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원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서는 조직 내 구성원의 의사 결 정의 방향을 잡아줄 '철학'이 필요하다. 다른 말로 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어 거대 사 옥도 사라지고 같은 시공간을 나누는 출근 문화도 없어진다면 회사는 거대한 프리랜서의 집단과 같아질 것이다. 이러한 홀 어진 개인들을 묶을 수 있는 방법은 기업 철학밖에 남지 않는 다. 재택근무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기업 철학이 없는 기업은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다. (유현준, 공간의 미래)
- 소소한 잡담은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이는 신뢰로 발전할 수 있죠. 잡담과 수다의 특징은 하고 난 후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 다는 거예요. 다 잊어버리고 그 사람과 내가 같은 시간을 보냈 다는 유대감만 남지요.
그런데 사실 일할 때는 그 유대감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밥이라도 한 번 먹어본 사람과 일하는 것과 소소한 얘기도 한 번 안해본 사람하고 갑자기 일하는 거랑 다르잖아요. 그런 이유로 잡담을 수시로 많이 나누게 해요. 그 안에서도 정보들이 오가 고요. 잡담을 많이 나누면 좋은 게, 보고를 하거나 결정해야 할 때 무겁지 않게 얘기할 수 있더라고요. 사전에 가볍게 물어봤으니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죠. 그래서 잡담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홍성태, 《배민다움》)
- 브랜드 개념이 구성원들 간에 공유되고 정신과 행동으로 체화되면, 기업의 역량을 집결하는 구심점이 되고 나침반이 되어 시너지를 창출하게 된다. 이러한 내재화 과정을 일컬어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이라 부른다. (홍성태, 배민다움)
- 좋은 인재를 영입하려고 자신들이 직원들을 위하는 기업임을 강조하는 곳이 많아졌다. 그러나 표현에 집중하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많다. 주는 이의 입장이 아니라 일 문 화를 직접 느끼는 직원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단단히 벼르고 보여주는 큰 경험 한 번보다 평상시에 매 순간 느낄 수 있도 록, 애정과 존중을 더하며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 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마침내 직원들이 진심으로 일 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 '수평'은 물질세계에서는 쉽지만 관념세계에서는 어려운 개 념입니다. 사람마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큽니 다. '수평적 문화'를 최상의 복지로 내세우고자 한다면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에게 '우리 회사에서 말하는 수평적 문화란 이것입니다' 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김성준, 《조직문화 통찰>)
- 권위주의는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성과 자존감을 손상시킵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 줄을 설 때 직급이 높다고 해서 양 보를 하거나, 양보하기를 유도해서는 안 됩니다. 과도한 의전 은 권위주의를 만들고 조직을 병들게 합니다. 건강한 문화의 한 척도는 구성원들끼리 편하게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도중 상급자가 나타나더라도 계속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상급자는 본인이 나타났을 때 구 성원들 사이에서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스스로를 돌아 봐야합니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 조직 문화 담당자는 다른 기업과 달리 우리 기업의 핵심 가치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이 기업에 잘 흡수 될 수 있도록 규칙 등을 정해 직원들의 경험으로 연결해야 한 다. 같은 단어여도 기업마다 의미와 우선순위가 다르다. 이 가 치들의 의미가 뾰족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면 다른 기업에서도 통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만 될 뿐, 우리만의 문화가 될 수 없다.
아마존은 '근검절약'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근검절약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이 실현함을 뜻한다. 제약 조건들이 생기면 창의성을 더욱 발휘하고 자립심이 커지며 무언가를 발명하게 된다. 직원 수를 늘리거나 예산을 많이 확보한다고 해서, 또는 고정비를 더 많이 지출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벤 호로위츠, <최강의 조직>)
- 우아한형제들의 근검절약은 다음과 같다.
근검(부지런하고 검소하며 노력을 들여 일함), 절약(함부로 쓰지 않고 꼭 필요한 데에만 써서 아낌)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를 습관으로 가진 인재. 우아한형제들의 구성원들은 성실하게 일해 얻은 이익을 낭비하지 않고, 오늘의 씀씀이를 아껴 내일 에 대비하는 생활의 지혜를 몸소 실천합니다. 또 아끼고 남긴 것을 사회적으로 더 좋은 일을 위해 쓸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습니다. <우아한 인재상>
- 기업은 자사가 세운 가치에 따라 의사 결정한다. 그래서 조직이 기업에서 잘못된 가치를 경험하거나 바르게 해석하지 못하면 나쁜 의사 결정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창업자가 세운 핵심 가치라고 해서 조직 문화 담당자나 직원들이 손 놓고 있 어야 할까? 조직 문화 담당자는 기업이 어떤 가치에 의해 의 사 결정을 하는지 살피고, 그 가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경험들을 발굴하거나 만들어야 한다.
- 피플실은 2013년 피플팀으로 시작, 2019년 후반부터 지금처럼 확장해 피플실로 불린다. 2014년 피플실에 합류한 뒤 지금까지 내가 팀원들과 함께 일 문화를 만들며 알게 된 피플실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1. 연결하기
피플실은 우아한형제들이 중시하는 가치와 일문화를 구성원들에게 연결하는 브릿지bridge 역할을 한다. 김봉진 의장은 창업 초기에 '좋은 기업'에 대한 구성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비전' '성장' '소통' '존 중'이라는 네 가지 핵심 가치를 도출했다. 피플실은 그중 '소통'에 초 점을 맞춰 커뮤니케이션에 세심하게 신경 쓴다. 또 우아한형제들의 방향과 핵심 가치를 구성원들에게 수시로 공유하며 이들이 자연스 럽게 우리다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싱크sync를 맞춰나간다. 즉 우아한형제들과 구성원 간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2. 경험 만들기
입사 첫날부터 퇴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구성원들이 일터에서 겪 는 크고 작은 경험을 만든다. 구성원과 우아한형제들의 소중하고 의미 있는 날을 함께 기념하고 축하하는 이벤트를 열고, 구성원들이 소속감과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행복한 경험을 만들어 일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3. 빈곳 찾아내기
다른 말로 '주인이 없는 일을 찾아서 하는' 역할이다. 피플실은 우아 한형제들의 핵심 가치에 부합한다면 두 팔 걷고 나서기 때문에 일을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답게 일하는데 필요 하다면 무엇이든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행한다. 때로는 부서들 간의 협업을 조율하거나 구성원들의 불편을 발견하고 개선한다. 그렇게 빈틈을 메우며 조직을 더 탄탄하게 한다.
4. 함께하기
피플실을 "구성원들과 함께 우아한형제들답게 일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라고 소개한다. 피플실이 하는 모든 일의 중 심에 구성원이 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피플이'라는 제도를 두어 구성원 스스로 피플실이 되어 일하기 좋은 환경에 필요한 사무실 정비부터 이벤트, 전사 행사까지 함께 기획했다. 구성원들이 우아한형제들의 핵심 가치인 소통과 존중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기업에 필요한 제도라고 판단되면 우선 작게 시작해보자. 베타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렇 게 작은 규모로 여러 번 시도해보면서 우리가 의도한 목적이 나 가치를 구성원들이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지, 지속하기 어렵지는 않은지, 부정적인 효과는 없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중간 점검하며 제도를 공식적인 구성원 경험으로 정착시키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의 규모가 커지고 인원 이 늘면서 이런 '작게 시작하기'는 꼭 거쳐야 하는 단계가 되 었다. 우아한형제들의 장인성 CBO는 《마케터의 일》에서 대 단한 일을 찾아야만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작고 사소한 것, 그런데 어쩐지 마음이 쓰이고 좋아하는 것로부터 시작해 보라고 조언한다.
- 우리 업무에서 주요 문제는 본질적으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학적인 문제다. (톰드마르코. 티모시 리스터, 피플웨어)
<피플웨어>라는 책의 첫 장에 나오는 문장이다. 업무에 서 일어나는 문제는 대부분 관계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루 어지는 소통에서 발생한다. 업무 프로세스나 기술처럼 명확하 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일에 영향을 미치 는 것이 소통 문화다. 분명 잘못된 판단인 것 같지만 반대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조직의 분위기 때문에 이슈를 제기하지 않아 큰 문제로 번진다거나, 감정적으로 소통하는 리더의 기분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쏟느라 일하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상황은 주변에 흔하다.
이렇게 소통이 잘 안 되는 조직은 크고 작은 불안 요소가 모여 눈덩이처럼 불어나 조직에 조금씩 균열을 일으킨다. 대 부분의 직장인이 업무 관련 소통을 할 때 상대가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 해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특히 비대면으로 소 통하는 원격 근무 환경에서는 일의 목적과 맥락을 파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든다. 대면으로 얻을 수 있는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 문화 담당자들은 소통에 드는 비용을 여기저기서 줄여야만 직원들이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 우아한형제들은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 한 시간 동안 전사 소식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우아한데이(전사 발표)'를 진 행한다. 비즈니스 성과부터 신규 추진하는 일의 배경, 새롭게 도입하는 제도까지 '깨알같이' 알린다. 최근에는 더 다양한 조 직과 직군의 대표가 발표자로 나서 평소에 알기 어려웠던 조 직 구석구석의 일을 전달하거나, 해당 프로젝트를 책임진 실 무자가 기획 과정과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 한 공간에 모두 모이던 시절에는 우아한형제들에서 가장 큰 공간에서 발표를 들었다. 그러다 인원이 많아지고 사용하는 사무실이 늘어나면 서 현장에 참석하거나 생중계로 시청하도록 선택지를 주었다. 소통 문화를 이렇게 유연하게 훈련한 덕분에 코로나19 사태 로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워졌을 때도 전 구성원과 생중계로 소통 문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 코로나19가 재확산되던 2022년 3월에는 발표자가 확진될 경우까지 대비해 발표 장면을 줌으로 사전 녹화해 송출했다. 이때 구성원들에게 받은 피드백이 기억에 남는다. '소통에 진심인 기업.'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전 구성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통해, 구성원들은 소통을 잘하는 것이 우리의 일 문화라는 사실을 느꼈을 것 이다. 말로만 소통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이를 어떻 게 지속하는지 보여주고, 직원들이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겉으로만 존재하는 문화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문화로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소통 문화는 직원들이 일을 잘하기 위한 문화를 만 드는 여러 기업에서도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특히 1999년 구 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매주 한 시 간 30분 정도를 임원부터 인턴까지 참여해 서로의 일을 공유 하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대답을 듣는 TGIFThank you God.It's Friday 회의를 만들었다.
- 구글의 사례는 다른 스타트업들의 회의 문화에 영향을 주었다. 구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 소통이 더 어려워지 고, 직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TGIF를 기업 내 문제를 다루는 타운홀 미팅과 비즈니스 전략에 중점을 둔 월간 회의로 분리했다. 구글은 한 동안 임직원 갈등이 고조되어 소통을 잘하는 기업이라는 초기 명성이 빛바랬다는 평도 있지만, 그럼에도 1999년부터 지 금까지 양방향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한국의 사례로는 토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비바리 퍼블리카가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매주 금요일 12시 전직원이 사업 전략 등 주요 안건을 공유하는 전사 위클리 미팅을 한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일 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핀테크, 간편함을 넘어>에는 대표의 생각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말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나온다. 전사 위클리 미팅에서 대표 는 어떤 일을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직원들은 이것이 불합리 하다 판단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전사 위클리 미팅은 위계 구조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핵심 가치를 반영한 소통 문화다.
- 카카오에서는 T500이라는 전사 온·오프라인 미팅이 있다. 'Thursday 5:00'의 줄임말로 부정기적으로 목요일(또는 화요 일) 오후 5시에 소통하기 때문에 T500 이라고 부른다. 경영진과 임직원이 자유롭게 카카오의 현안을 토론하고 주요 정책이나 생각을 공유하는데 참석자를 제한하지 않고, 참여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이 미팅은 '내부 직원들끼리는 모든 것을 공유하고 외부에는 공유하지 않는다'라는 카카오의 일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아지트Agit라는 협업 툴을 활용해 자유 롭게 정보를 나누고 피드백을 나눌 수 있다.
- 구글은 2년 이상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200회 이상 인터뷰하고, 180개 이상의 팀을 분석한 결과 250개 이상의 속성을 통해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을 만드는 다섯 가지 핵심 요인을 찾아냈다.
1. 심리적 안정감 psychoolgical safety
팀원들은 팀 안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내도 안전하다고 느낀다.
2. 신뢰성 defendability
팀원들은 제시간에 몰입해서 일을 끝내고, 구글의 높은 기준을 충족시킨다.
3. 체계 및 명확성 structure & clarity
팀원들은 명확한 역할, 계획, 목표를 가지고 있다.
4. 의미 meaning
팀원들은 맡은 일에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5. 영향력 impact
팀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고 그 일이 영향력 있다고 믿는다.
- 망신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져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모든 직원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어떠한 제안을 하더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야 비로소 서로 영감을 주고 배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보상이 생기고 생산성이 향상된다. (에드 캣멀. 에이미 월러스, 창의성을 지휘하라)
픽사에는 데일리스뿐 아니라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라는 문화가 있다. 브레인 트러스트의 핵심은 '솔직함'이다. 솔직함이 없으면 신뢰도 없고, 신뢰 없이는 창의적 협업이 불가 능하다는 전제 아래에 운영된다. 브레인 트러스트에서는 전 직원이 스토리 릴story reel (각본을 스토리보드로 제작한 다음 임시 음 성과 음악을 넣고 편집한 스토리보드 그림들)을 보고 미흡한 점, 개 선할 점, 문제점을 토론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렇게 진단 한 문제의 해결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품의 약점 을 검토하고 개선점을 제안하지만, 작품을 수정하는 것은 모 두 감독의 몫이라는 원칙으로 피드백을 나눈다. 픽사는 데일 리스, 브레인 트러스트 같은 시간을 통해 피드백을 반복하며 작품의 수준을 향상시킨다. 이런 소통 문화를 통해 직원들끼 리 불편한 이야기도 건강하게 나눌 수 있는 소통 근력을 탄탄 하게 키우는 셈이다.
- 우아한형제들에는 우아한수다타임이라는 소통 문화가 있다. 줄여서 '우수타'라고 부르는데, 2015년 여름부터 지금까 지 매월 격주 수요일 오전 11시부터 30분 동안 진행되는 자유 로운 수다 시간이다. 구성원들이 기업에 대해 궁금한 점, 불편 하거나 개선하고 싶은 점을 익명으로 질문하고 대표가 답변 한다.
이 문화는 김봉진 의장을 자주 못 만나는 게 아쉽다는 구성원의 말에서 시작됐다. 다만 김봉진 의장이 바빠 전처럼 자 연스럽게 만나기 어려워지면서 시간을 정해 관심 있는 구성 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인원이 늘다 보 니 대화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주제를 두고 소수만 만 나거나, 익명으로 질문을 받아서 대표나 다른 구성원들의 의 견을 듣는 시간으로 바꾸었다. 트랙방(마라톤 트랙처럼 디자인한 회의실)이라는 회의실에 100여 명이 모여 미리 접수된 건의 사 항을 읽고, 찬반 투표를 하기도 했다. 우수타에서는 변기가 너 무 자주 막힌다는 건의 사항부터 전사 발표를 통해 공유받은 소식과 관련하여 추가로 궁금한 것, 서비스 개선 사항, 기업의 방향, 조직의 이슈, 인사 제도, 새로운 복지 제도 제안 등 다양 한 질문이 오간다.
- 그러나 "우수타에 조금 더 건설적인 질문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소원 수리 시간 같아 피로하다" 등 우수타가 구 글의 TGIF처럼 기업의 주요 경영 이슈에 대한 솔직한 질문과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시간으로 기대했는데, 복지 제도나 일 문화에 대한 이야기만 많이 나오는 것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김범준 전 대표는 소통을 위해서는 어떠한 질문도 올리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규 입사자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우아한형제들의 문화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언론이나 구성원을 통해 듣던 우수타라는 문화에 대해 사실 큰 기대가 없었는데, 막상 참여해보니 '이런 이야기도 물어볼 수 있나?' '이런 이야기에도 답변을 해주시네'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신뢰가 더 커졌다는 답을 한다.
- "긴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니까, 단체 채팅방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맞다. 대표적인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수단(반응이 즉각적 으로 나오지 않는 소통 방식)인 메일이나 사내 포털 사이트 등으 로 긴급한 이슈를 전달하기에는 커뮤니케이션 속도가 너무 느리다. 메신저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지만 동기 커뮤 니케이션(실시간으로 반응을 주고받는 소통 방식) 수단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이슈를 빠르게 공유하기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일 문화 관점에서 메신저는 시도 때도 없이 업무를 말 하는 채널이 아니라, 우리 기업의 소통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채널이어야 한다. 특히 재택근무를 할 때는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필요하다.
사내 포털 사이트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실시간으로 인터랙션interaction을 확인하기는 어 렵다. 물론 메신저는 원칙적으로 '즉각 응답하지 않아도 되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해당하지만, 직원들은 조직의 소통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에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또 리더나 직원들의 메시지에 다른 직원들이 반응하는 경험을 통해 조직의 톤 앤드 무드를 파악하게 된다. 단체 채팅방이 직원들이 일 문화를 체화할 수 있는 '문화 익힘 채널'인 것이다.
- 리더들은 대개 효율에 익숙해 있어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고 시간 대비 효과가 분명한 일에 집중하기 원한다. 그런데 구성원들과의 관계 빌딩은 밑빠진 독같은 느낌이 든다. 이에 사람들에게 시간을 쓰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미팅하고 식사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시간에 일 자체에 전념하면 훨씬 성과가 높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열심히 커뮤니케이션 해도 가끔씩 오해와 비난, 나쁜 평이 들릴 때면 허탈해진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인간은 로봇도 AI도 아니다. 작은 감정에도 쉽게 흔들린다. 소소한 마음의 걸림과 불신으로도 동업자간 의지가 상하고 죽기 살기로 좋아했던 애인이 헤어지며 조직과 사회를 배신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그러므로 인 간과의 신뢰 향상을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는 활동이 필수적이다. (신수정, 일의 격)
- 온보딩은 직원 경험 지도map의 가장 첫 여정인 만큼 일문화를 만드는 핵심이다. 신규 입사자에게 기업의 첫인상을 잘 심어주는 일부터 일할 준비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물리적 지원, 조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조직을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일까지 단계별로 디테일하게 준 비해야 하는 것이 많다. 최근 만난 다른 기업의 조직 문화 담 당자는 비대면으로 이런 온보딩 문화를 만드는 걸 많이 어려 워했다. 오프라인에서 조직의 분위기와 환영하는 마음을 전달 하는 일에는 익숙한데, 온라인으로 그 경험을 어떻게 전환할 지걱정했다.
- 온보딩 문화를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질문
1. 온보딩에서 신규 입사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경험(감정)이 무엇인가?
2. 기업은 오프라인에서 어떤 형태로 이 경험(감정)을 전달하고 있었는가?
3. 온라인으로 이를 전달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시도해야하는가?
- 온보딩팀은 신규 입사자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우아한형제들의 일 문화를 압축한 입사 첫날의 경험을 제공하는 웰컴 온Welcome-on을 운영한다. 웰컴온에서는 다른 기업의 온보딩과 마찬가지로 우아한형제들의 일 문화에 대한 소개부터 업무에 필요한 PC 환경을 세팅하는 일까지, 신규 입사자가 회사에 적응할 때 그들이 궁금한 점이 없도록 지원한다. 신규 입사자들과 우아한형제들 회사를 둘러보며 공간에 담긴 우리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사무실 이용법도 세심하게 안내한다. 입사 동기들이 모인 슬랙 채널에는 인사조직실, 피플실, 총무 서비스실 등이 실시간 대기한다.
이런 온보딩 문화는 피플실이 생긴 2013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입사자가 늘고 업무 환경이 비대면으로 바뀌 면서 온보딩이 더 중요해지자 아예 온보딩팀이라는 별도 조 직을 만들어 신규 입사자들이 우리의 일 문화에 잘 스며들 수 있게 돕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온보딩 문화에는 조금 특별 한 점이 있다.
- 신규 입사자를 맞이하는 첫날에 가장 크게 신경 쓰는 일은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장이나 회의실 이 아닌, 우아한형제들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웬디방에서 온보 딩을 시작한다. 사무실을 옮긴 이후에는 '가평 같은 방'이라는 곳에서 진행했는데, 이곳은 마치 가평의 어느 아늑한 펜션에 온 듯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긴 시간 논의해야 하는 마라톤 회의, 워크숍을 위해 사용하는 공간인데, 회사 같지 않은 이곳에서 신 규 입사자들을 맞이하며 그들이 편안하게 느끼도록 유도했다. 피플실 구성원들이 따뜻한 커피도 직접 내려주며 그들과 스몰 토크를 한다. 신규 입사자들은 자기소개를 하면서 동기들을 알 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온보딩 문화를 개선하려고 한다면 이걸 꼭 추천하고 싶다. 우리 기업의 톤 앤드 무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에 서, 일이 아닌 사람을 주제로 대화하는 것이다. 신규 입사자들 이 온보딩을 통해 회사가 자신을 환영한다고 느끼는 것만큼 좋은 시작은 없다.
공식적인 온보딩 문화 외에도 우아한형제들에는 부서별 로 구성원을 환영하는 고유의 문화가 있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구성원을 환영하는 세리머니를 팀 별로 개성 있게 진행한다. 신규 입사자들은 자신이 일할 사무 실 문 앞에 위트 있는 웰컴 문구나 포스터를 보고 피식, 웃음 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우아한형제들이 권유하지 않았는데 도 이런 이벤트가 자연스럽게 문화가 되었다. 피플실은 기업 은 물론 팀에서 이뤄지는 이런 온보딩 문화가 우아한형제들 만의 일문화로 정착될 수 있게 '돌보미' 일을 업무로 추가해 서 우아한형제들만의 리추얼로 정착시키고 있다.
- 직원들을 위한 선물을 고민할 때 해야 할 여덟 가지 질문
1. 누구를 위한 것인가?
2. 어떤 의미를 담고 싶은가?
3. 선물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은가?
4. 선물의 첫인상은 어떤가?
5. 포장을 열었을 때 무엇이 보이면 좋겠는가?
6.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7.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
8. 그 사람만을 위한 개인화요소가 반영되어 있는가? (예: 이름)
- 전사 행사 기획 과정
1. 갈증확인: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행사의 콘셉트, 제목 등을 정하기 전, 행사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경험 포인트를 정하는 단계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만큼, 행 사를 계기로 조직에 채우고 싶은 에너지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확인한다. 다음 질문들이 구체화에 도움이 된다.
(1) 기업은 구성원들에게 어떤 경험 또는 기분을 선물하고 싶은가?
(2) 지금 구성원들에게 제일 필요한 에너지는 어떤 것인가?
(3) 기업과 구성원이 함께 기념할 이슈가 있는가?
2. 콘셉트:, 제목, 주제 행사의 이름은 무엇인가?
행사의 외관을 꾸미고 콘텐츠로 삼을 콘셉트와 타이틀(제목, 주제) 을 정하는 단계다. 회의에서 나온 여러 의견을 하나로 정리한다. 기 업이 구성원에게 전하고자 하는 감정, 경험을 나타내는 키워드가 반 영되었는지 점검한다.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공감(우리다움), 트 렌드, 위트가 담겼는지 확인한다. 끝으로 제목과 주제를 누구나 이 해할 수 있는지 살핀다. 설명이 필요하다면 재고해야 한다. 콘셉트 와 타이틀에 사용되는 단어 등이 불러일으키는 감정도 크로스 체크 한다.
3. 공간: 어떤 분위기를 연출할 것인가?
입구부터 무대, 포토존까지 콘셉트와 타이틀에 맞춰 연출한다. 구성 원들이 입장한 뒤 느낄 기분을 생각한다. 사진을 찍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다.
4. 콘텐츠: 어떤 경험을 함께할 것인가?
일 문화를 이벤트 등에 담아 행사의 취지에 맞는 경험을 만든다. 특 히구성원들 스스로 이 행사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사전 이벤트 등을 기획하는 것도 좋다.
5. 디테일: 어떤 디테일을 담을 것인가?
우리 기업의 행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포인트를 부여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행사 때마다 리더가 일할 때와 달리 '색다른 캐릭터'로 변 신하는 특별함도 재미있는 디테일이다.
6. 커뮤니케이션: 계획을 세워 소통하는가?
기업은 행사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를 높이기 위해서 공지 콘텐츠도특별히 기획하여 콘셉트와 전략을 세워야한다.
7. 리스크체크: 돌다리도 계속 두드리며 건너라
행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점검 하는 단계다. 구성원들의 불편은 최소화하고, 즐거움은 최대화할 수 있도록 크로스체크한다.
- 정신과 의사 에드워드 할로웰Edward Hallowell은 동료의 책상에서 잠깐 대화를 나누는 행동이 휴먼 모먼트human moment로 이 어진다고 말했다. 휴먼 모먼트는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정서 적 유대를 형성하고, 발화한 내용을 보완하는 비언어적 신호를 읽을 수 있게 한다. 반면 비대면 소통은 이런 휴먼 모먼트가 부 족해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비대면 업무 환경에서는 조 직 문화 담당자가 의도적으로 이런 휴먼 모먼트를 늘려야 한다. 직원들끼리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을 통해 협업을 매끄럽게 하고, 소속감을 부여해야 한다.
- 일 잘하는 사람들은 공유를 정말 잘한다. 회의를 했다면 회의록을 공유하고,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 진행 상황을 팀원 들과 공유하자. 그리고 모든 일은 기록되어야 하며 남겨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메일을 쓰자. 일의 진행 상황에 대한 공유와 기록은 넘치게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승희, 기록의 쓸모)
- 일의 과정을 글로 남겨두지 않으면 회사에 내가 없을 때 누군가 (특정 시점의) 일을 물었을 때 답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일의 히스토리가 나와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혼자만 정 보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은 기억에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은 회사원으로서, 동료로서 직무 유기다. 예를 들어 "이 제도를 왜 시행한다고 했지?"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기록이 없다면 대충 생각해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또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왜 그런 의사 결정을 거쳤는지 설명이 없으면 중간에 합류한 사람이 업무를 파악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된다.
- 기록을 남기고 나누는 일은 무엇보다 '다음 사람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컨플루언스Confluence(공동 작성 및 관리가 가능한 협업 소프트웨어)에 접속하면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기록하고 공유하는지 알 수 있다. 기록과 공유를 잘하는 조직은 일의 배경과 목표,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이슈도 상세히 남긴다. 우아한형제들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일할 때 느끼는 감정까지 기록한다. 프로젝트를 회고하며 좋았 던 점, 아쉬웠던 점, 배운 점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때의 감정을 함께 나누면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더 공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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