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에 해당되는 글 50건

  1. 2021.07.24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
  2. 2021.07.24 스토리노믹스
  3. 2021.07.24 빅체인지 코로나19 미래 시나리오
  4. 2021.07.24 파워풀 이재명
  5. 2021.07.23 20210723
  6. 2021.07.22 20210722
  7. 2021.07.21 20210721
  8. 2021.07.20 20210720
  9. 2021.07.20 ‘한 가지 최선의 비결’은 없다
  10. 2021.07.19 20210719

- 자전거는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짓밟힌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수단이었다. 보급 초기에 말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같은 이동 거리와 자유를 제공했다. 유전학자인 스티브 존스Steve Jones는 자전거의 발명이 근래 인류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인접 지역 밖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하고, 사귀는 일이 마침내 쉬워졌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사회적 혁명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제조업 부문의 혁명도 초 래했다. 19세기 전반기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 정밀 가공한 대체 가능 부품들이 미 육군의 군용 화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초기에 민간 기업 들은 이런 대체성을 완전히 모방하느라 비용을 너무 많이 들여야 했다. 고정밀 군수품 제조와 복잡한 부품의 폭넓은 대량생산 사이에 다리를 놓은 것이 바로 자전거였다. 자전거 제조 업체는 품질을 희생시키지 않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냉간 강판을 새로운 형태로 찍어내는 것과 같이 간단하면서 쉽게 반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들은 또한 볼베어링, 공기 타이어, 디퍼렌셜 기어, 브레이크도 개발했다.
헨리 포드 Henry Ford 같은 자동차 생산자들은 이런 제조 기술과 혁신적 인 부품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최초의 안전 자전거는 1885년에 영국 코번트리에 있는 로버Rover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이후 로버가 자동차 업계에서 주요 업체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자전거 제작에서 자동차 제작으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는 이상적인 조건에 서 모든 경매는 동일한 매출액을 올릴 것임을 증명하는 유명한 정리를 만 들었다. 그러나 다른 경제학 정리와 마찬가지로 그의 정리는 문제를 지 나치게 단순화한다. 경매에서는 세부적인 내용이 큰 의미를 지닌다. 그래 서 속임수를 쓸 수 있는 허점이 있거나 입찰자들이 나서기를 주저하게 만 드는 요소가 있으면 크게 실패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경매가 활용되는 반면 다른 경우에는 판매자가 그냥 원 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이유가 궁금할 수 있다. 가령 동네 슈퍼마켓에서 는 배추를 경매에 부치지 않는다. 그 답은 경매란 판매되는 물건의 가치를 누구도 확실히 모를 때 효력을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베이eBay에서 팔리는 중고 제품이 명확한 사례다. 하지만 미탐사지의 석유 시추권, 다빈치의 그림,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 사용권 등 다른 사례도 많다. 과거에는 주파수 대역 같은 공유자원을 미 미한 금액으로 특혜 기업에 넘겼으나 지금은 정부가 경매에 부쳐 수십억 달러를 챙긴다.
이런 각 사례에서 진정한 가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각각의 입 찰자는 나름의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다. 경매는 이 모든 정보를 취합해 가격으로 바꾼다. 이는 상당히 교묘한 방식이다. 로마인들은 경매의 교묘함을 이해했다. 그래서 자신들이 겁먹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해 한니발의 귀에 들어가도록 경매 결과를 흘렸다.

- 튤립 구근이 정말로 100만 달러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보기만큼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튤립 구근은 튤립만 피우는 것이 아니 라 자구offset라는 구근을 추가로 만든다. 아름다운 패턴을 지닌 튤립은 자구도 비슷한 패턴을 지닐 가능성이 높다. 희귀한 구근을 소유하는 것은 우승 경주마를 보유하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즉, 그 자체로도 가치를 지니지 만 자손을 낳을 잠재력 때문에 훨씬 큰 가치를 지닌다. 부자들이 특이한 튤립을 갖기 위해 많은 돈을 들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근에 고가를 지불하는 것은 전혀 바보 같은 짓이 아니다.
금융 버블은 기대가 전환점에 이를 때 꺼진다. 충분한 사람들이 가격 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면 더 큰 바보들의 공급이 줄어든다. 이 점이 1637년 2월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가격 폭락을 설명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론도 있다. 셈페르 아우구스투스 같은 희귀 튤립의 구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네덜란드에서 비교적 따듯한 도시 중 하나인 하를럼에서 2월은 튤립의 새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시기다. 풍부한 새싹이 올라오는 것을 본 구근 거래자들은 구근이 많이 늘어날 것이고, 희귀 튤립은 생각 했던 것보다 덜 희귀할 것임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격 하 락은 거품의 파열이 아니라 공급의 증가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광풍은 잦아들었다. 그 여파는 고통스러웠다. 많은 거 래가 현금과 구근의 교환이 아니라 향후에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이 뤄졌다. 돈이 없는 구매자와 구근이 없는 판매자 사이에 누가 무엇을 누 구에게 얼마나 빚졌는지를 두고 엄청난 갈등이 빚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영을 구가하던 네덜란드의 경제는 계속 순항했다.

- 영화 로열티royalty(저작권)가 있기 전에는 그냥 로열티royalty (왕족)만 있었다. 1760년대에는 영국의 여왕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를 수 없었다. 웨지우드의 퀸스 웨어 도박은 멋지게 성공했다. 그는 판매량이 “실로 놀랍다고 적었다. 퀸스 웨어는 경쟁사의 비슷한 제품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 팔렸다. 역사학자인 낸시 콜Nancy Koehl에 따르면 “중산층 고객은 낮은 가격보다 품질과 유행으로 확보해야 했다? 
웨지우드는 자신에게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많이 쓰이고 호 평을 받는 것에 홍보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과 실제 효용 및 외양이 차지 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그는 이제부터 “제품 자체만큼이나 왕실 혹 은 귀족의 인정을 받는 데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웨지우드가 다음에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나름의 쿨헌팅coolhunting에 착수했다. 그는 그랜드 투어 Grand Tour를 하는 동안 미술품을 갖고 돌아오는 부유한 미술품 수집가들, 즉 비르투오소 virtuoso들에게 접근했다. 그가 발견한 가장 인기 있는 신상품은 당시 이탈 리아에서 출토되던 에트루리아 Eruscan 도자기였다5 웨지우드가 비슷한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는 연구실에서 금분bronze powder, 황산화 철, 미정제 안티몬antimony 등으로 실험해 에트루리아 스타일을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료를 개발했다. 그는 운하 옆에 세운 공장의 이름을 뻔뻔하게도 에트루리아'라고 지었다.
귀족 고객들은 신제품에 열광했다. 한 노년의 영주는 꽃병 세 개를 주 문하며 “고대 그리스, 로마인 들보다 뛰어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 후에도 웨지우드는 실험을 계속했다. 전통적인 공법은 점토를 구운 다음 페인트나 에나멜을 바르는 것이었다. 그는 불에 굽기 전에 금속 산화물로 점토를 염색해 신기한 반투명 효과를 내는 법을 알아냈다. 그 결과 지금 도 웨지우드 브랜드라고 하면 연상되는 뚜렷한 담청색에 백색 장식이 도 드라진 재스퍼 웨어 Jasper Ware가 만들어졌다.
재스퍼 웨어는 또 다른 초대형 성공작이었다. 역사학자 제니 어글로 Jenny Uglow의 말에 따르면 웨지우드는 “유행을 그저 따르는 것이 아니라 창출했다.
그런데 왜 웨지우드는 코스 추측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시간이 지난 뒤 귀족 고객들은 웨지우드가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 답은 유행의 낙수 효과 이론에 있다. 사람들이 자신보다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들을 모방하려 할 때 당신이 이미 상층부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당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보이려고 애쓰게 된다. 현재 일부 경제학자들은 유행을 코스 추측의 예외로 분석 한다. 잠시 기다리면 어떤 제품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아도 때로는 지금 바로 갖고 싶어 한다. 웨지우드는 여왕의 환심을 사고 몇 년 뒤 퀸스 웨어가 “이제는 어디에서나 저속하고 흔해빠진 것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중산층과 달라지고 싶다면 새로운 것을 사들여 부와 훌 륭한 취향을 뽐내야 했다. 웨지우드는 언제나 그들에게 팔 새로운 것을 갖고 있었다.

- 역사학자이자 황금빛 대학살 Golden Holocaust)의 저자인 로버트 프록터Robert Proctor는 “담배 산업이 현대 마케팅의 대부분을 고안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담배가 마케팅의 길을 열었을까? 언제나 단 하나의 답은 없다. 담배는 1839년에 황색종건조법flue-curing이 우연히 발견되어 알칼리성을 낮추지 못했다면 고전했을 것이다. 알칼리 성이 낮아진 덕분에 폐까지 연기를 흡입할 수 있게 되어 그냥 입에만 머금 고 있는 것보다 중독성이 높아졌다. 성냥의 발명도 도움을 주었다. 그러 나 주연은 미국 버지니아주 출신 발명가 제임스 본색James Bonsack의 몫이 었다.
본색이 1881년에 신기계에 대한 특허를 얻었으나, 담뱃잎은 이미 수세기 동안 존재해왔다. 그러나 개비형 담배는 틈새시장에 머물렀다.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파이프 담배와 시가 그리고 씹는 담배였다. 본색의 아버지 는 모직 공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거기에 있는 소모기 carding machine, 즉 섬유를 방적사로 바꾸는 기계를 바라보다가 담배를 마는 데도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고안한 기계는 무게가 1톤이었다. 이 기계 는 1분에 200개비의 담배를 뽑아냈다. 이는 사람이 한 시간 동안 손으로 말아서 만드는 것에 육박하는 양이었다.6 그 의미는 담배 회사를 창업한 제임스 뷰캐넌 벅’ 듀크 James Buchanan 'Buck Duke에게 명확한 것이었다. 그는 즉시 본색과 계약을 맺고 담배 시장을 독점하는 일에 나섰다. 그러나 듀크에게 주어진 기회는 숙제도 안겨주었다. 담배를 많이 만들 수는 있는데, 그것을 다 팔 수 있을까? 담배는 이미지에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담배는 기계화하기가 훨씬 더 어려운 시가보다 저급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도 듀크는 기죽지 않았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바로 광 고였다. 그는 쿠폰과 수집용 카드 같은 수단을 고안했다. 1889년에 그는 매출의 20퍼센트를 판촉에 지출했다. 당시에는 유례없는 수준이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1923년 무렵 개비형 담배는 미국인들이 담뱃잎을 소비하는 가장 인기 있는 수단이 되었다.

- 스위프트는 유럽연합이 동의하지 않을 때도 미국의 직접적인 지시를 거스를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미국이 이런 힘을 가진 이유는 가령 독일 렌즈 제조 업체와 일본 카메라 제조 업체 사이에 오가는 유로와 엔 도 상업적 거래의 보편적인 매개체인 달러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거래 정보를 전달하는 스위프트 시스템은 브뤼셀을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거래 자체는 미국 은행을 통해 혹은 다국적 은행의 미국 지사에서 처리된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감시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은행 을 제재할 수 있다. 스위프트는 지정학에 관심이 없지만 지정학은 스위 프트에 관심이 많다.
정치학자인 헨리 패럴Henry Farrell과 에이브러햄 뉴먼Abraham interdependence의 사례로 본다. 이는 국제 경제의 강대국들이 공급사슬, 금융 거래, 통신망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아무 때고 감시와 처벌을 일삼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 중국의 통신사인 화웨이 Huawei 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이 또 다른 사례다.
이런 전술이 현대에만 활용된 것은 아니다. 1907년에 심각한 은행 위기 가 미국을 뒤흔들었지만 영국의 금융 시스템은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았 을 때 영국 전략가들은 깨달았다. 영국은 제조업 부문에서 입지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금융 중심지로서는 여전히 최고 위치에 있었다. 런던은 은행과 전신선, 세계 최대 보험 시장으로 구성된 금융망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나면 금융 시스템을 통한 충격과 공포로 독일 은행을 신속하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스포일러를 말하자면, 이 계획은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유사한 이런 사례가 미국을 겁먹게 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스위프트 통 신 시스템을 비롯한 국제 경제의 급소를 계속 확고하게 붙잡고 있을 것이다. 이는 강압적인 미국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힘을 얻은 기구로서는 상당히 왜곡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 스톡옵션이 일을 더 잘하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한다면 분명히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이 전제조건은 비약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가지 문제는 스톡옵션이 실제로는 주 어진 기간에 주가를 올리는 일에 매달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이 회사 를 잘 운영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엔론Enron 주식을 당신에 게 팔고 싶다.13 스톡옵션은 노골적인 사기는 아니더라도 주가에 부담을 줄 만한 정보를 감추고 싶은 유혹을 초래한다.
스톡옵션이 성과를 보상할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면 기업의 이사회가 대안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주주를 대신해 CEO 와 협상하는 것이 이사회가 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또 다른 주인 대리인 문제에 해당한다. CEO가 이사 선임과 급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뒤를 봐줄 명백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루치안 벱척Lucian Bebchuk과 제시 프리드 Jesse Fried는 『성과 없는 급여Pay Without Performance]에서 이사들은 사실 급여를 성과와 연계하는 데 관심이 없지만 이 무관심을 주주들이 모르게 위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래서 스텔스 보상Stealth compensation 이 경영자들에게 최고의 보상방식이 되었다. 스톡옵션은 스텔스 보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된 듯하다.16
아마도 주주들에게는 이사들이 CEO에게 보상하는 방식을 감독할 또 다른 대리인이 필요한 것 같다. 마침 적당한 후보가 있다. 많은 사람은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금을 통해 보유한다. 이 기관투 자자들이 CEO와 더 강력하게 협상에 임하도록 이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 있다. 대주주가 통제력을 약간 발휘하면 경영진의 급여 와 성과가 보다 제대로 연계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대단히 드물어 보인다.
경영진의 급여는 일반 직원 급여와의 간극이 미국보다 작은 나라들에서도 종종 신문에 오른다. 이 점을 감안하면 무엇이 합리적인 방식인지 말해주는 증거가 놀랍도록 적다. CEO의 경영 성과를 얼마나 잘 평가할수 있을까? 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1960년대의 경영진은 일반직원보다 20배밖에 더 많이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 실적 개선에 대한 동기가 약했을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 다른 한편 대기업 경영자의 좋은 결정은 나쁜 결정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실제로 이 CEO들은 수천만 달러의 급여를 받을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클린턴 대통령이 한때 목소리를 낸 과도한 경영진 급여에 여전히 분노하는 유권자나 노동자들에게는 이것이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CEO는 돈을 더 벌 줄 알 만큼 영리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지 따질 만큼 현명했던 탈레스에게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 미국의 납세자들은 GPS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연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댄다. 대단히 관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계속 그들의 인심에 기대는 것이 현명할까? 사실 GPS가 유일한 위성 항법 시스템은 아니다. GPS만큼 뛰어나지는 않지만 글로나스 GLONASS 라는 러시아의 시스템도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은 베이더우Beidou와 갈릴레 오Galileo라는 상당히 진전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이다. 일본과 인도도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이런 대안 위성들은 GPS가 지닌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구미가 당기는 군사적 목표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두의 시스템을 다운시키기 위한 우주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거대한 태양 폭풍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지상에서 위성 항법 기능을 대신할 만한 것이 있다. 주요 대안은 이 로란eLoran 으로 불리는데, 이로란은 전 세계를 포괄하지 않는다. 또한 일 부 국가는 자국의 고유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다른 나라보다 많은 노력 을 기울이고 있다.
이로란이 지닌 큰 장점 중 하나는 신호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GPS 신호는 2만 킬로미터를 지나 지구에 당도할 때 아주 약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방법만 알면 쉽게 신호를 방해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 직업적으로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시스템 전체가 운된다든가 하는 묵시록적 시나리오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보다 테 러 집단이나 국가가 특정 지역에서 부정확한 신호를 GPS 수신기에 전송 해 시스템을 망가뜨릴 위험을 더 걱정한다. 텍사스 대학교 공학 교수인 토드 험프리스 Todd Humphreys는 신호 조작으로 드론을 추락시키고 슈퍼요 트를 다른 항로로 돌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공격자들이 전력망 을 망치거나, 이동통신망을 마비시키거나, 주식 시장을 정지시킬지도 모 른다고 걱정한다.
사실 GPS 신호 조작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힐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 다. 카르피까지 간 스웨덴 부부에게 물어보라. 길을 잃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안다고 오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 페이스북은 당신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두 가지를 할 수 있다. 
첫째, 페이스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뉴스피드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가령 당신에게 고양이 동영상 이나, 고무적인 밈이나, 도널드 트럼프에게 분노하게 만드는 콘텐츠나, 도 널드 트럼프의 정적들에게 분노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다. 이 는 이상적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 성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둘째, 광고주들이 당신에게 타깃을 잘 맞추도록 돕는다. 광고 효과가 좋을수록 매출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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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광고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기 오래전에도 가령 스프링필드에 자전거 매장을 여는 사람은 뉴욕 타임스나 굿 하우스키핑 Good Housekeeping 이 아니라 스프링필드 가제트 Springfield Gazette나 『사이클링 위클리 Cycling Weekly』에 광고를 실었을 것이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크게 효율적인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 스프링필드 가제트 독자는 자전거를 타지 않으며, 대다수 사이클링 위클리 독자는 스프링필드 근처에 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페이스북이 단지 이 과정을 개선했을 뿐이며,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광고주가 자전거와 관련된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른 스프링필드 주민에게만 광고를 노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은 연관 광고 relevant advertising'라는 개념을 방어할 때 주로 이런 예를 언급한다. 하지만 우리를 거북하게 만드는 다른 용도도 있을 수 있다. 임대 광고를 내면서 흑인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은 어떤가? 탐사보도 사이트인 프로퍼블리카 ProPublica가 이런 일이 가능한지 시 도했더니 실제로 가능했다. 페이스북은 당혹스러워하면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기술적 장애였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광고주들이 자칭 유대인 혐오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어떤가? 프로퍼블리카는 이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페이스북은 당혹스러워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은 우려를 자아낸다. 모든 광고주가 자전 거 매장처럼 무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령 광고비를 내고 사용자들이 문맥을 파악하거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치적 메시지를 퍼트릴 수도 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Cambridge Analytica라는 회사는 자신들이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기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들 이 부분적으로 활용한 방법은 '좋아요 버튼의 힘을 활용해 개별 유권자 를 겨냥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최초로 주장한 미할 코신스키로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정서적으로 취약한 10대들이 특히 침울할 때를 노려 부도덕한 마케터 들이 제품을 선전한다는 생각은 어떤가? 2017년에 호주의 일간지 오스 트레일리언 The Australian은 이런 능력을 자랑하는 듯한 페이스북 내부 유 출 문서를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당혹스러워하면서 관리 실수”가 있 었으며, '감정 상태에 따라 광고 대상을 정해주는 도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말이 사실이기를 바랄 뿐이다. 페이스북이 이전에 슬 픈 소식과 행복한 소식을 취사선택해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조작한다고 인정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페이스북의 정신 조종 능력은 확실히 제한되어 있는 것처 럼 보인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를 살핀 전문가들은 그들이 실제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분석가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온갖 표적화 수법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광고의 클릭률 은 여전히 1퍼센트 미만이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를 스크린 앞에 옭아매고 과도한 양의 주의를 빨아 들여 더 많은 광고를 보게 만드는 페이스북의 명백히 뛰어난 능력을 더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소셜 미디어가 만든 이 멋진 신세계에서 우리의 충동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우리는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 는 방식에 대한 정서문해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사회적 인정이 산소처럼 필수적인 것으로 느껴진다면 더 많은 자기애가 답일지 모른다. 만약 이 주제를 다룬 좋은 만화를 보면 나는 꼭 좋아요를 누를 것이다.

- 생태학자들은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야생벌의 개체 수가 빠르게 줄고 있는 것을 걱정한다. 누구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가능한 원인으로는 기생충과 살충제 그리고 벌들이 여왕벌 만 홀로 놔두고 사라져버리는 불가사의한 봉군붕괴증후군colony collapse disorder 등이 있다. 사육되는 벌들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단순한 경제원리가 작용할 것이라고, 즉 벌의 공급이 줄면서 수분 서비스 의 요금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보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봉군붕괴증후군은 벌 시장의 모든 실질적인 척도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농가는 수분의 대가로 비슷한 금액을 지불하고 특별히 번식되는 여왕벌의 가격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산업적 양봉 업체들은 번식, 여왕벌 교환, 봉군 분할, 우량벌 구입 등 그들이 의지하는 벌의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한 전 략을 개발해낸 듯하다. 벌꿀 혹은 아몬드, 사과, 블루베리 품귀 현상이 일 어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그렇다. 벌의 개체 수를 적어도 어느 정도는 보존하게 만드는 경제적 동기를 칭송해야 할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또 다른 관점은 애초에 자연계를 통제하고 수익화하려는 현대 경제의 오랜 노력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단작單作 농업이 생태계를 바꾸기 전에는 수분을 위해 랭스트로스 벌집을 들여와 주위에 둘 필요가 없었다. 현지의 야생 곤충들이 공짜로 그 일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시장이 사회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않아서 긍정적 외부 효과를 기대해야 하는 사례를 찾는다면 야생벌과 다른 곤충에게 도움을 주는 토지 활용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가령 야생화가 자라는 벌판을 조성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정부는 제임스 미드가 조언했을 법한 대로 이런 사업을 보조하고 있다.

- 1960년대 초 베네수엘라의 석유부 장관이었던 후안 파블로 페레스 알 폰소 Juan Pablo Perez Alfonzo는 보다 생생한 표현을 썼다. 그는 1975년에 석유는 악마의 배설물이다. 우리는 악마의 배설물에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가 많은 것이 왜 문제일까? 석유를 수출하면 화폐의 가치가 오른 다. 그래서 석유를 제외한 모든 것이 수입하기에는 저렴해지는 반면 자국 에서 생산하기에는 너무 비싸진다. 즉, 제조업이나 복잡한 서비스 같은 다 른 경제 부문을 개발하기가 어렵게 된다. 한편 정치인들은 종종 자신과 우군을 위해 석유를 독점하려 혈안이 된다. 독재정치도 드물지 않다. 소 수는 부를 누릴 수 있지만 이런 경제는 얄팍하고 취약하다. 적어도 피트 홀에서는 유전이 말랐을 때 사람들이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예 나라를 등지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석유를 대체할 대상이 나오기를 바라는 한 가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물론 기후변화가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석유는 지금까지 배터리에 자리 를 물려주지 않으려고 끈질기게 버텨왔다. 그 이유는 계속 이동하는 기계는 에너지원을 갖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너지원이 가벼울수 록 좋다. 1킬로그램의 휘발유는 60킬로그램의 배터리만큼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또한 사용한 뒤 사라지는 편리한 점도 있다. 반면 방전된 배 터리는 충전된 배터리만큼 무겁다. 그래도 전기차는 결국 돌파구를 열기 시작했다. 다만 전기제트기는 전기차보다 힘든 난제다.

- 스프레드시트가 회계와 금융 부문에서 한 일은 다른 사무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려주는 전조다. 저널리스트들은 더 이상 기업의 실적 보 고서에 대한 판에 박힌 기사를 뽑아내지 않는다. 알고리즘이 이 일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해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온라인 교육 사이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를 낸 뒤 학생들이 어디서 막히는지 파악하고 도와 준다. 의사들은 때로 간호사와 진단 앱의 조합으로 대체될 수 있다. 로펌 들은 문서 취합 시스템document assembly system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질의 를 하고 계약서를 작성한다. 이런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이 회계사들만 큼 터미네이터와의 조우를 기분 좋게 돌아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은 스프레드시트의 사례가 들려주는 마지막 교훈을 배워야한다. 때로 우리는 판에 박힌 일을 오류가 없는 컴퓨터에 맡겼다고 생각 하지만 실은 인간적 실수를 커다란 규모로 키우는 레버를 얻었을 뿐인 경 우가 있다.
고위 경찰직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지원자들에게 합격 통보가 갔던 사건을 생각해보라. 옆 열을 정렬하지 않고 엉뚱한 열을 정렬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
한 대학원생이 유명 경제학자인 카르멘 라인하르트 Carmen Reinhart와 IMF 수석 경제학자였던 켄 로고프 Ken Rogoff가 쓴 영향력 있는 논문에서 스프레드시트 오류를 찾아낸 적도 있다. 이 일로 두 사람은 큰 창피를 당 했다. 그들은 공식 적용 구간을 나타내는 박스를 드랙으로 5셀 더 내리는 것을 깜박하는 바람에 여러 국가를 빠뜨리고 말았다.?
심지어 투자은행 제이피모건.. P. Morgan이 60억 달러의 손실을 냈을 때 스프레드시트에 기재된 위험 지표를 두 수치의 평균이 아니라 합으로 나 눈 것이 부분적인 원인이 된 적도 있다. 그 때문에 위험 정도가 정확한 수 준보다 절반이나 낮게 설정되었다.

- 알고리즘이 점점 많은 분야에서 뛰어난 인간에 비견될 만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해지면서, 경제학자들은 그것이 노동에 미칠 영향을 숙고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 프랭크 레비Frank Levy, 리처드 머네 인Richard Murnane| 2003년에 발표한 논문이 이 문제에 대한 통념을 형성했 다(통념의 내용은 스프레드시트와 챗봇을 다룬 챕터에서 이미 접했다). 그들은 대다수 직업이 일부는 판에 박히고 다른 일부는 그렇지 않은 일련의 작 업들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알고리즘은 그중에서 판에 박힌 작업을 계속 가져간다. 이 구분은 컴퓨터가 일터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는 강력한 방식인 것으로 증명되었다. 사람이 하던 작업을 컴퓨터가 가져감에 따라 직업은 사라지기보다 변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판에 박힌 작업이 어디서 끝나고 판에 박히지 않은 작업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항상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암 진단을 판에 박힌 작업이라고 말하겠는가? 그러나 이 문제는 너 무나 오랫동안 입에 올리기도 힘든 것으로 여겨졌던 체스의 사례에서 이 미 분명하게 드러났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현재 알고리즘이 인간보다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일은 바로...... 알고리즘을 작성하는 것이다. 알파제로 Alphazero는 구글의 자매회 사인 딥마인드 DeepMind가 개발한 게임 학습 알고리즘이다. 전 영국 체스 챔피언 매슈 새들러 Matthew Sadler는 알파제로가 신들린 사람처럼 플레이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알파제로는 사실상 자신을 프로그래밍했다. 즉, 사람이 학습 알고리즘을 작성했고, 이 학습 알고리즘이 체스를 두는 알고리즘을 작성했다. 2017년 알파제로는 두어 시간 만에 학습을 끝내고 최고의 체스 소프트웨어인 스톡피시Stockfish 를 완패시켰다. 최고 수준의 체스 플레이어를 쉽게 이기는 스톡피시는 1초당 6,000만 개의 배치를 검 토한다. 반면 알파제로는 1초당 6만 개의 배치만 검토한다. 그래도 알파제 로가 이기는 이유는 그 신경망이 게임의 패턴을 더 잘 파악하기 때문이다.1앞서 우리는 스프레드시트부터 인쇄기, 재봉틀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직업을 도태시켜도 걱정하지 말아야 할 많은 이유를 살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은 지금이 과거와 다른지 여부다. 판에 박히지 않은 작업이라 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앨런 튜링처럼 한 장의 종이와 소박한 연필로 각 단계를 계획할 필요. 가 없을 때 단계별 절차를 통해 훨씬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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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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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노믹스

경영 2021. 7. 24. 19:39

- “감히 한 가지 추측을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여든 살쯤 돼서 조용히 홀로 사색에 잠겨 살아온 날들을 가장 내밀한 인생 스토리로 스스로에게 들려준다고 해 봅시다. 아마 그 순간 가장 간결하고 유의미한 서사는 여러분이 내린 일련의 선택들일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내린 선택이 우리 자신입니다."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 2010년 프린스턴대 졸업식 연설 중에서)
- 지난 3세기 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과 접촉하고 고객을 확보 하고 유지하기 위해 고수해 온 접근 방법은 하나였다. 고객들을 대상 으로 광고하기. 단순하고 일관된 방법이었다. 마케터들은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뉴스와 엔터테인먼트 스토리가 무엇인지 알아내서 그런 스토리를 중간에 자르고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광고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고객들에게 대대적으로 광고를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키워 갔다. 고객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광고를 만들 수 있으면, 브랜드 인지도가 브랜드 친밀감으로 발전하였다.
- 오늘날 광고가 겪는 위기는 마케팅에도 전례 없는 위기를 불러왔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신문을 발행하던 시절 이래, 광고는 줄곧 소비 자에게 도달하는 검증된 방식의 지위를 누려 왔다. 그러나 소비자가 광고를 차단하고 무시하고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광고를 기피하는 이상, 마케터들은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도달할 새로운 경로를 서둘러 찾아내야 한다. 연결에 실패한 브랜드는 비결을 알아낸 도전자에게 결국 무릎을 꿇을 것이다.
- 잘 짜여진 스토리는 우리의 관심을 붙잡아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유의미한 정서적 경험으로 보상한다. 스토리가 정서적인 이유는 우리가 그 속의 인물들에 공감하기 때문이고, 유의미한 이유는 그 주 인공의 행동이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전해 주기 때문이다.
스토리라는 말 자체를 혼동하는 마케터들이 많다. 가령 어떤 이들 은 콘텐츠와 스토리를 마치 서로 등가인 양 섞어 쓰기도 한다. 곧 알게 되겠지만, 그건 통에 담긴 페인트를 벽에 걸린 작품과 동일시하는 노 릇이다.
평생 스토리를 보고 들었으니 하나쯤 만들어 내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 역시 연주회에 다녀 봤으니 작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나 다름없다.
- 여정journey' 이라는 유행어는 세간에 떠도는 '인생 스토리'의 잘못된 은유다. 당연히 인생은 여정과 다르다. 우리 삶에 패턴이라는 게 있 다면, 성공과 사랑과 안정을 추구하며 좌우를 대중없이 오락가락하는 지그재그 정도일 것이다.
'여정'처럼 완곡한 표현은 주위의 불쾌한 현실로부터 정신을 분리 시킨다. 아이들 배변 훈련할 때 쓰는 완곡한 표현처럼 점잔 빼는 사회 에나 어울린다.
그러나 잘 짜여진 스토리의 주인공은 여정에 몸을 맡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역동적으로 분투하는 인물이다.
- 스토리 설계의 여덟 단계
1단계: 타깃 관객유의미한 정서적 효과
2단계: 소재균형
3단계: 도발적 사건=불균형 
4단계: 욕망의 대상=욕구 
5단계: 첫 번째 행동=전술적 선택 
6단계: 첫 번째 반응=기대의 위반 
7단계: 위기의 선택=통찰 
8단계: 절정의 반응 종결
- 스토리의 여덟 단계에서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은 이렇다.
첫째, 모든 스토리의 핵심에는 최소한 한 가지의 이중적 가치가 숨쉬고 있다. 삶/죽음, 자유/억압, 성공/실패, 진실/거짓, 사랑/증오 등등,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이 가치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혹은 긍정에서 부정으로 값이 바뀐다. 예컨대, 인디애나 존스같은 모험담에서는 죽음에서 삶으로 이동하고, 조지 오웰의 1984, 같은 정치 드라마에서는 자유에서 폭압으로 돌아서며, 「머니볼」 같은 성공담에서는 실 패에서 성공으로 발전한다.
둘째, 사건 안에 담긴 원인과 결과의 역학을 통해 변화가 어떻게’ "어째서 일어났는지, 즉 변화의 까닭이 드러난다. 예컨대, 인디아나 존스가 역경에 굴하지 않고 싸우는 까닭은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그가 용감하고 냉정하고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이고, 『1984』의 윈스턴 스미스가 폭압에 굴복하는 까닭은 그가 빅브라더의 잔혹성에 취약하 기 때문이며, 「머니볼」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우승기를 쟁취하 고 빌리 빈이 단장의 자리를 지킨 까닭은 그가 자신의 판단에 대한 믿 음을 결코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치와 원인을 결합한 단순하고 명쾌한 진술로 스토리의 의미가 한 문장에 표현된다.
- 오버독Overdog을 피해야 하는 이유
주인공을 정할 때 명심할 사항이 있다. 무릇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자기 모순적 동학을 유념하자. 사람은 찢어진 청바지서부터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맥도널드 햄버거에서 최고급 요리까지 어느 것에서 든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아감의 형성에 특정 제품을 이용한다고 해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공감한다는 뜻은 아니다. 권력은 동일시의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권력을 존중하고, 권력에서 안정감을 찾고, 권력에 저항하고, 권력을 숭배할지언정 권력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령 상위 몇 퍼센트의 부자들이라면 최고급 럭셔리 제품에서 정체성을 확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확실한 사회적 명망에도 불구하고, 남들 모르게 속으로 는 스스로 언더독(Underdog,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 옮긴이)이 라는 느낌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이런 인식이야말로 보편적이다. 세상에서 자신이 처한 위치를 돌아볼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앞에 압도적인 힘이 가로막고 있다고 느낀다. 사랑의 예측 불가능성이나 죽음의 불가피성은 이런 힘의 일부분일 뿐이다. 인생의 부정적인 힘의 총량이 내리누르는 압력에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스스로를 약자로 느끼는 날들이 있다.
스토리의 도발적 사건으로 주인공의 삶의 균형이 깨지면, 관객은 강력한 적대 세력이 주인공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약자라는 인식은 다른 어떤 명분보다 더 빠른 공감을 불러일으킨 다. 그러니 '강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일만큼은 어떤 경우라도 피 해야 한다. 기업을 주인공으로 택한다면, 기업의 규모나 범위, 자산, 영향력에 대한 자랑은 삼가기 바란다. 제품을 주인공으로 택한다면, 제품의 유명세나 최신 유행의 신상이라는 자랑은 하지 말자. 세상은 오버독에게 공감을 할애하지 않는다. 겸손한 품위를 지키는 마케팅을하자.
- 스토리텔링을 강력하게 만드는 창의적 동력은,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가르쳐 주었듯, 결핍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무엇 도 충분하지 않다. 식량도 충분하지 않고, 사랑도 충분하지 않고, 시간 은 더더욱 충분하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서부터 가장 꿈이 담긴 욕구까지 인간으로서 욕구를 충족하려면, 우리의 열망을 부정하는 결핍과 전투를 치러야 한다. 한마디로, 부정에 맞선 인류의 부단한 분 투야말로 현실의 본질이다. 유쾌하고 소박한 장면 셋을 나란히 붙여 놓은 TV 광고가 있다고 해 보자. 아주 행복한 가족이 나오고, 이어서 더 행복한 가족이 나오고, 끝으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가족이 등장한다면? 과연 이렇게 달달한 삼중 설계가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까? 첫 숟가락은 미소가 지어질 수 있겠지만, 두 번째 숟가락은 미소 짓던 입가 를 일그러뜨릴 것이고, 세 번째에 가면 화면에 제시된 그것을 절대 사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하게 된다. 감상에 젖어 요란한 광고를 보고 신용카드를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케팅 스토리는 문제에서 해법으로 이어져야 한다. 해법에서 해법으로, 그리고 다시 해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긍정적인 절정에는 부정적인 설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해피한 해피엔딩이라도 그저 희망 으로 고무된 장면들 뒤에 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불필요한 중복이 관객의 기억에서 행복한 이미지를 지워 버리기 때문이다.
- 부정 공포증(Negaphobia)은 마케팅 교육의 부산물이다. 비즈니스스쿨이 생겨나고 마케팅이라는 특이한 과목이 커리큘럼에 포함된 이래, 마케터들은 '가로되 긍정성을 강조하고 부정성을 제거하라.'는 훈련 을 받아 왔다. 처음에는 상식과 교양처럼 보이던 것이 일종의 정서적 전염병으로 전이되어 이제는 대외 브랜딩부터 대내 팀 구성까지 기업 활동의 전반을 감염시키고 있다. 가령 요즘은 “저 사람은 너무 부정적이야.” 하는 말이 직원들이 서로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악의 평가로 여겨진다.
아마도 문제의 직원은 그저 불리한 점을 빼놓지 않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현실주의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서슬 퍼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직시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사무실마다 벌어진다. 이렇게 부정적인 것이 두려워 진실을 무시하는 태도는 당연히 근시안적이다. 이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력이 빠르게 단축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자신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실재 하는 것을 무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세 가지 주된 요인이 있다. 
첫째, 앞서 말한 대로, 모든 비판으로부터 브랜드를 보호하라는 비즈니스스쿨의 금언을 들 수 있다.
둘째, 오늘날 과잉보호 문화에 길들여진 극도로 민감한 사람들이 불편한 진실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셋째, 제 한몸 지키기에 급급한 사람들 때문이다. 가령, 흥미로운 도발적 사건으로 출발해 절정에서 멋지게 긍정의 팡파르를 울리는 광고인데,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판매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해보자. 광고가 실패한 진짜 원인을 창작에서 배급까지 연쇄 사슬의 어느 한 고리에서 발견할 수 있을 텐데도, 비난의 화살은 감히 광고의 부정적 토대를 승인한 사람을 겨냥할 것이다.  사전에 비난을 봉쇄하기 위해 마케팅 임원들은 일말의 부정적인 요 소도 광고에 등장하지 않도록 금지시켜 자기 자리를 보전한다. 불행히도 부정 공포증은 비즈니스적 판단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메시지의 효과를 삼켜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 기존의 교육으로 당신은 회사에 대해 좋은 점, 오로지 장점만을 세상에 말하도록 훈련을 받았다.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면 끝내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우리 회사는 이것, 이것, 이것, 이것, 이것까지 합니다.”라며 최대한 많은 긍정적 특징들을 나열하기 급급하다. 사실 당신이 첫 번째 자랑을 늘어놓는 순간 이미 상대의 마음은 떠났다. 세 련된 고객은 매사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함을 알기 때문이다. 당 신이 단지 좋은 점만 제시하면, 상대는 당신이 나쁜 점을 숨기고 있음 을 알아차린다. 그는 이런 행동을 속임수라 여기고 당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스토리화된 접근은 다르다. 최초의 가치값의 변화를 극적으 로 제시해 서두를 열고, 더 큰 가치값의 변화로 전개를 이어 가서, 마 침내 최대 가치값의 변화로 절정을 찍는 점진적 진행을 통해 성공은 물론 그 과정에 따라오는 장애물까지 모두 드러낸다. 스토리의 점진 적 얽힘이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동안, 우리 회사에 대해 더 속속 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관해 고객들이 알아야 할 사실이 무엇일까?” 많은 마케터들이 이 질문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세부 사실들이 전달되도록 캠페인을 디자인한다.
그러나 사실 중심의 마케팅 방식에는 문제가 따른다. 의사 결정의 열쇠는 감정이고, 감정은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감정에 초 점을 맞춘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고객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기를 원하는가?”
마케팅팀은 주인공과 관객 사이에 감정의 융합이 발생하도록 스토 리의 틀을 짜야 한다. 감정이입이 일어나면, 점진적 갈등과 가치값의 전환을 활용해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마지막으로 스토리의 절정 에서 보상을 제공해 브랜드 혹은 제품 가치를 강화한다.
- 회사의 창립 스토리에 역경을 이겨 낸 희열이 부족하거나, 회사의 역사 스토리는 연혁이 전문적이긴 하지만 지루한 성장의 기록뿐일 수 도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회사의 미션을 따져 보면 여전히 공감을 강 화하는 스토리를 찾아낼 수 있다. 우리 식으로 정의하자면, 미션이란 이름난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보내는 행위를 넘어서 인류에게 기여하는 바를 뜻한다.
밀레니얼 세대, Z세대 소비자들은 민간 기업에 공익사업을 기대하 고 더 나아가 요구하기까지 한다. 이윤에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 들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순진한 생각이든 아니든 40대 이하 마켓의 기대치가 그렇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크든 작든 수많은 기업이 저마다 미션을 맡는다. 가장 잘 알려진 (그리고 여러 후발 주자들에게 영감이 되기도 한) 사례가 스타벅스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계획이다.
- 애플은 기원 스토리에 이어 탁월한 제품 스토리를 내놓았다. 1984년 슈퍼볼에서 처음 전파를 탄 애플의 상징적인 광고는 어마어마한 은유를 담고 있다. 달리는 젊은 여성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상징하고, 다시 그의 반란은 맥의 혁명을 상징한다. 새빨간 반바지 차림의 여자 주인공이 돌격대의 추격을 받으며 잿빛 세상을 질주해 한 극장의 중앙통로에 들어선다. 정보 정화 조치'의 기 념일을 축하하는 선전 영화가 극장 스크린을 장식하고, 억압적인 지 배 테크놀로지가 승리한다는 장담에 홀린 듯 수동적인 관객들 위로 선전 문구가 메아리친다.
이 광고는 도처에 존재하는 IBM의 업무용 컴퓨터를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그린, 모든 결정이 위로부터 통제되는 사회와 교묘하게 연관 짓는다. 광고의 절정에서 여성이 대형 스크린을 향해 토르의 묠니르를 연상시키는 망치를 집어 던진다. 선전 영화의 이미지들이 산산조각 나고 국가의 상징이 파괴되면서 관객들이 최면에서 풀려난다. 주인공은 욕망의 대상을 성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우리가 그의 성공을 기뻐하는 사이 이런 내레이션이 흐른다. “1월 24일 애플컴 퓨터가 매킨토시를 소개합니다. 1984년이 소설 『1984』와 다른 이유 를 여러분의 눈으로 확인할 것입니다.” 이 강력한 선언은 전체주의 소 련에 대항해 냉전 중인 미국인의 정서에 깊이 울려 퍼졌다.
애플의 상표에도 '반란 vs. 항복'이라는 동일한 핵심 가치가 담겨 있다. 패트릭 데이비스가 지적하듯, 이 로고는 그냥 사과가 아니라 한 입 을 베어 먹은 사과다. 이 이미지는 기독교 전통의 창립 스토리를 재생한다. 선악과 열매를 베어 문 최초의 한 입은 인류가 행한 최대의 반역행위를 기념한다.
제품이 주인공인 애플의 브랜딩 스토리는 그 신화적 로고와 함께 순응이 아닌 자유, 암기가 아닌 창의적 사고라는 기업의 핵심 가치를 드라마화한 결과다.
- 위에 제시한 네 가지 스토리 가운데 내 회사에 적합한 것이 하나도 없다면 그때는 어디에 기대야 할까? 궁극의 원천, 고객이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성공 사례는 레드불이다. 이 회사는 이야기할 만한 기원, 역사, 미션, 제품 스토리가 없지만, 기발한 방법을 찾아 브랜드를 확립했다.
레드불의 시장조사팀이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가 그들의 골수 고객이라는 사실이다. 이 점을 더 깊이 파고들어 이들은 “우리 고객들은 무엇을 느끼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광적인 에너지”라는 답을 얻어 냈다. 이 통찰에서 출 발해 그들이 발견한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재미/지루함'이었다. 이어 지는 논리적 수순에 따라 회사는 고객 중심의 스토리를 온라인에 공 개했다. 강력한 글에 심장이 고동치는 독창적인 영상을 결합하여, 소 비자의 관점에서 회사의 핵심 가치를 역동적으로 드라마화한 스토리들이다.
- 온라인 소비자행동 분석가들의 보고에 따르면, 사람들이 검색 페이 지에서 다른 페이지로 나갈 때 85%의 경우 탭이나 광고가 아니라 다른 링크를 클릭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페이지로 나갈 때는 다른 링크를 클릭하는 비율이 90%로 올라간다. 이 말인즉슨 마치 고속도로 옆에 세워진 빈 광고판처럼, 검색 및 소셜서비스를 통한 발견이 CMO들에게는 고객에 도달해 진행형의 관계를 확립할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준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공간을 그저 광고로만 채우는 마케터는 진입 가능한 마켓의 대다수를 놓치고 말 것 이다. 따라서 효과를 예측할 수 없는 전통적 방식의 광고가 아니라 지속적인 콘텐츠 창작을 통해 고객에게 도달하는 방식에서 해답을 찾아 야 한다. 한 가지 더, 이러저러한 경로로 내 회사의 웹사이트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이 눈에 들어올지 생각해 보자. 우리 제품일까? 로고일까? 슬로건일까? 회사에 대한 자랑일까? 과연? 첫인상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고객이 처음 방문할 때, 선물을 안겨 줄 방법을 고민하자.
- 과거 《더 퍼로우》나 《미슐랭 가이드》 같은 콘텐츠 마케팅 프로젝트 는 비싼 비용을 치러 가며 광고를 보완하는 방법이었다. 브랜드마다 예 상 관객을 찾아 매주 혹은 매달 최신 주제에 관해 조사와 집필을 거쳐 콘텐츠를 인쇄하고 포장해서 유료로 배포해야 했다. 오늘날은 이와 다 르다. 오럴 케어 센터Oral Care Center'3를 갖춘 콜게이트Colgate, '시큐리 티인텔리전스닷컴SecuriyIntelligence.com'을 운영하는 IBM처럼, 예상 고객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상시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글로벌한 연결망 덕택에 출간과 배포가 비교적 간단해지고, 전통 미디어의 인쇄, 마케팅, 배송 비용에 비하면 비용도 얼마 들지 않는다. 게다가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발견되도록 콘텐츠를 제작 하면, 도달 범위는 전례 없는 규모로 확대된다. 스토리화된 콘텐츠 마케 팅을 지속적으로 능숙하게 운영하기만 한다면 관객 확충 비용을 최소 화할 수 있고, 따라서 중간 광고보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낳을 수 있다.
- 아마존을 설립하고 2, 3년 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 임원진들에게 예리함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디어는 재미없고 진부해 보이고, 사고의 과정은 늘어지고 얄팍했다. 베조스로서는 원인을 알아 야겠기에 문제를 파헤쳐 봤다. 그렇게 해서 다소 의외였지만 확실한 원인을 한 가지 밝혀냈다. 아마존의 최고 임원진들은 그저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파워포인트를 디자인하는 재미에 골몰한 나머지 이들은 실제로 일 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일의 인과가 맞물리는지 도무지 파악 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럴듯하게 아이디어를 둘러대고, 우선순위 를 유야무야했다. 아마존과 시장과 테크놀로지와 국내외 정치 안에 존재하는 힘의 상관관계는 물론이려니와 아마존 내부의 힘의 상관관 계조차 고려하지 않았다. 베조스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마인드와 심층적 사고, 넓게 멀리 내다보는 통찰력을 가진 임원진이 필요했다. 하여 2004년 6월 고위관리직팀인 S팀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보낸 사람: 제프 베조스 
보낸 시각: 2004년 6월 9일 수요일 6:02 PM
받는 사람: [삭제]
주제: 이제부터 S팀 내에서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금지
“왜?”냐는 물음에 대한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우리가 추구하는 건 그냥 텍스트가 아니라 잘 짜인 내러티브 텍스트임. 워드로 중요 항목의 목록을 작성하는 행위는 파워포인트 못지않게 부적절함.
스토리가 담긴 6장 메모를 쓰기가 파워포인트 20장 쓰기보다 어려움. 무엇보다 '어떻게 사물이 연관돼 있는지가 더 중요하고, 내러티브 구조는 여기에 대한 더 나은 생각과 이해를 강제함.
후에 찰리 로즈와의 인터뷰에서 베조스는 이렇게 말한다. “전통적인 기업 회의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작합니다. 누군가 일어 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보여 주며 발표를 하지요. 우리가 볼 땐 얻 는 정보의 양이 매우 적고 중요 항목들만 소개가 됩니다. 발표자에게는 이편이 쉽지만 관객에게는 어려워요. 그래서 대신에 우리 회사는 6쪽 길이의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회의를 구성합니다. 머릿속의 생각을 완 전한 문장으로 적어서 단락을 완성하고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로 전달 해야 할 때, 더 깊은 명확성이 요구되니까요."
- 스토리 형식으로 생각하자면 일이 고되다는 점도 베조스는 언급했다. 아마존의 임원진들은 아마존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상관 관계의 요소들을 상상해야 한다.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과거에서 미래까지, 개인에서 전체까지 무엇도 빠뜨려선 안 된다. 회의가 있으면 S팀 구성원들은 먼저 6쪽 길이의 스토리를 만들고 적고 인쇄해서 돌려야 한다. 그리고 20분 남짓 팀 전체가 탁자에 둘러앉아 조용히 이 스토리들을 읽는다. 베조스는 이 시간을 "스터디홀”이라 부른다. 베조스가 이런 회의 방식을 도입한 것은 아마존의 임직원이 무엇보다도 스토리 구조의 인과 논리에 맞게 수직적, 수평적 사고를 하기 바라기 때문이다. 수직적이라 함은 깊이 있게 생각하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깊이 감춰진 진정한 원인이 무엇일까?” 질문하는 것이다. 수평적이라 함은 시간을 펼쳐서 생각하고, “어떤 과거의 사건이 이 일 을 일어나게 했을까, 이렇게 감춰져 있던 원인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질문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의 지도자들에게 “생각은 현자처럼 하되 말은 범인처럼 하라.”고 조언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은 이 격언을 이렇게 바꿔 표현한다. “생각은 복잡하게, 말은 단순하게.” 어느 쪽이 든 좋다. 술집에 가서 귀를 열고 조용히 앉아 있어 보자. 무엇이 들리는 가? 스토리다. 평범한 사람처럼 단순하게 말하라고 해서 초등학생의 어 휘를 쓰라는 게 아니다. 지식과 경험에서 생각의 알맹이를(지혜/복잡성) 끌어낸 다음 이것을 인과적으로 연결된 역동적 사건으로(범인/단순성) 표현하라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인간이 가진 의사소통의 일반적인 방식이 스토리다. 그 외 일반적이지 않은 측면은 고된 교육과 어렵게 얻은 경험의 세월 에서 나오고, 거기에서 우리는 지혜를 얻고 남들이 들어 두면 좋을 말 할 거리가 생긴다.
베조스 같은 선각자들은 자신의 사업 전체를 스토리화한다. 그들은 스토리 형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들의 소통은 세계와 회사, 두 방 향 모두를 향한다. 스토리를 활용해 밖으로는 상품을 내놓고 판매하며, 안으로는 경영적 사고를 구체화한다. 데이터가 아닌 스토리를 도구 삼아 그들은 팀을 구축하고, 제품을 디자인하고, 전략을 분석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판매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스토리 형식을 완전히 습득한 선각자들은 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스토리의 기술을 교육한다. 스토리가 어떻게 한 기업 전체의 내면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차후에 자세히 다뤄 볼 계획이다.
- 웹사이트 접속이 일상인 세상에서 매일매일 우리 문 앞까지 배달되는 구매를 이끄는 힘은 세일즈 활동이 아니라 마케팅이다. 집을 나서서 상점을 방문하면 훨씬 더 비인격적인 셀프서비스의 우주가 펼쳐진다. 터치패드로 패스트푸드를 주문하고, 기계에서 직접 음료수를 채우고, 카트에 식료품을 담아 셀프 계산대에서 계산하고 내 손으로 봉 지에 담는다.
더 고가의 품목이라야 비로소 옛날 방식의 더 인격적인 판매자-구 매자 관계로 거래가 되돌아간다. 하지만 판매팀이 고객과 대면 접촉 을 하려면 잠재 고객이 있어야 한다. 가령, B2B 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전체 판매 잠재 고객의 25~30% 정도만 마케팅으로 유입된다. 판매 담당자의 직접 대외 활동으로 유입되는 비율이 45~47%를 차지하고, 나머지 24~29%는 추천, 동업자 및 기타 경로를 통해 유입된다.
요즘의 B2B 판매 담당자들은 예상 고객을 파악하고 접촉하고 추적하는 데 이전 어느 때보다 더 유용한 툴을 갖추고 있다. 예상 고객을 찾고(레인킹RainKing, 줌인포ZoomInfo), 메시지를 보내고, 프레젠테이션을 공유하고, 받은 메시지를 수신자가 언제 열어 보는지 추적하고(예스웨어Yesware, 클리어슬라이드Clearslide) 심지어 내가 접촉하려는 대상의 성격까지 분석하는(크리스털 노우즈Crystal Knows) 영업 지원 툴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 새로운 영업 세계에는 새로운 작전이 필요하다. 타깃 전략으로 당 신을 무장시켜 줄 스토리텔링의 8단계를 여기 소개한다.
B2B 판매 담당자가 고객을 만나기 전에 미리 고객에 관해 스토리 텔링을 할 만큼 통찰력을 갖추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토리 텔링 과정을 밟아 가다 보면,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B2B 영업에 스토리텔링의 8단계를 적용하면, 세 번의 중요한 스토리화 순간이 만들어진다.
1. 강력한 주목 끌기로 예상 고객과의 미팅을 확보한다. 
2. 공감의 접점이 있는 극적인 스토리 전개로 고객을 집중시키고, 내 제품/서비스와 고객 사이에 감정적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3. 강력한 스토리의 절정으로 판매를 매듭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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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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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과거 전염병은 스페인독감이다. 코로나19처럼 폐에 치명적 손상을 주면서 팬데믹을 일으켰고 바이러스 종류도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스페인독감의 최초 발병지는 1918년 3월 미국 중서부 곡창지대인 캔자스주 해스켈 이었다. 2만 6천 명 규모의 군사 훈련소가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서 훈련받은 군인들이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위해 유럽으로 파 병되어 전장에서 스페인독감을 퍼뜨렸다. 발병 초기에는 사망률 도 낮았고 곧 여름이 되면서 전파력도 잠시 약화되었다. 전쟁이 끝날 무렵 본국 귀환을 앞둔 각국 군인들이 임시 캠프지에서 다 시 모이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캠프지에서 3일 열병'이라고 불리는 증상이 유행했고, 단순 감기로 판정받은 군인들이 귀향하면서 전 세계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발병 전체 기간은 제1차 세계대전 말부터 종전 직후인 1918~ 1919년까지였고, 원인은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의 변형체인 H1N1 바이러스였다. 정식 명칭은 1918년 인플루엔자'다. 발병 초기에는 세계대전 중이어서 주요 국가들에서는 언론보도를 강 하게 통제했다. 중립국으로 언론보도가 자유로웠던 스페인에서 집중적으로 신종인플루엔자를 보도했고, 스페인 내 발병 시작 후 3개월 만에 800만 명 감염자를 내고, 알폰소 스페인 국왕마저 감염으로 사망하면서 스페인독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이어서 소금물로 입을 헹구고 열이 내리기를 마냥 기다렸다. 천운에 기대는 것이 개인으로선 최선의 대응이었다. 스페인독감도 신분고하나 빈부격차를 가리지 않았다. 독일 황제 빌헬름 2세, 영국 총리 로이드 조지도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유명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 르 미국 사업가 프레더릭 트럼프,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 와 구스타프 클림드 등이 스페인독감으로 사망했다. 스페인독감을 분석한 다양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스페인독감의 활동을 멈춘 힘은 인구의 50~60%가 감염되는 '집단 면역 Herd Immunity' 이었다. 집단 면역 체계가 만들어지면서 대재앙을 멈출 수 있었지만 피해는 엄청났다. 스페인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 900만 명보다 최대 11배 많은 5천만~1억 명의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19에 대해서 임페리 얼칼리지런던 연구팀이 발표한 최악의 시뮬레이션(각국이 강력한 공중보건 대응책을 조기 실행하지 않고 늦춘 상황)에 의하면 누적 확진자 24억 명, 사망자 1,045만 명이었다.
- 노르웨이 사학자 올레 요르겐 베네딕토ole Jorgan Benedictow는 페스트로 인한 농노의 지위 향상과 소득 증대가 소비를 촉진시켜, 페 스트가 자본주의 탄생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미국 MIT 피터 테민 Peter Temin 교수는 페스트가 제1차 산업혁명에도 영향을 미 쳤다고 주장한다.
상인과 기술전문가가 경제의 중심으로 부각하자 기술혁명도 빨라졌다. 과거에는 일일이 대규모 수작업에 의존했던 일들이 노 동력 감소로 더 이상 같은 방법으로 유지하기 힘들어지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기계 장치의 발명과 식민지 개척이었다.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기술을 비롯해서 다양한 기계장치가 개발되면서 기존 산업의 생산방식을 바꾸었다.
식민지 개척 붐이 일어나면서 항해에 필요한 기술과 제품이 발 명되었고, 대규모 무역과 식민지 개척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 해 주식회사를 비롯해서 다양한 금융 혁신도 일어났다.
페스트라는 재앙적 사건은 문학과 예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염병을 피해 시골 별장에 모인 10명의 남녀가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서로 들려주는, 중세 최초의 소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도 페스트가 배경이다.
전염병이 무섭게 창궐하고 수많은 사망자를 내고 나면 인류는 그런 공포의 재발을 막기 위해 치료법 발견에도 매진한다. 그 과정에서 위험한 치료법이 활개치는 부작용도 발생하지만 의학과 생화학 분야의 발전도 일으킨다.
- 전염병이 전쟁을 막거나 빨리 끝냈던 적도 있다. 서울대 동양 사학과 구범진 교수는 병자호란이 남한산성에서 최후의 결전 없이 두 달 만에 조기 협상으로 짧게 끝난 것은 당시 조선에 널리 퍼진 천연두 때문이라는 가설을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구 범진 교수는 청나라 기록인 《청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여러 기 록을 근거로 이 같은 논문을 발표했다. 청나라는 만주족 시절부 터 수많은 왕과 왕족이 천연두로 죽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명나라 군대의 배후 위협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에 천연두 가 창궐하자 서둘러 군대를 돌려 본국으로 귀환했다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도 비슷한 현상을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필리핀 정부와 공산 반군, 리비아 정부군 과 반군도 휴전을 선언했다.
- 코로나19 이후, 기업이나 국가에 주어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 약 2년 동안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가 될 것이다. 늦어 도 2년 후인 2022년 후반~2023년 초반에는 전 세계 경기가 되살 아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나 중앙은행이 헬리콥터 머니, 유 동성 바주카포를 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기업이 생존할 가 능성이 높다.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 지나고 나면 선별적 지원과 글로벌 리세션이 동시에 진행된다.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는 이 기간 동안 정해진다. 리바운드 시간에 이루어지는 전략과 성과는 그때까지 죽지 않고 버티느냐 마느냐를 판가름하는 1차 관문이 될 것이다.
- 한국의 경우는 기술의 상당수가 대기업이 아니라 협력업체나 중소기업에 있다. 이들은 경제위기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대 기업보다 버티는 여력은 적다. 대기업이 3개월을 버틸 현금이 없 는 상태다. 대기업은 현금이 부족하면 부동산 등 자산을 팔거나 부가가치가 적거나 그룹의 미래 방향과 맞지 않는 계열사를 매각 하는 방식으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작은 기업들은 셧다운 3개월 이면 파산이다. 팔 수 있는 자산도 없다. 회사 그 자체가 자신이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회사 지분이나 기술을 매각해야 한다.
유럽도 대형기업이나 미래 산업의 핵심 자산은 국가 단위에서 봉쇄할 수 있겠지만, 규모가 작은 민간 제조업, 호텔, 항공사를 비 롯해서 코로나19로 큰 충격을 받은 유수의 스포츠팀들은 외국 자 본의 기업 사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최대 민간 투자회사 푸싱그룹은 프랑스 보석 브랜드 줄라 지분 55.4%를 3천만 달러(약 366억 원)에 인수했다.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빼앗기면 미래에 국가의 부가가치 를 만들어낼 풀뿌리가 사라진다. 중국 자본만 코로나19 이후를 노리는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큰 손으로 통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국이나 러시아 등 석유 부국도 기업 사냥꾼으로 돌변 한다.
코로나19의 대규모 감염 진원지로 크루즈 선박이 주목받았다. 대중이 피하고 언론이 공격하는 사이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 드IF는 세계 최대 크루즈 기업 카니발의 주식을 대량 매수하면서 회사 경영에 참여할 절호의 기회를 잡고 있다.53 석유나 천연가스 로 먹고 살던 중동이나 러시아 등은 화석연료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를 준비 중이다. 사막에 스키장을 만들고 바이오 의료 등 미래 산업을 육성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없다.
- 중국을 압박하는 데는 미국 정치권이 모두 한마음이다. 월가와 군수산업 등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중국과 전쟁만 하지 않으면 미·중 간의 대립과 긴장감 상승은 미국 군수산업에 호재다. 중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월가는 큰돈을 번다. 2008년 금융위기의 헬리콥터 머니, 2019년 코로나로 달러 바 주카포를 쏘면서 무제한 돈을 퍼부은 미국이다. 오래전부터 누적 된 막대한 재정 적자, 슈퍼 부양책, 2020년 재선 승리를 위해 쏟 아낸 포퓰리즘 정책 뒷수습을 하려면, 트럼프 2기 행정부 내내 대 규모 국채 발행을 해야 한다. 금값은 치솟고 달러 가치 폭락 우려가 스멀스멀 흘러나온다.
달러 가치 폭락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글로벌 경제위기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중국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믿을 것은 미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2008년 대형사고를 친 것은 미국이었다. 자산 대폭락의 진원지가 미국이었다. 하지만 미국 국채는 발행하는 족족 시장에서 소화되었고 달러 가치는 상승했다. 글로 벌 대폭락장에서 다른 나라들은 주식시장이 70~75% 대폭락할 때 미국 주식시장은 사고의 진원지임에도 50% 폭락으로 선전했다. 대폭락 후 가장 큰 규모로 상승한 곳도 미국이다.
- 분명한 것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 지의 옛 성장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한국 기업과 국가의 번영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낙관론이다. 위기감을 떨어뜨려서 변화의 시기를 놓치게 하는 착각이다. 덧붙 여 코로나19 이후 탈중국과 글로벌 밸류체인의 재조정이 시작되 면서 해외에 나가 있던 수많은 회사와 공장이 스스로 알아서 한 국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생각도 환상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 다르다. 추가 위기가 한국 기업에게 몰 려올 것이다. 필자가 앞에서 분석했듯이, 이미 한국은 소수 대기 업을 제외하고는 7~8년 전부터 정체기에 진입했다. 그동안 잘 버텼던 소수의 대기업도 코로나19로 치명타를 입었다. 코로나19 전염병은 지나간다. 하지만 막대한 빚으로 생명을 유지했던 좀비 기업의 절반 이상이 파산하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 앨릭스파트너스가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 국 내 좀비 기업(한계 기업) 비율은 2014년 4분기(10~12월) 11%에 서 2016년 2분기(4~6월)에는 15%로 상승했다. 코로나19로 비율 은 더욱 상승했을 것이다. 한국의 좀비 기업 비율은 다른 나라들 보다 유독 높다. 2016년 기준,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의 좀비 기업 비율은 7%, 미국은 5%, 일본이 2%다. 한국이 이들보다 높은 이 유는 무엇일까?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간 저성장을 거치면서 좀비 기업의 80~90%가 파산해 정리되었다.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좀비 기업의 60~70%가 정리되었다. 아프리카는 경제성장이 막 시작되었기 때문에 좀비 기업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단계다.
좀비 기업이 되는 근본 이유는 경쟁력 하락이다. 경쟁력이 하락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하락을 거듭하는데 부채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코로나19로 이런 기업들의 부채는 더욱 늘었다. 글로벌 리세션 기간이 길어지거나 한국에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시기가 오면 대부분 파산할 것이다. 한국은 리쇼어링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상태다. 오히려 이런 위험에 처한 기업들이 생명을 조금이나마 연장하려면 인건비가 높은 한국을 빠져나가야 한다.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가 제1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한 이래 현재까지 달러 폭망설로 불리는 달러화 위기는 1970년대 말~ 1980년 초,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후반 등 3번 정도 있었다. 원인은 2가지다. 달러 통화량 증가와 미국 경제성장률 대하락이다.
- 2020년 코로나19에서도 달러 폭망설이 재등장했다. 지난 3번의 달러 폭망설이 나왔을 때에도 달러는 휴지조각이 되지 않았다. 미국도 망하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2가지다.
첫째, 미국 경제가 대충격을 받아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미국보다 더 하락한다.  둘째, 미국 연준은 달러 가치가 대폭락해서 통화 가치 수호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가의 보도를 꺼내든다. 바로 기준금리 인상이 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밖에서 떠도는 달러가 빠 르게 미국 내로 흡수된다. 미국 밖에는 달러가 줄어든다. 제1기축 통화인 달러가 말라버리면 외환시장에 거대한 태풍이 일어난다. 신흥국을 비롯해서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하락한다. 달러와 연동되어 움직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달러로 갚아야 하고 해외에서 수출하는 에너지를 비롯해서 다양한 원자재와 상품 수입 대금 지불을 달러로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언제 폭망설이 돌았느냐는 듯 달러 가치는 순식간에 상승한다. 2020년 코로나19 이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달러 가치의 평균점이 낮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이후 달러 가치의 평균점은 좀더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당장 달러 폭망, 미국 파산은 없다.
- 한국 독자들이 신흥국의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신흥국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한국 기업 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다른 하나는 신흥국 금융위기 는 간접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IMF 와 세계은행이 2021년까지 최빈국의 국가채무 상환 연기나 부채 경감 논의를 서두른 것은 신흥국 연쇄 파산으로 위기가 전이될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신흥국 금융위기는 한국과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 성을 높인다. 한국은 막대한 가계 부채, 역사상 최고점에 이른 부 동산 가격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을 넘어서는 좀비 기업 비율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기업 부채가 인류 역사상 최고다. 부동산 버블도 엄청난다. 필자는 신흥국 금융위기 혹은 외환위기의 시점과 규모가 한국과 중국 금융위기 향배를 결정하는 미래 징후a future signal로 여기고 세심하게 모니터링한다. 부채가 막대한 규모에 이르더라도 스스 로는 불이 붙지는 않는다. 무엇에 의해서든 불이 당겨져야 한다. 방아쇠를 당겨야 장전된 총이 발사되듯 말이다. 신흥국 금융위기 는 한국 금융위기를 직접 촉발하는 방아쇠는 아니다. 간접 변수 일 뿐이다.
하지만 신흥국 금융위기는 한국과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높인다. 혹은 신흥국 금융위기 규모가 커지고 오래 지속되면 그 자체가 한국이나 중국 금융위기의 방아쇠로 변할 수 도 있다. 그래서 신흥국 금융위기 혹은 외환위기의 방아쇠로 작 용하는 사건이나 힘은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 거대 정부가 귀환하면 심각한 부작용 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정부가 위기 극복의 최전선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는 말 뒤에 몰래 숨어서 따라오는 위험이다.
바로 독재자의 귀환이다. 혹은 독재의 귀환이다. 거대 정부의 필요성이 증가할수록 독재자에 대한 대중의 우려는 줄어든다. 시장이 망가지고, 실업률이 폭발하고, 물가가 서민을 괴롭히면 현재 고통은 깊어지고 미래 불안은 커진다.
현재 상태를 만든 기존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은 그만큼 커진다. 독재는 우파는 좌파는 가리지 않는다. 대중이 우파를 원하면 우파 독재가 나오고, 좌파를 원하면 좌파 독재가 출현한다. 미국의 작가 업튼 싱클레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에게 무언가를 이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만약, 그 사람이 받는 봉급이 그 '이해하지 못할 것'에서 나오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내 월급을 지켜주 기만 한다면, 좌우는 중요치 않다. 대부분의 부작용도 참아줄 수 있다는 묘한 분위기가 사회에 스며든다.
경제위기로 기존의 독재자가 물러나도 새로운 권력이 새로운 스타일의 독재를 할 가능성이 높다. 혼란이 커졌기 때문에 혼란을 잠재우고 무너진 경제를 빠른 시간에 재건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초법적이거나 초의회적인 통치가 다시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대체로 독재자는 발언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원시원한 행보를 한다. 독재자 특유의 강한 신념은 위기 시에 대중을 사로잡는 중요한 무기다. 독재자는 자기 신념의 정당성을 위해 대중이 증오하는 적을 재빠르게 간파하여, 적과 아군의 피하를 분명하게 분 리한다. 기존 정치 집단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대중을 등에 업 어야 하기 때문에 포퓰리즘 성향도 강하다. 이들은 내부의 정치 세력을 비롯해서 다른 나라와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면서 경제적 피해를 입은 대중을 유혹한다. 이런 경향은 국가 경제가 허약할수록 더 강해진다. 글로벌 위기가 닥치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경기침체에 빠지지만 경제적 약소국은 침체 기간이 훨씬 더 길다. 실업률도 더 높아진다. 그만큼 독재자 혹은 독재 권력의 활동 범위와 기간이 넓어진다.
- 코로나19가 발발하자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디지털화폐에 대한 논의가 더욱 빨라졌다. 중국 정부는 대놓고 이렇게 말한다.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central Bank Digital Curreney 개발이 최우선 과제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 연구를 시작하여 기본 기능 개발을 완료했고, 2020년 안에 공식 발행을 목표로 선전, 쑤저우, 청두 등에서 시험 가동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디지털 법정화폐(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하면 미국도 반드 시 해야 한다. 물리적 법정화폐의 제1기축통화는 미국이 가지고 있지만, 디지털 법정화폐의 제1기축통화를 중국에게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전 세계의 디지털 법정화폐 발행 시기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브라질, 우르과이 등 신흥국 대부분도 디지털 법정화폐 발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모두 비슷한 속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디 지털 법정화폐 발행 속도를 높이자 한국은행도 계획을 앞당길 태 세다. 한국은행처럼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내 놓 으면 그 가치는 다르다. 기존 암호화폐들 중 하나가 아니다. 중앙 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곧바로 국가 차원의 법정화폐가 된다.
겁 없이 법정화폐 지위를 넘보려 했던 페이스북은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반대에 부딪히자 자사 발행 암호화폐 리브라의 독자 생존을 버리고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달러와 유로(법정화폐)에 연동하여 화폐 가치를 안정시킨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 '통화 바스켓'에 담아둔 후, 이것을 담보로 한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 코인'을 만들어 정부의 견제를 피하는 전략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분석했던, 디지털화폐가 살아남는 전략을 대부분 수용한 모습이다. 이 전략이 정부에게 허가를 받는다면 아마존, 애플, 구글, 테슬라 등 수많은 IT 기업을 비롯해서 대형 은행과 투자회사들이 페이스북 방식을 기본 틀로 하고 자사만의 독특성을 가미한 디지털화폐 발행을 서두를 것이다. 이런 화폐들이 속속 나오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기존 암호화폐들은 경쟁력이 급 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참고로, 미래에 살아남은 암호화폐는 6가지 특징을 가질 것이다. 가상, 분권화, 오픈 소스 기반의 자생성, 익명성, 네트워크, 탈국경, 탈국가 화폐다. '분권화'는 기존 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처럼 통제적 권력이나 통제적 금융 기관의 개입을 받지 않고 화폐 주조 및 발행, 유통, 관리 등이 서로 분리된 권한을 갖는 민간 주체들이나 혹은 참여 자들 모두에 의해서 행해진다. '오픈 소스 기반의 자생적 화폐는 미래에 살아남아 사용되는 암호화폐는 화폐 주조 및 관리 소스들이 오픈 소스로 공개되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사람이 자발적 참여와 관리를 하면서 신뢰성 을 높인다.
'익명성'이란 현금을 사용할 때처럼 미래 화폐는 익명성 보장이 강화된다. 네트워크 화폐라는 것은 P2P peer-to-peer 기반의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화폐 주조 및 발 행, 유통, 관리 등이 운영된다는 말이다. 탈국경이란 금융기관을 거치지도 않고 국가 통제도 받지 않아서 화폐를 사용하는 회원들 간에는 환율 수수료 없이 이메일이나 SNS 문자를 보내듯이 국경 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용될 수 있다. 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먼 미래에는 현실 국가보다 가상 공동체 중심 연합 체가 자신들이 지향하는 사회 및 경제 철학에 따라 운용되는 다양한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도 있다.
- 필자는 오래전부터 3가지의 대규모 경제위기 가능성을 예측하고 경고했었다.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 한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 중국의 상업 영역발 금융위기였다. 3가지 중 첫 번째는 2020년 코로나19 전염병이 방아쇠를 당겨서 현실이 되었다. 하 지만 나머지 2가지 경제위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고 남아 있다.
필자는 2019년 말에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 발발로 가는 첫 문턱 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초저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필자의 예측보 다 늦어지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의 금융위기 발발도 머지않은 미 래에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가 경고했던 3가지 위기는 근본적으로 원인이 같다. 막대한 부채다.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은 에너지 기업들을 포함한 하이일드 채권의 부실과 기타 회사채시장 및 이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 시장 등을 강타하는 미국 기업들의 막대한 부채가 근본 원인이다. 코로나19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골디락스라고 불리던 이전 몇 년 동안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막대한 부채를 발행해서 소비를 늘리 고,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면서 쌓인 버블이 붕괴된 사건이었다. 위기가 터지자, 미국은 부채로 만들어진 위기를 해결하는 해법 으로 또 다른 부채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08년 이전에는 부동산에 가장 많은 부채가 쏠렸다면, 2008년 이후에는 기업 영역에서 가장 빠르고 큰 부채가 쌓였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후 위기는 다시 찾아왔다. 코로나19 전염병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부채 문제가 없다면 코로나19는 일시적 충격으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 문제가 실물과 금융권의 위기를 극대화시켰기 때문에 전 세계는 코로나19가 주는 충격이 끝나도 깊은 침체에 빠질 것이다.
한국의 금융위기를 불러올 근본적 구조도 같다. 근본 요인은 막대한 가계 부채와 부동산 버블, 그리고 상장기업의 15~17% 정도 되는 한계 기업(좀비 기업)의 부채다. 중국의 제1차 금융위기는 (1997년 한국처럼) 상업 영역의 막대한 부채와 부동산 1차 버블이 금융권 전반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막대한 부채는 반드시 금융 문제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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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 이재명

사회 2021. 7. 24. 19:27

이 책은 엄광용 작가가 이재명 도지사의 성남시장 재직시절부터 그를 10여차례에 걸쳐 인터뷰한 내용과 구체적 사실들을 편집하여 구성한 책이다. 처음에는 대권도전을 앞둔 후보자의 연대기적 자서전 성격을 지닌 책일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향후 이 나라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판단력, 인내력, 추진력, 성취력, 예지력으로 압축하고, 이와 관련된 역량을 이재명 지사의 과거 행적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4년전부터 인터뷰한 내용으로 책을 낸 셈인데, 아무래도 이재명 도지사의 대권행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다른 대권후보자들의 경우에도 이미 작년말에 '이낙연의 길'이란 책이 출간되었고, 최근 '윤석렬의 시간'도 출간되었다. 부총리 출신 김동연 후보도 '대한민국 금기깨기'라는 책을 출간하며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다른 누구보다 많은 화제를 몰고다니는 후보자다. 사실 불미스러운 일도 많았다. 가족과 관련된 욕설사건이며, 여배우와의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사이다 발언과 추진력으로 더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사이다 발언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며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이다인지 맹물인지는 국민들이 평가할 문제다. 최근에는 코로나 방역지침을 어기고 몰래 심야영업을 한 유흥업소 단속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여당이던 야당이던 대통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지신 분들은 개인적으로 한 분 한 분 살펴보면 다들 훌륭하신 분들이다. 하지만 개인적 이력과 그간의 활동경력만으로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는 없다. 이 시대가 부담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과제를 누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를 국민이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내년 봄이면 백신접종도 충분히 이루어져 있을 것이고, 코로나 여파도 많이 해소되어 있을 것이다. 경제는 더욱 좋아지겠지만, 가계/기업/정부의 부채문제, 양극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은 오히려 더욱 골치아플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 책에서 기본소득을 통한 유통경제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런 주장에 대해 포퓰리즘이니, 혹은 로빈후드 흉내를 낸다며 비판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받는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결국 누군가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텐데, 기본소득 정책에 수반되는 조세정책을 어떻게 제시할 지 궁금해 지는 대목이다. 

아무쪼록 내년 3월 대선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흑색선전과 비방보다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냉철한 정책대결로 승부가 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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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코트가 미국 제조업체 하니웰의 최고경영자(CEO) 취임한 2002, 회사는 단기 성과주의에 빠져 침몰하고 있었습니다. 회계장부에는 눈속임 거래가 횡행했고, 유능한 직원들은 스톡옵션을 받고 나면 퇴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제시한 비전과 목표는 보여주기 식이었을 ,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거액을 물어내야 재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코트는 그런 회사를 우주·항공, 자동제어, 특수화학 다양한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대기업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2018 그가 회사를 떠날 하니웰의 시가총액은 1200 달러로 취임 (200 달러)보다 여섯 뛰었고, 회사 주식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800% S&P 500 평균수익률의 2.5배에 달했습니다.

한경 716일자 A30 가까이도 멀리도 알아야 성공한다 기사는 하니웰이 어떻게 초우량회사로 바뀌었는지를 소개했습니다. 코트는 비결로단기 성과와 장기적 성장의 양립 꼽습니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와 단기 성과를 동시에 추구할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보일뿐이다.” 리더는 가지를 동시에 추구할 있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가지를 이뤄내지 못하면 리더와 (조직) 영영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마리 토끼 잡으려면 구성원들이 기존 한계를 넘어서도록 밀어붙여야 하는데, 맹렬한 저항을 피할 없습니다. “조직에 혁신을 일으키려고 기존 구성원들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거나, 뒤에서 험담을 하며 개혁에 반대한다.” 이런 난관을 이겨내려면선명한 원칙으로 꾸준히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코트는 강조합니다. “리더의 원칙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누군가 실수를 무기로 삼아 개혁을 무력화시키려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명한 원칙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

코트는 10가지 원칙을 세운 하니웰 임직원들과 공유하고, 철저하게 실천했습니다. 게으른 사고방식을 몰아낸다. 현재와 미래를 위한 계획을 동시에 세운다. 해묵은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다. 지속적인 진화에 능숙해진다. ()성과 조직문화를 구축한다. 내부 리더 육성에 끊임없이 집중한다. 성장에 충분히 투자한다. 인수·합병에서는 가격이 전략이다. 불황에서도 ·단기 목표를 동시에 계획한다. 후임 리더와 함께한다.

코트가 퇴임 강연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하니웰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최선의 요인은 무엇인가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최선의 가지를 꼽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적 엄정함의 사고방식만이 차이를 만들어내며, 사업에 대해서 치열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쉬운 해답은 없습니다. 유일한 진짜 해답은 치열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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