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알고리즘

IT 2021. 5. 15. 20:02

- 검증되지 않은 순수한 가설은 팩트로 여겨지지 않는다. 여러 번의 검증을 거쳐, 실험에서 반박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 가설들만이 비로소 이론이 되고, 이 이론의 예 측이 통제된 반복실험에서 혹은 자연에서 여러 번 옳은 것으로 입증되어 야만 팩트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이 바로 학문적 방법이다. 하지만 머신러닝 알고리즘 사용자들은 이런 학문적 방법을 무시하고, 처리 결과를 곧장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활용한다. 팩트를 얻는 대신 그런 식으로 찾은 상관관계만 신뢰하는 것이 어느 때 충분하지 않은지를 이 책에서 차차 살펴보려고 한다.
- 고전적 알고리즘은 이처럼 의도치 않게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알고리즘 설계자가 고의로 드러내놓고 비윤리적인 알고리즘을 만들 수도 있다. 패스워드 피싱이나 개인정보 갈취, 혹은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를 인 질로 금전 요구 등을 일삼는 유해 소프트웨어들이 그런 경우다. 가령 당 신이 매번 자동차를 운전해서 어디를 갈 때 최소한 한 번은 유명 패스트 푸드 체인을 거쳐 가게끔 내비게이션을 구축하는 것은 내게 쉬운 일일 것 이다. 이런 특별한 내비게이션에 대한 수요가 아직 없을 뿐!! 일례로 2018년에 여러 항공사가 옆좌석에 나란히 앉아 가기를 원하는 승객들을 비교적 자주 갈라놓는 알고리즘을 투입하고, 그럼에도 일행이 함께 앉으려고 하면 추가요금을 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민간항 공국의 조사에 따르면 특히 라이언에어가 이런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  물론 라이언에어는 이를 부인했다. 일행을 따로 앉히면 승객들이 불편을 호소할 뿐 아니라, 비상시 탈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왕립항공협회 항공운항 그룹은 보고서에서 그런 결론을 내리면서, 어떤 경우에도 가족은 함께 앉힐 것을 권고했다. 그런 일이 정말로 의도한 것이든 아니면 부주의 때문에 빚어진 것이든 간에, 최상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요망된다고 하겠다.
알고리즘을 비윤리적으로 활용한 가장 유명한 예는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일 것이다. 차량이 테스트상황인지, 실제 도로에 있는지를 감지하는 소프트웨어가 이런 조작에 활용되었다. 그리하여 시험상황에서만 여러 시스템이 켜지거나 꺼져서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했고, 실제 운행상황에서는 배기가스가 시험상황에서보다 여러 배 배출되었다. 이런 조작은 복잡한 배기가스 기술을 개발하는 비용을 절약해주고, 엔진 성능을 높여 운전체험을 향상시켜주었다. 그러나 이제 정확히 누가 알고리즘의 오류와 비도덕적 행동을 책임져야 할까? 특히 알고리즘 설계자들의 책임은 얼마나 클까?
- 고전적 알고리즘의 결과는 늘 특정 맥락 안에서만 이해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를 위해 첫째 운영화(O), 둘째 맥락를 수학 문제로서 모델링하는 것(M), 셋째, 알고리즘(A), 이 세 가지가 서로 협연한다. 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모델링이 적절하지 않으면 알고리즘이 도출한 결과를 의미 있게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앞에서 그 예로 각 각의 출발시간과 도착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철도 연결 모델링을 살펴보 았다. 이런 경우 알고리즘은 최단경로를 계산하지만, 결과를 실제에 적용 하기는 힘들다. 중요한 것은 이런 모델링이 문제제기에 따라서는 아주 이성적인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한 역에서 다른 역으로 가는데 걸리는 최소 시간만 알고자 한다면(실제 소요시간과는 그다지 맞아떨어지지 않는) 이런 단순한 철도 연결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장의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운영화를 통해 측정할 수 있게 수량화 된 개념이 다르게 운영화될 수도 있는지, 그리고 운영화가 개념의 중요한 측면들을 파악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비게이션의 경우 이것은 최단경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었다. 가령 노선의 길이를 기준으로 할지, 예상되는 최단 소요시간을 기준으로 할지 말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알고리즘도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알고리즘이 해답의 특성이 명확히 정해진 수학 문제를 다루는 경우에는 이 해답이 진짜 맞는지를 점검할 수 있다. 경로가 정말 최단경로인지, 정렬이 모든 정렬 규칙을 정말로 준수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다. 그러나 휴리스틱의 경우는 대부분 이런 점검이 불가능한데, 많은 머신러닝 방법은 휴리스틱이다. 
- 추천 시스템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알고리즘이다. 머신러닝 방법을 활용한 것으로, 머신러닝은 과거의 데이터로부터 추론 을 해서 적절한 구조를 만들고 미래의 데이터를 위해 결정을 내린다. 머 신러닝의 모든 방법은 인공지능에 속한다. 그러나 현재 추천 시스템이 정 말로 똑똑할까?
온라인 시장이 막 태동했을 때 이 시장이 오프라인 시장을 위협할 거라고는 거의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나 전문점의 경우는 오프라인숍이 고객들에게 탁월한 맞춤 서비스를 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한 기술을 사용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우리 대부분은 시간이 흐르며 온라인 숍이 얼마나 양질의 추천을 해줄 수 있는지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어떻게 내가 언젠가 구입한 그 여러 가지 것들이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을까 당황하게 되었다. 어쨌든 내가 책을 아주 많이 읽던 시기에는 튀빙겐 자연과학대학에 있는 나의 단골서점 '오지안더도, 나의 단골서점 직원도 내 독서에 발을 맞추지 못했다. 그때는 아마존의 천 재적인 이 책을 구입한 분들은 다음 책도 구입했습니다' 덕분에만 최신 서적을 찾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할 때면 아마존의 추천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흥미로운 신간 서적이 종종 쓸데없는 책들에 묻혀 의미 없는 그룹으로 분류되어버린다. 동시에 다행히 굉장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알고리즘 추천을 뛰어넘는 흥미로운 발굴을 제시해주는 오프라인 서점들이 존재한다. 그리하여 나는 때로 기차 시간을 여유 있게 예약하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의 슈미트&한 서점' 심리/IT/경제 코너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니면 베를린에서 미팅 중간에 틈을 내어 얼른 '두스만으로 뛰어 들어가서는 두둑한 가방과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나온다.
하지만 어쨌든 별로 신통치 않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의 기본 속성이다.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자들은 이런 접근 으로 지금까지 인간이 하던 과제들을 컴퓨터로 해결하게 하는 방법을 찾 고자 한다. 그리고 일단 그 일이 이루어지면, 기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다는 사실이 낯설게 여겨진다. 
- 그렇다면 누가 빅데이터 알고리즘의 결과들을 책임질까? 물론 나는 알고 리즘 설계자로서 순수한 결과, 즉 계산된 숫자에 책임이 있을 것이다. 내가 나의 넷플릭스 분석 알고리즘 같은 알고리즘을 프로그래밍한다면, 그 알고리즘은 내가 의도한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프로그래밍의 정확성을 책임진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알고리즘을 다른 데이터에 활용한다면, 알고리즘 설계자로서 내가 그 해석의 결과까지 책임져야 할까?
그런 경우 대부분은 데이터과학자가 참여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과학자는 여러 가지 데이터 분석 방법들을 잘 알고, 대부분은 결과들을 구체적으로 시각화시킬 줄도 아는 사람들이다. 한 기사에서는 데이터과학자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데이터과학자는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 쓰나미로부터 중요한 비즈니스 문제에 대한 답을 건져 올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예전의 '통계학자'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힙하고, 데이터 분석에서 통 계학자와는 다른 목표를 지향하는 신생 직업이다. 통계학에서 데이터 분석의 목적은 설명하는 것이지만, 데이터과학에서는 데이터 안에서 새로운 패턴을 찾아내고자 한다. 그 밖에도 데이터과학자는 능동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자신의 분석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의사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 빅데이터에 대한 접근은 그 자체로는 별로 신통치 않은 많은 정보를 활용해 최소한 통계적인 패턴을 알아내는 것이다. 통계적 패턴은 커다란 무리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될 뿐 개개인의 행동에 꼭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접근을 좀더 급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머신러닝이다. 머신러닝은 과거의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 새로운 데이터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찾아낸 상관관계로부터 직접적으로 규칙을 이끌어내 예측에 활용한다. 가설 수립에서 직접 가설 활용으로 넘어가는 이런 방법이 정당한지는 실측자료를 도구로 한 테스트 데이터세트를 활용하여 확인할 수 있다. 학습한 규칙들이 테스트 데이터세트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면 머신 러닝을 통해 배운 것이 옳다는 의미다.
- 이로써 우리는 이미 이번 장의 주제에 다다랐다. 바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지금까지 인간 특유의 것으로 여겨졌던 활동, 즉 인지활동을 떠맡는다고 하는 것이다. 이를 지적 활동의 자동화라고도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은 오늘날 보통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컴퓨터로 하여금 보통은 인간이 해결하는 인지활동을 수행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인공지능이라 일컫는다.
인공지능의 정의는 물론 여러 가지 문제를 보여준다. 첫 번째 문제는 과연 인지활동 혹은 인간 특유의 지적 행동이 정확히 무엇인가 하는 것이 다. 두 번째 문제는 목표에 도달하면 정의도 변한다는 것이다. 즉 컴퓨터 가 원하던 것을 할 수 있게 되면, 해당 활동은 컴퓨터가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덜 지적인 것이 된다. 그리하여 토비 월시는 움직이는 과녁'이라는 말을 했다.
- 기계학습 과정에서 많은 것이 수작업으로 즉 인간이 일일이 확인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많은 파라미터가 있음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
이는 우리 모두가 기계의 판결에 내맡겨져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기계는 그냥 단순히, 객관적인 방식으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순수 수학을 활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어떤 결정들은 틀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기계를 잘 모른다 해도 일부 질문에 함께 결정할 수 있고, 결정해야 한다.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 기계가 되어 보자. 서포트 벡터 머신Support Vector Machine이 되는 것이다.
- 인풋 데이터가 첫 번째 층의 함수에 의해 처리되면, 그 결과는 다시금 두 번째 층에 인풋 데이터로 입력되고, 그 결과는 세 번째 층 함수의 인풋 데이터로 입력되는 식이다. 마지막 층, 즉 아웃풋 층은 청소로봇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즉 이제 로봇은 멈추든가, 좌회전 혹은 우회전하든가, 전진 혹은 후진하든가 하게 된다. 첫 번째 층의 수학 함수들은 원칙적으로 모든 인풋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데이터들에 각각 다른 가중치를 둔다. 어떤 함수는 카메라 영상을 주로 평가하고, 어떤 함수는 충돌센서 혹은 임의의 조합을 평가한다. 이렇게 가중치를 할당한 계산의 결과는 이제 두 번째 함수로 처 리되고, 다시금 0과 1 사이의 결과가 나온다. 이를 정규화 normalize라고 한다. 계산과 정규화로 이루어진 각각의 함수가 뉴런' 즉 신경세포다. 우 리의 신경세포도 다양한 센서 인풋을 얻고, 그런 다음 활성화되든지' (신호 전달), 비활성화되든지 하지 않는가. 그래서 1(활성화)과 0(비활성화) 사이의값으로 정규화된다. 그 밖에 신경세포들은 감각세포와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서로서로도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인공신경망에서 이전 층의 아웃풋이 다음 층의 인풋이 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또한 층 사이에서 인 풋에는 다시금 가중치가 할당되고 아웃풋 층은 청소로봇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그 값이 1에 근접하는 행동이 실행되고 보상 기능면에서 평가된다. 상황과 선택된 행동이 로봇이 빠르게 진행하고 추돌이 감지되 지 않는 것으로 이어지면, 이런 행동에 맞추어진(즉 이런 행동을 선택하도록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높은 값을 공급한) 세포들은 그런 행동에 기여했던 세포 들과 더 강하게 연결된다. 따라서 그런 행동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각 인풋의 가중치는 변한다. 올바르게 결정한 신경세포들을 위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가중치가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얼마만큼 변하는가 하는 부분에 데이터과학자들의 기술이 개입된다. 데이터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동원해 신경망을 조절한다. 반면 행동이 더 낮은 속도, 혹은 측정가능한 충돌로 이어지면, 이런 행동에 이르는 가중치는 약화된다(부정적 피드백), 따라서 잘한 신경세포연 결은 과자를 받고, 그렇지 못한 연결은 엉덩이를 한 대 맞는 것이다. 좀 상궤를 벗어난 이미지였다. 대신에 좀더 인상에 오래 남기를, 삐딱한 것이 아름답다.
- 일방적인 피드백은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훈련하는 데 나쁜 전제이다. 처음에 트레이닝 데이터가 적을 경우에는 특히 나 그렇다. 그러나 인간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리스크나 성공 예측에 관한 한 일방적인 피드백만 존재하는 상황이 예외가 아니라 보통이다. 보통 알고 리즘 의사결정 시스템의 사용자들은 높은 리스크를 가진 사람들을 피하 고, 높은 성공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른바 낮은 잠재력을 가졌다고 예측된 지원자들은 그들이 일을 잘 감당할 수 있 었다는 걸 증명할 길이 없다. 기계가 높은 리스크를 예측한 사람들은 그들이 대출금을 잘 상환할 수 있었음을 보여줄 길이 없다. 낮은 교육 잠재 력을 가진 것으로 예측된 아이들은 일찌감치 대학 진학을 포기하게 마련 이라, 그들이 대학 공부를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할 길이 없다.
따라서 이제 머신러닝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재범이나 테러위험 예측, 신용도 평가, 입사지원자 선발과 같은 지금까지의 예는 머신러닝을 투입하는 전형적인 예는 아니다. 그러나 머신러닝이 정말 잘하는 분야가 있다. 시스템이 인간보다 더 능력을 발휘하는 분야다. 
- 이미지인식은 이제는 완전히 기계의 손으로 넘어갔 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무엇보다 두 가지 때문이다.
1) 인간은 몇 안 되는 카테고리에서만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약 3만 개의 뜨개질 패턴을 알고 있고, 어떤 사람은 모든 로봇팔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모터와 버섯, 기각류, 뜨개 패턴을 동시에 똑같은 수준으로 아는 것은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 기계는 많은 카테고리들을 얼마든지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카테고리를 추가하는 경우에는 기본부터 새로 학습해야 하지만 말이다.
2) 기본이 되는 사진 데이터뱅크와 실측자료, 즉 사진을 분류하는 카테고리들은 앞으로 더 개선되고 완전해질 것이다. 어느 순간 모든 모터 타입, 모든 균류, 모든 해양포유류, 모든 뜨개 패턴에 대한 해상도 높은 라벨링된 사진들이 모든 각도와 다양한 배경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고, 이로써 기계의 정확성은 더 완전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학습하는 시스템에는 이상적이다. 세월이 흐르며 수백만 의 자원자들과 협업을 하면서 트레이닝 가능한 데이터가 마련된다. 이를 기초로 인류는 얼마 가지 않아 가령 생물종 다양성을 자동으로 조사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것은 중요한 생태계에 대한 인간 개입의 결과를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미지인식은 기계의 각종 자율행동과 감시카메라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동물종과 기술적 산물의 사진들이 충분히 존재하게 될 것이며, 우리 중 거의 모두의 사진이 이미지 데이터뱅크 안에 들어가 있게 될 것이다. 자, 인공지능 시스템이 최소한 인간 전문가만큼 능력을 발휘하는 두 번째 예는 의학적 진단과 관련된 것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특정 피부암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전문가 시스템은 인간이 만든 규칙들을 의사결정 나무(학습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구축한 의사결정 나무)나 데이터뱅크 같은 구조에 담는다. 그런 다음 의사결정 알고리즘으로 새 데이터를 이 결정규칙에 넣어 통과시킨다.
이로써 모든 의사결정 규칙과 그 규칙들이 내린 결정들은 인간 입장에서 왜 그런 결정이 나왔는지 늘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이런 경우는 학습 요소를 지닌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 상황이다. 
한편 고전적 알고리즘이 존재하는 수학적 모델링을 할 수 있는 경우도 머신러닝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수학적으로 그 해답 을 계산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겠지만, 가급적 이면 고전적 알고리즘을 우선 사용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실제로 최적의 해답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휴리스틱일 뿐임을 기억하라. 즉 해답을 찾으려 하지만, 그것이 최적임을 보장할 수 없는 행동지침일 따름이다.
- 머신러닝은 다음 조건이 충족될 때 기본적으로 성공적일 수 있다.
1) 양질의 방대한 트레이닝 데이터가(인풋) 있을 때
2) 측정가능한 실측자료, 즉 예측할 수 있는 것이(아웃풋 있을 때
3) 인풋과 예측할 수 있는 아웃풋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때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인간을 능가하는 면은 다음과 같다.
1) 임의의 데이터에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다는 점
2) 다양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다는 점
3) 약한 상관관계도 통계 모델에 집어넣어 유익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추가적으로 다음에 해당될 때 머신러닝의 결과는 믿을 만하다. 
1) 인풋과 예측되는 아웃풋 사이에 인과관계가 알려져 있어 관계자들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명확한 인풋 데이터가 존재할 때
2) 두 가지 오류 유형(위양성/ 위음성 결정)에 대해 가급적 많은 피드백이 있을 때. 그로써 지속적으로 품질을 측정해 통계 모델을 역동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3) 모든 관계자들이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명확한 품질 척도가 있을 때
- 머신러닝은 플랜 B일 따름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플랜 A가 없을 때가 많다. 당면한 많은 문제는 고전적 알고리즘으로 해결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계속해서 인간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인간과 기계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간다는 대안은 남는다. 좋은 해결이 무엇인지를 사회가 함께 모색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무도 우리에게서 이런 결정을 앗아갈 수 없다.
- 인간에 대한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대부분의 결정은 현재와 미래의 행동에 관계된다. 이 사람이 근무에 적합한 자질이 있 는가? 대출금 상환을 할까? 테러리스트일까? 여기서는 100퍼센트 옳은 결정규칙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계의 결정은 늘 통계적 특 성을 띨 수밖에 없다. 어느 개인이 특정 행동을 할 위험성은 그와 비슷한 사람들 내지 그와 비슷한 행동을 보였던 사람들을 기준으로 표시된다. 그 로써 인간행동의 리스크 예측은 힘든 것으로 악명이 높다. 기계가 누군가 의 재범 위험값이 70퍼센트라고 말하면, 이것은 그가 어느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70퍼센트를 유발하고, 70퍼센트만큼 징역형을 살아야 한 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은 범행을 저지르거나 저지르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70퍼센트의 절도나 폭행은 없다. 그런 결과는 통계적 표현이다. 너와 비슷한 사람들의 70퍼센트가 범행을 저지른다'고 하는 것이다. 그 사 람과 닮은 집단은 알고리즘이 정한다.
알고리즘 기반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이런 알고리즘적 연대책임으로 개개인의 위험평가를 그룹의 위험률로 대신한다. 이로써 알고리즘적으로 정당화되는 편견이 생겨나는 것이다.
- 기계가 내놓은 결과들을 해석하고 책임성의 긴 사슬에서 행동을 선택할 때에야 비로소 어떤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어떤 유익이 있는지를 규정할 수 있다. 지난 장에서 나는 인풋 데이터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차별이 사회적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열악하게 만들어진 지원자 평가 시스템, 이미지인식 혹은 음성인식, 구인광고의 분배 등. 그러나 이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법칙이 아니다. 알고리즘이 대량의 데이터 안에서 부당한 차별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것을 활용할지 말지는 사회적 결정이다.
-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의 개발과 활용에서의 윤리적 문제들
* 데이터: 어떤 사회적 개념을 어떻게 운영화했는가? 전체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활 용했는가? 이런 데이터의 질은 얼마나 높은가? 누가 실측자료를 정의하는가?
* 방법: 어떤 유형의 알고리즘을 사용했는가? 데이터의 양이 적합한가, 아니면 데이 터에 굶주리는가? 알고리즘이 오류에서 안전한가? 거기서 나온 통계 모델이 인간 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인가?
* 품질 척도와 공평성 척도: 어떤 품질 척도와 공평성 척도를 사용했는가? 그것을 각각 누가 결정했는가?
* 데이터 입력: 데이터 입력에서 어떤 오류가능성이 있는가?
* 해석: 결과가 정확히 어떻게 제시되는가? 누가 그것을 해석하는가? 사람들이 관련 교육을 받았는가? 품질 척도의 값이 알려져 있는가? 이런 척도의 의미를 명확히 의사소통했는가?
* 행동: 누가 최종결정을 내리는가(행동하는가? 기계가 자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가? 아니면 그 뒤에 추가로 인간 결정자가 존재하는가?
* 피드백: 피드백이 쌍방인가, 일방인가? 피드백을 측정할 수 있는가? 어떻게 측정 하는가? 시스템이 어떻게 개선되는가? 더 중요한 목표에 대해, 기계의 활용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사회적 목표를 누가 정했는가? 목표 도달을 어떻게 측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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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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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금융위원회에서 서기관으로 복무하고 있는 강성호님이 지은 책이다. 정책학 석사, 국제개발학 석사를 가진 분이 지은 책이라 좀 어렵고 학술적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불과 몇 페이지를 읽지 않아 자연스레 해소되었다. 경제학이나 플랫폼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도 네트워크 경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일상의 용어를 통해 서술하고 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플랫폼 경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렸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지인들과 소통을 하고,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고 또 물건을 사기도 한다.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쿠팡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하며, 카카오택시나 카카오대리를 휴대폰으로 손쉽게 이용하고 있다.

어쩌면 이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행위도 플랫폼 경제 속에서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읽었던 책에 대해 기록하고, 나중에 필요할 때 찾아보기 위해 블로그라는 인터넷 저장소에 저장해 두는 행위는 개인적인 행위이기도 하지만, 이 글이 블로그 독자들에게 공유되는 순간 플랫폼 경제 내부의 네트워크 행위가 되는 것이다. 

"내가 작성한 리뷰글 이라는 데이터는 나의 노동행위인가? 아니면 플랫폼 사업자가 축적한 자본인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데이터를 자본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데이터를 혁신을 위한 자원의 일부로 여기게 된다. 그리고 무상으로 더 많은 데이터가 공급되어야 혁신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반면 데이터를 노동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데이터를 작성한 노동자들이 소유권을 지녀야 하며, 데이터를 취득하는 플랫폼 기업은 임금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는 단순히 플랫폼 기업에 리뷰를 게시하거나, 별점을 매기는 행위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좋은 데이터나 컨텐츠에 대한 포인트 혹은 광고기반 수수료를 얻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이 책은 네트워크 경제가 어떻게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지, 네트워크가 어떻게 경제권력을 재편하고 있는지, 플랫폼 경제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도전을 겪고 있는지를 쉽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트워크가 만드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 대한 전망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이라는 것은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독자들에게 무언가 더 생각할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는 앞으로 어떤 경제질서를 구축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네트워크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슨 일을 할 것인가? 플랫폼 기업이 정보를 독점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혁신을 가로막는 경제제도와 사상 대신 어떤 새로운 사회적 계약에 합의할 것인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은 지금 당장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 답을 하기 위해 우리가 기본적으로 가정하고 있어야 할 것은 새로운 질서 속에서 어떻게 인간적인 측면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본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경제이론으로서 '양면시장 이론'은 최근 경제학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구주제 중 하나였다. 양면시장 이론의 시초였던 로셰와 티롤이 2003년 이 이론을 발표한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양면시장 이론을 다루었고, 그만큼 연구논문들도 쏟아졌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오랫동안 이 이론이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양면시장 이론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기존의 법질서와 상충되는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독점을 판단하는 공정거래법 영역은 양면시장 이론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대표적인 분야였다. 양면시장 이론은 서로 다른 두 시장을 하나로 묶어서 취급하자는 것인데, 서로 다른 두 시장을 하나로 묶으면 기업의 독점이나 갑질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 예를 들어 쿠팡이라는 플랫폼 기업이 소상공인인 판매자들에게 갑질을 하거나, 횡포를 부리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양면시장 이론은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양면시장은 원래 한쪽이 다른 쪽을 위해 희 생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삼기 때문이다. 소상공인(판매자)들에 대한 갑질이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이러한 갑질과 독과 점은 정당화될 수도 있다는 함의가 양면시장 이론에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면시장의 논리적 귀결을 납득할 수 있을까? 사 실 이러한 결론은 심정적으로 선뜻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쿠팡과 네이버가 소상공인들을 쥐어짜는 행위를 양면시장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용서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도 분명 공정한 시장질서라는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미국 신용카드 시장에서는 빅4인 비자(in, 마스터카드Mastercard, 아멕스카드 American Express, 디스커버 카드Discover가 경쟁하고 있었다. 후발 주자로서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아멕스카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사용했다. 가맹 점에 아멕스카드 이외의 카드는 사용하지 말라는 '아멕스카드 강제 사용Anti-Steering' 의무를 1990년대 중반부터 부과한 것이다. 아멕스 는 가맹점들이 만약 강제 사용 의무를 어기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해 버리는 강력한 페널티도 부과했다.
이에 미국 법무부POS는 아멕스카드의 강제 사용 의무는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위배할 수 있다며 아멕스카드의 마케팅 전략에 제동을 걸 었다. 하나의 카드만을 강요하는 것은 가맹점에 대한 갑질이라는 것이다. 또한 카드 강제 사용 의무는 가맹점들이 다른 신용카드사를 원천적으로 선택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신용카드사 간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미국 법무부는 아멕스카드 회사를 상대 로 2010년 소송을 제기했다. 법리 다툼은 치열했다. 1심은 법무부가 이겼으나 2심에서는 아멕스카드가 이겼다. 결국 재판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으며, 2018년 연방대법원은 5 대 4의 차이로 아멕스카드의 손을 들어 주었다.
연방대법원이 아멕스카드의 손을 들어준 근거는 양면시장 이론이었다. 신용카드 시장은 양면시장이기 때문에 카드 소지자와 카드가 맹점을 묶어서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요지였다. 아멕스 카드가 경쟁사보다 카드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 것은 사실 이지만, 이것만으로 아멕스가 시장 지배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가맹점에서 그 수수료 수입을 카드 소지자들을 유치하는 데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은 높은 수수료 수입이 카드 소 지자들에 대한 혜택과 리워드로 돌아간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취했다. 
이처럼 양면시장 이론은 한쪽 시장에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카드 사용을 강제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될 수 있다. 이 아멕스카드 사건은 미국 경쟁법 영역에서 양면시장 이론이 인용된 최초의 판결이었다.
- 그러나 소수의견을 제시한 4명의 대법관은 의견이 달랐다. 이들은 양면시장 이론을 지지하지 않았다. 굳이 두 시장을 하나로 묶어 볼 만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수많은 양면시장이 존재한다. 그런데 왜 하필 신용카드 시장만 두 시장을 하나로 묶어 특별 취 급을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계에서도 어디까지를 양면시장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일치된 합의가 없다. 양면시장에 대한 추상적 정의만 있을 뿐이다.
양면시장 이론은 한쪽의 희생을 정당화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쪽은 수혜를 누리고 한쪽은 피해를 보는데, 어떻게 이것이 과연 상쇄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다. 서로 다른 두 주체의 이해득실을 하나로 합쳐서 생각하자는 주장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적 관점에 기반한다. 그러나 어느 일방에 피해를 전가하고 더 큰 이득을 본 집단이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은 현실에서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우리 모두는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 네트워크 경제는 '더 많은 노동시간 = 더 많은 소득' 이라는 공식도 붕괴시킨다. 노동과 소득 간의 비례 관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전통적 경제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버는 구조였다. 그러나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놀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 유명 연예인들과 유튜브 크리에이터, 스포츠 스타들, 인기 학원 강사의 수입이 일반 노동자보다 매우 높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들은 노동을 통해 돈을 벌지 않는다. 이들은 최소한의 노동력만 투입할 뿐 소득은 TV, 인터넷 등의 네트워크가 스스로 창출한다.
- 블록체인의 채굴과정은 매우 비생산적이다. 유효한 논스값을 가장 먼저 찾아내기 위해 수많은 컴퓨터가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많은 사람에게 이러한 현상은 매우 모순적으로 보인다. 거래내역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을 연결하는 데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는 엄청난 수준이다. 비트코인 거래 한 번을 위해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는 300kg이며, 이는 비자카드를 한 번 긁는 것보다 75만배 많은 양이다.
- 왜 블록체인 시스템은 블록을 연결하는 작업을 비생산적이고 낭비적인 숫자 끼워 맞추기'로 만들었을까? 이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블록체인은 블록연결 작업을 통해 장부조작 여부를 발견한다. 숫자 끼워 맞추기 작업을 통해 가짜 거래기록을 밝혀내고, 진짜 거래 기록만 남게 된다.
- 블록체인은 데이터 보관의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다. 수많은 기록 보관소를 두고, 동일한 기록을 분산 저장하기 때문이다. 기록 속도도 매우 느리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중앙결제방식은 초당 3,200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으나, 비트코인은 초당 4건의 거래 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그만큼 느리고, 많은 저장 공간을 요구하는 비효율적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술적으로 완벽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신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적으로는 복잡하더라도 신뢰를 강제하는 기술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신뢰기계 the Trist Machine" 다. 블록 체인 시스템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항상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이 는 미래가 예측 가능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만 들어내는 도구이며,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대체하는 기계다.
블록체인은 단순 반복적인 거래가 많이 일어나는 곳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거래구조가 복잡하면 블록체인이 주석을 달고 추적을 하는 과정이 매우 번거로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업, 물류, 수송 등 단순 반복적이지만 거래량이 많은 공급망upply chain' 관리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 경제 권력은 자본파업의 가능성을 통해 힘을 휘두른다. 노동자의 본래 역할이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면, 자본은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투자하여 공장을 짓고 이윤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자본가들이 공장을 짓지 않는다면, 이를 '자본파업’이라 한다. 기업가들이 기존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일종의 자본파업이다.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시키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은 자본파업의 전형이다. 
- 자본파업은 일자리만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다. 자본파업이 발생하면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다. 전통적 제조업의 일자리는 해외로 나가버리는 대신, 그 기업이 빠져나간 빈자리에는 바이오, 게임 등과 같은 신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는 고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저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 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즉, 자본파업은 현 정부가 가장 두려 워하는 일자리 감소와 소득 양극화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가져온다.
- 우리는 개인정보를 소중하다고 인식하지만, 실제 행동은 개인정보 제공에 매우 관대하다. 이처럼 개인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현상을 '프라이버시 역설privacy Paradox' 이라고 한다. 프라이버시의 역설이 존재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기업들은 우리의 개인정보를 손쉽게 얻고 있는 것이다.
- 뉴파워는 구권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작동한다. 17 네 트워크를 통해 확산되고, 흐르는 물결처럼 작용한다.
제러미 하이먼즈는 신권력은 'Current(흐름)', 구권력은 'Currency(화 폐)'라고 표현한다. 구권력은 소수만 가지고 있으며, 폐쇄적이고 접 근하기 어렵다. 리더가 주도하며, 상명하달의 원리로 움직인다. 강 한 유대감과 권위hierarchy도 구권력의 특징이다. 정당이나 기업이라 는 조직을 만들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구권력의 작동방식 이다.
그러나 뉴파워는 흐름이다. 다수가 만들어내고, 개방적이면서 참여적이다. 물이나 전기처럼 흐름이 급증할 때 가장 강력해진다. 뉴 파워는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 도록 결집하는 것이다. 뉴파워는 지도자가 부재한 상황, 즉 아나키 anarchy에 가깝다. 이들에게는 조직도, 리더도 없다. 이들을 움직이는 힘은 참여, 공감, 확산이다. 네트워크에서 공유되는 메시지는 모두 수평적으로 움직이며, 많은 대중의 공감을 받은 메시지가 뉴파워가 된다.
- 인터넷 사용에는 '1대 9 대 90의 법칙' 이라는 게 있다. 인터넷 이 용자의 90퍼센트는 단순히 관망할 뿐이며, 9퍼센트는 재전송이나 댓글로 확산에 기여하고, 1퍼센트만이 콘텐츠를 창출한다는 법칙이 다. 이 법칙은 인터넷에서 영향력 있는 소수(1퍼센트)에 의해 인터넷 여론이 좌우되거나, 의견이 일방향으로 흐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수많은 사람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인터넷상의메시지를 무비판적으로 소비, 확산할 뿐 사실을 검증하지는 않는다.
- 뉴파워는 항상 선善한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연결 그 자체는 가짜뉴스에 취약하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자극적인 뉴스에 민감하다. 특정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유명세를 바탕으로 저품질의 상품을 판매하여 이득을 챙기거나, 고의로 대중을 선동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나는데, 이들은 모두 뉴파워를 특정 개인의 이해관계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 웹2.0의 개념이 처음 제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웹을 통한 소통과 참여를 기대했다. 웹2.0은 모든 것이 양방향으로 연결된다는 자유정신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웹2.0은 상업화의 논리에 의해 지배당했다. 참여와 동료생산의 원리를 상업화하는 데에 성공한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한 것이다. 네이버쇼핑은 마케팅에 사람들의 자발적인 리뷰를 활용하고, 배달의 민족은 별점으로 식당 정보를 제공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사진과 이야기들을 상업화했다.
즉, 플랫폼 기업은 동료생산과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동료생산의 원리를 상업화하는 데에 성공한 기업이 바로 플랫폼 기업이며, 이들은 웹 2.0을 이끌어 가는 주역이 되었다.
- 사람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현상을 '멀티호밍multi-homing' 이라고 부른다. 여러multi 채의 집home을 두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멀티호밍이 나타나는 산업에서는 여러 플랫폼이 공존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플랫폼과 플랫폼이 만나 경쟁하는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승자독식이 불가능하다.
- 멀티호밍 현상은 플랫폼 '유지비용'이 낮을 때에 발생한다. 신용카드의 경우 연회비(유지비용)가 매우 저렴하기에 소비자가 여러 카드를 동시에 사용하더라도 부담이 없다.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탈 때 '전환비용'이 거의 없는 경우에 발생한다. 만약, 플랫폼을 갈아타는 데에 엄청난 위약금이 부과된다면 멀티호밍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 멀티호밍이 어렵다는 것은 후발주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싱글호밍 환경에서 사람들은 기존의 플랫폼에 안주해 시장의 집중도를 높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후발주자로서 안드로이드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스마트폰OS 시장에 뛰어든 적이 있다. 2010년, 윈도우폰Windows Phone이라는 OS를 출시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냉정했다. 멀티호밍이 어려웠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까지 인수했으나, 윈도우폰의 판매량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미국 시장점유율 0.01%에 그쳤던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모바일 OS에서 손을 떼게 된 다. 이것이 바로 '멀티호밍' 의 힘이다. 플랫폼 시장을 독점 구도로 가느냐, 경쟁 구도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 기업 경영 전략도 플랫폼 시대를 맞아 변화할 수밖에 없다. 과거 파이프라인 산업 (pipeline business, 전통적 기업을 플랫폼 기업과 대비해서 부르는 말)에서 통하던 경영 전략은 플랫폼 경제에서 경쟁력을 잃 어가고 있다. 파이프라인 산업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제품을 (1)더 싸게 만들거나(원가절감), (2)경쟁자와 다르게 만들거나(차별화), (3)특정 소비자만을 겨냥하는(집중화) 전략이 대세였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더 많은 자본을 끌어와 더 큰 갤럭시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짓고,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객들의 니즈를 분석하고, 새 로운 스마트폰을 애플이나 샤오미보다 더 빠르게 출시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에서 중요한 경영 전략은 소비자들의 '멀티호밍을 막는 것이다. 다른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의 상품 구매를 막고, 자사 플랫폼을 통해서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플랫폼 기업들의 최우선 전략이다. 고객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아 독점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아멕스카드 강제사용 의무 부과 Anti-Steering는 소비자들의 멀티호밍을 막기 위한 전형적인 전략이었다. 아멕스카 드는 선발주자였던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를 따라잡기 위해 가맹점 에 아멕스카드 사용을 강요했으며, 이후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유사 한 강제사용 전략을 도입했다. 이는 가맹점이 특정 카드만을 취급하도록 강제하여, 플랫폼 간 대결에서 우위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 스티브 잡스가 플래시를 거부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플래시가 멀티호밍 현상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플래시는 기기를 가리지 않고 작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애플, 안드로이드, 맥, 윈도우를 가리지 않고 플레이된다. 한마디로, 플래시 로 만든 콘텐츠는 애플뿐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다른 기기에서도 구동이 된다. 따라서 플래시를 통해 만들어진 앱은 아이폰만의 특수성을 없애버리는 셈이었다. 이는 애플이 만들어온 고유한 생태 계를 위협하는 도전이었다. 그래서 잡스는 표면적으로 보안 문제를 내세워 플래시 프로그램을 거부했지만, 속내는 다른 플랫폼의 부상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 쿠팡도 다른 플랫폼의 부상을 막기 위해 장벽을 친 적이 있다. 2016년, 쿠팡은 네이버에서 쿠팡의 상품이 검색되지 않도록 상품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었다.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 다. 네이버 검색을 통해 쿠팡으로 유입되는 소비자도 많을 텐데, 이 를 차단해 버렸다니 말이다. 쿠팡의 이러한 의사결정 이면에는 네이버라는 초대형 플랫폼에 대한 견제가 숨어 있었다. 네이버가 쇼핑 시장의 플랫폼이 되는 것을 막고, 쿠팡 스스로 플랫폼이 되어 직접 고객을 모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당장은 네이버를 통한 고객 유입이 감소하더라도, 네이버와 쿠팡으로 양분되어 있는 상품검색 시장의 멀티호밍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 쇼핑 플랫폼과 검색 플랫폼의 경쟁은 쿠팡과 네이버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구글은 검색 시장의 최대 라이벌로 '아마존' 을 지목하고 있다. 사용자가 구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아마존에 접속하여 쇼핑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알리바바Alibaba와 텐센트 Tencent도 중국 검색포털 사이트 바이두Baide에서 자사의 제품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차단했다. 고객이 이탈하여 경쟁 플랫폼이 하이퍼플랫폼 (hyper-platform, 플랫폼의 플랫폼)이 되는 현상은 반드시 막겠다는 의도이다.
- 재능을 뜻하는 영어 단어 탤런트talent는 무게를 뜻하는 그리스어 탈란톤에서 유래했다. 탈란톤은 성경에서 '달란트’로 번역되는데, 달란트는 그 무게에 해당하는 동전의 가치를 가리키면서 자연스레 화폐 단위가 된다. 즉, 돈(달란트)과 재능(탤런트)은 같은 어원에서 나온 말이다. 한마디로 돈이 곧 재능이다. - 적절한 금융의 수준은 얼마큼일까? 2012년, IMF는 민간 부문에 대한 대출이 GDP의 110퍼센트를 넘으면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금융의 크기가 110퍼센트라는 문턱을 넘어서면 유익한 대출보다는 불필요한 대출이 많아진다는 분석이다. 이미 한국은 2016년 기준 민간신용 대 GDP 비율이 143퍼센트에 이르렀다.28 양적인 측면에서 IMF의 기준점을 넘어 투머치 파이낸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사실 IMF 경제학자들의 정교한 분석이 없더라도 우리는 빚이 과 도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2020년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 는 8,256만 원이다. 가구당 평균 소득은 5,924만 원이니 1년 소득 보다 훨씬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빚이 있어서 부동산 가격과 주식가격이 유지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전세 자금과 주택 구입 자금을 빚으로 조달하고, 자영업자들도 사업 자금을 조달한다. 대학생들 역시 사회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학자금 대출 부담을 진다.
그러나 한국이 '투머치 파이낸스 사회가 되었다는 것과 별개로, 여전히 사람들은 더 많은 대출을 원한다. 부동산과 자산 가격이 폭 등하자 영끌과 빚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벼락거지가 되는 상황이 되었다.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자, 저금리를 잘 활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레버리지(Leverage, 기회를 넓혀주는 도구로서의 부채를 일컫는 말)' 시각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 금융회사의 브랜드가 사라지는 현상은 이미 일부 금융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버리고 배달의 민족, 스타벅스, 이베이와 같은 사업자들의 브랜드를 단 신용카드를 출시하고 있다. 이렇게 출시된 카드는 브랜드가 자체적인 라벨을 붙 인 카드라는 의미에서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라고 한다. 플랫폼 회사들은 브랜드와 마케팅을 맡고, 카드회사는 카드발급과 결제 시스템을 담당한다. 
- 싱가포르 DBS, 보이지 않는 은행이 되다
은행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 은행이 있다. 바로 싱가포르의 'DBS' 은행이다. DBS는 전통적인 은행 개념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은행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DBS는 굳이 DBS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은행 네트워크를 개방하고, 핀테크 회사들이 네트워크를 활용하도록 협업하는 전략을 세웠다. 보이지 않는 은행이 되기 위해 DBS는 은행 서비스를 오픈 APIT의 형태로 외부에 개방했다. 오픈 API를 통해 핀테크 회사들은 DBS의 은행 시스템에 연결되고, 은행 서비스를 DBS 대신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A은행의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A은행의 앱을 이용 해야 하지만, DBS의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DBS와 연결된 핀테 크 업체의 앱을 활용할 수도 있다. DBS는 200개 이상의 오픈 API를 제공하고 있다. - DBS는 간편결제 사업에도 재빨리 뛰어들었다. 은행이 간편결제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은행은 이미 나름의 결제망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금융그룹 내에 신용카드사가 존재하 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카드사를 보유한 은행의 입장에서 간편결 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카드사의 먹거리를 스스로 위협하는 셈 이다. 그래서 간편결제 서비스는 주로 핀테크 기업이나 쇼핑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DBS는 뼛속까지 디지털로 변신Become Digital to the Core 했다
- 슈퍼 인텔리전스에 기반한 계획경제가 탄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에 있다. 네트워크 경제는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과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냉장고에도 인공지능과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필요한 반찬과 과일 수 요에 대한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다. 자동차에도 네트워크가 연결되 어 가솔린 소비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다.
이처럼 사물인터넷T은 모든 사물을 데이터 생산자로 만든다. 그 리고 이 데이터는 중앙정부로 보고된다. 중앙정부가 데이터를 수집 하고 분석하는 관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소유한 슈퍼 인텔리전스는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한 미래 예측을 할 것이다.
- 미래에는 누가 금융의 역할을 할까? 누가 유망한 기업을 골라내서 투자하는 역할을 담당할까? 이 질문은 자본주의 이후 시대에는 “누 가 정보와 데이터를 보다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같다. 만약 금융보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구가 등장한다면, 이 기구가 자원 배분이라는 금융의 기능을 맡게 될 것이다.
금융을 대체할 가장 강력한 후보는 바로 정교화된 계획경제다. 언 젠가는 계획이 금융보다 정확하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대가 올 것 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서 보았듯이, 인공지능의 정보처리 능력은 어떤 영역에서는 인간을 넘어섰다. 그리고 인공지 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영역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먼 미래에 금융보 다 우수한 미래 예측 능력이 있는 슈퍼 인텔리전스가 탄생한다면, 이 슈퍼 인텔리전스가 세우는 계획에 자원 배분을 맡기는 것이 낫다.
- 계획경제가 금융을 대체하리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부 부문에 자금이 남아돌 가능성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고율의 소득세와 법인세가 도입되면, 정부는 많은 조세수입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조세수입은 정 부 지출로 사회 곳곳에 쓰이지만, 네트워크 시대에는 정부가 막대한 잉여자금을 바탕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정교화된 계획경제가 탄생하 는 것이다.
네트워크 그 자체는 금융을 대체할 수 있는 두 번째 후보다.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된 집단지성은 금융회사보다 미래 예측력이 뛰어날 수도 있다. 
- 집단지성과 결합한 블록체인도 금융 이후의 금융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본래 은행이라는 중개인을 배제하는 탈중앙화의 알고 리즘이다. 블록체인 참여자들은 투표(합의)로 투자할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이 투표에 기반해 코인을 추가 발행하거나 대출하는 방법이다. 
- 고가의 자금을 투자해 택시면허권을 구입한 택시 기사들은 타다라는 새로운 생산양식의 등장에 더욱 격렬히 거항 할 수밖에 없었다.
이마트와 타다의 사례는 생산수단을 사유재산'으로 두면, 혁신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과거의 생산수단을 소유하 고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생산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과거의 생산수단에 이미 막대한 투자를 해두고, 이 생산수단을 통해 밥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유재산 제도에 기반한 오늘날의 자본주 의는 변화와 혁신에 저항하려는 성질이 내재되어 있으며, 변화의 폭과 속도가 빠를수록 저항은 커진다.
- 불구하고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승자독식의 자본주의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인간다움과 정의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이후의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위해 일하고, 돈보다 사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제의 틀을 만드는 작업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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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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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 공포는 군중 본능을 자극하고, 군중의 일원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자들을 향해 잔인성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 2016년 대선은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두고두고 회자되겠지만, 사회적 영향력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선거는 미국의 양당체제가 붕괴의 길로 가는 확실한 이정표가 되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던 다양한 유권자 집단이 서로 분열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민과 일자리 문제에 관한 공포심을 이용하는 우파 포퓰리스트(populist, 일반 대중의 인기에 편승하여 일을 추진하는 사람)에 의해 저소득층의 백인 유권자들이 동요한 것이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것이 반자본주의 좌파 세력과 보수 우파 세력을 결집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차이는 항상 존재했다. 정치 단체와 같은 광범위한 사회적 집단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구성원의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불가 능에 가깝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정체성과 관심사를 가지는 것이나, 배구팀의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우선순위와 관점,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사회와 조직, 그리고 배구팀이 제 기능을 하는 이유는 구성원들이 합의하지 못한 사안들보다 집단의 공통된 목표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에 이들이 동의하기 때문이다.
- 보안국과 사법 당국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이 소셜 미디어 상의 허위 콘텐츠 양산에 책임이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가짜 뉴스를 게시하는 계정 대부분이 보유한 '실제 팔로워 수는 극소수, 또는 0에 가깝다. 이들 중 대부분이 그들이 만든 네트워크 안에서 존재하며 계속 해서 가짜 뉴스를 게시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고, 리트 윗retweet한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실제 사람들의 네트워크로 파고든다. 즉, 믿을 만한 내용의 게시물을 보고 그것이 기존의 신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이미 다른 '트롤(troll, 인터넷상 에서 남의 화를 부추기기 위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에 의해 여러 차례 공유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스스로 그 게 시물을 공유하기에 이른다. 특정 시점이 지나면, 새로운 정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이 모든 것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거짓이며, 믿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사회적 자아와 소셜 미디어는 우리를 특정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본능과 사 회적 환경은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페이스북의 사례 에서 보듯이, 시민의 삶과 의사 결정에 있어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정부는 새로운 파도에 속수무책일 뿐만 아니라 크누트 대왕과 마찬가지로 그 파도를 되돌리지 못한다. 여기서 크누트 대왕은 파도가 모래를 깎는 것을 보고는 파도를 향해 “나의 명령 없이는 내 땅을 한 치라도 깎아낼 수 없다. 즉시 멈추어라.”라고 명령했지만,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에 발을 적시지 않기 위해 그 자리를 피한 인물이다. 그때 그는 스스로 잉글랜드를 점령한 권력자가 아닌 일개 파도도 지배하지 못하는 무력한 자라는 깨달음을 얻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높일 수 없 며 왕관을 윈체스터 대성당 제단에 걸쳐놓고 예배를 드리는 경건한 기독교도가 되었다.
- 모든 것에 꼬리표를 붙일 수는 있으나, 모두에게 꼬리표를 붙일 수는 없다. (순수의시대, 이디스 워튼(The Age of Innocence, Edith Wharton))
- 사실 우리가 정말 추구하는 것은 '최적 차별성 optimal distinctiveness'이라 불리는 개념이다. 인간이 특정 사회적 정체성에 대해 동일시하는 정도는 그 집단이 소속감과 타당성에 대 한 욕구와 차별성과 개성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잘 맞추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집단 내에서 소속감 과 입증성을 찾고, 다른 집단과 비교함으로써 차별성과 개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에 내포된 의미는 어떤 집단이 우리 에게 집단 구성원이 누구이며 집단 소속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 충분히 가깝고 동질적으로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우리를 집단 밖의 다른 사람들과 차별되도록 만들어 줄 수 있을 때, 가장 강한 사회적 정체성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속한 집단이 다른 군중들과 떨어져 있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군중들에게서 멀리 떨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 타인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고정 관념은 우리가 속한 사회적 집단 내에 떠다니는 정보에 의해 형성된다. 우리는 열렬히 응원하는 스포츠 팀의 팬들에게서 상대 팀 팬들의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그들이 무례하고 상스러우며 정정당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동료들의 불평을 통해 마케팅 부서가 게으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우리는 자신이 마케팅 부서와 언쟁한 이야기를 모아서 동료들에게 전달한다. 앞서 이 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는 집단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다른 집단과 차별화하고, 그들보다 더 정정당당하거나 의욕적이라고 느끼기를 원한다. 그러나 만약 타인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타인의 관점을 받아들이며, 반대되는 관점도 보고자 하는 것이 집단 내에서의 규범이나 기대라면, 이것이 집단 간의 갈등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개인 간의 사회적 거리를 줄이는 것과 함께 집단 내에 있는 규범, 신호 및 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사회적 선택 설계의 관심사이다.
- 양측 모두의 장점을 가질 수 있는 방법, 즉 다양성을 갖는 집단 내에 신뢰를 구축할 방법이 존재하는가? 아마도 이에 대한 대답은 '의식 절차ritual'일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턴 Michael Norton,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 교수는 헤어진 애인의 사진을 찢어 버리는 것이 더 빨리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도와주며, 음식을 먹을 때 일정한 절차를 따르는 것이 먹는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노턴 교수는 비록 구성원들이 처음에는 매우 다를지라도, 이러한 의식을 통해 공동의 정체성과 목표를 만듦으로써 직장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 '엘 우즈는 '스냅 컵이라는 의식을 사무실에 소개한다. 이는 팀원들이 동료들에 대한 칭찬 을 적어 컵 안에 넣고, 이를 다음 팀 모임 때 읽는 것이다. 영화 초반에 이 의식은 나쁜 방식으로 흘러갔지만, 결국 팀을 끈끈하게 만들어 주고 서로를 존중하게 되면서 스냅 컵은 팀 단합의 상징이 된다.
- 공유 공간의 개념은 시험대에 오르기도 하지만, 이를 통한 공간의 설계가 사람들을 특정한 행동 모형으로 이끄는 방식에 대한 훌륭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15세기 이탈리아 건축가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는 고전주의 건축이 침략자들에게 문명화의 영향을 주며, 이를 통해 로마에 쳐들어온 야만인들이 도시의 경관을 보고 덜 야만적으로 바뀔 것이라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포인튼 마을 역시 물리적 환경의 신호를 변화시키는 것이 도시 간 교통에 문명화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 호주의 사례처럼 기반 시설의 네트워크가 분절되어 있거나 인도의 사례처럼 목적지까지 가는 길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식량과 기타 필수 자원을 필요한 곳에 수송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이처럼 사회적 자본이 부족하다는 것은 필요한 요소로의 접근이 어렵거나, 그 요소들이 우리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제대로 이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 자본은 우리가 시민 단체의 회원인지 가족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많이 갖는 사람인지를 묻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책을 함께 쓰고 있는 필자들은 까다로운 문제가 생길 때면 주로 집에 가는 길에 서로 통화를 하면서 대화로 풀어간다.
친구의 생일 선물로 어떤 술이 적당할지 물어볼 때는 동료인 루이스가, 요즘 인기 있는 카페가 어딘지 알고 싶을 때는 제스 가 딱이다. 제스는 영국에 있는 멋진 카페를 줄줄 꿰고 있다. 한편 마이클은 하수구가 막혔을 때는 어머니에게 바로 전화해야 한다는 것이나 그 외에 다른 잡다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때 는 아내 친구의 남편 마크가 제격이라는 것을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 
여러분의 사회적 자본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가?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돈으로 이를 해결하지 않고, 친구 혹은 친구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의 조언이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자. 이 정의를 이용할 경우, 집단의 소속감을 사회적 자본의 대체재로 적용하는 퍼트넘 교수의 생각은 타당성을 갖는다. 좀 비 밀스러운 단체이긴 하지만, 프리메이슨의 경우, 사회 적 자본이 매우 풍부하다. 프리메이슨 회원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다른 회원들에게 전화 한 통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회계사, 밴이나 버스 회사의 대표, 정원사, 지붕 수리공, 레스토랑 사장이나 변호사까지 정말 다양하다. 물론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이 오고 가진 않겠지만, 더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서비스를 쉽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자신의 속마음을 다른 곳에서 발견할 때, 뭔가 모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슈라이너)
- 본 장에서는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기 전에 사전 조치를 취하거나 미리 연결 고리를 형성하여 사회적인 자본을 쌓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동시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경우, 그 분위기에 압도당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몇 명의 사람들을 먼저 만나 새로운 환경이라는 바다에 발을 담가 보는 기회가 주어질 경우, 참여 의향이 높아져 궁극적으로는 더 즐거운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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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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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가 어떻게 미래세대로 전달되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외부 환경과 유전자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이 새로운 학문 분야를 후성유전학이라고 한다. 
후성유전학은 우리의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놀랍 게도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우리의 DNA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니코틴이나 다른 약물에 노출되면 장차 아빠가 될 사람의 정자에 들어 있는 유전자에 화학적 변경이 일어난다. 산모가 임신 기간 동안에 하는 행동도 아기의 DNA에 평생 이어지는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후성유전학은 비만, 우울증, 불안, 지적 능력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스트레스, 학대, 가난, 방치등이 희생자의 DNA에 흉터를 남겨, 여러 세대에 걸쳐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후성유전학에서의 이런 놀라운 발견이 우리의 행동을 지휘하는 또 하나의 숨겨진 힘을 구성 한다. 이것도 우리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 유전자 말고도 근래 들어 과학자들은 미생물 침입자들이 우리 몸에 엄청난 유전자의 보고를 들여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 고 있다. 이런 유전자들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행동을 빚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생물군유전체microbione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이제 미생물군유전체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보려고 하니 정신 바짝 차리기 바란다. 우리 위장관 속에 처음 몰래 들어와 자리 잡는 미생물은 엄마에게서 온 것들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음식, 애완동물, 다른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미생물을 들여온다. 우리 위장관 속에 우글거리는 수조 마리의 미생물들이 우리의 음식에 대한 갈망, 기분, 성격, 그리고 그 외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일례로 과학자들은 평소에 활기가 넘치던 생쥐의 장내 세균을 우울증을 앓는 사람으로 부터 채취한 미생물로 대체해 그 쥐를 우울증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 뒤에서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 서구식 식단이 장내세균의 구성을 어떻게 급격히 변화시키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 들은 이런 장내세균의 변화가 부유한 국가에서 흔히 보이는 알레르기, 우울증, 과민성대장 증후군 등의 건강 문제에서 기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추측한다. 
- 고양이에 의해 전파되는 흔한 기생충이 당신의 뇌를 장악해 인지능력을 떨어뜨리고 중독, 분노장애, 신경증에 걸리기 쉽게 만들 가능성도 25퍼센트나 된다.
우리는 이 작은 미생물들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고 한다. 우리가 과연 자신의 행동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게 맞는지 다시 한 번 의문이 들 것이다.
- 유명한 식물학자 루터 버뱅크 Luther Burbank는 이렇게 말했다. “유전이란 환경이 저장된 것일 뿐이다.” 당신이 환경에서 접하는 물리적 물질이 DNA에 후성유전적 변화를 일으켜 당신 몸의 유전자 중 어느 것이 발현될지를 바꾸어놓을 수 있다. 이것은 당신과 당신의 자식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전자 발현 양상을 빠르 게 바꾸어 환경 조건의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물리적 물질뿐만 아니라 아동 학대, 왕따, 중독, 스트레스 등의 행동도 후성유전학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인생의 부정적 사건이 우리 DNA에 흉터를 남길 수 있고, 일부 경우에는 이런 흉터가 자식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 뒤에 나올 장에서 이런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지만, 여기서 후성유전학이 우리의 행동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를 한 가지 확인하고 가자.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성인기의 질병 증가와 연관 있다는 것은 잘 밝혀져 있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아동은 성인이 되어서 건강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것은 여러 가지 환경적 이유 때문일 수 있지만, 출발점에서부터의 차이도 대단히 중요하게 작용 할 수 있다. 2012년의 한 연구에서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유전학자 모셰 스지프 Moshe Szyf는 어린 시절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성 인이 어린 시절에 잘 살았던 성인과 비교했을 때 서로 다른 유전자 군이 메틸화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위가 낮게 태어난 원숭이와 지위가 높게 태어난 원숭이를 비교했을 때도 유사한 DNA 메틸화의 차이가 발견됐다.
- 우리 위장관 속에는 약 10,000 종의 세균이 살고 우리에게 추가적으로 800만 개의 유전자를 공급 하고 있다. 이 세균들의 무게를 모두 합치면 1.3킬로그램 정도 된다. 미생물총의 무게가 뇌의 무게와 맞먹는다는 얘기다. 이것은 다이어트에도 희소식이다. 오늘밤 체중계에 올라갈 때는 이 새로운 지식을 적용해서 자신의 체중에서 세균의 무게 1.3킬로그램을 빼도 좋다. 다음번 파티에서 손님들을 놀랠 또 다른 미생물총 관련 정보가 있다. 우리 몸에 있는 세균 숫자는 사람 세포보다 수가 많다. 그러니까 우리라는 존재는 인간이라기보다 세균의 집합체에 더 가깝다는 얘기다. 그토록 많은 다른 생명체들이 우리 몸의 표면과 그 속에서 살고 있다면, 나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그들이 차지하는 부분은 어디 까지일까? 
근래 들어 미생물군유전체는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았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은 식욕에서 상처 치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위장관 세균들은 우리 몸 에 유용한 비타민이나 다른 화합물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뇌에 작용 하는 생화학물질인 신경전달물질 neurotransmiter의 주요 원천이기도 하다. 일부 과학자들은 세균이 신경전달물질을 만들 수 있는 덕분에 기분, 성격, 기질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다.
- 토론토대학교의 영양학 과학자 아흐메드 엘-소헤미가 2008년도에 수행한 연구에서 SLCa2라는 유전자에서 변이를 찾 아냈다. 이 유전자 변이는 각설탕을 하나 대신 두 개 넣는 성향을 만 든다. SLCa2는 GLUT2라는 단백질을 암호화한다. 이 단백질은 포도당을 혈류에서 뇌세포로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그럼 뇌세포에서는 이 포도당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생산한다. 연구자들은 GLUT2 수용기에서 일어난 이 변화가 포도당 감지를 방해해서 몸이 혈액 속에 얼마나 많은 포도당이 들어 있는지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없게 되 는 것이라 믿는다. 탱크 가득 포도당을 채웠는데도 당신의 포도당 측정기는 탱크가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행복하게도 이미 당분을 먹을 만큼 먹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두 번째 케이크 조각을 집어 들게 된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이런 개념을 뒷받침하고 있다. GLUT2가 결여된 품종의 생쥐는 뇌가 포도당으로 완전히 절여진 후에도 계속 먹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에서는 SLCa2 유전자 변이가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의 증가와 관련 있다.
- 당신은 아직도 정크푸드를 거부하는 것이 순전히 의지력의 문제라 생각하는가? 만약 정크푸드를 좋아하는 속성이 태어나기 전부터 DNA속에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면? 
설탕, 소금, 지방이 많이 든 정크푸드를 즐겨 먹는 엄마는 그 자녀도 선천적으로 정크푸드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식습관이 안 좋은 가정에서 자라기 때문에 그런 식성을 갖게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가능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그냥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일이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가 나왔다. 이것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2007년의 한 연구는 임신 기간 동안 정크푸드 식단을 먹인 어미 쥐에게서 태어난 새끼 쥐들이 지방, 설탕, 염분이 많은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반면 임신 기간 동안 건강한 식단을 먹인 어미 쥐에서 태어난 새끼 쥐들은 정크푸드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태아가 엄마 배 속에 있는 동안 엄마가 정크푸드 식생활을 즐겼다고 해서 그사이에 태아에게 유전자 돌연변이가 축적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태아 프로그래밍이 일어났을 것이라 추측한다. 엄마의 식생활이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DNA를 후성유전적 수준에서 바꾸어놓은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정크푸드가 유전자 염기서열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일부 유전자의 발현 수준을 바꾼 것이다. 
- DNA를 후성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하는 주요 방법 한 가지는 메틸화를 통한 프로그래밍이다. 이는 DNA를 화학적으로 수정해서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다. 유전자는 메틸화가 많이 될수록 발현이 덜 된다. 유전자 발현을 고속도로에 비유하면 DNA 메틸화 표지는 고속도로에 안전 고깔이 여기저기 놓여 있어서 통행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2014년의 한 연구에서는 임신 기간 동안 정크푸드 식단을 섭취한 어미 쥐가 낳은 새끼의 프 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proopionelanocortin, POMC 이라는 유전자에서 일어 나는 DNA 메틸화 수준을 살펴보았다. POMC 유전자는 식욕을 줄이는 핵심 호르몬을 만든다.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어미 쥐가 낳은 새끼는 POMC 유전자에 대한 메틸화 수준이 더 높았다. 이 새끼에 서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덜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크푸드를 실컷 먹는 어미 쥐가 낳은 새끼는 건강에 좋은 먹이를 먹 은 어미 쥐가 낳은 새끼보다 더 배고픔을 느끼도록 배 속에서 미리 프로그래밍돼 태어났다.
정크푸드를 먹인 어미의 새끼에게 건강에 좋은 식단을 강제로 먹이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하면 어미의 배 속에서 일어났던 DNA 프로그래밍을 되돌려놓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적어도 앞에서 얘기했던 2014년 연구에서는 그랬다. 건강한 식생활도 POMC에서의 DNA 메틸화 수준을 정상으로 되돌리지 못 했다. 바꿔 말하면 어미의 정크푸드 식생활이 새끼의 DNA에 영구 적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만약 이것이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면 음식의 종류와 양을 잘 자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태아의 발달 기간 동안에 DNA 메틸화가 영구적으로 이루어지는 결정적인 시기가 존재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 매운 음식을 잘 견디는 사람은 뜨거운 온도에 대응하게 돕는 유전자에게 감사해야 한다. TRPV1 이라는 유전자는 세포 표면에 물리적 열에 의해 활성화되는 단백질 수용체를 만든다. 열에 의해 이 수 용체의 일부가 녹으면 수용체는 뇌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젠 장, 이거 완전 뜨거워!” 매운 음식에는 캡사이신 capsaicin이라는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 이것 역시 열에 활성화되는 TRPV1 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다. 캡사이신이 TRPV1을 활성화시키면 이 수용체는 이번에도 뇌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보낸다. “젠장, 이것도 완전 뜨거워!" 그럼 어리석은 뇌는 우리가 뜨거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 외분 비선에 땀을 내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우리는 뜨거운 고데기에 데일 때나 매운 고추를 씹을 때나 똑같은 메시지를 받기 때문에 말 그대로 뜨거운 느낌을 받는다. 알코올도 TRPV1을 활성화한다. 위스키를 한 잔 들이킬 때 화끈거리는 느낌을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 TRPV1 수용체에 유전적 변이가 있으면 캡사이신과의 결합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캡사이신과 단단히 결합하는 TRPV1 버전을 가진 사람보다 매운맛을 더 잘 견딜 수 있다. 사람이 매운맛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알코올이나 카페인에 내성이 생기는 것처럼 캡사이신에 대한 내성을 키웠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런 사람들이 매운 스리라차 sriracha 소스를 처음 경험했을 때와 똑같은 수준의 매운맛을 느끼려면 예전보다 더 많은 소스를 입에 넣어야 한다.
- 이런 사람은 왜 불덩이를 삼키는 듯한 느낌을 즐길까? 연구에 따 르면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스릴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 진 사람이 많다(내 딸이 이제 십대에 접어들고 있는데 아무래도 내 앞날에 힘겨 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매운 음식을 즐기는 것을 양성 피학증 benign nasochism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아드레날린 분출을 느낄 수 있 는 합리적으로 안전한 방법이다(공포영화를 보거나 페이스북에서 누군가의 정치적 신념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문화적 의미를 담은 설명도 있다. 매운 음식을 먹고 자란 사 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매운 음식에 끌린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음 식이 빨리 상하는 더운 기후의 문화권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성향 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지역은 음식을 상하게 만드는 세균 이나 곰팡이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향료를 추가해 부패를 늦추었다. 그리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나기 때문에 더운 기후에 사는 사람이 몸을 식힐 방법이 되어주기도 했을 것이다.
- 민트를 먹어서 상쾌하고 시원한 감각을 느낄 때도 유사한 상황이 일어난다. 차가운 온도는 세포에 있는 TRPM8이라는 또 다른 온도 수용체를 활성화시킨다. 그럼 이 수용체는 뇌에 이렇게 말한다. “젠장, 이거 차갑잖아!”멘톨menthol은 스피어민트나 페퍼민트 같은 민트 식물에 들어 있는 왁스 같은 화학물질로, 이것 역시 우연히도 TRPM8과 결합해서 활성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TRPM8이 어떤 식으로 활성화되었든 간에 뇌는 이 수용체로부터 똑같이 차갑 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과학 덕분에 이제 일부 음식과 양념이 우리 몸에 있는 온도 수용체를 장악해 땀 흘리거나 추워 떨게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 카페인이 사람마다 다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커피 선호도는 맛봉오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커피를 물 마시듯 퍼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안 생기고, 어떤 사람은 한 잔만 마셔도 신경 이 과민해지는 이유를 CYP1A2라는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 다. CYP1A2는 간에 들어 있는 사이토크롬 cytochrome이라는 효소를 암 호화하고 있다. 이 효소는 특히 카페인을 대사하는 작용을 한다. 
모든 사람의 CYP1A2 사이토크롬이 똑같지는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커피를 마시고 15분에서 30분 만에 그 효과를 느낀다. 그리고 카페인의 반감기는 6시간 정도다(반감기란 우리 몸이 섭취한 카페인 양을 절반 정도 제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저녁 6시 식사 시간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은 이유다. 그랬다가는 밤이 깊어져 눈을 붙여 보려 할 때도 여전히 절반 정도의 카페인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당신을 흔들어 깨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CYP1A2*1F로 명명된 특정 변이를 가진 사람은 카페인 대사가 느리다. 이들의 CYP1A2 효소는 게으른 구석이 있어서 카페인을 신 속히 처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카페인이 더 오래 체내에서 활성화된 상태로 남아 있다. 이러면 카페인의 자극 효과를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혈압도 높인다. 심지어 일부 연구에서는 카페인 대사가 느린 사람이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심장마비와 고혈압 위험이 높아진다고 나왔다.
-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커피도 많이 마신다는 것을 눈치챈 적이 있는가? 그것은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 성분이 CYP1A2 유 전자를 활성화하고, 이것이 다시 커피의 카페인을 더 빠른 속도로 대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흡연자는 커피를 마셔도 그 효과가 짧아져서 비흡연자에 비해 더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커피로 손이 간다.
카페인 처리 능력 때문에 (그리고 당연히 다른 약물과 음식의 처리 능력으로도) 정신적, 육체적 수행능력에 불평등이 생긴다. 
- 우리의 DNA는 자신의 생존기계에 경쟁력을 갖춰주려고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뇌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 생존기계는 먹지 않을 경우 곧 고통스러운 배고픔을 경험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먹고나면 고통은 포만감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치즈케이크 같은 고칼로리 음식은 포만감을 넘어 거의 오르가즘에 가까운 쾌락을 준다. 달콤한 것이 혀에 닿으면 뇌는 보상을 경험한다. 초콜릿처럼 달콤한 것이든 프렌치키스처럼 달콤한 것이든 그 결과는 똑같다. 도파민의 폭주가 일어나는 것이다.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뇌 속 보상 중추를 자극해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요구한다.
- 생쥐에게 식이섬유 보충제를 주는 연구를 했더니 우리 장 속에 사는 또 다른 종류의 세균인 비피더스균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비피더스균은 오리지널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이고 오 동안 위장관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졌다. 프로바이오틱은 '생명에 이롭다'라는 의미로,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을 일컫는다. 이런 미생물은 발효식품과 유제품에 풍부하다. 그래서 이런 식품들은 수천 년 동안 위장관 문제를 치료할 때 권장되었다. 과학자 일리야 메치니코프가 건강하게 장수하는 불가리아 사람들이 시큼한 우유나 요구르트를 자주 마신다는 사실을 발견하고서 19세기 말에 이런 개념이 대중화되었다.
식이섬유가 들어가면 그에 반응해서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 라는 세균 숫자가 치솟는다. 아커만시아균은 날씬한 사람에게서 더 자주 보이고, 비만, 2형 당뇨, 염증성장질환 이 있는 사람에게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아 커만시아균은 위장관 벽을 덮은 점막층의 회전률을 높인다. 이 점막층은 누수를 막는 중요한 방어벽 역할을 한다. 위장관에 든 내용물 이 새어 나가면 지방 조직의 염증을 비롯해 몸에 염증을 야기하고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아커만시아균이 섬멸 되지만, 식이섬유로 미생물에게 영양을 보급하면 세균들은 보답으 로 체질량 대비 지방의 비율을 낮춰주고, 염증을 줄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준다.
식이섬유가 당신을 위해 하는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생쥐 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식이섬유가 폐에 생긴 알레르기성 염증도 줄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식이섬유는 미생물총의 조성을 후벽 균에서 의간균 쪽으로 이동시켰고 단사슬지방산 shot-chain fatty acids 으로 분해돼 다른 신체 부위에도 작용했다. 이 사례에서 소화된 식이섬유 로부터 만들어진 단사슬지방산이 폐로 이동해 알레르기성 염증을 줄이는 방식으로 면역 반응을 바꾸어놓았다. 역으로 저식이섬유 식 단을 먹인 생쥐는 알레르기성 기도염증allergic airway disease이 증가했다. 앞에서 언급했던 리오네티의 연구를 떠올려보자. 이탈리아 도시 지역 아동과 아프리카 시골 지역 아동의 미생물총을 비교해보았었다. 그는 이탈리아 아동에 비해 아프리카 아동의 세균이 더 높은 단사슬 지방산 수치와 상관됨을 발견했다. 아프리카 사람이 염증성 질환을 덜 앓는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 세균이 식이섬유와 다른 음식을 분해해 체내 여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 과학자들은 미생물이 우리의 식욕을 조작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잠재적 작전을 제안했다. 첫째, 세균이 만드는 화학물질이 뇌로 들어가 세균의 성장에 필요한 음식에 식탐을 느끼게 만든다. 둘째, 세균이 만드는 화학물질은 세균에게 필요한 음식을 먹을 때까지 우리를 기분 나쁘게 만든다. 따라서 세균은 우리의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식욕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기분도 흔들어놓을 수 있는 것이다. 
- 인디애나의과대학교 Indiana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의 유전학자 티티아나 포로드가 2004년에 진행한 연구에서는 GABRB3라는 유전자를 알코올중독과 연관 지었다. 이 유전자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 gamma-aminobutyric acid, GABA을 인식하는 뇌 세포 수용체의 서브유닛을 만들어낸다. GABA는 뇌가 진정하도록 달래주는 소위 '억제성 inhibitory 신경전달물질이다. GABRB3는 간질, 자폐증, 서번트 증후군(자폐증이나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암산, 기억, 음악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 옮긴이) 등 정상적인 뇌 활동이 붕괴되는 다른 질병과도 연관이 있다.
GABRB3가 알코올 남용과 관련 있다는 발견은 알코올 남용이 뇌의 과활성화로 생긴다는 이론에 힘을 실어준다. 알코올에는 진정 작용이 있기 때문에 과활성화된 뉴런을 이완시켜 우리 마음속에서 거칠게 흐르는 강물을 댐에 가두는 역할을 한다. 알코올중독은 보통 뇌의 발달이 마무리되기 전인 20대 초반에 시작되기 때문에 뇌가 과활성화되어 있는 사람은 알코올을 과활성의 경감과 연관 짓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이 나이에 학습된 행동은 바꾸기가 정말 어려울 수 있다. 사실상 뇌에 각인되어버리기 때문이다.
- 몸이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에 대처하는 방식을 지배하는 유전자들은 약물 남용자가 되기 쉬운 성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일부 사람들, 특히 동아시아 혈통의 사람들은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얼굴이 급속히 붉어지고 심장이 빨리 뛰는 경험을 한다. 이것을 흔히 아시안 플러시 Asian flush 혹은 아시안 글로우 Asian glow 라고도 하지만, 좀 더 포괄적인 명칭은 알코올 홍조반응alcohol flush reaction이다. 알코올 홍조반응이 나타나는 사람은 알코올 대사(분해)를 돕는 효소 생산에 장애가 있는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다.
알코올은 간에서 여전히 독성이 있는 아세트알데히드 acetaldehyde로 분해된 다음 독성이 없는 아세테이트 acetate로 다시 분해된다. 알코올 홍조반응이 나타나는 사람들은,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 해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가 효율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독성이 있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축적되다 보면 혈관이 확장되어 피부가 붉어지고 열이 나면서 홍조를 띠게 되는 것이다. 아세트알데히드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다. 알코올 섭취에 따라오는 이런 불쾌한 감각 때문에 알코올 홍조반응이 있는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 알코올중독 에 걸릴 확률이 높지 않다. 
진화 과정에서 일부 사람에게 알코올 홍조반응이 등장한 이유가 무엇일까? 한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홍조반응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약 1만 년 전 중국 남부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이때는 그곳 사람들이 쌀농사를 시작한 시기다. 쌀은 식량으로 사용되었지 만, 발효해 알코올을 만드는 데도 사용됐다. 이 알코올은 소독제나 방부제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중 호기심이 많은 일부 사람이 아마도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서 알코올을 조금 먹어보았을 테고 알코올이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라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고대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난 알코올 불내성이 알코올의 과도한 섭취를 막아줌으로써 생존상의 이점을 부여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알코올 남용의 치료에 디설피람을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된다. 디설피람은 음주자가 알코올을 마셨을 때 알코올 홍조반응과 똑같은 불쾌한 반응을 경험 하게 만들어 술 생각이 나지 않게 한다.
- 우리 뇌는 이 안락한 현대 사회에서 진화하지 않았고 시시한 성취와 시시하지 않은 성취를 구분하는 일에 신통하지 못하다. 그래서 그냥 예쁜 신발만 사도, 비디오게임에서 레벨만 올라가도, 한 번도 빨간 신호등에 막히지 않고 집에 도착하기만 해도 도파민이 뿜어져 나온다. 이것은 보상에 대한 기대와도 얽혀 있고 우리로 하여금 특정 활동을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도파민 신호의 기능이 망가지면 사람은 위험 감수 행동이나 중독에 빠질 수 있다. 도파민이 감소하면 동기 결여, 꾸물거림, 자신감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적으로 도파민 수치가 낮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이 아예 지워져버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임상적 우울증clinical depression 이다. 반면 도파민이 너무 많아지면 공격성 그리고 조현병 및 주의력결핍 장애를 비롯한 정신과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도파민 연구를 통해 우리 뇌의 보상체계가 밝혀지기는 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반보상체계antireward systenn'도 존재한다는 주장이 있다.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반보상체계는 보상을 끝내는 신경전달물 질을 분비해 다시 현실로 데려오는 역할을 한다(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반드시 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의 경우 이런 반보상체계가 너무 잘 작동해서 우울증과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안에서 세로토닌 이야기도 했다. 5-히드록시트립타민 5-hydroxytryptamine, 5-HT 이라고도 하는 세로토닌은 트립토판 tryptophan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며, 트립토판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칠면조를 많이 먹으면 잠이 오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 다. 대부분의 사람은 프로작 Prozacs, Huoxetine 같은 흔한 항우울제 때문에 세로토닌에 익숙하다. 프로작은 뇌에서 세로토닌 수치를 높게 유지 하게 해 심각한 우울증을 누그러뜨린다고 여겨지고 있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조절하는 역할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뇌에 들어 있지만, 사실 세로토닌의 대부분은 소화관에서 발견된다. 이 곳에서 세로토닌은 연동운동(소화관이 입으로 들어온 것을 위에서 화장실까 지 이동시키는 과정)을 촉진한다. 세로토닌은 흔히 행복 및 건강의 기분 과 관련되어 있다. 이는 몸 이곳저곳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기능과도 관련 있을지 모른다. 예를 들면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소화관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이 많고, 그 역도 성립한다. 최근의 연구에서 미생물총이 세로토닌 생산에 중요하다는 암시가 나왔다. 장내 미생물총 이 기분과 긴밀히 연결된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세로토닌은 또한 멜라토닌 melatonin의 전구물질이다. 멜라토닌은 잠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기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 테스토스테론estosterone과 에스트로겐strogen 같은 성호르몬도 기분을 중재하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호르몬들의 수치가 높아지고 낮아지면서 미묘하고 극적인 방식으로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 에스트로겐 결핍은 우울증, 피로감, 기억력 감퇴를 야기하는 반면, 너무 많아지면 불안하고 과민 해질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 저하는 우울증 및 피로감과 관련 이 있다. 이것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성욕을 꺾을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과하면 남성을 자만심에 차게 하고, 자신의 추론 과정에 담긴 결함을 보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현명치 못한 결정으 로 이어질 때가 많다. 이것은 남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도 경구 로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면 자기가 천하무적이라 생각하고, 타인의 조언에 귀를 닫아버린다.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과 관련 있다고 악명이 높지만, 이것이 일률적으로 공격성만을 야기한다고 못 박기에는 문제가 있다. 이 호르몬은 낙관적인 자신감, 충동성을 북돋운다. 이런 것들은 도전적인 상황에 대처하도록 돕는 특성들이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은 자선 행동이나 너그러운 행동을 수행할 때도 급격히 치솟는다. 이런 관찰 을 바탕으로 일부 과학자는 테스토스테론이 사회적 지위를 높여줄 행동을 부채질한다고 주장한다. 그 행동이 공격적인 형태를 떨지, 자애로운 형태를 띨지는 상황의 맥락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 어떻게 우리 내장에 사는 작디작은 세균이 우리 머리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미생물총이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을 만들 수 있음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2011년 연구에서 크라이 언의 연구진은 장 속 세균이 뇌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한 가지 방 법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이 내장과 뇌를 연결하는 주요 신경로인 미주신경을 절단하자 이식한 세균이 미치던 신경화학적, 행동학적 영향이 사라졌다. 내장세균은 미주신경을 통해서도 귓속말을 전하지만, 면역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면역계가 내장에 파견한 기자들이 내장을 돌아다니며 그곳의 뉴스를 뇌로 보내기 때문이다.
지금쯤 당신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우리의 장내세균을 바꾸어서 불안증과 우울증을 완화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을 것이다. 아직은 데이터가 많이 부족해 예비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한 연구에 서는 한 달간 프로바이오틱스 요구르트를 섭취한 여성들이 감정과 감각의 처리를 통제하는 뇌 영역에서 변화를 보였다고 보고했다. 이 여성들은 무거운 얼굴과 화가 난 얼굴을 보여줘도 그에 대한 반응이 약해져 있었다. 예전에는 못 보던 공포영화를 볼 수 있도록 요구르트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 수많은 문헌들 또한 우리의 빼앗을 수 없는 권리인 행복 추구가 실제로는 행복에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음을 주장한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스카버러 캠퍼스의 샘 마글리오 Sam Magio가 진행한 2018년 연구는 행복해지려고 집착하는 사람 이 자기가 이미 처해 있는 상황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사람과 시간을 다르게 인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행복을 뒤쫓는 사람은 마음이 급해지고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느낌은 행 복을 방해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행복을 쫓느라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 찾는 행복의 열쇠일지도 모를 여가 활동을 멀 리하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 더해 늘 바쁜 사람은 보통 타인을 돕거 나 자원봉사할 시간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런 활동들이야말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데 말이다.
- 영적 구루 람 다스 Ram Dass는 1971년에 《Be Here Now》라는 유명 한 책을 썼다. 이 책에 영감을 받은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은 똑같은 제목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다스는 미래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를 충실히 살라고 촉구했다. 좀 더 최근에는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lbert가 2006년에 나온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 리다 Stumbling on Happiness)에서 이런 개념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길 버트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통제광 control freak 인 뇌와(이 부분은 8장 에서 자세히 말하겠다) 어떻게 불협화음을 내는지 설명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는 보통 미래에 무엇이 자기를 행복하게 할지 상상하는 일 에 서툴다. 지금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그때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미래는 행복을 방해하는 거대한 불안의 원천이다. 
이런 개념들은 1930년에 출간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책 《행복의 정복The Conquest of Happines》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러셀은 우리가 걱정하는 대부분의 문제가 떨어져서 보면 얼마나 사소한 문제인지 깨달음으로써 걱정의 왕국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당신이 어느 옷을 입기로 결심하는지, 당신이 얼마나 많은 재화를 모으는지 우주는 신경 쓰지 않는다. 러셀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윤리학자 피터 싱어 Peter Singer도 비슷한 정서를 전한다. 그는 가장 큰 행복은 좁고 자기중심적인 목표를 채움으로써 찾아오는 것이 아 니라 세상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도전함으로써 찾아온다고 말한다.
- 내면의 악마를 없앨 수는 없지. 그저 그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울 뿐. (에인션트원이 모르도에게,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 선천적 공포는 학습된 공포든, 어떤 사람은 겁으로 자제력을 잃고, 어떤 사람은 침착한 이유를 부분적이나마 유전자 변이로 설명할 수 있다. 5장에서 아난다미드가 더 많아지게 만드는 FAAH 유전자 변이에 대해 얘기했다. 아난다미드는 불안을 덜 느끼게 만드는 행복의 분자다. 이런 사람은 공포 제거 fear extinction 능력, 즉 무언가에 대 해 남보다 더 빨리 겁을 없애는 능력이 강화되어 있다. 억제성 신경 전달물질 GABA 의 수용체에 생긴 돌연변이도 두려움과 관련 있다. GABA 수용체가 손상을 입으면 차분하게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이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을 뇌가 받아들이지 못한다. 일부 사람이 겁을 더 잘 먹고 불안이 많은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GABA 수용체가 결핍된 생쥐는 정상 생쥐보다 겁이 많다. 격렬한 불안발작이 특징인 공황장애로 고통 받는 사람에게도 GABA 수용체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 번식의 경제학 때문에 생기는 또 다른 결과로 남성은 일반 적으로 물리적 공격성이 강하고, 여성은 수동적 공격성 passive-aggressive 이 강하다. 남성은 물리적 충돌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이미 자식 들을 낳은 상태이면 자기가 행여 목숨을 잃더라도 엄마가 자식을 돌볼 테니 말이다. 반면 여성이 육체적으로 심한 손상을 입거나 죽으 면 자식들은 비명횡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여성도 여전히 대장 남성을 두고 경쟁하는 다른 여성 라이벌들을 물리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물리적 싸움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소문을 퍼트리거나,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거나, 험담을 무기로 사용한다. 경쟁자를 '창녀'라고 부르는 것은 여성이 퍼뜨릴 수 있는 가장 해로운 소문 중 하나다. 대부분의 남성은 문란한 여성을 피한다. 이미 다른 블랙프라이데이 쇼핑객들이 들어가 있을 테니 그 여성의 아기가 자신의 유전자가 아니라 다른 남자의 유전자를 가졌을 확률이 높다. 여성은 자기가 낳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식의 안녕에 대해 끝없이 걱정해 야 하고, 자신에 관한 소문의 출처를 항상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항상 큰 스트레스를 겪는다(어떤 사람은 이 때문에 여 성의 사회성이 더 뛰어나고, 멀티태스킹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일부 진화심리학자는 이런 개념들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일반 적으로 남성은 싸움꾼이고 여성은 걱정꾼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
- 광견병은 자신이 감염된 동물의 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떠들썩하게 알리고 다니는 반면, 단세포 기생충 톡소플라스마 곤디는 납작 엎드려 있는 쪽을 선호한다. 톡소플라스마가 온혈동물이면(이 기생충 을 가진 30억 명의 사람을 포함해서) 어떤 것이든 감염시켜 그 뇌로 살그머 니 들어가 잠재성 조직 낭종의 형태로 숙주의 몸속에 평생 자리 잡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 몸에 그런 기생충이 들어와 있다고 생 각만 해도 불안해지지만, 이 낭종은 양성이라서 면역계가 약해진 사 람한테만 문제를 일으킨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1990년대에 들어 산산이 깨졌다. 당시 옥스퍼드대학교에 재직하 던 조안 웹스터Joanne Webster가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톡소플라스마에 지배당한 쥐는 고양이 냄새에 대한 선천적 두려움을 상실했다. 사실 감염된 쥐는 오히려 포식자의 냄새에 이끌리는 것 같았다. 웹스터는 이런 현상을 고양이의 치명적 매력fatal feline attraction' 이라고 이름 붙였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완전히 말이 된다. 이 기생충이 유성세대를 보내려면 고양잇과 동물의 몸속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톡소플라스마는 고양이의 내장이라는 로맨틱한(?) 환경을 만나야만 섹스를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이 기생충이 설치류의 뇌에 무언가를 해서 자기를 사랑의 모텔로 데려다 줄 택시로 바꾸어놓는 다는 얘기다. 그럼 이 기생충에 감염된 고양이는 배변상자, 모래상 자, 정원, 개울가에 수십억 마리의 톡소플라스마 접합자를 배설한다. 이런 접합자들이 먹이사슬과 식수를 완전히 오염시켰다. 많은 사람이 뇌 속에 톡소플라스마를 가진 이유이기도 하다.
- 톡소플라스마가 설치류의 뇌를 조작할 수 있다면 우리 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떤 사람은 톡소플라스마가 설치류로 하여금 고양이에게 끌리게 만드니까 어쩌면 극성맞게 고양이를 끼고 사는 여자들이 생기는 현상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 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상관성 연구 correlative study에서는 이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감염된 사람들 사이에서 일반적 성향이 드러나는 것으로 나온다. 가장 강력한 상관관계 중 하나는 톡소플라스마 감염과 신경학적 이상, 특히 조현병 발생 사이의 관련성이다. 톡소플라스마를 가진 사람은 불안을 더 잘 느끼고, 위험 감수 행동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성별에 따른 차이도 보고되고 있다. 감염된 남성은 더 내성적이고, 의심이 많고, 반항적인 반면, 감염된 여성은 더 외향적이고, 더 잘 신뢰하고, 순종 적인 경향이 있다. 
톡소플라스마가 우리의 어두운 면을 일깨우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을까? 2016년의 연구에서 시카고대학교의 행동 신경과학자 에밀 코카로 Fool Coccaro는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사람이 간헐적 폭발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2배라는 것을 알아냈다. 간헐적 폭발 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극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공격성이 비이성적으로 분출되는 경향이 있다.
- 성은 카드를 맞바꾸듯 유전자를 교환할 목적으로 생겼다. 이기적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큰 타협이다. 다음 세대로 자신의 유전자가 100퍼센트가 아닌 50퍼센트만 전달되니까. 나머지 50퍼센트는 섹스 파트너로부터 온다. 성은 개인의 유전자를 희석시키지만, 유전자의 혼합 덕분에 새 DNA 조합이 구축한 생존기계에 변이가생긴다. 
이런 변이가 왜 중요한가? 가장 주목받는 개념 중 하나는 붉은여왕 가설Red Queen hypothesis이다. 이 이름은 아동도서의 고전인 《거울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붉은 여왕과 앨리스 대신 생명체들이 자기를 감염시키는 기생충과 경주를 벌인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세균과 끊임없이 진화의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균에게 저항력이 생기면 균은 보통 머지않아 적응해서 우리에게 새로운 위협을 가한다. 이런 감염을 물리치려면 생물종은 자신의 유전자 풀에 든 유전자들을 계속 섞어주 는 것이 유리하다.
- 연구에 따르면 월경 기간 동안 여성의 체취가 오르내리며 그 변화를 남성이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2006년에 프라하 카렐대학교의 인류학자 얀 하블리체크 는 여성 참가자들에게 월경 주기의 서로 다른 단계에서 겨드랑이에 면 패드를 차게 했다. 그리고 남성들에게 패드의 냄새를 맡고 상쾌한 정도를 점수 매기게 했 다. 결과가 어땠을까? 가임 기간에 있던 여성이 착용했던 패드가 가장 매혹적이라는 점수를 받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생물학은 배우자가 준비되었을 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먹는 것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끌린다.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육식의 대가와 어울릴 일은 별로 없을 테니까. 하지만 여기서 말하려는 바는 식생활이 제3자, 특히 미생물총을 통해 페로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텔아비브 대학교의 미생물학자 길 샤론 Gil Sharon이 2010년에 진행한 연구를 보면 드로소필라 Drosophila라는 초파리에서 장내세균이 짝 선택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당밀 식단을 먹은 초파리는 당밀을 먹은 다른 초파리를 좋아하는 반면, 녹말 식단을 먹은 초파리는 녹말을 먹은 다른 초파리와 짝짓기 를 좋아했다. 하지만 초파리에게 항생제를 투여해 장내세균 양을 크게 줄이면 당밀 초파리나 녹말 초파리나 서로 가리지 않고 짝을 지었다. 샤론과 연구진은 식단이 장내세균에 영향을 미치고, 이 세균 이 다시 초파리가 생산하는 페로몬에 영향을 미치고, 이 페로몬이 짝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의 경우는 여성이 채소를 더 많이 먹는 남성의 냄새를 선호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 연구는 초미각자여서 채소를 먹지 않는 내가 여자친구를 사귀는 성적이 영 신통치 않았던 이유를 설명해준다.
- 이혼에 대해 연구한 헬렌 피셔는 전 세계 부부들의 이혼 성향을 보면 결혼 4년차인 경우, 20대 중반인 경우, 딸린 자식을 한 명 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조류에 더해 짝을 이루어 새끼를 키우는 몇 안 되는 포유류 종에서는 연속적 일부일처제 serial nonogamy 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짝을 이룬 커플이 새끼가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을 정도(혹은 어미 혼자서 새끼를 돌볼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만 함 께한 다음 각자의 길로 가는 것이다. 피셔는 우리의 호미니드 hominid 선조들은 현존하는 일부 수렵채집인 부족과 비슷하게 보통 4년 간격으로 아기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4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여성은 자녀가 독립할 때까지 아이 돌보는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 결혼해 서 4년 동안 아이를 키워오던 요즘 부부들 사이에서 일부일처제의 균열이 나타나는 것은 진화가 남긴 유물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평 생 일부일처제를 유지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연속적 일부일처제가 더 흔했을지 모른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몇 년 동안만 짝을 이루다가 같은 배우자와 다시 아이를 낳거나,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 짝을 이루는 것이다. 연속적 일부일처제는 요즘에도 여전히 아주 흔히 볼 수 있다. 덕분에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일감이 부족해질 일이 절대 없다. 
많은 부부가 몇 년 동안은 결혼해서 잘 살다가 서로에 대해 분한 생각을 품기 시작하는 이유를 우리가 가진 연속적 일부일처제 성향 때문이라 설명할 수 있다. 한때는 그 사람을 사랑스럽게 보이게 만 들었던 별난 성격들이 이제 사람 속을 긁는 단점으로 보이는 것이다. 한때는 당신의 웃음을 터트려주었던 농담이 이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한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던 섹스가 이제 지겨워서 눈물이 난다. 혹시 당신의 이기적 유전자가 사랑을 파탄시키는 것일 까? 우리 몸은 자신의 유전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배우 자를 한 명만 만들지 말라고 무의식적인 메시지를 보내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을까? 과연 우리는 이런 자연적인 충동에 맞서 싸울 수 있 을까?(그리고 그래야 할까?)
- 로스앤젤레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저명한 심리학자 로버트 자욘스 Robert Zajonc는 4밀리초 동안 깜박이는 행복한 얼굴이나 화난 얼굴을 보여준 후 어떤 상징을 보여주면 그 생소한 상징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참가자들은 자기가얼굴을 봤다는 것을 절대 기억하지 못하고, 그 생소한 상징에 왜 그런 느낌을 받는지 설명못함. 더 나아가 그 상징에 느낀 감정이 고착됨. 이번에는 행복한 얼굴과 화난 얼굴을 바꾸어 실험했는데, 참가자들은 그 상징에 대해 원래의 의견을 고수한다. 이런 결과는 마음이 한번 결정하고 나면 변화에 저항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뇌는 에너지를 아끼도록 만들어졌기 때문. 이것이 일생생활에서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이유도 모르면서 어떤 대상에 대해 잘 변하지 않는 의견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진이 수행한 또 다른 기이한 연구에서는 우리가 애플 사의 로고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검사했다. 애플은 뛰어난 창의력을 보이는 회사다. 애플의 로고나 IBM의 로고를 역치하 자극으로 노출시킨 후 참가자들에게 벽돌 하나를 얼마나 다양한 용도로 사용 할 수 있는지 목록으로 적게 했다. 그랬더니 IBM 로고를 번쩍여 보 여준 사람에 비해 애플 로고를 번쩍여 보여준 사람이 벽돌의 용도를 훨씬 많이 생각해냈다. 아무래도 1일 1애플 해주면 작가들도 막혔던 글이 줄줄 흘러나올 것이다.
- 데이터가 생기기 전에는 절대 이론을 세우지 말게. 그럼 십중팔구 사실에 맞춰서 이론을 세우는 대신, 이론에 맞춰서 사실을 왜곡하게 될 테니까.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에서)
- 만약 인간의 뇌가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했다면, 우리는 너무 단순해서 뇌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에머슨 푸)
- 내가 할 일은 내 염원들이 사실에 순응하도록 가르치는 것이지, 사실을 비틀어 나의 염원과 조화를 이루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토머스 헉슬리)
-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심리학자 잭 블록Jack Block과 장 블록Jeanne Block은 유아원 아 이들의 성격을 검사한 다음 20년 후에 이들을 추적해 정치적 함축 이 담긴 질문을 해보았다. 그 결과는 걸음마 아기 때의 성격 특성이 장래의 정치 성향과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젊은 남성들은 20년 전 유아원에 있을 때 선생님들에게 지 략이 있고, 혁신적이고, 자율적이고,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자신의 성취에 자랑스러워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스스로 참여하는 아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반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젊은 남성들은 어렸을 때 선생님에게 눈에 띄게 일탈적이고,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느껴 쉽게 죄책감을 느끼고, 모욕감을 느끼고, 불확실성을 마주했을 때 쉽게 불안을 느끼고, 상대방을 불신하고, 생각이 많고, 스트레스 를 받으면 경직되었다.” 
 여성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젊은 여성은 20년 전 유아원에서 일관성 있는 일련의 특성을 가졌다고 평가받았다. 이들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말이 많고, 호기심이 강하고, 부정적 느낌도 공개적으로 표현하고, 장난을 잘 치고, 밝고, 경쟁적이고, 기준이 높았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젊은 여 성들은 20년 전 유아원에 있을 때 평가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인상을 남겼다. 이들은 우유부단하고, 괴롭힘을 잘 당하고, 감정 표현을 잘 안 하고, 눈물을 잘 흘리고, 자랑을 잘 안 하고, 어른을 찾고, 수줍음이 많고, 말쑥하고, 말을 잘 듣고, 애매한 것을 만나면 불안을 느끼고, 겁이 많았다.”
- 우리가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꺼이 종교를 받아들이는 이유 중 하나는 부모처럼 권위 있는 존재에게 복종하려는 본능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산타클로스라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믿으며 자란다. 우리가 부모의 말을 얼마나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종교적 개념이 더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우리 뇌가, 예를 들어 우리가 죽을 때 일어나는 일 같은 불확실성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물을 계속 받는 한 우리는 산타 없이도 세상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뇌가 죽음이라는 자신의 마 지막 커튼콜을 생각한다면 어느 프리마돈나 뇌라도 미쳐버릴 수밖 에 없다. 나 없이도 세상이 계속 돌아간다고? 그럴 리가! 내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데! 난 영원히 살 거야! 우리 안에 있는 불멸의 영혼이 육체의 소멸에도 살아남으리라는 생각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우리의 존재가 레이더 위에 찍혔다 사라지는 점 하나에 불과할 가 능성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다른 것에 정신을 팔게 해준다. 철학자 알베르트 까뮈는 말했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가 부조리하지 않음을 확신하기 위해 평생을 애쓰며 사는 동물이다.” 종교는 프리마돈나의 정신을 위한 치킨수프인 셈이다.
역사를 통틀어 머리에 가격을 당하거나, 이상한 버섯을 먹었거 나, 환상적인 꿈을 꾸었거나, 간질 발작을 겪었던 많은 사람들이 우 리가 머물고 있는 의식의 차원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확 신했었다. 상상 밖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그런 경험은 영적 세계에 대한 믿음에 불을 지폈다. 최근의 뇌 연구는 영성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말 그대로 모두 머릿속에서 나왔음을 입증했다. 유체이탈 체험이나 다른 영적 경험은 전극으로 뇌를 간질 이거나 뇌를 취하게 만드는 환각제만 복용해도 인위적으로 촉발할 수 있다. 사후세계의 증거로 종종 인용되는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 도 틀린 주장임이 입증되었다. 뇌는 생징후 모니터에서 박동이 사라진 후에도 잠시 동안 작동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죽어 가는 뇌에서의 신경 연결 급증이 정상적인 의식 상태에서 보이는 양 을 뛰어넘는 것으로 나왔다. 죽어가는 환자에게서도 비슷한 뇌 전기 활성의 급증이 기록되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포유류의 뇌가 죽 어가는 동안 의식의 고조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생생한 영적 경험을 하거나, 저승에서 돌아왔다고 느끼는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 종교는 실존적 위기를 달래주지만 뇌의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점에서도 진화적 이점을 제공한다. 《Voice Crying in the Wilderness》 이라는 책에서 저자 에드워드 애비 Edward Abbey는 이렇게 적었다. “우 리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이든 다 신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것은 뇌 조직의 소모를 크게 줄여준다.” 종교는 접착테이프처럼 우리가 단기적으로 해결할 가망이 거의 없는 문제에 임시변통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어디서 왔고,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등의 문제다. 종교는 우리 지식에 뚫려 있는 성가신 구멍들을 땜질해 뇌를 자유롭게 해준다. 그래서 생존과 번식이라는 일차적 임무와 관련이 깊은 당면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 우리가 자신의 신념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는다면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신념은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 닻과 비슷하다. 기원전 600년경에 중국 선종의 3대 조사 승찬豫은 이렇게 적었다. “진리가 자기 앞에 명확하게 떠오르기를 원한다면, 그 무엇도 찬성하거나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 찬성과 반대 사이의 몸부림이야말로 가장 악독한 마음의 병이다.” 바꿔 말하면 그 무엇도 믿지 말라는 얘기다. 우리는 무언가를 믿는 대신 가용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론을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뇌는 신념과 결혼해버렸다. 그래서 신념과의 이 별이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반면 결론과의 잠자리는 한 번 만나고 헤어지는 가벼운 만남에 더 가깝다. 결론을 끌어내는 행위의 아름다움은 새로운 데이터가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결론으로 갈아탈 수 있 다는 것이다.
- 우리의 본성(nature)을 이해할수록 보육(nurturing)도 더 나아질 것이다. (스티븐 존슨(Stephen Johnson), ‘사회생물학과 당신', <더 네이션(The Nation)>)
- 운동에 덧붙여 마음챙김 명상도 고려해볼 만하다. 마음챙김 명상은 자신의 호흡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고요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불교 수도승과 제다이 기사들이 수련하는 종류의 명상이다. 연구자 들은 마음챙김 명상이 HDAC2를 감소시켜 히스톤 아세틸화 수치를 바꿈으로써 염증촉진 유전자 prorintlanmatory gene의 발현을 감소시킨다. 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이 명상가가 다른 사람보다 스 트레스에 더 잘 대처하는 생물학적 토대가 된다.
- 십대 청소년이 제일 예의 바른 곳이 어느 나라일까? 아이슬란드다. 하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에는 아이슬란드의 십대 청소년 중 40퍼센트 이상이 음주를 했고, 20퍼센트 가까이가 마리화나를 했다. 요즘은 그 비율이 거의 5퍼센트로 떨어졌다. 아이 슬란드는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두었을까? 종교 혹은 약물 남용에 대한 무관용 정책 덕분이 아니었다. 생물학을 이해하는 데서 나온 성공이었다. 4장에 나왔던 유명한 쥐 공원 실험을 기억하는가? 쥐들 에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주면 주변에 놓여 있는 코카인 을 피한다. 1990년대에 아이슬란드의 관료들은 '자아발견 프로젝트 Project Self Discovery'로 그와 비슷한 것을 시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십대 청소년들에게 약물로 유도된 황홀감이 아니라 천연적인 황홀감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국가에서 후원하는 방과 후 프로 그램이 가동되어 십대들에게 피아노 연주, 조각, 탱고 배우기 등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학습할 기회가 주어졌다. 청소년들은 무술을 배우거나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었다. 이런 활동들은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일반 가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활동들이었다. 더 군다나 아이들은 생활 기술 훈련 hite skill training에도 참여했고, 부모들은 십대 청소년을 키우는 팁을 가르쳐주는 학습에 참여했다. 밤 10시 이후에는 십대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통행금지령도 시행되었다.
- 미국에서는 잘사는 부유한 가정이나 그런 호화로운 활동을 즐길 형편이 되며 일반적으로 효과도 본다. 연구에 따르면 십대들은 이 런 과외 활동을 통해 공급되는 도파민을 갈망한다. 만약 모든 학구 school district에서 아이들에게 천연적인 황홀감을 제공할 수 있는 공평 한 자원을 가진다면 범죄와 마약 중독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상상해보라. 각 아동에게 적절한 영양, 지휘와 조언, 마약과 섹스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는 데 드는 투자비용이 성인이 되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것은 인간적인 조치일 뿐 아니라 가장 경제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 사람들을 비난하는 대신, 그들을 이해하려 해보자.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파악하려고 노력해보자. 그것이 비난보다 훨씬 유익하고 흥미롭다. 그리고 그것이 공감, 관용, 친절을 낳는다.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
- 오랫동안 우리는 스스로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라 생각해왔는데 결국 우리의 행동이 전부는 아닐지언정 대부분이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그저 꼭두각시 줄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왔을 뿐이다. 그 줄 중 하나는 DNA다. 그리고 또 하나는 후성유전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미생물총이다. 거기에 하나 더 있는 것이 무 의식이다. 그리고 아직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치 는 줄들이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가 단백질로 전사될 때 유전자의 지시는 전령 RNA messenger RNA, mRNA라는 분자에 담겨 전달된다. mRNA도 DNA가 메틸화될 수 있는 것처럼 화학적 변경이 가능하다. mRNA의 화학적 변경을 연구하는 학문을 후성전사체학 epitranscriptomics 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mR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양과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 단백질 자체도 화학적 변경을 통해 안정성, 기능, 세포 속 위치 등이 변화할 수 있다. 이 모든 추가적인 조절 단계 때문에 유전자 염기서열만으로 한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한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우리를 통제하는 꼭두각시 줄이 지금은 보인다. 거기서 더 나아가 우리는 유전자 편집, 후성유전학 약물, 미생물총 리모델링, 뇌와 컴퓨터의 합병을 통해 꼭두각시 줄 을 자를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을 발견하고 있다. 지금까지 꼭두각시 를 조종하는 주인 역할을 해온 존재는 진화였다. 하지만 스스로 조 종하는 법을 배운 꼭두각시처럼 과학은 우리에게 스스로 진화시킬 능력을 부여했다. 인류의 꼭두각시 쇼가 히트작이 될지, 실패작이 될지는 오직 시간이 알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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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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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마르크스주의 문학비평가이자 문화이론가인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은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게 더 쉽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환경 파괴, 경제 위기, 전쟁 등 그 원인은 여러 가지로 상상할 수 있겠지만, 100년 뒤에도 인류가 존재할지를 생각하면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러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구도 인류는 틀림없이 존재할 거라고 단언하지 못한다. 그런데 나는 세상이 종말을 고한다면 그것은 자본주의 때문이리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세상 을 뒤덮은 사회시스템은 자본제(資本制)이며 이 자본제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현대사회의 모순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영국의 비평가인 마크 피셔(Mark Fisher)는 '자본주의가 유일하 게 존립 가능한 정치·경제 체계이며 그 대안을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의식이 만연한 상태'를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라고 불렀다. 어떻게 자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자본주의의 끝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를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멍하니 있는 사이 인류는 종말을 맞고 말 것이다.
- 사실 마르크스는 무엇이 자본제 사회라고 딱 부러지게 써놓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자본론』의 전체 내용에 근거해 자본제 사회를 정의해보자. 자본제 사회는 물질대사 대부분을 상품의 생산과 유통(교환), 소비를 통해 이루는 사회이며 상품에 의한 상품 생산이 이루어지는 사회, 즉 가치 생산이 목적이 되는 사회라고 할수 있다. 대단히 중요한 내용이다.
- 고전파에서 시작한 근대적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은 이 '부'와 '상품'을 구별하지 않고 동일시한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는 방대한 상품 더미로 나타나며'라는 표현에는 부는 모든 시대와 모든 사회에 존재하지만, 부가 주로 '상품'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뿐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부와 상품을 섞어버리면 부라는 초역사적 개념이 곧 상품이라는 말이 되며, 상품도 초역사적인 것이 된다. 그러면 원시시대부터 자본주의가 존재했고 자본주의는 영원히 지속된다는 말이 되는데, 마르크스는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물질대사의 대부분이 상품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뿐이며, 다른 사회에서는 상품을 매개체로 삼지 않아도 물질대사가 이루어진다. 그런 사회에서 부는 상품이 아니다. 바꿔 말하자면 부가 반드시 상품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부의 기본 형태가 '상품'으로 존재한다. 그러므 로 『자본론』은 상품의 분석에서 시작된다. 상품이란 대체 무엇인 가부터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해석해야 비로소 『자본론』의 첫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가 '역사의 종말'을 선언하자 마르크스는 잊히고 애덤 스미스가 다시 왕좌를 차지하게 된다. 논리적인 결말이다. 자본주의에 종말이 없다면, 즉 자본주의가 초역사적이라면 자본주의에는 시작도 없다는 말이 된다. 인류는 탄생한 이래 줄곧 자본주의적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품은 애초부터 부와 동의어이며 영원한 것으로 취급 받게 된다. 이는 아직 상품화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도 남김없이 상품화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에서도 말했듯 마이클 샌델의 책은 이런 상황에서 정말 그것을 돈 주고 사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훨씬 오래전에 이 질문에 담긴 본질을 고찰한 바 있다.
- 마르크스는 상품이 태어나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상품교환은 공동체의 경계선, 즉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 또는 다른 공동체의 구성원과 접촉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물건들이 한번 공동체의 대외적 관계에서 상품이 되기만 하면 그것들은 반사적으로 공동체 안에서도 상품이 된다. (제2장 교환과정)
- 마르크스는 '종속'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설명한다.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은 진정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 생산방식은, 자본에 대해 노동이 형식적으로 종속한다는 토대위에서 자기 자신의 방법·수단·조건을 만들어내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발전한다. 이 발전과정에서 자본에 대한 노동의 형식적 종속은 실질적 종속으로 대체된다. (제16장 절대적 상대적 잉여가치)
- 현대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이자 인류학자이자 지리학자인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이것은 자본가 계급의 계급투쟁이다. 갖지 못한 자에게서 가진 자에게로 재분배 되는 것이다.'라고 기술한다.
-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노동자와 그 가족의 전
체 생활시간을 자본의 가치 증식에 이용될 수 있는 노동시간으로 바꾸
기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변한다. (제15장 기계와 대공업, 제3절 기계제 생산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
-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은 기계 를 말한다. 기계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증가하여 더 적은 시간에 같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이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렇다면 노동 시간은 감소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기계 도입이 '노동자와 그 가족의 전체 생활시간을 자본의 가치 증식에 이용될 수 있는 노동시간으로 바꾸어 버린다. 기계 도입이 노동시간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좋은 예가 컴퓨터다. 1980년대에는 컴퓨터가 도입되면 업무 효율이 경이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분명 실제로 그렇게 되긴 했다. 그런데 그렇게 능률이 오르면 일거리가 줄어 편해지리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직장에 컴퓨터가 도입된 이후 노동시간은 오히려 길어졌다.
- 잉여가치의 형성, 따라서 화폐가 자본으로 전환되는 것은 판매자가 상품을 그 가치 이상으로 판매한다는 것으로써도, 또 구매자가 상품을 그 가치 이하로 구매한다는 것으로써도 설명할 수 없다. (제5장 자본의 일반공식의 모순)
생산수단(Pm)도 노동력(Ar)도, 원칙대로라면 등가교환된 것 이어야 한다. 공장, 기계, 원료 등을 공짜로 가져온 것도 아니고 공짜로 부려먹는 노예를 데려온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면 G는 어떻게 G'가 될 수 있을까?
- 이러한 자본 증식이 가능한 이유, 바꿔 말하면 '잉여가치의 원천’ 은 무엇일까?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 상품의 소비에서 가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화폐 소유자는 유통 영역의 내부, 시장에서 운수 좋게 그것을 사용하면 가치가 창조되는 독특한 속성을 가진 상품 - 즉 그것의 현실적 소비 그 자체가 노동을 대상화하여 가치를 형성하게 되는 그런 상품을 발견해야만 한다. 사실상 화폐 소유자는 시장에서 이와 같은 특수한 상품을 발견하는데, 이것은 노동 능력 또는 노동력이다. (제6장 노동력의 구매와 판매)
여기서 화폐 소유자는 자본가의 초기 형태를 말한다. 앞서 말 한 산업자본 공식에 대입해보면, 마르크스는 잉여가치가 노동력 (Ar)에 의해서만 생긴다고 지적한 것이다.
- 임금노동에서는 잉여 노동(즉 지불받지 않는 노동)까지도 지불받는 노동으로 보인다. (제19장 노동력의 가치(또는 가격)가 임금으로 전환)
즉 자본가를 위해 하는 노동마저 노동자 자신을 위해서 하는 노동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사실은 자본에 봉사하는데, 자신을 위해 일한다고 느끼게 된다.
자본제의 특징은 이처럼 필요 노동과 잉여 노동을 구별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바로 거기서 자본을 위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데 자신을 위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는 착각이 발생한다.
- 노동자를 착취의 대상으로만 간주하지 않고 소비자로도 취급하자는 발상이 20세기 후반 자본주의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 특징을 가장 빨리 구현한 것이 미국 포드 사의 생산과 노동 체제다. 그래서 이 체제를 포디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지그문트 바우만은 모든 것이 유동화되었다고 말한다. 노동자에게 요구되는 능력, 고용 형태 등이 짧은 시간 내에 변화해 안정되지 않는 것이다. 고용의 탈정규화가 바로 전형적인 예다.
같은 표현을 쓰자면 포디즘의 시대는 '고체 근대(solid modernity)' 였다. 본래 자본주의하에서는 모든 것이 항상 변화하고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생산방법 등의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그 무엇도 같은 상태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게 자본제 사회의 본질인데, 포디즘은 그런 변화에 어떤 틀을 제공하고 고정했다고 할 수 있다. 고체그대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 주력 상품들의 특성상 부득이하게 발생한 면도 있다. 포디즘에서 발전의 열쇠가 된 상품은 자동차나 가전제품 같은 내구소비재와 주택이었다. 즉 제조업이 중심이었던 것이다. 노동자 계급의 주택 소유가 일반적인 일이 된 것도 이 시대가 처음이다.
위에서 열거한 상품들은 생산공정이 복잡하므로 생산하는 데 대규모 공장이 필요하다. 유행이 지났다고 해서 만들지 않거나 바꿀 수는 없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고, 나름의 고체성을 갖게 되었다.
- 현재는 사회가 액상화되어 사람들이 의지할 곳 없는 초기 노동자의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거 30년 동안의 포스트포디즘 경험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우선 상대적 잉여가치를 추구하면 자본주의가 더욱 발전할 것 이고 사회의 안정성과 건전성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되 었음이 증명되었다.
자본이 잉여가치를 획득하는 방법을 두고 기든스와 라이시는 혁신을 꼽았지만 『자본론』이 훨씬 이전에 지적했듯 혁신을 통해 잠깐 수익을 낸다 한들 금방 타자에게 따라잡히고 만다. 20세기 말에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이 정체되자 자본주의는 세계화로 활로를 찾는다. 세계화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지만, 잉여가치를 생산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노동력 상품의 가치를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이는 절대적 잉여가치를 추 구하는 방향으로의 회귀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를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진국은 노동력이 훨씬 저렴한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그 노동력을 써서 낮은 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한다. 노동자보호법이 갖추어지지 않은 지역이나 국가에서라면 선진국에서 금지된 장시간 노동이나 위험한 환경에서의 노동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저렴한 노동력을 선진국 내로 옮겨 오기도 한다. 그로 인해 기업은 큰 이익 을 올렸지만 노동자의 반발이 각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브렉시트가 그 결과다.
- 자본의 축적은 잉여가치를 전제하고, 잉여가치는 자본주의적 생산을 전제하며, 자본주의적 생산은 상품 생산자들 수중에 상당한 양의 자본과 노동력이 이용 가능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을 전제한다. 그러므로 이 모든 운동은 끝없는 순환 속에서 빙빙 돌고 있는 것같이 보이는데, 여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적 축적에 선행하는 시초 축적(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이전의 축적), 즉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결과가 아니라 그 것의 출발점인 축적을 상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26장 시초 축적의 비밀)
- 자본주의 체제를 창조하는 과정은 노동자를 자기가 소유하던 노동조건으로부터 분리하는 과정 한편으로는 사회적 생활수단과 생산수단을 자본으로 전환시키며,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적 생산자를 임금노동자로 전환시키는 과정 이외의 어떤 다른 것일 수가 없다. 따라서 이른바 시초 축적은 생산자와 생산수단 사이의 역사적 분리 과정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제26장 시초 축적의 비밀)
- 자본가 계급의 형성에 지렛대로 기능한 모든 변혁들은 획기적인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획기적인 것은 많은 인간이 갑자기 그리고 폭력적으로 그들이 생존수단에서 분리되어 무일푼의 자유롭고 의지할 곳 없는 프롤 레타리아들로 노동시장에 투입되는 순간이었다. 노동시장에 내던져진 순간이었다. (제26장 시초 축적의 비밀)
-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영원한 자연법칙'이 자유롭게 작용하도록 하고, 노동자와 노동수단 사이의 분리를 완성하며 한쪽 끝에서는 사회의 생산수단과 생활수단을 자본으로 전환시키며, 다른 쪽 끝에서는 인민대중을 임금노동자로, 즉 자유로운 '노동빈민’ - 이것은 근대사의 인위적인 산물이다ㅡ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수고가 필요했다. 만약 화폐가, 오지에(Emile Augier. 프랑스의 극작가 - 옮긴이)가 말하는 바와 같이, "한쪽 볼에 핏자국을 띠고 이 세상에 나온다.”라고 하면, 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이 세상에 나온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제31장 산업자본가의 탄생)
- 미국이 세계공황의 타격을 완전히 불식할 수 있었던 것은 케인스주의적 뉴딜 정책 덕분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덕분이었다. 전쟁은 그 자체로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거대한 파괴 후에는 거대한 부흥 수요가 생긴다. 전쟁이 바로 유효수요 부족에 대한 특효약인 것이다. 미국은 이미 전쟁을 통해 공황에서 벗어나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대국이 된 경험이 있다. 
유사 이래 전쟁은 부의 수확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경제적 동기는 잉여가치 획득 요구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이 여러 나라에서 벽에 부딪친 지금, 전쟁을 통해 자본을 축적해 잉여가치를 획득하고 싶다는 유혹은 더욱 커져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날을 세우고 있는 요즘, 최악의 시나리오는 패권국의 지위를 둘러싼 싸움과 자본적 요구가 합치 되어 전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 이 책은 『자본론』입문서이지만 배경에 깔린 테마는 신자유주의 타도다. 현재는 신자유주의 시대라고 전제한 상태에서 그것에 대한 대항책으로서 『자본론』을 생각하고, 다양한 방향에서 신자유주의를 조명할 목적으로 이 책을 쓴 것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를 조명하는 관점 중 하나가 제4강에서 소개한 데이비드 하비 의 말처럼, '신자유주의는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 계급투쟁'이라는 것이다.
고전적인 의미의 계급투쟁은 자본가 계급이 독점한 잉여가치를 노동자 계급이 요구하는 형태로, 아래에서 위를 향해 벌어진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에서는 그 방향이 정반대다. 20세기 후반, 포디즘형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 계급에 양보하고 재분배한 자신들의 몫을 되찾기 위한 투쟁이 신자유주의다. 지난 20년간을 보면 자본가 계급은 이 투쟁에 성공한 듯하다.
- 마르크스가 계급투쟁에 관해 쓴 저서 중 가장 유명하고 역사에 크게 영향을 준 것이 『공산당 선언』이다. 엥겔스와 함께 쓴 이 책에서 마르크스는 역사를 계급투쟁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 서두 부분을 읽어보자.
지금까지 존재해온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자유민과 노예, 귀족과 평민, 영주와 농도, 길드 조합원과 직인, 요컨대 변함없이 서로 적대관계에 있는 억압자와 피억압자는 각 시기마다 사회 전체가 혁명적으로 개조되거나 서로 투쟁하는 계급들 모두가 함께 몰락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투쟁을 때론 은밀하게, 때론 공공연하게 끊임없이 벌여왔다. (제1장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 사회를 구조로서 파악하는 방법론을 구조주의'라고 부르겠다. 『자본론』에서는 자본제 사회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 및 구조로 보는, 구조주의적인 관점이 핵심을 이룬다. 거기서 인격적 주체성은 구조를 구성하는 부분 중 하나일 뿐이다. 악덕 자본가도 결국 전체 구조 중 일부에 불과하다. 『자본론』은 그 점을 분명하 게 언급한다.
자본가는 오직 인격화한 자본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혼은 자본의 혼이다. 그런데 자본에는 단 하나의 충동이 있을 따름이다. 즉 자신의 가치를 증식시키고, 잉여가치를 창조하며, 자기의 불변 부분인 생산수단으로써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잉여 노동을 흡수하려는 충동이 그것이다. (제10장 노동일, 제1절 노동일의 한계들)
이 문장은 인격적인 범주에서 자본제 사회를 파악하려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발언으로 들린다. 자본가의 인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인격화되었기에 가치를 증식시키려는 충동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즉 『자본론』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 여기서는 그것을 계급투쟁 대 구조주의'라고 부르겠다. 한쪽에는 자본주의와 구조를 분석하는 마르크스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계급투쟁 투사인 마르크스가 있다.
- 자본의 종속 공세에 아무 반격도 하지 않으면 인간의 기초 가치는 점점 떨어질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점령한 과거 수 십 년간 그 일이 진행되었다. 인간의 기초 가치를 낮추고 자본에 봉사하는 능력으로 인간의 가치를 결정한다. 그리고 '능력이 없으니까 자네의 임금은 이게 다야. 이걸로 가치에 준한 등가교환을 한 거니까 불만 없지?'라고 압박한다. 그 공세에 맞서려면 인간의 기초 가치를 믿어야 한다. 
우리는 더 사치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 사치를 누리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풍요로워야 한다. 우리는 모두 그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종속되고 그 가치관에 길든 주체는 그 점을 잊어버린다. 이 망각을 강제하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성과였을지도 모른다.
신자유주의는 단순히 정치경제적인 개념이 아니라 문화가 되 었다고 강조해왔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최신 단계다. 신자유주의 의 특징은 인간의 사고 감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본으로 전환하는 실질적 종속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기서 우리 몸을 분리하는 것이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의 시작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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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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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계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은 1945 8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전쟁 종식을 앞당기기 위한 결단이었지만 지금까지도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다른 대학살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그러나 결정 뒤에 숨지 않았습니다.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것이 결정에 관한 그의 번째 원칙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많은 조언자들이 있었지만,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의 이해관계와 의도, 동기를 주의 깊게 판단했습니다. “조언에 항상 최선의 방향이나 진심이 담긴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57일자 A30 기사 노예해방 선언 기다린 링컨>은 역사의 판도를 뒤흔든 주요 인물들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를 성찰했습니다. 미국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로버트 딜렌슈나이더는사람들은 흔히 결정이 직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만, 훌륭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말합니다. “직감 역시 오랜 경험과 학습이 쌓여 만들어진다. 결정의 원칙을 세우고 삶에 반복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조사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에 평균 150번의 선택을 합니다.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자산 투자, 건강에 관한 중요 결정까지 매순간 많은 결정과 마주합니다. 딜렌슈나이더가 꼽는 번째 의사결정 원칙은중요한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 것입니다. 1982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전쟁 경험이 전무(全無)했지만 굳은 소신과 냉철한 판단력, 주변의 조언을 걸러 들을 아는 현명함으로 고비 때마다 탁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번째 원칙은나를 방해하는 진짜 장애물에 집중하라 것입니다. 미국 자동차기업가 헨리 포드는 1900년대 초반 높은 이직률을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의 하루 임금을 2.5달러에서 5달러로 올렸습니다. ‘직원들의 사기 저하라는 장애물을 명확하게 꿰뚫는 한편, 자신의 제조 공정에 대한 확신을 토대로 내린 결정은 성공을 거뒀습니다. 임금 인상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생산성이 향상됐고, 자동차업계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포드의 결정을비즈니스 역사상 최고의 결정으로 선정한 이유입니다.

번째는결정을 위한 최고의 타이밍을 잡아라 것입니다. 미국 16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남북전쟁 북군의 전세가 유리해지는 상황에 맞춰 노예 해방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선언문은 개월 전에 작성했지만 최고의 타이밍을 위해 치밀하게 기다렸던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결정이라도 최적의 시기를 놓치면 무용지물이다.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할 있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딜렌슈나이더는 나은 결정이 나은 삶을 이끈다 강조합니다. “우리 인생은 우리가 내린 선택의 합이다. 크고 작은 결정들이 모여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결정 능력이 향상되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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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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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없음

경영 2021. 5. 7. 19:57

- 당시에는 나도 잘 몰랐지만, 우리에게는 블록버스터에 없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절차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능률보다 혁신을 강조하며,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는 문화였다. '인재 밀도talent density'를 기반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직원들을 이끄는 데 초점을 맞추는 기업문화 덕분에, 우리는 지속 적으로 성장하며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맞춰 같이 변화를 모색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우리 회원들의 요구 역시 우리와 함께 변신을 거듭했다.
넷플릭스는 다르다. 우리의 문화는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다.
-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이렇게 말 했다. “우리에게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점을 연결해 미래를 점칠 능력이 없습니다. 오직 지난 일을 돌이켜보며 그 점들을 이어볼 따름이죠. 하지만 여러분은 여러분의 앞날에 그 점들이 어떤 식으로든 이어질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배짱과 운명, 삶과 업보, 그 무엇이 되었든 여러분은 그런 사실을 믿어야 합니 다. 이런 시각은 한 번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인생의 고비마다 저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잡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영국 버진 그룹Virgin Group의 창업자인리처드 브랜슨 경 Sir Richard Branson의 만트라는 A-B-C-D Always Be Connecting the Dots(항상 점을 이을 것)' 였다고 한다. 그리고 브랜딩 전문 가 데이비드 브라이어 David Brier와 패스트컴퍼니 Fast Company는 인생의 점을 연결하는 방식에 따라 현실을 보는 법이 결정되고, 그 결과 결정을 내리고 결론에 도달하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내용의 매 혹적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점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질문하도록 직원들을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남이 해왔고 지금도 하는 방식을 답습하여 점을 연결한다. 이렇게 하면 현상 유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가 점들을 다른 식으로 연결하는 순간,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 빠르고 혁신적인 직장은 소위 말하는 '비범한 동료들로 구성된다.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가지고 있는 비범한 동료들은 재능이 뛰어나고 창의력이 남다르며 중요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긴밀히 협력한다. 이 첫 번째 점이 확실하게 자리 잡지 않으면, 다른 원칙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 넷플릭스 매니저들이 솔직한 피드백을 제시하라고 직원들의 등을 떠밀 때 사용하는 첫 번째 기법은, 평소에 부하직원과 일대일로 만날 때 피드백을 제시하게 정하는 것이다. 부하직원에게 피드백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린다. 피드백을 첫 번째 안건이나 마지막 안건으로 정해, 운영 전반에 관한 논의와 별개의 항목으로 다룬다. 상사인 자신에 게 피드백을 제시하게끔 부하직원을 독려한 다음, 원하면 자신도 피드백을 제시한다.
피드백을 받을 때의 태도도 중요하다. 어떤 비판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대응하고 소속 신호.belonging cue'를 줌으로써 피드백을 마음놓고 제시해도 좋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4A 피드백 지침
피드백을 줄 때
1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피드백은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불만을 털어놓거나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피드백은 용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동변화가 상대방 개인이나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납득시켜야 한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이를 쑤시는 모습이 무척 거슬립니다”는 잘못된 피드백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식이어야 한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이를 쑤시는 습관을 고치신다면, 파트너들이 팀장님을 좀 더 전문가답다고 여길 것이고 그래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을 겁니다.”
2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피드백은 받는 사람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쿠바에서 에린에게 준 피드백이 “교수님의 프레젠테이션이 메시지 자체를 망치고 있다”는 코멘트로 끝났다면 잘못된 피드백이었을 것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것이다. “청중에게 그런 방식으로 의견을 구하게 되면, 결국 미국인들만 참여하게 됩니다.” 더 좋은 방법도 있다. “회의장에 있는 다른 나라 출신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교수님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게 전달될 겁니다.”
피드백을 받을 때
3 APPRECIATE(감사하라): 비판을 받으면 변명부터 하려 드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반사적으로 자존심이나 체면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니 피드백을 받으면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자제하고 이렇게 자문해 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고언을 신중하게 듣고, 열린 마음으로 그 의미를 짚어보며, 수세를 취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4. 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넷플릭스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된다. 어떤 피드백이든 일단 듣고 생각해 봐야 한다.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되, 피드백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 사람들은 큰 보수를 보장받을 때 가장 창의적으로 변한다. 집안일이나 생활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때는 창의성이 떨어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는 성과에 따른 보너스가 아니라, 두둑한 연봉이 좋다.
막상 보너스를 없애고 보니, 또 한 가지 놀라운 변화가 눈에 띄 었다. 베스트 플레이어들을 데려오기가 한결 더 쉬워진 것이다. 흔 히들 보너스를 제시하지 않으면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그 반대였다. 우리가 최고의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경쟁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급해야 할 돈을 모두 연봉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 직장의 인재 밀도를 높이려면, 창의적인 직책에 평범한 사람 10명을 앉힐 생각을 말고, 아주 뛰어난 인재 1명을 채용하라. 그런 사람을 뽑을 때는 시장에서 그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금액을 제시하라. 그들의 연봉을 해마다 조정하여 경쟁사가 제시할 수 있는 금액보다 많은 연봉을 지급하라.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할 여유가 없다면, 그보다 못한 사람을 몇 명 내보내 그 돈으로 최고를 붙들어라. 그렇게 하면 인재 밀도는 더욱 높아진다.
- 나는 모든 직원에게 손익계산서를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매주 성과의 수치를 확인했다. 배송은 전부 몇 건 이었나? 평균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인기 순위 1, 2위 영화에 대 한 고객의 요청을 어느 정도 충족시켰는가? 우리는 또한 경쟁사가 알아서는 안 될 정보가 가득한 전략 문건을 커피머신 옆 게시판에 붙여놓았다.
우리는 이런 정보를 공개하면서 잭 스택이 했던 것처럼 직원들이 회사를 신뢰하고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길 바랐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나는 우산을 접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이후로 우린 넷플릭스의 경쟁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는 물론이요, 모든 재정적 결과까지 전 직원에게 알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 회사의 내부 전산망 홈페이지에 올린 4페이지짜리 '전략 베팅 Strategy Bets' 이다.
내 목표는 직원들이 자신을 회사의 주인으로 여김으로써 회사의 성공을 위해 자기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크기를 늘리는 것이었 다. 막상 회사의 기밀을 공개하고 나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성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직원들이 더욱 현명해진 것이다. 고위 중역들 만 접할 수 있던 정보를 말단 직원에게도 알려주면, 그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여 일을 더욱 능률적으로 하게 된다. 정보를 캐묻고 승인을 구하는 절차를 없애고 나니, 업무 처리의 속도도 현격히 빨라졌다. 그들은 상부의 견해를 물을 필요 없이, 적시에 필요한 결정을 내렸다.
대부분의 회사가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고위 매니저들은 재무 혹은 전략 관련 정보를 숨김으로써, 직원들이 능력과 지능을 발휘할 기회를 빼앗는다. 직원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을 거론하는 기업은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권한을 실제로 증가시 킨다는 건 몽상에 불과하다. 실제로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 줄 만큼의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 리더가 실수를 선샤이닝' 하면 사람들은 '아!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도 과감하게 모험을 선택한다. 이는 회사 전반의 과감한 혁신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도움을 청하면 더 배울 수 있다. 실수를 인정 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 리더가 실패한 사례를 공개하면 직원들은 더욱 용기를 갖고 모험하게 된다.
- 리더나 롤 모델의 미덕은 겸손이다.성공했을 때는 조그맣게 얘기하거나, 스스로 말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라. 하지만 실수했을 때는 직접 분명하고 큰 소리로 말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알고 당신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게 하라. 잘한 일은 작은 소리로, 실수는 큰 소리로 말하라.
- 유능하고 팀원들의 호감을 얻은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선샤이닝할 때 오히려 더 큰 신뢰를 받게 되고, 그래서 더욱더 큰 모험을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회사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력이 입증되지 않거나 신뢰받지 못하는 리더는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공개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유능함부터 입증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 일반적으로, 회사의 상사는 직원들의 결정을 승인해 주거나 거부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막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매니저가 마뜩잖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실천에 옮기라고 떠민다. 우리는 매니저가 부하직원이나 누군가의 괜찮은 아이디어를 알아보지 못해 뒤로 제쳐놓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라.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CEO나 고위 임원들이 사업의 세부 사항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욱 좋아진다는 낭설이다. 사람들은 애플의 아이폰이 스티 브 잡스가 자신의 성에 찰 때까지 모든 부분에 시시콜콜 개입한 덕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잘못 알려진 이야기다. 대형 네트워크나 영화 스튜디오의 수장들은 때로 프로젝트의 창의적 콘텐츠에 관해 많은 결정을 내린다. 심지어 어떤 중역은 알파와 오메가까지 모두 참견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물론 리더가 시시콜콜 참견하지 않는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상사가 적극 지지해 줄 법한 결정을 하려고 애를 쓴다. 상사는 자기보다 사다리의 높은 곳에 올라간 사람이니 당연히 자기보다 더 많이 알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출세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윗선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미움을 사지 않을 까 두려워하는 사람은, 상사의 의중을 잘 파악하며 행동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톱다운 방식 top-down models을 흉내 내지 않는다. 우리는 회사 내의 모든 직원이 각자 판단에 따라 의사를 결정 할 때 가장 빠르고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생 각한다. 넷플릭스에서는 누구나 좋은 의사결정 근육을 키우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고 우리는 실무자들의 결정에 고위 매니저가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랑한다.
- 넷플릭스에 처음 왔을 때, 상사인 잭은 제게 칩을 몇 개 받은 것으로 생각하라고 했어요.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에 칩을 걸라고요. 하지만 제 베팅이 최고의 베팅이 될 수 있도록 신중 히 생각해야겠죠. 그가 요령을 설명해 주었어요. “베팅하다 보 면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런 개별적인 성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성과는 칩을 활용하여 사업을 얼마나 진척시켰는지 그 칩의 전반적인 운용 능력에 따라 평가받습니다. 넷플릭스에서는 베팅을 잘못했다고 쫓아내지 않습니다. 그 보다는 큰일을 벌일 수 있는데도 칩을 사용하지 않거나, 잘못된 판단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에만 쫓겨납니다.”
- 넷플릭스 혁신 사이클
1. 이의 제기를 장려하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2. 빅 아이디어는 테스트를 거쳐라.
3. 정보에 밝은 주장으로서 베팅하라.
4. 성공하면 축하하고, 실패하면 선샤이닝하라.
- “대표님은 뭔가에 꽂히면 완전히 빠져드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제 말을 듣지도 않고요. 이건 망하는 길이라고 소리 지르며 트랙 한복판에 드러누웠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게 못했죠.”
그때까지 말로만 솔직함을 강조할 뿐, 내가 나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은 반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던 것이다. 넷플릭스 문화에 새로운 요소가 첨가된 것도 바로 그 일이 있고 나서다. 이제 우리는 어떤 아이디어를 찬성하지 않을 때 그런 사실을 표현하지 않는 것은, 넷플릭스에 대한 불충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의견을 묻어두는 것은 회사를 돕지 않겠다는 말없는 시위다.
- 우리는 직원들이 끈끈한 유대감으로 회사에 헌신하면서 자신을 더 큰 전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직원들이 이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길 바라지 않았다. 직장은 어떤사람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고,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가 마련된 그런 마법 같은 기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더는 직장에서 배울 것이 없거나 자신의 탁월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그 자리를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고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 우리는 또한 모든 매니저에게 늘 부하직원을 생각하고 그들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고가 될 수 있게 만들라고 격려한다. 매니 저들이 나름대로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게 고안한 것이 바로 '키퍼 테스트'다.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
후자라면 지금 당장 그에게 퇴직금을 주고 스타 플레이어를 찾아라.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야 할 사람을 말이다.
- 기업들이 우리처럼 인재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되 면서, 뜻하지 않게 내부 경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은 평범한 직원들을 몰아내고 내부 경쟁을 부추기는 절차와 규정을 강행한다. 최악의 사례가 소위 말하는 '스택 랭킹 stack ranking(구성원들의 성과를 수치화해 층을 쌓듯 서열화하는 인사평가 제도)'이다. '활력 곡선vitality curve'이라고도 하고, 쉬운 말로 '랭크앤양 크Rank-and-Yank'라고도 부른다.
에린이 앞서 인용한 〈배너티페어〉 기사는 스택 랭킹의 한 가지 버전을 설명한 것이다. GE와 골드만삭스도 스택 랭킹 시스템으로 인재 밀도를 높이려고 했다. 이 방법을 사용한 최초의 CEO는 아 마도 잭 웰치 Jack Welch 일 것이다. 그는 GE에서 매년 직원들의 순위를 매겨 하위 10%의 직원을 내보내는 식으로, 성과를 높게 유지 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에 뉴욕타임스>는 GE가 이 같은 평가 방식을 포기했다. 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2년에 그만두었듯이 말이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스택 랭킹은 협업을 가로막고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망가뜨린다.
우리는 매니저들에게 키퍼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라고 권 한다. 하지만 정해진 비율에 해당하는 직원을 해고하거나 순위를 매기는 짓은 하지 않는다. 랭크앤양크나 몇 %를 내보내야 한다' 와 같은 방식은 거부한다. 그렇게 하면 평범한 직원들을 내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팀워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직원은 내부 동료가 아닌, 다른 경쟁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랭크앤양크를 적용하면 인재 밀도가 높아지겠지만, 협업이 되지 않으면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다. 
다행히 높은 인재 밀도와 긴밀한 협업은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 키퍼 테스트를 통해 이 두 가지를 모두 이룰 수 있으니까. 이는 우리에게 프로스포츠 팀과 다른 한 가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 넷플릭스 팀의 자리에는 정해진 수가 없다. 우리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경기에 몇 명까지 뛸 수 있다.는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팀에 뛰어난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과도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성과를 많이 낼수록 우리 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더욱 성장할수록 명단에 포함될 포지션도 늘어날 테고, 포지션의 수가 늘어날수록 유능한 인재가 활동할 공간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 급류 타기를 할 때는 탈출이 어려운 '홀hole'을 보지 말고 그 옆의 속이 보이는 평탄한 물길을 보라고 한다. 전문가 들의 말에 따르면,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위험한 곳을 계속 바라보 면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 노를 젓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말한다. 배우고 협력하고 성취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이다. 운동선수가 부상을 너무 걱정하다 보면 몸을 날렵하고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없다. 그렇게 하다가는 피하려고 애를 쓰는 바로 그곳으로 빠지고 만다.
- 연간수행평가 annual performance reviews는 손쉬운 선택지가 될 수 있 었다. 요즘은 외면당하는 추세이지만, 2005년만 해도 거의 모든 회사가 수행평가 제도를 활용했다. 상사는 이런 시스템으로 부하 직원들의 장점과 단점을 기록하고, 전반적인 성과에 점수를 매긴 다음, 일대일 미팅으로 그 평가를 검토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런 수행평가를 몇 가지 이유로 반대했다. 첫째는 이런 피드백이 일방적인 하향 평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수행평가로는 오직 한 사람, 즉 상사의 피드백밖에 받을 수 없다. 이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는 넷플릭스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나 는 직원들이 자신의 직속 상사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셋째는 회사들이 보통 연간 목표를 기반으로 수행평가를 하는 반면, 넷플릭스의 직원과 매니저들은 연간 목표나 KPI, 즉 연간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s를 정해놓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은 대부분 수행평가를 근거로 연봉 인상률을 결정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업무 성과가 아닌 시장을 기준으로 연봉을 정한다.
- 지금 넷플릭스는 매년 360도 서면 평가라는 문서화된 피드백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코멘트를 남기도록 요청한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서로 5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라고 하지 않는다. 이를 연봉 인상이나 승진 혹은 해고와 연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지, 그들을 정해진 평가의 틀에 넣어 분류하려는 게 아니다. 또 크게 개선된 부분이 있다. 직속 부하직원이나 일선 매니저 혹은 의견을 청한 몇 몇 팀원들뿐 아니라, 조직의 어느 지위에 있는 누구에게나 피드 백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최소한 10명, 평균적 으로는 30명이나 40명 정도에게 피드백을 준다. 나는 2018년에 71명으로부터 코멘트를 받았다.
무엇보다 360도 서면 평가는 중요한 논쟁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는 내가 받은 코멘트를 직속 부하직원과 체계적으 로 공유하고, 그들 역시 자신이 받은 피드백을 팀원들과 공유한다. 이렇게 하면 투명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투철해질 뿐 아니라, 역책임 reverse accountability)이 형성되어, 팀원들도 상사의 문제점을 용기 내어 지적하게 된다. 
- 360도 서면 평가는 연례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좋은 피드백 메커니즘이다. 다만 익명이나 점수를 매기는 일을 피하고, 결과를 연봉 인 상이나 승진과 연계하지도 말라. 그리고 각오가 된 사람에게는 언제 든 공개적으로 코멘트를 하라.
저녁 식사를 겸한 라이브 360도 평가는 또 하나의 효과적인 절차다. 이 행사를 위해 몇 시간 정도를 따로 할애하라. 분명한 지침을 주고 4A 피드백 지침에 따라, '시작하세요, 중단하세요, 계속하세요'를 활 용하라. 긍정적인 코멘트와 시정을 요구하는 코멘트는 25% 대 75% 정도가 좋다. 피드백은 실질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언사는 피하라.
- 누구에게나 익숙한 방식은, 통제의 리더십이다. 상사는 팀에서 제시한 안건이나 조치나 결정을 승인하고 지시한다. 때로는 실무진의 업무를 직접 감독하여 할 일을 일러주고, 수시로 확인하면서 잘못되면 바로잡아 준다. 그런가 하면 간혹 직접적인 감독을 자제하고 실무진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절차는 여전히 통제한다.
실무자가 원하는 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자유를 주지만, 그래도 어떤 일을 언제까지 끝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상사가 통제한다. 예를 들어, 상사는 목표관리법 Management by Objectives 같은 프로세스를 마련하여 직원과 함께 핵심성과지표를 정 한다. 그다음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담당자가 정 해진 목표를 제시간에 한정된 예산 안에서 완수하는지를 근거로 개인의 최종 성과를 판단한다. 상사는 또한 결과물이 고객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최종 상태를 확인하거나 주문을 하기 전에 구매항목을 승인하는 등 오류 저감 프로세스를 마련하여 업무의 질을 통제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의 자유는 허락하지만, 그래도 상당 부분 을 통제하는 프로세스다.
반면 맥락만 짚어주는 방식은 좀 더 까다롭지만, 실무진에게 상 당한 자유를 주는 프로세스다. 상사는 실무자의 업무 활동을 감독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팀원들이 훌륭한 결정을 내려 일을 끝낼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실무진 각자의 의사결정 근육이 튼튼해져 이후로도 좀 더 나은 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릴 수 있다. 맥락을 짚어주어도 적절한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별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맥락으로 리드할 때의 첫 번째 선결 조건은 높은 인재 밀도다. 
- 리더십의 방향을 선택하기 전, 두 번째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1차 목표가 오류 방지인가, 혁신인가?'
오류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출 때는 통제 방식이 좋다. 엑슨 모빌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에서 활동한다. 그들의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인사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수칙이 수백 가지 올라와 있다. 늘 위험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가능한 한 사고를 내지 않고 이윤을 올려야 할 때는 통제 메커니즘이 필수다.
마찬가지로 병원 응급실을 운영하면서 경력이 짧은 간호사들에 게 맥락만 짚어주고 감독도 없이 스스로 결정하라고 한다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항공기를 제작하면서 모든 부품이 제대로 조립되는지 확인하는 통제 절차를 완벽하게 마련해 놓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사고 발생 확률이 올라간다. 고층빌딩의 유리창을 닦을 때도 주기적으로 안전을 점검하고 매일 체크리스트를 확 인해야 한다. 오류를 방지하는 데는 통제로 리드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타깃처럼 혁신이 목표라면, 실수를 좀 해도 크게 위험할 일은 없다. 정작 위험한 것은 직원들이 사업의 성격을 바꿀 만한 대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 못하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문을 닫는 재래식 유통업체들이 많은 이때, 타깃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참신한 발상이다.
-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일꾼들에게
나무를 구해오라고 지시하지 마라.
업무와 일을 할당하지도 마라.
그보다는 갈망하고 동경하게 하라.
끝없이 망망한 바다를
(셍텍쥐페리)
- 조직의 짜임새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상당히 비슷하다. 체계가 단단히 결합되어 있는 회사에서는 빅 보스가 주요 결정을 내린 다음 아래 부서로 밀어 내리기 때문에, 흔히 여러 사업 분야 사이의 의존성이 강화된다. 어떤 부서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처음 지시한 상사에게 다시 가져가야 한다. 그가 모든 부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체계가 느슨하게 결합된 회사에서는 매니저나 실무 직원이 각자 자유롭게 결정을 내리거나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도 결과가 다른 부서로 파급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
회사의 리더들이 원래부터 통제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어왔다면, 당연히 체계가 단단히 결합되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런 체계에서 맥락으로 사람들을 리드하려고 하면, 그 단단한 결합이 방해된다는 것을 수시로 느끼게 된다. 중요한 결정은 모두 위에서 내 리기 때문에 부하직원들에게 결정권을 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중요한 결정에는 당신뿐 아니라, 당신의 상사 그리고 그 상사의, 상사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단단히 결합된 체계가 굳어진 상태에서 조직의 운영 방식을 통째로 바꾸려면 낮은 위계에서 맥락으로 리드하는 방식으로는 힘들고, 회사의 최고 리더들과 이를 도모해야 한다. 아무리 인재 밀도가 높고 혁신을 목표로 삼는다고 해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면 맥락으로 리드할 수 없다. 넷플릭스가 느슨한 결합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정보에 밝은 주장'이라는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에 집중된 통제 절차나 규정, 정책이 거의 없고, 의사결정권은 철저히 분산되어 있다. 따라서 직원 각자에게 많은 자유가 주어지고, 각 부서는 유연하게 운신할 수 있으며, 회사 전체를 봐도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혁신과 유연성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의사결정을 분산시 켜 여러 부서의 상호의존성을 배제하고 처음부터 느슨한 결합을 조성해야 한다. 단단히 결합된 체계가 한번 정착되고 나면, 느슨한 결합으로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단단한 결합 체계도 적어도 한 가지 측면에서는 중요한 혜택이 있다. 전략에 변화를 줄 때는 조직 전체의 노선을 조율하 기가 아주 쉽다. CEO가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기준의 강화에 초 점을 맞추기로 마음을 바꾸면, 자신의 집중화된 의사결정을 통해 사내 모든 부서의 노선을 통제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느슨한 결합 체계에서는 이러한 조율이 쉽지 않다. 이를테면 노동력을 착취하던 공장이 방침을 바꿔 환경과 인권 문제를 중시하려고 해도, 어느 한 부서에서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조 직 전체의 노선 자체가 엉뚱하게 뒤틀릴 수 있다. 해당 부서의 부 서장이 나름 멋진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전략에 적극적으로 협조 하려고 해도, 누가 어떤 프로젝트를 맡을지를 팀원 스스로 정하게 하면, 각자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일을 추진할 것이다. 이런 상황 에서는 부서의 비전을 빠른 시일 내에 실현시키기가 어렵다.
- 부하직원이 멍청한 짓을 했을 때 나무라지 말라. 대신 맥락을 잘못 짚어준 것이 없는지 자문해 보라. 
목표와 전략은 확실하게 전달했는가? 
그것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의욕과 열망을 제대로 불어넣었는가? 
팀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가설과 위험을 정확히 일러주었는가? 
부하직원들이 당신과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과 의견을 철저히 조율했는가?
- 우리는 웬만한 회사에는 다 있지만 넷플릭스에는 없는, 10개가 넘는 규정과 절차를 확인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휴가 규정
의사결정 승인
비용 규정
성과 향상 계획
승인 절차
인상 풀
핵심성과지표
목표관리법
출장 규정
위원회에 의한 의사결정
계약 승인
연봉 밴드
급여 등급
성과에 따른 보너스
- 4A 피드백 지침은 다음과 같다.
*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 APPRECIATE(감사하라)
* 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여기에 다섯 번째를 덧붙이자.
* ADAPT(각색하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문화에 맞춰 전달하는 내용과 당신의 반응을 적절히 조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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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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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로 더 멀리 볼수록 미래로도 더 멀리 볼 수 있게 된다." (처칠)
- 우리는 짧게는 2008~2009년 이후 뉴 노멀, 1990년 이후 신 경제, 길게는 1950년 이후 냉전시대에서 자리잡힌 질서들, 예를 들면 세계화와 자유무역, 경제성장과 자본주의, 시장과 정부의 역할, 오프라인과 온라인 경제, 대면활동과 비대면 활동 현상들에 있 어 거대한 전환의 압력을 이미 받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모두에게 예외 없는 위기를 통해 대전환의 움직임을 구체화시키고 가속화시키고 있다. 팬데믹 이후 형성될 새로운 질서를 의미하는 '넥스트 노멀'은 이를 의미하고 있다.
뉴 노멀과 팬데믹을 거쳐 전개될 넥스트 노멀기에 나타날 현상들은 복잡하고 다양하게 전개될 것인데, 이를 7가지 트렌드로 제시해보는 것이 이 책의 구성이다.
1 구조적 장기침체와 제로금리의 시대, 
2 글로벌 뉴딜과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전환, 
3 탈세계화와 새로운 밸류체인, 
4 디지털 경제와 네트워크 가치, 
5 밀레니엄-제트 세대와 금융의 미래,
6 ESG 투자 패러다임, 
7 블록체인과 암호자산이 바로 그것이다.

- 고든과 글레이저에 따르면 미국경제의 구조적 장기침체 압력은 1970년대 이후 누적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이후 2008년까지 미국경제가 대체로 안정된 성장을 유지한 이유 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2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1970~1980년대 이후 여성의 고용참여 및 근로시 간이 확대된 것이고, 
둘째는 2000년대 이후 부동산시장과 주 식시장이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자산가치가 상승한 효과다. 즉 1970~1980년대 이후에 미국의 총요소 생산성이 하락하기 시작 했지만 노동의 추가투입과 자산효과 및 부채증가로 인해 구매력을 유지한 것이다.
- 2008~2009년 미국이 혹독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겪은 이후 2010년 카르멘 라인하르트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부채 시대의 성장 Growth in a Time of Debt)이라는 제목으로 짧은 논문 을 발표했다. 라인하르트와 로고프는 중앙정부의 부채, 인플레이 션, 성장에 관한 최대 2세기가량의 자료를 포함하는 선진국과 신흥국 44개국의 경험을 토대로 공공부채가 GDP 대비 60%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이 2%pt가량 감소하고, 공공부채가 GDP 대비 90% 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이 절반으로 하락한다고 발표했다.
- 라인하르트와 로고프의 논문은 통계오류 및 부채와 성장의 인과관계 분석이 미흡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 미 오바마 행정 부의 재정확장 정책을 제한하고, 2010~2012년 닥친 남유럽 재정 위기에서 긴축정책을 펴야 한다는 정책적 함의로 귀결되었다. 부채와 이자가 늘어나면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일견의 상식적 우려에 부합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유럽 국가들의 긴축정책은 대차대조표 불황으로 나타 났다. 공공부채와 재정적자를 감소시키기 위한 긴축정책으로 인해 고용과 국내 수요 등 전반적으로 경기위축 영향이 확대되었다. 결과적으로 공공부채, 재정적자보다 GDP가 더 크게 감소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공공부채 비율이 더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심각한 대차대조표 불황을 겪은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에서는 정치적 분열이 확산되고, 대중 영합주의에 입각한 포퓰리 즘이 득세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를 맞닥뜨린 상황에서 당장은 재정건전화에 집중해 재정긴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은 현실적으로는 맞는 조언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주요 국가들의 공공부채 상황을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 국가들의 총 공공부채 비율이 증가해왔다는 것이다.
- 프리드먼이 주장한 통화주의에 대해 간략한 정리가 필 요하다. 프리드먼의 경제정책에 대해 주장한 바는 
1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이 중요, 
2 정부의 재정정책,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모두 비효율,
 3 재정정책은 최소화, 통화정책은 준칙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중앙은행의 판단에 따라 정책의 시기, 강도, 방 향을 재량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준칙적rule-base로 운용하라는 것이다. 통화정책 준칙주의에 따른 정책은 인플레이션 타켓팅 설정, 통화량 증가율 고정, 테일러 준칙(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으로 정책 금리를 산출하는 방정식)에 따른 금리변경 등이 있다. 
프리드먼이 보기에 그린스펀과 버냉키의 통화정책은 바람직하 지 못했다. 실제로 프리드먼은 재임 당시 전 세계경제의 마에스트로(지휘자)로 칭송받았던 그린스펀의 재량적인 통화정책에 비판적이었다. 프리드먼은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연준 의장으로 그린스펀 이전의 폴 볼커(1979~1987년 재임)를 꼽을 것이다. 볼커 의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두 자리에 이르는 시점에 연준 의장으로 취 임해 단기적인 경제상황에 흔들림 없이 단호한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 정책을 실시해 인플레이션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프리드먼은 통화완화 정책으로 인한 화폐량 증가는 생산이나 소득 등 실질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것으로 생각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결국 화폐가치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하락하는 해악만 발생한다. 프리드먼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싸워 이긴 볼커 의장을 진정한 통화주의자이자 탁월한 중앙은행장으로 평가할 것이다.
- 팬데믹과 경기침체, 금융시장 충격이 어느 정도 완화된 시점인 2020년 8월 파월 의장은 잭슨 홀 컨퍼런스에서 〈New Economic Challenges and the Fed's Monetary Policy Review)라는 제 목으로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전환을 발표하면서 AIT(Average Inflation Targeting; 평균물가 목표제)를 도입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전환은 잠재성장률 하락, 자연이자율 하락, 구조적 실업, 필립스 곡선 및 기대 인플레가 낮아지는 중장기적 현상과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경기침체 압력에 동시에 직면하면서 연준 통화정책의 양대 책무인 완전고용과 물가안 정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의 일환이며, 테일러 룰과 같은 준칙주의가 아닌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량주의 통화정책 기조를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전환의 첫 번째 도입수단인 평균물가목 표제(AIT; Average Inflation Targeting)는 인플레이션의 일시적인 2% 상회가 아닌, 평균 및 지속적인 상회압력이 있을 때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정책을 실시하는 것으로, 이는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 할 통화정책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한 향후 포워드 가이던스 강화, 자산매입 조정 등 전통적 방식과 더불어 YCC(Yield Curve Control;수익률 조정), NIRP(Negative Interest Rate Policy, 마이너스 금리정책) 등 후속조치 및 유효수요 창출이 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행보다. 연준이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전환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불확실한 미래에 열린 정책수단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 정부의 재정정책 확장, 그리고 중앙은행의 전면적 통화지원에 대한 보다 급진적인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동의 승리자인 버니 샌더스에 의해 엘리자베스 워렌 캠프에서 강력한 목소리로 등장한 MMT (Modern Monetary Theory, 현대통화이론)가 바로 그것이다.
MMT란 정부가 통화를 독점하고 있으며, 납세와 저축을 위해 필요한 금융자산을 정부가 충분히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이 발생한다고 설명하는 비주류 거시경제 이론이다. MMT 옹호론자들은 정부가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재정정책을 펴야 하며, 재정정책의 재원은 화폐를 찍어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MMT에 따르면 미국과 같이 자체적으로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부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띤다.
■ 자국통화로 표시된 부채에 대한 채무 불이행이 불가능
■ 세금이나 부채발행의 형태로 돈을 징수할 필요 없이 재화·용역 및 금융자산 구매가 가능 
■ 인플레이션에 의해 화폐생산과 지출이 제한(인플레이션은 노동이 나 자원과 같은 경제적 자원이 완전가동 상태에 다다를 때 발생 및 가속화)
■ 세금징수와 국채발행을 통해 초과 공급된 돈을 회수함으로써수요과잉 인플레이션을 제어할 수 있음 
■ 채권을 발행할 때 적은 저축을 두고 민간부문과 경쟁할 필요가 없음
- MMT에 따르면 완전고용에 미달한 시장경제의 자체적인 회복력이 저하될 경우, 정부가 세금이나 부채의 형태가 아닌 중앙은행의 발권을 통한 자금조달로 완전고용이나 사회보장 프로그램 등의 재정지출을 실행할 수 있다. 이는 통화량과 직접적 실물수요를 동시에 증가시켜 경기침체와 유동성 함정이 장기불황과 디플레이 션 등과 같은 악순환에 대처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고용과 경기 가 회복된 이후 늘어난 통화량 및 부채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 경우, 증세나 채권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해 경기과열을 억제할 수 있다. 바이든 정권이 출범한 후 미국의 뉴딜 정책을 실행하게 될 때, 재원마련 방안으로 MMT 진영에서 주장하는 바가 부분적으로 또는 전면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 "네트워킹을 하지 않고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하나로, 실패하는 것뿐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 니얼 퍼거슨은 『광장과 타워」에서 인터넷혁명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전적으로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성과, 
2 미국의 주요 하이테크 기업들이 각별할 정도의 지배적 위 치에 이름, 
3 이러한 기업들의 지배력이 어마어마한 양의 돈으로 연결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1990년대에는 IBM PC에 MS 도스와 윈도우를 깔아 게임을 했고, 2000년대에는 삼성 애니폰과 애플 아이폰을 사용했고, 2010년대에는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에 중독되었다. 그리고 현재 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 구글)+AM(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이 전세계 주식시장 블루칩의 대명사가 되었다.
- 전통적인 기업들의 가치창출이 파이프라인에서 발생해왔지만, 최근 부상하는 기업들의 가치창출은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파이프라인 기업의 특징은 자원을 통제하고, 내부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고객가치를 확대해 이윤을 독점화시키는 데 있었다.
- 플랫폼 기업들은 자원을 조정하고, 외부와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생태계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데 있다. 파이프라인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지만, 플랫폼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지 않다.
플랫폼 기업들이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는 이유는 생산의 외부화 효과 때문이다. 우버는 자동차를, 에어비앤비는 방을, 페이스북은 컨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참여자에 의해 공급받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양적성장에 한계가 없다. 또한 사용자들의 피드백 과정에 의해 가치가 높은 제품이 나 서비스의 거래가 증가해 자생적인 품질관리 효과가 나타난다. 기업은 유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이나 임금부담이 낮아 비용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1976년 창업한 애플은 IT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끊임없이 혁신 한 기업의 대명사이다.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2008년 아이튠스의 업데이트 형태로 앱스토어가 출시되었다. 이후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으로 모바일 디바이스 확장과 함께 앱스토어 플랫폼을 통해 유틸리티와 컨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하며 현재 전 세계 시가 총액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모바일 환경 이전에 애플보다 더욱 강력한 휴대폰 제조업체였던 노키아, 블랙베리의 경우 플랫 폼 기업으로 진화되지 못했다.
- 향후 나타날 웹 3.0시대는 웹 2.0시대의 '모바일+인터넷+플랫폼'의 경향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공지능과 공유경제가 융합된 생 태계의 창출이 새로운 변화를 이끌 것이다. 디지털 경제에서 새로 운 창업은 '모바일+인터넷+플랫폼' 이라는 거대한 인프라에서 핵 심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앱, 회사, 공동체의 가치평가는 매출액과 수익 및 배당 등과 같은 수익모델에서 네트워크의 혁신성·포용성 · 지속성·확장성이 더욱 중요한 요인들로 작용하게될 것이다.
- "누군가에게 돈을 보내는 것은 애플리케이션이나 메시지에서 사진을 보내는 것만큼 쉬워야 한다." (마크 저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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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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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종종 “틀을 넘어서 살피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데이터가 실제로 제시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올바른 데이터인지 따지는 경우는 드물다. 올바른 데이터를 요청하는 일은 훨씬 나은 의사결정자가 되는 길로 올라서도록 해준다. 
사후 분석에 따르면 챌린저 호가 폭발한 원인은 고체 로켓 보조추 진장치에 장착된 오링이 낮은 기온에서 장애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담당 엔지니어와 간부들은 주어진 데이터의 경계 너머를 살피지 못 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 바람에 똑똑하고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 들이 7명의 우주비행사를 잃은 나사 역사상 최악의 사고를 초래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실수는 너무나 흔하다. 행동심리학은 우리 모두가 의사결정을 할 때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 오류에 종종 빠진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즉 우리는 어떤 데이터가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데 최선인가를 따지지 않고 즉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분석의 범위를 한정한다. 의사결정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살피는 일도 충분한 방비는 아니다.
- 우리는 모두가 불법적이거나 최소한 비도덕적인 말과 행동을 숱하게 보고, 듣고, 목격했으면서도 대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또한 문제의 행동이 겉보기만큼 나쁘지 않고, 도움이 되기에는 너무 늦었으며, 그저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믿음과 충성심을 내세워 무대응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비도덕적 행동을 진정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중대한 인간적 한계다.
동기화 맹시는 불가피하지 않으며, 극복할 수 있다. 수많은 내부고발자들이 이 사실을 말해준다. 효과적인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효과적인 리더십을 활용하여 동기화 맹시를 극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주위에 존재하는 사실들을 더욱 완전하게 인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둘째, 적절한 시기에 인지하고 행동하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셋째, 비도덕적 행동을 가리키는 사실들에 대응하지 못할 때 리더들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 한다. 
넷째, 리더들은 조직 전반의 의사결정자들에게 나서서 문제를 밝히는 데 따 르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 리더라는 자리는 책임을 수반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책임은 외진 증거를 인지하는 것이다. 이례적인 추세가 보이면 분명한 답이 나올 때까지 조사하라.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가 보이는 것이 전부" 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너무 잦다고 지적한다. 눈앞에 있는 정보 에만 반응하지 말고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정보를 어떻게 얻을지 파악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다.
- 15명의 남성과 15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다고, 가정하자. 그에 따라 예측한 방향대로 결과가 나왔지만 핵심적인 .05 기준에서 유의하지 않다. 그래서 당신은 다른 15명의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다시 실험을 진행한다. 이번에는 실험 결과가 아주 조금 유 의하다(p값이 10과 .05 사이), 당신은 이번에는 20명의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끝으로 3번의 실험 결과를 종합하여 남성 이 여성보다 위험한 주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유의한 수준으로 높다는는 결론을 얻는다. 이 가상 사례의 이면에 있는 근본적인 생각은 연구자들이 같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수많은 결과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 용어로는 복수의 종속 변수를 수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자들은 한 벌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당 결과가 유의한 수준에 접근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p<.05 기준에 이르기 위한 복수의 시도를 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를 수집한 후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여 특 정한 데이터를 극단치(예를 들어 참가자들이 과제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이상한 답변)로 배제할 수 있다.
심리학자인 조 시몬스Joe Simmons, 레이프 넬슨Leif Nelson, 유리 사이먼손uri Simonsohn은 2011년에 진행한 연구를 통해 근본적인 가설이 옳지 않더라도 4가지 연구자의 자유도를 활용하고 약간의 창의성을 더하 면 p<.05 요건에 맞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뛰어난 논문을 발표했다.” 임의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해도 복수의 형태로 실험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확률이 5 퍼센트보다 훨씬 높다. 그러면 성공한 버전을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시몬스와 동료들은 또한 임의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해도 소수의 연구 자 자유도를 동원하면 유의한 결과에 이를 확률을 50퍼센트 이상으 로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그들의 연구는 학계의 기존 규범 을 따르면서도 부정확하지만 원하는 결론에 이르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보여준다.
- 나는 앞으로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며 미국의 유수 대학들이 선민의식과 인종주의에 따른 정책들을 21세기에도 존속시켰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그리고 받기를 바란다). 기여입학은 특권층이 예일, 프린스턴, 하버드 같은 학교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 믿던 시기에 시작되었다. 전통을 내세우는 지지자들에게는 기여입학제가 1900년대에 유대인 같은 새로운 이민자들이 명문대에 높은 비율로 입학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나 는 대다수 대학 간부들이 좋은 의도를 지녔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지금도 선민의식과 인종주의에 따른 정책이 수용된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주요 대학이 시행하는 이런 비도덕적 정책에 대해 더 강한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 답은 간단하다. 이런 정책에 따른 해악은 모호하고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기여입학 정원을 늘릴수록 실력주의는 점차 약화된다. 중요한 점은 이런 정책들로 불이익을 당하는 학생들이 '짖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겨우 자격이 되거나 되 지 않는 기여입학생에게 밀린 학생들은 익명으로 남는다. 물론 입학을 거절당했다면 화가 날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그들도, 우리도 왜 거절당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학 입시 절차에 작은 변화가 이뤄진다.
- 예를 들어 자격이 뒤떨어지는 기여입학생에게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합격했을 학생들의 명단을 발표해야 한다면 어떨까? 아마 이렇게 투명성을 높이면 기여입학생의 불명예가 모두에게 분명하게 두드러지고, 거절당한 학생과 언론은 목소리를 내게 되어 결국 기여입학제는 바뀔 것이다.
- 대다수 정상급 미국 대학들에는 동문 자녀에게 입학 혜택을 주는 제도가 있다. 이 관행은 이미 유리한 학생들을 더욱 유리하게 만든다. 겨우 자격이 되는 학생이 기여입학을 하면 우 수한 지원자들이 자리를 빼앗긴다. 정상급 대학의 기여입학생은 과거 해당 대학에 백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백인인 경향이 강하다. 한편 아 슬아슬하게 불합격된 지원자들은 아시아계를 비롯한 다른 인종일 가 능성이 훨씬 높다.
교육부 인권국은 1990년대에 하버드가 아시아계 지원자들을 차별 하는지 조사한 후 기여입학제 때문에 아시아계 학생들이 비슷한 자격을 갖춘 백인 학생들에게 밀려난다고 결론지었다. 명문고를 졸업한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한 차별은 부분적으로 명문대 출신 부모들의 자녀에게 이점을 안기는 정책의 간접적 영향이다
- 월마트 구매 담당자들이 납품업체에게 최저가를 요구하는 것은 통상적이었다. 또한 롱프랭 경영진은 확고한 목표에 따라 악타르를 더 작은 회사에 넘기는 편이 계속 가지고 있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결론 지었다. 또한 스테이플스 직원들은 계속 하던 대로 불필요한 부가상품을 팔았다. 그리고 부유한 동문의 자녀를 더 배려한 입학 담당 간부 들은 수십 년 동안 정착된 절차를 따랐다. 그럼에도 이 행동들의 간접적 영향은 상당한 문제를 초래한다.
간접적 영향이 부른 해악은 리더에게 주어진 과제다. 리더는 현재 를 넘어서 조직의 절차가 초래할 문제들을 예측해야 한다. 뜻하지 않게 특정 집단을 차별하도록 만드는 절차를 수립하면 조직 자체가 차별 을 저지르는 것이다. 리더는 이런 사례를 인지하고 간접적 해악이 발 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필요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 예측 가능한 돌발사태가 생기는 원인은 다가오는 문제의 시급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개인적 실패에 더하여 잘못된 조직의 구조와 인센티브 그리고 데이터 통합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9·11테러의 비극 은 정부 부처 사이에 자원을 통합하지 못한 것이 핵심 요인임을 명확 하게 드러낸다. 그들은 개별적인 '사일로silo(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처럼 운영되었다. 사일로식 운영은 제 기능을 못하는 리더십의 결과이자 원인이다. 책임 소재는 사일로 내부에서 그리고 사일로 사이에서 분산된다. 그래서 누가 책임자인지 분명 치 않고, 누구도 방향을 알리는 포괄적 목표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조성하는 인센티브는 종종 구성원들이 그저 자기 일만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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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Dalai Lama는 1992년에 데이 비드슨을 초대하여 승려들의 감정과 정신을 연구하게 했다. 데이비 드슨은 승려들의 몸에 전극을 부착하여 명상할 때 신체에서 일어 나는 변화를 측정했다. 명상은 신체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수행 을 오래한 승려들의 뇌에서는 일반인들보다 세 배나 많은 감마파 가 생성되었고, 활성화되는 부위도 더 넓었다. 한마디로, 뇌과학적 관점에서 승려들은 일반인보다 더 행복했다.
- 전극을 부착했던 승려 가운데 유독 한 명이 높은 수치를 보였는 데, 미디어는 그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가 바로 마티유 리카르다. 불교에 심취해 1978년에 승려가 된 마티유 리카르는 온종일 명상을 하며 마음을 갈고닦았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꼈다. 행복을 단련할 수 있다는 생각은 힘을 얻는 듯했고 많은 뇌과학자들이 데이비드슨의 손을 들어주었다. 행복은 배울 수 있고 훈련해야 한다!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런데 무엇이 행복인가? 정신의학은 뇌과 학과 상반된 시각으로 행복을 진단한다. 정신의학 면에서 보면, 행 복은 중추신경계의 이상 증상으로 진단할 수 있다. 행복한 순간에 우리는 합리성을 잃고, 논리적 사고력을 잃고, 감정의 균형을 잃는다. 그러나 다른 정신 질환들과 달리 그 순간에는 아무튼 행복하다.
- 철학에서 말하는 행복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두 종류로 구분했다. 헤도니아Hedonia와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헤도니아는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쾌락, 강렬하게 끓어오르는 긍정적 감정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복권에 당 첨되었을 때, 응원하는 팀이 득점했을 때, 데킬라가 흘러넘칠 때, 삼바를 출 때, 웨딩드레스가 새하얗게 빛날 때 생기는 감정이다. 이런 유형의 행복은 잠시 스치는 길동무로, 끓어오를 때와 똑같이 금방 식는다. 헤도니아는 인생이라는 길고 어두운 밤에 잠시 반짝이 는 불꽃이다. 
에우다이모니아는 다르다. 그것은 오랫동안 빛을 내는 삶의 만족감이며, 종종 성찰을 통해 비로소 느껴진다. 에우다이모니아는 감정과 이성 모두와 관련된 행복이다. 에우다이모니아는 우리가 조용한 시간에 삶을 관조하며 모든 일이 잘되고 있다고 느낄 때 생기는 만족감이다. 헤도니아는 경험으로 얻고, 에우다이모니아는 결과로 얻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 추구이며 그 중심에는 이런 주관적인 삶의 만족감, 즉 에우다이모니아가 있다고 했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명하는 행복은 현대 뇌과학자들이 입증하는 연구 결과와 놀랍도록 일치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에우 다이모니아, 그러니까 삶의 만족감을 얻으려면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별함, 바로 이성을 완성해야 한다. 행복하려면 마티유 리카르처럼 정신을 훈련해야 한다. 우리는 밤낮으로 정신을 훈련하고 난 다음에야 바르게 살 때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 19세기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 Soren Kierkegaard는 질투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경고했다. 그는 또한 비교에 관해서도 매우 단호한 태도를 취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스스로 행복을 단념하는 행위다. 비교는 불만을 낳고 불만은 불행을 낳는다."
이웃의 자동차가 더 크고 좋은가? 이웃이 더 부유하고 더 행복해 보이는가? 불행해지는 데는 단 몇 초면 충분하다. 불행해지고 싶다면 유명인, 이웃,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면 된다. 이미 우리는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 
- 에피쿠로스학파가 상상하는 궁극의 행복은 모든 사람이 서로 친절하게 대하고 대화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듣는 '에피쿠로 스의 정원' 이다. 오늘날의 록콘서트나 클럽의 시끄러운 소음과는 거리가 멀다.
아리스토텔레스뿐만 아니라 에피쿠로스도 두려움, 고통, 역경 같은 부정적인 일에 눈을 감지 않는다. 이런 불행이 닥쳤을 때 행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훈련을 매일 함으로써 행복을 싹 틔운다. 그러므로 불행은 행복한 삶의 구성요소이지, 장애물이 아 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행복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해명된 다. 매일매일 삶의 역경에 대처하는 법을 배울 때, 그곳에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았다.
그렇다면 이 험한 비탈길을 빨리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 있을 까? 없다. 지름길은 없지만 행복을 방해하는 독은 있다. 바로 우리의 이웃이다.
- 크릭과 왓슨의 발견 이후 연구 방법이 크게 개선되어, 어떤 유전자가 행복을 결정하는지 연구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면봉으로 구강을 한 번 닦아내기만 하면 충분하다. 행복을 결정하는 유전자 중 하나가 모노아민산화효소 AMonoamin oxidase-Type A 다. 줄여서 MAOA라고 부르는데, 이 유전자는 여성의 행복을 결정한다. 이 유전자의 유형에 따라 여성은 더 행복하거나 MAOA-L 덜 행복하다.
이 유전자의 유형은 스트레스 요인에 반응하는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MAOA-L 유형의 여성은 긍정적 사건에 더 강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상처를 덜 받는다. 간단히 말하면 MAOA-L은 행복감을 강화하고, 상사의 호출이나 배우자와의 싸움을 좀 더 편 안하게 받아들이게 해준다. 당연히 상사의 호출이나 배우자와의 싸움이 더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MAOA-L은 남성을 행복하게 하진 않는다. 이 유전자와 남성의 행복감 사이의 관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여성과 남성의 행복이 서로 다를까? 여성과 남성은 세계를 다르게 경험할까? 어느 정도는 그런 것 같다. 
- 연구자들은 주관적 행복감의 차이를 만드는 유전자 유형 세가지를 찾아냈고, 더불어 우울증을 유발하는 유전자 두 가지와 신경증에 관여하는 유전자 열한개를 발견했다. 특히 세로토닌 전달유전자5-HTTLPR는 주관적 행복감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16 세로 토닌은 뇌의 생화학물질로서 특히 기분에 영향을 미쳐 편안함, 마음의 평온, 만족감을 주고 두려움, 공격성, 슬픔을 줄인다.
그러므로 세로토닌 전달유전자가 행복감에 중요한 건 당연하다. 흔히 행복호르몬에 대해 이야기하며 세로토닌이 많이 든 바나나와 초콜릿을 먹으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달리 여기에 들어있는 세로토닌이 곧장 뇌로 가지는 않는다. 바나나와 초콜릿은 맛있지만, 행복을 직접 전달하지는 않는다.
- 노스웨스턴대학의 연구진은 세로토닌 전달유전자 SLC6A4와 관 련된 이론을 발달시켰다. 이 유전자는 짧은 인자와 긴 인자 두 가지 유형이 있고, 특히 두려움에 관여한다. 짧은 인자를 가진 사람은 겁이 많고 위험을 더 두려워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쉽게 받고 나쁜 뉴스에 더 민감하다. 그래서 우울증에 더 잘 걸린다. 긴 인자를 가 진 사람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심리적 부담을 잘 견딘다. 
이 연구와 다양한 사회질서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을까? 답은 아 주 단순하다. 동아시아 사람들에게는 짧은 인자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개인주의가 강한 지역에는 긴 인자를 가진 사람이 많았다. 이 사실로만 보면, 아시아 사람들이 덜 행복하고 정신 질환을 더 많이 앓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사례 연구는 그 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아시아 사회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보다 심리적으로 더 안정되어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차이를 사회구성 원리 때문이라고 본다. 쉽게 말해 집단주의 사회는 공동체 문화를 핵심으로 제시해 유전적으로 타고난 높은 정신 질환 확률에 대비했다. 집단주의 사회는 우울증에 빠졌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을 개인주의 사회보다 더 잘 보호할 수 있다. 이 이론대로라면 다양한 사회 유형은 다양한 유전 자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며, 동시에 인간이 유전자의 힘에 조금이 나마 대항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과 앵거스 디턴 Angus Deaton은 행복 에 영향을 미치는 소득의 두 가지 효과를 발견했다. 미국의 경우, 소득이 오름에 따라 삶의 만족도(에우다이모니아 행복) 가 올라갔다. 더 많은 돈이 더 많은 만족을 준다. 반면 감정적 행복 ( 헤도니아 행복)은 약 6만 7000유로(약 8800만 원)까지만 높아졌다. 간단히 말해서 돈은 일반적으로 삶의 만족도를 높이 지만, 일상에서의 감정적 행복에는 특정 금액까지만 공헌한다. 
돈은 또한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소득보다 소비가 많으면 그렇다. 소비 욕구를 자제하고 저축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산다. 행복하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쓰느냐다. 소비 기술은 어디에 돈을 쓰느냐 뿐만 아니라 얼 마를 쓰느냐의 문제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득 전부를 소비하거나 빚을 지는 것은 좋은 소비 기술이 아니다.
저축과 행복은 쌍방향으로 영향을 준다. 네덜란드 연구가 보여 주듯이 행복한 사람들이 적게 소비하고 많이 저축한다0 이것은 마치 고양이가 제 꼬리를 무는 형세다. 행복한 사람이 저축하고 저축이 행복하게 한다. 이것을 학술용어로 '순환적 인과관계'라고 한다. 원인에 의해 결과가 나오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어 인과 관계가 순환한다.
- 행복 관점에서 봐도 결혼은 감행할 만하다. 행복 연구가 그것을 명확히 입증한다. 기혼자는 이혼 혹은 사별로 혼자 사는 사람 이나 미혼자보다 더 행복하다. 삶의 만족도뿐 아니라 감정적 행복 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모든 문화권에 해당하는 얘기다. 한마디로 알 번디가 틀렸다. 결혼한 사람들은 평균 이상으로 행복 하다. 결혼식 때 '네'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열정이 식기 시작한다. 는 통념에 미리 겁낼 필요 없다. 부부가 다른 모든 이들보다 더 자주 섹스한다는 사실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를 볼 때는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사실, 결혼이 행복을 주는 게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결혼한다. 결혼한 사람은 결혼하기 전에도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지수가 높다. 간단히 말해 행복한 사람이 결혼하고, 결혼 후에 더 행복해진다. 불행한 사람은 결혼하지 않는다. 그러니 행복해지기 위해 서둘러 결혼할 생각은 일단 접어두는 게 좋다.
- 신경과학은 뇌에 단단히 정박한 우정을 보여준다. 인간과 동물의 뇌에 우정을 지지하는 특별한 신경망과 순환이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하나는 명확하다. 우정은 협력의 자매이고 둘은 진화의 필수 아이템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자연의 호통으로 친구가 되었다.
우정이라고 다 같은 우정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다시 인간의 특별함이 등장한다. 남자들끼리의 우정에서는 무엇보다 스포츠와 지위 상승이 중요하고, 성별이 섞인 우정은 대개 파트너 선택에 봉사한다. 성별이 섞인 우정에서 남자들은 예상한 대로 여자의 신체적 매력을 중시하고, 여자들은 남자의 경제력과 신체 능력에 가치를 둔다. 이것이 비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진화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게 뭔지 모른다.
- 집안의 행복은 무엇에 달렸을까? 가정생활에서 중요한 것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배우자와 섹스, 자녀, 돈, 가사, 평범한 일상....... 그러나 가정생활에서 다툼을 유발하는 것 은 섹스도 아니고 가사도 아니다. 대개가 돈이고, 이때 '얼마를 버느냐'는 중요치 않다. 
돈은 정치에서처럼 가정생활에서도 우리를 고전적인 분배 문제 앞에 세운다. 누가 무엇을 얼마만큼 가져갈 것인가? 누가 소비를 결정하고, 누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살 것인가? 가정이 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연구할 때, 심리학은 '금전 권한'을 살핀다. 그리고 여기에 큰 차이가 있다. 
금전 권한과 행복이 무슨 상관일까? 관련이 아주 많다. 가장 최 근에 자식들과 돈 문제로 다툰 게 언제인가? 그때 당신은 행복했나? 당신은 얼마나 자주 돈 때문에 싸우는가? 잦을수록 당신은 더 불행하다. 당신과 다툰 상대방도 불행하다. 그렇지 않은가?
관점을 바꿔 물을 수도 있다.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는 소비 결정에서도 차이가 날까? 당연히 명확한 차이가 있다.  행복한 부부는 돈과 관련해서 덜 다툰다. 왜 그럴까? 아주 간단하다. 행복한 부부는 상대방의 욕구와 소망을 더 많이 배려하고, 누가 무엇을 얻는지 약삭빠르게 계산하지 않고, 때때로 상대방이 더 이익을 보도록 양보한다. 이익과 손해는 어차피 장기적으로 균형을 이룬다고 믿기 때문이다. 불행한 부부는 소비 때마다 흥정한다. “당신이 새 옷을 산다면, 나는 새 게임기를 사겠어.”  돈에 관한 논쟁이 벌어 지더라도 행복한 부부는 불행한 부부보다 더 짧게 끝내고 갈등도 남기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행복한 부부는 불행한 부부보다 더 자주 같은 걸 원하고, 늘 의논해서 구매를 결정한다. 불행한 부부는 주로 한 사람이 구매하고, 이어서 정말로 그것을 샀어야 했는지, 같이 의논해서 결정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겠냐를 두고 다툰다. 그러면 다툼은 주도권 논쟁으로 번진다. 불행한 부부는 자주 다투고, 서로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구매 결정을 의논하지 않고, 그것이 불행을 강화하고, 그래서 더 자주 다투게 된다. 악순환이다.
-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막대한 선택의 폭 앞에서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런 효과를 알면 그에 맞춰 정신 무장을 할 수 있다. 뭔가를 결정했으면, 그것을 고수하라. 더는 고민하지 말고 탐구를 중단하라. 선택하지 않은 다른 선택지는 모두 잊어라. 그리고 키르케고르를 상기하라. 다른 사람의 결정과 자신의 결정을 비교하지 말라. 비교는 불행요소 1순위다. 파란 하늘을 보여주며 데오도란트 구매를 권하는 광고를 무시하라. 모든 것이 슈퍼, 메가, 울트라라면 이런 형용사들에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간파해야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교환 권리를 포기하라.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실험으로 증명된 조언이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포스터 한 장을 선물을 고를 수 있었다. 이때 선물을 받은 행복한 피험자 중 절반에게는 포스터를 언제든지 다른 모티브로 교환할 수 있다고 약속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한 번 선택한 포스터를 절대 교환할 수 없다고 말 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포스터를 교환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포스터에 더 높은 가 치를 두었고 자신의 선택에 더 만족했다. 포스터를 언제든지 교환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기쁨을 오래 간직하지 못했다. 추측건대, 포 스터를 교환할지 말지를 고민하느라 머릿속이 계속 바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교환 권리는 행복에 공헌하지 않는다. 한 번 산 물건을 바꿀 수 없을 때 오히려 오랫동안 더 행복할 수 있다.
- 인생에서 많은 부분은 운에 좌우된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첫 번째 운은 유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행복은 최대 50퍼센트 까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에 아무 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유전자 복권에서 운 나쁘게 '꽝'을 뽑은 사람은, 행복에 있어서 시작부터 불리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듯 이제 두 번째 운이 온다. 어디서 어떻게 성장하는가? 이것 역시 생후 몇 년까지는 우리의 영향력 이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기는 우리의 교육, 인생, 행복에 막 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예상이 불가능한 사회적 운이다. 그 리고 우리가 살면서 예기치 않게 맞닥뜨리는 세 번째 운이 있다. 사고, 질병, 상실 혹은 여타 운명의 채찍들이 예상하지 못할 때 인생 에 날아온다.
우리의 행복은 많은 부분이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 행복을 뜻하 는 독일어 'Gluck'은 행복에 담긴 우연의 성질을 아주 잘 보여준다. Gluck'은 '행복'과 '행운' 두 가지를 뜻한다. 행복하게 사는 것도 Gluck' 이고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도 'Gluck' 이다. 반면에 영어는 "happiness'와 'luck'으로 행복과 행운을 명확히 구분한다. 앞에서 살펴봤던, (행복을 행운으로 여기는) 행복에 대한 독일인의 태도가 언어에도 반영된 것이리라.
- 겁쟁이가 더 행복하다. 이를 이해하려면, 겁쟁이가 피하는 위험의 실체부터 알아야 한다. 쉴러가 말하는 예측 불가성을 위험, 불안전, 불명확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위험은 특정 확률로 표현할 수 있는 사건이다. 예를 들어 주사위 놀이에서 다음번에 6이 나올 것에 10유로를 걸면, 이것은 위험이다. 주사위를 던져 6이 나올 확률이 6분의 1이라는 것을 우리가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교통사고 확률, 특정 연령대가 아직 살아있을 확률을 안다. 그래서 위험에 맞춰 보험상품을 마련한다.
불안전에는 예측 불가성이 많이 포함된다. 불안전에서는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 사이' 처럼 단지 큰 간격으로 확률을 제시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얼마이며, 그리고 언제 일 어날까? 대략적인 예측밖에 할 수가 없다.
불명확성에는 예측 불가성이 가장 많이 포함된다. 불명확한 사건들은 아주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확률로 표현할 수 없다. 세계 금융체계가 향후 5년 안에 무너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확률 계산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사건에 대한 보험은 기본적으로 매우 비싸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보험을 좋아한다. 연구가 입증하듯이, 인간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회피한다. 인간은 위험을 싫어하고, 여유가 된다면 위험에 대한 보험을 든다. 그리고 그것으로 더 행복해진다. 미국인 30만 명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들이 안전띠를 더 열심히 맨다. 행복한 사람들이 교통사고의 위험과 결과를 더 두려워하고 그래서 사고를 예방하고 위험을 줄이고 피한다는 뜻이다. 역으로도 통하는 것 같다. 위험이 많으면, 행복감이 떨어진다. 행복한 사람들은 (미안하지만) 겁쟁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수많은 운명의 채찍을 피한다.
- 기억은 우리의 행복에 결정적 구실을 한다. 그리고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벌써 우리를 기만한다. 앞에서 이미 만났던 심리학 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기억에 영향을 미 치는 자아를 두 영역으로 나눈다. 하나는 지금 순간을 감지하는 영역이다. 치과의사가 묻는다 “여기가 아픈가요?” 환자가 대답한 다. “네, 아주 많이요.” 이것은 경험하는 자아 experiencing self’ 이다. 그 러나 이것은 나중에 계속해서 기억하는 영역이 아니다. “치과에서 어땠어?” “좋았어. 이제 안 아파.” 이것이 기억하는 자아remembering self' 이다. 후자가 우리의 기억에 영향을 준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행복이나 불행이 반드시 그것에 대한 기억과 일치하는 건 아니다. 카너먼의 말대로 우리에겐 기억이 남고 순간의 경험은 사라진다. ‘우리’는 ‘우리의 기억'이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그때 정말로 경험하고 느 끼고 생각했던 것과 언제나 일치하진 않는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과거를 실제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 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좋았던 그때 그 시절'인 것이다. 왜 그럴까?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사회적 정 체성을 과거와 연결하기 때문에 과거를 아름답게 정의한다.  또한 청년들도 과거를 향수에 젖어 칭송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과거와의 재연결’은 더 행복하게 느끼기 위한 '자체 속임수'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장의 제목이, 요한 슈트라우스의 소가극 「박쥐」에 나오는 대사로, '바꿀 수 없는 것을 잊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 다. 의도적으로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부정적인 순간을 지워버림으로써 사람들은 젊은 시절에 더 행복했다고 느낀다. 뇌는 우리가 더 잘 살도록, 더 행복하게 살도록 우리를 속인다.
불행한 사람과 행복한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기억을 처리한다는 연구 결과는 기억과 행복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었는지 보여준다. 행복한 사람은 과거의 행복 경험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갈등이 생기지 않는 수준에 만족한다. 그들은 오히려 과거의 추억을 방해할 수 있는 불편한 기억을 삭제한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말을 빌리면, 불편한 기억을 잊는 사람이 행복하다.
불행한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과거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들은 과거의 일을 고민하고 숙고하고, 좋은 일뿐 아니라 나쁜 일까지 모두 기억한다. 이런 기억들이 행복을 방해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불행한 사람들이 정말로 나쁜 일을 겪었기 때문에 불행한지는 확실치 않다. 과거에 트라우마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현재 더 불행한 건 결코 아니다. 
- 의도적인 기억으로 행복감을 높일 수 있을까? 대답은 확실한 '그렇다' 인 것 같다.  행복하게 하는 과거의 일을 의도적으로 떠올리거나 상상하고 그것과 연결된 감정을 불러냄으로써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10분씩만 이렇게 하면 행복감이 상승한다. 흥미롭게도 행복하게 만드는 과거의 기억을 생생한 장면으로 상상하는 것이 행복감 상승에 가장 효과 가 좋았다. 그러므로 행복했던 날의 사진을 매일 보며 그때의 행복을 기억하려 애써라. 행복의 효과는 장기적이다. 행복한 기억이 행복하게 한다.
추측하건대 이런 기억들 가운데 몇몇은 거짓일 것이다. 여러 실 험이 그것을 입증한다. 사진은 사람들을 미혹하여 그들이 경험하지 않은 일을 기억하게 한다. 실험으로 검증된 이런 발견이 어쩌면 빌코미르스키의 사례를 해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행복감이 가짜 기억을 불러낸다는 것도 입증되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행복한 사람은 가짜를 기억하고, 우울한 사람은 정확히 기억한다. 어쩐지 부당하게 들린다, 그렇지 않은가? 
이런 극단적인 결과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인간의 기억은 우리가 기억과 감정을 정확히 저장하고 아무 때나 꺼내 쓸 수 있는 자료실이 아니다. (애석하게도) 가짜 기억이 정상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빈야민 빌코미르스키의 사례처럼 심하지 않다면 말 이다. 그럼에도 과거 행복했던 사건을 상기하는 것은 행복감을 높인다. 바꿀 수 없는 것을 잊고, 과거의 좋은 시절을 추억함으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다.
-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길 은 없다. 행복을 만드는 특허 조제법은 없다. 행복의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은 없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분명히 사람 수보다 많고, 적어도 사람 수만큼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극소수만이 행복을 쉽게 얻는다.
세계에서 가장 불운하면서 동시에 행복한 프라네 셀락, 그리고 과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승려 마티유 리카르의 모범을 따라 우리를 끌어당기는 그곳으로 가려면 우리는 많이 보고, 배우고, 듣고, 이해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행복의 길 위에서 행복을 알아보려면,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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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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