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3'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21.04.03 마음의 오류들
  2. 2021.04.03 공감은 어떻게 기업의 매출이 되는가
  3. 2021.04.03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4. 2021.04.03 라면의 재발견
  5. 2021.04.03 뉴로제너레이션

마음의 오류들

심리 2021. 4. 3. 15:20

- 마음은 빙산과 같다. 위로 드러난 부분은 7분의 1에 불과하다. (프로이트)
- 통찰력이 뛰어났던 베르니케는 언어와 같은 복잡한 정신적 기능이 뇌의 어느 한 영역에서만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뇌의 여러 영역들과 관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연결 회로들은 우리 뇌의 신경 배선'을 이룬다. 베르니케는 언어의 이해와 표현이 별개로 처리될 뿐만 아니라, 활꼴다발arcuate fasciculus 이라는 통로를 두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글을 읽어 얻은 정보는 눈에서 시각겉질 visual cortex로 전달되고, 청각을 통해 얻은 정보는 귀에서 청각겉질 auditory cortex 로 전달된다. 이 두 겉질에 모인 정보는 다시 베르니케 영역으로 모인다. 베르니케 영역은 그 정보를 언어 이해에 쓰일 신경 암호로 번역한다. 그런 뒤에 그 정보는 브로카 영역 으로 전달되고, 이로써 우리는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베르니케는 단순히 두 영역 사이의 연결이 끊겨서 생기는 언어 장애의 사례도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발견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사례가 발견되었다. 두 영역을 연결하는 활꼴 경로가 손상된 사람들은 언어를 이해하고 언어를 표현할 수 있지 만, 이런 두 기능이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 정신 질환과 신경 질환은 어떻게 다를까? 지금까지 알아낸 바로는, 환자가 겪는 증상들이 가장 뚜렷한 차이다. 신경 질환에 걸린 환자는 특이한 행동을 하거나, 머리나 팔을 특이하게 움직이고 운동 제어 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분절된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주요 정신 질환자들은 일상적인 행동도 과장되는 양상이 보인다. 누구나 때때로 울적한 기분을 느끼지만, 우울증에 걸리면 이 기분이 대폭 강화된다. 누구나 일이 잘 풀리면 신나지만, 양극성장애의 조증 단계에서는 이 기분이 지나치게 고조된다. 정상적인 두려움과 쾌락 추구가 심각한 불안증과 중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조현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환각과 망상 증상들도 우리가 꿈에서 보는 것들과 일부 닮아 있다. 신경 질환과 정신 질환은 모두 어떤 기능의 쇠퇴를 수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은 운동 통제력을 감소시키고, 알츠하이머 병은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자폐증은 사회적 신호를 처리하는 능력 을 상실시키고, 조현병은 인지력을 저하시킨다. 두 번째 뚜렷한 차이점은, 뇌에 생긴 실제 물리적 손상을 얼마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신경 질환으로 생긴 손상은 보통 부검이나 구조 영상을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반면에 정신 질환으로 생긴 손상은 비교적 덜 뚜렷하다. 그러나 뇌 영상의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우리는 이런 장애들로 생긴 변화도 찾아내고 있다. 예를 들어, 앞서 말했듯이, 이제 우리는 조현병 환자 의 뇌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를 알아볼 수 있다. 뇌실이 커지고, 겉질이 얇아지고, 해마가 작아지는 변화 말이다. 뇌 기능 영상이 개선된 덕분에, 지금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들의 특징인 몇몇 뇌 활성의 변화들도 관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경세포의 더욱더 미세한 변화까지 검출하는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우리는 모든 정신 질환자의 뇌에서 유사한 손상이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 명백한 차이점은 위치다. 신경학은 전통적으로 해부학적 구조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우리는 정신 질환보다 신경 질환 의 신경 회로를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게다가 정신 질환의 신경 회로는 신경 질환의 회로보다 더 복잡하다. 생각, 계획, 동기부여, 조현병과 우울증과 같은 기분 및 감정 장애에 관련해, 과학자들은 최근에야 문제가 되는 정신 과정들에 관여하는 뇌 영역들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몇몇 정신 질환은 뇌에 영구적인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는 듯하다. 따라서 이런 질환들은 뚜렷한 물리적 손상에서 비롯되는 장애에 비해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뇌의 특정한 영역의 활성 증가가 우울증을 치료하면 원상회복된 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신경 질환으로 생긴 물리적 손상까지 회복시킬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재 다발경 화증에 걸린 사람들에게 실제로 그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뇌와 마음을 점점 더 이해할수록, 신경 질환과 정신 질환 사이에는 사실상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으며, 양쪽 질환을 더 많이 이해할수록 유사점이 점점 더 많이 드러나고 있다. 신경 질환과 정신 질환의 수렴은 우리의 경험과 행동이 뇌를 형성하는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알아낼 기회를 제공할 것이고, 새로운 과학적 휴머니즘에도 기여할 것이다.
- 감정은 뇌의 조기 경보 시스템의 일부이며, 몸의 오래된 생존 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찰스 다윈이 처음 지적했듯이, 감정은 우 리가 다른 동물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언어 이전의 사회적 의사소통 체계의 일부다. 비범한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남들에게 욕구를 전달하고 사회적 환경을 살필 때 감정을 이용한다. 상황이 위험하거나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우리에게 감정이 신호를 보낼 때, 우리는 불안, 짜증, 경계심을 느끼 고, 그 뒤에는 흔히 슬픔이 뒤따른다. 이 스펙트럼의 반대편에는 새로운 활력과 낙관적인 생각을 불어넣는 경이로운 느낌, 사랑에 빠 지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이 있다. 변화하는 사회적 세계 안에서 우리 뇌가 기회와 스트레스를 계 속해서 엿보고 그에 따른 적절한 반응을 찾기 때문에, 우리의 주관적 감정 경험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런 감정적인 평가가 없다면 우리는 아무런 기준점도 없이, 즉 자기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계를 무작위한 일련의 사건들로 경험할 것이다.
- 기분장애는 자아의 통합성을 방해하는 뇌 질환이다. 여기서 자아란 우리 각자를 독특한 인간으로 만드는 중요한 감정, 기억, 믿음, 행동의 집합을 가리킨다. 우리가 기분장애를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일을 잘 못하는 이유는, 감정이 우리의 생각과 느낌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일상생활에서 늘 기분 변화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기분장애자가 종종 낙인찍히는 이유는 이런 어려움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단순하게 말하면, 과학과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기분장애를 질환의 집합이 아니라 개인의 약점이나 나쁜 행동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몸에 동일한 생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인다. 신경내분비계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활성 화해, 부신에서 코르티솔을 분비하게 한다. 코르티솔이 일시적으로 분비될 경우 유익한 효과가 나타난다. 위험을 지각하고 반응해 몸의 각성을 높인다. 그러나 주요우울증과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 코르티솔이 장기적으로 분비되면 해롭다. 우울증에 빠져 있거나 심 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의 식욕, 수면, 활력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르티솔 농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해마와 이마앞겉질에 있는 뉴런들의 시냅스 연결이 파괴된다. 해마는 기억 저장에 중요한 역 할을 담당하고, 이마앞겉질은 살아가려는 의지를 조절하고 의사 결 정과 기억 저장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주요우울증과 만성 스트레스로 이 영역들에서 시냅스의 연결이 끊기면, 감정이 무뎌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많은 뇌 영상 연구들은 우울증 환자 들의 경우 이마앞겉질과 해마에 있는 뉴런 시냅스의 수와 전반적인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보였다. 부검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드러났다. 게다가 생쥐와 쥐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해마와 이마앞겉질의 시냅스 연결이 끊긴다는 것이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동물 모형을 이용해, 스트레스의 밑바탕에 놓인 공 포 신경 회로에 관해 가치 있는 깨달음을 얻어왔다. 본능적인 공포와 학습된 공포는 모두 편도체 및 해마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편도체는 어느 시점에 어떤 감정이 동원되는지 결정하며, 시상하부는 그 감정을 일으킨다. 편도체가 공포 반응을 요청하면, 시상하부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한다. 교감신경계는 심박수, 혈 압,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량을 높이고, 성욕, 공격성, 방어 행동, 회피 행동을 조절한다. 이런 발견들은 지속적인 스트레스, 즉 코르티솔의 장기 분비와 그에 따라 시냅스 연결에 손상을 일으키는 스트레스가 양극성장애 의 우울증 단계를 포함해, 우울장애의 중요한 측면이라는 개념에도 잘 들어맞는다.
- 기분장애와 창의성의 관계, 특히 창의성과 양극성장애의 관계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 내내 주목받아 왔다. 예를 들어,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는 성년기의 상당 기간을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37세에 자살했다. 생애 마지막 2년 동안 심각 한 정신병적 우울증과 조증에 시달렸음에도, 그는 그 시기에 가장 중요한 작품 300점을 그렸다. 이 작품들은 반 고흐가 자연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기분을 전달하기 위해 임의로 색을 썼다는 점에서, 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가진다.  현대 화가와 작가 들을 조사하면, 양극성장애자의 비율이 높게 나온다. 
- 피라미드 뉴런의 시냅스는 대부분 가지돌기 가시 dendritic spine라는 가지돌기로부터 작게 삐죽 튀어나온 부위에 있다. 뉴런의 가지돌기 가시의 수는 대체로 그 뉴런이 받는 정보의 양과 풍부함을 알려주는 척도다. 가지돌기 가시는 임신 3분기에 피라미드 뉴런에서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생후 첫 몇 년에 걸쳐 가지돌기 가시의 수와 거기에 연결되는 시냅스의 수는 빠르게 늘어난다. 사실 세 살의 뇌는 성 인의 뇌보다 시냅스가 두 배 더 많다. 사춘기 때부터 시냅스 가지치 기가 일어나면서, 작업 기억에 도움이 안 되는 가시를 비롯해 뇌는 쓰지 않는 가지돌기 가시를 제거한다. 시냅스 가지치기는 청소년기와 성년기 초에 특히 활발하게 일어난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에는 시냅스 가지치기가 청소년기에 지나치 게 활발해지면서, 너무 많은 가지돌기 가시를 제거하는 듯하다. 그 결과 이마앞겉질에서 피라미드 뉴런들의 시냅스 연결이 적어져 충분한 작업 기억을 비롯해 복잡한 인지 기능들에 필요한 튼튼한 신경 회로를 형성하지 못한다. 
-  제러드 카센티 Gerard Karsenty는 뼈가 내분비기관이며 오스테오 칼신 osteocalcin 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는 발견에 착안했다. 카센티 는 오스테오칼신이 몸의 많은 기관에 작용하며, 뇌로도 들어가서 세로토닌, 도파민, GABA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에 영향을 미쳐 공간 기억과 학습을 촉진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카센티와 나는 오스테오칼신이 노화 관련 기억 감퇴에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내 동료인 스틸리아노스 코스미디스 Stylianos Kosmidis는 생쥐의 치아이랑에 오스테오칼신을 주사했다. 그러자 기억 형성에 필요한 단백질들인 PKA, CREB, RbAp48가 증가했다. 주사를 하지 않은 생쥐는 CREB와 RbAp48단백질이 더 적었다. 흥미로운 점은 늙은 생쥐에게 오스테오칼신을 투여하자, 새로운 사물 인지 등 나이가 들수록 쇠퇴하는 기억 과제 의 수행력이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의 기억력은 사실상 젊은 생쥐의 것과 맞먹었다. 게다가 오스테오칼신은 젊은 생쥐의 학습 능력도 향상시켰다. 오스테오칼신이 나이를 먹을수록 감소하고 생쥐의 노화 관련 기억 감퇴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이런 발견들은, 운동이 나이 많은 사람의 뇌에 유익한 효과를 준다는 또 한 가지 근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노화가 뼈 질량의 감소와 관련이 있으며, 그에 따른 오스테오칼신의 감소가 생쥐의 경우에 노화 관련 기억의 상실에 기여한다는 것을 안다. 아마 이것은 우리에게도 해당할 것이다. 또 우리는 격렬 한 운동이 뼈 질량을 증가시킨다는 것도 안다. 따라서 뼈에서 분비 되는 오스테오칼신은 생쥐뿐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노화 관련 기억감퇴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연구들이 보여주듯이, 노화 관련 기억 감퇴는 알츠하이머 병과 뚜렷이 구별되는 장애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다른 영역에서 다른 과정들에 작용한다. 게다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로마의 격언은 이제 과학적 근거를 지니게 된 듯하다.
- 개인의 창의성에 기여하는 요인들은 뭐가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클로스에게는 문제 해결이 창의성의 본질적 측면이다. 다시 말해, 그림 실력과 열심히 하려는 의지다. 연구자들은 그 밖에도 창의성을 높일 만한 특징들을 찾아냈다. 첫 번째는 성격이다. 즉 창의적일 가능성이 더 높은 특정한 성격 유형들이 있다. 여 기서 단수가 아니라 복수를 썼다는 점에 주목하자. 발달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 Howard Gardner가 다중 지능 연구에서 강조했듯이, 창의 성은 어느 한 성격 유형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여러 형태 로 출현한다. 수학에 강한 사람도 있는 반면, 언어나 시각 예술에 강한 사람도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준비 기간이다. 개인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 으로든 어떤 문제에 매달리는 시간을 말한다. 세 번째 특징은 창의 성이 솟구치는 첫 순간, 즉 '아하!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전까지 연관 없어 보이던 요소들이 뇌에서 연결되면서 갑자기 깨달 음이 찾아오는 순간이다. 마지막은 그 착상을 잇는 후속 작업이다. 어떤 문제에 의식적으로 매달린 뒤에는 의식적 생각을 접고서 무의식이 방랑할 수 있도록 배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심리학자 조너선 스쿨러 Jonathan Schooler는 이 배양 기간이 “마음이 방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착상은 어떤 문제에 열심히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라, 산책을 하거나 샤워를 하거나 다른 무언 가를 생각할 때 나오고는 한다. 그것이 바로 창의성의 갑작스러운 출현, '아하!' 하는 순간이며, 우리는 그 토대에 놓인 생물학을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창의성의 무의식적 정신 과정들을 연구한 크리스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마음의 무의식적 부분과 의식적 부분 사이에 통제된 방식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때, 아하, 하는 순간을 경험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이렇게 통제된 방식으로 무의식에 접근하는 것을 자아를 위한 퇴행”이라고 말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더 원초적인 형태의 심리 기능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그럼으로써 무의식적 충동과 욕망에 그리고 그와 관련된 창의적 과정 가운데 일부에 접근할 수 있다. 무의식적 사고는 더 자유롭고 연상 작용(추상적 개념과 달리 이미지가 일으키는 특징)을 일으킬 가능성도 더 높으므로, 착상들의 새로운 결합과 조합을 촉진하는 '아하!' 하 는 순간이 일어나도록 만든다.
- 초현실주의자들은 자신의 무의식적 마음과 접촉하는 방법을 고 안함으로써, 정신 질환자들의 미술에 이미 들어 있는 회화를 창조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정신병 화가들이 이 일을 자연스럽고 자 각하지 않은 채 진행했던 반면, 뢰스케의 전시회가 보여주듯이 초 현실주의자들은 신중한 노력을 거쳐 그렇게 했다. 두 화가 집단은 프린츠호른이 묘사한 “불편하고 낯선 느낌”을 일으킨다. 게다가 정 신병 화가들이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반면, 초현실주의자들은 배 운 것을 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피카소는 원래 라파엘처럼 그림을 그렸는데, 아이처럼 그리는 법을 배우는 일에 평생을 바쳤 다고 주장했다.
- 아이슬란드 디코드제네틱스와 공동 연구를 하는 로버트 파 워 Robert Power와 그의 동료들은 최근에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Nature Neuroscience)에 대규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양극성장애와 조현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인자들을 창의적인 직업을 지닌 이들이 더 많이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화가, 음악가, 작가, 댄서는 농민, 육체노동자, 판매원 등 덜 창의적이라고 여겨지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이런 유전자 변이체들을 지닐 가능성이 평균 25퍼센트 더 높았다. 디코드의 창업자이자 CEO이면서 논문의 공동 저자인 카리 스테판손Kiri Stefinson은 이렇게 말했다. “창의적이려면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남과 다를 때, 우리는 기이하다거나 이상하다거나 심지어 미쳤다는 꼬리표가 붙는 경향이 있다.”  정신병 상태가 정상 행동과 전혀 다른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그런 상태가 인구 전체에서 나타나는 성격 유형이나 기질의 극적인 형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놓치게 된다. 이런 상태가 창의적인 사상가, 과학자, 화가의 마음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도 말이다. 이 말은 뇌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정신 질환을 앓지 않는 사람들보다 무의식의 특정 측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차이는 창의성의 관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초현실주 의 화가들이 보여주고자 했듯이, 정신 질환자가 무의식 세계의 창 의성에 쉽게 접근하는 양상을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현재 우리는 파킨슨병과 헌팅턴병의 주된 분자적 원인이 다른 몇몇 신경퇴행 질환들, 즉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알츠하이머병, 이마관자엽치매, 만성외상뇌병증(뇌진탕을 반복해 겪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진행형 뇌 퇴행), 근위축측삭경화증(ALS 또는 루게릭병)의 원인과 비슷하 다는 점을 안다. 이 모든 병은 뇌에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접혀 덩어리를 형성하고, 그 덩어리가 독성을 일으켜 뉴런을 죽이면서 생긴다. 1982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스탠리 프루 시너 Stanley Prusiner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비정상적으로 접혀 감염성을 띠는 단백질이 희귀한 퇴행성 뇌 질환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관여한다는 것이었다. 프루시너는 이 단백질을 '프리온' 이라고 불렀다. 프리온은 정상적인 전구체 단백질 precursor proteins이 잘못 접힐 때 생긴다. 정상적인 형태일 때, 전구체 단백질은 뇌의 어디에나 있고, 건강한 세포 기능을 매개한다. 다른 세포들처럼 뉴런도 단백질의 모양을 감시하는 내부 메커니즘이 있다. 보통은 이런 메커니즘을 통해 돌연변이나 세포 손상이 복구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메커니즘이 약해져 모양 변화를 막는 효율이 떨어진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돌연변이 유전자나 세포 손상으로 정상적인 전구체 단백질이 잘못 접 힌 탓에 치명적인 프리온 형태가 될 수 있다. 프리온은 뉴런 안에 녹지 않는 덩어리를 형성함으로써 뉴런의 기능을 교란하고 이윽고 뉴런들을 죽인다. 프리온이 그토록 특별하고 위험한 이유는 자가 증식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프리온은 유전자 없이도 자기 복제를 하고, 그 결과로 이 잘못 접힌 단백질은 감염성을 띤다. 프리온은 원래 있던 뉴런에서 방출되어 이웃 세포에 받아들여질 수 있고, 새 세포에서 정상적인 전구체 단백질을 비정상적으로 접히도록 유도함으로써 새롭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세포를 죽인다.
- 제임스는 우리의 의식적인 감정 경험이 몸의 생리적인 반응이 일어난 뒤에 일어난다고, 그러니까 뇌가 몸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길 한가운데에 곰이 나타나는 것처럼 위험한 상황에 처 했을 때, 우리가 의식적으로 위험을 평가한 뒤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보다는 우리는 곰을 보는 순간 달아남으로 써 직관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며, 나중에야 무서웠다는 느낌 이 솟구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상향식으로 먼저 감정을 처리한다. 감각 자극에 심박 수와 호흡 속도가 치솟고, 그 결과 달아나게 된다. 그 뒤에야 하향식으로 감정을 처리한다. 즉 인지 기능을 이용해 몸에 일어났던 생리적 변화를 설명하려고 한다. 제임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몸의 상태가 지각에 뒤따르지 않는다면, 지각은 감정적 온기가 없는 창백하고 무채색의 순수하게 인지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 뇌의 여러 구조들이 감정에 관여하지만, 그중 네 가지가 특히 중 요하다. 감정의 집행자인 시상하부, 감정을 조율하는 편도체, 중독 을 비롯해 습관을 형성할 때 관여하는 줄무늬체, 감정 반응이 당면 한 상황에 적절한지를 평가하는 이마앞겉질이다. 이마앞겉 질은 편도체 및 줄무늬체와 상호작용하며, 어느 정도는 그것들을 통제한다. 편도체가 감정을 조율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 영역이 감정 경 험의 무의식적 측면과 의식적 측면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편도체는 시각, 청각, 촉각과 관련된 영역들로부터 감각 신호를 받으면 반응 을 일으키고, 그 반응은 주로 자율적인 생리 반응을 조절하는 시상 하부를 비롯한 뇌 구조들을 통해 중계되어 퍼진다. 우리가 웃거나 울 때, 즉 어떤 감정을 경험할 때, 그것은 이 뇌 구조들이 편도체에 응답해 지시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편도체는 이마앞겉질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마앞겉질은 느낌의 상태, 감정의 의식적 측면, 감정이 인지에 끼치는 영향을 조절한다. 우리의 감정은 당연히 조절되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감정의 적절한 조절이 지혜를 정의하는 한 가지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니코마코스 윤리학The Nicomachean Ethics》에 이렇게 썼다. “누구나 화 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알맞은 사람에게, 알맞은 정도로,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목적으로, 알맞은 방식으로 화를 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쉽지도 않다.”
- 과학자들은 두려움에 관한 신경 회로를 제법 많이 이해하고 있다. 두려움은 편도체에서 시작된다. 편도체는 모든 감정을 조율하 지만 두려움에 유달리 민감한 듯하다. 무서운 자극은 편도체에 도달해, 위험의 표상을 활성화하고 몸의 공포 반응을 촉발한다. 이것 들은 뇌에 새겨진 자동적인 생리적 · 행동적 반응들이다.  그 회로의 다음 차례는 뇌섬엽이다. 이는 이마엽과 마 루엽 안쪽 깊숙이 작은 섬처럼 자리한 뉴런들의 집합으로, 신체적 감정을 의식적 자각으로 번역하는 일을 한다. 또 고통과 같은 신체 적 반응을 파악하고, 심박 수와 땀샘의 활동을 계속 지켜보며 내장 과 근육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감시한다. 뇌섬엽은 나 중에 발견되었는데, 이로써 두려움의 신체적 반응이 두려움의 자각보다 앞선다는 제임스의 개념이 옳다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확인되 었다. 두려움 그리고 분노의 신경 회로에 관여하는 영역은 더 있는데, 배쪽안쪽이마앞겉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라는 이마앞겉질 부위 다. 이 구조는 우리가 도덕적 감정이라고 부르는 것들, 즉 분개, 연 민, 당혹, 창피함 같은 것들에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마앞겉질의 또 한 영역인 등쪽이마앞겉질 dorsal preffontal cortex은 우리의 의식적 마음인 의욕과 의지가 감정이 수행되 는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이다.  두려움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적응적 반응adaptive response 이다. 다시 말해, 생존에 도움을 주는 반응이다. 흔히 '싸움, 도피, 얼어붙기’ 반응이라고도 하는 일종의 행동 프로그램이다. 이 행동들은 근골격 게 변화(얼굴 근육들은 공포에 사로잡힌 표정을 만들어낸다), 자세 변화 (깜짝 놀라는 움직임에 따른 경직), 심박 수와 호흡 증가, 위장과 창자 근 육의 수축,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수반한다. 몸에서 이 모든 변화들은 조화롭게 일어나며, 뇌로 신호를 보낸다.  여기서는 두려움에 관해 중요한 것 두 가지를 짚어두자. 첫째, 감각은 편도체로 신호를 보내고, 편도체는 뇌의 다른 영역들을 추가로 끌어들인다. 이런 원초적인 반응이 펼쳐질 때 뇌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정확히 알려주는 뇌 영상 덕분에 우리는 이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우리 몸에 일어나는 변화는 뇌섬엽과 조화를 이루어서 느낌을 인식하게 만든다. 우리는 뇌가 몸에서 진행되는 변화들을 주시해 왔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먼저 달아나기 시작한 뒤에야 자신이 왜 달아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 불안은 누구나 이따금 느끼고, 위험에 처할 때는 더 자주 느낀다. 그러나 아무 뚜렷한 이유도 없이 만성적으로 지나친 걱정과 죄의식을 느낀다면, 범불안장애 generalized anxiety disorder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장애는 종종 우울증을 수반한다. 공포 관련 불안장애에는 공 황발작, 공포증(높은 곳, 동물들, 대중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 등),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포함된다. 예전에는 다양한 불안장애들을 서로 다른 증후군이라고 여겼지만, 현대 과학자들은 유사점을 바탕으로 이 병들을 서로 관련이 있는 하나의 질병으로 본다.
- 우울증 치료는 흔히 뇌의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는 약물로 이루어진다. 항우울제는 우울증과 관련된 감정들인 걱정과 죄책감을 약화시키기에, 범불안장애자들의 50~70퍼센트 에게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 약물들은 특정한 공포 관련 장애자들에게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 그들에게는 심리요법이 훨씬 더 효과 있다. 예를 들어, PTSD는 지속 노출 요법 prolonged exposure therapy과 가상현실 노출 요법 virtual reality exposure therapy을 비롯한 인지행동요법으로 관리할 수 있다.
- 최근에 에드나 포아Edna Foa와 다른 연구자들은 지속 노출 요법이 공포 관련 장애자들에게 특히 잘 듣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유형의 심리요법은 본질적으로 편도체에서 학습된 공포 연합을 되돌려, 뇌가 두려워하는 것을 그만두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르두의 생쥐가 느끼는 두려움을 잠재우고 싶으면, 우리는 생쥐에게 전기 충격 없이 동일한 음을 반복해 들려줄 것이다. 그러면 이윽고 공포 연합의 토대에 놓인 시냅스 연결이 약해져서 사라질 것이고, 생쥐는 더 이상 그 음에 반응해 움찔하지 않을 것이다. 공포를 일으킨 원인에 단 몇 번만 노출시켜도 실제로 공포를 약화시킬 수 있으며, 노출 요법을 적절히 이용해 공포를 없애거나 억제할 수 있다. 때로는 환자를 가상 경험에 노출하는 방법도 쓰인다. 가상 경험은 승강기를 100배 더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현실에서 는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유용하다. 가상현실에 노출되는 것도 현실 세계에 노출되는 것과 거의 맞먹는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또 한 가지 접근법은 끔찍한 기억을 완전히 지우는 것이다. 단기 기억은 기존에 연결된 시냅스들이 강화될 때 생기지만, 장기 기억은 반복 훈련과 새로운 시냅스 연결의 형성 을 필요로 한다. 그사이, 즉 기억은 응고되는 동안 교란에 민감하 다. 최근의 연구들은 기억을 장기 저장소에서 불러낼 때에도 마찬 가지로 기억이 교란에 민감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기억은 인출된 뒤에 잠시 동안 불안정해진다. 따라서 공포 반응을 환기시키는 기억을 회상할 때(쥐의 사례에서는 특정한 소리에 다시 노출시킬 때), 그 기억은 몇 시간 동안 불안정해진다. 그 사이에 행동이나 약물을 통해 뇌의 저장 과정이 교란된다면, 기억은 제대로 저장소로 돌아가지 않고는 한다. 대신에 기억은 지워지거나 그것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쥐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사람도 기분이 더 나아진다.
- 프로이트는 우리 마음을 의식적 요소와 무의식적 요소로 나누었다. 의식적 마음인 '자아go'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라는 감각 계를 통해 바깥 세계와 직접 접촉한다. 자아는 현실, 즉 프로이트가 '현실 원리 reality principle'라고 부른 것의 인도를 받으며, 지각, 추론, 행동 계획, 쾌락과 고통의 경험, 만족감을 지연할 수 있게 하는 성 질에 관여한다. 뒤에서 알아보겠지만, 프로이트는 자아도 무의식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무의식적 마음, 즉 '이드id'는 논리나 현실이 아니라, '쾌락 원리 pleasure principle'의 지배를 받는다. 즉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 한다. 프로이트는 처음에 무의식을 우리가 대체로 자각하지 못하지 만 우리의 행동과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본능들로 이루어진 단일한 실체라고 정의했다. 그는 본능이 모든 마음 기능들에서 동기를 부여하는 주된 힘이라고 여겼다. 프로이트는 그런 본능의 수가 무한 히 많다고 말하면서도, 기본적인 몇 가지로 정리했고, 그것들을 크게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모든 자기 보존 본능과 성애 본능을 포함 하는 '에로스Eros, 즉 생명 본능과 모든 공격적이고 자기 파괴적이 고 잔인한 본능을 포괄하는 '타나토스Thanatos', 즉 죽음 본능이 그것 이다. 따라서 프로이트가 인간의 모든 행동이 성적 동기에서 튀어 나온다고 주장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타나토스에서 튀어나 오는 행동은 성적인 동기를 지니고 있지 않다. 게다가 뒤에서 살펴 보겠지만, 생명 본능과 죽음 본능은 융합되기도 한다.
- 인지심리학자 티모시 윌슨Timothy Wilson은 적응적 무의식 adaptive unconscious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이것은 프로이트의 전의식 적 무의식과 비슷한 고차원 인지 과정들의 집합을 가리킨다. 적응 적 무의식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정보를 빠르게 해석 하기 때문에, 우리의 생존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주 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의식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동안, 적응 적 무의식은 우리 마음의 일부가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계속 주시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도록 한다. 적응적 무의식은 많은 기능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의사 결정이다. 많은 이들은 중요한 선택에 직면했을 때, 선택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종이를 한 장 꺼내고 장점과 단점을 양쪽에 죽 적는다. 그러나 그 방식이 결정을 내리는 최선의 방식이 아니라는 점은 여러 실험들을 통해 드러났다. 무언가를 지나치게 의식하다가는 당신 이 실제로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 다. 그보다는 그 결정에 관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모은 다음, 결 정이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당신이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는 부글부글 올라올 것이다. 수면은 감정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므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말 그대로 그 문제를 깔고 잠을 자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의 의식적 결 정은 무의식이 선택한 정보에 의존한다. 비록 적응적 무의식이 아주 영리하고 정교한 과정들이지만, 완 벽하지는 않다. 아주 빠르게 정보를 분류하지만, 융통성이 없을 수 도 있다. 어떤 학파는 이것으로 편견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극에 빨리 반응 하지만, 그 경험은 당면한 새로운 상황에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새로운 상황에서는 의식이 개입해 빠른 판단을 수정할 수 있 다. “잠깐만, 빠르고 부정적인 이번 반응은 잘못된 것일지 몰라.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적응적 무의식은 의식과 발맞추어 우리를 지구에서 가장 영리한 종으로 만드는 쪽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서로 다른 유형의 정보를 다루도록 진화한 두 가지 정신 과정들을 얼마나 먼 과거까지 추적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적응적 무의식이 지닌 생물학적 역할은 샌 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의 단순한 실험으로 드러났다. 독일 신경학자 한스 헬무트 코른후버 Hans Helmut Kornhuber는 우리가 손을 움직이는 것과 같은 수의운동 을 시작할 때, 준비 전위readiness potential가 생성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준비 전위는 머리뼈의 표면에서 검출할 수 있는 전기신호의 일종이 다. 준비 전위는 실제 운동이 일어나기 1초 이내에 나타난다. 리벳은 이 실험을 한 단계 더 끌고 나아갔다. 그는 실험 참가자 들에게 움직이려는 “의지”를 의식적으로 일으켜보라고 하면서, 그 의지 작용이 정확히 언제 일어나는지를 기록했다. 그는 의지 작용 이 준비 전위, 즉 활동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보다 먼저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준비 전위보다 나중에 나타났다. 심지어 여러 번의 시험을 평균하자, 리벳은 한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며 당사자가 스스로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가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놀라운 결과는 우리가 무의식적 본능과 욕구에 좌우된다는 점을 시사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움직임 자체가 아니라 움직이려는 결정 자체보다도 앞서 나타난다. 리벳이 설명하듯이, 수의 행동을 시작하는 과정은 뇌의 무의식적 부분에서 급속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행동이 일어나기 직전에, 더 늦게 활동을 시작하는 의식은 그 행동을 승인하거나 거부한다. 따라서 우리가 손가락을 들어올리기 150밀리초 전에, 우리의 의식은 실제로 손가락을 움직일지 말지를 결정한다. 리벳이 보여준 것은 뇌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자각에 앞서며, 우리가 취하는 모든 행동에 앞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식과 관련지어 이야기할 때, 우리는 뇌 활성의 특성에 관한 생각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 보다 더 중요한 것들  (0) 2021.05.07
표정의 심리학  (0) 2021.05.02
마음이 마음대로 안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0) 2021.03.28
심리학이 돈을 말하다  (0) 2021.03.21
기후변화의 심리학  (0) 2021.03.09
Posted by dalai
,

- 공감은 표적 집단 인터뷰나 통계 분석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감은 사람들을 움직이는 동기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하고 강력한 힘이다. (세스 고딘 seth Godin, 『린치핀 Linchpin』 저자이자 요요다인 yoyodyne 창립자)
- '연민 sympathy' 이라는 단어는 동류의식 fellow-feeling을 뜻하는 그리스어 심파테이아 sympatheia 에서 유래한 것으로, 1500년대 중반에는 타인과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가엾음', '측은함 또는 '불행을 겪고 있는 누군가를 향한 슬픔'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몇백 년 뒤에 생겨난 '공감 empathy' 이라는 단어는 반드시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느낌을 적극적으로 상상하며 느끼는 감정을 말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심지어 타인의 감정을 내 것처럼 느끼는 경우도 있다. 즉,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 비지니스 컨설턴트이자 임원 코치로 ‘식센스 공감 모일 Sixense Empathy Model'을 만든 퍼리사 베니아 Parissa Behnia 는 공감과 연민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공감은 그 사람이 어떻게 그 감정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주의 깊게 살핍니다. 반면, 연민은 눈앞에 보이는 상황으로만 판단합니다. 연민은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상황에 이르렀는지 개의치 않아요. 지금 이 순간의 결과에만 집중하죠. 하지만 공감은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도 이해하려 합니다.”누군가에게 공감하기 위해 특정 상황을 직접 겪어볼 필요는 없다. 그저 일련의 과정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면 된다.
- 이제 나는 공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려 한다.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느끼며, 더 나아가 그 정보를 활용해 동정을 베푸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의지이자 능력”
행동이 핵심이다. 공감하는 마음이 개인의 행동과 내부 관행, 외부 거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일은 행동이 따를 때만 가능하다. 단순히 공감의 감정을 느끼거나 공감을 주장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기 과 그 구성원들이 공감을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 행동은 공감을 정의하는 수많은 말들이 놓친 핵심 요소다. 공감은 동정을 베푸는 행동을 낳으며, 이 행동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다.
- 인류에 미치는 당신의 영향력을 좋아요' 수가 아닌 당신의 손길이 닿은 사람들의 삶으로, 인기가 아닌 당신이 돕고 있는 사람들로 평가하라.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당신의 결심이 시험에 들 때가 올 것이다. 흔들리지 마라. 세상은 공감 능력이 당신의 경력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 잘못된 주장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 (팀 쿡 Tim Cook, 애플 CEO)
- 공감형 리더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야 하므로 결단력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실은 그렇지 않다. 공감은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감형 리더들은 정보를 수집해 심사숙고한 뒤 단호하게 실행에 옮긴다. 모두의 입장을 고려한 유익한 판단을 내림으로써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 공감형 리더가 되고자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스스로를 먼저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자신감이 충만한가? 지금 당신의 상황은 어떠 한가? 자기 자신에게 공감하고 스스로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가?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실은 아주 보편적인 상 식이다. 항공사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도와주기 전에 먼저 자신들이 산소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온정을 베풀려면 먼저 스스로에게 똑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본인이 산소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누구도 도울 수 없다. 티베트불교 비구니이자 교육자 페마 초드론 Perma Charin은 저서 『모 든 것이 산산이 무너질 때: 희망과 두려움을 걷어내고 삶의 맨 얼굴과 직면하는 22가지 지혜 When Things Fall Apart. Heart Advice for Difficult Times』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자신의 모든 영역, 즉 원치 않는 부분과 꼴도 보기 싫은 결함까지 너그럽게 받아들여라. 이것이 공감의 처음과 끝이다.”  건강한 자신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재에 집중하고 경청하며 호기심을 유지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불안과 걱정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조바심 치는 사람이 타인에게 공감할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 리 없다. 초드론 에 따르면, “타인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그 들이 우리 내면을 혼란스럽게 만들까 봐 두렵고 스스로 그것을 처리 할 만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 공감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효율성은 일에 대해 쓰는 말이지, 사람에게 쓰는 말이 아니다. (스티븐 코비)
- 고객 서비스란 단순히 고객을 지원하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공감과 연민, 관심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고객을 지원하는 일이다. (셉 하이켄 Shep Hyken, 고객 서비스 및 고객 경험 전문가)
- 닮고 싶은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건 쉬우나 그 브랜드처럼 행동하 는 건 어렵다. 당신의 브랜드가 혁신, 안전, 세련, 선도, 고급스러움, 투명, 공감 등을 목표로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광고 를 많이 하고 멋진 디자인을 선보여도, 브랜드가 내건 약속을 충실하 게 지키지 않으면 당신이 원하는 수준으로 브랜드 위상을 높일 수 없 다.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가? 제대로 된 절차와 제도를 갖추고 적절 한 인재를 고용하며, 올바른 곳에 투자하고 직원들의 옳은 행동을 충 분히 보상해주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이런 행동이 선행되어야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고객에게 내건 약속을 고객이 경험하게 할 수 있다.
- 고객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라.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들 자신보다 먼저 알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스티브 잡스)
- 공감형 브랜드의 기본 자세는 고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이메일 문의에 답장을 주지 않거나, 트위터에 쓴 불만 사항을 무시하 거나, 평이 안 좋은 인터넷 후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기업들을 많 이 보았을 것이다. 이런 경우를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한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의 99퍼센트는 진상 고객이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하는 소비자일 뿐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고 객이 공개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표출한 불만을 무시하는 위험한 짓을 한다. 기업은 어떤 종류의 피드백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가장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할지라도 변화의 촉매제로 사용할 수 있다. 마천루에서 내려와 고객의 경험을 직접 듣고 그들의 시선에서 중요 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라. 한 번 항의를 받을 때마다, 불만을 토 로하지 않았을 뿐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수백 혹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들은 경쟁사로 떠나가 버릴 것이다. 그 전에 불평이 담긴 부정적인 평가, 포스팅, 이메일을 표적 집단 자료를 수집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라. 무료일 뿐만 아니라 내용도 전문 조사 기관의 평가보다 훨씬 더 정확할 수 있다.
- 공감에는 대본이 없다. 공감을 실천하는 올바른 방법이나 틀린 방법도 없다.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대를 존중하며, 판단을 보류하고 상대의 감정에 다가가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놀라운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면 된다. (브렌 브라운 Brene Brown, 심리학자이자 리더의 용기 Dare to Lead 저자)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섭과 투자  (0) 2021.04.10
룬샷  (0) 2021.04.10
좋은 기업 나쁜 주식 이상한 대주주  (0) 2021.03.28
그로스 해킹  (0) 2021.03.28
메타버스  (0) 2021.03.28
Posted by dalai
,

- 2016년 트럼프의 등장은 두 개의 미국으로 불리는 미국 사회의 정치적 분단, 계층 간 양극화 등 분열과 갈등이 심화된 미국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고 해석된다. 양극화와 분열, 중하층 미국인의 분노와 좌절에 기득권층이 전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트럼프가 기존 정치인과 직업관료, 보수언론 등을 정면 비판하자 중하층 미국인들이 공감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빅터 데이비스 핸슨 교수는 미국은 왜 아웃 사이더 트럼프를 선택했는가 The Case for Trump》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트럼프에 환호하는 이유를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기존의 국세청, 정보기관, 사법부 등의 관료집단이 서로 엮여 단단한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과정에서 양극화, 분열 등 미국 의 문제를 야기했다고 비판한다. 트럼프는 이런 집단을 딥 스테이 트Deep state'라고 규정하며 이들이 문제의 원흉이라고 성토했다. 핸 슨 교수는 이들 기득권 집단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 정치 신인 트럼프 지지의 원동력이라 분석했다. 한때 미국 제조업의 중추를 이루며 제조업 근로자를 중산층으로 끌어 올려 아메리칸 드림을 형성했던 미국 중부 지역, 이른바 러스트 벨트가 트럼프 지지자들의 주 무대이다. 트럼프는 소외된 백인 중하층민들을 '우리 농부, 우리 근로자, 우리 광부들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표시했다. 또한 “썩은 물이 고인 늪을 대청소하겠 다" 말하며 쇄신을 약속해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반면에 민주당의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지지자 들을 한심한 종자들Deplorables'이라고 표현하며 폄하하고 무시하는 실책을 저질렀다고 핸슨 교수는 비판했다. 이런 트럼프식 정치는 트럼프주의Trumpism 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 정치사에 기록될 특별한 사건이 되었다.
- 파시즘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로버트 팩스턴 교수는 2004년 에 출간한 《파시즘 The Anatomy Of Fascism)에서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등 세계 각국의 파시즘 생성과정과 특징을 세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파시즘은 대중의 분노, 불만 감정을 이용하여 일부 군중 의 지지를 얻은 민족주의 과격파 정당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며 윤리적·법적 제약 없이 폭력을 행사해 권력을 장악하는 정치 행태라고 규정했다. 팩스턴은 독일에서 1차 세계대전의 패배와 베르 사유 조약으로 인한 민족적 모멸감이 축적된 가운데 세계 대공황, 러시아 혁명을 거치며 독일 국민에게 극심한 분노, 증오와 사회주 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했던 것이 파시즘 태동의 배경이었다고 지적했다. 히틀러를 비롯한 파시스트들은 대중의 불만과 분노를 이용하여 그들의 증오를 선동하고 이를 결집시키기 위해 '악마화된 적을 만들어 냈다. 파시스트가 찾아낸 '적'에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슬라 브인, 집시 같은 외국인도 포함되며 국내의 전염병 보균자, 유전적 열성 요인이나, 범죄 성향을 지닌 자도 해당된다. 파시스트들은 이런 공공의 적을 내세우며 역사를 선과 악, 순수와 타락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적이 초래할 테러의 공포를 확산시키며 결국 강력한 지도자에게 의지해야 이에 대처할 수 있다는 여론을 조성 했다. 한나 아렌트에 의하면 전체주의 운동의 가장 뚜렷한 특징 은 개인 성원에게 국가지도자에 대한 총체적이고 무제한적이며 무조건적이고 변치 않는 충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전체주의가 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토양을 이루는 것은 '광 범위한 규모의 고립된 군중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한 나 아렌트가 집중 조명한 '군중 Mob 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군중 이란 대규모의 무질서한 대중을 의미하는데, 특히 폭동이나 파괴적 행위에 참여하는 대중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한나 아렌트는 사실과 허구의 구분, 진실과 거짓의 구분을 더 이상 중요시하지 않는 사람들이 전체주의 정치의 가장 이상적인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아렌트의 군중은 고도로 원자화된 사회분열에서 발생했고 이들의 주요 특징은 '고립'과 '정상적인 사회관계의 결여다. 사람들로 하여금 가짜뉴스에 민감하게 만든 것은 세상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고립되어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외로움에서 절망과 증오가 파생된다.
- 한국의 민주주의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대표적인 진보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는 현 정부 들어 한국의 민주주의가 양극화의 심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관점에서 해부했다.
1. 촛불시위 이래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하면서 대통령이 개혁을 주도하며 다른 정치 세력이나 야당은 배제되었다. 대통령의 권력이 과도하게 확대되어 권력이 중앙 집중화되면서 행 정의 중앙 집중화를 초래했고 그 결과로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가 약화되며 분권적 기반을 위협했다. 
2. 대통령 권력의 확대로 삼권 분립과 견제와 균형 기능이 약화되어 법의 지배가 위협받게 되었다. 법의 지배를 위해서는 법의 정신과 이를 지키는 사람의 행위 규범이 중요한데 대통령 권력사용에 대한 절제와 관련된 규범이 지켜지지 않고있다.
3. 민주화 운동의 사회적 기반이었던 시민사회가 권력의 중심으로 편입되면서 국가 권력과 시민사회가 특혜와 지원을 대가로 정치적 지지를 교환하는 관계로 자리 잡았다. 시민사회가 국가로부터 자율성을 가지며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본질을 훼손하며 많은 지식인 그룹이 권력에 포섭되면서 다원적인 공론장이 위축·소멸되었다. 지방 정부 차원에서도 방대한 예산이 시민운동 출신들로 구성된 유사 공적 기관에 배분되었다.
4. 정당 후보 공천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관여하고 캠프중심의 정치가 펼쳐지며 정부 여당이 대통령 권력기구의 하 위기구로 전락하면서 정당이 소외되는 현상이 초래되었다. 캠프정치와 열정적 지지자 모임의 결합, 이에 동반되는 집단 적 공격성으로 한국 정치에서 시민사회 공론장이 황폐화되 고, 정당은 대중으로부터 소외되었다.
- 도대체 우리에게 문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앞서 문화는 한 집단의 사람들이 갖는 생활방식'이라고 정의했다. 미국의 문화사 대가 자크 바전은 “문화의 핵심은 바로 살아 있는 과거다”라는 설 득력 있는 요약을 내놓았다. “성토한다고 해서 싫어하는 것에서 풀려나는 것도 아니요, 과거를 무시한다고 해서 과거의 영향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는 20세기 최고의 문화전문가라 할 수있는 자크 바전의 문화에 관한 예리한 함축이다. 또 자크 바전은 “문화는 고유 관습과 전통, 개인의 버릇이나 조직의 관행, 계급의 행동 규범과 선입견, 언어나 사투리, 가정교육이나 직업, 교리, 가치관, 관례, 유행, 미신 그리고 가장 좁게는 기질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문화는 오랜 기간 축적되어 아직도 살아 있는 과거이며, 쉽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문화는 형성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한번 형성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 자크 바전은 평생 서양 문화의 발전 과정을 연구했고 93세가 되던 해에 대작 《서양문화사 500년 1500-2000, 새벽에서 황혼까지》를 출간했다. 이 책을 쓰는 데 얼마나 걸렸느냐는 질문에 자크 바전은 “한평생이 걸렸지요”라고 대답했다.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문화의 연구에는 평생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자크 바전의 책은 문화의 중요성, 나아가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서양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역작이다.
-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이 '사회 통합 여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구성원이 사회에 통합되어 있지 않다고 느낄 때 크게 증가하는 사회적 현상이라는의미이다. 그는 사회에서 구성원 간에 신뢰가 높고 잘 통합되어 있을 때는 자살이 잘 나타나지 않다가 사회 통합이 와해되어 정서 적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극단적인 소외감, 단절감을 느낄 때 자살 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36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한다. 2010년부터 계속 감소세를 보여 왔으나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을 기준으로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률(자살률)이 24.7명에 달한다. OECD 국가 평균 11.5명보다 2배 이상 높은 수 치다. 우리 사회의 자살률이 OECD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그만큼 사회에서 포용이 부족하여 통합되지 못하고 서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보아야 한다.
- 뢰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레이첼 보츠먼은 신뢰의 위기 를 다른 전문가들과는 다르게 분석한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현대 에는 신뢰가 약화되어 위기”라고 진단하는 반면 보츠먼은 “신뢰가 약화된 것이 아니라 신뢰가 종전과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 주장한다. 자신의 저서 《신뢰 이동》에서 종전에는 지역이나 제 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신뢰의 대상이 디지털 시대에는 수평적 으로 분산되어 사람들과 플랫폼으로 이동한다고 분석했다. 지역 적 신뢰는 '모두가 서로를 아는 소규모 지역 공동체에서 살던 시 대의 사적 신뢰다. 제도적 신뢰는 정부, 미디어, 기업, 비정부기관 등 제도에 대한 공적 신뢰다. 디지털 시대에는 정부, 미디어 등 제 도적 신뢰가 약화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속하는 개인, 회원, 동료 같은 사람들과 매개하는 기술로 신뢰의 대상이 이동한다고 보츠먼은 설명한다. 디지털 도구에 의한 신뢰가 확대된 것이다.
- 법에 대한 불신이 준법의식을 가로막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런 법이 어디 있느나?', 그런 법은 못 지키겠다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정치인들도 이를 부추긴다. 법이 내가 가진 도덕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 법은 결과적으로 나를 옭아맬 것이며 나에게 불리한 법은 잘못된 법, 부당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의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그랬듯이 그런 법 은 지킬 필요가 없다라는 사고가 남아 있다. 법이 가져야 할 권위 와 신뢰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 의 정당성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내세워 법이 내가 생각한 정당성 요건을 다 갖추어야 존중하겠다'라는 사고는 수용될 수 없다.  결국 법치주의 요건의 문제가 아니라 법에 대한 불신과 법 집행의 문제이다. 아직 선진사회의 핵심 요건인 법치가 아직 우리 사회의 문화로 정착되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법치주의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의 법치가 불완전하다는 인식은 법의 내용보다는 주로 법 집행의 공 정성 문제, 법이 엄정하게 시행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법치의 구현을 위해 더 관심 갖고 노력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 서양과 동양에서 법치주의에 관한 인식이 달랐던 기원에 대해 후쿠야마는 '종교와 통치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중세 유럽에서는 기독교 교회권력이 통치 권력을 압도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때는 교황이 교회법을 제정했고 통치자를 포함, 모두가 교회법을 따라야 했다. 왕 이나 군주는 통치 권력과 독립된 종교적 권위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군주 자신이 궁극적인 법의 원천이 아니며 자신도 평민과 같이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예컨대 교황이 만든 결혼과 상속에 관한 법령은 군주도 따라야 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종교도 황제의 권위에 절대복종해야 했고 황제를 앞서는 행위는 결코 허용되지 않았다. 법은 황제가 제정하는 것이며 모든 종교 사제들 또한 법에 기속된다는 점에서 일반 평민과 다를 바 없었다. 서양에서는 종교법을 계기로 통치자도 법에 기속되는 반면, 동양에서는 통치자는 법의 밖에 위치하며 법에 기속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진 배경이 되었다.
- 법원과 같이 어떤 사안에 대한 판정이나 결정을 내리는 기관에서 의장이 방망이를 3번 내리치는 것도 방망이를 치는 순간에 시비를 종료하고 논쟁을 마무리함을 의미하는 전통이다. 그런데 우리는 방망이 소리를 듣고서도 최종 판결을 신뢰하지 못하고 수용하지 않거나 반발하는 사례가 많다. 과거 무사나 기사가 주도하던 나라에서는 전쟁이나 결투에서 패하고도 승복하지 않으면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그러나 조선과 같이 관료 학자들이 말로 싸우는 문화에서는 언제까지고 논쟁을 계속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론 싸움은 명확한 우열이나 승패를 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승복하지 못하는 관행이 우리의 오랜 전통과 문화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짓밟혀도 굴복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은 우리 민족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원은 불굴의 정신을 발휘할 곳이 아니며 결과에 승복해서 갈등을 해결하는 곳이다. 
- 고려시대에는 개방적인 정책을 펴서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인재라면 두루 등용해 관료나 기술자로 활용했다. 외국인이 등용되기도 했다. 1123년에 고려에 왔던 송나라 사신 서긍이 기록한 바에 의하면 “고려에 항복한 거란 포로 수만 명 가운데 10명 중 한 명은 기술자인데, 그 가운데 기술이 정교한 자를 뽑아 고려에 머물 게 했다. 이들로 인해 고려의 그릇과 옷 제조 기술이 더욱 정교해 졌다.” 그런데 이런 개방적인 정책은 조선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이 고려의 개방 정책 전통을 이어간 것 같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도자기 기술자, 도공들은 일본에 가서는 사무라이급 대우를 받았다. 일본의 보물을 만들기 위해 도공을 데려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였다. 임란이후 이들은 귀국을 거부했다. 조선에 귀국하여 천민 대우를 받느니 차라리 외국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며 살기를 원 했다. 그 후 일본에 남은 도공들은 기술 개발에 전념해 일본의 도 자기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 사이 조선의 도자기 산업은 쇠퇴했고 일본과 기술 격차가 벌어져 상황이 역전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일본 도자기의 아버지 심수관도 이 과정에서 일본 에 남은 조선 출신 도공 중 한 명이었다.
- '진정한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한 장 폴 사르트르는 실존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다. 그는 한때 마르크스, 레닌, 모택동 등 공산주의자에게도 빠졌고 정치 참여적인 문학과 철학 작품들로 프랑스의 지식인들과 정치계에 큰 영향을 끼쳤 다. 사르트르는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수상 을 거절했고 이후 프랑스 최고 훈장, 레종 도뇌르'도 거부했다. 수 상 거절의 이유로 사르트르는 “어떤 인간도 살아 있는 동안 신성 시되길 원치 않는다” 라는 말을 남겼다. | 장 폴 사르트르는 1965년 일본에서 지식인의 역할에 관해 세 차례에 걸쳐 강연했다. 강의 내용은 지식인을 위한 변명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어 널리 알려졌다. 사르트르는 자신을 기만하면서 지배 계급의 사주를 받아 특수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지식인들 을 '사이비 지식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사이비 지식인은 진정한 지식인처럼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아니다. 하지만...” 또는 "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그래도...” 식의 책임회피식 화법을 즐겨 쓴다고 지적했다. 사르트르는 “지식인은 고독하며, 고독은 지식인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진정한 지식인은 우리 시대의 모든 갈등 속에 스 스로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였다. 왜냐하면 ‘우리 시대의 갈등은 그것이 계급 간 갈등이든, 국가 간 갈등이든 상관없이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지배 계급의 억압으로부터 비롯된 결과 이기 때문이었다. 사르트르는 피지배 계급은 지식인에게서 '이데 올로기가 아닌 '실천'을 요구한다며 실천적 지식인이 되기 위한 두 가지 자세를 요구했다. 첫째, 지식인은 끊임없이 자기비판하면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둘째, 혜택 받지 못한 계급의 행동에 구체적으로, 거리낌 없이 참여해야 한다.
- 정부·국가와 민간 시장의 역할 분담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최근에 좋은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저서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2020년에 발간한 《좁은 회랑The Narrow Corridor)에서 국가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사회가 국가에 일정한 족쇄를 채워 견 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은 족쇄를 채워 견제하지 않으면 전체주의적 독재정치로 전락할 우려가 있으 므로 민주 국가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구현하고 경제가 번 영하기 위해서는 국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사회의 능력이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복잡 다기화되는 현대 경제와 사회에서는 국가의 기능이 확대 되고 사회안전망이 강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데, 그 국가의 기능 확대는 이를 견제하는 사회의 역할 이 강화되도록 반드시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회가 국가를 견제하는 역할은 사회 집단 간의 사회적 합의나 사회 공동체 확대 등의 방법으로 사회 결집력을 강화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들이 국가로 묘사한 '리바이어던 Leviatha'은 구약성경에 나오 는 거대한 바다괴물로서 폭력적 국가권력을 의미한다. 만인의 만 인에 대한 투쟁, 즉 무정부 상태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국가를 설립했지만 강력한 국가 권력이 통제되지 않으면 리바이어 던과 같은 폭력과 공포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국가 권력은 적절한 통제가 수반되지 않으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의 선택  (0) 2021.04.10
로봇시대 일자리의 미래  (0) 2021.04.10
코로나 디바이드  (0) 2021.03.14
수소사회  (0) 2021.03.09
가난의 문법  (0) 2021.03.09
Posted by dalai
,

라면의 재발견

etc 2021. 4. 3. 15:16

- 국수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후한後漢(25~220) 시대의 사전 인 《석명名》에 나오는데, 그 이름은 삭병?이다. 새끼줄 삭, 떡병, 새끼줄 모양의 떡을 뜻하는 단어다. 그런데 한자 병?은 떡이 아니라 밀가루 반죽을 의미한다. 밀가루를 반죽해 새끼줄 모양으로 빚었다면 국수가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조리법을 포함한 국수의 구체적인 모습은 6세기 전반 남북조시대에 쓰인 가장 오 래된 종합 농업기술서 《제민요술齊民要術》에 등장한다. 이 책에는 수인병'이라는 음식이 등장하는데, 이를 한자 뜻 그대로 풀이하면 물에 담그거나 띄운 국수 반죽 이다. 책에서 설명한 수인병의 제조법은 밀가루를 곱게 쳐 육수로 반죽한 다음 손으로 잡아 늘려 길게 만든다는 것이고, 이름은 조리법에서 유래한 것이다. 여기에서도 국수를 의미하는 '면麵이 아니라 떡을 뜻하는 '병?으로 표기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옛 중국에서는 밀가루를 면麵, 밀가루로 만든 모든 것을 병?이라 썼다. 즉, '병'에는 떡도 국수도 만두도 모두 포함됐다. '병'의 개념은 이탈리아어 파스타 pasta'와 닮았다. 파스타도 스파게티와 같은 국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모든 음식을 뜻한다. 스파 게티뿐 아니라 라자냐, 피자도 파스타인 것이다. 국수는 제분 기술, 즉 밀을 곱게 빻는 기술뿐 아니라 제면製麵 기술, 곧 밀가루를 탄력 있게 반죽해 길게 뽑아내는 기술까지 발달하고 나서 만들어진 요리인 것이다.
- 밀의 원산지이자 지금도 많은 밀 수출량을 자랑하는 곳은 흑 해 연안의 중앙아시아다. 그렇지만 국수를 세계로 전파한 곳은 중국이다. 당·송시대 이래 중국은 명실상부 전 세계 경제·문화의 중심지였다. 실크로드를 통해 이슬람 세계를 넘어 유럽과의 교 역도 활발했다. 동으로는 인접한 한반도 및 일본 열도, 남으로는 동남아시아 지역과 때로는 정복을 통해, 때로는 조공무역을 통 해 사람과 문화가 서로 섞여들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는 데서 큰 계기가 된 것은 명나라 영락제 때 있었던 정화의 원정이다. 29년간이나 이어진 이 대규모 해상 활동을 통해 중국인의 동남아시아 이주, 즉 화교의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이때 동남아시아에 남은 수많은 중국 인이 국수를 그리워했다. 그러나 밀의 재배에 적합지 않은 동남 아의 기후 탓에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국수를 만들었으니, 이렇게 쌀국수가 탄생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 역시 밀의 재배에 적합지 않은 기후 탓에 밀 대신 메밀가루를 반죽해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한국에서는 냉면(과 막국수), 일본에서는 소바(메밀 국수)가 대표적인 면 요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오히려, 밀을 주곡으로 삼은 유럽에서는 국수가 빵의 자리를 넘보지 못했다. 밀가루 반죽을 끓이는 것이 아니라 굽는 조리법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탈리아에서만큼은 예외다. 파스타는 이탈리아어로 반죽을 의미하며, 얇게 편 밀가루 반죽을 적절히 잘라놓으면 모두 파스타라고 부를 수 있다. 《동방견문 록》을 남긴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가 13세기 베이징을 비 롯해 중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맛본 국수 요리를 고향 이탈리아로 들여오면서 파스타로 정착했다는 설이 퍼진 적도 있지만, 이미 12세기 시칠리아에는 '잇트리아'라는 건조면 형태의 파스타가 있었다. 파스타의 유래는 확실히 전해지지 않으나, 이슬람 문화 권을 통해서 전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 메이지시대(1868~1912) 중기 요코하마와 나가사키 차이나타운의 길거리 음식인 난킹소바南京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번졌고, 이 음식의 이름이 지나소바를 거쳐 주카소바로 정착 했다. 주카소바는 먼저 일본에 정착한 중국인들이 먹는 음식으 로, 곧이어 일본인도 즐기는 대표적인 중국 음식으로 인기를 얻었다. 일본에는 이미 밀가루로 만든 면 요리인 우동이 있었다. 게다. 가 우동은 일찍이 중국으로부터 제분·제면 기술을 도입한 이래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이었다. 그렇다면, 주카소바의 어떤 매력이 일본인들에게 어필한 것일까? 우동의 면발은 희고 고운 반면 주카소바의 생면은 약간 노르스름한데, 밀가루 반죽에서의 차이 때문이다. 밀가루, 소금, 물로 반죽하는 우동과는 달리 주카소바는 알칼리 성분이 함유된 간수로 밀가루를 반죽해 만든다. 밀가루에 알칼리 성분이 들어가면 노르스름하게 변하고, 반죽에 탄력을 주어 면발을 쫄깃하게 만들어준다. 우동 반죽은 탄력을 얻기 위해 손으로 치대고 발로 밟는 등 많은 힘을 들여야 하지만, 주카소바 반죽은 간수 덕분에 적은 노력으로 탄력이 생긴다. 또한 가쓰오부시 육수에 간장을 더한 우동 국물과는 달리, 주카 소바 국물은 닭고기, 돼지고기 등으로 만든 육수에 채소를 더해 진한 맛을 냈다. 주카소바가 '라멘'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이유에 대해서는 아 직 정설이 없다. 중국의 납면拉麵(중국어 발음 lamian) 혹은 유면 柳변(중국어 발음 liumian)에서 왔다는 설이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1900년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는 이미 라우멘'이 라는 메뉴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주카소 바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하는 라멘집은 흔하며, 중화요릿집은 대부분 라멘을 팔고 있다.
- 일본 라멘의 기원은 인천에서 중국인 노동자의 음식으로 시 작한 우리의 짜장면과 닮았다. 중국을 고향으로 한 이 두 가지 면 요리는 그 역사가 한 세기를 넘겼다는 역사성, 본토를 능가하 는 인기와 대중성, 남성 노동자들의 음식이었다는 기원 등 여러 모로 공통점이 많다. 메이지시대부터 시작된 주카소바의 인기는 산업화가 시작된 일본에서 더욱 커졌다. 많은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들었고, 그들 중 상당수는 일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그 옛날 송나라 카이펑에서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국수가 인기를 끈 것처럼, 또 소바가 에도의 패스트푸드로 조닌들의 주식이 되었던 것처럼, 값도 싸고 열량도 높은 주카소바는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 들에게 딱 맞는 식사로 정착했다. 1945년 이후 일본 전역에 걸쳐 주카소바를 파는 작은 음식점이나 노점이 늘어났고, 말린 멸치나 가쓰오부시 등을 육수에 첨가하는 등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변화되면서 일본에서 먹을 수 있는 주카소바의 종류가 더 많아졌다. 이처럼 완전히 일본화되고 메뉴의 종류도 다양해지자, 새 이름을 붙이려는 노력이 여기저기에서 시도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라멘'이라는 명칭은 인스턴트 라면이 탄생한 후인 1960년대에 들어서 보편화 되었다.
- 1963년 9월 15일,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이 세상에 나왔다. 1958년 일본에서 라면이 개발되어 나온 지 5년 만이고, 스프 별첨 라면이 등장한 지는 1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삼양라면의 가격은 10원이었다. 라면 개발의 결정적 계기가 된 꿀꿀이죽 가격의 딱 2배였다. 당시 담배 한 갑이 25원, 김치 찌개 백반이 30원, 커피 한 잔이 30~35원, 짜장면이 40원 정도 였으니,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었다. 1958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일본 치킨라면의 가격이 35엔이었는데 당시 일본에서 커피와 우동가격이 60엔 정도였던 것과 비교해도 한국이 확실히 더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한 셈이었다. 더구나 당시 일본 라면의 평균 중량이 85그램이었는데 삼양라면의 중량은 100그램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했다.
- 일본의 라면이 중국식 면 요리인 주카소바를 바탕으로 한 것 처럼, 한국의 라면도 처음에는 기술 제휴를 맺은 일본 묘조식품 라면의 모조품이었다. 비록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이 대박을 터뜨리긴 했지만, 한국인의 입맛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묘조라면처럼, 삼양라면 또한 닭 육수를 베이스로 국물 맛을 냈다. 그러나 이 허연 국물이 한국인에게는 닝닝하게 느껴졌다. 한국인은 설렁탕, 곰탕 같은 진한 쇠고깃국에도 깍두기 국물을 타서 먹는 이들이 아닌가. 전종윤의 회고에 의하면, 1966년 삼양라면을 맛본 당시 대통령 박정희가 한국인들은 얼큰한 음 식을 좋아하니 스프에 고춧가루를 넣어보라는 제안을 할 정도였다. 삼양식품은 한국인의 입맛에 어떤 맛의 라면이 적합할지 조사했다. 같은 매운맛이라 해도, 일본인들은 후추와 산초의 톡 쏘는 매운맛을 좋아하는 반면, 한국인은 김치를 통해 익숙한 고추의 경우에도, 한국인들은 굵고 쫄깃해 씹는 맛이 있는 면을 선호한다는 것이 당시 제품 개발을 위한 조사 결과였다. 점차 한국의 라면에는 마늘, 생강, 양파 등 매운맛을 내는 양 념이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고춧가루였다. 급기야 삼양식품은 1990년 1월에는 하루 3,000킬로그램의 고춧가루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고추 분쇄 자동화 라인을 갖추기도 했다. 매운 라면에 대한 한국인의 선호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辛라면, 열라면, 불닭볶음면 등 매운맛을 내세운 수많은 라면이 여전히 판매 순위 윗줄을 차지하고 있다.
- 롯데가 소고기라면을 내놓기 전까지 삼양식품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90퍼센트 이상이었다. 소고기라면의 히트로 시장 점유율을 점차 넓혀가던 롯데가 대약진의 기회를 잡는 시기는 1975년, 회사 이름까지 바꾸게 한 '농심라면'이 출시되었다. 코미 디언인 구봉서와 곽규석이 등장해서 “형님 먼저 드시오, 농심라 면”, “아우 먼저 들게나, 농심라면”이라는 대사를 주고받았던 텔 레비전 광고가 크게 히트하면서 라면 판매도 대박을 터뜨려 시 장 점유율을 30퍼센트대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이 라면의 성공으로, 1978년 롯데공업은 (주)농심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롯데그룹에서 완전히 독립했다.
- 1980년대는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이라는 '3저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던 시기다. 라 면 업계의 판도 또한 이때 들어 크게 흔들렸다. 삼양식품과 농심 두 회사가 지배하던 업계에 한국야쿠르트가 1983년 팔도라면이 라는 브랜드를 앞세우며 뛰어들었고, 바로 뒤따라서 청보와 빙그레가 라면 사업에 진출했다. 청보식품은 풍한방직의 계열사였는데, 1984년에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청보는 그다음 해인 1985년에는 삼미 슈퍼스타스 프로야구팀을 인수하여 청보 핀토스로 팀명을 변경한 다음 프 로야구 리그에 참가하기까지 했다. 이주일 등 톱스타를 내세운 광고는 호평을 받았고 가격도 싼 편이었지만, 기술력의 부족으 로 맛을 내는 데에서는 실패했다. 결국 청보식품은 3년 만에 도 산하고 말았으며, 생산 시설은 전통 있는 식품 회사인 오뚜기가 인수했다. 1986년에는 식품 업계의 강자 빙그레가 닛신식품과 기술 제휴를 하고 라면 시장에 진출했다. 우리집라면'이 제법 인기를 끌면서, 1989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12퍼센트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이라면, 맛보면 등 독특한 이름의 라면을 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빙그레는 라면 사업 진출과 함께 일곱 번째 프로야 구단을 창단해, 잠시나마 청보 핀토스와 라면 더비'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청보의 도산과 빙그레의 라면 시장 철수로 인해, 라 면 5강 시대는 오래가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1987년 말 청보의 시설을 인수한 오뚜기는 1988년부터 진라면, 참라면, 라면박사를 내놓으며 라면 시장에 데뷔했다. 처음에는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을 만한 저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과 순한 맛을 내세운 진라면을 히트시킴으로써 새로운 소비자층을 끌어들이게 되었다. 1960년대에 등장한 삼양과 농심, 1980년대에 뛰어든 팔도와 오뚜기는 지금까지 건재하며 라면 업계 빅4를 형성하고 있다.
- 2010년대 소비 트렌드의 하나는 '모디슈머'다. 모디슈머는 'Modify(변경하다)'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기성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더라도 제조사가 제안한 방법에서 벗어나 자신의 기호에 맞게 여러 제품을 조합하거나 자신만의 새로운 활용법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소비 계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스카 프를 스카프로만 두르지 않고 스커트나 헤어밴드로 활용한다거 나 의자나 책상 등 가구를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하지 않고 이렇 게 저렇게 조합해 자신의 공간에 딱 맞게 사용하는 것 등을 가 리킨다. 이렇게 자신만의 활용법을 개발하여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면, 그 아이디어가 확산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제조사 에서 그렇게 응용된 제품을 상품으로 개발해 출시한다. 이런 순 환이 가장 활성화된 분야가 다름 아닌 라면인 것이다. 한 가지 라면에 자신만의 식재료나 조리법을 추가해 먹는 것, 또 두 가지 이상의 라면을 조합해 새로운 라면으로 먹는 것, 이각각의 활용법을 제품화한 대표적인 라면이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농심의 짜파구리다. 매운맛을 극대화한 기존 불닭 볶음면에 크림 소스를 넣어 매운 정도는 가라앉히면서 고소함을 더한 레시피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했다. 이에 착안한 삼양 식품은 처음에는 한정 판매 형태로 2017년 12월 까르보불닭볶 음면을 출시했고, 이 제품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2018년 5월 부터 정식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핵심 제품인 불 닭볶음면을 중심으로, 치즈불닭볶음면, 짜장불닭볶음면, 미트스 파게티불닭볶음면 등의 모디슈머 제품을 다수 개발했는데, 이들 제품을 까르보불닭볶음면이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 라면 입장에서 보면 가정간편식 시장 확장은 커다란 위기다. 라면은 간편식과 대체재 관계에 있다. 예전이라면 라면을 먹었을 상황에서 라면만큼, 어쩌면 라면보다 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정간편식의 시장 확대는 라면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면 업계가 선택한 방법은 이 위기를 기회 삼아 가정간편식 시장과 함께 성장할 활 로를 모색하는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시도는 '집밥 콘셉트의 라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고추장찌개, 북엇국, 미역국 등 반찬으 로 먹을 수 있는 국, 찌개를 라면과 융합한 제품이다. 사실, 이미 1969년 삼양식품의 '칼국수'를 시작으로 짜장면, 비빔국수, 짬뽕, 우동, 냉면, 울면 등 대중이 즐기는 많은 음식이 라면 제품으로 출시되곤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국수의 라면화로 한정되었다. 이와 달리, 2010년대에는 우리가 흔히 먹는 식사 메뉴가 라면화되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과 정은숙이 함께 쓴 책 《서울을 먹다》(따비, 2013)는 서울의 서민들이 즐기는 외식 17개를 다루었는데, 이 중 라면화된 음식이 무려 6개다. 삼양식품의 한국곰탕면 (2017년), 삼계탕면(2019년), 백순대볶음면(2020년)과 팔도의 놀 부부대찌개라면(2011년), 농심의 부대찌개라면(2016년), 감자탕면 (2017년) 등인데, 17개 외식 음식 중 족발과 곱창볶음, 골뱅이무 침, 돼지갈비, 빈대떡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두 '라면화된 것 이다. 서울 시민들이 즐겼던 외식 중 대다수가 국·탕류였기 때문 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저 17개 음식에 포함된 냉면, 칼국수와 떡볶이는 진작에 라면화된 바 있다. 대표적 집밥 메뉴 중 하나인 미역국을 라면화한 오뚜기의 쇠 고기미역국라면(2018년)은 출시 2개월 만에 1,000만 개가 팔려 나갔다. 오뚜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북엇국라면(2019년)을 출 시했다. 삼양식품에서는 진짜 바지락이 들어 있는 바지락술찜면 (2019년)을 선보이기도 했다.

Posted by dalai
,

뉴로제너레이션

과학 2021. 4. 3. 15:14

- 뇌파도는 읽기 전용' PDF 파일 같다. 두개골 속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보여주기만 하지 어떤 방식으로든 바꾸지는 않는다. 뇌의 활동을 엿볼 수 있게 해 주는 비침습성 방식의 발견으로 뇌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방식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고, 이제 의사들은 베르거가 개발한 뇌파계로 뇌전증, 수면장애, 외상성 뇌손상 과 같은 증상을 탐지한다. 그러나 주파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 는 뇌파를 확인하는 것은 뇌파도를 활용하는 출발점일 뿐이다. 현 재 기술로 우리는 뇌의 어느 영역에서 활동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 수 있고, 그 활동이 피질 전체로 동기화하는 방식을 상세히 파 악할 수 있다. 복잡한 머신러닝을 이용하면 육안으로 뇌파도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작은 파동을 감지하여 의미 있는 데이 터를 얻을 수 있다. 뇌 활동 전부를 수학적 모형과 알고리즘으로 분석하여 사고와 명령과 연관된 패턴을 추출한 후 인지 지표와 성과 지표에 더해 청각 처리, 언어 인식과 흥분, 흥미, 스트레스, 몰입 및 권태, 주의력, 휴식 등 다양한 감정을 평가할 수 있다. 종이에 나타난 파동을 본다고 하기보다 뇌를 3차원으로 그려내는 것에 가깝다. 게다가 모든 과정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이렇듯 발전을 거듭했지만 뇌파계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뇌 에서 수백만 개의 뉴런이 함께 발화해도 바깥에서는 뉴런의 활동 이 작은 신호로만 나타난다. 일단 뉴런이 보내는 신호가 뇌를 보호하는 두터운 3중 조직인 뇌막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다시 전극에 도달하기 전에 두개골, 두피, 마지막으로 머리 카락까지 지나야 한다. 뇌에서 지진해일같이 강한 신경 활동이 일 어날 때 뇌파계가 가장 잘 작동하는 이유이다. 미식축구 경기장수십 미터 상공에 떠 있는 드론이 됐다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경 기가 끝나고 경기장에서 우르르 나가는 관중을 쉽게 파악할 수 있 다. 그러나 3쿼터 후에 구내매점으로 향하는 팬 한 명은 쉽게 알아 차리지 못할 것이다. 뇌파계는 자잘한 활동이 아니라 큼직한 활동을 감지한다.
- 데이터에 숨어 있는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데이터마이닝 Data mining 과 같은 새로운 전략을 이용하면 자기 보고가 지닌 문제를 피하고, 구매 활동을 보고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매 했는지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구매까지 이르는 사고 과 정에 도사리는 왜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여전히 알지 못한다.  1990년대 이후로, 기업들은 구매 원인을 파악할 때 추측을 삼가고 결정이 시작된 근원인 뇌를 직접 알아보기 위해 '뉴로마케 팅Neuromarketing'을 탐구하고 있다. 뉴로마케팅은 이전에 파악할 수 없던 뇌 정보를 제공해 뇌 영상 촬영 역사를 새로 쓴 fMRI 기술이 개발된 이후에 등장했다. 
- 바로 가까운 미래에 뇌파계 헤드셋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즉 뇌와 뇌파계 기술을 통합하여 여러분에게 꼭 맞도록 환경을 제어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것이다. 스마트폰, 시리, 알렉사 같은 디지털 도우미와 여러분은 공생 관계를 맺을 것이다. 오후 6시에 잠재 주 요 고객이 다음 날 회의에서 논의할 광고 캠페인의 스토리보드를 요청한다고 가정해보자. 시간에 맞추기 위해 여러분은 '몰입'해야하고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해야만 할 것이다. 이미 '몰입' 상태로 진입하는 방법이 입력되어 있다면, 뇌파계 헤드셋이 뇌파를 보고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신호를 감지하여 여러분이 계속 집중할 수있도록 주위 환경을 최적화할 수 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는가? 기운을 북돋을 만한 게 필요한가? 뇌파계 헤드셋이 이런 신호를 감지하여 사무실 불빛을 환하게 밝히고, '재생' 단추를 눌러 집 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틀 것이다. 여러분은 '불을 켜야겠네' 혹은 음악을 들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뇌파계 헤드셋이 다 해줄 것이다. 게다가 뇌파계 헤드셋은 스트레스 징후에 반응하여 환경을 조정할 수 있고, 여러분이 태도를 바꾸도록 경보를 울릴 수도 있다.
- 아직 연구 단계에 있는 경두개 직류자극법과 달리 경두개 자기자극법은 주류 치료법으로 도약해 효과를 입증하는 증거를 산더미처럼 쌓아놨고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까지 받았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의사들이 전류를 발생시키는 물고기 덕을 톡톡히 봤을 거라는 의미이다. 만성 통증 환자 183명을 대상으로 아홉 번을 시험하고 분석한 결과, 반복적 경두개 자기자극법,TMS을 이용 하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이제는 존스홉킨스 등 손꼽히는 연구 중심 병원에서 치료법으로 반복적 경두개 자기자극법을 처 방한다. 자기장의 흐름인 자류로 뇌를 바꾸는 방법은 기존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우울증 환자를 위한 대체 치료법으로 등 장했다. 2010년 이후로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는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경두개 자기자극법을 2차 치료법으로 추천하고 있다. 
-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심박 조율기 원리를 본떠 만성 통증, 파킨슨병, 뇌전증 등 여러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신경계에 전 기를 적용하는 신경 자극기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지난 30년 동안, 신경질환을 치료할 때 신경이나 뇌에 일정한 자극을 가하는 개방 회로 시스템을 적용한 신경 자극기를 사용했다. 로셀리니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지금 심박 조율기처럼 폐회로 피드백 시스템에서 정보를 얻어 신경계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는 신경 자극기가 더 나아지고 빨라질 거라고 예상한다. 신경 자극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뇌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틀을 마련하고, 머신러닝을 데이터에 적용하여 이전에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뇌를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신경 자극기 데이터는 뇌파도와 비슷하지만 측정 대상이 뇌속 더 깊이 있다는 게 다르다. 앞에서 소개했듯 잡음 때문에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뇌파도에 비해 잡음 대비 신호 비율이 더 높다.
- 2010년 7월, 미스 그는 센프란시스코에 있는 전문대에서 자리를 꽉 채운 사람들에게 그동안 꽁꽁 숨기왔던 뉴럴링그의 장기 일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스페이스에스와 테슬라를 설립한 억만장자 CEO)이기도 한 그는 장치를 보고 홀린 사람들에게 확장된 대역폭을 통해 어떻게 많은 정보가 뇌 속 깊이 삽입한 가느다란 '실'에 연결된 귀 뒤 작은 컴퓨터 칩에 도달하는지 설명했다. 삽입물을 어떻게 집어넣는 것일까? 의사가 로봇을 조종하여 두개골에 직경 약 2밀리미터의 작은 구멍 여러 개를 뚫고 재봉틀처럼 뇌에 실을 집어넣는다. 그러면 귀 뒤에 있는 컴퓨터 칩으로 뇌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무선 연결할 수 있다고 머스크가 말했다. 그는 단순히 기억력이 절정이던 시절로 돌아가려는 사람뿐 아니 라 척수 부상, 팔다리 절단 수술, 뇌졸중을 겪은 사람이나 시각장 애인이 이 장치를 요긴하게 쓸 미래를 그린다. 그는 2020년 말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시작하려고 한다. 미래학자, 인공지 능 기술자, 그리고 뇌의 진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목해야 할 것이다.
- 네덜란드의 신경과학자 란달 쿠너Randal Koene는 인간에 기계의 능력을 더하는 이 개념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인간의 뇌를 컴퓨터 에 업로드하는 '전뇌 에뮬레이션 Whole brain emulation' 이라는 개념 을 수년간 연구했다. 성공한다면, 우리는 지구에서만 살 수 있는 생물학적 신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가상세계 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일론 머스크 등 다른 혁신가는 인간 이 기계의 속도에 맞출 수 있도록 컴퓨터 처리 기능을 인간의 뇌 로 업로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완전히 흐려지지는 않았지만, 인공지능은 적용할 수 있는 분야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을 둘러싸고 혼란이 있기 때문에 관련 용어를 분명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이라고하면 당연히 기계가 반복적인 일은 물론이고 창의적이고 지적인 일까지 모두 할 수 있을뿐더러 인간보다 더 잘하는 범용 인공지 능AGI 또는 초지능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것은 인공지능의 일부에 불과하고 아직 그림의 떡이다. 딥러닝이 나 머신러닝 같은 '약인공지능 Narrow AI'은 오늘날 이미 수천 개에 달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되고 있다. 딥러닝 덕분에 명령을 입 력하지 않아도 컴퓨터 시스템은 패턴을 파악하여 산더미 같은 데 이터를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꼼꼼히 가려낸다. 이번 장에서 여러분은 범용 인공지능이 현실에 닥칠 경우를 대비 하여 우리가 자신과 뇌의 앞날을 보호할 안전장치를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약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인지 능력을 확장하는 다양한 방식을 알게 될 것이다.
-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하이브리드가 된다는 미래는 마냥 신날 것 같지만 많은 위험을 품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세상을 경험할 때 인공지능 조언자에 너무 의존하 다 보면 연결되지 않았을 때 자신을 불완전하다고 느낄까? 기계로 작동하는 조언자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거나 아예 떨어지지 못하는 수준에 이를까? 우리 뇌가 인간-기계 하이브리드를 겪다가 인공지능에 밀려버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까? 인간 뇌의 기능은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매일 열심히 프랑스어 회화를 연습한다면, 신경 통로가 강화되어 파리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화장실이 어디예요?'라는 말을 금방 기억해낼 것이다. 반면, 파리에 도착하고 나서 인공지능에게 프랑스어 통역을 맡기면, 여러분의 뇌는 실제로 말하는 방법을 학습하 지 않는다. 인공지능을 여러분 곁에서 빼앗는다면, 화장실을 당장 가야 할 때 여러분은 큰 곤경에 처할 것이다. 개발자는 우리가 미 래에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지 않고 인공지능과 우리의 뇌를 통합 할 수 있도록 앞서 말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동시에 인간 뇌의 바람직한 진화를 염두에 두면서 최종 목표에 도달할 경로를 전략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 성별에 따른 뇌의 차이를 보여주는 연구가 별로 없기는 하지만, 2014년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두엽 중 실행 기능, 충동 억제, 결정에 관여하는 영역은 여성이 더 넓은 반면, 공간 지각 및 공포와 분노에 관여하는 영역은 남성이 더 넓었다. 한 연구 결과, 시험 대상이었던 뇌 영역 80개 중 70개의 활성도가 여성에게서 더 높았다. 이는 여성이 생각이 더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남녀에게서 보이는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나는 성별에 상관없이 남녀 모두 똑같이 지적이고 능력 있지만,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뇌가 각기 다르게 연결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의성의 기원  (0) 2021.04.18
잔혹한 진화론  (0) 2021.04.18
생명이란 무엇인가  (0) 2021.03.28
톡 쏘는 방정식  (0) 2021.03.21
수학의 함정  (0) 2021.03.09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