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 10,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베이브리지가 강진(强震)으로 파손 당했습니다. 밤낮 없는 복구작업 끝에 교각은 6 만에 재개통됐지만, 고속도로 구조물과 출구로(exit) 16개월 넘게 방치됐습니다. 기술이나 비용문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어디를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결정이 미뤄진 탓이었습니다. 의사결정이 늦춰지면서 자동차 운전자들은 해당 구간을 우회해야 했고, 연간 2300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612일자 A24 권력을 겁내는 리더는 조직을 망하게 한다 기사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적절한 조치를 있도록 정치적 자원을 충분히 동원하지 못해 발생한, 일종의 기능마비 상태를 보여주는 사례다.”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아이디어와 결정된 일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리더의 무능함이 오늘날 조직 내에 만연해 있다 진단합니다.

페퍼 교수는 리더의 이런 무능이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데서 온다고 말합니다. “권력은 의사결정을 실행하는 힘이며 반대 세력에 맞서 자기가 뜻한 바를 이루겠다는 의지와 욕구, 지식과 역량이다. 리더십의 위기는 너무 많은 사람이 권력을 행사해서가 아니라 리더가 권력이라는 쟁점을 회피하는데서 시작된다.”

리더가 통찰력과 비전을 갖췄고,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를 알더라도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냥 실행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리더가 행사하는 권력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갖기 때문입니다. “조직에서 권력과 영향력이 존재해서는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많은 기업이 직면한 문제다.”

그래서 진정성 있는 설득력을 발휘하는 중요합니다. “지위가 갖는 권력의 행사는 단지 공식적인 권위를 갖고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능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쌓아서 유지하고, 일을 성취할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춰야 한다.” ‘감정 권력을 행사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사람들은 논리에 따라 설득된다. 그러나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문제는 조직 업무의 전문화가 심화될수록 의견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다루는 업무분야와 전공, 배경의 차이가 구성원들이 상황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전문가는 매출과 시장점유율 데이터, 생산 전문가는 제조비용과 재고량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서로 다른 동기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다.”

이런 문제를 뚫고권력 행사해야 하는 리더의 숙명입니다. “권력으로 조직 오류를 발생시키고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보다 죄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라는 것입니다. “도전과 기회, 또는 문제에 직면했을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야말로 조직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유능한 리더가 되고 싶다면 권력을 확대하고, 힘을 바탕으로 참여하려는 의지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상임논설고문

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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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작게 세워서는 안된다.
그런 계획은 우리의 피를 들끓게 하지 못한다.
큰 계획을 세우지 못하겠거든 집에 가라.
- 대니얼 버닝

 

“달을 향해 쏴라. 빗나가더라도 별들 사이에 가라앉게 될 것이다.”
작가 헌터 톰슨의 글입니다.
대담한 목표는 더 큰 열정을 품게 하고, 무사안일주의를 타파하며,
혁신을 촉진하고, 포부를 높이며, 삶의 지평을 넓혀 성공의 씨앗을 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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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은 남에게 명령하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은 말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P&G에서는 그런 사람을 원치 않는다.
리더십은 다른 사람을 동기부여 시키고, 신나게 해주는 것이고,
커뮤니케이션은 남의 말을 잘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는 그런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뽑는다.
- P&G 인사담당 매니저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상대방이 내 뜻을 따르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강하게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상대의 말을 들어줄 때, 오히려 그 목적이 쉽게 달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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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조건 착한 건 성격이 좋은 게 아니라 마음의 병일 뿐이다.
- 착한 사람이라는 자체가 평범한 사람에 비해 극단적인 상태이다. 왜 그러냐면, 착한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좋 은 사람 내지는 완벽한 사람을 추구하기 때문에, 업무상으로 든 집안일에서는 100점 만점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학생 때 시험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100점을 받으려고 공부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100점을 목 표로 공부한다고 해도, 좀처럼 100점을 받기란 어렵다. 어지 간히 노력해도 대부분 70점이나 80점 정도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 정도로도 만족하지만 착한 사람은 70점이나 80점 을 받은 자신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믿는다.그래서 다음 시험에서는 100점을 목표로 더 열심히 공부한 다. 그럼에도 70점이나 80점밖에 받지 못하는 결과가 이어지 면 착한 사람도 별 수 없이 의욕을 잃고 만다. 그러면 갑자기 낙제점까지 떨어진다. 착한 사람에게는 100점이 아니면 0점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100점 아니면 0점의 심리는 착한 사람의 일상을 매우 피곤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 직장 업무와 집안일, 친구 관계까지 모두 완벽해야 한다는 것 이 착한 사람들에게는 가장 커다란 의무이자 강박이다. 불안 하기 때문에 착한 사람을 그만두지도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착 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나 살다 보면 수많은 역경과 고난이 찾아온다. 불공평한 일이 셀 수 없이 벌 어진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이, 착한 사람 역시 그런 역경을 만나면 어떻게든 노력해서 극복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어쩔 수 없는 지경에 몰리게 되면, 착 한 사람은 갑자기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고 구제 불능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거나 우울증에 빠져 버린다. 착한 사람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시속 100km의 제 한 속도를 넘어 120km로 달리다가, 다시 속도를 줄여서 시속 100Km로 돌아온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예 0km의 속도로 멈춰 구제 불능인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극에서 극으로 바뀌는 것이다.
- 이기적인 사람에게 복수하는 일곱가지 방법
(1) '해야한다'의 반대말은 '적당히 한다'이다.
착한 사람은 '~해야 한다'를 포기하려고 하면 불안해진다. 그 불안 속을 들여다보고 천천히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불안감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왜 불안해지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억지로 대답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답이 떠오를 때까지 천천히 기다린다.그러면 갑자기 그 답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를 포기할 수 있다.
(2) 결코 100%를 추구하지 않는다
(3) 주말에는 전투모드를 해제한다
(4) 내 의견을 무시하는 인간관계와 거리를 둔다
착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친구도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표면적인 만남이 대부분이다. 착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이나 본심, 고민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선 이상 친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본심, 고민을 말하면 상대방이 싫어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착한 사람이 친구에게 본심을 말하면 상대방도 본심을 털어놓 는다. 그래서 오히려 사이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룹 안에서도 그냥 늘 웃기만 하면서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가 확고히 생긴다.
(5) 한번에 한 가지만 챙긴다
사람이 살아있으면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에 대해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두려운 복잡한 감정이 생겨난다. 감정을 동반 하지 않으면 어떤 경험도 매우 표면적인 것에 그친다. 여러 가 지를 느끼고 감동을 받아야 인생에 화사한 빛이 비춰진다. 하 지만 착한 사람은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는 잿빛 모노톤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상태를 두고 과연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는 것 : 지금 자신이 지닌 감정을 솔직히 느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착한 사람은 자신이 분노나 슬픔의 감정을 억 압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선 최근 몇 년간 분노나 슬픔, 불안, 공포 그리고 기쁨과 행복, 안도감, 즐거움 같은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빨판상어(이름은 상어지만 상어류와 다른 어종으로 머리 위에 있는 빨판으로 다른 어류에 빌붙어 산다-역주)가 상어에게 기 생함으로써 얻어지는 것 같은 안도감과 무의식적으로 다 완전히 억누르지 못한 분노, 불안, 공포가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것 뿐인지도 모른다. 기쁨과 행복, 즐거움과 같은 느긋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착한 사람 병의 증상은 가볍다고 보면 된다. 만약 감정을 거의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라도 솔직한 감정을 느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우선 감동적인 영화나 소설을 접하고, 주인공에 감정이입해서 울거나 화 내는 일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효율성을 추구하면 많은 것을 빨리 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 말 중요한 것은 의미있는 것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하는 것이 다. 한번에 깊이 음미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한 가지에 전념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새로운 사실에 주목하며, 감 동이 생겨난다. 예를 들면 식사를 할 때는 식사를 준비해준 사 람에게 감사하고, 식재료를 기른 농부에게 감사하고, 소나 생 선, 채소와 같은 식재료의 생명에 감사하고, 한입씩 음미하면 서 먹는다. 그렇게 하면 식재료의 맛이 입안 가득 퍼져 풍요로 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으면 소화 도 잘 되고 몸속에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된다. 한마디로 한 가지를 깊이 음미함으로써 그 사람의 인생이 풍요로워진다는 뜻이다. 착한 사람뿐 아니라 늘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다.
(6)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다
착한 사람을 그만두고 자기 감정에 솔직히 살아도, 착한 사람이 걱정했던 것만큼 남들에게 미움받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받는 경우를 흔히 경험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게 되면, 뭘 해도 자유롭다. 그러니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고, 그런 여유로움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7)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수록 행복의 크기가 커진다
나는 '자기 자신을 얼마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그 사람의 행복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있는 그대로의 자 신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자신에게서 가족으로,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로 그 범위를 넓혀가보자. 그럴수록 행복의 크기가 더 커진다. 상대방을 받아들이면 상대방도 나를 받아들여주기 때문에, 행복의 선순환이 일어난다. 그것이 착한 사람이 오랜 세월 동경해도 결코 될 수 없었던, 진정한 착한 사람에게 가까이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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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나라에는 장수기업이 이토록 적을까??
가장 큰 이유는 산업화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기업활동이 힘들었던 일제강점기를 제외하고 한국전쟁 이후를 출발점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산업화 역사는 60년 정도로, 해외 주요국보다 훨씬 짧다. 더구나 한국은 짧은 역사 안에서 압축 성장을 했다. 경제발전을 이끈 국가의 주요 성장산업 역시 빠르게 바뀌었다. 경공업 → 중공업 → 전자산업→ IT 등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면서 변신에 실패한 많은 기업이 자연스레 도태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기업 역사가 짧은 이유는 구체적으로는 다음 3가지를 찾을 수 있다.
첫째, 6·25전쟁을 겪었다. 일제강점기를 걸쳐 해방을 하자마자 6·25전쟁 반발로 전국이 초토화되어 그나마 남은 가게들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둘째, 작은 것보다 큰 것을 선호했다. 어렵게 살다가 이제 살 만하니까 작고 오래된 것의 가치를 등한시 했다. 소형차보다 중대형차, 적은 평수보다 큰 평수 아파트를 선호했 다. 작은 가게를 대기업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셋째, 상업을 천시하는 유교적 사회문화가 깔려 있었다. ‘개같이 멀어서 정승같이 쓰자', 내 자식만큼은 블루칼라 직업보 다는 의사나 판사 같은 전문직이나 화이트칼라 직업을 가지게 하자 는 것이 부모들의 의지였다.
- 아리 드 호이스Arie De Geus의 《살아있는 기업The Living Company》에 의하면 “기업들이 사라진 이유는 경영자들이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경제활동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며 자신들이 속한 조직의 진 정한 본질이 인간 공동체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에 서 비롯되는 것” 이라고 한다. 기업도 인간도 장수를 염원한다. 분명히 세상에는 오랜 기간 살아 남아 번영을 누리고 있는 상당수의 장수 기업들이 존재한다. 스웨덴의 스토라 사는 700년, 일본의 스미토모 그룹은 300년 이상 살아남 아 번영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장수 기업들이 보유한 '회춘' 의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탁월 한 변신 능력을 들 수 있겠다. 기업의 활력이 떨어져 수명이 다하기 전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끊임없이 바꿔 달고 있다는 말이다.
- 대한민국에서 기업의 평균수명은 약 15년이며, 창업 후 30년 이내에 기업의 80%가 사라진다 (한국경제연구원, 2010).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뤄낸 기업들은 우리나라에는 그리 많지 않 다. 삼성1938년 삼성상회, SK1939년 선경직물, LG 1947년 락희화학공업, 한화 1952년 한국화약, 그 밖에 섬유 업체인 경방, 조선일보, 동아일보, 메리 츠화재구 조선화재, 삼양사구 삼수사, 하이트진로조선맥주 등은 곧 100년 을 앞두고 있는 90년 이상의 장수기업이라 할 수 있다.다. 두산122년, 1896년 박승직상점, 동화약품121년, 1897년 동화약방, 신한은 행 121년, 1897년 한성은행, 우리은행 119년, 1899년 대한천일은행, 몽고식품113년, 1905년, 광장107년, 1911년 광장주식회사, 보진재 107년, 1911년 광장주식회사, 성창기업지주102년, 1916년 성창상점, KR모터스101년, 1917년 대전피혁공업이다.
-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데일 카네기)
- 108년 역사의 로얄더치셸에서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하며 오래된 기업을 연구한 아리드 호이스는 《살아있는 기업 100년 기업이라는 책에서 장수기업의 생존 비결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 장수기업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를 계속 변화시켜 왔다. 1805년에 설립된 핀란드 노키아는 휴대폰 제조회사로 원래 고무장 화, 비옷, 타이어, 케이블, 텔레비전, 전기 발전 등의 상품으로 진화하여 왔다. 이성당도 밀가루 빵에다 쌀가루를 입혀 베스트셀러 단팥빵 를 만들어 성장하였다. 부산 백구당의 옥수수로 만든 크로이존빵은 전설 그 자체다.
두 번째, 포용적인 문화를 조성했다. 특이한 생각을 가진 직원을 수용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장려했다. 이성당은 직원들로 하여금 일정 자율권을 부여하여 단골고객에게 아낌없이 빵을 선사하는 '1+1' 마케팅 권한을 부여하여 새로운 원동력을 만들고 있다.
세 번째, 내부 결속이 강하다. 성심당은 전 매장의 교육은 반드시 대전 성심당 본사에서 함께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성당은 서울 잠실에 이어 천안 직영점을 개점할 때에도 통일된 고객서비스와 조직시스템 적용을 위하여 'ONE VOICE’ 교육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교육 훈련을 통해 이성당의 기업문화를 습득하게 하는 전략을 구사하여 내부 결속을 강화해 왔다.
네 번째, 보수적인 재무 관리이다. 가족 기업의 경우엔 신뢰와 화합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질에 맞지 않는 대규모 사업투자보다는 시간은 걸리지만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장수기업이 되는 것에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서울 태극당, 목포의 코롬방 제과, 부산의 백구당, 순천의 화월당, 대전의 성심당, 전주의 풍년제과, 군산의 이성당의 경우에도 장사가 잘 된다고 갑작스럽고 사업장을 옮기거나 새 건물로 증축하거나 가게를 넓히는 것 등에 매우 보수적으로 하고 있어 장수기업으로서 조건을 갖추었다.
- 장수 빵가게들은 대부분 구도심에 위치한다. 특히 군산은 옛것이 고스란히 남겨진 시간이 멈춘 도시다. 이 중심에 이성당이 있다. 어려웠던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먹었던 단팥빵과 야채빵의 추억이 시 간이 멈춘 건물에 그대로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이성당은 복고 마케 팅' 의 원칙이 구현된 가게다. 복고 열풍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때 활성화된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증가하여 예전의 소박한 맛과 디자인을 선호하고, 공연이나 영화, 음악뿐만 아니라 요식업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는 1974년 6월 출시된 가공우유시장 대표 브랜드로 바나나가 귀하던 시절 출시돼 시장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평가 받는 독특한 항아리 모양 용기가 지금까지도 똑같은 모습으로 판매되고 있다. 하루 판매량이 80만개에 달하여 빙그레의 단일상품 중 최다매출을 기록하였다 2010년 1,300억원, 2012년 6월에는 국내 유제품 최초로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사히 음료 '미쓰야사이다' 를 1969년 레시피를 기본으로 당시의 맛을 재현하여 2012년 15만 상자 목표를 세워 판매했다. 후지필름 X시리즈'는 전통 필름카메라와 유사한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인기가 높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노출정보 등 카메라의 기본 기능을 다이얼로 조작하지만 기술은 최첨단을 달린다. 일반 디지털카메라의 3배를 호가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히트 쳤다. 복고 트렌드의 이면에는 고령화 인구 증가에도 그 원인이 있다. 미 국이나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계층이 고령화 인구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여행을 통해 소비를 할 수 있는 소비층이 아무래도 조금은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여행과 복고' 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내년을 생각하면 돈을 남기고, 10년 후를 생각하면 땅을 남기고, 100년 후를 생각하면 사람을 남겨라" 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100년 이상 된 기업을 시니세老鋪라 하며 “전의 사람이 하고 있던 것을 동 일하게 한다는 의미” 로 선조의 가업을 지속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은 장수기업이 많다. 2008년 8월 일본 도쿄 상공 리서치에 따르면 창업 100년을 넘는 기 업은 전국에 2만1,066개, 창업 1000년을 넘는 회사는 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200년 이상 된 기업의 약 45%가 일본에 있다. 그 중 98% 이상이 중소기업이었다.일본 장수기업은 매출액 1조 원 이상의 대기업도 적지 않지만 소매 업 중심의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들 일본 강소기업들의 힘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모노즈쿠리 장인정신' 에서 찾을 수 있다. 모노즈쿠리는 물건을 의미하는 모노 와 만들기를 의미하는 '즈쿠리 가 합쳐진 말로 물건 만들기' 를 뜻한다. 후지모토 다카히로 동경대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제조업에 강한 일본기업의 특징을 이 용어에서 찾 는다. 최근에는 모든 산업 분야와 공정에 모노즈쿠리를 접목한 '열린 모노즈쿠리' 로 진화하고 있다.
- 왜 일본에는 유독 장수하는 중소기업이 많을까?
첫째, 업(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명문대학을 나왔지만 잠시 대기업이나 관료 생활을 하다가 과감하 게 포기하고 가업을 이어가는 일본인들이 많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가업을 잇게 하고, 그게 이어져서 장수기업으로 발전했다. 창업자 후손들이 가업의 계승과 기업이념의 실현을 목표 로 경영해왔다. 즉 가족으로 이어지는 후계 경영자들이 창업자의 경 영철학과 기업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 장수기업이 된 가장 큰 이유다.
둘째, 고객들과의 약속을 소중히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 콘고구미剛組는 우리나라에도 자주 소개되었는데, 백제에서 초청된 장인 유중광이라는 기술자에 의해 578년에 설립되어 약 14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서, "철저한 장인정신과 이를 인정해 준 고객들과의 신뢰관계”가 비결이라고 한다.
셋째, 기술을 중시한다. 일본에선 자손들이 가업을 물려받으며 성장해온 소규모 장수기업 을 뜻하는 '시니세老鋪는 보통 직원수 10명 이하로, 일본을 기술 중심의 중소기업 고유의 전문분야에서 다른 업체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창의적 기술 개발로 성공을 거두는 것이 비결인 것이다.
넷째, 전통의 계승' 과 혁신' 을 동시에 추구한다. 전통이라는 것은 고객제일주의, 품질본위, 종업원을 소중히 여기 는 정신, 지역사회 공헌 등 근본적인 가치를 말한다. 혁신은 시대와 고객의 니즈에 맞는 신상품이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 신시장 개척, 신사업 진출 등을 말한다. 즉 정신적인 부분은 100년이 넘도록 지켜 오면서 생산 기술, 시장 개발, 상품 개발 등의 물리적, 기술적 부분은 끊임없이 혁신해온 것이다. 예를 들어 이시카와현에 있는 150년 전통의 가가후후모로야란 기업은 요정이나 시장에 밀기울을 도매로 판매해 오다가 40여 년 전부 터는 아예 관광객들을 위해 밀기울 요리 전문점으로 개점하였다.'전통이란 혁신의 연속' 이라는 선대로부터의 가훈은 경영학에 도입해도 부끄러울 것 없는 명언이다. 기업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한 우물을 파면서도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서 개발과 혁신을 멈 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하는 것이야말로 장수기업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사람 중심 경영이다. 예부터 일본 상인들은 '돈을 남기는 것은 하이고, 가게를 남기는 것은 중이며, 사람을 남기는 것은 상上' 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고 한다. 눈앞의 이익보다 사람을 더 중시해 온 일본의 기업문화와 경영 철학이 일본 경제의 근간이 되면서 세계 경제 중심국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그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오랜 세월 동안 최 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을 키웠기 때문일 것이다.
-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독일을 녹슨 전차' 에서 우등생으로 끌어올린 것은 독일 경제의 핵인 300만 미텔슈탄트Mittelstand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을 뜻하는 미텔슈탄트는 독일 내 총고용의 60.8%, 국내총생산 GDP의 51.8%를 창출한다. 독일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는 중견·중소기업, 제조업, 기술, 무역, 서비스 분야의 기업과 자영업 자, 자유직업자의사, 법조인, 예술가 등, 농민을 모두 포함한다. 이들 기업 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초토화된 독일 경제를 부흥시키는 데 주도 적인 역할을 해 왔다. 인지도는 낮지만 40억 달러 매출을 올리며 세 계 시장 1~3위를 차치하는 '히든 챔피언' 의 절대 다수도 미텔슈탄트 이다. 독일의 중견기업이 장수하는 비결은 “코끼리가 춤추는 곳에서 춤 추지 말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노는 곳에서 놀면 안된다는 의미. 장수하는 독일 기업의 경우, 기술력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한다.
- 독일의 미텔슈탄트가 우량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세기 독일 남부 농민들은 소규모의 토지를 소 유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이 중산층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당시 독일에서는 재산소유자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졌으므로 농민 들은 도시로 떠나 노동자가 되기를 기피했다. 이들은 독일 남부 농촌 에서 하나의 집단을 이루며 유휴노동력으로 중소제조업에 뛰어들었다. 19세기에는 영국에서 산업혁명으로 저가 대량생산 제품이 쏟아 지던 시기였다. 독일의 미텔슈탄트들은 영국산 제품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고가의 맞춤형 제품 생산이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미텔슈탄트는 한우물 파기' 전략과 더불어, 기업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성공했다. 2013년 현재 독일은 전국에 327개의 산업 클러스터 가 존재하고 있으며, 독일 기계산업의 메카 슈투트가르트 자동차 클 러스터의 경우 벤츠, 아우디, 다임러, 보쉬, 포르쉐 등 소수 대기업과 다수의 미텔슈탄트들이 부품협력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기업 간 임금 수준이 유사하기 때문에 인력이동이 적어 숙련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직업훈련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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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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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텔레비전, 비디오 게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시간을 써버리거나 친구들과 너무 많이 노는 아이들 말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카일처럼 '문제아' 라는 낙인이 찍 히지는 않을 정도로만 생활해나가고 간신히 기준선 위에 머물지만 아 이 부모들은 엄청난 슬픔과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학업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자신에게 가해지는 스트 레스에 직접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이는 것과 달 리 이런 아이들은 게으르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나름대로 엄청난 요구에 짓눌려 있습니다. 자기로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두려울 수밖에 없는 압력 앞에서 이 아이들은 어떠한 경쟁도 하지 않는 다며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미리 포기하는 일'을 선택한 것입니다. 나는 바로 그렇게 지레 포기하는 아이들을 돕고자 합니다.과도하게 경쟁적이고 성취지향적인 현대 문명에서 살아가는 청소년 의 삶은 뜨거운 압력솥 안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0대 남자 아이들은 이런 스트레스에 극히 민감한데, 심리학자로서 나는 매일 우 리 문화의 희생자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밝고 유능한 남자아이들이 현 대 교육 제도는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져 있고 효과도 없다고 불평합니 다.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아예 노력조차 하지 않는 쪽을 택합니 다. 청소년기의 전형적인 위기 대처 전략인 회피avoidance 와 부정 denial을 사용해 자신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 당신은 어째서 아들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는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그 이유 중 하나는 언제나 부모가 나서서 아들 일을 처리해주는 것입니다.) 아들이 하는 많은 행동이 사실은 자 신이 바보처럼 보이거나 무능해 보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임을 이해 할 것입니다. 인내심을 갖게 되고 문제는 아들이 아니라 이 세상에 있 음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아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요구들을 결국 충족시킬 텐데, 그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들을 충분히 믿고, 아들에게 실패할 자유, 자신을 배워나갈 자유, 자신의 동기를 갖고 해야겠다는 의욕을 갖게 될 자유를 줄 것입니다.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욕이 생기고 자신만의 진정한 실행 동기를 찾게 되면 그때는 누구도 아들에게서 의지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 한 가지 분명히 할 점이 있습니다. 아들의 자부심을 높여주려고 애쓰는 부모들이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는 아이에게 칭찬을 쏟아부어서, 자부심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자부심이 낮은 아이 에게는 비난을 퍼붓는 것만큼이나 칭찬을 퍼붓는 방법도 치명적입니다. 부모에게서 받는 칭찬과 비난은 아이들에게 자기가 하는 일을 부 모가 평가하고 판단한다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그런 기분이 드는 아이는 당신의 사랑은 조건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 황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은 부정적인 피드백만큼이나 나쁘게 작용합니 다. 그러니 평가하는 일도 판단하는 일도 그만두어야 합니다. 아직 자기 삶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른 사람의 삶은 더더욱 바꿀 수 없습니다. 더구나 당신이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 10대 남자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모든 흐름은 전적으로 당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 러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아들은 아직 성인이 아니지만 자신을 어른이라고 생각하며, 어른처럼 대우받기를 원합니다. 어른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자유로운 영혼으로 대우받기를 원하는데, 이 소망을 방해하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당신입니다. 그 때문에 아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당신에게 맞섭니다. 따라서 상황은 더욱 나빠집니다.
- 당신의 아들은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아이 앞에 놓인 모든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믿고 있나요? 아니,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그런 도전 앞에서는 지레 포기해버립니다. 지난 20년 동안 공을 차 넣어야 했던 골대가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즉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교육 성취 수준이 너무나도 높아졌습니다. 나 같은 교육 및 심리 분야의 전문가들은 현재 학습 장애나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 같은 진단을 받는 어린 학생이 증가하는 이유를 빨 라진 학습 과정에서 찾고 있습니다.
- 지레 포기하는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그 잠 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오해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잠재력이란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습니다. 성장을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경쟁을 부추기는 용어입니다. 부모가 자기 아들은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우리 아들은 정말 영리하니 잠재력을 100퍼센트 발휘하면 분명히 반에서 1등을 할 수 있을 것' 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말이 위험한 이유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강조한다는 데 있습니다. 열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 잠 재력을 발휘하고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아이들은 바로 그 경쟁 때문에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합니다. 실패를 통 해서 배울 수 있는 여유, 스스로 시도해보면서 배우는 자유,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 말입니다. 이런 것들을 위해 청소년기가 있는 것인데도 현대인들은 그 과정이 아주 빨리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학교 과제나 수행평가를 할 때 부모님이나 가정교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능력, 모든 시간을 학과 공부를 하는 데 쓰지 않고 가정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능력, 작은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고 도 일어나 다시 시도하는 능력 등을, 즉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중요한 것들을 제대로 가르쳐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이야 기할 때 부모는 반드시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무엇을 위한 잠재력이란 말이야?' 하고 말입니다.
- 임상심리학자로 20년 이상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무엇보다도 지레 포기하는 아이들에게는 필요 없는 압력은 줄이고 스스로 성장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장 적게 주는 것이 바로 시간이고 가장 많이 주는 것은 압력입니다. '헬리콥터 부모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아이에게 과도한 관심을 쏟아붓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생산력을 향상할 기회도 줄어들고 맙니다.
- 당신의 10대 아들은 세계 정치 에 관해 자기 의견을 말할 만큼 지적인 모습을 드러낼 때도 있지만 지 적인 모습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 은 것 같을 때도 있고 까닭 없이 불쑥 화를 내기도 합니다. 10대는 원래 일관성이 없는 시기입니다. 생애 처음으로 10대 아이들은 진정한 공감 능력을 형성해나갑니다. (공감 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자기중심적이기도 합니다. 지적 능력도 놀라울 정도로 발달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민주주의' 라든가 '정의' 같은 추상적인 개념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춘기는 또한 충동, 정확하지 않 은 판단력, 틀린 선택들로 점철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다가도 어째서 한순간에 (겉으로 보기에는) 감정이 확 바 뀌어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뛸 수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 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아야 하는 부모는 당신만이 아니니, 크게 걱정 할 필요는 없습니다. 10대는 육체와 정신, 감성이 모두 큰 변화를 겪는 시기입니다. 아들이 사춘기를 통과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근사하기도 하 만 두렵기도 합니다. 몸이 자라고 의식이 성장하고 좀 더 독립적으로 변하는 아들을 보는 일은 행복합니다. 하지만 아들이 너무나도 빠르 게 변한다는 사실은 아이를 비롯해, 아이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심란하게 합니다.
- 10대 아이들은 옳고 그름의 차이를 아는 아이들이 그 차이를 모르 는 아이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지키며 살아가는 규칙은 어른들의 규칙과 다를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규칙에서 모험 은 정당한 행위입니다. 모험을 하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일들을 배워나가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접하게 된 자율이라는 세상에서 10대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느끼고 한계를 실 험해보는 일에 재미를 느낍니다. 10대 아이들은 부모의 규칙과 조언에 반기를 듭니다. 10대 아이들에게 가치를 평가하는 능력과 도덕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10대 아이들 스스로 직접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얼마 동안은(분명히 그런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 몇 년만 지나면 끝납니다.) 아들의 도덕심은 당신이 아니라 아들이 함께 어울려 다니는 어수룩한 10대 친구들이 결 정합니다. 10대 아이들의 도덕심은 전체 사회나 부모가 아니라 또래 집단에 헌신하는 방식으로 구현될 때가 많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이 단계에 있는 아이들은 '좋은 소년'이 아니라 '좋은 친구가 되기를 원합니다.
- 아이가 당신이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거나 당신의 가치관에 완전히 어긋 나는 일을 할 때는, 그가 다른 방식으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타투 대신에 색다른 헤어스타 일을 택할 수 있게 유도해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비난해 서도 통제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아이를 비난하거나 통제 하려는 순간 아이는 어떻게 해서든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고집 을 부릴 것입니다. 아이가 정체성을 정립해가는 과정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은 단순히 다른 사람이 아이를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과정도 아니고, 단순히 어떤 식으로 입고 다닐 것이냐의 문제도 아닙니다. 비록 아이는 부정한다고 해도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당신이 하는 행 동을 남김없이 관찰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 어떤 직업을 가 지게 될지에 관한 단서를 포착합니다. 10대 아이들은 어린아이들보다. 훨씬 더 예리한 눈으로 당신을 관찰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아이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되어주는 일이 더욱 중요합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아들은 당신이 알려준 삶의 가치를 그대로 간직한 채로 자신만의 독특 한 가치관을 형성해 훨씬 안정적인 자아를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당신이 심어준 소중한 가치관은 여전히 아이의 마음속에 장착되어 있을 테니까요.
- 10대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극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기를 둘러싼 세계가 자신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닻이 되어주기를 절실 하게 희망합니다. 10대 아이들은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힘든 일과 감 정이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믿을 때가 많습니다. 친구들이 근사하다고 생각하는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는 의기양양함 같은 좋은 기분도, 대학 교 라크로스 팀에서 방출됐을 때 느끼는 나쁜 기분도 영원히 지속되리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어른들은 세상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압니다. 실제로 우리가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 똑같은 모습으로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뿐입니다. 10대 아이들은 나쁜 감정 때문에 죽게 되는 것은 아니고 그런 감정 이 영원히 지속되지도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어떤 감정에 압도되어 있을 때는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지금 너는 폭풍우 한가운데 있는 거야. 폭풍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고 끔찍하게만 느껴질 거야. 하지만 비가 영원히 계속 내리지는 않아. 모든 곳에서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야. 어느 순간이 되면 구름은 지나갈 테고, 구름 위는 언제나 아주 맑아. 큰 그림 속에서는 구름 위에 있는 너는 지금도 괜찮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와 같은 말을 해줘야 합니다.
- 당신 아들은 부모를 신처럼 생각했던 마음에서, 전적으로 부모만 사랑하고 부모의 인정을 받으려고 했던 마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어린아이가 성장하려면 부모가 전능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도로시가 오즈를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즉 어린 시절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오즈의 마법사가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부모에게서 벗어나는 과정은 부모에게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어떤 부모들은 특히 더 고통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립심을 기르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 아들이 당신의 운동 습관에 대해 어처구니없다고 말하거나 당신이 식료품점에서 산 물건을 비닐봉지에 담아온다는 이유로 (사온 물건을 정 리할 때는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비난을 퍼부을 때는 즉시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하는 모든 생각은 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임 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을 당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아이는 그저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가 부모를 바보라고 생각할 때 는 조금쯤은 자기비하적인 유머를 구사해 부모 또한 아들을 조롱할 능 력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 의견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 짐으로써 아이가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능숙하게 자기주장을 펼칠 능력을 기르며 더 많은 사실을 검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들은 냉소적으로 행동합니다. 이제 당신의 아들은 거리낌 없이 권위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조금은 회의적이고 냉소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한때 완벽한 권위자라고 생각했던 부모와 선생님에게서 논리적 허점을 발견하고, 당신이 하는 행동에 일관성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 아들은 이기적입니다. 10대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부모와 형제 가 어떤 마음이건 전혀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아마도 당신은 10대들의 이런 성향은 앞에서 말했던 청소년기가 되면 공감 능력이 발전한다고 했던 설명과는 모순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 니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은 한꺼번에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 해야 합니다. 공감 능력이 발달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은 사 람마다 다릅니다. 아이는 지금 새로 갖추게 된 능력,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의 견해에 비추어 자신을 그려보는 능력을 통해 자기가 누구인지 를 파악합니다.
- 과거에는 뇌가 크게 발달하는 주요 단계는 단 한 번뿐이라고 믿었습니다. 출생했을 때부터 세 살 때까지 뇌는 아주 크게 발달하며, 그 뒤로는 점진적으로 발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춘기가 시작되면 다시 뇌가 크게 재구성되며, 이같은 변화는 어른이 된 뒤에도 어느 정도는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습니 다. 저명한 심리학자 로렌스 스타인버그 Luarence Steinberg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가 청소년의 발달 과정을 연구한 결과대로라면 사춘기는 빠르면 열 살 무렵에 시작하고 스물여섯 살이 될 때까지는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 아데노신은 뇌의 수면 활동과 관계가 있습니다. 뇌가 아데노신을 생산해 분비하면 아데노신을 수용한 세포의 활동성은 떨어지고 결국 잠이 옵니다. 그 런데 자연에는 아데노신과 화학 구조가 같은 쌍둥이 물질이 있습니다. 카페인입니다. 카페인은 세포의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해 우리를 꿈 나라로 데려갈 아데노신이 세포와 결합하는 것을 막습니다. 신경정신 과 의약품은 거의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작용합니다. 프로작, 졸로프트, 렉사프로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는 세포 수용체와 세로토닌의 결합을 막는 댐처럼 작용해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을 완화합니다. 몸 밖에서 들어간 이런 물질들이 세로토닌을 흡수하는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해 세로토닌의 흡수를 막기 때문에 혈관으로 분비된 세로토닌이 세포 안으로 재흡수되지 않고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습니다. 신경세포체 → 수상돌기 → 시냅스 → 신경전달물질 → 축삭돌기 → 신경세포체로 진행되는 신경세포 연결망을 신경 경로 neural pathway라고 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 우리가 시작하는 모든 행동은 여러 뉴런이 전기를 이용해 서로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해도 좋습니다. 야구공을 던지는 연습을 하고 바이올린을 켜고 주기율표를 외울 때 우리 뇌에서는 특별한 신 경 경로 수천 개가 활성화됩니다. 특정 활동을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 록 뇌 연결도 강화됩니다. 더구나 새로운 일을 배울 때마다 뇌는 더 많은 시냅스와 수용체를 만듭니다. 만들어질 수 있는 뇌 경로의 수를 알아보고 싶다면 계산을 해봅시다. 천억 개 뉴런이 최대 1만 개 정도까지 뇌 회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태어났을 때 사람의 뇌를 구성하 는 뉴런이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 갓 태어난 아기의 뇌는 맨해튼만큼 커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자연은 그렇게까지 많은 회로를 만들 지 않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 뇌는 여섯 살 정도가 되면 필요한 하드웨어(회백질)를 거의 대부분 확보합니다. 여섯 살 아이의 뇌 크기는 어른 뇌의 90퍼센트 정도입니다. 계속해서 자라는 부분은 두개골입니다. 여섯 살 무렵부터는 뇌가 재조직화하는 방향으로 발달합니다. 이 뇌의 재조직 화는 신경계와 신체를 비롯한 복잡한 하드웨어를 최대한 활용해 여러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같은 업그레이드는 유년기를 통틀어 점진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다가 사춘기가 되면 은유 장치가 새로운 운용 시스템으로 뇌에 장착됩니다. 훨씬 날씬하고 민첩한 뇌가 되는 것입니다. 어린아이의 뇌는 실제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시냅스와 신경회로 를 만듭니다. 이런 시냅스와 신경회로는 살아가는 동안 점진적으로 줄 어듭니다. 정원을 가꿀 때 식물이 더 야무진 열매를 맺고 튼튼하게 자 랄 수 있도록 정원사가 필요 없는 잎과 가지를 쳐서 없애는 것과 비슷 합니다. | 최근에 뇌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이런 가지치기는 청소년기에 가 장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새롭고 중요한 회로는 끊임없이 만들어지지만 청소년기에는 어른이 되기 전에 필요 없는 회로를 제거하느라 뇌가 엄청나게 바쁘게 활동합니다. 기드는 특히 전두엽rontallobe(이마엽)의 경우 유년기부터 청소년기 초기까지는 회 백질의 양이 증가하지만 12세가 되면 일정하게 유지되었다가 곧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청소년기에는 뇌의 회백질 양이 7퍼센트 내지 10퍼센트 정도 줄어들며, 50퍼센트까지 줄어드는 뇌 부 위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회백질이 줄어들 어도 당신 아들의 뇌가 가진 능력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단지 체계와 구조가 단순해지는 것뿐입니다. 뇌는 수초화myelination 라는 과정을 거쳐 훨씬 효율적으로 바뀝니다. 수초는 신경회로에서 절연체처럼 작동하는 흰색 지방 물질입니다. 수 초가 축삭돌기를 감싸면 정보 전달 속도는 100배는 빨라집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뇌는 호흡처럼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신체 기능을 담당하는 뇌간(뇌줄기)의 신경회로에만 수초가 있습니다. 갓난아기는 반응 속도가 느린데 바로 다른 신경회로에 수초가 없기 때문입니다. 뇌 지역이 더 많이 연결될수록 수초는 필요한 곳으로 재빨리 정보를 보 내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복잡한 문제를 풀려면 반드시 수초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제는 뇌 발달 과정에도 수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뇌를 이루고 있는 회색 부분이 흰색으로 바뀌면 뇌에 생성된 연결 회로들은 훨씬 더 강해지고 절연 효과도 높아 집니다. 청소년의 뇌에서 일어나는 재조직화는 상당부분 필요 없는 부 분을 잘라내고 수초를 만드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인버그가 지적한 것처럼 정말로 중요한 것은 “리모델링이 일어난다 는 사실이 아니라 일어나는 장소”입니다.
- 청소년의 뇌 발달은 예측할 수도 없고 일관성도 없습니다. 언어 능력, 논리 추론 능 력, 계획을 세우는 능력, 자기 조절 능력 등, 10대 아이들이 익혀야 하 는 기술과 능력은 아이마다 다른 속도로 발달하고 다른 결과를 냅니다. 충동, 변덕, 예측 불가능이라는 청소년기와 관계가 있는 매력적인 특성들은 모두 각 영역의 발달 과정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징들입니다. 당신 아들은 그저 경험이 없고 결정 능력이 빈약한 작은 어른이 아닙니다. 당신의 뇌와는 전혀 다른 뇌를 가지고 있는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새로운 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신나는 일 을 해내려고 하고 당신이 만들어준 안전한 둥지에서 빨리 뛰쳐나가라고 유혹하는 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청소년 아들의 뇌는 침착하게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능력은 훨씬 뒤처져 있습니다. 감정을 조절하고 반응하는 데 관여하는 대뇌변연계도 청소년과 어른의 뇌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사춘기가 되면 대뇌변연계가 폭발적으로 발달하지만 아직 계획을 세우고 충동을 조절 하고 반사회적 행동을 억제하는 전전두엽 피질과는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뇌는 가운데부터 바깥쪽으로 성장할 뿐 아니라 뇌의 뒤쪽에서 앞쪽 방향으로 가지치기와 수초화가 일어납니다. 따라서 눈 썹 위쪽에 위치한 뇌의 앞부분에 있는 전전두엽이 완전히 발달할 때까 지 끈기를 가지고 기다려야 합니다. 완전히 복잡한 어른의 뇌를 가지 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거의 25년이라는 시간이 말입니다. 청소년기는 그렇게나 깁니다.
- 사춘기 때는 뇌의 약품 조제실이라고 할 수 있는 뇌하 수체에서 대뇌변연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을 방출 합니다. 청소년이 청소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과도한 감정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이런 호르몬 때문입니다. (특히 투쟁-도피 반응과 관계가 있는 아드레날린과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과 같은 '성' 호르몬이 청소년의 감정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10대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느끼는데, 테스토스테론도 그런 차이를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춘기가 되면 남자아이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그 전에 비해 30퍼센트까지 증가하 는데, 청소년기에는 이 테스토스테론을 모두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수용체가 가득 차버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10대 남자아 이들이 갑자기 난폭하게 굴면서 폭발하고 언제나 싸우고 싶어 하는 것 처럼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술이 조금 들 어가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10대 아이들과 어른에게서 나타나는 훨씬 큰 차이점은 위험할 수도있는 상황을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정보가 편도체로 들어갈 때는 먼 길을 택하거나 짧은 길을 택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정보가 먼 길을 택 해 편도체로 들어갈 때는 전두엽을 지납니다. 전두엽을 지나면서 정보 는 논리를 따져보고 벌어진 일을 되짚어보고 충동을 조절하면서 과도한 감정을 걸러내고 벌어진 일의 의미를 축소합니다. 하지만 10대 아 이들에게는 속도가 중요합니다. 자극을 인지하면 곧바로 감정이 생기 고 자극에 반응하면서 격렬하게 폭발합니다. 그 이유는 10대 아이들의 뇌에서 대뇌변연계와 전전두엽 피질을 잇는 신경회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정보를 전달하는 긴 경로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입니다.
-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으로 진행한 10대 아이들의 뇌 연구에서 전전 두엽 피질 우회로는 비교적 초기에 발견한 뇌 구조입니다. 맥린스 병 원의 아비게일 베어드Abigall Baira (신경성 얼빠짐neural gawkines 이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와 연구팀 동료들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하면서 두려 움에 떨고 있는 남자들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성인의 경우는 전두엽 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은 편도체가 반 응했습니다. 당신은 분명히 같은 사진에 성인과 청소년이 다른 식으로 반응하는 이유가 궁금할 것입니다. 실제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표정은 화가 난 표정보다 훨씬 더 큰 위협으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뇌는 자신 이 느끼는 위협이 실제 위협인지 아니면 그저 그런 생각이 드는 것뿐인 지를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뇌변연계에서 전전두엽 피질까지 가는 경로가 두 가지인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사자가 쫓아오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상황은 짧은 경로를 택해 정보를 전달합니다. 하지만 훨씬 모호한 상황이라면 뇌는 상황을 좀 더 명석하게 분석한 뒤에 싸울 것인지 도망칠 것인지를 판단합니다. 베어드 연구팀은 10대 아이들은 어른보다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일은 아이들은 두려움을 분노로 인지하는 등 실제로 감정을 잘못 해석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10대 아이들이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과 도파민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 로렌스 스타인버그 박사는 10대 아이들과 10대 아이들이 겪는 위험 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스타인버그 박사는 주어진 상황에서 위험을 평 가하는 능력은 10대 아이나 어른이 다르지 않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판단력이 떨어져서가 아니었습니다. 위험과 보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어른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도파민 수용체 가 보상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판단 기준을 만듭니다. 스타인버그 박사 는 “어린아이나 어른과 달리 청소년기 아이들은 보상이 있으리라고 생 각하는 상황에는 쉽게 빠져들지만 손해를 볼지도 모르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다지 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부모와 선생님은 10대 아이의 행동을 바꾸려면 벌을 주겠다고 위협하지 말고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받침대가 되어준다는 것은 과도하게 아이 일에 개입하는 것과는 다 릅니다. 받침대가 되어주는 부모는 아들이 집행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지만, 과도하게 개입하는 부모는 아이를 통제하고 조정하려고 합니다. 받침대 역할을 하는 부모가 되려면 1장에서 살펴보았던 '덜 할 수록 좋다.'라는 지침을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이의 집행 기능이 발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문제를 풀어주지 말고 아이가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말은 적게 하고 더 많이 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자기를 인식하면서 자기 느낌을 제대로 알고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는 법을 배웁니다. 당신의 가치관은 적게 말하 고 아이의 가치관을 더 많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아이는 스스로 목표를 세워나갈 것입니다. 통제는 '적게 하고 아이가 체계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아들은 시간을 관리하는 법과 자신을 규제하고 조절 하는 법을 잘 배우게 될 것입니다.
- 최근에 티머시 피칠Timothy Pychyl 박사와 피어스 스틸Piers Steel 박사의 캐나다 연구팀은 미루지 않는 사람에 비해 미루는 사람들에게서 뚜렷 하게 나타나는 두 가지 특징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충동적이라는 점과 자기 미래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영국 심리학자 푸 시아 시로이스Fuschia Sirois 박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안을 조금 느꼈을 때 해야겠다는 의욕을 갖지만 미루는 사람들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시 로이스 박사는 미래의 모습을 명확하게 가지고 목표대로 나아가는 사람과 달리, 미루는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분명하게 그리지 못한다고 믿습니다.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사는 아들을 도울 수 있는 전략은 많습니다.(역으로 계획 짜기도 그런 전략입니다.) 작은 과제는 큰 과제보다 관리하기 쉽고 주눅도 덜 들게 합니다. 따라서 큰 과제를 작은 과제로 나누어 진행하는 방법도 실패하리라는 두려움을 완화해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개요 작성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루기는 또 다른 문제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힘이라는 문제말입니다. 미루기는 힘이 없는 사람이 힘이 있는 사람을 상대로 이득 을 취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노동조합은 미루기(작업 속도 늦추 기)를 활용해 수년 동안 파업을 하지 않으면서도 자기주장을 관철할 수 있습니다. 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숙제를 실생활과 상 관없고 의미도 없는 일이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기 속도 대로 숙제를 해낼 권리를 유보함으로써 권위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것 입니다. 피오르 박사의 말은 많은 의미를 갖습니다. “힘이 없는 피해자인 당신은 공개적으로는 맞설 수 없음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그렇 게 했다가는 분노와 처벌이라는 힘든 결과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으니 까요. 하지만 미룬다면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은밀한 방법으로 자신에 게 드리워진 권위를 조금쯤은 쫓아낼 수 있고, 발을 질질 끌고 건성으로 일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반항할 수 있습니다.”
- 친밀한 관계는 맺지 않는다는 태도는 남자들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 향을 미칩니다. 남자아이들은 관계를 위계질서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동안 힘이 있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기 때문에 남자들은 언제나 많이 알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여자아이들은 끊임없이 같 은 편과 경쟁자가 바뀌는 사교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누구를 알고 있는가를 근거로 지위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누구를 알고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입니다. 중고등학교 남자아이들은 주말에 여자아 이들과 어울렸던 일이나 자신의 운동 능력을 자랑하지만 학교 연극에 서 주연을 맡았다거나 연주회에서 바이올린 솔로를 맡았다는 이야기는 결코 하지 않습니다. 남자아이들의 남성다움은 운동 능력과 관계있지 학교에서 우등생이 되는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특별한 활동을 하면서 보냅니다. 그런 성향은 나도 잘 압니다. 자전거를 탈 수있는 계절이면 나는 함께 자전거를 타는 친구들과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겨울에는 그 친구들을 거의 만나지 않습니다
- 자기 감정을 이해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안 전한 방법이 없는 남자아이들에게는 오직 두 가지 가능성만이 있습니 다. 첫 번째 방법은 감정을 감추는 것입니다. 남자아이에게는 감정을 감추는 것만이 자기 불신, 불완전함, 두려움을 감추는 유일한 방법입 니다. 두 번째 방법은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싸우거나 반항 하거나 범죄 행위에 가담하는 방법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것입니다. 남 자들이 가장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분노뿐입니다. 남자들에 게는 슬퍼하는 것보다는 미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남자들이 감정을 닫아버릴 때는 세 가지 심리적 방어 기술을 사용합니다. 회피하기, 구획화하기 compartmentalization, 부정하기입니다. 당신이 지레 포기하는 아들의 부모라면 회피하기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겁 니다. 불안해질 만한 일이 생길 때마다 아들은 회피하기를 마법 지팡이처럼 사용할 테니까요. 회피하기를 사용하면 모든 일이 평온해집니다. 역사 보고서를 쓸 필요도 없고 불안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불안은 그 자체로는 감정이 아닙니다. 그저 곧 위험이 닥치리라는 신호입니다. 지레 포기하는 아이들에게 닥칠 위험은 실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루기는 회피하기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미루기를 택하는 아들이 피노키오라면 코가 아주 길어졌을 것입니다. 회피하기는 “5분 안에 할 거야.” 같은 거짓말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하는 방어 전략이니까요. 게다가 아들은 당신에게도 “나중에 쓰레기통을 비울 거야.”라는 말을 반 복할 것입니다. 구획화하기는 직장이나 학교 같은 곳에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어 려운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격리하는 방법입니다. 이 위기 대처 전략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 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생긴 감정을 모두 한데 싸서 1월이면 창고에 보관하는 크리스마스 장식품처럼 멀리 치워버리는 것입니다. 암 환자인 한 내담자는 “머릿속으로 상자를 여러 개 떠올리고 거기에 모두 담 아놓고 봉해버려요. 치료를 할 때면 열어야 하지만 치료를 받을 때도 열지 않을 때가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이런 감정들을 밀어내기만 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부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감정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부정은 역사를 다시 씁니 다. “그런 말 절대로 안 했어.”라거나 “내 성적은 완전히 괜찮거든.”과 같은 말로 자기 상황을 부정하는데, 부정은 심각한 결과를 낳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이 걸치고 있는 슈퍼히어로의 망토, 헬멧, 어깨 패드 밑에는 감정이 있습니다. 남자아이들도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이 드러내는 거친 모습과 무관심은 사실 상처받기 쉽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세심하게 덮어쓴 가면입니다. 10대 남자아이들도 애정에 굶주려 있으며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자기 감정을 표현할 언어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자기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도 없습니다. 많은 남자들이 견딜 수 있는 친밀감은 성관계뿐일 때가 많습니다.
- 브라운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가 수치심을 느끼는 이유는 서로 다릅니다. 남자는 남성성에 타격을 당했을 때 수치심을 느낍니다. 10대 남자아이들을 쓰러뜨리는 요인은 아주 많습니다. 향수병에 걸렸거나 괴롭힘을 당할 때, 두드려 맞았을 때, 포기할 때, 두려워할 때, 실패했을 때, 연인과 헤어졌을 때 그들은 수치심을 느낍니다. 그와 달리 여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켰을 때 수치심을 느낍니다. 그들은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맞춰야 하고 모든 사람의 요구를 들 어주어야 하며, 〈보그〉 같은 표지에서 걸어 나온 모델처럼 보이는 훈련을 받습니다. 여자는 돌보는 사람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에 여자들은 어머니라는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냐에 따라서도 수치심을 많 이 느낄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행복할 때 가장 큰 자부심을 느 낍니다. 물론 아버지도 아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어머니만큼 투자합니 다. 하지만 아버지가 자부심을 느끼려면 무엇보다도 자기가 하는 일에서 성공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든지 자기 자부심을 육아에만 의존하는 경우에는 지레 포기하는 아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자부심과 지위는 인간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보통 '남편이 나에게 무슨 일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나는 분명히 들어줄 거야. 그러니까 남편도 내 요구를 들어주어야 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에게 그가 할 일을 상기시켜주면 분명히 그 일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남자들은 다른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소리를 싫어합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자신의 책임과 권한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합니다.
- 잔소리보다는 지도를 해주어야 합니다. 아들에게 “너는 학교 일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구나.”라고 말하는 대신에 “결국에는 학교에 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해야 합니다. 두 표 현 모두 같은 마음을 아들에게 전달합니다. 단지 두 번째 표현은 비난을 재구성함으로써 아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결국 시간이 흐르면 아들이 더 많은 통제력을 갖게 되고 더 많은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리라는 내용도 함께 전달할 수 있습니다.
- 국민의 대부분이 시골에서 살아야 했던 100여 년 전은 많은 면에서 남자들이 살기 좋았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뛰어다닐 수 있었을 테니까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는 분명히 장애지만,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체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탈산 업화 시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애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남자아 이들을 오랜 시간 관찰한 연구에서 난독증이라고 진단을 받은 아이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사실 난독증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그 아이들은 읽을 줄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힘들었을 뿐입니다.
- 당신과 아들이 하는 권력 투쟁에서 서로의 입장이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아들은 기꺼이 불안과 자기 의심이라는 감정을 짊어집니다. 당신이 흥분할수록 아들은 차분해집니다. 학교생활과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는 짐은 당신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들에게서 가져와 대신 짊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자기 짐을 가져갔으니 아들은 더는 걱정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자신의 학교생활과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에 아들은 그저 당신이 자신을 재촉하고 밀어붙이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릴 것입니다. 많은 어린 내담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부모님이문제예요. 그냥 나 좀 내버려두고, 가정교사랑 치료사한테 데려가지만 않으면 나도 내 일을 끝낼 수 있단 말이에요." 10대 아이들은 타고난 반대쟁이입니다. 당신이 역설 반응이라는 덫에 걸리는 순간 아들은 자 신이 학교생활에 태만한 이유를 정당화할 무기를 얻게 됩니다. 한 10 대 내담자는 직설적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가 끊임없이 간섭을 하니까 내가 성적이 안 오르는 거예요. 아빠는 내가 학교에서 잘하라 고 하지만 아빠 때문에 그러기 싫어요. 일단 시작을 해도 아빠가 계속 하라고 하면, 그 말을 멈출 때까지 절대로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아들이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당신 의 아들은 당신이 하는 노력을 거부하고 당신이 하라는 모든 일에 반대 함으로써 자신이 이 상황을 통제하는 사람이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 일을 하지 않고도 작동 기능을 익히는 도제 단계에서 마음 껏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인 단계로 올라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그가 만든 결과는 부모가 자신의 인생에 더 많은 관여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지독한 권력 투쟁을 일으켰다는 것 뿐입니다. 실제로 아들이 한 일은 기발한 책략을 구사해 자신이 숨기 고 있는 의존성을 더 길게 연장함으로써 어른이 되는 순간을 늦춘 것입 니다. 아들은 스스로 학교 성적을 나쁘게 받는 쪽을 택했기 때문에 자 신은 자율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런 아이들의 생각을 가 짜 독립심 책략'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책략을 은밀하게 구사하건 당당 하게 드러내놓고 구사하건 간에 아들이 하는 일은 당신이 아들을 더욱 걱정하게 만드는 것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끊임없는 당신의 감독과 개입에 저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신이 자기 삶에 더욱 개입하도록 만듭니다.
- 당신은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게 되더라도 모든 수업을 다 빼먹고 비디오 게임이나 하면서 더러운 방 안에서 맥주와 감자칩으로 연명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책임을 지지도 못할 정도로 자기 통제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닐지 말입니다. 아들이 그렇게 된 데에는 당신도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알지만, 당신은 아주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당신이 아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할수록 아들은 자신을 위한 일을 점점 더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아들은 정확하게 자기가 원하는 장소(자신의 외부)에서 갈등이 벌어지게 함으로써 권력 투쟁에서 우위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태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다소 낡은 표현이지만 이제 는 이 갈등을 아들의 내면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아들은 자 신의 양가감정을 대면하고 스스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목표는 아들이 자신의 가치와 목표, 야망을 가지고 직접 행동하 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들이 진심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내면의 의욕을 기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아들에게 필요한 자질인 자기 통제력, 자기 결정 능력, 자기 조절 능력은 모두 같은 말입니다.
- “우리의 감정, 생각,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어려운 일, 불쾌한 일, 지루한 일을 해야 할 때 집중할 수 있다. 자기 조절 능력 덕분에 우리 마음은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않고, 피곤해도 조금만 더 노력해보라고 자신을 재촉할 수도 있고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을 없애고 가만히 머물 수 있다. 자기조절이란 불안하고 자신 없고 쉽게 낙심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단호하게 성공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는 능력이다.”
- 매들린 레빈 Madeline Levine의 말처럼 “아이를 왕처럼 대우하면서 아이의 역할을 좋은 성적을 받아 가족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양육하면 아이는 학자가 아니라 결국 프리마돈나가 됩니다. 자격을 갖춘 권리라는 단어는 원래 재산이나 소유물에 정당한 권리가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숙제를 끝내야 하니 어떤 집안일도 할 시간이 없다.”라는 아들의 주장처럼 불법적인 요구를 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 “비난하지 말고 문제를 해결하라.”라는 오랜 격언이 있습니다. 이미 당신은 수치심이 남자아이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무능하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수록 남자아이들은 거짓 가면 뒤로 몸을 숨겨버립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 하임 기 노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문제 해결 시간을 아이 성격이나 인격을 언급하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시간으로 만들면 안 된다. 아이를 돕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 좋은 부모란 성인이 되었을 때 자기 감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아이 들이 충분히 혼란스러워하고 좌절하고 자신을 의심할 시간을 주는 부모입니다. 좋은 부모는 아이들이 분리되어가는 과정을 존중하고 아이 들이 자기 품에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당신은 틀린 문제를 고치려고 애써왔습니다. 당신의 해법 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당신의 아들은 게으르지도 않고 의욕이 없지도 않습니다.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특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뿐입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진짜 감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다른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 될 것입니다.
- 양가감정은 아주 다루기 힘든 감정입니다. 싸움을 피하려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싸움을 불러일으키게끔 만드는 감정입니다. 당신은 변화를 수비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아들이 스스로 변화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성숙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 다. 아들에게는 여전히 부모가 정해주는 한계와 부모가 주는 기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이런 메시지는 긍정적인 마음과 함께 전달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첫 걸음을 떼었을 때 환호해주었던 것처럼, 유치원에 입학하는 날 아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눈물을 꾹 참았던 것처럼, 아들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고 결국 성공하리라는 믿음을 함께 전해주어 야 합니다. 당신이 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현재의 아들 이 호르몬으로 가득 찬 억제되지 않은 에너지 덩어리임을 받아들이고 아들의 미래를 믿어주는 것입니다.
- 우주가 당신의 무거운 짐을 들게 합시다. 가장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당신이 실제로 한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입니다.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가 효력을 발휘하게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주가 당신의 무거운 짐을 들게 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 아들을 억지로 깨워 학교에 보내는 것보다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지각을 하게 한 뒤에 토요일에도 학교에 나가 는 벌을 받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집에서도 만약 아들이 바 닥에 던져놓은 세탁할 옷을 들어 빨래 통에 가져다두지 않는다면 아들은 직접 빨래를 하거나 더러운 옷을 입고 가야 합니다. 선택은 아들이 하면 됩니다. 아들 때문에 당신이 늘 직장에 지각을 한다면 당신은 제 시간에 출근을 하고 아들이 직접 걸어서 학교에 가게 해야 합니다. 자동차 외에는 학교에 갈 방법이 없다면 당연히 아들은 그날은 학교에 가 지 말아야 합니다. 한두 번 결석을 하면 아들도 분명히 깨우치는 부분 이 있을 것입니다
- 자기 가치를 지나치게 아이에게 의존해 평 가를 내리는 부모는 아이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합니다. 성장하는 일에 양가감정을 갖는 사람은 청소년만이 아닙니다. 부모 됨이란 이기기 위 해 져야 하는 과정입니다. 부모가 부모로서의 일을 잘해낸다면 아이는 어른이 되어 부모 곁을 떠나갈 것입니다. 부모가 느끼는 기쁨이란 끊 임없이 작별인사를 하면서 쓸쓸함을 느끼는 일입니다. 처음으로 유치원에 가는 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일에서부터 눈 깜짝할 사이에 대 학교로 떠나는 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할 때까지, 그 사이에 수천 번 작 별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일입니다. 아이와 떨어지는 일이 다른 사람보다 특히 힘든 부모는 아이와 작별할 때마다 엄청나게 슬퍼지고 불안해집니다.
-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려면 힘든 노력을 해야 하며 기꺼이 실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키를 타고 언덕에서 굴러야 하며 끔찍 한 시를 써봐야 하며 삼진아웃을 당해봐야 합니다. 배우려면 아는 것이 없다는 기분을, 서투르다는 기분을, 심지어 바보 같다는 기분을 느껴야 합니다.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불확실함 을 견디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문제는 당신 아들은 지레 포기함으로써 스스로 귀중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들에게는 무능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더욱 많아져야 합니다.
-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면 성장하는 마음가짐을 지닌 학생은 ........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학습에 쏟아붓습니다. 그 아이들도 당연히 겁이 나고 두려울 때도 있다고 말하지만, 그 아이들이 보이는 반응은 인내하고 참고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고정된 마음가짐을 가진 아이는 힘든 변화를 참고 이겨내야 할 때면 그 변화를 위협으로 느낍니다.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 고 자신을 승리자에서 패배자로 만들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정된 마음가짐을 가진 아이는 한번 패배자가 되면 영원히 패배자로 산다 고 믿습니다. 자기가 가진 자원을 배움이 아니라 자신의 자아를 보호 하는 데 투자하는 청소년이 그렇게나 많은 이유는 전혀 놀랍지 않습니 다. 자아를 보호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주로 택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아이는 좌절을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는 자신에 게만 보이는 천장 아래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아서, 음악이 되었건 운 동이 되었건 지능이 되었건 간에 스스로 정한 한계까지만 자기 재능을 발휘합니다. 그 아이의 마음속에는 혹시라도 천장에 부딪치면 자기 한 계를 세상에 드러내게 되리라는 두려움이 있어서 어려운 일은 그 무엇 도 시도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천장의 위치가 바뀔 수 있음을 알지 못 합니다. 힘껏 밀면 위로 올라가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지는 편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안타 깝게도 이기려고 노력하면 자신의 한계를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어린 남자의 두려움은 현실이 됩니다. 누구도 그의 능력을 확인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그가 똑똑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아들에게는 더 많은 밧줄이 필요합니다. 매달려 있어야 하는 밧줄뿐 아니라 충분히 밑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올 수 있는 밧줄도 필요합니다. 아들이 나중에 대학교에 가서 혼자 경험하는 것보다는 당신이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을 때 실패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 지레 포기하는 아이들 마음 깊은 곳에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정체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온갖 압력에 대한 두려움, 모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레 포기하는 아이는 회피 전략으로 이 스트레스를 처리합 니다. 오늘날에는 비디오 게임,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같이 정 신을 빼앗는 것들이 끝도 없이 많습니다. 어떤 10대는 자신의 걱정과 자명종이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자명종이 울릴 때마다 나 중에 다시 울리기 버튼을 누른다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습니다. “다시 울리기 버튼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그게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다른 내담자는 “써야 할 보고 서가 있을 때마다 나 자신한테 '보고서는 미래의 콜린이 걱정하게 해야겠어. 난 미래의 콜린을 믿어.'라고 말해요. 물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 는 전날 밤이 되면 과거의 콜린은 정말 얼간이야.'라고 하고요.” 라고 말했습니다. 걱정은 머리에 살고 있는 폭력배와 같습니다. 회피는 그저 이 폭력 배에게 잠시 지하실로 내려가서 운동할 시간을 주는 것뿐입니다. 이 폭력배를 물리칠 방법은 아무리 걱정이 되더라도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아주 조금쯤일지라도 직접 맞서 싸우는 것뿐입니다. 그래야만 불안 참기 근육'을 키우고 결국에는 충분한 힘이 생겨 걱정이라는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차 쫓아버릴 수 있습니다.
- 나는 아들을 도와주려면 부모는 반드시 두 가지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감 능력과 객관성 말입니다. 이제 한 가지 자질을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자비로움이 있어야 합니다. 자비로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은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다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자비로워지시오. 자신이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자비로워지시오.”라고 했습니다.
- 아들의 투쟁과 당신의 투쟁을 위해서 당신은 자비심을 길러야 합니다. 부모들 대부분에게 자기 연민은 습득하기 아주 어려운 기술입니다. 당신은 무엇보다도 먼저 부모로서 자기 성장 과정을 참고 이겨내 야 합니다. 당신이 하는 실수를 참아내고 당신이 느끼는 불확실함을 참아내야 합니다. 부끄러워할 필요도 자책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들이 지레 포기하는 것은 당신 잘못도 아니고 전적으로 당신이 풀어야 하는 문제도 아닙니다. 당신은 아들을 고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스스로 고칠 수 있는 도구를 줄 수는 있습니다. 성장하기까지 걸어야 하는 길은 저마다 다릅니다. 아들이 성장하는 길은 여전히 펼쳐지고 있 는 중입니다. 당신이 자신에게(그리고 당신 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아 마도 아직 시간이 있음을 기억하는 일일 것입니다. 아들이 어른이 될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당신이 없어도 아들 혼자 잘할 수 있는 시 간이 되기까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남아 있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들은 이미 당신이 현재 아들 에게 주고 있는 도움보다 훨씬 적은 도움을 주어도 잘 해나갈 수 있습니다. 대학교로 떠나기 전에 당신 아들은 완전히 자랄 필요도 없고 사실은 완전히 자랄 수도 없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마이클 거슨은 아들을 기른 경험을 다음과 같은 글로 남겼습니다."부모가 된다는 것은 인내하고 희생하면서 많은 교훈을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있다.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일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잠시 동안 출연했다는 사실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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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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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텍스트 기반의 산업을 이끄는 넷플릭스 Netflix는 단순 큐레이션 서비 스를 제공하는 데서 만족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영화를 감상하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심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넷플릭스는 양말을 만들었다.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잠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면 예약 등 기능을 활용해서 자동으로 TV가 꺼지도록 하긴 하는데 이는 매우 귀찮 은 일이다. 최고는 내가 잠이 깊이 든 순간에 TV가 알아서 꺼지는 것이지 만, 그건 엄마랑 같이 살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 넷플릭스는 시청자가 잠드는 순간을 파악할 수 있는 양말을 선물했다. 내부 센서를 통해 시청자가 잠이 들었는지를 파악하는 이 사랑스러운 마법 양말은 잠드는 순간을 인지하고, 자동으로 TV를 꺼준다. 이와 같은 제품들은 완전히새로운 컨텍스트를 창조하고 있다.
- 나는 누구인가?' 끝없는 심연으로 몰고가는 이 질문은 시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물음이다. 머 릿속을 뱅글뱅글 도는 질문에 현기증이 날 무렵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의 한마디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나의 과거는 나의 거울이다. 나는 나였던 바의 것이다.” 그렇다. 야스퍼스의 말처럼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다. 과거 의 내가 매순간 쌓은 경험이 내 생각과 마음, 행동을 구성하고, 이 것이 모여 '현재의 나'를 이룬다. 나는 '과거 기억의 편집’ 이다.그런데 우리의 기억 자체가 불완전하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도식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경험을 하는 시점부터 경험이 기억으로 저장되고, 이를 머릿속에서 다시 꺼내 회상할 때까지 기억의 프로세스에서 원본이 고스란히 보존되지 않기 때문이다.
- 기억은 개인이 세상과 소통하고 교감한 흔적이기에 인간이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것에 기준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요즘 사 람들은 이러한 기억을 디지털에 위탁한다. 경험하기보다 디지털 에 먼저 기록해놓고, 나중에 디지털 기억을 보며 경험을 재구성한다. 그러나 무심한 디지털 기기는 긍정적인 해석을 해주지도 않고, 가치 있는 것을 더 많이 기억해주지도 않을뿐더러 처음 기록된 것 그대로 편집 없이 보관한다. 정말 정직한 기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현실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기억하는가'가 아니라 '현실을 얼마나 아름답게 기억하는가' 인데도 말이다.
- 센스 없는 디지털 기기를 보완하고자 사람들이 스스로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한 경험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 적나라하게 기록된 과거의 나를 나만 본다면 어느 정도의 부끄러움을 참을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억의 외재화는 다른 사람과의 경험 공유를 가능하게 했다. 스마트폰에 기록된 개인의 경험은 SNS에 올라가 일종의 경험 경쟁을 일으키고,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오죽하면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비주얼 SNS 때문에 마음의 병이 생길 정도니 말이다. 예전에는 머릿속에 기록된 경험을 말로 하며 서로에게 해석에 여지를 주었던 반면, 지금은 이미지로 경험이 드러나기 때문에 비교가 더 쉬워졌다. 이미지로 남은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비교되며 경험전쟁을 일으키는 시대다. 기억을 위한 경험을 만들고 조작하는 작업이 더 필요해진 이유다
- 경험보다 기록을 우선시하는 것은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미국 페어 필드대학교의 린다 헹켈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일일이 기 록하는 요즘 사람들의 습관이 실제 경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 한다. 그녀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참가자들과 함께 미술관에 가서 실험을 진행했다. 총 30점의 예술 작품을 보며 15점은 사진을 찍고, 나머지는 찍지 않도록 했다. 다음날 참가자들에게 각 작품의 이름과 특징을 묻는 설문을 했더니 사진을 찍은 작품보다 사진을 찍지 않은 작품을 더 잘 기억한 것으로 나타났다. 헹켈 교수는 이를 촬영 장애 효과 Photo-taking impairment effect'라 명명하며, 사람들이 사진기가 자기를 대신해 기억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에 남길 기억을 위한 체험은 경험하는 그 순간 우리가 음미할 수 있는 행복을 앗아간다. 행복의 음미란 현재의 경험에 충실 하면서 긍정적인 정서를 오래 지속시키거나 더 많이 느끼는 것이 다. 이때 필요한 것은 내가 즐기고 있는 경험에 집중하는 일이다. 밥을 먹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사소한 경험을 할 때도 그 자리 와 상황, 느낌에 좀 더 푹 빠져보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를 음미하 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행복도가 높다. 기록은 중요하다. 우리의 뇌가 망각을 일삼기에 더더욱 중요하 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이 수반되지 않은 기록은 의미가 없다.
- 이집트인들은 물질적 자원이 넉넉했던 시절에 금 접시에 음식 을 담으려 했고, 여인들은 향수를 몸에 들이부으며 자신이 가진 자 원을 자랑했다. 3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장 카스타레 드는 사치와 문명에서 인간은 어마어마한 부를 가지지 않을 때 도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사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물질적인 것이 자랑의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 사람들은 내면을, 특히 두뇌를 뽐내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인지적 에너지가 풍요로워지고, 이를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재치 있고 똑똑하고 창의적인지 다양 한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나 자신을 과시하는 사치재로서 두뇌를 택했다. 요즘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이 지닌 잠재 성과 가능성 속에서 자신의 위대함을 발견하며, 삶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인지 잉여가 모여 세상을 바꾸듯이 우리의 머리 가 함께 모일수록 사고력이 커지고 재생산된다. SNS에 글을 쓰고 그 글에 댓글을 달며 논쟁하고 토의하며, 지식과 생각을 함께 나누 는 것, 이것이 바로 두뇌를 뽐내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그 제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백로효과 혹은 스놉효과라고 한 다.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는 제품을 오히려 구입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 지으려는 게 마치 속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이 갖지 못한, 자신만의 희소성 있는 물건을 소유하고픈 욕망이 있다. 그래서 기업은 끊임없이 우리 브랜드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알리며, 이 브랜드 제품을 소유한 당 신 역시 특별한 존재가 될 것이고,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구별될 수 있다'고 암시한다.
- 서울에서는 요즘 간판 없는 바에 사람이 몰린다. 묵직한 서재 책장을 문으로 만든 바부터 꽃집 속에 숨어있는 바까지, '네이버에 주소를 찍고 가도 위치를 알 수 없는 바가 여럿 생겨나고 있다. 일명 '스피크이지바 Speakeasy bar'라고 불리는 이러한 술집은 1920년대 미국 금주령 시대에 몰래 술을 팔던 바텐더가 경찰의 단속을 피해 '조용히, 들키지 않게 은밀히 이야기하던 곳을 연상시킨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선 위장술이 중요한 만큼, 간판을 없애고 이발소나 구멍가게 같이 의심을 사지 않을 만한 장소 뒤에 몰래 바를 만들고 술을 팔았다. 어떤 때는 암호도 있었다. 스피크이지 스타일의 바는 기존의 술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꼭꼭 숨겨진 바의 문을 열었을 때 밀려오는 성취감을 제공한다. 31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스피크이지바 (1930'은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다는 자격시험 외에 '진짜 우리의 바 문 화를 즐길 수 있는 자격시험도 진행했다. 데이팅 앱인 틴더inder에서 여성 사용자로 등록한 1930'은 첫 주에 4,000여 명의 남성 대상자에게 '신사처럼 행동하기'를 요청했다. 앱상에서 손수건을 떨어뜨리는 등 테스트를 진 행했고, 그 손수건을 주워 건네며 신사답게 행동한 최종 일인에게만 정말 '특권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1930'의 최고 자격을 주었다. 색다른 시험절차를 통해 진정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진짜 팬들의 팬심은 더욱 두터워진다.
- 보통 서비스는 사용자의 노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만, 이러한 서비스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추가적 행동을 하게끔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람들은 수고로움을 기꺼이 즐긴다. 처음에는 단순 재미로 시작하지만, 추가적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서비스가 전달하려는 의미에 충분히 공감하게 되고, 서비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다. 또한 작은 장애물은 오히려 음악가에게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는 도구이며 음악을 듣고 글을 읽는 팬들에게는 아티스트의 작 업에 존중을 표할 수 있는 증표다. 작은 노력이 서로의 진정성을 더욱 빛나게 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 Z세대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 목매는 이유는 바로 '감정적 지지' 때문이다. 인생 어느 시기보다 친구들의 감정적 지지를 갈구 하는 청소년기에 스마트폰으로 연결되어 '언제나 바로 곁에 있는 친구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실시간으로 친구와 나누는 완벽한 정서 적 교류를 통해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임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항상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는 그들은 자신이 공유한 것들에 관한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한다. Z세대를 바라보며 어른들은 스마트폰 좀 그만하고 나가서 친구 를 만나라고 이야기한다. 이전 세대는 온라인의 세계가 오프라인의 세계를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Z세대는 새로운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에 모든 관계가 항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 려 오프라인의 세계가 즉시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세계에서 친구를 만날 때까지 기다릴 이유도 없을뿐더러 온라인에 서 이미 생중계로 대화가 이루어져 막상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나눌 이야기도 없다. 이러한 Z세대의 특징은 면대면 대화를 어색하 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글로벌 마케팅 에이전시 JWT 에서 영미권 Z세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퍼센트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답했다. 이들의 주 무대는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인 것이다. 말로 하는 대화보다 손으로 하는 대화에 더 익숙 한 세대다
- 제로 커뮤니케이션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다. 수많은 단어를 대신해서 사진 한 장, 동영상 한 컷으로 모든 상 황과 맥락, 심지어 말하는 사람의 성격까지 드러낸다. 이야기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친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직관적으로 알아 들을 수 있다. 또한, 제로 커뮤니케이션은 인지적 과부하에 시달리는 Z세대의 뇌의 피로를 풀어주는 이미지 소통 방식이다. 눈에 보기 좋은 것이 이해하기도 좋듯이 읽기가 아닌 보기 형태의 커뮤니 케이션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Z세대에게 이미지란 텍스트의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한 보조적인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텍스트가 이미지를 보충 설명하는 보조적인 형식으로서, 이미지로 상황을 공유한 후에 부가적으로 사용된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이미지 기반의 SNS와도 조금 다른 성격을 띤다. 이미지 기반의 SNS는 비동시적이기에 쌍방향 소통을 목적으로 하진 않으나, 제로 커뮤니케이션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의 직관성을 높이기 위해 단어와 문장을 아예 이미지로 치환해버리기 때문이다. 말로 하지 않아도 숨은 맥락을 읽어낼 수 있는 또래 관계의 내공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Z세대가 이미지력, 드립력을 갈고 닦는 이유는 단순히 커뮤니 케이션을 잘하기 위한 게 아니다. 친구들의 '인정'을 얻기 위해서 다. 친구들의 인정만 있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청소년 시기, Z 세대는 자신들의 주 무대인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 방법이 필요하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니 외모로 어필하기도 힘 들고, 향수를 뿌려봤자 자기 코만 간질이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 브가 승부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남들과 다른 대화 스킬뿐이다. 대화로 남과 다른 센스를 드러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늘도 Z세대는 부지런히 이미지를 채집하고 수렵하러 인터넷을 떠돈다.
-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토리 히긴스 교수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실제자기(Actual self)'와 내가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인 '이상적 자기(Ideal self)', 내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당위적 자기(Ought self)'를 품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가 불일치할 경우, 불만족, 낙담, 심지어 우울감을 느끼며 실제의 나와 당위적 나 간의 차이는 불안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너무 많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느 라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 당위적 자기 간의 격차를 크게 느끼는 현대인에게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 요즘 사람들은 단순히 일손이 부족한 게 아니다. 내가 감당해야 하는 감정적 역할을 대신해줄 존재가 필요하다. 관계의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로운 소비는 맡은 역할의 중복으로 인해 역할 수행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의 역할을 대신 맡아줌으로써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준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대신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게 해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고, 스스로 좋 은 사람이라는 내면의 심리적 기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관계 유지에 필요한 인지적·감정적 소비를 대신함으로써 심리적 부담을 더는 것이다.
- 집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피난처이자 타인과 나, 공적 생활과 사적 생활을 물리적·심리적으로 구분해주는 배타적인 장소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더 이상 집을 안전한 휴식처로 보기 어려워졌다. 앞으로 사물인터넷loT 시장이 더욱 확산될 경우, 이러한 사람들의 불안감은 가중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보안 기기가 외부의 물리적인 침입으로부터 집을 지키는 것에 치중해왔다면, 이제는 물리적인 침입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들의 침입을 고민해야 할 때다.
- 불안은 '어떤 일인가 당할 것 같다'는 심리적 긴장에서 오는 두려움이다. 이러한 느낌은 자신에게 위험이 닥쳤을 때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통제감 상실에서 발생한다. 020 시큐리티 서비스는 오프라인이 갖는 시공간적인 물리적 한계를 극복해 사람들의 두려움을 덜어주고, 온라인의 연결성으로 위험 요소에 대한 통제감을 높여준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해 이중 통제권을 부여함으로써 마음에 울타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 오스트리아 출신의 철학자 이반 일리치는 겉으로 드러나지 는 않지만, 새로이 생겨난 일들을 가리켜 숨어있는 노동이라는 의미에서 그림자 노동 shadow work' 이라고 명명했다. 물론, 일리치는 가사노동, 교육, 보육, 통근 등을 그림자 노동의 예로 들긴 했지만, 그림자 노동의 개념 자체는 이상하리만치 일을 많이 하는 현대인에게 도 유효하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선사했고, 이러 한 노동을 줄이기 위해 기술은 또 발전한다. 몸은 편해졌을지언정, 최고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눈, 코, 입, 귀, 촉각을 모두 열어놓 은 채, 우리의 뇌는 늘 처리 중' 상태다. 버스 배차 시간의 일분일 초를 계산하고, 복잡해진 인간관계 속에서 중심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끊임없이 생산되는 제품과 휘황찬란한 미디어의 홍수 속 에서 현대인의 뇌는 휴식을 원한다.
- 워싱턴대학교의 신경학과 교수인 마커스 레이클은 빈둥거릴 때 도 열심히 활동하는 뇌의 영역을 fMRI를 통해 관찰하고, 이를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MN, Default Mode Network'라고 명명했다. 초기 상태를 뜻하는 디폴트 모드로 돌아가기 위해 전자기기는 끄면 되 지만, 뇌는 끌 수 없다. 대신, 적어도 멍 때리는 시간 동안 우리 뇌는 불필요한 정보를 정리하며 저장 공간을 늘린다.14 레이클 교수는 만약 사람들이 전혀 멍 때리지 않으면, 불필요한 정보를 정리하지 못하고, 뇌의 저장 공간이 줄어 결국 기억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 한다. 15 멍 때리기는 우리의 의식 세계를 보다 건강하게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심리학적 활동이다. 끊임없이 일하느라 피로한 우리의 뇌는, 복잡하고 디지털화된 현실을 벗어나 낭만적 세상으로의 도피를 꿈꾸고 있다.
- 멀티태스킹을 하는 동안 우리가 끊임없이 받는 자극이 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스마트폰을 하면서 TV를 보는 등 여러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향이 높을수록 인지기능과 감정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회백질의 밀도가 낮아진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미디어 기기를 통한 멀티태스킹은 머리와 마음 모두를 지치게 한다. 만약 당신이 최근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다면, 자책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지친 뇌가 택한 휴식 방법인 '상상 놀이' 이기 때문이다.
- 인간의 두뇌가 사바나 초원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진화심리학 적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물에 대한 우리의 감정이다. 우리는 왜 물을 보면 안정감과 쾌감, 평화로운 감정을 느낄 까? 사바나에서 살던 시절, 물은 초원에서 유일하게 부족했던 자원이라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고 객들이 백화점 쇼핑몰 분수대에 물이 말라 있을 때보다 펑펑 솟아 오를 때 점원에게 더 말을 자주 건네며, 구매 비율도 높아진다고 한다. 꽃도 마찬가지다. 꽃은 먹을 것인 열매의 상징이었다. 20대에서 60대의 여성들에게 꽃다발이나 양초, 과일을 선물하고 그들의 표 정 변화를 살펴보니 꽃다발을 선물 받은 여성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눈가에 주름이 패는 진짜 웃음인 '뒤센 미소'를 지었지만, 양초나 과일을 선물 받은 여성들은 억지웃음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직도 인간의 두뇌는 사바나 환경을 기준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수백만 년 동안 사바나에서 살면서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필요 로 했던 신호는 바로 자연이었다. 그리고 깨끗하고 맑은 자연 속에 서 수백만 년을 이 신호에 반응하며 우리의 뇌는 진화해왔다. 하지 만 지금 우리가 사는 환경은 어떠한가? 드넓은 초원은커녕 창문 밖 으로 또 다른 건물이 보이는 회색 건물 숲이다. 우리는 흙이라고는 한 톨도 보기 어려운 아스팔트 도로와 푸른 나무 대신 아파트가 빼 곡하게 들어찬 도시에서 산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DNA에 탑재 된 본능을 무시하고 문명의 편리함만 추구한 결과다. 인류가 등장 한 이후 95퍼센트 이상의 시간을 사바나에서 보낸 우리의 DNA에 는 여전히 사바나를 향한 그리움이 묻어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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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 레볼루션

IT 2020. 6. 12. 13:01

- 알파고 제로는 인간의 전략을 배제했지만 그럼에도 그 프로그램이 바둑을 두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바둑 지식은 수작업으로 입력된 상 태였다. 그렇다면 알파고 제로는 바둑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여전히 향상될 수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도출한 것이 알파 제로(AlphaZero)였다. 코카콜라 제로(Coca-Cola Zero)가 코카콜라에서 모든 칼로리를 제거한 것이듯 알파제로는 알파고 제로에서 바둑에 관한 특정 지식 모두를 제거한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파제로는 알파고 제로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학습할 수 있었고, 알파고 제 로를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알파제로는 학습 매개변수를 단 하나도 변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슈퍼맨 수준으로 체스를 배워 ‘적을수록 더 좋다(less is more)'는 요점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줬다. 알파 제로는 인간이 전에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외계적 체스 수까지 선보이며 슈퍼맨 수준의 기존 체스 프로그램인 스톡피시(Stockfish)에게 단 한 차례도 승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한 체스 대국에서는 비숍 하나를 희생하는 대담한 수(때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 이용되는 수)를 둔 후 퀸까지 내줬다. 이런 행보는 치명적인 실수로 보였지만, 이후 적잖은 수가 진행된 후 체스 프로들도, 스톡피시도 예상하지 못했던 외통 수 장군이 나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외계인이 도착한 셈이었고, 이제 지구는 더 이상 전과 같지 않을 터였다.
- 컴퓨터 비전은 픽셀이 아닌 특징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진보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조류 사육자나 관찰자들은 몇 가지 미묘한 무늬만 다른 경우가 많은 각각의 종을 구별할 줄 아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조류 구분법을 알려주는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서적은 대개 각 각의 새에 대해 한 장의 사진을 소개하면서 그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 를 보여주는 스케치를 곁들인다(<그림 2.3) 특정 종에만 고유한 특징 이 있으면 수월한 경우에 해당하지만, 대개 많은 종에서 동일한 특징 들이 발견되기 때문에 새의 식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날개의 횡대 나 눈의 줄무늬, 깃털의 반점 등과 같은 부위별 표식 몇 가지의 독특 한 조합이다. 그러한 부위별 표식이 밀접히 관련된 종들 사이에 공유 되는 경우에는 다시 울음소리나 노랫소리로 서로를 구별한다. 관련된 종들 사이의 특징에 주의를 집중시킬 때에는 사진보다 그림이나 스케치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가 높다. 사진은 관련성이 낮은 수많은 특징까지 가득 포함하기 때문이다. 특징에 기초한 이 접근 방식의 문제점은 수없이 많은 세상의 서로 다른 객체에 대한 특징 감지기를 개발하는 일이 매우 노동 집약적이 라는 것뿐만 아니라 최상의 특징 감지기를 갖춘다 하더라도 객체의 일부가 가려지는 경우 그 이미지에서 모호성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결국 여러 객체가 뒤섞여 모여 있는 경우 컴퓨터가 각각을 인지하는 일은 벅찬 작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1960년대 컴퓨터 비전이 인간 수준의 수행력을 갖추는 데 이후 50 년의 세월에 걸쳐 컴퓨터 성능이 100만 배는 증가해야 될 것으로 짐 작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컴퓨터 비전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일이 수월할 것이라는 잘못된 직관은 우리 인간이 보고 듣고 움직이는 것과 같은 활동을 수월하게 행한다는 사실에 기초했다. 하지만 그런 활동 이 제대로 자리 잡히는 데 수백만 년이라는 진화의 세월이 걸리지 않 았던가. 원통하게도 초기의 인공지능 개척자들은 곧 컴퓨터 비전 문 제를 해결하는 일이 극도로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 다. 그에 반해 컴퓨터가 로직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밝 혀졌기 때문에 그들은 수학적 정리를 증명하도록 컴퓨터를 프로그래 밍하는 일은 훨씬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학적 정리의 증명은 최고 수준의 지능을 요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과정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은 진화에서도 늦은 단계의 발달에 속하며, 심지어 인간의 경우에도 정확한 결론에 이르려면 일련의 논리적 명제를 체계적으로 따르도록 훈련을 받아야 하는 무엇이다. 반면에 우리가 생존을 위해 풀어야 할 대부분의 문제는 대개의 경우 이전 경험에 기초한 일반화만으로도 잘 해결할 수 있다.
-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위성을 쏘아올렸을 때 미국의 반응과 흡사하게 2017년 알파고 와 대국을 펼친 중국의 바둑기사 커제의 패배는 베이징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지배적 위치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야심찬 프로젝트와 스타트업 그리고 학문적 연구 등을 지원하는 수십 억 달러 규 모의 새로운 인공지능 연구 계획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방대 한 의학적, 개인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서방 민주국가들에 비 해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국이기에 개인정 보를 사유권으로 간주하는 국가들을 뛰어넘어 앞으로 도약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 중국은 또한 데이터 수집을 위한 최적의 재배 및 제조 시스템의 구축도 목표로 삼고 있다.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는 쪽이 승자가 된다. 중국은 그 점을 간파하고 판을 짜고 있다. 더욱 불길한 것은 중국이 '인공지능 기술을 유도미사일에 접목하 고, 폐쇄회로 카메라에 적용해 사람을 추적하는 데 이용하며, 인터넷 감시를 넘어 범죄 예측에까지 활용하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한편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과학 기술 분야의 재정 삭감을 계획하고 있다. 1960년대 미국은 우주 개발에 1천 조 달러의 재정을 투입한 바 있다(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조정한 금액이다). 덕분에 위성 산업이 발전했고 미국은 초소형전자공학과 재료공학 분야에서 선두로 나서며 과 학기술이 곧 국가의 힘이라는 정치적 선언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때 의 투자로 인한 성과는 오늘날까지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다. 초소형 전자공학과 첨단소재 분야는 미국이 아직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몇몇 산업 분야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중 국의 막대한 투자는 21세기를 지배하는 몇몇 핵심 산업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바로 이 점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 생물학자였던 스튜어트 카우프만(Stuart Kauffman)은 이른바 '전사 인자'라고 하는 단백질이 특정 유전자에 결합해 활성화 또는 비활성 화에 관여하는 유전자 네트워크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의 가설 에 의해 구축된 모델은 자가 조직적이며 시간의 척도는 훨씬 느리지 만 어떤 측면에서는 뉴럴 네트워크와 흡사한 이진법 단위의 네트워크에 기초한다. 1980년대 후반 크리스토퍼 랭튼(Christopher Langton) 이 '인공 생명'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래' 살아 있는 세포의 복 잡성과 복잡한 행동이 유발되는 원리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세포 내 분자 메커니즘의 고도로 진화된 복잡성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지금까지 이뤄낸 세포생물학과 분자유전학 분야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신비는 여전히 우리 인간의 이해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 알고리즘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비교해볼 수 있는 복잡한 세상을 만들어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20세기에 발견된 알고리즘으로 인해 우리는 복잡성의 특성을 새롭게 조명하게 된 바 있다. 1980년대의 뉴럴 네트워크 혁명 또한 그와 유사한 성격의 시도들이 주도한 것이다. 뇌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들 말이다. 비록 우리가 만든 뉴럴 네트워크 모델은 뇌의 뉴런 회로에 비해 상당히 단순 하지만 학습 알고리즘 덕분에 방대한 뉴런으로의 정보 전달과 같은 일반 원칙에 대한 탐구가 가능해졌다. 어떻게 비교적 단순한 학습 규칙으로부터 네트워크 기능의 복잡성이 발생하는 것인가? 보다 쉽게 분석할 수 있는 복잡성을 보유한 보다 단순한 체계가 존재한다는 말인가?
- 주요 컴퓨터 칩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딥러닝을 위한 칩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16년 인텔 (Intel)은 4억 달러에 너바나를 인수했다. 너바나는 샌디에이 고에서 특수 목적 VLSI 칩을 설계하던 작은 스타트업 기업이다. 너바나의 전 CEO 나빈 라오(Naveen Rao)는 현재 인텔의 새로운 인공지능 제품 그룹을 이끌며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인텔 CEO에게 직접 보 고하는 위치에 있다. 2017년 인텔은 자율주행 자동차에 적용하는 감 지기와 컴퓨터 비전 분야에 특화된 기업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래픽 애플리케이션과 게임 구동에 최적화된 특 수 목적 디지털칩, 일명 ‘그래픽처리장치(GPUs)'를 개발한 앤비디아 (Nvidia)의 경우 현재 딥러닝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특수 목적 칩 의 판매량이 훨씬 더 많다. 구글은 자사의 인터넷 서비스에 사용되는 딥러닝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효율적인 특수 목적칩인 텐서처 리장치(Tensor Processing Unit, TPU)를 자체 개발했다.
- 딥러닝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을 위해서는 특수한 소프트웨어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 구글은 자사의 딥러닝 네트워크가 대중적으로 활용되도록 하기 위해 텐서플로우(TensorFlow)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비록 그 의도가 보이는 것처럼 이타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예 를 들면 안드로이드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이용하도록 한 결과 전 세 계에 사용되고 있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에 대한 통제권 이 구글의 손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은 구글의 텐서플로우를 대체 할 수 있고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안도 존재한다. 마이크로소프 트의 인지툴킷(Cognitive Tool Kit, CNTK), 아마존을 비롯한 다른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지원하는 엠브이넷(MVNet), 그 외에도 독자적으로 딥러닝 프로그램의 구동이 가능한 카페(Caffe), 테아노(Theano), 파이토치(PyTorch) 등이 그것이다.
- 자동차처럼 디지털과 뉴로모픽 설계의 융합이 부상하고 있다. 컴퓨팅을 위해 매우 낮은 전력만을 필요로 하는 뉴로모픽 설계의 장점과 커뮤니케이션에 유리한 고대역폭 디지털 칩의 장점을 취하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구도 말이다.무어의 법칙은 칩의 처리 성능만을 고려했을 뿐이다. 향후 50년간 병렬 구조가 지속적으로 진화한다면 무어의 법칙은 에너지와 함께 처리량까지 고려하는 새로운 법칙으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인텔의 주관으로 오리건, 포틀랜드에서 열린 2018 NICE 콘퍼런스에서 미국과 유럽의 과학자들에 의해 세 가지 새로운 뉴로모픽 칩이 공개되었다. 그중 하나는 인텔이 개발한 로이히 리서치 칩(Loihi research chip)이고 나머지 두 개의 차세대 칩은 유럽의 인간두뇌프로젝트(European Human Brain Project)에서 발표한 것이다. 대량 병렬 구조의 발전과 함께 이 구조에서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알고리즘 또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구조 내에 있는 칩들은 여전히 정보의 전달을 필요로 한다.
- 생명의 기원은 지구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생명을 지탱하지 못했을 수십 억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환경 은 혹독했고 대기 중에는 산소도 얼마 없었다. 고세균류는 박테리아 보다 먼저 지구상에 서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고세균류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오늘날 알려진 모든 세포에는 DNA가 있다. 그렇다. 면 DNA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1968년 오르겔과 크릭은 DNA 로부터 추출된 RNA가 전구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그것은 RNA의 자기복제 능력을 전제로 하는 추측이었다.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RNA 기반의 효소로 RNA 반응의 촉매 작용을 하는 리보자 임의 형태로 발견되었다. 오늘날 대다수의 학자들은 모든 생명체가 초기 'RNA 세상'으로부터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RNA는 어디서 온 것인가? 불행하게도 그것을 증명할만한 자료는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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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개조

경영 2020. 6. 12. 12:43

- 프로 경영자의 정의
1. 어떤 상황에 놓인 회사에 가더라도 단기간에 '문제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
2. 그것을 간부나 사원들에게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
3. 이를 통해 간부나 사원의 마음과 행동을 하나로 묶어' 조직의 전진을 꾀할 수 있는 사람.
4. 그리고 당연히 최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
카리스마로 유명한 경영자라 해서 모두 '프로 경영자'인 것은 아니다. 한 회사만을 경험했다면 그 회사의 경영자'에 불과하며, 그곳에서만 통용되는 경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프로 경영자 는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5. 업종, 규모, 조직 문화 등의 차이를 초월해 어느 기업에서나 통용되는 범용적인 경영 기법, 전략 수립 능력, 기업가 마인드를 축적해야 한다.
6. 그러기 위해서는 아수라장을 포함한 풍부한 경영의 경험'을거쳐야 한다. 프로 경영자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도 이 것은 '언젠가 걸었던 길’, ‘언젠가 본 풍경'이라며 태연하게 대응한다.
그렇기에 프로 경영자들은 평범한 경영자보다 높은 급여를 받 는다. 프로 야구선수나 축구선수와 마찬가지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조직으로 이적해도 첫날부터 높은 기량을 보여준다.
7. 프로에게는 자연히 '능력에 걸맞은 높은 급여'가 따라온다.
- 사업의 시너지 : 사업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사업 및 상품 간에 연 관성이 있다.
2. 공통된 기술을 사용한다.
3. 시장 혹은 고객이 겹친다.
4. 판매 채널이 겹친다.
5.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이용할 수 있다.
6. 경쟁 상대가 같 아서 전략상 연동 효과가 있다.
7. 승리에 이르는 중요한 경쟁 요인이 같으며, 새로 시도하는 사업은 그 경쟁에 유리하다.
8. 필요한 사내 조직의 강점이 같으며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
- 벤처 사업의 경우,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나면 그때부터 자신만만해져서 장밋빛 전망에 부푸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벤처 경영의 핵심은 돈이 아니라 전략이다. 경영 리터러시가 빈약한 사람은 위기가 코앞에 다가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금만 손에 넣으면 금세 사기가 충천해서 무서운 기세로 일에 뛰어든 다. 월급을 받는 평범한 회사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열 의에 차 있다. 그야말로 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그러나 '돈'과 '노 력' 이외에 다른 의지할 무기가 없다면 언젠가는 결국 한계가 찾 아온다.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돈과 노력이 바닥을 드 러내는 순간, 그 사업과 인연도 끊어진다.물론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창업 초기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 는 특히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력만으로는 장기 레이스를 거 쳐 진정한 승리를 손에 넣을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사 업 전략이다. 사업 전략만 있다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강점' 을 구축할 수 있다. 이것이 없으면 벤처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요컨대 일정 규모까지는 클 수 있지만 그 시점에서 성장이 멈추고 만다.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면 당장은 규모 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사업에는 성공의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 다. 그 타이밍이 지나가면 이윽고 쇠퇴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운 명이다. 경쟁 상대가 앞서 나가서 우리의 전투 능력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이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는 경영자는 해당 분야의 약자로 출발 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약자 나름의 전략'을 구사한다. 이것이 '전략 능력'이다.
- 세상에는 은퇴를 선언한 창업자가 막후 실세로 군림하며 회사 내부에서 양두정치를 펼치는 경우가 흔하다. 사에구사도 과거에 그런 사례를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런 노령 의 경영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시기와 의심이 강해져서 항상 사내 의 누군가를 악당으로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공통된 성향을 보인다. 이번 미스미의 경우에도, 사내에서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였던 창업 사장이 은퇴하는 형식만 취한 뒤 외부에서 온 신임 사장과 양두정치를 시작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회사 내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정치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 개혁의 첫 번째 페이지 : 기본적으로 개혁의 성패는 '첫 번째 페이지'에서 결정된다. 이 첫 번째 페이 지는 현실 직시, 문제의 본질, 강렬한 반성론을 모두 포함한다. 다시 말해, 분수령은 개혁을 시작하자마자 찾아오는 것이다. 간부나 사원들은 최고경영자 가 제시하는 첫 번째 페이지가 본질에 접근했는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파악 한다. 만약 첫 번째 페이지가 허술하면 여기에서 도출되는 두 번째 페이지, 즉 "개혁 시나리오' 역시 엉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혁을 실행하더라도 효과 는 거의 기대할 수 없다.
- 전면전 피하기 : 사업 개혁을 시도할 때는 대상을 좁힐 필요가 있다. 자칫 사원들의 동요를 유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면전을 벌이고 나서서 불안정한 심리를 사내에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 이는 개혁자에게 치명상이 될 수 있다. 먼저 한 가지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다음, 그 수법을 수평 전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 '어디부터 손을 댈 것인가?'는 회사를 개혁할 때 상당히 중요한 전략에 해당한다. 역사는 오래되었는데 현재 활력을 잃은 부문을 살펴보면 방어적인 사람들이 주류를 차지하고서 정치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는 일단 그곳을 피해 다루기 쉬운 '변방'부터 접근해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편이 효과적이다. 그 부문을 사내에 본보기로 삼는 것이다. 이때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조건이 있는데, 개혁을 맡아서추진할 강한 리더가 없는 조직은 결코 개혁의 대상으로 선택해서 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역사의 아웃사이더 : 외부에서 온 개혁자는 과거의 경영 방침이나 전략에 연대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따라서 과거에 발목이 잡히는 일 없이 변혁을 추진할 수 있다. 사내에 서 개혁자가 나서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변경에 머물렀다는 등의 이 유로 '역사의 아웃사이더'로 간주되는 이들은 개혁을 추진할 때 과거의 속박 을 받지 않아 거침없이 속도를 낼 수 있다.
- 하나하나 파고들기 : 첫 번째 페이지에서 원인을 정리할 때는 하나하나 자세히 파고들어 문제 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까지 쪼갤 때 비로소 실효성 있는 반성을 하게 된다. 대분류, 소분류 단위로 합산된 수치를 재료로 삼아서는 안 된다. 각각 의 상품이나 고객, 행동 양상에 주목하면서 '왜'를 반복한다. 수수께끼를 풀 때는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최선이다.
-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창업자 브루스 헨더슨(Bruce Henderson)이 정 립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PM) 이론'은 1970년대를 '전략의 시대'로 만들 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다. 전략론의 역사에서는 이 이론이 '고전'으로 통할 정도다. 그러나 그 후 PPM은 실제 경영현장에서 거의 사라졌다. 여러 비판이 있지만, 내 해석은 이렇다. 기업의 승패'나 '경쟁 우위는 상당히 복잡한 개념일 텐데, PPM은 그 메커니즘을 성장률'과 '시장점유율'이라는 두 축만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이론'이라는 견해가 어느 순간 확산된 듯하다. 요컨대 전략 콘셉트로서 너무 협소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1980년대에 들어서자 수많은 컨설턴트와 학자들이 PPM의 단순함을 넘어서고자 시도했다. 애초에 경쟁 우위란 무엇인가?', '우 위를 구축하기 위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같은 시점에서 새 로운 전략론을 차례차례 만들어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5가지 경쟁 요인'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경쟁 우위'의 메커니즘을 다원적으로 설명하는 모델이다.
- 전략이란 무엇인가? 누군가가 그 정의를 물어보면 사에구사는 이렇게 대답 한다. 전략이란 (1) 전장 · 적의 움직임을 (2)큰 시각에서 '통찰하고 (3)자신의 강점과 약점으로부터 (4)승부의 열쇠 및 (5) 선택지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더불어 (6) 리스크의 균형'을 꾀하면서 (7) 선택과 집중'을 통해 (8) 일정한 시간축 안에서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한 (9)논리다. 그리고 (10) 그 전략의 실행 순서를 (11) 장기 시나리오'로서 (12)조직 내에 제시하는 것이다. 아직 실행하지 않은 전략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며 그 좋고 나쁨, 즉 이기는 싸움을 할 가능성이 높은가 낮은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논리의 강력함'이다.
- 개혁에 담긴 드라마 : 성공하는 개혁안은 일단 논리적으로 옳아야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 이 바로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는 스토리, 혹은 드라마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스토리에는 반드시 선역과 악역이 등장하고, 고통스러운 장 벽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예상 밖의 장애물도 튀 어나온다. 경영 기량을 높이려면 그런 드라마의 각본을 직접 쓰고 자신의 입 으로 이야기하며, 스스로 실행해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 사 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스토리가 아니면 조직의 문화나 직원 전체의 행동을 바꿀수 없다.
- 헨더슨은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두 컨설턴트 조지 스토크(GeorgeStalk)와 토머스 하우트(Thomas Hout)에게 일본에 가서 도요타 생산방식의 수수께끼를 풀어 오도록 지시했다. 내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몸담았을 때 동료였던 이들이다. 일본의 경제에 정통했던 그들은 2년에 걸쳐 도요타 생산 방식의 본질을 파헤쳤고, 그 결과 당시 미국은 물론 일본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결론에 도달했다. “도요타 생산 방식(간판방식)은 단순한 재고 절감 수법이 아니다. 일본기업은 '시간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시간'이라는 새로운 전략 요소를 추구한다면 기업은 또다른 경쟁 우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전략에서 '시간'이 중요한 무기가 됨을 갈파한 것이다. 1990년에 출판된 그들의 저서 《타임베이스 경쟁 전략(Competing Against Time)》은 이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 난폭한 인사 : '난폭한 인사'란 잠재력과 자기 발전 욕구가 충분한 사원에게 현재의 능력 을 뛰어넘는 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때 그 사람의 성장 한계를 고려한 키에 맞는 점프를 시키면 성공률이 높지만, 성장 한계를 오판해 키에 맞지 않는 점프'가 되면 실패의 리스크가 커진다. 난폭한 인사는 경영 리더를 최단 기간에 육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법이다. 여기에는 사내의 질투가 쏟아진 다는 단점도 따른다. 이 인사를 단행한 임명자가 담당자를 마지막까지 끈기 있게 지켜줄 수 있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 사장의 전략 논리
· 수면 밑의 경쟁을 유발하는 사전 노출'은 가급적 늦춘다.
· 노출을 시작했으면 단숨에 몰아치는 '일기가성'의 승부를 건다.
· 이를 위해 필요한 사내의 전투태세를 사전에 완전히 갖춰놓 고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첫 싸움에서 단번에 유의미한 시장지위를 확보한다.
- 미스미에서는 실무자가 직접 전략을 만드는 것이 절대 조건이다. 이기는 싸움'의 스토리를 만 든다는 것은 조직론이나 인재 육성론과도 연계된다. 만약 자신이 형 편없는 전략밖에 생각해내지 못해서 경쟁에 진다면, 책임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사업 전략의 핵심은 수치가 아니라 '전략 스토리' 이다. 경쟁 상대는 누구인가? 승패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그 요소에 관한 자사 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이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경영 리더로서 어떤 사업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
- 회사의 '위기'와 사원이 품는 '위기감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 다. 오히려 반비례 관계라 하는 편이 옳다. 요컨대 사원들의 실적이 떨어져 위기감이 높아야 할 회사일수록 사내 분위기는 해이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실적이 좋아 위기와는 거리가 먼 듯한 기업일수록 사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경쟁에 민감한 성장하는 기업의 사원들 은 고객의 생각이나 경쟁 상대의 움직임, 세계의 신기술 동향 등 회 사 '외부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 싸움에서 뒤 처지면 직원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고통을 느낀다. 한편 구제불 능인 회사에서는 사원들이 '내부의 논리대로 움직인다. 나 또한 30대에 세 회사를 경영하면서 이를 깨달았고 이후 사내에서 '위기의식'이나 풍토 개혁’ 같은 말을 꺼내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먼저 철저한 계산을 통해 전략적인 접근법을 도출하고, 구체적인 행동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비난과 저항을 받아낼 각오로, 본인이 선봉에 서서 기존의 조직과 가치관을 무너뜨려야 한다.
- 인사는 상위 직급부터 : 역동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조직은 위부터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당장 급한 대로 조직 하부의 인사를 먼저 결정해버리면 상사도 그 수준에 맞춰서 선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먼저 상위 직급의 우수한 인재를 선정하고, 그가 자신의 수준에 맞는 하위 직급을 택하도록 해야 한다.
- 이렇게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박은 세 개 중 하나만 인정되었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2심 판결이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연방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2001년은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의 빌 클린턴 Bill Clinton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George W. Bush로 바뀐해였다. 소송의 칼을 쥔 법무부의 수장이 모두 교체됐고,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정책도 바뀌게 되었다.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에 합쳐 팔기 시작한 지 5년 만에 적어도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독점법을 위반' 했다는 사실은 명확히 드러났다. 하지만 넷스케이프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진 지 오래였고, 나머지 90퍼센트의 사람들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이용하였다.
-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와 경쟁하던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은 리얼 프레이어 Real Player였다. 1990년대에 컴퓨터를 사용한 사람이라면 기억날 RM 확장자를 가진 파일로 스트리밍에서 자주 보던 1 모양의 로고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리얼 플레이어는 결국 사라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웹브라우저처럼 미디어 플레이어도 윈도와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4년 유럽연합집행위원회 EU Commission는 이러한 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끼워 팔기에 대해 5억 유로(약7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였다.
- 우리나라에서는 윈도를 설치하면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와 함께 자 동으로 깔리는 MSN 메신저도 문제가 되었다. 2000년대 초반, 아직 모바일시대가 오기 전에 회사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영화 「빅 히어 로」의 캐릭터 베이맥스처럼 생긴 동글동글한 두 명의 연두색 사람이 그려진 귀여운 아이콘의 MSN 메신저로 회사 동료나 친구와 잡담을 나눴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마다 MSN 메신저 이용을 막 으면서 귀여운 눈이 달린 말풍선 아이콘, 네이트온으로 이용자가 대거 이동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반독점(공정거 래법 위반) 조사는 네이트온(SK커뮤니케이션즈)이 신고인, MSN 메신저(마이크로소프트)가 피신고인이었다. 조사 끝에,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는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 가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와 MSN 메신저를 윈도에 결합해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명령하고 과징금 330억 원을 부과했다. 요즘에야 수천억 원 또는 조 단위의 과징금이 가끔 보도되지만, 당시로는 엄청난 액수였 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언제나 당당했다.
“이용자에게 더 좋다.”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와 MSN 메신저가 윈도와 함께 제공되는 것 이 이용자에게 더 좋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몇 년의 법정 공방 동안 현 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런 주장에 화를 내기도 어렵게 되었다. 리얼플레이어나 애플의 퀵타임 같은 라이벌 동영상 플레이어는 어느새 표준 경쟁에서 탈락해서 이용자들이 쓰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MSN 메신저와 경쟁하던 국내 메신저는 네트워크 효과에서 밀려 이용자가 크게 줄었다. 이렇게 대다수의 이용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쓰게 된 이상, 윈도에 원래 설치된 것이 더 좋지 않느냐고 묻는 마이크 로소프트에게 '이용자'로서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 반독점법의 핵심 가치는 '오직 가격과 품질로 경쟁하라'는 것이다. 3M은 분명 상품 여러 개를 묶어서 '더 싸게 판 것인데, 이것은 가격으로 경쟁한 것이 아니란 말인가? 물론 가격으로 경쟁한 것은 맞다. 하지만 브랜드 없는 새로운 저가 테이프만의 가격으로 르파쥬와 경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것이 미국 법원의 결론이었다. 이렇게 혁신적인 회사라고 해도, 획기적인 기술로 작은 시장을 독점 했다고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또다시 제로에서 시작하는 경쟁에서 이겨야 했고, 원래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한 작은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경쟁자도 끊임없이 막아 내야 했다. 끼워 팔기도 하고, 거래 거절도 하고, 리베이트도 주고, 이렇게 기업은 독점의 힘을 지렛대 삼아 조금 쉽고 편하게 다른 시장에도 진출하고 경쟁자도 막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반독점법의 철퇴를 맞곤 했다. 법은 시장에 뛰어드는 선수들 간의 경쟁을 채찍질했다. 그것이 야말로 다수의 소비자를 위한 좋은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 1등 회사인 필립 모리스는 저가 담배의 가격 경쟁에 서 빠져나오기 위해 최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말보로의 가격 파괴라는 폭탄 같은 전략을 던졌다. 그러자 2등, 3등 회사는 필립 모리스에 항 복한다는 듯한 말을 언론을 통해 전달했다. 그리고 필립 모리스는 말 보로와 함께 저가 담배의 가격을 올리되 미리 언론을 통해 정보를 흘 렸다. 그리고 다른 담배 회사도 순순히 그런 가격 인상을 따랐다. 서로 합의하지도, 연락하지도 않았지만 무언가 암묵적인 합의하에 같은 행 동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담합이 아니었다. 이것을 법적 용어로 '의식적 병행행위 conscious parallelism'라고 한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비슷하게 행동했다는 뜻이다. 1등이 강한 가격 후려치기로 힘을 보여준 후, 다시 수익성 회복을 위해 가격을 올리면, 2등과 3등의 선택은 무엇일까? 또다시 가격 경쟁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냥 1등을 따라 가격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담배 시장 전체의 가격이 몇 년 동안 하나의 회사처럼 똑같이 움직였다. 하지만 법은 이들을 처벌하지 않았다. 법이 전략적 행동까지 처벌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10여 년 뒤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의 라면 시장에서도 반복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1,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 담합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반독점법에서 가장 흔한 주제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반독점법, 우리나라의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반 이상이 담합이다. 그리고 과징금이나 벌금이 가장 많이 부과되는 것도 담합 사건이다. 담합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볼 수도 있다. 13세기 십자군 전쟁에서 베네치아 상인은 동방무역을 독점하며 담합했고, 15세기 아랍 상인은 향신료 무역을 담합했다. 18세기 박지원의『열하일기』에도 청나라 상품 수입 상인 사이의 담합이 기록돼 있다.
- 보통은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파는 것을 '좋은 일이 라고 보는 반독점법도 독점기업이 가격을 '너무 낮게 정하는 것은 경계했다. 싸게 파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주장과 싸게 팔아서 경쟁자를 죽이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런데 1993년, 앞에 서 본 하얀 담배 판결에서 큰 원칙이 세워졌다. 대법관 9명이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6 대 3으로 판단한 결과였다.
“경쟁자의 저가 정책을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하려면, 하나, 가격이 비용 이하여야 하고, 둘, 그렇게 팔아서 입은 손해를 나중에 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전망이 있어야 한다.”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증거도 없는데, 합리적인 전망 이라니, 법원의 판결에서 왜 이런 요건이 나온 것일까? 판결은 누군가 제소를 해야 나온다. 그런데 반독점 소송이란 경쟁자 가 시장에서 쫓겨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법원에 호소하는 것이다. 만약 경쟁자가 이미 죽어버렸다면 소송도 없고 판결도 없다. 법이 만들어지 지 않는다. 그러니 아직 살아 있는 경쟁자가 제소한 소송 사건에서는 밟아 죽이기 가격 정책을 시도한 상대방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앞서 보았듯, 하얀 담배 사건에서는 리게트를 밟아 죽이려고 했던 브라운이 이겼다.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도 받았다. 그런데 사실 브라 운은 리게트를 시장에서 내쫓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 전쟁을 했던 것이 맞다. 리게트가 중간에 꼬리를 내리고 전쟁을 중단했을 뿐이다. 미국에서는 판례에 의해서 새로운 법이 만들어진다. 반독점법의 조 문도 사실 두 가지가 전부다. 그러니 미국에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는 것은 비슷한 경우에 관한 법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 1993년에 나온 하얀 담배 판결은 밟아 죽이기 가격 정책에 관한 그동안의 논의를 집대성한 기본 판결이고, 지금도 유효한 살아 있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판결과 같은 법이 아마존 같은 회사에게는 엄청난 편안 함을 주었다. 판결, 그러니까 판례법에 따르면, 아무리 적자를 감수하 는 싼 가격으로 경쟁자를 죽이고 다른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아서 독점기업이 되어도, 나중에 손해를 메꿀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면 반독점법의 칼날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제프 베이조스가 소비자가 왕, 언제나 최저가!"를 외치고 실행한다. 면, 오히려 반독점법의 가치와 맞는 말이어서 더는 할 말조차 없게 된 다. 초기업 아마존은 분명히 경쟁자를 모두 가격으로 밟아 죽이고 있 는데, 반독점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현실, 과연 우리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적극 지지해야 하는 걸까? '소비자'를 두고 아마존과 애플이 맞붙었던 다음 사건을 보면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 한국의 이커머스 회사가 아마존의 뒤를 따를 수 있 을까? 초기에 이익을 보지 않고, 무조건 고객부터 확보하고, 이익이 생 겨도 쌓아 놓지 않고 다른 분야로 계속 확장하는 것이 아마존이라면,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중 한두 곳은 아마존과 같은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고객만 확보한 것이 아니다. 아마존은 압도 적인 신뢰까지 확보했다.
결제가 안전하다, 내 지갑을 털어가지 않는다!!
→ 내가 결제한 바로 그 물건을 실제로 받을 수 있다.
→ 물건이 잘못됐을 때 쉽게 환불받을 수 있다.
이같이 아마존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시장'에서 수천 년 동안 쌓아 온 기초적인 신뢰를 온라인에서 가장 먼저 구현했다.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번 돈은 오직 신뢰를 강화하고 알리는 데 썼다. 소비자는 신뢰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사이트에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줄 필요가 없다. 그리고 믿을 만한 사이트의 값도 가장 싸다면, 다른 사이트는 정말 필요 없다. 판매자는 이용자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방문하는 사이트에서 물건을 파는 게 유리하다. 그러니 가장 믿을만한 사이트로의 쏠림 현상이 생긴다. 그렇지 못한 사이트는 빠르게 도태된다. 인터넷 포털이나 SNS와 같이, 이커머스도 이렇게 원래 네 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커머스에는 이런 쏠림 현상이 없다. 공인인증 서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준 기본적인 신뢰 효과에, 대기업 계열 이커 머스의 강한 자금력까지 합쳐지면서 과점도 아닌 수많은 브랜드 간의 완전 경쟁에 가까운 경쟁이 계속되는 중이다. '한국의 아마존'이 나오려면 이커머스 하나가 독보적으로 잘되어야 겠지만, 그건 나머지가 모두 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가 한 국의 아마존을 외치지만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아마존이 미국 시장에서 홀로 가진 기본적인 신뢰를 한국 이커머스는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독점기업은 처음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소비자를 사로잡 고 신뢰를 쌓는다. 이렇게 쌓인 신뢰와 브랜드는 후발주자가 좀처럼 따라가기 힘든 장벽이 되곤 한다. 그런데 한국 IT 산업에서는 많은 분 야에서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빠르게 따라잡았다. 다음과 네이버도 그렇고, 이커머스에서 인터파크와 옥션, 그리고 지마켓과 다른 기업도 그렇다. 시장이 작아서 선두 기업이 규모를 크게 키워 막강한 자본력 을 쌓기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경쟁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음 사항 역시 이것과 연결돼 있다.
* IT 인프라가 기본적으로 아주 탄탄해서 소프트웨어의 작은 기술력 차이는 소비자가 잘 느끼지 못한다.
* 시장이 성숙하기도 전에 규제가 먼저 생겨서 소비자에게 어떤 회
사가 더 믿을 만한지는 중요한 쟁점이 되지 못한다.
* 특허나 상표는 물론 영업 비밀이나 부정 경쟁 방지 등 독창적으로 시작한 부분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그리 강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후발 기업이 외부의 자금력으로 작은 시장을 독점한 선발 기업을 뛰어넘는 경우가 자주 보이는 것은,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섞인 결과이다.
- 대법원 판결 이후 4년이 지난 2019년, 라면 시장은 꽤 재미있게 바 뀌어 가고 있다. 신라면은 계속 조금씩 가격을 올린 반면에, 진라면은 더 이상 따라가지 않고 2008년의 판매 가격인 750원을 11년째 고수 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갔다. 그리고 결국 신라면을 따라잡았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다섯 개 묶음의 가격은 더욱 차이가 나서 신라면은 개당 670원이 넘지만, 진라면은 550원 정도다. 라면의 종류와 가격은 다양해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담합이 아니라고 나왔지만, 어쨌든 이런 경쟁은 시장을 흔든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세금으로 낸 과징금 환급이자 156억 정도의 가치는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
-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때론 착한 일 따위는 제쳐 두어라. (존 록펠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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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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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세계

사회 2020. 6. 11. 12:12

올해초 그저 야생동물을 먹는 중국의 오래된 식습관 때문에 발생한 단순 전염병으로 생각되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과 2-3개월만에 전 세계로 퍼지며, 전 세계 경제를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고 있다. 이 책은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1위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가 코로나 이후의 변화에 대하여 일자리, 교육, 부동산, 금융 등 18개 영역에 대해 예측한 책이다.

대부분의 예측 내용은 이미 저자가 과거부터 예견해온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의 증가는 이미 진행되어 오고 있는 추세인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가 강제화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IT업체에서는 재택근무 혹은 원격근무를 시행해 오고 있었다. 교육에 있어서도 평생학습 및 온라인 강의가 확산되는 추세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영역은 일자리의 미래였다. 그렇지 않아도 AI로 인한 자동화 확대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우울한 예측이 팽배한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보건의료 관련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과연 한국에서도 미국만큼 보건의료 관련 분야에서 급격한 수요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서비스 분야에서는 수요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지식노동자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 특히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업이 선망될 것이라는 점이다.

달걀을 먹기 위해 닭을 기르기로 한 사람도 있다는 에피소드를 통해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 큰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선 마트에 특히 휴지같은 생필품이 동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정부당국의 방역정책에도 온 국민이 동참하고 있고, 생필품 사재기 같은 현상도 발생하지 않았다. 달걀은 언제든지 근처 마트에서 사먹으면 되는데, 이걸 먹겠다고 집에서 닭을 기르겠다니.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로 인한 여파는 부정적인 것만 보인다.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다. 물론 코로나 진단 키트를 제조하는 업체라든지, 마스크를 제조하는 업체 등 일부 기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일지 모른다. 위기 속에 희망의 씨앗이 보이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기본원칙들을 조사하고, 위기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합심해 나간다면 우리나라도 이 위기상황을 조속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 코로나 19로 인해 한가지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났다. 바로 지식노동자로 산다는 것, 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직업종말의 시기에 살아남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 먼 미래에 더욱 중요해질 것들이 무엇인지 아는 일만큼이나 머지않은 미래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일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원격 근무가 좀 더 보편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 4년간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며 “이제 곧”이라고 이야기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지구 밖 우주에서 근무하게 될 것이란 기대는 “어쩌면 언젠가" 의 시간대에 있는 일이다. 사실 원격 근무에 대해서 “어쩌면 언젠가"로 논의하는 토론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기업이나 조직이 이를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AI나 로봇, 자동화에 관한 거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공급망에서 그렇 다. 공급망은 경제의 생명줄과 같다. 여러 군데 분산되어 있는 적은 재고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급망의 자동화 기술은 그 기능의 한계를 시험받곤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자 상거래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이제 전자 상거래는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품이 되었다. 향후 그 입지는 훨씬 더 분명해질 것이다. 공급망의 경제적 수요를 사람들로만 모두 충당할 수 없기에 자동화는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간 공급망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갈 것이다.
- 지식 노동자와 원격 근무 : 의료 분야와 공급망 그 이상으로 첨단 기술이 접목된 직업,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직업은 고용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과 가치가 있다. 이런 직업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한 가지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났다. 바로 지식 노동자로 산다는 것, 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직업 종말의 시기에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사실이다.
- 코로나19 팬데믹의 경험을 통해 교육의 미래에서 세 가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세 가지 중요한 변화는 기술 등장으로 중세 유럽의 동업자 조합인 길드 시스템의 해체에 일조한 산업들에서 나타난 변화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교육 특히나 대학 수준 이상의 교육은 일종의 길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따는 방식이 전부 이 길드 시스템에 근거 하고 있다. 교육의 시스템이 중세의 도제식 교육생, 숙련된 장인, 명 장의 구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세 가지 수준의 학위들은 기사단이나 중세 공식 학위에서 보던 것들과 유사하다. 그 정점에 있는 박사 과정은 그 학위 논문이 한 분야의 마이스터(명장)가 되게 하는 마스터피스Masterpiece를 본 따 만들어졌다. 교육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차이는 있지만 고등 교육의 구조는 여전히 그 본질이 중세 시대의 길드와 같은 것이다. 역사적으로 길드 구조는 많은 직업과 학제의 진입을 막는 장애물이 되었다. 온라인 교육은 강의 자료나 교육 콘텐츠의 범위를 대폭 확장함으로써 전통 학문과 학교 내 길드 구조를 위협할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독일 속담에 “농부는 자기가 모르는 것은 먹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의료나 교육 분야 같은 길드 산업들이 수 세기에 걸쳐 전통의 기반을 다진 까닭에 실제로 그 길드 안으로 진입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설령 기술에 몰입하고 기술을 받아들이는 분야라 하더라도 반드시 기술 친화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향후 수십 년 혹은 그 이상으로 기술이 길드에 가져올 충격으로 인해 어쩌면 몇 가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독특한 상 황에서 우리는 부족한 의료 인력을 절감하고 온라인 교육과 원격 업 무의 잠재력이 엄청난 빛을 발하고 있음을 보았는데 이 모든 상황은 앞서 말한 잠재적 변화들을 가속화할 수 있다.
- 주택 신용 시장이 2000년대 초 위기에 비해 벌써 상황이 개선된 것처럼 보여도 주택 위기는 여전히 잠재해 있다. 종합하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업률이 올라가고 주택 공급 과잉이 시장을 덮치고 수입이 끊긴 주택 구매자의 신용을 은행이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가 주택 보유자의 주택 공급이 증가하고 수요는 줄어드는 위험은 임대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감소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못하거나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날 위험이 커진 만큼 주택 가격이 내려간다고 해도 이를 만회할 충분한 수익률이 보장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2007~2009년 서브프라임모기지 금융 위기와 유사한 위험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수요 감소에 발맞춰 공급 증가가 나타났는데, 특히 관광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압박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주택 관련 경제 여파가 지난 불황기에 겪었던 수준으로 줄줄이 파산하거나 신용 위험이 문제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이다.
- 또 한 번 강화되는 신용 조건 : 금융 위기, 주택 파동, 2007~2009 대불황처럼 굵직한 경제 위기를 지나오면서 담보 대출 신용 기준이 좀 더 엄격해졌다. 은행과 금 융기관들은 신용과 부채 위험 노출액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실시해 위기 대처 능력 평가에 나섰다. 이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새로운 종류의 스트레스 테스 트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기업이 완전한 폐쇄의 위험을 견딜 안정 성이 있는지 평가하는 테스트 말이다. 대출 기관의 자격요건을 높여 기업들이 2주에서 4주간 폐쇄를 견 딜 수 있는지를 자금 조달의 전제조건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다르게 표현하면 기업들에 대한 향후 대출 자격요건으로 자금을 조달받을만큼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무제한으로 늘리는 방식의 대처는 관행이 되었는데 지난번 금융 위기가 결정적 계기가 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러한 관행은 앞으 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저당증권과 국채에서부터 기업 부채와 주식까지 다양한 자 산을 매수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돈을 찍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고 그 관행은 계속될 여지가 크다.” 어쨌거나 효과가 있다면 중단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 현 상태라면 복지 지원 혜택은 재원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으
밖에 없다. 복지 시스템은 복지 수혜 인구 대비 노동자 수가 159.4명에 달했던 1940년에는 잘 돌아갔지만 그 비율이 28명으로 떨어진 2013년에는 보다 어려워졌다. 게다가 2040년에는 그 비율이 2명으로 더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복지 지원 혜택은 출산율 감소와 기대 수명 증가라는 두 가지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더불어 기대 수명의 증가는 비스마르크가 복지 정 책을 시행하던 1889년에 비해 40세에서 80세 이상으로 두 배나 뛰었다. 복지 지원 혜택을 받는 인구의 평균 연령은 70세에서 65세로 낮아졌다. 설상가상으로 고령 인구를 지원하는 의료비용까지 덩달아 증가하면서 부담은 가중됨. 미국 인구성장이 상당히 건실하다면 괜찮게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
- 부동산 산업은 코로나19의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분야와 관련하여 여섯 가지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기업 사무실 수요의 감소
2. 자영업 가게 수요의 감소
3. 주택 공급 과잉 및 가격 하락의 위험성
4. 관광 밀집 지역의 부동산 고위험성
5. 업무 공간에 대한 선호의 변화
6. 물류 창고 및 유통 센터에 대한 수요 증가
-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경제적 변화는 농업에도 고스란히 영향을미쳤다. 과일, 채소, 달걀, 고기, 치즈 등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농업 분야 직종들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은 오늘날 대부분 사람은 음식을 일반적으로 당연히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코로나가 바꾼 현실은 이러한 식량에 대한 믿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 믿음의 변화로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직종 역시 달라질 것이다. 단연 실내 식품 생산 공장, 실내 재배 시설, 농산물 유통 시설, 실험 실 배양 고기 등에 투자의 관심이 몰린다. 특히 채소나 생선 등의 복 층 수경 재배 시설이나 실험실 배양 고기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 - 사람들은 항상 음식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항상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안정감을 원한다.
-사람들이 음식을 얻거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얻어야 사회는 정상적으로 기능한다.
위 세 가지 이유를 통해 미래에는 정부가 공급망을 강화하는 재정적인 혜택이나 추가 규제 조치에 나설 것이라 기대한다.
- “피를 흘려야 이목을 끈다 (if it bleeds, it leads).”라는 말은 언론계의 생리를 잘 보여 준다. 섬뜩하고 충격적인 뉴스일수록 더 중요한 뉴스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신문이나 TV 수익도 늘어난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에서 비롯된 질병처럼 선정적인 게 또 없다. 야생동물 시장의 이미지가 서구 시청자들에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래동물을 연상시켜 정말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일으킬 것 같은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위험성이 데이터상으로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아주 무겁고 진지한 문제로 받아들였다. 반면 현시점에서도 현재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다. 이것이 합의편향의 폐해이다. 객관적 진실과 현실이 주관적 인식의 문제가 되고, 고도의 개인 맞춤형 정보는 왜곡된 인식을 강화하며, 사람들은 동질적인 하위 집단을 이루고 주관화된 정보들을 소비하고 공유한다. 이것이 일그러진 미디어의 민낯이다. 이 같은 민낯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기회삼아 고개를 들 것이다. 그때마다 미디어 생태계는 큰 피해를 볼 것 이다.
- 코로나19 이후 미디어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다. 국가적 정체성에 균열이 생길수록 미디어는 악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악의적인 이용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을 봐서는 사회를 하나 되게 하는 힘 역시 점점 더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미디어와 SNS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감추어졌던 것들을 활짝 드러냈다. 수면 아래에는 합의편향, 사이버 심리전의 위험, 주관화된 진실 등이 숨어 있었고, 이것들 중 어떤 것도 긍정적이지 않다.
- 전세계의 의료품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자 미국인들의 안전이 실질적으로 위협을 받았다. 대통령이 과거 관세를 선호했던 것을 미루어 볼 때 더 많은 관세로 해법을 찾으려 할 수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한 미국의 무역확대법 232조가 국내 철강 생산을 증진하려는 조치였던 것처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와 경제적 무질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의료기기에 추가 관세를 부여할 가능성도 있다.중요한 사실은 대통령에게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여할 권한 이 있다는 것이다. 이 권한에 관해서는 2018년 저서 『Midterm Economics』에서 심도 있게 탐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료기기 및 개인용 의료 보호구가 자국 내에서 생산되어야 할 필수품목이라고 생각해 관세를 부여하고 공급망에 변화를 주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점은 재선에 성공해 정치적 기회를 엿보는 때가 될 것 같지만 2020년 대선 이전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미·중 간 긴장이 전 지구적 공급망을 양극화하고 결과적으로 미국은 좀 더 많은 제조업 기반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양국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고조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예정된 전쟁”으로 몰아넣지는 않을지라도 국가 간 관계를 침식하는 훨씬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경기침체가 시작될 수 있는 시기는 짧다. 그리고 대체로 대선에 맞추어 시작되었다. 선거 불황 동시성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1854년 이후로 공식적인 경기 침체의 시기로 모두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28년 이후로 선거와 불황의 시차가 상당히 좁아졌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대공황 이후 경기 침체 주기는 그 이전 시기보다 선거와 더 가까운 시점에서 시작되었다. 게다가 1928년 이후로 경기 침체 주기의 시점이 대선 전으로 11개월 대선 후로 13개월이란 기간을 넘어 나타난 적은 딱 한 번뿐이었다. 이처럼 시점이 근접한 것이 바로 선거 불황 동시성의 핵심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때인 것이다!
- 경기침체가 없는 선거는 있었지만 경기침체 시점을 한번도 맞지 않고 연속으로 세번 이상 대통령 임기가 지나간 적은 없다. 절대로. 역사적으로 볼 때 1854년 이후로 경기 침체 없이 대선 주기를 맞았던 횟수는 최대가 두 번이었다. 예외는 없었다. 이것을 선거 주기성의 두 번째 특징으로 임기 제한 속 경제 성장이라고 생각해 보자. 2019년 6월 출간한 『The Dumpster Fire Election」에서 “미국의 경기 주기 역사를 통틀어 발견되는 패턴을 미루어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현 임기를 마치기 전에 다음번 경기 침체가 시작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힌 적 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을 현시점에서 그리고 단기적으로 내다볼 때 선거 주기성의 변화와 선거 불황 동시성은 다시금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 이처럼 불확실한 시기에 공공 시장 투자자들은 기업의 대차대조표에서 현금을 먼저 찾아보고 기업의 재정 건전성과 가치를 긍정적인 현금 유동성의 신호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그 반대다. 이는 현금 유동성이 마이너스이고 순손실을 보이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지속 불가능한 상태에 가깝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케케묵은 옛날 방식이다. 우선순위가 성장에서 현금 흐름으로 바뀐 오늘날, 지난 5년을 지나오면서 스타트업 생태가 큰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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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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