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

인문 2020. 2. 6. 12:06

- 인간의 몸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느정도까지뿐이다. 그 다음은 마음과 정신의 영역이다. (손기정)
-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10초 이상 지속되는 활동에는 반드시 결정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 우리는 남은 힘을 어떤 타이밍에 얼마나 세게 밀어붙일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역도와 같은 운동에서도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역기를 들었다 내려놓는 5초 남짓한 순간이 순수한 근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선수가 낼 수 있는 근력의 최대치는 그가 남은 힘을 얼마나 잘 분배하느냐에 달려 있음. 페이스 조절의 중요성이야말로 장거리선수들이 스플릿이라 불리는 에너지 분할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다. 수많은 팬을 거느린 존 파커 주니어의 스포츠 소설 '달리기의 추억'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달리기 선수들은 모두 구두쇠다. 그들은 가진 자원을 아끼고 또 아끼며, 앞으로 써야 할 에너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끊임없이 계산하며 달린다. 그들의 최대 목표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바로 그 순간 남은 에너지를 마지막 한 푼까지 소진하는 것이다."
- 동기부여 세미나 혹은 인터넷에 퍼진 온갖 글에서도 과장된 관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배니스터가 지금껏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도전에 성공한 순간, 사람들의 진정한 잠재력을 가로막던 정신적 장애물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지닌 사람들은 마라톤을 2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는가? 라는 주제로 토론이 한창인 요즘에도 2시간의 벽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 반면 회의론자들은 믿음에는 아무런 실질적 힘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인간의 신체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마라톤 종목의 논란은 60여년 전에 1마일의 논란이 그러했듯 지구력과 인간의 한게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싦험대에 올릴 명분을 마련해주었다. 그러나 의미있는 결과를 내고 싶다면 먼저 진실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우선, 배니스터의 성공 이후 1년 내에 1마일을 3분대에 주파한 선수는 존 랜디 한 명뿐이며, 다음 해에도 단 네명만이 그들의 뒤를 이음. 스페인의 스타 주자 호세 루이스 곤잘레스가 300번째로 1마일 3분대 기록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79년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좌절 끝에 얻어낸 랜디의 갑작스런 성공뒤에는 단순히 정신적 장애물이 사라진 것 이상의 이유가 있었다. 그가 아깝게 4분의 벽을 넘지 못했던 여섯차례의 경기는 모두 경쟁자가 드물고 날시가 적합하지 않은 호주에서 치러졌다. 54년 봄 그는 마침내 트랙상태가 좋고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은 유럽으로 떠났지만, 도착한지 3일만에 배니스터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는 헬싱키에서 처음으로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는 경험을 했고, 첫 1.5바퀴를 뛰는 동안 그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를 리드해 준 이 지역 출신 선수 뒤에서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유럽에서 제대로 된 경쟁상대를 만났다. 배니스터가 4분의 벽을 깰 당시 보조를 맞췄떤 두 명의 선수 중 한명인 크리스 채터웨이는 랜디가 마지막 바퀴를 돌 때까지도 근소한 차이로 그를 바짝 따라붙었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할 때, 랜디가 배니스터의 존재와 상관없이 언젠가 4분의 벽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 뇌의 활동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조작하는 기술이 개발된 후에야 그들은 인간이 한계를 향해 나아갈 때 뉴런가 시냅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약간의 힌트를 얻게 되었다. 비밀을 풀 열쇠는 배고픔이나 목마름, 젖산 축적으로 인한 근육의 피로 그 자체가 아니라 뇌가 그러한 신호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 인간의 지구력을 좌우하는 것은 무얼까? 녹스는 이 문제에 반드시 뇌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98년 발표한 논문에서는 힐이 70여년전에 먼저 언급한 표현들을 조합하여 중앙통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여전히 불명확했다. 그는 이후 10년에 걸쳐 케이프타운대 앨런 세인트 클레어 깁슨이나 찰스스튜어트대의 프랭크 마리노 같은 공동 연구자들, 그리고 자신의 연구실에서 일하는 박사후 연구원과 여러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두가지 핵심원칙으로 구성된 논리를 선보임. 첫째, 인간이 운동 중에 한계에 부딪히는 것은 근육이상 때문이 아니라 뇌가 진짜 위급한 사태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근육에 내린 명령 때문이다. 둘째, 뇌는 현재 투입된 노력을 고려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근육을 동원할지 조절하는 방식으로 한계의 범위를 설정한다.
- 의자 다리에 정강이를 세게 부딪친 사람이 본능적으로 멍든 부위를 문지르는 것은 다친 부위에 고통과 무관한 감각을 추가하기 위한 행동임. 몸의 특정 부위에서 뇌까지 감각을 전달하는 신호전달 경로의 수는 정해져 있고, 따라서 아픈 부위에 문지르는 느낌을 추가하면 두 감각은 자연스레 같은 길을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는 아픈 부위를 더 많이 문지르면 고통이 차지할 수 있는 길은 더 좁아진다.
- 어째서 근육은 경직상태에 빠진 선수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까? 이 질문에 대한 과학자들의 오랜 대답은 젖산 과다분비 때문이라는 것. 젖산은 고강도 운동이 유산소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모하여 산소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때 생성되는 물질. 경직현상은 보통 1분이상에서 10분미만 길이의 운동중에 발생하며, 이는 혈액 속에 젖산염이 가장 많이 생성되는 구간과 일치함. 경직의 고통은 베이킹소다를 먹으면 산성 중화작용에 의해 증상이 소폭이나마 완화되는데 이는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진행하는 화산폭발 실험, 즉 아세트산과 베이킹소다의 혼합실험과 같은 원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명 젖산 화상으로 불리는 젖산으로 인한 통증을 경계하는 오늘날, 캘리포니아대 조지 브룩스를 필두로 한 과학자 집단은 젖산염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들은 젖산염이 근육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격렬한 운동에 꼭 필요한 긴급 에너지 생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냄. 실제로 정상급 운동선수들의 신체는 보통 수준의 선수에 비해 젖산염을 연료로 재활용하는 능력이 월등이 뛰어났다. 게다가 젖산염이 경직의 직접적 원인이라면 근육에 젖산염을 주사하는 것만으로도 즉시 경직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밝혀진대로, 이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 훗날 노벨상을 수상하는 생리학자 샤를 리세는 1894년 오리의 호흡기관을 묶은 뒤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재는 참혹한 실험 보고서를 발표. 실험결과, 평범하게 공기중에 놓인 오리는 평균 7분후 사망한 데 반해 물 속에 있던 오리들은 23분을 버팀. 리세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동물이 물속에 들어가면 심박수 저하를 포함한 일련의 자동반사작용이 일어나 산소 소모량이 줄어든다는 결론을 이끌어냄.
- 이 반응은 오늘날 포유동물 잠수반사라는 용어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용어를 스웨덴계 미국인 과학자 퍼 스콜랜더가 만들어낸 시적인 별칭인 생명의 스위치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웨델 바다표범은 잠수를 시작한 순간 심박수가 지상에 있을 때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격감하고, 덕분에 45분 이상 물위로 떠오르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스콜랜더는 리세의 실험과 원리는 비슷하지만 조금 덜 극단적인 방법을 고안해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물을 가득 채운 나무 수조의 밑바닥에서 납으로 된 추를 잡은 채 지상에서라면 심박수가 치솟을 만한 격렬한 운동을 하라고 지시. 세계 신기록을 세운 도전에서 트루브리지가 기록한 심박수는 1분에 20회 대였으며, 프리다이빙 선수들 중에는 생리학자들이 의식을 유지하기 위한 최저치라고 믿었떤 것ㅂ보다 더 낮은 10회대를 기록하는 사람들도 있다. 잠수반사의 또 다른 대표현상으로는 말초혈관수축을 꼽을 수 있다. 팔다리에 있는 혈관이 거의 닫히다시피 수축되면서 남은 혈액을 몽땅 중추신경계로 보내 뇌와 심장에 가능한 한 오래 산소가 공급되도록 조절하는 것. 액체인 혈액은 기체인 공기와 다리 외부압이 달라져도 부피가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머리와 가슴에 혈액을 집중시키면 폐허탈 또한 예방 가능. 코를 차가운 물속에 담그기만 하면 이 모든 작용이 반사적으로 일어나며, 이는 잠수반사의 주요 감지기가 코 주변에 분포하고 있다는 추측과 더불어 얼굴에 찬물을 끼얹으면 긴장이 가라앉는다는 민간요법에 신빙성을 더하는 근거라 볼 수 있다. 얼굴을 물에 담그면 일명 비장발산이라 불리는 보다 간접적 반응도 일어남. 비장은 보통 혈액의 여과장치로 알려져 있지만, 위급 상황에 대비해 산소가 충분한 적혈구들을 저장해 놓는 역할도 겸하고 있음. 평소 20리터 이상의 혈액을 저장했다가 잠수시 85%까지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바다표범의 비장은 말 그대로 산소탱크나 마찬가지. 안타깝게도 인간은 이렇게 뛰어난 신체조건을 타고나지 못했다. 그러나 잠수를 비롯하여 체력소모가 심한 장기운동을 할 때 비장이 공급하는 신선한 적혈구의 혜택을 본다는 점만은 바다표범과 다르지 않다. 과거 실험에서, 연구진은 크로아티아 프리다이빙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일반인의 호흡참기 능력을 비교. 일반인 참가자들 중에는 비장을 절제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음. 모든 참가자들은 잠수반사를 유도하기 위해 차가운 물에 얼굴을 담그고 최대한 오래 버티는 시도를 2분 간격으로 총 5회 진행했다. 실험결과, 비장이 달린 참가자들은 선수와 일반인 할 것 없이 두번째 시도부터 버티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길어졌다. 그들의 잠수능력이 향상된 것은 비장이 저장해 두었던 적혈구를 발산한 덕분이었으며, 한번 시작된 비장발산의 지속시간은 약 1시간 이상. 반면, 비장을 제거한 참가자들은 시도횟수가 많아져도 잠수능력에 전혀 변화를 보이지 않았음
- 숙련된 프리다이빙 선수들의 미묘한 신체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은 우리 몸이 다이빙에 적응하는 과정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함. 남아공 출신 프리다이빙 코치 한리 프린슬루는 다이빙에 따른 신체변화를 총 4단계로 분석. 첫번째 '인식 단계'에서는 선수의 의식 속에서 호흡을 원하는 욕구가 치솟는다. 이러한 현상은 산소부족 때문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축적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며, 선수에게 통증을 참을 의지만 있다면 이 단계를 무사히 참고 지나갈 수 있음. 그 다음으로 비장의 적혈구가 분출되며 생리학적으로 다이빙 능력이 향상되는 반다운 단계가 찾아옴. 마지막으로 산소결핍에 시달리는 뇌가 진정한 위협을 느끼면, 그의 몸은 의식을 놓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는 단계에 들어감. 물속에서 기절하는 네번째 단계를 경험하지 않으려면 앞선 세단계에 따른 몸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해야 함.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면 폐에 물이 차는 것을 막기 위해 숨길에 해당하는 후두가 저절로 닫힘. 하지만 몇 분 이내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그는 산소를 갈망하는 마지막 숨을 크게 들이쉰 뒤 물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 라인홀트 메스터를 비롯한 등반가들이 산꼭대기에서 극한의 피로를 경험한 것은 단순히 산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산소부족을 감지한 그들의 뇌가 근육의 움직임을 제한했기 때문. 긴 세월 진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뇌는 산소결핍이 근육피로보다 훨씬 더 위험한 현상이란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그렇다면 산소를 지구력의 진짜 한계 요인으로 봐도 되는 것일까? 근육에서 나온 직접적이고 개선불가능한 한계요인과 심리에서 나온 간접적이고 개선가능한 한계요인을 정확히 나눌 수 있다면 참으로 편리할 것이다. 가끔씩은 두 요소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을 때도 있다. 세상에서 숨을 가장 오래 참을 수 있는 정지무호흡 선수들은 월등한 폐활량이나 적응능력을 타고 났지만, 그들이 진정한 기록의 한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불안과 공포를 받아들이고 잠재우는 심리적 훈련이 필요. 이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하지만 극도로 높은 고도에 체질적으로 적응할 수 없는 등반가들은 메스너가 거뜬히 올라간 높이에서도 죽음을 맞이하곤 한다. 이것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다. 하지만 현실에서 몸과 마음 둘 중에 하나만을 탓하는 것은 무의미하거나 때로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오류일 때가 많다. 어쨌든 마음을 관장하는 뇌 또한 몸의 일부 아닌가. 몸과 마음을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관점은 예고 없는 공포탄 발사가 실험 참가자의 근력에 미친 영향을 확인한 미치오 이카이와 아서 슈타인하우스의 61년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 그들은 이렇게 기록. "심리학이란 분야를 뇌로 한정한 생리학이다." 기분과 감정, 충동과 같은 심리적 요인은 체온상승이나 탈수와 같은 생리학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화학적 작용에 의해 조절될 수도 있음. 달리던 사람의 뇌 속 산소레벨이 줄어들면 뉴런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안전 메커니즘이 발동하여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가 자발적으로 속도를 늦추기로 마음먹는 것일까? 애초에 두가지가 완전히 다른 현상이라 볼 수 있을까? 정답이 뭐든 결과만큼은 명확함. 그가 속도를 늦춘다는 것.
- 더운 날시에 반복적으로 운동하다보면 신체의 보호반응이 점점 더 효과적으로 일어나게 됨. 가령 평소보다 낮은 온도에서 더 많은 땀을 흘리고, 혈관이 더 넓게 팽창하면서 혈액의 흐름이 활발해지며, 혈액의 양 또한 증가하여 운동 중에도 심작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됨. 이런 적응 과정에는 대략 2주가 소요되며, 따라서 미국 트레이너협회는 전국 미식축구 코치들에게 첫 14일 동안 훈련양과 장비착용을 제한하라고 권장.
- 2차대전 중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숨막힐 듯 더운 사막이나 정글에 주둔 예정인 연합군 병사들에게 하루에 60-90분씩 높은 온도에서 중간 정도 강도의 운동을 시켰더니 며칠 이내에 급격한 생리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2주 이내에 완벽히 적응을 마쳤다고 함. 단순히 높은 온도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운동으로 신체의 적응 시스템에 압박을 가해야 하는 것이다.
- 02년 따뜻한 날씨를 자랑하는 사우디와 텍사스의 의사들로 구성된 합동연구팀은 뉴잉글랜드 의학저절에 열사병의 정의를 새로 내리는 논문을 게재. 그들을 열사병의 체온상승 뿐 아니라 전신염증반응을 유발하여 다수의 장기에 손상을 입히는 증상이라 주장. 앞서 보았듯이, 우리의 몸은 혈액을 피부근처로 보내 열기를 발산하는 식으로 더위에 대응함. 하지만 이러한 대응책은 필연적으로 몸 안쪽에 있는 내장기관이 혈액과 산소부족에 시달리도록 만든다. 결국 평소 같으면 내장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통제되고 있던 독소가 혈관으로 새어나가며 전신에 걸쳐 염증반응을 유발. 열사병은 단순히 몸이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염증 때문에 몸의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증상인 것. 그렇자면 이런 염증반응이 일부 사람들에게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이유는 뭘까. 열사병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원인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아주 긴 목록이 나오겠지만, 2010년 미국 육군환경의학 연구소는 그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3대 요소가 '무겁고 통풍에 약한 복장, 기존에 앓던 질병, 암페타민과 같은 특정 약물' 이라고 밝힘. 우선, 길핀이 입고 있던 미식축구 운동복은 첫번째 요소에 해당. 사망 당일 길핀이 아침부터 두통과 컨디션 난조를 호소했다는 어머니와 친구들의 증언은 그가 두번째 요소를 충족했을 가능성을 암시함. 게다가 약물검사 결과는 세번째 위험요소의 존재까지 증명. 길핀은 주의력결핍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암페타민 성분이 포함된 아데랄을 복용하고 있었음
- 운동중인 사람의 심장은 산소에 굶주린 다리근육으로 많은 양의 혈액을 보냄. 그가 다리를 내딛거나 페달을 밟을 때문 종아리근육이 수축하면서 무릎아래 혈관들을 쥐어짜고, 이러한 펌프작용은 위에서 내려온 혈액을 다시 올려보내는 역할을 함. 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하고 멈춰 서면 펌프는 갑작스레 정지하게 되고 이때 순환계의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일부 사람들은 혈압을 유지하지 못해 현기증을 느끼거나 심한 경우 의식을 잃게 됨. 물론 해결법은 있다. 06-07년 남아공에서 열린 철인 3종 경기와 울트라마라톤의 응급의료진들은 쓰러져서 실려온 선수들에게 두가지 서로 다른 처치를 제공. 의료 텐트에 짝수번째로 들어온 선수들에게는 일반적인 탈수 치료법인 수액정맥주사를 놓았고, 홀수번째로 들어온 선수들에게는 다리를 살짝 들어올린 자세로 눕힌 뒤 정신을 차렸을 때 자발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도록 했다. 그들이 기력을 되찾고 의료텐트에서 걸어나가기까지는 평균 한 시간 미만이 소요됐으며, 두 그룹의 회복시간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 어쩌면 갈증과 탈수 사이의 괴리는 진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이점일지도 모름. 04년 데니스 브램블과 대니얼 리버만은 뜨거운 초원에서 장시간 달릴 수 있는 인류의 능력이 다른 종에 비해 엄청난 진화론적 이점을 가져다주어다고 주장하는 Born to run 이론을 내놓음. 이 이론의 핵심은 인간에게 심각한 부작용 없이 일시적 탈수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2000년에 제작된 다큐에 나오는 칼라하리사막의 부시먼 전사 카로하 랭웨인은 사냥감인 쿠두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32킬로를 뒤쫓은 끝에 포획에 성공. 38도의 온도에서 여섯시간에 걸친 사냥을 하는 동안 그가 섭취한 수분은 고작 1리터 정도였음. 우리 몸은 수분을 지속적으로 잃는 상황에서도 땀속 소금농도를 조절하여 혈장 삼투압을 일시적으로나마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손실된 수분은 사냥이 끝나고 축제를 즐기는 몇 시간 동안 원래대로 회복된다. 얼핏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양의 탈수를 견뎌내는 인체의 원리에는 또 다른 반전이 숨어 있음. 우리는 지금까지 운동중에 체중이 감소하는 것이 곧 그만큼의 수분을 잃는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이것 또한 완전한 진실은 아닌 것으로 밝혀짐. 남아공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수소원자의 일부를 중수소로 대체하여 특별 제작한 추적용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등산을 시켰다. 참가자들이 마신음료는 운동하는 동안 몸속의 수분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측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실험결과, 체중이 1파운드 줄어드는 동안 체대 수분량은 0.2파운드밖에 줄지 않음. 이로써 체중 감소분에 비해 적은 양의 수분섭취로도 갈증이 해소되는 이유가 분명해짐.
- 케이프타운대 니콜라스 탬 또한 장시간 운동 중에 빠지는 체중이 전부 수분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 "운동에는 지방이나 탄수화물이 연료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한번 타버린 연료는 사라져 버리죠" 지방과 탄수화물을 태우는 화학작용은 두 가지 주요 부산물을 생산함. 그중 하나인 이산화탄소는 호흡으로 배출되고, 나머지 하나인 물은 몸속에 필요한 수분으로 재공급됨.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이 근육에 저장하는 탄수화물 1그램당 물 3그램을 함께 가둬둔다는 사실. 이렇게 닫힌 물은 탄수화물 저장분이 에너지로 사용될 때까지 세포작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운동을 시작해 탄수화물이 타기 시작하면 그제야 비로소 새로 공급된 수분으로서 제 역할을 시작함
- 이론적으로만 보면 연룍 공급전략의 바탕이 되는 계산은 매우 간단함. 선수의 몸속에 이미 저장된 양과 경기를 위해 필요한 양을 따져서 얼마나 많은 열량을 추가로 섭취할 것인지 결정하면 그만이기 때문.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한 인체의 작동원리를 고려해야 함. 스칸디나비아에서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은 에너지원으로 쓰일 뿐 아니라 개별적 근섬유의 수축까지 돕고 있었다. 이는 글리코겐 저장분이 줄어들수록 근육의 움직임이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연료가 바닥나기 한참전부터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의미였다. 자동차가 남은 연료의 양을 고려하여 최대속도를 제한한다면, 우리 몸의 근육은 뇌의 명령으로부터 완벽하게 독립된 정교한 자기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근육은 혈액에 포함된 포도당보다 근육 자체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우선적으로 태우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전 세계에 있는 스포츠음료를 다 마신다고 해도 피로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포츠 음료가 운동에 놀라울 만큼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 우리 신체 내부에 운동을 90분 이상 지속할 수 있을 정도의 탄수화물이 저장된다면, 어째서 스포츠음료가 30분짜리 운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걸까? 심지어 그 효과가 거의 마시자마자, 탄수화물이 배 속을 지나기도 전부터 나타나는 원리는 뭘까? 가장 간단한 대답은 스포츠음료가 우리의 머리를 자극하여 플라세보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 하지만 이것은 부분적 정답밖에 되지 않는다.
- 09년 버밍엄대 연구팀은 탄수화물이 함유된 음료를 머금었다 뱉어내는 행위가 경기력 향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적을 입증하면서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들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비를 통해 실험 참가자들의 입속에 탄수화물이 들어간 순간 보상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직접 확인. 결정적으로, 인공적인 단맛을 첨가한 음료는 fMRI와 실제 사이클 기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반면 똑같은 음료에 무미 무취의 탄수화물인 말토넥스트린을 추가하자 즉시 효과가 돌아왔다. 단순히 설탕의 단맛만으로는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없었던 것. 우리의 입은 그전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탄수화물 감지 센서를 통해 뇌로 직접 신호를 보냈다. 팀 녹스의 중앙통제자 이론을 토대로 추측해 보자면, 추가연료가 보급되리라는 정보를 확인한 순간 뇌가 보호 메커니즘을 살짝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이 실험의 결과는 탄수화물이 경기력을 거의 즉각적으로 향상시키는 이유와 더불어 30분 이내의 짧은 운동에도 효과를 나타내는 이유를 동시에 증명. 하지만 이후 진행된 후속 연구는 스포츠 음료의 효과가 현재 저장된 연료의 양과 당장 느껴지는 허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뇌의 통제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 스포츠음료를 포함하여 경기중에 탄수화물을 보충해주는 여러가지 식품들은 애초에 공복상태나 근육에 저장된 연료가 부족한 상태로 운동을 시작하지 않는 한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 이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결론은 우리의 뇌가 결정적 위기가 닥치기 한참 전부터 보호 메커니즘을 가동하여 의식의 영역 밖에서 몸의 건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 새뮤얼 마코라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하는 노력의 감각이야말로 포기의 주된 원인이라 보았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인간은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페이스를 조절하며, 노력의 감각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순간 자발적으로 운동을 그만둔다. 반면 팀 녹스는 앨런 세인트 클래어 깁슨 같은 학자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노력의 감각이 진짜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정밀하게 설계된 신경회로의 명령에 따라 발생하는 느낌이라 보았다.
- 엘리트 선수들은 뛰어난 내부감각 인지능력을 활용하여 불편한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고, 덕분에 터커가 주장한 현재 시점에서 느껴지리라고 예상한 노력의 감각과 실제 느끼는 노력의 감각 사이의 괴리 또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메울 수 있다. 이처럼 본능적 반응 혹은 과장된 반응을 다스림으로써, 그들은 남들이 멈출만한 순간에도 계속해서 달릴 수 있다.
- 엘리트 선수들의 뛰어난 내부감각 인지능력은 최근 우울증부터 감기까지 온갖 정신적, 육체적 질병에 효과를 발휘한다는 주장을 등에 업고 열풍을 일으킨 불교의 마음챙김 수련과 유사한 점이 많다. 불교의 여러 가르침 중에서 마음챙김이 유독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존 카밧진이 8주짜리 마음챙김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 코스를 개발하면서부터. 이 수련의 목적은 현재 몸의 상태를 판단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령 마라토너가 경기중 발생한 근육통이나 산소부족을 감정적 동요 혹은 공황발작의 원인으로 만들지 않고 현재 상황을 알려주는 중립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는 마음챙김 수련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셈. 판단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 지금 당장 느껴지는 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로저 배니스터가 1마일을 4분안에 주파한 순간 4분의 벽이 확 낮아졌다는 자기계발서의 허풍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믿음의 힘은 종종 지나치게 과대포장되는 경향이 있음. 솔직히 말하면 믿음은 훈련이라는 케이크 위에 얹는 크림 아이싱(케이크나 과자 따위 표면에 발린 당분 성분의 얇은 막) 정도의 역할밖에 못한다. 하지만 때로는 똑같은 케이크에 달콤한 크림을 범벅해서 결과물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14년 새뮤얼 마코라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자기 자신과 긍정적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실험 참가자들의 탈진 테스트 기록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는 사실을 증명. 이후에 진행된 여러 후속 연구는 자신과의 대화가 페이스 조절이나 노력의 감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같은 원리를 활용하여 혹독한 60마일 울트라마라톤에서 평소보다 향상된 기록을 얻었고, 스티븐 청은 사이클 선수들을 데리고 35도의 실험실에서 자기와의 동기부여 대화 실험을 진행함으로써 이 방법이 더위와 싸우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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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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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웨어

심리 2020. 2. 6. 12:05

- 과학은 종종 촘촘한 그물망이라 묘사됨. 한 분야에서 발견한 사실, 방법, 이론, 추론 규칙이 다른 분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철학과 논리는 과학의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논리적 판단에 영향을 미침. 물리에서 장이론은 심리학에서의 장이론을 촉발. 입자물리학자들은 심리학자들을 위해 개발된 통게를 사용함. 농법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개발한 도구는 행동과학자들에게도 유용함. 쥐가 미로를 찾아가는 법을 설명하력 심리학자들이 개발한 이론을 컴퓨터 과학자들이 기계에 학습법을 주입할 때 도움이 되었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18세기 스코틀랜드 철학들의 사회체계 이론에 힘입은 바가 큰데, 특히 이기적으로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행위자가 사회의 부를 창출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에 큰 영향을 받았다. 요즘은 경제학자들이 인간의 지능과 자기조절 이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람들의 선택방식을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관점이 과거에는 인지심리학자들에 의해 크게 바뀌었고, 경제학자들의 과학도구는 사회심리학자들의 실험기술을 받아들여 크게 확장된 바 있다. 현대 사회학자들은 사회의 본질을 이론화한 18, 19세기 철학자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인지심리학자와 사회심리학자들은 철학자들이 제기한 질문의 영역을 넓히고 있고, 오래된 철학적 난제에도 답을 내놓기 시작. 윤리와 인식론에 관한 철학적 질문은 심리학자와 경제학자의 연구에 길잡이가 됨. 신경과학 연구와 거기서 나온 개념들은 심리학과 경제학, 나아가 철학까지도 탈바꿈시키고 있다.
- 활성화 확산은 우리 판단과 행동에 원치 않는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쉽게 받아들이게 한다. 인지의 강으로 떠내려오는 우연한 자극도, 그것이 당장의 인지적 작업과 아예 무관하다 해도, 우리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어, 어떤 장면, 소리, 기분, 심지어 냄새까지도 사물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쳐 우리 행동을 그쪽으로 유도함. 상황에 따라 좋은 일일수도, 나쁜 일일수도 있다. 허리케인 이름에 헤이즐과 호러스가 있다고 하자. 어떤 허리케인이 더 많은 희생자를 내겠는가? 사실 이름은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인다. 컴퓨터를 이용해 무작위로 선택한 이름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헤이즐에 희생자가 더 많이 생길 확률이 높다. 여성 이름을 붙인 허리케인은 남성 이름을 붙인 허리케인보다 덜 위험해 보여 사람들이 예방에 소홀한 탓이다.
* 직원을 좀더 창조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애플 로고를 보여줄 것. 그리고 IBM 로고는 피할 것.
* 직원의 주변을 녹색이나 파란색으로 꾸며도 창조성에 도움이 된다. (빨간색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할 것.)
* 연애 사이트에서 조회수를 올리고 싶다면? 프로필에 빨간 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리거나 적어도 사진 주위에 빨간 테두리라도 둘러라.
* 교육채권 발행에 납세자들의 지지를 얻고 싶다면? 학교를 투표소로 지정하도록 로비를 벌여라
* 임신 말기 낙태 금지법에 찬성표를 던지게 하고 싶다면? 교회를 주요 투표소로 정하게 하라
* 사람들이 커피를 마신 뒤 양심상자에 기부금을 넣게 하고 싶다면? 커피 주전자 위에 있는 선반에 사람처럼 생긴 코코넛을 놓아두어라. 그 코코넛을 보면 좀더 양심적으로 행동할 확률이 높다. 사람 얼굴을 연상케 하는 코코넛은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해동을 감시받는다고 느낀다.
* 누군가에게 사설을 읽게 하고 그것을 믿게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깔끔하고 호감가는 서체를 써라. 글자가 엉망이면 설득력도 떨어진다. 그런데 사설을 수산물 상점이나 부두에서 읽는다면, 사설의 주장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사설을 읽는 사람이 '비린내가 나는'을 '의심쩍은'의 뜻으로 쓰는 문화 출신이라면 그럴 것이다. 그 경우가 아니라면 비린내는 사람의 마음을 어느쪽으로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 아이들의 IQ를 높이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그렇다면 미네소타 학습기업 같은 따분한 이름은 쓰지 말라. 그보다는 살찐뇌닷컴 같은 이름을 써라 회사 이름이 섹시하고 흥미로우면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이다.
* 몸상태도 인지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교도소에서 가석방되고 싶은가? 가석방 심사를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 하도록 시도해보라. 이스라엘 가석방 심사관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심사관이 식사를 방금 끝냈을 경우 가석방을 허락할 확률이 66%였다. 점심식사 직전에 이루어진 심사에서는 가석방 확률이 정확히 0이었다.
* 이제 막 만나기 시작한 사람이 나를 따뜻한 사람, 껴안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는가? 그렇다면 상대에게 커피 한잔을 건네주고 들고 있게 하라. 아이스커피는 절대 안된다.
- 당신은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치인 인간이다. (짐 론, 미국 기업가 겸 동기부여 전문강사)
- 사람들에게 그들이나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의 행동이 주로 성격 특성에 좌우되는지 상황에 좌우되는지 물으면, 자신보다 친구가 상황변화에 상관없이 일관된 행동을 보일 것 같다고 대답할 것임. 이처럼 행위자와 관찰자가 행동의 원인을 다르게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전후 맥락은 언제나 행위자에게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 상황에 맞게 행동하려면 내가 처한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함.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상대는 내가 처한 상황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 상대에게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내 행동이다. 그러다 보니 내 행동의 특성에서 내 성격의 특성을 성급히 판단하기 쉬움. 상대는 내가 처한 상황의 중요한 부분을 볼 수 없고 더러는 무시할 수도 있다. 내 행동을 성격 탓으로 돌리는 데 제약이 거의 없는 셈이다.
- 그리스에서는 생계의 기초가 거래, 고기잡이, 목축처럼 주로 혼자 하는 일과 텃밭 가꾸기는 올리브 농장 같은 농사인 반면, 중국은 쌀농사처럼 협동이 많이 필요한 농사였다. 전제정치는 자기이익부터 챙기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효율적인 운영방식이었을 것임.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은 그리스인의 독립적 문화를 물려 받은 서양인과 중국의 유교전통을 물려받은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10여가지 실험에서도 그대로 드러남. 그중 다카히코는 일본대학생과 미국대학생에게 가운데 인물의 표정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일본학생들은 인물이 행복한 사람들에 둘러싸였을 때보다 슬픈 또는 화난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덜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반면 미국 학생들은 주위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훨씬 덜했다. 맥락에 주목하는 현상은 물리적 맥락에서도 나타남. 이런 차이가 얼마나 뿌리깊은 지 알아보려면 물밑 영상을 보여주는 20초짜리 영상을 본 뒤 무엇을 봤는지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미국인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할 것이다. "큰 물고기 세마리가 왼쪽으로 헤엄치는 걸 봤어요. 지느러미는 분홍색, 배는 하얀색인데 등에 세로 줄이 있었어요." 한편 일본인은 이렇게 말하기 쉽다. "시냇물 같은 걸 봤는데 물은 녹색이고 바닥에는 돌멩인가 조개껍데기가 있었어요. 큰 물고기 세마리가 왼쪽으로 헤엄치고 있었고요." 일본인은 맥락을 만든 뒤에야 미국인들에게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사물에 접근. 종합해보면, 일본인은 미국인보다 배경사물에 60% 더 많이 주목했다. 동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맥락에 더 주목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 이런 차이는 행동의 원인을 설명할 때에도 그대로 나타나, 동양인은 상황을, 서양인은 기질을 원인으로 꼽는 경우가 많음. 한국의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같은 상황에 처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면 한국인은 그 상황의 어떤 요소가 그 사람의 행동을 촉발했으리라는 꽤 합리적 출론을 내림. 그러나 미국인이라면 그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도 똑같이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개인의 기질로 그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려 할 것이다.
- 어떤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상황에 대한 반응이라 여길 때, 우리는 그 판단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보다 당사자의 판단이 맞을 확률이 더 높다는 점을 기억하라. 당사자는 현재 자기가 처한 상황을, 그와 관련한 개인적 사연을, 우리보다 더 잘알고 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서양인들은 세상이 대체로 정적이며 사람을 비롯해 어떤 대상의 행위는 불변하는 기질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반면에 동아시아인들은 불변하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뿐이라고 생각. 환경을 바꿔 보라. 그러면 사람도 바뀐다.
- 무의식은 의식보다 감지용량이 훨씬 더 클 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훨씬 더 많은 요소를, 그리고 훨씬 더 광범위한 종류를 생각헤 담아둘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 의식까지 가담하면 사물을 평가할 때 엉망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예술 포스터나 잼 같은 대상을 보고 나서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하고 각각의 물건에서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싫은지 말한 뒤에 고르라고 하면, 그 물건들을 그저 잠시 생각한 뒤 고를 때보다 잘못 고를 확률이 더 높아짐. 잘못 골랐다는 걸 어떻게 알까? 머릿속에서 일이나는 과정을 말로 표현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시간이 조금 지나서 아까 선택했던 물건을 평가해보라고 하면 그 물건이 아까만큼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하기 때문. 이런 의식적 선택이 문제가 되는 이유 하나는 말로 표현되는 특징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 그리고 그런 특징은 대개 그 물건의 중요한 여러 특징 중 일부다. 무의식은 말로 표현되는 특징뿐 아니라 표현되지 않는 특징까지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한다. 이처럼 선택을 할때 의식적인 과정을 빼버리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 자잉탕은 3년간 쌍둥이 소수추론 연구를 했지만, 소득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 갑작스레 해법이 찾아온 순간은 그가 연구실에서 이 문제로 씨름하고 있던 때가 아니라 콜로라도에 있는 친구 집 뒤뜰에 앉아 콘서트장으로 떠나기전 잠시 친구를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순간, 이게 정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여기까지가 무의식의 성과였고, 이 뒤부터는 의식이 개입하기 시작. 장이탕은 여러 달에 걸쳐 그 해법의 세세한 부분을 손질했다. 장이탕의 경험은 매우 높은 수준의 창조적 문제를 해결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 사례. 예술가, 수학자, 과학자 같은 창조적 사람이 자신의 창조방식을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놀랍도록 비슷한 점이 있음. 미국 시인 브루스터 기셀린은 앙리 푸앙카레에서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고도로 창조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방식에 관해 쓴 수많은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기셀린은 "순전히 의식적인 계산만으로는 절대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글쓴이들은 자신을 구경꾼처럼 묘사. 의식적 견해 뒤에 숨은 문제해결과정의 열매를 처음 목격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관찰자와는 다름.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1) 자신도 무엇이 그 해법을 촉발했는지 거의 또는 전혀 알 수 없으며, (2) 그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도 확실치 않은 때가 있다.
- 수학자 자크 아다마르는 이렇게 말했다. "외부 소음에 불현듯 깨었을 때, 그 순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오랫동안 찾아헤메던 해법이 머릿속에 불숙 떠올랐다. 그것도 내가 예전에 시도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푸앙카레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기분 전환으로 여행을 떠나 수학은 잊고 있었다. ... 그런데 버스에 발을 올려놓는 순간, 예전과는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푹스 방정식을 정의할 때 사용했던 변환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변환과 동일하다는 생각이었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노스 화이트헤드는 "귀납적 일반화에 성공하기 직전에 상상이 뒤죽박죽되던 긴장감"을 언급.
- 시인 스티븐 스펜도는 "내가 느끼는 어둑한 아이디어 구름은 응결되어 언어의 소나기가 되어야 한다." 고 말함. 시인 에이미 로웰은 이렇게 썼다. "아아디어는 특별한 이유없이 머릿속에 나타날 것이다. 이를테면 청동 말처럼, 나는 말을 시의 좋은 주제로 머릿속에 입력했따. 입력과 동시에 내 의식은 그 주제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한 일은 그 주제를 잠재의식 속에 떨어뜨린 것이다. 마치 편지를 우편함에 집어넣듯이. 6개월이 지나 머릿속에 시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시가 거기 있었다."
- 의식적인 문제해결과 관련해 우리가 아는 것은 (1) 우리 머릿속에 있는 특정한 생각과 지각, (2) 그 생각과 지각을 다루는 방식을 통제한다고 (또는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특정한 규칙, (3)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신과정에서 나온 많은 인지적 산물과 행동이다. 나는 곱셈규칙을 알고, 173과 19라는 숫자가 머릿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3과 9를 곱한 뒤에 7을 남기고 2는 한자리 올려준다는 등의 규칙을 안다. 나는 의식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들이 내가 생각하는 적절한 규칙과 일치하는지 점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어느 것도 곱셈이 진행되는 절차를 안다는 의미가 될 수는 없다. 사이먼은 나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어떤 일이 어떻게 무의식적 규칙이나 의식적으로 나타나는 규칙으로 수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를 제시했다. 체스를 처음 두는 사람은 어떤 규칙에 따라 말을 움직이는지, 규칙에 따라 움직이기는 하는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당연히 규칙대로 움직인다. 이때 사용되는 기술은 소위 멍청이 전략으로 고수들에게는 잘 알려진 규칙이다. 그러다 체스를 한참 두면서 관련 책도 읽고 수준급 실력자들과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에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하는 규칙에 따라 체스를 두고 그 규칙을 정확히 표현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자신의 행동이 의식적으로 구현되는 규칙에 맞는지, 그 규칙을 따를 때 떠오르는 생각과 일치하는지 점검할 수 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복잡한 문제해결의 기저가 되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없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일은 종종 들여다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느지 안다고 철석같이 믿을 때, 그리고 그와 관련해 지적당할 만한 실수를 하지 않을 때, 어떤 전략이나 전술의 타당성에 관한 그의 생각을 바꾸기란 매우 힘들다. 체스 선수의 경우, 진정한 고수가 되면 자신이 이용하는 규칙을 정확히 표현하기가 불가능해짐. 중급 실력이었을 때 배운 많은 규칙을 이제는 더 이상 의식적으로 구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랜드마스터 정도가 되면 전략을 무의식적으로 구사하기 때문이기도 함. 판단의 기저가 되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주장은 다음 두가지 관점에서 그다지 과격한 주장은 아닐 것임.
(1) 사람들은 판단과 행동의 기저가 되는 과정을 안다고 주장하지만, 기억에서 정보를 꺼내거나 어떤 대상을 지각하는 것의 기저가 되는 과정을 안다고는 주장하지 않는다. 후자의 과정은 인식범위를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각이나 기억을 이끌어내는 완벽한 과정은 우리 인식의 범위를 벗어나 일어난다. 그렇다면 인지과정이라고 해서 달라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2)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정신과정을 구태여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필요한 추론과 행동을 알아서 하는 정신과정까지 알지 않아도 의식이 해야할 일은 많다.
- 모차르트는 음악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써내려간 듯 싶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려면 아래 두 시점에서 의식이 필요해 보인다.
(1) 어떤 문제의 요소들을 찾아내고 해결책의 윤곽을 대략 잡아보려면 의식적 사고가 필수. 뉴요커 필진인 존 맥피는 아무리 하찮은 글이라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초고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초고를 쓰지 않으면 생각을 발전시키기가 분명 어려울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하루에 글을 두세시간만 쓸지라도 머릿속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하루 24시간 그 주제를 생각한다. 그렇다. 잠을 잘 때도 생각한다. 하지만 초고 같은 대략의 초안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것이 존재하기 전까지는 진정한 글쓰기가 시작된 게 아니다." 초안만들기의 또 다른 좋은 방법은 앞으로 쓸 내용을 어머니에게 편지로 알리는 것이다.
(2) 무의식에서 나온 결론을 점검하고 다듬는 데 의식적 사고가 필요. 어떤 해법이 난데없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는 수학자도, 그 해법을 증명하기까지 수백시간을 의식적으로 고민했다고 말한다.
-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의식의 자유로운 노동의 혜택을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
- 어떤 사람들은 매몰비용 개념을 알고 나서, 그렇다면 결혼생활에 이미 많은 시간과 힘을 쏟았다고 해서 결혼생활을 지속할 필요는 없다는 뜻 아니냐고 했다. 쏟아부은 시간과 힘은 이미 매몰됐으니까. 나는 그런 논리가 매우 조심스럽다. 결혼생활에 쏟은 시간과 힘은 결혼생활을 지속할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그 시간과 힘이 가치가 있었다면 앞으로도 가치 있을 테니까. "결혼은, 사랑하지 않은 시간을 극복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떠올려보라.
- 예상되는 수준보다 타인들이 더 훌륭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알면, 설교보다 훨씬 효과적일 때가 자주 있음. 설교는 나쁜 행동이 실제보다 더 널리 퍼진듯한 암시를 주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음. 그렇게 되면 타인을 따라 하려던 마음이 돌아서버린다. 사람들의 전기사용량을 낮추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웃보다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의 집 대문에 그 사실을 적어 걸어둬보라. 여기에 찌푸린 얼굴까지 그려 넣으면 금상첨화다. 그리고 전기를 절약할 방법을 제안하라. 이웃보다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이라면 역시 그 사실을 적어 대문에 걸어둔다. 이때 반드시 웃는 얼굴도 그려 넣는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전기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들이 제시한 이 영리한 개입으로 캘리포니아은 이제까지 에너지 비용을 3억불 넘게 절약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수십억 파운드 줄일 수 있었다.
-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자 할 때 우리는 흔히 당근과 채찍이라는 인센티브만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음. 금전적 이익과 손실은 가장 많이 애용되는 인센티브다. 하지만 사람들을 우리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더 효과적이고 더 싸게 먹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전기 절약을 유도하고 싶다면? 이웃은 전기를 더 적게 쓴다고 말해준다. 학생들의 음주를 줄이고 싶다면? 친구들은 생각보다 술을 덜 마신다고 알려주라. 떠밀거나 잡아 끌기보다 장벽을 제거하고 통로를 마련해주어 가장 현명한 행동이 가장 쉬운 선택이 되게 하라.
- 면접환상과 금본적 귀인오류는 뿌리가 같으며,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의 양에 제대로 주목하지 못할 때 더욱 부풀려질수 있다. 행동의 원인을 상황보다 고정된 기질 탓으로 돌리는 근본적 귀인오류를 제대로 이해하면, 면접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생각에 회의적이 된다. 대수법칙을 확실하게 이해해도 근본적 귀인 오류와 면접환상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나는 면접의 효용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니 면접에 근거한 내 판단에도 언제나 회의를 품는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나 역시 그 원칙을 이해했다가도 차츰 잊어버린다. 그러면서 나는 가치있고 신뢰할 만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환상이 지나치게 강하다. 그래서 면접이나 누군가를 잠깐 본 것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해야 한다. 특히 그 사람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의 견해에 근거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고 학교 성적이나 업무 수행력에 대한 기록까지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짧은 면적에 근거해 판단을 내릴 때는 그 한계를 언제나 또렷이 인식한다.
- 신뢰도는 어떤 사건이 두 가지 경우에 또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측정했을 때 똑같은 수치가 나오는 정도를 말함. 타당도는 무언가를 측정해 예측했을 때 원래 의도한 것을 예측하는 정도를 뜻함. 어떤 측정도구는 신뢰도가 완벽한데 타당도는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점성술사 두 명이 물고기자리인 사람과 쌍둥이자리인 사람의 외향성 정도를 두고 일치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지만, 그런 주장에 타다도가 있을 리 없다.
-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면 따라 마시게 되고, 사람들이 술을 많이 안 마시면 덩달아 음주량을 줄인다. 호텔의 특정 객실에 묵었던 사람들이 수건 하나를 여러 번 사용했다면 그 방에 투숙한 다른 사람도 따라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유권자에게 그 지역 투표율이 높을 거라고 말하는 게 낮을 거라고 말하는 것보다 투표율을 높이는 데 훨씬 더 효과적임. 사람들에게 지난 선거에서 그들이 투표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이번에도 그들의 투표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 말한다면 효과적일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자신에게도 잘 보이고 싶어함. 그러니 투표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말로써 투표율을 2.5%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단 사실이 새삼 놀랍지 않다. 하지만 오직 A/B테스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단 사실이 새삼 놀랍지 않다. 하지만 오직 A/B 테스타만이 점검 여부가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니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느지 알아볼 수 있다.
- 구두보고는 아주 다양한 왜곡과 오류에 취약하다. 우리는 머릿속에 서류서랍을 넣어두고 필요할 때 의견을 뽑아쓰지 않는다. 내 생각은 이렇다고 말할 때는 질문이 어떤 형태였는지, 그 앞에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우연히 발생한 사오항이 점화효과로 작용했는지에 영향을 받게 됨. 다시 말해 개인의 견해는 급조되고, 외부의 영향에 쉽게 좌우됨.
-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참고집단과의 암묵적 비교에서 나오는 때가 많다. 누가 나더라 얼마나 성실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교수들이나 아내 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마침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비교해 내가 얼마나 성실한지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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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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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전문가인 사람은 없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모른다’고 말하라.
‘모른다’는 말은
솔직한 사람과 전 세계에서 꾸준히 높은 성과를 거두는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는 일종의 암호나 경구라 할 수 있다.
- 마크 C. 톰프슨, ‘일은 사랑이다’에서

 

심리학자에 따르면 “난 알고 있어”라고 자주 말하는 사람들은
사교성이 떨어지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을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반면 망설임 없이 “잘 모르겠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지닌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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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류의 자원 봉사는 훌륭하다.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나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봉사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한 일은 무엇이든 열 배로 돌아온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백 번 돌아온다.
- 마셜 골드스미스

 

‘사람은 베푸는 만큼 부유하다.
훌륭하게 봉사하는 사람은 훌륭하게 보상 받는다.’
앨버트 하버드의 글 함께 보내드립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더 많이 줄수록 더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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