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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1.05.02 탐닉의 설계자들
  3. 2021.05.02 실험의 힘
  4. 2021.05.02 디지털 경제지도
  5. 2021.05.02 슬로 싱킹
  6. 2021.05.02 소통의 리셋 클럽 하우스
  7. 2021.05.02 당신만 모르는 인생을 바꾸는 대화법

표정의 심리학

심리 2021. 5. 2. 11:03

- 감정은 중요한 사건이 일어날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거기에 대비하게 해준다. 만일 당신의 일부가 끊임없이 세상의 위험 징후를 감시하지 않았다면 교통사고를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위험이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했다면 당신은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위험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사이에 감 정은 이런 일을 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아슬아슬하게 교통사고를 피한 사례와 같이, 대체로 그것은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일단 위험이 지나갔다고 해도 속을 휘저었던 두려움을 여전히 느낄 것이다. 그런 감각이 진정될 때까지 10초에서 15초 정도 걸리는데, 그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감정은 우리 뇌의 일부에 변화를 일으켜서 감정을 유발한 일에 대처하게 한다. 동시에 자율신경계에 작동해 심박, 호흡, 발한, 그 밖의 많은 신체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갖가지 행동에 우리를 대비시킨다. 감정은 또 신호를 내보내고, 우리의 얼굴표정, 목소리, 자세를 변화시킨다. 이 변화들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어날 뿐이다.
- 위험을 감지하는 우리 안의 자동평가기제
감정적 반응이 진행되는 과정이 더 느렸다면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 나는지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이 장에서 제기된 여러 의문에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날 뻔한 사고에서 생 존할 수는 없으리라. 그렇게 신속하게 행동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첫 순간, 감정을 일으키는 결정이나 평가는 놀랍도록 빨라서 자각할 수 없 다. 우리는 주변 세계를 끊임없이 스캔하다가, 우리의 안녕이나 생존을 위협하는 사태가 일어나면 그것을 탐지하는 자동적 평가 메커니즘automatic appraising mechanisms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 감정이 언제 일어나는가를 살펴보면 자동평가기제가 어떤 사건에 반응하는지 추론해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감정경험을 하는 것을 실제로 관찰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 정경험에 대한 기억에서 얻어진다. 결국 감정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기 억하고 그것이 어떤 느낌이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얻어진다. 철학자 피터 골디Peter Goldie는 그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에서 이렇게 해서 얻은 정보를 사후 합리화라고 부른다. 이런 정보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질문지에서 얻는 대답은 불완전하고 상투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마치 감정적 사건 이후에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자신에 게 해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그 대답이 자각이나 기억의 필터를 통 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질문지에 응답하는 경우, 자신이 타인에 게 알려주어도 좋은 것만을 말하는 문제도 있다. 그렇지만 질문지에서 얻어지는 대답도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 자연선택이 우리 생명의 다양한 측면을 형성해온 것은 분명하다. 손 을 한번 보자. 엄지는 네 손가락과 마주볼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징은 대부분의 다른 동물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류 는 어떻게 해서 그런 엄지를 가지게 되었을까? 아마도 아주 옛날 우리의 조상 중에 돌연변이로 우연히 그런 유용한 특징을 가지고 태어났던 자가 있었는데, 자손을 낳고 돌보는 일, 사냥감과 포식자를 다루는 일에 남들보다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으리라. 그 결과 그런 특징을 가진 자손 이 증가하게 되고, 시간이 흘러서 거의 모두가 그러한 특징을 가지게 되 었을 것이다. 다른 손가락과 마주볼 수 있는 엄지를 가지는 것은 '선택' 되었고, 지금은 유전형질의 일부가 된 것이다.
유사한 논리로, 방해가 있었을 때 그것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려고 했 던 사람들이나 제거의 의도를 분명하게 표명했던 사람들은 먹이나 짝짓 기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 시간이 흘러 모두가 그런 분노의 테마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보편적 테마에 대한 두 가지 설명, 즉 인류 보편적 학습과 진화 사이 의 차이는 구체적인 사항들이 획득된 '시점'에 대한 것이다. 진화론적 설명은 우리의 선조 대에서 그런 테마(그리고 다른 장에서 다룰 감정의 그 밖 의 특징)가 계발되었다고 지적한다. 인류 보편적 학습이 존재한다는 이 론은, 분노 테마의 어떤 부분(목표를 추구하려는 욕구)이 진화과정에서 편 입된 것은 인정하지만, 다른 부분(위협과 공격으로 그 목표까지의 장애물을 제 거하는 것)은 개인의 삶 속에서 학습된다고 보았다. 결국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학습하기 때문에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 뇌와 감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리처드 데이빗슨Richard Davidson과 내가 웃음에 초점을 맞추어 공동으로 진행한 다른 연구에서는, 즐거움과 함께 일어나는 뇌의 변화 중 대부분이 웃는 것으로 인해서도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모든 종류의 웃음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초기의 연 구에서 내가 발견했던 웃음, 즉 '진심에서 우러난 기쁨'이 만들어내는 웃음 (9장 참조)의 경우에만 그랬다.22
이 연구에서 우리가 사람들에게 부탁한 것은 특정한 얼굴 움직임을 짓는 것이지만, 개별 감정에 따라오는 특유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에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나는 믿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얼굴로 표정을 만드는 것보다 목소리로 감정을 의도적으로 표현하는 쪽이 훨씬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가능한 한 여성을 찾 았고, 그녀는 실제로 목소리와 얼굴로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 대본에는 배역(대본을 적용하는 당사자와 그 밖의 주요인물)에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의 플롯이 들어간다. 모든 사람이 현 상황에 실제로 어울리지도 않는 과거의 감정적 대본을 투영하는 것은 아니다. 성격에 대한 정신 분석 이론의 통설에 따르면, 사람들이 과거의 대본을 현 상황에 투영하는 이유는 과거 사건이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앙금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느낌이 있거나 표현했다 하더라도 원하는 결과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본은 현실을 왜곡하고, 부적절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며 불응기를 연장한다.
- 가장 저명한 뇌와 감정의 연구자이면서 심리학자인 조지프 르두는 최근 다음과 같이 썼다. 
“조건화된 두려움 학습은 복원력이 매우 강해서 실제로 소거 불가능한 학습 형태에 해당할 수도 있다. ...... 학습된 두려움의 소거불능성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우리의 뇌가 과거의 위험과 결부된 자극이나 상황의 기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대체로 충격적인 상황에서 형성되는 이런 강력한 기억은 일상생활 도중 특별히 도움도 안 되는 상황 안으로 불쑥 침입해올 때가 있다..”
- 감정과 기분moods의 차이를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우리 모두에게 감정도 있고 기분도 있다. 둘 다 느낌과 관련이 있지만 서로 다르다. 가장 명백한 차이는 감정이 기분보다 훨씬 짧다는 점이다. 기분은 하루 종일 지속될 수도 있고 때로는 이틀도 가지만, 감정은 생겨나서 몇 분, 때로는 몇 초 있다가 사라진다. 기분은 미세하지만 지속적인 감정 상태와 흡사하다. 짜증난 기분이라면, 항상 약간 짜증이 나 있으며 쉽게 화가 날 수 있는 상태다. 우울한 기분이라면 약간 슬프며 언제든 아주 슬퍼질 수 있다. 업신여기는 기분에는 혐오와 경멸이 담겨 있으며, 고양된 기분에는 흥분과 쾌감이, 불안한 기분에는 두려움이 담겨 있다.
하나의 기분은 특정 감정을 일으킨다. 우리는 짜증난 기분일 때 화낼 기회를 찾는다. 우리는 세상이 화를 내어도 되는 곳, 화를 내야 하는 곳이라고 해석하게 된다. 짜증이 난 경우, 우리는 보통 때 같으면 화내지 않을 일에 화를 낸다. 그리고 화가 나면 그 분노는 짜증난 기분이 아닐 때보다 더 강렬하고 더 오래간다. 기분은 얼굴에도 목소리에도 고유의 신호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어떤 기분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는 이 유는 그 기분 안에 잔뜩 실린 감정의 신호 때문이다. 기분은 우리의 유 연성을 줄인다. 주변 환경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에 둔감하게 만들 어 해석 방식과 대응 방식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감정도 같은 작용을 하 지만 불응기가 길어지지 않는 한 그것은 한순간뿐이다. 하지만 기분은 여러 시간 지속된다.
- 기분과 감정의 또 하나의 차이는 일단 감정이 시작되고 이를 우리가 자각하면 대개 그 감정을 일으킨 사건을 지적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기분에 빠져 있을 때 왜 그런 기분이 되었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 그저 그런 기분이 들 뿐이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더니 특정 기분이 들 때가 있고 혹은 한낮에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침울해 질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기분을 낳고 그것들을 유지하는 것은 자율적인 신경화학적 변화임에 틀림없지만, 지극히 농밀한 감정경험에 의해서도 이런 기분이 생기기도 한다고 나는 믿는다. 밀도가 높은 기쁨이 고양된 기분을 낳을 수 있듯이, 밀도가 높은 분노는 짜증난 기분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왜 우리가 특정 기분을 느끼는지를 안다. 나는 앞에서 감정은 우리의 인생에 필수적인 것이고, 우리가 감정을 완전히 제거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기분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기분은 종의 생존에 뛰어난 적응성을 가지고 있어서 진화에 의해 선택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 구조가 빚어낸, 의도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기분은 우 리의 선택 범위를 축소시키고 우리의 생각을 왜곡시키며 행동을 통제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어째서 그러한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는 없다. 밀도 높은 감정경험에 의해서 기분이 야기될 때, 기분이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하게 해준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기분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에 비해서 그것이 주는 이로움 은 작다. 가능하다면 나는 다시는 기분을 갖지 않고 감정만으로 살고 싶다. 나는 짜증난 기분이나 우울한 기분을 없앨 수만 있다면 행복의 기분도 기꺼이 포기하련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선택을 할 수는 없다.
- 감정에 사로잡혀 있으면 우리의 선택이나 즉각적인 자각 없이, 일련의 변화들이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우선 얼굴과 목소리에 감정신호가 나타나고, 미리 설정된 행동과 학습된 행동이 일어난다. 신체를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활동이 일어나고, 우리의 행동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조절 패턴이 나타난다. 이와 동시에 연관 있는 기억이 떠오르거나 기대를 하게 되고, 우리 내면이나 주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해석 하는 방식에 변화를 준다. 이런 변화는 무의식적인 것이지 우리가 선택한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는 이를 '불가피한 것'이라고 부른다.
- 심리학자 조지아 니그로와 울리히 나이서는 기억에 관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기억에서는 자신이 구경꾼이나 관찰자의 위치에 서서, 외부 관점에서 상황을 그리고 '외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니그로와 나이서는 이런 유형의 기억을, 기억 속 그 사람의 관점에서 본 기억과 대조시킨다. 대부분의 감정 적 경험을 할 때 우리는 경험에 푹 빠져서 감정에 사로잡혀 버리기 때문 에, 우리 마음의 어떤 부분도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관찰하거나, 그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거나 성찰하지 않는다. 우리는 의식하며 자각하 고 있지만 심리학자 엘렌 랭거Ellen Langer가 말하는, 텅 빈mindless 상태에서 그럴 뿐이다.
기억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별하는 니그로와 나이서의 구분은, 정신과의사이자 불교 사상가인 헨리 와이너Henry Wyner가 의식의 흐름과 그가 목격자라고 부른 것의 차이로서 기술하고 있는 것과 지극히 유사하다. 목격자란 “의식의 흐름 속에 나타나는 의미를 관찰하며 반응하는 자 각”을 말한다. 우리가 감정적 행동을 완화하고 자신의 언동을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신이 언제 감정적이 되었는가를, 더 좋은 것은 자신이 감정적이 되어가는 바로 그 순간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자동평가가 일어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을 자각할 수 있 어서 그 평가를 마음대로 수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것이다. 자동평가기제는 순식간에 작동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달라이 라마와 만 났을 때, 그는 일부 요가 수행자들은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자동평가가 일어나는 극미의 찰나를 연장해서 평가 프로세스를 의식적으로 수정하거나 취소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는 자신을 포함해서 대다수의 일반인에게 이런 평가 자각appraisal awareness' 이 가능할지 의문을 표했다.
달성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 다음으로 가능한 단계는 자동평가 직후와 감정적 행동 시작 이전에 머릿속에 일어나는 생각을 자각하는 일이다. 즉 특정 언동에 대한 충동이 일어나자마자 그 충동을 자각하는 일이다. 우리가 만일 그런 충동 자각 impulse awareness 24을 성취할 수 있다면, 그 충동을 실행으로 옮길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으리라. 
- 상을 당한 사람이 깊은 비통을 보이지 않는 것은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고, 후에 심각한 정신의학적 문제를 낳기 쉬울 것이라고 정신의료 전문가들이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최근의 연구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이 서서히 쇠약해질 경우 그리고 다가오는 죽음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히 있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그런 경우 최종적으로 죽음이 왔을 때 상을 당한 사람은 슬픔은 수시로 느낄 수 있지만 고통은 거의 느끼지 않는다. 애착관계에 어려움이 있었고, 관계가 험악했던 시기나 상당한 불만이 있었다면, 죽음은 절망이 아니라 안도감의 느낌과 함께 해방감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 심리학자 니코 프리다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했다. “죽음이나 이별을 통보받고 나서 당장은 비 통함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같은 통보는 단어에 불과하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 에 돌아와 그때 비로소 비통이 몰려온다."
- 우리는 아주 기쁜 소식을 들을 때 눈물을 그렁거리며 고통의 표정을 보이는 일이 있는데, 그 이유는 아직 과학적으로 해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성 있는 설명 한 가지는 강렬한 기쁨이 감정 시스템을 압도하게 나, 어떤 감정이라도 아주 강렬해지면 순간적으로 고통을 낳는다는 것이다.
분노는 비통에 대한 방어책, 대체물, 때로는 치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애인에게 거부당한 사람이 차여서 화를 낼 경우 절망감은 줄어든다. 절절한 고독의 순간, 슬픔이 되돌아오기도 하지만 또다시 분노에 의해 쫓 겨난다. 고통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 아주 작은 상실의 표시라도 나타나면 즉시 분노를 드러내려고 준비해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심리치료사들은 상실이 주는 슬픔이나 고통이 연장되는 것은 분 노를 자신의 내면으로 향한 결과라고 주장해왔다. 괴로워하는 사람이 분노를 외부로, 즉 죽은 사람이나 떠난 사람, 자신을 버린 연인, 배우자, 선생님 혹은 상사에게 돌릴 수 있다면, 슬픔과 고통은 치유될 수도 있 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죽어버린 사람에게 분노를 느끼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분노만 느끼는 것도 아니고, 분노의 표출이 슬픔이나 고통의 필수적인 치유나 확실한 치유라고 할 수도 없다.
- 약을 충분히 복용하면 괴로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표정과 목소리에 나타나는 슬픔과 고통은 타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지지, 친구와 가족이 주는 보 살핌은 고통을 치유한다. 슬픔과 고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으로부터 그런 치유적인 관심을 덜 받을 수 있다. 타인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슬픔이나 고통을 표현하 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표현은 의도적인 것이 아 니며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지만, 진화의 과정에서 얻은 기능 중 하나가 그런 표현들을 본 타인으로 하여금 배려하도록, 위로하고 싶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슬픔과 고통의 표정이 지닌 또 다른 기능은 상실이라는 경험의 의미를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슬픔이나 고통을 충분히 경험하면, 울음이 어떤 느낌인지, 얼굴에서 느끼는 고통이 무엇인지를 선명히 자각하게 된다. 표정이 없다고 상실의 의미를 모른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약물로 절망감을 완화시킨다면, 그 감정을 알긴 하겠지만 완전히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슬픔이 가진 또 하나의 기능은 그 사람의 자원을 재건하고 에너지를 보존하는 것이다. 
- 감정 이론학자 리처드 라자루스는 분노를 조절하는 아주 어려운 기 술 한 가지를 설명한다. 이 기술이 어려운 이유는 분노를 단순히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해소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배우자나 연인의 언 동으로 감정이 상했다면 우리 자신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 앙갚음을 하는 대신, 그들이 당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책임을 추궁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어떨까. 요컨대 그들은 자제심을 잃어버린 것이지, 원래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 고 추정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이렇게 상대방의 의도를 재평가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게 되고, 갑작스럽게 폭발했 던 것을 용서할 수 있게 된다. 라자루스는 이것이 말하기는 쉬워도 행 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달라이 라마 승하께서도 동일한 접근법을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우 리는 불쾌한 행동과 그 행동을 한 사람을 구분한다. 그 사람이 왜 공격 적으로 행동했는지 이해해보고, 공감하기 위해서 노력하며, 무엇이 그 사람을 분노하게 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사람의 행동에 의해서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그 사람에게 숨겨야 한다. 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분노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 자체로 향해야 한다.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그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도록 그를 도와주려고 할 것이다. 사람들 중에는 도움을 원하지 않는 자들도 있다. 가령 약자를 괴롭히는 자라면 상대방을 지배하고 싶어하고, 잔인한 사람이라면 위해를 가하는 것을 즐길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행동만이 아닌 그 사람 자신에게 분노를 향해야 할 것이다.
- 누구라도 짜증난 기분에 빠지면 화를 억제하기가 힘들다. 짜증이 나 있을 때는 보통 때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일에 화를 내게 된다. 화낼 거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짜증이 나 있으면 그저 좀 귀찮다고 여기고 말 일에도 화를 내며, 보통 화가 날 일에는 격노하게 된다. 짜증이 났을 때 느끼는 분노는 훨씬 오래가며 조절하기가 더 힘들다. 어떤 기분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정말로 좋아하는 활동에 몰두 하다 보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나의 조언은 짜증이 날 때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라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그런 상태임을 인지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분노가 먼저 폭발하기 전까 지는 분명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제야 짜증이 난 상태여서 화가 났음을 깨닫는다.
- 분노는 우리에게 무언가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 변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일으키려면 분노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하려 는 것을 방해받았기 때문이었을까? 우리에게 해를 가하겠다는 위협인 가? 아니면 자존감에 대한 모욕, 거부, 타인의 분노, 어떤 부당한 행위였 는가? 우리는 정확하게 인지했을까, 아니면 짜증난 기분 탓이었을까? 그런 불만을 완화하거나 제거하기 위해서,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분노를 표출하고 분노에 차서 행동하면 그 원인을 제거하게 될까? 
분노와 두려움은 흔히 동일한 상황에서 동일한 위협에 반응하여 일어나지만, 분노는 두려움을 줄이는 일에 그리고 위협에 대처하는 행동을 일으키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분노는 우울증의 대안으로도 알려져 왔다. 문제가 일어났을 때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비 난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노가 우울증과 함께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정 말로 분노가 우울증의 대안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분노는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타인에게 알린다. 모든 감정과 마찬 가지로, 분노는 얼굴과 목소리로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만일 타인이 분노의 원인이라면, 우리의 화난 표현은 그 사람의 행동에 우리가 반대한 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알린다. 타인이 그 사실을 아는 것이 우리에게 유익한 경우도 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감정도 생기지 않았으면 할 때 감정을 꺼버릴 수 있는 스위치를 자연은 우리에게 주지 않았다.
- 우리는 타인의 몸 안을 보면 속이 뒤집히도록 자연에 의해서 프로그램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다. 출혈하는 자 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나 친족일 때는 그런 혐오의 반응이 정지된다. 그런 경우, 우리는 거기에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고 통을 감소시키도록 움직인다. 신체적 고통의 신호나 병의 신호에 혐오 를 느끼는 것이 병의 감염률을 떨어뜨리는 데 큰 기여를 담당해왔음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지극히 유효한 공감이나 연민 능력을 감소시키는 대가를 치르고 실현되는 것이다.
공감이나 연민은 감정이 아니다. 그것들은 타인의 감정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가리킨다.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에서 사람은 타인이 느끼고 있는 것을 인식한다. 감정적 공감emotional empathy에서는 타인이 느끼고 있는 것을 실제로 느낀다. 연민 어린’ 공감compassionate empathy 에서 우리는 타인이 처해 있는 상황이나 감정에 대처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 어진다. 감정적 공감이나 연민 어린 공감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공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연민 어린 공감을 가지기 위해서 감정적 공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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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탐닉의 설계자들

etc 2021. 5. 2. 11:02

- 직감 디자인의 구조
1. 가설 : 자발적으로 OO할까?'라는 가설을 세운다. 단, 플레이어는 가설이 옳은지 그른지 확인할 수 없다. 
2. 시행 : 자발적으로 'OO해보자'라고 생각하고 시험 삼아 행동에 옮긴다. 
3. 환희 : 그 과정에서 OO하는 것이 맞았어!'라고 환희한다. 여기서 비로소 플레이어는 자신의 가설이 옳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 우리의 뇌는 늘 OO해볼까?'라는 식으로 다음 행동에 대한 가설을 만들고 싶어 한다. 실제로 이 개념은 이미 학문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심리학이나 인지과학에서 사용되는 어포던스 affordance라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어포던스는 본래 환경이 동물에게 부여하는 의미로 정의 되지만, 왠지 어렵게 느껴지므로 과감히 풀어서 설명해보겠다. 어포던스는 당신이 무언가를 봤을 때 자연스럽게 OO해볼까?'라고 생각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물론,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를 보고 'OO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는 인간이 그것을 인식해야 한다. 개가 이 물건을 본다 한들 이런 생각을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어포던스와 세트인 개념으로 '시그니파이어signifier가 있다. 어포던스를 전달하기 위한 특화된 정보 를 가리키는 개념인 시그니파이어는 슈퍼 마리오의 경우에 마 리오의 모습과 위치, 산과 풀 등에 해당한다. 정확하게는 화면 의 거의 모든 것이 시그니파이어라고 할 수 있다. 어포던스와 시그니파이어, 이 2가지 개념을 적용해보면 앞에서 아이들이 슈퍼 마리오가 재미없어 보인다고 말한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 '사람들은 왜 게임을 하는가?'
뭔가 철학적으로도 울림이 있는 이 질문에 이 책이 내놓은 답은 다음과 같다.
'게임 자체가 재밌어서가 아니라, 플레이어 스스로가 직감 하는 체험 그 자체가 재밌으니까.”
우리의 뇌는 언제나 이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 뇌가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게임이 '직감적 이해'라는 체험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며 이는 플레이어에게 다가선 체험 디자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 체험의 근간이 바로 '직감 디자인'이다.
- 우리 뇌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미래를 예상하려 하고, 예상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이 세계의 움직임을 학습한다. 그래서 예상이 적중한 뇌는 '미래에 다가올 죽음의 위험도 틀림없 이 예상할 수 있어, 목숨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하기라도 하듯 흥분 물질을 만들어내며 기뻐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예상이 들어맞으면 뇌는 '이제 충분히 미래를 예상할 수 있으니 더 이상 학습할 필요 없어'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때가 바로 예상이 빗나가는 체험'이 등장할 차례다. 예상을 벗어난 체 험을 한 뇌는 미래를 조금도 모르겠어. 죽음의 위험도 피할 수 없을지 몰라!'라는 위기감을 안고 이 세계를 학습하려는 기능을 다시 활성화한다.
피로와 싫증으로 약해진 뇌의 학습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뇌의 예상을 벗어나는 체험을 의도적으로 가미하는 것이다. 장시간의 체험을 디자인할 때 아주 중요한 테크닉이다. 
- 놀람 디자인의 구조
1. 오해: 틀린 가설을 세운다. 단, 플레이어는 가설이 옳다고 확신하고 있다. 
2. 시행: 시험 삼아 행동으로 옮긴다. 단, 플레이어는 가설이 옳다고 확신하고 있다.
3. 경악: 놀란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처음으로 가설, 시행이 오류였음을 깨닫는다.
- 오해하고, 시행하고, 예상 밖의 결말에 놀라게 된다. 이러 한 일련의 체험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놀라움을 주는 것이 바로 놀람 디자인'이다. 직감 디자인의 연속으로 피로와 싫증이 쌓인 플레이어에게 적용함으로써 피로와 싫증을 떨쳐내고 보다 장시 간의 체험을 가져다주기 위해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 디자인을 설계하려면 세밀하게 정성을 들여 계획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순서는 이렇다 (미리 말하지만 꽤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 1. 피로와 싫증이 나타나는 타이밍 파악하기
드퀘에서 '8개의 커맨드 학습을 완료했을 때처럼 피로와 싫증이 정점에 달하는 타이밍에 주목한다.
2. 사전에 오해로 이끄는 세계관 구축하기
'이 게임은 진지하다'는 오해를 사기 위해 차분히 시간을 들 여 잘못된 세계관을 학습시키고 오해하게 한다.
3. 확신을 배신하는 연출 디자인하기
이 게임은 ○○이야', '터부시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라는 2가지 확신을 동시에 배신하는 연출을 한다.
- 놀람 디자인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이나 외면하고 싶 은 것을 그리면서 플레이어에게 무언가를 걸게 하고, 기원하게 하며 플레이어의 성격이 드러나도록 만든다. 이러한 체험 디자 인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놀라움을 가져다주는 것이 직감 디자 인의 연속으로 인한 피로와 싫증을 불식시키고 플레이어를 다 음 체험으로 이끈다. 이것이 바로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는 체험을 디자인하는 기본 전략이다.
놀람 디자인은 플레이어가 체험을 멈추지 않고 지속하게끔 하기 위한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다. 너무 부지런해서 피로를 모르는 플레이어만 있다면 놀람 디자인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중적인 체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놀람 디자인이 필요하다.
- 이야기 내용이란 '주인공이 A에 가서 B가 일어나고 C가 되는 일련의 사건을 가리킨다. 간단히 말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 이야기 내용이다. 이야기 내용은 어디까지나 사건 그 자체를 말한다. 이때 그 사건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수단이 있어야 비로소 이야기 내용은 전달된다. 문자, 영상, 음성과 같은 표현 형식도 중요하고 단어 선택과 전달 순서도 이야기의 재미를 좌 우한다. 이야기를 전달할 수단, 이것이 바로 이야기 언설이다. '이야기는 또한 일련의 사건의 표상representation of a sequence of events' 이라는 정의도 자주 이용하는데, 여기서 '일련의 사건이 이야기 내용, 표상'이 이야기 언설에 대응된다.
정리해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즉 이야기 내용과 이야기 언설을 합친 것이 내러티브가 되는 것이다. 내러티브라는 말이 그다지 익숙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 나 내러티브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 영상과는 별도로 음성만으로 상황을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는 그 사람을...
내레이터narrator'라고 부른다. 내레이터는 내러티브 하는 사람, 즉 이야기를 설명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의미하는 단어라도 스토리에는 '스토리어 storyer'라는 단어가 없다. 전달한다는 의미의 tell'을 붙여서 '스 토리텔러storyteller'라고 해야 이야기해주는 사람'이라는 단어가 된다. 왜일까?
스토리와 내러티브, 둘 다 이야기' 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여기에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즉 이야기 내용에 중점을 두는 반면 내러티브는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즉 이야기 언설을 포함하는 뉘앙스가 있다.
- 애초에 게임 디자이너는 이야기만으로 플레이어에게 감동을 주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게임 속에서M전개되는 가공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플레이어가 성장하는 체험을 디자인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게임 디자이너가 정말로 그리고자 하는 것은 게임 속에서 펼쳐지는 가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이 성장해나가는 플레이어의 이야기다.
- 가공의 이야기: 가공의 세계에서 가공의 캐릭터가 겪는 이야기. 플레이어가 성장하는 체험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이 지니 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이야기: 게임이라는 체험을 통해 플레이어 자신이 겪는 이야기. 현실에 존재하는 플레이어를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성장시켜야 한다.
- '게임보이(1989, 닌텐도)용으로 출시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 은 '포켓몬스터(1996, 닌텐도)'에 등장하는 151마리의 포켓몬을 모조리 기억하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하고 한숨을 내쉬던 부모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포켓몬을 기억 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게임은 도입부에서 3마 리의 포켓몬 중 한 마리를 고르게 하고, 백지로 된 포켓몬 도감 까지 건넨다. 전체상과 빈자리를 모두 인식시키고 한 마리씩 포 켓몬 잡는 체험을 반복하니 기억을 못 할 리가 없는 것이다. 플 레이어가 빈자리를 의식하게 만들고 수집, 반복을 통해 이끌어 감으로써 플레이어를 성장시키는 구조가 인상적이다.
- 반복하면 무엇이든 능숙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쳤다느니 질렸다느니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우리는 반복을 멈춰버린다. 만약 피로도, 싫증도 모르고 반복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천직일 것이 반복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에서 그런 것을 발견한다면 그건 말 그대로 행운이다. 그런 점에서 게임은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반복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행복감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좋고 나쁨을 평가해주는 것을 게임 업계에서는 '피드백'이라고 부른다. 피드백이 있어야만 플레 이어는 스스로의 선택과 재량의 의미를 파악한다. 동시에 난 잘 했어' 혹은 내가 망쳤어' 라며 플레이어 자신이 주어가 되어 체 험을 실감할 수도 있다. 플레이어가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고, 재량도 없으며, 어떤 행동을 해도 돌아오는 리액션이 똑같은 게임은 재미있을 리가 없다. 게임은 언제든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른 리액션을 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다.
- 플레이어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이고 싶다면 주인공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이면 된다. 그것이 바로 주인공에게 강렬한 문제를 일으켜 철저히 불행하게 만들고 괴롭히는 '잔혹한 디자인의 목적이다.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체험 디자인 에는 반드시 필요한 스킬이다.
자, 이제 겨우 공감 조건 하나를 클리어했다. 주인공의 불 행으로 플레이어가 주인공에게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동행자도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진정한 공감으 로의 길은 멀기만 하다. 다음 조건은 플레이어와 주인공이 같은 생각을 가지는 것으로, 이것이 공감 체험의 시금석이자 운명의 갈림길이다.
- 맞서려면 플레이어의 기분을 생각하는 것이 지론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의 최후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이야기 디자인을 통과 해왔다. 번롱을 통해 성장하고 스스로의 의지를 갖게 되어 스스로가 그린 이야기를 스스로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체험이었다. 특히 성장이라는 체험에서는 수집과 반복, 선택과 재량, 번의와 공감과 같은 거친 체험을 열심히 헤쳐 나왔다. 다시 말해, 몹시 힘든 여행이었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수십 시간, 바람의 여행 자는 수 시간을 들인 이 긴 여행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런데 마지막에 시작점으로 되돌아가며 게임은 끝이 난다. 긴 시간을 소비한 의의가 전혀 없는, 한낱 헛수고였다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어 보이는 결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예를 들어 여행은 어떤가. 돈과 시간을 할애하여 여행을 즐기고 나면 마지막에는 시작점인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당연하다. 결 국 집으로 돌아오니까 여행에는 의의가 없어. 모두 헛수고야'라 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여행은 여행이라는 체험 자체가 본질이다. 물론 집으로 돌아오면 여행은 끝이 나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여행이라는 체험을 통해 당신은 성장하고, 여행을 가기 전과 다녀온 후의 당신은 다른 사람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여행의 의의다. 게 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이라는 체험 자체가 본질이며, 체험을 통해 플레이어가 바뀌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 플레이어의 마음을 움직이는 체험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금 까지 논의한 체험 디자인 방법을 한 페이지로 밀도 있게 응축하여 복습해보기로 하자.
1. 직감 디자인: 가설→시행 환희 
2. 놀람 디자인: 오해 → 시행 경악 
3. 이야기 디자인: 번롱 →성장→의지
직감 디자인은 체험 디자인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체험이 다. 틀에 박힌 체험을 자발적 체험으로 바꿔 플레이어 스스로가 직감적으로 행동하도록 돕고, 나아가서는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체험을 디자인하기 위한 수법이다. 사람들의 뇌와 마음의 공통된 성질과 기억을 이용하여 단순하고 쉽게 체험을 디자인함 으로써, 모든 플레이어가 가설을 시행하고 가설이 옳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 환희를 느끼게끔 한다.
그러나 직감 체험에는 문제가 있다. 연속된 직감 디자인은 플레이어에게 피로와 싫증을 초래하여 체험 자체를 멈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푹 빠지게 되는 체험을 디자인하기 위해 함께 필요한 것이 놀람 디자인이다. 놀람 디자인은 전제에 대한 확신과 일상에 대한 확신을 이용하여 플레이어의 예상을 뒤집음으로써 놀라움을 준다.
이 2가지 체험 디자인을 조합하여 직감적이고 질리지 않는 장시간의 체험을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체험에 의의가 없 다면 플레이어의 마음은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이야기 디자인이다. 상황을 이해하려는 플레이어를 번롱하고 성장하게 만들어 스스로 의지를 갖기까지 이야기를 통해 체험에 의의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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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의 힘

사회 2021. 5. 2. 11:00

- 1970년대까지는 심리학과 경제학이 별 개의 학문으로 발전했다. 처음에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심리학 영역에서 실험을 진행했고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판단과 의사결정에서 반복되는 다양한 실수들을 설득력 있고 정확히 짚 어 내는 실험들을 연이어 고안해 냈다. 
그들은 1974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불확실한 상황에 서의 판단 추단법과 편향」에서, 전통적인 경제 모델이 가정하 는 것만큼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입증하며, 그야말로 우 리의 인식 체계를 바꿔 놓았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인간이 추 단법, 즉 경험에 바탕을 둔 어림법을 이용해 신속하고 효율적 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걸 알아냈다. 그들은 가용성 추단 법’ availability heuristic 을 어떤 사건이 기억에서 잘 떠오르는 정도를 기주으로 그 사건의 빈도와 확률 혹은 원인을 평가하는 인지적 경하로 정의했다. 또 대표성 추단법representativeness heuristic에 따르면, 어떤 개인이나 대상 혹은 사건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우리는 과거에 형성된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특징을 찾는 경향을 띤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의 공동 연구를 계기로, 인간은 합리적이 지 않다는 걸 입증하는 논문들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그들의 논 문은 오늘날 행동 경제학이라 칭해지는 학문의 도약대 역할을 해냈다. 마케팅과 협상, 의학적 의사결정 등 다른 분야들도 체계적 편향에 주목하며, 그 가능성을 그들의 분석에 반영하기 시 작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이런 아이디어는 적잖은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그 이 후의 공동 작업이었다. 그들은 정통 경제학자들을 위한 경제학 학술지 『에코노메트리카』에 게재한 「전망 이론: 위험한 상황에 서 내려진 결정에 대한 분석」에서, 경제학의 핵심적 가정인 합 리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학적 모델을 경제학 언어로 풀어냈 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야심은 요약문의 첫 문장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이 논문은 의사결정 과정을 기술하는 모델로서의 기대 효용 이론을 비판하고, 대안적 모델로 전망 이론을 제시한다.” 마침내 그들이 경제학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 좋은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때 실수할 것이라 예측하며 그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까지 마련한다. 넛지 는 인간의 이런 성향을 이용한 것으로, 세일러와 선스타인은 선 의의 정책 입안자와 관리자가 사람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도구로써 넛지를 적극 추천했다.
선택 설계자라는 개념은 의사결정의 개선에 활용되던 과거 의 접근법과는 극명히 대조된다. 예전에는 많은 행동 경제학자와 행동 심리학자가 개개인이 편향성을 떨쳐 내고 더욱더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도록 도움을 주는 데 주력했다면, 넛지는 선택 환경에 변화를 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장기 기증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옵트 아웃 시스템은 현상을 유지하려는 편향성, 즉 현재의 상황에 변화를 주지 않으려는 인간의 성향을 이용한다.
사람들은 장기 기증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구태여 밝히려고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옵트 아웃 시스템에서 장기 기 증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기본값의 전략적인 선택은 지금도 이메일 수신 등록부터 퇴직 연금 가입까지 다양한 경우에 이용된다. 우리에게 제시되는 기본값이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있다. 
-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공정 거래라는 개념은 새로운 전자 상
거래의 등장으로 서서히 사라졌다. 따라서 더 공평한 인터넷 시 대라는 약속도 희미해졌다. 2015년 뉴요커는 업데이트된 만평을 게재했다. 이번에는 캄란 하피즈Kaamran Hafeez의 작품으로, 1993년 만평의 주인공이던 익명의 개들이 다시 등장했고 “인터넷에서 누구도 네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던 때를 기억해?"라는 설명글이 더해졌다.
- 한 세기 전, 백화점 왕, 존 와너메이케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광고에 쓴 돈의 절반은 낭비한 것이다. 그런데 난처하게도 어느 쪽 절반인지를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는 조직에게 광고 효과를 평가하는 새로 운 기회를 제공했다. 바로 '실험'이란 방법이다!
- 이베이 경제 팀에서 일하던 경제학자들, 톰 블레이크와 크리스 노스코, 스티브 타델리스는 구글 광고에 대한 수익률을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구글 광고를 게시하거나 중단하며 시장에 변화를 주었고, 구글 광고를 통해 이베이에 접속하는 사람들을 추적했다. 물론 유기적 결과를 통 해 접속하는 사람들, 즉 광고료를 지불하지 않는 구글 검색 결 과를 통해 이베이에 접속하는 사람들도 추적했다.
그 차이는 극명했다.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구글 광고를 중 단한 시장에서는 광고를 통해 이베이에 접속되는 흐름이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 시장에서 유기적 검색 결과를 통한 접속은 확연히 증가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구글에서 이베이' 혹은 이베이와 관련된 검색어를 검색하고는 광고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유기적 결과를 보려고 아래로 스크롤할 이유가 없었던 사용자들이 상단의 유기적 검색 결과를 클릭한 것 이었다. 그들은 어차피 이베이를 찾아 접속할 텐데 무의미한 광고를 집행한 셈이었다. 달리 말하면, 이베이가 매년 구글에 지 불하던 거액의 광고비가 거의 낭비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베이와 그다지 관련되지 않은 품목의 광고라면 매출 확 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이베이는 '중고 깁슨 레스폴'Gibson Les Paul이란 검색어에 광고해 상당한 수익을 거둔 적이 있었다. 하기야 기타를 검색할 때 기타와 이베이를 관련 짓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더구나 그런 광고는 이베이에서 구매해 본 적이 없는 사용자들에게 더욱더 효과가 있었다. 그들은 이베이에서 어떤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지도 제대로 몰랐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실험 결과에서, 정보가 부 족한 잠재 고객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때 광고가 더 효과적 이라는 이론이 새삼스레 입증되었다.
이 실험을 근거로, 이베이는 구글 광고를 줄였다. 이제 구글 에서 '이베이'를 검색하면 유기적 결과만이 나온다. 이베이가 '이베이'라는 검색어에 더 이상 광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 스탠퍼드의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앨빈 로스는 한 번의 특별한 실험보다 일련의 실험'에서 배운 것을 자주 언급한다. 다양한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을 되풀이할 때 더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알리바바가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을 내렸고, 연구자들이 무척 냉정하게 실험을 실시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할인 판촉 프로젝트와 그 가격 전략의 다른 부분들을 시험하고 다듬기 위해 더 많은 실험을 실시했더라면 그들의 플랫폼이 상당한 이익을 얻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조직이 실험을 성공적으로 해내려면, 올바른 대 답을 얻는 것만큼이나 올바른 질문을 제기하는 게 중요하다. 관 리자들은 상품 자체를 테스트하는 데도 주력해야 하지만, 올바 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기준틀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 을 어떻게 활용한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경계 적 조건과 메커니즘을 알아내려고 애써야 한다는 뜻이다. 알리 바바의 경우로 말하자면, 특정한 가격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할인이 어떤 이유에서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 알아내려고 애써야 했다는 뜻이다.
-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정부 기관과 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의 일원으로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걸 도왔고, 주요 항공사들이 가격 정책을 개발하는 것 도 지원했다. 또한 노동과 차별에 대한 분쟁에서 전문가로서 증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경제학자들이 테크 분야에 대거 진출 하는 현상은 처음이었다. 아마존과 이베이, 구글과 마이크로소 프트, 페이스북, 에어비앤비와 우버 같은 주요 기업은 이제 경제학 박사들로 구성된 대규모 팀을 두고, 더 나은 설계 선택을 찾아 머리를 짜내고 있다. 예컨대 아마존에는 100명이 넘는 경제학 박사가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 경제학부를 압도한다. 그런 경제학자들은 많은 기업이 엄격한 실험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부딪치던 장벽을 피하는 능력을 보여 주며, 테크 분야의 실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테크 분야의 실험을 설계하고 해석하는 이론적 토대와, 실험에 언제 어떻게 투자해야 하느냐는 지침을 제공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해냈다.
- 요즘에는 거의 모든 테크 기업이 실험을 실시하고, 앞으로도 실험을 계속할 것이다. 게다가 테크 기업은 끊임없이 실험해야 한다. 실험이 그들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테크 기업들은 상품과 서비스, 설계와 메시지 전달, 선호성과 접속 등을 끊임없이 테스트하며, 무엇이 효과가 있고 없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이런 실험은 테크 기업만이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가치가 있다. 데이 터를 근거로 삼으면 더 나은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을 텐데, 직관적 결정의 결과에서 비롯되는 저급한 서비스를 원하는 사용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달리 말하면 사용자는 실험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고, 기업은 실험 과정을 비밀로 감추지 않고, 실험과 관련된 의사소통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는 영리하다. 소비자는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조금씩 수정하며 고객의 반응을 살핀다는 걸 알고 있다. 기업은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준수하며 실험해야 한다. 결국 기업이 연구에 관해 감추는 것이 없다면 의혹을 떨쳐 내고 고객의 지지를 받아, 향후의 실험에 참여하는 고객의 적극성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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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지도

IT 2021. 5. 2. 10:59

- 긱 이코노미 부상
'긱(Gig)'은 사전적으로 소규모 회장에서의 연주회를 뜻합 니다. '긱'이란 단어는 1920년대 미국의 재즈 공연장 부근에서 단기계약으로 연주자를 필요에 따라 섭외해 공연한 데서 유래했지요. 이후, '기'이란 단어에는 '임시로 하는 일'이라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기업이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형태의 경제를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각종 프리랜서와 1인 자 영업자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와 단기 계약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를 의미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IT기술입니다. 정보를 저장하는 저차원의 기술 중 하나가 USB입니다. 또 다른 방법이 클라우드입니다. 제가 자료를 USB에 담지 않고 '나에게 메일 보내기'로 자료를 첨부해서 이메일로 보내놓고 현장에서 이메일을 열어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클라우드에 저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또 다른 정보 저장 방법이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기억해야 할 블록체인의 특징은 두 가지입니다. 블록체인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두 가지 특징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바로 조작이나 허위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중개자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단체 카톡방 안에서 약속을 정했기 때문에 나중에 딴말을 못 하는 겁니다. 정보를 모두와  공유했기 때문에 조작이나 허위가 불가능합니다. 
- 내부 업무에 RPA를 도입해 업무처리의 효율성을 높인 대표적 기업으로 골드만삭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금융시장을 분석하기 위해 인공지능 분석업체인 켄쇼(Kensho)에 약 1,5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켄쇼의 인공지능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기업실적 및 신제품 발표, 주가동향 등 금융시장 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RPA 적용을 통해 숙련된 애널리스트 15명이 4주 동안 걸리는 복잡한 금융데이터 분석을 단 5분만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기존 업무처리의 속도를 놀랍도록 향상시켰습니다.
- 신기술 개발의 대표적인 사례가 벡텔의 레드힐스 프로젝트입니다. 미국 미시시피에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대규모 광산 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였지요. 벡텔은 레드힐즈 건설의 구매조달 프로세스에 RFID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는 무선 주파수(RF, Radio Frequency)를 이용하여 물건 또는 사람 등의 대상을 식별(IDentification)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을 말합니다.
당시 건설현장에서는 건설자재의 입고, 재고, 출고와 같은 정보 관리는 사람이 직접 수집하여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집된 건설자재의 정보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한 건설자재와 이에 관한 정보가 표준화된 방식 없이 건설현장에 제공됐기 때문에, 건설자재의 필요한 정 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고,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벡텔은 건설 중에 사용되는 파이프 스풀(Spool), 서포트(Support) 및 행거(Hanger) 같은 자재에 IC칩을 등록시 켜 실시간으로 위치 파악 및 추적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을 구축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벡텔의 레드힐즈 건설공사 를 대상으로 미국 건설산업연구원이 효율성을 분석한 결과 평균 30퍼센트(100 행거 당 159분)의 작업시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나타났고 재고관리 및 재작업비용 절감과 자재의 추적 및 재고관리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 IoT를 구성하는 3대 기술이 있는데, 첫째는 센싱 기술이다. 전통적인 온도·습도· 열·가스 · 조도 초음파 센서 등부터 원격 감지, SAR, 레이더, 위치, 모션, 영상 센 서 등 유형 사물과 주위 환경으로부터 정 보를 얻을 수 있는 물리적 센서까지를 포 함한다. 물리적인 센서는 응용 특성을 좋게 하기 위해 표준화된 인터페이스와 정 보 처리 능력을 내장한 스마트 센서로 발 전하고 있다. 또한 이미 센싱한 데이터로 부터 특정 정보를 추출하는 가상 센싱 기능도 포함되며 가상 센싱 기술은 실제 IoT 서비스 인터페이스에 구현된다. 기존의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센서보다 한 차원 높은 다중(다분야) 센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층 더 지능적이고 고차원적인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둘째, 유무선 통신 및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이다. IoT의 유무선 통신 및 네트워크 장치는 기존의 WPAN(Wireless Personal Area Networks), WiFi, 3G-4G LTE, Bluetooth, Ethernet, BCN, 위성 통신, Microware, 시 리얼 통신, PLC 등 인간과 사물,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 모든 유무선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셋째, IoT 서비스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IoT 서비스 인터페이스는 IoT의 주요 3대 구성 요소(인간 · 사물·서비스)를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응용 서비스와 연동하는 역할 을 수행한다. IoT 서비스 인터페이스는 네트워크 인터페이스의 개념이 아니라 정보를 센싱, 가공·추출 처리, 저장, 판단, 상황 인식, 인지, 보안·프라이버시 보호, 인증 인가, 디스커버리, 객체 정형화, 온톨로지 기반의 시맨틱, 오픈 센서 API, 가상화, 위치 확인, 프로세스 관리, 오픈 플랫폼 기 술, 미들웨어 기술, 데이터 마이닝 기술, 웹 서비스 기술, 소셜네트워크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터페이스(저장, 처리, 변환 등)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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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싱킹

인문 2021. 5. 2. 10:57

- 행복의 비밀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데 있다. (제임스 매슈 배리, 피터팬의 작가)
-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는 지구에 와서 흐드러 진 장미꽃밭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장미꽃이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한다. 그러자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이 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어린 왕자의 장미꽃은 유일무이한 존재라서가 아니라 어린 왕자 가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햇볕을 쬐어준 시간 때문에 소중해 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마찬가지다. 그 일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 일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의미와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 우리가 생각을 할 때 뇌의 작업기억 working memory 이 작동한다. 작업기억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뇌에 저장하거나 필요할 때 뇌에 저장된 정보를 꺼내서 순간적으로 처리하는 일종의 작업장으로, 컴퓨터의 램RAM과 비슷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작업기억은 용량이 크지 않아서 짧은 시간 동안 한정된 정보만 처리할 수 있다. 가뜩이나 용량이 작은 작업 기억에 걱정이 들어서면 문제를 해결할 기량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 에 없다.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집중하는 슬로싱킹에 익숙해질수록 위급할 때 걱정에 사로잡히기보다 생각에만 냉철하게 집중할 수 있 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작업기억의 가동률을 최대로 높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슬로싱킹의 위력이다.
-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루이스 이그내로는 2006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노벨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 답했다. “일주일 내내 24시간 동안 왜, 어떻게'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야 하고, 해답을 얻었을 때 보상받았다고 생각하는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196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한스 베테는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물리 문제를 풀어낸 비결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첫 번째는 머리죠. 두 번째는 아무 결과도 안 나올 문제라도 기꺼이 매달려 오랜 시간을 생각하면서 보내는 것입니다.”
노벨화학상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은 좋은 아이 디어를 떠올리는 방법을 묻자 많은 생각을 하고 그중에서 나쁜 걸 버리라고 대답했다.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생리의학자 바버라 매클린톡은 자기 연구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옥수수를 연구할 때 나는 그것들의 외부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 안에서 그 체계의 일부로 존재했다. (...) 나는 종종 나 자신을 잊어 버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 내가 나 자신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인만은 평소 '물리와 논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물리는 그의 유일한 취미이자 일이자 오락이었고 그가 늘 생각하는 대상이었다. 그는 길을 가면서도 과학적인 문제를 생각했고, 심지어는 멈춰 서서 손을 공중에 내저으며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것들 사이의 거리는 이렇고, 그러면 이건 이렇게 되고.........” 그러고 있으면 경찰이 수상쩍게 여기고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나중에는 경찰들도 그를 알아보고 다시 붙잡지 않았다고 한다.
- 손정의는 평소 이런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비전은 갑자기 떠오르지 않습니다. 평소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머리가 터지라고 생각해야 겨우 떠오릅니다. 2~3일 정도 생각했더니 번쩍하고 떠오를 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한시라도 생각을 멈추지 마십 시오. 적어도 저는 항상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그런 집념, 신념이 없으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은 평소 뭔가를 새로 창조한다는 것이 너 무 재미있어서 '아침저녁에도 그 생각, 자고 일어나도 그 생각, 무언가 부족한 것이 없나, 있으면 보강하고 물어보고 했다고 한다. 그 야말로 1초도 쉬지 않고 생각의 끈을 놓지 않은, 전형적인 슬로싱커 였던 것이다.
-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그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피 대신 생각이 흐르게 하라. 그 정도로 한결같이 강렬하게 하나만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일을 성취하는 원동력이다.
- 『뇌내혁명』에서 우리 몸은 교감신경이 작용할 때 긴장 상태가 되고 부교감신경이 작용할 때 이완 상태가 되는데, 부교감신경이 작동하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부교감신경이 우위인 순간은 잘 때뿐이며 깨어 있는 동안에 부교감신경이 우위이게 하는 수단은 명상이다. 천재는 뇌파를 알파 상태로 만들어 뇌 내 모르핀을 그만큼 쉽게 끌어내는 요령을 체득한 사람이다. 이 말은 명상뿐 아니라 슬로싱킹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슬로싱킹을 하면 우리는 잠들지 않고도 몸과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고, 그럼으로써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장기기억을 쉽게 인출하고 생각을 즐길 수 있게 된다.
- 낮잠을 자면 일을 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것은 상상력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당신은 낮잠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처칠)
- 간화선은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종파인 조계종에서 쓰는 차선 방법이다. '간화看話란 화두를 보다' 또는 화두를 보게끔 하다라는 뜻이다. 또 화두란 참선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구하는 문제로, 답을 절대 구할 수 없지만, 의심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다. 화두는 답이 없으므로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에 진전이 없다. 화두를 생각하는 일을 가리켜 '길 없는 길을 간다'고 표현하기도 하 는 이유다.
극단적으로 피드백이 없는 문제, 즉 화두를 두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의식의 통합작업공간 이론에 따르면 주어진 문제를 계속 생각한다는 것은 문제가 의식의 무대 위에 올라 조명을 받는 상태다. 그러면 그 내용이 장기기억에 생중계되고, 의식의 내용과 관련한 장기기억이 활성화하면서 무대 근처로 이동해 무대에 오르기 쉬운 상태가 된다.
- 잠이 든 상태에서 창의성이 고양된다는 것은 이제 신경과학 분야에서 정설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창의성 발현에 어떤 수면단계가 관여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있다. UC샌디에이고의 수면 연구가 사라 메드닉 Sara Mednick은 렘수면에서 창의력이 발휘된다고 주장한다. 렘수면이 연상기억을 촉진하는 동시에 연상기억과 비연상기억을 통합하는 활동도 촉진하기 때 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의 발레리아 드라 고 Valeria Drago는 창의력이 비렘수면에서 발휘된다고 주장한다. 비 렘수면 상태에서는 코르티솔에 의한 각성 수준이 낮아져 의식에서 멀리 떨어진 장기기억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얀 보른 교수는 창의성이 전반부 수면에서 극대화된다고 주장한다. 깨어 있는 동안 학습 활동으로 얻은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변환되는 것은 꿈을 꾸지 않는 비렘수면 중에 일어나는데, 이러한 변환 대부분이 전반부 수면 중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창의성 발현을 위해서는 밤늦게까지 깨어 있기 보다 일찍 잠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나의 몰입 경험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 MIT의 신경과학자 매슈 윌슨 Mathew A. Wilson은 우리 뇌가 낮에 경험한 중요한 정보를 밤에 잠을 자면서 복습함으로써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3/4바퀴를 회전하면 초콜릿 우유를 먹을 수 있는 원 형 트랙에 쥐를 풀어놓고, 쥐가 움직일 때마다 해마에 있는 뉴 런의 전기 신호를 기록했다. 그런 다음 쥐가 잠든 동안 뉴런 전 기 신호를 기록해 이를 해독해보았더니 낮에 트랙 위를 탐색했을 때와 동일하게 3/4바퀴를 회전한 후 시냅스 발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쥐가 잠을 자면서 낮에 경험한 위치 정보를 복습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결과다.
- 놀라운 아이디어는 우연히 떠오른 것 같아도 실은 어떤 문제 하나를 두고 끈질기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몰입의 결과다. 7년간 '페르마의 정리'에만 매달린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가 남긴 다음 말은 숙면일여 상태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과정을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려면 한 문제에 완전히 집중한 채로 엄청난 시간을 인내해야만 합니다.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그 문제만 생각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완전한 집중, 그 자체지요. 그런 다음에 생각을 멈추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 무의식이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때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게 되지요. 완전 집중 뒤의 휴식 - 이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 시냅스를 매개로 하는 우리 뇌의 운영체계를 보면 두뇌 발달이 후천적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뉴욕대학의 조지프 르두는 저서 『시냅스와 자아』에서 우리의 사고와 감정, 활동, 그리고 기억과 상상은 모두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결과라고 말한다. 시냅스는 학습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한다. 이렇게 새로운 사실을 배울 때마다 뇌의 구조가 미세하게 조금씩 변하고, 이런 과정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자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즉 시냅스에 영향을 끼친 학습의 결과가 한 인간의 인격을 구축하는 데 주된 역할을 한다.
- 시냅스가 어떻게 배선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실체가 결정되고 유지된다는 것은 곧 인격을 자신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식에 입력되는 내용을 스스로 조절하려 노력함으로써 시냅스 배선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면 나라는 사람 자체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러트거 스대학 분자행동 신경과학센터 소장, 폴라 탈랄 Paula Tallial의 이 말은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신이 입력하는 대로 당신의 뇌를 스스로 창조할 수 있다.
You can create your brain from the input you get.
- 1880년부터 1920년대까지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천재 과학자와 수학자들이 줄줄이 태어났다. 현대 컴퓨터 이론을 만든 존 폰 노이만, 핵분열 연쇄 반응을 발견해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레오 실라르드, '수소폭탄의 아 버지'라고 불리는 에드워드 텔러, 홀로그래피를 발견한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때 태어나 교육받은 이들 가 운데 노벨상 수상자는 7명, 울프상 수상자도 2명이나 된다.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 인재가 집중적으로 나타난 이 현상은 많은 연구자의 관심을 끌었고 '헝가리 현상The Hungarian phenomenon’으로 불리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결은 난도 높은 문제를 스스로 깊이 생각해 해결하게 하는 교육에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 로 외트뵈시 경시대회 Eotvos Contests 다. 고교 마지막 과정에 오픈북 형태로 치러진 이 시험은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많은 정답을 맞히느냐가 아니라 문제 풀이 과정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논리적이냐를 기준으로 1등을 선발했다. 지식의 양이 아니라 깊이와 창의성을 테스 트한 시험으로, 당시 헝가리 고교생들 사이에 수학 붐을 일으켰다.
다른 사례는 《노말KoMal》이라는 고등학생 대상 수학 저널이다. 《쾨말》에는 난도가 다른 6~8개의 수학 문제가 실렸는데, 시간에 구 애받지 않고 문제 풀이에 매달려 답을 찾는 재미에 푹 빠진 학생들 이 매달 출간을 애타게 기다렸다고 한다.
사비로 이 잡지를 매달 출간한 이는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라츠 라즐로 Rz Laslid 였다. 그는 뛰어난 제자들이 많았고 그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도 많았는데, 그의 제자이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유진 위그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60년이 흐른 후에도 라츠 선생의 사진을 사무실 벽에 걸어둘 정도로 그를 존경했다고 한다. 
-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은 모두 오르막이다.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 당신이 소망하고 이루고 싶은 것, 당신이 누리고자 하는 것은 모두 오르막이다. 문제는 사람들 대부분의 꿈은 오르막인데, 습관은 내리막이라는 사실이다. (존 고든 Jon Gordon, 동기부여 전문가)
- 촬영 결과 몰입 상태일 때는 평상시보다 전두엽의 오른쪽이 더 활성화하고 두정엽은 비활성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무속인이나 티베트 승려가 깊은 명상에 들어갔을 때의 뇌 상태도 이와 일치한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신경과학자 앤드루 뉴버그의 저서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에 따르면 명상에 빠진 불교 신자와 기도 에 몰두하는 프란치스코회 수녀가 아주 강렬한 종교 체험의 순간에 도달할 때 뇌 상태를 촬영하면 두정엽 일부 기능이 현저히 저하하고 전두엽 활동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앤드루 뉴버그 는 종교적 활동으로 위치와 방위를 판단하는 두정엽과 운동을 관장하는 후두엽이 연결된 부위가 비활성화하면 자신과 외부의 경계가 사라진다고 느끼며, 이 상태가 바로 자신이 외부 또는 절대자와 일 치되었다고 느끼는 영성 상태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종교가 있든 없는 우리 뇌에는 영성을 느끼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뇌 과 학에 따르면 몰입과 종교 활동에는 차이가 없는 셈이고, 바로 그래 서 내가 몰입하면서 일종의 종교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아인슈타인 역시 종교적 상태에서 창조성이 발현된다고 다음처럼 말하고 있다.
"나는 뛰어난 과학 견해는 모두 깊은 종교적 감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에서 유일하게 창조적인 종교 활동이라고 믿는다. 이 '무한한 종교적 감정은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알려주기가 매우 어렵다. (...) 내 견해로는 이 감정을 일깨우고 이것을 이해하는 사람들 속에서 계속 이 감정이 유지되게 하는 것이 학문과 예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몰입의 장점은 지극히 창조적인 생산 활동을 하면서 종교적인 신 성함과 지고의 선까지 경험하는 최상의 삶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결국 몰입이란 종교와는 무관한 종교 체험인 동시에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집중 상태에 이르기 위해 스님들은 왜 답이 없는 화두에 도전할까. 며칠 만에 문제가 풀려버리면 몰입도가 떨어져 삼매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라도 도전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문제가 풀리든 안 풀리는 몰입 자체가 우리에게 깊은 만족감과 감동을 준다. 어떤 경우에도 몰입으로 잃을 것은 없다. 오히려 자신을 한 차원 성장시킬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삶도 의미 있고 축복받은 삶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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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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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세상이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은 정말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한국에 소개된지 불과 4개월도 되지 않는 소셜 플랫폼 클럽하우스에 대한 책이 출간되었다. 

클럽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고등학생인 자녀들로부터다. 2월쯤에 자녀들이 유명래퍼가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랩도 하고, 사람들은 그걸 듣는다고 했다. 관리자가 있어서 대화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엘론 머스크도 나와서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주변에 클럽하우스를 시작한 친구도 있는데, 한번 들어가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듣게 되는 중독성 강한 SNS라고 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회사에서도 호기심에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받아 몇 가지 테마를 들어본 직원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호기심이 생겼지만, 안드로이드 유저인 나로서는 직접 경험할 수 없었고, 곧 안드로이드 앱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와 책을 통해 느낀 클럽하우스의 돌풍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이유인 것 같다.
첫째, 인싸들의 놀이터.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초기 아이폰 유저로 사용자를 한정지은 것이 신의 한 수라고 여겨진다. 실제 아이폰 유저 중에서도 개발자나 흔히 말하는 인싸 혹은 저명인사들이 초기에 많이 참여했다.
둘째, 코로나로 인한 집콕 문화와 현실소통의 부재. 코로나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무언가 소통의 배출구가 필요했다.
셋째, 일방향 SNS에 대한 답답함.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혹은 인스타그램은 실질적으로 일방향 의사소통이다. 물론 댓글이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팔로워들과 소통을 하기도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쌍방향 소통은 아니다. 결국 친구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갈망을 해소해 주는 새로운 SNS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준 것이다.

클럽하우스의 선풍적인 인기에 다른 SNS들도 긴장한 것일까, 유명 소셜 미디어 기업들도 서둘러 음성대화 기능을 내놓고 있다. 트위터가 음성 대화 서비스인 ‘스페이스(Space)’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슬랙(Slack), 링크드인(LinkedIn)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 서비스들도 클럽하우스와 매우 유사한 음성 대화 기능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클럽하우스가 그 돌풍을 지속시킬 수 있을지는 안드로이드 앱 출시 이후의 추이를 봐야할 것 같다. 인싸들의 특징은 일반 대중들이 모르는 장소, 물건 등에 대해 먼저 경험해 보고 그걸 자랑하는 것인데, 안드로이드 앱이 나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는 앱이 되었을 때, 클럽하우스의 주요 유저들이 계속해서 남아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백신 보급과 함께 점차 마스크를 벗고 정상생활로 돌아가는 상황이 되었을 때도 계속해서 클럽하우스의 인기를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결국, 클럽하우스의 지속가능성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의미있고 진정성 있는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안드로이드앱이 출시되어 클럽하우스를 경험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된 개인적 리뷰임을 밝힙니다.

 

-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편안함을 느껴야 할 공 간에 이제는 부담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초창기 소셜 미디어는 자신의 간단한 소식을 전하고,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현실 세계의 친구들과 온라인에서 연결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소셜 미디어의 대표 주자인 페이스북은 학교 인증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었고,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실제 관계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한국의 싸이월드도 실제 인연을 기반으로 한 '일촌'으로 연결을 확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당시 우리가 열광하며 밤을 새우게 했던 이 서비스들은 10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면서 정제된 콘텐츠를 전시하는 개인 쇼룸으로 변모해버렸다. 아름답게 포장된 공간들을 구경하며 나 또한 경쟁에 휩싸이게 된다. 다들 너무 행복한 것 같은데 나만 불행한 것은 아닌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나 또한 나의 쇼룸을 최대한 열심히 꾸며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본다. 하지만 결국 포장에 능하거나 업로드를 꾸준히 잘해내는 몇몇 사람들만 살아남는 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업로드 자체를 포기하며 단순 소비자로 전락하게 된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함에 있어 포장된 모습만 보여줘야한다는 압박감이 엄청난 피로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 클럽하우스가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정식 중 하나는 정말 확실하게 따르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핵심 기능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클럽 하우스에 의하면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2021년 3월 기준).
1. 방 안에서의 경험(room experience).
2. 검색과 발견(search & discovery).
3. 신뢰와 안전을 보장하는 구조(trust & safety, infrastructure),
4. 성장과 확장(growth & expansion).
클럽하우스 서비스의 모든 업데이트나 개선 방향을 보면 위의 네 가지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외의 나머지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클럽하우스에서 사진을 공유하는 방법이라든지, 추가로 텍스트 기반 연락을 보낼 수 있는 메시지 기능, 클럽하우스 안의 강연 등을 녹음하거나 동시 송출할 수 있는 기능들에 대한 요구는 계속 있었지만 아직 개발되지는 않았다. 이는 클럽하우스의 서비스 방향성과 우선순위가 명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대화 후에 많은 교류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메시지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 클럽하우스를 하면서 오히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는 이용자도 생겼다.
- 클럽하우스의 문제 중 하나는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위계 구조'(hierarchical structure)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들어온 사람들은 안드로이드폰이 아니라 아이폰을 쓰는 사람,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초대' 받은 '인싸'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안에서도 유명한 정도, 사회적 지위, 리 더십의 크기, 클럽하우스 참여 빈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위계가 드러나 TULICH DOCH 'moderator', 'speaker', 'followed by the speakers, others in the room' 등 등급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사회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좀 더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클럽하우스의 가장 큰 단점은 '공들이지 않은 콘텐츠의 난무'입니다. 오래 동안 수다를 떨었지만 (수다가 원래 그렇듯) 남는 게 없는 대화가 많아요. 일상에서 가까운 지인들과의 수다는 설령 배우는 것이 없더라도 사회성 강화, 스트레스 해소, 관계 지속 등의 유익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셜 플 랫폼은 남는 게 없는 대화만으로는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때 문에 제대로 기획되고 잘 짜인 형식의 이벤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정보가 나올 만한 구성과 질문, 깊이 있는 통찰이 오갈 수 있는 대화 방식 등 앞으로 실험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인 이슈들이 있을 때 클럽하우스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 것인가도 궁금합니다. 기본소득 같은 이슈들이 제대로 논의되었을 때 즐거웠고, 미얀마 민주화 시위나 동양인을 향한 혐오 범죄 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부족하다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네요.
- 처음 트위터가 나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비유는 집 앞에 흐르는 시냇물'이었다. 이 물줄기를 따라 떠내려온 수많은 병이 지나간다. 그 병 안에 작은 쪽지가 들어 있다.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묘사한 표현이 었다. 물론 여러모로 '해상도가 낮은 비유였지만(4K를 표현하기에는 아직 내 언어 실력이 멀었나보다) 초기 트위터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마다 중얼거리는 짧은 말들이 각자 구성한 팔로어 목 록에 맞춰 물줄기를 채운다. 싸이월드는 한국의 기본 정서인 '촌수'로 연결 거리를 수치화해 현실 세계를 반영했고, 페이스북은 특정 학교의 동문 네트워크로 시작됐다. 인스타그램은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그가 자랑하듯 보여주는 앨범에 가깝다.
이렇듯 소셜 미디어의 기본 특성은 현실 세계의 반영인데,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반영할지에 따라 각기 다른 속성을 지닌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영화 <매트릭스>를 꿈꾸며 각자의 방식으로 이 사회 를 표현하기 위해 저마다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동시에 연결 속에서 생겨나는 크고 작은 피로감과 두려움 때문에 연결을 두려워한다.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발달한 뇌 덕분에 우리는 매일같이 고독감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러한 욕망을 생각한다면 소셜 미디어 는 자연스럽게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서비스다.
- 소셜 미디어의 시대를 열어젖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거대한 연결망으로서 각자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실 세계를 재현했다. 그 과정 속에서 현실 세계의 한계와 문제를 함께 재현했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문제에 대처했으나 결과는 비슷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사회, 소속감과 안락함은 제공하지만 확장이 멈춰버린 네트워크. 초연결의 결과로 '초분절이 생겼다.
- 언캐니밸리uncanny valle)'는 로봇공학 분야의 용어로, 불쾌한 골짜기 라 불리는 현상이다. 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에 의해 처음 소개된 이 용어는, 인간이 로봇을 마주할 때 우리에게 벌어지는 한 가지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로봇이 점점 더 인간과 비슷한 형상이 될수록 그것에 대한 우리의 호감도는 증가한다. 예컨대 로봇 청소기는 가전제품으로 인식되지만 기술의 발달로 청 소기 외형이 인간과 유사한 모습으로 변하면 우리의 호감도가 올라 가 애정을 느낀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간을 닮은 정도가 어느 지점 을 넘어서면 강한 거부감이 발생하면서 심한 경우 혐오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로봇과 인간과의 구별이 거의 불가능한 정도에 이 르면 그 로봇에 대한 호감도가 다시 수직으로 상승해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수준까지 도달한다. 이때 인간과 비슷한 로봇과, '인 간과 거의 똑같은 로봇 사이에 존재하는 불쾌감의 영역을 '언캐니밸리' 또는 불쾌한 골짜기'라고 부른다.
이는 게임 그래픽이나 만화에도 적용된다. 게임에 있어서 투박한 그래픽은 오히려 게이머의 몰입이나 이입을 도와 애정까지 느끼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그래픽스(CG)의 발달로 인간을 보다 실감 나게 모델링할 수 있게 되면서 종래의 게임 속 투박한 인물들이 그려내는 어설픈 리얼함'을 불쾌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가상과 현실의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하게 되 면서 게임 업계가 이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 만화 산업의 영역에서 보자면, 세계적인 만화 이론가 스콧 맥클 라우드scott McCloud가 《만화의 이해》에서 언급한 탈바가지 이론에서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처럼 단순화된 캐릭터에는 사람들이 쉽게 이입하고 애정을 느끼지만, 현실적인 그림체로 묘사할수록(정보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그 인물을 '타인'이 나 '악역'으로 인식한다는 내용이다. 맥클라우드의 언급을 반영하듯, 일본의 수많은 만화책과 한국의 웹툰 작품에서도 주인공을 좀 더 기호적으로 묘사하고 악당은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기법이 발전해왔고 지금도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 클럽하우스 사용자 가이드
1. Be yourself: 자기 자신으로 임하세요.
2. Be respectful: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세요.
3. Be inclusive: 포용적 자세를 보이세요.
4. Build empathy and understanding: 공감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쌓으세요.
5. Foster meaningful and genuine connections: 의미 있고 진정성 있는 인연(관계)을 만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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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처음에 저자의 이름이 '스쿤'으로 되어 있어서, 미국사람이거나 한국인 중에서 필명을 '스쿤'으로 쓰는 사람인 줄로 착각했다. 책표지를 넘겨보니 중국에서 인터넷으로 온라인 스피치 수업을 진행하며 수만 팬을 거느린 말하기 고수였다.

화술, 협상 등과 같은 실용서는 유행을 타지 않고 지속적으로 신간이 출간되는데, 이 책은 이전의 다른 책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우선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보통 전문강사들이 지은 책은 일화나 사례 중심으로 "이럴 땐 이렇게 말하세요"와 같은 가벼운 내용 중심이다 보니,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지만, 읽고 돌아서면 머리에 남는 게 없게 된다. 반면에 교수님이나 학자들이 지은 책은 이론적 배경을 중심으로 쉽게 설명해도 될 내용을 너무 어렵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어서 읽는 내내 "그래서 어쩌란 말이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흔히들 말솜씨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과학적 접근법과 체계적 연습을 통해 말하기 스킬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부제는 '말 잘하는 사람의 여덟가지 공통점'인데 영어인 LANGUAGE의 앞 글자를 따서 다음과 같이 말잘하기 8가지 법칙을 만들어냈다.

1. L : Logic (로직)
2. A : Analogy (유추)
3. N : Narrate a picture (장면묘사)
4. G : Good story (좋은 사례)
5. U : Unexpected (예측 불가)
6. A : Ask (질문)
7. G : Gain (이득)
8. E : Empathy (공감) 

이 책은 말잘하기 8가지 법칙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법칙내의 세부법칙과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각 장의 핵심내용을 도식화하여 표현하고 있어서, 읽은 내용을 머릿속에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 제시한 8가지 법칙 중에서 가장 마음깊이 와 닿는 법칙은 맨 마직막 법칙인 '공감'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알기쉽게 말해도, 결국 듣는 사람은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앞의 7가지 법칙은 곰곰이 뜯어보면 말을 하는 형식이다. 형식을 어떻게든 갖춘다고 해서 듣는 사람이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진정한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듣는 이를 감동시키는 방법은 결국 내가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을 통해 작성된 개인적 의견임을 밝힙니다.

 

- “우리는 지력智力으로 남에게 영향을 미칠 순 없다. 하지만 감정은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 완벽한 표현은 좌뇌의 이성과 우뇌의 감성이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너무 이성적인 말은 듣는 이가 반박할 수 없게끔 만들어 그 사람의 기분을 망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감성적인 말은 듣기엔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해 듣는 사람은 화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간파할 수 없다. 따라서 말을 잘하고 싶다면 이성과 감성을 잘 버무릴 줄 알아야 한다.
즉,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감성적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듣는 상대가 감탄하게 되는 말은 언제나 논리의 틀을 갖추고 있다. 이 틀을 따라가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화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상대에게 공감을 끌어내거나 상상력을 자극해 설득력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실감 나는 묘사에 청중은 연신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논리는 당신을 A에서 B로 옮겨 주지만, 상상력은 당신을 어디로든 데려다 준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 논리적 표현 방법을 머릿속에 저장하라
step 1 항로 설정: 주제와 중심내용 정하기 "말하고 싶은 것을 한 문장으로 축약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step 2 구조 잡기: 분류하는 습관 갖기 “중심내용을 정했다면 말하고 싶은 것을 잘게 쪼개자.”
step 3 북마크 지정: 무엇을 말할 것인지 선택하자. “주제를 분류한 뒤 각각에 이름을 붙여 요약해 주자."
step 4 신비의 숫자 3: 정보는 3개가 적당하다. "분류한 것 중 단 3개만 말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step 5 수미상관 말에 힘을 싣자 “한 문장으로 내 말을 정리해 보자”
- 호소력 있는 표현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추상적인 묘사를 절대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들은 소박한 정원사처럼 각각의 사물을 조합해 또 다른 생동감 있는 장면,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청중이 충분히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유도하 며 '갖고 싶다'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도록 만든다.
- 논리는 사람의 골격이고 유추(비유)와 장면 묘사는 사람의 피와 살 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이 3가지 요소만으로는 완전한 사람의 모습을 갖출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성격, 성장 배경, 이야기와 가치관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갖춰져야 말에 '인성'이라는 영혼이 생긴 다. 말에 영혼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떠 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 말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집을 짓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 다. 논리는 집의 기초골조가 되고, 유추(비유)와 장면 묘사, 이야기는 집의 인테리어 역할을 한다. 마지막 인테리어는 집주인의 품격에 따라 달라진다
- 영어 단어 중 Attention(집중력)’은 ‘Pay(지불하다)'와 함께 쓰인다.
“Pay attention, please!(집중하세요!)”
이제 우리는 사고방식을 뒤집어야 한다. 집중력이 사유 재산과 같 은 형태라면 함부로 지불하지 않는다. 우리가 청중을 만족시켜야만 그들은 비로소 자신의 집중력을 지불할 용의를 내비친다.
이렇게 특수한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신중하게 말을 꺼내 어 상대의 집중력을 최대한 오래 붙들고 있어야 한다. 특이한 옷을 입거나 이야기 도중 기침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이 집중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그 방식에 부합하는 말을 해야 한다.
- 기차 여행 중이던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기차표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차장이 승객들의 승차권을 검사하고 있었다. 표를 검사하던 차장이 아인슈타인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누구인지 잘 압니다. 틀림없이 표를 사셨을 겁니다. 걱정 마세요.”
아인슈타인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떡이며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그러나 이 위대한 물리학자는 바닥에 엎드려 좌석 아래를 살피기 시작했다.
차장은 “박사님, 걱정하실 것 없다니까요. 전 선생님이 누구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내가 누군지는 나도 알아요. 그런데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었는지 모르겠단 말이요.”
- 한 기자가 말년의 아인슈타인을 인터뷰했다.
“당신이 이렇게 많은 발견을 하고 또 세상에 공헌할 수 있게 한 원천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아인슈타인은 질문을 듣고 시가 한 대를 입에 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나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아닐세. 그저 세상에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을 뿐.”
- “만약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당신의 관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설득의 예술을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를 설득할 때는 이익에 호소하고 이성은 배제하라.”
프랭클린의 말이 맞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설득하면 상대 또한 나와 함께 점점 이성적인 생각을 한다. 양쪽 모두 이성적인 사고를 한 다면 두 사람은 결코 공통의 인식을 갖지 못할 것이다. 앞서 우리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 원하고 나머지는 버린다고 배웠다. 여기서 '달면 삼킨다.' 라는 부분을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당신이 말하는 내용이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최대한 어필하자. 이것이 통했을 때 상대는 비로소 당신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할 것이다.
- 하버드대학교의 경영전문가는 사람이 설득을 당할 때 자신도 모르 게 5가지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5가지 중 하나라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면 누구든 쉽게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당신의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뭐죠?” 
“당신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뭐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쓸모가 있죠?”
“당신이 말한 것을 어떻게 증명하죠?"
- 언어학자 올리버 홈스Oliver Wendell Holmes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늘 정태적인 말로 사실을 포착하려고 하지만 이는 우리를 곤경에 빠트릴 뿐이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아이에게 “너는 왜 매 사에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니?”라고 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사람도 변하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자신의 단점을 충분히 고칠 수
있는데도 어른이 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면 나중엔 정말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어른으로 성장할지도 모른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아이들은 12살 전에 자아가 형성되며 자기감정에 대한 의존성이 강해진다. 따라서 아이들은 어른이 하는 말 을 곧이곧대로 믿고 마음 깊은 곳에 새긴다. 무심코 내뱉은 어른의 말이 아이에겐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슬픔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말을 들은 아이들은 자신감이 무너지고 계속 자책하게 될 것이다.
생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아이들은 이런 언어폭력의 기억을 대뇌의 해마에 저장해 두고 계속해서 돌이킨다. 그리고 언어폭력이 한 겹씩 쌓일 때마다 깰 수 없이 단단해진다. 바로 '언어의 낙인효과'다. 한 번 낙인이 찍히고 나면 절대 지울 수 없고 심지어는 그 아이의 일생 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내가 바보라고? 그럼 진짜 바보가 되어 주지. 나는 가망이 없다고? 그럼 정말 가망 없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 주지."
- “평가를 수반하지 않은 관찰은, 인간의 지혜를 고귀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방식이다.” -인도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Jiddu Krishnamurti
- 상대의 기분을 망치지 않으면서 긍정적으로 충고하는 방법이다. 이른바 'BEST Happy-긍정적인 충고' 이다. BEST Happy는 다음의5가지를 포함한다.
B - Begin with encouragement, 격려로 시작하기
E - Examples, 상대가 개선할 수 있는 것을 예로 들기
S - Solutions, 구체적인 해결방안 제시하기
T - Tips sharing, 독창적인 조언을 해주기
H - Happy ending, 마지막엔 상대에게 용기를 북돋아 줌으로써 상대를 행복하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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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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