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대왕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얘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출전은 시오노 나나미가 <그리스인 이야기>입니다. ‘친구’ ‘동료라는 뜻을 가진콤파니언이라는 단어를 아실 겁니다. 알렉산더 곁을 지킨 기병대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전투가 시작되면 이들과 선두에 서서 돌격했습니다. 공격 명령이 따로 없었습니다. 대왕이 달려가면 그것이 바로공격 앞으로였습니다.

 

기원전 331. 동방원정에 나선 알렉산더와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황제가 운명의 결전을 치릅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패권을 가우가멜라 전투였습니다. 알렉산더의 나이 25, 다리우스는 49세였습니다. 알렉산더의 전술적 탁월함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알렉산더의 전략보다 인간미에 집중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았을까요.

 

알렉산더는 전투에서 사로잡은 포로를 고문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나체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생각한 그리스인들은 벌거벗은 몸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페르시아인들은 반대였습니다. 나체는 수치스러운 것이었기에 포로를 잡으면 옷부터 벗겨냈습니다. 알렉산더는 포로들을 정중하게 예우하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고, 적진의 귀중한 정보들을 손에 넣었습니다.  

 

알렉산더의 군대는 지휘계통이 명확했습니다. 자신과 지휘관, 말단병사들은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병사들은 모두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명령이 없을 때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고 있었습니다. 늘상 알렉산더와 함께 전투를 치르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이 지휘체계와 전술에 대한 병사들의 이해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요즘 말로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한 것이죠.

 

알렉산더의 안전을 걱정해 최전선 전투를 말리는 병사들에게 건넨 얘기가 아래와 같이 전해옵니다. “너희는 누구보다 충실하고 누구보다 헌신적인 부하일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신뢰할 있는 친구다. … 고백하건대, 너희와 함께 이곳까지 나는 과거에 이렇게까지 인생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나를 행복하게 해준 너희의 뜨거운 마음도 내가 보여준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감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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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줄줄이 쓰러지던 외환위기 공격적으로 투자해 1억원을 156억원으로 불린 사람이 있습니다. 해외 주식에 일찌감치 눈을 돌려 중국 관련 펀드로도대박 냈습니다. 섬마을 출신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이야기입니다. 안목의 투자를 강조하는 그는 워런 버핏, 피터 린치와 함께 한국에서 유일하게세계의 위대한 투자가 99 선정된 가치투자 전문가입니다.

한국경제신문 312일자 A30 개미들을 위한 강방천의투자 비밀병기 기사는 가치투자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개인들이 주식투자로 성공할 있는지 회장의 성찰을 소개했습니다. “주식시장이라는 살벌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무기를 가져야 할까?” 한마디로명료한 관점 필요하답니다. “노련한 투자자도 관점이 무너지면 이제 시작한 초보투자자와 다를 없다.”

주식에 대한 기본적 이해의 바탕 위에서 풍부한 상상력을 펼쳐야 온전한 가치를 찾을 있고, 그게 쌓일 투자에 대한 관점을 얻을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보고 사실관계를 파악해 기본적 이해를 하되, 거기에 상상력을 더하지 않으면 남들이 알고 있는 가치 이상을 보지 못한다.” 기업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한손엔 망원경을, 다른 한손에는 현미경을 단단히 쥐어야 한답니다. “현미경으로는 재무제표를 샅샅이 살펴보고, 망원경으로는 미래수요와 경쟁구도를 살핀다.”

현미경과 망원경을 함께 동원해위대한 기업 가려내야 하는 이유는불황이 끝나면 놀라운 축제의 시간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공포나 불황일 결코 시장을 떠나지 말고 위대한 일등기업과 함께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함께 부자되는 길이다.”

회장이 10 넘게 품속에 넣고 다니는 글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승자의 시스템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끌고 진보를 일궈내는 시대의 위대한 기업입니다./ 위대한 기업은 바뀌지만 위대한 기업은 존재합니다. 위대한 기업의 주인이 되어 부자로 사는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기업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그리고 오래 함께함으로써 꿈은 현실이 됩니다.”

회장은나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힘내라는 얘기를 한다 말합니다. “대신너의 끼를 찾아라 말한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네가 가진 끼에 대해 고민해보고, 끼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펼칠지 생각하라. 그리고 당당히 세상으로 나아가 거침없이 끼를 펼쳐라 것이랍니다. “그러면 주류건 비주류건 모든 젊은이가 세상의 주인공이 있다. 이것이 내가 젊은이들에게 진심으로 주고 싶은 메시지다.”

한국경제신문 상임논설고문
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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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마켓

경제 2021. 3. 14. 17:02

- GDP 대비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을 나타낸 그래프를 기준으로 신고가 갱신은 실적 성장이 견인할 것인데, 시장이 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항상 가격 조정을 거치면서 횡보 국면을 보일 수 있다. 2020년 말에서 2021년 초반까지는 대선 이슈로 일정 수준의 변동성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간이 지나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증명해줄 성장주의 실적 성장은 저평가라는 매력으로 유동성을 계속 끌어들일 것으로 판단 한다. 경제도 회복하는데 성장주의 실적 강세가 강하게 나타난다면 큰 장이 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치가 높은 미국이 꺾이지 않는 이유는 주도주의 이익 성장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걱정하지 말자. 한국의 지표들을 보면 여전히 저평가이며, 버블을 걱정할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2021년은 지수 신고가를 향해 가는 한국의 성장주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전망한다. 요컨대, 내가 강조하고 싶은 2021년 주식시장 전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한국 주식은 저평가되어 있다.
* 이번 주식시장 사이클은 주도주의 외형 성장이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그때가 지금은 아니다. 이
*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기업 실적의 상승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장기 사이클에 대해 대비하자.
- 최근 금융시장과 경제가 디커플링되었다는 시각이 많다.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 시대로 완연히 접어들었는데도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코로나19로 급격한 위축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보란 듯이 이전 최고치로 빠르게 회복했다. 30% 이상 하락했던 미국 주가가 이전 최고치로 회복하는 데 걸린 기간은 5개월이다. 물론 저성장에 따른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금융자산에 투자가 집중된 것도 중요한 배경이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완전한 디커플링은 아니라는 걸 집어서 얘기하고 싶다. 전체 경제성장이나 소비 등은 분명 부진했지만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빠른 속도의 투자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그야말로 올 스톱되었을 당시에도 기술 관련 부문에 대한 투자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재택근무로 인해 PC 수요가 늘어나고, 기업들마다 클라우드 시설 확충에 나섰다. 넷플릭스와 같이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올해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다. 전체 경제성장률과 주가지수를 단순 비교하면 디커플링된 것처럼, 즉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투자를 이끌고 있는 지식재산생산물투자가 현재는 전체 GDP의 5% 남짓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보면 경제와 주식시장은 완전히 디커플링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다.
- 장기 불황을 지속 중인 일본의 사례는 빠른 시기에 재정 확대가 결정돼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다. 재정 확대를 망설이다가 경기 회복이 가능했던 시기를 놓친 것은 일본이 장기 불황에 진입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1980년대 말 일본의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그야말로 급락했지만, 일본 정부는 당시의 경기 침체를 잠시 지나가는 몸살감기 정도로 생각했다. 대응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감기에 걸렸다고 응급실에 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1989년 일본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은 흑자 재정을 이어갔다. 쓴 돈 보다 ‘걷은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경기가 힘을 잃으면 정부가 적자를 감수하며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것과는 반대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물론 나 중에 가서 재정 지출을 확대하기 시작했지만,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난 이후의 재정 확대는 경기를 되살리지 못했다. 연준의 전 의장이자 일본 장기 불황 전문가로 꼽히는 벤 버냉키는 일본 정부가 빠르게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을 확대하지 않은 것이 일본을 장기 불황에 이르게 했다고 분석했다. 
- 석유화학 생산 설비는 크게 납사 크래커 NCC와 에탄 크래커ECC로 구분된다. NCC와 ECC는 모두 화학제품의 기초 소재를 만드는 설비다. 두 설비의 차이는 원료인데, NCC는 석유에서 뽑아낸 납사를, ECC는 셰일가스에서 뽑아낸 에탄을 사용한다. 한국의 석유화학 기업은 대부분 NCC 업체들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에 미국 셰일가스 생산이 증가하면서 에탄 가격은 하락하고, 석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납사 가격은 오르는 추세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원가경쟁력에서 ECC가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셰일 업체들이 파산하면서 셰일 오일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고, 이에 따라 동반 생산되는 에탄가스의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셰일 업체 파산으로 인한 에탄가스 생산량 감소가 장기화된다면 에탄 가격 상승으로 ECC 업체들의 원가경쟁력이 나빠지게 된다. 이는 한국의 NCC 업체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다.
- 연준은 그동안 금리를 낮추거나 자산을 매입하는(양적완화) 방식을 통해서 자산 가격을 부양해왔다. 그런데 자산을 더 매입하기에는 금리가 너무 낮은 상황이고, 단기 금리도 0% 수준이어서 더 낮출 것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할 수 있는 것 은 무엇이 있을까? 그 고민의 결과 중 하나가 지난 8월에 연준이 발표한 '평균물가목표제'다. 과거에는 물가가 2%에 도달하면 긴축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일정 기간 동안의 평균 물가가 2%에 도달해야 긴축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평균물가목표제가 의미하는 바 를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내년 2분기쯤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수요 둔화가 만든 기저 효과 때문에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래도 금리는 올리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연준이 인플레이 션을 만들어내고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코로나19가 만든 패닉에서 금융시장을 멋지게 구해냈던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만드는 것도 성공할 수 있을까? 연준이 마음을 먹은 것은 금융시장에서 그동안 모두 이루어졌다. 그래서 '연준과 맞서지 마라 Don't fight the fed'는 말이 가장 유명한 증시 격언이 되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것은 연준의 정책이 가장 잘 통하는 금융시장(Wal street) 내에서의 이야기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은 실물 경제(Main Street) 이야기라는 데 있다. 비유를 하자면, 연준이 그동안 홈구장(Wall street)에서는 너무나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원정 경기 (Main street)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준이 할 수 있는 것은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심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뿐이다. 실제 인플레이션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경제가 그만큼 좋아져야 하고, 이 를 위해서는 미 정부에서 재정 정책을 써서 연준이 자산 매입을 통해 풀었던 돈들이 실물 경제로 흘러가는 것이 우선되도록 해야 한다. 파월 의장이 지속적으로 '재정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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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파산하는 날

경제 2021. 3. 14. 17:01

- 전기차 업체들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1년에 몇 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자동차 전문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의 토마스 팡Thomas Fang 애널리스트는 “시장 과 열로 조만간 엄청난 파도가 중국 전기차 시장을 덮칠 것”이라며 “전기차 스타트업의 생사를 가를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마당에 전기차 판매량의 80~90%는 웨이라이 · 웨이마·샤 오펑자동차 등 10대 메이커가 소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머지 476개 업체가 20만 대에 불과한 생산 규모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피 튀기는 경합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런 정도의 생산 규모로는 이들 476개 메이커는 절대 생산라인을 풀가동 시킬 수 없는 만큼 머지않아 도태되는 업체가 발생할 것
-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삭감도 이들 스타트업에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올해 6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기존의 6 만 6,000위안에서 2만 7,500위안으로 58%라는 큰 폭으로 낮추기로 결정 했다. 중앙정부보다 최대 50% 많은 지방정부 보조금은 더 많이 축소된 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 삭감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2020년에는 전기차 에 대한 보조금을 완전히 없앤다는 계획이다. 저우레이 도쿄 소재 딜로 이트토마츠컨설팅 컨설턴트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조정으로 아직 기 술이 덜 발달한 전기차 스타트업이 사라질 것”이라며 “전기차 스타트업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2020년에 폐지하려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2022년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가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도 전기차 스타트업의 입지를 더욱 좁힐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추이둥수崔東樹 중국전국자동차승객협회CPCA 사무총장은 “중국 내 전기차 시장에는 여전히 공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경쟁력을 갖춘 강자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며 “약자, 즉 스타트업은 아마 시장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그동안 정부 보조금으로 덕분에 급성장을 맞이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정 부의 보조금 삭감계획에 직격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이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상 징'으로 불리는 중신궈지中國際.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반도체 기 술·장비 공급을 차단하기로 했다. 미국 상무부는 미 컴퓨터칩 제조회 사들에 서한을 보내 중신궈지에 특정 기술을 수출할 경우 별도의 면허 를 취득해야 한다고 통지했다. 이 서한은 “중신궈지에 대한 수출은 중 국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을 안 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중신궈지가 수출하는 반도체 기술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의해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중싱통신과 이들 기업의 계열사 등 275개 이상의 중국 기업들은 앞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 2000년 설립된 중신궈지는 화웨이와 함께 중국 반도체 자급화 계획에서 양대 축을 이루는 기업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4.5%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신궈지보다 먼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세계 1위를 다투는 스마트폰 업체이면서 중국 최대 팹리스 (반도체설계) 업체인 하이쓰반도체 Hisilicon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중신궈 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지티톈루臺灣積體電路· TSMC와 하이쓰 가 발주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의 추가 제재로 더 이상 납품을 할 수 없게 됐다. 중신궈지가 하이쓰의 생산 주문을 소화할 수 있다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무력화될 수 있겠지만, 중신궈지의 현 기술력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중신궈지는 지난해 말에야 겨우 14nm 공정 양산에 들어갔다. 대만 지티덴루는 7nm 제품을 거의 독점 공급하고 있는 데다 2019년 하반기 에 5m 공정 양산에 진입하는 등 기술 수준이 한참 앞서가고 있다. 중신 궈지와 삼성전자·지티톈루 간에는 3~5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5~10년을 바라보고 중신궈지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미국은 아예 중신궈지가 싹도 틔우기 전에 고사시키겠다는 심산이다.
- 중신지가 화웨이에 시스템 반도체를 납품하는 만큼 미국의 제재, 는 화웨이에 추가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추진 중인 첨단 반도체 육성 전략이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화웨이가 반도체 생산을 맡겨 오던 지티덴루와의 관계가 끊긴 데 이어 그 대안으로 중신궈지를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이 좌절된 탓이다. 중국 정부는 중신궈지를 마지막 보루'로 삼아 집중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 글로벌 분석기관 오토노머스 리서치 등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그 림자 금융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그 하나는 일반 은행에서 정상적 대출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이용하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일반 은행들이 대차대조표의 신용을 숨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림자 금융은 이 중 후자가 대부분이다. 은행들이 그림자 금융의 대표 상품인 자산관리상품WMP의 발행을 통해 자산을 그림자 금융으로 이전하는 것을 중국에서는 '통도通道업무 channel business'라고 부른다. 통도업무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그 하나는 은행들이 자산을 WMP로 이전한 뒤 이를 은행들이 예금자나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경우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의 자산 건전성 평가에서 부실을 숨길 수 있다. 다른 방식은 은행들이 비은행권 기관에 대출을 매각하고 해당 대출을 다시 패키지화한 뒤 WMP와 비슷한 자산관리상품 AMP으로 만들고 이를 은행들에 되파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 대출을 은행의 투자 상품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중국은 그림자 금융을 통해 부채를 과도하게 쌓고 있으며, 이러한 부채의 상당 부분이 WMP나 AMP로 재포장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오토노머스 리서치는 WMP와 중국 은행들의 규모가 너무 크고 구조는 너무 복잡해 2008년 글로벌 경제를 불안하게 한 요인과 같은 작용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 WMP는 자산을 숨겨진 통로로 이전해 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왜곡한 다고 하면서 “특히 WMP는 만기가 짧아 째깍거리는 '시한폭탄ticking time bomb'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중국 금융당국은 그림자 금융의 위험을 막기 위해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시장 질서를 규제하고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에 모든 투자상품을 판매 할 때 이를 녹음하거나 녹화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융 상품 산업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했고, 투자상품은 점점 더 복잡 해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런 까닭에 일부는 판매를 오도하고 일부에 서는 무허가 금융상품을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은 2007년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PIMCO의 폴 맥컬리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처음으로 개념을 정립했다. 사모 형식으로 자금을 모아 이를 통해 각종 결합상품을 만든 뒤 리스크가 높은 채권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기법이다.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은행과 달리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사간 거래를 통칭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계상 잘 드러나지 않고 자금세탁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비제도권 금융을 지향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 기를 확산시킨 요인으로도 지목됐다.
- 중국은 2005년 위안화 평가절상과 관리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자금유입 확대에 힘입어 외환보유고도 해마다 2,000~5,000억 달러가 늘어 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05년 1조 달러(8,188억 달러)를 밑돌던 외환보유고는 2006년 10월 1조 달러, 2009년 4월 2조 달러, 2011년 3월 에 3조 달러를 각각 돌파하며 자본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이 때문에 중국 외환 당국은 투기 머니 유입과 위안화 강세를 어떻게 막아내느냐 가 시급한 과제가 됐을 정도다. 그러나 2015년 들어 경제성장률 6%대 후반을 유지하기에 급급했고, 그해 8월 5%에 가까운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 탓에 중국은 위안화가치 하락과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급변했다. 이렇게 중국의 외환정책이 180도 변하게 된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연초부터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환율 개입을 반복하면서 외환보유고 3조 달러 붕괴도 시간문제일 뿐이라 며 머지않아 기정사실이 될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국제 외환 전문가들은 중국 외환보유고의 심리적 지지선은 3조 달러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못 미치면 금융 위기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외환보유고 투자 대상의 유동성이 낮은 점, 그중 2조 8,000억 달러가 이미 다 른 부채 충당에 쓰이고 있을 가능성 등의 이유로 3조 달러라 해도 실제 중국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다. 다일리 왕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 전략분석가는 3조 달러가 시장의 심리에 영향을 줄 임계점”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은행 소시에테제 네럴은 IMF의 권고 기준을 이용해 외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중국의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을 2조 7,500만 달러로 추정했다. | 비록 3조 달러 선이 무너졌다고 하지만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여전 히 누구도 넘보기 힘든 세계 1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감 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 는 2016년 11월부터 500만 달러 이상의 해외 송금과 환전, 해외 M&A에 대해 사전 심사에 착수하고 올해 1월부터는 은행들에 개인 외화로 환전할 때 용도를 자세히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등 자본 유출 막기에 안간힘을 썼다. 자본 유출 막기에 두 팔을 걷은 중국은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 중 가장 환금성이 좋은 미국 국채를 내다 팔고 있다. 중국은 주로 미 국채 를 내다 팔아 달러를 조달했으며, 이 달러로 위안화를 구매해 환율을 방어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08년 일본을 제치고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에 올라섰던 중국은 이로 인해 최대 미국 국채보유국 자리를 일본에 다시 내줬다. 
- 중국의 국유기업들 간의 M&A는 국내적으로 과잉생산을 줄이고 과 당 경쟁을 방지하며, 대외적으론 대형화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 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이다. 웬디 로이터트 미국 코넬대 행정학과 연구원은 “중국 국유기업의 초대형 M&A는 국내외에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는 합병을 통해 과잉 설비를 줄이고 가격결정력을 높이며, 해외에서는 국가대표 기업으로 키워내 중국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격 경쟁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국유기업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관련 사업권을 따내 기 위해 합병을 선택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 예산을 따내려면 국유기업 개혁이라는 정부 시책에 적극 호응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리진李錦 중국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어떤 합병은 비슷한 기업들을 통합해 몸집을 키우고 경쟁을 줄이기 위함이고, 어떤 합병은 업계 가치사슬에서 상·하류 부문을 통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일부 합병은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해 국유 기업들의 프로젝트 수주 준비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 일각에선 중국의 국유기업 간의 초대형 M&A를 '부실기업의 덩치 키우기'로 평가절하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당국은 강한 국유기업이 약한 라이벌 기업을 흡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기업 간 경쟁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장경제를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유기업 간의 M&A는 지나치게 많은 부채와 비효율성 등 본질적 문제 해결을 미뤄 오히려 리스크를 키운다는 경고도 나온다. 현재 중국 기업들의 부채 규모는 중국 GDP의 160%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국유 기업이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국의 기업 부채 비율은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2~3배에 이르는 만큼 금융 위기의 진앙이 될 수 있다는 적신호가 켜졌다. M&A 이후의 이들 기업의 실적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베이징소재 리서치업체 자푸룽저우佳富龍州· Gavekal Dragonomics에 따르면 국유기업들은 전체 투자액이나 은행 차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지 만 GDP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셰옌메이謝 覽梅 자푸룽저우 애널리스트는 “정부 주도의 합병은 시장에 의해 가장 적합한 기업이 생존하는 것이 아닌, 주로 강한 국유기업들이 약한 라이 벌 기업들을 흡수하도록 만드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 특히 첨단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신냉전이라 불릴 만큼 격화되고 있는 마당에 알리바바는 사실상 '안전지대'로 남아 있다. 미국 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망을 끊어버리며 숨통을 조이고 중국의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텅쉰의 웨이신과 바이트댄스의 온라인 동영상 앱 더우인은 미국 시장에서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융단폭격을 하고 있는 반면 알리바바는 이례적으로 '무풍지대' 속에 있다. 알리바바 는 단순히 유통기업이 아니라 클라우드 인공지능·로봇·반도체 분야 에까지 진출하고 핀테크·자율주행을 비롯해 무인 매장, 무인 배송 등 각종 혁신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기술기업인 데도 제재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 알리바바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은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 에 상장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호막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제재를 가한 화웨이는 연매출 8,588억 위안(2019년 기준) 수준의 글로벌 대기업이지만, 비상장을 고집하며 지배 구조가 불분명한 회사다. 텅쉰은 뉴욕 증시 대신 홍콩 증시 상장을 선택했다. 바이트댄스는 아직 상장하지 않은 자산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스타트업이다. 이들 기업이 타격을 입는다고 해서 월가의 투자자들이 함께 손실을 입을 일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알리바바는 2014년 뉴욕 나스닥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다. 당시 공모 금액이 250억 달러로 수년간 '세계 최대 규모 IPO 타이틀을 유지하기도 했다. 뉴욕에 상장한 만큼 알리바 바의 주요 투자자는 미 현지 기관 투자가와 미국인들이다. 2019년 11월 홍콩에 2차 상장을 하기 전까진 중국인들도 알리바바에 투자하기 위해 서는 미 증권사를 통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실제로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의 주식 소유권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미국이 61.3%로 1위를 차지했고 영국 15.5%, 캐나다 3.5%, 일본 2.7% 순이다. 홍콩 증시에서조차 알리바바 주식 소유권 1위는 중국이 아닌 일본(49.8%)이다. 알리바바와 비슷하게 미국의 제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국 최대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도 뉴욕 증시에 상장해 있으며, 주식 소유권의 70.3%가 미국이다.
- 마이그룹은 중국의 은행 및 금융기관과 달리 국제결제망인 국제은 행간통신협회sWIFT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이 미 달러화 거래를 청산하기 위해 스위프트망에 의존하는데, 미국의 제 재를 받으면 국가와 기업, 개인이 필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 존슨 교수는 “알리페이의 경우 결제가 중국 위안화로 이뤄진다. 미 국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스위프트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알리페 이를 제재한다고 해도 정작 타격을 받는 것은 중국에 위치한 미국 기업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국은행은 중국 경제 경착륙 기준을 5%로 제시)할 경우 충격의 전파 경로는 국제 교역과 중국의 대외 직접투자, 금융시장의 동 조화 등이 될 것이다. 중국의 경착륙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는 곳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주요국 증시와 외환시장 이 요동치면서 글로벌 자금의 급격한 이동을 초래하고 각국의 실물경 기에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경기 급랭과 통화가치 급락에 따라 선진국 투자자금이 신흥국 자본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일부 신흥 국들은 외환위기나 경제위기에 급속히 빠져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성장률 방어를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경쟁 적으로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에 돌입하면 글로벌 경제는 패닉(공황) 상태에 빠진다. 세계 교역이 급속히 위축되고 보호주의적 장벽이 높아져 개별 국가들이 얻는 이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세계 그 어느 국가도 원치 않는 결과가 빚어질 공산이 크다. 더군다나 중국 경제가 경착륙의 충격에서 회복되지 않고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다면 세계 경제는 대공황 수준의 디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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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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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오니즘

경영 2021. 3. 14. 17:00

- 현실 자각 능력이 뛰어났던 그는 '혁신 기술의 부재'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것은 '스피드'를 활용하 는 것이었다. 삼성도 처음에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새로운 제품 이나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 또는 그 기업)로 승부했다. 한국이 반도 체 시장도 제패했는데 제약 시장도 제패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서정진 은 생각했다. 경쟁자와 차별화되는 특별한 강점에 집착하면 정작 중 요한 것을 놓치기 쉽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이야말로 간과하기 쉬운 요소다.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는 저서 『성공의 공식 포뮬러』에서 “시간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가지기 어려운 사치품”이라고 정의한다. 이 말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제약업계에 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간을 버는 자가 돈을 번다. 아픈 사람이 아프지 않을 시간을 벌어주는 의약품을 경쟁사보다 빨리 내놓아야 한다. 앞서 나간 제약사는 그만큼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셀트리 온은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의 동물세포 배양 공장을 가진 덕분에 제 품의 개발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아무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지 않을 때인 2006년부터 연구개발에 돌입했고,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일등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으로 채찍질하며 달려온 결과다. 셀트리온은 시장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 바이오시밀러를 뜻하는 '퍼스트 무버(시장 개척자)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덕분에 셀트리온은 후발 주자와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었다.
- 서정진은 이런 직원들과 일하면서도 '빨리빨리'를 외친다. 그는 보 고, 지시, 회의 등 대부분의 업무를 전화로 한다. 이메일도 사용하지 않는다. 카카오톡 앱도 깔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면 읽기만 하고 답은 전화로 한다. 글자를 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임원뿐만 아니라 실무자에게도 전화해서 묻고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긴다. 해외 출장 중에는 한국 시간도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통화 버튼을 누른다.  이상준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한번은 새벽 3시쯤 회장님께 전화 가 와서 잠결에 받았더니 자냐? 그냥 자라' 하고 끊으시더라"고 했 다. 다음 날 물어보니 갑자기 임상 설계 문제와 관련해서 뾰족한 수 가 생각나서 전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회장님은 어떤 것에 꽂히면 꿈 에서도 그 문제만 골똘히 계속 생각한다”면서 “그러다 좋은 아이디 어가 떠오르면 까먹기 전에 빨리 알려주고 싶어서 대뜸 전화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를 금지하도록 했지만 서정진에게는 딴 나라 얘기다.  서정진은 업무 속도를 올리려면 상황을 빨리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셀트리온의 계열사 사장들은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번씩 서정진의 전화를 받는다. 서정진이 출장 중이거나 바쁠 때면 비 서실에서 대신 전화를 한다. 내용은 간단하다. 아침 회의 이후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한번은 서정수 셀트리온제약 사장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회장실에서 전화가 왔다. 그는 “근무 중 이상무"라고 답했다. 수시로 상황을 점검하고 대처하는 게 셀트리온의 습관이자 경쟁력이다.
- 서정진은 신세 졌던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는 하고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덤으로 얻은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주위 사람 모두에게 감 사했다.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고맙다, 미안하다"고 했다. 동료들에게도 “그동안 애썼다. 나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었던 거 다 용서해라" 하 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다. 그는 이 시기를 '내 생 애 마지막 보름'이라고 표현하며 “내가 변하니 세상이 달라졌다”고 회 고한다. 서정진이 자신만의 '인생 하직 인사'를 할 때마다 주변 사람 들은 그에게 “무슨 일 있냐”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힘을 북돋아줬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줄 알았는데 가족, 친구, 동료들이 모두 그의 편이었다. 서정진은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대방에게 진짜 고마운 일을 쭉 얘기하니 감동하더라고요. 제가 변한 것은 딱 하나였습니다. 남들이 해준 고마운 일에 대해 한 번도 표현하지 않다가 덤으로 살기로 결심한 보름 동안 고맙다는 얘기를 쭉 하고 다녔더니 주변이 바뀌는 겁니다. 그동안 인생을 살면서 전부 내 머리와 내 능력으로 다 하려고 했습니다. 계획도, 전략도 완벽 하게 잘 세웠는데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아군이 하나도 없었어요. 다 '네가 해보라'는 말뿐이었거든요.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남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생각과 행동을 내가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 니까 직원들에게도 고맙다고 하고 잘했다고 칭찬하기보다는 야단만 쳤던 거죠. 툭하면 '너는 왜 이것밖에 못 하냐, 이 정도는 해야 할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저만 잘난 줄 알았던 헛똑똑이였습니다. 감사 인사라는 작은 변화 하나에 불가능한 것들이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 자살할 이유가 사라졌다. 서정진은 죽을 각오로 살아보자고 다짐 했다. 내 생애 마지막 보름 동안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 밀고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알게 됐다. 이 일은 서정진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그는 다시는 자살 따위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의 끝에 서본 경험은 서정진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들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서정진은 이제 두려울 게 없었다. 그는 망해가던 백스젠을 찾아가 다른 약이라도 만들 수 있게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설득했다. 백스젠은 동물세포 배양과 관련한 임상 자료들을 넘겨줬다. 거저 준 것인지 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혹자는 “제넨텍과 백스젠이 20년간 쌓아온 첨단 생명공학 기술과 신약 개발 노하우가 셀트리온으로 넝쿨째로 굴러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 기우성은 항상 양복 주머니에 세 가지 색깔의 볼펜을 넣고 다닌다. 검은색 펜으로는 회의 내용을 적고 상대방의 질문 내용은 빨간색, 본 인의 질문은 파란색으로 구분해 미팅이 끝나면 정리된 내용을 나눠 준다. 아무것도 없이 이야기하는 것과 프레임을 그려놓고 논의하는 것은 퍼포먼스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저는 지금도 볼펜 세 자루로 모든 걸 다합니다. 어떤 일이든 터지면 실무진에게 들어오라고 한 다음 정리를 합니다. 고객사와 협상할 때도 쟁점만 딱 집어서 제시해주면 집중도도 높이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지요.” 이런 업무 방식은 서정진의 영향이 컸다. 서정진은 정리와 요약의 달인이다. 그는 화이트보드가 없으면 종이를 꺼내놓고 적으면서 이야 기한다. 중복을 피하고 중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전달하려면 정리가 효과적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항상 말할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 돼 있다. 주주총회에서 '대본' 없이 두 시간 동안 혼자서 떠들 수 있는 비결이다. 정리 능력은 서정진을 달변가로 만들었다. 그는 말을 많이,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양립하기 쉽지 않은 걸 해낸다. | 서정진이 말을 잘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하려는 대상과 메시지를 명확히 정리하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오 투자 행사에서는 투자자, 주 주, 창업가 세 부류로 청중을 분류해서 그들이 원하는 조언을 해준 다. 강연이 명쾌할 수밖에 없다. 회의 때나 업무 지시를 할 때는 예리 하게 세부 사항까지 정리해 이야기한다. 서정진과 함께 일하려면 수준 높은 정리 요약 기술이 필수다.  화이트보드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놓고 회의하는 방식은 '셀트리 온 컬처'로 자리 잡았다. 송도 본사의 회의실이나 임원 집무실의 한쪽 벽면에는 알 수 없는 외계어로 가득한 화이트보드를 흔히 볼 수 있다.  1공장의 새 식구로 들어온 화이트보드와 라꾸라꾸는 직원들의 분 신 같은 존재가 됐다. 공장 허가와 관련된 부서원들은 공장에서 먹고 잤다. 라꾸라꾸는 생산설비로 진입하기 전 1층 통로 옆 회의실 한쪽에 놔뒀는데 임직원들은 이 방을 '워 룸'이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생사를 건 전쟁이었다. 이 과정을 겪은 한 직원은 “워 룸에서 일하다가 죽느니 차라리 폭격을 맞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 제약사들이 보기에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 제품도 없고 공장만 달 랑 가진 중소 제조업체에 불과했다. 그런데 서정진은 한 곳도 아니고 두세 곳의 중견 제약사를 한꺼번에 인수하겠고 했다. 배짱 하나는 두 둑했다. 서정진은 국내 제약사들이 기로에 섰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 로 밀고 나갔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 발효되면 기존 제약사가 안 주해온 제네릭(복제약) 위주의 영업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정진은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의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제약사라면 셀트리온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 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정진의 발언은 콧대 높은 중견 제약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국내의 모 제약사 회장은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제약사가 그런 사기꾼 기업에 회사를 파는 건 있어선 안 될 일”이라 고 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마땅한 매물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 제약 영업은 리베이트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셀트리온이 인수 조건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했으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싸늘한 반응을 감지한 서정진은 전략을 수정했다. 코디너스의 경 영진과 친분이 있던 서정진은 이 회사가 사업 다각화 방안을 고민하 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화학제품 제조사인 오알켐을 셀트리온으로 둔갑시키는 연금술을 해낸 마당에 인터넷 쇼핑업체라고 안 될 이유가 없었다. 서정진은 제약 영업 사원도 판매 네트워크도 전무한 코디 스에 선뜻 바이오의약품 국내 유통 판권을 내어준다. 이때부터 이미 코디너스를 접수할 치밀한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판권을 넘긴 지 두 달 만에 서정진이 코디너스 대표이사 자리를 꿰찬 것을 봐도 이런 추측은 이상하지 않다. 김형기 셀트리온 부사장까지 코디너스 이사로 선임됐고 코디너스의 실질적 지배자는 셀트리온이 됐다. 서정진은 껍데기뿐인 코디너스를 배후에서 조종해 한서제약까지 품 에 안았다. 코스닥 상장사와 중소 제약사,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다.
- 셀트리온은 세 가지 부수적인 이득을 봤다. 첫째는 시간 단축이다. 비 상장 제약사를 인수한 다음 상장시키려 했다면 최소 2년이 걸렸을 것이다. 코디너스와의 계약부터 한서제약 인수까지 걸린 시간은 우회 상장 때와 마찬가지로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는 논란의 최소화다. 코디너스가 한서제약 인수를 발표했을 때 셀트리온이 뒤에 있다는 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코디너스는 HS홀딩스가 보유한 한서제약의 지분을 사들였다. 과정은 비밀리에 진행됐고 총괄 지휘자인 서정진은 철두철미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서제약 출 신의 인사는 “어느 날 갑자기 회사가 셀트리온제약으로 바뀌었다고 느낄 정도로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진행됐다”고 했다. 이름난 제약사 대신 알려지지 않은 곳을 선택함으로써 셀트리온은 업계의 반발을 피했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목적을 달성한 것 이다. 우선 넥솔이 코디너스에게 150억 원 규모의 판권을 넘겼다. 코디너스는 넥솔에 선급금 150억 원을 지급한다. 이후 코디너스는 150 억 원을 주고 HS홀딩스로부터 한서제약의 지분을 산다. 그러고 나서 코디너스는 회사 지분 147억 원어치를 넥솔에 양도한다. 넥솔은 판권 계약 때 코디너스로부터 받은 150억 원을 그대로 돌려준다. 계약 구 조를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하면 이렇다. 분명한 것은 넥솔이 손 안 대 고 코 풀기의 명수라는 것이다. 코디너스는 상장사여서 자금 확보가 수월했고 보유 현금도 많았기에 이 같은 스리쿠션' 인수가 가능했다. 제약유통업을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을 코디너스 경영진은 지분을 넥솔에 넘겨 돈을 챙긴 다음 회사에서 손을 뗐다. 셀트리온이 기획, 각본, 연출을 맡고 주연배우로 코디너스를 섭외한 한 편의 M&A 드라마다.
- 셀트리온은 '창업자의 역설'이 들어맞는 회사다. 창업자의 역설이란 혁신을 선도하는 회사가 근현대적 민주공화제가 아니라 봉건군주제 를 닮아가는 시대착오적인 현상을 말한다. 독특한 창업자 한 사람이 권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강력한 개인적 충성을 얻어낼 수 있 으며 몇십 년을 내다보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페이팔 창업자이자 벤처캐피탈업계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피터 틸이 주창했다. 탁월한 창업자를 꿰뚫어보는 눈이 있었던 틸은 “점진적 발전을 넘어서 회사를 이끌 수 있는 특이한 개인이 필요하다”며 “이상하고 극단적으로 보이는 창업자들을 인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진은 바로 그 이상하고 극단적으로 보이는 창업자다. 서정진은 매번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했다. 돈도 없으 면서 송도 땅을 매입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 2공장을 지었다. 직접 상장이 무산되자 우회상장을 감행하더니 돌연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로 변신을 선언했다. 서정진에게는 20년 앞을 내다보는 5단계 계획 이 있었다. 1단계는 생산 공장 건립, 2단계는 연구개발 기술력 확보, 3단계는 의약품 유통회사 설립, 4단계는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구축, 5단계는 종합 신약 개발회사로의 도약이다. 돌이켜보면 서정진은 처 음부터 빅픽처를 제시했다. 2002년 2월 셀트리온이 출범했을 때부터 그는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인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회사에서 신약 개발회사로 도약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셀트리온이 지나온 길은 그의 지도에서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09년 서정진은 난데없이 제약사를 인수했다. 합성의약품 사업은 그의 5단계 계획에 등장하지 않는다.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 는 CMO업체와 합성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사는 시너지를 낼 수 있 는 부분이 거의 없다. 인수 목적은 합성의약품이 아니었다. 제약사의 제품이 아니라 그들이 보유한 의약품 영업망과 판매 네트워크였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내놓을 신약을 팔아줄 유통회사가 필요했다. 서 정진은 판매망을 갖춘 제약사를 사들여 그 회사에 국내 판권을 넘기 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렇게 되면 신약 자체로 얻는 수익뿐만 아니라 유통 마진까지 모조리 셀트리온이 가져갈 수 있다. 셀트리온이 한서제약을 인수한 것은 바이오 벤처로 시작한 회사가 제약사를 인수한 국내 최초의 사례였다. 서정진은 2단계가 완성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3단계를 준비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20년 플랜 대로 한발씩 나아갔다.
- 서정진은 혁신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른 제약바이오 회사 CEO들 과 달랐다. 그들은 바이오시밀러를 복제약으로 얕잡아보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신약을 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빅파마들이 만들 어 놓은 생각의 틀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의 능력과 사 업 기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위에서 보면 백두산이나 한라산 이나 비슷해 보인다. 평지에서 봐야 산맥이 얼마나 높고 험준한지 알 수 있다. 이처럼 객관적인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 사람만이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다. 꿈은 크게 가지되 세부 목표는 작게 세워서 하나씩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셀트리온은 자신의 위치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바라봤 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혁신을 정의했다. 개미 바이오 벤처가 연간 수 십조 원을 벌어들이는 공룡 제약사들과 같은 운동장에서 뛸 수 없다는 것을 애초부터 인정하고 작은 것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신약 개발 사들이 포진한 메이저리그가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모인 마이너리그에서 퍼스트 무버의 개념을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 문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업계에서 게임의 룰을 만들었고 새로운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그러자 바이오시밀러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노 바티스, 화이자 등 거대 제약사들도 슬그머니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셀트리온이 스스로를 복제약 회사로 여겼다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업계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도 서정진은 새롭 게 바라봤다. 바이오 전문가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방식을 셀트리온 은 효율적으로 개선하려고 했다. 이런 태도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만들었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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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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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디바이드

사회 2021. 3. 14. 16:58

- 사실 미국 사회의 분열 상황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코네티컷 대학의 피터 터친 교수가 2010년 유명과학잡지 <네이처(Nature)>에 놀라운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 200년간 100명 이상이 참가한 미국 내 시위 사태를 분석해서 정치스트레스 지수라는 것을 개발했는 데 다음 그래프에서 빨간색이 이 지수를 나타낸다. 1840년부터 정치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높아졌는데 결국 1861년에 남북전쟁이 터졌다. 미국의 정치스트레스 지수는 2000년부터 또 다시 급격히 높아져 왔다. 터친 교수는 2020년 무렵 다시 커다란 소유 사태가 일어 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2020년 실제로 그 예측은 현실이 되었다. 조지 플로이드 사태를 기폭제로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BLM 시위가 그것이다. 터친 교수는 이 정치 스트레스가 내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BLM 시위와 대선 갈등이 겹친 요즈음 정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최초로 중국 공산당에 대해 거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중국 공산당 옥죄기를 더욱 강력하게 밀고 나갈 것이다. 중국 압박이라는 큰 정책 기조에서는 바이든도 비슷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2 반중 노선은 공화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대부분 미국인이 공유하는 정서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퓨리서치가 2020년 6월 16일부터 7월 14일까지 미국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 대해서 부정적 태도를 보인 응답자가 전체의 73퍼센트에 달했다. 긍정적 답변은 22퍼센트에 불과하다. 민주당원들도 반중적 여론이 다수이기 때문에 바이든 역시 그것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대표적 친중주의자였다. 중국의 발전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을 WTO에 가입시키는 데에 앞장섰었다. 시진핑 과는 주석이 되기 전부터 친밀한 사이였다. 시진핑이 바이든을 나 의 오랜 친구'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대선전에 뛰어들면서 중국에 대한 강경론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특히 신장 위구르에 대한 탄압과 관련해서는 시진핑을 폭력배(thug)'라고 비난했다. 나의 오랜 친구였던 사람을 폭력배라고 부르게 되었으니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 바이든은 중국을 권위주의적 독재체제라고 비판한다. 트럼프가 중국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한다고 다그칠 정도다. 하지만 바이든이 정말 중국과 정면 대결까지 벌일 배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4 또 중국이 지구온난화 대책과 코로나 대응에 협 조적 태도로 나올 경우 바이든이 과연 트럼프 정부하에서 추진되던 중국 봉쇄를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국 견제의 기조는 비슷하다 해도 구체적 방법은 트럼프 시대와 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의 독자적 행동을 선호했다.
- 디커플링은 세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까? 극단적인 경우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이 분리된 차세대 통신망을 만들고 사용하게 될 수 있다. 사실 지금도 중국은 세계와 분리된 별개의 인터넷망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인은 우리가 사용하는 구글도 네이버도 사용할 수 없다. 디커플링 상태가 깊어지면 중국을 따르는 나라의 통신망,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하 는 국가들의 통신망이 별도로 설치되고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 통신망이 지금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는 5G와 똑같은 것일지는 확실치 않다. 아무튼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가 통합된 단일 5G 시스템을 택하는 경우에 비해 보급 속도와 시기는 늦어질 것이고 품질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 덕분에 낮은 통신비를 누려 오던 나라들은 그 혜택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어떤 네트워크에 속하게 될까? 지금까지 SKT와 KT는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의 장비를 섞어서 사용해왔고, 화웨이 장 비를 사용한 곳은 LGU+뿐이다. 따라서 기업과 소비자가 선택한다면 미국 중심의 네트워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 주도 네트워크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5G 통신망의 디커플링을 초래하고 있다. 그 때문에 통신과 산업은 발전이 지체될 것이고, 소비자 역시 큰 손 해를 입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화웨이 제재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신이다. 그들이 5G 통신망을 통해 세계를 자신의 지배 하에 두려 할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 독일은 검소한 4인방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건전한 재정이라면 그들 못지않다. 메르켈 총리는 특히 빚 내서 쓰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슈바르츠눌(Schwarz Null), 영어로는 블랙제로 정책이라는 것을 추진해왔다. 재정적자를 내지 않는 정책을 말한다. 2011년에 헌법에 못박아 두었을 정도다.  독일도 2010년에 GDP의 4.4퍼센트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기록했는데, 2011년에 블랙제로 정책을 도입했고, 바로 재정이 균형 상태를 달성한다. 적자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2014년부터는 재정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2019년에는 재정 흑자가 GDP의 1.4퍼센트에 달했다. 이처럼 독일은 나라 돈을 아끼려 하고 빚 지기 싫어하는 나라다. 당연히 남유럽을 위해 빚을 떠안는 것에도 반대해왔다. 그런 독일이 왜 입장을 바꿔 EU 명의의 채권 발행에 찬성하고 나섰을까. 가장 큰 이유는 EU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나라들을 끌어안지 못할 경우 이들이 영국처럼 EU를 탈퇴할 수 있다. 지금도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탈퇴의 목소 리가 상당히 높다. 그러다 보면 EU가 해체될 수도 있다. 유럽연합 이 갑자기 해체된다면 그야말로 대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금융 공황에 휩쓸릴 수도 있다. 경제적 피해만이 아니라 정치적 차원에서 유럽의 독립성이 흔 들릴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의 침투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EU 의 외교 수장인 조셉 보렐은 5월 16일자 칼럼에서 중국이 분할-지 배 전략으로 유럽 분열을 기도해왔다고 경고했다. 또 런던 SOAS 대학의 스티브창 교수도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분할-지배 전략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출신 교수까지 그렇게 말한 것이다. 중국이 동유럽의 17개 국가를 묶어 일대일로 정책의 파트너로 삼고 있는데 이는 분할-지배 전략이라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U가 분열된다면 유럽 국가는 중국에 대해서도, 또 미국에 대해서도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진다.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빚지기를 그렇게 싫어하는 메르켈과 독일 국민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어느 정도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 더라도 EU를 지켜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굳힌 것이다. 현재 유로본드 발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외에 독일까지 들어와서 4개국이 되었다. 독일이 합류함으로써 유럽부흥기금 계획은 큰 추진력을 얻었고 결국 통과됐다.
- 일대일로는 중국이 미국과 운명을 건 대결을 벌이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을 문명의 갈등으로 보는 것 같다. 미국무부 정책기획국장 카이론 스키너의 2019년 4월 29일 발언이 그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그는 중국과의 갈등이 문명 충돌의 성격이 있으며 비(非)코커서스 인종과의 첫 번째 다툼이라고 말했다. 코커서스 인종이란 대개 백인을 가리킨다. “중국과의 경쟁은 완전히 다른 문명 및 이데올로기와의 싸움이다. (...)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코커서스 인종이 아닌 거대한 경쟁자와 마주하고 있다.” 2주 후에 시진핑은 이 발언에 대한 반박 성격이 짙은 발언을 했다. “자신의 인종과 문명을 다른 문명보다 더 우월하다고 여겨 다른 문명을 개조하거나 대체하려 한다면 어리석을 뿐 아니라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중국의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이 국무부 국장의 발언에 반박했을 리는 없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을 이끌어가는 엘리트 들이 들으라고 한 소리일 것이다. 스키너 국장의 발언이 미국 지도 부의 공통된 정서를 반영한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가지 여론조사 결과나 정치인의 발언들을 보면 미국에는 반중 분위기가 상당히 고조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반중에는 여야의 구분도 없어 졌다. 바야흐로 미국이 대변하는 서구 문명과 중국이 대변하는 비서구 문명 사이의 거대한 충돌이 시작됐다. 오랜 기간 동안 미국은 낭만적 시각으로 중국을 대해왔다. 미국 및 선진국과 무역을 하고 소득이 늘면 중국도 일본이나 독일처럼 자본주의 진영의 일원이 될 거라고 봤다. 그래서 기술과 자본이 중국에 투자되는 것을 허용했고 그렇게 생산된 중국 상품에 시장을 열어줬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던 중국은 경제강국이 됐다. 하지만 미국인의 기대는 좌절됐다. 경제가 발전하는데도, 무역이 늘어나는데도 중국은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를 버리지 않았다.
-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반서구적, 전체주의적 성향은 더욱 강고해졌다. 미국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중국 봉쇄에 나섰다. 2012년 오바마의 피봇투아시아(Pivot To Asia)는 그 서막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 인도태평양전략(Indo-Pacific Strategy), 화웨이 제재와 같은 기술 분야에서의 중국 제재 등 전방위적 압박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도 물러설 수 없었다. 국내적으로는 중국인이 미국식 자유에 '오염되는 것을 막아내야 했다. 류샤오보 때문에 국제적 망신을 당한 뒤라 더욱 사상의 고삐를 조일 필요가 있었다. 국제적으로도 미국의 봉쇄와 견제에 맞서야 했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에 맞서 중국의 세계, 비서구 적 문명의 연합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세력확장에 나섰다. 그것이 일대일로다. 그동안 넘치게 번 달러를 풀어서 돈이 궁한 나라들을 세력권에 포섭하는 정책이다.
- 데이빗 피클링은 중국의 서부대개발 사업과 더불어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소련의 몰락을 재촉한 1970년대 시베리아 자원 개발을 닮았다고 지적한다. 그가 인용한 근거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 로버트 앨런 교수의 '소련 경제의 부상과 몰락'이라는 논문이다. 소련 몰락의 원인은 생산성의 하락인데, 시베리아 자원개발이 소련 경제의 생산성 하락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베리아는 개발해 봐야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투자를 계속한 것이 투자생산성 추락을 재촉했다. 시베리아 개발이라는 무모한 투자가 소련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는 원인 중 하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서부대개발 및 일대일로라는 이름 으로 진행되어 온 낙후지역 투자 역시 수익성 또는 생산성이 매우 낮은데도 중국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투자를 강행해왔다. 이는 결국 수렁이 돼 중국 경제를 빨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 인도는 미중 분쟁, 디커플링이라는 좋은 기회를 왜 살리지 못하 고 있을까? 사업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사업하기가 매우 어려운 나라다. 규제가 심해서 사업 허가를 받기도 어렵다.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노동규제가 워낙 심해서 노동자의 생산성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거래 관계에서 계약을 안 지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입관세도 매우 높다. WTO에 따르면 평균관세율이 13.8퍼센트 정도인데 최고 관세율(bound rate)은 48.5퍼센트까지 가능하다. 모디 총리는 나름 개혁정책을 시도해 왔다. 규제를 풀어 경제활동의 자유를 늘렸고 그 덕분에 지표상으로는 사업 환경이 좋아진 것. 
- 월드뱅크 사업환경 지수에서 인도는 2015년 142위였는데 2020년엔 63위로 상승했다. 하지만 체감하는 환경이 정말 그렇게 좋아졌는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규 제 완화는 주로 내국 기업, 영세 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외국 제품에 대한 수입 장벽을 높이고 국산품 구입을 장려하는 정책 을 펼쳤다. 전형적인 보호주의 정책이다. 2016년부터 인도에 투자한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갑작스러운 해외 기업 규제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인도의 사업 환경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중국을 이기고 세계 공장의 자리를 차지하려면 메이드인 인디아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 품질이 좋고 가격은 싸야 하는 것 이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인도 국민과 인도 기업에게 수입품보다 비싸고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인도 제품과 부품을 구입하라고 강요 하고 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정책이다. 국산품 강요 정책은 단기에 국내 생산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길게 보면 결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낮춰 국내 산업을 낙후된 상태로 가두어 버린다. 경제원리가 그러한데도 인도 국민 대다수가 경제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을 요구하고 있으니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노동력을 가지고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지 못하는 큰 이유다. 인도는 원래 자국 상품 보호주의가 매우 강한 나라였다. 간디가 독립운동을 이끌 때 주요 수단이 국산품 애용이었다. 영국제 옷감말고 직접 옷감을 지어 입자는 주장이 독립운동에서 중요한 부분 이었다. 그 전통과 정신이 독립 이후의 정책에 그대로 반영돼 오랜 기간 동안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지속했다. 정치는 민주주의였지만 경제는 사회주의였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연평균 7퍼센트의 성장을 기록하는 동안 인도는 3퍼센트 남짓의 성장을 이루는 데에 머문 큰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러다가 1991년 외환위기를 맞아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고 IMF 요구대로 경제 자유화를 하게 됐다. 그 결과 상당히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왔다. 2014년 모디총리의 집권 이후 나름의 경제 자유화 덕분에 성장률은 7퍼센트를 넘어설 정도로 호황을 구가했다. 하지만 외국에 대해 장벽을 높이 는 보호주의 정책 탓에 발전의 한계에 부닥쳐 있다. 
- 부유한 선진국에서는 돈이 풀리는 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특히 소비자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반면 개도국, 저소득국은 돈도 많이 풀지 않았는데 물가가 오른다.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자본 유출이다. 코로나 발생 이후 개도국에서 자본이 대량 유출되었음은 이미 앞에서 살펴본 바 있다. 경제가 불안하니까 투자자들이 개도국에서 돈을 빼 안전한 선진국으로 옮긴 것이다. 그 결과 환율이 치솟고 수입 물가가 오르게 된다. 수입 물가가 오르니 국내 물가도 오른다.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소비자도 예상하니까 물건을 사재기 하고, 물가는 더 오르게 된다. 이런 상황 에서 돈까지 많이 풀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터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그런 일을 겪고 있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화폐의 유통 속도인데, 일반 소비에 필요한 돈은 잘 안 돌기 때문에 소비자물가는 잘 안 오르고 있다. 그러나 돈은 어느 순간 쏟아져 나올 수 있다. 또 베네수엘라나 이란, 최근의 터키처럼 국가의 수준이 떨어지면 대한민국도 개도국 취급을 받게 되고 자본 유출이 현실화될 수 있다. 그러면 그 나라들처럼 물가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돈을 마구 찍어내면 언젠가는 물가가 치솟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은 사람들이 불안감 탓에 돈을 안 쓰다 보니 잠잠한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코로나 사태가 가라앉으면 잠자던 돈이 어느 순간 쏟아져 나올 수 있다. 그때는 늦을 것이다.
- 많은 나라가 포퓰리즘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일반적인 과정을 한번 정리해보자. 발단은 늘 포퓰리즘 정권 또는 사회주의 정권이 노동자와 빈민에게 선심을 베풀면서 출발한다. 덕분에 당장은 경기가 좋아지고 국민의 삶도 질이 높아진다. 하지만 곧 한정된 재원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마구 베풀다 보니 돈이 모자라기 마련이고 돈 을 찍어내고 빚을 얻어 충당하게 된다. 그 결과 물가가 오르고 구매력이 떨어지니 임금도 오르는 고리가 형성된다. 이 문제를 해결 하겠다며 우파 정권이 등장해 긴축정책을 펼친다. 하지만 정부가 베푸는 공짜 돈에 길들여진 국민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포퓰리스트 정책을 요구한다. 그리고 다시 포퓰리스트 정권에 표를 몰아주게 된다. 아르헨티나에서 이 같은 악순환이 70여 년을 되풀이해 왔다.
- 달러 가치가 오를 것이 예상되면 금값은 떨어진다. 달러 가치가 내릴 것 같으면 금값은 오른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내리거나 양적완화를 하면 달러 공급이 많은 것이니 달러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금값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등 돈 줄을 조일 경우 달러 가치는 오르고 금값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2018년 이후에는 그 전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달러 가치와 금값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회색이 상승하는데 붉은색 선도 같이 상승한다. 달러 가치가 오르는데 금값도 같이 올랐다. 자금시장에서 위험 심리가 높아진 때문이 아닌가 추측된다. 달러와 금은 모두 안전자산이다. 따라서 자금 시장에서의 위험 심리가 높아지면 달러와 금 모두 값이 오르게 된다.
- 현재 사용 중인 미국 달러는 1914년에 등장했다. 미합중국이 세 워진 것은 1776년이지만 한동안 나라의 돈이 따로 없어 은행마다 따로 돈을 발행했다. 화폐조차 민간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혼란이 발생했고 결국 1913년에 지금 알고 있는 연방준비위원회, 즉 미국의 중앙은행을 설립했다. 다음해인 1914년 달러를 발행하고 다른 돈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지금의 달러가 생겨났다. 미국 달러가 탄생하던 당시 미국은 떠오르는 태양이었다. 불모지에 세워진 식민지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서 모국인 영국을 뛰어넘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시 작되었지만 미국은 그것을 대기업 체제, 대량생산 체제로 키워서 대중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교역 규모 역시 미국이 1위에 등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로 통용된 것은 미국 달러 가 아니라 영국의 파운드화였다. 미국 달러는 국제통화가 아니라 그저 국내통화에 불과했다. 
- 러시아는 왜 감산에 반대했던 걸까? 미국 때문이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로스네프의 세친 회장은 푸틴의 참모이자 후원자다. 이 사람은 오래 전부터 사우디 주도의 감산 합의에 반대했다. 감산해서 가격을 올려 놓으면 미국의 셰일오일 업자 좋은 일만 시킨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기는 하다. 미국의 셰일오일 업자들은 사우디, 러시아 같은 산유국의 모임에 참가하지 않는다. 그들이 감 산해서 가격을 올려 놓으면 미국 셰일업자는 높아진 값에 생산량을 더욱 끌어올린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산유국이 된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다. 러시아의 세친 회장은 그 꼴을 볼 수 없었다. 
- 국제 유가가 2016년 2월에는 37달러까지 떨어졌다. 당시 셰일오일 업자의 평균 생산비가 90달러 정도였는데, 국제 유가가 30달러대 로 떨어지다 보니 많은 셰일오일 업자들이 파산했다. 하지만 일부 셰일업자는 기술혁신에 박차를 가했고, 셰일오일의 생산비는 90달 러대에서 40달러대로 낮출 수 있었다. 그러면서 미국의 산유량이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사우디는 미국의 셰일업자들을 다 파산시키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는 일이다. 자신들의 약점 때문이다. 사우디는 정부 예산이 대부분 석유 판매 수입에서 나온다. 국제 유가가 84달러는 돼야 균형재정이 된다고 한다. 유가가 내리면 당연히 적자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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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사라진 곳에서는 사람도 떠난다. “우리가 사는 생태권에는 정확 히 똑같은 양의 물이 여전히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수는 점점 줄어들고, 소금물은 점점 많아지며, 생수의 편재가 훨씬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디커슨이 말했다. 중국에 기록적인 홍수가 일어나고, 호주에 초유의 가뭄이 발생했다. “이렇게 극심한 상태의 기후로 변해가 는 것 같습니다.” 물의 수요공급 불균형은 인구성장으로 촉진되고, 탄소배출로 가속화되면서, 증가하기만 했다. 대부분의 투자가들이 개입하기 쉽지 않지만, 투기에 적당한 상황이었다. “부모님이 피오리아(미 일리노이주의 작은 도시에 살더라도, 밀, 삼겹살, 귀리, 오렌지 주스 등의 선물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묘하게도 물 선물은 살 수 없죠” 라고 디커슨이 설명했다.  서미트의 첫 물펀드는 경영방침에 따라 6억 달러로 시작해서 10년 후에는 200퍼센트까지 올랐고, 디커슨이 물상업(hydrocommerce)이라 부른 상당히 복잡한 4조 달러 규모의 분야에서 주식을 고르며,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물상업은 가정, 공장, 농업에 필요한 물을 저장과 처리 및 운반하는 사업이다. 픽테, 테라핀, 크레딧 스위스 같은 디커슨의 새 경쟁 사도 대부분 똑같이 했다. 그들 경쟁사들은 “Lenvironment est un defi industriel” 즉 환경은 산업도전이란 슬로건을 내건 프랑스의 베올리아와 물처리 및 담수분야의 주요 경쟁사인 같은 나라의 수에즈 같은 다국적 건축시공 기업의 주식을 샀다. 투자사들은 배수로 굴착사와 파이프라인 설 치사와 필터, 펌프, 계량기, 박막, 밸브, 전자제어기 등의 제조업 주식도 매수했다. 또한 대도시와 소도시의 민영 공공기업 주식도 샀는데, 아마도 물이 금융처럼 취급될 거라는 두려움이 널리 퍼지면 물 서비스가 겨우 미국 공공서비스에선 12퍼센트, 세계시장에서는 10퍼센트 비중에도 불구하고, 규제당국이 허용하면 아주 높은 요금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 “기후 과학자들은 이후 40~50년에 걸쳐, 세계 인구의 50퍼센트가 물 부족에 처할 거라고 말합니다. 우리 바로 이웃인 아시아 지역에서 앞으로 40~50년에 경작지의 30퍼센트가 감소할 거라고도 합니다. 식량 문제는 그 때에 두 배로 불거지고, 16억 명의 사람들이 아마도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기후과학이 10퍼센트만 맞아도,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변하는 지구가 가진 문제 중 하나가 어떻게 우리가 세계 질서를 유지 할 것인가?'입니다. 내 말은, 호주 연방경찰의 경찰국장이 작년에 호주 주 권을 가장 위협하는 대상이 기후변화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북부는 위험 하게도 인구가 넘치는 아시아와 가까웠다.  헤퍼넌은 외국의 헤지펀드가 돌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같은 보호주의자들의 지지 속에서 호주 물 시장에 외국 헤지펀드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우리는 투기성 상품으로 다룰 만한 물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물이 그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가뭄이 수그러들었을 때, 아람, 중국과 다른 외 국 투자자들이 수천 헥타르의 호주 농지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물 시장보 다 더 위험해 보였다. 한 나라에서 재배되는 상품이 그곳에 있을 필요는 없 었다. 상품시장은 오랫동안 존재했다. 농작물은 물처럼 무겁지 않았다. 물 과는 달리, 식량은 쉽게 대량으로 운송할 수 있다. 헤퍼넌은 농지의 외국 소유권을 가장 크게 반대하면서 걱정했다. “우리는 상품시장을 비틀어버릴 겁니다. 실제로 주권을 재정립하고 있죠.” 그가 기자에게 푸념했다.
- 2006년, 이주횡단으로 인한 사망자가 수천 명에 이르면서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스페인이 추정한 수치에 의하면, 6,000명 의 사망자는 6명의 이주민마다 한 명이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지 못하고 죽 음을 맞았음을 의미했다. 세네갈에 물고기가 없어서, 엠보 같은 마을에는 바다로 나가지 못 하 는 고기잡이배들이 있었다. 국가적으로 물고기가 동이 난 데에는, 프랑스, 스페인, 일본과 다른 외국에서 온 산업용 저인망어선이 적어도 1979년 이 래로 아프리카 북서해안을 샅샅이 뒤졌기 때문이었다. 그때, 유럽연합은 그 지역 어업거래를 처음으로 협상했다. 20년 간, 세네갈은 유럽연합과 17 개의 다른 협정을 체결했고, 가장 최근에 EU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는 세네갈 해역에서 주요 어종량이 15년 동안 75퍼센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익 성이 좋은 참치 떼가 사라졌고, 상어도 사라졌으며, 남은 것은 작은 청어 와 일거리가 없는 어부였다. 어부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주민 밀매업자 가 되었다. 2009년에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은 어업에 끼치는 기후변화와 따뜻한 바다의 영향 조사에서 추가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조사한 132개국 중에서, 세네갈이 가장 취약한 국가 중 다섯 번째였다. 유럽으로 도망가는 사람들을 세계 최초의 기후난민으로 고려해야 하 는지가 논란이 되었다. 잠식하는 모래와 사라진 어종으로 텅 빈 바다가 추진 요인이라면, 전력과 일자리와 교육을 약속한 도시와 원거리 국가들도 견인 요인에 영향을 끼쳤다. 세네갈의 최대 인구흐름은 시골에서 도시로, 움막에서 빈민가로 이동하는 내부적 움직임이었다. 이는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반복된 패턴을 따랐다. 역사상 처음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시골지역보다 도시에 살면서 생겨났다. 사헬에서 바로 배를 타러가는 이주민들은 드물었다. 다른 나라로 가는 이유가 기후변화라고 지목하는 사람은 더 드물었다. 그렇지만, 엄밀하게 유럽은 전체적으로 많은 요인들을 두려워했다. 아프리카는 세계 다른 지역보다 1.5배 더 빠르게 더워지고, 서 사하라 지역(Western Sahara)은 가장 더워질 거라고,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가 경고했다. “기존의 추세, 긴장, 불안정을 몇 배로 악화시키는 위협이 기후변화라고 여겨진다.” 스페인 외교관 하비에르 솔라나 가 2008년에 이렇게 썼다. 그는 EU 외교정책담당 대표이자 전 NATO(북 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이었다. “이런 현상을 일으킨 주요 요인의 하나인 기후변화 때문에 2020년까지 수백만 명의 환경 이주민이 있을 것이다......유럽은 상당수로 증가한 이주 압력을 예상해야 한다.”
- 어느 사회이든지, 재해 계획이란  사회 지도층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 다른 기후변화 연관성처럼, 해수면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일정하거나 같은 양만큼 똑같이 일어나지 않았다. 북해에서 해수면이 3센티미터 높이 상승한다고 반드시 남중국해나 코르테즈해 혹은 벵골 만에서 3센티미터 상승하지 않았다. 2007년 IPCC의 보고서는 태평양 서부와 인도 동부의 두 해양 지역이 다른 곳보다 더 빠르게 해수면이 상승한다고, 인공위성 측 정으로 보여주었다. 그 사이 측정한 아주 길쭉한 인도 해안선의 수치는 방 글라데시 인근의 서 벵골이 포함된 지역에서 더 빨리 땅이 가라앉고 있음 을 보여주었다. 지반 운동과 열 및 염도분포의 변화로 인해 가변성이 생기 며, 이는 물 순환 변화를 이끌고, 결국 지상풍이 실제로 해양을 움직였다. 기후변화로 해들리 순환과 워커 순환(Walker cells, 적도를 따라 따뜻한 서태평양과 차가운 동태평양 사이에 나타나는 해수면의 경도에 따른 동서방향의 순 환)이란 한 쌍의 대기패턴이 인도양 남부 바닷물을 반대편에 닿을 듯이 방 글라데시 해안 쪽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콜로라도 대학이 최근 연구에서 밝혔다. 고르지 않은 해수면 상승은 최근 연구에서 혼란스런 주제로 대두되었다. 이를 일으키는 다른 요인은 특히 방글라데시와 많은 열대 저지대에 아주 좋지 않은 전조를 보여주었다. 그린란드와 남극 상층의 두꺼운 얼음층이 주변의 물을 강한 중력으로 끌어당겼는데, 얼음량의 손실이 많아 질수록 그 힘이 줄어들었다. 더 많이 녹으면 그린란드가 줄어들고, 그린란 드가 줄어들면 중력의 힘이 줄어들었다. 그린란드에서 매년 적어도 약 190 조 리터의 물이 바다에 쏟아져서 비롯된 결과로 “극 북대서양의 해수면이 조금 높아질지도 모른다고, 2013년 IPCC 보고서에서 해수면상승 부분을 작성한 존 처치가 설명했다. “당연히, 한 곳에서 해수면이 조금 상승하면 다른 곳에서 많이 상승함을 뜻합니다. 평균적으로 지구의 해수면은 최근에 연간 약 3밀리미터 올라갔다. 지난 20세기 중반보다 두 배 빠른 속도지만, 아직은 아주 적은 양으로 매 10년 마다 2.54센티미터가 조금 넘게 올라가는 정도이다. 직선으로 확장되면, 바 다는 2100년쯤 30센티미터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소수의 과학자들만 그럴 거라고 믿었다. 내가 미닉과 그린란드 주위를 돌아다녔던 여름에, 8개 국의 북극위원회는 그린란드의 급작스런 해빙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조 사에 착수했다. 연구자들은 그린란드에서 가장 큰 빙하의 유속이 2~3배 증가했고, 빙산이 바다에 떨어지면 빙하가 우르르 갈라지는 바람에 작은 규모의 지진이 1990년 초보다 더 자주 여러 번 일어났다고 밝혔다. 물이 더워지면 팽창하는 열팽창은 더 이상 해수면 상승의 최대 원인이 아니라고, 보고서에서 주장했다. 그 대신, 해빙이 원인이었다. 2100년까지 평균 0.9미터의 해수면 상승은 이제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1.8미터높이까지 가능하다고 믿었다.
- 라만은 “돈이 없어요!”라고 선언했다. “돈은 가난한 사람에게 가지 않아요. 그게 돈의 속성이죠.” 라만은 1997년 교토 의정서에 의거해 설립된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로 오염을 유발하는 개발도상국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탄소배출을 줄여서 돈을 받았는지를 설명했다. 그 예로, 중국과 인도는 수억 달러를 받았다. 삭감하기에 탄소배출량이 너 무 적은 방글라데시는 지원금을 거의 받지 못했다. 라만은 그건 부패한 체제라고 말했다. 오염유발 국가는 돈을 내지 않고, 오히려 받았다. 탄소 는 전 세계에 똑같이 퍼져 있지만, 좋은 의도임에도 배상금은 그렇지 못했 다. 라만은 점점 조용해지고, 차량 소음은 점점 커졌다.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도처에 돈이 떠다니는 것입니다. 여기저기로 돌아다니죠. 많은 돈이 떠돌아다니고, 많은 탄소제로(zero-carbon) 기술이 사실상 이미 탄소를 아예 배출하지 않는 곳으로 이전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가난한 국가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 미어볼드와 벤처스의 지구공학 아이디어는 『슈퍼 괴짜 경제학 이란 책 을 통해 세상에 처음 소개되었다. 저자인 스티브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가 기후과학에 대한 해석과 탄소감축 대안으로 제시된 지구공학을 지지한다고 벤처스 소속 과학자가 아닌 몇 명의 과학자들에게 넌지시 말한 것 같았지만, 책에 대한 비평은 격렬했다. 미어볼드도 표정이 굳으며, 화를 냈다. “일부 기후 활동가들은 우리가 하는 폭넓은 해결안에 대한 논쟁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미어볼드가 말 했다. “그 사람들은 단 하나의 해결책만 갖고 있습니다. 바로 탄소를 줄이 고, 재사용하는 것 등이죠. 또한, 극도로 지구공학 아이디어를 싫어합니다. 단순히 살아 있는 생명을 보호한다는 생각을 하는 데, 어떤 경우엔 과 학기술과 아주 정반대입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지구온난화는 결국 자신 들이 원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변명거리가 됩니다.” 미어볼드 는 기후활동가들이 왜 지구공학 때문에 화를 내는지 이해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쉬운 방법이 있으면, 사람들이 택할 거라고 말합니다. 자, 내 대답은 이겁니다. 당신네들이 무엇을 진행하든 간에 실제로는 다르다. 제로, 영, 무(無), 즉 아무것도 없다. 일부 세금은 독일과 미국에서 비경제적인 일 을 지원하는 데 써버렸습니다. 독일이 태양열 중심지가 되려는 생각은 터무 니없습니다. 독일의 태양열 설비로 다분히 지구온난화에 순 피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부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태양열 발전소에는 많은 에너지 가 소요됩니다.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면, 돌아오는 혜택이 많지 않죠."
- 태양복사열 관리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비정상적인 강수량 패턴 지대를 만들려고 도입되었다. 기후모델에 따르면, 성층권보호막 배치 는 남태평양에 강우량을 줄여서,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섬나라를 건조하게 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 몬순이 붕괴되고 방글라데시 에 엄청난 홍수가 일어나며, 인도에 영구적인 가뭄이 발생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몬순이 붕괴되어, 세네갈과 많은 사헬이 흙색 지대로 바뀌는 상황은, 단지 탄소배출만으로 도달하지 않는다면, 탄소배출에 지구공학을 더해서 도달할 결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후모델에서 태양복사열 관리는 산업화 이전의 기온과 대부분의 북미, 유럽, 러시아, 남미, 호주 등지에 강수량을 회복시킬 기미가 있었다. 심지어 일몰도 나아질 수 있다고, 로보크가 인정했다. 나는 시애틀과 미 서부 지역을 지도에서 찾았다. 나와 내 아내의 고향이자 우리 가족의 집,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사는 집, 네이슨 미어볼드와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사는 집들이 있는 곳이었다. 우리가 있는 지구 한쪽구석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정상 온도와 정상 강수량인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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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온난화 문제라든가 공해문제 등을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수소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제기된 것은 1930년대에 나치의 기술자 라와체크가 '에너지를 H2의 형태로 변환하여 파이프로 보내면(전기라 는 형태로) 전선으로 보내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고 주장했다는 말을 1969년에 스웨덴에서 들은 것이 계기였다. 나는 이에 관한 기록을 1971 년에 발간했고, 기후 환경의 붕괴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H 를 사용한 연료전지로 에너지의 저장과 수송을 할 것을 제안했었다. 1972년에는 이것을 하나의 논문으로 정리했고 1975년에는 이에 관한 최 초의 책을 발간하였다. H는 천연 가스 대신 가정에서도, 공장 (특히 광석에서 금속을 분리 추출하는 야금처리)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물에서 H를 분해하는데 드는 비용은(가솔린의 공해 코스트를 고려 한다면 ) 2020년에는 현재 가솔린 가격의 최대 20% 범위 정도로까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 ‘수소 경제’란, 필요 최소한으로 압축하여 표현한다면 (원자력발전소 또는 태양 에너지를 수집하는 장소에서) 재생 가능한 물질에서 취한 에 너지를 장거리에 걸쳐 수송하고(도시에 공급하기 위하여) 대량으로 저장 하기 위하여 수소를 사용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소는 두 가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최대 60%의 효 율로 연료전지로부터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 두 번째는 수소는 공기 중에서 청결하게 연소(가정용에서는 불꽃 없는 연소의 경우도 있다)하여 난 방용 에너지를 제공하고, 공업용에서는 천연 가스 대신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항공기, 열차, 선박의 동력원으로 하는 것이다.
- 따라서 수소는 제조하지 않으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수소의 자원이 되는 것은 탄화수소, (화석)연료 (CxHy) 및 물 (H2O)이다. 현재 수소는 대부분이 화석 연료 (천연 가스, 석유, 석탄)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우주계획을 제외하고는 수소가 연료 또는 에너지 전달 물질로 서 직접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원유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제공장 (에서 수소를 첨가하여 불순물을 제거하는 처리 = hydrotreating 및 고압의 수소를 첨가하여 중질 석유로부터 경질 석유를 제조하는 방법=hydrocracking), (암 모니아, 메탄 등의) 각종 화합물을 합성하기 위한 화학공장 및 야금처리 과정에서(환원 가스=Reduction gas, 즉 방호 가스=protection gas로서) 사용 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연간 수소 총 생산량은 약 4천만 톤 (5.6 EJ 상당)이다. 에너지 전달 물질로서 수소를 생산한다고 하면 수십 배나 증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현재 시점에서 파이프 라인을 사용한 수소 수송은 (10 km, 이내의) 생산 지와 이용지를 연계하는 수단 혹은 (약 200 km 범위의) 더욱 넓은 네트워크로서 사용되고 있다. 표 III-4에 세계에 현존하는 주요 수소 파이프 라 인을 예로 들었다. 장래 수소의 유동률이 확실하게 개선되어 파이프 라 인, 네트워크의 거리가 확대되도록 개발이 진행될 것이다. 현존하는 천연 가스용 파이프 라인도 약간 개량만 한다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소 용 파이프 라인에는 (특히 순도 99.5% 이상의 매우 순도가 높은 수소의 수송관인 경우에는) 가압된 수소에 의한 수송관 취화의 영향을 받기 어 려운 강재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천연 가스용 파이프 라인에서 사용되고 있는 피스톤의 왕복 운동으로 가압하고 있는 콤프레셔는 디자인을 대폭 바꾸지 않더라도 거의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수소가 누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관의 이음매와 균열이 밀봉 보수 (sealing), 피폐 변형 응력 (fatigue stress)을 받기 쉬운 부품의 재질 선택에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소를 보내는데 있어 원심 콤프레셔 (centrifugal compressors)를 사용하면 수소는 특별히 가 벼운 분자인 관계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파이프 라인을 통해서 수소를 전송하려면 같은 에너지 생산고의 천연 가스를 전송하기보다도 파이프의 지름을 크게 하고, 압축 압력도 크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수소의 경우에는 압력 손실이 낮기 때문에 재가압 스테이션까지의 거리를 2배로 하여도 되는 메리트가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수소를 대규모로 전송하였을 때의 코스트는 천연 가스를 전송하는 경우보다 1.5배 내지 1.8배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대부분이지만 수소를 1,000 킬로미터 이상의 거리에 걸쳐 전송하게 된다. 면 같은 거리를 송전선을 통하여 전기를 보내는데 비하여 경제효율이 좋아진다 
- 수소를 지역 내에 수송 분배하려면 소비 수요에 맞추어서 기체 또는 액체로 파이프 라인, 특수한 경우에는 도로 수송 콘테이너 혹은 열차의 콘테이너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기체 (및 액체) 수소의 운반 차량은 공공의 안전을 보증하기 위한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나라에 따라서는 이 규제가 매우 강력한 경우도 있다. 수소가 기체 상태이든 액체 상태이는 필요시에 수소를 사용하는 사용자와 소규모 사용자를 대상으로 현재 실시 되고 있는 방법은, 단속적 수송법 (파이프 라인이 아닌 콘테이너에 의한 수송)이다. 단속적으로 수송할 때의 코스트는 매우 높아질 (생산 코스트의 2~5배) 수도 있다. 장래의 에너지 시스템에서는 수소의 단속적 수송방식 은 (주로 에너지로서 사용되지 않는 경우와 관련되는) 특수한 사용자용 이외는 거의 볼 수 없게 되리라 생각된다.
- 수소는 에너지 운반체(energy carrier=에너지 전달 물질)이므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형태로 전환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이 에너지 전환 형태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내연기관, 제트 엔진, 로켓 엔진 속에서 연소시킨다. 
* 순수한 산소와 함께 연소시켜 증기를 발생시킨다. 
* 촉매를 사용하여 연소시켜 열을 얻는다. 
* 전기 화학적으로 처리하여 전기로 바꾼다. 
* 금속 수소화물로 바꾼다.
- 수소·산소 연료전지 (특히 고분자 화합물 전해질막 연료전지 ; PEMFC 와 같은 저온 연료전지)는 잠수함의 동력으로서 이상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 공기가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잠수함 안에 연료(수소)와 산화제(산소)만 실려 있으면 물 속을 운항할 수 있다. 
* 물 이외의 배기와 폐기물은 배출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력을 제로로 유지할 수 있다.
* (동력 모터는 회전운동 뿐이고, 왕복 운동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없 으므로 정숙하게 운항할 수 있다. 따라서 소너 (sonar : 대잠 측음기) 에 탐지될만한 소리 (signature : 어떤 물리 과정이 일어난 사실을 나 타내는 특징적인 흔적)를 줄인다. 
* 낮은 온도로 열을 방축하므로 매우 낮은 온도 흔적 (thermal signature)밖에 남기지 않는다. 
* 엔진 효율이 매우 좋고, 따라서 항속 거리 (cruising range)가 길기 때문에 (해면 부상 빈도가 적어) 『기밀 누설』 시간의 위험도 (“indiscretion” time)가 낮아진다.
- 결론적으로 수소는 다른 연료와 같은 규모의 위험을 부담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많은 면에서 실제로는 가솔린이나 천연 가스보다 안전하다. 실제 문제로서, 수소는 19 세기부터 20 세기 초반에 걸쳐 유럽과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 『도시 가스 (town gas)』의 성분 (constituent)으로서도, 시판되었던 공업용 가스 로서도, 그리고 우주 개발계획에서 사용된 연료로서도 안전성이 매우 우 수하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아무런 사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연료보다도 위험하다고 특징 지울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수소와 관련되는 것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한 가지 사고는 1937년 비행선 힌덴부르크의 참사였다. 그러나 그 사고는 수소가 원인이 었던 것은 아니고, 직접 수소가 원인이 된 희생자도 없었다. 사고는 정전기의 방전 (static electricity discharge)으로 일어난 것으로 생각되지만 최초에 인화한 것은 기구의 내장 (lining)이었다. 비행선의 부력을 내기 위해 기구부분에 채워져 있던 수소 (처음에는 헬륨을 채우도록 계획되어 있었 으나 헬륨 대신에 수소를 채웠다)에 인화되어 연소했다 (어떠한 연료라도 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소의 불꽃은 곧바로 솟아올라 열을 방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구 바로 밑의 콘도라 안에 있던 사람들은 화상도 질식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수소와 기구의 골조가 모두 타버렸고, 일단 비행선이 착륙하자 56명의 생존자가 콘도라에서 걸어 나왔다. 따라서 사고의 줄거리로 말한다면 최악의 사고였으나 수소가 안전한 연료라는 것을 증명한 결과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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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사회

사회 2021. 3. 9. 20:39

- “나는 언젠가 물이 연료로 쓰일 날이 오리라고 믿네, 물의 구성성분인 수 소와 산소가 개별적으로 쓰이는 동시에 쓰이든 간에 무진장한 열과 빛을 제 공해주는 에너지원이 되리라고 믿네. 언젠가는 기선의 석탄창고나 기관차 뒤에 딸린 급탄차에 석탄이 아니라 수소와 산소의 압축기체가 실리게 되겠지. (중략) 이 지구에 사람이 살고 있는 한, 지구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을 조달해줄 거야.” (쥘 베른, 『신비의 섬』(1874))
- 넥쏘는 특히 최첨단 수소전기차인 만큼 △무공해 △짧은 충전시간 긴 주행거리라는 장점을 갖췄다. 순수전기차(EV) 역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지만, 완충(완전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6~9시간에 달해 개인 차고가 아니 과 공동 주차장을 쓰는 아파트 문화인 한국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배터리 기술이 향후 비약적으로 발전하더라도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000km가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브라우어 미국 국립 수소연료연구센터(NFCRC) 소장은 “수소전기차는 무공 해, 빠른 충전, 긴 주행거리를 특징으로 한다”며 “배터리로는 이 모든 것들을 하기가 쉽지 않다. 배터리는 더 짧은 주행거리와 더 작은 자동차에 적합 다”고 전했다. '넥쏘'의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넥쏘'는 고대 게르만어로 물의 정령 (精靈·spirit)'을 뜻한다. 또 '넥쏘는 덴마크의 섬 이름이자 ‘첨단 기술(High Tech)' 의 의미도 담고 있다.
- 수소전기차에 사용되는 연료전지는 상압(常壓)과 가압(加壓) 두가지 시스템 이 있다. 상압은 효율이 높아 연비와 내구성이 뛰어나고, 가압은 효율적인 물 관리로 냉각 성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보면 상압은 고온과 고 지에서 동력 성능이 떨어지고, 가압은 효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현대차는 기존의 상압과 가압시스템에서 벗어난 가변압 시스템을 개발해 '넥쏘'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효율과 항속거리를 훨씬 높였다. '넥쏘'의 내구성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슷한 10년 16만km이다. 성능을 크게 개선한 '넥쏘'의 연료전지 전용부품 국산화율은 99%에 달한다. 특히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수소의 화학적 반응을 이끌어 내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핵심부품(MEA)은 이전까지 수입에 의존했으나 국산화에 성공했다.
- 수소전기차(FCEV)는 과연 미래의 '대세' 친환경차가 될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수소전기차와 전기차(EV)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KPMG는 2040년이면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수소전기차 가솔린차·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용도에 따라 나뉠 것으로 예측했다. 수소전기차는 2030년 전세계 자동차 5대 중 1대(2600만대 21%)의 비중을 차지하며, 2040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4대 중 1대가 수소전기차(3500만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예컨대 출퇴근용 단거리 주행은 전기차, 장거리 주행이나 대중교통은 수소전기차가 유망하다는 것이다. 수소전기차는 연료주입 시간이 3~5분으로 가솔린 자동차와 같고 한 번 연료 주입으로 600km 가량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행거리는 전기차(300km)는 물론 기존 자동차(400m)보다 월등하다. 잭 브라우어 미국 국립수소연료연구센터(NFCRC) 센터장은 “에너지 밀도(energy density)에서 전기 배터리는 결코 수소를 이길 수 없다”며 “디젤 연료가 활용되는 버스·트럭 대형 화물차 대륙간 해상운송 등 장거리 대규모 운송을 해낼 수 있는 친환경 연료는 수소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 전고체 배터리가 나온다고 해도 배터리는 장거리, 대규모 운송을 해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 에네팜은 기본적으로 수소를 산소와 화학 반응한 전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수소전기차와 작동 방식이 같다. 다만 수소를 직접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정으로 공급되는 도시가스 및 LP가스에서 수소를 생성한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직접 가스를 연소시키지 않고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생긴 전기와 열(물)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더 높다. 전기는 전등 가전제품 등에, 열(물)은 온수에 사용된다. 특히 지금까지 유효하게 활용하지 못한 열까지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다. 전기와 열을 잘 활용하면 95%의 에너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화력발전에서 가스 등을 태워 전기를 발전하면, 사용되지 않는 폐열과 송전손실로 에너지 효율은 40%에 그친다. 에네팜은 파나소닉, 아이신 등이 생산하고 도쿄가스, 오사카가스 등 석우. 가스 기업이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석유가스 기업이 직접 영업을 담당해 보 급 및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정부는 연료전지의 종류와 설치 가격에 따라 2018년 기준 6만~20만엔의 보조금(지자체 별도)을 지급한다. 연료전지 종류에는 전해질에 따라 PEFC(고체고분자형), SOFC(고체산화물형) 두 가지가 있다. SOFC는 700도가 넘는 고온의 열이 발생해 가정에서 이용하는 것이 어려웠으나 최근 기술이 발전 하면서 보급량이 늘고 있다. 보급 초기 300만엔(3000만원)이 넘었던 PEFC 에네팜 설치비용은 지난해 3분의 1 수준인 103만엔(1030만원)까지 떨어졌다. 2020년이면 보조금이 필요없는 자립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 브라우어 국립 수소연료연구센터장은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구성되는 전력망(grid)은 대규모의 연중 상시 공급 및 저장 능력을 필요로 한다”며 “배터리 전기는 이런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를 대규모 전력망으로 구축하려면 수소연료보다 훨씬 더 비싸고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료인 코발트는 전 세계에 매장량이 충분치가 않다”며 “우리가 아는 모든 배터리는 어느 정도 방전되며, 따라서 1월에 배터리를 저장하면 9월이 되면 얼마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수소의 경우 1월에 저장하면 9월에 거의 다 남아 있다는 설명이 다. 수소는 방전 없이 비축이 가능하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 꺼내쓸 수 있는 '연중 저장능력(seasonal storage)'이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와 일반 시민들은 수소가 가장 안전 한 연료'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아이작 김 FEF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소의 안정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모든 연료는 에너지 밀도가 있기 때문에 불안하다”며 “이 가운데 수소가 가 장 안전한 첫번째 이유는 피부에 접촉되거나 마셨을 때 무해하다는 점, 1시 간에 44마일을 가는 가장 가벼운 원소라는 점, 위로 증발해 버린다는 점, 조그만 구멍이 뚫려있어도 찾아서 나간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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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함정

과학 2021. 3. 9. 20:38

-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이론'은 수학적 이론을 의미하기 때문에 제목 부터 수학이 등장한다. 17세기 이후로,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물리학 이론은 점점 더 고등한 수학적 언어로 기술되었다. 따라서 물리학자들 에게 이론 선택 문제는 '이 현상은 어떤 수학적 구조로 설명해야 할까?' 로 귀결된다. 가령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기술하기 위해서 가우스와 리만이 개발한 '내면기하'를 사용했고, 양자역학의 창시자들은 복소수, 선형대수, 확률론, 연산자이론 등을 기본 도구로 택했다. 지금 현재 양자중력이론을 찾으려는 학자들 또한 그에 맞는 수학을 새로 개 발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고민한다. 현상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절한 수 학적 이론이 무엇인가는 항상 구체적이고 중요한 과학적 질문이 아닐 수 없다. 호젠펠더는 세계적인 물리학자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과거 물리학 거 장들의 글을 근거로 이론 선택에 있어서 미학적인 기준이 지배적임을 보여준다.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원리가 아름다운 수학으로 기술되어야 만 한다는 믿음이 강하고, 그런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때로는 수십 년간 노력하기도 한다. 호젠펠더 자신은 이러한 미학적 원리에 대해서 회의 적이다. 현실이 우리의 감정적인 기준을 존중해줄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새로운 자연법칙의 발명, 즉 이론 개발은 교실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리학자들은 과학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 일부를 배우지만, 대부분은 선배, 친구와 스승, 멘토와 동료 검토자들에게서 습득한다. 한 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를 포착할 수 있 는, 어렵사리 얻은 직관과 경험을 전달한다. 물리학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새 이론의 전망을 평가할 때면 자연스러움, 단순함, 우아함, 아름다움 같은 개념에 의존한다. 물리학의 근본 바탕에는 이런 숨은 규칙이 존재한다. 이 숨은 규칙은 매우 유용하다. 그리고 객관성이라는 과학의 요건과 정면충돌한다.
- 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 지, 우리의 존재를 지배하는 규칙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그 답에 다 가가려면 먼저 사실의 흔적을 따라 과학의 지하실로 내려가야 한다. 그 렇게 계속 내려가면, 자신의 이론이 아름답다고 우기는 이론물리학자들 이 길을 막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바로 그때가 물리학의 기반에 도 달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물리학의 기반은 현재 우리가 아는 한 그보다 더 간단한 것으로부터 파생될 수 없는, 이론의 구성요소이다. 이 밑바닥에서 우리가 현재 손에 쥐고 있는 것은 공간과 시간, 25개의 입자고, 이 요소들 사이의 관계는 이 요소들의 행동을 기술하는 방정식을 통해 서로 얽혀 있다. 내 연구 주제는 공간과 시간을 가로지르고, 서로 충돌하거나 결합해서 합성 물 질을 만드는 입자들이다. 입자를 작은 구슬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양자 역학의 지배를 받는 입자들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 입자를 머릿속에 떠올리려면 아무 모양이나 취할 수 있는 구름을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 물리학의 기반 이론은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입자들만 다룬다. 그런 입자들을 기본 입자'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가 아는 한 이런 입자들은 하위 구조가 없다. 그러나 기본 입자들이 결합하면 원자, 분자, 단백질 을 만들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매우 다양한 구조를 만들어낸다. 지 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 이 우주 안의 모든 것은 25개의 입자 로 만들어져 있다. 입자 그 자체는 전혀 흥미롭지 않다. 우리가 흥미를 갖는 대상은 입자 들의 관계, 입자들의 상호작용을 결정하는 원리, 우주를 탄생시키고 우 리가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규칙의 구조이다. 우리의 관심은 규칙에 있지 입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배운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자연이 수학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 과학 이론은 언제나 논리적 일관성을 요구하지 만, 수학적 모델링이 모든 분야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엄격함과 맞지 않는 데이터를 다룰 때, 언어를 엄격하게 사용하면 앞뒤가 맞지 않 게 된다. 모든 과학 원리 가운데 물리학은 가장 단순한 시스템을 다루 고, 이런 특성 때문에 수학적 모델링에 이상적이다. 물리학의 연구 주제들은 재현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우리는 실험 환 경을 통제하는 방법을 알고, 정확성을 지키면서도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심리학에서는 연구 결과를 재현하기가 무척 어렵다. 인간은 모두 달라 비슷한 사람을 찾기가 불가능에 가깝고, 인간의 변덕 이 연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리학에서는 그런 문제가 없다. 헬륨 원자는 배가 고파서 괴로워하지 않고, 월요일이든 금요일이든 언제나 헬륨 원자답게 행동한다. 이 정확성 때문에 물리학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지만, 그래서 어렵 기도 하다. 물리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수많은 방정식이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배우고 계속 접하다 보면 결국에는 능숙 하게 다룰 수 있다. 수학 때문에 물리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진짜 어려 운 문제는 정확한 수학을 찾는 것이다. 수학처럼 보이는 것을 아무거나 갖다 놓고 그것을 이론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물리학이 어려운 이유는 새로운 이론이 내적 일관성을 갖추면서 실험 결과와도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 우리는 이 세상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내기 위해 탐사하던 중 25개의 기본 입자를 발견했다. 초대칭은 이미 알려진 입자들, 그 밖의 몇몇 입자의 짝꿍 입자를 예측하며 기본 입자 컬렉션을 완성시킨다. 초대칭 입자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초대칭적 완성 은 상당한 매력이 있다. 우리가 아는 입자들은 페르미온fermion과 보손 boson(각각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와 사티엔드라 보스Satyendra Bose의 이름에 서 딴 것이다)으로 나뉘는데, 초대칭이 두 유형의 입자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페르미온은 극도로 개인적이다. 온갖 수를 동원하더라도 두 개의 페 르미온이 같은 위치에서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들 수는 없다. 둘 사이에는 언제나 차이가 있어야 한다. 반면 보손은 결합하는 데 제약이 없고, 행복하게 단체로 춤을 추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페르미온인 전자들은 원자핵 주위를 에워싼 껍질 안에서 서로 별개의 껍질을 차지한다. 만일 전자가 보손이었다면 같은 원자껍질 위에 함께 자리 잡을 수 있었을 테고, 우주에는 화학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화학자들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우리의 존재 자체가 그 작은 페르미온들이 공간 공유를 거부하는 성질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까. 초대칭은 보손과 페르미온이 맞교환되더라도 자연법칙들은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다시 말해 알려진 보손들은 모두 페르미온 짝꿍을 가져야 하고, 알려진 페르미온들도 모두 보손 짝꿍을 가져야 한다. 이 짝꿍 입자들, 즉 초대칭 입자들은 각각 보손과 페르미온 그룹에 속해 있다는 점 외에는 완전히 동일해야 한다. 발견된 입자들 가운데 이런 식으로 짝지어지는 것은 없다. 우리가 내 린 결론은 현재 알려진 입자 중에는 초대칭 입자가 없고, 새로운 입자들 이 어딘가에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짝이 안 맞는 냄비와 뚜껑들을 들고 있으면서 어딘가에 맞는 짝이 반드시 있을 거라 고 믿는 것과 비슷하다. 안타깝게도 초대칭 방정식은 초대칭 입자의 질량이 얼마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더 무거운 입자를 만들려면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입자의 질량이 클수록 발견하기가 더 어렵다. 초대칭 입자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것은 초대칭 입자가 존재한다면, 현재 우리가 도달 할 수 있는 에너지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초대칭에는 밝혀야 할 내용이 많다. 보손과 페르미온이 동일한 동전 의 양면임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초대칭은 기본 힘의 통합을 돕고 몇 가지 숫자의 일치를 설명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대칭입자 중 일부는 암흑물질을 구성할 수 있는 특성이 있는 것도 있다.
- 은퇴를 앞둔 연구자들의 마음속에는 20세기에 거둔 승리가 생생히 새겨져 있고, 그들이 강조하는 아름다움은 이후 세 대, 즉 내가 속한 별 볼 일 없는 세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공식이 된 과거의 미적 이상들, 그러니까 대칭이나 통합, 자연스러움을 토대로 연구한다. 경험에 의지하고, 과거에 성공했던 연구를 다시 시도하는 것은 합리 적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를 앞서갔던 사람들에게서 교훈을 얻지 않는 다면 우리는 바보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만 갇혀 있어도 마찬가지 로 바보가 될 것이다. 나는 무가치한 결과를 얻을 때마다 경계심이 커진다. 아름다움은 신뢰할 수 없는 안내자이며, 이전에도 여러 번 물리학자 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 원자를 구성하는 요소 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이런 복잡한 원자 구조가 복잡한 행동으로 이어 지지 않을까? 왜 원자들은 모두 비슷한가? 원자를 구성하는 수많은 입 자가 각자 행동하고 있는데, 정작 원자들이 따르는 법칙은 굉장히 단순 하다. 너무 단순해서 전자껍질 구조만 가지고도 그 많은 종류의 원자를 주기율표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 정도다. 자연은 자연을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를 대단히 친절하게 충족 시켜주고 있다. 핵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그 일은 핵 내부에 국한되 고,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순효과일 뿐이다. 어떤 원자는 수소와 결합하고 어떤 원자는 결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핵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 결합과는 아무 상관없다. 어떤 원자는 규칙적인 패턴의 격자를 형성하고 어 떤 원자는 형성하지 않는다. 그리고 핵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 격자구 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원자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중성자와 양성자 같은 합성 입자들도 이들을 구성하는 쿼크와 글루온의 행동으로부터 거의 영 향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물에 뜬 꽃가루 알갱이의 움직임(브라운 운동) 을 원자들이 꽃가루를 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면, 이때 원자를 구성하는 더 작은 것들은 무시하고 원자를 독립적인 입자로 가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더 큰 규모에서도 마찬가지다. 행성이 그리는 궤도는 행성의 구조와는 상관없고, 나아가 우주의 은하도 구성 요소가 전혀 없는 입자처럼 다룰 수 있다. 미시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거시계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세부적인 사항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큰 물체는 작은 물체로 만들어져 있고, 큰 물체의 법칙은 작은 물체의 법칙으로부터 생겨난다. 놀라운 것은 큰 물체의 법칙도 아주 단순하다는 것이다. 작은 것들의 정보 대부분은 큰 것을 이해하는 데 그리 중요하지 않 다. 이를 미시계의 물리학과 거시계의 물리학이 '분리되어 있다 decouple 또는 눈금이 분리되어 있다separation of scale'라고 말한다. 눈금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분은 쿼크나 힉스 보손이나 양자장이론에 대해 전혀 몰라도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 더 나은 분해능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한 교훈에 의지한다. 그 교훈은 진짜 파동도 없고 진짜 입자도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우주 안의 모든 것은 (우리가 아는 한에서는 우주 자체도 포함 해서) 파동함수로 설명되고, 파동함수는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갖 는다. 이 파동함수가 어떨 때는 좀 더 파동에 가까워 보이고, 또 어떨 때 는 입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파동함수는 아무것도 아니며, 그 자체로 새로운 카테고리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자면 기본 입자'라는 용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나를 지도했던 교수님은 기본 입자라는 말 대신 '기본적인 것'이라고 불 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도 기본적인 것'이라는 표현 은 사용하지 않고, 나도 생소한 용어로 독자 여러분을 괴롭히고 싶지 않 다.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입자는 사실상 파동함수라는 수학적인 대상을 의미한다. 파동함수는 정확히 입자도 파동도 아니며, 둘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파동함수 자체는 그것에 부합되는 관측할 수 있는 양이 없지만, 파동 함수의 절댓값으로 물리적으로 관측 가능한 대상의 측정 확률을 계산 할 수 있다. 양자이론에서는 이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특별한 환경을 제외하고 단일 측정 결과를 예측할 방법은 없다.
- 양자이론으로 현미경의 분해능을 개선할 수 있는 이유는 입자가 (또 는 그것이) 더 무겁고 더 빠르게 움직일수록 파장은 더 짧다는 것을 알 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빛 대신 전자빔을 사용하는 전자현미경은 광학현미경보다 훨씬 높은 분해능에 도달할 수 있다. 전기장과 자기장 을 이용해 전자를 움직이게 하는 현미경으로는 원자 크기 수준의 구조 까지 판독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전자의 속도를 높이면 현미경의 분해 능을 마음대로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 물리학은 계속해서 더 큰 입자 가속기를 지으려고 추진하고, 입자 가속기에 힘입어 현대 물 리학은 전진하는 것이다. 충돌 에너지가 더 높으면 결국 더 작은 세계를 탐색한다는 의미가 된다.  거울과 렌즈를 사용하는 빛 현미경과는 달리, 입자 가속기는 전기적 으로 대전된 입자들의 빔을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가속시키고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입자의 속도를 높이면, 측정 행위에서 정보를 추출하기가 어려워진다. 탐색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입자들이 탐색 과정 자체를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양파 슬라이스 위에 쪼이는 가시광선은 기껏해야 양파를 아주 약간 데우는 정도 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목 표물에 고속으로 쏘아진 전자빔은 그 에너지로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 다. 그렇다면 아주 짧은 거리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정보는 잔해에 파묻 히게 된다. 결국 고에너지 물리학이란 충돌 잔해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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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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