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개성과 감정을 깨닫는 것은 개인적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소망을 충족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됨
- 감정은 개인의 욕구와 밀접한 관련. 가령 불안은 기본적 욕구중 무언가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 분노는 그 욕구가 심하게 손상된 것. 슬픔은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거나 아니면 지속적으로 결핍되었다는 것을 가리킴. 이처럼 불안, 슬픔, 무기력감 같은 구체적 감정을 깨닫지 못하면 그때그때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을 뿐더러 충족할 수도 없다.
- 남성들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의식적으로 인지하기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그들은 바람직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다.
- 남자아이들의 부정적 감정은 여아들만큼 보호자에게 환영받지 못함. 따라서 남아들은 부정적 감정을 자기것으로 내면화하기 어렵다. 결국 남아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부정적 감정을 파악하고 그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을 어렵게 여김
- 감정단절로 인해 남성에게 일어나는 중요한 현상 중 하나는 추상화 강박. 이는 현실에서 자기행동을 추상적 이데올로기에 의지하는 것으로, 자기감정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서 일어나는 필연적 결과임. 내면의 감정을 통해 행동을 지시받지 못하는 사람은 외부이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밖에 없음. 그렇다고 모든 이데올로기적 사고와 행동이 감정차단의 결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 과학, 종교 등 모든 교조적 원칙들은 내면과 접촉하는 것이 어려워진 남성들에게 행동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메커니즘 속에서 남성이 어쩔 수 없이 무기력에 빠진다는 것인데, 이것이 남성 정체성 발달 3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외부의 요구에 따라 삶을 꾸려가다 보면 피로와 무력감을 느끼는 게 당연. 흥미로운 사실은 남성이 일생동안 그토록 극복하려고 노력한 이 무기력감이 매우 중요한 남성의 감정 중 하나라는 사실. 이 감정은 남성 정체성이 우회적 자기확인과 감정방어를 통해 구성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물론 감정을 억압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감정을 인식하는 것도 남성들에게 무기력감을 불러일으킴. 하지만 원인이 다른 두 종류의 무력감은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냄. 슬픔, 외로움, 불안과 같은 특정한 감정을 인지하게 된 남성은 처음에는 무엇때문에 자신이 이토록 낯선 흥분에 사로잡혔는지 알지 못해 무기력해짐. 그러나 이 무기력감은 개별적으로 알맞은 대처방안을 찾고 그것을 실험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것으로 변형, 발전한다. 반면 감정을 억압해서 나타나는 무기력감은 남성성의 구조 안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무기력감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의해 무시됨. 무기력감과 나약함을 경멸하는 이런 태도는 결국 권력과 압박, 영웅주의와 지배욕이라는 독단적 이데올로기로 이어짐
- 감정을 오래 가두어 두는 것은 무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 하지만 남성들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면과의 소통을 포기하고 희생함. 슬픔, 무기력감, 수치심을 방어하려는 남성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 이 원칙은 타인에게도 해당됨.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남성은 타인에게 그런 감정들이 나타났을 때도 방어해야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내 혹은 여자친구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나 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들려주면 남자들은 자꾸만 해결책을 제시하려 한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하지만 여자가 원하는 건, 그저 자신의 말에 귀기울이고 공감해주는 것. 남자가 아내나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빨리 싫증을 느끼는 이유는 이같은 엇갈림에 있따. 여자들과 이야기할 때 남자들은 대화를 해나가는 자신의 방식, 즉 문제를 깨닫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됨. 그 결과 남자들은 몇마디 채 나누기도 전에 하품을 하며 지루해한다. 이런 경향은 오래된 관계일수록 더욱 심해진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지루함의 이면에 무력감이 숨어 있다는 사실. 감정을 공유하는 대화라니. 남자들에게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함께 느낀다는 것은 그에 따른 감정을 어느정도 공감한다는 의미. 하지만 감정의 공유는 남성 정체성에 대한 위협으로 남자들이 어린시절부터 외면하도록 강요받은 것 아닌가. 남자는 여자의 감정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알 턱이 없다. 결국 남자의 지루함은 자신의 무능력함을 감추기 위한 하나의 위장술에 지나지 않는다
- 세상이 요구하는 완벽하 남자는 강하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하고 터프하면서도 섬세해야 함. 그러니까 불속에서도 끄떡없는 바위같아야하고, 여자가 기댈 수 있게 언제라도 어깨를 내주어야 하는 건 기본.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더라도 절대로 도를 넘어선 안된다.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을 흘릴 줄 알아야 하지만 여자보다 많이 흘리면 안된다. 재치와 유머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소양이며, 여자가 이야기할땐 자기일처럼 진지하게 들어줘야 한다. 아내내 애인의 감정이 어떠한지, 그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해야 하고, 말이 통하는 부드러운 남자가 되어야 한다.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스스로 그것을 원해야 한다. 이런 과도한 요구에 압박감을 느끼는 남자들은 술집이나 스포츠클럽 같은 그들만의 모임을 더 좋아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 남자들끼리의 만남은 여자와의 만남보다는 덜 만족스럽긴 하지만 대신 훨씬 편하고 쉽다
- 그들은 각자의 업무를 마친후 집으로 돌아오면 자상한 아빠와 남편이 되어야 함. 이는 냉철하고 과감한 남자다운 동료를 원하는 직장의 요구와 위배되는 것으로, 집에 돌아온 남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행동양식을 따라야 함. 가장으로 권위를 보장받는 전문적 지식, 파트너십에 관한 논의, 타협능력, 감정 등등 그에게 요구되는 목록은 끝이 없다. 문제는 그 요구들이 대개 분명치 않다는 점. 직장에서와 달리 남자들은 가족이 자신에게 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함. 그들은 엄청난 숙제더미 앞에 홀로 서 있다. 하지만 남자들은 그 숙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더러, 그 정체를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사태파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감지조차 할 수 없으니 무슨수로 해결을 기대하겠는가. 결국 남자들은 그를 둘러싼 거대한 요구의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심리적 건강은 물론 자기자신마처 잃어버림
- 남성의 침묵과 '혼자하기', 그리고 고독을 깊게 들여다보면, 결국 남성은 자기감정을 잘 알지 못한다는 핵심문제와 다시 한번 만나게 됨. 침묵과 홀로 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음악 감상이나 명상 등을 통한 일시적 침묵은 사태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데 효과가 있다. 중요한 것은 혼자 있는 시간동안 내면을 들여다보는가, 자신의 내적 충동에 주의를 기울이는가 이다. 티벳 속담에 '고독을 두려워 마라. 고독은 자기자신과 우정을 맺는 좋은 방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적극 활용하나는 충고를 덧붙인다. 혼자가 된 순간을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이용하라는 이야기. 결국 남성의 소통에서 핵심문제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있다. 내면의 충동이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듣는 게 어려운 일이다. 이때 몇가지 특정한 감정와 욕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감정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자가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다면 그는 앞에 있는 상대만이 아니라 자기자신에게 먼저 침묵하는 것이다. 그가 특정한 감정과 욕구에 대해 입밖에 내지 않는 이유는 그것에 대해 자기자신과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 남성의 자기표현 성향은 외적으로 멋진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다 보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어린아이 같은 소망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엔 문제가 있음. 언뜻 끊임없는 자기계발처럼 보이는 이 행동은 결국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기만이기때문. 한마디로, 매일 가짜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렇게 연기를 생활화나는 남자들은 자신의 내면이 허술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
- 실패의 원인을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는 성향을 심리학에서는 외적귀인이라 부름. 남자들은 어떤 일에 성공하면 그 이뉴가 자신의 지식, 추진력 등 자기능력에 있다고 생각. 반대로 실패하면 거센 바람이나 심판의 오심, 아내의 변덕과 같은 외부요인을 찾음. 남자들이 종종 치명적 실패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털고 일어나 또 다른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 행동과학자들에 의하면 이런 성향은 치욕적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권력에 도전하는 남성 정치가들에게서 유난히 많이 나타남. 남성들의 외적귀인 성향이 추진력과 자부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생각해보라. 테니스 시합에서 이기면 자기가 잘한 덕이고, 지면 다른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겠는가. 이런 태도가 습관화되면 살면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애를 먹음. 특히 문제의 핵심을 찾기 어려워짐. 부부 사이의 문제를 모두 아내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떠넘기는 남편은 부부관계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나아가 다른 수많은 인간관계가 실패하는 것은 물론, 인생 전반에 위기가 닥칠수도 있다
- 남성은 다른 사람 앞에서 뿐만이 아니라 종종 자기자신에게도 연극을 함. 내적 결핍을 보완하고 자신의 유약함을 가리기 위해서임. 나르시시스트들이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지 과장해서 연출하는 행위 뒤에는 결핍된 감정, 정서적 부재가 도사리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열등감을 내보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세를 부리는 것. 바로 이때문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과 함께 있는 게 고역인 경우가 많음. 그들을 높은 자리로 밀어올린 동력은 자기과시능력이다. 자신의 강점을 과장하고 약점은 그럴듯하게 위장하거나 심지어 강점으로 보이게 만드는 능력과 의지 말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은 공적인 영역에서는 자신감을 무기로 삼아 승승장구함. 하지만 사적인 영역에서는 그 한계를 쉽사리 드러냄. 관계맺기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열린 태도와 공감능력은 나르시시스트들의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연약함에 대한 물샐틈 없는 방어력과 자신이나 타인의 부족함을 관대하게 수용하는 능력을 동시에 발휘한다는 것은 불가능. 남자는 동전처럼 양면을 갖고 있다는 속설이 강하게 제기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기계가 아닌 이상 남자들은 자기과시와 자기개방 사이를 상황에 따라 마음대로 오갈 수 없다.
- 정신과 의사이자 남성심리 전문가 앨런 그래치는 자신의 부족함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는 행위를 부당한 상사 증후군이라고 명명. 이는 부부관계와 연인관계에도 적용됨. 남자들은 아내나 여친의 외모를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걱정거리나 골칫거리에서 눈을 돌림. 직장에서의 실패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극복됨. 유약한 내면의 감정은 상대방에 대한 폄하와 공격, 자화자찬을 통해 계속해서 차단됨. 대신 소설쓰기, 세계일주, 창업 같은 소망은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겨놓는다.
- 나르시시스트는 열등감, 두려움과 같은 내밀한 감정들을 외부로 돌리려는 일에 몰두함. 나르시스즘 역시 남성의 외향화 경향중 하나. 나르시시스트적 인격장애와 불안성 인격장애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남자들의 과도한 나르시스즘은 자아불안이 밖으로 드러난 것.
- 여자들도 남자들을 대할 때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음. 여자는 자기의 감정에 접근하기 쉬울뿐더러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 그래서 때때로 자신의 기준에 따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섣불리 추축. 남자의 감정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와 똑같은 감정을 느껴야 한다고 요구함. 이런 감정 자기중심주의는 언제나 두갈림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남성 딜레마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 남자들이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가능해짐
* 감정에 부담이 되는 생각, 느낌, 갈등 또는 일상의 소소한 사건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됨
* 내적 욕구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게 실마리가 되어 더 쉽게 욕구 충족 가능
* 대화하는 동안 친금감과 결속감이 생기고 그로 인해 위로와 인정,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음
* 대화하는 동안 부정적인 것으로 깊숙이 내면화되어 있던 내밀한 부분에 대한 믿음과 사고체계가 분명히 드러나므로 그것을 쉽게 변화시킬 수 있따
* 직접적 해결책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아내나 여자친구와 지내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결속감과 관심이 되살아날 수 있다
* 개인적 문제를 다각도에서 이야기하다보면 사태가 명확하게 밝혀지므로 행동이나 결정이 도움이 됨
- 역설적이게도 남성의 지나친 성과지향적 태도는 그들이 평소에 피하고자 했던 허약함, 무력감을 부르는 원인이 됨.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지 못할수록 절망적 패배는 더 쉽게 찾아옴. 용맹한 전사는 전쟁터에서 죽고, 스피드를 즐기는 카레이서는 병원에 입원해 있고, 인기를 한 몸에 받던 배우와 선수는 자기비하에 빠지며, 일중독자는 알콜 중독자로 변해간다. 극단이 비극을 낳는 것이다.
- 독일 작가 율리우스 비어바움은 '유머란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는 것이다'고 말했다. 여기서 핵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이는 유머가 개인적 좌절이나 적어도 직접벅 실패의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 유머는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조소나 냉소와 달리 자기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듬. 자신의 좌절을 해학적으로 강조하여 그 상황이 안고 있는 불안요인을 약화시킴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낸다. 이때 자신의 약점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과장이나 반어를 사용할 수 있따. 위키피디아의 문장으로 표현하면 '유머는 스스로를 실제보다 멍청하게 만들고, 사람은 유머를 통해 실제보다 강해진다.' 다시 말해 유머는 어려운 상황에서 거리를 두고 바라봄으로써 희망과 의지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비록 사건 자체에 직접벅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감정적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 남자들은 여자들의 감정적 반응을 즉각적으로 쫓아가지 못함. 때문에 남자들에게는 여자는 알 수 없고 예측불가의 존재다. 여자들이 특별히 여성적이어서가 아니라 남자가 전혀 여성적이지 않은 탓. 오히려 남자들은 여자들의 정서적 반응을 매우 놀라워 함. 그들은 그런 강렬한 감정의 동요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 그렇다고 남성에게 이런 충동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접근이 차단되어 있을 뿐이다. 만알 남자들이 남성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충동을 억누르지 않았다면, 이런 모습은 그들 내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을 것임. 여하간 사회화된 남자들에게 여자는 일종의 요술 거울이다. 그것만으로도 여자는 남자에게 위협적이고 무서운 존재다. 여자를 통해 남자들은 그들에게 위협이 되는 무서운 감정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 어떤 남자들은 대립상황에서 나타나는 자신의 무력감에 대해 물리적 폭력으로 반응. 그러고는 나중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고 말함. 이것은 그 순간에는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는 의미. 폭력은 도피와 함께 남성의 중요한 행동방식 중 하나임. 그러나 언어적 공격에 대해서까지 폭력으로 대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 폭력적 남성은 자존심에 대한 공격을 신체에 대한 위협으로 여김. 그들은 자신의 명예나 남성 정체성에 상처를 받았을 때 신체 공격을 받은 것과 같은 반응을 보임. 그들은 신체적 대결과 관련해서 어려서 배우고 성공적으로 실행했던 극복기제를 전혀 다른 상황에 적용함. 예컨대 그들은 배우자와의 갈등을 말대신 행동으로 해결하려 함. 그런 상황에 맞는 극복기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 황당할 수 있지만 그들은 정말로 당황해서 때린다. 다른 상황에서는 치고 받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 무력감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무력감을 깨닫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그로 인해 긍정적 대처법을 발전시키지 못한 무능함이다
- 남편은 아내의 감정적인 말이나 질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음. 할 말을 찾지 못한 남편은 스스로 열세를 느끼고 침묵에 빠짐. 그리고 남자답지 못한 열등감을 즉각 분리하고 차단해 버림. 폭력을 휘두르거나 어설픈 대화를 시도하거나, 아니면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 하지만 이런 도피는 진정한 해결방안이 될 수 없기에 문제가 유지되거나 심화될 뿐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함
- 남성은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상대를 책임감을 갖춘 성인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상대가 자신에게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는 의미로 믿음. 남성이 문제해결보다 공감에 초점을 맞춘 여성의 대화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예컨대, 직장상사 때문에 잔뜩 스트레스를 받은 여자는 자신의 처지를 남자친구가 공감해주길 원하지만, 상황파악을 못하 남자는 극단의 해결책을 제안함. '그렇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던가' 남성은 해결책이 확실한 대화만이 진정한 소통이라 생각한다.
- 남성의 자살은 수치심에 기반한 것이 많다. 그들은 주관적으로 과장됨 돌이킬 수 없는 치욕을 경험한 것이다. 여전히 공격적이지만 자살보다 덜 폭력적인 방식으로 수치심을 극복할 수도 있다.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고백이 대표적 사례. 고백은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임. 자기반어 전략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이 방법은 문제를 솔직하게 관찰하고 논의할 수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거리두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익. 게다가 자기반어를 통해 드러나는 유머는 주제를 가볍게 만든다는 장점도 있다. 나아가 스스로를 약자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자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자기반어를 통해 남성은 자신이 처한 문제를 받아들이고, 그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주변의 인정과 따뜻한 관심을 받을 수 있음. 결국 남성은 스스로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됨. 자신의 수치심과 부족함을 인지하고 극복하는 일은 배우자와 연인의 관계는 물론이고, 모든 인간관계에 근본적 의미를 가짐
- 성불능이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그것이 남성성 전반의 위기를 완벽하게 상징하기 때문. 즉, 성불능은 남성의 성취불능, 성과를 이룩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 남자들에게 성불능보다 더 불행한 일은 실직, 실업, 업무적 실패와 같은 일과 관련된 위기정도임. 그러나 이런 문제는 무능한 상사, 뺀질거리는 동료, 기만적 업무 파트너 등 외부 요인으로 실패의 원인을 돌릴 수 있음. 하지만 성불능을 다르다. 신체에 관한, 개인적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란 거의 불가능. 물론 남자들은 의학적 원인이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이제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당사자의 면전에 대고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남성 정체성이 위협받았으니 당신은 더 이상 완전한 남자가 아니다. 이건 모두 당신 탓이다.' 그러나 성불능과 관련한 남성 정체성의 파괴가 마냥 부정적인 일만은 아님. 이는 성과를 향한 노력과 감정방어와는 또 다른 전제 위에서 새로운 남성 정체성을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건 모두 내 탓이다'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남자들에게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물론 그 변화는 당사자가 자신의 무기력감을 인정하고 도움을 찾을때에만 가능
- 남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신체의 감각을 체계적으로 단련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남자들이 자기는 전혀 아프지 않다고 자랑. 전설적인 남성적 갑옷을 만드는 작업은 그렇게 일찌감치 시작됨. 결국 사춘기부터 남자들에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유일한 신체접촉은 섹슈얼리티뿐이다. 페니스가 육체의 중심이 되고 나머지 부분은 누구의 영역도 아닌 것으로 남는다. 그런 방식으로 많은 남자들이 성적 접촉을 가짐. 외향화 원칙은 남성 섹슈얼리티에도 적용됨. 남성에게는 외적인 성취가 내적 만족보다 우위를 점함. 외적인 강함이 내면의 흥분과 즐거움보다 우선시된다. 그래서 보디빌딩은 좋지만 건강관리는 왠지 여성스럽다고 생각.
- 로타르 뵈니시의 비유를 인용하자면, 이 사다리는 전혀 엉뚱한 벽에 세워져 있는데 끝까지 오른 뒤에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 때로는 오르는 도중에 떨어지기도 함. 사다리에서의 이탈은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 주기도 함. 예를 들어 슈퍼맨 이지지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언제나 용감하고, 강한 남자, 항상 일등만 하는 멋진 사람, 가장 위대한 사람, 최고로 강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면 인생은 분명 더 편안해질 것이다. 어차피 모든것을 통제하고 장악하고 이해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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