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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나름의 해소법을 가지고 있다.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해도 기운이 나지 않고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경우를 겪어봤을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의 정신과 의사가 지은 책으로, 올바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므로 완전히 없애겠다기보다 초반에 스트레스를 잘 푸는 것, 오히려 스트레스를 같은 편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정도의 차이가 다르고, 물리적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도 즉시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효과적이고 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처법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먼저 명심해야 할 점은 스트레스의 원인에 대처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자극 그 자체가 아닌 자극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말한다. 그래서 원인이 되는 자극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을 스트레스 코핑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좋지 않은 것, 적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스트레스가 자신을 발전시키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기면 스트레스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꿔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없는 스트레스, 이를테면 폭력, 괴롭힘은 몸고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므로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기, 주 3회 이상 운동하기, 하루 세끼 균형잡힌 식사하기, 매일 6시간 이상 자기 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걸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과부하가 걸릴 경우 이것을 지속하려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 이럴 때는 오히려 '하지 않을 일을 계획하기'와 '원하지 않는 일에 대한 마음가짐을 달리하기'를 실천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즐거운 일을 하며 기분을 달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즐거운 일을 해서 기분이 나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다음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 스트레스를 푼다고 억지로 즐거운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슬플 때는 실컷 울어버리는 것이 더 좋다.

* 또한 바쁜 척하며 몸을 혹사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보다는 차라리 푹 쉬는 것이 더 좋다.

* 기분이 좋아지겠다고 인생에서 즐거웠던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는데, 스트레스 맥락 차원에서는 권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 흔히들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하라고 조언하지만, 분위기는 맞추어 가면서 주장하는 것이 좋다. 남에게 미움받으면서 스트레스를 풀 필요는 없다.

*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컷 화풀이를 하는 것이 더 좋다. 감정을 발산하지 않으면 더 큰 스트레스가 된다.

* 누구나 괴로웠던 기억,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 이런 일들을 없었던 것처럼 생각하려 애쓰는데, 차라리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생활하는 것이 좋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손을 놓는데, 어떻게든 해보려 노력하는 것이 좋다.

* 불평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불평이나 뒷담화로 스트레스가 완화되기도 한다. 물론 불평한다고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 고민이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하면서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 스트레스를 받아 힘이 들때 아무것도 안하고 멍때리는 방법을 선택한다.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불안감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차라리 뜨개질 같이 단순작업으로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남탓, 자기탓을 하지말고 차라리 타이밍탓, 운의 탓으로 돌린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을 통해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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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의 즐거움

사회 2024. 4. 17. 08:11

- 베트남전쟁이라는 엄청난 기회를 맞은 맥린은 드디어 성공했을까? 그렇지 않다. 이제는 아예 일본, 대만에 한국까지 가세해서 더 싸고 더 빠른 배를 찍 어냈다. 국가가 나서서 대형 항구와 컨테이너선을 만든 동아시아는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2014년 기준으로 세계 10대 무역항 중 7곳이 동아시아에 있다. 첫 컨테이너 선을 띄운 뉴욕항은 순위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혁신이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1) 그 혁신이 사업성이 있어야 하고(제록스),
2) 정치적 문제를 돌파해야 하고(타다),
3) 언제가 될지 모를 '그때'를 기다려야 하고(테슬라),
4) 누가 승자가 될지 모르는 무한경쟁을 이겨내야 하며(삼성전자),
5) 대중화를 이룰 이벤트도 있어야 한다(애플).
이런저런 굴곡이 있는데, 여하튼 맥린은 나중에 파산하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결국 1990년대 들어 컨테이너는 세상을 바꿨지만, 혁명을 완성하 기까지 첫 출항 후 4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할 줄은 몰랐던 거다. 물론 그는 컨테이너화의 선구자로 역사에 남았고, 그가 죽었을 때 전 세계의 컨테이너 선은 뱃고동을 울려 예의를 표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미 혁명이 일어났다거나 '사실상 완성됐다거나 '이건 실 패할 수 없는 혁명'이라고 생각하는 테슬라에 대한 시선이 떠올랐다. 1960년 대에 컨테이너화는 전기차보다 덜 매력적인 아이템이었을까?
컨테이너는 세계 경제를 넘어 '동아시아의 부상(上)'이라는 지정학적 격 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컨테이너 선사에 투자해서 돈을 번 사람은 없었다. 혁 신은 참 먼 길이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따르면, 가스는 언젠가는 사라져야 한다. 공급까 지 넘쳐서 석유 같은 영향력을 갖긴 어렵지 않을까? 언제나 심각하고 무거웠 던 예긴의 저서를 처음으로 여유로운 마음으로 읽은 건 그런 이유에서다. 너 무 많은 전략가가 이미 '셰일혁명'을 다루기도 했다.
물론 화석연료가 짧은 기간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15세기에 콜럼버스 Christopher Columbus 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인도에 간 후에도 지중해 무역은 융성했다. 베네치아는 16세기에도 오히려 무역량이 늘었다. 하지만 천천히 쇠락했고, 결국은 멸망했다.
- 이 책에서 가스의 지정학을 얘기한 예긴은 여러 차례 '무례한 환경운동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가 책에서 이렇게 불쾌함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석 유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 압박,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방식의 여론전, 석유 의 죄악화 등에 대해 얘기할 때는 이 나이 든 신사도 혈압이 오르는 모양이다. 이 책이 유독 명쾌한 느낌이 없는 건 예긴이 기후변화를 부정하지 않아서 다. 모호한 표현은 쓰지만 그는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1.5도 제한'이란 목표를 비판하진 않는다. 매우 어려울 것이고, 화석연료는 없앨 수 없다고 변 호하는 선에 그친다. 아마도 평생을 화석연료에 바쳤고, 지금도 화석연료 컨 설팅을 하는 그의 한계일 것이다.
확실히 한 시대는 저물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의 '과도기'를 책임질 운명인가스는 질풍노도의 시간을 견뎌내야만 한다. 이른바 '가스의 시간'이 다. 검은 황금이 그저 탄소덩어리 취급으로 추락하는 게 겨우 한 세대에 일어 났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탄소의 시대가 저무는 시점에 많은 기회 가 열리고 있다.
- 빌 게이츠는 화력발전소의 탄소 포집을 정색을 하며 비판한다. 최근 나온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자료를 봐도 (가스)화력발전은 잠깐 역할을 하고 사라 질 존재일 뿐 타당한 선택지가 아니다. 그는 결국 대안이 원자력뿐이라고 말 한다. 국토가 축복 받은 땅덩이가 아닌 한 원자력 확대는 피할 수 없어 보인 다. 물론 빌 게이츠가 원자력 기업 '테라 파워' 창업자라는 점은 고려하고 그 의 주장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에는 암담한 얘기다. 국토는 좁고, 산업 구조는 탄소를 뿜어내는 중후 장대 제조업 중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2050 년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포항시장은 포스코가 뿜어내는 탄소의 양을 알고 그런 선언을 한 걸까. 수소환원제철은 당장 상용화가 어렵다 해도, 철을 생산하는 고로를 용광로 대신 전기로로 모두 대체하면 제조원가가 크게 상승한다는 사실을 진정 모르는 걸까.
수조 달러의 비용이 필요하고, 우리의 거의 모든 삶을 바꿔야 한다는 걸 알 고 나면 '탄소중립, 이게 과연 가능할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되고 말 고를 떠나 앞으로 모든 산업을 송두리째 흔들 '메가 트렌드'인 것만은 틀림 없다. 이른바 '혁명'이라고 야단법석을 떤 전기차 보급은 이 큰 그림 안에서 는 애피타이저 수준의 작은 문제로 쪼그라든다.
가스보일러를 만드는 회사는 기울어갈 것이고, 전기식 열펌프를 만드는 회사는 성장할 것이다. 이런 변화가 모든 국가, 모든 산업에서 일어날 것 같다.
그런데 이 와중에 한국전력은 인도네시아에 가서 석탄 사업을 하겠다고 하 고, 심지어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철강회사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삶의 방식과 산업 구조를 바꾸려면 인센티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세금 을 물려야 한다는 얘기다. 탈탄소기술보다 저렴한 기존 제품이나 탄소 배출 기업에 높은 '탄소세를 부과해야 구조를 바꾸는데 속도를 낼 수 있다. 유럽 이나 미국에선 예상되는 탄소세의 파급력이 너무 커서 심지어 탄소세 인플 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다. 그런데 탈탄소 드라이브가 본격화해도 여론은 동 의할까. 중요한 포인트다.
탈탄소는 또 다른 패권 경쟁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태양광에서 압도적인 선두 국가다. 이미 풍력은 화력발전보다 저렴해졌고 태양광도 시간문제다. 전 세계가 태양광 패널을 깔려면 중국으로 가야할 처지다. 미국은 환경에서 다시 한 번 패권을 잡을 수 있을까. 이 판은 커도 너무 큰 판이다. 이제는 피 할 수가 없다.
- '셰일가스의 아버지' 조지 미첼George P. Mitchell " 이 석유도 아닌 셰일가스에 인생 을 건 계기는, 그가 1972년에 읽은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라는 보고서였다. '로마클럽(Club of Rome)'이라는 환경단체가 쓴 보고서인데, 요 지는 인류의 수가 감당 못할 만큼 늘 것이고 천연자원 고갈될 거란 경고였 다. 석유가 고갈되기 시작했다는 '오일 피크' 공포는 전 세계를 떨게 했다. 이 런 전망에 따르면 고유가는 필연이었다. 조지 미첼은 1970년대에는 경제성 이 낮았던 셰일가스도 향후에는 개발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 다만 현재로서는, 이 보고서는 틀렸다. 석유 매장량은 파도 파도 늘고 있고 지금은 수요 피크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아메드 자키 야마니Ahmed Zaki Yamani 전사 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2000년에 예언한 대로 석유가 떨어져서 우리가 다 른 자원을 쏠리는 없다. 결국 대체할 더 좋은 에너지원을 찾아낼 것이다. 로 마클럽 보고서는 문명의 원천은 땅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이란 걸 놓쳤다. 뒤늦게 로마클럽의 빗나간 예언을 꼬집으려는 건 아니다. 이 에피소드가 흥미로운 건 세계 석유 산업의 패권 구도를 뒤집은 셰일혁명이 틀린 전망에 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석유는 끝났다'는 착각에 빠진 텍사스 아저씨, 조지 미첼은 기어코 미국을 세계 최대 에너지 부국으로 만들었다.
요즘도 기후위기를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이다. 비록 과학자의 거의 모두가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한 결과라는 점에 동의하더라도, 부정론자들은 며칠 뒤 날씨도 알기 힘든 인간이 한 세대 후의 기후를 '예측' 하는 건 터무니없다고 주장한다.
부정론자들이 만에 하나 먼 미래에 옳았다는 게 드러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전 세계는 이미 '지구는 뜨거워질 것이다'라는 예측에 따라 흐르고 있 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는 파리기후협정이라는 게임의 룰에 합의했다. 도장 찍고 나선 다른 소리해 봐야 소용없다. 탈탄소를 향한 레이스의 총성은 이미 울렸다. 이젠 '틀려도 맞는 예측이다.

- 뛰어난 관료 선발과 고위직 관료들의 큰 재량권, 효율적인 전략 수립에 따른 고성장은 중국식 자본주의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반면, 부패는 그 대가다. 재량권이 있는 곳엔 부패가 있다. '권력필부 '다. 부패를 없앤다는 건 중국식 자본주의의 핵심인 재량권을 없앤다는 의미다.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부패에도 중국식 자본주의 가 지지받는 이유는 뭘까? 눈부신 경제 성장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이 계약이 신기해 보일지 몰라도 동아시아 끝에 있는 반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퍽 익숙한 얘기다. '독재할 테니 잘 먹고 살게는 해 주겠다'는 약속, 우리는 개발독재 때 이미 경험했다.

- 큰 시장 규모와 유통 채널의 변화는 왜 유독 케이팝만 그 수혜를 입었는지 는 설명하지 못한다. 케이팝의 핵심은 미국식 팝의 보편성과 한국 특유의 색 깔이 묘하게 섞인 '혼종성'이다. 케이팝은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도 '보편성' 의 문을 열 많은 열쇠도 품고 있다. 한 때는 콤플렉스였던 '정체불명'이 이젠 아이덴티티가 된 것이다. 케이팝 한 곡 안에 힙합부터 록, EDM에서 라틴음악 까지 모두 섞여있다.
케이팝은 미국의 흑인음악과 제이팝의 영향을 받았고 그 특성을 모두 품 었다. 케이팝의 시초로 보는 서태지는 당시로선 낯선 흑인음악의 코드를 들여왔다. 우리가 익숙한 아이돌 시스템은 일본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아이 돌 시스템을 수출한 일본은 '일본스러움'에 갇혀 내수에 머물렀지만, 케이 팝은 아이돌 시스템에 보편성을 갖춘 음악을 실어 혼종 그 자체인 문화를 만 들었다.
아시아의 특수성과 미국이 대표하는 주류 시장의 특징이 만나 결합할 경 우 나오는 폭발력은 홍콩 문화가 보여줬다. 90년대 아시아에서 강한 영향력 을 보인 홍콩 문화는 중국 문화와 자유로운 홍콩의 세련된 특성이 묘하게 결 합돼 탄생했다. 중국과 영국이 닿는 경계에서 변이가 일어난 사례다.
- '변이'를 기획하는 기획사
기획사는 이런 전파자를 더 활용하기 위한 요소를 알고 있다. 바로 '떡밥'이 다. 보통 케이팝 덕질을 시작하면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영상은 모두 보고, 소셜 미디어에서 한 말 한마디까지 꼼꼼하게 살핀 후 팬덤 커뮤니티에 모여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스타는 여러 채널을 통해 많은 떡밥을 뿌린 다. 아예 데뷔 전부터 콘텐츠를 찍어 소셜 미디어에 뿌리며 떡밥을 만든다. 라이브나 비하인드 콘텐츠도 이런 역할에 충실하다.
이런 과정은 바이러스가 활발하게 '변이'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케이팝 기 회사는 이런 변이 가능성을 높일 여러 장치를 만든다. 한 그룹을 여러 조합으 로 쪼개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하게 만드는 유닛(unit) 활동이 대표적이다. 멤 버가 거의 20명에 가까운 그룹을 만드는 건 애초에 그 안에서 수많은 조합을 만들어내려는 의도다. 그 안에서 알파, 베타, 델타・・・・・・ 끝없이 새로운 조합을 만들고 실험해 전파 가능성을 높인다.
여러 성공을 거듭하며 다양한 덕질 콘텐츠를 만드는 시스템도 자리를 잡고 있다. 신곡 하나가 나오면 우선 티저(teaser)부터 여러 개를 제작해 발표한다. 그러다 공식 뮤직비디오가 나오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퍼포먼스 버전, 세로버전, 직캠버전, 무대 뒤 영상, 각 멤버별 영상, 무대 전체 영상이 쏟아진 다. 여기에 '광야' 같은 독특한 코드를 넣어서 세계관을 구축하며, 또 한 번 콘텐츠를 만든다.
케이팝의 부상에서 기획에만 초점을 맞추면 반쪽짜리 정답이 나온다. 기획 사는 성공을 기획하지 않는다. 애초에 한국의 작은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신 대중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킬 포인트를 찾고 배치한다. 얻 어 걸리는 것도 실력이라고 하지 않는가. 케이팝 그룹이 갑자기 '빵'하고 뜨 면 대체 무슨 일인가 싶지만, 그 또한 기획이 행운을 만나 터진 결과다.
변이를 거치며 케이팝은 강해지고 있다. 2010년대 벌어진 불공정 계약 논 란은 진통 끝에 표준계약서 문화를 낳았다. 변이 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해 적 극적으로 도입한 외국인 멤버 구성은 국가주의(애국심 논란) 리스크를 키웠 다. 이런 문제에 여러 번 부딪히면서 기획사들은 다국적 그룹의 경우 철저하 게 정치적 이슈를 피해가게 만들었다. 아예 가상의 세계관을 만드는 기획도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작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벼농사의 특징은 '공동생산개별소유'다. 함께 농사를 짓지만 산출물은 각 자 나눠 갖는다. 내 집, 내 밭에 씨 뿌리고 유유자적 사는 삶을 버리고 이런 집단노동에 투신한 까닭은 쌀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면적당 생산 열량을 비교하면 밀의 2배가 넘는다. 열량이 높을 뿐 아니라 육류와 함께 먹어야 하 는 밀이나, 콩이 필요한 옥수수와 달리 쌀은 완전식품이다. 이런 쌀의 매력에 빠진 선조들은 압록강을 넘어 건조한 기후의 만주에 가서도 불가능해보였던 쌀농사를 기어이 해냈다.

- 유교의 통치는 모두가 자신의 마음속에 달아놓은 CCTV의 통제를 스스로 받는 저비용 통치 구조다. 불행은 개인 탓이요, 모두가 성공은 할 수 있다. 다 만 처지가 딱한 건 수양이 부족해서다. 이 얼마나 성군의 치세인가. 작은 법 위반에도 팔다리를 자르고 사사건건 개입하는 '나쁜 나라님'이 다스리는 법 가의 통치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결국 이기지 않았을까. 이런 피통치자의 마음속에 CCTV를 다는 일을 아주 넓게 우리는 '문화'라 고 부른다. 적어도 수천 년의 동아시아 역사에서 위력을 검증한 통치 수단이 다. '충(忠)'과 '효(孝)'를 실천한 미담을 발굴하고 이런 원리를 담은 철학을 바탕으로 관리를 선발해 많은 이들이 자나깨나 읊고 외우게 만들었다. 피통 치자가 자발적으로 유순하고 체제에 순응하는 신민(臣民)이 되는 시스템의 기반을 소프트웨어에서 찾은 것이다.

- '조선은 왜 망했는가?'는 일제 강점의 역사가 있는 한국에서 중요한 질문 이다. 하지만 그렇게 문제가 많은 나라가 500여 년이나 유지된 이유도 고민 해봐야 균형이 맞지 않을까. 전 근대 역사에서 한 왕조가 100년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말이다. 비록 500여 년의 끄트머리는 처참하고 굴욕적인 결말로 귀결됐지만, 그 앞의 긴 역사를 이끈 원동력은 생각해볼 점 이 있다.
굴욕의 역사를 겪은 한국 사람들은 철두철미한 하드웨어의 힘에 천착해 전진해왔다. 그 결과 명실상부한 선진국이자 'G8'을 논하는 데까지 왔다. 동 시에 하나의 성적표를 더 받았다. 삶에 대한 만족도는 세계 꼴찌 (42.3%)이고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건 1등이며 자녀가 기쁨보다는 부담이라는 생각도 세계 1등을 차지했다. 세계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하고 자녀까지 부담스러운 자칭 'G8'이 한국의 성적표다.
전통적인 유교의 가치를 되살리자거나 논어의 가르침을 받들자는 의미가 아니다. 필자는 유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지금 한국 사회가 마주한 문제가 단순히 경제와 같은 '하드웨어'만으로 해결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오천만 명이 모인 이 공동체가 하나의 국가와 사회를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엔진이 꺼졌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수천 년의 역사를 지배해온 '마음속의 CCTV'를 우리는 이제 어떻게 활용 해야 할까. '문화'라는 소프트웨어는 이 불행한 나라에 어떤 답을 찾아줄 수 있을까.

- <신뢰이동>에는 공유경제의 3단계 과정을 '아이디어 -플랫폼-신뢰 형성'으로 나눈다. '겨우 앱으로 차와 사람을 이어주는 게 무슨 혁신?'이라는 비 판은 플랫폼만 갖춘 기업에 적용된다. 타다는 그 위에서 신뢰까지 성공적으 로 만들어냈다.
'부르면 제때 올까?', '불친절하진 않을까?', '불쾌한 일을 당할 때 책임져 줄까?' 이 3가지는 신뢰의 문제다. 원래는 국가의 보증(= 면허)이 해야 하지 만 잘 해결하지 못했다. 타다는 알고리즘과 적극적인 차량 투자로 이 3가지 신뢰 문제를 해결했다. 별점은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소했다. 이 별점을 믿는 것도 타다를 믿기 때문이다. 타다는 신뢰를 면허에서 플랫폼으로 빨아들였 다. 모빌리티 시장의 신뢰가 국가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한 것이다.
- 글로벌 PR기업인 에델만의 신뢰지표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정부 관계자보다 페이스북 친구를 두 배 이상 믿는다고 한다. 사람들의 믿음이 점차 자기 랑 비슷한 사람에게 옮겨가 플랫폼으로 모이는 것이다.
국가나 대기업 브랜드와 마찬가지의 역할을 해온 매스 미디어의 고민도 여기서 나온다. 과거에는 매스 미디어가 전문성과 사실에 대한 '도장'을 찍어 줬다. 신문에 나와야 전문가이고 팩트였다. 지금은? 소셜 미디어에서 인정받 고, 유튜브 채널에서 구독자를 모으며 영향력이 쌓인다. 여전히 레거시 미디 어의 영향력은 크지만 고민도 커지는 지점이다.
앞으로 유니콘은 훨씬 더 많아질 전망이다. 반면, 그들이 평가받는 가치만 큼 국가와 대기업의 기득권은 줄어들 것이다. 17세기에 스코틀랜드 금세공업자들은 금 보관증을 화폐로 만들어 왕실의 시뇨리지(seigniorage, 주조차익)를 잠식해갔다. 왕이 도장을 찍어야 인정받던 화폐를 금 보관증이 대신한 것 이다. 훗날 정부가 이걸 깨닫고 규제하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꼭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흐름을 알아채고 신뢰를 쌓은 '신뢰 부자' 도 더욱 많아질 것이다. 개업한 별점 5점짜리 맛집이 100년 노포를 이기는 게 현실이다. 1인 유튜버가 기자가 수백 명인 전문 매체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평판이나 계정의 신뢰성은 그 사람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신뢰 시스템은 기존 시스템보다 훨씬 냉정하다. 유명 인플루언서도 '광고' 한 번에 무너지곤 한다. 광고비를 받고 신뢰를 팔았기 때문이다.

- 지금은 희귀금속 생산량의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하지만, 1980년대까지는 미국이 이 시장을 지배했다. 이게 중국으로 넘어간 건 한마디로 '너무 더러워 서'다. 개발도상국의 오지로 넘길 만큼 심각한 오염을 초래하는 산업이란 얘 기다. 여기에 환경주의 진영에서 기겁하는 방사능까지 배출한다. 바오터우의 취수장 방사능 수치는 체르노빌의 2배나 된다. 희귀금속에서 방사능이 나오 는건 아니지만, 정제 과정에서 배출량이 상당하다.
유럽과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드라이브의 이면에는 중국이나 아프리 카의 희귀금속 채굴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에 전기차가 늘어나면 서울의 대 기오염은 줄지만, 화력발전소가 몰려 있는 충청남도의 대기는 더러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테슬라 차주가 늘어나면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의 코발트 광산에는 더 많은 아이 노동자가 투입된다.
경제적 문제도 남아있다. 전 세계 희토류 시장 규모는 7조원 정도다. 이 시 장의 95%를 중국이 지배한다. 여기에 반도체와 앞으로 수십 배 성장할 신재 생에너지, 전기차가 올라타 있다. 반도체만 해도 시장 규모가 600조 원이 넘 는다. 희귀한 한 줌의 흙에 세계 경제가 올라탄 셈이다.
1970년대까지 석유 공급에 출렁이던 세계 경제는, 산유국이 늘고 결정적 으로 미국발 셰일혁명을 겪으며 안정을 찾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미사일이 떨어지면 세계 경제가 하루 이틀은 충격을 받겠지만, 그 이상 휘청거리진 않 는다. 반면,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에 20~30가지씩 들어가는 희귀금속 중 몇 가지만 병목이 걸려도 애플과 삼성, 테슬라 같은 거대 공룡들의 생산 체계가 삐걱대면서 글로벌 경제를 위태롭게 만든다.
1980년대 들어 서구사회는 희귀금속 시장을 중국에 완전히 넘겨줬다. 하지만 중국은 그저 돈이나 많이 벌려고 이 시장을 선택한 게 아니다. 1992년에 덩 샤오핑은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30여 년 전부터 중국은 희귀금속에 대해 전략자원으로 접근한 것이다.

- 우리가 알던 룰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공짜' 세계화가 끝나간다는 것이다. 상황이 변했고 세계의 규칙도 바뀌고 있다. '주식회사 미국 그룹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미국의 계열사로 남으려면 더 이상 공짜는 없다. 호주처럼 자원 기지가 되든지, 폴란드처럼 최전선 보루가 되든지, 일본처럼 바다를 나눠 지키든지. 이제는 본사 미국에 보낼 수표에 얼마를 써서 낼지 정할 시간이다.

- 중국의 현재가 '서구식 자본주의 발전 경로'라는 틀로 설명이 안 되면 새로 운 틀이 필요하다. 이 책이 말하는 '중국화'가 바로 그 틀이다. '중국화'라고 하면 대게는 기분 나쁜 인상을 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중국화는 정확히 말하 면 '송나라화'다. 1000년 전 중국 왕조, 그 송나라다.
저자는, 중국은 '서구화하는 게 아니라 1000년 전 시작한 '송나라화'를 다 시 가열차게 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근대의 기틀을 닦은 근세(近世)가 15세기 유럽이 아니라 9세기 송나라에서 시작됐다는 '송 근세'이다. 이 관 점으로 보면 중국이 외치는 '굴기(起)'가 미스터리하지 않다. 경로이탈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1000년 전 송나라에서 근세가 시작됐다고? 이는 젊은 재야사학자가 한 얘 기가 아니라 1920년대 일본의 석학 나이토 고난湖南이 한 말이다. 그러니까 이 책 <중국화 하는 일본>은 100년 전 나온 송 근세설을 가져와서 최근 동북 아의 정세를 살짝 풀어냈을 뿐이다.
송나라화의 핵심은 '귀족제도를 폐지하고 황제 전제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송나라 때 귀족제가 폐지됐다고 말한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고 본격 도입한 과거제로 선발한 관료에 의한 통치로 대체됐다고 말한다.
한국은 조선사 500년 경험이 있어 과거제도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당시 송나라 입장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일이었다. 1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통일 된 지식 체계를 공부하고, 시험을 거쳐서 권력을 얻어낸 거니까. 그것도 무려 1000년 전에 말이다.
지방으로 발령 받은 중앙 관료가 귀족(=호족)의 권력을 제압하면서 국가 시스템이 확립된다. 즉, 황제 빼곤 모두가 (상대적으로) 대등하게 경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작두로 호족의 망나니 아들의 목을 뎅강뎅강 하던 판관 포청천이 바로 송나라 관료다. 저자는, 중국이 송나라 때부터 계급제가 폐지 됐다고 주장한다. 파격적이다.
- 화폐경제도 이때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지폐가 사용됐고, 화폐 공급이 경제를 따라가지 못하자 신용 화폐인 어음까지 등장했다. 화폐경제는 국가가 나서서 권장했는데 세금을 물납(物)이 아닌 돈으로 받기 시작한 게 결정적 이다. 1000년 전에 말이다. 지금이야 세금을 화폐로 내는 게 당연하지만, 세 계사를 보면 쌀 같은 현물로 내는 게 대부분 아니었던가
송나라는 중앙 권력이 강했지만,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은 풀어놨다. 봉건 제에서 농민은 귀족의 재산'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었다. 송나라 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지니 농민 입장에선 "어라, 쌀을 팔면 돈이 생기네. 그럼 다른 도시로 가서 사고팔아 볼까"하는 생각이 든다. 화폐경제와 이동의 자유가 만나면서 상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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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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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작전

역사 2024. 4. 17. 08:10

- 농업과 산업 기반시설 파괴를 목적으로 한 소규모 기습은 중세와 근대 초기의 전쟁에서 거의 언제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기습이 개별적으로 중요한 결과를 빚어낸 적은 거의 없다. 따라서 그들 역시 특수작전의 정의와는 맞지 않는다. 알레포 시장이나 오리올의 방앗 간 같은 시설들이 특수작전의 대상이 될 만큼 가치를 지니는 것은 오로지 독특한 정황이 갖춰졌을 때뿐이다.
군대에 필요한 장비가 갑옷, 칼, 투구 등 몇 가지밖에 없고, 보급품 을 위해 본국의 산업생산에 기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여기 서 반드시 강조해야겠다." 일반 화살과 석궁 화살은 대량으로 필요했다. 때로는 군주들이 수십만 개의 석궁 화살을 사들이거나 요구하 기도 했다. 잉글랜드 국왕 존은 1212년에 석궁 화살 21만 개를 구매 했고, 아라곤의 하이메 1세는 1272년에 석궁 화살 10만 개를 내놓 으라고 백성들에게 요구했다. 백년전쟁 때 프랑스에서 작전을 치던 잉글랜드 군대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장궁 화살이 필요했 다. 예를 들어 영국 왕이 1421년에 구매한 화살은 42만 5,000개나 된다"
그러나 현대에 비하면 이만한 수량도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 다. 또한 중세 통치자들은 보통 필요한 만큼의 화살을 현장에서 제 작하거나 외국상인에게서 사들이는 방법을 썼다. 많은 도시와 마을 에 할당량을 정해주기도 했다." 하이메 1세가 1272년에 요구한 10만 개의 석궁 화살은 여러 마을이 나눠서 공급했다. 바르셀로나는 1만 5,000개를 공급하고, 우에스카는 4,000개를 공급하는 식이었다." 도 시와 지방에서 산업생산은 소규모 공방들이 담당했다. 대규모 조립라인에서 똑같은 물건이 대량으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장인들이 손으로 일일이 물건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군대가 수십만 개의 화살을 본국에서 공급받는다 하더라 도, 전국에 흩어진 소규모 공방에서 많은 장인들이 만들어냈다. 이러 니 어느 한 도시의 공방 몇 군데를 파괴하기 위해 특수작전을 수행하 는 것은 웃기는 일이었다. 예컨대 바르셀로나에서 이런 작전을 시행 했다 해도, 발렌시아나 이탈리아 남부에서 작전 중인 아라곤 군대에 는 아무런 영향이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화약이 혁명을 일으킨 뒤에도 이런 현실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적어도 16세기까지는 그랬다. 군대가 요구하는 화약, 포탄, 화 승총탄의 양이 중세 군대가 요구하던 화살의 양보다 확실히 많기는 했다. 1513년에 잉글랜드는 프랑스 침공을 위해 화약 510톤을 실어 보냈고, 투르네 공성전에서는 대포 180문이 매일 최대 32톤까지 화 약을 소비했다." 1565년 몰타 공성전 때 튀르크 군대가 쏜 포탄은 13만 개로 추정된다. 화승총탄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사용되었다."
- 그러나 생산방법은 여전히 중세와 다를 바 없었으며, 외국 상인들에게서 사들이는 화약과 무기의 비중이 컸다. 특수작전의 유혹을 불러 일으킬 만큼 규모가 큰 무기 공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화약고는 매력적인 표적이었다. 기술적으로 파괴하기가 몹시 쉬웠 기 때문이다." 육군의 화약 운송열차, 함대에 보급되는 화약, 도시의 화약고 등을 날려버린다면 적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될 수 있었다. 예 를 들어 1453년 하버러 전투에서 헨트 시민군은 포병의 부주의로 화 약고 일부가 폭발하자 겁에 질려 도망쳐버렸다(헨트 시민들은 부르고뉴의 지나친 과세에 항의해 반란을 일으켰으나 곧 제압되었다-옮긴이) 15세 기 말에는 성을 포위하고 공성전을 벌이던 군대가 화약이 떨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포위를 푸는 일이 잦았다. 한편 포위된 도시 또 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면 적에게 함락되곤 했다."
그러나 화약고가 종종 사고로 폭발했다는 기록이 있을 뿐, 화약고 를 목표로 특수작전이 시행된 기록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당혹스 러운 결과다. 어쩌면 특수작전에 대한 중세식의 인식이 여전히 지배 적이어서, 화약혁명 이후 나타난 새로운 전쟁 양상과 사건들 중 일부 가가려져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 정치, 군사, 종교 지도자들은 특수작전의 주요 표적이 었다. 그들이 적의 군대뿐만 아니라 전쟁 의지 전체를 지탱해주는 유 일한 존재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기사도 시대에 상비군이나 상 시적인 군대 위계질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오늘날 미군에 대 해 말하듯이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프랑스군이나 아라곤군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시에는 오로지 다양한 규모의 '프랑스계' 부대나 '아라곤' 부대가 존재했을 뿐이다. 그들은 영지 주둔 병력, 용병대, 민병대, 동맹국 지원대, 떠돌아다니는 개인 등이 임시로 한데 모여 형성된 부대였다. 원정이 끝나면 부대는 다시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또 부대가 만들어질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충성심의 지속기간도 군대의 지속기간보다 아주 조금 더 길 뿐이 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병사 개개인과 지휘관들 사이의 유대가 아주 오랫동안 강력하게 지속되기도 했지만, 군대 전체는 다른 문제였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내내 군대에는 기강 해이, 탈영, 반란, 두말할 여지가 없는 반역이 만연했다. 군대의 동맹관계는 수시로 변할 때가 많았으므로, 오늘의 친구가 내일은 얼마든지 적이 될 수 있었다. 영지 들의 충성심은 특히 내전이나 계승전쟁의 경우 변덕을 부리기 일쑤 였다. 용병들의 충성심은 이보다 훨씬 더 미약했고, 병사들과 장교들 은 물론 분대 전체가 전쟁을 하다 말고 반란을 일으키거나 아예 다른 진영으로 넘어가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당시에도 이런 짓은 밉살스럽게 여겨졌지만, 병사나 장교나 분대 가한 계절에는 이쪽 군주를 위해 싸우다가 다음 계절에는 반대편 군 주를 위해 싸우는 일은 그들의 세계에서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6세기에는 여러 군대들이 거대한 규모의 '의자 뺏기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부대들이 끊임없이 동맹을 바꿨기 때문에, 한 전투에서는 '프랑스'군으로 싸우던 분대가 다음 전투에서는 '합스부르크'군으로 나타나곤 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병사들이 이런 군대에 합류하거나 군대를 떠나는 데에는 다양한 개인적인 이유들이 작용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을 꼽아 보면 자신의 영주나 특정한 친구에 대한 충성심과 의리, 고정된 보수 와 전리품을 받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사회적 지위를 높 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명예를 얻어 남성성을 확립하고 싶다는 욕 망, 모험에 대한 열망 등이 있다. 애국심이나 신앙심은 대개 이보다 중요도가 떨어졌다. 
이런 식으로 구성된 군대를 하나로 묶어 지탱해주는 것은 순전히 사령관의 능력인 경우가 많았다. 군대를 구성하는 여러 부대의 충성 심은 추상적인 이상이나 정치체제보다 사령관을 향하고 있었다. 사 령관은 경우에 따라 영주이기도 하고, 친구나 동맹이기도 하고, 단순 히 돈을 지불하는 고용주이기도 했다.

-  합스부르크 가문은 처음에 스위스의 소지주로 출발했으나, 16세기 말에는 가문 소유의 영 토가 북해에서부터 지브롤터까지 유럽을 뒤덮고, 필리핀부터 멕시코 까지 세계로 펼쳐져 있었다.
군대와 제국이 가문의 일인 것처럼, 전쟁의 목적 또한 사령관 본인 이나 가문의 이득을 위한 것일 때가 많았다. 전쟁은 왕가의 이익과 상 속권을 위해 군주들이 벌이는 "다른 수단을 이용한 송사의 연장" 8 이 었다." 십자군 전쟁을 제외하고, 이 시기의 모든 주요 분쟁 (아라곤-앙 주 전쟁, 백년전쟁, 장미전쟁, 이탈리아 전쟁 등)은 대체로 왕가의 상속권을 둘러싼 싸움이었다. 유럽의 모든 왕국, 공작령, 백작령이 계승전쟁으 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전쟁에서 지휘관의 비중이 이처럼 컸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적 사령관을 공격해서 쓰러뜨린 것만으로도 더 이상의 전투나 포위 공격이나 원정 없이 완벽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 암살과 납치의 가장 큰 약점은 불명예스러운 싸움방법이라는 점이 었다. 암살과 납치는 당시를 지배하던 정치문화의 약점을 온전히 이 용하는 한편, 바로 그 문화 전체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고전적인 '죄수의 딜레마'(협력적인 선택이 둘 모두에게 최선인데도,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으로 인해 둘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는 현상옮긴이) 사례라 고 할 수 있다. 암살과 납치를 가장 먼저 조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엄청난 보상을 얻을 가능성이 높지만, 곧 모든 사람이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게 되면 정치질서도 변할 것이고, 이것이 모든 통치자들에 게 달갑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군사적 수단으로 다른 곳보다 훨 씬 더 암살에 의존했던 중세의 중동과 르네상스 이탈리아에서 안정적인 왕조와 영지를 찾아보기가 서유럽에 비해 훨씬 더 힘들다는 점 이 좋은 예다. 
서유럽에서도 이단과 이교도에게는 암살과 납치가 널리 사용되었 다. 같은 기독교인에게도 가끔 사용되기는 했으나, 금기의식이 여전 히 남아 있었다. 이것이 봉건 정치체제가 상대적인 안정성을 유지하 는 데 기여한 요소였다. 이탈리아의 일부 군주와 폭군을 제외하면, 중 세나 르네상스 시대 유럽에서 니자리파와 유토피아인의 본을 따라 암살을 정치와 군사의 일반적인 도구로 이용하거나 특수한 암살부대 를 훈련시키려고 시도한 주요 정치세력이나 군대는 없었다. 암살을 군사적인 도구로 이용할 때도, 이것이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라 더럽고 부끄러운 방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암살과 납치에 대한 문화적 금기의식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은, 이 런 작전이 성공을 거뒀을 때조차 명예에 흠집이 났다는 것을 뜻했 다.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언제나 대외적인 이미지 면에서 재앙을 만난 격이었다. 전투의 패배가 흔히 명예롭게 여겨지는 것과는 달랐다.!!"
- 18세기 이후 전쟁을 정당화한 논리들에도 불구하고, 납치와 암살 이 여전히 군사적 금기로 남아 있다는 사실 또한 의미심장하다. 명예 와 계급 이익의 제단에 승리를 제물로 바치는 기사도 시대의 군인정 신이 아직도 남아 세계 지도자들을 적의 손길로부터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토머스는 1983년에 특수작전을 다룬 글에서 명 예에 대한 기사도적 인식이 20세기가 밝은 지 한참 지났을 때까지도 특수작전의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직업 장교들이 특수작전을 "군인의 명예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머스 본인도 비록 특수작전의 최근 역사와 미래의 잠재력을 포괄적으로 개관하려고 시도하면서도, 암살의 시행방법과 유 용성에 대한 논의는 회피했다.
기사도의 '공정한 경기 규칙을 단순한 환상으로 치부해버리고, 전 장에서는 승리를 위해 어떤 수단이든 쓸 수 있다고 믿고 싶은 사람이 라면 표적 사실과 정치적 암살에 부과된 제한과 그런 행위를 둘러싼 현재의 논란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에 인류의 완벽한 파멸을 위해 계산된 계획 을 수립하던 대통령, 의장, 원수 등도 다른 지도자들의 암살 사건에 대해서는 떨떠름한 시선을 보냈다. 1976년에 미국의 제럴드 포드 대 통령은 미국 정부의 공무원들이 정치적 암살을 모의하는 것을 불법 으로 규정한 행정명령 제11905호를 발표했다. 레이건 대통령도 행정 명령 제12333호를 통해 이 명령을 지지했고, 그 뒤를 이은 모든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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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Quote of the day 2024. 4. 1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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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씽킹

인문 2024. 4. 16. 06:43

- 머스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머스크는 TED 큐레이터인 크리스 앤더슨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생각 의 제1원칙'을 따른다고 밝혔다' 제1원칙은 머스크가 생각의 뼈대를 만드는 방식이다.
"생각하기에 좋은 틀이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제1원 칙 추론입니다. 사물의 본질을 요약하고 추론하는 방식인데요, 유추에 의한 추론과는 반대죠. 우리는 대부분 유추에 의한 추 론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약간 변형 해서 따라 하는 정도죠. 유추에 의한 추론은 많은 사람이 인정한 모범 사례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합니다. 유추로 추론하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조차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제1원칙 추론은 주어진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한 가정을 세우고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처음부터 새 로운 지식과 방법을 찾는 방식입니다."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대부분 사람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히 여긴다. 다른 사람 생각에서 유추 하니 결국 모든 사람이 비슷하게 생각한다. 머스크는 다른 사 람을 보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보라고 조언한다. 일론 머스크 는 제1원칙 추론을 3단계로 구분한다.
• 1단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 방법을 가정한다.
사업을 성장시키고 싶다면 해결 방법으로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가정을 한다. 체중을 감량하려면 운동할 시간이 충 분해야 한다는 가정을 한다.
• 2단계: 문제를 기본 원칙으로 분류한다.
문제의 줄기나 큰 가지와 같은 기본 원칙을 확인한다. 기본원칙은 문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 3단계: 처음부터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문제를 이해하고 기본 원칙으로 분류한 후에는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 다빈치가 르네상스 시대의 메모왕이라면 에디슨은 현대의 메모왕이다. 다빈치가 다양한 방면에 업적을 남겼듯이 에디슨 도 축음기를 비롯해 1,300건을 발명했다. 에디슨은 500만 장의 메모를 남겼다. 럿거스대학교는 에디슨 문고를 1978년에 설립 했다. 에디슨이 남긴 메모를 정리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다.
에디슨은 우연히 떠오른 생각은 모두 적었다. 내 생각이든 다른 사람의 생각이든 메모했으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메 모를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생각을 여백에 적었다. 또한 적을 때 기억용과 생각용으로 구분해서 메모했다.
•기억용 노트
단기간에 해야 할 일을 단어나 문장으로 적는다. 투o-do 노트라고도 한다. 해야 할 일을 기억하기 위한 메모이므로 일을 다 하고 나면 내용 위에 한 줄 쫙 그어버린다. 그리고 완전히 잊어버린다. 기억용 노트는 책상 위에 놔두고 수시 로 메모하고 지운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으 므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생각용 노트
생각나면 생각난 대로 일단 적어둔다. 뜬금없이 시의 한 구절이 생각나면 그대로 적는다. 어느 기업의 경영 사례를 보면서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일단 그대로 적는다. 중 요하다고 생각한 개념이나 데이터도 그대로 적는다. 생각 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는 아직 모른다. 메모할 당시에는 뾰 족한 아이디어가 없다.
생각용 노트는 가끔 임의의 페이지를 열고 내용을 다시 본 다. 그러면 메모할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 이 떠오른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도 있고 생각을 더 세련 되게 정리할 수도 있다. 여백에 생각을 계속 추가한다. 언제 사용할지는 모르지만 재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간 이 오래 지나도 언제든지 생각을 보충해준다. 시간을 들여 생각을 숙성시키면 생각은 넓고 깊게 발전한다.

- 1 제목, 3 꼭지, 3 세부 사항으로 정보를 정리해 보자. 나는 이런 형식을 '1-3-3 형식'이라 부른다. 제목은 한 줄로 요약한 다. 이때 제목을 의문형이나 부정형으로 만들면 읽는 사람의 흥미를 끌 수 있다. 제목이 부정형이면 오히려 중요하다는 점 이 강조된다.
정보의 내용을 요약하는 꼭지bullet point는 세 개로 청크화한 다. 그리고 각 꼭지마다 세 개의 세부 사항을 적는다. 꼭지의 나열은 규칙을 가진다. 서론/본론/결론으로 구분하거나 과거/ 현재/미래로 구분한다. 사실/비판/계획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긍정/부정/중간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찬성/반대/절충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작성하면 내 생각을 상대에게 일목요 연하게 전달할 수 있고, 상대방은 기억하기 쉽다.

- 뉴욕대학교 애덤 알터 교수는 행동 중독을 일으키는 요소로 여섯 가지 특징을 꼽았다. 첫째, 행동하기 쉽고 매력적인 목표 가 있다. 이메일을 확인하는 정도는 복잡한 지하철에서도 할 수 있다. 이메일에 즉시 답장하면 나는 일 처리가 빠르다는 만 족감이 든다. 둘째, 랜덤하게 보상한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 린 글에 가끔 답글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셋째, 단계적으로 수준이 올라간다. 다이어트를 하고 계속 걸었더니 오늘은 체중이 조금 줄었다고 느낀다. 넷째, 서서히 어려워진다. 게임을 하면 레벨이 올라갈수록 화면이 바뀌는 속도가 빨라진다. 다 섯째, 긴장감이 있다. 단톡방에 글을 올리고 나면 어떤 반응이 있을지 궁금하다. 여섯째, 사회적으로 강하게 연결된다. 게임 커뮤니티나 단톡방에 있는 사람들과 일체감을 느낀다. 여섯 가지 요소는 동시에 여러 개가 작동하는데 요소가 많이 포함 될수록 행동 중독이 되기 쉽다.
어떤 사람이 중독에 빠질까? 누구나 중독에 빠질 수 있다.

- 모든 사람이 이렇게 자주 거짓말을 하는데 거짓말을 판단할 수 있을까? UCLA 심리학 교수인 셸리 테일러의 연구에 의하 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거짓말을 판단하지 못한다." 거짓말 을 판단하는 전측 뇌의 기능이 점점 퇴화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거짓말을 들어도 젊었을 때처럼 뇌가 활발하게 반응 하지 않고 불신할만한 사람을 봐도 의심하지 않는다. 거짓말 탐지기도 있다. 검사를 하기 전에 먼저 가벼운 질문을 한다. 이 름이나 직업처럼 참말과 거짓말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질문 이다. 질문에 답하는 사람의 호흡, 맥박, 혈압, 땀의 수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는데 참말과 거짓말을 구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검사에서는 거짓말을 하는지 알고 싶은 내용을 반복해서 질문한다. 거짓말 탐지기가 모든 거짓말을 판단하지 는 못한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들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 세븐일레븐은 이름만 들어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하는 편의점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연상에는 상품 이름 이 중요하니 타사의 상품 이름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비아 그리는 화이자제약이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다. 비아그라 특 허가 만료되면서 한국 제약회사들은 비아그라와 비슷한 브랜 드를 만들었다. 대웅제약의 누리그라, CJ제일제당의 헤라그라, 비씨월드제약의 스그라가 있다. 발기부전을 치료하면 발기 왕 성이 된다. 그래서 브랜드는 남자의 왕성한 힘이라는 이미지 를 강조한다.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종근당의 야일라, 동광제 약의 자하자는 모두 성기나 섹스를 연상하게 만든다.

- 좋은 질문이 좋은 대답을 부른다
질문에 앞서 먼저 상대방의 장점이나 잘한 점을 칭찬한다. 상 대방의 인격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 든 후에 문제점이나 의심이 가는 내용을 질문한다. "계절이 금 세 바뀌었죠?"라거나 "오늘 회의는 잘 되겠죠?"라고 가볍게 질문한다. "요즘 바쁘세요?"라거나 "얼굴이 좋아 보이네요?" 라고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들어도 상관없다. 분위기를 좋게 이끌어 간다면 좋은 질문이다.
질문에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갑자기 질문하지 않고 먼저 분위기를 가볍게 한다. 좋은 질문은 원하는 대답이 명확하다.
긍정적인 대답을 유도한다. 미래를 지향하는 질문이다. 좋은 질문은 상대방을 즐겁게 한다.
나쁜 질문도 있다. 무엇을 알고 싶은지 애매하다. 대답하고 싶어도 어떤 대답을 하면 좋을지 모른다. 굉장히 깊이 생각해 서 대답해야 하는 질문도 나쁘다. "행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 하십니까?"라거나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계시나요?"라는 질 문에는 단답형으로 가볍게 대답하기 어렵다. 차별적인 질문도 나쁘다. 마음에 상처를 주는 질문도 있다. 성의 없는 질문도 나쁘다. 갑자기 추상적인 질문을 해도 곤란하다. 사생활을 꼬치꼬치 묻는 질문도 나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출신 학교나 결 혼 여부를 물어본다. 나이를 물어보며 호적을 조사한다. 질문 이 아니라 취조다. 도굴꾼과 같다. 도굴꾼은 여기저기 파헤쳐 보고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그대로 방치하고 떠난다. 고고학 자는 유적을 소중히 여기고 정성스럽게 하나씩 찾아 나간다. 질문은 도굴꾼이 아니라 고고학자처럼 해야한다.
가장 나쁜 대답이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하는 태도 다. 침묵은 때로는 부정이고 때로는 긍정이기 때문에 대답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답을 예의라고 생각하면 대답을 회피하거나 의도적으로 화제를 바꾸는 사람은 의심스럽다. 핵심 적인 질문을 하면 여기에 대답하지 않고 일반적인 화제로 말 을 돌린다.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고 거꾸로 물어본다. "불량의 원인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면 "매출이 늘어야 할 텐데"라며 논점을 바꾼다.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경험 이 많은 정치가는 어려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질문을 바꾸어 버린다.

- 컬럼비아대학교 멜라인 브럭스 교수는 화상회의를 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20퍼센트 감소한다고 말한다.' 회의실에서 만나 회의하면 공간 전체에 초점이 골고루 분배되지만, 화상 회의를 하면 컴퓨터 화면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컴퓨 터 화면만 쳐다보고 시야가 좁아지면 인지하는 범위가 좁아지 고 창의적인 생각이 나지 않는다. 화상회의는 깊이 집중해야 하는 업무에 적합하다. 아이디어를 생성하려면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아이디어를 결정하거나 평가하려면 화상회의를 하 라고 조언한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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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0년 전 붓다도 말씀하셨다. 행복을 바깥에서 찾으면 반드 시 고통을 얻는다고 말이다. 수피 스승 나스루딘 역시 제자들에 게 편하다고 해서 바깥에서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마음에(그러 니까 올바른 장소에 불을 밝혀야 한다는 교훈을 전하려 했다. 물론 외부 활동은 인생의 큰 부분이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 이 우리의 유일한 전략이라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우 리는 삶이라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타 내려오지 못한다. 롤러코 스터가 잘 돌아가면 행복하지만 잘 돌지 못하면 불행하다. 그런 데 삶이란 어쩔 수 없이 무상하기에 불행해질 확률이 높다. 삶을 의식적으로 안에서 밖으로 창조하지 못하면 삶은 무의 식 중에 밖에서 안으로 일어난다. 붓다와 나스루딘, 예수를 비 롯한 인류 역사의 스승 모두가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권했다. 붓 다는 행복은 우리 안에 있다고 말했고 예수는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누가복음 17장 20~21절)”라고 말했다. 깨달음 을 얻은 모든 이가 같은 방향을, 안을 가리킨다.
- 이렇게 상상해볼 수 있다. 당신은 작은 컴퓨터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당신은 세상에 하나뿐인 특성과 용량을 갖고 태어난 유일한 컴퓨터이지만 겉보기엔 다른 컴퓨터와 크게 다르지 않 다. 향후 7년 동안 당신이라는 컴퓨터에 당신의 보호자가 운영 시스템을 장착한다. 그러나 그들은 대체로 무의식적인 삶을 살 기 때문에 자신들의 무의식적 패턴, 습관, 행동방식, 세계관을 그대로 당신에게 장착한다. 그전에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깔거나 자신의 하드를 최적화하자는 생각은 전혀 못 한다.
이 운영체계가 당신 인생을 떠받치는 기둥이 된다. 세월이 더 흐르면 사회의 가치관과 규범과 생각까지 추가된다. 당신이 어 떤 행동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며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정신적 각인이 수천 가지나 새겨진다. 하버드대학교 에서 실시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18세 청소년이 살면서 들은 부정적인 암시는 평균 18만 종이라고 한다. 18만 종의 부정적 프로그램이 당신의 하드에 깔린 셈이다.
이제 어른이 된 당신은 이 책을 손에 들고서 생각이란 무엇인지를 자문한다. 대답은 무척 쉽다. 생각은 살아오는 동안 당신 의 마음에 장착된 수천 가지 프로그램의 결과물이다. 진짜 당신 생각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당신의 생각은 당신과 대부분 시간 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의 메아리이다. 그리고 당신이 성장한 사 회의 메아리이다. 당신을 따라다니는 온갖 소음의 메아리이다.
-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우리는 진실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생각이 나일 수는 없다. 앞에서 소개한 몇 가지 훈련을 거치면 서, 당신은 이미 생각을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 이다. 관찰자는 관찰 대상일 수 없다. 맞다. 당신은 생각이 아니 다. 신경생물학적으로 보아도 생각은 두뇌활동의 아주 미미한 부분에 불과하다.
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면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의 세계관을 굳게 고집하면서 남의 세계관을 거부하면 전쟁이 일어난다. 자신은 옳고 상대는 그르다고 확신하면 다툼이 발생한 다. 자신은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있던 잠재력도 줄 어든다. 머릿속에 그려진 공포의 미래를 굳게 믿으면 불안과 근 심이 자라난다.
악순환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명상과 마음챙김이 가르치는 '의식'이다.
- 수많은 인상에서 의미를 끌어내어 인생의 여러 도전에 맞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정신, 즉 이성이 맡는다. 문제를 해 결하는 이 원숭이 역시 당신이 제대로 다룰 줄만 알면 맡은 일 을 척척 해낸다. 사실 인류 역사에 기적을 불러온 장본인도 바 로 이 원숭이다. 피라미드와 타지마할을 짓고 우주를 탐험하고 이 시대가 한껏 누리는 온갖 기술을 개발한 것도 바로 이 두뇌 이니 말이다. 다만 문제는 우리가 이 녀석을 다룰 합리적 사용 설명서를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데에 있다. 녀석이 맡은 일을 잘 처리할 것을 본능으로는 알지만, 녀석의 한계와 잔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녀석의 첫 번째 오작동은 시간개념이다. 문제 해결을 담당하는 이성 부위에는 시간개념이 없다. 우리가 온종일 고민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말하는 상황을 상상해보 자. 두뇌는 이 정보를 가지고 무슨 짓을 할까? 정확한 결과도 모르면서,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당신은 고민한다. 운전 하면서도 집중을 못 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맛을 모른다. 두뇌의 일부가 계속해서 온갖 진단명을 떠올리기에 잠도 못 자고 밤새워 뒤척인다. 발가락 하나가 간지럽거나, 허리가 뜨끔하기만 해 도 다 중병의 증상인 것 같다. '다음 주에 의사한테 정확한 결과 를 듣고 나서 고민해도 늦지 않아. 이성아, 인제 그만 잠 좀 자 자. 당신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성의 문제 해결 부 위는 시간개념이 없기에 그렇게 말해봤자 통하지 않는다.
병원 사례가 좀 극단적이라면,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당 신의 정신은 지금 삶이 진행되는 그곳에 있지 않다. 당신은 얼 마나 자주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고민하는가? 프레젠테이션은 오후인데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초긴장 상태이다. 문제를 해결 하고(더 정확히 말하면 문제와 연관된 감정을 떨쳐버리고 싶지만, 두뇌 는 방법을 모른다.
두뇌의 두 번째 오작동은 구토를 모른다는 점이다. 과식하거 나 상한 음식을 먹으면 위장은 제동을 걸고 몸에 들어온 것을 밖으로 토해낸다. 두뇌는 그럴 줄 모른다. 당신의 두뇌는 온갖 문제와 다툼, 지난 경험과 미래 걱정으로 이미 터지기 직전까지 찼으면서도, 불안을 조장하여 관심을 끌려는 미디어들의 자극 적 정보를 계속해서 받아들인다.
당연히 두뇌는 만성 소화불량 상태이다. 그러니 여기에 이혼 이나 실직 같은 더 심각한 문제가 추가되면 완전히 과부하에 걸 린다. 두뇌는 쉬지 않고 고민하느라 재충전이 절실한 순간에도 도무지 당신을 재우지 않는다.
- 잠 못 드는 밤을 보낸 후엔 또 어떤 짓을 할까? 휴식을 취해 몸을 쉬게 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해야 할 것을, 불쾌한 기분을 외면하겠다며 더 많은 자극과 문제를 머릿 속으로 밀어 넣는다. 두뇌도 신체와 같다. 이럴 때 최고의 해결 책은 휴식과 고요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명상이다. 명상은 두뇌 가 푹 쉬며 원기를 회복할 시간을 제공하고, 더불어 지금 이 순 간에 머무는 능력을 가르친다.
- 붓다는 그런 끈질긴 생각은 그냥 무시하라고 가르치셨다. 생각이 나타나면 잠깐 인지는 하되, 오래 붙들지 말아야 한다. 일 이건 대화건 지금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춘다. 생각이 또 떠오 르거든 다시 잠시 인지하고 바로 무시한다.
이런 인지와 무시의 과정은 정신 훈련이기도 하다. 예전 같 았으면 정신이 온 힘을 다해 자기 생각을 관철했을 것이다. 당 신은 생각의 말을 믿고 행동하거나 기분이 안 좋아졌을 것이다. 당신이 이성을 왕좌에서 내쫓고 하인의 임무를 맡긴 지금조차 도 이성은 여전히 많은 것을 중요시한다. 해묵은 경험에 각인된 이런저런 생각을 당신에게 내민다. 하지만 당신의 의식은 이제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바를 결정할 수 있다. 이제는 같은 눈높 이의 싸움이 아니다. 아니 애당초 싸움이 아니다. 당신이 권력 을 주지 않는다면 하인은 아무런 힘이 없기에.
- 정서적 고통은 감정 자체가 아니라 감정을 대하는 방식 때문 에 생긴다는 사실을 나는 오랫동안 몰랐다. 당신도 나처럼 언젠 가는 힘든 감정을 다 쫓아낼 수 있으리라고 망상한다면 앞으로 도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감정은 인생의 일부이다. 사 람됨의 일부이다. 때로는 징글징글하게 불쾌하다. 나도 안다. 하지만 지금 불쾌하게 느낀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 장은 없다. 건강한 방식으로 힘든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운다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의 의미이다.
잊지 말아야 할 감정의 진실
*불안에서 애써 도망칠 필요 없다. 불안해도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
*분노는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그 에너지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슬픔을 억압할 필요가 없다. 슬픔도 인생의 선물이다.
*탐욕과 자만, 질투에 쫓기지 않는 자신을 상상해보라.
*죄책감은 치유가 임박했다는 신호이다.
*고독은 진정한 당신의 본성을 상기시킨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감정은 모두 당신을 위해 존재한다.
- 불안이나 고독 같은 힘든 감정은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불쾌해야 마땅하다. 수천 년 전 우리는 그 감정들 덕분에 살아남았다. 불안은 우리가 맹수와 맞서 싸우거나 빠르게 도망 치도록 몸을 일으켜 세운다. 외로움이 불쾌한 이유는 배척이 곧 죽음을 의미하던 시절, 집단에 순응하는지가 생존과 직결되었 기 때문이다.
우리가 힘들다고 부르는 대부분의 감정은 신체적으로도 불쾌 하다. 맞다. 불쾌하다. 하지만 안전하다. 낯설지만 명백한, 꼭 기억해야 하는 사실이다. 실제로 부끄러워서 죽은 사람을 본 적 있는가? 물론 불안이나 고독이 해로운 결과를 낳을 수는 있다. 하지만 원인은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당신이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작 몸과 마음을 해치는 것은 감정을 허용하지 않는 당신의 마음이다.
감정은 소화와 혈액순환처럼 몸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과 정이다. 감정은 안전하다. 때로는 불쾌하다. 이 불쾌함을 우리 는 피하려 애쓴다. 문제는 요즘 세상에는 생명을 위협할 맹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집단에서 배척당하는 일이 좋지 는 않겠지만, 사회구조상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온갖 위험을 모조리 피하려고 애쓴다면 두뇌는 이런 불리한 패턴에 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절대 안 하면 발표가 곧 죽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지 못하는 것과 같다.

- 정서적 감각의 지속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다. 정확히 말하면 감정의 수명은 90초에서 120초 사이이다. 정말이다! 당신의 감정 두뇌가 화학 칵테일을 혈관으로 쏘아 보내라고 명령을 내 리는 순간부터 그 물질이 자연적으로 다시 분해되는 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분이다. 한 시간도 아니고 하루도 아니고 한 주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한 번 시작된 감정은 잘 그치지 않는다 고 믿는 이유는, 감정을 대하는 방식이 건강하지 못한 탓이다. 강렬해진 감정이 의식으로 밀려오면 당신은 본능적으로 그동안 배운 건강하지 못한 전략을 집어든다. 감정을 억압하고 회피하 고 투사하고 고민하면서 감정을 붙든다. 감정을 계속 살려두면 서 먹이까지 제공한다. 그러니 바람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 는 것이다.
감정에 저항하지 않으면 감정은 파도처럼 당신의 몸을 지나 고 자연스럽게 떠난다. 신경계는 조절 기능을 회복하고, 감정 두뇌는 예상만큼 심하지 않은 것을 보니 다음에는 이 정도로 격 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겠다는 교훈을 얻는다.
-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격한 감정에 휩싸여보았을 것이다. 심한 불안을 느끼다 못해 공황에 빠진 적이 있을 수도, 깊은 슬 픔이나 실존적 고독에서 허우적댄 적도 있을 것이다. 감정이 얼 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한다.
- 그런데 우리 몸은 몸의 통증과 마음의 고통을 구분하지 못한 다. 뇌에서 같은 부위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고통은 불쾌하 다. 당연히 우리 뇌는 어떤 고통이든 피하려고 애쓴다. 이런 진 화의 이점이 현대사회에서는 도리어 해가 된다. 앞서 말했듯 우 리 조상이 고독이라는 감정을 최대한 피한 것은 최선의 전략이 었다. 공동체의 상실은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감정을 그냥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고독도 깊은 내 면에서 사랑으로 바뀐다. 모든 감정은 자신과 세상을 더 심도 있게 이해하는 문이 되어준다. 그 문을 지나갈지, 거기서 그치 지 않고 더 나아갈지 결정은 당신의 몫이다. 모두 당신에게 달 렸다.
- 정직하게 감정을 경험하고, 그 선물을 받을지 말지는 당신 의 선택이다. 그뿐 아니라 감정으로 괴로워할지 말지도 당신의 선택이다. 고통은 앞으로도 늘 있을 것이다. 고통은 생존 보장 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다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화의 산물이다. 그러나 당신이 고통으로 괴로워할지 말지는 전혀 다른 요인에 달렸다. 신젠 영Shinzen Young은 2016년 《깨달음의 과학The Science of Enlightment》에서 멋진 방정식을 선보였다.
괴로움= 고통 X 저항
괴로워할지 말지는 고통의 강도가 아니라 고통을 밀어내는 저항에 달렸다. 고통에 맞서 싸우거나 온 힘을 다해 억압하려 하면 괴로움이 따른다. 저항을 그치고 고통에 자신을 맡기면 그 저 재미난 감각만 남는다.

- 명상은 근본적으로 꾸준한 놓아버림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 이 통제력을 잃을까 봐 겁을 낸다. 감정을 풀어주면 '사회에서 용인할 수준을 넘어설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화가 나고 눈물이 솟구치는 건 지극히 정상이고 내버려두면 그친다. 그런 데도 많은 사람이 남 앞에서 그런 감정을 드러내기를 겁낼 뿐 아니라 감정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을까 봐 겁을 낸 다. 혹은 감정 탓에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까 봐, 맡은 일을 해 내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 심지어 감정을 다 끌어내면 정신적 인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다.
한 마디로 감정을 허용할 경우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풀려나서, 그대로 벼랑으로 몰릴까 봐 불안해한다. 이 자리에서 다 시 한번 되새기자. 감정은 안전하다! 무의식은 당신이 지금 처 리할 수 있을 만큼만 풀어준다. 그러니 시작하자! 조금씩 조금 씩, 이런저런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천천히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시 믿어보자. 자신을 믿어보자. 신뢰가 자라면 삶을 사랑하는 마음도 자라나며, 삶과 자신을 더 깊게 경험하고픈 의욕과 호기 심도 자라난다.
- 감정을 만날 때는 일체의 생각을 무시하라. 감정이 떠오르면 우리는 자동으로 이성에게 달려간다. 어차피 의식 전체가 온종일 생각에 골몰하므로, 불쾌한 기분이 들자마자 곧바로 달려가 는 장소도 그곳이다.
생각은 감정과 신체감각을 불러오지만 반대로 감정 역시 생 각의 기초이다. 기쁠 때는 불안할 때와는 다른 생각을 한다. 슬 플 때는 고마울 때와는 다른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우리는 힘 든 순간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책임을 전가할 누군가를 찾거나 자책하고, 왜 지금 이런 기분이 드는지 알아보겠다고 골머리를 싸맨다.
- 역할을 자신과 너무 동일시하다 보면 때가 되어도 역할을 내 려놓지 못한다. 수많은 퇴직한 남성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 하는 이유이다. '쓸모 있는 인간'의 역할을 더는 할 수가 없고, 자유로운(그들이 보기에는 쓸모없는) 은퇴자의 역할을 받아들이기 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기에 가슴에 큰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공 허하고 괴롭다. 아이가 충분히 자랐는데도 어머니는 간섭을 그 치지 않는다. 경찰이 퇴근한 후에도 정의구현에 힘쓴다. 기술 자가 세상 모든 고장 난 전기제품을 자신이 다 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고단할 것 같지 않은가? 당사자뿐 아니라 옆 사람도 힘 들다. 당신의 직업이나 신분은 한 가지 역할에 불과할 뿐, 실제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우리 아들에게 나는 아빠지만 동료 들에게는 아빠 노릇이 먹힐 리 없다. 집에서도 명상 선생의 역할을 못 버리고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퇴근한 아내에게 명상과 마음챙김을 설교한다면 아내가 반길 리 있겠는가?
- 역할은 당신이 하는 일이지 당신이 아니다. 역할과 자신을 동 일시하면 언젠가는 고통을 겪는다. 역할을 맡았을 때에는 배우 처럼 성심을 다하다가 역할이 끝나면 미련 없이 벗어던지고 다른 역할로 들어가면 된다. 아니면 모든 역할을 다 버리고 명상을 하거나.
- 모순적이지만 '나'가 약할수록 더 행복하고 기쁘다. 삶과 하나 가 되면 행복하고 평화롭고 활기차다. 역설적이게도 '나'의 허상 을 꿰뚫어 보고 삶에 자신을 던질 때 당신은 늘 바라던 그곳에 도달한다. 꼭 아름다운 해변이 아니어도 좋다. 더러운 화장실이 라 해도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붓다는 우리가 느끼는 '나'를 아타나, 즉 무아라 불렀다. 처음 그 말을 들었 을 때 나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생각했다. '나'를 찾겠다고 힘든 명상의 여정에 들었는데 '나'가 없다니! 아마 당신도 낯설 것이다. 1초만 자신을 의식해도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 여기 있어. 그러니까 내가 존재하지.” 그런데 무아라니? '나'를 칭할 때 무엇을 떠올리는지 자세히 관찰해보면 대부분 이 내적 듣기, 보기, 느끼기의 결합이다. 하지만 인지하는 모든 것이 자신일 리는 없다. 어떤 것을 관찰한다면 우리는 관찰자이 지 관찰 대상이 아니다. 이 말이 핵심이다. 당신이 관찰하는 모 든 것은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관찰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가 없다는 생각은 난해하다. 하지만 그 경험은 숨 막힐 듯 황홀하다. 당신은 자기 몸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보고 느끼는 대상은 보고 느끼는 당사자일 수 없다. 당신은 피곤하거나 건강할 수 있고, 에너지가 넘치거나 우울할 수 있다. 그렇다 고 당신이 피곤이나 건강, 에너지나 우울은 아니다. 당신은 불 안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감정을 경험할 뿐 감정 자체는 아니다. 당신은 몸이 무겁거나 가볍다고 느끼는 등 몸을 인지하지만, 몸은 아니다. 당신은 생각을 인지할 수 있지만, 생 각은 아니다. 그저 생각을 인지할 뿐이다.
모든 것이 다 떨어져 나가면 무엇이 남을까?
모든 것을 다 제거하면 무엇이 남을까?

-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잘 새겨보자. 당신이 관찰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이 아니다. 다시 말해 당신이 지금껏 자신에 대해 했던 모든 생각은 치워버릴 수 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자유인가? 우리는 수백만 가지 자괴감 과 불안, 걱정 근심과 생각,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당신 은 지금 그 모든 생각을 한꺼번에 내려놓을 수 있다. 생각이 내 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은 당신의 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몸도 인지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보자. 당신의 몸은 인식의 대상이지 인식하는 당사자가 아니다. 이런 깨달음 역시 엄청난 해방감을 선사한다.

- 자신에게 다정하기 
불교에서는 정신을 어린 짐승에 비유한다. 당신의 머릿속에 어린 강아지가 뛰어다닌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 녀석을 곁에 붙들어 두는 것이다. 강아 지가 수천 번 달아나도 당신은 수천 번 녀석을 다시 끌고 와야 한다. 녀석이 당신 곁에 가만히 있을 때까지.
어떻게 하느냐고? 다정하게 데리고 오면 된다. 화내지 말고 짜증 내지도 말아야 한다. 되돌아오면 사랑이 기다린다는 사실 을 알면 강아지는 제 발로 돌아온다. 돌아와봤자 고함과 손찌검 만 기다린다면 강아지가 무엇 하러 돌아오겠는가?
당신의 정신도 똑같다. 정신이 딴 곳에 팔릴 때마다 자책한다 면 정신이 뭘 배우겠는가? 계속해서 무의식적으로 살아가기를 택할 것이다. 자신이 또다시 중요하지 않은 생각을 뒤쫓았다는 사실을 의식하자마자 자책이라는 고통이 따라올 테니 말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다정하자! 명상의 처음은 자기애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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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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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착각

심리 2024. 4. 16. 06:40

- 인간은 자신의 뇌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자각할 수가 없다.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자신의 뇌를 들여다보거나 느낄 수 없다. 그러나 뇌는 몸의 모든 곳에서 오는 감각을 해석한다. 예를 들어, 배가 아프면 뇌가 이 고통을 알아채고 이를 해석한 후 필요 한 신체의 부위에 전달해 대응하도록 한다. 그러나 뇌는 그 자체 의 촉각과 감각은 느낄 수 없다. 뇌는 몸을 통제하기 위해 그자 체를 제외한 몸의 모든 부분에 대해 복제품simulacrum 즉, '저해상 도 시뮬레이션'을 구성한다. 우리가 자라고 지각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가공의 구성물'이다. 다시 말해, 자아는 뇌의 시뮬레이션이다.
- 믿음의 정당화
여기서 잠깐, 기억의 내밀한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짧은 우회 로를 타고 지식 자체의 특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것 이 사실임을 당신은 어떻게 아는가?'는 이 책 전체에 걸친 궁극 적인 질문이다. 왜냐하면 이 질문이 당신이 생각하는 현재의 당 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사실이라고 진술하는데, 정작 당신이 그 것에 관한 직접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면,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당연하다. "어떻게 아세요?"
철학자이자 수학자, 노벨상 수상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두 가지 종류의 지식 사이에 경계선을 그었던 최초의 사람 중 한 명이다. 자전거 타기처럼 '하는 방법 how to do'에 대한 지식이 있다. 러셀은 이를 '직접적인 경험으로 얻은 지식 knowledge by acquaintance'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얻은 지식propositional knowledge' 이 있는데 2+2=4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당신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얻은 지식이 참임을 어떻게 아는가? 학교에서 배웠고 모든 이가 그렇다고 동의하기 때문이 다. 또한 사탕을 세어서 두 개에 두 개를 더하면 네 개가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으므로, 당신은 기초수학에 관한 직접 적인 경험지식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조지 워싱턴이 미국 초대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어떤가?
- 오늘을 살고 있는 누구도 조지 워싱턴이 살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주장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야 한 다. 간단히 말해서 이는 지식이면서 동시에 '믿음'의 영역에 해 당한다고 할 수 있다.
믿음은 진실이라고 생각되는 어떤 것에 대해 취하게 되는 일 종의 태도다. 사실의 정확성이 믿음에 종속된 것이기도 하지만 믿음은 사실에 근거한다. 물론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처럼 증거 없이 존재할 수도 있다. 지식의 철학적 연구인 인식론epistemology 에서는 사람들이 믿음을 견지하는 이유를 정당화 justification라고 부른다. 당신이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이거나, 논리적으로 연역해 냈거나 혹은 누군가가 당신에게 그렇게 이야기했기 때문 에 무언가를 믿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믿음의 정당화는 오직 서사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식의 특성을 더 가까이서 볼수록 이 야기와 지식을 구분 짓기는 어렵다. 이를 기억하고 있어야 우리 가 어렸을 때 들었던 '최초의 이야기'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 다. 왜냐하면 최초의 이야기들이 이후의 삶에서 듣고 보고 익히 게 되는 다른 이야기들의 판단 기준이 되는 원형이 되기 때문 이다.
- 분명한 것은 우리의 뇌는 고 공간 및 시간적 해상도high spatial and temporal resolution로 모든 사건을 녹화하는 비디오카메라처럼 작동 하지는 않는다. 적절한 전이 처리 transfer-appropriate processing라고 불 리는 최신 이론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해마는 현재 활성화된 인 지 시스템을 활용해 그 패턴을 기록한다. 예를 들면 챌린저호 폭 발이나 9/11 사건의 기억은 대개 '시각적'이다. (일반적으로 TV 방 송을 통해서) 이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의 해마 는 과도할 정도로 단발적인 순서staccato sequence로 시각적 이미지 들을 함께 묶었다. 텍사스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마이클 러그에 의 하면 이 이미지들이 뇌에서 소환될 때, 해마가 그것들을 재생하 기 위해 시각 체계를 가동한다. 즉 충격적 사건과 연결된 에피소드 기억은 그때의 기억을 똑같은 순서로 재활성화시키기 위해 원래의 경험 당시에 작동했던 뇌 시스템 상태로 재설정된다. 그 과 정은 원래의 사건과 매우 유사한 경험을 할 때도 촉발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흔히 회상flashback이라고 말한다.
에피소드 기억의 형성에서 해마가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고 려해 보면, 유아의 뇌가 사건을 저장할 만큼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태어날 당시 첫 순간의 기억은 없다. 유년기의 기억상실은 잘 알려진 현상이 고 최근의 연구는 그 이유를 밝혀내기 시작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뇌를 이루는 각 부분은 서로 다른 속도로 발달한다. 뇌의 성숙을 추적하는 한 가지 방법은 각 영역에서 수초화myelinization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뉴런neuron은 축삭axon 이라 불리는 기다란 돌기로 서로 연결되 어 있고, 미엘린myelin이라는 밀랍 물질은 축삭을 덮어서 신경계 에서 전기신호 전달을 촉진한다. 유아는 비교적 덜 수초화된 뇌 를 가지고 태어나며, 십대 후반쯤이 돼서야 뇌 시스템의 대부분 에서 수초화가 완성된다. 하지만, 그 속도는 뇌의 부위마다 다르 다. 해마와 감정적 과정을 담당하는 뇌 구조물의 연결이 가장 먼 저 성숙해져 5세 정도의 나이에 완성된다. 같은 시기에 시각 체 계는 성인의 연결 정도의 90퍼센트에 이르는 완성도를 보인다. 전두엽은 고등 사고complex thought와 연관이 있는데, 보통 20대 초 반쯤이 되면 성인 수준의 수초화에 도달한다.
- 인간은 자신의 기억이 실제 일어난 일의 '정확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장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기억은 여러 조 각의 묶음이며 그 빈 구멍은 임의로 메워진다. 뇌는 아날로그 비 디오와 비슷한 방식으로 기억을 저장한다. 일종의 셀룰로이드 필 름의 개별 프레임처럼 순간촬영사진을 찍어 기억하는 것이다. 이 들 촬영 사진이 기억 창고에서 소환될 때, 뇌는 편집자로서 사진 들의 빈 곳을 꿰매어 균일해 보이는 서사를 만들어 낸다. 서사가 모습을 드러내어 과거의 자아가 함께 연결되는 것은 이러한 편집 과정에서 발생한다.
안타깝게도, 뇌는 불완전한 편집자이다. 우리의 기억은 기껏해 야 일어난 사건의 압축된 버전일 뿐이다. 실제 사건을 재구성하 기 위해 뇌는 모형 즉, 사진을 나열하는 일종의 스토리보드가 있 어야 한다. 
- 뇌의 한계 때문에, 우리 자신의 서사에 관한 지식을 포함하여 우리가 소유한 모든 지식은 압축되고 축소된 형식으로 기록된다. 자아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실제의 '만화 버전'이 다. 상세한 디테일 없이 특징만 강조한 만화 같은 인식은 순간순 간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간과하고 오늘의 우리가 어제의 우 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연속성에 관한 환상'을 갖게 한다. 다 시 말해, 뇌는 기억을 적당히 망각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현재의 당신 즉, '자아'에 관한 당신의 개념은 디테일이 제거된 만화 버전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당신의 개념 또한 만 화 버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만화들이 세계에 대한 우리 의 정신적 모델과 그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결합하는 '이야기의 접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과거 자아와 현재 자아를 결합하는 서사는 '의미 있는 순서' 로 시간에 걸쳐 묶여야 한다. 이야기는 일련의 사건의 연속이며 서사는 그 이야기에 인과관계에 따른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A 사건이 B 사건보다 먼저 발생하면 A가 B를 일으켰을 수 있지 만, 그 반대는 일어날 수 없다고 가정한다. 이처럼 우리가 구성하 는 모든 서사는 인과관계의 가정에 근거한다. 이렇게 우리는 세 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모델을 구축한 후 미래를 예측한 다. B가 항상 A의 뒤에 일어난다면, A가 나타날 경우, 곧 B가 따 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러나 A, B와 같은 추상적인 기호 는 기억하기 어렵다. 일이 그런 식으로 일어나는 이유에 관한 이 야기를 만들어 기억하는 편이 훨씬 더 쉽다. 한 예로 서구에서는 사다리 아래로 걸어가는 것을 죽음이나 부상에 대한 징조로 보는 금기가 있다(서구에서는 사다리 밑을 지나가는 것을 재수 없는 행 동이라고 여기며 어쩔 수 없이 사다리 아래를 지나야 한다면, 불운을 피하기 위해 손가락을 꼬거나 사다리 아래를 통과한 후에 침을 뱉거 나 개를 볼 때까지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 편집자).
- 이런 착시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20세기 초반의 게슈탈트 Gestalt 학파에서 나왔다. 게슈탈트는 독일어로 '형태'나 '패턴'을 의미하며, 이 학파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지각은 주로 이미지 전체에 형태를 부여하는 상향식 과정을 따른다고 보았다. 이들의 설명을 따르자면, 지각은 선, 모양, 색상과 같은 시각의 저수준 요 소들을 조합하여 정신 속에서만 존재하는 종합 개념을 만드는 전 진 과정 forward process 이라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하향식 과정이다.
- 게슈탈트 이론의 한 가지 문제점은 환각에서 드문드문 드러나 는 시각적 정보로부터 삼각형이나 구체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미리 삼각형이나 구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다. 다시 말해, 모르는 것은 볼 수 없다. 반면 하향식 과정 이론에 도 동일한 결점이 있다. 이미 그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않다 면, 삼각형이나 구체, 사과와 같은 물체의 표상을 뇌가 어떻게 인 식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세상을 시각적 기본 요소로 인식하는 것 이 아니라, 사람과 물건으로 가득한 장면으로 인식한다.
이에 대해 19세기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생리학자인 헤르만 폰 헬름홀츠는 지각이 본질적으로 통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헬름 홀츠의 주장에 따르면, 눈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가 보고 있는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대신 뇌는 역문제inverse problem를 풀어야 한다. 즉, "망막에 닿는 광자의 흐름이 주어졌을 때, 가장 가능성 있는 근원은 무엇인가?"에 답하는 것이 뇌의 인식 과정이다.
예를 들어, 복도 끝에 서 있는 사람을 보았다고 상상해 보라. 그는 꽤 키가 커 보인다. 그 사람에 대해 내릴 수 있는 두 가지 가 정이 있다. 첫째는 그 사람이 실제로 키가 크다는 것이고 둘째는 평범한 키이지만 당신에게 가깝다는 것이다. 어떻게 판단할까? 우리 뇌는 그 사람과의 거리를 평가할 수 있는 다른 시각적 단서 들이 있더라도 결국에는 키가 큰 사람이나 평균 키의 사람을 만 날 상대적인 가능성에 기초하여 추측한다.
- 뇌는 계속해서 사후 확률을 계산한다는 것이 베이지안 뇌의 핵심 아이디어다. 사후 확률이란, 당신의 망막에 닿는 특정한 이 미지 집합을 고려하여 확률을 갱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확률 은 새로운 정보를 받은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사후'라고 부르며, '사 전' 확률과 반대된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이 방식이 우리 뇌의 뉴런이 가장 잘 수 행하는 수학 연산이다. 베이지안 추론은 특정 확률에 대한 '의식 적인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인 코딩될 수도 있으며 의식적인 인식 수준 아래에 존재할 수도 있 다. 시각적 사전prior 정보는 당신이 세계의 물리적 현실과 일관되 게 연관된 자극들이다. 대표적인 사전 정보 중 하나가 바로 태양 빛이 위에서부터 온다는 자연 현상이다. 우리는 이 정보를 무의 식적으로 사용하여 곡면이 볼록한지 오목한지를 인식한다. 또 다 른 사전 정보로는 그림자의 움직임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림 자가 움직이는 이유를 물체의 움직임 때문이지, 빛이 움직여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의 시각 시스템이 자연 상태의 공간주파수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으로 모호한 시각 정 보를 제시받았을 때, 우리의 뇌는 그것을 자연에서 일어나는 것 과 가장 일치하는 방식으로 해석한다.
- 뇌는 자아감을 만드는 장기이지만, 그 구성에 자신을 포함할 수 없다. 뇌가 그 자체에 대해 인식할 수 없다면, 우리는 자아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당신은 당신의 뇌에 있고, 따라서 당신의 자아는 머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더 상징적인 의미로 자아의 위치를 심장에 두기도 한다. 사람들이 직접 자아의 위치를 표시하도록 한 실험을 보면 크게 네 가지 유형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주로 자아를 눈 사이, 입 주위, 가슴 중앙, 그리고 복부에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우 리가 생각하는 자아의 위치는 그것보다 더 미묘하며,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 지금까지 뇌로 들어오는 감각 정보의 흐름을 처리하는 최소한 의 자아에 대해 알아보았다. 최소한의 자아가 지금, 이 순간의 당 신이다. 내가 앞서 제기했던 질문을 떠올려보자. '이 순간의 당신 이 어제의 자아나 어린 시절의 자아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답은 서사에 있다.
서사는 일련의 사건들을 연결한다. 당신의 서사는 당신의 삶, 당신에게 일어난 모든 것들을 포함한다. 주관적으로 보면, 이런 자아의 개념은 혼잡한 도로에서 순간적으로 길을 탐색하는 것과 달라 보인다. 이것은 시간에 걸쳐 확장되는 자아로, 현재의 '당신' 과 어린 시절의 '당신'을 연결하며, 미래의 자아로 확장된다. 이를 '서사적 자아'라고 부른다. 모든 동물이 최소한의 자아감을 가지 고 있지만, 이야기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인간만이 '서사적 자 아narrative self'를 갖고 있다.
서사적 자아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으로, 18세기 이후에야 철 학자들이 이에 대해 논쟁을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철학 자 데이비드 흄은 서사적 자아가 허구, 즉 삶의 순간들을 연결하기 위해 지어낸 동화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0년대에는 철학자 대니얼 데닛이 서사적 자아가 추상적인 '중력의 중심', 즉 당신의 모든 측면을 잇는 연결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철 학자 폴 리코르는 대안적 견해로 서사적 자아를 분산되고 비중심 화된 것으로 정의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리코르의 설명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최소 한의 자아가 확장되고 수축할 수 있다면, 서사적 자아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완벽히 설명하기는 불가능해 보일 수 있 다. 내가 이전 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의 직관은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대게 실패한다.

- 미신의 탄생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면 뇌는 그 사건들을 연결해 서사를 구성한다. 이때 그 연결의 인과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나와 같 은 학자들은 손가락을 흔들며 상관관계가 인과관계와 같지 않다 고 말하며, 이러한 종류의 인지 오류를 논리적 오류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말할 것이다. 두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났다고 해서 첫 번째 사건이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나는 데 반드시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명백히 인과관계가 없는 사건들조차 연결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한 가지 가능성은, 우리의 뇌 가 인과성의 환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때 서사는 '그렇지 않으면 무서울 정도로 무작위적인 세상'을 연결하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미신은 이런 서사의 전형적인 예이다. 누구나 자신만 의 미신 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 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때마다 특정한 티셔츠를 입는다. 그 옷 을 입으면 실험이 잘 되는 것 같다. 말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그 느낌은 강렬해서 외면할 수 없다. 해가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 동화는 우리가 듣는 첫 번째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짧아서 아이들의 제한된 주의력에 상관없이 쉽게 스며든다. 비슷 한 형식을 따르기 때문에 반복 학습의 효과와 함께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이러한 특징 때문 에 동화는 구조적으로 분석하기 쉽다.
동화에는 여러 가지 분류 체계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920년 대에 한 러시아 민속학자가 만든 기준이 사용된다. 1895년에 상 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고 자란 블라디미르 프롭은 고등학 교와 대학교에서 독일어를 가르쳤다. 그러나 그가 열정을 보인 분야는 '러시아 민속 문화'였다. 1928년, 그는 《동화의 형태학 Morphology of the Folktale》이라는 획기적인 책을 출판했는데.' 이 책에서 그는 100편의 러시아 동화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모든 동화가 특정한 구조를 따르고 있으며, 그 구조는 31개의 개별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능들은 모든 동화에서 동일한 순서 로 이어지며, '이야기에서 안정적이고 일정한 요소로서, 누가 어 떻게 수행하든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작용한다'고 썼다.
예를 들어, 첫 번째 기능은 가족 중 한 명이 집을 떠나는 것에 서 시작한다. 이것은 금기로 이어진다. 이제는 '고전 동화'가 된 영화 시리즈 <스타워즈Star Wars>의 첫 번째 영화(시리즈 상으로 는 네 번째 이야기)에서 오웬 삼촌은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아버지가 이미 죽었으며 주인공이 아버지를 찾으려는 것을 막는 다. 프롭의 모델에서, 이는 항상 영웅이 금기를 어기는 것으로 이어진다.
프롭의 체계에 따르면, 영웅은 집을 떠나 시험을 받으며(루크 가 광선검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다), 마법적인 요소(포스)를 사용 할 수 있게 되고, 악당과 전투를 벌인다(루크와 한 솔로가 레아를 구출하고 죽음의 별에서 탈출하기 위해 싸운다). 이후에, 처음의 불 행은 해결된다(R2D2가 반란군에게 죽음의 별의 계획을 전달한다). 영웅은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이내 쫓기게 된다(타이 전투기가 밀 레니엄 팔콘을 쫓는다). 거짓 영웅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 (한 솔로가 레아 공주를 구출한 보상을 요구한다) 영웅에게 어려운 임 무가 제안되고, 그는 그것을 해결한다(루크가 죽음의 별을 폭파한 다). 마침내 영웅은 인정받고 악당은 처벌받는다(제국군은 물러나 고 루크는 영웅으로 환호받는다).
- 한편 문학 교수로 유명한 조셉 캠벨은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형식'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했다. 1949년, 캠벨은 《천 개의 얼굴 을 가진 영웅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을 출판했는데, 신화의 보 편성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캠벨은 민 속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신화를 분석함으로써 영웅 의 여정을 담은 단일 신화가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인기 있는 이 야기일뿐만 아니라 유일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캠벨은 프롭의 구조를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단순화하여, 현 대적 이야기를 만드는 세 가지 행위의 테마에 반영했다. 캠벨이 '분리'라고 부른 첫 번째 행위에서, 영웅(루크 스카이워커)은 모험의 부름에 직면하지만, 처음에는 이를 거절한다. 이는 초자연적인 도움이라는 서사로 이어지고, 영웅이 현실의 한계를 넘어 꿈의 풍경이라는 뜻의 '고래의 배'the belly of the whale에 들어가게 한다. 두 번째 행위인 '입문'에서, 영웅은 시련의 길로 들어선다. 주 인공은 여신(레아 공주)을 만나고 유혹(다크사이드)을 받는다. 그 리고 아버지의 모습(다스 베이더)과 직면한다. 이어 누군가가 죽 고 신격화가 된다(오비완의 죽음).
'귀환'이라는 세 번째 행위에서, 영웅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 어 집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변화를 거부하지만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한 솔로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돌아와 다스 베이더가 루크를 공격하는 것을 막고, 루크가 죽음의 별을 파괴하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러면 영웅은 두 세계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귀환 한다(루크가 마지막 의식에서 영예를 받는다).
<스타워즈>에서 이 모든 서사가 꽤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이 영화의 창작자인 조지 루카스가 영화 를 공부했던 USC에서는 오랫동안 캠밸의 신화 분석을 가르쳐 왔 다. 고전 신화에 정통한 루카스는 조셉 캠벨의 영향을 받았다고 자주 언급했으며, 그는 의도적으로 스타워즈에 단일 신화의 현대 적인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 스타워즈는 미국에서 영웅 여정의 전형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지금도 무수히 많은 모방작이 만들어 지고 있다.
- 자신의 생각을 마음이라는 금고 안에 숨길 수 있다는 깨달음 은 강력한 힘이 된다. 자신의 생각 중 무엇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 할지 결정하는 것이 자신의 통제 아래에 있다는 깨달음은 그 자 체로 권력이다. '나의 생각'은 개인 정보 보호의 마지막 장벽이 다. 아직은 그 어떤 기술도 타인의 생각을 완전히 엿듣지 못하며, 뇌의 어떤 알고리즘이 여기에 관여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이를 깨닫고 나면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 나만의 것이라는 개념에 매달 리게 된다.
그러나 이 믿음 또한 허구이다. 내 것으로 믿는 생각들은 어디 서 왔을까? 온전히 우리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생각은 아니다. 아 니 오히려 그 정반대에 가깝다. 이 장에서는 우리 뇌 속에 있는 오즈의 마법사의 커튼을 걷어내고,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충격적 으로 평범한지 살펴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 뇌는 타인의 의 견을 너무 쉽게 흡수하는 나머지 그것이 내 머리에서 나왔다고 착각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뇌의 물리적 구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이 한 사람의 인 생 이야기를 결정한다. 나는 1999년 그 밤에 일어난 일들을 풀어 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존스의 얼굴 처리와 충동 조절의 정 상성은 살인자의 뇌에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미묘한 차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살인자들도 각기 다른 개성과 성격을 가진 개인이다. 모든 살인자가 같다고 기대하는 것은 비 합리적이다. 존스와 같은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상 적인 사람들 수 있지만, 나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다. 신성한 가 치에 대해 아트란과 내가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존스의 경우 '의 무론적 결단력의 붕괴'를 겪었다고 결론 내리고 싶다.
- 이제 우리는 불안한 결론에 직면하게 되었다. 바로 어떤 생각 도 정말로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 말이다. 우리 자신의 기억조차도 의심스럽다. 그것들은 하이라이트 릴이며, 그래서 우 리는 빈 구멍을 메우기 위해 다른 사람이나 매체로부터 보고, 듣 고, 읽은 것을 활용한다. 그렇다면 현실은 공유된 망상일 뿐일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을 한데 묶어주는 유용한 망상과 극단적인 망상 사이의 구별은 명확하지 않다. 우 리는 이들 망상을 받아들여 각자의 개인적인 서사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간다. 이 망상들은 우리가 가보지 않 은 여정으로 우리를 데려다준다고 할 수 있다. 일부 망상들이 비 록 극단적일지라도, 뇌가 개인적인 서사를 만들 때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어떤 망상은 뇌가 심각하게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진정제, 마취제, 그리고 아편류는 이상 한 믿음을 불러오고 때때로 환각을 일으킨다. 특정한 의학적 상 태가 망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망상은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흔히 발견된다.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 질환은 뇌에 염증을 일으켜 망상을 불러올 수 있다.
의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망상도 있다. 유기적인 원인이 없 을 때 일어나는 망상은 기능적 즉 정신병적이라고 표현한다. 이 러한 망상은 주로 우울증, 조울증, 그리고 조현병 schizophrenia (라틴 어로 정신의 분열을 의미)이라는 세 가지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향 이 있다. 정신과학의 역사는 우리가 조현병이라고 부르는 질병과의 투쟁이라 할 수 있다. 현대적인 용법에서, 조현병은 현실과의 단절을 나타내는 일련의 정신 증상을 가리킨다. 조현병의 전형적 인 모습은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소변 냄새가 나며, 혼자 말하 고, CIA와 같은 보이지 않는 악마들에게 분노하는 노숙자처럼 행 동한다. 그러나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증상과 심각도의 범위 는 매우 다양하다.
조현병 환자는 때때로 현실 세계와 연결이 약한 모습을 보인 다. 증상이 최악일 때는 일반인에게는 완전히 낯선, 개인적인 서 사에 따라 행동한다. 따라서 조현병은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범 위 안에서 정의될 수 있다. 우리가 아무도 자신만의 완전한 서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개인적인 서사가 사회의 궤도를 이탈할 때이다. 쉽게 말해, 누군가 의 서사가 그 사회의 표준에서 너무 벗어나면, 그들은 '미친 사 람'으로 여겨질 수 있다.
망상의 한 가지 특징은 그것의 소유자로부터 분리하기가 '미 칠 듯이 어렵다'는 것이다. 1년 차 정신과 전공의들은 힘든 과정 을 거쳐 이를 깨닫게 된다. 그들은 이상한 믿음에 대항하는 현실 검증을 수행함으로써 망상을 가진 환자들(보통은 오랫동안 조현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 약물 치료 없이는 환자 들에게 사실을 면전에 들이밀어도 그들의 믿음 체계를 깨뜨리기 가 거의 불가능하다.

- 조현병 환자들은 어찌 보면 타인에게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믿음이 다수의 시각에서 벗 어나 있다면, 위험하다는 딱지를 받게 된다. 따라서 혼자서 독자 적인 길을 가는 사람은 때로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위험 에는 큰 보상이 뒤따르기도 한다. 비록 당신의 생각(비전)을 인 정하라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는 창업가에게는 재정적 성공을 보장하는 길일 수 있다. 이런 비전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 사회 전체에도 이익이 된다. 생각의 획일화는 혁 신의 가능성이 없는 막다른 길이다.

- 2011년, 뇌의 지속적인 활동 패턴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신 경영상학 방법론이 등장했다. 이전에는 fMRI로 초 단위의 일시적 인 변화만 측정할 수 있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방법론 이 휴지상태 fMRI resting-state fMRI, rs-fMRI이다. 이 기술은 스캐너 안 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깨어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다. 휴지상태에 있는 사람의 뇌를 fMRI로 약 10분에 걸쳐 연속적 으로 스캔하면 여러 신호가 상하로 진동하며 조화로운 형태를 띄는 패턴이 나타난다. 이를 안정 상태 네트워크resting-state network 또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른다.'
신경과학자들은 안정 상태 네트워크의 기능적 의미에 대해 치 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꿀벌 떼의 윙윙거리는 소리처럼 뇌의 배경 잡음일 수 있다. 또는 뇌와 몸을 살아있게 유 지하는 기본 기능 외에는 다른 기능적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흥 미로운 다른 해석도 가능한데 안정 상태 네트워크가 '몽상'의 증 거라는 것이다. 꿀벌 떼 이론의 지지자들은 안정 상태 네트워크 가 자발적인 인지가 둔화된 가벼운 마취 상태에서도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치과에서 혹은 대장내시경을 받으면서 가벼운 마취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벼운 마취가 완전한 마취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내가 보기에 안정 상태 네트워크는 다른 작업에 의해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휴지상태 fMRI란 명칭에서 '휴지상태'는 엄밀히 말해 약간 잘못된 표현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 LSAT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뇌를 공 부하기 전과 90일 후에 휴지상태 fMRI로 스캔한 실험이 있었다. 실험 결과, 공부하기 전과 비교해서 공부를 한 이후에는, 뇌의 전 두-두정엽의 안정 상태 네트워크의 연결이 강해졌다. 연구자들 은 논리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훈련이 이러한 패턴을 강화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실험 대로라면, 공부라는 행위가 수일, 수주에 걸쳐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뇌 자체에 물리적인 변화가 일어나 고, 이러한 변화는 휴식 기간에도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다.

- 정리하자면, 당신이 소비하는 이야기, 특히 당신이 읽는 이야 기는 마음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 다. 당신이 소비하는 이야기는 당신의 일부가 되고, 감각 중추의 반복적인 자극은 근육 기억과 동등한 서사를 형성한다. 그리고 당신의 뇌는 이러한 서사의 원형에 익숙해진다. 그것들이 허구라 는 것은 중요치 않다. 그 기억들은 삶의 사건들을 해석하기 위해 동원되는 뇌의 모형에 영향을 준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소비할지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영웅의 이야기는 당신도 영웅의 여정에 있다는 느낌을 강화할 것 이다. 하지만 다음 장에서 보게 될 것처럼, 음모의 그림자가 깃든 이야기를 꾸준히 먹으면 당신의 개인적인 서사를 다른 방향으로 밀어내어 의심과 편집증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할 수 있다.

- 당신의 뇌는 당신의 다중 우주에 대해 생각하도록 프로그램되 어 있다. 그러므로 후회를 인간적인 조건의 어떤 기발함으로 여 기기보다는, 의사결정의 긴 진화적 결과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진화의 나무에서 당신 이전에 존재하던 모든 동물은 후회를 경험해 왔고, 그렇지 않은 동물들은 오래전에 멸종했다. 진화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과정만을 선택하지만, 후회는 그 자체로 과거를 돌아보는 감정이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우리 가 미래를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한다. 우리와 다른 동물들은 실 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후회를 통해 배운다. 반사실적 학습은 몇몇 선택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에 특히 효과 적이다. 치명적인 결과를 경험하는 것보다는 무엇이 일어났을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그 편이 훨씬 낫다!
-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와 빅토리아 메드벡은 행위가 단기 적으로 후회를 유발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위로 발생한 후회의 강도는 빠르게 감소한다고 말했다. 반면, 무행위 즉, 불행위의 후회는 장기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길로비치와 메드벡은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일반적으로 '하지 못한 일'을 든다고 지적했 다. 예를 들면, '나는 유럽 여행을 가면 좋겠다' 혹은 '나는 저 사 람과 한 번도 데이트를 해보지 않아 후회한다' 아니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길로비치와 메드벡은 불행위의 후회의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후회는 증가하는 경향이 있 는데, 이는 사람들이 놓친 기회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실제로 일 어난 것보다 사후 가정이 더 나았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기 때 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왜냐하면 특정한 행동을 했더 라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대안적 현실에 대한 자신감이 커짐에 따라 행동하지 않 은 것의 설명 불가능성도 증가한다. 행동하지 못한 것이 더 설명 하기 어려울수록, 부끄러움이 후회 위에 쌓일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진다.
마지막으로, 후회스러운 행동의 결과는 결과가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정되지만, 행동하지 않은 것의 결과는 잠재적으로 무한하 다. 가능한 대안적 현실의 수는 오직 사람의 상상력에 의해서만 제한된다.
불행위든 행위든, 후회는 우리의 서사를 재작성할 힘을 가지고 있다. 후회는 당신이 어떤 통제력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건들 에 의미나 목적의식을 부여할 수 있다. 나는 자전거 사고를 자주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는 그 상황을 통제할 힘이 없 었다. 사고로 죽지 않아서 감사하지만, 그것은 나보다는 트럭 운 전자의 판단 덕분이다. 그런데도, 그 사고는 내 인생의 분기점으 로 남아있고, 여전히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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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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