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경제학

경제 2022. 6. 5. 08:36

- 내러티브는 흔히 이야기 story와 동의어로 사용된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사용하는 내러티브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 제시하는 현대적 의미인 “특정 사회나 역사적 시기 등을 설명 또는 정당화하는 서술을 할 때 사용되는 이야기나 표현”이라 는 의미를 반영한다. 나는 이 의미를 더욱 확장하여, 이야기가 단순 히 사건들의 순차적 배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이고 싶다. 여 기서 이야기란 감정적 동조를 촉발하고, 일상 대화를 통해 쉽게 전 달되는 노래나 농담, 이론, 설명, 또는 구상이 될 수 있다. 그런 이야 기는 종종 이야기에 함께 엮여 있는 유명인에 힘입어 인간적 흥미를 이끌어낸다.
-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전자서명 알고리즘은 개별 소유자를 표시해 절도나 탈취를 방지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일찍이 1990년대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지만 이 내러티브의 전염성은 비트코 인 자체의 전염성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프로퀘스트의 전체 데이 터베이스에서 타원곡선 전자서명 알고리즘'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는 단 하나뿐이다. '전자서명 알고리즘'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도 5건에 불과했다. 비트코인 혁명을 탄생시킨 암호화 알고리 즘, 즉 RSA 알고리즘의 등장은 197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 퀘스트에서 검색된 'RSA 알고리즘' 언급 기사는 26건이지만, '비트 코인' 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15만 건의 기사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 준이다. 이런 막대한 차이는 비트코인 내러티브가 지닌 엄청난 전염성 때문이다. 전자서명 알고리즘은 마치 시험공부 때문에 억지로 암기해야 하는 단어처럼 들린다. 왠지 전문적이고, 어렵고 따분하다. 하지만 비트코인 내러티브는 다르다. 비트코인 투자가가 최첨단 기술을 발견해 부자가 되었다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단어가 쉽고 짧아 귀에 쏙쏙 들어 오고 친목 모임에서도 열띤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비트코인은 그중에서도 최고의 내러티브인 것이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이유는 흥미로운 것에 동참하고 그 경험을 통해 뭔가를 배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동 기가 유독 강력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컴퓨터 가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거라는 내러티브 때문이다. 
- 내러티브 군집뿐만 아니라 내러티브의 융합이 경제 사건을 촉발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융합confluence'이란 아무런 관련도 없는 듯 보였던 내러티브 집단들이 어느 시점에서 유사한 경제효과를 발휘함으로써 거대한 경제 사건의 발생을 규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2000년에 출간한 『비이성적 과열』에서 2000년 즈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미국 증시를 역사상 최고조로 과열시켰다가 이내 폭락하게 만든 10여 개의 촉발 요인, 즉 내러티브를 제시한 바 있다. 그 목록을 간단히 열거하자면 인터넷, 자본주의의 승리, 사업 성공의 신화, 공화당의 우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경제 언론의 성장, 낙관적인 전망, 새로운 연금 계획, 뮤추얼펀드, 인플레이션의 하락, 거래량의 증가, 그리고 도박 문화 의 도래였다. 거대한 경제 사건이 이례적으로 발생한 원인을 규명 하고 싶다면,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무관해 보이나 비슷한 시기에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 경제에 동일한 방향으로 영향을 끼친 내러 티브들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거대 경제 사건이 단순히 하나의 내러티브 군집 때문에 발생했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거대 경제 사건은 그렇게 딱 잘라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단순한 이야기나 전염 내러티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제 내러티브의 목록을 작성하는 편이 더욱 도움될 것이다.
- 래퍼곡선의 냅킨 이야기가 바이럴이 된 이유는, 이 래퍼곡선이 너무나도 중요하고 충격적이라 경제학 교수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정부 관리들에게 어서 빨리 사실을 깨우쳐주고 싶었다는 데에 있 다. 결국 이 내러티브가 전하는 긴박감과 깨달음 때문이다.
더불어 이야기에 담긴 풍부한 시각적 이미지는 경제학과 관련된 단순한 일화가 장기 기억으로 진화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냅킨이 라는 시각적 세부 사항은 사람들이 내러티브를 잊는 속도를 늦췄 고, 망각률을 감소시켜 더 큰 인구 집단까지 유행병처럼 번져나갈 수 있게 했다. 바이럴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기서 배 워야 할 중요한 교훈이 하나 있다. 청중에게 이야기를 각인시키고 싶다면 인상적인 시각적 이미지를 제시하라. 고대 로마의 키케로 의원도 시인 시모니데스를 인용하면서 그런 전략을 강조했다.
- 시모니데스는, 혹은 이 예술을 발명한 사람이 누구든 간에, 현명하게도 이러한 것들이 감각에 의해 우리의 마음속에 가장 강력하게 고정되고, 전달되고, 각인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는 그중에서도 가장 예리한 것은 바로 시각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귀로 듣거나 머리로 이해한 것에 상상력을 더하여 마음의 눈으로 그린다면, 가장 쉽고 오래 간직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표현은 프로퀘스트와 구글 엔그램 뷰어에 따르면 1970년대 전에는 사용되지 않았으나 이후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주주가치의 극대화'란 회사에 극도의 부채를 떠안기고 직원과 다른 이해당사자와의 암묵적 계약을 무시하는 등 기업사냥꾼 들의 미심쩍은 관행을 돌려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극대화' 라는 단어는 지적이고 과학적이며, 계산적임을 암시한다. '주주'는 회사 에 돈을 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지만 그들은 때때로 잊힐 수도 있다. 그리고 '가치'는 부나 이윤보다 긍정적이고 이상적 으로 느껴진다. 이 세 단어를 모아 하나의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이 야말로 1980년대의 발명품이었고, 기업사냥꾼과 그들의 성공에 관 한 이야기에 사용되었다. 주주가치의 극대화'는 부의 추구와 공격 성을 정당화하는 전염력이 강한 내러티브며 이는 경제적으로 명백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래퍼곡선의 유행이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의 당선에 한몫 하긴 했지만, 다른 내러티브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레이건의 이런 재치 있는 말처럼 말이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경제가 작동하면 세금을 매겨라. 계속 작동하면 규제해라. 그러다 작동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줘라.”
레이건이 이렇게 연설한 것은 1986년의 일이었지만 사실 기본 적인 아이디어는 형태만 약간 다를 뿐 1967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시카고 트리뷴>의 보수 평론가인 월터 트로한 Walter Trohan의 글을 읽어보라.
“연방정부가 일하는 방식은 이런 우스갯소리와 일치한다. 작동하면 세금을 매겨라. 세금을 매길 수 없으면 규제해라. 규제할 수 없다면 백만 달러를 줘라."
그러므로 이 유명한 말은 1967년에도 이미 알려져 있었던 것이 다. 하지만 아무리 정곡을 찌르는 말이라도 진정으로 유행하려면 유명인이 필요했고, 이 경우에 그 유명인이란 바로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 조류학자 리처드O. 프럼은 2017년에 출간한 『아름 다움의 진화』에서 성 선택이 동물 왕국에 투기 거품과 유사한 변동 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생물학에서 가장 유명한 성 선택의 예시 는 수컷 공작일 것이다. 수컷 공작은 크고 무거운 꽁지깃을 갖고 있 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 깃은 암컷 공작의 관심을 유도 해 낸다. 따라서 깃을 통해 짝짓기에 성공한 그들은 더 아름다운 꽁 지깃을 가진 개체를 재생산하게 된다. 암컷의 이런 성 선택은 쓸모 없는 특성에 진화적인 우위를 부여하게 되고 이는 생물학자 R. A. 피셔R. A. Fisher의 이름에서 시작되어 피셔의 폭주'로 불린다.19 이 메 커니즘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딱히 2개의 구분된 성이 필요하지도 않다. 이러한 성 선택 과정은 암수 성기를 모두 지니고 있는 자웅동체 종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20 즉 진화생물학과 내러티브 경제 학 양쪽 모두에서 일종의 꾸밈 장식이나 과시는, 무작위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
- 비트코인 내러티브에서 봤듯 경제 내러티브는 사람들이 잊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사실들을 상기시키고, 경제 원리를 설명하고, 사람들이 경제적 행동의 목적 또는 그 정당화를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또한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내러티브는 이제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으며, 드디어 지역정부의 부패와 무능이라는 끝없는 문제에서 해방될 새로운 코즈모폴리턴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는 생각을 암시한다. 또한 그러한 정보를 유리하게 사용할 방법도 내포한다. 또 경제 내러티브에는 특정한 경제 활동을 실천 하면 미래에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경제적 행동을 취하는 것은 때로 우리가 내러티브에 직접적으로 관 여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는 내러티브에서 하나의 역할을 맡음으로써 역사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가령 비트코인을 구매한다. 면 자본주의의 국제 상류층에 합류할 수 있는 것이다.
- 경제 내러티브가 인간의 경제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데 있어, 노후를 위해 돈을 얼마나 저축해야 하는지와 같은 대화가 경제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당신이라면 소득의 몇 퍼센트를 저축하겠는가? 5퍼센트? 10퍼센트? 아니면 그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남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떠올려 보라. 아마 대부분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저축을 얼마나 해야 하 는지 결정을 내려야 하고, 무언가에 의거해 결정을 내릴 것이다. 어쩌면 대공황 때는 가난한 사람들이 새벽 3시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이야기처럼 불경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러티브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장기 침체와 그로 인한 심각한 결과를 두려워하라는, 누군지도 모르는 전문가들의 우려에 근거해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즉 모호하고 개별적인 내러티브가 아니라 여러 내러티브 군집이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했을 수도 있다.
-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1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시작되자 주가가 급격히 하락했다. 그 결과 공황을 맞은 뉴욕 및 유럽의 주요 증권거래소들은 문을 닫았다. 전쟁에 참전하 지 않은 미국에서도 뉴욕증권거래소는 12월 12일이 되어서야 거 래를 재개했다. 윌리엄 실버 william Silber는 이 사건을 다룬 저서 『워싱 턴이 월가를 폐쇄했을 때 When Washington Shut Down Wall Street』에서 증권시 장이 단호하게 반응한 이유를 설명하는 몇 가지 이야기와 루머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특히 크게 당황한 유럽 투자가들은 미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다급하게 몰려들었다. 이 '유럽 골드 러시' 기간 동안 엄청난 양의 금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반출되었다. 1907년 공황과 관련한 수많은 이야기가 회자된 것과, 또 다시 공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미국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증거였다. 1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암살 사건이 더 큰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금을 긁어모으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음모라는 허황된 루머도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미국 의 증권시장은 폐쇄되지 않았다. 1939년 9월 3일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을 때,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종합지수는 그날 하루 9.6퍼센트나 상승했다. 신문은 시장의 이런 긍정적인 반응에 대체적으로 놀라움을 표했고, 어째서 1914년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과거와 상이 한 이런 반응은 1차 세계대전에서 주식 투자를 포기하지 않았거나 무기, 물자를 유럽에 판매한 일부 투자가에게 이득으로 작용했다는 내러티브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의 인간적인 이야기는 비슷할지 모르나, 성공적인 투자가에 대한 내러티브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내러티브에 붙이는 이름에 주목해야 한다. 명칭의 변화는 사소해 보일지라도 실은 매우 중요하며, 특히 새 이름이 다른 내러티브 군집과 관련되어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언어학적 측면에서 유의어 관계에 있는 단어들은 절대로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다. 언어학과 관련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단어들의 차이에 대해 끈질기게 물어본다면 그들마저도 유의어의 각기 다른 의미에 대해 복잡한 해석을 들려줄 것이다. 신경언어학에서도 유의 어는 신경망에서 서로 다른 연결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그러한 연결 구조 중 일부는 경제적 사고에 있어 매우 중요할 수 있다.
- 때때로 사람들은 간결하고 예리한 명언구를 생각해 내기도 하는데, 그런 명언구가 전염성을 띠게 되는 것은 처음 그 말을 한 사람이 유명인이라고 잘못 알려질 때다. 이를테면 20세기 중반에 유행 했던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간다.”라는 사회주의 슬로건 은 카를 마르크스Karl Mark의 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 말을 강조한 것은 사회주의 운동가인 루이 블랑 Louis Blanc이다. 1851년에 루이 블랑이 처음 그렇게 말했을 때 마르크스는 무명에 불과했고, 이 문구는 다른 형태로 성경에도 존재한다.13 루이 블랑은 1900년 즈음까지 마르크스보다 더 유명했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잊혔고, 따 라서 이 문구의 공은 20세기 중반 이름 모를 사람에 의해 마르크스에게로 넘어갔다.
위키쿼트Wikiquotes 웹사이트는 유명한 명언구의 출처를 추적하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유명 인사들은 대개 다른 사람의 말 을 인용했거나, 혹은 아예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상관없 다. 위키쿼트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명언을 처음으로 말한 사람 들은 결코 바이럴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전염성이 없기 때문 이다. 내러티브가 바이럴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그러한 전염성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수없이 반복되지 않으면 내 러티브는 점차 잊혀진다. 또한 유명인과 관련된 내러티브일지라도 어떤 사건이 발생해 해당 유명인의 평판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내 러티브에 내재된 발상이 진실이 아니라는 등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뀐다면 갑자기 전염성을 잃을 수 있다.
-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 1896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했던 '황금십자가' 연설은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고취적인 연설 중 하나 로 손꼽힌다. 이 연설은 금본위제와 기독교인의 도덕성을 연결했는 데,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 연설의 마지막 부분을 기억하고 있다.
“상업계와 노동계 그리고 모든 임금노동자가 우리를 지지하는 한, 우리는 금본위제에 대한 그들의 요구에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당신들은 가시면류관을 노동자의 이마에 씌울 수 없으며, 황금십자가에 인류를 못 박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하며 환호하는 관중 앞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처럼 양 팔을 넓게 펼쳤고, 사람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마치 혁명이 목전에 닥쳐서 마침내 노동계급이 승리를 거머쥘 것처럼 거의 발작에 가까운 호응이 전당대회에서뿐만 아니라 전국 적으로 이어졌다.
브라이언의 연설은 왜 그토록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을까? 그것은 노동계급의 경제적 어려움과 로마인들의 탄압으로 무자비하게 처형된 예수의 이미지가 하나로 결합했기 때문이다. 수 세기 동안 기독교의 원동력 중 하나였던 내러티브와 말이다. 비록 브라이언이 이 연설을 하긴 했으나 사실 이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그가 아니다. 후에 많은 신문들이 보도했듯이, 연방의회 의사록 congressional Record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1896년 1월에 하원의원인 새뮤얼 W. 맥콜 samuel W. McCall이 이미 가시면류관과 황금십자가라는 거의 동 일한 표현을 이용한 바 있다. 브라이언은 맥콜이 발언한 순간에 현 장에 있었고, 군중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브라이언은 위대한 선동가가 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 무엇이 사람들을 부추겼는지 이해하려면 집값이 급격히 팽창하던 시기에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니얼 맥긴paniel McGinn은 2007년에 출간한 저서 『주택 욕망: 집에 대한 미국인의 집착house Lust: America's Obsession with Our Homes』에서 집값 상승에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았다. 이 책은 2007~ 2009년 세계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직전, 1997~2006년 전례 없는 수치를 기록한 미국의 부동산 붐 시기 중에서도 집값이 가장 급등 한 마지막 시기에 출간되었다.
맥긴이 책의 제목으로 『주택 욕망을 선택한 이유는 2007~ 2009년 세계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발발하기 직전 호황기 시절의 대화에 사람들의 진정한 욕망이 드러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위에 대한 욕망, 어쩌면 사람들을 파멸로 몰고 가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리킨다. 욕망이 가득 넘치던 그때, 사람들은 끊임 없이 상승하는 집값에 관한 그리고 덕분에 두둑한 이득을 챙긴 사 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즐겼다.
맥긴은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사전에는 없는 충동과 동기를 정의 하고 설명한다. 그는 하이파이브 효과에 대해 '승자를 위해 환호하 며 느끼는 대리만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 기가 부동산 투자로 성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남들의 시기 질투만 받지 않는다면 자신이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부터, 친구와 이웃들이 성공하는 것까지 모두 좋아한다. 그들은 이웃의 성공을 축하 하며, 운동선수들처럼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맥진은 '우리 집이 곧 은퇴 계획'이라는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집이 성공적인 삶에 필수인 이유는 누구든 알아볼 수 있는 가치의 저장 수단이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호황 내러티브는 어떻게 든 돈을 마련하거나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고 암시하며 부동산 가격에 불을 지폈다. 능력이 되는 한 가장 큰 집을 사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언젠가 집값이 오르면 행복할 거라면서 말이다.
- 2007~2009년 대침체로 이어진 주택 붐을 이해하기 위해 금리 와 세율, 개인 소득 같은 관련 요인들을 살펴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 우리는 사람들이 집을 투기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투기 내러티브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는 대출기관들이 반겼던 내러티브다.
세계금융위기의 씨앗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뿌려져 있었다. 1970~1980년대에 미국에서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플리퍼라는 단어가 바이럴이 되기 시작했다. 플리퍼란 투기 자산을  입한 다음 1년 안에 되파는 플리핑을 함으로써 단기간 내에 수익을 올리는 영리한 투자가들을 가리켰다. 그러다 이 단어는 다른 종류의 주택 붐이 일어나면서 유명해졌는데 바로 아파트 개조 붐이었다. 당시 주택 보유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 덕분에 주택 임대인보다 더 높은 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총 소득에서 인플레이션 덕분에 높아진 주택대출 이자를 감면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 면에 임대료는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높은 명목금리 때문에 집을 구입할 수 없었던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집값이 상승하면 그로써 금리를 상쇄할 수 있으리라 예측했다.
수요를 감지한 부동산 개발자들이 아파트 건물을 구입해 거주 중이던 임차인들을 내쫓고 세대별로 아파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 기존의 세입자들 일부는 해당 아파트에서 오래 거주한은 불만 을 터트렸다. 이들을 달래는 한 가지 방법은 아파트를 할인된 가격 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더불어 계약에 따르면 기존 세입자는 그 계약을 다른 이들에게 판매할 수도 있었다. 많은 세입 자들이 계약서를 투기자들에게 플리핑했고, 그들은 또다시 계약을 플리핑했다. 플리퍼에게 대중의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플리퍼 에 대한 대다수의 인식은 재빨리 현금을 마련할 기회를 붙잡은 똑 똑한 사업가라는 것이었다.
1990년대에는 기업공개 IPO 때 주식을 사들여 재빨리 되파는 사 람들을 '플리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종종 이 플리퍼들 에게 감탄하곤 했는데, 사람들의 이해에 따르면 IPO는 상장시 보 통 가격이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IPO 직후 주가가 오르면 플리퍼들은 신속하게 이득을 챙기곤 했다. 1991년의 유명한 기사에서 제이 리터 Jay Ritter는 몇 년 동안 회사 실적이 미흡하면 주가가 떨어 지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전략은 상장 시 주식을 구입했다가 이 를 플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러다 2000년대 초반에 거대한 주택 붐이 발생하면서 '플리퍼’ 라는 단어는 집을 구입하여 개조한 다음 재빨리 되파는 사람들을 지 칭하게 되었고, 이어 그들의 성공을 동경하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접 집을 개조할 만큼 열정적이지는 않았 지만, 주 거주지를 장기 투자의 개념으로 구입함으로써 장기간 플리 핑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투기 내러티브에 공감했다.
- 1929년 주가 대폭락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고 1930년대의 시 대정신은 이제 잊혀졌지만, 미국에 또다시 주가 대폭락이 발생할지 도 모른다는 느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영속적 경제 내러티브는 1929년의 유산이며, 주식 시장의 활황 뒤에 찾아올 수도 있는 폭락 과 신뢰의 하락을 증폭시킬 것이다. 나아가 이런 내러티브적 관점 을 지닌 이들은 남들도 그런 증폭된 반응을 보일 것이라 기대하기쉽다. 현재, 주가 대폭락 이야기는 아직 전염성이 강하지는 않으나
대중의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 있으며, 경제적 상황에 따라 변형되 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정책입안자들은 부동산 거품 내러티브와 주가 대폭락 내러티브 에서 교훈을 얻었다. 경제가 변곡점에 도달해 있을 때는 뉴스의 헤 드라인과 통계 너머, 우리가 진짜 분석해야 할 실질적인 가치가 있 다는 것을 말이다. 또 우리는 수없이 변화하며 등장하는 특정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에 의미심장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의 이야기나 전설은 다음번에 닥쳐올 경제 활황이나 붕괴의 대본이 될 수도 있다.
- 과거의 충격적인 경제 사건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과학적 방법론 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사 그 과학 이론이 완전하지 않으며 인간적 판단을 수반하더라도 말이다. 과학적 방법론이 없다면 그 역할은 결국 예언자나 점쟁이들의 손으로 넘어가 학문 전체에 악평을 부여할 것이다.
현재의 경제학 연구는 사람들의 대화나 삶에 주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내러티브의 형태로 발현되는 의미들을 놓치고 있다. 포 착 가능한 데도 말이다. 대중 내러티브를 간과한다는 것은 주요 경 제 변화에 대한 타당한 설명마저 놓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 침체에 대한 동시대적 해석이 궁금해서 20세기 신문을 조 사한다면 대부분의 담론이 실제 궁극적인 원인이 아니라 주요 선행 지수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령 경제학자들은 중 앙은행의 정책이나 신뢰지수, 또는 상품의 재고율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무엇이 그런 선행지수의 변화를 야기했는지 묻는다면 대개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것은 내러티브를 바꿔 보는 것이지만, 시대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는 내러티브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중요하거나 유 의미해 보이는 대중 내러티브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그들이 아는 내러티브의 출처라고 해봐야 항간의 소문이나 친구들, 혹은 이웃들의 이야기뿐이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 사건이 발발했을 때 그와 비슷한 내러티브가 존재했는지 실제로 규명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그들은 연구 보고서에도 내러티브라는 것은 마치 존재하지 도 않는 것처럼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화된 과거 데이터를 활용해 대중적인 경제 내러티브를 연구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며 결합 혹은 재결합하는 내러티브에는 경제 사건을 촉발하는 상호경쟁적인 힘이 있다. 그러 나 이것을 측정하는 조직적 연구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 기에 인공지능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비조직화된 데 이터를 이용할 때 그렇다. 이 책의 3부에서 이야기한 영속적 내러 티브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며, 중요한 내러티브들은 아직 최종 적으로 철저하게 정량화되지 않았다.
내러티브 경제학에 대한 연구는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 충분한 규모로 발전할 수 있을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내러티브 경제학 연구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경제 위기가 오거나 경제가 통제 불능으로 치닫기 전에, 내러티브 경제학은 이를 예측할 수 있는 더욱 정확하고 개선된 모형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더 나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배운 것들을 기 존의 경제 모형에 통합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경 제학 주변부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함께 조사하고 경제학자와는 다 른 관점과 견해를 가진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협력해야 한다. 수학역학 같은 다른 분야의 수학적 통찰력을 도입하고 수리경제학과 인문학의 연결고리를 창조해야 한다. 이용 가능한 데이터의 양을 늘 리고 서로가 협력해야 한다. 그리하여 시간에 따라 변이하는 내러티브와 그 전염 양상을 경제 예측 모형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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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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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류경제학은 현실 경제에서의 인간행동이 아니라 추상적인 경제에서의 인간행동을 연구하기 때문에 (Thaler 2016), 주류경제학 모델은 인간행동과 관련해 최소한 다음 세 가지의 비현실적인 특성을 전제로 합니다. 첫째는 절대적 합리성이고, 둘째는 무한 의지력 unbounded willpower 이며, 셋째는 무한 이기심 unbounded selfishness 입니다.(Mullainathan and Thaler 2000)
-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기대효용이론이 불확실성하에서의 선택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이론으로 전망이론을 제시했습니다 (Kahneman and Tversky 1979),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선택을 할 때 기대효용이론의 주장과는 달리, 특정 대안의 기대값보다는 해당 대안이 얼마나 확실한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10%의 확률로 1,000만 원을 받는 대안보다는 확실하게 90만 원을 받는 대안(90만 원을 받을 확률이 100%)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죠. 즉 사람 들은 불확실하게 확률로 주어진 이득보다는 확실한 이득을 더 높 게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성향을 확실성 효과-ertainity effect라고 부릅니다 Kahneman and Tversky 1979). 사람들이 선택을 할 때 기대값보다는 확실성에 더 가중치를 둔다는 뜻이죠. 그리고 '불확실 하게 확률로 주어진 이득을 포기하면서 선택한 확실한 이득' 또는 '불확실한 기대이익과 동일한 효용을 갖는 확실한 최소이익'을 확 실성 등가 certainty equivalent라고 부릅니다. 주류경제학에서 주장하는 기 대효용이론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입니다.
- 확실성 효과는 '확률적으로 얻게 되는 결과' 보다는 확실하게 얻게 되는 결과' 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성향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Kahneman and Tversky 1979), 즉 확실성 효과란 불확실한 이득보다는 확실한 이득을 더 선호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확실성 효과로 인해 사람들은 확실한 이득이 포함된 선택 상황에서는 위험회피적risk-averse 태도를 보이며, 확실한 손실이 포함된 선택 상황에서는 위험선호적risk-seeking, risk-loving, risk-taking 태도를 보입니다 (Kahneman and Tversky 1984), 즉 특정한 확률로 이득을 보는 것보다는 100% 확실한 이득을 더 선호하며, 100% 확실한 손실보다는 특정한 확률로 손실을 보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냐(이득 상황이냐 또는 손실 상황이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위험회피적이다.”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이처럼 이득 상황이냐 손실 상황이냐에 따라 사람들의 확실성에 대한 선호가 정반대로 바뀌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반사 효과 reflection effect라고 합니다 Kachneman and Tversky 1979), 이득 상황에서는 확실한 이득을 취하고, 손실 상황에서는 확실한 손실을 피하는 것이지요.
- 가치함수를 마무리하기 전에 준거점과 행복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어떤 준거점을 갖느냐가 우리의 행복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우리가 가진 기대치라는 준거점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어떤 일의 결과가 우리의 기대치 (준거점)를 넘으면 행복하다고 느끼고, 우리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불행하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단 기대치를 넘겨 행 복감을 느끼면 거기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기대치를 설 정하게 됩니다. 점점 욕심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해서 기대치를 넘더라도 우리가 설정한 행복의 준거점도 같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에서 행복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행복의 절대적인 준거점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마다 각자 매우 상대적인 행복의 준거점이 존재할 따름이죠. 따라서 행복이란 우리가 준거점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설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현실정치에서 프레임 전략이 성공하려면 특히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프레임을 잘 만드는 것입니다. 남들이 이해하기 쉽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바로 각인되는 프레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극적인 용어나 표현을 사용해서 프레임을 만들기도 합니다. 둘째, 프레임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퍼뜨려야 합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내가 보는 프레임과 동일한 프레임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자신이 만든 프레임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언론사, SNS 등 다양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때로는 프레임을 잘 만드는 것보다 프레임을 잘 퍼뜨리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기업이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것보다 마케팅을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듯이 말입니다. 셋째, 프레임 전환을 제때 잘 해야 합니다. 프레임 전환은 타이밍이 정말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 은 프레임을 만들고 아무리 넓게 퍼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프레임 전환의 때를 놓치면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 렵습니다. 따라서 프레임 전략이 성공하려면 프레임 전환의 시기 를 잘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보수정당은 어떤 논리로 감세 프레임(감세정책)을 주장할까요? 감세 프레임의 첫 번째 근거는 낙수 효과 trickle-down effect 입니다. 물이 그릇에 가득 차서 흘러 넘치면 다른 데까지 흘러 들어 간다는 뜻인데요.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주면(감세),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성장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경제적 혜택이 돌아간다는 논리입니다. 즉 부자 감세를 통해 경제의 파이가 커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가져가게 될 파이의 크기도 당연히 커질 거라는 주장입니다.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이러한 낙수 효과를 주장하는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소득세율 상한을 70%대에서 20%대로 인하했습니다. 하지만 (낙수 효과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지만) 최소한 미국에서는 낙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감세 프레임의 또 다른 이론적 근거는 래퍼 곡선입니다. 래퍼 곡선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아더 래퍼 Arthur B. Laffer 교수가 주장 한 세수와 세율 간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인데요. 래퍼 교수의 이름을 따서 래퍼 곡선으로 명명됐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세율이 높아 질수록 세수가 늘어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래퍼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세율이 일정 수준(최적조세율)을 넘으면 반대로 세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세율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근로의욕의 감소 등으로 세원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세율이 최적조세율을 넘게 되면 세율을 낮춤 으로써 세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래퍼 곡선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조세인하정책(감세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됐습니다. 하지만 래퍼 곡선의 내용과는 달리 감세로 인한 고용창 출과 소득증대 효과는 세수를 더 늘릴 만큼 충분하게 나타나지 않 았으며, (관점의 차이가 있지만) 오히려 미국 정부의 거대한 재정적 자 증가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낙수 효과와 래퍼 곡선은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했지만 여러 가지 경제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가정을 전제로 했고, 실증적으로도 정확한 과세대상, 임계세율, 적정세율 등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1980년대 미국의 감세정책은 원래 의도했던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낙수 효과와 래퍼 곡선은 설사 이론적으로 맞다고 하더라도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 프레임은 정치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경제적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프로 초이스는 주로 미국에서 낙태를 선택hoire할 자유와 권리가 여성에게 있음을 옹호하는 입장을 말합니다. 따라서 프로 초이스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태를 찬성합니다. 반면 프로 라이프는 태아도 생명i이므로 생명 보호를 위해 낙태를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말합니다. 이때 프로는 '어떤 주장이나 의견을 찬성하는, 옹호하는, 지지하는' 의 의미를 갖는 영어의 접두어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충 감을 잡으셨겠지만 사실 프로 초이스와 프로 라이프는 낙태를 어떤 틀 관점)에서 바라보느냐, 즉 낙태를 바라보는 프레임의 차이를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낙태를 바라보는 두 개의 프레임이 존재하는 것이죠. 여성의 선택할 자유와 권리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프로 초이스의 프레임에서는 낙태는 당연히 여성이 선택해야 할 문제인 반면, 생명을 중시하는 프로 라이프의 프레임에서는 낙태는 당연히 금지돼야 마땅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낙태를 둘러싼 프레임 전쟁은 역사적인 기원을 갖고 있는 다소 철학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영국의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대서양을 건너와서 세운 나 라입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개인의 자유라는 이념이 매우 중요 합니다. 프로 초이스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라는 미국의 건국이념 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죠. 한편 미국을 건국한 사람들은 영 국의 국교를 거부하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에 온 독실한 기독교인들입니다. 기독교 윤리에서 생명은 매우 중요합니다. 프로 라이프는 기독교 사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죠. 역사적 기원을 가진 철학적 논쟁은 타협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미국에서는 낙태를 둘러싼 프레임 간 충돌은 오랫동안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낙태를 바라보는 프로 초이스와 프로 라 이프 프레임 간의 오랜 갈등이 존재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낙 태를 둘러싼 프레임의 갈등은 미국처럼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성 격의 논쟁보다는 낙태 합법화와 관련된 법적인 논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1953년 제정된 '형법'에서는 낙태를 전적으로 금지했 습니다. 다만 '모자보건법에서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을 경우, 강간 · 준강간에 의해 임신을 한 경우,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을 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5개의 예외적 인 낙태 허용 사유를 명시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금지하되 예외 적으로만 허용했던 것이죠. 2019년에 헌법재판소는 '형법'과 '모 자보건법’의 낙태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 다. 이후 많은 논란 끝에 낙태금지 조항은 대체입법 없이 2021년 1월 1일에 자동폐지가 확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낙태금지 조항은 법적으로 효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습니다.
-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득 상황에서는 확실성 효과 때문에 위험회피적이 돼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고, 손실 상황에서는 반사 효과와 손실회피 성향 때문에 위험선호적이 돼 불확실한 대안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 말을 프레이밍 효과와 엮어서 표현해 볼게요..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 때 긍정 프레임하에서는 위험회피적인 선택을 하고, 부정 프레임하에서는 위험선호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처럼 의사결정의 환경을 긍정적인 프레임으로 설정하느냐 또는 부정적인 프레임으로 설정하느나에 따라 위험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며, 선택의 결과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기대효용이 론에 의하면 주어진 프레임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기대효용이 가 장 큰 대안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즉 기대효용이론에서는 프레임이 사람들의 선호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죠. 따라서 주어진 프레임에 따라 위험에 대한 태도와 선택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행동경제학의 주장은 주류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입니다.
- 인간은 편향, 휴리스틱 등과 같이 정보처 리와 관련된 오류 때문에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정보처리 오류가 없더라도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데요. 그 이유는 사람들의 선호체계 preference System 자체가 일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류경제학에서 전제하는 합리적 인간은 어떤 것을 일관되게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또는 어떤 것을 다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관되게 좋아하거나 싫어합니다. 즉 인간의 선호체계가 일관적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행동 경제학에 따르면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대상이 가진 속성 때문이 아니라, 그 대상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느냐 또는 어떻게 설명되느냐에 따라 대상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가 바뀐다고 합니다. 즉 프레임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선호도 변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특정한 내기에 참여할지 말지를 선택하
는 것은 그 사람에게 해당 내기를 어떻게 설명하느냐(혹은 어떻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해당 내기의 위험(손실)을 먼저 설명한 후에 얻게 될 이득을 얘기하면 내기에 참여할 확률이 낮아지고, 반대로 이득을 먼저 설명한 후에 위험을 얘기하면 내기에 참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에 따른 위험을 먼저 설명하고 투자에 따른 수익을 나중에 설명하면 실제 투자할 확률이 낮아지고, 반대로 투자로 인한 수익을 먼저 설명하고 투자 위험을 나중에 설명하면 투자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만약 투자자가 합리적 선택을 한다면 투자 위험과 수익이 어떻게 설명 되느냐에 상관없이 오직 위험과 수익률 간의 관계만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행동 경제학의 주장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의 선호체계는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설명하느냐, 어떻게 보여주느냐, 어떤 순서로 물어보느냐 등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 달라진다고 주장합니다. 
- 일반적으로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의 심리요인이 비합리적인 행 동을 초래한다고 하는데요. 심리적 회계도 과연 그럴까요? 심리적 회계는 소비자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심리적 회계는 소비 자행동에 두 종류의 서로 상반된 영향을 미칩니다. 첫 번째는 심리적 회계에 관한 대부분의 실증 연구에서는 심리적 회계가 소비자 의 비합리적 행동을 심화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소비자가 사치재, 쾌락재, 쇼핑, 엔터테인먼트, 금융투자 등과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때는 심리적 회계가 소비자의 비합리적 행동을 완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심리적 회계가 소비자행동에 미 치는 두 가지의 상반된 영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심리적 회계가 소비자의 비합리적 행동을 심화한다는 연 구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운 좋게 얻은 소득을 다른 일반적인 소득보다 쉽게 그리고 즉시 써버린다고 합니다. 실험에 참가한 대가로 예상보다 더 많은
참가비를 받은 학생들은 원래 받기로 예상한 참가비를 받은 학생들보다 참가비를 더 쉽게 유흥비로 써버렸다고 합니다 Arkes et al. 1994; Levav and McGraw 200), 사람들은 일반적인 소득보다 복권 당첨금을 가지고 있을 때 전문 마사지, 공연 티켓 등의 쾌락재'를 더 쉽게 구매한다고 합니다 (Levav and McGraw 2009; O'Curry and Strahilevitz 2001) 사람들은 보인이
일을 해서 번 돈(힘들게 번 소득계정)보다는 운 좋게 얻은 돈이나 공짜로 얻은 돈(손쉽게 번 소득계정)을 더 쉽게 써버린다고 해요. 그리고 본인이 원래 갖고 있던 돈보다는 카지노에서 딴 돈으로 베팅할 때 더 공격적으로 베팅한다고 합니다 (Thaler 1999; Thaler and Johson 1990)
-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조천호 박사는 그의 저서 『파란 하늘 빨간지구』 (동아시아, 2019)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신감을 진실성이라고 착각하는 세상에서 확신하지 않는 것은 나약한 태도가 아니라 진정으로 강인한 태도일 수 있다. 확신하지 않기에 기존 체계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치열하게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 전망이론을 공부하면서 손실회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때 우리는 주식 투자자들이 손실회피 성향 때문에 주가가 하락해 마 이너스 수익률이 되더라도 매도하지 않는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은 우리가 방금 위에서 공부한 내용, 즉 투자자의 과신 편향이 급락장에서 투매에 이르게 한다는 현상과 배치되는 듯 보 이는데요. 배치된다고 보기보다는 주식시장의 상황이 좀 다르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주식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일반적 인 시장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손실회피 성향 때문에 계속 보유 하기만, 주가가 급락하는 패닉장에서는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급매도를 한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자의 경우에도 손실회피 성향뿐만이 아니라 결국엔 플러스 수익률이 될 것이라는 투자자의 과신편향 때문에 매도를 보류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함).
- 얼마 전부터는 매우 강력한 스놉 효과를 보이는 노노스족 NONOS族이 등장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을 찾아보니, 노노스족이란 많은 사람이 가진 명품이 아닌, 디자인 따위가 차별화된 제품을 즐기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 이라고 합니다. 노노스족의 NONOS는 'NO logo, NO design’을 줄인 말입니 다. 예를 들면 브랜도 로고가 눈에 잘 띄지 않는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노노스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봐서는 그게 명품인지 모르지만, 부자들 사이에서는 척 보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명품을 구매하는 거죠. 노노스족은 일반인들의 리그와 그들만의 리그를 차별화하려는 심리가 있는 겁니다. 따라서 노노스족은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힌 제품은 절대 구매하지 않거나 갖고 다니지 않을 거예요. 노노스족이라는 용어를 기억했다. 가 나중에 벤츠 자동차의 로고 크기를 유심히 관찰해 보시기 바랍 니다. 벤츠 차량의 가격이 비쌀수록 로고가 작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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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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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암호화폐 시장의 발전 단계를 4개 구간으로 구분한다. 
제1기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제1세대 암호화폐가 발행되는 단 계다. 
제2기는 암호화폐가 투자 시장에서 각종 파생상품으로 발전하고, 동시에 암호화폐 규제 움직임이 시작되는 단계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 대한 규제는 시작됐지만, 암호화폐 시장 전반적인 규제는 완료 되지 않은 시기다. 국제적 합의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 가마다 규제의 범위나 강도, 속도와 적용 시기가 다르다. 암호화폐 가 투자상품으로 어느 수준까지 운용이 가능하냐에 대한 인식이 완 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제도 후행해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규제 과도기 국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 품 개발과 암호화폐 시장 규제 움직임은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과 합 법화 기대를 높이기 때문에 신규 암호화폐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온다. 나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은 제2기 중.후반쯤에 있다고 평가한다.
제3기는 미국과 유럽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에서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권 디지털화폐) 발행을 완료하고, 글로벌 규제 합의안이 마련되는 단계다. 나는 암호화폐 시장의 발전에서 CBDC 발행 이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내가 가장 눈여겨보 는 국가는 중국, 미국, 유럽, 일본이다. 새로운 법정화폐에 관한 실험 이므로 제1 기축통화 국가인 미국(달러), 제2 기축통화 국가인 유럽 (유로) 및 일본(엔화)의 움직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축통화 국가들이 CBDC를 어떻게 만들고 권한을 어디까지 부여하며, CBDC를 발행한 이후 현재 존재하는 종이돈 법정화폐를 동시에 유 지할 것인지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결정에 따라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역할도 달라진다. 민간 암호화폐 시장을 어디까지 규제 또는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중앙은행이 CBDC의 발행 시점과 활용 범위, 방법을 정해야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현재는 기축통화 국가가 아닌 중국이 가장 앞서서 CBDC 발행과 활용의 길을 개척하 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정치적 독특성을 기반으 로 시장의 저항을 억누르며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빠 르고 강제적으로 단행할 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중국 정부의 조치들을 눈여겨보면서 암호화폐 시장 규제에 따른 다양한 시행착오를 학습하여 자국을 비롯한 국제적 규제 합의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제4기는 새로운 글로벌 규제안 아래서 제2세대 암호화폐 발행이 시작되는 단계다. 이 단계에 이르면, 제1세대 암호화폐 중에서는 글 로벌 규제를 통과하지 못해 사라지는 것과 통과하더라도 투자 매력이 현저히 감소하여 급격한 가격 하락을 맞는 암호화폐도 생겨날 것 이다. 암호화폐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명실상부하게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장기간 생존할 수 있는 시기는 이때부터다.
- 정리하면, 비트코인 등 제1세대 암호화폐는 화폐 시장이 아니라 '초고위험 투자 시장에 속한다. 제1세대 암호화폐는 현찰처럼 최종 지급 수단은 아니고 어음·수표 신용카드 상품권처럼 대체 지급 수 단이며, 그중에서도 '디지털 대체 지급 수단이다. 그리고 시간에 따 라 최종 지급 수단인 현찰 (법정화폐)로 전환하는 교환 비율의 변동성 이 매우 커서 거래 안정성이 매우 낮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엄청난 변동성을 정체성으로 가 지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과 현찰의 교환 비율이 1:10만 달러가 되는 미래도 확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 실물 자산에 연동되지 못한(펀더멘탈이 없는) 암호화폐끼리의 경쟁 은 네트워크 효과를 누가 더 크게 만들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귀결 된다. 먼저 나올수록 네트워크 효과가 커질 수 있다. 투자자의 심리 를 휘어잡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암호화폐계의 최강 자가 되고, 가장 비싼 이유도 이것이다. 후발 주자는 이더리움처럼 비트코인과는 다른 혁신적인 거래 방식을 만들거나, 도지코인처럼 일론 머스크 Elon Musk 같은 투자자의 심리를 한순간에 사로잡을 수 있 는 강력한 인플루언서의 홍보와 지지를 받거나, 폰지 금융 수법을 사용해서 투자자를 끌어모을 방안이 있어야만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 수 있다.
- 비트코인을 포함한 제1세대 암호화폐는 실물 가치는 전혀 없고, 오직 미래 기대가치만 갖는다. 그것도 테슬라를 능가하는 미래 기대치와 투자 심리가 작동되고 있다. 그래서 시간에 따라, 사건에 따라 엄청난 가격 변동성을 보인다. 이런 엄청난 가격 변동성을 태생적으 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1개가 10만 달러를 돌파하는 시나 리오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꼭 기억하라. 비이성적 과열이 시장을 지배하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가격은 없다. 참고로, 나는 암호화폐 가 펀더멘털 가치(실물 자산 가치)를 갖는 시점은 암호화폐 제3기(CBDC를 발행하는 단계) 또는 제4기(실물 가치를 책정해야 하는 등 새로운 글로벌 규제하에 제2세대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나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 물론 디지털 시대에 펀더멘털 가치가 없다는 것이 대수냐'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 시장에서는 그런 말은 한 가지 심각한 위험을 간과한 주장이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같은 가치 투자자들은 안전마진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이 생각하는 안전마진 은 회사의 펀더멘털(청산가치)이다. 회사가 완전히 망해도 안전마진이 바닥 가격이 되어준다. 남아 있는 청산가치를 주주들이 n분의 1'해서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상품에 펀더멘털 가치가 없다는 것은 대폭락이 발생할 경우 가격이 어디까지 추락할 지, 바닥을 알 수 없다' 라는 말도 된다. 금이나 원자재 등도 실물에 근거한 투자상품이기에, 대폭락이 발생하면 최소한 바닥이 어디인 지는 알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제1세대 암호화 폐는 펀더멘털 가치가 없기 때문에 파산 지경에 이르는 대폭락이 발 생하면 투자자들이 바닥 가격을 추정할 수 없다. 심리에 전적으로 의존한 가격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공포가 사라지는 시점이 바닥일 것이라는 논리가 유일한 예측 근거가 될 뿐이다.
- 암호화폐 가격의 버블을 만들어내는 핵심 변수를 먼저 들여다보자. 이해하기 쉽도록 주식 시장과 비교해서 설명해보겠다. 주식 시장에 서 가격 버블이 생기게 하는 핵심 변수는 네 가지다. 유동성, 펀더멘털, 심리, 착시 효과다. 거꾸로, 이런 네 가지 요인이 갖춰지지 않으 면 거대한 버블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앞서 나는 제1세대 암호화폐 는 펀더멘털이 없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제1세대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격 버블의 핵심 변수는 유동성, 심리, 착시 효과 등 세 가지로 줄어든다.
- 그렇다면, 유동성과 펀더멘털 변수는 주식 가격에 각각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 나의 분석에 따르면, 펀더멘털은 주식 시장이 움직이 는 방향과 추세에 영향을 주고 유동성은 시기별 상승폭이나 속도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 면, 그렇지 않은 시기보다 유동성 증가 규모가 커지고 유통 속도가 점점 빨라져 국가나 기업의 펀더멘털 수준보다 주식 가치가 더 높게 상승하면서 버블 규모도 커진다. 1990년대 일본 부동산 버블, 2001 년 세계적 IT 버블, 2008년 미국 부동산 버블, 현재 주식 시장 버블도 모두 장기간 초저금리에 영향을 받아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 미국 제조업 GDP, 1인당 국내총생산과 주식 시장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비교한 그림이다. 크게는 제조업 GDP, 1인당 국내총생산과 주식 시장이 동조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2008년 이후부터 2020년까지 펀더멘털(제조업 GDP, 1인당 국내총생산)과 주식 가격 간 격차가 점점 커졌음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차이만큼이 화폐 유동성이 만들어낸 버블 분량이라고 추정한다. 2008년 이후 미 연준이 7년 동안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엄청나게 증가한 유동성이 이런 격차를 만들어낸 것이다.
- 미래 디지털화폐 전쟁의 판도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다섯 가지 힘도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제1세대 암호화폐의 운명 역시 이 다섯 가지 힘에 달려 있다. 내가 주목하는 다섯 가지 힘은 미·중 패권 전쟁, 빅브러더 욕망, 인플레이션, 긴축, 메타버스다. 분야가 약간씩 다른데 미·중 패권 전쟁과 빅브러더 욕망은 정치적 힘이고, 인플레이션과 긴축은 경제적 힘이며, 메타버스는 기술적 힘이다. 이 중에서 경제적 힘인 인플레이션과 긴축은 단기 전쟁 판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나머지는 중장기 전쟁 판도에 영항을 준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과 긴축의 힘이 작동하는 앞으로 3~4년은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그다. 앞서 분석했듯이, 암호화폐는 주식, 금, 채권, 부동산 등 기존의 투자상품들보다 변동 성의 주기는 짧고 규모는 크다. 비트코인이 80% 이상 붕괴한 주기 를 보면, 2013년, 2010년, 2018년으로 2~3년에 한 번꼴이다. 2013 년에는 3일 만에 82,0%, 2010년에는 한 달 반 만에 80,0%, 2018년에는 거의 1년간 하락을 거듭하면서 83.6% 폭락했다. 2020년 코로나19 경제 위기 국면에는 (2019년 6월부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을 포함해서) 60.8%까지 하락했으며, 2021년에도 불과 한 달 만에 51.1% 하락했다. 앞으로 미국을 포함하여 주요 선진국에서 인플레이션율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이에 따라 연준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정책을 서두르면서 시장에서 유동성 축소를 유도한다면 암호화폐 가격은 상승과 하락을 위험하게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 연준이 긴축 1단계(양적완화 축소)를 실시할 무렵이 다가오면, 시장에서는 장기국채 금리의 상승이 먼저 시작된다. 이 시점까지도 암호화폐 시장은 유동성 파티를 신나게 즐기고 있다. 그러다가 연준이 긴축 1단계 카드를 꺼내 들면서 유동성 파티를 끝낼 준비를 한다는 낌새를 보이면, 암호화폐 시장은 일시적으로 실망감을 내비친다. 유동성만을 먹고 사는 암호화폐 시장은 공포에 떨고 일시적으로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 (긴축 발작)'을 일으키면서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도 있다(또는 코로나19 이후처럼 유동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이미 풀린 경우에는 일시적 조정' 정도의 흔들림이 발생한다).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테이 퍼링(apering이라고 부른다. 테이퍼링이란 원래 지구력이 필요한 마라 톤 같은 스포츠 종목에서 고된 훈련으로 지친 몸 상태를 추스르고 시합 당일에 컨디션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가 의도적으로 훈련량을 줄이는 행위를 가리키는 단어였다. 이 단어가 금융투자 시장에서 사용된 것은 2013년 5월(테이퍼링 실시 6개월 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 Ben Bernanke가 의회 증언에서 사용하면서부 터다. 벤 버냉키 의장은 의회 청문회 증언을 하면서 임시처방으로 사용했던 양적완화 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면서 금융 시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행위'를 테이퍼링에 비유했다.
연준이 테이퍼링(긴축)을 실시하면, 암호화폐 시장만 흔들리는 것 이 아니다. 신흥국 외환 시장에서는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통화 가치 가 하락한다. 곧이어, 각국 경제성장률과 투자 시장도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요동친다. 연준이 긴축 1단계를 시작하기 직전에 경제성장률이 일시적으로 하락하고 재반등하는 변동성을 보인다. 이것이 테이퍼 탠트럼'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긴축 발작 현상은 오래가지 않는다. 일시적 발작이 끝나면 곧바로 시장은 안정 상태로 되돌아간다. 비트코인 등 제1세 대 암호화폐 가격도 반등을 시작한다. 긴축 1단계는 양적완화 규모 를 줄이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시중에 유동성 확대가 계속되는 상황 이기 때문이다. 파티가 끝날 시간이 점점 다가오지만, 아직 음악 소리는 크고, 술과 음식도 계속 공급되고, 춤추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 더 큰 기업은 새로운 디지털 금융 거래 및 투자 시스템도 직접 만들 고자 할 수도 있다. 나는 이 기업들이 제3자(중재자)의 개입 없이 장부(기록)'의 신뢰성 을 확보하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는 시도를 하는 미래가 반드시 올 것 으로 예측한다. 이들은 메타버스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3차원 가상세 계 플랫폼을 장악하고, 3차원 공간에서 새로운 미래 시장을 창조하고, 새로운 거래의 기준을 만들고, 새로운 미래 디지털화폐를 발행 하여, 미래 시장 경제를 조절하는 권력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자신들이 만든 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이 수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면, 자신들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가 그곳에서는 기축 화폐의 권위를 갖게 된다. 이런 전략이 성공하면, 시뇨리지seigniorage 효과도 덤으로 얻게 된다. 시뇨리지는 돈을 거래하는 데서 발생하는 명목 교환 가치에서 돈을 발행하는 데 드는 실제 발행 비용을 뺀 만큼의 이익을 말한다. 그 이익은 이들 기업의 새로운 이윤 영역이 된다. 이런 이익은 플랫폼에 참여하는 숫자가 많을수록 커진다. 시뇨리지 효과가 커질수록 새로운 파괴자의 힘도 커지고, 힘이 커질수록 시장 파괴력이 더 커지는 순환 효과가 일어난다.
- 역사적으로 버블은 언제나 과소평가됐고, 예외 없이 붕괴했으며, 버블의 규모와 붕괴 규모가 비례하므로 버블이 터지면 버블이 시작 된 원래 위치나 그보다 약간 아래까지 하락하는 경향을 갖는다는 버블의 특성과 패턴이 암호화폐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투자 시장 역사상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이는 상품이기 때문에 변 동성의 폭과 주기가 더 크고 빠르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버블의 이 치와 법칙에 지배당하는 것은 동일하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비이성적 폭등을 지속하다 보니, 다가오는 대폭락을 대비해서 위험을 피하기 위한 대안(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비트코인 가격의 패턴을 분석해보면 투자 시장에 대폭락이 발생하면 위험 헤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동반 폭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다음번 대폭락을 기점으로 (암호화폐 위험성 제거 및 안정성 확보 명분으로) 암호화폐의 미래를 바꿀 규제책들이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
가치평가 분야 최고의 석학 중 한 사람인 애스워스 다모다란 Aswath Damodran 뉴욕대학교 교수가 최근 한 언론사와 인터뷰 중에 한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구분하세요. 매우 좋은 회사일 수 있어도 정말 나쁜 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래가 아무리 좋아도 너무 비싸게 주식을 사게 되 는 것이지요. 회사가 얼마나 좋은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항상 가격을 고려해야 합니다. “
다모다란 교수의 말이 암호화폐 투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 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의 의미 가치 버블 논쟁을 떠나서 어떨 때 는 매우 좋은 투자자산일 수 있지만, 정말 나쁜 투자가 될 때도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는 이 점도 명심해야 한다.
- 기준금리 인상 후반부 또는 인상을 끝내고 일정 기간이 흐른 후에 주식 시장에 대폭락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춘다는 것은 연준의 판단에 이 이상 금리를 올리면 기업이나 가계가 금융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 리라고 판단했다'라는 의미다. 또는 같은 의미에서 기준금리 인상 후 반부가 됐다는 것은 기업이나 가계가 높은 금융비용 부담을 느끼고 투자와 소비를 줄일 시점이 곧 다가온다'라는 의미다.
둘째, 따라서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 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좀비 기업 파산이 증가하고, 채권 시장에서는 정크 본드의 파산 위험도 높아진다. 이런 신호가 나타나면 주식 시장 참여자들은 다가올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고, 오랫동안 부풀어 오른 버블이 곧 붕괴하겠구나' 하는 판단을 내리고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한다.
-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패턴이 분명하다면, 연준이나 정부가 왜 버블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어를 하지 않는가? 또는 방어에 실패하는가?'이다. 그 이유도 분명하다. 인위적 개입에 대한 시장의 저항이 존재한다는 것, 잠재적 버블을 예방하기 위해 시장 과열을 선제적으로 막을 경우 경기 확장 동력이 약화된다는 것, 투기 열기를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다는 것 등이다. 또한 정부나 중앙은행이 스스로 버블에 구멍을 내서 터뜨리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정부나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반복적인 버블 붕괴 또는 경기 침체를 용인하는 것이 버블을 일으키지 않고 경기가 낮은 수준에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보다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버블을 줄이거나 아예 발생하지 않 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은 경제성장기에 얻을 수 있는 성장률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정부나 중앙은행은 버 블이 발생하지 않게 대응하는 것보다 버블이 터진 후에 관리하는 것 이 더 유익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준이나 정부의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또는 버블 붕괴가 과잉투자, 과잉고용, 과잉 소비, 과잉공급, 과잉건설 등의 비효율성을 조절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안다. 더욱이 미국의 경우에는 제1 기축통화 지위를 기반으로 한 달러와 달러화 채권의 불패 신화, 어떤 버블 붕괴가 일 어나도 미국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신념 등도 작용한다. 이런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주식 시장 버블의 붕괴가 용인되고, 그 과정에서 파산하는 은행들에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여 수습하는 패턴이 만들어진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 면, 암호화폐 시장도 대폭락을 피할 수 없다. 투자 시장에서는 버블 이 커질수록 공매도 규모도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암호화폐는 현존하는 투자상품 중에서 가장 버블이 심하다. 당연히, 공매도 규모 역시 최고 수준이다. 만약 암호화폐 버블이 극대화된 시점에 작은 구멍이 뚫리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극대화된 공매도 물량까 지 시장에 쏟아지면서 하락의 폭과 속도를 더할 것이다. 그리고 투 자 시장에 참여한 주체들이 대폭락 기간에 손실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내다 팔 상품도 암호화폐가 될 것이다. 이런 심리가 확산되면 낙폭이 더 가팔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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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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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경제 2022. 5. 7. 12:01

- 각각의 분자는 원자들 간의 결합으로 이루어 지는데예를 들면, 물 분자는 두 개의 수소와 한 개의 산소 원자 간의 결합, 이 원자는 마치 스프링으로 서로 연결된 것처럼 특정 주파수 초 동안에 진동하는 수로 진동을 한다. 그리고 이들 결합마다 서로 다른 고유한 주파수가 있다. 한편 빛도 다양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주파수의 빛인가에 따라 우리 눈에 여러 다른 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가시광선, 안보이기도 한다적외선, 자외선, X-선 등, 태양으로부터 들어와서 지표에 흡수되었던 빛 에너지가 적외선 형태로 대기를 빠져나갈 때의 주파수가 공기 중 분자 내의 원자 간에 진동하는 주파수와 같은 경우에 양자역학적으로 이 적외 선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빛 에너지의 흡수는 원자가 대칭적으로 분포하는 질소N2나 산소 등의 분자가 아닌 비대칭적으로 분포하는 이산화탄소 CO, 수증기,O, 오존, 등의 분자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이러한 이유로 이산화탄소, 메탄, 오존, 수증기와 같은 분자들이 아주 낮은 농 도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온실가스'라고 부른다.
온실가스 중에서도 수증기의 농도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보다 수 십 배가 높아, 실제로 지구온난화에 더 큰 악영향을 준다. 그러나 대 기 중의 수증기 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거의 불가 능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가스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 EU는 자동차의 CO2배출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2015년부터 CO2배출을 점진적으로 줄이도록 강제하고 있다. 2021년 기준, EU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평균 배출량이 1km 주행 당 95g을 상회하는 경우, 1g 초과 차량에 대해 대당 95유로의 벌금을 매기고 있다. 현재 가솔린이나 디젤 기반 내연기관차의 평균 CO2, 배출량이 1km당 120g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기준으 로 보면 내연기관차는 25g120g - 95g을 초과하게 되고, 따라서 대당 2,375유로 25g × 95유로/g의 막대한 벌금을 부담해야 한다. 즉 EU를 대 상으로 내연기관차를 생산하여 수출하는 회사는 더이상 이윤을 내 기 어려워지게 된다는 뜻이다.
테슬라는 이러한 제도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였다. 테슬라에서 나오는 모든 자동차는 CO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전기자동차이기 때문에 이 회사에 할당된 CO2배출권을 다른 회사에 판매할 수 있 었는데, 2020년 한 해에만 그 금액이 16억 달러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그 해 약 7억 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탄소 배출권의 판매가 없었다면 9억 달러에 이르는 순손실을 내었을 상황인데 이 규제 덕에 오히려 순이익을 낸 것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CO2 배출 허용량이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 것이기에 모든 자동차 생산업체는 전기자동차와 수소전기차 등 CO2를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의 비중을 당장 늘려야만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 친환경 발전 시스템을 통해 100의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10달러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가정하자. 이 에너지를 가지고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30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다시 10달러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간다고 계산해 보자. 결국 일론 머스크는 30의 에너지와 10+10=20달러의 비용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으로 수소의 가격이 책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풍력이나 태양광으로부터 전력을 생산할 때 당장 소비되지 않는 전력은 저장되지 않으면 어차피 버려진다. 즉 수소로 변환되지 않는 잉여 전력은 어차피 버려질 에너지였기에, 이 전력은 과장해서 말하자면 공짜 전력이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비용은 수전해 과정에서 들어간 10달러뿐이다. 같은 이유로 수소를 만들기 위해 30의 에너지를 소모한 것이 아니라, 70의 에너지를 새로 생성한 것이다.
따라서, 같은 조건에서 생산된 같은 전기 에너지로부터 출발해서 효율을 따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물론, 값싼 풍력이나 태양광 팜farm으로부터 수소 생산 자체를 목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곳도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이 건설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경우에도 수소자동차가 효용이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효율과 비용 이외에도 다음에 논의할 여러 다른 요소들을 고민해야 한다.
- 배터리는 외부에서 연료나 공기를 주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컴 팩트하게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기에 용이하다. 반면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연료전지 스택 이외에도 별도의 수소 탱크가 있어야 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장치와 수소와 공기를 스택 에 주입시키는 펌프도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연료전지를 스마트폰 같은 작은 기기에 적용해서 배터리보다 나은 가격 경쟁력과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같은 이유로 세단 같은 비교적 작은 운송 수단에 대해서도 연료전지보다는 배터리가 유리하다. 일론 머스크의 말이 적어도 이러한 소형 자동차들에 대해서는 타당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차량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배터리가 상당히 불리해진다. 가장 큰 이유는 무게다. 승용차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세단 크기의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팩의 무게는 보통 400~500kg에 이른다. 전기차의 무게가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서 20% 남짓 무겁긴 하지만 이 정도 추가된 무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참고로 수소전기차의 경우에는 연료전지 스택, 완충된 수소 탱크, 소형 배터리 팩의 무게를 모두 더해도 200k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형 트럭의 규모가 되면 좀 심각해진다. 큰 트럭을 움직이려면 작은 차에 비해 당연히 많은 에너지가 든다. 사업용 트럭의 경우 1회 충전으로 먼 거리를 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큰 에너지 용량이 필요하다. 대형 트럭은 급속 충전을 한다고 해도 배터리 충전 시간이 적어도 1~2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항속 거리는 사업용 트럭에서 특히 중요하다. 시간이 곧 돈인 사업용 차량은 자주 충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큰 에너지 용량의 배터리를 트럭에 얹는 것은 어렵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의 낮은 무게당 에너지 밀도이다. 
- 2020년 미국 에너지부와 맥킨지가 40톤급 대형 화물 트레일러의 파워트레인 구동계의 무게를 따져보았다. 이에 따르면, 배터리 기반의 트럭은 그 무게가 10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배터리가 차지하고, 모터, 변압기, 감속기 등이 나머지를 차지한 다. 한편 연료전지 기반의 트럭은 7톤이면 충분하다. 7톤 중에 연료전지 스택은 150kg에 불과하고, 보조 배터리가 600kg, 그 나머지가 고압 수소 탱크, 공기 및 수소 공급 시스템, 변압기 등이 차지 한다.
- 트럭, 버스 등의 대형차뿐만 아니라 이보다 규모가 더 크거나 무거운 기차, 선박, 잠수함, 비행기 등 다른 종류의 대형 운송 수단도 배터리보다 수소 연료전지가 더 유리하다.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배터리보다는 수소 연료전지가 물리적으로는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지게 된다. 대수로 따지면 승용차나 SUV 등 일반적인 자가 운송 수단의 수가 훨씬 많겠지만, 총 소요 에너지양으로 따진다면 트럭, 버스, 기차, 선박, 비행기에서 요구되는 에너지의 양이 오히려 더 크다. 앞으로 수송용 연료전지 시장도 꼭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그럼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에 대한 상대적인 수요를 지역에 따라 비교해 보자. 차량의 크기와 용도에 따라서도 선택이 이루어지겠 지만 이들 조건이 같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우선 수소 수출국에서는 값싸고 풍부한 전기를 바로 이용하는 전기차가 역시 효율적일 수밖에 없고, 자연스러운 선택이 된다. 하지만, 수소 수입국의 경우는 수소전기차가 조금 유리해진다. 수소 수입국에서의 에너지 시작점은 수소인데, 수소전기차를 쓰 게 되면 자동차 내부의 연료전지로 그 수소를 전기로 변환하여 구동한다. 반면에 전기차를 쓰려면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통해 수소를 전기로 먼저 변환시킨 후 그 전기를 자동차 배터리에 충전하고, 그 에너지를 다시 방전하면서 구동한다. 즉 전기차 구동을 위해 서는 외부 전기를 이용해 충전한 다음 차를 구동하는 과정이 추가 되기에, 크진 않지만 10% 남짓 더 많은 손실을 보게 된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이나 비용 측면에서의 전기차의 비교 우위가 상쇄되고, 앞에서 논의한 차량의 크기, 용도에 따른 선택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전체적으로 수소 수출국에 비해 수소 수입국에서 더 많은 수의 수소전기차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적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의 경우에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별로 전기가 많이 생성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비율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이렇듯 차량의 크기, 용도뿐 아니라 나라와 지역에 따라서도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간의 선택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런 측면에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앞으로 같은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관계라기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상호 보완 관계가 될 것으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상대적인 비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 지만, 연료전지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이후에도 세단과 같은 소형 차량의 경우에는 전기차가 수소전기차보다 훨씬 큰 시장을 점유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효율 및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배터리가 수소보다 근원적인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 어차피 개질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탄화수소 기반의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에 비해 무슨 탄소저감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반론이 가능하겠지만, 탄화수소를 이용해 서라도 고정형 연료전지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료전지의 높은 효율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한다면, 탄 화수소를 연소시켜서 전기를 얻는 기존 발전 방식보다 연료전지를 통해서 전기를 얻는 방식이 훨씬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 킨다. 게다가 연료전지를 구동할 때 나오는 폐열을 그냥 버리지 않 고 난방 및 온수 등에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인 에너지 효율 또한 더욱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전기뿐만 아니라 열까지 모두 생성시키는 '열병합 발전을 하게 되면 90%에 이르는 에너지 전환 효율도 달성할 수 있다.
기존의 화력 발전의 경우에는 발전소가 가정이나 건물 등 에너지 소비처와 멀리 떨어져 있어 폐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연료전지 시스템은 이들 소비처에 인접해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폐열의 이용이 가능하다.
- 일본이 가정용 연료전지의 보급에 적극적인 또 다른 이유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고베 대지진을 경험한 이후에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한 분산형 발전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천재지변으로 정전이 발생해도, 에너팜이 있으면 전기 사용을 지속할 수 있고 난방 및 온수 사용 등에도 지장을 받지 않게 된다.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은 아직 많이 미흡하다. 일본에서 가정용 연료전지가 널리 보급된 데에는, 온수를 많이 사용하는 그들의 문화와도 연관이 있겠지만 가스 요금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가스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서 전기에 비해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덜하다. 여기에 초기 사업자들의 애프터서비스 미흡이 더해져 소비자들의 만족을 이끌어 내지 못한 과오도 있었다.
- 10MW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 태양광은 약 10,000m2, 풍력은 20,000m2의 면적이 필요하지만 연료전지는 250m정도의 면적으로도 충분하다. 수증기를 외부로 배출해 내는 팬 등을 제외하고는 움직이는 부품도 별로 없어 소음도 적다. 이런 장점들로 인해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깨끗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도심용 분산형 전원으로도 적합하다.
-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상당량은 합성 비료의 원료인 암모니아 NH3 의 제조에 사용된다. 합성 암모니아는 소위 하버-보슈법 Haber-Bosch Process이라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방법으로 암모니아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질소와 함께 수소 를 원료로 공급해 주어야 하는데, 질소는 공기 중에서 바로 얻을 수 있지만 수소는 따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천연가스 의 개질을 통해서 수소를 얻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이 산화탄소가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암모니아 생산을 위해서 대규모 의 탄소 배출을 계속 해오고 있는 것이다.
영국왕립학회The Royal Society 에서 2020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전체 에너지의 1.8%가 하버-보슈법을 이용 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고, 세계적으로 연간 생산되는 1억 7,500만 톤의 합성 암모니아의 90% 이상이 비료에 사용된다. 암모니아를 이렇게 대량 생산할 수 없었다면, 19세기 말부터 직면 했던 극심한 식량 부족을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고, 현재 이렇게 많 은 인류가 생존해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 하버-보슈법의 주원료인 수소를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이산 화탄소의 양도 전 세계 배출량의 1.8% 이르는 막대한 양이다. 그러 므로 이 암모니아 제조의 원료로 쓰이고 있는 그레이수소를 향후 블루수소천연가스 개질 후 이산화탄소를 포집나 그린수소로 대체하는 것만 으로도 엄청난 양의 탄소 저감을 이룰 수 있다.
- 현재 전 세계에서 대량 생산되는 수소는 소위 수증기 개질 steam reforming' 이라는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 중에 그나마 가장 경제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가스를 섭씨 700도의 고온에서 순수한 물과 반응시키면 수소와 일산화탄소O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생성된 일산화 탄소를 다시 물과 반응시켜서 추가적인 수소를 만들어 내고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부산물로 생성시킨다.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미국의 경우 95%의 수소를 천연가스를 이용한 수증기 개질을 통해 얻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천연가스를 이용해 생산된 수소가 가장 흔하다. 수증기 개질을 통해서는 천연가스 이외의 다른 탄화수소로부터도 수소를 추출해 낼 수 있지만,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것이 그나마 CO2 배출을 가장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이는 메탄H에 있는 수소 하나당 탄소의 비율이 다른 탄화수소에 비해서 가장 낮기 때문이다탄소 하나에 수소가 네 개나 붙어있다. 하지만 메탄을 이용하더라도 1kg의 수소를 만드는데 약 5.5kg의 이산화탄소가 부산물로 생성된다. 수소 인프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궁극적으로 CO, 저감에 있음을 생각하면, 수증기 개질은 미래의 궁극적인 수소 생산 방식이 될 수 없다.
- 이론적으로, 메탄을 분해해서 1kg의 수소를 얻는 데에는 물을 분 해해서 같은 양의 수소를 얻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의 반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수소와 함께 분해되어 나온 고체 탄소는 자동 차 타이어 첨가제, 배터리 소재, 탄소 섬유 원료 등 다른 산업에 유 용하게 쓰일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수소 생산 비용 을 상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깨끗한 수소 생산에 드는 비용을 절 감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메탄 열분해를 통해 만들어진 수소를 흔히 청록수소 turquoise hydrogen 라고 한다. 깨끗한 방식이지만 탄소가 함유된 메탄을 원료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방식은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산업을 그대로 유지시키면서도 청정수소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 는 측면에서 그린수소가 만개하기 전까지의 과도기적인 방식으로서 상당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기술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원료인 메탄과 열원인 재생에너지 전기가 저렴한 미국이나 중동과 같은 곳에서 향후 더욱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될 수소 생산 방식이다. 미국의 씨제로 C-Zero사와 모노리스Monolith사가 대표적인 업체다.
- 단독 주택이 많고 태양이 뜨거운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이나 호주 등지에는 가정집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둔 곳이 많다. 태양 광 전기는 낮에만 나오기에 보통 약 15kWh 용량의 배터리를 태양 광 패널 옆에 붙여 두고, 낮에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밤에 꺼내어 쓴다. 가구당 하루 평균 에너지 사용량이 15kWh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외부의 계통 전기를 끌어 쓰지 않아도 이 태양광+배터리 콤비만으로 어느 정도 자생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호주의 한 기업은 배터리 대신에 주소를 이용해서 태양광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햇빛이 쨍쨍할 때 남는 전기로 수전해를 통해서 수소를 생산·저장하고, 밤에는 그 수소를 연료 삼아 연료전지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어 쓰는 것이다. 이차전지 배터리가 아닌 수소 배터리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 기업은 수소의 저장을 금속 수소화물을 이용해서 고체 상태로 하기 때문에, 초고압이나 극저온 등의 처리가 필요 없어서 안전하 그 동시에 부피 밀도도 높아 컴팩트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 사이클을 한 바퀴 돌아도 95%에 이르는 에너지를 그대로 쓸 수 있는 반면, 이 수소 배터리는 수전해 와 연로전지 사이클을 도는 동안 절반이 넘는 에너지가 유실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배터리의 사이클 수명이 3천 회 정도라면, 이 수소 배터리는 2만 회까지도 무난하다고 한다. 즉 배터리보다 적은 에너지를 저장해도 밤 동안 전기가 모자라지 않는 가구라면 투자대비 호용성 측면에서 오히려 유리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앞에서 논의한 대로 기체 압축은 기술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지만 수소의 부피당 밀도가 낮고 저장 압력이 높아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액화수소, 고체수소, LOHC, 암모니아 변환 등은 부피당 저장 밀도가 높고 고압이 불필요하기에 안전도도 높다. 하지만 액화수소는 초 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가 들고 지속적 누출로 인해 장기 보관이 어렵다. 고체수소와 LOHC의 경우에는 부피당 수소 밀도는 높지만 무게당 밀도가 낮고, 보관 후 수소를 재추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LOHC도 수소 재추출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를 잃게 된다.
암모니아로 변환해서 저장하는 방법은 높은 수소 저장 밀도, 기존 노하우와 인프라 덕분에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가장 유망한 대량 수소 운송 수단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방식 역시 수소를 재추출하는 과정에서 아직은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기술 진보가 요구된다. 같은 이유로, 수소로 재변환을 하지 않고 암모니아 자체를 연료로 쓸 수 있는 사용처를 늘여갈 수도 있겠다. 현재는 압축 기체 형태로 대부분의 수소 저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가 간의 대규모 운송에는 적합하지 않다. 수소 에너지 산업의 성장과 함께 대량의 수소를 한번에 저장하고 이송하고자 하는 수 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액화수소나 LOHC 등의 기술개발과 인프라 확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수소를 주요 청정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서는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등에서도 대용량으로 저장해야 할 필요가 커질 것인데, 압축된 기체 수소는 낮은 부피당 밀도로 인해 부지 가격, 압축 용기의 경제성 등을 고려했을 때 대용량 저장 방식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초고압의 기체 상태로 저장하기에는 불안함이 있다. 액화수소, LOHC, 고체 저장 등의 기술 확보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섹터 커플링'은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전기를 모든 것의 에너지원으로 삼는 것을 지향한다. 원래부터 전기가 쓰였던 곳뿐만 아니라 냉난방, 수송 등의 전 부분에 걸쳐서 전력을 에너지 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이용한 값싼 대규모 수소 생산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 책에서 여러 차례 논의한 바와 같이, 재생에 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서 큰 규모의 에너지 저 장 수단을 얻고, 이를 통해 시간적, 공간적 수급의 유연성을 도모하 려면 수소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소는 더 나아가 전력화가 어려운 소비 부문에서 요구되는 연료를 만드는 기본 원료로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소사회로 전환이 된다 해도,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주요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이루겠다고 공언했지만, 탄소제로는 배출되는 탄소가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배출되는 탄소가 다시 포집되거나 소비되는 탄소와 균형을 맞추어서 추가적인 탄소의 순배출이 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2050년이 되어도 여전히 우리는 많은 석유와 가스를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석유와 가스를 대체할 수 없는 많은 공정과 장치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고, 석유와 가스를 이용한 화학 제품의 생산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수소사회에서는 현재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아주 많은 영역에서 큰 변화를 이룰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수소는 운송이 어려워, 암모니아는 어떨까?
수소를 에너지의 매개체로 하는 ‘수소사회보다 '암모니아사회'를 구현하자는 주장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떠받치기 위한 대규모 에너지 매개체로서의 수소는 그 저장과 운송이 기술적, 경제적 난제이다. 수소를 기체 상태로 압축해서 운송하자니 한번에 배편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수소 에너지의 양이 너무 적어 경제성이 떨어지고, 액화하거나 LOHC에 녹여서 옮기자니, 부피당 에너지 밀도는 높일 수 있지만 경제성이 여전히 많이 떨어진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액화 상태로 운송, 저장하기 위해서는 영하 253도의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기에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고, LOHC에 수소를 저장하는 방식은 저장, 운송, 재추출하는 과정에서 수소 생산에 버금가는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든다. 이 두 방식 모두 기술적, 산업적 성숙도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관련된 인프라도 미미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수소 대신 암모니아를 에너지 매개체로 삼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수소를 암모니아NH.로 바꾸면 저장과 운송이 훨씬 용이해진다. 액화를 하기 위해 극저온이 필요한 수소와는 달리 암모니아는 영하 33도면 액화시킬 수 있다. 일반적인 냉동고 정도면 암모니아를 액화시켜서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가정용으로도 영하 60도까지 내릴 수 있는 냉동고가 시중에 나와 있으니 말이다. 온도를 내리는 대신 상온에서 10기압 정도의 압력만 가해도 쉽게 액화시킬 수 있으니 암모니아의 액화는 여러모로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액화시킨 암모니아는 영하 253도에서 액화된 수소에 비해 오히려 부피당 1.5배 더 많은 수소를 함유하고 있어서 한번에 더 많은 수소를 옮길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암모니아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술적 노하우 와 산업 인프라가 이미 많이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선박과 파이프라인을 통한 암모니아의 운송은 지금까지도 늘 해오던 일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억 7,500만 톤에 달하는 암모니아가 생산된다. 이는 700억 달러약 84조 원의 시장 규모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거의 대부분의 암모니아가 비료를 만드는 데 쓰이기 때문에 우리가 체감하지 못했지만, 연간 세계 LPG 가스 시장이 3억 톤 정 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암모니아가 얼마나 많이 생산, 유통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암모니아는 수소와 마찬가지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이다. 그럼에도 수소에 비해서는 저장과 운송이 훨씬 쉽고 이미 구축된 많은 인프라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수소 자체를 힘들게 저장하고 운송하려 하는 대신, 암모니아를 에너지 매개체로 쓰게 되면 완전한 재생에너지 사회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그림이 실현되는 곳을 수소사회와 대비되는 의미로 암모니아사회라고 한다.

- 전 세계적으로 2020년 기준 약 27,000TWh의 전력이 생산되었는데, 추후 이 모든 전력이 재생에 너지로 전환된다고 가정해 보자. 단순하게 이것의 10%에 해당하 는 전기 에너지를 리튬 이온 전지 기반의 ESS로 구축한다면 단가를 1kWh 당 300달러로 계산할 때, 810경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본이 들게 된다. 이는 2020년 미국 연간 총 GDP의 약 35배에 해당한다. 향후 배터리의 가격도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 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전력 저장용으로 쓰기엔 너무 비싸다. 2021년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망용 리튬 이온 전지 기반의 ESS는 2050년 기준으로 1kWh당 87달러에서 248달러 사이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배터리 기반의 ESS를 궁극적인 에너지 저장 방식으로 고려하기에는 앞으로 배터리의 가격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경제성을 갖추기 힘들다는 뜻이다. 리튬 이온 전지보다 훨씬 저렴하고 안정적인 이차전 지가 추후 개발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러한 대안들이 대규모 로 구축되기에는 기술의 성숙도나 관련 산업과의 연계성 등을 살 펴볼 때 요원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수소가 주목을 받는 것이다. 수소를 통해서 전력을 저 장하게 되면 이보다 훨씬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2050년쯤이 되면 수전해 비용이 1kg당 1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연간 2천5백억 달러 정도로, 전 세계 전기 수요의 10%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수소로 변환시킬 수 있다. 이 비용은 초기 수전 해 시설 투자비까지 포함한 것이다. 저장과 수송 비용까지 고려한다고 해도 배터리 기반의 ESS에 비해서는 수천 배가 저렴하다. 초기 설치 비용 측면만 따로 살펴볼 때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2050년이 되면 수전해 kW당 약 200달러 130~307달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전 세계 누적 발전설비 용량2019년 기준 7.3 TW 의 10%를 모두 수전해 설비로 설치한다고 해도 7000억 달러 정도면 된다. 배터리에 비해 1천 배 이상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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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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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경제 2022. 4. 6. 20:00

- 정치, 경제, 좀 더 보편적으로 말해서 모든 사회과학을 떠받치고 있는 학문은 명백하게도 심리학이다. 심리학 원리에서 사회과학의 법칙을 이끌어낼 날이 언젠가 찾아올 것이다. (빌프레도 파레토 Vilfredo Pareto, 1906)
- 우리가 현재 상태에서 변화해 민감성 체감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은, 베버-페흐너 법칙Weber-Fechner law 이라 알려진 인간의 또 다른 기본적인 특질(심리학의 초기 발견 중 하나)을 잘 보여준다. 베버-페흐너 법칙은 어떤 변수의 변화에 대한 최소 식별 차이 just noticeable difference'는 그 변수의 크기에 비례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체중이 30그램 늘었을 때는 그 차이를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채소를 살 때 30그램은 대단히 중요한 차이로 다가온다. 심리학자들은 최소 식별 차이를 줄여서 JND'라고 부르곤 한다. 여러분이 심리학자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면, 칵테일파티에서 그 용어를 한번 꺼내보라(“추가적인 투자로는 JND를 느낄 수가 없어서 이번에 새 차를 사면서 아예 고가 사운드 시스템으로 넘어왔죠” 하는 식으로 말이다).
-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 와 존 힉스John Hicks,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을 필두로 하는 경제학자 집단은 경제 이론을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다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경제학의 두 가지 핵심 개념, 즉 행위자는 최적화를 추구하고 시장은 안정적 균형에 도달한다는 개념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균형점에 도달하게 되는 조건을 결정하기 위한 기술과 최적의 문제 해결책을 밝혀내기 위한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갔다.
하나의 사례는 이른바 '기업 이론 theory of the firm’이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해서 기업은 언제나 이익(혹은 주식 가치)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말이다. 현대 이론가들이 그 이론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일부 경제학자는 현실에서 경영자는 절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하며 반박 했다.
한 가지 단순한 사례로 '한계 분석marginal analysis' 이라는 개념이 있 다. 4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한계 비용이 한계 수입과 일치하는 지점에서 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한다. 우리는 이런 분석을 근로자를 고용하는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즉 마지막으로 고용한 근로자에 소요되는 비용이 그 근로자가 거둬들이는 수입의 증가와 동일해지는 시점까지 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다분히 중립적인 설명처럼 들리지만, 1940년대 말 '현실 세상'의 경영자가 실제로 이렇게 행동하는지를 놓고 《미국경제학회지 American Economic Review》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 이 논쟁은 프린스턴의 용감한 경제학과 부교수 리처드 레스터Richard Lester에게서 비롯되었다. 레스터는 과감하게도 제조업 사장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얼마나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그들이 얼 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지, 어떻게 결정하고 확인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계와 일치하는 지점에서 결정을 내린다고 답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무엇보다 경영자는 제품 가격의 변동이 미치는 영향, 근로자 임금의 변동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이론과 달리 경영자들은 임금의 변화가 고용이나 성과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제품을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하고, 수요에 따라 노동력을 늘리거나 축소한다고 대답했다. 레스터는 다음과 같은 과감한 발언으로 논문을 마무리 지었다.
- 대니와 아모스가 진행한 실험의 스타일은 종종 일회성' 게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제학자들은 '현실 세상'에서 살아가 는 사람들에게는 학습할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충분히 타당한 이 야기다. 우리는 훌륭한 운전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며 안전하게 운전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똑똑한 심리학자가 실험 환경에서 사람 들이 실수를 저지르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개발했다고 해서 사람들 이 현실 세상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드시 저지를 것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일반적으로 실험실은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간주된다). 사람들은, 외부 세상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제 를 연습하고, 그런 연습 덕분에 실험실에서 관찰되는 실수를 저지 르지 않을 수 있다.
- 하지만 이런 학습에 대한 주장에 따른 문제는 모든 사람이 빌 머레이가 출연한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속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가정이다. 여기에서 머레이가 연기한 필 코너스라는 인물은 매일 똑같은 하루를 반복적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을 때, 그는 한 번에 하나씩 변화를 주 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함으로써 점차 학습해나간다. 그러나 현실 속 삶은 감사하게도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심리학자들은 경험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 다고 말한다. 그 두 가지란 충분한 연습과 즉각적인 피드백이다. 가 령 자전거나 운전을 배울 때처럼 이런 조건들이 모두 충족될 때, 우리는 과정 전반에 걸쳐 사고를 겪으며 학습하게 된다. 하지만 삶에 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는 우리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 며, 바로 이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습에 대한 주장과 동기 에 대한 주장은 일면 상호 모순적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영국의 게임 이론가 켄 빈모어Ken Binmore와 함께한 공개 토론에서 최초로 떠올렸다.
- 젠슨에 대해 좀 더 공정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언급하자면 우리는 그의 주장에서 보다 일관된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가령 시장이 사람들을 합리적인 존재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원이 모 두 인간임에도 시장가격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주장이 다. 이런 주장은 명백히 타당하고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이 주장이 어떻게, 왜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6부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행동경제학이 성공을 거두자면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 영역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간단명료한 결론 대신 위험 수위가 높은 시장, 특히 보이지 않는 속임수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는 금융 시장에서 서로 영향을 끼치는 실제 사람들에 대한 연구 성과를 제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 “사람들은 돈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예전에 나는 그 개념을 '심리학적 계좌Psychological accounting'라고 불렀지만, 나중에 두 사람은 이 주제를 다룬 논문에서 이를 심리 계좌mental accounting'로 바꾸었고, 나도 이를 따랐다. 그 후 나는 계속 심리 계좌의 개념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이 개념이 흥미롭고 통찰력 넘친다고 생각한다. 나는 심리 계좌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더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다.
다음 몇 장에서 이런 심리 계좌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테지만, 사실 이 개념은 책 전반에 골고루 스며들어 있다. 심리 계좌라는 아이디어는 전염성이 대단히 강하다. 조만간 여러분도 엉겁결에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음, 그건 심리 계좌 문제군.”
- 두 가지를 고백할 시간이 왔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이콘의 사고 방식을 지지하지만, 사실 심리 계좌와 관련해서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나는 매몰 비용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데, 특히 매몰 비용이 그 특성상 전적으로 금전적인 것일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연구 프로젝트에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나면, 포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때조차 좀처럼 쉽게 손을 놓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초고를 쓰기 위한 내 전략은 특정한 문구나 단락의 완벽성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는 것이었다.
이런 전략으로 초고를 완성하기는 했지만, 그건 너무 긴 과정이 었다. 그중에서 많은 부분을 삭제해야 했고, 어떤 부분을 들어내야 할지에 대해 초고를 읽은 동료나 편집자의 조언에도 신경 써야 했 다. 아주 많은 사람이 언급했던, 특히 윌리엄 폴크너Wiliam Faulkner 가 강조한 조언은 “작가는 사랑하는 자식을 떠나보낼 줄 알아야 한 다" 는 것이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언급했다는 것은 작가들이 그만큼 지키기 어려운 것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교정 단계로 접어들면서 나는 초고에서 무참하게 들어내야 했던 '삭제된 부분을 모아두기로 했다. 내 계획은 이 책의 웹사이트에 화려하면서도 장황한 내 소중한 이야기들을 올려두는 것이었다. 그 분량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지만 그 계획의 장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컴퓨터에 '삭제된 부분'이라는 이름의 폴더로 그런 글들을 저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사랑하는 자식을 떠나보내는 고통을, 그리고 마치 내 발에 맞지 않는 값비싼 신발을 신고 있는 것 같은 고통을 완화할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교훈은 일단 행동 문제를 이해하면, 그에 대한 행동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 계좌는 항상 바보들의 놀이인 것만은 아니다.
- 경제학자 아티프 미안Atif Mian과 아미르 수피Amir Sufi가 그들의 책 빚으로 지은 집House of Debt.에서 소상히 밝혔듯, 2000년에 이르기까지 주택 자산의 증가는 소비, 특히 내구재에 대한 소비를 촉진 하는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크게 치 솟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소유자들은 주택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추가 대출을 받고 금융 상품을 활용해 새 차를 구입하면서 자동차매출 또한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상환하지 못한 담보대출이 주택 가격을 초과하면서 주택의 자산 가치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금융 상품을 통해 자동차를 구입하는 길이 막혔고, 이로 인해 자동차 매출은 주택 가격과 동반 하락했다. 이런 과정은 2000~2001년 일어난 IT 거품 폭발이 주택 시장의 거품 폭발만큼 치명적인 경기 침체를 불러오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당시 부자가 아닌 가구 대부분이 퇴직연금 계좌를 주식 형태로 관리했고, 특히 계정 잔액이 적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돈을 지키기 상당히 어려웠다. 이 말은 곧 주식 시장 하락이 주택 시장 하락만큼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 하우스 머니 효과, 즉 최근에 얻은 수익을 기꺼이 투자하려는 성향은 금융 시장의 거품을 조장한다. 1990년대 전반 에 걸쳐 개인 투자자들은 퇴직연금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 속 높였다. 즉 주식 투자에 더 많이 집중했다. 그들이 그렇게 한 이 유는, 몇 년 동안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장이 하락하더라도 새로 얻은 수익만 잃을 것이니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이 그 돈이 연기처럼 사라졌 을 때 느낄 상실감을 누그러뜨리리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몇 년 뒤 주택 시장에 거품이 일었을 때 투기꾼들도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스코츠데일,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의 부동산에 열광했던 투자자들은 주택 시장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출 발점으로 돌아갈 뿐이라고 안심시킨 일종의 심리적 쿠션에 기대고 있었다(그저 말장난이 아니다). 물론 시장이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섰을 때, 부채 비율이 높은 투자자들은 주택 자산보다 더 많은 돈을 잃었 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집을 빼앗겼다.
도박에서 돈을 잃었을 때 본전을 만회하려는 성향은 투자 전문 가의 행동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뮤추얼 펀드 매니저들은 자신들 이 관리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기준 지수(S&P 500 등)보다 한참 밑돌 고 있으면 그해 마지막 분기에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 든다. 그리고 회사에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입힌 주식 중개인들은 필사적으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마지막 기회에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다. 이 런 태도는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중개인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지만, 손실을 만회하지 못할 경우 훨씬 심각 한 사태가 벌어진다. | 이 말이 사실이라면 금융 기업 관리자들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 는 직원들의 행동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돌이켜보건대 미 국 금융 기업은 무모한 직원들이 큰 사고를 치기 전에 충분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 다). 여기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은, 정상적인 위험 회 피 성향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큰 손실로 압박에 시달릴 때, 만회할 기회가 있다면 극단적인 위험을 감수하려 들 수 있다는 것이다.
- 아이러니하게도 『국부론』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고, 가장 많은 칭송을 받은 표현인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용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 책에 단 한 번밖에 등장하지 않았으며 그나마 가볍게 언급되었다. 스미스는 일반적인 기업가는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은 손에 이끌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해서 사 회에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유명한 문구를 인용하거나, 보이지 않는 속임수에 대한 어떤 주장을 내세 우려는 이들이 좀처럼 함께 언급하지 않는(혹은 기억하지도 못하는) 좀 더 조심스러운 두 번째 문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에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최고의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말 과 동일한 표현으로 볼 수는 없다.
그 두꺼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스미스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 는 경제학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룬다. 스미스는 나의 박사 논문 주제인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힘들고 위험하고 지루한 일을 하는 근로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널리 알려진 경제학자 조지 스티글러는 이제 우리가 경제학에 대해 새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말을 즐겨 했다. 그건 스미스가 이미 모두 이야기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점은 행동경제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2) 오늘날 우리가 행동경제학이라 부르는 분야에 대한 스미스의 논의는 1759년에 발행 된 그의 초기 작품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자기통제의 개념을 상세히 밝혔다. 예 리하게도 스미스는 자기통제라는 개념을 '열정'과 '공평한 관찰자' 의 투쟁, 또는 충돌로 설명한다. 자신이 한 말을 실제로는 스미스가 먼저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대부분의 경제학자처럼, 나 역시 나의 주장이 처음이 아니었음을 스미스의 글을 읽고 깨달았다.
- 소유 효과를 주제로 한 실험은, 손실 회피로 이미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그대로 고수하려는 사람들의 성향을 부분적으로 잘 보여준 다. 일단 머그잔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재빨리 그 머그잔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이를 내주는 것은 손실이다. 게다가 이런 소유 효과는 대단히 신속하게 작동한다. 우리 실험에서도 피실험자 들은 거래가 시작되기 불과 몇 분 전에 그 머그잔을 소유했다. 대 니는 이를 종종 '즉각적인 소유 효과 instant endowment effect'라고 불렀다. 이런 소유 효과에 대한 우리의 설명으로, 사람들의 손실 회피 성향 외에도 '관성inertia' 이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물리학에서는 외 부 환경에 변화가 없을 때, 정지한 물체는 계속해서 정지해 있으려 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행동한다. 그들은 바꾸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없는 한 갖고 있던 것을 고수하려 한다. 심지 어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도 바꾸려 들지 않는다. 경제학자 윌리엄 새뮤얼슨Willian Samuelson과 리처드 젝하우저는 사람들의 이런 태도를 일컬어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109)이라 불렀다.
손실 회피 성향과 현상 유지 편향은 종종 힘을 모아 변화를 가로 막곤 한다. 공장이나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자리를 찾기 위해 그들은 다른 분야의 일 자리를 받아들이고 함께했던 동료와 가족, 집을 떠나야 한다. 이처 럼 사람들이 다시 일하도록 도와주는 노력은 관성의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는 나중에 공공 정책에 대한 논의에서 관성의
- “새로운 발견은 예외에 대한 인식으로, 다시 말해 자연은 과학 전반을 장악한 패러다임이 내놓은 예측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깨부순다는 깨달음과 더불어 시작되는 것이다.” (토머스 쿤)
- 합병을 통해 탄생한 로열 더치 셸Royal Dutch Shell의 경우, 두 가지 주식이 오랜 기간에 걸쳐 존재했다. 로열 더치의 주식은 뉴욕과 네덜란드 시장에서 거래되었고, 셸의 주식은 런던에서 거래되었다. 1907년 이 기업을 탄생시킨 합병 계약서에 따르면 수익의 60퍼센트는 로열 더치 주주들에게, 그리고 40퍼센트는 셸 주주들에게 주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여기에서 일물일가의 법칙은 두 종류의 주식가격 비율이 60/40, 혹은 1.5배가 되어야 한 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두 주식은 정말 이런 비율로 거래되었을까? 아니 다! 로열 더치의 주식은 어떨 때는 30퍼센트나 낮게 거래되었고, 다른 때에는 15퍼센트 더 높게 거래되기도 했다. 아마도 노이즈 트 레이더들은 1.5를 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듯하다. 이런 경우에 현명한 거래라 함은 싼 쪽을 구매하고 비싼 쪽을 공매하는 것이다. 팜-스리콤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두 가지 주식 모두 널리 거래되고  쉽게 빌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스마트 머니가 1.5의 적절한 비율로 주식이 거래될 수 있도록 기능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묘하게도 그런 이유는 없었다. 중요한 사실은, 몇 달 안에 끝나게 되어 있던 팜 사례와 달리 로열 더치 셸의 주식가격 불일치 현상 은 수십 개월 동안 이어질 수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는 점이다.75 거기에 바로 위험이 있었다.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ong-Term Capital Management, ITCM 같은 일부 스마트 트레이더들은 발 빠르게 값비싼 로열 더치 주식을 매각하고, 싼 셸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1998년 8월, 아시아 금융 위기와 러시아 채무불이행 사태로 LTCM을 포함한 다 른 헤지펀드는 손실을 기록했고, 이로 인해 로열 더치 셸 주식을 포 함해 포지션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LTCM 뿐 아니라 많은 헤지펀드가 로열 더치 셸 주가의 예외적 현상을 발 견했다. 이들 역시 러시아와 아시아에서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LTCM이 로열 더치 셸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자 했을 무렵, 다른 헤 지펀드도 같은 입장을 취했고, 이런 상황은 그들 모두에게 불리하 게 작용했다. 즉 비싼 쪽이 더욱 비싸진 것이다. 그리고 몇 주 후 LTCM은 이로 인해, 그리고 상황이 나아지기 전에 다른 차익 거래' 기회마저 놓치면서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 LTCM의 사례는 안드레이 슐라이퍼와 종종 그의 공저자로 함께 했던 로버트 비시니가 '차익 거래의 한계imits of arbitrage'라고 언급한 개념을 잘 설명해준다. 실제로 그 사건이 벌어지기 1년 전인 1997 년에 이런 주제를 갖고 발표한 논문198)에서 두 사람은 ITCM의 실 제 이야기와 대단히 비슷한 가상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주가가 자금 관리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투자자들이 자신의 돈을 도로 인출하고자 할 때, 가격은 그들에게 더욱 불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이런 흐름은 결국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핵심적인 교훈은, 가격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으며 스마트 머니가 그런 상황을 항상 바로잡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 나는 효율적 시장 가설 중 '가격은 정당하다'라는 부분을 좀 더 부정적으로 본다. 많은 중요한 문제에서 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완전히 잘못된 명제인가? 분명하게도 피셔 블랙은 노이즈에 대한 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효율적 시장을 가격이 2라는 인수factor 의 내부에 위치하는, 다시 말해 가치의 2분의 1을 넘고, 2배 미만인 범위에 가격이 형성된 시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 2라는 숫자는 임의적인 것이다. 비록 직관적인 생각이기는 하나 가격의 불확실성, 그리고 가격이 가치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감안할 때 내게는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의에 따 른다면, 나는 모든 시장이 거의 대부분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여 기서 거의 대부분' 이란 90퍼센트 이상이라는 뜻이다.” 190퍼센트 이상'이 거의 대부분에 대한 만족스러운 정의인지 확신이 서진 않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내가 보기에 2라는 인수는 시장을 효율적이라고 정의하기에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동안 당시 건축된 주택의 가치가 정점을 기준으로 반 토막이 나버린 상황을 떠올려보자. 그때 주택을 산 사람들은 거품이 일었던 기간에 주택 시장이 효율적으로 기능했다는 평가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블랙은 IT와 부동산 시 장에서 거품이 일어나기 전인 1996년에 세상을 떠났다. 만일 그가 지금도 살아 있다면 자신의 정의를 '3이라는 인수 내부'로 수정해야 했을 것이다. 나스닥 지수는 절정을 이룬 2000년부터 바닥을 친 2002년에 이르기까지 그 가치의 3분의 2 이상이 사라졌고, 그런 추락은 초기 과열 현상 때문이었다(이에 대해 인터넷을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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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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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역사에 등장한 돈은 여러 가지지만, 그 재화를 더 생산하는 데 제한을 가하는 장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 재화의 가치가 유지된다는 특성은 공통이다. 새로 더 생산하기가 힘들수록 그 돈은 견고하다.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돈을 단단한 돈, 경화(硬貨, hard money)라고 하고, 공급을 늘리기 쉬운 돈을 부드러운 돈, 연화 (軟貨, easy money)라고 한다.
(hard'에 '단단한'과 '어려운 이라는 뜻이 모두 있기 때문에 'hard money' 에도 '(가치가) 견고한 돈과 (얻거나 만들기) 어려운 돈'이라는 중의성이  다. 마찬가지로 'hardness'는 '돈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정도'라는 의미도 포괄하고, 또 그렇게 이해하는 편이 저자의 의도에 더욱 적합한 경우도 있으나, 번역문에서는 혼선을 피하기 위하여 (돈의 가치가) 견고한 정도로 통일 해도 전반적 의미가 왜곡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 옮긴이)
- 현대에 기술이 발전하여 조개를 수입하거나 채집하기 쉬워지자 조 개껍질을 돈으로 쓰던 사회는 금속화폐나 지폐로 방향을 틀었고, 정 부가 화폐 공급을 늘리면 국민은 외화나 금처럼 비교적 믿을만한 화 폐성 자산을 보유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20세기에는, 특히 개발도상 국에서는 그런 비극적 사례가 안타까울 정도로 많이 등장했다. 오랫동안 살아남은 화폐란 공급 확대를 제한하는 매우 믿을만한 장치를 갖춘 화폐, 다시 말해 경화다. 화폐끼리는 언제나 치열하게 경쟁하는 데, 그 결과를 내다보려면 다음 장에서 살펴보듯 기술 발전이 경쟁 당사자의 저량/유량 비율에 끼치는 영향을 보면 된다.
- 오키프는 섬에서 고코넛을 사서 코코넛 오일 제조업자에게 팔아 이 익을 남길 기회를 찾아냈다. 하지만 열대 낙원에서 살던 섬사람들은 자기 삶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던 데다 외국 돈을 받아 봤자 쓸모가 없으니, 일하라고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오키프는 순순히 포 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배를 홍콩으로 몰고 가 큰 배와 폭약을 구하고 팔라우로 간 후, 폭약과 현대식 도구로 큼지막한 라이를 여러 개 캐내어 야프 섬에 싣고 가서 주민들에게 코코넛 대금으로 치르려 했다. 그런데 오키프가 예상했던 바와 달리 마을 사람들은 라이를 받 기 꺼려했다. 촌장은 오키프가 가져온 돌이 지나치게 쉽게 얻어온 것 이기 때문에 아무 가치도 없다고 선언하고, 마을 사람들이 일한 대가로 그 돌을 받는 것을 금지했다. 야프 섬에서는 사람들이 전통 방식으로 피땀 흘려 캐낸 돌만 인정했다. 하지만 섬사람 가운데에서도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은 몇몇은 오키프가 원하던 대로 코코넛을 공급했 다. 섬에서 갈등이 일어난 끝에, 라이는 돈으로서 종말을 맞았다. 오늘날 야프 섬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화폐는 현대식 정부화폐고, 라이는 문화와 의례에 관련한 기능을 주로 한다.  이야기가 상징하는 바는 매우 크지만, 언제가 되었든 현대 산업 문 명이 야프 섬과 섬사람에게 일단 침입하면 라이는 화폐 기능을 잃을 운명이었고 오키프는 그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다. 야프에 현대식 도구와 공업력이 도착하면 라이 생산 비용은 이전보다 크게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오키프가 그랬듯 이전보다 훨씬 많은 라이를 야프에 들여 올 사람은 현지인이 되었든 외지인이 되었든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 다. 현대 기술이 도입되자 라이의 저량/유량 비율은 극적으로 낮아졌다. 매해마다 훨씬 더 많은 돌을 생산해 낼 수 있게 되자 섬에 원래 있던 돌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이제 이 돌을 가치저장 수단으로 쓰겠다는 결정은 점점 더 어리석은 판단이 되었다. 라이는 시간을 뛰어넘는 판매가능성을 잃었고, 그리하여 교환매개 기능도 잃었다.
이 책을 쓰는 지금도 계속 가치가 폭락하는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처럼 지금까지 화폐 기능을 잃은 돈 모두가 저량/유량 비율 하락에서 받은 영향은 세부사항만 다를 뿐 결국 동일하다.
- 금속은 가지고 돌아다니기 편할 만큼 크기도 작고 규격이 통일되었으며 가치는 매우 높은 돈을 만들기 쉬워서 조 개껍질, 돌, 구슬, 소, 소금보다 좋은 교환매개로 입증되었다. 또 탄 화수소 연료 사용이 대중에게 보급되면서 인간의 생산능력이 크게 증 가하자 예전에 화폐로 쓰던 물건의 추가 공급량(즉, 유량)이 급격히 늘 어났다. 다시 말하면 예전 화폐가 저량/유량 비율을 높이 유지하던것은 생산하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이제 생산능력 향상으로 그 어려움을 잃자 자연화폐가 든 관 뚜껑에는 못이 하나 더 박혔다. 현대 탄화수소 연료가 도입되자 라이를 만들 돌은 캐기 쉬워졌고, 아그리 구슬을 만드는 비용은 매우 낮아졌으며, 조개는 큰 배를 타고 무더기로 긁어모으게 되었다. 이러한 돈이 견고함을 잃자 그 돈을 가지고 있 던 사람은 엄청난 부를 빼앗기는 피해를 보았고, 그 결과 사회 구조는 완전히 무너졌다. 오키프가 싸게 들여온 라이를 거부한 야프 섬 촌장은 요즘 경제학자 가운데서도 이해한 사람이 많지 않은 사실을 알 았던 것이다. 만들기 쉬운 돈은 절대 돈이 아니고, 연화를 사용한다고 사회가 부유해지지도 않으며, 사실은 힘들게 모은 부를 생산하기 쉬운 무언가와 바꿔 헐값에 넘기게 되기에 사회가 오히려 빈곤해진 다는 사실 말이다.
- 어떤 물건이든 가치저장 기능을 잘 수행하려면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올라가야 하는 한편, 생산자는 가격이 크게 떨어질 정도로 공급을 부풀리지 못할 제약을 받아야 한다.”는 난제를 풀어내야 한다. 그런 상품이 있다면 이를 가치저장 수단으로 쓴 사람 이 보상을 받고 장기적으로 부를 늘리게 될 것이다. 다른 상품을 선택 한 사람도 앉아서 재산을 잃지 않으려면 이미 내린 결정을 뒤집고 더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의 선택을 베낄 것이므로 해당 상품은 가장 중요 한 가치 저장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 내내 벌어진 이 경쟁에서 승자는 단연 금이다. 
- 페르디난트 립스(Ferdinand Lips)가 요약한 다음 내용은 오늘날 독자에게도 교훈이 된다.
로마 황제들이 경제를 관리하려는 데 몰두했지만 상황을 더 악화 했을 뿐이라는 사실에는 현 세대 투자자 뿐 아니라 현대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도 주목해야 한다. 물가와 임금을 통제하고 법정통화를 관 리하는 법을 제정해 봤자 밀물을 막으려는 노력과 다를 바 없었다. 폭동·부패·무법 · 맹목적 투기와 도박 열풍이 역병처럼 제국을 휩쓸었다. 화폐가 가치를 절하당하여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당시에는 상품을 만들기보다 상품에 투기하는 편이 훨씬 매력적이었다. 
- 도시국가 등장은 유럽을 암흑시대에서 구해 르네상스로 끌고 간 원동력으로 널리 인정받지만, 도시국가가 등장하는 데 건전화폐가 기여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도시국가가 사람이 일하고 생산하고 교역하여 번창할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 곳이 된 것은 대체로 건전화폐본위제를 채택한 덕으로 돌릴 만하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아우레우스를 발행한 이래 처음으로 유럽에서 발행된 주요 건전주화 는 피렌체에서 1252년에 찍어낸 플로린(florin, 또는 피오리노(fiorino)) 이다. 피렌체가 유럽 상업 중심지로 발전해 나가자 플로린도 유럽 제 1의 교환 수단이 되어, 유럽 대륙 전체로 뻗어나가던 피렌체 금융기관에게 힘을 실었다. 이후 베네치아가 피렌체를 처음으로 모방하여 1270년에 플로린과 특성이 같은 두카트(ducat)를 주조했고, 14세기 말까지는 150개가 넘는 유럽 국가와 도시가 플로린과 특성이 같은 주화 뿐 아니라 액면가가 낮은 주화도 함께 발행하여, 자국 시민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판매가능성이 매우 높고 가치를 나누기도 쉬운 화폐를 쓰면서 부를 축적하고 교역할 자유를 누리며 긍지를 느끼게 했다. 그렇게 유럽 소농이 누린 경제 자유와 이탈리아 도시국가가 누 린 정치 · 과학 · 지성 · 문화적 번영은 점차 유럽 대륙 전체로 퍼져나 갔다. 로마 · 콘스탄티노플 · 피렌체 · 베네치아 어느 곳의 역사를 보 아도 건전화폐본위제는 인류 번영에 전제이자 필요조건이고, 건전화 폐본위제를 채택하지 않은 사회는 야만과 붕괴로 떨어질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 실물이 직접 결제에 쓰이던 동안에는 금과 은 둘 다 화폐 기능을 지녔다. 상대 가격은 땅속에 묻혀 있는 양과 채굴의 난이도 및 비용 비율과 비슷하게 대략 금 1온스 당 은 12온스에서 15온스를 유지했 다. 하지만 귀금속으로 가치를 보장받는 지폐와 금융상품이 널리 쓰 이게 되자 은은 더 이상 화폐 기능을 가질 이유를 잃었고, 개인과 국 가가 금을 보유하는 쪽으로 쏠리자 은 가격은 크게 떨어져 다시 회복 하지 못했다. 금과 은 가격 비율은 20세기 평균 47:1이었고 2017년 에는 75:1을 기록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보유하는 데서 보듯 금 은 여전히 화폐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은은 사실상 화폐 기능을 잃었다. 
- 은이 화폐 기능을 잃자 당시에 은을 본위화폐로 사용하던 국가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인도 루피 가치가 유럽 국가의 금본위화폐에 비하여 계속 떨어지자 영국 식민 정부는 운영경비를 대려고 세금을 올렸는데, 그 때문에 영국 식민정책에 반대하는 폭동이 늘었다. 프로 이센-프랑스 전쟁이 끝난 1871년부터, 금으로 가치가 보장된 파운드 스털링을 본위화폐로 삼기 시작한 1898년까지 27년 동안 루피 가치 는 56% 떨어졌다. 1935년까지 은본위제를 유지했던 중국에서는 다 양한 형태로 존재하던 은 가치가 인도 사례와 같은 기간 동안 78% 사 라졌다. 필자가 보기에 중국과 인도가 20세기 동안 서구를 따라잡는 데 실패한 이유는, 두 나라가 사용하던 화폐성 금속이 화폐 기능을 잃 으면서 부와 자본이 엄청나게 파괴되었던 역사와 긴밀한 관계가 있 다. 결국 은이 화폐 기능을 잃자 중국인과 인도인이 처한 상황은 아 그리 구슬을 쓸 때 유럽인을 맞아들인 서아프리카 인과 사실상 같다. 국내에서 경화였던 것이 외국에서는 연화였기 때문에 외국의 경화에 밀려났고, 그 과정에서 중국과 인도의 자본과 자원은 점점 더 외국인 에게 넘어갔다. 비트코인을 거부하기만 하면 신경 쓸 필요도 없으리 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아주 중요한 이 역사의 교훈을 마음에 새겨 야 한다. 역사가 말하듯, 남이 더 견고한 돈을 보유하면 자기도 영향 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 건전한 화폐 덕분에 자유무역이 전 세계에서 활발해지기도 했지 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사실은 금본위제를 채택한 선진 사회 대부분에서 저축률을 올리는 효과를 낸 덕분에 자본 축적을 도와 오늘날 현대식 삶의 기틀을 잡아온 산업화, 도시화 기술발전에 드는 자금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1900년에 금본위제를 정식으로 채택한 국가는 산업화 국가 모두를 포함하여 50여 개 국이었고, 그밖에 금본위제를 공식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금화를 주요 화폐로 쓰는 국가도 있었다. 인간이 기술 · 의학 · 경제 · 예술에서 얻어낸 결실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이 금본위제 시대에 발명되었다. 그래서 이 시대를 유럽의 벨 에포크(la belle époque), 즉 '아름다운 시대라고 부르는 것이다. 영국 제국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도 대규모 군사 분쟁에 휘말리지 않은 절정기, 팍스 브 리타니카(Pax Britannica)가 이 때다. 1899년에 미국 작가 넬리 블라 이(Nellie Bly)가 72일 만에 세계를 일주하는 기록을 세웠을 때 가지고 다닌 돈이 영국 금화와 영국은행권이었다. 넬리가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발 딛은 곳 어디서든 한 가지 돈만 사용해도 되었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이 끝나고 1879년에 금본위제로 돌아간 이후 경제가 급격히 성장한 이 시대를 도금 시대(the Gilded Age)라고 불렀다. 도금 시대를 한 번 끊었던 사건은 6장에서 다루듯 미국 재무부가 은을 화폐로 규정하여 화폐 기능을 다시 부여하려고 시도하던 일로, 화폐 역사에 등장한 괴상한 일화이자 은이 돈으로서 낸 사실상 마지막 단말마였다. 그 덕에 화폐 공급량은 크게 늘었고, 사람들이 몰 려와 지폐와 은을 내고 금을 찾아가려는 바람에 은행은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 그 결과 1893년에 공황이 발생한 다음에야 미국 경제가 다시 성장했다.
- 금이 집중되자 금의 화폐 기능이 적에게 넘어갈 위험이 커졌다. 그리고 미제스가 잘 이해한 대로, 금에게는 애초부터 적이 지나치게 많았다.
민족주의자가 금본위제에 맞서 싸우는 이유는 자기 나라를 세계 시 장에서 단절하여 가능한 한 자급자족하는 나라로 만들고 싶어서다. 개입주의 정부와 압력단체가 금본위제에 맞서 싸우는 이유는 가격과 임률을 마음대로 조작하려는 시도에 가장 심각한 방해물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금을 가장 광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신용팽창을 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신용팽창이란 모든 경제 병폐를 치료할 만병통치약이다.
- 금본위제가 채택되면 정치판은 화폐 발행량에 손대 구매력을 조정할 힘을 잃는다. 다수가 금본위제를 받아들이려면 돈을 찍어낸다고 모두가 부유해질 수는 없다는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 전능한 정부 가 종이쪼가리에서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미신이 금본위제를 혐오 하는 태도를 낳는다. (중략) 정부는 신용팽창이 이자율을 낮추고 무역 수지를 개선' 하기에 적당한 수단이라는 오류에 푹 빠져서, 금본 위제를 파괴하는 데 열을 올렸다. (중략) 사람들이 금본위제에 맞서 싸우는 이유는 자유무역을 자급자족으로, 평화를 전쟁으로, 자유를 전능한 정부의 전체주의로 바꾸는 데 있다.
20세기는 정부가 금본위제 위에 세운 현대식 중앙은행을 발명하 여 시민의 금을 장악하면서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하자 각 국 정부는 금을 중앙에 집중한 덕분에 화폐 공급량을 금 보유고보다 훨씬 크게 늘리고 자국 화폐 가치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 도 중앙은행이 금을 빼앗아 쌓아가는 행태가 계속되다가, 1960년대 가 되어서야 미국 달러를 국제 기준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은 1971년에 화폐 기능을 완전히 잃었다고 하지만 중앙은행은 상당한 금 보유고를 유지했고, 그나마 금을 조금씩 팔다가 지난 10년 동안은 다시 금을 사들이는 쪽으로 돌아섰다. 중앙은행들 이 말로는 금의 화폐기능이 끝났다고 계속 선언했지만, 진실은 금 보유고를 유지하는 행동에 드러난다. 화폐 경쟁 관점에서 보면 금 보유고 유지는 완벽히 이성적인 판단이다. 외국 정부가 발행한 연화를 보유한다면 시뇨리지(seniorage, 화폐의 액면가에서 제조 비용을 뺀 이익), 즉 화폐발행차익은 자국 중앙은행이 아니라 외화를 발행하는 국가에 쌓이는데, 외화 가치가 떨어지면 자국 화폐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 다. 게다가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전 세계 금 비축량 대비 약 20%로 추정되는) 금을 일제히 내다팔 때 가장 있음직한 효과는, 금은 산업용으로나 미적으로나 높이 평가받기 때문에 거의 떨어지지 않은 가격에 매우 빨리 팔려나가고 중앙은행의 금 보유고는 하나도 남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정부가 발행한 연화와 금이라는 경화 사이에 화폐 경쟁이 벌어진다면 장기적으로 승자 하나만 남을 확률이 높다. 말보다 행동을보면 확연하듯, 정부가 화폐를 발행하는 세상에서조차 정부는 금에게서 화폐 기능을 빼앗아가지 못했다.
- 오늘날 정부가 승인한 경제학 교과과정에서는 여전히 금본위제가 대공황의 원흉으로 손가락질 당한다. 1870년부터 1914년까지 40년이 넘도록 거칠 것 없이 세계에 성장과 번영을 가져다 준 그 금본위제가 1930년대에는 정부가 대공황에 맞서는 데 필요한 화폐 공급 확대 를 막았기 때문에 갑자기 효과가 없어졌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말하 는 경제학자에게 정작 대공황의 원인을 물어보면 야성적 충동' 때문이 라는 케인스의 무의미한 발언밖에 내놓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경제 학자 가운데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사실인데, 정말 금본위제가 문 제였다면 금본위제를 정지한 다음에는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했어야 했다. 실제로는 정반대로 금본위제를 정지한 후 10년도 넘게 흘러서야 다시 경제가 성장했던 것이다. 화폐와 경제를 기본적으로나마 이 해하는 사람이라면, 1929년 대공황의 원인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금 본위제에서 이탈한 데 있고, 침체가 더욱 깊어진 원인은 후버와 루즈 벨트 시절에 정부 통제와 경제 사회화가 강해진 데 있다고 확실히 결 론을 내릴 것이다. 금본위제 정지도 전시 지출도 대공황을 완화하는 데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세계 주요 국가가 금본위제에서 이탈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 교역은 요동치는 명목화폐의 바다에서 난파했다. 국제 가격 구조가 성립하는 데 필수인 가치 표준은 없고 정부는 국가 통제주의와 고립주의의 충동에 점점 깊이 사로잡히는 상황에서, 자국 화폐 가치를 낮 추어 수출업자에게 이익을 주는 화폐 정책이 무역 정책 도구로 등장 했다. 무역 장벽이 점점 더 많이 세워지고 경제 민족주의가 그 시절 을 지배하는 정신이 되었으니 결국 파멸은 시간문제였다. 40년 전에 는 금본위제라는 보편 기준에 따라 교역하며 함께 번영했던 나라들 이 이제는 거대한 화폐·무역 장벽을 쌓아 서로 왕래를 막고, 자기 실 패를 모두 다른 나라 탓으로 돌리는 데 소리를 높이는 대중영합주의 지도자를 따르며, 증오 가득한 민족주의의 파도에 점점 더 깊이 잠겼 으니, 미국 경제학자 오토 맬러리(Otto Mallery)가 남긴 예언이 곧 실 현될 차례였다.
"군대가 국경을 넘지 않으려면 물자가 국경을 넘어야 한다. 교역이 족쇄를 떨치지 못한다면 폭탄이 하늘에서 떨어질 것이다.”
-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거장인 미 제스가 잘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데 스스로 존재하는 가치란 없고, 금속 같은 물질에 원래부터 화폐 기능을 하는 본 질 같은 것은 전혀 없다. 금은 다음과 같은 건전화폐의 조건을 충족하 기 때문에 화폐 지위를 지닌다고 미제스는 생각했다.
건전화폐 원칙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시장이 선택한 널리 쓰이는 교환 수단을 인정한다는 데서는 적극적이다. 화폐 제도에 간섭하 려는 정부 경향에 저항한다는 데서는 소극적이다. 
그렇다면 미제스의 견해에 따른 건전화폐란 시장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소유자만이 계속 통제하며, 강압적 간섭과 개입에도 안전한 화폐다. 소유자 아닌 다른 사람이 화폐를 통제하는 한, 화폐를 통제하는 사람은 누구든 인플레이션이나 몰수를 통하여 화폐 가치를 빼돌리고 화폐 보유자에게 비용을 떠넘겨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화폐를 사용하려는 너무나 강력한 유인에 항상 유혹당 할 것이다. 2장에서 살펴보았듯 유럽 상인이 싸구려 구슬을 잔뜩 풀 어 아프리카 사회에서 부를 빼돌렸던 사례처럼, 결국 부를 생산하는 사람에게서 부를 빼앗아, 사회에 가치가 있는 물건을 실제로 생산하지도 않으면서 화폐를 통제하는 데만 특화한 사람에게 넘겨주는 결과가 된다. 생산적 방법으로 부를 얻으려는 사람을 가난하게 만듦으로써 부자가 되는 길이 계속 열려 있다면 그런 사회는 절대로 번영할 수 없다. 반면 건전화폐를 사용하면 오직 다른 사람에게 가치를 주어 야만 번영할 수 있으므로 사회가 생산 · 협력 · 자본축적·교역에 노력을 집중하게 된다.
- 20세기는 정부가 시장이 선택한 화폐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정부 발행 지폐를 폭력과 협박으로 사람들에게 강요한 시절이므로 불건전 화폐와 전능한 국가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출과 적자가 늘자 정부는 건전화폐에서 계속 멀어졌고, 정부화폐 가치는 계속 떨어졌으며, 정부가 국가 수입 중 점점 더 큰 부분을 장악했다. 정부는 삶의 모든 측면에 점점 더 깊이 간섭했고, 교육 제도를 점점 더 깊이 통제하고 활용하여 “경제학 법칙과 달리 정부는 더 많이 지출할수록 번영한다”는 비현실적 개념을 사람들 마음속에 각인했다. 
- “화폐를 정부 손에서 빼앗아 와야 우리가 좋은 화폐를 다시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폭력으로는 그것을 정부 손에서 가져올 수 없으니, 그들이 멈출 수 없는 무언가를 교묘하게 우회하는 방식 으로 도입하는 방법밖에는 없지요."
"그들이 멈출 수 없는 무언가가 실제로 어떤 형태를 갖추었는지를 완전히 망각한 시대인 1984년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보여준 통찰은 오늘날에 보아도 탁월하다. 
- 신용카드와 소비자대출 덕 분에 사람들은 미래에 투자한다는 구실도 댈 필요 없이 돈을 빌려 소비할 수 있다. 저축에 따른 자본 축적에 기반을 둔 경제 제도인 자본주의가 자본 축적과 정반대 개념인 과시적 소비를 불러일으켰다고 비 난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면 케인스주의가 현대에 얼마나 심각한 경제적 무지를 조장했는지 드러난다. 자본주의란 사람들이 자기 시간 선호를 낮추고 만족을 미루며 미래에 투자할 때 번영한다. 빚으로 부채질한 대중의 소비가 자본주의의 정상적 일부라면, 호흡곤란도 호흡의 정상적 일부다.
- 세대가 바뀔수록 상속 재산이 줄어들어 가족 전체의 힘이 약해지는 반면, 정부는 사용 한도가 없는 수표책으로 점점 힘을 키운 덕에 개인 인생사의 방향까지 결정하고 틀을 잡으며 더욱 다양한 방향에서 더욱 깊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개인비용을 대는 기능이 가족의 재력에서 국가의 은혜로 다가오자 가족을 유지할 필요도 줄어들게 되었다.
전통 사회 사람들은 앞으로 자녀에게 부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건강한 청년 시절을 투자하여 가족을 꾸리고 자녀에게 가능한 한 최고의 삶을 선사한다. 하지만 장기투자를 할 필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다면 그리고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저축하면 손해가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가족을 향한 투자는 수지가 맞지 않게 된다. 게다가 정치인이 화폐인쇄기라는 마법을 사용하면 복지혜택과 퇴직연금을 영원히 받을 수 있다'고 거짓말하며 사람들을 꼬드긴다면 가족을 향한 투자는 가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시간이 흐 를수록 가족을 꾸릴 이유가 없어져 독신으로 사는 사람이 계속 늘어 날 것이다. 결혼생활을 계속하기에 충분할 만큼 감정·윤리 · 재무적 으로 배우자끼리 투자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이혼이 늘 것이고, 그나 마 결혼을 유지하는 가정에서도 아이를 덜 낳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 서 두드러진 가정 붕괴 현상을 이해하려면, 불건전화폐 탓에 이제껏 수천 년 동안 가정이 수행한 필수 기능을 국가에 빼앗기고 가족 구성 원 모두가 장기적 가족 관계에 투자할 유인이 줄었다는 사실을 인식 해야만 한다.
- 장기적 관점에 아무 관심이 없던 남자의 경제적 가르침을 적용한 때에 가정이 붕괴하기 시작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케인스는 세대를 거듭하며 상당한 자본을 쌓은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을 뿐 아 니라, 지중해 지역을 돌아다니며 아동 사창가를 방문하는 등 어린이 들과 성관계하며 성년 이후 인생을 대부분 낭비한 쾌락주의 난봉꾼 이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은 시간선호가 낮아 도덕관념이 강하 고 사람끼리 분쟁이 적으며 가정이 안정된 사회였지만, 이러한 전통 은 사람을 억압하므로 없애야 한다'며 반기를 들며 출현한 것이 케인스 세대다. 케인스가 만들기 원했고 또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은 사회의 윤리관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케인스 경제학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 자크 바전(Jacques Barzun)은 현대 '민중' 문화를 샅샅 이 분석한 저서 《새벽에서 황혼까지(From Dawn to Decadence)》에서 이렇게 결론지었다.
"20세기가 기여하고 창조해 낸 것이라고는 분석에 따른 개선 또는 짜깁기와 패러디에 따른 비평이 전부다.”
바전의 저작이 지금 세대 다수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우 울한 진실을 담아서다. 즉 '진보는 불가피하다는 편견을 물려받았다 해도 끝내 극복해 낸 사람이라면, 우리 세대는 문화와 개량이라는 면 에서 앞 세대보다 열등하다는 결론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인플레이션을 통해 지출하고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야만적 광경에 취해 살던 디오클레티아누스 시절 로마 신민들이 아우레우스 금화를 벌려면 진지하게 열심히 일해야만 했던 카이사르 시절 위대한 로마인 에 비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경제가 점점 발전하고 복잡해지면 물리적 자본과 대출 시장의 실제 관계는 변하지 않는 반면 사람들은 둘을 점점 혼동하게 된다. 중앙은 행을 갖춘 현대 경제는 이러한 근본적 상충관계를 무시한 채, 소비자 가 소비를 포기하지 않아도 은행이 새로 돈을 찍어 투자 자금을 댈 수 있다는 가정을 토대로 건설되었다. 저축과 대출 가능 금액을 잇던 연결고리가 끊긴 지금은, 그 관계를 무시할 때 발생하는 재앙은 고사하고 심지어 관계 자체를 가르치는 경제학 교과서조차 없다.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과 이자율을 관리하면 저축과 대출 가능 금액 사이에는 반드시 괴리가 생긴다. 중앙은행은 보통 경제성장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소비를 늘리려 하므로 통화 공급을 늘리고 이자율을 낮추곤 하는데 그 결과 대출 가능 금액이 저축액보다 커지게 된다. 이 처럼 인위적으로 이자율을 낮추면 기업은 저축자가 투자 자금을 대려 고 남겨놓은 금액보다 더 많이 빌려서 사업을 개시한다. 다시 말해 미 뤄둔 소비 가치가 빌린 자본 가치보다 적어진다. 소비를 충분히 미뤄 두지 못했다면, 생산 초기 단계에 자본 · 토지 · 노동력이라는 자원이 소비재보다 중요한 자본재에 충분히 투입되지 못할 것이다. 결국 공 짜 점심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소비자가 저축을 줄인다면 투자자가 사용할 자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축은 모자란 상황에서 종잇조각만 새로 만들고 여기에 디지털 계정만 연결한다고 해서 실제 자본이 사회에 마법처럼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저 기존에 공급된 화폐 가 치가 떨어지고 가격이 왜곡될 뿐이다.
이렇게 실제 자본이 부족해도 즉시 눈에 띄지는 않는데, 중앙은행 과 일반은행이 얼마든지 돈을 찍어내 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이 불건전화폐를 쓰는 주요 이점이다. 건전화폐를 쓰는 경제에서 는 자본 가격을 그렇게 조작하기가 불가능하다.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설정하면 은행이 보유한 저축액이 줄어들고, 빌릴 수 있는 자본 양이 즉시 그만큼 줄어들어 이자율이 오르게 되며, 따라서 균형이 맞을 때까지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저축 공급이 늘어난다.
-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과 애나 슈워츠(Anna Schwartz) 가 미국 화폐사를 다룬 결정판 《미국화폐사(The Monetary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는 통화주의의 뿌리가 되는 책이다. 두 사람은 888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에서 사실과 세부사항과 통계와 분석도 구를 끝없이 늘어놓으며 놀라운 능력을 과시하지만 한 가지 핵심 쟁 점은 불운한 독자에게 끝내 해설하지 않는다. 바로 금융위기와 불황 의 원인 말이다. 엄밀함으로 논리를 대체하는 데 공을 들이는 현대 학계의 근본 결점은 프리드먼과 슈워츠의 저서에도 드러난다. 이 책은 한 세기가 넘 는 동안 몇 번이고 미국 경제에 영향을 끼친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 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체계적 · 조직적으로 회피하고, 그 대신 그럴듯 한 연구 자료와 사실과 사소한 정보와 상세내용을 독자에게 쏟아 붓 는다. 이 책의 핵심 주장에 따르면 금융 위기, 대규모 예금인출사태, 디플레이션에 따른 경제 붕괴가 일어날 때 정부가 신속하게 통화 공 급을 팽창하여 은행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고, 그러지 못한 결과가 불황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자유지상주의 패거리의 우두머리 답게 경제 문제만 보면 정부를 탓하지만, 근거에 오류가 있으니 해결책이랍시고 내놓은 주장도 정부가 더 많이 개입해야 한다는 정도다.
이 책에는 저자가 금융위기, 대규모 예금인출사태, 디플레이션 붕괴 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번이라도 논하지 않은 잘못이 확연 하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 이론을 논하며 보았듯, 애초에 전 반적 경제 불황을 부른 유일한 원인은 화폐 공급 확대다. 프리드먼과 슈워츠는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을 치워버렸으니, 안심하고 원인 그 자체를 해결책이랍시고 추천한다. 즉 정부는 경제 불황의 신호 가 처음 나타나자마자 개입하여 은행계에 자본을 적극적으로 투입하 고 유동성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왜 현대 경제학자들이 그토록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려는지 슬슬 이해가 갈 것이다. 그랬다가는 자기들이 제시한 해결책 중 거의 모두가 오류투성이로 드러날 테니까.
- 대공황은 1920년대 통화 팽창이 주식시장에 가짜 부라는 버블을 엄청나게 만들어 낸 결과였다. 통화 팽창 속도가 늦어지면 거품은 바로 꺼질 수밖에 없었다. 거품이 꺼지면 거품이 만들어 낸 가짜 부는 모두 디플레이션이 자아내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라질 운명이었다. 부가 사라지자 은행이 아무리 애를 써도 대규모 인출사태는 불가피했다. 그리고 부분지급준비제도의 문제가 드러났다. 결국 언젠가는 터질 재앙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연방준비제도가 예금액을 보장하는 편이 (하지만 기업과 주식시장의 손실은 보장하지 않는 편이) 옳았을지도 모 른다. 이에 따른 피해는 은행에게만 지우고, 회사를 청산하고 물가가 떨어지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러면 불황이 닥쳐 고통을 피할 도리가 없겠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통화 팽창을 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유동성을 더욱 쏟아 부어 불황을 피하려 해 봤자, 애초에 위기의 원인인 왜곡만 심해질 뿐이다.
통화 팽창이 가짜 부를 만들었기 때문에 자원이 부적절하게 배분되 었으니, 가짜 부가 없어져야만 시장이 적정한 가격 장치에 따라 다시 적절하게 돌아간다. 애초에 붕괴를 일으킨 것이 바로 가짜 부다. 가짜 부를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정도라면, 더욱 크게 몰려올 다음 번 붕괴에 대비하려 하면서 모래성을 다시 세우는 격이다.
- 고전경제학은 두 학파와 달리 전 세계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진 학문의 극치다. 고전경제학파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 황금시대에 오스트리아에서 마지막으로 활동했던 위대한 경제학자 세대를 기리고자 오늘날 오스트리아학파라고 흔히 불리며, 고전경제학파는 고대 그리 스와 스코틀랜드 · 프랑스 · 스페인 · 아랍의 고전 경제학이 낸 성과에 의지하여 경제학을 이해하고자 한다. 엄밀한 수치 분석과 수학적 궤변에나 집착하는 케인스주의나 통화주의와 달리 오스트리아학파는 인과에 따라 현상을 이해하고, 명백히 진실된 공리로부터 논리적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한다.
오스트리아학파의 화폐론에서는 가장 시장성 높은 상품이자 가장 판매가능성 높은 자산, 즉 소유자가 유리한 조건으로 제일 간편하게 팔 수 있는 자산이 시장에서 화폐로서 등장한다고 가정한다. 가치를 잃는 자산보다는 자기 가치를 보전하는 자산이 좋기 때문에, 교환매 개를 선택하려는 저축자는 시간이 흘러도 자기 가치를 보전하는 자산 을 화폐로 쓰는 쪽으로 이끌릴 것이다. 이윽고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단 하나 또는 소수의 자산만이 교환매개로 쓰인다. 저축자가 투자한 화폐에 부가 쌓이기 시작할 때마다 정부는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 릴 유혹을 느낄 것이므로 정부에게 통제받지 않는 것이 화폐가 건전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미제스는 생각한다.
나중에 8장에서 살펴볼 내용인데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총 공급량 에 절대적 상한선을 설정했다. 그가 교과서에 나오는 표준 거시경제 학이 아니라 오스트리아학파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 여기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오스트리아학파에 따르면 화폐는 얼마든지 작은 단위로 나뉠 수 있고, 또 화폐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로 표현된 수량이 아니라 실제 재화와 서비스 기준으로 측정된 구매력이기 때문에, 화 폐 공급량은 얼마가 된다 해도 규모가 큰 경제는 작은 경제는 운영하 는 데 충분하며, 따라서 화폐 수량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이렇게 표현했다.
"화폐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화폐의 구매력에 따라 결정된다. 화폐를 얼마만큼 원한다는 것은 일정한 개수 또는 무게만큼 원한다는 말이 아니라 일정한 구매력만큼 원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화폐의 구매 력은 시장이 작동한 결과 화폐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할 때 최종적으 로 결정되므로, 화폐의 과잉이나 부족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 화 폐 총량은 크든 작든 상관없이 사람들이 개인으로서나 전체로서나 화폐를 사용하여 간접교환하고 편익을 누리기에 언제나 충분하다. (중략) 화폐 공급량을 바꾸기만 해서는 화폐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다. (중략) 경제 전체에서 사용 가능한 화폐 총량이 얼마가 되든 상관없이, 사람들은 화폐가 제공하고 또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 오스트리아학파가 볼 때, 통화량이 고정된 상태에서 경제가 성장하면 상품과 서비스의 실질 가격이 떨어지고,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갈수록 늘어난다. 그런 세상에서는 케인스주의 자가 두려워하듯 즉시 소비하기를 꺼리게 되지만, 대신 저축과 투자 가 장려되므로 미래에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다. 케인스는 높은 시간선호에 푹 빠진 학파의 시조이므로, 현재 저축이 증가하여 소비가 줄어드는 폭보다는 과거에 저축이 증가한 덕에 소비가 늘어난 폭이 압도 적으로 크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장기적으 로 보면 소비를 계속 미루는 사회는 적게 저축하는 사회보다도 많이 소비하게 되는데, 시간선호가 낮은 사회는 더 많이 투자하여 구성원 에게 더 많은 소득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시간선호가 낮은 사회는 소 득 중 저축 비율이 훨씬 높지만, 자본 축적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면 소비 수준도 올라가게 된다.
- 케인스주의자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명목화폐를 운영한다는 사실에서 자기 사상이 우월하다는 증거를 본다. 반면 오스트리아 학파는 정부가 금을 화폐로 쓰지 못하게 강압하고 명목화폐로 지불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사실이, 명목화폐가 열등하기에 자유시장에서 성공할 능력이 없음을 똑똑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본다. 또한 명목화폐는 모든 호황과 불황을 만들어 내는 근원이기도 하다. 불황 이 발생하는 원인을 물어보면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는 야성적 충동 을 들먹일 뿐이지만,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는 경기 변동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을 개발했다. 바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 변동 이론이다. 
- 고전적 자유주의 개념에 따른 정부가 존재하려면 정부가 독재와 과잉통치를 하지 못하도록 자연스레 제약하는 건전화폐가 있어야만 했다. 정부는 세금을 거두어야만 운영비를 댈 수 있었기에 국민이 견딜 만한 한도 안으로 운영 범위를 제한해야만 했다. 정부는 언제나 세금을 거두어 생긴 수입까지만 지출하도록 균형재정을 유지해야 했다. 건전화폐를 쓰는 사회라면 정부는 국민이 운영비를 대겠다고 동의하 는 한도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 정부는 새로운 사업을 제안할 때마다 먼저 그 비용을 댈 세금을 거두거나 장기 국채를 판매함으로써 국민 이 해당 전략의 진정한 비용을 정확히 측정하여 수익과 쉽게 비교하 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진행하려는 국방이나 기반시설 건설 사업이 정당하다면, 국민에게도 이익이 보일 테니 세금을 부과하거나 채권을 팔아 재원을 마련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군주의 사치스러운 생활비를 대려고 세금을 올린다면 국민이 크게 분노할 것이므로 군주의 통치권은 정당성에 타격을 입고 매우 위태로워질 것이다. 정부가 부과한 세금과 부담이 클수록 납세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 아지니 징세비용이 크게 올라갈 것이고, 심지어 국민이 봉기하여 투 표로든, 무기로든 정부를 갈아치울 지도 모른다.
따라서 건전화페는 정부가 정직하고 투명하도록 강요하는 수단이 되어, 국민이 바람직하고 또 견딜만하다고 느낄 범위 안으로만 지배 를 제한했다. 또 건전화페는 행동이 일으키는 비용과 이익을 정직하 게 계산하는 분위기와 어떤 조직과 개인이라도 소비하려면 먼저 생산 해야 한다는 경제적 재임감을 사회 전반에 조성한다.
- 반면 불건전화폐를 사용하면 정부가 인기 있는 목표를 이루려 하면서도 비용은 청구할 필요가 없으니 국민에게 충성과 인기를 살 수 있다. 정부는 어이없는 계획을 꾸며 놓고 비용은 그저 화폐 공급을 늘 려 충당하는데, 국민이 그러한 계획에 드는 진정한 비용을 알아채려 면 화폐 공급이 늘어나 물가가 오르기까지 몇 년이 지나야 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화폐 가치가 손상된 이유를 외국인, 은행, 소수민족집단, 이전 정권이나 다음 정권이 사악한 음모를 실행해서라는 등 수많은 요인 탓으로 돌리기 어렵지 않다. 특히 계속 선거 압력을 받는 현대 민 주주의 정부 손에 들어가면 불건전화폐는 위험한 도구가 된다. 오늘 날 유권자라면 자기 계획에 연관된 비용과 이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후보자를 선호할 가능성보다는 공짜 점심을 약속하고 청구된 비용은 전임자나 사악한 음모 탓으로 돌리는 악당과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밀턴 프리드먼은 금본위제에서 이탈하고 정부 발행 지폐로 전환하면 금 채굴 비용이 줄어들고 지폐 발행 비용도 금 채굴 비용보다 훨씬 적게 든다는 이점이 있다고 보았다. 두 사람은 공급을 늘리기가 훨씬 쉬운 다른 재화에 비하여 금 생산에 들어가는 자원이 훨씬 적다는 사실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대중과 특수 이익 집단의 정치행동에 민감한 정부가 원하는 대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화폐를 썼을 때 사회가 부담하는 진짜 비용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기까지 했다. 진짜 비용은 인쇄기를 돌리는 직접비용이 아니라, 생산적 자원을 경제생산이 아니라 정부화폐를 새로 인쇄하는 데 들이느라 포기하게 된 모든 경제 활동이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가 대공 황을 다룬 저서19)에서 '횡령'이라고 부른 것이 사회 전체 수준으로 확 대되었다고 보면 '통화팽창 신용창조(inflationary credit creation)'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쉽다. 1920년에 신용이 급격히 확대되자 기업에는 돈이 넘쳐났고, 그 돈을 손쉽게 가로채는 방법도 여러 가지였다.
- 신용이 흐르는 동안에는 희생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다 보니, 희생자와 도둑 모두 돈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부가 늘어났다는 환상이 온 사회에 가득했다. 중앙은행이 신용을 확대하면서 수익성 없는 사업이 자금을 얻고 비생산적 활동에 자원을 소비함에 따 라 호황이 일어났지만 지속할 수는 없었다. 건전통화체제에서는 어떤 기업이든 상품을 팔아서 투입비용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며 사회에 가치를 제공해야 살아남는다. 기업은 시장가치가 일정한 투입을 시장가치가 더 높은 산출로 바꾸어야 생산적 이다. 투입가치보다 산출가치가 낮은 기업은 모두 도태될 것이고, 그 기업이 쓰던 자원은 자유롭게 풀려나 더욱 생산적인 기업에게 사용되는데, 이를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라고 불렀다. 자유 시장에서는 실제 손실 위험을 지지 않는 이익이 있을 수 없고, 모든 참여자는 결과에 득실을 건다. 언제든 실패할 수 있는 한편, 상당한 대가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불건전화폐 를 발행하여 이 절차가 멈추면, 비생산적 기업은 생생히 살아있는 생 산적 기업의 자원을 빨아먹으면서 투입한 자원만도 못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나 만들어 내면서 마치 좀비나 흡혈귀처럼 죽지도, 그렇다고 진정 살지도 못한 상태로 근근이 유지한다. 또 불건전화폐는 판돈을 거는 법 없이 다른 사람과는 다른 규칙에 따라 존재하는 사회 계층을 새로 만들어낸다. 이들은 자기 성과를 시장에서 시험당하는 법 없고, 자기 행동이 불러온 결과에도 영향 받지 않는다. 이 새로운 사회 계층 은 정부 자금을 지원받는 모든 경제 분야에 존재한다.
- 자본투자 재원을 저축에서 마련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시간선호가 낮은 사람이 자본을 소유하고,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스스로 예상하여 자본을 할당하며, 예상이 맞았으면 보상을 받고 틀렸으면 손실을 본다. 하지만 불건전화폐를 사용하면 저축액 가치는 손상되고 자본은 은행이 신 용을 부풀림으로써 창출되며, 이 자본을 어떻게 할당할지는 중앙은행 및 협력 은행이 결정한다. 할당을 결정하는 주체는 시간선호가 가장 낮고 시장을 가장 잘 내다보며 신중하게 판단하는 사회구성원이 아니라 정부 관료인데, 이들은 손실을 봐도 상당 부분 보호받기 때문이다.

- 블록을 기록하는 비용은 극히 비싸게 만든 반면, 기록이 타당한지 검증하는 비용은 극히 싸게 만들어 부당한 거래를 하려는 요인을 거 의 모두 제거한 것이 PoW다. 부당한 거래를 시도한다면 전력과 연 산력만 낭비하고 블록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이 란 연산력을 소모하여 전력을 믿을만한 기록으로 바꾸어내는 기술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전력을 소비하는 사람은 비트코인 화폐로 보상 받으므로, 비트코인을 진실하게 유지할 강한 동기를 가진다. 비트코 인 장부는 정직하게 행동할 강력한 경제적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사 실상 훼손당할 가능성이 없어졌고, 그래서 이제까지 운영하면서 승 인받은 거래 가운데 이중지불 공격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 이처럼 비트코인 장부는 진실한 거래만 기록해 냈지만, 그러기 위하여 특정 당 사자가 정직할 필요는 없었다. 비트코인은 순전히 검증에 의존함으 로써, 거래를 완결하는 데 누군가를 신뢰할 필요를 없애고 사기 거래 에 종말을 고했다.
- 노드가 거래를 검증하고 받는 보상은 연산력에 걸맞은 가치를 입증했다. 2017년 1월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보유한 연산력은 일반 개인용 노트북 2조 대 분량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보 다 2백만 배고, 세계 슈퍼컴퓨터 상위 500대를 합한 연산력에 비하 면 200,000배다. 비트코인은 연산력을 바로 돈으로 바꿈으로써 단일 목적을 위한 컴퓨터 네트워크로서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가 되었다. 연산력이 이처럼 증가하는 데는, 거래를 검증하고 PoW 문제를 푸는 작업을 처음에는 개인용 컴퓨터로 하다가 가면 갈수록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를 돌리는 데 가장 적합하게 설계한 특수 프로세서로 하게 된 변화도 기여했다. 이 특수 프로세서를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s, 주문형 반도체)라고 한다. 2012년부터 ASIC을 도 입한 덕분에, 범용 연산 유닛과 달리 비트코인과 무관한 연산에 전력 을 낭비하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더욱 효율적으로 연산 력을 공급하게 되었다. 이런 채굴기의 목적은 오직 비트코인 거래를 검증하고 작업증명 문제를 푸는 것뿐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이 무슨 이 유로든 실패한다면 ASIC이 쓸모없어질 테니, 보유자는 투자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하여 네트워크를 정직하게 유지할 강력한 유인을 얻는다.
- 누군가 비트코인 네트워크 기록을 바꾸려면 ASIC 칩을 새로 사는 데 수억 달러, 아니 어쩌면 수천억 달러까지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네트워크를 공격하여 기록을 바꾸는데 성공한다 해도, 네트워크 에 손상이 가면 비트코인 가치가 0에 가깝게 떨어질 테니 아무런 경 제 이익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을 파괴하려면 엄청난 돈을 써야 하는데, 그리하여 얻을 수익이 없다. 게다가 그런 시도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정직한 노드가 공격 전 거래 기록을 복원해 운영을 재개할 수 있다. 그러면 공격자는 정직한 노드끼리 합의한 내용을 계속 공격하기 위하여 엄청난 운영비 를 계속 지출해야 할 것이다.
- 비트코인 초창기에는 사용자가 자기 거래를 처리하고 서로 거래를 검증하려고 노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노드 하나하나가 모두 지갑이자 검증자고 채굴자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기능은 각각 분리되었다. 지금은 거래를 검증하고 비트코인을 보상받는 데만 특화한 ASIC 칩이 있다(그래서 ASIC 칩을 채굴기라고들 한다). 이제는 노드를 운영하 거나 거래를 검증하는 데 연산력을 쓰지 않고 비트코인만 주고받으려 는 일반 사용자도 있고, 지갑을 무한정 만들어 내 이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노드 운영자도 있다. 그 결과 비트코인은 동등한 노드끼 리 구성한 순수 개인 대 개인 네트워크에서 점점 멀어졌지만, 노드가 여전히 다수 존재하는 데다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특정 당 사자가 없으므로, 탈중앙 분산 네트워크라는 주요 기능적 본질은 여전히 온전하다. 게다가 전문 채굴기 덕분에 네트워크를 뒷받침하는 연산력이 지금처럼 엄청나게 커졌다.
- 비트코인을 장기적으로 가치를 저장할 디지털 수단으로 사용하려 거나, 압제적 정부를 거치지 않고 중요한 거래를 하는 데 쓰려는 사람 에게는 높은 거래수수료도 낼만한 가치가 있다. 비트코인을 저축 용 도로 쓴다면 본질상 거래를 많이 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따라서 높은 거래비용도 낼만하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나 자본 통제를 피해서 나라 밖으로 돈을 옮기려는 등 일반 금융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없는 거래를 할 때도 비싼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를 낼만한 가치가 있다. 디지털 현금과 디지털 건전화폐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비트코인 채택률이 낮은 지금도 이미 거래 수수료가 페이팔(Paypal)이나 신용카드처럼 소규모 거래를 처리하는 중앙식 방법과 경쟁하지 못할 정도로 올라갔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의 성장이 정체되지 않았으니, 비트코인의 시장 수요를 견인하는 것은 소액 디지털 결제 용도가 아니라 디지털 현 금과 디지털 가치저장 수단 용도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비트코인이 인기를 더해간다면, 비트코인 자체 구조가 아니라 거 래 구조를 바꿔 처리 가능한 결제 건을 늘리는 방법으로 비트코인의 크기를 키울 잠재적 해결책이 몇 가지 있다. 비트코인 각각은 여러 가 지 입력값과 출력값을 포함하는데, 코인조인(CoinJoin)이라는 기술을 활용하면 결제 건 각각을 거래 하나로 묶을 수 있으므로 포함해야 할 입력값과 출력값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비트코인 거래량이 매일 수백만 건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오르면 오를수록 더욱 널리 쓰이는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리적 차원에서 조작할 수 없고 언제나 잔액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든 디지털 모바일 USB 지갑도 비트코인 크기를 키울 만한 해결책이다. 이 USB 드라이브에는 특정한 양의 비트코인에만 연동한 개인키를 실어, 누구든 여기서 돈을 뽑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소유자가 드라이브의 가치를 검증하고 마치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네트워크에서 수수료가 오르는데도 가격이 오르는 데서 보듯 비트코인 수요는 꺾일 줄 모르고 커 갔으며, 따라서 사용자들은 지불해야 하는 거래수수료보다 거래해서 얻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수수료가 올라간 결과 비트코인 보급 속도가 느려진 것이 아니 라, 덜 중요한 거래가 오프체인으로 옮겨가고 더욱 중요한 거래가 온 체인에 남게 된 것이다. 
- 그럴 가능성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오늘날에도 비트코인 거래 중 대다수는 오프체인에서 실행되고 청산만 온체인에서 처리된다. 거래소 · 도박장 ·게임 웹사이트 같이 비트코인에 기반을 둔 회사는 고객과 입출금 처리를 할 때만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이용하고, 자사 플랫폼 안에서 일어나는 거래는 모두 비트코인 단위로 표시하여 자기 로컬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한다. 이런 회사 수가 엄청나게 많고, 회사별 플 랫폼에서 일어나는 거래를 집계한 공식 자료도 없으며, 비트코인 경제 의 역학관계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이런 거래 수를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실행되는 거래량에 비하여 열 배 이상 정도라고 보면 무리 없다. 요컨대, 비 트코인은 비트코인 경제에서 일어나는 거래 중 대다수에서 이미 준비 통화 내지 준비자산으로 쓰이고 있다. 비트코인이 계속 성장한다면 온 체인 거래보다 오프체인 거래 수가 더 빠르게 느는 편이 자연스럽다.
- 비트코인을 이중지불 문제에 진정 효과적인 해결책이자 성공한 디 지털 현금으로 만든 것은 비트코인 코드가 작업증명으로 확보한 자주 성이다. 그리고 다른 디지털 화폐가 복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신뢰불필요성이다. 비트코인 이후에 제작된 디지털 화폐는 모두 심각 한 존재 위기를 겪는다. 보안과 연산력과 확고한 사용자 기반을 우월 하게 갖춘 비트코인이 이미 존재하다보니, 누구든 디지털 현금을 사용하려고 살펴보다보면 규모도 작고 덜 안전한 대안보다는 자연스레 비트코인을 선호하게 된다. 코드를 복제하기만 하면 비용도 거의 들이지 않고 새 코인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 모방품이 범람하게 된 결과, 어떤 코인이라도 크게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려면 적극적으로 헌신하여 코인을 돌보고 키우고 코딩하고 지키는 집단이 있어야 한다. 비트코인은 그러한 발명품 중 최초였기 때문에 디지털 현금이자 경화로서 가치를 보여주기만 해도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키우는 데 충분했고, 그래서 제작에 유일하게 관여한 익명의 프로그래머가 홍보비를 한 푼도 들이지 않았는데도 성공했다. 반면 모든 알트코인은 애초에 다시 만들기 매우 쉬운 모조품이라서 현실 수요라는 호사를 누리지 못하므로 적극적으로 수요를 만들고 늘려야만 한다.
- 사실상 모든 알트코인에는 책임자 집단이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마케팅하며 마케팅 자료를 만들고 마치 뉴 스거리라도 생긴 양 언론에 보도자료를 밀어 넣는 한편, 다른 누가 그 코인 얘기를 들어보기도 한참 전에 코인을 대량으로 미리 채굴해 두 는 이점을 누린다. 이런 집단은 유명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것이고, 또 그 화폐가 나갈 방향을 자기들이 전혀 통제할 수 없다고 애써 주장 해 봤자 신뢰를 얻기도 어려우니, 비트코인 말고 다른 화폐는 제3자 가운데 누구에게도 편집당하거나 통제당하지 않는 디지털 화폐라고 주장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이라는 요정이 램프 에서 빠져나온 이후에는 비트코인의 대안을 만들어 성공하려면 코인 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고, 그래서 그 투자자 개인이 코 인을 사실상 장악하게 된다. 그리고 디지털 화폐에 주권을 행사하는 집단이 있는 한 그 화폐는 디지털 현금이라기보다는 결제 중개수단으로, 그것도 매우 비효율적인 수단으로 봐야 한다.
- 대안 화폐를 설계하는 사람은 바로 그런 딜레마에 부딪힌다. 디지털 화폐가 1,000개가 넘게 사는 바다에서 자본이든 일말의 관심이든 끌어들이려면 개발자와 마케팅 담당자가 모여 팀을 만들고 적극적으 로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한 팀이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개발하고 마 케팅하는 화폐라면 이들에게 통제받지 않는다고 주장해 봤자 설득력 이 없다. 개발자 집단이 코인과 연산력과 코딩에 필요한 전문성을 대부분 장악한 화폐는 사실상 중앙식 화폐이며, 따라서 발전 방향도 그 팀의 손익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디지털 화폐가 중앙화 방식을 따르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고, 정부 규제가 없는 자유 시장에서라면 당연히 그런 경쟁자가 존재할 수 있다. 다만, 급소가 없다는 한 가지 이점 때문에 매우 번거롭고 효율도 떨어지는 구조를 중앙식 화폐가 채택한 다면 심각한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 문제는 암호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로 시작하는 디지털 화폐에서 더 두드러진다. ICO를 하면 개발자 집단이 투자자와 공개적으로 소통해야 하므로 눈에 띄지 않을 도리가 없으니 프로 젝트 전체가 사실상 중앙화하게 된다. 비트코인 다음으로 시장가치가 큰 코인인 이더리움이 겪은 시행착오에서 생생히 드러나는 문제기도 하다.
-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중앙 자율조직)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처음 실현한 스마트 계약이다. 이 스마트 계약에는 1억 5천만 달러가 넘는 돈이 투자되었는데, 그 후 어떤 사람 이 코드를 실행하여 DAO의 전체 자산 중 약 1/3 가량을 자기 계좌로 옮기는 공격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공격을 절도라고 말하기는 부정 확하다. 돈을 입금한 모든 사람은 오직 코드만이 자기 돈을 통제한다는 데 동의했고, 공격자는 입금자가 동의한 대로 코드를 실행했을 뿐 이기 때문이다. DAO 해킹의 여파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더리움 개발 자들은 이렇게 불편한 실수가 일어나지 않은 이더리움의 새 버전을 만듦으로써 공격자의 자금을 몰수하여 희생자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나 이렇게 인간이 주관에 따라 다시 개입한 것은 코드만을 법칙으로 삼는 객관성과 상충되며, 따라서 스마트 계약의 존재 근거가 모두 의심받게 된다.
- 좋은 공학기술은 문제를 명확히 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데서 등장한다. 최적의 해결책이란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최적'이라는 말 그대로 무관하거나 무의미한 과잉도 없어야 한다. 비트코인 제작자는 ‘개인 대 개인 전자 현금을 만든다는 동기를 지니고, 그 목적에 적합한 구조를 만들었다. 비트코인의 기술구조를 이해하게 되면, 그 구조가 다른 기능에도 적합하리라고 기대할 근거 도 없어진다. 9년이 흘려 사용자 수백만 명을 확보한 현재, 나카모토가 만든 구조는 디지털 현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을 뿐 그 외에는 당연히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았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전 자 현금을 디지털 분야에 상업적으로 응용하기는 가능하지만, 블록 체인 기술 자체가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한 혁신적 기술인 양 논해 봤자 의미는 없다. 블록체인이란, 개인 대 개인 전자 현금을 예측 가능한 양 만큼 만들어 내는 기계에서 뺄 수 없는 톱니바퀴라고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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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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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가 지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미래예측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최윤식 박사의 책은 빼먹지 않고 읽는 편이다. 최근에는 '미래학자의 통찰의 기술', '빅체인지 코로나19 이후 미래 시나리오'와 같은 책이 인상적이었다. 최윤식 박사가 미래와 관련된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9년 '2030 부의 미래지도'부터인데, 매년 2권 이상씩 미래예측과 관련된 책을 저술하고 있다. 

이 책은 코로나19가 종식에 접어들 22-23년 이후 긴축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변화될 경제환경에 대해 예측하고 있는 책이다. 예측이라는 것은 전문가나 미래학자의 직관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의 접근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생태학적 사회구조분석법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근본적인 질문들, 즉 '우리 눈에 보이는 실제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겉으로 보이는 현상은 실제가 아닐 것이다. 진짜는 현상의 이면이나 심층부분에 있을텐데,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즉, 보이는 현상 뒤에 유행이 있고, 유행 뒤에 트렌드가 있다. 트렌드를 발생시키는 심층원동력이 있는데, 이 심층원동력의 변화로부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책의 제목만 보고서 이 책이 주식종목을 찍어준다던지, 주식/채권/부동산 중에서 어디에 투자를 해야하는 것인지를 찍어준다던지 하는 내용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오히려 변화무쌍한 현실에서 어떻게 경제환경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경제환경을 자신의 힘으로 예측하는 길잡이를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말미에는 테슬라와 비트코인 버블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어 흥미롭다. 물론 여러가지 단서조항이 있지만, 붕괴가 일어난다면 다음과 같은 버블의 법칙에 따를 것이다. "역사적으로 버블 규모와 붕괴 규모는 비례하고, 버블이 터지면 버블이 시작되었던 원래 위치나 그보다 약간 더 아래까지 하락하는 경향을 갖는다."

미래는 예측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상상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식은 우리가 지금 알고 이해하는 모든 것에 한정되어 있지만, 상상력은 온 세상을 포용하며 그 모든 것은 앞으로 우리가 알고 이해하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이는 지식에 기반을 둔 논리적이고 확률적 상상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결국 미래 시나리오도 지식을 기반으로 한 철학적 상상력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 예측한 일들이 반드시 오리라는 법은 없다. 그때 그때 현실에 맞추어서 미래 예측의 방향타를 조금씩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욱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을 통해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처럼 경제봉쇄와 해제가 반복되는 경 우에는 111 리바운드 현상이 약간 변형되어 발생한다. 그림 15는 2020~2021년 미국의 월간 소매판매지수다. 그림에서 보듯이, 2020년 여름에 코로나19 1차 대유행기에서 벗어나면서 1개월, 1분 기 리바운드 법칙이 적용되었다. 하지만 2020년 늦가을부터 겨울 까지 코로나19 대유행이 다시 일어나면서 경제봉쇄가 재현되고 경제 상황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그 결과, 111 리바운드 효과가 1개월과 1분기까지만 나타나고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백신 보급 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1년 봄에 리바운드 효과가 재현되었 다. 111 리바운드 효과가 빨리 시작될수록 경제성장률 회복이 빨 라진다. 당연한 이치다. 필자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대침체 후의 111 리바운드 효과가 끝나면 각종 경제지표들은 대침체 이전의 평균치로 수렴한다. 
- 위드 코로나 국면에서 보수적으로 투자하려면 종합주가지수 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한국이나 중국보다는 미국 종합주가지수 투자가 유리하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면 섹터별로 주가가 큰 순 환을 반복하는 트렌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섹터별로 순 환하는 트렌드를 활용하는 전략은 미국, 중국, 한국 주식시장에 모두 좋다.
위드 코로나 국면에서 개별 주식이나 섹터보다 종합주가지 수 투자가 안전한 이유를 살펴보자. 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은 111 리바운드 효과의 지속과 경기 대침체 이전으로 완전한 복귀 신호 를 투자시장에 준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회복 속도가 느렸던 '택트 주식'과 '에너지 주식'이 주목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여행, 항공, 화장품, 의류, 레저, 석유회사 관련 주식이다. 
- 필자가 위드 코로나 국면에서도 미국 주식시장의 글로벌 독 주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을 높게 예측하는 결정적 이유는 앞으로 3~4년 동안의 미국 경제성장률이다. 필자의 예측으로는 바이든 행정부 4년 내내 미국 경제는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2021~2024년까지 전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 경로 차이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요인을 세 가지로 꼽는다. 위드 코로 나 정책 전환 속도, 인프라 투자 규모, 미래 산업 역량이다. 미국은 이 세 가지 요인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나라다.  2021년 상반기부터 미국은 빠른 백신접종 속도와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반등 효과(111 리바 운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2021년 미국 경 제성장률이 최소 6%에서 최대 8%까지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 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2~3%의 2~3배이고, 최근 30년 내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경제의 '단독 견인차'로 떠오르고 있 다. 미국이 2005년 글로벌 경제성장의 단일 제공자 지위를 중국에 내준 뒤 16년 만에 다시 그 지위를 되찾게 됐다.”는 찬사를 보냈다. 
- 22022년에도 미국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이전 평균치보다 높은 수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상반기까지 111 리바 운드 효과가 지속되고, 연준이 긴축 1단계(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하더라도 초저금리 기조는 유지되며, 바이든 행정부의 2022년 예산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 2022년 후반기에는 11월 8일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에 선거 특수 효과도 나타난다. 2021년 후반기 주식시장의 이슈가 위드 코로나였다면, 2022년은 인프라 투자 효과가 미국 주식시장을 달구기 시작할 것이다.
- 바이든 행정부의 민생 집중 핵심 전략은 두 가지다. 성공적인 위드 코로나 정책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성공이다.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바이든 행정부가 공화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투자안을 대부분 밀어붙인 이유다. 하지만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면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증가는 역대급 규모가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부 수입을 늘리기 위해 다각도로 머리를 쓰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미국 정부가 재정 운영을 흑자로 늘리는 데 실패하면, 예상되 는 사태는 두 가지다. 첫째, 정부 부채가 계속 증가하면서 미국이 부도 위기에 몰리는 미래다. 미국과 중국 간에 패권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면 달러와 미국 국채 가치가 폭락하면서 동맹국을 비롯 한 전 세계에 미국 경제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것은 미국 패권 의 종말을 초래한다. 미국 정부가 부도 위기에 몰리는 상황을 피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그림 30은 미국 예산관리국이 분석한 미국 정부의 투자 규모 변화 추세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미 국의 잠재성장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 항목인 정부 주도 연구개발R&D과 주요 공공 자본 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 중 이다. |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항목을 분석해 보면 그 이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림 31을 보면, 정부 지출에서 이자비용이 큰 규모를 차지한다. 1993년 14%를 차지했던 이자비용이 2018년에는 8%로 줄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긍정적인 숫자 변화다. 하지만 착시다. 그 기간 동안 미국의 기준금리는 역사상 가장 낮은 초저금리 국면이었다. 미 국 의회예산처 Congressional Budget Office는 앞으로 정부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2028년에는 이자비용이 11%를 차지할 것이 라고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정 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1%만 올 라도 2030년이면 20~25%p 정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구조 개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 는 또 있다. 고령화 비용이다. 현재, 미국 정부가 사회보장과 건강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교육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의 8배다. 문제는 미래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 정부가 사회보장과 건강 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 규모가 빠르고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의 예측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숫자는 2060년경이면 1억 명에 근접하게 된다. 이미 초고 령화 단계에 들어선 유럽과 일본 정부는 사회복지 관련 비용으로 매년 GDP 대비 25~30% 수준의 재정지출을 한다. 현재, 미국 정부가 매년 지출하는 사회복지 관련 비용은 GDP 대비 20% 정도다. 유럽이나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 로 미국의 고령 인구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회보장 관련 비용 지출도 GDP 대비 5~10%p 정도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이자비용과 고령화 비용 부담이라는 두 가지 요인만으로도 미국 정부의 재정흑자 전환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 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지출과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더해지면 미국 정부와 달러, 채권에 대한 불안감이 위험 수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 생태학적 사회구조분석법은 세로축으로는 현상층, 유행층, 트렌드층, 심층 원동력층, 심층 기반층으로 세상을 나누고, 가로 축으로는 STEEPS, 즉 사회 Social, 기술Technology, 경제 Economy, 환 경Ecology, 정치 Politics, 영성 Spirituality 영역으로 세상을 구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아울러 현상, 유행, 트렌드, 심층 원동력, 심층 기반의 다섯 가지 층들과 STEEPS 영역들은 서로 연결되어 상호의존적인 관계'라고 전제한다. 세로축의 다섯 가지 층들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다
* 현상층: 신문에 나오는 갖가지 사회현상적 사건들이 잡 다하게 나열된 상태로 눈에 보이는 세상의 겉모습 층이다.
* 유행층: 디자인, 패션, 음악, 춤, 색깔, 언어, 게임, 상품, 먹거리 등의 유행들로 재정리된, 눈에 보이는 세상의 중간 층이다. 시간적으로는 대략 6개월~1년 미만의 생존 기간을 가지며, STEEPS 영역들 중에서 1개의 카테고리 내에서 힘 을 발휘한다.
* 트렌드층: 세계화, 웰빙, 여성화, 고령화, 하이테크 하이 터치 등 트렌드들로 재정리된, 눈에 보이는 세상의 하위층 이다. 시간적으로는 대략 1-10년 미만의 생존 기간을 가지 며, STEEPS 영역들 중에서 1개 이상 카테고리 내에서 힘을 발휘한다. 필자는 1~3년의 생존 기간을 갖는 트렌드는 단 기 트렌드, 3~5년 정도의 트렌드는 중기 트렌드, 10년 미만 의 트렌드는 장기 트렌드, 10년 이상의 트렌드는 메가 트렌드라고 부른다.
* 심층 원동력층(사회 변화를 밀고 가는 실제적 힘): 존재(있는 것), 힘(속도), 관계(연결), 이치·법칙, 가치 등 현상, 유행, 트렌드 이면에서 작동하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변화의 원 동력들로 재정리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세상의 심층이 다. 심층 원동력은 본래부터 존재하는 힘, 혹은 본래부터 존재하는 것과 비슷한 영향력을 가진 힘이다. 트렌드를 만 드는 실체이며 동력이다.
* 심층 기반층(변화가 일어나는 실제적인 기반): 시간, 공간, 지식, 영성의 네 가지 세상을 떠받치는 가장 심층적인 기반들로 재정리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세상의 기반base 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실제 힘들의 토대다. 심층 원동력들은 이 네 가지 기반에 매달려 작동한다.
- 생태학적 사회구조분석을 통해 가장 주목해야 할 것, 혹은 트 렌드 분석과 예측에서 핵심은 심층 원동력이다. 심층 원동력은 겉 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세상의 변화와 미래 형성을 주도하는 본질적인 힘이다. 심층 원동력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것은 인 류가 존재하는 한 영속하거나 아주 오랫동안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본질이다. 이들의 특성은 '카오스적 진자운동'을 한다. 카오스 적 진자운동이란 줄(심층 기반)에 매달린 진자pendulum 의 추처럼 역사적으로 반복해 운동하지만 절대로 완전히 동일하지 않으며, 얼핏 보기에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주 복잡하고 고도로 조직된 패턴을 형성하며 운동하는 진동이다. 
- 겉으로 드러난 세상은 심층 기반에 매달린 심층 원동력들의 카오스적 진자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트렌드, 유행, 현상 들의 집합이다. 신문지상에 나타나는 현상적 사실, 유행, 트렌드는 실체가 만들어내는 이벤트나 흐름wave 이다. 즉, 트렌드는 실체가 아니라
숨겨진 실체가 만들어낸 일종의 변화 흐름 wave of transformmation, wave of change 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021년 변화흐름(트렌드)을 만들어내는 심층 원동력층에 속하는 변수다. 코로나19 변수가 혼자 미래를 만들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심층 원동력 층에 존재하면서 미래 변화를 이끌었던 다양한 심층 원동력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어서 2021년 트렌드, 혹은 그 이후 미래 변화 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존재했던 심층 원동력은 무엇이 있 을까? 과학 분야의 대표적 심층 원동력은 세상을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하는 것과 '전체'로 통합하여 연구하는 것이 있다. 부분과 전체는 원리에 해당하는 심층 원동력이다. 과학은 이 두 가지의 심층 원동력이 카오스적 진자운동을 하며 발전한다. '부분'으로 나눠 연구하는 쪽으로 힘이 쏠리면서 뉴턴 물리학의 기계론이 형성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서 진자운동이 '전체'로 통합하여 연구하는 쪽으로 힘이 쏠리면서 양자역학 같은 전일론 Holism 적 과 학 사조가 형성된다. 형태론과 구조론의 반복도 비슷한 현상이다. 국제 정세라는 영역에서 지구촌 전체의 경제사회 및 산업 등 다 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초강대국a nation with super power도 심층 원동력이 된다. 시대에 따라 초강대국이 어느 나라인지는 바뀌지만, 초강대국 그 자체는 국제질서에서 아주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심층 원동력으로 늘 존재했다.
인간의 정신이나 이념을 지배하는 심층 원동력도 있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든 미국 우선주의는 이런저런 다른 모양으로 전 세계 국제질서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이를 생태학적 사회구조분석법으로 해석하면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라는 심층 원동력이 진자운동의 방향을 바꾸 면서 미래의 커다란 흐름을 바꾸는 과정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상 주의에서 현실주의로 진자운동 방향이 바뀌는 심층 원동력층의 흐름 변화를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주체 가 따라가면서, 경제와 외교 측면에서 '현실주의' 쪽으로 눈에 보 이는 세상의 힘의 방향도 전환되고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사건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초강대국이라는 심층 원동력이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국제질서의 방향 전환에도 영향을 미쳤다.
- 연준의 양적완화와 긴축 순서
금융 시스템 위기(GDP 대폭락)를 부르는 충격(오일쇼크, 전쟁, 팬데믹, 채권시장 붕괴 위기 등으로 실물경제 위기나 금융위기 발발) → (주식시장 대폭락, 실업률 상승, 물가 침체 조짐) →연준 완화 1단계(기준금리 대폭 인하) → (주식시장 추가 하락) →연준 완화 2단계 자산매입 확대) → (주식시장 기술적 반등) → 유동성 증가 → 달러 가치 하락 → 체감물가상승 → 기업이익 증가 → 경제성장률 증가 → (주식시장 추가 상승: 실적 장세) → 실업률 6% 도달 → 지표상 물가상승(delay) → 장기채권금리 상승(연준 Operation Twist) →연준 긴축 1단계(양적완화 축소) → (주식시장 조정, 추가 상승) →연준 긴축 2단계(양적완화 중지) → (주식시장 조정, 추가 상승) →연준 긴축 3단계(기준금리 인상 시작) → (주식시장 조정, 추가 상승) → 연준 긴축 4단계(기준금리 인상 지속) → (주식시장 조정, 추가 상승) → 실업률 4%(완전고용) → 연준 긴축 5단계(기준금리 인상 멈춤, 상방 유지) → (주식시장 조정) → 기업이익 감소 → 경제성장률 하락→ 실업률 상승 전환 → (주식시장 대조정 혹은 대폭락)
- 연준이 긴축 1단계를 시작하는 조건은 주요소(주 지표)와 부요소(부지표)로 나뉜다. 주요소는 6% 수준으로 실업률 하락이다. 부요소는 근원인플레이션율과 경제성장률 추세 등이다. 연준의 긴축 1단계 시점이 가까워지면 시장에서는 엄청난 유동성이 만 든 장기국채금리 상승 현상이 먼저 시작된다. 주식시장도 유동성 파티를 신나게 즐기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유동 성 파티를 끝낼 준비(긴축정책으로 전환)를 한다는 낌새를 보이면, 유동성으로 먹고사는 주식시장이 공포에 빠지면서 이른바 '긴축발작을 일으킨다. 신흥국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가 하락한다. 곧이어 각국의 경제성장률도 주춤한다. 그림 43를 보면, 연준이 긴축 1단계를 시작하기 직전에 근원인플레 이션율과 경제성장률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긴축발작 현상이다. 연준은 이런 발작이 진정되기를 잠시 기다린 후, 긴축 1단계를 시작한다.
긴축 1단계를 개시하는 주 요소(주 지표)는 실업률이지만 '6%라는 수치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약간의 융통성이 있다. 예를 들어, 2014년에 실시했던 긴축 1단계는 실업률 6% 부근에서 단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긴축 1단계는 실업률이 6%(2021년 5월에 충족)에 도달했어도 시작하지 않았다. 2008년과 2020년 위기가 근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주었고 미국에서는 수많은 은행과 기업들이 파산했다. 실업률이 6% 수준까지 하락하는 데도 4년 이상 소요되었다.
반면에 2020년 코로나19 대재앙은 실물경제에는 큰 충격을 주었지만, 정부와 연준이 빠르고 강력한 구제책과 부양책을 실행 한 결과 은행과 기업의 대규모 파산을 막았다. 백신 보급으로 방어선 구축에 성공하자 경제가 빠르고 전면적으로 재개되었다. 위기 구조가 전혀 달랐기 때문에 실업률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6% 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위험성, 갑작스럽게 치솟은 인플레이션율, 주식시장 버블 같은 다양한 잠재적 위험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연준은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하면서 긴축 1단계 시작 시점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연준의 긴축 2단계는 '양적완화 중지 단행' 이다. 자산매입을 완전 종료하는 단계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해서 완전 종료(중지)까지 걸리는 평균 기 간은 6개월~1년이다. 긴축 속도를 높이고 싶을 때에는 자산매입 중지 시점을 6개월로 단축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1년이 많다.
- 긴축 단계별로 미국 종합주가지수는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 지 분석해 보자. 그림 49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연
준이 긴축 5단계를 진행했던 시점에서 기준금리, 경제성장률, 근원인플레이션율의 변화다.
이 지표들의 움직임을 생각하면서 긴축 단계마다 주식시장 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살펴보자. 그림 50은 긴축 1~4단계까지 다우지수 움직임을 나타낸 것이다. 눈여겨볼 만한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긴축 단계들 중에서 가장 큰 조정폭을 보인 것은 3단 계(기준금리 인상 시작)다. 조정폭이 큰 만큼 조정 기간도 가장 길 었다. 둘째, 긴축의 각 단계 전환 때마다 한 번의 선반영 조정장이 발생한 후에 본격적인 조정장이 발생했다. 셋째, 선반영 조정장 과 본 조정장에서 조정폭이 가장 적은 때는 제1단계다. 넷째, 긴축 4단계와 5단계 진입 때에는 별다른 조정장이 발생하지 않았다. 다섯째,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자 주식시장 상승폭은 더욱 커졌다.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조정장은 길지만 그 이후의 주가 상승률은 긴축 단계들 중에서 가장 높았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 림 51은 긴축 단계별 경제성장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낸 것이다. 긴축 2단계에서는 경제성장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이 동 시에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연준이 통화 긴축정책을 단행하는 이유는 실물과 투자시장에 발생한 과도한 열기를 다스려서 시장 의 안정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연준이 긴축 1~2단계를 실 시해서 양적완화 축소 및 중지를 단행하자 시장의 열기가 식는 모 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연준이 긴축 1~2단계 후유증'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고 판단한 시점에서 긴축 3단계(기준금리 인상 시작)를 시작할 무렵이 되자 거짓말처럼 경제성장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재반등했다. 실물과 투자시장이 긴축정책에 완전히 적응했다. 는 의미다. 동시에 경제위기 이전의 정상적인 경제성장률과 근원 인플레이션율 평균치로 안전하게 수렴했다는 의미다.
- 근원인플레이션율 및 경제성장률 움직임과 비교한 그래프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다스려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므로 기준금리는 인플레이션율보다 높게 책정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율을 다스리는 행동이 경제성장률을 심각하게 꺾으면 안된다. 그래서 연준의 기준금리는 가능하면 경제성장률보다는 낮게 책정해야 한다. 즉, 기업이나 가계가 추가 지출해야 하는 금융비용(이자비용)이 경제성장으로 얻어지 는 이익보다 높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기준이 작동하는 것이다. 가계나 기업의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막고, 가계나 기업이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이익을 유지시켜 주는 지점이 연준이 의도하는 '시장의 안정’ 이며 최종 기준금리 인상 지점이다.
- 지금까지 분석했던 명목 수치와 부담 배율, 초저금리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위험,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의 근원인플레인션율,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을 종합하고,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는 근원인플레이션율보다 높고, 연간 경제성장률보다 낮거나 비슷하게 종결된다'는 조건을 반영할 때, 필자가 예측하는 확률적으로 가장 높은 미국 기준금리 최종 종결 지점은 3~4% 사이다. 경기 초강세 시나리오라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최대 5%까지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가능성은 낮다. 그 이전에 금융시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실 기업이 근근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은 2.5% 정도가 될 것이다. 오랫 동안 제로금리가 유지되면서 기업들의 부채 규모가 커졌다는 것 을 고려하면, 우량기업이 버틸 수 있는 수준도 최대 4.5% 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결국 기준금리가 3~4% 사이에 도달하면 금융 시장 여기저기서 위험신호가 발생하면서 연준에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압박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주식, 원자재, 부동산은 상품이다. 연준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돈을 시장에 풀면 인플레이션(돈 가치 하락, 상품 가치상승)은 주식가격 → 원자재 가격 →→ 실물 상품(식료품, 자동차, 각종 소비재 등) 가격 → 부동산 가격 순으로 일어난다. 연준의 돈 풀기에 주식이 가장 빨리 반응하고, 부동산이 가장 늦게 반응한다.
원자재는 공급망과 계절 요인이라는 추가 변수에도 영향을 많이 받기에 가격 상승 속도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연준은 실물 상품 가격이 오르는 시점이 되어서야 긴축 카드를 꺼낸다. 연준이 긴축정책을 시작하면서 시장에서 돈을 흡수하기 시작하면 주식 가격 → 원자재 가격 → 실물 상품 가격 → 부동산 가격 순으로 인플레이션 안정(가격 조정)이 진행된다. 긴축이 시작되어 이들 상품 가격이 조정을 받기 시작하거나 추가 상승 여력이 약해지면, 투자금은 이런 조정 국면을 피할(위험회피)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바로 채권과 금이다. 채권과 금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어하기 위한 헤지용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긴축 국면이 시작되면 가격이 상승한다.
- 하지만 주식, 원자재, 부동산 가격의 조정이 긴축 기간 내내 지속되지 않는다. 투자시장이 긴축 충격에 적응하고 인플레이션 율도 안정권에 접어들어 경기가 다시 활기를 되찾으면 투자 열기도 다시 고조된다. 원자재 가격도 반등으로 돌아선다. 부동산은 투자시장에서 가장 느리게 반응하는 상품이라는 속성 때문에 긴축 초반에 약한 조정만 받고 곧바로 가격 상승 추세로 전환된다. 참고로, 부동산 가격 안정(인플레이션 안정)이 가장 늦게 되는 것은 부동산이라는 상품이 주식이나 원자재보다 현금 유동화 속도가 느리고 가장 많은 투자자가 모여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 이렇게 투자상품의 가격 상승이 다시 시작되면 인플레이션율도 재차 상승한다. 그러면 연준은 긴축 강도를 한 단계 더 높인 다. 투자시장에서는 조정이 다시 발생한다. 조정기를 거치면서 투 자시장이 한 단계 더 높은 긴축 충격에도 적응에 성공하면 잠시 주춤했던 투자 열기가 다시 살아난다. 이런 식의 조정 - 상승 - 재 조정 - 재상승' 의 패턴이 긴축 구간 내내 복잡하게 반복된다.
- 정리하면, 코로나19 이후 금 가격의 큰 방향은 인플레이션율 움직임과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다. 금 가격 트렌드는 채권금리 트 렌드와 거의 비슷하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금 가격은 하락하는 추세로 전환될 것이다. 그리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긴축 3단계) 하락 추세가 멈추고 재상승 추세로 전환된다. 그러다 가 경제위기가 발발하면 금 가격은 치솟기 시작한다.
- 필자의 분석으로는 앞으로 2~3년 동안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 속도를 더 높이고 긴축을 강화하지 않으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금융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나고 최악의 경우 외환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2021년 9월 기준으로 중국 외환 보유고는 3조 2,320억 달러 정도다. 2015~2016년처럼 단기간에 8,500억 달러 정도 외환보유고 감소가 다시 발생하면 곧바로 외환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된다. 헝다 사태 이전부터 중국 경제에 대한 외국자본의 기대감이 추락하고 있다. 필자의 분석으로 중국 외환 보유고의 마지노선은 2조 5천억 달러 선이다. 현재 기준으로 7천억 달러 정도 여유밖에 없다(일부에서는 1조 8천억 달러를 마지노 선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4년 내내 중국은 구조조정을 계속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아시아 외환위기와 닷컴버블 붕괴 이후 보여주었던 과잉생산 추 세로의 복귀도 당분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국에서 과잉생 산이 재개되지 않은 한,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중국의 수요 회복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  
- 필자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부동산 가격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로 경제위기 발발을 들었다. 그리고 경제위기 발발은 긴축 5단계가 끝날 무렵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거꾸로 말하면, 엄청난 규모의 주택공급이 일시에 일어나지 않는 한 경제위기가 발발하기 전까지 부동산 가격 대폭락은 거의 일어 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런 패턴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 성이 높다. 즉, 2022년에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폭락이 발생할 가 능성은 낮다. 한국 중앙은행이 미국 연준보다 6~12개월 정도 먼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한국 부동산가격 상승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도 2023년경이나 되어 야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도 긴축 4단계(기준금리 인상 중반부)에 이르면 부동산 가격 상승률 감소가 가팔라질 것이다. 이 순간까지도 상승률이 떨어질 뿐이지 명목가격 상승 추세는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지금부 터 2~3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고 주택담보대출 전체 규모와 대상이 늘어난 셈이기 때문에, 연준이 긴축 5단계에 들어선 후 리세션을 동반하는 경기 위축기가 시작되면 부동산 가격 대조정이나 대폭락을 피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빚은 재산이 아니라 채무자를 향해 언젠가는 되돌아오는 치명적 부메랑이다. 필자의 예측으로는 미국 연준이 2~3%대까지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을 비롯해서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큰 요동이 칠 가능성이 높다.
이 시점에 한국 가계의 소득 및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 실수요자의 부동산 추격 매수 여력도 사라지게 된다. 실수요자가 부동산 구매 를 포기하는 비율이 늘어나면 투기 자본도 이익률이 하락하면서 시장을 관망하거나 탈출하게 된다. 만약 이 시점에 공급 물량마저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 부동산 시장은 수요공급과 관련해 중요한 변수가 있다. 인구구조 변화다. 수요층의 변화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 동산 수요층의 나이 변화에 따른 소득과 자산의 변화다. 한국인은 자산의 70~80%를 부동산에 묶어두고 있다. 돈이 부족하면 부동산 자산에서 돈을 빼서 써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주택을 팔지 않는다면 연금이나 주택담보대출로 현금을 빼서 사용한다.
둘째, 주택을 팔아서 작은 집으로 옮기거나 전세나 월세로 전환하 고 남은 현금을 사용한다. 한국은 유럽처럼 은퇴 후 사회보장이 단단하지 않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민간 연금을 층층이 쌓아놓지 도 않았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은퇴자는 현금 동원력이 고갈되면 '반드시 집을 팔아야 한다. 물론 집을 팔지 않아도 되는 일부 계층 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주택을 매도하지 않는다. 세금 부담이 커지면, 자녀에게 상속을 해서 버틴다. 하지만 이런 계층에 있는 사람들 숫자가 얼마나 될까?
-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패권전쟁을 피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미중 패권전쟁의 포문을 먼저 연 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중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먼저 발을 빼면 국제적 망신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에게 항복 선언을 한 것이 되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와 기대치 하락은 물론이고, 미국 시대의 종말을 불러온 결정적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는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강한 의구심 을 갖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틈을 놓치지 않고 발톱을 드러냈고, 미국에 의심을 품는 국가들에게 미국을 대신할 새로운 구원자로 자신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 2009년 1월,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는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의 국채는 마음 놓고 사기 어렵다고 공공연하게 불만을 드러 냈고, 2009년 3월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SDR Special Drawing Rights (특별인출권, 1969년 IMF가 만듦)이 초국가적 기축통 화가 될 수 있다.”고 도발했다. 2010년, 후진타오는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달러를 대체할) 글로벌 기축통화 메커니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고, 2011년 1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달러 기축통화는 과거 유물”이라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중국은 실제 행동도 병행했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부터 중국 정부는 금 매수량을 늘렸다. 금을 많이 보유할수록 훗날 제1기축통화 자리를 놓고 미국과 힘겨루기를 할 때 유리하다. 아 프리카와 개발도상국들에 경제협력과 지원을 강화하고, 국제무 역에서 위안화로 거래하는 나라들도 점점 늘려가며, 일대일로정 책으로 중국의 지배력을 키우려고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런 중국의 행보는 단순히 잘사는 나라가 되기 위한 수준을 넘어 세계 제 1의 패권국이 되려는 야심을 내비친 것이다.
- 2021년 9월, 중국 정부는 모든 암호화폐를 불법으로 규정했 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암호화폐 제재를 하는 이유 도 미중 패권전쟁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으려면, 기축통 화 지위를 얻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위안화 지위는 여전히 낮고, 달러를 넘어서는 것 도 최소한 수십 년간 불가능하다. 디지털 위안화는 이런 상황을 일거에 반전시킬 카드다.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로 제1기축 통화 지위국 자리를 노리려면 가장 먼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암호화폐를 쳐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을 위협할 의도가 전혀 없다. 는 말을 계속한다. 하지만 뒤로는 다방면에서 거침없는 행동으로 미국 뛰어넘기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 우리가 3D프린터로 혁명적인 거시 제조 도구를 얻고, | 나노기술로 혁명적인 미시 제조 도구를 얻으며, 여기에 인공지능이라는 혁명적인 지능 도구를 결합하여, 인류의 현실과 가상세계 전체에서 문명의 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다.
- 역사적으로 버블은 언제나 붕괴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 다. 버블을 만들어내는 근본적 장치는 빚(신용)이다. 현대 자본주 의 경제를 신용창조에 의한 경제성장 시스템이라고도 부른다. 미 래 소득을 앞당겨서 사용하는 일명 '신용창조'를 사용하면 경제를 수십 배 빠르게 성장시킨다. 투자시장도 수십 배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다. 하지만 빚은 공짜가 아니고 영원히 빌려 쓰기만 할 수 없 다. 언젠가는 빚으로 빚을 돌려 막는 상황을 멈추어야 할 시간이 온다. 이자와 원금을 동시에 갚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런 상황 을 잘 통제하지 못하면 거대한 위기가 발생한다. 버블 붕괴와 그 에 따른 금융 시스템의 위기와 충격이 오는 것이다. 이런 잠재적 이고 예고된 위험을 경제학자, 금융 시스템 관리자, 주식 투자자 들 모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이 문제다. 탐욕 때문에 빚 관리에 번번히 실패해서 버블 붕괴를 피하지 못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 버블은 붕괴가 시작되면 부풀어 오른 규모와 붕괴 규모가 비슷하기 때문에 버블이 시작되었던 원래 위치나 그보다 약간 아래까지 하락하는 패턴을 보인다. 많이 오르면 많이 떨어진다'는 버블 가격의 이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과거 1634년 튤립 버블도 4개월 만에 95% 폭락했고, 1719~1720년에 일어난 미시시피 버블 은 최고점 대비 97% 폭락했으며, 1719 ~1722년에 발생했던 영국 남해회사 버블도 90% 이상 폭락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였다. 일 본과 미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 모두 또 다른 버블 발생 직전까지 하락했다. 지난 100년간 미국 주식시장도 버블 붕괴 패턴이 곧잘 들어맞는다. 1930년 대폭락에도 버블이 부풀어 오른 규모와 붕괴 규모가 비슷했고, 2001년 나스닥 버블 붕괴도 마찬가지였다. 코로 나19 이후, 기술주가 한동안 거침없는 가치 상승 행보를 보이더라 도 버블을 해소해야 하는 시간은 반드시 온다. 현재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단순한 조정 수준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 긴축 기간이 되면, 강한 기술적 조정이나 대조정 정도는 가 능하다. 필자는 투자시장에서 부풀어 오른 버블이 조정되는 방식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기술적 조정, 대조정, 대폭락이다. 급격한 기술적 조정은 하루 2~5% 내외 하락폭을 2~3일 맞으면서 총 10~15% 미만으로 하락한 후 마무리된다. 완만한 기술적 조정은 한 달 정도 기간에 대략 10∼15% 미만 하락한다. 기술적 조정이 발 생하면, 이전 주식 가치로 회복되는 데는 최소 1개월, 최대 5~6개 월이 소요된다. 기술적 조정이 발생하더라도 금융 시스템이나 실 물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중앙은행과 정부 는 주식시장에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투자자의 낙심이나 두려움 수준으로 본다면 기대감 후퇴, 일시적 방향 전환은 기술적 조정에 속한다. 대조정은 급격한 기술적 조정을 한 달 동안 2번 정도 연속 으로 맞거나, 2~3개월 동안 완만한 기술적 조정이 2번 정도 연이 어 일어나는 상황이다. 대략 총 20~30% 정도 하락한다. 대조정이 발생하더라도 중앙은행과 정부가 주식시장에 '역시' 개입할 가능 성은 반반이다.
- 대폭락은 공황 매도panic selling 가 일어나면서 한 달 정도 기간에 급격한 기술적 조정이 3번 이상 연속되는 경우다. 대략 30% 이상 하락한다. 대폭락이 발생하면 문제의 원인이 금융 시스템과 실물경제의 심각한 결함 발생이거나, 주식시장 대폭락이 이런 결함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앙은행과 정부가 주식시장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식시장 버블 대붕괴는 최소한 종합주가지수가 30% 이상 하락하는 대폭락을 가리킨다. 연 준이 긴축 1~4단계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대폭락이 일어날 가능 성이 낮다. 주가가 조정받는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강한 기술적 조정(10~15% 미만 하락)이나 대조정(총 20~30% 정도 하락) 정도만 가능하다. 지난 100년의 미국 주식시장을 분석해 보면, 종합주가지수 기준으로 최소 30%, 최대 50% 수준으로 하락하는 버블 대 붕괴는 대부분 긴축 5단계에서 발생했다. 이번에도 이런 패턴이 재현될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가장 높다.
그리고 버블 대붕괴 수준의 충격은 금융 시스템에 큰 충격이 가해질 때만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금융 시스템에 대충격이 가해 지려면 어떤 일이 벌어져야 할까? 바로 채권시장의 위기다. 금융 시스템 위기는 돈을 빌린 사람(가계, 기업, 정부)과 돈을 빌려준 사람(금융기관) 사이에 발생하는 채권 부실 위기가 스위치다. 이들 사이에 어떤 문제가 발생해야 금융위기로 전이될까? 둘 중 한 곳 에서 재무 위기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야 한다. 그래서 채권 이자 지급이나 원금 상환, 혹은 채권 재발행에 급작스런 위축이 발생해야 한다.
- 필자는 다음번 미국 경제의 대침체 발생 시점을 연준의 긴축 5단계 무렵(2025년 전후, 6~12개월 시차가 있을 수 있음)으로 예측 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시장의 버블 대붕괴도 비슷한 시점에 발 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미국 실물경제의 급격한 위축도 연준의 긴축정책 5단계 기간에 시작된다. 연준의 긴축정책 5단계가 시작되면 기업이익이 감소하고, 소비절벽이 생기며, 실업률은 상승으로 돌아서고,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실물경제 대침체(리세션) 국면이 시작된다. 경기 호황에서 불황으로 자연스런 전환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금융 안정도가 낮은 영역에서 채권 부실이 발생 한다. 당연한 구조조정이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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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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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대전환

경제 2022. 3. 9. 08:52

- 인류의 진정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구석기시대에 머물러 있는 감정과, 중세의 제도, 신과 같은 테크놀로지를 갖고 있다. (E. O. 윌슨)

- 시카고학파의 '아름다운 생각'
주주 가치 극대화가 경영진의 유일한 의무라는 믿음은 2차 세계대 전 이후 프리드먼과 시카고대학 동료들이 주도한 경제적 사유 변화의 산물이다. 이들의 주장은 대체로 대단히 전문적이지만 연구의 기반이 되는 사유는 직관적이다.
첫째, 이들은 자유 시장은 완벽하게 효율적이며,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자유 시장은 경제적 번영을 낳는 눈부신 동인이 된다고 주장한 다. 직관적으로 볼 때, 어떤 산업의 모든 기업이 무자비하게 순익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경쟁으로 인해 모든 기업은 효율적이고 혁신적일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이와 동시에 어떤 단일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완전히 경쟁적인 시장은 가격을 이용해 생산을 소비에 맞추므로, 수백만 개의 기업들이 수십억 명의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다. 프리드먼은 일상적인 예를 들어 자신들은 그야말로 전 세계를 거쳐 제조되고 있으니 말이다. 프리드먼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진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은 우리가 이제껏 시도해본 그 어떤 것보다도 자원을 훨씬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 으로 할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950~1960년대의 혁신적 연구들에 따르면 자유로운 경쟁, 담합 및 사적 정보의 부재, 외부 효과에 대한 적절한 평가 등 여러 요소가 잘 정의된 조건에서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가 공공복리를 극대화했다.
주주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라는 명령을 뒷받침하는 두 번째 근거는 개인적 자유의 규범적 우선성, 즉 개인의 자유가 사회의 가장 일차 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고, 개인이 자신의 자원과 시간을 어떻게 활용 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사회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18세기와 19세기 후계몽주의적인 고전적 자유주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밀턴 프리드먼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Friedrich Hayek는 이러한 전통에 근거해서 소련의 중앙집권적 통제경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여기에서 자유는 침해로부터의 면제' 또는 '~로부터의 자유', 즉 타자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의미한다. 프리드먼과 동료들은 자유 시장은 계획경제와는 달리, 사람들이 하고픈 일과 그 일을 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이 원하는 정치를 선택 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개인의 자유를 낳는다고 주장 했다. 국가 혹은 소수의 과두 집단이 당신이 누구 밑에서 일해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를 통제하는 사회에서라면 진정 자 유롭기란 힘든 일이다. 
세 번째, 프리드먼과 동료들에 따르면 경영자는 투자자의 대리인이다. 경영자가 신뢰받는 대리인이 되기 위해서는 나름의 도덕적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 도덕적 약속이란 경영자는 신의를 지키고, 투자자들이 맡긴 자금을 오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널리 공유되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경영자는 대리인이므로, 투자자들이 바라는 대로 기업을 운영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프리드먼은 투자자들은 대체로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벌 것'을 바란다고 가정했다.
- 주주 가치 극대화를 강력하게 부르짖는 이 세 주장은 이익 극대화 야말로 규범적인 약속을 실천하는 방법이라는 경영자들의 믿음을 뒷 받침하는 도덕적 힘이 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주주 수익극대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투자자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체제의 효율성을 훼손함으로써 번영을 축소하고, 모든 사람의 경제적·정치적 자유를 줄이는 행위이기도 하다. 수익 극대화가 아닌 다른 모든 것, 예를 들어 뚜렷한 근거도 없이 직원들에게 적정 임금 이상을 지급하거나, 지역의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가 싸고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지붕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는 행동은 사회를 더 가난하고 더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 뿐 아니라, 투자자에 대한 의무를 배신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 그리고 특정한 제도적 조건의 산물이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위험할 정도로 그릇된 생각이다. 프리드먼과 동료들이 이러한 생각을 처음 가졌던 것은 2차 세계 대전 직후였다. 당시에는 시장 의존 경제가 중앙집중화된 계획경제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심각한 위험이 존재했다. 경제 공황과 전쟁을 이미 극복한 정부는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던 반면, 자본주의는 그렇지 못했다. 전쟁보다 먼저 일어났던 대공황의 기억이 아직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대공황이 한창일 때 미국의 GDP는 30% 하락했고, 산업 생산은 거의 50% 떨어 졌으며, 노동인구의 4분의 1은 일자리를 잃었다. 그렇다 보니 그 후 20년 동안 규제와 구속이 없는 자본주의는 모든 곳에서 의심의 대상 이었다. 유럽에서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일본 기업계는 직원들의 복지를 강조하며 장기근속을 보장하는 자본주 의 모델을 받아들였다. 독일에서는 기업, 은행, 노조가 합심하여 기업 과 직원과 사회 사이에 균형 잡힌 안녕을 추구하는 '노동자 경영 참여’ 제도가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략 30년 동안 선진국에서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시장 경쟁을 보장하고, 공해 등의 외부 효과에 가격을 매기거나 규제하고, (거의) 모든 사람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게다가 전쟁 경험으 로 인해 믿기 힘들 정도로 쉽게 사회적 통합이 성취되었다. 교육과 건 강에 투자하고, '올바른 일을 하고, 민주주의를 찬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다.
프리드먼의 생각은 1970년대 초반까지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 다. 하지만 1970년대 초반 1차 석유 파동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과 강도 높은 국제적 경쟁이 10년도 넘게 지속되면서 미국 경제는 심 각한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경영자들에게 그들의 유일 한 과제는 주주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지시함으로써 시장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경제 성장은 물론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해주리라 믿는 게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 대부분의 자본주의자는 경제라는 파이를 분배하는 방법을 모르고, 대부분의 사회주의자는 파이를 키우는 방법을 잘 모르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a)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협동하여 파이를 잘 키우는 동시에 잘 분배하는 체제를 만들어내든지, 
(b) 커다란 분쟁과 일종의 변혁으로 거의 모든 사람이 타격을 입고 파이는 줄어들게 하든지 기로에 놓여 있다.
(레이 달리오)
- 돈은 사랑과 같다. 천천히 고통스럽게 그것을 나누지 못하는 사람을 죽이며, 다른 인간에게 그것을 주는 사람들을 활기차게 만든다. (칼릴지브란, 〈어제와 오늘, 12〉, 《칼릴 지브란의 삶에 대한 소책자》)
- 돈은 불과 같다. 대단히 훌륭한 하인이지만, 형편없는 주인이다. (P. T. 바넘, 《부의 황금률》)

- 월마트는 에너지 절약이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월마트는 2017년에 운송 수단의 효율성을 2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는데, 그 결과 연간 10억 달러 이상 운송비가 줄어들었다. 순이익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월마트가 직접 상세한 수치를 발표하지는 않지만, 우리 는 월마트가 2007년과 2009년에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데 대략 5억 달러를 지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월마트가 계속해서 이 정도의 지출을 유지했고 이러한 지출로 발생한 편익이 운송 효율성 증가뿐이라고 가정한다면, 대충 계산해보더라도 적어도 13% 정도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많은 소매기업이 5~6% 의 수익을 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같은 기간 월 마트 지점들의 에너지 효율도 12% 증가했다. 어림잡아도 연간 2억 5000만 달러를 절감한 셈이다.
- 아키텍처 혁신은 시스템의 구성요소는 바꾸지 않은 채 구성 요소 사이의 관계, 다시 말해 시스템의 아 키텍처를 바꾸는 혁신을 말한다. 대부분의 조직 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속한 시스템의 구성 요소 사이의 관계보다는 구성 요소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아키텍처 혁신을 찾아내기도 힘들고, 이 혁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아키텍처 지식, 다시 말해 구성 요소가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는가에 대한 지식은 조직의 구조, 인센티브, 정보 처리 능력에 내재해 있어 사실상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기란 매우 힘들다.
- 급진적 혹은 파괴적혁신은 대단히 많은 주목을 받는다. 이러한 혁신은 이전의 방식을 완전히 낡은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디지털 사진이나 환자의 면역 체계를 자극하여 암과 싸우도록 만드는 신 약을 생각해보라. 이 급진적 혁신은 성공적인 기업에는 상당한 도전일 수 있지만, 어쨌든 그 혁신의 영역은 처음부터 분명하게 보인다. 디지털 사진으로 인해 코닥이 파산했다고 해서, 코닥이 디지털 사진이 제기하는 위협을 간과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코닥은 처음부터 디 지털 사진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그 분야에서 많은 획기적 인 발견도 했다.
문제는 아키텍처 혁신이었고, 이로 인해 코닥은 도산했다. 디지털 사진으로의 전환은 제품 아키텍처를 바꾸어놓았다. 카메라는 이제 무겁게 들고 다녀야 하는 독립적인 기계가 아니라 전화기의 일부가 되 었다. 사진이 공유되고, 인쇄되고, 사용되는 방식 모두가 바뀌었다. 코 닥으로서는 적응이 거의 불가능한 혁신이었다. 급진적인 혁신은 어렵긴 하지만 예측할 수 있다. 제약회사들은 신약 개발에 유전학 이해가 필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했고, 유전학 연구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아키텍처 혁신은 다르다. 보통은 퍼즐의 한 작은 조각에 상대적으로 조그마한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퍼즐을 맞추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새로워진다.

- 탐욕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결국 너그러움이 더 낫다는 것은 누누이 입증된 사실이다. (파울 폴만, 유니레버 전 CEO)
-1957년 토요타가 미국에 처음 지사를 열었을 때,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 두 대 중 한 대는 GM의 차였다. 미국 소비자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확신한 GM 경영진은 일본 수입차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1980년대가 되기도 전에 미국 소비자들은 일본 차와 사랑에 빠졌다. 사람들은 미국 차는 소음과 진동이 심하고 일본 차보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토요타가 미국 차와 거의 같은 가격이지만 훨씬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자동차 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시스템과 시스템 내 핵심 업무자들 사이의 관 계를 완전히 바꾸었다는 것이었다. 즉 자동차가 설계되고 만들어지는 구조를 완전히 바꾸었다. 당시 거의 모든 미국 기업들이 그랬듯이 GM의 작업도 엄격하게 기능에 따라 위계적으로 조직되어 있었다. 조립 라인 설계와 개선은 철저하게 감독자와 제조 기술자의 몫이었고, 차량 품질은 조립 라인에서 나오는 차량들을 검수하는 품질 담당 부서의 책임이었다. GM 관 리자들은 블루칼라 노동자는 생산 과정 개선에 이바지할 바가 없다. 고 믿었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나사를 조이는 등의 똑같은 일을 하 루에 8~10시간씩 60초마다 반복해야 했다. 그들에게는 그 일 외의 그 어떤 것도 요구되지 않았고, 권장되지도 않았다. 현장 노동자와 지역 경영진의 관계는 적대적이었다. 
- GM은 잘 정의된 규칙, 예를 들어 마감일 준수 여부와 같이 식별 가능한 지표를 바탕으로 개인의 실적을 평가했다. 반면 토요타는 팀 전체의 실적을 기반으로 개인의 실적을 평가했다. 토요타의 목표는 조직의 여러 수준에서 활발한 토론을 거쳐 결정되었다. 하향식 지휘 통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GM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당장의 분기에만 집중하고, 목표 판매량을 달성하고, 기존 시스템을 미세 조정하며 평생 일해온 관리자들은 직원 관리의 기본 원칙을 다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공급업체와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다그치 며 관리해온 사람들은 이들이 지속적인 개선의 원천이라는 발상은 하지 못했고, 따라서 이들을 존중하고 신뢰하며 잘 대우할 수도 없었다.
- 무엇보다 성과가 높은 작업 관행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신뢰를 구축해야 하지만, GM의 역사는 이 기업이 이런 쪽으로는 형편없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GM은 수치를 바탕으로 관리하며, 양적인 실적을 기준으로 직원들을 승진시켰다. 그러나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의 특징은 그 어떤 수치로도 나타낼 수 없다. 고위 경영진이 장기적인 관계를 약속하고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할 수는 있지만, 지역적 수준에서 유사한 공약과 장려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역 관리자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다.
- 트리오도스 은행은 아무리 정교한 ESG 지표라도 무조건 의지할 수는 없다는, ESG 지표의 한계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예를 들어 대출 결정에는 개인과 집단의 정교한 판단 과정이 필요하다. 대출 담당자는 신청받은 대출 내용이 은행의 사명과 일치하는지를 검토해야 하고, 제대로 된 리스크 프로파일을 제시해야 한다. 트리오도스 은행에서 자주 쓰는 말을 빌리자면 “만일 한 아이가 5유로를 빌리러 왔다면 먼저 '왜 그 돈이 필요하니?'라고 물어야 한다” CFO 피에르 아에비 Pierre Aeby 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출에 투자할 때는 먼저 그 대출이 무엇을 위 한 것인지 살펴봅니다. 채무자의 사명은 무엇일까? 채무자는 사회에 어떤 가치를 더하려 하는가? 그것이 우리의 가치와 어울리는가? 그다음에야 은행가로서 엄격하게 따져봅니다. 상환 능력은 있는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담보는 무엇인가? 그러고 나서 적정한 이율을 결정합니다.”
네덜란드 기업 대출을 담당하는 다니엘 포벌 Daniel Povel은 이렇게 말 한다. “예를 들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을 고용해 유기농/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농사지으며,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아트 센터를 운영하는 사람이 지붕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기 위해 대출을 원한다면, 대출은 매우 쉬울 겁니다. 정말 쉽죠. 누구나 승인하라고 할 겁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이렇게 명확하지는 않다. 은행은 회색 지 대에 빠진 이러한 난제들을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개인의 판단과 분별력을 이용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니엘은 매주 월요일

- 숲의 한구석에서 다른 이들이 찾으러 올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돼. 때로는 스스로 다른 이들을 찾아 나서야 한단다. (A. A. 밀른, 《곰돌이 푸》)
- 자율 규제, 무임승차 없는 협력은 가능한가
업계 자율 규제의 핵심 전제가 바로 이것이다. 같은 업계에 속한 모 든 기업이 무언가를 하고 싶거나 혹은 어떤 일을 그만두고 싶은데, 혼 자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함께 행동하는 데 동의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해볼 수 있다. 팜유의 경우, (수천억 달러 가치의 브랜드를 가진) 주요 소비재 기업들은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다며 NGO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여지가 있었다. 예를 들어 펩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팜유를 구매하는 업체 중 하나다. M&M 초콜릿을 만드는 마스도 마찬가지다. 불타는 숲에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다 죽은 오랑우탄의 사진과 그들 제품을 연결하는 지속적인 캠페인과 맞서서 버 텨낼 수 있는 기업은 없었다.
지속 가능한 팜유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기업은 지속 가능한 팜유를 찾아야 하는 힘겨운 문제는 물론, 상당한 비용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 다. 하지만 업계 내 모든 기업이 함께 행동하기로 동의한다면, 지속 가 능한 팜유 구매는 모든 기업이 자신의 브랜드에 미칠 수 있는 피해 위 험을 줄이기 위해 부담하는 경쟁 전 협력'이나 최소한의 공동 지분이 될 터였다. 같은 업계에 속한 모든 기업이 지속 가능한 팜유를 구매하기로 동의한다면, 기업의 비용은 증가하겠지만 모든 브랜드는 보호를 받고 누구도 경쟁 불이익 상태에 놓이지 않게 될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자발적인 협약은 근본적으로 취약하다. 올바른 일을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이행하지 않는 기업도 있을 수 있다. 약속을 어기는 기업은 단기적인 비용 우위를 갖게 되므로, 약속을 실천에 옮기는 기업으로서는 (화가 난) 얼간이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언젠가 자율 규제에 관해 연구해온 한 역사학자에게 업체 전반의 협력이 세 계의 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자, 그는 낄낄거리는 반응부터 보였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기업가들이 자율 규제를 이용해온 이유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저 정부의 규제 위협을 피하고 소규모 기업 및 잠재적인 시장 진입자 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서였고, 일반적으로 자율 규제는 정부 규제 라는 후광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필사적인 상황에서는 필사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많은 곳에서 정부는 부패하고 규제가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우리의 많은 문제 는 전 지구적이지만, 효과적인 전 지구적 규제 기관도 거의 없다. 하지만 산업 협력이 대단히 성공적이었던 때와 장소는 있었다
- 산업의 관련 당사자들이 그 산업에 장기적으로 종사하고 있을 때, 좀 더 엄밀히 말해서 산업에 진입하고 빠져나가는 것이 어려울 때, 협력은 훨씬 쉬워진다. 다시 한번, 원자력발전소와 바닷가재 사례를 보면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수명이 60년이나 되고 움 직일 수도 없다. 바닷가재 어부들은 배와 장비를 사느라 빚더미에 올 라앉는다. 어업이 무너지면 가치가 0으로 수렴하는 자산들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은 협력의 편익이 부정행위나 무임승차가 누구에게 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해줄 때 협력이 가능하다는 사실 을 보여준다. 국제상공회의소 같은 자발적 조직이 성공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제시하는 편익이 구체적이고 즉각적이며, 동시에 부정 행위에 대한 유혹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상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군가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을 때 아주 쉽사리 적발 할 수 있어야만 협력은 지속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사례에서, 원자력발전운전협회는 연간 점검을 통해 모든 발전소가 최신 기법에 발맞춰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최선을 다해 그 기법을 쓰게끔 했다. 바닷 가재 어획량을 지키는지 확인하기는 이보다 힘들지만, 어부들의 공동체는 규모가 크지 않아 부정행위 탐지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 정부는 무척 해롭다는 믿음, 다시 말해서 반응이 없는 관료, 높은 세금, 끊임없는 규제로 표상되는 게 바로 정부라는 믿음은 지난 50년에 걸쳐서 조금씩 만들어져왔다. 이는 우리가 사는 시대에 만들 어진 신화이며,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또는 구 축해온 정부의 역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정부는 두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첫째, 정부는 독재를 지향하며, 특히 자유 시장을 국가 통제 혹은 중앙 계획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둘 째, 정부는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며 비효율적이다. 물론 독재적인 정 부도 있고, 제 기능을 못 하는 정부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언제나 그 런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닌 정부도 있고, 한 번도 그렇지 않았던 정부도 있으며, 지금 그렇다 하더라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 포용적인 제도는 어디에서 오는가? 자유 시장과 자유 정치제도는 유럽에서 처음 대규모로 번창하기 시작했다. 상인 계급이 사회의 주류로 등장하며 착취적인 통치자들을 압박해 권력을 공유하기 도 했고,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정부들이 정치적 포용이 경제 성장을 자극하고 교역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더 번창하고자 권력을 공유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중세 베네치아에는 합자회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콜레간차colleganza라는 계약 제도가 있었다. 이 제도를 통 해서 부유한 자본가들은 장거리 무역 상인들에게 투자했다. 위험한 여행에서 수익이 나면 그 수익은 공유되었다. 더불어 사회적 계급보다는 본인의 능력에 의해 선택받은 무역 상인들에게는 상당한 부를 축적할 가능성이 열렸다. 얼마 가지 않아 이러한 경제적 포용은 정치 적 포용으로 이어졌다. 성장한 상인 계급이 베네치아의 통치자를 압박해 세습 통치를 없애고 의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베네치아는 10세기에서 13세기까지 번창할 수 있었다. 하지만 14세기 초반이 되자 부유한 상인들로 구성된 배타적인 집단이 콜레간차와 의회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데 성공한다. 그 후 몇 개 가문이 베네치아 경제와 정치를 200년간 지배하게 되었고, 베네치아는 오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 기업은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여러 번 수행해왔다. 간단하게 세 번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1·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19세기 후반 덴마크, 1960년대 모리셔스의 사례다. 독일은 기업 들이 과연 재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스템이 망가진 상태였다. 그러나 기업들은 직원들과 더불어 일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며 독일을 부유하고 성공적인 사회로 만들어놓았다. 덴마크에 서 궁지에 몰린 지배 엘리트들은 노동계, 기업계, 정부가 협력하는 시 스템을 만들어 작고 가난한 나라를 부유하고 평등하며 시장 친화적인나라로 바꾸어놓았다. 독일과 덴마크의 성공을 유럽의 유산, 혹은 근본적으로 동질적인 사회 덕분으로 치부하지 않도록 모리셔스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보려 한다. 모리셔스는 심한 인종 분쟁을 겪었지만 번 창하는 다문화 사회와 강력한 자유 시장을 만들어, 현재 아프리카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각각의 경우에서 선견지명이 있는 기업 지도자들은 새로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담대함과 상상력을 보여주었다. 그 일은 바로 모든 사람을 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협력이었다. 그들의 결단은 당연하고도 쉬워 보인다. 하지만 당시에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수습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독일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수습 훈련 제도를 갖춘 나라다. 수습생은 수 백 가지 직업 중 아무 일이나 선택해 2년에서 4년간 수습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이 기간에는 강의실 교육과 더불어 현장 실습을 받는다. 모 든 기업에서 교육은 연방정부가 사용자, 교육자, 노조 대표자와 협력하여 개발한 표준화된 커리큘럼에 따라 이루어지며, 이 커리큘럼은 직원들이 이직해도 괜찮을 정도로 표준화되어 있다.
독일 이야기는 지금 곤경에 처한 우리에게 두 가지 중요한 점을 시사해준다. 첫 번째, 기업은 어디에서 가장 큰 이익이 나올지 항상 알 수는 없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라는 재앙으로 인해 독일 기업 엘리트 들은 현대 미국의 경영자라면 전력을 다해 거부하려고 할, 노동자와의 타협을 구축했다. 그 타협이 만든 제도들을 통해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가장 평등한 사회 중 하나를 건설할 수 있었다. 이는 목적 지향적인 기업이 새로운 일의 방식을 발견하는 촉매제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1990년대 나이키가 공급사슬과의 관 계 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했던 것처럼 많은 기업이 사회·정치 시스템이 그들의 성공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 두 번째 시사점은 민간 부문이 제도를 재정립하는 데 진정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면, 국가적인 대화에서 적극적이고 정치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강력한 노동자 조직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우리는 덴마크의 경험에서 최소한 세 가지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첫 째, 포용적인 제도는 번영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다. 덴마크는 주요 천연자원이 없는 아주 작은 나라이지만 사회·정 치 제도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 다. 둘째, 시장과 국가는 서로 상보적이어야 한다. 덴마크는 자유 시장 의 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동시에 경제적 기회와 사회 복지를 보 장하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만큼 신뢰한다. 국가 보건 서비스 와 광범위한 정부 지원 직업 재교육이 결합하며 자유 시장의 힘과 유 연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더라도 리스크가 크지 않고, 직업을 바꾸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세 번째 교훈이 가장 중요하다. 덴마크 사례는 기업이 민주주의 절차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정책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 는 법을 보여준다. 기업은 대화에서 중요하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만, 과정이나 결과를 마음대로 하려 들지 않는다. 기업의 우선순위는 국가의 건강이지, 눈앞에 있는 재무 수익이 아니다. 100년도 넘게 덴마크의 기업이 성공을 거듭한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러한 국가에 대한 헌신이었다.
- 힘든 시대에 희망을 품는다는 것이 어리석은 낭만은 아니다. 인간의 역사는 잔인함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감, 희생, 용기, 친절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복잡한 역사에서 무엇을 강조하기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 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최악만 본다면, 무언가 할 수 있는 우 리의 능력이 사그라질 것이다. 사람들이 당당하게 행동했던 장소와 시간 을(그런 시간과 장소는 많다) 기억한다면, 우리에게는 행동할 힘이 생기고, 최소한 세상을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생길 것이다. 아무리 사소 하더라도 행동을 한다면, 우리는 어떤 대단한 유토피아적 미래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다. 미래란 현재의 무한정한 연속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나쁜 것들에 저항하며 인간이 마땅히 살아야 하는 대로 현재를 살아간다면, 그것 자체로 엄청난 승리다. (하워드 진,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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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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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은 협동조합 운동이 1830~40년대에 꽃을 피웠다. 그 이념적 기초의 하나인 사회주의도 출현했다. 보통은 사회주의를 시장 경제나 자본주의에 대비시켜온 것이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이었 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이념적 대립물은 개인주의이다. 통상 로빈 슨 크루소의 우화를 인용하여 “태초에 개인이 있었다”로 시작하는 주류 사회과학(경제학)의 시장 우화에는 개인주의가 깔려 있다. 혼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강자의 논리로 이어지고, 각자도생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의 논리로 이어진다. 반면 사회적 경제의 서사는 태초부터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며 사회 안에서 함께 노동하는 관계적 존재라고 보는 것이다.
- 유럽의 협동조합 운동이 1830~40년대에 활성화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때 이미 유럽의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보여줄 수 있 는 모든 명암을 드러낸 상태였다. 엄청난 생산 능력과 부의 축적, 그러나 동시에 빈곤의 확대와 양극화, 생태계 파괴와 인구 폭발 등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현상이 다 드러났다. 그 결과 국가를 통해서도 시장(노동시장)을 통해서도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는 광 범한 대중이 등장했다. 국가도 시장도 해결할 수 없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때 활성화되는 것이 사회적 경제이다. 그 모습이 나라마다 다른 것은 자연스럽다. 사회적 경제는 서로 다른 삶의 현장에서 애쓰는 무수한 노력들이 창의적 으로 얽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 시민 인본주의와 근대성 사이에는 틈이 벌어졌다. 르네상스는 이렇듯 앙리 드 뤼박Henri de Lubac의 절묘한 표현처럼 '끝나지 않은 여 명'을 나타낸다. 이탈리아 도시들의 시민사회적 공존 실험은 르네상스 시기까지 이어지지 않았고 르네상스의 문화가 되지 않았다.
- 다양한 파벌 사이의 격렬한 싸움과 전쟁이 이 시기의 특징이 되었 다. 시민적 삶에 대한 사람들의 성찰은 너무나 빈약했고 내전과 문명에 역행하는 역사적 현실을 견디지 못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Niccold Machiavelli의 저작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의 사상은 정치 및 시민 사상의 영역에서 당시의 유럽 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와 그 이후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에게 개인이란 사악하고 무서우며 야수 같고 교활한 존 재였으며, 개인을 표현하는 이러한 말들은 근대성을 나타내는 인 류학적 어휘가 되었다. 사실 마키아벨리 정치 이론의 중심에는 그 가 목격한 이탈리아의 역사적 사건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인간에 대한 극단적 비관주의가 있다. 이러한 특성은 그의 저서 전반에 스며 있다.
이 점은 인간 일반에 대해서 말해준다. 즉 인간이란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적이고 기만에 능하며 겁이 많고 이득을 몹시 탐낸다. 평소에 ... 당신이 은혜를 베푸는 동안 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위해서 피를 흘리고, 자신의 소유물, 생명 그리고 자식마 저도 바칠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당신이 정작 궁지에 몰리게 되면, 그들은 등을 돌린다.《군주론(Tutte le opere)》, 17장)
만일 사람이 정말 이렇다면 공동생활의 기반은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일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자를 배반할 때는 망 설이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자를 배반할 때는 덜 망설인다. 왜냐하 면 사랑이란 일종의 의무감에 의해 유지되는데, 인간은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이어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나 자신이 사랑한 자를 팽개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써 유지되며 항상 효과적이다.” 《군주론》, 17장)5
- 나의 행복을 위해서 너와의 깊은 관계는 필요하지 않다. 나의 행복은 절대자인 신과의 관계를 통해서 나타난다. 전근대의 근본적인 관계 구조는 이렇듯 3원적이고 불평등하다. 기나긴 중세 전반全般은 이렇듯 콤무니타스가 손상된 자리에 개인성이 하나의 범주로 서서히 출현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은 15세기 전반 토스카나의 시민 인본주의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조화로운 방식으로 전개되었으나 그 후 르네상스, 종교개혁, 17세기 계몽주의와 함께 점점 더 빠르고 불가역적인 양상으로 확산되었다. 근대 정치경제학의 탄생은 바로 이 문화적 과정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 근대 이후 사회과학은 이렇듯 새로운 중재자들의 새로운 제3자 성第三者性, thirdness'이 발명되는 데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개인들 사 이의 극적인 만남을 피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근대 이후 사회과학이 어떤 식으로든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 새로운 '제3자는 더 이상 신神이나 콤무니타스에 해당하는 제3자가 아니며, 나너 관계를 열고 보편화하는 제3자, 즉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évinas가 말하는 섬세한 의미의 그'나 '그녀'도 아니다. 이 새로운 제 3자는 우리의 관계에서 의무성이 소거消去되어 상호적으로 ‘책무 를 면제해주는, 즉 상처받지 않고 서로 만날 수 있는 자유 구역을 우리에게 보장하고 약속하는 제3자다. 근대성은 '너'보다는 이러한 '그'를 선호했다. 곧 우리가 서로 접촉하지 못하게 하고 서로 상처를 주지 못하게 하는 중립적인 제3 자를 선호했던 것이다.  이 제3자는 블라디미르 얀켈레비치 Vladimir Jankélévitch가 말한 '다른 사람으로서의 '누군가'라고도 할 수 있고, 프랑스어 표현이 지닌 의미론적인 풍부함을 살려서 페르손personne, 사람이라고도 명명命名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히 존 롤스John Rawls의 자유주의 신계약 이론이 대표적이다. 감정, 소속감, 우정과 강한 유대감은 모두 위험하 고 집단 이기주의와 배타성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회 계약은 그 이론적인 전제 조건들 가운데 하나로 서로에 대한 상호 무관심'을 요구한다.(Rawls, 1971, pp. 128-129)
넓고 다원적이고 자유로운 사회가 '공정’ 하려면, 그 사회의 개인들은 어딘가에 유대 관계로 얽매이지 않아야 하고 과도한 열정도 없어야 한다. 나와 너의 차이는 단순히 그 차이를 없애는 것으로 해결된다. 곧 나와 너의 차이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계약 및 사적 계약을 맺는데, 이러한 계약들은 점점 더 정교해짐으로써 사 람들 사이에 대화가 필요 없게 되고, 만남은 더더욱 필요 없어지 며, 단지 서로 간의 무관심만이 요구될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장에서의 계약의 상호성contractual reciprocity은 상호성의 새로운 형태로서, 기존의 자유롭고 상호적인 선물에 기초를 둔 상호성을 대체하는 근본적인 것이 되기에 이른다. 다시 말해서 선물은 우리를 하나로 결집시키는데, 선물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 중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공동의 땅, 공통의 기반을 강조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계약에서는 내 것은 너의 것이 아니고 너의 것은 내 것이 아 니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는 사라지고, 계약은 우리 서로를 상호 면역immune 상태로, 곧 관계성이 소거된 상태로 만들어준다. 그 공동 의 땅, 공통의 기반은 특히 대등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맺어지는 곳일 경우 갈등과 충돌, 죽음의 장소이기도 하다. 근대성은 이러한 갈등과 충돌, 고통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이를 위해 그 공동의 땅, 공통의 기반이 주는 삶의 결실들도 포기했던 것이다. 바로 여기에 핵심이 있다. 근대성은 이러한 결합의 불가항력성을 깨고 싶어 했지만 결국 해내지 못했고, 이에 대해 너무도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애덤 스미스를 필두로 하는 18세기 경제학의 출현은 근대 성의 이 대대적인 관계의 '면역화immunizing' 프로젝트에서 결정적인 사건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 면역화 프로젝트는 마키아벨 리 및 홉스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 경제학자들은 애덤 스미스의 눈을 통해 시장관계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정치경제학의 진화를 특징짓는 이 첫 번째 전통에 따라 시장의 발전은 시민사회의 발전을 수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는 더 이상 선물이나 희생에 기반하지 않고, 희생이 따르지 않는 협력'에서 출발한 계약과 협약에만 전적으로 의존하 여 발전한다. 이러한 시각에 따르면 우정(또는 계몽주의 언어로는 형제애)은 통상적인 시장 관계의 특성이 될 수 없다. (Bruni and Sugden,2007)
19세기와 20세기에 자유주의 사상은 애덤 스미스의 첫 번째 이론으로부터 발전했으나, 스미스의 구분 방식 가운데 일정 부분은 망각된 채였다. 시장은 언제나, 그리고 어떻게든 공동선을 위해 운영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시장은 시민사회의 가장 높은 단계의 형태로서, 가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시스템에 수정을 가하려는 국가의 개입은 비록 사회 통합과 연대의 목적이더라도 모두 해롭고 부도덕하다고 간주된다.
이와 관련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 밀턴 프 리드먼Milton Friedman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유명 한 논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조직으로서의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기업 활동이 속임수 나 사기 행위 없이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게임의 규칙 안에 머물러 있는 한, 이익 증대를 위해 자신의 모든 자원을 활용 하는 것이다.” (1962, p. 133)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관 institution으로 서의 기업과 인간적 차원에서 관대할 수 있는 개인individual으로서 의 박애주의자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기업은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한편, 빌 게이츠Bil Gates 개인은 박애주의자로서 자신의 재산 일부를 가난한 국가에 기부함으로써 공익에 기여한다. 그러나 1923년 제너럴모터스의 회장이었던 알프레드 슬론Alfred T. Sloan의 유명한 말을 빌리면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사업을 경영하는 것은 사업일 뿐이다(business of business is business).”
여기서 우리는 첫 번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어떤 관점에서 자 본주의 대기업과 시장 사이에는 밀접한 연속성이 존재하는데, 그들은 모두 개인으로서의 상대Thou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도 관료적 계층 구조와 가격의 자발적 조정 모두가 가능하기 때문에 콤무니타스를 비켜나서 임무니타스를 지향할 수 있다고 본다. 자본주의 기업과 시장은 상대방이 상처 입지 않게 하는 두 가지 메커니즘이다. 이 또한 우리가 앞으로 다루게 될 사회 협동의 전통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관점과는 별개로 왜 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자본주의적 기업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여러 면에서 계층 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계층 구조란 시장의 중재처럼 타인들 간의 상처를 피하는 효과를 보장하 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 요약하자면 경제 이론가들은 시장에서의 연관성이 수평적이며 자유롭고 대칭적인 까닭에 계층 관계의 원칙에 따를 필요가 없으며, 재산권과 계약의 실행을 보장하고 중개하는 외부 기관에만 의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신 근대 자본주의 기업은 부분적으로는 전근대 시대에 등장했기 때문에 군대, 교회, 또는 구체제 의 사회를 모방한 계층적 모델에 의거하여 만들어졌다. 따라서 근대 자본주의 기업은 무상성이나 관계성이 제거된 임무니타스라는 측면에서 시장과 한 궤를 이룰 수 있을지는 몰라도 효율적 기능이 요구되는 시장에 내재되어 있는 수평화'12와는 조화를 이루지 못 한다. 경제학자 루이지 징갈레스Luig Zingales는 다음과 같이 썼다. “거버넌스 란 권위, 지시 혹은 통제의 행사와 같은 의미이다. 하지만 이 단어가 자유시장경제의 맥락에서 사용될 때는 다소 이상 하게 들린다. 우리에게 왜 어떤 형태의 권위가 필요한가? 시장이 특정한 권위의 개입 없이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능력이 없 다는 것인가?”
- 로널드 코스Ronald H. Coase는 1937년의 고전적 논문 기업의 본성 (The Nature of the Fim)〉에서, 시장과 기업은 두 개의 대안적 존재 인데 시장은 계약의 원칙인 가격 체계에 근거하고, 기업은 본질적 으로 통제 시스템인 계층적 원칙에 근거하여 움직이는 실체라 언급했다. 시장은 거래 비용 때문에 값비싼 메커니즘이고, 필연적 으로 불완전하고 시간이 흘러도 지속되는 복잡한 관계성을 관리하는 데 항시 효율적이지는 않다. 기업은 이러한 시장에 관한 경험 적이고 이론적인 증거들을 토대로 형성되고 발전한다.
- 동등한 가치의 교환 원리에 기반한 계약과 달리 계층적 시스템 은 '주인'과 '대리인agent'이라는 비대칭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리인 이론은 여전히 경제학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조직의 이론적 모델이다. 주인(기업)과 대리인(예를 들면 경영자) 간의 관계를 지배하는 원칙은 '계층적 계약hierarchical contract 으로, 고전적 사고에서는 논리적으로 공존할 수 없는, 한 구절이 두 가지 사실을 뜻하는 모 순적 표현이다. 대리인을 기업이나 자산에 묶어두는 것은 계약이 지만, 그 관계는 비대칭적이며 계층적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 166 | 이는 관리자와 직원들 간의 기업 내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 다. 계약으로 맺어진 폭넓은 상하 관계는 조직 내의 모든 일반 관계를 지배한다. 
요약하면 전통적인 경제 이론은 시장과 기업 간의 관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원론적 방식으로 접근한다.
하나는 기업이 고객 또는 공급업체와 같은 외부와 계약을 체결할 때, 그 관계는 동료들 사이의 관계처럼 어느 정도 수평적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원자재나 자본 같은 원료 factor 시장이나 최종 제품 시장에 참여할 때, 다른 기업들과 어느 정도 대등한 기반에서 상호작용을 하므로 애덤 스미스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기업의 내부 관계에서 조직 내 역학은 다분 히 계층적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상하 관계는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 지침을 이끌어내고 구성원으로서의 그들의 행동 이 조직 외부에서의 행동과 구별될 수 있도록 담보하는 주요 수단이다. 더욱이 조직에 공식적 구조를 제공하기도 한다.
- 기업과 시장 간의 문화적 연속성은 개인적이고 위험이 따르는 관계를 중재하 는 수준에서 이해되어야 하지만, 기업 내부와 시장에서는 모든 관 계가 개인적이지 않고 위험이 따르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해주는 '제3자에 의해 중재된다. 기본적으로 경제학에서의 인사이론과 대리인 이론은 시장 이론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면하는 사 람들 사이에서 야기되는 '상처'를 예견하고 완화하며 최소화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하겠다.
- 나는 시민 생활의 근본적인 원칙인 이 보조성의 원칙이 새로운 방향성을 지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이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곧 “계약은 우정이 할 수 있는 일을 하 지 말 것. 그리고 우정은 아가페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말 것.”
따라서 잠재적으로는 긍정적이고 문명화시키는 특성을 지닌 계 약이란 것은 필리아와 아가페를 보조하는 도구로 간주되어야지, 싼값에 필리아나 아가페를 대체할 수 있는 관계성의 한 형태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반대로 현대의 급진적인 자유주의 문화가 개인의 권리 문제에서 종종 보여주는 것처럼, 필리아나 아가페가 보조적인 가치를 지닌 것으로 간주되어서도 안 된다.
- 이 지점에서 결정적 질문을 하나 해야 한다. 오늘날 경제학에서 행복의 역설을 설명하려고 하는 학자들은 마음속에 어떤 행복, 어떤 사회성을 담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위에 제시된 이론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류학적 환원주의의 정도가 높기 때문에 곤란을 겪는다. 여기에서 개별적 인간은 본질적으로 남을 질투하고, 소유물을 통해 다른 이들과 경쟁하는 것을 좋아한다. “싫든 좋든 인간 존재는 경쟁하는데, 이제 주류 경제학은 이 지점을 '인간 본성의 핵심으로 설정한다.” (Layard, 2005a, p. 147)  인간이 그렇기도 하다는 점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레이어드 조차도 다른 책 (2005b)에서 그랬듯이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 가 보기에, 질투와 적대감이 인간 행복을 설명하는 근본적인 인류 학적 특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욕구의 좌절과 불만족이 광고에 의해 유도된 높은 기대의 결과이며 타인과 위치를 비교하는 결과라는 것에 동의하는 경제학자들이 많겠지만 나는 인간 행복이 질투와 경쟁의 차원에 한정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달리 말하면, 현재의 지배적인 이론들이 불행과 욕구의 좌절에 대해서는 좋은 설명이 되는 것 같지만, 인간 행복에 관한 실증적인 이론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인간 행복은 이웃 사람들과 다소 비슷한 크기의 자동차나 집을 갖는 것과는 다르며 그것 이상의 그 무엇이다. 사실 타인과 비교함으로써 자주 좌절을 겪기도 하지만, 우리는 직장 동료들보다 더 많이 소비한다는 이유로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거나 실현된 삶이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 우리가 본 바와 같이 오늘날의 경제 이론에서 말하는 행복은 고전적인 행복의 개념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다. 고전적인 행복의 개념은 덕德에 깊이 연결되어 있고, 쾌락과는 뚜렷이 구분된다. 오늘날 경제 이론의 행복 개념은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개념인 에우다이모니아와는 매우 거리가 멀며, 오히려 제러미 벤담 의 행복 이론에 가깝다고 하겠다. 벤담은 행복happiness이 단지 쾌락 pleasure의 동의어일 뿐이라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철학적 전통에서는 행복을 최고선, 삶의 궁극적인 목표와 동일시했는데, 이는 오늘날에는 주로 '인간성의 고양된 상태human fourishing' 라고 바꾸어 표현하곤 한다. 여기서 영어로 human flourishing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happiness와 구분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전통 안 에서의 행복 개념은 시민적이면서도 취약한 면이 있는 특성을 지닌다고 하겠다. 이 지점에서 고대인들의 행복 개념과 현대인들의 행복 개념은 깊은 차이를 보인다. 적어도 현대인 중 많은 이들에게 그러하다. 현대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행복은, 좋은 삶의 구성 요소인 취약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사실 쾌락주의적인 즐거움과 합치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과 행복은 더 이상 비례 관계가 아님을 보여주는 '행복의 역설'은 쾌락이 곧 행복이라고 보는 이러한 개념의 기만을 밝혀주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확장으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거래에 의해 대인 관계의 질이 떨어지고, 경제 관계가 여타의 사회적 유대를 침식하게 되면, 재화goods는 악evils이 되어 더 이상 행복 well-being을 가져오는 수단이 아니라 불행ill-being을 초래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 소득 수준과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 사람들이 소득으로부터 얻는 행복의 정도가, 관계재의 감소로 인해 그들이 잃게 되는 행복의 정도보다 적어지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또 실제로 그런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예를 들어 소득 증가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의 질을 희생하면서 이루어질 때, 더 부유해졌지만 행복은 줄어든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특히 1인당 국민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고나면 그렇다. 세계 북반구의 선진 경제들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 우리가 텔레비전 앞에서 3시간을 소비할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은 전혀 없다. 반면에, 같은 시간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투자할 경우 많은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투자를 통해 아무것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관계로 인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곧 관계로 인한 해악, 관계악을 만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또는 다행하게도, 텔레비전과 인터넷이라는 의사관계재는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전근대적인 세계나 기술문명에 반대하는 세계까지 꿈꾸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이 이 책의 어조인 것도 물론 아니다. 단지 이러한 상처의 부재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를 오직 가상의 인간관계들로만 이루어진 삶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위험성에 대해 숙고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의 인간관계들은 그토록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매우 매혹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매력은, 어떤 사과가 탐스럽지만 이미 독이 들어 있거나 적어도 중독성이 있는데도 느껴지는 매력에 불과한 것이다.
- 타인과 우리 모두의 축복과 상처, 그리고 경제학 사이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비록 잠정적일지라도 이 제 몇 가지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헤겔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현대 철학의 전통은 물론이고, 막스 베버부터 페르디난트 퇴니에스와 게오르크 짐멜Georg Simmel에 이르 는 사회학의 광범위한 전통은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이중성과 양면 성, 그리고 칸트가 말한 인간의 '비사교적 사교성 unsocial sociability' 을 너무나 정확하게 파악했다. 사회학은 전통적으로 콤무니타스, 즉 함께 살아가는 삶의 중심에 깃들여 있는 부정적 속성, 곧 타인은 나와 비슷하지만 내가 아니라는 그 비극적 부정성을 발견해왔다. 그러나 사회학은 그러한 모호함과 부정의 길을 가로지르기보다는 그것들로부터 탈출하는 길을 찾았다. 주된 탈출의 길은 시장이라는 것을 고안해낸 것이다. 헤겔부터 니체까지의 수십 년 동안 현대 철학이 타인들의 '아님’이라는 부정으로부터 탈출하여 결국 이르는 곳은 공허함과 허무주의일 뿐임을 간파하는 동안, 현대 경제학은 250년 동안 유아기적 수준에 안주하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까지 어떤 시대도 세계화에 직면해 있는 현 시대만큼, 시장과 계약의 연금술을 믿으면 사교성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 다고 확신한 적이 없었다. 이 시대 경제학의 거대한 위기는 지나 치게 긴 유아기 안에 숨겨져 있으며, 불행unhappiness의 역설은 이를 웅변적으로 상징화한다.
그러나 이 책은 사회가, 그리고 시장의 인본주의가 거대한 환상의 희생자였다는 점에서 이 거대한 환상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앞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역설들로부터 탈출하는 길을 비록 멀리서나마 제시해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 탈출로란 무상성에 활짝 열려 있는 여러 가지 경제적 경험을 말하며, 여기서 무상성은 타인들과의 고통스럽고 무서운 마주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경제적 삶의 경험을 의미한다. 이러한 탈출로는 대신 경제적 차원을 전인격적 인간 영역으로 상상하며, 그리하여 경제/사회, 선물/계약, 에로스/아가페 등 현대 사회의 주요한 이분법들을 거부하는 것이다. 시민경제는 더 행복하고 인간적인 시민적 삶을 탐구하는 데 이러한 이분법적 긴장을 과감하게 뛰어넘고자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여정이 갖고 있는 어려움과 치명적인 위험을 순진하게 부정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내가 사실에 기반하여 총체적이고 온전한 인간적 경제 학이 어떠한 축소나 금기 없이도 전적으로 가능하다는 희망을 이 책의 여러 곳에서 제시하고자 했던 이유이다. 나는 이 책이 최소한 이러한 인간적 경제학을 시도라도 해보려는 열정을 끌어올렸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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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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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폐가 물물교환에서 탄생했다는 주장은 화폐를 차갑고 단순하고 객관적인 존재, 인간미 없는 교환의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하지만 사실 화폐는 단순한 교환의 수단이 아니다. 화폐는 그보다 훨씬 싶고 복잡한 존재다.
화폐가 탄생하기 이전에 사람들은 대체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 았다. 사람들은 사냥하거나 농사를 짓거나 채집해 식량을 조달했고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약간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그 것은 주로 무언가를 주고받는 철저한 기준에 따라 행해지는 공식적인 의식의 일부였다. 화폐가 물물교환에서 시작됐다는 주장과 달리 이러한 공식적인 의식에서 유래됐다는 주장도 있다.
마드모아젤 젤리가 방문했던 섬에는 돼지, 칠면조, 코코넛 그리고 바나나로 모두를 위한 성대한 잔치를 벌이는 관습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녀가 자신이 받은 물품으로 섬사람들을 융숭하게 대접했다면, 오늘날 병원이나 대학교 도서관을 지어 주는 사람들이 누리 는 사회적 지위가 그녀에게도 주어졌을지 모른다. 또 섬사람들은 대 접에 대한 보답으로 마드모아젤 젤리를 위해 잔치를 열어 줬을 것이다. 화폐가 등장하기 전에는 모든 경제 시스템이 이러한 호혜에 기반을 뒀다.
- 주화가 등장하고 수십 년 뒤에 그들과 지주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가난한 사람들은 날품팔이가 됐다. 그들은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다가 하루가 끝날 무렵에 품삯을 받고 퇴근했다. 1년 동안 농장에서 일하고 의식주를 해결하던 관습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이상 1년 동안 농장에 머물면서 일할 필요가 없었다. 대우가 나쁘거나 더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 그들은 미련 없이 떠나 버렸다. 그 리고 예전처럼 책임지고 그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워 주는 사람도 없 었다. 주화가 널리 사용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독자적으로 의식주 를 해결하게 됐다.
사람들은 새로운 임금 기반 경제 시스템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시민의 아내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시민의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신호였지만 여자들은 리본을 팔고 포도를 수확했다. 5세기 아테네인이 아크로폴리스에 새로운 사원을 세울 때 노예들이 고된 노동을 전담했다. 임금 노동자들은 사원 전면에 세워진 기둥에 홈을 새기는 것과 같은 세세한 마무리 작업을 맡았다. 우연히 발 견된 회계 점토판의 기록에 따르면, 노예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지만, 임금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은 노예들의 노동 시간의 3분의 2 수준 에도 못 미쳤다. 임금 노동자들은 여가 생활을 하려고 휴가를 냈던 것일까? 아니면 그들은 생존을 위한 노동을 거부했던 것일까? 데이비드 스캅스David Schaps라는 고고학자가 물었듯이, 그것은 여가의 축복 이나 실업의 저주였을까?!
- 주화의 확산, 즉 화폐의 부상으로 사람들은 더 자유로워졌고 자신의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됐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더 고립되고 나약해졌다.
주화가 그리스에 미친 영향을 모두 달갑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아 리스토텔레스는 부를 오직 주화의 양으로 생각하는 그리스인에 대해 서 불평했고 소매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말 했다. 이러한 불평이 꼬리표처럼 화폐를 영원히 따라다녔지만 결국 그다지 중요치 않은 것이 됐다. 일단 그리스에 뿌리를 내린 주화가 전 세계를 장악했으니 말이다.
- 지폐는 그런 불편함을 타개하는 돌파구 같은 존재였다. 지폐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자 교역이 활성화됐고 사람들은 보다 많은 것을 배웠고 기술을 발전시켰다. 지폐는 노동 방식마저 바꿨다. 수백 년 동안 국가 에서는 옷감과 곡물을 세금으로 거둬들였다. 사람들은 세금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옷감을 짜고 농사를 지어야만 했다. 주화와 지폐가 통용되자, 당국은 주화와 지폐로 세금을 거둬들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전과 달리 자유롭게 직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 학자들은 중국의 화폐 등장을 유럽의 산업 혁명보다 수백 년 앞선 경제 혁명이라 설명한다. 활자와 자기 나침반이 발명됐고 농부들은 같은 크기의 토지에서 더 많은 쌀을 수확할 수 있는 새로운 농법을 개발했다. 책이 인쇄되면서 정보가 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점점 많은 사람이 공물제로 운영되는 봉건 경제에서 벗어났고 화폐 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 경제로 편입됐다. 사람들은 토양 상태에 가장 적합한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뽕나무를 키웠고, 뽕나무 잎을 누에에게 먹여 실크를 만들고, 뽕나무 껍질을 으깨어 종 이로 만들었다. 씨앗을 생산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들은 그 씨앗으 로 기름을 짜 요리하거나 램프에 불을 붙이거나 방수 처리를 하거나 머리에 바르거나 의약품으로 썼다. 어류 부화장을 시작한 사람들은 치어 성장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연못을 찾아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를 이동할 때 사용할 특수 용기를 제작하기도 했다.
초기 황제들은 몇 개의 구역을 정해 두고 그곳에서만 시장이 열리 도록 했다. 정부가 관리하는 시장에서는 가격이 엄격하게 통제됐다. 시장이 아닌 곳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산 채로 땅에 묻혔다. 어느 지역에서는 한 번에 100명씩 산 채로 묻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 간이 흘러 시장에 대한 규제는 느슨해졌고 사람들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것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시장이 생기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도시가 형성됐다. 런던과 파리의 인구가 10만 명이 채 안 되던 시기에 중국의 두 개 도시의 인구가 각 각 100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대체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정체되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개인은 부를 축적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등 장한 지폐가 이를 바꿨다. 화폐는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시장이 성 장하자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했고 사람들은 하루 일당으로 예전보 다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소수가 아닌 많은 사 람이 점점 더 부유해졌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기적이었고 생 활 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져만 갔다. 주화가 발명되면서부터 고대 그리스가 집중적으로 성장했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다만 안타깝 게도 고대 그리스의 성장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마도 1200년 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기술적으로 가장 발달한 문명은 중국일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몽골 제국이 등장한다.
- 서구의 경제학자들은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나면서 기술 혁명과 경제 성장이 200년 전 영국에서 시작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영국에서 경제 혁명이 발생하기 800년 전에 중국 에서 이미 경제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가 유럽의 경 제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종이, 인쇄술, 자기 나침반 등 중국의 발명품들은 유럽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이제 학자 들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과연 중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300년대에 중국은 가장 발달한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신기술을 발명해 냈다. 그런데 어째서 1900년대에 이르러서는 뒤처진 것일까?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역대 최대 강대국인 중국이 경제적으로 앞서기 위해 이웃 국가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서로 전쟁을 벌였던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정체됐다. 어쩌면 중국의 노동력이 저렴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노동력이 저렴 한 중국은 노동력을 절약할 기기를 지속적으로 고안해야 할 동기가 거의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화폐와도 관련 있다. 몽골인을 북쪽 초원으로 몰아낸 홍건적의 지도자는 화폐나 시장 경제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 홍무제는 중국을 완전히 이상화된 과거로 되돌려 놓고 싶었다. 단순히 몽골 침략 이전이 아니라 경제 혁명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또한 자급자족하는 농가로 구성된 나라를 꿈꿨다. 사람들이 스스로 필요한 것을 생산해 공유하는 나라 말이다. 그래서 홍무제와 그의 후 계자들은 체계적으로 중국의 경제 혁명을 견인했던 요소들을 제거 해 나갔다. 그들은 해외 교역을 금지했고 화폐와 시장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버렸다. 그 대신 정부가 소작농으로부터 옷감과 곡식을 거둬 들여 정부 관료에게 주던 공물과 재분배로 운영되는 과거의 경제 시스템으로 되돌아갔다.
1400년대 중반이 되자 중국에서 지폐가 완전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은전을 주로 사용했지만 가끔 동전도 사용했다. 홍무제는 중국을 완전히 과거로 되돌려 놨다. 평민들은 200년 전 자신들의 조상들보 다 더 가난해졌다. 지폐가 발명됐을 때 나타난 경제 혁명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거의 잊혔다.  1,00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기 때문에 신기술을 개발하고 지폐가 유통되고 사람들이 고급 식당에서 화폐를 지불하고 식사를 하던 중 국의 황금기는 찰나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너무나도 오래전의 일인지 라 과거 몇 세기에 걸친 기술과 경제의 성장으로 중국의 황금기는 그야말로 보잘것없어졌다.

- 지폐는 프랑스 경제에 유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시몽 공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고 말했다. 공화국인 네덜란드나 강력한 의 회가 있는 대영 제국과 달리 프랑스는 완전한 군주제였다. 이 말인즉, 프랑스 국왕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므 로 불가피하게 왕이나 왕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은행의 권력에 휩쓸려 더 많은 돈을 찍어 내서 경제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었다.
돈이 제 기능을 하고 은행, 주식 시장과 중앙은행이 건재하려면 긴장감이 존재해야 한다. 투자자, 은행원, 경제 주체 그리고 정부 관계자는 누가 무엇을 언제 시행할지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오늘날의 경제 시스템이 고장 났다고 말한다. 정부가 경제 시스템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은행권이 끔찍한 짓을 벌이고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긴장 감이 존재한다고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 만 적어도 이런 긴장감은 필요하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 투자자와 근로자 등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당사자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힘이 돈을 안정화시킨다. 경제사학자들은 잉글랜드 은행과 지폐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던 이유 중에 의회의 권력이 왕보다 상대적으로 강했던 정치 시스템도 한몫한다고 말한다. 잉글 랜드인은 왕이 규칙을 지키도록 의회가 옆에서 견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이 정부에게 돈을 빌려줄 가능성은 컸다.
- 존 로의 시스템에는 본질적인 결함은 없었다. 결함이 있었던 것은 존 로 자신이었다. 그는 너무나 큰 권력을 원했다. 그토록 원하던 권력을 손에 넣었을 때 그를 견제할 세력이 프랑스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존 로의 경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데 필요한 균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존 로가 비참하게 실패했던 이유다.
생시몽 공작은 존 로가 은행을 설립하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중 앙은행을 설립하는 것은 절대 군주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반면에 자 유 국가에서 중앙은행은 현명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이 될지도 모른다.”라고,
- 전 세계 국가들이 점차 국제 금본위제도를 채택하자 19세기 후반에 세계 경제가 세계의 금 공급량보다 더 빨리 성장했다. 사람들의 소비도 가용한 금의 양보다 더 빨리 증가했다. 그 결과, 금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고 금값은 치솟았다. 금본위제도에서 금이 비싸지면 물가 는 하락한다.
흄의 사고 실험에서 살펴봤듯이, 어느 국가에서 금이 하룻밤 사이 에 사라져 물가가 하락하더라도 상대 가격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국 내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물가와 동일 한 수준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소비 규모는 이전과 변함이 없다. 하지 만 흄이 가정한 세상은 너무 비현실적인 상상 속의 세상이다. 더욱이 돈의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인 부채 혹은 채무가 무시됐다.
- 누군가 오늘 1,000달러를 빌렸는데 내일 급여와 물가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이렇게 되면 그는 완전히 망한 셈이다. 이제 그는 매월 부채상환금을 내기 위해서 노동 시간을 두 배 늘려야 한 다! 반면 물가가 하락했을 때 부채가 없고 은행에 1,000달러를 예금 해 둔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는 들떠서 잠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제 그는 어제보다 두 배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은 채무자에게는 나쁜 소식이지만 채권자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 1873년, 미국이 금은 본위제도에서 금본위제도로 갈아타자 물가는 20년 동안 계속 하락했다. 이 시기는 자신이 가진 돈으로 점점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살 수 있게 된 부자들에게 좋은 시절이었다. 하지만 빚을 지고 매월 일정하게 빚을 갚아 나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일해야 했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그 결과 미국에서 '무엇을 돈이라고 불러야 하는가?'를 두고 싸움이 벌어졌다. 당시 농민은 주로 빚을 내서 농토를 확보했다. 그들은 금본위제도와 뒤이은 물가 하락으로 갈수록 살기 힘들어졌다. 
- 1970년대 자유시장에 대한 믿음과 정부 개입에 대한 회의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제 역사학자들은 자유 은행 시대를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켄터키주에서 버지니아주로 떠난 운이 나빴던 어느 여행자의 여행기 같은 일화 대신 전체 은행 수, 은행 도산 건수, 화폐 교환 비용 등 객관적인 데이터에 주목했다. 그리고 자유 은행 제도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란 결론을 내렸다. 여행자들은 지폐를 교환할 때 대략 1~2퍼센트 정도 손해를 봤다.
이것은 오늘날 거래 은행이 아닌 타 은행의 ATM을 사용할 때 내야 하는 수수료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사학자들은 당시에 수상쩍게 운영되던 은행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서부 개척지에서 시중 은행들이 미친 듯이 지폐를 발행하는 것도 쓸모가 있었다. 정착민들은 씨앗과 가축 그리고 필요한 농기구를 구 입하기 위해서 시중 은행으로부터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는 “신용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통제하는 정돈된 시스템보다 무정부 상태가 개척지에 더 적합 했다.”라고 썼다.
남북 전쟁이 발발해 연방 정부가 전쟁 자금을 조달해야 했을 때 에이브러햄 링컨 행정부의 재무장관은 일종의 자유 은행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서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규정을 충족하면 누구나 국법 은행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결정적으로 국법 은행법은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정부 채권을 지폐 발행의 준비금으로 삼도록 했다. 그리고 모든 국법 은행은 북부 연합에 대출을 해줘야만 했다. 남부 연합도 지폐를 발행했는데, 남부 연합이 전쟁에서 패배하 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1865년 3월 3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최종 은행 법안에 서명했다. 경제 역사학자 브레이 해먼드 Bray Hammond는 “그날은 집권 2기 취임 전날이었고 남부 연합의 수도인 리치먼드가 함락되기 한 달 전 이었으며 그가 살해되기 6주 전이었다.” 라고 썼다. 이 법으로 주법 은 행이 발행한 지폐에 10퍼센트 세금이 부과됐다. 이것은 주법 은행의 지폐에 세금을 부과해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만들고 국법 은행이 발행한 단일 지폐만이 미국에서 유통되도록 만들려는 의도였다. 법은 효과가 있었고 곧 주법 은행이 발행한 지폐는 모두 사라졌다.
남북 전쟁 이후 사람들은 '미합중국들' 대신에 ‘미합중국'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즉, 서로 다른 주들로 구성된 연합체가 단일 국가로 다시 재편된 순간이었다. 주법 은행이 마구잡이로 발행한 수천 가지 지폐가 유통되던 세상이 사라지고 국법 은행이 발행하는 단일 지폐 가 유통되는 세상이 탄생한 것이었다. 이것은 국법 은행법이 가져온 거대한 변화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단일 화폐의 사용은 국가를 국가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임은 분명했다.
- 1907년 가을 작은 뉴욕 은행을 경영하던 어느 거물이 재정난에 처했고, 사람들은 그의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그의 작은 은행에서 시작된 뱅크런은 빠르게 뉴욕의 다른 은행들로 확산됐다. 앤드루 잭슨 집권 시기 이후 최악의 금융 공황이었다. 당시 가장 영향 력 있던 은행가인 J. P. 모건은 개인 서재에 은행가들을 모아 놓고 이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서로를 구제해 주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문을 열지 않겠다며 엄포를 놨다.
그러고 나서 모건은 그 자리에 모인 은행가들이 자신의 제안에 동 의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할 때까지 혼자서 카드놀이를 하며 시가를 태웠다. 은행가들은 마침내 구제 방안을 만들어 냈고 금융 공황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실물 경제를 구제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실 업률이 두 배 치솟았고 기업의 절반이 도산했다. 이로 인해 1907년 미국에서 중앙은행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금융 공황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은 중앙은행의 필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한 은행가의 글을 빌리면, 사람들은 이 모든 사태가 '기업의 이기적이고 무모한 경영’, 과도한 투기’, 은행의 탐욕 또는 '월가의 교활한 관행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물론 은행은 탐욕스럽고, 기업은 이기적이며, 월가는 교활하다! 이 러한 속성 때문에 금융 위기가 발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이 습 하기 때문에 홍수가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 20세기 경제학자는 월가의 탐욕이 금융 위기를 초래했다면 우리는 매주 금 융 위기를 경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에 생각했어야 했던 그리 고 우리가 항상 고민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탐욕, 이기심 그리고 교활함이 사회에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고 금융 시스템에 내재된 폐 해를 제한할 통화 시스템을 어떻게 추구할 수 있을까?
- 1907년 금융 공황은 몇몇 사람들로 하여금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중에는 '킹핀으로 알려진 상원의원 넬슨 올드리치selson Aldrich 가 있었다. 그는 은행과 금융에 관한 서적들을 읽기 시작했고 당시 새롭게 출범한 통화위원회의 의장을 맡았으며 화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유럽으로 갔다.
1910년 올드리치는 미국에도 중앙은행 또는 그와 비슷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미국인이 이에 찬성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던 그는 합리적인 상원의원이 할 법할 일을 했다. 비밀리에 영향력 있는 은행가들을 불러 모았고 중앙은행을 설립하기로 묘안을 짠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중앙은행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 기차에 오른 한 은행가는 “기차에 올라타자 창문에 블라인드 가 드리웠다. 오직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줄기만이 거기에 창문이 있음을 알렸다. 기차에 오르자 우리는 성을 밝히지 말라는 규칙을 따랐다. 우리는 서로를 벤, 폴, 넬슨 그리고 아베라고 불렀다." 라는 글을 남겼다. 기차는 남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 중 한 명이 11월이 되면 인적 없는 조지아주 해안가에 위치한 고급 사냥 클 럽에 숙소를 마련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음모론자들의 꿈을 실현시 켜 주는 듯한 이름을 지닌 지킬 아일랜드였다. 바로 그곳에서 그들은 미국에서 쓰이는 화폐의 본질을 완전히 바꿀 계획을 모의하게 된다.
그들은 미국에 중앙은행이 필요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인은 은 행의 권한을 어느 하나의 조직에 집중시키는 것을 경계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그들은 타협점을 마련했다. 실로 미국인다운 발상이다. 미국 전역에 존재하는 은행을 하나로 연결하지만 그들의 중심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은행 네트워크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네트워크를 중앙은행으로 부르지 않고 준비 연합'이라 부르기로 했다. 미국에 존재하는 모든 은행은 미합중국 준비연합 Reserve Association of the United States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됐다. 유럽의 중앙은행처럼 준비 연합은 정부 관료가 아닌 민간 은행가에 의해 관리됐다. 그리고 지폐를 발행하고 시중 은행에 대출을 해줄 수 있었다. 비밀 회동은 해산됐고, 올드리치는 몇몇 은행가들이 모여서 은밀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해당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준비 연합을 설립할 계획은 누가 봐도 은행가 몇몇이 모여 서 모의해 나온 계획처럼 보였다. 의회는 이에 대해 논쟁을 벌였고 올드리치는 은퇴했다. 앤드루 잭슨의 정당이자 미합중국제2은행을 없앤 장본인인 민주당이 의회에서 권력을 장악했다. 해당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킨 한 민주당 의원은 “앤드루 잭슨의 유령은 낮에는 내 눈앞을 으스대며 활보했고, 밤에는 내 침상에 나타났다.” 라고 남겼다.
민주당은 민간 은행가들이 통제하는 은행 네트워크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킬 아일랜드에서 모의된 계획과 반대로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오늘날 연방준비은행 Federal Reserve Banks으로 이름이 바뀐 각 지역의 준비 연합을 워싱턴에서 감독 하기로 했다.
미국은 금본위제도를 채택하고 있었고 의회는 연방준비은행의 지 폐 발행 권한을 제한했다. 연방준비은행은 금 보유량을 기준으로 4달러 가치를 지닌 금으로 10달러 지폐만을 발행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방준비은행이 발행한 지폐는 미국 정부의 채무'가 됐다. 그것은 민간 은행이 발행한 사채가 아닌 공채였다. 단, 그 공채를 발행한 조직은 12개 은행으로 구성됐지만 일종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공공과 민간이 합쳐진 이상하면서도 새로운 조직이었다.
연방준비은행은 여러 위원회들의 위원회가 만들어 낸 엉뚱한 결과 였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좋은 아이디어이고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없는 아이디어였다. 놀랍게도 연방준비제도는 실제로도 그랬다. 앞으로 12년 동안 연방준비은행은 미국에 쓸모 있는 화폐를 제공했고 계절 적으로 발생하던 통화 부족을 유연하게 해소했다.
하지만 분절된 연방준비은행은 평범한 경기 침체로 끝날 수 있었 던 1929년 주식 시장의 붕괴로 촉발된 경제 위기를 20세기 최악의 경제 재앙으로 바꾸는 데 일조한다.
- 1929년 주식 시장이 붕괴했을 때,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정확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낮은 이자로 뉴욕씨티 은행에 대규모로 대출을 해줬다. 이것은 효과가 있었다! 이 조치 덕분에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은행의 줄도산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1930년 실업률은 계속 상승했고 소비와 물가는 계속 하락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은행장은 경제가 다시 돌아가도록 은행 대 출 기준을 완화했다.
오늘날과 메커니즘은 다르지만 연방준비은행은 과거와 동일한 기본 원칙으로 운영된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연방준비은행은 돈을 찍어 내고 투자와 고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대출을 늘린다.
-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통화량이 늘어나면 기업가들의 생산적인 투자보다 무역상들의 투기 활동을 촉진 시킬까 봐 걱정했다. 그리고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인위적인 수단 을 통한 경제 동향에 대한 간섭을 경고했다.
그래서 연방준비은행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물가 하락 과 실업률 상승이 사람들과 기업들의 채무 상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 었다. 은행들은 줄줄이 도산했다. 1920년대 부분 지급 준비금 제도가 을씨년스러운 마법을 부렸다. 부분 지급 준비금 제도는 고객들의 예금액의 일부분만 지급 준비금으로 남겨 두고 나머지는 대출해 주는 은행제도다. 은행은 이 제도를 통해 대출을 늘렸고, 사람들은 지폐와 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것을 줄였다. 이처럼 부분 지급 준비금 제도는 시중 통화량을 늘렸다. 하지만 1930년 부분 지급 준비금 제도의 마법이 역효과를 냈다. 사람들이 은행 예금을 한꺼번에 되찾기 시작하자 은행들은 문을 닫았고 통화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동시에 느낀 사람들은 소비를 줄 이고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저축했다. 물가 하락이 예상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이 보다 저렴해지기 때문에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비하기 마련이다. 통화량 감소와 소비 하락으로 물가는 하락했다. 물가가 하락하자 채무자들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그들은 대출금을 갚을 수 없었다. 이런 사태로 인해 은행 도산이 예상됐다. 은행이 도산하면 시중 통화량은 더욱 줄어든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이를 '디플레이션 소용돌이' 라고 부른다. 자연스러운 현상도, 앞선 경기 과열에 대한 불가피한 조정도 아니었다. 디플레이션 소용돌이는 화폐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경제적 재난 사태이지만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위기이기도 했다. 연방준비은행이 디플레이션 소용돌이를 막아내야 했다. 하지만 연방준비은행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 루스벨트는 사람들이 화폐라고 믿기 때문에 화폐라고 불리는 것이 화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은행권이 신뢰를 잃자, 사람들은 은행에 맡긴 예금을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 서 사람들은 앞다퉈 예금을 인출하고 자신들의 돈을 지폐의 형태로 보관하기를 원했다. 지폐에 대한 신뢰마저 상실하자, 사람들은 지폐를 금으로 교환하고 싶어 했다. 예금을 지폐로 교환하고 지폐를 다시 금으로 교환하는 일이 이어지자 다른 곳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화폐를 사용하는 데다 그런 화폐조차 부족한 세상으로 후퇴하고 있었다. 루스벨트는 이런 사태를 되돌리 려고 했다.  다음 날, 은행들이 영업을 재개했다. 또다시 은행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서 늘어선 줄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맡기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놀랍게도 뱅크런이 역전됐다! 은행 휴업과 루스벨트의 노변담화가 효 과를 발휘한 것이다. 사람들은 은행을 신뢰하기 시작했고 은행에 지폐를 예금했다. 사람들이 은행 예금을 화폐라고 다시 믿었기 때문이다.
- 루스벨트는 화폐와 관련된 이슈들에 대한 좁은 견해를 바탕으로 즉흥적인 대응을 했다. 그는 화폐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보유한 선하 고 현명한 사람들이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과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그것은 아름답지도 완벽하지도 않았다. 하 지만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1933년 봄, 대공황이 절정에 달했다. 다시 말해 그해 봄은 미국 역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 중 최악의 순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루스벨트가 은행 영업을 강제로 중단하고 국민들로부터 금을 몰수하고 금본위제도를 포기한 뒤에 모든 것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채무자들의 채무 상환에 대한 부담이 마침내 완화됐다. 실업률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소득 수준과 주식 시장의 지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복세는 더디고 고르지 못했고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었다. 미국 경제는 제2차 세계 대전 때까지 완전히 회복 되지 못했다. 하지만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는 분명했다.  수십 년 뒤에 경제사학자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을 되돌아보며 이 국가들 사이에서 명백한 상관관계를 발견 했다. 정부가 금본위제도를 포기하자 차례대로 경제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경제사학자들은 경제 위기와 금본위제도 사이에 인과관계 가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금본위제도가 국가들을 끔찍한 경제 적 순환 주기에 가뒀던 것이었다. 하지만 금과의 연결 고리를 끊어 내 자 끔찍한 순환 주기 역시 끊어졌다.
- 그 이후에도 수십 년 동안 세계는 가짜 금본위제도 위에서 움직였 다. 외국 정부들은 여전히 달러를 금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교환 비율은 1934년 루스벨트가 정의한 금 1온스당 35달러였다. 하지만 일 반인들은 더 이상 달러와 금을 교환할 수 없었다. 마침내 1971년 미국은 금본위제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더 이상 금이 아닌, 미국인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물품들을 기준으로 연방준비은행이 달러의 가 치를 관리했다. 다시 말해 마침내 미국은 다른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 로 피셔가 원했던 대로 돈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정말 역사적인 순간은 1933년에 찾아왔다. 그해 가을 루스 벨트는 금본위제도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교수 이자 친한 고문에게 편지를 썼다. “그대는 인간의 고통과 이 나라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보다 이전의 인위적인 금본위제도를 우선시하는구먼.” 이 문장에서 핵심어는 '고통'이나 '절실히’아닌 '인위적인'이다. 금본위제도 신봉자들은 금본위제도에 자연의 힘을 부여했다. 그들은 화폐로서의 금을 자연의 질서처럼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리고 금본위제도가 아닌 다른 통화 정책들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루스벨트는 금본위제도에 자연스러운 부분은 하나도 없음을 인지했다. 그것은 다른 통화 정책처럼 인위적인 정책이었다. 금본위제도는 사람들의 선택이었다.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했지만, 금본위 제도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선택한 통화 정책이었다. 루스벨트의 천재성이 “우리는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고 세계는 금본위 제도에서 벗어났다.
- 트레이더 출신의 법대 교수인 모건 릭스Morgan Ricks는 “그림자 금융 기관들이 발행한 단기 차용 증서는 현금 등가물이라 불린다. 하지만 기업 재무 책임자들과 여타 사업가들은 그것을 그냥 현금이라 부른 다.” 라고 썼다. 다시 말해 그림자 금융에서 진짜 돈이 만들어지고 있 었던 것이다.
2007년 그림자 금융은 전통적인 금융보다 비대해졌다. 기업 재무 담당자, 머니마켓펀드 운용사 그리고 연금 펀드 운용사는 수조 달러 에 달하는 현금을 그림자 금융에 투자했다. 하지만 불안감을 느낀 그 들은 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미국 역사상 최악의 뱅크런이 촉발됐다.
- 베어스턴스 Bear Stearns에서 첫 번째 뱅크런이 발생했다. 베어스턴스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소형 투자 은행이었다. 베어스턴스는 머니마 켓펀드를 통해 엄청난 액수의 돈을 융통해 주택 저당 채권을 매입했 다. 2008년 3월 머니마켓펀드 운용사들은 베어스턴스에 자금을 빌 려주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가장 큰 머니마켓펀드를 운용하는 피델리티 Fidelity 는 거의 100억 달러 를 베어스턴스에 빌려줬다. 하지만 한 주 만에 모든 머니마켓펀드 운용사들이 빌려준 돈을 모두 되돌려 줄 것을 베어스턴스에 요구했다.
뱅크런이 발생했을 때 거의 모든 예금자가 예금을 인출하려고 거 래 은행 앞에 길게 줄지어 섰다. 마치 영국 해군의 한 관계자가 “지폐 는 돈이 아니다.” 라고 말했던 순간과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5,000명의 개인이 은행에 맡긴 수천 달러를 한꺼번에 인출해 가는 것이 아니었다. 50여 개의 대형 기관들이 각자 베어스턴스에 빌 려준 수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찾아가려는 것이었다. 베어스턴스는 빌린 돈으로 수십억 달러를 주고 주택 저당 채권을 매입했다. 하지만 이제 그 누구도 주택 저당 채권을 원치 않았다. 머니마켓펀드 운용사 들을 포함해 베어스턴스의 예금자들은 자신들이 맡긴 돈을 되돌려 달라고 했지만, 베어스턴스는 그들에게 되돌려 줄 돈이 없었다.
- 베어스턴스는 상업 은행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반 예금은 없었고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연방준비은 행은 '특이하고 긴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자금을 빌려줄 수 있 는 법 조항을 근거로 베어스턴스에 130억 달러를 빌려줬다. 연방준비 은행은 '상인, 소형 은행가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융자해 주라 던 월터 배젓의 19세기 조언을 따랐다. 연방준비은행은 최후의 대출 기관으로서 최악의 뱅크런을 막기 위해서 그림자 금융에 돈을 퍼붓 기 시작했다.
베어스턴스는 연방준비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금요일에 영업을 개 시했다. 주말이 되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JP모건 체이스가 현금 으로 베어스턴스를 인수했다. 연방준비은행은 인수 거래의 조건으로 베어스턴스로부터 300억 달러의 주택 저당 채권을 매입하는 데 동의했다. 그렇게 베어스턴스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마침내 주택 저당 채권은 안정화됐고, 연방준비은행은 이자와 함께 빌려준 돈을 회수했다.
몇 달 뒤에 또 다른 투자 은행에서 뱅크런이 터졌다. 바로 리먼 브 라더스였다. 리먼 브라더스는 베어스턴스와 같은 투자 은행이었지만, 규모가 훨씬 컸다. 리먼 브라더스는 부실한 주택 담보 증권을 엄청나 게 보유하고 있었고 너무나 많은 돈을 대출해 줬다.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에 돈을 맡긴 거의 모든 사람이 돈을 돌려 달라며 찾아왔다. 하지만 리먼 브라더스는 그들에게 돌려줄 돈이 한 푼도 없었다. 그 누구도 사려고 하지 않는 주택 저당 채권만 잔뜩 안고 있었다. 9월 15일 월요일 이른 아침에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을 선언했다.
- 머니마켓펀드가 불러온 2008년 공황 사태가 주는 핵심 교훈은 '돈을 따라가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금융 시장에서 돈이 흘러가는 곳을 살펴보란 의미가 아니다. 그림자 금융의 관점에서 새로운 종류의 유사 화폐가 탄생하는 곳을 면밀히 살피란 의미다. 사람들이 대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대출을 받는 곳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여기에 돈을 맡기면 은행에 맡긴 돈처럼 느껴진다. 이 말인즉, 지금 당장이라도 완전한 액면가로 인출이 가능한 돈이다.
1690년 금세공업자들이 발행한 차용 증서, 1930년 은행 예금 또는 2007년 머니마켓펀드 사태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돈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가진 모든 사람이 한번에 그것을 현금화하 겠다고 결심하면 또다시 세계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악화될 것이다.
- 금리 인상은 걸리면 꼼짝없이 죽게 되는 죽음의 덫이었다. 높은 이 자를 지불하기 위해서 국가들은 세금을 인상하거나 지출을 줄여야 했다. 이것은 이미 높은 실업률을 더 높이게 될 것이다. 실업률이 더 높아지면 세수가 줄어들게 되고 빚을 갚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이 죽음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주로 사용되는 방법이 있다. 중 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고 공개 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들은 대출, 투자 그리고 고용을 늘려 세수가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부채를 갚기가 수월해진다. 여 기에는 또 다른 장점도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통화의 가치가 떨어져 수출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 방법을 너무 지나치게 사용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하게 사용하면 소비가 늘고 고용이 증가하고 수출 이 늘어난다. 이것은 일시적인 재정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완벽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그리스는 자국 화폐인 드라크마를 포기했다(스페인은 페세타, 포르투갈은 에스쿠도escudo, 아일랜드는 아일랜드 파운드Irish pound를 포기했다). 유럽 주변부에 속하는 국가들에게는 금리를 낮출 중앙은행 과 평가 절하할 화폐가 없었다. 그들은 죽음의 덫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 어떤 면에서 미국은 남부 유럽을 닮았다. 둘 다 대외 수출국으로부터 물건을 사고 돈을 빌렸다. 남부 유럽인은 독일로부터 차와 기계 장비를 구입하고 유로로 지불했고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TV와 러닝화를 사고 달러로 지불했다. 중국은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장기 채권을 구입해 더 많은 달러를 미국에 빌려줬다. 덕분에 미국인은 중국산 수입품을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남부 유럽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은 중국이 통제할 수 없는 달러로 돈을 빌렸다. 설령 미국이 중국에 1조 달러를 빚졌다 할지라도 칼자루를 쥔 쪽은 미국이다.
- 금융 위기 이후에 연방준비은행은 이례적으로 난데없이 수조 달러를 발행해 미국 경제에 적극 개입했다. 이를 두고 일부 평론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달러의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위협으로 여겼다. 이것은 나중에 잘못된 판단이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이렇게 통화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면 중국이 보유한 장기 국채의 가치 역시 폭락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통화 정책에 반대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자국 통화로 돈을 빌릴 때 누릴 수 있는 이 점이다. 간단히 말해 내 돈으로 빌렸으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돈을 더 찍어 내면 되는 것이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그리고 아일랜드와 스페인은 유로존에 가입할 때 자국 화폐를 포기했으므로 미국처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경제 시스템과 상황이 판이하게 다른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플로리다주와 네바다주는 스페인과 아일랜드처럼 은행 대출이 증가하고 주택 건설이 활발해지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던 중에 금융 위기, 부동산 거품 붕괴와 높은 실업률을 경험했다.
하지만 2010년 네바다주의 실업률이 14퍼센트를 육박했을 때, 수 억 달러의 자금이 자동적으로 연방 정부로부터 나와 실업 보험과 식 료품 할인 구매권의 형태로 네바다주로 흘러들어 갔다. 이 자금은 미 국 건역에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마련됐다. 그중에는 경기 과열과 거 품 붕괴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던 텍사스주와 메인주 같은 지역에서 거둬들인 세금도 있었다. 재정 위기에 처한 네바다주를 도와준다고 해서 텍사스주와 메인주에 사는 사람들이 불평하진 않았다. 미국 언론 역시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의 낭비가 심한 문화를 공격하는 논평을 내놓지도 않았다.
- 미국인은 자국 경제를 뉴욕주나 오리건주의 사람이 아닌 미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봤다. 자신이 어느 지역에 사는지 상관없이 미국 국민으로서 미국 경제를 바라봤던 것이었다. 이는 옳은 관점이었다. 그들은 주 정부보다 연방 정부에 더 많은 세금을 낸다. 주로 직장 때문에 주와 주를 자주 옮겨 다닌다. 또 연방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사회 안전망에 기대고 그들의 은행 예금은 주 정부가 아닌 연방 정부가 보증해 준다.
- 돈의 역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돈으로 사용되는 것들에 관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은행권과 은행 예금은 채무를 기록하는 수단으로 출발해 서서히 완전한 돈으로 사용됐다. 사람들이 그것을 그림자 금융이라고 부르기 전 수십 년 동안 그림자 금 융은 성장했다. 돈으로 사용되던 것이 어느 순간 돈이 아닌 것이 되는 순간, 즉 금융 위기의 순간이 되어서야 사람들은 “이제 보니 은행권과 은행 예금 그리고 머니마켓 뮤추얼 펀드가 돈이었네.” 라고 말했다. 전자화폐의 역사는 정확하게 이것과 반대다. 데이비드 차움, 나카모토 사토시와 같은 누군가는 기발한 기술적 돌파구를 찾아내고는 산 정상에 올라 세상을 향해 '여기 새로운 돈이 등장했다!'라고 외친다. 그것은 실제로 돈이 되진 못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돈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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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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