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속

사회 2021. 4. 18. 18:59

- (김대식) 어쨌든 세상에 대한 규범적인 모델은 인간이 머릿속에서 생각해내는 것일텐데, 뇌과학을 하면서 점점 이런 걸 느껴요. 뭐냐면, 인간의 뇌 자체가 참ruth’을 위해서 진화한 게 아니고, '생존'을 위해서 진화하다 보니, 이 뇌가 가진 정보가 진실이라 면 그건 우연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거예요. 대부분은 특정 상황 에서 지역적 적합성'ocal fitness을 올려주기 위한 방향으로 만들어졌 을 거라는 거지요. 그래서 결국은 뭐냐면, 저는 우리가 가진 모델 이 정규분포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느 한 특정 상황에서는 그 근사치approximation가 훨씬 생존에 좋았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했던 것이고, 그런데 문제는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의 규모가 점점 커지다 보니 점점 멱함수 쪽으로 가요. 그런데 머릿속에서 기대하는 건 여전히 정규분포예요. 부 wealth, 정의도 그래야 하지 않 을까 기대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그게 일치하지 않아요. 우리 머릿속의 30만 년 된 기대치와 사회가 커지면서 네트워크 효과로 발생하는 멱함수 분포가 불일치하는 것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여러 종류의 네트워크를 비교해보면 멱함수가 되는 네트워크 는 대개 효율성, 생존과 관련이 있어요. 최대한 효율적으로 연결 해야 살아남는 시스템은 멱함수 분포로 진화하는 것 같아요. 그 렇지 않은 시스템은 그쪽으로 잘 안 가는데, 재미있는 현상이 있어요. 열린 삼각형 open triangle 이라는 게 있거든요, 삼자관계인데 하나가 열려 있는 거. 삼각형이 되려면 될 수도 있는데, 아직 ‘저' 와 제 친구의 친구 사이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기 때문에 삼각형 이 안 된 거죠. 이 열린 삼각형이 닫히느냐 안 닫히느냐. 소셜 네 트워크에서는 대개 닫히죠. 친구의 친구면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자연계, 기술 네트워크나 생물 네트워크에서는 이게 닫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왜냐면 이게 닫히는 순간, 네트워크상의 불필요한 중복redundancy이 확 높아지니까 효율성이 떨어지거든요. 거의 죽는다고 봐야죠.
- 악수라는 행위가 감염병이 심하던 어느 시대에 사라졌다, 이런 얘기를 하면 학생들이 신기해하죠. 그런데 그런 신기한 일들이 지금 우리 시대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죠. 악수가 원래 고대 제국에서부터 “우리 손에 무기가 없다” 라는 걸 서로 확인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하지요.
미국에 좋은 대학들이 생겨난 것도 질병 때문이에요. 미국의 학생들이 영국 본토에 유학 가서 공부를 하는데, 미국에는 없는 낯선 병에 걸리곤 하죠. 상층 부르주아 도련님들이 유학 갔다가 천연두에 걸려서 죽든지 혹은 얼굴이 망가져서 오니까,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국 내에 좋은 대학을 세우자는 움직임이 생깁니다. 미국 대 학 건립 이면에 이런 사정도 있다는 건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 하던 비즈bise, bisou 인사법도 오래전부터 있다가 흑사병 때 없어졌다고 해요. 그러다가 프랑스 혁명 시기에 다시 나타나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다가 현재 일시적으로 사라졌습니 다. 언제고 다시 생겨나겠지만 지금 비즈는 사회적으로 금기입니다. 제가 프랑스에 처음 유학 갔을 때 어떤 여학생이 뺨을 내미는데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뒤로 뺀 기억이 나네요. 그런게 고작 20~30년 전 일입니다.
- (김대식) 스탠퍼드대학교 역사학자 발터 샤이델Walter Scheidel 교수가 "인류 역사에서 불평등은 오로지 세 가지 방법만을 통해 해소된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정확히는 질병, 전쟁 그리고 기후 변화라는 세 가지를 통해서이지요. 이분이 말하는 게 뭐냐면, 사 회가 발달하면 효율성이 커지면서 불평등도 계속 커진다는 겁니 다. 그런데 평화로운 합의를 통해서 불평등이 해소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거예요. 그게 좋다거나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고, 역사적 사실이 그랬다는 거죠. 우리는 지금 그걸, 합의를 통해서 불평등을 줄이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시도라는 거예요.
- 우리 눈 안에 있는 망막 같은 게 광자의 절댓값을 계산하면 우리 는 이런 그림을 볼 수가 없어요. 실내에 있을 때하고 실외에 있을 때, 절댓값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그런데 상대적인 값을 계산해서 실내에서의 빨간색이 실외에서의 빨간색이랑 같게 보이거든 요. 사실 실외의 밝기가 훨씬 큰데도, 말하자면 다이내믹 레인지 를 넓게 하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끔 만든 시스템인데, 이게 주관적인 행복지수나 소득 부문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다 보니,  반적으로 훨씬 상황이 좋아졌는데도, “그래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데?” 이렇게 나온다는 거예요. 그게 훨씬 중요한 거죠. 이건 아주 본능적인 감각이에요. 불평등에 대한 감각 은 언제나 나와 비교 그룹 사이의 문제이지, 절대로 역사적인 평가 대상이 못 되는 거예요.
- 최근에 미국 샌프란시코 연준에서 흥미로운 논문이 하나 나왔는 데요.  14세기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15차례의 팬데믹 자료를 토대로 역사상 팬데믹이 발생하면 실질 중립금리가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분석한 겁니다. 결론은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투자 등 수요가 둔화되는 반면에 사람들 이 저축을 많이 하면서 실질 중립금리가 정상적인 상황에 비해 최대 2% 정도 하락하고, 이러한 영향이 길게는 40년 가가까이 갈 수도 있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림에도 나타나듯이 팬데믹은 중립금리에 전쟁 과는 정반대의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전쟁이나 지진 같은 재난이 오면 고정자본이 파괴되지요. 그러면 이후에 아이러니하게도 성장은 양(+)의 영향을 받습니다. 파괴된 시설 등 고정자본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크게 확대되거든요. 그래서 똑같은 음(-)의 충격이 있더라도 공장을 다시 짓고 하는 과정에서 투자수요가 발생하면서 실질 중립금리는 오히려 올라갑니다. 그런데 팬데믹은 생산시설 측면에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요. 노동력, 사람만이 죽어나가는 거죠. 결과적으로 고정자본 대비 인적 자본에 타격이 집중되면서 자본의 상대적 가치인 실질금리가 낮아지게 됩니다. 
물론 의료시스템의 발전 등을 고려하면 이번 코로나 사태가 과거 팬데믹 사태와 같이 노동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세계경제의 실질 중립금리는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받게 되 겠죠. 지금 선진국의 실질 중립금리가 글로벌 위기 이후에 잠재성장 률 하락과 함께 낮아져서 이미 코로나 발생 전에 0%에 가깝게 하락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팬데믹 충격으로 다시 마이너스 수준으 로 떨어진다면 그보다 더 아래로 실질금리를 내려주지 못할 경우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될 수 없어요. 즉, 돈을 아무리 풀어도 통화정 책이 실물경제를 부양하는 효과는 별로 없어진다는 이야기이지요. 결과적으로 총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세계경제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위험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과거 대공황 같은 경제위기 로 진입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개 인적으로 이번 사태가 거기까지 가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과거 대공황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제 생각으로는 이번 코로나 위기가 대공황과 같은 극심한 경제 위기로 파급되는 데 두 가지 핵심적인 고리가 있는데, 하나는 디플 레이션의 발생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위기의 발생입니다. 지금 주요 중앙은행들이 혹시 모를 디플레이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신용경색과 은행 위기를 막기 위해 엄청나게 돈을 풀면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이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겁니다.
- 어쨌든 이번 사태로 개인과 집단, 채무자와 자산가, 부유층과 빈곤층, 혁신기업과 낙후기업, 온라인과 오프라인, 미국과 중국 등 모든 부문에서 분절과 괴리가 심화되는 초디커플링 great decouping의 시대 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디커플링이라는 단어 자체가 시사하 는 것처럼 이러한 현상은 본질적으로 이질성의 발현, 양극화에 따른 갈등과 시스템적 불안정성을 내포한다는 점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과정에서 공급 과잉에 직면한 기존 낙후산업의 구조조정 문제, 생산양식과 체제 변화에 따른 생산요소 소유자 간 지대의 재조정 문제 등, 새로운 통합과 균형을 찾기까지는 어쩔 수 없이 장기간에 걸친 갈등조정과 비용이 수반될 것입니다.
- 과거에는 불행하게도 대공황과 세계대전 등이 이러한 새로운 균형 정립을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했지요. 과연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까요?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가 예기치 못한 충격과 불안정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서둘러 보다 유연한 경제시스템, 충격 흡수력과 복원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사회 구성원 간 신뢰와 연대 회복 그 리고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 등이 정말 긴요하겠지요. 이번 감염사태 가 우리 경제의 앞날에 '위기를 가장한 축복blesing in disguise'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함준호) 재미있는 사실이, 지진같이 재난이 일어나서 생산설비가 파괴된 다음 해에는 성장률이 크게 올라갑니다. 발전소 같은 무너진 생산시설을 복구하는 비용이 투자로 잡히거든요. 당연히 거기에 따른 총수요가 증가하죠. 그런데 팬데믹의 경우에는 다릅 니다. 새로운 생산이나 투자가 별로 필요 없어요. 설비가 셧다운shutdown 돼서 멈췄다가 다시 가동하는 것뿐이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가 발생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일어난 것은 인적 손실뿐이죠. 의료 기술의 발전 등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에서 발생하는 인적 자본의 손실이 과거 팬데믹의 사례보다 덜할 수는 있어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것은 상대적으로 인적 자본의 손실이 고정자본의 손실보다 크다는 거예요. 죽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실업자가 되면서 고용시장을 반영구적으로 떠난 사람들도 포함해서요. 그러면 팬데믹 이후에는 아까 말씀드린 연구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노동 대비 자본 공급이 과다한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 (김동재) 우리나라는 지금 상대적으로 굉장히 안정된 편이에요. 일상생활을 거의 지장 없이 영위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아주 드문 나라 중 하나죠. 이게 정말 축복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혁신을 유발하지 못한다는 측면에 서는 축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만약에 우리가 좀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뭔가 해냈을 수도 있는데 그냥 쉽게 넘어가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도 있고요.
- (김대식) 분명한 건, 면역학적으로 봤을 때는 절대 축복이 아니에요. 아마 지난번에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1차 감염을 비교적 가볍게 넘어갔기 때문에 집단 면역성이 생기지 않았거든요? 그러면 2차 감염은 훨씬 더 심하게 닥칠 수 있다는 게 면역학계의 전통적인 예측인 거죠. 반면에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지금 치사율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요. 그렇지만 아마 2차 감염은 훨씬 정도가 덜할 거라고 예측하는 거죠. 물론 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요.
- (주경철) 예컨대 기독교권과 이슬람권을 보면 이념적으로 가장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고, 원칙적으로는 무조건 상대방을 죽여야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 소통하는 채널이 있어서 교류를 하고 있거든요. 지중해 북부의 기독교 유럽과 지중해 남부의 이슬 람 아프리카가 그런 경우이지요. 서로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으 니, 안전하게 배가 드나드는 루트를 만들어두고 이용하고 있었습 니다. 아프리카 상품과 유럽 상품이 이 루트를 통해 교환되고 있 었던 거지요. 또 한 가지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는 사례로는 베네 치아를 들 수 있겠지요. 베네치아는 서방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 도 오스만투르크 제국과 긴밀히 연결되어 거래를 지속했습니다. 자, 정말로 김대식 교수님 말씀처럼 전개된다고 하면 전쟁이 일어나겠지요. 이 경우는 제3차 세계대전이 될 테고 곧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얘기인데, 그렇게 엄청난 사태로 번지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하고 또 실제로 세계대전까지 가지는 않겠지요. 그러니까 미국과 중국이 충돌은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채널을 열어두어야 하고, 그것을 유지해야 할 테지요. 아주 이상적으로,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그 채널 중 하나를 담당할 수도 있는 거지요.
- (함준호)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방법은 영원히 금리를 제로로 묶어두는 거죠. 하지만 경제가 회복되고 다시 금리를 올릴 상황이 되 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겠지요. 금리를 언제까지나 제로로 묶어두는 게 가능하다면 역설적으로 결국 경제가 영원히 회복하지 못한다는 얘기이고요. 만약 경제가 회복되고 인플레이 션 조짐이 나타난다면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싶어도 못 하죠. 그 런데도 재정부담 때문에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돈을 계속 풀면 잘못하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고,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결국 재정 부담은 엄청나게 늘어나겠죠.
- (주경철) 유사한 역사적 사례로 17세기 말에 일어난 영국의 재정 혁명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당시 나온 아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영구채라는 개념입니다. 단기 상환도 아니고 장기 상환도 아니고 이론상 영원히 상환을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자 지불만 한다는 것이죠. 만일 국가가 연 3% 이자로 100억짜리 채권을 발행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 거액을 갚는 게 아니라 매년 3억씩 이자를 내면서 버티겠다는 거지요. 3억 정도는 확실하게 보장된 세금으로 지불할 수 있으니까 큰 문제는 안 됩니다. 
다만 이 상태로 그냥 두는 게 아니라 적절히 통제하기는 합니다. 예컨대 전쟁 때문에 국채를 발행했다고 하면, 전쟁이 끝나고 나서 재정적으로 여력이 생겼을 때 정부가 채권시장에 들어가서 국채 일부를 사서 소각하는 겁니다. 올해 20억 소각, 내년 10억 소각 하는 식으로 조절을 했어요. 이렇게 하면 큰 부담 없이 안전하게,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거액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재정 문제를 해결한 것이 18세기부터 영국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였거든요. 정부 부채 문제를 이성적으로 해결한 최초의 사례예요. 나머지 나라들은 형편없었죠. 스페인 같은 경우는 거부들에게 무작정 돈을 빌려가지고 급전으로 쓴 다음에 갚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정부 파산 신고를 해버렸습니다. 요즘 일부 국가들 상태가 이런 방향으로 치닫는 건 아닐까요?
- 본격적으로 전략과 조직 문제로 들어가보겠습니다. 기업 전략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기업 환경의 관점에서 불확실성이 극심하게 증대되면서 겸손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기존 전략의 패러다임은 '계획 Planning' 이었습니다. 분석하고 계획을 잘하면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지요. 흔히 기업이나 조직에 있는 부서인 기획실이나 전략기획실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영어로 하면 다들 'strategic planning department', 이런 식으로 씁니다. 계획 패러다임이 그대로 반영된 이름이지요. 여기서 겸손한 방 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완전히 새롭고 반대되는 개념은 아니고 좀 보완적 대안적 관점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을 말합니다. 소수 의견이지만 창발적 전략omergent strategy 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헨리 민츠버그 Henry Mintzberg 라는, 전략 분야의 대가가 있습니다. 당시 소수의견이었지만, 민츠버그 교수는 이미 1970년대부터 '창발적 전략imergent Stategy' 이라는 개념으로 전략은 합리적인 계획에 의해 만 들어지고 실행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진화해간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계획 패러다임에서는 전략을 논리와 분석을 통해서 수립formulation하고 실행implementation했습니다. 그런데 창발적 전략에서는 전략은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형성 formation 되어가는 것입니다. 유연한nexible 전략이 좋은 전략이고, 융통성 없는 경직된 rigid 전략은 좋지 않은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이러면서 키워드들이 다 바뀝니다. 실물옵션 Real Option 접근방법이라는 것도 나옵니다. 뭘 살짝 해보다가 반응 을 보고 움직이고, 다시 반응을 보고, 또 살짝 움직이고, 이런 식으로 진화해나가는 전략이 좋은 전략이라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전략을 설명하는 키워드도 과거의 계획’, ‘수립’, ‘실행' 이런 키워드에서 탄력성’, ‘유연성' 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지요.
- 리더가 바뀌면 문화가 바뀝니다. 리더가 넥타이를 푸는 것만으로 조직 문화가 좀 더 유연해지는 것처럼, 조직 구성원들은 리더의 언행에서 가장 강한 신호를 받습니다.
근래 CEO들의 메시지를 보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목적’ 과 인간에 대한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죠. 과거와 같이 리더가 모든 걸 알아서 관장하고 진행하는 것은 이제 비현실적인 방식이고 사고입니다. 이러한 전통적 리더십에 대한 강박을 버려야 한다는 거죠. 구성원들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겁니다. 구성원들을 존중하자, 고객을 무시하지 말자, 인간을 존중하 자,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앞으로 조직 문화는 이렇게 가야 하고, 또 그렇게 움직일 겁니다.
-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나눠서 부르더군요. 애니웨어 피플Anywhere people과 섬웨어 피플 somewhere people의 경쟁이라고요. 애니웨어 피플이라는 건,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어디에서나 살아남을 수 있는, 돈이 있거나 언어를 잘하거나 능력을 어디서나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죠. 대부분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고요. 반대로 불이익을 가진, 한 사회에서 한 언어만을 사용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섬웨어 피플이라고 부르더군요. 이 두 부류에게 세계화라는 것의 여파는 전 혀 다르게 다가오는데, 그러면 이 그룹의 비율이 어떻게 될까 살펴 봤더니 애니웨어 피플이 10% 남짓이면 80~90%가 섬웨어 피플이 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세계화를 통해 혜택을 받은 사람은 고작 해야 10~20%밖에 되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표현이 되지 않았어요. 항상 주류 언론이나 미디어에서는 세계화의 밝은 면만을 조망하고 있었고요. 우리끼리 항상 다보스 포럼에 가면 그런 얘기를 했 습니다, 본인들도 몰랐는데 어딘가 이상한, 불쾌감unbehagen 같은 것이 있다고요. 
사실 섬웨어 피플 입장에서도 세계화로 인한 간접적인 이득benefit이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부분은 체감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건 일자리 문제이거든요. 그런데 섬웨어 피플 입장에서 볼 때는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거지요.
- (김대식) 어쨌든 이 세계 2차대전이라는 게, 정말 엄청난 재앙이었 잖아요. 유럽은 완전히 폭삭 망하고, 영국은 제국의 지위를 잃고, 도시들이 폭격을 당해 폐허가 되고, 정말 1차 세계대전보다 훨 씬 큰 재앙인 게, 1차 세계대전 때는 어쨌든 국경선에서만 전쟁이 일어났거든요. 파리나 베를린 같은 본토는 크게 피해를 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2차 세계대전 때는 정말이지, 다 다치다 보니 1945년에는 “야, 이거 안 되겠구나” 하고 브레튼 우즈가 나선 거 잖아요. 전쟁이 끝나기도 전인 1944년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제도를 우리가 만들어야 된다, 이대로 뒀다가는 큰일이 난다”했죠. 그때 보니 케인스가 그걸 제안했더라고요. 1차 세계화 금융 위기의 큰 문제 중에 하나가, 파운드가 세계의 기축통화였는 데 제 역할을 못 했더라는 거죠. 
본질적으로 이해의 충돌이 있기 때문에, 한 국가의 화폐가 동시에 세계의 화폐가 될 수는 없다는 거죠. 그래서 케인스가 글로벌 인조 화폐를 제안했었는데, 지금은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어버린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때 당시와 완전히 똑같은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거죠. 한 나라의 화폐가 전 세계의 기축 통화가 되어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한 나라에서는 거의 무한정 이걸 찍어낼 수 있고, 모든 돈이 이 나라로 쏠리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금융 불균형 문제도 생기고요.
제가 봤을 때는 그래서 2차 대전 이후부터 쭉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럽 연합이 유로 만들 때부터, 탄생할 때부터 문제를 가지고 태어난 것같이, 2차 대전 이후의 이 질서 도 태생부터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았나 하는 거지요. 그리고 그 문제가 지금 우리들의 뒤통수를 치기 시작하는 거고요. 그런데, 결국 보면 이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IMF나 유엔이나, 브레튼우즈 체제도 결코 재미로 만든 건 아니잖아요. 세상이 얼마만큼 주저앉을 수 있는지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혼이 나봤기 때문에 만든 거죠. 그렇게 보면, 우리도 한 번 혼나기 전에는 저런 걸 새로 만들 수 없지 않을까요?
- 콜레라가 사실 굉장히 큰 사건이었거든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정말로 글로벌한 세계 최초의 팬데믹이었어요. 흑사병 같은 경우는 육상 경로를 통해서 전파되었지만, 콜레라는 철도와 증기선을 타고 옮겨져서 수년 만에 전 세계를 석권했거든요.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상수도하고 하수도가 도시에 쫙 깔린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게 바로 콜레라예요. 그다음, 위생 관념, 국가가 어떤 병에 대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 그게 단순히 병 에 대한 정책 정도가 아니라,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변화를 크게 가져왔어요. 이번 코로나 사태도 그런 차원에서 굉장히 영향이 큰 사건으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단순히 생물학적인 의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까 교수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미중 간의 갈등이든 세계화에 대한 반응이든, 이런 큰 문제들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이고도 심대한 타격을 가하기 때문에,역사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큰 효과를 가져올 거라고 봐요.
- (함준호) 지금도 사실 새로운 형태의 전쟁, 재앙이죠. 그리고 이 전쟁의 여파를 우리나라는 아직 못 느끼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늦어도 이번 가을부터는 점점 통계 지표로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주경철) 이럴 때 흔히 하는 이야기가 프랑스 혁명 사례죠. 프랑스 혁명에 대해, 갈수록 못살게 되어서 사람들이 고통 끝에 결국 들 고 일어난 건가?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아니거든요. 사 회가 성장하다가 한풀 꺾일 때가 제일 위험하고 사람들이 불만이 많아요. 우리가 불만이 많은 것도 못살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 여태 잘나갔기 때문에 이렇게 계속 잘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탁 꺾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굉장히 고통스럽고, 갈등이 커지는 거예요. 지금이 바로 그럴 때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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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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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점점 빠르게 앞으로 향해 가는데 우리는 점점 과거를 들추려는 역설적인 현상, 기억을 통해 콘텐츠를 향유하는 현상은 그래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최근 복고의 지 속적인 확산은 단순히 눈에 띄는 몇몇 사례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복합적 현상의 집합체이다. 따라서 복고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도 - 특히 이 러한 상황이 최근에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경우 각각 처한 상황 에서 각자 취한 입장에 따라 매우 대조적이고 극단적인 경우로 나타난다.
즉, 복고의 다양한 순기능은 물론이고 비판의 소리 또한 견해에 따라 다 양하다. 과거를 통해 현재 삶의 새로운 동력을 획득하거나 감성을 회복하고, 공유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과 동시에 고된 현재와 불안한 미래 대신 그리운 과거로의 회귀가 추억의 상품화를 통한 지나친 상업화나 콘텐츠의 창의적 소재 고갈의 고착 등 비판의 소지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만큼 복고는 심리적이고 감성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산업적이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야 하는 주목할 만한 문화 현상임에 틀림없다.
기술은 물론 문화와 같은 감성의 영역에서도 더 나은 미래로, 앞으로 발전해 나가려는 인류에게 지나친 과거 앓이'는 어쩌면 나태한 습관을 갖게 하는 훼방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과 그리움을 바탕으로 한 복고문화 콘텐츠가 발전하는 뉴미디어 기술을 통해 우리의 감성과 기억을 소환하여 지속적으로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은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문화 현상들을 볼 때, 그리 틀리지 않아 보인다.
- 과거의 경험을 단순한 암기나 인쇄물에 의해 기억하는 시대와 달리 우리가 물리적으로 '기억'한다는 것은 기억이라는 명사적 성질을 넘어 행위로의 무게 중심 이동, 즉, '동사적 성질의 기억 시대로 변화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것은 단순한 정보의 소환이 아니라 다분히 감성적이고 문화적인 기억 특성을 보여준다. 그 때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의 문 제를 넘어 그 때 그 일로 인해 내가 어떤 감정을 갖게 되었는가를 기억하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따라서 기억은 점점 과거에 대한 보편적, 객관적, 기계적 정보와 사실로서의 역사' 기억 중심에서 복합적, 주관적, 감성적 가능성과 다양성 재현으로서의 문화 기억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 과거에 대한 향수가 복고를 확산시키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이유로 창의성이 결여되거나 혹은 지배담론에 의해 조종되는 과거에 대한 왜곡 가능성이 있다. 푸코M. Foucault, 1975는 지배담론이 책과 영화 그 리고 텔레비전 등과 같은 미디어에서 재현되는데, 여기서 제시된 과거에 대해 대중은 자신들의 기억이라고 인식하고, 수용하게 된다고 하였다. 하 지만 이 과정에서 대중은 자신들의 모습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모습이었다고 기억해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즉 창의성이 결여된 복고 문화 콘텐츠는 그 문화 기억에 대한 객관성이 담보되지도 않고 지배 권력에 의해 쉽게 조종되어 과거를 순화시키려는 의도에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080 음악이 재조명받던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시대상황상 대학을 다니지 못한 당시 중년층에게 자유와 평화, 세련된 사랑을 이야기했던 포크음악은 삶 속에서 노동요勞動謠처럼 듣던 일상의 트로트와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청바지를 입고, 상아탑 아래서 통기타를 치며 생맥주를 마시던 대학생과 비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그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일해햐만 했던 공장의 노동자는 결코 같은 현실 속에 마주하고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본이, 그리고 권력이 당시 기억을 그러한 낭만적인 것들로 포장하고 문화콘텐츠 발신자들이 이를 상품화하여 그때를 눈앞에 재현했 을 때, 경험세대의 혼란은 물론이고 미경험 세대의 착시는 공고해진다. 과 거에 대한 해석에서의 변화는 어쩌면 불가피한 문제일 수 있고, 특히 문화콘텐츠로 재현되는 과정에서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형이 왜곡이 되고, 다양한 이유로 그것이 굳어지면 자칫 그래서는 안될 역사적 사실이 편향되거나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문화 기억을 통한 복고 현상이 갖는 문화적 함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복고는 우리로 하여금 고단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안전한 도피'를 할 수 있게 한다. 창의성의 문제나 과도한 상업성으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우리는 과거, 즉 복고를 통해 내일을 위한 충전을 하곤 한다. 세련된 트렌 드나 스타일, 기술적 우위의 경합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감성을 충전하려는 우리의 문화적 욕구가 복고를 통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복고는 우리를 객관적 사실에 의한 정보로서의 단순 기억을 문화적 요소가 개입된 '추억'으로 확대시켜 준다. 불변의 진리로서 무결점  기억만이 아니라 감성의 진입과 문화의 개입으로 기억 주체로서 사람 마다 조금 틀리거나, 다를 수 있는 지나간 시간은 '잊지 않고 있던 과거가 아니라 결코 잊을 수 없는 과거'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 구독경제는 현대인의 달라진 소비상을 반영한다. 상품과 서비스 자체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마다 신문을 읽고, 이틀에 한 번은 신선 한 우유와 과일을 섭취하고, 매일 옷을 입고 빨래를 하고, 여가를 이용해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고, 이런 일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소비 방식이다. 현대의 소비자에게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편리함과 효율성도 중요한 가치다. 원하는 상품을 필요한 기간에 이용할 수만 있다면 꼭 내 것이 아니어도 된다.
소유보다 소비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현대 구독경제는 과거의 구독과 차별성을 갖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씩은 경험해 봤겠지만, 과거에 신문이나 우유 배달을 중단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지국이나 대리점 에 전화 한 번이면 끝내줘야 할 서비스가 종결되지 않고, 구독자가 아무 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었다. 주택가 대문 곳곳에 붙은 '신문 사절'이라는 종이가 예전에는 흔한 광경이었다. 그 당시 구독이라는 모델은 그렇듯 달 갑지 않은 측면을 함께 갖고 있었다. 지금도 비슷한 일이 전혀 없진 않겠 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성장한 구독경제 모델은 신기술과 최신 경향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를 누구보다도 빨리 체험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에게 적합해 보인다.
구독경제에서는 짧고 굵은 독자보다는 가늘고 얇은 독자가 더 중요하 다. 1년 치 비용을 한 번에 통 크게 결제하는 독자보다 한 달씩 열두 달 동 안 구독을 꾸준히 유지하는 장기 구독자가 더 소중하다. 1년 구독자는 다음 해 결제를 유지할지 알 수 없지만, 열두 달을 내리 구독한 독자는 열세 번째 달도 구독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업들이 사용자가 특정 상품을 처음 접하는 순간보다 상품을 접한 이후 만족도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는 뜻이며,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 보다 취미와 취향에 더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구독경제에 뛰어든 기업들은 습관을 판다. 제품 하나가 아니라 제품을 이용하는 서비스를 판다. 칫솔 하나, 면도기 하나에도 철저히 분석하고 정밀하게 겨냥한 '의도된 습관이 들어 있다. 옷을 자주 사고 자주 버리는 것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옷을 대여해 입는 습관, 큰맘 먹고 새 차를 지르는 것보다 필요할 때 원하는 자동차를 바꿔가며 타는 습관을 제공해 익숙해지게 한다. 사용자가 익숙함을 느끼면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구독료가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한 달 무료 체험자를 은근슬쩍 충성 구독자로 만드는 것이 기업들이 최종 미션이다.
편리함과 익숙함, 그리고 가성비까지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소비자로서 도 이득이다. 책을 더 많이 읽는 데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종이책의 물성 과 질감을 좋아하던 독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자책을 읽게 되는 것도 나쁠 건 없다.
구독경제는 기업들에 고객 관리보다 고객 유지가 더 중요함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고객 분석과 관리를 위 해 서비스와 마케팅에 기술적인 요소를 결합해 철저하게 데이터를 분석, 성과를 측정하는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17) 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10명의 신규 가입자보다 1명의 구독 해지에 더 마음이 아프다.
- 팬덤은 정해진 팬 챈트를 외워야 하며 이름의 순서가 틀려도 안 된다. 아이돌 그룹의 거의 모든 노래에 정해진 팬 챈트가 있을 정도이다. 가수 는 무대에서 노래를, 팬덤은 관중석에서 정해진 규칙대로 팬 챈트를 외치 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K-pop 팬덤은 이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을 중 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아이돌 대형 콘서트에서의 조직적인 팬 챈트는 아 이돌에게 바치는 일종의 종교의식과 같은 느낌마저 든다. 잠실벌에 울려 퍼지는 4만 5천여 명의 팬 챈트를 상상해 보라. 실제 콘서트장에서의 팬 챈트는 아이돌과 팬덤 모두를 전율케 한다.
특이한 점은, 애초 응원의 외침이었던 팬 챈트가 이제는 K-pop 무대의 일부가 되었다는 점이다. 음악방송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팬이 아니어도 저 팬 챈트를 원래 가사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된다. 이제는 팬 챈트 없는 K-pop 무대는 허전할 정도가 되었다. 관람문화를 참여문화로 전환시키는데 있어 저력을 보이는 것이 팬덤의 특징이지만, 공연 에까지 팬 챈트로 참여하는 K-pop 팬덤은 아주 독특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엔 아예 아이돌이 팬덤에게 이런 응원 구호를 넣어줬음 좋겠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한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음악방송의 경우는 작은 시장 규모에 비해 지상파, 케이블 통틀어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은 나라도 없다. 우리나라보다 시장 규모가 약 6배 이상 큰 음악시장이자 세계 2위 규모(약 6조 원)인 일본은, 전 채널 통틀어 15개 정도인 데 비해, 한국은 일주일에 한 번 편성된 정규프로그램만 해도 현재 KBS 13개, MBC 8개, SBS 및 민방 6개, 기타 10개 이상이 된다(2020년 기준).
많은 프로그램 제작으로 인한 방송국 간의 치열한 경쟁은 각 무대마다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투자를 하게 되는 동력으로 작용하여 다양하고 질 높은 디지털 음악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졌다. 해외 K-pop 팬덤은 수준 높 은 우리나라 방송 무대설치와 카메라 워크camera work에 감탄해 마지않는다. 
단기간에 대량으로 쏟아지는 높은 수준의 방송국 음악콘텐츠는, 소셜 미디어로 이를 접하는 해외 팬들에게 쉼 없는 '떡밥'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져 K-pop 글로벌 팬덤이 형성되는데 큰 원천소스가 됐다. 지금의 글 로벌 팬덤이 한국 팬덤의 응원구호를 연습하여 그대로 따라 하는 데에는 한국 방송 콘텐츠가 교재로 활용되었다.
- 빈지 와칭Binge Watching이 대표적인 용어이며, 빈지 뷰잉Binge Viewing, 마라톤 뷰잉Marathon Viewing이라는 용어도 함께 쓴다.
몰아보기 즉 'Binge Watching' 이라는 용어를 분석해 보면 'Binge'는 명 사로는 '어떤 활동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행해지는 경우, 특별히 먹고, 마 시거나 또는 돈을 쓰는 것을 말하고 동사로는 극단적이고 통제되지 않은 방법으로 어떤 것을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뜻을 가진 빈지Binge 에 와칭watching을 더하면 과도하고 극단적이며 통제되지 않은 방법으로 시청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로는 '폭식 시청' 또는 '몰아보기' 라고 주로 표현하며 일부 학자는 빈지 와칭이라는 부정적인 용어보다 '미디어 마라톤Media Marathon'이란 긍정적인 용어 사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 전통적인 TV 시청이 대체로 주어진 이야기를 개인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몰아보기는 더욱더 이야기 속으로 스스로를 이끌어 가는 적극적인 행동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즉 소비자는 현실의 불만족과 스트레스 그리고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을 몰아보기를 통해 영상콘텐츠 세계에서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도피라는 측면에서 몰아보기를 설명하는 이유로서 영상콘 텐츠의 스토리텔링이 미치는 힘을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스토리텔링 은 기본적으로 실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로 현실과는 다른 이용자들의 희망 사항이나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 그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욕망을 드라마를 통해 충족함으로써 사람들의 판타지에 대한 기본 성향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판타지는 일상의 문화 현상에서 판타스티시즘fantasticism이라 불 리는 경향으로도 나타난다. 판타스티시즘은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환상과 모험을 추구하려는 소비성향을 의미하며, 현대 생활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무료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어 코스프 레, 판타지 장르의 소설,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현실 도피형 엔터테인먼트가 유행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결국, 몰아보기는 인간 내적인 욕구를 영상콘텐츠가 제공하는 판타지적인 측면 즉 현실에 없는 상상을 하면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며, 영상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몰입을 유도한다.
- 현대인은 스스로 자신을 포장하여 타인에게 전달한다. 정보의 확장과 공유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 아주 적절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포장되지만, 결국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혼자라는 두려움을 감추려는 자기 기만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욕구가 분출되는 기계적 커뮤니케이션의 현장이다. 결국,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처럼 과장된 자신에게 도취 되어 타인에게 포장된 자신을 제공함으로써 반대로 자신의 초라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행위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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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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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은 개체 차원의 유전자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집단 차원 유전자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환경은 그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자손을 쉽게 남길 수 있게 함으로써 유리한 유전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보통 자연스러운 상태에서는 환경이 물결처럼 변화하기는 하나 일정한 균형을 유지한다. 또 한 쪽으로만 변화하지는 않으므로 환경이 유전자를 선택하는 기준도 관대한 편이다. 따라서 진화에는 터무니없이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때로는 단기간에 유전자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환경 변화나 인위적 선택으로 특정한 유전자의 우위성이 급속히 증가함으로써 그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증가하는 경우다.
한 예로, 불도그나 요크셔테리어와 같은 견종을 만들어내는데는 몇 만 년, 아니 몇천 년도 걸리지 않았다. 원하는 특성을 보이는 개체를 인위적으로 선택하면 겨우 몇 세대 만에 매우 개성 넘치는 견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젖소의 대표 종인 홀스타인은 1964년부터 40년간 계속 인위적 선택을 받은 결과, 우유의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유전자 자체가 변화했다. 현재 인간에게 일어나는 현상도 이와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만일 환경이 디스커넥트 유형에 유리한 방향으로 급속히 변화 해 이런 특성을 보이는 사람이 반려자로 선택받는 기회가 늘어 자 손을 쉽게 남기게 된다면, 특정 집단에서 디스커넥트 유형의 비율 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 지배하는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특성이라고 하면 인간이 아닌 사물이나 기술에 대한 친화성일 것이다. 이 유리한 유전자가 디스커넥트 유형의 증가를 초래하는지도 모른다.
- 응답적 반응이 부족한 환경 탓에 애착이 손상되면 처음에 는 더 관심받고 싶은 마음에 과도한 애정을 요구하는 불안형이나 애착의 상처에 괴로워하는 미해결형이 증가한다. 하지만 더욱 사 태가 진행되면 애정을 요구하기조차 포기하고 기대치를 크게 낮춰 안정을 되찾으려는 마음에 디스커넥트 유형이 증가한다.
사회 전체로 보면 일시적으로 불안형 애착과 이에 수반되는 애착 관련 장애가 급증하나 점차 디스커넥트 유형으로 이동하고, 디스커넥트 유형에 수반되는 문제가 중심을 이루게 된다.
- 자폐 스펙트럼증의 증가에는 거의 확실하게 밝혀진 요인이 있 다. 바로 늦은 결혼이다. 남녀 모두 늦은 나이에 부모가 되면 아이 가 자폐 스펙트럼증을 앓게 될 위험성이 증가한다. 연령 증가에 따 른 난자와 정자의 질 저하와도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자 폐 스펙트럼증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대체로 결혼을 늦게 할 가 능성 또한 있다.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부모 는 대체로 학력이나 수입이 높다. ADHD가 오히려 어린 부모나 사 회 ·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에서 유병률이 높은 것과는 대조적이
결혼이 늦어지면 자손을 남기기에 불리하다. 따라서 자폐 스펙트럼증이 늦은 결혼과 관련되어 있다면 사회 내의 유병률은 분명 억제될 것이므로 자폐 스펙트럼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증 환자 중에는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서 자손을 남기는 데 매우 불리하다. 자폐 스펙트럼증이 오랜 기간 사회의 이목을 끌지 못한 데에는 이 질환이 극히 드물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자손을 남기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했으리라. 그런데도 현실 세계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증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한 가능성 있는 설명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폐 스펙트럼증은 사실 환경 요인의 영향을 쉽게 받으므 로, 양육 환경이나 정보 통신 환경의 급격한 변화 탓에 이런 특성 을 보유하는 상태가 증가한다는 가능성이다. 이 경우 자폐 스펙트 럼증이 유전되는 심각한 신경 발달 장애'라는 정의를 충실히 따른다고 가정하면, 증가한 비율은 대부분 자폐 스펙트럼증이라기보다 디스커넥트 유형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설명은 자폐 스펙트럼증의 유전자를 일부 보유해야만 적응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확대되고 있는 까닭에 이런 유전자가 선택되었다는 가능성이다. 개체 차원의 적응에 머무르지 않고, 환 경이 그 환경에 적응하는 데 바람직한 유전자 변이를 선택하고 집 단 수준으로 늘려가는 시스템을 '진화'라고 한다. 여태까지는 진화 를 백만 년 단위의 시간적 규모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뒷장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오늘날처럼 환경이 급 변하는 상황에서는 진화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추측된다.
- 코크란과 하펜딩이 주목한 집단은 아슈케나지계 유대인이다. 그들은 살던 터전을 빼앗기고 전 세계에 흩어졌는데, 이주 한 곳곳마다 배척과 탄압을 받는 바람에 유전적으로 고립된 집단이 되었다. 아슈케나지계 유대인은 처음에 교역으로 자본을 축적 했지만 머지않아 오로지 고리대금업만을 생업으로 삼게 되었다. 금융업으로 성공하려면 숫자나 문자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 다. 유전적으로 격리된 집단이 이러한 선택압을 받게 되자 적응에 유리한 변이가 효율적으로 축적되었다.
그리하여 천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아슈케나지계 유대인의 지능지수는 다른 민족의 평균 지수보다 12~15점이나 높아졌다. 아이큐가 140 이상 되는 매우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의 비율이 다 른 민족보다 몇십 배나 높은 것이다. 그 결과, 과학사의 중요한 발 견은 대부분 지극히 소수의 유대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코크란과 하펜딩에 따르면 2007년까지 과학 관련 노벨상을 받은 미국인의 4 분의 1 이상이 아슈케나지계 유대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능의 상승이란 이 진화에는 희생이 뒤따랐다. 신경계의 원활한 작용을 위해서는 시냅스라 불리는 신경 세포 간의 결합부가 활발히 만들어지거나 축삭 또는 수상 돌기 같은 신경 섬유 의 성장이 양호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신경계에 질 환이 생기는데, 아슈케나지계 유대인에는 테이 · 삭스병o(Tay-Sachs disease)이나 니만 · 피크병 (NiemannPick disease)과 같은 선천적 신경 질환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지능을 높여야만 살아남는다는 선택압이 가해지는 가운데, 신 경계 질환에 걸릴 리스크란 대가를 치러서라도 높은 인지 기능을 얻으려 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장애를 얻게 될 리스크를 짊어지 더라도 높은 지능을 가지는 것이 민족이 생존하고 자손을 남기는 데 유리했던 것이다.
- 아이큐를 12~15점 올리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테이 · 삭스 병이나 니만 · 피크병의 증가라 해도, 그리하여 27명 중 1명이 테 이 · 삭스병의 열성 유전자를 보유한다고 해도, 자연 상태에서 발 병할 확률은 0.2% 정도이고 실제로는 출생 전 진단으로 발병률을크게 줄일 수도 있다.
한편 디스커넥트 인류를 만들어내는 기세는 그 속도가 빠르고 규모도 커서, 아슈케나지계 유대인의 지능 진화를 훨씬 능가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훨씬 심각하고 엄청난 규모의 부작용이 뒤따르게 된다.
애착이 급격히 희박해져서 육아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하고 육아 그 자체를 회피하게 됨으로써 점차 다양한 애착 관련 장애가 엄청난 규모로 증가할 것이다. 과연 이것은 디스커넥트 인류가 탄생하기 위한 산고의 고통일까, 아니면 파멸의 서곡일까.
- 하라리는 IT혁명을 두고, 인본주의를 구가했던 인류를 만능 옥좌에서 단순한 데이터 단말기로 끌어내림으로써 주체성을 빼앗 아, 결국 인간을 국제적인 데이터 처리 시스템의 노예로 만들어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IT혁명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뇌 신경 회로를 재구성하는 동시에 애착 시스템을 완전히 변화시켜 버린다. 는 점이다. 정보 처리 시스템인 뇌는 무한한 정보에 접속할 수 있 는 네트워크에 매료되면 시간도 잊을 만큼 여기에 빠져든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 속 인간관계를 희박하게 하고 정서적 교류나 친밀한 관계를 잃게 만든다. 극적인 변화는 편리하고 즐거움에 가득 차있으므로 장점만 있을 듯하지만, 1~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의 행동이나 생활을 급변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머지않아 행동뿐 아니라 감정이나 인지 차원에서도 변화를 일으켜, 년 단위, 세대 단위의 세월이 흐르면 점차 뇌 구조 자체나 유전자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바로 육아나 아이의 발달, 그리고 애착 시스템이다.
- IT혁명은 바쁜 부모로부터 방치당한 사람, 남편이나 아내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사람, 만남이 없는 외로운 사람이 늘어나 디스커넥트 유형이 사회에 퍼지기 시작한 바로 그때 일어났다. 마치 가뭄에 단비처럼 폭발적인 지지를 얻은 인터넷과 IT 기기가 금세 사회에 침투한 까닭은 시대가 원했기 때문이다. 이는 디스커넥트 인류를 더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영역으로 밀어낸 순간이기도 했다.
- 디스커넥트 인류의 가장 큰 특징은 친밀한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하면 고독한 환경에 강하다.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는 환경에 놓이면 애착을 가진 공감형 인류는 정신이 이상해져서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심하면 환각이나 망상에 사로잡혀 정신 착란을 일으키거나 정신 기능이 무너진다. 구치소 등의 독방에 수감된 사람에게 나타나는 간저 증후군(Ganser syndrome)이 대표적인 예다.
애착을 필요로 하는 공감형 인류에게 타인과의 관계가 모조리 단절되는 것은 마실 물이 끊기는 것과 같은 고문이다.
- 하지만 디스커넥트 인류는 공감형 인류에게 분명 극도의 스트레스일 환경에 손쉽게 적응해버린다. 일 년간 아무도 만나지 않고 그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살아도 고통이나 답답함을 거의 느끼지않는다. 오히려 쾌적함을 느끼고 안심하기까지 한다. 얼굴을 맞대는 인간관계를 훨씬 번거롭게 여긴다.
프리드리히 니체나 에릭 호퍼(Eric Hoffer) 같은 디스커넥트의 선구자들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고독한 환경으로 들어갔다. 
- 디스커넥트 인류가 대면 의사소통을 선호하지 않는 데 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한 가지 이유는 에너지의 불필요한 소모를 피하기 위해서다. 물론 불쾌하다는 점도 크다. 얼굴을 맞대 고 직접 이야기하는 행위는 물론 화면 너머로 서로의 얼굴을 보면 서 이야기하는 행위도 불편해한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생후 4개월 즈음에 그 징후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장래에 디스커넥트 유형이 되는 아이는 엄마와 마 주 보고 있어도 눈을 맞추는 시간이 짧으며 곧바로 시선을 피해버 린다. 엄마의 얼굴을 봐도 그다지 즐거워 보이지 않고 표정 또한 풍부하지 않다. 엄마가 자신의 입을 만지는 등 자기 위무(慰撫) 행동을 하면 바라보는 시간이 조금 늘어난다. 하지만 그것은 엄마와 눈을 마주치는 행위 자체가 기쁨이나 위로가 되지 않고, 다른 데서 위로를 찾으려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얼굴을 마주하는 행위 자체가 기쁨이 아닌 번 거로운 일인데도 공감형 인류와 똑같이 행동하고자 노력했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디스커넥트 인류는 자신들의 특성을 억지로 감추려 하지 않는다. 공감형 인류의 방식에 맞추기를 그만두고 자신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생활한다.
-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생을 부족함 없이 뒷받침해온 완벽한 복지 제도는 스웨덴의 어떤 국민성과 융합하여 발전한 것일까. 국민성을 객관적으로 논하기란 상당히 어렵지만, 외국인의 시선에서 뿐 아니라 스웨덴인도 똑같이 지적한다고 하면 나름대로 신빙성 이 있다는 뜻이리라. 국내외에서 공통으로 지적하는 스웨덴인의 특성은 인간관계를 맺는 데 커다란 장벽이 있다는 점이다. 그 벽은 우선 표정이나 정서적 반응의 결핍으로서 관찰된다. 타자에게 무 관심하고 냉정한 스웨덴의 사회는 외부에서 온 사람을 당혹스럽게 한다. '진공 사회'라며 비난받을 정도다. 게다가 유머가 없기로도 유명하다.
그 대신 과도하리만치 합리주의와 기능주의가 발달했다. 이 점은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신봉자 또한 많다. 가구나 자동차, 사 회 제도나 이념에도 불필요한 재미와 장식은 최대한 배제하고 실 용성과 실적을 중시한다. 또 물질에 엄청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 어서, 무려 원소의 25%를 스웨덴인이 발견했다고 한다. 스웨덴인의 합리적 사고는 그들이 통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사실에서도 드 러난다. 국가 차원에서 상당히 정밀도 높은 갖가지 통계를 잘 관리 하고 있으므로 정책을 결정할 때도 이 수치를 토대로 한다. 과학적 사고를 좋아하고 특히 시스템화하는 작업에 뛰어나다. 57158 잡담 이나 논의는 좋아하지 않으며 과묵함과 실리 있는 행동을 존중한다. 그리고 공평함과 평등의 가치관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또 하나의 커다란 특징은 철저한 개인주의로, 어린 시절부터 자립을 요구받은 까닭에 의존을 싫어한다. 보통 스웨덴 여성은 아이를 낳으면 곧바로 직장에 나가므로 애초에 아이를 느긋하게 돌 볼 수 없다. 따라서 아이들이 일찍 자립한다. 만 16세가 되면 독립 해서 동거하는 사람도 많다. 이를 사회도 환영하고 응원한다. 남녀 관계 또한 대등하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인 남성은 스웨덴 인 여성을 평온함을 주고 위로해주는 존재가 아닌 긴장을 일으키 는 대상으로 여긴다고 한다. 59 스웨덴 남성은 파트너에게조차 평온함이 아니라 긴장을 느낀다. 어찌 됐든 자기문제는 자기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이 개인주의의 끝판왕인 스웨덴인의 기본자세다.
- 사실은 많은 아이가 옥시토신 분비 촉진제를 아기 때부터 계속 투여받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 것이다.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특히 그렇다. 이 아이들은 자궁에서 꺼내지자마자 옥시토신 분비 촉진제를 투여받아
왔다.
원래대로라면 분만 시에 진통과 함께 옥시토신이 모체 내에 다량 분비되고, 그 일부는 제대를 통해서 태아에게까지 이동한 다. 분만 시에 일어나는 격렬한 자궁 수축은 태아의 목을 졸라 태 아를 사망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있는데, 모체에서 이동한 옥시토신은 이와 같은 끔찍한 위협으로부터 태아를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자연 상태에서 태어난 아기는 포옹이나 애무 등의 자극을 받 음으로써 옥시토신 분비가 촉진되고, 이와 동시에 옥시토신 수용 체의 발현이 활발해진다. 그러나 인공 자궁에서 꺼내져 마더 로봇에 의해 길러진 아이는 어떤 방법을 써도 옥시토신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장벽에 직면한 것이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 약이 옥시토신 분비 촉진제다.
이 약은 수많은 아기의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이로써 수많은 사람이 이 약에서 평생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와 같은 사실은 인공 자궁이 도입된 이래 수년간 감춰져 있었다. 세상에 드러난 때는 소아 거식증과 부자연스러운 죽음(그 후 자살로 판명되었 다)이 급증하면서 제삼자위원회가 원인 규명에 착수한 후다. 전모 가 드러났을 때 유아였던 아이는 거의 성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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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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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의 기원

과학 2021. 4. 18. 18:54

- 혁신의 욕구는 유전적 진화의 탁월한 비유라고 볼 수 있다. 문화적 진화는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조건에 우리 종을 적응시킨다. 혁신은 유전체의 돌연변이 에 해당한다. 돌연변이라는 생물학적 사건은 인류 역사 내내, 다른 종들에게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동일한 수준으로 일어나 왔다. 돌연변이는 매우 다양하다. 돌연변이는 개체 수준에서 드물게 나타나며, 대다수는 해롭거나(그리하여 색맹, 낭성 섬유증, 혈우병 같은 수백 가지의 불행한 가족성 유전 장애를 일으킨다.) 건강이나 번식에 검출 가능한 효과를 전혀 일으키지 않 는 중립적인 것이다. 결국에는 사라지거나 기껏해야 아주 낮은 빈도로 남는다. 후자는 이로운 우성 유전자와 같은 자 리에서 침묵하는 열성 유전자로서 공존한다. 극소수의 돌연변이만이 개체에 혜택을 줌으로써, 그리고 집단 전체로 퍼짐으로써 성공을 거둔다. 그런 돌연변이는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젖당 내성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들의 집 합이 한 예다. DNA 염기쌍에 일어난 작은 무작위 변화로 우유 소화가 가능해졌고, 그 뒤로 낙농업이 거의 전 세계 로 퍼졌다. 낫 모양 적혈구 돌연변이 유전자도 그렇다. 이 돌연변이는 쌍으로 있으면 치명적인 빈혈증을 일으키지만, 하나만 있으면 마찬가지로 치명적인 말라리아로부터 보호해 준다.
- 요약하자면, 인문학은 다음과 같은 약점들에 시달린다. 인과 관계 설명에 근원이 빠져 있고, 제한된 감각 경험이라는 공기 방울 안에 갇혀 있을 뿐이다. 이런 단점들 때문에, 인문학은 불필요하리만큼 인간 중심주의적이고 따라서 인 간 조건의 궁극 원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아브데라의 프로타고라스 (Protagoras of Abdera, 기원전 485~410년)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선언했다. 그 세계관은 당대에 도전을 받았고, 지금은 더욱더 그래야 한다. 새로운 선언이 필요하다. 그 선언은 이래야 한다. “만물이 인간 이해의 척도다.”
- 아직 문자를 가지지 않은 순수 수렵 채집인 사회와 원 시적인 농경을 하는 수렵 채집인 사회는 선사 시대 문화의 탄생기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들의 삶은 단순해 보 일 수 있다. 그들은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대부분은 그렇다, 아직은!) 인터넷 검색도 안 하며 채소를 사러 슈퍼마켓에 가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동시에 가장 상세히 연구된 수렵 채집인 사회에 속하는 칼라하리 사막의 주/호안시 사람들은 자기 세력권의 지형을 도로 지도처럼 잘 알고 수백 제곱킬로미터의 땅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 안의 모든 과일나무, 샘, 야영 후보지, 조망하기 좋은 언덕을 잘 안다. 그들의 어휘는 현대 도시인의 어휘에 비하 면 아주 적을지 모르지만, 동식물의 이름과 설명은 분류학 을 전공한 자연사 학자에 맞먹는 수준이다. 모닥불 불가에서 이루어지는, 낮에 한 일들과 낮 시간에 한 일과 상관없는 다른 모든 일들에 관한 그들의 대화와 이야기는 다양하면서 상세하다. 그럴 때 주/호안시 사람들은 숨길의 서로 다른 부위에서 만들어지는 세 종류의 폐쇄음이 섞인 단어 들을 쓰곤 한다.
- 과학자들은 이 모든 진화의 초기 단계들을 밝혀내고 있 다. 인간 수준의 종을 생성하는 데는 세 가지 전제 조건들 이 결합되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는 야영지의 형성이다. 그 일은 일찍이 우리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에게서 식성의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가능해졌다. 나는 동물계의 역사 전체를 훑어서 총 20개의 독자적인 계통들로 이루 어진,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복잡한 사회들의 기원을 모두 검토했다. 각 계통에서 육아를 통해 새끼를 키우는 등 지를 본능적으로 짓는 행위가 앞서 나타났다는 것이 드러 났다. 사회성 벌, 말벌, 개미의 둥지는 지하나 나무 위 등 다양한 곳에 지어지며, 새끼를 기르는 특수한 방이 갖추어져 있다. 사회성 총채벌레와 진드기는 살아 있는 식물 안에 생긴 빈 공간을 육아실로 쓴다. 사회성 바다 새우는 살아 있는 해면동물에 굴을 파서 방을 만든다. 초기 인류의 둥지 는 통제된 불을 통해 온기와 조명을 얻는 야영지였다. 따라 서 널리 퍼져 있지만 흔하지는 않은 적응 형질인, 자식을 키우기 위한 둥지 짓기는 인간가 이룬 희귀한 성취에 이를 수 있는 교두보였다.
20개 진화 계통은 사회 조직 측면에서 볼 때, 이 가장 발전된 형태의 사회적 형질인 '진사회성(eusocial)’ 행동을 보 인다. 동등한 이들 사이의 협력이 아니라 집단 구성원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장기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이루어지는 조직적인 협력을 토대로 한 분업이 핵심 이다. 과학적으로 분류할 때 진사회성에 속하려면, 구성원 중 일부가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하도록 역할들이 미리 정 해져 있어야 한다. 단순히 표현하자면, 이타주의는 존재한 다. 집단 구성원 중 일부는 집단 전체의 선(善)을 위해 희생 한다.
인간 사회 기원의 두 번째 전제 조건은 집단 구성원 사 이의 높은 수준의 협력이었다. 각자는 다른 모든 이들과 그 들이 맡은 일, 그들의 능력, 그들의 성격을 잘 알았다. 
분업, 이타주의, 협력이 함께 진화함에 따라서 사회적 지능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특히 그것들이 서로 조합되면서 의사 소통이 풍부해졌다. 최초의 인류가 시청각적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구어 능력을 진화시킬 수 있었다. 생성된 단어들과 의미의 결합은 원래 자의적이었지만, 서서히 집단 내에서 보편적인 용법으로 쓰이게 되었다. 소리는 빠르 게 생성되고 사라진다. 하지만 시각 신호와 달리 불투명한 장애물을 지나가고 모퉁이를 돌아간다. 더 나아가 후각 및 시각 신호와 달리, 단어는 빠르게 늘어나면서 정보 전달을 최대화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 조상들이 지녔던 동물본능의 소리는 인간의 언어로 진화했다. 어휘는 인류 집단 별로 달라졌지만, 이야기할 능력과 원초적 충동은 유전적 으로 프로그램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집단 내에서 더 뛰어난 언어 능력을 지닌 이들은 집단 내의 경쟁자들보다 생존율과 번식률이 더 나았다. 더 중요 한 점은 집단 사이의 경쟁에서는 생사를 가르는 영토 공격 능력뿐 아니라 동맹을 형성하고 교역을 트고 자연 환경에 있는 원천들로부터 물질과 에너지를 추출하는 능력이 더 뛰어난 이들이 이겼다는 것이다.
- 침팬지와 인간이 갈라진 뒤로 600만 년에 걸친 기간의 대부분에 걸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분류되는 종이 아 마 3종 이상, 고향인 아프리카에서 공존했다. 그들은 기본 적으로 채식주의자였지만, 아마 기회가 생기면 고기도 조 금 먹었을 것이다. 현생 침팬지들도 그렇게 한다. (섭취 열량 의 약 3퍼센트이다.) 먹는 식생의 종류는 분명히 종마다 달랐다. 더 거칠고 더 섬유질이 많은 식물을 먹는 종은 턱과 이가 더 무거워지는 쪽으로 진화했다. 진화 생물학자는 그렇 게 분화하는 양상을 전체적으로 적응 방산(adaptive radiation) 이라고 한다. 적응 방산을 통해서 한 계통은 고기를 더 많이 먹는 쪼 으로 나아갔다. 특히 번갯불이 쳐서 초원과 사바나에 난 불 에 구워진 동물을 먹었다. 초기 단계에서 그 집단들은 야영 지를 발명했다. 처음에는 새의 둥지나 다름없이 단순했을 것이다. 여기에 그들은 통제된 불을 추가했다. 불타고 있는 나뭇가지의 깜부기불을 여기서 저기로 옮기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초보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기념비적일 변화로부터 호모 사피엔스의 직계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가 출현했다.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200만 년 전이었다. 그 조상 종은 적어도 10만 년 전까지 존속했다. 그때쯤 그 집단 중 적어도 한 집단은 뇌가 훨씬 더 커지고, 턱과 이는 더 작고 더 가벼 워진 상태였다.
호모 사피엔스로의 마지막 전환은 호모 에렉투스가 존 속하고 있는 동안에 꽤 많이 진행되었지만, 그 종에게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일찍, 호모 에렉투스의 직계 조상인 호 모 하빌리스에게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빌린 인의 화석 증거는 호모 에렉투스의 것보다 훨씬 적으며, 후기의 전이 종 다음에 곧이어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다.
230만~15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 살았던 호모 하빌리 스에게서 현생 인류로 귀결된 변화가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 선사 시대의 이 기간에 머리뼈의 용량, 즉 뇌의 크기는 500 시시에서 800시시로 커졌다. 현생 침팬지의 뇌보다 한 참 더 커진다. 호모 에렉투스(1,000시시)에게서는 더욱 커졌고, 호모 사피엔스(평균 1,300시시 이상)에게서 다시금 커졌다. 그 기념비적인 문턱을 건넌 것은 초기 호모 사피엔스였다. 뇌가 클수록 기억 능력도 더 커졌고, 그럼으로써 마음속에 서 이야기를 엮을 수 있게 되었다. 이어서 생명의 역사에서 최초로 진정한 언어가 출현했다. 그 언어로부터 유례없는 창의성과 문화가 출현했다.
우리는 아직도 진화하고 있다. 더 큰 뇌와 더 고도의 지능으로 이어지는 지향적인 선택을 통해서가 아니라, 전 세 계에서의 상호 교배를 통해서 발전시켜 온 균질화를 통해 서다. 집단 사이의 평균 유전적 다양성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인류의 총 유전적 다양성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문화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생물학 차원에 서도 우리는 점점 더 통일된 종이 되어 가고 있다.
- 놀라운 사실은 조건화한 혐오와 공포증을 획득하는 예 민한 능력이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우리의 먼 인류와 선행 인류 조상들이 야생에서 겪은 위험들에만 거의 전적으로 한정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양한 동물 적들뿐 아니라, 비좁은 공간, 높은 곳, 급류, 집 바깥에서 마주치는 낯선 이들에 대한 공포도 포함된다. 우리 종에게서 칼, 총, 자동차에 대한 공포증이 진화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현 대인에게 훨씬 더 주된 사망 원인들인데 말이다.
창작 예술의 미학적 핵심에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뇌 의 알파파를 측정하면 우리가 구성 요소들 중 약 20퍼센트 가 중복되어 나타나는 추상적 디자인을 볼 때 가장 흥분한 다는 것이 드러난다. 단순한 미로, 로그 나선의 2회 회전, 비대칭적인 십자가에서 발견되는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의 복잡성이다. 복잡성이 더 낮으면 매력이 없이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더 복잡하면 '혼잡'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는 프리즈, 격자 세공, 간기(刊記), 로고, 깃발 디자인에서 성공을 거둔 많은 작품에서 비슷한 수준의 복잡성이 나타 난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같은 수준의 복잡성은 원시 미술과 현대 미술 및 디자 인에서 매력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의 일부분을 이룬다. 이 최적 복잡성 원리(optimum complexity principle)는 흘깃 보고 전 체를 파악하고자 할 때 뇌가 지닌 한계의 한 표현 형태일지 도 모른다. 한 번 흘깃 보고서 셀 수 있는 - 즉 세부 단위로 쪼개어 센 뒤에 합치는 식이 아닌 - 사물의 수가 7인 것도 같은 원리를 따른다.
인문학은 우리 마음과 창의성의 키메라적 특성을 이해 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일부만 겨우 이해하고 있는 선사 시대 사건들이 우리 DNA에 새긴 감정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너무나도 당혹스럽게도, 우리는 조만간 로봇에게 명령을 내리는 일은 잘할지 모르지만, 우리를 인간으로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고대로부터 지닌 가치들과 감정들에는 잘 대처하지 못할 과학 기술의 시대로 빠르게 진입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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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잔혹한 진화론

과학 2021. 4. 18. 18:53

- 몸속의 세포에 산소를 보내기 위해서 매일 24시간 움직이고 있는 심장 자체의 세포에는 어떻게 산소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개구리나 도마뱀의 심장은 내부를 흐르는 혈액에서 산소를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심장 근육은 치밀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내부의 혈액에서 산소를 흡수할 수 없다. 더구나 우리의 심장은 네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오른쪽 2개의 방에는 원래 산소가 적은 혈액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심장 외부에 서 심장 전체로 산소를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심장에서 나온 대동맥으로부터 갈라진 '심장동맥'이라는 혈관이다. 심장동맥은 대동맥에서 갈라진 이후 심장의 표면으로 뻗어나가서 월계관처럼 심장을 둘러싼다. 
이처럼 심장동맥은 심장 전체에 산소를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 을 맡고 있지만 직경이 2-4밀리미터로 가늘기 때문에 막히기가 쉽다. 심장동맥을 흐르는 혈액이 줄어들면 협심증이 생기고, 이 는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그리고 심근세포에 혈액이 충분히 흐르지 않아 산소가 부족해지면, 심근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이것이 심근경색이다.
더구나 심장동맥은 심장이라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기관(器官) 의 표면에 붙어 있기 때문에 다른 혈관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수 고를 해야 한다. 심장이 수축될 때에는 심장동맥도 눌려서 혈액이 들어올 수가 없다. 따라서 심장이 확장되는 때에 혈액이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격한 운동을 할 때에는 심장이 확장되는 주기 가 짧아져서 심장동맥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즉, 심장은 가장 산소가 필요할 때에 충분한 산소를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운동 중에 협심증을 일으키기 쉬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
- 경골어류의 허파는 산소가 적은 물속에서 도움이 될 것 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썰물 때처럼 산소가 부족하기 쉬운 환 경에서 사는 경골어류 가운데 허파 이외에도 공기 호흡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독자적으로 진화시킨 종이 있기 때문이다. 말뚝망둥어나 메기류 중에는 아가미의 일부를 통해서 공기 호흡을 하는 종들이 있다. 역시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는 공기 호흡도 할 수 있는 편이 유리하다.
다만 현재의 허파가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도움이 된다고 해서 처음 허파가 진화했을 때에도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같은 허파 라고 해도 역할은 바뀌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조류의 날개는 하늘을 나는 데에 도움이 된다.
- 그러나 조류의 조상(공룡' 이라고 부르지만)이 가지고 있던 날개는 적어도 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때의 날개는 아마 체온을 조절하거나 수컷이 암컷에게 과시를 할 때에 쓰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허파도 한 가지에만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틀림없이 여러모로 쓸모가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다음의 두 가지 증거를 맞추어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초창기의 허파는 산소가 적은 환 경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던 듯하다. 
첫 번째 증거는 화석이다. 경골어류는 육기류(肉?類 : 지느러 미가 육질 덩어리/옮긴이)와 조기류(條?類: 지느러미가 부챗살줄기 구조/옮긴이)라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육기류에는 시러캔스와 폐어(肺魚)가 있고, 그밖의 많은 경골어는 조기류에 속 한다. 육기류와 조기류의 공통 조상은 아마 실루리아기(약 4억 4,400만~4억1,900만 년 전)에 살았을 것이다. 화석으로 보건대 이 공통 조상은 먼 바다에 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곳은 산소가 부족하지 않은 환경이다. 그후 육기류와 조기류로 나뉘고 육기류의 일부가 실루리아기의 다음 시대인 데본기(약 4억1,900 만~3억5,900만 년 전)에 육지로 올라왔다. 
두 번째 증거는 현존하는 물고기이다. 현존 육기류의 허파와, 현존 조기류 중에서 원시적인 형태가 남아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폴립테루스의 허파는 모양이 비슷하다. 이는 양쪽의 공통 조상이 이미 허파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것이 사실이라 면, 첫 번째 증거와 종합해볼 때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실루리아기에 먼 바다에 살고 있던 육기류와 조기류의 공통 조 상에게는 이미 허파가 있었다. 그러나 그 허파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초기의 허파는 심장에 산소를 보내는 데에, 즉 활발하게 활동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 인간이나 개구리의 간은 오르니틴 회로(ornithine cycle)라고 불리는 복수의 화학 반응을 통해서 암모니아를 요소로 만들고 있다. 이 오르니틴 회로로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서 독 성이 약한 요소로 만드는 것이다. 독성이 약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요소의 단점은 암모니아보다 물에 잘 녹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소를 배출하려면 아무래도 물에 녹여야 하는데, 이렇게 물에 잘 녹지 않는 요소를 녹여야 하므로 당연히 대량의 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매일 물을 많이 마셔서 대량의 소변으로 요소를 버리고 있다.
결국 육지로 올라와서 살다 보니 물을 마음껏 쓸 수 없어서 질소를 버리는 방식을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에서 독성이 약한 요소로 바꾸었는데, 그 때문에 대량의 물을 마셔야 한다니 참으로 역설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몸속에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를 쌓아두는 폐해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 장내 세균이 사는 곳은 장 안이므로 일단 우리의 몸 바깥에서 사는 것이지만 그 수는 엄청나다. 약 1,000조 개라는 추측도 있다. 우리 인간의 몸은 약 4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장내 세균의 수가 훨씬 더 많은 셈이다. 그 장내 세균의 99퍼센트 이상은 대장에서 살지만, 그 수가 매우 많아서 소장에도 상당 수의 장내 세균이 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입을 통해서 음식물을 넣고 그 음식물을 소화기관에서 소화, 흡수한 뒤에 찌꺼기를 변으로 내보낸다. 그러나 변의 대부분이 음식물 찌꺼기는 아니다. 절반 정도는 장내 세균의 사체(살아 있는 것도 있다)이며, 그밖에 상당 부분이 소화기관의 안쪽 표면에서 떨어진 점막 상피세포이다. 음식물 찌꺼기는 변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나 많은 장내 세균이 소화기관 안에 살고 있어도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이유는 장내 세균의 대부분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 기 때문이다. 즉, 인간과 장내 세균은 공생 관계이다. 인간은 장내 세균에 소화기관 안이라는 따뜻하고 영양가 높은 환경을 제공한다. 한편 장내 세균은 우리의 소화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 음식과 함께 들어온 세균에 감염되는 것도 예방해준다.
장내 세균은 독자적인 효소를 분비해서 우리가 소화하기 어려 운 성분을 분해하고, 위험한 세균이 들어왔음을 우리의 세포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 세포가 위험한 세균에게 유해한 물질을 분비할 수 있다. 또한 장내 세균이 장 안쪽 표면을 점령하고 있는 것 자체가 감염을 막아주기도 한다. 바깥에서 들어온 세균도 머물 곳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 인간의 눈에서 망막은 안구의 안쪽 표면을 덮고 있지만, 생물 에 따라서는 망막이 몸 표면에 있기도 하다. 망막이 몸 표면에 있으면 반점처럼 보이는데, 이를 '안점(eye spot)'이라고 한다(그림 6-1의 1).
안점을 가진 생물은 자신의 몸에 빛이 닿은 사실을 인지한다. 빛이 어느 각도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밝은지 어두운 지는 알 수 있다. 이것이 '명암을 감지할 수 있는 눈'이며, 자포동물인 해파리 중에 이런 눈을 가진 종이 있다.
'명암을 감지할 수 있는 눈' 보다 복잡한 눈으로 '방향을 알 수 있는 눈'이 있다. 이 눈은 안점 망막의 한가운데가 오목한 컵 같 은 모양으로 되어서 밝은지 어두운지뿐만 아니라 빛이 오는 방향 도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눈을 배상안(杯狀眼)'이라고 한다. (그림 6-1의 2). 
그림 6-1의 2처럼 배상안이 위를 향하고 있다고 치자. 만일 빛이 오른쪽에서 오면 컵의 왼쪽 시각세포에만 빛이 비치고, 왼쪽에서 오면 오른쪽 시각세포에만 빛이 비친다. 이렇게 되면 어느 시각세포가 빛에 반응했는가에 따라서 빛이 오는 방향을 알 수 있다. 배상안을 가진 동물은 많이 있는데, 예를 들면 연체동물 인 삿갓조개 등이 있다.
나아가 '방향을 알 수 있는 눈' 보다 복잡한 눈으로 형태를 알 수 있는 눈'이 있다. 배상안의 옴폭 파인 부분인 공동(空洞)은 그 대로 두고 입구를 작게 하면 '바늘구멍 눈' 이라고 불리는 눈이 된 다(그림 6-1의 3).
배상안의 컵 입구는 잘록하게 좁다. 따라서 외부에서 들어온 빛은 입구를 통과할 때에 한 점에 모인다. 그리고 입구를 통과하 면 광선은 다시 넓어지고, 망막에 상하좌우가 반대인 상(像)이 비 친다. 즉, 본 것의 형태를 알 수 있다.
바늘구멍 눈은 형태를 알 수 있는 훌륭한 눈이지만 한 가지 큰 단점이 있다. 입구가 좁아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입구의 구멍을 크게 하면 빛이 한 점에 모이지 않아서 사이 희미하게 비친다. 구멍이 작으면 작을수록 상은 선명해지지 만 대신 점점 어두워진다. 이러한 바늘구멍 눈을 가진 생물로는 연체동물인 앵무조개가 있다. 앵무조개의 바늘구멍 눈에 난 구멍 은 비교적 크기 때문에 밝게는 보이지만 상이 희미하다. 그냥 그 런 상태로 견디는 것 같다.
바늘구멍 눈으로 볼 수 있는 상은 초점을 맞추면 어두워지고, 밝게 하면 상이 희미해진다. 그러나 실은 초점을 맞추면서 밝게 하는 방법도 있다. 바늘구멍 눈의 입구의 구멍을 넓힌 다음 그 자리에 렌즈를 맞추는 것이다. 이런 눈을 카메라 눈이라고 한다 (그림 6-4의 4), 우리 인간의 눈은 이 카메라 눈이다.
- 시각세포에는 간상세포와 원뿔세포라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간상세포는 감도가 높고, 약간의 빛에도 반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도 사물을 보는 데에 편리하다. 한편 원뿔세포는 감도는 낮지만 색을 구분할 수 있다. 많은 척추동물(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의 대다수)들은 네 가지의 원뿔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네 종류의 색을 구분할 수 있다(4원색 색각). 반면에 수많은 포유류들이 원뿔세포를 두 가지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2원색 색각), 그다지 자세하게 색을 구분할 수 없다. 인간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적록 색각이상이 포유류 사이에서는 보통인 것이다. 
아마 초기 포유류 중에는 야행성인 동물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원뿔세포를 네 가지나 만들어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 원뿔세포는 감도가 낮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는 소용이 없다. 쓸모없는 것을 굳이 만드는 것은 낭비이기 때문에, 포유류는 원뿔세포를 두 종류로 줄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원숭이 중에서 원뿔세포의 종류를 다시 늘린 종이 나타났다. 세 가지의 원뿔세포를 가진 것(3원색 색각)이 진화한 것이다. 영장류의 상당수는 나무에 올라가서 생활하기 때문에 열 매나 잎을 먹는 일이 많았다. 그때 이른바 적록 색각이상인 상태 에서는 붉은 열매와 녹색 잎(혹은 잘 익은 붉은 열매와 익지 않은 녹색 열매)을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원뿔세 포의 종류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색각에서 2원색 색각으로 줄었고, 거기에서 3원색 색각으로 늘어 났다고 볼 수 있다.
색각뿐만 아니라 눈의 수도 저쪽으로 가기도 하고 이쪽으로 오 기도 한다. 우리의 조상인 척추동물은 (적어도 파충류와 포유류 가 같은 생물이었던 시기까지는 눈이 3개였다. 머리 옆에 2개, 머리 위에 1개이다. 물속에서 살았던 우리의 조상은 머리 위의 눈으로 자신보다 위쪽을 헤엄치는 적이나 먹이를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칠성장어나 장지뱀(도마뱀의 일종)은 머리 위에 제3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두정안(parietal eye)이라고 불리는 이 눈은 지금은 명암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아마 하루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쓰이고 있을 것이다. 한편 인간은 두정안이 퇴화 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눈이 2개밖에 없다. 우리의 눈은 0개에서 3개로 늘었다가, 다시 2개로 준 것이다.
이처럼 진화는 일직선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전진하거나 후진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눈이 완성품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상해도 사실인데 뭐, 우리의 눈은 훌륭한 완성품이야!”라고 자부할 수 있는 생물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조류일 것이다. 특히 독수리나 매의 눈은 우리의 눈보다 훨씬 더 성능이 뛰어나다.
- 생각해보면, 척추는 여러 가지로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중에는 형태와는 상관없는 역할이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구성물질에 관한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의 척추는 주로 인산칼슘으로 되어 있다. 척추뿐만 아니라 우리의 뼈나 치아도 인산칼슘으로 만들어졌다.
칼슘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경세포가 정보를 전달하거나, 근육이 수축되거나 다쳤을 때 혈액을 응고시키거나 하기 위해서는 칼슘이 필요하다.
그러나 칼슘이 필요해서 칼슘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 것으 이미 때늦은 일이며, 그런 음식이 늘 주변에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차라리 몸속에 칼슘을 쌓아두는 편이 낫다. 그래서 뼈는 칼슘의 저장고가 되었다. 무엇보다 칼슘의 99퍼센트가 뼈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호르몬이 골흡수(뼈에서 칼슘을 내놓는 것)나 골 형성(뼈에 칼슘을 넣는 것)을 촉진시켜서 혈액 속의 칼슘의 농도 를 조절하고, 필요한 조직 등에 칼슘을 분배한다.
앞에서도 설명한 대로 뼈의 성분은 인산칼슘이므로, 뼈는 칼슘 이외에 인산의 저장고이기도 하다. 실제로 뼈에 영향을 주어 혈 중 칼슘 농도뿐만 아니라 인산의 농도까지 조절하는 호르몬도 있 다. 아마 5억 년도 더 전에 생긴 최초의 뼈는 인산칼슘의 저장고 였을 가능성이 높다.
- 하나의 유전자가 많은 형질에 관여하기도 하는데, 이런 유전자를 '다면발현 유전자' 라고 한다(발현이 란 DNA에서 RNA나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다면발현 유전자는 한 번의 발현으로 여러 개의 형질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생물이 수정란으로부터 발생하는 과정에서 다른 시간대에 몇 번이고 발현해서 많은 형질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다면발현 유전자가 돌연변이에 의해서 변이를 일으키면 발생 과정의 다양한 단계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많은 생물이 사망한다. 따라서 다면발현 유전자는 장기간에 걸쳐서 화하지 않고 보존되는 경향이 있다.
척추동물의 발생 과정 중에서 기관 형성기라고 불리는 시기가 있다. 신기하게도 기관 형성기에는 다양성 없이 어느 척추동물이 나 발달 양상이 비슷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리에 팀은 척 추동물의 유전자 발현 자료를 대규모로 분석해서 기관 형성기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조사해보았다. 그리고 기관 형성기에 관 여하는 유전자에는 다면발현하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 혔다. 척추가 생기는 시점도 이 기관 형성기이다.
어쩌면 척추가 5억 년 넘게 변화하지 않은 이유는 그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척추가 만들어지는 시기에 다면발현 유전자가 많다는 발생상의 제약 때문인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앞으로도 척추는 우리의 몸 안에 계속 존재할 것이다. 뇌가 크든 작든, 곧추선 자세를 유지하는 전처럼 사족보 행으로 돌아가든, 우리는 언제나 계속 척추동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인류가 요통에서 벗어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듯하다.
- 일본원숭이는 웅크리고 앉아서 출산을 한다. 새끼를 낳을 때에 중력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그리고 새끼는 얼굴을 어미가 보기에 앞을 향한 자세로 산도에서 나온다. 어미는 웅크 린 채 양손을 뻗어 새끼의 얼굴을 잡고 산도에서 나오는 것을 돕 는다. 그리고 새끼가 나오면 그대로 팔로 안아올린다.
한편 인간의 출산은 일본원숭이보다 훨씬 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산도에서 나오는 아기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싶어진다. 그러나 인간의 아기는 어머니가 보기에 뒤를 향한 자세로, 즉 등을 위로 한 채로 산도에서 나오기 때문에 만일 어머니가 아기의 얼굴을 잡아당기면 아기의 목이 뒤로 젖혀지면서 부러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누군가가 아기를 받아줄 필요가 있으며, 어머니는 그 누군가가 받아서 건네주어야 비로소 아기를 안아볼 수 있다. 
이처럼 아기를 낳는 방법은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서는 생물학적인, 즉 인류 공통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출산은 수십만 년 전부터 시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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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 쾌락 자체는 현존재에 의미를 부여할 힘이 전혀 없다. (.....) 행복은 결코 목표가 되면 안 되고,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 없으며 단지 결과일 뿐이다.
이로부터 빅터 프랭클은 중요한 사상을 전개했는데, 그것은 그가 발전시킨 실존 철학적 개념의 핵심을 이룬다.
이제부턴 '내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하고 [물어선 안 되고] 삶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 프랭클은 삶이란 우리가 대답해야 할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에 답변할 때에만 의미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빅터 프랭클은 살아가는 동안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들에 대답하는 데 있어 우리가 가진 도구로 적극적인 행위와 타인을 향한 애정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함한) 아름다운 감동의 체험을 꼽았다. 그러면서 행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박탈당한 사람에게는 사랑받 은 체험(경험을 포함)이 남아 있고 행동을 초월해 세계를 수동적으 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에게 삶의 의미를 (......)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자살을 시도하다 구조돼서 생명을 건진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언젠가 제게 털어놓았습니다. 자기 머리에 총을 쏘려고 차를 타고 도시 외곽으로 나가려 했다고요. 당시는 때늦은 밤이었고 전차도 끊 긴 터라 그는 택시를 잡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택시 타는데 돈을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더랍니다. 그는 죽음을 앞둔 마당에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죽기 직전 돈을 아까워하는 자신의 모습이 자살을 결심한 사람에겐 무의미해 보였음이 틀림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삶 속에서 행복을 기대하는 인간의 이러한 자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Rabindranath Tagore, 1861~1941는 어느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잠들어 꿈을 꾸었습니다.
삶은 기쁨인 듯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 보았지요.
삶은 의무였습니다. 
나는 일했고 이제는 알아요. 
그 의무가 기쁨이었다는 걸
- 이제 우리는 인생의 의미에 관한 물음이 잘못됐다는 것도 압니다. 흔히들 질문받는 것처럼 질문한다면 말이죠.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물을 수 없고 - 인생이 우리에게 질문하는 것입니다 - 답변자일 뿐입니다! 우리는 대답해야 하는 자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물음, 생사의 문제에 답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삶 자체는 질문을 받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 존재는 모두 인생에 대답하는 것, 책임지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런 생각에서 보면 미래는 있건 없건 우리를 더는 놀라게 하지 못합니다. 현재가 전부이고, 현재야말로 끝없이 새로운 삶의 물음을 감추고 있기 때문 입니다. 모든 것은 우리가 바라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 우리에게 닥치는 운명은 좋든 싫든 반드시 그 모습을 밖으로 드러냅니다. 하지만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동으로는 인내로는 더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란 없다.”
우리는 가능하다면 이 운명을 바꾸거나, 필요하다면 이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두 경우 모두 우리는 불행을 겪으면서 내적으로 성장할 뿐입니다. 또 시인 횔덜린Friedrich Holderlin, 1770∼1843 이 '불행에 발을 내디딜 때 더 높이 우뚝 서네' 하고 노래한 의미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살라. 그리고 지금 하려는 행동이 첫 번째 생에서 잘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하며 행동하라!!
- 삶 자체는 질문받는 것, 대답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삶의 현존을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
삶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부과된 것입니다. 그것은 매 순간의 과제입니다. 이로부터 삶은 힘들수록 더욱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과제를 찾는 등반가 같은 운동선수는 스스로 어려운 일을 만듭니다. 절벽에서 등반가는 오르기 어려운, 더 힘든 '변수'를 발견할 때마다 얼마나 희열을 느끼는지 아십니까! 여기서 우리가 또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종교인은 삶의 감정, '존재의 이해 안에서 삶을 과제로 이해하는 사람들보다 한 걸음 더 멀리 내딛 는 자라는 것입니다. 이 경건한 사람은 과제를 대할 때 자신에게 과 제를 내주거나 자신을 과제 앞에 세운 절차로 받아들입니다. 종교인은 삶을 거룩한 사명으로 체험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인생의 가치에 관한 물음은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헤벨Christian Friedrich Hebbel, 1813∼1863 의 말로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이란 어떤 것이 아니라 어떤 것에 대한 기회다!!”
- 한번은 수용소에서 제가 어린 시절에 알던 여성과 마주쳤습니다. 그녀는 몹시 비참한 상태로 위독했고,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죽기 며칠 전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날 이곳으로 데려온 운명에 감사해. 이전에 여유로운 중산층의 삶을 살 때는 심미적 열망이 있긴 했어도 전혀 진지하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을 겪었지만 행복해. 이젠 모든 것에 진지 해졌고, 난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 줄 수 있고, 보여 줘야 하니까.” 
이 말을 할 때 그녀의 표정은 전에 알던 모습보다 훨씬 더 밝았 습니다. 이렇게 해서 시인 릴케가 모든 인간에게 바랐거나 모든 인 간을 위해 소원했던 것, 자신의 눈을 감을 수 있는 것이 그녀에겐 가능했습니다. 삶 전체에 죽음을 의미 있게 삽입하는 것, 죽어 가면 서도 인생의 의미를 충족하는 것, 그것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삶의 전체 의미 안에서 죽음의 유의미성을 그대로 보도록 시각을 전환함으로써, 병들고 죽어 가는 순간도 단순히 잃는 것과 얻는 것으로만 보지 않고 '선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데 더 이상 놀라지 않습니다.
- 왜 사는지 아는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를 거의 모두 견디어 낸다. (니체)
‘왜’는 삶의 목적입니다. 그리고 '어떻게'는 강제 수용소 생활을 매우 힘들게 했던 삶의 조건들입니다. 그것은 오로지 '왜, 무엇 때문 에’와 관련해서만 견딜 수 있었습니다.
- 책임을 깨닫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고백하는 일은 어렵습니 다. 책임에 그리고 삶에 '예'라고 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온 갖 어려움에도 '예'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독일 바이마르 근교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 수감자들은 “그럼에도 우리는 삶에 '예 라고 말하려 하네” 하고 노래했습니다. 그들이 노래할 때는 단지 노 래만 부른 게 아니라 많은 것을 행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수용소에 있는 수많은 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려운 조건에도 그것을 행했습니다. 오늘날에 와서야 비로소 제대 로 말할 수 있는 내외적인 조건 속에서 말입니다. 이전과는 좀처럼 비교할 수 없는 지금의 평온한 상황에서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할 수 는 없을까요? 삶에 '예'라고 말하는 것은 온갖 상황에도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 온갖 상황에서 가능하기도 합니다.
- 우리는 가능하다면 이 운명을 바꾸거나, 필요하다면 이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빅터 프랭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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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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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생각하라

IT 2021. 4. 18. 18:50

- 문제는 많은 조직들이 디지털 기술 그 자체를 디지털 전환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도입하는 디지털 기술은 디지털전환의 필요조건일 뿐 그 자체가 아니다. 마치 배트와 글러브가 야구라는 스포츠에 꼭 필요한 장비이지만 그 자체가 야구는 아닌 것과 같다. 같은 맥락으로 기업의 새로운 홈페이지나 앱, IT시스템, AI, 머신러닝, VR, AR 등은 자주 인용되는 디지털 전환의 도구들이지만 비싼 돈을 내고 이런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디지털 전환은 transformation 이라는 단어가 보여주듯 조직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의 방향은 기업이 추구하는 고유한 가치에서 시작한다. 나이키의 기업 미션은 운동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수수료 없는 주식거래를 개척한 로빈후드의 미션은 모든 사람의 재무관리를 민주화하는 것이다. 자신 의 미션을 수행하기에 적절한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해 변화된 디지털 세상에 꼭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이야말로 기업의 강력한 성공요인이다.
- 데이터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페이스 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이른바 'FANG'으로 대표되는 디 지털 기술기업들이 고객과 직접 접촉해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여 태생적으로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기술기업이 아닌 여타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고객접점을 확보하고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까? 디지털 기술기업에게서 배울 점은 많지만 여타 다른 기업들은 이들과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태생적으로 정보기술과 디지털 기술에 기반하지 않은 전통적인 기업들은 데이터 확보를 위한 경쟁에 어떻게 나서야 할까?
최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자영업자들도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나 스퀘어(Square) 같은 기업들은 고객사 에 거래와 데이터 수집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세일즈 포스는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의 민주화'라는 미션을 가지고 중소기업의 IT 관리를 지원한다. 쇼피파이(Shopify)라는 기업은 소형 온라인 스토어를 만들고 창업하는 과정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들 기업을 활용하면 한 번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구독 방식으로 데이터 관리는 물론 기업 활동에 필요한 솔 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내 기업의 데이터를 외부에 의존하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창업 초기 단계이거나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외부 서비스를 활용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스타벅스의 디지털 고객경험을 만들어낸 사이렌 오더의 핵심 기술은 비콘(Beacon)이란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 기술이다. 블루 투스 기반의 비콘을 고주파 방식으로 향상시켜, 고객의 앱에서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 설치된 비콘으로 주문과 결제가 가능하도 록 만든 것이다. 디즈니 매직밴드의 RFID가 그랬듯이 비콘 또한 그리 복잡한 기술은 아니다. 다만 매장에 긴 줄이 생기는 부정적 인 고객경험을 줄여주기 위해 해결방안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 상용 기술이다.
이처럼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만든 사례를 보면, AI처럼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을 사용해 혁신을 만든 경우만 있는 것 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을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변화된 고객들에게 어떠한 디지털 고객경험을 전달할 것인가다.
- 결국 중요한 것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사람들이 원하는 고객경험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다시 면밀하게 살펴보고 재설정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의 T맵 미식로드나 버거킹의 트래픽 잼 와퍼 프로젝트처럼,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데이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 시대 데 이터는 그 자체로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바를 읽어내고 향상된 고객경험을 선사하는 도구로 쓰일 때 가치가 있다.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마찬가지다. 디지털 전환이라고 해서 거창하고 대단한 기술을 상상할 필요는 없다. 디지털 전환 이라 하면 우리는 AI, 머신러닝, VR, AR, 클라우드 컴퓨팅, 엣지 컴퓨팅 등 멋진 용어를 떠올리곤 한다. 이런 기술적 혁신은 다양 한 분야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와 거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손에 잡히 지 않는 기술만 이야기하다 보면 디지털 전환이 뜬구름 잡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 혁신은 여러 가지 고 민과 정보, 아이디어가 모여 만들어지는 일종의 패치워크다.
주변을 돌아보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된 지 오래됐 으나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기술이 많이 있다. 디즈니와 스타벅 스의 사례처럼, 기술 자체에만 집중하지 말고 회사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가치와 고객경험의 향상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면 기술 의 활용방안이 더 가깝게 다가올 것이다.
-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이 주도적으로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형태였다면, 디지털 전 환 시대에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자신의 방을 빌려주는 전 세계 수많은 로컬 호스트들과 여행객을 연결하는 비즈니스로 100여 년 전통 의 힐튼을 넘어서는 기업가치를 만들어냈다. 공유 오피스 역시 매력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력 있는 사람들 로 그 공간을 채우는 게 더 중요하다. 펠로톤 또한 실내자전거에 스크린을 달아서 판매하는 것으로는 결코 지금의 구독자를 만들 지 못했을 것이다. 펠로톤의 성공에는 매력 있는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싶게 만든 커뮤니티의 힘이 있었다.
이처럼 디지털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연결에 있다. 촘촘한 디지털망으로 느슨하게 이어진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것이 하나의 구심점을 가지고 매력 있는 커뮤니티가 될 때, 느슨한 연결 (weak tie)은 엄청난 힘을 가진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결합 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매 력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외부에 떠도는 연결지점을 모아 구 심력 강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것인지다.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 성공한 모델을 변경하는 것은 실패를 인정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성공 공식과 밸류체인을 바꾸는 과정에서 매몰비용에 대한 우려를 지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공을 이뤄낸 경영진과 구성원들에게 일종의 '성공의 추억'이 생겨, 과거 성공했을 당시의 환경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다.
하지만 고객가치와 업의 본질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DVD를 빌리는 고객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대여 행위나 DVD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여한 영화의 콘텐츠를 즐기는 데 있다. 넷플릭스는 성공한 조직이 갖는 고질적 문제인 관성을 극복하고 '콘텐츠 소비'라는 사업의 본질을 전달하는 매개체를 고객의 편의가 증대되는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회장이 저서 《규칙 없음》에서 강조하듯 넷플릭스라는 회사는 '규칙' 이 라는 이름의 관성에 얽매이지 않고 지속적인 혁신과 창조를 위 한 문화를 조직의 강점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대표되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시대가 도래해 닌텐도는 물론 콘솔게임 시장 자체에 큰 위협요인이 되었다.
놀라운 점은 이렇게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환경이 변화하는 시점마다 닌텐도가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콘솔' 이라는 디바이스 형태는 닌텐도의 아이덴티티로 굳건히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닌텐도는 '마리오', '젤다의 전설' 등 자체적인 블록버스터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기에 PC나 휴대폰 등 다른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확장하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데도 이런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대신 경쟁 디바이스의 전략에 맞춰 새로운 콘솔게임으로 응수했다. 휴대폰이 경쟁 디바이스로 등장하던 시점에는 휴대성이 강한 DS 를 출시했고, PC게임 및 다른 콘솔게임이 고사양 경쟁을 펼칠 때 에는 모션센서를 장착한 '위'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게임의 중심이 모바일로 넘어가는 환경에서는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고'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스마트폰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마리오 게임을 출시했다. 포켓몬고와 마리오런은 콘솔게임이라는 아이덴티티에서 살짝 벗어난 형태이기는 하지만 제한적인 기능만 가능하기 때문에 닌텐도의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결국 콘솔 게임기를 이용해야 한다. 
모바일 기기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은 기존의 강점과 결합해 닌텐도 스위치로 이어졌다. 닌텐도 스위치는 언제나 휴대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디바이스인 동시에 TV나 모니터에 연결하면 ‘위’와 같이 고정형 콘솔로 변신한다.
이처럼 휴대폰이나 PC등 다른 디바이스에서 구동되는 게임을 만드는 대신 시대 흐름에 맞게 자체 콘솔의 기능과 기술을 강화하는 것이 닌텐도의 기본적인 전략이다. 콘솔이야말로 닌텐도가 가진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모바일 앱을 출시해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면 구글과 애플도 덩달아 '손쉽게 이익을 창출한다. 심지어 소프트웨어 회사에 대해 항상 '갑'의 위치에 서는데, 이는 구글과 애플이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을 장악하 고 있기 때문이다. 닌텐도 역시 콘솔을 플랫폼화하고 마리오, 젤다, 동물의 숲 등 독점 소프트웨어 (proprietary software)로 다수 의 충성고객을 닌텐도의 생태계에 묶어둔다. 외부 게임 소프트 웨어 개발업체들은 더 많이 판매되는 콘솔에 게임을 출시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닌텐도의 콘솔로 모여들게 되고, 이는 다시 닌텐도 콘솔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된다.
결론적으로 닌텐도는 콘솔게임이라는 본연의 특성과 모두가 즐기는 게임문화라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되 시대와 기술, 고객 취향의 변화에 따라 콘솔을 진화시킴으로써 변화하는 환경에 적 응해왔다. 닌텐도와 넷플릭스의 사례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환 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은 결국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자체를 조직의 문화로 만드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 우리에게 민족자결주의로 잘 알려진 미국의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조직에서 적을 만들고 싶다면 뭔가를 바꿔라" 라고 말했다. 조직의 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변화에 대한 반발도 피할 수 없다. 디지털 전환은 조직의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변화에는 다양한 종류의 어려움과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또한 변화에는 확실한 방향설정이 요구된다. 분명한 비전으로 방향을 잡고 조직 안팎의 저항과 반발을 극복해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려면 결국 리더십이 중요하다.
- 미국의 저명한 시스템 과학자인 피터 센지(Peter Senge)는 “사람들은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변화되는 것에 저항한다”는 말로 변화가 불러일으키는 공포감을 표현했다. 조직 구성원들은 그동안 연마해온 기술이나 역량이 무의미해지는 변화를 싫어한다. 또 자신의 위치나 영향력을 잃을 수 있는 변화를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도미노피자의 혁신 과정에서 조직운영의 핵심이 새로 생긴 IT부서로 넘어가는 것을 기존 구성원들이 반겼을 리 없다. 더욱이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조직 프로세스를 효율화한다. 이런 변화는 근본적으로 수직적인 조직구조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위계보다는 협업을 강조하게 된 다. 필연적으로 부장, 차장으로 대표되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리더의 역할은 변화의 필요성을 조직 전체에 불어넣고 확실한 비전을 제시함은 물론 변화에 필요한 물질적, 정치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급변하는 외부 환경이나 심각한 경쟁상황, 혹은 조직의 실적 하락 등 조직이 처한 위기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알리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리더는 우리 조직이 놓여 있는 위치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 하는 위치의 차이를 설명하고, 자신이 제시하는 변화를 수행했 을 때 기대되는 결과를 신뢰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자기 역할이 축소된다고 두려워하거나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정치적, 정서적,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포용적인 리더십이야말로 조직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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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의 별명은 '엉클 조(Uncle Joe)다. 본래 바이든의 증조부는 도시공학자로서 큰 부를 일구고 펜실베이니아주 상원 의원까지 지냈지만, 바이든의 아버지에 이르러서는 몇 차례의 사업 실패로 급격히 가세가 기울었다. 바이든이 태어났을 무렵에는 한동안 외가에서 더부살이를 해야 할 정도로 빈곤한 생활을 했다. 바이든의 아버지는 냉난방 회사에서 보일러 청소 일을 하다가 바이든이 열 살 되던 해 회사가 위치한 델라웨어 윌밍턴으로 이주했고, 바이든은 거기서 평생을 지내게 된다. 델라웨어는 몰락한 흙수저가 되어 찾아온 피난처였다.
바이든의 아버지는 이곳에서 중고차 딜러를 하며 다시 가정을 일으켰다. 대공황과 전쟁을 거치며 궁핍한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재기를 위해 노력하던 아버지는 바이든에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고 한다
“누군가를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이 얼마나 자주 쓰러졌느냐를 가지고 평가하지 마라. 오히려 그가 얼마나 빨리 다시 일어서느냐를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
부유한 가정 출신임에도 역경 속에서 아이들을 키워야 했던 바이든의 어머니 역시 포기를 모르는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 바이든이 추구하는 큰 정부 기조는 사실 시대가 부른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세계 대공황 시대 루스벨트식 '큰 정부'를 원했던 시대 정신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어디나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해졌다. 증세를 통해 세입을 늘리고, 그 자원을 가지고 정부 지출을 늘려 경제를 부양시키는 정책이 대거 쏟아질 전망이다. 바이든 집권 상당 기간 동안 저금리 방향성이 유지될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연준 역시 통화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해줄 것이고, 오히려 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을 강력히 주 문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새로운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다. 앞서 말했듯이 엘런이 재무장관의 역할을 맡게 됨에 따라 양자의 협력 은 더욱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큰 정부는 '부자 증세'로 통한다. 트럼프가 감세를 통한 일자리확보와 경제 활성화를 꾀한 반면, 바이든은 고소득층이나 성장성이 좋은 기업들로부터 세수를 확보해 다른 계층과 산업에 분배하는 것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법인세를 35.0%에서 21.0%로 인하했고 개인 최고 소득세율 정부의 세금 정책도 39.6%에서 37.0%로 낮췄다. 자신이 재선되면 급여세를 영구 면제하고 소득세를 더욱 감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은 법인세율을 28% 이상으로 상향시키고 개인소득 세 최고세율 역시 다시 39.6%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부의 재 분배 차원의 세금 정책이며, 이렇게 늘어난 세수를 경기 부양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법인세율이 높아지면 당장에 기업 부담이 늘어나 대외적인 경 쟁력이 약화되는 원인이 된다. 워싱턴 DC에 있는 택스 파운데이션 연구소는 바이든의 이러한 조세 정책이 미국의 장기 GDP를 1.51% 하락시키고 58만 5,000개의 상근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복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익이 늘면 세율이 높아져도 그 부담이 희석된다. 바이든은 새로이 정부 재원을 투입하는 뉴딜 프로젝트의 대상을 디지털과 그린뉴딜 프로젝트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즉 유럽을 위시로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미국이 상대적 강점을 갖고 있는 4차 산업과 친환경 경쟁력을 높이고 친환경 산업을 육성해 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여 길목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들이 제조업 기반의 수출 위주 굴뚝 산업에 여전히 목을 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는 이들을 다양한 신종 규제와 표준으로 제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전망이다.
- 역대 대통령 중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야말로 진보가 가져야 할 단 하나의 기준”이라고 강조하며 뉴딜 정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그러한 뚝심과 신념 덕분에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뉴딜 정책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고, 루스벨스는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 이라는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그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 라는 어마어마한 두 차례의 위기를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지금의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탄생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당시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대공황을 촉발한 공급 과잉과 그로 인해 발생한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시장의 탐욕을 제어하지 못한 데서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추앙하던 자유방임 시장경제 에 따라 잘 작동할 것으로 믿었던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 실패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러한 뼈아픈 교훈을 토대로 이후 케 인스 경제학이 주류로 등장할 수 있었고, 이는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을 대폭 수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 흔히 많은 이들이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이 댐 건설과 같은 대 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정부 재정을 투입해 민간 경제를 활성화시킨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뉴딜 정책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회 다방면에 걸친 혁신을 창조해낸 매우 입체적인 정책 기조의 변화였다. 바이든이 '제2의 루스벨트가 되겠다'고 하는 데에는 바로 이러한 입체적인 구상이 포함되어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케인지언 정책 입안 자들의 머리에서 나온 여러 혁신의 아이디어들은 향후 정책적 대 안의 바로미터로서 한국에도 고스란히 이식될 수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로 치닫던 세계 경제가 그것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구가 할 수 없음을 자각하고 새로운 관점과 철학을 가져야 함을 선언한 것임
- 1930년대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일 수밖에 없는 새로운 법안 도입과 집행이 뉴딜 정책의 시작점이었다. 부실 은행을 정리하고 우량한 은행에는 연방 자금을 지원해 재정 신뢰도를 높이는 긴급은 행법, 실직자에게 구호 기금을 지급하는 긴급구호법, 증권업을 규 제하는 연방증권법과 증권거래법, 상업 은행과 투자 은행을 분리하는 글라스-스티걸법, 상업 은행에 예치한 예치금을 보호해주는 예금자 보호법 같은 혁신 법안들이 속속 도입되었다.
이러한 근거 법안을 바탕으로 비로소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율과 상속세율(각각 최고 94%, 77%)의 파격적인 인상을 통한 세원 확대, 노동관계법이나 사회보장법의 강화를 통한 사회 안전망 구축과 복지 시스템 확충, 대규모 토목 공사를 통한 재정 투입 등이 가능했던 것이다. 뉴딜 정책의 성패에 대해서는 역사적 판단이 엇갈리기도 한다. 뉴딜 정책이 오히려 불황을 장기화시켰고 경기 회복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 특수를 통해 비로소 가능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폭적으로 루스벨트의 철학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공약의 세부 내용을 보면 상당 부분 루스벨트 방식의 경기 부양과 개혁 및 규제, 중산층 복지 확대와 실업 구제 등의 방향성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빅테크 기업에게 불리한 정책을 추진할 게 분명한데, 왜 그들은 민주당에 더 많은 돈을 후원한 것일까?
바로 예측 가능성'이야말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예측이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가 내보인 관세 인상이나 보복 등 강경 일변도의 중국 때리기, 동맹을 무시하는 자국 이기주의 정책은 근시안적으로는 통쾌해 보일지 모르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은 위태로운 행태다.
대(對) 중국 정책의 경우에도 중국 일방의 피해로만 끝나지 않 고 부메랑이 되어 미국 기업에게도 손실로 돌아온다. 특히 자신의 지지기반인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책을 선 호한 트럼프는 전통 산업 기반의 무역 전쟁 프레임 아래서 중국을 공격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50% 관세를 매기면 자국 생산이 늘어 일자리가 확보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다. 그러나 이미 다양한 글로벌 밸류체인(Value-Chain, 가치사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술 기업의 경우 이러한 정책이 곧바로 급격한 원가 상승 요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일례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빅테크 기업에게 매우 불리하 게 작동했다. 기술 회사들은 뛰어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고학력 기술 노동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조금 과장하자면 실리콘밸리 인재들의 절반이 인도인과 중국인이라고 할 정도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를 포함한 실리콘밸리 최대 기업의 CEO들 역시 대부분 이민자 출신이다. 트럼프는 이민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고숙련 노동자에 대해서조차 국가별 영주권 쿼터제(국가당 1만 장까지 영주권을 제한)를 두는 등 기술 기업들의 인력 수급 절차를 까다롭게 만드는 규제 조치까지 도입했다. 다자주의 외교 정책 기조가 확대될 경우 이민 절차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취 업 비자 발급이 원활해지는 등 기술 기업의 인력 수급에 유리한 정책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기술이나 정책 문제에 대해서도 다소 유화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무조건적인 규제와 압박으로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대신, 미국이 가진 기술적 우위나 특허 등을 활용해 적당히 당근을 제공하면서 반대급부로 금융 개방이나 플랫폼 시장 개방과 같은 숙원 사항들을 요구함으로써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으로서는 중국 시장 진출 이야말로 수익 확대를 위해 절실한 목표다. 이제까지는 중국의 봉 쇄 정책으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 하에 서는 미국의 기술 기업이나 전통 산업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면 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는, 한 수 앞을 더 내다보는 전략이 동원될 것임을 기대하는 것이다.
- 바이 아메리칸 정책은 1933년 대공황 때 미국이 불황을 극복하 기 위해 만든 바이 아메리칸 법(BAA, 미국산 우선 구매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모든 연방정부 소속 기관 조달 계약 조건에 '미국산 부품이 50%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 는 조건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발령했다. 바이든은 또한 일부 군사 물품의 경우는 100% 미국 내에서 생산되어야 한다는 '베리 수정안'(Berry Amendment)도 재도입할 계획이다. 다자주의와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도 자국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선호했던 자국 우선주의의 리쇼어링(Reshoring, 본국으로 생산 리쇼어링
시설 이전) 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리쇼어링을 장려함으로써 자국 내 일자리 확보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바이든은 미국산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부 구매를 4년간 4,000억 달러(약 440조)로 늘려서 신규 일자리 500만 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서 정부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시멘트나 철강 등 원료를 구매할 때도 미국산을 우대할 방침이다. 외국산 제품은 저렴하고 질이 좋다고 해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3,000억 달러(약 330조)의 공적자금을 투입 해서 인공지능(AI), 전기 자동차, 5G 등 3대 중점 미래 산업 연구 개발에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금지하는 보조금 지급에 해당해 제소될 위험도 있지만, 그것조차 감수한다.
- 바이든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신보호주의 성향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연방 정부가 이 나라의 납세자들이 낸 돈을 쓸 때에는 당연히 미 국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 고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사용할 것입니다.”
오바마 정부 시절의 바이 아메리칸은 민간 주도의 캠페인에 가 까웠다. 월마트, 애플, GE 등 미국 대표 기업들이 자국에서 생산 하는 제품 구매를 자발적으로 늘리는 데 동참했던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에서 정부 주도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강력하게 추 진하게 되면 이러한 흐름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바이 아메리칸' 정책과 함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도 추진된다. 백악관에는 심지어 '메이드 인 아메리카' 부서까지 신설될 예정이다. 바이 아메리칸과 함께 대표적인 자국 보호주의 정책으로 꼽히는 이 방침에는 소위 글로벌 밸류체인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강력한 야심이 숨겨져 있다.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와서 판매할 경우에는 징벌적 과세의 의미로 추가 10%를 부과하는 오프쇼어링(생산시설 해외로 이전) 추징세가 도입된다. 
- 더군다나 호전적이며 자기감정을 숨기지 않는 트럼프의 캐릭터는 무역 전쟁의 양상을 더 험악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바이든 시 대라고 해서 이 전쟁이 멈추게 될까?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 더욱 노골화, 지능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중국이 야망을 축소하거나 미국이 순순히 1등의 지위를 내놓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전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패권 국가 미국이 2위 국가를 다루는 데 법칙이 있다고 본다. 냉전 시대 소련이 미국 GDP의 40%를 넘어서며 미국을 위협하자, 미국은 석유를 무기로 한 동유럽 전선 해체 작업을 통해 소련을 무력화시켰다. 소련이 동유럽으로 공산주의를 확장하며 세력이 커지자 미국이 결단을 내렸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1982년 11월 29일 소련경제 붕괴 작전(NSDD-66)에 서명했다. 정교한 금융봉쇄와 고도 기술·석유 자원에 대한 타격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작전에 따라 선진 7개국(G7)은 소리 없이 소련을 압박했다. 핵심은 소련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유가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작전에 따라 배럴당 30달러까지 치솟던 국제 유가는 7달러 선 까지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으로 친미 산유국들은 생산을 최고 4배씩 늘렸다. 유가 하락으로 최소 200억 달러 이상을 잃은 소련은 붕괴하고 말았다.
뒤이어 일본이 미국 GDP의 45%를 돌파하자 이번에는 금융을 무기로 한 플라자 합의로 일본을 좌초시켰다. 2010년 중국이 일본 을 제치고 G2 국가로 부상한데 이어, 2018년 중국의 GDP가 미국 의 69%를 돌파하자 관세 폭탄으로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시작 했다.
결국 미중 패권 전쟁은 100년 강대국 미국과 중국 100년의 꿈 이 충돌하는 한 불가피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 다자주의 핵심은 바로 세계무역기구(WTO)다. 어이없게도 트럼프는 여기서도 탈퇴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WTO에 재가입했다. 그의 노림수는 WTO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시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불공정 행위로부터 피해를 입은 동맹국들을 동원해 입체적으로 압박하는 다면적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특히 중 국 정부가 첨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불법 보조금 문제 를 강하게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WTO는 무역 분쟁의 최고 판정 기구로, 미국은 WTO 제소와 관 련된 위원들을 미국인들로 포진시켜서 중국 기업의 불공정 이슈 에 대해 규칙 준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싸우는 양자 대결의 소모적인 정면승부를 피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을 포위하는 형태로 태세 전환이 된다.
- 달러 약세는 상대적으로 위안화와 원화 등이 강해지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해당 국가로의 투자 유입이 늘어나 금융 시장 활황 이 조성되는 등 수혜도 있지만 수출 국가의 경쟁력이 상실되는 등 부작용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도 있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하락) 기조는 중국 정부 나름대로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세계에서도 거의 몇 안 되는 정부의 환율 조작이 가능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런 중국이 자국의 수출 산업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위안화를 절상시키는 데는 매달 거둬들이는 미국 대상의 어마어마한 무역수지 흑자를 인위적으로 줄여서 향후 무역 분쟁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속내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절로 수입 물가가 하락해 경기 부양의 방편으로도 유용하다. 앞으로 쌍순환, 즉 내수 확대로 수출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인다는 거시적인 계획과도 부합한다. 더군다나 위안화가 1달러에 6위안 부근으로 절상되면, 중국 증시의 매력도가 높아져 MSCI 지수 등 아시아 신흥국을 추종하는 증시 지수들이 중국 비율을 높일 가 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게 될 한국 증시에서 일시에 자금이 빠져나가고 그 주요 대상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위안화 절상이 우리에 게 무작정 위협이 없는 것은 아니다.
- 바이드노믹스는 중국이 아닌 미국이 중심에 서도록 밸류체인을 재편할 방침이다.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해 제조업을 부흥시킴으로 써 중산층을 복원하기 위해서다. 이미 제조업 비중이 줄어든 미국 에 다시 공장이라도 짓겠다는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에 언제 적대적이고 위협적으로 나올 수 있는 중국을 배제하고, 그 자리에 자국에 우호적이며 협력적인 동맹을 채워 넣는 '동맹 줄 세우기'를 통해 밸류체인 재편을 하겠다는 말이다. 중국과 대만의 정치적 대립을 은근히 조장하고 중국 기업 대신 대만 기업을 거래 상대로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국 역시 자동차, 반도체, 의 료 장비 등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이러한 흐름을 이용함으로써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바이든이 화웨이와 반도체 파운드리업체 SMIC 등을 위시로 중국 규제를 이어가게 되면 자연스레 국내 반도체와 스마트폰업계는 반사 이익을 구가하게 된다.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동안 자연스레 미국이 중국 기술의 성장을 막아주는 격이 되어, 한국의 정보 통신 기술(ICT) 기업은 그 진공 상태 안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이 생산을 하지 않고 반도체 설계만 하는 이른바 팹리스 기업인 하이실리콘을 제재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중국 팹리스들도 제재할 것으로 보인다. 
-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징벌적 과세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탄소 국경세, 플라스틱세, 디지털세 등이 있다. 유럽연합이 도입을 결정했고 미국에서 역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고 나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유럽연합이다. EU는 2021년부터 플라스틱세, 탄소 국경세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특히 탄소 국경세와 디지털세는 7,500억유로(약 1,000조 8,000억)에 달하는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의 원리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1단계로 2021년 1월 부터 플라스틱세를 부과하고, 2단계로 2021년 상반기 탄소 국경세와 디지털세를 입법화해 2023년부터 본격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3단계로는 EU ETS(배출권 거래 시스템)을 개편함으로써 항공 및 해상 운송을 배출권 거래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마지막 4 단계로는 금융 거래세 등 EU가 직접 징수하는 세원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 2023년 1월까지는 EU의 코로나19 경제회복 기금 재원 마련을 위해 디지털세를 독자적으로 시행한다고 한다.
이는 기후변화와 환경 피해가 EU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직면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련의 조치들이다. EU 27개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1990년 수준대비 최소 55%까지 감축하고, 2050년까지 EU를 최초의 기후 중립 대륙으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담은 '유럽 그린 딜에 합의한 상태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매우 적극적인 친환경 규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탄소 국경세의 공식 명칭은 탄소 국경 조정세 (BCA)로 자국의 탄소 감축 노력으로 자국의 산업이 추가로 부담하게 된 비용만큼을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반대로 국내 상품이 수출됐을 때는 자국 기업에 탄소 감축 비용을 환급해준다.
- 바이든 역시 대선 공약으로 탄소 국경세 신설을 예고했다. 바이든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해 환경 의무를 준수하지 못한 국가에 대해 탄소 국경 조정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해왔다. 탄소 국경세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부과하는 일종의 무역 관세이자 새로운 형태의 무역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탄소 줄이기 정책에서 앞서가는 선진국은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준비가 안 된 개발도상국은 큰 손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시멘트,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등 에너지 소비량과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들의 타격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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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의 천재들

사회 2021. 4. 18. 18:47

- “지나치게 자주, 기업들은 생각한 뒤 행동한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 선임연구원 줄스 고더드 Jules Goddard 박사가 한 말이다. 기업은 거들먹거리면서 아이디어를 엄격히 따지지만 정 작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고더드는 그러지 말고 행동 한 뒤 생각하라”고 주장한다. 아이디어를 시험해보고 문제를 재빨리 발견하면 생각이 확장되고 아이디어가 개선된다. 행동부터 한 뒤 생각한다면 기업의 혁신과 발전은 좀 더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다.
- 학계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실험을 고안하고 분석하면 비난을 받는다. 이러한 방법을 p- 해킹 - hacking 이라 부르는데, 유의미한 p - -value을 이끄는 특정 패턴을 찾기 위해 데이터를 부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와 대조를 이루는 것이 비즈니스에서 점점 많이 보이는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이다. 이는 간단히 말하면 민첩하고 역동적인 실험 의 한 절차로, 여러 부서가 혼합된 팀에서 사업을 성장시키는 가 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다. 로리 서덜랜드가 말했듯이 비즈니스에서는 심리학적 원리를 경험적 증거로 증명하는 것이 중요 하지 않다. 그보다는 상업적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데, 이를 위해 엄격한 과학적 방법은 필요하지 않다. 학계에서는 어떤 실험의 결과가 한낱 우연에 불과할 확률이 20분의 1일 때에야 만족하는 반면, 비즈니스에서는 조금 더 관대하게 10분의 1일 때에도 만족한다. 이처럼 행동과학을 사업적 맥락에 적용할 때에는 그로스 해킹의 사고방식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가설을 세우고 몇 가지 개입을 고안하여 시행한 다음에는 사업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실험을 늘리는 것이다. 아무 가치 없는 결과만 내기보다는 실용성을 극대화하고 실험의 본질을 바꿔 그동안 투자한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라. 결국 상업적자원은 학계의 보조금과 달리 반드시 회수돼야 하는 것이니까.
- 비즈니스에서 그로스 해킹이라 불리는 테스트 앤 런test and learn (지속적 시도와 시행착오를 통해 변화를 꾀하는 방법) 접근법은 실생활에서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이끄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응용행동과학에서는 이러한 그로스 해킹 접근법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로리가 암시했다시피 수집한 증거의 효용성은 그 증거를 바탕으로 내리는 결정이 얼마나 중요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비즈니스에서는 '올바를 필요가 없다. 그저 적당히 올바르거나 아니면 수익성 좋은 시장을 충분히 점유하고 있으면 된다. 결국은 경쟁자보다 크게 그릇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임의적 숫자를 바탕으로 한 학계 수준의 엄격한 통계적 유의성에 목매지 마라. 그 대신 사업 결정의 맥락에 적절하다고 느끼는 증거 사례 확보를 목표로 삼아라. 그로스 해커들이 그러듯 그때그때 실험을 늘려가면서 바라는 성과를 거둬라.
- 한 집단의 사람들에게 행동과학을 선보일 기회가 단 한 번밖에 없다면 고도의 연출이 필요하다. 쓰는 언어부터 말하는 방법, 말하는 순서까지 사람들 앞에 선보이는 모든 순간을 연습하라. 중요한 순간에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 당신의 강점을 활 용해 소통하는 방법 등을 연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을 지나치게 세련되게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씽커벨Thinkerbell 창시자 애덤 페리어 Adam Ferrier가 말했듯이  데군데 더듬거리는 순간이 있어야 더 신뢰를 얻는다. 행동과학에서 는 이를 실수 효과 pratfall effect 라고 부르는데 사람들이 사소한 실수를 저지를 때 더욱 호감을 얻는 현상을 말한다. 자신만의 결함을 드러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 일본에는 당신을 침대에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아무 거리낌 없이 수치심을 건드리는 자명종 시계가 있다. 더 자기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시계는 당신의 트위터 계정에 “나는 자전거를 못 탑니다”, “나는 지금 세일러복을 입고 있어요 같이 일본 문화에서는 난처하기 짝이 없는 메시지를 올린다. 누구든 침대에 몇 분 더 누워 있다가 공개적으로 망신당하고 싶지 않으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오길비 체인지 팀은 트위터를 하는 자명종 시계에서 영감을 받아 터무니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트위터 하는 주전자를 만들면 어떨까? 영국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차를 끓인다. 이런 습관을 활용하면 부모를 걱정하는 영국 전역의 자녀들은 부모님의 주전자가 보낸 트위터를 확인하며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잘 잤니! 나는 이제 막 차를 한잔 끓여 마시려고 한다.” 트위터 하는 주전자는 오길비 실험팀에서 영국 공중보건국 홍보를 위해 제작했다. 주전자에 부착된 전기 상자에는 여러 전선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확인해볼 것도 없이 겉모습이 그리 매력적이진 않았다. 주전자는 주인이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트위터로 간단 히 확인해주면서 안에 담긴 물의 온도까지 정확히 알렸다. "물 온도는 이제 40도란다.” 그리고 얼마 뒤 다시 올린다. “이제 45도네.”
- 프로젝트 담당 팀은 치약에서 영감을 받아 행동 해법을 고안했다. 튜브에서 짜낸 치약의 색색의 줄무늬를 보면서 사람들은 그 안에 유효 성분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제조 과정에서 추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건강한 잇몸용은 붉은 선, 튼튼한 치아용은 흰 선, 입 냄새 제거용은 푸른 선 등으로 구분하면 유효 성분이 더욱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노력 휴리스틱effort heuristic은 정신적 경험 법칙으로, 무언가를 만들 때 들인 노력의 양을 그 결과물의 품질과 연관 짓는 것이다. 이와 같은 치약은 만들 때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더 가치 있고 효과적이라고 인식된다. 이런 식으로 제품에 복잡성을 더하면 소비자에게 더욱 그럴듯하게 비칠 수 있다. 사람들이 컴포트 원 린스를 쓰면서 여전히 빨래를 몇 번씩 헹구는 이유도 노력 휴리스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제품을 쓸 때 노력이 덜 들어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제품의 효과가 더 떨어진다고 인 식한다. 제즈와 팀의 임무는 이 제품을 사용할 때 인지되는 노력의 양을 늘리는 것이었다. 브리핑에서 제시된 엄격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양동이였다. 양동이에 기술을 더하면 세탁 과정 에서 인지되는 노력의 양을 늘릴 수 있을 테고, 따라서 사람들에게 이 제품이 단 한 번의 헹굼만으로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납득시킬 것이었다. 기술적 양동이와 관련해 눈금 표시와 수도꼭지, 옆면의 물결무늬 등 몇 가지 주요 특징을 담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눈금 표시에 맞춰 양동이에 물을 붓고 넘치는 물은 수도꼭지로 흘려보내 물 양을 정 확히 조절해서 제품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런 정밀성으로 제품의 과학적 세탁 방식을 알리면서 인지되는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물결무늬 기술이라 불리는 양동이 벽면의 무늬는 헹굴 때 옷이 오톨도톨한 옆면에 부딪히게 하여 제품이 더 열심히 작동한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종합해보면 새로운 양동이의 이 세 가지 특징 덕분 에 섬유유연 과정이 단 한 번의 헹굼으로 끝나서 물 사용량과 노동 량은 줄지만 노력은 더 많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낡고 오래된 금속 양동이는 행사 기간에 가져오면 반짝이는 새 양동이로 무료로 바꿔줄 계획이었다. 이렇게 해서 예전 행동을 떠 올리게 하는 환경적 단서인 오래된 양동이를 처분하는 것이다. 새 양동이는 한정판 선물로 인식되어 제품의 희소성과 가치도 높인다. 언제나 그렇듯 기회를 부여잡을 시간이 제한되어 있었다. 세탁방식을 바꿀 강력한 아이디어를 창안한 뒤 제작 과정에서 장애물을 맞닥뜨렸다는 것은 곧 의뢰인과 일할 몇 달이라는 제한된 기간 안에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워크숍은 성공적이었고 행동 문제에 대한 분석은 통찰력이 있었으며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는 모든 사람의 믿음을 얻었지만 잃어버린 고리가 있었다. 양동이 몇 개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현금이 두둑하지 않는 한, 양동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행동 접근법에서 해결책이란 말하는 것부터 포스터, 작업 방식, 앱, 재설계, 양동이까지 무엇이든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번뜩이 는 해결책이 있다고 해도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인력이 없으면 아 무 소용이 없다. 안타깝지만 결국은 빛을 보지 못한 여느 위대한 아 이디어들이 그랬듯 컴포트 원 린스 양동이 프로젝트는 파워포인트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영원히 제즈와 댄의 머릿속에 갇히고 말았다.
- 멕시코 문화에서는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것을 허약함의 표시로 여긴다. 당신이 샐러드를 먹고 있으면 사람들은 당신이 병에 걸린 뒤에 기력을 되찾으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과 일과 채소가 남자다운 음식으로 느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해서 팔씨름용 과일 주스기가 만들어졌다. 주스기는 멕시 코에서 가장 유명한 WWE 레슬러 선수의 팔을 본떠서 만들었다. 이제 멕시코의 아빠와 삼촌들에게 과일은 아플 때만 먹는 것이 아니 라 멕시코에서 가장 강한 남자와 싸워야 얻을 수 있는 비타민이 됐 다. 이로써 남자들이 건강한 음식을 준비해 먹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새로운 규범이 만들어졌다.
- “하루아침에 성공을 거두려면 20년이 걸린다." (에디 캔터, 20세기 초반 활동한 연예인)
- 때로 사람들은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관리자에게 일방적으로 받으면 교육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들 그보다 중요한 다른 일이 있을뿐더러 교육은 일상적인 업무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지어 스의 이안은 기발한 넛지를 제안했다. 우선 그 사람이 교육 프로그램에 적합한 인물인지 파악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자신이 왜 프로그램에 선택돼야 하는지 A4 용지 양면에 작성하도록 했다. 이런 과정은 의무 부과 장치로 작용해 운이 좋게 선정된 사람들이 교육에 참석하도록 자극했다. 더욱이 직원들은 자신이 왜 교육에 적합한 후보인지 세세히 밝혔으니 이 기회를 잡지 않으면 인지 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 를 경험하게 되는 셈이었다. 이렇게 해서 선택된 이들은 전원이 교육에 참석해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 1970년에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은 기업이 "사회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면서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유명한 주장을 했다. 이후 몇십 년 동안 기업 이사회에는 어떤 비 용을 치르더라도, 심지어 거미줄처럼 얽힌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해를 입힌다 해도 주주 가치를 최대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 다. 넛지 이론이 1995년의 닷컴 열풍과 동시에 인기를 얻었다면 넛 지는 대다수가 최우선시하는 이익 극대화라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설계됐을 테고, 그리하여 넛지 이론의 다른 중요한 용도를 모두 해쳤을 것이다. 그러나 새천년이 시작되면서 기업 가치에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 났다. 이 변화는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사태로 더욱 촉진됐다. 이제 조직은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나름의 목적을 등대로 삼기 시작했다. 기업이 주주 가치보다 이해관계자 가 치를 우선시하게 된 이 시기에 넛지 이론은 뜻하지 않게 공적 담론 에 포함됐다. 넛지 이론은 세상이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 때, 기업이 중대한 문제를 낮은 비용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때 다가왔다. 넛지 이론은 직원들이 올바른 일을 하면서 고객을 위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동시에 주주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함으로써 모든 이해관계자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도록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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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보면 크고 작은 스트레스와 수없이 만납니다. 일이 많으면 바빠서, 적으면 경쟁에서 밀려나는 같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고 이런 저런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두통 비만 탈모는 물론 암과 같은 심각한 병의 원인으로도 작용합니다. 한국경제신문 42일자 A31 스트레스, 피할 없다면 즐겨라? 기사는 이런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가바사와 시온은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잡아줍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트레스를 없앨 필요는 없다.” 스트레스는 없애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것도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업무 관련으로 중요한 거래나 발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분명 긴장해서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덕분에 열심히 자료를 찾아보고, 준비하고, 수차례 연습하게 됩니다. ” 결과 실력이 늘고 더욱 성장한다.“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성격이나 태도를 되돌아보고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나은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은 인간적인 성장으로 이어진다.” 의학적으로도 적당한 스트레스는 기능을 활성화하고 집중력을 강화하며 기억력을 높여줍니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적당하게 활용하는 정도를 넘어 달고 사는 경우입니다. 가바사와는스트레스를 유연하게 받아넘길 있는 사고방식과 대처법을 터득하는 중요하다 말합니다. 우선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는 일부터 관점을 바꿀 것을 제안합니다. “남이 아닌 자신과 비교하며,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관찰하라 것입니다. “질투하지 말고 존경하자.”

스트레스의 주요인인 불안감을 없애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행동하면 된다.” 불안의 근원인 노르아드레날린은 행동을 위한 에너지, 행동의 휘발유이며, 우리를 고통에서 구해 에너지가 바로불안이라는 것입니다. 이불 안으로 들어가어떡하지, 어쩌면 좋지하고 고민할수록 불안은 커질 뿐입니다. “불안이라는 에너지를 태워 몸을 움직이자. 불안은 태울수록 줄어들고 마음은 그만큼 편안해진다.”

다른 사람의 말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는 것도 현명한 스트레스 관리법입니다. “자신은 진지하게 받아들인 얘기를 상대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진지하게 의견을 구하는 사람에게 떠오른 생각을 반사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대충 입에서 나오는 대로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적당히 건성으로 던지는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거나 일일이 신경 쓰다가는 그야말로 남에게 휘둘리기만 하는 인생을 살게 것이다. 누군가에게 미움 받아 힘들 때는호감의 1:2:7 법칙 떠올리자. ‘나에게는 아군이 있다!’ 사실이 한층 명확해져 용기가 솟아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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