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민간 기업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 며 각자의 시장에서 (다른 회사와 독립적으로, 그리고 정부와 독립적으로)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찬사를 보낸다. 또한 자본주의가 시장 가격에 의존하는 것도 높이 평가하는데, 시장 가격을 통해 경쟁 업체 의 움직임과 소비자의 구매 패턴에 따라 판매 전략을 어떻게 조정해 야 할지 효과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격이 오르면 수요 가 공급을 초과하는 신호이니 생산량을 늘릴 때다. 가격이 내려가면 생산량을 줄일 때다. 이것이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며, 시장을 통한 조율을 의미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은 종종 조율 기능을 망치는 중대한 결함을 간과한다. 즉 시장의 동향은 다각적이고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동시에 경쟁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기업 은 중요한 정보인 기업 생산 및 구매 계획을 서로에게 알리지 않는 다. 각 기업은 경쟁 업체가 과거에 어떻게 행동했는지(어떤 제품을 제공 했는지, 양은 어느 정도인지, 가격은 어떤지) 파악하지만, 미래에 할 행동을 예측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빨리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압박 이 심한 가운데 경쟁 상대들은 어떤 계획을 품고 있는지 숨기는 상황 이라면, 기업이 내릴 수 있는 유일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는 자사의 성장에 모든 걸 건다는 결정뿐이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도 똑같은 논 리로 행동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의 동향은 보통 과잉생산과 추락의 굴레에 갇힌다. 그래서 노동력 등 사용 가능한 자원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더욱 큰 기업으로의 성장을 도모하게 되고, 결국 기업은 높은 비용과 낮은 이윤에 허덕인다. 이에 기업이 생산 과 고용, 투자를 축소하면 다시 불황으로 치닫게 된다.
- 윤리적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추가 비용 문제와 관련해서 고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우리의 관심을 돌리고자 한다.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문제에 민감한 이해당사자(소비자, 직원, 투자자, 경영자)는 좀 더 책임감 있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기꺼이 비용을 더 낸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환경적·사회적 영향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하는 파타고니아는 수많은 소비자에게 지지를 받고있다. 파타고니아의 제품이 조금 비싸도 소비자는 추가 비용을 기꺼이 낼 의지를 보여준다. 윤리적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범적인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많이 차지할수록 경쟁 업체도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에서는 기업의 윤리성이 수익성과는 평균 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몇몇 사례 조사 결과에 따 르면, 윤리적인 기업 활동이 수익을 창출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반대 인과관계가 나타난다. 즉 애초에 높은 수익을 내는 기업들이 환경이나 사회 환원 프로젝트를 진행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윤리적인 행동이 긍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진다고 제시한다. 그러나 보다 체계적인 연구 에 따르면 기업이 내부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사회적 책임, 혹은 환 경적 책임을 진다고 해서 딱히 평균적으로 더 나은 실적을 올리지는 않는다. 따라서 시장 경쟁으로는 윤리적이지 않은 기업들이 윤리적인 기업 활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윤리적 자본주의 모델을 통해 자본주의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점차 신뢰를 잃어갈 것이다.
- 윤리적 자본주의 모델은 윤리적이지 않은 기업과 경쟁을 없애지 않는 한 멀리 나아갈 수가 없다. 경쟁을 없애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정부규제를 통해 사회적 환경적 표준을 높임으로서 저차원 기업을 막는 것이다. 윤리적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정부 규제를 거의 신뢰하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규제 없이는 윤리적 자본주의도 성립할 수 없다.
- 누미는 캘리포 니아주 프리몬트에 자리 잡았으며 조합을 결성한 자동차 조립 공장 이었다.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와 도요타Toyota가 공동 소유주였 으며 도요타가 일상 업무를 총괄했다. 누미는 2010년 공장이 문을 닫 을 때까지 고차원 정책을 실행했다. 원래 누미의 공장 시설과 모든 인력(경영진 제외)은 제네럴모터스에 속해 있었다. 제너럴모터스가 운 영하던 프리몬트 공장은 1982년에 폐쇄되었는데, 제너럴모터스 전체를 통틀어서 품질, 생산력, 작업 중단율 측면에서 가장 성과가 나쁜 공장이었기 때문이다. 도요타 경영진은 제너럴모터스의 프리몬트 공장의 인력, 그리고 미국자동차노동조합United Automobile Union, UAW 지역 조합장의 2,244명을 그대로 넘겨받아 관리하기 시작했다. 제너 럴모터스의 프리몬트 공장은 누미로 탈바꿈하여 영업을 시작한 지 2~3년 만에 세계 최고의 자동차 생산력과 품질 수준에 도달했다.
이처럼 놀라운 성과는 도요타 생산 시스템을 엄격하게 시행하고, 기업과 노동조합이 고차원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했기에 가능했다.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누미는 노동조합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강제 해고를 없앰으로써 회사 운영에서 많은 개선을 이루었다. 
도요타 체제의 핵심 요소는 업무 표준화 정책이었다. 제너럴모터 스에서는 업무관리팀의 공학자가 작업 표준을 결정하였기에 논란의 여지가 많았으나, 누미에서는 일선 직원들이 직접 작업 표준을 설정 했다. 도요타는 직원에게 공장 스톱워치 사용법, 업무 대안을 분석하 고 비교하는 법을 알려줬다. 이렇게 도요타는 공장의 업무 효율과 생 산 품질을 대폭 늘리는 한편, 직원의 건강과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누미의 자동차 조립라인 직원은 60초 중 57초를 업무에 집중했다. 제너럴모터스 시절에는 60초 중 35초밖에 안 되었는데 말이다. 직원들의 부담은 줄이면서 도요타가 작업 동선 및 부품과 도구의 배치를 매우 세심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다. 
- 누미의 '협력하여 학습한다'는 방식에는 비용이 많이 들었다. 제너 럴모터스 공장에 비해 훨씬 광범위하게 직원을 교육하였으며 노동자 들의 제안을 수행하기 위해 공학 기사들이 파견되었다. 모든 카이젠을 관리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관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누미는 이러한 비용이 긍정적 노사 관계 및 지속적인 효율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라고 여겼다.
- 역사적으로 개인주의란 자본주의의 주요 성과물이다. 자본주의가 출현하기 전에는 사람들 대부분이 집단 내의 전통과 물려받은 신분 에 따라 열망이 제한되었다.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구속에 서 벗어났고, 창의력과 혁신, 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개인의 다양한 사 고와 자유롭게 행동할 기회의 장이 마련되었다.
따라서 민주적으로 경제를 관리하려면 집단적인 동기와 더불어 개인의 동기도 보장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딜레마에 빠진다.
대기업도 사업을 진행하며 같은 딜레마를 겪어왔다. 직원이 집중 화된 정책과 표준화된 절차를 따르도록 하려면 집단주의 정신이 필요한 데 반해 직원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을 내놓도록 하려면 개인주의 문화가 필요하다. 저차원 기업의 경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일상 업무와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한 업무를 분리한다. 일상 업무(조립라인 작업이나 병원, 전문 서비스 기업에서의 보조 업무)가 중심인 팀에서는 대부분 직원이 상사의 지시에 따른다. 창의적인 발상(의료 진단 및 치료나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개발)이 필요한 팀에서는 직원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업 무를 수행하도록 기업이 권장한다.
저차원 기업이 이처럼 업무를 분리할 때 생기는 장단점은 이미 밝혀졌다. 창의적인 업무에 배당해야 하는 인력이 적을수록 기업은 업무 분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도 있다. 각자 맡은 업무가 다른 두 팀은 서로 소통이나 협업을 원활하게 진행 할 수 없다.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 직원은 상당한 자율성을 누리지만, 작업의 효율성 향상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한편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은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며,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도 역시 무심하다. 더욱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능력이나 동 기도 없다. 또한 자신이 떠올린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건의할 기회도 없다면, 일상적인 업무로 인해 소외된다고 느낄 터다. 
고차원 기업은 직원들의 역량을 개발함으로써 팀 프로젝트 실행 및 목표 개선, 반복적인 업무의 효율적 처리, 성과 개선을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도록 격려한다. 그렇게 딜레마를 해결하려 하는데, 이때 사람들이 집단의 추진력과 개인의 동기 부여를 모두 지니고 있 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할까? 만약 그렇다면 기업은 전자와 후자를 통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개인의 성취에 기반하는 자존감은 독립성을 낳고, 주변 사람으로부터 받는 인정에 기반하는 자존감은 의존성을 낳는다. 몇몇 고차원 기업은 상호의존성 기업 문화를 자아냄으로써 독립성과 의존성을 모 두 아우르는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업의 원대한 목표를 향해 개인과 팀이 협력한다는 점이다. 즉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독특하고 다양한 발상이 필요한 상황이더라도, 직원과 기업이 공동의 목표를 공유한다면 개인주의 문화가 집단주의 문화와 충돌하지 않는다. 또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팀에서 결정한 업무 지침을 따라야 하더라도 집단주의 문화는 향상할 기회를 확인하며 도움이 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개인의 창의력을 방해하지 않는다.
- 당시 많은 사람은 종전이 임박한 시점에서 미국이 더욱 포괄적인 사회주의 계획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지만, 자본주의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야말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평화로운 시기에 미국 정부가 경제에서 더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들은 서로 분열을 일으켰으며 공산주의자라는 탄압을 받고 반대 세력에 당하고는 했다. 민주적으로 경제를 경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미국의 실험은 빠르게 중단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촉발된 애국심으로 인해 미국 국민은 긴급한 목표를 공유했으며, 덕분에 전시 체제화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볼 때, 전시에 보여주었던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공동의 목표를 갖기란 힘들 것이다. 하지만 민주사회주의 체 제에서 기업들은 우리의 필요와 직접 연결되는 목표를 세울 것이다.
경제와 사회 형태가 변화했을 때, 일상에서 기대하고 동기를 갖는 것들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에 대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을 바꾸는 행동경제학  (0) 2021.05.11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0) 2021.05.11
버블 부의 대전환  (0) 2021.04.24
반란의 경제  (0) 2021.04.24
더 위험한 미국이 온다  (0) 2021.04.18
Posted by dalai
,

- 주먹도끼 등 도구의 혁신을 이루고 전두엽을 발달시키고 불을 사용하면서 인류는 본능과 이기적 욕망을 유보하고 사회생활을 영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인간은 본능과 욕구에 더 충실한 생활을 했 다. 침팬지도 무리를 지어 협력을 하여 사냥하는 것을 보면, 인류가 처음부터 무리생활을 하고 협력을 하며 본능을 유보했겠지만, 불을 사용하면서 자연적인 무리생활이 좀 더 체계적으로 조직된 사회생 활로 전환했을 것이다. 
이러면서 또 다른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하나는 ARHGAP11B 유전자의 돌연변이고, 하나는 거울신경세포체제mirror neuron system의 활 성화다. 전자는 이성을 발달시켰고 후자는 감성, 특히 공감을 발달시 켰다. ARHGAP11B 유전자는 영장류에서도 나타나지 않으며 오로 지 인간에게서만 발견된다. 짐승과 다른 인간의 특성을 갖게 한 중대 한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ARHGAP11B 유전자를 생성한 유전 자의 복제는 인간이 침팬지와 분리된 이후부터 네안데르탈인이 분 리되기 이전에 형성되었다. 이 유전자는 인간처럼 복잡한 구조의 신피질 주름을 형성하며 뇌를 비약적으로 크게 키우는 기능을 수행했 으며, 쥐에게 이 유전자를 주입했더니 신피질의 주름이 인간과 유사한 형상으로 형성되었고 뇌가 확연하게 커졌다. "23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 이후 인류는 대뇌 바깥에 신피질의 주름을 복잡하게 구성하면서 훨씬 더 많은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장착하게 되었다. 인간 뇌의 전체 크기 또한 300CC 정도에서 600cc~800cc로 두 배 이상으로 대폭 커졌다. 이로 인간은 훨씬 더 높은 지능을 구사하고 점차 이성적 사고를 했다.
인류는 거울신경세포체제를 발달시키면서 타자에 대한 모방과 공 감을 증대했다. 체계적인 사회생활을 하며 타자의 행동이나 성과를 모방하거나 타자의 감정에 공감을 하고 협력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이타성afterity을 형성했다. 침팬지도 거울신경세포체제가 있고 무리를 이루며 필요에 따라 협력과 연대를 하기에, 거울신경세포 체제나 이타성이 최초의 인류부터 미약하게나마 형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활성화한 것은 좀더 복잡한 사회생활을 한 이 시기일 것이다. 이로써 인간은 본능과 감정을 절제하는 두 가 지 칼, 공감과 이성을 갖게 되었다. 사냥을 같이 하는 동료의 짝에 대해 욕정이 일지만 다음 사냥을 생각하며 이성으로 억누르고, 자신도 배가 고프지만 더 굶주리는 남의 아이의 아픔에 공감하여 자신의 먹을거리를 양보했을 것이다.
- 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져 나간 호모 에렉투스는 하이델베르크인을 거쳐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 스로 진화했다. 40만 년 전에서 2만 8,000년 전까지 유럽에서 활동한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와 경쟁에서 밀려 사라져버렸다. 던지는 창을 만들지 못하고 몸집이 커서 에너지 소비가 많았고 육식에 의존했기에, 던지는 창을 만들어 사냥하고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아 에너지 소비가 적고 채식도 한 현생인류에 밀렸을 수 있 다. 이보다 현생인류에게는 해가 없지만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치명 적인 병균이나 숙주를 현생인류가 전파한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양자가 경쟁만 한 것이 아니라 공존도 하고 교배까지 한 것 으로 보인다.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는 특히 케라틴 색소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많은데 아마도 네안데르탈인과의 교배를 통해 비아프리카계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밖의 환경 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에 아인트호벤 공과대학의 연구원인 크리스트 위슨krist Vaesen 등은 이런 정설을 뒤엎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자원 경쟁에서 지거나 기후변동, 화산폭발 등의 외부 요인 때문이 아니라 인구통계학적 요인 때문에 멸종했다는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은 근친교배, 낮은 출생률, 높은 사망률, 성비性出의 불 균형 등으로 인구가 줄어들었고, 결국 (개체군의 숫자가 일정 수준 이하 에 이를 경우 개체군이 불안정해지는) 앨리Allee 효과가 작용하며 멸종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 점진적으로 아주 느리게 언어가 발달하다가 20만 년 전에 발성에 관여하는 FOXP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모두 715개의 아미 노산 분자로 구성된 FOXP2 유전자 가운데 인간의 경우 쥐와는 3개, 침팬지와는 단지 2개만 분자 구조가 다르다. 사람의 경우 언어유전자 FOXP2에서 2개의 아미노산이 돌연변이를 일으켰고, 그 결과 인간은 혀와 성대, 입을 매우 정교하게 움직여 복잡한 발음을 할 수 있는 능력 을 얻게 된 것이다. 이 돌연변이는 20만 년 전에 생겨나 500~1,000세대, 즉 1~2만 년 동안에 급속히 퍼졌다. FOXP2는 다른 동작 과정을 필요로 하는 회로와 일치하는 언어관련 회로 구조에 지원을 하면서 언어와 운동동작 조절을 관장하는 두뇌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30 다른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결정적으 로 FOXP2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류는 혀, 입술, 목구멍 등 발성기 관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정교하다는 것은 미세한 차이 들을 의지대로 창조하고 조절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니, 한국인이 '불/풀/뿔이나 '강/공/궁'을 구분하듯, 음성적 차이를 갖는 발음들을 창조해내고 그 차이를 분별하여 들으며 유인원과도 확연히 다른 인간의 언어들을 창조해내고 소통하게 된 것이다. 
- 인지혁명을 이루다. 인류는 은유와 환유를 매개로 자연지능, 과학기술지능, 사회지능을 하나로 엮어서 인지혁명을 이룩했다. 사자를 용맹한 사람의 은유로 만들어 노래하는 것은 사자 사냥을 통해 사자의 용맹함을 인지한 자연지능과 사자의 용맹함을 은유화하는 언 어지능을 결합해 이루어진 것이다. 사자의 이빨을 목걸이로 만들어 전사에게 주어 그의 용맹을 보상하고 부족의 용맹을 북돋거나 사자를 숭배하는 의례를 지내며 사회통합을 꾀하는 것은 이 은유에 사회 지능을 결합한 것이다. 한국인은 고대 사회부터 샤먼들이 신단수 신 앙을 가졌고 신라의 마립간 시대의 왕들은 나무 형상을 한 금관을 썼 다. 이는 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하늘을 향하여 두 팔 을 벌리고 서 있는 형상에 대한 자연지능, 나무가 땅에서 물과 양분 을 취하여 햇빛을 받아 나뭇가지와 풀, 꽃, 열매를 만든다는 과학기술지능, 샤먼이나 왕은 하늘이 보낸 사자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무 도 하늘의 뜻을 땅에 전하는 동시에 인간의 소망을 하늘에 전하며 개 인의 불만을 누그러트리며 사회통합을 한다는 사회지능이 결합된 것이다.
- 기존의 통설은 농경혁명 이후에 종교가 발생하고 이것이 신전 건 설과 도시국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았다. 사람들이 논밭에서 밀농사 나 쌀농사를 공동으로 지어야 되니 정착을 하고 마을을 형성했다. 정 착하여 집단을 이룬 사람 사이에 규율과 윤리, 이념이 필요했고 이 를 아우른 상위의 사유로서 종교가 형성되었다. 이에 신앙 형식으로 종교가 형성되었고, 이의 구체적 표현으로, 신과 인간이 만나 의례를 행할 터전으로, 신이 존재한 성역으로서 신전을 만들었다. 그러자 신 전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를 관리하는 관료와 행정체계가 수립되면서 도시 국가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괴베클리 테페 유적의 발굴에 의해서 이 통설이 무너졌다. 정착이 종교를 낳고 그 다음에 농경이 이루어진 것으로 획기적으로 순서를 바꾸게 되었다. 일정 지역에 사냥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종교를 만들고 그들의 신을 모시는 신전을 세웠다. 신전을 세 운 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인구가 많이 늘자 수렵채취로 는 생존이 어려워졌고, 경작이 수렵채취보다 효율적이었기에 농사 를 짓고 목축을 했다. 이로 인해 곡물과 단백질의 생산이 늘자 인구가 더욱 증가했다. 그러자 이를 관리하는 체계가 확립되면서 도시국 가가 형성되었다. 이렇게 통설을 전환해야 한다.
- 은유와 환유가 종교와 결합하면서 심오한 철학과 종교적 상징, 예 술들이 창조되었다. 예를 들어서, 연꽃은 진흙탕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하늘을 향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또 아주 맑은 향기를 멀리 뿌린다. 불자들은 이를 은유화하여 “이렇게 진흙탕과 같은 고통 스런 삶을 살고 있어도 숭고한 깨달음의 세계를 지향할 수 있다.” “중 생도 부처처럼 거룩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저 연꽃이 아름다운 들 이나 산기슭에 피지 않고 진흙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뿌리듯, 우리가 수행하고 정진하여 모든 탐욕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부처 가 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부처가 아니며 고통 속에 있는 중생을 구제하여 부처로 만들 때 그 순간에서야 비로소 부처가 된다.” 등의 메시지로 해석했다.
백합은 알뿌리에서 봄에 싹이 나와 나팔 모습을 한 흰색의 꽃을 피 우며 향기가 진하다. 희디흰 빛깔은 순결과 흰옷을 입은 성도를, 봄 에 죽은 대지에서 싹이 나와 꽃을 피움은 부활을, 나팔의 모습은 부활 승리의 나팔을, 순결하고 아름다운 자태는 성모마리아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종교는 이런 식으로 다양한 은유와 환유를 만들고, 이를 공유하고 전승하면서 종교적 상징으로 변화시켰다. 그를 예술로 표현하거나 신전과 책에 담고 이에 담긴 의미를 심층적으로 해석하면서 더 거룩 하고 심오한 세계로 진입했다. 수많은 현인과 학자들이 경전을 해석 하고 논쟁을 하면서 그것이 종파를 야기하기도 했지만, 철학은 더욱 융숭깊어졌다.
- 지적 설계론은 논리 오류로 따지면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를 범하 고 있다.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는 허수아비를 찌르고 이겼다고 착각 하는 사람처럼, 어떤 논리의 내용과 피상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실제 적으로 관련 없는 허수아비의 환상을 만들어내어 그를 반박하는 것 을 뜻한다. 환상을 아무리 논리적으로 비판한다 하더라도 원래의 논 리는 전혀 손상되거나 반박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는다. 생화학의 관점에서 다윈 진화론 가운데 극히 일부의 허점을 비판한 것은 타당 하지만, 그 지적으로 다윈 진화론 전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화는 목적이 없이 이루어졌지만 정교하게 생명체의 결점들을 극복하며 진행되었다.
- 현재 고스트 워크(Ghost work가 새로운 노동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로 봇이 활성화하면 인간의 상당수가 로봇의 부스러기 일인 고스트 워크에 종사할 것이다. 이미 인터넷과 온라인 기업이 대형화하면서 법적 지위도, 조합도 없이 임시직으로 보조 역할을 하는 고스트 워크가 발생했다. “이들은 지금 조앤이란 여성이 아마존닷컴이 운영하는 엠터크에서 음경 사진을 거르는 일을 매일 10시간씩 수행하고 40달러 를 버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작업을 하다가 알고리즘의 한계나 작 업상 결함으로 놓치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부수적인 일들을 처리하는 보조 노동을 할 것이다. “이대로 방치될 경우 수억 명의 노동자들을 눈에 안 보이는 존재로 만들 수도 있다.
- 노자의 『도덕경』의 경구처럼, “(말과 의식으로) 도라고 하는 도는 늘 도가 아니다.  우리의 의식으로는 궁극적 진리나 실재를 알 수 없 다. 이 우주와 자연을 형성하고 작동하는 근본 원리를 우리는 알 수 없다. 인간의 마음과 몸, 뇌도 마찬가지다. AI가 아무리 발달한다 하 더라도 미지의 영역은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뇌신경세포 와 유전자와 같은 물질이 정신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대해 겨우 한 발 만 들여놓은 상태다. 알파고 리는 이세돌을 이긴 순간에도 바둑을 두 는 목적은 물론 승리의 의미도 몰랐다. 이것 또한 지능의 범주에 들 어가야 할 것이다.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행위를 하고 또 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려면 이 과정에 대한 완벽한 분석과 프로그래밍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데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이 앞으로 대략 30여 년 안에 인간의 지능을 스스로 학습하면서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을 돌파하여 지능 폭발을 하고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습득한다 하더라도 부분적인 지능에 머물 것이며, 엉뚱한 곳에서 결함을 보일 것이다. 인간의 마음과 무의식, 이에 영향을 주는 인간 몸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완벽히 복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초지능을 가진 뒤에도 인간 보다 못한 영역들, 과학으로도 도달할 수 없는 마음과 궁극적 진리의 영역은 남을 것이다.
- 2014년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연구팀은 지속적인 뇌신경 행위 가 주어진 순간, 의사를 선택할 부분에 자발적인 결정을 편향시킴을 입증했다. 이들은 “자발적인 신경요동이 의사결정을 예측하게 하며, 그동안 잡음으로 간주되던 뇌신경 신호의 지속적인 가변성이 뇌의 본질적인 특성임을 밝혔다. 우리가 독립적인 선택을 내린다고 생각 한 것은 뇌의 배경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자유의지란 것은 없으며 자 유의지라고 생각한 것이 있을 뿐이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42 이들에 따르면, 뇌신경 신호가 지속적으로 변하는 것을 잡음으로 간주했는 데, 이것이 뇌의 본질적인 특성이라는 것이다. 뇌신경세포에서 뇌신 경이 전하는 신호들이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변하는데, 이것이 인 간이 의사를 선택할 부분에 편향을 일으켜 어떤 행위를 하도록 이끌 어낸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유의지란 허구이고 인간 스스로 자유의 지라고 생각하는 것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1972년에 뉴질랜드의 더니든이란 작은 도시에서 일군의 학자들이 1,037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오늘날까지 49년간 계 속하여 더니든 건강 및 발달 학제 연구punedin Multidisciplinary Health and Development Study'를 수행하고 있고 논문만 1,200편 이상 발표했다. 이렇 게 많은 대상으로 오랜 기간 계속 수행해왔기에 심리학, 범죄학, 보건학, 사회학, 교육학 등에 걸쳐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고 여러 학술 상을 휩쓸었으며, 지금은 세계적인 석학들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 고 있다. | 이 연구팀이 30년을 관찰한 시점에서 수백 편의 논문을 발표했 는데, 그 중 한 편을 보면, “어렸을 때 행동 문제를 보이는 어린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낮은 수준의 행동 문제를 가진 아동에 비하여 훨 씬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소비했다. 이 그룹은 인구의 9.0%에 불과하지만, 모든 유죄 판결의 53.3%, 응급실 방문의 15.7%, 처방전의 20.5%, 부상 청구의 13.1%, 매달 복지 혜택의 24.7%를 차지했다.”44 더니든 스터디에서 처음 제안하였고, 이후 많은 연구에서 확인된 것 처럼, 학대 등의 외부 요인도 작용했지만, “두뇌의 모노아민산화효소 monoamine oxidase Alpha, MAO-A의 낮은 발현 변이를 보이는 이들이 시냅스 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MAOA를 적게 생산하는 바 람에 편도체는 활성화하고 전두엽은 활성화하지 못하여 공격성을 증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더니든 스터디의 연구들은 아동학대, 교육 등의 외부적 요인이 많은 작용을 한 것으로 보며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 MAOA 효소가 적게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폭력적인 아동 이 성장하면서도 가정생활, 교육 등에서도 이를 늘릴 만한 변화를 갖 지 못한다면 커서도 폭력을 범하고, 그 경우 이 효소의 수치가 낮았던 것이다. 누가 살인을 저지르고서 “MAOA 효소가 살인을 한 것이 지 나의 자유의지는 없었다.”라고 항변한다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판사는 어떻게 판결할 것인가. 근대 법정이 정신병자가 살인했을 경 우 자유의지가 없다고 판단하여 정상을 참작하는 것처럼, 21세기에 는 판사가 MAOA 효소가 적은 이가 살인을 저질렀을 경우 가정 생 활, 교육, 치료 등을 통해 이 효소를 늘리지 않은 가정, 국가,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결할 수도 있다.
- 인간의 눈이나 뇌는 사진을 단 1~2초 사이에 휙 보고 동공의 크기가 다른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런데 왜 눈동자가 크게 확대된 여성에 매력을 느꼈을까? 필자는 이것이 여성과 남성이 서로 성적 매력에 이끌리는 기억들이 700만 년 동안 자연선택과 성선택을 하며 진화한 것이 몸에 각인된 결과라고 해석한다.
이와 유사한 실험이 최근에 행해졌다. “생후 6개월의 아기에게 뱀과 거미 그림을 보여주자 동공이 크게 확대되었다. " 6개월의 아기 는 뱀과 거미에 대한 인식이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공포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는 700만 년 전부터 수렵채취를 할 때 뱀과 거미의 독을 경험한 공포의 메커니즘이 진화하여 뇌에 각인된 결과다.
두 실험 결과는 뇌가 인식하기 전에 뇌를 제외한 몸이 먼저 인지함 을,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뇌 이전에 몸임을, 마음이란 뇌 속의 감각신경세포, 운동신경세포, 연합신경세포, 거울신경체계의 시 냅스들이 주고받는 전기신호와 화학물질에 따라 반응하는 것만이 아니라 전체로서 몸이 느낌을 의미한다. 마음은 우리 몸에 축적된 기 억과 정보 사이의 네트워킹에 의하여 연기적으로 발생하는 정보와 기억들의 연합작용이다.
- 인간의 육체에서는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으며 돌연변이에 의해서만 수천만 년 이상의 세월을 거쳐 진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2014년에 이를 수정할 논문이 발표되었다. “수컷 생쥐를 아세토페논acetophenone이라는 아몬드 냄새가 나는 물질에 노출시킨 뒤 발에 충격을 주는 실험을 반복하면 생쥐는 아세토페논 냄새만 맡 아도 공포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이 생쥐와 다른 암컷 생쥐를 교배해 나온 새끼 가운데 다수가 이런 학습을 하지 않았음에도 아세토페논 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 새끼가 낳은 새끼 또한 같은 반응을 보 였다. 이들 생쥐에서는 아세톤페논과 결합하는 후각수용체의 유전자 인 'Olfr 151 이 많이 발현됐다. 즉 아세토페논이 작용해 수컷 생쥐의 정자 게놈에서 Olfr 151 부근의 화학적 변이를 일으켜 유전자 발현이 더 잘되게 했고 이 구조변이가 후세에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어 떤 특정 물질을 먹고 털 색깔이 변한 생쥐가 낳은 새끼도 같은 색깔 인 경우도 발견되었다. 
후성유전학 epigenetics 이 나타나기 전까지 돌연변이에 의해서 DNA 의 염기서열이 바뀔 때만 유전자가 달라지며 후손에게 유전된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말해, 후성유전학은 DNA의 염기서열이 변화하지 않고도 유전자의 발현이 일어나고 이것이 후손에게 유전되는 것을 뜻한다. “독성물질의 침투 같은 환경적 요인이 DNA의 염기서열에는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은 채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여 유기체의 생리 상태가 변화하고 이것이 유전적으로 대물림되어 후손 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성물질은 후성유전의 세 가지 경향인 DNA 메틸화, 히스톤 변형, 코드화하지 않은 RNA의 발현 등에 관여 한다. 52 이처럼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DNA 염기서열에 변화를 주지 않는 상태에서 유전자의 변화가 일어나고 이것이 후손에 유전될 수 있다. 단, 돌연변이와 달리 그 유전은 2~3세대로 한정된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험의 힘  (0) 2021.05.02
소통의 리셋 클럽 하우스  (0) 2021.05.02
초가속  (0) 2021.04.18
콘텐츠 새로운 소비를 욕망하다  (0) 2021.04.18
디스커넥트형 인간형이 온다  (0) 2021.04.18
Posted by dalai
,

버블 부의 대전환

경제 2021. 4. 24. 18:18

- 모든 버블이 매번 2000년대 주택버블만큼 파괴적이지는 않으며, 일부는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 기도 한다. 
버블은 3가지 점에서 유용하게 작용한다. 
첫째, 혁신을 촉진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가 되도록 장려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래 경제성장에 기여하도록 한다. 
둘째, 버블로 인해 탄생한 기업들이 개발한 신기술은 미래에 혁신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버블이 이 신기술을 다른 산업 분야로 옮겨가기 전까지 활발히 사용될 수 있다. 
셋째,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없었던 기술 프로젝트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역사상 발생한 버블 중 많은 경우가 철도, 자 동차, 광섬유, 인터넷과 같은 기술과 관련되어 있다. 닷컴버블 동안에 성공을 거머쥔 벤처 자본가인 윌리엄 제인웨이 William Janeway 는 버블이 없었더라면 경제적으로 유익을 가져다준 몇몇 기술이 개발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학자, 문예비평가인 월터 배젓 Walter Bagehot 은 1852년에 이렇게 논평했다.
영국인들은 큰 역경은 견딜 수 있지만, 수익률 2퍼센트는 견디지 못한다 ..... 끔찍한 수익률 2퍼센트를 감수하느니 소중한 예금을 캄차카 운하, 워치트 지역으로 가는 철도, 사해를 살리겠다는 계획 등 말도 안 되는 것에 투자하고 있다
- 버블이 일어나려면 버블 트라이앵글의 세 변이 모두 있어야 한다. 두 변인 돈과 신용을 보면, 버블은 전통적 자산의 수익률이 낮을 때, 이자율이 낮고 신용은 제한이 없어졌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 실제로 금융시장의 규제완화는 버블이 라는 불을 지필 연료의 양에 걸려 있던 제한을 없애는 행위이기 때문 에 궁극적으로 규제완화가 버블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법 개정 이나 규제사항 변경, 금융 혁신, 기술 향상 등으로 인해 시장성이 증대 된다면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더욱 높아진다.
나머지 한 변인 투기는 사실 금융시장에 늘 존재하고 있다. 다만 모 멘텀 거래가 증가하면서 투기꾼 수가 증가하거나 아마추어 투기성 투 자자들의 수가 증가하면 버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신기술이나 특별한 정치적 이니셔티브에 대해 투자자들과 투기꾼들이 대거 반응하면서 버블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버블을 예측하 는 능력은 이러한 불꽃, 버블 트라이앵글의 세 변을 만족시키게 하는 불꽃이 무엇이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최근을 보면 이러한 매매는 매우 짧은 시간에 주식시장을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5월 6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단 몇 분 만에 10퍼센트 하락했다가 즉시 다시 회복하기도 했다. 알고리즘 및 초단타매매는 이러한 '플래시크래시(flash crash; 금융상품의 가격이 순간적으로 급락하는 현상-)'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고, 버블 중에 가격변동을 크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버블이 미래에는 다른 양상을 띨 것이라고 주장 한다. 자산관리 산업이 떠오르면서 잘못된 결정을 하던 수많은 아마추어 개인들이 이제는 정교한 기술을 가진 투자자로 대체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의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버블은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했으며, 닷컴버블 역시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컸다. 또 서브프라임버블 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담보증권에 투자한 주체는 주로 기관이었다. 실제로 시장지수를 따라 운용되는 편 드인 패시브펀드가 늘어난다면 그건 버블로 인해 가격이 오르고 있는 해당 부문이나 자산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펀드로 유치되고 있다는 뜻이다. 즉, 패시브펀드의 부상은 미래에 있을 버블에 훨씬 더 많은 연료를 붓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암시하는 것이다.
- 버블 동안 미디어는 형형색색으로 초기 투자자들이 부를 쌓고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가격상승을 알릴 수도 있고, 또는 높은 자산가격을 정당화하려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론으로 여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 로버트 쉴러는 뉴스 매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뉴스 매체는 관련 뉴스를 대중이 보기에 흥미롭게 만듦으로써 투기성 가격변동을 유도하는 근본적인 투기성 전파 매체다.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중국 수출품에 대한 서구의 수요 감소를 우려하여 은행 및 그림자금융이 기업, 중소기업, 개인에 게 대출을 해주도록 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폈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때까지 펼쳤던 어떤 통화정책보다 규모가 큰 완화책 중 하나였다고 평가한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비정부 부채는 2007년 중국 GDP의 116퍼센트에서 2014년 227퍼센트로 올랐다. 2014년에 는 중국 정부가 이러한 그림자금융 시스템의 불안정한 특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또 둔화되는 경제성장률(2014년 7.4퍼센트에서 2015년 6.9 퍼센트로 감소)과 이것이 정치적 정당성과 안정성에 미치는 위협에 대해 우려했다.
- 2007년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주식시장 이 붕괴했다고 해서 중국이 금융위기를 맞이하지는 않았다. 중국 내 실물경제에도 큰 타격은 없었다. 2015년 이후부터 성장 속도가 둔화 된 것은 있지만, 그건 버블이 터지기 전부터 이미 시작됐었다. 이러나 저러나 결과적으로 중국의 버블은 중국이 2015년 성장 목표를 달성하 는 데 어쨌든 도움을 주었고, 중국 정부도 그 덕에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나마 은폐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가 버블을 주도했다는 것, 그리고 버블의 붕괴로부터 사람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 좀 지나친 노력을 행사했다는 점은 중국이 자본 분배를 위해 자유 시장의 시대를 열고자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었 던 것인지 그 신뢰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 2007년과 2015년 버블은 둘 다 정부가 만들고 정부가 지속시킨 버블이었지만, 버블이 시작된 이유는 달랐다. 2007년 버블은 중국 정부가 비유통주를 유통주로 전환시킴으로써 민간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 수 있게 해 국유 상장사들을 민영화할 수 있게 해주면서 시작되었다. 이때 전환된 주식을 개인 투자자들이 사게끔 하기 위해 정부가 주식 버블을 형성한 것이다. 그러나 2015년에 중국 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고 시작된 거대한 부양책을, 경제성장률을 수용 가능한 7퍼센트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어떻게 다시 줄일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정부의 통제하에 있다는 중국 금융 시스템의 특성 때문에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던 중국의 수많은 중산층들에게 투자처에 대한 선택지는 거의 없었다. 정부 소유의 은행에 돈을 예치해두고 물가상승 률보다도 낮은 이자나 받느냐 아니면 주식에 투자하느냐, 둘 중 하나 였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2007년 버블을 만들어내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 중국의 버블은 앞서 소개한 버블 트라이앵글을 완벽하게 구현한 버블이다. 중국 버블은 버블이 시장성과 투기를 핵심 축으로 하여 레버 리지로 사용되는 연료의 양에 따라 규모가 크게 결정된다는 걸 잘 보 여줬다. 또한 정부에서 버블을 조장하는 이유와 방식을 명확히 보여주 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버블과 달리 중국 버블은 심각한 경 기 불황이나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었다. 이는 중국이 정부의 경제 개입이 컸던 만큼 그 손실 역시 사회 전반에 골고루 배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중국의 주요 은행들 역시 정부의 소유여서 개입이 있는 만큼 국가와 국가 재정력의 원조를 넉넉히 받을 수 있어서 파산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여러 면에서 중국의 버블은 1720년 최초의 버블과 비슷한 모양새다. 두 버블 모두 정부 부채를 유동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버블이었다. 그러나 버블이 터질 때에는 1720년 프랑스 정 부가 언론을 통제하면서 보다 엄격한 조치로 규제하려 했음에도 막지 못했다. 2015년 중국 정부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또 1720년 당시 프 랑스와 영국 정부는 버블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존 로와 남해 회사 이사진을 비난의 희생양으로 이용했다. 2015년 중국 공산당 역시 똑같이 버블의 책임을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장 샤오강Xiao Gang 개인에게 뒤집어 씌웠다. 샤오강은 자신의 실패였음을 대중에게 공개 적으로 고백하기를 강요당했을 뿐 아니라 2016년 초 직무에서 해임되기까지 했다. 역사가 비극이자 희극처럼 반복된 것이다.
- 2000년대의 주택버블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파괴적인 버블의 완벽한 표본이었다. 이 버블이 터졌을 때, 4개 국가의 1인당 GDP 하락폭은 엄청났다. 특히 스페인의 1인당 GDP는 2013년까지 계속 떨어져서 결국 2007년보다도 10.6퍼센트 하락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나라들도 1인당 GDP를 2007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오래 걸렸다. 특히 스페인은 10년도 넘게 걸렸다. 영국의 불황은 이전 두 세기 중에서 가장 길었으며, 1920년대 불황 이후 그 정도도 가장 심각했다. 
버블 이후 경기침체로 인한 인적 비용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매우 높은 실업률이다. 특히 젊은층, 그중에서도 아일랜드와 스페인 젊은 층의 실업률을 보면 당시 인적 비용의 규모를 알 수 있다. 위기 이후 15~24세 청년실업률이 극에 달했을 때에는 네 국가 중에 선 가장 낮은 미국의 18.4퍼센트부터 가장 높은 스페인 55.5퍼센트까 지 다양했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양상을 보였다. 어떻게 보면 청년들 이 주택버블을 일으킨 것도 아닌데 그 대가를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인적 비용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자가진단 웰빙지수는 금융위기 때 크게 떨어져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이후 10년이 넘도록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 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계속 단행했다. 금리는 역사상 전례 없이 10 년 동안 거의 0에 가깝게 유지했다. 또 중앙은행들은 좋게 말해서 일 명 양적완화라 불리는 일에 개입해 자금을 조달했다. 양적완화와 저금 리 조합은 금융시장을 왜곡시켰고, 그래서 자본과 주택시장을 실제 상태보다 과대평가하게 했다.
주택 버블과 뒤이은 금융위기가 남긴 가장 큰 여파는 정치권에 떨 어졌다. 위기를 초래한 무능과 부패가 누구든 책임자를 만들어 책임지 게 하는 정치체제는 정치인에 대한 신뢰를 대폭 잃게 했다. 세계 대공 황의 여파처럼 많은 유권자들은 포퓰리즘과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정치인들에게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 모두 2000년대 주택 버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서브프라임 버블로 인한 가장 실제적이면서도 현재 진행형인 여파라고 볼 수 있다.
서브프라임 버블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가장 주목할 교훈 은 버블이 경제적·사회적·정치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 다는 점이다. 모든 버블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거나 사회적으로 유용할 수는 없다. 서브프라임 버블의 붕괴가 이렇게나 파괴적이었던 데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정치적 불꽃이 있었다. 그리고 허술한 규제 를 누리던 은행들이 제공한 연료의 양이 무한대였다. 마지막으로 경제적으로 중요한 자산인 가정 주거용 주택을 시장성이 높은 투기의 대상으로 만들어놓았다.
서브프라임 버블이 주는 또 다른 교훈은 중앙은행들이 버블 형성을 막는 데는 무력했지만 버블이 터진 이후 수습하는 데는 큰 역할을 했 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러느라 다른 은행들을 너무 대중없이 구제해주 고 특별 통화정책을 펴서 자산시장을 왜곡시켰다. 따라서 이런 수습은 장기적으로 볼 때는 결국 다음에 도래할 버블을 더 크고 위험하게 만들 수 있었다.
- 닷컴버블이 남긴 득과 실
닷컴버블 붕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그리 심각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닷컴버블은 손해 보다 유익이 더 컸던 버블의 예라고도 볼 수 있다. 닷컴버블로 인해 긍정적인 경제 효과를 본 분야가 있었다. 버블 시기에 엄청난 양의 자보 이 경제의 가장 혁신적인 분야로 유입되었던 것이다. 만일 시장이 버 블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더라면 이러한 혁신이 가능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자본의 일부는 상당히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예컨대 아마존과 이 베이 같은 기업도 처음에는 닷컴 회사로 시작했고, 애플이나 마이크로 소프트와 같은 회사들도 막대한 투자를 받는 혜택을 입으며 설립되었 다. 심지어 결국 파산한 회사들 중에서도 시간이 지나 유용하다고 인 정받는 기술을 세상에 많이 남겼다. 또 실패한 사례마저도 차세대 인터넷 회사들에 조심해야 할 지점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통신회사들이 구축해둔 인프라는 비록 당시에는 특별히 효율적이거나 최적화된 수준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상당한 공익성을 가진 투자처로 존재하고 있다. 또한 닷컴버블은 벤처캐피털 산업의 출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닷컴버블이 아니었다면 다른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을, 일종의 고위험 프로파일을 가진 기업들이 자금을 얻어 출현할 수 있었 기 때문이다.
반면 인터넷기술의 결과가 장기적으로 볼 때 꼭 긍정적이기만 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언론에서 가짜 정보, 독과점 시장구조, 자동화 등 인터넷기술로 인한 부차적인 사회적·정치적 효과에 대해 우려하는 목 소리를 내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번졌다.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이 정도 우려는 어쩌면 사소한 우려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0) 2021.05.11
1%가 아닌 99%를 위한 경제  (0) 2021.04.24
반란의 경제  (0) 2021.04.24
더 위험한 미국이 온다  (0) 2021.04.18
미스터 마켓  (0) 2021.03.14
Posted by dalai
,

피보나치의 토끼

과학 2021. 4. 24. 18:15

- 이집트의 분수 
이집트인의 분수 표기법은 우리와는 무척 달랐다. 현대 정수론자들은 여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집트식 분수 표기법에서는 (2/3를 제외하고) 분자가 항 상 1이다. 따라서 5/8를 이집트식으로 쓴다면, 1/2+1/8이 된다. 오늘날 어 떤 분수이건 분자가 1인 분수의 합으로 표현되면 이집트 분수라고 부른다. 
이집트식 분수 표기법에는 실용적인 장점이 있다. 피자 5판을 8명이 나 누어먹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보통의 분수 표현법에 따르면 한 사람당 피 자 5/8를 가지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자 5판을 어떻게 5/8로 나눈 단 말인가. 이 일은 거의 악몽에 가깝다. 이집트식 분수를 이용한다고 문제 가 더 간단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집트식 분수 표기법에 따르면 5/8는 1/2+1/8이 된다. 이제 상황이 명확해졌다. 피자 4판을 전부 1/2로 나누 고, 마지막 한 판은 8조각으로 나누면 된다. 그러면 모두가 1/2+1/8 조각 을 갖는다. 문제가 마법처럼 간단히 해결되었다. 하지만 정수론자들은 이렇게 단순히 생각하지 않았다. 이집트식 분수표기법에는 아주 재미있는 사실이 더 숨겨져 있다. 우선 1보다 작은 어떤 분수는 이집트 분수로 표기할 수 있다. 또한 어떤 분수든 무한하게 이집트 분수 표기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3/4-1/2+1/8+1/12+1/48+ 1/72+1/144로 끝없이 이어진다.
- 독창적인 수학 
현대 정수론자들은 린드 파피루스를 연구하면 할수록 이집트인의 수학이 아주 기발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이집트식으로 곱하기를 하 면 두 배수를 계속해서 반복하는데, 오늘날 컴퓨터의 계산 방식인 이진법 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등장하기 훨씬 이 전, 이집트인이 원의 넓이를 계산하는 방식은 단순하고 빨랐지만, 현대 파 이 값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1%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이번 이야기의 목적은 이집트인이 수학 천재였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서가 아니다. 이집트인은 우리에게 습관적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통찰력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유클리드가 살던 시기에 기하학은 이미 현실에서 사용될 정도로 발전되어 있었다. 고대인은 땅의 면적을 재거나 피라미드를 짓는 데 기하학을 오래 전부터 이용했다. 하지만 유클리드와 그리스인은 이런 일상적 쓰임새에서 순수하게 이론적인 수학 체계를 발전시켰다. 즉, '응용 수학에서 추상적인 '순수 수학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런 전환은 단순히 학문적 시도가 아니었다. 추상적인 이론 체계는 진 리를 찾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어떤 상황에서 삼각형에 대한 진실이 참이 라면,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도 이것은 참이 된다. 탈레스가 이집트에 갔을 때 닮은꼴 삼각형의 비례 원리를 이용해 직접 재보지 않고도 피라미드의 높이를 구하고, 육지에서 바다에 떠 있는 배 사이의 거리를 구해 이집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유클리드와 그리스인은 수학에 논리 체계를 갖추어 불변의 수학적 진리 를 해방시켰다. 유클리드가 보였듯이, 직선은 서로 다른 두 점 사이의 가 장 짧은 거리다'처럼 수학적 진리에는 증명이 뒷받침되고, 어떤 가정이나 공리에 따라 논리적으로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몇 개 의 수학적 가정이 합쳐서 정리라는 수학의 규칙이 만들어지고, 정리는 반드시 참 또는 거짓이라고 증명되어야 한다.
- 유클리드의 증명 
오늘날 유클리드의 증명은 '모순 증명(귀류법, 배리법)'이라고 한다. 다시 말 해서 증명하길 원하는 사실의 반대가 참이라고 가정한 뒤에, 이 명제가 어 째서 참이 될 수 없는지 논리적 단계에 따라 증명하는 것이다. 
유클리드가 증명하고 싶었던 명제는 임의의 소수보다 더 큰 소수가 존 재한다는 것이다. 즉, 소수의 개수는 무한하다. 다르게 표현하면 소수의 개 수는 유한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길 원했다. 따라서 모순을 이용해 소수 의 개수는 유한하다고 가정했고,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유클리드가 한 모순 증명은 모든 자연수가 소수의 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가정을 이용했다.
그리스어로 된 유클리드의 증명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단순하게 그의 생각을 따라가 볼 수 있다. 만약 소수의 개수가 유한 하다면, 우리는 소수를 P., P2, P,에서 가장 큰 소수인 P까지 목록을 전부 나열할 수 있다. 만약 이 숫자를 전부 곱한 뒤 거기에 1을 더하면 어떻게 될까? 진짜로 모든 숫자를 곱해 볼 필요는 없고 유클리드의 논리를 이해 하면 된다. 
계산 결과가 소수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이 숫자는 나열한 소수 목 록의 가장 큰 소수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숫자는 합성수여야 한다. 하지만 합성수는 소수의 곱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숫자를 소수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소수로도 이 숫자를 나머지 1 없이 완벽하게 나눌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소수의 목록은 완전하지 않다. 우리가 나열한 소수 전체의 목록에 있지 않은 소수가 존재해야 한다.
가장 큰 소수로 어떤 숫자를 제시하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항상 그것보다 더 큰 소수가 존재한다. 유클리드의 논리는 숨이 멎을 정도로 독창적 이었고, 수많은 수학자들이 모순 증명을 이용해 수학적 명제를 증명하고 숫자의 숲에서 길을 찾는 데 영감을 주었다.
- 오일러의 해답은 (혹은 정확히 말해 답이 없다는 증명은) 아주 기발한 추론이다.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선과 노드로 단순화시킨 방법은 그 자신도 짐작하 지 못한 방식으로 발전되었다.
이 방법은 수학자들이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결하는 놀라운 방법이 되었고, 적용될 수 있는 범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예를 들면, 오늘날 이 방법은 물류 이동을 계획할 때 사용한다. 또한 수학자들은 네트워크, 표 면, 레이아웃을 탐험하는 수학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세계를 위상수학이라고 한다. 위상수학은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이 다차원의 공간 을 탐구하기 시작한 20세기 초반에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수학자들은 이 방법을 이용해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방법을 깨달았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수학자 마리암 미르자하니가 보여주었듯 위상수학은 여전히 고차원 적 수학의 최전방이다. 오일러의 다리는 아주 길게 뻗어 있다!!
- 놀라운 점은 수학과 언어가 이렇게 단순하게 연결되고, 이 관계가 시시하 정도로 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이 등장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이 관계에 실제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불이 가진 통찰력은 놀라웠고, 진정한 천재였다. 물론 생전에도 천재라고 인정을 받았지만, 불의 통찰력이 진정 으로 드러나게 된 것은 몇 십 년이 지난 이후였다. 불은 아일랜드에서 조 용히 살며 수학에 크게 기여했지만, 다른 어떤 연구도 불 논리처럼 중요하 지는 않았다. 그가 했던 것은 단순히 모든 개념을 단순한 산술형태로 바꾸 는 체계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불이 사망한 뒤, 거의 70년 동안 그의 발상은 빛을 보지 못했다. 1930대 벨 연구소에서 일하던 젊은 전자 공학자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이 장 거리 전화의 잡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정보만을 담을 수 있도록 신호를 단순화하는 방법을 찾았다. 섀넌이 불의 논리학을 재발견했을 때, 불의 이론이 정보에 대해 핵심적인 견해를 시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 았다. 불의 단순한 논리에 영감을 받은 섀넌은 모든 정보를 이진수인 0과 1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컴퓨터 시대를 탄생시킨 천재적인 신호였다.
- 우주의 운동 법칙은 모든 움직임을 설명한다. 이 말은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면, 미래에 어떻게 움직일지 완전히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 한다. 하지만 푸앵카레는 우리의 시야를 벗어난 아주 작은 원인이 결코 간 과할 수 없는 중대한 영향을 준다. 그러니 우리는 이 영향이 우연 때문이라고 말한다'라고 썼다. 다시 말해 너무 작고 사소해서 우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작은 움직임의 차이가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기록했다.
"초기 조건의 작은 차이가 마지막에 엄청난 차이를 야기하는 일이 일어 날 수 있다. 이전에 있던 작은 오류가 이후에 엄청나게 큰 오류를 만들 수 있다. 예측은 불가능하다."
- 이 부분이 바로 푸앵카레가 삼체문제를 해결할 때 실수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이 한 실수를 밝히려는 노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을 의미했다. 푸앵카레는 이것이 중요한 발견이라는 사실을 확신했다. 1899년 이 것에 관련된 논문을 썼고, 1907년 『우연(chance)』이라는 유명한 책을 냈다.
『우연』에서 우연이라는 작은 요소가 어떻게 어떤 시스템 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지 설명하기 위해 카오스 (chaos)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남성과 여성의 생식 세포가 만나는 100만분의 1 차이가 나폴레옹이 태어나거나 바보가 태어나는 차이를 가르고,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푸앵카레는 우연이 결정론적인 시스템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날씨를 간단하게 불안정한 대기로 인해 생기는 우연의 결과로 보았다. 사람들은 비가 오길 기도한다. 하지만 동시에 일식이 일어나길 기도하는 것은 멍청한 일이라고 여긴다”라 고 말했다. 푸앵카레는 날씨 또한 일식처럼 확실하게 결정이 된다고 주장했다. 단지 날씨에서는 우연의 작용이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는데다가 우리가 날씨를 예측할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시스템은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평범한 우주의 법칙은 여전히 완전히 질서 있게 작동한다.
푸앵카레의 발견은 아주 중요했지만 푸앵카레 자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미롭고 신기하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비효과와 카오스 이론의 발견과 함께 반세기가 지나 모든 것이 바뀌었다.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과 엔트로피는 처음이지  (0) 2021.05.06
과학 vs 과학  (0) 2021.04.27
창의성의 기원  (0) 2021.04.18
잔혹한 진화론  (0) 2021.04.18
뉴로제너레이션  (0) 2021.04.03
Posted by dalai
,

반란의 경제

경제 2021. 4. 24. 18:11

이 책은 최근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해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제이슨 솅커가 지은 책이다. 앞선 저작인 '코로나 이후의 세계', '금융의 미래', 로봇시대 일자리의 미래'와 같은 코로나로 인해 촉발될 미래 사회의 변화를 예견하는 책과는 조금 다르게 과거 역사속의 저항과 혁명을 분석하고, 이후 경제를 전망하고 있다. 

정통 역사서라고 보기도 어렵고 정통 경제서라고 보기도 어려운 융복합적인 관점과 서술이 이 책의 특징인데, 아마도 저자가 학생일 때 전공했던, 역사, 응용경제학, 독일어 및 독문학, 국제분쟁과 관련된 내용을 잘 버무려서 서술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저항과 혁명을 일으키는 6가지 틀은 다음과 같다.
1. 전반적으로 열악한 경제조건
2.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경제적 기회부족
3.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구조적 불평등
4.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외국의 영향
5. 가까운 시일 내 대규모 무력충돌에서의 패배
6. 정치적 대표성의 결여

결국 위에서 제시한 6가지는 모두 경제적 문제, 좀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배고픔과 관련이 있다. 우리 속담에도 3일 굶고 남의 집 담장을 안 넘어갈 사람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코로나 이후 주식시장만 제외하고, 나머지 실물경제는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러가지 지표들, 예컨대 실업률, 실업급여 신청건수, 정부부채, 인종/민족별 불평등 등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대내적인 어려움 이외에도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호전될 분위기는 아니다. 

비록 중국의 의화단 사건이 하나의 사례로 소개되어 있지만, 책에서 소개된 저항과 혁명의 사례들이 주로 미국, 유럽의 사례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북아 국가들의 저항과 혁명의 사례들을 분석해도 책에서 제시된 6가지 저항과 혁명을 일으키는 6가지 틀에 부합될 것이라 본다. 

마지막으로 하루 빨리 전 세계가 백신접종을 마치고, 미국, 중국 및 세계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길 바란다. 이는 미국이 좋아서, 중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잘 되야 우리나라 경제도 원활히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그렇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을 통해 작성된 개인적 리뷰임을 밝힙니다.

 

- 독일 역사학자 프리츠 스턴Fritz Stern 은 나치가 독일 정권을 집권하기 전부터 독일에 나타난 절망에 관한 견해를 글로 써왔다. 그가 쓴 저서 ‘내가 아는 5개의 독일’의 서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단 5년을 살았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음에도, 당시의 경험으로 평생 떨쳐내지 못할 불타는 의문 이 생겨났다. ‘왜, 그리고 어떻게, 인간 모두에게 잠재된 악이 독일에서 현실로 나타났는가?' 내 평생을 바쳐 그 해답을 찾으려 했다.”
물론 그가 찾은 해답도 이 책에 나와 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세상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재난으로 빨 려들고 있었다. ...내 삶과 평생의 공부를 통해 깨달은 가장 단순 하면서도 심오한 교훈이 있다. 곧 자유와 민주주의는 지독히도 취약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당시 독일 내 만연했던 절망은 매우 본질적인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초인플레이션으로 한 세대가 누려야 했던 부 가 통째로 날아갔다. 설상가상으로 발생한 대공황은 빈곤과 고통을 확산시켰다. 근본적으로 독일 경제는 비참함과 고통으로 울부짖는 대명사가 되었다. 나치 선전대는 그런 독일 경제의 비 참함과 고통을 어느 정도 완화시켰다. 그리고 비민주적이었던 바이마르 제도들을 남용하여 더욱 반민주 세력이 되었다. 
1933년 독일에서 벌어진 일은 저항과 혁명을 일으키는 여섯가지 주요 원인이 모두 적용되는 유일한 혁명이다. 
- 혁명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먹고사는 문제였다. 다시 말해 경제적·재정적 부분이 해결됐느냐에 달려 있었다. 빈곤으로 허덕일 때는 매우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며 혁명은 대 체로 성공했다. 이는 역사상 반복되는 사실이다.
1968년 여름엔 정권에 반발한 시위와 사회 저항 운동이 모두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서구 사회와 동유럽에 속한 국가를 비교 해보았다. 어느 국가에서는 그저 시위로 끝나기도 하지만, 또 어느 국가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정부를 몰아낼 가능성을 만들었 다.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서구 사회의 경제적 여건은 대체로 양호했지만 동유럽의 경제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는 점이다. 경제난을 감추기 위해 전체주의를 무기 삼아 사람들에 게 겁주고 그들을 통제했다. 물론 경제 상황이 열악하다는 이유 만으로 잔혹한 혁명과 정부의 전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참 고 견디는 국민성을 가진 나라도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나치당의 국가 사회주의, 파시즘이 그러했다. 그리고 공산 주의에 무릎을 꿇지 않았던 서구 민주주의 국가 중 소수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역학 관계를 보면 사회의 불안과 큰 변동을 초래하는 핵심 요소는 심각하고 위태로운 경제 상황이다. 이를 역으로 짚 어보면 경제가 안정적이라면 혁명이 발생할 가능성은 훨씬 적어 진다는 의미이다.
- 코로나19 팬데믹, 경제 폐쇄, 경기 불황의 여파로 미국과 여러 국가에서 벌어지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보자. 현재 미국 노동 시장의 여건이 역사상 최악에 속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더 나아가 2007년에서 2009년 터진 글로벌 경제 위기 때 겪었던 부동산 위기만큼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도 좋지 않다. 다시 한번 부동산 위기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위험성 역시 증가하고 있다. 빈곤, 차별, 기회의 부족, 먹고사는 문제라는 경제적 용인의 절박함은 혁명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은 안정적으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했던 미국 정치계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SNS의 활 용은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사회 각계각층과 조직은 각각 그들만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고 지지자를 모았다. 그로 인해 색깔이 다른 무리, 이념과 추구하는 내용이 다른 집 단끼리 더욱 분열되고 반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안정적인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제 혁명을 확산시키는 주요 요인은 이러한 '비경제적 위험 요소'들이다.
- 현재의 변화를 올바르게 직시하면 미래에 훨씬 더 나은 결실을 맺는다. 정부와 정치 체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비경제적 위험 요소를 해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봤 을 때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위험 요소들이 생기지만, 일단 단기적으로 '비경제적 위험 요소' 라는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오늘 해야 할 일에 차분하게 맞서 대응해 야 한다. 그러면 안정적인 내일이 찾아온다.
- 혹자는 모든 나라가 부채의 짐을 지고 있어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사실로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급속도로 증가하는 부채 상황과 세계 경제 성장은 상당히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은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 속 토론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어떻게 파산하셨어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네요. 천천히..., 그러다 갑자기!"
- 2020년 1월 1일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2조 7,000억 달러 이상 늘렸다. 풍선처럼 부풀어진 연준의 대차대조표와 함께 미국 연방자금금리Federal Funds Rate(연방자금의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로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단기금리 중의 하나)는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이는 미국 금리의 최저점이 아니다.
지속적인 높은 실업률은 부동산 위기를 낳는다. 늘어난 정부지출과 수입 부족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 다. 유로존의 마이너스 금리 발생은 2014년부터였다. 그 당시 유럽중앙은행은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을 철회했다. 대차대조표 확대를 정책 결정자들은 '양적 완화uantitative easing(중앙은행에서 신규로 대량의 화폐를 공급하는 것)'라 부르고, 경제학자들은 이를 현대적 화폐 이론, 즉 MMTModern Monetary Theory 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강연할 때마다 “말도 안 되는 환상적인 마법 동화를 논하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중앙은행에서 신규로 화폐를 공급하는 양적 완화가 지속 가능 성에 마냥 좋은 신호는 아니다. 이런 역학 관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의문이 든다.
- 역사 속 저항과 혁명을 분석할 때 기준 삼았던 6가지 요인을 기억하는가? 최근 발생했던 시위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경제적 기회 부족
*실제로 일어난 그리고/또는 사람들이 인식한 구조적 불평등
이와 같은 요인의 배경은 취약한 경제 상황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더해 여러 위험의 요인들이 유기적으로 혼재되어 있다. 위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저항 운동에 가담하면 재앙의 불씨가 된다. 따라서 불평등과 기회 불균등 문제를 해결하면, 경제적 취약점이 사라져 역사 속 폭력과 쿠데타를 일으켰던 근간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현재 평등의 기회, 사회적 기회 부족을 요구하는 소수집단은 인구 구성에서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런 소수집단이 인구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면, 정치적으 로 훨씬 위험부담이 컸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엄청난 규 모의 혁명에 휩쓸려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상황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이 '정의, 형평성, 평등'을 이유 삼아 정치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은 불안 요소가 없더라도, 역사적으로 불이익을 받 아왔던 유색 인종의 인구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한다. 이 사회의 소수집단 구성원들은 기업, NGO, 정부, 시민 대응을 똑똑 히 기억하고 있다. 코로나19 같은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 이들의 대응이 어떠했는지, 약자를 어떻게 대변하는지 말이다.
저항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보다 빨리 무언가를 해야 한다. 불안한 정치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튼튼한 정치 안정의 기반 위에서 국가 존립이 보장된다.
- 외부 세력이 개입한 SNS 활동은 국가 내부에 여러 정체성을 키운다. 이는 국가 안정화에 문제 요인으로 작용한다. 코넬대학교 Cornell University 국제학 교수이며 가장 존경받는 민족주의 이론가 중 한 명인,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은 저서 《상상된 공 동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족주의는 인위적인 개념이자, 사실상 형성되기가 신기할 정도로 별난 개념이다. 각양각색의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는 개인들을 서로 묶어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질 수 있게 만든 이념이 바로 '민족주의' 이다.”
앤더슨은 민족주의의 근간을 '언어의 일치'와 '인쇄자본주의 print capitalism 에서 찾았다. 인쇄 기술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발달했다. 대중적 언어에 기반한 출판산업이 번성하고 인쇄술의 발달로 같은 언어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민족주의 형성에 직 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 앤더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새로운 민족 개념은 어느 정도 우연히 형성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폭발적인 성장, 인쇄술과 같은 소통을 위한 기술의 발달, 언어의 다양성으로 인한 숙명성(전에 서로 교류가 없었던 이들이 신문과 같은 인쇄물을 통해 같은 언어권임을 확인하여 이 언어집단을 신이 내린 숙명으로 인식함)이라는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것이다.” 앤더슨의 책은 SNS가 등장하기 훨씬 전인 1983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오늘날까지 인정을 받고 있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가 아닌 99%를 위한 경제  (0) 2021.04.24
버블 부의 대전환  (0) 2021.04.24
더 위험한 미국이 온다  (0) 2021.04.18
미스터 마켓  (0) 2021.03.14
중국이 파산하는 날  (0) 2021.03.14
Posted by dalai
,

이런 책을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큰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은 아니었지만, 때로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할 때가 간혹 있었다. 하기로 한 약속을 안 지킨다던지, 뻔히 닥칠 일들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하지 않는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그럴 때마다 때로는 나무라기도 하고, 훈계를 하기도 하고, 그냥 지켜보기도 했었다.

나름 부모로서 노력을 한다고는 했지만, 아이들과의 관계가 늘 원만하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이들의 감정을 읽는 것에 서툴렀던 것 같다. 물론 부모의 역할이 처음이고, 아이들 역시 자녀 역할이 처음이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선택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맘에 들지 않는다고 화를 내지 말고, 결국 어른인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더 많이 헤아렸어야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상에게 화를 내는것, 적당하게 화를 내는 것, 적절한 시기에 화를 내는 것, 올바른 목적을 위해 화를 내는 것, 올바른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아이를 키우면서 화를 내지않고 키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책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나 화를 아이에게 쏟아내지는 말아야 한다. 아울로 분출된 화를 잘 풀어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책에서 표현한대로 결국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지 독촉이나 공격이 아니다. 아이들의 전두엽이 완성되는 것은 25세까지라고 한다. 어쩌면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던 것도 전두엽이 완성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곧 대학에 입학하고 성인이 될 아이들과 남은 관계는 정서적 독립이다. 부모와 자녀가 각자 독립된 인격체로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갈 준비를 할 때다. 점점 아이들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추어 나갈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서로 성인대 성인으로서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관계가 되어 있기를 희망해 본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을 통해 작성된 개인적 리뷰임을 밝힙니다.

 

- 아이를 낳는 것은 내 선택이었지만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었다. 부모 노릇이 힘들 때, 부모의 자리가 버거울 때, 부모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싶을 때 “아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과연 나를 선택했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려보라.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주변을 위협하며 질주하는 분노를 다잡는 좋은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 훈육은 아이에게 대안을 제시하지만 화풀이는 아이를 통제하기 위 한 수단에 불과하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훈육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설명하고 부모가 대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흘러간다. 일 방적인 명령이 아닌 합리적 설명을 기반으로 아이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규칙과 규범'을 가르친다.
반면 화풀이는 “안 돼!” “하지 마!” “그만!” 이라는 협박성 명령으 로 끝이 난다. 이는 '나는 네 행동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당장 그 것을 멈춰'라는 지시에 불과하다. 부모는 잘못된 행동을 금지함으로써 아이를 가르쳤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그저 부모가 소리를 지르며 화 낸다고 느낄 뿐이다.
- '요즘 아이들'의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시작 과 함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헌은 물론이고 조선시대 각종 기록에도 요즘 아이들의 버릇없음 과 무례함에 대한 글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 은 1311년 스페인 프렌체스코회 사제였던 알바루스 펠라기우스 Albarus Pelagius가 남긴 글이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온다. (...) 그들은 그릇된 논리로 자기들 판단에만 의지하려고 들며 자신들이 무지한 영역에 그 잣대를 들이댄다. (...) 그들은 하느님에 대한 신앙심으로 성당에 가는 게 아 니라 여자를 꼬드기거나 잡담이나 나누려고 간다. 그들은 부모님이나 교단으로부터 받은 학자금을 술집과 파티와 놀이에 흥청망청 써버린다. 결국 집에는 지식도, 도덕도, 돈도 없이 돌아간다.”
《한비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덜 떨어진 젊은 녀석이 있는데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욕해도 움직이지 않고,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을 모른다. 이처럼 '부모의 사랑' '동네 사람들의 행실' '스승의 지혜'라는 세 가 지 도움이 더해져도 끝내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정강이에 난 털 한 가닥조차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 어린 시절 긍정적 피드백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의 무능함을 숨기고 스스로의 가치와 존중감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자기불구 화 전략을 사용한다. 자기불구화는 어떤 일을 실행하기에 앞서 스스 로 물리적 장애물과 핑곗거리를 만드는 전략이다. 해야 할 일의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무의식적으로 실패 장치를 만 들어놓는 것이다.
자기불구화는 크게 행동적 자기불구화와 언어적 자기불구화로 구 분된다.
행동적 자기불구화가 습관화된 사람은 중요한 일을 앞둔 시점에서 일부러 그 일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장치를 만든다. 큰 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친구들과 약속을 잡거나, 면접 시간에 일부러 늦게 도착하는 등 자기파괴적 행동을 한다. 아이들의 경우 시험 범위를 제대로 확인 하지 않거나, 시험 당일 일부러 오답 노트를 집에 두고 가기도 한다.
언어적 자기불구화가 습관화된 사람은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 나도 못했어”라고 말하거나, “감기 기운이 있어 발표를 망칠 것 같아” 라고 이야기한다. 최선을 다해놓고도 타인의 기대를 낮추기 위해 자 신의 노고를 숨기는 데 급급해한다. 이런 일련의 말이나 행동은 실패 의 원인이 자신이 아닌 외부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은 방어 본능에서 비롯된다. 무능함과 나약함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 수동공격성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별 거부감 없이 들어주는 척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 바람을 외면하여 상대를 좌절시키는 방어기제다. 수동 공격을 하는 사람은 직접적으로 “No” 라고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 희망고문을 하며 기대를 한껏 부풀려놓고는 갑자기 폭 탄을 터뜨려 상대를 당황하게 만든다. 말썽 한번 피우지 않고 순종적이던 아이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부모는 거의 패닉 상태가 된다. 차라리 억울하다며 아이가 울고불고 능 동적으로 반항이라도 하면 부모도 같이 펄쩍 뛸 텐데 이런 아이들은 끝까지 수동적인 자세를 고수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죄송해요”라는 말만 기계처럼 반복할 뿐이다.
겉으로는 들어주는 척하면서 '무엇을 요구하는 나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톱을 숨기고 앉아 있는 아이를 당해 낼 부모는 많지 않다.
-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은 《불안》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의 성공이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빌 게이츠의 딸이나 일론 머스크의 아들이 받은 성적을 시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부러움과 경탄의 대상이지 질투의 대상이 아니다. 평온한 우리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것은 갑자기 올라간 옆집 아이의 성적, 돈도 잘 버는데 육아와 요리까지 담당하는 친구의 남편, 신혼집 마련은 물론이고 아이의 교육비까지 지원해주는 동료의 시댁이다.
- 양육의 최종 목적은 미성숙한 아이를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시켜 독립시키는 것이다. 통과의례처럼 지나야 하는 좋은 성적, 명문대 진학은 자립과 독립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이를 통해 부모가 바라는 성과를 내려고 하지 마라. 아이는 환승역처럼 나를 거쳐 갈 뿐 부모와 다른 종착역을 찾아갈 것이다.
-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Evallouz는 《감정 자본주의》를 통해 사회계층에 따라 감정 표현 방식에 차이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교 육적·관계적·문화적·물질적으로 다양한 지원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고 풍부하게 표출할 줄 알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안다고 한다.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을 경우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안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는 덤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 성공한 롤 모델이 많기 때문에 아이의 꿈도 계속 확장된다.
-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은 롤 모델은커녕 주변에 숙제를 봐주거나 미래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어른이 없다. 부모 또한 당장 먹고사는 문제, 즉 생계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기에 아이의 요구에 즉 각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은 아이로부터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정, 사랑, 우정, 가족애, 동료애, 일상의 작은 행복 등 소소하지만 결코 놓쳐선 안 될 그 무엇을 놓치게 만든다. 부모의 의도와 상관없이 아이를 방치하거나 정서적으로 학대하게 되는 것이다.
-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실수나 실패의 원인 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심리를 투사projection 라고 한다. 반대로 자기 잘못도 아닌데 모든 실패의 원인을 본인에게 돌리는 심리를 내사introjection 또는 내재화라고 부른다. 내사가 습관화된 사람은 분노, 불안, 죄책감, 우울감 등을 카드 마일리지를 쌓듯 차곡차곡 마음속에 담아둔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자학하 고 자책한다. 이런 왜곡된 사고와 감정은 내가 나를 스스로 공격하게 만드는 좋은 먹잇감이다. 타인을 미워하고 공격하고 싶지만 그럴 용기가 없어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다.
- 당신이 미워하는 누군가를 다른 사람이 칭찬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 칭찬이 곱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를 미워하는데 누군가의 칭찬과 위로, 격려와 이해의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겠는가?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자신을 미워하고 공격하는 마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 신은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어서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이런 모성에 대한 신화와 엄마에 대한 로망은 엄마를 한 사람, 개인으로 마주하는 것을 거부하게 만든다. 숭고한 희생, 무 조건적인 사랑, 자식에 대한 헌신, 자애로운 부모라는 틀로 엄마를 가 둬놓는다. 한 여성의 삶은 송두리째 외면하고 엄마로서의 삶만 강요한 다. 그리고 이런 시선은 은연중 지금의 엄마들에게도 강요되고 있다.
-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모습에 투영된 자신의 어떤 부분을 미워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부가 아닌 것은 거슬리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 
- 정현종 시인은 ‘방문객’이라는 시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함께 오는 엄청난 일이다” 라고 했다. 이 어마어마하고 엄청난 일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기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마라. 아이는 돌봐주는 부모가 있지만 부모는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 그 누구도 보살펴주지 않는다.
-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우 리는 한 몸으로 두 길을 갈 수 없기에 한길을 선택했고 최선을 다해 그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를 뒤흔드는 미련과 방황은 자신이 가 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내고, 후회 없이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기 위한 확인 과정일지도 모른다.
- 현대경영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인간은 자기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하지 않고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어떤 길을 선택했든 간에 내게 없는 것을 찾기보다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내게 없는 것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에너지를 내가 가진 장점과 재능을 발휘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 부정적 감정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감 정이다. 불안은 미래를 대비하게 하고 분노는 권리를 주장하게 하며 억울함은 내 것을 지키게 만든다. 죄책감은 잘못된 행동을 돌아보고 궤도를 수정하게 하며 경쟁자에 대한 질투심은 전투력을 상승시킨다. 내 아이가 잘못된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일을 준비 하며,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좌절을 극복하는 힘은 '괜찮아'라는 어설픈 위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똑바로 바라보고 정면 돌파하도록 만드는 데서 나온다. 이런 힘이 없으면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수동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부정적이고 나쁜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자기 감정을 적절히 통제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 존 가트맨은 “감정코치형 부모는 아이의 감정은 모두 받아들이되 부적절한 행동은 제한하고, 아이에게 감정 조절 방법과 적절한 분출구 를 찾는 방법, 문제 해결 방법을 가르친다. 이들은 슬픔, 분노, 두려움 처럼 부정적 감정도 인생에 유용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안다. 이런 유 형의 부모는 아이에게 상처되는 말이나 행동을 했으면 주저하지 않고 아이에게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감정코치형 부모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판단하거나 그것에 대해 평가하지 않고 부정적 감정을 느끼더라도 야단치거나 혼내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행동의 한계'를 정해준다. 부모가 정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대안을 생각하도록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다.
- 현대 사회에서 공격성은 부정적인 것, 나쁜 것으로 간주되지만 적당한 공격성'은 인간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사실 아이들의 공격성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싶은 욕구, 상대에게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커다란 동기부여 가 된다. 때로는 이 공격성이 부모를 이기려는 안간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부모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치면서 자신이 생각보다 나약하지 않음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상에게 화를 내는 것, 적당하게 화를 내는 것, 적절한 시기에 화를 내는 것, 올바른 목적을 위해 화를 내는 것, 올바 른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화내지 않고 아이를 키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올 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목적으로 올바른 방법을 통해 화를 낼 줄 알아 야 한다. 이 모든 게 어렵다면 최소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내 아 이에게 쏟아내지 않도록 노력하자. 아이는 부모의 화를 받아내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 동물원에 갇힌 동물에게는 안락한 잠자리, 풍부한 먹이, 천적과 질병으로부터의 보호 등 많은 혜택이 따른다. 다만 생존을 보장받는 대신 우울증과 무기력을 얻을 뿐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자유를 통제받는 동물들은 먹이를 거부하고 벽에다 계속 머리를 박거나 우리 안을 빙빙 돌며 자신의 꼬리를 물어 댄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이상행동을 보이는데, 이를 정형행동stereotyped behaviour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는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느끼는 심리적·신체적 긴장 상태를 말한다. 어떤 학자는 스트레스를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저항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동물원이 그리 나쁠 것 없는 조건 이지만 동물의 입장에서는 춥고 배고파도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연이 훨씬 나을 수 있다.
물고기는 바다가 아닌 수족관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자 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거센 물살을 거슬러 더 깊고 어두운 바다로 헤엄쳐 나가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수족관에 들어앉아 거친 바닷속을 헤엄치는 등 푸른 자유를 그리워하라고 할 것인가.
- 흔히 '집중력 = 좋은 성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집중력은 삶의 질과 자존감을 높이는 데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집중력이 높다는 말은 곧 자기통제력, 자기절제력, 만족 지연력 delay of gratfication 이 높다는 말과 같 다. 숙제를 하기 위해 놀이나 게임을 그만둘 수 있는 힘, 지루하고 재 미없지만 어떻게든 과제를 지속해 나가는 힘이 바로 집중력에서 비롯 된다. 
집중력이 부족해 실패한 경험이 많은 뇌와 완벽하게 집중해 해야 할 일을 제 시간에 끝낸 경험이 많은 뇌는 성공회로 자체가 다르게 생 성된다. 이 성공회로는 일의 성공 여부는 물론 자신에 대한 신념까지 결정한다. 이는 '나에 대한 긍정적 신념'을 갖게 하는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버 기업문화의 교훈  (0) 2021.04.27
파괴적 혁신? 파괴적 전환!  (0) 2021.04.27
질투하지 말고 존경하자  (0) 2021.04.18
몸은 얼굴부터 늙는다  (0) 2021.04.10
확신의 편안함? 의심의 불편함!  (0) 2021.04.10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