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이야기
- 저자
- 이화승 지음
- 출판사
- 행성:B잎새(행성비) | 2013-06-20 출간
- 카테고리
- 역사/문화
- 책소개
- 인문고전 속의 인물들, 여불위, 자공, 범려, 관중... 이들은...
- 중국의 전통 사회에서 천하라는 말은 통치자가 하늘로부터 위임받은 형이상학적 공간을 말함. 천하는 지식인들이 미처 가보지 못한 미답의 세계로서 크고 의미 있는 뜻을 포함하는 데, 그 속에는 진리가 있고, 진귀하고 기이한 모험이 가득하며, 이를 움직이는 그 어떤 힘이 존재하는 곳임.
- 상인은 천하에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할 만큼 곳곳을 누비며, 지배층이나 다른 직업인들이 미처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확인하고 지식을 넓혀 갔음. 상인들의 이런 넓은 견문과 탄탄한 경제력은 역사 속에서 사회변혁을 능동적으로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했음.
- 사민론에서 농민은 가장 중요한 본이고, 상인은 가장 별 볼일 없는 말이었음. 사대부들은 상인을 수치스러운 존재라고 여겼음. 이런 본말관념이 생기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음
(1) 상업 발전이 자급자족을 기초로 하는 농업의 경제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두려움. 전국시대 말기 인물로 진나라의 천하통일에 기초를 세운 여불위가 농업의 이익이 10배라면 상업에서 얻는 이익은 100배에 달한다고 했듯이, 상업은 농업보다 월등히 이익을 많이 냈음. 그러나 상업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이익은 결국 다수의 농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므로, 농민들을 착취하는 상업발전을 제어해야만 농민의 생활이 안정된다는 논리였음.
(2) 영리를 추구하는 상인은 자연히 적은 자본으로 최대의 이윤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 그래서 사람들은 상인이 이익을 위해서라면 의로움도 팽개쳐서 의를 중시하는 사회개념에 위배된다고 봄
- 중농억상이 한창이 때 사기가 나왔으니, 사마천은 아마도 맨 마지막 순간가지 상업과 상인을 조명한 화식열전을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했을 것임. 결국 사마천은 조심스럽게 화식열전을 맨 마지막편에 실음. 화식열전의 내용은 매우 대담했음. 먼저 사마천은 상업, 임업, 수공업이 모두 농업과 더불어 중요한 국가산업이라고 인정. 그리고 작게는 개인에서부터 크게는 천하까지 경제적 기초를 튼튼히 해야 비로소 유가가 꿈구는 예를 갖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 또 백성들이 국가에 의해 직업을 강압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일을 선택해 최선을 다한다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음. 이렇게 각자 원하는 직업을 선택해 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이 바로 자연의 이치이니 백성들이 스스로 즐길 수 있을 때 그것이 바로 도라고 했음.
- 사마천의 상업과 상인을 위한 획기적인 시각은 훗날 많은 역사가들의 도전과 비판에 부딪쳤음. 특히 사마천의 사기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역사가 반고는 한서를 통해 백성들이 본업을 멀리한 채 상업을 좇는다며 사마천이 쓴 사기의 화식열전이 권력과 이익을 숭상하고 가난을 수치스럽게 했다며 직격탄을 날림. 그 밖에도 많은 지식인들이 인과 의를 가벼이 여기고 가난하고 궁색함을 수치럽게 했다며 화식열전이 미풍양속을 해치고 있다는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음.
- 사마천은 상인들의 활동을 통해 부는 사람의 기본적 성향으로 이는 배우지 않고도 갖게 되는 자연스런 욕망이라고 했음. 그리고 그는 부를 쌓는 방법을 본부, 말부, 간부의 세가지로 분류. 본부는 농업, 말부는 상공업, 간부는 정당하지 못한 수단으로 부를 쌓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상인들을 가리켰음. 사마천은 본부가 최상이고 말부가 다음이며 간부가 가장 나쁘다하고 농업사회의 관점을 그대로 보여줌. 그러나 부를 쌓는 실제 방법으로 농업이 공업만 못하고, 공업은 상업만 못하며, 수를 놓는 것은 시장에서 이를 사고팔아 얻는 것만 못하다하고 농업보다는 제조엄, 제조업보다는 상업이 이윤을 많이 내는 현상을 설명. 사마천은 부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방법도 제시. 그는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시장이니, 설령 고생을 한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돈을 벌어 토지에 투자하라고 했음. 농업사회에서 상업이 이윤이 제일 높지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돈을 번 다음에는 안전하게 토지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
- 수천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중국인들은 세계 어느 곳에 정착하든, 그곳에서 상업으로 번 돈은 반드시 먼저 토지에 투자. 만약 정착한 국가나 지역이 정책이나 법률로 토지에 투자하는 것을 막으면 중국 자본은 떠남. 70년대 우리나라가 토지에 투자하지 못한 중국자본이 떠나버린 대표적인 경우. 우리 정부가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제한하자 화교들은 자산을 대만과 미국으로 옮겨갔음. 자산만 움직인 것이 아니라 자녀들도 자산과 함께 움직였음
- 한나라 이전인 춘추전국시대부터 제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소금과 철의 독점판매를 실시한 바 있지만, 상홍양의 염철전매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규모가 작았음. 상홍양은 전국에 연철관을 설치해서 좀더 효율적으로 염철사업을 관리하면서 크게 발전시킴. 염철사업의 전매화는 국가가 대규모 사업을 주도하며 세수입을 늘리는 한편, 상대적으로 상인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제한하여 이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지방 호족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역할도 했음. 상홍양의 두번째 정책은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일이었음. 이를 위해 상홍양은 균수와 평준이라는 정책을 만듬. 당시 각 지방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중앙에 바쳐야 했음. 하지만 구매와 운송이 큰 부담. 상인들은 이것을 노려 필요할 때마다 시장가격을 조작해 큰 이익을 얻음. 이에 상홍양은 전국에 균수관을 설치해 각지의 특산물을 통일해서 관리하도록 함. 아울러 전국 각지에서 필요한 물자의 수요와 공급을 조사해 중앙이 통제하도록 하는 평준책을 실시. 이렇듯 균수와 평준책을 통해 국가가 물자수급을 적절히 관리하자 세수입을 충분히 얻게 됨. 그리고 백성들은 저렴하고 일정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됨.
- 상인이 과거를 치러 사회적 지위를 얻는 다는 것은 상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물리치는 것과 함께 명예와 부를 약속받는 것. 우선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세금과 요역에서 엄청난 혜택을 누렸기 때문. 그러나 과거시험은 개인의 노력 말고도 운이 따라야 했음. 상인들은 여전히 자제들의 과거 시험에 힘을 썼지만, 한편으로는 비록 과거를 치러 얻는 지위보다는 명예가 덜할지라도 결과만큼은 확실한 연납을 선호. 1450년부터 실시된 연납은 재해나 전쟁이 발생해 나라에서 관직을 파는 것. 돈이 필요할 때 돈을 주고 사들이는 관직은 비록 실제 권한은 없는 명예뿐인 허직이었으나 특혜는 상당했음. 연납은 관직매매라는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재정압박을 벗어나야 하는 나라의 현실과 사회적 보호막이 필요한 상인들의 열망이 잘 맞아떨어진 제도였음.
- 외국 상인과 거래하면서 규모가 커지자 은으로만 결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음. 동인도 회사는 거액의 생사거래를 하면서 런던은행을 통해 환어음 결제를 제안했고, 반진스은 대담하게 이를 받아들임. 반진승은 대외무역에서 최초로 환어음을 사용한 중국상인이었음. 당시 모든 거래를 은으로 주고 받으며 거래했던 공행상인에게 종인 한장만 믿고 큰 거래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험이었음. 미국 상인들도 182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환어음으로 결제했음. 반진승은 자본과 인맥으로 대외무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서 그의 사업은 1770~1780년 사이에 절정을 이룸.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물로, 많은 일들이 그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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