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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5.07 규칙없음
  2. 2021.05.07 앞으로 10년 세상을 바꿀 거대한 변화 7가지
  3. 2021.05.07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4. 2021.05.07 돈 보다 더 중요한 것들
  5. 2021.05.07 고백

규칙없음

경영 2021. 5. 7. 19:57

- 당시에는 나도 잘 몰랐지만, 우리에게는 블록버스터에 없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절차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능률보다 혁신을 강조하며,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는 문화였다. '인재 밀도talent density'를 기반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직원들을 이끄는 데 초점을 맞추는 기업문화 덕분에, 우리는 지속 적으로 성장하며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맞춰 같이 변화를 모색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우리 회원들의 요구 역시 우리와 함께 변신을 거듭했다.
넷플릭스는 다르다. 우리의 문화는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다.
-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이렇게 말 했다. “우리에게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점을 연결해 미래를 점칠 능력이 없습니다. 오직 지난 일을 돌이켜보며 그 점들을 이어볼 따름이죠. 하지만 여러분은 여러분의 앞날에 그 점들이 어떤 식으로든 이어질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배짱과 운명, 삶과 업보, 그 무엇이 되었든 여러분은 그런 사실을 믿어야 합니 다. 이런 시각은 한 번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인생의 고비마다 저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잡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영국 버진 그룹Virgin Group의 창업자인리처드 브랜슨 경 Sir Richard Branson의 만트라는 A-B-C-D Always Be Connecting the Dots(항상 점을 이을 것)' 였다고 한다. 그리고 브랜딩 전문 가 데이비드 브라이어 David Brier와 패스트컴퍼니 Fast Company는 인생의 점을 연결하는 방식에 따라 현실을 보는 법이 결정되고, 그 결과 결정을 내리고 결론에 도달하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내용의 매 혹적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점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질문하도록 직원들을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남이 해왔고 지금도 하는 방식을 답습하여 점을 연결한다. 이렇게 하면 현상 유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가 점들을 다른 식으로 연결하는 순간,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 빠르고 혁신적인 직장은 소위 말하는 '비범한 동료들로 구성된다.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가지고 있는 비범한 동료들은 재능이 뛰어나고 창의력이 남다르며 중요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긴밀히 협력한다. 이 첫 번째 점이 확실하게 자리 잡지 않으면, 다른 원칙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 넷플릭스 매니저들이 솔직한 피드백을 제시하라고 직원들의 등을 떠밀 때 사용하는 첫 번째 기법은, 평소에 부하직원과 일대일로 만날 때 피드백을 제시하게 정하는 것이다. 부하직원에게 피드백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린다. 피드백을 첫 번째 안건이나 마지막 안건으로 정해, 운영 전반에 관한 논의와 별개의 항목으로 다룬다. 상사인 자신에 게 피드백을 제시하게끔 부하직원을 독려한 다음, 원하면 자신도 피드백을 제시한다.
피드백을 받을 때의 태도도 중요하다. 어떤 비판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대응하고 소속 신호.belonging cue'를 줌으로써 피드백을 마음놓고 제시해도 좋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4A 피드백 지침
피드백을 줄 때
1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피드백은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불만을 털어놓거나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피드백은 용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동변화가 상대방 개인이나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납득시켜야 한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이를 쑤시는 모습이 무척 거슬립니다”는 잘못된 피드백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식이어야 한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이를 쑤시는 습관을 고치신다면, 파트너들이 팀장님을 좀 더 전문가답다고 여길 것이고 그래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을 겁니다.”
2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피드백은 받는 사람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쿠바에서 에린에게 준 피드백이 “교수님의 프레젠테이션이 메시지 자체를 망치고 있다”는 코멘트로 끝났다면 잘못된 피드백이었을 것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것이다. “청중에게 그런 방식으로 의견을 구하게 되면, 결국 미국인들만 참여하게 됩니다.” 더 좋은 방법도 있다. “회의장에 있는 다른 나라 출신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교수님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게 전달될 겁니다.”
피드백을 받을 때
3 APPRECIATE(감사하라): 비판을 받으면 변명부터 하려 드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반사적으로 자존심이나 체면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니 피드백을 받으면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자제하고 이렇게 자문해 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고언을 신중하게 듣고, 열린 마음으로 그 의미를 짚어보며, 수세를 취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4. 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넷플릭스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된다. 어떤 피드백이든 일단 듣고 생각해 봐야 한다.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되, 피드백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 사람들은 큰 보수를 보장받을 때 가장 창의적으로 변한다. 집안일이나 생활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때는 창의성이 떨어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는 성과에 따른 보너스가 아니라, 두둑한 연봉이 좋다.
막상 보너스를 없애고 보니, 또 한 가지 놀라운 변화가 눈에 띄 었다. 베스트 플레이어들을 데려오기가 한결 더 쉬워진 것이다. 흔 히들 보너스를 제시하지 않으면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그 반대였다. 우리가 최고의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경쟁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급해야 할 돈을 모두 연봉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 직장의 인재 밀도를 높이려면, 창의적인 직책에 평범한 사람 10명을 앉힐 생각을 말고, 아주 뛰어난 인재 1명을 채용하라. 그런 사람을 뽑을 때는 시장에서 그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금액을 제시하라. 그들의 연봉을 해마다 조정하여 경쟁사가 제시할 수 있는 금액보다 많은 연봉을 지급하라.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할 여유가 없다면, 그보다 못한 사람을 몇 명 내보내 그 돈으로 최고를 붙들어라. 그렇게 하면 인재 밀도는 더욱 높아진다.
- 나는 모든 직원에게 손익계산서를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매주 성과의 수치를 확인했다. 배송은 전부 몇 건 이었나? 평균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인기 순위 1, 2위 영화에 대 한 고객의 요청을 어느 정도 충족시켰는가? 우리는 또한 경쟁사가 알아서는 안 될 정보가 가득한 전략 문건을 커피머신 옆 게시판에 붙여놓았다.
우리는 이런 정보를 공개하면서 잭 스택이 했던 것처럼 직원들이 회사를 신뢰하고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길 바랐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나는 우산을 접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이후로 우린 넷플릭스의 경쟁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는 물론이요, 모든 재정적 결과까지 전 직원에게 알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 회사의 내부 전산망 홈페이지에 올린 4페이지짜리 '전략 베팅 Strategy Bets' 이다.
내 목표는 직원들이 자신을 회사의 주인으로 여김으로써 회사의 성공을 위해 자기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크기를 늘리는 것이었 다. 막상 회사의 기밀을 공개하고 나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성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직원들이 더욱 현명해진 것이다. 고위 중역들 만 접할 수 있던 정보를 말단 직원에게도 알려주면, 그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여 일을 더욱 능률적으로 하게 된다. 정보를 캐묻고 승인을 구하는 절차를 없애고 나니, 업무 처리의 속도도 현격히 빨라졌다. 그들은 상부의 견해를 물을 필요 없이, 적시에 필요한 결정을 내렸다.
대부분의 회사가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고위 매니저들은 재무 혹은 전략 관련 정보를 숨김으로써, 직원들이 능력과 지능을 발휘할 기회를 빼앗는다. 직원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을 거론하는 기업은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권한을 실제로 증가시 킨다는 건 몽상에 불과하다. 실제로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 줄 만큼의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 리더가 실수를 선샤이닝' 하면 사람들은 '아!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도 과감하게 모험을 선택한다. 이는 회사 전반의 과감한 혁신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도움을 청하면 더 배울 수 있다. 실수를 인정 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 리더가 실패한 사례를 공개하면 직원들은 더욱 용기를 갖고 모험하게 된다.
- 리더나 롤 모델의 미덕은 겸손이다.성공했을 때는 조그맣게 얘기하거나, 스스로 말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라. 하지만 실수했을 때는 직접 분명하고 큰 소리로 말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알고 당신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게 하라. 잘한 일은 작은 소리로, 실수는 큰 소리로 말하라.
- 유능하고 팀원들의 호감을 얻은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선샤이닝할 때 오히려 더 큰 신뢰를 받게 되고, 그래서 더욱더 큰 모험을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회사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력이 입증되지 않거나 신뢰받지 못하는 리더는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공개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유능함부터 입증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 일반적으로, 회사의 상사는 직원들의 결정을 승인해 주거나 거부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막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매니저가 마뜩잖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실천에 옮기라고 떠민다. 우리는 매니저가 부하직원이나 누군가의 괜찮은 아이디어를 알아보지 못해 뒤로 제쳐놓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라.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CEO나 고위 임원들이 사업의 세부 사항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욱 좋아진다는 낭설이다. 사람들은 애플의 아이폰이 스티 브 잡스가 자신의 성에 찰 때까지 모든 부분에 시시콜콜 개입한 덕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잘못 알려진 이야기다. 대형 네트워크나 영화 스튜디오의 수장들은 때로 프로젝트의 창의적 콘텐츠에 관해 많은 결정을 내린다. 심지어 어떤 중역은 알파와 오메가까지 모두 참견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물론 리더가 시시콜콜 참견하지 않는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상사가 적극 지지해 줄 법한 결정을 하려고 애를 쓴다. 상사는 자기보다 사다리의 높은 곳에 올라간 사람이니 당연히 자기보다 더 많이 알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출세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윗선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미움을 사지 않을 까 두려워하는 사람은, 상사의 의중을 잘 파악하며 행동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톱다운 방식 top-down models을 흉내 내지 않는다. 우리는 회사 내의 모든 직원이 각자 판단에 따라 의사를 결정 할 때 가장 빠르고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생 각한다. 넷플릭스에서는 누구나 좋은 의사결정 근육을 키우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고 우리는 실무자들의 결정에 고위 매니저가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랑한다.
- 넷플릭스에 처음 왔을 때, 상사인 잭은 제게 칩을 몇 개 받은 것으로 생각하라고 했어요.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에 칩을 걸라고요. 하지만 제 베팅이 최고의 베팅이 될 수 있도록 신중 히 생각해야겠죠. 그가 요령을 설명해 주었어요. “베팅하다 보 면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런 개별적인 성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성과는 칩을 활용하여 사업을 얼마나 진척시켰는지 그 칩의 전반적인 운용 능력에 따라 평가받습니다. 넷플릭스에서는 베팅을 잘못했다고 쫓아내지 않습니다. 그 보다는 큰일을 벌일 수 있는데도 칩을 사용하지 않거나, 잘못된 판단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에만 쫓겨납니다.”
- 넷플릭스 혁신 사이클
1. 이의 제기를 장려하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2. 빅 아이디어는 테스트를 거쳐라.
3. 정보에 밝은 주장으로서 베팅하라.
4. 성공하면 축하하고, 실패하면 선샤이닝하라.
- “대표님은 뭔가에 꽂히면 완전히 빠져드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제 말을 듣지도 않고요. 이건 망하는 길이라고 소리 지르며 트랙 한복판에 드러누웠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게 못했죠.”
그때까지 말로만 솔직함을 강조할 뿐, 내가 나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은 반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던 것이다. 넷플릭스 문화에 새로운 요소가 첨가된 것도 바로 그 일이 있고 나서다. 이제 우리는 어떤 아이디어를 찬성하지 않을 때 그런 사실을 표현하지 않는 것은, 넷플릭스에 대한 불충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의견을 묻어두는 것은 회사를 돕지 않겠다는 말없는 시위다.
- 우리는 직원들이 끈끈한 유대감으로 회사에 헌신하면서 자신을 더 큰 전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직원들이 이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길 바라지 않았다. 직장은 어떤사람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고,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가 마련된 그런 마법 같은 기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더는 직장에서 배울 것이 없거나 자신의 탁월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그 자리를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고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 우리는 또한 모든 매니저에게 늘 부하직원을 생각하고 그들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고가 될 수 있게 만들라고 격려한다. 매니 저들이 나름대로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게 고안한 것이 바로 '키퍼 테스트'다.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
후자라면 지금 당장 그에게 퇴직금을 주고 스타 플레이어를 찾아라.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야 할 사람을 말이다.
- 기업들이 우리처럼 인재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되 면서, 뜻하지 않게 내부 경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은 평범한 직원들을 몰아내고 내부 경쟁을 부추기는 절차와 규정을 강행한다. 최악의 사례가 소위 말하는 '스택 랭킹 stack ranking(구성원들의 성과를 수치화해 층을 쌓듯 서열화하는 인사평가 제도)'이다. '활력 곡선vitality curve'이라고도 하고, 쉬운 말로 '랭크앤양 크Rank-and-Yank'라고도 부른다.
에린이 앞서 인용한 〈배너티페어〉 기사는 스택 랭킹의 한 가지 버전을 설명한 것이다. GE와 골드만삭스도 스택 랭킹 시스템으로 인재 밀도를 높이려고 했다. 이 방법을 사용한 최초의 CEO는 아 마도 잭 웰치 Jack Welch 일 것이다. 그는 GE에서 매년 직원들의 순위를 매겨 하위 10%의 직원을 내보내는 식으로, 성과를 높게 유지 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에 뉴욕타임스>는 GE가 이 같은 평가 방식을 포기했다. 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2년에 그만두었듯이 말이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스택 랭킹은 협업을 가로막고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망가뜨린다.
우리는 매니저들에게 키퍼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라고 권 한다. 하지만 정해진 비율에 해당하는 직원을 해고하거나 순위를 매기는 짓은 하지 않는다. 랭크앤양크나 몇 %를 내보내야 한다' 와 같은 방식은 거부한다. 그렇게 하면 평범한 직원들을 내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팀워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직원은 내부 동료가 아닌, 다른 경쟁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랭크앤양크를 적용하면 인재 밀도가 높아지겠지만, 협업이 되지 않으면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다. 
다행히 높은 인재 밀도와 긴밀한 협업은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 키퍼 테스트를 통해 이 두 가지를 모두 이룰 수 있으니까. 이는 우리에게 프로스포츠 팀과 다른 한 가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 넷플릭스 팀의 자리에는 정해진 수가 없다. 우리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경기에 몇 명까지 뛸 수 있다.는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팀에 뛰어난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과도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성과를 많이 낼수록 우리 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더욱 성장할수록 명단에 포함될 포지션도 늘어날 테고, 포지션의 수가 늘어날수록 유능한 인재가 활동할 공간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 급류 타기를 할 때는 탈출이 어려운 '홀hole'을 보지 말고 그 옆의 속이 보이는 평탄한 물길을 보라고 한다. 전문가 들의 말에 따르면,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위험한 곳을 계속 바라보 면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 노를 젓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말한다. 배우고 협력하고 성취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이다. 운동선수가 부상을 너무 걱정하다 보면 몸을 날렵하고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없다. 그렇게 하다가는 피하려고 애를 쓰는 바로 그곳으로 빠지고 만다.
- 연간수행평가 annual performance reviews는 손쉬운 선택지가 될 수 있 었다. 요즘은 외면당하는 추세이지만, 2005년만 해도 거의 모든 회사가 수행평가 제도를 활용했다. 상사는 이런 시스템으로 부하 직원들의 장점과 단점을 기록하고, 전반적인 성과에 점수를 매긴 다음, 일대일 미팅으로 그 평가를 검토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런 수행평가를 몇 가지 이유로 반대했다. 첫째는 이런 피드백이 일방적인 하향 평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수행평가로는 오직 한 사람, 즉 상사의 피드백밖에 받을 수 없다. 이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는 넷플릭스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나 는 직원들이 자신의 직속 상사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셋째는 회사들이 보통 연간 목표를 기반으로 수행평가를 하는 반면, 넷플릭스의 직원과 매니저들은 연간 목표나 KPI, 즉 연간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s를 정해놓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은 대부분 수행평가를 근거로 연봉 인상률을 결정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업무 성과가 아닌 시장을 기준으로 연봉을 정한다.
- 지금 넷플릭스는 매년 360도 서면 평가라는 문서화된 피드백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코멘트를 남기도록 요청한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서로 5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라고 하지 않는다. 이를 연봉 인상이나 승진 혹은 해고와 연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지, 그들을 정해진 평가의 틀에 넣어 분류하려는 게 아니다. 또 크게 개선된 부분이 있다. 직속 부하직원이나 일선 매니저 혹은 의견을 청한 몇 몇 팀원들뿐 아니라, 조직의 어느 지위에 있는 누구에게나 피드 백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최소한 10명, 평균적 으로는 30명이나 40명 정도에게 피드백을 준다. 나는 2018년에 71명으로부터 코멘트를 받았다.
무엇보다 360도 서면 평가는 중요한 논쟁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는 내가 받은 코멘트를 직속 부하직원과 체계적으 로 공유하고, 그들 역시 자신이 받은 피드백을 팀원들과 공유한다. 이렇게 하면 투명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투철해질 뿐 아니라, 역책임 reverse accountability)이 형성되어, 팀원들도 상사의 문제점을 용기 내어 지적하게 된다. 
- 360도 서면 평가는 연례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좋은 피드백 메커니즘이다. 다만 익명이나 점수를 매기는 일을 피하고, 결과를 연봉 인 상이나 승진과 연계하지도 말라. 그리고 각오가 된 사람에게는 언제 든 공개적으로 코멘트를 하라.
저녁 식사를 겸한 라이브 360도 평가는 또 하나의 효과적인 절차다. 이 행사를 위해 몇 시간 정도를 따로 할애하라. 분명한 지침을 주고 4A 피드백 지침에 따라, '시작하세요, 중단하세요, 계속하세요'를 활 용하라. 긍정적인 코멘트와 시정을 요구하는 코멘트는 25% 대 75% 정도가 좋다. 피드백은 실질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언사는 피하라.
- 누구에게나 익숙한 방식은, 통제의 리더십이다. 상사는 팀에서 제시한 안건이나 조치나 결정을 승인하고 지시한다. 때로는 실무진의 업무를 직접 감독하여 할 일을 일러주고, 수시로 확인하면서 잘못되면 바로잡아 준다. 그런가 하면 간혹 직접적인 감독을 자제하고 실무진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절차는 여전히 통제한다.
실무자가 원하는 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자유를 주지만, 그래도 어떤 일을 언제까지 끝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상사가 통제한다. 예를 들어, 상사는 목표관리법 Management by Objectives 같은 프로세스를 마련하여 직원과 함께 핵심성과지표를 정 한다. 그다음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담당자가 정 해진 목표를 제시간에 한정된 예산 안에서 완수하는지를 근거로 개인의 최종 성과를 판단한다. 상사는 또한 결과물이 고객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최종 상태를 확인하거나 주문을 하기 전에 구매항목을 승인하는 등 오류 저감 프로세스를 마련하여 업무의 질을 통제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의 자유는 허락하지만, 그래도 상당 부분 을 통제하는 프로세스다.
반면 맥락만 짚어주는 방식은 좀 더 까다롭지만, 실무진에게 상 당한 자유를 주는 프로세스다. 상사는 실무자의 업무 활동을 감독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팀원들이 훌륭한 결정을 내려 일을 끝낼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실무진 각자의 의사결정 근육이 튼튼해져 이후로도 좀 더 나은 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릴 수 있다. 맥락을 짚어주어도 적절한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별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맥락으로 리드할 때의 첫 번째 선결 조건은 높은 인재 밀도다. 
- 리더십의 방향을 선택하기 전, 두 번째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1차 목표가 오류 방지인가, 혁신인가?'
오류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출 때는 통제 방식이 좋다. 엑슨 모빌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에서 활동한다. 그들의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인사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수칙이 수백 가지 올라와 있다. 늘 위험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가능한 한 사고를 내지 않고 이윤을 올려야 할 때는 통제 메커니즘이 필수다.
마찬가지로 병원 응급실을 운영하면서 경력이 짧은 간호사들에 게 맥락만 짚어주고 감독도 없이 스스로 결정하라고 한다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항공기를 제작하면서 모든 부품이 제대로 조립되는지 확인하는 통제 절차를 완벽하게 마련해 놓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사고 발생 확률이 올라간다. 고층빌딩의 유리창을 닦을 때도 주기적으로 안전을 점검하고 매일 체크리스트를 확 인해야 한다. 오류를 방지하는 데는 통제로 리드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타깃처럼 혁신이 목표라면, 실수를 좀 해도 크게 위험할 일은 없다. 정작 위험한 것은 직원들이 사업의 성격을 바꿀 만한 대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 못하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문을 닫는 재래식 유통업체들이 많은 이때, 타깃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참신한 발상이다.
-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일꾼들에게
나무를 구해오라고 지시하지 마라.
업무와 일을 할당하지도 마라.
그보다는 갈망하고 동경하게 하라.
끝없이 망망한 바다를
(셍텍쥐페리)
- 조직의 짜임새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상당히 비슷하다. 체계가 단단히 결합되어 있는 회사에서는 빅 보스가 주요 결정을 내린 다음 아래 부서로 밀어 내리기 때문에, 흔히 여러 사업 분야 사이의 의존성이 강화된다. 어떤 부서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처음 지시한 상사에게 다시 가져가야 한다. 그가 모든 부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체계가 느슨하게 결합된 회사에서는 매니저나 실무 직원이 각자 자유롭게 결정을 내리거나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도 결과가 다른 부서로 파급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
회사의 리더들이 원래부터 통제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어왔다면, 당연히 체계가 단단히 결합되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런 체계에서 맥락으로 사람들을 리드하려고 하면, 그 단단한 결합이 방해된다는 것을 수시로 느끼게 된다. 중요한 결정은 모두 위에서 내 리기 때문에 부하직원들에게 결정권을 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중요한 결정에는 당신뿐 아니라, 당신의 상사 그리고 그 상사의, 상사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단단히 결합된 체계가 굳어진 상태에서 조직의 운영 방식을 통째로 바꾸려면 낮은 위계에서 맥락으로 리드하는 방식으로는 힘들고, 회사의 최고 리더들과 이를 도모해야 한다. 아무리 인재 밀도가 높고 혁신을 목표로 삼는다고 해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면 맥락으로 리드할 수 없다. 넷플릭스가 느슨한 결합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정보에 밝은 주장'이라는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에 집중된 통제 절차나 규정, 정책이 거의 없고, 의사결정권은 철저히 분산되어 있다. 따라서 직원 각자에게 많은 자유가 주어지고, 각 부서는 유연하게 운신할 수 있으며, 회사 전체를 봐도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혁신과 유연성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의사결정을 분산시 켜 여러 부서의 상호의존성을 배제하고 처음부터 느슨한 결합을 조성해야 한다. 단단히 결합된 체계가 한번 정착되고 나면, 느슨한 결합으로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단단한 결합 체계도 적어도 한 가지 측면에서는 중요한 혜택이 있다. 전략에 변화를 줄 때는 조직 전체의 노선을 조율하 기가 아주 쉽다. CEO가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기준의 강화에 초 점을 맞추기로 마음을 바꾸면, 자신의 집중화된 의사결정을 통해 사내 모든 부서의 노선을 통제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느슨한 결합 체계에서는 이러한 조율이 쉽지 않다. 이를테면 노동력을 착취하던 공장이 방침을 바꿔 환경과 인권 문제를 중시하려고 해도, 어느 한 부서에서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조 직 전체의 노선 자체가 엉뚱하게 뒤틀릴 수 있다. 해당 부서의 부 서장이 나름 멋진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전략에 적극적으로 협조 하려고 해도, 누가 어떤 프로젝트를 맡을지를 팀원 스스로 정하게 하면, 각자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일을 추진할 것이다. 이런 상황 에서는 부서의 비전을 빠른 시일 내에 실현시키기가 어렵다.
- 부하직원이 멍청한 짓을 했을 때 나무라지 말라. 대신 맥락을 잘못 짚어준 것이 없는지 자문해 보라. 
목표와 전략은 확실하게 전달했는가? 
그것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의욕과 열망을 제대로 불어넣었는가? 
팀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가설과 위험을 정확히 일러주었는가? 
부하직원들이 당신과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과 의견을 철저히 조율했는가?
- 우리는 웬만한 회사에는 다 있지만 넷플릭스에는 없는, 10개가 넘는 규정과 절차를 확인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휴가 규정
의사결정 승인
비용 규정
성과 향상 계획
승인 절차
인상 풀
핵심성과지표
목표관리법
출장 규정
위원회에 의한 의사결정
계약 승인
연봉 밴드
급여 등급
성과에 따른 보너스
- 4A 피드백 지침은 다음과 같다.
*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 APPRECIATE(감사하라)
* 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여기에 다섯 번째를 덧붙이자.
* ADAPT(각색하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문화에 맞춰 전달하는 내용과 당신의 반응을 적절히 조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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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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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로 더 멀리 볼수록 미래로도 더 멀리 볼 수 있게 된다." (처칠)
- 우리는 짧게는 2008~2009년 이후 뉴 노멀, 1990년 이후 신 경제, 길게는 1950년 이후 냉전시대에서 자리잡힌 질서들, 예를 들면 세계화와 자유무역, 경제성장과 자본주의, 시장과 정부의 역할, 오프라인과 온라인 경제, 대면활동과 비대면 활동 현상들에 있 어 거대한 전환의 압력을 이미 받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모두에게 예외 없는 위기를 통해 대전환의 움직임을 구체화시키고 가속화시키고 있다. 팬데믹 이후 형성될 새로운 질서를 의미하는 '넥스트 노멀'은 이를 의미하고 있다.
뉴 노멀과 팬데믹을 거쳐 전개될 넥스트 노멀기에 나타날 현상들은 복잡하고 다양하게 전개될 것인데, 이를 7가지 트렌드로 제시해보는 것이 이 책의 구성이다.
1 구조적 장기침체와 제로금리의 시대, 
2 글로벌 뉴딜과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전환, 
3 탈세계화와 새로운 밸류체인, 
4 디지털 경제와 네트워크 가치, 
5 밀레니엄-제트 세대와 금융의 미래,
6 ESG 투자 패러다임, 
7 블록체인과 암호자산이 바로 그것이다.

- 고든과 글레이저에 따르면 미국경제의 구조적 장기침체 압력은 1970년대 이후 누적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이후 2008년까지 미국경제가 대체로 안정된 성장을 유지한 이유 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2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1970~1980년대 이후 여성의 고용참여 및 근로시 간이 확대된 것이고, 
둘째는 2000년대 이후 부동산시장과 주 식시장이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자산가치가 상승한 효과다. 즉 1970~1980년대 이후에 미국의 총요소 생산성이 하락하기 시작 했지만 노동의 추가투입과 자산효과 및 부채증가로 인해 구매력을 유지한 것이다.
- 2008~2009년 미국이 혹독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겪은 이후 2010년 카르멘 라인하르트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부채 시대의 성장 Growth in a Time of Debt)이라는 제목으로 짧은 논문 을 발표했다. 라인하르트와 로고프는 중앙정부의 부채, 인플레이 션, 성장에 관한 최대 2세기가량의 자료를 포함하는 선진국과 신흥국 44개국의 경험을 토대로 공공부채가 GDP 대비 60%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이 2%pt가량 감소하고, 공공부채가 GDP 대비 90% 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이 절반으로 하락한다고 발표했다.
- 라인하르트와 로고프의 논문은 통계오류 및 부채와 성장의 인과관계 분석이 미흡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 미 오바마 행정 부의 재정확장 정책을 제한하고, 2010~2012년 닥친 남유럽 재정 위기에서 긴축정책을 펴야 한다는 정책적 함의로 귀결되었다. 부채와 이자가 늘어나면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일견의 상식적 우려에 부합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유럽 국가들의 긴축정책은 대차대조표 불황으로 나타 났다. 공공부채와 재정적자를 감소시키기 위한 긴축정책으로 인해 고용과 국내 수요 등 전반적으로 경기위축 영향이 확대되었다. 결과적으로 공공부채, 재정적자보다 GDP가 더 크게 감소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공공부채 비율이 더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심각한 대차대조표 불황을 겪은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에서는 정치적 분열이 확산되고, 대중 영합주의에 입각한 포퓰리 즘이 득세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를 맞닥뜨린 상황에서 당장은 재정건전화에 집중해 재정긴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은 현실적으로는 맞는 조언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주요 국가들의 공공부채 상황을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 국가들의 총 공공부채 비율이 증가해왔다는 것이다.
- 프리드먼이 주장한 통화주의에 대해 간략한 정리가 필 요하다. 프리드먼의 경제정책에 대해 주장한 바는 
1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이 중요, 
2 정부의 재정정책,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모두 비효율,
 3 재정정책은 최소화, 통화정책은 준칙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중앙은행의 판단에 따라 정책의 시기, 강도, 방 향을 재량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준칙적rule-base로 운용하라는 것이다. 통화정책 준칙주의에 따른 정책은 인플레이션 타켓팅 설정, 통화량 증가율 고정, 테일러 준칙(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으로 정책 금리를 산출하는 방정식)에 따른 금리변경 등이 있다. 
프리드먼이 보기에 그린스펀과 버냉키의 통화정책은 바람직하 지 못했다. 실제로 프리드먼은 재임 당시 전 세계경제의 마에스트로(지휘자)로 칭송받았던 그린스펀의 재량적인 통화정책에 비판적이었다. 프리드먼은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연준 의장으로 그린스펀 이전의 폴 볼커(1979~1987년 재임)를 꼽을 것이다. 볼커 의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두 자리에 이르는 시점에 연준 의장으로 취 임해 단기적인 경제상황에 흔들림 없이 단호한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 정책을 실시해 인플레이션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프리드먼은 통화완화 정책으로 인한 화폐량 증가는 생산이나 소득 등 실질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것으로 생각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결국 화폐가치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하락하는 해악만 발생한다. 프리드먼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싸워 이긴 볼커 의장을 진정한 통화주의자이자 탁월한 중앙은행장으로 평가할 것이다.
- 팬데믹과 경기침체, 금융시장 충격이 어느 정도 완화된 시점인 2020년 8월 파월 의장은 잭슨 홀 컨퍼런스에서 〈New Economic Challenges and the Fed's Monetary Policy Review)라는 제 목으로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전환을 발표하면서 AIT(Average Inflation Targeting; 평균물가 목표제)를 도입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전환은 잠재성장률 하락, 자연이자율 하락, 구조적 실업, 필립스 곡선 및 기대 인플레가 낮아지는 중장기적 현상과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경기침체 압력에 동시에 직면하면서 연준 통화정책의 양대 책무인 완전고용과 물가안 정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의 일환이며, 테일러 룰과 같은 준칙주의가 아닌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량주의 통화정책 기조를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전환의 첫 번째 도입수단인 평균물가목 표제(AIT; Average Inflation Targeting)는 인플레이션의 일시적인 2% 상회가 아닌, 평균 및 지속적인 상회압력이 있을 때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정책을 실시하는 것으로, 이는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 할 통화정책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한 향후 포워드 가이던스 강화, 자산매입 조정 등 전통적 방식과 더불어 YCC(Yield Curve Control;수익률 조정), NIRP(Negative Interest Rate Policy, 마이너스 금리정책) 등 후속조치 및 유효수요 창출이 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행보다. 연준이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전환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불확실한 미래에 열린 정책수단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 정부의 재정정책 확장, 그리고 중앙은행의 전면적 통화지원에 대한 보다 급진적인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동의 승리자인 버니 샌더스에 의해 엘리자베스 워렌 캠프에서 강력한 목소리로 등장한 MMT (Modern Monetary Theory, 현대통화이론)가 바로 그것이다.
MMT란 정부가 통화를 독점하고 있으며, 납세와 저축을 위해 필요한 금융자산을 정부가 충분히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이 발생한다고 설명하는 비주류 거시경제 이론이다. MMT 옹호론자들은 정부가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재정정책을 펴야 하며, 재정정책의 재원은 화폐를 찍어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MMT에 따르면 미국과 같이 자체적으로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부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띤다.
■ 자국통화로 표시된 부채에 대한 채무 불이행이 불가능
■ 세금이나 부채발행의 형태로 돈을 징수할 필요 없이 재화·용역 및 금융자산 구매가 가능 
■ 인플레이션에 의해 화폐생산과 지출이 제한(인플레이션은 노동이 나 자원과 같은 경제적 자원이 완전가동 상태에 다다를 때 발생 및 가속화)
■ 세금징수와 국채발행을 통해 초과 공급된 돈을 회수함으로써수요과잉 인플레이션을 제어할 수 있음 
■ 채권을 발행할 때 적은 저축을 두고 민간부문과 경쟁할 필요가 없음
- MMT에 따르면 완전고용에 미달한 시장경제의 자체적인 회복력이 저하될 경우, 정부가 세금이나 부채의 형태가 아닌 중앙은행의 발권을 통한 자금조달로 완전고용이나 사회보장 프로그램 등의 재정지출을 실행할 수 있다. 이는 통화량과 직접적 실물수요를 동시에 증가시켜 경기침체와 유동성 함정이 장기불황과 디플레이 션 등과 같은 악순환에 대처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고용과 경기 가 회복된 이후 늘어난 통화량 및 부채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 경우, 증세나 채권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해 경기과열을 억제할 수 있다. 바이든 정권이 출범한 후 미국의 뉴딜 정책을 실행하게 될 때, 재원마련 방안으로 MMT 진영에서 주장하는 바가 부분적으로 또는 전면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 "네트워킹을 하지 않고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하나로, 실패하는 것뿐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 니얼 퍼거슨은 『광장과 타워」에서 인터넷혁명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전적으로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성과, 
2 미국의 주요 하이테크 기업들이 각별할 정도의 지배적 위 치에 이름, 
3 이러한 기업들의 지배력이 어마어마한 양의 돈으로 연결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1990년대에는 IBM PC에 MS 도스와 윈도우를 깔아 게임을 했고, 2000년대에는 삼성 애니폰과 애플 아이폰을 사용했고, 2010년대에는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에 중독되었다. 그리고 현재 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 구글)+AM(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이 전세계 주식시장 블루칩의 대명사가 되었다.
- 전통적인 기업들의 가치창출이 파이프라인에서 발생해왔지만, 최근 부상하는 기업들의 가치창출은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파이프라인 기업의 특징은 자원을 통제하고, 내부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고객가치를 확대해 이윤을 독점화시키는 데 있었다.
- 플랫폼 기업들은 자원을 조정하고, 외부와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생태계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데 있다. 파이프라인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지만, 플랫폼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지 않다.
플랫폼 기업들이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는 이유는 생산의 외부화 효과 때문이다. 우버는 자동차를, 에어비앤비는 방을, 페이스북은 컨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참여자에 의해 공급받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양적성장에 한계가 없다. 또한 사용자들의 피드백 과정에 의해 가치가 높은 제품이 나 서비스의 거래가 증가해 자생적인 품질관리 효과가 나타난다. 기업은 유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이나 임금부담이 낮아 비용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1976년 창업한 애플은 IT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끊임없이 혁신 한 기업의 대명사이다.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2008년 아이튠스의 업데이트 형태로 앱스토어가 출시되었다. 이후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으로 모바일 디바이스 확장과 함께 앱스토어 플랫폼을 통해 유틸리티와 컨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하며 현재 전 세계 시가 총액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모바일 환경 이전에 애플보다 더욱 강력한 휴대폰 제조업체였던 노키아, 블랙베리의 경우 플랫 폼 기업으로 진화되지 못했다.
- 향후 나타날 웹 3.0시대는 웹 2.0시대의 '모바일+인터넷+플랫폼'의 경향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공지능과 공유경제가 융합된 생 태계의 창출이 새로운 변화를 이끌 것이다. 디지털 경제에서 새로 운 창업은 '모바일+인터넷+플랫폼' 이라는 거대한 인프라에서 핵 심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앱, 회사, 공동체의 가치평가는 매출액과 수익 및 배당 등과 같은 수익모델에서 네트워크의 혁신성·포용성 · 지속성·확장성이 더욱 중요한 요인들로 작용하게될 것이다.
- "누군가에게 돈을 보내는 것은 애플리케이션이나 메시지에서 사진을 보내는 것만큼 쉬워야 한다." (마크 저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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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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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종종 “틀을 넘어서 살피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데이터가 실제로 제시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올바른 데이터인지 따지는 경우는 드물다. 올바른 데이터를 요청하는 일은 훨씬 나은 의사결정자가 되는 길로 올라서도록 해준다. 
사후 분석에 따르면 챌린저 호가 폭발한 원인은 고체 로켓 보조추 진장치에 장착된 오링이 낮은 기온에서 장애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담당 엔지니어와 간부들은 주어진 데이터의 경계 너머를 살피지 못 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 바람에 똑똑하고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 들이 7명의 우주비행사를 잃은 나사 역사상 최악의 사고를 초래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실수는 너무나 흔하다. 행동심리학은 우리 모두가 의사결정을 할 때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 오류에 종종 빠진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즉 우리는 어떤 데이터가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데 최선인가를 따지지 않고 즉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분석의 범위를 한정한다. 의사결정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살피는 일도 충분한 방비는 아니다.
- 우리는 모두가 불법적이거나 최소한 비도덕적인 말과 행동을 숱하게 보고, 듣고, 목격했으면서도 대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또한 문제의 행동이 겉보기만큼 나쁘지 않고, 도움이 되기에는 너무 늦었으며, 그저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믿음과 충성심을 내세워 무대응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비도덕적 행동을 진정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중대한 인간적 한계다.
동기화 맹시는 불가피하지 않으며, 극복할 수 있다. 수많은 내부고발자들이 이 사실을 말해준다. 효과적인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효과적인 리더십을 활용하여 동기화 맹시를 극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주위에 존재하는 사실들을 더욱 완전하게 인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둘째, 적절한 시기에 인지하고 행동하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셋째, 비도덕적 행동을 가리키는 사실들에 대응하지 못할 때 리더들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 한다. 
넷째, 리더들은 조직 전반의 의사결정자들에게 나서서 문제를 밝히는 데 따 르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 리더라는 자리는 책임을 수반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책임은 외진 증거를 인지하는 것이다. 이례적인 추세가 보이면 분명한 답이 나올 때까지 조사하라.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가 보이는 것이 전부" 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너무 잦다고 지적한다. 눈앞에 있는 정보 에만 반응하지 말고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정보를 어떻게 얻을지 파악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다.
- 15명의 남성과 15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다고, 가정하자. 그에 따라 예측한 방향대로 결과가 나왔지만 핵심적인 .05 기준에서 유의하지 않다. 그래서 당신은 다른 15명의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다시 실험을 진행한다. 이번에는 실험 결과가 아주 조금 유 의하다(p값이 10과 .05 사이), 당신은 이번에는 20명의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끝으로 3번의 실험 결과를 종합하여 남성 이 여성보다 위험한 주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유의한 수준으로 높다는는 결론을 얻는다. 이 가상 사례의 이면에 있는 근본적인 생각은 연구자들이 같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수많은 결과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 용어로는 복수의 종속 변수를 수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자들은 한 벌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당 결과가 유의한 수준에 접근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p<.05 기준에 이르기 위한 복수의 시도를 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를 수집한 후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여 특 정한 데이터를 극단치(예를 들어 참가자들이 과제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이상한 답변)로 배제할 수 있다.
심리학자인 조 시몬스Joe Simmons, 레이프 넬슨Leif Nelson, 유리 사이먼손uri Simonsohn은 2011년에 진행한 연구를 통해 근본적인 가설이 옳지 않더라도 4가지 연구자의 자유도를 활용하고 약간의 창의성을 더하 면 p<.05 요건에 맞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뛰어난 논문을 발표했다.” 임의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해도 복수의 형태로 실험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확률이 5 퍼센트보다 훨씬 높다. 그러면 성공한 버전을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시몬스와 동료들은 또한 임의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해도 소수의 연구 자 자유도를 동원하면 유의한 결과에 이를 확률을 50퍼센트 이상으 로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그들의 연구는 학계의 기존 규범 을 따르면서도 부정확하지만 원하는 결론에 이르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보여준다.
- 나는 앞으로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며 미국의 유수 대학들이 선민의식과 인종주의에 따른 정책들을 21세기에도 존속시켰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그리고 받기를 바란다). 기여입학은 특권층이 예일, 프린스턴, 하버드 같은 학교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 믿던 시기에 시작되었다. 전통을 내세우는 지지자들에게는 기여입학제가 1900년대에 유대인 같은 새로운 이민자들이 명문대에 높은 비율로 입학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나 는 대다수 대학 간부들이 좋은 의도를 지녔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지금도 선민의식과 인종주의에 따른 정책이 수용된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주요 대학이 시행하는 이런 비도덕적 정책에 대해 더 강한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 답은 간단하다. 이런 정책에 따른 해악은 모호하고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기여입학 정원을 늘릴수록 실력주의는 점차 약화된다. 중요한 점은 이런 정책들로 불이익을 당하는 학생들이 '짖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겨우 자격이 되거나 되 지 않는 기여입학생에게 밀린 학생들은 익명으로 남는다. 물론 입학을 거절당했다면 화가 날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그들도, 우리도 왜 거절당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학 입시 절차에 작은 변화가 이뤄진다.
- 예를 들어 자격이 뒤떨어지는 기여입학생에게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합격했을 학생들의 명단을 발표해야 한다면 어떨까? 아마 이렇게 투명성을 높이면 기여입학생의 불명예가 모두에게 분명하게 두드러지고, 거절당한 학생과 언론은 목소리를 내게 되어 결국 기여입학제는 바뀔 것이다.
- 대다수 정상급 미국 대학들에는 동문 자녀에게 입학 혜택을 주는 제도가 있다. 이 관행은 이미 유리한 학생들을 더욱 유리하게 만든다. 겨우 자격이 되는 학생이 기여입학을 하면 우 수한 지원자들이 자리를 빼앗긴다. 정상급 대학의 기여입학생은 과거 해당 대학에 백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백인인 경향이 강하다. 한편 아 슬아슬하게 불합격된 지원자들은 아시아계를 비롯한 다른 인종일 가 능성이 훨씬 높다.
교육부 인권국은 1990년대에 하버드가 아시아계 지원자들을 차별 하는지 조사한 후 기여입학제 때문에 아시아계 학생들이 비슷한 자격을 갖춘 백인 학생들에게 밀려난다고 결론지었다. 명문고를 졸업한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한 차별은 부분적으로 명문대 출신 부모들의 자녀에게 이점을 안기는 정책의 간접적 영향이다
- 월마트 구매 담당자들이 납품업체에게 최저가를 요구하는 것은 통상적이었다. 또한 롱프랭 경영진은 확고한 목표에 따라 악타르를 더 작은 회사에 넘기는 편이 계속 가지고 있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결론 지었다. 또한 스테이플스 직원들은 계속 하던 대로 불필요한 부가상품을 팔았다. 그리고 부유한 동문의 자녀를 더 배려한 입학 담당 간부 들은 수십 년 동안 정착된 절차를 따랐다. 그럼에도 이 행동들의 간접적 영향은 상당한 문제를 초래한다.
간접적 영향이 부른 해악은 리더에게 주어진 과제다. 리더는 현재 를 넘어서 조직의 절차가 초래할 문제들을 예측해야 한다. 뜻하지 않게 특정 집단을 차별하도록 만드는 절차를 수립하면 조직 자체가 차별 을 저지르는 것이다. 리더는 이런 사례를 인지하고 간접적 해악이 발 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필요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 예측 가능한 돌발사태가 생기는 원인은 다가오는 문제의 시급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개인적 실패에 더하여 잘못된 조직의 구조와 인센티브 그리고 데이터 통합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9·11테러의 비극 은 정부 부처 사이에 자원을 통합하지 못한 것이 핵심 요인임을 명확 하게 드러낸다. 그들은 개별적인 '사일로silo(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처럼 운영되었다. 사일로식 운영은 제 기능을 못하는 리더십의 결과이자 원인이다. 책임 소재는 사일로 내부에서 그리고 사일로 사이에서 분산된다. 그래서 누가 책임자인지 분명 치 않고, 누구도 방향을 알리는 포괄적 목표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조성하는 인센티브는 종종 구성원들이 그저 자기 일만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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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Dalai Lama는 1992년에 데이 비드슨을 초대하여 승려들의 감정과 정신을 연구하게 했다. 데이비 드슨은 승려들의 몸에 전극을 부착하여 명상할 때 신체에서 일어 나는 변화를 측정했다. 명상은 신체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수행 을 오래한 승려들의 뇌에서는 일반인들보다 세 배나 많은 감마파 가 생성되었고, 활성화되는 부위도 더 넓었다. 한마디로, 뇌과학적 관점에서 승려들은 일반인보다 더 행복했다.
- 전극을 부착했던 승려 가운데 유독 한 명이 높은 수치를 보였는 데, 미디어는 그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가 바로 마티유 리카르다. 불교에 심취해 1978년에 승려가 된 마티유 리카르는 온종일 명상을 하며 마음을 갈고닦았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꼈다. 행복을 단련할 수 있다는 생각은 힘을 얻는 듯했고 많은 뇌과학자들이 데이비드슨의 손을 들어주었다. 행복은 배울 수 있고 훈련해야 한다!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런데 무엇이 행복인가? 정신의학은 뇌과 학과 상반된 시각으로 행복을 진단한다. 정신의학 면에서 보면, 행 복은 중추신경계의 이상 증상으로 진단할 수 있다. 행복한 순간에 우리는 합리성을 잃고, 논리적 사고력을 잃고, 감정의 균형을 잃는다. 그러나 다른 정신 질환들과 달리 그 순간에는 아무튼 행복하다.
- 철학에서 말하는 행복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두 종류로 구분했다. 헤도니아Hedonia와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헤도니아는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쾌락, 강렬하게 끓어오르는 긍정적 감정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복권에 당 첨되었을 때, 응원하는 팀이 득점했을 때, 데킬라가 흘러넘칠 때, 삼바를 출 때, 웨딩드레스가 새하얗게 빛날 때 생기는 감정이다. 이런 유형의 행복은 잠시 스치는 길동무로, 끓어오를 때와 똑같이 금방 식는다. 헤도니아는 인생이라는 길고 어두운 밤에 잠시 반짝이 는 불꽃이다. 
에우다이모니아는 다르다. 그것은 오랫동안 빛을 내는 삶의 만족감이며, 종종 성찰을 통해 비로소 느껴진다. 에우다이모니아는 감정과 이성 모두와 관련된 행복이다. 에우다이모니아는 우리가 조용한 시간에 삶을 관조하며 모든 일이 잘되고 있다고 느낄 때 생기는 만족감이다. 헤도니아는 경험으로 얻고, 에우다이모니아는 결과로 얻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 추구이며 그 중심에는 이런 주관적인 삶의 만족감, 즉 에우다이모니아가 있다고 했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명하는 행복은 현대 뇌과학자들이 입증하는 연구 결과와 놀랍도록 일치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에우 다이모니아, 그러니까 삶의 만족감을 얻으려면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별함, 바로 이성을 완성해야 한다. 행복하려면 마티유 리카르처럼 정신을 훈련해야 한다. 우리는 밤낮으로 정신을 훈련하고 난 다음에야 바르게 살 때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 19세기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 Soren Kierkegaard는 질투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경고했다. 그는 또한 비교에 관해서도 매우 단호한 태도를 취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스스로 행복을 단념하는 행위다. 비교는 불만을 낳고 불만은 불행을 낳는다."
이웃의 자동차가 더 크고 좋은가? 이웃이 더 부유하고 더 행복해 보이는가? 불행해지는 데는 단 몇 초면 충분하다. 불행해지고 싶다면 유명인, 이웃,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면 된다. 이미 우리는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 
- 에피쿠로스학파가 상상하는 궁극의 행복은 모든 사람이 서로 친절하게 대하고 대화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듣는 '에피쿠로 스의 정원' 이다. 오늘날의 록콘서트나 클럽의 시끄러운 소음과는 거리가 멀다.
아리스토텔레스뿐만 아니라 에피쿠로스도 두려움, 고통, 역경 같은 부정적인 일에 눈을 감지 않는다. 이런 불행이 닥쳤을 때 행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훈련을 매일 함으로써 행복을 싹 틔운다. 그러므로 불행은 행복한 삶의 구성요소이지, 장애물이 아 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행복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해명된 다. 매일매일 삶의 역경에 대처하는 법을 배울 때, 그곳에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았다.
그렇다면 이 험한 비탈길을 빨리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 있을 까? 없다. 지름길은 없지만 행복을 방해하는 독은 있다. 바로 우리의 이웃이다.
- 크릭과 왓슨의 발견 이후 연구 방법이 크게 개선되어, 어떤 유전자가 행복을 결정하는지 연구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면봉으로 구강을 한 번 닦아내기만 하면 충분하다. 행복을 결정하는 유전자 중 하나가 모노아민산화효소 AMonoamin oxidase-Type A 다. 줄여서 MAOA라고 부르는데, 이 유전자는 여성의 행복을 결정한다. 이 유전자의 유형에 따라 여성은 더 행복하거나 MAOA-L 덜 행복하다.
이 유전자의 유형은 스트레스 요인에 반응하는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MAOA-L 유형의 여성은 긍정적 사건에 더 강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상처를 덜 받는다. 간단히 말하면 MAOA-L은 행복감을 강화하고, 상사의 호출이나 배우자와의 싸움을 좀 더 편 안하게 받아들이게 해준다. 당연히 상사의 호출이나 배우자와의 싸움이 더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MAOA-L은 남성을 행복하게 하진 않는다. 이 유전자와 남성의 행복감 사이의 관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여성과 남성의 행복이 서로 다를까? 여성과 남성은 세계를 다르게 경험할까? 어느 정도는 그런 것 같다. 
- 연구자들은 주관적 행복감의 차이를 만드는 유전자 유형 세가지를 찾아냈고, 더불어 우울증을 유발하는 유전자 두 가지와 신경증에 관여하는 유전자 열한개를 발견했다. 특히 세로토닌 전달유전자5-HTTLPR는 주관적 행복감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16 세로 토닌은 뇌의 생화학물질로서 특히 기분에 영향을 미쳐 편안함, 마음의 평온, 만족감을 주고 두려움, 공격성, 슬픔을 줄인다.
그러므로 세로토닌 전달유전자가 행복감에 중요한 건 당연하다. 흔히 행복호르몬에 대해 이야기하며 세로토닌이 많이 든 바나나와 초콜릿을 먹으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달리 여기에 들어있는 세로토닌이 곧장 뇌로 가지는 않는다. 바나나와 초콜릿은 맛있지만, 행복을 직접 전달하지는 않는다.
- 노스웨스턴대학의 연구진은 세로토닌 전달유전자 SLC6A4와 관 련된 이론을 발달시켰다. 이 유전자는 짧은 인자와 긴 인자 두 가지 유형이 있고, 특히 두려움에 관여한다. 짧은 인자를 가진 사람은 겁이 많고 위험을 더 두려워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쉽게 받고 나쁜 뉴스에 더 민감하다. 그래서 우울증에 더 잘 걸린다. 긴 인자를 가 진 사람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심리적 부담을 잘 견딘다. 
이 연구와 다양한 사회질서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을까? 답은 아 주 단순하다. 동아시아 사람들에게는 짧은 인자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개인주의가 강한 지역에는 긴 인자를 가진 사람이 많았다. 이 사실로만 보면, 아시아 사람들이 덜 행복하고 정신 질환을 더 많이 앓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사례 연구는 그 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아시아 사회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보다 심리적으로 더 안정되어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차이를 사회구성 원리 때문이라고 본다. 쉽게 말해 집단주의 사회는 공동체 문화를 핵심으로 제시해 유전적으로 타고난 높은 정신 질환 확률에 대비했다. 집단주의 사회는 우울증에 빠졌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을 개인주의 사회보다 더 잘 보호할 수 있다. 이 이론대로라면 다양한 사회 유형은 다양한 유전 자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며, 동시에 인간이 유전자의 힘에 조금이 나마 대항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과 앵거스 디턴 Angus Deaton은 행복 에 영향을 미치는 소득의 두 가지 효과를 발견했다. 미국의 경우, 소득이 오름에 따라 삶의 만족도(에우다이모니아 행복) 가 올라갔다. 더 많은 돈이 더 많은 만족을 준다. 반면 감정적 행복 ( 헤도니아 행복)은 약 6만 7000유로(약 8800만 원)까지만 높아졌다. 간단히 말해서 돈은 일반적으로 삶의 만족도를 높이 지만, 일상에서의 감정적 행복에는 특정 금액까지만 공헌한다. 
돈은 또한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소득보다 소비가 많으면 그렇다. 소비 욕구를 자제하고 저축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산다. 행복하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쓰느냐다. 소비 기술은 어디에 돈을 쓰느냐 뿐만 아니라 얼 마를 쓰느냐의 문제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득 전부를 소비하거나 빚을 지는 것은 좋은 소비 기술이 아니다.
저축과 행복은 쌍방향으로 영향을 준다. 네덜란드 연구가 보여 주듯이 행복한 사람들이 적게 소비하고 많이 저축한다0 이것은 마치 고양이가 제 꼬리를 무는 형세다. 행복한 사람이 저축하고 저축이 행복하게 한다. 이것을 학술용어로 '순환적 인과관계'라고 한다. 원인에 의해 결과가 나오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어 인과 관계가 순환한다.
- 행복 관점에서 봐도 결혼은 감행할 만하다. 행복 연구가 그것을 명확히 입증한다. 기혼자는 이혼 혹은 사별로 혼자 사는 사람 이나 미혼자보다 더 행복하다. 삶의 만족도뿐 아니라 감정적 행복 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모든 문화권에 해당하는 얘기다. 한마디로 알 번디가 틀렸다. 결혼한 사람들은 평균 이상으로 행복 하다. 결혼식 때 '네'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열정이 식기 시작한다. 는 통념에 미리 겁낼 필요 없다. 부부가 다른 모든 이들보다 더 자주 섹스한다는 사실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를 볼 때는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사실, 결혼이 행복을 주는 게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결혼한다. 결혼한 사람은 결혼하기 전에도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지수가 높다. 간단히 말해 행복한 사람이 결혼하고, 결혼 후에 더 행복해진다. 불행한 사람은 결혼하지 않는다. 그러니 행복해지기 위해 서둘러 결혼할 생각은 일단 접어두는 게 좋다.
- 신경과학은 뇌에 단단히 정박한 우정을 보여준다. 인간과 동물의 뇌에 우정을 지지하는 특별한 신경망과 순환이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하나는 명확하다. 우정은 협력의 자매이고 둘은 진화의 필수 아이템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자연의 호통으로 친구가 되었다.
우정이라고 다 같은 우정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다시 인간의 특별함이 등장한다. 남자들끼리의 우정에서는 무엇보다 스포츠와 지위 상승이 중요하고, 성별이 섞인 우정은 대개 파트너 선택에 봉사한다. 성별이 섞인 우정에서 남자들은 예상한 대로 여자의 신체적 매력을 중시하고, 여자들은 남자의 경제력과 신체 능력에 가치를 둔다. 이것이 비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진화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게 뭔지 모른다.
- 집안의 행복은 무엇에 달렸을까? 가정생활에서 중요한 것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배우자와 섹스, 자녀, 돈, 가사, 평범한 일상....... 그러나 가정생활에서 다툼을 유발하는 것 은 섹스도 아니고 가사도 아니다. 대개가 돈이고, 이때 '얼마를 버느냐'는 중요치 않다. 
돈은 정치에서처럼 가정생활에서도 우리를 고전적인 분배 문제 앞에 세운다. 누가 무엇을 얼마만큼 가져갈 것인가? 누가 소비를 결정하고, 누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살 것인가? 가정이 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연구할 때, 심리학은 '금전 권한'을 살핀다. 그리고 여기에 큰 차이가 있다. 
금전 권한과 행복이 무슨 상관일까? 관련이 아주 많다. 가장 최 근에 자식들과 돈 문제로 다툰 게 언제인가? 그때 당신은 행복했나? 당신은 얼마나 자주 돈 때문에 싸우는가? 잦을수록 당신은 더 불행하다. 당신과 다툰 상대방도 불행하다. 그렇지 않은가?
관점을 바꿔 물을 수도 있다.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는 소비 결정에서도 차이가 날까? 당연히 명확한 차이가 있다.  행복한 부부는 돈과 관련해서 덜 다툰다. 왜 그럴까? 아주 간단하다. 행복한 부부는 상대방의 욕구와 소망을 더 많이 배려하고, 누가 무엇을 얻는지 약삭빠르게 계산하지 않고, 때때로 상대방이 더 이익을 보도록 양보한다. 이익과 손해는 어차피 장기적으로 균형을 이룬다고 믿기 때문이다. 불행한 부부는 소비 때마다 흥정한다. “당신이 새 옷을 산다면, 나는 새 게임기를 사겠어.”  돈에 관한 논쟁이 벌어 지더라도 행복한 부부는 불행한 부부보다 더 짧게 끝내고 갈등도 남기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행복한 부부는 불행한 부부보다 더 자주 같은 걸 원하고, 늘 의논해서 구매를 결정한다. 불행한 부부는 주로 한 사람이 구매하고, 이어서 정말로 그것을 샀어야 했는지, 같이 의논해서 결정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겠냐를 두고 다툰다. 그러면 다툼은 주도권 논쟁으로 번진다. 불행한 부부는 자주 다투고, 서로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구매 결정을 의논하지 않고, 그것이 불행을 강화하고, 그래서 더 자주 다투게 된다. 악순환이다.
-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막대한 선택의 폭 앞에서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런 효과를 알면 그에 맞춰 정신 무장을 할 수 있다. 뭔가를 결정했으면, 그것을 고수하라. 더는 고민하지 말고 탐구를 중단하라. 선택하지 않은 다른 선택지는 모두 잊어라. 그리고 키르케고르를 상기하라. 다른 사람의 결정과 자신의 결정을 비교하지 말라. 비교는 불행요소 1순위다. 파란 하늘을 보여주며 데오도란트 구매를 권하는 광고를 무시하라. 모든 것이 슈퍼, 메가, 울트라라면 이런 형용사들에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간파해야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교환 권리를 포기하라.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실험으로 증명된 조언이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포스터 한 장을 선물을 고를 수 있었다. 이때 선물을 받은 행복한 피험자 중 절반에게는 포스터를 언제든지 다른 모티브로 교환할 수 있다고 약속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한 번 선택한 포스터를 절대 교환할 수 없다고 말 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포스터를 교환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포스터에 더 높은 가 치를 두었고 자신의 선택에 더 만족했다. 포스터를 언제든지 교환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기쁨을 오래 간직하지 못했다. 추측건대, 포 스터를 교환할지 말지를 고민하느라 머릿속이 계속 바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교환 권리는 행복에 공헌하지 않는다. 한 번 산 물건을 바꿀 수 없을 때 오히려 오랫동안 더 행복할 수 있다.
- 인생에서 많은 부분은 운에 좌우된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첫 번째 운은 유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행복은 최대 50퍼센트 까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에 아무 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유전자 복권에서 운 나쁘게 '꽝'을 뽑은 사람은, 행복에 있어서 시작부터 불리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듯 이제 두 번째 운이 온다. 어디서 어떻게 성장하는가? 이것 역시 생후 몇 년까지는 우리의 영향력 이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기는 우리의 교육, 인생, 행복에 막 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예상이 불가능한 사회적 운이다. 그 리고 우리가 살면서 예기치 않게 맞닥뜨리는 세 번째 운이 있다. 사고, 질병, 상실 혹은 여타 운명의 채찍들이 예상하지 못할 때 인생 에 날아온다.
우리의 행복은 많은 부분이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 행복을 뜻하 는 독일어 'Gluck'은 행복에 담긴 우연의 성질을 아주 잘 보여준다. Gluck'은 '행복'과 '행운' 두 가지를 뜻한다. 행복하게 사는 것도 Gluck' 이고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도 'Gluck' 이다. 반면에 영어는 "happiness'와 'luck'으로 행복과 행운을 명확히 구분한다. 앞에서 살펴봤던, (행복을 행운으로 여기는) 행복에 대한 독일인의 태도가 언어에도 반영된 것이리라.
- 겁쟁이가 더 행복하다. 이를 이해하려면, 겁쟁이가 피하는 위험의 실체부터 알아야 한다. 쉴러가 말하는 예측 불가성을 위험, 불안전, 불명확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위험은 특정 확률로 표현할 수 있는 사건이다. 예를 들어 주사위 놀이에서 다음번에 6이 나올 것에 10유로를 걸면, 이것은 위험이다. 주사위를 던져 6이 나올 확률이 6분의 1이라는 것을 우리가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교통사고 확률, 특정 연령대가 아직 살아있을 확률을 안다. 그래서 위험에 맞춰 보험상품을 마련한다.
불안전에는 예측 불가성이 많이 포함된다. 불안전에서는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 사이' 처럼 단지 큰 간격으로 확률을 제시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얼마이며, 그리고 언제 일 어날까? 대략적인 예측밖에 할 수가 없다.
불명확성에는 예측 불가성이 가장 많이 포함된다. 불명확한 사건들은 아주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확률로 표현할 수 없다. 세계 금융체계가 향후 5년 안에 무너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확률 계산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사건에 대한 보험은 기본적으로 매우 비싸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보험을 좋아한다. 연구가 입증하듯이, 인간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회피한다. 인간은 위험을 싫어하고, 여유가 된다면 위험에 대한 보험을 든다. 그리고 그것으로 더 행복해진다. 미국인 30만 명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들이 안전띠를 더 열심히 맨다. 행복한 사람들이 교통사고의 위험과 결과를 더 두려워하고 그래서 사고를 예방하고 위험을 줄이고 피한다는 뜻이다. 역으로도 통하는 것 같다. 위험이 많으면, 행복감이 떨어진다. 행복한 사람들은 (미안하지만) 겁쟁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수많은 운명의 채찍을 피한다.
- 기억은 우리의 행복에 결정적 구실을 한다. 그리고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벌써 우리를 기만한다. 앞에서 이미 만났던 심리학 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기억에 영향을 미 치는 자아를 두 영역으로 나눈다. 하나는 지금 순간을 감지하는 영역이다. 치과의사가 묻는다 “여기가 아픈가요?” 환자가 대답한 다. “네, 아주 많이요.” 이것은 경험하는 자아 experiencing self’ 이다. 그 러나 이것은 나중에 계속해서 기억하는 영역이 아니다. “치과에서 어땠어?” “좋았어. 이제 안 아파.” 이것이 기억하는 자아remembering self' 이다. 후자가 우리의 기억에 영향을 준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행복이나 불행이 반드시 그것에 대한 기억과 일치하는 건 아니다. 카너먼의 말대로 우리에겐 기억이 남고 순간의 경험은 사라진다. ‘우리’는 ‘우리의 기억'이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그때 정말로 경험하고 느 끼고 생각했던 것과 언제나 일치하진 않는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과거를 실제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 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좋았던 그때 그 시절'인 것이다. 왜 그럴까?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사회적 정 체성을 과거와 연결하기 때문에 과거를 아름답게 정의한다.  또한 청년들도 과거를 향수에 젖어 칭송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과거와의 재연결’은 더 행복하게 느끼기 위한 '자체 속임수'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장의 제목이, 요한 슈트라우스의 소가극 「박쥐」에 나오는 대사로, '바꿀 수 없는 것을 잊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 다. 의도적으로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부정적인 순간을 지워버림으로써 사람들은 젊은 시절에 더 행복했다고 느낀다. 뇌는 우리가 더 잘 살도록, 더 행복하게 살도록 우리를 속인다.
불행한 사람과 행복한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기억을 처리한다는 연구 결과는 기억과 행복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었는지 보여준다. 행복한 사람은 과거의 행복 경험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갈등이 생기지 않는 수준에 만족한다. 그들은 오히려 과거의 추억을 방해할 수 있는 불편한 기억을 삭제한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말을 빌리면, 불편한 기억을 잊는 사람이 행복하다.
불행한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과거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들은 과거의 일을 고민하고 숙고하고, 좋은 일뿐 아니라 나쁜 일까지 모두 기억한다. 이런 기억들이 행복을 방해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불행한 사람들이 정말로 나쁜 일을 겪었기 때문에 불행한지는 확실치 않다. 과거에 트라우마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현재 더 불행한 건 결코 아니다. 
- 의도적인 기억으로 행복감을 높일 수 있을까? 대답은 확실한 '그렇다' 인 것 같다.  행복하게 하는 과거의 일을 의도적으로 떠올리거나 상상하고 그것과 연결된 감정을 불러냄으로써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10분씩만 이렇게 하면 행복감이 상승한다. 흥미롭게도 행복하게 만드는 과거의 기억을 생생한 장면으로 상상하는 것이 행복감 상승에 가장 효과 가 좋았다. 그러므로 행복했던 날의 사진을 매일 보며 그때의 행복을 기억하려 애써라. 행복의 효과는 장기적이다. 행복한 기억이 행복하게 한다.
추측하건대 이런 기억들 가운데 몇몇은 거짓일 것이다. 여러 실 험이 그것을 입증한다. 사진은 사람들을 미혹하여 그들이 경험하지 않은 일을 기억하게 한다. 실험으로 검증된 이런 발견이 어쩌면 빌코미르스키의 사례를 해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행복감이 가짜 기억을 불러낸다는 것도 입증되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행복한 사람은 가짜를 기억하고, 우울한 사람은 정확히 기억한다. 어쩐지 부당하게 들린다, 그렇지 않은가? 
이런 극단적인 결과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인간의 기억은 우리가 기억과 감정을 정확히 저장하고 아무 때나 꺼내 쓸 수 있는 자료실이 아니다. (애석하게도) 가짜 기억이 정상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빈야민 빌코미르스키의 사례처럼 심하지 않다면 말 이다. 그럼에도 과거 행복했던 사건을 상기하는 것은 행복감을 높인다. 바꿀 수 없는 것을 잊고, 과거의 좋은 시절을 추억함으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다.
-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길 은 없다. 행복을 만드는 특허 조제법은 없다. 행복의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은 없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분명히 사람 수보다 많고, 적어도 사람 수만큼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극소수만이 행복을 쉽게 얻는다.
세계에서 가장 불운하면서 동시에 행복한 프라네 셀락, 그리고 과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승려 마티유 리카르의 모범을 따라 우리를 끌어당기는 그곳으로 가려면 우리는 많이 보고, 배우고, 듣고, 이해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행복의 길 위에서 행복을 알아보려면,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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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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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etc 2021. 5. 7. 19:46

 

https://www.youtube.com/watch?v=RJpJiEz7K7k

 

평소 시를 많이 읽는 편은 아니라서, 안도현 시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로 유명한 '너에게 묻는다' 정도까지 아는 수준이다. 

이 책은 안도현 시인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유의 잠언들이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는 잠언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부제인 '안도현의 문장들'은 오히려 스스로를 겸손하게 표현한 것 같다.

일상의 고민과 성찰을 통해 우려낸 짤막짤막한 문장들도 백미지만, 책 전체를 통해 은은한 배경을 이루고 있는 사진들도 문장들 못지 않게 아름답다. 사진을 보고 글을 지어낸 것인지, 글에 맞는 사진을 찍은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은 어디로든 데려다 준다고 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긴 하지만,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안도연 시인은 아래와 같이 썼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눈,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눈, 상상력은 우리를 이 세상 끝까지 가 보게 만드는 힘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입맞춤이 맞닿기 직전까지의 상상력 때문이다."

이 책은 장 그르니에의 글로 시작한다.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 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 았다.”
그러면서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거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해, 시를 쓰는 비밀을 간직하고 살기 시작하던 나의 스무 살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어쩌면 과거의 자신에게 뿐만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스무살 청춘에게 바치는 글이기도 할 것이다.

곧 신록이 우거지는 여름이 올 것이다. 봄에만 잠시 느낄 수 있는 풍경들이 있다. 바로 연두색이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연두가 초록으로 넘어가기 전에, 연두의 눈에 푸르게 불이 들어오기 전에, 연두가 연두일 때, 연두가 연두였다는 것을 잊어버리기 전에, 오늘은 연두하고 오래 눈을 맞추자."
짧은 봄이다. 그리고 짧은 인생이다. 지금 이 순간을 잠잠히 지켜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장 그르니에는 이렇게 썼다.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 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 았다.” 이 세상에 첫 발을 들여놓을 때의 아련한 기대와 다 짐을 이보다 더 신비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대한 꿈이란 겸허한 마음없이 이루어지지 않고, 가난과 남루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사람은 당당해진다. 수없이 꽃이 피었다가 지고 눈보라가 퍼붓다가 그치고 강이 넘쳐 벌판이 되고 길이 산을 뚫었다.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거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해, 시를 쓰는 비밀을 간직하고 살기 시작하던 나의 스무 살에게 이 책을 건넨다.
-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다. 꿈이랄까,희망 같은 것 말 이다.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다. 거슬러 올라 가기 때문에.
-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눈,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눈, 상상력은 우리를 이 세상 끝까지 가 보게 만드는 힘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입맞춤이 맞닿기 직전까지의 상상력 때문이다.
- 인간의 귀는 인간의 목소리 이외의 소리를 듣는 데 매우 인색하다. 인간의 한계는 바로 그것이다.
- 비 그치면 고추밭 매러 가려고 큰맘 먹었 더니 또 비가 오네. 호미야, 처마 밑에서 빗소리나 듣자
- 연두가 초록으로 넘어가기 전에, 연두의 눈에 푸르게 불이 들어오기 전에, 연두가 연두일 때, 연두가 연두였다는 것을 잊어버리기 전에, 오늘은 연두하고 오래 눈을 맞추자.
- 별똥별이 아름다운 것은 빛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떨어진 곳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삶이 이게 아닌데, 아닌데, 하고 회의하는 자만이 위험한 생을 즐길 수 있지. 하지만 삶 자체가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될 때는 다시금 안전한 쪽 을 바라보는 게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생이지. 생 이란, 위험과 안전 사이의 줄타기.
-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 길은 절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반드시 길이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 앞에서만 없던 길도 생기는 법이다. 뛰어오르라고, 도전하라고 벽은 높이 솟아 있는 것이다.
- 세상한테 떼쓰며 대들던 소년은 가출을 하고, 세상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려고 몸부림치던 사람은 출가를 한다. 가출과 출가, 이 두가지 여행 중에 더 진정성을 갖는 여행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출가보다 가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훌쩍 건너가 버리는 출가는 이 세상에 대해 책임지려고 하지 앉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돌아오는 가출은 그날까지 세상속에서 부대끼며 전전긍긍할 것이 뻔하다. 이런 전전긍긍 없는 여행, 전전긍긍 없는 생활, 전전긍긍 없는 문학이 있다면 그건 속임수에 다름 아닐 것이다. 우리는, 나는 앞으로 끊임없이 전전긍긍해야 할 것이다.
- 삶이란? 읽어도 읽어도 읽어야 할 책이 쌓이는 것. 오래전에 받은 편지의 답장은 쓰지 못하고 있으면서 또 편지가 오지 않았나 해서 우편함을 열어보는 것
-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를 때 저기 저 고갯마루까지만 오르면 내리막길도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보자, 자기 자신을 달래면서 스스로를 때리며 페달을 밟는 발목에 한 번더 힘을 주는 것.
- 어머니에게 카네이션이나 용돈 대신 선물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잘 늙어가는 50대의 건강한 아버지, 술 마시지 못하는 아들들, 바퀴벌레 나오지 않는 아파트,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튼튼한 무릎, 늘 잔고가 백만 원쯤 되는 통장, 돈 잘 쓰는 생활습관 등등
- 교훈을 받아들이는 일만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풍잎들이 강을 수놓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교훈을 생각하고, 이름 없는 꽃을 하나 발견하더라도 식물도감부터 뒤적인다. 그 꽃이 몸에 해로운지 이로운지를 먼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별을 바라보면서도 교훈이 될 만한 일을 찾을지도 모른다. 꽃은 꽃대로 아름답고 별은 별대로 아름답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고통이 왜 아름다운 것인지, 상처가 왜 아름다운 것인지는 관심도 없다.
- 낙엽을 보며 배우는 것 한 가지. 일생 동안 나는 어떻게 물들어가야 하는가. 떠날 때 보면 안다.
- 도토리는 어떻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가? 갈참나무 가 지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그것으로 도토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후에도 새로운 삶을 시 작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 길에 모퉁이가 없다면, 보이지 않는 모퉁이 저 쪽을 상상할 일도 없고, 비행기 활주로나 고속 도로처럼 인생은 황막해졌을 것이다. 그리움이 모퉁이를 만들었다. 모퉁이가 없다는 것은 곡선이 없다는 것, 막막하고 뻣뻣한 직선이 세상을 지배했을 것이다. 모퉁이가 없다면 골목길에서 자전거 핸들을 멋지게 꺾을 일도 없었을 것이 고, 연인들이 담벼락에 붙어 서서 키스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별 후에 돌아서서 숨죽여 흐느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핍이 모퉁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모퉁이는 아쉽고 그리운 것들을 낳았다.
- 외로울 때는 사랑을 꿈꿀 수 있다. 하지만, 사랑 에 빠진 뒤에는 외로움을 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사랑하고 싶거든 외로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 외로워할 틈이 없다는 것, 그것이 문제다. 이 세상에 외로워지고 싶은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외로움이라는 특혜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것이다. 외로움 때문에 몸을 떠는 것보다 더 불행한 것은 외로움 을 느껴볼 시간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외로워할 틈이 있는가, 먼저 돌아보라.
- 빈둥거리고 어슬렁거리고 게을러져라. 적막을 사랑하라. 적막에 사로잡힌 적막의 포로가 돼라. 적막 속에서 빈둥 거리다가 보면 문득 소란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렇다. 고 세상의 소란 속으로 단번에 뛰어들지 말고, 가능하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라. 그러다 보면 시를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 시인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사람이다. 봄날에 눈부시게 피어난 꽃잎을 보며 경탄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꽃잎의 눈부심을 위해 혹한의 겨울, 꽃잎의 언저리로 눈보라가 지나갔음을 기억할 줄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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