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급락했던 주식시장이 전세계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실물경기와는 상관없이 급등했다. 최저점 대비 두배 이상 주가지수가 올라가면서 전국민이 주식열풍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21년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과 이를 통제하기 위한 이자율 상승으로 주식시장은 슬금슬금 빠지기 시작하고 3100을 넘던 주가지수는 2400부근을 횡보하고 있는 상태다.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자식과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을 위해 충분히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한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세상에서 이미 어느 정도 자금을 보유한 사람이 아니라면 부동산 투자도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이나 가상화폐 시장으로 달려들고 있다. 시중에는 재테크 서적이 넘쳐나고, 책에서 각종 투자기법과 투자철학을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들여다보면서 주식투자를 하면 마치 나도 워렌버핏같은 투자의 귀재가 될 것 같은 환상을 갖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주식거래를 하다보면 이게 책에서 나오는 것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주식으로 다들 돈을 벌고 있는 것 같은데, 내 계좌만 한여름 밖에 놓인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은 레버리지 ETF 중에서 3배 레버리지를 추종하는 TQQQ라는 ETF를 운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치과의사다. 젊은 시절 어려운 시절을 보내며, 생업으로 치과의사로 개업하고 이제 갓 가난을 벗어났지만, 가족에게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투자활동과 투자카페 운영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라는 것이 상승할 때는 2배, 3배 상승해서 기분 좋을 수 있지만, 하락할 때는 2배, 3배 하락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매우 크다. 그래서 금융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 투자를 위험하다고 하며, 레버리지 ETF를 장투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필자는 레버리지 ETF도 잘 다루면 충분히 장투할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그리고 실전적으로 시도하면서, 그 실제 거래내용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저자가 설명하는 TQQQ장투는 한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미국이 패권국가를 유지한다는 가정이다. 미국은 문제점도 많고 장점도 많은 나라다. 저자가 미국이 계속해서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이유가 있다.
* 미국은 이민을 통해 인구학적 장점을 유지한다
*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을 통해 중동의 석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 401k 연금제도로 주식시장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며, 세계에서 가장 주주친화적 문화를 가진 나라다
* 미국은 주도적인 금리정책을 펼칠 수 있다
*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타국의 침략을 받기 어려운 요새다

모든 투자는 투자로부터 회수까지 과정을 볼 때, 적립/거치/인출의 세가지로 단순화 시킬 수 있다. 리밸런싱이란 간단하게 말해 보유한 투자자산과 현금과의 밸런싱을 의미하는데, 저자는 TQQQ를 적립과 거치를 거쳐 인출형태로 서서히 전환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밸류 리밸런싱의 개요와 더불어 실제 TQQQ를 매매하기 위해 밸류, 풀, 그래디언트, 최대밴드, 최소밴드, 풀 사용한도 등의 개념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적립식, 거치식, 인출식 밸류 리밸런싱 투자에 대해 저자가 개발한 기본 공식을 통해 상세하게 예시를 들고 있다.
물론 TQQQ라는 것은 대세 하락장이나 급락장 이후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ETF보다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계획적으로 레버리지 투자를 고려하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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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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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세금 이야기

경제 2022. 8. 27. 19:59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란 이야기가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금을 내지 않고 살기는 불가능하다. 물론 세금에는 다양한 목적이 있고, 대부분은 개인들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하는데 쓰이게 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국방, 행정 등 세금으로 실행되는 일들은 무수히 많다.

사실 세금의 역사는 무척 길다. 기원전 3000년경에 수메르인들이 남긴 점토판에도 "한 나라가 끝나고 다음 나라가 와도 세리는 찾아온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현대에 있어 세금은 국가의 운용자금으로 어느 나라나 세금 정책은 경제, 정치, 산업, 교육, 미래를 면밀히 분석한 다음에 설계하고 있다. 국민들도 국가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세금이 필수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납부를 의무사항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 속의 세금을 들여다 보면 세금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쓰여지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국가 지도자의 권력유지, 영토확장을 위한 전쟁, 관리자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세금이 이용되기도 했다.

세금제도를 보면 그 나라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부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가난한 이들에겐 면세혜택을 제공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만일 이런식으로 누진적 성격의 세금제도를 고안하지 않는다면 빈부격차는 계속해서 심해질 것이다. 결국 세금제도는 국가의 앞날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일본 국세청에서 10년간 국세 조사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오무라 오지로씨가 지었다. 국세 조사관으로 일하면서 세금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고대와 현대를 가로지르며 역사의 이면에 자리한 세금을 파헤쳤다. 이 책은 로마의 몰락부터 프랑스 혁명, 미국의 독립까지 역사를 바꾼 세금부터 중세의 초야세, 러시아의 수염세, 중국의 독신세, 영국의 난로세와 창문세 등 재미나고 놀라운 70가지의 세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금이 역사를 바꾼 사례들은 많다. 미국이 영국 식민지였을 때는 택스 헤이븐으로 세금이 없었다. 당시 미국땅은 마땅한 자원도 특산물도 없었기 때문에 굳이 세금을 걷을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나 영국 본토의 경제가 어려워지자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나 생필품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독립전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 국가들처럼 육아세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세금을 줄이고 각종 지원을 제공해야 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경우 육아세대에게 2% 줄인 게 끝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입소 대기아동 문제, 대학학비 급등 문제를 오랜 기간 방치하는 등 환경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비판한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출생율은 0.81로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잘 구상된 세금제도와 육아환경개선을 통해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소해 주었으면 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 택스 헤이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현재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으나 원래는 영국의 식민 지였다. 과거 영국은 전 세계에 식민지를 보유했지만 거의 모든 지역에서 경제 활동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특정 무 역회사에 식민지의 독점적 권익을 제공했다. 이는 영국뿐 아니라 당시 모든 유럽 국가들이 실시한 식민지 정책이었다.
- 대표적인 무역회사로 '동인도 회사가 있다. 동인도 회사는 동인도 식민지의 무역을 독점했던 회사다. 영국 외에 네덜란드와 프랑스에도 설립됐다. 유럽 국가들은 식민지를 지배할 때 동인도 회사 같은 독점기업을 설립해 수입품에 고액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영국은 북아메리카 식민지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인정 했다. 원칙적으로 누구든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었으며 무역도 제한하지 않았다.
그럼 어째서 영국은 북아메리카 식민지에는 독점기업을 설립하지 않았을까?
사실 당시 북아메리카는 그다지 중요한 지역이 아니었다. 현재의 미국은 자원 부국, 농업 대국이라 불리며 번영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금 등의 광맥도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향신료나 차도 재배할 수 없었다. 광대한 토지는 대부분 미개척지였다. 북아메리 카의 골드러시나 거대 석유 발견은 독립 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북아메리카는 거대 금은 광맥이 있는 남미나 귀중한 향신료를 재배할 수 있는 동아시아에 비해 중요도가 낮은 지역이었다. 그렇기에 영국은 북아메리카의 세금을 없애 경제 활성화를 도모했던 것이다.
부족한 자원은 역설적으로 북아메리카에 많은 이주민을 불러 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세금이 부과되지 않자 저렴한 물가 덕분 에 북아메리카가 살기 좋은 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땅을 직 접 개척하며 고생해야 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종종 발생하던 기근을 피하려는 많은 이주민이 북아메리카로 건너갔다.
만약 북아메리카에서 일찍이 중요한 광산 등이 발견됐다면 어땠을까? 경제적인 자유는 주어지지 않고 다른 식민지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독점기업이 지배했을지도 모른다.
- 북아메리카 식민지가 발전하자 이 지역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 았던 영국은 점차 부담을 느꼈다. 북아메리카는 프랑스, 네덜란 드 등과 경쟁해서 획득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이 두 나라와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군대가 필요함에도 북아메리카 식민지 에서는 병력을 차출할 수 없었다. 많은 영국 국민이 이주해 있었 으나 그들에게는 납세의 의무도 병역의 의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전쟁 시 병력을 모두 영국 본국에서 차출해 대서양 을 건너 미 대륙까지 파병해야 했다. 이때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도 영국의 몫이었다.
- 1756년에 영국은 프랑스와 17년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이때 북아메리카도 전장이 되어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충돌했다. 이 전투는 양측 군대가 원주민과 동맹을 맺었기 때문에 '프렌치 인디언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영국은 식민지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치렀으므로 그 비용을 북 아메리카에 부담시키려 했다. 북아메리카에 차를 팔아 조금이라도 전쟁 비용을 충당하려 한 것이다. 당시 북아메리카에서는 대대적인 차 밀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대량의 차를 수출하는 데도 영국 당국에는 관세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
- 영국은 국책회사인 동인도 회사에 무관세로 북아메리카에 차를 판매하는 특권을 부여했다. 당시 재고가 어마어마했던 차를 독점 판매로 처분하려 한 것이다. 관세가 사라지면 동인도 회사 의 차는 밀수품보다 가격이 낮아져서 판매량이 늘어날 게 뻔했 다. 영국은 동인도 회사의 경영을 도와서 북아메리카 주민들이 차를 사게 만들어 납세를 대신하려 했던 것이다. 또 동시에 차 도매상과 소비자에게 높은 세금을 매겨 밀수업자들의 이익을 없애버릴 심산이었다.
그러자 밀수업자들이 크게 반발했다. 당시 북아메리카 주민들은 밀수를 나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북아메리카 식민지에는 정치적 의석을 주지 않으면서 물건만 팔겠다는 영국의 심보를 읽 어낸 것이다. 밀수업자들은 이 상황에 근거해 “대표가 없으니 과세도 없다.” 라고 주장하며 모든 과세를 거부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북아메리카의 관세 납부는 말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밀수는 타당한 행위라는 인식도 있었다. 마피아가 아닌 평범한 무역업자가 밀수에 손을 댔고 주민들도 이를 받아들였다.
북아메리카의 밀수업자들은 차 무관세 정책에 대한 반발로 보스턴에서 차를 실은 동인도 회사의 배에 난입해 차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보스턴 차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북아메리카 식민지에서는 독립의 기운이 고조되어 독립전쟁으로 발전했다.
이때 차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으로 북아메리카 식민지에서는 차 대신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 홍차를 마시는 습관 대신 커피 문화가 널리 퍼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유대인들은 가혹하고 무거운 세금을 피하고자 유럽 각지, 아랍,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각지로 흩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디서든 유대교를 신실하게 믿었다. 게다가 독특한 그들의 생활 습관을 유지했기 때문에 종종 박해 대상이 되기도 했다. 유대인들의 거주를 허용한 국가에서도 그들의 거주지역을 '게토'라 불리는 지역에 한정해 가둬두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로마처럼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다.
특히 기독교 사회는 유대인들에게 더 가혹했다. 11세기 말부터 시작된 십자군 원정은 유대인 마을을 습격해서 빼앗은 재산을 군 자금으로 사용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 유대인이 무거운 세금 을 내거나 습격을 당했던 이유 중 하나는 “유대인은 부자다.” 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나라가 없는 방랑 민족 이었지만 예로부터 부자가 많다고 알려져 있었다. 땅이 없는 유대인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상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기에 상업적 재능이 매우 뛰어났 다. 중세 이후 고리대금업이나 환전상 등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유대인은 금융업자의 대명사가 됐다. 유명한 셰익 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샤일록도 교 활한 고리대금업자다.
기독교 사회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로 부를 축적해서는 안 된다.”라고 여겼다. 금융업 종사자에 대한 멸시도 유대인들이 박해 당한 요인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유대인들이 금융업에 종사하게 된 것은 이들 탓이 아니다. 유대교 성전인 구약 성경에는 “가난한 자들에게서는 이자를 취하지 말고 돈을 빌려줘야 한다.”라고 쓰여 있다. 일단 빌려준 돈으로 이익을 얻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11세기에 유대교 랍비(지도자)가 발표한 견해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우리 유대인은 국왕과 귀족에게 세금을 내야 하고 생활비도 벌어야 한다. 따라서 금융업을 금하지 않겠다.” 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유대인은 공공연하게 고리대금업을 생업으로 삼게 됐다. 유대인은 무거운 이교도세 때문에 고리대금업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는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당포로 시작해서 이내 귀족 등 상류 계층에도 돈을 빌려주게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유대인들은 세계적인 금융 전문가가 됐다.

- 코기는 특징인 짧은 꼬리를 만들기 위해 어릴 때 꼬리를 자르는 단미를 실행한다. 사실 코기의 꼬리를 자르는 이 관습은 세금과 관련이 있다.
과거 영국 상류사회에서는 한때 사슴 사냥이 유행했다. 그러나 농장에서 기르는 코기가 사냥감인 사슴을 습격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국왕은 코기가 빨리 달리지 못하도록 다리 등에 상처를 일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를 거부하면 벌금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했다.
돈이 없는 농가는 세금을 피하려고 코기의 꼬리를 잘랐다. 당 지어는 꼬리를 자르면 빨리 달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관습이 정착한 탓에 지금도 여전히 코기의 꼬리를 자르는 관습이 있다. 이 외에도 “소에게 밟히지 않도록 꼬리를 짧게 잘랐다.” 라는 설도 있다.

- 소비세는 일본 세수의 기둥이다. 유럽 국가들은 일본보다 비싼 간접세를 부과하는 곳이 많아서 '일본의 소비세는 저렴하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또 소비할 때마다 모든 사람에게 공 평하게 부과되니 소비세는 좋은 세금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를 돌아보면 일본의 소비세가 상당히 결함이 많은 비상식적인 세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비세는 누구에게나 같은 비율로 부과되기에 언뜻 보면 공평 해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부담 비율이 증가하는 '역진세다. 소비세 계산은 '지출소비세율(현재 일본은 10%)=소비세' 이다. 소비세가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 산하면 같은 돈을 소비했을 때 소득이 많은 사람일수록 소비세가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연봉이 1억 엔인 사람이 3천만 엔을 소비하고 남은 7천만 엔은 금융 자산으 로 보관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의 수입에 대한 소비세 부담비율은 3%가 된다(3천만× 10%=300, 1억 엔 중 3백만 엔이 차지하는 비율
=3%).
한편 연봉 200만 엔인 사람은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소비한다면 이 사람의 수입에 대한 소비세 부담 비율은 10%에 가까워진다(200 × 10%=20, 200만엔 중 20만 엔이 차지하는 비율=10%).
즉, 수입에 대한 세금 부담 비율은 수입이 적은 사람일수록 높 아진다. 그렇다면 이걸 소득세로 치환해서 생각해보자. 만약 연봉 1억 엔인 사람에게 3%의 소득세를 부과하고, 연봉 200만 엔인 사람에게는 10%의 소득세를 부과하면 어떤가. 누구나 '이상하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전에 이런 세금은 국민에게 용인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소비세는 '간접세'라는 속임수에 속아서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일본의 소비세는 빈곤한 사람일수록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다.
- 간접세에는 역진성' 이라는 결함이 있다. 전 세계는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간접세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생필 품 세율을 매우 낮게 설정했다. 표준 간접세가 20%인 프랑스에 서도 식료품은 5.5%, 의약품은 2.1%로 세율이 설정되어 있다. 식 료품 등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간접세가 20%지만 식료품이나 생필품은 세율이 0%다. EU 가입 국은 표준 간접세가 20% 전후지만 식료품에 부과되는 세율은 절반 이하다. 하지만 일본은 식료품 세율을 겨우 2%만 감액한다. 또 유럽의 사회보장제도는 일본보다 훨씬 잘 정비되어 있으며 빈곤층에 대한 복지가 확실하다. 빈곤층만이 아니라 국민 대부분이 주택 보조금을 받기에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전 세대의 23%가 국가로부터 주택 보조금을 받는다. 총 액은 무려 18조 원가량이다. 영국에서도 전 세대의 18%가 주택보조금을 받는데 총액은 무려 26조 원이다.
유럽은 빈곤층을 확실하게 보호하므로 높은 간접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한편 일본의 주택 지원은 공영 주택에 불과하며 지원받 는 이들도 전 세대의 4%뿐이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를 도입할 때 “사회보장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한다.” 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소비세가 도입되자마자 법인세와 고액 소득자의 소득세가 낮아졌고 그만큼 줄어든 세수를 소비세로 충당했다. 즉, 소비세는 실질적으로 부유층과 기업 감세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과거 일본에는 빈곤층이 거의 없어 '1억 인구 모두 중산층 이던시기도 있었다. 양극화 현상이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소비세 도입 이후였다. 물론 양극화 현상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소비세가 그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 고대 그리스에는 시민이 부담하는 일상적인 세금이 거의 없었다. 부유층에는 부과되는 세금이 있었지만, 법적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기부금 형태였다. 전쟁 비용과 공적 비용등이 발생하면 부유층의 공공 봉사(자발적 납세)로 충당했다. 이 공공 봉사와 관련하여 '안티도시스'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었다. 이는 재산을 보유한 자에게 공공 봉사(기부)를 명령할 수 있는 제도였다. 애초에 사회가 무언의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공공봉사는 강제에 가까웠지만, 안티도시스 제도로 법적 명령을 내릴수도 있었다.
이 제도의 특이한 점은 명령을 내리는 사람 역시 자산가였다는 점이다. 최근 '빈부 격차가 전 인류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고대 그리스에는 격차를 없애기 위한 구조가 이미 갖춰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안티도시스 명령을 피할 수단도 존재했다. 는 것이다. 본인보다 자산이 많은데도 안티도시스를 명령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지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의 자산을 비교해 더 많은 자산을 가진 사람이 국가에 봉사하는 것 이다.
A씨에게 안티도시스 명령이 내려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A 씨는 B씨가 나보다 재산이 더 많은데.' 라고 생각하여 B씨를 지명 한다. 지명받은 B씨는 안티도시스에 응하거나 A씨와 전 재산을 교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 기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B씨가 안티도시스에도, 재산 교환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재판을 진행한다.
안티도시스는 부유층에 세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 부유층을 밀고하는 제도이기도 했다.
어느 시대에나 요령껏 자산을 숨겨서 세금을 회피하는 이들이 있는 법이다. 고대 그리스에도 그런 약은 이들이 많았던 듯하다. 그런 약삭빠른 이를 자산가끼리 고발하게 하여 밝혀낸 것이다. 합리성을 중시하는 실로 그리스인다운 제도이다.

- 과거 덴마크에는 '비만세' 라는 세금이 있었다. 이는 감자칩세나 소다세처럼 건강을 고려한 세금으로 포화지방산(콜레스테롤 수 치를 올리는 지방)에 부과됐다.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목적과 세수 확보를 위해 2011년에 도입됐다.
비만세 부과 대상은 포화지방산이 2.3% 이상 포함되는 식품이 다. 세율은 포화지방산 1kg당 16크로네(약 2,200원)로 꽤 높은 편 이다. 이 비만세로 인해 250g짜리 버터값이 2.2크로네(약 300원) 이상 올랐다. 게다가 버터와 우유, 피자, 기름, 고기, 사이드 디시 등 포화지방산이 포함된 모든 식품이 부과 대상이다.
비만세는 덴마크 시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세금 도입 직전에 식료품 대량 사재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도입 후에도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탓에 중산층 이하인 사람들이 타격을 입기 도 했다. 한편에선 독일 국경과 근접한 지역의 주민들은 독일에 서 물건을 사기도 했다. 덴마크는 EU 가입국으로 독일에서 물건 을 구매해도 아무런 제제가 없다.
그 결과 자국의 식품산업은 타격을 받았고 독일 식품업자의 주 머니만 불려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세수 또한 정부의 예상보다 적었고 사람들의 평가도 나빴기 때문에 덴마크의 비만세는 겨우 1년 만에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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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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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메타버스와 NF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실질적으로 무슨 가치가 있느냐는 비판론도 거세고, 블록체인 이상의 유행을 불러올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은 메타버스나 NFT를 단순하게 가상현실 기술이나 디지털 컨텐츠에 원본임을 입증하는 기술로만 보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현상에 대해서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폭넓게 그 근본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블랙핑크는 메타버스 세상에서 콘서트와 팬사인회를 진행하기도 했고, 디지털 아트의 NFT가 수백억달러에 거래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NFT를 부정한다고 해서 그거싱 없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중요한 건 변화하는 세상에 빨리 적응하고 그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시대의 변화를 알려주는 문화를 읽고 그 변화에 자신을 맞추어야 한다. 지금이야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가 우리나라를 먹여살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K컬처가 우리나라를 먹여살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저자는 비트코인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탄생과 자본주의의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20세기 이후 세계질서를 만들어 온 2차대전의 결정적 두 주인공인 히틀러와 스탈린, 그리고 미국의 패권추구에 대해서도 투자자의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중앙집권주의와 탈중앙을 넘어선 무정부주의와의 갈등이 다시 한번 재현되는 것을 알고 있어야 비로소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탄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메타버스도 어느 한 순간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20세기 초 발견된 양자역학과 그 산물인 평행우주가 메타버스의 탄생에 공헌한 것이다. 이와 같이 과학과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하게되면 미래와 인간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다. 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SF 소설은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심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제조스도 사업의 아이디어를 SF소설에서 얻는다고 한다. 실제로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닐 스티븐슨이 30년 전에 저술한 SF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용어이기도 하다.

이 책은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은 각각 투자자가 알아야 할 화폐의 역사와 SF소설에 대한 이야기다. 이후에 나오는 챕터는 NFT미술품 투자, 음악산업에서의 NFT, 영화속의 메타버스, 게임산업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어떤 종목을 사야할까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면, 주식종목을 추천하는 서적을 읽어도 된다. 미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 만약 당신이 실패했다고 여겨도 다시 도전한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잘못된 방법을 한 가지 더 알아낸 것뿐이다. 어제의 습관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듯이 오늘의 습관이 10년 후의 나를 만든다. 위대한 사람들은 목적이 있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소원이 있을 뿐이다. 아무 하는 일 없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고 맹세해라. 우리가 항상 뭔가를 한다면 놀라우리만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토머스 제퍼슨)
- 실크로드를 통해 중동 및 로마와 교역하던 시기도 바로 한무제 때입니다. 실크로드를 복원하겠다는 시진핑의 일대일로 一帶一路는 바로 한무제의 업적을 현대적으로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거죠. 한나라 때와 지금 중국이 다른 점은 칼과 창으로 위협했던 한무제와 달리, 시진핑은 자본의 힘으로 주변 국가들을 경제적으 로 종속시켜 식민지 상태로 만들려는 고도의 전략을 편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사회주의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 David Harvey의 지적은 우리가 귀담아들어야 할 말입니다. 그는 일대일로를 “자본의 공간 이동이자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신식민주의적 행보” 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시진핑의 계획은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설립한 지 100 년이 되는 2049년까지 중국이 세계 제1의 '도덕적 강국'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953년생인 그가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그 역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죠. 중국국방대학 류 밍푸明福 교수는 “체제 경쟁에서 실패한 소련과 달리 미국 패도계 道에 왕도王道로 대응해야 한다.” 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시진핑은 겉으로는 왕도를 내세우면서도 결국 미국과 아시아에서 맹주 자 리를 놓고 한판 대결하려는 분위기입니다.
- 저는 비트코인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지만 수많은 비판 중에 탈레브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1 년 탈레브는 「비트코인, 화폐들, 취약성Bitcoin, Currencies, and Fragility  논문을 통해 “금융 역사상 비트코인보다 더 취약한 자산은 거의 없었다. 가치는 제로(0)이며, 비트코인이 '정부가 필요 없는 통화' 라는 개념을 만족시키는 데에도, 인플레이션의 헤지 수단으로서 도, 안전한 투자처로서도 실패했다.” 라고 비판했습니다.
탈레브는 비트코인 투자를 다단계 폰지 사기에 비유했습니다. 폰지 사기란, 새로 투자받은 돈으로 선투자자들의 이익을 충당해 주다가 더 높은 가격에 사 줄 바보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들고 있는 사람이 파산하고 투자자 모두가 원금을 날리는 금융 사기를 말합니다.
탈레브의 비판 요지는 2,100만 개(그 숫자가 맞는지는 사토시 나카모토만이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유실된 것들 포함해서 그보다는 적은 숫자 라는 게 정설이다)라는 고정된 숫자가 희소성을 충족시켜 가격을 띄 울 수는 있겠지만, 막상 인플레이션이 오면 전혀 다른 논리로 가 격이 형성될 우려가 높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탈레브의 예언처럼 잘나가던 비트코인이 2021년 12월부터 미 국의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그 가치를 인정받아 가격이 더욱 높아져야 하 는데도 말이지요.
- 그러나 비트코인에 대한 공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편 입니다. 비트코인을 한때 악마로 묘사했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이 시장에서 그 가격이 유지된다는 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역시 계약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올리버 하트 교수도 비트코인 비관론자에서 변신해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자문위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비트코인의 분산원장 기술의 장점을 주장하거나 위변조 불가능성과 51%의 PC에서 인정받아야 정식 거래로 인정받는 민 주주의 시스템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을 옹호하기라도 하면, 중세 시대의 마녀 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자처럼 사기꾼으로 매도당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큰 폭으로 하락을 겪기도 했지만 2만 달러를 지지선으로 삼아 반등하며 적어도 디지털 가상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인정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진보하는 명분이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마녀재판에서는 여성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바탕으로 르네상스와 프랑스 대혁명 등이 일어나 여성의 권리가 신장됐습니다. 사회주의를 터부시하던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 Bernie Sanders처럼 사회주의자를 선언하는 사람이 지지를 받으며 권 력의 핵심에 있기도 합니다. 인플레이션 헤지와 가치 저장 수단에서 혁신을 이룬 비트코인 역시 진보라는 방향성을 분명 가지고 있습니다.
- 여전히 비트코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자신이 진보라는 방향의 반대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비트코인' 하면 자연스럽게 버블이 떠오르며 17세기 네덜란드에서 1년간 진행됐던 튤립 버블과 겹쳐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년간 있었던 일과 지금까지 10년 이상 진행되고 있는 비트코인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을까요?
- 양자역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1950년대 휴 에버렛Hugh Everett 이라는 학자에 의해 다중세계, 이른바 평행우주 이론으로 발전합니다. 즉, 각각의 선택 분기점에서 우주는 둘로 쪼개지면서 사실 상 무한대로 늘어난다는 것이죠. 이 우주는 얼마나 많을까요? 현 실주의자 입장에서는 우리가 사는 단 하나의 우주만이 현실이지 만 반현실주의자들이 보기에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100조 개 의 세포에 100조 개의 원자수를 곱하면 답이 나온다)가 충돌할 때마다 우주가 분기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큰 수의 우주가 나옵니다. 어떤 우주에는 내가 히틀러처럼 악당이 되어 인류를 학살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우주에서는 간디가 되어 인류 평화를 위해 노력할 수도 있는 거죠. 이런 말도 안 되는 반직관적인 일이 사실로 판명된다면(우주론의 현대판인 초끈이론의 해는 답이 하나 가 아닌 무한대로 나온다) 이는 평행우주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이 로 물리학자 미치오 가쿠 박사는 말합니다. 또한 인간은 비윤리적 삶을 살게 된다고 주장한 양자중력학자 리 스몰린Lee Smolin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삶의 질을 개 선할 수 없는 복사본이 다른 분기에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면 내가 현세에 열심히 노력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가능성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 모든 가능한 버전의 내가 존재한다면 굳이 머리를 굴려 선택할 이유가 없어질 겁니다.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한다고 해도 어떤 우주에서는 잘못된 선택을 해서 내가 히틀러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리 스몰린 교수는 다중세계를 믿어 버리면 도덕적 책임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에 세상은 점점 더 살기 힘 든 공간으로 변해 간다고 봅니다.
메타버스는 양자역학의 다중세계 해석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 습니다. 현실의 나는 빈한한 삶을 살지만, 가상현실에서는 부유한 사업가로서 페라리를 몰고 싶은 꿈을 꾸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가상세계를 현실처럼 느끼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구찌 핸드백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메타버스에서 더 비싸게 팔 립니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너무 잘 아는 기업들은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요. 즉, 나와 또 다른 나로 살면서 꿈꾸던 욕 망을 양자역학이 해소해 주는 가능성을 연 것입니다. | 양자역학의 영향이 너무 커서일까요? 현대인들은 물질적으로는 진보했지만, 정신적으로는 퇴보했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돈을 버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가든 양자역학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 투자는 결국 확률 싸움입니다. 확률은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상향한 경험이 몇 번, 하락한 경험이 몇 번으로 60% 비율로 주가가 오를 거라고 보는 빈도 확률과, 내일 비가 70% 올 거라는 식으로 주관적 믿음을 나타내는 베이즈 확률론Bayesian probability이 있습니다. 둘 다 투자자에게 중요합니다. 빈도 확률은 주가의 차트를 중 시하는 기술적 분석에서 중요하고, 주관적 확률은 전망과 예측에 본질적으로 중요하죠. 모든 것을 확률적으로 생각하면서 항상 확 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 투자자들에게 가르쳐 주는 투자의 진실입니다.
- 꿈을 먹고사는 기업들은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기업의 내러티브입니다.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가 사람들을 빨아들일 때 PDR이 아니다. 또 하나는 CEO의 이야기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엔비디아의 젠슨 황, 모두 꿈의 크기가 대단한 인물이었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입니다. 스토 리가 꿈을 키우고 꿈은 투가가들을 설득해 투자금을 바탕으로 미 과기정적인 사얼을 한발 먼저 시작해 큰돈으로 투자자에게 보답 할 수있었습니다
- 성장주를 믿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PER, PBR, PSR(주가매출액비 율로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에 적용. 매출 대비 기업의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 주는 지표로 켄 피셔라는 투자자가 처음 주장), ROE, EPS(주당 순이익)는 대강 알더라도 그 기업의 PDR이 얼마나 크고 꿈이 현실 화될 근거가 있는지 등도 파악해야 합니다.

- 1998년 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미술품 가격의 변화인 시대 별 미술 지수를 보면, 19세기 미술 작품들은 가격이 100에서 77 로 하락 중입니다. 그런데 전후 미술은 100에서 250으로 두 배반이나 상승했고, 동시대 미술 역시 100에서 203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지금 그림을 산다면 앤디 워홀이나 제프 쿤스의 작 품을 사는 것이 모네나 피카소의 그림을 사는 것보다 경제성이 더 높은 것이죠. 그림을 주식에 비유하면 앞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 되는 성장주에 투자하는 것이 맞지, 이미 많이 오른 가치주에 투 자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투자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나 스타강사 현우진 사이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소문난 미술 투자가라는 점이죠. 현우진은 시간 날 때마다 경매장을 찾아 현대 미술 작품의 경매에 참여하는 것으 로 유명합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현대 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작 「골드스카이네트를 36억 5천만 원에 구입했습 니다. 원래 이 작품을 소유했던 사람은 MZ세대 사업가로 2016년 9억 원에 구입했습니다. 5년 만에 네 배가 뛴 거죠. 이는 주식이 나 강남아파트는 물론, 비트코인보다 더 높은 상승 폭입니다. 이 소장가는 쿠사마 외에도 김환기, 이우환, 박시보, 하종현 등 국내 블루칩 미술가들의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RM은 대표적인 그림 마니아로 윤형근, 이우환 등 현대 미술가의 작품을 사 모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경매장과 화랑을 직접 돌면서 자신이 살 그림을 구매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배우 손예진과 조윤희가 구입한 우국원의 작품은 당시 그들이 구 입한 1억원대에서 두 배를 넘겨 2원 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우국원의 작품 「미운 오리」는 2021년 8월 K옥션에서 경매를 시 작했는데 시작가 1,500만 원에서 15배 폭등한 2억 3천만 원에 최종 낙찰되었습니다.
- 큰돈이 없는 사람들은 '조각투자'로 미술품을 공동 구매를 합니다. 문형태 작가의 다이아몬드」는 2,100만 원에 매각돼 처음 구매했던 투자자들이 여섯 배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미술품 전문 앱도 등장했으니 그야말로 아트테크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 ‘민팅Minting'은 디지털 아트를 만들어 이를 NFT화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그런데 왜 NFT는 민팅을 할 때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 리움을 택했을까요? 비트코인은 애당초 결제 수단이 아닌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계약할 때마다 10분씩 걸리는 비트코인이 만약 결제 수단이 되면 세상엔 대혼란이 올 겁니다. 그런데 이더리움은 그 시간을 15초로 줄였습니다. 만약 비트코인 이 결제 수단이 되어 일일이 가치를 저장한다면 용량이 너무 커져 전체 네트워크의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가뜩 이나 속도가 느린데 지금보다 더 느려질 수가 있는 거죠.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데이터를 블록에 저장하지 않습니다. 블록에는 데이터가 있는 곳을 찾아갈 수 있는 계정 주소만 저장돼 있어 훨씬 간편한 시스템입니다.
NFT는 경매로 이루어지는 '부의 이전'으로 시간 싸움입니다. 시간 싸움에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을 압도하죠. 또한 비트코인 의 주소가 34개의 문자를 갖고 있는 반면, 이더리움은 42개의 문 자로 구성됩니다. 이는 조금 더 보안과 안전성이 높다고 할 수 있 습니다. 투자에서도 이더리움은 일반인들을 더 배려합니다. 비트 코인은 소수점 이하 8자리까지만 쪼개서 투자할 수 있지만, 이더 리움은 16자리까지도 조각투자가 가능합니다.
- 비트코인이 화폐라면 이더리움은 그 화폐를 사용해 앱, SNS 등 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죠. NFT처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자산은 비트코인보다 확장성이 높은 이더리움이 유리합니다. NFT는 ERCEthereum Request for Comment라는 '이더리움의 요구 사항을 위한 표준'을 사용합니다. 이는 이더리움을 이용해 서 가상자산을 발행할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이죠, 이 규칙은 계속 진화하고 있는데 20을 거쳐 721까지 나와 있습니다. 721은 예술품, 골동품, 캐릭터에 토큰을 발행하는 것으로 에술품 하나당 하나만 발행됩니다. 그 대신 토큰을 분할해 소유할 수도 있습니다. NFT 아트에 공동구매가 가능한 이유입니다.

-  NFT 아트의 10가지 리스크
1)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리스크
2) 변화가 너무 빠르다. 공부한 것들이 1년도 아닌 몇 개월 만에 죽은 지식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3) 홍보가 어렵다. NFT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는 말은 홍보가 어렵다는 뜻이다. 해외 컬럭터들에게는 언어의 장벽도 존재한다. 따라서 NET 아티스트와 컬렉터들이 적극 활용하는 트위터를 활용해야 한다.
4)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더리움 가스비 때문이다. ESG가 대세인 만큼 이 문제 해결 없이는 NFT의 대중화도 어렵다.
5) 시장에 거품이 있다. 지금은 거품이 빠지고 있어서 NFT가 침체되고 있는 중이다. 저자의 주장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거품이 생기면 사기 도 함께 생긴다는 게 내 입장이다. 모 마켓플레이스에서는 올해 NFT를 거래한 600명 중 100건은 자전거래였다고 한다. 따라서 자신이 비싸게 사서 가격을 올리고 되팔려는 행위를 조심해야 한다. 같은 업 계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가며 서로 NFT 작품을 사주며 가격을 올리 기도 한다. 최고액을 기록한 비프의 매일, 첫 5000 일』을 사준 이가 NFT펀드를 창립한 메타코반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반 거래로 누가 갖고 누가 팔았는지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그 작가의 판매이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6) 암호화폐 변동성이 크다. 이더리움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가격까지 INFT에 영향을 미친다. 루나 테라 사태로 암호화폐에 최악의 악재가 온 것이 NFT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7) 저작권을 침해하는 스캠(사기)계정이 생길 수 있다. NFT는 복제한 제품과 원본을 구분해 주는 것이지, 원본을 비슷하게 베껴서 마치 새로운 작품처럼 소개하는 짝퉁 NFT까지 잡아내지는 못한다. 충분히 우려되는 걱정이다.
8) 지갑 해킹의 가능성이 있다. 모든 블록체인 투자자들의 고민이다.
9) 원본이 유실될 수 있다. 나는 증서만 보관할 뿐 디지털 원본은 오픈시 등의 마켓플레이스에 보관된다. 그들의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10) 각종 규제나 세금 정책이 정리되지 않았다. 앞으로 정책도 생기고 규제도 생기겠지만 국가마다 다른 규제와 세금 정책 때문에 발전이 더뎌질 수도 있다.

- 영화를 투자적 관점에서 읽을 때 한 가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현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영화 속 가상현실 기술은 언제쯤 등장할까? 낙관론과 비관론이 맞서고 있 습니다. '반도체 넥스트 시나리오'의 저자이며 공학 유튜버로 유 명한 권순용은 쉽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결국은 반도체가 문제인 데 현재는 램의 용량이 16기가에서 용량이 1만 6,000기가까지 가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보다 1,000배는 늘어나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럼에도 저는 가상현실의 발전 가능성에 낙관적입니다. 시각과 청각은 지원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촉각과 후각, 미각 등의 다른 감각들입니다. 아직은 연구 중인 수준으로 완전한 현실 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죠. 그중에서 촉각이 가장 중요한데, 싱가포르 국립대 연구소는 인간의 신경계보다 1,000배 빠른 전기신경계를 도입한 장비를 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후각 연구와 미각 연구는 일본의 벤처 업체들이 특허권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사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360 도로 회전하는 특수 카메라가 나와야 합니다. 지금은 인간의 눈처럼 정교한 카메라는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헤드셋으로는 분명 완벽한 가상현실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안은 스마트 글래스 즉, 안경입니다. 현재는 안경에 미세한 구멍 을 뚫어서 눈앞에 가상현실 디스플레이를 띄우는 수준까지 진화 했습니다. 하지만 2045년까지는 충분히 어쩌면 그 전에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 인간의 감각을 완전히 메타버스에서 현실처럼 느낄 수 있는 세상이 올 것 같습니다.
- 메타버스는 기술만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토피텔러로 인문계 전공자들에게도 기회를 줄 것입니다. 가상현실 속 프로그래 밍된 세계와 참여자들의 자유의지를 결합시켜 수시로 가상세계를 만들어내는 데는 인간과 AI가 협력하는 스토리와 세계관이 필요합니다. BTS의 세계관을 만들던 사람이 독립해서 메타버스 기업을 차리는 이유는 이런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어쩌면 이미 도래한 미래일 수도 있습니다.
- 이제 투자자들은 게임이 대세라는 것은 알았을 겁니다. 그렇다 면 어떤 게임에 투자를 해야 할까요? 게임은 플랫폼에 따라 아케 이드(오락실) 게임, PC 게임, 비디오 게임(TV와 별도의 전용 조절기를 연결해서 하는 게임으로 콘솔 게임이라고도 한다.) 모바일 게임으로 나 됩니다. 기종별로 보면 모바일 게임 시장이 가장 큽니다. 전체 시 장의 절반 정도인 52%(932억 달러, 약 110조 6,000억 원)로 가장 비 중이 높고 전년 대비 7.3% 성장해서 다른 게임을 압도했죠. 콘솔 게임은 28%(504억 달러, 약 59조 8,000억 원)였고 전년 대비 6.6% 감소, PC 게임은 20%(367억 달러, 약 43조 5,000억 원)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PC 게임이, 미국과 일 본 및 유럽에서는 콘솔 게임이 압도적 강자였고 오락실 게임도 이용자가 적지 않았는데, 2021년에 완전히 판이 바뀌었습니다. 모바일 게임은 계속 뜨는 반면, 콘솔 게임은 시장이 많이 축소되었으며 PC 게임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저는 IT기자 시절부터 콘솔 게임(소니, 닌텐도, MS의 게임기를 모두 갖고 있는 삼신기'였다)을 즐겼는데, 콘솔 게임의 수익 모델은 게임기를 거의 원가 이하로 싸게 팔고 게임 타이틀을 비싸게 판매해서 소프트웨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 이른바 복사기 시장과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게임의 왕좌를 차지했던 콘솔 게임은 지는 해가 됐습니다.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이죠. 물론 지금은 콘솔 게임도 인터넷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대결을 펼치거나 협업할 수 있지만 이 기능은 온라인 자체가 처음부터 전제됐던 PC나 모바일 게임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 또 한 가지 이유는 게임 소프트웨어의 중고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소위 국전(남부터미널 국제 전자상가), 미국에서는 2021년 증시에서 가장 급등했던 게임스탑 같은 체 인점을 가진 회사가 이미 엔딩을 본 게임을 사고팔 수 있는 중고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게임 업계 마진이 떨어 지는 것입니다. 많게는 50%에서 70%까지 줄었다고 합니다. 콘 솔 게임을 레드오션으로 만든 건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콘솔 게임은 게임 전용 하드웨어와 조작기를 통해 수준 높은 게임을 제공함으로써 게임 마니아들에게는 여전히 최고의 인기 게임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모바일 게임과 PC 게임이 압 도적으로 커서 상대적으로 콘솔 게임의 지위가 낮습니다. 1조 원 정도 되는 시장입니다.
PC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2000년대 한국에서 가장 인 기 있었던 게임입니다.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카운 터스트라이크, 디아블로 등의 국내외 게임이 PC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죠. 이 중에서 국내 게임회사들이 강했던 부분은 온라인 기능을 전면에 내건 MMORPG(다중 접속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엔 씨소프트사의 리니지는 게임 하나로 지금까지 몇백조 원의 돈을 벌게 해 준 효자 상품입니다.
-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미르' 글로벌 버전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게임 내 아이템을 가상화폐로 교환하고 이를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현금화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지요.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플레이 투언play to carn (P2E) 비즈니스 모델이 미르4 글로벌 버전에 안착함 에 따라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플랫폼 및 서비스도 주목받기 시작 했습니다. 마르4'는 동시 접속자 수 80만을 돌파하고, 유럽과 북 미 등 전 세계 152개 서버에서 운영 중입니다. 게임 유저들은 게 임 캐릭터를 NFT로 발행해 거래할 수 있고 게임 속 아이템인 흑 연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가상화폐로 바꿀 수 있지요.
- 위메이드는 이 게임의 대성공이 전적으로 NFT 덕분이라고 봅니다. NFT 경매 플랫폼 ‘위믹스 옥션’이 대표적인 NFT 서비스입니다. NFT화된 디지털 콘텐츠를 위믹스 옥션에서 경매에 부쳐 판매하는 거래 중개 플랫폼으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의 일러스트, 신일숙 작가의 만화 『리니지』첫 컷, MBC 아나운서들의 훈민정음 해례본 낭독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아트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김동민 위메이드 신사업팀장은 「블로터」라는 웹진과의 인터뷰에서 NFT의 수익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크리에이터 관점에서 보면 '전업 작가' 라는 개념이 생길 것 같 다. 조금 더 발전하면 전업 작가를 넘어선 ‘유틸리티 NFT 제작자' 라는 개념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스타 플레이어 작가도 등장할 것이다. 위믹스 오션은 NFT 소비재를 적극 발굴하고 있는데 브랜 드 컬래버레이션이나 사진, 예술, 방송 분야에서 NFT화할 수 있 는 소재를 코디네이팅하는 기획사도 생길 수 있다. 유틸리티 NFT 제작자는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미술품 소유권, 부동산, 디지털 콘텐츠 등 많은 분야에서 NFT를 활용하는 모습 이다. 이를 기술적으로 담당하는 직군들은 현재 IT업계의 개발자.. 마케터, 디자이너, 기획자 직군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 NFT는 희소성과 관련해 디지털 세계에서 등기권만 확보해 주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직업과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가능성이 이처럼 큽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라면 그만큼 사회적 으로 비판을 덜 받을 수 있습니다. 위메이드를 비롯해 NFT 게임 회사들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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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 오랫동안 연재된 새뮤얼슨과 프리드먼의 칼럼은 모아 놓으면 경제 현황과 미래 전망에 대한 하나의 긴 논쟁이 된다. 이들의 칼럼은 대중이 경제를 이해하는 방식에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새뮤얼슨과 프리드먼이 서로에게 너그럽고 예의 바르지 않았다면 논쟁이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둘은 사상적으로는 적이었지만, 사적으로는 친구였다. 다만 사상의 차이를 반영하듯 사고방식이나 글 쓰는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다. 새뮤얼슨 의 글은 그의 평소 성격과는 차이가 있었다. 글에서 그는 이미 명망 이 높고 성공한 학자답게 때로는 상대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여유 있게 도전을 받아넘겼다. 반대로 프리드먼은 끄떡없는 상대방에 맞서 점수를 내기 위해 길거리 싸움꾼처럼 주먹을 날려댔다. 또, 프리드먼은 옹호나 비평을 통해 당대에 벌어진 사건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정치적 글을 쓴 반면, 새뮤얼슨은 한때의 논쟁에 일일이 개입하기보다는 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글을 썼다.
프리드먼은 뉴스위크 칼럼이 성공한 원인으로 두 사람 사이의 애정과 존경심을 꼽았다. “정책에 대한 의견은 완전히 다를 때가 많지만, 폴과 나는 좋은 친구다. 우리는 서로의 능력과 경제학에 한 기여를 존경한다.  새뮤얼슨 또한 프리드먼에게 보낸 편지에서 같 은 취지로 말했다. “우리가 의견이 갈리는 때가 많기는 하지만, 논리 적·실증적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는 근본적인 지점에서는 서로를 이해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좋겠어. 그동안 서로를 향한 애정과 우정, 존경심을 꽤 잘 감춰 왔다는 걸 말이야."
- 1951년 새뮤얼슨은 고전 경제학과 신(케인스) 경제학을 융합한 독 창적인 이론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자연적 경기 변동에 대응해 실업률을 최소화하려면 어떤 정책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다룬 논문 「현대 재정 정책의 원칙과 규칙: 신고전파 종합Principles and Rules in Modern Fiscal Policy: A Neo-Classical Formulation」에서 그는 뉴딜 시절 공공일자리 프로그램의 효과가 과대평가된 반면 감세 정책의 경기 부양효과는 과소평가됐다고 주장했다. 경기 변동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공공 지출 정책과 조세 정책을 적절히 조합해 써야 한다는 것이 새 뮤얼슨의 결론이었다. 다만 그는 화폐의 역할이나 중앙은행의 통화 량 조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가 (포드의 첫 번째 양산형 자동차 모델T'에 빗대어) “케인스주의 모델 T46라고 이름 붙인 이 시기의 새뮤얼슨 이론에서 통화는 중요하지 않았다. 통화 이론(경제 내 통화량이 물가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배재하기로 한 새뮤얼슨의 결정은 그가 통화주의자 프리드먼과 의견 차이 를 보이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
- 새뮤얼슨은 케인스주의를 종교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맹목적으로 케인스를 신봉하는 동료들을 비판했다. 자신이 어떤 학파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제 자신을 포스트케인스주의자post-Keynesian 로 분류합니다. 1936년의 초 기 케인스주의 Model A Keynesianism는 이제 구식이 되었죠. 물론 당시 에는 최신식이었지만요.”63 새뮤얼슨은 언제든 스승인 케인스를 비 판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케임브리지 서커스 앞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1983년 그는 케인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케인스학파 모임에 참석했다. 그날 있었던 일 에 대해 새뮤얼슨은 이렇게 말했다. “모두 그 자리에 참석했어요. 다 들 일어서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는 여전히 독실한 케인스주의자입니다. 아직도 진심으로 그를 믿습니다. 저는 좀 무례했죠. 이렇게 말했거든요. 당신들을 보니 충성 맹세를 하는 나치 당원들이 생각납니다. 케인스주의는 종교가 아닙니다. 분석 방법일 뿐입니 다. 저는 여전히 케인스주의자지만, 10년 전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로서 케인스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제 생각에 그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를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입니다. 다른 두 명의 이름을 알려 달라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 그리고 레옹 발라스Leon Walras죠."
새뮤얼슨의 유연한 시각은 어쩌면 자신의 지적 능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한 가지 사고방식만을 고집했던 프리드먼이나 하이에크 같은 학자들과는 달리 새뮤얼슨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사고가 유연했다. 언젠가 그는 프리드먼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전에 했던 말을 철회해야겠어.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말을 바꾸는 걸 무척 싫어하지만, 잘못된 시각을 고집하는 게 더 싫거든. 그러니 어쩔 수 없지." 나중에 그는 프리드먼에게 이렇게 말 하기도 했다. “내가 10년 전에 쓴 논문 중에 지금의 내 시각을 대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 이런 면에서 새뮤얼슨은 케인스와 닮아 있었다. 누군가 케인스에게 의견이 왜 바뀌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들은 정보가 달라졌으니 의견을 바꿀 수밖에요. 경께 선 그렇게 하지 않으십니까?” 
- 1960년, 프리드먼은 안나 슈워츠와 함께 100년에 걸친 미국의 화폐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그 결과물인 미국 화폐사는 대공황의 발생 원인에 대한 당시의 통념을 뒤집는 책이었다. 이전까지는 돈이 너무 많이 풀렸는데 상품과 주식은 너무 적다 보니 상품과 주식의 가격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았고 그로 인해 주식 시장에 형성된 거품이 1929년에 꺼지면서 대공황이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프리드먼과 슈워츠는 금융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끝에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렸 다. 이들은 연준이 이자율을 올리면서 통화량이 감소했고 그 결과 은행이 줄줄이 도산해 금융 시스템이 얼어붙었으며 이에 주식 시장 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시장이 무너져 내렸다는 설명을 내놓 았다. 이 책은 모두가 옳다고 믿던 틀린 사실을 바로잡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프리드먼과 슈워츠는 연준의 통화량 관리 실패가 경제의 향방을 가르는 데 무엇보다 더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 했다. 이는 오랫동안 부정되어 온 화폐 수량설quantity theory of money 에 기초한 주장이었다. 화폐 수량설에 따르면, 이자율을 내려 돈을 빌리기 쉽게 만들면 시중에 돈의 양이 늘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진 다. 반대로 이자율을 올려 돈의 유통량을 줄이면 시간이 지나도 돈 의 가치가 유지된다. 프리드먼과 슈워츠는 『미국 화폐사』를 통해 오랫동안 잊혀 있던 화폐 수량설을 '통화주의'라 불리게 될 사조로 부활시켰다.
- 프리드먼과 새뮤얼슨의 칼럼은 단순히 당대에 벌어진 사건을 각자의 관점으로 해석한 글이 아니라 더 큰 문제가 걸려 있는 싸움 이었고 두 사람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이에크를 중심으로 한 고전 경제학자들과 케인스의 대결은 케인스가 『일반 이론』을 발 표하면서 케인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새뮤얼 슨과 프리드먼이 맞붙었을 때 케인스학파의 패권은 도전받고 있었 다. 프리드먼은 이렇게 말했다. “비전문가의 눈에 경제학자들은 절 대 서로에게 동의하지 않고 걸핏하면 싸우기만 하는 종족으로 비칠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는 일리가 있다. 예를 들어 폴 새뮤얼슨과 나는 자주 공공 정책을 놓고 공개적으로 심하게 다툰다. ....... 경제학자들 사이에 서 공공 정책에 대한 의견이 나눌 때, 상대가 경제적 분석을 제대로 했는지를 놓고 다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보다는 수치의 크고 작음 을 판단하는 기준이나 추구해야 하는 목표, 고려해야 할 기간, 정치적 고려 사항 같은 경제 외적인 부분에서 의견이 갈린다.
새뮤얼슨도 이에 동의했다. 의견 대립은 지식인의 삶을 흥미롭 게 만드는 요소였고, 상대에 대한 개인적 감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 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프리드먼 교수는 능력 있는 학자이자 자유주의 보수 경제학의 강력한 대변인이다. 또, 나의 오랜 친구이기도하다. 하지만 보수주의의 주장을 꽤 많이 들었음에도 나의 진보적 성향은 변하지 않았다. 진리를 찾는 독자들에게 새뮤얼슨이 한 답 은 다음과 같았다. “제가 생각하는 진리란 《뉴스위크》에 칼럼을 쓰 는 경제학자 세 명 중 두 명이 동의하는 것입니다.”6 새뮤얼슨은 자 신이나 프리드먼의 시각에 격한 반감을 드러내는 독자들에게 진정 하라고 당부했다. “오늘 《뉴스위크》에서 읽은 경제학 칼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한 주만 더 기다려 보기를 바란다. 또 다른 입장의, 어쩌면 더 좋은 글이 실릴 테니까.
- 매주 연재되는 칼럼에서 학술적인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점은 프리드먼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프리드먼은 어려운 경제 이론을 제쳐 두고 평범한 사람이 겪을 만한 일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었다. 일부러 쉬운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화폐와 경제에 대한 그의 이론이 그만큼 직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통화량을 예로 들어 보자. 상품 은 적은데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 많아지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다.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풀면 잠깐은 풍족할지 몰라도 곧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거라는 프리드먼의 주장은 직관적 으로 일리 있게 들렸다. 하지만 새뮤얼슨은 국가 경제는 가정 경제 와 달라서 국가 경제를 가정 경제와 똑같이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 해야만 했다.
- 새뮤얼슨은 프리드먼의 효율적이고 강력한 논쟁 기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프리드먼과 얼굴을 맞대고 논쟁할 때마다 “마음속 깊이 두려움을 느꼈다" 고 고백했다. 게다가 프리드먼에게는 논쟁의 내용이 어떻든 자신이 이긴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나중에 기록을 보고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기면 제가 이긴 게 확실히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청중 앞에서 저는 언제나 엘리트일 뿐이고 승자는 프리드먼이죠.” 그러니 조지 슐츠George Shultz가 이렇게 말한 것도 당연했다. “모두 밀턴 과 논쟁하고 싶어 합니다. 특히 밀턴이 그 자리에 없을 때요.”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샘 브리턴sam Brittan 은 주류에 저항하는 프리 드먼의 솔직함과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그의 의견에 설득력을 더 하는 요소는 그가 많은 사람이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워하는 불편한 진실을 기꺼이 내뱉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 고 경제적 올바름을 내세우는 다수에 맞서 그 불편한 진실을 옹호 한다. "
- 케인스와의 논쟁에서 하이에크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강조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해 시장의 자유로운 작동을 왜곡” 하면 “가용 자원 중 일부가 엉뚱한 곳에 사용되면서 경제를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여 확실하고 지속적인 균 형이 달성되는 시기가 또 한 번 늦춰질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 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그러므로 항구적으로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하는 유일한 방법은(위기 상황이든 위기가 지나고 난 뒤든) 인위적 자극을 주지 않고 시간이 생산 구조를 가용 자본에 맞춰 서서히 재편해 나가도록 둠으로써 상처가 영구적으로 아물게 하는 것이다. 
- 하이에크를 비롯한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자율을 낮추면 훗날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믿었다. 이들의 논리는 이랬다. 이자율을 낮추면 저축과 투자의 자연 균형'이 깨진다. 인위적으로 돈의 값어치를 낮추어 기계 등 불필요한 자본재가 팔리게 되면 저축과 투자의 관계가 빠르게 균형 을 벗어난다.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중앙은행의 정책은 이자율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해 경제를 혼란과 침체로 몰아갈 뿐이다.
- 자유 시장을 둘러싼 논쟁
프리드먼은 자신이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유 시장을 옹호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장 경제학자들은 자유 시장이 가장 효율적 인 경제 체제라고 생각해서 자유 시장을 옹호했지만, 프리드먼에게 경제적 효율성은 그저 덤으로 주어지는 것에 불과했다. 그는 이렇 게 적었다. “사유 재산권은 경제의 효율을 높여서가 아니라 자유를 지켜 주기 때문에 정당하다. 효율성은 우연의 산물은 아니지만, 기분 좋은 부산물일 뿐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부산물이기는 하다. 부를 창출해 내지 못했다면 자유도 살아남지 못했을 테니까.”
새뮤얼슨은 '자유'와 제한 없는 사유 재산권을 동일시하는 프 리드먼의 생각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는 말했다. “인권이 확장될수록 재산권은 축소된다.  새뮤얼슨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일부 집단에 손해를 입히는 것처럼 제한 없는 시장에도 승자 와 패자는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원하는 것을 살 자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가격을 기준으로 상품이 배분되는 자유 시장에서 돈이 없는 사람은 물건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시장에서 교육 서비스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될 경우,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시장이 개인에게 주는 '자유'는 현실에 없는 추상적 개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프리드먼과 하이에크 같은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결정한 가격(판매자들과 구매자들 사이의 상호 합의에 따라 정해 진 금액)이 언제나 도덕적으로 옳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장이 가 격에 모든 참여자의 의사를 반영해 최대 공동선을 달성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새뮤얼슨은 가격을 단순히 희소한 상품을 배분하는 한 가지 방식으로 보았을 뿐, 가격에 도덕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실제로 사람의 행동이 반영되어 가격이 오르내리기보다는 오히려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는 경우가 더 많다. 새뮤얼슨은 프리드먼의 말을 뒤집어 이렇게 말 했다. “자유 지상주의자들은 가격 체제도 일종의 강제일 수밖에 없 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 새뮤얼슨은 거시 경제학은 미시 경제학과 다르다는 일관된 논 리로 자유 시장주의자를 비판했다. 시장 경제학자들은 주로 특정 사례를 일반적인 이론으로 발전시키는 미시 경제학적 방법을 사용 해 기업이나 가계의 경험을 경제 전반의 진리로 확장했다. 하지만 새뮤얼슨은 경제학, 그중에서도 특히 거시 경제학의 근본 논리는 가계나 기업의 재무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보았다.
경제학의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학문적 특성은 개인에게는 참인 명 제가 사회에 적용하면 대부분 거짓이고, 사회 전체로 보면 참인 명제 가 개인에게 적용하면 대개 거짓이라는 것이다. 각 개인은 자신이 사 는 물건의 가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가격을 결정하 는 것은 바로 그 개인들의 모임이다.
- 『미국 화폐사』의 마지막 장은 1920년부터 1940년까지의 미국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10년 동안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고 미국인들은 광란의 1920년대를 즐기며 생각 없이 사치를 누렸다. 하지만 계속된 호황 끝에 1929년 주식 시장이 붕괴하면서 충격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경제가 멈추고 현금이 부족해지자, 은행은 대출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많은 은행이 영원히 문을 닫았고 부는 사라져 버렸다. 파산한 투자자들이 연이어 자살했다. 1930년대 대공황은 세계를 빈곤으로 몰아넣고 수많은 사 람을 실업자로 만들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케인스와 그 제자들이 제시한 설명은 간단했다. 사고팔 물건은 적은데 돈은 너무 많아서 주식과 가격에 거품이 끼었고 1929년 10월 29일 그 거품이 장렬하게 터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리드먼과 슈워츠 가 내놓은 결론은 전혀 달랐다. 이들은 지나치게 과열된 시장이 대 공황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연준이 달러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아 서 대공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연준이 이자율을 내려 고질적 유동성 부족 현상을 해결했더라면 기업과 은행의 부도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프리드먼과 슈워츠에 따르면 연준은 1920년에 할인율을 높였고 주식 시장이 붕괴하고 2년 뒤인 1931년에 다시 한번 할인율을 인상했으며, 1937년에는 지급 준비율을 높였다. 이들은 이러한 연준의 조치가 다른 연방 정부 정책과 함께 1937년 ‘루스벨트 침체Roosevelt Recession’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먼과 슈워츠는 이 세 번의 금리 인상이 근 100년 동안 가장 급격한 통화량 수축으 로 이어졌고, 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때마다 산업 생산도 급감했다. 고 밝혔다. 세 차례 금리 인상을 하는 동안 산업 생산은 각각 30%, 24%, 34%씩 대폭 줄어들었다. 프리드먼은 대공황의 원인이 통화 량 수축에 있음을 고려하면 대공황이라는 이름보다는 대수축Great Contraction 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는 말을 덧붙였다.
『미국 화폐사는 즉시 고전이 되었다. 이 책에서 프리드먼과 슈워츠가 택한 접근 방식은 매우 과학적이었다. 이들은 화폐 수량 설이 옳다는 가설을 세운 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과거 통화량이 변할 때마다 예측대로 사건이 일어났는지 관찰하는 방식으로 가설을 검증했다. 케인스처럼 직관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큰 노력을 들여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경험적 증거를 해석해 도출한 결과였기 에 많은 경제학자와 경제사학자들은 이들이 대공황의 진짜 원인을 밝혔다고 인정했다. 이 연구로 프리드먼은 화폐 수량설을 부활시키 는 동시에 화폐 수량설이 경제의 변화를 예측하는 유효한 도구임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화폐사』는 프리드먼과 새뮤얼슨이 연구할 때 사용하는 접근 방식의 차이를 잘 보여 준다. 새뮤얼슨은 케인스와 마찬가지 로 직관을 중시했다. 새뮤얼슨이 쓴 수많은 논문은 거의 다 자신이 추측한 바를 밝힌 뒤, 수식을 전개해 그 추측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반면 프리드먼은 타당해 보이는 가설을 제시한 뒤, 장기간의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가설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실제 데이터를 사용해 주장을 검증하는 프리드먼의 방식에 더 신뢰를 느낄 수도 있지만, 새뮤얼슨과 케인스의 접근법 또한 물리학과 사회과학에서 매우 자주 사용된다. DNA의 이중 나선 구조부터 핵분열의 결과, 지동설, 중력까지 많은 중요한 발견은 실험이 아닌 추론의 산물이다. 과학에서 추론을 통해 이론을 확립한 지 한참이 지난 후에 실험을 통해 이론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는 경우는 무척 흔하다. 새뮤얼슨은 새로운 발견을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데이터와 씨름하기보다는 직관을 사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프리드먼과 슈워츠에게 통화 연구를 제안한 인물인 아서 번스Arthur Burn32에게 새뮤얼슨은 이렇게 말했다. 경제 를 예측하는 데는 “컴퓨터가 하는 회귀분석”보다 “마음이 하는 회귀 분석"이 더 뛰어납니다. 누군가 “당신을 컴퓨터로 대체하려면 얼마 나 걸릴까요?" 라고 묻자, 새뮤얼슨은 이렇게 답했다. “100만 년 안 에는 어림도 없습니다. 
- 오랫동안 케인스주의자들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수요가 증가 한 결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믿었다. 케인스의 이론으로는 경기가 침체됐는데도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원인을 설명할 수 없 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면서 케인스주의자들은 자신감을 잃었다. 한편 오랫동안 정부가 경제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시장에 부자연스러운 왜곡이 발생한다고 주장해 온 비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 은 정부가 케인스의 처방에 따라 장기간 지나치게 경제에 개입한 결과로 시장 경제의 자연스러운 자기 규제 기능이 약해지면서 스태 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믿었다.
새뮤얼슨은 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는지 설명할 수 없었 다. 그는 “케인스 경제학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을 설명할 이론이 없다”고 인정했다. 전후 경제의 이론과 실제를 지배해 온 케인스주의가 처음으로 약점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나중에 새뮤얼슨 은 이렇게 회상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당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케인스주의의 관에 대못을 박았다."
새뮤얼슨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원인이 통화량이 지나 치게 많아서가 아니라, 유권자의 상반된 요구 때문이라고 설명했 다. “스태그플레이션 문제의 근본 원인은 현대의 혼합 경제 체제가 온정적이라는 데 있다.” 케인스 이전에는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과거에는 경기가 나빠지면 일자리가 줄어들고(새뮤얼슨은 이를 “고전 자본주의의 잔학 행위"로 꼽았다), 일자리가 줄어 임금이 낮아지면 고용주들이 다시 사람을 뽑으면서 경제가 다시 회복되었다. 하지만 케인스 이후 과거의 시장 경제가 '혼합 경제 체제'로 바뀌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실업률을 최소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실업의 위협이 줄면서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고용주가 고객에게 임금 인상분을 전가하면서 물가가 올랐다는 것이 새뮤얼슨의 설명이었다. 
- 새뮤얼슨은 프리드먼을 외톨이 비주류 경제학자로 그리고 싶어 했지만, 프리드먼의 주장이 경제학을 바꾸고 정부가 침체기에 경기 부양을 위해 지출을 늘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새뮤얼슨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전 세계 경제 학자들이 밀턴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려 노력하고 있지만(나는 그 들의 위치를 지도 위에 점으로 표시할 수도 있다), 어느 시점이 되면 누 군가는 밀턴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영향 력이라고 부른다."57 새뮤얼슨의 말대로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는 현 실에서 실패했지만, 프리드먼의 반정부적 주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힘을 얻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공공 프로그램에 돈을 지출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면서, 감세가 정부 지출의 정치적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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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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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 생겨날 일자리보다 사라진 일자리를 떠올리는 게 언제나 더 쉽다는 점에서 우리의 상상력은 아직 부족하다. 1800년대에도 그랬 고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그렇다. 어떤 새로운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신기술은 제조나 운송 분야에서 계속 일자리 손실을 초래하겠지만, 새로운 직업이 다른 어느 분야에서 생겨 날지 누가 알겠는가?
배달 드론이 배달 기사를 필요 없는 직업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인 건비 절감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는 더 저렴한 운송 서비스 혜택으로 연결된다는 사실도 간과하면 안 된다. 불필요한 지출이 줄어들면 실 소득이 늘어난다. 배달 차량이 사라져 도로 사정도 한층 쾌적해질 테니 좋은 자전거를 사는 데 돈을 쓰게 될 것이다. 나아가 수익성이 매우 높은 거대 기술 기업들에 적절히 세금을 부과하고 그 세금을 복지 에 사용한다면 우리 모두 그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 미국 경제는 1900년 초에 크게 성장했다. 동시에 이 시기는 미국 이민자들이 대거 늘어난 때이기도 했다. 1900년에서 1920년까지 무려 1,453만명의 이민자가 미국으로 건너왔다. 물론 이들은 기존 현지인들의 일 자리 일부를 취했을 것이다. 그래서 현지인들이 이들 이주 노동자에 게 밀려나 실업자로 전락했을까? 아니다. 미국의 실업률은 이 시기에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했다. 1900년에 실업률은 5퍼센트였다. 1920년에는 4퍼센트로 더 낮아졌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실질 임금은 올랐다.
달리 말하면 이 대량 이주 시기는 현지인들의 일자리가 이주 노동 자들에게 잠식당하는 원인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 성장을 촉진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며, 급속히 성장하는 경제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임금이 오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량 이주가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통계는 많다. 그런데도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믿음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대량 실업 사태가 벌어진 상황일 때 그렇다. 경제가 침체 국면이라서 현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 상태인 경우다. 이 시기에는 대량 이주가 발생해도 여전히 높은 실업률이 지속된다. 현지 노동자들은 실업자로 있는데 이민자들은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기꺼이 낮은 임금으로 일할 의사가 있기에 그럴 것이다. 어쨌든 이 경우 어떤 사람들은 이민자들이 실업 위기를 악화시킨다고 인식할 수 있다.
- 깨진 유리창 오류는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Frédéric Bastiat, 1801~1850)가 처음 소개했다. 그는 말년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Ce qu'on voit et ce quion ne voit pas)>이라는 제목의 영향력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제1장 깨진 유리창(La vitre cassée)’에서 그는 유리창을 깨뜨린 아들 때문에 화가 난 가게 주인의 사례를 든다. 유리창을 교체하는 비용이 6프랑(Franc)이라면 유리공은 6프랑 을 벌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 아들의 실수가 경제 활동을 촉진한 셈이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아들이 유리 창을 깨지 않았다면 가게 주인은 새 구두나 책을 사는 데 6프랑을 썼 을지도 모른다. 바스티아는 이 '보이지 않는 것'을 봐야 한다고 지적 한다. 다름 아닌 기회비용'이다.
- 사태가 벌어지고 난 뒤 정신을 차리고, 그때부터 결과의 원인을 찾기란 언제나 쉽다. 1637년 튤립 거품이 꺼지고서야 사람들은 튤립 구근이 왜 비싸야 했는지 물었다. 1929년 10월 월스트리트 대폭락(Wall Street Crash)을 겪고서야 주가수익비율(Price to Earnings Ratio, PER)이 오랫동안 평균 이상으로 상승한 이유를 찾았다. 2007~2008년 금융위기가 있고서야 은행이 왜 단기 차입으로 돈을 빌려줬는지 물었다. 거품의 한복판에 서고 나서야 늘 손쉬운 답변을 내놓는다.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1953~)와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 1955~)는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에서 인간의 단기적 기억과 근시안적 이해가 계속해서 거품을 재발하게 만들고 같은 종류의 금융 위기를 초래한다고 풀이한다.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징후가 매번 있었는데도 '이번엔 다르다는 착각에 빠져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다음에 누군가가 “이번엔 달라요” 하면서 유혹한다면 소중한 돈을 몽땅 잃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 인플레이션을 이용해 정부 부채의 가치를 줄이는 꼼수는 한두 번은 가능해도 반복해서 쓰기에는 부작용이 더 많다. 어떤 나라가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면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상쇄할 만큼 높은 채권 이자가 제공되지 않는 한 해당 국가의 국채를 매입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부작용에도 큰 부채에 직면한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이용해 부채의 실질 가치를 낮출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워한다.
- 인플레이션은 '정치적 곤경의 돌파구로도 악용된다. 특히 집권 정부가 선거 직전 환심성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역이용한 성장을 추구 할 수 있다. 일시적 인기라도 아쉬운 정부는 통화 및 재정 확장 정책 을 펼치게 된다. 여기에는 당연히 금리와 세금 인하가 포함된다. 낮은 금리로 대출자와 주택 소유자는 더 많은 가처분 소득을 확보한다. 기 분이 좋아지면 지출을 늘릴 것이다. 이렇게 시중에 돈이 돌면 경제 성 장률 증가와 실업률 감소로 이어진다. 유권자들이 정부의 경제 성과 를 체감하게 만드는 방식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억지로 경기를 부양시키는 이런 정책은 인위적 인 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면 기업은 가격 인상으로 대응한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노동자는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한다.
- 짧은 기간에는 물가 상승률보다 경제 성장 지수가 눈에 더 잘 띈다. 정부가 전략을 잘 짜서 시기만 제대로 맞추 면 인플레이션 꼼수를 눈치채지 못한 유권자들의 환심을 얻어 재선에 성공할 것이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단기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에 이 시점에 서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 선거가 끝나고 머지않아 금리 는 다시 오르고 경기는 호황에서 불황으로 접어든다. 이와 같은 경기 순환을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고 해서 '스톱 고(stop-go)'라고도 부른다. 단기 부양책으로 경제가 잠재력 이상 성장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다시 정지시킨다. 실제로 일부 서구 경제는 전후 기간 이런 호황과 불황의 경기 순환을 경험했으며, 정치인들이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더 높은 경제 성장을 추구하려 는 정치적 동기는 항상 있었으며,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면 언제나 문제가 발생했다.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데 인플레이션이 거듭 악용되자 선출직 정치 인으로부터 비선출 중앙은행 총재에게 인플레이션 통제권이 넘어갔 다. EU에서 통화 정책은 인플레이션 2퍼센트 미만 유지를 목표로 하 는 유럽중앙은행이 관리한다.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통제하면 초 과 수요가 초래하는 수요 견인(demand pull)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작 아진다. 중앙은행에는 선거에서 이겨야 할 일이 없으므로 정치적 편의를 위해 인플레이션을 유도할 까닭도 없다. 그래도 단점이 있다면, 그 밖의 중요한 정책 역시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한 막강한 권한을 가 진 중앙은행이 시행한다는 것이다.
- 이렇듯 통화 약세(평가절하)는 경제 성장에 여러 이점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모든 나라가 앞다퉈 평가절하를 해야 할 텐데 그러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섣부르게 통화 약세를 추구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수입품은 더 비싸지고 생활비는 올라간다. 석유나 식량 같 은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의 경우 더 큰 문제가 된다.
둘째, 단기 효과만 볼 수 있을 뿐 장기 부양책은 될 수 없기 때문이 다. 낮은 환율 덕분에 처음에는 어느 정도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가격이 다시 오르면 손익이 역전된다.
셋째, 평가절하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통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자국 화폐가 있어야 하며, 자국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릴 상대국 화폐도 있어야 한다. 미국 달러를 중국 위안화에 대해 평가절 하한다고 해보자. 미국은 일시적으로 대중 무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지만 중국 또한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미국에 빼앗긴 경쟁 우 위를 되찾기 위해 중국도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대응할 것이다. 그 결 과 미국과 중국이 서로 더 싸게 수출하려는 이른바 '경쟁적 평가절하(competitive devaluation)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상황은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이다. 어떤 통화의 평가절하는 다른 통화의 평가절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거지가 되고 싶은 이웃(국가)은 없다.
- 케인스주의를 비판하는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언제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공식 통계가 경기 침체를 나타낼 즈음은 개입을 시도하기에 늦은 시점이라는 얘기다. 정부 정책이 적용되기까지 시차가 있으므로, 정부 지출로 효과가 나타날 무렵이 면 이미 경제가 회복해 되레 민간 부문에 해를 끼치는 '크라우딩 아웃(crowding out)'이 일어날 수 있다. '크라우딩 아웃'이란 정부가 국채를 대량 발행해 시중 자금을 흡수하면서 민간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 지출을 늘린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오 히려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셈이다.
이렇듯 경제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일은 의심할 여지없이 어렵다. 그렇지만 오늘날 대부분 경제학자는 경기 침체기에 민간 부문 지출 감소를 막으려면 정부 차입을 늘릴 필요성이 있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2009년 2월 미국 정부는 사회 기반 시설, 보건 및 교육, 실업 지원에 더 많은 지출을 포함하는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폴 크루그먼과 같은 일부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부가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했다면서 너무 소심하다고 비판했다.
- 모두가 경기 침체를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경제학은 GDP를 너무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소비 증가는 에너지 사용. 혼잡, 환경 오염 등으로 연결되므로, 생산성 향상이 경제와 복지에 언 제나 이롭지만은 않다. 경기 침체기에는 오염 수준이 낮아지고 환경 착취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우리 사회가 왜 그토록 GDP와 소득 극대화를 강조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질문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 오염 감소만 내세울 수는 없다. 현대 사회는 매우 복잡하다. 경기 침체가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거나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데 있다. 그렇기에 가장 이상적인 경제 정책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GDP 하락을 방지하고, 경기 변동 주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이다. 전체로 보면 늘어 난 통화량 덕에 경기 부양 효과가 있었지만, 그 혜택은 대부분 은행과 부유층에게 돌아갔다. 통화 공급이 증가하자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했지만, 그 밖의 경제 부문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일반 국민이 양적 완화로 이익을 본 사례도 거의 없었다. 통화 정책이 가진 태생적 한계이며, 그 효과는 매우 불평등하게 나타난다. 낮은 이자율은 대출자에게는 유리해도 저축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해가 될 수 있다. 양적 완화로 인한 통화 공급 증가는 자산 가격을 상승시켰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했다.
- 관세를 이용해 경제의 장기적 변화를 막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을 미룰 뿐이다. 어떤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도태 산업을 보호하면 상황 을 악화시키기만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기보다 관세의 보호를 받고자 로비에 전념하는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경쟁 수입품 관세 부과는 너무 막강해서 해당 산업계가 그 단 맛을 포기하기 어렵다. EU는 공동 농업 정책을 수립할 때 수많은 수입 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인상했다. 일단 관세를 설정하고 나면 조정하기가 정치적으로 매우 곤란해지기에 유로존 식품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 무역 전쟁의 또 다른 문제는 경제에 '불확실성'을 야기한다는 데 있다. 관세가 인상되고, 없던 관세가 생기고, 보복 관세가 부과되고, 거기에 또 관세로 맞서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다른 관세가 오르거나 부과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조성된다. 관세에 대한 두려움은 기업의 수출 역량 확대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게 만든다. 무역 전쟁 중 기업들은 낮은 관세로 수출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기에 투자를 줄이려고 한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관세 자체만큼이나 해롭다.
- 경제 이론은 보복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고 말한다. 관세를 부과하면 소비자의 경제적 후생 손실이 발 생하기 때문이다. 상대국이 우리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전 반적인 소비자 복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수입품 관세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면 단기적으로는 국내 수출업 체에 도움이 되고 정부에도 추가 수입이 생기지만, 이 두 가지 이익이 소비자 경제적 후생 손실분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무역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는 가격 상승으로 피해를 보게 될 국내 소비자다. 보복 관세는 국내 경제에 해를 끼친다. 수입품 관세를 유지해 소비자들에게 가격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 생활 수준 보장과 수요 관리 측면에서 더 바람직한 판단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의 경제 시스템에서 무역 적자는 다른 자본 유입을 통해 쉽게 충당할 수 있다.
- 탄소세를 항공편에 부과하는 방식의 항공세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채택한 개념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전 세계 민간항공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47년 발족한 UN(국제연합) 산하의 국제기구다.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고 가중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이른바 '탄소 배출권(certified emission reduction)'을 항공사가 구매해 당당히 사용하겠다는 것이 주된 채택 이유였다. 그러면 그 자금은 '탄소 상쇄(carbon offset)', 즉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산림 조성, 재생 에너지 시설, 온실가스 감축 시설 등에 쓰일 수 있다. 이렇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그대로 다시 흡수하는 시설을 전 세계적 으로 구축해 이산화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개념이 '탄소 중립(carbon neutral)'이다. 많은 항공사가 탄소 중립을 지키면서 사업을 영위해나갈 수 있다는 명분 아래 자발적으로 서명했다. 그러나 여러 환경 단체들은 여전히 '탄소 상쇄'에 회의적이다. 과연 이 프로젝트가 온실가스 배출을 정말로 상쇄할 수 있는지 그 여부를 알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방금 언급했듯이 탄소 배출권은 거래가 가능하다. 명목상으로는 탄소를 거래할 수 있는 권리이나, 돈을 내고 사는 것이기에 '탄소세'라고 불리는 것이다. 탄소 배출권 거래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EU의 경우 유로존에서 운항하는 모든 항공사가 배출량을 모니터링해 보고하며, 허용량을 탄소 배출권 구매를 통해 사용한다. 거래제를 도입한 까닭은, 시간이 지나면서 탄소 배출권 거래가 꾸준히 감소하면 온실가 스 배출량이 실제로 줄어들 테고, 행여 탄소 배출권 구매가 늘어서 온실가스가 증가하더라도 그렇게 확보한 탄소세 수입으로 환경 비용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노림수다.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에도 할당량이 있다. 할당 총량은 2021 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68년에는 아예 설정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 EU는 2068년까지 유로존 상공 운항을 탈탄소화(decarbonize)'할 계획이다. 항공 여행이 초래하는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가장 야심찬 계획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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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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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한 전세계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에 상상할 수 없을만큼 어마어마한 돈이 몰려들었다. 경제상황과는 무관하게 자산시장은 폭등했고, 월급으로는 결코 모을 수 없는 돈을 손에 쥐게 되는 사람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제 금리인상 및 양적긴축정책이 시작되었고, 인플레이션 위기가 거론되면서 주식시장은 약세에 접어든 상태다. 코인시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1억원을 바라본다던 비트코인도 수십 퍼센트 가치가 하락했고,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주목받던 테라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한순간에 큰 돈을 벌어보겠다던 젊은세대는 패닉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크게 보면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부의 불평등은 가파르게 심화되었다. 자본수익률이 노동수익류보다 높다면 불평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많은 사람이 효과적인 자산관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더 적은 자본수익률을 얻을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만 해도 인터넷 및 모바일 보급율이 높아 국민들이 휴대폰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데 큰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보면 세계인구의 1/3은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고있으며, 개도국 국민들의 20%는 저축대신 계모임을 이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금융소외자들에게 은행을 대신할 수 있는 핀테크 기술이 보급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혁명적 변화를 겪을 것이도, 빈부격차도 크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의 아이폰 등장을 기점으로 우리의 모든 생활은 디지털화, 모바일화가 대세다. 종이로 처리되던 것들이 디지털화가 되는 순간, 우리 생활은 무척이나 편리해 진다. 변화가 느리기로 유명한 공공분야까지도 디지털화의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심지어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이 책은 비교적 최근 등장한 개념인 핀테크 기술과 금융혁신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위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핀테크 기술을 활용하면 빈부격차 완화에 도움이 될 수 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금융의 민주화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핀테크 개념들은 신문기사나 뉴스 등에서 한번씩은 들어보았음직한 테마들이다. 하지만, 짤막짤막한 기사를 통해서는 핀테크나 벌어지고 있는 금융혁신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기는 어렵다. 이 책은 핀테크와 금융혁신에 대해 확실하게 개념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입문서다. 핀테크의 등장배경, 핀테크 활용사례, 금융포용과 경제성장의 문제, 가상화폐, 로보어드바이저 등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실제로 핀테크는 아래와 같은 7가지 이유로 경제성장에 따른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1. 신용대출 접근성 증가
2. 개인저축을 안전한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전환
3. 위험관리 방식의 개선
4. 정보비대칭 감소
5. 제품, 서비스 비용절감
6. 거래비용 절감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 핀테크 회사의 서비스는 기존 금융업계에 혁명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핀테크 기업의 발 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핀테크는 아직 초기 단계의 산업이다. 이들은 시장에 등 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규제가 까다롭지 않다. 느슨한 규제는 핀테크 기업을 더욱 민첩하게 만들고, 이들이 혁신 서비스를 쉽게 개발하는 제도적 요인이 되고 있다. 반면,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기업의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복잡한 규제를 받고 있어 혁신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핀테크 기업에는 지리적 한계가 없다. 대부분 전통적 은 행보다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으며, 더 넓은 지역에서 영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복잡한 금융거래를 단순화시키고, 누구나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인공 지능을 활용해 자산을 관리해 주는 로보어드바이저는 프라이빗 뱅킹PB과 같은 전문 자산관리 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한 다. 투자비용은 크게 줄어들고, 수준 높은 금융 서비스가 대중화 되는 것이다.
셋째, 핀테크 기업은 자세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는 핀테크 기업들이 전통적인 금융기관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다른 수수료(가격)를 부과할 수 있게 한다. 예 컨대 앤트파이낸셜은 '세서미 크레딧' 이라는 신용평가회사를 통 해 소비자들의 신용도를 평가한다. 세서미 크레딧은 개인의 신상정보, 금융 기록, 자산 내역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까지 파악하여 신용 등급을 산정한다. 이렇게 자세한 데이터를 사용하다 보니, 기존 금융기관보다 더 저렴한 대출금리를 제시할 수도 있다. 한 편, 어떤 보험회사들은 가입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제공하기도 한 다. 스마트워치를 통해 보험 가입자들의 운동 습관을 모니터링해 건강 상태가 양호한 보험 가입자에게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넷째, 핀테크는 동일한 금융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한다. 이들 회사의 필수 운영비용도 은행과 같은 대형 금융기관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훨씬 낮다.
어니스트Earnest, 렌딩클럽, 프로스퍼Prosper와 같은 핀테크 회사들 은 자기자본을 많이 소유할 필요도 없다. 자기자본으로 대출을 실 행하는 것이 아니라, 대출 플랫폼에 모여든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 앞으로 금융산업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구조와 유사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와 자동차 제조업체로 분화되었다. 일부 딜러들은 하나의 자동차 브랜드만을 판매하는 전속 딜러이지만, 다른 딜러들은 여러 브랜드의 자동차를 판매하기도 한다. 그런데 점차 여러 브랜드의 자동차를 판 매하는 딜러가 많아지자 자동차 판매업자들은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점점 독립하게 되었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가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핀테크는 판매를 담당하고, 은행은 금융상품을 제조하고 관리하는 '공장'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봐도, 과거 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공하지 못한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T&T 가 스카이프Skype를 출시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자Visa가 페이팔PayPal을 만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CNN도 트위터를 만들 수 있었다. 양자 모두 인상적인 한마디나 짧은 코멘트를 핵 심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인 GM이나 렌터카 업체인 허츠Hertz도 우버를 출시할 수 있었다. 메리어트 호 텔 역시 에어비앤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 주듯 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오늘날 금융 인프라를 짓누르고 있다. 이전의 패러다임 전환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이 승자와 패자를 만들 것이다.
- 밀레니얼 세대가 저축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논거도 있다. 우선, 이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금융위기를 겪은 세대라 저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둘째, 이들은 회사에서 기대할 것이 거의 없는 세대다. 이미 이들의 4분의 1 이상은 해고 되었다. 셋째, 밀레니얼 세대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가 어렵 다. 따라서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저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넷째, 주택가격이 너무 폭등했기 때문에 이들은 주택을 사기 위해 빚을 낼 필요가 없다. 지금 당장 집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저축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 핀테크의 불평등 해소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신용(대출) 접근성 증가: 핀테크를 통해 길가의 노점상을 포함한 영세기업, 중소기업도 신용(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빈곤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을 뜻한다.
2. 개인 저축을 안전한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전환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불안정하게 저축을 해야 했고, 급하게 돈이 필요할 경우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야 했다. 그러나 핀테크가 확산되면, 개인적인 저축 대신 핀테크가 제공하는 저축, 투자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이는 현금 경제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절도 혹은 사기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것이다.
3. 위험관리 방식의 개선: 저소득 가구나 영세기업의 위험관리 방식은 고소득 가구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사기나 절도를 당할 가능성이 큰 데다 보험처럼 위험을 관리할 수단도 없다. 핀테크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모두의 위험관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 며, 이를 위한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4. 정보 비대칭 감소: 개도국에서는 거래 중개인들이 많은 수수료를 떼어간다. 만약 핀테크가 거래 주체들에게 시장가격 정보를 직접 제공한다면 중개인들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 예컨대, 핀테크는 상하기 쉬운 농산물의 시장가격을 농부들에게 즉각적으로 알려주며, 부는 자신의 농산물을 기장 수익성 높은 시장에 배송 할 수도 있다. 동부의 입장에서는 농산물 보관비용을 줄이고, 기장 높은 시장가격으로 물건을 즉시 판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5제품 및 서비스 비용 절감: B2C, C2C 및 G2C 등과 같은 전자 상거래 방식은 그동안 시장에 접근할 수 없었던 소외 계층에게도 편리함과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거래가 촉진된다는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더 나은 경제적·사회적 결과를 낳는다.
6, 거래비용 절감: 모바일 머니를 사용하면, 은행 지점의 필요성 은 사라진다. 이는 매달 은행에 방문해야 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교통비를 절감시켜 주고 이는 많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생활비를 인출하는 데 드는 비용도 크게 줄여 줄 것이다.
- 모바일 결제 플레이어들의 3가지 유형
첫 번째 유형은 최근 애플페이, 구글페이, 삼성페이와 같은 새 로운 플레이어들로, 편의성과 속도를 강점으로 한다. 사용자들은 신용카드에 저장된 정보를 휴대전화에 저장한 뒤 결제 수단으로 사용한다. 다만, 이 방식은 기존의 가치사슬을 파괴시키지는 않는다. 기존의 결제 과정에 '휴대전화' 라는 새로운 중개자가 추가됐을 뿐이다. 이는 상인이 지불해야 할 수수료는 증가할 수 있지만, 소비자는 더 많은 편의를 누릴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자체 앱을 통해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매업체들이다. 이 방식 역시 기존의 중개 기관을 제거하거나 추가 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은 앱에 신용카드의 세부 정보를 미리 입력해 두고 결제 시마다 사용하기 때문에 애플페이나 구글페이에 신용카드 번호를 매번 붙여넣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 다. 이러한 종류의 앱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스타벅스 리워드 앱 이다. 이 앱은 2019년 미국 기준 회원 수가 1,630만 명에 달한다.
고객들은 앱에 기프트 카드를 저장해 결제할 수 있는데 이 앱에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도 있기 때문에 커피를 구매할 때 스마트폰을 통해 계산할 수도 있다. 커피체인 Coffee chain에 따르면 매장에서 매주 이루어지는 거래는 900만 건이며, 이 중 20%는 스마트폰을 통해 결제된다. 최근에는 식료품점에서도 모바일 결제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다국적 식료품 체인인 테스코 는 테스코페이+Tesco Pay를, 미국의 거대기업인 월마트는 월마트 페이를 출시했다. 테스코와 월마트는 모두 2011년에 스타벅스의 시스템을 따라서 앱을 출시한 것이다. 아마존고 Amazon Go는 고객 이 매장에서 상품을 선택한 후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매장에서 나가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결제는 오버헤드 카메라, 무게 센서, 스마트폰 결제 기술로 상품을 선택하는 순간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세 번째 유형의 결제 플레이어는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결제 앱이다. 신용카드 결제, 은행 계좌 관리, P2P 송금, 휴대폰결제, 버스 및 기차 티켓 구매, 음식 주문, 차량 호출, 보험, 신분 증 보관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중국의 알리페이와 위챗이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다각도의 방법으로 디지털 통화의 도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과 소비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지급준비금을 기반으로 하는 오늘날의 금융 시스템과 비교한다면 디지털 화폐 시스템의 장점은 무엇이 될까?
- 소비자 입장에서의 이점 
첫째, CBDC는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모든 개인정보를 저장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신원 도용의 문제, 상대방과의 불안전한 거래 (거래 상대방이 결제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옮긴이), 스팸메일 발송 등과 같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이 중개 기관이 포함된 결제 시스템은 너무 많은 개인정보를 은행과 같은 제3자에게 공 개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한다.
둘째, CBDC는 증권시장의 효율성을 높인다. 오늘날 증권의 청 산과 결제 프로세스는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분산원장 시스템은 증권의 청산 과정을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다. 시장 효율성이 증가하고 관련 비용은 감소하는 것 이다.
셋째, 디지털 화폐는 신흥 경제에서 좀 더 안정적인 통화가 될 수 있다. 현금의 경우 인플레이션 등으로 가치가 변동되지만, 디 지털 화폐는 실제 구매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수 있다. 디지털 화폐의 구매력을 물가와 연동시키는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목표치와 디지털 화폐의 명목가치 를 연동시키는 방법이 존재한다.
- 중앙은행 입장에서의 이점
2007~8년의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대부분 금 리를 인하했다. 은행들이 이렇게 마이너스까지 금리를 인하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돈을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금리 인하가 항상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낮더라도 상황에 따라 사람들은 현금을 지갑이나 금고에 쌓아 두기도 한다. 그러나 디지털 통화가 도입된다면 이렇게 현금을 쌓아 두기 만 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다. 애초에 모든 화폐가 디지털화되어 있으니 현금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위와 같은 현금 비축이 줄어든다면 경제 정책의 도구로서 통화 금리의 영향력은 커진다. 부작용 논란이 많은 양적 완화 같 은 비전통적 통화 정책에 의존할 이유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의 경기 안정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 디지털 통화는 은행 산업의 경쟁력도 향상시킨다. 현재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선호하는 디지털 화폐의 디자인은 '2 단계 발행방식 2-tier issuance' 이다. 오늘날의 화폐와 마찬가지로 화폐 의 발행은 중앙집중 방식으로 하되, 거래는 분권적으로 하는 모델 이다. 그러나 만약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고 이에 대해 이자도 직접 지급할 수 있게 되면, 금융 고객들은 시중은행보다 중앙은행 계좌를 선호할 수도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오늘날 금융 시스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예컨대 더 이상 은행의 파산이나 대량인출사태(뱅크런)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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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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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대예측

경제 2022. 6. 23. 21:51

- 세계 GDP 성장은 총계를 알려주는 척도이므로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 및 지역의 여러 현실을 숨긴다. 예를 들어 유럽, 라틴아메리카, 북아프리카는 실제 성장이 거의 0에 가깝다. 인접한 서유럽 또는 북유럽 국가를 경제적으로 따라잡아야 하는 중유럽 또는 동 유럽 국가로서는 그러한 저성장은 실망스럽다. 의욕적이고 교육 수준 이 높은 사람들은 고소득 국가에서 경제적 기회를 찾고자 하는 만큼 저성장으로 인해 인재 유출이 가속화되고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많 은 사람들이 중산층의 생활 방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데다 경제 적 안정을 제공하는 직업이나 사회보장 보험, 연금이 부족한 중동, 북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같은 지역도 마찬가지다.
- 성장률이 평균 이상인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같은 지역은 인구 성장률도 똑같이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연간 3%가 넘는 높은 성장률도 1인당 소득의 빠른 증가를 가져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몇 년 동아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저소득 또는 중하 소 득 국가로는 케냐,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가나가 있다. 하지만 설령 가까운 미래에 연간 5%씩 꾸준히 성장한다고 해도 이들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이 두 배가 되기까지는 한 세대(15~20년)가 걸릴 수 있다. (그것도 경제성장의 과실 대부분이 널리 공유된다고 가정할 때의 이야기로 현실은 그렇지않은 경우가 많다.)
- 1950년대에 경제학자로 연구를 계속하면서 쿠즈네츠는 흥미로운 현상을 이론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전후에 경제 호황이 이어지면서 미 국의 소득 불평등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미국이 주요 경제 대국이 되었으나 소득과 부가 소수의 손에 집중됐던 전쟁 전과 대조가 됐다. 정도는 덜했지만 다른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 1950년대에 경제학자로 연구를 계속하면서 쿠즈네츠는 흥미로운 현상을 이론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전후에 경제 호황이 이어지면서 미 국의 소득 불평등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미국이 주요 경제 대국이 되었으나 소득과 부가 소수의 손에 집중됐던 전쟁 전과 대조가 됐다. 정도는 덜했지만 다른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 아세안 국가들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앞서 중국이 했던 세계의 공장 역할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같은 국가는 임금이 대체로 중국보다 낮고, 중국 및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로 중 일부와 인접해 있어 전 세계 소비자에게 쉽게 수출할 수 있다. 이미 중 국, 미국, 유럽, 한국, 일본의 다국적 기업 수백 개가 이 지역에서 생산 을 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세 계 양대 경제 대국에 우호적인 중립 지역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에 진행 중인 무역 갈등으로 인한 관세를 피하고자 많은 기업이 생산 시설을 중국 외의 국가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무역 전쟁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아세안 국가들은 매력적인 대안으로 입증되었다. 이 점에서 베트남은 확실한 승자였다.
아세안 국가의 지속적인 긍정적 경제 전망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이유는 지역 통합과 기술 혁신의 조합에 있다. 아세안경제공동체는 유 럽연합 이후 가장 성공한 지역 경제 공동체이다. 역내무역이 늘고 통 합이 증대되고 있다. 또한 국내 기술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 인 비상장 기업을 지칭하는 용어)도 여러 개 만들어졌다. 싱가포르에 본 사를 둔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인 그랩Grab이 가장 유명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고젝Go-Jek, 토코페디아 Tokopedia, 트래블로카Traveloka, 싱가포르의 몇몇 스타트업, 베트남의 VNG, 필리핀의 레볼루션 프리크래프티드Revolution Precrafted 또한 (적어도 코로나19 위기 이전에는)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고 컨설팅 회사인 베인 앤드 컴퍼니는 말한다.
- 인류가 존재해 온 이래로 사람들은 상품을 거래해 왔다. 그러나 기원전 1세기 무렵에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사치 품들이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편인 로마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물건들은 훗날 실크로드로 알려지게 되는 길을 따라 수천 킬로미터를 운반되어 로마에 당도했다. 실크로드를 따라 거래하는 상인들은 한정 된 거리를 이동했지만, 그들이 사고판 물건들은 세계의 절반을 이동했다. 그렇다고 이때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일 반적으로 실크는 사치품이었고 아시아와 유럽 대륙 간 무역 품목으로 추가된 향신료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보면 이런 수출품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하지만 상품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까지 많은 중간상인이 관여했고 세계 무역 연결로가 확립되었으며 그 것은 관련자들에게는 노다지가 될 수 있었다.
실크로드가 번창할 수 있었던 부분적인 이유는 두 개의 거대한 제 국, 로마와 중국이 경로의 대부분을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무역이 중 단된 경우는 대부분 지역 적군의 봉쇄 때문이었다. 몇 세기 후 결국 실크로드가 폐쇄된 것은 전적으로 제국의 몰락과 연관이 있었다. 중세 후기에 마르코 폴로가 다시 실크로드를 열었던 것은 몽골이라는 새로운 패권 제국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무역은 국가의 보호를 받을 때 번성하고 보호받지 못할 때 쇠퇴하는 법이다.
무역의 다음 장은 이슬람 상인들 덕분에 열렸다. 7세기에 이슬람교 가 아랍의 심장부에서 사방으로 퍼졌을 때 무역도 확대되었다. 이슬람 교의 창시자인 예언자 마호메트는 상인으로 유명했으며 그의 아내 카디자Khadja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이유로 무역은 이 새로운 종교의 창시자와 추종자들의 DNA에 있었다. 그 덕분에 9세기 초에는 이슬람 무역상들이 이미 지중해와 인도양 무역을 지배했다. 그 후 그들은 동 쪽으로는 이슬람교도가 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인도네시아까지, 서쪽 으로는 스페인 무어 왕국까지 진출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세 이슬람 무역의 주력 상품은 향신료였다. 실크와 달리 향신료는 주로 해상 무역을 통해 거래되었으며 아라비아에서 지중해까지 육로 교역은 적었다. 이 향신료들 가운데 으뜸은 전설적인 향신료의 섬인 인도네시아의 말루쿠 제도에서 나는 클로브, 너트메그, 메이스였다. 그것들은 현지에서도 유럽에서도 몹시 비싸고 수요가 많았으며 주로 음식을 보존하고 양념하는 데 쓰였다. 실크처럼 향신료도 사치품이었으므로 교역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중세 시대 까지 세계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실크로드와 향신료 항로까지 동서 교역을 위한 일대일로 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가 확립되었다. (이 일대일로 개념은 수백 년 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철로, 항구, 파이프라인, 고 속도로, 디지털 연결을 통해 중국과 유럽, 아프리카, 중앙아시아를 더 잘 연결하려는 현대판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을 때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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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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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의 대체 효과와 보완 효과를 명확히 구별하면, 왜 지난날 기술적 실업을 걱정했던 불안이 거듭 빗나갔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두 근본적 인 힘이 부딪힐 때, 우리 조상들은 엉뚱한 쪽을 승자로 골랐다. 언제나 보완하는 힘을 깡그리 무시하거나 보완하는 힘이 대체하는 힘에 압도되리라고 잘못 상상했다. 데이비드 오터의 말대로, 사람들은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수준은 과장하고, 자동화와 인간 노동의 강력한 상 호 보완성은 무시하곤 했다. 그 결과, 계속 남아 있을 노동 수요를 거 듭 과소평가했다. 크게 볼 때 인간을 고용할 수요는 언제나 충분했다.  개별 기술에서도 이런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자동현금인출기를 생각해 보라. ATM은 은행 창구 직원의 현금 출납 업무를 없앨 셈으로 발명한 기계였다. 20세기 중반에는 셀프 주유소, 셀프 계산대, 사탕 자판기 같은 셀프서비스 문화가 경제생활 곳곳에 퍼졌고, ATM도 그 일부였다. 첫 ATM은 1960년대 중반에 일본에서 처음 설치되었다고 한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유럽에도 널리 퍼졌는데, 갈수록 힘이 세지는 노조가 주중에 일하는 고객들이 은행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인 토요일에 은행 문을 닫기를 요구하는 데 맞선 해결책이기도 했다. 미국에 서는 1980년대 후반에서 2010년 사이에 ATM 대수가 네 배 넘게 늘어 서, 2010년에는 40만 대가 넘는 ATM이 작동했다. 이런 증가세를 들으 면, 미국 은행이 고용한 창구 직원의 수가 뚝 떨어졌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이 시기에 창구 직원 수는 20퍼센트가 늘었다. 이 수수께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앞에서 다룬 두 힘을 이용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엿볼 수 있다. 답은 ATM이 단순히 창구 직원을 대체만 하지 않고 보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때로는 ATM이 창구 직원을 직접 보완하기도 했다. 창구 직원의 현금 출납 업무 생산성을 높이지는 않았지만, 직원들이 고객과 얼굴을 맞 대고 업무를 지원하거나 금융 지식을 전달하는 것 같은 다른 활동에 힘 을 쏟을 여유를 줬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은행 지점을 방문한 고객에게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더 많은 고객을 사로잡았다는 뜻이다. ATM 덕분에 지점 운영비도 줄었으므로, 은행은 가격 경쟁력이 더 높은 상품 을 내놓아 방문 고객을 더 끌어들일 수 있었다.
동시에 ATM은 창구 직원을 간접 보완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파이 확 대 효과가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무슨 뜻이냐면, 당시에 ATM과 무수한 다른 혁신이 경제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소득이 올랐고, 따라서 은행과 창구 직원을 찾는 수요가 커졌다. 파이 탈바꿈 효과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더 부유해졌으므로 고객의 요구가 그 저 은행 계좌에 돈을 넣고 찾아 쓰는 쪽에서 요즘 창구 직원들이 제공하 는 관계형 금융elationship-banking'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것이다.  이 모든 유용한 효과가 함께 작용한 결과, 일반 지점에 필요한 창구 직원의 수가 1988년 기준 20명에서 2004년 기준 13명으로 떨어졌지만 이 시기에 지점 수는 은행 서비스 수요 증가에 맞춰 늘어났고, 도시 지 역에서는 무려 43퍼센트까지 늘었다. 따라서 창구 직원의 일거리가 전체적으로 늘어났고, 이들의 수도 떨어지기는커녕 늘어났다.
- 1220 년에는 대학 학위가 드물었으므로, 이때 숙련 프리미엄은 장인의 임금 과 단순 육체노동자의 임금을 비교하여 측정했다. 그림 2.4에서 보듯이 길게 놓고 보면 숙련 프리미엄이 그림 2.3에서처럼 치솟는 양상을 보이 지 않는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이 장기 그래프로 보건대, 기술 변화가 실제로는 특정 시기에 숙련자로 여겼던 노동자에게 언제나 이로웠던 것 이 아니라, 시기에 따라 다른 직종의 노동자를 선호한 듯싶다. 19세기를 예로 들어 보자. 1장에서 봤듯이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을 때 일 터에 새로운 기계와 새로운 생산 과정이 도입되었으므로, 노동자가 맡을 업무도 새로워졌다. 그런데 이런 업무를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 람이 알고 보니 당시 숙련 기술이라고 여겼던 능력이 없던 사람들일 때 가 많았다. 따라서 이때 기술은 숙련에 편향하기는커녕 '비숙련에 편향했다.
산업혁명을 보여 주는 어느 유명한 그림은 밀물처럼 밀려드는 기계들 이 수많은 저숙련 노동자를 업무에서 밀어내는 모습을 그린다. 두 손과 간단한 연장만으로 실을 잣고 옷감을 짜서 생계를 꾸리던 사람들이 자 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거리를 잃는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은 이와 달랐다. 기계에 일자리를 위협받은 대상은 그때 숙련 노동자로 간주되 던 사람들이었다. 자동화에 맞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을 이끌었다는 네드 러드도 당시 미숙련공이 아닌 숙련 노동자였다. 만약 그가 실존 인물이라면, 네드는 전문가였을 것이다. 어쩌면 직물 업계 종사자들의 유명한 사교 클럽이던 직물직공 명예협회의 정식 회원이었을지도 모른다. 직조기가 네드와 동료들을 밀어냈다는 것은 네드와 달리 숙련 기술이 없던 미숙련자가 네드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새 기 계들은 과거에는 숙련 노동자들이 필요했던 고품질 제품을 미숙련자들 도 생산하기 쉽게 만들어, 노동을 탈숙련화deskilling한다.
영국에서는 1500년대 후반부터 1800년대 초반 사이에 미숙련 노동자의 비율이 두 배로 뛰었다. 이런 변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일찌감치 제조업자들에게 경영 자문을 했던 영향력 있는 인물 앤드류 유어 Andrew VP는 “약아빠진 노동자에게서 업무를 빼앗아 “아이도 관리할 만큼 사 용이 간단한 기계로 대체하라고 부르짖었다. (그냥 비유로 한 말이 아니었 다. 당시에는 아동 노동이 용인되는 관행이었다.) 경제사학자 조엘 모키어의 말대로, 이런 흐름은 면화와 직물 업계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처 음에는 소화기, 다음에는 시계, 펌프, 자물쇠, 수확기, 타자기, 재봉틀 그 리고 마침내는 엔진과 자전거, 부품 호환 기술이 끌과 줄을 들고 일하던 숙련공들보다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고, 마침내 이들을 대체했다.
21세기로 들어설 무렵, 경제학자들의 통념은 때로 숙련에 편향하기도 하고 때로 비숙련에 편향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쪽에 서든 경제학자 들은 기술 진보가 언제나 노동자에게 대체로 이롭다고 생각하곤 했다. 사실 경제학에서 주로 사용한 모델에서는 신기술이 숙련 노동자는 비숙 런 노동자는 어떤 노동자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 일이 불가능했다. 이 모 델에 따르면 기술 진보가 때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 더 이득일지언정 언 제나 모든 사람의 임금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워낙 널리 퍼져서, 주요 경제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표준 모델canonical model 이라 부르다. 
- 고대 그리스의 시인 아르킬로코스Archilochus가 이런 말을 했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안다.” 오늘날까지 전승되는 아르킬로코스의 시 가운데서 이 불분명한 구절을 찾아낸 아이 자이어 벌린은 인간을 이 구절에 빗대 두 부류로 구분하기로 유 명했다. 여우처럼 많은 것을 얕게 아는 사람과 고슴도치처럼 몇 가지를 깊이 아는 사람. 이 은유를 오늘날 상황에 맞게 바꿔 인간과 기계를 생 각해 볼 수 있다. 이때 기계는 고슴도치의 표본으로, 기계 하나하나가 좁 은 영역에 한정된 더할 나위 없이 명확한 과제 즉, 업무를 아주 강력하 게 수행하도록 설계되지만(딥블루와 체스, 알파고와 바둑을 떠올려 보라) 여러 다른 업무들을 수행하는 솜씨는 아주 형편없다. 이와 달리 인간은 우쭐 대는 여우와 같아서 어떤 일에서는 기계에 완전히 무릎 꿇지만, 다른 여 러 일에서는 여전히 기계보다 앞선다.
많은 AI 연구자가 지능에서 찾는 성배는 고슴도치가 아니라 여우인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 분야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들은 특정 업무만
- 상대 비용은 희한하게도 기술을 멀리하는 사례가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기계 세차가 줄어들고 있다. 주유소에 설치된 세차기가 2000년 9,000대에서 2015년 4,200대로 절반 남짓 줄어들 었다. 오늘날 영국에서는 대개 손세차를 한다. 왜 세차 세계에서는 자동 화가 후진 기어를 넣었을까? 세차 연합회는 무엇보다도 이민을 탓한다. 2004년에 동유럽 국가 열 곳이 EU에 합류한 뒤로, 이들 나라의 이민자 들이 영국으로 건너와 매우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바람에 생산성이 높은 만큼 비싸기도 했던 세차기보다 손 세차가 가격 경쟁력을 얻었다. 이 사례에서는 더 값싼 인간이 정말로 용케도 기계를 밀어냈다. 
상대 비용의 영향을 가장 흥미롭게 보여 주는 사례는 국가 간에 나타 난다. 국가 간 비용 차이는 지난날 신기술이 국가에 따라 아주 불균형하게 적용된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경제사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왜 산업혁명이 프랑스나 독일이 아니라 영국에서 일어났느냐다. 경제사학 자인 로버트 앨런 Robert Allen 은 그 이유가 상대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영국 노동자의 임금은 다른 나라 노동자보다 훨씬 높았지만, 에너지 가 격은 매우 낮았다. 따라서 다른 나라와 달리 영국에서는 인건비를 아낄 뿐더러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값싼 연료를 쓰는 새로운 기계를 설치하 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도 상대 비용 때 문에 신기술이 국가에 따라 불균형하게 적용될 것이다. 일본을 예로 들 어 보자. 일본에서 간호 로봇이 특히 빠르게 발달하는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은 고령 인구가 많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로, 인구 25퍼센트가 예순다섯 살 이상이다. 더구나 노동 인구가 해마다 1퍼센트 씩 줄어드는데, 일본은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 이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그 결과 간호사와 간병인이 부족해졌으므로 (2025년 무렵에는 38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주들이 업무를 자동 화할 강력한 동기가 생겼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는 로봇을 못마땅하 고 당혹스럽게 여겨 거리를 두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치료용 아기 물개 로봇 파로뿐 아니라,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를 욕 조에서 침대로 옮기는 간호 로봇 로베어 obear, 춤을 가르치는 휴머노이 드 로봇 팔로all 등을 개발해 받아들이고 있다. 
- 흔히들 이런 환상을 품는다. 기술이 진보하면 성에 차지 않는 지루하고 따분한 업무는 기계가 맡고 사람은 의미 있는 업 무만 맡을 터이므로, 일이 더 흥미로워지리라. 기계 덕분에 우리가 일에 서 벗어나 “정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무엇인가를 하리라.” (이 생각은 우리가 가동화를 말할 때 사용하는 바로 그 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로봇이라는 말 의 어원은 체코어 'robota' 로, 힘들고 고된 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착각이다. 이미 볼 수 있듯이, 기술 진보가 인간에게 남겨 둔 일은 대부 분 노동시장 밑바닥의 저임금 일자리에 몰려 있는 틀에 박히지 않은 업무로, 많은 사람이 자동화의 손이 미치지 못하리라고 상상한 활동, 성 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미래는 이와 다르리라고 생각할 까닭도 없다.
- 마찰적 기술 실업이라는 개념은 일의 미래와 관련한 더 극적인 모습, 그러니까 그저 일자리가 사라지는 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마찰적 기술 실업이 진정한 기술 실업이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노동 자가 적절한 숙련 기술을 배우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거나, 일이 있는 곳으로 이사하기만 한다면 마찰이 사라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근거로 문제를 묵살한다면 실수를 저지르는 셈이다. 이론으로는 마찰적 기술 실업이 일시적인 사안일 뿐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런 마찰을 해결하기가 몹시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자의 처지 에서 보면, 손에 닿지 않는 일자리는 일자리가 아예 없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이들에게는 경제의 다른 곳에 고용이라는 섬이 있다는 이야기가 동화와 다를 바 없이 들릴 테니 말이다.
- 깊이 새길 교훈이 있다. 카스파로프는 자신의 체스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과 기계가 결합한 동업자 관계가 체스뿐 아니라 모든 경제 분야에서 승리할 공식이라고 선언했다. 많은 사람이 이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알파제로의 승리에서 보듯이 이는 틀린 생각이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은 기계가 인간 동업자가 기여하는 몫을 수행할 수 없을 때만 힘을 얻는다. 하지만 기계의 능력이 갈수록 향상하므로, 인간이 기여할 몫이 줄어들다가 마침내는 이런 동업자 관계가 끝나고 만다. 즉 '인간과 기계'에서 '인간'이 쓸모없어진다.
- 위에서 다룬 모든 주장을 공통으로 관통하는 한 가지 맥락이 있다. 일의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는 흔히 인간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제가 성장하고 바뀌면 어떤 상품이든 그 상품을 생산할 업무를 수행 할 가장 적합한 선택지가 보나마나 당연히 인간이겠거니 생각할 때가 너무 많다.
나는 이것을 '우월성 추정superiority assumption'이라 부른다. 역사에서 보완 하는 힘이 강하게 작용했던 다양한 사례를 들어 미래를 낙관할 때, 이런 추정이 바삐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업무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 업무를 수행하기에 인간이 기계보다 유리하리라고 믿는다.
- 경제의 파이가 더 커지면, 새로 수요가 생긴 업무를 수행하기에 인간이 기계보다 더 유리하리라고 믿는다. 경제의 파이가 탈바꿈하면, 그에 따 라 새로 생겨난 업무를 수행하기에 인간이 기계보다 더 유리하리라고 믿는다.
지금까지는 우월성 추정이 들어맞을 확률이 높았다. 어떤 업무의 수요 가 늘어나면, 그 업무를 맡기에 기계보다 인간이 유리할 확률이 높았다. 따라서 노동자를 찾는 수요도 늘어났다. 하지만 업무 잠식이 이어져 기 계가 인간에게서 갈수록 더 많은 업무를 앗아가면서, 이 추정이 갈수록 미심쩍어 보인다. 그리고 언젠가는 끝내 틀린 추정이 될 것이다.
- 19세기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lohn Stuart Mil이 일과 관련하여 남긴 말이 있다. “재화의 수요가 곧 노동의 수요는 아니다.  밀이 일의 미래를 염 두에 두고 이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염두에 뒀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재화' 즉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곧 언제나 노동 수요는 아니다. 사실은 그런 재화를 생산하고자 수행해야 하는 업 무의 수요일뿐이다. 우월성 가정이 맞는다면 그런 업무를 실제로 인간 이 맡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런 업무는 인간의 몫이 아닐 것이다.
무슨 뜻이냐면, 생산성 효과 때문에 어떤 업무에서 인간의 노동을 찾 는 수요가 올라갈지는 몰라도, 인간보다 능력이 더 뛰어난 기계가 인간 을 밀어낸 뒤에는 이 유익한 효과가 사라진다. 파이 확대 효과가 어떤 업무에서 노동 수요를 늘릴지는 몰라도, 인간이 기계에 밀려난 뒤에는 이 유익한 효과도 사라진다.
- 어떤 영역에서 인간의 노동을 찾는 수요가 떨어질지라도 처음에는 일의 양이 아니라 일의 성격 이를테면 임금, 일자리의 질, 지위가 먼저 바뀌리라는 점이다. 그러다 마침내 일자리의 수가 영향을 받는다. 레온티예프의 말대로, “말의 먹이를 줄이면 말이 트랙터에 대체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듯이, 노동자의 임금이 내려가면 기계에 대체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그래 봤자 대체 과정을 잠시 늦출 뿐이다. 기계의 능력이 계속 갈수록 향상하면, 많은 사람이 끝내는 일에서 밀려날 것 이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써 벌어지고 있음을 몇몇 경제학자들이 데 이터로 확인했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파스쿠알 레스트레포가 1990년부 터 2007년까지 미국의 산업 로봇 사용 현황을 살펴봤더니, 오늘날에도 대체하는 힘이 보완하는 힘을 앞질러 경제 전반에서 노동자 수요를 줄이는 사례가 있었다. 기억하는가? 신기술을 생각할 때 우리는 ATM 사 례와 같은 이야기를 익숙하게 떠올린다. 기계가 어떤 사람을 일자리에서 밀어내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서 노동 수요를 높이므로, 전체 고용률은 그대로이거나 심지어 오르기도 한다는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산업 로봇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평균으로 볼 때 노동자 1,000명 당 로봇 한 대가 늘수록 전체 경제에서 일자리가 5.6개씩 사라졌고, 임 금도 0.5퍼센트씩 내려갔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모두 10년도 더 전인 2007년에, 그러니까 앞에서 언급한 기술 향상 대다수가 일어나기도 전 에 벌어졌다.
- 레온티예프는 인간이 말과 똑같은 운명 즉, 실업을 마주하리라고 경고했다. 오늘날 레온티예프를 비웃는 사람이 더러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 만 앞으로 몇십 년 안에, 그가 저 하늘 위 경제학 학회에서 우리를 내려 다보며 비웃을 것이다. 케인스가 기술적 실업을 예측할 때 그랬듯, 레온티예프도 시기를 잘못 판단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대단한 선견지 명으로 최종 목적지를 내다봤다. 오늘날 우리가 '마력'이라는 단어를 쓸 때 짐수레를 끄는 말의 견인력이 중요한 척도였던 시절을 떠올리듯이, 미래 세대들도 '인력'이라는 용어를 쓸 때 인간이 자신을 경제적으로 무척 중요한 존재로 여겨 측정 단위로 쓰는 영예를 스스로 부여했던 시절이 남긴 유산을 되돌아볼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인간의 능력과 기계의 능력을 비교할 때 우리는 우 월성 추정'이라는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대다수 작업을 수행할 주체 로 처음부터 인간이 아닌 기계를 가정하는 상황에서는 기술과 일의 관계 를 생각하기에 더 적합한 시작점이 결국 '열등성 추정'일 것이다. 경제학 자들은 인간의 노동을 찾는 수요가 언제나 충분할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인상 깊은 추론들을 무기고에 착착 쌓아 왔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런 주장들은 경제가 성장하고 바뀌면서 수요가 생기는 업무가 무엇이든 간에 그 업무를 수행하기에 인간이 기계보다 여전히 유리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삼는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끝나면 그래서 기계가 우리 인간의 자 리를 차지하면, 그런 주장들이 이용했던 무기가 우리를 겨냥해 왜 언제나 인간의 노동이 아니라 기계 작업을 찾는 수요가 더 많은지를 설명할 것이다.  이 장에서 정리한 기술적 실업의 위협은 말 그대로 예삿일이 아닌 듯 들린다. 오늘날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예외 현상처럼 보인다. 하지 만 잠시 뒤에 보듯이, 이는 매우 옳지 않은 생각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술적 실업이 일으킬 위협은 이미 지금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 는 어떤 문제가 더 극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적절 하다. 그 문제는 바로 불평등의 증가다.
- 불평등이 일으키는 현상과 기술적 실업이 일으키는 현상은 아주 밀접하게 관련한다. 대다수 사회는 경제의 파이를 나눌 때, 어떤 사람이 인적 자본을 소유하는 전통 자본을 소유하는 시장을 이용 해 그 자본에 대가를 지급하기로 했다. 불평등은 어떤 사람이 소유한 자본의 가치가 다른 사람의 자본보다 훨씬 떨어질 때 생긴다. 기술적 실업은 어떤 사람이 시장에서 가치 있게 거래되는 자본을 전혀 소유하지 못할 때, 달리 말해 가치 있는 인적 자본은 확실히 없고 전통 자본도 없을 가능성이 클 때 생긴다. 그러므로 현재 존재하는 불평등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주변에서 이미 일어나는 현상에 비춰 일이 부족한 세상이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불평등은 내일 기술적 실업이 나타날 것을 알리는 경고다.
- 앞에서 있듯이 세계 곳곳에서 불평등이 커진다는 큰 이야기 아래에는 세 가지 다른 추세가 있다. 첫째, 사람마다 다른 숙련 기술에 따라 보상 수준이 그게 다르므로 인적 자본이 길수록 덜 고르게 분배된다. 따라서 노 등 자에게 임금 형태로 돌아가는 파이 부분이 갈수록 불균등하게 나뉜 다. 둘째, 전통 자본에 비해 인적 자본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점점 더 줄어든다. 따라서 임금 형태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파이 조각이 전통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조각과 비교해 무척 작아진다. 셋째, 전통 자본 자체가 터무니없이 불공평하게 분배되어 불평등이 최근 몇십 년 동안 더 뚜렷하게 커졌다. 이런 추세가 언제나 모든 곳에서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영국에서 노동 소득 분배율이 실제로 떨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미국과 달리 중부 유럽과 일본에서는 상위 1퍼센트가 차지하는 소득 분배율이 실제로는 20세기 동안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 선사시대 조상들은 삶의 의미와 일이 서로 묶여 있다는 생각을 매우 희한하게 여겼을 것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수렵 채집인이 틀림없이 허리가 휘도록 일에 매여 살았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인류학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노동량은 대체로 “놀랍도록 적었다.” 경제 사학자 그레고리 클라크 Gregory Clark가 현대의 수렵 채집인 사회를 살펴본 여러 연구를 검토해 봤더니, 이들이 노동에 참여한 시간은 오늘날 영국 남성 노동자의 평균 노동 시간보다 한결같이 적었다(클라크가 일로 정의한 대상은 돈을 받는 노동뿐 아니라 공부, 집안일, 육아, 미용, 쇼핑, 출퇴근까지 포함한 다). 클라크가 파악한 데이터에 따르면 자급자족 생활을 하는 수렵 채 집인은 영국의 풍요로운 현대 사회에서 사는 노동자에 견줘 여가를 한해 평균 1,000시간 넘게 더 누린다.
수렵 채집인이 삶의 목적과 성취감을 일에서 찾았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틀림없이 이들은 삶의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 았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인류학자 제임스 수즈먼ames Suzman 의 말 대로, “수렵 채집 사회가 보여 주는 증거로 보건대 ... 우리 인간은 삶에 서 노동으로 정의되지 않는 성취감을 충분히 느낄 줄 안다.”
고대에도 일을 바라보는 태도가 오늘날과 달랐다. 그때는 일을 의미 있는 행위가 아니라 품위를 떨어뜨리는 짓으로 여기기 일쑤였다. 고대 이집트 도시 테베에서 공직을 얻으려면 이전 10년 동안 장사를 하지 않 은 사람이어야만 했다. 시장에서 상품을 만지는 것도 금기로 여길 만 큼 더럽게 여겼다. 용맹한 전사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스파르타에서는 시민들을 전사로 키웠으므로, 법에 따라 생산 노동을 멀리하게 했다. 장사는 스파르타 시민이 아닌 사람들이 맡았고, 육체노동은 국가가 소유한 엄청나게 많은 노예가 맡았다.
- 플라톤은 이상 국가의 청사진을 그릴 때, 기술공의 계층 이동을 제한 해 이들이 국정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차단했다. “그지없이 질서정연한 국가라면 기술공이 시민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아리스 토텔레스도 “시민이라면 기술공이나 장사꾼으로 살지 말아야 한다. 그 런 수치스러운 삶은 시민의 탁월함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 레스는 삶의 의미를 오로지 여가에서만 얻을 수 있고 일은 여가를 얻고 자 치르는 대가일 뿐이라고 믿었다. “우리는 여가를 즐기고자 일한다. 평 화를 누리고자 전쟁을 일으키듯이 말이다. 실제로 '일'을 뜻하는 그리 스어 ascholia(아스콜리아)는 말 그대로 “여가(schole)가 없는(a-) 상태를 뜻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그리스인에게는 여가가 먼저였다.
고대 신화와 종교 경전에서도 일을 의미 있는 삶의 원천이라기보다. 형벌로 그릴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 는 신을 속여 살코기 대신 뼈다귀를 제물로 받도록 했다. 이 평범한 인 간의 속임수에 화가 치솟은 제우스는 모든 인간에게 일을 벌로 내린다. 시인 헤시오도스는 이 사건을 이렇게 설명한다. “신들이 인간에게서 삶 의 수단을 앗아가 감췄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우리는 딱 하루만 일해도 한 해 내내 먹고살 만큼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 하지만 약아빠진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화가 치민 제우스가 그 수단을 감췄다.
- 철학자이자 본인이 영국 귀족이기도 했던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은 유명한 평론 게으름에 대한 찬양'In Praise of Idleness)에 자기와 같은 부유층을 어떻게 보는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일이 고결하다고 생각하는 믿 음이 현대 사회에 엄청난 해를 끼친다. 행복과 번영으로 가는 길은 일을 체계적으로 줄이는 데 있다.” 러셀이 보기에 유한계급은 “우리가 문명이 라 부르는 거의 모든 것에 이바지했다. ... 유한계급이 없었다면 인류는 결코 미개함을 떨쳐 내지 못했을 것이다. 러셀은 누구도 하루 네 시간 넘게 일하지 않도록 하여 사람들이 마음껏 예술, 과학, 문학, 경제학에 전념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 우리 대다수는 유익한 고용 상태로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 하지만 유익한 실업 상태로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고는 말할 수 없 다.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의 말대로 우리는 “노동이라는 족쇄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는 노동자 사회에서” 산다. “그런데 이 사회는 이런 자유를 얻어낼 만큼 값진 더 고귀하고 의미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케인스가 걱정한 대로 "어떤 나라도, 어떤 사람도 여가의 시대와 풍 요의 시대를 두려움 없이 기쁜 마음으로 기대할 능력이 없다. 우리가 즐 기기보다 죽어라 애쓰도록 너무 오랫동안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 존 스튜어트 밀은 물었다. “사회가 산업 발전을 이용해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발전이 멈출 때, 우리는 어떤 상태에 놓일까?” 아마 우리는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정부가 역할을 하기를 바랄 것이다. 지금껏 현대의 정치 세계는 이와 같은 철학적 물음을 교묘히 피해 왔다. 20세기에는 사회 대다수가 경제의 파이를 되도록 크게 키우자는 목 표를 추구하는 데 동의했다. 아이제이어 벌린이 쓴 대로, “목표에 합의하면, 남은 문제는 수단뿐이다. 이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문제다. 달리 말해 기술자나 의사들 사이의 논쟁처럼 전문가나 기계로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제적 목표에 집중한 우리는 그 파이가 얼마나 끈질기게 커질지를 알고자 현대의 기술자에 해당하는 경제학자들에게 지금껏 의지했다. 하지만 일이 줄어든 세상에서는 근본적인 목표를 다 시 검토해야 한다.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그저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사느냐'다. 그때 우리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정말로 어떤 뜻인지를 깊이 생각해 봐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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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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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커창 지수'Li Kegiang Index라는 것이 있다. 시진핑 주석 다음가는 중국의 실력자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중국 GDP 통계를 신뢰할 수 없어서 대안으로 참고한다는 세 개 지표를 이르는 말이다. 그는 전력소비량, 철도 운송량, 은행 대출 증가율로 경제 현황이나 성장률을 파악한다고 밝혔다. 물론 그가 총리가 되기 전의 발언이다.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생산 집단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취합하는 과정 에서 오류는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단순한 에너지(전력) 소비량을 경제 성장의 중요한 척도로 삼은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부와 에너지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철도 운송량도 에너지 사용 량과 비례 관계가 있고, 은행 대출 증가 역시 에너지 사용을 늘리면서 생산 활동을 증가시킨다.
- 부의 원천에 대한 애덤 스미스적 고찰은 오늘날에도 중요하다. 부의 원천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성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오늘날의 부와 정치를 이해하는 데도 필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학자 노엄 촘 스키는 미국이 일본과 동맹을 맺고 일본의 충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이 중동 산유국을 장악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미-중의 남중국해 분쟁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남중국해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곳이 에너지가 드나드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그 길목에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석유 수입국이 의존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하면 아시아의 수입국은 미국이 아닌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할지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석유라는 자원은 부의 원천으로서 복잡한 국제 관계의 중요한 퍼즐 조각처럼 작용하고 있다.
- 석유 제재는 무력을 동반하지 않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무력을 동반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의 발단이 된 사건은 미국의 대일 석유 금수조치였다. 당시 일본은 석유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1941년 7월, 일본이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를 점령 하자 미국은 대일 석유 금수조치를 단행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일 본은 진주만을 기습했다. 당시 일본은 원유를 구할 수 없다면 아무것 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주요 원유 생산지였던 인도네시아 등에서 원유를 수송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 원유 수송을 방해할 수 있는 미국 태평양 함대를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 2차 세계대전의 가장 처절한 전투 중 하나였던 1942년 독일과 소련 간 스탈린그라드 전투도 석유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모스크바가 아닌 스탈린그라드에서 양국이 수백만 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6개월 가까이 처절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곳이 소련 남부의 컵 카스 유전지대와 소련 북부의 공업지대를 잇는 석유의 공급로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석유는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략 자원이었다. 나치 독일은 스탈린그라드에서 패하면서 쇠퇴의 길로 들어 선다.
1973년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 아랍 산유국은 4차 중동전쟁 중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과 그 우방국에게 석유 공급을 중단하거나 줄였다. 거의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석유 제재를 단행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국민총생산 GNP은 1973년에서 1975년 사이 6%나 감소하고 실업률은 9%까지 치솟았다. 이것이 바로 1차 오일쇼크였다. 오일쇼크의 공포는 미국이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을 일으키게 한 중요한 역사적 배경이다.

오일쇼크는 1970년대 한국의 경제와 외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일쇼크의 충격 속에서 한국 정부는 1973년 12월 '친아랍성명'을 발표하며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를 촉구해야 했다. 친아랍성명은 미국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았지만, 강행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석유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그 이후에도 한국 정부는 중동 산유국과 우호적 관계 확립을 위해 노력했는데, 1977년에는 이란 테헤란 시장을 초청해 서울 강남의 한곳을 테헤란로로 명명하는 행사를 열었다. 당시 이란은 세계 산유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거대 산유국이었다.
- 이란을 표현하는 고정적인 수식어가 있다. 바로 '시아파 맹주국'이라는 것이다.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은 그 원인과 양상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러나 그중 가장 중요한 축은 수니파-시아파 종파 간 헤게모니 싸움이고 여기에는 친 미 사우디가 주도하는 수니파 세력과 반미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 세력이 각종 분쟁의 지원 세력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중동 내 많은 분 쟁이 시작과 배경에 상관없이 미국(또는 사우디)과 이란 간 대리전,proxy War 성격을 띄고 있다. 그 대리전에서 미국과 이란은 때로는 직접 개입하거나 간접적으로 지원하면서 지난 수십 년간 엄청난 인명 피해와 물적 손실을 감수하며 치열하게 싸웠다.
-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과 이란의 이슬람 신정 정권을 동시에 봉쇄하는 이중 봉쇄Dual Containment 전략을 실행해왔다. 인위적인 정권 교체를 통한 반미 정권 제거가 어렵다면 차선으로 두 나라를 국경 안에 가두면서 중동 내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소극적 전략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196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인 하루 500만 배럴 이하로 떨어지면서 중동 석유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게다가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자 미국은 2003년 이라크전을 감행했다. 이라크는 그 자체 로도 거대한 산유국이지만 이라크를 통제하면 이란 봉쇄도 가능했다.
이란은 지리적으로 이라크를 거치지 않으면 중동 아랍 국가에 육로로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를 통해 이란을 봉쇄하고 미국의 중요 우방인 사우디를 보호하려는 전략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한국에도 불똥을 튀게 했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 점령 직후, 한국에 대규모 이라크 파병을 요청했다. 논란 끝에 2004년 이라크 아르빌 주에 한국 자이툰 부대의 파병이 이루어졌다. 약 3,000명 의 대규모 파병이었다. 그 규모만큼이나 미국의 압력은 거셌고 이라크는 절실한 곳이었다
-미국은 이라크전 이후 장기간 이라크에 미군을 주둔시키며 무려 4,000여 명의 미군 사망자를 내며 싸웠고 동맹국 파병 지원도 받았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이라크를 장악하고 행정적으로 통제하는 데 실 패했다. 오히려 친이란 시아파 세력이 이라크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이라크 주둔 미군과 미 대사관에 대한 공격을 지속했다. 그 중심에 시아파 민병대가 있었고, 배후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있 었다. 그들을 지휘한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는 결국 2020년 1월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이라크에서 피살되었다. 
- 노르트스트림1, 2는 푸틴의 집요함을 보여준다. 20년에 걸쳐 슈뢰더와 메르켈, 두 명의 독일 총리를 회유하고 미국의 제재를 이겨낸 끝에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초대형 가스관이라는 결실을 본 것이다. 이 가스관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해저로 연결되어 있어 폭격으로도 파괴할 수 없다. 러시아는 가스관 완공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군 병력을 집결시켰다. 가스관의 건설 목적이 단순히 가스 공급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미국이 패권국일 수 있는 중요한 이유는 해상권과 주요 석유 수송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의 가스 보급로인 노르트스트림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다. 해저에 있어 물리적으로 파괴하기 어렵고, 정치적으로도 NATO 회원국들이 이 가스관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미국의 의도대로 조정할 수 없다. 유럽이 러시아산 가 스에 이미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스관의 등장은 그 경제 적 의존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러시아가 가진 에너지 자원의 힘이 커질수록 미국은 그 힘을 견제할 필요성이 커진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도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 향후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이 개통되면 러시아는 유럽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레버리지를 얻게 된다. 따라서 가스관이 개통되더라도 미국은 NATO 회원국들이 러시아산 가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러시아가 가스를 통해 정치적 영향 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산 셰일가스를 유럽으로 더 많이 수출하거나 유럽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늘어 러시아산 가스의존도가 줄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둘 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유럽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미국의 천연가 스 생산량도 2022년 이후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제관계에서 에너지는 무기 혹은 방패가 되는 자원이다.
- UN의 '2019년 세계 인구 전망'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19년 기준 약 77억 명이며, 2040년에 92억 명에 이르고 2057년에 100억 명을 돌파한다. 이러한 인구 증가는 필연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킨 다. 인구 증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시장이 커지고 경제 규모도 커질 것 이다. 이동하는 사람의 수와 물자의 양도 늘어날 것이다. 무엇보다 늘어난 사람만큼 더 많은 식량과 주택이 필요하고 더 많은 생필품이 소비될 것이다. 인구가 석유 수요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적 요소라는 것을 논박하기는 어렵다.
- 과거 20년간의 추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2000년 기준 약 61억 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2019년에 77억 명으로 약 2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석유 수요는 하루 약 7,650만 배럴에서 약 9,760만 배럴로 27.6% 증가했다. 최근 20년간 석유 수요가 인구보다 약간 더 많이 증가한 것인데, UN은 현재 77억 명인 세계 인구가 2040년에는 92억 명이 되어 현재 대비 약 1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20년간의 흐름을 반복한다면 2040년의 석유 수요는 19%보다 약간 더 많이 증가할 것이다. 현재 엑손모빌의 CEO인 대런 우즈Darren Woods는 19%보다 1%포인트가 큰 20%의 수요 증가를 주장했다. 석유 수요의 비탄력성과 과거의 패턴, 그리고 향후 인구 전망을 종합하면 앞으로 석유 수요가 완만하게 증가하리라는 생각은 합리적인 추정이다. 인구 증가를 주도하는 나라들이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산유국 이라는 점도 석유 수요 증가 쪽에 무게를 더한다. UN은 향후 인구 증가율이 높은 나라로 인도,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콩고, 이집트 등을 꼽는다. 아프리카의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인구는 현재 2억 명에서 2067년에 5억으로 증가하고, 또 다른 산유국 콩고도 같은 기간 0.9억 명에서 2.6억으로 증가한다. 아시아의 주요 산유국 인도네시아도 2.7억 명에서 3.4억으로 증가한다. 중동의 이라크도 같은 기간 인구가 두 배 이상으로 늘고, 사우디와 이란의 인구도 큰 폭으로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이 국가들은 모두 석유 경제를 포기할 수 없는 나라들이다. 그들에게 석유를 포기하거나 감산하라는 것은 국가 경제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 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한 사회적 합의는 재생에너지의 확대 에 따라 독일처럼 원전을 줄일지 아니면 영국처럼 화력을 줄일지와 관련될 수 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원전은 탄소 배출이 없지만 위험하고, 화력발전은 저렴하지만 탄소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독일과 영국은 이 문제를 두고 각기 다른 선택을 했다. 독일은 핵물리학자를 나치의 부역자로 인식한 역사가 있고, 영국은 1950년대 런던 스모그 사건으로 1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트라우마가 있는데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그들의 에너지원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들의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게 그리고 그 선택이 무엇이건 간 에, 그들에게 석유는 여전히 주요 에너지원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그렇다면 왜 EU는 앞장서서 탄소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열심일까? 사실 화석연료를 선도적으로 개발 및 보급하고 최초로 대량 사용한 곳이 유럽이었다. 영국의 증기기관은 석탄의 사용을 급격히 증가시켰고, 독일에서 완성된 내연기관은 석유의 사용 가치를 크게 높였다. 유럽의 산업혁명과 중동 진출, 메이저 석유회사의 활약으로 석탄, 석유는 현대 산업사회의 근간이 되었다. 그랬던 유럽이 지금은 그것의 퇴출에 앞장서고 있다. 물론 기후변화 대처라는 당위 앞에서 그 역할에 앞장서고 그 중요성을 환기하는 것을 나쁘다 할 수 없다. 그러나 탄소 경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또 가장 오래 누려온 유럽이 탄소제로로 가는 여정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일방적으로 규칙까지 제시하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전력 시설도 완비되지 않은 일부 개도국에게는 새로운 사다리 걷어차기로 비칠 여지도 있다. EU가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치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유럽 산업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가들은 유럽국가들이다. 2020년 기준으로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모두 40%를 넘는다. 한국의 7.2%와 비교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20.6%), 일본(21.7%)과 비교해도 월등 하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유럽은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비중 에서 가장 앞서 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이 46.7%, 영국 44.9%, 스페인 45.0%, 이탈리아 42.8% 등이며, 지금도 이 숫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유럽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많은 사업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며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은 2010년 전후 석탄 화력발전이 발전량의 약 40%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석탄의 완전한 퇴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 그림 4-4에 제시된 유럽 주요국 중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총 발전량의 40% 이상을 재생에너지에서 얻고 있다. 오직 프랑스만 25%로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상대적 비중이 작을 뿐이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절대량을 따지면 영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이탈리아보 다는 약간 많다. 이는 프랑스가 항공, 방산, 자동차 등 중공업이 발달 해 있어 타 유럽국에 비해 절대적인 전력 소비량이 많기 때문이다. 전 력 소비가 많은 탓에 프랑스는 1970년대 이후 원자력발전에 집중해 왔고, 2020년 기준 65.7%의 전기를 원자력으로 충당했다. 프랑스는 사실상 원자력(65.7%)+재생(25%)+가스(6.7%) 조합만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석탄발전의 비중은 0.9%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프랑스만의 방식으로 저탄소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 프랑스와 대조적으로 이탈리아에는 원자력발전소가 없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모든 원전 운영이 중단되었고, 2008년 이후 원전 건설을 검토했으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백지화되었다. 대신 이탈리아는 재생에너지(42.8%)와 가스 비중(46%)이 매우 높다. 또한 이탈리아는 EU 내에서 가장 많이 전기를 수입하는 나라인 데, 주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전기를 들여와 부 족분을 충당한다. 이렇게 접경하고 있는 특성 때문에 상호 전력을 공유하고, 거래하는 에너지의 '깐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도 유럽이 가진 큰 유리함이다.
- 20세기 석유 개발 역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이들은 석유 자원의 주인이었던 중동이나 남미의 현지 산유국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기업이었다. 산유국은 자국의 석유 자원 개발을 서구에 위탁하면서 그로 인한 수익을 서구 기업과 반분하는 계약을 수십 년간 유지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미국과 유럽의 석유회사들은 급성장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중동의 석유는 20세기 후반 서구의 성장 동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석유 개발 초기에 중동 산유국들이 자국의 석유 자원을 스스로 개발하고 판매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기술과 자본, 그리고 인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에서도 유럽의 기업은 앞선 기술과 경험을 선도적으로 확보하여 과거 석유 개발의 역사를 다시 한번 반복하려 한다. 이미 유럽의 에너지업계는 특히 풍력 분야에서 미국, 일본, 한국 등에 비해 훨씬 앞선 기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기술력의 차이보다 더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유럽 재생에너지 산업의 자본과 인력 규모 등이 다른 국가를 압도한다.는 점이다. 유럽과 다른 나라의 초격차'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기술 력의 차이보다는 저변’의 차이다. 즉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더 이상 비인기종목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과거 석유 메이저라 불리던 기업들이 대거 재생에너지 산업에 진출하면서 유럽은 질뿐만 아니라 양Capacity 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대규모 자본과 대형 프로젝트 수행 경 험을 가진 대형 석유기업이 조선, 화학, 건축 등 업계에 분산된 재생에너지 관련 역량을 흡수하며 더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재생에너지 사 업을 확대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국영 석유회사인 에퀴노르는 2035년까지 16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탈리아의 에니는 2035년까지 25기가와트, 프랑스의 토탈은 2025년까지 35기가와트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유럽 최대의 석유회사인 영국의 BP 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50기가와트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렇게 유럽의 석유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는 이면에는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이 지구촌의 지속적 이슈로 존재하면서 해외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자리하고 있다.
- 수소의 가장 큰 특징은 '생산의 종속성'이다. 수소의 세 개 생산 방식은 모두 특정 자원에 종속되어 있다. 추출수소는 추출원이 되는 탄화수소에, 수전해는 재생에너지에, 그리고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산 업에 종속되어 있다. 따라서 수소 생산량을 지배하는 독립요인들, 즉 탄화수소 생산량과 재생에너지 발전량, 그리고 석유화학 산업 규모의 증가가 선행되어야 수소 생산도 증가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수소가 가까운 미래에 주요 에너지가 되기보다는, 수소 생산을 지배하는 에너지원들과 함께 믹스를 이루는 하나의 에너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석탄, 석유, 가스를 대체할 단 하나의 에너지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특정 에너지원 하나로 탄소중립을 이룰 수도 없다. 따라서 미래 어느 시점까지는 다양한 재생에너지와 수소, 원자력과 화석연료가 혼재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어떤 에너지원이 가장 먼저 비중을 확대할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한국과 일본은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크다는 점이다. 석유와 가스도 거의 나지 않고, 국토 면적 과 지형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개발 여건이 좋은 것도 아니다. 따라서 수소가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수소연료전지는 대형 화물차 에너지원으로 전기차 배터리 대비 분명한 장점을 가질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기업은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서 앞서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더해진다.
-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 탄소세, 탄소 배출권거래제 등 탄소배출에 비용이나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시스템이 운영되면서 일부 성과도 있었다. 특히 유럽은 탄소세와 탄소 배출권 시장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면서 적어도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탄소 배출권 시장이 기대한 만큼의 탄소감축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지 못했고, 세계 탄소 배출량도 코로나19 발생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탄소에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 시행에 범세계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핵심은 탄소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한 수단이 바로 CBAM이다.
- 현재 탄소세, 탄소 배출권거래제를 가장 활발하게 운영하는 곳은 유럽이다. 유럽의 기업들은 탄소세 등을 통해 가장 강한 탄소규제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는 유럽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 히 불리한 환경이 된다. 그런 이유로 유럽 기업들은 탄소 관련 규제가 약한 지역으로 공장이나 사업장을 이전하려 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탄소누출 carbon Leakage 이라고 한다. 따라서 EU 입장에서는 유럽 기업이 탄소 비용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 다. 그렇게 하려면 다른 나라들도 유럽과 같은 수준의 탄소 관련 규제를 실시하게 유도해야 한다. 그 수단 역시 CBA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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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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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제까지의 금융 시장과 비교했을 때 여러 부분에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례적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2008년 세계 적인 금융위기를 겪은 지 13년이 지난 후, 새로운 10년을 맞이하 는 현재 시장 상황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수백 년 동안 금리가 이렇게 낮은 적이 없었다. 권위 있는 한 인물에 따르면 5,000년전부터 지금까지를 봤을 때, 현재 금리가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 각국 정부에서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많은 돈을 빌렸고 부채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을 예로 들면 미국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보다 더 많은 부채를 지고 있다.
* 세계 금융위기가 끝난 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여태 가능하리라고 생각조차 한 적 없는 수준으로 돈을 찍어내고 통화 부양책을 확대해왔다.
* 느린 경제 성장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으로 인해 현재 각국 정부에서는 평시 상황에서는 유례없는 재정 확대fiscal expansion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 이제껏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으며, 위험이 닥쳐올 것이 뻔 한 상황인데도 현재의 무모한 통화 및 재정 부양책이 엘리트 집단의 지지를 받고 있다.
* 채권자, 즉 대부분의 은행은 믿을 만한 채무자 대신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큰 채무자에게 더 위험한 조건으로 대출을 실행할 의지를 보여왔다. 
* 2020년 10월, 명목 금리가 마이너스인 '투자등급 investmentgrade 회사채 거래액은 회사채 전체 거래액의 4분의 1이 넘는 18조 달러에 달했고,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거래된 국가 부채는 31조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국채의 실질 수익률은 거의 2년 내내 마이너스였다. 
* 현재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극단적인 수준으로, 역대 시장 평균과 비교한 표준편찻값이 +2 표준편차에서 +3 표준편차 사이에 위치하는데, 이는 1929년과 2000년 주식시장이 붕괴하기 전 관측되었던 재정 과잉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여러 유형의 투자 자산, 금융 기관, 개인의 행동에서 투기 심리와 자산 과잉의 사례를 수도 없이 찾을 수 있다. 비트코인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다른 투자 자산들 역시 마찬가지 상태다.

- 한편 세계 경제에는 새로운 위험을 불러올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1990년대 이후 물가를 떨어뜨리는 동력으로 작용했던 추세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지난 30년간 유지된 완만한 물가 인상은 조만간 과거의 일이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던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는 경제 발전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 방해 요인 몇 가지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 세계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다. 세계 주요 경제 시장 대부분에서 부양비(비생산연령인구를 생산연령인구로 나눈 값)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를 부양해야 할 생산 인구가 점점 준다는 뜻이다.
*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와 탄화수소를 기반으로 한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꼭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 포퓰리즘의 대두와 여러 정치적 요인 때문에 이민을 통한 노동력의 이동이 줄어들었고, 노동 시장은 전처럼 세계적으로 자유로운 경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 EU의 확장, 중국의 국제 경제 시스템 통합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국경을 넘는 노동 인구가 점차줄고 있다.
* 중국과 아시아 시장 전반에서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대거 이동했고, 이에 따라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현상은 전보다 훨씬 적게 일어날 것이다.
* 부품 또는 원자재를 하나의 공급원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대체 공급업체를 마련하지 않은 채 공급망을 확장하는 전략에 심각한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 자산 가격이 중앙은행의 조처를 바탕으로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암묵적인 믿음은 여전히 금융 시장에 계속 남아있다. 2013년 시장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을 때 연준 의장 벤 버냉키는 국회에서 양적 완화의 점진적인 축소 또는 테이퍼링을 도입하려는 의사를 밝혔는데, 시장의 이러한 믿음을 잘 드러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벤 버냉키의 발표 이후 이어진 것은 이른바 '긴축 발작 taper tantrum이었다. 시장은 연준의 지지 철회 의사에 적대적이고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시장에서 급격한 반응을 보이자 중앙은행은 방향을 틀어 다시 자산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8년이 지난 지금도 양적 완화는 계속 실행 중이며, 중앙은행의 지원 규모는 훨씬 높은 수준으로 늘어났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지고 있던 부채는 1조 달러였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이 숫자는 두 차례나 2배씩 증가했다. 정부 간섭의 규모와 시기를 [그림 8]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요구하던 실질 수익률은 1%에서 2% 사이였다. 향후 인플레이션 수준을 대부분의 국가에서 목표로 하는 2% 수준으로 가정하면 명목 수익률이 3~4% 수준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의 낮은 채권 수익률과 이
수익률의 차이가 인플레이션일까 버블일까?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IMF에서 말했듯 세상이 끝나지는 않겠지만 자산 가격은 대대적 으로 조정될 것이다. 하지만 향후 인플레이션이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리라고 예측한다면 어떨까? 명목 수익률이 오르고 투자자들도 더 높은 실질 수익률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전의 비슷한 상황에서는 늘 이런 양상을 보였다.
이 말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어떤 수준으로 유지되는 최소한 1~2% 범위로 실질 수익률이 더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이 2%를 초과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해 보면 수익률은 최소 3% 이상이어야 하며 향후 인플레이션 수준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3~6%가 되어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채권 가격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는 쉽게 계산할 수 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45%에서 3%로 오른다면 다른 조건이 같다고 해도 가격은 13%나 하락한다. 같은 수익률을 30년 만기 장기 국채에 적용하면 가격은 무려 30% 이상 하락한다.
- 더 나아가 수익률이 6%까지 오르면 자본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더 커진다. 동시에 이런 상황은 실질 수익률이 플러스 영역으로 복귀했을 때 발생하므로, 지수 연동 채권 같은 실물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도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실제로는 수익률 곡선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 모든 자산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채, 부동산, 예술 작품이나 클래식 자동 차의 가격이다. 이들 자산 가격은 일반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모든 자산의 가격은 수익률 곡선이 높게 상승할수록 하락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지금의 2배인 3% 수준으로 상승하리라는 가정이 터무니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가 약간만 상승한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지출 정책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각국 정부 는 물론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모두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정책적으로 쉬운 대출이 용인되던 환경에서 점점 더 큰 위 험을 감수해온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자연적으로 정해지는 시장 금리보다 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돈을 빌리기 쉬운 상황이 계속되면 투자자들은 더 많은 빚으로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데 박차를 가하게 된다. 금융위기의 씨앗이 대부분 이렇게 심어졌다.
- 양적 완화 정책은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고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결국 위험에 대한 내성을 정상적이고 건전한 수준보다 훨씬 높이고 말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위험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데이터를 통해 확실히 증명된다. 수익률이 기록적으로 낮고, EBITDA 자금 조달 비 율은 세계 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으며 약식대출채권은 전체 레버리지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채와 사모펀드의 밸류에이션은 환경 변화에 느리게 반응할 수 있다. 앞서 본 것처럼 밸류에이션 지표가 변질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속적인 침체가 계속되고 나서야 채무시장의 문제가 완전 히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은행의 상황은 확실히 세계 금융위기 전보다 낫지만, 우리는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채무시장에서 도 레버리지나 불량 대출이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을 안다.  앞서 이야기했듯 주식시장은 이미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이 평 균으로부터 3표준편차 높은 범위에 거의 도달했다. 어떤 주식들은 평균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몇십 년 동안 계속 성장을 거듭해야 할만큼 주가 승수(기업의 주가와 평가지표를 비율로 나타낸 수 옮긴이)가 높아지기도 했다.
- 수익률이 억제되고 위험이 늘어났다는 것만으로 증거가 부족하다면 투자 시장 전체에서도 비슷한 거품을 볼 수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약식대출채권과 같은 고위험 채권이 점점 더 많이 발행되고 있으며 주요 경제 시장의 정부 채권 수익률이 낮다는 데 주목했다.
이러한 수익률의 파급 효과는 부채 발행주체들에게까지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제까지 투자자들의 주의를 필요로 하던 채권의 발행인들이다.
- 이 시대를 중앙은행이 표현한 대로 정의하면, 다른 시대에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거나 책임감이 없다고 여겨졌을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예를 들면 세계 금융위기 동안 영국 재무성 사무차관이었던 맥퍼슨 경 Lord Macpherson은 2001년 국민 소득의 27% 수준이었던 영국의 국가 부채가 2023년에는 110%까지 치솟을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만약 현재의 미미한 금리가 2%까지만 올라도 영국이 짊 어져야 할 부담은 연간 500억에 달한다. 영국의 연간 교육비 지출 과 같은 액수가 부채를 상환하는 데 낭비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쯤에서 시장이 이러한 정책을 오랫동안 받아들인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금융 시장은 알려진 정보를 통해 가격을 책정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답은 시장이 책정하는 가격이 언제나 완벽하 지 않다는 데 있다. 시장에서 버블이 발생하고 터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자산 관리 회사들이 활발히 운영되는 것을 보면 시장이 언제나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신 시장에서는 알려진 논리 조건들에 따라 자산 가격을 책정한다. 논리는 결과로 이어지지만, 가정이 틀렸다면 그에 따른 결과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징조가 보일 때, 사람들은 '새로운 패러다임' 또는 존 템플턴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자 가장 무시무시한 두 단어짜리 말로 현상을 설명하려 한다. 바로 '이번에는 다르다'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작년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라는 문장도 있다. 일어나리라고 예상했던 사건이 정해진 기간 내에 일 어나지 않았으므로 일어날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의미다. 논리나 가정이 처음부터 틀렸다면 이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과는 예측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가 되고 만다. 
- 자산시장을 부정적으로 내다보는 그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내일 당장 시장이 급격히 하락하지는 않는다. 다만, 너무 늦기 전에 밸류에이션을 현실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기반을 다시 다져야 한다는 경고를 전할 뿐이다. 시장이 한순간에 급격히 하락할지, 오랜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하락할지는 알 수 없다. 앞의 가정으로 돌아가서, 밸류에이션이 장기적인 추세에서 동떨 어질수록 탄력성은 커진다. 가까운 미래에는 탄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자유 시장에서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이 믿는 자산의 가치에 따라 결정되고 그들에게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법칙은 없기 때문이다.
- 나는 우리가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은 주식의 가치가 한껏 과대평가되었던 2007년(세 계 금융위기)*, 1999~2000년(닷컴 버블)과 충격적일 정도로 닮아있 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느슨한 통화정책 아래 자산이 과잉인 상태에서 지나치게 장밋빛 미래를 꿈꿨었다. 나는 주식시장을 대대적으로 조정하면서 발생할 위험에 대해 경고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채권에 대한 결론은 좀 더 명확하게 내릴 수 있다. 정부 채권 수익률은 자산 가격을 평가하는 자산 가격 분석에서 무위험’ 할인율로 사용된다. 정부에 의해 보증되는 투자니만큼 합리적인 분석이라 할 수 있지만, 정부가 아니라 시장에 의해 가격이 결정될 때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정부가 주체가 될 경우, 안타깝지만 정부 채권은 기존의 인식처럼 무위험 투자 수단이 아닌 수익률은 없고 위험만 있는 투자 수단으로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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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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