속시키는 음악의 힘은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으로 이동해 네안데르탈인과 맞닥뜨렸을 때 유리한 입장에 서게 해 주었는 지도 모른다. 작곡가 맬컴 아널드 (Malcolm Arnold)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은 사람들 간의 사회적 소통 행위요, 우정 표현 행위이며, 가장 효과적인 행위다.” 독일에서 발견된, 제작연대가 4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구석기 시대 피리는 우리 조상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의사소통을 하는 데 쓰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는 음악이 의식을 올릴 때 정신 상태를 변화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란 사실도 깨 달았을 것이다. 여러 주술 행위에서 입증됐듯이 무언가를 되풀이하는 일은 정신 상태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뇌에서는 감 정 상태에 따라 특정 진동수의 파동이 발생한다. 트랜스 음악 중에는 분 당 박자 수가 120 안팎인 곡이 많은데, 이 템포의 리듬이 환각을 일으키 기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여러 실험 결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몇 가지 감각을 동시에 교묘히 자극하면 유체 이탈하는 듯 한 이상한 체험을 유발할 수 있다. 예컨대 누군가의 촉각과 시각을 동시 에 특정 방식으로 자극하면 그 사람이 의수를 진짜 자기 손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원시 악기들이 향신료, 향료와 함께 발견된 경우가 더러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조상은 의식 거행 중에 소리 와 향기가 함께 나도록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형 체가 없는 알고리즘이 어떻게 우리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음악의 힘 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문명이 발달했어도 음악은 여전히 의례와 관련되어 있다. 팔레스트 리나에서 바흐를 거쳐 모차르트에 이르는 음악의 일대 진보 중 상당 부 분은 종교적 맥락 속에서 이뤄졌다. 어떤 사람들은 신이라는 개념이 인 간의 내면세계와 함께 생겨났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자의식이 생기면 서 인간은 자기 머릿속의 목소리를 자각하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아마 그건 꽤 섬뜩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음악을 연주하며 의식을 올리면 머 릿속의 그런 목소리를 달래고 신들이 거하는 장소로 여겨진 자연의 힘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 듯했을 것이다. | 이런 이야기는 모두 논리적이며 무감정한 컴퓨터 세계와 동떨어진 듯하다. 분명 알고리즘은 우리를 감동시키는 사운드를 만드는 법을 배 웠다. 최근 알고레이브(Algorave)라는 행사에서는 디제이가 알고리즘 으로 그때그때 클럽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만들고 틀어서 사람들이 계 속신나게 춤출 수 있게 한다. 딥바흐는 바흐풍의 예배용 찬송가를 계속 작곡해서 성가대가 신을 찬미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알고리즘은 음악의 암호를 풀어 낸 듯 하지만 정작 그 기계의 내부에서는 아무런 감흥이 일 지 않는다. 이들은 여전히 우리의 도구이자 현대판 디지털 울림널인 셈이다.
- 무언가를 창조하려면 두가지 일을 해야 한다. 하나는 이래저래 짜 맞춰 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골라 뽑는 일이다. (폴 발레리 Paul Valery)
- 훌륭한 수학 연구물에는 긴장이 깃들어 있다. 증명은 너무 복잡해도 안 되고 너무 간단해도 안 된다. 더없이 만족스러운 증명은 필연 성을 띠지만 전개 과정이 결코 뻔하지 않다. 《모험, 미스터리, 로맨 스》 (Adventure, Mystery, and Romance)에서 존 카웰티(John G. Cawelti)는 문학 속의 이런 긴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데, 이는 수학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질서와 안전을 추구하면 지루하고 단조로운 결과가 나올 공산이 크 다. 하지만 변화와 참신함을 위해 질서를 거부하면 위험하고 불확실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 문화사의 중요 측면 중 상당수는 이런 두가지 기본 충동, 즉 질서 추구와 권태 탈출 사이의 역동적 긴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긴장이 바로 훌륭한 증명의 핵심이다.
- 알고리즘이 언어를 처리하고,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하고, 제퍼디문제에 답하고 서술 방식을 파악하는 것을 보면 인공 지능 분야 전반에 대한 흥미로운 의문이 하나 떠오른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 알고리즘이 자기가 하는 일을 이해’ 한다고 봐야 할까? 이 문제는 존 설이 고안한 '중국어 방' 이란 사고 실험의 주제이기도 하다. 가령 당신이 어떤 방에 갇혀 있는데 그곳에 중국어로 된 갖가지 질문 과 각각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 적힌 응답 지침서가 있다고 해 보자. 방 으로 들어온 중국어 문장을 보고 그것과 같은 문장을 지침서에서 찾을 수만 있으면 당신은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도 방 밖의 중국어 화자 와 꽤 그럴듯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설이 그 실험으로 보여 주려 한 것은 컴퓨터가 어떤 프로그램에 따라 인간의 응답과 다를 바 없는 응답을 내놓더라도 그 기계에 지능이나 이해력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이는 사실상 튜링 테스트에 대한 강력한 반론이다. 그런데 내가 이런저런 말을 할 때 내 마음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나도 어떤 지침을 따르고 있는 셈 아닐까? 컴퓨터의 중국어 이해력 유무를 판가름하는 데 기준이 되는 문턱값 같은 것이 나에게도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의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 컴퓨터는 '의자' 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의자라는 것 이 사람들이 걸터앉는 데 쓰는 물체란 사실을 알 필요가 없다. 그 기계 는 의자란 단어를 사용해도 괜찮은 경우에 대한 규칙을 따를 뿐인데, 이 때 사용된 규칙 준수 능력을 이해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실 의자를 체험해 보지 않은 알고리즘이 '의자' 란 단어를 제대로 사용하기란 불가 능하다. 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이라는 개념이 인공 지능 분야의 현 추세에서 특히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언어는 우리 주변 환경을 저차원 공간에 투영한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도 이렇게 말했다. “언어는 모두 어설픈 번역어에 불과하다.” 의자는 실제로는 모두 천차만별인 존재다. 그러나 언어에서는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로 압축된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이 그 데이터 포인트의 압축을 풀 때면 그 사람이 체험해 본 온갖 의자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우리는 안락의자, 벤치, 나무 의자, 책상 의자 등 갖가지 의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또한 구체적으로 연 상시키는 바가 각각 하나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온갖 언어 활동을 통틀어 언어 게임이라고 불렀 다. 체화되지 않은 알고리즘은 존 설의 중국어 방 같은 저차원 공간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는 결국 의식의 묘한 속성과 관련된 문제다. 우리는 의식 덕분에 이 런 온갖 정보를 하나의 경험으로 통합할 수 있다. 신경 세포 한 개에는 언어에 대한 이해력이 없다. 하지만 그런 세포가 모이고 모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언어 이해력이 존재하게 된다. 나라는 존재는 중국어 방에 앉아 지침서를 이용해 중국어 질문에 답할 때 뇌라는 신경 세포 집합 체에서 언어 처리를 담당하는 부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 록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쩌면 그 방, 나, 지 침서로 구성된 시스템 전체는 이해력을 갖추었다고 말해도 좋을지 모 른다. 뇌를 이루는 것은 중국어 방 세트 전체이지 거기 앉아 있는 나 혼 자만이 아니다. 중국어 방에서 나는 컴퓨터의 중앙 처리 장치, 즉 기본 연산을 수행해 소프트웨어의 지시 사항을 따르는 전자 회로와 같은 존 재다.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알고리즘, 주변 세상을 직접 접해 볼 수 없는 알고리즘이 의미 있는 글, 혹은 거기서 더 나아가 우리가 느끼기에 아름 다운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는 지금 프로그래머들이 여러모로 씨름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 창조력은 기계적이지 않은 것의 진수다. 하지만 어찌 보면 창조 행위는 모두 기계적이기도 하다. 딸꾹질과 마찬가지로 다 제 나름대로 까닭이 있는 것이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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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신입 인공지능

IT 2020. 11. 19. 19:50

- 세계 최대의 금융 기업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는 MIT와 하버드 출신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인 켄쇼Kensho Technologies의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시스템은 자연어 처리 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기법을 사용해 금융 관련 질문 에 답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포브스Forbes의 보도에 따르면 검 색창에 일상 언어로 검색하기만 해도 의사 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응답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Warren은 약물 승인, 경제 리포트, 통화 정책 변경, 정치적인 사건을 포함한 9만 개 이상의 변수action들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금융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분석 함으로써 6천 5백만 가지의 질문 조합에 즉각적으로 답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골드만삭스에는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600여 명에 이르는 주식 트레이더가 근무했지만 2018 년엔 단 2명만 남았고, 컴퓨터 엔지니어의 수는 9,0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혁신 기술을 통한 금융의 자동화가 조직 구성원의 비율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금융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의 구글로 불릴 만큼 엄청난 숫자의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있는 데, 이미 직원 3만 6천 명 중 무려 25%가 기술직으로 채워졌습니다. 골드만삭스 회장이 2015년에 '골드만삭스는 IT회사'라고 선언했던 것이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 2016년부터 조지아 공대에서 온라인 수업을 담당하는 조교는 인공지능입니다. IBM의 왓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질 왓슨jill Watson'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조교는 수업 게시판에 올라온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쪽지 시험이나 토론 주제를 제시하는 식으로 조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이 인공지능은 과거 수업에 올라온 질문과 대답을 통해 게시물을 학습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1만여 개에 달하는 학생들의 질문 중 40%에 대답했습니다. 이 수업의 담당 교수가 알려주기 전까지 조교가 인공지능이었다는 것을 알아챈 학생은 없었으며, 심지어 인공지능 조교가 해당 학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조교로 선정되기까지 했습니다.
- 인공지능이 음성을 듣고 바로 언어를 인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인공지능은 문자를 학습했습니다. 요즘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구글 번역기도 텍스트 번역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음성인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계에게 음성을 들려주면 기계가 그것을 텍스트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명 음성 대 텍스트Speech-to-Text 변환기술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Text-toSpeech 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배고프다'라는 문장을 보여주면 이것을 소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이것을 모두 이어붙이면 정말 놀라운 일을 할 수 있 습니다. 한국말로 나는 배고프다'고 말하면 인공지능이 이것 을 자동으로 텍스트로 변환한 다음 여기에 맞는 'I am hungry'라는 영어 문장을 텍스트로 생성하고, 다시 이것을 소리 로 바꾸어 출력시키는 것입니다. 한국어 음성만 들려주면 한 국어 음성 한글 텍스트-영어 텍스트-영어 음성'으로 변환되 는 전 과정이 자동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이번에 발표된 구글의 트렌스레이 토트론Translatotron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갔습니다. 음성을 텍스 트로 변환하는 등 몇 단계로 나뉠 수밖에 없었던 번역의 중간 과정을 모두 삭제하고 음성에서 음성Speech to Speech 으로 바로 번역하도록 한 것입니다. 게다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나 억 양의 특징까지 그대로 살립니다. 내가 배고프다'고 말하면 내 목소리 그대로 I am hungry'라는 영어 음성이 출력됩니다. 인공지능이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 특징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단순히 '음성 번역' 이라고 번역해서는 그 느낌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차라리 '목소리 번 역에 가깝습니다. 내 목소리를 이 언어에서 저 언어로 번역 해 주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인공지능은 학습의 신입니다. 재밌는 것은 인공지능이 음성을 학습하기 위해서 사용하 는 재료가 음성 자체가 아닌, 음성을 변환한 시각 정보라는 점입니다. 여기서도 다시 한번 컴퓨터 비전이 등장합니다. 이 그림은 영어로 'nineteenth century'라고 말한 것을 시각 정보로 변환한 스펙토그램spectrogram 입니다. 세로축이 주파수고 가로축이 시간을 나타냅니다. 그림에 보이는 색깔은 진폭 의 강도를 나타냅니다. 이처럼 소리를 시각 정보로 학습한 인 공지능은 소리를 만들어서 출력할 때도 이와 같은 시각 정보 를 출력합니다. 이 시각 정보가 보코더 vocoder를 거쳐 스피커 를 통과하면 비로소 인간에게 유의미한 음성 언어로 들립니다.
-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이런 시스템의 적용이 어려운 반면, 중국의 경우 공안의 적극적인 도입의지에 따라 2015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13억 중국인의 얼굴을 3초 안에 90% 이상의 정확도로 판별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톈왕Sky-Net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2019년에 인공지능이 10년 전 납치된 아이를 찾아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IT기업 텐센트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연령별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한 덕분입니다. 사람의 얼굴은 노화가 진행되기 마련인데 이때 얼굴 윤곽의 변형이 발생합니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얼굴이 노화로 변해가는 패턴을 학습했고 실종 당시의 사진을 토대로 현재의 얼굴을 추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셜록 홈즈가 울고 갈 지 경입니다. 중국은 매년 수백만 명의 실종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인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95% 이상의 정확도로 불과 몇 초 이내에 수천만 명의 얼굴을 대조할 수 있기 때문에 실종자 수색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텐센트가 개발한 인공지능은 이미 수사에 투입되어 경찰과 공조하고 있으며 푸젠성 공안과의 협력으로 1천명 이상의 실종자를 찾았습니다.
- 자율주행을 통해 물자와 서비스가 스스로를 움직여서 사용자가 있는 곳까지 직접 찾아온다면 사람이 직접 이 동해야 할 이유는 자연스럽게 소멸됩니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운송업의 일자리 문제도 부각되고 있습니다만,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면 이것은 20만 년 동안 인간 이 살아왔던 방식을 뒤집는 거대한 변화라는 것을 깨닫게 됩 니다. 흔히 자율주행이라고 부르는 기술의 실체를 스스로 운 전하는 차' 정도로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이것은 물류에 대 한 개념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 버리는 물류혁명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물류는 사람이 물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가지 고 온다는 개념으로 이해됐지만 앞으로는 물건 스스로 사람 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게 한다는 개념으로 바뀔 것입니다.”
-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게으름은 오히려 너무나도 훌륭한 생존 전략입니다. 딱 살아남을 만큼만 일하겠다는 최적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이런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생존하는 데 필요한 것 이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이 상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조금 다릅니다. 인간은 자연이 부여한 최적화 전략에 게으름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때로는 비난까지 하면서 '근면, 즉 더 열심히 살 것을 주문합니다. 특히 문화적으로 그렇게 가르치고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진화가 40억 년간 일구어 온 게으른 생존 전략이 불과 몇천 년의 문화적 교육을 통해 바뀌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여전히 게으릅니다.
- 알파스타가 보여준 성과가 놀랍기도 합니다만, 더욱 놀라운 것은 알파스타를 개발한 연구진의 창의성입니다.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살피다 보면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기계에 한 번 놀라고, 그런 기계를 만들어 낸 인간의 능력에 한 번 놀라 게 되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알파스타의 능력을 향상시킨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알파스타는 알파스타끼리의 강화학습을 통해 스스로 배워 나갔고, 훈련에 사용된 두 대의 알파스타 모두 상대방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기는 것을 목표를 하는 인공지능끼리 연습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는 배움의 결과가 향상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때 연구진은 둘 중 한 대에게 스파링 파트너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알파스타의 능력을 끌어올렸습니다. 연구진은 하나의 인공지능에게는 주인공 역할을, 다른 하나 에게는 도우미의 역할을 맡겼습니다. 마치 인간 선수가 성장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스타일을 가진 스파링 상대를 만나 훈 련하는 것과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나의 약점을 잘 공략하는 스파링 상대와 훈련함으로써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입니다. 이 때 스파링을 해 주는 선수의 목적은 자신의 승리가 아니라 상대방 선수가 더 강한 선수로 성장하는 것을 돕는 것입니다. 이처럼 도우미 인공지능 역시도 자신의 승리보다 주인공 인공지능이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알파스타는 완전히 자 동화된 방식으로 이 모든 학습과정을 소화했고 결과적으로 기존의 자신을 뛰어넘는 더 강한 알파스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승리를 거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딥마인드 연구진이 왜 이런 일을 시도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딥마인드 연구진에게 스타크래프트는 하나의 과정일 뿐 그것이 최종 목적지가 아닙니다. 딥마인드 연구진이 진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열린 문제open-ended'를 풀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열린 문제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확인한 딥마인드 연구진은 더 복잡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조원상 교수는 기계학습 모 형을 통한 새로운 물리 모형의 탐사」라는 글에서 물리학을 “자연으로부터 얻은 최대한의 귀납적 지식에 대한 연역체계 의 완성과정”으로 가정할 때, 인공지능이 출력하는 기계학습 모형은 “그 자체로 초super귀납모형”이라고 했습니다.
“기계학습 모형은 그 자체로 초귀납모형이며, 이는 인류가 태 초 원시 세포부터 생존을 위해 행해 온 치열한 경험적 모델링 과정이, 대량화 자동화되어 임의의 정확도로 최적화될 수 있 는 귀납적 모델링의 극단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한다. 이 말을 다 른 말로 바꾸면, '인공지능이 각 분야의 데이터로부터 귀납적으로 모델링했다가 됩니다. 다시 말해 딥러닝과 귀납적 사고는 동의어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우리에게 더 익숙한 표 현으로 바꾸면, '데이터 사이에 숨어있는 공통점을 찾는다'가 됩니다. 놀라운 것은 인공신경망이 새로운 데이터가 추가될 때마다 그것을 반영하여 자신의 예측모델을 스스로 업데이트한다는 것입니다. 무한 학습과 무한 에러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학습의 자동화와 예측모델의 최적화를 담보하 는 귀납적 모델링의 극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튜링은 일찍이 컴퓨터라는 계산기 계가 가진 무한한 잠재성을 알아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이 기계를 만들었다고 해서 기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중략) 기계가 오직 인간 이 알고 있는 일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상하다.”
여러분을 낳은 것은 부모님이지만, 부모님이라고 해서 여러분의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자식을 낳았다고 해서 그 자식이 여러분이 알고 있는 대로만 행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기계를 낳았다고 해서 기계가 가진 잠재력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날의 기계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막강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 놀라운 기계를 우리의 발 아래 두려는 고압적 자세보다는 두 손을 맞잡고 나란히 걸으며 무엇을 어떤 식으로 협력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류가 정말로 현명하다면 기계와 대결 구도를 형성하기보다. 협력 파트너로 올려 세워야 합니다. 결국 그것이 우리에게 이 득이기 때문입니다.
- 인공지능 시대에서의 직업변화의 방점은 직종 그 자체의 생존 여부'가 아니라 '그 직종의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할것인가'를 이해하는 데 찍혀야 합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을 헤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 혼돈 속에서도 한 가지 확실 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그곳에 인공지능이 함께하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너 커서 뭐 할래?”라 는 질문을 인공지능과 직업의 미래라는 키워드에 연결시켜서 좀 더 구체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 컴퓨터와 함께 일하는 것은 멋지다. 그것은 당신과 싸우지도 않고 모든 것을 기억해 주고 내 맥주를 뺏어 마시지도 않는다. (폴 리어리 Paul Le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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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기준

IT 2020. 11. 3. 19:57

- 애플 소프트웨어의 성공에 기여한 일곱 가지 핵심 요소
1. 영감 Inspiration: 거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 가능성 상상하기
2. 협력 Collaboration: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보완적인 장점 결합하기
3. 기능Craft: 기술을 적용해 최고의 결과물을 얻고, 항상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기
4. 성실Diligence: 힘든 일도 마다 않고, 쉽고 빠른 길에 의존하지 않기
5. 결단력 Decisiveness: 까다로운 결정을 내리고, 미루지 않기
6. 취향Taste: 선택을 위한 세련된 감각을 개발하고, 즐거움을 주는 통합된 전체를 만들어내기 위한 균형감 유지하기
7. 공감Empathy: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들의 삶에 잘 어울리고 그들의 욕망을 충족시킬 제품 창조하기
- 나는 오랫동안 많은 이로부터 어떤 주제든 혹은 미심쩍은 이야기까지도 상대가 믿게 만드는 스티브만의 특별한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티브의 현실왜곡장 Reality Distortion Field, RDF은 어느덧 전설이 돼 있었다. 하지만 스티브가 나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반대 힘, 즉 극성이 바뀐 RDF를 느꼈다. 마치 전등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스티브가 주변에 단단한 공간을 형성했다. 그 공간에는 겉치레와 가식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불친절하거나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러 나 깜빡이지 않는 그의 시선에는 분명 상대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위 엄이 있었다. 나 역시 거기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의 응시는 어떤 속임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 스콧은 또한 품질 높은 데모만 승인해, 스티브 대신 데모 회의의 문지기 역할을 했다. 스콧은 팀원들이 열심히 일했다는 생각만으로 3등 급짜리 데모를 들고 가서 CEO의 승인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야말로 스티브의 화를 돋우고, 두 번째 결정자란 권한을 잃는 지 름길이었다. 게다가 스콧은 대단히 빠른 혈통 좋은 경주마를 늙은 말 한 무리와 함께 내놓고 스티브가 만족스럽게 승자를 택하길 기대하는 방식으로 데모 회의 과정을 수정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스티브는 틀림없이 그런 꼼수를 금방 알아차릴 것이었다.
- 리눅스와 맥OS X은 UNIX(1969년 벨 연구소가 개발한 운영체제)라는 같은 조상에서 나왔지만, 이미 그 기원으로부터 너무 멀리 갈라져 나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리눅 스와 맥은 점차 같은 언어를 쓰는 갈라진 두 나라처럼 돼버렸다. 한쪽 은 대형 화물차를 '로리lorry'라고 부르는 반면 다른 한쪽은 '트럭truck'이 라고 부르는 식이었다. 특히 웹브라우저 같은 최종 이용자 앱과 관련해, 둘의 호환성 범위는 지극히 협소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가 작업하는 알고리즘 단계로 내려가보면, 호환성 범위가 넓어진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다. 둘은 몇몇 기술적 언어와 문법을 공유하며, 캉커러 개발자가 소스코드 작성에 사용한 프로그래밍언어인 C++를 토대로 프로그 램을 구축하고 실행할 수 있다. 리눅스와 맥은 C++로 된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서로 다른 프로그래밍언어와 문법을 사용한다. 이런 사실은 특히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로 인 해 이 컴퓨터에서 저 컴퓨터로 코드를 복사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캉커러를 웹브라우저 프로젝트의 기반으로 삼고자 한다면, 캉커러의 리 눅스 소스코드에서 모든 언어와 기술적 차이점을 수정하고, 강력한 소 프트웨어 기술로 리처드가 만든 심을 교체해야 한다. 특정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구축된 코드를 다른 운영체제에서 돌아가도록 가공하는 작업은 따로 용어가 있을 정도로 흔한 일이었다. 프로그래머들은 이 작 업을 포팅porting'이라고 부른다. 마치 원래 맥을 위해 구축된 것처럼(실제는 아니지만) 작동하는 소스코드로 애플 기준에 적합한 웹브라우저를 내놔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포팅 작업은 실제로 완벽에 가까워야 했다.
- 기술적인 부분을 제쳐둔다면, 컴퓨터 프로그램은 요리책과 비슷하다. 둘 다 특정한 과제 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담고 있다. 다만 요리사는 독자가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쓰지만, 프로그래머는 컴퓨터가 읽도록 코드를 쓸 수 없다. 컴퓨터가 원래 프로그래밍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오로지 0과 1의 이진법 언어로밖에 의사소통하지 못한다. 컴퓨터에게 지시를 내리려면, 컴파일러compile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C++ 언어를 컴 퓨터가 이해하는 이진법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 인간이 이해하는 언어 를 기계가 이해하는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컴필레이션(compilation' 혹 은 '빌딩building'이라고 한다. 또한 이런 번역 작업은 왜 프로그래밍언어로 작성된 코드 라인을 소스코드'라고 부르는지 설명해준다. 코드의 라 인은 컴퓨터가 이해하는 이진법 코드를 빌드(다시 말해 번역)하기 위한 원재료인 셈이다. 웹브라우저처럼 완전한 기능을 갖춘 프로그램은 엄청난 양의 소스코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캉커러 같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프로그램도 10만 라인이 넘는다), 프로그래머는 이들 라인 전부를 따로 떨어진 소스코드 파일로 구분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프로그래머는 각각의 하위 과제를 조직하고 구성할 수 있다. 웹브라우저의 경우, 웹주소URL를 다루는 코드는 단 하나의 소스코드 파일에 포함돼 있을 수 있다. 반면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내려받기 위해 URL을 활용하는 것처럼 복잡한 코드는 다양한 소스코드 파일에 퍼져 있다. | 요리사 역시 자신의 요리법을 여러 부분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에 그 베네딕트 요리법은 수란을 만들고, 캐나다 베이컨을 튀기고, 잉글리 시 머핀을 굽고, 홀란데이즈 소스를 만드는 하위 방법으로 이루어져 있 다. 하지만 요리사가 에그 베네틱트 요리법을 설명하면서 홀란데이즈 소스 만드는 법을 세세하게 다루지 않을 수도 있다. 가령 아스파라거스 요리법에서 홀란데이즈 소스 만드는 법을 이미 소개했다면 말이다. 요리책 전체에서 단 한 번만 홀란데이즈 소스 요리법을 소개하면 된다. 그 리고 각각의 서로 다른 요리법에서 이를 언급하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 어 “123쪽 홀란데이즈 소스 참조”라는 식으로 말이다. 프로그래머도 마찬가지다. 웹에서 데이터를 내려받기 위한 소스코드 파일을 작성하려면 URL을 처리하기 위한 코드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코드를 필요한 모든 곳에 통째로 붙여 넣지는 않는다. 대신 '인클루드include 명령어를 활용해 URL 소스코드 파일을 언급하기만 하면 된다. 에그 베네딕트 요리법에서 홀란데이즈 소스 만드는 법은 특정 페이 지를 참조하라는 언급만 하고 넘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소프트웨어에 서 인클루드 지시어는 요리책에서 참조와 똑같은 역할을 한다. 프로그 래머는 이런 지시어 덕분에 전체적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각각의 구 체적인 작업에 오직 하나의 명령어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다. 상호참조 방식이 에러의 여지 를 남겨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그 베네딕트 요리를 하면서 홀란데이즈 소스 만드는 법을 참조한다고 해보자. 이때 홀란데이즈 소스 요리법이 실린 123쪽이 아니라, 실수로 132쪽을 펼친다면 원하는 내용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에러는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언제든 일어나기 마련이다. 사람들 은 실수하고, 컴퓨터는 그런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작성 할 때 다양한 실수가 벌어진다. 가령 프로그래밍언어 문법에서 실수를 저지르거나(요리책의 오탈자와 비슷하다), 잘못된 파일을 참조하는(요리책 에서 잘못된 페이지를 펼치는 것과 같다) 경우가 그렇다. 게다가 명령 내용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컴파일러는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 슬라이드를 설명할 때, 스티브는 프레젠테이션 주인공 역할에 완전히 몰두했다. 청중이 가득 들어차 있는 것처럼 목소리, 자세, 손짓 등 그 모든 것을 정확하게 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 울 때까지 리허설을 이어나갔다. 뭔가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역할에서 빠져나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맨 앞에 앉은 월드와이드 마케팅 수석 부사장 필 실러 Phil Schiller 같은 임원에게 표현 바꾸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은 이야기가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는지 물었다. 스티브는 임원들의 피드백을 잠시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 다시 역할로 돌아와 리 허설을 이어갔다. 발음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으면 다시 한 번 시도했 다. 때로는 세 번, 네 번 반복하기도 했다. 마치 영화 대본을 낭독하는 것처럼 매번 다른 느낌으로 그렇게 했다. 그는 단 한 문장도 놓치지 않았다. 그때는 이미 프레젠테이션 문장이 다듬어져 있었지만, 스티브는 모든 문장과 표현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 스티브는 프레젠테이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했다. 행사가 있기 전 토요일, 일요일에는 매일 두 번씩 했다. 행사는 2003년 1월 4일 화요일 로 예정돼 있었다. 행사 직전 주말 연습은 모두 드레스 리허설로 진행됐다. 실제로 스티브는 검정 터틀넥에 청바지 차림으로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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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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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배신

IT 2020. 10. 27. 08:28

- 잘 드러나지 않는 가상의 데이터 논리가 현실 세계 에 거꾸로 미치는 관계망을 피지털 phygital 이라고 부르자. 원래 피지털은 온·오프라인 소비 경험 차이를 줄이려는 소 위 블렌딩 마케팅 용어로 쓰이고 있었다. 이 용어를 비물질 의 '디지털digital' 세계와 물질의 '피지컬physical' 세계가 부 딪쳐 생성되는 새로운 교접 영역으로 일반화해보자. 즉, '피지털'은 물질계와 디지털계 사이에 관계 밀도가 높아진 것 에 착안한 용어라고 보면 좋겠다. 그 둘 사이에 끼인’ 무수 한 상호 관계 흐름에 의해 새롭게 구성된 혼종hybrid의 접경지를 일종의 '피지털게界'라고 부를 수 있다.
- 빅데이터 문화가 그저 표준화된 문화산업 질서에 더해 현대 인의 창의적 표현과 자유의 영역을 신장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데이터 기술 원리로 인해서 대중 표현과 제 작의 자유를 거스르는 퇴행의 경향도 커진다. 한쪽에서 대중 의 빅데이터 문화 생산이 늘면서 시민 창의력을 확대하기도 하지만, 한쪽에서는 기업 데이터로 곧바로 흡수되어 플랫폼 운영자의 부를 확대하는 닷컴 산업 질서를 만들어낸다.
첫째, 유튜브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등에서 이용자들 각자 자발적으로 데이터와 문화 콘텐츠를 생산해 업로드하 면서 우리가 '재미'와 '놀이'를 즐기는 듯 보이지만, 이 자발적 문화 '활동'과 결과물은 거의 모두 플랫폼 장치 안으로 흡수되면서 문화나 정보 '노동'으로 포획되고 귀속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즉, 우리 스스로 생산한 데이터 활동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이루어지거나 개별 소유로 남기보다는 주요 플랫폼 업자들의 데이터 분석을 위해 혹은 데이터의 사유화 속으로 흡수되는 과정을 거친다. 가령, 꿀벌과 양봉업자의 비유는 이에 꽤 잘 들어맞는 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은 꿀벌처럼 즐겁게 화수분을 행하면서 부단히 꿀을 모아 꿀통(개인 계정과 스토리라 인)에 담지만, 곧 그 수확물이 양봉업자(플랫폼 사업자)에 의해 포획capture되는 아이러니한 현실 말이다.
둘째, 플랫폼 알고리즘 분석과 취향 예측에 최적화된 문화 소비 주체가 되는 '알고리즘 주체algorithmic subject' 의 탄생은 개별 주체들이 세분화된 문화 선호를 꾀하지만, 정 반대로 심히 우려할 만한 계기도 갖고 있다. 가령, 맞춤형 콘 텐츠를 서비스하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은 이용자 취향을 세분화하고 최적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세분화 한 문화 취향을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우리 취향을 한곳에 가두면서 점점 납작하게 만들고 정해진 경로 안에서만 가둘 확률도 높인다.플랫폼 알고리즘 기계는 이용자 활동을 분석해 그들을 유형화하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예측해 추천하면서, 각자가 좋아하는 것의 경계 밖 이질적이고 낯설고 타자화된 문화들에 대한 관찰 자체를 각자의 시야에서 아예 처음부터 자동 배제할 공산이 커졌다. 다시 말해, 빅데이터 기술 문화는 이미 존재하는 문화적 선호와 편견을 더 단단히 만드는 반면, 새롭고 이질적인 것들에 대한 대중의 접촉면을 현저 히 낮춘다는 점에서 대단히 문화 보수적이다.
셋째, 일반 시민과 누리꾼의 빅데이터 활동과 생산은 문화 생산과 정보 유통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전통 의 문화산업 노동시장 지형에서 보자면 일반 시민이 비공식 적으로 문화 노동의 최전선에 배치되는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온라인 크리에이터, 큐레이터,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수많은 신종 노동자 그룹이 주류 미디어 문화산업에 흡수되거나 그 주변에서 광범위하게 문화산업의 외곽 '예비부대’ 처럼 기능하는 형국이다. 물론 이들 중 아주 극소수만이 경쟁 속에서 주류 시장에 진입하는 반면, 대부분은 플랫폼들에 매달린 채 매일매일 무급의 데이터 생산 문화 노동자들로 전락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대중의 데이터 활동에서 얻은 닷컴기업들의 수익에 대한 어떠한 적절한 보상책 혹은 사회적 증여가 부재한다.
넷째, 빅데이터 기술 문화는 가짜뉴스의 범람, 즉 진실과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혼돈의 시대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우리는 빅데이터에 의한 대중 여론 조작이 범람하고 '팩트 체크fact check'가 일상인 불투명한 현실을 앞으로 감내 하며 살아가야 한다. 데이터의 조작과 왜곡은 자연히 진실 값을 뒤흔든다. 가짜는 진실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진실에 위해危害를 가한다. 가짜가 범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 중은 그로부터 진실에 대한 판단을 대부분 유보하고, 데이 터 현실에서 진실을 찾거나 시간을 요하는 진실 찾기 행위 를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커질 것이다. 데이터 풍요가 사회 의 새로운 딜레마인 이유다.
- 한 기획사에는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등록되어 있고, 이들은 보통 내부 연습생 과 정을 거친 후 하루에 보통 10여 시간 방송을 진행하는 전문 크리에이터로 길러진다. 이 신생 크리에이터 양성소들은 기 존 연예기획사의 조직문화와 유사한 문화 노동의 위계 시스 템을 갖추면서 전문직 업종으로 분화하고 있다. 기획사의 배경 없이 인터넷 방송을 행하는 대다수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그 누구도 강제 하지 않는 무보수 노동을 벌이며, 더 많은 '구독' 신청을 받기 위해 수없는 노력을 감내해야 한다. 물질적 보상을 얻지 못하면 대개 관심, 관계, 주목, 인기, 명성 등 정서적 보상과 보답에 자위하는 데 머문다. 물론 간혹 선택된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 가치와 스타성은 광고와 연동된 클릭과 별풍선 등으로 보상받지만, 그와 같은 금전적 보상이나 명성을 얻어 '스타'의 반열에 오 르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유튜브 유명인의 지 위는 연예기획사에 매인 그 수많은 이름 모를 연습생이 겪는 경쟁과 비애에 견줄 만큼 자기 자신을 혹사해야만 뭇 아마추 어 크리에이터보다 먼저 자신의 기회를 부여잡을 수 있다. 신흥 문화산업 시장은 한 여성 웹툰 작가의 말대로 압정’ 모양과 같은 계층 구조와 닮아간다. 전통적으로 피라미드 계층 구조라고 해서 중산층으로 상징되는 중간이 폭넓게 존재하는 사회구조와 달리, 거꾸로 뒤집어진 압정 구조는 그 중간 허리가 사라진 채 꽤 성공한 아주 소수의 상층 고 소득 유튜버만이 승리감에 도취해 있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유튜버들은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막힌 채 하층 밑바닥에 서 저 멀리 성공의 압정 끝을 욕망하며 하염없이 데이터 활동과 노동을 수행한다. 아마추어 혁신의 대중문화 본산이라할 만한 유튜브 시장은 이렇듯 혹독한 플랫폼 계층 질서를 통해 자본주의 문화산업의 신흥 전장戰場으로 바뀌고 있다.
- 제이넵 투페키Zeynep Tufekci 같은 기술사회학자가 경고했던 바처럼, 유튜브의 알고리즘 편견은 본질적으로 이용자들을 오랜 시간 플랫폼에 붙들어두려는 과잉 욕망으로 유발된다. 투페키는 유튜브가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극단' 의 자극적인 맞춤형 콘텐츠나 '가짜뉴스'를 자주 노출한 다고 주장한다. 전 유튜브 추천 시스템 담당자였다가 해고 된 기욤 샤슬로Guillaume Chaslot가 영국 『가디언』 등 언론에 폭로한 내용에서도 투페키의 주장을 확증한 적이 있다. 유튜브에서 극우 성향 정치 콘텐츠들이 늘 성황이다. 인기 채널은 조회수 200만이 넘고, 보통 유명인은 수십만명의 구독자 수를 자랑한다. 그에 비해 진보 색채의 크리에 이터들의 활동이나 구독률은 저조하다. 실제 취향의 알고리 즘 편견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인기 영상' 코너의 추천에도 '가짜', '혐오’, '막말', 'B급 정서의 콘텐츠들이 자주 보인다. 그런데 극우의 유튜브 팽창 현상은 추천 알고리즘이 극단의 정서를 선호하는 후광 효과 탓일까? 당장 극우의 유튜브 성공을 알고리즘 탓으로 돌리기에는 관련 사회변수도 많고 입증도 어렵다. 안타까운 사실은 구글과 유튜브 등 플랫폼 자본이 운 용하는 알고리즘 추천 방식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이는 우리에게 '암흑상자(블랙박스)' 같다. 우리 모두 자발적으로 문화 노동을 하고 거기에 콘텐츠를 공급하려는 열정에 비해 이 알고리즘 기계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무감하다. 게다가 이 글로벌 플랫폼이 기술설계에 대한 본원적 문제 제기나 설명 청구조차 쉽지 않은 치외법권 영역에 있 는 점도 문제다. 유튜브 플랫폼이 한국 사회에서 취약한 데 이터 활동과 노동을 흡수하고 절연絶緣된 각자의 취향에 가두는 블랙홀이 되었다면, 하루속히 이 거대한 문화 권력에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제하는 일이 우선이다.
- 공유경제는 우리 이웃과 친구 와 함께하던 식사, 잠자리, 카풀, 자투리 일손 돕기, 여름 농 촌활동 등 상호부조의 거의 모든 호혜적 가치를 시장 논리 로 흡수하고 있다. 시장과 화폐의 교환 없이도 잘 유지될 수 있었던 일상 문화나 상생의 덕목들을 거의 남김없이 플랫폼 에 예속시키는 일종의 '식신食神 경제에 가까워져간다. 향 후 커뮤니티 공유의 미덕이 오로지 공유경제를 통해서만 이야기되는 우울한 미래를 경계해야 한다.
- 신기술 대세론에서 보면 인간 노동은 어차피 '제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 자동화'라는 당위적 기술 명제 앞에 놓인 처치 곤란한 자원이다. 이런 논리 아래에서는 전통 적 직업의 소멸이나 대량 해고나 기술 실업은 감내해야 할 사회적 진통이자 순리다. 신기술 대세론에는 성장과 발전을 위해 산노동의 일부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고, 이를 잘 넘겨 야 새로운 첨단 경제 단계로 도약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생 존할 수 있다는 경쟁 위기의 수사학이 작동한다. 현재 플랫폼 경제 방향이 대세라는 주장은 과거에도 큼지막한 기술혁신을 통해 전통 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 저항에 우리 사회가 의연하게 대처했다는 그릇된 유사 경험들 에 기반한다. 기본적으로 이는 신기술을 중립적이고 사회에 좋은 상수값으로 두고, 성장과 발전주의적 미래를 계속해 욕망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신기술 대세론에서는 과연 우리에게 적정하고 사회적 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술의 적용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에 대한 근본 물음을 빠뜨리고 있다. 회복력’과 ‘탈성장' 등 인류 공동선을 향한 과학기술의 재조정이 화두가 되는 오늘 날에, 약탈적인 플랫폼의 논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대안의 경로를 아예 찾지 않는 숙명론의 자세는 노예와 같은 무력감처럼 비춰진다.
- 실리콘밸리식 탈노동의 낙관적 미래 전망은 경제학 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1883~1946)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 1930년경 케인스는 인류의 기술혁신으 로 인해 그로부터 꼭 100년 후인 2030년이 되면 큰 체제 전 환 없이도 주당 15시간만 일하면서 전 세계 노동자들이 나 름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예언했다. 케인스에 이어 미래사회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도 1990년대 중반 그만의 용어로 비슷한 '노동의 종말'을 예측했다. 또한 리프킨은 기술의 고도화와 자동화로 야기될 수밖에 없는 기술 실업’의 도래를 언급했다. 그는 사회적 급여'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오늘의 기본소득 논의와 유사하게 미래 탈노동 시대를 준비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케인스나 리프킨의 지적대로라면 누구보다 앞서 꿈꾸 던 자동화의 신세계가 곧 도래할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주변 을 둘러보자. '화려한 공산주의'라는 말은 합리적 이성을 가 진 이라면 어느 누구도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상향적 단어 처럼 들린다. 동시대 자본주의는 경기회복과 상관없이 저고용과 불완전고용 상태를 일부러 유지하면서,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임시직 노동자들에게 첨단 자동화 기계의 뒷일 처리나 보조역을 맡기는 불안한 노동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예컨대 실리콘밸리의 자동화 옹호론자들과 달리 미국 시카고대학 에런 베나나프Aatron Benanav는 자동화가 직접적 으로 탈노동을 가져오기보다는, 만성적인 세계 경기침체와 고용지수 악화가 오늘날 탈노동 효과의 근원이라고 주장한 다. 고용 소멸과 불안의 직접적 원인이 자동화 기술이 아 니라 오히려 전 세계 국가들의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있다는 베나나프의 시각은 꽤 현실적이다. 기술혁신이 가져오는 노 동의 종말론과 다르게 그보다는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회로 집약되는 자본주의 경기침체의 물적 조건이 장기 실업 문제 의 근본 원인이라는 해석이다.
- 미국 언론정보학자 메리 그레이Mary L. Gray의 말처럼, 안정적 고용이 해체되면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동화 장치가 아직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는 일의 틈새에서 기계 보조나 비서 역할자인 '고스트 워크(유령 노동)'를 주로 하는 노동인구로 대거 재편될 운명에 처해 있다.23 결국 자동화 논의는 숙명적으로 다가올 '노동 종말의 상상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질적으로 나빠지고 위태로운 기술 예속형 '유령 노동'의 부상을 어떻게 현실주의적으로 대면할지 를 따져 묻는 실천적 입장이 되어야 한다.
- 이탈리아 커먼즈 이론가인 마시모 데 안젤리스Massimo de Angelis는 우리의 온라인 활동과 탄소 배출의 밀접한 유기 적 성격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가령 누군가 컴퓨터 앞에 앉아 구글 검색을 한다고 치면 5~10그램이 인터넷 브라우징을 하면 초당 20밀리그램의 탄소 배출을 초래한다. 단 몇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인터넷 검색에 소모되는 전력량은 보통 주전자 물을 끓이는 데 투여되는 에 너지와 맞먹는다. 한때 서구인들의 관심을 크게 받았던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같은 가상현실 게임은 누군가 하나 의 아바타를 유지하려면 매년 1,752 킬로와트시kWh 전력량을 소모한다. 이는 약 1.7톤의 탄소 배출량에 해당하고, SUV자동차에 견줘볼 때 서울과 부산을 거의 5번 왕복 주행한 양과 같다.
- 미국 IT 연구·자문 업체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휴 대전화와 컴퓨터 등 첨단산업이 만들어내는 지구온난화 효과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방출의 적어도 2퍼센트에 이른다. 이것도 10여 년 전 통계치임을 감안해야 한다. 가장 최근인공지능 나우연구소AI Now Institute 자료에 따르면, 이들 닷컴기업의 지구 온실가스 효과가 2020년 거의 2배인 4퍼 센트 수준에 이르고, 다른 개선이 없다면 2040년에는 14퍼 센트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쉽게 비유하면, 현재 닷컴기업들의 화석 원료 소모 수준은 매년 전 세계 항공기들이 운행 중 방사하는 대기가스 배출량에 맞먹는다. 무엇보다 닷컴업계가 유지하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와 첨단 통신 인프라 장비의 냉각장치 가동을 위한 에너지 소모는 이보다 광범위하고 심각하다. 닷컴기업 탄소 배출량의 70퍼센트 정도가 이들 거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것의 지구 온실가스 효과 영향력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미생물 전염 바이러스의 전 파 주기나 양상이 더 잦아지고 영향이 갈수록 파국적이라 는 데 있다. 현재진행형의 코로나19를 비롯해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만을 보더라도 불과 십 수 년 사이 우리는 바이러스 감염병의 쓰나미를 제대로 맛보고 있다. 전 지구적 감염병 위기는 자본주의의 무차별한 자연 개발, 생명과 환경 파괴, 공장식 가축 농장의 비윤리적사육 방식, 야생동물 식용 거래 등에 기인한 바 크다. 직접적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를 인간의 생태 교란과 동물 서식지 파괴로 인간과 동물 사이 접촉면이 늘어 생긴 '인수공통감염병'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즉, 자연 파괴로 인해 야생동물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바이러스 스스로 인간과의 밀집 환경 속에 적응해 자가 변이를 일으키고 인간을 새롭게 숙주로 삼고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 미국 전 노동부 장관인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가 코로나19로 새롭게 분화된 노동계급 질서를 언급한 것처럼, 비대면의 '원격근무 가능한 노동자The Remotes'라는 선택받은 엘리트 지위에 있지 않다면 우리 대부분은 비대면 소비 시장을 위해 감염에 노출된 '필수 현장 노동자The Essentials가 되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아니면 '해고나 휴직 중의 노동자The Unpaid 이거나 감염병 대처가 거의 불가능한 이주노동자와 난민 등 '잊힌 자The Forgotten’ 가운데 하나의 신분을 선택해야 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파산한 수많은 자영업자와 해고된 노동자는 이 하위 세 계급으로 대거 편입 되고 있다. 당장 단기 노동 수요가 큰 유령 노동자 대열에 대 부분 합류할 공산이 크다. 아마존의 임시직 고용 상황은 이를 말해준다. 많은 기업은 노동 가치를 헐값으로 매길 수 있 어 자동화 대체 기회비용을 신중히 따질 것이다. 자동화 대 체 효과보다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감염 재난 시기 노동시장으로 인해 언제든 가능하면 산노동을 동원할 것이고, 비대면 접객이 필수가 된 소비시장에서는 선별적으로 자동화 기계의 대체 효과를 보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자 동화의 속도는 노동 대체 효과와 비대면 감염사회의 조건에 따라 차별적 · 선택적으로 스며들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 많은 사람이 우려했던 산노동과 자동화 로봇 사이 대립이나 대체 전망과 달리 이제는 좀더 유 령 노동과 자동화 로봇의 보완적 결합을 꾀하며 노동비용을 줄이고 노동 강도를 극대화하려는 기업 현실을 주목할 필요 가 있다. 기업들은 값싼 노동 인력을 활용하면서도 대면 접 촉을 우회하는 자동화 로봇의 소비시장 도입을 도모하는, 이른바 산노동과 자동화 기계의 절충주의적 노동시장을 구성할 확률이 높아졌다.
- 탈진실, 초현실, 필터 버블의 3중 효과는 모든 역사적 · 진보적·사회적인 가치의 자명한 질서를 불완전하고 비결정적인 지위로 만들어버린다. 우리가 알고 지내던 명징한 듯 보이 는 실재가 저 멀리 달아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상징 권력은 특정의 가치와 담론을 앞에 내세워 자명한 질서 로 억지 강요하기보다는 혼돈 속 여럿 가짜를 기술적 알고리즘으로 자동 생성하거나 댓글 알바부대를 고용해 만든 가짜더미 속에 진실의 가치를 뒤섞는 데 골몰한다. 이와 같은 거짓과 허구는 진실처럼 군림하지만, 실제 어떠한 소통도 행하지 못하면서 계속해 우리가 시도하려는 현실의 비판적 인식을 방해한다. 탈진실의 가짜뉴스 시대에는 어찌 보면 가짜 정보와 노이즈를 대거 발산하는 쪽에 승산이 있다. 이를테면, 누군가에 대한 흑색선전이 법리적으로 '근거 없다'는 법적 판단에도 비상식적으로 비방과 악플이 계속해 진행되는 것은 이와 같은 연유에서다. 결국 데이터 과잉과 가짜 정보의 질서 는 특정의 사안에 대한 진실이 저 멀리 사라지고 수많은 다 른 가짜 해석을 대중들에게 노출시키면서, 어떤 사안에 대 해 우리 스스로 사색하고 인지하는 것을 불안정하고 어렵게 만드는 데 그 목적을 지닌다.
- 커먼즈라는 말의 어원은 '함께com- 의무를 진다.munis' 는 뜻이 합쳐 이룬 말로, 풀어보면 공동의 의무를 지닌 구성원들이 유지하는 유무형 공동 자원의 자율생산 조직체라 볼 수 있다. 즉, 커먼즈는 그 어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단 순히 원시의 물리적 장소 혹은 텅 빈 데이터 공간이라기보 다는 이미 그곳에 특정의 사회관계가 존재하고 그것의 이용 을 조직하는 구성원 공동체의 '권리' 개념이 굳게 터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커먼즈 운영에는 한 사람 이상이 참 여해 협력과 유대를 맺고 공동 자산이나 유무형 자원을 함 께 일구기 위해 내규內規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끌어내려고 한다. 무엇보다 오늘날 커먼즈 운동은 기업私有과 정부公有에 의존하던 자원 관리나 경영 방식을 벗어나 시민 자치의 협동적 자원 관리共有 방식을 선호한다. 물론 여기서 '공유(커 머닝)'는 오늘날 공유경제의 '공유(셰어링)’, 즉 플랫폼 자원의 기능적 중개와 효율 논리와 다르다. 이는 특정 자원을 매개한 구성원들 사이 공동 이익을 도모하는 새로운 호혜적 관계의 생성에 방점이 있다. 다시 말해 ‘커머닝commoning'은 자본주의적 자원 수탈과 승자독식 논리를 지양하고, 시민들 이 유무형 자원들을 그들의 직접적 통제 아래 두고 이를 공 동 관리하며 다른 삶의 가치를 확산하는 과정에 해당한다.따져보면, 커먼즈는 이미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 가령, 숲, 토지, 수로, 어장 등의 자원을 관리하는 전통 마을이나 부족 공동체 문화가 그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자본주의 시 장 바깥에서 주류 사회의 흐름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 하면서 외딴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는 약점을 지녔다. 그렇 지만 전통 커먼즈는 고유의 환경 자원에 기초해 지구 생태 규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반면 오늘날 커먼즈 운동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지만 전 지구적으로 더불어 같이하는 공생과 호혜성의 가치를 외부로 확장하는 능력과 상호 결속력 이 뛰어나다. 많은 부분 인터넷과 플랫폼 혁신 덕분이다.문제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플랫폼 도입을 심각한 성 찰 없이 이를 '혁신'이니 '공유'니 하며 포장해오면서 실상 조직 설계 원리로서 ‘커먼즈'의 실질적 내용을 망각해온 데 있다. 그래서일까, 플랫폼 기술은 현실에서 온전히 사회 포용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인간 노동을 속박하는 불완전 한 기계장치로 쓰이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기능주의적으로 설계된 자본주의 플랫 폼에는 커먼즈적 상생과 호혜의 가치가 들어설 여지가 없었 다. 플랫폼 기술설계에 자본 욕망이 우위에 서고 도구적 합 리성이 압도하면서, 다른 대안의 설계 가능성이 일시적으로 닫히고 막히게 되었다. 하지만 플랫폼은 언제든 우리의 필 요에 의해 또 다른 경로 설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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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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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겟티드

IT 2020. 10. 18. 20:07

- 우리는 개인 정보 자체를 돈을 주고 구매하는 방식으로 모든 미국인에 대한 개인 정보를 수집했다. 우리는 익스피리언Experian, 액시엄Axiom, 인포그 룹Infogroup 등 가능한 모든 업체로부터 미국인들의 재정 상태, 어디에서 물건을 사는지, 얼마를 주고 사는지, 휴가를 어디로 떠나는지, 어떤 것을 읽었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사들였다. 우리는 이런 데이터를 그들의 정치적 정보(공개적으로 파악되는 투표 습관)와 비교한 뒤 다시 이 데이터를 그들의 페이스북 데이터(무엇에 '좋아요'를 눌렀는지)와 맞춰보았다. 페이스북 한 곳에서만 우리 는 사용자들에 대한 570여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얻어냈다. 그리 고 이런 정보를 종합해 우리는 약 2억 4000만 명에 달하는 18세 이상의 모든 미국인에 관한 5000개가량의 데이터 포인트를 보유하게 되었다. 테일러는 이 데이터베이스의 특장점은 페이스북을 활용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 했던 바로 그 플랫폼 사용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우리는 페이스북을 다시 이용했다.
- 미국이나 다른 모든 국가의 법률 체계에서 자기 결정권이 있는 성인을 대리하여 동의를 표명하는 것은 불법이다. 페이스북은 그래프 API를 활용해 많은 돈을 벌었다. 그리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포함해 40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은 그래프 API의 허점을 이용해 순진한 페이스북 사용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항상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고 특정 시점에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최 신 상태로 유지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날마다 미국인들에 대한 데이터를 점점 더 많이 구매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세트를 보완했다. 미국인들이 '네'를 클릭하고 쿠키를 수용하거나 어떤 웹사이트에서 서비스 이용약관에 대한 동의를 누르면서 페이스북뿐 아니라 서드파티 앱들에도 개인정보를 무료로 제공한 덕분이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익스피리언 같은 기업들로부터 최신 데이터를 사들였다. 익스피리언은 사람들의 모든 활동 및 구매 이력을 통해 미국인들의 디지털 생활을 추적했다. 표면적으로는 신용 점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정보를 팔아 수익을 얻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개인 정보를 수집했다. 액시엄, 마젤란, L2 Labels and Lists 등 다른 데이터 중개업자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판매했다.
-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5단계 접근법
케임브리지의 5단계 접근법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이 오션 점수다. 첫째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정보를 지닌 모든 사람들을 다른 어떤 홍보 회사보다 훨씬 정교하게 세분화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홍보 회사들도 성·인종 등 기본적인 인구학적 특성 외의 것으로 사람들을 세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회사들은 정당에 대한 친밀감이나 이슈에 대한 선호도 등 더 높은 수준의 특성을 알아볼 때 조악한 여론조사를 이용했다. 반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오 션 점수는 훨씬 더 미묘한 차이를 구별했기 때문에 각각의 사람들 이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모두 32개의 유형으로 사람들을 구분 했다. 어떤 이의 개방성 점수는 그 사람이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지 아니면 전통을 중시하고 의지하는지를 알려준다. 성실성 점수는 개인이 즉흥적인 것과 계획적인 것 중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에 대한 지표이다. 외향성 점수는 어느 수준까지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고 공동체의 일부가 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타인에 대한 동의 성향은 개인이 자신의 필요보다 남의 요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지표를 제공한다. 그리고 신경과민 성향은 결정을 내릴 때 그 사람이 두려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어느 정 도인지를 나타낸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사람들을 분류한 다양한 하위 범주에 따라 그들이 이미 관심을 보인 문제들(예를 들면 페이스북의 '좋아요' 처럼)을 추가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개별 집단을 훨씬 더 세 밀하게 분류했다. 예를 들면 메이시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34세의 백인 여성 두 명이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나도 단순한 접근법이다. 이런 단순한 접근법 대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데이터 과학자들은 사이코그래픽스 분석에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 데이터, 투표 기록,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록, 신용 점 수 등 다른 모든 데이터를 추가하여 각각의 여성을 완전히 다른 성 향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이 반드시 똑같은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니, 이들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보내서는 안된다. 이런 개념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정치 홍보 분야에 등 장했을 당시 광고업계에서는 이미 널리 퍼져 있었지만, 대부분의 정치 자문가들은 이런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또는 심지어 이런 일이 가능한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방식 은 정치 홍보계의 새로운 발견이자 승리의 수단이었다.
두 번째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정치 분야 및 기업 고객들 에게 '예측 알고리즘의 정확성'이라는 차별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테일러 박사와 질레트 박사 그리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다른 데이터 과학자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알고리즘을 운영하면서 단 순한 사이코그래픽스 점수를 넘어 더 많은 것들을 개발했다. 이들 은 모든 미국인에게 점수를 매겼다. 예를 들면 개개인이 투표할 확 률은 얼마인지, 특정 정당에 속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치 약을 좋아할 것 같은지에 관한 예측 점수를 0점에서 100점 사이로 매길 수 있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당신이 빨간 버튼 또는 파란 버튼을 클릭할 때(빨강은 공화당, 파랑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이다.) 어느 편이 기부할 가능성이 높은지, 환경 정책과 총기 소유권 가운데 어느 것을 더 듣고 싶어 할 가능성이 높은지도 알았다. 예측 점수를 통해 사람들을 다양한 집단으로 분류한 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많은 시간을 들여 '오디언스audiences'라고 불리는 사용자 집단을 반복적으로 검증하면서 정확도가 95퍼센트에 이 를 때까지 정교하게 다듬었다.
셋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이런 알고리즘을 통해 배운 것을 트위터, 페이스북, 판도라(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 등의 플랫폼 에 적용해 사람들이 어디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를 알아냈 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가장 좋은 곳은 어디였을까? 우 편함으로 전달되는 종이 우편물처럼 실체가 있는 어떤 것이거나 텔 레비전 광고 또는 개인의 구글 검색 엔진 상단에 나타나는 광고가 될 수도 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구글로부터 검색어 목록을 구매해, 사용자들이 그 목록에 있는 검색어를 입력할 때 그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핵심 검색어를 입력할 때마다 사용자들은 자신 에게 맞추어 특별 제작된 광고나 기사에 노출됐다.
네 번째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다른 경쟁 업체나 전 세계 의 어느 정치 자문 회사보다 뛰어나게 만드는 단계이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자체적으로 특별히 개발한 고객 응대 프로그램 을 통해 타겟 대상에 접근하고 그 효과를 검증했다. 방문 선거 운동 원과 은행의 전화 상담원을 위해 개발된 여론조사 프로그램인 '리폰Ripon’은 프로그램 사용자들이 유권자의 집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 때 유권자의 데이터에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 시각화 툴도 유권자들이 현관문을 열거나 전화기를 들기 전에 선거 운동원들이 어떤 전략을 활용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는 '행동 기반 마이크로타겟팅' 전략이다. 선거 운동 때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직원들이 만든 동영상, 오디오, 인쇄 광고에 이르는 모든 콘텐츠는 마이크로타겟팅을 통해 확인된 타겟에게 전달됐다. 우리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수정 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콘텐츠에 의미 있는 관심을 갖도록 만들 수 있는지 파악했다. 한 사람이 광고를 클 릭하고 행동하기까지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고가 30차례 전송되었으며, 그동안 광고가 20~30번 정도 바뀌었다. 이 말은, 같은 광고를 30번 노출한다 하더라도 매번 다른 형태의 광고로 변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지식 덕분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제 작 팀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동일한 사람에게 그다음 번에 무 엇인가를 전송할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았다.
- 미국에서 인터넷 사용자들은 제한 없이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는 법 때문에 자동으로 데이터 수집에 동의 하도록 돼 있다. 미국은 프랑스나 영국처럼 개인 정보 보호 장치를 거의 갖추지 않았다. 이것의 의미는 명백했다. 미국인들에게는 유 럽 사람들 같은 심리적 부담이 없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독일과 다른 서유럽 사람들처럼 개인 정보의 사용에 극히 민감하 게 반응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법은 사람들의 동의를 받 고 데이터를 사용하도록 허용했지만 잘못된 데이터 사용의 선례들 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나치는 유대인과 집시, 장애인과 동성 애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잔인할 정도로 효율적인 홀로코스트 정책을 실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와 디지털 시대의 영향 으로, 유럽 의원들은 과거의 참사와 유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 도록 데이터 법을 매우 엄격하게 만들었다.
- 예전에는 페이스북에 유료 광고가 없었다. 그 당시 아무도 페이스북 으로 수익을 얻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으므로, 페이스북이 지속발전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는가에 관해 공개적으로 여 러 논쟁이 벌어졌다. '좋아요' 버튼으로 사용자들은 각자의 팔로워 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는데, 페이스북이 얻은 것 은 그 이상이었다. 페이스북은 개별 사용자의 '좋아요'에서 수십만 건의 새로운 데이터 포인트를 얻었다. 이것은 페이스북이 수집할 수 있고 실제로 돈으로 만들 수 있는 정보였다. 2007년 페이스북은 악의 없어 보이는 따뜻한 공간이었고 위안을 주는 내용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 관계를 맺 었다.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화났음', '슬픔', '충격받았음’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을 도입하기 전이어서 게시물에 대해 '싫어요.dislike' 표시를 할 방법은 없었다. 구글이 “정보에 관한 것이었다면 (...) 페이스북은 사람들과 연결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제 선거 운동 기간 이 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오바마는 혐오 발언까지 받았고, 그 내용 이 아무리 충격적이더라도 우리는 사례별로 그때마다 대응할 수밖 에 없었다. 아직 부적절한 행동이나 언어를 감지하거나 댓글 쓰는 사람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알고리즘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상원의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벌어진 몇 가지 일이 아직도 기억난다. 오바마 상원의원은 네거티브 전략을 거부하고 자신에 관한 독설과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다른 쪽 뺨을 내주는 자애로움을 지녔다는 사실을 나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리는 교대로 오바마 상원의원에 대한 협박과 위협을 수집해 FBI에 신고했다.
-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을 활용하기 시작한 2014년 중반 페이스북은 훨씬 더 혁신적인 툴들을 활용했다. 페이스북 광고 툴의 정확성은 2012년보다 크게 향상됐다. 광고를 위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2015년 4월 이전에는 서드파티 앱 개발자들에게 비용을 지불한 뒤 페이스북 데이터를 얻어 접속 중인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광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릴 수 있었 다. 아니면 기업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훨씬 혁신적인 무엇인가 를 할 수 있었다.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세트에서 광고 대상으로 삼 고 싶은 사람들을 선택한 다음, 페이스북에 돈을 지불하고 유사한 사람들을 검색해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면 페이스북은 1만 명(또는 10만 명 또는 심지어 100만 명)의 유사한 사람들을 찾아주고, 기업은 페이스북 플랫폼을 통해 그들에게 직접 광고를 전송한다. 그래프 API의 폐쇄는 다음과 같은 의미였다. 이제 페이스북을 제 외한 어느 누구도 페이스북의 데이터로 수익 사업을 할 수 없다, 그래프 API에 접근할 수 없으니 이제 개발자들은 사용자들에게 접근 하기 위해 페이스북의 광고 툴을 사용해야 한다, 페이스북의 어떤 데이터도 더 이상 외부의 데이터 모델 개발에 사용될 수 없다.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2015년 말 가디언의 기사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테드 크루즈의 선거 운동을 뒤흔들었을 때 페이스북은 여전히 건재했고 모든 사용자의 데이터를 완전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개인 정보 보호 문제의 최대 쟁점이던 그래프 API가 4월 말 폐쇄됐으니, 이제 데이터 보안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어느 누구도 알렉산드르 코건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비난한 것 처럼 페이스북을 비난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고의 광고플랫폼이 되었다. 페이스북이 안전하지 않다거나 사용자들의 사생활이 침해받더라도 비난의 손길은 다른 방향을 가리킬 것이다.
- 모두가 선거 업무에 착수하면 트럼프 선거 캠프는 소셜미디어에 엄청난 돈을 쓸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당선 이후 집계를 보면 트럼 프 캠프가 소셜미디어에 쓴 총금액은 역대적으로도 상당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통해서만 디지털 광고에 1억 달러를 지출했고, 그중 대부분이 페이스북 광고에 쓰였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제공하는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종종 선거 운동에 도움이 될 새로운 툴과 서비스를 우리에게 소개했고, 새로운 기술뿐 아니라 운영 인력도 제공 했다.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의 회사에서 직원이 파견되었다. (페 이스북은 트럼프 선거 운동과 관련된 이런 업무를 “부가적인 고객 서비스”라 고 불렀다. 구글은 트럼프 선거 운동에 “자문 역할”을 제공했다고 말했고 트 위터는 “무료 노동”이라고 불렀다.) 트럼프 선거 팀은 이런 도움을 두 손 들어 환영했지만 클린턴 캠프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페이스북으 로부터 이런 종류의 도움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캠프는 페이스북으로부터 고도로 숙련된 인력을 오랫동안 지원받으면서 쉽게 계량화할 수 없는 엄청난 혜택을 누렸다. 페이스북에서 지원 나온 사람들은 선거 운동 관련자들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직원들에게 '유사 타겟look-alikes'을 수집하고 맞춤 타겟custom audience'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특정한 사람들 만이 볼 수 있는 콘텐츠인 이른바 '암흑 광고dark ads'를 제작하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이런 현장 지원을 통해 트럼프 선거 캠프는 새로운 툴과 기능들을 출시와 동시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다. 트위터는 '대화형 광고Conversational Ads'라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 었다. 이 광고는 광고주가 제안한 여러 개의 해시태그 리스트를 보 여주는데, 해시태그를 클릭하면 해시태그는 물론 광고도 자동으로 리트윗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선거 캠프의 트윗이 리트윗되는 수가 힐러리를 확실하게 압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스냅챗Snapchat도 '웹뷰 광고WebView Ads'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강화했다. 이는 사용 자들에게 선거 운동의 지지자로 등록해달라고 요청함으로써 데이 터를 수집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었다. 트럼프 캠프는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타겟 유권자를 늘려갔다. 스냅챗은 거의 종일을 온라인에서 보내는 젊은이들을 겨냥한 '직접 반응Direct Response 이라는 새로운 저가 상품을 소개했다. 사진을 위쪽으로 밀 어 올리면 사용자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는 화면으로 연결되며, 이용약관상 발생하는 데이터를 모두 제공하도록 돼 있었다. 스냅챗의 웹뷰 광고와 필터도(예컨대 힐러리와 함께 감방에 갇힌 셀카 사진 필터) 큰 도움이 되었다. 구글의 공화당 팀은 사용자들이 구글을 검색했을 때 처음 노출되 는 결과를 통제하기 위해 많은 광고비를 지출했다. 사용자들의 첫 인상'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구글 키워드구매 전략은 효과가 놀라웠다. 사용자가 '트럼프' 이라크 전쟁'을 검색하면 첫 번째 검색 결과에 “거짓말쟁이 힐러리 이라크 전쟁에 찬성 투표, 잘못된 판단”이라는 배너가 있는 슈퍼 팩 링크와 함께 “힐러리 이라크 전쟁에 찬성 투표, 도널드 트럼프는 반대”가 나타났다. 사용자가 '힐러리'와 '거래'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사기꾼 힐러리lying-crookedhillary.com 웹사이트가 최상단에 노출됐다. 우리가 유도한 검색 결과를 클릭해 열어보는 비율도 놀 라울 정도로 높았다. 구글은 매일 트럼프 선거 캠프에 키워드 목록을 판매했고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에 언제 새로운 독점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구글은 트럼프 선거 캠프에 검색어 활 용 시스템을 팔아 새로 유입된 지지자들이 무더기로 투표에 나서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 콘텐츠의 정교함과 방법까지 똑같지는 않았지만 AIQ의 디지털선거 운동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았다. 나중에 AIQ의 제안서가 유출됐는데,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 근무했던 크리스 와일리 Chris Wylie가 우리 제안서를 거의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AIQ의 전략은 포커스 그룹, 사이코그래픽스 모델링, 예측 알고리즘을 활용했고 온라인 퀴즈와 다양한 경연을 통해 개인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모든 것은 사용자들 의 참여 동의를 받았으므로 완벽하게 합법적이었다. 브렉시트 투표 를 위해 보트리브는 사용자 데이터를 영국 유권자들의 기록과 대 조한 다음 인터넷을 통해 유포하고, 국민을 선동하기 위해 타겟 메 시지를 활용했다. 10주에 걸친 치열한 선거 운동은 온라인에서 벌 어지는 역겨운 현상을 현실 세계에도 그대로 보여주었다. 보트리 브는 유럽연합에 가입하려 협상 중인 터키 등의 국가들에 대한 거짓 정보와 가짜 뉴스를 전달했다. 이들의 광고는 유럽연합 잔류에 찬성표를 던지면 영국의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고갈시키리라는 암 시를 전달함으로써 부동층 유권자들을 자극했다. 정부의 복지 정책 자금 조달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국경으로 몰려드는 불법 이민자들과 테러리스트들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등 두려움을 조장했다.
- 트럼프 캠프 팀은 서베이몽크Survey Monk 같은 전화 및 인터넷 여 론조사 기관을 활용했다. 힐러리는 아홉 개 주에서만 여론조사를 실시했지만 우리 팀은 열여섯 개의 경합 주에서 실시했다. 그런 다 음 사람들을 트럼프 지지자와 힐러리 지지자로 양분하고 이들을 여 러 집단으로 세분했다. 첫 번째 트럼프 지지 집단은 자원봉사자'와 기부자' 그리고 집회 참가자가 될 수 있는 '핵심 트럼프 유권자' 였 다. 투표할 의지가 있지만 투표하는 것을 잊을 수도 있는 사람들은 투표 독려 집단'으로 불렸다. 트럼프 캠프 팀은 투표 독려 집단이 관심 있어 하는 쟁점에 초점을 맞춰 이들이 확실하게 투표하도록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고도 자금이 남으면 '비관여 트럼프 지지자' 에게 돈을 썼다. 힐러리 지지자들 가운데는 핵심 유권자로 분류된 사람들이 있었고 투표를 하지 말라고 설득할 경우 투표소에 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투표 저지' 집단이 있었다. 트럼프 선거 캠프가 투표 방해 전략을 펼치는 동안 “사기꾼 힐러리를 타도하자"라는 목표를 내세운 슈퍼 팩은 투표 저지 집단에 초점을 맞추었다. 나는 과거에 정부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 운동이나 생각의 자유, 유권자를 억압하는 것을 목격했다. 미 국에서 유권자 억압 전략은 불법이었다. 나는 트럼프 선거 캠프가 비방전과 유권자 억압을 어떻게 구분해 구사했는지 궁금했다. 일반 적으로 둘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추적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이제 시위를 멈추기 위해 거리에 경찰과 군대를 보낼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사람들 손에 있는 작은 화면에 타겟 메시지를 보내는 간단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그래서 프로젝트 알라모가 트럼프 선거 전략의 핵심이었고, 이를 진행시키기 위해 캠프 팀이 밤낮으로 일했다. 그 들은 최대한 오류 없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데이터 중개상들로부터 더 많은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사들였다. 트럼프 캠프 팀은 이 모든 데이터를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얼버무렸지만, 나는 모든 데이터를 정당하게 얻은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마침내 모든 데이터를 한 곳으로 가져온 뒤 데이터 모델링 과정이 시작됐다. 먼저 '기부 성향'과 같은 예측 가능한 행동을 기반으로 지지자들의 성격을 분석해 모델링했다. 이를 통해 첫 번째 프로 그램에서 트럼프 캠프의 디지털 선거 전략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첫 달에만 온라인으로 2400만 달러를 모금했고, 대통령 선거일까지 계속해서 매달 비슷한 금액을 거둬들였다. 두 번째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캠프 팀은 경합 주의 설득 가능한 유권자들을 세밀하게 분류하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 모델을 활용했다. 샌안토니오에 있는 팀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그 밖에 있는 핵심 기술 기업, 데이터 중개상들과 공생 관계'를 구축했다. 샌안토니오 팀은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 모든 주, 카운티, 시, 동네, 개인들을 각각의 중요한 이슈들로 세분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트럼프의 출장 일정, 집회 목표, 유세 현장에서 전달할 메시지 등 계획을 수립하는 일을 도왔다. 그들은 또 특정 성향의 대중이 모인 상태를 지도 에 색상의 농도로 표시해 보여주는 '히트 맵heat map'을 만들어 트럼프타워 선거운동본부에 있는 로라 힐거Laura Hilger에게 매일 전송했다. 그녀는 이 정보를 분석해 트럼프의 선거 유세 우선순위를 정했다. 히트맵에는 트럼프가 방문해야 하는 지역에 설득 가능한 유권 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누구를 목표로 연설해야 하는지, 집회와 언론에서 다루는 핵심 이슈들이 무엇인지가 포함돼 있었다. 집회가 끝난 뒤 샌안토니오 팀은 사람들이 연설이나 연설의 일부분 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려주는 '설득 효과 측정persuasion measurements'과 '광고 효과 조사brand lift studies'를 실시했다. 그리고 이런 분석 정보를 광고 제작자들에게 보내 성공적인 연설의 일부분을 광고로 만들었다.데이터베이스에서 끌어낸 진정한 가치가 바로 이런 광고와 메시 지에 있었고, 이를 통해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미세한 타겟 광고가 가능해졌다. 즉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데이터 과학자들은 유권 자를 비슷한 사람들끼리 세밀하게 분류했고, 그 개별 집단에 맞춰 수많은 다양한 광고를 만들었다. 기본 콘셉트가 동일한 수백 또는 수천 개 버전의 광고들이 개개인에게 전송되어 그들의 생각을 바꾸 어놓았다. 트럼프 선거 예산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 선거 전략에 투 입됐는데, 모든 메시지가 타겟 대상에 맞는 '암흑 광고'로 정교하게 제작됐으므로 사람들 대부분은 이웃들이 어떤 메시지를 보고 있는 지 몰랐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팀은 각 광고마다 1만 번 이상 창의적으로 반복되는 5000개 이상의 개인 맞춤형 광고를 운영했다. 발표를 듣던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오랫 동안 여러분 소식을 못 들었던 거군요.”라고 매트에게 농담했다. 내 부 직원도 알기 어려울 만큼 광고 캠페인이 은밀하고 끈질기게 타 겟들을 공략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광고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 었다. 디지털 광고 전략은 트럼프에 대한 호감도를 평균 3퍼센트 정 도 상승시켰다. 트럼프가 일부 주에서 매우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호감도 상승은 전체 선거에 매우 큰 도움이었다. 투표 독려 운동에서 트럼프 캠프 팀은 부재자 투표 참 여를 2퍼센트 끌어올렸다. 부재자 투표를 신청하는 많은 유권자들 은 보통 부재자 투표 용지를 작성하지도 우편으로 보내주지도 않기 때문에, 이것도 상당히 큰 성공이었다.기업으로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강점은 훌륭한 데이터베이 스만이 아니었다. 데이터 과학자들과 새로운 데이터 모델을 개발하 는 역량도 강점이었다. 몰리는 사이펀Siphon 이라는 대시보드를 만들어 이를 데이터 과학자들과 함께 두 가지 목적으로 활용했다. 첫째 는 유권자 분석 도표를 처리하는 목적이었다. 둘째는 구글에서부터 아마존, 트위터, 유튜브, 〈뉴욕 타임스〉, 〈폭스 뉴스> 등에 이르는 매 체의 광고를 언제 어느 구역에 입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목적이었다. 이 대시보드를 통해 트럼프 선거 캠프는 광고 효과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트럼프타워에 있는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배넌, 트럼프도 이 대시보드를 보면서 특정 플랫폼에서 운영되는 디 지털 광고의 효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 광고 효과 등의 정보를 눈앞에서 바로 보면서 어디 에 돈을 쓸 것인지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대중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트럼프의 선거 전략은 이상한 트윗이나 모호한 연설처럼 트 럼프라는 개인의 개성에 의해 좌우되지 않았다. 모든 세부 사항이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조정되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광고가 도달함으로써 수백만 유권자가 관심을 갖도록 말이다
- 트럼프 캠프 팀은 특정 플랫폼에서 유권자들을 트럼프 지지자도 변화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관해서도 연구했다. 온라인을 기준으로 의견이 바뀌는 데 필요한 노출 횟수는 평균 5~7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광고를 5~7번 정도 보게 되면 유권자들이 우리가 보내는 자료를 클릭해 열어볼 확률이 높다는 의미였다. 이런 결과는 트럼프 선거 팀이 타겟으로 정한 집단에 얼마나 오랫동안 광고를 보내고 돈은 얼마나 써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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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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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설계자들

IT 2020. 9. 7. 08:22

- 뉴스피드는 불안정하고 때론 충격 적이었지만, 수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일 만한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페이스북 친구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서비스였을 뿐이지 만 그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다. 피드를 확인해 여러 새로운 소식을 보면서, 페이스북 친구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렴풋이 그려 볼 수 있게 되었다. 뉴스피드 서비스가 발표된 다음 날, 생비와 개 발팀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이전보다 거의 2배나 많은 시간을 페 이스북에서 보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 뉴스피드 때문에 미국인의 하루 평균 페이스북 사용시간이 35분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피드 구현에 사용된 순위 알고리즘 덕 분에 사용자가 흥미를 가질 만한 정보가 좀 더 많이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뉴스피드 프로그램은 사용자에게 보여줄 새로운 정보를 좀 더 잘 찾기 위해 사용자의 '좋아요' 누르기, 다른 SNS에 '공유하기', '댓글 달기 등 사용자가 페이스북에서 했던 모든 일을 주의 깊 게 관찰한다. 이는 물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것으로, 페이스북은 2017년에 광고로만 약 400억 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관심을 한 방향으로 모은 탓에 사회적인 토론을 막는 부작용도 야기했다.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만들어 소문을 내고자 했을 때, 뉴스피드는 정말 효과적인 도구였다. 2016년 말 미국 대선이 끝나고 트럼프가 권력을 잡았을 때, 기자들은 독버섯 같은 사 람들, 예를 들어 백인 우월주의자나 자극적인 허위 정치기사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사람들이 피드를 사용해 정치적인 소동을 일으킬만한 이야기들을 퍼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사용자가 '좋아요'를 선택한 일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정보 대부분이 제거되도록 피드가 설계된 탓에 미국 내부의 편 가름이 매우 심해질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도 있었다.
- 'Hello, World!'라는 문구는 1972년 젊은 컴퓨터 과학자 브라이언 커니핸Brian Kernighan이 쓴 프로그래밍 언어 B의 매뉴얼에서 맨 처 음 등장했다. 그는 프로그래밍 언어 B로 쓸 수 있는 가장 간단한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싶었고, 인사말 메시지를 화면에 출력하는 'Hello, World!'가 딱 맞다고 생각했다. 커니핸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병아리 한 마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며 'Hello, World!'라고 말 하는 만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짧은 메시지를 화면에 보여주는 아주 간단한 B 코드를 썼다. 커니핸의 재치 만점 아이디어는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250여개가 넘는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의 매뉴얼은 'Hello, World!'라는 주문으로 시작한다.
- 프로그래머들은 'Hello, World!' 라는 단순한 문구에 수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이 문구는 “태 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라는 종교적인 믿음을 떠올리게 한다. (특 히 교회에 다니는 프로그래머들이 이런 생각을 매우 좋아한다. 독실한 신자로 게임 〈미스트MYST)의 공동 개발자인 로빈 밀러Robyn Miller는 멋진 게임 캐릭터 등을 만들면, 종종 프로그래밍을 잠시 멈추고는 혼잣말로 “보기좋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Hello, World!'에 이런 멋진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을 만든 탓에 괴물에게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던 프랑켄슈타인 박사나 말을 듣지 않는 빗자루 때문에 고생한 영화 속 마법사의 제자The Sorcerer's Apprentice 처럼 통제를 벗어난 프로그램을 만들어 예상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처럼 프로그래밍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 예를 들어 뉴스 피드는 암에 걸린 친구의 소식을 전해 친구의 건강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반면,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데 사용될 수도 있 다. 마법과 프로그램 사이의 이런 관계 때문인지 1980년대 초반 컴 퓨터에 푹 빠진 10대 청소년들은 판타지와 주사위 확률을 결합한 던전 앤 드래곤 게임이나 톨킨의 작품에 등장하 는 마법사를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1960년대 프로그래머들은 컴퓨터 사용자 눈에 띄지 않고 일정 속도로 실행되고 있는 코드와 백그라운드 안에서 계속 실행시킬 수 있는 형태의 코드를 만들고는 악령이나 초자연적인 존재를 뜻하는 '데몬daemon'이라고 불렀다. 컴퓨터 과학자인 레리 월Larry Wall은 ‘펄' 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고 '축복Bless' 이라는 함수를 포함시켰다. 프로그래머 데니 힐리스Danny Hilis는 “수백 년 전 뉴잉글랜드New England에서 내 직업에 대해 사람들에게 정확히 설명했다면, 나는 화형에 처해졌 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그래밍에서 느껴지는 마법 같은 느낌은 매우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해서 많은 경우 이상적인 생각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일까? 마치에이 세글로프스키 Macisi Centowski가 말했듯, 특히 뛰어난 실력을 가진 젊은 프로그래머들은 프로그래밍을 하며 급격히 거만해 곤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뛰어난 분석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았음에도 어떤 시스템이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또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세상 에서 거둔 성공을 통해 자칫 무모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혹은 1976년에 컴퓨터 과학자 요제프 바이첸바움Joseph Weizenbaum 이 말했듯이 권력은 부패한다는 영국의 정치가 액톤John DalbergActon 경의 통찰이 누구나 손쉽게 전지전능한 힘을 가지는 환경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 1950년대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 머 가운데 몇몇은 여성들이었다. 또한 최초의 컴파일러 Compiler(소스코드를 컴퓨터가 이해하도록 번역해주는 프로그램 ? 옮긴이)를 개발 한 그레이스 호퍼 Grace Hopper나 프로그래밍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프로그래밍 언어 스몰토크Smalitalk 를 공동 개발한 아델 골드버 그 Adel Goldberg 등 뛰어난 업적을 이룬 여성 프로그래머들도 있었다. 1983년에는 컴퓨터 과학 전공자 가운데 약 37.1%가 여성이었으나, 2010년에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 17%까지 떨어졌다.27 (대학뿐만 아니라 실제 기업에서도 그 비율은 비슷했다. 2015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고연봉 직장의 여성 엔지니어 비율은 전 체의 20%가 채 되지 않았다.28) 인종구성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스타 트업만 살펴봐도 금방 알 수 있듯이, 엔지니어들은 주로 백인과 아시아인이다. 흑인과 라틴계 프로그래머들 비율은 미국 전체를 통틀어 한 자릿수에 불과하며, 실리콘밸리 최고 수준의 회사들로 한정하면 불과 1~2% 정도로 매우 낮다. 프로그래머의 개인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상당히 모순적이다.
- 오늘날 사람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일이겠지만, 1960년대 윌크스가 일했던 MIT 링컨 연구소에서 는 전문 프로그래머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 이 남성보다는 여성이 프로그래밍 업무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전에도 그랬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암호해독을 위해 사용한 몇몇 실험적인 계산기계들은 여성들이 다뤘다. 미국에서 탄도미사일의 궤적 계산에 사용된 애니악ENIAC 컴퓨터의 첫 번째 프로그래머들 역시 여성들이었다. 윌크스는 남녀의 성에 따라 업무 구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남성 프로그래머가 없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중 하나는 1960년대 컴퓨터 관련해서 가장 매력적이고 인정받 는 일이 하드웨어 제작이었기 때문이었다.
- 개방과 공유를 실천했던 MIT 해커그룹이었지만, 이들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여성을 몰아내기 시작한 첫 번째 세대기도 했다. 윌크스가 활동하던 때와 달리 MIT 해커그룹은 철저히 남성 중심이었다. 해커들의 말투는 허풍스럽기 그지없었고, 생활은 독신남 같았다. 그들 스스로도 이야기했듯이, 해커가 아닌 사람들과 지내는 일 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을 소중한 프로그램에 모든 것을 바친 일종의 성직자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프로그램이 그들의 성생활까지 대신했어요.” 레비가 말했다. 그린블래트 는 너무 지저분한데다 씻지 않기로 유명했다. 얼마나 더러웠는지 YMCA에서 쫓겨난 일도 있었다. 남자 해커들이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잠을 자면서 연구실은 점점 남자 기숙사처럼 변했다. MIT 해커들은 임시로 이것저것 손대곤 했는데, 이런 행동은 컴 퓨터를 사용해 중요한 연구를 해야 하는 MIT 컴퓨터 과학자들과 충돌을 일으켰다. MIT 해커 때문에 고생했던 대표적인 인물로 훗 날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핵심 시스템을 설계해 아폴로 우주선의 안전한 달 착륙에 기여한 마거릿 해밀턴 Margaret Harmiton 이 있다. 그녀는 당시 MIT의 젊은 프로그래머였다. 하루는 날씨 시뮬레이션 모델을 실행하려고 했으나 자꾸 문제가 생겼다. 고생 끝에 몇몇 해커들이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어셈블러 프로그램을 수정한 뒤 다시 원래대로 고쳐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해커들은 단순히 예쁘게 생긴 셀룰러 오토마타cellular Automata(미국 수학자 스타니스와프 울람과 존 폰 노이만이 고안한 이산적 동적 시스템으 로, 동역학계를 해석하는 방법 - 옮긴이)를 이리저리 손대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던데 반해, 그녀는 날씨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해밀턴 입장에서는 매우 화나는 일이었지만, 해커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 1990년대 에버링험을 포함한 넷스케이프의 프로그래머들은 웹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원하면 코드도 직접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웹페이지 소스코드를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넷스케이프 웹브라우저에서 이 기능을 사용하면 현재 보고 있는 웹페이지의 소스코드를 볼 수 있 는 새로운 창이 나타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페이지 소스 보기' 기능을 선택해 눈앞에 보이는 새로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기능은 좀 더 빠르고 훨씬 넓게 알려졌다는 점만 빼면 베이 직 프로그래밍 언어 덕택에 가능했던 프로그래밍 혁명과 꽤 비슷했다. 1980년대 에버링험을 비롯해 프로그래밍에 관심 있는 초보 프로그래머들은 공부하거나 배울 때 사용할 수 있는 베이직 코드를 구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전자게시판에서 베이 직 코드를 다운로드 받거나 혹은 소스코드가 인쇄된 컴퓨터 잡지 나 책을 사야 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넘어야 할 어려움 이 많았다. 그러나 웹에서는 이러한 시간이 '0'으로 줄었다. 웹 사용자는 누구나 자신이 방문한 모든 웹페이지의 모습과 동작을 기술한 소스 코드를 볼 수 있었다. 인터넷은 프로그래밍 가이드북을 잔뜩 모아 놓은 도서관이 되었다. 게다가 소스코드 일부를 잘라 새로운 파일로 저장한 뒤, 코드를 바꿔가며 실행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도 있었다. 새롭게 작성한 코드와 코드 실행결과물인 웹페이지가 만족스러우면, 지오시티 GeoCities 같은 웹호스팅 서비스를 사용해 인터넷에 올릴 수도 있다. 베이직 덕분에 프로그래밍은 세상과 동떨어져 있던 상아탑에서 나와 10대 청소년들의 방으로 퍼져나갈수 있었다. 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프로그래밍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이끌었다.
- 80년대 초, 에버링험이 VIC-20을 처음 본 이후 프로그래밍 세계는 여러모로 크게 변했다. 매리 앨런 윌크스, MIT의 해커들, 10대 소년 에버링험 등 1~3세대 프로그래머들에게 프로그래밍 은 재미있어서 한 일이었다. 이들 관점에서 프로그래밍에는 자신이 생각한 어떤 일이든 기계가 하도록 만든다는 원초적인 지적 도전정신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크리거 세대는 달랐다. 이들은 넷스 케이프, 야후, 구글과 같은 회사를 세워 엄청난 부자가 된 사람들과 그들의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경험한 첫 번째 세대였다. 누구나 인정하듯 정치, 법률, 기업의 힘은 막강하다. 그러나 정말 로 여러분이 속해 있는 사회를 바꾸고 싶다면 프로그래밍을 해라. 〈해커스Hackers〉, 〈네트The Net) 혹은 매트릭스> 같은 영화를 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해커는 더 이상 사회에서 따돌림 당하는 괴짜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다. 오히려 일반 사람은 꿈도 꾸지 못할 강력 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슈퍼히어로들이다.
- 실리콘밸리에 엄청난 규모의 돈이 몰리면서 새로운 부류의 프로 그래머가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인수할 만한 것을 만들어 단번에 큰돈을 번 인스타그램 같은 회사가,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들은 한때 빨리 부자가 되기 위해 월스트리트에 취직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후에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는데, 바로 실리콘밸리였다. 이들이 '브로그래머brogramme'다. 브로그래머는 자신들이 작성한 코드의 영향력 에는 신경을 썼으나, 정작 프로그래밍이 주는 지적인 흥분감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게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권력을 향한 하나의 길일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실리콘밸리 문화에 대한 브로그래머의 기여도에 비해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여도는 높지 않았다.
- 오늘날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많은 경우 프로그래 머가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의 주요 기능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프로젝트 매니저로 이들은 디자이너,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 전문가 등과 함께 일한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소프트웨어 설계를 프로그래머에게만 맡겨둘 경우, 자칫 현실과 동떨어져 프로그래머만 사용할 수 있는 이상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 이런 문제는 프로그래머가 제멋에 겨워 일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머는 컴퓨터를 다루거나 간 단한 일을 처리하는 짧은 스크립트나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 대화 상자보다는 깜빡이는 커서가 있는 텍스트 기반의 화면에 명령어를 직접 쓰는 방식을 좋아한다. 즉, 프로그래머는 컴퓨터에게 좀 더 직접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결과를 얻고 싶어 한다.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기능적인 이유 때문이다. 먼저 컴퓨터에게 정확히 당신이 원하는 일을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유연성 있 게 지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컴퓨터 기술에 익숙하 지 않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자신의 우월함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일단 명령어 방식에 익숙해지면 마우스, 커서, 아이콘 등 소위 '사용자 친화적'인 사용방식은 느리고 유치해 보이 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용자 친화적' 이라는 말은 역설적이게도, 실제 사용자를 이해하는 누군가가 프로그래머로부터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오기 전에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가 '사용자 적대적인’, 즉 사용자에게 불편했음을 의미한다. 사용자 친화적인 소프트웨어 디자인은 프로젝트 매니저, 디자이너, 사용자 인터페이스 전문가의 역할이다. 이들은 프로그래머 관점에서 소프트웨어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사용자를 모아 이야기를 들 으며 사용자의 관점에서 프로그래머가 만들 소프트웨어의 모습을 정의한다.
- 프로그래머들은 일반적으로 한 줄씩 혹은 '한 함수’씩 확인하며 전체 프로그램을 서서히 완성한다. 그러나 2004년의 코헨은 달 랐다. 그는 먼저 서로 멀리 떨어진 비트토렌트 사용자 사이의 여러 타이밍 문제들을 머릿속으로 따져보며 고민했다. 이런 몇 시간의 고민이 끝나면, 앉아서 프로그램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옆에서 누가 코드를 불러주기라도 한 듯 완벽했다(사실 코헨은 자신을 모차르트와 비교했다). 3개월 된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며 부엌에 들어온 그의 아내 제나는 이런 사실을 확인해줬다. "그는 하루 종일 집 안팎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녀요. 그러다 갑자기 컴퓨터로 달려가 프로그램을 쏟아내죠. 그리고 그 프 로그램은 한줄 한줄이 깔끔해요. 버그 하나 없는 완벽한 프로그램 이죠!” “컴퓨터밖에 모르는 나의 사랑스러운 큰 아기.” 그녀는 코헨이 사랑스러운 듯 그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실제로 코헨은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을 앓았다. 나는 처음 그 사실을 들었을 때 상당히 놀랐다. 그가 다소 과장되게 행동하고 무슨 주제든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기는 했지만, 오히 려 나는 그의 행동이 정말 좋았을 뿐만 아니라 유머도 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매우 잘 알아차렸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일반인처럼 행동하기 위한 그의 꾸준한 노력 덕분이었다.
- '좋아요’ 서비스는 페이스북에게 사 용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새로운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 '좋아요' 서비스가 인기를 얻자, 페이스북은 관련 코드를 공개해 다른 웹사 이트 게시물에도 '좋아요' 버튼을 붙일수 있도록 했다. 얼마 지나 지 않아, 인터넷 웹사이트에는 '좋아요' 버튼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버튼은 단순히 '좋아요’ 서비스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 었다. 만약 여러분이 페이스북 사용자고 페이스북 서비스에 로그 인한 상태라면, '좋아요' 버튼이 있는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페 이스북은 여러분이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했는지 알게 된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말이다. 사실상 페이스북은 자신의 고객 들이 인터넷 세상에서 어느 곳을 어떤 형태로 방문하는지 끊임없이 파악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수단을 확보한 셈이었다. 몇 년 후 '좋아요' 서비스 개발자인 로즌스타인과 펄만은 페이스북을 떠났다. 로즌스타인은 생산성 높은 작업 공간 제공 서비스인 아사나Asana를 만들었다. 펄만은 여러 회사를 세우기도 하고 새로 이 예술가 활동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 모두 좋아요 서비스의 부작용에 안타까워했다. “저도 때론 '좋아요' 서비스에 중독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제가 만든 서비스인데 말이죠.” 로즌스타인은 IT 전문 매체인 〈더 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44 그는 자신이 소셜미디어 알림 서비스에 점점 신경 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는 소셜미디어 알림 서비스를 '가짜 행복을 담은 딩동'이라고 불렀다). 로즌 스타인은 우리가 하루 평균 2,617번씩 스마트폰을 터치해 사용할 만큼, 우리가 사용하는 앱이 사용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45 펄만은 일종의 거래처럼 서로 주고받는 '좋아요'에 대해 걱정했다. 그녀는 SF TV 드라마 〈블랙 미러〉에서 '추 락 Nosedive'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를 보았다고 한다. 이 드라마에 등장한 젊은 여성은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 평점을 매 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드라마 속 젊은 여성은 거울을 보며 연습한 과장된 표정을 사진으로 찍어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올리기도 하 고, 상대방이 자신에게 낮은 평점을 주지 않도록 계산대 직원에게 과장된 칭찬을 늘어놓는다.
- 밀을 2배 빨리 수확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방법은 간단하다. 밀수확 인력을 2배로 늘리면 된다. 그러나 프로그래밍은 통찰력이 필 요한 일로 밀 수확보다는 시를 쓰는 일에 가깝다. 다시 말해 프로그 래밍 과제의 해결책은 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에서 나오기보다, 통찰력과 영감을 갖춘 한 사람의 순간적인 깨달음에서 나오기 쉽다. 결론적으로 프로그래밍은 일반 노동과는 정반대다. 어려운 프로그래밍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많은 프로그래머를 투입하는 일은 회의와 의사소통 부담을 증가시켜 과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브룩스는 이런 현상을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정리했다. “지연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과제는 인력을 투입하면 투입할수록 더욱 늦어진다. 이에 최근 들어 세계 곳곳의 프로그래머들은 이런 사실을 자신 있게 인용하며 그저 그런 프로그래머가 아닌 절대 능력의 프로그래머를 채용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 과제의 이런 특징은 최고 학교를 졸업한 최고 학생들이나 스타트업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인재전쟁이 1990년대부터 시작돼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10X라는 문구는 첨단 기술 세계의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에 게 자신들에 대한 논리적이고, 정량적이며, 정확한 느낌을 심어주 었다. 물론 다른 산업에도 뛰어난 인재에 대한 개념은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에는 한 명의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평범한 프로그 래머보다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는 실제 측정값인 '숫자'가 있다.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평범한 프로그래머보다 몇 배의 연봉을 받 기는 하지만,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작성한 프로그램은 평범한 프로그래머가 작성한 프로그램보다 1만 배쯤 가치가 있다. 빌 게이 츠Bill Gates의 말이다.
- '포토샵Photoshop'은 2명의 형제가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작을 알린 '베이직'은 빌 게이츠가 고교 선배이 폴 앨런Paul Allen, 하버드 대학교 1학년 몬테 데이빗도프Monte Davidoff 와 함께 초기 베이직을 새롭게 고쳐 만든 것이다. 초창기 블로그 소프트웨어인 라이브저널은 브래드 피츠패트릭이 만들었다. 구글의 모태가 된 '혁신적인 검색 알고리즘'은 학생이었던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만들었다. 유튜브'와 '스냅챗’은 3명이 개발했다. '비트토렌트’는 전적으로 브램 코헨의 작품이었고, '비트코인’은 소문에 의하면 익명의 프로그래머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만들었다. 존 카멕John Carmack은 FPSFirst-person shooter(1인칭 슈팅게임) 비디오 게임이라는 수십억 달러시장의 탄생에 기여한 '3D 그래픽스 엔진 3D graphics engines'을 만들었다. 안드레센에 따르면 이렇게 적은 수의 사람들이 엄청난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앱 등을 개발할 때 정신적 공동체가 한 두 사람의 고립된 머릿속에서 훨씬 효과적으로 세워지기 때문이다. 10X'의 생산성은 그 정신 공동체 속에 들어가 머물며 복잡한 문제나 목표를 구체화하는 뛰어난 능력에서 나온다. “만약 그들이 잠들 지 않고 깨어 있을 수 있다면, 정말로 성공할 수 있어요.” 안드레센 이 말했다. “문제는 깨어 있는 시간이에요. 머릿속에 모든 문제를 집어넣는데 2시간이 걸리고 그 상태에서 10시간, 12시간, 혹은 14시 간 일할 수 있죠.” 그가 알고 있는 10X 프로그래머들은 시스템 수준에서 생각하며,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술스택Stack(컴퓨터에서 사용되 는 기본 데이터 구조 중 하나)의 모든 부분에 대해 늘 궁금해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전류가 어떻게 흐르는지부터 터치스크린 반응 시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궁금해한다. “10X 프로그래머들의 이런 행동은 지적 호기심, 충동, 필요 등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그들은 관심 있는 시스템에 자신들이 모르는 게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죠.”
- 릭과 같은 10X 프로그래머는 짧은 시간에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사실 그 결과물은 전문 용어로 '기술 부채’, 즉 나중에 다시 해야 하는 일인 경우가 많다. 빠른 속도로 코드를 만들어 내는 프로그래머는 임시방편적인 방법으로 프로그래밍하거나 누더기처럼 이곳저곳의 코드를 짜깁기해 프로그래밍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프로그램은 결국 몇 년 후 꼼꼼함과 인내심이 필요한 재 작업으로 이어진다. “10X 엔지니어는 실제로 10배 더 생산적이지 않아. 오히려 다른 사람의 할 일을 10배쯤 늘려주지. 그들은 마치 빙산의 일각 같아서 겉보기에는 반짝거리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 엄청난 기술 부채를 남기곤 한다니까.” 프로그래머 친구인 맥스 휘트니 Max Whitney가 말했다.
- 안드레센이 이야기했듯이 프로그래머들이 스타트업 세우기를 좋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의 속도 때문이다. 그런 스타트업 에서 똑똑한 얼간이들은 엉망진창인, 그러나 초기 고객을 끌어들일 만큼 괜찮게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곤 한다. 그렇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좀 더 꼼꼼한 다른 동료 프로그래머들이 엉망진창인 프로그램을 깔끔하게 손봐야 한다. 트레이시 추는 핀터레스트에 입사해 기존 백엔드 프로그램의 수 정을 맡았다. 프로그램 이곳저곳을 살피던 그녀는 사용자가 입력 한 검색어에 대해 서버가 같은 작업을 두 번씩 반복해 수행하는 이 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어, 왜 이러지?' 그녀는 의아해했다. 프로그램 분석을 통해 그녀는 서버에 요청을 발생시키는 코드가 실수로 두 번 쓰인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도 핀터레스트 설립 초기 일했던 능력 좋은 프로그래머가 매우 빠른 속도로 일하면서 실수를 저지른 듯했다. 중복된 코드를 지우자 핀터레스트 검색 효율이 바로 2배나 향상되었다. 이런 예를 통해 보듯 진정한 10X급의 능력은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다른 프로그래머의 실수를 수정하는 데 있다.
-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배경을 살펴보면 프로그래밍 분야가 공평한 능력주의라는 생각에 대해 더욱 의구심이 든다. 경영학 교수 2명이 함께 수행해 얻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가들의 가장 큰 공통 요소 중 하나가 부유한 가정 출신들이라는 것이다. 믿는 구석 이 있을 때 좀 더 과감하게 위험을 무릅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결과는 충분히 타당해 보인다. 더 나아가 누가 스타트업 투자금을 받는지 생각하면, 그 연구결과는 더욱 타당해 보인다. 영국 로이터통신 Reauters)의 조사에 따르면 상위 5개 벤처투자사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받 은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중 약 80%는 잘나가는 기술 기업에서 일 한 경험이 있거나 스탠퍼드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MIT 공대 출신 들이다.33 이런 스타트업 투자 시스템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무모하고, 연출도 없고, 초라해 보이는 창업자들을 위한 시스템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전문가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가 말한 '승자 독식' 같은 역학관계에 더 적합한 시스템처럼 보 인다. 초기 성공은 연이은 행운으로 이어지며, 결국 누구나 믿는 전설로 발전한다.
- 신경망 개념은 1950년대에 처음 나왔다. 그리고 1980년대 이르러 프랑스 과학자 얀 르쿤Yann LeCun은 신경망을 이용해 손글씨를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신경망 개념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1980년대 신경망 기술은 그리 실용적이지 못했다. 신경 망 처리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좀 더 빠른 프로세서와 좀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했다. 더 큰 문제는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양이 너무 많았다. 예를 들어 해바라기를 인지할 수 있도록 신경망을 훈련시키려면, 이론적으로 수천 장 혹은 수백 만 장의 학습용 해바라기 사진이 필요하다. 1980년대에 그 많은 데 이터를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가? 디지털 카메라는 10~20년 후에 야 등장했다. 1980년대 신경망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실제로 사용되기 도 했다. 은행에서는 르쿤의 연구결과를 사용해 자동으로 수표를 인식할 수 있는 신경망을 만들었다. 몇몇 음성인식 업체들에서는 신경망을 이용해 느리지만 음성을 인식하고 글로 바꿔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신경망을 인공지능에 대한 헛된 기대를 품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1980년대 몇 번의 작은 성공을 거두며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신경망 기술은 다 시금 '인공지능 겨울'에 빠져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 분야는 길을 잃고 헤매는 벌판 같다고 말했어요.” 한스 크리스챤 부스Hans-Christian Boos가 내게 말했다. 그는 당시 신경망 기술에 흠뻑 빠져 있던 젊은 대학원생이었다. 그러나 그의 동료들은 한 번의 선택이 연구 인생을 좌우한다며,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할 신경망 연구를 그만두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현재 그가 옳았고, 친구들은 틀렸다.
- 논리가 아닌 실험적인 접근 탓에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방법에 익숙한 수많은 일반 프로그래머들은 신경망 프로그래밍에 대해 불안해한다. 일반 프로그래머들은 선형적이고 예측 가능한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프로그램이 작동한다면, 그 이유 또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컴퓨터 과학에서는 프로그래머라면 '결정론적으로Deterministically(인간의 행위를 포함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연이나 선택의 자유에 의한 것이 아닌, 일정한 인과관계의 법칙 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 )’ 생각할 수 있는, 즉 입력과 출력 을 뚜렷하게 연결 지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워싱턴 대 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의 인공지능 전문가 페드로 도밍고스Pedro Domingos 교수의 말이다. “버그 하나 없이 모든 것이 잘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쉼표 하나도 엉뚱한 곳에 있으면 안 됩니다. 적어도 프로그래밍에 관해서는 강박장애에 빠지지 않으면 절대 좋은 프로그래머가 될 수 없어요.” 그러나 기계학습에서는 정반대다. 기계학습 프로그래머는 불확실성, 초자연적인 기이함 등을 다룰 수도,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기계학습 프로그램의 이런 특징에 대해 데이터 과학 및 기계학습 분야 최고 전문가인 내 친구 힐러리 메이슨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데이터 과학 과제는 시작하는 시점에 과제의 성공 여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반면, 소프트웨어 공학 과제는 시작하는 시점에 과제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 기계학습에는 이런 특성에 더해, '블랙박스’ 문제도 있다. 고양이 얼굴인식을 학습한 신경망이 고양이 사진을 인식한다고 가정하자. 정말 훌륭한 결과다! 그러나 신경망을 제작한 프로그래머에게 "이 신경망이 고양이 사진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 거야?” 라고 질문하면, 이들은 자신도 잘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할 것이다.
- 딥러닝은 모세가 ~가 될지라”라고 말하면 곧 이루어질 것 같으 놀랍고 가슴 뛰는 가능성만을 보여주는 초창기 모습을 끝내야 한다. 우리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데이터만 보고도 스스로 미묘한 내 용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마법이다!! 그런데 '마법' 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인공지능 기술이 가지고 있 는 문제기도 하다. '마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시스템 설계자가 시스템에 있는 여러 문제들을 완전하지 않은 임시 방법으로 해결하고 지나가도록 만든다. 그러나 마법이라는 것은 프로그래머들이 자신들의 인공지능 소프트 웨어가 사람보다 좀 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시도일 뿐이다. 힐러리 메이슨은 “인공지능은 단순히 수학일 뿐 이에요. 누군가 학습 방법을 설명할 수 없거나 혹은 어떤 학습 데이 터를 사용해 어떻게 학습되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그런 인공지 능 소프트웨어는 구매해 사용하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소프트 웨어 회사들은 고객을 당황스럽게 만들거나 끌어들이기 위해, 잘 이해되지 않는 기술을 들먹이며 실제로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님에도 무언가 특별한 비법이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런 일은 딥러닝 인공지능 기술에서 특히 흔하며,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다음 단계에서는 덜 재미있더라도 기술에 대해 좀 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의 소프트웨어 능력만 갖추고 있어도 텐서플로를 사용해 결과를 낼 수 있는 만큼, 단순히 신경망을 작동시키는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성과와 책임감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에 편향성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 점점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은 한 가지 방법으로만 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대하는 데이터세트를 얻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알고리즘의 여러 인자를 조정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구글이 '고릴라' 태그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시스템에서 나온 편향된 결과물을 수정하는 규칙들을 일일이 직접 손으로 넣어 해결할 수도 있다(참고로 구글 포토 Google Photos에서 '고릴라', '침팬지’, 원숭이’ 등을 입력하면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 좀 더 책임감을 가진다는 것은 중요하고 위험성이 높은 일에는 당분간 딥러닝 기술 사용을 자제하자는 뜻이다. 딥러닝 인공지능 기술은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지도 처음 만든 사람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최고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조차 일부는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며, 딥러닝 인 공지능 기술을 작동시키는 일에 집중하기보다 딥러닝 인공지능 기 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뉴턴이 물리학의 작동 원리를 체계화하는 일에 기여했듯이, 인공지능 연구는 딥러닝 기술의 응용 결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감정을 강하게 건드리 는 게시물에 높은 점수를 주는 듯 보인다. 예를 들어 화끈한 장면 을 찍은 사진이나 마음을 울리는 사진, 감정을 자극하는 제목 등이 높은 점수를 받기 쉽다. 2017년에 페이스북에서 인기가 높았던 게 시물의 제목을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will make you(O 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are freaking out(깜짝 놀랄만한)’, ‘talking about it(oo에 대해 이야기하면)’과 같이 감성을 건드리거나 호기심을 끄는 문구 등이 많이 사용되었다. 물론 이런 현상이 감동을 주는 가정용 비디오 혹은 어젯밤 본 TV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라면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공의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경질적이고, 갈등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게시물들이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물론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선정적이며 조작된 스캔들 기사로 신문이 가득 찼었던 미국 건국 초기 이래로, 국가적인 문제를 다루는 대화는 가십기사나 터무니없는 헛소문 등에 파묻히기 일쑤였다. 다만 알고리즘 기반의 순위 선정 시스템이 사용되면서, 이런 고질적인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인기 있는 유튜버들은 거의 미친 짓에 가깝거나 매우 위험한 행동을 해서 다른 유튜버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 한다. 어떤 남자는 200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 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녀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영상을 찍어 게시했다.
- “빠르게 성장하는 웹 비즈니스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광고 기술은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야기하는 핵심 업 모델입니다.” 고쉬가 내게 말했다. “이런 광고 중심의 사업 모델 은 트위터의 피드, 페이스북의 메신저나 뉴스피드처럼 사용자들에 게 매우 자극적이고 중독성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게 회사 직원 어느 누구도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고 말했다. 정말 로 그 누구도 나는 오늘 하루 이 사회와 사람들 사이의 신뢰 관계 를 망가뜨리는 시스템을 만들 거야'라고 생각하며 침대에서 일어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거대 기술 기업의 주요 성장 요소인 '빠른 규모 확장', '광고를 위한 공짜 서비스', '반강제적인 묶임’ 때 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런 일을 한다. "페이스북은 증오를 좋아하지 않겠지만, 증오는 페이스북을 좋 아한답니다.” 바이다나단은 결론지어 말했다. 200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 당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들 었던 엔지니어들과 서비스 설계자들은 왜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또한 이런 문제를 깨닫고 대응하기까지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개발자와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이런 문제 들이 부분적으로는 공학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주장한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처음 개발했던 프로그래머와 설계자들은 소프트웨어, 논리, 시스템, 효율, 각개격파식 문제해결 능력 등에서는 분명 뛰어났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대학을 갓 졸업한 백인 엔지니어들로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지, 정치가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등에 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가 지적했듯이, 그들은 자신들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일 뿐이었다. 서로 좀 더 많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을까? “매우 한정된 분야에서만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트위터 개발 초창기에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알렉스 페인Asx Payne이 말 했다. 페인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인간의 여러 가지 속성과는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만 똑똑했다. 즉, 수학, 통계학, 프로그래밍, 사업, 회계에는 관심 있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은 전혀 없었으며,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지적인 능력도 없었다. 기술 전문가이자 인류학자인 내 친구 다나 보이드Danah boyd는 소 셜네트워크 서비스인 마이스페이스MySpace 를 연구하는 프로젝트 에서 일한다. 그녀는 마이스페이스 설립자인 톰 앤더슨Tom Anderson 을 애플스토어에 데리고 가서 10대들이 마이스페이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준 적이 있다. 회사 설립자라도 사용자 개개인이 서 비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혹은 서비스를 사용하며 어떤 영향을 받는지 언제나 세세히 알지는 못한다. 엔지니어 관점에서 보면, 소셜네트워크는 자신들이 최적화하고 싶은 그래프 구조의 객체일 뿐이다. 그래서 사용자를 이해하거나, 사용자와 사용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신경 쓰기는 어렵다. 나는 종종 일부 프로그래머의 세계관 이 경제학자들의 냉정한 세계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자 들의 모델은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다는 사실은 보여줄지 모르겠지 만, 그런 사실이 49세에 회사에서 쫓겨나 다시는 돈을 벌기 어려운 가장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한다. 경제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모델을 사용해 거대한 시스템을 만든 엔지니어들은 세상을 '전체'로만 볼 뿐, 그 속에 있는 특정한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 다. “기술 사회의 위험 중 하나는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이 데이터 모델 전체에만 집착할 뿐, 데이터 모델에 기반을 둔 인간의 특성을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재 데이터 & 소사이어티 Data & Society 라는 싱크탱크를 운영하고 있는 보이드가 말했다.
- 근본부터 구조적으로 바꿔야만 거대 기술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다. 주요 기술 기업들은 언제나 같은 종류의 권력을 누렸고, 같은 문제들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뒤에는 '누가 작성했는가?', '누가 자금을 댔는가?', '어떻게 돈을 버는가?' 같은 프로그램을 지배하는 구조적인 힘이 자리하고 있다. 이 힘이 문제의 핵심인 만큼, 문제를 일으키는 소프트웨어를 바꿀 수 있는 유일 한 방법은 그것을 치워버리는 것뿐이다.
- 프로그래밍은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는 기술로 성장했을 만큼, 이 세상의 주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오늘날 프로그래머’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후드티를 입은 저커버그 같은 젊은이다. 프로 그래머라는 직업은 20세기 후반 높은 연봉으로 중산층의 주요 직업으로 자리 잡았던 무역업을 밀어낸 안정적이며 수준 높은 직업 이다. 그리고 이제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 고 있다. 사상가이자 기술 기업을 운영하는 친구 아닐 대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새로운 변화는 '노동자 프로그래머'의 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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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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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내 일의 내일

IT 2020. 7. 30. 12:02

- 컴퓨터와 법률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에는 몇 가지 합당한 이유가 있다. 첫째로 엄청난 양의 정보, 지금 식으로 말하자면 빅데이터를 다루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둘째, 법률 체계가 수학적 프로그래밍, 즉 코딩의 논리적 사고 전개 방식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셋째, 수사-기소-재판-집행으로 이어지는 사법 절차가 정형 반복적인 업무로 자동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법률에 정보기술(IT)를 접목한 디지털 자동화 프로세스가 바로 '리걸테크'이다. 그러나 법률 AI는 리걸테크를 한 단계 넘어선 존재이다. 전기 청소기가 로봇 청소기로 진화했다고 할까. AI 법률가는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학습해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최종 분석과 추론 결과를 정확한 수치를 바탕으로 정리해 의뢰자에게 전달한다. 문서와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를 읽고 쓰는 작업은 물론, 음성으로 사람들과 대화할 수도 있다.
- 한국은 특히 EMR 보급률이 96%에 달함. 건강보험공단에서 100만 건 이상의 임상 정보표본을, 심사평가원에서 8만 7,000여 개의 진료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의 양만으로 따 졌을 때는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 헬스케어 선진국이다. 그러나 이 데이터를 통합하여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제 도 개혁에 미진해서 아직도 헬스케어 후진국으로 남아 있다. 대 표적인 예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의료의 미래상으로 제시되어 왔던 원격진료는 10년 넘게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밥그릇을 뺏길까 염려하는 개업의開業醫 모임인 대한의사협회와 의료 서비스 양극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도 손쉽게 영상통화로 소통할 정도로 관련 기술이 진보해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문화 지체 현상 이다. 이미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원격진료 요구가 현실화 되고 있다. 한 원로의사는 거동하기 힘든 부모를 대신해 병원에 온 아들딸들이 우리 어머니(아버지)와 한번 영상통화 해보라며 스마트폰을 자신에게 건넨다고 털어놓았다. 의료법 위반이라고 손사래를 치면, “의사 선생님 폰도 아니고, 제 폰으로 통화하는 것뿐인데 뭐 어떠냐”라며 우문현답을 한다는 것이다. 제도가 현실을 못 따라가는 슬픈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 필립스 본사에서 혁신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예룬 타스Jeroen Tas 총괄 책임자는, AI는 의사를 대체할 수 없지만, AI를 사용하지 않는 의사는 대체될 것이라는 충고를 남겼다. 그만큼 AI가 앞으로 병 진단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결국 최종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람 의사이다. AI는 그저 거들 뿐이다.
- 사실 핀테크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든 1950년대 신용카드 혁명, 창구 직원을 대 체한 1960년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1980~1990년대의 전자결제와 인터넷은행 등장 등도 따지고 보면 모두 새 기술에 해 당한다. 그러나 AI가 개입하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 핀테크는 앞선 모든 변혁을 저만치 따돌릴 만큼 그 변화의 폭과 깊이 가 넓고도 깊다. 가장 큰 차이는 '융합'이다. 금융권 내부의 업무 절차 개선, 컴퓨터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정도가 이전의 변화라 면 지금은 금전적 가치의 이전이란 금융의 본질이 전 산업 분야 에서 서로 교류하면서 섞이고 있다.
- 독일의 인더스트리 Industrie 4.0은 스마트 제조 플랫폼으로, AI 공장을 만든다. 미국의 재범 예측 AI 컴퍼스COMPAS는 사법 행정의 지능화 도구로, 범죄 피의자가 가석방해도 될 인물인가 를 판사에게 충고한다. 나름의 혜택과 위험이 있지만 국가 운영 체제의 근간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제조 인공지능은 사적인 비 즈니스의 영역에서, 법률 AI는 국내 사법체계의 영역에서 제한 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은 단순히 비즈니스 나 역내 법률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국내적으로는 중앙은행 의 발권력과 이자율 정책, 국채 발행 등 국민경제 시스템을 통해 안정된 통화의 공급과 유동성 관리를 도모한다. 국외적으로는 국가간 제품과 용역의 교환으로 생긴 가치의 이전 등 국제 외환거래와 투자를 통해 무역수지의 균형, 외환보 유고를 비롯한 국부의 증대를 도모한다. 한마디로 금융은 그 나라의 경제 주권으로 정부와 운명을 함께한다. 달러, 마르크, 엔, 위안, 원 등 화폐 단위에 국가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것이다. 공공성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에 보수적이고, 따라서 디지털 혁명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 블록체인은 금융혁신의 최종 기술이다. 암호통화erytocurrency와 스마트 계약으로 이어지면서 금융 AI의 신뢰성을 보증해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페이스북은 비자·마스터카드와 손잡 고 암호통화 기반의 신종 거래 시스템 '리브라'를 조기 출시하려다 트럼프 행정부와 제도 금융권의 강력한 견제에 시기를 연기했다. 페이스북이 2019년 6월 리브라 발행 계획을 밝힌 직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관료들, 유럽연합 당국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해치는 위험한 프로젝트라고 비난하면서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같은 해 10월 리브라 협회를 창설해 차량공유업체 우버·리프트, 유럽의 결제서비스업체 페이유 등 21개 기업과 공조해나갈 것 을 선언했다. 각 참여기업은 1,000만 달러씩을 투자하기로 했다. 2020년 상반기부터 리브라를 발행해 모바일 기기와 SNS를 통한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초기 협회 가입자였던 비자·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메르카도파고와 전자상거래업 체 이베이, 부킹홀딩스 등 7개 기업은 탈퇴를 공식화했다. 마음이 바뀐 업체들은 정부의 압력에 태도를 유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저커버그의 미 하원 청문회 출석 등 계속된 공세에도 굴복하지 않고 리브라 프로젝트를 지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미국의 암호통화가 2020년 시즌 2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틈타 중국 인민은행은 2020년 상반기 중 세계 최초로 법정 디지털 화폐를 시범 운영한다. 발행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유통은 중국의 4대 국영 상업은행인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과 3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 텔레콤, 차이나유티콤이 공동으로 책임진다. 블록체인 기반의 중국 디지털 인민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결합해 아프리카, 동남아 등 제3세계 협력국에 대한 원조와 교역의 표준 결제수단으 로 확산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재 국제 금융의 기축통화인 달러 패권을 디지털 관문으로 뚫고 나가려는 야심이 읽힌다. 미국의 대응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블록체인으로 보호되는 스마트 계약도 종래 다수의 중앙집 권적 금융기관이 개입했던 무역 업무 등 복잡한 거래를 쉽게 만들고 있다. 일본의 대형 금융사 SBI 그룹은 2세대 암호통화 '리플(XRP)'을 기반으로 한 기업용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61개 일본 은행이 이 R3 프로젝트에 참여해 해외 거래에 이용할 예정이다. 비자·마스터 신용카드 회사도 블록체인 기반 기업 결제 서비스를 이미 출시한 바 있다.
- S&P 글로벌 인수 직전인 2018년 1월 골드만삭스는 금융 AI 켄쇼를 활용해 미국 한파의 최대 수혜주는 넷플릭스와 도미노피자'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브라운 사장은 켄쇼의 초기 버전이 주로 주식·채권 등 투자시장 분석과 미래전망 보고서 작성에 치중했다면, 현재는 S&P 글로벌의 내부적 업무 개선 또는 S&P그룹의 여러 다른 고객을 위한 신제품 개발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켄쇼의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 개선의 예로는 데이터정제가 있다.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할 때는 기존데이터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새 데이터의 신뢰도를 검증하고 내부로 편입시킬 수 있도록 재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에 투자하고자 할 때 사기업에 대한 데이터는 굉장히 찾기 힘들뿐더러 다양한 소스(정보원)에서 나온다. 또 소스별로 데이터 품질도 다르다. 이때 다양한 소스에서 나온 데이터를 하나로 합치는 기술 개발이 켄쇼의 새 임무라는 설명이다. 다양한 소스로부터 품질이 다른 대량의 데이터가 유입될 때, 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하나로 합치는 것이 데이터 정제의 핵심 기술이다. 기존 데이터와 잘 연결되는 동시에, 합쳤을 때 전체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쓰레기를 선별해서 버리고 사후에도 잘 돌아가나 검증해야 한다. 외부고객을 위한 켄쇼의 또다른 신제품 중 하나는 차세대 검색엔진이다. S&P 글로벌의 고객은 투자회사뿐 아니라 로펌 컨설팅사·정부 등으로 폭이 훨씬 넓어졌다. 투자 정보에서 법령 검 토, 심지어 외교·안보 관계 전망 등 광대역의 정보를 찾기 위해 S&P 검색엔진을 사용한다. 그런데 수집 정보의 양과 종류가 늘 어남에 따라 훨씬 더 정교하고 효율적인 작동이 필요하게 되었 다. 예컨대,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변동과 국제 금융시 장에 대한 영향, EU의 새 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 후 대EU 수출입 관세법규의 달라진 해석, 북한 미사일 실험에 따른 글로벌 외교·안보 위험지수 증가와 군비증강 추이 등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 지형 변화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빅데이터를 입력해도 즉시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추출해주는 금융판 구글 검색창인 셈이다.
- 알파고는 정책망政策網, policy net과 가치망價値網, value net, 2개의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으로 구성된다. 인공 신경망은 인간의 뇌신경이 강한 자극 방향끼리 시냅스에 의해 가중 연결되는 원리를 소프트웨어 코딩에 응용한 것이다. 정책망은 상대의 수에 응수할 후보수를 고른다. 가치망은 각 후보 수의 승리 확률을 계산한다. 바둑은 가로세로 19줄이 361개 교차점을 만든다. 어느 한 지점에 돌이 놓였을 때 나머지 지점에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수보다 많다. 무한대에 가깝다는 이야기 이다. 트리tree 탐색은 나무가 큰 줄기에서 가는 줄기로 가지를 뻗 듯, 상위에서 하위 결정으로 내려가며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방법이다. 정책망과 가치망을 가동해도 끝까지 모든 탐색을 할 순없다. 여기에서 몬테카를로 방법Monte Carlo Method 이라는 통계적 샘플링 알고리즘이 동원된다. 경로와 승률을 계산할 때 전체 훈련 데이터 중 승리로 이끌었던 선택(액션)의 초기 확률과 바둑 판 현 상태의 승리 확률을 절반까지만 계산한다. 보다 신속한 확률 탐색으로 검색 과정을 확 줄이는 방법이다. 프로 기사들은 오픈 바둑 AI '릴라제로'를 켜놓고 연구할 때, 반상 위의 각 착점에 대한 개별 승률을 즉시 계산해주기 때문에 좋은 수와 나쁜 수를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실제 화면에서 보면 한 수 한 수를 둬나갈 때마다 왼쪽 분할 화 면에서 흑돌과 백돌의 승률은 계속 변한다. 그리고 정책망에서 보여주는 후보 수의 행마를 차례차례 음미하면서 다음 전개의 유불리를 판단한다. 화면상 후보 수는 승률의 고저에 따라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로 좋은 수가 다른 색으로 표시된다. 후보 수의 돌 위에 반 투명한 글씨로 적혀 있는 숫자 42.8은 그 자리에 둘 경우의 승률 을 보여준다. 아래 작은 글씨로 34k라고 적혀 있는 숫자는 바둑 AI의 시뮬레이션 횟수이다. 그 자리를 3만 4,000번이나 들여다. 봤다는 뜻이다. AI가 더 많이 찾아본 수는 그만큼 과거 대국의 데이터상 승리로 이어지는 경로였다는 의미이다.
- 우리는 게임을 잘하는 사람을 보고 “머리가 좋다”라고 말한 다. 이 표현은 단순한 암기력이나 분석 능력 같은 논리적 지능뿐 아니라, 감정과 대인 관계 등 모든 것을 종합한 총체적 능력 을 지칭하는 것이다. 뛰어난 사업가 중 도박을 즐기는 사람의 비율이 제법 높다. 스파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악당과 포커 게 임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단골 에피소드이다. 게임을 잘하는 사 람이 다른 일도 잘할 것, 인생에서도 승자가 될 확률이 높을 것 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정말 그런지 증거는 없지만 우리 가 그렇게 믿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부자 아빠가 자식에게 모노폴리〉 같은 재산증식 게임을 시키고, 선생님은 심시티〉 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학생에게 재미와 의미(지식)를 동시에 전달할 수 없을까 고민한다. 모든 것의 게임화, 게이미피케이션 Gamifacation 개념이다. 인생은 게임이다. 적어도 게임론자에게는.
- 바둑, 체스, 스타크래프트2, 일대일 포커의 공통점은 2명의 플레이어가 제로섬zero sum 게임을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AI가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 전략을 쓰면 대개 통한다는 게 게임이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다중 플레이는 다르다. 훨 씬 더 복합한 조합 관계가 등장한다. 브라운 박사는 대회가 끝난 뒤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포커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벤치마크”라며 “감춰진 정보에 대처하는 AI를 발전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현실에 활용하고 인간이나 다른 AI와도 상호작용을 하는 AI를 만들려면, 다른 구성원들이 세계를 보는 방식이나 그들이 다른 정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포커는 이를 위한 대단히 훌륭한 모의 실험장치라는 것이다. 플루리버스를 공동개발한 카네기멜론대 토머스 샌드홀 름 Tuomas Sandholm 교수도 “우리는 멀티플레이 포커에서 초인간적superhuman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라며, “이는 AI 연구와 게임이론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감격했다.
- 기존에 상용화되어 널리 쓰이고 있는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 등 대화형 AI와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어떤 차이가 있을 까. 기존 대화형 AI의 경우, 보통 명확하게 정의된well-defined 단답식 질문 하나를 들으면 이에 즉각적으로 답한다. 무조건적으 로 무슨 대답이라도 내놓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은 대화의 주제가 훨씬 다양하고, 대답에 앞서 주어지는 준비시간도 길다. 또 모든 질문에 대답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논점에 도움이 되는 한두 가지만 답해도 된다. 서로 쓰이는 경우가 근본적으로 달라서 단락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애초에 개발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 IBM 토론왕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주제가 공개되면 15분간 방대한 말뭉치corpus를 검색해 도입 연설문을 작성한다. 먼저, 신문기사를 100억 문장 정도 찾아본 후 수백 개의 유의미한 문장 조각segments 으로 줄인다. 다시 이를 맥락에 맞게 논리적으로 재배열해 최종 토론문을 만든다. 언론 기사를 재료로 삼은 이유 는 AI 학습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문장이 존재하고, 다양한 논 점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팀장은 “처음엔 위키피디아를 이용했지만 사용하는 말뭉치의 크기가 40배 이상 늘어난 후 뉴스 콘텐츠에 주목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심도 있는 주제에 대한 토론이 가능한 AI 기술의 등장은, 지금까지의 AI 적용 분야를 넘어선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점치게 만든다. 바로 정치와 민주주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능화이다.
- 유권자를 조종하려면 이 같은 AI 프로파일링을 정치 영역으로 확장하기만 하면 된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AI를 통해 유권자의 SNS 정보를 모으고 각 개인의 행동 성향을 분류했다. 후보 캠프의 정치 공학자와 데이터 브로커는 케임브리지의 개인성향정보를 사들인 후 자체 제작한 행동 예측 알고리즘으로 유권자를 분석했다. 누가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할지 정밀하게 예측한 다음 자기 캠프에 우호적인 지지자들에게만 유도 정보를 노출시켰다. 즉, 페이스북 검색 시 투표 시간·장소를 비롯한 상세한 투표 정보와 투표를 마친 친구 사진 등이 뜨도록 해 투표율 을 높이려는 시도를 했다. 나를 찍을 것으로 예측되는 유권자들만 골라 투표소까지 오도록 유도한다면 내게 유리한 선거결과 조작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자신과 다른 견해와 취향을 지닌 사람이나 집단과의 접촉 빈도를 줄임으로써 다양성이 조화롭 게 조정·타협되는 민주주의의 기본전제를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은 AI가 프로파일링을 위 해 인터넷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라도 본인 동의 없이 민감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민감정보란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말한다. 특정 종교나 정당, 노동조합 가입 여부라든가 질병을 앓은 치료 이력 등 그 사람의 신념과 건강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재료들이다. 그러나 데이터 가공업자들은 단순 정보도 조합해 민감정보로 둔갑시킬 수 있다. 약품 구매이력, 단체 홈페이지 검색 기록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하면 성향 정보를 추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 이 같은 행위는 프라이버시권(사생활 보호권) 침해로 간주된다. 자신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 즉 개인 정보를 부당하게 취득·수집당하지 않을 권리 와 노출된 정보를 열람·정정·삭제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의 침해에 해당하는 것이다.
- 이중 슬릿 실험과 양자 고양이로 유명한 천재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전설적인 강연에서 “생명은 내부의 엔트로피(무질서)를 낮춰 안정을 꾀하는 대신, 외부 엔트로피는 높이는 닫힌계界”라고 정의했다. 이와 함께 생명은 외부의 에너지를 가장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복제 전략을 사용해 자신과 닮은 '또 하나의 나'를 연쇄적으로 생산한다고 그는 갈파했다. 복제를 통해 더 큰 닫힌계의 내부 안정을 도모하는 생명과 극에 달한 외부 엔트로피 상승이 서로 균형을 잡으며 자연은 굴러간다고, AI의 창발성과 자기조직화 원리는 생물학자들이 말하는 유기 생명체의 탄생 과정과 흡사하다. 아무것도 없는 영양 수프 덩어리 속에서 갑자기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시작하는 원시 생명 이 툭 튀어나온다. 무에서 유가 생긴 것이다. 무질서에서 질서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어 생명은 복제를 거듭하며 점차 더 정교한 다음 단계로 스스로 체계를 잡는다. 무조직에서 조직이 툭 튀 어나온다. 아무도 조종 통제 명령하지 않지만 더 큰 질서가 자연 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AI가 나오기 한참 전에 유행하던 신과 학, 카오스Chaos 와 프랙털 그리고 퍼지 이론 Fuzzy theory 에서 이미 발견한 생명과 자연의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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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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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이 세 가 지는 어느 정도 서로 중첩되지만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지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첫째, 고객들을 이해하고 응대 하는 방법을 바꾸고
둘째, 더욱 똑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셋째, 기업활동 절차를 개선하고 자동화한다.
* 고객 : 인공지능은 기업이 자사의 고객이 누군지에 대한 이해를 높 이고,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시장의 추세와 수요를 예측하고 특정 고객에 알맞게 맞춤형으로 응대하도록 해 준다.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자사의 고객들을 정말 제대로 파악하는 스티치 픽스와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을 살펴보겠다.
* 상품과 서비스 : 인공지능을 통해 기업은 훨씬 똑똑한 상품과 서비 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고객은 점점 더 똑똑한 스마트폰, 스마트자동차, 스마트가전제품을 원한다. 이 책에서는 애플, 삼성, 그리고 테슬라와 볼보 같은 자동차업체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더욱 똑똑 한 상품을 제조하고 스포티파이, 디즈니, 우버 같은 기업들이 고객에게 더욱 똑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살펴보겠다.
* 자동화 절차 : 인공지능은 사업 절차를 자동화하고 개선한다. 이 책에서는 제이디닷컴같은 사례들을 살펴보겠다. 이 기업은 자동 드론, 자동화된 주문처리 센터와 배달 로봇을 이용해 소매업의 지형을 변 모시키고 있다. 또한 인퍼비전과 엘즈비어가 인공지능을 이용해 의료진단을 어떻게 자동화했고, 심지어 도미노피자가 인공지능으로 어떻게 피자의 품질을 점검하는지도 살펴보겠다.
- 애플은 휴대용 기기에 장착된 감지기들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 세트를 바탕으로 자사의 머신러닝 기술을 구동시키는 역량을 갖춘 막강한 휴대용 기기를 구상하고 있다. 이는 다른 기술기업들이 주창하곤 하는 클라 우드 컴퓨팅과 비교적 동력이 덜 드는 단말기가 지배할 미래와는 분명히 상충된다. 이는 자사의 전화기, 워치, 스피커에 장착된 막강한 중앙처리장치 CPU 또는 그래픽스 처리 칩을 이용하는 기기들에 직접 머신러닝 알고리듬을 깔겠다는 뜻이다. 이를 보여주는 한 사례는 가장 최근에 선보인 '아이폰 X' 모델에 장착 된 신경엔진이다. 이는 딥러닝에 필요한 신경망 연산을 수행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맞춤형 칩이다. 이를 이용하면 안면인식 로그인, 사용자가 더 선명한 사진을 찍도록 해주거나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추가하도록 해주는 카메라 사양, 증강 현실과 배터리 수명 관리 등과 같은 기능들을 더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해준다. 기기에 머신러닝을 직접 구동시키면 클라우드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서 단서를 추출해 그 단서를 토대로 작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훨씬 빠르다. 그러나 단점이 없지는 않다. 오직 하나의 기기에서 수집된 데이 터를 바탕으로 알고리듬을 훈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알고리듬이 클라우 드 머신러닝이 이용할 수 있는 방대한 크라우드 소스 데이터 세트를 통해 학습하는 이점을 누리지 못한다. 이는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집중하는 애플의 전략과 연결 된다. 단말기에는 민감한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머신러닝 기술도 장착되 어 있다. 따라서 단말기에 담긴 민감한 개인정보가 머신러닝 기술에 의 해 처리되기 전에 단말기를 벗어날 필요가 없게 만듦으로써 소비자는 다른 기업들보다 애플사가 자신의 개인정보 데이터를 훨씬 안전하게 관리하리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애플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인공지능 생태계는 핵심적인 머신러닝 프레임워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핵심 머신러닝을 이용하면 개발자들이 딥러닝, 컴퓨터 비전, 자연어를 비롯해 머신러닝 알고리듬을 상품에 장 착할 수 있다. 핵심 머신러닝 기술은 애플의 음성인식 비서 시리뿐만 아니라 아이폰 카메라와 스마트 키보드인 퀵타이프의 인공지능 기능까지 구동시킨다.
- 애플은 고객들이 자신의 모바일 서비스 계약이 만료될 때 계속해서 자사와 서비스를 갱신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개발자들에게 인공지능을 제3자가 제작한 앱에도 통합시키라고 밀어붙였다. 이 전술을 쓴 이유는 다른 모바일 플랫폼에는 없는 막강한 기능들을 계속해서 제 공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플은 개발자들 에게 크리에이트 머신러닝 Create ML 같은 도구들을 제공해왔다. 이 도구를 쓰면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앱을 사용자의 기기에서 구동되는 머 신러닝을 통해 작동시킬 수 있다. 이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가 홈코트라 불리는 앱인데, 아마 추어 농구 게임의 심판 판정에 도움을 주도록 설계되었다. 사용자는 진행중인 경기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머신러닝이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태그를 달고 패스나 슛을 할 때마 다 입력하고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위치를 기록한다. 이 모두가 단말기 자체에 구동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통해 이루어진다. 폴리워드로 불리는 또 다른 앱은 컴퓨터 비전과 머신러닝을 이 용해 사용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어떤 사물이든지 그 이름을 30개 언어 가운데 한 가지로 알려준다.다른 사양들을 이용하면 사용자가 찍으려는 사진을 면밀히 살펴보고 실시간으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진이 될지 제안해주며, 고지 사항을 관리해서 사용자가 제때에 중요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 페이스북이 인공지능 연구 경쟁에서 한참 앞서가고 있는 분야가 안면인식 기술이라는 점은 하나도 놀라울 게 없다. 페이스북 서버에 얼마나 많 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이 저장되어 있는지 생각해보면 말이다. 딥페이스 라 일컫는 기술은 사용자가 사진을 업로드하는 순간 작동하기 시작하고 페이스북은 그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군지 추측하기 시작한다. 이 기술은 신경망을 이용해 분석 대상 얼굴에서 68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집어내고 얼굴의 다양한 부위, 피부색과 비율 등을 측정한다. 400만 건의 안면 이미지를 이 기술에 입력해 개별적인 얼굴 요소들을 인식하고 안면 특징들이 어떻게 사람마다 독특한 인상을 만들어내는지 이해하도록 훈련시킨다. 이 기술이 분석하는 또 다른 얼굴 이미지가 이 미 저장된 독특한 패턴과 일치하거나 흡사한 경우 두 사진 속의 사람이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 페이스북은 이 기술로 사용자의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태그를 달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이 자신의 사진이 페이스북 사이트 어디서 등장하 는지 추적하도록 해주고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사진을 묘사하는 청각서 비스를 제공한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안면인식 알고리듬은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시험 데이터 세트를 대상으로 사용하면 97.35퍼센트의 성공률을 보인 다. 인간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안면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 페이스북은 1분마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50만 건의 댓글에서 단서를 추출하는 데도 인공지능을 사용한다. 맥락 분석을 이용해 사용자가 무 슨 말을 하려는지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사용자가 요청하기도 전에 사용 자가 유용하다고 여길 만한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그 목적이다. 페이스북이 보여주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머신러닝 알고리듬은 친구들 간에 향후 여행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여행지에서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들에 대한 링크를 자동으로 생성해낸다. 현재 탐색되고 있는 더욱 진전된 응용 사례는 다음과 같다. 사용자가 자전거를 팔고 싶다는 포스트를 만들면 광고 형태의 포스트를 자동으로 만들어내고 사용자가 묘사해놓은 자전거 사양을 바탕으로 정확한 판매 가를 식별하고, 구매자를 찾아낼 만한 판매 페이지로 안내한다. 이 시스템은 딥텍스트라고 불린다. 딥러닝 신경망을 이용해 문 장을 분석하고 단순히 단어의 뜻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한 단어의 의 미가 포스트 내에서 놓인 위치와 그 단어와 함께 사용되는 다른 단어들 을 바탕으로 그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는 부분적으로 자율 적인 학습 형태다. 사전이나 문법 책 같은 규정에 의존하지 않고 단어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그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스스로 터득하기 때 문이다. 인간처럼 말이다.
- 상식적으로 볼 때 인공지능이 아직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 과 업이 있다면 바로 향수를 제조하는 일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향수 제조 거대 기업인 에스테 로더, 에이본, 도나 캐런 등의 업체에게 향수를 납품 하는 심라이즈는 생각이 달랐다. 향수 개발은 보통 오랜 세월 동안 훈련받은 인간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심라이즈 는 IBM과 협력해 필리라라는 인공지능을 제작했고 이 시스템이 개 발한 향수들은 곧 브라질의 4,000여 개 화장품 매장에서 판매된다. 필리라는 향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분류한다. 향수마다 독특한 향을 더하는 데 사용되는 기름, 화학물질, 자연추출물들이 바로 이러한 요소들인데 모두 170만 가지에 달한다. 그러고 나면 필리라는 판매 데이터 와 고객서비스 데이터를 읽어서 어떤 조합의 향이 서로 다른 인구 집단 들에게 호소력이 있을지 추측해낸다.이 알고리듬으로 개발된 두 가지 향은 포커스 집단 테스트에서 '눈부신' 결과를 낳았다. 과거 대상 고객층인 브라질 밀레니얼 세대에게 성공 적으로 팔렸던 다른 향수들보다 훨씬 인기가 있었다. 왓슨은 〈제퍼디!〉에서 왕좌에 오른 이후로 IBM이 이룬 획기적인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러한 응용 사례들 외에도 왓슨은 세계 10대 자동차회사 가운데 7개사, 세계 10대 석유가스회사 가운데 8개사가 사 용하고 있다.
- 2016년 아마존이 무인 비행기를 이용해 최초로 배달 시범 운행을 하고 있을 때, 제이디닷컴은 이미 드론 배달망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었 다. 그 후로 중국에서는 드론 배송이 현실이 되었고, 현재까지 제이디닷 컴의 배송 비행단은 30만 분 이상의 비행시간을 기록했다. 제이디닷컴은 최대 5톤까지 화물을 배송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이 드론 서비스는 드론 정거장과 아주 가까이 위치한 지역들 로 물건을 배송하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멀리까지 배송한 거리 는 15킬로미터 정도다. 그러나 머지않은 장래에, 특히 배터리의 수명이 개선되면, 트럭이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에까지 배송함으로써 배송에 드 는 비용을 대폭 줄이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드론은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할 뿐만 아니라 상품을 창고에서 창고로 옮기는 작업도 하게 된다. 현재 이 업무는 주로 트럭이 담당하고 있다. 트럭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제이디닷컴은 물론 트럭도 자동화하 고 있다. 이 회사가 투입한 자율주행 트럭은 1만 7,000시간에 달하는 도 로 주행 경험을 축적했고 경우에 따라서 배송에 이미 사용되고 있다. 현 재로서는 이 트럭이 개방형 도로에서의 주행은 수월하게 해내지만, 도 시에 진입하면 인간 운전자에게 운전대를 넘겨야 한다. 이 회사의 X-비 즈니스 부서장인 샤오 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기술로 운전사를 세 명에서 두 명이나 한 명으로 줄이는 데 그친다면 큰 가치가 없다. 이 트럭이 무인 운행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 코카콜라는 12만 건 이 상의 소셜 콘텐츠를 분석해 인구구조와 고객과 자사 제품들을 거론하는 이들의 취향을 파악한다. 인공지능의 또 다른 응용 사례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확인하고 보 상하기 위해서 구매 인증을 확보하는 방법에서 볼 수 있다. 고객에게 병 마개에 인쇄된 14자릿수 상품코드를 웹사이트와 앱에 입력해 구매를 인 증하라고 요청하면 융통성 없는 운영방식의 속성상 실제로 입력하는 고 객의 수는 저조하기 마련이다. 보다 많은 고객들이 이러한 기획에 동참하도록 권장하기 위해서 코카 콜라는 이미지 인식 기술을 개발해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 장만 찍으면 구매인증이 되도록 했다.
- 2017년 초 맥도널드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성장을 추진하는 새로운 전략을 공개했다. 맥도널드가 무인판매기를 설치 한 매장을 점점 늘리면서 인간 직원을 기계로 대체하는 추세로 나아가는 두드러진 징후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맥도널드가 직접 한 말을 인용하자면, 무인판매기를 설치한 주요 동기는 기술을 이용해 “고객이 매장에서 먹든 포장하는 자동차를 탄 채로 주문하는 배달주문을 하든 상관없이 고객을 상대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맥도널드 매장에 등장한 무인판매기와 매장에 비치 된 디지털 메뉴판은 단순한 단말기가 아니다. 거기에는 스마트 분석기 술이 장착되어 있다. 어떤 제품을 고객에게 선전하고 판매할지 매장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매장이 위치한 해당 지역의 주문 상황, 날씨, 재고 중 유통기한이 끝나기 전에 처리해야 할 재료 목록 등 여러 요인들을 토대로 이러한 판단을 내린다. 메뉴도 똑똑하게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 예컨대, 기온이 떨어지면 훨 씬 속을 든든하게 해줄 메뉴를 제시하기 시작한다. 화창한 날에는 샐러 드와 아이스크림이 메뉴판에서 눈에 띄게 만들 수도 있다. 맥도널드는 고객들이 자기 휴대폰으로 계정을 만들고 직접 주문할 수있는 앱도 제공한다. 이 방법을 통해 맥도널드는 어떤 고객에게 한정판매 메뉴를 보여주면 흥미를 보일지 예측하는 데 사용할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맥도널드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부류의 고객집단에게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통합된 데이터 세트를 구축할 수도 있다.
-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정도에 근접하지 않고는 상품이 운송 판매되는 과정을 정확히 모니터하기란 쉽지 않다. 서로 다른 여러 부서들이 서로 다른 재고 시스템을 이용하는 일이 종종 있다. 꼭 필요한 순간에 재고 데이터를 입수하지 못할지도 모르고, 데이터 자체도 인간이 직접 수집 하고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오류가 날 가능성이 있다. 월마트가 고객중심 기업임을 보여주는 한 사례는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앱이다. 이 앱을 사용하는 쇼핑객은 매장 내의 진열대에서 특정 품목 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사용된 지 꽤 된 앱인데, 사용해본 사람이 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정확도는 복불복이다. 상품이 진열대에 진열되는 때와 그 상품이 스캔되는 때, 즉 계산대에서 상품 바코드가 읽힐 때 사이에 무수히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산대에서 스캔하는 순간 데이터가 업로드되지만 앱은 여전히 재고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에 머문다.
- 거대한 소매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일과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해야 한다. 이 외줄에서 조금만 기우뚱해도 경쟁사들에게 점유율을 빼앗긴다. 한 가지 매우 흥미로운 구상을 소개한다. 자율적으로 스캐닝하는 로봇을 배치해 매장에서 실시간으로 비디오 분석을 하는 방법이다. 이 로봇은 미국 내의 일부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설치되었는데, 통로 를 오가면서 진열대 위의 상품들을 비디오로 찍는다. 매장 내 재고 수준 이 시간마다 어떻게 오르내리는지 보여주는 데이터를 사실상 실시간으로 수집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하루 중 특정한 시간에 어떤 품목이 팔릴지 더 잘 예측함으로써 고객 행동을 더욱 정확하게 보여주는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이 데 이터는 다시 공급사슬과 재고 시스템에 입력되고 그 결과 미래 수요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게 된다. 위에서 소개한, 고객이 매장에서 사용하는 앱의 경우, 로봇의 센서가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데이터를 통해 앱 사용자는 자신이 찾는 품목이 진열된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별도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라서 대충 그 위치를 짐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자동화가 인력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때에 월마트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려는 의도로 제작되지는 않았다는 점 을 주목해야 한다. 이 로봇은 매우 반복적이고 따분한 업무를 지원하기위해 설계되었다. 그 덕분에 매장의 직원들은 고객을 돕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 인스타그램의 괴롭힘 방지 여과 장치는 페이스북이 개발한 딥텍스트라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사용한다. 이 기술은 사용자의 댓글을 구성하는 텍스트를 살펴보고 과거에 괴롭 히는 댓글로 경고딱지가 붙은 다른 댓글들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지 분석한다. 딥텍스트는 신경망과 연관된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업로드되는 텍스 트를 분류하고 텍스트가 업로드된 맥락을 이해한다. 딥러닝 시스템은 훈련을 거듭할수록 정확도가 개선되므로 온라인상에서 친구들끼리 장 난으로 욕설을 주고받을 때와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겨냥해 집중적으로 괴롭힐 때 쓰는 욕설을 구분하는 능력이 점점 개선된다. 자연어를 기본으로 하는 다른 딥러닝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딥텍스트 도 인간들끼리 서로 문자를 주고받는 방식을 배우고 이에 적응하면서 속어, 말하는 패턴, 사투리, 어법 등을 이해하는 능력이 점점 개선된다.페이스북은 딥텍스트를 통해 새로운 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이 기술이 분석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각 단어에 지정하는 의미에 여러 층이 추가된다는 뜻이다. 각 단어에 의미를 규정하는 태그를 부착할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해 단어의 빈도와 텍스트 안에서의 맥락을 추적하고 각 단어가 여러 의미 의 관계망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지정해준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인공지능은 단어들 간의 공통적인 관계와 서로 다른 단어들이 똑같은 의미로 쓰이는 상황들을 학습하게 된다. 이 기술의 비결은 이러한 기능을 매우 신속하게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으므로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1초당 업로드되는 1,000건의 인스타그램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판단을 내릴 정도다.
- 서비스로서 인공지능을 제공하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세일즈 포스도 자기학습 컴퓨팅 기술을 크고 작은 기업들의 손에 쥐어주는 게 목적이다. 세일즈포스는 이 목표를 추진하다가 한 가지 특별히 까다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업들은 자사의 고객 데이터 보안유지에 매우 민감하다. 인공지능은 첨단 기능의 혜택을 누리도록 해 주지만 클라우드는 해당 고객사만 독점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고객사가 통제하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클라우드에 고객사의 데이터를 업로드하도록 기업고객을 설득할 수 있을까? 세일즈포스의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고객들을 설득할 필요 가 없도록 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들은 실제 데이터 자체가 아니 라 메타데이터로 작동하는 머신러닝 알고리듬을 설계했다.
- 머신러닝을 이용해 고객 데이터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표지를 부착함으로써 데이터 준비 절차를 자동화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고객관리 데이터베이스 내의 한 영역이 이메일이나 마케팅 목적이 포함되어 있는 지 여부를 인식함으로써 표지를 부착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알고리듬이 고객의 데이터를 보지 않고도, 고객들로 하 여금 자사의 데이터를 아인슈타인의 예측 머신러닝 알고리듬으로 처리 하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기업이 자사의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얻은 이득을 다른 기 업들도 기꺼이 활용하도록 하겠다면 이러한 사양을 쓰지 않겠다는 선택 을 해제할 수도 있다. 즉, 익명 처리된 데이터가 여러 자료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하는 알고리듬 실행 서비스에 입력된다는 뜻이다. 아인슈타인 실행 서비스는 판매와 마케팅, 청구서 발송과 재정기획, 공동체 관리와 고객서비스를 비롯해 수없이 다양한 영업업무를 처리함으로써 기업고객에게 도움을 준다.
- GE의 에너지 인터넷은 산업 인터넷 플랫폼 프리딕스를 중심으로 구축되었다. 이를 이용해서 GE는 석탄, 가스, 원자력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세계 발전소 망에서의 에너지 생산을 세계적 인 관점에서 개관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발전소에는 1만 개의 센서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러한 센서가 발전소 운영의 모든 면을 모니터하면서 센서 하나당 하루에 2테라 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해낸다. 프리딕스 플랫폼은 발전소에 설치된, GE가 제조하고 판매한 기계뿐만 아니라 발전소 내의 모든 기기에서 수 집된 센서 데이터를 읽도록 설계되었다. GE는 이 데이터를 이용해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을 개척하고 있다. 사업의 어떤 부문이든지 컴퓨터로 복사본을 만들어서 수요증가와 기상변화 같은 현실 세계의 요인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 히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 덕분에 미국 전역에 있는 자사의 발전소망에 프리딕스 시스템을 설치한 엑슬론같은 발전소 운영자들은 운영 여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들을 더욱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예컨대, 기상 여건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태양광 패널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은 시기 를 파악하고 가스를 연료로 쓰는 발전소의 발전량을 늘릴 필요가 있는지 판단한다. GE 파워는 '에너지 인터넷' 프로그램의 이러한 측면들을 '자산 실적 관리'로 분류한다.
- 이와 더불어 인공지능을 사업 최적화에 사용한다. 정확한 최신 데이 터를 통합, 자동화해주는 기업 탐르가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머신러닝을 방대한 조달 업무 관리에 응용한다. GE의 수많은 부서들은 세계적인 공급망을 갖춘 수많은 공급자들로부터 수십만 가지의 품목을 구매하는데, 과거에는 중앙에서 이를 조율하지 않았다. 이 시스템에 청 구서와 구매내역 기록들을 입력, 훈련시켜 다양한 부서들이 수많은 공 급자들로부터 동일한 품목을 조달하는 상황에서 과잉 주문을 피하고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 탐르 플랫폼을 통해 3년 동안 8,000달러 절약 : GE 파워의 최고 디지털 책임자 가네시 벨anesh Bell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계획에 없던 비 가동 시간을 5퍼센트 줄이고, 가동되지 않는데 가동되고 있다는 긍정 오류(오탐지)는 75퍼센트 줄었으며, 운영과 관리 비용은 25퍼센트 줄이는 결과를 얻었다. 이 모든 성과를 더하면 상당한 가치에달한다.” 탐르 플랫폼을 이용해 물품 조달과 재고 처리를 관리함으로써 3년에 걸쳐 8,000만 달러를 절약했다고 GE 디지털 스레드의 기술상품관리 부사장 에밀리 걸트는 말한다.
- 지멘스는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운송 시스템의 모든 부분이 어떻게 움직이고 운영되는지 측정한다.이를 통해 철도 시스템의 '디지털 트윈’ 모델을 구축하고 언제 연착이 나 비효율성으로 이어질 요인들이 나타나는지 예측한다. 문제에 신속히 대처하거나 애초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첫째, 열 차가 제때에 있어야 할 장소에 있는지 확인하고, 더욱 효율적인 서비스 와 수리 작업을 통해 결함과 고장을 훨씬 신속히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럼으로써 필요한 때에 자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운송망 전체에 걸쳐서 에너지 효율성을 최적화한다. 에너지 사용을 측정하고 언제 어디서 동력이 필요할지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열차가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친화적이라고 간주되긴 하지만, 이를 통해 열차가 야기하는 환경영향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열차가 운행되는 동안 에너지 절약도 최적화될 수 있다. 철도망 내 거 시적인 차원에서 운행 상황을 더 잘 파악함으로써 열차가 브레이크를 이용하는 빈도를 줄이고 열차를 앞으로 밀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더욱 빠른 속도로 열차가 달리도록 해서 목적지까 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운행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자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정 시간대에 목적지와 목적지 사이에 운송될 승객 수나 화물의 양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 게 된다는 뜻이다.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데 필요한 열차 운행이 줄어들수록 환경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운영자가 치러야 하는 비용도 줄어든다.
- 지멘스의 서로 연결된 예측 인공지능 플랫폼 레일리전트는 다시 마인드 스피어라는 자사의 사물인터넷 운영체계에 연결된다. 이 시스템은 모바일 데이터망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열차로부터 데이 터가 전송되거나 네트워크 연결이 부실한 지역에서 열차가 목적지에 도 착하면 데이터가 업로드되도록 설계되었다. 열차에 장착된 센서는 엔진 온도에서부터 열차 진동 빈도, 열차 출입 문의 개폐 상태까지 샅샅이 포착하고 외부 카메라에서 수집한 이미지 데이터를 처리해서 연착을 야기할 요인들을 규명한다. 영국에서 실시된 한 시범 운행 사례에서는 300개 센서가 사용되었는데, 1년 동안 100만 건의 센서 판독기록을 생성했다.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고장 및 운영중지 데이터와 서로 연관해서 분석된다. 열차 자체에서 수집한 내부 데이터뿐만 아니라 카메라 피드에서 수집 된 외부 데이터도 사용된다. 그 덕분에 열차는 전방의 철도 이미지를 포착해 하자가 있는지 자동으로 인식하고 미래에 결함이 발생할 위치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인간이 직접 열차가 운행 중인 철도를 점검할 필요성을 줄여주기 때문에 근로자의 안전도 개선된다. 지멘스는 테라데이터의 애스터 디스커버리 플랫폼과 손잡고 센서가 생성한 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를 뽑아낸다. 데이터는 전용 보고 및 시각화 플랫폼을 통해 조종실로 전달되거나 이미 사용 중인 도구에 통 합될 수 있다. 중요한 보고 내용이나 사건들은 SMS를 통해서도 전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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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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