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인간의 모험

역사 2020. 2. 11. 08:11

- 타자수의 일은 주로 여성들의 몫이 되었다. 타자기가 유행하던 당시 기존의 고된 육체노동에 노출되던 여성들은 신종 직업을 눈여겨보게 되었고, 사회로 활발하게 진출. 점차 사무직은 육체노동에 비해 덜 힘든 일, 여성에게 적합한 일이라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 국내에도 타자기가 도입되던 시기에는 전문학원이 생길 정도였다. 타자수는 신종직업으로 각광받았다. 1800년대 후반의 초기 타자수들은 그저 주어진 글을 빠르게 쓰는 것에 중점을 두었지만, 숙련된 여성 타자수는 자신의 문장구성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단순히 글자를 쳐내는 다른 타자수들에 비해 인정받을 능력을 확보한 것이었다. 타자기의 등장으로 인해 남성 직원이 주로 전담하던 비서 업무에도 변화가 생겼다. 타자기를 통해 사회로 진출한 여성들이 점차 선망받던 비서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 타자기의 등장은 사무 일거리의 증가에 따른 결과물이었고, 이로 인해 사무원은 보다 높은 지위를 보장받았다. 역사적으로 단순하고 창의성이 가미되지 않은 노동은 대개 무시받았지만, 타이핑만큼은 단순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 자본주의 체제는 표준화, 단순화를 엄어 사회와 문화 전반에 여러 영향을 끼쳤다. 패션과 관련해서도 선택의 범위가 많아지면서 무어을 입을지에 대한 고민에 지쳐갔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눈에 띄려는 욕구도 다소 가라앉았다. 이때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1894-1972)의 신사복 차림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조합으로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 개성을 부리지 않고 편하게 선택해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남자들은 유일한 패션수단으로 넥타이에 집중하기 시작. 한정적인 정장의 색과 대비되는 넥타이의 무늬와 색은 다채롭게 변해감. 오늘날의 남성들도 정장색깔보다는 어떤 넥타이를 맬까 아침마다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던 넥타이가 비즈니스맨의 상징이 된 데는 미국 은행의 면접방식이 큰 영향일 미쳤음. 하얀 얼굴과 금발이 아니면 취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외모의 비중이 컸고, 입사한 이후에는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해야 했다.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의 귀족처럼 비슷한 외모에 똑같은 옷차림이었다. 화이트칼라의 전형적 모습은 이처럼 같은 옷차림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직장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 넥타이는 패션의 의미뿐 아니라 자신을 육체노동과 구분짓는 경계선 같은 역할을 했따. 의자에 앉아 땀을 흘릴 필요가 없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작은 특권을 나타냈다. 한편 회사에서는 규칙과 질서를 상징하기도 했음. 일을 한 지 몇 시간이 흘러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미동조차 없는 넥타이는 표준화, 타협, 속박뿐 아니라 권위를 상징하는 지표이기도 했다.
- 산업화 초기 사무원에 대한 조서는 조금씩 피어오르는 두려움의 표출이었다. 사무원의 존재에 불편함을 느끼다 그들의 영향력이 높아지자 곧 긴장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 산업혁명을 거치며 사회는 상공업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점차 더 많은 사무원을 필요로 했다. 사무원은 그렇게 점차 산업의 중심 영역으로 진출. 고대 사회에서 하위의 노동으로 여겼던 사무업무는 산업화를 맞이하며 변화의 시기를 거쳐 마침내 노동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한다. 기존 노동과의 차이점은 명확했다. 같은 직군에 있는 동료들이 점점 많아지면 마음이 든든해졌다. 하지만 불어난 숫자만큼이나 직군간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는 것은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 19세기 들어 사무원은 더 증가했지만 사무실의 주인은 아니었다. 지금은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가 사무실의 주인이 되어 인턴을 고용하고 월급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산업화 초기 사무원은 경영주의 자리 한편에 마련된 책상에 멀거니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일을 찾아서 하기보다는 서류작업이 주어질 때만 열심히 일했다. 계산과 필사로 서류더미를 만들어내고 다시 버리기를 반복했다. 이때까지 사무실의 주인은 대부분 상업가였다. 요즘 컨텐츠 생산부터 영업, 마케팅까지 혼자 해내는 1인기업가가 늘어나고 있는데, 19세기 초반 상업가도 혼자 모든 것을 해내야 했다. 도매상이면서 소매상이 되기도 하고 수출과 수입은 물론 운반까지 책임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19세기 중반에 접어들며 산업화의 요충지인 미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겨났다. 업무가 분화되기 시작한 것. 상업가가 혼자 하던 업무들을 따로 분리해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 보험사무소, 운반업소, 은행이 대표적이었다. 상업가 또한 다양한 업무를 덜어내고 자신은 큰 의사결정에 집중했다. 반복되는 업무나 허드렛일은 사무실에 남아 있던 사무원이 해나갔다. 상업가들은 거래를 위해 사무실 밖으로 나갔고, 사무원들은 회계실에서 그들만의 영역을 확보. 분업화와 함께 점차 유통이 활성화됨. 만드는 곳과 파는 곳이 분리된 것. 자연히 매출을 기록할 인력이 필요하게 됐다. 사무원은 증가. 가내수공업을 들여다보면 노동자와 판매업자가 같이 있었다. 직접 땀을 흘리는 자와 옆에서 보조하는 사람이 함께 했다. 하지만 분업화가 진행되며 노동 역시 분리됐다. 육체노동자와 사무원으로.
- 포드주의, 테일러주의가 낳은 기계적 효율성은 생산성 면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산업의 발전에 있어서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노동자의 시각에서는 중간관리자라는 새로운 존재가 갈등을 부추겼다. 1900년대 접어들며 초시계와 카메라를 들고 공장에 견학을 온듯한 차리므이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새하얀 셔츠를 입은 그들은 기름때를 묻힐 만한 기계공이 아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엇을 할지 몰라 고성으로 업무지시를 내리던 중간 관리자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경영자의 지시하에 노동을 관리하고 분석하는 요원이 됨. 초시계로 노동자의 작업시간을 체크해서 임금에 적용했음. 이처럼 사무의 본질은 이전 시대와 다르게 변화. 양적인 면에서 사무원의 증가가 있었고, 계급의 분화, 노동의 분리, 분할의 시대를 맞이함.
- 80년대 전후로 서양의 사무실에는 이전과 또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자리가 안정적이지 않았기 때문.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관리자의 자리는 위태롭게 여겨지기 시작함. 승진의 튼튼한 동아줄만 잘 붙들고 있으면 꼭대기층까지 입성할 수 있다는 인식도 깨져버림. 더 이상 안정된 자리는 없었다. 80년을 전후로 미국에서만 100만명 가량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책상을 내주었다. 조직은 탈산업화와 공장의 해외이전 등으로 살을 뺐다. 구조조정의 첫번째 타겟은 중간관리자였다. 공장과 사무실에서 고군분투한 조직인간에 대한 대대적 감축이었다. 이제 실무능력과 생산성이 떨어져 하급 사무원으로 되돌아갈수도 없었다.
- 우리나라 사무공간에 파티션이 도입된 시기는 80년대. 그 전에는 공장도 개방된 구조로 되어 있었고, 사무실 또한 커다란 공간에 책상만 이어붙인 형태였음. 옆 사람의 작은 움직임도 눈에 보였고, 몇 미터 떨어진 사람과도 목소리만 조금 높니면 얼마든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다. 이와 다르게 서양에서는 일찌감치 파티션이 도입됨. 주로 최소한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확보하고 업무 효율성을 올리기 위한 방편. 미국을 비롯한 서양 국가들은 6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파티션이 늘어났고 70년대에는 보편화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에 들어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둥지를 틀면서 자연스레 파티션으로 사무공간을 나누기 시작했다.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한동안 막강했던 지위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파티션의 도입과 연관이 있다. 중역들에게 개인 사무공간을 마련해주던 회사들은 이제 그들의 자리를 재배치했다. 장기간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5분의 1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으로 옮겨져 있었다. 줄어든 공간은 자신들의 불안한 입지를 상기시켰다. 한편 파티션은 점점 이중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개방된 공간에서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었지만, 동시에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유발하기도 했다. 똑같은 모습, 비슷한 표정을 한 사람들을 한정된 공간에 몰아넣다보니 몰개성화의 진원지로 지목되기도 했다. 70년대에서 80년대를 관통하며 파티션의 이중성이 부각되는 사이, 그 안에는 침입자가 발생했다. 경영자의 일정을 관리하던 여성 비서들의 입지도 이 침입자로 인해 줄어들게 되었음. 바로 컴퓨터의 등장이다. 인력감축의 중심에 컴퓨터가 있었다. 그나마 있던 개인의 공간에 또 다른 물체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 직후에 비해 2000년대 노동자들은 물리적 노동강도뿐 아니라 업무강도와 스트레스도 계속해서 늘어왔다. 20여년전부터 바람이 분 글로벌화, 정보화의 어두운 이면이다. 글로벌 기업의 국내진출로 임금 깎아먹기 경쟁이 일어나고, 정보화로 인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삶과 일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경향이 짙어졌다. 24시간 가동되는 경제체제하에서 사무직은 온종일 일하는 경우가 만연해졌다. 게다가 고용의 비정규화 현상은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 직원들에게도 부담을 가져왔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적유직 인원은 이전보다 줄어들었고 업무강도도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이라는 양대 축 외에도 하청, 파견, 자영업 계약직 등 기업이 제시하는 고용형태는 다양해졌고, 개인은 자신의 조건에 따라 그것을 받아들일지 선택하게 되었다. 노동조합도 없고 파업권도 없이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일하던 시대에 비해 여러 법제가 갖춰졌지만, 법망을 피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계약은 만연해졌다. 약자 입장에 놓인 노동자는 경영자를 향해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정직원이라는 신분을 차지한 이들은 자기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회사형 인간이 되어야 했다.
- 밀려오는 구조조정의 물결에 화이트칼라의 수난사는 이어졌다. 종신고용의 희망은 사라지고 난공불락이던 연공서열조차 휘청거리고 있다. 자기자리가 어디든 자생력을 길러 각자도생을 해야하는 시대다. 90년대부터 정리해고라는 말은 심심찮게 들렸고 칼을 빼든 기업은 어쩔 수 없다는 유약한 항변만 반복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사내실업이라는 말이 만연할 정도로 생산성이 낮아진 중간관리자들의 방황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회사 내에 생긴 다양한 신분은 본인이 어느 자리에 있든 상관없이 사무원들을 고난으로 몰아넣었다.
- 사무원들이 한데 모여 자신의 일자리와 업무의 자율성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을 이기주의 탓이라고 한다. 능력주의라는 추상적 신념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함. 하지만 의사, 언론인, 블루칼라도 능력주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사무직원들이 직장에서의 생존에 있어 특히나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 이유는, 좋든 싫든 자신을 고용주, 경영진과 동일시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입장에 서 있기 때문. 교수, 변호사, 의사, 과학자 등은 스스로를 그 직업에 종사하는 인간으로 인식하지, 자신을 대학, 변호사 사무실, 병원, 실험실과 동일시하려 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사무지은 높은 자리를 목표로 바라보고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다. 충성을 맹세해야만 조직 내 자신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고, 자신의 직업을 보장받을 수 있다. 경영진이 각종 갑질로 사회적 이슈에 오르고, 타락하거나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지라도 자신을 그들과 동일시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사다리를 올라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일방적 충성의 대가는 아웃소싱과 정리해고였다. 회사는 이렇듯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개인의 힘으로는 피할 길이 없는 고용불안의 빨간불은 이렇게 현재 진행형이다.
- 미국 사회학자 찰스 라이트 밀스는 1960년대 들어 사무직 종사자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했다. 그들은 "특징이 있는 것 같음에도 특징이 없는 존재"라고 새로이 생겨난 중산계급인 스스로를 정의했다. 즉 역사적으로 족적을 남길만큼 뛰어난 업무역량이 없으며, 그렇다고 정치 세력화를 할 집단도 아니고, 단지 조금 더 강한 세력을 따라가는 성향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다른 조사도 있었다. 우선 사무직 종사들에게 설문지를 나눠주며 공장 노동자와 경영진, 사무직 노동자에게 일정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항목은 신뢰성, 양심성, 의존성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사무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육체노동자나 경영진과는 차별화된 존재로 인식했다. 다만 경영진에는 후한 점수를 주었고 육체 노동자에게는 낮은 점수를 주었다. 중간 성향을 가진 것을 스스로로 확인한 결과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저 조직의 안위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다른 생각을 가지는 집단 또한 생겨났다. 한 조직내에서 생과 사를 함께하는 조직인간이 아닌, 자신이 키운 능력대로 조직을 옮겨 다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조직이 만들어낸 질서에 반하지 않고 경영진의 그림자를 따랐던 일반 사무직과는 달리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자신의 직무를 발전시켜 자신이 가진 지식의 대가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신흥세력이었다. 지식노동자였다. 사무직원들은 한 조직에 충성을 다했고 기력이 소진될 때까지 버틸지, 능력본위제의 삶에 충실할지의 기로에 서기 시작. 가장 최악의 상황에 놓인 이들은 한 자리에서 일가를 이루지도 못하고 새 둥지를 틀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이었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사무직에 대한 회의감 사이에 이들은 조직에서 입지를 다질지, 제2의 업을 만들어갈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지식노동자는 지식산업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회의 주역 계급을 지칭하며 전문 기술직에 종사하는 이들을 말함. 골드칼라라 부르기도 함. 이보다 앞서 지식노동자에 대한 개념은 존재했다. 꾸준한 학습과 지식습득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 활용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사람을 일컬었다. 주변의 정보를 해석하고 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이들이었다. 이는 피터 드러커가 지식사회를 다루며 제시한 용어임. 평생 직장인보다는 평생 직업인의 신념을 가지면서 광범위한 지적 재산, 혁신적 기업가 정신, 평생 학습정신, 창의성, 유연성 등을 갖추고 있는 사람으로, 이 시기에 등장한 지식노동자라는 개념은 기존 노동자들과는 차별적 존재로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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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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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플랫폼 전쟁

경영 2020. 2. 11. 08:10

- 아마존은 왜 전자상거래와 반대편에 있는 슈퍼를 매입했을까? 그 목적은 온오프 라인의 융합, 그리고 라스트 원마일, 즉 고객에게 상품을 최종 전달하는 거점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홀푸드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35불 이상 구매했을 경우 2시간 이내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는 원산지 식품 등 홀푸드만의 신선식품을 아마존 프레시에서도 구입가능. 홀푸드의 점포 내에는 아마존 로커가 설치되어 있다. 쇼핑만이 아니라 아마존 사이트에서 구입한 상품을 받는 수령처로도 쓰임. 브랜드 파워가 있는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체인을 인수함으로써, 아마존 이용자에게 보다 편리하고 새로운 쇼핑체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존을 자주 이용하는 프라임 회원에게는 홀푸드의 편리성이나 이득을 보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프라임 회원을 확대시키고자 한 것이다.
- 베조스는 Day one 이라는 말과 더불어 Day two 라는 말도 자주 사용함. Day two 란 말하자면, 대기업병이다. 17년 아마존 연례 보고서에는 Dat two로부터 아마존을 지키는 4가지 법칙이 적시되어 있다. 진정한 고객지향, 절차화에 대한 저항, 최신 트렌드에 대한 신속한 대응, 고속 의사결정 시스템이 그것이다. 베조스가 오늘이 아마존의 창업일이다고 매일 강조하며 대기업병으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는 이유는 만일 스타트업 스타일의 기업이라는 DNA가 사라져 버린다면 파괴적 혁신을 계속하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
- 데이터 활용 덕택에 허마가 재고를 쌓아 놓지 않고 점포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전략의 유효성은 매우 높다. 허마는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매우 유니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에서 산 어패류를 그 자리에서 요리사에게 조리를 부탁해, 매점 내에서 먹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식료/잡화점과 레스토랑을 합친 듯한 이런 서비스를 그로서런트라 부른다.
- 허마에서는 방문객 스스로 '이 게가 맛있을 것 같네'라며 어패류를 손에 들고 신선한지 살이 많은지 직접 검증하면서 맛을 음미할 수 있으며, 또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값이 비싸 서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어패류를 적당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경제컴퓨터, 180719)
- 애초에 중국은 금융, 통신, 전력, 철도같은 기간산업을 국영기업이 맡고, 소비재 산업이나 인터넷 등의 소프트 산업은 민간 중소기업이 맡는다는 조대방소 정책을 유지하며 인터넷으로 다양한 산업을 활성화하는 인터넷+, 제조업의 고도화를 목표로 하는 중국제조 2025 등의 정책을 수립해왔다. 알리바바는 어떤 기어보다도 중국을 위해 라는 명분을 실현하는 현대중국을 상징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 허마의 가치사슬 모형 구조. (1) 상품조달, (2) 상품의 입고, (3) 고객에 의한 검토, (4) 고객에 의한 구입. (5) 결제, (6) 점포에서의 조리, (7) 배달, (8) 구입 후의 애프터서비스.
이 가치사슬모형과 허마의 비즈니스 다층 구조를 합치면, 허마가 실현하려는 뉴 리테일 비즈니스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임. 상품 조달의 단계에서는 알리바바가 블록체인을 이용한 모든 상품의 생산이력 추적관리를 통해 생산자의 데이터를 축적한다. 다음으로 상품입고 단계이다. 허마의 온라인 주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한 알리페이 결제 데이터를 이용하여 모든 구매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준으로 각 매장별 상품 입고량을 조절한다. 허마가 재고를 쌓아 놓는 창고를 하나도 가지지 않고, 당일입고, 당일판매에 주력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 고객이 상품을 검토할 때에는 스마트폰 앱으로 상품정보를 본다. 혼라인에는 결제 데이터가 남기 때문에, 이것도 고객의 니즈 분석에 활용할 수 있다. 반복하지만, 고객이 구입할 때에는 거의 모든 구매 관련 데이터의 취득이 가능함. 누가, 언제, 무엇을 샀는지 모두 정확하게 기록,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종래 POS 데이터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의미가 있음. 고객이 매장에서 조리를 희망하면, 허마는 고객의 기호데이터도 취득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는 입고할 상품의 종류와 양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배달에서는 점포로부터 3킬로 이내 거리라면 30분 이내에 무료로 배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음. 이 또한 배송관련 데이터의 축적이 가능. 향후 알리바바 그룹이 라스트원마일의 완성이란 과제에 대해 보다 유효한 패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임. 이 모든 단계별 흐름이 실현하고 있는 것은 고객 한 명 한 명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고객관계관리다.
- 허마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면,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은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18년 9월 발표한 디지털 전환리포트에서는 "기업이 외부 생태계(고객, 시장)의 파괴적 변화에 대응하면서 내부 생태계(조직, 문화, 종업원)의 변혁을 견인하고, 제3의 플랫폼(클라우드, 모빌리티, 빅데이터/애널리스틱스, 소셜테크놀로지)을 이용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인터넷과 실물경제의 양면에서 고객경헙의 변화를 도모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고 경쟁의 우위를 확립하는 것"이라는 IT 전문조사회사 IDC Japan의 정의를 인용하고 있다. 허마에 대해 알기 전에 이 문장을 읽고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허마가 일으키고 있는 비즈니스의 변혁이야말로 디지털 전환의 실천이라고 한다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허마의 뉴 리테일, OMO 슈퍼라는 한가지만 본다면, 알리바바가 실현하고 있는 비전을 과소평가해 버릴 가능성도 있음. 알리바바는 허마의 핵심분야인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의류나 가전 등 생필품 분야에서도 보다 강력한 디지털 전환을 일으킬 것이다.
- 화웨이는 한때 마오쩌둥이 실천한 '농촌에서 시작하여 도시를 포위하는 전략'을 참고하여, 경쟁기업이 감히 손을 못대고 있는 농촌지역 시작을 개척함으로써 존재감을 높여 온 이력을 갖고 있다. '중국 신흥기업의 정체'에 따르면, 화웨이는 먼저 도시 주변에서 서서히 세력을 확대하여, 도시를 포위한 다음 도시의 점유율 획득을 꾀하고 있었다. 중국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시에도 이같은 전략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화웨이는 개도국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유럽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 갔다.
- 우리들은 페이스북을 강한 회사로 만들기 위해, 우수한 인재가 세계에 큰 영향을 주고 다른 우수한 인재로부터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해커웨이라 불리는 독자적 문화와 경영기법을 육성해 왔습니다. 해커에 대해 미디어는 컴퓨터는 침입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부당하게 부정적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해킹은 단순히 무엇을 빠르게 만들거나 가능한 범위를 시험한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다른 많은 것들과 똑같이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쓰이지만, 지금까지 네가 만난 압도적 다수의 해커들은 세계에 전향적인 임팩트를 주고 싶어 하는 이상주의자였습니다. 해커웨이란 지속적인 개선이나 개량을 위한 방법입니다. 해커는 항상 모든 것을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며 개선하려 합니다. 그들은 가끔 불가능하다면서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만, 그럼에도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랫동안 최고라고 평가받는 서비스는 한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빠르게 세상에 내놓고 배우면서 개량하는 것을 반복해야 만들어집니다. 이런 사고방식에 기초하여 우리들은 페이스북을 시험할 수 있는 수천 가지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벽에는 "빠른 실행은 완벽보다 낫다"라고 써 놓고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해킹은 똫나 본질적으로 스스로 손을 계속 움직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커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실현가능한가,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의논하기 전에 일단 시작품을 만들어 어떻게 되는지를 관찰합니다. 페이스북의 사무실에서는 "현장은 의논보다 낫다" 라는 해커의 만트라(주문)가 자주 들립니다. 해커문화는 매우 개방적이며 실력을 중시합니다. 해커는 요청을 잘하거나 많은 사람을 관리하는 자가 아니라, 가장 우수한 아이디어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사람이 항상 승리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저커버그,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 중, 닛케이 인터넷판 '기업문하는 해커웨이, 빠르고 대담하고 개방적이 되어야, 페이스북 상장에 맞춰' 120202)
- 페이스북이 SNS에서 강력한 기반을 구축해 특화하고, 광고유치를 통해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데 반해, 텐센트의 사업영역은 다르다. 텐센트는 SNS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매우 폭넓은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의 제공, 결제 등 금융서비스, AI를 이용한 자율주행이나 의료서비스의 참여, 아마존 AWS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알리바바와 정면승부를 걸고 있는 신소매 점포진출 등이 있다. 텐센트가 어떤 기업인지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첨단기술의 종합 백화점이라 할 수 있다.
- 위챗 미니프로그램은 플랫포머에게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텐센트는 앱 개발자에게 위챗 플랫폼을 개방했다. 텐센트가 인정한 앱 개발자의 앱이라면 위챗에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 앱에 대한 종래의 개념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서는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위한 앱 스토어가 난립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음. 느닷없이 구글이 철수하는 바람에 구글 플레이를 사용할 수 없어져서 바이두나 텐센트, 스마트폰 메이커 등이 독자적으로 앱스토어를 운영해야 했다. 앱 개발자는 구글 플레이 대신 각각의 많은 스토어에 맞는 앱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의 커뮤니케이션 즉, 상호 소통수단의 중심에 자리잡은 위챗이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앱 개발자는 모두 미니프로그램에 뛰어들게 됐다. 결과적으로 미니프로그램 개발자는 개시 후 2년 만에 150만명을 넘어, 2017년 1년간 104만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 종래 스마트폰앱과 비교하면, 미니프로그램은 전용 스토어가 없는 것이 특징. 이용자가 이용하고 싶은 앱을 입수할 주요 방법 중 하나는 QR코드의 스캔이다. 레스토랑의 앱이나 소매점의 앱 등 오프라인 매장의 서비스와 연결되어 있는 앱이 많다. 미니프로그램은 온라인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이나 소매점 같은 오프라인에도 개방되어 있어서 소매점, 즉 신소매의 세계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MAU 숫자는 서비스 개시 이후 순조롭게 증가하고 있다. 18년에 들어서는 급증해 4억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 모바일 게임이다. 여타 생활 서비스, 모바일 쇼핑, 여행관련 서비스, 툴, 금융 관련 서비스 등도 이용되고 있다.
-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의 개념을 대신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미니프로그램은 경제권을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앤트 파이낸셜이나 바이두 등도 같은 개념의 서비스를 도입해 따라가는 양상이다. 텐센트의 강점은 10억명 이상이 위챗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활용해 대규모 이용자를 폭넓게 확보함으로써 플랫폼 패권을 장악하려는 것이 텐센트의 전략으로 판단된다.
- "늦게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텐센트는 모방자이지 창조자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구글도, 다른 사람의 것을 따라 하지 않았나, 가장 총명한 방법은 가장 멋진 것을 학습하는 것이며, 이어 기존의 것을 뛰어넘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 무엇인가를 세상에 내놓는 식의 경쟁은 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해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마화텅)
-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무상제공하는 이유에는 대략 2가지가 있음. 하나는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이용자가 늘어나면 안드로이드와 함께 제공되는 구글 서비스의 이용자가 늘며, 이는 바로 광고수입의 증가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가운데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라는 OS가 있는데 구글검색, 지도, 동영상 전송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한가지는 구글 앱스토어 구글플레이가 실행하는 콘텐츠의 판매임. 애플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구글 플레이도 앱을 판매함. 구글 플레이를 통해 판매되는 앱이나 인앱결제콘텐츠에 대해, 구글은 판매액의 30%를 수수료로 받음. OHA를 통해 구글플레이가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iOS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앱은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만 다운받을 수 있는 데 반해, 안드로이드에서 구동되는 앱은 구글 플레이 외에 다른 곳에서도 다운로드할 수 있다. 구글은 앱 판매에서 아이폰만큼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지는 않다. 스마트폰 앱 분석회사 센서타워의 조사에 의하면 18년 상반기 구글플레이 앱 다룬로드 수는 애플 앱스토어의 2배 이상이지만 수익은 거의 절반 정도에 불과. 이는 구글 플레이 이외에 앱스토어가 존재하고 안드로이드가 값싼 단말기에도 많이 탑재되고 있는 것, 개도국에서 보급률이 높은 것 등의 이유 때문이다. 또한 구글이 10년 중국의 검색 비즈니스에서 철수한 사실도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사업에 큰 난관을 초래했음. 안드로이드에는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라 불리는 OS가 있다. 제공되는 서비스는 OS의 중심 부분뿐이며, 스마트폰 메이커는 AOSP를 바탕으로 한 독자적인 OS를 만들어서 탑재할 수 있다. 이 AOSP에는 구글의 서비스가 탑재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거대시장인 중국에서 보급되고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탑재된 것이 AOSP다. 그러나 중국 국내에서는 구글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 즉, 중국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는 구글의 검색도 구글 플레이도 구동할 수 없다. 지금 구글은 중국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수익을 얻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 구글은 지금까지 수많은 선도적 기술로 계속 성장해 왔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대형 프로젝트 등의 분야에서는 여타 메가테크 기업에 뒤처졌다. 예를 들어 현재 구글은 클라우드 사업에 힘을 쏟고 있지만, 아마존 AWS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또한 막대한 수입의 대부분을 광고수입의 대부분을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구글의 광고 비즈니스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뜻도 되지만, 광고 사업 이외의 수익사업에서는 큰 진전이 없다는 뜻도 된다. 이러한 배경도 구굴이 AI에 주력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구글에게는 AI 사업이야말로 과학기술 기업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17년 5월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는 바둑의 세계 챔피언과 대결하여 여유있게 승리했다. 이는 당시 세계적 화제가 되었다. 이 알파고의 기초가 되는 기계학습기술인 텐서플로는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다. 구글은 자사 오픈소스를 많은 개발자들이 활용하여,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기를 바라고 있다. AI용 반도체 개발에 진출한 사실도 놓칠 수 없다. 구글이 개발한 AI 반도체가 바둑 세계 챔피언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그 알파고에도 탑재되어 있다. 반도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에는 통상적으로 몇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구글은 설계부터 운용까지 1년만에 끝마쳤다.
- 구글이 말하는 10가지 명제
(1) 이용자에게 초점을 맞추면, 다른 것은 모두 뒤따라온다
(2) 한가지 일에 철저하게 잘하는 것이 먼저다
(3) 늦는 것보다 빠른 것이 좋다
(4) 웹상의 민주주의는 기능한다
(5) 정보탐색을 원하는 것은 컴퓨터 앞에 있을 때만이 아니다
(6) 나쁜 일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
(7) 세계에는 정보가 넘쳐난다
(8) 정보에 대한 갈증은 모든 국경을 초월한다
(9) 정장이 없어도 진지하게 일할 수 있다
(10) 훌륭하다로는 만족할 수 없다.
구글이 10가지 명제를 만든 것은 회사 설립 이후 몇 년이 지난 뒤였다. 구글은 상이 이 리스트를 다시 확인하고, 현실과 괴리가 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고 있으며, 10가지 명제가 현실임을 바라면서, 항상 이대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경영학적으로 보면 이 10가지 명제는 구글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행동지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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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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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심리 2020. 2. 11. 08:09

- 우리 뇌는 사람을 볼 때 그가 동성이면 '이 사람이 나의 친구냐 적이냐,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이냐 적대적인 사람이냐'를, 이성이면 '나의 메이팅 파트너가 될 많나 사람이냐 아니냐'라는 판단을 순식간에 내린다.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순식간에 싹 스치고 지나가요. 그리고 그 관점에서 그 사람을 판단해요. 그게 계속 영향을 미치고요.
- 나이가 들수록 인지적 유연성이 떨어짐. 인지적 유연성이란 상황이 바뀌었을 때 자신의 전력을 바꾸는 능력을 말하는데, 그걸 잘 못하게 됨. 의사결정이 빨라졌으니까 잘못될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졌을 텐데, 고집스럽게 안 바꾸니까 자신의 성공사례에 오히려 발목이 잡혀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 아놀드 토인비가 말하는 이른바 휴브리스가 바로 이런 것임. 영웅은 결국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준 경험에 발목이 잡힌다. 우리는 나이가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생각이 늘 열려 있는 사람들, 그래서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고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는 분들, 젊은이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르신들을 존경한다.
- 젊은 시절에 자신만의 지도를 그리지 못하면 40대, 50대, 60대가 되어서도 남의 지도를 기웃거리게 된다. 남의 지도를 뜯어내 대충 맞춘 누더기 지도를 들고, 그걸 자기 지도라고 믿게 된다. 먼저 세상을 살아낸 여러분에게 후배들은 틀림없이 물어볼 것이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젊은 시절 지도 그리기를 게을리하면, 여러분만의 시각이 담긴 지도를 그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 지도를 그리는 빠른 방법이란 없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시간만이 온전한 지도를 만들어준다. 유치원생의 마음으로 미친 듯이 세상을 탐구하라.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지도를 얻게 되는데, 그 지도가 아무리 엉성하더라도 자신만의 지도를 갖게 되면 그 다음 계획을 짜고 어디서 머물지를 계획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남은 인생 동안 그 지도를 끊임없이 조금씩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함.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길을 물어보면 여러분의 지도를 보여주며 '나는 이 지도로 내가 갈 곳과 머물 곳을 정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우울증에 걸리면 과순응 행동을 하게 됨.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보이는 사회성 변화중 하나가 자기주장이 사라진다는 것. 남이 하자는 대로 눈치를 보고 남이 원하는 걸 들어준다. 기분이 우울한데 왜 순응성이 늘어날까요?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놓고 굉장히 부정적인 판단을 많이 하기 때문. 저 사람이 나를 조금이라도 안 좋게 볼 가능성이 있는 행동은 아예 안 하는 것이다. 평소에 자기 소신이 있고 의견도 주고받던 사람이 어느 순간 남들이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른다면, 요즘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우울감이 증가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만드는 것도 결정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임. 집에서 키우는 개와 들에서 자란 개 중에 누가 더 의사결정을 잘할까? 들에서 자란 개는 굉장이 다양한 상황에 놓이고 그때마다 해야 하는 의사결정의 스펙트럼 역시 굉장히 넓었을 것이다. 반면 주인이 대부분 의사결정을 하는 안전한 집에서 편하게 자란 개들이 할 만한 의사결정이란 매우 제한돼 있다. 의사결정 장애가 있는 분이라면 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놓이도록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정을 해보고 결국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경험을 많이 해보면 자신감이 생긴다. 남들에게 항상 스마트하게 보이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중요함.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킬가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패해도 별일 없다는 경험을 자주 해야 한다. 우유부단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직관을 믿으세요'라고 말해준다. 신중하게 고민할 때보다 직관을 따를 때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해서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안 하는 것보다 차라리 직관을 믿고 결정하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비교의 대상이 다르다. 우선순위를 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판단기준이 생기면 의사결정은 단순해지고 빨라진다.
- '지금 우리 사회는 욕망의 자본주의 시대다. 요즘 젊은이들은 집어등에 달려드는 오징어 떼 같은, 그러니까 그 욕망이 자신에게 좋은지 나쁜지도 잘 모르면서, 심지어는 독이 되는 욕망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내달리고 있다.' 학습된 욕망, 부모로부터 혹은 사회로부터 내려와 스며든 욕망들이 자신의 욕망인줄 알고 열심히 추구하다가 동력을 잃어버리면 어느 순간 좌절하고, 벽을 만나 실패하면 더 이상 추동할 힘이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하는게 지금 우리 사회다.
- 결핍은 때로는 우리에게 강한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할 의욕을 심어주고, 내 삶을 성장하게 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나친 결핍은 사람들의 생각을 좁게 만들고 자기조절능력을 떨어뜨리며 타인과의 관계를 왜곡시키는 정신적 병균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징크스나 미신을 믿는 이유는 미래라는 굉장히 통제하기 어렵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그것을 통제하기 위해 인과관계를 억지로 갖다 붙인, 그래서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입시와 관련해서 유독 미신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시험 결과에 대한 확신은 없고 시험을 잘 치러야 한다는 욕망은 강하고, 노력 이상의 행운을 필요로 하는 상황, 다시 말해 결과에 대한 기대는 높은데 미래에 대한 통제권이 약할수록 우리는 그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 아무 상관없는 인과관계를 끄집어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스피노자는 '신학-정치론'에서 이런 말을 했따. "만약 자신의 모든 환경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거나 지속적으로 행운이 따라준다면 인간은 결코 미신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 것이다."
- 음모론은 발견된 사실들 가운데 비어있는 영역, 즉 설명이 되지 않는 영역을 메우고 싶어 하는 우리 본능과 관련 있다. 음모론은 사건과 사건 사이에 끊어져 있는 고리를 연결해 세상을 잘 짜인 스토리로 이해하려는 노력, 이를 위해 인과관계를 만들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우리 뇌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 안에 굉장히 그럴듯한 이야기를 집어넣을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음모론들이 굉장히 그럴싸하게 들리는 것이다. 음모론을 쉽게 믿는 분들은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 인과관계가 파악되어 원인을 알 수 있고 심지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분들이다.
-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는 뜻밖의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얻었을 때 우리에게 찾아온다. 이미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선 어떤 것도 행복하지 않다. 월급날 월급이 들어올 때보다 지금 강연장을 나가다 복도에서 5만원짜리 지폐를 주웠을 때 더 기쁜 것처럼 행복은 보상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고 기대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행복도 사라질 것이다. 반면 불행은 미리 안다면 그 크기가 엄청날 것이다. 우리가 불행이 닥친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는 결국 견디고 감내하지만, 예고된 불행은 그 순간 더 큰 불행의 시작이 된다. 당신이 5년 후에 치매에 걸린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상상해 보라. 지금부터 5년 동안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아마 치매보다 더 큰 고통에 시다릴게 될 것임. 다시 말하면,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행복은 더 크게 누리고 불행은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미신과 징크스는 미래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지만, 미래를 통제하는 것이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함. 인생은 알 수 없기에,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에 흥미진진한 그리고 견딜만한 탐험이다.
- 상충하는 두가지 욕구 사이에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우리 앞에 놓인 모든 가설들을 지극히 회의적으로 면밀히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생각에도 크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 여러분이 뭐든지 의심하기만 한다면, 어떤 새로운 생각도 보듬지 못할 것임.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비상식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괴팍한 노인네가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귀가 가볍다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마음을 열면, 그래서 회의적인 감각을 터럭만큼도 갖추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가치있는 생각과 가치 없는 생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모든 생각들이 똑같이 타당하다면 여러분은 길을 잃고 말 것이다. 결국 어떤 생각도 타당성을 갖지 못할 것이기겠기에 말이다. (칼 세이건, 회의주의자가 짊어진 부담, 패서디나 강연, 1987)
- 인간의 지적 능력은 얼마나 많은 방법을 알고 있느냐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로 알 수 있다. (존 홀트)
- 럭셔리 마케팅이란 잠재적 구매자뿐만 아니라 나머지 99%의 구경꾼들도 꿈꾸게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 1%가 비싼 대가를 지불할 이유가 생기니까. 이 차를 구매했다는 사실이 구매자의 능력을 보여주고 생존과 짝짓기에 유리하도록 해주어야 더 많이 팔릴 것이다. 실제로 이런 전략을 사용해서 성공한 자동차회사가 바로 BMW코리아다. BMW 코리아는 아무도 외제차를 광고를 안 할 때 처음으로 매스미디어 광고를 하고, 차의 구매를 성공과 등식이 되도록 설정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BMW 자동차를 성공의 지표로 삼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되면, 충분히 성공하지 않은 사람들마저 차를 구매함으로써 마치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전략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소비가 더욱 늘어난다.
- 예전에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대뇌 안쪽 측두엽 근처 해마라는 영역을 많이 사용했을 것이다. 이 영역이 발달하면 머리가 좋은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 그런데 현대 사회에 와서는 전두엽, 즉 정보를 빠르게 스캐닝하고 필요한 정보가 뭔지 찾아서 결합하고 신속하게 맥락을 이해하는 영역을 더 많이 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 프랑스 계몽시대 철학자이자 작가 볼테르는 "의심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확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4차 산업혁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리가 안다고 확신한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방향일지에 대한 공포와 불확실성으로 얼어붙는다면 이 역시 순진한 행동이다. 4차 산업혁명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그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만드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 (클라우스 슈밥)
- 일상몰입은 창의적인 우리의 일상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년간 기발한 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그들의 뇌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창의적인 발상의 순간, 이른바 '아하! 모멘트' 일때 오른쪽 귀 왼쪽 부분에 해당하는 전측 상측두회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역은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 뇌과학자들도 아직 잘 모르는 영역이다. 예전에는 유머감각과 관련이 깊은 영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유머 감각이란 뻔한 전개의 마지막을 뒤트는 반전이 핵심이다. 아마도 이 영역이 그런 걸 담당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영역은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안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나 산책을 할 때와 같은, 한마디로 멍 때릴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다.
- 예전에는 창의성의 기원을 주로 몰입으로 설명해왔다. 다시 마래 뇌 전체가 한가지 목적적 사고에만 집중할 때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온다. 물론 그것도 맞겠지만, 완전히 반대로 뇌 전체가 비목적적인 사고를 하면서 이런저런 몽상을 할 때에도 불현듯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는 게 이번 연구의 의미다. 사실 우리에겐 목적적 사고를 하는 몰입의 순간가 목적에서 완전히 벗어난 비목적적 사고의 시간이 모두 필요하다.
- 현실은 진실의 적이다.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누구를 미치광이라 부를 수 있겠소? 꿈을 포기하고 이성적으로 사는 것이 미친 짓이겠죠. 쓰레기 더미에서 보물을 찾는 것이 미쳐 보이나요? 아뇨! 너무 똑바른 정신을 가진 것이 미친 짓이오! 그중에서도 가장 미친 짓은 이상을 외면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오.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 하나의 혁명적 아이디어가 세상에 퍼지고 결국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기성세대가 설득되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젊은 세대가 주요 세대로 등장하면서 바뀌는 것뿐이다. (닐스 보어)
-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일치하는 세상이 되면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를 그곳에서 찾겠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많이 고용하지 않아도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완전고용이라는 자유시장 경제학의 가설은 앞으로 달성하지 못할 가설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세상에서 예전처럼 일하지 않는자는 먹지도 말라며 노동을 강조하면, 답이 안 나올 수 있다. 일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제공하지 않으면, 더 이상 자본주의 시스템이 운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산에 기여하지 못하는 인간이 소비로라도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은 작동을 멈출 것임. 이렇게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한 세상이 다가오기에, 우리가 그것을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 독창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을 연구하고 접촉해온 끝에 아는 놀랍게도 그들이 겪는 내면의 경험이 우리가 겪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두려움을 느끼고 회의에 빠진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용기를 내서 행동에 옮긴다는 점이다. 그들은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후회를 덜 한다는 사실을 마음 속 깊이 알고 있다.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 혁신적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람들은 위험감수 성향보다는 위험 관리성향이 강다하. 그들은 모호한 상황에서는 쉽게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며, 그 확률을 제대로 계산하려고 애쓴다. 계산 결과 확률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그것을 보수적으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빌 게이츠는 하버드를 중퇴하고 창업한 것으로 알려져, 굉장히 단호하고 자기 확신이 강하고 위험감수 성향이 높은 것으로 많이 회자되는 대표적 인물이다.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롤모델이다. 아이비리그를 다니던 그가 안정적 미래를 버리고 과감하게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을 부러워 한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게이츠는 실제로 위험감수 성향이 그다지 높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학교를 중퇴하지 않고 장기휴학을 했으며, 학교와 부모에게 미리 허락을 받았다. 휴학도 회사를 창업하고 1년뒤에 했다. 자기가 회사를 창업하고 계속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게다가 학교도 나중에 복귀할 수 있는 휴학상태에서 본격적인 창업을 시작한 것. 게이츠는 만은 사람들이 짐작하는 것처럼 위험감수자로 인용되기보다는 위험을 잘 관리하는 사람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함.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혁신가는 늘 직면할 수밖에 없는 위험이라는 녀석을 잘 관리하는 능력을 가져야만 한다. 그것을 너무 만만하게 보아서도, 무모하게 돌진해서도 안된다.
- 우리는 모순되는 두 주장 사이에서 매우 섬세하게 실천에 옮겨야 혁신에 도달할 수 있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 실행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섣불리 시도해서는 안된다는 주장 또한 맞다. 퍼스트 펭귄이 되어야 하지만, 쉽게 바닷속으로 뛰어들어서도 안된다는 주장 또한 사실이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위허을 잘 관리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도 옳다. 일견 상반되는 듯 보이는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현명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자들에게 혁신은 찾아온다. 시대에 순응하지 않는 자들은 과감하되 무모하지 않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되 실패하지 않기 위한 준비에 철저한 사람이어야 한다. 시대에 순응하지 않는 자들의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탐험이다. 그 중에서 성취를 이룬 자들은 사려깊게 준비한 탐험가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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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에게 필요한 것

etc 2020. 2. 11. 08:08

스마트폰 화면을 엄지와 검지로 벌려 확대하거나 좁혀서 축소하는초점 조작(pinch to zoom)’ 기능은 미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인 대니 힐리스의 머리에서 나왔습니다. 그를 만난 스티븐 잡스가 애플 제품에 아이디어를 적용했고, 대부분 모바일 화면의표준 기능으로 확산됐습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창조성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는 데이비드 에드워즈 교수는 힐리스가 발휘한 능력을미학적 직관이라고 부릅니다.

처음 가보는 길을 개척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을 필요한 것은 논리와 전략이 아닌직관이라는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31일자 A26 기사 예술과 과학 넘나들 위대한 창조물나온다>는창의와 융합 강조되는 시대에 필요한 창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창조를 추구하는 뇌에서 나타나는 감정적이고 인지적인 신경상태에 주목해야 한다. 창조를 위해서는 직관과 함께 열정, 공감, 순수함, 겸손, 지능, 집요함의 일곱 가지 미학적 요소가 필요하다.”

이런 것을 갖출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미학적 창조 가능해집니다. “미학적 창조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이익이나 문화적 영향력에 좌우되지 않는다. 미학적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개척자의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개인의 이기심을 넘어 대중과 창조적 대화를 나눔으로써 중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미국 아메리칸 레퍼토리극장의 예술감독 다이앤 파울루스는미학적 창조 연극에 생명을 불어넣은 인물로 꼽힙니다. 그는 관객이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던 연극에 활로를 열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극의 무대를 숲속에서 뉴욕의 디스코클럽으로 옮기고, 요정의 오베론은 나이트클럽 대표로 탈바꿈시켰으며, 관객들에게 익숙한 1970년대 음악을 사용했다.” 이렇게 탄생한 <동키쇼>는 1999 막을 올린 이래 전문가들의 극찬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상황을 관찰하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미학적 지능 발휘한 덕분입니다.

독특한 지붕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도미학적 지능 결과물입니다. 성당을 건축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고대 로마의 건축기술을 되살려보겠다는 열정을 품고, 당시 학문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던 공학과 수학 지식을 활용해 지붕을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나의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전설적인 창조자들이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있도록 도와준 후원자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피렌체가 미학적 창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활짝 품을 열어준, 가능성의 문화로 가득 있던 것도 두오모 성당 탄생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에드워즈 교수는진정한 창의와 융합 위해서는 미학적 창조를 향한 욕망과 열정을 뒷받침해줄 후원자들의 지원과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결과물로 나타나려면, 피렌체와 같은 문화실험실이 더욱 많아지고 활성화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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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공부법

인문 2020. 2. 8. 16:11

- 메타인지란 인지과정에 대해 인지하는 능력을 의미. 즉, 자신이 뭘 알고 모르는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가를 불러올지에 대해 아는 능력.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과정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발견하며, 통제하는 정신작용을 의미하는 초인지로 번역됨. 메타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 자신의 학습방법을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과정, 생각에 대한 생각, 인식 넘어 인식, Think beyond think, 내면 세계의 인지능력, 자기관찰능력,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 등으로 설명. 학습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지가 무엇보다 중요. 즉, 메타인지를 통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가장 효율적이 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해 자신만의 학습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성공학습의 관건이 됨.
- 기억은 사진을 찍듯이 대상을 머리에 집어 넣었다가 꺼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적용해 학습내용을 조직화시켜 뇌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는 것. 따라서 메타인지 학습전략을 활용해 공부법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그 방법을 계속 수정보완해 나가는 학생들은 학업에 있어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모 교수, 성균관대)
- 기억을 할 때는 정보를 정교화하고, 새로운 정보를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연관 지어서 얼마나 잘 연결이 되는지 생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니엘 샥터, 하버드대 심리학과)
- 학원을 다니면 공부를 잘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가? 라는 질문에 상위 1% 이내의 학생은 한명도 그렇다고 대답한 학생이 없었는데, 놀랍게도 하위 70-100%이내 학생들은 43.2%가 그렇다고 대답. 그들은 배운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학원에 앉아 있으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쉽고 편한 공부는 없다고 단언한다.
- 전교 1등은 빨리 많은 양을 외워야 할 때는 공부-공부 방법이 낫지만 외웠던 것을 보지 않고 꺼내서 써야할 때는 공부-시험 방법이 공부한 내용을 정확히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라 했다. 그러나 학생들 대부분은 예비시험과 시험 사이에 공부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공부-공부가 제대로된 공부법이라고 생각했다.
- 전교 1등 학생이 등교하는 모습은 겉으로 보기엔 보통 아이와 다른 것이 없다. 그런데 머릿속은 전혀 다르다. 보통 아이들과 달리 이제 오늘 시간표를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어제 배운 내용, 오늘 배운 내용들을 떠올리며 머릿속에 넣으려 노력함. 아침 자습시간까지 되새김질이 이어짐. 기억 떠올리기에 성공한다면 좋지만 만약 실패한더라도 어느 부분을 모르고 있는지 점검이 되기 때문에 다시 그 부분을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좋은 것이 아니고 확인만 하더라도 장기기억으로 가는 것이다. 어제 배운 내용을 다져놓으면 오늘 배우는 내용과 연결되고 이렇게 하다보면 기억이 오래 간다는 것이 인지과학의 결론이다.
- 멧칼프 교수는 몰아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지금 당장 다 끝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고, 분산학습은 덜 배웠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게됨.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던 것에 새로 배우는 것을 연결지으면서 기억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냥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이 만약 강의에서 이전에 수업한 것과 연결지을 충분한 시간ㅇ르 주지 않고 진도만 뺀다면 몹쓸 짓을 하는 것이다. 진짜 공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므로 이것이 가능한 학생은 많지 않다. 자기주도 학습을 하는 학생들만이 할 수 있다. 능동적인 학습이 공부성과를 높이는데, 분산학습과 셀프테스트, 메타인지 판단 같은 것을 묶어주는 것이 바로 능동적인 학습이다. 장기기억 학습의 또 다른 장애물은 학원의 몰아치기 학습이다. 학교도 학원도 한꺼번에 쉬지 않고 공부하면서 머리에 많이 집어넣기 경쟁을 하고 있다. 진짜 공부는 기억에서 꺼내고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공부기술을 갖고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게 됨.
- 하브루타란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유대인의 공부법이자 교육법을 의미. 쉽게 말해 이야기하면서 공부하는 방법, 혹은 말하는 공부법이라고도 불림. 하브루타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질문. 왜냐하면 하브루타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또 다른 질문으로 연결되기 때문.
- 55년 아인슈타인이 죽고 나서 뇌를 눈으로 봤을 때는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었음. 70년대 CT를 통해 뇌를 살펴봤더니 사고를 담당하는 회백질의 전두엽 부분에 주름이 많았다. 80년대 MRI를 통해 뇌를 찍었더니 좌측 하부 두정엽의 뉴런 수는 평균적 수준이지만 아교세포 수가 훨씬 많았다. 2010년대 PET-MRI를 통해 뇌를 찍어봤더니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은 미엘린이 발견됨. 미엘린은 전선의 피복처럼 뇌신경을 감싸고 있는 물질로서 정보를 더 안정적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정보처리 능력을 향상시킴. 그리고 아교세포는 미엘린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함. 최근까지 밝혀진 내용을 바탕으로 추론하면 다음과 같다. 미엘린은 육체적 정신적 스킬 향상의 핵심부분이며, 미엘린 층의 두께가 스킬의 수준을 좌우. 결국 아인슈타인의 탁월한 지적 능력은 미엘린 때문이다. 앞으로 뇌 촬영기술이 좀더 발전되면 또 다른 지식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 대니얼 코일은 탤런트 코드에서 미엘린에 대해 자세히 다룸. 코일은 스포츠와 예술, 취미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사람들의 비밀이 미엘린에 있다고 단언. UCLA에서 미엘린을 연구하는 조지 바조키스 박사는 "모든 기량, 언어, 음악, 동작은 살아있는 회로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회로는 특정 규칙에 따라 증식된다. 증식된 회로가 바로 미엘린이다." 라고 말함. 코일은 미엘린의 특성에 따라 재능을 지배하는 세가지 법칙으로 시층연습과 점화, 마스터 코칭을 강조. 천재라고 불리는 위대한 예술가들은 예외없이 오랜시간 동안 반복연습을 통해 미엘린 회로를 최적화하고 실수를 교정하면서 심층연습을 통해 실력을 연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완벽한 연습을 하려면 과제를 거대한 덩어리로 인식한 후 잘게 나누고, 주기적으로 반복하면서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함. 기술향상을 위해 심층연습을 하려면 에너지와 열정, 헌신적 노력이 필요하므로 동기에 불을 붙일 수 있는 강력한 '점화'의 계기가 필요함
- 어떤 분야든 위대한 성과를 내는 사람 곁에는 신중한 생각과 심오한 지식, 현실적 절제심을 갖추고 재능을 경작하는 마스터 코치가 있다. 마스터 코치는 지식 매트릭스(지식, 전략, 경험, 본능 등)를 작동시키고, 기자처럼 정보를 수집하며, 올바른 목적지로 향하도록 GPS를 작동시킴. 마스터코치는 제자들을 심층 연습구간에 들어가게 해서 미엘린을 늘리기 위한 신호를 최대한 많이 발사하도록 돕는다.
- 운동으로 신체의 혈류 대사량이 증가되면 신경세포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네가지 호르몬이 방출된다. BDNF(brain derived neutrophic factor)와 IGF1(insulin-like growth factor 1), VEGF(vascylar endohelial growth factor), FGF(fibroblast growh th factor) 등 네가지 호르몬은 뇌 성장을 촉진하는 영양제라 할 수 있다. BDNF는 신경세포를 성장시키는 DNA의 스위치를 켜서 공부한 내용을 기억하게 만드는 마법의 호르몬인데 뇌세포 강화, 자가치유, 우울증 치료, 기억력 증진 등에 영향을 미침. BDNF는 학습에 매우 중요한 신경화학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의 생성을 증가시킴. 이 물질들은 뇌를 각성시켜 집중력과 동기부여, 긍정 마인드, 인내심, 자제력 등을 향상시킴으로써 학습효과 증진에 도움을 줌. IGF1은 신경세포를 자극해 포도당의 원활한 공급과 세로토닌 생성을 돕고, BDNF의 수용체수를 늘려줌으로써 시냅스를 강화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함. 신경세포를 생성하거나 신경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혈액이 산소와 영양소를 뇌로 원활하게 공급해 주어야 하는데, 혈액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는 모세혈관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 바로 VEGF다. VEGF는 간에서 만들어진 IGF1이 뇌 속으로 침투할 수 있게 돕고, 운동으로 근육내의 산소가 부족할 때 새로운 모세혈관을 만들어서 산소공급을 돕는다. FGF는 신경세포 증식에 필요한 호르몬으로써 시냅스를 강화하는 역할을 함.
- 운동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 능력을 높여서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고, 신경세포 간의 시냅스 연결을 도움. 스트레스를 받으면 변연계의 편도체에서 시상하부에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라는 명령을 하고, 시상하부는 뇌하수체를 자극하고, 뇌하수체는 췌장의 부신샘을 자극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함. 적당량의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서 면역력을 증각시키지만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해마가 쪼그라든다. 신경세포가 죽으면 시냅스도 줄어들고, 해마도 작아져서 학습효과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 백색소음이란 주파수 스펙트럼이 전체적으로 넓고 일정해서 쉽게 귀에 익숙해지는 소음을 뜻함. 선풍기나 에어콘, 청정기, 환풍기 등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잡음이나 바람, 비, 폭포, 파도, 새 등 자연에서 나는 소리가 대표적인 예이다. 백색소음은 긴장을 줄이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공부에는 별로 도움이 안됨. 한 연구팀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더니 조용했을 때보다 백색소음이 있을 때 기억력이 떨어졌다. 안타깝지만 소음으로 가득한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공부가 잘 된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 미국 정신학자 젠킨스아 달렌바흐는 수면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를 했는데, 공부한 뒤에 바로 자는 것이 기억량을 늘리는 비결이라고 한다. 연구에 의하면 잠을 자지 않고 계속 깨어 있으면 8시간 뒤에 90%를 잊어버리지만, 공부를 하고 난 후 곧바로 자서 8시간 뒤에 일어나면 50% 정도밖에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우리 뇌가 수면 중에도 활동을 하기 때문이고, 이 과정에서 기억해 둘 필요가 있는 내용과 기억해 둘 필요가 없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구분되며 뇌가 필요한 것만 기억속에 저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암기한 것을 잊어버리는 원인 중 하나가 간섭효과(신문이나 텔레비전 등 다른 언어적 정보가 들어오는 바람에 앞에서 습득한 교재, 문제집 등의 언어적 정보가 날아가버리는 현상) 때문인데, 간섭효과에 의한 망각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수면 중에는 간섭효과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 밤에 공부가 끝나면 좌뇌를 자극하는 불필요한 일은 피하고 빨리 잠자리에 드는 것이 기억을 유지하는 데 좋다.
- 또한 이러한 기억의 효과가 가장 높은 시간은 잠들기 전 30분 동안. 왜냐하면 그 시간 이전에 기억한 내용들은 잘 때 상당부분 잊어버리기 때문. 따라서 잠들기전 30분 동안은 공부할 때 정말 황금시단대와 같다. 이런 귀한 시간 이전에 기억한 내용들은 잘 때 상당부분을 잊어버리기 때문. 따라서 잠들기 전 30분 동안은 공부할 때 정말 황금시간대와 같다. 이런 귀한 시간을 스마트폰, TV, 컴퓨터 게임, 만화 등으로 보내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 시간대에 공부하는 사람만이 공부의 효율을 확실히 높일 수 있다. 그런데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으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것보다 전날에 공부한 내용을 총복습하는 것이 효과적임. 편하게 책을 훑어보는 정도만 공부해도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지식을 머리에 넣을 수 있다. 이때 암기까지 한다면 효과는 더욱 커짐
- 어떻게 해야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우리 뇌의 간뇌 천장에는 송과선이란 부위가 있다. 송과선은 빛의 양에 따라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과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 비슷한 이름처험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은 뇌 속에서 원래 같은 물질임. 그런데 망막에 느껴지는 빛의 양에 따라 다른 호르몬으로 바뀌는 것임. 즉, 망막이 저녁 어둠을 느끼면 멜라토닌이 되고, 망막이 아침 해를 감지하면 세로토닌이 되는 것. 두 물질은 미묘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데, 세로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한지 약 15시간 후에 멜라토닌이 자동으로 분미됨. 결국 뇌의 능력을 최고로 유지하면서 최상의 수면을 취하려면 멜라토닌을 풍부하게 분비시켜야 함. 그러기 위해서는 아침 해를 받고 깨어난 후 15시간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침 7시에 일어났다면 밤 10시에는 자는 것이 좋음. 자연스럽게 최적의 수면시간은 9시간 정도가 됨. 그리고 계절에 따른 일출과 일몰 시간을 고려해 여름엔 한 시간 정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고, 겨울에는 한 시간 정도 기상과 취침을 늦추는 것이 좋다. 멜라토닌은 나이에 따라 분비되는 시점이 달라짐. 아동기에서 청소년기 이전과 청소년기를 지나 노인이 되기 전의 성인들은 멜라토닌의 분비시간이 같다.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멜라토닌 분비시간이 3-4시간 정도 늦어지고, 노인기에는 3-4시간 빨라짐. 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들은 저녁 10시 쯤 되면 멜라토닌이 분비되어 졸음이 오지만 청소년들은 새벽 1시가 되어야 멜라토닌이 분비된다고 함. 즉, 청소년기에는 멜라토닌 분비시기에 변화가 일어나 서너 시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는 것. 청소년기 아이들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상임. 옥스퍼드대 러셀 포스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들은 오전에 일이 잘되지만 청소년기 아이들은 오전 10-11시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해서 오후 늦게 공부가 더 잘된다고 함.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초저녁인 밤 7시에 잠들어서 새벽 4시에 깨는 것도 비슷한 원리.
- 잠을 유도하는 물질이자 최상의 수면을 돕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나이와 시간에 따라 변함. 밤에는 많이 생성되고, 낮에는 적게 생성되며, 7세 이하의 어린이게게서 많이 만들어지고, 성인에게서 적게 만들어짐. 멜라토닌은 수면주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서 해가 지면 멜라토닌 생성이 증가하며 졸리게 되는 것. 멜라토닌은 일정 수준 이하의 빛으로 망막이 어둠을 느기게 되면 분비됨. 따라서 낮이라도 어두운 곳에서 눈을 감으면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 남자 뇌와 여자 뇌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뇌량이다. 뇌량은 인간의 좌우 대뇌 사이에 위치해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두꺼운 신경섬유다발을 의미하며, 정보처리 능력에 영향을 미침. 남자는 뇌량이 가늘고, 여자는 굵은데, 이런 뇌량의 차이 때문에 남녀의 감정과 행동이 다른 것임. 여자는 뇌량이 굵어서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분산형이라 표현한다. 여자들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화장을 한다거나 통화를 하면서 요리를 하고, 아이들까지 돌볼 수 있는 것은 분산형 뇌를 가졌기 때문. 여자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주변의 움직임을 자세히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늘 새로운 정보를 갈망하며, 거기서 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틈만 나면 잡지나 스마트폰에서 신상정보를 찾는 것임. 남자는 뇌량이 가늘어서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집중형이라 불림. 남자들이 뭔가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전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집중형 뇌를 가졌기 때문. 남자들에게 수다를 떨면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도전이다. 한편 뇌량이 가늘면 좌뇌와 우뇌로 들어온 정보의 차이가 명확하기 때문에 사물을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남자들이 자동차에 빠지는 이유는 타고난 탐구심에 의해 어릴 때부터 자신보다 강하고 빠른 것을 좋아하는 남자 뇌이ㅡ 특성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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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와 메타데이터에 관해, 데이터가 내용이라면 메타데이터는 맥락이라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메타데이터는 특히 전체적으로 수집될 경우에 데이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 특정 인물을 감시할 경우에는 대화와 문자 메시지, 이메일 내용이 메타데이터보다 중요할 수 있음. 하지만 집단 전체를 감시하고 있다면 메타데이터가 훨씬 더 의미있고 중요하고 유용하다. NSA에서 법률 고문으로 일한 스튜어트 베이커는 이렇게 말했다. "메타데이터는 누군가의 삶에 관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말해준다. 메타데이터를 충분히 갖고 있다면, 내용은 필요하지 않다." NSA와 CIA에서 국장을 지낸 마이클 헤이든도 14년에 "우리는 메타데이터에 기반해 사람들을 죽인다"고 말했다. 하나는 내용, 하나는 맥락이라 크게 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가깝다. 어쨌든 그것은 우리에 대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 감시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무시하기도 쉬워짐. 그리고 더욱 거슬리는 감시 체제일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더 높아짐. 우리는 대부분 사무직 채용을 앞두고 실시되는 약물검사는 거부할 테지만, 많은 기업은 채용가능성이 있는 모든 지원자를 상대로 사생활 침해적인 신원조회를 실시한다. 마찬가지로 한 번도 상대한 적이 없거나 들어본 적도 없는 수백 개 업체에게 인터넷에서 추적을 당하는 것은 메모지를 들고 사람들을 쫓아다니는 100명의 시장조사원보다 훨씬 더덜 거슬리게 느껴진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아주 특이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아직은 많은 감시 체계가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무이다. 신분증 검사는 흔한 일이 되었지만 아직은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카메라는 도처에 있지만 아직 우리는 그 카메라들을 볼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런 감시체계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더욱 더 많은 감시를 묵인하게 될 수도 있다.
- 제러미 벤담은 1700년대 말에 돈이 많이 안드는 교도소를 짓는 방법으로 파놉티콘을 생각해냄. 그가 제안한 교도소는 모든 수감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나 감시당할 수 있는 교도소였다. 수감자는 자신이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순응하게 된다. 이 개념은 인터넷에서든 아니든 개인 데이터의 대량 수집을 의미하는 은유로 사용되었음. 인터넷에서 감시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모든 사람이 항상 감시당하고 있고, 그 데이터는 영원히 저장되고 있다. 정보시대의 감시국가가 바로 이런 모습이며, 이 국가는 벤담이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효율적이다.
- NSA가 휴대폰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
(1) 휴대폰 위치정보를 이용하여, 이동경로가 서로 교차하는 사람들을 추적. 예를 들어 앨리스라는 여성에게 관심이 있다 치자. 어느날 저녁에 밥이 앨리스와 같은 식당에 있었고, 일주일 뒤에 앨리스와 같은 커피숍에 있었고, 한달 뒤에 같은 공항에 있었다면, 그 둘이 전자기기로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해도 NSA 시스템은 밥을 앨리스의 잠재적 공모자로 표시함
(2) 해외에서 미국 요원들이 갖고 다니는 휴대폰 위치를 추적. 그런 다음 요원들의 전화 주위를 따라다니는 다른 휴대폰이 있는지 판단. 그 요원들을 미행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3) 휴대폰 메타데이터를 통해 켜졌다가 잠시 사용되고 다시 꺼진 뒤 절대로 사용되지 않은 전화기를 찾아냄. 그리고 사용패턴을 통해 그 전화기들을 한데 엮는다. 이 기법은 적발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대포폰을 찾아내는 데 이용됨
(4) 누가 전화를 끄는지, 그리고 얼마 동안 끄고 있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 그런 다음 전화를 껐을 때 그 사람들의 위치를 수집하고 그 주변에서 비슷한 시간동안 똑같이 전화를 끈 사람들을 찾아냄. 은밀한 만남을 찾아내는 것이다.
- 단 한번의 실수가 당신을 노출한다.
(1) 미국 정부와 기업들을 대대적으로 공격한 중국의 군사 해커들은 공격을 실행할 때 사용한 네트워크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한 탓에 신원이 밝혀졌다
(2) 11년, 국제해커집단인 룰즈섹 지도부 일원이던 엑토르 몬세구르는 그들의 수많은 상업용 네트워크 해킹 협의를 수사중이던 FBI에 의해 발각되어 체포됨. 몬세구르는 대체로 컴퓨터 보안에 철저했고 자신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익명의 중계 시스템을 사용했지만, 딱 한 번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수사관은 그가 채팅 중에 무심코 신분을 드러낸 틈을 타서 그의 자동차가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낼 수 있었고, 결국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냈다.
(3)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CIA국장과 불륜관계였던 폴라 브로드웰은 각별히 주의해서 자기 신분을 감췄다. 그녀는 자기집 네트워크에서는 절대로 익명의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호텔이나 다른 공공장소의 네트워크를 이용. FBI는 여러 호텔의 체크인 데이터를 연관시켰고, 결국 그녀의 이름이 공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4) 미국 법 집행기관의 웹사이트를 해킹한 혐의로 수배대상에 오른 어나니머스 소속 해커 w0rmer는 익명의 트위터 계정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 트위터 계정에는 아이폰으로 찍은 한 여인의 가슴사진이 링크되어 있었다. 사진에 담긴 GPS정보에 따르면 사진이 찍힌 곳은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주택이었다. 그리고 e0RMER가 다시 한번 등장한 웹사이트에서 '이히니오 오초아'라는 이름이 언급되었다. 결국 경찰은 오초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내어 그에게 오스트레일리아인 여자친구가 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여자친구의 사진은 이 모든 사단의 단초가 된 맨 처음 사진과 일치했다. 경찰은 w0rmer 즉 오초아를 체포했다.
- 언뜻 생각하기에는 납득이 안 되겠지만, 신원을 알아내는 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다. 아무리 평범하다고해도 각자의 고유한 특징은 있기 마련.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순서대로 100개의 영화를 제거하고 나면 각자의 영화습관은 상당히 고유하다고 함. 독서습관과 인터넷 쇼핑습관, 전화습관, 인터넷 검색 습관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에 의해서도 고유하게 식별됨. 당연히 위치정보로도 우리 각각을 식별할 수 있음. 휴대폰이 쉼 없이 발생시키는 위치정보를 이용하면 아주 큰 어려움 없이 이름을 알아낼 수 있다. 사실 그 데이터 전체가 필요하지도 않다. 단 네 개의 시간, 날짜, 위치정보로도 미국인 중 95%의 이름을 식별해낼 수 있다.
- 안타깝게도 확실한 대책은 부족함. 기업들은 일부 데이터를 제거하고 타임스탬프를 수정하거나 이름을 대체하는 ID 번호에 고의로 오류를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데이터세트의 신원을 숨겨왔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로는 신원 식별과정이 약간 더 어려워질 뿐이다. 그래서 개인식별정보라는 개념에 근거한 규제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PII는 주로 이름이나 고유의 계정번호 등으로 정의되며 여기에는 특별한 규정이 적용된다. 하지만 개인식별정보는 데이터의 양이 문제이기도 함. 익명의 정보라도 당신에 관한 정보를 가지면 가질수록 당신을 식별하기는 점점 더 쉬워짐. 대체로 개인정보 보호는 기술이나 수학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용하는 기업의 프라이버시 정책에 따라 제한받음. 그리고 고유번호로 식별하는 방식으로는 그다지 보호가 되지 않는다. 데이터는 여전히 수집되고 연관 지어져서 사용될 수 있으며, 결국 우리는 언제든 무심코 그 익명의 데이턱 기록에 우리의 이름을 부착하게 된다. 모두가 시시때때로 우리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함에 따라 도처에서 감시가 이루어지는 시대에서는 익명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익명성을 지키기 위해 더욱 확실한 기법을 개발하든지, 아니면 익명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 전통적으로 인터넷 감시는 쿠키라 불리는 것에 기초함. 쿠키라는 이름은 친근하고 무해하게 들리니, 끈질긴 식별자라는 기술적 설명이 훨씬 더 정확하다. 쿠키는 원래 감시가 아니라 웹서핑을 용이하게 하려고 만들어졌다. 본질적으로 웹사이트는 당신이 여러 번 방문하거나 클릭해도 기억하지 못한다. 쿠키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이다. 각각의 쿠키에 고유번호가 들어 있는 덕에 사이트는 당신을 식별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당신이 어느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에서 여기저기 클릭하고 있다면, 당신은 내가 8*WHLG 고객입니다 라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 덕에 사이트는 당신의 계정을 찾아내서 장바구니를 당신에게 계속 붙여놓고 다음번 방문했을 때도 기억할 수 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쿠키를 다른 사이트에 속한 페이지에도 설정할 수 있음을 재빠르게 간파했다. 물론 그 사이트의 허락을 받고 돈을 치러야 했지만 말이다. 그 결과 제3사 쿠키가 탄생. 더블클릭 같은 업체들은 서로 다른 여러 사이트에서 웹 사용자들을 추적하기 시작. 이때부터 광고는 인터넷에서 사람들을 따라다니기 시작. 특정 자동차나 휴가지, 질병이름을 검색하면 당신이 방문하는 모든 상업적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 자동차나 도시, 의약품 광고를 몇 주간 보게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충격적일 정도로 광범위하고 확실하고 수익성 높은 감시 체계로 발전. 당신은 수많은 기업과 데이터브로커 업체에 의해 가는 곳마다 추적당하고 있다. 어느 사이트에서는 열 개의 업체들이, 다른 사이트에서는 스무개의 업체들이 당신을 추적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좋아요 버튼으로 모든 사이트에서 당신을 추적한다. 그리고 구글은 구글 플러스 +1 버튼이 있는 사이트나 웹 트래픽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구글 애널리틱스를 사용하는 모든 사이트에서 당신을 추적한다.
- 스마트폰에 깔린 앱들도 당신을 추적. 그 앱들은 당신의 위치를 추적하고, 가끔은 당신의 주소록, 캘린더, 북마크, 검색내력을 다운로드함. 13년 제이지와 삼성은 특정앱을 다운로드한 사람들에게 발매 전인 제이지의 새 앨범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대신, 스마트폰에 등록된 모든 계정을 보고 전화기의 위치를 추적하고 통화중인 상대를 추적하는 권한을 요구. 그리고 앵그리버드는 사용자가 게임을 하지 않을 때도 위치정보를 수집한다.
- 컴캐스트같은 브로드밴드 업체들도 자사 사용자들을 감시. 지금은 사용자가 저작권이 있는 노래와 영상물을 불법으로 다운로드하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작업에 치중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도 곧 적용될 것임. 버라이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업체들은 사용자의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니터링해서 그 정보를 근거로 광고를 제공하는 셋톱박스를 연구중. 빅 브라더 대신 고자질쟁이 리틀 브라더가 수백명 있는 것이다.
- 오늘날 인터넷 감시는 쿠키보다 훨씬 더 끈질기다. 사실상 소규모의 군비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인데, 당신의 브라우저는 쿠키를 차단하거나 삭제하는 광범위한 통제방법을 갖추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기능을 만든다. 대표적으로 두낫트랙미가 가장 인기 있는 브라우저 플러그인 중 하나다. 이런 플러그인이 인터넷 감시산업은 플래시 쿠키로 대응해왔다. 기본적으로 쿠키와 비슷한 파일인데 어도비 플래시 플레이어와 함께 저장되어 브라우저가 쿠키를 삭제할 때도 남아 있음. 이것들을 차단하려면 플래시 블록을 설치하면 됨. 하지만 이에 맞서 에버쿠키나 캔버스 핑거프린팅, 쿠키 싱킹 같이 난해한 이름이 붙은 방법들이 속속 등장하여 당신을 추적한다. 마케팅 분야에서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1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백악관 웹사이트는 자체적 프라이버시 방침을 어겨가면서 에버쿠키를 사용했다
- 93년 이전에 인터넷은 완전히 비영리였고 무료가 온라인의 규범이었음. 상업적 서비스가 처음 인터넷에 등장하면서 서비스 요금을 부과할 방법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짐. 그리고 곧 이어 투자나 포르노 웹사이트같은 몇 가지 단발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인터넷 접속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전혀 없음이 확실해짐. 결국 텔레비전 사업모델과 아주 흡사하게 광고가 유일하게 타당한 수입원으로 부상했고, 감시는 그 광고를 더욱 더 돈벌이가 되는 사업으로 만들었다. 웹사이트들은 방송광고보다 개인을 겨냥한 광고에 더 높은 가격을 청구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서비스를 받는 대신 우리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판매한 뒤 다시 광고로 우리를 공격하는, 명목상의 공짜 시스템을 얻고 말았다. 공짜는 특별한 가격이다.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공짜 앞에서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공짜의 가치를 과대평가한다. 그래서 공짜 물건이 있으면 필요 이상으로 소비함.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것을 소비하라고 압박. 공짜는 비용대 편익에 관한 정상적 의식을 왜곡함. 그래서 결국 우리는 자신의 정보를 내주는 대신, 그 가치보다 더 적은 것을 받는다. 프라이버시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이런 경향은 고의로 사람들이 프라이버시에 무관심하게 만들려는 기업들에 의해 악화됨. 우리는 페이스북에 로그인할 때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를 페이스북에 드러내는지도 모르면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이 어떻게 하루종일 수많은 기업들이 자신을 추적하게 놔둘지도 모르고 그냥 주머니에 휴대폰을 집어넣는다. 그 결과 인터넷 업체들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축소함으로써 실제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을 개선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 방침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여 사용자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더 많이 확보하고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축소하면서 여러 해에 걸쳐 이 작업을 체계적으로 해왔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자의 이름과 사진, 게시물은 물론 사용자가 올린 사진과 좋아요 등을 볼 수 있도록 초기 설정을 바꾸었음. 구글도 똑같았다. 12년 구글은 대대적 변화를 선언했는데, 검색, 지메일, 유튜브, 구글 플러스 등에서 얻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사용자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 세트에 통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애플은 이 부분에서 다소 예외적인 기업이다. 애플의 성격은 소비자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이며,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사용자의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캘린더, 주소록, 사진을 감시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음. 애플은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노래나 영상을 추천하는 데만 아이튠즈 구매정보를 이용한다. 14년말부터 애플은 이 사실을 시장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 데이터 브로커 업체들은 당신이 거래하는 기업들에게서 개인정보를 사들인 뒤, 당신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기업들에게 다시 판다. 데이터 브로커들은 전산화의 물결을 제대로 활용함. 당신이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낼수록 그들은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더 정확하게 당신의 프로필을 만든다. 데이터브로커들이 보유한 정보는 놀라울만큼 폭넓고 자세하다. 그들은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성별, 연령, 혼인여부, 자녀의 연령, 교육수준, 직업, 소득수준, 정치적 성향, 운전하는 차종, 집이나 다른 재산에 관한 정보 등의 인구통계학상의 정보를 수집함. 그리고 구입한 물건, 구입시기, 지불방법까지 수집하며, 가족내 사망자나 이혼, 질병도 추적. 그리고 인터넷에서 무엇을 하는지에 관해서도 모든 정보를 수집함. 데이터 브로커 업체들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당신을 팔릴만한 여러 범주로 나눔. 잠재 상속인, 고령의 부모를 둔 성인, 당뇨병에 관심이 많은 가구, 노년기 요구가 있는 가구 등등이다. 이런 것을 액시엄이 제공해줄 수 있다.
- 전체적으로는 인터넷 광고비는 증가하고 있지만 단일 광고의 가치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광고주에게 전달되는 우리의 데이터가 갖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소비자의 상세한 프로필은 소중했다. 이제 너무 많은 기업과 데이터브로커들이 그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평범한 상품이 되었다. 13년 한 금융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구글에게 사용자 1명은 연간 40불 가치가 있으며, 페이스북, 링크드인, 야후의 경우에는 6불에 불과. 그래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은 밑돈을 올리고 있다. 그들은 광고주에게 판매할 데이터를 점점 더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어쩌면 수입원으로서 광고의 수익성이 이미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이제는 떨어질 일밖에 없고, 결국 지속가능한 단일 사업모델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광고거품이 꺼지고 감시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명되면서 인터넷 업체들이 사용자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 같은 더욱 전통적 사업모델로 되돌아가야 한다면, 그때 인터넷은 어떤 모습일지 아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 우리가 의존하는 많은 인터넷 업체들과 우리의 관계는 전통적 기업-고객관계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고객이 아니기 때문. 우리는 그 업체들이 자신들의 실제 고객에게 판매하는 상품이다. 이 관계는 상업적 관계가 아니라 봉건적 관계에 가까움. 기업은 봉건영주이고 우리는 그들의 가신이거나 농민이거나 일진이 사나운 날에는 농노가 된다. 우리는 기업이 소유한 땅에서 데이터를 생산하면서 일을 하는 소작농이며, 기업들은 우리가 생산한 데이터를 돈을 받고 판매함. 물론 비유지만 정말로 그렇게 느껴지는 때가 종종 있다. 구글에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지메일 계정을 갖고 있고, 구글 캘린더와 구글 독스를 사용하고,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애플에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아이맥, 아이폰, 아이패드를 갖고 있고, 아이클라우드가 자동으로 모든 것을 동기화하고 백업하도록 놔둔다. 모든 것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맡기는 사람들도 있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때문에 이메일까지 모두 내주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특정 봉건영주를 좋아할 수도 있고, 이 중 몇몇에게 충성심을 분배할 수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특정 업체를 세심하게 피할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업체들 중 적어도 하나에 충성을 맹세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 미국은 세가지 유리한 점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감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음. 미국의 첩보 예산은 전 세계 국가들의 첩보예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음. 전 세계 트래픽의 많은 부분이 인터넷의 물리적 배선장치로 인해 미국 국경선을 거쳐야 하는데, 다른 두 국가 간의 트래픽도 예외는 아님.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크고 인기있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터넷 업체들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미국 법체계의 지배를 받는다. 한마디로, 미국은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NSA가 감시를 통해 목표하는 바는 NSA의 극비 프레젠테이션에 등장하는 '모두 수집하라', '모두 알아내라', '모두 이용하라' 는 문구로 깔끔하게 표현되어 있다. NSA는 통신회사와 케이블 회사에서 인터넷을 감청하고, 이메일, 문자 메시지, 검색기록, 친구목록, 주소록, 위치정보 등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수집. NSA가 미국 내에서 오간느 모든 통화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NSA가 소말겟 프로그램을 통해 적어도 아프가니스탄과 버뮤다에서 오가는 통화내용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는 가실을 알려져 있다. NSA의 13년 예산은 108억불이었다. NSA가 직접 고용한 인원은 3.3만명 정도였고, 더 많은 인원을 하청으로 계약했다. 스노든이 공개한 문서 중 하나는 NSA를 비롯한 여러 정보기관의 은닉 예산에 관한 최고기밀문서였는데, 13년 총 예산이 530억불이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정보활동에 720억불을 지출한다.
-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사람이 쓴 문장 여섯줄을 보여주면, 나는 거기서 그 살마을 교수형에 처할 만한 꼬투리를 잡아낼 수 있다." (17세기 프랑스 정치가 리슐리외 추기경), "그 사람을 내게 보여줘. 그럼 내가 당신에게 범죄를 보여줄께" (구소련 당시 스탈린의 비밀경찰국을 이끌던 라브렌티 베리야) 두 사람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누군가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면, 그가 어떤 죄든 저질렀다고 판결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찾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 많은 국가의 법원이 경찰의 투망식 수사를 금지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경찰이 무엇이든 수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일반영장을 미국 헌법이 특별히 금지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일반영장은 극도로 악용될 수 있다. 영국은 과거 식민지 미국에서 일종의 사회통제 방법으로 일반영장을 이용했음. 도처에서 감시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법률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 일거수일투족이 저장되었다가. 나중에 어떤 시점에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로 제시될 수 있는 세상에 살아가는 것은 엄청나게 위험함. 경찰이 거대한 데이터세트를 파헤쳐서 범법 행위의 증거를 찾아내도록 허용하는 것은 크게 위험할 수 있다.
-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현재의 자유는 과거의 권력구조에 의해 종종 위협적이라고 간주되거나 심지어는 범죄로 여겨졌음. 권력당국이 감시를 통해 완벽한 사회통제에 성공했다면 그런 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못했을 것임. 이것은 지금의 감시체계 때문에 모두가 개인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는게 아니더라도 그런 체게가 새로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해야 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감시 체계의 영향 때문에 손해를 입는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적, 사회적 사상을 공표한다거나 특이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 만약 에드거 후버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를 감시해서 침묵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킹과 킹의 가족들 이외에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았을 것임.
- 근본적으로 기업은 감시 데이터를 이용하여 차별화한다. 기업은 사람들을 여러 범주로 나누고 그 범주에 따라 다른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 60년대 용어인 레드라이닝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관행을 일컫는 표현으로, 은행이 주택을 구입하려는 소수인종 집단을 차별하는 것을 말함. 은행은 소수인종 집단이 사는 동네를 따라 지도에 붉은 선을 그어놓고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주담대를 승인해주지 않았다. 아니면 소수인종 사람들이 같은 동네에서 집을 구입하려는 경우에만 대출을 해줬다. 물론 불법적 행위지만 은행은 오래도록 처벌받지 않고 무사히 지내왔다. 더 일반적으로는 인종 대신 거주지역에 근거해 서비스를 거부하거나 더 많은 돈을 청구하는 관행을 일컫는데, 인터넷에서 이렇게 하기는 훨씬 더 쉽다. 2000년, 웰스파고 은행은 주담대를 홍보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었음. 이 사이트에는 잠재 구매자가 거주할 동네를 검색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역사회 계산기라는 기능이 있었음. 이 계산기는 잠재 고객의 현 우편번호를 수집한 뒤에 해당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인종을 근거로 고객을 안내했다. 백인에게는 백인동네를, 흑인에게는 흑인동네를 알려준 것이다. 이 관행은 웹라이닝이라 불리며 전통적 레드라이닝보다 훨씨 더 널리 퍼지고 더 차별적일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 개인의 데이터를 엄청나게 많이 수집하고 아주 상세한 프로필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12년 오비츠는 고객이 맥을 사용하는지 윈도우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호텔 객실요금을 다릉게 보여주었음. 검색이력을 기초로 서로 다른 상품을 보여준 여행 사이트들도 있었음. 많은 사이트가 고객의 소득수준을 추정하고 그것을 기초로 다른 페이지를 보여줌. 이런 과정은 많은 부분 교묘하다. 고객에게 특정 항공요금이나 호텔 객실을 아예 보여주지 않은 게 아니라, 사이트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페이지를 더 클릭하게 쉽게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 우리는 연령이나 성별, 인종, 성적 신호, 연애상태 등을 예측하는 데이터에 우리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봤다. 기업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소비자보다 우위를 확보하며, 개개인과 각 계층에 관한 데이터를 더 많이 모을수록 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짐. 예를 들어 마케터들은 여자들이 월요일에 자신을 덜 예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안다. 따라서 월요일은 여성을 상대로 화장품을 광고하기에 가장 좋은 요일이다. 또 마케터들은 성별과 연령별로 각기 다른 광고에 더 잘 반응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머지 않아 그들은 특정이에 관해 충분히 많은 것을 알아내서 그 사람이 아침 8시에는 커피를 마시기 전이라 기분이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에 상품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아침 9시 30분 경에는 카페인을 잔뜩 섭취했기 때문에 영향을 잘 받을 것이고, 오전 11시에는 점심 직전에 혈당이 낮아진 관계로 다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서도 평가 받음. 렌도라는 필리핀 업체는 고객이 페북에서 자주 대하하는 이들의 신용도를 살펴보고 그 사람의 신용리스크를 평가함. 아멕스는 고객이 물건을 구입하는 매장유형에 근거하여 고객의 신용한도를 줄인 적도 있다.
- 프라이버시는 인간의 타고난 권리이며, 존엄과 존중 속에 인간의 조건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임. 프라이버시는 자기에게 선택권이 있느냐, 세상에 자기 자신을 어떻게 내보일지 스스로 통제권을 갖느냐와 관련 있다. 인터넷 민속지학자인 다나 보이드는 프라이버시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라이버시는 단순히 힘에 좌우되기만 하는 게 아니다. 프라이버시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힘의 표현이다."
- 프라이버시에는 강력한 생리학적 배경이 있다. 생물학자 피터 와츠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욕구는 타고나는 것이며, 특히 포유동물은 감시에 잘 대응하지 못한다고 주장. 자연계의 동물들은 포식자에게 감시당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감시를 물리적으로 위협으로 느낌. 감시로 인해 감시자가 포식동물처럼 행동하게 되듯, 감시를 받는 사람들은 자기가 먹잇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사람들이 더 편안하고 느긋하게 말할 수 있게 해주고 녹음기가 돌고 있다면 하지 못할 이야기도 털어놓게 해주는 사회규범이다. 장기간에 걸쳐 인간은 잊어버리고 틀리게 기억하면서 역사를 처리해왔다. 망각은 용서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과거의 상처는 덜 아프고 덜 뼈저리게 된다. 이는 과거의 잘못을 용서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과거의 언쟁을 기록할 수 있다고 해서 내 결혼생활이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 우리 사회는 그러한 변화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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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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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전 세대까지는 자연이 결국 이기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예상하고 받아들였다. 의사들은 패배의 징후를 훨씬 더 기꺼이 인정하려 했고, 그것을 부정하는 데 있어서는 훨씬 덜 오만하게 굴었다. (셔윈 눌랜드,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 의료인들의 책임은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한번 죽는다. 생이 끝나가는 걸 경험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업다. 마지막에 이른 사람들은 차마 꺼내기 어려운 대화를 기꺼이 나눠 줄 의사와 간호사를 필요로 함.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앞으로 닥칠 일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무도 원치 않는 창고 같은 시설에서 잊혀 갈 운명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 미국 의료 전문가들은 개인의 신체 기능에 등급을 매기는 형식적인 분류체계를 갖고 있다. 이 체계에 따르면 8가지 일상활동을 스스로 해내지 못할 경우 기본적인 신체 독립성이 결여된 것으로 판정. 거기에는 화장실 가기, 밥먹기, 옷입기, 목욕하기, 머리손질 등 몸단장하기, 침대에서 일어나기, 걷기 등이 포함됨. 또한 일상생활의 8가지 독립활동, 즉 쇼핑, 요리, 가사일, 빨래, 약 복용, 전화사용, 외출, 재정관리 등을 혼자 못하면 독립적으로 안전하게 살 능력이 결여된 것으로 판정한다.
- 과거에는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흔치 않았고,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은 전통과 지식, 역사의 수호자로서 특별한 기능을 했음. 그러면서 죽을을때까지 집안의 우두머리라는 지위와 권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많은 사회에서 노인들은 존경과 복종의 대상일 뿐 아니라 성스러운 의식을 주도하고 정치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었다. 그런 만큼 나이든 사람에 대한 존중이 두터웠기 때문에 대개 나이를 밝힐 때는 어린 척하기보다 나이든 척하곤 했다. 인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나이 반올림이라 부르며, 인구조사시 이런 거짓말을 바로잡아 올바른 통계를 내기 위한 온갖 종류의 조정장치를 개발해 내기도 했다. 그런데 학자들은 18세기경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나이에 관한 거짓말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 요즘 사람들은 인구조사원에게 자기 나이를 깎아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반면 과거의 인구조사 결과는 당시 사람들이 나이를 보태 말하곤 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예전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위엄을 갖기를 원했던 것이다.
- 매년 35만명의 미국인이 넘어져서 고관절 골절상을 입음. 그중 40%가 결국 요양원에 들어가고, 20%는 다시 걷지 못했다. 넘어지는 데는 세가지 주요 원인이 있음. 균형감각 쇠퇴, 네가지 이상의 처방약 복용. 그리고 근육 약화다. 이런 위험 요인을 가지지 않은 노인이 1년 사이에 낙상할 확률은 12%다. 반면 이 요인들을 가진 노인의 낙상확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 아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경우,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고 말한다. 죽음에 이르기 전에 일어나는 일들, 다시 말해 청력, 기억력, 친구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활방식을 잃는다는 것이 두렵다는 것. 실버스톤 박사의 표현대로 "나이가 든다는 것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잃는 것"이다. 필립 로스는 소설 에브리맨에서 이를 더 비통하게 표현했다. "나이가 드는 것은 투쟁이 아니다. 대학살이다"
- 우리가 만들어낸 시설과 제도들은 여러가지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병원 입원실을 비우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고, 노년층의 빈곤을 극복하려는 목적 말이다. 그러나 그 시설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듯하다. 우리가 병들고 약해져서 더 이상 스스로를 돌볼 수 없게 됐을 때도 삶을 가치있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 말이다.
- 삶의 후반부에 접어들면 우선순위가 급격히 변함. 대부분은 성취와 사회적 관계를 추구하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임. 관심 범위가 좁아지는 것이다.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경우, 가령 젊은이들은 형제자매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걸 더 선호. 하지만 노인들은 정반대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더 적은 수의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가족이나 오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음. 무엇을 하는 것보다 존재하는데, 그리고 미래보다 현재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 생명의 덧없음을 두드러지게 느낄 때면 삶의 목표와 동기가 완전히 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관점인 것이다. 톨스토이도 이 점을 간파했다. 이반 일리치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되자 이전까지의 야망과 허영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는 그저 안식을 원했고 누군가 옆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러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아내가 돈을 들여 데려오는 저명한 의사들도 말이다. 톨스토이는 생명의 덧없음과 씨름해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관점 사이에 얼마나 깊은 틈이 있는지를 본 것이다. 그는 특히 그런 사실을 혼자서 감당해야 만 하는 사람이 겪는 고통을 이해했다. 그런데 톨스토이의 통찰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언젠가 죽게 되고 말거라는 생각에 우선순위가 바뀐다 해도, 그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반일리치의 가족, 친구, 의사들 중 그누구도 그가 필요로 하는 걸 알지 못했지만, 그의 하인 게라심은 이해한다. 게라심은 일리치가 고통스럽고, 두렵고 외롭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를 가엾게 여긴다. 언젠가 자신도 주인과 같은 운명을 겪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반 일리치를 피하지만, 게라심ㅇㄴ 그에게 말을 붙인다. 게라심은 일리치가 여윈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올릴 때만 통증이 가라앉는다는 걸 알게 되자 밤새 같은 자세로 앉아 그의 고통을 덜어준다.
- 우리 할아버지처럼 기댈 수 있는 대가족이 함께 지내면서 그가 선택한 방식으로 살 수 있게 지속적으로 돕는 시스템이 부재한 경우,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통제와 감독이 계속되는 시설에 갇혀 사는 수밖에 없다. 풀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의학적으로 고안된 답이고, 안전하도록 설계된 삶이지만, 당사자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하나도 없는 텅빈 삶이다.
- 살아야 할 이유를 갖고 싶어하는 인간의 근본적 욕구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망률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70년대 초, 심리학자 주디스 로딘과 엘렌 레인저 박사는 코네티컷의 한 요양원에 사는 주민 모두에게 화분을 하나씩 주는 실험을 했다. 주민 절반에게는 화분에 물을 주게 하고, 그들의 삶에서 무언가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이 어떤 혜택을 주는지에 관한 강의를 듣도록 했음. 나머지 절반의 경우 다른 누군가가 대신 화분에 물을 주게 했고, 환자의 복지는 직원들의 책임이라는 강의를 듣게 했다. 1년 반이 흐른 후, 더 많은 책임이 주어진 그룹은 더 활동적이고 정신이 맑았으며, 더 오래 살았다.
- 죽음을 의미없는 것으로 느끼지 않게 할 유일한 길은 자신을 가족, 공동체, 사회 등 더 큰 무언가의 일부러 여기는 것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저 공포로 다가올 뿐이다. 그러나 더 큰 무언가의 일부라는 믿음이 있다면, 죽음이 단지 끔찍한 공포로만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로이스는 말한다. 충성심은 "우리 같이 평범한 존재가 겪는 역설적 상황을 해결해줌. 우리 밖에 전력을 다해야 할 대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안에 그 일을 기꺼이 해내고자 하는 의지, 그 일을 하면서 좌덜하고 꺾이는 것이 아니라 더 풍부해지고 더 스스로를 드러내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더 최근에는 심리학자들이 이와 같은 개념을 초월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매슬로의 욕구위계 중 자아실현 단계보다 초월단게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에게는 다른 존재가 잠재력을 성취하도록 돕고자 하는 초월적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변서 우리는 모두 단순한 기쁨이 주는 안락함을 찾게 된다. 동료애와 우정, 규칙적 일상, 맛있는 음식, 얼굴에 와 닿는 햇살의 온기 같은 것 말이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성취하고 축적하는 것보다 단순히 존재하는 것에서 얻는 행복감에 더 관심을 갖게 됨. 하지만 야망이 줄어드는 걸 느끼는 동안, 우리는 자신이 남기고 갈 것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함. 그리고 산다는 것을 의미있고 가치있게 느끼도록 해주는 목적을 우리 밖에서 찾고자 하는 깊은 욕구를 갖게 됨.
- 과거에는 보통 죽어간다는 것이 급격하게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한 경험이었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조기에 질병을 찾아내는 정밀촬영, 생명을 연장시키는 처치 등 현대 의학의 개입없이도 본래 투병기간이 길어지는 질병이 있기는 했다. 아마도 결핵이 대표적인 예.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이 생명을 위협하는 병에 걸렸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며칠에서 몇 주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대 의학이 발달하기 전 미국 대통령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생각해보자. 조지 워싱턴은 1799년 12월 13일 목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을 안 다음 날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존 퀸시 애덤스, 밀러드 필모어, 앤드루 존슨 등은 모두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이틀안에 죽음을 맞이. 러더 포드 헤이스는 심장마비를 일으킨 지 3일 후 숨을 거뒀다. 이보다 시간을 더 끈 대통령들도 있다. 제임스 먼로, 앤드루 잭신은 점진적으로 시간을 오래 끌며 몹시 두려움에 떨다가 목숨을 잃었다. 결핵 때문이었다. 율리시스 그랜트는 구강암으로 1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삶의 종말에 관해 연구하는 조앤 린 박사의 연구결과처럼 사람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란 대개 나쁜 날씨를 만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다. 별 경고없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일이었기 때문. 이때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겨내거나 무릎을 꿇거나 둘 중 하나였다.
- 예전에는 죽어가는 과정을 미리 규정된 관습에 따라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죽는 기술, 즉 아르스 모리엔디에 관한 안내서가 큰 인기를 끌 정도였음. 1415년 라틴어로 출판된 중세 판은 유럽 전역에서 100쇄 넘게 인쇄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도, 자기연민도, 신의 용서 외에 다른 희망도 품지 말고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믿음을 재확인하고 회개하는 한편 세속적인 소유와 욕망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다. 안내서에는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기도와 마지막 순간에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기 위해 죽어 가는 사람들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이 담겨 있다. 임종은 경의를 표하는 특별한 자리가 되도록 했다. 오늘날 비참한 질명에 걸려 갑작스럽게 죽음에 이르는 건 예외적인 일이 됐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올때까지 오랜 의학적 투쟁을 벌인 끝에 죽음을 맞는다. 말기암, 치매, 파킨슨병, 장기부전, 혹은 너무 나이들어 나타나는 노환의 축적 등으로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이 모든 경우의 마지막 단계는 죽음이라는 것이 확실함. 그러나 그 시기는 확실치 않다. 우리 모두는 이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전투에서 패배했다는 걸 언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두고 싸우는 것이다. 임종의 말은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의학기술은 의식이 없어지고 신체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각 기관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었따. 게다가 죽어가는 사람이 스스로를 인식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질 때까지 의학적 처지를 해 대는 마당에 환자가 생각하는 바와 바라는 바를 돌볼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말기 암, 치매, 혹은 불치의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이 정확히 죽는 것은 어느 시점인가?
- 우리가 풀 수 있는 생명의 실타래가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 길이 없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실제보다 더 많이 남아 있다고 상상한다면 우리는 싸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혈관에 화학약품을 투여하고, 목구멍에 관을 삽입하고, 살에 수술로 꿰맨 자국을 가진 채 죽어가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더 단축시키고, 삶의 질을 악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는 의사들이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시들에게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효과가 밝혀지지 않은 독성약품을 줄 수도 있고, 종양 일부를 제거하느 수술을 할 수도 있고, 환자가 먹지 못하면 영양 공급관을 삽입할 수도 있다. 언제나 무언가 할 일은 있다. 우리는 선택 가능성이 주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이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 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님. 대신 우리는 대부분 아무 선택도 하지 않는다 자동 모드를 켜고 그 뒤에 숨어버리는 것이다. 자동모드는 이렇게 설정되어 있다. 뭔가를 하라, 뭔가를 고쳐라,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라.
- 우리 의사들은 병사들을 진군시키면서 계속 '멈추고 싶으면 알려줘'라고 말하는 장군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의사들은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전면적 치료과정을 두고 언제라도 하차할 수 있는 기차라고 말한다. 언제든 멈추고 싶을 때 말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너무 큰 요구사항이다. 그들은 의혹과 두려움과 절박함에 휩싸인 상태고, 일부는 의학이 해낼 수 있는 일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의료인들의 책임은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한번 죽는다. 생이 끝나가는 걸 경험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에 이른 사람들은 차마 꺼내기 어려운 대화를 기꺼이 나눠줄 의사와 간호사를 필요로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앞으로 닥칠 일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무도 원치 않는 '죽음을 기다리는 창고'같은 시설에서 잊혀갈 운명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 나이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함.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그 진실을 직면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어떤 것이 현명한 길인지 알기 어려운 대가 너무도 많다는 점. 오랫동안 나는 이게 단지 불확실성 때문에 생각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려우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나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데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 사람들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자아를 가진 듯 하다. 하나는 매 순간 동일한 비중으로 견뎌내는 경험하는 자아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흐른 후 최악의 시점과 종료 시점 단 두군데에만 거의 모든 비중을 실어서 평가하는 기억하는 자아다. 기억하는 자아는 심지어 마지막 순간이 완전히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할 때조차도 정점과 종점에 고착하는 경향을 보임. 30분 넘게 극심한 통증이 없었다면 환자의 전체 통증 평가지수가 극적으로 낮아졌다. 따라서 이 경우 환자들은 나중에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반면 마지막 순간에 통증을 심하게 느낀 경우 평가지수가 극적으로 높아졌다.
- 삶의 마지막 순간을 제어할 수 있다는 개념을 제안한다는 것은 보통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을 진정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것은 결국 물리학과 생물학, 그리고 우연일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우리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아도 된다는 사실. 용기란 이 두 가지 현실을 모두 인식할 수 있는 힘이다. 우리에게는 행동할 여지가 있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범위가 점점 더 좁아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려면 몇 가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우리가 병들고 노쇠한 사람들을 돌보는 데서 가장 잔인하게 실패한 부분은 이것이다. 그들이 단지 안전한 환경에서 더 오래 사는 것 이상의 우선순위와 욕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
둘재,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나갈 기회를 갖는다는 건 삶의 의미를 지속시키는 데 매우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다.
셋째, 우리에게는 삶의 마지막 장에 남아 있는 가능성을 혁신적으로 바꾸기 위해 제도와 문화, 그리고 대화방식을 변화시켜 나갈 기ㅗ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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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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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은 그 어떤 반대도 없이 추진되었다. 만약 단 한명의 관료라도 반대했다면, 케네디가 그 계획을 취소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슐레진저) 슐레진저 역시 그 계획에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반대하지 않았음. "피그스만 사태 이후 수개월 동안 나는 중대한 논의 과정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던 나 자신을 심하게 자책했다. ...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변명은 당시의 토론 분위기 때문에 몇 가지 소극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것 이상의 그 터무니없는 일에 반대하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 상당수의 독일인은 체리를 먹은 후에 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나쁘다고 믿으며, 또한 청량음료에 얼음을 넣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믿음. 그러나 영국인들은 체리를 먹은 후에 차가운 물을 마시는 것을 즐기고, 미국인들은 얼음을 넣은 청량음료를 애용함. 문제가 되는 것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동조로 말미암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정보를 사람들이 얻지 못하게 되는 데 있다. 동조에 익숙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따르고 침묵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로 말미암아 피그스만 침공이 이루어졌고, 투자클럽의 회원들이 커다란 손실을 보기도 했다.
- 건강한 사회는 희생을 감소시키거나 없앤다. 미국의 법원은 회사 내에서 벌어진 범죄행위를 밝히고자 경찰에 협조하기로 동의한 피고용인을 고용주가 해고하지 못하도록 해옴. 이런 결정은 애사심없는 피고용인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탈법을 밝혀 그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는 것에서 이익을 얻게 될 많은 사람을 위한 조치다.
- 동조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무임승차자들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가진 어떤 것도 보태지 않은 채 다른 사람들의 행위로부터 이득을 얻기 때문. 반대로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정보나 아이디어를 공동체에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득을 줌. 사회적으로 볼 때 문제의 핵심은 잠재적으로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견을 제시할 동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이는 그들이 이견을 제기함으로써 얻는 것이 없기 때문. 이견 제시자는 처벌받거나 심지어 살해당할수도 있다. 어떤 집단이나 조직이든 성공하고 싶다면, 이견 제시의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에게 보상을 제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 티머 쿠란이 언급한 지식위증. 공적 진술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 군중에 순종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 때문에 생긴 지식 위증은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면, 단지 개인적 실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재앙을 낳을 수도 있다.
- 여론이 갖는 강압적 효과는 존 스튜어트 밀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했다. 밀은 "정치 권력자들의 횡포를 방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하며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의견이나 감정이 부리는 횡포, 그리고 그런 통설과 다른 생각과 습관을 가진 이견 제시자에게 사회가 법률적 제재 이외의 방법으로 윽박지르면서 통설을 행동지침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경향에" 맞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주장. 그러면서 밀은 강압적 동조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이로 말미암아 그 개인은 억압을 받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실제 생각을 듣지 못해서 생기는 사회적 폐해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 밀그램은 또 다른 실험에서 인간본성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입증. 실험가로부터의 어떤 조언이나 요구도 없다면, 그리고 어떤 외부 영향력도 없다면, 실험 대상자들의 도덕적 판단은 분명했다. 즉 매우 낮은 단계 이상으로는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느다는 것. 실제로 그런 도덕적 판단은 애쉬의 실험 대상자들이 스스로 선분의 길이를 결정했을 때 내렸던 분명하고 올바른 판단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밀그램의 실험에서 실험 대상자들에 대한 영향력은 실험가 자신의 확고한 입장 (전기 충격이 계속되어야 하고 신체에 어떤 영구적 손상도 입히지 않을 것이라는) 에서 나왔다. 그러나 실험 대상자의 동료가 그 실험에 이의를 제기했을 때,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정보는 실험가의 지위를 효과적으로 제약했음. 이 경우에 실험 대상자들은 자신의 도덕적 판단에 의지하거나 동료가 전달하는 도덕적 신호를 따를 것이다. 이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분명하다. 즉 도덕적 판단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판단과 관련해 위험을 평가할 능력이 있는 전문가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 사라들의 도덕적 판단이 전문가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문가를 따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양심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행동했다. 여기서 우리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나 전쟁터에서 잔혹한 행위들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 법이 가진 표현적 기능의 효과는 시민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관해 법이 적절한 정보를 전달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달려 있음. 이런 조건들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가장 잘 충족되는 경향이 있으며, 독재체제에서 가장 충족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강제가 아닌 동조에 의존할 수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법에는 동료시민들의 판단이 담겨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만약 그 체제가 진정으로 민주적이라면, 사람들은 법이 독단적인 엘리트들이 자의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러나 독재자가 포고령을 선포할 때, 사람들을 대체로 그것이 독재자의 의지만을 대표한다고 생각함. 독재자가 현명하다고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가 선포한 명령은 시민들에게 행동규범으로 작동하지 못할 것임. 따라서 독재자는 민주적인 지도자들보다 더 많은 총과 몽둥이, 스파이와 경찰을 필요로 함. 시민들은 좀처럼 독재자가 선포한 법을 지키려 하지 않을 것임. 독재자의 명령은 좀처럼 실행되지 않을 것이다.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공포정치가 필요. 나아가 만약 사람들이 자신들이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법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면, 독재자들은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함. 독재체제에서 사는 사람들은 법이 그들을 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믿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법에 대한 불복종이 만연할 것이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독재자는 어떻게 할까? 만약 독재자가 자의적이고 무자비한 처벌을 통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다면, 법에 대한 준수는 증가할 것임. 만약 독재자가 사적인 법 집행인과 밀고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동조의 가능성은 더욱 증대할 것임. 이 점에서 우리는 히틀러, 스탈린, 후세인, 그리고 역사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독재자들이 법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왜 일반시민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독재체제에서 법은 사람들이 실제로 생각하는 바를 알려주지 못하기 때문에, 법은 오직 사람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당국에 고발할 것이라는 공포 속에서만 집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정과 독재정을 너무 엄격하게 구분해서는 안된다. 심지어 민주정에서조차도 몇몇 법은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부과한 것으로 비치기도 하고, 시민이라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혹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척도로 기능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권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 독재국가는 이견을 가진 사람들을 처벌하고 때로는 죽이기까지 한다. 미국을 포함한 자유로운 사회에서조차 이견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충성심이 없거나 심지어는 사회의 적으로 묘사됨. 자유로운 국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말하도록 허용하지만 사회적 압력은 동조를 요구하고, 때때로 이런 압력은 매우 강력함.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따돌림을 당하거나 직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음. 물론 이것은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쁜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희생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견해를 제공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 점은 전쟁과 평화의 시기 모두에서 유효하다. 법정에서 잘못된 쏠림 현상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이제 왜 법정에서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올바르게 평가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다수의 결정에 대해 꼬치꼬치 따지고 아마도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기가될 가능성을 증대시킴. 미국의 연방대법원 내에서, 다른 목소리에 기반을 둔 견해는 130차례 이상이나 법이 되었다.
- 만약 동조에 보상이 주어질 경우, 은폐된 진실을 최초로 폭로하는 사람이나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매우 불리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개별적으로 신원이 확인되며 쉽게 보복당하기 때문에, 특히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최초로 이견을 제시한 사람의 목소리가 꺾이게 되면, 다른 목소리들 역시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폭로를 하는 사람이나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의 수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하나의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는데, 이 수준에서 사람들의 행위에 대규모의 변화가 나타난다. 실제로 한 명의 폭로자나 회의론자가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는 신화를 무너트림으로써 새로운 일련의 사건들을 일으킬 수도 있다. 동유럽 공산주의의 붕괴는 대체로 이런 과정과 상당히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공산주의가 유지될 수 있었던 부분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이 대체로 체제에 도전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고 반역자는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시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나아가 더 광범위하게 번질 것처럼 보이자마자 쏠림현상이 발생했고, 궁극적으로는 비폭력혁명을 낳았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시작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만약 최초의 폭로자가 사회적, 법적 처벌을 받게 되면 이는 특히 그러하다. 여기서 우리는 지극히 순진하거나 용감해서 자신이 본 것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유익한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
- 동조하는 사람들은 의견의 차이나 긴장이 가져오는 곤란한 상황을 회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로 말미암아 치러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경우도 있다.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긴장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성과를 높일 수도 있다.
- 사람들은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가하는 것을 표현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비난을 원치 않기 때문에 침묵한다. 여기에 내재해 있는 문제가 바로 다원적 무지다. 다원적 무지라는 문제에 직면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특정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잘못 가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그들의 주장이나 행동을 바꾼다. 이런 자기검열은 심각한 사회적 손실임. 공산주의가 동유럽에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강제력때문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정권을 지지한다고 사람들이 잘못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토크빌은 19세기 중반에 프랑스 교회가 쇠퇴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 "자신의 오랜 신앙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신자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자신들뿐이라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고 고립을 걱정한 나머지, 일반 대중의 견해에 동조하지도 않으면서 그들과 합류해 버린 것임. 그 결과 국민 가운데 일부의 감정에 불과한 것이 전체의 의견이 되어버렸으며, 그 의견에 허화오딘 겉치레를 마련해 준 장본인들조차 더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는 지극히 낙관적임. 안데르센의 이야기에서는 어린아이가 외친 진실이 거짓을 이겼다. 이런 상황은 매우 비현실적임. 실제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기만은 그렇게 쉽사리 물리칠 수 없다. 사실에 관한 잘못된 판단은 계속 저질러지고, 이는 가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노예제를 폐지하는 데는 거의 한세기가 걸렸다. 그리고 도덕적인 진리가 아니라 남북전쟁이 농예제를 폐지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심지어 민주주의에서도, 권력상의 불균형은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함. 그런 권력상의 불균형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킴으로써, 좀 더 교활하게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함으로서, 이견을 질식시킨다.
- 일부 집단은 이견을 억누르고, 정확성보다는 합의에 집착하며, 다양한 대안과 그 결과를 살펴보지 않은 채 결정을 내리는데, 이로 말미암아 이런 집단에서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이 크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은폐, 히틀러에 대한 체임벌린의 유화정책,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챌린저호를 발사하겠다는 나사의 결정, 41년 나치의 소련침공 등은 모두 이런 집단사고의 결과다.
- 야니스의 집단사고 과정
(1) 선행조건
* 집단의 응집력이 높다
* 집단이 외부의견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
* 집단의 지도자가 매우 지시적이다
* 집단이 대안을 평가할 수 있는 체계적 절차를 갖고 있지 않다
* 스트레스가 높거나 외부 위협에 직면해 있다.
(2) 집단사고의 증후
* 집단이 취약하지 않다는 착각
* 집단의 도덕성 맹신
* 집단결정 합리화
* 상대편에 대한 고정관념
* 반대자에게 직접적 동조압력을 가함
* 구성원들이 이견을 제시하는 것을 자제함
* 만장일치의 착각
* 반대정보를 차단하는 구성원이 존재
(3) 결과 : 조잡한 의사결정
* 집단의 목표를 적절하게 고려하지 않음
* 모든 대안들을 적절하게 조사하지 않음
* 선택된 대안의 위험성을 완벽하게 검토하지 않음
* 관련정보들을 적절하게 탐색하지 않음
* 편파적 방식으로 정보를 평가함
* 긴급시의 대책을 수립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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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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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듀어

인문 2020. 2. 6. 12:06

- 인간의 몸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느정도까지뿐이다. 그 다음은 마음과 정신의 영역이다. (손기정)
-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10초 이상 지속되는 활동에는 반드시 결정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 우리는 남은 힘을 어떤 타이밍에 얼마나 세게 밀어붙일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역도와 같은 운동에서도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역기를 들었다 내려놓는 5초 남짓한 순간이 순수한 근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선수가 낼 수 있는 근력의 최대치는 그가 남은 힘을 얼마나 잘 분배하느냐에 달려 있음. 페이스 조절의 중요성이야말로 장거리선수들이 스플릿이라 불리는 에너지 분할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다. 수많은 팬을 거느린 존 파커 주니어의 스포츠 소설 '달리기의 추억'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달리기 선수들은 모두 구두쇠다. 그들은 가진 자원을 아끼고 또 아끼며, 앞으로 써야 할 에너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끊임없이 계산하며 달린다. 그들의 최대 목표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바로 그 순간 남은 에너지를 마지막 한 푼까지 소진하는 것이다."
- 동기부여 세미나 혹은 인터넷에 퍼진 온갖 글에서도 과장된 관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배니스터가 지금껏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도전에 성공한 순간, 사람들의 진정한 잠재력을 가로막던 정신적 장애물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지닌 사람들은 마라톤을 2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는가? 라는 주제로 토론이 한창인 요즘에도 2시간의 벽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 반면 회의론자들은 믿음에는 아무런 실질적 힘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인간의 신체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마라톤 종목의 논란은 60여년 전에 1마일의 논란이 그러했듯 지구력과 인간의 한게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싦험대에 올릴 명분을 마련해주었다. 그러나 의미있는 결과를 내고 싶다면 먼저 진실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우선, 배니스터의 성공 이후 1년 내에 1마일을 3분대에 주파한 선수는 존 랜디 한 명뿐이며, 다음 해에도 단 네명만이 그들의 뒤를 이음. 스페인의 스타 주자 호세 루이스 곤잘레스가 300번째로 1마일 3분대 기록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79년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좌절 끝에 얻어낸 랜디의 갑작스런 성공뒤에는 단순히 정신적 장애물이 사라진 것 이상의 이유가 있었다. 그가 아깝게 4분의 벽을 넘지 못했던 여섯차례의 경기는 모두 경쟁자가 드물고 날시가 적합하지 않은 호주에서 치러졌다. 54년 봄 그는 마침내 트랙상태가 좋고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은 유럽으로 떠났지만, 도착한지 3일만에 배니스터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는 헬싱키에서 처음으로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는 경험을 했고, 첫 1.5바퀴를 뛰는 동안 그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를 리드해 준 이 지역 출신 선수 뒤에서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유럽에서 제대로 된 경쟁상대를 만났다. 배니스터가 4분의 벽을 깰 당시 보조를 맞췄떤 두 명의 선수 중 한명인 크리스 채터웨이는 랜디가 마지막 바퀴를 돌 때까지도 근소한 차이로 그를 바짝 따라붙었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할 때, 랜디가 배니스터의 존재와 상관없이 언젠가 4분의 벽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 뇌의 활동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조작하는 기술이 개발된 후에야 그들은 인간이 한계를 향해 나아갈 때 뉴런가 시냅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약간의 힌트를 얻게 되었다. 비밀을 풀 열쇠는 배고픔이나 목마름, 젖산 축적으로 인한 근육의 피로 그 자체가 아니라 뇌가 그러한 신호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 인간의 지구력을 좌우하는 것은 무얼까? 녹스는 이 문제에 반드시 뇌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98년 발표한 논문에서는 힐이 70여년전에 먼저 언급한 표현들을 조합하여 중앙통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여전히 불명확했다. 그는 이후 10년에 걸쳐 케이프타운대 앨런 세인트 클레어 깁슨이나 찰스스튜어트대의 프랭크 마리노 같은 공동 연구자들, 그리고 자신의 연구실에서 일하는 박사후 연구원과 여러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두가지 핵심원칙으로 구성된 논리를 선보임. 첫째, 인간이 운동 중에 한계에 부딪히는 것은 근육이상 때문이 아니라 뇌가 진짜 위급한 사태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근육에 내린 명령 때문이다. 둘째, 뇌는 현재 투입된 노력을 고려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근육을 동원할지 조절하는 방식으로 한계의 범위를 설정한다.
- 의자 다리에 정강이를 세게 부딪친 사람이 본능적으로 멍든 부위를 문지르는 것은 다친 부위에 고통과 무관한 감각을 추가하기 위한 행동임. 몸의 특정 부위에서 뇌까지 감각을 전달하는 신호전달 경로의 수는 정해져 있고, 따라서 아픈 부위에 문지르는 느낌을 추가하면 두 감각은 자연스레 같은 길을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는 아픈 부위를 더 많이 문지르면 고통이 차지할 수 있는 길은 더 좁아진다.
- 어째서 근육은 경직상태에 빠진 선수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까? 이 질문에 대한 과학자들의 오랜 대답은 젖산 과다분비 때문이라는 것. 젖산은 고강도 운동이 유산소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모하여 산소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때 생성되는 물질. 경직현상은 보통 1분이상에서 10분미만 길이의 운동중에 발생하며, 이는 혈액 속에 젖산염이 가장 많이 생성되는 구간과 일치함. 경직의 고통은 베이킹소다를 먹으면 산성 중화작용에 의해 증상이 소폭이나마 완화되는데 이는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진행하는 화산폭발 실험, 즉 아세트산과 베이킹소다의 혼합실험과 같은 원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명 젖산 화상으로 불리는 젖산으로 인한 통증을 경계하는 오늘날, 캘리포니아대 조지 브룩스를 필두로 한 과학자 집단은 젖산염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들은 젖산염이 근육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격렬한 운동에 꼭 필요한 긴급 에너지 생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냄. 실제로 정상급 운동선수들의 신체는 보통 수준의 선수에 비해 젖산염을 연료로 재활용하는 능력이 월등이 뛰어났다. 게다가 젖산염이 경직의 직접적 원인이라면 근육에 젖산염을 주사하는 것만으로도 즉시 경직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밝혀진대로, 이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 훗날 노벨상을 수상하는 생리학자 샤를 리세는 1894년 오리의 호흡기관을 묶은 뒤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재는 참혹한 실험 보고서를 발표. 실험결과, 평범하게 공기중에 놓인 오리는 평균 7분후 사망한 데 반해 물 속에 있던 오리들은 23분을 버팀. 리세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동물이 물속에 들어가면 심박수 저하를 포함한 일련의 자동반사작용이 일어나 산소 소모량이 줄어든다는 결론을 이끌어냄.
- 이 반응은 오늘날 포유동물 잠수반사라는 용어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용어를 스웨덴계 미국인 과학자 퍼 스콜랜더가 만들어낸 시적인 별칭인 생명의 스위치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웨델 바다표범은 잠수를 시작한 순간 심박수가 지상에 있을 때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격감하고, 덕분에 45분 이상 물위로 떠오르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스콜랜더는 리세의 실험과 원리는 비슷하지만 조금 덜 극단적인 방법을 고안해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물을 가득 채운 나무 수조의 밑바닥에서 납으로 된 추를 잡은 채 지상에서라면 심박수가 치솟을 만한 격렬한 운동을 하라고 지시. 세계 신기록을 세운 도전에서 트루브리지가 기록한 심박수는 1분에 20회 대였으며, 프리다이빙 선수들 중에는 생리학자들이 의식을 유지하기 위한 최저치라고 믿었떤 것ㅂ보다 더 낮은 10회대를 기록하는 사람들도 있다. 잠수반사의 또 다른 대표현상으로는 말초혈관수축을 꼽을 수 있다. 팔다리에 있는 혈관이 거의 닫히다시피 수축되면서 남은 혈액을 몽땅 중추신경계로 보내 뇌와 심장에 가능한 한 오래 산소가 공급되도록 조절하는 것. 액체인 혈액은 기체인 공기와 다리 외부압이 달라져도 부피가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머리와 가슴에 혈액을 집중시키면 폐허탈 또한 예방 가능. 코를 차가운 물속에 담그기만 하면 이 모든 작용이 반사적으로 일어나며, 이는 잠수반사의 주요 감지기가 코 주변에 분포하고 있다는 추측과 더불어 얼굴에 찬물을 끼얹으면 긴장이 가라앉는다는 민간요법에 신빙성을 더하는 근거라 볼 수 있다. 얼굴을 물에 담그면 일명 비장발산이라 불리는 보다 간접적 반응도 일어남. 비장은 보통 혈액의 여과장치로 알려져 있지만, 위급 상황에 대비해 산소가 충분한 적혈구들을 저장해 놓는 역할도 겸하고 있음. 평소 20리터 이상의 혈액을 저장했다가 잠수시 85%까지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바다표범의 비장은 말 그대로 산소탱크나 마찬가지. 안타깝게도 인간은 이렇게 뛰어난 신체조건을 타고나지 못했다. 그러나 잠수를 비롯하여 체력소모가 심한 장기운동을 할 때 비장이 공급하는 신선한 적혈구의 혜택을 본다는 점만은 바다표범과 다르지 않다. 과거 실험에서, 연구진은 크로아티아 프리다이빙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일반인의 호흡참기 능력을 비교. 일반인 참가자들 중에는 비장을 절제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음. 모든 참가자들은 잠수반사를 유도하기 위해 차가운 물에 얼굴을 담그고 최대한 오래 버티는 시도를 2분 간격으로 총 5회 진행했다. 실험결과, 비장이 달린 참가자들은 선수와 일반인 할 것 없이 두번째 시도부터 버티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길어졌다. 그들의 잠수능력이 향상된 것은 비장이 저장해 두었던 적혈구를 발산한 덕분이었으며, 한번 시작된 비장발산의 지속시간은 약 1시간 이상. 반면, 비장을 제거한 참가자들은 시도횟수가 많아져도 잠수능력에 전혀 변화를 보이지 않았음
- 숙련된 프리다이빙 선수들의 미묘한 신체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은 우리 몸이 다이빙에 적응하는 과정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함. 남아공 출신 프리다이빙 코치 한리 프린슬루는 다이빙에 따른 신체변화를 총 4단계로 분석. 첫번째 '인식 단계'에서는 선수의 의식 속에서 호흡을 원하는 욕구가 치솟는다. 이러한 현상은 산소부족 때문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축적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며, 선수에게 통증을 참을 의지만 있다면 이 단계를 무사히 참고 지나갈 수 있음. 그 다음으로 비장의 적혈구가 분출되며 생리학적으로 다이빙 능력이 향상되는 반다운 단계가 찾아옴. 마지막으로 산소결핍에 시달리는 뇌가 진정한 위협을 느끼면, 그의 몸은 의식을 놓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는 단계에 들어감. 물속에서 기절하는 네번째 단계를 경험하지 않으려면 앞선 세단계에 따른 몸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해야 함.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면 폐에 물이 차는 것을 막기 위해 숨길에 해당하는 후두가 저절로 닫힘. 하지만 몇 분 이내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그는 산소를 갈망하는 마지막 숨을 크게 들이쉰 뒤 물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 라인홀트 메스터를 비롯한 등반가들이 산꼭대기에서 극한의 피로를 경험한 것은 단순히 산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산소부족을 감지한 그들의 뇌가 근육의 움직임을 제한했기 때문. 긴 세월 진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뇌는 산소결핍이 근육피로보다 훨씬 더 위험한 현상이란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그렇다면 산소를 지구력의 진짜 한계 요인으로 봐도 되는 것일까? 근육에서 나온 직접적이고 개선불가능한 한계요인과 심리에서 나온 간접적이고 개선가능한 한계요인을 정확히 나눌 수 있다면 참으로 편리할 것이다. 가끔씩은 두 요소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을 때도 있다. 세상에서 숨을 가장 오래 참을 수 있는 정지무호흡 선수들은 월등한 폐활량이나 적응능력을 타고 났지만, 그들이 진정한 기록의 한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불안과 공포를 받아들이고 잠재우는 심리적 훈련이 필요. 이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하지만 극도로 높은 고도에 체질적으로 적응할 수 없는 등반가들은 메스너가 거뜬히 올라간 높이에서도 죽음을 맞이하곤 한다. 이것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다. 하지만 현실에서 몸과 마음 둘 중에 하나만을 탓하는 것은 무의미하거나 때로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오류일 때가 많다. 어쨌든 마음을 관장하는 뇌 또한 몸의 일부 아닌가. 몸과 마음을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관점은 예고 없는 공포탄 발사가 실험 참가자의 근력에 미친 영향을 확인한 미치오 이카이와 아서 슈타인하우스의 61년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 그들은 이렇게 기록. "심리학이란 분야를 뇌로 한정한 생리학이다." 기분과 감정, 충동과 같은 심리적 요인은 체온상승이나 탈수와 같은 생리학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화학적 작용에 의해 조절될 수도 있음. 달리던 사람의 뇌 속 산소레벨이 줄어들면 뉴런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안전 메커니즘이 발동하여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가 자발적으로 속도를 늦추기로 마음먹는 것일까? 애초에 두가지가 완전히 다른 현상이라 볼 수 있을까? 정답이 뭐든 결과만큼은 명확함. 그가 속도를 늦춘다는 것.
- 더운 날시에 반복적으로 운동하다보면 신체의 보호반응이 점점 더 효과적으로 일어나게 됨. 가령 평소보다 낮은 온도에서 더 많은 땀을 흘리고, 혈관이 더 넓게 팽창하면서 혈액의 흐름이 활발해지며, 혈액의 양 또한 증가하여 운동 중에도 심작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됨. 이런 적응 과정에는 대략 2주가 소요되며, 따라서 미국 트레이너협회는 전국 미식축구 코치들에게 첫 14일 동안 훈련양과 장비착용을 제한하라고 권장.
- 2차대전 중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숨막힐 듯 더운 사막이나 정글에 주둔 예정인 연합군 병사들에게 하루에 60-90분씩 높은 온도에서 중간 정도 강도의 운동을 시켰더니 며칠 이내에 급격한 생리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2주 이내에 완벽히 적응을 마쳤다고 함. 단순히 높은 온도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운동으로 신체의 적응 시스템에 압박을 가해야 하는 것이다.
- 02년 따뜻한 날씨를 자랑하는 사우디와 텍사스의 의사들로 구성된 합동연구팀은 뉴잉글랜드 의학저절에 열사병의 정의를 새로 내리는 논문을 게재. 그들을 열사병의 체온상승 뿐 아니라 전신염증반응을 유발하여 다수의 장기에 손상을 입히는 증상이라 주장. 앞서 보았듯이, 우리의 몸은 혈액을 피부근처로 보내 열기를 발산하는 식으로 더위에 대응함. 하지만 이러한 대응책은 필연적으로 몸 안쪽에 있는 내장기관이 혈액과 산소부족에 시달리도록 만든다. 결국 평소 같으면 내장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통제되고 있던 독소가 혈관으로 새어나가며 전신에 걸쳐 염증반응을 유발. 열사병은 단순히 몸이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염증 때문에 몸의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증상인 것. 그렇자면 이런 염증반응이 일부 사람들에게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이유는 뭘까. 열사병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원인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아주 긴 목록이 나오겠지만, 2010년 미국 육군환경의학 연구소는 그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3대 요소가 '무겁고 통풍에 약한 복장, 기존에 앓던 질병, 암페타민과 같은 특정 약물' 이라고 밝힘. 우선, 길핀이 입고 있던 미식축구 운동복은 첫번째 요소에 해당. 사망 당일 길핀이 아침부터 두통과 컨디션 난조를 호소했다는 어머니와 친구들의 증언은 그가 두번째 요소를 충족했을 가능성을 암시함. 게다가 약물검사 결과는 세번째 위험요소의 존재까지 증명. 길핀은 주의력결핍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암페타민 성분이 포함된 아데랄을 복용하고 있었음
- 운동중인 사람의 심장은 산소에 굶주린 다리근육으로 많은 양의 혈액을 보냄. 그가 다리를 내딛거나 페달을 밟을 때문 종아리근육이 수축하면서 무릎아래 혈관들을 쥐어짜고, 이러한 펌프작용은 위에서 내려온 혈액을 다시 올려보내는 역할을 함. 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하고 멈춰 서면 펌프는 갑작스레 정지하게 되고 이때 순환계의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일부 사람들은 혈압을 유지하지 못해 현기증을 느끼거나 심한 경우 의식을 잃게 됨. 물론 해결법은 있다. 06-07년 남아공에서 열린 철인 3종 경기와 울트라마라톤의 응급의료진들은 쓰러져서 실려온 선수들에게 두가지 서로 다른 처치를 제공. 의료 텐트에 짝수번째로 들어온 선수들에게는 일반적인 탈수 치료법인 수액정맥주사를 놓았고, 홀수번째로 들어온 선수들에게는 다리를 살짝 들어올린 자세로 눕힌 뒤 정신을 차렸을 때 자발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도록 했다. 그들이 기력을 되찾고 의료텐트에서 걸어나가기까지는 평균 한 시간 미만이 소요됐으며, 두 그룹의 회복시간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 어쩌면 갈증과 탈수 사이의 괴리는 진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이점일지도 모름. 04년 데니스 브램블과 대니얼 리버만은 뜨거운 초원에서 장시간 달릴 수 있는 인류의 능력이 다른 종에 비해 엄청난 진화론적 이점을 가져다주어다고 주장하는 Born to run 이론을 내놓음. 이 이론의 핵심은 인간에게 심각한 부작용 없이 일시적 탈수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2000년에 제작된 다큐에 나오는 칼라하리사막의 부시먼 전사 카로하 랭웨인은 사냥감인 쿠두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32킬로를 뒤쫓은 끝에 포획에 성공. 38도의 온도에서 여섯시간에 걸친 사냥을 하는 동안 그가 섭취한 수분은 고작 1리터 정도였음. 우리 몸은 수분을 지속적으로 잃는 상황에서도 땀속 소금농도를 조절하여 혈장 삼투압을 일시적으로나마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손실된 수분은 사냥이 끝나고 축제를 즐기는 몇 시간 동안 원래대로 회복된다. 얼핏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양의 탈수를 견뎌내는 인체의 원리에는 또 다른 반전이 숨어 있음. 우리는 지금까지 운동중에 체중이 감소하는 것이 곧 그만큼의 수분을 잃는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이것 또한 완전한 진실은 아닌 것으로 밝혀짐. 남아공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수소원자의 일부를 중수소로 대체하여 특별 제작한 추적용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등산을 시켰다. 참가자들이 마신음료는 운동하는 동안 몸속의 수분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측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실험결과, 체중이 1파운드 줄어드는 동안 체대 수분량은 0.2파운드밖에 줄지 않음. 이로써 체중 감소분에 비해 적은 양의 수분섭취로도 갈증이 해소되는 이유가 분명해짐.
- 케이프타운대 니콜라스 탬 또한 장시간 운동 중에 빠지는 체중이 전부 수분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 "운동에는 지방이나 탄수화물이 연료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한번 타버린 연료는 사라져 버리죠" 지방과 탄수화물을 태우는 화학작용은 두 가지 주요 부산물을 생산함. 그중 하나인 이산화탄소는 호흡으로 배출되고, 나머지 하나인 물은 몸속에 필요한 수분으로 재공급됨.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이 근육에 저장하는 탄수화물 1그램당 물 3그램을 함께 가둬둔다는 사실. 이렇게 닫힌 물은 탄수화물 저장분이 에너지로 사용될 때까지 세포작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운동을 시작해 탄수화물이 타기 시작하면 그제야 비로소 새로 공급된 수분으로서 제 역할을 시작함
- 이론적으로만 보면 연룍 공급전략의 바탕이 되는 계산은 매우 간단함. 선수의 몸속에 이미 저장된 양과 경기를 위해 필요한 양을 따져서 얼마나 많은 열량을 추가로 섭취할 것인지 결정하면 그만이기 때문.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한 인체의 작동원리를 고려해야 함. 스칸디나비아에서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은 에너지원으로 쓰일 뿐 아니라 개별적 근섬유의 수축까지 돕고 있었다. 이는 글리코겐 저장분이 줄어들수록 근육의 움직임이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연료가 바닥나기 한참전부터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의미였다. 자동차가 남은 연료의 양을 고려하여 최대속도를 제한한다면, 우리 몸의 근육은 뇌의 명령으로부터 완벽하게 독립된 정교한 자기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근육은 혈액에 포함된 포도당보다 근육 자체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우선적으로 태우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전 세계에 있는 스포츠음료를 다 마신다고 해도 피로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포츠 음료가 운동에 놀라울 만큼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 우리 신체 내부에 운동을 90분 이상 지속할 수 있을 정도의 탄수화물이 저장된다면, 어째서 스포츠음료가 30분짜리 운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걸까? 심지어 그 효과가 거의 마시자마자, 탄수화물이 배 속을 지나기도 전부터 나타나는 원리는 뭘까? 가장 간단한 대답은 스포츠음료가 우리의 머리를 자극하여 플라세보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 하지만 이것은 부분적 정답밖에 되지 않는다.
- 09년 버밍엄대 연구팀은 탄수화물이 함유된 음료를 머금었다 뱉어내는 행위가 경기력 향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적을 입증하면서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들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비를 통해 실험 참가자들의 입속에 탄수화물이 들어간 순간 보상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직접 확인. 결정적으로, 인공적인 단맛을 첨가한 음료는 fMRI와 실제 사이클 기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반면 똑같은 음료에 무미 무취의 탄수화물인 말토넥스트린을 추가하자 즉시 효과가 돌아왔다. 단순히 설탕의 단맛만으로는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없었던 것. 우리의 입은 그전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탄수화물 감지 센서를 통해 뇌로 직접 신호를 보냈다. 팀 녹스의 중앙통제자 이론을 토대로 추측해 보자면, 추가연료가 보급되리라는 정보를 확인한 순간 뇌가 보호 메커니즘을 살짝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이 실험의 결과는 탄수화물이 경기력을 거의 즉각적으로 향상시키는 이유와 더불어 30분 이내의 짧은 운동에도 효과를 나타내는 이유를 동시에 증명. 하지만 이후 진행된 후속 연구는 스포츠 음료의 효과가 현재 저장된 연료의 양과 당장 느껴지는 허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뇌의 통제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 스포츠음료를 포함하여 경기중에 탄수화물을 보충해주는 여러가지 식품들은 애초에 공복상태나 근육에 저장된 연료가 부족한 상태로 운동을 시작하지 않는 한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 이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결론은 우리의 뇌가 결정적 위기가 닥치기 한참 전부터 보호 메커니즘을 가동하여 의식의 영역 밖에서 몸의 건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 새뮤얼 마코라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하는 노력의 감각이야말로 포기의 주된 원인이라 보았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인간은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페이스를 조절하며, 노력의 감각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순간 자발적으로 운동을 그만둔다. 반면 팀 녹스는 앨런 세인트 클래어 깁슨 같은 학자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노력의 감각이 진짜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정밀하게 설계된 신경회로의 명령에 따라 발생하는 느낌이라 보았다.
- 엘리트 선수들은 뛰어난 내부감각 인지능력을 활용하여 불편한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고, 덕분에 터커가 주장한 현재 시점에서 느껴지리라고 예상한 노력의 감각과 실제 느끼는 노력의 감각 사이의 괴리 또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메울 수 있다. 이처럼 본능적 반응 혹은 과장된 반응을 다스림으로써, 그들은 남들이 멈출만한 순간에도 계속해서 달릴 수 있다.
- 엘리트 선수들의 뛰어난 내부감각 인지능력은 최근 우울증부터 감기까지 온갖 정신적, 육체적 질병에 효과를 발휘한다는 주장을 등에 업고 열풍을 일으킨 불교의 마음챙김 수련과 유사한 점이 많다. 불교의 여러 가르침 중에서 마음챙김이 유독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존 카밧진이 8주짜리 마음챙김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 코스를 개발하면서부터. 이 수련의 목적은 현재 몸의 상태를 판단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령 마라토너가 경기중 발생한 근육통이나 산소부족을 감정적 동요 혹은 공황발작의 원인으로 만들지 않고 현재 상황을 알려주는 중립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는 마음챙김 수련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셈. 판단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 지금 당장 느껴지는 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로저 배니스터가 1마일을 4분안에 주파한 순간 4분의 벽이 확 낮아졌다는 자기계발서의 허풍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믿음의 힘은 종종 지나치게 과대포장되는 경향이 있음. 솔직히 말하면 믿음은 훈련이라는 케이크 위에 얹는 크림 아이싱(케이크나 과자 따위 표면에 발린 당분 성분의 얇은 막) 정도의 역할밖에 못한다. 하지만 때로는 똑같은 케이크에 달콤한 크림을 범벅해서 결과물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14년 새뮤얼 마코라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자기 자신과 긍정적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실험 참가자들의 탈진 테스트 기록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는 사실을 증명. 이후에 진행된 여러 후속 연구는 자신과의 대화가 페이스 조절이나 노력의 감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같은 원리를 활용하여 혹독한 60마일 울트라마라톤에서 평소보다 향상된 기록을 얻었고, 스티븐 청은 사이클 선수들을 데리고 35도의 실험실에서 자기와의 동기부여 대화 실험을 진행함으로써 이 방법이 더위와 싸우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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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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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웨어

심리 2020. 2. 6. 12:05

- 과학은 종종 촘촘한 그물망이라 묘사됨. 한 분야에서 발견한 사실, 방법, 이론, 추론 규칙이 다른 분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철학과 논리는 과학의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논리적 판단에 영향을 미침. 물리에서 장이론은 심리학에서의 장이론을 촉발. 입자물리학자들은 심리학자들을 위해 개발된 통게를 사용함. 농법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개발한 도구는 행동과학자들에게도 유용함. 쥐가 미로를 찾아가는 법을 설명하력 심리학자들이 개발한 이론을 컴퓨터 과학자들이 기계에 학습법을 주입할 때 도움이 되었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18세기 스코틀랜드 철학들의 사회체계 이론에 힘입은 바가 큰데, 특히 이기적으로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행위자가 사회의 부를 창출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에 큰 영향을 받았다. 요즘은 경제학자들이 인간의 지능과 자기조절 이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람들의 선택방식을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관점이 과거에는 인지심리학자들에 의해 크게 바뀌었고, 경제학자들의 과학도구는 사회심리학자들의 실험기술을 받아들여 크게 확장된 바 있다. 현대 사회학자들은 사회의 본질을 이론화한 18, 19세기 철학자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인지심리학자와 사회심리학자들은 철학자들이 제기한 질문의 영역을 넓히고 있고, 오래된 철학적 난제에도 답을 내놓기 시작. 윤리와 인식론에 관한 철학적 질문은 심리학자와 경제학자의 연구에 길잡이가 됨. 신경과학 연구와 거기서 나온 개념들은 심리학과 경제학, 나아가 철학까지도 탈바꿈시키고 있다.
- 활성화 확산은 우리 판단과 행동에 원치 않는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쉽게 받아들이게 한다. 인지의 강으로 떠내려오는 우연한 자극도, 그것이 당장의 인지적 작업과 아예 무관하다 해도, 우리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어, 어떤 장면, 소리, 기분, 심지어 냄새까지도 사물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쳐 우리 행동을 그쪽으로 유도함. 상황에 따라 좋은 일일수도, 나쁜 일일수도 있다. 허리케인 이름에 헤이즐과 호러스가 있다고 하자. 어떤 허리케인이 더 많은 희생자를 내겠는가? 사실 이름은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인다. 컴퓨터를 이용해 무작위로 선택한 이름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헤이즐에 희생자가 더 많이 생길 확률이 높다. 여성 이름을 붙인 허리케인은 남성 이름을 붙인 허리케인보다 덜 위험해 보여 사람들이 예방에 소홀한 탓이다.
* 직원을 좀더 창조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애플 로고를 보여줄 것. 그리고 IBM 로고는 피할 것.
* 직원의 주변을 녹색이나 파란색으로 꾸며도 창조성에 도움이 된다. (빨간색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할 것.)
* 연애 사이트에서 조회수를 올리고 싶다면? 프로필에 빨간 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리거나 적어도 사진 주위에 빨간 테두리라도 둘러라.
* 교육채권 발행에 납세자들의 지지를 얻고 싶다면? 학교를 투표소로 지정하도록 로비를 벌여라
* 임신 말기 낙태 금지법에 찬성표를 던지게 하고 싶다면? 교회를 주요 투표소로 정하게 하라
* 사람들이 커피를 마신 뒤 양심상자에 기부금을 넣게 하고 싶다면? 커피 주전자 위에 있는 선반에 사람처럼 생긴 코코넛을 놓아두어라. 그 코코넛을 보면 좀더 양심적으로 행동할 확률이 높다. 사람 얼굴을 연상케 하는 코코넛은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해동을 감시받는다고 느낀다.
* 누군가에게 사설을 읽게 하고 그것을 믿게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깔끔하고 호감가는 서체를 써라. 글자가 엉망이면 설득력도 떨어진다. 그런데 사설을 수산물 상점이나 부두에서 읽는다면, 사설의 주장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사설을 읽는 사람이 '비린내가 나는'을 '의심쩍은'의 뜻으로 쓰는 문화 출신이라면 그럴 것이다. 그 경우가 아니라면 비린내는 사람의 마음을 어느쪽으로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 아이들의 IQ를 높이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그렇다면 미네소타 학습기업 같은 따분한 이름은 쓰지 말라. 그보다는 살찐뇌닷컴 같은 이름을 써라 회사 이름이 섹시하고 흥미로우면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이다.
* 몸상태도 인지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교도소에서 가석방되고 싶은가? 가석방 심사를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 하도록 시도해보라. 이스라엘 가석방 심사관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심사관이 식사를 방금 끝냈을 경우 가석방을 허락할 확률이 66%였다. 점심식사 직전에 이루어진 심사에서는 가석방 확률이 정확히 0이었다.
* 이제 막 만나기 시작한 사람이 나를 따뜻한 사람, 껴안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는가? 그렇다면 상대에게 커피 한잔을 건네주고 들고 있게 하라. 아이스커피는 절대 안된다.
- 당신은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치인 인간이다. (짐 론, 미국 기업가 겸 동기부여 전문강사)
- 사람들에게 그들이나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의 행동이 주로 성격 특성에 좌우되는지 상황에 좌우되는지 물으면, 자신보다 친구가 상황변화에 상관없이 일관된 행동을 보일 것 같다고 대답할 것임. 이처럼 행위자와 관찰자가 행동의 원인을 다르게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전후 맥락은 언제나 행위자에게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 상황에 맞게 행동하려면 내가 처한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함.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상대는 내가 처한 상황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 상대에게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내 행동이다. 그러다 보니 내 행동의 특성에서 내 성격의 특성을 성급히 판단하기 쉬움. 상대는 내가 처한 상황의 중요한 부분을 볼 수 없고 더러는 무시할 수도 있다. 내 행동을 성격 탓으로 돌리는 데 제약이 거의 없는 셈이다.
- 그리스에서는 생계의 기초가 거래, 고기잡이, 목축처럼 주로 혼자 하는 일과 텃밭 가꾸기는 올리브 농장 같은 농사인 반면, 중국은 쌀농사처럼 협동이 많이 필요한 농사였다. 전제정치는 자기이익부터 챙기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효율적인 운영방식이었을 것임.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은 그리스인의 독립적 문화를 물려 받은 서양인과 중국의 유교전통을 물려받은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10여가지 실험에서도 그대로 드러남. 그중 다카히코는 일본대학생과 미국대학생에게 가운데 인물의 표정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일본학생들은 인물이 행복한 사람들에 둘러싸였을 때보다 슬픈 또는 화난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덜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반면 미국 학생들은 주위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훨씬 덜했다. 맥락에 주목하는 현상은 물리적 맥락에서도 나타남. 이런 차이가 얼마나 뿌리깊은 지 알아보려면 물밑 영상을 보여주는 20초짜리 영상을 본 뒤 무엇을 봤는지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미국인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할 것이다. "큰 물고기 세마리가 왼쪽으로 헤엄치는 걸 봤어요. 지느러미는 분홍색, 배는 하얀색인데 등에 세로 줄이 있었어요." 한편 일본인은 이렇게 말하기 쉽다. "시냇물 같은 걸 봤는데 물은 녹색이고 바닥에는 돌멩인가 조개껍데기가 있었어요. 큰 물고기 세마리가 왼쪽으로 헤엄치고 있었고요." 일본인은 맥락을 만든 뒤에야 미국인들에게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사물에 접근. 종합해보면, 일본인은 미국인보다 배경사물에 60% 더 많이 주목했다. 동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맥락에 더 주목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 이런 차이는 행동의 원인을 설명할 때에도 그대로 나타나, 동양인은 상황을, 서양인은 기질을 원인으로 꼽는 경우가 많음. 한국의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같은 상황에 처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면 한국인은 그 상황의 어떤 요소가 그 사람의 행동을 촉발했으리라는 꽤 합리적 출론을 내림. 그러나 미국인이라면 그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도 똑같이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개인의 기질로 그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려 할 것이다.
- 어떤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상황에 대한 반응이라 여길 때, 우리는 그 판단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보다 당사자의 판단이 맞을 확률이 더 높다는 점을 기억하라. 당사자는 현재 자기가 처한 상황을, 그와 관련한 개인적 사연을, 우리보다 더 잘알고 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서양인들은 세상이 대체로 정적이며 사람을 비롯해 어떤 대상의 행위는 불변하는 기질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반면에 동아시아인들은 불변하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뿐이라고 생각. 환경을 바꿔 보라. 그러면 사람도 바뀐다.
- 무의식은 의식보다 감지용량이 훨씬 더 클 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훨씬 더 많은 요소를, 그리고 훨씬 더 광범위한 종류를 생각헤 담아둘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 의식까지 가담하면 사물을 평가할 때 엉망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예술 포스터나 잼 같은 대상을 보고 나서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하고 각각의 물건에서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싫은지 말한 뒤에 고르라고 하면, 그 물건들을 그저 잠시 생각한 뒤 고를 때보다 잘못 고를 확률이 더 높아짐. 잘못 골랐다는 걸 어떻게 알까? 머릿속에서 일이나는 과정을 말로 표현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시간이 조금 지나서 아까 선택했던 물건을 평가해보라고 하면 그 물건이 아까만큼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하기 때문. 이런 의식적 선택이 문제가 되는 이유 하나는 말로 표현되는 특징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 그리고 그런 특징은 대개 그 물건의 중요한 여러 특징 중 일부다. 무의식은 말로 표현되는 특징뿐 아니라 표현되지 않는 특징까지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한다. 이처럼 선택을 할때 의식적인 과정을 빼버리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 자잉탕은 3년간 쌍둥이 소수추론 연구를 했지만, 소득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 갑작스레 해법이 찾아온 순간은 그가 연구실에서 이 문제로 씨름하고 있던 때가 아니라 콜로라도에 있는 친구 집 뒤뜰에 앉아 콘서트장으로 떠나기전 잠시 친구를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순간, 이게 정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여기까지가 무의식의 성과였고, 이 뒤부터는 의식이 개입하기 시작. 장이탕은 여러 달에 걸쳐 그 해법의 세세한 부분을 손질했다. 장이탕의 경험은 매우 높은 수준의 창조적 문제를 해결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 사례. 예술가, 수학자, 과학자 같은 창조적 사람이 자신의 창조방식을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놀랍도록 비슷한 점이 있음. 미국 시인 브루스터 기셀린은 앙리 푸앙카레에서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고도로 창조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방식에 관해 쓴 수많은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기셀린은 "순전히 의식적인 계산만으로는 절대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글쓴이들은 자신을 구경꾼처럼 묘사. 의식적 견해 뒤에 숨은 문제해결과정의 열매를 처음 목격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관찰자와는 다름.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1) 자신도 무엇이 그 해법을 촉발했는지 거의 또는 전혀 알 수 없으며, (2) 그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도 확실치 않은 때가 있다.
- 수학자 자크 아다마르는 이렇게 말했다. "외부 소음에 불현듯 깨었을 때, 그 순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오랫동안 찾아헤메던 해법이 머릿속에 불숙 떠올랐다. 그것도 내가 예전에 시도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푸앙카레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기분 전환으로 여행을 떠나 수학은 잊고 있었다. ... 그런데 버스에 발을 올려놓는 순간, 예전과는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푹스 방정식을 정의할 때 사용했던 변환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변환과 동일하다는 생각이었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노스 화이트헤드는 "귀납적 일반화에 성공하기 직전에 상상이 뒤죽박죽되던 긴장감"을 언급.
- 시인 스티븐 스펜도는 "내가 느끼는 어둑한 아이디어 구름은 응결되어 언어의 소나기가 되어야 한다." 고 말함. 시인 에이미 로웰은 이렇게 썼다. "아아디어는 특별한 이유없이 머릿속에 나타날 것이다. 이를테면 청동 말처럼, 나는 말을 시의 좋은 주제로 머릿속에 입력했따. 입력과 동시에 내 의식은 그 주제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한 일은 그 주제를 잠재의식 속에 떨어뜨린 것이다. 마치 편지를 우편함에 집어넣듯이. 6개월이 지나 머릿속에 시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시가 거기 있었다."
- 의식적인 문제해결과 관련해 우리가 아는 것은 (1) 우리 머릿속에 있는 특정한 생각과 지각, (2) 그 생각과 지각을 다루는 방식을 통제한다고 (또는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특정한 규칙, (3)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신과정에서 나온 많은 인지적 산물과 행동이다. 나는 곱셈규칙을 알고, 173과 19라는 숫자가 머릿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3과 9를 곱한 뒤에 7을 남기고 2는 한자리 올려준다는 등의 규칙을 안다. 나는 의식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들이 내가 생각하는 적절한 규칙과 일치하는지 점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어느 것도 곱셈이 진행되는 절차를 안다는 의미가 될 수는 없다. 사이먼은 나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어떤 일이 어떻게 무의식적 규칙이나 의식적으로 나타나는 규칙으로 수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를 제시했다. 체스를 처음 두는 사람은 어떤 규칙에 따라 말을 움직이는지, 규칙에 따라 움직이기는 하는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당연히 규칙대로 움직인다. 이때 사용되는 기술은 소위 멍청이 전략으로 고수들에게는 잘 알려진 규칙이다. 그러다 체스를 한참 두면서 관련 책도 읽고 수준급 실력자들과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에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하는 규칙에 따라 체스를 두고 그 규칙을 정확히 표현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자신의 행동이 의식적으로 구현되는 규칙에 맞는지, 그 규칙을 따를 때 떠오르는 생각과 일치하는지 점검할 수 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복잡한 문제해결의 기저가 되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없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일은 종종 들여다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느지 안다고 철석같이 믿을 때, 그리고 그와 관련해 지적당할 만한 실수를 하지 않을 때, 어떤 전략이나 전술의 타당성에 관한 그의 생각을 바꾸기란 매우 힘들다. 체스 선수의 경우, 진정한 고수가 되면 자신이 이용하는 규칙을 정확히 표현하기가 불가능해짐. 중급 실력이었을 때 배운 많은 규칙을 이제는 더 이상 의식적으로 구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랜드마스터 정도가 되면 전략을 무의식적으로 구사하기 때문이기도 함. 판단의 기저가 되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주장은 다음 두가지 관점에서 그다지 과격한 주장은 아닐 것임.
(1) 사람들은 판단과 행동의 기저가 되는 과정을 안다고 주장하지만, 기억에서 정보를 꺼내거나 어떤 대상을 지각하는 것의 기저가 되는 과정을 안다고는 주장하지 않는다. 후자의 과정은 인식범위를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각이나 기억을 이끌어내는 완벽한 과정은 우리 인식의 범위를 벗어나 일어난다. 그렇다면 인지과정이라고 해서 달라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2)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정신과정을 구태여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필요한 추론과 행동을 알아서 하는 정신과정까지 알지 않아도 의식이 해야할 일은 많다.
- 모차르트는 음악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써내려간 듯 싶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려면 아래 두 시점에서 의식이 필요해 보인다.
(1) 어떤 문제의 요소들을 찾아내고 해결책의 윤곽을 대략 잡아보려면 의식적 사고가 필수. 뉴요커 필진인 존 맥피는 아무리 하찮은 글이라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초고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초고를 쓰지 않으면 생각을 발전시키기가 분명 어려울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하루에 글을 두세시간만 쓸지라도 머릿속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하루 24시간 그 주제를 생각한다. 그렇다. 잠을 잘 때도 생각한다. 하지만 초고 같은 대략의 초안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것이 존재하기 전까지는 진정한 글쓰기가 시작된 게 아니다." 초안만들기의 또 다른 좋은 방법은 앞으로 쓸 내용을 어머니에게 편지로 알리는 것이다.
(2) 무의식에서 나온 결론을 점검하고 다듬는 데 의식적 사고가 필요. 어떤 해법이 난데없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는 수학자도, 그 해법을 증명하기까지 수백시간을 의식적으로 고민했다고 말한다.
-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의식의 자유로운 노동의 혜택을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
- 어떤 사람들은 매몰비용 개념을 알고 나서, 그렇다면 결혼생활에 이미 많은 시간과 힘을 쏟았다고 해서 결혼생활을 지속할 필요는 없다는 뜻 아니냐고 했다. 쏟아부은 시간과 힘은 이미 매몰됐으니까. 나는 그런 논리가 매우 조심스럽다. 결혼생활에 쏟은 시간과 힘은 결혼생활을 지속할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그 시간과 힘이 가치가 있었다면 앞으로도 가치 있을 테니까. "결혼은, 사랑하지 않은 시간을 극복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떠올려보라.
- 예상되는 수준보다 타인들이 더 훌륭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알면, 설교보다 훨씬 효과적일 때가 자주 있음. 설교는 나쁜 행동이 실제보다 더 널리 퍼진듯한 암시를 주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음. 그렇게 되면 타인을 따라 하려던 마음이 돌아서버린다. 사람들의 전기사용량을 낮추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웃보다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의 집 대문에 그 사실을 적어 걸어둬보라. 여기에 찌푸린 얼굴까지 그려 넣으면 금상첨화다. 그리고 전기를 절약할 방법을 제안하라. 이웃보다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이라면 역시 그 사실을 적어 대문에 걸어둔다. 이때 반드시 웃는 얼굴도 그려 넣는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전기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들이 제시한 이 영리한 개입으로 캘리포니아은 이제까지 에너지 비용을 3억불 넘게 절약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수십억 파운드 줄일 수 있었다.
-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자 할 때 우리는 흔히 당근과 채찍이라는 인센티브만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음. 금전적 이익과 손실은 가장 많이 애용되는 인센티브다. 하지만 사람들을 우리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더 효과적이고 더 싸게 먹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전기 절약을 유도하고 싶다면? 이웃은 전기를 더 적게 쓴다고 말해준다. 학생들의 음주를 줄이고 싶다면? 친구들은 생각보다 술을 덜 마신다고 알려주라. 떠밀거나 잡아 끌기보다 장벽을 제거하고 통로를 마련해주어 가장 현명한 행동이 가장 쉬운 선택이 되게 하라.
- 면접환상과 금본적 귀인오류는 뿌리가 같으며,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의 양에 제대로 주목하지 못할 때 더욱 부풀려질수 있다. 행동의 원인을 상황보다 고정된 기질 탓으로 돌리는 근본적 귀인오류를 제대로 이해하면, 면접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생각에 회의적이 된다. 대수법칙을 확실하게 이해해도 근본적 귀인 오류와 면접환상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나는 면접의 효용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니 면접에 근거한 내 판단에도 언제나 회의를 품는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나 역시 그 원칙을 이해했다가도 차츰 잊어버린다. 그러면서 나는 가치있고 신뢰할 만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환상이 지나치게 강하다. 그래서 면접이나 누군가를 잠깐 본 것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해야 한다. 특히 그 사람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의 견해에 근거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고 학교 성적이나 업무 수행력에 대한 기록까지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짧은 면적에 근거해 판단을 내릴 때는 그 한계를 언제나 또렷이 인식한다.
- 신뢰도는 어떤 사건이 두 가지 경우에 또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측정했을 때 똑같은 수치가 나오는 정도를 말함. 타당도는 무언가를 측정해 예측했을 때 원래 의도한 것을 예측하는 정도를 뜻함. 어떤 측정도구는 신뢰도가 완벽한데 타당도는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점성술사 두 명이 물고기자리인 사람과 쌍둥이자리인 사람의 외향성 정도를 두고 일치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지만, 그런 주장에 타다도가 있을 리 없다.
-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면 따라 마시게 되고, 사람들이 술을 많이 안 마시면 덩달아 음주량을 줄인다. 호텔의 특정 객실에 묵었던 사람들이 수건 하나를 여러 번 사용했다면 그 방에 투숙한 다른 사람도 따라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유권자에게 그 지역 투표율이 높을 거라고 말하는 게 낮을 거라고 말하는 것보다 투표율을 높이는 데 훨씬 더 효과적임. 사람들에게 지난 선거에서 그들이 투표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이번에도 그들의 투표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 말한다면 효과적일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자신에게도 잘 보이고 싶어함. 그러니 투표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말로써 투표율을 2.5%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단 사실이 새삼 놀랍지 않다. 하지만 오직 A/B테스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단 사실이 새삼 놀랍지 않다. 하지만 오직 A/B 테스타만이 점검 여부가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니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느지 알아볼 수 있다.
- 구두보고는 아주 다양한 왜곡과 오류에 취약하다. 우리는 머릿속에 서류서랍을 넣어두고 필요할 때 의견을 뽑아쓰지 않는다. 내 생각은 이렇다고 말할 때는 질문이 어떤 형태였는지, 그 앞에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우연히 발생한 사오항이 점화효과로 작용했는지에 영향을 받게 됨. 다시 말해 개인의 견해는 급조되고, 외부의 영향에 쉽게 좌우됨.
-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참고집단과의 암묵적 비교에서 나오는 때가 많다. 누가 나더라 얼마나 성실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교수들이나 아내 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마침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비교해 내가 얼마나 성실한지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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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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