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 자본이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인 커리어를 갖지 못했다고 해도 콘텐츠가 커리어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뉴포트는 《딥워크》가 베스트셀러가 된 후, 이 콘텐츠를 토대로 여러 기업에 컨설팅과 강연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각각의 콘텐츠가 다양한 커리어로 발전할 수 있 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커리어 자본이 전통적인 직장생활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콘텐 츠 자본을 통해서 커리어를 만드는 길이 생겨난 것이다.
- 콘텐츠를 만들 때는 거꾸로 접근하면 된다. 사람들이 어 떤 혼돈 속을 걷고 있는지 보면 된다. 그리고 그 문제를 주목 하고 정리하면 된다. 새롭게 부상한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완벽한 답을 줄 수 없다. 정리된 혼돈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러니 혼돈을 다시 바라보자.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은 혼돈은 얼마나 많은가. AI의 등 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커리어 개발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 가? 갑자기 도래한 100세 시대에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준 비할 것인가? 1인 가구는 돈 관리와 생활 관리를 어떻게 해 야 하는가?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직장 내 세대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 수많은 혼돈에 맞서서 누군 가는 이미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자기 삶에 찾아 온 혼돈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먼저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 고민의 흔적은 콘텐츠가 되어 세상에 등장하게 된다. 이렇게 콘텐츠는 혼돈을 질서로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것이 현재 콘텐츠가 쏟아지는 이유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야 할 이유다. 내 주변에 혼돈이 있다면 거기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자. 그러면 여기엔 어떤 콘텐츠가 필요할까?', '나와 비슷한 혼돈에 맞닥뜨린 사람에 게는 어떤 콘텐츠가 필요할까?' 이 질문으로부터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 변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없애지 않는 한 누구나 변할 수 있다. 나도 와트니처럼 생존해야 했고 변하기 위해서 질서를 만들어야 했다. 와트니 박사가 했던 것처럼 사람이 살 수 없 는 곳을 지구와 동일한 환경 조건으로 바꾸어가는 것을 '테 라포밍teraforming'이라 한다. 시스템 밖에 놓이게 되었다면 누구라도 습관을 만들어서 테라포밍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 밖이라는 야생의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면, 태그라는 속성으로 데이터를 다루는 일에 익숙해야 한다. 독일에선 이미 학생 때부터 이 방식에 친숙해진다고 한다. 독일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처럼 노트 필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카드 정리zettellasten’를 한다. 공부하다가 정리할 부분이 나오면 카드를 작성한다. 카드의 맨 위에는 제목을 쓰고, 나머지 부분에는 내용을 요약하거나 생각을 적는다. 한 권의 책에 대해 카드 작업을 모두 마치고 나면, 정리된 카드 중 특정한 제목이 있는 카드만 따로 꺼내어 볼 수 있다. 그 제목들을 중심으로 모은 카드는 원래 텍스트와는 다른 방 식으로 재정렬이 된다. 콘텐츠를 소비할 때 태그를 붙여서 카드 정리함에 모아두는 것이다. 인덱스index, 혹은 태그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국의 교육 과정에는 안타깝게도 지식과 정보를 내 관점으로 태깅할 기회가 없다. 노트 필기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방식이다. 이런 점 때문에 내가 소비한 정보에 태그를 붙인다는 건 생소한 일이다. 학창 시절의 노트란, 책 한 권을 압축해서 통째로 머리에 입력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 다. 그 과정은 지식 소비자가 되어보는 연습으로는 충분하지 만, 지식 생산자의 입장이 되어 볼 기회는 제공하지 않는다. 소비만 많고 생산은 전무다.
- 생산적 소비를 잘하는 사람들은 용도에 맞게 기록할 공간을 마련한다. 독서 노트와 아이디어 노트를 나누고 따로 보관한다. 그들은 기록할 만한 것을 어느 서랍에 넣어둘지 정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의 메모가 언제나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다면 이들의 방식을 참고해볼 만하다. 내 경우에는 콘텐츠를 만들 때 생산적 소비의 덕을 톡톡 히 보았다. 글감이 떠오르면 'writing' 폴더에 수시로 메모를 했다. books' 폴더에는 3년간 읽은 약 80권 정도의 책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감상을 적었다. 이런 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때 접했던 내용을 내 언어로 정리해두니 나중에 콘텐츠를 만들 때 정말 요긴했다.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생산적 소비를 하다 보면, '이렇게 끄적인다고 뭐가 달라 지겠어?'와 '이렇게 쌓아두면 나중에 뭐라도 될 거야.' 하는 두 생각 사이를 오가게 된다. 뭐든 할 것처럼 소비하고 뭐든 만들 것처럼 콘텐츠를 쌓아두는 것은 어느 정도는 자신을 설 득하는 일이다. 처음엔 자신 없어도, 정말로 뭔가 만드는 시점에 이르면 '모아 두길 잘했다. 하는 환호가 절로 나온다. 요리하는 사람들은 안다.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몰라도 수시 로 재료 손질을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막상 차려 먹을 게 없을 때 얼마나 유용한지 말이다.
-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언제나 '콘텐츠'라는 결과물과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능력’ 두 가지를 얻는다. 원고 쓰는 내내 회고 노트에 과정을 잘 기록하고, 원고를 탈고하면 이 틀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그 과정을 꼼꼼히 살펴본다. 몇 가지를 옮겨보면 이렇다. 
* 진척 없는 원고를 1시간 붙잡고 있기보다, 마음이 가는 원고를 30분 들여다보는 게 낫다 
* 생각이 오래 숙성되지 못한 상태로 나오는 글은 허술하다.
* 만들면서 내게 배움이 없으면 글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 나에게서 너무 먼 것을 가지고 글을 시작하면, 남의 정원 가꾸 기가 된다.
* 원고를 눈으로만 퇴고하는 것보다, 음성 전환 기능으로 들으면서 퇴고하면 몇 배는 생산적이다 
- 이렇게 남긴 기록들은 다음 원고를 쓸 때 큰 도움이 된다. 콘텐츠를 만든 과정을 돌아볼 때 나는 크게 두 가지를 염두에 둔다. 첫 번째는 회고를 위해 과정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 기억에만 의존한 회고는 부정확하다. 기록이라는 구체적인 형태가 있을 때 비교가 가능해진다. 기록과 기억은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두 번째는 회고를 통해 발견한 개선점이 있다면, 기존 습 관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기보다는 조금씩 보완하는 게 낫다. 매번 모든 것을 갈아엎는 건 좋지 않다. 회사라는 시스템을 벗어나서 습관이라는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 시스템을 매번 새롭게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다. 전체적으로는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게 부분적으로 조금씩 개선하는 게 낫다.  이렇게 몇 년간 회고를 해오다 보니 방향성 전체를 뒤흔든 회고도 있었다. 한때 내 필력을 탓하느라 한 글자도 앞으 로 나아가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러다가 전에 써 둔 글을 다 시 읽으며 발견한 사실이 있는데, 잘 쓴 글은 필력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각이 좋기 때문에 잘 읽힌다는 것이다.
- 정해진 길을 따라 걸을 땐 정신을 차리지 않아도 괜찮지 만, 길을 잃고 걸을 땐 정신을 차려야만 한다. 회사에 출근할 때는 길을 잃으면 안 되지만 콘텐츠를 만들 땐 길을 잃어 야 한다. 콘텐츠는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누군가의 허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답도 내비게이션도 없다. 우리가 생각하고 그려낸 지도대 로 걸으면 된다.
- 커리어에서 대체 불가능함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스콧 애덤스Scott Raymond Adams의 《열정은 쓰레기다》를 보면 그 힌트는 조합에 있다. 애덤스는 30년째 딜버트Dilbert)라는 8컷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딜버트>는 딜버트가 회사 생활에서 겪는 부조리를 풍자한 만화다. 한국을 포함한 57개국에서 연 재될 정도로 세계적인 히트작이다. 딜버트>의 주인공 딜버 트는 다소 밋밋하게 생긴 캐릭터지만 작가인 애덤스의 삶까 지 물렁하지는 않다. 그는 왕성한 커리어 실험가다. 오랜 기간 회사원으로도 지냈지만, 프랜차이즈 창업, IT 기업 창업, 아이디어 공유 사이트 제작, 식료품 배달 서비스 창업, 캘린더 특허 내기, 레스토랑 개업, 컴퓨터 게임 개발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딜버트〉 를 연재하는 동안에도 끊이지 않는 커리어 실험을 해오고 있다. 그의 실험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지만, 스콧 애덤스는 실 패 속에서 커리어에 대한 중대한 방향을 세울 수 있었다. 스 콧 애덤스는 더 이상 하나의 영역에서 1%가 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수십 개의 분야에 대해서 '적당히 잘하는 능력'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상위 20%에 드는 수많은 재능을 조합해서 커리어를 만들라 고 이야기한다. 애덤스는 자신의 그림 실력이 대단하지 않다고 인정한다. 유머 감각도 마찬가지다. 1% 안에는 못 들지만 적당하게 유 머러스하다. 여러 창업 경험을 통해서 기업의 생리도 적당하 게 안다. 이렇게 적당히 잘하는 능력의 조합'으로 〈딜버트〉 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성공하려 면 한 가지를 탁월하게 잘하는 것보다 두 가지를 잘하는 편 이 훨씬 더 낫다.” 그는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조합을 만 들었다. 조합 자체가 상위 1%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 조합이 애덤스를 대체 불가능한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 남성의 경우에는 생각을 외주 받는 훈련을 군대에서 가 장 혹독하게 받는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필요한 훈 련은 마땅히 받아야 하지만 생활 영역에서도 생각을 과도하게 통제 당한다. 군에서 20년을 보냈던 밥 로스Bob Ross 아저 씨도 그랬다. 알래스카에 위치한 미 공군에서 20년을 복무하고 상사로 전역한 밥 아저씨는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The Joy of Painting >을 진행하며 이렇게 말한다. “군대에서는 남을 위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데, 캔버스 안에서 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 외주 받는 삶이 무서운 이유는 처음에는 '생각'만 외주 받다가, 나중에는 '행동'까지 외주 받은 것처럼 살게 되기 때문이다. 유튜버 가운데 이런 고통을 호소하면서 방송 중단을 알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처음에는 콘텐츠를 즐겨 주는 구독자의 반응이 좋았을 뿐인데, 점차 그 반응에 길들어서 구독자의 입맛에 맞는 영상을 만드는 데 골몰하게 된다.
-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의 원제는 '독자들이여, 집으로 돌아오라 Reader, Come Home.' 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시간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산만한 머릿속이 개운해지면서 시간이 느려지는 순간이다. 영미 시인 T.S. 엘리엇은 이를 날카롭게 포착해서 독서를 변하는 세상속 정적인 지점'이라 표현했다. 독서는 산책하듯 거니는 시간을 허락해준다. 그렇게 느릿느릿 걷다 보면 생각에 소실점이 생긴다. 뚜렷한 하나의 점을 응시할 수 있게 해 준다. 책을 읽다 보면 링크가 주는 자극과 다른 종류의 자극이 내 생각 안에서 풍성하게 일어난다.  빠른 미디어는 내 생각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다. 느린 미디어는 정보를 불친절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도록 만든다. 빠른 미디어가 주는 자극은 산발적이고 동시다발적이다. 이 자극을 수용하느라 내 머리는 산만하고 바 쁘다. 반면에 느린 미디어는 내 생각 안에서 자극이 일어나도록 한다. 그렇기에 내 생각을 충돌시키고 확장하느라 분주해진다. 느린 미디어를 접할수록 복잡한 주제도 숙고하고, 구성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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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터

사회 2021. 3. 1. 21:35

-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는 최근 “일단 기술이 인간의 정신을 재설계하게 되면 호모 사피엔스가 사라지고 인류 역사는 끝날 것이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과정이 시작되는데 나와 여러분 같은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썼다. 말하자면, 지금껏 우리가 해온 게임이 폭발음이나 훌쩍거림이 아닌 상 승하는 해수면의 출렁이는 소리와 함께 디지털 시대가 만들어낸 기계 소리로 끝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너무나 치명적인 것은 초대형 레버리지다. 처음으로 인류가 스스로 자신의 퇴로를 차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가 멸망했을 때는 거기에 다른 뭔가가 있었다. 핀볼에 비유하면, 게임에서 가장 유쾌 한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어도 다른 실버볼이 있고 다른 기회가 있다. 하 지만 현재의 변화는 너무나 커서 시스템 전체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지점에 이르면 시스템 자체가 멈출 것이다. 
- 극단적 불평등이 인간사회에 엄습하는 것을 용인해온 결과로 소수의 사람들이 소수의 장소에 모여 중대한 결정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를테면 휴스턴에 있는 석유회사의 중 역들이나 실리콘 밸리와 상하이에 있는 기술 거물들이다. 특정한 어느 시점에 특정한 철학적 편향을 따르는 특정 장소의 특정인들, 이것이 바 로 모든 레버리지의 가장 위에 놓인 레버리지다. 그리고 자신들의 부를 이용해 정치를 좌우할 수 있는 사람들의 능력이 또 하나의 레버리지층 이다. 나는 이것이 두렵다.
- 한 대규모 연구에서 는 델리에 사는 440만 어린이 가운데 절반이 호흡으로 폐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 발견됐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900만 명이 오염으로 죽는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말라리아, 결핵, 그리고 전쟁 으로 인한 사망자를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4 최악의 경우는 중 국인 3분의 1이 스모그로 사망하고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1억 명의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 가슴 아프고 참담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공공보건 위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조차도 휴먼 게임에는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 타르샌드에서 일어난 대대적인 자연 파괴가 공간적으로 제한적인 것처럼 이런 위협도 아직까지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 인류가 200년이라는 세월 동안 엄청나 게 많은 화석 연료를 태운 결과,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275ppm(parts per million)에서 400ppm으로 상승했다. 현재의 궤도로 계속 간다면 아마 700ppm이나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이 ppm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다른 말로 표현해 보겠다. 우리가 배출해 내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매일 지구 주위에 가두고 있는 여분의 열은 히로시마에 투척된 핵폭탄 40만 개, 혹은 매 초당 4개에서 나오는 열과 맞먹는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이 놀라운 양의 열 때문에 엄청난 변화가 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결과를 걱정하지 말고 그냥 그 규모에 놀 라워하자. 현재까지 방출된 여분의 탄소를 한 곳에 모을 수만 있다면 지 상에서 달까지 닿을 수 있는 지름 25미터의 단단한 흑연 기둥을 만들 것이다. 45억 년의 지구 역사에서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속 으로 흘러들어간 경우가 네 번이나 더 있었다. 하지만 속도 면에서 지금 이 가장 빠르다. 매년 거의 4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지금 우리가 대기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페름기* 마지막의 그 극적인 순간 대부 분의 생명체가 멸종되는 와중에도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 함유량은 지금 보다 10분의 1 속도로 증가했다.
- 30년 전에는 지구 온난화가 어느 정도 자정 능력이 있어 기온이 상승하면 그만큼 지구를 식힐 다른 변화가 촉발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구 름의 경우는 늘어나는 수분 증발로 대기가 더 촉촉해지면서 더 많은 구 름이 생겨 태양 빛 일부도 차단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다. 오히려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생성되는 구름이 더 많은 열을 가둬 지구를 보다 뜨겁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 빙판이 녹아 육지의 무게가 감소하면, 이것이 지진을 촉발할 수 있다. 그린란드와 알래스카에서는 이미 지진 활동 이 증가하고 있다. 그 사이 새로운 해수 무게가 더해져 지각 모양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위험센터(UCLHC) 책임자는 "이 때문에 화산 활동이 엄청나게 늘고 지진, 해저 산사태, 쓰나미 등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단층들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산사태는 약 8,000년 전 스칸디나비아에서도 발생했다. 마지막 빙하기가 물러가고 노르웨이 대륙붕이 무너지면서 켄터키주 크기의 지 역이 심해 평원에 곤두박질치고 복수심에 불타 맹렬히 소리 지르는 것 같은 거대한 파도가 연이어 생성되면서, 노르웨이 해안에서 그린란드 까지 모든 생명의 흔적을 앗아갔다. “영국과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을 한때 연결했던 웨일즈 크기의 거대한 땅덩어리도 삼켜버렸다.” 스코틀 랜드 북동부에 위치한 셰틀랜드를 강타한 파도는 높이가 거의 20미터 에 달했다. 
- 이산화탄소 수치가 계속 올라가면 사람들이 더 이상 똑바로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1000ppm에서 인간의 인지 능 력은 21퍼센트나 떨어진다. 1000ppm은 2100년에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위기 대처와 정보 활용, 전략적 사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하버드대 연구의 발표 내용이었다. 이런 역량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므로 아주 심각한 얘기다.
- 연구자들은 21세기 후반 예상되는 이산화탄소 수준에서 곡물을 재배했을 때 칼슘과 철분 같은 미네랄이 8퍼센트 감소하고 단백질도 역시 같은 양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이 말 은 작물에 의존해 단백질을 섭취하는 개도국 사람들의 영양섭취가 크 게 줄어든다는 의미다. 인도 한 곳만 보더라도 전체 식단에서 5퍼센트 의 단백질을 잃을 수 있다. 5,300만 명이 단백질 결핍이라는 새로운 위 험에 처한 것이다. 산모와 유아 건강에 필수적인 아연의 손실도 전 세계 1억3,800만 명의 사람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 2018년 쌀 연구자들은 18종의 벼를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은 땅에서 시험 재배했을 때 “단백질이 아주 적어진” 것을 발견했다. 
- 인류 역사가 기록된 홀로세 기간을 통틀어 바다의 pH는 꾸준히 8.2를 기록했다. 이제는 8.1로 떨어졌다. 별로 큰 차이가 아닌 것처럼 들리겠지만 pH가 로그 눈금logarithmic scale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산성으로 보이는 바다는 약 30퍼센트 증가했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 속도라면 금세기 말까지 바다의 pH가 7.8이나 7.7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노련한 해양학자 엘코 롤링Eelco Rohling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실험실 물고기나 다른 해양생물의 건강과 번식, 기동성에 아주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수치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인체의 경우는 pH가 약 7.4다. 만약 이것이 0.2단위(금세기 우리가 바다에서 예상하는 증가치의 약 절반)로 떨어진다면 “발작, 혼수상태, 심지어 사망같은 심각한 건강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물이 산성화되면 지구의 생 물학적 사슬에서 가장 밑에 있는 작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골격부에 필 요한 탄산염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물고기의 혈중 pH는 주변 물과 균형을 이룬다. 만약 물이 점점 더 산성화가 된다면 물고기들이 세포내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이 것이 성장을 억누르고 기동성을 느리게 한다.
- 화석 기록을 보면 지구의 생명활동 이전에 있었던 대붕괴를 알 수 있다. 5억4천만 년 전의 주요 동물 문 대부분이 화석 기록에 나타난다. 이것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 부르며, 이때 폭발이란 단어는 즐거운 의미다. 생명체가 갑자기 엄청 많아진 것처럼 보였는데, 지구상을 번성시키기 위한 진화가 다양하게 시도됐기 때문이다. 그후 다섯 번에 걸쳐 많은 생명체가 갑자기 사라졌다. 우리는 이것을 대멸종mass extinction 시 기라 부른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공통의 실마리에 이산화탄소가 있다. 첫 번째 대멸종과 오르도비스기 말기까지 4억4,300만 년을 되돌아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탄소 주기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을 피터 브래넌Peter Brannen은 멸종에 관한 자신의 명저에서 '재앙' 기간 내내 거친 진동이 나타났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 시대에 정통한 한 지질학자의 말을 인용한다. 탄소 주기에 심각하게 급속한 변화가 나타나면 끝이 좋지 않다.” 2억5천만 년 전 고생대 마지막 시기인 페름기Permian 대멸종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것이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 가 멸종한 최악의 시기였다. 원인은 화산 활동이었다. 후지산처럼 카리 스마 있는 분석구(cinder cones, 원뿔형의 화산체)의 폭발이 아니라 용암이 분출하여' 시베리아 트랩iberian Trap이라 부르는 화산암 지대에 마구 쏟아냈다. 화산은 그 자체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용 암의 경우는 수억 년 동안 쌓인 엄청난 양의 석탄과 오일, 가스 같은 퇴 적물에 불을 붙인다. 오래되지 않아(지질학적 시간으로), 지구는 지옥처럼 변했고, 바다가 극심하게 산성화됐다. 전 세계의 대다수 종들이 영원히 사라졌다. 심지어 곤충왕국에까지 심각한 피해를 끼친 유일한 멸종 기였다.
- 유사한 '대륙 범람 현무암이 롱아일랜드에서 퀘벡, 모리타니아, 모로코까지 균열을 따라 트라이아스 쥐라기 Triassic-Jurassic 멸종을 촉발 하고 공룡이 번성하도록 지구를 깨끗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6,500만 년전 공룡들이 멸종하는 사건이 있었다. 백악기 말은 우리들 대다수가 거대한 소행성이 우주 어디선가 돌진해 왔을 것으로 상상하고 멸종하면 떠올리는 바로 그 시기다. 피너 브래넌의 묘사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산 보다 더 큰 암석이 총알보다 20배나 빨리 이동해” 멕시코 만에 거대한 분화구를 생성시켰고, 304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했으며, 엄청난 양의 땅이 우주 공간으로 날아 갔다. 이후 이것이 “전 세계에 운석 눈보라” 가 되어 돌아왔다.16 결국 육중하게 걸어 다니던 티라노사우루스가 퇴장하고, 마침내 인간이 출현한다. 
- 실제로 현명한 사람들은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 사이를 언제나 구분하는 일종의 자연스런 균형이 있다. 코크가는 아담 스미스가 시작한 운동을 종결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담스미스의 기념비적인 《국부론》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종내는 어떻게 보편적 번영으로 귀결될 수 있는지 처음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국부론》에만 있 는 내용이 아니었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도 이렇게 지적한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아무리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분명 천성적으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타인의 운에 관심을 갖는 것과 그들의 행복을 필수로 여기는 것이다.” 인간의 특성에서 가장 칭찬할 만한 것은 사리사 욕의 추구가 아니었다. 오히려 스미스가 열거했던 “인간성, 정의, 관용, 공공 정신 등 대부분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자질들이다.”  하지만 그의 자취로 성장한 경제학의 전통은 대체로 이러한 통찰을 경멸한다. 그 이유는 시장이 부를 창출하는 특정 임무를 매우 훌륭히 수행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까닭에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다른 과제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노골적 편향은 경제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장 깊숙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경제학을 배우는 3학년 학생들 이 봉사와 정직, 충성 같은 이타적 가치를 1학년보다 훨씬 덜 중요하게 평가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학생들은 경제이론 강의를 들은 후 더 이기적으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행동하기를 바랬다.” 경제 학 교수들은 “급여가 더 적은 타 학과 동료 교수보다도 자선 단체에 훨 씬 적게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북극을 구하는 것이 과 연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은지 논쟁을 벌이는 싱크탱크들의 세계다. 
- 시간제 근로자를 포함할 경우 제조업 종사자보다 더 많은 미국인이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40개 주에서 '트럭 운전기사'는 가장 흔한 직업이다. 이들은 대신 무엇을 해야 할까? 굳이 내기를 안 한다하더라도 이들 가운데 89퍼센트가 2033년까지 자동화에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선원의 경우는 83퍼센트가 예상된다. 월가는 꾸준히 일자리를 없애고 있는 데 이제 주식 매매의 70퍼센트를 알고리즘이 실행한다. 보다 많은 돈이 소수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남은 사람의 상황은 오히려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높은 고용의 마지막 시대에 있는 건 아닐까.
- 비즈니스 위크BusinessWeek가 말한 “미국의 가장 인기 있는 경제 학자이자 미국인이 가장 많이 읽는 경제 블로그 운영자 타일러 코엔 Tyler Cowen은 코크 가문이 지원하는 조지 메이슨대 경제학과에 재직하 고 있다. 한때 제임스 뷰캐넌이 스타였을 때 있었던 바로 그 학교다. 젊 은 사람들에 대한 코웬의 조언은 자동화가 불가능한 기술, 고소득자들 에게 판매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라는 것이다. 가정부, 개인 트레이너, 개인 교수, 고급 성노동자 등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이상 고소득자 들에게 물건을 파는 게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좀더 여지가 있다. 세상이나 그들 자신, 그리고 그들이 이루어 놓은 것에 관한 것일수록 더 좋다”는 게 코웬의 조언이다. 작가 커티리스 화이트Cutris White는 로봇에 관한 그의 책에서 이렇게 결론 지었다. 미래의 중산층에서 살아남는 계층은 하인일 것이다. 동기를 부 여하는 계층도 살아남을 것이다. 스킬뿐 아니라 능력으로 엘리트에게 알랑거리고 기쁨을 주는 아첨꾼도 살아남는 계층이 될 것이다.”
- 심리학 교수 장 트웬지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미국인 비율은 2012년 50퍼센트가 넘었다. 이때 부터 “십대의 행동과 감정 상태가 갑작스런 변화”를 보였는데, 수십 년간 세대 분석에서 나타난 그 어떤 데이터와는 완전히 달랐다. 좋은 소식 은 십대들이 육체적으로 더 안전해졌다는 것이다. 술을 덜 마시고 섹스 를 훨씬 적게 한다. 나쁜 소식은 그 이유가 거의 밖에 나가지 않기 때문 이다. 매일 친구들과 어울리는 십대의 수는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40퍼센트나 줄었는데,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 신의 침실에 있다. 그렇다고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물론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보기도 한다. “혼자이고 대개는 우울한 상태 다.” 하루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페이스북을 보면 볼수록 더 불행하게 느낀다. 그 불행도 단지 가벼운 불안감이 아니다.
- 유전공학은 생식세포계열을 넘지 않고 유전적 변형을 만들지 않는 것 이 중요하다. 이것은 마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350ppm만큼 선 명한 선이다. AI의 경우는 그 경계를 정하기가 더 어렵다. 안전장치가 되 어 있는 스위치처럼 그들이 너무 스마트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 우리 시 대의 가장 중요한 공학정책적 과제일지도 모른다. 이미 그런 작업이 일 부 진행되고 있다. 진짜 돈이 위험해 질 수 있는 월가Wall Street에서는 사람들이 다양한 기술적 제한을 통해 AI 거래자가 시장을 붕괴시키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진보에 대한 전혀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는 국가 간에도 강력한 국제 적 규제가 필요하다. 중국의 경우, 인간 유전공학을 상당히 덜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승인받지 않은 맞춤아기 사건 이후 허 박사를 중단시키는 반응을 재빨리 보이기는 했으나, 최소한 체세포 치료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곳보다 더 빠르게 인간 실험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12 그러는 사이에 중국의 AI 스타트업들도 이제는 규모에서 실리콘 밸리와 경쟁하 고 있다. 2017년 말 모스크바의 기술회사들을 둘러보던 블라디미르 푸틴은 회사 CEO에게 초지능 로봇이 “우리를 먹여 살리기 까지 얼마 나 걸릴 것인지 물었다. 나아가 그는 “누가 되든 이 영역의 리더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14 엘론 머스크도 동의했다. 그는 AI 우위 경쟁이 “제3차 세계대전의 가장 유력한 원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사실로 단정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외교관이 있는 목적이다(사실 그들이 있어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이후, 누군가 화가 나서 핵폭탄을 발 사하는 것을 이들이 행운을 빌면서 가까스로 막아왔다. 사실 그 일을 하 게 도와준 것은 이들의 일이 실패했을 때 등장할 버섯구름을 상상한 우 리들 모두였다. 다른 위협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전세계의 모든 국가가 파리조약에 서명을 했고, 기후 변화를 다루기 시작했다. 미 국은 이 조약에서 탈퇴한 첫 번째 나라가 됐다. 이로 인해 우려되는 것 은 중국이 실제로 국제적 진보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 되고, 영원히 지속되는 국제 제도를 수립할 수 없게 되어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려 하 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우리의 과제는 우리 시대를 지나 계속해서 휴먼 게임을 후세에 전달하는 것이다.
- 스탠퍼드대 마크 제이콥슨Mark Jaobson 연구소의 최근 연구는 2030년까지 지구상 모든 주요 국가가 전력의 80퍼센트를 재생가능에너지로부터 공급받을 것이라고 분명 히 했다. 가격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 때문에 지불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할 것이다. 제이콥슨이 제시한 숫자는 대단히 상세하다. 앨라배마 주의 경우, 나무가 가리지 않고 태양광 패널 설치에 적절한 방향을 가진 거주지의 지붕 면적은 총 59.7제곱킬로미터가 된다. 몽골 대초원 Mongolian Steppe에서 얼마나 많은 바람이 불고 있는지 알고 싶은가? 그 들이 사람들한테 말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회의론자들은 재생가능에 너지가 언제나 부수적 존재로만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너무 비싸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했던 기술자들 덕분에 모든 것들이 나아졌다. 얼마나 바람이 강하게 불어올지에 대한 정교한 예측부터 개별 패널과 터빈이 배전망과 직접 통신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 요지는 과거에 작동했던 것이 미래에는 자동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는 점이다. 한때는 성장이 비용을 앞서는 혜택을 제공했다. 규제를 가볍게 한 것이 확장에 박차를 가하게 했다. 더 커진 규모는 효율을 높이고 우리를 더 부유하게 만들었다. 우리 모두는 아이들이 잘 자라주길 바란 다. 안 그러면 의사에게 데려갈 것이다. 그러나 만약, 아이가 22살인데도 여전히 1년에 15센티미터씩 자란다면 또한 의사에게 데려가야 할 것이 다. 성장에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 성숙에도 시간과 장소가 있고 균형과 규모도 마찬가지다. 현재에도 진행 중인 위험, 내가 이 책을 통해 설명하 고 있는 위험들은 그 시간이 지금임을 시사한다. 사실 그 피해는 이미 본 것처럼 치솟는 기온에서부터 급등하는 불평등까지 우리의 목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복원과 안전, 보존을 향해서 말이다. 중요한 목표는 휴먼 게임을 지속하는 것이다. 카지노 비유로 돌아가면, 만약 사람들이 최근 수백 년간 딴 돈을 거둬들인 다음 휴식을 취할 결심을 하고 잠시 동안 더 낮은 내기 판을 한다면 어떨까. 아마 지금 이 특정 시점에서 할 일은 앞서고 있는 농구 팀이 시간을 끄는 것과 같 이 천천히 하는 것이다. 게임은 인간이 엉망으로 만들지 않는 한 아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다른 종들에 비해 아직 초기 단계다. 투구게 horseshoe crab를 보라. 4억4,500만 년이나 됐다. 너무 오래되어 구리가 피의 기반이다. 이것이 진정한 장수다. 
- 실제 우리는 황색등이 깜박거리는 신호에 둘러싸여 속도를 늦추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 이것은 상승하는 온도 그래프나 치솟는 불평등에 대 한 놀라운 데이터가 말하는 내용이다. 곡선의 정점이나 근처에 있다는 더 미묘한 징후도 있다. 가장 중요성이 적은 것부터 말해보자. 운동선수 들의 기록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기존 기록을 조금이라도 깨는 것이 점 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2000년대는 측정한 1세기 동안 처음으로 이전보 다 1.6킬로미터(1마일)를 더 빨리 달린 남자 선수가 한 명도 없는 10년이 다. 2010년대는 아직까지 두 번째 10년이다. 스포츠평론가 클린트 카터Clint Carter가 지적했듯이 3,000미터와 1,500미터 경주를 포함해서 트랙과 필드 경기 12개 정도가 적어도 지난 20년 이상 새로운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그가 2018년 여름에 주목한 바에 따르면 “멀리뛰기는 27년 동안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포환던지기는 28년이다. 원반과 해머던지기는 30여년 된 기록이다.”  사실 일부 스포츠 종목에서는 당국이 적어도 잠깐 동안은 약물 복용을 엄격 히 단속하면서 기록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알프 드에즈를 등반하는 것은 랜스 암스트롱보다 진실한 사람이 더 오래 걸리는 법이다.  기록이 정체된 것은 엘리트 운동선수만이 아니다. 적어도 서구세계에 서는 거의 모두가 멈춰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세기는 인간의 능력과 성과가 전례 없이 향상된 기간이었다. 수명과 성인의 키, 신체조직과 기능이 최대한으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데이터가 “가장 최근 몇 년 동안 일어난 중대한 둔화를 보여준다. 더 이 상 2차 세계대전 이후처럼 곡물 수확량이 극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더 커지는 것도 멈췄다. 우리의 수명이 연장되는 속도 역시 느려지기 시작 했다. 이 둔화가 신체는 물론 뇌에도 영향을 끼쳐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 될 듯하다. 스티븐 핑커는 자신의 낙관적인 책 《이제 계몽의 시대로》에 서 상당 부분을 IQ가 급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할애했다. “세상 사람들이 단지 더 많은 글을 읽고 쓰고 지식을 더 갖게 되는 것을 넘 어 실제로 더 똑똑해질 수 있을까요?” 그가 자신의 표상이 된 활달한 어 투로 물었다. “놀랍게도 그 대답은 그렇다' 이다. IQ 점수는 세계 모든 곳에서 한 세기 이상 상승하고 있다. 매 10년마다 약 3점이 올라간다.” 발견자의 이름을 딴 이 플린 효과Flynn effects는 핑커가 “연민과 윤리로 가는 관문” 으로 “인생의 순풍”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플린 효과가 이제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2018년 새로 등장한 데이터를 이해하는 게 그토록 힘들었던 것이다. IQ는 “19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그 정점을 찍고 이후 줄곧 하락했다.” 노르웨이에서 검토한 70만 건의 IQ 기록은 세대가 달라지면서 이제는 IQ가 7점씩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 여준다. 다른 6개국 연구에서도 같은 유형의 하락을 보여줬다
-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유토피아를 꿈꾸는 대신 디스토피아를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군의 과학자들이 이 데이터로 인간의 성과에 관한 세계 최대의 메타연구를 실시하고 정확히 다음과 것을 유지해야 한다. “상한에 근접한 채로 남아 있는 데에 더 많은 비 용이 들더라도 퇴보를 막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자들의 결론이었다. “이 목표가 금세기에 가장 치열한 도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 책임으로 인간중심주의 활동이 새로운 압박을 받을 것이다.”(11 말하자면 우리가 지금 최고의 인권을 누리고 있으므로, 이것을 지키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것은 지난 백년 간의 식생활과 공중위생에서의 혜택을 전 지역과 계층에 확대하고 20세기에 일어난 발전의 부작용으로 21세기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 성장은 “분명한 부의 과잉을 창출해 시스템이 그 구조를 바꾸지 않아도 매끄럽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제 그 성장에는 엄청난 위험이 따라온다. 실질적으로 휴먼 게 임을 종결시키는 위험이다. 모든 것이 매끄러운데도 기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현재의 세계관을 정의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이 다른 가능성도 상 상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국부론》을 쓴 아담 스미스는 우리가 여전히 달리고 있는 경주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럼에도 장차 “토양과 기후의 성질로 풍요로운 부를 완전하게 획득한 나라와, 다른 나라와 관 련해서 부를 획득하게 된 나라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고 뒤로 갈 수도 없는 때가 올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비록 거기에 도달한 나라가 아 직은 없지만, 그는 이 정지 상태가 사회의 불가피한 운명이라고 믿었다. 위대한 철학자이자 정치이론가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고전적 에세이 《자유론 On Liberty》으로 많은 자유주의자로부터 존경을 받았지만 그런 평형 상태가 유지되는 경제를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자본과 인구의 정지 상태가 인류 발전의 정지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유형의 정신문화와 도덕과 사회 진보를 향한 기회는 여전히 많 을 것이다. 마음이 성공의 기술에 사로잡혀 있지 않을 때 삶의 기술을 향상시킬 여지가 많고 훨씬 더 개선될 가능성이 많다.  사람들의 기 억에 살아 있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경제문제가 원래 속했던 자리로 물러나고 인간의 현실적인 문제, 즉 삶과 인간관계의 문제가 가슴과 머리 영역을 차지하거나, 혹은 다시 차지하는 때가 올 것”을 희망했다.
- 현재 우리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반정부를 추구하는 세력이다. 옆 탁자에 《파운틴헤드》를 계속 두고 있는 모든 각료들, 코크 형제와 함께 정치 방향을 계산하는 억만장자 들, 자신의 다음 발명품에 아무 걸림돌이 없기를 바라는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사회라는 개념을 어느 정도의 수준에 서 혐오하는 사람들이고, 대중교통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조직하는 사람들이고, 공립학교와 국립공원을 해체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고, 본능적 으로 문이 달린 소수의 주거지로 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지배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이들은 현재 휴먼 게임을 끝내기에 충분한 힘과 야만적인 레버리지를 소유 하고 있다. 확실히 이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거구를 자기 당에 유 리하게 변경하고, 투표를 억누르고, 인종을 차별하고, 정치에 냉소주의를 만들고, 기후 변화 같은 이슈에 혼란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것은 사회를 약화시켜 사회에서 가장 지배적인 개인들에게 영향 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여론조사는 “이제 가난한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가장 강력한 팬이다. 부자들은 민주주의에 가장 큰 회의론자들이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달리 말하면, 일부 힘이 센 사람들이 로봇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확히 로봇에게는 인간처럼 연대하려는 충동이 없기 때문이다. 로봇 은 자신들을 양육할 사회도 필요 없다. 그리고 완벽하게 냉정하다. 트럼 프의 첫 노동부 장관 후보자였던 앤디 퍼즈더Andy Puzder는 “자유시간 의 상당 부분을” 아인 랜드의 책을 읽는데 할애했다. 그의 본업은 하디스Hardee's와 칼스 주니어 Carl's Jr. 의 패스트 푸드 왕국의 경영이었다. 그 리고 그 역할을 하면서 최저 임금 인상에 격렬히 반대했다. 그는 시간당 15달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 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그는 미래에 자신의 체인을 훨씬 더 자동화하는 것을 갈망했다. 로봇은 “항상 공손하고, 항상 고객에게 고 가의 상품을 사게 하고, 절대 휴가를 안 가고, 절대 지각하지 않고, 절대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나이 들지 않고, 연애나 인종 차별 사건도 일으키 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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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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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키(Cookie) :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 저장되는 파일로 사용자의 인증 정보를 기억한다. 우리가 로그인 할 때 마다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수고를 덜어주기도 한다. 과거 리마케팅은 사용자의 쿠키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점차 고객의 ID 기반으로 작동되는 추세이다. 쿠키 기반의 리마케팅은 사용자가 동일한 기기 및 브라 우저를 이용할 때만 작동하는 것에 반해, ID 기반의 리마케팅은 기기와 브라우저에 관계 없이 리마케팅이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 지금도 광고 시장은 여전히 구글과 네이버, 애드 네트워크가 주를 이루며 대행사의 운영 능력에 기반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의 등장 이후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우선 페 이스북은 사용자 위주의 친숙한 서비스이면서 네이티브 광고 형태를 취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또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활용한 콘텐츠 마케 팅으로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 사용에 익숙하다는 장점 때문에, 광고 대 행사를 고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직접 광고 운영에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이러한 점에 착안해 더 많은 광고주를 모시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친절한 광고 매뉴얼은 기본이고, 블루 프린트라고 하는 자격시험을 개설해 사람들이 도전할 수 있는 게이트를 계속 열어두고 있으며, 소상공인이나 입문자들을 대상이 로 정기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페이스북이 타 광고 플랫폼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점은 크게 다섯가지 정도가 있는데 다양한 콘텐츠 형식, 강력한 타겟팅, 손쉬운 UI 구조, 저 렴한 광고운영 비용, 높은 효율성 등을 꼽을 수 있다
- 페이스북의 광고 노출 우선순위는 광고의 입찰가와 광고 품질지수에 의해 결정된 다. 쉽게 말해 돈을 많이 쓰면 광고가 더욱 많이 노출되는 것이고, 경쟁사와 입찰가가 비슷할 경우 광고 퀼리티가 뛰어나야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이다. 이는 곧 광고의 품질 이 뛰어나다면 비용을 많이 쓰지 않더라도 광고가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 다. 그런데 사실 구글광고와 네이버 검색광고도 이와 비슷한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페이스북은 무엇이 다른 것 일까? 페이스북은 구글이나 네이버와 달리 광고 품질을 결정하는 남다른 요소가 있다. 바 로 사람들이 광고 콘텐츠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배너 광고나 네이버의 검색 광고 역시 광고 소재의 적합성과 클릭률, 체류시간, 이탈률 등의 요소에 의해 광고 품 질이 결정되는데, 페이스북은 여기에 추가적으로 좋아요, 댓글, 공유 등의 상호작용 요소가 추가된다. 우리의 광고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좋아요, 댓글, 공유와 같은 긍정 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광고 품질이 향상되면서 광고 비용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배너 광고나 검색 광고에는 좋아요, 공유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수 없 지 않은가? 페이스북은 광고품질을 결정짓는 요소가 많은 만큼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 역시 많은 것이다.
- 모든 마케팅 활동이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아래와 같은 포인트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한다면 우리는 넘쳐나는 기술과 데이터가 주는 혼란에서 조금이라도 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보이지 않는 고객의 행동과 마음을 읽어내는 것
과거의 마케팅 기술은 고객의 행동이 결과로 나타나는 것에 한정됐다. 광고의 클릭수, 사이트 유입량에서 부터 시작해 회원가입 완료 수와 구매 완료로 귀결되 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케팅 채널로부터 유입된 사용자의 이동 경로와 체류시간, 소비한 콘텐츠의 숫자와 시간, 이탈 지점 및 포인트까지 '과정'을 측정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쉽게 말해 고객의 세부적이고 실시간에 가까운 행동 추적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이 시사하는 바는 굉장히 큰데, 예산을 집중해 야 할 마케팅 채널을 파악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고객 여정 지도에 따른 서비스 구축 및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며, 나아가 서비스의 단점을 개선시켜 고객의 이탈을 최소화한다면 비용의 증액 없이도 성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고객의 니즈와 취향을 저격하는 것
고객의 행동이 추적 가능해지는 순간부터 데이터를 통해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패턴과 규칙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분석 과정을 통해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는 시점을 찾아낼 수 있고, 특정 성향을 보이는 고객 그룹을 분류할 수도 있는데, 이 를 활용해 고객 상황과 니즈에 적합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전환율을 높이는 방법 이 가능해졌다. 쉽게 말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기에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개인화 마케팅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관된 메시지를 더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타이밍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져 고객을 구매 퍼널의 다음단 계로 유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 정답에 빠르게 근접해 가는 것
마케팅은 항상 도전의 연속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도전이고, 익숙함을 탈 피하기 위한 도전이며, 차별화를 유지하기 위한 도전이다. 이 도전은 실험을 분석 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워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는데, 디지털 마케팅에서는 실험과 분석이 더욱 세밀하고 정교해 졌다.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명확한 가설 수립이 가능해졌고, 실험과 결과 확인이 빨라지기 때문에 결론 역시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결국 기술의 뒷받침으로 삽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고객 행동 측정을 위해서는 고객의 몸의 GPS를 심는 것과 같은 측정 장치가 필 요한데, 페이스북에서 이러한 기능의 장치를 '픽셀'이라 한다. 하지만 고객의 몸 에 GPS를 심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 하기에, 웹사이트나 App 서비스에 이 픽 셀을 설치한다. 이후 이 픽셀은 사이트나 App으로 유입된 사용자를 쫓아다니며 말 그대로 GPS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픽셀이 고객을 쫓아다니며 기록한 흔적 은 데이터로 남게 된다. 
- 페이스북 광고는 머신러닝을 통해 내 광고에 반응할 것 같은 사람들을 자동으로 타겟팅 해주는 기능이 강점인데, 문제는 이미 우리의 브랜드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들에게만 반복적으로 광고가 집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연결 관계’ 타겟팅과 같은 기능은 반복적으로 노출되거나 이미 잠재고객으로 정의된 고객을 제외하고 새롭고 유의미한 잠재고객을 타겟팅 할 때 적극적으로 활 용하는 것이 좋다.
- Audience Network는 페이스북과 제휴가 된 제 3자 웹사이트 및 App 서비스의 지면에도 광고가 노출되는 플랫폼이다. 페이스북 광고라 해서 페이스북을 사용할 때만 광고 가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보유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더욱 많은 지면에서 광고가 노출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광고의 기본적인 목적은 더 많은 잠재고객에게 최대한 자주, 많이 보여지게 하기 위함이기에, 이런 목적에 잘 부합하는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광고 게재 최적화 기준은 크게 2가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랜딩 페이 지 조회와 링크 클릭은 사용자의 행동 기반에 특성을 맞춰 광고 콘텐츠에 반응을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노출과 도달은 이와는 반대로, 행동 보다는 더 많 은 사람에게 더 자주 광고를 노출 시키는 것에 집중한다.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어 떠한 기준이 좋다고 말할 수 없고, 비즈니스의 특성을 고려해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우리의 서비스가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클릭하고 바로 결제까지 이루어지 는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랜딩 페이지 조회나 링크 클릭이 적합할 것이다. 대부분 저가로 관여도가 낮은 제품들의 광고에는 해당 최적화 기준이 매우 적합 하다. 반면, 우리가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이 TV, 노트북 등과 같이 고가의 고관여 제 품이라고 한다면? 잠재고객이 구매까지 걸리는 시간과 고려 요인이 많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제품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에는 노출을 광고 게재 최적화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고객의 특성상 한 번 결제가 이루어지면 추가 결제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경우,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한 마케팅의 목표는 지속적인 신규고객의 발굴이 된다. 따라서 이미 노출이 된 고객보다는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광고를 노출 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달을 광고 게재 최적화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를 집행하면서 이미지를 사용할 때는 꼭 주의할 점 이 있다. 바로 20% 텍스트 제한을 넘기면 광고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페 이스북에서 노출되는 광고들을 살펴보면 이미지에 텍스트가 삽입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이미지와 함께 텍스트를 배치하는 것이 가독성과 주목도 면에서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추구하는 광고는 네이티브 광고의 형 태로서 일반 콘텐츠와 광고 콘텐츠의 차이를 최소화해 사용자의 거부감을 줄이는 것이다. 때문에 이미지 안에 텍스트가 많이 들어간 광고성 콘텐츠가 사용자의 뉴 스피드를 점령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한다.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정책 이 바로 텍스트 20% 제한이다. 페이스북 광고 이미지 안에 텍스트가 차지하는 영역의 비율이 20%를 초과할 경우 광고의 도달 및 노출에 제한을 두고 있다.
- 일반적으로 웹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추적과 분석은 웹페이지 상의 이동 기반으 로 이해된다. 고객이 회원가입 완료 페이지에 도달했다면, 회원가입이 1회 발생했 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추적과 분석에는 큰 한계가 있다. 고 객은 웹사이트 상에서 버튼을 클릭하고 페이지의 스크롤을 내리고, 동영상을 재 생하는 등 수많은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데, 이에 반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버튼만 누르면 알림 창이 나타나고 끝나는 경우와 같이 완료 페이지가 없거나, 사이트 내에서 고객이 어떤 키워드를 검색했는지 등의 세부적인 정보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더 세분화된 고객의 행동을 추적하기 위해서 이벤트 픽셀을 설치해 야 한다. 이제부터 등장 하게 될 이벤트라는 단어는 우리가 참여를 통해 경품을 받는 이벤트로 이해하지 말자. 고객이 웹사이트나 App 상에서 일으키는 '행동' 이라고 보면 되겠다. 당연하게도 이벤트의 종류는 매우 다양할 것이고, 페이스북에서는 이러한 이벤트를 특성에 따라 카테고리로 정의를 해두었다.
- 웹사이트에서 랜딩 페이지는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고객을 설득하는 역할 을 한다. 때문에 콘텐츠 기획자는 이 랜딩 페이지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에 매우 심혈을 기울인다. 하지만 랜딩 페이지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과거 본 인의 커리어 중에서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바로 매출이 나올 때까지 랜딩 페이지를 변경하는 것이었다. 상품 구매가 이루어지는 랜딩 페이지를 계속해서 뜯 어 고치는 작업이었는데, 문제는 페이지를 변경하는 것에 있어 뚜렷한 근거 없이 추측으로만 진행 됐기 때문이다. 물론 체류시간과 이탈률이라는 지표가 있지만 두 지표만으로 랜딩 페이지의 성 과를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체류시간이 낮고 이탈률이 높다면 해당 페이지의 구조와 내용을 모두 바꿔야 할까? 체류시간이 긴 것이 좋은 지표인가? 고객이 원하 는 정보를 찾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이탈이 발생했다면 무슨 이유로 이탈이 발생한 것인가? 이처럼 우리는 해당 지표만으로 고객 이탈의 정확한 포인트를 알 수 없다. 따라 서 우리는 랜딩 페이지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보조 지표로서 스크롤 트래킹을 사 용할 수 있는데, 이는 고객이 페이지를 어디까지 내려 봤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 이다. 해당 지표가 있다면 구조를 바꿔야하는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고, 페이지 내 영상 콘텐츠의 적절한 위치도 확인할 수 있으며, 굳이 모든 요소를 변경하지 않고 CTA 버튼의 위치를 변경하는 것 만으로도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스크롤 트래킹은 단순 웹사이트에서의 페이지 성과 측정 뿐만 아니라 언론사 나 블로그와 같은 콘텐츠 기반의 플랫폼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고 객이 콘텐츠를 끝까지 읽어 내려가지 않는다면, 구조의 변화를 주거나 지속적인 Hooking이 가능하도록 문단을 나눈 뒤 소제목을 매력적으로 작성하는 방법 등을 적용해 성과를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마케팅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단순 페이지 방문자 보다 상세페이지의 내용을 끝까지 읽어내려간 잠재고객을 맞춤 타겟으로 설정한다면 광고의 효율성 또한 높 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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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의 인생론

인문 2021. 3. 1. 21:32

-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원로원에 보낸 편지를 보면, 추후 자신이 공직에서 물러나 은퇴한 후에도 위엄을 잃지도, 과거의 영광에 반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은 구절이 실려 있다.  “그저 희망을 표현하는 데 그치는 것보다 직접 실천해 보이는 편이 더욱 가치 있을 것이오. 하지만 아직 그 행복의 실체를 손에 쥘 수 없는 탓에 이렇게라도 미래에 대한 갈망을 곱씹으면서 미리 즐거움을 느끼고 기쁨을 맛보는 것이라오.” 현실적으로는 한가로운 삶을 즐길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모든 것이 오롯이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언젠가 공직에서 물러나 여유롭게 살날을 그리며 나름대로 소소한 즐거움을 누렸던 것이다.
- 매순간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보내고, 오늘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꾸려나가는 사람은 내일을 기다리 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지금보다 더욱 새롭고 즐거운 시간 이 어디 있을까? 전부 아는 것들이고 마음껏 누렸던 것들인데 말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그저 행운의 여신의 손에 맡겨두 어야 할 부분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사는 자들은 확고하다. 지금보다 더 가질 수는 있어도 그들에게서 무언가 빼앗을 수는 없다. 만약 조금 더 얻는다고 해도 충분히 배가 부른 사람에게 음식을 더 주는 꼴이다. 그들은 그저 주는 대로 받을 뿐 간절하 게 바라지도 않는다.
- 그렇기 때문에 백발이 성성한 머리카락이나 깊은 주름만 보고 살만큼 살았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백발의 노인은 그저 오래 살아남은 것이지 제대로 인생을 살았다고는 단언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항하자마자 거센 폭풍우를 만나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 에 실려 똑같은 자리를 빙빙 맴돌며 표류했다고 해서, 오랜 항 해를 마쳤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저 물에 오래 떠 있었던 것이지 제대로 항해를 한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 자신의 선견지명을 떠벌리는 것보다 더 생각 없는 행동이 있 을까?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 지만 남은 인생을 준비한다는 미명하에 현재의 삶을 소비하고 있다. 먼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큰 낭비는 오늘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이는 자신에게 주 어진 하루를 하나씩 내던지는 것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 때 문에 주어진 현재를 버리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로 사는 것은 현재를 사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며 내일에 기대어 오늘 하루를 낭비하는 것과 같다. 행운 의 여신의 손에 자기 미래를 맡기고 자신의 수중에 놓인 것을 흘려보내는 꼴이다. 우리는 어디를 보고 있는가?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 가련하기 짝이 없는 인간, 하루가 다르게 바삐 살아가는 인간들의 가장 빛나는 날이 제일 먼저 도망간다는 점에 대해 한 치라도 의심할 여지가 있는가? 여전히 마음은 소년과 같은데 어느덧 노년의 세월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아무 준비도 대책 도 없이 이 시기에 접어든다. 이렇게 갑자기 늙어버릴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인생의 마지 막 시기가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순식 간에 노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 가장 높이 오른 것일수록 더 쉽사리 추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추락이 남에게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무언가를 어렵사리 성취한 자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하기에 그들의 인생은 매우 짧고 비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그렇게 힘들게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이를 불안함 속에서 소유하고 있는 자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전에 하던 일이 떨어지면 새로운 일감을 찾고, 과거의 야망을 새로운 야망으로 바꾸고는 한다. 자신의 비참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기보다 그저 새로운 무엇인가로 대체해버리고 마는 탓이다.
- 우리가 가진 욕망을 저 멀리 떠돌게 하지 말고 되도록 가까운 곳에 두어라. 욕망이란 한군데 묶어두기 힘든 법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기 힘든 것들은 포기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될 법한 것들에 집중하라. 다만 욕망이란 모름지기 겉보기에는 저마다 다르게 보이지만 허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저만치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시기하지 마라. 그들이 서 있는 곳이 바로 낭떠러지인지도 모른다.
- 불운한 운명 때문에 애매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최대한 오만을 억누르고 본래 자신이 가진 운에 따라 평균을 지키려고 해야 더 안전해질 것이다. 물론 추락하지 않고는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 없어서 억지로 높은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자들은 어쩔 수 없이 남에게 무거운 짐이 되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높은 자리에 못 박혀 있다는 점을 고백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  우리는 정의와 온화함, 그리고 친절함, 부드러움과 자애로운 선의의 손을 빌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불안함을 누르고 더 평온한 마음으 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 언제라도 가진 것을 돌려달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현인은 운 명에 맞서 반항하지 않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릴 수 있게 해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운명이 시키는 대로 기꺼이 포기하겠습니다. 이 또한 무한 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만약 그 중 하나를 계속 가지고 있으라 고 명령하신다면 평생 소중히 돌보도록 하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정성스럽게 세공이 된 은 식기와 조각이 된 식기들, 그리고 집과 식솔들을 전부 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자연이 우리에게 주었던 능력을 다시 돌려달라고 말한 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처음보다 더 고양된 영혼을 다시 돌 려드리겠습니다. 나는 주저하지도 도망치지도 않겠습니다. 자 연이 내게 주었던 모든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돌려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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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병未病' 이란 아직 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병이 되어가는 상태를 말한다. 아직 자각은 없지만 검사 결과에서 그다지 좋지 않은 수치가 나온 상태, 또는 자각은 있지만 검사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를 모두 포함한다.
일본에서는 메타볼릭 신드롬대사증후군, 후레이루기 : 노쇠, 허약 을 뜻하는 영어 단어 fraility에서 유래 등의 유행어를 포함하여, 미병 신드롬'이라 불릴 만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몸상태와 정신 상태를 예전보다 더 세심하게 신경 쓰면서 살고 있다. 또 테크놀로지의 진화 덕분에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상세하게, 또 실시간으로 몸 상태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미병의 비율을 표현하는 지표로는 자율 신경 상태나 체내 산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를 이용해서 미병을 측정하는 방법을 만들고, 그 측정 결과를 정리해서 미병 수준을 나타내는 표준 지표 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미 시작된 건강, 의료 업계의 강렬한 파괴적 창조disruptive innovation 가 가속화될 것이다. 극히 작은 예로, 모빌리티 서비스와 건강, 치료의 결합을 들 수 있다. 또는 걷기나 금연 등의 행동 변화를 촉진하는 앱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생체 데이터를 계속 모니터하여 조언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할 수도 있다. 미병 대책의 주요 무대는 병원이 아닌 곳, 즉 일상적인 세계여야 한다. 병에 걸려 병원에 가기 전에 미리 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 중심의 기존 의료 관련 산업은 물론이고, 생 활과 일에 관련된 모든 산업이 의료나 건강 관리의 이노베이션 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서 비스와 상품이 다양한 형태로 생겨날 것이다. 미병 개선은 긴급한 과제이다. 그 배경의 하나는 QOL이 며, 더 말할 것도 없이 팽창하는 의료비도 이유 중 하나이다. 2025년에는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가 후기 고령자75세 이상가 되어 일본인 4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 이때가 되면 의료비는 58조 엔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7년 건강보험조합연합회 조사, 역대 최고라던 2018년의 세수입이 60조 엔이던 것을 생각하면, 의료비가 세수입과 거의 비슷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며, 따라서 정부는 의료비 억제를 위해 예방 의료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직장에서 직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센싱 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심전계, 온도계 적외선 온도센서, 삼축 가속도계를 직원의 몸에 붙여두면 다양한 바이털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다. 이후 그 데이터를 분석하면 직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업은 직원의 건강을 관리할 수가 있다. 호소야 다카사키 클리닉 원장인 시마다 요지는 이러한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하기 싫다고 생각하면서 일을 하면 자율 신경이 약해지고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태를 추적하여 휴식을 취하면 스트레스가 내려간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의사가 업무 중에 적절한 휴식을 취하게 하라고 사측에 조언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운수나 물류 관련 기업에서는 운전사의 수면무호흡증을 비롯하여 건강 체크를 게을리하는 것은 사고로 직결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 CBD Cannabidiol: 칸나비디올는 대마의 줄기 또는 종자에 포함된 성분으로, WHO는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CBD를 음료에 섞어 마시면 긴장이 풀리거나 숙면 등의 효과가 있으며, 이미 간질이나 우울증 치료에 사용된 실례도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서 관련 연구가 한창이며, 의료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성분이다. 또한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도 2017년 9월, CBD를 금지 약물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CBD가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지 않는 다는 뜻이다. 2019년 4월, 43세의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부활을 알리는 우승을 거뒀다. 그런데 그가 경기 중에 계속 씹던 껌에 CBD가 들어 있었을 것이라고 미국 골프 잡지가 보도했다. 골프처럼 정신력이 중요한 스포츠에서 긴장을 풀어주는 CBD 는 꽤나 효과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으나, 만약 CBD가 들어 있었다고 해도 위법은 아니며 도핑도 아니다.  CBD는 환각 증상을 불러오지 않는다. 대마에서 환각을 불러 오는 것은 대마의 씨, 잎, 뿌리에 있는 THC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라는 성분이다. 그래서 CBD를 의료 대마, THC를 기호 대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느 쪽이나 대마에 포함되는 성분이지만, 일본에서 CBD는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고 THC는 위법이다. CBD의 효과에 주목하고 대마 산업을 성장 엔진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데, 이를 그린 러시 green rush 라고 한다. 
- 일본에서는 무인양품과 같은 단순하고 자연주의적인 상품을 적극적으로 고르는 젊은이들을 의식이 높은 계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소 조롱의 의미가 섞였을 수도 있지만, 이 의식이 높은 젊은이들이 고르는 상품군을 새로운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젊은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상품 선정 기준이 크게 바뀌고 있다.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라는 말처럼 식품 이라면 무첨가, 화장품이라면 자연에서 가져온 것을 고른다. 이런 소비자들은 그런 상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또한 출처가 어디인지도 상품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외국 기업들은 사업 활동 자체가 사회 공헌이 될 수 있도록 경영 전략을 세운다. 동물 보호나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환경 개선과 같은 주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을 이끈다. 그리고 이를 기업 브랜딩에 활용하는 성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은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만이 사회 공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 기업이 상품을 기획, 제조하고 인터넷 판매를 중심으로 판매 채널을 구축하여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과 서비스를 전달한다. 이른바 DtocDirect to Consumer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실리콘밸리의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DtoC는 판매 채널과 관련된 쓸데없는 판매 관리비를 대폭 줄일 수 있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Price. 고객과 직접 연결되면 고객의 요구 지점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어서 상품 개발력이 올라간다 Product. 그리고 판매 채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브랜드 관리를적절히 하면서도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Place&Promotion. DtoC는 이상의 마케팅 4P 전략에다가 타깃을 더욱 공략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 experience을 더한 5P를 만족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구식 산업을 파괴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시장 구조를 크게 바꿀 거라고 전망하기 도 한다. Dtoc 비즈니스의 상당수는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쌓고, 그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구독형subscription 판매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다. 고객과 관계 만들기, 즉 마케팅 방법도 크게 변화할 것이고, DtoC 모델을 선택한 기업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업을 위 해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해야 할 일에도 변 화가 올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대응할 수 있으면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거기다 기업이 아니라 개 인이 제품을 기획한 후에 크라우드소싱이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개발자, 자금 등을 모아 제품을 제작,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최근에는 인터넷 벤처 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이 DtoC비즈니스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대형 백화점 체인 마루이는 DtoC 기업에 출자하면서 자사 매장을 이런 기업의 '쇼룸'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로레알 등 화장품 대기업도 DtoC 전용 부서를 만들어 인터넷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 회사원이나 프리랜서 등 일하는 방식에 상관없이 개인의 기술 이나 실적, 평판 등을 일정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서비스가 생겨 날 것이다. 이 서비스로 개인의 시장 가치를 높이는 커리어 형성 컨설팅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그 이유를 좀 더 설명하면 이렇다. 2030년에는 기업의 종신 고용이 무너지고 정년이라는 개념도 사라진다. 프로젝트 단위 로 일하게 되며, 부업이나 얼럼나이 alumni: 자사 퇴직자의 활용 등 다양한 조건의 구성원이 함께 일하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노동자 한사람 한 사람의 시장 가치를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노동자와 기업 양쪽에 시장 가치를 명시하려는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후생 노동성이 직업 능력 평가 기준을 정비하기는 했지만, 그 대상 업 종과 직종이 아직은 한정적이다. 기업 쪽을 보면 이미 라쿠텐, 메루카리 일본의 프리마켓 앱, 야후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피플 애널리틱스 people analytics: 인재 분석 기술나 AI를 이용하여 개인의 능력을 시각화하고 정량화하여 채용과 부서 배치, 평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우선은 인재 서비스 기업이 시장 가치 산출 서비스 사업에 참여할 것이다. 다만 시장 가치 산출에는 공정하고 높은 투명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의 인가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한 커리어 컨설 팅 사업이 활발해질 것이다. 
- '햅틱스 haptics'란 촉각 정보를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테크놀로지 또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응용 범위는 엔터테인먼트, 작업용 로봇의 원격 조작, 촉각 데이터를 사용한 교육 훈련 등으로 다양하다. 각 분야에서 연구 개발과 실용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가까운 예로는 화면의 아이콘을 누르면 입체 버튼을 누른 것과 같은 촉 감이 느껴지는 스마트폰이 있다. 전형적인 방식으로는 손이나 손가락에 장착한 디바이스를 통 해 이용자에게 촉각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디바이스에 탑재 한 모터나 특수 소재를 사용하여 이용자에게 진동 등의 촉각을 전하고 컴퓨터에서 정보, 예를 들면 화면에 표시된 물체의 감촉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초음파를 이용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압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주목받는 방법 중 하나는 게이오대학교의 오니시 코헤 이 교수가 개발한 '리얼햅틱스'이다. 인간이 누르거나 잡거나 스 치면 강도나 탄력, 움직임을 느끼고, 디바이스는 그때 얻은 힘의 촉각 정보를 통해 촉감을 재현한다. 디바이스가 물체를 다룰 때는 위치 제어와 물체를 잡는 힘 제어가 모두 필요한데 리얼햅틱스는 이것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로봇을 조종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인간이 로봇을 원격 조종할 때, 로봇의 핸드가 물체에 닿는 감촉을 바로 앞의 컨트롤러로 생생하게 확인하면서 조작할 수 있다. 정밀한 피드백이 필요한 분야, 예컨대 원격 수술이나 간병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뛰어난 장인이 가진 고도의 기술을 로봇에게 전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 '정보 컨시어지'는 기업의 리더가 중대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정보를 즉각 전달해줄 사람 과 그 서비스를 가리킨다. 지금까지는 부하나 회사 밖의 전문가에게 의뢰했지만, 정보량이 방대해지면 자신이 일하는 산업 분야와 다른 산업 분야가 서로 얽히게 된다. 그러면 컨시어지 역할을 지원해줄 새로운 비즈니스, 컨시어지 기능 그 자체를 제공하는 새로운 사업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정보 컨시어지에게 필요한 조건은 두 가지다. 우선, 빠르고, 빠짐없이'다. IT의 추천 엔진, 자동 번역 기능을 사용하면 웬만 한 대처는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정확하고 손쉽게다. 집계한 정 보의 가치를 판단하고, 알기 쉽게 해설하고 요약해야 한다. 그리 고 두 번째 조건은 인간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각 전 문 분야마다 은퇴한 베테랑의 식견을 들을 수 있는 크라우드소 싱 같은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 노동자나 프로젝트가 '일하는 장소'를 고를 수 있게 되면 '집의 사무실화가 진행된다. 집의 방 하나 또는 일부 공간이 업무 공 간이 되는 것이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나서 부엌이나 거실 한 쪽을 업무 공간으로 사용할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단, 회 의는 외부 공간이나 회사 사무실, 또는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인테리어와 주택 설계도 바뀌게 될 것이다. 서재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되고 대형 주택에서는 개인 방, 소형 주택에서는 작은 방과 같은 공간 만들기가 화제가 될 것이다. 노동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품이 속속 등장할 것이며, 집을 쾌적한 사무실로 바꾸는 대중의 노하우가 인터넷에서 서로 공유될 것이다. 심리학과 뇌 과학을 바탕으로 능률이 상승하는 환경 만들기가 화제가 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로봇 슈트를 비롯한 육체 기능 보조 상품, 뇌 피트니스를 통한 뇌의 회복 촉진, 스마트 콘택트렌즈와 같은 시청각 보조 상품 등이 발달하여 고령자도 노동에 참여할 것이다. 고 령자 대상의 요양원에도 원격 근무가 가능한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주거 공간이 사무실 기능을 겸비하게 되면, 주택을 대상으로 한 보안 시스템이 다시 주목받을 것이다. 보안 대책 소프트웨어, IoT를 구사한 방범 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먼저 출동하도록 설계된 주택용 경비 로봇 등 다양한 기능을 조합하여 개인 주택 사정에 맞춘 서비스나 기기를 선보일 것이다. 재택근무자가 늘어나면 반대로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나 상담, 정보 교환, 브레인스토밍 등 평범한 사무실에서 손쉽게 할 수 있었던 커뮤니케이션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다. 그리 고 가상 협업 virtual collaboration 이 새삼 주목받을 것이다. 가상 공간에 팀원이 일할 사무실을 만들어두고 그 모습을 대형 디스플레이 또는 집의 벽에 비춘다. 그러면 그곳에 카메라로 찍은 자신의 모습이나 함께 일하고 있는 팀원의 모습이 나타나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대화할 수 있다.
-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7년에 앞으로 목표로 해야 할 산업의 콘셉트로서 'Connected Industries'를 발표했다. Connected Industries'는 다양한 '연결'을 통해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하 는 산업 사회이다. 그리고 정부는 여기에 맞춰서 서플라인 체인의 진화를 이끌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미 대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 간의 정보 공유 구조를 포함 한 서플라이 체인 시스템이 구축된 곳도 있다. 아직은 일본 기업 중에 소수지만 존재하고 있다. 나아가 앞으로는 계열사를 넘어 모든 기업이 연결되는, 광범위한 서플라이 체인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도 결국 합류하게 될 것이고, 서플라이 체인의 최적화를 위해 업무 프로세스의 일 부를 복수의 기업과 공유하거나 생략하게 될 것이다. 2018년 6월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중소기업 수는 약 360만 개에 이른다. 만약 한 회사당 이용료 수만 엔을 받고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면, 그 총액은 1조 엔을 뛰어넘는다. 개별적인 IT 투자뿐만 아니라, 기업과 계열을 뛰어넘는 서플라이 체인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서비스, 현장의 OT operation technology 와 IT의 연계를 지원하는 서비스 등 신사업이 태어날 가능성도 있다. 
-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엑센추어는 순환 경제로 2030년까지 4조 5,000억 달러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하였다. 동시에 120개 이상의 회사를 분석하여 이익이 예상되는 비즈니스 모델 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다.  첫 번째는 '재생형 공급'이다. 반복해서 재생이 가능한 원 료, 또는 생물 분해가 가능한 원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두번 째는 '회수와 재활용'이다. 지금까지 폐기하던 것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제품 수명의 연장'으로, 제품을 회수하고 보수, 개량을 통해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네 번째는 '공유 플랫폼'이다.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대여하거나 공유, 교환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서비스 제품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만 돈을 내는 것이다. 물론 자원이나 폐기물을 회수하 고 중간 처리하는, 이른바 정맥 산업은 지금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지금보다 더 강하게 동맥 산업과 연계하게 될 것이며, 그 지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도 기대해볼 수 있다. 에너지 집적화energy integration는 에너지 자원, 용도, 이용자에 따라 종류는 물론, 조합 방식도 다양하다. 에너지 자원으로는 석탄, 수력, 석유, 천연가스, 핵연료, 풍력, 태양광 등이 있고, 용도 로는 공장이나 교통기관, 자동차, 가전이 있으며 이용자에는 공공, 기업, 가정 등이 있다.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유한한 에너지 자원을 절약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 때 용도와 이용자에 따라 최적의 자원을 고르고 조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 집적화가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것 중에 하나는 섹터 커플링 sector coupling 비즈니스' 이다. 전력 섹터의 전력을 히트펌프를 이용하여 열로 변환한 다음, 열이 필요한 섹터에 공급하는 것이다. 최근 변동하기 쉬운 재생 가능 에너지가 증가하고 있는데, 커플링을 이용하면 일단 재생 가능 에너지를 축전지 등에 저장해둘 수 있다. 그리고 이후에 여러 개로 나뉘어 있는 축전지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마치 발전소처럼 운영할 수 있다. 이것을 VPP 가상 발전소라고 부르는데, 최근 커플링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또한 자동차와 가정의 섹터를 합쳐서 최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야간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 자동차 축전지에 전기 를 공급하고, 낮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자동차 Vehicle에서 가정 Home 으로 공급하는 것이라서 V2H라고도 부른다.  에너지 자체를 커플링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수 섹터에 걸쳐 있는 비즈니스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전기 자동차 충전과 관련한 서비스다. 자동차 회사와 연계하여 전기 자동차 축전지의 충전율을 표시하거나, 최적의 충전 스테이 션으로 유도하거나, 모은 빅데이터를 보험 회사에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vpp 가상 발전소는 분산 에너지 자원 수요자 설비 등에 설치한 태양광이나 축전지 등을 IoT로 네트워크화하여, 발전소 하나와 함께 운용하는 솔루션이 다. 에너지 시스템이 대규모 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옮겨가면 서 점점 중요한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VPP는 발송전 분리 등 전력 시스템의 자유화와 함께 서양에서 시작했으며, 일본에서도 시장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VPP를 실현하고 시장을 만들려면 우선 수요자의 요구를 확 실히 파악하고, 그것에 부응하는 IoT 네트워크 시스템을 설계, 개발해야 한다. 문제는 다수의 분산 에너지 자원 전력을 복수의 수요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다. 거기다 송전하지 못한 전력을 분산시켜 모아둘 필요도 있다. 전력 수요는 경제나 기후 변동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예측이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AI 이용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VPP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다. 전 력 자유화로 수요자는 기존의 전력 회사, 복수의 VPP 중에서 자신의 수요를 가장 만족시켜줄 곳을 선택하게 된다. 가격만으로 차별화했다가는 결국 가격 인하 경쟁만 부르게 될 것이다. 복수의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상상력'이 필요하다. VPP로 관리, 제어하는 에너지 기기는 최근 몇 년간 그 양과 종류 모두 늘어나고 있지만,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리튬 이온축전지다. 지금까지는 높은 비용이 문제였지만, 한국과 중국 기업의 생산 증가로 비용이 내려가고 있다. VPP가 관리 면에서 좋은 점은 충전지의 반응이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통망을 안 정화하는 보조 서비스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고, 높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대형 리튬 이온 축전지와 함께 가정 내 개인 수요자가 탑재한 소형 축전지를 집약하여 VPP를 운용 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나아가 축전지와 DR Demand Res 반응을 조합하여 복수의 전력 시장에서 최저가로 최적의 기기를 활용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microgrid 란 전력 계통망에서 분리된 상황에서 일정 범위에만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크게 두 가지 부문에서 이용하고 있다. 우선, 선진국에서는 태풍이나 지진 등의 재해가 일어났을 때 계통망에서 분리하여 빌딩 또는 지역 단위로 전력을 공급해주 기도 한다. 한편, 아시아 · 아프리카 지역 중 전력망이 공급되지 않는 오프그리드 지역에서는 저비용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축전지에서 얻는 마이크로그리드를 공급하는 프로젝트가 활발해지고 있어서 이 지역들에서 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전자의 요구에 따른 체제를 만들게 되면, 평상시에 운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비상시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에서 이런 사업을 진행하려면 재해 대응이나 회복이 필요한 지방 자치 단체와 협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후자의 요구에 따르려면, 태양광 발전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와 축전지를 조합하여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나아가 아시아·아프리카 시장에 투입하려면 어쩔 수 없 이 각국 상황에 맞춘 가격으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비를 절감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최근 오프그리드 지역에서 마이크로그리드를 운용하는 시스템으로 주목받는 게 있다. 바로 디젤 발전기와 병행하는 방법이다. 신흥국뿐만 아니라 선진국도 외딴 섬들은 가격이 비싼 디젤 발전에 의지하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불어나는 에너지 비용 문 제로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으로 에너지 를 절약하면서 저장 시설을 설치하여, 수급 및 주파수 조정을 통 해 디젤 연료를 줄이려고 한다. 유럽과 호주에서는 실제로 에너지 비용 절감에 성공한 경우도 있으며, 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 어를 패키지로 만든 솔루션을 개발하여 신흥국의 오프그리드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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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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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 자세 연구의 목적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법을 배우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데 있다." (아헹가)
- 고대 인도인들에게는 직선적 시간관만큼 낯선 것도 없다.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현재라는 기준으로 나누는 행위가 그들 에게는 어색한 것이다. 고대 인도인들에게 시간은 무한히 순환하는 연속적인 것으로, 절대적인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원형의 모양이다. 진행 중인 모든 일은 이미 일어난 것인 동시에 다시 일어날 사건이다. 시간은 제한된 조건이 아니라 무한히 재생 가능한 자원이다. 따라서 시간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기에 충분한 시간적 여 유를 가져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도 이러한 마음가짐을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 시간은 생성기와 쇠퇴기의 교체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사건, 계 절, 해와 달, 생명, 호흡 등 은하에서 개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이 순환의 법칙에 따른다. 힌두교 사상에서는 우주 그 자체도 두 단계의 영원한 운동 속에서 교대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 불변의 주기는 창 조신 브라흐마 Brahma가 깨어나고 잠드는 리듬과 관계가 있다. 즉, 우주의 출현은 브라흐마의 낮에 해당하며, 우주의 해체는 브라흐마의 밤에 해당한다. 브라흐마가 잠에 들면 우주 홍수 pralaya가 세상의 모든 생명의 흔적을 파괴하고, 브라흐마가 깨어나면 이전 창조의 잔재인 뱀 세샤 sesha 위에서 생명이 재창조된다. 100 브라흐마 년(지구상의 시간으로 수천억 년에 해당하는 시간)이 되면, 창조신 브라흐마의 생이 끝난다. 이때 지구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우 주 전체가 소멸한다. 이를 마하프랄라야 mahapralaya, 즉 대홍수라고 부 른다. 뱀의 신 세샤의 똬리에서 휴식을 취하는 비슈누 Vishnu 신만이 남아 태초의 물 위를 떠다닐 것이다. 그리고 우주는 수천만 년 동안 무엇으로도 나뉘지 않은 미분화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창조의 힘이 잠재되어 있는 이 상태는 새로운 우주 주기가 시작될 때까지 이어지며,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우주 또한 동일한 과정을 거 쳐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우주는 다시 만들어지고 다시 미분화 상태 에 접어든다. 우주는 창조와 소멸을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따라서 진정한 시작도 끝도 없다. 다만 반복만 있을 뿐이다.
- 인도에서는 뱀과 인간이 항상 가까이 살았기 때문인지 뱀과 관련된 풍부한 상징들이 전해 내려온다. 힌두교 사상에서 뱀은 세상을 떠받 드는 존재, 비슈누의 잠자리, 과거 세계의 잔재이자 미래 세계의 기원 이다. 허물을 벗고 재생하는 뱀의 능력도 이러한 상징성과 관련이 있 을 것이다. 이처럼 뱀은 반복되는 창조와 소멸 과정에 밀접하게 연관 되어 있다. 뱀의 중요성은 요가 철학과 수행에도 반영된다. 탄트라(고대 힌두교 경전) 시각에서 뱀은 우리 안에 잠재된 우주 에너지를 의미한다. 이 에너지는 '똘똘 감긴 것'이라는 의미의 쿤달리니 Kundalini라 불린다. 쿤 달리니는 깨어나게 되면 척추 아래에 머문다. 쿤달리니가 잠들어 있 을 때, 우리는 의식이 각성하지 않은 채로 무감각하게 살아가게 된다. 다양한 연습을 통해 요기는 쿤달리니를 깨워 척추를 통해 정수리까 지 끌어 올리는 시도를 하게 된다.  아난타 뱀은 태초의 바다에 머물다가 브라흐마가 깨어난 걸 알아 차리는 순간, 창조의 토대 역할을 한다. 이와 유사하게 쿤달리니는 개 인이 잠재적 에너지를 자각할 때 변화를 보인다. 내면에 잠재되어 있 는 쿤달리니 에너지를 펼치는 것은 자신의 쿤달리니를 자각하는 것 에서 시작된다. 코브라 자세는 이 각성 단계를 상징한다. 배를 대고 엎드린 상태 에서 머리와 상체를 들어 올리는 이 자세는 똬리를 풀고 몸을 일으켜 자신의 모습을 더 크게 만드는 코브라와 닮았다.
- 아기들은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하다. 힌두교 사상에서 현자들은 이러한 아기들의 특징을 지닌다. 모든 집착이나 미움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의도와 계산 없이 행동하고, 자신의 욕망을 다스릴 줄 안다. 요기가 이러한 의미를 떠올리며 아기 자세를 한다면 평온을 얻을 수 있 을 것이다. 아기 자세를 통해 우리는 상체를 허벅지 위로 구부려 주요 기관들을 보호하게 된다. 우리는 몸을 감싸 안으며 내부의 안식처를 찾고, 안정감을 느낀다. 나아가 아기 자세는 태아가 엄마의 자궁에서 편안 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 자세로 잠을 청한다. 앞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현자 마르칸데야는 한 우주의 끝과 새로운 우주의 시작 사이에 아기의 뱃속에서 휴식을 취했다. 마찬가 지로 아기 자세는 요가 수련 도중에 쉬어가는 휴식 자세의 역할을 한다. 요가 수련 과정을 떠나서도 아기 자세는 편안하게 몸을 내맡기고 스스로를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돕는다. 주위에 아무리 거대한 홍수가 닥쳐도 아기 자세는 내부에 안식처를 제공해준다.
- 굵고 강인한 다리와 견고한 등껍데기를 가진 거북이는 지구력의 상 징이다. 신체 구조를 통해 거북이는 안정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이유 로 수호신 비슈누는 거북이로 화신한다. 먼 옛날, 요기들은 동물을 관찰하며 큰 영감을 얻었다. 거북이 자세는 실제 거북이의 모습과 닮아 있는데, 이 자세를 만든 옛 요기들이 모방하고자 했던 것이 단지 거북이의 외형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요가수트라 yoga Sutra》에 “거북이 자세는 안정적이고 편안하다”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거북이 자세는 안정을 상징하며, 요가 수련의 본 질을 함축하고 있다. 거북이의 등껍데기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요기 의 토대가 된다. 힌두 신화에서 거북이가 지탱하는 산은 에너지의 원활한 순환을 돕는 곧은 척추를 의미한다. 신체적 안정은 곧 정신적 안정으로 이어진다. 그러한 맥락에서 요기들에게 거북이 자세는 집중의 상징이다. 거북이 자세는 감각이 제 어된 프라티야하라 pratyahara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거북이가 팔다리를 완전히 접듯, 감각적 대상에서 자신의 감각을 회수할 때, 내면의 지혜는 실로 견고해진다. (《바가바드기타 Bhagavad Gita》(고대 인도의 힌두교 경전, 거룩한 신의 노래라는 의미))
거북이가 된 요기는 외부의 환경에서 감각을 회수하고, 정신을 내부로 향하게 한다. 외부의 어떤 동요에도 흔들리지 않는 요기는 진정한 요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 길에서 서두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 예부터 공작은 뱀이나 전갈 등 독을 품은 모든 동물의 적이었다. 공작 깃털이 화려한 것은 공작이 흡수한 독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만 들어진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불멸의 상징인 공작은 어떤 독도 해 소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이는 공작 자세가 요기의 몸에 가져다주는 효과와 연관이 있다.
"공작 자세는 과도하게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배꼽 부위를 자극하면 불이 일어나고, 이 불기운을 통해 백물百物의 독kalakuta 을 제거할 수 있다.” (요가 프라디피카Hatha Yoga Pradipika)
- 공작 자세는 양쪽 팔꿈치를 배꼽 부위에 대고 엎드린 후, 손바닥 으로 지면을 디디며 두 다리를 가지런히 들어 올리는 자세다. 요기는 이 과정에서 공작의 안정성을 찾고자 노력한다. 긴 목과 풍성한 꼬리를 가진 공작이 안정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몸통 중앙에 위치한 강인한 두 다리와 견고한 발가락 덕분이다. 공작처럼 바닥을 견고하게 지지하며 신체의 무게를 버텨내면 공중에 몸을 들어 올린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공작 자세를 취할 때 팔꿈치는 복부 대동맥을 압박하여 혈류를 위, 간, 비장 쪽으로 전환시킨다. 이는 소화를 돕는 작용으로 이어진다. 요기 시바난다 Sivananda는 과식을 한 경우, 네다섯 시간 후에 공작 자세를 취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공작 자세는 음식물 소화만 돕는 것이 아니다. '백물의 독' 칼라쿠 타를 제거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칼라쿠타는 타마스 성향의 맹목, 무 지, 모호함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이는 삶의 독소, 유해한 경험을 가리키기도 한다. 요가 수련은 정신적 소화 능력을 키워, 삶의 우여곡 절을 소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공작 자세는 인생의 안정을 기약하는 자세다.
- 팔과 다리가 얽힌 채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는 독수리 자세는 새들의 왕인 독수리에게 바치는 흥미로운 자세다. 흔히 독수리를 생각하면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독수리 자세 는 오히려 몸을 앞으로 모은다. 이 행위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독수리 자세와 같이 몸을 앞으로 모으는 이유는 더 잘 날기 위해서다. 가루다가 힘을 집중시켜 광채를 천 분의 1로 줄인 것처럼 요기는 자신의 잠재적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집중시킨다. 이 자세는 팔꿈치를 조이면서 호흡의 폭을 줄이고, 등 위쪽의 능형근을 당긴다. 이를 통해 요 기는 견갑골(어깨뼈)을 펴게 된다. 우리는 독수리 자세를 통해 에너지, 를 집중시키고 보다 잘 발휘하는 법을 배운다.신체적 집중은 정신적 집중을 불러온다. 신화에서 가루다는 세상 을 수호하는 신인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새가 된다. 세상의 조화가 위 태로울 때, 가루다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비슈누를 호위한다. 가루다. 처럼 요기는 독수리 자세에서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미미한 시각적 혹은 청각적 자극만으로도 균형은 깨지기 쉽다. 시선이 흔들리기만 해도 중심을 잃을 것이다.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유지하려면 먼저 자신의 시선과 생각을 고정해야 한다. 요기는 시선을 고정하며 독 수리의 예리함을 배운다. 독수리의 뛰어난 시력은 사물을 실제 모습 그대로, 즉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을 상징한다. 온갖 장애물을 뚫고 암 리타를 획득하기 위해 가루다는 무엇보다 명확한 상황 분석력을 발 휘해야 했다.
"깨닫는 자에게는 날개가 있다." (브라흐마나(힌두교 성전 《베다》의 해설서))
- 전쟁은 인류의 끔찍한 자기파멸성을 보여주기에 그 자체로 우주의 징벌, 맹목적 파괴로 간주한다. 따라서 전사 자세를 수행하는 것은 요 가의 바탕이 되는 비폭력 원칙인 아힘사ahimsa 정신에 위배되는 것처 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사 자세에 담긴 의미는 전쟁의 파멸성과 는 무관하다. 진정한 전사는 죽이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 그는 구하기 위해 싸 운다. 시바를 외적 모습으로만 판단한 다크샤는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파괴와 변형을 주관하는 시바의 에너지가 없다면 세 상은 재생과 소멸의 힘을 잃고 말 것이다. 이러한 우주 균형의 위기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역설적으로 균형을 지키려는 방어적 힘을 나타낸다. 우주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비라바드라처럼 요기는 전사 자세를 취하여 내적 균형을 추구한다. 제한된 자아에 갇히는 대 신, 요기는 더 높은 단계를 향해 두 팔을 들어 올린다. 전사 자세에는 세 가지 변형 형태가 존재하며, 이 자세는 마니푸 라 Manipura 차크라의 균형으로 이어진다. 요가 철학에서 '차크라는 인 체의 에너지가 합류하는 지점을 가리키는 용어로, 마니푸라 차크라 는 배꼽 부위에 위치해 있으며 태양신경총과 연결된다. 이 중심 부위는 열에너지 원칙을 지배하며 흔히 불로 상징된다. 전사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 요기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뜨거운 기운을 느끼게 될 것이 다. 마니푸라 차크라는 활력과 충만함의 중심으로, 자신의 능력에 대 한 믿음, 용기와 결단을 유지하게 해준다. 그러나 전사 자세의 요기는 무릎을 앞으로 굽히며 겸허함도 잃지 않는다. 우리가 이끌어야 할 전쟁은 바로 내부에 있다. 이는 무기를 앞세 운 외부의 전쟁이 아니다. 요기는 전사 자세에서 목을 자르기 위해 검 을 내리치는 게 아니다. 이는 내부에 자리 잡은 진짜 적, 모든 고통의 근원인 무지와 탐욕의 사슬을 끊기 위함이다.
- 코끼리 머리에 불룩 나온 배를 가진 가네샤는 인도인들에게 가장 인 기가 좋은 신 중 하나다. 지혜와 행운의 신인 가네샤의 비호를 받으면 모든 일이 번성한다고 한다. 어머니 파르바티의 문을 지킨 가네샤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지혜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중요한 사업을 시작 할 때 인도인들은 가네샤에게 공양을 올리며 난관을 극복할 지혜를 달라고 기도한다. 가네샤의 넉넉한 몸집은 번영의 상징이다. 가네샤 손 자세는 가슴 높이에 두 손을 모으고, 손가락을 서로 접 어 포개며, 팔꿈치를 몸에서 떨어뜨리는 자세다. 이 자세는 심장 운동 을 강화하고 기관지를 열어준다. 나아가 긴장을 완화시키고 용기와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가네샤 손 자세를 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된다. 인간의 몸에 코끼리의 머리를 지닌 가네샤는 요가 철학에서 대우주와 소우주의 단일성을 상징한다. 우주에 속해 있는 인간은 자신의 내부에 우주를 담고 있다. 개별적 정신을 인식하며, 요기는 우주적 정 신 또한 깨닫게 된다. 단일성은 요가의 핵심 원칙 중 하나다. 이에 대 해 인도학자 알랭 다니엘루Alain Danielou는 “가네샤에 대한 인식 없이는 어떤 실현도 불가능하다”고 그 중요성을 언급했다. 코끼리는 힘, 용기, 지구력을 상징한다. 가네샤 손 자세를 통해 우 리는 이러한 성질을 구현한다. 요기는 자신이 통과하고자 하는 문 앞 에서 가네샤를 발견할 것이다. 문을 지키고 서서 인내와 용기를 북돋 아주는 가네샤를 만나보자.
- 메뚜기는 비록 작지만 그의 능력은 엄청나다. 메뚜기는 자신의 몇 배나 되는 높이를 뛰어넘는 뒷다리 힘과 순발력을 지녔다. 메뚜기 자세를 통해 요기는 목부터 발뒤꿈치까지 몸의 뒷부분 전체를 단련한다. 시바는 세상이 창조된 직후, 메뚜기 자세를 태양의 신 수리야에게 전수했다. 수리야는 이를 자신의 아들이자 인류 최초로 법을 제정한 마누에게 전했다. 이처럼 메뚜기 자세는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메뚜기 자세에 접근해야 한다. 수련을 통해 언젠가는 다리를 수직에 가깝게 들어 올리게 될 것이다.
- 막대 자세는 척추와 다리를 곧게 펴고 앉는 자세다. 순례자의 지 팡이처럼 척추는 버팀목이자 안내자다. 요가에서 막대 자세는 중요한 기본 자세로 작용한다. 모든 아사나의 토대와 호흡법의 기본이 척추를 바로 세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서서 하는 동작이든 앉아서 하는 동작이든 척추를 곧게 세워 공간을 만들어줘야 바른 심호흡이 가능 해진다. 바로 선 척추는 활발한 에너지 순환의 첫 번째 조건이다. 막대 자세에서 척추는 지팡이의 힘과 곧음을 얻는다. 이를 통해 척추는 요가의 길에 반드시 필요한 안내자가 되고,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 막대 자세는 겉보기에는 정적이지만, 내부에서는 수많은 움직임이 일어난다. 곧게 뻗은 강한 척추는 단단한 자세를 통해 이완된 몸을 잊게 해준다. 요기는 막대 자세로 이를 훈련할 수 있다.
- 끈은 구속과 해방이라는 양면성을 가진다. 운명의 신이 마르칸데야 를 끌어당기기 위해 올가미를 사용했을 때, 이는 죽음의 도래이자 속박을 구체화하는 사물이 됐다. 한편 끈은 연결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르칸데야는 기도를 통해 시 바와 연결됐고, 이로써 죽음의 지배에서 벗어났다. 이러한 연결은 속 박이 아닌 자유를 의미한다. 올가미 자세에서 요기는 한쪽 팔을 넓적다리 주위로 비틀고 다른 팔을 뒤로 돌려 양손을 등 뒤에서 잡는다. 팔로 다리와 다른 신체 부분을 연결하는 올가미를 만드는 것이다. 강도와 지속 시간에 변화를 주며 요기는 팔의 올가미 힘을 조절하는 연습을 한다. 몸을 속박하는 올가미를 연결의 역할을 하는 끈으로 발전시킬 때, 요기는 지혜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 팔각 자세의 상징성  : 아쉬타바크라는 요가 자세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아쉬타바크라아 사나는 두 손에 균형을 맞추고 비틀어진 상체를 팔꿈치에 지지하여 다리를 공중에 올리는 자세다. 이 자세를 실행하려면 근력과 균형 그리고 무엇보다 끈기가 필요하다. 아쉬타바크라의 이야기와 교훈을 기억하며, 요기는 8자를 그리는 곡선을 만든다. 주의할 점은 이 자세의 성공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심이 집착으로 바뀔 때, 외적인 면을 내적인 면보다 우선으로 여길 때, 요기는 요가의 길에서 멀어진다. 팔각 자세를 수행하며 몸을 자세에 맞추는 것이 아닌, 자세를 몸에 맞게 이용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요기는 성취를 위해 요가를 수행하지 않는다. 요가는 깨달음을 위한 것이다.
- "당신은 몸에 속해 있지 않으며, 몸도 당신의 것이 아니다. 당신 은 행동의 주인이 아니며, 그 결과를 거두는 자도 아니다. 당신은 순수한 의식이고 지각이며,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목격자 다. 그러니 당신은 자유롭고 행복하다.”《아쉬타바크라 기타》
- "인도에서는 모든 무용수들이 춤을 추기 전에, 땅을 밟는 것에 용서를 구하기 위해 땅에 엎드려 절한다.” (니콜 엘피Nicole Elhi, 인도의 뿌리)
나타라자는 춤의 왕이자 요가의 창시자인 시바 신을 기리는 호칭이고, 나타라자아사나는 시바 신의 춤의 왕'으로서의 면모에 바쳐진 자세다. 시바는 춤의 창시자이자 대가이다. 나아가 춤은 시바의 본질 이다. 시바의 우주적 춤은 그의 창조, 유지, 파괴의 역할을 상징한다. 힌두 신화에서 시바의 춤은 한 시대를 마감하고 다시 다른 시대를 여는 기능을 한다. 각 우주가 끝날 때 추는 파괴의 춤, 싸움을 끝내거나 결과를 예고하는 승리의 춤, 요가 수련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나오는 기쁨의 춤 등 춤은 시바의 궁극적 표현이다. 춤의 왕 자세는 결코 쉽지 않다. 선 활 자세로도 불리는 이 자세는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난이도가 있어서 무용을 접해온 사람들에게 더 유리한 자세다. 그러나 신체적 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인내와 끈기 를 가지고 자세를 익혀나가는 것이다. 시바는 창조와 파괴, 구원과 분노를 모두 상징하는 신이다. 시바의 춤은 요기의 경험을 내포하고 있다. 춤의 왕 자세는 내면의 수련에서 오는 순수하고 맑은 환희를 표현한다. 요가에 바치는 자세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 안잘리 Anjali라는 단어는 경배하다'라는 뜻의 'ani'에서 온 말이다. 합장 자세는 경배와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두 손을 모으는 자세지 만, 손가락 바로 밑 부분의 관절이 약간 구부러져 있어서 두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 이렇게 손바닥을 약간 오목하게 만들 어 가슴에 대는 모습은 꽃봉오리를 연상시킨다. 이 자세는 마음이 열리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요가 수련에서 합장 자세는 산 자세나 나무 자세 등 두 손을 맞대 는 모든 자세에 수반된다. 이는 평온함을 의미하며,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몸짓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 자세를 통해 수련자는 자신에게 집중하여 명상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된다. 합장 자세는 겸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합장 자세를 통해 요기는 자아를 내려놓는 연습을 하며, 요가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요가를 수련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요가 자세를 취하는 데 있지 않다. 깨달음을 향해 걸어나가는 과정이 바로 요가 수련이다.
- 쟁기는 파종하기 전에 흙을 갈아엎을 때 쓰는 도구다. 그 용도와 관련 하여 쟁기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라마야나》에서 쟁기는 풍요의 여신 락슈미의 아바타르로, 시타의 탄생 부분에 등장 한다. 쟁기 자세에서 요기의 몸은 원시 쟁기의 모양과 유사해진다. 또한 쟁기가 갖는 상징적 의미는 요가에서 중요한 작용을 한다. 파종 전에 땅을 갈아엎는 것은 겨우내 굳어진 땅을 부드럽게 만들고, 그 안에 공기를 통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와 마찬가지로 쟁기 자세는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원활한 신진대사를 돕는다. 쟁기 자세는 목덜미부터 뒤꿈치까지 몸 뒷부분 전체를 이완시켜서, 척추를 건강하고 유연하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여느 자세들과 마찬가지로 쟁기 자세를 통해 요기는 호흡, 집중, 명상 등 다른 요가 수련을 하는 데 필요한 신체적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요가 아사나 수련에서는 육체적 수련과 정신적 수련이 언제나 함 께 이루어진다. 해마다 농부가 땅을 갈아엎어 토양의 다공성을 유지 하는 것처럼, 요기는 정신의 개방성과 수용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 토 대를 갈고 닦아야 한다. 그렇게 요기는 자만, 무지, 두려움의 근원을 제거하고, 깨달음의 씨앗을 뿌린다. 생생하게 날이 선 쟁기와 같이 요기는 마음의 분별력을 바로 세워 자신의 삶을 비옥하게 만들 것이다.
"당신은 농부와 같아야 한다. 농부가 씨 뿌리는 날 행복한 이유는 훗날의 추수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날 제대로 씨를 뿌리고 심었기 때문이다.” (아헹가)
요가 수련은 농부가 쟁기를 다루듯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루는 것이다. 요기는 서두르지 않는 일정함으로 수행의 속도와 방향을 선택 한다. 나아가 요가의 길에서 수련자는 초연해지는 법을 배운다. 무엇 을 행하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거두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자나카 왕을 떠올려보라. 그가 밭을 갈다가 사랑하는 딸 시타를 발견하게 될 것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 원숭이 자세는 요가의 길에서 헌신과 겸손의 중요성을 알린다. 힌두 신화에서 원숭이는 어디로 불지 모르는 바람처럼 통제하기 어려워서, 정제되지 않은 생명의 에너 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원숭이로서 하누만은 이러한 특징을 가지지 만, 바람의 신의 아들인 하누만은 이를 다스린다. 원숭이 자세를 수련하며 요기는 헌신과 겸손의 마음을 가지고 보폭을 넓히는 연습을 하게 된다. 이 훈련은 우리가 소중한 이들에게 정성을 다해, 그러나 조바심 내지 않고 헌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곰의 왕 잠바반이 우리 귀에 속삭이는 말을 통해 우리 안에 내재된 가능성 을 펼칠 용기를 얻어보자.
- 다리 자세의 상징성 : 삼각 자세나 활 자세와 마찬가지로 다리 자세는 그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다리 자세에서 요기는 발과 어깨를 바닥에 대고 골반을 들 어 올려서 자신의 몸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한 다리를 만들고자 한다. 요기는 심장이 턱에 가까워질 정도로 척추를 들어 올린다. 다리 자세를 완성하면 몸과 정신을 연결하는 호흡이 척추 아래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자유롭게 순환하게 된다.
- 악어 자세에서 요기는 배를 깔고 누워 긴장을 내려놓는다. 이마는 포갠 손목 위에 대고 발은 바깥쪽을 향하게 둔다. 들숨에서 요기는 바 닥에 맞댄 배가 부풀어 오르고 허리가 들리는 걸 느끼게 된다. 날숨에 서는 배가 납작해지고 허리가 내려가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일어난 다. 척추에 집중하면 척추를 따라 흐르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 다. 고른 호흡을 통해 악어 자세는 단순한 근육 이완을 넘어서는 깊은 휴식을 제공한다. 요기는 의식의 잔잔한 수면을 방해하지 않으며 호 흡하고, 악어의 유동성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이렇게 요기는 존재의 깊은 곳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창조적 힘과 직관적 인식의 여행에서 요기가 무엇을 가져오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 요기는 두 팔에 체중을 싣고 습지를 걷는 두루미의 모습을 모방한 다. 두루미의 다리는 가늘고 연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하고 견고하다. 두루미는 두 다리로 크고 육중한 자신의 몸을 지탱한다. 요기의 두 팔은 주저하는 요기의 몸을 거뜬히 들어 올려,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두루미의 안정된 평온함을 갖 추기 위해서는 아마도 무수한 노력과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두루미 의 고귀한 자태에 도달하려면 주의와 집중을 갖춰야 한다. 인도에서 이 두 가지 덕목은 두루미로 상징된다.
- 낙타 자세에서 요기의 몸은 낙타를 연상시킨다. 뒷다리는 뻗어 있고 앞다리는 구부린, 일어서고 있는 (혹은 앉고 있는) 낙타의 모습이 요기 의 몸을 통해 표현된다. 낙타는 독립성, 지구력, 저항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낙타는 등에 지방을 저장하고 필요시에 이를 물, 영양분, 에너지로 바꿀 수 있기에 일정 기간 동안 자급자족할 수 있다. 또한 내부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 으로 극한 온도에서 몸을 보호한다. 낙타 자세를 통해 요기는 낙타의 탁월한 능력들을 기르고자 한다. 낙타 자세를 통해 우리는 오아시스가 나타나지 않는 길도 묵묵히 걸 어갈 힘을 키울 수 있다. 무릎을 꿇고, 척추를 뒤로 젖히고, 가슴을 활짝 연 낙타 자세는 낙타의 겸손과 유연함을 환기한다.
- 요기들은 아래를 향한 개 자세에서 개가 낮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켤 때 취하는 자세를 모방한다. 가슴은 아래로 향하고, 엉덩이는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리고, 두 앞다리는 앞으로 뻗고, 등은 최대한 늘 린다. 개들은 자신의 열정이나 놀고 싶은 욕망을 표출할 때도 이 자세를 취한다. 요기에게도 이러한 의미가 적용된다. 실제로 아래를 향한 개 자세는 등과 어깨를 넓게 펴서 열정을 불어넣는 효과를 낳는다. 아래를 향한 개 자세를 얼마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열정이 샘솟고 용기가 북돋는 걸 느낄 수 있다. 아래를 향한 개 자세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 선택한 길에 대한 확신을 다지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활력을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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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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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퓨처

사회 2021. 3. 1. 21:25

- 우리는 사람들의 생활양식, 식단, 여행 양상, 에너지 수요가 2050년 이후에 어떠할지를 확신을 갖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의 적정 인구가 얼마라고 콕 찍어 말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오늘날의 풍족한 미국인들만큼 방탕하게 산다면 세계 는 현재의 인구 수준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많은 에 너지를 쓰고 많은 쇠고기를 먹는다면 말이다. 반면에 모두가 채식을 하고, 여행을 거의 하지 않고, 좁은 아파트에 빽빽하게 모여 살고, 초고속 인터넷과 가상현실을 통해 상호작용을 한 다면 120억 명까지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금욕적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번째 시나리오는 솔직히 가능성이 없어 보이며, 매혹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이 양쪽 극단의 격차가 크다는 것은 세계의 환경수용력 carrying capacity 이 얼마라고 하는, 검증되지 않 은 수치들을 인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를 잘 보여준다. 2050년에 도달할, 아니 사실상 넘어설 인구 90억 명이 사는 세계가 반드시 파국을 의미하진 않는다. 현대 농업에서는 얕게 갈고, 물을 보존하고, 아마도 유전자 변형genetically modified, GM 작물을 심고, 더 나은 기술로 폐기물을 줄이고, 관개 기술 을 개선함으로써 아마도 그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지속 가능한 집약 농법sustainable intensification' 이라고 한다. 그러나 에너지에 한계가 있을 것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물 공 급에 심각한 문제를 겪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수치들을 들으 면 놀랄 텐데, 밀 1킬로그램을 수확하려면 물 1,500리터와 몇 메가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쇠고기 1킬로그 램을 얻으려면 그보다 100배나 많은 물과 20배나 많은 에너지 가 든다. 세계 에너지 생산량의 30퍼센트와 끌어오는 물의 70 퍼센트가 식량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다.
-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는 있지만, 탐욕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간디)
- 장기적인 목표는 곧잘 정치적 의제에서 밀리고, 당면한 문제들에 짓눌리는 경향이 있다. 그랬다가 다음 선거에 다시 쟁점으로 등장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인 장클 로드 융커 Jean-Claude Juncker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는 무엇 을 할지 안다. 다만 그 일을 한 뒤에 재선될 방법을 모를 뿐이다.” 그가 가리킨 것은 금융 위기였지만, 그의 말은 환경과 관련된 도전 과제에 더 적절하다(유엔의 지속 가능 개발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이 실망스러울 만큼 느리게 진행되는 모습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대기의 다른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면, CO,의 농도가 2배로 될 때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은 1.2°C 올라간다. 이 계산 은 간단하다. 그러나 온난화와 연관되어 일어날 수증기, 구름 면적, 해양 순환 양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훨씬 떨어 진다. 우리는 이런 되먹임feedback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2013년에 내놓은 5차 보고서에는 여러 가지 예측 이 담겨 있었다. 불확실한 것도 물론 있지만, 그중에는 명확한 것들도 있다. 특히 연간 CO, 배출량이 억제되지 않은 채 계속 증가한다면, 극적인 기후 변화가 촉발될 위험이 있다는 예측이 그렇다.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의 얼음이 녹아서 해수면이 몇 미터 상승하는 것을 비롯하여, 수백 년 동안 파장을 미칠 재 앙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재앙은 한번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지구 기온 증가의 대푯값이 평균값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즉 지역에 따라서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서 국지적 날씨 패턴에 더 극적인 변동이 일어나 더 심각한 피 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 대기에 CO2가 쌓이는 속도는 미래의 인구 추세와 세계의 화석연료 의존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CO, 배출 시나리오가 어떻든 간에, 우리는 평균 기온이 얼마나 빨리 증가 할지 예측할 수가 없다. 불확실한 되먹임에서 비롯되는 기후민감도 요인climate sensitivity factor 때문이다. IPCC 전문가들은 인구가 증가하고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하면서 이제껏 하던 대로 살아간다면, 다음 세기에 기온이 6°C 이상 올라갈 가능성이 5 퍼센트라고 제시했다. 심각한 피해를 주지만 적응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50퍼센트라고 본다. 전자의 가능성 이 후자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CO, 배출량을 줄이는 데 들어가는 현재의 지출을 일종의 보험 정책이라고 한다면, 기온이 6°C 상승함으로써 진정한 파국이 빚어질 가능성을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그 지출을 정당화할 수 있는 주된 근거가 된다. 파리 회의에서 천명된 목표는 평균 기온 상승이 2°C를 초과하지 못하게 하고, 가능하다면 1.5°C 이내로 억제하자는 것 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을 넘을 위험을 줄이려면, 그것 이 적절한 목표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 는 것이다. 이 한계를 넘어서지 않으면서 방출할 수 있는 CO2의 양이 얼마인지를 추정한 값들은 최대 2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는 기후 민감도 요인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목푯값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또 한편으로, 화석연료 관계자들은 민감도 요인을 낮게 예측하는 과학적 발견을 하도록 부추 길’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과학과 인구 및 경제 예 측 양쪽에 중요한 두 가지 메시지가 있다.
1. 앞으로 20~30년 안에 지역적인 날씨 패턴의 교란으로 식량과 물 사정이 나빠질 것이고, 더 극단적인 기상 사건들이 일어날 것이며, 이주가 일어날 것이다.
2. 세계가 화석연료에 계속 의지하는 '하던 대로 살아가기' 시나리오에서는 금세기 후반에 진정으로 파국적인 온난화가 일어나서 그린란드의 빙모가 녹는 등 장기적인 추세를 촉발할 전환점을 돌 가능성이 있다.
- 태양이나 바람이 우리 에너지의 주된 원천이 된다면, 그 에너지를 저장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태양이 없는 밤 이나 바람이 불지 않는 시간에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배터리를 개선하고 규모를 키우는 쪽으로 이미 많은 투자가 이뤄져 왔다. 2017년 말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기업인 솔라시티 SolarCity는 호주 남부에 리튬이온 배터리로 100메가와트 용량 의 시설을 구축했다. 그 밖의 에너지 저장 방식들로는 열저장, 축전기, 압축 공기, 플라이휠ywheel, 액체 소금, 양수 발전, 수소 등이 있다. 전기차의 보급 확대는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는 데 추진력이 되어왔다. 자동차 배터리는 무게와 충전 속도 면에서 가정 이나 '배터리 농장battery farm’에 쓰이는 배터리보다 더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를 먼 거리까지 효율적으로 보낼 고압 직류high-voltage direct current, HVDC 망도 필요하다. 머지않아 대륙 간에도 이런 전력망이 구축될 것이다. 북아프 리카와 스페인에서 햇빛이 적은 북유럽으로, 또 수요가 최고 에 달하는 시간대가 이동하는 데 따라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 간에 동서로 태양에너지를 전송하는 망이다. 전 세계를 위한 청정에너지 시스템을 고안하는 것만큼 젊은 공학자들을 자극 하는 도전 과제도 없을 것이다. 태양과 바람 외의 발전 방법들은 지리적 특성을 지닌다. 지열발전은 아이슬란드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파력발전도 가능하지만, 파도는 바람만큼이나 변덕스럽다. 그에 비하면 밀물과 썰물은 예측이 가능하기에 조수의 에너지를 뽑아내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지형상 조수간만의 차가 아주 큰 몇몇 지역 외에는 유망하지가 않다. 조수간만의 차가 15미터까지 달하는 영국의 서해안이 그런 곳 중 하나다. 몇 개의 곶과 갑 주위에서 조수가 변할 때의 빠른 유속을 이용하여 터빈을 돌려 에너지를 추출하기 위해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 서번강의 넓은 강어귀를 가로지르는 조력발전 댐 을 건설하면 원자력발전소 몇 기에 맞먹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 방안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 다. 생태적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조수발전 호수가 제시됐는데, 해안에 몇 킬로미터의 제방을 쌓아 호수를 조성하는 방법이다. 밀물과 썰물 때 생기는 호수 안팎의 수 위 차를 이용하여 터빈을 돌린다는 생각이다. 이런 호수는 낮은 수준의 기술로 오래가는 건축물을 짓는 토목 공사에 주로 투자비가 들어가므로, 수백 년에 걸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현재 예상으로는 청정에너지원이 인류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려면, 특히 개발도상국 인구의 수요까지 충족시키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새로운 유전자 편집기술은 이전 기술들보다 사람들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유전자 서열을 수정할 수 있다. 유전자 서열을 조금 바꿈으로써 손상된 유전자를 억제하거나 발현 양상을 바꿀 수 있는데, '종간 장벽species barrier'을 넘지는 않는다. 사람에게서는 특정한 질병의 원인인 유전자 하나를 제거하는 데 쓰는 것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가장 이로우면서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이용하는 방식이다. 일찍이 시험관 수정In vitro fertilisation, IVF 은 크리스퍼 가위보다 몸에 칼을 덜 대는 방식으로 손상된 유전자를 제거해왔다. 호르몬을 투여하여 배란을 유도함으로써 난자 몇 개를 채취한 다음, 체외에서 수정을 시켜 배아 초기 단계까지 배양하는 방법이다. 그 배아에서 세포 하나를 떼어내 안 좋은 유전자가 있는지 검사한 후,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서 정상적으로 임신 과정이 진행되게 한다. 현재는 특정한 범주의 잘못된 유전자들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도 나와 있다. 세포의 유전물질 중 일부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에 들어 있다. 즉 세포핵에 들어 있는 유전물질과 별개로 존재한다. 문제가 생긴 유전자가 미토콘드리아에 들 어 있다면, 그 미토콘드리아를 다른 여성에게서 얻은 미토콘 드리아로 대체할 수 있다. 부모가 세 명인 아기가 나오는 셈 이다. 2015년 영국 의회는 이 기술을 합법화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세포핵에 든 DNA를 수정하는 것이 그다음 단계가 될 것이다. 대중은 해로운 무언가를 제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의학적 개입을 하는 것, 그리고 비슷한 기술을 강화하는 쪽으로 적용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서 본다. 몸집이나 지능 같은 대부분의 형질은 여러 유전자가 관여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일단 수백만 명의 DNA 서열이 밝혀지고 나면, 인공지능을 이용한 패턴 인식 방법을 써서 어떤 유전자들의 조합이 관여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지식은 단기적으로는 시험관 수 정에서 배아를 선택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체 자체를 수정하거나 재설계하는 과정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다. 더 위험하면서 의구심을 일으키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맞춤 아기 designer baby'는 그런 일이 가능해진 뒤에야, 그리고 DNA 서열을 원하는 대로 인공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된 뒤에야 구상하거나 잉태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방식으로 자녀를 강화 하려는 부모의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특정한 질병이나 장애에 걸릴 성향을 제거하는 데 쓰일 더 실현 가능한 단일 유전자 편 집 기술에서는 욕구가 분명히 드러나는 것과 대조된다.
- 14세기 중반의 유럽 마을들은 흑사병으로 인구의 거의 절반이 줄어들었을 때도 계속 유지됐다. 생존자들은 높은 사망률을 숙명론으로 받아들였다. 그에 비해 자부심이 아주 강한 오늘날의 부유한 나라들은 병원에 환자가 넘치거나, 유능한 직장인들이 실직을 하거나, 보건 의료 서비스가 감당할 여력이 떨어지자마자 사회 질서가 붕괴할 것이다. 감염자가 고작 1퍼센트에 불과해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사망률은 아마 개발도상국의 메가시티에서 가장 높을 것이다. 범유행병은 늘 존재하는 자연적인 위협이지만, 생물 오류나 생물 테러로 일어날 인위적인 위험을 걱정하는 것이 과연 그저 공포를 퍼뜨리는 짓에 불과할까?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 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는 기술에 정통하다고 해서 반드시 균 형 잡힌 합리성을 지닌다는 의미는 아님을 잘 안다. 지구촌에 도 나름의 멍청이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은 전 지구적인 규모 로 멍청한 짓을 벌일 것이다. 인위적으로 유출한 병원체의 확산은 예측할 수도, 방제할 수도 없다. 이런 깨달음 때문에 정부나 심지어 나름의 명확한 목표를 지닌 테러 집단은 생물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한다. 내 최 악의 악몽은 지구에 인간이 너무나 많다고 믿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염되는 개의치 않을, 생명공학 지식을 지닌, 이 성을 잃은 '외로운 늑대'의 등장이다. 해박한 전문 지식을 지닌 집단 또는 개인이 생명공학과 정보기술을 통해 얻는 힘이 점점 커질수록 정부는 다루기 힘든 과제에 대처해야 할 것이고 자유, 사생활 보호, 보안 사이의 긴장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따라서 사회는 더 침입함으로써 사생활 보호를 덜 하는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내밀한 정보들을 경솔하게 드러내고, 곳곳에 있는 CCTV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런 변화가 놀라울 만큼 저항 없이 이뤄지리라는 걸 시사하기도 한다. 
- 디지털 혁명은 혁신가들의 엘리트 집단과 세계적인 기업에 엄청난 부를 안겨주지만,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려면 그 부를 재분배해야 할 것이다. 그 부를 보편적 기본 소득을 제공하는 데 쓰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계획을 실행하려면 잘 알려진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는데,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은 지금 당장 위기를 느끼고 있다. 그러니 현 재 수요를 크게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임금과 지위가 부당하게 낮은 유형의 직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금전적으로 제약을 받지 않는 이들이 어떤 것에 돈을 쓰는지를 지켜보고 있자면 때로 놀랍기도 한데, 배울 것이 분명 있다. 부자들은 인적 서비스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개인 트레이너, 유모, 집사를 고용한다. 노인이 되면 돌보미를 고용한다. 정부가 진보적이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기준은 최고들이 선호하는 유형의 지원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느냐 아니냐가 되어야 한다.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려면, 정부는 돌보미로 일하는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숫자도 크게 늘려야 할 것이다. 지금 은 너무나 부족하다. 또 부유한 나라들에서조차 돌보미는 저 임금에 지위도 불안정하다. 머지않아 로봇이 일상적인 돌봄 서비스의 일부를 넘겨받게 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실, 빨 래하고 먹이고 용변을 처리하는 허드렛일은 자동화하는 쪽이 보살핌을 받는 입장에서도 덜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 런 장치를 구입할 여유가 있는 이들은 진짜 사람의 보살핌도 받기를 원한다. 그 밖에 우리의 삶을 더 개선하면서 훨씬 더 많 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직업들도 있다. 공원 원예사나 관리인 등이 예다.
- 우리 태양계 전체는 약 45억 년 전에 먼지와 가스로 형성 된 원반이 회전하면서 응축하여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 원자 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왜 산소와 철 원자는 풍부한 반면, 금 원자는 그렇지 않을까? 다윈은 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시대에는 원자의 존재 자체가 논쟁거리였으니까. 그러나 현재 우리는 우리가 지구에 있는 생명의 그물 전체와 많은 유전자를 공통으로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조상에서 유래했으며, 우주와도 연관되어 있음을 안다. 태양을 비롯한 별은 핵융합로다. 수소를 헬륨으로 융합하고, 이어서 헬륨을 탄소·수소·인·철을 비롯한 주기율표의 다른 원소들로 융합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별은 수명이 다할 때 그 렇게 가공된 물질을 성간 우주로 분출한다. 무거운 별은 초신성 폭발을 통해 분출한다. 그 물질들 중 일부가 새 별을 만드는 데 재활용되는데, 태양도 그런 별 중 하나다. 우리가 한 번 숨을 들이마실 때 유입되는 수조 개의 CO2분자 중 하나에 들어 있는 전형적인 탄소 원자는 50억 년 넘게 이어지는 장엄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원자는 아마 석탄 덩어리가 탈 때 대기로 방출됐을 것이다. 그 석탄 덩어리는 2억년 전 원시림에 있던 나무의 잔해였다. 그 전에는 지구가 형성된 이래로 지각과 생물권, 바다 사이를 순환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 원자가 고대의 어떤 폭발한 별에서 튀어나와 성간 우주를 맴돌다가, 원시 태양계가 응축될 때 말려들어서 어린 지구에 들어왔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말 그대로 오래전에 죽은 별의 재다. 낭만적으로 들리진 않겠지만, 별을 밝히는 데 쓴 연료에서 나온 핵폐기물이다.
- 궤도비행을 한 최초의 우주인인 존 글렌ohn Glenn이 우리 고향 마을을 방문했을 때를 기억한다. 발사를 기다리면서 로켓의 콧등 안 에 틀어박혀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 로켓에는 부품 2만 개가 들어갔는데, 모두 최저가 입찰로 구매한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글렌은 나중에 미국 상원의원이 됐고, 더 훗날인 일흔일곱 살 때는 최고령 우주 비행사로서 STS-95 우주왕복선에 탑승했다.) 지구 궤도로 올라간 최초의 인공물인 소련의 스푸트니크1호가 비행한 지 겨우 12년 뒤인 1969년, 인류는 달 표면에 역사적인 '첫 번째 작은 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달을 볼 때면 언제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앨드린 Buzz Aldrin이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그들의 성취는 단순히 영웅적인 행위를 넘어선다. 당시 그들은 원시적인 컴퓨터 성능과 검증되지 않은 장비들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으니까. 당시 닉슨 대통령의 연설문 작가였던 윌리엄 새파이어 William Safire는 우주 비행사들이 달에 충돌하거나 우주에서 길을 잃는 상황을 고려하여 추도 연설문 초안도 써놓았다.
평화로운 탐사를 위해 달로 간 분들이여, 달에서 평온히 잠들기를, 그들은 돌아올 희망이 전혀 없음을 안다. 그러나 자신들의 희생이 인류에게 희망이 되리라는 것도 알리라.
아폴로 계획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인류가 감행한 우주 모 험의 정점으로 남아 있다. 그 계획은 러시아와 맞선 '우주 경 쟁'이었다. 즉 초강대국끼리의 경쟁이었다. 그 추진력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지금쯤 인류는 화성에 발자국을 남겼을 것이다. 우리 세대는 거기까지 기대했다. 그러나 일단 경쟁에서 이기자, 필요한 지출을 계속할 동기가 사라지고 말았다. 1960년대에 나사는 미연방 예산의 4퍼센트 이상을 썼지만, 지금은 0.6퍼센트를 받는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미국이 달에 사람을 보냈다는 것을 안다. 또 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를 세웠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거의 똑같이 국가적 목표로 추진된 별난 옛 역사처럼 여긴다.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수백 차례 더 우주로 나가는 모험이 이뤄졌지만, 지구의 낮은 궤도를 도는 수준에서만 이뤄졌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아마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에 가장 값비싼 인공물일 것이다. 그 자체를 운영하는 비용뿐 아니라 ISS와 지구를 오가는 것이 주요 용도인 우주왕복선을 운영하는 비용(지금은 없지만)을 더하면 족히 1,000억 달러를 넘었다. ISS 로부터 적잖은 과학적 · 기술적 성과를 얻긴 했지만, 무인 탐사 계획에 비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 게다가 이런 우주 항해는 예전에 러시아와 미국의 선구적인 우주 탐사가 했던 식의 영감을 불어넣지 못한다. ISS는 변기가 고장 나는 등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캐나다 우주 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가 기타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등의 묘기를 부릴 때나 뉴스에 등장한다. 유인 우주 탐사의 중단은 경제적 또는 정치적 수요가 전혀 없을 때, 실제로 이뤄지는 일이 이룰 수 있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초음속 비행도 그런 사례다. 콩코드 항공사는 공룡의 전철을 밟았다. 그에 반해 정보기술에서 파생된 것들은 예측가들과 관리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 대부분의 과학자는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 Eugene Wigner 가 쓴 〈자연과학에서 수학의 터무니없는 유효성〉이라는, 지금은 고 전이 된 논문에서 표현한 당혹감에 공감한다. 또 “우주에서 가장 불가해한 일은 우리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에도 공감한다. 우리는 물질세계가 무 정부적이지 않다는 데 놀란다. 즉 원자들은 우리 실험실에서 나 먼 은하에서나 똑같은 법칙을 따른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가 외계인을 발견하고 그들과 의사소통을 하길 원한다면 수 하. 물리학 · 천문학이야말로 그들과 우리 사이의 유일한 공 통점이 될 것이다. 수학은 과학의 언어다. 바빌로니아인들이 역법을 고안하고 일식을 예측한 이래로 죽 그랬다. 양자론의 선구자 중 한 명인 폴 디랙Paul Dirac은 수학의 자체 논리가 어떻게 새로운 발견으로 나아갈 길을 가리킬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디랙은 이렇게 단언했다. “발전을 도모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순수 수학의 자원을 총동원해 이론물리학의 기존 토대를 이루는 수학적 형식주의를 완성하여 일반화하고, 그 방향으로 매번 성공을 거둘 때마다 물리적 실체에 비춰 서 새로운 수학적 특징을 해석하는 것이다.” 그는 수학이 가 리키는 대로 나아가는 이 접근법을 써서 반물질이라는 개념 에 다다랐다. 그가 '반전자anticlectron’가 없으면 엉성해 보일 방정식을 정립한 뒤 몇 년 지나지 않아 실제로 그 반전자가 발견 됐다. 지금은 '양전자positron”라고 한다.  디랙과 같은 동기를 지닌 현재의 이론가들은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작은 규모를 다루는 끈 이론string theory 같은 개념을 탐구함으로써 현실을 더 깊은 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반대편 극단에는 같은 접근법을 써서 우리가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쪼가리' 보다 훨씬 더 드넓은 우주 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해줄 우주론을 탐구하는 이들이 있다. 우주의 모든 구조는 수학 법칙의 지배를 받는 기본 구성 단위'로 이뤄진다. 그러나 그 구조들은 대개 너무 복잡하여 가장 성능 좋은 컴퓨터로도 계산할 수가 없다. 아마 먼 미래에 포스트휴먼 지성(유기체가 아니라 자체 진화하는 사물에 들어 있는)은 하이퍼컴퓨터를 개발하여 생물, 더 나아가 세계 전체를 모사하게 될 것이다. 아마 고등한 존재는 하이퍼컴퓨터를 써서 콘 웨이의 게임 같은 바둑판 위의 패턴만이 아니라 영화나 컴퓨 터 게임에 나오는 최고의 특수 효과까지 갖춰서 우주를 모사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자신이 속해 있다고 보는 우주만큼 복 잡한 우주를 그들이 온전히 모사할 수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대담하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가 사실은 그런 우주에 있는 것이 아닐까?
- 21세기 물리학의 도전 과제 중 하나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첫 번째, 빅뱅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까? 두 번째 질문이 더욱 흥미로운데, 빅뱅이 여 럿이라면 모두 같은 물리학의 지배를 받을까? 우리가 다중 우주에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그 발견은 네 번째이자 가장 장대한 코페르니쿠스 혁명이 될 것이다. 우 리는 코페르니쿠스 혁명 자체를 겪었다. 그 후 우리 은하에 수 십억 개의 행성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어서 관측 가능 한 우주에 수십억 개의 은하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됐다. 천문학자들이 관측할 수 있는 전경 전체는 '우리' 빅뱅의 결과물 중 미미한 부분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빅뱅 자체도 무한히 많은 빅뱅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른다.
- 우리가 과학을 추구 함으로써 배운 것이 있다면, 원자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도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존재의 어떤 심오한 측면들에 대해 아주 불완전하면서 비유적인 깨달음 외에 그 이상의 무엇을 이뤘다고 주장하는 모든 교조적인 주장, 아니 모든 주장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윈이 미국 식물학자 에이서 그레이Asa Gray에게 보낸 편지에 썼듯이 말이다.
이 주제 전체가 인간의 지능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심오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개가 뉴턴의 정신을 추측하는 것이나 다름없겠지요. 저마다 원하는 대로 바라고 믿으라고 놔두는 수밖에요...
- 실용적인 목적으로 과학 개념을 이용하고 구현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처음 발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 내 공학자 친구들이 좋아하는 시사만화의 한 장면이 있다. 비버 두 마리가 거대한 수력댐을 올려다보고 있다. 한 마리가 다른 비버에게 말한다.
“사실 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 내 착상을 딴 거야.”
나는 이론가 동료들에게 지퍼를 발명한 스웨덴 공학자 기 디언 선드백Gideon Sundback이 우리 대다수가 할 법한 것보다 더 큰 지적 도약을 이뤘음을 상기시키곤 한다. 과학자들은 과학적 방법이라고 하는 특유의 절차를 따른 다고 널리 믿어지고 있다. 이 믿음은 내버려야 한다. 과학자들이 현상들을 분류하고 증거를 평가할 때, 변호사나 수사관과 같은 합리적 추론 양식을 따른다고 말하는 편이 오히려 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와 관련된 한 가지 오해는 과학자들의 생각에 어떤 엘리트적 특성이 있다는 널리 퍼진 가정이다. 예컨대 학력academic ability 은 최고의 언론인, 법조인, 공학자, 정치 인도 대부분 지니고 있는 훨씬 더 넓은 지적 능력의 한 측면이 다. 앞서 언급한 생태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어떤 과학 분야 에서 두드러지려면 사실상 너무 명석하지 않은 편이 낫다고 단언한다. 과학자의 연구 인생에 한 획을 긋는 깨달음이나 유레카의 순간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다. 개미 수만 종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로서 윌슨이 한 연구에는 수십 년 동안 힘들게 발품을 판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안락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굴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겨워질 위험도 있다. 게다. 가 주의 지속 시간이 짧은 이들은 월스트리트 같은 곳에서 초 단기로 주식을 거래하는 직업을 찾는 편이 더 행복할지 모른다. 비록 보람은 덜할지라도.
- 인류-아무튼 그들 중 대부분- 를 위해 울리는 종은 알프스 소의 목에 달린 종을 닮았다. 그 종은 우리의 목에 걸려 있으며, 종소리가 경쾌하고 조화롭지 못하다면 틀림없이 우리 탓이다. (피터 메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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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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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전쟁

사회 2021. 3. 1. 21:23

- “석유를 차지한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중유로 공해를, 경유로 육지를, 휘발유로 공중을 지배할 것이고, 석유에서 나오는 엄청난 부로 인류를 지배할 것이다!" (1919년, 앙리 베렌저 (프랑스 상원의원으로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석유관리 책임자))
- 하지만 이와 다른 모습의 독일도 존재한다. 이 나라는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율이 80퍼센트에 이른다. 화석연료가 없으면 전기도 사용할 수 없고, 주유소에서 채울 연료도, 추운 겨울에 훈훈한 난방도 기대할 수 없다. 물론 2018년 독일의 전력생산 부문에서 재생에너 지 비율이 40퍼센트로 올라가기는 했지만, 석탄과 원자력 에너지 의 비율은 여전히 50퍼센트에 이른다. 기후전문가들에 따르면, 환 경을 심하게 훼손해 더 이상 사용하면 안 되는 갈탄의 비율이 화석 연료 중 24퍼센트나 된다고 한다. 또 가구의 4분의 1은 여전히 석 유로 난방을 한다. 차량의 경우, 환경 당국의 요구와 현실 사이에 틈이 더 벌어진다. 온라인쇼핑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상품이 차량으로 운송되며, 갈수록 화물차의 운행비율이 늘어간다. 고속도로에서 만성적 정체를 겪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실태를 알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비율은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해도 1퍼센트 언저리를 맴돈다. 내연기관이 달린 자동차는 아직도 독일의 주력 수출품목이자 누가 뭐래도 가장 중요한 상품이다. 독일에서 직·간접적으로 자동차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취업인구의 약 4퍼센트로 200만 명이 넘는다. 그렇다면 기후관련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약속한 이산화탄소 배출의 극적인 감축은 어찌 됐을까? 그것은 실현 가능성 제로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사실 상 줄어들지 않았다.
-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지속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을 독일은 의무로 생각하지만, 트럼프는 이 합의를 어겼다. 이로써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경쟁우위를 안겨줄 것이다. 석유·가스 · 석탄의 무제한 사용은 기업의 비용을 낮출 것이 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석유·천연가스 수요가 많은 석유화학 회사들은 미국에서 투자 규모 2,000억 달러가 넘는 프로젝트 300가지를 발표했다. 워싱턴산업협회에 따르면 그중 3분의 2는 외국에서 참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동시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이 미국 에너지 부문으로 흘러 들어갔다. 석유업계로서는 트럼프의 최종 승 리를 의미한다. 그런 바탕에서 관련 사실은 그야말로 철근과 콘크리 트를 쏟아붓듯 탄탄하게 만들어진다. 파이프가 매설되면 정유소 허 가가 나고 채굴권이 확보된다. 트럼프의 후임자는 이제 다시 원상으 로 복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과거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킨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백악관에서 집무하는 트럼프 는, 에너지의 과잉 속에서 뉴욕사람들이 '레버리지'라고 부르는 것을 안다. 이점을 끌어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지렛대 말이다.
- 아틀라스샌드 공장은 2018년 여름에 가동을 시작했다. 기대감에 부푼 사업의 출발이었다. 휴스턴크로니클의 기자가 '프래킹 사업가의 해'라고 부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퍼 미언분지에서는 때로 500개에 가까운 시추탑이 석유를 찾아 암반을 뚫고 들어갈 때도 있다. 그 위는 옛날 코만치족이 말을 달리고 이후에는 카우보이가 소떼를 몰던 곳이었다. 말과 소떼가 트럭으로 바뀐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엄청난지를 알기 쉽게 말하자면, 당시 전 세 계에서 가동 중인 시추탑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였다. 프래킹 업자들이 퍼미언분지에서 퍼 올린 석유 덕분에 미국은 이해 9월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따돌리고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이 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머지않아 매장량이 완전히 바닥 날 것처럼 보였던 나라에 이런 대전환이 가능했던 데에는 특히 퍼미언분지의 몫이 컸다. 그러다 미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석유 를 퍼내게 되었다. 2018년 일일 생산량은 1,100만 배럴을 넘었는데 그중 300만 배럴은 퍼미언분지에서 생산됐다. 에너지를 담당하는 미국 에너지관리청IA의 평가에 따르면, 2019년에는 이곳에서 하루 400만 배럴이 생산됐다고 한다. 바이에른주 크기의 3배쯤 되는 이 지역은 '프래킹 사업가의 해'에 미국이 다시 역사적 이정표를 통 과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2월에 EIA는 멕시코만에 있는 미국 항구의 절반이 75년 만에 처음으로 그곳으로 들어오는 수입 석유보 다 더 많은 석유를 수출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10 이 목표에 도달하 기 위해 시추회사들은 2018년에만 고압을 이용해 350억 킬로그램 의 모래를 암반에 뿌리는 등 지구전을 전개했다. 이런 식으로는 유 정 한 곳에 구멍을 내는 데만 9,50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독일의 카이저스라우테른이나 코트부스 같은 도시의 전체 주민이 일주일간 사용하는 수량이다. 발전기는 시추현장과 천공장비를 가동하기 위해 거의 24시간 쉬지 않고 전력을 공급한다. 1,900만 마력의 에너지 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 프래킹 시추업자들은 생산을 시작하기 위해 유가가 더 오르기를 기다릴 때가 많다. 또 전문가들은 퍼미언분지에서 얼마나 더 퍼낼 수 있는지, 수치를 끊임없이 상향 조정했다. 그러던 중 2018년 11월, 평소 과장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지질조사국이 '사상 최대의 석유·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신문기사를 통해 알렸다. 울프캠프와 본스프링 등 퍼미언분지 일부와 델라웨어분지 두 군데의 셰일층에 460억 배럴이 넘는 석유와 약 8조 입방미터의 천연가스, 200억 배럴의 액화가스가 매장되어 있다는 것이었다.13 지질학 덕분 에 하필 황량하고 인적이라곤 없는 지역이 오늘날 세계 정치에 영향 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결정적 역할을 한 것 은 아주 유별난 서부 텍사스인의 사고방식과 그들의 “무슨 일이 있 어도”라는 문화다.
- 혁신을 위한 그다음의 대도약은 거의 100년이 지난 후에 야 이어졌다. 1940년대 중반, 오클라호마 털사에 있는 스태노린드 오일의 기술자였던 라일리 '플로이드’ 해리스와 동료 보브 패스트 는 이상한 현상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유정을 단단히 하기 위해 넣 은 시멘트 일부가 깊은 바닥으로 사라진 것이었다. 이들은 시추작업 을 하면서 시멘트를 주입할 때 사암岩에 균열이 생겨 사방으로 흩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이 효과를 일으킬 수 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해리스의 생각이었다. 이들은 시멘트 대신 물과 사광鑛(사금, 사철, 사석 따위의 금속 광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모래를 섞은 다음 이것을 텍사스의 고갈되어가는 유정에 고압으로 분사해 넣었다. 생산량이 하루 1배럴로 떨어졌을 때였다. 프래킹 공법을 사용하자 이 유정의 생산량은 갑자기 하루 50배럴로 급증했다. 새로 얻은 석유 덕분에 프래킹으로 생긴 균열을 통해 구멍으로 통하는 길이 발견되었다. 모래알은 프래킹에 따른 미세한 균열 이 넓게 벌어지도록 작용했고, 이를 통해 석유와 가스가 계속 솟아 나왔다. 바로 이거야! 곧 이 기술은 자극을 위해 일상적으로 투입 되었다.  1970년대의 석유 위기로 인해 수리학적 파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1975년, 심지어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 공법을 언급하면서 외국의 에너지 의존에서 미국이 벗어날 기회라 고 주장했다. 물론 포드의 희망은 보란 듯이 실현되기는 했지만, 수 십 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연구기관들은 셰일층에서 석유와 가스를 얻는 방법을 두고 실험을 거듭했다. 수억 년 넘도록 단단하게 뭉 쳐진 퇴적암의 모공에 석유와 가스가 마치 스펀지에 흡수돼 있듯 들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셰일층에 난 구멍은 매우 미세해서 거 의 빈틈이 없다. 지하에 매장되어 있던 석유는 곳곳에서 사암같이 틈새가 더 느슨하고 구멍 많은 층을 통해 빠져나갈 길을 찾아냈다. 지하의 천연자원은 그런 상태로 매장되어 있었다. 업계에서는 먼 저 이렇게 매장상태를 파악하고, 이어 구멍을 뚫은 다음, 빨대로 빨 아들이듯 끌어올리는 전통방식을 고수했다. 이러한 전통 채굴방식 은 많은 석유·가스 전문가들에게 오랫동안 유일한 합리적인 방법 으로 간주되었다. 전문가들은 모두 셰일층에서 극소량의 석유나 가 스를 퍼내는 데 성공한다 해도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 점을 지적했다. 비용이 너무 비싸게 먹힌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에너지 시장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비전통적 방식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구석에 처박히게 되었다. 그러한 사고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비전통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달리 말하면 의문시되는 방법에 안주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누군가가 있어야 했다. 
-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 의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비용은 3달러까지 오른 적도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가 실제로 이익을 내려면 유가가 40달러는 되어야 한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사우디왕국은 경제적으로 완전히 석유 수출에 의존하기 때 문에 배럴당 80달러 이하의 가격을 장기간 지속할 수는 없다는 것 이다.53 “석유왕족 같은 부자” 라는 말이 서구에서 유명해진 이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유정에서 나오는 번영을 통해 지배계급이 부유해 진 것만은 아니다. 사우디왕국의 불안한 사회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반드 시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프래킹 업자를 굶주리게 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계획은 역효과였다는 것이다. 미들랜드 사람들의 말을 인용 하자면 “여기서는 많은 사람이 그들이 채굴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우리나라를 중동의 불량국가로부터 독립시킨다는 것에 긍지를 느낀 다.” 새로운 현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이상 유가를 좌우할 수 없 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프래킹 업자들은 전통적인 생산자보다 유가에 훨씬 민감하고 신속하게 반응한다. 이것이 지금 석유시장에 는 더 강력한 여파를 낳았다. 
- 록펠러가 스탠더드 오일로 독점체제를 구축하기 전, 여전히 낯선 분야인 석유산업은 마치 닷컴 거품이 꺼지기 전의 인터넷기업들처 럼 온갖 사업가와 모험가로 가득했다. 석유 탐사꾼들이 계속 대규모 유전을 발견하기 위해 펜실베이니아의 숲과 골짜기로 몰려들 때, 지 리적 이점 덕에 철도 연결 지점이 된 클리블랜드는 원유에서 석유로 정제하는 처리 과정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스탠더드 오일은 효율성 측면에서 독보적이기는 했지만 경쟁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 니었다. 많은 정유소 업주들은 록펠러가 석유를 팔지 않으면 파산으로 내몰겠다고 공공연히 협박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록펠러는 자기 조건을 수락하지 않을 때는 어떤 불가피한 결말에 이를지를 그 만의 방식대로 보여주었다. 그는 언제나 현금 대신 스탠더드오일의 지분으로 값을 지불하면서, 자금압박을 받는 경쟁자들에게 “스탠더 드오일의 주식을 받으면 당신 가정이 궁핍해지는 일은 없을 거요” 라고 충고했다. 실제로 그의 말은 옳았으며, 스탠더드오일의 주식을 받은 사람은 부자가 되었다. 록펠러는 이런 방법으로 단 6주 만에 클리블랜드의 26개 정유사 중 22개를 사들였다. 이 인수 물결은 경제사에서 '클리블랜드 학살' 로 기록되었다. 의도했던 동맹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록펠러는 자신 의 목표에 도달했다. 1872년 '학살'이 끝났을 때, 33세의 록펠러는 미국 석유산업의 약 4분의 1을 지배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클리블랜드를 장악하자마자 전국적으로 정유소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어서 자신이 차지한 시장권력을 이용해 철도를 길들였 다. 심지어 당시 이미 70대에 이른 거물 코모도어 밴더빌트까지 자 기 사무실로 오게 하여 조건을 통보하는 뻔뻔함까지 보였다.20 이로 써 그는 석유의 정제과정뿐 아니라 운송까지 장악했다. 최초의 파이프라인이 가설되자 그것이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리라는 것을 즉시 알아차리고 경쟁자들이 포기하거나 팔아치우도록 손을 썼다. 그 과 정에서 기만전술이나 뇌물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이 파는 석유의 수요를 활성화하기 위해 램프와 난로를 싼값에 팔았다. 이런 마케팅 전략은 요즘에도 가령 면도날 같은 경우에 적용되는 수법이다.
- 그의 말에 따르면 독점은 경쟁을 제거하는 새로 운 협동적 사고'로서 미래를 의미했다. 록펠러가 볼 때 경쟁은 낭비였다. 노동자가 직장을 잃는 것은 사업주가 가격싸움에서 패했기 때 문이다. 자원 낭비라는 것은 비효율적인 회사가 저질 품질로 시장에 오래 머물기 때문이다. 독점해도 회사는 계속 이전의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여전히 경쟁사가 있다는 인상을 주는 데 아무런 방해를 받지않는다. 클리블랜드 학살 이후 채 10년도 되지 않아 록펠러는 미국 석유시장의 90퍼센트를 장악했다. 많은 석유사업가가 그를 양심도 없는 시장조종자라고 욕하는 동안에도 스탠더드 오일은 '확고한 통 제가 없었다면 투기 거품 속에 몰락할 업계의 구원자를 자처했다. 여기서 확고한 통제란 물론 록펠러의 통제를 말한다. 단호하게 기반 시설을 구축한 록펠러의 노력 없이도 석유가 핵심적인 천연원료로 발전했을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가령 T 모델 에 최초로 에탄올을 사용함으로써 농부들도 이동혁명에 합류하게 만들었다(그리고 농부들도 자동차를 몰 수 있었다).
- 보통 석유업계는 매장상태를 3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먼저, 매장 이 증명된 것으로서 우선 90퍼센트의 확률에서 투입 가능한 기술과 기존의 경제적 조건하에서 채굴되는 석유가 있다. 그다음으로는 입 증되고 가능성이 있으며 양도 좀 더 많지만, 채굴의 경제적 의미가 있을 확률이 50퍼센트밖에 안 되는 석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증되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흔히 우리가 이해하는 지하자원의 일 반적인 매장 상태로서의 석유다. 다만 이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개발 될 확률이 10퍼센트를 조금 웃도는 정도다. 허버트가 최종적으로 실패한 까닭은, 가능한 채굴량을 결정하는 요인에 유가를 포함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자기 확신을 가진 이 전문기술자는 지질학보다 돈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현실을 받아 들이려 하지 않았다. 사실 가격이 오를수록 경제적 방법으로 더 많 은 자원을 개발하는 법이다. 게다가 특유의 광기에 사로잡힌 허버트 는 자신이 당대의 모든 기술적 가능성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미래 를 내다볼 수 있음을 확신했다. 완벽한 시점에 동시에 나타나 수십 년 후 프래킹 업자들을 성공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두 가지 요인, 즉 비싼 가격과 신기술이었다. 처음 으로 피크 오일 옹호론자들의 말문을 닫게 만든 것들이다. 좀 더 정 확히 말하자면, 피크 오일 옹호론자들의 경고가 판단 착오였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다. 진정한 허버트 지지자들은 여전히 그의 말 이 옳았다고 계속 주장했다. 그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채굴되는 석유 의 종말을 예측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즉 셰일석유는 비전통적이어 서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석유시장에서는 채굴 방법 을 따지지 않는다. 그리고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2019년을 전망하면서 “미국은 피크 오일과 상관없이 석유의 세계적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여기에서 아이러니는 하필 프래킹 업자의 성 공에 기여한 사람이 허버트였다는 점이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한자 리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암반 형성을 통해 이동한다는 인식은 누구 보다 그에게서 나온 것이다. 1957년 발표한 《수압파쇄공법Mechanics of hydraulic fracturing》이라는 연구에서 그는 이미 이런 인식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 몰두했다.
- 1970년대 초 아랍 산유국들이 수출을 금지한 이래, 트럼프의 전 임자들은 특히 불안정한 중동에서의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썼다. 오일쇼크의 기억은 워싱턴에 깊이 각인되었다. 풍요와 큰 자동차로 상징되는 나라 미국이 하룻밤 새 에 너지 절약을 생각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휘발유가 들어왔다고 하면 주유소마다 장사진을 쳤다. 1974년 초, 주유소 중 20퍼센트에 는 아예 휘발유가 없었다. 트럭 운전사들은 연료배급 때문에 바리케 이드를 치고 싸웠으며 파업하는 운전사와 진압부대 사이에는 총격 전이 벌어졌다. 폭탄을 투척하는 때도 있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생산 노동자들은 호화 모델의 생산을 중단했다. 경제적 재난보다 더 비참한 것은 굴욕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미국은 세계 석유 수요의 60퍼센트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위기의 시점에 이미 뒤바뀐 상태였다. 미국은 이후 수십 년간 최대 석유 수 입국이 되었고, 마침내 2005년 상황은 역전돼 미국은 국내 수요의 약 60퍼센트를 수입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이제 미국을 의존 상태에서 해방시킨다
- 트럼프는 에너지 주도권을 비단 국내안보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그에게 에너지 주도권은 외교 및 국제 안보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심지어 기후변화와 싸우는 노력은 그의 전략문서에는 미국안 보의 위협으로 묘사된다. 그 자신이 앞장서서 막아야 할 위협이라는 것이다. 전략문서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기후정책은 세 계 에너지 시스템을 결정할 것이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에너지 안보를 해치는 반反성장 에너지 의제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포기할 수 없다. 쉽게 말해서, 트럼프 정부는 기후변화를 멈 추게 하려는 다른 나라의 노력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에 취임하고부터 도널드 트럼프는 값싸고 풍부한 국내의 화석 에너지원이 세계정책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고 클레어는 썼다. 미국 내 석유·천연가스 · 석탄에 대한 완벽한 규제철폐는 자원 총동원'이 라는 트럼프의 사고방식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수출은 트럼 프가 미국 밖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이용하는 무기다.
- 트럼프는 크렘린과 비슷하게 미국의 에너지 수출에 당근과 채찍 작전을 투입하려고 한다. 특히 유럽인은 이익보호국으로부터 천연 가스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나라에 천연가스 유 조선이 이용할 항구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워싱턴은 동맹국들에 LNG 터미널 건설을 요구한다. 2018년 3월, 트럼프가 티 센크루프Thyssenkrupp 같은 유럽의 생산업체 제품도 포함된 수입 철강 과 알루미늄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한 뒤 여름에 일어난 무역분쟁은 관세를 확대하겠다는 위협이었다. EU 집행위원장인 장-클로드 융 커는 트럼프와 만난 자리에서 추가 관세를 특히 자동차에 대한 비 로소 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의 대 러시아 천연가스 경쟁력을 위해 유럽이 터미널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융커는 EU에 11곳의 LNG 터미널을 세우겠다고 약속 했다. 또 독일 정부도 이미 유조선을 위한 항구 2곳을 건설할 계획 을 세웠다. 폴란드는 이미 거센 압박을 받고 있었다. 2018년에만 미국의 액 화가스 공급사와 체결한 장기 계약이 3건이나 되었다. 이 공급계약 은 가스프롬에서 벗어나 스스로 유럽의 에너지 배급사가 되겠다는 바르샤바 정부의 의지 표현이었지만 동시에 폴란드 정부가 적극적으로 미 대통령의 호감을 사려는 신호이기도 했다. 바르샤바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폴란드에 미군기지를 세우는 데 20억 달러를 투자 하겠다는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잠정적인 기지 이름은 포트 트럼프로 정했다.
- 독일은 다시 양 강대국 사이에, 정확히 말해 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두 남자 사이에 낀 처지가 되었다. 독일과 폴란드 모두 자국 에너지가 지정학적 영향을 받는 데서 오는 결과였다. 독일의 경우 에너지 혁명이라는 문제가 더 있었다. 이 과제로 인해 러시아산 천 연가스가 한층 더 중요해진 것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의 원자로 사고 이후 독일에서는 원자력발전소 반대시위가 계속되었고, 이로 인해 거의 사그라진 반핵운동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메르켈 총리도 원자로 폐쇄라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원자력발전 전 기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또한 석탄화력발전 중단도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2038년까지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에너지로 만드는 전력 생산이 40퍼센트에 이른다고 해도 당장 커다란 전력 공백은 피할 수 없다. 이 빈틈을 더 깨끗한' 화석연료라는 천연가스로 메운다는 것이다. 현재 다른 해결책이 없는 한, 풍력과 태양열 에너지의 불확실성을 피하고 전력 수요의 정점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가스터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비교적 값싼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독일은 세계적으로 천연가스의 대표적 수입국에 속한다. 노르트 스트림 2에 참여한 빈터샬을 통해 BASF에서 소비하는 것만 해도 덴 마크 전체가 소비하는 천연가스보다 많다. 독일은 이제 생산과 제조 업 분야에서 유럽에서 가장 값비싼 전력을 쓰는 나라가 되었다. 물 론 독일은 새로운 공급이 없어도 비상시에 5개월은 버틸 수 있다. 그 정도는 가스 저장고에 비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상 공급 에 차질이 생긴다면 경제와 복지에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하다. 
- 미국의 달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은 70여 년 전, 종전 이 후 형성된 새로운 세계질서 덕분이다. 44개국의 대표가 1944년 동 계스포츠의 고장인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 모였다. 이들은 달러를 준비통화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당시는 미국이 최대의 금 보유국이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은행이 금 1트로이온스당 35달 러의 고정환율로 달러를 교환해준다고 약속하는 대신, 전체 서명국은 미화에 대한 고정환율을 유지하는 의무를 받아들였다. 그것은 전 전의 엄청난 부채와 통화팽창 이후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가 시장의 안정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고정환율제는 1960년대 들어와 압박을 받았다. 독일과 일 본은 패전 후유증에서 회복하여 스스로 주요 선진국이자 수출국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브레턴우즈 체제를 통해 양국 통화는 계속 달러 에 고정되었다. 그 밖에 워싱턴 우위의 기조와 베트남전에 대한 정 치적 비판이 고조되었다. 소련과 신중하게 해빙을 모색하는 분위기 에서, 유럽으로서는 대서양 너머의 보호국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비 교적 당당하게 벗어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샤를 드골은 프랑스가 보유한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브레턴우즈 협정 의 종말을 알렸다. 더구나 드골은 미국이 금을 내주지 않으면 나토 를 탈퇴하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독일 · 일본 · 캐나다가 그 뒤 를 따랐다. 미국의 금 보유량은 대폭 줄어들었다. 마침내 닉슨 대통 령은 1971년 4월 금본위제의 종말을 알렸다. 그럼에도 충분한 달러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워싱턴 정부는 당시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의 주도 아래 새로운 협정을 도모했다. 이번에 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잡았다. 사우드 왕국으로부터 석유를 매입 하고 동시에 군사원조와 무기를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대 신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대금으로 미화만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 판매로 생긴 여유자금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라는 조건이다. 이른바 1차적인 금융재활용이었 다. 이런 오일달러의 활용방식은 모방을 부추겼다. 1970년대 중반 전체 OPEC 회원국이 여기에 합류했으며 이것은 수입국들도 일정한 달러를 비축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내 다른 천연원료까지 마 찬가지로 광범위하게 달러로 거래되었다. 키신저의 거래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그러나 달러의 지위는 단순히 세계적인 달러 수령을 기반으로 한 것만은 아니다(미 연준의 평가에 따르면, 전체 100달러 지폐의 3분의 2는 미 국 밖에서 유통된다고 한다). 그보다 미화는 세계 금융시스템을 위한 토 대를 형성한다.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로 여겨져 외국의 투자자들마저, 가령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이후의 2008년 처럼 미국에 위기가 닥쳤을 때도 미국 국채로 숨어든다. 각국 중앙 은행의 외환보유고를 보면, 달러가 60퍼센트 가까이 되고 20퍼센트 가 유로이며, 인민폐는 1퍼센트에 불과하다. 달러 거래를 위해 미국 국채라는 안전한 피난처에 대한 대안은 없을지도 모른다.
- 오일달러에 도전할 능력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이런 목표를 수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추구해온 신흥강국이 있으니 바로 중국 이다. 나름의 기반도 갖춘 것 같은 것이, 2017년 중국은 미국을 따돌리며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이 되었다. 중국은 가능하면 자국 통화로 결제하고 싶어 한다. 첫걸음도 떼었다. 2018년 3월, 상하이국제에너 지거래처는 처음으로 석유 선물 계약분을 인민폐로 지불했다. 금융 권 내부관계자 외에는 별로 주목할 것 같지 않은 이 뉴스는 사실 광 범위한 결과를 초래했다. 산유국과 수입국에 이 결제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들쑥날쑥한 유가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오일인민폐의 계약 거래량은 이미 50만 건에 이르렀 고 각 계약은 원유 1,000배럴에 해당한다. 이로써 상하이 선물거래 소는 이미 두바이 거래소의 경쟁을 따돌렸고 북해원유의 계약고에 근접하는 날도 많았다. 중국 정부는 양자무역협정을 통해 선물계약에 대한 수요를 창출 해냄으로써 인민폐가 국제적인 결제통화로 자리 잡도록 유도한다. 중국과 무역하려면 지금까지와 달리 달러 아닌 인민폐로 결제해야 한다. 카타르가 OPEC에 등을 돌리게 된 요인의 하나도 중국과의 협정이었다. 호르무즈해협의 이 작은 나라는 지난 2년 동안에만 약 860억 달러 수준의 교역을 중국통화로 거래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 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이란과 더불어 세계 최대 천 연가스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능의 달러Amighty Greenback'에 대한 대안을 계속 모색하던 푸틴의 러시아는 2016년 대중국 수출의 지불수단으로 인민폐를 받기 시작했다. 또 이란을 위해서도 오일인 민폐는 미국의 제재를 빠져나갈 구멍으로 환영받는다. 하지만 워싱턴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에너지 및 기후 전 문가인 사만타 그로스는 중국이 달러의 막강한 위력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한다. 베이징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더 투명하게 운영하고, 외국인에게 자본시장을 개방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의 투자자는 자유롭게 통화를 사고팔 수 있을 때만 인민폐로 거래할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 싱크탱크 '외교협회(FR'의 에너지 전문가인 마이 클 리바이는 2013년 징검다리 연료로서 천연가스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로 가는 과도기적 해 결책으로서만 아주 단기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26 리바이는 지구온난화로 섭씨 2도 이상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천연 가스는 2020년까지, 늦어도 2030년까지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 다. 천연가스의 징검다리설은, 사용기한이 보통 50년밖에 안 되는 각 종 시설과 파이프라인, 공장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는다는 것을 알 면 무너지기 쉽다. 리바이의 연구가 나오고 1년 후 자연과학지 《네이처Nature》는 셰일혁명이 기후문제에 대한 이상적 타협안인 것처럼 말하는 모니즈의 명제를 완벽하게 반박하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비록 천연가스가 석탄에 비해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반밖에 안 되지만, 그것은 결국 천연가스 사용을 늘려도 기후변화를 늦 추지 못한다는 말이라는 것이다. 이 조사연구의 저자는 하필 모니 즈와 같은 에너지부에 근무하는 해원 맥지언이었다. 광범위하게 매 장된 천연가스의 효과는 기후변화를 늦추는 데 별로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맥지언은 썼다. 비록 셰일가스 혁명으로 2050년까지 세 계적으로 천연가스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해도, 천연가스의 완벽한 조달만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산 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기후정책이 없다면, 온실가스 방출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유는 값싼 천연가스가 범람함으로써 석탄만 축출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경쟁하기 때 문이라는 것이다. 이때 메탄가스가 방출된다는 문제는 아직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2018년 6월에 나온 환경보호기금DF 의 연구결과는 미국의 천연가스 기업이 대기에 방출하는 메탄의 양 이 환경보호국PA에서 발표한 것보다 60퍼센트나 많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기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적어도 오바마 정부의 EPA는 메탄 방출을 최소화하고 감시하는 것을 의무적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에너지업계에서는 그런 정책을 불합리한 부담으로 여겼다. 생태계를 존중하는 에너지기업으로 자처하는 영국의 BP는 수년간 석유시대를 넘어서Beyond Petroleum’라는 구호를 내 세우며 공공연히 선두에서 메탄 배출을 줄이는 캠페인을 벌였다. 생 산책임자 버나드 루니는 2019년 3월의 한 행사에서 '메탄, 어떻게 완전히 제거할 것인가'라는 강연을 한 적도 있다. 다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이 회사의 내부문서를 반출한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 그것 은 BP가 오바마 정부로 하여금 다시 규제를 완화하도록 적극 관여 하는 기업임을 보여주는 문서였다. 《파이낸셜타임스》가 BP의 공식적인 태도와 문서에서 드러난 로 비 사이의 모순을 지적했을 때, BP는 반박했다. 메탄 규제에 반대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더욱 정교한 규제를 촉구했을 뿐인데 잘못된 보도로 워싱턴과 충돌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BP는 더 이 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트럼프 정부에서 관련 규정이 부분적으로 완화되거나 완전히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 무엇보다 미국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얻는 에탄이 독일의 화학기 업을 유혹한다. 에탄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천연원료이고, 천연가스 에 들어 있는 메탄은 가정에서 요리나 난방에 이용하는 가스다. 이 밖에도 셰일가스에는 프로판(야영용 버너의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이나 라이터에 이용하는 부탄 같은 다른 가스도 들어 있다. 그리고 폴리 에틸렌에서 나오는 에탄도 마찬가지다. 에탄은 원유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비용이 더 든다. 반면 셰일가스의 경우에는 단순하게 나머지 가스에서 분리하기만 하면 된다. 미국은 그사이에 전 세계 특수가스 수요의 3분의 1을 생산하게 되었다. 역시 바이에르의 자회사였던, 플라스틱 제조업체 코베스트로 Covestro는 2018년 10월, 그때까지 단일투자로는 최대 규모의 프로 젝트를 발표했다. 휴스턴 부근의 베이타운 현지에 2024년까지 15억 유로를 투자해 폴리우레탄 원료인 MDI 생산시설을 세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이 회사는 900개의 일자리를 삭감한다. 고 발표했는데, 그중 400개는 독일 내 일자리라고 했다. 또 BASF 도 미국의 멕시코만에 공장을 세운다. 인접한 루이지애나주에 기존 생산력을 두 배로 늘린 MDI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루트비히스하 펜의 기업은 케미컬 코리더Chemical Corridor라 불리는 루이지애나 석유 화학공업지대 중심의 가이스마에 약 8,700만 달러를 투자한다.42 그 곳에 근무하는 직원은 1,200명이나 되며 북아메리카에 있는 BASF 공장 중 최대 규모다. 미국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BASF는 새로운 효율성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회사 대표인 마틴 비루더뮐러는 성탄절 직전에 직원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에서 “직원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BASF에서 6,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중 절반은 역시 독일 현장의 인력이다.
- 세기적인 녹색 프로젝트가 좌절하면서 전국적으로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독일은 예고한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 하지 못한 데다 혼란스러운 경제의 구조전환으로 경제와 사회의 기 초가 훼손될 위험에까지 처했다. 국내 언론은 오랫동안 실패한 에 너지 혁명에 따른 위험을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물론 베를린의 새 로운 조치나 자금지원 프로그램, 각종 규정에 대한 보도는 드문드문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모든 것은 정해진 관료적 경로를 밟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경제계와 과학계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전하는 보도가 점점 더 빈번해졌다. 그러다 2019년 4월 《슈피겔 지가 마침내 경보를 울렸다. 독일의 어둠 - 독일의 보통사람 때문에 실패하는 원대한 계획'이라는 2019년 4월 초의 제목은 《슈피겔》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충격을 주었다. 표지는 부러진 날개가 매달린 풍차그림으로 뒤덮여 있었다. 《슈피겔의 기자들은 특히 컨설팅사인 매 킨지의 평가를 인용했다. 매킨지의 분석가들은 2012년부터 에너지혁명의 실현과정을 추적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2019년 봄에 내린 냉정한 결론은 '독일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었지만 스스로 설정한 목표치에는 훨씬 못 미 쳤다는 것이다. 독일은 '현재 연간 8억 5,400만 톤의 이산화탄소 환 산톤(CO2e)을 배출함으로써 연방정부가 설정한 2020년의 목표치보 다 1억 톤을 초과했으며 2030년의 목표치를 기준으로 볼 때는 3억 톤 가까이 초과했다'라는 것이었다. 이산화탄소가 없는 독일이라는 방향으로 진행도를 측정하는 14개 지표 중 '현실적인 평가를 받음 으로써 목표를 달성한 것은 6개 지표에 불과했다.
- 물론 정부는 독일이 이미 전력 수요의 40퍼센트를 재생 에너지원으로 생산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하고 있다(미국에서는 18퍼센트다). 또 2030년까지는 이 못이 3분의 2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풍력과 태양광발전시설의 확장은 중단상태다. 2018 년 태양광발전의 경우 2.3기가와트가 새로 추가되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에 따르면, 파리기후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가 약속한 기 후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매년 적어도 8.5기가와트씩 태양광에너지의 발전량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 전기의 에너지원은 바람이다. 이미 세워진 풍차는 약 3만 기에 이르는데, 대부분은 니더작센주에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발전은 정체된 상태다. 풍력에너지의 경우 2018년 약 3.8기가와트가 새로 생산되었다. 하지만 프라운호퍼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2030년까지 매년 그 3배는 새로운 시설에서 발전되어야 한다. 흔히 주민들의 반대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새 풍력발전 시설이 어렵사리 당국의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거의 언제나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항의가 뒤따른다. 붉은 솔개가 원인일 때가 적지않다. 이 위협적인 맹금은 반풍력 전기운동의 상징 동물처럼 되어버렸다. 
- 녹색 싱크탱크 아고라에 따르면, 독일은 기후변화 억제 목표에 도 달하기 위해 2030년까지 2,000만 개의 난방 시스템에 1,600만 개의 열펌프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설치된 것은 88만 개에 지나지 않는다. 난방협회조차 목표 달성에 비관적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의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 30년 동안 400만 개도 설치하기 힘들 것이라고 열펌프업계는 본다. 문제는 또 있다. 열펌프는 물론 아주 효율적인 난방기술에 속한다. 필요 에너지의 최대 80퍼센트까지 주변 환경에서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펌프 종류 에 따라 땅 · 지하수 · 공기로부터 끌어온다. 하지만 비용이 안 드는 열 자원의 온도를 필요한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펌프의 구동 에 너지, 즉 전기가 필요하다. 열펌프는 재생자원에서 나올 때만 실제로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생태 전기에 대한 기존의 수요 외에 난방시스템에 대한 추가수요가 따른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럴수록 전체 수요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건물의 에너 지 수요를 낮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과제를 수행하더라 도 필수적인 기후최적화는 설정된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 이와 관련 해 연방정부는 오래전에 유럽연합의 인접국들과 적절한 계획을 추 진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모든 건물은 2050년까지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건물이어야 하고, 건물에 사용할 에너 지도 이산화탄소와 무관한 것을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독일에너지 청이나 독일산업협회BDI, 그 밖의 여러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에 있는 기존 건물의 4분의 3은 거의 혹은 전혀 개조되지 않은 상 태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주택 소유주들의 “지구의 기후는 개선되 어야 한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한 개조 의지가 갈수록 약화된다는 것이다. 2015년 1.5퍼센트를 보인 주택 개조율은 그 사이에 1퍼센 트로 감소되었다. 이런 속도라면 이번 세기 중엽까지 EU의 요구를 충족하는 건물은 전체의 절반을 조금 넘기는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 에너지 혁명의 성공을 좌우할 몇몇 중요한 기술은 부분적으로 아 직 연구가 미진하거나 전혀 발명되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바이오 연료를 얻을 수 있는 수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말은 파이프라 인 같은 기존의 기반시설을 계속 이용한다는 의미다. 기술적으로 그 런 방식이 무르익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 요구되는 전력 수요가 너 무 많아 수익성이 없다. 어쩌면 유기적 생물량에서 녹색 휘발유를 생산하는 미생물이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저장수단이다. 바람이나 태양광을 이용한 전력 생산은 들쑥날 쑥하므로 소비자는 또한 더 유연해져야 한다. 가령 전기자동차나 열펌프에는 그런 변동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저장장치가 있다. 재료 연구가들은 저공해 시멘트를 연구하고, 관련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통한 효율성 증대 방법을 모색 중이다. 독일의 에너지 혁명은 세계 최대의 실험실이라고 할 만하며14 그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동성과 주거, 산업생산에서부터 농업에 이르기까지 전문용어로 부문간 결합이라 부르는 다양한 분야가 녹색경제로 상호 조직되는 제2단계에 진입하면,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에서 회복한 이후 최대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가서도 독일인이 가 장 좋아하는 것은 자동차일 것이다.
- 독일의 자동차기업 대표들에게는 내연기관의 종말보다 기후변화 와 관련한 엄격한 자동차 규제가 여전히 최대의 위협으로 보인다. VW의 CEO인 헤르베르트 디스는 2018년 EU의 새로운 요구와 관련 해 쥐트도이체차이퉁Suddeutsche Zeitung》과 인터뷰하며 “속도변화와 그에 따른 영향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엄격한 배출규제로 최대 10만 개까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하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산업이 더 빨리 무너질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아마 그의 말이 맞을 것 이다. 그것은 잔인한 붕괴가 될 것이다. 전 세계 자동차 개발의 3분의 11 은 독일에서 이루어진다. 약 800개의 개발 공급사가 국내업체다. 자동차 부문은 독일 수출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독일의 번영이 얼마나 자동차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는 〈독일경제는 신들의 황혼을 맞이했는가?〉라는 제목이 달린 액센츄어Accenture의 분석이 보여준다. 이 컨설팅사는 50대 독일기업의 2007년 매출을 2017년의 것과 비 교했다. 그 결과, 전체적인 매출 증가의 대부분(60퍼센트)은 자동차산 업에서 나왔다는 것이 드러났다(3,252억 유로). 금속노조와 프라운 호퍼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전기자동차의 등장으로 2030년까지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 독일에서는 전동화와 생산성의 균형을 통해(개발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동력기술 부 문에 약 7만 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그것도 배터리나 전력전자 부문에서 약 2만 5,0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기는 것을 감안 한 수치다. 독일기업들이 훌륭하게 정복한 기술들은 단순히 과거의 것이 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소프트웨어와 배터리의 수요가 생길 것이며, 이때 공급을 주도하는 나라는 독일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될 것 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은 자동차의 아이폰-모먼트iPhoneMoment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무례한 의문을 제기 할 정도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될 때 폭발적 반응을 보인 것은 그것이 더 우수한 전화기라서, 더 뛰어난 카메라나 조율이 잘된 MP3 플레이어가 장착되어서도 아니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주장했다. 또한 터치스크린이나 폭넓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앱 때문도 아니라고 했다. 그 모든 것이 한 제품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신기술이 하나의 신제품 안에 모인 순간이(아이폰 모먼트) 지 금까지 자동차 부문에서는 없었다. 그 같은 성능의 차량을 누가 제 작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놓고는 결정 타를 날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독일인이 그 주인공이 되지는 않 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닷컴 열풍 때처럼, 월스트리트는 성장 스토리를 좋아했다. 기업이 이익을 내는지 아닌지는 이차적인 문제였다. 기업이 엄청난 부채를 청산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중요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의 사업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에너지공급을 위한 자금지원에는 관심이 없었 다. 거기서 중시하는 것은 단지 상승 잠재력이 있는 주식이 있는지, 연금기금이나 재단에 처분할 수 있는 대출금이나 예금이 있는지의 여부였다. 그리고 프래킹 업자들은 돈을 받고 끝없이 시굴을 했다. 투자자들의 참여 열기는 프래킹 업자들이 두려워할 정도로 지나쳤 다. 2017년의 총회에서 애너다코석유Anadarko Petroleum 의 회장인 앨 워 커는 “우리 업계의 최대 문제는 바로 여러분입니다”라고 청중을 향 해 말했다. 투자자는 효율성이 아니라 성장에 대해서만 보상하려고 한다고 워커는 지적했다. 그리고 그야말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정을 개발하라고 프래킹 업자들을 다그친다는 것이었다. 마치 바 텐더가 알코올 중독자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는 격이라고 했다. 성장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투자자는 비용 보전과 이익 창출에 전력하 도록 프래킹 업자를 독촉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했다. “여러분의 도 움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마치 이름 모를 알코올 중독자를 돕는 것 과 같은 것입니다” 라고 회장은 호소했다. 워커의 바람은 실현되었다. 월스트리트는 이제 프래킹 업자들을 알코올 중독자처럼 대했다. 2018년에도 그들은 석유와 천연가스 주 식에 3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것은 위기에 휩싸였던 2016년의 투자 액수에 비하면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았다. 2019년 봄 《월스트 리트저널은 한때 그토록 견고했던 월스트리트와 프래킹업계의 유 대는 무너졌다'라고 진단했다. 에너지 컨설팅사인 에너컴의 분석가 들도 뉴스레터에서 '월스트리트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자금지 원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직전까지만 해도 마구잡이로 달려들었던 투자자들은 유망한 신규종목을 확보하기 위해 프래킹 업자들의 증시 진출을 정중히 거절했다. 프래킹의 아버지 미첼이 기술혁명을 이 룩하기 전인 2003년만큼이나 증시에 나서려고 하는 석유회사나 가스회사는 별로 없었다. 숱한 석유업계의 자금담당 이사는 한때 자발 적으로 자금지원을 했던 은행에서마저 갑자기 자신들이 기피인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규제기관이 제동을 건 데도 이유가 있었다. 규제기관은 은행이 과거 부동산위기 때의 불량 모기지 대신 이제는 석유·천연가스기업 의 불안한 대출금에 의존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부채가 수입 의 3배 반을 초과하는 기업은 '사면초가에 몰린' 것으로 여겨져 은 행으로부터 꽤 큰 규모의 '비상준비금'을 통해 구제받아야 한다.
- 컨설팅사인 IHS의 전문가 한 사람이 강연했다. 이 사 람은 앞으로 수년간은 거대 석유기업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달려든 다고 해도 퍼미언 등지의 프래킹회사가 석유 생산을 주도할 것이 라고 예언하면서 식사 분위기를 북돋웠다. 하지만 이어서 그는 몇 몇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유정에서 계속 석유가 솟구치게 하려 면 프래킹회사는 연간 1,000억 달러나 되는 새 자본을 조달해야 한 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면 월스트리트에서도 엄청난 자본이다. 참석 자들은 잠두크림과 회향 꽃가루를 섞은 부라타 치즈를 스푼으로 떠 먹으면서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 다음 바닥까지 싹 싹 핥아먹었다. 여기서 강연하던 전문가는 이어서 기후변화 이야기 를 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언급에 그치지 않고 석유업계에서 깡그리 무시하려 드는 위험성을 강조했다. 모든 채굴권과 유정, 채굴탑 같은 것들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썩은 목재처럼 쓸모없이 변할 위험이 있다는 말이었다. 월스트리트의 경우에는 언제나 그렇듯, 모든 것을 대수롭잖게 보이게 하는 개념이 있다. 거기서는 가치를 상실한 자산 을 좌초자산Stranded Assets 이라고 부른다. 마치 해변에 밀려와 죽은 고래를 연상케 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 고래는 환경운동가들이 아 무리 애를 써도 다시는 살려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 정치가 아니어도 석유·천연가스 · 석탄이 즉시 산업시대의 연료가 되도록 하는 세력은 또 있다. 바로 자본가다. 은행이나 투자자가 채굴회사나 광산경영자에게 더 이상 자본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에너지업계는 곧 끝장날 것이다. 특히 끊임없이 어마어마한 현금 수요가 있는 프래킹 업자는 그대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가 에너지업계에 등을 돌릴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파리기후정상회의 전에 세계적 금융회사는 기후 보호를 위해 금 융지원을 해주마고 약속했다. 트럼프가 파리협정의 탈퇴를 예고했 을 때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대통 령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시민대표 들이 건설적으로 협동하고 인간의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전 력을 다하도록 격려할 책임이 있다” 라는 견해를 표명했다.13 하지만 하필 그가 책임자로 있는 기관은 화석연료의 최대 자본주에 속한다. 기후보호협정 이후 그가 지휘하는 은행은 화석연료산업 에 1,960억 달러를 융자해주었다. 파리협정 이후 상위 33개 금융회 사로부터 총 1조 9,000억 달러가 이 분야로 흘러 들어갔다.14 이것은 독일연방 예산의 5배나 되는 규모다. 대부분 미국계 은행에서 나온 돈으로, JP모건 외에 캘리포니아의 웰스파고, 시티그룹, 뱅크오브아 메리카 등이 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참여했다(모두 금융위 기 때 친숙해진 이름들이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바클레이즈은행이 850억 달러로 석유와 천연가스에 가장 적극적인 자본주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의 자금도 540억 달러나 들어갔다.
- 나머지 세계가 대부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끊임없이 솟아나는 유정을 가진 외
딴 서부 텍사스의 프래킹회사들은 검은 천연원료가 서서히 바닥나 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상 태로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날려버렸다. 그런 기대는 이제 에너지 혁명에 수반되는 외부 요인의 제약보다 정치적 의지에 달렸다. 이미 그것은 역사적 도전 과제가 되었고 동시에 지정학적 균형은 셰일혁명을 통해 근본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 나오기 전부터 미국은 하필 워싱턴 정부가 수십 년간 확립해놓은 서구적 제도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그 자신의 국가주의적 정치를 통해 이런 이탈 흐름을 단지 가속했을 뿐이다. 여기서도 새로 발견된 석유와 천연가스의 국부는 결정적 열쇠 역 할을 한다. 에너지 주도권이라는 트럼프의 강박관념은 친구와 적의 관계를 새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 바탕에서 그는 에너지 시장을 겨 냥한다. 시장은 1970년대 이후와 달리 몹시 변덕스럽다. 선진국이 아무리 OPEC를 두려워한다고 해도 이 석유 카르텔은 과거 록펠러 의 스탠더드 오일이 그랬듯 석유세계에 일정한 예측가능성과 안정을 제시했었다. OPEC의 의미 상실은 오로지 OPEC+1의 형태(러시아 와의 협력)를 통해서만 제동을 걸 수 있지만, 그 변화를 막을 수는 없 다. 이 또한 프래킹 업자들의 작품이다. 하지만 앞으로 수년간 새 질서는 특히 점점 더 에너지 갈증이 심해지는 중국에 의해 틀을 갖추게 될 것이다. 젊은 세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발 빠른 성장과 위험하게 파괴되는 환경 사이에서 이리저리 찢긴 나라가 향후의 질서를 규정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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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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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지만 대개는 다른 논리가 끼어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버나드 데보토)
- 빛을 구성하는 입자인 광자가 눈에서 전기화학 신호로 바뀌는 순간 부터 감각의 원재료는 우리가 본 세상을 체계적으로 건설하는 프로세스 엔진의 조립라인을 통과한다. | 이 모든 과정은 시각 경로(visual pathway)라고 알려진 신경 회로에 서 일어난다. 이는 눈의 뒷부분인 망막에서 시작된다. 빛은 망막에서 전기 신호로 바뀐 뒤 시신경을 통해 뇌까지 전해진다. 이 신호는 뇌의 감각 배전반인 시상(thalamus)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시상에서 출발한 시각 정보는 뇌의 뒷부분인 뒤통수엽에 위치한 시각겉질(시각피질)로 보내 진다. 시각겉질은 정보 처리과정을 두 요소로 나누어 정보를 해석한 다음 거리, 형태, 색, 크기, 속도 등을 계산한다. 이 과정에서 조금만 방해를 받아도 시각 왜곡이 현저하게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독증후군(Riddoch syndrome) 환자는 정지된 물체는 지각하지 못하고 움직이는 물체만 볼 수 있다. 1916년 신경학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전투에서 진격 을 하다 머리에 총을 맞은 중령을 진찰하면서 이 증상을 처음 발견했다. 중령은 오른쪽 뒤통수엽에 총알이 박히면서 시각겉질이 상당 부분 손상 되었지만 움직임을 감지하는 MT 영역은 손상되지 않았다. 중령은 물체 의 시각적 특징은 대부분 인식하지 못했지만 움직임은 지각할 수 있었 다. 중령의 말에 따르면 “움직이는 물체에는 뚜렷한 형태가 없으며, 그 물체에 생기는 가장 가까운 색은 어슴푸레한 회색이다.” 공이 눈앞으로 휙 지나갈 때의 흐릿한 형체를 떠올리면 알 수 있다. 리독증후군 환자가 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반대로 MT 영역만 손상되면 운동 지각 능력은 선택적으로 상실된 다. 길모퉁이에 서서 지나가는 자동차를 바라본다고 가정해보자. 자동 차가 부드럽게 달리는 모습 대신에 여기에 있던 차가 갑자기 저기에 있는 연속적인 스냅숏이 눈앞에 펼쳐진다. 다시 말해 왼쪽에 있던 자동차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이동했지만 자동차의 움직임은 전혀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사람에겐 길을 건너는 일이 목숨을 거는 모험이나 다름없다. 시각에서 가장 먼저 처리되는 요소는 움직임이다. 뇌는 눈 앞을 스쳐 지나가는 물체의 외관상 특징 대부분을 두루뭉술하게 처리하 지만 그 물체의 움직임은 확실히 보게 한다. 이는 진화적인 데 이유가 있 을 것이다. 초원에서 맹수가 달려온다면 가장 먼저 인지해야 할 것은 맹 수의 털색이나 꼬리 길이가 아니라 맹수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각계는 빛의 패턴을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시각계는 수십억 개의 신경을 계산한 결과를 바탕으로 해석을 보여준다. 뇌는 과거 우리가 보았던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보게 될 사물의 형태를 예상한다. 심지어 카니자 삼각형을 볼 때처럼 뇌는 장면에 빈틈이 있으면 환경 신호를 이용해 그 빈틈을 메우기도 한다. 
- 렘수면에 빠지면 감은 눈을 대신해 꿈 시스템이 시상과 시각겉질을 지배한다. 꿈 시스템은 이미지 처리 센터뿐 아니라 내부의 감각 배전반 도 통제하지만 이미지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가져올 수밖에 없다. 신경학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꿈을 꿀 때에는 시상의 행 동이 달라진다. 시상은 눈에서 보내오는 신호(어차피 그런 신호는 오지 않는다)에 반응하는 대신에 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중심 줄기인 뇌줄기(뇌간)의 지배를 받는다. 뇌줄기의 중요한 기능은 렘수면을 유지하는 것이고 대개 꿈은 렘수면 상태에서 꾼다. 대다수 신경학자는 렘수면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뇌줄기와 시상의 연결이 꿈속 이미지의 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신경학자들은 꿈을 꾸고 있는 뇌파를 관찰하면서 PGO(교 - 무릎 - 후두)파라는 특이한 파형을 발견했다. PGO 파는 형태와 크기가 눈에 쉽 게 띈다. 이 파형은 꿈을 꾸는 동안 뇌의 세 영역, 즉 뇌줄기의 다리뇌(교 뇌), 시상의 시각 부분인 가쪽무릎핵(외측슬상핵), 시각겉질이 있는 뒤통 수엽에서 발견된다. 따라서 세 영역은 함께 작동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뇌줄기, 시상, 시각겉질은 자기만의 시각 경로를 형성하지만 어쩌면 시각은 그 과정에서 차단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꿈의 경로는 시각 경로와 비슷하지만 뇌줄기가 눈을 대신해 이미지의 공급원 역할을 한다는 점은 다르다. 꿈의 이미지는 내부에서 만들어진다.  꿈 연구자로 널리 알려진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 존 앨런 홉슨 (John Allan Hobson)은 뇌줄기가 신경세포를 무작위로 만들어내기 때 문에 꿈을 꾸는 것이라는 이론을 세웠다. 뇌줄기에서 아무렇게나 내보낸 신호는 시상으로 전해지고 시상은 이 신호를 여느 시각 신호와 똑같이 처리한다. 시상은 배전반에 불과하다. 수신하는 신호가 눈에서 오는 것인지, 뇌줄기에서 오는 것인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시상은 신호를 보내야 할 곳으로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다시 말해 시각겉질로 보내는 역할만 할 뿐이다. 이제 시각겉질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지금은 새벽 2시 이고, 시상에서 보낸 신호가 무더기로 도착한다. 게다가 이 신호들은 질 서도, 체계도 없이 뒤죽박죽이다. 뇌줄기가 무작위로 만들어낸 신호들 이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시각겉질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시각 겉질은 시상이 보내는 정보는 전부 눈을 통해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한 다. 이때 시각겉질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시각겉질은 우리가 깨어 있을 때와 똑같이 정보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시각겉질은 저장된 지식과 기억을 이용해 서로 다른 신호 조각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 통 일된 시각적 장면을 만들려고 애쓴다. 그 시각적 장면은 우리가 경험하는 꿈이다. 뇌는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만든다. 뇌의 무의식계는 패턴을 찾아내
고, 다음 패턴을 예측하며, 맥락의 실마리를 이용해 불완전한 그림의 빈틈을 메우는 뛰어난 재주가 있다. 어쩌면 이런 활동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무의식이 수신한 누더기 신호를 바느질해 꿈속 풍경으로 엮어내는 것 일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사고, 기억, 두려움, 바람으로 맞춰 이은 조각보가 우리의 정신을 차지하고 가끔은 은유적인 이야기까지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의 꿈은 대체적으로 꽤 기괴한 편이다.
-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다수 사람과 달리 몇몇 사람의 이마앞엽겉질은 잠을 잘 때도 차단되는 것을 거부한다. 자각몽을 꾸는 사람은 꿈속에서도 자기숙고, 자기통제, 의사결정 능력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매번 꿈을 짜릿 한 가상현실 연습게임으로 바꾼다. 게다가 자각몽은 훈련을 받으면 습 득이 가능한 기술이고, 성공적인 악몽 치료방법으로 이미 쓰이고 있다.  연습만 하면 우리도 귀신과 도끼 살인마에게 꺼져달라고 정중하게 부탁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꿈은 단순히 일상을 재생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런 꿈은 1퍼센트에서 2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혼란스러운 생각과 시 각적 상상이 새롭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합쳐진 것이다. 뇌의 무의식계는 낮 동안의 모든 방햇거리를 차단한 채 개념을 연관시키는 대안을 꿈을 통해 제시한다.
- 우리가 잠이 든 동안 새롭고 위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한순간 떠오른 영감을 적기 위해 허둥거리며 펜과 종이를 찾은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 두 집단 에게 수학 문제를 냈다. 첫 번째 집단에게는 문제를 받은 즉시 풀게 했고, 두 번째 집단에게는 잠을 푹 자게 한 뒤에 풀게 했다. 그 결과 잠을 자고 문제를 푼 두 번째 집단이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낼 가능성이 더 큰 것으 로 나타났다. 꿈을 꾸고 있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생각과 경험이 독특한 방식으로 조합되는 것인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데, 먼저 잠 이 우리를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고, 간섭을 막아주며, 상상력을 발휘 할 수 있게 한다. 둘째, 대부분의 이마앞엽겉질이 비활성화 상태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판단과 분석적 엄밀함에 구애받지 않고 더 추상적이고 기괴하기까지 한 생각을 마음껏 하게 할 수도 있다. 셋째, 꿈이 그토록 창의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더 근본적인 해석이 있다. 몇몇 신경과학자의 이 론에 따르면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는 미리 형성되어 있던 시냅스(신경세포의 신호가 다른 신경세포에 전달되는 공간)가 느슨해지면서 기억과 학습된 개념 사이의 관계가 완화된다. 이론적으로 이 상태에서는 신경세포의가 변성이 늘어나 뇌에 새로운 경로가 형성되고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사실 일부 연구에서 낮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신경 세포가 잠자는 동안에는 가장 잠잠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이론은 느슨해진 시냅스가 꿈으로 향하는 문을 연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생각을 참신하게 조합할 기회가 생기면서 뇌는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꿈은 깨어 있을 때 지각하는 세상과 완전 히 다를 수밖에 없다. 뇌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 문이다. 한편으로는 깨어 있을 때 사용하는 능동적인 의식계가 존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식계가 막을 내리는 순간 통제권을 이어받는 꿈이라 는 수동적인 내부세계가 존재한다. 자각몽은 뇌의 두 시스템을 모두 이 용하는 중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꿈은 대개 잠이 들었을 때 진행되고 잠 에서 깨면 끝난다. 꿈을 꾸면서 의식적 결정을 내리기란 일반적으로 불 가능하다. 잠에서 깬 순간 의식이 우리를 지배함으로써 내부세계의 몽상 에서 벗어난다. 의식계와 무의식계는 통제권을 번갈아 주고받는다. 
- '환각'이라고 하면 정신질환, 신경질환, 불법 약물 등을 가장 먼저 떠 올린다. 하지만 바일러 씨는 뇌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찰스보닛증후군 환자에게 시각적 환각 증상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신경학적 문제가 아니 라 시각적 문제 때문이다. 이 증후군은 아예 앞을 보지 못하거나 부분적 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생긴다. 환각 증상은 몇 초 동안 잠깐 나 타나거나 며칠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심지어는 몇 년 동안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환각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개는 사람, 동물, 건물, 일정한 패턴의 형태가 나타난다. 여러 사람이 환각에서 본 장면을 그 림으로 묘사했다. 예를 들면 화가 세실 라일리(Cecil Riley)는 자신의 주변에서 파란색 눈과 초록색 눈이 위협적으로 쳐다보는 환각을 그림으로 그렸다.
- 찰스보닛증후군은 근본적인 원인과 상관없이 시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의 10퍼센트 정도에서 나타난다. 이 증후군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 인가? 혹시 뇌가 시야의 빈틈을 환각으로 메우는 것인가? 카니자 삼각형 에서 알 수 있듯이 뇌는 시야의 빈틈을 메우기 때문에 우리가 지각하는 것이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것과 똑같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착시 로 흰색 삼각형을 보는 것과 거실에서 풀을 뜯는 소가 보이는 것은 조금 다르다. 착시를 본다고 해서 환각에 빠지지는 않는다. 뇌는 시각 신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장면을 추정하고 보완한다. 반면에 환각은 전적으로 우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 찰스보닛증후군은 눈에서 입력 신호가 들어오지 않아도 시각겉질이 활성화된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론이 있다. 먼저 시각 손상으로 앞쪽에서 신호가 들어오지 않아 할 일이 없어진 시각겉질 신경세포가 변덕을 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심심해진 신경세포는 가끔씩 즉흥적으로 전기 신호를 내보낸다. 감각 신 호 입력의 규칙에 구속받지 않는 시각겉질은 자체적으로 신호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른바 '방출 환각(release hallucination)'을 이용해 찰스보닛 증후군의 증상을 일으킨다. 일시적 시각장애로도 방출 환각이 생길 수 있다.
- 찰스보닛증후군이 시각장애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설명하는 두 번째 이론은 방대하고 역동적으로 상호연결된 신경세포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과 관련 있다. 우리는 오감을 다섯 개 로 분리해 생각하지만 뇌는 그렇지 않다. 오감 신호는 전송되는 경로가 다르지만 뇌는 시각, 청각, 촉각 신호를 구분하지 않는다. 회로가 제대로 연결되어 있기만 하면 정보는 가야 할 곳으로 전달된다. 뇌에서 오감 신 호는 전부 전기화학 신호일 뿐이며, 신경세포는 송수신하는 신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우리가 오감을 각각 따로 경험하는 이 유(즉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는 이유)는 신경세포 사슬이 조직된 경로 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오감의 경로는 각각 따로 정해져 있지만 가끔 교차로에서 만난다. 이렇게 교차하는 신경 경로를 주 고속도로의 교차로라고 생각하면 이해 하기 쉽다. 주 고속도로는 대부분 쭉 뻗어 있지만 나들목이 군데군데 연 결되어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어쨌든 우리는 서로 어우러진 오감을 한꺼번에 경험한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을 마신다고 해보자. 프렌치 로 스트 커피의 향과 맛을 동시에 느끼고, 입술로는 머그잔의 감촉을 느끼며, 눈으로는 당신 쪽으로 기울어진 머그잔을 보고, 귀로는 홀짝이는 소리를 듣는다. 오감은 서로가 완벽하게 다른 감각과 조화를 이루면서 아침의 카페인 섭취라는 감각 교향곡을 만들어낸다. 오감이 완벽하게 분리 되어 있다면 훌륭한 화음의 교향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 다. 경로 어디에선가 오감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시각겉질이라는 고속도로 지도에는 뇌의 다른 시스템과 연 결된 진입 차선과 진출 차선이 존재한다. 이제 시각장애인을 떠올려보자. 뇌 가소성 원칙의 지시에 따라 신경은 활동이 뜸한 영역에서는 슬그머니 줄어들고 활동이 많은 영역에서는 빠르게 늘어난다. 눈이 보이지 않으 면 눈에서 뒤통수엽으로 향하는 시각 정보 입력이 중단되면서 시각 경로 가 퇴화된다. 도로가 텅 빈다. 갑자기 시각 외의 다른 감각 시스템과 연결 된 진입로에서만 차가 들어온다. 이전에는 다른 감각과 연결된 시각겉질 의 비중이 굉장히 작았다면 이제는 그 비중이 커진다. 반면에 시각계의 나머지 감각은 줄어든다. 다른 감각과 연결된 신경세포의 성장은 활동이 뜸한 시각 경로와 뇌의 비시각계 사이의 연결을 강화한다. 이처럼 오감의 회로는 서로 교차점에서 만나기 때문에 가끔은 시각이 아닌 다른 신호가 뒤통수엽겉길로 들어와 눈에서 보낸 시각 정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뇌는 어디서 오는 신호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신호가 들어온 경로다. 따라서 이전에 별개였던 회로가 연결되면 다른 감각계가 보낸 신호가 진입 나들목을 통해 시각겉 질로 들어와 시각이라고 처리될 수도 있다. 그 신호가 정원의 꽃향기이 든 지하철 전동차 소리이든 상관없다. 일단 그 신호가 교차로를 통해 시각 회로로 들어서는 순간 그것은 시각적 환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행히 찰스보닛증후군 환자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자신들이 보는 모습이 실제가 아님을 깨닫는다. 꿈을 꿀 때와 는 달리 환각 상태에서도 이마앞엽겉질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자신들이 지각하는 광경이 얼마나 기이한지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실명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면? 이때 나오는 결과가 서문에서 잠깐 소개한 안톤증후군이다. 
- 모든 감각은 정보의 흐름이다. 시각 경로는 청각 경로든, 아니면 다 른 경로든 정보가 어디에서 들어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정보를 상 황적 맥락에 맞게(그리고 지식과 감정, 기억에 맞추어) 해석하고 종합해 세상을 의미 있게 표현하는 것이 뇌의 무의식계에 주어진 과제다. 무의식 의 처리과정은 동시에 들어오는 오감의 흐름을 분석하고 비슷한 특징이 없는지 꼼꼼히 조사한 후 스타워즈 등장인물들을 연관시키는 것과 같 이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추상적 개념을 만들어낸다. 안쪽관자엽은 모든 감각 고속도로의 중요 교차로다. 영장류 뇌의 해 부학 연구도 이 생각을 뒷받침하는데, 여러 감각 경로가 안쪽관자엽에 서 교차하는 신경돌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뇌는 감각 경로의 상호 교차를 허용하고, 그럼으로써 다섯 종류의 지각 데이터를 의미 있는 생각과 경험으로 해석한다. 어떤 사람은 뇌의 감각 혼선이 매우 많아서 감각 하나를 사용하면 다른 감각이 동시에 활성화되기도 한다. 감각 경로가 과도하게 연결되어 생기는 증후군인 공감각(synesthesia)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가령 어떤 사람들은 청각 - 시각이 많이 연결되어 있어 특정 높이의 소리를 들으면 색을 보기도 한다. 게다가 색 하나가 소리 하나와 연관되는 등 두 감각의 연관성은 일관되게 나타난다.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후 각과 시각이 관련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신선한 레몬향을 맡으면 다각형을 보는 반면에, 산딸기나 바닐라향을 맡으면 원형을 본다. 이 감각의 결합이 다양하기 때문에 공감각도 여러 형태가 존재한다. 하지 만 모든 공감각이 보여주는 통찰은 똑같다. 감각 경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감각이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는 일상생활에서도 찾아볼 수 있 다. 후각을 잃으면 미각도 둔해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시각과 청 각도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 저 멀리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을 때 입 모 양을 보면 그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다. 실제로도 청 각과 시각은 상대 감각에 서로 끼어들기도 한다. 이 현상은 맥거크 효과 (McGurk effect)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소리는 내지 않고 가 - 가 - 가라고 하는 입 모양을 보면서 '바-바바라고 녹음된 음절을 들으면 제3의 소리인 '다-다-다'라고 인식한다. 이것이 맥거크 효과다. 
- 감각계는 생존에 맞게 설계되어 있다. 감각 신호는 처음에는 병렬 경로에서 처리되다가 마지막에 하나의 개념적 네트워크로 통합되고 해 석되고 조직된다. 감각들이 합쳐져 세상을 하나로 유연하게 지각한다. 오 감의 협업은 의식적 경험을 강화해줄 뿐 아니라 감각 하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백업 시스템까지 만들어준다. 실명하면 다른 감각계 가 지각의 빈틈을 메우려 작동하기 시작한다. 뇌는 최선을 다해 우리가 지각하는 세상을 재건한다. 다른 감각들끼리 결합해 제 기능을 잃은 감각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부다.
- 신경과학자들은 줄무늬체라고 알려진 뇌의 가장 움푹한 곳에 위치 한 습관 체계 영역을 추적했다. 쥐가 연습을 많이 하면 할수록 바깥줄 무늬체의 활동이 강하게 나타났다. 동시에 쥐가 같은 연습을 계속할수록 비습관적 행동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는 안쪽줄무늬체와 해마(기억 형 성 담당)의 활동량은 줄어들었다. 뇌에서 정확히 어떤 영역이 습관을 만드는지 안다면 그 영역을 폐쇄해 습관 형성을 막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병변화(lesioning)라는 신경과학 연구법이 있다. 뇌의 한 영역에 활 동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을 주입하거나 전류를 정확히 흘려보내 그 영역 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이다. 과학자가 쥐의 바깥줄무늬체에 병변 을 만들어 습관 체계를 비활성화한 후 미로의 북쪽 날개 끝에 놓으면 어 떤 결과가 생길까? 쥐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습관 체계에 행동을 맡긴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미로에 놓인 쥐는 더 이상은 자동 길 찾기 장치를 가동해 무조건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막다른 길까지 가지 않았 다. 쥐는 교차점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양쪽을 살핀 후 서쪽으로 이동해 맛있는 간식을 얻었다. 습관 체계는 비습관 체계보다 훨씬 빨리 작동한다. 습관에 지배된 쥐는 교차점에서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자동으로 좌회전을 한다. 도로 상황이나 길 찾기에 집중할 필요가 없을 때의 출퇴근길 운전 습관도 마찬가지로 아주 빨리 작동한다. 그러나 북쪽 날개에서 출발한 쥐도 그렇고 새 약속 장소로 가야 하는 상황일 때에도 그렇다시피 습관은 곧잘 실수를 하게 만든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습관 체계는 쥐에게 새로운 상황을 관찰하고 거기에 맞게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게 해준다. 나란히 존재하는 습관과 비습관은 행동 통제의 업무를 분담하며 어느 쪽이 작동하는지에 따라 행동에 차이가 나타난다. 습관과 비습관은 이론적으로는 동시에 움직일 수 있다.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길 안내를 담당해 우리를 사무실로 안내하는 동안, 비습관은 전화 통화에 몰두할 수 있게 한다.
- 습관 체계에 통제권을 넘기는 순간 자동으로 먹게 된다. 어쩌다가 습관 체계에 통제권을 넘겨주게 되는 것인가? 습관을 통제할 수 있는가? 절차를 따르는 습관 체계와 신중한 의식계가 행동을 지휘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두 시스템은 따로 움직이기도 하고 함께 작동하기도 하지 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지는 못한다. 의식계는 어떤 때는 운전을 하고 어떤 때는 하루 일과를 곰곰이 생각하지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 지는 못한다. 의식계가 생각에 잠기면 운전은 습관 체계가 대신 맡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을 그냥 둔 탓에(이른바 멍한 상태) 의식 (비습관 체계)은 행동 권한을 빼앗긴다. 우리는 사건기억에 접속하지 못하 고 마음을 괴롭히는 더 큰 문제에 골몰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상적인 일의 통제권은 습관 체계가 가져간다. 이런 현상은 텔레비전 앞에서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할 때 흔히 일어 난다. 의사들은 과식할 수 있기 때문에 텔레비전을 보면서 밥을 먹지 말 라고 강조한다. 수동적으로 텔레비전을 보는 순간 텔레비전이 의식계의 독점권을 가져간다. 그러므로 텔레비전을 보면서 포테이토칩을 먹으면 습관 체계가 그 행동을 장악한다. 부주의한 운전자가 습관적으로 도로를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도 사인펠드 (Seinfeld)〉 재방송에만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포테이 토칩을 다섯 봉지나 먹을 수 있다. 불행히도 습관 체계는 사건기억에 접 속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복통, 체중 증가, 심장병에 대해서는 아 무것도 모르고, 심지어 적정 한도의 개념도 알지 못한다. 멍한 상태에 있을 때에는 의식적으로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이 유예 되고 미리 프로그램된 절차에 따라서만 행동한다. 만약 이런 자기통제 능력을 무한정 잃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영구적인 자기점검 능력 상실은 이마엽이 손상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데, 이 영역에 배안쪽이마 앞엽겉질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뇌가 중앙에서 행동을 통제하고 점검하는 능력을 잃으면 생각하고 결정하는 능력도 잃게 된다. 뇌가 습관 모드로 바뀌면서 행동도 습관적인 패턴을 따르게 된다.
- 차를 운전하거나 음악을 연주하거나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습관이 되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훨씬 빠르게 잘할 수 있다. 심지어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일부 특정 행동을 자동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의 진짜 장점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습관이 알아서 운전을 하기 때문에 정신이 팔린 운전자는 곧 있을 프레젠테이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 빌리 조엘이 피아노와 하모니카를 동시에 연주할 수 있 었던 이유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피아노를 칠 수 있기 때문이 다. 걷는 행동도 어느 정도까지는 연습이 뒤따른 자동행동이다. 길을 걸으며 전화 통화를 해도 넘어지지 않는 것은 다리를 움직이고 발을 내딛 는 데 의식적으로 집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멀티태스킹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어 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어떤 행동을 온 힘을 다해 연습해 습관으로 만들 고, 그런 다음 그 행동과 다른 두 번째 행동을 같이 하더라도 첫 번째 행동의 효율이나 성과에는 거의 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부터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 생각은 뇌의 비활성 상태가 아니며 마음의 진공 상태에 갇혀 있는 것도 아니다. 상상으로 하는 모든 움직임의 바탕이 되는 것은 전기 정보 의 흐름이며, 그 정보가 신호를 수행하는 신경세포를 훈련시키고 단련시 킨다. 심상 시뮬레이션은 의식계가 무의식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다. 심적 시연으로 단순한 동작을 연습하면 그 동작을 수행하는 신경 근 육 회로에 습관이 형성되어 회로 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움직임에도 심적 시연이 효과가 있을까? 
- 환상사지증후군이 생기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그나마 가장 알맞은 설명은 절단한 팔이나 다리에서 오는 감각을 해석하는 신경 기반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절단 환자는 손이 없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는 알지만 무의식은 아직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뇌는 절단한 손에서 감각 신호를 받는 데 익숙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다른 신경 경로에서 오는 신호인데도 특정 신호가 오면 손에서 오는 신호라고 잘못 해석한다.
- 거울신경은 하품 전염과 관련 있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사회적 친밀 함도 하품의 전염성을 높인다면 사회적 친밀함과 거울신경의 활동에 서 로 연관이 있음을 나타낸다. 오늘날 많은 신경과학자는 거울신경을 이용 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머릿속으로 흉내내는 것이 그 순간의 경험을 체 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주위 사람을 이해해야 할 때 흔히 하는 말처럼 거울신경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다시 말해 영 장류의 사회적 관계와 하품 사이의 연관성은 거울신경이 공감(empathy)의 기초를 마련하는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
- 거울신경이 공감과 사회적 행동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더 간접적인 증거는 사회적 기능이 손상된 사람들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 다. 이미 알다시피 자폐증 환자들은 사회적 상호행동, 소통 능력, 감정 표 현 능력이 손상되어 있다. 이런 유사점으로 인해 신경과학자들은 거울신 경의 기능 부전이 자폐증을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이 아닌지 의문을 갖고 자폐증을 설명하는 깨진 거울 이론(broken mirror theory)을 세웠다. 이 이론은 자아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자폐증 환자들이 단순히 자기감정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 의 감정을 잘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인정할 뿐이다.
- 아직은 이론에 불과하지만 무의식의 심상 시뮬레이션이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방식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조금 씩 밝혀지고 있다. 자폐증이든 자폐증이 아니든 거울신경은 인간 본성의 아주 소중한 특징인 공감 능력을 형성하게 도와준다. 우리는 다른 사람 의 경험을 본능적으로 시뮬레이션해 다른 사람과 우리 자신에 대한 기본 정보를 습득하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의식을 발달시킨다. 골퍼가 경기 전 에 심적 시연을 해보듯이 우리의 심상 시뮬레이션도 우리를 변화시킨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다. 거울신경은 무의식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심상 시뮬레이션은 의식계와 무의식계를 연결하는 다리다. 어느 한 쪽을 이용해 다른 한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포츠선수처럼 훈련의 형태로 심상 시뮬레이션을 사용하면 무의식의 기능이 강화되고 운동 통 제에 필요한 습관적 메커니즘이 미세하게 조율된다. 거울신경을 이용해 무의식적으로 작동되는 심상 시뮬레이션은 우리의 의식적 행동을 만들고 사회적 행동을 조정하며 다른 사람의 경험을 우리의 것으로 내면화하게 도와준다. 스스로 깨닫지도, 동의하지도 않는 사이 무의식계는 눈앞에 보이는 것을 조용히 시뮬레이션한다. 우리는 그런 시뮬레이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단지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나 감정으로만 느낄 뿐이다. 그런 순간의 감정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그런 감정이나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단지 머릿속 깊은 곳 어디에서인가 왔다고만 어렴풋이 알 뿐이다.
- 기억은 상호연결되어 있는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변할 여지가 있다. 뇌는 특징이 비슷한 기억을 연결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건들 을 강조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뇌는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나 중에 그 사건들을 재구성할 수 있다. 진공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기억도, 붙박이로 고정된 기억도 없다. 기억은 촘촘하게 얽힌 이야기처럼 나름의 방향과 관점을 갖고 있으며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다.
- 우리는 감정을 발산한 순간을 기억한다. 9/11 테러 공격 뉴스를 들었 을 때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에게 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지만 장본인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세계를 격 동시킨 뉴스를 들었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그의 인생사에 한 축을 차지했다. 그날 그의 하루에서 스타벅스에 있었던 것은 중요한 요소였던 반면, 세계무역센터가 정확히 몇 시에 공격당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9/11 테러는 개인 신상에서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9/11테러는 역사를 바꾼 순간이었으며 그 사건을 직접 겪었든 멀리서 뉴스로 접했든 그 공포와 비극을 목격했음. 그 뉴스를 어떤 식으로 접했는지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9/11테러를 기억할 때 그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가장 먼저 말하게 되는 것이다.
- 연구 결과에 의하면 부정적 감정에 대한 기억은 행복한 감정의 기 억보다 더 빨리 희미해진다. 심리학에는 기억 무시 모델(mnemic neglect model) 이론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자아인식과 일치하는 일은 쉽게 기 억하는 반면, 자아인식과 충돌하는 기억이나 감정은 쉽사리 무시하는 경 향이 있다. 한 연구에 참가한 피험자들은 행동 목록을 본 후 스스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는지 평가하라는 부탁을 받았다. 목록에는 “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을 것이다”라는 자아에 위협이 되 는 부정적 행동과 “아픈 친구를 여러 날 동안 간호해줄 것이다”라는 자 기 긍정적인 행동이 적혀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피험자들은 목록 에 나온 행동을 가능한 한 많이 기억해야 했다. 그들은 긍정적 행동은 아주 잘 기억했지만 부정적 행동은 마음 편히 잊어버렸다. 연구팀은 비교 실험을 위해 대조군인 두 번째 집단에게 크리스라는 남자에 대해 설명했 다. 그러고 나서 대조군 피험자들에게 행동 목록(긍정적 행동과 부정적 행 동이 모두 적힌 목록이었다)을 보여주고 크리스가 그런 행동을 할 것 같은지 조사했다. 대조군이 나중에 목록 내용을 기억할 때 그들은 긍정적 행동과 부정적 행동을 비슷하게 기억했다.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부 정적 행동이기 때문에 기억에서 쉽게 무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뇌는 개인사를 담은 스냅사진을 배열할 때 자아를 보호하는 방식을 자주 따른다. 뇌의 무의식을 뉴스 채널이라고 한다면 이는 한쪽으로 치우친 뉴스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원이 진보 성향의 텔레비전을 자주 시청하고 공화당원이 보수 성향의 라디오 대담을 청취할 때가 많은 것처럼 뇌의 무의식계는 우리의 자아인식과 세계관에 들어맞는 경험을 합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뇌는 우리의 관점이 유지되게 도와준다. 뇌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가 중요시하는 것을 담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다. 가끔은 시간 순서를 조금씩 뒤섞거나 우리가 믿고 싶은 이야기와 맞 지 않는 사소한 세부 사항을 멋대로 생략한다. 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의식적 사고와 결정 능력을 보호하기 위한 매우 건강하 고 적응적인 기제다. 기억억제는 뇌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생략 오차를 사용하는지 알려주는 극단적 예라고 할 수 있다.
- 자발적 말짓기증이 거의 전적으로 뇌 손상을 입은 사람에게만 나 타난다면 유도된 말짓기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어느 쪽이건 간 에 뇌는 왜 거짓기억을 만들어낼까? 뇌는 왜 기억의 구멍을 있는 그대로 두지 못하는 것일까? 말짓기증은 뇌의 수많은 영역 가운데 안쪽이마앞엽겉질(자기중심 사고와 관련이 있다)이나 눈확이마겉질(감정적 본능과 관련이 있다)같이 어느 한 부분이 손상되면 생길 수 있다. 신경학자들은 고차적 사고와 의사결 정을 내리는 이마엽이 손상되었다는 공통된 원인을 근거로 기억에서 어 떤 스냅사진을 모아야 할지 결정하는 능력이 사라질 때 말짓기증이 생기 고, 과거와는 다른 왜곡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일부 학자들은 말짓기증이 조현병(정신분열증)에서 생기는 것과 같 은 망상의 한 형태라고 믿는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 지만 주요 신경심리학 이론 가운데 하나에 따르면 말짓기증은 기억의 조각이 사라지거나 왜곡되고 자아의 존재감과 안정성이 위협받을 때 생긴다. 뇌의 무의식계는 날조한 기억으로 구멍을 메우는 것이라 할지라도 다양한 기억의 파편을 모아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엮는다. 개인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뇌는 어떤 식으로든 통일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 말짓기증은 무의식적 단계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기억억제 가 감정적 트라우마에서 자아를 보호하듯이 말짓기증은 기억 손상이나 혼동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경학적으로도 이치 에 맞는 추론이다. 말짓기증은 보통 자기중심 사고를 책임지는 안쪽관자 엽의 손상으로 생긴다. 안쪽관자엽은 열혈 대학 농구팬이 경기를 보면 서 선수와 자신을 동일시할 때 점화되는 영역이다. 안쪽관자엽이 손상되 면 자아의식에 위협을 느낀다. 어쩌면 말짓기증은 뇌가 그런 자아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기제일지도 모른다. 앞의 가설이 맞다면 말을 지어내는 심리적 동기가 무엇인지도 설명 할 수 있다. 결국 말짓기증은 하나의 방어기제다. 말짓기증은 기억과 인생사의 연속성이 손상되지 않게 보호해준다. 하지만 이런 가설로도 뇌 가 어떤 식으로 왜곡된 가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거짓기억을 만들 때 뇌는 어디에서 자료를 얻는가?
- 뇌는 기저의 논리에 따라 우리의 경험을 해석하고, 기억을 암호화하 고, 개인사를 기록한다. 무의식계는 우리의 인생을 담은 여러 스냅사진 사이에서 연관성을 만들어내고 각 순간마다 우리의 감정을 관찰해 무엇 을 강조할지 결정한다. 그리고 그 스냅사진들을 배열하고 정리해 통일되 고 간명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우리가 의식하는 인생이 된다. 그러나 뇌 손상 때문이든 매우 혼란스러운 경험 때문이든 그 이야기의 일부가 사라지면 뇌는 평상시와 똑같은 논리 수순에 따라 구멍을 메 운다. 조각이 사라진 채 퍼즐 맞추기를 할 때처럼 무의식의 뇌는 빈틈에 가장 설득력 있게 딱 들어맞을 것 같은 기억과 생각의 조각을 방대한 지 식 저장 창고에서 가져온다. 자기중심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그러하듯이 뇌도 그 사람 개인의 신념, 관점, 희망, 두려움에 의지하면서 이야기의 줄거리를 쓰는 작업을 도와준다. 하지만 뇌는 기억에 생긴 구멍이 심각하 게 크고 경험이 혼란스러울수록 이야기를 지어내기 위해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상태의 뇌가 하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 이 듣기에는 허무맹랑할 수 있다. 
- 신경학자들이 수면마비(sleep paralysis, 가위눌림)라는 신비한 현상에 대해 알게 된 지 한 세기가 지났다. 렘수면 동안 근육이 마비되고 가장 생생 하게 꿈에 빠져든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잠에서 깬 순간 중요한 두 가 지 변화가 생긴다. 첫째, 의식이 완전히 돌아온다. 전기 스위치를 켜듯이 어느 순간 잠에서 완전히 깼음을 깨닫는다. 둘째, 마비된 상태에서 벗어 나 근육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의식과 근육 통제를 담당하는 뇌 영역은 다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두 영역은 동시에 재가동된다. 적어도 대부분은 그렇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에는 의식이 돌아오는 것과 근육 통제가 작동되는 것 사이에 시차가 생길 수 있다. 그때는 잠에서 깨어나 주위 인식은 가능하지만 몸은 몇 초, 길게는 몇 분 동안 마비 상태인 채로 있다. 심지어는 그런 마비 상태가 1시간 넘게 이어졌다는 사례도 있다.
- 학계에서는 수면마비를 겪는 사람이 인구의 8퍼센트 정도라고 추산한다. 미국만 해도 2,000여만 명이 평생 동안 적어도 한 번은 수면마비 를 경험한다. 증상의 심각성은 사람마다 다른데, 대다수는 수면마비 시간 이 고작 몇 초이고 더 이상 길어지지 않아 환각까지는 경험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불안감이 심한 사람일수록 수면마비 동안 낯선 존재가 옆 에 있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수면까지 그대로 이어진 스트레스는 쉽 게 잊히지 않을 환각을 더 무서운 것으로 바꾼다. 약한 형태의 사회 공포 증인 사회적 이미지 기능장애(dysfunctional social imagery)가 있는 사람 도 수면마비가 오면 환각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 사회적 이미지 기능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항상 자신을 주목하고 재단한다고 믿는다. 이런 사람은 수면마비가 찾아오면 외계인이 자신을 실험하고 몸에 무언가를 찔러 넣는 것 같은 환각을 더 심하게 느낀다. 수면마비 증상은 외계인에게 납치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말하는 것과 기이할 정도로 똑같다. 양쪽 모두 어슴푸레한 형체의 침입자가 옆에 있는 동안에는 몸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묶여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 신경과 의사는 관자엽 뇌전증을 앓는 환자들이 겪는 증상을 “과종교 증(hyperreligiosity)” 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관자엽 뇌전증 환자 100명 가운데 한 명에서 네 명은 로버트가 본 것 같은 하늘의 존재가 등장하는 종교적 허상이나 각성 상태를 경험한다. 어떤 환자는 발작의 영향이 이 마엽까지 미쳐 행동방식이 영원히 변하게 된다. 종교의 가르침을 독실하 게 실천하는 신도가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 마이클 가자니가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사람은 관자엽 뇌 전증이 원인이 되어 성령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 어 빈센트 반 고흐도 관자엽 뇌전증 증상을 많이 보였고, 부활한 예수 그 리스도를 만나는 등 여러 번 종교적 환상에 빠졌다. 마이클 가자니가는 모세, 마호메트, 부처 등 종교적 상징 인물도 그들의 행동으로 판단하건대 같은 질병을 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관자엽 뇌전증은 그들이 되어 능력을 갖게 된 원천이었을까? 마이클 가자니가는 그럴 가능 성이 상당히 높다고 의심한다. 종교나 영적 세계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신경신학 분야에서 검사한 종교계 종사자들의 신경 촬영 영상을 보면 그들은 이마엽과 관자엽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연구팀이 관자엽 뇌전증을 앓는 앨리슨의 뇌에 비슷 한 부의를 자극해 그림자 인간을 느끼게 했듯이 신경신학 연구팀도 비슷 한 부위에 전류를 흘려보내 종교인들의 영적 경험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에게 헬멧을 씌워 관자엽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자기장을 흘려보냈다. 그 결과 피험자들은 다양한 영적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죽은 친척의 존재를 느꼈다고 말하는 피험자도 있었고, 정신이 몸에서 분리되는 이른바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피험자 도 있었다. 또 어떤 피험자는 다른 실체'가 옆에 있는 것은 느꼈지만 그 존재가 신인지, 다른 영적 방문자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쨌든 뇌 활동을 자극받은 피험자들은 신비한 존재를 만났다.
- 높은 G포스에 노출된 전투기 조종사나 위급한 상황의 심장마비 환자는 환각이 느껴지는 임사 체험을 경험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 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들 모두의 뇌에서 갑자기 산소가 빠져나간다. 전투기 조종사는 빠른 속력으로 인해 뇌로 들어가는 혈류가 차단된다. 심장마비 환자는 심장의 알맞은 혈액 순환 기능이 상실된다. 피가 없으면 산소도 없다. 연구에 의하면 시각겉질이나 눈으로 들어가는 혈류에 이상 이 생기면 주변시가 상실되고 중심시가 환해지면서 자신은 깜깜한 터널 에 있고 저 끝에 반짝이는 빛이 보인다는 지각이 만들어진다. 전투기 조종사와 심장마비 환자는 뇌의 산소 부족으로 임사 체험을 하게 된다.
- 임사 체험 연구 결과 뇌와 눈으로 향하는 혈류가 위험한 수준으 로 줄어들면 뇌는 시야의 빈틈을 메우려 한다. 뇌에서는 이른바 렘방해 (REM intrusion) 과정이 진행되면서 꿈이 가장 생생한 단계인 렘수면과 비슷한 활동이 시작된다. 렘방해란 꿈속의 시야가 의식으로 들어와 현실 과 몽상의 구분이 흐릿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잠을 자는 동안이나 잠 에서 깬 직후 분명 무언가를 보거나 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아니 었다고 한 경험이 있는가? 꽤 흔한 일이다. 이것이 바로 꿈 내용이 꿈에 서 깬 상태의 정신에 스며드는 렘방해에 해당된다. 연구에 따르면 임사 체험을 한 사람의 60퍼센트는 과거 어떤 형태로든 렘방해를 경험한 적 이 있었다. 이런 환상을 만들어내는 데 관여하는 영역은 뇌줄기에 위치한 청반 일 공산이 크다. 청반은 아드레날린의 사촌 격인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냄으로써 스트레스와 공황에 생리 적으로 반응하게 도와준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투쟁 도피 반응이다. 두 려움과 불안감이 생길 때, 저혈압과 산소 결핍 같은 신체적 스트레스원 이 생겼을 때 이런 반응이 일어난다. 우연치 않게 심장마비 환자와 전투기 조종사는 똑같은 스트레스원을 느낀다. 일단 작동한 청반은 노르에피 네프린을 시작으로 연쇄적인 화학 신호를 내보내고 그 신호는 스트레스 를 받는 상황에서 우리의 감정을 만들어낸다. 공황이 시작된다. 이 시점 에 이르면 어떤 사람들은 신체가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뇌는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려고 안정감을 자아내는 대치 신경전 달물질을 내보낸다. 어떤 식으로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신경계 의 이런 방해 작용은 렘수면의 중요 요소를 움직여 꿈과 깨어 있는 상태의 사고를 뒤섞는다. 임사 체험의 환각은 뇌가 두려움과 공황을 상쇄하고 평온함을 만들 려고 시도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아마도 카를로는 이혼과정 동안 긴 장감과 비참함이 커지면서 청반이 작동했을 것이다. 신체가 보상을 받으 려다가 방해가 일어났고 카를로는 밝은 빛과 아름다움, 기쁨이 가득한 세상으로 들어섰을 것이다. 이 설명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는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은 임사 체험이 죽음에 임박한 사람만이 겪는 경험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 임사 체험은 신경전달물질이 신경계를 통제하려고 싸움을 벌이는 순간 의식이 보게 되는 현상이다. 렘방해에 취약한 사람일수록 임사 체험도 더 자주 경험한다. 뇌는 렘방해 상태에서 스트레스의 영향에 맞대응 하려고 하면서 꿈과 비슷한 환각에 빠지게 된다.  임사 체험 증상이 특히 쉽게 일어나기 쉬운 또 다른 유형은 수면마 비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마비가 있는 사람들일 수록 렘방해는 물론 임사 체험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수면마비와 심장 마비 사이에는 환각에 쉽게 빠지게 만드는 무언가 특별한 연결 고리가, 무의식적으로 죽음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연결 고리가 있 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둘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두려움이다.
- 자신이 외계인에게 납치당했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하며 주장하는 사 람들은 다른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어도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왜 그들은 자신들의 말에 신빙성이 전혀 없는데도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굳 게 믿는 것일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감정적으로 강렬한 기억을 회상 하는 방식은 평범한 기억을 떠올릴 때와는 다르다. 인간은 감정적으로 강렬한 기억은 더 확신하며 떠올리고 이야기에 구멍이 있다는 생각은 거 부한다. 진짜 원인은 수면마비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외계인에게 납치당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 좋다. 수면 마비를 원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그들 마음이다. 그런데 왜 하필 외계인 납치인가? 많고 많은 현상 가운데 왜 하필이면 외계인인가?
- 신에게 말을 거는 것은 기도다. 신이 말을 걸어온다면 그것은 조현병이다. (토머스 새스)
- 조현병이 자아인식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조현병 환자들은 스스로 간지럼을 태울 수 있는가? 그들은 자신의 행 동을 외부 존재의 탓으로 돌린다. 그렇다면 스스로 간지럼 태우는 느낌 과 다른 사람이 간지럼 태우는 느낌을 구분하는 능력이 없지 않을까? 조현병 환자가 자기 손으로 직접 간지럼을 태웠을 때의 느낌과 실험자가 그들 손을 간지럼 태웠을 때의 느낌을 비교한 연구에서 그들은 똑같은 수준의 간지럼을 느꼈다! 조현병 환자들은 자아와 비자아를 구분하지 못 하는 범지구적 문제로 인해 나머지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이루어냈다. 그들은 스스로를 간지럼 태울 수 있다.
- 기시감은 사실 실제로 아무 연관 도 없고 자기 것이 아닌 특정 감각의 경험을 개인적으로 연관짓거나 자 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느낌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경험이 아닌데도 자 신의 감각과 경험이라고 인식하는 느낌이다. 신경 신호가 잘못 전달되었을 뿐인데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의식적 경 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각각의 뇌 회로를 말할 때 에는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 가게의 외관이 기억 속의 모습과 일치한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감각을 느낀다. 어떤 목소리가 자기 목소리와 일치한다면 자기 목소리라고 인정하면 된다. 대단한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거짓 정보가 전달될 때 뇌가 무의식적으로 많은 일 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내 뇌가 코네티컷에서 신호를 잘못 전달했을 때 내가 받은 느낌은 익숙함만이 아니었다. 나는 내 개인의 여행사를 더없이 확고히 주장했다. 뇌의 설명은 지극히 논리적이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장소를 깨달았고 그것이 기억 속의 장소와 일치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과거에 이곳에 와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확히 기억하기 힘들지만 오래전 어린 시 절에 왔던 장소였을 것이 분명하다. 누가 나를 이곳에 데리고 왔을까? 아 마도 부모님이겠지. 합리적인 이야기다. 이렇게 무의식계는 거짓 정보로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냈지만 추론 자체는 합리적이다. 내 뇌는 지금 빈 틈을 메우기 위해 이용 가능한 정보로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만듦으로써 상황을 합리화시켰을 뿐이다.
- 1843년 제임스 브레이드(James Braid)는 '최면 (hypnotism)'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고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최면 상태의 진정한 기원과 핵심은 추상적 개념이나 정신 집중의 습관 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몽상에 빠지든 즉흥적인 추상 개 념에 빠지는 정신의 힘이 하나의 생각이나 연속된 생각에 완전히 몰두 한 나머지 다른 모든 생각이나 느낌, 일련의 사고를 의식하지 못하거나 의식적으로 무심하게 다룬다. 다시 말해 최면에 걸린 사람은 특정한 일련의 사고에 집중하기 때문에 외부의 조언이나 제안에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면은 무의식 상태가 아니라 상상에 극도로 집중한 상태다. 심상 훈련은 스포츠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 심상훈련은 강력한 도구다. 최면이란 외부의 어떤 방해도 없이 제3자에 의해 조종되는 심상 훈련이다. 무언가를 아주 골똘히 상상할 때 그 무언가는 실재가 된다.
- 최면은 뇌의 정보 프로세스를 바꾼다. 그렇기 때문에 최면술사는 최면을 거는 대상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에 최면 상태에서 들어오는 암시는 이마엽의 엄격한 의식적 검열이 작동 중인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존 그루질리어도 말했다시피 이런 이유로 인해 최면, 에 걸린 사람은 상상의 매와 싸운다고 믿으면서 셔츠를 찢으려는 우스꽝 스러운 행동도 할 수 있다. 매가 날아들어왔다는 최면술사의 말은 실제 로는 매가 보이지 않는 내 친구의 시각 지각과는 충돌하는 것이었다. 하 지만 친구의 의식은 그 충돌을 인지하지 못했고 상상으로 빈틈을 메웠 다. 의식의 방어 레이더가 무너지고 그 무너진 틈새로 최면술사의 말이 몰래 스며들었다. 최면술사의 말이 정상적일 때의 말보다 훨씬 강한 영 향력(그리고 더 강한 접근력)을 행사한다면 얼마나 더 강하다는 것인가? 최면술사는 그 대상에게 어디까지 명령할 수 있는가? 일단 최면에 걸리면 최면 암시는 의식의 검열을 받지 않고 머릿속으 로 들어갈 수 있다. 머릿속에 들어온 최면 암시는 의식적 분석을 피하는 잠재의식 메시지와 비슷한 수준의 힘을 발휘한다. 잠재의식의 영향력은 그 역사가 길고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그 역사를 통해 잠재의식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다.
- 행동적 관점에서 보면 백워드 마스킹 같은 잠재의식적 프라임 이미 지를 사용하는 기법은 우리가 자신을 인식하는 방식과 다른 사람을 인식 하는 방식, 상황을 판단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잠재의식 메시 지가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효력을 발휘하는가? 뇌 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의식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데도 프라임 이 미지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fMRI를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무서운 얼굴 사진이 의식에 인식되면 뇌 전체의 영역이 점화되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눈의 수용체에서 보 낸 신호는 시각로를 따라 올라가 머리 뒤쪽에 위치한 뒤통수엽(시야 확 인 담당)에 이른다. 그런 다음 신호는 이마엽과 마루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한바탕 증폭된 신경 활동으로 인해 눈에 비친 것을 해석하고 분석할 여지가 생긴다. 무서운 얼굴을 보았기 때문에 편도(감정 처리 담당)도 활성화된다. 이런 소동이 모두 가라앉으면 피험자는 사진의 표정을 의식 적으로 인식한다. 사진 속의 위협적 표정을 알아차리고 두려움을 느끼며, 심지어는 저 사람이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혹시 심리요법이 필요 한 사람은 아닌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똑같은 사진일지라도 백워드 마스킹 기법으로 보여줄 경우 뇌의 활동 패턴은 매우 달라진다. 경로의 시작은 똑같다. 눈의 수용체에서 시작된 신호는 시각 경로를 따라 올라가고 관련 시각핵을 통과 한 다음 뒤통수엽에 도착한다. 그리고 여기부터는 이전과는 다른 시나리 오가 전개된다. 신호는 이마엽에서 증폭되지 않으며 fMRI에도 신경 활 동 폭발이 잡히지 않는다. 이마엽은 비교적 잠잠하다. 하지만 다른 영역 이 갑자기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뇌의 저 깊은 곳에 위치한 편도가 밝아 지면서4 의식적으로 보지 못한 사진 속의 무서운 표정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해당 피험자는 사진을 보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마엽에서 는 어떤 분석이나 해석도 하지 않는다. 그가 알기로는 그는 그런 무서운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잠재의식적인 프라임 이미지는 그의 뇌에 각인되었고 편도를 비롯한 신경계는 그도 미처 인식하지 못한 그 사진이 불러일으킨 감정을 분주히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지나치듯 흘낏 보낸 시선, 라디오에서 들은 노래의 가사 한 줄, 곁눈질로 바라본 포스터 등과 같이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해도 어떤 한순간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 한다. 감각 수용체에 들어오는 어떤 것이든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거나 그만큼 미묘하게 우리의 감정과 거기에 따르는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영향을 알아채지 못한다.
- 잠재의식 메시지는 과장되게 평가절상되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뚜 렷하지 않다. 하지만 최면은 매우 분명하고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영향력의 차이는 최면과 잠재의식 메시지가 의식과 상호 교류하는 방식 에 있다. 잠재의식 메시지는 의식적 인식을 완전히 피한다. 그러다보니 대상의 사고를 조종하는 능력에도 제한이 따른다. 사진을 의식적으로 본 것이 아니라면 그 사진이 뜻하는 대로 행동하거나 거기에 맞게 행동을 조종하는 결정도 내릴 리 없다. 잠재의식 메시지는 신경계에서 편도의 활동에만 영향을 준다. 즉 감정 상태도 조금만 변한다는 것이다. 잠재의 식 메시지가 개인의 행동에 조금 영향을 미쳐 자가 채점 결과가 약간 달 라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결과 전체가 달라질 정도로 커다란 영향은 아닐 수 있다. 의식에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잠재의식 메시지가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의 최대치도 낮다. 볼링공의 경로를 구슬치기로 바꾸려는 시도와 비슷하다. 이와 반대로 최면은 볼링공을 던지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 최면은 의식적 인식을 피하지 않는다. 피험자는 자신이 들은 암시를 의식적으로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최면은 의식의 사용 방법을 바꾼다. 피험자는 최 면술사가 설명하는 상상의 이미지에 완전히 빠져 그 말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다. 최면은 의식적 인식을 회피하기보다는 대상을 진정시켜 검열과 분석을 하지 않게 만든다. 또한 대상자로 하여금 자기 행동을 검열하 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하는 데 정신을 집중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경험 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 환청을 듣는 조현병 환자의 뇌는 정보 처리과정에 빈틈이 있다. 조현병 환자가 목소리를 들을 때 그것이 자기 목소리 임을 깨닫지 못하고 주위에 그 말을 할 만한 사람이 없으면 뇌는 말이 되 는 설명을 하려고 창의성을 발휘한다. 그래서 첩보 요원, 기술적 장치, 영적 존재 등의 가능성을 생각한다. 이런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 힘을 동원 해 그의 머릿속에 접속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괴상한 설명은 어떤 면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무의식이 불완전한 이야기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나름의 합리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잠재의식의 영향도 마찬가지다. 연구 결과에서도 밝혀졌듯이 외부 에서 가해지는 잠재의식적 작용이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면 그 사람의 뇌는 변화된 행동에 대해 나름의 이유와 동기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 최면이든 광고는 잠재의식 메시지이든 대상을 정해 행해지는 외부 암시는 뇌 활동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백워드 마스킹은 우리로 하여금 있는지도 모르는 감정을 처리하도록 독자적으로 편도를 활성화 시킬 수 있으며, 최면은 상충되는 것을 관찰하는 뇌의 처리과정을 약화시킬 수 있고, 광고의 상징은 안쪽이마앞엽겉질을 활성화시키고 광고가 원하는 식의 선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외부 영향에 지배되는 순간 뇌는 그런 영향을 우리가 자발적 동기라고 믿고 있던 동기와 합쳐버린다. 그러나 앞의 세 가지 기법 가운데에서도 단연코 최면이 가장 강력하다. 어쨌든 최면은 다른 기법보다 훨씬 강력하게 대상자로 하여금 있지도 않은 존재를 인식하게 만들거나 정상 상태에서는 하지 않을 행동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면 따위는 믿지 않는 자원자에게 최면을 걸어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상병이 군사기밀을 누설하게 만들 수 있다면 평범한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 살인자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모든 감각 지각을 다 의식하지 못해도 뇌는 여전히 부지런히 움직이며 지각한 정보를 조사하고 분류한다. 최면은 앞대상겉질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마엽을 차단하지는 못한다. 최면에 걸려도 의 식은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은 자기 행동을 어느 정도 감시할 수 있다. 뇌의 무의식계는 해당 사항이 즉시 관심을 쏟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하면 의식에 신호를 보내 행동을 취하라고 알린다. 명확히 말하면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정신과 병력이나 다른 신경심리학적 질병이 없는 사람도 최면에 빠져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가? 일부러 계획하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은 없다.
- 뇌의 무의식계는 빈틈을 메우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매우 비논리적인 상황을 논리적으로 그럴듯하게 설명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앞에서 살펴본 여러 사례와 연구들은 그 사실을 입증해주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왜인가? 왜 무의식계는 완전 한 서사를 유지하려 하는가? 왜 무의식계는 혼란스럽거나 모순된 경험

을 억지로 이어 붙이는 해석을 만들어내는가? 이유는 우리의 자아의식 을 지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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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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