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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드 아웃

경영 2023. 7. 14. 12:23

- 크림치즈는 공급사슬 차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또 다른 식료품이다. 크림치즈의 부족은 트럭 운전기사 부족, 생산 인력 부족, 락 다운 및 검역으로 인한 가정에서의 크림치즈 소비의 증가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 언제나 그렇듯 초기의 물량 부족은 파급효과를 낳는다. 베이글에 바를 크림치즈가 없어지자 뉴욕의 베이글 소비는 움츠러들었다. 브루클린의 랜드마크 격인 주니어스 레스토랑Ju nior's Restaurant은 크림치즈 부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치 즈케이크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이 치즈케이크는 크림치즈 함유 량이 85%였다!
슈퍼마켓은 인기 품목의 재고를 갖추기 위해 앞다투어 경쟁했다. 켈로그 Kellogg는 프링글스의 수요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캠벨 수프 컴퍼니 Campbell Soup Company 역시 파스 타 소스인 프레고Prego 라인을 주문량에 맞춰 공급하는 데 어려움 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헤이즐넛 코코아 스프레드로 유명한 누텔 라Nutella도 공급이 부족해 식료품점 선반이 텅 비게 되었다. 
- 공급사슬의 대실패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의 목록은 끝이 없 다. 트럭 운전기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인력은 지나친 백신 접종의 무로 공급사슬 밖으로 밀려났다. 코로나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백신으로 바이러스의 감염이나 확산을 완벽히 막지 못한다는 것이 알려졌음에도, 백신 미접종자를 배척하는 것은 미 정부의 취 미가 되었다. 그 탓에 창고, 유통센터, 소매 판매점, 물류 운송 업체 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맡은 일을 하거나 심지어 일자리를 지키 는 것마저도 아주 힘들어졌다. 백신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줘서 공급사슬이 악화된 상황은 슬프게도 무척 아이러니하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많은 컨테이너 안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N95 마스크, 검사 키트, 보호 장비와 약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 중복으로 추가되는 비용이 어떻게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지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보험이다. 보험에 가입할 때는 절대 보험이 필요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보험료를 낼 때 즉각적 으로 돌아오는 돈은 없지만 돈을 잘 썼다고 생각한다. 보험금을 청 구할 때면 큰 금액을 보상받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보험료는 비 용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급사슬에 구축 해놓은 중복성 또는 회복력도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보험료 처럼 단기적인 비용이 나가지만 훗날 사업이 어려워지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단기적 비용과 장기적 이익, 중복성과 효율성 간의 균형은 복합 적이고 역동적인 모든 시스템의 특징에 내재된 역설을 보여준다. 글로벌 공급사슬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시스템 중 가장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공급사슬 붕괴를 이해하려면 그 복합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 복합성은 복잡성과는 다르다. 스위스 시계는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고장 난 시계는 숙련된 장인이 시계를 분리하고 부품 몇 개를 교체해서 다시 조립하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복합성은 고급 화이트 와인에 더 가깝다. 와인의 향미를 느끼고, 완성된 제품 에서 사과, 레몬, 버터 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와인을 구성하는 요소를 분리한 다음 다시 합칠 수는 없는 법이다. 물리학 자들은 이러한 맛과 향미를 복합적인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창발성 이라고 부른다. 완제품인 와인은 그 구성 요소를 합친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 물론 취약하기도 하다. 마개를 열고 오랫동안 놔두면 상한다. 글로벌 공급사슬 역시 상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 oseph A. Tainter의 주요 저서 《복합적인 사회의 붕괴 The Collapse of Complex Society》에서 언급되었다. 테인터는 4천5백 년이 넘 는 시간에 걸쳐 붕괴한 문명 27개를 연구했다. 로마제국의 붕괴와 같은 유명한 문명과 버마 산악 지대의 카친 Kachin 처럼 덜 알려진 문명의 붕괴를 두루 살펴보았다. 그는 역사가들이 가뭄이나 지진, 이 방인의 침임, 역병, 기타 재난 등 특정한 이유로 각 문명이 붕괴했 다고 주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문명이 붕괴하기 이전에 도 그러한 재난을 몇 차례 겪었으리라고 여겼다. 로마는 서기 452년 훈족 최후의 왕인 아틸라가 이탈리아 북부를 침공하기 8세 기 전인 기원전 387년에 브렌누스Brennus 족장이 이끄는 켈트족의 침략을 받았다. 브렌누스는 로마를 약탈하고 로마 원로원 의원 대 부분을 죽였다. 로마는 다시 일어섰지만 아틸라의 공격으로부터 결코 완벽하게 회복하지는 못했다.
- 이와 다른 많은 사례를 활용해 테인터는 한 시스템이 이방인의 공격 등 특정한 이유로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공격 받는 문명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붕괴 여부가 결정되는 것 이다. 침략이나 역병, 가뭄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사회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그러한 위협을 이겨낸 적이 있었다. 결국 사회가 무너진 것은 더 이상 회복할 동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금, 부패나 타 락, 부족한 통솔력 등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 사회 구성원들은 단결 하거나 사회를 재건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 려 두고 다른 나라로 이주하거나 단순한 환경에서 살았다.
복합적인 시스템에서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가져오고, 에너지 투입량은 시스템 규모가 커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시스 템 참여자들은 변화를 마주하면 취약해진다는 사실은 현재진행형 인 공급사슬의 붕괴를 잘 설명하는 통찰이다. 어디서나 작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데 문제는 공급사슬의 몸집이 과도하게 커졌다 는 점이다.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정치인들은 더 이상 공급사슬 문 제를 신경 쓰지 않거나 이를 보호하려는 사람들과는 다른 목표를 지닌다. 효율성에 대한 욕구가 자급자족에 대한 욕구를 대체한 것 이다. 이는 심오한 의미를 띠는 정치적 변화다. 공급사슬 관리자들 은 그 영향을 가장 먼저 느끼겠지만 정치판에 부는 새로운 바람을 가장 마지막에 이해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 다시 돌아갈 방법은 없다
공급사슬 붕괴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은 없다. 복합적인 시스템은 폭포처럼 무너지기 때문이다. 개별적인 문제를 좇으면 하류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파급효과는 퍼져나가 며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강물은 아래에서 위로 흐르지 않는다. 비 축하거나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주문하거나 새로운 공급원을 찾 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다른 공급 사슬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대가를 치러야만 해결될 문제다. 
- 세계화가 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혜택을 받거나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근처의 공급업체보다 해외에서 상품을 조달하고, 현지에서 생산하는 대신 해외로 생산 공 장을 옮기거나, 국내에 투자하기보다는 조세회피처로 자본을 옮기기로 마음먹어 야 가능한 일이다. 거의 다국적 기업의 생산, 소싱,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이 경제의 세계화 과정을 추동한다.(앤시아 로버츠 Anthea Roberts, 니컬러스 램프 Nicolas Lamp,《세계화의 여섯 가지 얼굴 Six Faces of Globalization》)
-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나 전기자동차가 탄소 배출 문제에 완전한 해답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왜 전 세계 지도자들은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편을 주장하는 걸 까? 이런 주장을 반복하는 사람 중 일부는 독립적으로 탐구하거나 조사하지 않고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한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불 행히도 대중은 유명 언론이나 정치 지도자에게서 정보를 얻는다. 유념해야 할 것은 기후 위기론자들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선택을 제한하고, 기후변화라는 명목으로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이 다. 그 시점에 기후 위기론이 사라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경제적인피해는 반영구적일 것이다.
위기론적 태도를 보이는 기업 임원들은 ESG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스타일의 투자를 함으로써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 ESG 펀드를 홍보하는 재정 고문들은 해당 투자 상품에 돈이 흘러 들어감에 따라 관리 및 성과 수수료를 얻어 수익을 올린다. 기 후 위기가 과장되었다고 경고하는 학자들은 종신 재직권을 거부당 하거나 논문 게재를 하지 못하게 되거나 문화적 오명을 쓸 수 있 다. 기후 위기론을 말하는 미디어 앵커들은 별점을 높일 수 있다. 기후 재앙 이야기를 다루는 웹사이트는 조회수가 올라간다. 정치 인들은 예상되는 실존적 위기에 대해 '무언가를 한다'라는 점을 보 여줌으로써 표를 얻을 수도 있다.
- 유명 금융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이 지지 기반을 얻기 위해 기후 를 들먹인다는 측면에서 기후가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기후 위기 에 관한 메시지를 계속 강력하게 울려 퍼지도록 하는 학계, 금융 매 니저, 은행가, 규제 당국, 유명 인사, 정치인, CEO들이 등장했다. 그 들은 은행 규제를 정당화하고, 친환경 투자를 지원하며, 연구 보조 금을 지원하는 등 세계가 기후 재앙이 진짜라고 완전히 확신할 때 까지 피드백 루프를 만든다. 내러티브는 계속 퍼져나간다.
잠재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전개는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의 설립이었다. 기후 위기론을 앞세우는 한 엘리트 그룹은 국제금융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이 연합을 설립 했다. GFANZ의 수장인 마크 카니 Mark Carney는 과거에 영란은행, 캐나다 중앙은행, 국제결제은행까지 중앙은행 세 곳의 총재였고 사실상 국제 금융 엘리트들을 이끌고 있다. 공동 의장인 마이클 블 룸버그 Michael Bloomberg는 경제 뉴스를 보도하는 미디어 그룹인 블 룸버그 L.P.를 소유한 백만장자이자 기후 위기론자로 유명하다. 주 요 인물 목록에는 공모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뱅 크 오브 아메리카의 CEO인 브라이언 모이니핸Brian Moynihan, 블랙 록 CEO인 래리 핑크, 시티그룹 CEO인 제인 프레이저 Jane Fraser, 데 이비드 록펠러 펀드David Rockefeller Fund의 이사인 닐리 길버트 Nilli Gil- bert와 동류의 인물들이다. 회원 전체는 130조 달러가 넘는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UN은 GFANZ의 소집 권한을 가져왔다.
GFANZ는 천연가스 공급업체와 파이프라인, 원유 선적 등 에너지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회사에 대출을 줄이고, 풍력 터빈, 태양광 모듈, 독성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배터리 등 신뢰할 수 없는 에너지 원에 자산을 배분하고 대출을 늘리라고 중앙은행과 은행 규제 기 관을 압박하려고 한다. 이러한 노력 뒤에 숨은 진정한 목적은 엘리 트 그룹이 국제금융시장을 중앙에서 통제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 론은 편리한 공약이었다. GFANZ는 반대 목소리와 총기 규제, 인구 통제, 국제금융 및 국제 조세 등과 같은 인기 없는 의제를 짓누르기 위해 힘을 합쳐 통제하려고 시도하는 첫 단계일 뿐이다. 이러한 노 력은 결국에는 실패하겠지만 노력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에너지가 부족해지며 운송 물류 에 차질이 생기고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에 부과하는 세금이 증가하는 결과가 예측된다. 다시 말해 가장 큰 피해자는 효율적인 공급사슬이다. 소비자는 공급사슬 실패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기후는 변하고 있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후 가 변하는 것은 맞지만 상당히 느리고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다. 필요한 것은 관찰과 실험이지, 히스테리가 아니다. 
2.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 대부분은 이산화 탄소(CO2)와 메탄(CH)으로 이루어져 있긴 하지만 이 두 요소 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기의 조성과 비교해보면 탄소 배출량 은 적다. 질소(N)와 산소(O)가 대기의 99%를 차지한다. 아르 곤(Ar)이 나머지 1%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가둬놓으려고 하는 열을 반사하는 능력은 상당하다. 대기의 열 방출을 막는 데 이산화탄소의 기여도는 7%밖에 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1750년 280ppm(백만 입자 중 280개라는 뜻이다)에서 오늘날 410ppm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했던 대부분의 경우는 석유와 가스를 대량으로 소비하기 전이며, 그 원인은 대개 자연적이다. 인간 이 탄소를 배출시키긴 하지만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 역시 불분명하다.
3.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사실이다. 하지만 해수면은 거의 같 은 속도로 100년 동안 상승해왔고 지구온난화가 해수면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 현재 해수면이 상승하는 속도는 1세기당 약 18센티미터로 실존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4. 태양광 모듈과 풍력 터빈은 전력망에 신재생 에너지를 공급 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석유와 가스를 대 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둘은 간헐적인 에너지원으로 쓰 일 뿐이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는 너무 비싸고 배터리 를 마련하느라 독성 화학물질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태양 광과 풍력발전이 증가할수록 에너지에 대한 전 세계의 수요 는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사용 범위에는 제 약이 있다. 석유와 가스, 석탄을 사용해 전기차에 전기를 공급 하므로 전반적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는 못한다.
- 유명한 경제 애널리스트인 루이스 빈센트 게이브Louis-Vincent Gave 는 중국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2022년 5월 18일, 그는 인터뷰에 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상하이를 폐쇄한 중국의 행동은 실제 로 미국에 대한 경제적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게이브는 중국이 대 미 수출을 무기로 삼았다고 밝혔다. 물가상승을 유발하려고 일부 러 공급사슬에 차질을 빚었으며 이는 미국 정부의 신뢰를 더 악화 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책은 공격적인 갈라서기로 간 주할 수 있다. 공격적인 갈라서기의 예시로는 중국 정부의 명령이 있다. 2022년 5월 5일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4년까지 모든 정부 기관과 국영기업에 외국산 개인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게이브의 논문에 담긴 내용이 사실인지 아닐지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지만 정황상 사실과 궤를 같이한다고 보인다.
글로벌 무역 강국들은 중국이 세계경제를 파괴하거나 군사적인 사고를 일으킬 때까지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았다. 중국으로부터 갈라서고 대체 공급 채널을 생성하는 과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파 이브아이스 보고서는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중국을 분리할 수 있 는 세 가지 방안을 설명한다. 첫 번째는 부정적인 갈라서기라고 불 린다. 이는 서양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고, 지식재산권을 훔 치지 못하도록 축소하며, 중국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 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긍정적인 갈라서기라고 불린다. 긍정적으로 갈라서려면 적극적인 산업 정책을 펼쳐 전자, 통신, 미래 산업 9가지 등 미래의 주요 기술 분야에서 선봉을 맡아야 한다. 세 번째 는 협동적인 갈라서기라고 불린다. 여기에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 고도 효율적인 공급사슬을 만들기 위해 파이브 아이스 국가와 민 주주의 동맹국 간의 협력을 증가시키는 방안이 포함된다. 보고서 에 따르면, "공급사슬을 다각화하고 글로벌 산업 중심지인 중국을 분권화시키는 것이 목표다.28 이러한 목표를 향한 노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파이브 아이스 보고서는 정책 입안자를 위한 상세한 계획을 제공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목록을 담고 있다.
- 공급사슬에 문제를 일으키는 긴 목록의 요점은 그 원인 가운데 무엇도 곧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금융을 쥐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은 효과적이다. 에너지의 부족과 높은 가격은 학계, 정부, 은행을 수호하는 사람들이 발표한 엘리트들의 친환경 의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 피해는 몇 년간 지속될 것이다. 엘리트들이 어둠 속에서 추위에 얼어붙을 때 까지는 전환점이 없을 수도 있다. 중국이 의식적으로 기존의 공급 사슬에서 갈라서려고 하는 이유는 시진핑 주석의 불안한 입지와 궁극적으로 서방이 중국과 갈라설 것이라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 광범위한 자립 정책의 일환이다. 중국의 갈라서기 는 정권이 교체되어 중단되지 않는 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 고 더욱 파괴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서방세계에서는 파이브 아이스가 옹호했던 민주적인 인근 국가로의 온쇼어링과 리쇼어링 (생산비와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로 생산 시설을 옮긴 기업들이 다 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옮긴이)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 또한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더 높은 비용을 내게 되고 비용은 더 나은 급여와 혜택을 주는 일자리와 더 높은 품질의 제품으로 상쇄될 것이다. 러시아는 또한 수십 년 동안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 품은 야망의 끝을 보려고 할 것이다. 이는 제국 건설과 비슷 한데 러시아의 경우 재건설에 해당할 것이다. 1929년 대공황의 절 약 정신이 1960년대까지 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팬데믹의 여파는 2050년대까지 지속될 것이다. 정신에 미치는 영향과 적응 행동은 바이러스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 이 모든 동향의 가장 큰 특징은 인 구통계학적 재난이다. 흑사병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앞으로 도 보지 못할 것이다. 인구 구조가 건전해지는 일은 2070년 또는 그 이후에도 불가능할 것이다.
1989년부터 2019년까지 공급사슬은 지난 30년간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공급사슬은 고작 3년 만에 무역 전쟁, 팬데믹, 기 후 위기론, 갈라서기, 에너지 부족, 지정학 및 인구학적 특성이라는 원인 탓에 와해되었다. 결국 재건될 것이지만 시간이 걸릴 문제다.
- 1990년대 후반까지 국고채전문딜러가 되면 직접 연준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또 다른 이점이 있었다. 공개 시장 거래 담당 부서는 일반적으로 공개적인 발표를 하기 전에 긴축정책이나 완화 정책 쪽으로 움직인다. 어떤 정책을 펼칠지 가장 선호하는 한두 명 의 딜러에게 돌아가면서 알릴 것이다. 궁극적으로 내부자만이 알 수 있는 정보다. 하노버 스퀘어에 있는 해리바 Harry's Bar나 로워 맨 해튼 리버티 스트리트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는 바에서 술 한잔하 면서 고객과 통화를 하다 보면 연준 정책 관련 정보가 새기도 했었 다. 며칠 동안 때로는 더 긴 기간 동안 연준이 선호하는 딜러들은 결정적으로 뉴스에서 정책을 공식적으로 보도하기 전에 위험도가 낮은 트레이딩을 해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연준은 이 시스템을 선 호했다. 주요 뉴스를 발표해 세계 시장 전체를 뒤흔들지 않고도 미 리 상황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펼치려던 정책을 조용히 철회 할 수도 있었다. 이런 내부자 거래는 합법이었다. 궁극적으로 정부 가 관여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은 짜인 각본이었다.
연준과 국고채전문딜러의 편하고 효율적인 관계는 1994년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연방기금금리FF의 목표를 변경할 것이 라고 발표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1995년 2월부터 FOMC는 5년 이 지나면 회의록을 공개했다. 1997년 8월, 연준은 정책 금리가 실 제 목표 금리임을 인정하고 뉴욕 연준에 지시하는 형태로 목표 금 리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1998년 12월, 미국 롱텀캐피털매니지먼 트Long-Term Capital Management, LTCM (1990년대 이름을 날리다 러시아 모라 토리엄으로 파산한 미국의 유명한 헤지펀드다.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의 위 험성을 대표하는 사례로 꼽힌다-옮긴이)를 구제한 직후부터 FOMC는 통화정책을 변경할 때마다 바로바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1999년 5월 이후 FOMC는 모든 회의에서 정책 변화가 있든 없든 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변화는 12년에 걸쳐 차근차근 이루어졌다. 위험의 균형에 대한 성명(1999년), 반대표 관련 공지 (2002년), 인플레이 션 추가 예측 및 회의 3주 뒤 FOMC 회의록 공개 결정(2004년), 의 회 제출 통화 보고서에 2년 예측 추가(2005년), 예측 빈도 증가 결 정 및 2년 대신 앞으로 3년간의 예측 시작(2007년), GDP·실업률. 인플레이션에 대한 장기 예측 추가(2009년), FOMC 회의 뒤 기자회 견(2011년), 흔히 '전망치 Dots'라 불리는 FOMC 회의 참가자의 연방 기금 전망 발표(2012년) 등이 그 예다. 1994년부터 2012년까지 18년 동안 연준은 불투명성에서 완전한 투명성으로, 완전한 투명 성에서 예측으로 나아갔다. 해당 기간에는 1998년에 아시아 금융 위기, 2000년에 닷컴 버블로 인한 시장 붕괴, 2008년에 국제 금융 위기, 2020년에 팬데믹 공황 등이 일어났다. 통계학에 막 입문한 학생 모두는 상관관계가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만, 연준의 투명해지려는 노력과 빈번한 재정 위기 간의 상관관계 는 두드러진다. 해리스 바에서 비밀을 공유하며 은밀하게 연준을 운영했던 시대로 돌아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문제다.
- 연준이 다음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그리고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최선의 관점은 긴축 사이클 전체를 살펴보아야 알 수 있다. 긴축 사이클의 첫 단계는 테이퍼링 미리 보기다. 그다음에 는 테이퍼링의 시작이다. 테이퍼링이 끝나면 금리가 인상된다. 그 뒤 자산 판매로 인해 본원통화가 감소한다. 각각의 목표는 금리를 2.5% 범위로 낮추면서 한편으로는 본원통화를 2조 5천억 달러가 까이로 줄이는 것이다. 경제는 긴축정책이 진행됨에 따라 둔화된 다. 여태까지 경제의 활력은 완화된 통화정책에 기댔었기 때문이 다. 자산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한 탓에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낮아 진다. 연준은 이러한 신호에도 불구하고 계속 재정 긴축정책을 고수할 텐데 채권시장의 신호와 유로달러 선물 곡선을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준은 무질서하게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이상 주가 하락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유동성 위기가 커지는 순간에 시장은 무질서하게 붕괴하고 만다. 연준은 금리 인 상과 통화량 축소를 빠르게 멈춘다. 연준은 경제와 시장이 더 악화 되면서 금리가 0으로 돌아가고 본원통화가 역대 최고치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를 인하하고 본원통화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한다. 그 이후 자산 가치가 회복되고 사업 여건이 개선된다. 그 시점에서 사이클이 완료되고 연준은 테이퍼링할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 벤 버냉키와 재닛 옐런, 그리고 제이 파월이 시작한 사이클은 버 냉키가 테이퍼링을 하겠다고 신호를 보낸 2013년 5월부터 제이 파 월이 다시 테이퍼링을 한다고 신호를 준 2021년 8월까지 8년에 걸 쳐 진행되었다. 긴축 국면은 파월이 새로운 금리 인상은 없다고 발 표한 2013년 5월부터 2019년 1월까지 6년이 조금 덜 되는 시간 동 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완화 사이클은 2018년 1월부터 2020년 3월 까지 금리가 0이었을 때부터 15개월 동안 진행되었다. 이 과정이 반복된 터라 2007년 9월부터 금리가 거의 0에 가까웠던 2008년 12월까지 15개월 동안 초기 완화 사이클을 손쉽게 설명할 수 있었 다. 분명한 것은 완화 사이클은 긴축 사이클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 행된다는 점이다. 완화 사이클은 긴축이 유발한 무질서한 시장 상 황에서 일어나는 비상 반응이기 때문이다.
긴축 사이클은 이러한 사이클의 반복에서 2013년에 버냉키가 시작했던 6년간의 긴축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테이퍼링을 시작한 뒤 첫 번째 금리 인상까지 버냉키 때 는 2년이 지연되었는데 파월 때는 4개월만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파월의 테이퍼링 종료와 금리 인상 사이에 지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버냉키의 후임 재닛 옐런의 경우 13개월의 시차 가 있었다. 세 번째 이유는 옐런 시절에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금리 인상 사이에 12개월의 공백이 있었지만, 파월의 경우 첫 번째로 금 리를 인상한 뒤 그다음에 금리를 인상하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 다. 한마디로 제이 파월은 성격이 급한 사람이었다. 그는 2021년 말 치솟는 물가상승률에 놀라 물가상승을 짓누르면서 낭비한 시간 을 만회하고자 했다. 또한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거친 뒤 2019년 1월에 그만두었던 금리 및 통화량 정상화 정책으로 돌아가기를 바 랐다. 빠르게 금리 상승을 하면 두 가지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
- 시장은 이 장면을 본 적 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의 긴축과정은 연준의 긴축을 강인한 경제와 전 세계 금융 위기의 진정한 종식의 신호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시장의 지 지를 받았다. 경제가 더 부강해지고 세계화의 비용이 낮아지며 이 윤이 더 커진다면 금리를 올리는 것이 타당했다. 정상적인 비즈니 스 사이클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2013년 이후에 정 상적으로 진행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나 탄탄한 비즈니스 사 이클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럼프 정권의 연평균 성장률은 오바마 정권 때와 거의 비슷했다. 2009년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했을 때부 터 2020년 팬데믹이 닥쳤을 때까지 약 2.2%였다. 이는 미국 역사 상 가장 긴 회복 시간(129개월)이었지만 가장 결과가 미미했던 회 복 기간이기도 했다. 오바마-트럼프 경기 회복기의 연평균 성장률 은 2.2%였다. 1980년 이후부터 2021년까지 경기 회복기의 연평균 성장률인 4.4%와 비교된다. 트럼프 옹호론자들이 계속해서 주장 하는 바와 같이 트럼프 시기의 연평균 성장률은 적당했지만 그렇 다고 엄청난 것은 아니었다. 2018년에 시작된 무역 전쟁에는 강력 한 정책적 근거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성장에 제동을 걸었다. 2018년 분기별 미국 GDP는 1분기 3.8%, 2분기 2.7%, 3분기 2.1%, 4분기 1.3%였다. 무역 전쟁 가운데 2018년 성장률은 그해 내내 꾸 준히 하락했으며 4분기에는 주식시장 위기의 전주곡을 울렸다. 연준은 긴축정책을 폈고 경제 상황은 악화되었다. 하지만 연준은 계속해서 긴축했다. 2018년 말에 주식시장은 주가 20% 하락으로 응답했다.
제이 파월이 긴축 타임라인을 가속화한 것처럼 시장도 그 반응 을 가속화할 것이다. 파월은 폭주하는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멈출 확률이 높다. 하지만 2018년에도 그랬듯이 성장을 둔화시키 고 경제를 불황의 벼랑 끝으로 밀어붙일 것이다. 그 시점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시장의 붕괴가 문제가 될 것이다.
- 루이스 빈센트 게이브Louis-Vincent Gave는 에너지 가격에 대해 주식의 가치를 측정하는 나름의 측정치를 고안했다. 이 측정치는 경제활동은 에너지의 변환이며 화폐는 에너지로 저장 된다는 견해를 기반으로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돈을 벌려면 일에 서 어떠한 형태의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데 그 에너지는 육체 나 지식을 동원해 만들어지거나 기업가가 창출할 수 있다. 에너지 는 돈에 저장된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에너지를 쓸 때나 다른 사람 의 노력에 투자할 때 에너지가 방출된다. 에너지 자체는 유가로 측 정될 수 있으며 에너지 투입으로 얻는 경제적 효율성은 주가로 측 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유가에 대한 주가의 장기적인 비율은 현재주가가 그 추세에 비해 높은지 낮은지 확인할 수 있는 기준선이 되어준다. 게이브의 방법론에 따르면 유가에 대한 S&P 500 비율은 120년 동안 487이었다. 이에 비해 현재는 1080이다. 게이브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S&P 500이 에너지 가격에 비해 크게 과대평가되었을 때 미 국 주식시장은 구조적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912년, 1929년, 1968년, 2000년이 그 예다. 에너지 가격이 경제 체제가 더할 수 있는 가치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다면 쉽게말해 에너지 가격이 S&P 지수보다 더 빠르게 상승한다면 시스템은 에너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가격을 올려야 한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이 생기기 시작하고 수요가 하락하며 주가도 하락 한다. 
- 카스트로 휘하의 쿠바나 소련, 베네수엘라 등과 같이 이데올로기가 법의 적용을 왜 곡시키고, 실적으로 자격을 평가하지 않으며, 군중을 침묵시키고, 법이 불평등하게 적용된다면, 이런 사회는 고삐 풀린 사회다. 그런 이데올로기적 디스토피아 속에서 는 결국 선반은 텅텅 비고 화폐는 무가치해지며 국가는 가난과 혼란으로 퇴보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기다리는 미래일까? (빅터 데이비스 핸슨 Victor Davis Hanson, 《왜 이데올로기는 고대부터 문명의 적이 되어왔는가 Why Ideology is the Ancient Enemy of Civi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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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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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키 비즈니스

경영 2023. 7. 11. 12:08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누구나 고민하는 것이 있다. 바로 보험을 들어야할지 말지, 들어야 한다면 어떤 종류의 보험을 들어야 할지다. 선배나 친척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보험을 들기도 하고, 결혼을 하면서 부부가 생명보험을 같이 들기도 한다. 자동차를 마련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아이를 낳으면 교육보험이나 상해보험을 든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험에 가입하고, 사고나 상해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수령하기도 하지만, 보험산업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보험산업이 굴러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세세하게 알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도 소멸형 상해보험에 가입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 일 없이 보험료만 내고, 만기 이후 따로 받는 돈도 없다고 생각하니 보험료가 아까웠던 적이 있다. 가벼운 부상을 당해 깁스를 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낸 보험료 이상으로 보험료를 수령하게 되었을 때는 보험을 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경제학과 교수 리란 아이나브, 에이미 핑켈스타인, 레이 피스먼이 공동으로 지은 책으로, 보험에 대해서 마이라도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바라볼 수 있는 현명한 안목을 갖게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아마도 왜 이혼보험은 존재하지 않는지, 도는 왜 건강보험의 내용은 1년에 한번밖에 변경할 수 없는지, 그리고 왜 보험료가 우리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비쌀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어도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보험약관이라는 것이 왜 그렇게 길고 어려운 말로 씌여 있는지 답답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런 보험금 지급에 대한 관행은 앞으로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와 관행들이 고객이 보험사를 혹은 보험사가 고객을 선택하는 결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다면 보험이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순기능 가운데 하나인 심리적 안도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읻. 완벽한 제도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완벽한 세계가 아니라 절충과 타협으로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누군가의 절충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살펴본 내용들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제대로된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보험상품을 세세히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보험상품들은 제각기 특징이 있고 이로 인해 보험시장은 매우 복잡하고 흥미진진한 세계다. 대문에 보험상품을 대할 대는 선택의 문제, 즉 대중의 묵시적 집단선택의 결과로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상황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험영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실적을 올리느냐보다 어떤 사람을 상대로 영업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고객 입장에서 말하면 이 보험상품이 왜 그들에게 필요한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치 보험산업은 보험사와 고객간의 게임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더 복잡하다. 정부나 행정당국이 자주 정보를 관리하는 심판으로 현장에 끼어들어, 고객이 숨기려고 하는 비밀을 찾아내고, 고객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어하는 보험사가 지나치게 고객의 과거를 캐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판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던 경우 정부가 보험사를 제쳐놓고 직접 국민들에게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기도 한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보험과 관련한 선택과 역선택의 문제, 그리고 선택의 결과로 발생하는 문제 등에 대해 좀더 깊은 알게 되었으면 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 보험시장의 존속 여부는 고객의 사적 정보가 만들어내는 선택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보험시장을 존속하게 해주는 고객의 개 인정보와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의 힘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에 의 해 결정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개인정보의 불평등으로 인해 오는 불 확실성은 보험료를 올리면 해결된다. 그러나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시장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만약에 서비스 지출 비용이 크지 않을 것 으로 예상되는 양질의 고객들만 가려 받을 수 있다면, 시장은 별 탈 없이 유지될 것이다.
이혼보험처럼 결국 붕괴된 시장이나 노쇠한 닥스훈트에 대한 보 험처럼 보험상품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만족스럽게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에서 보듯이, 고객이 아무리 많은 가치를 누릴 수 있다 하 더라도 정보의 불평등은 시장의 존재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
- 어린 강아지를 위한 보험은 그런대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는 하 지만, 선택으로 인하여 생겨나는 문제는 여전히 시장에 영향을 미친 다. 선택의 문제에 대비하다 보면, 보험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보 험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보험이 다른 보험상 품에 비해서 서비스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 이다. 실제로 이 보험에는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의 상 한선을 엄격하게 정해 놓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보험금 지급에 관한 상당한 예외 조항과 배제 조항 등이 존재한다. 이는 전적으로 보험사 가 보험상품을 설계하면서 집어넣은 여러 가지 정책 사항들 때문이 다. 그 결과 보험상품의 효용성은 떨어졌지만, 시장 자체가 와해될 위험도 함께 줄었다. 그러나 선택의 문제가 보험시장을 붕괴시키지는 않을지는 모르지만, 흔히 떠도는 속설과는 달리 시장을 강화하는 것도 아니다.
- 헌팅턴병과 관련된 연구 결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롭다. 이 연구는 장기요양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데 자신에 대하여 자신만 이 알고 있는 정보를 활용했고, 그 결과 보험사의 지출 부담이 늘어난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헌팅턴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 은 무작위로 추출한 미국인들보다 장기요양보험에 훨씬 많이 가입했 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가입했다. 어떤 경우든 무작위로 추출한 미국 사람들이 가입했을 때보다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출 이 훨씬 많을 것은 분명하다.
- 진단 기술의 발달 덕분에 이런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골치 아픈 윤리적 이슈와 법적인 이슈도 생겨났다. 보험사와 고객이 어떤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공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공유하는 시점에 관한 논쟁이다. 우리는 7장에서 정부 정책이 선택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면서 법적인 논쟁에 대해서도 다루어 볼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오늘날 미국의 많은 주에서 장기요양보험 상품을 운용 하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범위와 보험료 책정에 유전자 정보를 이 용하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보험사는 그 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점만 밝혀둔다.
- 연금은 보험이라는 것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존재했으니 그 역사는 매우 길다. 로마제국 시대의 사람인 도미티우스 울피아누스 Domitius Ulpianus는 역사상 최초의 연금 판매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나 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사망 예상표를 만들었는데 이 표에 의하면, 예 를 들어서 이미 35년을 산 로마 사람이라면 앞으로 20년을 더 살 것으 로 예측되었다. 이 표는 현대 보험계리인이 사용하는 표보다는 좀 정 밀하지 못해서 5년 또는 10년씩의 연령대를 하나의 구간으로 묶어서 작성되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연금에 가입한 사람과 보통 사람의 기 대수명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러한 실수는 그 후 거의 1천 년 이상 계속되었다.
- 연금 제도는 로마제국이 망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존재하면서 고리대금에 대한 가톨릭의 반대와 금지를 피하는 최후의 수단 역할도 했다. 그러나 연금에는 몇 가지 허점이 있었다. 현금이 필요한 사람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누군가로부터 돈을 빌린 뒤, 매월 일정액의 원리 금을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는 정상적인 대출을 받는 대신, 연금을 팔 았다. 연금 가입자로부터 일정 규모의 목돈을 먼저 받고, 그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 두 가지의 방 식의 거래는 하나는 대출금이 상환되면 모든 거래가 끝나는 반면, 다 른 하나는 연금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상환이 계속된다는 점만 빼 면 별 차이가 없었다. 연금은 채무자가 고리대금에 시달리는 일을 막 기 위해 당시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돈을 가진 사람이 이자 상한선을 넘는 이자수입을 올릴 수도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실제로 영국의 예를 들면, 1714년 당시 5% 이상의 대출 이자를 받는 것은 불법이었 다. 그러다 보니 불법을 저지르지 않으면서도 이자 상한선보다 높은 수입을 얻기 위한 다양하고 기발한 금융기법이 생겨났다. 그 가운데 하나인 연금은 연금 사업자가 가입자에게 매월 일정 금액씩 상환하는 행위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예상할 수 없는 함 정이 발생했다. 연금 가입자가 얻게 될 수익이 5%가 될지 20%가 될 지 누가 예상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오로지 가입자가 얼마나 오래 사 는가에 달려 있다. 18세기 무렵, 영국의 판사였던 로드 하드위크는 이 렇게 말했다. "99%의 연금은 고리대금업 금지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우회 대출이라고 믿는다."
- 오늘날 연금을 운용하는 보험사들도 르네상스 시대의 금융상품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문제로 고통받고 있을까?
미리 답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들도 마찬가지로 그렇다. 이것은 사실이지만,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는 앞에서 선택의 문제가 현대의 생 명보험 시장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살펴보았다. 연금보험이라고 해서 다를 리가 있겠는가? 보험사 입장에서는 하나는 장수에 배팅을 하는 것이고, 하나는 요절에 배팅을 하는 것일 뿐이다. 똑같은 인간의 생명을 놓고 정반대의 모양으로 도박을 하고 있을 뿐이다.
- 오늘날은 온라인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려면, 상당히 많은 자세한 질문에 답변을 해야만 보험료 견적을 받을 수 있다. 요즘 자동차보험사들은 가입 신청자들이 의무적으로 보험사에 제공하는 정보 덕분에 운전자가 사고를 일으킬 위험도를 매우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빅 데이터 시대가 도래하기 한참 전인 2005년, 비즈니스위크는 지금까지는 가입 신청자들의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부과하는 보험료를 3단계로 구분했던 올스테이트사가 이제는 다양한 고객들의 세분화된 특성을 기반으로 보험료를 1,500가지로 구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특성들은 속도위반 스티커를 발부 받거나 접촉사고를 낸 과거의 기록 못지않게 고객들이 얼마나 신중한 지, 혹은 부주의한지, 안전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아니면 난폭하게 운 전하는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물론 보험사가 조사하는 고객의 특성들 가운데는 그들의 신용도처럼 운전의 질과는 관련성이 덜한 것 들도 있다. 물론 언론의 과장이 어느 정도 있겠지만, 20세기 초 자동 차 엔진의 힘만을 근거로 자동차보험료를 책정할 때보다는 고객들 각 자의 특성과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맞춤 보험료를 산정하는 올스테이트사를 비롯한 주요 보험사들의 기법이 훨씬 정교해진 것은 사실이다.
- 물론 시간이 갈수록 운전자들은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감시경제surveillance economy 시스템에 익숙해질 것이다. 지금도 구글과 애플을 포함한 몇몇 거대 기업들이나 집단들이 휴대전화 데이터와 연 동하여 우리의 움직임을 상당히 깊이 추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스 테이트 사가 우리의 행적을 알고 있다고 해서 뭐가 문제인가?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고객들이 보험사가 빅 브라더처럼 자신의 운전을 일일이 감시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있고, 그 때문에 보험사들은 더나 은 정보를 확보하여 선택과 정보의 불균형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리 괜찮아 보이는 사업 모델이라도 고객 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국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고객의 행태에 기반을 둔 보험은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는 이야 기다. 또 기업도 어떤 사업 모델이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면, 그것이 선택의 결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해도 그것을 채택할 수 없다.
결국 보험사들은 법적인 제약이 없는데도 고객들에 관해 알아낼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알아내고 활용하지 못해, 보지 않아도 될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 보험료를 책정하는데 온갖 것들을 다 반 영하는 것이 불공정해 보일 수도 있고,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런 경우 보험사들은 고객들과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여 선택의 우위에 섬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 보다 크다고 생각하여 현존하는 선택의 문제가 지속되도록 방치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고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더라 도, 고객들에게 '섬뜩해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사업에 더 나을 것으로 판단하여, 선택으로 인한 문제를 그대로 놔둘 것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겪는 문제는 보험시장에서 상당 기간 계속 존재하 게 되는 것이다.
- 유예 기간의 설정이 고객의 선택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아줄 수 있 음은 우리가 앞에서 소개했던 자살에 대한 생명보험금 지급 유예 기 간 설정을 다룬 연구를 통해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그런데 경제학 자인 사무엘 신유쳉samuel Hsin-yu Tseng은 1990년대 초, 박사학위 논문 을 쓰면서 미국 전역의 생명보험 가입자들의 사망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2년이라는 자살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유예 기간이 만료되면 보험 계약자들의 자살이 네 배나 늘어났다는 가슴 아픈 사실을 확인 했다. 일본에서 행해진 유사한 연구에 의하면, 보통 1년으로 설정되어있는 일본의 자살자 보험금 지급 유예 기간이 끝난 직후 한 달 동안 월간 자살률이 50%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5층에 보험 사무실을 두는 것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 만 완전한 대책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지급 유예 기간 설정도 완벽 한 해결책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5층에 위치한 보험사의 보험상품은 비교적 건강 상태가 좋은 사람들이 주로 가입한다는 가정 아래 설계 되었기 때문에 보험료가 조금 쌀 것이다. 그러나 심장이 약한 사람들 도 힘겹게 5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감당해 낼 수만 있다면 이 저렴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자 살을 생각할 정도로 마음이 우울한 사람들도 인내심을 발휘하여 지급 유예 기간이 끝날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렸다가 계획했던 일을 실행에 옮기고 나서 보험금을 받아낼 수 있다.
- 쳉은 또 몇 년간의 지급 유예 기간을 기다리지 않고도 지급 유예 조치를 돌파할 수 있는 허점도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사람이 사망한 경우 그 원인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고속으로 질주하다 가 발생한 자동차 충돌사고, 교통사고로 인한 보행자 사망,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쇼크사 등은 의도적일 수도 있고, 부주의에 의한 것일 수도 있는데 이를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다. 사망자가 유서를 작성하 지 않았거나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면 자살이라고 단정 짓기 쉽지 않 다. 이때 마음이 약한 손해사정사가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더 큰 고 통을 안겨주기가 너무 부담스러워 죽음의 원인에 약간의 의문이 있음 에도 불구하고 우발적인 죽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고, 이 경우 생명 보험금은 지급된다. 쳉은 사안에 따라서는 자살로 단정하기 애매한 경우가 꽤 있지만, 자살에 대한 보험금 지급 유예 기간이 끝난 직후부터 자살 사망자가 급증하는 반면, 우발적인 사망자가 감소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그는 또 우발적 사망으로 처리된 경우의 약 1/3은 타살 혹은 우연한 사망으로 위장한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에이미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험금 지급 유예 기간을 회피 하는 팁을 하나 제시해 주었다. 만약 여성이 아이를 가질 계획이라면 초가을에 임신하면 된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1년에 한번, 대개 11 월이나 12월에 보험 계약 내용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방형 등록 기간을 설정하기 때문에 9월쯤 임신을 하면 거기에 맞춰서 임신과 출산시에 보험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내용을 바꿀 수 있다. 에이미의 경우도 10월에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았고, 이듬해 7월 에 출산하리라는 점을 예상하고 여기에 맞춰서 11월에 보험 계약 내용을 적절하게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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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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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위크

경영 2023. 7. 6. 16:36

- 기업들(특히 서비스 기업)은 툭하면 "그렇지만 우린 상황이 달라 요"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매우 구체적인 잠재 고객 집단에 마케 팅 역량을 집중한다면 이런 볼멘소리는 금세 사라질 것이다. 예를 들 어 당신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고, 스타트업인 직장에 서 옵션으로 돈을 좀 만지게 되었다 하자. 그런데 이런 경사스런 일 은 처음인지라 세금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전에도 스타트 업에서만 일했는데 하나같이 땀 흘린 보람도 없이 폭삭 망했기 때문 이다. 당신은 걱정이 태산인 상태로 인터넷을 뒤지다 두 가지 게시글 을 보게 된다. 하나는 제목이 '일곱 가지 절세법이고 다른 하나는 '스 톡옵션 수익 관련 7대 세무 실수'다. 둘 중 어떤 글에 더 관심이 가겠 는가? 두말할 것도 없이 두 번째다. 마치 당신을 위해 작성된 글처럼 느껴질 테니까.
- 지난 2년간 함께 일한 모든 고객의 명단을 작성하고 분석작업에 들어가 보자.
* 명단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공통 산업, 기능 또는 문제점이 있는가?
* 다른 고객 집단보다 더 큰 매출을 올려주는 고객 집단이 있는가?
* 수주가 더 쉬운 고객 집단이 있는가?
* 함께 일할 때 가장 즐거웠던 고객은 누구인가?
과거에 함께 일했던 고객들로부터 좋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현재 자신의 강점을 더욱 갈고닦는 것이 특정 분야에서 지배적인 전 문가가 되는 지름길이다.
- 리포트가 제품이나 서비스가 갖는 특징features을 넘어서 그것이 제공하는 혜택benefits에 중점을 두도록 해야 한다. 소위 'F vs. B(특징 대 혜택)'에 대해 많이 들어보았겠지만 여전히 헷갈릴 때가 있다. "왜 내 마음이 그것에 끌리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면 혜택을 쉽게 정의할 수 있다.
매트리스 회사 템퍼 매트리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들 제 품의 특징은 그 매트리스가 스페이스 에이지 폼space-age foam 이라는 일종 의 메모리폼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다른 매트 리스보다 셀이 더 촘촘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몸에 맞춰 변형된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이제 여기에 혜택을 덧붙여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 매트리스 로 끌어들여보자. 예를 들어 "스페이스 에이지 폼은 더욱 편안한 수면 을 가능케 합니다.", "촘촘한 셀 구조는 자다가 통증으로 깨는 일을 예 방합니다.", "체형에 알아서 맞추도록 설계되어 아침에 일어날 때 활 력이 넘칩니다." 혜택 작성이 어려울 때는 꼭 이 질문을 던져라. "어떤 점이 고객의 마음을 잡아당기지?"
혜택은 무료 리포트의 제목을 정할 때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 무료 리포트 작성 시 얼마나 많은 정보를 포함시킬지를 결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치 있는 정보를 빠뜨리면 읽는 이는 속는 느낌을 받고 지갑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너무 많은 정보를 담게 되면 알 건 이미 다 알았으니 역시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균형이 필요하다. 마케팅 전문가 지미 브라운Jimmy Brown이 말하듯 "만족시키되 여지를 남겨야 한 다." 즉, 딱 아쉬워할 만큼만 정보를 쥐어줘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리포트 독자들에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만을 집중적 으로 말하고,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아쉬워하기 때문이다.
- 성과가 돋보이는 스토리텔링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당신이 성과를 올린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성과를 보여주는 데는 다음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 큰그림 통계
* 소규모 사례 연구
* 고객 후기
'큰 그림 통계'란 지금까지 총 몇 곳의 회사와 일을 했고 평균적 으로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포괄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100 여 곳이 넘는 제조업체와 일했고, 우리의 서비스로 고객사들은 전력 소비를 10퍼센트 이상 줄임으로써 연평균 총 15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큰 그림 통계 제시의 한 예다. 이때 구 체성이 높을수록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특정 업계와 총 절약액수나 수입 액수를 언급하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아직 큰 그림 통계치가 없다고? 그렇다고 해도 염려 마라. '소규 모 사례 연구'라는 다른 방도가 있으니까. 소규모 사례 연구는 어떤 회 사를 위해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한두 단락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이 때 스토리텔링은 다음 세 단계를 따르도록 한다.
* 이러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 우리가 이렇게 했습니다.
* 그리고 이런 성과가 났습니다.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조직이 심각한 성장 문제에 직면했는데, 우리 컨설팅 회사가 전체 경영층을 통일된 방향으로 이끄는 미래 청 사진을 생생하게 작성하고 성장전략 실행에 도움을 주어, 6개월 안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18곳 더 런칭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 타임드 메시지는 당연히 '좀체 바뀔 일이 없는' 또는 '시간을 초월한' 사철나무 같은 문제들을 다루어야 한다. 즉, 고객에게 어제도 문 제였고, 오늘도 문제이며, 가까운 미래에도 문제일 사안을 다루어야 한다. 당신이 재무 설계사라면 좀체 바뀔 일이 없는' 주제는 은퇴 후 돈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을 언제나 괴롭혔고 영원히 괴롭힐 걱정거리다. 한편, 다우존스 지수가 최고치 를 경신했다는 등의 말은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것은 금방 시들고 마는 주제다.
오늘 우리는 타임드 메시지 작업만을 할 테지만 말이 나온 김에 브로드캐스트 메시지에 대해서도 잠시 짚어보고 가도록 하자. 이름에 서 짐작할 수 있듯이, 브로드캐스트 메시지는 당신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나가는 메시지다. 이 메시지의 장점은 시 의 적절성이다. 여기서는 다우존스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내용 을 언급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브로드캐스트 메시지는 그날 잠재 고 객이 받는 수많은 메시지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게 된다. 그래서 강력 한 도구임에 틀림없지만 구독 신청자 수가 100명이 넘었을 때만 효과 가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구글이 품질 점수를 매기는 이유는 이용자들의 검색 용이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샘이라는 사람이 줄무늬 양말을 찾는다고 치자. 그리고 당신이 양말에 특화된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샘이 구글 검색에 '줄무늬 양말'을 입력하여 검색할 때 줄무늬 양말에 대한 당신의 광고가 보이고, 그걸 샘이 클릭하여 당신의 웹페이지로 가서 쌈박한 신상 줄무늬 양말을 산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는가!
랜딩페이지의 품질 외에 품질 점수를 매길 때 구글이 고려하는 또 다른 요소는 광고의 클릭 유도 능력이다. CTR이라고 하는 통계치가 있는데, PPC 프로그램치고 이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없다. CTR은 'click-through rate'의 줄임말로, 광고를 클릭한 사람의 수를 광고가 나타난 수로 나누어 계산한다. 당신의 광고가 100회 노출되었고, 다섯 명이 클릭했다면, CTR은 5/100, 즉 5퍼센트가 된다. 광고가 1,000회 노출되고 다섯 명이 클릭하면 CTR은 0.5퍼센트다(높은 CTR 달성하는 광고 작성법은 뒤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높은 품질 점수는 사람들이 해당 키워드로 검색하여 찾고 싶은 내용을 해당 광고와 웹사이트가 제공해준다고 구글이 인정함을 의미 한다. 품질 점수가 높아지면 키워드의 클릭당 단가는 낮아지고 광고는 더 좋은 위치를 배정받는다. 이러한 혜택은 매우 값진 것으로, 궁극적으로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고객을 얻게 해줄 것이다.

- 광고를 작성할 때는 다음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1. 키워드 중 하나를 제목에 포함시킨다. 사람들은 키워 드를 통해 당신의 광고에 도달한다. 당연히 소비자는 검색어를 포함하는 헤드라인을 클릭할 때 마음이 더 편할 것이다. 그리 고 이것은 앞서 말했듯이 품질 점수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반 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비용도 낮출 수 있다.
2. 특징보다 혜택에 집중한다. 클릭 유도를 위해 쓸 수 있 는 글자 수는 지극히 적다. 특징을 언급할 자리조차 없다. 사람 들은 당신의 무료 리포트가 자신들에게 중요한 뭔가를 제공해 준다고 믿을 때 당신의 광고를 클릭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 상해 변호사'는 클릭당 47달러나 드는 매우 비싼 키워드 어구 이므로 개인 상해 전문 로펌들은 광고의 전환율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당신의 소송 건이 얼마짜리인지 확인하십시오"와 같은 호소력 짙은 제안을 한다. 잠재 고객의 마 음을 꿰뚫는 기본적인 문제에 호소할수록 광고의 효과는 높아 진다. 마찬가지로 특정 동네의 최근 매물에 대한 무료 리포트 를 제공하는 공인중개사라면 광고에서 "당신의 집값이 얼마인 지 확인하십시오"라고 말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3. 시각적 효과를 고려하라. 영어의 경우, 주요 단어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한다. 그러면 CTR이 높아진다. 그리고 광고 전체가 헤드라인처럼 보이고,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게 된다.
- 검색엔진 최적화 및 블로그 컨설턴트인 타데우슈 쉐브칙의 말은 귀 기울일 만하다.
비즈니스 블로깅은 '가치'에 대한 것임을 기억하라. 이것이 바로 개인적 블로그 와 비즈니스 블로깅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사적인 블로그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기' 원한다. 비즈니스 블로거들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기' 원한다. 그래서 비즈니스 블로그 게시물을 작성할 때는 언제나 이 질 문을 마음에 두어야 한다. "이 글이 잠재 고객, 업계 관련자, 일반 대중에게 어 떤 쓸모가 있을까?"
나는 위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신의 인간적 인면 또한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약간의 유머로 풍미를 더하면 금상첨화다.
- 전설적인 카피라이터 존 칼튼John Carlton이 이런 영상의 대본 작성과 관련하여 내게 소중한 조언을 몇 가지 해주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음 세 가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준다.
* 상대가 무엇이 필요한지 말해준다.
* 상대가 무엇을 하기를 내가 원하는지 말해준다.
- 미디어의 관심을 끄는 데 유효한 여덟 가지 스토리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시사와 관련된 또는 구체적 지역과 관련된 이야기
* 명절, 연례행사, 계절과 관련된 이야기
* 유명인사와 관련된 이야기
* 트렌드 소식 및 서베이
* 특정 주제의 랭킹 리스트
* 노하우 이야기
* 논란을 일으키거나 고정관념을 깰 이야기
* 기념일(주요 사건의 기념일과 흥미로운 스토리를 지닌 작은 사건의 기념일)
- 다이렉트 메일이 고릿적 얘기처럼 들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같은 이메일, 텍스트 메시지, 소셜미디어 의 시대에도 다이렉트 메일은 여전히 일을 아주 잘하는 힘센 황소와도 같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받은편지함'보다 우편함 이 덜 복작거린다. 오늘날 이메일은 필수 의사소통 수단이 된 반면, 실물 우편은 점점 더 감소하고 있다. 기껏해야 청구서와 전단지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편함에서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기를 언제나 희망한다. 그래서 누구나 받는 일반적인 광고 우편물과 다른 '세일즈 레터'를 작성한다면 관심을 끌고 새로운 고객을 유 치할 수도 있다.
둘째, 이메일보다는 물리적 형체를 갖는 우편물에 사람은 더 높은 몰입도를 보인다. 리서치 에이전시인 밀워드브라운 Millward Brown 이 실 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물리적 매체, 즉 다이렉트 메일이 사람의 뇌에 '더 깊은 발자국을 남긴다"고 한다.
이 말은 물리적 우편물의 유형성이 '측정 가능한 정서적 펀치measurable emotional punch'를 이메일보다 더 강력하게 날린다는 뜻이다. 이것 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가치 혹은 가격이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중요하다. 잠재 고객의 우편함에 도착한 1~2쪽의 편지는 이메일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우아함과 품격을 전 달한다. 종이의 질감과 봉투와 편지지 상단의 회사 이름과 로고는 당 신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셋째, 다이렉트 메일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또 한 가지 요인은 면 도날보다 정밀하게 타깃 고객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한 번에 봉투 하나만 보게 되므로 똑같은 글씨체의 제목이 빼곡히 늘어 선 이메일 수신함보다 물리적 우편물은 정보 과부하의 정도가 미미 하다.
다이렉트 메일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우선 마케팅이 낭비 감소에 대한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면, 매출을 올려주거나, 일감을 주거나, 리퍼럴을 해주지 않을 사람을 마케팅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고객이 될 가능성이 없는 사람에게 커뮤니 케이션 비용을 쓰는 것은 쓰레기통에 돈을 던져넣는 것과 같다. 반면 다이렉트 메일을 이용할 때 적절한 잠재 고객 명단을 구매한다면 해 당 서비스나 제품에 흥미를 가질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들에게만 우 편물을 보낼 수 있다.
다이렉트 메일의 뛰어난 장점으로 강력한 비용 통제도 들 수 있다. 이 장점은 매체를 통한 광고와 비교할 때 더 뚜렷이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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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내 일의 모든 것

경영 2023. 6. 30. 11:24

- 개방형 공간에서는 폐쇄적으로 될까?
일반적으로 개방형 사무실이 유익하다고 보는 것은 협업의 분위기가 쉽 게 만들어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다른 결론에 이르렀다." 그들은 개인 사무실에서 개방형 사무실로 바꾼 두기 업을 대상으로, 업무 환경의 변화가 직원들 사이의 소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았다. 결과적으로 대면 소통이 유의미하게 줄어들고 온 라인 소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개방형 사무실에서는 직 원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에게서 오히려 더 물러나 이메 일과 메시지로 소통하는 방법을 선호한다고 결론지었다. 가벼운 담소나 대화를 이어가게 해주는 시각 단서와 같은 대면 접촉이 줄고 얼굴과 목 소리가 없는 온라인 소통으로 대체(보완?)된다.
- 이메일은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메일을 다루는 장 에서 살펴보겠지만 단점도 있다. 글자로 입력된 단어의 어조나 의도를 오해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관계 를 틀어지게 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두 유형의 소통을 모두 활용하여 서 로 보완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방형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흔히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소음 이 심하고 사생활 보호가 안 된다는 점과 개인의 공간에 대한 통제력이 제약된다는 점이다.
- 앞서 보았듯이 개방형 사무실이 직원의 전반적인 안녕감 면에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많은 기 업이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계속 개방형 배치를 채택하고 있다.
대다수가 사적 공간에서 일하는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용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각자의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커피머신과 정수기를 배치하고, 직원들이 앉아서 소통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온종일 혼자 앉아 동료 들과 교류 없이 일하는 환경에서는 이런 공간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 진지한 기업들 사이에는 결합형 사무실로 옮겨가는 추세 가 있다. 앞서 보았듯이 이런 환경은 직원들에게 최선이고, 결근이 줄어 들고 직원의 성과와 만족도도 향상된다는 점에서 기업에도 최선이다.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 환경에 '갇혀' 있다면, 이 장에서 소개한 방법 을 시도해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헤드폰이나 선풍기나 난방기를 마련 해서 자신의 필요에 맞게 업무 환경을 바꿔보자.
-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에 촛불을 켜주는 법을 배워라. 남들이 잘 보게 해주는 빛이 되어라. 삶에 가장 심오한 의미를 주는 것이다. (로이 T. 베넷 Roy T. Bennett, 《마음속의 빛 The Light in the Heart》)
- 사람들이 인공광보다 자연광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인공광이든 자연광이든) 빛의 강도도 건강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정신적 피로는 직장에서 흔한 현상이고, 피로를 떨쳐내는 한 가지 방 법으로 적절한 조명을 활용할 수 있다. 많은 연구에서 조명이 밝으면 정 신이 더 맑아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영국의 한 수면 연구팀은 사무직 근로자 94명을 두 가지 조명 조건에 노출했다. 노출 기 간은 4주였다. 한 조건에서는 백색광에 노출했고, 다른 조건에서는 청색 이 많이 들어간 강렬한 백색광에 노출했다. 강렬한 빛에 노출된 사람들 은 정신이 더 또렷하고, 기분이 좋아지고, 업무를 더 잘 수행하고, 저녁에 피로를 덜 느낀다고 보고했다. 다른 연구들에서는 참가자들이 밝은 조 명에서는 덜 졸리고, 기운이 더 살아나고, 정신이 더 또렷하다고 느끼고, 심장박동도 기저선보다 높아진 데 비해, 어두운 조명에 노출된 참가자들 은 심장박동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가 아침과 저녁 모두 에 나타난 것으로 보아, 피곤하거나 해가 저물 때만이 아니라 일상의 업 무시간과 사무실 조건에서도 조명이 중요하다고 유추할 수 있다.
- 항상 밝은 곳에서
직장에서 분노 같은 정서 반응을 일으키기 쉬운 대화를 나누려 하는가? 채광이 좋은 방으로 가서 해보라. 사람들은 채광이 좋은 방에서는 덜 무모하고, 더 절제하고, 사회적으로 허용 가능하고 정중한 태도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 어둠이 사람을 타인과 단절시키고 멀어지게 만들어서 진정한 자기가 되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느낌을 키워주고 할 일을 덜 걱정하게 만드 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어두운 방의 참가자들이 더 쾌락적 인 방향으로 선택한다.
이 연구의 결과는 개인 차원과 소비자 차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는 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진심으로 원하는 쪽으로 선택하고 싶다면 조명을 어둡게 하고, 실용적인 쪽으로 선택하고 싶다면 조명을 밝게 해야 한다. 게다가 소비자 중심의 비즈니스에도 직접적인 함의가 있다. 소비자가 쾌락적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고 싶다면 매장 조명을 어둡게 해야 한다. 반대로 소비자가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제품에 집중하 게 하고 싶다면 조명을 밝게 해야 한다.
- 그리하여 빛이 있으라!
빛은 기분이 좋아지게 해 더 기민하고 활력 넘치게 해준다. 사람들은 채광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자기를 더 잘 인식하고, 그래서 자제력을 더 많이 발휘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줄인다.
- 어둡지 않게 하라
직원들이 더 공정하고 너그럽게 행동하기를 원하는 기업은 사무실의 조명을 밝혀야 한다. 협상이나 여러 가지 소통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와 협상할 때 상대가 공정하고 관대하게 나오기를 바란다면, 어두운 방 에서 협상을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은유적으 로든 실제로는 '환한 대낮에 노출될 때 더 윤리적으로 행동하고 관대하게 나온다.
- 연구에 따르면 지나치게 따뜻한 곳에서는 복잡한 결정을 위한 모든 조건을 체계적으로 고려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연구자 아 마르 치마 Amar Cheema와 버네사 패트릭 Vanessa Patrick은 참가자들을 두 방에 들여보냈다. 한 방은 적당히 선선한 온도(19°C)였고, 다른 방은 적당 히 따뜻한 온도(25°C)였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휴대전화 요 금제를 보여주고 최선의 요금제를 선택하라고 요청했다. 요금제는 복잡 했다. 요금제를 꼼꼼히 따져서 비용을 계산해 봐야 어느 쪽이 더 좋고, 비 용이 덜 들고, 무료 통화 시간을 더 많이 주는지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 로 따뜻한 방의 참가자들이 서늘한 방의 참가자들보다 더 나은 요금제를 훨씬 적게 선택했다. 적당히 따뜻한 온도조차 정신적 기능을 떨어뜨리고 지치게 만들어서 주어진 조건을 모두 고려하기 어렵게 하는 듯하다. 온 도가 높으면 정신적 대가를 치른다. 높은 온도에서는 의사 결정과 같은 복잡한 인지 기능에 필요한 정신적 자원이 줄어든다. 그래서 문제의 한 측면만으로 판단해야 할 수도 있다. 한 측면에 집중하는 것이 더 빠르고 쉽지만, 비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쉬지 않고 일 하느라 인지 자원이 고갈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들어라
사람들이 가깝고 친하게 느끼게 해서 당신의 제안이나 결정에 따라올 확률을 높이고 싶다면 실내 온도를 높여라. 따뜻한 방에서는 상대가 당 신의 의견에 동의하고 순응해서 협상에 유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물 건을 팔 때는 실내를 따뜻하고 쾌적하고 만들어라. 그러면 구매자가 제 품을 좋아할 가능성이 커진다.
- 파란색을 찾아가라
스트레스가 심하고 불안하다면 바다나 강, 호수 같은 야외의 파란색 공간을 찾아가라. 바다나 강을 따라 걷거나 그냥 앉아서 물을 감상하라. 얼마나 기운이 나고, 평온해지고, 행복해지는지 알면 놀랄 것이다.
- 타냐 차트런드와 존 바그를 비롯한 미국과 네덜란드의 연구자들은 모 방이 부적절할 때는 뭔가 이상하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나 상황이 불편할 때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거나 소름이 돋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의식적인 차원에서는 상대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상대와의 소통 자체는 완벽하게 정중하거나 일상적이거나 심지어 유쾌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오싹한 기분이 드 는 것은 바로 조화롭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잘못된 사회적 상황에서는 모방이 우리의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 칠 수도 있다.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을 연구의 공모자(같은 참가자인 척하는 연구조교)가 모방하는 집단이나 모방하지 않는 집단에 무작위로 배정했다. 두 명으로 한 조를 만들고 각 조에 공동의 과제를 내준 뒤 임의 로 각각 지도자나 노동자의 역할을 맡게 했다. 두 사람 사이에 힘의 역학 을 조작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리고 집중력이 필요한 과제를 내주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지도자 역할을 맡은 참가자는 모방되지 않을 때보다 모방될 때 집중력 과제에서 더 좋은 수행 능력을 보였다. 반면에 노동자 역할을 맡은 참가가는 모방될 때보다 모방되지 않을 때 더 좋은 수행 능력을 보였다.
이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사회적 규범을 생각해보자. 보통은 노동자 가 지도자를 모방하지, 지도자가 노동자를 모방하지는 않는다. 모방은사회적 규범과 일치할 때 효과적이고, 사회적 규범을 거스를 때는 역효 과를 내는 듯하다.
- 분노가 이익이 되는 상황
다음에 협상할 때는 어느 쪽에 힘이 있는지(일반적으로 상대가 덜 필요한 쪽이 어디인지) 자신에게 물어보라. 당신이 힘이 있는 쪽이라면 협상의 어느 지점이나 행동에 화가 날 때 화를 내라.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에 당신이 힘이 약한 쪽이라면 화가 나도 참는수밖에 없다. 화를 내면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 상의할까, 끝낼까?
협상에서 정말로 화가 나더라도 상대하게 직접 화풀이해서는 안 된다! 분노를 제안으로 돌려야 한다. 그러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어떤 제안에 실망하고 화가 났다고 말해야지, 상대에게 화가 났다고 말해 서는 안 된다.
- 격분하지 않고 분노를 표현하기
협상에서 분노를 표현하려면 얼마나 열을 내야 할까? 얼마나 강렬해야 할까? 분노를 적당히 표현해야 할까? 아니면 소리를 지르고 주먹으로 테 이블을 치는 식으로 격렬하게 표출하는 편이 나을까? 두 가지 표현 방식 의 효과가 다를까? 연구자들은 실험으로 이 질문을 검증하여 이런 결론 에 이르렀다.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협상에서 적당히 화를 내는 것이 화를 내지 않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강도 높게 화를 내는 방법은 효 과적이지 않고, 적당히 화를 낼 때보다 상대에게서 양보를 적게 끌어낸 다. 연구자들은 비즈니스 협상에서 격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은 규범 에서 벗어나고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지므로 격분한 협상자가 협상에서 얻는 지위와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 참을성을 잃으면 진다
앞서 보았듯이 협상에서 정말로 화가 나면 화내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 다. 그러나 절대로 큰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진다.' 거래에서 당신의 지위와 입지만 불리해질 뿐이다. 분노는 항상 말로 표현해야 하고, 사람이 아니라 '제안'을 향해야 한다.
- 선물을 주면 훨씬 더 많이 돌아온다
선물을 돈으로 받으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러나 의외의 측면 이 있다. 직원이나 팀원들의 동기를 최대로 끌어내는 선물이 꼭 돈은 아 니다. 일반적으로 시간을 들여 고르느라 고심하고 노력한 흔적이 선물 에서 엿보일 때 직원들이 더 만족하고 동기부여가 된다. 고용주가 직원 들을 아끼고 한 인간으로서 존중한다는 의미가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 문이다. 동료나 직원이나 팀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면, 보너스로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 라. 그러면 직원들은 보너스를 받으면서 남에게 베푸는 가치까지 얻을 수 있다. 고용주와 직원과 사회, 모두가 이기는 방법이다. 당신이 투자한 생각과 노력이 충성심과 직업 만족도와 생산성의 측면에서 최고의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 이상의 실험에서 의사 결정을 외국어로 할 때는 편향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로 결정할 때는 좀 더 직관적이고 편향적인 모국어 의사 결정에 비해 규범을 준수하는 체계적인 과정에 더 많이 의 존한다. 연구자들은 외국어로 결정하면 정서적 반응이 감소하고 정서적 거리가 넓어지는 데서 이유를 찾는다.
- 외국어는 업무 현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외국어가 좀 더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는 협상, 비즈니스 결정, 조직의 윤리적 결정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서양 국가에서는 비즈니스 협상이 흔히 영어로 진행된다. 영어가 협상 자 모두의 모국어가 아니어도 공통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이다. 앞의 여 러 연구에서는 비즈니스 협상과 결정을 외국어로 진행하면 모국어로 진 행할 때보다 체계적인 과정에 더 의존하게 되고 편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익성 면에서 편향에 적게 치우친 결정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모국어가 다른 구성원을 팀에 포함하는 것이 좋다. 외국어가 팀워크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적인 영역 에서는 모국어보다 외국어로 저축과 투자를 결정할 때 덜 편향된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다.
- 앞서 언급했듯이 옷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보이지 않는 문화적 기대나 규준에 영향을 받는다.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 인은 '맥락', 곧 개인이 특정 상황에 갖는 내적 표상이다. 두 연구자는 맥 락의 효과와 그 효과가 수행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더 정교하게 설계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이번에는 참가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눴다. 두 집단에는 흰색 실험실 가운을 입혔다. 하지만 한 집단에는 '의사' 가운이라고 말하고, 다른 집 단에는 (똑같은 가운이지만 '화가'의 가운이라고 알렸다. 세 번째 집단의 참가자들에게는 가운을 입히지 않았다. 다만 실험자가 가운을 테이블 위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의사 가운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에게 집중력이 필요한 과제(상당히 유사한 사진 두 장 사이의 사소한 차이를 가능한 한 빨리 찾아내는 과제를 내주었다. 놀랍게도 똑같은 가운인데도 '의사가 운'을 입은 참가자의 수행 결과가 '화가의 가운을 입은 참가자보다 유의 미하게 좋았다. 의사 가운을 입고 더 '똑똑해진' 걸까? 좀 더 합리적으로 추론하자면, 가운이 유능하다는 느낌을 주고 인지 장치에 기름칠을 한 것이다. 이번에도 참가자들이 보이지 않는 힘, 곧 맥락의 힘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마이클 슬레피언 Michael Slepian 교수가 이끄는 다른 연구에서는 공식적인 복장을 한 사람들이 더 추상적으로 사고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가 입는 옷은 인지적 수행만이 아니라 신체적 수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독일의 한 연구팀은 남자 운동선수들을 나이와 체격에 따라 둘씩 짝지어 14개 팀으로 만들었다. 각 팀이 서로 맞붙어 시합을 벌였는데, 한 번은 빨간색 저지를 입었고, 또 한 번은 파란색 저지를 입었 다. 빨간색 저지를 입었을 때가 파란색 저지를 입었을 때보다 시합 전에 심장박동이 유의미하게 높았고, 더 무거운 역기를 들 수 있었다.
- 이전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의사 가운을 입고 지적으로 더 좋은 수행 결과를 보인 것처럼, 비즈니스 정장을 입은 참가자들이 티셔츠에 운동복 바지를 입은 참가자들보다 협상에서 적게 양보하고 더 큰 수익을 올렸 다. 다시 말해 전문가답게 차려입기만 해도 협상 행동과 자신감과 지배 력, 무엇보다도 협상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더 놀랍게도) 의상의 유형이 생리적으로도 영향을 미치고, 무엇보다도 지배력을 나타내는 테스토스테론 수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운동복을 입은 남자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비즈니스 정장을 입은 남 자들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비즈니스 협상에서 유독 결과에 자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비즈니스 정장을 입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입을 열기도 전에 협상력이 높아질 수도 있다.
- 그러나 내가 입은 옷이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내가 나 스스로를 어떻게 지각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적인자 리(사교 모임, 친구 모임, 지인 모임, 데이트 등)에서든 직장 생활(고객, 동료, 상 사, 협상 상대와의 대화나 취업 면접)에서든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항상 사 회적·문화적 규준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어진 자리나 상황을 존중해 야 한다. 데이트에 적절한 복장이 장례식장이나 예배당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남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기로 선택하든, 항상 심리적으 로 편안한 복장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옷이 부자연스러우면 티가 난다. 겉으로는 신체 언어와 버릇으로 드러나고, 속으로는 다소 거짓된 자신 이라는 느낌으로 드러난다. 마치 '이건 진짜 내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게임에서 뒤처질 수 있다.
- 보이는 것 이상의 무엇
누군가를 면접하거나 동료와 협업하고 싶은지 결정할 때 당신의 결정이 상대의 외모에 영향을 받았는지 자문해보라. 바람직하지도 않고 불공 정하지만, 사실 외모는 판단에 영향을 준다. 이런 가능성을 인지하면 영향을 덜 받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자질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스스로 외모에 얼마나 휘둘리는지 인지하면 진실이 보인다.
- 한 번 더 보기: 골치 아픈 상황을 피하기 위해 다시 확인하기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 항상 검토해야 한다. 냉소적이거나 유머 섞인 메시지를 의도했다면, 이중으로 확인해야 한다. 답장이 오지 않으면, 직접 전화해서 메시지를 오해한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 휴식을 취하라!
긴요한 메시지를 기다리는 상황이 아니라면 한 시간동안 '이메일 휴식'을 취하라. 그동안은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고 업무에만 집중하자고 정하라. 실적이 얼마나 향상되는지 곧 알게 될 것이다.
- 한편 수술실에서도 음악 감상이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제시하는 연구들도 있다. 수술실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성형수술을 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모든 연구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음악이 기억과 독해 같은 다양한 인지 과제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 낸 연구도 많고, 배경음악이 있을 때보다 조용할 때 성과가 좋아진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도 많다."
한 연구팀은 메타분석으로 배경음악이 다양한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여러 연구의 결과를 비교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배경음 악은 읽기 과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억 과제에는 약간 부정 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반면에 정서 반응과 스포츠 경 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음악은 수행을 향상할까, 저해할까? 연구 결과가 일관되지 않고 상반된 결과까지 나오는 것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음악이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면서 장르, 박자, 음량, 음악의 호감도, 과제 의 유형과 복잡도,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특성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 이다. 먼저 어떤 음악을 듣는지에 따라 다르다. 클래식인지 재즈인지, 힙 합인지 헤비메탈인지, 빠른 곡인지 느린 곡인지. 또 수행하는 작업에 따 라도 다르다. 현재의 작업이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인가, 아니면 집중 력을 요구하는 복잡한 작업인가? 기억력이 필요한 작업인가, 문제 해결 작업인가, 아니면 창조적 사고를 요구하는 작업인가?
- 업무 향상을 위한 선곡
이렇게 해보라. 분석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휴식을 취하며 몇 분간 기분이 좋아지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라. 연구에서는 이렇게 하면 업무 수행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 해결이나 텍스트 이해처럼 주의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 을 하는 동안에는 경쾌하고 시끄러운 배경음악이나 노래가 나오는 음악 을 듣지 말아야 한다. 자칫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 만 느리고 조용한 연주 음악은 괜찮다.
- 업무 향상을 위한 선곡
이렇게 해보라. 분석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휴식을 취하며 몇 분간 기분이 좋아지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라. 연구에서는 이렇게 하면 업무 수행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 해결이나 텍스트 이해처럼 주의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 을 하는 동안에는 경쾌하고 시끄러운 배경음악이나 노래가 나오는 음악 을 듣지 말아야 한다. 자칫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 만 느리고 조용한 연주 음악은 괜찮다.
- 음악이 업무 수행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일을 시작하기 전이나 휴식 중에 음악을 들으면 성과를 끌어올리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에는 유익한 효과가 많다. 음악은 기운이 나게 해주고,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 여주고, 기분을 끌어 올려주고, 치유의 힘을 발휘하고, 특정 과제에서 성 과를 높인다. 이처럼 음악이 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는 각자가 하는 일의 종류나 매일의 업무에 따라 이해해야 한다. 반복되는 일인 가, 아니면 집중력과 창의적 사고가 많이 필요한 일인가? 혼자 일하는가, 아니면 팀에서 협업하는가? 음악이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는 그 날그날 다르고 주어진 업무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래도 이제 음악을 들 으며 휴식을 취하면 업무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확실 해졌다. 일하는 동안 전반적인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확실하다.
- 다른 연구에서도 물리적으로 청결하면 도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 과를 얻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는 청결한 향이 나는 방(창문 청소세 제를 뿌린 방)의 참가자들은 아무 향도 없는 방의 참가자들보다 받은 돈을 더 공정하게 나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청결한 향이 나는 방의 참가자 들이 비영리 자선단체인 해비타트 운동Habitat for Humanity에 자원봉사를 더 많이 신청했다.
이상의 결과는 업무 공간에 관해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창문 청소 세제 등의 세제 냄새는 호혜적이고 친사회적인 행동을 끌어올리고, 전반 적으로 도덕적인 행동을 부추겼다. 모두 업무 공간에서 중요한 미덕이 다. 따라서 사무실에서 그냥 먼지만 닦지 말고 깨끗이 청소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 그러나 질서 정연함을 찬양하고 주변의 모든 환경을 통제하겠다고 맹세하기에 앞서 무질서한 환경의 또 하나의 영향을 알아보자. 특수한 업무 조건에서는 정돈되지 않은 책상이 더 유익하고, 더 나아가 꼭 필요 할 수도 있다. 주로 창조성이 필요한 일에서 그렇다. 알베르트 아인슈타 인 Albert Einstein이 했다고 알려진 말이 있다. "어수선한 책상이 어수선한 마음의 징표라면, 텅 빈 책상은 무엇의 징표인가?" 아인슈타인이 세상 을 떠난 날 찍힌 그의 사무실 사진에는 어수선한 책상에 서류와 책이 어 지러이 널려 있었다. 마크 트웨인 Mark Twain이나 J. K. 롤링J. K. Rowling처럼 창조적인 사람들의 어질러진 책상 사진은 여러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질러진 책상이나 사무실이 창조성과 관련 있을까?
- 앞서 정돈된 행동과 규약을 준수하는 태도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한 연구자들이 2013년에는 정돈된 방과 무질서한 방이 창조성에 미치는 영 향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정돈된 방이 관습적인 행동을 끌어내고, 무질 서하고 정돈되지 않은 방은 창조성과 색다른 생각을 자극한다는 가설을 검증하려 했다.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탁구공의 용도에 관한 참신 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라고 했다. 참가자의 절반은 어수선한 방에 있었 고, 나머지 절반은 정돈된 방에 있었다. 두 방 모두 비슷한 수의 아이디어 를 냈다. 그러나 제3의 평가자가 아이디어의 창조성을 평가한 결과, 어질 러진 방의 참가자가 창조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 어질러진 책상이 유익하고 창조성을 자극할 때가 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창조성과 상자 밖의 사고가 더 유리한 분야, 예컨대 광고, 마케팅, 리서치, 소프트웨어 개발, 임시 태스크포스 같은 분야의 업무 공간에 중 요한 함의를 갖는다. 그렇다고 오해하진 말라. 공간을 어지럽히면 그 공 간에 있는 모든 사람이 갑자기 더 창조적으로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럴 리는 없다. 다만 특정 상황에서는 약간의 어수선함이 색다른 상자 밖의 관점을 끌어내기도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창조적인 사람의 책상이 어수선하다는 뜻도 아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연구들에서는 어 수선한 책상이 창조성과 연결될 때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 어수선한 상태를 고맙게 여겨라
정돈되지 않은 사무실이 도움이 되는 유일한 예외는 창조성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다. 모든 물건이 딱딱 제자리에 놓여 있는 지나치 게 정돈된 사무실은 창조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 따라서 창조적인 일을 할 때는 약간의 무질서를 허용해도 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무질서하 게 놔둬서는 안 된다. 
- 개방성과 평온함을 연상시키는 파란색이 사람들에게 평온하고 안 전한 환경이므로 혁신적인 방법을 시도하고 창조적으로 사고해도 좋 다는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연구자들은 파란색이 '접근 동기 approach motivation (어떤 것을 피하지 않고 다가가려는 욕구나 동기)'를 자극해서 혁신적 인 아이디어를 끌어낸다고 설명한다.
몇몇 연구에서는 빨간색이 창조적 과제뿐 아니라 성과를 내야 하는 문제 해결 과제에서도 성과를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최고의 아이디어는 파란색에서 나온다
이렇게 해보자. 창조성이 필요한 작업을 진행하거나 브레인스토밍을 하 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거나 뭔가 새로운 것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 면, 사무실을 파란색으로 꾸며보라. 그림을 걸어도 되고, 벽을 파란색으 로 칠해도 되고, 컴퓨터 배경화면 같은 사무실의 장비를 파란색으로 바 꿔도 된다.
창조적으로 사고해야 하거나 분석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를 풀 때는 빨간색을 피해야 한다. 빨간색이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암기 하거나 지침을 숙독하는 등 체계적이고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에 서는 빨간색이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
- 초록의 시간을 갖자
이렇게 해보자. 창조성이 필요한 작업을 진행한다면, 하루에 몇 번씩 잠시라도 시간을 내서 초록색 면을 바라보라. 초록색이 많은 그림도 괜찮고, 사진도 괜찮고, 컴퓨터 이미지도 괜찮다. '초록의 시간'을 갖지 않은 다른 날과 작업 성과를 비교해보라.
- 번득이는 영감이 필요한가?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 사무실이 어두우면 작은 전등으로 사무실 한쪽을 밝혀라. 아니면 전등의 이미지를 사용해도 된다. 어두운 방에 켠 전등은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을 때 창조성을 높이는 훌륭한 조합이다.
- 창조적으로 되고 싶은데 계속 빙글빙글 돈다!
그렇다! 혁신적인 해결책, 프로젝트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 고 싶거나 창조성을 끌어내야 한다면 종이에 끄적거려 보라. 다만 직선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선이나 곡선을 그려야 한다. 아니면 일어나서 걸어보라. 역시나 직선으로 걷지 말고 방이나 건물을 도는 것이 좋다. 이렇게 빙빙 도는 사소한 행동으로도 마음을 비울 수 있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창조적 사고를 끌어내는 데 중요한 요소다.- 게 빙빙 도는 사소한 행동으로도 마음을 비울 수 있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창조적 사고를 끌어내는 데 중요한 요소다.
- 이 결과에는 중요한 함의가 있다. 집중력이 필요한 분석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하루 중에서 자신에게 최적인 시간대에 풀어보라. 반면 창조적 해결책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최적 의 시간이 아닐 때 풀어보라. 이때 집중하기 어렵고 방해 요인에 더 많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되고, 새로운 아 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다.
- '게으름뱅이'의 보상
사람들에게는 하루 중 최고의 상태라고 느껴지는 최적의 시간이 있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오후든 상관이 없다. 누군가는 밤의 올빼미이고, 누 군가는 이른 아침의 새이고, 둘 사이의 사람들은 대체로 오후 시간에 가 장 힘이 난다고 느낀다. 하루의 일정을 조율하고 업무를 분배할 수 있다 면, 집중력과 분석력이 필요한 업무를 최적의 시간에 배치해야 한다. 창 조성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업무는 하루 중 '최악의 시간에 배치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따라서 아침형이라면 창조적인 일을 저녁에 하고, 저녁형이라면 반대로 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덜 활기차고 '최적의 시 간보다 경계심이 느슨해질 때 창조성의 뮤즈가 깨어나 더 자유롭게 배 회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집중하고 바짝 경계할 때 보다 정신이 느슨하게 풀릴 때 창조성이 따라온다. 직관을 거스르는 만 큼 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이 창조성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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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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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추세는 구성원과의 접촉을 기본으로 하는 HR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기존의 인사정보시스템HRIS 과 프로세스 자동화를 넘어 성과관리, 보상관리, 인재관리, HR 서 비스 등 모든 프로세스에 HR 관련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여 통합 적으로 경영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리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HR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HR 관련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업 기회를 창조하는 것이다. HR 데이터 분석 업무는 이러한 배경에서 새로이 탄생한 HR 직무의 한 사례다. 이와 함께 기대되는 HR 운영의 효율화는 좀 더 전략적이고 컨설팅적인 역할에 집중하게 하면서 구성원의 회사에 대한 애착, 이른바 '구성원 경험과 업무성과를 함께 높이는 '구성원 몰입'을 향상하는 토대가 된다. 프로세스 자동화, 빅데이터 활용, HR 데이터 분석, HR 챗봇, 인공지능 기반 채용, 온보딩 프로그램, 온디맨드 학습, 비디오와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과 회의, 구성원 간 새로운 협업 모델, 의사소통 방식과 채널의 변화 등은 HR 디지 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바탕이 된다.
이와 함께 HR은 조직 전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 전략, 프로세스, 시스템, 사물인터넷, 디지털 마케팅, 고객경험cx, Customer Experience, 사업 생태계, 정보보안, 조직문화의 변화를 지원하는 변화관리자의 역할도 해야 한다. 조직민첩성과 협업적인 조직문화도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세일 즈포스닷컴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의 "모든 디지털 트랜 스포메이션은 고객으로부터 시작해서 고객으로 끝난다."라는 말은 HR에도 여전히 유용하다. HR의 주요 고객은 구성원들과 경영진을 포함한 관리자와 내외부 사업 파트너들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 변화에 대한 보다 민첩한 대응능력
*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재정립
* IT 보안과 기계 안전 문제
*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와 기준 설정 문제
* 제품 라이프사이클
* 산업별 가치사슬
* 사라지거나 부상할 직업과 직무에 대한 이해
* 근로자 교육과 역량개발 문제
* 기타 사회, 경제 문제

-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기 1~2년 전부터 점진적으로 근로시간과 업무량을 줄여서 근로자가 원활하게 은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회사는 그 기간 후임자를 훈련하여 업무 공백을 최소 화하거나 구성원의 업무 재배치에 기여할 수 있다. 급여를 함께 줄이는 경우 근로자와 회사의 상호합의나 근로자의 신청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법률적 제한이 있다.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정년을 연 장하는 조건으로 정년 시점 도달 전부터 점진적으로 급여만 줄여 나가는 제도는 '임금피크제'라고 한다. 최근엔 임금피크제를 제한하는 대법원의 판례가 새로 나와 도입을 고려하는 경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를 보면 미국은 근로자 의 55%가 적어도 주당 3일 재택근무를 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일부 IT 기업의 자체 조사에서 전 면 재택근무 선호도가 높게 나왔다. 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시스코 시스템즈의 연구 결과와 기타 연구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대부분 의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고정적 하이브리드 모 델이 근로자와 회사가 모두 가장 선호하는 모델로 나타난다.
하이브리드 형태는 근로자의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융통성과 자 율성을 어느 정도 보장함과 동시에 대면 근무를 통한 협업의 장점도 살릴 수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회사에서 세밀한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 항공사고와 조직문화와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는 많다.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조직성과의 핵심적인 요소의 하나로 조직문화를 지적하면서 대한항공 801편 사고와 연료 부족 으로 추락한 콜롬비아 국적의 아비앙카항공 52편의 예를 들고 있 다. 1975~1997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46건의 항공사고 중 조종사 과실로 판명 난 것은 36건으로 그 비율이 78.3%나 된다' 세계 평균은 64.4%다. 100만 비행 횟수당 조종사 과실에 의한 사 고 건수를 보면 북미 1.3회, 유럽 2.7회, 중동 2.1회, 남미 4회, 아시아 5.9회로 유교적인 문화, 전통, 권위주의적 서열 의식이 강한 문화를 가진 아시아 지역 조종사들의 사고 건수가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남미 지역 조종사들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 비율이 높은 이유가 비슷한 이유로 연구되고 있다. 사회학자 헤이르트 홉스테드Geert Hofstede가 개발한 권력간격지수PDI, Power Distance Index 를 이용해 전 세계 조종사들을 측정한 연구'를 보면 1위는 브라질, 2위 한국, 3위 모로코, 4위 멕시코, 5위 필리핀으로 항공사고에서 조종사 과 실 비율이 높은 나라의 순서와 대체로 일치한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상관관계를 인식하고 적극적인 조직문화 개혁에 나서 최근에는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선한 오이를 보관하려면 신선한 통이 필요하다. 식초에서 오이가 피 클이 되지 않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통이 곧 조직문화다. 사실 조직문화는 항공사고의 예를 넘어 모든 조직의 성과에 직접 적인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오타와대학교의 케네드 데슨Kenneth Desson 교수는 조직 문화를 "외부적 적응과 내부적 통합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학습하고 공유하는 기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패턴이다." 라고 했다. 이는 조직문화가 조직에서 생기는 모든 대내외적인 문 제를 해결하는 데 기본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성과는 그중에서도 모든 것을 대표하는 요소다. 조직문화는 조직 미션의 공유를 비롯해 조직의 모든 계층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업가치, 경영철학, 경영진의 리더십 스타 일, 부하직원과 동료와 상사와의 관계에 대한 구성원의 사고방식, 일상적인 업무태도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에 따라 올바른 조직문화는 조직 구성원이 올바른 결정을 내 리도록 돕고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또 개인과 부서 혹은 조직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더 나아가 업 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돕고 변화에 대한 구성원의 수용도를 높인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결국 조직성과를 높이는 데 직접적으 로 관여한다.

- 야후의 CEO였던 머리사 마이어가 처음 부임한 후 취했던 전격 적인 재택근무 중단이 한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녀가 구글에 서 근무할 땐 늘 주차할 곳이 없어 애를 먹었다. 야후에서 일하면 서 근무시간 중에도 텅텅 빈 주차장을 보고 재택근무나 외근을 핑 계로 오후만 되면 직원들이 회사를 빠져나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재택근무를 하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로 도덕적 해이도 만연했다. 이러한 현상을 목표 의식도 사기도 없고 관료주의만 팽배한 '야후병'이라고 판단한 것이 그녀가 재택근무 제를 폐지한 직접적인 이유였다.
많은 기업이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조직이 커지면서 창업 초기 성공의 뒷받침이 되었던 조직문화와 혁신성을 잃어간다. 그중 대 표적인 것이 관료주의의 팽배, 변화에 대한 실기, 혁신의 중단이다. 소위 '성공의 저주'다. 이러한 조직문화의 덫에 걸렸던 대표적인 초 우량기업의 사례가 GM, GE, IBM, 모토로라, 노키아, 코닥 등이다. 이 중 GE와 IBM은 강력한 CEO가 부임하여 회사의 조직문화를 완전히 일신하면서 부활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계속 써 내려가 고 있다. 좋은 조직문화를 갖고 있고 현재의 모바일 시대를 창조했 던 모토로라는 기업이 분할되었다. 한때 휴대폰 업계의 강자였던 노키아와 필름 업계 1위였던 코닥은 회사가 사라지거나 이름만 남았다. 기업의 조직문화는 다음의 4가지 측면을 살펴보면 그 실체가 어느 정도 보인다.
1. 사업을 하는 방식, 직원과 고객을 대우하는 방식, 사회에서 활동하는 방식
2. 의사결정 시 위임의 정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
3. 조직체계 내에서 권력의 구조와 정보의 흐름
4. 공동목표에 대한 구성원의 주인의식

- 좋은 기업문화란 창조하기도 쉽지 않지만 유지하기도 어렵다. 조 직문화 전문가 존 칠드러스John R. Childress는 전략의 70%는 실패하 는데 대개 실행력의 문제다. 실행력의 저해요인 중 상당 부분이 조 직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성공적인 기업이 실패하는 핵심적 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 사후에도 좋은 실적을 보이는 애플은 노동강도가 높은데다 일하기 좋은 회사로서는 크게 평가받지 못하지만 실행 력에서는 최강의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실행력은 애플 조직문화 의 핵심이다. 다만 직원의 웰빙 (행복)과 조직성과라는 2가지 과제를 함께 달성하는 보다 심층적인 고민은 더 필요해 보인다. 기업의 성과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기업의 유일한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강한 조직문화와 좋은 조직문화는 별개다.
조직행동 컨설턴트 존 맥러플린John McLaughlin은 좋은 조직문화 를 만들기 위한 세부적인 특징으로 7가지 요소를 지적하고 있다.
1. 혁신과 위험 감수
2. 디테일에 대한 강조
3. 성과지향
4. 개인 존중
5. 팀워크
6. 경쟁심과 적극성
7. 제도적 안정성

- 조직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은 조직이 성과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직무만족도와 몰입도가 높고 조직운영체계가 환경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조직활성도가 높은 조직의 특징은 구성원들이 호기심과 도전의식을 가지고 변화에 대한 융통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조직이 생동감 있게 유지되고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조직 활성화는 조직의 장기적 비전, 조직문화, 인사체계, 직원몰입도, 경영층의 리더십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조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조직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1. 조직은 어떠한 변화에서도 사람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조직의 혁신도 결국은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언제나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2. 조직의 변화과정에서 과거가 크게 중요하지도 않고 미래를 예측하지도 못하지만 과거의 자료는 조직의 선택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를 분석하는 데 과거의 자료를 활용하라.
3. 조직의 긍정적인 문화는 조직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이며 변
화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4. 조직의 문제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제에 대한 정 확한 이해는 해결책을 끌어내기 위한 필수요소다.
5. 조직 활성화는 지속적인 조직개발 노력의 하나로 접근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를 위해서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표를 서로 명확하게 공유하 고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야 한다. 방향이 정렬된 다음에는 최 대한의 자율성과 위임을 장려하고 창의성과 혁신을 자극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조직에서 인적자원의 가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관점에 대 한 문제는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었다. 대체로 1980년대까지는 인 적자원을 비용의 한 부분으로 보아 최적정 인건비 달성이 인적자 원관리의 주요 목표였다. 1990년대에는 사람을 인적자본으로 보 는 시각에 따라 자본수익률ROI 주요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 mance Indicator로 따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조직 구성 원을 소위 노력과 몰입을 투자하는 '투자'로서 바라보게 됐다. 그런데 기업이 구성원을 투자가로 생각한다면 투자를 받아야 하 는 '노력과 몰입'이란 무엇인가? 이는 달리 표현하면 직무에 대한 '자발적 몰입Discretionary Commitment (Engagement 혹은 Flow로 표현하 기도 함)'을 의미한다. 자발적 몰입이란 구성원이 현재의 역량을 바 탕으로 자발적으로 또 최선을 다해 직무나 직무 관련 자기계발에 최대한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직원들을 직무 몰입도에 따라 분류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4가지 유형이 있다.
1. 이성적, 정서적으로 완전히 몰입하는 자발적 몰입 구성원
2. 이성적으로는 높게 몰입하되 정서적으로는 완전히 뒷받침되지 않는 구성원
3. 부분적으로 몰입하는 구성원
4. 직무에 관심이 없는 비 몰입 구성원
- 일본에서 경영의 구루로 불리는 교세라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직원을 스스로 알아서 타는 자연성性 구성원, 불을 붙여 주면 타는 가연성可燃구성원, 불을 붙여도 전혀 타지 않는 불 연성性구성원으로 분류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성燃性구 성원이 바로 자발적 몰입자다. 더 많은 구성원을 전적인 '자발적 몰입자'로 만드는 일은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과제다.

- 근래 들어 조직의 비효율성을 논할 때 주로 지적되는 관료주의 혹은 관료제는 그 발생 배경을 살펴보면 역설적으로 인류가 발명 한 가장 효율적인 사회조직 운영시스템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인류는 집단화, 사회화, 국가화를 하면서 구성원을 다스리기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이로 인해 피라미드형의 조직을 기본으로 한 특권적 계급체계인 관료제를 구축해 중앙집권적으로 관리하는 형태의 시스템이 생겨났다. 이것이 관료주의가 생기게 된 배경이다. 관료주의의 특징인 분업화, 전문화, 위계서열화, 명문 화, 연공서열주의, 권위주의는 높은 효율성과 함께 정치와 행정을 분리할 수 있는 정치 중립성으로 인해 당시 귀족 중심의 엽관제가 갖고 있던 모순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군대, 정당, 학교 등의 대규모 조직으로 전파되었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기업, 노동조합, 비정부 조직 등의 사회 부문으로 도입이 확산되었 다. 이로써 관료주의는 근대 이후 전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조직운 영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관료주의는 기본적으로 피라미드 형태의 서열체계를 바탕으로 상의하달과 상명하복 등의 지휘체계를 가진다. 조직 특성상 피라 미드의 정점으로 향할수록 의사결정의 폭과 책임이 커지면서 구성 원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범위도 넓어진다. 이렇게 하면 관리범위 안에서는 많은 양의 업무를 신속히 처리한다는 이점이 있다. 직무 를 분할하여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고 업무를 전문화 할 수 있다. 또 연공서열주의는 조직에 대한 구성원의 애사심과 충성심을 고양하고 갈등을 둔화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관료주의의 장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관료제 혹은 관료주의라는 용어를 처 음 사용한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관료제는 인간 이 만든 조직 운영 시스템 중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며 현 대사회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러한 배경으로 인해 관료주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다. 파벌주의와 부서 이기주의가 생긴다. 때로는 집단을 이루어 개인의 정당한 혹은 창의적인 의견을 배척하고 억압한다. 상부의 지 시에 순종하는 상명하복형 권위주의적 문화가 생성된다. 구성원은 딱 지시받은 것만 한다. 원래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와 목표를 망각 하고 모든 것을 규정과 절차에 의존하는 형식주의에 치중한다. 조직 내 의사소통의 단절이 생긴다. 그래서 관료주의를 옹호했던 막스 베버조차 관료주의가 합리성을 무기로 개인을 통제하여 서서히 영혼이 없는 철창에 가두어버리는 시스템이 될 위험이 있다고 보 았다. 대단한 선견지명이다.
흔히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관 료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관료주의는 많은 성공적인 기업들의 주 요한 몰락 배경이다. 기업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 조직이 커지고 제 도와 시스템이 안정화되면서 창업 초기에 가졌던 민첩성과 유연성 이 사라진다. 그리고 조직이 경직되면서 점점 관료주의에 의한 부 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긴장감이 사라지고 변화에 둔감하며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는 무사안일이 판치고 조직을 위해 일하는 대신 상사를 위해 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튀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매사에 문서를 요구한다. 더욱이 조직구조가 층층이라 의사 결정이 늦다.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한다. 부서 이기주의가 횡행 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지 개입하여 영향력을 확대하려 시도하 나 책임 문제가 따르는 순간 순식간에 모두 다 사라지고 문제 주위 에는 아무도 없다. 근거 없는 우월감도 상황을 악화한다.
- 메타(전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회사에 필요 한 핵심인재를 뽑을 때 독특한 채용 방법을 사용한다. 페이스북은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업 중에서도 전형 절차가 까다로운 회사 중 하 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정말 필요한 주요 인물이라고 판단하면 통상의 전형 절차는 무시된다. 그는 해당 인물 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본사로 초청한 다음 함께 실리콘밸리의 숲 속을 산책하면서 페이스북의 장래 비전을 설명하고 그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 전달한다. 산책이 끝나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 산책 동반자는 집기가 완전히 갖추어진 자신의 사무공간을 소개받는다. 지금 당장 와도 좋다는 의사의 표시다. 이를 통해 최고경영자의 인재에 대한 안목과 인정을 확인한 대부분의 영입 대상자는 결국 페이스북에 합류하게 된다.
셰릴 샌드버그는 2008년 페이스북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입 사하여 14년을 근무하면서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을 도입하고 회사 전반의 운영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그 또한 저 커버그가 이러한 방식으로 여섯 번이나 설득하여 스카우트한 사람이다. 
- 압박 면접을 사용하는 배경은 대체로 선발기법에 대해 무지하거 나 지원자를 대하는 철학이 부재하거나 면접을 빙자한 고의적인 성희롱적인 행위 등으로 보인다. 압박 면접이 적절한 방법으로 이 루어진다고 해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평가 효과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 이를테면 사회심리학자인 사이언 베일락sian Beilock과 토머 스카Thomas H. Carr의 연구는 고성과자일수록 외부적인 심리적 압박감이 심할수록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방해를 받음으로써 성과가 떨어진다Choking Effect"고 했다. 이러한 연구는 압박 면접의 구실 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설혹 평가 효과가 크다고 해도 지원자를 모욕하고 비인격적인 방식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방식은 용납되기가 힘들다. 기업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리가 없다. 무엇보다도 지원자를 그렇게 대우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면접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지원자를 존중하는 것이 인재를 유치하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다.

- 아직도 현저히 우수하다고 말할 정도의 면접기법이 딱히 없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데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원자의 다양한 정보나 배경은 입체적인 채용판단을 하 는데 여전히 유용하다. 스스로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정확히 이해 하고 이러한 사람을 효과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것도 그 기업의 역 량이다.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제한한다고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 을 것이란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보는 어떻게 활용하느냐 의 문제에 불과하다. 블라인드 채용의 원래 취지도 좋은 사람을 뽑 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발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접근과 함께 훈련된 면접자의 확보도 중요하다. 아울러 면접의 기술도 중 요하지만 그 이전에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의 모델과 필요역량을 파악하는 것이 인재를 채용하는 데서 우선이다. 블라인드 채용도 결국은 이러한 채용의 기본적인 목적에 배치될 수 없다.
면접자의 편견을 방지하고 채용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효과가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의 어느 기업은 면접 시 성차별을 막기 위해 대면면접 대신 전 화면접을 하면서 지원자의 음성을 변조하는 기술까지 사용해 화제 가 된 적이 있다. 앞선 사례처럼 음악 연주와 같은 실기에서는 블 라인드 테스트가 효과적이다. 국내 대학 입시에서도 음악이나 미술은 실기 테스트에서 커튼으로 응시자를 가리고 시험을 본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응시자와 채점자가 서로 알아볼 수 있는 신호를 사용하여 입시 부정이 된 경우가 있다.
지원자에 관한 정보를 제한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다. 조직문화가 더 중요하다. 조직문화가 지원자에 대한 편견을 허용한다면 블라인드 채용으로 '편견 없이' 사람을 뽑았다 해도 입사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요는 편견을 막고 공정한 방법으로 인재를 채 용하는 조직문화다. 참고로 현재는 정부기관과 공기업에서도 블라 인드 채용을 폐지하는 추세이다.

- 많은 연구에서 꼽는 탁월한 성과를 내는 핵심 요소는 '신중하고도 체계적으로 계획되고 또 탁월함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반복하는 학습이나 연습'이다. 지능이나 재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기본을 넘어서면 이것이 성공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은 사람이 포기 하지 않고 지속적인 학습을 할 수 있게 하는 간접적인 원동력이 된 다. 열정과 집중이 없으면 반복된 학습을 경지에 오를 때까지 해내 기가 어렵고 탁월한 성과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루하고 힘든 반복적인 훈련을 참아내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힘든 고비(경영전 략가 세스 고딘은 이를 딥Dip'이라고 표현함)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차이를 가르는 핵심이다.
오로지 체계화되고 반복된 학습만이 성공을 보장한다. 학습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극복하고 끝내 탁월한 성과를 내는 인재가 된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차이는 여 러 가지 방해요인을 극복하고 얼마나 지속적으로 '체계적, 심층적 반복적' 훈련을 할 수 있느냐의 차이다. 그러나 학습은 도전과 개 선을 동반하는 반복이어야 한다. 같은 수준을 아무리 반복해도 탁 월함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학습이 체계적일수록 보다 효 과적으로 인재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학습과정을 기업의 교육훈련 과정에서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채용이 중 요한 이유다.
다중지능 이론을 창시한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이러한 과정을 IDF'로 표현했다. 가드너는 이를 한 분야에서 탁월한 창의적 성과를 내는 사람들의 성공조건으로 꼽았다. 이와 더불어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는 인재의 조건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각별한 관 심, 어느 한순간 찾아와 지속적인 학습을 강력히 유도하는 각성, 탁월한 성과를 위해서는 영혼을 팔 수도 있다는 소위 '파우스트' 몰입과 특별한 의지를 들었다. 여기서 파우스트적 몰입이란 우리 선조들이 말한 불광불급不及, 즉 미쳐야 이룬다는 말과 같은 뜻 이다. 미치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반복되는 학습과 노력도 지루하 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요소 하나는 윤리적 감수성이다. 아 무리 탁월한 성과라도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윤리적인 마음자세는 탁월한 성과가 가야 할 방향을 제 시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재가 만들어지는 경우는 없다.

- 권력은 개인 또는 집단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자기의 의사에 따라 행동하게 하는 힘이며 조직 내에서는 구성원을 복종시키거나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가졌다고 생 각하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자기가 권력을 가졌 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거나 과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현 상은 침팬지나 사자와 같은 다른 동물군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다 만 사람의 경우는 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 조직에서는 집단 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리더가 아닌 경우에도 일어난다. '완 장을 찬다'는 표현처럼 어떤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면 이러한 권한이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임시로 위임된 것이 라는 것을 잊고 '완장'을 개인에게 주어진 특권으로 착각하는 경우 도 생긴다. 관료주의도 여기에서 싹튼다.
- 미국의 사회학자 아미타이 에치오니Amitai Etzioni는 권력의 속성을 크게 세 가지인 강제적 권력, 보상적 권력, 규범적 권력으로 구분했다. 강제적 권력은 권력자가 가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처벌을 피하려는 데서 발생한다. 보상적 권력은 재정적, 물질적 자원이나 보상을 통제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규범적 권력은 권력을 가진 사람의 권위, 품성에 대한 존경, 사회적 규범과 상징성과 관련된다.
권력은 이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는 조직이나 개인의 성과, 동의, 복종, 저항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대부분의 권력의 정당성과 합법성, 권력 행사의 목적과 범위와 대상과 절차, 그리고 권 력 행사에 따른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개인이나 조직을 막론하 고 정당하지 않게 잘못 행사되는 권력에 대한 결과는 저항이다. 러한 저항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권력을 회수하거나 취소하는 것이다. 이를 강제로 제어하기 위해 사용되는 권력은 대부분 원천 적으로 정당하지 않은 강제적 권력일 수밖에 없으며 내면적인 저 항을 심화한다. 이 경우에도 외면적으로는 복종으로 결과가 나타 날 수도 있지만 강제적 권력을 두려워해서일 뿐이지 마음으로 복 종하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는 복종하고 뒤에서는 다른 면종복배 와 같이 '복종하지 않는 복종'은 인간관계나 조직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구성원 관리에 불확실성과 불필요 한 비용을 늘린다.
- 권력을 말할 때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에 관한 것이다. 권력은 그 자체로서는 의미가 없고 사람과 결합될 때 생명력이 생긴다. 크건 작건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조직을 가지 고 이러한 조직이나 집단을 이끄는 사람을 리더라고 부른다. 기본 적으로 조직의 성과는 그 조직의 구성원이 만든다. 그리고 구성원 이 성과를 낼 수 있게 이끄는 사람은 리더다. 리더의 역할은 구성 원의 동기를 유발하여 자발적 몰입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이 다. 이것이 좋은 리더십의 함축적인 전형이다.
그러면 권력은 리더십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결국은 리더십의 원천도 하나의 권력이다. 그래서 리더십의 속성은 권력의 속성을 바탕으로 한다. 통상 리더십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권력은 앞서 언급한 강제적 권력과 보상적 권력(조직적 권력으로 표현할 수 있음) 외에 리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데서 오는 관계적 권력과 리더가 가진 전문성으로부터 확보되는 전문적 권력이 추가된다. 리더에게 조직적 권력은 조직의 기강을 세우거나 공정한 조직운영 을 위해서 필요한 권력이다. 하지만 조직적 권력에 지나치게 의존 하는 리더는 결코 좋은 리더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리더십은 관계적 권력과 전문적 권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조직적 권력은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사용해야 한다. 조직적 권력은 또 적절한 사람을 적 절한 시점에 적절한 지위로 이동하여 인적자원을 효과적으로 활 용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발적 몰입은 절대로 조직적 권력 그 자체로는 얻을 수가 없다. 신뢰와 자발성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서 출발한다. 관계적 권력이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구성원의 일에 대해 잘 모르는 리더가 조직을 효율적으로 지휘하 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리더에게 전문성이 중요하다. 알아야 따른 다. 이것이 전문적 권력이다. 좋은 리더는 권력의 함정에 빠져 교 만해지지 않고 조직적 권력을 현명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 효과적인 성과관리를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사항이 특히 중요하다.
첫째, 최고경영자로부터 전 직원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업무수행 목표를 조직 단계별로 회사의 조직목표 및 전략과 연계를 하는 것 이다. 조직목표와 개인목표를 연계함으로써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 에서 전 임직원이 목표에 대한 분명한 공감대를 갖고 보다 능동적 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세일즈포스가 도입하여 근래 들어 다시 조명을 받는 목표 및 성과지표관리OKR, Objective and Key Result 방식도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연계하 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존 도어 John Doerr'가 인텔의 회장 앤디 그 로브Andy Grove에게 배워 확산시킨 OKR은 조직이 더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하기 위한 분명한 성과지표를 각 부서 단위 및 개별 구성원과 공유하여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일치시키 는 것을 강조한다. 결국 조직 목표, 부서 목표, 개인 목표를 유기적 으로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정보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성과관리 시스템이 IT화됨에 따라 이러한 접근방식이 보다 간편해 졌다. 사업실적에 따라 개별 구성원 단위, 부서 단위, 혹은 전사 단 위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변동급여제도의 확산도 성과관리제도의 한 추세다.
둘째, 구성원들의 조직문화에 대한 적응도나 업무수행과정에 있 어서 윤리성도 업적평가의 중요한 요소이다.
셋째, 성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구성원에게 피드백과 코칭을 제공하고 구성원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도 성과관리제도의 중요한 목 표이다.

- 성과관리제도도 사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접근방법이 변한다. 스 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는 현재의 개인별 성과관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개인별 성과관리제도 는 이론적, 경험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으며 잘못된 성과관리제도 는 오히려 조직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1954년 피터 드러커가 저서 『경영의 실제에서 목표관리를 개인별 성과관리제도를 위한 새로운 개념으로 제시한 이후 목표관리MBO와 강제배분식 성과평 가Stack Ranking (또는 Rank and Yank)를 근간으로 하는 개인별 성과 관리제도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었다. 특히 초기에 이 제도를 도 입한 GE, IBM 같은 초우량기업의 높은 기업성과와 연결되면서 가장 보편적인 성과관리 제도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목표관리식의 개인별 성과관리제도의 접근방법에 대해 서는 수십 년 동안 문제 제기가 많지 않았다. 그보다는 한때 일본 기업들이 보인 높은 생산성에 근거하여 온정주의적 성과제도가 주 목받으면서 미국식 개인별 성과관리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에 관 한 논쟁이 있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식 성과관리제도를 도 입하더라도 개인별 성과에다 팀별 성과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는 등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 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연 공주의를 바탕으로 한 성과관리제도의 미비에서 비롯되었다는 주 장이 힘을 얻었고 그에 따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에서 개인별 성과관리제도를 앞다투어 도입했다. 또 2000년대 들어 일본기업들의 성과가 쇠퇴하고 애플, 구글 등 IT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다시 약진하면서 개인별 성과관리제도의 도입이 별다른 저항감 없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2010년이 되자 그동안의 전통적인 개인별 성과관리제도 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70년 전에 마련된 성과관리 제도의 틀이 과연 현재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복잡한 경영환경 아래에서, 그것도 완전히 다르게 변화한 조직 내 구성원의 인구구 조에 비추어 계속해서 효용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최근의 성 과관리제도의 변화 추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목표관리를 기반으로 한 성과관리에 관한 것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진과 구성원은 우선 조직의 목표를 이해한 후 세부 단위 조직별로 구성원 개개인 이 상급 관리자와 함께 해당 사업연도에 대한 목표 및 달성기준을 사전에 설정한다. 이에 따라 개인의 성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에게는 승진에 반영하거나 차별적 보상을 하는 것이 이 제도의 근간이다. 목표관리는 조직의 목표와는 별개로 매 일관성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관찰하는 것만으로 구성원의 성과 를 평가하던 이전의 방식에 비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 큰 역할 을 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업무목표를 정렬하여 성과관 리에 연계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하다. 그런데 하루가 다 르게 급변하는 현재의 경영환경에서 1년 단위의 몇 가지 요약된 항목만으로 설정되는 개인별 업무목표가 여전히 효과적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물론 전통적인 성과관리 방식도 연초에 목표를 설정한 후 관리자의 코칭이나 중간 평가를 통해 어느 정도 목표나 방향에 대한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게 마 련이다. 이렇게 목표를 그때그때 수정할 바엔 애초에 연간목표를 세우는 이유가 뭔가 하는 기본적인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단지 경직되게 연초에 목표를 정해놓고 1년에 한두 번 조정하기보다는 구성원에게 큰 맥락만 공유한 후 그때그 때 관리자가 구성원과 함께 과제나 목표의 우선순위를 의논하는 방식이 새로운 추세로 나타났다. 업무수행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바로바로 코칭과 피드백을 함으로써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 기회도 늘릴 수 있다. 여기서 중요 한 것은 맥락이다. 맥락과 우선순위를 중시한 성과관리제도의 대 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다. 맥락을 중시하는 성과관리의 요체는 그 일을 하는 이유와 기대하는 목표를 조직의 최고경영진부터 구 성원까지 상호 연계하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조직 단계별, 구성원별로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율로 맡 긴다. 하지만 결과는 진지하게 평가한다.
둘째, 평가등급의 부여에서 정상 분포곡선을 이용한 상대평가 방식의 폐지다. 전통적인 상대평가는 직원들의 성과가 통계학상 의 정상 분포곡선을 따를 것이란 오래된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래 서 구성원을 고성과자, 중간성과자, 저성과자라는 큰 틀로 나눈 다 음 몇 개의 평가척도 안에 강제로 배분하여 상위에 속하는 고성과 자에게 높은 보상을 하고 하위 성과자는 점차적으로 조직에서 퇴 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개인별 성과제도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기 업에서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제는 폐지되었지만 GE의 활력곡선Vitality Curve''이 대표적인 예다.
구성원의 동기유발적인 측면에서도 강제배분식 평가는 구성원 에게 위협감을 주고 내적 몰입을 저하하여 오히려 조직 전체의 성 과도 저하한다는 주장도 있다. 고성과자는 한정된 비율의 소수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몰입을 방해받고 조직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중위그룹은 상위 소수 그룹에 들어가지 못할 바 에야 굳이 최선을 다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대충 정도의 노력만 하는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성원들이 혁신적이거나 도전적인 일을 회피하는 문화가 생긴다. 그래서 새 로운 접근 방식은 성과등급을 매겨 구성원 개개인에게 딱지를 붙 이는 대신 성과관리 과정을 일상적인 업무에 대한 코칭과 피드백 으로 단순하게 한정한다. 보상은 주어진 예산 범위 내에서 관리자 가 구성원의 기여도에 따라서 재량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커다란 문제가 있다. 대안 없이 기존의 평가등급을 폐지한 상당수 기업이 보상이나 승진을 위한 객관적인 자료가 사라져 새로운 차원의 어려움이 생긴데다 뚜렷한 이점도 없이 오히려 조직성과만 나빠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상이나 승진에 근거가 뚜렷하지 않아 공정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와중에 일부에서는 성과평가 같은 피드백은 필요 없고 대신 구성원에게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만 알려주는 소위 '피드포워드feedforward)를 해 야 한다는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말장난 같은 주장도 나왔다.
무턱대고 성과등급을 폐지하는 것이 대안이 아니다. 특히 공정 성에 민감한 MZ세대를 대상으로 객관적인 성과평가도 없이 성과 에 따른 보상이나 승진'을 시행한 후 그 근거를 합리적으로 설명하 기는 쉽지 않다. 성과평가 없이 차별적으로 급여를 인상한 국내 일 부 IT 기업에서 구성원들이 집단으로 반발한 것도 이러한 배경으 로 보인다. 이렇게 기술적인 어려움과 보상 공정성에 대한 이슈로 인해 이미 평가등급을 폐지한 기업들이 오히려 원래대로 되돌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GE도 한때 평가등급을 폐지했다가 2021년 다시 3점 척도의 평가등급으로 복귀했다. GE는 '터치Touch'라고 하 는 제도를 통해 일상적인 코칭과 피드백에 대한 비중은 늘렸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강제배분식 성과평가stack Ranking'의 단점이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보상을 위해 평가등급을 좀 더 세밀하 게 나누더라도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간 등급 구성원에게 는 통합적인 평가등급을 고지하는 '고스트 랭킹Ghost Rating 기법 을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다. 이를테면 구성원 에게 고지하는 평가등급은 '아주 뛰어난 성과' 10%, '맡은 바 업무 를 제대로 수행함' 85%, '개선이 현저히 필요함' 5% 정도의 세가지 척도로만 나누는 방식이다. 대다수에 속하는 85% 정도의 구성원에게는 고과등급을 '좋음' 정도로 포괄적으로 알려준다. 그리고 85% 그룹 내에서도 업무성과에 따른 차별적 보상이 여전히 필요한 경우에는 좀 더 세부적인 평가등급을 따로 부여하여 구성원에 게는 통보하지 않고 HR과 부서장만 공유한다. 평가등급은 예전의 5점 척도와 같은 다점 척도에서 3점 척도처럼 더 단순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셋째, 빅데이터, IT, 모바일 기술을 새로운 방식의 피드백이나 성 과평가에 활용하는 추세도 늘고 있다. 어도비의 '체크인Check-in', IBM의 '체크포인트Check Point', GE의 'PD@GE'와 같이 모바일이 나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한 실시간 피드백 툴이 사례이다.

- 직무급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첫째, 직무급제에 대한 논의가 성과연봉제의 폐지와 함께 언급되면서 일부에서는 성과 연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등 마치 성과연봉제와 직무급제를 서로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보통 임금체계의 유형은 운영원칙이나 운영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운영원칙에 따른 분류
* 업무성과나 능률 등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성과주의 임금체계(혹은 성과급)
* 스킬, 지식, 역량을 기초로 지급하는 능력주의(능력급·자격급)
* 학력이나 근속연한을 기준으로 하는 연공주의(연공급) 
운영방식에 따른 분류
* 직무평가에 따른 직무가치를 바탕으로 한 직무급
* 학력이나 근속연한 등의 연공 요소를 바탕으로 하는 연공급·호봉급
* 직무급, 연공급, 능력급을 혼합한 형태의 직능급
- 연공급제처럼 운영원칙이나 운영방식으로 보아 표현이 중첩되 기도 하지만 개념적으로 직무급제와 성과급제는 서로 대립적인 것 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직무급제의 실제 운영에서 가장 보편적인 방 식은 성과급을 가미한 소위 '직무성과급'이다. 직무급을 운영하는 기업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직무 단위별 단일임금 이 아니라 일정 범위를 가진 '범위 직무급'을 기초로 그 위에 업무 성과를 반영하여 개인별로 기본급을 차등화하는 직무성과급 임금 체계다.
반대의 경우로 노동시장의 환경에 따라 직무급에다 호봉제를 혼 합할 수도 있다. 이제껏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상당수 공공기관이 실제로는 호봉제를 바탕으로 직무급제도를 운영한 경우가 많았다. 성과급과 직무급은 별개의 개념이다. 직무급을 도입하되 성과급을 적용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성과급을 적용하지 않는 직무급의 경우는 직무의 가치에 따라 급여가 동일 한 '단일 직무급'을 적용하고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급여 테 이블을 매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는 성과주의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구성원 간에 개별적인 급여 차이가 없다. 오직 상위 직무로 승진할 때만 차별적 보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직무급을 도 입하기 위해 성과급 제도를 포기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 장이다. 직무급을 바탕으로 성과급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꼭 기본 급에 대해서만 개별적인 차등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당이나 집단성과급 등의 방식으로 성과급 요소를 융통성 있게 반영할 수 도 있다.
둘째, 직군별 분리 혹은 직군별 처우의 차등화는 기본적으로 직 무급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이를 혼동하다 보니 직무급을 도입하 면서 개별 직무평가가 아니라 팀별 직무평가를 해야 한다는 생소 한 주장까지 나온다. 직무급은 동일한 가치의 직무인 경우 수행하 는 사람이 다수로 존재하더라도 하나의 직무가치가 기준이 된다. 그래서 직군이 다르더라도 얼마든지 같은 등급으로 평가되는 직무 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직군이 다른 총무와 영업직에 같은 직무가 치가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같은 팀에서도 직무가치가 다른 직무 가 당연히 존재한다. 팀별로 직무평가를 하여 개별 구성원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다. 그리고 직 원의 직무가치에 따른 직무등급이 동일하고 성과가 같다면 직군과 상관없이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이 직무급의 원칙이다.

- 직무급의 개요와 운영 사례
직무급은 한마디로 직무를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직무의 질과 양에 대한 상대적 가치를 분석하고 평가한 후 직무가 치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직무급제도의 형 태는 간단히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동일한 직무등급에 속한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급여액을 적용하는 '단일 직무급'이다. 다른 하나는 급여에 일정한 범위를 두어 같은 직무등급에 속하는 직원이라도 경험, 숙련도, 업무성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적으로 적 용하는 '범위 직무급'이다.
직무급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직무분석과 직무평가가 필수적인 절차이다. 그중에서도 직무평가는 직무의 가치를 합리적이고도 체 계적으로 평가하는 수단으로서 직무급의 운영과정에서 가장 중요 한 부분이다. 여러 직무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다르고 그에 따라 임 금도 달라진다는 것은 조직 구성원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특히 연공급 제도를 운영하는 조직은 직무평가를 하여 기존의 직 원을 새로운 직무등급으로 편입하는 작업에서 많은 저항과 어려움 을 겪는다. 그래서 직무평가 과정은 대단히 체계적이고도 객관적 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잘 알려진 몇 가지 객관적인 직무평가 수단을 차용한다. IBM은 표준화된 평가 매뉴얼, 관리자교육, 현업 관리자의 직무분석, HR의 직무평가 등 자체적인 직무평가 수단과 절차를 가지고 있다.
다음은 직무성과급 제도의 보편적인 운영 절차다.
1단계: 직무분석
직원이 속한 해당 부서의 관리자는 직원에게 직무를 부여하기에 앞서 직무의 목적, 필요한 기술 및 기능, 직무책임 및 역할, 직무수 행방법 등을 분석한다.
2단계: 직무기술
직무분석을 바탕으로 해당 직무 및 직위의 목적에 대한 간단한 설명, 직무책임의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 직무명세 등을 기술한 직무기술서를 작성한 후 HR에 직무평가를 요청한다. 다만 새로 창 출되는 직무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직무인 경우에는 기존의 직 무기술서를 사용하며 별도의 직무평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이 러한 직무기술서는 채용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3단계: 직무평가
가장 중요한 단계로서 일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HR은 자세한 평가 기준을 담은 매뉴얼을 근거로 직무평가를 한다. 직무 평가 요소는 교육, 경력, 업무의 복잡성, 업무를 지시받는 정도, 육 체적 노력, 책임의 정도, 타인과의 관계, 업무지식, 의사결정 정도, 분석력 및 창의력, 관리적 책임, 재정적 책임, 직위조건 등이다. 해당 직무를 요소별로 평점화하여 종합적으로 점수를 도출한 후 이 를 기준으로 직무등급을 부여한다.
4단계: 직무분류
개별 구성원의 역량에 따라 각기 직무를 할당하고 직무등급을 부여하는 단계다. 구성원이 부여된 업무를 적절히 수행하는지 성 과평가를 통해 확인한 후 승진이나 차별적 보상의 근거로 삼는다.
5단계: 외부 임금조사
동종업계 및 노동시장의 급여 수준을 조사하여 합리적이고 경쟁 력 있는 급여구조를 수립하는 단계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에서 해 당 직무의 급여를 합리적으로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직무 간 급여 정보나 직무등급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6단계: 임금구조 수립
외부 임금조사를 통해 직무등급별 임금구조를 수립하는 단계 다. 임금구조는 범위 직무급 중에서도 각 직무등급의 급여 구간이 일정 부분 서로 겹치는 중복형 구조를 사용한다.
7단계: 개별적 성과에 따른 차별적 보상
성과평가를 통해 확보한 구성원 개인의 업무성취도는 기본급의 인상폭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자료로 사용된다. 업무성취도가 높을수록 인상폭이 높다. 같은 등급에서 같은 성취도를 보일 경우는 동일 직무, 동일 임금의 원칙에 따라 현재의 급여가 낮을수록 인상폭이 높다.
직무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려면 다음과 같은 제도적, 환경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 직무분석과 직무평가 등 체계적인 직무관리 시스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 체계적인 성과관리 제도가 필요하다. 개별 구성원의 성과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획일적이고 단순한 직무에는 구성원의 개별 성과를 평가하지 않고 단일 직무급을 적용할 수도 있지 만 그렇지 않을 때는 직무급 제도를 운영하면서 호봉제를 유 지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일이다.
* 조직 내에서 배치전환, 승진, 승급제도가 합리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기껏 직무평가를 해놓고 잘못된 직무 부여를 한다면 직무성과급 제도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를 확보할 수가 없다. 
* 노동시장에서 임금이나 직무 정보를 용이하게 교류할 수가 있 어야 한다. 직무급을 도입하기 어려운 요소 중 하나가 직무별 시장 임금에 대한 정보의 부재나 미흡이다.
* 보상제도의 공정성과 임금수준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 저성과자가 가려지면 이들의 해고에 대한 정당성을 따져봐야 한다. 저성과자 해고의 법률적 근거는 애매함에도 불구하고 「근로기 준법」 제23조 제1항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및 그 밖의 징벌(이하 '부당해고' 등이라 한다) 을 하지 못한다'는 규정이다. 즉 '정당한 이유'가 관건인데 저성과 자의 해고도 당연히 이러한 '정당한 이유'를 어떻게 충족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정당한 이유'로 인정받기 위한 사용자의 행위를 판례 적, 제도적 배경에 따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해고 대상자를 선정한다. 저성과자의 정의를 만족하는 사 유가 있는 근로자가 대상이 된다.
둘째, 해고회피 노력을 한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내리는 해고조 치는 소위 '최후 수단성 원칙'에 따라 해고 결정에 이르기 전에 근 로자에게 피드백의 제공이나 코칭, 교육, 성과개선 요구, 가능한 전 보조치, 경고 등의 조치를 먼저 취함으로써 근로자에게 저성과를 개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에게 책임 이 있고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무성과가 저조하고 이러한 저성과가 일정한 시기가 지나도 개선되거나 제거될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에 해고한다.
선진 기업에서는 인사고과 결과 저성과자로 평가되면 성과개선 프로그램PIP을 3~6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적용한 후에 해고 여부 를 결정한다. 여기에는 고과평가기간이 대부분 1년 단위임을 고려 할 때 몇 번의 기회를 주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 다. 회사로서는 저성과자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개선 기회를 주어 야 하느냐가 중요한 사항이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3년간 계속하 여 최하위를 받은 경우는 정당한 해고로 본 반면 1년의 성과 부진 후 7개월 동안 대기 발령했다가 해고한 경우는 부당한 해고로 판 단했다. 명확한 정의가 필요한 부분 중 하나다. 나는 2회 이상의 고 과평가기간 연속으로 저성과 평가를 받고도 개선의 여지가 희박한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해고하는 데 제도적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 도 불구하고 저성과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저성 과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입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 다. 근로자 평가는 대부분 해당 근로자의 상사가 맡고 있고 평가과 정에는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체계적이고도 합리적인 성과관리 및 평 가제도의 운영이다. 국내에는 아직 체계화된 성과관리제도가 없는 기업이 많아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다툼을 비롯해 저성과자 관리 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목표관리식 평가제도도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이다. 또 성과평가 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판례는 근로자의 직무수행요건과 실제 성과 자체만 판단하는 절 대평가 방식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에 바탕을 두지 않는 일정한 비율에 따른 강제배분식 저성과자 판정은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관리직은 담당하는 부서의 실적도 저 성과로 평가하는 요소로 인정하고 있다.
넷째, 절차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앞의 '정당한 이유'로서 요 건을 모두 충족했다 하더라도 해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절차 적 정당성에 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징계해고에 관해선 '정당 한 이유'가 있더라도 해당 근로자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자 신을 방어할 기회를 주는 등의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당한 해고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판례가 다수 있다.

- 저성과자 관리 프로세스
1단계: 저성과자에 대한 서류화 작업
저성과자의 직속 관리자는 그동안 관찰하고 평가한 자료를 토대 로 구성원의 업무수행상 문제점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류화 작업을 한다. 구체적인 사실과 사례를 기초로 심각성이나 반 복되는 패턴을 지적하여 작성하며 유추하거나 추정한 자료의 사용 을 피한다. 서류화에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정보가 포함된다. HR 과 협의하는 절차도 이 단계에 포함된다.
* 직원 정보
* 관련 일자
* 성과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나 갭
* 기대되는 성과 수준
* 실제 달성한 성과 및 결과
* 개선조치
* 직속관리자와 해당 직원의 서명
2단계: 개선계획의 작성
앞서 말한 SMART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개선계획을 작성한다. 해당 구성원에게는 주로 3개월 정도 시간을 주고 한 번쯤 연장하기도 한다.
3단계: 개선계획의 검토
작성한 개선계획을 HR이나 전문가로부터 검토받는다.
4단계: 직원 대면 및 통보
작성한 개선계획을 직원에게 설명하고 통보한다. 직원의 의견이나 피드백을 다소간 반영할 수 있으며 이후 서로 서명한다.
5단계: 후속 조치
개선계획에 명시된 대로 개선계획의 진도에 관해 주별, 격주별, 혹은 월간별로 검토를 정기적으로 행한다. 성과목표에 대한 기대나 의문점에 대해 설명, 안내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도움을 준다.
6단계: 결론
성과개선 프로그램이 순조로우면 기간을 1~3개월 정도 연장할 수도 있다. 만약 직원의 성과가 개선되지 않거나 태도의 변화가 없 다면 직속 관리자는 HR과 협의하여 해당 직원에 대한 재배치, 전 보, 강등, 혹은 해고 등의 조치를 취한다.

- 성과개선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절차의 우선적인 목적이 직원의 업무성과를 개선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점이 다. 강등이나 해고 등 징계성 조치는 이에 실패했을 때 주어지는 불가피한 선택일 뿐이다. 직원의 업무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면 결국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 저성과자를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과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체계적인 절차 역시 필요하다. 법률적인 정당성과는 별개로 구성원과의 고용관계 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것은 종종 구성원과 회사 사이에 커다란 긴장과 다툼을 가져온다. 서로 몇 년씩 소모적인 소송을 벌이거나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선제적인 조치는 앞서 설명한 구조조정 시의 접근방법과 기 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재정적인 지원' '합의금' 혹은 '특별퇴직금' 등으로 불리는 추가적인 퇴직금을 제안해 대상자가 자발적 퇴직 합의서'에 서명한 후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 물론 회사에 심각한 손해를 보게 한 경우 등 해고사유가 명백하 다면 정해진 징계 절차를 거쳐 바로 해고할 수 있다. 또 전직지원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원은 개인인 해당 구성원에게 현재의 직장을 떠나 외부에서 다른 기회를 찾을 기회를 제공하고 회사에는 현재의 갈등과 향후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원만하게 해 소하는 역할을 한다.

- 기업에 최초의 인사부가 생긴 것은 1901년이다. 1884년 설립되어 컴퓨터 회사로 발전한 사무기 회사 NCR의 창업자 존 패터슨John H. Pattern이 처음 도입했다. 인사부가 생기기 전까지는 오늘날 의 건설 현장에서 반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감독이라 불리는 일종 의 도급관리자가 기업의 생산 현장에 소속되어 생산설비의 구매와 근로자의 채용, 해고, 보수의 책정 등 일체적인 인사관리권을 행사 했다. 그들은 기업에 소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출퇴근도 마음대로 하고 근무 중 음주를 하는 등 독자적으로 행동했다. 특히 근로자를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대하고 회사나 노조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일 이 많았다. 이에 따라 회사의 정책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노조와 협 상하는 공식 창구 역할을 하는 기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새 로운 역할을 HR이 맡게 된 것이다.
초기에 인사부는 구성원 관계, 구성원 행정 등으로 불리다 나중에는 그냥 인사부로 통칭되었다. 이로 인해 감독 역할은 자연적으 로 사라지게 되었다. HR의 발전은 계속되어 1930년에는 조지 메 이요George Elton Mayo의 인간관계론이 소개되었다. 1930년대 중반 에는 모토로라가 성과배분제라 불리는 최초의 인센티브 제도를 시 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조종사의 선발에 오늘날 적성검사 나 인성검사 등에 응용되는 과학적인 도구가 사용되었다. 1950년 대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 Maslow의 욕구이론이 등장하고 전후 경기의 활황에 힘입어 노동조합이 번성하면서 HR의 협상 능 력이 주요 역량의 하나로 대두되었다. 또 피터 드러커가 주장한 목 표관리식 성과관리제도가 IBM, GE 등에 도입되는 등 채용, 교육, 성과관리, 보상체계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 라 HR의 역할도 부문별 전문성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었다.
- 1980년대 중반이 되자 직원을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인적자원으로 인식하면서 HR의 역할에 직원의 개발 및 유지가 강조되고 그 전까지 대 노조관계가 중심이던 노사관계는 더 예방적이고 적극적 인 개념으로 전환되었다. 이에 따라 HR에도 카운셀링과 코칭 등의 역할이 부가적으로 요구되었다.
인사부의 명칭도 이제까지 쓰이던 '인사Personnel' 대신 '인적자 원부HR, Human Resources'가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사관리는 인적자원관리 HRM, Human Resources Management로 불리게 된다. 1990년대 말에 닥친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거쳐 2000년대가 되 자 HR의 전략적 기능SHRM, Strategic HRM이 강조되고 인사담당자는 전략적 사업 파트너의 역할을 요구받게 된다. 동시에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변화를 관리하는 '변 화 관리자의 역할도 주문받는다. 더 나아가 인적자원을 인적자본 으로 보는 시각도 생겨나서 인적자본의 자본회수율ROI을 인사부가 책임지라는 요구도 생겼다. 이에 따라 인사부를 인적자본부라 부 르는 기업도 생겼다. 미시간대학교의 데이브 울리히Dave Ulich 교수 는 인사부를 조직역량부로 부르기도 했다. 근래에는 구글처럼 HR 의 명칭을 인재부로 부르는 회사도 있지만 아직도 인사부의 가장 보편적인 영문 명칭은 여전히 HR이다.
그러나 HR의 역할 변화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점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불어닥친 HR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시작된 전략적 사업 파트너로서의 역할 변화 요구였다. 그전까지 대부분 기업에서 HR의 기능은 행정적인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최고위층 의 전략적 경영 의사결정에서는 배제되어 있었다. HR의 새로운 혁 신에 따른 HR 부서의 기능은 크게 구성원에 대한 전통적인 인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 서비스 센터, 보상, 채용 등의 전문화된 분야의 컨설팅 기능을 담당하는 전문기능 부서, 전략적 인적자원 계획 등 조직목표와 연계된 전략적 기능을 담당하는 사업 파트너 부서로 나뉜다.
현재 선진화된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의 HR 조직의 틀은 기본적 으로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사부서 담당자에 게 고통과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행정 기능이 대거 아웃소싱됨으로써 평균 30% 정도의 HR 인력이 감축되었고 HR 구성원 의 70%가 구조조정된 곳도 있었다. 반면에 HR의 기능과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결 과가 모든 조직에서 꼭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일부 기업은 중 앙집중적인 옛날의 조직구조로 회귀하거나 아웃소싱의 비효율적 인 부작용에 따라 소위 인소싱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생겼다. 다만 HR의 전략적 사업 파트너로서의 기능과 변화관리자로서의 기능 에 대한 요구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현업에서 비즈니스 리더와 HR의 관계는 HR이 비즈니스 리더를 돕는 사업 파트너 역할이 기 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HR의 탄생 배경에서 보 듯 HR은 회사의 경영철학이나 제도 등에 대한 일관된 운영과 기 업윤리 문제 등 기강의 유지를 담당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이러한 역할은 때때로 파트너인 비즈니스 리더와의 사이에 긴장관계를 조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HR 담당자는 역할 변화 추세와는 상 관없이 '견제와 균형' 기능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이해를 하고 업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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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조용한 퇴사

경영 2023. 6. 22. 16:46

- 구성원이 조직을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조직을 떠 나거나 새로운 직장을 찾아 이직하는 것도 자유다. 그 새로운 선 택을 할 자유가 있음에도 그것을 억누르고 현재 조직을 선택해 야 진정한 사랑이다. 오늘날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사랑에 관한 한 '쿨'한 편이다. 자유롭게 만나고 자유롭게 사랑하고 자유 롭게 헤어진다. 조직과의 관계 설정도 동일한 관점에서 이루어진 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조직과의 만남을 영원으로까지 승화시 키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쉽게 만나고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MZ세대와 관계를 지 속하는 일은 어쩌면 힘들고 피곤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와 사랑을 하려면 먼저 상 대방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 자유가 없는 상태에서는 진정한 사랑도 없으니까. 결국 오늘날 경영자나 리더에게는 조직과 개인의 관계 설정에 있어 새로운 사랑 방정식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과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 가 주어진 셈이다. 과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 한편 MZ세대의 조기 퇴직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이건, 누구에게 귀책사유가 있건 간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쪽은 기업이 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어렵게 뽑은 인재가 조기에 퇴사해버 리면 안정적인 조직 운영이나 기업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 문이다. 게다가 대퇴사 시대를 맞아 어렵지 않게 퇴직과 이직을 선택하는 친구나 동료를 보면서 남아 있는 직원들의 마음도 흔들리기 쉽다. 동료의 퇴직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면 '나도 퇴직을 고민해야 되는 것 아닐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그 결과 퇴직 러시에 동참하는 사람이 생겨나거나, 과거라면 그냥 참고 넘어갈 만한 사소한 불만이 퇴직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퇴사 대열에 동참하고 싶어도 갈 곳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할 까? 많은 경우 '조용한 퇴사' 모드로 바꾼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 도 베야 하지 않겠는가. 대퇴사가 능력자의 선택지라면 조용한 퇴 사는 그렇지 못한 사람의 피난처에 해당한다. 여하튼, 둘 다 현재 의 직장과 업무에서 노력과 열정을 거둔다는 면에서는 동일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위험요소다.
결국, 오늘날 조직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퇴사와 조용한 퇴 사현상을 단지 MZ세대의 독특성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구 체적인 원인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유야 무엇이건 간에 젊은 직원이 조직을 떠나거나 열정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이상징후로 읽어야 한다. 직원들이 열과 성을 다 하지 않고 자꾸 떠나는 조직의 미래가 밝을 리는 없다. 요컨대 지 금 우리는 퇴직이 일상이 된, 대퇴사 시대를 살고 있다. 승선한 배 위에서 중도에 뛰어내리는 승객이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이는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대책이 필요하다.
- 세대 간 차이로 인한 갈등은 왜 생기는 것일까? 세대마다 통 용되는 규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1966년 출간한 《말과 사물》에서 어떤 시대나 문화에서 건 그곳에서만 통용되는 규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러한 인식의 규칙을 '에피스테메episteme'라 불렀다. 에피스테메는 '특정한 시대에 사람들의 인식의 지평과 구조를 가능케 하는 특별한 규칙'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각 시대마다 사람들이 동일하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규칙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에피스테메다.
- 미셸 푸코에 따르면 근대 서양 문화에서는 두 차례의 거대한 에피스테메적 불연속이 존재했다. 16세기부터 17세기 중반까지 는 유사성의 에피스테메가 통용되던 르네상스 시대였다면, 이후 부터 18세기 말까지는 표상의 에피스테메가 지배하던 고전주의 시대였으며,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는 실체의 에피스테메 가 지배하던 근대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각 시대를 대표했던 '유 사성, 표상, 실체의 에피스테메가 무엇인지는 논의의 본질과 거 리가 멀어 상술하지는 않겠으나,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사람들로 하여금 동일한 인식을 갖도록 만들었던 에피스테메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푸코의 분석에 따르면 근대 이후 서양 문화에서는 대략 150여년의 간격을 두고 사람들의 인식의 기반이 바뀌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지만, 사람의 인식은 자연 경관의 변 화보다는 느린 주기로 변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요즘은 에피스테 메가 얼마에 한 번씩 바뀌는 것일까? 세상의 변화나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 등을 감안하면 과거보다는 훨씬 빨라졌을 것으로 추 정된다. 산업 시대의 규칙들이 정보화 시대에는 더 이상 통용되 지 않거나 휴대전화 시대의 패러다임이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쓸모없어진다는 사실을 무수한 경험을 통해 터득한 터다. 따라서 미셸 푸코가 에피스테메를 연구하던 시절(1966년 즈음)보다는 지 금의 에피스테메 변화 주기가 훨씬 빠를 것이다.
- 굳이 '에피스테메'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회학자가 사람들을 세대로 구분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각 세대마 다 생각의 방향이나 인식의 규칙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본디 세대世代란 같은 시대를 살면서 공통의 인식을 가진 비슷한 연령 층의 사람을 뜻하는 용어다. 말하자면 동일 세대끼리는 생각이 얼추 비슷하다. 자라온 환경과 경험, 사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과 평가 기준 등이 유사하다. 푸코 식으로 말하면 동일한 에 피스테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세대가 달라지면 공유 하는 에피스테메도 달라진다. 베이비부머가 공유하는 에피스테 메와 X세대가 공유하는 에피스테메 그리고 MZ세대가 공유하는 에피스테메는 서로 다르다. 
- 과거 기성세대는 합당한 보상만 주어진다면 무슨 일이라도 감내했다. 상사의 부당 한 지시도, 자신의 역량에 걸맞지 않은 허드렛일도, 아무런 성취 감을 느낄 수 없는 무의미한 업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성세대 에게는 경제적 안정이 최우선 가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MZ세대는 돈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돈보다는 일의 의 미와 가치를 먼저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의 미와 가치를 찾을 만한 업무라면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더 라도 기꺼이 몰두한다. 반면 단순한 일이나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은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지닌 채 조직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방 식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들의 가치와 행복을 추구한다. 그 결과 현재 직장이 자신의 가치와 맞지 않거나 지금의 직장에서는 원하 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될 때는 미련 없이 떠날 준비를 한다. 혹자는 직장생활과 인생에 대해 너무 섣부른 판단을 내린다고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MZ세대의 직장관 직업관이 기성세대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 알베르 카뮈에 따르면, 인간과 그를 둘러싼 세계는 기본적으로 부조리하다. 부조리하다는 표현은 '조 리에 맞지 않다'는 뜻이다. 실존 철학에서 부조리란 '인간과 세계 사이의 불일치'를 의미하는데, “희구하는 정신과 그것을 좌절시 키는 세계 사이의 단절로 표현된다. 인간은 항상 무엇인가를 바 라지만 세계는 항상 그의 기대를 좌절시키고 마는데, 이러한 상 태가 바로 '부조리'다. 카뮈가 보기에 부조리한 상태는 특수한 경 우가 아니다. 원래 세상은 부조리한 곳이다. 세상이 부조리하니 인간도 부조리하고 우리네 삶도 부조리한 것이다.
- 알베르 카뮈는 부조리한 세계에 내몰린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 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Sisyphus에 비유했다. 시시포스는 코 린토스의 왕으로, 죽은 뒤에 신들을 기만한 죄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 바위는 산의 정상에 다다르면 반대편으로 굴러 떨어져 다시 밀어 올리기를 영 원히 반복해야 한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무의미한 노동이 되풀 이되는 형벌을 받는 것이다. 카뮈는 오늘날 직장인의 모습이 시시 포스의 형벌과도 같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오늘날의 노동자는 그 생애의 그날그날을 똑같은 일에 종사하며 산다. 그 운명도 시 시포스 못지않게 부조리한 것이다."

- MZ세대에 비해 기성세대의 퇴준생 비율은 낮은 편이다. 왜 그럴까? 현재 자신의 처지가 완생이라 생각하기 때문일까? 물론 기성세대 중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완생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 면 마치 완생인 듯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상은 미생 이지만 마치 완생인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 일까? 아마도 현실을 직면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은 아닐까? 문화 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죽음의 부정》이라는 책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우리는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이 엄청난 진실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획책을 다한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이러한 진실을 마주하기보다 회피하 려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현명한 태 도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직장생활을 끝내는 행위인 퇴직도 사회적 죽음에 비유할 만하다. 기성세대는 왜 언젠가는 맞게 될 퇴직을 외면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인간이 죽음을 회피하려는 마음과 비슷하다. 언젠가 는 퇴직할 테지만 그걸 미리 생각하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퇴준생은 현실을 냉정하고 담대하게 바라보 는 유형이다. 신체적 죽음처럼 언젠가는 만나게 될 사회적 죽음 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퇴준생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기성세대가 외려 제 분수를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알고 보면 모든 직장인은 퇴준생이다.
- MZ세대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이유를 모두 불만 때문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이직하거나 자신의 이 상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전자가 성취지 향형'이라면, 후자는 '이상주의형'이다. 성취지향형 퇴사는 자신 의 경력 개발과 성공을 위해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다. 이 들은 한 회사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올라가기보다는 현재 회사를 징검다리 삼아 더 나은 곳으로 점프하려고 생각한다. 성취지향형 퇴사자는 대체로 동기부여가 강하다. 매사에 성실하고 자기계발에도 열성적이다. 그래야만 본인의 계획대로 점프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회사에서 인재라고 생각하는 구성원 중에 성취지향형 퇴사자가 많다. 이들이 퇴사를 해버리면 회사 입장에서는 아까운 인재를 놓치는 꼴이 된다.
이상주의형 퇴사는 자신이 꿈꾸던 삶을 찾아서 떠나는 경우 를 말한다. 이들은 더 나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서 떠나는 유형이다. 때로는 경제적 보상을 고려하지 않고 물질적 풍요마저 포기한 채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떠나기도 한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이 중요시 여기는 의식주 나 소속감, 안전의 욕구를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더 높 은 차원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 의 꿈과 행복을 찾아서 나머지 가치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 그 것이 자아실현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퇴 사자는 현실적으로 만류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자신의 꿈을 찾아 가는 길을 막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 속담처럼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 는 것은 도의상 옳지 않다. 하지만 조직에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 만으로 '박힌 돌' 행세를 하는 것 또한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특 히 박힌 돌이 조직에 새로운 피를 공급할 '굴러온 돌'을 튕겨 내버린다면 이는 조직에 치명적인 해가 된다. 조직도 인간 개개인과 마찬가지로 유기체다. 인간처럼 조직도 생주멸生住의 과정을 거 친다. 태어나 일정 기간 머물다가 언젠가는 사라진다. 어느 누구 도 영원히 머물 수는 없다. 장강(양쯔강)의 뒤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것이 자연의 이치듯이, 조직에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 의해 물러나는 것은 순리이자 필연적인 과정이다. 그것을 거부 하거나 생략해버리면 조직은 고인 물이 되어 누구도 살 수 없는 시궁창처럼 변하고 만다.
- 오늘날 MZ세대에게 연봉(돈)은 위생 요인이면서 동시에 동기 요인이기도 하다. 연봉이 너무 적으면 불만 족이 발생하여 퇴사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나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동기부여가 끝없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연봉을 적당 히 주기도 어렵다. 소위 잘나가는 기업에 속한 MZ세대 구성원들 은 절대적인 액수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경쟁 기업보다 얼마나 많 은지에 따라서 가치와 자존심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연봉 협상 시즌이 되면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끼리 연봉 인상 폭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 이론적으로는 직원들의 임금 수준은 해당 기업의 실적과 성과 에 따라 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한 단순 도식 으로만 전개되지 않는다. 구성원의 자존심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 문이다. 이런 상황이 경영자나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는 골치 아 플 수도 있다. 금전적 보상이 전부가 아니지만 그것을 소홀히 하 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날 MZ세대에게 는 다양한 관점의 보상과 동기부여책을 입체적으로 마련해야 한 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 과거 평생직장 개념이 우세하던 시절에는 한 번 만나면 웬만 해서는 헤어지지 않고 끝까지 함께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 수많은 하객 앞에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를 사랑하겠다고 언약을 하고도 부부의 연을 끊는 경우가 많은 것이 요즘 시대다. 하물며 달랑 근로계약서 한장 쓰 고 같은 직장에서 만난 사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니 오늘날에 는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조금 관대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별의 순간이 찾아와도 그러려니 해야 한다. 마음이 돌아선 사 람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걸복걸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차라리 잘 가라며 손뼉 쳐주고 행운을 빌어주는 편이 더 낫다. 그래야 만 좋은 인상이라도 남길 수 있다. 정 이별이 싫다면 함께 있을 때 잘해주어야 한다. 일만 시킬 것이 아니라 부하 직원의 성장과 행 복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상대의 꿈과 인생 목표를 이해하고 그 것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직장 상사-부 하가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인연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 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

- CJ제일제당은 MZ세대 직원 6명으로 이루어진 사내 벤 처기업을 조직하여 실제 사업화를 진행했다. 2021년 10월 사내 벤처 1호로 선정된 '푸드업사이클링'에서는 버려지는 식품 부산 물을 즐겁게 활용한다는 사업 비전을 담은 '익사이클 EXcycle'을 론 칭하였다. 실제 MZ세대 직원이 최고 책임자가 되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등 MZ세대를 경영에 적극적 으로 가담하게 만들었다." GS리테일도 MZ세대 아이디어를 모아 신상품 개발에 활용하는 애자일 Agile 조직인 '갓생기획 프로젝트' 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팀에서는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도넛 브랜드인 노티드와의 협업을 통해 '노티드우유' 콜라보 제품을 만들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경영진과 MZ세 대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인 'MZ보드'를 만들어 회사 제품 에 대한 피드백과 소비자 트렌드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특정 상 품에 대해서는 MZ세대가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맡아 서 진행하기도 했다. 유통 업체인 홈플러스의 '플러스 체인저'나 기아(주)의 '기아 영 이노베이터' 등 조직 문화 개선 아이디어 발 굴을 위해 MZ세대로만 구성된 문화 혁신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 도 증가하고 있다.
- MZ세대는 왜 기성세대와 달리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것일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M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생명력이 충만하 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생명의 역사를 추 적한 《창조적 진화》에서 생명 진화의 근원에는 '엘랑비탈elan vital' 이라는 힘이 있다고 주장했다. 엘랑비탈은 '생명 안에 내재하는 폭발적인 힘'을 뜻하는데, 이것이 진화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는 것이다. 베르그송은 생명이 가진 엘랑비탈의 힘 때문에 진화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이는 생명의 진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신 다윈주의 주장과는 대비되는 관점이다). 엘랑비 탈이라는 약동의 힘 때문에 마치 포탄에서 화약이 폭발하듯 무 수히 많은 개체가 가지를 뻗어 나왔다는 것이다.
생명 안에 있는 엘랑비탈이라는 폭발적인 힘 때문에 진화가- 점진적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은 새로운 개체 는 기존의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 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의 질서를 따르지 않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슨 말인가? 베르그송에 따르면, 폭발적 진화는 '생명의 힘'과 '물질의 저항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생명과 물질의 대립인데, 이해를 위해 각자 머릿속에 포탄을 하나씩 떠올려보자. 일반적으로 포탄은 내부에 화약이 들어 있고 외부는 쇠로 된 외피(탄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내부에 들어 있는 화약은 자 유롭게 밖으로 뻗어 나가려는 성질을 가졌다. 생명의 성질이 그러 하다. 반면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탄피라는 물질은 화약이 밖으 로 나가려는 것을 안에 가두려는 힘이다. 물질의 성질이 그러하 다. 이처럼 포탄은 밖으로 나가려는 생명의 힘과 그것을 가두려 는 물질의 저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하자면, 생명은 밖으로 나 가려는 자유를 상징하고 물질은 자유를 가두려는 저항을 상징한 다. 이처럼 포탄은 자유를 갈망하는 생명과 이를 가두려는 물질 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 MZ세대가 바라는 조직 문화
1. 수평적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
2. 자신과 회사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
3.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4. 기대하는 직업의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5.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일할 수 있어야 한다 
6. 일도 놀이처럼 재미있어야 한다
7. 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 개인의 능력은 탁월한데 거기에 못 미치는 보상을 받고 있는 직원만이 문제다. 말하자면, 능력이 출중하여 더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로 옮길 수 있는 사람만이 실제 문제로 대두된다. 회사의 보 상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자신의 능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사람은그래서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기가 어려운 사람은 -불만은 있을지언정 달리 선택지가 없다. 결국 보상에 대한 인 식 차이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보상과 능력 간에 차이가 있는 직 원, 다시 말해 능력자에게만 한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에 대한 인식 차이를 마냥 방치할 수가 없 다. 기업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능력자의 이탈을 막 을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따라서 기업은 보상 수준을 결정 할 때 '배고픔'의 관점만이 아니라 '배 아픔'의 관점까지 고려해서 설계해야 한다. 나아가 타사로의 이직이 가능한 능력자를 붙잡아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단지 금전적 보상책만이 유일한 해결 방안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비금 전적 요소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관점에서의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배고픔 때문이건 배 아픔 때문이건 간에 능력자가 떠나가는 조직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으니까.

- 철밥통보다는 잡호핑족이 되고자 하는 MZ세대는 아무런 노 력 없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2~3년에 한 번 씩 직장을 옮기려면 기존 직장에 사직서를 내는 것만으로는 불 가능하기 때문이다. 잡호핑족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어디라 도 갈 수 있는 실력과 전문성이다. 당연히 잡호핑족을 원하는 MZ 세대는 자기계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앞선 조사에서는 20~30대가 잡호핑족이 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조사했는데, '직무 관련 공부'가 58.5%(복수응답)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 으로는 '외국어 공부'(44.5%), '업무 관련 자격증 취득'(38.7%), '업무 성과 만들기'(34.1%), '다양한 인맥 형성'(24.7%), '취업 컨설팅 받기' (16.5%) 등의 순이었다. 요컨대 MZ세대는 이직을 위해 직무 전문 성을 기르기 위한 공부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 눈여겨볼 대목은 이제 건강관리 방식에도 패러다임이 바뀌었 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건강관리란 튼튼한 신체를 위해 현재의 쾌락이나 익숙함을 절제하는 행위였다. 건강관리를 하는 과정 에서 인내와 고통이 수반되는 것은 원리상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 고, 그것이 클수록 나중에 주어지는 열매는 달콤했다. 하지만 오 늘날 건강관리는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지금은 절제가 아닌 재미 를 추구하고, 고통을 겪기보다는 즐겁게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어야 한다.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는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는 운동이나 엄청난 인내를 요구하는 다이어트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오늘날 MZ세대는 어떤 일을 하든지 재미와 즐거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향은 조직생활에도 이어진다. 오 늘날 MZ세대는 업무에서도 재미와 즐거움을 얻고자 한다. 최근 재미없는 노동에 내몰린 직장인들이 겪는 증상 중에는 '보어아웃 Bore-out 증후군'이 있다. '보어아웃'이란 직장인들이 지루하고 단조 로운 업무로 인해 의욕 상실에 빠지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는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피로와 슬럼프에 빠지는 '번아웃Burn-out' 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보어아웃은 2007년 스위스 비즈니스 컨설 턴트 필리페 로틀린과 페터 R. 베르더가 저술한 《보어아웃》에서 새로운 사무실 증후군으로 소개된 개념이다. 오늘날 직장인 중에 는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과로가 아니라 재미없고 단순 반복 되는 업무만 하는 데서 오는 지루함 때문에 스트레스와 회의감 을 느끼는 사람이 많고, 이는 의욕 상실과 퇴직률 상승으로 이어 진다는 것이다.- MZ세대는 왜 보상이나 처우, 시스템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참 지 않고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일까? 그들의 행동을 회사 에 대한 불평불만이나 돈 욕심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이러 한 논쟁은 MZ세대가 가진 이른바 '3불의식' 때문이다. 3불의식이 란 불의 불공정·불이익은 결코 용납하지 못하는 가치관을 말한 다. 불의 불공정·불이익이라는 '3불은 의미가 각기 다른 듯 보 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 공정하지 못한 것은 옳지 못한 것이 고, 이것은 결국 자신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따라 서 MZ세대는 옳지 않거나 공정하지 못하거나 자신에게 불이익 이 되는 일은 참지 않는다.
- 이들은 왜 유독 불공정에 민감한 것일까? 니체는 1878년 출판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불공정은 불가피하다." 자기가 파악한 세상은 공평하지도 공정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살면서 불공정을 경험하는 일 은 이상한 일도 아니고 마냥 억울해할 일도 아니다. 그냥 피할 수 없는 삶의 전제 조건쯤으로 생각하라는 뜻이다. 대체로 기성세 대는 세상이 불공정하다는 니체의 말에 공감하는 경우가 많았 다. 독재 정권을 경험한 그들에게 세상은 정의롭지도, 공평하지 도, 공정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MZ세대는 대철 학자인 니체의 말조차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라면서 가정에서부터 불공평이나 불공정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MZ세대는 그들의 부모 세대와 달리 남존여비나 남아선호, 가부장제라는 말 자체를 들어보지 못한 채 자랐다. 양성평등과 가정내 민주화 를 충분히 경험한 세대다. 아마도 그들이 “불공정은 불가피하다" 는 철학자의 주장을 들으면 "세상 물정 모르는 노인네”라며 콧방 귀를 뀔지도 모른다. 그들은 불공정에 대해서만은 민감한 센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만한 불공정에 대해서 는 요란한 경고음이 울린다. 요컨대 MZ세대는 자라면서 불공정 을 경험하지 못한 탓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보 민주화'도 MZ세대의 3불의식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 MZ 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입에 물고 태어난 세대다. 그들에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놀이터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창 이다. MZ세대는 온라인 세상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모든 정보를 탐색한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면서 나름의 정답을 찾아간다. 따라서 MZ세대는 정보력에서 기성세 대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집단지성의 힘을 통해 정보를 빠르게 탐색하고 비교하고 검증한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엇이 불의이고 불공정이며 그것이 가져올 불이익이 무엇인지 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한다. 계산이 빠르기 때문에 불공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 자신의 이익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도 불공정에 분노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MZ세대는 부모 세대에 비해서 전반적인 풍요로움 속에 자랐지만, 그렇다고 위기감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MZ세대는 자라면서 1998년 IMF 사 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부모 세대 의 무기력함과 사회 안전망의 허술함을 직접 목도했다. 치열한 입 시 경쟁과 취업 전쟁을 거친 후에 어렵게 직장생활을 시작했어도 기회의 사다리가 점점 멀어지고 빈부 격차와 소득 양극화가 심 화되는 현실을 몸소 체험하면서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불공정에 대해 극도의 저항감을 갖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은 결국 자기가 보호할 수밖에 없다는 이른바 '각자도생'의 마인드 를 내면화하게 되었다.
- 결국 MZ세대가 불의나 불공정에 강하게 분노하고 불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들이 자라온 성장 배경과 그들이 살 아가는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결과일 뿐이다. 욕심이 많거나 버릇 이 없어서가 아니다. 따라서 MZ세대와 원만한 소통을 하려면 그 들이 가진 3불의식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아가 단지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성세대도 그것을 내면화해야 한다. 정치나 조직 등 사회 전반에서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불의나 불 공정, 불평등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3불'이 없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은 MZ세대만을 위한 일은 아 니다. 그런 세상은 기성세대를 위해서,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서 반드시 가꾸어나가야 할 미래의 모습이다.
- 오늘날 MZ세대는 '가족 같은 회사를 기대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 아니, 그들은 가족 같은 회사라면 치를 떤다. 특히 꼰대 같은 상사와 한 가족이 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싫은 일이다. 그들은 현재의 직장은 개인적 행복을 향해 가는 데 필요한 수단이자 잠시 머무는 중간 정류장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상사나 동료 또한 잠시 같은 버스에 올라탄 옆자리 승객일 뿐이다. 각자 내릴 곳에 도착하면 '굿바이' 인사 정도만 하고 헤어질 사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가족의 연을 맺어가면서 영원히 함께할 생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버스에 탄 승객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이 당초에 계획한 목적지 이전이라도 내려버린다. 버 스 요금을 한 번 더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버스로 갈아탄 다. 이렇듯 MZ세대는 가족 같은 회사를 싫어한다. 꼰대 상사와 함께 일하느니 차라리 조금 적게 벌더라도 마음에 드는 사람과 근무하길 바란다.- 일본 도쿄대학교 명예교수인 강상중 교수는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하나의 일에 모든 것을 걸지 않 는 태도는 불성실하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으 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우 리에겐 역시 어느 정도는 자기 방어책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의 영역에 나를 100퍼센트 맡기지 않는 것이 자신을 망가지 지 않게 하는 보험, 이른바 리스크 헤지인 것이지요." 강상중 교 수에 따르면,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하나의 영역에 자신을 '몰빵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이유에서 하나의 일에 모든 것을 걸 지 않는 태도를 불성실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 워라밸과 워라블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디테일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워라밸에서는 업무와 일상을 구분한다. 그래서 정 규 근무시간 외 자유시간이나 여가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 하는 시간과 노는 시간을 엄격하게 나눈다. 양자 간에 적절한 시 간 배분이 핵심이다. 일종의 양적 분배 개념이다. 반면 워라블은 업무와 일상을 나누지 않는다. 워라블을 추구하는 사람은 업무 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기계발이나 취미 활동을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즉 일상에서 업무와 관련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고, 일과 삶을 분리하지 않고 적절 히 블렌딩한다. 워라밸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업무에서 탈출하여 자유시간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워라블은 업무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일상을 계획한다. 전자가 업 무로부터의 탈출이라면 후자는 업무를 즐기기 위해 적극 대응하 는 쪽이다. 요컨대 워라블족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금언 을 실천하는 자들이다.
MZ세대는 왜 워라블족이 된 것일까? 기성세대와는 직장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행복을 희생해야 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한다. 또 한 현재 직장이나 직업을 개인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MZ세대에게 취업이란 정착이 아니라 커리어 확장을 위한 여정에 불과하다. 따라서 워라블족은 현재의 직장 에서 많은 것을 누리기보다는-물론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더 좋 겠지만 그곳이 개인적 성장과 커리어 개발의 기회가 되기를 희 망한다. 그래야만 본인의 적성에 맞는 업무, 높은 연봉, 더 나은 조직 문화, 더 좋은 근무 환경을 찾아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워라블족은 업무를 피해 자유시간을 찾기보다는 업무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계발하고 더 높이 성장하려는 욕구를 가진 새로운 인간형이다.
- 혹시 워라블족이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기회주의자로 여겨지 는가? 부디 그런 시각을 가진 기성세대가 없었으면 한다. 여러 번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는 평생직장이란 존재하지 않는 다.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환 상이며 맹목일 뿐이다. 이렇게 평생직장이라는 환상을 걷어내고 나면 워라블족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그들은 매우 합리적이고 이 성적이며 적극적이다. 기성세대보다 열악해진 노동 환경에도 굴 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는 주도적 인간형이다.
- 기업이 능력 있는 MZ세대를 뽑고 조직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 는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의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다양한 복지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는 충분치 않다.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보상과 복지 제도로 차별 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등장한 방법이 있다. 일 종의 이벤트 전략이라 할 수 있는데,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를 '직원 경험 Employee experience 관리'라 부른다.
'직원 경험'이란 한 사람이 직장에 입사해서 퇴사할 때까지 경 험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직장에서 일하며 느낀 경험, 다른 직원 이나 경영진과 소통한 경험, 스스로 보고 느끼고 관찰한 경험 등 직장생활과 관련된 모든 경험이 포함된다.
- 직원 경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 까? 제이콥 모건은 "직원 경험은 문화, 기술 그리고 물리적 공간 의 합으로 구성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직원 경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문화적 환경, 기술을 통한 새로운 경험, 물리적 공간을 통한 색다른 체험 등이 다양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먼저 MZ세대가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MZ세대는 시간적·공간적 제약 속에 일하는 것 을 싫어한다. 근무시간과 일하는 장소에 대해 통제력과 유연성을 원한다. 실제 많은 기업에서 시간적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 으로 자율출퇴근제, 유연 근무시간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공간 적인 측면에서는 집에서 근무하는 재택근무제나 본사에 출근하 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오피스 운 영 등이 문화적 경험의 사례에 해당한다.
- 기술 발전을 통해 직원들이 새로운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증대시키는 방식이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 는 '비바viva'라는 기술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직원 경험을 제공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비바'는 여러 플랫폼을 통해 직원의 지식 관리, 학습, 인사이트 등을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그중 '비바 토픽스Viva Topics'는 개인의 업무와 관련된 사내 정보와 사내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지식 플랫폼이다. 여기서는 인공지능을 통 해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예측해 관련된 사내 정보를 제 시하고, 자동적으로 사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 바 러닝Viva Learning'은 사내 정보나 내부 전문가를 넘어 외부 교육 과정이나 외부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확장된 직원 경험 플랫폼이 다. 여기서는 개인의 작업 흐름에 맞춰서 필요한 교육과정을 안내해주고, 업무에 필요한 외부 전문 지식을 제공하여 이를 습득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이 개개인의 업무와 학습 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다른 곳에서는 쉽 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실시간으로 체험한다. 물론 이러한 경험 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이 전제되어야 한다.
물리적 공간을 통해서도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쌓게 해야 한 다. 이것은 외부와의 물리적 교류를 통해 의미 있는 경험을 쌓는 것으로 기업 공간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거나 지역 봉사 활동 등을 통해 가치 있는 직원 경험을 체험시키는 방식이다. 2022년 4월 SK하이닉스에서는 출범 1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행사를 개 최했다. 춘천에 있는 최신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를 정식 개장 전 3일 동안 통째로 대관하여 매일 임직원과 가족 1만 명을 초청하 는 '피크닉데이'를 가졌다. 
- 그렇다면 조직 입장에서, 애정이 식어버린 개인이 회사를 떠나 는 것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언제일까? 퇴사자가 우수한 인재일 때다. 능력이 별로이거나 자기 밥값도 못하는 직원이 스스로 조 직과의 결별을 선언하면 이는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그런 직원이 사표를 제출하면 앞에서는 아쉬운 표정을 지을지 모르지만 돌아 서서는 쾌재를 부른다. 하지만 인재가 사표를 쓰면 조직의 경영 자나 직속 상사가 직접 나서서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퇴직 이유를 확인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해결해줄 테 니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달래기도 한다. 이런 의미로 보자면, 개인을 대하는 조직도 두 얼굴을 가졌다. 무능력자에게는 비정하고 능력자에게는 비굴하다.
- 우수 인재가 사표를 제출하면 회사(또는 직속 상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마음을 거두어달라고 애원이라도 해야 할까? 결코 좋은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직 서를 제출한 직원을 붙잡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것 은 마치 고무신 거꾸로 신은 애인을 찾아가 울고불고 매달리는 것 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모양새만 나쁘고 실익은 별로 없는 행위다. 그렇게 했다가는 상대방 마음을 되돌리기는커녕 남은 정나미마 저 없어질 수 있다. 사실 인재가 사직 의사를 밝히면 엔간해서는 마음을 되돌릴 방도가 없다. 그는 이미 오래 고민하여 결정을 내 렸고 사직 의사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 본래 능력자는 쉽게 칼을 뽑지 않지만, 한번 뽑은 칼은 그냥 칼집에 넣지 않는다.
생각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이 대목에서 김소월의 <진달래 꽃>한 대목을 음미해보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 영변寧에 약산藥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시인은 나 싫다며 떠나는 연인을 향해 읍 소를 하거나 저주를 퍼붓기보다는 말없이 고이 보내라고 조언한 다. 차라리 아름다운 꽃을 따다 가시는 길에 뿌려주며 축복하라 고 이야기한다. 인재가 조직을 떠날 때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 떤 이유에서건 회사를 떠날 결심을 했다면 그를 붙잡기보다는 그간의 인연에 감사를 표하고 앞길을 축복해주면 어떨까?
- '퇴장의 미학'이란 말이 있다. 멋지게 퇴장하고 아름답게 결별 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사실 모든 만남은 시작보다 끝이 중요 하다. 어떤 30대 건축가가 다니던 설계 사무소에 사직서를 제출 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불만보다는 만족감이 많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갈증이 있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이른바 '퇴사의 변을 적은 사직서를 사장에게 전했다. 그러자 사장은 "사표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출사표일세. 훨훨 날아가시게!"라 고 말하며 사직서에 "성공을 빕니다"라고 적어주었다고 한다. 사 직서를 제출한 뒤, 사장님으로부터 축하와 응원을 받은 건축가 는 그 당시의 소회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표와 사원 관계를 끝내던 날, 인생 선배를 얻은 기분이었다. 불가피하게 헤어지는 일이 생겨도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잘 헤어져야 다시 만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긴다.
- 초기 기독교의 대표적인 교부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은 오로지 '현재'뿐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세 가지 시간이 있 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차라리 과거의 현재, 현재의 현재, 미래의 현재, 이와 같은 세 가지의 때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 다.” 우리는 흔히 시간을 과거·현재·미래 세 가지로 구분하여 말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하면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 과거를 떠올리는 순간도 '현재'이며, 미래를 기대하는 순간도 '현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시간은 현재에 속하며, 현재만이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과거나 미래는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시간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과거의 현재이며, 미래를 기대하는 것 또한 '미래의 현재'에 불과하다. 결 국 삶은 언제나 '현재'로만 존재한다. 우리가 체험하는 시간은 '과 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현재-현재-미래의 현재'로만 존재하는 셈이다.
이런 의미로 보자면, ‘아, 옛날이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의식은 지금보다 행복했던 과 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를 직시하지 못하 고 '지금-여기'의 삶에 충실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의 눈과 의식은 '눈앞의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현재를 향해 있기 때 문이다. 오늘날 조직의 기성세대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경우가 많다. 새롭게 등장한 MZ세대와 소통이 어렵고, 그들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본전 생각이 날 수도 있다. 자기들은 신입 시절에 상사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지금은 도무지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성세대는 조직에서 관리자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터라 MZ세대를 동기부여시켜서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도 지고 있다. 위로부터는 성과 압력이 거센데, 아래에서는 내 맘처럼 따 라주지 않는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아, 옛날이여” 하며 푸념이 라도 늘어놓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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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브스뉴스, 비디오머그, 엠빅뉴스, 일사에프, 다 같은 지상파 방송사의 서브 채널 같은데 뭐가 다른 걸까? 제작 주체만 다른 걸까?
국내 뉴미디어 뉴스 시장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했 다. 페이스북을 거점으로 레거시가 아닌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 는 미디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닷페이스, 씨리얼, 스브스뉴스, 비디오머그, 엠빅뉴스 등 이른바 서브 브랜드 혹은 특정 관심 분 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버티컬 채널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TV 뉴스에 지친 이들이 새로운 영상 문법으로 무장한 뉴미디어 뉴스 콘텐츠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 당시 방송 뉴스가 변형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송사 서브 브랜드들과 독립 버티컬 채널들은 유튜브보다 페이스북에 서 더 활발하게 활동했다. 스브스뉴스는 카드뉴스를 통해 페이스 북에서 급성장했다. SBS뉴스의 서브브랜드 스브스뉴스는 2015년 페이스북에 이어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SBS가 '자신 있게 내 놓은 자식들'이란 슬로건을 걸고 20대 젊은 시청층을 공략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 수 9억 뷰를 자랑한다.
스브스뉴스가 인기를 얻으면서 타 방송사의 서브 채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디오머그, 엠빅뉴스, 크랩 등 방송사 서브 브랜드가 연이어 등장했고 유튜브와 SNS 플랫폼에서 뉴스 소비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스브스뉴스는 기존 뉴스 영상 문법과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구독자에게 어필했다. 2~3분 분량의 자막뉴스와 카드뉴스가 대 표적인 콘텐츠다. 유명 연예인이나 기자, 앵커가 출연하는 방식 을 버리고 제작진들이 직접 출연해서 구독자와 출연진의 거리감 을 좁혔다. 연반인이라 불리는 <문명특급>의 재재가 스브스뉴스 의 대표적인 출연진이다.
SBS는 2016년 또 하나의 서브 브랜드 '비디오머그'를 선보인다. MBC도 2017년 '엠빅뉴스'를 개설했다. 편성 시간에 제약이 없는 특성 때문에 때로는 TV보다 빠르게 뉴스를 전달했다. 어렵 고 이해하기 힘든 뉴스를 쉽게 풀어 설명하면서 유튜브에서 인 기를 얻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서브 브랜드, 버티컬 뉴스 채널들이 페이스북에서 자리를 옮기면서 유튜브에서는 뉴스 채 널의 빅뱅이 일어났다.
이후 수많은 서브 브랜드, 버티컬 뉴스 채널이 생겨나고 또 사라졌다. 스브스뉴스와 비디오머그, 엠빅뉴스는 생존을 위해 끊 임없이 변화하면서 성장했다. 현재 스브스뉴스는 83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스브스뉴스에서 독립한 <문명특급>은 185만 명의 구 독자를 자랑한다. 모 브랜드인 스브스뉴스 구독자의 2배가 넘는 구독자 수다. 비디오머그는 118만 명, 엠빅뉴스는 100만 명의 구 독자를 얻었다.
-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 이거나 전문가급 지식을 갖추고 있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탁월한 공감 능력으로 상대방의 신뢰 를 얻는다. 이런 조건과 성향을 갖춘 사람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유튜버에서 열심히 활동 중인, 재치 있고 화려한 입담을 가 진 전문가 모두를 인플루언서라고 부르지는 않지 않는가.
인플루언서는 1타 강사와 비유할 수 있다. 입시 학원 업계에 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1타 강사들 역시 시작할 때부터 1타 강사 는 아니었다. 규모가 작은 학원에서 학원생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강의 실력을 쌓고, 문제를 함께 풀면서 학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합격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러한 노력이 결국 인정받으면서 입소문이 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1타 강사'라는 타이 틀을 얻었을 것이다.
구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플루언서가 되거나 찾고 싶다 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건을 갖추었는지 잘 살펴보기를 바란 다. 지금 당장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시간을 두고 꾸준히 실천하면 해결하는 문제니까. 이런 요건 없이 잘나가는 인플루 언서도 많지만, 내가 기획자라면 꼼꼼하게 따져볼 것 같다. 인플루언서는 채널을 대표하는 콘텐츠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반 대로 채널을 한순간에 망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한번 공개된 콘텐 츠는 삭제하더라도 오랫동안 온라인 이곳저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타이밍은 정말 중요하다. 타이밍에 따라 일의 성공과 실패는 물론 사람의 운명까지 바뀐다. 투자 경험이 있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사고파 는 타이밍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도 타이밍은 콘텐츠의 성공 여부를 결정 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콘텐츠는 사람들이 많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공개해야 한다. 평일과 주말, 오전과 오후 중 언제가 나을지 고려해야 한다. 일사 에프 콘텐츠는 평일 오후 5시 이후, 주말 오후 2시 이후에 조회수가 높아서 항상 이 점을 고려하고 있다.
-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은 몇 번을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루는 우리 구독자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해외 이슈가 뉴스 를 통해 전해진 적이 있다. 자막뉴스 팀은 급하게 영상을 확보한 뒤 콘텐츠를 제작했다. 3시간 뒤 편집이 완료됐고 업로드까지 남 은 시간은 대략 10분. 그런데 그때 경쟁 채널에서 우리와 같은 내용의 콘텐츠를 먼저 공개했다.
고작 10분 차였지만 우리가 공개했을 때는 이미 경쟁 채널의 콘텐츠 조회 수가 5만을 넘어선 상태였다. 10분 늦은 결과치고는 너무 가혹했다. 유튜브는 알고리즘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 가 더 벌어진다. 5분만 우리가 먼저 공개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으 리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를 않았다. 타이밍 싸움에서 이기 지 못하면 돌아오는 것은 혹독한 스트레스뿐이다.
-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시에는 브랜드를 '어떻게 전달할까'도 고민해야 하지만, 구독자가 '왜 이 콘텐츠를 봐야 하는지' 또한 이해시켜야 한다. 광고성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독자의 거부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이때 필요한 게 스토리텔링이다.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광고지만 재미있고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제작진의 개성과 창의성이 더해져 광고가 브 랜드를 이해하는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다면 구독자의 긍정적 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 채널이 '왜 이 브랜드를 소개하는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채널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면서 호감을 갖고 콘텐츠를 바라볼 것이다. 물론 채널에 맞는 브랜드 선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건비와 제작비 충당에 허덕이는 레거시 미디어 모바일 채널 운영의 핵심은 브랜디드 콘텐츠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통해 확보한 예산으로 코너를 유지하면서 채널 본연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 CNN, BBC, FT(파이낸셜타임즈) 등 해외 유명 언론사 사이트 에 들어가서 헤드라인에 어떤 기사가 올라와 있는지 살펴본 적 이 있는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해외 언론사 사이트에 접속해보 라.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소식을 콘텐츠로 만들면 차별화될 수 있다. 특히 해외 언론이 한국과 관련된 기사를 썼다면? 긍정 적이든 부정적이든 99% 제작 가능한 아이템이다. 관건은 제작 속도다. 해외 콘텐츠는 누가 만들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 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아이템을 찾아서 제작하는 쪽이 이길 수 밖에 없다.
-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된 덕에 일사에프는 결과적으로 외신의 덕을 톡톡히 볼 수 있었다. 앞부분에는 이슈를 소개하고, 뒷부분 에는 이슈에 대한 국내외 반응을 붙였더니 다른 채널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콘텐츠가 완성됐다. 뉴스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유튜브에서 해외 소식을 이렇게까지 다루는 채널은 그 리 많지 않다. 이로써 구독자들에게 우리가 해외 이슈까지 다룬 다는 인식도 심어주면서 조회 수도 높일 수 있었다. 새로운 것을 찾고 싶다면, 일찍 일어나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이슈를 살펴 보자. 유의미한 정보를 발견하는 순간, 아주 특별한 아침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 10대와 20대, 30대와 40대의 경험이 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 면 M과 Z는 뭐가 비슷하고 또 다를까? M이든 Z든 어릴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하다는 점은 비슷하다.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유연하고 사고방식이 자유롭다는 점은 분명 닮은 점이 다. M은 숏폼보다는 롱폼을 선호하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편이고, Z는 롱폼보다 숏폼에 익숙하고 유행보다 자기만족에 진심이라는 점이 다르다. 롱폼과 숏폼에 대한 선호, 트렌드에 대한 민감도 부 분에서 M과 Z는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부 터 목표 구독자 세분화가 우선시돼야 한다.
- MZ세대는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활발한 구독 자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관심사와 콘텐츠 소비 패턴으 로 목표 구독자를 설정하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는 MZ가 아 니라 M과 Z로 나눠서 생각하고 대응해야 승산이 있다. 공통점보 다는 차이점에 더 집중해야 한다.
공통점 하나만을 앞세워서 MZ세대를 한곳에 몰아넣는 콘텐 츠를 제작하면 처음에는 잘될 수도 있지만, 머지않아 한계에 다 다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구독자들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채널을 찾아 떠난다. 구독자를 MZ세대로 정했다면 처음부터 M 과 Z를 구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 모바일 콘텐츠의 운명은 대개 일주일이면 판가름 난다. 성공하든지, 망하든지, 그저 그렇게 끝나든지. 하지만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갑자기 역주행하며 살아나는 콘텐츠도 있다. 처음에는 지지부진하다가 한 달쯤 뒤부터 조회 수가 터지며 기사회생한 콘텐츠들은 일사에프의 주 구독층인 MZ세대의 선택을 받았다는 공통 점이 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해진 콘텐츠들만 골라내 특이점을 분석했더니 세 가지의 공통분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구독자들은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콘텐츠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예를 들어 평일은 어떤 루틴으로 살고 있으며, 휴 일에는 무엇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지. 입는 거, 먹는 거, 노는 거 찾을 때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가 등등. 충분히 생각해 봤다면 그다음에는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나한테만 국한된 것인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지 따져보기를 바란다. 만약 나라는 개인과 다른 많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단 한 가지라도 겹친 다면, 그게 바로 MZ세대로부터 주목받는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실제로 테니스, 재테크, 음식 관련 콘텐츠에서 역주행을 경험했다.
두 번째로 전개가 빠르고 메시지가 명확한 이야기가 사랑받 았다. 화려한 영상미보다 단순해도 속도감 있는 영상이 선택받았 고, 단순하더라도 기승전결이 잘 갖춰진 이야기가 많은 댓글과 공감을 받았다. 반대로 영상은 화려하지만, 메시지가 불분명하고 뒷받침하는 근거가 약한 콘텐츠에는 평가가 박했다.
마지막으로, 뒷심을 발휘한 콘텐츠들은 모두 이해하기 쉽게 설명이 잘되어 있었다. MZ세대에게 유튜브는 과거 네이버의 지 식인 같은 것이다. 글 위주의 설명이 기본인 과거와 달리 지금은 영상을 기반으로 한 설명이 기본이다. 얼마나 쉽게 설명할 수 있 느냐가 콘텐츠의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된 것이다.
숨 가쁘게 빨리 제작하지 않아도 MZ세대의 선택을 받은 콘 텐츠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렇다고 이 세 가지가 없으 면 절대 안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MZ세대가 주요 구독자이고 약 16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일사에프 채널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참고하면 나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 일사에프는 지난 4년간 성공한 수많은 콘텐츠의 유사점을 발견하고, 성공 확률이 높은 아이템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지금부 터는 그런 아이템들의 특징을 이야기해보겠다. 영상이 3~4분 정 도라면 재생 후 15~20초까지가 가장 중요하다. 초반에 구독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아이템들은 대부분 승률이 높았다. 단거리 종목 인 100미터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짧은 분량의 콘텐츠일수록 초 반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첫 장면이 강렬해야 이어질 이야기 가 궁금할 것 아닌가.
사건 사고 뉴스에 나오는 CCTV 영상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핵심 포인트를 맨 앞부분에 보여주 고, 그다음에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한 뒤 마지막에 결 론을 내는 방식이다. 고전적이지만, 가장 효율이 좋고 성공 확률 도 높다. 설마설마하던 일 혹은 예측하지 못하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면? 구독자의 관심도가 높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손흥민 선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등극 같은 일 말이다. 자주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한 번 발생하면 그 파급력이 굉장하고 지속 시간도 길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사건이 매일매일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예측 불가능한 일의 발생 확률은 아주 낮지만, 그렇다고 손가락 만 빨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독자들이 관심 있을 법한데 아이템으로 조금 부족하다 싶은 소재가 있다면 히스토리를 찾아 보자. 소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별거 없어 보이는 아이템도 특별한 아이템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람이든 제품이든 현상이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는 것들은 탄생과 성장, 현재까지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 뒷이야기를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그저 그런 소재가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변신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기법이 사용된 아이템은 전반적으로 성공 확률 이 매우 높았다. 이야기의 주제가 두세 가지 이상으로 뻗어나가 고 연결된다면 구독자들은 그 이야기에 심취한다. 가난을 이겨내 고 부자가 된 사람들, 대기업 CEO가 된 구멍가게 사장, 동아시아 의 작은 나라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된 선수의 이야기 등 은 구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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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설계자

경영 2023. 6. 18. 08:41

- 나이키는 처음부터 나의 예상을 뒤엎었다. 9월에 가게 될 워커에서도 동기부여 측면에서라면 이 이상의 자극은 줄 수 없을 것 같 았다. 제프가 언급했던, 그리고 프리폰테인이 몸으로 직접 보여준 그 개념들은 사실 워커 그 자체를 보여주는 개념이기도 했다. 관습을 거부하고, 한계를 시험하고, '가능한 것'의 정의를 새로 쓰는 일 말이다. 나는 이곳의 문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탁월성에 대한 문화였다.
어떻게 이런 문화가 생겼을까. 1990년대 초반, 오리건주는 당 시 빠르게 전파되고 있던 저항 문화의 중심지였다. 라디오에서는 펄 잼Pearl Jam, 너바나Nirvana, 사운드가든Soundgarden 같은 밴드가 그런지 grunge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했다. 1980년대 긴 머리의 글램 메탈Glam metal 록 밴드에 대한 일종의 반란이었다(고등학교 복도에서는 이들의 파워 발라드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이런 새로운 음악적 흐름은 불손하고 아이러니한 감각으로 그 세대를 정의했다. 그런 특성은 사무실에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그곳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기 도 했다. 그곳에서는 회사 생활의 전형을 거부하는 의식적인 결의 가 존재했다.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이나 랄프 로렌Ralph Lauren 과 같은 브랜드의 '비즈니스' 캐주얼(내가 가장 충성하는 스타일이었다) 이 익숙한 세계에서 살던 내가 갓 넘어온 이곳은 반바지와 샌들, 심 지어는 맨발에 가슴을 다 풀어헤친 셔츠가 지배하는 세계였다. 랄 프 로렌 셔츠를 목까지 채우고 처음 출근한 날에는 이런 말을 들었 다. "옷 입는 법부터 가르쳐야겠네." 사무실 사람들의 대다수가 그 곳 토박이였다. 어드벤처 스포츠에 너무나 익숙한 오리건주에서 나 고 자란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 나이키에서는 대중과 소비자들의 본능적인 감정을 자극했다. 신발을 팔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 자신을 스토리의 일부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 워커는 최첨단의 방식으로 사람들이 예 술과 만나는 순간에 초점을 맞추면서 뛰어난 일을 해냈고, 해 나가 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행복하게 일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나이키에서의 경험이 없었을 때의 얘기지만, 예술가들은 예 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나이키에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메시지를 전하는 일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이키가 감정을 움직여 무 엇을 할 수 있는지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드러내고 탐구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세상을 움직이는 열정과 스포츠의 융합이 막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그것을 놓칠 수 없었다.
- 브라질 대표팀은 '창조는 팀 스포츠'라는 개념을 누구보다 잘 보여주는 가장 이상적인 그룹이었다. 브라질에는 징가Ginga라 불리 는 특유의 축구 기법이 있다. 이 이름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동 요動搖'라는 뜻이다. 징가는 브라질 전통 무술과 삼바 등이 스포츠에 스며든 브라질 문화의 표현이다. 단순한 훈련과 기술을 넘어 우아 함과 스타일을 강조하는 징가를 두고 펠레Pelé는 이렇게 말했다. "우 리는 춤을 추고자 한다. 우리는 징가를 하고자 한다. 축구는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싸움이 아니다. 아름답게 운영해야 한다."
- 징가식 축구는 개별 선수에 초점을 두고 그들에게 '아름답게' 경기할 자유를 준다. 브라질 대표팀의 강점은 선수들의 다양성, 각 구성원의 개성에 있다. 각 선수는 '팀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를 기준으로 선발되지만 그렇다고 '머니볼Moneyball'(저비용·고효율을 추 구하는 야구단 운영 기법.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thletics의 전 단장 빌리 빈Billy Beane의 운영 방침을 가리키는 말옮긴이)과 같이 정확한 지표를 사용하는 방식은 아니다. 선수들은 모두 다채로운 개성을 갖고 있었고, 각자 고유한 이야기와 경기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를 경기장에 서 마음껏 뽐내도록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브라질은 성과와 효율만 을 위해 조직된 팀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창의적인 특징을 이용해서 흥미진진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경기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들 은 쇼를 펼치는 동시에 대회에서 우승했다. 브라질 축구는 당시 많 은 팀이 따르던 지시적이고 체계적인 '독일 스타일'과 극명한 대조 를 이뤘다. 독일 스타일에는 획일성으로 인해 즉흥의 여지가 없었 다. 브라질은 창조의 케미스트리에 의지해 다양한 요소를 융합시킴 으로써 대단히 독특한 것을 만들어냈다. 반항아나 악동이 있는 한 편, 마술사와 금욕주의자도 있었다. 선수들이 균일한 방식으로 함 께 노력해야 하는 팀의 입장에서 브라질 스타일은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 축구와 같은 조직적인 스포츠에서는 특히 그랬다. 하지만 브라질은 그들의 스타일을 성공시켰고 그 결과 당대에 가장 흥미로운 축구가 만들어졌다.
- 호기심은 창조의 기폭제다. 영감은 호기심으로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영감은 바다에 묻힌 거대한 빙하처럼 무한하지만, 그것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영감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영감이 자연스럽게 당신을 통해 작품으로 흘러 가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규칙적인 습관과 일상의 루틴을 통해 바깥의 세상을 당신의 세상 속으로 끌어들이고, 그로써 자신과 팀이 창조적 결과를 달성하도록 힘을 실어야 한다.
영감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치열한 창 작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밖으로 나가 영감을 찾아야 한다. 탐구자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도 학습 을 통해 호기심을 키울 수 있다. 호기심은 근육이고 근육은 단련할 수 있다. 나이키는 이 점을 알고 있었기에 끊임없이 상상력에 연료 를 공급하고 창조를 이끄는 호기심의 문화를 구축할 수 있었다.
- 열정은 위험을 감수하는 정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아주 많이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열정'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면 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한번 시작하면 자제 력을 잃고 만다. 마침내 말을 마치면 스스로 당황한다. 그 상황 자 체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일이다. 당신 안의 열정을 내보여라. 당신의 브랜드, 당신의 스토리, 당신의 공간에 억 제되지 않은 열정을 전부 불어넣어라. 당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절대 멈추지 마라.
- 크게 휘둘러라
명예의 전당에 오른 메이저리거의 평균적인 통산 타율은 3할 1리다. 이는 출루한 경우보다 아웃된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상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다. 크고 혁신적인 스윙을 하라. 실수조차 앞으로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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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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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트릭스

경영 2023. 6. 10. 16:16


- 포털사이트의 검색 결과 해석해서 고객의 니즈 파악하기

2010년경에는 대한민국의 유저(컴퓨터 이용자)의 약 90%, 2020년에는 약 70%가 네이버를 검색 엔진으로 이용했습니다. 즉,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이 네이버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유저가 네이버에 오래 머물수록, 그리고 검색을 많이 이용할수록 네이버에 수익이 됩니다. 이것은 주 수익원인 '키워드 광고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네이버가 가장 우선시하는 것이 바로 검색 결과의 정확성입니다.

이를 우리 입장에서 쉽게 해석하면 네이버의 검색 결과를 잘 해석하면 네이버가 분석한 빅데이터를 그냥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네이버는 특정 키워드를 입력해서 검색할 때, 사용자가 가장 많이 찾는 정확한 정보가 제일 상단에 노출되게 하기 때문입니다(키워드광고 같은 광고 영역은 제외).

다만, 최근에 네이버가 소셜 네트워크SNS로 변모하기 위한 단계로 검색 결과를 많이 바꿨습니다. 카페, 블로그 등을 View라는 영역으로 통합했습니다. 네이버는 구글화하고 있고, 반대로 다음은 예전의 네이버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 결과를 종합적으로 활용해서 해석해야 시장 파악이 가능합니다.

-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썸트렌드]를 통해 감성 포인트 파악하기

썸트렌드(https://some.co.kr/) 검색을 통해 소비자들이 거실 등에 대해서 어떤 감성을 느끼는지 찾아보겠습니다.

썸트렌드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감성을 모아서 보여 주는 사이트 입니다. 블로그, 카페, 소셜 SNS 글을 분석해서 '긍정/부정' 및 연관된

단어들을 보여 줌으로써 현재 내가 검색한 단어의 여론을 파악하는 데 매우 용이합니다.

- 시장 예측 핵심 포인트

영업, 마케팅 또는 주요 활동을 세부적으로 아주 자세히 작성하고 관리할수록 목 표 매출을 실제로 달성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예시에는 마케팅, 영업 활동에 대해 서 간단하게 나열했지만 실제 기업은 이보다 많은 활동을 할 것입니다. 그런 모든 일련의 활동을 아주 자세하게 타임 라인별로 정리하고 관리해 보세요. 계획을 세운 이후 실제로 해당 월에 계획한 영업,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조 직을 관리하고 결과치를 분석해서 빠르게 향후 계획을 유지 또는 수정하면 실제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며, 좀 더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 타깃을 정할 때 '패션에 관심이 많은 25~35세 여성', 이런 식으로 정하면 안 됩니다.

여기서 잠깐 살펴봅시다. 이성적 접근과 감성적 접근은 무엇을 얘기하는 것일까요? 일단 쇼핑은 대부분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판단(소위 구매하고 싶어서)으로 이루어집니다. 많은 사람이 계획 구매를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충동적으로 구매를 하면서 이유와 명분을 스스로 만들어 계획 구매라고 어필하죠. 그래야 충동 구매를 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고자 할 때에는 감성적 소구 포인트를 강조해야 합니다. 의류라고 하면 멋진 모델이 예쁜 카페에서 입고 있는 사진을 강조하는 게 적절한 예시겠지요. 단, 이성적 접근(일례로 진통제)이 가능하다면 그 제품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번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당신은 탈모로 고민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한 번 먹으면 부작용 없이 평생 모발이 풍성해지는 탈모 치료제가 나왔습니다. 구매하시겠습니까?"

그런데 이 약의 가격이 2,000만원입니다. 그래도 구매하시겠습니까? 만약, 당신이 탈모 때문에 고민이 많다면 바로 "사지 않겠다."라는 대답보다는 2,000만 원을 모을 고민을 할 것입니다. 이게 바로 '이성적 접근 제품(진통제 형 제품)'의 힘입니다.

당신의 제품, 서비스가 이성적으로 강력한 어필이 가능하다면 이성적 접근법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포장해도 좋습니다. 이것이 어렵다면 다음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첫째, 소비자가 효과가 있다고 느끼게 하거나 둘째, 이성적 접근법을 피하고 감성적 접근으로 상품을 기획해야 합니다.

- 2018년쯤 다이어트용 'OO티'가 시장에 출시되었습니다. 물에 타서 마시면 지방을 태운다'는 컨셉으로 한 다이어트 보조 식품이었는데, 타깃, 제품, 브랜딩 삼박자가 잘 맞았고 초반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어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제품이 이성적 접근 즉, 다이어트가 된다고 어필한 진통제 형 제품이었던 것이죠 효과가 없다는 소문이 나면서 중고 시장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효과가 더 강력한 듯 보이는 하드코어 OO티'를 출시 합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효과가 없다면 제품의 생명력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삼위일체가 되면 충성도(로열티)가 생긴다

스타일난다처럼 삼위일체가 되면 고객의 충성도(로열티)가 생깁니다. 로열티는 곧 매출로 이어집니다. 스타일난다는 이런 '팬덤을 중심으로 스타 일에 약간의 대중적 변화를 주면서 오프라인(롯데백화점)으로 진출합니다. 즉, 파격적인 스타일의 마니아 시장을 선점한 후 타깃 확대 전략을 취한 것입니 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유니크한 디자인'이라는 컨셉은 유지했다는 겁니 다. 사람들은 스타일난다를 여전히 매우 독특한 패션 브랜드로 인지합니다. 의류 카테고리에서 타깃인 '유니크한 디자인 유저시장에 대해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는 뷰티 카테고리 즉, 화장품에 진출합니다. 당연히 기초 화장이 아닌 색조 화장이겠죠? 그게 바로 3CE 브랜드입니다. 이처럼 스타일난다는 아 주 집요하게 타깃-제품브랜딩을 일치시키고 있습니다. 잊지 마세요. 삼위일체 법칙은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 락앤락은 초창기에 제품에 영어로만 표기를 해서 사람들에게 수입품으로 인식시켜 성공한 사례입니다. 물론 지금은 많은 사람이 한국 브랜드인 것을 알고 있지만, 초창기만 해도 소비자들이 해외 유명제품으로 인식했었습니다.이런 전략이 현재에도 때로는 효과적입니다. 다만, 아주 철저히 전략적으로 해야 합니다. 단순히 포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 '쿤달'이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수입품이 가득한 코스트코에서만 판매가 되었고 '쿤달KUNDAL'이라는 어색한 브랜드 어감에서도 국내제품 같은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락앤락의 영문 폰트 및 디자인도 한국적인 감성이 아닌 해외에서 많이 본 듯한 디자인과 색감이었습니다. 쿤달은 '로레알'이나 '캉골' 같은 해외 브랜드의 어감과 유사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모두 영어로 표기되어 있고, 제품 뒷면의 표기 사항도 수입품인 것처럼 별도로 한글 프린팅이 스티커로 부착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대한민국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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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업

경영 2023. 6. 9. 12:42

- 내가 이 책에서 한국 독자 여러분께 던지는 주된 메시지는 "기업은 경제의 주체이나, 문화적 이상으로 형성된다"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 의 경제 체제에서 사는 대부분 사람은 '경제'나 '경제 성장'이 삶에서 가 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성공하려면 오랜 전통이나 문화는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경제 또한 문화적 이상을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여기에서 '문화적 이상'이 란 국가의 특정 행동이나 전통이 아닌 우리가 쉽게 의식하지 못하는 우 리안에 내재한 가치'를 말한다. 내가 보는 한국의 직장 문화에는 비경 제적 요소가 많다. 대다수 직장인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가정에서보 다 직장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 기업은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 성해나가는 공간인 동시에 한 사회의 공정성과 형평성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장이다. 문화는 개인의 다양한 행동 조합보다 훨씬 더 큰 개념이므 로, 어떤 종류의 가치나 이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20세기 중반에 대규모 기업 조직의 안정성을 자본주의의 중요한 성과 라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기업 조직은 지역 공동체 내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을 뿐 아니라 개인 삶의 여정에서, 노동의 화합에서, 지역 사 회를 위한 투자에서, 장기적이면서 제도적인 궤를 함께했다. 1970년대 미국을 필두로 관료적 위계적 조직의 경직성과 고루함에 대한 비판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개인이 반드시 비효율적 관리 경로에 의존하거나 억압적 직장 규범에 묶일 필요 없는 시장과 금융 우위를 향 한 새로운 견해를 싹트게 했다.
사회학자 제럴드 데이비스Gerald Davis는 이 같은 변화를 '조직 사회'에서 '포트폴리오 사회'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조직 사회에서 "기업은 구성원의 일상을 형성하는 필수 요소"였지만, 포트폴리오 사회에서 "조직 구성원은 단기 투자자로 대체됐다. 미국의 경우 이 전환은 직장의 위계 구조 해체와 맞물렸다. 완곡하게는 '직계 간소화 delayering'라고 불렸지만, 사실 조직의 허리 기능을 담당했고 직장인들의 장기 생존을 위한 경로였던 중간 관리자의 말살을 의미했다. 실제로 투 자 은행과 헤지펀드를 비롯한 금융 기관이 미국과 서구 자본 및 노동 시장을 크게 재편할 통제와 구별 짓기의 새로운 제도적 행위자로 기업 조직을 수렴하면서 위계 구조 해체가 본격화했다.
대기업에서 일하며 중간 또는 고위 관리직에 오르는 것은 대기업과 그룹 체계와 대규모 관리직 채용 시스템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한국과 일본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일이며, 경제적·문화적으로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기에 그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 는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학자들이 '샐러리맨salaryman'으로 상징되는 사무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일본의 자본주의적 근대성과 전후 정상화에 대한 서사를 매개한 기업의 역할을 논의해왔다. 이 서사는 평생 고용의 꿈을 달성하기 더 어렵게 만드는 변화 속에서도 집요하게 이어졌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출세 지향적 측면은 지난 50여 년 동안의 격동 과 경쟁의 정치와 경제, 특히 재벌 기업과 발전주의 국가의 역할에 가려 져 관심을 얻지 못했다. '재벌'이라는 용어는 창업주 집안이 기업을 대 대로 소유하고 경영하는 대기업을 지칭한다. 이들 재벌 기업은 1970년 대와 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 한국의 경제 성장 무대에서 중심을 차지한다. 고전적인 산업 재벌은 정계와 유착된 야심 찬 자본주의 리더들 을 결합했다. 이들은 정부 계획, 허가, 대출 및 그 밖의 수많은 유리한 대우를 받으면서 신규 산업 기업들을 이끌고 감독했다." 이처럼 국가 차원에서 대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국가기업 자본주의 state-corporate capitalism'는 한국이 산업 근대화를 공격적으로 가속하는 데 유용하다고 믿었던 발전주의 국가 대한민국 주식회사 Korea, Inc.의 주목 할 만한 특징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에 이르자 한국은 은행 및 자본 투자에 대한 주도적 역할에서 크게 물러났고 재벌들이 다양한 분 야로 산업을 확장하도록 내버려뒀다. 그 과정에서 재벌 기업들은 엄청 난 부채를 스스로 감수하게 됐다. 재벌들의 이런 과도한 확장이 초래한 경제적·사회적 상충관계는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를 촉발한 부채 공황으로 절정에 달했다. 부채 비율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까지 치솟았고, 결국 국가와 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 이하 IMF의 개입과 산업 재편이 필요했다.
20세기 말은 한국 특유의 대기업 자본주의의 종언을 고하고 노동조 합의 역할, 가족의 기업 소유,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 체계 같은 기존 조 직 문화가 해체되면서,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로 향하는 길을 닦는 것 처럼 보였다. 새 천 년이 시작되는 21세기를 맞아 특히 노동조합의 역 할 감소와 관련해 상당한 변화가 있긴 했지만, 대기업 중심 체제에서 완 전히 멀어진 것은 아니었다. 국가 역할 대부분이 규제와 홍보로 축소됐고, 외국 및 기관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들의 더 큰 지분을 차지하게 됐어도, 대기업 조직은 여전히 경제 지형에서 중요한 고정물로 남아 있었다. 관리직으로 올라가는 전형적 코스인 정규직 고용 시스템도 직장 생활의 궁극적 목표이자 사회적 구별을 표시하기 위한 종착역으로서 여전히 건재했다. 대기업 직장 생활의 매력적인 이미지도 퇴색하지 않았다. 다만 양상이 바뀌었다. 산업화 시대의 대기업과는 다르나 조직 모델은 모사한 신규 기업 그룹들이 대두했다. 여기에는 네이버NAVER나 카카 오Kakao 같은 빅테크bigtech 기업, 넥슨NEXON 등의 게임 회사, 아모레퍼시픽Amore Pacific 등의 화장품 회사가 있다. 국영 기업에서 민영화한 통신 회사 한국통신KT과 철강 대기업 포스코Posco 역시 중산층이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인기 기업들이었다.
- 나는 상도의 사례와 초기업 이상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크게 두 가지 줄기에서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첫 번째 줄기는 기업의 구별 짓기 문제가 조직 형태의 양극단인 민주주의와 계급주의 또는 관료 주의라는 개념 사이에 불편하게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한국 등 일부 국가의 기업에서는 질서와 차이를 중요시하고 다른 곳들은 그렇 지 않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관리 위계 구조의 오랜 해체 과 정을 거쳤고 직장 민주주의와 유연 업무 가치관이 지배적인 서구 노동자들에게도 구별 짓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가치관 이 무엇인지, 그 가치관이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세상에서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에 따라 자신을 구별한다. 정의와 이상 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이 모두가 구별이 이뤄지는 지점이다. 그런 데 서구에서는 이런 사안이 노동자 자신의 결정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 지만, 한국에서는 직원을 어떻게 평가하고 수익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등의 복잡한 윤리적 문제를 HR 담당자들로 구성된 전문 부서에서 관 리한다. 이들이 수많은 직원을 대상으로 이익과 위험을 주의 깊게 분석 한다. 그렇더라도 구별 짓기 체계는 특정 조직 형태와 무관한 오늘날 기 업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봐야 한다.
두 번째 줄기는 직장이 구별과 참여라는 이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현 장이 된 원인과 관련이 있다. 일상 업무의 복잡성은 직장이 커뮤니케이 션, 관리 기술, 상호작용 공간 이상으로 확장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매우 많은 기관과 외부 조직이 초기업 이상에 대한 나름의 비전을 명확 히 하는 데 관심을 가져왔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지주회사, 투자자, 규제 기관, 금융기관, 노동조합 등이 인력을 구별하고 조직하 는 기업 조직의 방식에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는 구별 짓기와 참여 가 어떤 식으로 구현돼야 하는지에 관한 각기 다른 생각과 이념을 반영 한다. 외부 투자자나 경영 컨설턴트의 경우 구별 짓기는 인간관리자 이도 추적하고 목록화할 수 있는 사용 가치 또는 제품 품질 관리 측면 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경우 이익 정도, 계약 보장, 근속기간 기반 보상 등이 구별 짓기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유한 기업 오너의 경우에는 구별 짓기가 다른 재벌 그룹과의 비교, 높고 멋진 빌딩, 다른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상징 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젊 은 직장인들의 경우 구별 짓기는 상사의 공정한 평가와 정시에 퇴근할 자유를 전제해야 할 것이다. 구별 짓기를 둘러싼 사고방식은 이처럼 제 각각이지만, 기업을 구별과 참여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긴다는 사실은 분명하며, 그 형태는 직장 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신호와 더불어 갖 가지 이상화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 중 일부는 재무적 또는 다른 방식으로 기업 공간을 정제해 일련의 집합 각각 다른 구별을 강조하는 데 관심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다루 는 상도그룹 지주회사 HR 담당자들처럼 일상적인 수준에서 구별 짓기 의 복잡성과 씨름하는 현장의 관리자들은 잘못된 구별 짓기가 초래하 는 위험 또한 관리와 억제의 대상으로 본다.
- 한국 기업 사회에 잘 알려진 농담이 있는데,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뱀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 그 기업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테면 현대그룹 직원은 일단 뱀을 때려잡은 뒤에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삼성그룹 직원은 뱀이 혹할 만한 무언인가를 줘서 내보내며, 한화그룹 직원은 회장에게 보고해 뱀 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묻는단다.
- 사회학자 알리 혹실드Arlie Hochschild는 기업 경영을 다룬 명저 <관리되는 마음 The Managed Heart》에서 고용 직원 또는 외주 노동자가 고객의 감정 상 태를 관리하는 일직업인 '감정 노동emotional labor'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고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 여객기 승무원 업무 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녀는 얼핏 그와 반대되는 처지인 수금원들의 감정 노동에 관해서도 연구했다. 혹실드는 고객을 구슬리 거나 협박해서 채무를 갚게 하는 방식을 들어 수금원을 기업계의 '뒤축 heel'으로 비유한다.
"뒤축인 수금원은 고객채무자의 자존감을 고갈시켜서라도 돈을 뜯어 내야 한다."
- 수평 호칭 정책은 언어 변화와 조직 구조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일련의 가정에 의존한다. 다시 말해 노동의 역할이나 분업 문제는 전형적으로 직원을 구별하는 직함 문제와 연결되므로, 직함이나 호칭을 변경하면 직원과 조직 사이의 폭넓은 구별 짓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가정한 것이다. 더욱이 이 프로세스가 효과를 내리라는 기대의 밑바탕에는 서로를 '매니저'라고 부르는 방식처럼 직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하게 되면 다른 구별 짓기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 런데 어떤 언어 형태가 비즈니스 문화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려면 언어 가 불균형을 만드는 방식, 직원들이 직장에서 구별 짓기를 경험하는 방 식, 구별 짓기를 드러나게 하는 또 다른 방식 등 다양한 기타 요인들도 차단돼야 한다. 하지만 수평 호칭 정책 개념 자체에도 보이지 않는 영향 력을 행사하는 더 큰 구별, 즉 수직적인 동양과 수평적인 서양이라는 글로벌 차원의 구별 짓기가 내재해 있다. 내가 연구를 진행할 당시 한국 은 애플이나 구글 같은 미국 기업의 성공 요인 중 상사와 직원이 서로 이름을 부르는 수평적이고 위계 없는 직장 문화가 한몫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었다.
민종그룹과 KT 등 일부 기업의 경우 이 매니저제 실험은 몇 년 뒤 직원들의 반발과 고객의 혼란 그리고 이전 직함 계속 사용 문제로 결국 폐 기됐다. KT는 그들 버전의 매니저제를 도입했으나 이전으로 돌아갔다. 당시 한 신문 기사 제목은 "수직 문화가 그리웠나... KT, 매니저제 폐지 '직급제로"였다." 전통적인 5단계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직급제로 회귀한 가 장 큰 이유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 때문이었다수평 호칭 정책의 초기 목표는 직원 간 업무 공조였다. 예전처럼 차곡차곡 승진하는 일이 없다 보니 직원들의 동기 부여 가 잘되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민종에 관한 기사도 마찬가지로 매니저 제는 현실과 거리가 멀었고 직원들 대부분이 이전 체계로 돌아가기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민종 노동조합 또한 직급이 명확하고 연간 평가 점 수가 아니라 근속연수에 따라 승진하는 호봉제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내가 2014년 수평 체계를 실험 중이던 민종의 최 팀장과 인터뷰할 때도 그의 관점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는 HR 담당자의 시각에서 여전히 직원 간 구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구별하기 위한 G1에서 G9 까지의 등급이 있습니다. 따로 기록해 관리하고 있어요."
그가 말한 등급은 HR팀이 시스템 내에서 유지하고 있는 내부 직급 을 의미했다. 어떤 언어적 치장 없이 서수로 나타낸 등급을 사용하는 것 은 새로운 매니저제 체계 뒤에 숨은 눈에 덜 띄는 기술관료주의적 관리 형태가 있음을 암시한다. 매니저제로 민종그룹에 수평적이고 탈위계적 이미지를 투영해 직원들이 적절히 평가받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 들려고 했으나, HR팀 그리고 아마도 그룹의 고위 임원들로서는 여전히 직원들을 추적하고 분류하는 차별화 등급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던 것 이다.
- 영어 직함은 구별 짓기의 작은 창으로서 상당한 무게를 갖 고 있다. 특정 임직원이 자신의 위치, 특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 위치 를 어떻게 보는지에 꽤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영어 직함은 대중의 선망 을 얻는 언어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이면서, 그 사람 이 영어를 구사하거나 국제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영문 직함을 업데이트하는 일은 복잡한 사회적 절차가 필요했다. 이 런 맥락에서 직함의 영문 번역은 갖가지 낱말 사이에서 가장 정확한 단 어를 찾아내는 순수한 언어적 번역이 아니었다. 영어 직급과 직함 번역 은 그 속에 있는 일련의 암묵적 구별을 확정하는 작업이었다. 여기에는 당면한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한국의 직함 체계 자체가 더는 실제 직제와 관련이 없는 낡은 시스템을 반영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부장'은 본래 부서 단위 중 하나 인 '부'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부는 '팀'의 등장으로 구식이 됐고 부의 관리자는 '팀장'으로 대체됐다. 경영학자 박 원우에 따르면 한국 기업에서 팀으로의 변화는 단순한 용어 변화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새로운 시대, 즉 톱다운 통제 방식이 유용하지 않은 평가지표와 정보의 시대를 반영한다. 직급은 승진과만 연결되는 게 아니 라 비즈니스에 필요한 것을 촉진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기업에서 팀 장이 이끄는 팀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작업 단위가 함께 협력하도록 독 려하고 영업이나 생산 같은 팀 평가지표의 원천이 되는 데 필요한 동기 를 결합하기 위해서였다." 팀장은 개별 팀원들이 수행하는 업무를 지 원하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이는 묵시적으로 직계 간소화의 초기 형태 였다. 한국에서 연공서열이 책임과 분리된 최초의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후 팀장은 관리 직급과 별개로 선정됐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완전히 다른 고용 시스템과 구 조를 갖고 있었다. 내가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던 상도의 관리 자들은 미국 기업에 사원, 대리, 과장 같은 선형적 관리 궤도를 따르는 기본 직급이 없다는 데 놀라움을 표시했다. 한국 기업의 공식 직함은 벤치마크 대상으로 여기던 영어권 국가 기업들보다 훨씬 더 정교했다.
그때 장 팀장은 내게 상도, 더 넓게는 한국 기업들의 직함 인프라가 어떻게 관리되는지 가르쳐줬다. 그동안 나는 다양하지만 불완전한 신 호들로 이뤄진 추상적 체계로 이해했었는데, 그는 각각의 회사마다 고 유한 편성이 있다고 알려줬다. 기존 역할을 새로운 사람들로 채우는 미 국기업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조직이 사람, 특히 조직에 오래 머문 사람 들을 위해 역할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개인이 5가지 기본 직급 너머까 지 승진해서 임원 위치에 오르게 되면, 그들의 위상을 반영하는 특정 직위가 만들어진다. 대부분 한국 기업은 몇 년마다 한 번씩 극적인 구 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사업 단위 조직과 부서 이름을 바꾼다. 이는 효율 을 높이고자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는 게 아닌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직위로 옮겨가면서 임원들 사이의 차별성을 재정비해야 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상도의 계열사들이 같은 그룹에 속하고 심지어 같은 건물에 서 일하면서도 그 역할들이 다르게 보였던 이유다. 담당, 부본부장, 부 문장 같은 다소 드문 직함은 각 조직의 구체적 목적에 맞춘 독특한 호 칭으로 존재한다. 이런 점은 수직적 권위의 힘을 반영한다기보다 사회 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이 '연출 의례presentational ritual '라고 부른 것 에 대한 지속적 필요를 반영한다." 이 같은 의례는 형식적인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향한 존중과 인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직 원들이 한 조직에서 계속 일하게 되면 HR팀과 같은 부서는 의미론적 으로 한 단계 높은 직함을 부여해 그들에게 상징적인 선물을 제공한다. 요컨대 한국 기업에서 성공한 직원이나 임원은 부장, 영업담당 팀장 등 의 직함을 동시에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 자본주의 담론 변화와 세대 구분 사이에는 연관이 없지 않다. 1990년대 사회학자 뤽 볼탕스키 Luc Boltanski와 이브 시아펠로Eve Chiapello는 프랑 스에서 새로운 자본주의 풍토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보여주고자 서구 초기 자본주의 실천의 핵심 동인으로서 종교적 동기의 역할을 설명한 막스 베버 Max Wever의 '자본주의 정신' 개념을 빌려와 '새로운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볼탕스키와 시아펠로가 말한 새로운 자 본주의 정신은 긍정적 경영에 대한 새로운 담론과 자본주의 조직 변화 의 정당화로 작용한 '경영 영웅'과 같은 새로운 인물의 출현이 특징이다. '경영 영웅'은 완고하고 관료적인 '어제의 적'의 표본인 관청 간부나 소폭군pettytyrant 등 이전 시대의 반영웅들의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볼탕스키와 시아펠로 두 사람의 연구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가 어 떻게 그 나름의 긍정적 언어, 역할, 행동, 조직 구조를 생성해 새로운 유 형의 자본주의를 정당화하거나 동기를 부여하는지 강조한다. 이들의 주장은 구체제를 현재에 필요한 것과 정반대, 즉 '수직적 대 수평적', '느림대 빠름', '완고 대 유연' 구도로 설정해 새로운 자본주의가 적절히 기 능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로 규정함으로써 낡은 체제를 부정해야 한 다는 관점을 함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은 낡은 것에 대한 거 부를 필요로 한다. 낡은 것이 차별화 지점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이 장에서는 한국 기업의 나이든 남성 관리자들의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대변되는 낡은 자본주의 정신이 어 떤 식으로 직장 생활이라는 지형에서 도덕적 논쟁을 일으키고 인식 가 능한 사회성 영역을 제공해 젊은 세대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긍정적 업무 환경이 조정될 여지를 만들었는지 살필 것이다. 나이든 남성 관리자는 경제적 측면에서 현대 기업 사회의 비생산적 구성원으로 비치겠지만, 그런 인물 유형이 직장 생활과 기업 관행의 개혁에 강한 동기를 부 여하는 문화적 측면에서는 생산적이다. 나아가 이 인물 유형은 직원들 사이에 중립적이며 과학에 가까운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는 구별 짓 기 인프라가 이미 차별성을 보여준 넓은 문화적 범주의 인물들에게 의 존한다는 사실도 반영한다.
- 나이든 직원들은 노동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의 범위에 서 벗어나 다른 사회적 유형으로 재분류되면서 그들의 소외된 지위를 정당화한다. 일본의 경우 사회학자 오가사와라 유코小가 '오지상(아저씨)'이라는 인물 유형을 나이든 일본 남성 직장인의 전형으로 묘 사한 바 있다. 패션 스타일이 촌스럽고 천박한 습관을 지녔다고 평가받 는 그들은 젊은 여성 직장인들의 대화나 즐겨 보는 잡지에서 자주 풍자의 대상이 된다. 인류학자 앤 앨리슨Anne Alison도 승진에 실패해 창가 자리에 앉아 자리만 지키는 나이 많은 관리자들 '마도기와조, 창가족에 대해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같은 현상이 고루한 관리 방식에 관한 미국의 담론에서도 나타났다.
1990년대 미국의 비즈니스 담론은 기업 내 관리자를 행정 중심 역할에 서 다양한 지식 영역으로 조직 목표 달성에 힘을 보태는 '프리에이전트 free agent'로 전환하자는 '신경영new management' 개념을 주창했다." 미국에 서도 나이든 관리자들은 인류학자 캐런 호Karen Ho가 월스트리트의 나이 많은 직원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처럼 시계만 쳐다보고, 정체돼 고, 뚱뚱하고, 게으르고, 가지치기가 필요한 죽어가는 나무"라는 혹평 을 받아왔다." 캐주얼한 복장, 수평적 구조,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커 뮤니케이션이 특징인 새로운 실리콘밸리 관리 스타일의 미학은 사회학 자 윌리엄 화이트William Whyte가 포착한 회색 양복 차림개성 거부 인물 유형과 곧바로 연결되는 수직적이고 형식적이며 진지한 과거 직장 문화 이미지와 정반대다.
-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낡은 정신또는 인물 및 유형은 단순히 무대 밖으 로 밀려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업 프로그램이 새로운 정신의 반대 성 격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의 나이든 남성 직장인은 과 거 국가가 경험한 성장 유산이나 산업화 향수의 상징이 아닌 어빙 고프 먼이 표현한 '타자성 유형으로서 부상한 것이다. 타자성 유형은 매도되 거나 금기시되는 사회적 유형으로, 정상적이고 잘 드러나지 않는 다른 주체들에 반하는 일탈 모델로 언급된다." 이런 인물 유형이 반드시 인 구통계학적으로 존재해야만 숨겨진 힘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 매체 속 특정 유형의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대표 인물로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나이든 남성 관리자들은 한국의 직장에서 불공정 한 구별 짓기나 원치 않는 참여와 관련한 갖가지 사회적 문제의 원인 또는 전형으로 쉽게 눈에 띄고 있다.
- HR팀은 세 가지 다른 설문 방법을 개발했다. 첫 번째 방법은 "늘 그렇다"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까지 5단계 리커트 척도Likert scale를 이용 해 평가자응답자에게 임원이나 팀장에게서 특정 행동을 얼마나 자주 관 찰할 수 있었는지 답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는 평가자가 관찰한 경험을 토대로 대조적이지만 긍정적인 역량 사이에서 양자택일하게 했 다. 세 번째는 평가자에게 평가 대상자의 비즈니스 지식, 분석 기술, 전 략 기획 역량과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능숙함 정도를 등급으로 매기게 했다. 설문에는 "개방적 사고를 허용한다" 대 "규칙에 따른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강조한다" 대 "효율을 강조한다"처럼 중립적으로 보이는 다 른 유형들 사이의 구별 짓기가 포함돼 있다. 이런 범주는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지주회사의 전문가 스타일지식근로자과 계열사 팀장 또는 임원들의 상반된 스타일관료적 규칙 추종자 사이의 기본적인 구별을 재현하고 있었다.
이 세 가지 방법은 직접적인 질문을 피하면서 직원들이 명확히 선호 하는 인물 유형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좋지 못한 관리자들의 고차적 특 성을 은폐해 점수 상승 경향을 방지한다. 설문 조사 결과가 나온 뒤라 야 응답이 상위 범주로 옮겨진다. 첫 번째 질문 세트는 팀장이나 임원 이 그룹의 이상에 부합하는지 행동 관찰을 통해 평가하므로 가치와 연 결된다. 두 번째 세트는 리더십 스타일과 관련이 있는데, 대조적인 특징 들을 기반으로 어떤 유형의 리더인지를 보여준다. 세 번째 세트는 업무 실행 영역으로, 관리와 관련한 일련의 표준 절차와 비교해 관리 역량을 판단한다. 이렇게 평가된 역량 각각은 관리 역량의 종합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다른 역량과도 연결된다. 관리 역량의 다양한 지표는 평 가 대상자가 자신의 위치에 대한 상대적 적합성을 나타낼 수 있다. 요컨 대 이런 역량들은 이상적 관리자의 포괄적 특징을 포착한다. 그러면서 도 이 방법은 단순 평가와 해고만큼 노골적이지는 않다. 상도 지주회사 HR팀은 재무 및 전략기획 등 업무 기능에 따른 이상적 관리자 유형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미래지향적 유형의 관리자를 필요로 하는 부서에 통제적 스타일의 관리자가 있다면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관 리자 직위에서 강등시키거나 다른 팀으로의 전출을 정당화할 수 있도 록 말이다.
NSDP도 360도 피드백의 한 형태로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에 의지해 관리자의 적합성을 여러 방면에서 효과적으로 가늠함으로써 HR팀이나 기업 오너를 평가주체에서 제외할 수 있다. 관찰 결과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문조사는 상사의 인사평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장 치가 아닌 임원이나 팀장들이 자신의 관리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 을 주는 피드백 설문으로 구성된다. 이와 같은 중립성 유지를 위해 평가 자가 읽게 되는 설문 문항은 중립적 문장 표현으로 이뤄진다. 설문 조사 의 영향력은 그 궁극적 목적을 얼마나 숨길 수 있는지에 달렸는데, 나 는 위에서 언급한 그 목적을 장 팀장과 전략팀 소속의 지주회사 팀원과 함께 탄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알게 됐다. 그때 나는 장 팀장에게 설문 의 요점이 무엇인지 물었으나 장 팀장은 관리 역량과 리더십 향상을 위 한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전략팀 직원이 시야에서 벗어나자 장 팀장은 나는 작은 회의실로 데려가 다른 젊은 동료
팀원들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면서 NSDP의 평가 목적을 설명해줬다. 그는 내게 재차 주의를 당부했는데, 동료나 후배들을 비롯한 설문 응답 자들이 자신의 의견이 상사에게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을 알게 되면 거짓으로 응답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보복을 우려하거나 아첨을 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30
360도 피드백이 첫 실행되고 결과와 분석이 나왔지만, 나는 NSDP 가 궁극적으로 상도그룹 내 특정 임원이나 팀장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 는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 개별 인사기록은 기밀로 분류되고 임원 결정 도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계열사 다수 임원이 좋지 않은 결과로 해고됐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있었다. 임원은 어디까지나 계약직으로, 지위는 높으나 일반 팀장들처럼 실적이 나쁘 다는 이유로는 쉽게 해고할 수 없는 정규직 관리자 같은 보호받는 범주 에 속하지는 않는다. 해고 사유가 매출실적인지 아니면 NSDP 평가 결 과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다. 어쨌든 나는 해당 계열사 직원들이 그 해고 된 임원들 덕분에 직장 생활이 더 행복해졌는지 궁금했다. 한 가지 예 상치 못한 문제는 나쁜 결과를 받으리라고 생각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전혀 올드보이가 아닌 본사의 한 임원이 그룹에서 가장 낮은 평가 점수를 받게 되자 팀 내에서 작은 동요가 일 어났다. 이는 타성적 인물 유형 이외의 사람에게도 관리상의 나쁜 특성 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한국은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여러 새로운 변화가 서구로부터 새로 운 자본주의 정신을 가져왔다고 여겨지던 시기에 이른바 성과의 시대 로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회 및 노동 사상이 부각한 새 천년 의 전환기에 한국 기업이 여전히 과거 직장 생활의 망령과 싸우고 있었 던 까닭은 무엇일까? 확실한 한 가지 사실은 직장 생활의 전면적 변화 와 부정적 요소의 근절은 느리고 고르지 못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정규 직에 대한 노동력 보호가 상당히 높고 직장 생활 변화가 기업계 전체에 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국가라면 더욱 그렇다.
또 다른 대답은 낡은 인물 유형이 차별화의 근간으로서 반복적으로 표적이 되고, 과거로의 퇴행을 둘러싼 발전의 서사가 국가적 양심을 무겁게 짓누르는 한국 같은 국가에서는 구식과 신식의 이분법이 변화를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늘 주효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나이든 관리자라는 인물 유형이 한국 자본주의 사회안에서 눈에 띄는 사회적 지위로 계속 남아 있는 한 '낡음'은 사회적, 경제적 비난을 받는 기호학적 다양성으로 지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 설문조사는 행동, 의견, 정치 등 여러 측면을 읽을 수 있는 공식화된 방법이다. 하지만 설문 조사가 인위적 전략 없이 순수하게 진행된다는 뜻은 아니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렇게 설명했다.
"여론조사는 개인이 은밀히 고립된 의견을 표명하는 고립된 상황에 서 취합한 대중의 의견을 마치 개인 의견의 순수한 조합처럼 다룬다. 실 제 상황에서 의견은 힘이고 의견들의 관계는 힘의 충돌이다. 특정 문제 에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실제 집단들 사이에서의 선택을 의미한다.
부르디외는 다수 여론의 이용은 기존 대중의 관점을 반영할 뿐만 아 니라 대중이 가진 종교와 유사한 정치적 힘으로 집단적 의지의 확실성 을 주장한다고 봤다. 설문조사나 여론조사는 정치를 체크 박스에 표시하는 단순한 문제로 격하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조직과 기관이 서로를 되짚는 방법을 매개한다. 설문 조사는 집단적 사실 주장의 객관적이고 정당한 요소로 여겨지면서 기술관료주의적 참여를 제공하는 가치 있는 도구가 됐다. 달리 말해 설문 조사는 숫자를 통해 의견을 구별하고 서열을 매기는 도구이자 숫자의 합에서 다수의 의견을 끌어낼 수 있는 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나아가 사람들의 집단적 정서를 대변함으로써 제도 내에서 진실을 주장할 사람을 결정하는 강력한 채널이 됐다. 직장 만족도나 참여도 설문 조사와 같은 것들은 소비자 행태 및 소비 활동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것과 유사하기에 새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으나 여전히 강력한 제도적 기법이다. 의견과 수치를 충실히 모을뿐더러 인위적 개입 없이도 어떤 것이 다른 것으 로 전환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 직원 대상 설문 조사는 계열사로부터 정보를 빼내 해당 자회사 경영 진에 불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간접적이고 은밀한 수단이었다. 요청의 중립성, 데이터 분석의 객관성, 일대일 대면 회의가 전제하는 평등성, 후속 조치로 함께 수행하는 문서 조율은 이 프로젝트가 내포한 구별 짓기 특성을 완화해줬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직원들의 목소리, 특히 직장 생활에 불만이 있는 직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수치와 데이터 안 정성에 의존했다. 원래 인과성을 과학에 따르는 도구로 이용하고자 했 던 상황에서 지주회사 HR팀은 결국 여러 가지 다른 전문 기법을 활용 해 자신들의 접근 방식을 다른 것들과 차별화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정 당화할 적절한 배후지를 개발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다양한 기법, 방법, 전략들은 그와 같은 전문성의 강점이 아니라 취약성을 반영하고 말았 다. 경쟁관계에 있는 전문가들과 2차적 구별 짓기 형태가 존재하는 상 황에서는 특히 그랬다."
- 골프존의 한 광고는 직장인들이 책상에서 문서를 작성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몰래 골프 동영상을 보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스윙과 힙 트러스트hip thrust를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골프는 개인의 사회적 역량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 과 비교하는 동시에 참여하고 소비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는 새로 운 위계 구별 수단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 스크린 골프는 첨단 기술과 자기 관리의 부르주아적 융합이라고 볼 수 있다.' 골프 모임 참여가 곧 위계가 표시되는 경험에 참여하는 셈이다. 소주로 술 실력을 평가하고 노래방 발라드로 노래 실력을 평가하는 회식과 마찬가지로, 동료를 포 함한 회사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비하고 평가하는 일련의 활동인 것이다.
- 언어인류학자 박성열은 현대 한국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은 높게 평가받지만, 교육 과정을 드러내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현상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개인의 기술이 갖는 성격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언어 구사는 자연스러운 기술이어야 하므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즉 원어민에 최대한 가깝게 보이도록 애쓴다. 달리 말해 영어를 알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 분치 않은 것이다. 영어는 계층 이동성이 충분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역량으로 인식되기에, 교육 과정 언급은 애초에 그럴 만한 계층이 아님 을 드러내게 된다. 한국에서 영어가 사회 생활 경력 초기에 자신의 계 층 배경과 관련한 요소들을 지표화한 역량이라면, 골프나 그 밖의 지표 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회적 기술이 됐다. 언젠 가장 팀장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말처럼, 은퇴 후 골프를 하기 위 해 오랫동안 일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현재 직장 생활에 서의 지위를 개선하고자 골프를 하는 것 같았다.- 인류학자 캐런 호Karen Ho는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민족지학적 연구에서 퇴근 후 골프가 오랜 사회적 위계를 강화하는 요 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직장 생활의 능력주의 담론에서 그 토록 의식적으로 배척했던 인종, 성별, 계층 구분이 여가에 관한 한 '올 드보이 클럽oldboy's club, 비슷한 사회적 배경과 학벌을 가진 부유한 사람들끼리 서로 사업이나 개인적 문제를 돕 는 모임을 총칭하는 말_옮긴이’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이런 형태의 여 가는 운동 가방을 직장에 가져가는 식의 캐주얼함을 반영하는데, 이는 유복한 사람들의 타고난 성향이자 배타적 특권으로 여겨진다. 즉, 후천 적으로 배워서 습득해야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특성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골프를 즐기는 데에도 진지함이 간여한다. 개인 레 슨을 받고, 값비싼 장비와 의류에 투자하고, 핸디캡을 줄여나간다." 이 는 인류학자 윌리엄 켈리william Kelly가 일본 직장인들의 가라오케 연습을 언급하며 여가의 엄숙성'이라고 표현한 진지함과 같다.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를 때면 가사를 외우고, 함께 참여한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살피고, 최선을 다해 열창한다. 이들에게 회식 때 가라오케 에서 노래를 부르는 목적은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함이다. 이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재미를 망칠 수 있다. 켈리는 가라오케와 관 련해 만연한 노래 레슨, 교실, 클럽, 지침서 등을 통해 현대 일본 사회와 문화를 분석했다. 일본 직장인들에게 여가는 현재를 즐기는 일만이 아 니라 미래에 있을 상황을 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 '구별', '위계', '참여'는 한국의 최근 발전 궤적의 시차를 정의하는 세 가지 개념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현대 한국의 발전은 1960년대에 시 작해 오늘날까지 '경제 성장이라는 거대한 서사 일부로 계속되고 있는 연간 GDP 성장률 속의 측정 가능하고 가시적인 '별'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 같은 구별의 역사는 수출 성과, 국제 인증 및 표준, 1인당 국민 소득, 글로벌 수상 이력, 그리고 아마도 가장 최근에는 벤처 캐피털 기업 들의 부상 등 국가 안팎에서 읽히는 뚜렷한 성취에서 다양한 지표로 나 타났다. 그렇지만 이런 국가 차원의 구별 짓기는 그 분위기와 질에서만 큼은 변화를 보이나, 한국이라는 국가의 발전 과정을 인식하는 방법으 로 이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은 변화 조짐이 좀체 보이지 않는다.
- 같은 역사를 '위계' 관점에서도 볼 수 있다. '경제 성장과 궤를 함께 하는 일련의 사실을 살펴보면 노동탄압, 정부 부패, 부의 재벌 집중화,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배, 나아가 최근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문 제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 각각의 문제, 그리고 분명히 많을 다른 문제들은 남성과 여성, 국가와 시민, 재벌과 노동자, 대규모 노조와 비 노조 노동자,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사이 의 다양한 관계에 퍼져 있는 위계를 가리킨다.
- '참여'도 마찬가지다. 참여, 연대, 팀워크, 민주주의 등의 개념은 한국 인들이 권력자의 권위, 정확히는 강자들의 구별 짓기 행태를 거부하는 도심에서의 대규모 시위 같은 사회 및 노동 운동을 함축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처럼 어떤 관점에서 보는지에 따라 한국은 '별'이 강화하는 과정으로도, '위계'가 심화하는 과정으로도, '참여'가 보편화하는 과정으로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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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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