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설계자들

경영 2023. 4. 2. 11:31

- 팀원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서는 조직 내 구성원의 의사 결 정의 방향을 잡아줄 '철학'이 필요하다. 다른 말로 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어 거대 사 옥도 사라지고 같은 시공간을 나누는 출근 문화도 없어진다면 회사는 거대한 프리랜서의 집단과 같아질 것이다. 이러한 홀 어진 개인들을 묶을 수 있는 방법은 기업 철학밖에 남지 않는 다. 재택근무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기업 철학이 없는 기업은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다. (유현준, 공간의 미래)
- 소소한 잡담은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이는 신뢰로 발전할 수 있죠. 잡담과 수다의 특징은 하고 난 후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 다는 거예요. 다 잊어버리고 그 사람과 내가 같은 시간을 보냈 다는 유대감만 남지요.
그런데 사실 일할 때는 그 유대감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밥이라도 한 번 먹어본 사람과 일하는 것과 소소한 얘기도 한 번 안해본 사람하고 갑자기 일하는 거랑 다르잖아요. 그런 이유로 잡담을 수시로 많이 나누게 해요. 그 안에서도 정보들이 오가 고요. 잡담을 많이 나누면 좋은 게, 보고를 하거나 결정해야 할 때 무겁지 않게 얘기할 수 있더라고요. 사전에 가볍게 물어봤으니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죠. 그래서 잡담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홍성태, 《배민다움》)
- 브랜드 개념이 구성원들 간에 공유되고 정신과 행동으로 체화되면, 기업의 역량을 집결하는 구심점이 되고 나침반이 되어 시너지를 창출하게 된다. 이러한 내재화 과정을 일컬어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이라 부른다. (홍성태, 배민다움)
- 좋은 인재를 영입하려고 자신들이 직원들을 위하는 기업임을 강조하는 곳이 많아졌다. 그러나 표현에 집중하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많다. 주는 이의 입장이 아니라 일 문 화를 직접 느끼는 직원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단단히 벼르고 보여주는 큰 경험 한 번보다 평상시에 매 순간 느낄 수 있도 록, 애정과 존중을 더하며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 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마침내 직원들이 진심으로 일 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 '수평'은 물질세계에서는 쉽지만 관념세계에서는 어려운 개 념입니다. 사람마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큽니 다. '수평적 문화'를 최상의 복지로 내세우고자 한다면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에게 '우리 회사에서 말하는 수평적 문화란 이것입니다' 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김성준, 《조직문화 통찰>)
- 권위주의는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성과 자존감을 손상시킵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 줄을 설 때 직급이 높다고 해서 양 보를 하거나, 양보하기를 유도해서는 안 됩니다. 과도한 의전 은 권위주의를 만들고 조직을 병들게 합니다. 건강한 문화의 한 척도는 구성원들끼리 편하게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도중 상급자가 나타나더라도 계속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상급자는 본인이 나타났을 때 구 성원들 사이에서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스스로를 돌아 봐야합니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 조직 문화 담당자는 다른 기업과 달리 우리 기업의 핵심 가치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이 기업에 잘 흡수 될 수 있도록 규칙 등을 정해 직원들의 경험으로 연결해야 한 다. 같은 단어여도 기업마다 의미와 우선순위가 다르다. 이 가 치들의 의미가 뾰족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면 다른 기업에서도 통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만 될 뿐, 우리만의 문화가 될 수 없다.
아마존은 '근검절약'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근검절약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이 실현함을 뜻한다. 제약 조건들이 생기면 창의성을 더욱 발휘하고 자립심이 커지며 무언가를 발명하게 된다. 직원 수를 늘리거나 예산을 많이 확보한다고 해서, 또는 고정비를 더 많이 지출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벤 호로위츠, <최강의 조직>)
- 우아한형제들의 근검절약은 다음과 같다.
근검(부지런하고 검소하며 노력을 들여 일함), 절약(함부로 쓰지 않고 꼭 필요한 데에만 써서 아낌)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를 습관으로 가진 인재. 우아한형제들의 구성원들은 성실하게 일해 얻은 이익을 낭비하지 않고, 오늘의 씀씀이를 아껴 내일 에 대비하는 생활의 지혜를 몸소 실천합니다. 또 아끼고 남긴 것을 사회적으로 더 좋은 일을 위해 쓸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습니다. <우아한 인재상>
- 기업은 자사가 세운 가치에 따라 의사 결정한다. 그래서 조직이 기업에서 잘못된 가치를 경험하거나 바르게 해석하지 못하면 나쁜 의사 결정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창업자가 세운 핵심 가치라고 해서 조직 문화 담당자나 직원들이 손 놓고 있 어야 할까? 조직 문화 담당자는 기업이 어떤 가치에 의해 의 사 결정을 하는지 살피고, 그 가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경험들을 발굴하거나 만들어야 한다.
- 피플실은 2013년 피플팀으로 시작, 2019년 후반부터 지금처럼 확장해 피플실로 불린다. 2014년 피플실에 합류한 뒤 지금까지 내가 팀원들과 함께 일 문화를 만들며 알게 된 피플실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1. 연결하기
피플실은 우아한형제들이 중시하는 가치와 일문화를 구성원들에게 연결하는 브릿지bridge 역할을 한다. 김봉진 의장은 창업 초기에 '좋은 기업'에 대한 구성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비전' '성장' '소통' '존 중'이라는 네 가지 핵심 가치를 도출했다. 피플실은 그중 '소통'에 초 점을 맞춰 커뮤니케이션에 세심하게 신경 쓴다. 또 우아한형제들의 방향과 핵심 가치를 구성원들에게 수시로 공유하며 이들이 자연스 럽게 우리다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싱크sync를 맞춰나간다. 즉 우아한형제들과 구성원 간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2. 경험 만들기
입사 첫날부터 퇴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구성원들이 일터에서 겪 는 크고 작은 경험을 만든다. 구성원과 우아한형제들의 소중하고 의미 있는 날을 함께 기념하고 축하하는 이벤트를 열고, 구성원들이 소속감과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행복한 경험을 만들어 일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3. 빈곳 찾아내기
다른 말로 '주인이 없는 일을 찾아서 하는' 역할이다. 피플실은 우아 한형제들의 핵심 가치에 부합한다면 두 팔 걷고 나서기 때문에 일을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답게 일하는데 필요 하다면 무엇이든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행한다. 때로는 부서들 간의 협업을 조율하거나 구성원들의 불편을 발견하고 개선한다. 그렇게 빈틈을 메우며 조직을 더 탄탄하게 한다.
4. 함께하기
피플실을 "구성원들과 함께 우아한형제들답게 일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라고 소개한다. 피플실이 하는 모든 일의 중 심에 구성원이 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피플이'라는 제도를 두어 구성원 스스로 피플실이 되어 일하기 좋은 환경에 필요한 사무실 정비부터 이벤트, 전사 행사까지 함께 기획했다. 구성원들이 우아한형제들의 핵심 가치인 소통과 존중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기업에 필요한 제도라고 판단되면 우선 작게 시작해보자. 베타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렇 게 작은 규모로 여러 번 시도해보면서 우리가 의도한 목적이 나 가치를 구성원들이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지, 지속하기 어렵지는 않은지, 부정적인 효과는 없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중간 점검하며 제도를 공식적인 구성원 경험으로 정착시키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의 규모가 커지고 인원 이 늘면서 이런 '작게 시작하기'는 꼭 거쳐야 하는 단계가 되 었다. 우아한형제들의 장인성 CBO는 《마케터의 일》에서 대 단한 일을 찾아야만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작고 사소한 것, 그런데 어쩐지 마음이 쓰이고 좋아하는 것로부터 시작해 보라고 조언한다. 
- 우리 업무에서 주요 문제는 본질적으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학적인 문제다. (톰드마르코. 티모시 리스터, 피플웨어)
<피플웨어>라는 책의 첫 장에 나오는 문장이다. 업무에 서 일어나는 문제는 대부분 관계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루 어지는 소통에서 발생한다. 업무 프로세스나 기술처럼 명확하 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일에 영향을 미치 는 것이 소통 문화다. 분명 잘못된 판단인 것 같지만 반대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조직의 분위기 때문에 이슈를 제기하지 않아 큰 문제로 번진다거나, 감정적으로 소통하는 리더의 기분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쏟느라 일하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상황은 주변에 흔하다.
이렇게 소통이 잘 안 되는 조직은 크고 작은 불안 요소가 모여 눈덩이처럼 불어나 조직에 조금씩 균열을 일으킨다. 대 부분의 직장인이 업무 관련 소통을 할 때 상대가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 해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특히 비대면으로 소 통하는 원격 근무 환경에서는 일의 목적과 맥락을 파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든다. 대면으로 얻을 수 있는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 문화 담당자들은 소통에 드는 비용을 여기저기서 줄여야만 직원들이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 우아한형제들은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 한 시간 동안 전사 소식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우아한데이(전사 발표)'를 진 행한다. 비즈니스 성과부터 신규 추진하는 일의 배경, 새롭게 도입하는 제도까지 '깨알같이' 알린다. 최근에는 더 다양한 조 직과 직군의 대표가 발표자로 나서 평소에 알기 어려웠던 조 직 구석구석의 일을 전달하거나, 해당 프로젝트를 책임진 실 무자가 기획 과정과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 한 공간에 모두 모이던 시절에는 우아한형제들에서 가장 큰 공간에서 발표를 들었다. 그러다 인원이 많아지고 사용하는 사무실이 늘어나면 서 현장에 참석하거나 생중계로 시청하도록 선택지를 주었다. 소통 문화를 이렇게 유연하게 훈련한 덕분에 코로나19 사태 로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워졌을 때도 전 구성원과 생중계로 소통 문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 코로나19가 재확산되던 2022년 3월에는 발표자가 확진될 경우까지 대비해 발표 장면을 줌으로 사전 녹화해 송출했다. 이때 구성원들에게 받은 피드백이 기억에 남는다. '소통에 진심인 기업.'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전 구성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통해, 구성원들은 소통을 잘하는 것이 우리의 일 문화라는 사실을 느꼈을 것 이다. 말로만 소통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이를 어떻 게 지속하는지 보여주고, 직원들이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겉으로만 존재하는 문화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문화로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소통 문화는 직원들이 일을 잘하기 위한 문화를 만 드는 여러 기업에서도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특히 1999년 구 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매주 한 시 간 30분 정도를 임원부터 인턴까지 참여해 서로의 일을 공유 하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대답을 듣는 TGIFThank you God.It's Friday 회의를 만들었다.
- 구글의 사례는 다른 스타트업들의 회의 문화에 영향을 주었다. 구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 소통이 더 어려워지 고, 직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TGIF를 기업 내 문제를 다루는 타운홀 미팅과 비즈니스 전략에 중점을 둔 월간 회의로 분리했다. 구글은 한 동안 임직원 갈등이 고조되어 소통을 잘하는 기업이라는 초기 명성이 빛바랬다는 평도 있지만, 그럼에도 1999년부터 지 금까지 양방향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한국의 사례로는 토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비바리 퍼블리카가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매주 금요일 12시 전직원이 사업 전략 등 주요 안건을 공유하는 전사 위클리 미팅을 한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일 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핀테크, 간편함을 넘어>에는 대표의 생각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말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나온다. 전사 위클리 미팅에서 대표 는 어떤 일을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직원들은 이것이 불합리 하다 판단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전사 위클리 미팅은 위계 구조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핵심 가치를 반영한 소통 문화다.
- 카카오에서는 T500이라는 전사 온·오프라인 미팅이 있다. 'Thursday 5:00'의 줄임말로 부정기적으로 목요일(또는 화요 일) 오후 5시에 소통하기 때문에 T500 이라고 부른다. 경영진과 임직원이 자유롭게 카카오의 현안을 토론하고 주요 정책이나 생각을 공유하는데 참석자를 제한하지 않고, 참여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이 미팅은 '내부 직원들끼리는 모든 것을 공유하고 외부에는 공유하지 않는다'라는 카카오의 일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아지트Agit라는 협업 툴을 활용해 자유 롭게 정보를 나누고 피드백을 나눌 수 있다.

- 구글은 2년 이상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200회 이상 인터뷰하고, 180개 이상의 팀을 분석한 결과 250개 이상의 속성을 통해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을 만드는 다섯 가지 핵심 요인을 찾아냈다.
1. 심리적 안정감 psychoolgical safety
팀원들은 팀 안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내도 안전하다고 느낀다.
2. 신뢰성 defendability
팀원들은 제시간에 몰입해서 일을 끝내고, 구글의 높은 기준을 충족시킨다.
3. 체계 및 명확성 structure & clarity
팀원들은 명확한 역할, 계획, 목표를 가지고 있다.
4. 의미 meaning
팀원들은 맡은 일에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5. 영향력 impact
팀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고 그 일이 영향력 있다고 믿는다.

- 망신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져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모든 직원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어떠한 제안을 하더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야 비로소 서로 영감을 주고 배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보상이 생기고 생산성이 향상된다. (에드 캣멀. 에이미 월러스, 창의성을 지휘하라)
픽사에는 데일리스뿐 아니라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라는 문화가 있다. 브레인 트러스트의 핵심은 '솔직함'이다. 솔직함이 없으면 신뢰도 없고, 신뢰 없이는 창의적 협업이 불가 능하다는 전제 아래에 운영된다. 브레인 트러스트에서는 전 직원이 스토리 릴story reel (각본을 스토리보드로 제작한 다음 임시 음 성과 음악을 넣고 편집한 스토리보드 그림들)을 보고 미흡한 점, 개 선할 점, 문제점을 토론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렇게 진단 한 문제의 해결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품의 약점 을 검토하고 개선점을 제안하지만, 작품을 수정하는 것은 모 두 감독의 몫이라는 원칙으로 피드백을 나눈다. 픽사는 데일 리스, 브레인 트러스트 같은 시간을 통해 피드백을 반복하며 작품의 수준을 향상시킨다. 이런 소통 문화를 통해 직원들끼 리 불편한 이야기도 건강하게 나눌 수 있는 소통 근력을 탄탄 하게 키우는 셈이다.
- 우아한형제들에는 우아한수다타임이라는 소통 문화가 있다. 줄여서 '우수타'라고 부르는데, 2015년 여름부터 지금까 지 매월 격주 수요일 오전 11시부터 30분 동안 진행되는 자유 로운 수다 시간이다. 구성원들이 기업에 대해 궁금한 점, 불편 하거나 개선하고 싶은 점을 익명으로 질문하고 대표가 답변 한다.
이 문화는 김봉진 의장을 자주 못 만나는 게 아쉽다는 구성원의 말에서 시작됐다. 다만 김봉진 의장이 바빠 전처럼 자 연스럽게 만나기 어려워지면서 시간을 정해 관심 있는 구성 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인원이 늘다 보 니 대화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주제를 두고 소수만 만 나거나, 익명으로 질문을 받아서 대표나 다른 구성원들의 의 견을 듣는 시간으로 바꾸었다. 트랙방(마라톤 트랙처럼 디자인한 회의실)이라는 회의실에 100여 명이 모여 미리 접수된 건의 사 항을 읽고, 찬반 투표를 하기도 했다. 우수타에서는 변기가 너 무 자주 막힌다는 건의 사항부터 전사 발표를 통해 공유받은 소식과 관련하여 추가로 궁금한 것, 서비스 개선 사항, 기업의 방향, 조직의 이슈, 인사 제도, 새로운 복지 제도 제안 등 다양 한 질문이 오간다.
- 그러나 "우수타에 조금 더 건설적인 질문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소원 수리 시간 같아 피로하다" 등 우수타가 구 글의 TGIF처럼 기업의 주요 경영 이슈에 대한 솔직한 질문과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시간으로 기대했는데, 복지 제도나 일 문화에 대한 이야기만 많이 나오는 것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김범준 전 대표는 소통을 위해서는 어떠한 질문도 올리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규 입사자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우아한형제들의 문화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언론이나 구성원을 통해 듣던 우수타라는 문화에 대해 사실 큰 기대가 없었는데, 막상 참여해보니 '이런 이야기도 물어볼 수 있나?' '이런 이야기에도 답변을 해주시네'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신뢰가 더 커졌다는 답을 한다.
- "긴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니까, 단체 채팅방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맞다. 대표적인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수단(반응이 즉각적 으로 나오지 않는 소통 방식)인 메일이나 사내 포털 사이트 등으 로 긴급한 이슈를 전달하기에는 커뮤니케이션 속도가 너무 느리다. 메신저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지만 동기 커뮤 니케이션(실시간으로 반응을 주고받는 소통 방식) 수단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이슈를 빠르게 공유하기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일 문화 관점에서 메신저는 시도 때도 없이 업무를 말 하는 채널이 아니라, 우리 기업의 소통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채널이어야 한다. 특히 재택근무를 할 때는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필요하다.
사내 포털 사이트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실시간으로 인터랙션interaction을 확인하기는 어 렵다. 물론 메신저는 원칙적으로 '즉각 응답하지 않아도 되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해당하지만, 직원들은 조직의 소통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에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또 리더나 직원들의 메시지에 다른 직원들이 반응하는 경험을 통해 조직의 톤 앤드 무드를 파악하게 된다. 단체 채팅방이 직원들이 일 문화를 체화할 수 있는 '문화 익힘 채널'인 것이다.
- 리더들은 대개 효율에 익숙해 있어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고 시간 대비 효과가 분명한 일에 집중하기 원한다. 그런데 구성원들과의 관계 빌딩은 밑빠진 독같은 느낌이 든다. 이에 사람들에게 시간을 쓰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미팅하고 식사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시간에 일 자체에 전념하면 훨씬 성과가 높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열심히 커뮤니케이션 해도 가끔씩 오해와 비난, 나쁜 평이 들릴 때면 허탈해진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인간은 로봇도 AI도 아니다. 작은 감정에도 쉽게 흔들린다. 소소한 마음의 걸림과 불신으로도 동업자간 의지가 상하고 죽기 살기로 좋아했던 애인이 헤어지며 조직과 사회를 배신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그러므로 인 간과의 신뢰 향상을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는 활동이 필수적이다. (신수정, 일의 격)
- 온보딩은 직원 경험 지도map의 가장 첫 여정인 만큼 일문화를 만드는 핵심이다. 신규 입사자에게 기업의 첫인상을 잘 심어주는 일부터 일할 준비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물리적 지원, 조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조직을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일까지 단계별로 디테일하게 준 비해야 하는 것이 많다. 최근 만난 다른 기업의 조직 문화 담 당자는 비대면으로 이런 온보딩 문화를 만드는 걸 많이 어려 워했다. 오프라인에서 조직의 분위기와 환영하는 마음을 전달 하는 일에는 익숙한데, 온라인으로 그 경험을 어떻게 전환할 지걱정했다.

- 온보딩 문화를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질문
1. 온보딩에서 신규 입사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경험(감정)이 무엇인가?
2. 기업은 오프라인에서 어떤 형태로 이 경험(감정)을 전달하고 있었는가?
3. 온라인으로 이를 전달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시도해야하는가?
- 온보딩팀은 신규 입사자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우아한형제들의 일 문화를 압축한 입사 첫날의 경험을 제공하는 웰컴 온Welcome-on을 운영한다. 웰컴온에서는 다른 기업의 온보딩과 마찬가지로 우아한형제들의 일 문화에 대한 소개부터 업무에 필요한 PC 환경을 세팅하는 일까지, 신규 입사자가 회사에 적응할 때 그들이 궁금한 점이 없도록 지원한다. 신규 입사자들과 우아한형제들 회사를 둘러보며 공간에 담긴 우리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사무실 이용법도 세심하게 안내한다. 입사 동기들이 모인 슬랙 채널에는 인사조직실, 피플실, 총무 서비스실 등이 실시간 대기한다.
이런 온보딩 문화는 피플실이 생긴 2013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입사자가 늘고 업무 환경이 비대면으로 바뀌 면서 온보딩이 더 중요해지자 아예 온보딩팀이라는 별도 조 직을 만들어 신규 입사자들이 우리의 일 문화에 잘 스며들 수 있게 돕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온보딩 문화에는 조금 특별 한 점이 있다.
- 신규 입사자를 맞이하는 첫날에 가장 크게 신경 쓰는 일은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장이나 회의실 이 아닌, 우아한형제들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웬디방에서 온보 딩을 시작한다. 사무실을 옮긴 이후에는 '가평 같은 방'이라는 곳에서 진행했는데, 이곳은 마치 가평의 어느 아늑한 펜션에 온 듯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긴 시간 논의해야 하는 마라톤 회의, 워크숍을 위해 사용하는 공간인데, 회사 같지 않은 이곳에서 신 규 입사자들을 맞이하며 그들이 편안하게 느끼도록 유도했다. 피플실 구성원들이 따뜻한 커피도 직접 내려주며 그들과 스몰 토크를 한다. 신규 입사자들은 자기소개를 하면서 동기들을 알 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온보딩 문화를 개선하려고 한다면 이걸 꼭 추천하고 싶다. 우리 기업의 톤 앤드 무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에 서, 일이 아닌 사람을 주제로 대화하는 것이다. 신규 입사자들 이 온보딩을 통해 회사가 자신을 환영한다고 느끼는 것만큼 좋은 시작은 없다.
공식적인 온보딩 문화 외에도 우아한형제들에는 부서별 로 구성원을 환영하는 고유의 문화가 있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구성원을 환영하는 세리머니를 팀 별로 개성 있게 진행한다. 신규 입사자들은 자신이 일할 사무 실 문 앞에 위트 있는 웰컴 문구나 포스터를 보고 피식, 웃음 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우아한형제들이 권유하지 않았는데 도 이런 이벤트가 자연스럽게 문화가 되었다. 피플실은 기업 은 물론 팀에서 이뤄지는 이런 온보딩 문화가 우아한형제들 만의 일문화로 정착될 수 있게 '돌보미' 일을 업무로 추가해 서 우아한형제들만의 리추얼로 정착시키고 있다.

- 직원들을 위한 선물을 고민할 때 해야 할 여덟 가지 질문
1. 누구를 위한 것인가?
2. 어떤 의미를 담고 싶은가?
3. 선물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은가?
4. 선물의 첫인상은 어떤가?
5. 포장을 열었을 때 무엇이 보이면 좋겠는가?
6.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7.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
8. 그 사람만을 위한 개인화요소가 반영되어 있는가? (예: 이름)

- 전사 행사 기획 과정
1. 갈증확인: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행사의 콘셉트, 제목 등을 정하기 전, 행사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경험 포인트를 정하는 단계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만큼, 행 사를 계기로 조직에 채우고 싶은 에너지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확인한다. 다음 질문들이 구체화에 도움이 된다.
(1) 기업은 구성원들에게 어떤 경험 또는 기분을 선물하고 싶은가?
(2) 지금 구성원들에게 제일 필요한 에너지는 어떤 것인가?
(3) 기업과 구성원이 함께 기념할 이슈가 있는가?
2. 콘셉트:, 제목, 주제 행사의 이름은 무엇인가?
행사의 외관을 꾸미고 콘텐츠로 삼을 콘셉트와 타이틀(제목, 주제) 을 정하는 단계다. 회의에서 나온 여러 의견을 하나로 정리한다. 기 업이 구성원에게 전하고자 하는 감정, 경험을 나타내는 키워드가 반 영되었는지 점검한다.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공감(우리다움), 트 렌드, 위트가 담겼는지 확인한다. 끝으로 제목과 주제를 누구나 이 해할 수 있는지 살핀다. 설명이 필요하다면 재고해야 한다. 콘셉트 와 타이틀에 사용되는 단어 등이 불러일으키는 감정도 크로스 체크 한다.
3. 공간: 어떤 분위기를 연출할 것인가?
입구부터 무대, 포토존까지 콘셉트와 타이틀에 맞춰 연출한다. 구성 원들이 입장한 뒤 느낄 기분을 생각한다. 사진을 찍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다.
4. 콘텐츠: 어떤 경험을 함께할 것인가?
일 문화를 이벤트 등에 담아 행사의 취지에 맞는 경험을 만든다. 특 히구성원들 스스로 이 행사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사전 이벤트 등을 기획하는 것도 좋다.
5. 디테일: 어떤 디테일을 담을 것인가?
우리 기업의 행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포인트를 부여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행사 때마다 리더가 일할 때와 달리 '색다른 캐릭터'로 변 신하는 특별함도 재미있는 디테일이다.
6. 커뮤니케이션: 계획을 세워 소통하는가?
기업은 행사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를 높이기 위해서 공지 콘텐츠도특별히 기획하여 콘셉트와 전략을 세워야한다.
7. 리스크체크: 돌다리도 계속 두드리며 건너라
행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점검 하는 단계다. 구성원들의 불편은 최소화하고, 즐거움은 최대화할 수 있도록 크로스체크한다.

- 정신과 의사 에드워드 할로웰Edward Hallowell은 동료의 책상에서 잠깐 대화를 나누는 행동이 휴먼 모먼트human moment로 이 어진다고 말했다. 휴먼 모먼트는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정서 적 유대를 형성하고, 발화한 내용을 보완하는 비언어적 신호를 읽을 수 있게 한다. 반면 비대면 소통은 이런 휴먼 모먼트가 부 족해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비대면 업무 환경에서는 조 직 문화 담당자가 의도적으로 이런 휴먼 모먼트를 늘려야 한다. 직원들끼리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을 통해 협업을 매끄럽게 하고, 소속감을 부여해야 한다.
- 일 잘하는 사람들은 공유를 정말 잘한다. 회의를 했다면 회의록을 공유하고,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 진행 상황을 팀원 들과 공유하자. 그리고 모든 일은 기록되어야 하며 남겨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메일을 쓰자. 일의 진행 상황에 대한 공유와 기록은 넘치게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승희, 기록의 쓸모)
- 일의 과정을 글로 남겨두지 않으면 회사에 내가 없을 때 누군가 (특정 시점의) 일을 물었을 때 답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일의 히스토리가 나와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혼자만 정 보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은 기억에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은 회사원으로서, 동료로서 직무 유기다. 예를 들어 "이 제도를 왜 시행한다고 했지?"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기록이 없다면 대충 생각해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또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왜 그런 의사 결정을 거쳤는지 설명이 없으면 중간에 합류한 사람이 업무를 파악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된다.
- 기록을 남기고 나누는 일은 무엇보다 '다음 사람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컨플루언스Confluence(공동 작성 및 관리가 가능한 협업 소프트웨어)에 접속하면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기록하고 공유하는지 알 수 있다. 기록과 공유를 잘하는 조직은 일의 배경과 목표,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이슈도 상세히 남긴다. 우아한형제들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일할 때 느끼는 감정까지 기록한다. 프로젝트를 회고하며 좋았 던 점, 아쉬웠던 점, 배운 점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때의 감정을 함께 나누면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더 공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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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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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인간에게 있어 디지털 기술은 이제는 부차 적인 수단일 뿐, 인류의 역사가 그래왔듯 사람들은 스스로 변화에 적응하며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옷은 입어보고 사야지', '물 건은 만져보고 사야지', '회의는 얼굴을 보며 해야지'와 같이 그간 전 통적으로 잠재되어 있던 인간의 기본적인 행태나 습성 따위는 이제 더 이상 통용되지 않게 되었다. 결국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명제는, 인간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그동안의 사고방식, 행동양식, 소비 문화, 교류방식 등에 스스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인간 중심의 대 전환'으로 규정할 수 있다.
- 2015년까지 금융위기 등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10%를 넘나 드는 고성장을 구가하던 나이키는 2016년부터 경쟁사, 특히 아디다 스의 3선 패션 공세에 타격을 입었다. 성장률이 5~6%로 떨어짐과 동시에 주가도 폭락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 는 없었다. 무언가 반전을 꾀할 만한 혁신적인 전략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었다. 고심 끝에 나이키는 디지털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 장과 고객의 트렌드, 그리고 고객의 면면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앞으로의 사업 방향에 담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디지털 기반의 D2C 를 꺼내 들었다. D2C는 고객과 직접거래가 가능하기에 유통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다소 일차원적이지만 명확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나이키의 D2C 전략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나이키는 고객과의 직 접적인 관계를 통해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 은 쇼핑 및 사용 경험을 새로운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을 D2C의 핵 심 전략으로 삼았다. 즉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고객 만족도를 높 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시행하고, 여기서 확 보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제품 출시나 프로모션 등 마케팅 측 면에서도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의지 였다. 결국 나이키의 디지털 기반 D2C 전략은 나이키에 대한 고객들 의 팬덤(Fandom: 특정한 인물이나 브랜드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단) 을 극대화해 큰 성공을 이루어냈다.
- 이러한 D2C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실행을 위해서는 데 이터에 대한 역량 확보가 가장 중요했다. 따라서 나이키는 자체 역 량 육성과 더불어 데이터 관련 시장에서의 유력 기업들을 공격적으 로 인수하면서 데이터 기업으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우선 2018년 고객 데이터 분석 회사인 조디악(Zodiac) 인수를 통해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 역량을 확보하였고, 2019년에는 AI 기반 수요예측 전 문 분석 회사인 셀렉트(Celect)를 인수하여 수요와 재고 관리 관점의 오퍼레이션 최적화 토대도 갖출 수 있었다. 또한 2020년에는 머신러 닝을 기반으로 데이터 수집과 통합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보유한 데이터로그(Datalogue)를 인수하면서, 나이키는 데이터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자체적으로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췄다.
이 같은 나이키의 D2C 전략은 전체 매출 중 자사 디지털 채널에서 의 매출 비중을 2010년 15%에서 2021년 38.7%로 급격하게 끌어올 렸고, 2025년에는 60%까지 높이겠다는 야심찬 계획 수립을 가능케 했다.
- 사실 고객들에게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나이키와 같은 기업이 아니라면, D2C로의 본격적인 전환은 나이키의 사례에 서보다 몇 배는 더 힘들 수는 있다. 나이키의 경우, 유통사에서 물건 을 빼면 알아서 자체 몰로 찾아오는 충성 고객이 이미 존재했기에 그 러한 과감한 결정이 가능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D2C는 포기할 수 없는 전략이다. 유통 체계의 혁신 등 기존의 방식을 바꾸어나가는 것과 동시에 고객이 가질 수 있는 가 치, 고객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경험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 다. 즉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활 용해야 할지 방향을 정하고, 그로 인해 향상된 경험을 누린 고객들 이 스스로 자사 브랜드를 찾는 팬덤을 형성하며, 이것이 다시 고객 데이터를 풍부하게 함으로써 고객 경험의 추가 개선 기회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 CDP(Customer Data Platform는 현재 글로벌 선도기업들이 고객 데이터 통합과 데 이터 드리븐 마케팅, 또는 개인화 마케팅을 위해 가장 큰 관심을 갖 고 있는 IT 시스템이고, 다음과 같은 3가지 기본 철학을 가지고 있다.
1)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여러 고객 데이터(인구통계 정보, 거래 정보, 상담 정보, 디지털 행동 정보 등)를 식별된 '개인' 중심으로 통합하여 궁극적으로 고객을 360도로 이해할 수 있는 고객 싱글뷰(Single Customer View) 체계를 갖추고,
2) 이를 통해 고객의 경험 여정(CEJ: Customer Experience Journey)을 온오프라인 연계 관점에서 보다 심리스(Seamless: 중간중간 끊어짐 없이 매끄럽게)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며,
3) 결과적으로 초개인화(Hyper Personalization) 마케팅을 가능하게 함 으로써 고객 경험 개선과 비즈니스의 성장을 지원하는 기반을 구현한다.
- CRM과 DMP는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마케팅의 핵심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CRM은 비식별 디지털 고객 행동 데이터에 대 한 통합이 어렵고, DMP는 비식별 고객 데이터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초개인화 마케팅으로의 활용에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DMP의 연료라고 할 수 있는 3rd party 쿠키(Cookie: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만들어지는 임시 파일로, 이용자가 본 내용, ID, IP주소, 상품 구매내역 등의 정보를 담고 있는 파일)에 대해서는 고객의 동의와 무관하게 무차별적으로 수집 및 활용되고 있어 개인정보보호 관점에서 논란이 지속되어왔다. 2022년 초 프랑스 당국은 구글이 쿠키 사 용에 대한 사용자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개인 정보보호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위반 명목으로 1억5 천만 유로(한화 약 2천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했을 정도로 세계 각국이 개인정보보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 련된 주요 기업들은 쿠키에 대한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 다. 애플은 ATT(App Tracking Transparency) 정책을 통해 사용자(고객)가 자신의 정보를 타사 및 데이터 브로커와 공유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구글은 2024년부터는 더 이상 3rd party 쿠키에 대한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 약 30년간 디지털 광고 산업의 엄청난 성장 원동력으로 작용해오 던 쿠키의 시대가 저문다는 것은, 마케팅 관점에서 0 & 1st party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CDP는 DMP와는 다르게 1st party 데이터, 나아가서는 0 party 데이터를 통합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CRM과는 다르게 식별되지 않은 온라인 행동 데이터도 수집했다가 로그인 등을 통해 고객이 식별되는 순간 해당 고객이 비식별 상태로 남긴 흔적들도 통합할 수 있다. 이를 통 해 CDP는 고객과 그 고객의 경험 여정을 훨씬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CDP의 6대 기술적 가치는 고객 데이터를 비즈니스 가치로 연결할 때의 모든 활동 영역, 즉 데이터 수집, 통합, 분석, 마케팅 실행, 성 과 분석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다. 사실 CDP 구현을 검토할 때는 기 업마다 처한 상황이나 도입 목적과 활용 전략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 기에 이 키워드들을 무조건 모두 적용하거나 고려할 필요는 없다. 앞 서 강조했듯이 CDP 도입 시에는 풀고자 하는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 고, 이 문제를 비즈니스와 시스템, 데이터 관점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여, 이를 완벽히 지원하는 데 적합한 CDP를 선정 또는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 중요하다. CDP의 6대 핵심 가치를 생각의 틀로 활용하면서 CDP 도입 및 적용의 과정에서 빠진 것은 없는지, 더욱 강조해야 하는 점이 어디인지 등의 물음에 반드시 참고하기를 바란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업의 중장기 비즈니스 목표와 전략을 놓고, 이와 연계된 데이터 활용 목표를 명확히 하여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의 방향성도 정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한꺼번에 해낼 수 있는 기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목표와 전략적 방향을 공고히 세우고, 그중에 가장 먼저 해 야 할 것과 조금 미루거나 하지 않아도 될 것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세부적인 실현 계획, 즉 필요한 물적·인적 자원의 확 보 및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데이터를 언제 어떻게 추가 확 보할 것인지, 시스템은 어떻게 고도화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전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필요성이 검증된 다른 IT 시스템들과는 다르게 데이터와 그 시스템에 관련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사방에서 그 활용 가치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강력 한 사전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CEO를 비롯해 모든 데이터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경영진 및 구성원에게 데이터 관련 활동의 가치 를 공감케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목표와 전략, 그리고 철저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고객 데이터를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로 연결시키는 것은 최근 B2C 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고객 데이터와 관련한 기업들의 당면 과제를 풀어가는 활동들은 다 음과 같이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Data Product Business
수집한 Raw 데이터를 의미 있는 형태로 가공하거나 분석하고, 이것을 다른 기업에 판매하여 수익화를 도모하는 데이터 프로덕트 비즈니스 유형
ex) 카드회사의 시도별/업종별 소비현황, 외식소비패턴 등
2) Data-driven Customer Experience
수집하거나 구매한 고객 데이터를 통해 고객 및 고객 경험 여정에 대한 인사이트를 도출하여 고객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마케팅 유형
ex) 유통회사의 개인 맞춤형 오퍼, 앱/웹에서의 개인 맞춤형 랜딩 페이지 (Landing Page) 구현 등
3) Data-driven Operation Excellence
수집하거나 구매한 고객 데이터와 고객 데이터가 아닌 오퍼레이 션 데이터(매출, 이익, 비용, IoT 등)를 연계 분석한 결과를 기반으로 업무 생산성을 증대하는 유형
ex) 제조회사의 수요예측 분석, 마케팅 채널 믹스 분석 등
4) Data-driven New Business
기존 비즈니스에 데이터를 적용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 를 실현하는 데 여러 형태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아예 새로운 비 즈니스를 론칭 및 실행하는 유형
ex) 앱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스타트업, 카드사의 고객 데이터 플랫폼 및 컨설팅 서비스 등
- HBR(HarvardBusiness Review)에서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위해 조직에 필요한 역량을 다음과 같이 6개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1)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지(Ask the right questions)
2) 어떠한 데이터가 필요한지, 그 데이터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지(Understand which data is relevant and how to test the validity of the
data they have)
3) 데이터를 잘 해석하고, 그 결과를 의미 있게 쓸 수 있는지 (Interpret the data well, so the results are useful and meaningful)
4) AB테스트를 활용하여 가설을 테스트하고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Test hypotheses using A/B tests to see what results pan out)
5) 데이터를 쉽게 시각화하여 경영진이나 리더들도 그 결과를 이 해할 수 있는지(Create easy-to-understand visualizations so leaders understand the results)
6) 의사결정자들이 빅피처를 보고 분석 결과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지(Tell a story to help decision-makers see the big picture and act on the results of analysis)
- 고객 데이터의 품질관리에는 전사 데이터 품질 요구사항은 물론. 고객 분석 관점의 품질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데이터 품질 지표 정의가 필요하다. 데이터 품질 지표는 데이터의 사용 목적을 충족시 키기 위한 기준으로, 데이터 결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품질 점검으로 관리되어야 할 평가 기준이다. 일반적인 데이터의 품질 요 건을 만족시키는 품질 지표로는 일관성, 유일성, 유효성 등이 있다. 일관성은 데이터의 정합성 체크 항목으로 수집한 데이터가 원천 데이터와 동일해야 하고, 집계한 값이 원래 값과 동일해야 하는 지표들을 포함한다. 유일성은 테이블 내 유일한 값을 가져야 하는 지표로, 고객 마스터에서 고객번호의 유일성 점검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 효성 지표 항목으로는 형식 유효성(e.g. 핸드폰 번호가 11자리 혹은 10자리의 형식을 잘 맞추어져 있는지 확인), 표준 코드를 준수하고 있는지의 표준 준 수도 등의 지표들을 포함한다.
- 고객 분석 관점의 품질 지표 사례로는 최신성, 충실성, 표준화를 들 수 있다. 최신성은 데이터가 갱신주기에 따라 값이 갱신되고 있는 지 확인하는 지표로,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사업모델에 대한 데이터 를 확인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 많은 서비스 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사라지기도 한다. 기업에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출 시하지만, 사라지거나 통폐합되는 서비스도 많다. 더 이상 서비스되지 않는 데이터는 고객 분석에 활용하지 말아야 하고, 새로 출시되는 서비스는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최신성을 관리해야 한다. 충실성은 확보된 정보량이 고객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지표다. 위치정보를 활용하여 고객 분석을 하고자 했는데, 막상 해당 테이블에 있는 위치정보 컬럼에 정보가 20%도 채워지지 않았 다면, 이 고객 분석이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표준화는 온라인 행동 정보에 대한 표준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 여정을 분 석한다고 하면, 웹사이트의 페이지 정보가 고객의 여정 단계를 표시 할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은 수많은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고, 지속적인 개편이 이루어져 많은 변경 사항이 발생한다. 이런 항목들이 표준화되어 관리되지 않으면 고객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고객에게 잘못된 오퍼나 화면을 제공해 고객의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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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석세스

경영 2023. 3. 30. 16:08

- 예상처럼 사업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 수 있다. 현재 현금을 얼 마나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에 얼마가 들어오고 투자를 얼마 해 야 하는지 늘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하고 사업에 관한 결정을 내 려야 한다.
37년 동안 기업을 일구고 있는 한 선배는 내게 늘 말한다. "가진 것의 40퍼센트만 투자하라”고.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이 매 력적이라면 얼마든지 투자를 받아 사업할 수 있다. 그러나 자력 으로 기업을 키우고 싶다면 현금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 다. 생존해야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다.
- 내 별명이 바로 '식물 키우는 CEO'다. 우연히 선풍기의 바람이 닿는 곳에 놔두었던 화초가 속줄기 조직이 다른 화분의 화초보 다 더 탄탄하게 성장한 것을 발견했다. 그때 내가 무릎을 쳤다. 다른 것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 비결을 깨달아서다. 역시 기업도 위기와 시련이 있어야 미래에 더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후로는 위기가 와도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기회와 계기로 보게 되었다.
- 회사의 과거를 기반으로 현재와 미래의 계획을 세울 때 내부적 인 강점에 더한 외부 장점을 유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구 성원 각자에 대한 세심하고 치열한 소통과 관계를 통해 보다 진 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추구해나가길 바란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품기보다는 '도전 은행'이라는 이름의 세 상에서 가장 이자가 높은 은행을 통해 몇 배의 이익이 되어 되 돌아오게 만드는 새로운 길에 동참하여 밝은 미래를 일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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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IR 활동은 투자자 관리, 공시 업무, 회의체(주주총회, 이사회 등) 관리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 내부에 통찰력insight을 제공하는 등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M&A(기업의 인수합병) 를 비롯한 투자 의사결정에도 관여하고, ESG 경영 활동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IR 활동은 기업 가치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IR의 R(Relations)에서 알 수 있듯, IR 부서 본연의 업무는 관계에서 비롯 된다. 보통 관계를 말할 때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정하면 이해가 쉽 다. 나는 구성원들에게 철저하게 '을'의 마인드를 가지라고 얘기한다. 그러 니 출근할 때 간과 쓸개를 집에 놓고 오라고 말한다. IR 업무는 감정 노 동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관계의 대상은 여섯 가지로 분류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투자자, 대중, 정부, 고객, 기업, 내부종업원
- 가끔 IR을 왜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주가를 올리기 위해 한 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표현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기업 가치를 제 고하기 위해 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물론 IR을 한다고 무조건 기업 가 치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기업에 IR 부서는 대여섯 개는 있어 야 할 것이다. 결국 기업은 내재 가치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 안 되는 건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안 된다.
이렇게 얘기하면 "기업이 내재 가치를 따라가고, 안 되는 게 안 된다면 IR 부서가 뭐 하러 있냐?"라며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정말 무식한 발언이다. 자신이 얼마나 무식한지 모르고 떠벌리는 것이다.
IR은 기업 가치의 변동성을 줄이고, 주가가 경향성을 갖고 안정성 있 게 흘러가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오를 때는 좀 더 많이 오르고, 빠질 때 는 덜 빠지고, 빠져야 할 때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잡아주는 게 IR 활동이다.
- IR 부서는 기업 조직도에서 어디에 들어가야 할까? 조직을 어디에 배치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업 조직 산하에 있다고 생각해 보자. IR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서로 공유할 수 있 는 목표가 다르다. 대부분의 IR 부서는 커뮤니케이션 조직, CFO 산하, 그 리고 기획이나 관리 부서 산하에 들어가 있다.
IR 부서를 어디에 두느냐는 기업이 IR을 홍보의 관점에서 보느냐, 재무적 관점에서 보느냐의 차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오래전에 결론이 난 사안인데, CFO 산하에 두는 것이 원칙이다. 공시 책임자가 CFO이기 때문이다. 기업설명회를 가더라도 가장 빛나는 임원은 CEO와 CFO 다. 공시 책임자 산하에 공시 담당자가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커뮤니케이션 조직에 두는 건 좀 고민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홍보, IR, 대외협력 등 조직의 특성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IR을 홍보와 비 슷하게 보는 건 좀 위험한 생각이다. 정보의 양과 수준, 지켜야 할 법의 테두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홍보 부서에 얘기해도 IR 부서에 얘기하 지 못하는 게 있을 수 있다. 부서장이 이걸 잘 관리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간혹 재경 부서나 관리 부서 산하에 두는 기업도 있다. 그 부서들이 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중요도를 봐서는 IR 부서와 상관없어 보인다. 그래서 재경 부서 출신이 IR 부서장으로 오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 보고서의 수가 적은 것은 시장 논리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IR 부서의 노력에 대한 흔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전략을 세워 보고서가 나오게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시가 총액이나 수익성이 낮으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정보가 적은 게 이유라면, 기업의 동향을 시장과 공유할 필 요가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IR 활동을 위해서는 기업 보고서와 뉴스가 필요하다. 증권 사가 적정 주가를 발표하면,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자료를 보충한다. 따 라서 여기까지 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애널리스트를 우군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러나 주가를 뻥튀기해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들을 우군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들이 좋아하는 걸 알고 그것을 해주면 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과 같다.
첫째, 자료를 많이 줘야 한다. 물론 이것이 공정공시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보의 비대칭적인 제공이어서도 안 된다.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전망 기관의 데이터를 정리해주는 것이 좋다.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데이터에 대한 욕 심이 많다. 그래야 자료가 윤택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자료는 애널리스트가 좋아하는 양식으로 줘라. 요즘에는 공시를 통해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그리고 기관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콜을 통해 실적에 대한 브리핑을 한다. 그런데 만약 이때 제공해주는 자료가 명료하지 않다면 어떨까? 서로가 불편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매출액을 부문별로 나누지 않았다고 하자 애널리스트들은 분명 이것을 구분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당기순이익 영업외 손익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자. 그러면 그것을 자세하게 설명해달라고 질문할 것이다. 당신은 왜 이것들을 정리하지 않았나? 그건 당신이 귀찮 았거나, IR 활동에 미숙하기 때문이다.
셋째, 미래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공정공시를 잘 이용해야 한다. 공시도 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당장은 이렇지만, 몇 년 후엔 어떤 모습을 가질 것이라고 분 명히 말해줘야 한다. 그리고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
넷째,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모든 기업은 설립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계속 과거의 설립 형태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기업은 생물처럼 생존을 위해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의 정체성을 명확하 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 앞서 얘기했듯 IR 담당자는 수년간 실적 악화가 뻔히 보이더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는 게 일상이 아닌가? 기업의 비전을 챙기고, 그것이 없다면 당장이라도 만들 어 시장의 평가를 받아라. 그것은 미래의 주가가 될 것이다. IR 담당자의 목표는 주가를 올리는 게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제고시키는 것이다. 기 업의 비전을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자들을 설득하라
그러나 비전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뒷받침할 만한 계획과 투자가 필요 하다. 투자 없이 말만 한다면 그건 비전이 아니다. 거짓에 가까운 것이다. 물론 브랜드 가치라는 것도 있다. 유무형의 모든 가치는 기업의 주가에 녹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보이는 것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무형 자산 에 대한 가치를 설명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는 주가가 모든 걸 대변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 IR 담당자는 기업이 주식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파악해 야 한다. 그리고 향후 실적이 어떨지, 평균 목표 주가가 얼마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추정의 근거다. 따라서 증권사의 기업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만약 잘못된 게 있다면 미팅을 통 해 바로잡아야 한다. 근거 자료는 내부 자료를 제시해서는 안 된다. 객관 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자료, 공표된 자료를 중심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 걸 중심으로 미팅을 진행하는 것이다.
잘못된 자료를 바로잡기 위해 내부 자료를 공개하면 안 된다. 이건 오 히려 정보의 비대칭성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다른 역할은 기업 보고서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실적 발표는 단기적인 보고도 있고, 한 해를 마감하는 정기공시도 있다. 물론 인수합병과 같은 특별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1년에 분기, 반기처럼 정기적인 실적 발표를 통해 시장과 소 통하고 있다. 그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가급적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분기에 실적이 왜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가급적 상세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기업이 이번 분기에 큰 이벤트가 발생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이번 분기 실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럴 때 큰 고민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상세하게 말해야 한다는 의미는 구구절절 다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 니다. 시장이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극 적인 IR 활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미래 전망을 우리의 의도 대로 생각하게끔 만든다.
- 실적 발표 이후에는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 독자가 몸담고 있는 기업은 1년에 얼마나 투자자를 만나는가? IR 관련 통계를 보면, 연간 투자자 미팅 건수 188회, 로드쇼 6.9회, 인베스터데이 0.7회, 현장 방문 3.8회, 투 자자 컨퍼런스 7.4회가 평균적이라고 한다.' 아시아 지역의 기업은 로드 쇼(5.4회)보다 현장 방문 (6.6회)이 많은 편으로 조사되었다. 기존에 확보하 고 있는 소통 채널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잘 알려진 건 각종 설명회일 것이다. 잠정 실적 발표는 공시와 컨 퍼런스콜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국내외 기관 투자자와의 설명회다. 요즘엔 기업이 증권사를 선정하면 이들이 자산운 용사 등 기관투자자와의 미팅 일정을 확보해준다. 만남에 대한 편의도 제공해준다. 기업 입장에서는 참 감사한 일이다.
- IR 부서의 영역이 확장되는 이 시점에 당신이 IRO를 맡고 있다면 지 금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외부의 변화에 가장 민 감해야 하고, 그것을 경영진에게 전달해 변화하는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IR 업무만 고집한다면 당신은 수많은 기회를 놓칠뿐더러 거대한 시장의 흐름과도 멀어질 수밖 에 없다.
IR 부서의 기능이 기존의 주식 업무에서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이 부 서가 주식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의 접점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 시장 은 말 그대로 돈이 움직이는 곳이다. 그래서 기업의 변화 가능성에 민감 하다. 어떤 기업의 산업이 더 이상 재기불능 상태라면, 그 기업이 다시 살 아날 수 있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관심사일 것이다.
- 이런 시장의 요구는 사실 IR 부서에서 가장 먼저 알 수 있다. "도대체 시장이 우리에게 뭘 요구하는 겁니까?"라는 경영진의 질문에 나름대로 냉정한 분석과 답을 내놓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 따라서 IR 담당자들은 공시 주가 관리를 위한 시장 소통, 주주 관리 외에 좀 더 기업에 필요한 다양한 사항을 챙길 필요가 있다. 시장이 지금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 경영진에게 제시하라. 기업내에서 IRO에 대한 힘이 좀 더 실린다면, IR 기능에 신사 업 개발 검토 등의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신규 사업이나 인수합병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 등인데, 능력 있는 인력이 확보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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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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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마케팅

경영 2023. 3. 22. 19:45

- 미디어커머스 기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를 운영하고 효율적으로 비용을 관리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경쟁적 차별점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퍼포먼스 마케팅 등장 이전에는 기업의 광고 마케팅에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부 기업들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광고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지만 데이터가 마케팅 활동의 중심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디어커머스 기업들은 등장하자마자 데이터 기반으로 퍼포먼스 마 케팅을 수행했고, 제품을 만들면 불티나게 팔리니 외부의 시선에서 봤을 때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 미디어커머스 비즈니스는 제품의 기획, 제조, 디자인, 광고 마케팅, 판매,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모든 업무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보니 속도가 매우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였다. 또한 기존 광고 방식과 달리 제품을 구매할 만한 타깃을 정 밀하게 설정해 광고를 집행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누수가 적었다. 돈은 적게 쓰면서도 핵심 타깃 고객에게 광고를 보여주어 제품 구매로 빠르게 이어지니 어느 유통 기업이라 해도 부러워할 광고 기법이었다.

- 2016-2017년에 제작된 일반인 리뷰 콘텐츠는 섭외된 모델임을 알면서도 시 청했다. SNS에서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어떠한 콘텐츠든 쉽 게 시청하고 반응했다. 그러나 2018년 이후부터는 일반인 리뷰나 언박싱 형식 의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섭외된 모델에 의한 가짜 리뷰'라고 생각했고 영상을 걸러내기 시작했다. 물론 2018년 이후에도 일 반인 리뷰 콘텐츠가 제작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실제 소속, 이름, 나이 등을 밝힌 구매자들을 찾아 리뷰하는 식이었다.
마지막으로 2016년은 상황극 형식이 통했다. 여러 명의 모델이 시나리오 에 따라 연기하는 전형적인 웹드라마, 스낵 콘텐츠 양식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 다. 청춘남녀가 데이트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풀어내면서 이러한 상황을 대비 해 이 제품을 써야 한다'라는 식의 시나리오가 많았다. 그러나 상황극 콘텐츠는 2017년에 접어들며 거의 없어진다. 스낵 콘텐츠와 미디어커머스 광고의 경계 선에 있는 유형이라 제작 비용과 모델 섭외 등의 이슈가 있어 미디어커머스 기 업들이 자연스럽게 포기한 것이다.
요약하면 2016년은 공급자는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자는 구매를 했던 시장 이었다. 2015년의 경험이 그대로 이어진 초기 미디어커머스 기업에게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뉴미디어 광고 시장은 여전히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이 주요 광고 플랫폼으로 자리했으며, 본격적인 미디어커머스 기업 의 등장으로 제품 판매를 위한 광고 콘텐츠가 제작되었다. 광고 영상은 사용 전 후를 보여주는 비포앤애프터, 언박싱, 일반인 리뷰, 상황극 콘텐츠가 효과적이 었고 소비자는 광고인 줄 알면서도 시청하면서 자연스레 제품 구매 활동으로 이 어졌다.
한편 식약처가 SNS 광고 채널에 광고 규제나 가이드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 에 자극적인 광고, 허위과장광고를 제작하는 업체들이 2016년 후반 우후죽순 생겨났다. 초기 미디어커머스 기업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본 기존 유통사들은 대 박 난 제품을 그대로 베낀 일명 '복붙 제품을 만들어 미디어커머스 기업의 제품 가격 대비 20-30% 낮게 팔면서 시장을 빼앗아 갔다. 어디 제품뿐이겠는가. 대 박 난 광고 영상까지도 그대로 베껴 판매하면서 시장을 흐려놓았다.
자극적인 광고로 인해 제품의 생애주기는 짧았다. 한 번 팔고 말 것처럼 온갖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기업으로 인해 소비자들 중 일부는 분노하기도 했다. 초 기 시장이었기 때문에 기업과 소비자 모두 새로운 경험을 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장 상황은 점차 변화해갔다.
- 비포앤애프터 영상은 2016년엔 제품 효과를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보여 줬다면, 2017년에는 편집 없는 무보정 실험 영상으로 사실에 기반한 정보만을 제공했다. 또한 뾰루지를 제거하는 모습을 과도하게 확대해 보여주거나 블랙헤 드를 뽑아내는 등 자극적인 영상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3D 애니메이션 으로 광고를 제작했으며, 이를 통해 시각적 효과는 극대화하면서도 혐오감을 주 는 콘텐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비자로부터 신뢰감을 되찾고자, 제 조사 직원을 인터뷰하고 제품 제조 공정을 보여주는 영상과 같이 진정성을 호소 하는 방향의 콘텐츠가 많이 제작되었다.
한편 미디어커머스 시장에 관심을 갖던 대기업과 전통 유통업체가 미디어커 머스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하면서 이를 하나의 마케팅 기법으로 도입하려는 움 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화장품 광고도 유명 연예인의 우아한 표정에 서 벗어나 밀레니얼 세대가 볼 만한 스낵 콘텐츠 방식으로 바뀌는 움직임이 있었다. 미디어커머스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 열해지자 상도덕, 저작권은 뒷전이었다. 제품과 영상을 그대로 베끼는 기업이 비일비재했고 소비자들은 지속적으로 이탈했다. 그러나 2018년에 들어서면서 시장은 질서정연하게 방향을 찾기 시작한다.
한편 2017년 뉴미디어 광고 시장에서는 미디어커머스와 더불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주목받았다. 유튜브를 통해 구독자수를 늘려온 크리에이터들이 대형 유튜버로 성장하면서 그들의 채널에 네이티브 애드, 브랜디드 콘텐츠 방식으로 기업 광고가 붙기 시작했다. 인기 유튜버들은 분기별 광고 예약 스케줄이 일찌 감치 마감될 정도로 기업들의 광고 러브콜이 쇄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플루 언서는 뒷광고 논란 없이 기업 광고를 했고 여러 콘텐츠 속에 광고가 뒤섞이면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후 뒷광고 논란으로 몇몇 대형 유튜버들이 사과하고 자숙하면서 활동을 중지하는 이슈도 있었으나, 이 모든 상황이 정리되면서 2022년에는 더 새롭고 솔직한 형태의 인플루언서 광고가 자리잡게 된다.
요약하면 2017년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믿거페 현상이 심화된 시장이었고, 페이스북 페이지만을 운영했던 기업은 소비자들의 페이스북 이탈 움직임을 쫓 아 다양한 광고 채널로 이동하며 광고 범위를 확장했다. 그 와중에 잘 팔리는 제품과 광고 콘텐츠를 베끼는 기업들이 여전히 존재했지만, 다수의 대기업과 전 통 기업이 미디어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갖고 하나의 마케팅 기법으로 인지해 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 광고를 바라보는 소비자 태도 역시 '2016년 무조건 반응한다'는 우호적인 태도에서 '2017년 무조건 회피한다'는 반응을 거쳐 '2018년 스마트한 콘텐츠 소 비'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SNS에서 광고를 보면 즉각적인 구매 행동 으로 이어지지 않고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최저가를 검색하거나 인스타그램 인 플루언서의 리뷰를 참고하거나 유튜브에서 사용법과 후기를 시청한다. 그리고 결심이 선 이후에 구매한다. 그야말로 스마트 소비로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에 기업은 ROAS만을 목표로 하는 광고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느 꼈다. 전략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미디어커머스 기업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했던 마케터 들은 구매전환 광고에만 집중하면 됐지만,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퍼널 구조에 따른 단계별 광고 전략을 짜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퍼널 구조란 잠재 고객이 회사의 브랜드를 인지하고 관심을 갖고 구매로 이어지는 퍼널funnel(깔대기) 모양의 과정을 의미한다. AIDA 모형이라고도 하는 퍼널 구조는 다음 이미지처 럼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하는 단계, 흥미를 갖는 단계, 제품 구매 의사가 있 는 단계, 제품을 구매하는 단계로 구분된다.
퍼널 구조에 기반한 광고 전략은 크게 노출형 광고, 클릭형 광고, 전환형 광고 3가지로 이루어진다. 노출형 광고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인지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로 많은 사용자에게 광고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클릭형 광고는 광고 콘텐츠를 보고 댓글을 달거나 공유하거나 클릭을 통해 자사 쇼핑몰로 이동해 상세 페이지 등을 조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클릭수가 성과 측정의 주 요 기준이 된다. 마지막으로 전환형 광고는 소비자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광고로 타깃 범위가 가장 좁다. 광고를 보고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타깃에게 광고를 하 기 때문이다. 전환형 광고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구매전환이 일어났는지 이며 이는 전환율conversion rate (CVR)과 ROAS로 측정된다.
2018년 이전에는 전환형 광고만 집행해도 충분했다. 영상을 보고 빠르게 구 매전환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팅 측면에서도 현재와 비교하면 업무 난도가 낮은 축에 속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스마트한 소비를 하기 시작 했고 영상을 봐도 구매하지 않았다. 소비자는 탐색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뒤졌 고 기업은 소비자가 이동하는 모든 경로에 광고 비용을 추가로 들였다. 이를테 면 우리가 어떤 제품을 팔기 위해 페이스북 광고와 네이버 파워링크 광고, 유튜 브 배너 광고 등을 집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소비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광고를 접하고 네이버에서 제품을 검색해 가장 상위에 있는 우리 제품의 파워링크 광고 를 클릭한다. 그리고 유튜브에 들어와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다가 화면에 떠 있는 우리 회사의 배너 광고를 발견하고 클릭해본다. 기업들은 페이스북 광고 비용만으로도 구매전환이 일어났던 시절에서 벗어나 페이스북 전환 광고, 네이버 검색 광고, 유튜브 배너 광고라는 세 가지 광고 플랫폼 비용을 소진해야 구매전 환이 발생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2016년 1억 원의 광고를 집행해 4 억원의 매출을 만들며 ROAS 400%가 가능했던 시절의 광고 기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비용을 3배 이상 투자해도 구매전환이 잘 일어나지 않았고 소비자는 광고를 더욱 까다롭게 보고 선택하기 시작했다.

- 풀퍼널 마케팅full-funnel marketing 전략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하고 호기심 을 가지고 구매로 이어지는 여정을 관리하는 각 과정에서 노출형 광고, 트래픽 광고, 전환형 광고를 적절히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판매했던 셀로몬 브 랜드의 발각질 제거제를 풀퍼널 전략의 예로 들어 본다면 각각의 광고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하고 상기하기 위해 노출형 광고에서는 '당신의 불 편함에 귀 기울였습니다. 셀로몬에서 불편한 고민을 해결하세요'라는 메시지 를 활용했다. 소비자들은 이 메시지에서 셀로몬은 고민을 해결해주는 브랜드로 인지하게 된다. 노출형 광고의 주요 목적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인지하는 데 있다.
트래픽 광고 메시지는 '여름철 발뒤꿈치 각질 고민 있는 사람? 30초만에 해 결하는 방법'이라는 메시지를 설정했는데, 이 메시지는 노출형 광고에서 셀로몬 이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브랜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뿌려진다. 트래픽 광고의 주요 목적은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에 호기심을 갖고 온라인몰을 방문하게 하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전환형 광고 메시지는 '24시간 동안만 추가 15% 할인 쿠폰이 제 공되니 놓치지 마세요'라고 설정했다. 소비자들은 노출형 광고로 브랜드를 인지 하고 트래픽 광고로 우리 사이트를 방문했다. 또 전환형 광고로 구매로 이어지 게 하기 위해 소비자를 유인했다. 여기서 구매전환이 발생하면 우리가 설정한 소비자의 구매여정이 종료된다.
이렇게 풀퍼널 전략을 설정하면 소비자는 브랜드를 인지하고 지속적인 브랜 드 메시지를 통해 자신과 맞는 브랜드에 호감이 생기고 점차 로열티를 갖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기업의 브랜드가 브랜딩되어 간다. 미디어커머스 기업 은 소비자가 활동하는 플랫폼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노출형 광고,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클릭형 광고, 그리고 구매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혜택을 강조하는 전환형 광고를 집행하면서 어떠한 비율로 광고 비중을 두는 것이 효과적인지 데이터를 쌓아간다.
이때의 광고 비중은 신규 고객을 모객하기 위해 노출형, 트래픽, 전환형 광고 를 설정할 때 어디에 얼만큼 더 많은 광고비를 투입할지에 대한 비중을 의미한 다. 만약 초기 유입자를 확보하려 한다면 전환형 광고보다는 노출형 광고를 통 해 브랜드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초반에는 노출형 광고, 트래픽 광고, 전환형 광고 비중을 5:3:2로 운영하다가 어느 정도 모수가 쌓이면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2:3:5 비중으로 변경한다. 이처럼 데이터 성 과에 따라 각 광고 비중을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광고를 운영하면 되고, 이 운영 방식은 모든 광고 플랫폼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 카페24 플랫폼을 이용한 온라인몰은 구글애즈, 페이스북과 같이 광고 플랫폼 과 연동할 수 있어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광고 효과를 측정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온라인몰에서 추적 코드를 세팅하고 연동 하는 것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을 시작한다. 이 추적 코드는 광고 매체마다 다른 명칭을 사용하지만 모두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페이스북과 카카오는 ‘픽셀’, 구 글애즈는 '태그', 네이버는 '전환 스크립트'로 명명한다).
추적 코드란 온라인몰에 코드를 심어놓고 광고를 통해 들어온 고객의 행동을 추적하여 광고 성과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추적 코드를 활용하면 광고를 클릭해서 유입된 소비자만 선별하고 1회 방문자만을 위한 마케팅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다양한 마케팅 전략도 펼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추적 코드를 연동하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코드를 심어줘야 했지만, 현재는 많은 솔루션 에서 클릭 한번으로 다양한 광고 매체와 온라인몰 연동이 가능해졌다.
- 한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추적 코드를 활용한 데이터 추적이 제한된다. 스마트스토어는 네이버 자체의 광고 매체를 제외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 글, 카카오 등과 같은 외부 매체 코드와의 연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풀퍼널 방식의 퍼포먼스 마케팅을 수행하기에 적절한 쇼핑몰이 아 니다. 그럼에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이용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접근 편의성 때문이다. 네이버 지식쇼핑을 통해 제품을 보고, 블로그 검색을 통해 제품 리뷰 를 본 소비자들이 빠르게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2020 년 상반기부터 시작한 라이브커머스 서비스인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스마트스토 어를 보유한 판매자만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어 스마트스토어 계정을 가지고 있는 편이 낫다.
쇼핑몰을 결정하고 소비자 구매여정에 따른 경로와 편의성을 설계하기 위해 다양한 가정을 서비스에 적용해야 한다. 소비자 구매여정이란 소비자가 쇼핑몰 사이트로 들어와 회원가입 하고, 제품 검색, 장바구니 담기 과정을 거쳐 결제를 완료한 후 서비스를 종료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만약 제품 구매 의사가 있어 소 비자가 사이트에 들어왔는데 회원가입 단계에서 잦은 이탈이 발생했다면 회원 가입 절차가 까다롭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가입할 때의 불편함을 낮추 기 위해 네이버, 카카오 같은 SNS를 연동해 회원가입을 유도할 수 있다.
결제 단계에 있어서도 다양한 결제 수단을 제공하면서 결제 과정에서의 이탈 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 소비자는 신용카드 결제 방식을 선호하지만 최근 들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 결제도 많이 이용한다. 사이트에 서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결제 방식을 서비스로 제공한다면 소비자 이탈을 막을 수 있다.
- 소비자 구매여정에서의 편의성을 위한 설정이 끝난 이후에는 소비자가 외부 플랫폼에서 우리 쇼핑몰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검색엔진최적화 search engine optimization (SEO)작업을 해야 한다. 검색엔진최적화 작업을 하면 소비자가 포 털에서 제품명이나 브랜드명을 검색할 때 제품 혹은 쇼핑몰이 노출된다. 비용 을 들이지 않고 소비자에게 내 사이트와 제품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기본 적이면서 중요한 작업이다. 만약 검색엔진최적화, 메타태그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 제품과 브랜드를 검색해도 공식 쇼핑몰이 나오지 않아 소비자가 이탈할 수 있다. 참고로 광고를 보고 쇼핑몰에 진입한 소비자 대비, 우리 제품을 직접 검색해 유입한 소비자의 구매전환율이 월등히 높다.
- 물류와 배송 과정을 살펴보자. 대부분 미디어커머스 기업은 자체물류를 운 영하기보다는 3PLthird party logistics이라고도 부르는 3자물류를 주로 사용한다. 3자물류란 회사는 물류사와 계약을 맺고 물류사는 특정 택배사와 계약하여, 회 사가 택배사와 직접 거래하지 않아도 제품이 물류를 거쳐 택배로 배송되는 것이 다. 3자물류와 대비되는 구조는 자체물류다. 자체물류를 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보관할 창고와 제품을 포장하고 배송하는 인력이 필요한데, 적은 자본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미디어커머스 기업 특성상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 퍼포먼스 마케팅은 우리 입장에서의 광고 운영이고, 그로스 마케팅은 소비 자 입장에서의 광고 운영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우리가 목표하는 구매전환 율, 유입률, 조회수 등을 달성하기 위해 각 광고 플랫폼에서의 성과를 분석하고 전략을 세워나가는 기법이다. 그로스 마케팅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하고 호 감을 보이고 제품을 구매하고 재구매하는 여정을 분석하여 각 여정이 유기적으 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이다. 퍼포먼스 마케팅, 그로스 마케팅은 소비 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데이터를 해석해 궁극적으로 가설을 검증하고 강화 해가는 과정이다.
2016년 퍼포먼스 마케팅 기법이 시장에서 처음 활용되었을 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광고가 노출되었는가?' '얼마나 많이 클릭했는가?' '얼마나 많은 고객이 구매전환되었나'라는 관점에서 데이터를 각각 나누어 관리했다. 2018년 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각 단위의 광고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호기심을 느 낄 만한 광고를 보여주고, 호기심이 구매로 이어지게끔 유도하는 풀퍼널 광고 전략이 이루어졌다.
2020년이 지나면서 소비자 관점에서 구매여정을 분석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 하는 그로스 마케팅이 부상하고 있다. 뉴미디어 광고 시장에서 마케팅은 분명히 '데이터'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창의성과 공감능력이 뛰어난 마케터가 좋은 광고 카피와 소재를 만 들어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창의성에 데이터가 입혀지면서 공감능력이 떨 어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효과적인 광고 카피나 소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퍼포먼스 마케터는 다양한 광고 소재를 만들어 AB테스트를 하면서 소비자가 좋아하는 광고 이미지, 카피, 컬러를 파악하고 소비자가 집중하는 단어를 분석 하여 해당 단어를 조합해 새로운 광고 소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광고 소재 가 유의미한 결괏값을 만들어내면 내부 자산화하여 유사한 제품 광고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퍼포먼스 마케팅 관점에서 효율적인 방법이다.

- 정리해보면 페이스북 광고는 세 가지 이유에서 진행해야 한다.
첫째, 적은 비용으로 광고를 시작할 수 있다.
둘째, 타 매체 대비 측정이 가능하며 효과적이다.
셋째, 실시간 광고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다.
- 어떠한 이유에서건 페이스북은 유기적 도달률을 낮춰왔고 광고 주들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광고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광고는 페이스 북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 페이지에서 페이스북과 인 스타그램 동시에 광고를 운영할 수도 있고, 페이스북을 제외한 인스타그램만을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앞서 이야기한 페이스북 광고의 필요성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할 때 페이스북 광고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페이스 북에서 주어지는 설정대로 광고를 진행하지 말고 반드시 UTM을 사용해서 데 이터 성과를 더 정확하게 보자. UTMurchin tracking module은 소비자의 채널별 유입 경로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변수로서 기존 URL상에 정보를 추가해서 만든다.
UTM이 필요한 이유를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하나의 광고 소재를 2개의 페 이스북 페이지에 올려 광고한다고 가정해보자. 소비자들이 클릭해 쇼핑몰로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웹사이트 링크는 네버다이 홈페이지인 https://www. neverdie.co.kr로 설정했다. 2개의 페이지에서 각각 다른 성향의 소비자가 사 이트로 유입했지만, 구글 애널리틱스에서 봤더니 유입된 매체와 소스가 동일했다. 즉 어떤 경로가 더 유의미한지 기록되지 않았다. 각각의 광고 소재를 여러 개의 광고 플랫폼에서 운영할 때, 어떤 경로가 가장 효과적이며 동일한 플랫폼 이라도 어떤 페이지에서 반응이 높은지 구체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매개 변수, 즉 UTM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외부에 나가는 모든 콘텐츠에 웹사이트 링크를 부여할 때 반드 시 UTM 링크를 달고 나가게끔 교육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하는 마케터 사이에 통일된 규칙을 설정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 광 고는 소문자로 'kakao', 배너 광고는 'display', 2030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트 래픽 광고는 '2030 여성 트래픽'과 같은 식으로 표기한다는 규칙이 이에 해당한 다. 이 외에도 카카오모먼트,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네이 버 포스트 등 각종 광고를 올릴 때 광고 소재별 타깃, 목표, 게재일 등을 어떠한 순서로 적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칙도 필요하다.
- 소비자 여정은 이제 단순하지 않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하고 브 랜드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정보, 콘텐츠와 접촉한 후 제품 구매에 이어지는 횟 수를 측정한 개념이 구글의 멀티터치multi-touch인데, 2017년만 해도 소비자들 의 멀티터치 횟수는 7-10회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0-80회의 멀티터치가 있어 야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콘텐츠에 몇 번 노출되어도 소비자가 쉽게 구매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뜻 이다. 퍼포먼스 마케터는 소비자와의 접점 플랫폼을 더 많이 찾아야 하고 해당 플랫폼을 공부하고 광고해야 한다. 예전과 비교했을 때 구매전환율 관리가 어려 워진 것이다. 페이스북 광고만 집행하여 쉽게 구매전환율을 만들던 퍼포먼스 마 케터는 이제 수많은 광고 플랫폼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비용, 호기심 유발 비용, 구매로 이어지는 비용을 중복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매전환율을 포기하고 과거의 마케팅 방식으로 광고비를 써야 할 까? 그렇지는 않다. 다양한 광고 플랫폼에 광고를 집행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되, 어떠한 매체가 고효율 매체인지 골라내고 광고 비중을 조절하면서 몰입할 채널 과 버릴 채널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온라인의 수 많은 SNS에 퍼져 있지만, 효율로 따졌을 때 기여도 높은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가 머무는 공간도 분리되어 있다. 이러한 매체와 소비자를 찾아서 광고 플랫폼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 GA는 마케터에게 다음과 같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잠재고객 분석은 사용 자의 기준에 맞춰 고품질 사용자를 구분해주고, 획득 분석은 매체 기준에 따른 분석을 통해 효율적인 광고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하며, 행동 분석은 사이트 내 부에서 보여주는 고객 행동에 기준을 맞춘 분석으로 소비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끔 유도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GA를 사용할 경우 구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 도구와 연동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구글 태그매니저, 구글 옵티마이즈, 구글 데이터 스튜디오를 모두 연동해 활용하고 있다. 웹사이트 내 변수 세분화, 정교한 추적이 필요하면 구글 태그매니저를 사용하고 쇼핑몰에 유입된 소비자에게 각각 다른 배너, 제품 구성과 요소를 노출해 최적의 페이지를 구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구글 옵티 마이즈를 활용한다. 유저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도구로는 구글 데이 터 스튜디오를 사용한다.
퍼포먼스 마케터가 GA 데이터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세우고 활용하느냐 에 따라 회사 전략이 굉장히 정교해질 수 있고, 소비자와 쇼핑몰에 대한 이해 의 폭도 훨씬 넓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페이스북 광고, 구글 애널리틱스 활용은 퍼포먼스 마케팅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 그동안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들은 사용자의 동의 없이 로그를 수집해 왔다. 이를 통해 A 앱에서 '명품가방'을 검색하면 B 앱에서 '루이비통' '구찌' 광 고가 뜨는 방식이다. 애플은 ATT 정책 시행 이후, 디바이스 내에 광고식별자 (IDFA)를 모두 0으로 리셋해두고 앱을 실행하면 소비자가 팝업에 동의하게끔 했다. 사용자의 검색기록과 방문이력 등의 데이터를 추적하고 로그를 제공하는 것을 동의하는지 묻는 메시지였고, 대부분의 사용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ATT 정책을 시행한 후 iOS 14.5 업데이트를 진행한 전 세계 이용자 530만 명 중단 13%만이 앱 추적에 동의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퍼포먼스 마케터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기본적으로 광고식별자identifier for advertiser(IDFA) 수집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오디언스 마케팅, 개인화 광고와 성과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역시 2022년에 앱추적제한limit ad tracking (LAT)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2021년 11월, 파이낸셜타임스는 ATT 정책 이후로 스냅챗, 페이스북, 유튜 브, 트위터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 업체들의 매출이 6개월 동안 약 11조 5983 억 원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광고 관련 매출 손실 규모는 동기간 전체 매출의 12%로 해당한다고 밝혔고, 새로운 광고 기반을 만드는 데 최소 1년 이상이 걸 릴 것으로 예측해 손실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 이상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 효율이 유효하지 않았다. 이전에 집행하던 광고비의 2배를 써야 원하는 효율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예 를 들어 운동화를 구매할 남성 고객에게 광고를 보여주고 이 중 클릭한 5%의 고객 데이터를 보고 싶다고 가정하자. 이전에는 남성만 타깃으로 지정해 광고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남녀를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에게 광고를 보여준 후 이 중 5%의 클릭 유저를 선별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모 데이트 앱에서 진행한 광고 사례이다. 여성에게만 광고를 노출하고 싶었지만, 남녀식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성이 반응할 만한 이상적인 남성 이미지와 카피로 광고를 만들어 노출했다. 광고는 남녀 모두에게 보이지만 이에 대한 여성만 반응하도록 소재를 제작했던 것이다. 소재에 차별을 둔다고 해도 여성만을 타깃으로 집행한 광고비보다 2배가 드는 셈이다.
-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마케팅하는 업체들은 외부에서 매번 신규 고객만 끌어 오던 정책에서 벗어나 내부 고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고객생애가치(LTV)와 고객획득비용(CAC)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우리 브랜드 혹은 서비스 에 더 오래 머물면서 높은 기여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떠한 점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업체별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했는데, 내가 정리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사몰 전략(D2C)으로 돌아가자.
둘째, 통합 데이터 대시보드를 구축하자.
셋째,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과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생애가치(LTV)를 증대하자.
- 이러한 캠페인을 운영하고 실행하기 위해 모든 마케팅 활동은 측정 가능 형태로 기획해야 하고 사전에 설정한 가설에 따라 광고 소재를 제작해 캠페인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는 대시보드 지 표에 따라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퍼포먼스 기반의 캠페인은 다음과 같은 순서에 따라 기획 운영하길 바란다.
1) 측정가능한 캠페인의 목표(KPI)를 수립한다.
2) KPI 달성, 측정을 위한 마케팅 스크립트를 점검한다.
3) 광고 소재에 대한 가설을 수립하고 A/B테스트를 통해 검증한다.
4) 캠페인 종료 후 회고를 통해 데이터를 리뷰하며 우수한 콘텐츠와 결과를 자산화한다.

- 퍼포먼스 마케팅은 소비자가 활동하는 다양한 외부 플랫폼에 광고를 집행하고 그 광고를 통해 어떠한 행위를 하는 소비자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이 때 특정 플랫폼에 집행한 광고가 타깃 소비자에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도달했는 지 파악할 수 있어 효과적인 마케팅 예산 배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는 개인정보보호 강화 정책으로 말미암아 고객의 식별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에 제약이 발생한 상황이다. 외부에서 유입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던 퍼포먼스 마케팅보다 이미 우리가 확보한 고객에 초점을 두는 그로스 마케팅, CRM(고객관계관리) 마케팅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로스 마케팅, CRM 마케팅의 기본은 '가설'과 '검증' 그리고 '강화'에 있다.
그로스 마케팅은 우리 고객들이 우리가 원하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고객의 구매여정을 단계별로 나누고, 이탈하는 시점에 왜 이탈하는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 나가면서 성공 경험을 축적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몰에 진입한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제품을 담았지만 구매 하지 않고 이탈했다면 이러한 이유로 이탈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운다. 후 같은 상황에서 원활한 구매 활동이 이루어지면 프로모션을 할 때마다 해당 가설을 반복적으로 적용한다. 이것이 가설의 검증 행동 강화이다. 그리고 어떠 한 이유로 기존의 강화 행위가 더 이상 작용하지 않으면 그 이유를 다시 분석한 다. 트렌드의 변화 때문인지 해당 메시지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는 것인지 등의 이유를 분석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워 검증하는 것을 반복한다. 이렇게 가설 설 립-가설 검증-강화 단계를 반복하면 마케터는 유사한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위닝 소재와 노하우를 가져 효율성 높은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 기업이 CRM 활동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고객획득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2) 20:80 법칙에 따라 우수고객의 구매여정에 적극 관여하는 것이 고객생애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며
3) 이미 완성된 CRM 서비스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소비자를 고객으로 끌어오기 위해 많은 비용을 쓰기보다 이미 확보한 고객을 위한 비용을 써야 할 때가 왔다.
- CRM 마케터 업무를 정리하면,
1)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여 각 여정에 적합한 메시지를 설계하고
2) 고객생애가치를 파악하여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세우고
3) 회원에 따른 그룹핑으로 온사이트 마케팅을 전개하는 역할을 한다.
퍼포먼스 마케팅과 더불어 CRM 마케팅 활동은 기업의 중장기적인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행위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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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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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히어로스

경영 2023. 3. 17. 12:15

- 삼성은 메모리 사업에 도전하기 약 8년 전인 1974년 말에 전자 시계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산업에 입문하였고, 입문 이후에는 삼성전자에서 필요로 하는 TV용 반도체의 내재화를 추진했다. 비록 VLSI(Very Large Scale Integration) 메모 리와는 기술격차도 크고 종류도 다른 반도체였지만, 이 시기에 축 적한 반도체 경험이 훗날 삼성의 메모리 기술추격에 큰 도움이 되 었다. 이렇듯 삼성의 반도체 참여시기가 비교적 빨랐다는 점이 사 업을 성공으로 이끈 주요 요인 중 하나다.
- 한국반도체 인수가 삼성의 반도체 사업 시작점이다. 한국반도체는 1974년 재미 공학자 강기동 박사가 전자 시계 칩 생산을 목적으로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반도체 기업이다. 이 전자시계 칩은 CMOS(Complementary Metal-Oxide-Semiconductor)'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으로 실리콘밸리에 있었던 합작법인이 설계하고 부천에 소재한 한국반도체에서 생산하는 구도였다. CMOS 전자시계 칩 기술은 1971년 일본의 세이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당시로는 첨단 기술이었다. 그러나 한국반도체는 회사를 설립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오일쇼크로 자금난에 빠지게 된다.
한편, 1969년에 전자산업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에 들 어가는 반도체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는 상황이었다. 전 자제품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이병철 회장의 설립 초기 마스터 플랜에 이미 담겨 있었지만, 반도체를 내재화할 역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초대 사장이었던 강진구 사장의 회고록에 의하면, 한국반도체의 절반을 소유한 외국인 파트너가 지분 정리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강진구 사장이 신속하게 이병철 회장의 승인을 얻 어 인수를 추진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3년 뒤에 나머지 지분까지 인수함으로써 한국반도체는 완전한 삼성그룹 소유가 되었다. 
- 1979년 당시 독립기업이었던 삼성반도체는 한국반도체 시절부터 해오던 전자시계용 칩 사업과 삼성전자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칩 개발 및 사업화를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업성과가 부진해 서 재무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전자시계 칩의 사업경쟁력도 뒤지고 있었고 삼성전자 제품의 반도체 내재화도 빠르게 추진할 수 없었기 때 문에 위기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로 편입되었고, 삼성전자 TV사업부 출신 김광호 사업부장이 수장으로 부임했다. 김광호 사업부장은 부임 이후 회사의 많은 부분을 혁 명적으로 바꾸었다. 수원의 삼성전자처럼 모두 회색 근무복을 착 용하게 했고, 결과 중심의 신속한 업무 보고를 요구하는 등 빠르고 강인한 기업문화를 추구하였다. 기업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경쟁 력이 취약한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반도체 시절부터 형성된 여유 있는 기업문화와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간부와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떠났다. 김광호 사업부장이 조회시간에 이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한 명, 두 명 따로따로 사표를 써오지 말고 나갈 사람은 빨리 나가 달라"라고 이야기하던 기억이 난다.
- 그러나 부임 초기의 어수선한 시기를 지나자, 회사는 점차 근성 있고 빠른 실행력을 갖춘 조직으로 변모해갔다. 김광호 사업부장 의 강력한 추진력과 '이유 있는 실패를 용인하는 통 큰 리더십도 조직의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회사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사 원들의 기숙사, 식당을 세심하게 챙기고 개선했다. "낭비는 철저 히 제거하되 쓸 돈은 아끼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하곤 했다. 삼성 반도체 특유의 현장 중시, 실행력 중시의 강인한 조직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매일 대하지 못하는 한참 위의 상사였지만, 나는 그의 현장 중시 리더십에 공감했다.
- VLSI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관한 본격적인 준비는 1981년 가을에 부천에 반도체연구소를 설립하고 해외 기업들에 인력을 파견해 기술도 입을 타진한 일이 그 시작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82년에는 통 신과 반도체를 결합한 삼성반도체통신(주)을 출범시켰다. 당시 전자교 환기 사업 등에서 안정적 이익을 창출하던 통신사업과의 합병을 통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의 본격적 추진에 앞서 든든한 재무 적 디딤돌을 마련한 것이다.
사업진출 선언 6개월 뒤인 1983년 9월에 기흥사업장 건설이 시 작되었을 만큼 그룹 차원의 사전준비가 많이 되어있었고, 정부 당 국도 인허가, 전기와 용수 공급 등 특별한 지원을 해주었다. 반도 체 공장 건설 공기를 1년이나 줄여 사상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이 듬해 3월에 건설을 완료하기까지 철야 돌관공사(事) 등 비상한 노력이 있었다.
이와 함께 미국 마이크론으로부터 64K D램, 일본 샤프로부터 16K S램 기술을 도입하여 기흥공장 1라인을 가동하였고, 자체기 술 확보를 위해 사전 구상대로 재미 공학자들을 영입하여 기흥 반 도체연구소와 미국 메모리연구소에 배치하는 등 치밀하게 수립된 계획을 발 빠르게 추진했다.
삼성반도체인들의 정신무장을 위해 '반도체인의 신조"를 제정 하고 64km 행군을 시행하는 한편, 삼성그룹 내 최고 대우를 해주 겠다고 약속하는 등 선진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오랜 기간 험난한 추격의 길을 가야 하는 엔지니어들의 각오를 가다듬었다. 사업의 성패를 가를 큰 결정이 사업도전 선언 1년 이내에 모두 내려지고 추진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당시 미국 메모리연구소는 삼성이 영입한 재미 공학자인 이상준, 이일복 박사 주도하에 현지 메모리 기술자들을 고용해 256K D램, 64K S램 등을 개발하고 있었다. 인텔과 TI 같은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 들이 메모리보다 유망한 CPU(Central Processing Unit), DSP(Digital Signal Processor) 등 프로세서 사업에 집중하면서, 메모리 주도권이 일본 기업 들에 넘어가던 시기였다. 그 덕분에 실리콘밸리에서 실력 있는 메모리 기술자를 고용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30여 명의 현지 채용 엔지니어가 256K D램, 64K S램 등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공정을 개발하는 팹(Fab)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 반도체 신화의 창작자이자 주인공이었던 이병철 회장이 1987년 11월 타계했다. 한국의 민주화가 6.10 항쟁으로 결실을 맺고 민주적인 선거에 의한 대통령이 탄생하기 한 달 전이었다.
삼성반도체가 1987년 당시 D램 가격하락으로 기존 1, 2라인조 차 제대로 돌릴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이병철 회장 이 3라인 착공을 지시했던 일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이병철 회장이 '미·일 반도체 분쟁으로 삼성에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는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찾아온 1988년의 D램 호황 덕 분에 삼성은 누적적자를 모두 회복하고 D램 사업에 자신감을 얻 었다. 그가 반도체를 위해 남긴 마지막 '신의 한수'였던 셈이다. 
- 김광호 반도체 총괄이 진두지휘하던 1988~1993년에 삼성반도 체는 기술추격을 완성하고 메모리 사업에서 선두권으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의 하이라이트를 정리해본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
회사의 중심사업이었던 D램 부문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D램의 셀(Cell) 기술이 3차원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조기에 스택(Stack) 공법으로 방향을 잡아서 성공적으로 4M, 16M D램의 기술추격 속도를 높여 나갈 수 있었다. 1992년에는 64M 시제품을 확보하여 차세대 제품개발에서 선진기업을 따라잡았다. 이 64M 시제품에서의 기술격차 해소는 공정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유명한 '수요공정회의' 가 큰 역할을 했다.
'수요공정회의'는 매주 수요일마다 공정 인력들이 참석하여 진 행한 회의로, 이윤우 연구소장이 매번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엔지 니어들의 압박감이 무척 높았다. 그러나 그러한 압박감이 포토, 에 칭 등 단위공정 엔지니어들에게 강력한 모티브로 작용했다.
삼성반도체는 당시 D램 불황으로 투자를 머뭇거리던 경쟁사들과 달리 제조 라인을 공격적으로 건설하여 1992년에 D램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이듬해에는 메모리 전체 시장점유율에 서도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업계 최초 8인치로 건설된 5라인의 가 동이 시장점유율 1위 달성에 크게 기여했다. Non-D램 사업도 이 시기에 주목할 만한 매출성장을 이루어 메모리반도체 1위 달성에 기여했다.
비록 5대 일본 메모리 기업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미세한 차이로 시장점유율 1위에 등극한 것이지만, 모두에게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큰 이정표였다. 여전히 질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었으나, 삼성반도체가 메모리 업계의 선두그룹으로 부상한 시기였다. 그리고 이 시기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이 시작되어 새로운 성장의 씨앗이 뿌려졌다.
- 김광호 CEO의 후임으로 이윤우 연구소장이 반도체 총괄로 선임 되었다. 1994년 초 이윤우 반도체 총괄은 기존의 메모리 1, 2 담당을 통 합하여 메모리본부를 출범시키고 진대제 박사를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기존의 D램과 Non-D램 메모리 개발과 사업화 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메모리 사업의 중심조직이 탄생했다. 나머지 조직은 특별한 변화 없이 반도체연구소가 차세대 기술개발, 기흥공장이 제조, 마케팅 부문이 영업을 담당했다.
메모리본부의 출범은 제품개발 조직이 사업의 경쟁력을 책임지 는 중심조직으로 진화하는 시작점이었다. 단순한 기술개발 목표 보다는 사업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개발 활동을 본부 내에 서 기획하고 목표를 수립하도록 했다. 메모리본부는 그 산하에 메 모리 설계 부문, 공정기술 부문, 제품기술 부문을 두었는데, D램과 Non-D램으로 이원화된 체제 아래에 나뉘어 있던 기술인력을 부 문별로 통합함으로써, 두 부문 중 앞선 기술을 메모리 분야 전체에 전파할 수 있게 되었다. 인력 운용의 풀을 넓혀 유연하게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포석이기도 했다.
- 1996년 초부터 시작된 D램 가격폭락으로 삼성전자의 경영이 급 격하게 악화되었고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전사 CEO 교 체가 있었다. IMF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1년여 전이었다. 삼성그룹은 이 같은 메모리반도체 사업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려 했나?
삼성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사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반도 체 사업을 확장하고 안정시키려 했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성공 경험 을 시스템반도체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은 이건희 회장이 오랫동안 품어온 희망이었다. 이를 위해 1997년 초 진대제 메모리본부장을 사장으 로 승진시켜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게 했다. 이와 함께 메모리 부 문에서 활동하던 권오현 박사 등 다수의 핵심 임원들이 시스템LSI 사업부로 이동했다.
- 폭락 전 D램의 제조원가는 판매가격의 50% 수준이었고, 그 제조 원가의 30% 정도가 재료비 등 변동성 경비였다. 칩 슈링크 경쟁과 제품 다양화, 이 두 가지 생존 경쟁에서 뒤처진 기업들은 제품의 판매로 변동 성 경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공 장을 멈춰 세웠다. 공장이 멈추면 적자가 누적되고 생산시설이 노후화 되며 고객기반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이 1998년까지 3년간 계속 이어지 자 파산에 이르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파산까지 가지 않은 경우에도 사 업을 계속하지 못할 정도로 큰 손실을 입었다. 그 결과, 이후 수년에 걸쳐 D램 업계의 재편이 일어났다.
대공황 이전까지 D램 산업을 주도하던 일본 기업들의 적자 규 모가 매우 컸고, 그 결과 일본의 5대 반도체 기업들이 하나둘 D램 공장의 가동을 멈추었다. 결국, 일본의 D램 기업들은 이후 수년에 걸쳐 NEC가 중심이 되는 엘피다메모리로 통합되거나 D램 사업 에서 철수하는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한국에서도 현대전자와 LG 반도체가 하이닉스반도체로 통합되었다. 그밖에 독일의 인피니언, 미국의 마이크론이 살아남았다. 그야말로 D램 업계의 대 재편이 일어난 것이다.
- 유일하게 삼성만 이 대공황을 별다른 손실 없이 극복했다. 대공 황이 이어진 1996~1998년 삼성의 메모리 사업은 미미하긴 했지만 흑자 를 기록했다. 그 결과,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고 도산 위기에 몰린 경쟁기 업들과 커다란 격차가 만들어졌다. 원가경쟁력에서 앞서 있었고, 그 위 에 다양한 제품과 탄탄한 고객기반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하락 이 덜한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생산 라인을 완전가동할 수 있었다. 고객 관계를 고려해 가격이 폭락한 PC용 D램도 생산했지만, 그 비중을 20% 이하로 유지할 수 있었다.
- 당시 일본은 자동차, 소재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 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공계 인재들이 여러 산업으로 분산되어 반 도체 분야 인재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 공급된 인재들도 다시 5개 대기업으로 분산되었기 때문에 어느 기업도 충분한 인적자원을 보유하 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 일본 기업들과 기술교류를 하면서 삼성의 인 적자원이 질과 양에서 일본 기업들을 큰 차이로 뛰어넘었다고 느꼈다. 차세대 기술개발과 생산성에서도 차이가 있었지만, 특히 고객과의 접점 인 제품개발과 사업화 역량에서 격차가 크다고 느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대공황 시기의 제품 다양화, 차별화가 크게 작용했고, 이로 인해 일본 메모리 기업들의 쇠퇴가 크게 앞당겨졌다고 생각한다.
- 더 근원적인 이유는 한국이 신흥공업국으로 탈바꿈하는 시기에 반도체 산업이 탄생하고 성장했다는 점이다. 지켜야 할 기존 산업 이 없는 신흥공업국에서는 신산업 분야에서 우수 엔지니어의 확보 가 상대적으로 쉽고, 그들은 더 헝그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메모리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기에 10여 년 먼저 시작한 일본 기업들이 기술을 축적하고 이 산업을 방어할 기간이 절대적으로 짧았다. 그런 데다 고객인 미국 기업들이 공급 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를 원했다. 1980년대 미국의 일본 기업 반덤핑 제소가 진입 초기에 휘청이던 한국 기업들이 다시 힘을 얻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 후에도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은 그들의 요구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한국 기업들에게 '잘 만들기만 하면 이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었다.
- 사업부장 취임 후 1년여에 걸친 고심과 시행착오 끝에 새로운 시 스템반도체 사업 비전과 전략을 수립했다. 철저하게 '성공 가능성에 초 점을 맞추어 사업 분야를 선택했고, 집중적으로 육성해 글로벌 일류사 업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당시 사업 분야 선택기준은 두 가지였다.
1. 성장하는 글로벌 대형시장이 예상되는가?
2.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사업환경이며 인력확보가 가능한가?
- 선택된 사업 분야는 시스템 칩 영역에서 디지털TV, 모바일 CPU, 휴대폰 모뎀, 미디어 플레이어, 액세스 포인트(Access Point) 등 5개 분야였고, 주변 LSI 영역에서는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이미 지 센서, 칩 카드, RF 등 4개 분야였다. 그리고 파운드리가 직할 사 업으로 선택되었다. 사업부가 영위하던 30여 개 사업 중 10개사 업이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이다.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마이콤, 아 날로그 제품군은 인력 재배치, 분사 등으로 정리하였다. 
- 삼성은 1969년에 삼성전자를 창립하여 TV 수출사업으로 전자 사업을 시작했다. 1974년 말에는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사업에 입문하였고, 1980년에 한국전자통신을 인수해 통신사업에도 참여했다. 삼성의 전자사업 입문은 반도체와 컴퓨터의 발명으로 정보산업이 싹트기 시작한 지 20여 년 지난 시점이었지만, 다행히 이 시점은 PC가 등장 하여 정보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10여 년 전이었다. 삼성이 전자 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에 PC가 일으킨 정보산업의 폭발 적 성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리해보면, 1983년에 VLSI 메모리반도체 사업도전을 선언한 것이 반도체 사업의 본격적인 시 작점이다. PC가 가져온 D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참여하기 위 해, 당시 한국의 산업 발전을 몇 단계 뛰어넘는 과감한 결단을 내 린 것이다. D램을 발명하고 키워온 것은 미국이었지만, 그 무렵 미 국이 급성장하던 CPU에 집중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D램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었다. 삼성은 이 산업에 10년여 늦은 후발주자로 참여했으나, 17년 뒤에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완전한 싱글 톱으로 도약했다. 첨단산업에서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추월하는,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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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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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말해요

경영 2023. 3. 9. 19:48

- 에릭 콜슨의 글이 알려주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빅데이터를 배우거나 인공지능을 배우거나 컴퓨팅 기술을 배우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는 겁니 다. 컴퓨터가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안을 제시하면, 그 안을 가지고 인간만이 가진 정보를 더해서 의사결정을 하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감이나 경험, 연륜이나 노하우를 무시하자는 것도 아니고, 빅데이 터와 인공지능이 제시한 결과를 쓰지 말자는 것도 아닙니다. 둘을 합치는 것입니다. 사람의 감과 경험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경쟁상대가 아니라 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통 직장인에게 남은 것은 알맞은 데이터를 선정해서 컴퓨터에 넘겨주고, 컴퓨터가 제공하는 여러 안 중에서 쓸모 있는 사실을 찾아내고 감과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르게 판단한 후, 실제로 실현 가능하고 최선인 주장을 내세우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의 보고이자 의사결정입니다.

-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입니다. 사실을 보여주는 척하면서 어떤 것을 빼 거나 더하고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조작이 아닌 사실, 거짓이 없는 진실인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사 실과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요? 4가지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기간을 다양하게 비교합니다. 특정 기간만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면 전년은 어땠는지, 전 달은 어땠는지 같이 보고 비교해야 합니다.
둘째, 시계열 해상도를 바꿉니다. 월 단위로만 봤다면 분기로 반기나 연으 로 보거나, 주별, 일별, 또는 시간대별로 보면 됩니다.
셋째, 항목을 비교합니다. A 제품 매출이 이례적으로 증가했다고 하기 전 에 A 제품과 유사한 B 제품, 또는 다른 모든 제품의 평균이나 합과 비교해 보는 겁니다.
넷째, 구성을 비교합니다. 매출액이 이례적으로 증가했다면 매출원가나 판관비 등 구성요소를 확인합니다. 원가가 올라 매출액이 늘었는지, 아니 면 많이 팔려서 매출액이 늘었는지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 상황을 판단하려면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때 도움이 될 만한 4가지 시나리오를 얘기하겠습니다.
첫째, 블랙 스완(Black Swan)입니다. 검은 백조? 이상합니다. 백조는 원 래 깃털이 흰색인데 검은색 백조라니요? 블랙 스완은 일어날 것 같지 않 은데 일단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입니다. 오일 파동이나 코로 나 사태 같은 것을 일컫습니다. 거의 일어나지 않는데, 어쩌다 한 번 일어 나면 다들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는 일을 말합니다. 요즘은 이 정도까지 시 나리오를 생각해야 합니다.
둘째, 화이트 스완(White Swan)입니다. 그냥 백조입니다. 이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위기지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사건입니다. 사 실 이런 것이 많습니다. 경쟁사가 나타나거나 경쟁사가 강력한 할인 이벤 트를 펼치는 것 같은 일은 얼마든지 예상 가능합니다. 이런 일에는 미리 대응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셋째, 그레이 스완(Gray Swan)입니다. 이것은 흰색과 검은색이 약간 섞여 있습니다. 화이트 스완처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해결책을 몰라서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그레이 스완입니다.
넷째, 회색 코뿔소(Gray Rhino)입니다. 이것은 반복되는 위기임에도 안이 하게 대응하거나 간과하는 위험을 말합니다. 회색 코뿔소는 우리 주변에 다 있습니다. 회색 코뿔소가 쳐다보고 있는데, 다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겁니다. 모르는 척하는 겁니다. 데이터는 항상 반복되는 위기를 알려주고 미래를 예측해 주지만 무시하고 안 봅니다. 그게 바로 회색 코뿔소입니다.

- 여기서 원인과 이유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5whys는 핵심 원인을 찾는 방법인데, 원인을 찾을 때 이유도 같이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원인과 이유는 뭐가 다른 걸까요?
제가 콜록콜록 기침한다고 해봅시다. 아마 감기에 걸린 모양입니다. 그럼 제가 감기에 걸린 원인은 무엇일까요? 병원에 가면 의사가 바이러스 때문 이라고 할 겁니다. A형 독감 바이러스나 B형 독감 바이러스, 또는 코로나 바이러스 등에 걸렸다고 할 겁니다. 이것이 원인입니다.
그런데 제가 감기에 걸린 이유는 뭘까요? 원인이 아니라 이유 말입니다. 아마도 제가 추운데 밖에서 돌아다녀서 감기에 걸렸을 수도 있고, 또는 손 을 잘 안 씻은 이유도 있을 겁니다. 아마 제 행동 때문일 겁니다.
원인과 이유의 차이를 눈치채셨나요? 그렇습니다. 원인은 사물이나 현상 에 사용하고, 이유는 사람에게 사용합니다. 그래서 핵심 원인을 찾을 때는 반드시 핵심 이유도 찾아야 합니다.

- 대시보드를 만들 때는 명확한 설계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대시보드를 사용하는 목적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동 차 대시보드에 자동차 운전과 관련 없는 것이 잔뜩 있으면 어떨까요? 예 를 들어 뒷좌석 시트의 오염도나 조수석 시트의 위치 같은 것 말입니다. 트렁크 잠금 여부 같은 거나 현재 바퀴 색깔 같은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운전과 전혀 관계없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당장 불필요한 것 까지 잔뜩 대시보드에 있으면 대시보드 자체가 그냥 로 데이터가 되어 버릴 겁니다. 대시보드는 그 지표가 왜 필요한지, 그 목적이 원래 대시보드의 목적에 맞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대시보드의 지표는 분석 대상이 아닙니다. 대시보드의 지표는 보는 즉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행을 하면 지금 속도 를 바로 알아야 합니다. 현재 바퀴의 회전 속도, 바퀴의 지름, 그리고 시계 를 같이 보여주고 속도를 계산하라고 하면 안 됩니다.
셋째, 지표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고 중요한 것은 크게 보여야 합니다. 자 동차 대시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그래서 속도를 가장 크 게 보여줍니다. 내연기관에서는 엔진 회전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기 차는 엔진 회전수보다 현재 전력으로 몇 킬로미터를 더 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엔진 회전수 자리에 배터리 상황과 남은 주행 가능 거 리를 보여줍니다.
넷째, 지표에는 기준과 수준을 포함해야 합니다. 기준은 지표가 되는 값 중 일정한 값에 의미를 두는 겁니다. 예를 들어 시속 200킬로미터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할 때는 시속 200킬로미터가 기준이 됩니다. 최고 속도가 100킬로미터인 고속도로에서 단속 카메라가 있을 때 내비게이션이 속도를 줄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입니다. 수준은 기준을 초과하거나 미달한 정도를 말합니다. 시속 200킬로미터를 넘어서 운행해도 201킬로미터와 250킬로미터는 다릅니다. 둘 다 위험하 기는 하지만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 위험합니다. 이때 기준은 이미 초과했 고 여기서 수준 차이가 나는 겁니다. 기름이 모자라서 앞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대략 30~50킬로미터쯤 되면 계기판에 기름이 모자란다며 주유 경 고등이 켜집니다. 주유 경고등은 기준을 표현한 것이고, 남은 주행 거리는 수준을 표시하는 겁니다.
다섯째, 디자인 요소는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위험할 때는 빨간색, 안 전할 때는 파란색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속도가 초과되어 운행에 위험을 알릴 때는 파란색이었는데, 기름이 떨어져서 중간에 차가 멈출 수 있을 때 도 파란색 주유기를 보여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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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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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많은 기업이 '사원이 바라는 것'을 파악해 제공하기보다는 단지 '회사가 줄 수 있는 것' 내지 '회사 가 주기에 편하고 유리한 것' 위주로 시혜를 베풀려 합 니다. 임직원은 워라밸을 바라는데도 정작 도입하는 복 지 혜택은 석식 제공이라든가, 월급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에 복지포인트 추가 지급을 협상 카드로 내미는 식이죠. 하지만 누구인들 바라지도 않는 혜택을 생색내며 던져주는 직장에 굳이 충성하며 머무르고 싶을까요. 그러니 인재는 인재대로 정나미를 떼며 떠나고, 회사는 회사대로 섭섭해하는 것이죠.
요점은 선발을 마친 인재라 한들 온전히 회사 것은 아니며, 안정적인 조직 관리를 위해선 항상 임직원과 소통하며 니즈를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그저 내 가 주기에 편하거나 유리한 것만을 골라 제공하면서 상대가 늘 감사하며 만족하길 바라서도 곤란하고요.
- 유머 있는 리더가 성공한다지만, 엄밀히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도 유머 없이 성공했던 리더가 훨씬 많았 습니다. 리더십에는 왕도가 없으며, 설령 왕도가 있다 고 가정하더라도 그 왕도가 '유머'가 아닌 것만큼은 분 명합니다. 시대 풍조가 어떻건, 본인이 재미없는 리더 라는 사실에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까진 없다는 것이죠. 솔직히 리더십에 유머가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나 절대적이라면, 기업에선 차라리 광대를 데려오고 말 지 뭐하러 여러분을 뽑았겠습니까.-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로버트 서 튼은 저서인 《굿 보스 배드 보스》에서 좋은 보스는 괴 로운 사태가 발생했을 때 상황을 숨기지 않으며, 또한 능력이 닿는 선에서 앞날을 정직하게 예측해주고자 노 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것이 꼭 밝고도 희망으로 가 득 찬 미래가 아닐지라도 말이죠. 이래저래 미래에 대 한 의문이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만 팔로워들이 동요 에 빠지거나 정보를 찾으려 힘쓰는 대신, 본인의 업무 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거나, 정보를 은폐하는 보스는 조직에 해를 입힌다고 서튼 교수는 설명했 습니다. 투명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믿음이 없으 면 구성원들은 늘 불안하며, 이로 인해 만성화되는 스 트레스가 조직원의 생산성을 현저히 갉아먹기 때문입 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미국 학술지인 <퍼스넬 사이 콜로지 Personnel Psychology>에 발표된 〈Procedural Injustice, Victim Precipitation, and Abusive Supervision(절차상의 부당함, 피해자 유발 그리고 비인격적인 감독)> 논문에 따르면, 리더의 비인격적인 행동으로 인해 미국 내 직장인이 경험하는 스트레스나 질병을 돈으로 환산하면 약 230 억 달러(약 27조6,00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즉 언젠가 터질 사고를 '폭탄 돌리기'로 남에게 확실 히 돌릴 수 있다면 모를까, 조직을 오래도록 이끌 리더 라면 진정성에 기반한 투명한 소통이 장기적인 리더십과 생산성 유지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죠.
-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인생부터가 실패와 실수를 뚝심으로 버티 다 커다란 성공 하나를 일군 리더의 여정 그 자체였죠. 넷플릭스는 오늘도 실패할 것이 뻔한 개똥 같은 작품 을 하나 더 만들 것입니다. 그러한 졸작의 향연 없이는 명작 또한 세상 빛을 볼 가망이 요원하다는 사실을 넷플릭스의 리더들은 이미 알았습니다. 이제는 여러분 차례입니다.
- '도시바가 하면 안 될 게 무어냐'라는 망상에 빠진 경 영진은 각 사업 부문에 실현 불가능한 수준의 목표를 제시했지만, 충심이 깊고 열정적인 실무진들은 불합리 한 명령에 반기를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각종 편법과 장부 조작 기술을 동원해 윗선의 입맛에 맞는 결과물 을 만들어 바쳤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3일 만에 수익을 12억 엔 규모로 개선하 라'는 기괴한 지시마저도 도시바에선 아무런 흠결이나 하자없이 기한 내에 충실히 이행될 수 있었습니다. 적 어도 서류상으론 말이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 부문장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비용 계상을 미루거나 이익을 과다 계상하는 등의 온갖 회계 부정을 수시로 자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위대했던 도시바를 망친 주역은 조직을 미워하거나 기만한 배반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속한 집단 에 자부심을 느끼며 상사의 지시를 성심껏 따랐던 이들이야말로 회사의 뿌리를 갉아먹는 근원이었던 것이 었습니다.
-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군 장성 조지 패튼은 이러한 말을 남긴 바가 있습니다. "전쟁은 네가 나라를 위해 죽으라고 벌이는 짓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편의 등신새끼는 조국을 위해 죽도록 만들어라 The object of war is not to die for your country. But to make the other bastard die for his." 충성심에 경도돼 윗선의 요구를 무작정 따르며 기량과 목숨을 가벼이 던지는 것은 사실상 적을 돕는 행위나 진배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죠.
그렇기에 어느 집단에서건 리더는 '맹목적인 충성과 복종'을 오히려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은 구성 원이 잘못된 판단마저 의문과 비판 없이 따르는 풍토 가 퍽이나 편리하고 흐뭇할지라도, 길게 보자면 조직이 위험을 미연에 감지하며 피할 방도를 스스로 거세해 두는 꼴이 될 테니 말이죠. '아랫것들의 반박과 거절에 당장은 심기가 불편하더라도, 모두가 오래도록 번영할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것이 역시 장기적으론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 결국 일하는 패턴이나 방식을 능히 익히도록 유도해 주지 못한다면 새로 오는 인적자원 상당수는 연착륙에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것이죠. 저만 하더라도 선배가 걱 정을 내비치기에 앞서 제대로 가르친 바도 없는 직무 지식을 부족하다 힐난했다면, 자괴감과 미래에 대한 불 안이 무거워 조직 잔류를 장담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입사 교육과정에서 접했던 사시가 그 얼 마나 가슴에 절절히 와닿았건 말이죠.
그렇기에 인재를 단단히 붙들 수 있는 효과적인 온보딩 준비를 위해서는 실무 노하우 전수나 직무 프로 세스 안내 등 '실전적 지식' 전수에도 소홀함이 없는지 를 살펴야만 하겠습니다. 직장 일이란 원래 맨몸으로 무작정 부딪히고선 하릴없이 부서지고 깨져봐야만 깊이 배우게 되는 것이라 주장하는 분도 계십니다만. 영문도 모르고 박살이 날 바에야 조직을 떠나겠다는 인재가 대다수인 요즘 세태도 어느 정도는 감안해줄 필요는 있지 않겠습니까.
-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해로운 일 하나를 제거하는 것만 못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일 하나를 없애는 것만 못합니다."
몽골 제국의 관료였던 야율초재耶律楚의 실제 능력 이나 공적에 대해 이견이 많긴 합니다만. 그가 오고타 이 칸에게 했던 이 진언만큼은 대체로 조직 관리와 운 영의 요체를 바로 꿰뚫었다 인정해주는 편입니다. 물론 야율초재가 정말로 이러한 발언을 했다는 근거조차 빈 약하긴 하지만, 화자를 떠나 말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꽤 일리 있는 견해라는 것이 중론이죠.
- 뭐라도 해보겠다 며 평지풍파를 끊임없이 일으키는 '파이팅 있는' 임원 이나 중간관리자가 보기엔 기특하고 갸륵할 수도 있겠 습니다만, 실상은 '예쁜 쓰레기'를 만드는 데에 조직의 역량과 잠재력을 소진하는, 오히려 한시라도 빨리 제거해야 마땅한 폐급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선 야율초재의 격언을 HR의 관점으로 해석해 기민하고 영특한 인재를 하나 더 뽑는 것이, 감투를 잘못 쓴 인물 하나를 속히 정리하느니만 못하다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 만일 여러분이 낯선 분야를 이끄는 리더 자리를 부득이하게 맡는다면, 혹은 어쩌다 보니 그러한 상황에 이미 놓여 있다면, 업무에 있어 납득이 가지 않는 구석 을 당장 고치고픈 '충동'을 참아야 합니다. 특히 그 부 분을 경험 풍부한 실무자가 설계해뒀고, 담당자가 그렇 게 꾸려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낸다면, 더더욱이나 섣 불리 건드려선 안 됩니다.
심지어 새로 맡은 분야가 설령 이제까지 쌓아온 경험과 닿는 맥락이 있는 유사 직역이라 해도, 지식과 경험이 충분히 쌓이기 전까진 한동안 자중할 필요가 있 겠습니다. 한식 요리를 오래 해온 분이 양식을 공부할 때 여러 부분을 건너뛸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새로이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중식에 통달한 사람이 한식과 일식에도 닮은 데가 있 다며 무작정 나서면 과연 널리 인정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 연구진은 게임을 하는 동안 한 그룹엔 '영리하다'며 지능에 주목하는 칭찬을 했고, 다른 그룹엔 '잘했 다'며 행동을 평가하는 칭찬을 했습니다.
아이들을 한창 북돋우며 놀던 중, 연구진은 "게임을 계속하되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커닝은 하지 마라”는 약속을 하고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이들은 대신 사 전에 몰래 숨겨둔 카메라를 활용해 어른이 없는 동안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했습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남겨진 아이들은 칭찬받고 싶은 욕심에 정답을 몰래 들춰보는, '부정직한 행 위'를 감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영리하다'는 칭찬을 받은 그룹 쪽이 '잘했다'는 칭찬을 받았던 그룹 보다 커닝을 하는 빈도가 더 높았습니다. 그러한 결과 는 3세와 5세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팀은 같은 해에 맥락이 비슷한 연구를 하나 더 발표했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과학 저널인 <발달 과학 Developmental Science>을 통해 공개했는데요. 연구진은 일부 아이들에게만 “네가 영리하다는 평판이 있다”라 고 말한 뒤 행동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그 결과,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부 정행위를 더 쉽게 저지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관측 됐습니다.
리 교수는 "칭찬은 생각보다 복잡한 것이다"라고 말 하며 영리하다'거나 '네가 정말 똑똑하다고 들었어' 등의 칭찬은 아이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으로 다가오며, 결국엔 부정행위마저 불사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고 설명했습니다.
-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속설이 도는 각성제인 만큼 칭찬이란 것은 지위고하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강력 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향정신성 작용제가 대개 그렇 듯 수반하는 부작용 또한 무시 못 할 정도로 험악한 수 준입니다. 앞선 토론토대학 연구에서 시사하듯, 칭찬에 과하게 홀린 사람은 결국엔 인의예지의 도를 깨는 부 정을 저지를 개연이 있거든요. 보다 많은 치하를 갈구 해서든, 기대에 넉넉히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에 짓눌려 서든 그 어느 쪽으로건 말이죠.
-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지식과 기술을 얻으며 '융합형 인재'가 되는 성장 궤적은 아무나 밟을 수 있는 루트도 아니며, 시도하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 기본적으로 기능의 육성에 있어 학습자의 적성이나 잠재력 등을 무시하면 그 진행이 순조로울 턱이 없습 니다. 하다못해 게임으로 치더라도 그것은 부연이 필요 없는 상식 중의 기본 상식입니다. 실제로 정교한 맛이 도통 모자란 게임마저도 어지간하면 적성에 맞지 않는 능력치나 스킬은 습득이 굉장히 어렵거나 억지로 배운 들 제 효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설계해두는 것이 보통 입니다. 이를 간과하고 아무 기술이나 찍다 보면 종국엔 외려 어느 방면에서도 내세우기 애매한 망한 캐릭터, 이른바 '망캐가 튀어나오기 일쑤죠.
-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보여야지, 리더가 팔로워에게 결정의 근거를 설명하라는 것은 거꾸로 된 법도라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만. 사실 어느 집단이라도 리더에게 결정권을 부여하는 기저에 '당신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전제를 깔진 않습니다. 표면적으론 리더 뜻대로 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매사에 옳은 결정을 내리길 바라며, 자네는 그럴 역량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에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죠. 즉 따르는 사람들 입장에서 당위를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을, 리더가 그저 '결정권자는 나니 내 뜻대로만 따라와라'며 밀어 붙일 명분도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네 직장 일선에선 '까라면 까'를 읊으 며 주장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리더가 아직도 흔 히 보입니다. 지난 2017년 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 한 <국내 기업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 해법>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상장사 직장인 1,000명은 한국의 회의문화를 점수로 평가하며 회의 효율성엔 100점 만 점에 38점, 소통 수준엔 44점만을 부여했습니다. 또한 '회의 시 상하 소통은 잘 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고 답한 비율은 26%에 그쳤습니다.
- 중국 작가 뤄궈룽이 전 세계 CEO의 경영 관련 명언 을 정리해 쓴 서적인 《경영의 지혜》엔 이런 말이 나옵니다. "기업 경영자는 자기 시간 중 70%를 소통을 위해 쓰며, 기업의 문제 중 70%는 소통 장애에서 야기된다." 리더가 본인이 내린 결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소통하는 것은 결정권자의 주요한 업무인 동시에,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써 결코 가욋일이 될 수 없습니다. 설명하십시오. 설득하십시오. 팔로워의 이해와 동조를 자연스레 유도하는 당위의 힘을 절대 가벼이 보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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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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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초에는 왜 주주행동주의가 그렇게 드물었을까? 첫째, 상장기업의 지분이 대개 설립자, 설립자 가족, 자본가 등 극소수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부 주주들은 회사에 영향을 미치기가 어려웠다. 둘째, 상장기업들은 재무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아서, 투자자들이 회사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웠다. 노던파이프라인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을 아는 주주는 아무도 없었으며, 23% 지분을 보 유한 록펠러재단이 실질적으로 회사를 지배하고 있었다. 게다가 월스트리트 는 주제넘게 나서는 주주들을 강도 취급했다.
이런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주도한 혁신적인 증권분 석은 1934년 증권거래법의 공시 조항 덕분에 힘을 얻게 되었다. 상장기업들 의 소유권이 빠른 속도로 분산되면서, 기업 감독의 성격도 대폭 바뀌었다. 그래도 관례라는 게 있지 않을까? 돈 문제가 걸리면 관례는 가차 없이 밀려나고 만다. 가장 먼저 대규모 철도 회사들이 상세한 재무 정보를 주주들에게 널리 공시했다. 19세기 말까지도 철도 회사들은 경영권을 차지하려고 거친 싸움을 벌였다. 이리철도 위임장 대결이 그랬고, 코닐리어스 밴더빌트가 뉴욕센트럴 철도를 인수한 것이 그랬다.'
- 일각에서는 벤저민 그레이엄을 헤지펀드와 주주행동주의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로 간주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친 과소평가다. 그레이엄은 헤지펀드를 개척한 인물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헤지펀드를 창시했다고 알려진 A.W. 존스 Jones보다 10여 년 앞서 투자조합을 결성해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면 서 성과보수를 받았다.' 그레이엄은 투자 전략으로 주주행동주의를 자주 사 용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처음으로 경영에 개입한 기업이 노던파 이프라인이다. 노던파이프라인으로부터 현금을 분배받는 것은 절대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만, 그는 주주가 기업으로부터 잉여현금을 돌려받은 전형적인 사례를 만들어 냈다. 이는 주주행동주의의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
- 노던파이프라인 경영진의 잘못은 주주를 무시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들어 가는 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상장기업이 존재하는 목적은 법의 테두리 안에 서 주주들을 위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즉, 경영진과 이사회는 회사 자산 을 최대한 활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러나 노던파이프라인 경영진 은 회사가 막대한 현금과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주들에게 숨겼 다. 잉여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지 않으려 했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막대한 유동자산을 숨김으로써 주식의 가치가 저평가되도록 한 것이다.
노던파이프라인은 회사 권력이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전형 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주주들은 무관심했고 이사회는 경영진에 지배당했다. 이사회 구성원 5명 중 3명이 CEO와 스탠더드오일 관련사의 임원들이었다." 미국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 James Madison은 《페더랄리스트 페이퍼(The Federalist Papers)》에서 "누구든 자신이 관여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관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노던파이프라인 경영진은 이사회를 지배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감시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 그레이엄의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의 자본 배분 개선에 초점을 두었다. 매우 타당한 방식이다. 사업 운영에 탁월한 경영진도 자본 배분에는 서툴 수가 있다. 기업가치 평가와 자본 배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투자자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도 있다. 기업의 경제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투자자들이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더 높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자본 배분의 대안으로는 자본 재투자. 자사주 매입, 배당 지급, 기업인수 및 투자를 들 수 있다. 이런 식의 주주 개입 은 상장기업의 구조에도 어울린다. 이사회는 경영진을 감시하고 자본 지출을 통제한다. 경영진은 사업을 운영하고 임직원들의 급여를 결정하며 주주들의 질 문에 답한다. 그러나 그레이엄이 시작한 주주행동주의는 이제 자본 배분의 수 준을 훨씬 넘어서서, 경영진 임면과 경영권 획득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 《스노볼》에는 그레이엄이 버핏에게 돈에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대목 이 나온다. "꼭 기억해 두게. 자네나 나나 인생에서 돈은 중요하지 않다네. 우 리는 매일 함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일하면서 잘 지내고 있지 않은가?"43 회사에서 버핏이 애널리스트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자, 그레이엄은 핏을 댄스교습소에 등록시켜 주었고, 댄스를 배우는지 확인하려고 교습소까 지 따라가기도 했다.
그레이엄은 겨우 예순한 살에 은퇴하면서, 버핏에게 그레이엄뉴먼의 제너 럴파트너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 자리를 대신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 버핏은 영광으로 생각했지만, 자신의 영웅 그레이엄과 함께 일할 수 없다면 더는 뉴욕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레이엄이 은퇴하자, 버핏은 오마하로 돌아가 회사를 세웠다. 1956년 그레이엄은 회사를 청산하고 캘리포니아로 갔다.
- 미국이 점점 부유해지고 상장기업의 소유권이 분산됨에 따라, 곳곳에서 경 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그레이엄이 노던파이프라인을 상대로 벌인 위임장 대 결은 현재 기준으로 보면 온건한 수준이었다. "우리는 이사를 많이 선출하려 하지 않았다. 많은 이사를 선출하면 회사 운영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우리에 게는 그럴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그레이엄은 회고한다. 후대의 행동 주의 투자자들은 이런 식으로 절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레이엄의 캠페인은 게릴라식 기습 공격이었다. 1950년대까지는 이사회실이 일종의 작전실로 확대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 로스 페로는 GM과 전혀 맞지 않았다. 자동차 산업에 대해 알면 알 수록 페로가 보기에, 신기술에 집착하는 스미스는 핵심을 놓치고 있었다. GM이 로봇과 생산 자동화에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을 때 일본의 자동차 회 사들은 낡은 장비로 더 좋은 차를 만들어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다. GM은 직 원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회사 내에 팽배한 관료주 의가 GM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훗날 《포춘> 인터뷰에서 페로는 이렇게 말 한다. "저는 뱀을 보면 뱀을 죽입니다. 그것이 제 삶의 방식입니다. GM은 뱀 을 보면 먼저 뱀 컨설턴트를 고용했습니다. 그런 다음 뱀 위원회를 만들고 약 2년 동안 회의를 합니다. 그 결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날 공 산이 큽니다. 즉, 이런 식이죠. 뱀이 아무도 물지 않았으니 공장 바닥을 그냥 기어 다니게 놔둡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뱀을 제일 먼저 본 사람이 뱀을 잡아 죽이는 문화입니다.'
- 알프레드 슬론이 처음 경력을 쌓은 곳은 자동차 회사에 롤러 베어링을 납 품하는 뉴저지 주의 회사였다. 총괄 관리직까지 오른 그는 1916년 회사를 듀 랜트에게 팔게 된다. 듀랜트가 슬론에게 자동차부품 생산 부문 전체 경영을 곧바로 맡긴 것을 보면 그에게서 특별한 재능을 발견했던 것 같다. 그곳에서 슬론은 획기적인 조직 연구의 기반이 되는 원칙을 고안하게 된다.
GM의 전체 구조는 흡사 자동차 액세서리 부문의 모습과 같아서, 전국에 흩어진 다양한 회사들의 모임이었다. 슬론은 이 부문을 GM의 분권화 철학에 입각해 경영하고자 했다. 왜냐하면 자신은 점화장치나 라디에이터, 혹은 경 적기를 만드는 사업에 간섭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러나 재무를 통제하지 않고서는 실적이 바닥을 기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 문제는 GM 전체의 문제이기도 했다. 자본적 지출에 관해서는 아무도 최선의 것을 판단할 수 없었으므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 다. 각 부문 책임자들은 자신의 예산이 통과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서로서로 봐주는 형편이었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분권화였다고 슬론은 회고한다.'
슬론은 회계사는 아니었지만 자기가 경영하는 회사들의 실적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각 사업의 수익이 아니라 투자수익 률이었다. 투자된 자본이 어디서 가장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지를 알아야, 추 가로 자본을 투입하거나 개선할 사업을 구분할 수 있었다. 슬론은 훗날, "내 가 알고 있는 한, 사업상 판단에 도움이 되는 객관적인 도구로 투자수익률만 한 것이 없다"고 밝힌다.
슬론은 자기가 맡았던 사업 부문의 실적을 개선한 지혜를 바탕으로 GM의 미래를 그렸다. 무엇보다 각 사업 부문은 투자수익률에 근거해 합리적인 재 무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일단 재무관리가 정립되자, 중앙집중화를 도모해 '분권화의 철학과 본질을 보존하는 동시에 적절한 감독을 진행하며 불필요한 비효율성을 제거하고자 했다. 슬론은 분권화와 적절한 감독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그 원칙들은 본질상 서로 모순임을 알 고 있었다. 훗날, 슬론은 "모순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다”라고 《나의 GM 시절 (My Years with General Motors)》이라는 저서에서 이야기한다.
알프레드 슬론이 분권화를 신봉했던 것은 각 부문에 독립성과 경쟁력을 불어넣기 위함이었다. 그런데도 경영을 완벽하게 조절하는 시스템은 만들지 못 했다. 사실 슬론이 GM에서 이룬 가장 큰 업적들은 다분히 중앙집권적이다. 듀랜트가 GM을 떠나자마자 슬론이 제일 먼저 취한 조치 중 하나는 상품 전 략을 재정립한 것으로, 개별 브랜드를 가격별 시장으로 나눈 일이었다. "다양한 책임을 구분해 적절히 부여하는 명확하고 간편한 방법은 없다"고 훗날 그 는 이야기한다." 슬론은 자신의 경영 능력과 리더십에 의존했다. 반대 의견 과 열린 토론을 극성스러울 정도로 장려했다. 하향식 명령보다는 합의를 이 끌어 내는 것을 선호했고, 가급적이면 조직 내 가장 말단에까지 권한을 주려 고 했다. 슬론은 수많은 위원회와 정책그룹을 만들어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 을 개선하려 했으며, 그런 모든 조직에 빠짐없이 참여함으로써 제대로 된 결 과가 나오도록 했다.
슬론의 지휘 아래 GM은 세계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게 된다.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산업이라는 점과 포드라는 가공할 경쟁자를 감안했을 때 놀라운 성과였다. 1956년 슬론이 이사회에서 물러났을 때 GM은 미국 자동차시장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GM은 규모의 경제 덕에 낮은 원가가 가능했다. 누구나 아는 친숙한 브랜드 이름인 데다, 규모가 크고 부유한 자동차 딜러 네트워크에 힘입어 자동차 판매는 명백한 우위를 점했다. 알프레드 슬론의 승리는 완성돼 보였다.
- 1943년 서른셋의 정치학 교수였던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는 GM에 관해 2년 간의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GM의 부회장 도널드슨 브라운이 미래의 관 리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GM을 분석해 달라고 드러커를 초빙했다. 미국 내 대기업들의 성장에 매료된 드러커는 기업을 내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 를 마다하지 않았다.
1946년 드러커의 기업의 개념(Concept of the Corporation)>이 출간되면서 기업 경영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책은 불편할 정도로 GM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했다. 드러커는 하나의 기업이 이토록 다양한 제품을 성 공적으로 생산해 내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드러커의 연구가 진행될 때는 마침 GM이 전쟁 동원령에 참여할 때였다. 드러커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에 GM이, 특히 알프레드 슬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칭찬하며 공로가 과소평가되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기존의 업적에도, 드러커는 과연 GM이 이런 위대함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를 의심했다.
드러커는 GM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며 직원들에게 권한을 넘기려는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결정권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역사상 통치를 위해 만들어진 모든 위원회를 위협했던 문제, 즉 조직 단위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해 교착 상태에 빠지고 파벌주의와 권력 싸움으로 조직이 분열될 수 있는 위협을 GM은 어떻게 모면할지 묻게된다.” 드러커는 '명확히 정해진 질서, 엄격하게 구분된 권한과 책임' 없이는 GM의 관리자가 누리는 자유도 결국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명 확히 정해진 질서'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슬론은 사업 부문과 본사 간의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슬론은 자신의 리더십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GM을 만들어 갔 다. 그는 이성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뛰어난 경영자였지만, GM은 그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극성스러운 채용 방식을 회사의 문화로 정착시키지 못했다. 슬론이 있는 GM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잘 돌아가던 시스템이 그가 없 는 GM에서는 삐걱댔다. 드러커는 GM이 잘 돌아가는 것이 과연 슬론의 경영 방식 때문인지를 이런 식으로 문제제기한다. "GM 시스템이 정말로 개인의 능 력에 의존하는 것이라면, 회사의 운명은 한 사람의 생애를 넘어설 수 없을 것 이다.” 실제로 슬론이 사망한 1966년 GM은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 GM에 합류한 로스 페로는 당장 일을 시작했다. 최고위 임원 200명을 8명 씩 그룹으로 짜서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또한, 1,000명이 넘 는 GM 전산업무 직원들을 50명씩 그룹으로 나눠 모임을 가졌다. 주말에는 편안한 복장으로 GM 딜러들을 방문해 고객서비스를 점검하고 GM 자동차를 판매 현장에서 직접 살폈다. 심지어는 사전 예고도 없이 GM 공장을 방문해 공장 노동자들과 함께 작업라인에서 점심을 먹기도 했다. 페로는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제조업체 중 하나가 어째서 예산이 쥐꼬리만 한 일본 자동차 회 사들과의 경쟁에서 뒤지는지를 알고 싶었다.
페로가 몇몇 캐딜락Cadillac 딜러들에게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한 사람이 답했다. "혼다의 딜러처럼 되고 싶어요!" 농담이 아니었다. 캐딜락 의 품질이 워낙 떨어져서, 이 딜러는 하루 2교대로 근무하면서 차량 1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정비시설을 운영해야 했다. 반면 혼다의 딜러는 하루 1교대로 20대만을 위한 정비시설을 운영하면 충분했다. 그 딜러는 페로에게 "혼다의 딜러는 자부심을 가지고 자동차를 팝니다"라고 말했다.
페로는 딜러들을 다루는 GM의 적대적인 태도에 분노했다. 가장 화나는 것은 GM이 딜러들의 목소리를 듣지도 않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 이었다. 페로는 이런 태도를 회사 내외의 모든 미팅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모두가 회사의 문제를 끝도 없이 호소했다. 그들이 보기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었지만, 회사는 그 문제를 적임자에게 맡기고 있지 않았다. 그런 현상은 공장의 생산 현장에서 특히 심했다.
토요타의 직원들은 3개월마다 각 딜러의 영업점을 돌면서 차량의 개선점 과 소비자의 요구에 관련된 목소리를 경청했다. 페로에게는 무척이나 인상적 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 현장을 경영하는 방식에 비하면 그 정도의 협력 관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본 업체는 모든 생산과 정을 향상하고 개선하기 위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임직원에게 매달렸다. 1985년까지 토요타가 공장의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 자사 근로자로부터 받 은 아이디어는 1,000만 건이 넘는다. 이처럼 사소한 제조 현장 개선이 누적된 힘은 막강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GM과 똑같은 공장을 훨씬 적은 돈으로 지을 수 있었다. 일단 공장이 돌아가면 GM은 공장 가동률이 60%인 데 반해 일본 회사 들은 90%였다. 관리 단계도 GM은 14단계였지만, 일본은 5단계였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현격히 낮은 가격에 훨씬 더 우수한 자동차를 만들어 냈다. 일본 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운송비를 감안하더라도 그랬다. 레이저 스캐너와 로봇을 갖춘 최신의 미국 공장조차 수명이 20년 된 미국산 장비를 사용하는 일본 공장에 비해 효율이 떨어졌다. 구체적인 생산 기능을 비교하면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가령, 일본 자동차공장의 페인트 공정은 2%의 불량률을 보이 는데, 미국 자동차공장은 20~30%를 기록했다.
페로는 GM이 공장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40년 전 드러커가 지적한 것과 매우 흡사한 내용이었다. 드러커는 GM이 '노동력을 비용이 아닌 자원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숙련된 중간 관리자가 많이 부족한 가운데 현장의 공장근로자들이 책임감 있게 문제를 해결해 나갔던 점을 드러커는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다. 전쟁이 끝 난 후 GM은 노동자들의 이런 능력을 활용해 자치적인 공장 공동체'를 조직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그런 방식을 채택한 사실은 우연이 아니었다. 드러커는 디트로이트에서는 냉대받았을지 모르지만 일본 에서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스미스는 GM 노조와 어떤 형태로든 건설적인 관계 맺기를 포기했다. GM은 딜러들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사의 근로자들에게도 적대적이었다. 스 미스가 그토록 신기술에 집착했던 이유 중 하나는 노사관계를 부정적으로 각한 때문이었다. “우리는 노동으로 많은 비용을 쓰고 있기 때문에 최첨단 : 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스미스의 생각이었다. 스미스는 극소수 외 에는 로봇이 일하는 미래 공장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 1980년대 GM 공장은 매우 절망적인 곳이었다. 적개심을 품고 걸핏하면 회사를 비난하는 근로자가 대부분이었다. 결근율은 20%에 달했다. 작업 현장에서 술과 마약, 도박, 매춘 등이 횡행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마이클 무어 Michael Moore가 제작한 1989년 다큐멘터리 <로저와 나(Roger and Me)>에 등장하 는 부반장 프레드는 그런 점을 잘 보여 준다. 영화 내내 가난한 사람들을 강 제 퇴거시키는 일을 맡았던 프레드는, 플린트Flint 시의 GM 공장에서 17년을 근무한 후 퇴사한다. 그렇게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느냐고 누군가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감옥 같은 곳이었어. 공장 때문에 내가 다 이상해진다니까."
이렇게 엉망인 공장에서 경쟁력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 낸다는 게 가능했겠는가?
- 나는 이 책 곳곳에서 자기 지위만을 공고히 하려는 이사진과 군림하려는 CEO. 또한 이들을 그냥 보고만 있던 주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벤저 민 그레이엄의 경우, 노던파이프라인의 남아도는 자금을 풀기 위해 록펠러재 단에 열정적으로 간청하고 몇년을 기다려야 했다. 6장에서는 R.P. 쉐러 Scherer 사의 이사진이 최대주주이자 창업자 딸인 칼라 쉐러 Karla Scherer가 이사회 이사가 되는 것을 막으려 했던 시도를 살펴볼 것이다. 페로는 GM의 최대주주이 자 이사회의 이사였지만, 페로 개인이기도 했다. 그는 대중과 언론의 사랑을 받은 연예인과도 같은 억만장자였다. 그런 페로조차 GM 이사회와 경영진을 흔들지 못하자 주주들은 자기들이 괴물을 만들어 냈음을 깨달았다.
1986년 페로의 바이아웃은 기관투자가들의 각성을 촉발했다. 이로써 상장 기업의 지배구조는 즉시 큰 변화를 맞이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방식으로 CEO와 이사들은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캠퍼스가 스미스 를 이사회에서 몰아내려던 시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미약하게 시작했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견고해지고 있던 기관투자가들의 결의가 그것이다. 페로의 바이아웃이 있은 직후 SWIB의 수장은 이렇게 말했 다. "주주들이 계속해서 수동적으로 나오면, 양털이 깎이듯 주주들의 이익도 깎일 것입니다."" 진심이었다. 페로 사건 이후 대형 기관투자가는 더는 호구 가 아니었다. 이로써 기업사냥꾼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게 되었고, 주주행동 주의가 확산되어 오늘날 시장을 지배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 미국의 많은 상장기업은 주주와 경영진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사 회는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기관이다. 이사회는 경영진과 주주들의 이해 관계가 같아지도록 하는 일종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이사회는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기도 한다. CEO를 선임하고 중요한 전략적 결정에 자문을 제공하는 일을 맡기도 한다. 이사회는 그 어떤 집단보다 강력하게 기업을 지배한다.
기업의 이사들에게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주주이자 사회의 일원인 우리 입장에서는 이사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사들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이사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수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효율성이 떨어지기가 쉽다.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의무를 살펴보자. 이사회는 경영진을 선임하고 이들이 회사를 잘 꾸려 갈 수 있게 인도해야 하는 동시에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평가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말 로 하면, 이사회는 회사의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고 그 전략이 잘 수행되는지 책임도 져야 한다는 뜻이다. CEO를 선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이사 들이 회사의 실적을 평가할 때 과연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겠는가? 
- 기업의 이사회 내에서 벌어지는 힘의 역학은 결과적으로 경영진과 이사들 을 가깝게 만든다. 그 결과 이사회가 메워야 할 경영진과 주주의 사이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칼라 쉐러가 RP쉐러를 상대로 벌인 싸움은 이사들이 형편없 는 경영진에 권한을 부여하는 여러 방법을 잘 보여 준다. 다행인 것은 우리도 이런 사건을 보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우선, RP쉐러의 이사진 사이에 건강한 반론이 오고가지 못하도록 가로막 은 장벽을 살펴보자.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문제는 이사회 내에 존재하는 명백 한 금전적 이해관계다. 이사회 의장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도 상당히 큰 보수를 받고 있었다. 이사회 자리에는 회사의 대출은행과 투자은행, 변호사, 최대 납품업자 등이 앉아 있었다. 회사의 CEO와 COO 역시 이사였다. 다시 말해, 11명의 이사진 중 7명이 금전적 이해관계로 크게 충돌하고 있었다. 그 중 3명은 회사에서 직접 상당한 보수를 받고 있었고 나머지 4명은 고객이거 나 거래처였다.
RP쉐러 이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은 피터 핑크가 직접 임명한 이사진의 숫자였다. 이사회는 돈과 명성이 동시에 보장되는 자리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이사로 재직하는 것은 큰 영광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CEO가 이사를 선임하 면 실질적으로 CEO 개인이 이사에게 명예와 보수를 주는 꼴이 된다. 경영진 을 객관적으로 감독해야 할 이사진의 권한은 시작부터 타락하는 것이다.
CEO가 이사를 선임하면 이사회에서 자신에게 골칫덩이가 되지 않을 사람 을 뽑으려 한다. RP쉐러의 이사회에 공석이 생겼을 때 칼라는 피터 핑크와 주고받은 대화를 이렇게 기억한다. 핑크는 그 자리에 앉힌 인물에 대해 "마음 이 약해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 RP쉐러가 이룩한 1990년대의 대성공은 훌륭한 리더십의 위력을 증명한 것이지만, 상장기업들이 겪는 곤경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왜 RP쉐러의 원래 주주들은 이런 엄청난 성장 잠재력에 동참할 수 없었던 것일까? 왜 회사 는 25년 동안이나 형편없는 리더십에 놓여야 했으며, 훌륭하기 그지없는 핵 심 사업을 내팽개치고 연이은 악성 기업인수를 해야만 했는가? 회사를 경영 진의 손아귀에서 빼내 정당한 가격을 받고 매각한 칼라는 주주들에게 좋은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칼라가 어들젠이나 그에 버금가는 누군가를 영입해 서 RP쉐러를 맡길 수는 없었을까?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이 알렉스 어들젠의 생각이다. "피터 핑크는 CEO직을 좋아했습니다. CEO로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았지만요. (...) 그로스포인트 친구들은 전부 다 이사회에 모아 놓고 말입니다"라고 어들은 말한다. 그는 주인이 있는 회사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사모펀드가 잘하는 일이 있 다면 그건 바로 기업 지배구조입니다. 자기들 돈을 걸었습니다. 곤란한 질문 도 서슴없이 던지고 사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려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필요한 조치도 취하지요. 이사회는 가야 할 사람을 내보내는 데 너무 긴 시간을 허비합니다. 형편없는 CEO를 물러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 불행히도 칼라로서는 회사를 매각하는 방법 말고는 주주들을 설득할 방법 이 없었다. 칼라가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에게 상당한 금전적 보상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려면 피터 핑크와 다른 이사진으로부터 회사를 빼내 매각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경영진을 해고하려고 시도 했더라도 투자자들로부터 그다지 지지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칼라는 선친이 세운 회사에서 매우 기이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저조한 실적에도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는 이사회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해 자신 은 물론 다른 주주들의 몫인 장래의 성장과 이윤을 포기해야만 했다.
로버트 쉐러가 회전식 금형 기계를 발명한 지 8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그의 기술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로버트가 세운 회사는 이제 캐털 런트Catalent의 일부로 여전히 성장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어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연질 젤 기술을 과소평가한 이유가 있지 요.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서 특허만 본 거예요. 그것보다 더 가치 있 는 것이 노하우라는 사실을 잘 모른 겁니다." RP쉐러의 사업은 대단한 것이 었지만 경영진은 그 가치를 몰라봤다. “그들은 형편없는 경영진이었습니다. 형편없는 경영진은 형편없는 결정을 내리는 법이지요.'
- 벤저민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를 마무리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가 장 사업처럼 하는 투자가 가장 현명한 투자다." 투자자는 주식을 통해 부분적 으로나마 기업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그레이엄의 생각으로 자주 인용 되는 문장이다. 그러나 그레이엄이 말하고자 한 것은 그것 이상으로, 진정한 투자 철학을 선언한 것이다. 즉, 투자자가 주식을 사는 행위는 회사를 부분적 으로 사는 것이므로, 투자자는 마치 내 사업을 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따라서 빼어난 수익을 내려면 투자와 관련된 모든 요소에 사려 깊은 사업가의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 한쪽에서는, 주당 의결권이 하나인 많은 상장기업이 이 구조 때문에 주주행 동주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른 쪽에서는, 수많은 회사가 설립자에 게 복수의결권이 있는 종류주식을 제공함으로써 기업 민주주의에서 벗어나 는 길을 택한다. 그 결과 구글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은 엄청난 현금을 쌓아 두 고 스페이스엑스Space x 같은 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도 주주행동주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명실공히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기업 가운데 하나인 구글애드워즈 Google AdWords의 주주들은 성장에 동참하기 위해 관리감독권을 회사에 넘기는 길을 택했다. 회사와 주주의 관계를 무엇보다 신뢰에 기반을 둔다는 취지다. 이제 까지 투자자들이 받은 보상은 엄청났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유튜브를 사들 일 때 눈살을 찌푸린 주주도 있었지만, 인수합병 결과는 대성공으로 드러났 다. 하지만 이 같은 선의의 독재가 어떻게 판가름 날지 지켜보는 일은 여전히 흥미로울 것이다. 이미 구글은 종업원들에게 준 후한 자사주와 옵션으로 의 결권 주식이 희석되자 설립자들에게 지배권을 다시 몰아줌으로써 일반 주주들과 맺은 약속을 저버렸다. 이 주주들이 회사를 언제까지 믿을 것인가?
- 주주행동주의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주주행동주의는 기업 지배구조라 는 정원 한가운데 심어져 지난 100년간 깊이 뿌리를 내렸다. 계절 따라 변하 고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띠기도 했다. 하지만 주주행동주의의 핵심 원리는 간단하다. 35년 전 칼 아이칸이 지적했듯, 상장기업 자산이 경매 시의 입찰가격보다 싸거나 다른 경영진이 운영할 때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면 차익 거래 기회가 존재한다. 벤저민 그레이엄 시절, 주식시장은 노던파이프라인의 가치를 투자증권의 청산가치보다 훨씬 낮게 평가했다. 오늘날 많은 주주행동 주의자는 동종 업계에 비해 경영이 부실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공격 대상으 로 삼는다. 이 방법은 BKF캐피털에서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지만, '순식간에 소유와 경영을 건전하게 분리하는' 로버트 채프먼의 접근법은 여전히 유용한 투자 전략으로 남아 있다.'
주주행동주의는 상장기업 지배구조의 약점을 이용해 엄청난 성과로 연결 할 수 있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주주행동주의를 무력화하려면 아이칸의 말처 럼, 차익거래 기회를 없앨 만큼 충분히 성과를 개선해야 한다. 
- 상장기업에서 참사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관심한 주주, 열심히 일하지 않는 이사, 초점을 잃은 경영진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만성적 책임 부재 및 관리감독 결여가 누적되어 참사로 나타난다. 주주행동주의자들은 이런 상황 을 이용해 이익을 챙긴다. 즉, 비효율적인 경영진을 먹이로 삼고, 회사와 다 른 주주들에게 득이 되는 방식을 취한다. 본문에서 살펴보았듯이, 주주행동 주의자들은 기회를 잡았다 싶으면 무관심한 주주들을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 기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주주행동주의자들이 모든 주주를 위해 가치를 창출한다고 떠들지만, 그들의 속셈은 자신과 재정적 후원자들의 이익을 챙기 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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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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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덴 공장의 기적

경영 2023. 2. 24. 17:36

- 컨베이어의 단점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1대를 생산하든 100대 를 생산하는 같은 라인에 동일한 수의 작업인원을 투입해야만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량생산의 경우 생산을 하 면 할수록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컨베이어벨트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모터의 힘, 즉 동력에 의해 강제로 끌고 가 는 방식이다. 작업자는 흘러가는 복사기나 자판기에 매달려 따 라가며 작업해야 한다. 그러니 당장 해야 할 일 외에 다른 생각 을 전혀 할 수가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의 장면을 떠올려보라).
물론 초기 컨베이어 생산 시절에는 죄수나 노예들을 데려다 가 일을 시켰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고 철저하게 매뉴얼대로 하는 기계적인 노동을 강요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시작한 컨베이어벨트 방식의 대량생산 시스 템은 철저한 분업으로 운영되며, 이 분업화에 의해 작업자들은 기계 취급을 당하고, 제조업만의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보람이 나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지혜'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 고유의 특징인 '지혜'를 활용하 지 못하고, 기계의 힘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면서 작업하는 것 은 너무나 비인간적인 방식이 아닌가?
모리 상무는 한국의 롯데기공에서 자동판매기를 셀생산방 식으로 만드는 걸 목격하고는 '이게 가능하구나!' 하는 깨달음 을 얻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셀생산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공장 조직 중 가장 진화된 형태인 '셀컴퍼니 시스템'으로 제품을 만 든다는 것에 '내가 그동안 백방으로 찾아다니던 것이 바로 이 거다!' 하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 컨베이어 생산처럼 일이 지나치게 분업화되어 있으면 생산 부서 입장에서는 스스로 개선할 여지가 별로 없다. 즉 생산부 서가 자체적으로 무언가를 바꿔보려 해도 운신의 폭이 거의 없 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주문량이 늘어 인력이 더 필요할 때, 지 원부서는 생산부서가 원하는 대로 즉시 충원을 해주어야 생산 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채용담당 부서는 인원을 더 줄이라는 둥, 프로세스를 개선하면 해결되지 않느냐는 둥 실랑이하며 시간만 낭비한다. 결국 인력난으로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욕을 먹는가? 당연히 생산부서가 다 뒤집어쓴다. 이때 채용담당 부서는 욕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이 관리를 잘했다고 착각한다. 뒤에 셀컴퍼니 시스템 소개에서 자세 히 이야기하겠지만, 이 직접생산직 채용문제는 동네의원의 업 무에 해당한다. 이것만 잘 해결되어도 생산부서의 많은 걸림돌 을 제거할 수 있다. 산덴 역시 내가 지도한 후 필요할 때 생산 부서가 직접 채용하게 함으로써 제때 충원할 수 있었고, 커피 머신 크리스타의 대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처럼 고객이 누구인지 모르면, 자기도 모르게 고객을 괴롭 히거나 고객에게 피해를 준다. 그러면서 피해를 많이 줄수록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어쩌면 이것이 생산현장의 슬픈 현실일 것이다.
- 그리고 불량이 발생하면 즉시 처리해서 향후 생길 수 있는 대형사고를 막아야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현장에서 발생한 불량 현상은 반드시 시장에서도 언젠가 발생한다. 때문에 발생 즉시 처리해서 불량의 원인과 대책을 그때그때 세워야 한다. 그런데 생산이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가는 결국 리콜 같은 대 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하고 경각심을 가질 필요 가 있다.
나는 불량은 발생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사후처 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꼭 기억해달라고 산덴 직원들에게도 신신당부했다. 그 후 산덴 직원들은 내가 강의했던 낭비제거 사례들을 인쇄해 현장 곳곳에 게시해두었다. 그렇게 그들 스스 로 낭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나갔다.

- 일본 캐논에 가보면 "1초(秒)의 시점(点)"이라는 슬로건이 곳 곳에 걸려 있다. 즉 20cm 앞에 있는 부품을 집을 때 1초가 소 요되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0.8초가 소요되며, 몸을 90도 돌 려서 물건을 집어오면 0.6초가 걸린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 로 각 공장의 초당 임율을 곱하여 낭비를 돈으로 환산한다.
낭비를 줄이는 방법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사람과 공간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 인원을 줄이기만 하는 '성인화 (省人化)'보다는, 그 줄인 사람을 부가가치 있는 쪽에 활용하는 '활인화(化)'가 더욱 중요하다. 활인화란 확인된 인원을 적 재적소로 보내 활용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활인을 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리고 절대로 공간을 넓게 써서는 안 된다. 공장이 크다고 공간을 넓게 사용하다 보면, 동작의 낭비, 기다림의 낭비 등 여 러 가지 낭비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그 공간마저 부족하다며 2공장, 3공장을 짓게 되는 거대한 낭비가 발생한 다. 2평짜리, 5평짜리 화장대가 없듯이, 공장의 공간도 화장대 나 냉장고처럼 컴팩트해야 한다. 즉 활인을 하듯이 활스페이스 를 해야만 평당 효율이 높아지고,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명동의 1평과 시골의 평은 땅값이 다르듯이 회사마 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자사에 맞는 기준을 정하는 것 이 필요하다. 산덴의 경우, 시간은 인건비를 기준으로, 공간은 임대료를 기준으로 해서 금액을 산정했다. 따라서 1분은 520원 에 해당하고, 1초는 87원, 면적은 하루에 1m2당 260원, 1m 한 걸음은 6월에 해당한다. 물론 이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다시 말하지만 회사마다 다르다. 1년을 기준으로 해서 인건비나 임대료 등이 많이 변동하면 거기에 맞추어서 바꾸면 된다. 핵심은 1년 동안 같은 기준치를 적용해서 개선효과를 돈으 로 표시하라는 것이다. 조금 더 추가하자면 산덴은 시간단위 표기를 'DM'으로 바꾸었다. 1분은 100DM으로, 시간단위를 좀 더 세분화해서 아주 사소한 낭비까지 개선하기 위해서 그렇 게 바꾸었다.
- 나는 '싸고 좋은 물건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도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싸야 한다. 그래서 QCD가 아니고 CQD라고 해야 맞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본부가 제품 코스트 안에 들어가는 낭비 를 제거해야 한다. 즉 부품에 대한 낭비, 설계 자체에 대한 낭비, 설계에서 지정한 과잉 사양, 그것과 연관된 검사방법에 대한 낭비 등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개발하면서 생긴 낭비들을 스스로 제거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코스트다운에 대한 책임이 제조에 있었지만, 사실 부품에 대한 모든 권한은 개발에 있다.
- 또한 구매는 설계대로 A사에서 B라는 부품을 사라고 하면 그것을 그대로 살 뿐이다. 그 과정에서 2~3% 가격을 내리는 약 간의 협상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요구하는 50% 코스트 다운을 하려면 구매에서는 협력업체를 아무리 '때려잡아도' 할 수가 없다. 협력업체를 비틀어 짜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런 데도 대부분의 회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 품질은 점점 나 빠질 수밖에 없다. 무조건 단가인하를 요구하니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부품이 투입되면 제조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속을 썩이고, 이런 문제를 개발부문에 얘기라도 하면 "누가 그렇게 하랬냐?"며 큰소리가 오가는 곳이 공장이다.
- 산덴에서도 그동안 전수검사만 4번을 했다. 불안하니까 부 품단계에서도 하고, AU(Assembly Unit)에서도 하고, 조립라인에 서도 하고, 완제품을 또 검사했다. 뭐가 그렇게 불안할까? 제조 에서 완벽하게 해주면 좋은데, 100대 만들면 1대가 불량이고, 1,000대 만들면 10대가 불량이니까 검사를 계속 강화할 수밖 에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몇 번씩 검사를 하더라도 수천 가지의 부품이 조립된 상태에서 검사를 해봐야 그냥 작동이 되나 안 되나 정 도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불량이라는 것은 조립과정에서 잘못된 것들이 가려져 있다가 시장에 나가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든 뭐든, 밖에 나가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예 엉터리로 만들어서가 아니다. 공정 간에 존재하는 미세한 결함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런 수박 겉핥기식의 검사는 무의미하다. 그냥 불안하니까 '하는 척'할 뿐이다. 하려면 완벽하게 잡아내든지, 그럴 자신이 없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검사하라고 하 니까, 어느 공장이든 검사를 안 하면 안 되니까, 완벽하지 않은 검사를 '하는 척'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사람을 낭비해서 여 러 가지 '쇼'를 할 뿐이다.
- 그렇다면 완벽하게 검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 하다. 각 공정에서 품질을 확보해주면 된다. 만들어놓고 검사 하는 게 아니라 조립하는 사람이 각자 품질을 책임지는 것이 다. 그러면 4번의 검사가 아니라 발췌검사만으로도 충분하다. 인간에게는 오감(五感)이 있다. 이 오감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얼 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 오감을 발휘하도록 역할을 주면 되는데, 주지 않고 시키지 않았을 뿐이다. 작업자들이 이 오감에 의해 어제와 다른 것을 바로 바로 느끼고 불량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여태까지는 불량을 발견할 권한도 없고 책임도 없었을 뿐이다. 나는 이러한 권한과 책임의식 그리고 작업자들의 지혜가 효과를 발휘해 (검사과를 없앴는데도) 실제로 품질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열 사람이 저질러놓은 잘못을 한 사람이 한꺼번에, 그것도 짧은 시간 안에 검사해서 발견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열사 람이 일하면서 각자 자기가 작업한 것이 완벽한지를 검사하면 10번 검사하는 셈이다. 발췌검사를 하고 전수검사를 했다고 해 서 불량이 걸러지지는 않는다. 대신 공정에서 품질을 확보해주 면 뒤에서는 최소한의 검사, 즉 전원이 들어오나 안 들어오나, 캔을 넣었을 때 제대로 빠지나 안 빠지나,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나 안 하나 등 소비자와 직접 관련된 기본적인 검사만 해도 된다."

- "작업자들이 태핑나사로 제대로 작업하려면 손목이 다 나갑 니다. 개발자인 여러분들이 드라이버질을 얼마나 해봤습니까? 한두 번이 아니고 하루 8시간씩, 1년 이상 해봤습니까? 작업자 들이 그 무거운 드라이버를 들고 탭을 내느라고 고생하는 것 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그동안은 태핑나사 로 설계해서 잘 안 맞으면 힘으로라도 욱여넣었기 때문에 시장 에서도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M나사로 정교하게 설계하면 품 질도 좋아지고 제조현장의 직원들도 웃으며 일할 수 있는데 왜 안 바꾸려고 합니까? 자꾸만 비용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생산 을 하려면 기계나 전기, 수도가 필요하듯이 M나사로의 변경은 인프라의 문제입니다. 비용이 조금 올라간다고 해서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문화를 바꾼다는 생각으로 해야 합니다."
결국 야마모토 개발본부장이 나서서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질 테니 불안해하지 말고 해보라고 개발부원들을 설득했다. 야마 모토 본부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단 개발본부 직원들이 한 번이라도 성공을 체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잘못되어도 다 내가 책 임질 테니 불안해하지 말고 해보라고 안심시켰죠. 결과가 나쁘 면 내 책임이고, 좋으면 개발직원의 성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이죠. M나사에 대한 저항은 '엔지니어로서의 프라이드'라는 말을 잘못 생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 라이드를 갖는다는 게 개발이 제조 위에 있다는 말이 아닌데, 그동안 잘못 생각해왔던 것이죠. 김 고문님의 '제조가 있기 때 문에 개발이 있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 셀컴퍼니는 2002년 2월 1일 캐논코리아 안산 공장에서 시작한 조직혁신, 낭비제거를 실행한 새로운 개념의 생산 시스템이다. 그 방식은 2~3개의 셀생산라인을 하나의 컴퍼니, 즉 셀컴퍼 니로 만들어, 부품발주부터 생산, 출하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 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자기완결형 조직이다.
각각의 셀컴퍼니에는 사장 역할을 하는 셀컴퍼니장 아래 셀 장이 이끄는 셀라인과 셀원 등이 있고, 셀컴퍼니장을 보좌하는 인력으로 간접인원인 마이다스, 서포터, 리졸버(resolver)가 배 치된다. 셀컴퍼니장은 해당 제품이 태어나서 단종될 때까지 모 든 책임을 지며, 작업자 통제권한 등을 갖는다. 보좌조직과의 협력을 통해 셀컴퍼니를 이끌어간다. 이 보좌조직은 셀컴퍼니 에만 있는 독특한 구조다. 특히 간접인원의 멀티플레이어화를 추구하는 마이다스 제도는 셀컴퍼니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열쇠다.
발주부터 출하까지 가능한 셀컴퍼니가 되기 위해서는 간접부 문의 역할인 생산관리, 자재, 검사, 물류가 결합되어야 한다. 그 런데 제조 셀은 작은데 간접인원이 너무 많이 붙으면 그 회사는 망한다. 때문에 생산관리, 자재, 검사, 물류를 다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즉 마이다스가 필요하다. 마이다스는 2급, 1급, 슈퍼 마이다스로 나뉘는데, 본래 자기가 해왔던 업무에 1가지 더 할 수 있으면 2급, 2가지 더하면 1급, 4가지 업무를 다 할 수 있으면 슈퍼 마이다스가 된다. 그리고 매년 시험을 통해 마이다스 승급기회를 주고, 변화된 기종이나 환경에 맞추어 계속 레벨업 시켜나간다. 즉 한 번 마이다스가 영원한 마이다스는 아니며 매년 재시험을 거쳐 다시 인정받아야 한다.
고도 성장기와 대량생산 시대를 거쳐 오면서 회사의 많은 간 접업무가 계속 분업화되었다. 그러면서 필연적으로 업무분장 이 애매해지고 책임소재도 불명확해지는 등 많은 폐해가 발생 하기도 했다. 셀컴퍼니는 조직이 비대해짐으로써 생길 수밖에 없는 정보전달의 오류나 지연의 문제, 부서이기주의 등 각종 간접업무의 폐해들을 제거하고, '하는 척'하는 업무, 해도 별 의 미가 없는 업무 등을 철저히 배제한다. 그런 식으로 간접부문 이 소수정예 인원으로 좀 더 부가가치가 높고 한층 더 전문성 이 있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렇게 제조, 생산과 관련된 간접부문의 업무가 결합됨으로써 셀컴퍼니는 뛰어난 기동력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장변화와 고객요구에 스피 드 있게 대응할 수 있다.

- 아마도 지구에서 생산관리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할 것이다. 왜 그럴까?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컨베 이어는 긴 라인 하나를 가지고 수십 가지 종류의 제품을 생산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컨베이어를 잘 운영해서 성과 를 낼 것인지 작전을 잘 짜야 한다. 그런데 생산관리에서 계획 을 짠다고 짜더라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래도 그 일이 중요하니까 계속한다.
이것을 누가 하는가? 현장에서는 30~40년 된 노련한 직원 들이 일하고 있는데, 입사 1~2년 된 친구들이 생산관리부에 배 속돼서 생산계획을 짠다. 물론 10~20년 된 경력자도 있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현장에 가서 조립을 배운 것도 아니고, 종이 하나 놓고 나름대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작성해보지만 현실 과는 안 맞는다. 그런 걸 주면 현장에서는 이렇게 소리 지른다. “이대로는 생산 안 돼! 어느 놈이 이렇게 짰어?"
이러면서도 납기를 지켜야 하니까 또 한다. 게다가 주문이 들어오고 바로 생산계획서를 주는 것도 아니다. 영업에서 들어온 주문이 생산관리에서 현장이나 자재과에 오더가 나갈 때까지 보통 2~3주 걸린다. 계속 시뮬레이션해가면서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보다가 시간을 다 잡아먹는 것이다.
- 생산관리부는 자신들이 공장을 지휘한다는 아주 강한 프라 이드를 갖고 있지만, 그 지휘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손가락 하나 가지고 다 돼야 하는데 현실을 모르고, 업체 사정을 모르고, 기계 사정을 모른 채 앉아서 생산대수만 가지고 '이거 이때, 저거 저때 이러니까 안 맞는 것이다. 그래도 컨베 이어 생산방식에서는 생산관리가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고, 그 런 것이라도 안 해주면 안 되니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셀생산은 종류별로 라인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산덴에도 일본에 납품하는 자판기와 별도로 미국, 유럽, 한국 등에 수출하는 자판기는 종류가 다양하다. 이 제품들은 나라마다 전압도 다르고 플러그도 다르다. 그걸 각 나라의 납기일에 맞 춰서 어떻게 구성할까? 컨베이어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시뮬레 이션을 해가며 계획을 짜야 하지만, 셀은 셀별로 각자 다른 것 을 만들면 된다. 오더만 주면 라인을 교체할 필요 없이 각각의 셀에서 만들면 된다.
라인 교체를 잘하기 위해서 생산관리를 하는 건데, 셀방식은 이미 각각 다른 제품을 언제든지 수용할 수 있는 라인이 준비 된 셈이니 거기에 끼워 넣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생산관리부는 없어도 되는 조직이다. 그런데 왜 셀로 바뀐 후에도 계속 그 불필요한 일을 하는 것일까? 그들이 그 일을 해야 하는 조직이니까 변화된 환경과 상관없이 그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산덴은 생산관리부 대신 생산총괄부로 이름을 바꾸었다. 생산 관리는 셀컴퍼니에 일임하고, 생산총괄부는 공장 전체를 놓고 '인원 컨트롤'을 해준다. 일이 들쭉날쭉하다 보면 오늘은 10명이 하던 일이 내일은 8명이면 충분해진다. 그러면 남은 2명을 어떡 할까? 그냥 갖고 있으면 2명분이 손해니 그때 생산총괄부에다 인원을 넘기면 된다. 그러면서 싸게 만드는 것이다.

- 진정한 생산성은 업무 시작 1시간 전에 결정된다. 즉, 이른 새벽 찌뿌둥한 몸으로 일하려고 나오는 직원들은 제일 먼저 통 근버스 기사를 만난다. 이때 기사님이 아주 밝은 얼굴로 친절 히 맞아주어야 한다. 통근버스 실내는 계절에 맞게 쾌적한 온 도로 컨트롤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나는 이를 위해서 통근버스 업체와 계약할 때 차령 5년 이하의 버스만을 고집했다.
그리고 회사에 도착하면 직원들은 곧바로 탈의실로 향한다. 나는 직원들이 옷을 갈아입을 때 이런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 나', '그만두고 싶다', '오기 싫은 데를 또 왔네' 하는 처량한 생 각이 들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앞에서도 잠깐 소개했지만) 탈의실 개선공사를 지시했다. 골프장 탈의실 정도로 쾌적하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직원들은 너무 좋아했고 점심시간이면 탈의실에 서 쉬거나 낮잠을 자기도 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 눈치도 안 보고 다리를 쭉 뻗고 쉴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
옷을 갈아입은 후 직원들은 화장실에 가거나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뽑기 위해 자동판매기로 간다. 이때 화장실은 깨끗해야 하고, 자동판매기는 가능한 맛있는 커피가 나오도록 항상 관리 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이때 커피가 안 나오면 직원들은 화가 나고, 어떤 직원은 자판기를 발로 차기도 한다. 이런 불쾌 한 경험들은 사소해 보여도 그날 하루의 생산성을 망가트리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당연히 주위의 동료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일련의 모닝 루틴이 업무 시작 1시간 전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런 부분을 세세하게 잘 관리해놓아야 직원들이 상 쾌하게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흔히들 사장들은 직원들이 월 급으로 만족하는 줄 안다. 하지만 월급만(!)으로 만족하는 직원 은 거의 없다. 이런 환경들이 잘 맞아떨어져야 직원들이 비록 월급이 적더라도 혹은 일이 다소 힘들더라도 '오늘도 한번 분 발해보자'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런 것을 현장의 관리자 들이 모르고, 일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소리만 빽빽 지른다. 그래야 직원들이 일을 잘하는 줄 안다.

- 어떻게 하면 멀티플레이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많은 회사가 전문가 위주의 조직을 짠다. 그러나 나는 기회 가 있을 때마다 "회사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이익 을 창출하는 곳”임을 강조한다.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제조 현장을 예로 들면, 공장에서는 생산관리만 하는 생산관리 전 문가, 구매만 하는 구매 전문가, 검사만 하는 검사 전문가 등으 로 전문가 조직을 짠다. 그 전문가들은 자기 전문 분야에서만 30~40년을 근무한다. 그러니 앞에서 설명했듯이 일이 익숙해지고 나면 시간이 남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전문가 조직을 만들어놓으면 뭐가 좋을까? 내 생각 에는 이직하기가 제일 좋다. 결국 회사가 '언제라도 뛰쳐나갈 수 있는 전문가'들을 키워놓은 꼴이다. 구성원이 회사에 녹아 들어서 회사와 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구성원이 이력서 쓰기 좋은 조직을 만들어놓았다. 그래 놓고는 "저 사람 이 왜 나가지? 열심히 가르쳐놨는데...." 하며 뒤늦게 아쉬워한다. 나가라고 열심히 가르쳐놨으니 나가는 것 아니겠는가. 때문에 이직하기 좋은 전문가 조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 또 하나가 있다. 전문가 조직으로 만들어놓다 보니 과하게 깊 이 들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너는 교육만 해라, 너는 회계만 해 라, 너는 생산관리만 해라.” 이렇게 만들어놓고 그걸 30~40년 하게 하니까 계속 깊어진다. 확장이 불가능하니 깊어지는 것이 다. 사실 관리조직의 경우라면, 세금 내는 데 문제없고, 직원들 복리후생에 문제없으면 된다. 그런데 과하게 깊은 지식과 데이 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건 낭비다. 그럼에도 조직이 그러라고 만들어놨으니, 열심히 깊게 파고들며 '박사'들이 되어간다.
회사는, 아주 전문적인 연구조직이 아닌 다음에야, 그렇게까지 박사들이 필요하지는 않다. 돈을 벌 수 없는 조직은 셀컴퍼니처럼 모두 분해해서 돈 버는 조직에다 틈틈이 박아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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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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